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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푼, 두 푼… 기적을 만든 기부

    한 푼, 두 푼… 기적을 만든 기부

    한 해가 저물 무렵 전국 곳곳에서 소리 없는 기적이 일어난다. 자신보다 어려운 이웃을 먼저 생각하는 익명의 기부천사들이 갈수록 각박해지는 사회에 온기를 불어넣어 주고 있다. 경남 거창군 가북면 한 산골마을에 거주하는 한 할머니(73)는 최근 마을 주민 편으로 현금 30만원을 가북면사무소로 보냈다. 이 할머니는 “누군지 밝히지 말라”면서 “돈이 적어 미안하다”고 전했다. 이 기부천사 할머니의 기부는 올해로 4년째다. 할머니는 2016년 12월 처음 100만원을 전달한 것으로 시작으로 2017년과 지난해 각각 50만원을 면사무소로 전달했다. 가북면사무소에 따르면 할머니는 80대 할아버지와 단둘이 생활하며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다. 할머니는 마을 주변 들과 야산에서 매일같이 쑥과 나물을 뜯고 약초를 캐서 판매해 한 푼 두 푼 모은 돈으로 해마다 기부한다. 가북면 사무소 관계자는 “할머니가 일년 동안 산나물을 뜯어 마련해 기부하는 수십만원은 억만금보다 더 소중하다”고 감동했다.지난 3일 경남 창원시 의창군 동읍행정복지센터 현관 앞에 백미 10㎏들이 100포(300만원 상당)를 실은 트럭이 도착했다. 한 주민이 3년째 기부한 것이다. 동사무소는 “기부자에게 감사 인사라도 전하고 싶지만 누군지 모른다”며 고마워했다. 지난달 28일에는 대한적십자사 경남지사에 40대 중년부부가 방문해 1300만원을 기탁했다. 김해시에 거주하는 이 부부는 “어려웠던 시절 이웃에게 받은 사랑을 더 어려운 이웃에게 돌려주고 싶다”며 신분을 밝히지 않고 웃으면서 떠났다. 지난달 21일 경남 고성군청에 올해 환갑을 맞은 군민 박모씨가 방문해 현금 30만원이 든 봉투를 내놨다. 박씨는 “적은 금액이지만 장애로 어려움을 겪는 이웃에게 보탬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지난달 19일 경남 김해시 시민복지과에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여성이 방문해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안에는 100만원권 수표 10장이 들어 있었다. 이 여성은 “어려울 때 받은 도움을 언젠가는 사회에 돌려줘야겠다는 생각에서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적금을 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부자는 “마음의 빚을 갚을 수 있어 행복하다”고 흐뭇해했다. 이 여성은 “다음달 만기가 되는 적금 1000만원도 어려운 이웃을 위해 후원할 생각이다”며 추가 기부 의사도 밝혔다. 김해시에 따르면 이 기부천사는 평범한 가정주부로 자녀를 두고 있으며 기부를 하기 위해 틈틈이 일을 해서 적금을 든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지난해 이맘때를 떠올리며 익명의 기부천사가 올해도 몰래 나타날지 사무실 밖 복도 주변을 매일 눈여겨보며 전화를 기다리고 있다. 경남공동모금회는 지난해 12월 14일 낮에 사무실에 있던 한 직원이 “사무실 입구에 물건이 있는데 나와서 확인해 봐라”는 전화를 받고 밖으로 나가 건물 4층 사무실 입구에 있던 종이봉투 한 개를 발견했다. 봉투 안에는 5만원권 묶음과 1만원권, 5000원권, 1000원권, 동전 등 모두 5534만 8730원과 직접 쓴 손편지가 들어 있었다. 편지에는 ‘1년 동안 넣었던 적금인데 가난한 가정의 중증 장애아동 수술비와 재활치료에 사용되길 바랍니다’고 적혀 있었다. 이 기부자는 ‘내년 연말에 뵙겠습니다’며 다시 기부할 뜻을 밝혔다. 경남모금회는 특히 이 기부자가 쓴 손편지 필체가 앞서 지난해 1월 신분을 감추고 2억 6400만원의 큰돈을 경남모금회 계좌로 기탁한 기부자 손편지 필체와 같아 동일인일 것으로 짐작했다. 지난해 1월 당시에도 기부자는 손편지를 통해 ‘연말에 뵙겠습니다’고 한 뒤 추가로 기부를 했다.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도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간 해마다 1~12월에 익명으로 모두 9억 6000만원을 기부한 ‘60대 키다리 아저씨’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다. 대구 키다리 아저씨도 기부할 때마다 공동모금회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 “밖으로 나와 봐라”고 한 뒤 한 번에 1억 2000여만원씩이 든 봉투만 익명으로 전해주고 돌아간다. 이미숙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대리는 “사회가 갈수록 각박해져 가는데 숨어서 나눔을 실천하는 기부 천사들을 만날 때마다 우리 사회에 따뜻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며 “나눔의 바이러스가 사회 곳곳으로 더욱 확산돼 나눔을 주고받는 사람들의 삶이 행복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노인일자리 사업 ‘퍼주기’ 비판 있지만… 어르신 빈곤율·우울증 ‘뚝’

    노인일자리 사업 ‘퍼주기’ 비판 있지만… 어르신 빈곤율·우울증 ‘뚝’

    매달 일자리 통계가 발표되면 60대 이상 취업자 증가폭을 둘러싸고 논란이 인다. 재정으로 만든 단기 일자리라는 점이 주요 내용이다. 이런 현상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한국이 늙어가기 때문이다. 여기에 노인 자살률은 물론 빈곤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높다.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는 명제는 노인에게도 일정 부분 맞는 말이다.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가 내년부터 노인으로 분류되는 65세 이상 인구에 진입한다. 우리 사회의 정치·경제·사회를 바꿔 왔던 이들이 모두 ‘노인’이 되기 전에 관련 논쟁이 마무리되고 제도가 정비돼야 한다.통계청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9월까지 태어난 아이는 23만 231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5만 2280명)보다 1만 9963명 적다. 보통 4분기(10~12월)에는 자녀가 2~3달 정도 자라서 나이 한 살을 더 먹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어 태어나는 아이 수가 적다. 출생아수 40만명이 붕괴된 시기가 2017년인데 2년 뒤인 올해 출생아수가 30만명이 넘을지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태어나는 아이는 적고, 베이비부머가 나이가 들면서 전체 인구에서 6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2018년 기준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고령화 비율은 14.3%다. 유엔은 고령화 비율이 7%면 고령화사회, 14%가 넘으면 고령사회, 20%가 넘으면 초고령사회로 분류한다. 우리나라가 고령화사회(1999년)에서 고령사회(2018년)가 되는 데 19년이 걸렸고, 초고령사회가 될 때까지는 7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다. 통계청의 장래인구특별추계에 따르면 2030년에는 고령화 비율이 25.0%로 인구 4명 중 1명은 65세가 넘게 된다. 통계청이 최근의 초저출산현상 때문에 5년마다 하는 장래인구 추계를 2년 앞당겨 올해 발표한 결과다. ●노인 고용률 늘었지만 빈곤율도 높은 상황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까지 60세 이상 취업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6만 3000명 늘었다. 60세 이상 인구는 54만 7000명 늘었다. 60세 이상 고용률은 지난 10월 43.3%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5% 포인트 높아졌다. 좀더 세부적으로 보면 60대 초반(60~64세)은 60.8%로 0.7% 포인트, 65세 이상이 35.3%로 1.8% 포인트씩 높아졌다. 60대 초반의 고용률이 65세 이상에 비해 월등히 높지만, 증가폭은 65세 이상이 훨씬 크다. ‘일하는 노인이 행복하냐’는 논란이 있지만, 다른 국가와 비교해 보면 고용률이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2018년 기준 55~64세 고용률은 66.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평균(61.8%)보다 높지만 일본(76.3%), 스위스(73.0%), 독일(72.4%) 등 부지런한 나라로 평가받는 국가들에 비해서는 낮다. 55~64세 고용률은 모든 회원국에서 최근 5년간 증가하는 추세다. 의학의 발달로 건강한 노인이 늘어나면서 고용률도 높아지고 있다. 반면 66세 이상 인구 중 소득이 중위소득(소득 규모를 한 줄로 세웠을 때 한가운데에 오는 소득)의 50%가 안 되는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인 노인 빈곤율은 43.8%로 OECD 평균(14.0%)의 세 배 수준이다. 한국 다음으로 노인 빈곤율이 높은 나라는 에스토니아(35.7%), 라트비아(32.7%), 리투아니아(25.1%) 등으로 2010년 이후 OECD에 가입한 나라들이다. 55~64세 고용률이 64.0%로 한국보다 낮은 미국은 노인 빈곤율은 23.1%로 한국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55~64세 고용률이 63.6%인 캐나다의 노인 빈곤율(12.2%)도 마찬가지다. 특히 한국의 연령별 빈곤율은 17세 이하는 14.5%로 OECD 회원국 중 11위, 18~65세 빈곤율은 12.7%로 9위다. 한국의 연령별 소득이 60대 초반에 급격히 줄어들면서 빈곤율이 높아진다는 추산이 가능하다. 이 시기는 직장에서 은퇴하고 자녀를 독립시키는 시기다. 본인은 부모를 부양했지만 자식의 부양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세대의 특성이 반영됐다. ‘마처세대’(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이면서 자녀에게 부양받지 못하는 처음 세대)는 그나마 낫다. 요즘은 부모를 부양하면서 다 큰 자식도 부양하는 이중 부양의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빈곤에 허덕이다 보니 자살률이 높다. 한국의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24.3명으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이 결과를 만든 것이 노인의 자살이다. 중앙자살예방센터에 따르면 한국과 OECD 회원국의 평균 자살률은 10대는 유사한 수준이다. 그러나 20대부터 60대까지는 한국이 2배가량, 70대와 80세 이상에서는 한국이 3배 이상 더 높다. 은퇴가 시작된 베이비부머가 앞으로의 자살률 추이를 결정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60대 후반과 70세 이상 등 통계 세분화 필요 베이비부머의 은퇴에 맞춰 통계를 연령대별로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 60대의 건강과 노동 능력 등을 고려하면 70세 이상이라는 범주가 따로 필요하다. 정부는 노인 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올리는 논의를 공식화하고 있다. 논의가 활발히 이뤄져 알맞은 정책이 나오려면 60대 후반과 70세 이상을 분리하는 통계가 많이 쌓여야 한다. 언젠가는 이뤄질 노인 연령 상향 이전에 두 연령대에서 각각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에 대한 조사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전체 통계를 왜곡시키는 현상도 막을 수 있다. 현재 통계에서는 70대와 80대는 60대 이상이나 65세 이상으로 함께 측정된다. 취업자 증감에서 65세 이상을 빼면 지난 5월부터 취업자가 전년 동월보다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60대 이상으로 빼는 범위를 넓히면 올 들어 8월과 10월 두 달만 취업자가 전년 동월보다 늘어났다. 노인의 범위를 어떻게 정하고 노인일자리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와 상관없이 고용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음을 보여 준다. 고용부에 따르면 노인일자리 참여자 중 70세 이상 비율이 지난 10월 기준 86.5%다. 일자리보다 복지에 가깝다.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일자리사업에 참여한 노인의 빈곤율은 사업 참여 전 82.6%에서 참여 이후 79.3%로 감소했다. ●“단순한 일자리 아닌 지역사회에 긍정 영향” 특히 우울의심 비율이 32.3%에서 7.3%로 감소해 정신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됐다. 일을 통한 사회 참여와 보충적 소득 창출 목적의 복지정책으로 2004년 도입된 노인일자리정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둔 셈이다. 노인일자리 사업이 도입된 지 15년이 되면서 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크다.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노인일자리 참여자는 주로 저소득 계층이고 여성, 고령, 저학력 노인의 참여율이 높다. 반면 참여 희망자는 남성, 저연령층 노인, 고학력자, 자녀 동거 노인 등의 비중이 높다. 즉 이들의 활동 수요에 맞는 일자리나 사회활동이 필요하다. 노인일자리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도 있어야 한다. 강은나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노인일자리 사업이 노인을 위한 단순한 일거리 또는 경제적 지원만을 위한 사업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업이라는 사회적 인식의 전환을 도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lark3@seoul.co.kr
  • ‘살인의 추억’ 특정한 국과수… 고질적 인력난에 힘겨운 과학수사

