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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효숙 조율’ 사법독립성 논란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내정과정에서 청와대와 사법당국의 ‘사전조율’파문(서울신문 9월11일자 2면 보도)이 걷잡을 수 없는 양상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전 후보자의 인준처리 과정에서 절차적 처리 문제가 주된 논란이었지만 ‘사전조율’ 파문이 정치권과 사법기관의 정치적 담합행위라는 비판에 직면하면서 여야의 극한 대치를 예고하고 있다. 여야는 11일 이 문제를 놓고 하루종일 공방을 벌였다. 한나라당은 사전조율 자료공개를 촉구하는 한편 독립성 준수 의지가 없다는 이유로 전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며 고강도 압박에 나섰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도 청와대와 사법기관의 정치적 중립 책임을 거론하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통상적인 법률 자문 차원이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주호영 원내 공보부대표는 “헌법소장을 임명하는 중요한 일이 공식 문서를 거치지 않고, 전화로 오가는 것 자체가 경악할 일이다.”면서 “대법원장이 협의과정을 소상히 밝히지 않으면 청와대와 대법원이 야합했다는 의심을 피할 길이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동당 박용진 대변인은 “청와대와 여당이 사법기관과 법률적 담합행위까지 공개하면서 사태 해결보다는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질타했다. 반면 열린우리당 우상호 대변인은 “6년 임기가 바람직하다는 사법기관의 의견을 받아들인 것이 어떻게 편법이라고 할 수 있나.”고 반문한 뒤 “처음에는 절차의 문제를 제기하다가 자기 모순에 빠지자 원천무효를 주장하면서 전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지만 이것이 사퇴 근거가 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여야의 날선 대치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목영준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도 이어졌다. 민주당 조순형 의원은 “대법원이 전 후보자의 사퇴 의견을 청와대에 전달했다면 대법원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는 행위”라면서 “만일 청와대 협의에 응해 대법원장 지명 몫을 하나 늘렸다면 국회가 대법원장 증언을 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양승조 의원은 “대법원도 최고의 헌법해석 기관으로 (청와대가) 법률적 해석을 묻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며 헌법기관에 법률적인 의견을 묻는 것은 통상적인 일”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대법원 핵심관계자는 “노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상의한 방식이 공식이냐, 비공식이냐는 중요하지 않다.”면서 “국가기관끼리 이런 일을 상의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구혜영 박지연기자 koohy@seoul.co.kr
  • 9·11테러 5주년 세계질서의 변화 미국 ‘퓨포럼’ 두 석학 인터뷰

    9·11테러 5주년 세계질서의 변화 미국 ‘퓨포럼’ 두 석학 인터뷰

    2001년 9월11일 뉴욕 테러가 발생한 이후 5년 동안 국제사회는 근본적인 질서의 변화를 목격해왔다. 특히 서양의 기독교 문화와 중동의 이슬람 문화의 충돌 양상이 더욱 뚜렷하고 강력해지고 있다. 종교와 공공사회의 문제를 연구하는 미국의 퓨포럼은 9·11 5주년을 맞아 ‘문명 충돌’(1996년)의 저자인 사무엘 헌팅턴 하버드대 교수와 헌팅턴 교수의 이론에 비판적인 악바르 아흐메드 아메리칸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를 인터뷰한 뒤 그 내용을 발표했다. ■ 사무엘 헌팅턴 하버드대 교수 헌팅턴 교수는 “아직까지 문명의 충돌이 절정에 이르지는 않았다.”고 진단하면서도 “머지않은 장래에 그같은 시점에 이를 것”이라고 예견했다. ▶종교와 문화가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고 말해왔다. 그 의미는 무엇인가. -종교란 사람의 문화를 구성하는 요소 가운데 하나다. 언어가 문화의 핵심적 요소일 수 있겠지만 종교 역시 중요하다. 왜냐하면 종교는 바깥 세상을 보는 시각의 틀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언어가 외부와 소통을 가능하게 해주지만 역시 소통의 틀을 종교가 제공하는 셈이다. ▶국제관계 전문가들은 문명충돌 이론이 미국의 외교정책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그에 대한 생각은. -그렇다면 나로서는 기쁜 일이다. 책을 처음 출간했을 당시에는 조금 놀랍기도 했다. 영향력을 갖는 이론들은 주장하고자 하는 논리가 명확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실질적이다. 그러나 또하나 중요한 것은 바로 그같은 이론이 나오는 타이밍이다. 내 책이 5년 전이나 5년 후에 발간됐다면 상황은 달랐을 것이다. ▶다른 학자들보다 종교의 중요성을 먼저 깨달은 것인가. -나는 당시 사고의 조류 속에 서있던 한 사람일 뿐이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종교라는 전제를 깔고 문제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9·11을 예견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9·11이 발생할 수 있는 맥락을 예견했던 것 아닌가. -그점에 대해서는 논쟁을 하고 싶지 않다. ▶9·11은 미국과 서구를 이슬람과 충돌시키려는 오사마 빈 라덴의 시도였다고 말했다.5년이 지난 지금 빈 라덴의 시도는 성공했다고 보는가. -지난 몇 년간 이슬람과 서방의 관계가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어려움의 많은 부분은 이슬람 국가들이 서방의 식민지였던 역사적 사실로부터 기원한 것이다. 물러나는 외부세력과 떠오르는 국내 세력간의 긴장관계는 피할 수 없는 것이다. ▶현재의 상황이 본격적인 문명충돌이라고 볼 수 있나. -단순하게 하나의 충돌이라고 하기보다는 문명간의 충돌들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충돌의 양상을 잘 보면 문명간의 충돌보다는 문명내의 충돌이 많은 상황이다. 유럽의 역사를 보라. 유럽의 국가들도 늘 싸워왔다. 현재의 세계는 많은 수의 주요 문명들이 존재하는 다극화된 사회이다. 미국이 압도적인 힘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세계를 위계적인 질서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 어떤 나라든 다른 나라의 반응을 고려하면서 행동해야 한다. ▶이슬람 세계와의 갈등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좀더 마음을 가라앉히고 그들의 생각이 무엇인가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슬람 내에서도 종파와 국가간에 많은 차이가 있다. 그들 하나하나를 모두 이해하고 수용해야 한다. ▶앞으로 올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무엇일까. -이슬람 국가들이 연합해서 과거에 통치했던 서방 지역들을 되찾아가겠다고 나서는 것이다. 그들은 스페인과 프랑스 남부까지 통치했던 역사가 있다. ▶미국의 핵심은 앵글로-프로테스탄트(앵글로색슨 인종에 개신교도)라고 말한 바 있다. 개신교도의 선교 정신이 문명충돌의 원인이 되는 것은 아닌가. -개신교도 국가라고 해서 반드시 선교 국가는 아니다. 물론 미국은 종교적인 그룹들에 의해 건립됐다. 따라서 근원적으로는 종교적인 국가다. ▶이라크 전에 대해 비판적인가. -그렇다. 이라크에 갈 이유가 없었다. 미국은 페르시아 만의 안정이 필요했고 급진적인 이란의 영향력 확산을 막을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이란을 침공할 이유는 없었다. ▶이라크에서 나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문제는 어떻게 이라크를 더욱 큰 혼란 속으로 빠뜨리지 않고 나올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내부적으로 시간표를 정해서 이라크 안정의 책임을 걸프만 지역 국가들과 유럽 국가들에 조금씩 넘겨가는 것도 방법이다. ▶미국이 미래를 어떻게 보는가. -미국은 다원적이고 다양한 그룹으로 이뤄진 국가이다. 민족, 인종, 종교, 정치적 신념이 다 다르다. 미국은 그러나 남북전쟁이라는 예외를 제외하면 화합을 이루며 살아왔다. 그리고 이처럼 강대하고 풍요로운 사회를 건설해낸 것이다. 미국은 여러 가지 한계에도 불구하고 표현과 종교의 자유를 가진 민주적인 사회이다. ■ 악바르 아흐메드 아메리칸대 교수 “문명의 충돌이 아니라 문명간의 대화가 세계 질서의 주된 흐름이 돼야 한다.” 악바르 아흐메드 아메리칸 대학 국제학과 교수는 헌팅턴 교수의 문명충돌론에 반대해 지난해 3월 ‘테러 이후:문명간의 대화 촉진’이라는 저서를 발간한 인물이다. 파키스탄 출신인 아흐메드 교수는 드물게 이슬람과 서구 문명을 모두 연구한 학자이다. 최근에는 브루킹스 연구소의 ‘국제화시대의 이슬람’ 연구 프로젝트의 대표 연구자를 맡기도 했다. ▶9·11이 발생했을 때 무슨 생각이 들었나. -그 당시 아메리칸 대학의 강의실에 있었다. 막 강의를 시작하려던 참이었다. 뉴스를 처음 듣게 된 순간 앞으로 나에게 가장 어려운 시기가 올 것이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직감했다. 무슬림으로서, 그리고 이슬람을 가르치는 학자로서. ▶학자로서 무엇이 힘들다고 본 것인가. -지난 10년간 영국에서 기독교와 이슬람간의 상호 대화를 시도하는 노력을 모색해왔다. 영국은 사우디아라비아를 식민지로 삼는 등 이슬람 세계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교류를 해온 역사가 있다. 그러나 미국은 이슬람 세계와 오랜 기간 교류해온 경험이 없다. 따라서 이슬람 세계에 대한 이해도 어려운 것이다. ▶문명충돌이라는 패러다임에 여전히 반대하고 있나. -나는 학자다. 따라서 문명충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다. 충돌은 지난 1000년간 존재해왔기 때문에 지금도 존재하는 것이다. 지난 1000년간 십자군의 전쟁이 있었고, 서구 열강의 식민지화가 있었다. 그것이 이슬람과 서구의 관계를 복잡하고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서구와 이슬람은 또한 화합과 문화적 교류 및 융합의 시대도 경험했다.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은 무슬림들이 기록을 남겼다가 유럽 사람들에게 전해준 것이다. 지금도 수백만명의 무슬림들이 유럽과 미국의 시민으로서 살고 있지 않는가. 미국을 처음으로 국가로 인정해준 나라도 이슬람 국가인 모로코였다. 문명의 충돌뿐만 아니라 화합도 분명히 역사의 일부였다. 그러나 9·11 이후 미국의 우파 정부와 언론은 헌팅턴의 이론을 부각시켰다.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이슬람 9개국을 방문했다. 현지에서 느낀 반미 감정은 어땠나. -반미주의와 반유대주의가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했을 만큼 강렬했다. 방문국에서 정치지도자와 종교지도자, 교수와 학생을 모두 만났다. 그들을 분노하게 만드는 것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뿐만이 아니었다. 서방의 미디어가 이슬람교를 비난하고 예언자 마호메트를 조롱하는 것을 보며 무슬림들은 이슬람 세계가 서방사회의 총체적 공격을 받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같은 상황에서 이슬람 세계에서는 어떤 리더십이 떠오르는가. -세 가지 모델이 떠오르고 있다. 첫번째는 현재의 상황을 인내하자는 것. 두번째는 이슬람과 서구의 문화를 융합하자는 것. 세번째는 이슬람만의 철옹성을 쌓자는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와하비스가 대표적인 세번째 모델이며 문명충돌의 사례이다. 그러나 반미감정 때문에 세번째 모델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은 첫번째와 두번째 모델이 힘을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최근의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은 부유하고 교육도 받은 사람들이다.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서구사회는 아직도 폭력을 빈곤의 산물로 생각하고 있다. 미국은 미국의 시각으로만 세계를 본다. 특정 인종이 범죄를 저지르는 경향이 크다고 규정해버리는 식이다. 이를 이슬람에도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이슬람 부족들은 복수를 통해 명예를 회복한다는 전통을 갖고 있으며 그것이 무슬림 젊은이들을 행동으로 모는 것이다. 지금 무슬림들은 명예가 위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미국인들도 9·11 이후 마찬가지의 위협을 느끼며, 아랍 국가들에 둘러싸인 이스라엘 사람들도 위협을 느낄 것이다.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문화가 다양한 대도시에 살지 않는다. 그들은 무슬림들이 어떤 사람들인지도 모를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대화가 가능할까. -나의 주장은 미국 사람들뿐만 아니라 무슬림들에게도 해당되는 것이다. 상대방의 예배당을 방문해보고 축제를 경험해보라는 것이다. 이슬람에는 아브라함을 기리는 축제가 있다. 기독교인과 유대인들이 아브라함을 통해 공통의 끈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정리 워싱턴 이도운특파원 dawn@seoul.co.kr
  • “2031년 이란·이스라엘 핵전쟁”

