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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신문 선정 10대뉴스 1위 “또 다시 구조조정”

    서울신문 선정 10대뉴스 1위 “또 다시 구조조정”

    ■국내 ●주가 폭락·환율 급등… 구조조정 확산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내 경기도 직격탄을 맞았다.원·달러 환율이 한때 달러당 1500원을 돌파했고 주가·펀드는 반토막 났으며 부동산 거래는 실종됐다.손실을 비관한 투자자와 증권사 직원의 자살 소식이 잇따르고 극심한 돈가뭄 속에 부도 기업이 속출했다.급기야 4분기(10~12월) 마이너스(-) 성장이 확실시돼 ‘외환위기보다 더한 위기’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구조조정이 확산되면서 대량실업도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이명박정부 출범… 국회 與大野小로 ‘실용과 변화’를 화두로 내세운 이명박 정부는 제2의 한강의 기적이란 국민적 여망을 안고 지난 2월 출범했다.10년 만의 정권교체는 진보에서 보수로의 ‘권력이동’이었지만 예기치 못한 쇠고기 파동과 세계적 경제위기를 맞았다.이어진 18대 총선에서도 한나라당은 과반 의석을 넘기는 153석을,민주당은 81석을 각각 얻어 ‘여대야소’의 정치 지형이 이뤄졌다.여야는 전·현직 정권의 책임 공방과 예산안 처리 등 1년 내내 대립했다. ●촛불집회로 번진 미국산 쇠고기 파동 4월17일 한·미 쇠고기 협상이 타결되고 30일 PD수첩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을 보도하자 5월2일 첫 촛불집회가 시작됐다.중·고등학생이 시작한 촛불집회는 주부·직장인 등 전국민으로 확대됐고,대통령이 두 번씩이나 사과했다.경찰의 강경진압과 폭력시위로 평화집회가 얼룩지기도 했다.또한 정부의 협상력 부재와 소통의 부재가 얼마나 큰 민심의 분노를 살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었다. ●금강산 관광객 피살… 남북관계 급랭 지난 3월 개성 남북경협사무소 우리측 직원들이 추방당한데 이어 7월11일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가 북측 초병이 쏜 총에 맞아 숨지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하면서 남북 관계는 위기에 봉착했다.우리측은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금강산 관광을 중단했다.북측은 개성관광을 중단시키는 등 남북교류에 냉기류가 형성됐다.8월 하순부터 불거진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상설’과 북한 군부의 영향력 강화로 한반도 정세는 더 불안정해졌다. ●국보 1호 숭례문 70대노인 방화로 소실 2월10일 오후 8시50분 국보 제1호 숭례문에서 불길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불은 끝내 잡히지 않았고,이튿날 새벽 시민들은 석조기단과 1층 일부만 남긴 채 처참하게 변해 버린 숭례문의 모습에 가슴을 쳐야 했다.사회에 불만을 품은 70대 노인의 방화라지만,국가와 국민 모두의 문화재에 대한 안전 불감증이 빚어낸 예견된 재앙이었다.지금 우리의 문화재는 안전한가.다시 한번 자문해 봐야 할 시점이다. ●이건희 회장 21년만에 경영일선 퇴진 “아직 갈길이 멀고 할 일도 많아 아쉬움이 크지만 지난 날의 허물은 모두 제가 떠안고 가겠습니다.”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지난 4월22일 기자회견을 갖고 경영 일선에서 퇴진했다.1987년 그룹 회장에 오른 지 21년 만이다.외신들도 이 회장의 퇴진사실을 긴급 타전할 정도로 큰 뉴스였다.이후 삼성그룹에는 전략기획실 해체 등 그룹 경영 전반에 걸친 혁신을 가져오게 하는 계기가 됐다. ●최진실·안재환씨 등 연예인 잇단 자살 ‘국민의 연인’이었던 최진실씨가 10월2일 서울 잠원동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그녀는 거액의 빚에 몰린 탤런트 안재환씨가 자살한 이후 그가 빌려 쓴 사채에 연루됐다는 악성 루머 때문에 괴로워한 것으로 알려졌다.그녀의 죽음으로 인터넷 ‘악플’에 대한 자성이 이어졌다.이후 트랜스젠더 연예인 장채원과 모델 김지후,그룹 엠스트리트의 이서현 등이 잇따라 자살해 충격을 줬다. ●노건평씨 구속… 참여정부 인사들 곤욕 새 정권에서 참여정부 인사들은 곤욕을 치르고 있다.청와대는 지난 3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가기록을 무단 반출했다고 밝혔고,노 전 대통령은 반발했다.결국 검찰 고발에까지 이르렀다.노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씨는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에 개입,30억원을 받은 혐의로 12월4일 구속됐다.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정대근 전 농협회장 등 다른 측근들에 대한 수사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日교과서 독도 영유권 명기… 한·일 갈등 일본 문부과학성이 지난 7월 일본 중학교 사회과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의 자국 영유권 명기를 발표하면서 한·일간 독도 영유권 논쟁이 되풀이됐다.정부는 강력 항의하고 주일대사를 소환하는 등 한·일 관계는 냉기류에 빠졌다.정부는 실효적 지배 강화 등 대책을 쏟아내기도 했다.또 미국 지명위원회(BGN)가 독도를 ‘주권 미지정 지역’으로 변경했다가 원상회복하는 과정에서 독도 영유권 문제가 한·미간 갈등으로 번지기도 했다. ■국제 ●미국발 금융 위기… 글로벌 경제 한파 리먼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을 한 9월 이후 최대 증권사인 메릴린치가 매각되는 등 미국발(發) 금융 쓰나미가 지구촌을 덮쳤다.세계 증권시장의 동반 폭락 등 전례없이 위축되는 경제상황에 각국은 앞다퉈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내놓고 있으나 효과는 미미하다.민간은행 국유화 등 국가의 적극적 시장개입은 향후 자본주의와 세계화가 과거와는 다른 양태로 전개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오바마,미국 사상 첫 흑인대통령 당선 미국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공화당 존 매케인 상원의원을 누르고 11월4일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탄생했다.8년 만에 집권한 민주당은 상·하원 선거에서도 압승했다.경제 부흥 및 국제적 역할 확대 등의 중대 과제를 짊어진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과정의 라이벌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국무장관에,로버트 게이츠 현 국방장관을 유임하는 등 파격적 인사정책을 펴고 있다. ●中 유제품서 멜라민… 지구촌 먹거리 공포 9월 분유 등 중국산 유제품이 함유된 식품에서 공업용 화학물질인 멜라민이 검출되면서 전 세계가 먹거리 공포에 휩싸였다.유제품의 단백질량을 조작하기 위해 멜라민을 넣은 ‘버려진 양심’으로 중국에서 유아 6명이 사망하고 5만여명이 신장결석으로 입원했다.이 사건을 계기로 한국은 물론 미국도 검출 기준을 만들었다.‘멜라민 분유’를 만든 중국업체 중 하나인 싼루(三鹿)사는 파산했다. ●147달러→30달러대… 국제유가 ‘극과 극’ 2008년 국제유가는 극과 극을 달렸다.수급 불균형,국제 투기자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지난 7월 배럴당 147달러까지 치솟았다.‘제3의 오일쇼크’를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왔다.하지만 9월 미국발 글로벌 경제위기로 4년 만에 30달러대까지 곤두박질쳤다.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내년 1월부터 하루 220만배럴을 감산하기로 결정하는 비상처방을 내렸지만,유가는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13억 中華의 힘’ 보여준 베이징올림픽 8월8일 개막된 2008 베이징올림픽은 중국 개혁개방 30년의 저력을 보여줬다.세계 204개국 1만여명이 참가한 이번 올림픽에는 장이머우 감독의 성대한 개막식과 마이클 펠프스의 수영 8관왕 신화,우샤인 볼트의 단거리 3관왕 등 전례없이 화려한 ‘기록’들이 쏟아졌다.하지만 대회 직전 불거진 티베트 독립 시위와 성화봉송 폭력사태,전 세계 반중 시위,대기오염,획일적 통제 등으로 잡음도 끊이지 않았다. ●소말리아 해적 준동… 유엔,소탕작전 결의 첨단장비와 지략을 갖춘 해적은 대담했다.올해 소말리아 연안에서 조사된 피해사례만 94건,납치된 배는 70여척에 달한다.이들이 몸값으로 챙긴 금액만 1억달러.11월 사우디아라비아의 초대형 유조선 ‘시리우스 스타’ 납치소식은 해적퇴치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을 크게 고취시켰다.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소말리아 해적 소탕작전을 육상으로 확대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중국 쓰촨성 대지진… 7만여명 사망·실종 중국 쓰촨(四川))성에서 5월12일 리히터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7만여명의 사망자를 포함해 수십만명의 사상자가 속출하는 대참사가 빚어졌다.중국 정부는 재난복구 및 인명 구조를 위해 14만명에 이르는 군 병력을 투입했으며,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복구현장을 진두지휘했다.극한 상황에서 연일 쏟아져 나온 감동의 스토리들과 주변국들의 구호활동은 전 세계인을 감동시켰다. ●태국 反정부 시위… 7년여만에 정권교체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영향력이 여전했던 태국에서 11월 반(反) 탁신 시위대가 정부 청사와 공항을 점거하는 등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결국 7년6개월 만에 정권이 교체됐다.지난 2년여간 태국은 총리가 다섯번이나 바뀌는 등 극심한 혼란을 거듭했으나,영국 태생에 옥스퍼드대를 졸업한 아피싯 웨차치와 민주당 대표가 총리에 오르면서 혼미했던 정국은 일단 진정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유럽 물리학연구소 ‘빅뱅’ 재현 실험 139억년 전 우주탄생의 순간을 재현하기 위한 기념비적 실험이 9월 실시됐다.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는 제네바와 프랑스 국경지대 지하 100m에 길이 27㎞의 원형터널과 대형강입자충돌기(LHC)를 설치,수소 양성자 광선을 충돌시켜 소규모 ‘빅뱅 재현 실험’을 했다.실험은 이틀째에 발생한 변압기 고장에 이어 액체 헬륨 유출 사고로 중단됐고,내년 봄 재개될 전망이다. ●미얀마 덮친 사이클론… 14만명 인명피해 5월 초대형 사이클론 나르기스가 미얀마를 강타해 모두 14만여명이 사망 또는 실종됐으며,49억달러(약 6조 6000억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미얀마 군사정부는 재난 발생 당시 이재민 구호보다 정권유지에 급급해 국제사회의 구호 손길을 뿌리치고 통제에 나서 피해는 더욱 가중됐다.아직까지 240만명에 이르는 이재민 대부분이 구호 지원을 받지 못한 채 기아에 허덕이고 있다.
  • [오바마의 각료·참모] (20)아니 던컨 교육장관