    ‘살인의 추억’ 특정한 국과수… 고질적 인력난에 힘겨운 과학수사

    연구원 1명 감정 건수 연간 1600건 넘어 부검 2015년 4643건→작년 6937건으로 ‘민간 촉탁 폐지·변사체 부검’ 영향 급증 열악한 근무·경제적 보상 적어 지원 꺼려 외국 인력 수입·의대생 관심 유도 필요범죄자들의 수법이 날로 고도화되면서 과학수사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를 담당하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고질적인 인력난은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해마다 업무가 급증하는데 직원 수는 제자리걸음이다. 최근 영원히 미제 사건으로 남을 뻔한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진범을 국과수가 특정하면서 관심을 받고는 있지만 ‘지나가는 바람’에 불과하다는 비관론이 지배적이다. 2일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과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과수의 감정처리 건수는 2015년 36만 8918건에서 지난해 52만 6315건으로 최근 4년간 30%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직원 수는 지난달 기준 409명으로 국과수 정원(452명)조차 채우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급증하는 감정 건수에 비해 이를 담당하는 연구원의 보강은 매우 더뎠다. 2015년 278명이던 국과수 연구원은 지난해 318명으로 4년간 40명 느는 데 그쳤다. 국과수 연구원 한 명이 처리하는 감정 건수는 연간 1600건이 넘는다. 일평균 3건 이상 업무를 보면서 격무와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 올 상반기(1~6월) 감정 건수는 28만 6990건으로 연말이 되면 지난해 수준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국과수 업무의 핵심인 부검은 수사 과정에서 생기는 빈틈을 메워 주는 매우 중요한 수사 기법이다. 자료를 보면 전체 감정처리 건수 중 부검 건수는 2015년 4643건에서 지난해 6937건으로 빠르게 증가했다. 부검이 급증한 것에는 다양한 이유가 거론된다. 정부가 2015년 ‘비전 2020 국과수 감정역량 고도화 방안’을 내세우면서 365일 부검을 실시하며 민간에 부검을 의뢰하는 ‘촉탁부검’을 폐지한 것이 첫 번째 이유로 꼽힌다. 이 외에 2016년 경찰의 ‘변사사건 처리지침’이 변경되면서 부패로 인해 시신을 육안으로 판단하기 어려울 경우 무조건 부검을 하도록 하는 제도 개선이 이뤄진 것도 중요한 원인이다. 2016년 충북 증평에서 50대 남성이 이웃인 80대 여성을 살해한 사건이 허위로 작성된 검안서를 토대로 자연사 처리됐다는 게 세간에 알려지며 현장 경찰의 판단에 따라 부검하지 않았던 변사 사건도 부검으로 사인을 입증하도록 했다. 경찰은 지난 3월 기존 지침을 재점검해 ‘변사사건 처리규칙’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성을 갖춘 부검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부검 건수 급증에 따라 정부는 부검의 정원을 2015년 28명에서 지난해 54명으로 늘렸다. 하지만 정원을 채운 것은 2015년뿐 이후로는 단 한 번도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2016년 34명(정원 38명), 2017년 31명(47명)에 이어 지난해에는 32명으로 오히려 줄기도 했다. 지난해 부검의 1인당 처리해야 하는 부검 건수는 연간 200건을 넘어섰다. 열악한 근무 환경에 비해 경제적 보상이 충분하지 않아 지원자가 적다는 지적이 나온다. 워낙 업무가 많다 보니 예전에는 임신 7~8개월에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부검을 하는 여성 부검의들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시급한 인력난을 해소하려면 단기적으로는 전문성을 갖춘 외국 인력을 수입하면서 국과수와 의과대학이 연계해 의대생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국과수는 행정안전부 산하기관인데, 행안부의 실적과 크게 연관되는 업무가 아니어서 예산편성에 어려움이 있으니 국과수의 지휘체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 의원은 “중앙부처들이 나서서 국과수 부검의와 연구원 적정 인력을 맞추기 위한 수당 현실화, 승진 및 동기부여 제공, 근무 여건 개선 등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80대 한인 여성 성폭행범 7년만에 단죄…범죄자 DB덕 톡톡

    80대 한인 여성 성폭행범 7년만에 단죄…범죄자 DB덕 톡톡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 특정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범죄자 DNA 데이터베이스(DB)의 중요성을 입증하는 또 다른 사례가 나왔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머큐리뉴스 등 미국 캘리포니아 현지매체는 7년 전 80대 한인 할머니를 납치해 성폭행하고 살해한 용의자에게 최근 유죄평결이 내려졌다고 보도했다. 미국 콘트라코스타 카운티의 캘리포니아 상급 법원은 7년 전 한인 할머니 권 씨(당시 81세)를 납치해 성폭행하고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된 조나단 잭슨(37)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이로써 잭슨은 종신형을 받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2012년 1월 28일 캘리포니아 북부 엘세리토에서 새벽 운동을 나갔던 권 할머니가 납치돼 성폭행을 당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인근 상가 주차장에서 발견된 권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머리 부상 등 폭행 및 성폭행 후유증으로 투병하다 사건 발생 6개월 만에 끝내 사망했다. 수사에 돌입한 경찰은 난관에 봉착했다. 사건 현장에서 채취한 DNA로는 용의자를 특정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그렇게 수년간 수사에 애를 먹던 경찰은 2016년 9월 범죄자 DNA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머큐리뉴스는 피츠버그에서 차량 절도로 체포된 잭슨의 DNA가 가해자로 추정되는 인물의 DNA와 일치하는 것이 확인되면서 자칫 미제사건으로 남을뻔한 사건이 해결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잭슨은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잭슨의 변호인 에반 쿨룩은 “잭슨은 죽은 사람에게 성적으로 집착하는 정신병을 앓고 있었다”라면서 “당시 술과 마약을 복용한 그가 쓰러져 있는 권 씨를 발견하고 죽은 것으로 생각해 자위행위를 했고 이 때문에 DNA가 검출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권 씨의 사인을 놓고도 검찰과 공방을 이어갔다. 잭슨의 변호인은 피해자의 식도에서 종양이 발견됐으며, 폐렴이 사인이라는 의료진의 소견을 제시하며 잭슨과 피해자의 사망에는 관련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사인 불명'이라는 권씨의 부검결과로 맞대응했다. 또 사촌 집을 방문한 잭슨이 돈내기 게임을 하다 지자 화가 나 밖으로 나왔다가, 산책 중인 피해자를 발견하고 성폭행한 것이라고 못박았다. 한 달여의 첨예한 공방 끝에 재판에 참여한 배심원단 12명은 검찰의 손을 들어주었고, 재판부는 지난 26일 잭슨에게 1급 살인죄가 인정된다며 유죄평결을 내렸다. 잭슨은 재판부가 유죄를 인정하는 평결문을 읽어내려가자 “세상에 완전히 잘못 이해했다”라며 오열했다. 현지언론은 잭슨이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궁 속으로 빠질 뻔했던 권 모 할머니 성폭행 사건이 범죄자 DNA 데이터베이스 덕에 숨통이 트였다는 사실은 화성연쇄살인사건과 더불어 우리에게 다시 한번 DB의 중요성을 시사한다. 범죄자 DNA 데이터베이스는 1995년 영국이 최초로 도입했으며, 미국은 1998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우리나라는 2010년 관련법 제정으로 범죄자 DNA 데이터베이스 운영을 시작했으며, 지난해까지 수형인 16만 6656명, 구속피의자 6만 6565명 등 총 23만 3221명의 정보가 등록됐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대국굴기’ 열병식 총력전 나선 중국...ICBM 내놓을까(종합)