    2001년 9·11 테러 발생 이후 30년이 지난 2031년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영국 출신의 역사학자인 미국 예일대 폴 케네디 교수가 전망한 2031년 세계 모습을 인디펜던트가 11일 소개했다. 케네디 교수는 테러 30년 후의 세계는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 테러의 여파에 훨씬 덜 시달리고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30년후에도 중동은 여전히 지구촌 무력분쟁의 무대가 될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은 군사력, 경제·기술력의 우위를 바탕으로 최강국으로 남아 있겠지만,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에 따른 재정 위기와 군사적 실패로 협력외교를 추구하게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중국과 인도는 국제 사회의 중요한 일원이 되고 유럽연합(EU)은 자신의 존재에 대한 끊임없는 불안감 속에서도 현실적으로는 세계 무대의 네 번째 강자로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중동 지역은 드라마틱한 반전이 전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2009∼2012년 격동의 시대를 통해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시리아 정권이 거의 동시에 몰락한다는 설명이다. 케네디 교수는 무엇보다도 이란이 핵무기로 이스라엘 제1의 도시 텔아비브를 파괴하고 이스라엘도 핵으로 반격, 이란인 1000만명이 몰살하는 무시무시한 핵전쟁을 예견해 눈길을 끌었다. 가장 큰 변화는 알카에다의 소멸이다. 알카에다는 2010∼2012년 중국 서부지역에서 무슬림에 대한 보안조치에 항의, 상하이와 베이징에 폭탄 테러를 감행한 후 세력을 잃는다. 케네디 교수는 2031년 지구는 2001년 전문가들이 진단했던 것보다는 나은 상황에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테러와의 전쟁중 6만명 희생”

    9·11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치르면서 최소 6만 2006명이 희생됐다고 영국 인디펜던트가 추산했다.집계되지 않은 저항세력 사망자와 부상후유증으로 인한 간접사망자를 포함할 경우 18만여명에 달한다. 신문은 학계와 이라크 시체공시소, 뉴햄프셔대학 마크 헤럴드 교수 등이 제시한 미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뉴욕과 발리, 런던,(파키스탄 동부의)라호르 등에서의 희생자 규모를 9일(현지시간)까지 추산, 보도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민간인 4451∼5308명과 군인 385명이 사망했고, 이라크에서는 민간인 5만 100명과 군인 2899명이 숨졌다. 전세계 다른 지역에서 발생한 테러들로 4081명이 희생됐다. 영국과 미국의 학자들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2년 반 전 1만명을 기록한 이라크 내 희생자가 테러와 치안질서 부재 등으로 순식간에 5만명을 넘어섰다. 한 미국 언론은 이라크 침공 때 희생된 이라크 군인의 규모가 파악되지 않는다고 전제한 뒤 2003년 이후 사망한 무장세력이 3만 6000여명이라고 보도했다. 장기적인 간접사망을 포함할 경우 전체 희생자 규모가 13만명이라는 추정치가 제기된 바 있다. 한 조사기관은 이라크 988가구를 표본조사해 9만 8000명이 숨졌다고 주장했다.헤럴드 교수는 아프간에서 부상후유증으로 숨지거나 난민캠프에서 숨진 사람을 8000∼2만명으로 추산했다.박정경 olive@seoul.co.kr
  • [씨줄날줄] 비밀감옥/ 강석진 수석논설위원

    미국의 뉴스위크는 지난해 부시 미 대통령의 “우리는 고문을 하지 않는다.”라는 발언을 ‘올해(2005년)의 거짓말’로 선정했다. 금년(2006년)은 어떨까. 부시 대통령은 며칠전 CIA의 해외 비밀감옥이 존재한다고 처음으로 시인했다.2004년 ‘휴먼 라이츠 워치’라는 국제 NGO가 3년 동안의 CIA 항공기의 비행기록 등을 추적해 의혹을 제기한 지 2년여만이다. 부시는 그러나 고문은 하지 않았다고 재차 주장했다. 비밀감옥을 시인한 정상이 참작돼 거짓말쟁이를 면할까, 아니면 2년 연속 타이틀을 거머쥘까. 비밀감옥과 고문은 바늘과 실의 관계다.CIA가 밀라노에서 저지른 납치 사건을 수사한 이탈리아 검찰은 피랍자가 독일을 거쳐 이집트에서 CIA의 취조를 받는 도중 전기고문으로 귀머거리가 된 사실을 확인했다. 고문 증거는 도처에 널려 있다. 그래서 국제사면위원회는 ‘미국은 고문 국가’라고 단언한다. 그래도 부시 대통령은 당당하다.“중요 정보를 얻어냄으로써 미국과 유럽, 여타 나라에 대한 테러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았다.”라는 말을 되풀이한다. 필요가 인권에 우선한다는 논리다. 외려 난감하게 된 것은 비밀감옥의 소재지로 의심 받는 폴란드, 루마니아 등 동유럽 8개국. 이들은 비밀감옥의 존재를 완강하게 부인한다. 하지만 구 소련의 위성국가였던 시절 비밀감옥을 운영한 경험이 있으며, 민주화 과정에서 CIA의 도움을 받았던 나라라는 해설까지 나오니 부인 발언도 믿기 어렵다. 한번 코 꿰인 약자는 누가 됐든 고삐를 쥔 자의 손아귀를 벗어나기 쉽지 않은 모양이다. 사담의 비밀감옥을 발견했다며 이라크 침공의 정당성을 소리높여 외치던 부시 행정부. 바로 그때 뒤로는 아메리카-아시아-아프리카-유럽을 연결하는 전지구 차원의 비밀감옥 시스템을 구축했던 것이다. 이에 대한 비판도 전지구적이다.“민주주의와 법을 존중해야 테러리즘과 싸울 수 있다.”는 스페인 사파테로 총리의 충고는 그 중 하나다. 아난 유엔사무총장도 “테러리즘에 대한 싸움과 자유는 맞바꿀 수 없다.”고 고언을 던졌다.9·11테러 5주년의 화두가 CIA의 비밀감옥이 된 것은 아이러니다. 강석진 수석논설위원 sckang@seoul.co.kr
  • [9·11테러 5주기 끝나지 않은 악몽] (4) 달라진 세계인의 삶