    [오바마의 각료·참모] (20)아니 던컨 교육장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운동 기간 교육 문제에 대해 “당파적 이해와 물어뜯기만 있을 뿐 서로가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는 것에 대한 이해가 없다.”고 비판해왔다.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교육 발전에 필요한 부분을 취해야 한다는 얘기다. 16일(현지시간) 차기 정부의 첫 교육장관으로 내정된 아니 던컨(44) 시카고 교육감은 이런 오바마의 고민을 해결해줄 적임자로 평가된다.특정 교원단체의 손을 들어주는 대신 양쪽의 주장을 골고루 수용해왔다.미셸 리 워싱턴 교육감과 같은 다른 교육 개혁가들이 교사들과 충돌을 빚어온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그의 내정에 대해 비즈니스 라운드 테일(BRT·전경련에 해당)에서 교육 정책을 담당하는 수전 트레이먼은 “양대 교원 단체 모두 오케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교육부장관으로서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 역시 부시 정부 교육 정책의 핵심인 ‘낙오학생 방지법(No Child Left Behind Law)과 새 정부 교육 정책이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다.초당적인 업무 수행뿐만 아니라 그는 교사의 질을 높이고 학교 체질을 개선하는 등 공교육 개혁에 있어서 확고한 명성을 갖고 있는 인물이라고 뉴욕 타임스는 설명한다.시카고 교육감으로 있으면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학교의 문을 닫고 새롭게 문을 열었다. 오바마가 던컨을 임명하는 기자회견장으로 삼은 ‘닷지 르네상스 아카데미’도 그 중 하나이다.어린 시절 교육이 더 중요하고 효과적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점도 오바마와 통하는 부분이다.그는 교육감 시절 수년간 3~4세 아이들의 교육 기회 확대에 힘써왔다. 오바마와는 아내인 미셸 오바마의 오빠를 통해 1990년대 초반부터 알게 됐고 이후 20년째 함께 농구를 즐기는 사이다.두 사람은 종종 시카고 학교를 방문하면서 교육 문제에 대한 생각을 공유해왔다. 선거 운동 기간에는 던컨이 오바마의 교육 정책을 담당했다.하지만 전국의 수많은 이해 당사자를 컨트롤하기에는 정치적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이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초등 교육에는 일가견이 있지만 고등 교육 문제에 대해서도 취약하다. 교육자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하버드를 우등으로 졸업했다.문맹문제 해결에 관심이 많아 대학시절 1년간 휴학을 하고 아이들을 가르친 적도 있다.키가 198㎝인 그는 1987년부터 91년까지 호주에서 농구선수 생활을 했다.이후 시카고로 돌아와 교육 운동을 시작으로 교육 문제에 전념해왔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서울광장] 1달러1표 對 1인1표/황진선 논설위원

    [서울광장] 1달러1표 對 1인1표/황진선 논설위원

    출범 10개월을 맞은 이명박 정부의 지지도가 바닥권에서 좀처럼 오를 줄 모른다.세계적인 경제위기의 한파로 가계와 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된 탓이 크다.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신자유주의적 성장정책에 집착해 민주주의와 민주적 절차를 가벼이 여긴 탓도 작지 않은 것 같다. 돌이켜 보자.지난 5∼7월의 촛불집회는 한·미 쇠고기협상 졸속 타결이 도화선이었다.미국 의회가 “쇠고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비준 동의안을 통과시켜 줄 수 없다.”고 하자,30개월 이상된 쇠고기의 수입을 허용하는 독소조항을 덜컥 받아들인 때문이었다.국민의 불안은 생각하지 않고 자유무역협정 비준이 우리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매몰된 탓이다. 이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는 근·현대사교과서 수정 파동,우편향 인사 현대사 특강,‘4·19 데모’ DVD 배포로 이어지며 논란에 논란을 불렀다.이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대한민국 건국 60년은 성공의 역사,발전의 역사,기적의 역사였다.”며 ‘광복절 대 건국절’논란에 불을 지폈다.야당과 시민사회단체는 이데올로기를 초월하는 광복절의 의미는 축소하고,1948년 이승만 정부수립과 그 이후의 경제발전에만 더 의미를 부여해,대한민국을 뿌리부터 우익국가로 규정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군의 ‘불온도서’ 목록 지정,교육과학기술부의 ‘좌편향’ 고교 근·현대사 교과서 수정 지시,서울시교육청의 고교생들을 상대로 한 우익인사들의 현대사 특강도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정통성을 새로 세워야 한다는 연장선상에 있다. 최근 교육부가 1만여 초·중·고교에 현대사 교육 보조교재로 배포한 ‘기적의 역사’ DVD는 이념과잉의 ‘백미’라고 할 만하다.‘기적의 역사’는 1960년대 영상에서 ‘4·19 데모’라는 제목으로 4·19 혁명의 폭력성을 부각시켰다.4·19는 박정희 시대조차도 ‘의거’로 치켜세운 민주화의 이정표가 아니던가.1950∼1970년대는 이승만·박정희 대통령의 경제발전 치적으로만 채웠다.또한 80년 광주민주화운동과 87년 6월항쟁,남북화해 노력 등은 빼놓고 청계천 복원 사업을 집어넣었다.한마디로 경제발전과 법치에만 집착해 민주화 및 통일 노력은 넣지 않은 것이다. 경제발전과 민주주의는 선진화로 나아가기 위한 두 축이다.하지만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의 장하준 교수는 저서 ‘나쁜 사마리아인들’에서 신자유주의적 발전론자들의 전가의 보도인 자유시장과 민주주의가 상호보완적이 아니라고 설명한다.“민주주의는 1인1표의 원리에 따라 움직이고 시장은 1달러1표의 원리에 따라 움직인다.당연히 전자는 한사람 한사람에게 동일한 비중을 둔다.후자는 돈을 많이 가진 사람일수록 더 큰 비중을 둔다.따라서 민주적인 결정은 대개 시장의 논리를 뒤엎는다.” 장 교수는 근본적인 차원에서 충돌하는 양자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신자유주의의 거센 파도 속에 비정규직이 크게 늘어나고,88만원 세대가 등장했으며,청년실업이 줄지 않아 2003년부터 20대의 자살이 교통사고를 제치고 사망원인 1위에 올랐다.통계청에선 얼마전 전국 상하위 가구의 소득격차가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크게 벌어졌다고 발표했다.신자유주의를 맹신하면 양극화가 가속될 수 있다.이명박 정부는 장 교수의 지적대로 경제발전뿐 아니라 민주주의를 소홀히 여겨서는 안 된다. 황진선 논설위원 jshwang@seoul.co.kr
  • [오바마의 각료ㆍ참모] (17)에너지 장관 내정 스티븐 추

    [오바마의 각료ㆍ참모] (17)에너지 장관 내정 스티븐 추

    ‘대체 에너지와 재생 에너지 연구,특히 탄소제로 에너지 개발의 세계적인 리더’ 차기 버락 오바마 정부의 첫 에너지 장관으로 내정된 스티븐 추(60) 로런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 소장을 LBNL 공식 홈페이지는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추 소장은 이런 관점에서 그동안 대체 에너지 연구를 강조해온 버락 오바마 당선인과 ‘코드’가 맞아 에너지 장관에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97년 노벨 물리학상 공동 수상자이기도 한 추 소장은 LBNL의 연구 방향을 바이오 에너지,인공 광합성,태양 에너지 중심으로 바꿔온,대체 에너지와 신 에너지 개발에 강한 신념을 갖고 있는 과학자다.특히 그는 온실가스 배출 문제에 있어 단호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지난 6월 워싱턴에서 가진 강연에서 그는 “1000달러(약 140만원)만 더 쓰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는 집을 지을 수 있다.하지만 미국인들은 그럴 돈이 있으면 대리석 싱크대를 만들고 싶어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중국계인 추 소장은 졸업 후 1978년 벨연구소를 거쳐 1987년 스탠퍼드대 물리학과로 옮겨 학과장까지 지냈다.벨 연구소에서 동료들과 원자냉각법을 개발했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이후 노벨 물리학상 공동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하지만 기후변화와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2004년 지금 일하고 있는 LBNL로 자리를 옮겼다.에너지부 산하에 있는 LBNL은 연간 예산만 6억 5000만달러(약 8700억원)에 이르는 거대 연구소다.오바마와는 직접적인 인연이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진 추 소장은 워싱턴 정가와도 거리가 먼 인물이다.또 에너지부 핵심 업무인 핵무기 문제에 대해서도 경험이 거의 없다.이런 점들이 에너지 장관으로서 그의 취약점으로 꼽힌다.하지만 그는 라스베이거스 인근 유카산에 핵폐기물처리장을 건설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점에서 오바마 당선인과 뜻을 같이 한다. 한국과는 지난해 경원대 가천 바이오 나노연구원의 명예원장 겸 명예교수로 위촉되면서 인연을 맺은 바 있다.로체스터대학에서 수학과 물리학을 전공하고 UC 버클리대에서 물리학박사를 받았다.취미는 사이클,수영,요리다.옥스퍼드대 출신의 물리학자인 아내 장과 전처 사이에서 난 아들 2명이 있다.한편 LBNL 대변인은 추 소장의 장관직 내정 보도 내용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을 피한 채 추 소장이 아시아와 유럽을 여행 중이며 오는 15일 귀국한다고 밝혔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기록문학의 부활