    ‘대국굴기’ 열병식 총력전 나선 중국...ICBM 내놓을까(종합)

    중국이 다음달 1일 열리는 신중국 건국 70주년 기념식 때 펼칠 사상 최대 규모의 열병식을 앞두고 분위기 확산에 나서고 있다. 미국과 함께 주요 2개국(G2)으로 떠오른 중국이 ‘중국몽’(中國夢) 실현 의지를 드러내는 동시에 최첨단 신무기를 대거 선보여 대내외에 실력을 과시한다는 복안이다. 24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차이즈쥔 중국 열병식영도소조 부주임은 이날 국경절 70주년 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번 열병식은 59개 제대 1만 5000명이 참석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행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차이 부주임은 “이번 열병식에는 각종 군용기 160여대와 군사 장비 580대를 선보인다”면서 “각 군 군악대로 구성된 1300여명의 연합군악대도 참가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열병식에는 최초로 여성 장성 2명도 사열에 나선다. 이들은 열병식에 참가한 여성 제대를 사열할 예정이다.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22일 열린 마지막 열병식 연습에는 ‘쿵징2000’ 조기경보기와 ‘젠20’ 스텔스 전투기, ‘윈20’ 대형수송기, ‘젠15’ 해군전투기, ‘우즈10’ 헬리콥터 등이 등장했다. 중국중앙방송(CCTV)에 따르면 건국 70주년 경축 행사의 연습에 참석한 인원만 30만명에 이른다. 열병식이란 지휘관이 군대의 앞을 지나가면서 검열하는 의식을 말한다. 국가나 군대의 의전 행사 때 주로 시행되는데, 특히 사회주의 국가에서 중요하게 여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번 열병식이 “중국의 핵전력을 과시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시 주석 집권 뒤 이뤄진 군 현대화와 핵 저지력 증강을 소개하는 데 초점을 둘 것으로 내다봤다. 시 주석이 국경절을 앞두고 중국의 치적을 과시하고 나선 것은 군사와 경제 모든 측면에서 미국을 향해 중국의 ‘굴기’를 보여주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국경절에 사상 최대 규모로 진행될 열병식에서는 미국을 겨냥한 신무기들이 대거 등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무엇보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둥펑41’이 행사에 등장할 지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최대 사거리가 1만 4000㎞에 달하고 발사 뒤 30~40분이면 북미 전역에 도달한다.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무기여서 상징성이 매우 크다. ICBM이 등장할 경우 미국의 반발도 예상된다. 최근 베이징 당국이 열병식이 열리는 베이징 창안제 지하보도를 보강 공사 중이라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둥펑41의 하중(최대 100t)을 견디게 하려는 의도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차이 부주임은 둥펑41 등장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열병식까지는 일주일이 남아 있다”면서 “모두를 실망하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노모·장애인 형 간병 지쳐…동생은 모든 것을 놔버렸나

    80대 어머니·지체장애인 형 살해 혐의 50대 유력 용의자 한강서 숨진 채 발견 동생이 가족 동시에 돌보다 다치기도이웃들 “최근 일마저 끊겨 힘들어해” 스트레스 못 견딘 ‘간병살인’ 가능성 80대 노모와 지체장애인 형을 살해하고 달아난 혐의를 받던 50대 유력 용의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평소 어머니와 형을 보살펴 왔다는 주변인 진술을 토대로 볼 때 간병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잘못된 선택을 한 ‘간병살인’일 가능성이 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3일 오전 10시쯤 서울 강동구 광나루한강공원 수중에서 심모(51)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심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이지만 다른 가능성도 열어 놓고 있다”면서 “유서가 있는지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심씨는 지난 1일 발생한 ‘강서구 모자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돼 경찰이 추적하던 인물이다. 지난 1일 오전 4시쯤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에서 어머니 구모씨와 형 심모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이 발견했을 당시 이들은 심한 외상을 입고 있었고 시신 옆에는 혈흔이 묻은 둔기가 있어 타살 가능성이 컸다. 동 주민센터 등에 따르면 형 심씨는 지체장애 ‘심함’ 수준(옛 1~3등급)으로 혼자 움직이기 어려웠고 어머니 구씨도 2년 전쯤부터 거동이 불편해졌다. 특히 형은 1년 전부터 몸 상태가 부쩍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모자가 살던 아파트의 경비원은 “숨진 첫째 아들의 상태가 최근 야위어 해골 같았다”고 말했다. 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숨진 모자가 2000년 9월부터 기초생활수급자 신분으로 생계·의료·주거 급여를 끊김 없이 받고 있었다. 노모는 기초연금, 아들은 장애연금을 각각 받았다”면서 “받을 수 있는 급여를 모두 받고 있었던 셈”이라고 말했다. 이웃 주민과 복지기관 등에 따르면 동생 심씨는 노모와 형을 간병하며 힘들어했다. 이 아파트에 사는 60대 여성은 “작은아들이 이불을 가지고 나와서 말리거나 3~4일에 한 번씩 구급차 타고 형을 병원에 데려가는 걸 봤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법적 부양의무자이기도 한 동생 심씨는 일용직으로 일하며 이들을 돌봤다. 하지만 최근 형의 몸 상태가 급격히 안 좋아지자 일도 그만둔 것으로 알려졌다. 요양보호사와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저녁과 새벽 시간대에 형을 돌봐야 해서다. 이 가족을 옆에서 지켜봐 온 주민들은 “형과 노모를 동시에 돌봐야 하는 데다 최근에는 일까지 끊겨 힘들어했다”거나 “형을 부축하다가 팔목을 다치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숨진 동생 심씨가 어머니와 형을 살해한 혐의가 입증되면 사건은 ‘공소권 없음’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 관계자는 “아파트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토대로 추적하던 중 이런 일이 생겼다”며 말을 아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노모와 지체장애인 아들 함께 숨진 채 발견…“타살 정황”

    노모와 지체장애인 아들 함께 숨진 채 발견…“타살 정황”

    80대 노모와 지체 장애를 가진 50대 아들이 집에서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1일 오전 4시쯤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에서 이 집에 사는 80대 여성 A씨와 아들인 50대 남성 B씨가 사망한 상태로 발견됐다고 밝혔다. B씨는 A씨의 큰아들로 지체 장애가 있어 평소 거동이 불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모자의 시신에서 둔기에 의한 외상 흔적이 발견됐고, 타살 혐의점이 있다고 판단해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제3의 인물에 의한 범행으로 보고 있다”며 “모자 외에 또 다른 동거인이 있었는지, 외부에서 누가 침입했는지 등을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현장 폐쇄회로(CC)TV 등을 분석해 사건 당시 상황을 파악하는 한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시신 부검을 의뢰해 정확한 사인을 확인할 계획이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아버지와 80대 노부부 살해한 30대 남자에 무기징역 선고

    아버지와 80대 노부부를 잇따라 살해한 30대 남자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대전지법 홍성지원 제1형사부(김병식 부장)는 20일 존속살인 및 강도살인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손모(31)씨에게 “범행 수단과 방법이 잔인하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손씨는 지난해 12월 28일 충남 서천군 장항읍에서 혼자 사는 아버지(당시 66세)를 찾아가 미리 준비한 흉기로 수차례 찌른 뒤 코와 입을 막아 숨지게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인천으로 달아난 뒤 지난 1월 5일 미추홀구 모 빌라에 침입해 A(80)·B(81)씨 부부를 거실 등에서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손씨는 서울 마사지 업소에서 여성을 폭행하고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치기도 했다. 재판부는 “아버지는 친아들인 손씨에 의해 비참하게 생을 마감했고, 인천 노부부는 누구에게 왜 살해 당하는지도 모른 채 목숨을 잃었다”면서 “손씨가 과거 조현병 진단을 받기는 했지만 범행 당시나 현재 정신 병력 증상이 없고 범행 준비 과정, 범행 내용, 법원에서 보인 태도 등을 종합하면 범행 당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검찰의 ‘사형’ 구형에 대해서는 “손씨의 성장 과정, 가족관계, 범행 동기 등을 종합하면 사형을 정당화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손씨가 14세 때 부모의 이혼으로 정신장애 등이 있었지만 제때 치료받지 못했다는 부분을 지적한 것이다. 재판부는 또 손씨의 범행을 도운 C(34)씨에게 “손씨가 무서워 범행에 가담했다고 주장하지만 범행도구를 마련하고 함께 범행 장소에 가 증거인멸 방법 등을 알려주는 등 공동 정범 역할을 했다”며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홍성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폐지 주우며 생계유지”…노인 생명 앗아간 전주 여인숙 화재