    [9·11테러 5주기 끝나지 않은 악몽] (4) 달라진 세계인의 삶

    9·11테러 5년. 초기 충격을 딛고 사람들은 곧 일상으로 돌아갔다. 원래의 일상이라기보다 엄청난 변화에 적응한 것이다. 까다로워진 비자 심사나 짜증스러운 공항검색도 참을 만한 일상으로 변했다. 안보에 인권이 밀리고 도청 위험은 어느 곳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예사로운 것이 됐다. 희생자들의 아물지 않는 상처, 더욱 닫히게 된 지구촌 식구들의 마음의 문. 중동 사람들에 대한 더 강해진 혐오, 무슬림 친구를 잃은 기독교인…. 또다시 둘로 쪼개진 신냉전에 지구촌 식구들의 가슴은 무겁기만 하다. 영국 BBC 인터넷판은 9·11이 자신의 삶과 세계에 끼친 영향을 물어봤다. 그들의 반응에는 상실과 체념, 증폭되는 증오에 대한 불안과 실망으로 가득 차 있다. 그들의 목소리를 통해 달라진 세계와 지구촌 삶을 옮긴다. ●매턱스(미국 팜데일) 내 인생은 송두리째 바뀌어 버렸다. 다행이 그때 뉴욕에 없었지만 난 군인이다. 누구는 소파에 앉아 외교 정책과 군사 전략을 논하겠지만 나는 현장에 서 있어야 한다. 삶이 180도 달라졌다. ●조지(캐나다) 미국이 이스라엘처럼 돼 간다. 안보가 자유나 인권보다 더 중요해졌다. ●스레테프레틀로(태국 방콕) 종교와 정치가 점점 더 분열적으로 돼 간다. 종교가 지배하는 세상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보수적 네오콘부터 무슬림 극단주의까지. ●H 네일(미국 텍사스) 테러는 그 어느 때보다 많아졌다. 테러 없이 하루도 지나가지 않는다. 지금 세계는 테러단체의 무대가 됐다. ●라차나 R(캐나다 밴쿠버) 극소수의 극단주의자가 캐나다, 미국, 영국에 공포 문화를 만들었다. 유색 인종을 비행기에서 소외시키고 중동 사람에 대한 만연한 불신…. ●캐넉(캐나다) 많은 것이 변했지만 변하지 않은 것은 미국의 외교정책. 그것이 9·11을 낳았다. ●안드레아 E(미국) 난 알았다. 이슬람 사람들이 미국과 이스라엘을 그렇게 미워한다는 것을. 그들의 무지와 꼬인 이데올로기를. 그들이 순교에서 기쁨을 느낀다는 것을. ●레다 아자미(아랍에미리트연합) 부시와 행정부가 9·11을 일으켰다. 부시, 블레어, 올메르트…. 그들은 목적을 위해 자국민도 희생시킬 준비가 돼 있다. 무슬림, 아랍인 그 누구도 탓하지 말라. ●오마이르(파키스탄 카라치) 매일 아침 BBC 사이트에 오면 폭력이 넘실댄다. 포스트 9·11 현상이다. 제발 이라크에서 무고한 사람이 얼마나 숨졌는지, 아프가니스탄에서 폭탄이 어디서 또 터졌는지, 얼마나 많은 군인과 민병대원들이 부당한 전쟁으로 희생되는지 읽으면서 하루를 열고 싶지 않다. ●셰드 마틴(파키스탄 카라치) 세상이 둘로 갈라졌다. 테러와 싸우는 서쪽과 테러리스트가 그 행동을 멈춰주길 바라는 동쪽 사람들로. 박정경 안동환기자 olive@seoul.co.kr
  • 백악관 인근에 폭탄원료 창고

    미국 워싱턴에서 ‘질산암모늄(테러용 폭탄의 주원료)’ 공포가 일고 있다.ABC방송이 워싱턴 백악관 인근에서 0.5t 분량의 폭탄원료 창고와 무허가 판매 실태를 자사 탐사보도팀이 적발했다고 보도했다. ABC방송 탐사보도팀은 자사가 적발한 폭탄창고에 대한 취재 내용을 11일(현지시간) 9·11 특집으로 보도한다고 밝혔다. 방송은 테러리스트들이 주로 사용하는 폭탄의 주원료를 파는 창고가 수도 워싱턴의 백악관 수㎞ 이내에서 판매되는 등 위협이 되고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보도 내용은 지난 1995년 168명의 사망자를 낸 오클라호마 연방청사 폭탄테러 사건 이후 연방법으로 엄격히 규제하는 폭탄 재료인 ‘질산암모늄’이 워싱턴 인근 농장에서 무허가로 판매되고 있다는 점. 오클라호마 연방청사 폭파 사건 때의 폭발 물질이 질산암모늄이었으며 전 세계적으로 테러리스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폭탄 원료이다. ABC방송 탐사보도팀은 노스캐롤라이나와 버지니아에서도 현금을 주고 직접 질산암모늄을 구입했으며 이 과정에서 신분확인 절차 등 최소한의 보안조치도 없었다고 전했다. 질산암모늄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연방정부에 의해 등록돼야 하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우린 이렇게 자랐는데 아빠는…”

    “우린 이렇게 자랐는데 아빠는…”

    엄마나 새 아빠 품에서 웃으며 손을 흔드는 이 아이들은 2001년 9·11 테러에 아빠를 잃었습니다. 끔찍한 테러로 아빠를 잃기 전 이미 세상에 나와 아빠와 눈을 마주친 아이들도 있지만, 엄마 뱃속에 있어서 한번도 눈을 맞춰보지 못한 애들도 있습니다. 심지어 임신 사실을 모른 채 아빠가 눈을 감은 아이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지난 2002년 2월 아기 바구니에 담겨진 채 한자리에 모여 사진을 찍은 적이 있습니다. 위 작은 사진은 그때 배냇저고리에 감싸인 채 엄마 품에 안겨 있던 아이들입니다. 이들이 4년 만인 지난 6일 다시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4년의 세월은 아이들 얼굴에 더 또렷해진 아빠의 흔적을 새기고 있습니다. 미국 ABC-TV 홈페이지에 남겨진 재회 장면 동영상을 보면 아이들이 얼마나 아빠를 빼닮았는지 소름이 돋을 지경입니다. 아빠 없이 자라난 아이들인데 참 훌륭하게 자랐습니다만, 어쩔 수 없이 날카롭고 아린 궁금증이 고개를 듭니다. 꼬치꼬치 캐물을 나이의 이 아이들이 ‘아빠에게 일어난 일을 알고 싶어할까?’ 하는 것입니다. 홀리 오닐은 아빠 얼굴을 한번도 본 적이 없는 딸이 그날 일을 물어오면 이렇게 답합니다.“너를 가졌을 때 아빠랑 정말 너무 좋아했단다. 근데 나쁜 사람들이 아빠가 일하는 건물에 불을 질렀어. 그는 많은 다른 아빠, 엄마들과 함께 하늘에서 잘 지내고 계셔.” 폴 아쿠아비바란 아이는 엄마 코트니가 비슷하게 얘기하면 “아빤 항상 내 곁에 있으셔. 날 외롭지 않게 하려고 말이야.”라고 말한답니다. 머리칼이 곤두서는 느낌이 든 엄마는 “알잖아, 아빠는 돌아가셨어. 여기 안 계셔.”라고 말하지만, 그애는 “아니야. 요람에서 잠들었을 때도 아빠는 날 지켜보고 있었는 걸.”이라고 대꾸한답니다. 미망인 가운데는 메리 다나히처럼 재혼한 이들도 있습니다. 그녀의 새 남편 앤디는 세계무역센터 90층에서 일하다 참변을 당한 전 남편 패트릭을 위해 “제가 좋은 아빠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라고 기도합니다. 하나같이 가슴아픈 사연들이지만, 지난 5년간 지속된 미국의 보복 전쟁으로 만들어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수많은 전쟁 고아들이 떠올려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면 가슴이 답답해지지요. 안 그런가요? 여러분.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올브라이트 ‘발끈’