    암울했던 시절의 엄혹한 현실 아래선 예술적 상상을 조금 덧대는 것조차 사치스럽게 느껴지곤 했다.다소 거칠고 날것의 느낌이 나더라도 더욱 생생하게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그리고 그것은 ‘기록문학’이라는 이름의 문학 장르로 자리잡았다.자취를 감추는가 싶던 기록문학이 정치적,사회적으로 시절이 하 수상해지며 다시 등장하고 있다.‘전태일 평전-어느 청년 노동자의 삶과 죽음’(조영래 씀)에서 30년이 흐른 뒤 나온 ‘지겹도록 고마운 사람들아’(오도엽 씀,후마니타스 펴냄)는 전태일의 어머니 이소선씨가 중심이다.1970년대 이후 한국의 민주화운동과 노동운동,진보정치운동을 담은 생생한 기록이다.문익환 목사와의 인연,1987년 민주화운동유가족협의회를 만들던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일화 등이 생생하게 펼쳐져 있다. 나라 바깥의 기록 문학도 나왔다.‘양지를 찾는 사람들’(삠 끗사왕 씀,아시아 펴냄)은 태국에 있는 미얀마인 이주 노동자들의 얘기다.이주 노동자로서 타국에서 겪을 수밖에 없는 고초와 함께 현재 미얀마인들이 처한 정치적 억압과 그 역사 등을 직·간접적으로 증언한다.미얀마 군부정권을 부정하는 국제 NGO와 저항인사들은 이 나라를 여전히,군사 쿠데타 이전의 이름인 ‘버마’라 부른다. 책을 쓴 삠 끗사왕은 태국 출신의 프리랜서 저널리스트로서,1년 남짓 ‘버마’를 떠난 이들과 심층 인터뷰를 통해 책을 펴냈다.지금은 ‘국경없는 친구들’이라는 국제 NGO에서 일하고 있다. 같은 아시아권 국가이면서도 별 관련없는 듯한 미얀마라는 나라를 이해할 수 있음은 물론,우리 사회의 이주 노동자 문제에 대해서도 한 번쯤 돌아볼 수 있게 한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오바마의 각료·참모]⑪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서로 다른 정당에 기반을 둔 두 정권에 걸쳐 국방장관에 지명된 로버트 게이츠(65)는 ‘온건한 현실주의자’이면서도 소신있는 인물로 평가 받는다. 조지 H 부시 대통령 시절부터 각 정권에서 두루 활동한 데에는 확실하게 의견을 개진하면서도 충돌을 피하고 유연성을 발휘할 줄 아는 그의 장점이 자리잡고 있다. 게이츠가 영향력 있는 인물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은 1989년 백악관 국가안보담당 부보좌관이 되면서부터다.이후 보좌관을 거쳐 91년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됐다.당시 평직원 출신이 국장까지 오른 최초의 기록을 세웠다. 그는 빌 클린턴 대통령이 당선되자 각종 안보 현안에 대해 직접 브리핑하는 등 원만한 정권인수를 도왔다는 후문이다. 이런 초당적인 경력이 아니더라도 게이츠 장관의 유임은 일찍이 예견됐다.대선 기간에는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고 중립적인 입장을 지켰지만 공화당 정부에서 일하는 동안 꾸준히 소신 행보를 해왔다.아프가니스탄 병력 증강,쿠바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 등을 주장하는 등 안보 정책에 있어서 오바마 당선인과 견해를 같이하는 부분이 많다. 오바마와 달리 이라크 조기 철군을 반대해왔지만 유임 발표 후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그는 “(당선인이 생각하는) 16개월 철군 일정표에 대해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면서 “군 지휘관들이 이미 이라크에서 미군의 의무를 완수하고 16개월 내 철군을 좀 더 앞당길 수 있는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유임에 대한 ‘보은’으로 평가하지만 그보다는 그의 유연함이 발휘된 것으로 보인다. 66년 CIA에 입문해 CIA 국장에 오르기 전까지 옛 소련 관련 정보 분석을 주로 담당했다.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집권 시절인 87년 국장에 지명됐지만 이란에 무기를 밀매했다는 내용의 ‘이란·콘트라 스캔들’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 지명 철회된 적도 있다.93년 CIA에서 은퇴한 이후에는 텍사스 A&M 대학 총장을 지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억울한 옥살이 15년’ 36년만에 누명 벗다

     지난 1972년 춘천에서 경찰 간부의 딸을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15년간 복역했던 살인범이 재심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아내 36년만에 누명을 벗었다.춘천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정성태 부장판사)는 28일 초등학생을 성폭행한 뒤 목 졸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15년간 복역했던 정원섭(74·당시 38세)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정씨로서는 당시 사건 이후 살인범으로 낙인찍힌 지 36년만이자,억울한 누명을 벗기 위해 1999년 서울고법에 첫 재심을 제기한 지 10년만의 명예회복이다.  특히 그동안 간첩 조작 등 시국관련 사건 피고인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 선고는 수차례 있었으나,이처럼 일반 형사 사건의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재판부는 “당시 수사 경찰관들이 정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정도의 폭행·협박 내지 가혹행위가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된다.”며 “수사기관이 제출한 증거는 적법 절차에 반하는 중대한 하자가 있어 증거 능력이 없거나 절차적 하자 등의 문제로 증명력이 부족한 만큼 정씨에 대한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긴 시간 동안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법원의 문을 두드린 피고인 정씨에게 경의를 표한다.”며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마땅히 누려야 할 최소한의 권리와 적법절차를 보장받지 못한 채 고통을 겪었던 피고인이 마지막 희망으로 기댔던 법원마저 진지한 성찰과 고민이 부족했고,그 결과 피고인의 호소를 충분히 경청할 수 없었다는 점에 대해 어떠한 변명의 여지도 없다.”고 언급했다.  당시 ‘춘천 파출소장 딸 강간살인 사건’으로 알려진 이 사건은 1972년 9월27일 춘천시 우두동 논둑에서 한 초등학생(당시 9세·여)이 피살됐다.이 초등생 살해 혐의로 붙잡힌 정씨는 무기징역을 선고받고,15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끝에 1987년 모범수로 가석방됐다. 이후 정씨는 자신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1999년 11월 서울고법에 재심을 청구했으나 2001년 10월 기각됐다. 춘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오바마의 각료·참모] (6) 경제회복자문위장 폴 볼커

    버락 오바마 차기 미 행정부에 신설되는 경제회복자문위원회(ERAB) 의장에 26일(현지시간) 내정된 폴 볼커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은 올해 81세 ‘원로’다.그런 그가 20여년 만에 다시 미국 경제회생 작전에 투입된 배경은 선명하다.오바마 당선인은 그를 직접 지명하면서 “확고하면서도 독립적인 판단을 하는 인물”로 평가했다.또 “(공격할 때)사정을 봐주지 않는 고집있는 인물”이라는 평가도 덧붙였다.  외신들은 앞다퉈 볼커 등용 이면의 숨은 의미를 읽어냈다.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을 비롯해 새 경제팀이 지나치게 젊다는 일각의 비판을 의식한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의 노림수라는 해설이 지배적이다.오스틴 굴스비(ERAB사무국장),피터 오스자그(백악관 예산실장),제이슨 퍼먼(경제자문) 등 오바마 경제팀의 핵심 멤버들이 모두 30대.노련미가 부족한 이들을 보완하는 역할자로 발탁됐다는 평가다.뿐만 아니라 새 경제팀이 클린턴 행정부 시절의 재무장관 로버트 루빈 인맥에 편중됐다는 비판을 희석시킬 카드이기도 하다.  1979년부터 1987년까지 FRB의장을 맡았던 볼커의 별명은 ‘인플레이션 파이터’.별명처럼 그는 강력한 통화긴축 정책으로 물가와 거침없는 승부를 겨뤘다.1,2차 오일쇼크로 치솟은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연 20%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대담한 경제정책을 주도했다.이른바 ‘레이거노믹스’로 편입되는 정책이다.당시 볼커는 통화 긴축정책이 경기침체를 야기했다는 극심한 비난에 시달리기도 했다.살해 위협을 받아 따로 경호원까지 두고 다녔다.그러나 여론에 굴하지 않았고,결국 이겼다.연 14%를 기록했던 물가 상승률은 그가 퇴임할 즈음 4% 언저리로 떨어졌다.  이후 1990년대 경제 대호황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독일 출신 미 경제학자 헨리 카우프만은 그런 볼커에게 “20세기 전세계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중앙은행 총재”로 찬사를 보냈다.  오바마 당선인과의 인연은 그리 오래되진 않았다.지난해 6월 한 사적인 모임에서 처음 만났으나,대선 과정에서 최고의 경제정책 자문역으로 뛰었다.  프린스턴대를 졸업하고 하버드대 대학원,런던정경대학(LSE) 등에서 수학했다.1952년 FRB에 입문,이후 잠시 체이스맨해튼에서 일하다 재무부를 거쳐 1975년 뉴욕연방은행 총재로 발탁됐다.FRB 의장에서 물러나서는 한동안 프린스턴대 강단에 섰다.낚시광으로도 유명하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알립니다 본지는 현지 발음을 기준으로 삼는 외래어표기법에 따라 미국 재무장관 내정자의 이름을 ‘티머시 가이트너(Timothy Geithner)’로 표기합니다.
  • 신춘문예의 계절… 서울신문 역대 당선자 ‘천기누설’

    신춘문예의 계절… 서울신문 역대 당선자 ‘천기누설’