    “폐지 주우며 생계유지”…노인 생명 앗아간 전주 여인숙 화재

    19일 오전 4시 전북 전주시 완산구 서노송동의 한 여인숙에서 불이 나 객실에 있던 투숙객 3명이 숨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객실 11곳 중 3곳에서 여성 2명과 남성 1명 등 70∼80대 노인으로 추정되는 시신 3구를 각각 발견했다. 사망자는 여인숙을 관리하는 A(82)씨와 투숙객 2명으로 확인됐다고 경찰은 밝혔다. 숨진 투숙객들은 매달 일정 금액을 여인숙에 지불하고 사는 장기투숙자들로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폐지와 고철 등을 주우며 생계를 꾸려왔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한 주민은 “여인숙 앞에는 항상 폐지나 쓰레기가 쌓여 있었다”며 “(숨진 투숙객들은) 매일 새벽에 일어나 폐지를 주우러 다녔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여관은 1972년 지어져 시설이 매우 낡았고, 화재 과정에서 건물 일부가 무너졌다. 전북소방본부 관계자는 “객실 등에 있던 부탄가스통이 화재로 터지면서 폭발음이 크게 들린 것 같다. 현재까지 정확한 화재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재 경찰과 소방당국은 무너진 건물 잔해에 깔린 추가 매몰자가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굴착기와 인명 구조견 등을 동원해 현장을 수색하고 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탱고는 내게 행복” 세계 대회 출전한 99세 할아버지 화제

    “탱고는 내게 행복” 세계 대회 출전한 99세 할아버지 화제

    탱고의 종주국에서 열린 세계 탱고 대회에 99세 할아버지가 출전해 탱고 팬들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세계 탱고 대회 1차 예선전에 참가한 99세 아일랜드인 할아버지에 관중의 이목이 쏠렸다. 흰색 재킷에 검은색 바지, 그리고 넥타이로 멋을 낸 할아버지는 아르헨티나인 여성 파트너와 함께 탱고 음악에 맞춰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였고, 춤이 끝나자 관중석 곳곳에서 기립박수가 나오는 등 가장 큰 환호를 받았다. 예선 이후 현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을 아일랜드에서 온 제임스 맥매너스라고 밝힌 할아버지는 “탱고는 내게 많은 행복을 준다”면서 “춤을 추는 것은 다른 사람과 교류하고 새 친구를 사귀는 등 사회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제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이기도 한 맥매너스 할아버지는 자신이 탱고를 시작한 시기가 17년 전인 2002년으로 그때 나이가 이미 80대에 접어든 상태였다고 밝혔다. 이어 자신의 고향인 아일랜드의 탱고 팬들이 자신의 이번 대회 출전을 위한 대서양 횡단 여정을 위해 2500유로(약 340만원)를 모금해줬다고 덧붙였다. 맥매너스 할아버지의 소식은 본국 아일랜드에서도 나왔다. 아이리시 선에 따르면, 할아버지는 매주 화요일 댄스 수업에 참석하고 있으며 진저 맥주를 즐긴다. 비록 할아버지는 스코틀랜드 페이즐리에서 태어났지만, 자신이 한평생을 지낸 아일랜드 워터포드를 고향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년 8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이 대회는 전 세계 탱고 챔피언과 탱고 댄서를 비롯해 수천 명의 탱고인이 참가하는 문화행사이자 큰 축제다. 이번 대회에는 36개국에서 744팀이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아이리시 선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임지연의 내가갔다, 하와이] 은퇴 후 천국 하와이?…현실은 자본주의 최전방

    [임지연의 내가갔다, 하와이] 은퇴 후 천국 하와이?…현실은 자본주의 최전방

    많은 사람들이 퇴직 후 살고 싶은 땅으로 하와이를 꼽는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미국 영토이면서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제공되는 다양한 병원 진료 서비스와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단순한 아르바이트 수준의 일거리가 꾸준한 지역이라는 점이 은퇴 후 거주하고 싶은 ‘로망’을 품기에 하와이는 둘 도 없이 멋진 곳으로 여기게 한다. 거기에 더해 연평균 26도의 온화한 기후와 미세 먼지 없는 청명한 날씨는 ‘있던 병도 없앨 정도’로 살만한 곳인 하와이 행 비행기를 당장이라고 구매하고 싶은 욕구를 불러오기에 충분해 보인다. 실제로 이런 이들 덕분일까. 하와이 전체 인구 연령 대비 60세 이상의 노인 거주 비율이 매우 높다. 오죽하면 현지 주민들 사이에서는 “섬에는 10대 이하의 아이들과 50대 이후의 장년층, 노년층이 주로 거주하며, 20대 이후의 청년들은 더 나은 환경의 학업과 일자리를 찾아 대륙으로 떠난다”는 말이 상식처럼 오고갈 정도다. 그 덕분에 현지에서는 거주민 중 50세 이상 연령대를 겨냥한 각종 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매주 화요일마다 현지의 대형 마트마다 제공해오고 있는 ‘시니어 할인’ 혜택을 꼽을 수 있다. 50세 이상 신분증을 지참할 시 당일 구매한 모든 제품에 대해 최대 15% 이상의 할인을 ‘무조건’적으로 제공해주는 서비스다. 또, 일부 식당에서는 50세 이상 고객에게만 365일 주문하는 모든 음식에 대해 일정 폭의 할인 이벤트를 지원해오고 있다. 그야말로 ‘노인을 위한 도시’라는 표현이 절로 들어맞는 셈이다. 하지만, 이 같은 고령의 노인을 위한 각종 지원의 이면에는 노년층이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매년 크게 치솟는 현지 물가가 존재하고 있다. 연평균 약 4만 9천 달러, 2인 가구 기준 5만 5980달러 이하의 수입을 가진 1인 노년층이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높은 물가가 ‘현실’이라는 이름으로 버티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최근 공개된 조사에 따르면, 하와이 현지 임금 수준은 미국 50개 전역의 것과 비교해 약 5% 높은 수준으로 나타난 반면 높은 물가와 임대료 등의 문제 탓에 거주민의 생활 만족도는 타 지역보다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그렇다면, 얼핏 ‘노인을 위한 도시’로 보였던 하와이의 진짜 모습은 어떠할까? 최근 금융조사업체 ‘뱅크레이트 닷컴’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하와이는 은퇴한 퇴직자들이 살기에 가장 힘겨운 지역 6위에 선정되는 오명을 얻었다. 이들 업체가 공개한 보고서에는 미국 전역 생활비 대비, 하와이의 생활비가 약 16% 이상 높다는 조사 결과가 포함됐다. 특히 별도의 고정 수입이 없는 노인들에게 이 같이 높은 생활비 수준은 현지를 떠나게 하는 가장 주요한 요인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부분의 노년층은 일명 ‘소셜 시큐리티 연금’으로 불리는 사회 연금에 기대어 살아가는 형편인 셈인데, 소셜 시큐리티 연금의 월 평균 수령액은 1250달러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노년층이 겪는 ‘빈곤’은 상상 이상의 어려움을 불러온다는 비판이다.무엇보다 현지 월평균 임대료 수준이 1500달러에 육박한다는 점에서, 해당 연금으로는 가장 기본적인 주거 비용 조차 마련할 수 없는 금액인 셈이다. 더욱이 해당 연금은 오는 2033년을 기준으로 전체 지급 금액 중 약 25%를 감축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마저도 준비되지 않은 채 은퇴한 이주민 출신자들의 은퇴 후 생활은 더 없이 힘겨워 질 수 있는 상황에 놓여 있다. 실제로 해당 업체 조사에 따르면, 소셜 시큐리티 사회 연금을 준비하지 못한 채 퇴직한 이들의 경우 65세 이상자의 약 25%가 빈곤층으로 전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경우, 빈곤 가정의 가장은 단순 노동 업무를 통해서라도 경제 활동을 지속해야 하는 형편이 다수다. 때문에 현지에서는 65세 이상의 은퇴자들이 주로 맥도날드, KFC, 현지 요식업체 등에서 서빙업무를 담당하는 것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하지만 노인 근로자가 종사할 수 있는 이 같은 단순 업무의 경우에도 반드시 워킹 비자 또는 현지 영주권을 가진 법적으로 노동이 보장된 이들에게만 허락된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단순 업무 조차 시도할 수 없는 처지의 불법 체류자와 체류 상 근로할 수 없는 비자를 가진 이들의 경우에는 더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는 것이 하와이의 실상인 것. 실제로 불법 근로 신분에 처한 이들의 경우 ‘캐시 잡’으로 불리는 업무에 내몰리는 것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캐시 잡’은 당일 근로한 것에 대해 현금으로 당일 지급하는 직종을 일컫는다. 주로 자동차 세차, 쓰레기 청소 등이 이 분야에 속한다. 이 뿐일까. 하와이의 현실을 설명할 때 빼놓지 않고 제기되는 한 가지는 현지의 치안 문제다. 모든 사람들이 은퇴 후 살아보길 원하는 유명 관광지 하와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하와이의 치안은 그다지 훌륭한 편이 아니라는 것은 현지 거주민들이 가진 공공연한 사회 문제다. 특히 몸이 약한 노인, 여성, 아이들에게 늦은 저녁 시간대의 하와이 거리는 비틀대는 홈리스와 약에 취해 고성방가를 하는 정체 모를 인물들로 인해 무법지대를 연상케 하는 곳이 다수다. 최근 현지 버스를 타고 한인들이 주로 거주하는 일대에서 이동 중이었던 80대 노인이 현지인에게 무차별하게 폭행을 당한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이 노인은 한국에서 이민 온 1세대 한인 교포로 알려졌는데, 버스 안에서부터 시비를 걸던 가해 남성이 급기야는 버스에서 하차하는 피해자를 무차별하게 폭행하고 도주한 사건이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버스 내부에서부터 줄곧 위협적인 태도를 보였던 가해 남성은 노인이 하차하려는 사이 뒤에서 등을 밀어 넘어뜨린 직후부터 피해 노인의 온 몸을 발로 구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행히 이 일대는 한인 교포들이 주로 밀집해 거주하는 하와이 제1의 한인 타운이었다는 점에서, 지나가던 한인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심각한 폭행을 당한 피해자는 입원 치료 후에도 거동이 불편한 상태다. 이처럼 필자가 겪고, 목격해온 하와이는 이민자와 유색 인종, 가진 것 없는 이들에게 여전히 ‘불친절한’ 미국의 한 도시에 불과할 때가 많다. 많은 이들이 ‘하와이’라는 단어를 통해 가장 먼저 떠올리는 푸른 바다와 맑은 하늘 그리고 온화한 날씨는 마치 눈에는 보이지만 손에 잡히지 않는 ‘신기루’처럼 잠을 자고, 밥을 먹으며, 꿈을 꾸는 등의 생존과 결부된 가장 기본적인 요구 사항과는 무관한 셈이다. 필자는 종종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환경을 가진 하와이에서 그저 ‘견디며 살아가는’ 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고, 들어오고 있다. 그리고 그 때마다 세상에서 가장 세련된 듯 치장된, 자본주의의 최전방에 서 있는 미국의 한 모퉁이를 목격한 것만 같은 생각이다. 호놀룰루=임지연 통신원 808ddongcho@gmail.com   
  • 35도 이상 폭염 지속에 5명 사망…온열질환자 1000명 넘어