    미 ABC 방송이 9일과 10일 방영할 예정인 2부작 미니시리즈 ‘9·11로 이르는 길’이 클린턴 행정부 각료 출신들과 민주당을 발칵 뒤집어 놓고 있다. 클린턴 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지낸 매들린 올브라이트, 샌디 버거 전 국가안보 보좌관 등은 6일(현지시간) 드라마 내용이 완전 곡해됐다며 이를 바로잡아줄 것을 요구하는 서한을 방송사에 보냈다. 특히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대표 등은 ABC 방송을 소유한 월트 디즈니그룹의 로버트 아이거 회장에게 편지를 보내 방영을 취소할 것을 요구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7일 전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극 속에서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을 살해할 수 있는 기회를 훼방 놓은 것처럼 묘사된 것에 특히 격분하고 있다. 지인을 통해 극 전개 내용을 전해 들었다고 밝힌 올브라이트는 “부정확한 사실로 역사상 가장 끔찍한 비극에 대해 미국민을 오도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목청을 돋웠다. 올브라이트는 1988년 8월 빈 라덴을 겨냥했던 아프가니스탄 미사일 공격 때 이를 파키스탄 정부에 미리 통고하도록 주장한 인물로 나온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그런 주장을 한 적이 없다며 “내 명예를 실추시키는 것이므로 정정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버거 보좌관 역시 중앙정보국(CIA) 간부들의 빈 라덴 공격 건의를 묵살한 것으로 묘사되지만 본인은 전혀 그런 적이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클린턴 전 대통령이 르윈스키 스캔들로 탄핵 위기에 몰려 있었기 때문에 빈 라덴 공격에 소극적이었다는 암시를 극중 여러 곳에서 하고 있다고 민주당은 분개하고 있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9·11테러 5주기 끝나지 않은 악몽] (3) 세계로 번진 테러 공포

    [9·11테러 5주기 끝나지 않은 악몽] (3) 세계로 번진 테러 공포

    |파리 이종수특파원|‘9·11테러’는 대서양 건너 유럽에도 짙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9·11테러 5주기를 앞두고 프랑스의 주요 방송사들은 잇따라 관련 특집 프로그램을 방영했거나 다룰 예정이다. 국영방송인 FR3는 8일(현지시간) ‘9·18:고소장(11-Septembre:le dossier d’accusation)’이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바니나 캔번이 제작한 이 다큐멘터리는 테러 생존자와 유족, 그리고 그들의 변호사 2명이 4년 동안 조사한 9·11테러 사건의 전말과 부시 행정부의 미흡한 사후 대처 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같은 국영방송 FR2도 지난 4일 저녁 영국 다큐멘터리 제작자 리처드 데일의 ‘9·11테러 5년’을 방송했다. 연출가의 상상에 바탕한 허구적 요소와 생존자 및 유족들의 증언을 섞은 다큐픽션 형식의 프로그램은 생존자들의 ‘가장 긴 하루’를 미시적으로 다루면서 9·11테러의 참상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언론의 이런 관심은 9·11테러가 지난 5년 동안 미국만의 불행에 그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영국, 스페인, 독일 등 유럽 주요 국가들에서 ‘포스트 9·11테러’라고 불릴 만한 대형 참사가 잇따라 발생했다. 이런 테러 위협은 최근까지 이어지면서 불안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유럽이 제2의 표적? 유럽에서 대표적 친미 국가로 통하는 영국은 테러범들에게 미국 못지않은 주요 표적이다. 황금 휴가철인 지난달 10일 미국행 여객기 여러 대를 한꺼번에 폭파시키려던 대규모 테러 음모 사건이 적발됐다. 사건 직후 존 리드 내무장관은 당시 “전대미문의 참사를 부를 만한 음모”라며 사상 최고의 경보령을 발동했다. 이 사건으로 이슬람계 영국인 20명이 조사를 받았고, 그 가운데 14명이 살인 음모 및 테러 준비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영국은 지난해 7월7일에도 큰 참사를 겪었다. 런던 시내 지하철과 버스에서 자살폭탄 테러가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52명이 죽고 700여명이 부상했다. 독일의 8월도 테러 공포감으로 얼룩졌다. 검찰은 지난달 18일 도르트문트와 코블렌츠의 열차 안에 숨겨진 폭탄 가방 2개를 찾아냈다고 밝혔다. 당국은 용의자를 공개 수배한 뒤 레바논 출신 유학생 등 3명을 체포했다. ‘유럽판 9·11’의 상징은 2004년 3월11일 스페인 대참사. 수도 마드리드 일원 통근열차 선로에서 연쇄적으로 폭발사고가 발생하면서 출근하던 시민 191명이 숨지고 1500여명이 부상했다. ●대책 마련 부심… 부작용 속출도 유럽 국가들은 지속적인 테러 위협에 맞서 테러방지법 제정을 비롯해 공항 검색 강화, 개인 정보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16일에는 런던에서 영국·프랑스·독일·핀란드 내무장관 등이 모여 유럽연합 차원의 테러방지계획 마련에 합의했다. 계획안은 유럽연합 소속 국가들의 항공여행객 자료 교환과 액체폭발물의 검색 강화를 골자로 한다. 특히 35만유로(4억 3750여만원)의 예산을 들여 여행객들의 지문 채취와 홍채 검사를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테러 방지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무고한 이슬람인들이 테러 용의자로 오인되는 등 과도한 인권 침해 여부를 놓고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는 등 이레저래 ‘9·11’의 후폭풍은 거세지고 있다. 영국은 뜨거운 논란 끝에 지난 4월부터 테러 선전 간행물 보급 등을 금지하는 새 테러방지법을 시행했다. 또 경찰이 테러 용의자를 기소하지 않은 상태에서 구금할 수 있는 기간도 14일에서 두 배로 늘렸다. 아울러 생체 정보가 수록된 전자신분증을 도입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독일도 관련 법을 강화했다. 올해 만료되는 테러방지법의 시한을 5년 늘렸고, 정보기관이 용의자의 은행과 자동차 등록자료를 쉽게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 프랑스도 지난달 영국 테러 음모 발각 직후 여행객 안전 방안을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미국과 영국, 이스라엘로 향하는 모든 항공기를 수색할 수 있는 ‘적색 경보령’까지 발동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영장 없이 테러 용의자를 구금할 수 있는 기간을 4일에서 6일로 늘렸다. 첫 3일 동안은 변호사 접근마저 금지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전화와 인터넷 자료에 대한 수사기관의 접근권도 확대했다. 이밖에 스페인은 테러 용의자 구금기한을 최대 13일까지, 이탈리아는 지난해 12시간에서 24시간으로 늘렸다. 이탈리아는 변호사가 없는 상태에서 경찰의 신문을 허용하도록 법안을 강화했다. vielee@seoul.co.kr
  • [9·11테러 5주기 끝나지 않은 악몽] (2) 미 일방주의·이슬람 충돌

