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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문학 펼쳐 위기를 접자”

    “인문학 펼쳐 위기를 접자”

    “사실 없는 역사는 공허하고, 해석 없는 역사는 의미가 없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 독서아카데미 성황 숭례문 복원공사 현장 너머로 어둠이 짙게 깔리던 22일 오후 7시. 대한상공회의소 건물 지하 2층 공부방에 ‘최고경영자(CEO) 학생들’이 속속 모였다. 이제 막 창업을 한 새내기 사장에서 산수(傘壽·80세)를 넘긴 회장님이 어우러졌다. 광고기획사를 운영하는 여성도 보였고, 대기업 임원도 있었다. 일과에 지쳐 낯빛은 피곤했지만 노()철학자의 강의를 좇느라 눈빛은 더없이 빛났다. 이들은 상공회의소와 한우리 독서문화운동본부가 매주 수요일마다 여는 ‘CEO 독서 아카데미’ 과정을 이수하는 CEO들이다. 수강생은 37명이다. 문학·역사·철학 등 평소 접하기 어려운 인문학 서적을 읽고 학자나 평론가들을 초청해 강의를 듣는다. 이날은 사회진보를 확신했던 역사학자 에드워드 카의 역작 ‘역사란 무엇인가’에 대해 대한민국학술원 박영식(75·전 교육부장관·광운대 석좌교수) 부회장이 강의했다. 박 교수는 카가 제시했던 역사를 보는 다양한 관점(사관·史觀)을 설명하며 ‘역사는 진보하는가.’라는 화두를 던졌다. 프랑스혁명 이전까지 풍미했던 영웅주의 역사관을 설명하며 “지금 우리 기업들도 CEO 1인의 역사만을 쓰고 있는 것 아니냐.”고 묻자 수강생들은 고민에 빠졌다. 분배를 놓고 양보 없는 싸움을 벌이는 노동자와 자본가의 계급투쟁으로 역사를 해석한 마르크스의 사적 유물론을 들으며 옛 시절을 회상하기도 했다. ●역사·문학·철학 새 경영기법 접목 CEO들은 무엇보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다.’라는 명제로 압축되는 해석주의 역사관에 사로잡혔다. 삼정회계법인 강성원 부회장은 “역사란 선택되고 해석된 역사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을 들으며 많은 것을 느꼈다.”면서 “재해석되는 역사처럼 CEO의 의사결정과 기업활동도 사람과 시대에 따라 달리 평가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자인 회사 인핑크를 운영하는 김현희 사장은 “인문서적을 읽고 토론하다 보니 우리 회사 제품이 시장에서 어떻게 해석될지 고민하는 시간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대학시절 영문학을 전공한 신한카드 김종철 부사장은 “35년간 치열한 영업 현장에서 살아왔다.”면서 “이번 아카데미가 오랜 시절 잊고 지냈던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갑다.”고 기뻐했다. 현대오일뱅크 김성만 상무는“인문학이 주는 통찰력을 배워 경영에 접목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글 사진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헌재 첫 女청원경찰 정현주·손혜형씨 무술 합계 11단

    헌재 첫 女청원경찰 정현주·손혜형씨 무술 합계 11단

    헌법재판소 창립 21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 청원경찰이 탄생해 근무하고 있다. 헌재는 지난해 12월 여성 청원경찰 특별채용시험에서 장교 출신 정현주(사진 오른쪽·25)씨와 유도선수 출신 손혜형(왼쪽·24)씨 등 여성 두 명을 뽑았다. 당시 경쟁률은 80대1에 육박했다. 올해 1월1일 자로 채용된 이들은 선고 및 변론기일에는 여성 방청객 보안검색과 심판정 소란행위 대처 등의 업무를, 평상시엔 민원 서비스를 담당한다. 정씨는 육군 헌병대 중위 출신으로 14개월 된 아들을 두고 있는 주부다. 중학교 때 취미로 태권도를 배우기 시작한 그는 현재 태권도 2단, 합기도·검도·유도 각 1단이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여군장교 시험에 합격했고, 2005년 8월 대구 2군사령부 헌병대에 배치받아 복무하던 중 동료 장교와 결혼, 2007년 11월 아들을 낳았다. 군인 부부라 근무지 이동이 잦고 육아도 힘들다는 생각에 정씨는 지난해 10월 중위로 전역하고 헌재 여성 청원경찰 선발에 응시했다. 손씨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유도를 시작했고, 경화여고와 유도 명문 용인대를 거치며 전국 대회 상위권에 입상하는 매서운 실력을 뽐내기도 했다. 그는 유도 4단과 태권도·용무도 각 1단으로 정씨와 손씨의 무술 ‘단’수를 합치면 모두 11단. 이들은 “헌재의 여성 청경이 해야 할 일과 위치를 확립해 후배들이 갈 길의 바탕을 다지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주말탐방] 김정은기자 은평 녹번 119안전센터 소방관 체험 12시간