    35도 이상 폭염 지속에 5명 사망…온열질환자 1000명 넘어

    35도가 넘는 폭염이 연일 계속되면서 전국적으로 5명이 숨지고 열탈진, 열사병 등 온열질환자가 1000명을 넘어섰다. 6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올해 온열 질환자는 5일 기준으로 1094명(사망 5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3360명(사망 44명)보다는 적은 수치지만 주말부터 불볕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환자가 급증했다. 온열질환은 열로 인해 발생하는 급성질환으로, 뜨거운 환경에 장시간 노출되면 두통, 어지러움, 근육경련, 피로감, 의식저하 등 증상을 보이고, 방치할 경우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는 질병이다. 이날 전국적으로 기온이 가장 높았던 서울의 낮 기온은 36.8로 올해 들어 최고기온을 기록했다. 또 경기 수원 36.5도, 강원 홍천 36.2도, 경기 이천 35.5도, 경기 양평 35.4도, 경기 동두천 35.3도, 강원 철원 35.1도 등이 모두 35도를 넘겼다. 전날 경북 의성에서는 전국 최고기온인 37.6도를 찍었다. 폭염으로 인명피해는 속출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경북 청도군에서 텃밭에서 80대 여성이 처음 숨진 이후 부산 1명, 대구 1명, 전북 1명, 경북 1명이 추가 발생해 모두 5명이 폭염으로 목숨을 잃었다. 지역별 온열질환 발생 현황을 보면 경기 209명, 경북 157명, 경남 113명, 전남 102명, 충북 74명, 강원 59명, 서울과 부산 각각 58명 등이다.온열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더운 날씨에는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실내에서도 에어컨 등 냉방장치로 시원한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외출할 경우에는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는 정오부터 오후 2시 사이는 피하고, 통풍이 잘 되도록 헐렁하고 가벼운 옷을 입거나 햇빛을 가릴 수 있는 챙이 넓은 모자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폭염에는 땀을 많이 흘려 몸속 수분이 빠져나가는 만큼 틈틈이 물을 마셔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다만 술이나 커피는 체온 상승과 이뇨 작용을 유발하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여기는 중국] 16년 노모 모신 ‘조강지처’ 버리고 바람 펴 중혼한 남편에 실형

    [여기는 중국] 16년 노모 모신 ‘조강지처’ 버리고 바람 펴 중혼한 남편에 실형

    16년 동안 시어머니를 홀로 모신 조강지처에게 일방적으로 이혼 소송을 제기한 한 남편에 대해 법원이 이례적으로 실형을 선고했다.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은 해당 남성은 몸이 불편한 노모를 아내에게 맡긴 뒤, 16년 동안 대도시에서 다른 여성과 새 가정을 꾸리는 등 중혼을 이어간 혐의다. 더욱이 자신의 친모가 사망한 직후부터 줄곧 아내에게 헤어질 것을 종용하는 등 도덕적, 법적인 책임을 묻겠다는 재판부의 판단이다. 최근 중국 인민법원은 후난성(湖南) 이양시(益阳) 출신의 사업가 장실강 씨에게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장 씨가 실형을 선고 받은 이유는 조강지처와 딸을 외면한 채 오랜 기간 중혼을 이어간 혐의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장 씨는 지난 1986년 이양시에서 중학교 교사로 근무하던 중 아내 허연 씨를 만나 결혼했다. 이후 약 2년 뒤인 1988년에는 두 사람 사이에 딸이 출생했다. 이 시기 중소 도시에 소재한 중학교 교사로 재직했던 장 씨는 딸과 아내, 친모를 부양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수입이 필요하다고 판단, 무급 휴직계를 제출한 뒤 대도시로 홀로 상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씨는 이후 광저우, 선전, 둥관 등 대도시를 전전하며 창업을 시도, 수차례 업종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큰 돈을 잃기도 했다. 때문에 이 시기 아내 허 씨는 남편의 창업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고향에 거주하는 가족들과 지인에게 사업 명목의 자금을 빌렸고, 이 과정에서 아내 허 씨는 아르바이트와 노모 부양, 자녀 양육, 생활비 마련까지 홀로 감당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시기 창업비용으로 수 만 위안의 대출금을 갚지 못했던 남편 장 씨 탓에 아내 허 씨는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해당 자금을 빚지는 등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남편 장 씨의 사업은 그가 2004년 산둥성 칭다오(青岛)로 이주, 인테리어 설계 사업을 시작하면부터 큰 수익을 얻기 시작했다. 반면 이 시기가 남편 장 씨의 외도가 시작된 시기이기도 하다는 것이 아내 허 씨의 주장이다. 실제로 남편 장 씨는 인테리어 사업으로 큰 돈을 벌어들이기 시작한 2004년 무렵부터 사업 파트너로 알려진 여성 주 여인과 새 살림을 차리는 등 대도시에서의 ‘이중생활’을 이어갔다. 이 시기 아내 허 씨는 고향에 남아, 남편의 80대 노모의 병환을 돌보던 시기였다. 이에 대해 아내 허 씨는 “사업이 처음 성공을 거뒀던 2004년 무렵에는 시어머니와 딸과 함께 남편이 있는 칭다오로 여행을 떠날 정도로 가족 간의 정이 깊었다”면서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2006년 이후부터 남편과는 평소 연락이 자주 닿지 않았다. 이후 남편은 1년에 단 한 차례 설 연휴 명절에만 고향을 찾았다”고 했다. 실제로 이 시기 남편 장 씨는 사업 파트너로 만난 주 여인과 대도시 인근 외곽에서 성대한 결혼 예식을 치르는 등 본격적인 ‘중혼’을 시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조강지처인 허 씨와 그 사이의 딸이 고향에서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지인들은 장 씨와 주 여인이 실제 부부 사이로 알고 있을 정도로 남편의 이중생활 행태는 오랜 기간 이어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남편 장 씨가 도시에서 또 다른 여성과 중혼을 이어갈 시기에도 조강지처 허 씨와의 혼인 관계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었던 것. 특히 아내 허 씨는 고향인 이양시에서 병환이 깊어진 시어머니를 돌보는 일을 홀로 담당하고 있었다. 이 같은 사실 관계에 대해 현지 법원 관계자는 “아내는 허 씨는 홀로 고향에 남아서 병환이 깊은 시어머니를 돌보는 한편 딸 아이의 학비와 생활비 등을 스스로 마련해왔다”면서 “이 시기 아내가 시어머니의 병환을 돌본 기간은 무려 16년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 2003년 남편의 모친이 병환으로 사망하자 남편 장 씨는 아내에게 곧장 혼인 관계를 종료할 것을 종용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남편에 의한 일방적인 이혼 소송이 제기됐으나, 현지 재판부는 남편의 소송 제기에 대해 불합리한 소송 제기라는 이유를 들어 아내의 손을 들어줬다. 특히 이혼 소송을 제기하며 남편이 게재한 ‘더 이상 혼인을 계속해야 할 만큼 아내에 대해 감정이 남아 있지 않다. 혼인 파탄 지경이 이르렀음을 참작해 달라’는 이혼 사유에 대해 재판부는 엄중한 판결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현지 재판부는 혼인 파탄의 중대 사유인 중혼을 이어온 본인이 남편 장 씨라는 점을 지적, 남편에게 징역 8개월이라는 실형을 선고하는 등 이례적인 처분을 내린 것. 재판부 관계자는 “아내가 홀로 노모를 부양하고 병환 치료와 자녀 교육비, 생활비 등을 마련하는 동안 남편 장 씨는 대도시 외곽에 호화 별장을 짓고 외도를 이어왔다”면서 “이 시기 수 차례 가정으로 돌아오길 원하는 아내에게 남편은 상간녀 주 여인에게 오히려 전화를 바꿔줘 갈등 상황을 조장하는 등 아내에게 모멸감을 느끼기에 충분한 행태를 이어온 것의 죄질이 매우 중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 같은 법원의 판단에 대해 네티즌들은 형량이 지나치게 가볍다는 의견이다. 일부 네티즌들은 “아내가 홀로 16년이나 노모를 모셨는데 친 엄마가 돌아가신 뒤 곧장 이혼을 청구한 것은 아내를 단순히 간병인 정도로만 여겼다는 것을 증명하는 처사”라면서 “징역 8개월이라는 처분은 중혼이라는 위법적인 행태를 넘어, 도덕적으로도 더 큰 책임을 묻기 위해서도 더 무거운 가중 처벌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임지연 베이징(중국) 통신원 cci2006@naver.com
  • [단독] 노모와 죽으려 한 딸… 처벌 앞서 세 남매 갈등부터 풀었다