    신춘문예의 계절이 돌아왔다.신춘문예의 기능을 둘러싼 갖가지 비판에 머리로는 동의하고 고개를 주억거리게 되면서도 매번 늦가을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가슴은 하릴없이 벌렁댄다.첫사랑의 열병처럼 신춘문예 공고를 기다리고,자식처럼 소중한 작품을 누런 봉투에 넣어 보낸다.그리고는 한달 남짓,절대 다수는 새해 벽두부터 울분과 한숨으로 또다시 불면의 밤을 지새워야 한다.그러나 이상스럽게도 문학은 고통스러운 창작 과정 자체가 희열을 주는 마력적인 존재다.아직 늦지 않았다.  2009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는 다음달 12일까지 소설,시,시조,평론,희곡,동화 분야의 작품을 받는다.이 길을 먼저 걸어간 선배들의 ‘천기누설’을 들어본다.   ●서울신문 신춘문예는 한국문단의 자양분   1950년 첫 해부터 김성한,오영수라는,장차 한국문학사에 한 획을 그은 거목을 배출했다.소설 ‘무명로’로 당선된 김성한은 이후 ‘바비도’,‘오분간’ 등 주옥같은 작품을 남겼다.이해 ‘머루’로 가작을 차지한 오영수는 ‘갯마을’,‘삼호강’ 등 작품을 썼다.1979년 타계한 뒤 ‘오영수 문학상’이 제정됐다.이후 이동하(1966년),손영목(1977년),임철우(1981년),한강(1994년),한동림(1995년),하성란(1996년) 등 시대의 복판을 가로지르는 소설가의 산실로 자리매김됐다.  시도 마찬가지다.소설과 동화,평론,희곡,미술,영화 등 경계를 초월한 예술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제하(1956년)가 서울신문으로 등단했다.또 ‘겨울속에 봄이야기’로 당선된 박정만(1968년)은 ‘한수산 필화사건’의 고문 후유증으로 1988년 세상을 등졌지만,그의 시세계는 사후에 더욱 각광을 받았다.이수익(1963년),문효치(1966년),나태주(1971년),강태형(1981년),박남희(1997년) 시인도 모두 서울신문 신춘문예 출신이다.이밖에 권성우(1987년),한기(1988년),하응백(1991년),김문주(2001년) 등 평단의 뉴 제너레이션으로 꼽히는 젊고 힘넘치는 평론가들을 배출했다.한국 문단의 소중한 자양분들이다.   ●‘왜,문학인가’라는 물음에 대답할 수 있는가  선배들이 한결 같이 신춘문예의 비법은 없다고 말한다.대신 ‘문학 그 자체의 희열과 고통을 즐기라.’는 것이다.  단편소설 ‘풀’로 당선된 하성란씨는 “처음에 글을 쓰게 될 때는 기성작가의 글에서 많은 도움을 받곤 하는데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도움을 받되 그것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독창적인 주제의식과 문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씨는 “심사위원을 맡을 경우 그런 기준으로 본다.”고 귀띔했다.또 하씨는 “최근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자들이 현장에 나와 열심히 활동하는 것을 보면 많은 준비가 되어 있는 것 같아 보기에 좋다.”고 말했다.  1997년 ‘폐차장 근처’로 시 부문에서 당선된 박남희씨는 신춘문예가 만능이 아님을 역설했다.박씨는 “등단이 모든 것을 보장해 주는 것이 아닌 만큼 신춘문예를 통해서 문학을 새롭게 시작하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면서 “시가 좋기 때문에 시를 쓰고,도전하는 일이 좋기에 매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다보면 어느 순간 신춘문예 당선의 행운이 자연스럽게 자신을 찾아 올 것”이라고 충고했다.그는 “험난해보이는 관문이지만 끊임없이 도전하는 이에게 관대한 것이 또한 신춘문예”라고 도전자들의 의지를 북돋웠다.  최근 소설가 조세희씨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출간 30주년을 맞아 헌정문집 ‘침묵과 사랑’을 책임 편집한 권성우씨는 1997년 문학평론에 당선됐다.권씨는 “신춘문예 당선이 문학적 재능의 공식적 확인으로 통하는 등식은 이미 무너졌다.”고 단언했다.그는 “가벼운 대중 문화가 주류를 이루는 시대에 당신은 왜 문학을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스스로 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면서 “명료하게 답할 수 있을 만큼 치열하고 섬세한 자의식을 갖추지 못했다면 나의 문학이 습관적인 끄적거림은 아닌지 스스로 되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클래식, 모든 사람 가까이 다가갔으면…”

    “음악은 모두를 연결시키고,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것입니다. 클래식이 일부 부유층의 전유물이 아닌, 모든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되는 것이 우리의 바람입니다.”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 사이먼 래틀(53)이 18일 낮 서울 반포동 메리어트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단원들을 이끌고 이날 새벽 인천공항에 도착한 그는 “지금 몽롱한 상태지만 한국을 다시 찾은 데 행복감을 느끼고 있다.”고 운을 뗐다. ●“브람스에 새로운 감각 불어넣을 것” 래틀과 베를린 필하모닉은 20~21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연주회를 가질 예정. 래틀은 “전통적으로 베를린 필하모닉의 연주는 말러나 브람스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이들 작곡가로부터 한발짝 물러서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한국 공연에서 브람스를 연주하게 된 것은 매우 기쁜 일로, 브람스에 새로운 감각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베를린 필하모닉은 1882년 단원 54명으로 출범한 연주단체를 기반으로 1887년 공연 기획자인 헤르만 울프에 의해 설립됐다. 한스 폰 뷜로, 빌헬름 푸르트벵글러,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클라우디오 아바도 등 세계적인 지휘자에 이어 2002년 영국 리버풀 출신의 래틀이 상임지휘자로 취임했다. 베를린 필하모닉이 우리나라를 처음 찾은 것은 카라얀이 이끌던 1984년.2005년에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의 초청으로 21년만에 두번째 공연을 가졌고, 이번이 세번째이다. ●소외계층 청소년 800명 리허설 초청 래틀은 그동안 주로 현대음악을 선보였지만 이번 공연에서 베를린 필하모닉의 장기인 독일작곡가 브람스의 교향곡 전곡을 연주한다.20일에는 브람스 교향곡 1번과 2번,21일에는 3번과 4번을 나누어 들려준다. 베를린 필하모닉의 장기인 독일 정통파 레퍼토리에 대한 기대와 젊고 현대적인 취향의 지휘자 래틀이 어떻게 소화할 지에 대한 팬들의 궁금증을 의식한듯 그는 “아마도 연주가 모두 끝난 뒤에야 이 곡을 어떻게 새롭게 해석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래틀은 취임 이후 베를린 필하모닉 재단을 설립해 음악·예술 교육에도 힘을 쏟고 있다. 래틀은 해마다 베를린의 학교 오케스트라를 대상으로 리허설을 직접 지도하는가 하면 2년 과정의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 모두 이수한 학생은 무료로 공연을 볼 수 있도록 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베를린 필하모닉이 공연할 때 마다 50석을 청소년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기도 한다. 이번 공연에서는 이틀 내내 오전 10시부터 2시간 동안 갖는 무대 리허설에 소외계층 청소년 400명씩을 초청했다. 래틀은 “예술교육을 받을 기회는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주어져야 한다.”면서 “불우한 청소년뿐 아니라 노년층, 장애인은 물론 수감자도 나이와 위치에 관계없이 예술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열렬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만큼 우리 모두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주말탐방] 소비자원 시험검사국 식품미생물 검사팀