    [주말탐방] 김정은기자 은평 녹번 119안전센터 소방관 체험 12시간

    “신이시여! 업무의 부름을 받을 때에는 아무리 강렬한 화염속에서도 한 생명은 구할 수 있는 힘을 제게 주소서. 너무 늦기 전에 어린아이를 감싸 안을 수 있게 하시고 공포에 떨고 있는 노인을 구하게 하소서…. 신의 뜻에 따라 저의 목숨을 잃게 되면 신의 은총으로 저의 아내와 가족을 돌보아 주소서.(소방관의 기도 중)” 지난달 19일 밤 10시 소방대원의 생활을 함께 체험하기 위해 서울 은평소방서 녹번 119안전센터를 찾았다.1층 한쪽 벽면을 가득 메운 동판에는 2001년 서울 홍제동 화재현장에서 순직한 소방관 6명의 모습이 새겨져 있었다. 동판 아래는 순직한 소방관들을 기리는 추모시가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8월20일 발생한 대조동 나이트클럽 화재에서 순직한 소방관 3명도 녹번 119안전센터 소속이었다. 이준용 부센터장이 기자에게 주황색 기동복을 건넸다.“‘1일 소방대원’으로 최선을 다해주십시오.” 그렇게 소방서에서의 12시간이 시작됐다. ●오후 10시30분 1차 출동 “응암3동 ○○번지 응급환자 발생, 녹번 구급 출동” 1일 소방대원 근무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스피커를 타고 출동 지시가 떨어졌다. 번개처럼 내달리는 조기원 소방장, 이용승 소방교, 김영훈 소방사의 뒤를 따라 허겁지겁 구급차에 올랐다. 주소, 환자 상태, 전화번호 등이 기록된 출동지령서를 든 구급대원들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조기원 소방장은 은평구 지역 지도와 내비게이션을 번갈아 체크했다. 조 소방장은 구급차 운전을 담당하는 이용승 소방교에게 최단 이동경로를 실시간으로 안내했다. 김영훈 소방사는 신고자에게 전화를 걸어 환자 상태를 물어봤다. 구급차가 멈춰선 현장에서는 부모와 말다툼을 한 17살의 여고생이 양주 1병을 마시고 계단에 누워 있었다. 소방대원들이 병원으로 이송하려 하자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 그 와중에도 김 소방사는 여고생의 산소 농도 등을 파악했다. 여고생은 병원에 도착해서도 침대를 걷어차고, 링거에 연결된 호스를 떼어내는 등 과격한 행동을 보였다. 병원 관계자는 소방대원들에게 “도저히 치료가 불가능하니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라.”고 했다. 난감해진 소방대원들은 병원에 하소연을 했지만 거절당했다. 하는 수 없이 찾은 다른 병원에서는 다행히 여고생을 진료했다. ●“또 그 학생이야?” “응암3동 ○○번지 응급환자 발생, 녹번 구급 출동” 새벽 1시12분 두번째 출동 지시가 내려졌다. 구급차에서 위치를 확인하던 조 소방장이 허탈한 웃음을 짓는다.“아까 출동했던 그 여고생 집이군.”여고생은 두번째로 찾은 병원에서도 쫓겨난 것이다.3분만에 도착한 현장에서는 여고생이 “병원에 가지 않겠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119 구급차량은 정말 위급한 사람들을 위해서 1초라도 빨리 출동해야 하는데….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하면 정작 도움이 필요한 시민의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어요.” 조 소방장이 한숨을 내쉰다. ●불길한 예감 ‘여고생 소동’이 끝난 지 40여분만에 세번째 출동 명령이 떨어졌다. 응급환자 발생 신고였다. 김영훈 소방사의 표정이 좋지 않다. 출동지령서에 적힌 “어머니의 의식이 없다.”는 신고내용 탓인 듯하다. 구급대원들은 응급 의료기기를 챙겨 지하에 있는 신고자의 집으로 들어갔다.80대로 보이는 백발의 할머니가 입을 벌린 채 고이 누워 있었다. 구급대원들이 부랴부랴 응급처치에 나섰지만 노인의 맥박은 이미 멎어 있었다. 뒤이어 도착한 병원 직원에게 시신을 인계하는 구급대원들의 표정은 한없이 어두웠다. ●아스팔트에는 피가 흥건하게… 새벽 4시33분.“은평구 홍제역 2번 출구 앞 교통사고 발생” 이번엔 교통사고 출동이다. 현장으로 달려가는 119 구급차 안은 매번 긴장감이 감돈다. 출동 5분만에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 무단횡단하던 30대 남성이 달리는 차량에 부딪힌 사고였다. 부상자는 머리가 심하게 다친 상태였다. 아스팔트 위로 피가 흥건히 흘러내리고 있었다. 다행히 의식이 있었다. 구급대원들이 급히 환자의 목과 허리에 부목을 댔다. 김 소방사는 이동중인 구급차 안에서 줄곧 지혈 작업을 했다. 인근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조 소방장과 이 소방교가 환자를 병원 응급실로 급하게 옮겼다.“천만다행입니다.”이 소방교가 한숨을 돌린다. ●새우잠, 그리고 다시 출동 두시간 정도 잤을까. 오전 6시28분쯤 적막을 깨는 스피커 소리에 기자도 새우잠에서 깼다. 몇번 출동한 탓인지 방송을 듣자마자 눈은 자동으로 떠졌고, 몸은 어느새 구급차로 향하고 있었다. 거동이 불편한 60대 노인을 긴급 이송하는 임무였다. 현장에서는 한 여성이 대성통곡을 하고 있었다. 그녀의 남편은 “아내가 말다툼 뒤 30분째 바닥에 누워 꼼짝도 하지 않고 이렇게 울고만 있다.”고 말했다. 구급대원들은 울고 있는 부인의 혈압을 체크했다. 고혈압 증세가 나타났다. 혈관 내 산소농도를 측정하려던 순간 울고 있던 부인이 갑자기 “병원까지 갈 정도는 아니다. 구급대원들이 새벽에 이렇게 달려왔는데 정말 미안하다. 돌아가 달라.”고 했다. 구급대원들은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김 소방사는 “부부싸움을 한 뒤 119에 신고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 “모든 신고마다 반드시 출동해야 하니 가끔 구급대원들이 부부싸움을 말리는 진풍경도 벌어진다.”며 웃었다. ●순직자를 위한 묵념의 시간 지령실 시스템이 궁금해서 아침에는 지령실을 찾아봤다. 지령실은 119에 걸려오는 신고전화를 토대로 관할지역의 출동을 소방서 건물 전체에 알리는 일종의 방송실과 같은 곳이다. 아침 8시46분에 한 소방대원이 마이크를 잡는다.“대조동 화재현장에서 순직한 고인들을 위해 1분간 묵념합니다.”구슬프고 장엄한 음악이 119안전센터에 가득하게 흘렀다. 사고 당일 당직 상황책임관이었던 조기태 소방관은 “고인들의 49재(이달 7일)까지 묵념은 매일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어이 화재 발생 “은평구 불광3동 △△번지, 화재 발생” 오전 9시19분. 화재가 발생했단다. 소방서 건물 전체가 술렁거렸다. 근무 교대중이던 소방대원 42명 전원이 일사불란하게 소방차량에 탑승했다. 펌프차 4대, 탱크차 5대, 굴절사다리, 지휘차, 구급차 등 14대의 소방차량이 요란한 사이렌 소리를 내면서 현장에 출동했다. 도로를 걷던 시민들은 소방차 행렬을 놀란 듯이 쳐다봤다.“휴∼” 다행히 큰 불이 아니었다. 쓰레기 더미에 버려진 담배꽁초로 인한 소규모의 화재였고, 부상자도 없었다. 소방대원들은 5분여만에 잔불까지 모두 진화했다. 전날 밤 10시부터 다음날 아침 10시까지 12시간 소방관 체험을 하는 동안 출동 횟수는 아홉번. 무거운 소방복에 어깨와 허리가 뻐끈했다. 하룻밤도 이렇게 힘든데…. 위험에도 불구하고 소방업무를 천직으로 여기고 묵묵히 일하는 소방관들의 모습은 무척 늠름해 보였다. 그들이 있기에 가을과 겨울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듯했다. 글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사진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 소방대원 3교대근무 “만족” 서울 3곳 시범운영… 내년초 확대될 듯 “소방공무원 생활 18년 만에 처음으로 다른 직장인들처럼 오후 7시 퇴근이 가능해졌어요. 전국 모든 대원에게 3교대 근무가 이뤄지기를 기대합니다.” 지난 8월20일 서울 은평구 대조동 나이트클럽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다가 은평소방서 녹번 119안전센터 소속 소방관 3명이 목숨을 잃는 불행한 사태가 벌어졌다. 이후 소방공무원들의 살인적인 2교대(24시간 근무 후 24시간 휴식) 근무시스템이 지적됐다. 서울소방본부가 지난달 19일부터 서울 소재 22개 소방서 중 2007년 출동건수 상위 1∼3위인 종로·중부·강남소방서를 대상으로 3교대 근무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서울소방본부 소방행정과 관계자는 “올해부터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이 주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어들었지만 대부분의 소방공무원들은 여전히 주 84시간(2교대)의 강도높은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내년 2월쯤 소방조직정밀진단팀(TF)의 연구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며, 인건비 등을 감안해 점차 3교대 근무를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3교대 근무가 시행되고 있는 종로·중부·강남소방서의 대원들은 만족감을 표시하고 있다. 종로소방서 송호정 소방장은 “3교대 근무 전환 후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고,11년만에 처음 오후 7시에 퇴근했다.”고 말했다.18년째 소방관 생활을 하는 중부소방서의 박병수 소방장도 “3교대가 이뤄지면서 직원들의 업무 집중도가 눈에 띄게 향상됐다.”고 말했다.3교대 근무가 전국의 모든 소방대원으로 확대될 그날을 소방대원들은 기다리고 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노인학대 88% “가족간의 불화”

    아들과 며느리의 학대를 견디다 못해 노인보호기관에 신변 보호를 요청하는 노인이 늘고 있다. 특히 가족 구성원 간의 불화가 노인학대를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됐다. 9일 보건복지가족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노인보호전문기관에 접수된 노인학대 신고는 4730건으로,2006년에 비해 18.4% 증가했다. 실제 학대로 밝혀진 사례는 2312건으로 전년보다 1.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대 가해자는 ‘아들’이 53.1%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또 며느리(12.4%), 딸(11.9%), 배우자(7.6%) 등 친족에 의한 학대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특히 60세 이상 노인이 자신보다 나이가 더 많은 노인을 학대하는 ‘노-노(老-老) 학대’ 사례가 전체의 20.5%를 차지해 전년보다 32.2%나 늘었다. 우리 사회의 저출산 고령화 현상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인학대는 주로 가족 내부의 갈등에 의해 발생했다. 노인학대 사례의 88.2%가 가족 구성원간 갈등이 원인이었고, 이중 51.1%는 피해 노인과 가해자간 갈등,37.1%는 피해 노인과 자녀, 형제, 친인척간 갈등이 원인이었다. 나머지 11.8%는 경제적인 갈등이 원인으로 지적됐다. 학대 방식은 언어·정서적 학대가 41.4%로 가장 많았다. 또 방임(24.7%), 신체적 학대(19.4%), 재정적 학대(11.1%)가 뒤를 이었다. 피해 노인은 ‘여성’이 68.1%로 남성보다 많았다. 피해자 연령은 70대(44.6%),80대(29.9%),60대(19.1%) 순이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김성호 전문기자의 한국서 길찾는 이방인] (15) 메리놀 외방전교회 한국지부 하유설 신부