    [단독] 노모와 죽으려 한 딸… 처벌 앞서 세 남매 갈등부터 풀었다

    40건 중 17건 조정 완료·23건 진행 중 이해당사자 협의·관계 회복 뒤 형량 반영 학폭에 적용해 보니 상호 화해 ‘큰 효과’ “기계적 법 집행 넘어 피해자 중심 해결” “강력범죄·성폭력 등 2차 가해 주의해야”지난 4월 홀로 80대 노모를 부양하다 경제적 어려움에 지쳐 번개탄으로 동반자살을 시도한 50대 여성이 검거됐다. 노모에게는 세 남매가 있었지만 막내딸인 A(53)씨만 부양의무를 떠안다 생긴 비극이었다. 별다른 조치 없이 존속살인미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될 사건이었지만, 회복적 경찰활동이 적용됐다. ●내년부터 전국 경찰청에 확대 적용 이는 경찰 입회하에 전문적인 대화 기관의 주도로 피해자와 가해자는 물론 이해 당사자 간 협의로 관계 회복에 힘쓰는 절차다. 올해 말까지 서울·인천·경기남부·경기북부청 등 4개 청에서 시범 운영 후 내년부터 전국 청에 확대 적용된다. 30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 4월부터 시행된 회복적 경찰활동은 6월까지 40건이 접수됐다. 이 가운데 17건은 조정이 완료됐고 23건은 절차가 진행 중이다. 회복적 절차가 완료되면 이해 당사자 간 대화 내용을 첨부해 향후 검찰·법원 단계에서 형량 등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한다. 경미한 사안은 경찰서장 주관으로 즉심 청구 또는 훈방 조치된다. ●세 남매 대화로 화해하고 부양 합의 A씨 남매도 7시간가량 이어진 사전대화와 본모임을 통해 서로에게 가졌던 죄책감과 원망을 털어놓았다. 모두에게 각자 사정이 있었다. 첫째 자식은 사고로 다친 가족을 부양하고 있었고 둘째는 기초수급자였다. A씨는 담당 경찰관에게 “가정사를 드러낸 것 같아 부끄럽지만 오랜 갈등이 풀렸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세 남매는 부양 비용을 공평하게 나누자며 합의서를 썼다. 경찰은 이들의 대화와 조정 내용을 사건기록에 첨부해 검찰에 송치했다. 회복적 활동은 학교폭력에 적용했을 때 특히 효과가 컸다. 회복 절차를 적용한 40건 중 21건은 소년 사건이었다. 후배가 선배를 폭행한 이후 선배들의 보복성 집단 폭행으로 이어진 사건에서도 회복 절차가 적용됐다. 선배에게 낙인찍힌 후배도, 후배에게 얻어맞은 선배도 학교생활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해당 사건을 맡은 학교전담경찰관(SPO)은 “학교폭력위원회에서는 징계 논의만이 이뤄진다”면서 “당시 한쪽의 피해가 훨씬 더 컸음에도 서로 징계 수준이 비슷하게 나와 양쪽 부모들 사이 감정의 골도 깊었다”고 전했다. SPO의 제안으로 4시간에 걸친 대화 끝에 서로 진심으로 사과했다. 부모들 역시 몇 차례 의견을 주고받은 끝에 사과했고, 합의금을 조정했다. 해당 사건은 상호 화해로 종결됐다. ●해외서도 소년범들 재범률 38% 낮아 호주, 영국, 캐나다, 미국 등에서도 경미한 소년범들을 중심으로 화합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호주에서는 해당 프로그램을 적용한 폭력범죄 소년범들의 재범률이 그렇지 않은 소년범들보다 38% 정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참가자들의 만족도나 절차의 공정성에 대한 평가도 기존의 형사사법절차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재범률을 낮추는 것은 물론 사법기관을 통한 분쟁 해결과 비교해 사회적 비용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사건에 회복적 경찰활동을 적용할 순 없다. 김문귀 호서대 법경찰행정학부 교수는 “강력범죄나 가해자와의 대화가 오히려 2차 가해가 될 수 있는 성폭력 사건에 적용하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제까지 회복적 경찰활동이 적용된 사건들을 보면 친구 간 금전 갈등이나 층간 소음으로 인한 이웃 간 분쟁이 많았다. 부부간 가정폭력에 적용된 사례도 있었지만 피해가 경미했고 피해자가 관계 회복을 원했다. 경찰 내부 반응은 긍정적이다. 한 여성청소년과 경찰관은 “많은 범죄가 사소한 감정싸움에서 시작된다”면서 “회복적 경찰활동으로 피·가해자 간 갈등 관계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기회를 제공해 더 큰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제까지의 경찰 활동은 정해진 법을 기계적으로 집행하는 데에 그쳐 그 과정에서 피해자는 증인이나 증거로만 취급됐다”면서 “회복적 경찰활동으로 피해자 중심의 문제 해결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日 고령 운전자 또 교통사고…소풍 나온 유치원생 덮쳐 2명 부상

    日 고령 운전자 또 교통사고…소풍 나온 유치원생 덮쳐 2명 부상

    일본에서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가 또 발생했다. 오늘(13일) 오전 9시 55분쯤 효고(兵庫)현 니시노미야(西宮)시에서 69세 여성이 몰던 승용차가 유치원생들을 덮쳐 어린이 2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일본 아사히신문(朝日新聞) 등은 13일 니시노미야시의 한 병원 앞에서 우에다 리에코(69, 무직)라는 여성이 몰던 승용차가 보육원생들을 덮쳐 2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효고현 경찰은 운전자가 병원 주차장으로 우회전하다 사고를 냈으며 주차장 입구 기둥을 들이받고 멈춰 섰다고 밝혔다. 사고 현장과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노조미유메 보육원 어린이 20여 명은 인솔교사 2명과 함께 인근 공원으로 소풍을 가던 중 변을 당했다. 운전자는 현장에서 체포됐다. 목격자는 마이니치신문에 “‘쾅’ 하는 소리가 들려 나가보니 아이들이 울고 있었다. 교사로 보이는 여성들은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비명을 지르고 있었고 운전자는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아사히신문은 “아이가 차에 깔린 것 같았다. 다른 어린이들은 울부짖고 있었다. 며칠 전 오노시에서 있었던 교통사고가 연상됐다”는 또 다른 목격자의 말을 전했다. 지난 10일 효고(兵庫)현 오노(小野)시 공립병원 주차장에서도 81세 남성이 브레이크와 가속기를 잘못 밟아 자신의 77세 부인을 치어 숨지게 하는 일이 있었다. 최근 일본에서는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5일 후쿠오카(福岡)시에서는 80대 남성이 운전하던 승용차가 교차로에서 다른 차량과 부딪히면서 모두 6대의 차량이 뒤엉켜 운전자와 동승자가 숨졌다. 4일에도 80대 운전자가 주행 중 브레이크 대신 가속기를 잘못 밟아 인도로 급발진하는 사고를 냈다. 3일에는 오사카(大阪)시에서 80세 남성이 운전하던 승용차가 주차장에서 인도를 향해 급발진해 4명이 부상했고, 지난달 19일에는 도쿄(東京) 이케부쿠로(池袋)에서 87세 남성이 운전하던 승용차가 신호등이 빨간 불인데도 질주해 3세 아이와 30대 여성 등 모녀가 숨졌다.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자 일본 정부는 관련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일본 정부는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를 대상으로 한 전용 면허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새 면허를 선택한 고령 운전자는 자동 브레이크 등 안전장치가 부착된 차종만 운전할 수 있게 된다. 일본 경찰청에 따르면 일본의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는 지난해 말 기준 563만 명이며, 이들이 낸 사망사고는 전체의 15%를 차지한다. 한편 오늘 사고로 병원에 이송된 어린이는 각각 5세와 6세이며, 1명은 어깨뼈가 골절됐으나 다른 1명은 부상 정도가 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여수 거북선 조형물 계단 붕괴 5명 부상

    전남 여수 이순신광장에 있는 거북선 조형물로 오르는 계단이 무너지면서 가족 여행객 7명이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8일 오후 8시 44분쯤 이순신광장의 전라좌수영 거북선 조형물로 오르는 계단에서 가족들이 사진을 찍다 구조물이 무너지면서 위에 있던 7명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3m 아래로 추락하면서 이 중 5명이 다쳤다. 60대 여성 A씨가 머리를 다쳐 광주 대형 병원으로 이송됐고, 80대 여성 B씨는 허리를 다쳐 서울 지역 병원으로 옮겨졌다. 나머지 3명은 가벼운 부상을 입었다. 이날 사건은 길이 30m, 폭 10m의 거북선에 오르는 계단참 일부가 무너져 내리면서 일어났다. 붕괴된 계단참은 넓이가 가로·세로 1.5m 정도다. 주로 관광객들이 여수 앞바다를 바라보거나 사진을 찍는 장소다. 파손된 계단은 설치 이후 한 번도 교체하지 않았다. 거북선 조형물은 2014년 2월 이순신광장에 설치됐다. 배 내부에는 밀랍인형과 무기류, 체험복 등이 전시돼 있으며, 해마다 30만명 이상 관람한다. 여수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여수 거북선 오르는 계단 파손으로 여행객 5명 중경상