    [주말탐방] 소비자원 시험검사국 식품미생물 검사팀

    “광학현미경으로 보니 황색포도상구균의 개체가 상당한데요.”“모니터로 확대해 볼까요. 이 정도면 마트 카트 손잡이보다 많은 수준인데….” 12일 서울 염곡동 한국소비자원 시험검사국 식품미생물팀. 소독약 냄새가 코 끝에 맴도는 실험실 안에서 연구원들이 온갖 실험장비 사이를 분주하게 오간다. 책상 위에는 한창 안전성 검사 중인 시료들이 담긴 실험 용기와 기자재들이 가득하다. 연구실 한쪽 구석의 무균 작업대(Clean bench)에서 조심스레 시료를 무균 처리하고 있는 한 연구원. 최근 검사를 마친 와인병과 건강음료 페트병도 눈에 들어온다. 이곳은 최근 멜라민 파동으로 관심이 높아진 식품안전에 대해 소비자의 눈높이에서 책임지는 곳이다. 한국소비자원이 다루는 소비자 피해의 영역은 실로 다양하다. 식품과 자동차, 생활용품, 주택설비뿐 아니라 금융과 보험, 법률, 의료 등 전문 서비스 분야에 이르기까지 소비생활 전반에 대한 불만이나 피해에 대해 전문상담원이 직접 상담, 처리해 준다. 소비자원을 방문하거나 전화, 팩스, 인터넷 등으로 상담할 수 있다. 상담으로 피해사항이 처리되지 않는 경우에는 사실조사와 전문가 자문, 시험·검사 등을 통해 양 당사자에게 합의를 권고하는 피해구제 절차를 진행한다.30일 안에 이 절차가 완료된다. 합의가 되지 않을 때는 준사법적 성격을 가진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의 판결을 거치게 된다. 소비자 피해는 금액이 적고 피해의 책임을 가리기 쉽지 않은 만큼, 비용과 시간 부담이 큰 민사 소송으로 시비를 가리기 어렵다. 분쟁조정위가 이때 법원의 역할을 맡는 것이다. 분쟁조정위는 15일 이내에 조정 결정을 내린다. 이때 조정은 민사소송법 상 확정판결과 동일한 ‘재판상 화해’의 효력을 지닌다. 당사자가 결정에 따르지 않으면 강제 집행도 가능하다. 50명 이상의 소비자가 비슷한 피해를 집단적으로 당하는 경우에는 집단분쟁조정제도를 거칠 수 있다. 이때 조정은 일반적인 분쟁조정과 마찬가지로 재판상 화해의 효력이 있다. 지난해 소비자원에 접수된 소비자 상담 불만 사례는 모두 26만 3814건. 이중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관련이 전체의 절반 이상인 1만 5013건으로 가장 많았다.‘가입하기는 쉬워도 해지하기는 어렵다.’는 통설이 입증된 셈이다. 상담으로만 해결이 되지 않고 피해구제로 접수·처리된 사례는 모두 2만 2184건. 이중 인터넷서비스 가입 당시 약정한 사은품을 지급하지 않거나 계약해지 요구를 지연·누락하는 경우가 상당수를 차지했다. 콘도회원권 보증금 환급 지연이나 식품 변질·부패, 상조회 해약환급금 지급 거절 등도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식품안전 사각지대´ 우리가 지킨다 소비자원은 말 그대로 소비자의 권익을 높이기 위해 지난 1987년 출범한 국가 조직이다. 그 중 시험검사국은 시민들이 일상생활에서 쓰는 각종 상품의 품질과 성능, 안전성 등에 대한 검사를 통해 소비자에게 올바른 상품 정보를 제공하고, 업계에는 상품의 품질 향상을 유도한다. 식품미생물팀은 식품과 미생물 분야에 집중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이곳의 식품안전에 대한 관점은 다른 국가기관과는 다르다. 소비자원 정윤희 식품미생물팀장은 “식품안전과 관련된 다른 기관에서는 일반적인 안전의 기준을 정하고 현행법이 정한 기준에 맞는지를 따진다.”면서 “그러나 소비자원은 직접 쓰는 사람의 눈높이에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둔다.”고 설명했다. 법의 테두리에서 손을 쓰지 못하는 식품안전의 사각지대가 이들의 활동 영역인 셈이다. 올해 초 식품미생물팀에서 집중했던 과제는 녹차와 옥수수차 등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차 음료. 조사 결과 거의 모든 제품에 산뜻하고 깨끗한 맛이나 구수한 맛 등을 내기 위해 착향료나 감미료 등 첨가물이 들어 있었다. 원료나 제품명에서 ‘웰빙’ 음료임을 암시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와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에는 대여용 유아용품에 마우스의 손 닿는 부분이나 버스 손잡이보다 더 많은 일반 세균이 서식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정보 제공뿐 아니라 대안 제시도 소비자원의 중요한 역할이다. 유전자변형식품(GMO) 표시제 도입은 대표적인 성과. 지난해에는 묵제품의 원산지 표시와 인터넷쇼핑몰에서 판매하는 한우의 허위·과장광고 시정, 유통점 냉장판매대 온도관리 강화 등 10건이 반영됐다. 최근에는 다시마환에 과도한 쇳가루가 들어 있는 사실을 밝혀내고 쇳가루 제거를 위해 자석 설치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정부에 건의, 현행법에 반영시키기도 했다. 식품미생물팀 연구원 6명이 담당하는 식품안전 조사 프로젝트는 한 해에 15건. 한 건당 2~3개월이 소요된다. 조사 주제는 소비자 단체와 함께 정하는 경우가 많다. 이 역시 소비자의 눈높이에서 식품안전 문제에 접근하기 위해서다. ●식품안전 정보제공·대안제시도 소비자원 관계자들이 전하는 식품안전 인식의 ‘혁명’을 가져왔던 사건은 1989년의 우지파동. 일부 라면회사들이 면을 공업용 우지로 튀기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해당 업체 간부들이 줄줄이 구속되고, 연루 기업들은 도산하거나 심각한 경영난에 빠졌다. 이후 대법원에서 이들 업체에 대해 무죄 판결이 나고 과학적으로도 논란이 많지만 처음으로 먹거리 안전이 여론의 관심에 떠오른 계기였다. 그러나 최근 멜라민 파동에서도 나타났듯이 식품 안전의 수준은 여전히 낮은 편이다. 소비자들은 식품 안전에 대한 눈높이는 높으면서도 저렴한 제품만 찾고, 생산자 역시 이에 부응하여 저가의 원료를 들여와 저질 식품을 양산했기 때문이다. 소비자원 이광락 시험검사국장은 “모든 식품에 대한 전수검사가 불가능한 상태라 기준이 관리되지 않는 성분이 들어가면 이를 규명하기가 상당히 어렵다.”면서 “식품 안전의 수준이 높아지기 위해서는 무조건 싼 제품만 찾지 않고, 먹거리로 쓸 수 없는 원료는 사용하지 않는다는 전반적인 의식 수준의 향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건전지·여행용 가방 등 공산품도 검사 소비자원 시험검사국의 영역은 식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국 안의 29명의 연구원들이 식품을 비롯해 화학섬유팀, 전기전자팀, 기계용품팀 등으로 나뉘어 거의 모든 제품에 대해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검사를 실시한다. 최근에는 건전지와 전기온수매트, 여행용 가방, 핸드 드라이어, 음식물쓰레기 건조기 등에 대해 비교 조사를 하기도 했다. 일상 생활에서 자주 쓰지만 어떤 제품이 가격 대비 성능이 더 낫고, 안전상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등을 인터넷 홈페이지와 월간 ‘소비자시대’ 등의 간행물을 통해 알리고 있다. 소비자가 피해를 본 사례뿐 아니라 피해의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분쟁 대상이 되는 상품에 대해서도 검사를 실시한다. 소비자원 홍보팀 오승건 차장은 “어떤 제품의 안전성에 대해 개인적으로 의구심을 갖고 있는 일반인들도 일정 수수료만 부담하면 검사를 의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건강기능식품, 식약청 인증표시 꼭 확인하세요” 웰빙 시대에 맞춰 홍삼, 알로에, 글루코사민 등 건강기능식품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 조사에 따르면 2004년 건강기능식품의 신고제도가 시행된 이래 현재까지 1만 256개 품목이 신고됐다. 지난해 건강기능식품 총생산액은 7234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정작 믿고 살 수 있는 제품은 많지 않다. 최근에는 국적 불명의 영양제까지 시중에서 대거 유통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건강기능식품을 제대로 알고 선택하는 게 식품 안전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13일 식약청과 한국소비자원 등에 따르면 건강기능식품은 질병의 예방과 치료에 효능이 있는 의약품과 전적으로 다르다.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는 식품이지 치료와 예방을 위한 약이 아니다. 건강을 위해서는 건강기능식품보다 균형있는 식생활과 규칙적인 운동이 더 중요하다. 건강기능식품을 올바르게 선택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식약청에서 발급한 건강기능식품 표시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또한 제품의 정확한 기능과 유통 기한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자신에게 맞지 않는 약은 자칫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섭취량과 섭취 방법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구입할 때는 불필요한 상품을 충동 구매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공짜를 빙자해 상품을 판매한 뒤 대금을 청구하는 사례가 많은 만큼 판매자에게 인적 사항이나 카드 번호를 알려주면 안 된다. 길거리나 전화, 행사장 등에서 구입한 상품은 14일 안에 해약이 가능하다. 그러나 물품이 훼손되면 해약과 반품이 어렵다. 확실한 구입 의사가 없으면 판매원이 포장을 개봉하도록 유도하더라도 절대로 뜯거나 먹지 말아야 한다. 최근에는 인터넷을 통해 외국의 건강기능식품을 구매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한글 표시가 없는 외국 제품은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식품인 만큼, 사지 않는 게 낫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특히 ‘성기능 개선’,‘강장 효과’,‘Power’,‘Slim’ 등 자극적인 표현의 제품명을 사용하거나 광고하는 제품은 한번 더 고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6·15 회담장 들어가는 남편의 등이 그렇게 쓸쓸”

    “6·15 회담장 들어가는 남편의 등이 그렇게 쓸쓸”

    “6·15 정상회담 선언문을 쓰려고 밤늦게 회담장으로 돌아가는 남편의 등, 그렇게 쓸쓸할 수 없었다.” 이희호 여사가 평생 잊지 못하는 남편 김대중 전 대통령의 모습이다.9일 발간한 자서전 ‘동행’에서다. 이 여사는 자신의 87년 생애와 김 전 대통령과 살아온 47년의 세월을 자서전에 고스란히 담았다. ●고난과 영광의 87년 세월 고스란히 적어도 한국 정치사에서 ‘이희호’라는 이름은 고학력에 여성운동가라는 자기 정체성을 가진 퍼스트레이디로 통했다. 이 여사의 삶을 돌아보면 국가 최고 통치권자의 내조자에 머무르지 않았던 영부인이었음을 알 수 있다. 본인 스스로가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지만 당시 청와대 제2부속실 직원 가운데 호남사람과 기독교 신자는 단 한사람도 없었다고 한다. 한 측근은 ‘조용한 기독교인’이었다고 전했다. 삶의 원칙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40년대 해방의 역사부터 유신체제,6월 민주항쟁, 민주세력의 집권까지 이 여사가 써내려간 질곡의 세월은 한국 현대 정치사의 또 다른 기록으로 평가되고 있다. 자서전에는 ‘김대중 납치 사건’, ‘3·1 민주구국선언문 사건’, ‘김대중 내란 음모 사건’의 뒷얘기도 담겨 있다. 암울했던 현대사 한 자락 한 자락마다 김 전 대통령의 평생 동지이자 동반자로서 애환을 느낄 수 있다. 부제 ‘고난과 영광의 회전무대’는 김 전 대통령이 손수 붙였다고 한다. 부부의 일상적인 내면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 여사는 김 전 대통령에 대해 “대식가로 오해받는 건 군것질을 좋아하는 탓이다. 떡과 사탕을 즐겨 먹고, 여름에는 아이스바를 자주 먹는다. 청와대에서도 직원들이 사오는 붕어빵을 아주 좋아했다.”고 소개했다. 퇴임 후 김 전 대통령의 변화에 대해선 “미국 망명 시절에는 자동차 옆자리에 내가 없어도 모른 채 떠나버릴 정도였는데, 퇴임 이후엔 내가 어딜 가면 사고를 당할까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를 걸어서 안부를 확인한다.”고 밝혔다. 이 여사가 고집이 세고 드세다는 항간의 평가를 뒤돌아보게 하는 구절도 있다.‘정적(政敵)’이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망 이후 홀로 남겨진 3남매를 보며 “한번 안아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마음 아프다.”고 밝힌 대목에선 모성애가 느껴진다. ●계훈제·육영수·전두환과의 일화도 이 여사는 자서전을 통해 계훈제 선생과 김활란 박사, 육영수 여사, 전두환 전 대통령, 김정일 국방위원장, 힐러리 클린턴 미 상원의원 등에 대한 일화도 소개했다. 특히 힐러리 의원을 만났을 때 “첫 만남에서 단순히 퍼스트레이디로 머물 사람이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다. 대단한 카리스마가 느껴졌다.”고 이 여사는 회고했다. 이 여사의 자서전 출판기념회는 11일 오후 4시 서울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기로에 선 금융위기] 美 GDP ‘마이너스 성장’

    |워싱턴 김균미·파리 이종수 특파원|미국 국내총생산(GDP)이 마이너스 성장률을 나타냈다. 유럽의 경기신뢰지수도 1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경기침체 국면이 가시화되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30일 미국의 3·4분기 GDP 성장률이 -0.3%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7년 만에 가장 저조한 실적이다. 대다수 전문가는 내년 1분기까지 미국의 GDP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당초 전망인 -0.5%보다는 다소 나은 편이지만 마지막으로 경기침체를 겪었던 2001년 3분기의 -1.4% 이후 가장 부진한 수치이다. 특히 소비지출은 3.1%나 감소,1991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1980년 이후 최대의 하락폭을 나타냈다. 식료품과 의류 등 비내구재에 대한 소비지출도 6.4%나 줄어 1950년 이후 최악의 부진을 보였고 자동차와 가구 등으로 대표되는 내구재 소비는 14.1%나 감소했다. 이 역시 1987년 이후 최대의 하락폭이다. 미 소비지출이 예상 외로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나 미국의 경기침체 상황이 종전보다 훨씬 더 심각하고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도 이날 10월 역내 기업·소비자 경기신뢰지수가 전월대비 7.4포인트 하락한 77.5를 기록, 지난 1993년 이후 최저치라고 밝혔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5개국)의 10월 기업·소비자 경기신뢰지수도 9월보다 7.1포인트 떨어져 15년 만에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영국은 10월 주택 가격이 지난해 대비 14.6%나 폭락하는 등 1991년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미국과 유럽의 실물 경제가 침체 국면을 보이는 가운데 금융 부문은 다소 진정세를 나타냈다. 이날 오전 9시36분 현재 뉴욕증권거래소의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 종가보다 209.16포인트(2.33%) 상승한 9200.12를 기록했다. 유럽 증시도 오름세로 출발, 런던증권거래소의 FTSE100 지수는 개장 초 4271.15로 0.67% 올랐으며, 프랑스 파리증권거래소의 CAC40 지수도 2.34% 오른 3482.32로 장을 시작했다.3개월 만기 달러화 리보(런던은행간 금리)는 전날보다 0.23%포인트 하락한 3.19%로 14일째 하락세를 보였다. kmkim@seoul.co.kr
  • 재계71위 C&그룹 위기설에 겁먹은 증시