    [9·11테러 5주기 끝나지 않은 악몽] (2) 미 일방주의·이슬람 충돌

    정치적 의미의 21세기는 2001년 9월11일 뉴욕 맨해튼을 뒤흔든 거대한 붕괴의 파열음과 함께 시작됐다. ‘정치적 20세기’의 개막을 알린 1914년 6월28일 사라예보의 총성과는 규모와 파괴력 면에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것이었다. 이후의 세계사는 ‘근대’라는 시행착오기를 거치며 합의된 국제적 게임룰을 하나하나 무력화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됐다. 생존을 위해서는 세계가 ‘보이지 않는 손’이 아닌 ‘보이는 주먹’에 의해 지배되며,‘강자의 이익이 곧 정의’라는 암흑기의 윤리를 신속히 체득해야 했다. ●강화되는 독선, 깊어가는 고립 이 ‘멋진 신세계’의 키잡이는 앞선 세기의 패권국 미국이었다. 하지만 이 나라는 점점 근대 국가의 면모를 잃고 중세의 신정국가로 퇴행하는 듯했다.‘악의 축’,‘자유는 신이 준 선물’ 등 최고 지도자의 말은 온통 종교적 수사로 가득했다. 그의 발언 중에는 “미국이 벌일 21세기의 첫 전쟁은 십자군 전쟁”이란 말도 있었다. ‘타협의 공학’인 정치가 종교적 도그마로 오염될 때 독선과 독주는 피할 수 없는 법. 결과는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정치 무대에 고스란히 투영됐다. 이른바 ‘부시 독트린’이라고 불리는 일방주의 외교로, 그 결정판은 2003년 3월 유엔 결의 없이 결행된 미·영 연합군의 이라크 침공이었다. 이라크는 앞서 군사작전의 대상이 된 아프가니스탄과 달리 9·11테러나 알카에다와는 무관한 나라였던 까닭에 국제사회의 동의를 얻기란 애초부터 불가능했다. 안보리의 대(對)이라크 결의안 마련을 둘러싼 논란 속에서 프랑스·독일과 틈이 벌어졌다. 이후 이라크 침공의 명분이 된 사담 후세인의 대량살상무기 정보가 거짓으로 판명되면서 이슬람세계는 물론 서방과 세계 여론마저 등을 돌렸다. 미국의 고립은 깊어갔다. ●“성전 참여는 무슬림의 의무” 서방이 부시의 일방주의에 속수무책으로 휘둘리는 동안 인구 11억의 이슬람 세계에선 단일 이슬람국가 건설을 표방하며 이교도와의 대결을 고무하는 극단주의 이념이 세력을 키웠다. 이들의 주장은 “전 세계에 걸쳐 이슬람이 이교도들의 공격을 받고 있으며, 따라서 모든 무슬림은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지하드(성전·聖戰)에 참여할 의무가 있다.”는 것.‘지하디즘’으로 불리는 이 극단 논리는 서구식 민주주의에 대한 무슬림들의 실망이 커지는 속도에 비례해 빠르게 확산됐다. 결정적 계기는 대테러 전쟁과 이라크 점령 정책에서 불거졌다. 관타나모와 아부그라이브에서 터진 포로학대 스캔들은 ‘자유와 인권의 사도’로서 미국의 이미지를 여지없이 무너뜨렸다. 서방 언론들은 “미국이 테러 캠프 지원자를 늘려주고 있다.”고 비난했다. 지하디즘의 영향력은 올해 초 서방언론의 마호메트 만평 게재로 촉발된 세계적 폭력사태를 통해서도 표출됐다.‘이슬람이 공격받는다.’는 논리가 호소력을 발휘하면서 온건 세속주의가 대세인 동남아 이슬람 국가에서도 서방 기업체에 대한 약탈과 방화 등 극단적 폭력이 잇따랐다. 그 사이 테러와의 전쟁을 통해 축출된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은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세를 회복하기 시작했다. 이라크에서는 미군과 이라크 보안군을 겨냥한 반군 활동이 종파간 내전으로 번지면서 하루 평균 120명이 희생되고 있다. ●십자군과 지하드의 역설적 공존 지난 7월17일자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카우보이 외교의 종언’이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힘을 앞세운 부시의 ‘카우보이 외교’가 겸손하고 전통적 방식의 외교로 대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3년간의 혼란스러운 이라크 사태가 미국 혼자 세계를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었다. 그러나 이같은 변신의 약효가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강경노선으로 선회하려는 조짐도 감지된다. 최근 부시 행정부와 공화당 인사들이 잇따라 이슬람에 대한 강경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나,‘이슬람 파시스트와의 전쟁’을 강조한 부시 대통령의 연설 등이 일례다. 일각에선 미국식 일방주의와 이슬람 급진주의가 사실상 한 배를 타고 있다고 꼬집는다. 자신의 존재 근거를 상대방과의 대결에서 찾는 ‘적대적 공생’이 양자 관계의 본질이란 얘기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부시 ‘CIA 비밀감옥’ 시인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테러 용의자들을 구금, 신문하기 위해 중앙정보국(CIA)에 의해 유럽 등에 설치된 비밀감옥의 존재를 시인했다.이 감옥의 존재는 지난해 말 뉴욕 타임스의 폭로로 세상에 알려졌으나 부시 대통령이나 미국 정부가 이를 공식 시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시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백악관에 9·11 테러 희생자 유족들을 초청해 행한 연설에서 당시 비행기 납치 기획자로 알려진 칼리드 셰이크 모하메드를 비롯,14명의 일급 용의자들이 CIA 비밀감옥에서 미군이 운영하는 쿠바의 관타나모 수용소로 이관됐으며 내년 초 재판이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모하메드 이외의 구금자 중에는 9·11때 항공기를 납치하려 했던 혐의를 받고 있는 람지 비날시브, 알 카에다 조직원간의 연결고리로 알려진 아부 주바 등이 있다.1998년 케냐 및 탄자니아 주재 미국 대사관 테러 용의자,2000년 예멘에서의 미 군함 콜호 폭탄테러 용의자 등이 있다고 부시 대통령은 설명했다. 그는 또 “테러범들이 어디에 숨어 있고, 어떤 음모를 꾸미고 있는가에 대한 가장 중요한 정보원은 테러범 자신들”이라며 “이들을 비밀리에 수용하고, 전문가들이 신문할 수 있으며, 테러 행위의 책임을 적절히 따질 수 있는 장소가 필요했다.”고 비밀감옥의 당위성을 강변했다. 시사주간 타임은 부시 대통령이 구금자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이들이 알 카에다 핵심이라는 사실을 알림으로써 비밀감옥의 당위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며 “특히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예상되는 민주당의 공세를 미리 차단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테러와의 전쟁 탓에 가뜩이나 불편해진 유럽과의 관계 개선을 도모하려는 전략적 계산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또 비밀감옥 프로그램은 미 행정부 변호사들에 의해 검토됐고,CIA 내부에서 엄격히 감독됐다고 강조했다.그는 이곳에서의 신문 방법에 대해선 상세히 언급하지 않은 채 “조사 기법들이 혹독하긴 했지만 고문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의혹을 일축했다.이어 부시 대통령은 국방부 관할인 관타나모 기지로 이들 용의자 신병이 이관됨에 따라 다른 재소자들과 마찬가지로 제네바 협약에 따른 보호를 받게 된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테러 용의자들에게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열 수 있도록 관련 법률을 하루 빨리 처리해줄 것을 의회에 요청하는 등 ‘선수’를 치고 나섰다.dawn@seoul.co.kr
  • 다큐멘터리 가을 스크린 점령

    다큐멘터리 가을 스크린 점령

    흥행을 보장해주지 못하는 영화장르가 다큐멘터리이다. 감각을 자극하고 은유로 에두르는 보편적 작법을 거부하는 다큐영화는 그러나 올 가을엔 전례없이 풍성하다.9·11 테러를 그린 ‘플라이트 93’의 8일 개봉을 필두로 국내외 화제의 다큐들이 잇따라 관객을 찾는다.‘괴물’의 독주에 기가 꺾인 극장가 상황을 감안한다면 개봉 자체부터 의미있는 작품들이다. #사이에서(7일 개봉) 발버둥을 쳐도 자신의 손으로 운명을 개척할 수 없는 이들의 숙명이 처연한 감동으로 다가오는 다큐멘터리. 국내외 각종 페스티벌에서 굿과 공연예술의 접목을 꾀해온 대무(大巫) 이해경을 중심으로 신(神)의 선택을 받은 대가로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엮인다. 흔히 ‘무당’이라 불리는 이들의 사연은 기실 말초적 흥미를 자극할 소지가 적지 않다. 다큐멘터리 채널(Q채널)에서 오랫동안 다큐물을 연출했던 이창재 감독의 이번 작품에는 신과 인간 사이의 불가해한 소통을 업으로 삼은 이들의 애환이 시종 담백하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용해됐다.30년간 시름시름 무병을 앓다가 죽음 직전에 이르러서야 신내림을 받고 편안해지는 50대 여인, 귀신의 장난으로 학교를 다니지도 못하고 실명한 8세 사내아이, 신내림을 거부한 어머니의 대물림으로 무당의 숙명을 타고난 28세 미혼녀. 세 사람의 사연을 조미료 없이 진지한 시선으로 담아낸 화면은 범접못할 존재론적 의미와 굿 제례 자체의 미학적 가치, 괄호 밖의 삶에 던져진 인간을 향한 이해와 깊은 연민으로 충만하다. CGV용산,CGV인디영화관(강변, 상암, 인천, 부산 서면)에서 상영.15세 이상 관람가. #불편한 진실(An Inconvenient Truth)(14일 개봉) 진실을 대면하는 순간은 난감하고 불편하다. 미국 전 부통령 앨 고어의 환경운동 강연을 옮긴 스크린을 마주하는 1시간 36분은 그래서 차라리 외면하고 싶게 께름칙한 시간일지도 모른다.2000년 대선 실패 이후 정치활동을 접고 환경운동가로서 제2의 삶을 시작한 앨 고어가 직접 제작한 ‘슬라이드 쇼’라는 점에 일단 주목할 만하다. 지구온난화와 그 심각성을 위트와 재치로 경고하는 전직 미국 부통령의 개인적 역량 또한 주목할 수밖에 없는 환경다큐멘터리. 인류의 변화된 소비행태가 야기한 이산화탄소의 증가, 이로 인해 북극 빙하가 10년을 주기로 9%씩 녹아내리고 있다는 등의 ‘영상 증언’이 고어의 육성 강연으로 이어진다. 지구온난화를 경고한 학술지의 논문들과 통계자료를 일일이 제시하는 고어의 수고로움이 헛되지 않을 만큼 과학적 설득력이 빛난다. 전체 관람가. #글래스톤베리(Glastonbury)(14일 개봉) 세계 최고의 음악축제 글래스톤베리의 35년 역사를 한눈에 꿰뚫어볼 수 있다. 영국 남서부 서머셋의 글래스톤베리는 자유와 해방의 중심이자 유토피아다.1970년 마이클 이비스가 1파운드로 주말내내 팝과 포크를 즐길 수 있도록 자신의 농장을 개방했던 축제의 시작부터 이후 사회, 문화, 세계 정세에 대항하고 변화해온 글래스톤베리의 모든 것을 담았다.2000년부터 축제와 관련된 모든 것을 수집한 줄리안 템플 감독은 글래스톤베리에 대한 애정어린 시각으로, 이 축제가 3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상업성에 놀아나지 않고 처음 그때의 소박하고 순수한 정신을 견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벨벳 언더그라운드, 핑크 플로이드, 데이빗 보위, 스티븐 패트릭 모리시, 라디오헤드, 비요크 등의 공연실황이나 음악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본전 생각이 나지 않을 다큐. 서울 압구정 스폰지하우스 개봉.15세 이상 관람가. 황수정 최여경기자 sjh@seoul.co.kr
  • 9·11 5주년 24시간 특집방송