    전남 여수시 이순신광장에 있는 거북선 조형물로 오르는 계단이 무너지면서 가족 여행객 7명이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8일 오후 8시 44분쯤 여수시 이순신광장의 전라좌수영 거북선 조형물로 오르는 계단에서 가족들이 사진을 찍다 구조물이 무너지면서 위에 있던 7명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3m 아래로 추락하면서 이중 5명이 다쳤다. 60대 여성 A씨가 머리를 다쳐 광주 시내 대형 병원으로 이송됐고, 80대 여성 B씨는 허리를 다쳐 서울 지역 병원으로 옮겨졌다. 나머지 3명은 부상 정도가 비교적 가벼워 간단한 병원 진료만 받았다. 가족 여행객 7명이 계단참에 오르고, 1명이 계단 아래에서 사진을 찍다 구조물이 무너지면서 위에 있던 7명이 모두 추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사건은 길이 30m, 폭 10m의 거북선에 오르는 계단참 일부가 무너져 내리면서 일어났다. 붕괴된 계단참은 넓이가 가로·세로 1.5m 정도다. 주로 관광객들이 여수 앞바다를 바라보거나 사진을 찍는 장소다. 파손된 계단은 설치 이후 한 번도 교체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가 난 거북선 조형물은 2014년 2월 이순신광장에 설치됐다. 배 내부에는 밀랍인형과 무기류, 체험복 등이 전시돼 있으며, 해마다 30만명 이상 관람하고 있다. 여수시는 팀장급 직원을 병원에 보내 긴급구호품을 환자와 보호자에게 전달하고 가족 심리서비스를 지원하는 등 후속 조치에 나섰다. 추락사고가 난 거북선은 임시폐쇄하고, 전문가를 불러 정밀 안전진단을 하기로 했다. 부서진 나무 계단은 철제 구조물로 바꾸는 등 보수공사도 검토하고 있다. 여수시는 좁은 공간에 사람이 몰리면서 하중이 쏠린 데다 최근에 내린 폭우로 나무가 약해져 무너진 것이 아닌가 보고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9일 관광객들이 중경상을 입은 추락사고와 관련해 피해자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하고 전남지역 모든 관광시설에 대한 안전점검을 실시하라고 지시했다. 김 지사는 “관광객이 많이 찾는 관광시설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부상자가 발생한 것은 대단히 잘못된 일이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특별 안전점검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이어 여수시와 함께 피해를 입은 관광객들에 대해 전담요원을 배치해 지원하고, 치료와 배상문제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조치하도록 관계부서에 지시했다. 여수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여수 이순신광장 거북선 오르는 계단 붕괴 추락…7명 중경상

    여수 이순신광장 거북선 오르는 계단 붕괴 추락…7명 중경상

    전남 여수의 관광명소인 이순신광장의 거북선 조형물로 오르는 계단이 무너지면서 관람객이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8일 오후 8시 44분쯤 전남 여수시 중앙동 이순신광장의 모형 거북선으로 오르는 계단이 일부 무너져 내리면서 관람객 7명이 중경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관람객 7명이 3m 아래로 추락하면서 이중 5명이 다쳤다. 60대 여성 A씨는 머리를 다쳐 광주 시내 대형 병원으로 이송됐고 80대 여성 B씨도 허리를 크게 다쳐 서울 지역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다. 추락했던 다른 관람객 3명도 경상을 입고 전남병원, 제일병원 등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는 길이 30m, 폭 10m의 계단 일부가 무너져 내리면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너진 계단참은 넓이가 가로·세로 1.5m 정도로, 주로 관광객들이 여수 앞바다를 바라보거나 사진을 찍는 곳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시 가족 여행객 7명이 계단참에 오르고, 나머지 1명이 계단 아래에서 사진을 찍다 구조물이 무너지면서 위에 있던 7명이 모두 추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수시에 따르면 사고가 난 거북선 조형물은 2014년 2월 이순신광장에 설치됐다. 길이 26.24m, 높이 6.56m, 폭 10.62m 크기로, 배 내부에는 밀랍인형과 무기류, 체험복 등이 전시돼 있다. 해마다 30만명 이상 관광객이 찾아 여수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 관광객은 주로 사진을 찍고 내부 전시물도 관람하고 있지만, 계단은 설치된 이후 한 번도 교체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여수시는 최근 내린 폭우로 누수 점검을 했지만 계단에서는 특별한 문제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수시는 좁은 공간에 사람이 몰리면서 하중이 쏠린 데다 최근에 내린 폭우로 나무가 약해져 무너진 것이 아닌가 보고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여수시 관계자는 “2014년 설치된 이후 누수 등 일부 보수 작업은 했지만, 계단 쪽은 특별히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면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한 뒤 안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고 현장을 통제하고 현장 감식을 벌이는 등 정밀 조사를 거쳐 사고원인을 규명할 방침이다. 앞서 거북선은 연중무휴로 매일 오후 10시까지 문을 열지만, 안전 담당 직원은 없어 사고에 취약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사고 당시 거북선에는 여수시청 직원 1명과 문화해설사 1명 등 2명이 근무 중이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일본에서 또 고령운전자 사고…브레이크 대신 가속페달을

    일본에서 또 고령운전자 사고…브레이크 대신 가속페달을

    지난 4월 80대 후반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로 30대 여성과 딸이 사망하면서 일본 사회에 고령자 운전의 위험성과 경각심이 한층 더 부각된 가운데 또다시 80대 운전자가 인도에 돌진하는 아찔한 사고를 냈다. 4일 NHK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 30분쯤 오사카시 고노하나구에서 A(80)씨가 운전하던 승용차가 인도를 덮쳐 행인 4명이 다쳤다. A씨의 승용차는 식료품 판매점의 주차장에 주차돼 있다가 인도를 향해 급발진했다. 후진으로 주차장에 있던 여성(28)과 이 여성의 2세·7세 아이들을 친 뒤 다시 앞쪽 방향의 인도로 질주해 53세 여성을 들이받은 뒤 기둥에 충돌하면서 멈춰섰다.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된 A씨는 “브레이크를 밟으려고 했는데 가속페달을 잘못 밟았다”고 진술했다. A씨가 고령인 것과 사고가 직접 연관성이 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고령 운전자로 인한 대형 교통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자칫 대형 참사가 일어날뻔 한 것이어서 일본 사회의 우려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9일 낮 12시 25분쯤 도쿄 이케부쿠로에서는 87세 고령자가 고속으로 차를 몰고 횡단보도로 돌진하는 사고가 발생해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여성(31)과 자전거에 타고 있던 3세 딸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사고 가해자는 평소에도 걸을 때 지팡이를 짚고 다닐 정도로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젊은 엄마와 딸이 애꿎게 목숨을 잃은 가운데 희생자의 남편이 기자회견을 통해 고령운전을 자제해 줄 것을 국민들에게 호소하면서 일본 사회에 큰 반향이 일었다. 지난 1월에는 도쿄 신주쿠에서 79세 남성이 운전하는 승용차가 보행자 등을 치어 7명이 다쳤고, 지난해 5월에는 가나가와현 국도에서 90세 여성이 운전하던 승용차가 보행자 등을 치어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했다. 2017년 기준 일본의 65세 이상 운전면허증 보유자는 1618만명으로 10년 새 436만명이 늘었다. 치매를 이유로 면허 취소·정지 처분을 받은 고령자는 3084명으로, 전년보다 60% 정도 증가했다. 이에 비례해 고령 운전자에 의한 사고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 “애달픈 국민 위로한 변사, 문화재로 등록 않으면 크나큰 문화 상실”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 “애달픈 국민 위로한 변사, 문화재로 등록 않으면 크나큰 문화 상실”