    재계71위 C&그룹 위기설에 겁먹은 증시

    “미국 증시가 오른 데다 우리나라 CDS가 떨어지면서 유동성도 풀릴 조짐을 보였고 대차잔고도 줄어드는 기색이 역력해 오늘은 정말 제대로 오르겠구나 했는데…”(W증권 애널리스트) 29일 증시는 말 그대로 ‘천당과 지옥’을 오간 ‘롤러코스터’ 장이었다. 전날 미국 증시가 10% 이상 폭등한 데 힘입어 코스피지수는 개장 34분 만에 1078.33까지 밀고 올라섰다. 이때만 해도 올 한해 내내 주식을 팔기만 하던 외국인이 1000억원대 이상 순매수세를 보이면서 증권가에는 환호성이 울렸다. 상승 반전까지는 아니더라도 1000선만은 어떻게든 올라간다는 희망 때문이었다. 그러나 오전 11시 무렵부터 부동산 위기설이 불거지고 건설·은행주가 폭락하고 자산기준 재계71위 C&그룹의 워크아웃설이 터져나오면서 오후 2시18분쯤엔 920.35까지 폭락했다. 마감은 조금 오른 968.97로 끝났다. 이날도 증시는 결국 장 막판에 1196억원을 순매수한 연기금에 기댔다. ●하루 변동폭 15.81% 역대최대 증시는 이날 하루에만 157.98포인트나 오르내리며 일중 변동성이 15.81%를 기록했다. 이는 종가뿐 아니라 장중 가격을 표시하기 시작한 1987년 6월 이래 최대의 변동폭이다. 역대 일중 변동성 기록 ‘톱5’를 살펴보면 10월24일 이후 기록이 나란히 금·은·동메달을 차지하고 있다.4위 기록부터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때 일이다.‘최근 위기가 외환위기 때나 다름없다.’는 말이 실감나는 대목이다. 최근 들어 이처럼 증시가 극도로 크게 널뛰는 이유는 “천(天·1000)이 무너졌다.”는 말에서 드러나듯 코스피지수 1000선이 붕괴되면서 투자 심리가 극도로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금융위 “유언비어 강력단속” 이날 악재는 세 가지였다. 건설사 C&그룹의 채권단 공동관리, 이로 인해 다시 부각된 부동산PF 부실 우려와 IMF 구제금융설. 이 얘기들은 곧 다른 건설사가 추가로 쓰러지고 이들에게 대출했던 은행들이 줄줄이 쓰러질 것이라는 괴소문으로 번져 시장을 휩쓸었다. 우방이나 신한은행 등 괴소문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던 건설사와 은행들은 급히 해명에 나섰지만 은행주는 14.60%, 금융업주는 11.87%, 증권주는 11.51%, 건설주는 8.31%씩 각각 폭락했다. 당장 금융위 등 금융감독 당국은 장이 마감되자마자 유언비어 유포행위에 대해 강력히 단속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런 시장 움직임을 공포에 질린 모습으로 본다. 전병서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어떤 기업의 부도가 금융권에 악영향을 끼치면서 전반적인 위기로 이어지려면 제조업 기반의 거대 기업이어야 한다.”면서 “이날 거론된 회사 가운에 그런 조건을 충족하는 회사는 없다.”고 말했다. 설사 소문대로 몇몇 회사가 무너졌다 해도 우리 경제가 그 정도는 받아낼 힘이 있는데 불안심리만 이를 외면하고 있다는 얘기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흰 백조만 있다고? 통념 깬 ‘극단의 시대’

    ●어느 누구도 최악의 월가는 생각 못했다 미국발(發) 금융쇼크가 세계를 통째로 뒤흔들고 있다. 대공황이 다시 찾아올 거라는 불안감이 이미 팽배해 있다. 그러나 이같은 전지구적 위기상황은 제대로 예견되지 않았다. 세계 금융의 중심인 미국 월가의 전문가들조차 앉아서 뒤통수를 맞았다. 리먼 브러더스, 메릴린치 같은 월가 굴지의 투자은행들이 줄줄이 무너지고 세계 최대 보험사인 AIG가 연방정부의 구제금융으로 가까스로 연명하리라곤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음이다. 세계적 위기를 예측하지 못한, 거대 해프닝 같은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미국 월가의 투자전문가인 나심 니컬러스 탈레브는 이를 ‘블랙 스완(Black Swan)’이란 짧은 해답으로 대신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누구도 최악의 파국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으려 회피했기 때문이라는 통박이다. 최근 경제경영 분야에서 신개념으로 급부상한 ‘블랙 스완’의 유래는 18세기 유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구인들이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에 첫발을 디뎠을 때 검은색 백조를 처음 발견한 충격은 엄청났다.‘백조는 반드시 희다.’는 통념을 완전히 깼기 때문이다. 과거의 경험에만 의존한 판단이 행동의 준거가 되어서는 위험하다는 은유로 출발한 ‘블랙 스완’은 개연성이 대단히 희박한 사건을 지칭하는 의미로 굳었다. 일련의 금융위기 상황에서 책과 저자가 주목받는 데는 이유가 있다. 월가의 투자전문가로 일하면서 1987년 ‘검은 월요일’을 생생히 경험한 저자는 이후 ‘검은 백조’현상에 대한 견해를 구체화해 나갔다. 그러다 지난해 말 책을 출간했고, 한달 만에 서브프라임모기지론 사태가 터지자 언론과 재계의 시선이 집중됐다. 그도 그럴 것이 책을 통해 저자가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파국이 월가를 덮칠 것”이라고 경고했을 때 학계와 금융계는 그에게 혹평을 쏟아 부었다. ●18세기 濠도착 유럽인들이 본 ‘검은백조 충격´서 유래 저자는 ‘검은 백조’ 현상에는 세가지 주요 양상이 수반된다는 주장을 내놓는다. 첫째는 ‘극단값’. 통계학 전문용어로, 과거의 경험으로는 도무지 가능성을 예측하기 어렵기에 일반적으로 기대영역 바깥에 놓이는 관측값을 뜻한다. 두번째 양상은 그것이 극심한 충격을 몰고 온다는 것. 세번째는 막상 검은백조의 존재가 드러나고 나면 그제서야 부랴부랴 다 알고 있었다는 듯 소급 해석들을 내놓는다는 것이다. 최근의 세계 금융위기는 이 모든 요소를 하나도 빼놓지 않고 완벽하게 갖춘 ‘블랙 스완’이라는 게 책의 주장이다. 구글의 대성공,9·11 테러 등도 대표적인 검은 백조라고 덧붙인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검은 백조의 출현에 번번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는 걸까. 한마디로 우리는 실제로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이 알고 있다고 스스로를 기만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관찰과 경험에 근거한 학습이 얼마나 제한적인지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책은, 설명을 위해 칠면조 이야기를 끌어온다. 날마다 먹이를 주는 주인에게서 스스로 보편적 규칙을 찾은 칠면조는 추수감사절날 자신을 요릿감으로 처리하려는 주인을 뻔히 보고서도 도망가지 않는다는 얘기다. ●구글 대성공과 9·11테러 대표적 검은 백조 지은이는 우리가 사는 세계를 그래서 ‘극단의 왕국’이라고 이름짓는다. 공황, 전쟁, 테러 등 거대한 사건들이 현실의 모든 것을 뒤바꾸고 지배한다는 논리에서다. 현실세계는 늘 우리가 머릿속으로 기대하는 모습과는 딴판이라고 지적하며, 관념 속의 세계를 현실로 착각하는 ‘플라톤주의적’ 오류를 벗어나야 한다고 충고한다. 직설화법의 원색적인 충고도 잇따른다. 넥타이 차림의 신사들, 다시 말해 은행가와 금융기관, 강단의 학자들을 경계하라고 일침을 날린다. 그들이야말로 검은 백조의 출현을 제대로 예견한 적이 없는데다 예견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존재들이라고 맹공을 퍼붓는다. 현실에 대해 대단히 논쟁적으로 출발한 자세에 비한다면, 책의 결론은 다소 맥이 빠진다. 경험적 인식에만 의존하지 말고 우리가 (현실을)모른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경계해야 한다는, 다분히 관념적인 견해들을 나열한 점은 아쉽다. 하지만 위기국면에서 건져 올릴 메시지는 분명히 있다.“(무슨 일이 일어날지 누구도 모르는 상황이라면)당신은 항상 당신이 하는 일을 장악하고 있어야 한다. 그것을 당신의 목표로 삼아라.” 2만 50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현재의 자본주의는 ‘흐름의 경제’