    [김성호 전문기자의 한국서 길찾는 이방인] (15) 메리놀 외방전교회 한국지부 하유설 신부

    서울 광진구 중곡동의 한국천주교 주교회의와 천주교 중앙협의회 바로 옆 메리놀 외방전교회 한국지부.50대부터 70∼80대의 은퇴한 노사제까지,10명의 미국인 신부와 선교사가 함께 살며 신앙생활을 이어가는 이색지대이다. 이곳에서 비교적 젊은 축에 드는 하유설(63·본명 펠트마이어 러셀) 신부는 그 중에서도 독특한 사목으로 이름이 알려진 이방인. 한국을 택해 사는 대부분의 외국인 사제들은 사목지로 한국을 정한 뒤 한국에 정착하곤 한다. 하지만 하 신부는 한국에 봉사단원으로 왔다가 사제가 될 결심을 한 뒤 한국에서 노동자, 소외된 사람들과 부대끼며 낮은 성소(聖召)를 고집해 살아가는 특별한 인물이다. ●1969년 경북대 영어강사로 활동… 한국과의 첫 인연 천주교 사제와 신자들이 ‘하느님의 거룩한 부르심´(성소)을 되새긴다는 날인 성소주일을 사흘 앞둔 지난 10일 오후 중곡동 메리놀 외방전교회 한국지부. 사제와 신자의 은밀한 영성 대화가 이루어지는 공간인 아담한 방에서 기자를 맞은 하유설 신부는 천주교의 의미있는 성소주일 때에 맞춰 자신을 찾아주었다며 성소의 의미를 먼저 들려주었다. “하느님의 부름을 받았다는 수도자와 사제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제 역할과 할 일이 있습니다. 교회 안은 물론 가정과 사회에서 그 부르심과 역할을 제대로 인식하고 협력해야 한다는 큰 뜻을 갖고 있지요.” 독실한 천주교 집안에서 모태신앙을 받고 자라난 하신부는 신앙에 충실하면서도 사제의 길을 걸을 생각은 갖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그가 하느님의 부름에 선뜻 응해 종신서원을 한채 높은 자리가 아닌 낮은 성소를 고집하며 한국에 살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베트남전쟁이 한창이던 1969년 경북대 사범대 영어 강사 생활이 한국과의 첫 인연. 대학원을 졸업하고 군 입대를 해야 했지만 “영성과 신앙에 맞지않는 폭력 전쟁에 몸을 담을 수 없다.”는 생각에 일종의 대체복무인 평화봉사단(Peace Corps) 활동을 자원해 한국에 오게 된 것이다. 경북대에서 영어 강사로 3년을 살고 서울의 옛 대한교육회관 자리인 평화봉사단 사무실로 올라와 미국에서 온 봉사단원들에게 한국문화며 영어교수법을 가르치면서 한국에 빠져들게 되었다. 한국 사람들이 그냥 좋고 한국의 문화가 마치 내 고향의 그것인양 자연스럽게 여겨져 “전생에 한국인이 아니었느냐.”라는 말을 자주 듣곤 했다. ‘한국 말과 한국의 생활이 나에게 잘 맞는다. ´는 생각이 더해갈 무렵 한 성령쇄신기도회에서 만난 선교사와의 대화 끝에 불현듯 선교사로 한국에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바로 중곡동 메리놀 외방전교회를 찾아가 입회했고 본격적인 신학공부를 하기 위해 미국 메리놀 외방전교회 신학대학원엘 들어갔다. 2년간 공부를 마치고 1978년 선교사 실습생으로 한국에 들어와 성남의 한 가정 집에서 젊은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야간학교(야학)를 운영하면서 그의 독특한 성소가 시작되었다. “열악한 환경의 공장에서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채 혹사당하는 10∼20대의 어린 노동자들이 새로운 세계를 보게 해주었어요. 자신들의 말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겐 큰 위안이었던 시절이었지요. 노동자, 가난한 사람들의 힘겨운 삶과 아픔이 나와 주님의 관계에 치우친 전통의 신앙관에서 벗어나게 해준 셈이지요.” ●“소록도 한센병 환자와의 만남 잊을 수 없어” ‘노동자며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만날 때마다 그들에게서 예수를 발견한다. ´는 그의 신앙 길을 결정적으로 바꿔놓은 것은 그 무렵 소록도에서 만난 한센병 환자들과 수녀. 한센병 환자들을 돕는 천주교 구라회를 따라 소록도엘 갔는데 한 수녀가 한센병 환자들이 모인 가운데 종신서원을 하는 것이었다. “미사 도중에 주례신부가 옆 사람 손을 잡고 기도하자는 말을 하자 양 옆의 중증 한센병 환자들이 물끄러미 쳐다보며 손을 내미는 것이었어요. 두려운 마음에 고민하다가 엉겹결에 손을 잡고 기도를 마쳤는데…. 잊을 수 없는 기억입니다.” 2년간의 선교사 실습을 마친 뒤 미국에 다시 들어가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사제 서품을 받아 주저없이 한국을 지원, 성남 은행동에서 본격적인 노동사목에 매달렸다. 조그만 전셋집에 살면서 노동자며 가난한 이웃들의 집을 찾아가 위로하고 영어공부도 시키는 생활을 9년간이나 했다. 그러던 중 미국 메리놀 외방전교회 본부로부터 신학생 지도신부 소임을 받아 시카고 가톨릭신학대학원에서 4년간 살다가 들어와 한국에 정착한 게 1995년. ‘한국에 살겠다. ´는 굳은 서원을 했으니 돌아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사제 신분으로 여성의 아픔 보듬는데 앞장 서울 미아리에서 파리외방전교회 신부와 함께 노동 사목을 이어가면서 여성들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2001년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1인시위에도 참여했다. ‘모성보호 관련법의 임시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시위였다. “사제로서 여성의 아픔을 알고 돕는게 당연하지요. 가부장제의 권위적 분위기에서 일어나는 가정폭력과 성폭력으로부터 여성을 보호하자는 생각에 1인시위에 나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찌보면 남성도 가부장제의 피해자. “남자는 울어선 안 되고 상처와 약점을 드러내서도 안 된다는 풍토이니 남성들이 얼마나 불쌍합니까. 피해자로서의 남성 입장을 이해할 때 가정에서의 양성평등이 앞당겨질 수 있을 것입니다.” 양성평등에 눈뜨게 된 것은 아버지와의 관계가 썩 좋지 않았던 가정사도 한 몫했다. 시카고 신학대학원의 신학생 지도신부 시절 성탄절 밤, 오랜만에 집을 찾아 만난 아버지와의 마지막 대화를 결코 잊을 수 없다. 무뚝뚝하고 권위주의적이었던 아버지가 자신을 위해 그토록 오랜 세월 남모르게 기도를 해왔고 걱정하며 살아왔다는 사실을 알곤 눈물을 쏟았다고 한다. 한 달 뒤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다. 지금의 중곡동 집으로 옮겨온 것은 지난 2001년. 7년째 이곳에서 찾아오는 신자들의 영적 상담이며 피정 지도, 강의 등 매일매일 바쁜 일정에 쫓겨 산다. 경기도 북부지역의 한센병 병력자들에 대한 이동진료를 하는 천주교 구라회 회장도 맡고 있다. 요즘 하 신부가 가장 힘을 쏟고 있는 부분은 ‘모든 사람과 자연이 동반자로 더불어 살자. ´는 파트너십. 수도원이나 사회복지관, 신자들 모임 등 가리지 않고 찾아가 강의도 하고 대화도 나눈다. 서울 혜화동에 평신도 3명과 함께 파트너십연구소도 차려 모임을 이끌고 있다. “내 인생의 학교이자 제2의 고향인 한국”에서 여생을 바쳐야 할 길은 역시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을 살피는 것. 높은 자리에서 내려다보는 사제가 아닌, 낮은 데서 섬기는 파트너요 동반자이다. 자기자신에 빠져사는 도취에서 벗어나 사랑과 연민의 의식을 끊임없이 넓혀가는 성직자로 남고 싶단다. “신앙과 선교는 주고 받는 것입니다. 나와 남이 다르다는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예수님을 더 깊이 알아내고 발견하는 것이지요. 내가 선교사로 한국에 살고 있는 것도 바로 그 차이에서 공통점을 찾아내는 참다운 신앙을 배우기 위함이지요.” 글 사진 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응봉·옥수역서 자전거 무료대여

    자전거는 없는데 ‘한강 라이딩’을 즐기고 싶다면 성동으로 가면 될 것 같다. 성동구가 운영하는 한강변 자전거 대여소에서 성능 좋은 자전거를 무료로 빌려주기 때문이다. 27일 성동구에 따르면 대여소가 운영중인 곳은 지하철 응봉역과 옥수역. 두 곳 모두 한강 자전거 도로와 직접 연결돼 빌린 자전거로 한강 라이딩을 즐기기에 그만이다. 대여소 운영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로 신분증을 맡긴 뒤 2시간까지 자전거를 빌려 탈 수 있다. 자전거는 여성용, 어린이용은 물론 커플용까지 다양하게 구비했다. 응봉역 대여소에 80대, 옥수역 대여소에 110대가 비치돼 있다. 구로부터 대여소를 위탁받아 운영하는 성동 자전거재활용사업단은 폐자전거나 고장난 자전거를 수집해 수리한 뒤 지역 저소득층 청소년에게 기증하는 사업도 펼치고 있다.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현장 행정]마포구 찾아가는 치매검진

    [현장 행정]마포구 찾아가는 치매검진

    “소싯적 내가 기억력 하난 좋았어. 그런데 요즘은 손주들 이름까지 헷갈려. 이거 혹시 치매야?” 28일 마포구 창전동 S임대아파트 노인정. 마포구치매지원센터 상담원으로부터 출장 치매검진을 받던 김성영(84)씨가 조심스레 입을 뗀다. “기억력은 좋은 편이지만 운동을 자주 해야겠다.”는 상담사 이선미(40)씨의 조언에 뒤에서 차례를 기다리던 박창경(80)씨가 참견한다.“이 양반, 운동 자주 해. 화투 대장이야, 대장” 긴장된 표정으로 차례를 기다리던 노인들 틈에서 떠들썩한 웃음이 터져나온다. ●6개월새 1400여명 이동검진 “어르신들. 화투를 해도 돈 딸 생각만 해서는 치매 예방에 도움 안 돼요. 상대방 패를 읽으려고 머리를 쓰셔야 해요.” 상담사 이씨가 목소리를 높인다. 시선이 모이는 순간을 기다려 메시지를 던지는 게 효과적이라는 건 100회 가까운 현장검진을 통해 체득한 그만의 노하우다. “알아, 그래서 우리도 10원짜리로만 친다니까.” 맞장구치며 즐거워하는 것을 보니 노인들 모두 젊은 말벗이 그리웠던 모양이다. 지난해 7월 설립된 마포구치매지원센터에는 간호사 5명과 사회복지사, 전문치료사 등 직원 9명이 일한다. 거동이 불편해 센터 방문이 어려운 노인들을 위해 일주일에 2∼3차례 노인정으로 검진을 나간다. 지금까지 1400여명이 검진을 받았다. 이날 상담을 받은 노인은 25명. 이 가운데 80대 여성 1명이 선별검진이 필요한 ‘경도인지장애’로 분류됐다. 통상적인 인지장애 판정율이 10∼15%인 점에 견줘 양호한 편이다. 치매도 두뇌 활동이 적고 영양상태가 좋지 않은 저소득 노인층에서 발병율이 높다. 하지만 혼자 사는 노인이 많고 가족이 있더라도 경제적 부담을 줄 것이란 자책감에 증세가 나타나도 숨기는 경우가 많다. ●가벼운 증세는 음악·미술치료 상담사 이미애(44)씨는 “우울증이나 비타민 결핍, 갑상선 기능 저하 등으로 인한 치매는 약물치료로 완치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주위의 무관심으로 방치하다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검진을 통해 인지기능의 장애가 확인되면 센터로 옮겨 정밀검진을 실시한다. 여기서 중증으로 판명되면 전문병원에 의뢰해 MRI·CT 검사를 통해 치료방법을 결정하고, 증세가 가벼우면 센터를 왕래하며 지속적인 상담과 음악·미술치료를 받는다. 상담사 중 막내인 이재훈(28)씨는 간호대학을 졸업하고 군 복무를 마친 뒤 지난해 센터에 둥지를 틀었다. 그는 검진을 나올 때마다 가슴 한쪽이 먹먹해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이분들께 절실한 건 검진보다 살가운 대화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가 내민 한 장의 상담기록지 말미엔 “선생님 오신개 기분 조섭니다.”라는 서툰 필체의 글귀가 적혀있었다. 이날 경도인지장애 판정을 받은 송모(81) 할머니의 상담 소감이었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속박보다 자유”…중·노년층 이혼상담 급증