    9·11 5주년 24시간 특집방송

    미국 자본주의의 심장 뉴욕, 그 뉴욕의 핵심 세계무역센터에다 말 그대로 ‘피의 불벼락’을 내린 9·11테러가 일어난 지 올해로 5주년. 거대한 비행기가 꼬리만 남긴 채 건물에 꽂히고, 조금 있다 거대한 건물 자체가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그 모습은 영원히 잊기 힘든 충격이었다. 충격도 충격이지만 9·11테러는 그 이후 세상의 모습을 조금씩 바꿔가기 시작했다. 오는 11일 5주년을 맞아 내셔널지오그래픽채널은 10일 아예 24시간 테러특집방송 ‘테러데이 9·10’을 편성했다. 우선 새벽과 오후 6시에 편성된 ‘TV와 인질’,‘폭탄과 휴대폰’,‘인터넷과 자살테러’ 3편은 어찌보면 필수품이 되어버린 각종 미디어들이 어떻게 테러에 악용될 수 있는지를 조명한다. 다음으로 오전 11시부터는 연달아 편성된 5편의 다큐는 9·11테러의 모든 것을 다시 분석하고 재조명한다. 알 카에다는 어떤 조직인지, 오사마 빈 라덴은 어떤 인물인지, 이들은 테러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왔는지, 테러를 감행한 다음 상황은 어떠했는지 등이다. 또 9·11테러 외에도 세계를 경악케 한 7개 테러사건을 다룬 다큐도 준비됐다.1970년 팔레스타인인민해방전선이 유럽에서 한꺼번에 항공기 4대를 납치했던 ‘스카이 잭 선데이(공중납치의 일요일)’ 사건부터 지난해 7월 사제폭탄으로 지하철역과 버스를 공격한 ‘런던 지하철 테러’까지, 테러는 무엇 때문에 일어나고 어떤 기억을 남기는지 추적했다. 5주년 당일인 11일 오후 6시에는 다큐 ‘플라이트93-남겨진 이야기’가 방영된다. 영화 ‘플라이트 93’을 만들기 위해 9·11 테러 희생자 유가족들을 대상으로 7주간의 심층인터뷰를 진행했는데, 이 자료를 바탕으로 ‘본 슈프리머시’ 등을 연출한 폴 그린그래스 감독이 다큐로 만들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채널 관계자는 “9·11은 단순테러가 아닌 문명사적인 사건이라는 판단에 따라 24시간 종일 방송을 기획했다.”면서 “테러라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할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9·11테러 5주기 끝나지 않은 악몽] (1) 상처 여전한 뉴욕