    1980년대 후반 학생운동권과 노동운동현장의 필독서였던 이진경의 ‘사회구성체론과 사회과학방법론´(그린비)이 20년 만에 증보판으로 재출간됐다.‘사사방´이란 약칭으로 통용되던 이 책은 당시 한국의 사회구성체논쟁에 과학적 사회분석의 틀을 제시하며, 사회변혁세력의 이론적 길잡이로 각광받았다. 증보판 ‘사사방´에는 초판이 발간된 1987년 이후 20년이 흐른 기간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보여 주는 글들이 새롭게 추가됐다. 여전히 필명 이진경으로 활동하는 박태호 서울산업대교수는 논문 ‘87년 이후 한국사회와 사상의 변화´ ‘자본주의와 흐름의 경제´와 에세이 ‘제국주의와 제국 사이´ ‘촛불시위와 대중의 흐름´을 통해 오늘날 한국사회의 문제점과 변화 가능성의 지점을 새롭게 제시한다. 저자는 “박정희체제 이래 한국의 다양한 정치적 세력들을 분할하고 결집시키던 적대의 구도는 이른바 ‘민주-반민주´의 대립이었으나 87년 이후 정치적 대립을 전체화하는 새로운 대결의 지점은 여러 영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양극화와 결부되어 있다.”고 진단한다. 즉 한국사회를 양분하는 주요 모순이 ‘민주-반민주´의 전선에서 ‘다수자-소수자´의 전선으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다수자와 소수자는 숫자가 아닌 이권이나 이득의 많고 적음을 의미한다. 이른바 ‘민주인사´들이 다수자의 척도에 서서 행동하는 경우 그들은 다수자쪽에 있는 것이고, 보수적인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해 배타적인 대기업노조의 모습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진경은 또 전지구적으로 진행되는 현재의 자본주의를 ‘흐름의 경제´로 규정한다. 영토국가시기에 성립된 과거의 자본주의가 자본과 국가가 동일한 공간을 통해 결합해 작동하는 ‘공간의 경제´라면, 지금은 정보기술혁명을 바탕으로 자본과 노동력의 흐름이 공장의 경계를 벗어나 사회적 영역 전반으로 확장되는 시기라고 분석한다. 또 대중은 그 자체로 진보적이지도 보수적이지도 않으며, 촛불시위처럼 흐름을 형성하는 방식으로만 존재하기 때문에 대중의 활동이나 대중정치를 흐름의 양상에 개입하는 문제로 사유하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지적한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김성호 전문기자의 한국서 길찾는 이방인] (27) 프란치스코 전교 봉사회 하이디 브라우크만 수녀

    [김성호 전문기자의 한국서 길찾는 이방인] (27) 프란치스코 전교 봉사회 하이디 브라우크만 수녀

    ‘수녀의 변신은 무죄?’ 사람은 태어나 한평생을 살면서 이런저런 이유로 종전과는 다른 길을 택해 다르게 살아가기 마련이다. 흔히 ‘변신’이란 말로 그런 변화를 이야기한다. 그러면 하느님을 믿고 평생 독신으로 살기를 서원한 수녀의 변신은 어떨까. 독일 출신의 하이디 브라우크만(65·한국명 백혜득) 수녀는 이땅에 선교사로 건너와 수많은 변신을 거듭하며 한국 사람들 곁을 지키고 있는 독특한 인물. 가난하고 아픈 사람들을 위해 평생을 바치겠다는 ‘제2의 서원’을 한 채 수녀에서 의사로, 사회복지사로 삶을 바꾸어 가며 43년째 한국에서 봉사하고 있다. ●원주가톨릭병원서 의사·사회복지사까지 겸해 강원도 원주시 단계동 프란치스코 전교 봉사 수녀회. 거동이 불편한 110명의 노인을 수용할 수 있는 노인요양시설인 ‘사랑의 집’과 ‘실비 사랑의 집’이 같이 들어서 있는 이곳은 한국에서 자체적으로 생겨난 수녀회인 프란치스코 전교 봉사 수녀회의 요람. 인근 학성동의 원주 가톨릭병원을 비롯해 전국 9개의 노인복지시설과 9개의 장애인복지시설,8개의 아동복지시설,3개의 복지관을 거느린 수녀회의 총본산이기도 하다. 이 많은 시설을 움직이고 있는 중심이 바로 하이디 브라우크만 수녀. 프란치스코 전교 봉사 수녀회를 창립했을 뿐만 아니라 원주 가톨릭병원을 세웠고 10여년 전부터는 아프리카를 비롯해 해외에 수녀를 파견해 현지 학교며 병원 등을 운영하며 어려운 이들을 돕는 일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여러 번의 인터뷰 요청 끝에 어렵게 수녀회 사무실에서 만난 브라우크만 수녀는 나이를 가늠하기 힘들 만큼의 해맑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치아가 흔들려 임플란트 치료를 받고있는데 이가 너무 아파 말을 제대로 할 수 없단다. 첫 대면부터 “기자 만나기를 워낙 싫어하고 할 말도 없다.”고 말을 아끼던 수녀가 후유증으로 부은 얼굴을 만져가며 지난 일을 하나둘씩 털어놓는다. 독일 베스트팔렌의 독실한 천주교 집안에서 3남5녀 중 막내로 태어나 귀여움을 한껏 받고 자랐지만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하겠다고 성골롬반 외방전교회에 몸과 마음을 담았다. 한국 파견이 결정된 뒤 백과사전을 뒤져 알아낸 한국 관련 정보는 수도 서울과 한강, 이승만 대통령이 전부. “백지 상태로 한국에 왔어요. 한국에 와서야 이승만 대통령이 아닌, 박정희 대통령이란 사실도 알았지요. 정말 아무것도 모른 채 한국 땅을 밟았습니다.” 1960년대 후반이었으니 이 땅의 대부분 사람들이 먹고살기가 힘겨운 시절. 청계천 변의 빈민촌 식당에서 밤마다 대학생들과 함께 구두닦이며 오갈 데 없는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친 야학교사가 이 땅 민초들과의 첫 만남이다. “가난하고 의지할 곳 없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을 줄이야…. 사방을 둘러봐도 굶주리고 제대로 입지 못한 채 잘 곳도 없는 사람들뿐이었어요.” 변변히 의지할 곳도 없이 힘겹게 살아내야 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성경 누가복음을 외곤 했다. ‘주님의 성령이 나에게 내리셨다./…/묶인 사람들에게 해방을 알려주고 눈 먼 사람들을 보게 하고 억눌린 사람들에게 자유를 주며 주님의 은총의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누가복음 4.18-19) ●60년대 청계천 빈민촌 보고 ‘누가의 복음´ 실천 ‘누가의 복음’을 단지 성경에 박혀 있는 문구가 아닌 몸으로 실천한 것은 그렇게 청계천의 아픔을 보고서였다.2년간의 야학교사 생활을 접고 원주교구에 소속돼 삼척에서 아픈 이들을 돌보기 시작한 게 본격적인 병자 사목의 시작. 가난한 환자의 집 집을 찾아다니며 돌보던 중 몸은 아프지만 치료시설의 문턱에도 갈 수 없는 이들의 도움이 절실함을 알곤 직접 의사가 되기로 했다. 가톨릭의대 흉부내과를 마쳐 의사 자격증을 땄고 영국에서의 수련기를 거친 뒤 원주 가톨릭센터 안에 작은 진료소를 차려 가난한 환자들을 맞기 시작했으며 결국 원주 가톨릭의원을 열기에 이르렀다. 의과대학 시절엔 주말마다 성나자로 마을을 찾아 한센병환자며 결핵환자들과 지내던 중 결핵에 감염돼 한동안 고생하기도 했다. “대학시절 그곳 나자로마을 생활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거듭 확인하곤 했습니다. 사실 병원을 열면서도 두려운 마음이 많았어요. 하느님에게 모든 것을 맏기고 부닥치기로 결심한 채 기도에 의지해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원주교구 초대 교구장 지학순 주교와의 만남은 지금까지 줄곧 믿음과 희망을 잃지 않게 해준 인연이자 인생행로의 방향타.“가난하고 힘든 사람들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린 사람이었지요. 제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분입니다.” 지학순 주교를 말하는 수녀의 표정이 엄숙하다. 지금처럼 전국 9개의 노인 요양·복지시설을 세워 운영하게 된 것은 원주 가톨릭의원을 세우기 전 한 노인을 만난 것이 계기다. 원주 시내에서 한참을 벗어난 산기슭 빈 집에 혼자 살던 노인을 진료차 찾아가 “무엇이 가장 필요하냐.”고 묻자 대뜸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니 목숨을 끊을 칼을 달라.”고 했다. 곧바로 노인을 자신이 살던 집 옆 전세방에 옮겨 살게 했다. 중앙대 사회개발대학원을 다녀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을 딴 것도 그 인연이 계기가 됐다.1993년 사회복지법인 프란치스코 사회복지회도 설립했다. “나와 함께 누가의 복음을 함께 펼 사람들이 없을까?” 아무것도 모른 채 넘어온 낯선 땅에서 여성의 몸으로 겪는 갈등과 어려움이 오죽했을까. 힘들 때마다 함께할 동역자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고 그래서 1983년 세운 게 프란치스코 전교 봉사 수녀회. 현재 한국인 수녀 280명이 그의 뜻을 따라 곳곳에서 봉사와 성당 사목을 하고 있으며 아프리카의 잠비아·에티오피아와 브라질, 인도에도 20여명이 파견돼 있다. 국내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난 수녀회는 적지 않지만 해외에서 다른 수녀회나 천주교 단체에 의지하지 않고 직접 의료·교육 봉사활동을 하는 공동체를 운영하는 한국 수녀회로는 사실상 유일한 셈이다. 인도와 페루에서 진료소와 장애인 시설이 필요하다는 요청을 해와 다음달이면 그곳에도 다녀와야 한다. ●죽음 앞둔 무의탁 노인 환자가 대부분 지금도 원주 가톨릭병원에서 24시간을 살며 환자 돌보기를 계속하고 있다. 병원 개원 이후 줄곧 병원에서 살다시피 했지만 얼마 전부터 격주로 24시간 병원을 지킨다. 새벽 느닷없이 병세가 악화된 환자가 생기면 마다 않고 병실로 뛰어간다.9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원주 가톨릭병원 35석 규모의 3층은 호스피스 병동. 다른 병원에서 받아들이기를 꺼리는 말기의 무의탁 노인들이 대부분인 만큼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를 일이다. 실제로 “임종 지키기가 다반사”라고 곁에 앉았던 수녀가 귀띔한다. 외국인 수녀의 몸으로 이 땅에서 그 많은 사역을 할 수 있게 해준 힘은 과연 무엇일까. 그를 선교사에서 의사로, 사회복지사로 살며 많은 일들을 벌여 변함없이 가난하고 아픈 이들의 곁을 지키게 해준 것은 한 개인의 욕심일까 ‘기름부음을 받은 복음 전파자’로서의 소임 때문일까”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았으니 하느님을 위해 살아야 하고 다른 사람에게 내가 좋아하는 하느님의 뜻을 전할 뿐입니다.” 거침없이 돌려주는 대답은 그랬다.“부모님의 만류를 뿌리치고 23살 나이에 한국 땅을 밟은” 수녀의 변신은 아무것도 없었던 것이다. 글 사진 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하이디 브라우크만 수녀는 ●1943년 독일 베스트팔렌 출생 ●1966년 한국입국 ●1975년 가톨릭 의대 졸업 ●1982년 원주 가톨릭의원 개원 ●1983년 프란치스코 전교봉사 수녀원 창설 ●1984년 노인요양원 ‘사랑의 집’ 개원 ●1987년 영월 가톨릭의원 개원 ●1988년 중앙대 사회개발대학원 석사 ●1993년 사회복지법인 프란치스코 사회복지회 설립 ●1992년 성 보나벤뚜라 노인요양원 개원 ●1995년 프란치스코 전교봉사 수도회 창립 ●2000년 제10회 호암상 수상 ●현재 원주 가톨릭병원 병원장겸 의사로 환자 진료
  • [제89회 전국체전] 21년만에 제일 멀리 점프