    “속박보다 자유”…중·노년층 이혼상담 급증

    중년층 인기 연예인들의 이혼이 잇따르면서 사회적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이혼 신드롬’이 40대 이후의 중년층과 노년층으로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80대 노년층의 경우 여성이 아닌 남성들이 전문기관에서 이혼 상담을 받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반면 20∼30대의 이혼 상담은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법률구조법인 대한가정법률복지상담원(이하 상담원)은 23일 “이혼 상담 연령층이 30대에서 40대 이상으로 급격하게 옮겨가고 있으며,1999년 개원 이래 처음으로 80대 남성 4명이 방문, 이혼 상담을 받았다.”고 밝혔다. ●80대 할아버지도 이혼 상담 행렬에 상담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올 8월까지 상담원에 접수된 가사·민사·형사 상담 1만 8553건 가운데 전화·온라인·출장상담 등을 제외한 면접 상담 863건 중 이혼·부부 상담 사례 331건을 분석한 결과,20∼30대의 이혼 상담은 줄어든 반면 40대 이상 이혼 상담은 크게 늘었다.20∼30대는 전년도 같은 기간(2005년 9월∼2006년 8월)과 비교해 49%에서 40.1%로 크게 줄어든 반면 40∼50대는 44.7%에서 46.8%로 증가했다.60대와 70대 상담자 비율도 각각 7.85%(26명)와 3.02%(10명)로 전년도 3.54%와 1.40%보다 늘었다.80대는 1.2%(4명)에 불과했지만 개원 이래 처음이다. 성별로는 남성의 경우 30대(20.9%),40대(19.7%),70대(17.4%)의 순이었고, 여성은 30대(27.5%),40대(26%),50대(18.4%)의 순이었다. ●‘부당한 대우’가 ‘부정한 행위’ 앞질러 이혼 상담 사유도 ‘배우자 등의 부당한 대우’가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앞질렀다. 이혼 고려 사유(중복 응답)에 대해 남성 상담자의 16.7%가 ‘아내나 처가 식구들한테서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를 꼽아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55.3%)’에 이어 두번째로 높았다. 아내의 부당한 대우는 2005년 4.6%,2006년 10.1%에 비해 급격하게 늘어난 것이다. 반면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는 2005년 13.9%,2006년 13.5%에 이어 올해 9.41%로 감소 추세다. 가정불화를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숨기려고만 하던 남성의 이혼 상담도 눈에 띄게 늘어 남성 상담자 비율은 25.08%(83명)로 2005년 12.6%,2006년 18.87% 등 해마다 6% 포인트씩 증가했다. ●전문가들 “속박보다는 자유, 달라진 사회상황 반영”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이혼은 부부가 모두 직장과 육아 문제로 가장 바쁜 결혼 10년차 이후가 가장 위험한 시기다.”면서 “이는 여성들의 경제활동이 자유로워지면서 여성 위에 군림하려는 남성들의 태도를 여성이 참지 못해 파경에 이르게 한다.”고 지적했다. 대한가정법률복지상담원 양정자 원장은 “신드롬처럼 번지는 이혼을 막기 위해서는 남성은 아내를 대신해 가족을 위해 요리도 하고 아내가 아프면 하루 정도 회사를 쉬더라도 옆에서 지켜주는 새로운 남편 모델에 적응해야 하며, 여성도 가정의 어려움을 회피하지 말고 직접 책임지려 하는 새로운 아내 모델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국진 류지영기자 betulo@seoul.co.kr
  • [한국인의 질병] (5) 중년 남성의 적 전립선 비대증

    [한국인의 질병] (5) 중년 남성의 적 전립선 비대증

    7년 전, 김영삼 전 대통령의 일본 원정 수술이 세간의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비교적 건강 관리를 잘 했던 김 전 대통령조차 고생 끝에 결국 수술을 택했던 질환, 바로 전립선 비대증이다. 요도(尿道)를 둘러싸고 있는 밤톨만한 크기의 ‘전립선’이 비정상적으로 커져 빚어진 문제이다. 전립선은 정액과 정자의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비정상적으로 커지면 요도를 눌러 배뇨 장애를 유발하기도 한다. 서울대병원 비뇨기과 백재승 교수로부터 속설과 잘못된 정보가 난무하고 있는 ‘전립선 비대증’에 대해 알아봤다. ●찔끔거리는 소변, 나도 혹시? 아직도 전립선이 비정상적으로 커지는 원인을 규명하기는 어렵다. 전문가들은 다만 나이가 들수록 전립선 비대증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통해 노화가 전립선 비대증의 발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측할 뿐이다. 노화가 진행되면 남성에게서 분비되는 호르몬의 균형이 깨지는데, 이 무렵이 되면 전립선 비대증의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노년기에 들어서면 고환이 노화돼 이곳에서 분비되는 남성 호르몬 수치가 급격히 줄어들고, 이것이 전체적인 호르몬 불균형을 초래, 결국 전립선 비대증으로 진행된다는 것이 백 교수의 설명이다. 전문의들은 50대 이상 남성의 절반 이상이 전립선 비대증을 앓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백 교수에 따르면 전립선 비대증은 50대 후반부터 전체 남성의 절반 가량에서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해 60대가 되면 전체의 60%,70대에는 70%,80대가 되면 무려 85% 이상이 이 질환으로 고통을 받는다. 올해 통계청 집계 자료를 토대로 하면 국내 50대 이상 남성은 약 560만명이며, 이 가운데 280만명 이상이 전립선 비대증을 앓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식습관과 환경 영향으로 40대부터 전립선 비대증으로 인한 배뇨 장애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전립선이 비정상적으로 커지는 증상은 노화로 체내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과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조화를 이루지 못할 때 주로 발생합니다. 동맥경화증이나 감염 등이 이 질환의 발생에 관여한다는 설이 있지만 아직 확증은 없어요. 단, 사춘기 이전에 수술이나 외상으로 고환이 거세돼 남성 호르몬이 분비되지 않는 ‘환관증’ 환자에게는 전립선 비대증이 없다는 점을 볼 때 호르몬과의 상관성이 큰 것으로 추측할 수는 있지요.” ●방치하면 신장 이상 정상적인 전립선은 크기가 3.5∼4㎝, 무게가 15∼20g 정도다. 전립선의 크기가 정상치를 벗어나 방광을 자극하면 소변을 자주 보게 되고, 소변을 참지 못하는 ‘요절박’ 증상이 나타난다. 소변의 굵기도 가늘어지고, 배뇨 후에도 방광에 소변이 남아 있는 듯한 느낌이 들며, 심지어는 소변이 전혀 나오지 않거나 피가 섞여 나오기도 한다. 또 소변이 좁아진 요도를 통과하지 못해 위쪽의 신장을 팽창시키는 ‘수신증’과 요산이 과도하게 체내에 남아 발생하는 ‘요독증’ 등의 합병증도 생긴다. 전립선 비대증은 정상 전립선 세포의 일부가 커진 상태로, 전립선암과는 전혀 별개의 질환이다. 그러나 조기에 진단해 치료하지 않으면 사회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불편할 뿐만 아니라 신장의 기능 이상을 불러와 치료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다행히 전립선 비대증은 진단이 간단하다. 환자가 허리를 90도로 구부린 자세에서 항문에 손을 넣어 전립선을 만져보는 ‘직장수지검사’와 배뇨장애를 진단하는 ‘요속검사’,‘직장 초음파검사’만으로도 90% 이상을 찾아낼 수 있다. “50세 이상의 남성이라면 배뇨장애가 없더라도 1년에 한번씩은 비뇨기과를 방문해 검사를 받을 것을 권합니다. 과거에는 노화의 일부로 치부해 고통을 참아내는 환자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삶의 질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들 여기지 않습니까. 이제는 전립선 비대증을 질병으로 인식하고 적극적인 진단과 치료에 관심을 쏟아야지요.” ●병을 키우는 민간요법 환자 대부분은 적절한 약물요법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인터넷 등에 범람하는 그릇된 의학정보들로 인해 잘못된 정보를 믿고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심지어는 ‘생약’을 요도로 집어넣어 치료하는 엽기적인 방법까지 등장해 많은 환자들을 현혹하고 있다. 그러나 약물요법과 간단한 수술만으로도 배뇨장애 증세를 억제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약물 치료에는 남성 호르몬을 억제하는 ‘항호르몬제’와 요도의 압력을 낮추는 ‘항고혈압제’가 주로 사용됩니다. 약물치료법은 이미 보편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질환의 관리도 중요하다. 일단 전립선이 정상치보다 비대해진 상태라면 전립선 부종을 유발할 수 있는 음주와 과도한 성생활, 과로를 주의해야 한다. 또 소변을 자주, 오래 참는 것도 금기다. 방광이 필요 이상으로 늘어나 배뇨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뜻한 물로 목욕하면 말초 혈액의 순환을 촉진시켜 증상을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다. 감기약은 혈관을 수축시키는 성분이 포함되기도 하므로 조심해야 한다. 혈관이 수축되면 전립선도 수축돼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약물로도 차도가 없거나 계속 혈뇨가 보이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요도가 완전히 막혀 소변을 한 방울도 보지 못하는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 최근에는 복부를 절개하는 종래의 절제술이 거의 사용되지 않기 때문에 미리 수술 부작용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전립선 비대증 환자의 10∼20%는 약물치료에 효과가 없기 때문에 전립선 절제술을 받아야 합니다. 최근에는 내시경, 레이저, 극초단파, 초음파 등을 이용한 최소침습수술이 도입돼 아예 입원이 필요없거나 하루만 입원하는 것으로도 치료가 가능한 상황이 됐지요. 하지만 개인의 상황에 따라 치료법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의사와 사전에 충분히 상의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사진 이호정기자 hojeong@seoul.co.kr ■KTP 레이저 치료법 의학기술의 발달로 전립선 수술법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특히 레이저를 이용한 치료는 전립선 질환을 일으키는 환부만 제거할 수 있어 ‘정밀 폭격기’로 불리기도 한다. 근래에 국내에서 활용되기 시작한 ‘KTP레이저’는 시술이 간단하고 부작용이 적어 의료진과 환자 모두 선호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곽철 교수는 “기존 레이저수술은 비대해진 전립선 조직을 응고시켜 자연스레 떨어져 나가도록 하지만,KTP레이저는 80W의 고출력 레이저로 병소 조직을 태워 제거하는 기화(氣化)방식을 사용한다.”고 소개했다. 일반적인 절제술이나 기존 레이저 방식은 주변 전립선 조직에 영향을 미쳐 출혈, 부종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고, 수술 후 4∼5일의 입원 기간이 필요하지만 KTP레이저 치료술은 출혈이 거의 없고, 주변 조직도 손상시키지 않아 바로 퇴원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 시술법은 전립선 비대증이 초기일 때 적용하기 때문에 일부 한계도 있다. 곽 교수는 “일반적인 전립선 절제술과 비교해 부작용이 적은 것은 분명하지만 중증 환자에게 사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며 “비대해진 조직을 기화시키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인데, 이 때문에 전문의의 숙련도가 수술 성패를 좌우하는 방법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의료계에서는 머잖아 KTP레이저의 단점을 개선한 새로운 레이저 기기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전립선 치료제 부작용 1970년대까지 가장 흔하게 사용된 전립선 비대증 치료법은 환자의 하복부를 절개해 전립선을 제거하는 방식이었다. 지금도 중증 환자인 경우에는 이 방법을 사용한다. 그러나 이는 극히 드문 사례로, 요즘 대부분의 환자는 약물이나 간단한 수술로 배뇨장애 증세를 치료한다. 여기에는 주로 ‘항호르몬제’와 ‘항고혈압제’를 사용하는데, 두 약제 모두 전립선의 크기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항호르몬제는 사춘기 이전에 거세된 남성에게 전립선 비대증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에 착안해 개발됐다. 즉, ‘내시’는 전립선 비대증을 앓지 않는다는 것인데, 이는 고환이 제거된 남성의 경우 체내에서 남성호르몬이 분비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성호르몬의 분비를 억제하는 항호르몬제는 장기 복용하면 전립선 비대증 치료에 높은 효과를 발휘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우리나라 남성은 서양인과 달리 전립선이 그다지 크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이런 종류의 약물을 사용하는 것이 옳은지는 개개인의 증상을 보고 판단하는 게 옳다. 남성호르몬을 억제할 경우 성욕을 감소시키거나 발기부전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항고혈압제는 전립선의 크기를 줄이지는 못하지만 요도의 압력을 낮춰 소변을 편하게 볼 수 있게 해준다. 이런 약물은 혈압강하 효과도 볼 수 있기 때문에 특히 고혈압 환자에게 유용하다. 그러나 혈압이 내려가면 두통과 어지러움증을 느낄 수 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日 강진… 일부 원전 정지 방사능 냉각수 바다 유출