    쌍둥이 빌딩 대신 휑한 하늘… 이정표 잃은 뉴욕 사람들 간혹 길을 헤맨다… 그라운드 제로 현장엔 프리덤타워가 들어선다지만… 한쪽선 아직도 유해를 찾으려는 가족들… 죽음의 냄새… 월스트리트, 그 풍요에 머물던 이들 하나 둘 떠나고 주택용 빌딩으로 소리없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 전쟁의 끝은 어디인가.3000여명이 불과 2∼3시간의 테러 공격으로 무참히 스러진 9·11 이후 5년이 흘렀지만 테러 종식을 명분으로 내건 전쟁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아프가니스탄·이라크에서 들려오는 얘기는 답답하기만 하고 유럽과 중동에서의 테러 위협도 여전하다. 근본적으로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는 9·11 이후 5년을 4회에 걸쳐 살펴본다.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뉴욕 맨해튼의 소호 지하철 역을 빠져나온 패트리샤 켈리는 오늘도 무심코 남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지난 2000년 콜로라도주에서 대학원을 졸업하고 뉴욕의 마케팅 회사에 취직하면서 맨해튼으로 이주해온 켈리. 그녀는 처음 맨해튼에 정착할 때부터 남쪽 다운타운에 높이 솟아오른 세계무역센터(WTC)를 이정표로 삼았다. 맨해튼 어디서나 쉽게 찾을 수 있는 WTC 위치만 확인하면 그녀가 있는 지점의 동서남북이 명확해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듬해 9월11일 알 카에다가 조종한 뉴욕 테러가 발생하면서 켈리는 이정표를 잃게 됐다.5년의 세월이 흘렀고 이곳 지리도 손금처럼 익숙해졌지만 켈리는 지금도 길을 걷다가 습관처럼 남쪽을 돌아본다. 그러나 WTC가 서있던 7번가 쪽에는 높다란 쌍둥이 빌딩 대신 휑한 하늘만 보인다. 그럴 때마다 팔·다리 하나가 없거나, 이가 하나 빠져버린 느낌이 든다고 켈리는 말했다. 그날의 충격과 상처는 뉴요커뿐만 아니라 모든 미국인의 가슴에 깊이 남아 있다. 이슬람 저항세력인 알 카에다의 테러에 의해 WTC 쌍둥이 빌딩이 무너진 자리에선 현재 공사가 한창이다. 속살을 드러내듯 땅이 파헤쳐진 현장 모습은 5년 전의 생채기가 여전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미국인들이 ‘그라운드 제로’라 부르는 이 현장에는 새로운 빌딩 ‘프리덤 타워’를 세우기 위한 기초공사가 진행 중이다. 공사장 바로 옆에 위치한 지하철역 ‘패스 스테이션’으로 들어가면 공사 현장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땅 위에 콘크리트 구조물들이 세워졌고 각종 장비를 실은 트럭들이 오가고 있다. 그러나 언뜻 보기에 공사 현장은 활기가 없다. 아직 대부분의 공사가 20여m 지하에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하에서의 기반 공사 작업은 새벽 1시에 시작돼 다음날 새벽 5시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하루 빨리 붕괴된 WTC의 상흔을 없애고 프리덤 타워를 올리기 위해 공사를 서두르는 것이다.77층으로 설계된 프리덤 타워 건설에는 20억달러(약 2조원)가 소요된다. 프리덤 타워 주변에는 9·11기념공원과 공연장, 프리덤 센터 등이 함께 들어선다. 공사 현장의 감독관인 브라이언 라이언. 건설회사 중견 간부였던 그는 9·11 당시 뉴욕의 소방관이었던 동생 마이클을 잃었다. WTC 남쪽 빌딩에서 구조 활동을 벌이던 마이클은 건물이 붕괴되면서 실종됐다. 시신마저 끝내 찾을 수 없었고 그가 쓰던 장비만이 형에게로 돌아왔다. 브라이언은 그 충격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그라운드 제로에서 동생의 유해 찾기에 몰두했다. 그러다가 결국 프리덤 타워 건설에 참가하기로 결심했다. 브라이언은 “동생을 묻은 이곳을 재건하기 위해 힘을 보태는 것이 의미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곳에서 일하면서 마음의 평온을 유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도 이따금 희생자 유해 일부나 유물이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무역센터가 자리잡았던 월스트리트는 9·11 이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세계 금융의 중심지이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떠나는 금융사와 금융인들이 늘고 있다. 근처의 업무용 빌딩들은 주택으로 변신하고 있다. 월스트리트를 떠나는 회사들이 늘어나면서 임대료 수입도 줄어 주거용으로 구입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는 이들조차 이 지역에서 살기를 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뭔가 ‘죽음의 냄새’가 난다는 이유에서다. 9·11은 미국인들이 개인의 삶을 바라보는 시각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뉴욕 데일리 뉴스의 사진기자였던 데이비드 핸드처는 9·11때 납치된 여객기가 세계무역센터 빌딩과 충돌하는 장면을 가장 생생하게 사진에 담은 언론인 가운데 하나였다. 그는 비행기가 충돌하면서 벌어진 아비규환을 현장에서 카메라에 담다가 빌딩이 붕괴될 때 매몰됐고 소방관에 의해 극적으로 구조됐다. 핸드처는 그날 이후 신문사를 위해 사건 현장의 사진을 찍는 일을 접었다. 사진은 ‘먹고 살기 위해’ 꼭 필요할 때만 촬영한다. 그것도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사진이라는 조건을 달고 있다. 핸드처는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가치있는 일이라는 사실을 사고 이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뉴욕에 살고 있거나, 그날의 사건을 직접 경험했거나,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모두 침대 밑에 귀신들을 묻어두고 살아가고 있다.”면서 “이따금 그 귀신들이 침대를 뛰쳐나와 우리를 조롱하고 물어뜯는다.”고 말했다. 핸드처는 “그러면 어쩔 수 없이 귀신들과 놀아줘야 하며 이를 극복하고 일상으로 되돌아오는 데는 다시 많은 시간과 고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운트 시나이 의학센터가 2002년 7월부터 2004년 4월까지 WTC 현장 정리작업에 참여한 근로자와 자원봉사자 9500명를 조사한 결과, 이 중 70% 정도가 9·11 이후 호홉기 질환을 갖거나 악화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뉴욕 타임스가 6일 전했다. 더욱 무섭고 슬픈 것은 9·11 테러로 인한 상처가 어린이들에게도 깊이 스며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당시 현장을 목격했거나 TV를 시청했던 어린이들이 미술 시간에 비행기가 건물로 돌진, 충돌하거나 오사마 빈 라덴이 WTC를 통째로 집어삼키는 모습을 그린다고 한다. 심리학자인 로빈 굿맨은 “집짓기 장난감인 레고로 높은 건물을 만든 다음에 갑자기 충격을 줘서 무너뜨리는 장난을 하는 아이도 있다.”면서 “이같은 행위를 반복하는 어린이는 트라우마(정신적인 외상)가 남아 있는 것이므로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dawn@seoul.co.kr ■ 현상금 239억원 걸린 빈 라덴 못잡나 안잡나 9·11 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하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침공 직후부터 그의 체포에 나섰지만 못 잡는지, 안 잡는지 의문만 쌓이고 있다. 빈 라덴은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국경지대에 숨어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미 CNN은 파키스탄 북부 산악지대 치트랄이 유력하다고 지난달 23일 보도했다.2003년 공개된 비디오에서 그의 뒤에 비친 나무가 이 지역 고유종이라는 것이다. 어디 있는지 안다고 곧바로 잡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지형이 험준한 데다 정보도 완벽히 차단돼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들은 철저히 인편으로만 소통한다. 미 제10 산악사단 조지 윌리엄스 하사관은 “산 속에서 마치 유령을 쫓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지금은 해체된 미 중앙정보국(CIA) 빈 라덴 체포 전담반 책임자였던 마이클 셰우어는 “그가 외부와 접촉하는 망이 있으며 원하면 갈 수 있는 장소도 있다.”고 말했다. 은신처를 제집 드나들듯 하는 ‘이슬람 영웅’을 신고할 사람도 없다. 자칫 죽음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현상금 2500만달러(약 239억원)는 그림의 떡이다. 그를 잡을 기회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번번이 목전에서 놓쳤다. 지난 1월 알카에다 2인자 아이만 알 자와히리가 폭격으로 숨졌을 때 그도 현장에서 불과 몇㎞ 떨어진 곳에 있었다고 주민들은 증언했다.2001년에도 아프간 토라보라산에서 붙잡힐 뻔했다. 동영상이 공개된 것은 2004년 10월이 마지막이었지만 녹음 테이프는 올해만 벌써 5차례나 나왔다. 물론 그가 더이상 테러를 지휘할 수 없을 만큼 고립돼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메시지만으로도 위력을 발휘하는 ‘카에디즘의 교주’는 이제 잡히더라도 후폭풍이 우려된다. 때문에 미국이 잡을 의지가 있느냐는 의문이 뒤따른다. 사담 후세인만 잡으면 끝날 것 같던 이라크 상황을 볼 때 그의 체포보다는 지역 안정이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현재 아프간 미군 2만명 중 절반이 7만여㎞의 국경지대에서 탈레반 잔당을 쫓기에도 힘이 달린다. 파키스탄도 체념한 듯하다. 미 ABC 방송과 5일(현지시간) 인터뷰한 한 관리는 “그가 만약 파키스탄에 있다 해도 말썽만 일으키지 않으면 굳이 잡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파키스탄군이 탈레반과 평화협정을 맺고 북부 와지리스탄에서 철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9·11 음모론’ 은 양치기 소년 효과?

    ‘9·11 음모론’ 은 양치기 소년 효과?

    정보가 독점된 폐쇄사회도 아닌 자유롭고 투명한 미국 사회, 그것도 디지털이 지배하는 21세기의 첨단 정보환경에서 음모론은 왜 창궐하는가. 시사 주간지 타임 최신호가 9·11 5주기 특집을 통해 음모론 확산의 정치·사회적 배경을 짚고 나섰다.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고 있는 9·11 음모론의 핵심은 9·11이 알카에다의 소행이 아니라 정치적 기반을 강화하고 중동 침공의 구실을 찾기 위한 조지 부시 행정부의 기획이라는 것. 이같은 음모론은 주류 언론의 외면과 부시 정부의 반박에도 불구하고 온라인을 매개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1차 원인은 부시 정부 ‘신뢰위기’ 음모론 확산의 1차적 원인 제공자는 부시 정부라는 게 일치된 견해다. 음모론은 5년전부터 제기됐지만 신봉자가 늘어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지난달 미 여론조사기관 스크립스 하워드가 1010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 36%가 음모론에 대해 ‘개연성이 있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부시 정부가 겪고 있는 ‘신뢰의 위기’와 연결짓는다. 이라크 침공의 구실이 된 후세인의 대량살상무기(WMD) 정보가 조작으로 판명난 상황에서 9·11 발표 역시 허구가 아니라고 누가 장담하겠느냐는 것이다. ●반권위적이고 상식에 호소 음모론이 갖는 고유의 매력도 있다.9·11 음모론에 기름을 부은 동영상 ‘루스 체인지’는 지극히 상식적인 의문에서 출발한다.19명이나 되는 납치범들이 까다롭기로 소문난 미국 공항의 보안검색을 통과한 뒤 여객기에 탑승, 세계에서 방공망이 가장 잘 갖춰졌다는 미국 대도시 상공에서 어떤 군사적 방해도 없이 2시간 안에 4대의 비행기를 계획대로 추락시킨다는 것이 과연 가능하냐는 것이다. 타임은 음모론이 ‘정부의 공식 해명과 전문가 진술은 잊고 오직 당신의 두 눈과 두뇌를 믿으라.’는 지극히 상식적이고 반권위적인 호소에 기반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앞뒤가 완벽한 사건은 없다 너무나 명백해서 어떤 모호함도 찾을 수 없는 사건이란 세상에 없으며, 거대한 사건의 배후에는 그에 걸맞은 규모의 원인이 존재한다고 믿는 것이 인간 본성이라는 것이다. 실제 9·11에 대한 미국 정부의 공식 발표는 당혹스러울 만큼 극적 세련됨을 결여하고 있다.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작은 원인들이 거대한 결과를 낳을 수 있는 사회는 삶에 대한 예측불가능성을 증폭시킴으로써 사람들을 불안에 빠뜨린다. 결국 9·11처럼 거대한 재난에 대한 해석은 배후의 거대한 음모를 필연적으로 요청한다는 얘기다. ●음모론은 미국적 애도방식? 음모론이 9·11처럼 거대한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를 남긴 사건에 대한 미국적 애도방식이란 견해도 있다. 거대한 상실의 고통과 함께 과거가 이해할 수 없는 상태로 남아 있는 한 미국인들은 슬픔과 공포를 덜기 위해 존 F 케네디의 죽음에서처럼 음모론에 의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타임은 심지어 “루스 체인지를 시청하는 동안 사람들은 독립적이고 관행을 거부하며, 반권위주의적인 미국식 전통에 참여하는 듯한 느낌마저 갖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테러범 기소 9·11 이전으로