    21년간 요지부동이던 육상 멀리뛰기 한국신기록이 깨졌다. 14일 여수 망마경기장에서 열린 제89회 전국체전 육상 마지막날 남자일반부 멀리뛰기에서 김덕현(23·광주시청)이 8m13을 뛰어 1987년 김원진이 세운 한국신기록(8m03)을 10㎝ 경신했다. 자신의 최고기록이 7m96이었던 김덕현은 전국체전 멀리뛰기 4연패의 기쁨도 함께 누렸다. 사흘 전 열렸던 주종목 세단뛰기에서 자신이 보유한 한국신기록(17m07)에 못 미치는 16m53의 기록으로 은메달에 그친 김덕현이기에 멀리뛰기에서의 ‘깜짝 한국신’을 아무도 짐작하지 못했다. 김덕현은 이날 한 번씩 파울을 범하고 나면 더 힘을 냈다. 파울(1차시기)-7m68(2차〃)-파울(3차〃)-7m69(4차〃)-파울(5차〃) 등을 반복하면서 힘을 비축하더니 6차 시기에 8m13을 뛰는 괴력을 발휘했다. 한국 육상의 새 역사를 쓴 김덕현은 전남 벌교 출신으로 벌교 삼광중 시절 육상에 입문했다. 광주체고로 2학년 때 세단뛰기로 주종목을 바꾼 김덕현은 그 동안 각종 국내·외 육상 대회에선 세단뛰기에만 출전했지만, 전국체전에서는 멀리뛰기에도 함께 출전해왔다. ●박태환 계영 800m 역전 우승… 3관왕 물살 목포 실내수영장에선 박태환(19·단국대)이 계영 800m에서 서울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3관왕에 올랐다. 서울팀 마지막 영자로 나선 박태환은 경기 대표에 0.6초 뒤진 채 출발했지만 여유있게 따돌리고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서울팀은 7분31초48로 대회신기록을 세웠다.3년 연속 5관왕을 노리는 박태환은 15일 자유형 100m,16일 혼계영 400m에 출전한다. ●역도 사재혁·이배영도 나란히 3관왕 ‘번쩍´ 보성에서 벌어진 역도 경기에서는 사재혁(23·강원도청)과 이배영(29·경북개발공사)이 나란히 3관왕을 차지했다.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사재혁은 남자 일반부 77㎏급에서 인상 154㎏, 용상 187㎏을 들어 합계 341㎏으로 금메달 3개를 휩쓸었다. 이배영도 69㎏급에서 인상 139㎏, 용상 176㎏을 들어 합계 315㎏으로 금메달 3개를 휩쓸었다. 이배영은 2002년이후 7년 연속 3관왕에 올랐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추락하는 세계금융] 日닛케이 1주새 24% 폭락… 印尼 무기한 주식 거래중단

    전 세계가 금융위기를 극복하고자 총력전을 펼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침체 우려가 고조되면서 글로벌 주식시장은 10일(이하 현지시간) 대폭락했다. 이날 아시아 금융시장의 가늠자인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전날보다 무려 9.6%가 빠졌다. 사상 세 번째 하락폭이다. 이번 한주 동안에만 24% 폭락해 역사상 최대 주간 하락률을 기록했다. 토픽지수 역시 7.1%가 주저앉았다. ●美다우 1년전보다 40% 하락 인도네시아 증권거래소는 파장이 진정될 때까지 무기한 주식거래 중단을 선언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3.57%, 홍콩 항셍지수는 7.19%, 호주증시는 8.3%, 인도의 센섹스지수는 7.07%가 각각 떨어졌다.9일 뉴욕 증시는 제너럴모터스(GM)의 실적악화와 어두운 경기전망이 겹치면서 전날보다 낙폭이 더욱 커졌다. 다우지수는 678.91포인트(7.33%) 떨어진 8579.19로 마감됐다.7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간 이날의 낙폭은 역대 세 번째이며, 하락률은 1987년 이후 20년 만에 가장 큰 것이다. 다우지수가 8500선대로 밀린 것은 2003년 5월 이후 5년 5개월 만이다. 다우지수는 꼭 1년 전인 지난해 10월9일 사상 최고치(1만 4164.53)보다 40% 이상 폭락했다. 다우지수는 올들어서만 35%가 빠졌다. 경제 전문 웹사이트 마켓워치는 이날 뉴욕증시의 모습을 “황소(강세장)의 생일을 곰(약세장)이 짓밟았다.”고 표현했다.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성이 주식시장의 몰락을 부추겼다. ●“亞→유럽→美 폭락 악순환” 우량주 중심의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500지수는 75.02포인트(7.62%)나 급락한 909.92로 마감됐다.S&P지수는 정확히 1년 전의 1565.15보다 42%가 주저앉았다.2003년 4월 수준으로 돌아갔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95.21포인트(5.47%) 떨어진 1645.12를 기록했다. 나스닥 역시 2003년 8월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 주식시장을 광범위하게 포괄하는 다우존스 윌셔 5000지수 소속 주가 총액이 전년 최고치와 비교하면 8일까지 7조 4000억달러가 증발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9일 폭락한 것을 감안하면 시가 총액은 훨씬 더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증시는 4일 연속 하락했다. 유럽 대표주식의 동향을 보여주는 유로퍼스트300지수는 전날보다 2.3%, 영국 FTSE100지수는 1.2%, 프랑스 CAC40지수는 1.6%, 독일 DAX30지수는 2.5% 떨어졌다. 미국의 증시 관계자는 “밤에 잠자리에 들면서 아시아 증시가 하락했다는 얘기를 듣고, 아침에 일어나서 유럽 증시도 내렸다는 얘기들 들으면, 미국 증시도 내려간다.”며 폭락장세 악순환의 고리를 전했다. ●日 금융사 금융위기후 첫 도산 이런 가운데 일본에선 98년 역사의 업계 33위인 야마토(大和)생명보험이 이날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일본 금융사가 도산한 첫 번째 사례다. 야마토생명은 금융위기로 인해 투자 손실이 발생함에 따라 2695억엔에 달하는 부채를 상환하지 못해 결국 파산하게 됐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일본에서는 이날 부동산투자신탁(리츠)회사인 뉴시티레지던스도 1120억엔의 부채를 막지 못해 법원에 파산신청을 냈다. 도쿄증시에 상장된 리츠회사가 파산한 것은 처음이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세계 증시 끝없는 ‘폭락 도미노’

    미국 주가 급락 등의 여파로 국내 금융시장이 또다시 혼란에 빠져들었다.10일 주식시장은 사이드카가 발동되는 등 코스피 지수가 한때 1200선이 붕괴되는 등 급락을 면치 못했다. 이날 하루에만 30조원 이상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원·달러 환율은 사상 두 번째인 235원의 진폭을 보이며 요동치다가 수출업체들의 대규모 달러 매도에 힘입어 1400원선 진입은 막았다. ●유럽증시 8%대 폭락세 출발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53.42포인트(4.13%) 내린 1241.47로 마감,2006년 7월19일 이후 2년 3개월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스닥지수는 19.56포인트(5.29%) 떨어진 350.28로 장을 마쳤다. 코스피지수는 장중 한때 116.38포인트나 빠진 1178.51(-8.99%)까지 추락했다가 오후들어 낙폭을 줄였다. 장중 낙폭은 125.91포인트가 빠졌던 지난해 8월16일 이후 사상 두 번째다.1000개가 넘는 종목들이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스닥은 개장 34분 만에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70.50원 떨어진 1309.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하루 변동폭 235.00원으로 외환위기 때인 1997년 12월30일 495원 이후 10년 10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오전 한때 1460.00원까지 폭등했으나 매물의 유입으로 오후 들어 1225.00원까지 폭락했다. 장 막판 낙폭이 줄어 1300원대에 복귀했다. 환율하락은 대기업들의 대규모 달러 매도가 직접적인 이유가 됐다.9일 삼성전자에 이어 10일 현대자동차와 포스코도 각각 1억달러 안팎씩을 외환시장에 내놓았다. ●현대차등 대규모 달러 매도 포스코는 10억달러 규모의 외화표시 채권 발행도 추진하기로 했다. 현대차 관계자도 “최근 파업으로 차질을 빚었던 수출대금 입금이 늘어나면서 평소보다 많은 달러를 매각했다.”고 말했다. 전날 4억달러가량의 달러를 매도한 것으로 알려진 삼성전자는 이날도 1억달러 안팎을 내다판 것으로 전해졌다. 외환당국의 달러화 매도 개입 가능성과 은행과 기업 간 일별 외환거래 조사 등도 심리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국의 다우지수는 개장 초반 심리적 마지노선인 8000선이 붕괴됐다. 이날 오전 9시47분 현재(현지시간) 다우지수 7986.56을 기록했다.8000선 붕괴는 2003년 3월 이후 5년 7개월 만이다. 이날 오후2시30분 현재(런던시간) 영국 FTSE100지수는 8.48%, 프랑스 CAC40지수는 8.76%, 독일 DAX지수는 8.66%가 떨어졌다. 아시아 증시도 폭락세를 이어갔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7일째 속락하며 사상 세 번째 하락폭인 881.06포인트(9.62%)가 떨어진 8276.43으로 장을 마쳤다.2003년 5월30일 이후 5년 4개월 만에 최저치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전날보다 74.01포인트(3.57%) 하락한 2000.57, 상하이A주는 77.49포인트(3.56%) 내린 2101.30으로 마감했다. 호주 오디너리스 지수는 351.9포인트(8.2%) 폭락하며 3939.4로 장을 마감했다.87년 10월 이후 하루 낙폭으로는 21년 만에 가장 큰 것이다. 안미현 김태균기자 hyu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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