    日 강진… 일부 원전 정지 방사능 냉각수 바다 유출

    |도쿄 박홍기특파원|‘바다의 날’로 공휴일인 16일 오전 10시13분쯤 일본 니가타현과 나가노현 등 북부지방을 중심으로 리히터 규모 6.8의 강진이 발생, 주민 7명이 사망하고 800여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또 500여채의 가옥이 붕괴된 데다 곳곳의 도로가 내려앉고 다리가 끊겼다.JR선의 화물열차 2량이 탈선했지만 인명피해는 없었다.일본 기상청 및 재해당국은 이날 오전에 이어 오후 3시30분쯤 리히터 규모 6의 지진이 다시 발생하는 등 밤늦게까지 여진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쓰나미(지진 해일) 주의보도 발효됐다가 1시간 뒤 해제됐다. 니가타현 주에쓰는 3년 전에도 지진이 강타,67명이 숨지고,4805명이 부상을 입었었다. 피해가 가장 큰 니가타현 가시와자키시 중앙병원에 따르면 80대 여성 등 남녀 6명이 무너진 집더미에 깔려 숨졌다. 경찰은 붕괴된 집더미에 매몰된 주민들이 더 있을 것으로 추정,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인명 피해 및 재산 피해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늘어날 전망이다. 가시와자키시와 가리와무라의 시민 1만여명은 지진을 피해, 대피소에서 밤을 보냈다. 도쿄전력의 가시와자키 원자력 발전소 2·3·4·7호기가 지진으로 자동 정지된 가운데 3호기의 주변압기에서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또 6호기에서는 미량의 방사성을 함유한 1.2㎥의 냉각수가 바다로 누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니가타현 등에서는 5만여가구가 정전이 되거나 수도와 가스 등이 끊겨 큰 불편을 겪었다. JR동일본은 니가타와 나가노를 잇는 신칸센의 운행을 한때 중단했다 재개했다. 나가타공항과 사도공항의 항공기 이착륙이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hkpark@seoul.co.kr
  • [현장행정] 종로구 노인 성병 예방

    [현장행정] 종로구 노인 성병 예방

    종로구가 노인층 성병 예방에 팔소매를 걷어붙였다. 젊은층의 성병 감염자는 줄고 있지만 종묘공원을 중심으로 노인 감염자가 해마다 늘고 있기 때문이다. ●종묘공원은 노인 성병감염의 온상? 29일 종로구에 따르면 종로구 보건소는 최근 종로구 훈정동 종묘공원 국악정 앞에서 65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성병 무료검진을 실시했다. 주변을 배회하던 노인 200여명이 검진대에서 혈압을 검사하고 피를 뽑았다.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설문조사에 응하면서 성교육도 받았다. 임상병리사와 간호사 등이 시키는 대로 검사를 마친 뒤 무료로 나눠주는 콘돔을 받아들고 돌아갔다. 검사 결과에 따르면 성병검사를 받은 205명의 노인 가운데 에이즈 감염자는 한 명도 없었다. 악성매독에 양성반응을 보인 노인이 8.8%인 18명에 이르렀다. 소변검사는 여건상 하지 못했지만 만약 검사를 했다면 감염률이 높은 임질과 비임균요도염 등에 걸린 노인이 많을 것으로 추정했다. 검사를 받은 노인 중 70∼80대가 74.4%였다. 감염자에게는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을 추천했다. 진단서와 검사결과서도 발부했다. ●노인복지관에서 건전한 노후를 종묘공원에는 이른바 ‘박카스 아줌마’들이 노인들을 상대로 성매매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묘공원을 찾는 노인은 하루에 4000여명, 성매매 여성은 150여명으로 추산된다. 이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적과 문화재가 있는 종묘공원이 노인 성병감염의 온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종로구는 오는 9월 성병검진 장비를 갖춰 다시 한번 종묘공원을 찾기로 했다. 아울러 갈 곳이 없는 노인에게는 지난 21일 이화동 25에 연면적 2951㎡(893평)에 지상 4층 규모로 문을 연 노인종합복지관을 이용토록 유도하기로 했다. 구립 노인복지관은 종로구를 포함해 중구, 강남구, 양천구 등 7개 자치구에만 있다. 노인복지관에는 지역에 거주하는 60세 이상 노인이면 누구나 출입이 가능하다. 탁구장과 당구장, 체력단련실, 대강당 등의 이용이 무료다. 이·미용실, 찜질방 등의 이용료는 1000∼2000원. 치매노인을 잠시 동안 맡아 보호하는 주간보호센터도 있다. 노인들이 즐기며 배울 수 있는 사회교육 프로그램도 55종이나 된다. 컴퓨터, 붓글씨 쓰기, 꽃꽂이 등이 요일별로 개설된다. 노인들이 많이 몰리는 곳은 식당이다. 탕류 등 푸짐한 점심식사가 단돈 2000원이기 때문에 점심 때가 되면 일부러 오는 노인들이 많다. 구청에 등록된 저소득층 노인은 공짜다. 수시로 받는 혈압검사에서 위험성이 나타나면 모든 진료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종로구 관계자는 “종묘공원 등 관광유적지는 관광객에게 돌려주고 노인들은 복지시설을 이용토록 하자는 게 주요 구정목표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박수근의 ‘빨래터’… 과연 얼마?

    박수근의 ‘빨래터’… 과연 얼마?