    미국에서 테러 범죄자의 기소가 9·11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지난 2001년 9·11 테러 이후 관련 범죄의 기소가 급격히 증가했다가 5년 만에 제자리를 찾았다고 AP통신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러큐스대 연구팀이 미 법무부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보고서에서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5월까지 연방수사국(FBI)이나 이민국, 세관 등이 넘긴 테러 용의자 10명 중 9명 이상이 기소되지 않았다.10명 중 4명은 증거가 없거나 불충분해 기소에 실패했다. 지난 2000년(9월30일 끝나는 회계연도 기준) 14명이었던 테러범 기소는 2001년 9·11이 일어난 후 3주간 집중돼 57명으로 늘어났다. 테러와의 전쟁이 본격화된 이듬해엔 355명으로 폭증했다.하지만 지난해 46명으로 줄더니 급기야 지난 8개월간 19명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중형이 선고된 경우도 생각보다 많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9·11 이후 오직 14명만이 테러와 연루돼 20년 이상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법정에 선 1329명의 피고인 중 704명은 감옥 근처에도 못 갔다. 결국 9·11 이후 안보 위기가 과장되면서 온나라가 호들갑만 떨며 ‘허깨비’와 싸운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부시정부 ‘말들의 전쟁’

    부시정부 ‘말들의 전쟁’

    “전과(戰果)는 없고 레토릭(수사)만 판친다.”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중동지역에서 대규모 군사행동을 단행한 지 5년. 성공을 자신했던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선의 전과는 지지부진한 가운데 가중되는 정치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현란한 수사들이 미국 사회를 뒤덮고 있다. 이른바 ‘말들의 전쟁’이다. 현지 전문가들은 11월 중간선거에서 고전이 예상되는 조지 부시 행정부가 9·11테러 5주기를 앞두고 ‘레토릭의 정치’를 통해 지지층 결집을 시도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미국 일간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는 31일(현지시간) 최근 두차례의 선거에서 ‘테러와의 전쟁’이란 슬로건으로 재미를 본 부시 행정부가 안보문제를 둘러싼 새 이슈로 반사이익을 얻으려 한다고 꼬집었다. 실제 이날 부시 대통령은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가진 재향군인회 연차총회 연설에서 이슬람 급진파를 2차세계 대전 당시 나치와 냉전시대 공산주의자들에 비유한 뒤 “이 전쟁은 어렵고 오랜 시간이 걸릴 테지만 결국 테러리스트들의 패배로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이 이슬람 급진세력을 파시스트에 비유한 것은 미국행 여객기 테러음모를 적발했다고 밝힌 지난달 10일에 이어 두번째. 최근 잇따르고 있는 공화당 인사들의 대(對)이슬람 강경발언 가운데 가장 강도가 높은 것이다. 29일엔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과 릭 샌토럼 공화당 상원의원이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과 이란을 싸잡아 비난하며 대통령의 발언에 힘을 더했다. 또 다른 부시 행정부 고위 관료들은 이라크 전쟁 반대자들을 “대책 없는 유화론자”,“패배주의자”로 규정, 민주당의 격렬한 반발을 불렀다. AP통신은 전쟁에 대한 지지도가 바닥을 기는 상황에서 부시 행정부가 ‘약발’이 다해가는 ‘테러와의 전쟁’이란 낡은 수사 대신 ‘이슬람 파시스트와의 전쟁’이라는 새 슬로건을 앞세워 반전을 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슬람 파시즘’이란 조어(造語)에 대한 무슬림 공동체의 반발이 적지 않은 가운데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이그나티우스는 레바논의 데일리스타 기고문을 통해 “우리가 언제 히틀러나 무솔리니를 그들의 종교에 따라 ‘기독교 파시스트’로 부르기라도 했는가.”라고 반문한 뒤 “이 개념은 부시 대통령의 ‘선·악 이분법’에 영합하는 오도된 언어”라고 비판했다. 문제는 부시 행정부의 새 언어전략 역시 효과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크리스토퍼 겔피 듀크대 정치학과 교수는 “베트남전의 선례에서 드러나듯 한번 돌아선 민심을 돌이키기란 불가능하다.”면서 “전쟁에서 중요한 건 ‘말’이 아닌 ‘전과’”라고 말했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우리대학 이렇게 뽑아요] 한성대학교

    [우리대학 이렇게 뽑아요] 한성대학교

    정원외를 포함해 모두 615명을 선발한다. 원서접수는 9월11∼15일이며, 인터넷으로만 실시한다.361명을 뽑는 학업우수자 전형에서는 학생부 전 과목 가운데 ‘수’를 1개 이상 받은 학생을 대상으로 학생부와 전공적성검사 각 60%와 40%를 반영해 선발한다. 수능 최저학력기준은 적용하지 않는다. 실기우수자 전형은 실기고사로만 35명을 뽑는 독특한 전형이다. 대학독자기준에 의한 특별전형으로는 사회기여자 및 배려대상자, 학교장 추천자, 자격증 소지자 전형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사회기여자 및 배려대상자 전형에는 독립유공자 손·자녀, 국가유공자 자녀, 고엽제 후유의증환자 자녀,5·18민주유공자 자녀, 특수임무 수행자 및 그 자녀, 보건복지부에서 인·허가받은 국내 아동보육시설에서 3년 이상 지낸 자, 소년소녀가장,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군·경·소방·교도공무원 자녀 등이 지원할 수 있다. 대학독자기준에 의한 특별전형은 1단계에서 학생부로만 5배수를 뽑은 뒤 2단계에서 학생부와 구술 심층면접을 각 80%,20%씩 반영해 최종 합격자를 가린다. 이 밖에 정원 외로 선발하는 농어촌학생 및 실업계고 졸업자 특별전형도 있다.
  • 9·11테러 영화화 ‘플라이트 93’ 새달 8일 개봉

    현실을 현실보다 더 신랄하게 고발하는 게 다큐멘터리의 기능일 것이다. 새달 8일 개봉하는 ‘플라이트 93’(United 93)은 ‘타이밍’이 문제일 뿐 이제쯤 나올 수밖에 없었던 영화였다.2001년 9·11 테러사건을 스크린으로 옮긴 예측가능한 작업은 ‘블러디 선데이’(2002년)‘본 슈프리머시’(2004년)의 폴 그린그래스 감독이 나꿔챘다. 순발력을 발휘한 감독은 다큐멘터리 드라마 방식을 택해 소재의 정치적 위험부담을 최대한 줄였다. 미국의 심장부가 속수무책으로 화염에 주저앉는 충격의 장면들을 과연 어떤 요령, 어느 정도의 긴장 수위로 흡수할지가 ‘9·11 영화’의 관건. 백악관도 펜타곤도 아닌 미국연방항공국에 시종 카메라를 들이댄 이 영화는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또 한편의 하이재킹 오락물이 결코 아님’을 선언한다. 항로이탈한 민항기들로 뒤숭숭해진 연방항공국 관제센터, 테러의 배경을 알지 못해 허둥대는 현장상황을 복기하는 영화는 도입부에서부터 객석을 긴박감으로 몰아친다. 뉴욕 세계무역센터에 두 대의 민항기가 충돌하고 또 한 대가 국방부에 추락하는 장면을 속수무책 CNN뉴스를 통해서나 확인하는 연방항공국은 그 자체로 세계경찰을 자처했던 미국의 초라한 ‘자기고발’이다. 사태의 맥을 짚지 못해 허둥거리는 펜타곤과 백악관의 무능함이 다큐 방식으로 가감없이 노출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최소한의 카타르시스를 경험할 관객이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자아비판과 검열이 얼마나 힘든지(그것도 할리우드에서!)를 확인시킨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명백히 한계가 있다. 영화가 주목한 쪽은 비교적 정보가 많이 노출된 세 대의 폭파 민항기가 아닌, 이슬람 과격단체에 납치돼 국회의사당으로 돌진하다 펜실베이니아 외곽 벌판에 떨어진 유나이티드 에어라인 ‘UA93’. 사고 직전 희생자들과 전화통화한 유가족들의 증언, 블랙박스 분석자료 등을 토대로 재구성된 영화는 냉정을 잃어 다큐멘터리 본연의 순수성을 전달하지 못하는 우를 범했다. 자살테러를 막으려 테러범과의 사투를 벌이는 탑승자들의 이야기가 돌출 무용담처럼 재가공된 후반부는 (미국)시민영웅을 띄운 또 다른 형태의 액션물인 듯 할리우드 공간에서의 태생적 한계를 드러내고 만다. 역사인식과 상업주의가 어디쯤에서 타협했는지, 다큐멘터리의 소임을 얼마나 순수하게 고민했는지는 감독과 제작자만이 알 일이다. 당시 현장을 지휘한 연방항공국 국장을 비롯해 연기경력이 없는 일반인들이 캐스팅됐다.15세 이상 관람가.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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