    한국을 대표하는 국민화가 박수근의 미공개작 ‘빨래터’가 미술품 경매시장에 나와 또다시 최고가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옥션은 오는 22일 제106회 경매에서 박수근의 1950년대 후반작으로 변형 20호 크기인 빨래터(37×72㎝)를 추정가 35억∼45억원에 판매한다고 밝혔다. 이 작품은 80대의 한 미국인이 생전의 박수근에게 직접 받은 뒤 50여년간 소장하던 것으로 국내에는 이번에 처음 소개된다. 지금까지 경매에 출품된 박수근 작품 가운데 가장 크기가 크고 파스텔톤의 분홍과 노랑, 파랑 등 화사한 색상이 담겨 있다. 군 관련 사업을 하느라 한국에 체류했던 소장자는 박수근에게 물감과 캔버스를 지원했고, 가난했던 화가는 액자에 직접 흰색을 칠한 그림으로 고마움을 표시했다고 한다. 박수근은 소장자에게 매년 자신의 판화작품 등을 이용한 성탄절 카드를 보냈는데 이 카드 6장도 이번 경매에서 소개된다. 일하는 여성을 즐겨 그려 전쟁에도 굴하지 않는 강한 모성애를 표현해 온 박수근은 모두 4점의 빨래터를 그린 작품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 작품이 낙찰되면 지난 3월7일 K옥션에서 25억원에 팔린 ‘시장의 사람들’의 최고가 경매기록을 깨게 된다. ‘빨래터’는 오는 8∼10일 부산 파라다이스 호텔 지하 1층에서,15∼22일 서울 평창동 서울옥션에서 전시된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Seoul In] 이화 - 강동여성아카데미 개강

    강동구(구청장 신동우) 11일 구에 따르면 제6기 ‘이화-강동여성아카데미’의 개강식이 열렸다. 수강생 80여명을 비롯해 이영애 이화여대 평생교육원장, 곽삼근 평생교육원 부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화-강동여성아카데미는 평생 교육 프로그램으로 그동안 400여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30∼80대까지 연령층이 다양하다.6월5일까지 매주 화·목요일 강의가 진행되며, 교육 이수자에게는 이화여대 총장 및 평생교육원장 명의의 수료증을 준다. 가정복지과 480-1256.
  • “日 위안부문제 사과·배상해야” 캐나다 의회도 ‘위안부 결의안’ 추진

    |워싱턴 이도운 특파원·외신 종합|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군대 위안부 동원 부정 발언이 국제사회로부터 된서리를 맞고 있다. 피해국 정부·언론은 물론 미국의 유력지들이 연일 비판하고 있고, 캐나다 의회도 미 의회에 이어 일본 정부의 사죄를 촉구하는 결의안 채택을 추진 중이다. 같은 전범 국가로 이웃 피해국과 과거사 정리를 철저히 한 독일도 목소리를 높였다. 캐나다 신민당 소속 웨인 마스턴 의원이 발의한 이 결의안은 지난 27일(현지시간) 캐나다 하원 외교·국제개발위원회 산하 인권 소위 표결에서 찬성 4, 반대 3표로 가결돼 상임위에 회부됐다. 결의안은 위안부 만행에 대한 사과는 물론 피해여성에 대한 ‘합당하고 명예로운’ 배상까지 요구하고 있다. 또 피터 매케이 외무장관에게 일본 총리와 의회에 사과와 배상을 촉구하는 데 필요한 모든 가능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결의안을 발의한 마스턴 의원은 “2차 대전 당시 일제 위안소에서 성노예로 학대당한 수만명의 여성들에게 아베 신조 일본총리가 사죄하고 배상 프로그램을 마련하도록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동 발의자인 돈 블랙 의원은 “역사를 부인하는 건 정의를 거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일간지 쥐트도이체 차이퉁은 28일 ‘역사적 태만’이란 제목의 기명 칼럼에서 “아베는 능력이 부족한 총리”라고 혹평하고, 과거 성노예였던 70,80대 할머니들에게는 상처를 주지만 일본 국민의 절반에게는 민족주의적인 발언이 호응을 얻을 것이라는 비열한 계산으로 낮은 지지율을 만회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날 ‘위안의 말’(Words of Comfort)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일본이 또다시 진실을 우롱하고 있다.”면서 “놀라운 것은 지난해 9월 취임 후 한국과 중국을 잇따라 방문, 전임자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 문제로 악화된 주변국들과의 관개 개선에 나섰던 아베 총리가 이런 터무니없는 큰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전문가로 꼽히는 제럴드 커티스 미 컬럼비아대 정치학 교수는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 인터뷰에서 “아베 총리의 위안부 강제동원 부인 발언은 총리 자신의 위상에 심대한 타격을 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과 일본 외교 관계에 손상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dawn@seoul.co.kr
  • [06일 TV 하이라이트]

    ●현장기록 ‘형사’(MBC 오후 7시20분) 8만원짜리 시계가 1억원짜리 시계로 둔갑하다. 지난 8월, 청담동 일대를 발칵 뒤집은 사건이 있었으니 바로 가짜 명품 시계 사기 사건. 사건의 전말을 낱낱이 밝힌다. 지난 8월 초 두 명의 소녀가 다급하게 경찰서를 찾았다. 교복차림의 17살 고등학생 아이들이 경찰서를 찾아온 이유는 무엇일까?   ●다큐 여자(EBS 오후 9시30분) 서른살 김소현은 명문대를 졸업하고 잘나가는 대기업에 입사해서 능력을 인정받는 전문직 여성이었다. 입사동기였던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다. 그러던 어느 날 소현씨는 남편과 함께 회사를 그만두고 시골로 들어가 펜션을 지었다. 그녀가 꿈에도 그리던 전원 생활은 어떤 것일까?   ●수요기획(KBS1 오후 11시40분) 80대 노인이 젊은이 취급을 받는 남미 에콰도르의 빌카밤바. 이곳에는 101세 마누엘과 95세 다리오 형제가 있다. 이들 형제는 아직도 매일 일을 하며 즐겁게 살아가고 있다.101세 노인이라고는 믿기 힘든 마누엘 형제의 여유로운 삶과 쾌활한 웃음 속에서 빌카밤바의 장수비결을 만나본다.   ●맨발의 사랑(SBS 오전 8시30분) 다연과 주완이 일하고 있는 포장마차로 화영이 찾아오고, 화영과 다연은 서로를 보며 깜짝 놀란다. 이때 주완은 화영을 보며 신기해하는 모두에게 소개시킨다. 이야기가 이어지고, 곰장어를 굽던 다연이 연기 때문에 콜록거리자 주완이 이를 뺏는가 하면 다연의 코에 묻은 검댕을 다정하게 닦아준다.   ●투명인간 최장수(KBS2 오후 9시55분) 소영은 편치 않은 마음으로 아직 기억이 남아 있을 때 인사하고 가고픈 장수를 이해해 달라고 말하지만 현수는 받아들이지 못한다. 장수는 할머니 산소를 찾아가 마지막 인사를 한다. 한편, 씩씩대고 찾아온 수표를 달래보지만, 수표 또한 살아 있는 장수의 장례식을 받아들이지 못하는데….   ●클로즈 업(YTN 오후 1시20분) 정부는 우리나라가 2010년대에 선진국에 진입하고 2020년대에는 세계일류국가로 도약해 2030년에는 삶의 질이 세계 10위에 오른다는 내용의 비전 2030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내용이지만, 그에 따른 재원 마련 등을 감안하면 현실성이 어느 정도일지를 생각하게 된다.
  • 눈길 끄는 이색 당선자

    눈길 끄는 이색 당선자

    지방 정가의 이색 당선자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의회-일당백으로 맞선다. 한나라당이 서울시의원 96석을 싹쓸이했다. 게다가 비례대표 10석 가운데 6석을 챙겼다. 열린우리당은 2석, 민주당 1석, 민주노동당은 1석이다. 민주당의 유일한 시의원 이금라(54·여) 당선자는 “어깨가 무겁다.”고 했다. 그는 표결로 맞서기 힘든 상황이라 회기마다 시장에게 질문을 쏟아내 견제할 계획이다. 이 당선자는 3선 의원으로 환경문제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민노당 이수정(34·여) 당선자는 실생활 속에서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가려운 곳을 긁는 의회 활동을 펼칠 생각이다. 학습지 교사로 활동해온 그는 “서울시민 10%가 민주노동당을 지지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민생 생활정치를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 등에 관심을 기울일 계획이다. 열린우리당 비례대표로는 서울시 사회복지사협회 이사인 조규영(40·여)씨와 대한노인회 중앙회 사무총장인 홍광식(62)씨가 뽑혔다. 최연소 시의원은 한나라당 김혜원(28) 당선자. 충북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해 한나라당 중앙당 공채로 정치에 발을 들였다. 그는 교육문화상임위원에서 마포의 문화·교육환경을 개선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마포구에는 도서관과 방과후 교실이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어머니들이 자녀 교육을 걱정해 강남·양천구로 떠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 당선자는 “젊기에 변화를 추구하고, 무모할 정도로 즐겁게 선거를 치렀다.”면서 “배운다는 자세로 의회 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고령 시의원은 구로구에서 당선된 한나라당 이병직(67)씨다. ●구의회-무소속 구의원 탄생 최고령 구의원은 4선에 성공한 서대문구 한나라당 정혜연(71)당선자이다. 그는 “구청과 공조해 뉴타운 사업이 빠르게 진행되도록 돕겠다.”고 말했다.“일본 구의회에선 60∼80대 의원이 대부분”이라면서 “우리나라도 나이에 상관없이 건강하고 실력있는 사람이 의회를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능력있는 노인이 사회 곳곳에서 활동하도록 노인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정당 폭풍 속에서도 무소속의 깃발을 꽂은 구의원이 있다. 양천구 백금만(37)당선자와 영등포구 박정자(63)당선자가 그 주인공. 박 당선자는 3선 구의원이었지만, 한나라당 공천을 받지 못했다. 그는 “12년 동안 아침마다 횡단보도에서 어린이 교통을 지도하고, 골목을 돌아다니며 지역을 돌본 정성을 당은 무시했지만, 주민들은 인정했다.”고 평가했다. 교통공원, 여성회관을 건설해 살맛 나는 영등포구를 건설하겠다고 다짐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재불 여성작가 8인 ‘한·불수교 120주년’ 기획전

    |파리 함혜리특파원|30대에서 80대까지 3세대에 걸친 재불 여성화가들의 다양성과 활력을 보여주는 특별 기획전이 파리 시내 유명화랑 파사주 드 레츠에서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개막됐다.24일까지 일반에게 공개된다. 이번 전시회는 주불 한국문화원(원장 모철민)이 한·불 수교 120주년을 맞아 기획했다. 이성자, 방혜자, 진유영, 윤희, 한순자, 한명옥, 윤애영, 구정아 등 8인의 재불 여성작가가 회화, 조각, 비디오, 설치 작품들을 선보였다. 이성자(88) 화백은 재불 한국 작가 가운데 최고 원로다.1951년 프랑스로 건너와 에콜드파리의 서정적 추상운동에 가담했다. 대지와 여성, 도시, 음악, 우주 시리즈 등 반세기가 넘는 기간에 만들어진 풍부한 회화와 판화의 세계가 시대별 대표작 중심으로 소개된다. 40여년간 빛을 탐구하는 회화 작업에 몰두해 온 ‘빛의 구도자’ 방혜자(69) 화백은 빛이 쏟아지는 공간 속에 입체적으로 회화를 설치했다. 진유영(60)씨는 사진과 회화의 경계에서 대상에 대한 새로운 방식의 접근을 시도하는 작가. 이번 전시회에서는 높이 2.9m, 길이 13m의 대형 풍경화 ‘다가감-한강’을 선보이고 있다. 조각가 윤희(56)씨는 강한 열과 에너지로 단련된 흔적을 가진 조각작품 설치로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사했으며 한순자(54)씨는 회화와 디지털 애니메이션, 설치를 통해 색과 형태의 에너지를 보여준다. 무명실, 감자, 쌀 등 일상적인 재료를 사용해 인간의 조건,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일깨우는 한명옥(48)씨는 이번 전시회에서 무수히 많은 쌀알을 쌓아올린 ‘쌀의 벽’을 선보였다. 멀티미디어 설치 작가 윤애영(42)씨는 꿈과 기억의 이미지를 비디오로 재구성한 ‘비밀의 정원’을 소개했다. 퐁피두센터에서 개인전을 가진 바 있는 구정아(39)씨는 제작과 전시의 상식적인 개념에 도전하는 ‘우스 랜드’라는 작품을 선보였다. 김애령 전시기획자는 “이번 전시에 초청된 8명은 재능과 용기, 인내를 바탕으로 프랑스에서 독창적인 세계를 개척한 작가들로 그들의 예술과 삶에 대한 관점 자체가 하나의 메시지를 형성한다.”고 소개했다. lotus@seoul.co.kr
  • 청계천을 사랑하는 사람들 청·사·랑

    청계천을 사랑하는 사람들 청·사·랑

    장면 #1 점심을 먹고 청계천에 산책 나온 회사원 A씨가 무심코 담배를 문다. 담뱃불을 붙이기가 무섭게 한 할머니 자원봉사자가 다가선다. “청계천은 금연구간입니다. 담배를 참아 주세요.” 깜짝 놀란 표정의 A씨가 할머니를 쳐다본다. 하늘색 모자에 ‘청계천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란 푸른색 어깨띠를 두른 할머니가 미소를 머금고 서 있다. “네, 알겠습니다.” 대답과 함께 담뱃불을 끄자 할머니는 검정 비닐봉지를 열어 앞으로 내민다.A씨도 웃으며 피우던 담배를 집어넣는다. 장면 #2 ‘안전지키미’ 자원봉사자가 청계천 주변을 거닐며 쓰레기를 줍는다. 풀숲에 버려진 과자봉지, 음료수 캔과 말라 죽은 나뭇가지를 검정 비닐봉지에 담는다. 돌벽 사이에 박혀 있는 담배꽁초를 빼내는 것도 일이다. 손으로는 힘들어 집게로 하나하나 뽑아낸다. 물속에 던진 담배꽁초나 휴지도 건져낸다. 요즘은 날씨가 따뜻해져 나아졌지만, 한겨울 찬물 속에 손을 넣을 때면 온몸이 오싹했단다. 주워도, 주워도 쓰레기가 보인다. 장면 #3 ‘지식나누미’ 김경희(43)씨가 광교∼삼일교에 설치된 ‘정조반차도’를 바라보며 설명한다. 역사문화해설사인 김씨는 청계천 문화의 거리인 청계광장∼삼일교를 오가며 청계천의 역사를 알려준다. “정조가 혜경궁 홍씨의 회갑을 맞아 아버지 사도세자가 묻힌 화성으로 행차하는 모습입니다. 효자였던 정조가 ‘어머니 앞에 설 수 없다.’며 본래 왕의 자리보다 훨씬 뒤쪽에서 오고 있습니다.” 자기타일에 새겨진 그림으로만 보이던 반차도가 역사의 날개를 달고 머릿속에 스며들었다. ●‘안내·안전·지식도우미´로 봉사 ‘청계천을 사랑하는 사람들’(청사랑)은 청계천을 맑고 푸르게 지키는 자원봉사단이다.‘안전지키미’와 ‘환경·안내도우미’‘지식나누미’로 분류돼 일주일에 2차례씩,8시간 활동한다. 매주 빠짐없이 나오는 자원봉사자 1000여명을 포함해 등록회원만 1만명이 넘는다. 주 연령층은 50∼60대이지만,10대 청소년도,80대 어르신도 참여한다. 청사랑 지식나누미 169명은 청계천의 역사·문화, 생태를 설명한다.1,2차에 걸쳐 교육을 받은 뒤 현장에서 시민과 만난다. 워낙 인기가 높아 인터넷 예약을 받고 있다. ●위험한 짓 부추기는 부모 미워요 청사랑 안전지키미는 안전 사고를 예방하는 일을 맡는다.22개 다리를 기준으로 나누어 활동한다. 예를 들면 2명씩 짝을 지어 청계광장∼모전교, 모전교∼광통교, 광통교∼광교 등 다리 사이 170∼260m 구간을 오가며 청계천과 시민을 돌본다. 이름처럼 안전사고 예방이 최대 과제다. 그러나 어린이를 돌보는 것이 쉽지 않단다. “아이가 비상계단에 올라가면 부모가 말려야 하는데 오히려 부추깁니다. 위험하다고 알려주면 ‘위쪽 잔디에서 아이가 뛰어놀도록 놔두라.’고 짜증을 내죠.” 술꾼과 말씨름할 때도 많다. 술을 안주머니에 몰래 갖고 들어와 자원봉사자가 지나가면 홀짝홀짝 마시기 때문이다. “술병을 달라고 요구하면, 없다고 발뺌합니다. 곁에 앉아 아들처럼, 동생처럼 청계천에서 술을 마시면 위험하다고 차근차근 설명하죠.” ●제발 술 마시거나 노상 방뇨하지 마세요 술객들은 물가로 내려가 발을 씻기도 한다. 붙잡아도 막무가내다. 헛디뎌 넘어질까봐 조마조마할 때가 많다고 한 자원봉사자가 말했다. 노상방뇨를 목격할 때가 가장 난감하다. 여성 자원봉사자가 곁에 있는데도 취객들은 뒤돌아서서 노상방뇨를 한단다. 시골 할머니도 급하다며 구석자리를 찾아 들어간다. 때문에 관수교 주변에선 소변 냄새가 가시지 않는다. “청계천을 복원하는 데 4000여억원을 들였습니다. 소중히 관리해서 우리 자녀들에게 물려줘야지요.”청사랑 이만구(60)씨 말이다. ●돌 틈·물 속 꽁초 처리 애먹어 돌 사이에 박혀 있는 담배꽁초를 청소하는 일은 곤욕스럽다. 신경을 집중해 집게로 뽑다 보면 머리까지 아프다. 물속에 빠진 담배꽁초를 줍다 보면 울화통이 치밀어 오른다. 박강부(63)씨는 “담배를 피우는 것도 그렇지만, 왜 담배꽁초를 돌 사이에 숨겨놓거나 물속에 던져 넣는지…꽁초 줍다가 하루가 다 갑니다.”라고 푸념했다. 여성 자원봉사자는 “휴지를 줍고 있으면, 젊은이들이 바닥을 가리키며 ‘아줌마, 저기도 있네요.’라고 말합니다. 줍는 사람은 따로 태어나는 것인지….” 라고 말하며 서운해했다. 장통교에 설치된 징검다리 조명을 놓고도 실랑이가 벌어진다. 시민은 징검다리라며 건너려 하고, 자원봉사자는 조명이라며 제지하는 것. 계속 밟으면 조명이 깨진다는데도 ‘나 하나쯤은 괜찮다.’며 진군한다. 잔디에서도 마찬가지다. “한 할머니가 잔디를 밟고 가시기에 ‘잔디가 죽어요.’라고 말씀 드렸더니 ‘사람도 죽고 사는데, 그깟 잔디가 대수냐.’며 화를 내시더라고요.” ●고단하지만 시민 즐거움이 우선 이처럼 고단한 봉사를 청사랑은 왜 멈추지 않을까. 인천에 사는 오양원(67)씨는 청계천 구경을 왔다가 자원봉사자로 등록했다. “도심에 흐르는 물소리가 얼마나 듣기 좋던지요. 다른 곳에서 봉사하던 시간을 쪼개서 나왔지요.”오씨는 10여년간 방송국과 병원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나이 들수록 움츠러드는데 200여m를 운동 삼아 오가는 것도 좋단다. “방방곡곡에서 방문한 다양한 사람들을 안내하고, 도와주는 게 재미납니다. 청계천 복원 배경을 알려주고, 화장실, 맛집 등 편의시설을 안내하다 보면 하루가 금세 가죠.” 장봉순(65)씨가 이렇게 말했다. 시민들이 다정한 인사를 건네면 피곤이 스르르 사라진단다. 박강부씨는 시민들이 어울려 북적거리는 것이 좋아 나왔다.“청계천을 보며 시민들이 즐거워하고, 그걸 보며 우리가 즐겁습니다. 도심이 한결 부드러워진 느낌이에요.” 박씨는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에서도 봉사하고 있다. 최형희(71)씨는 “자녀들이 자랑스러워한다.”고 뿌듯해했다.“아침마다 일어나 나를 필요로 하는 곳으로 나선다는 게 얼마나 행복합니까.” 청사랑의 청계천 사랑이 눈부시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50여명의 아티스트 청계천 더욱 빛낸다 ‘문화가 가득한 청계천.´ 아티스트 56명이 청계광장, 모전교∼광통교, 장통교, 황학교∼두물다리를 음악과 무용, 연극, 그림으로 수놓는다. 특히 주말 오후에는 시간마다 아티스트가 바뀌며 다양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17일 강세주(36)씨가 광통교 부근에서 한 부부의 캐리커처를 그려주고 있다. 딸의 손에 이끌려 마지못해 의자에 앉았지만, 부부는 어린아이처럼 들떠 있다. “아버님, 보이도록 활짝 웃으세요.”굳은 표정이던 아버지가 어색한 미소를 띄운다. 강씨가 붓을 이리저리 옮기자 10분만에 부부를 닮은 ‘갑돌이와 갑순이’가 탄생했다. 어머니가 “실물보다 예쁘다.”고 좋아하자 딸이 천원짜리 몇 장을 꺼내 기부금 박스에 넣는다. 강씨는 “자유 기부라 100원도,2만원도 낸다.”고 말했다. 주말이면 시민들이 붐벼 예정시간을 넘겨 캐리커처를 그리기 일쑤다. 강씨 등은 이곳에서 얻은 수익금을 모아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있다. 바로 옆에 석고를 하얗게 뒤집어 쓴 ‘삐에로 천국’이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시민들은 무심코 지나쳤다가도 인간인지, 인형인지 확인하려 되돌아온다. 귀부인과 신사처럼 차려입은 삐에로 천국은 태엽 인형처럼 순간 순간 표정과 자세를 바꿔 관람객을 즐겁게 한다. 18일 청계광장 주변은 감미로운 통기타 연주로 가득했다.10년 동안 해운대에서 활동하던 김대완(39)씨가 힘차게 포크송을 연주하고 있다. 김씨 앞에 놓인 술통 모양의 기부금함이 차올랐다. “한 1년간은 인내심을 갖고 팬을 끌어 모을 생각입니다. 음악을 찾아 청계천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면 저도, 시민들도 풍성해지겠죠.” 아마추어 예술가들 덕택에 청계천이 문화 중심지로 거듭나고 있다. 청계천 아티스트의 공연일정은 재단 홈페이지(sfac.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울문화재단은 일년에 한 차례씩 공개 오디션을 통해 청계천 아티스트를 모집한다. 아티스트는 문화재단과 협의해 공연일시를 정한다. 세 차례 이상 일정을 어기면 제재 조치를 받는다. 시민들은 공연이 마음에 들면 기부금을 내면 된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흙탕물속 생수, 그게 종교 역할”

    “흙탕물속 생수, 그게 종교 역할”

    전북 익산 원불교 총부에 자리잡고 있는 중앙수도원은 원불교의 여성 원로 법사들만이 기거하고 있는 ‘금남의 집’이다. 원불교에 입교해 오랜 세월 수행과 포교, 행정일을 하다가 정년퇴임한 70∼80대 여성 50명이 숙식을 같이하며 노년을 보내고 있는 안식처. 원불교가 최대 경축일인 대각개교절(28일)을 앞둔 지난 18일 이 ‘금남의 집’을 개방해 원로 법사들을 만날 수 있었다.70세에 정년퇴임한 뒤 10∼15년간 이곳에 머물고 있는 법사들은 감찰원장을 비롯해 원불교 요직을 두루 거친 원불교의 산증인들. 원불교가 이곳에 터를 잡을 무렵 출가해 동고동락했던 이들은 한결같이 어려웠던 원불교 초창기의 상황을 떠올리며 감회에 젖었다. “60년간 원불교에서 교역하면서도 월급이란 것을 모르고 살았습니다. 이곳 수도원에 들어와 지금 매달 23만 8000원을 받고 있는데 호강이지요. 출가했을 때만 하더라도 쌀이 없어서 솔잎을 따 먹으며 연명할 정도였는데….”(84·균타원·신제근, 타원은 법랍 20수이상 교직자에게 주어지는 법호) “흔히 원불교는 흰저고리 검정치마 입은 사람들이 일군 것이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여기 계신 분들이 바로 그 주역들이 아닐까 합니다. 오로지 남녀노소 모든 사람이 이 세상에서 다 자기에 맞게 쓸 수 있는 정법(正法)을 세우기 위해 몸과 마음을 다 바쳤던 것이지요.”(85·성타원·이성신), 타원은 법랍 20수 이상의 교직자에게 주어지는 법호. 불쑥 찾아든 기자의 쏟아지는 질문에 처음엔 주저하다가 서로 질세라 말문을 연다. 정해진 시간의 참선을 빼놓곤 비교적 자유로운 생활을 하지만 오랜 세월 몸에 밴 수행 이력 때문인지 쉽사리 몸과 마음을 흐트러트리지 않는다. 전국의 각 교당과 대학에 초빙돼 법문이며 강의를 하느라 바쁘단다. “바깥에서 보면 이곳에서 하는 일이 없다고 하지만 나름대로 할 일들이 많아요. 지난세월 줄곧 했던 것처럼 나를 다스리고 모든 이들에게 마음의 평화를 줄 수 있도록 하는데 여생을 바칠 계획입니다.”(승타원·송영봉·80) 승타원은 1975년 달랑 지참금 100달러만 들고 미국으로 건너가 온몸을 던져 미주지역 포교를 개척한 주역. 당장 호구지책이 어려웠던 시절, 가게 점원이며 꽃 만드는 일 등 안 해본 일이 없다고 한다. “처음 미국에 도착해 이땅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니 그곳 역시 사람사는 세상인 만큼 구제할 사람이 많더군요.17년 만에 처음으로 법당을 마련했을 때는 뛸 듯이 기뻤어요. 처음엔 주로 교포를 상대로 포교에 나섰지만 지금은 본토인 교화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16세에 출가해 익산에서 교조인 소태산 대종사를 오래 시봉했다는 성타원은 “한국인이 다 어려운 시절 음식불공을 없애고 남녀·신분차별을 배척한 소태산 대종사는 종교적 차원을 떠나 우리 사회 전반의 의식혁명을 주도한 큰 인물”이라며 “요즘 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지식인들이 줄지어 원불교에 입교하는 현상도 그같은 원력에서 설명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아무리 오염된 흙탕물이라도 솟아나는 샘물만 있다면 그 물은 이내 맑아질 수 있지요. 종교란 바로 그 생수의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수도원에서 만난 법사들은 한결같이 “세상이 혼란스러워 걱정이 된다.”면서 “그러나 흙탕물속 생수처럼 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세상은 훨씬 살기 좋아질 것이며 실제로 우리 사회에는 생수 같은 사람이 많다.”는 말로 기자들을 배웅했다. 글 익산 김성호기자 kimus@seoul.co.kr
  • 80대 美교포 ‘올해의 여성영웅’

    80대 재미동포 할머니가 미국 공영방송 ‘KCET’(대표 알 제레미)가 제정한 ‘올해의 여성 히어로’에 뽑혔다. 주인공은 미국 버스승객조합의 한인 커뮤니티 홍보담당자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김희복(84) 할머니. 그는 2000년 버스승객조합 회원으로 가입, 매일 동포들이 이용하는 버스를 타고 다니며 승객권리를 설명한 전단지를 돌리거나 대중교통국(MTA)을 상대로 버스 증편과 서비스개선을 요구하는 시위와 소송 등을 벌인 점이 인정돼 영웅으로 선정됐다. 김 할머니는 지난 23일 로스앤젤레스 KCET 본관에서 열린 시상식 직후 “오늘이 내 인생에서 최고로 기쁘고 행복한 날”이라며 “이 상을 모든 버스승객노조 회원들에게 바친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버스는 자동차가 없는 노인들에게 발이자 지팡이이지만 이들을 위한 서비스는 나아지지 않고 있다”며 “앞으로 한인들이 매 5분마다 버스를 탈 수 있도록 버스 증차를 위해 계속 뛰겠다.”고 덧붙였다.알 제레미 대표는 “고령에도 200명이 넘는 조합원을 가입시키고 버스승객의 권리를 위해 뛰어다닌 이 시대의 진짜 여성 활동가”라고 그를 평가했다. 미국에 먼저 이민한 두 아들의 초청으로 1988년 도미한 김 할머니가 운동가로 변신한 것은 버스 안에서 동포 청년으로부터 받은 영어 팸플릿 때문. 김 할머니는 팸플릿에 적힌 내용이 ‘승객권리’라는 것을 알고 모임에 참석하면서 회원으로 가입하게 됐다.결국 그가 가입한 후 영어와 스페인어로만 번역돼 있던 승객권리는 한국어로도 번역돼 팸플릿으로 제작됐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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