    마지막 ‘변사’ 생활 30년 최영준이 말하는 ‘목소리 마술사’“인간문화재 등록요? 좋죠! 무성영화 변사가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로 인정받고 계승 발전의 터닝 포인트가 된다면 더 없이 반가운 일이죠. 나라잃은 설움에 가득찬 식민지 백성을 통곡하게 하고 목놓아 아리랑을 노래하며 독립운동의 도화선이 되었던 나운규의 무성영화 ‘아리랑’과 변사는 우리의 아픈 역사 속에서 찬란히 빛을 발했던 문화적 횃불입니다. 변사의 역사가 짧다고요? 제가 마지막 변사가 아닌 새로운 시작을 위한 초석이 될 수 있도록, 국가적으로 방법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30여년 전 무성영화가 단 한편밖에 남지 않던 시절 사명감 하나로 사재를 털어 변사공연을 이어왔습니. 100년 전통을 가진 무성영화와 변사를 하찮게 여겨 이 시대에 소멸시킨다면 크나큰 문화상실이자 후손에게 잘못이 될 것입니다.”변사, 일제시대 탄생한 광대… 무성영화, 관객에 전달애달픈 대사에 심금 올리는 목소리… 관객 울리고 웃겨 스마트폰으로 누구나 동영상을 만들 수 있고, 영화관에 들어서면 선명한 고화질 화면에 서라운드 음향이 펼쳐지는 디지털시대다. 이런 와중에 무성영화를 해설하고 연기하고 관객을 울리고 웃기는 변사(辯士)가 아직도 활동한다는 사실에 반가움이 끓어올랐다. 호기심으로 수소문한 최영준씨. 자신을 광대(廣大)라고 부르는 그는 한국에서는 유일한 ‘목소리 마술사’라는 변사다. 일제강점기에 시작된 한국영화 백년사에서 빠질 수 없는 무성영화 변사. 애달픈 스토리에 심금을 울리는 목소리로 세파에 시달린 관객을 웃겼다 울리는 변사. 그러나 유성영화의 등장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수밖에 없었던 변사가 전국을 다니며 전성기를 누리듯 공연을 이어 간다니 그의 애환과 비결을 듣고 싶었다. 지난 3일 최영준씨를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의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그는 “광대의 나이는 늘 철없는 열 살”이라며 굳이 나이를 밝히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30여년전 우연히 본 ‘검사와 여선생’에 꽂혀신파극 ‘이수일과 심순애’ 제작해 변사로 나서새로운 장르여서 ‘무성영화 변사극’이라 명명”- 변사극에 빠지게 된 계기는. “30여 년 전, 모노드라마 1인극 연극배우로, 인천에서 ‘약장수’, ‘팔불출’을 직접 제작하고 출연해 서울로 진출하였죠. 그 당시 연극의 중심이었던 이대입구 소극장에서 한 작품 당 2년씩, 장장 4년간 장기공연을 마치고 차기작품을 준비하다가…. 우연히 5년 전에 작고하신 변사 신출 선생의 무성영화 ‘검사와 여선생’을 보게 됐어요. 무성영화와 변사를 보는 순간 ‘아, 이거다’ 싶었죠. 제 눈에는 변사가 1인극 배우로, 무성영화는 훌륭한 무대장치로 보였던 겁니다.” 이걸 꼭 해야겠다 마음먹고 그 시절의 다른 흑백무성영화가 또 있는지 찾았다. 당시 한국에 ‘검사와 여선생’ 외에는 무성영화가 단 한편도 없었던 상황. 신파극으로 유명한 ‘이수일과 심순애’를 무성영화로 직접 제작해서 변사로 나섰다. 그때가 1986년. 그 때부터 전국 순회공연과 미국 공연도 갔다. 장르에 대한 구분이 필요해서 그는 직접 장르 이름을 ‘무성영화 변사극’이라고 붙였다. - 무성영화 변사극이란 뭔가요. “문화의 다양성 측면에서 시대를 주도하는 문화가 있다면 시대를 역행하는 문화도 있어야 합니다. 무성영화 변사극은 우리나라 식민지 시절의 아픈 역사 속에서 위로 받고 싶었던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신파극, 악극, 그 시절 대중가요, 흑백 무성영화, 그리고 변사를 새롭게 디자인하여 이 시대의 관객과 함께 어울리고 소통하는 마당극이라는 그릇에 담았습니다. 저의 연출기법이죠. 장르의 융합이랄까, 하이브리드 콘텐츠라고 할 수 있지요. 각기 독립된 장르의 장점을 섞어놓은 비빔밥 같은 장르이니 그 이름을 새롭게 붙인겁니다.” - 다양한 경험을 했는데, 변사 연기에 도움이 되나. “한 우물만 파라는 소리를 참 많이 들었죠. 장르를 넘나드는 ‘크로스 오버’라는 용어가 생소했던 시기에, 저는 늘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며 살아 왔죠. 극단의 허드렛일부터 시작해서 연극배우, 연출, 시나리오 작가, 영화배우, 작사, 작곡, 가수, 개그맨…, 라디오 DJ도 재작년까지 25년간 했습니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노래 ‘한국을 빛낸 백명의 위인들’을 부른 가수가 바로 접니다. 글쓰기, 연기, 연출, 노래, 작사, 작곡…. 발표한 음반도 열장이 넘습니다. 음반 한 장에 제가 만든 신곡이 평균 10곡이니 거의 미친 듯이 열정을 쏟아 붓는거죠.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는 것이 말이 쉽지 완전히 맨땅에 헤딩 하는거죠. 전사의 심장으로, 독학으로, 가시밭길을 헤쳐 가는 겁니다. 수많은 시행착오가 저의 학습이고 노하우를 터득하는 방법입니다. 파란만장한 제인생의 이런 모든 것이 자양분이 되어 ‘1인36역’의 변사를 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변사극 매력?…관객과 소통, 무성영화와 호흡마당놀이 형식… 관객 호응 일본 영화사도 놀라주 관객은 노령층… 노인 증가에도 콘텐츠 부족”- 무성영화 변사극의 매력은 무엇인가. “관객과 대화하고 함께 얼싸안고 울고 웃는, 접촉을 통한 소통입니다. 쇼도 보고 영화도 보고, 무성영화와 변사의 환상적인 호흡인거죠. 변사의 연기술과 웃음을 주는 애드립은 젊은 관객도 좋아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어르신을 위한 공연입니다. 또한 마당놀이 형식을 도입해서 관객의 적극 참여를 유도합니다. 지난 2월에 일본 마츠다 영화사를 방문하였는데 무성영화 1000편을 보유하고 있더군요. 그러나 변사는 5명 정도가 활동하고 있지만 대중의 주목도가 떨어져 정부의 지원사업에 의지하는 형편이라고 합니다. 제 공연 영상을 보더니 어떻게 이렇게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 내는지 놀라는 반응을 보이며 9월에 초청공연을 갖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일본의 무성영화 상영이 역사적인 콘텐츠의 재연이라면, 저의 무성영화 변사극은 변사와 관객이 함께 어울리고 즐기는 공연입니다. 제가 이렇게 지극히 한국적으로 변사극을 만들고 틀을 잡아 놓으면 후대에 누군가에게는 초석이 되고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문화 영역이 더욱 확장되는 것이죠.” - 변사극 공연, 지방에서 많이 하던데, 그 이유는. “아무래도 서울 보다 지방이 문화 소외지역이라고 해서 그쪽 문화단체나 지자체에서 많이 초청을 해줍니다. 이게 아날로그 콘텐츠이다 보니 관객층은 주로 저를 알아봐 주시는 어르신들이죠. 그런데, 사실 진짜 문화소외 지역민은 서울에 사는 어르신들이예요. 노인을 위한 구경거리가 없다면서 어쩌다 변사공연을 보시고는 ‘자주 보고 싶다, 많이 아쉽다’고 하시더군요. 우리나라도 노인 인구가 많아지지만 즐길 문화 콘텐츠가 부족하잖아요. 앞으로 방방곡곡 더 많은 공연으로 노인들을 즐겁게 해드리는 것이 사회적으로, 국가적으로 좋은 일이고, 저의 소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시간 넘게 계속된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이 썼다는 미발표곡 ‘목포항’도 불렀고, 조금 뒤에는 ‘목포의 눈물’도 구성진 가락으로 읊조렸다. 아이들 같은 목소리로 동요도 여러차례 불렀다. 물론 변사의 역할을 소개하는 과정이었다. 그러나 그는 영화와 유독 인연이 깊다고 했다. 연극배우 시절 극장 개봉영화 ‘엘리베이터 올라타기’, ‘랏쉬’에 주인공으로 출연했고, 개그맨 데뷰 후에는 어린이 영화 십여편에 출연했다. “최근에는 어린이 영화 시나리오 두 편을 썼는데요, 한 편은 지난달에 경주에서 촬영을 마쳤고요, 또 한 편은 8월에 제주도에서 촬영할 예정입니다. 배우들의 대사는 전부 제주도 사투리입니다. 영화음악도 제가 다 작사 작곡 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올해가 한국 영화 탄생 100년이 되는 해이다. “변사 배우러 오면 말려…엄청 노력에도 돈은 안 돼그래도 배우겠다면 1인극 ‘팔불출’ 공연하라면 안 와10년 노력해야 제대로 된 변사… ‘노랑목’ 나와야 해”- 변사, 하고 싶다는 사람이 혹시 있나. “가끔씩 찾아옵니다만 제가 말리죠. ‘변사극 쉽지 않다. 떼돈 버는것도 아닌데 노력은 엄청 많이 필요하다.’ 그래도 변사를 해보겠다고 하면 제가 30년 전에 공연했던 모노드라마 ‘팔불출’의 대본과 동영상을 주면서 ‘이 작품, 한번 공연하고 오라’고 합니다. 90분 동안 혼자 공연한 작품이거든요. 그러면 다 기겁을 하고 다시는 찾아오지 않더군요. 변사가 되려면 어느 정도 나이도 있고 타고난 재능에 연기가 익어야 합니다. 부단히 노력해서 한 10년은 해야 제대로 된 변사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노랑목이 나와야합니다. 변사 연기의 신의 한수는 노랑목입니다.” - 노랑목?, 이게 뭔가요. “이게 뭐냐하면요, 이난영 선생의 ‘목포의 눈물’을 가만히 들어보시, 모기소리처럼 들릴 듯 말 듯 아주 가녀린 목소리로 노래를 하는데 이 소리가 애달프면서도 심금을 울립니다. 발성이 달라요. 노랑목 연습은 입을 작게 벌리고, 귓가에 속삭이듯 노래하고 말합니다. 그러자면 목구멍을 딱 막아야 합니다. 보통은 목을 열고 말하는데 이건 목구멍을 닫아야 해요. 그래야 비성, 두성 가성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게 됩니다. 변사는 흘러간 옛 노래도 불러야 되고, 모든 배역의 목소리를 연기해야 하는데, 특히 남자 변사가 여자 주인공 목소리를 예쁘게 구사해야 합니다. 노랑목이 가능해지면 실제 여성보다 더 여성스런 목소리, 변성기 이전의 어린아이 같은 예쁜 목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물론 오랜 연습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 언제부터 이런 엔터테이너 소질을 보였나. “제가 어릴 때부터 연극을 시작할 무렵인 20대 중반까지는 내성적이고 말도 없었습니다. 남 앞에 나서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연극판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죠. 고등학교 다닐 때 잠깐 연극부에서 활동을 했지만, 처음 극단에서 연기를 시작할 때 연기는 모르고 자의식은 강해서 많이 힘들었죠. 더구나 대학을 조선공학과에 입학했는데 적성이 맞지 않아서 1년 다니다 그만두었으니, 전공이 완전 다른 연극 문외한 이었죠. 그래도 어떻게 하면 연기를 잘할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당시에 최고의 연극배우 이호재씨를 롤모델로 삼았어요. 그때 마침 그 분이 1인극 약장수를 공간사랑 소극장에서 공연했는데, 그 배우의 ‘약장수’ 대사를 전부 몰래 녹음해서 숨구멍은 어디인지, 억양은 어떻게 하는지, 소리는 어떻게 내는지 연구하고 따라했습니다. 그의 공연을 매일 봤고, 그의 대사를 전부 외웠습니다. 그 명배우의 모든 것을 그대로 벤치마킹 한 셈이죠. 그러다가 결국 제가 살던 인천에서 소극장을 만들어서 개관 기념공연으로 최영준 모노드라마를 무대에 올렸습니다. 그때가 20대 후반이었습니다. ‘약장수’에 이어서 ‘팔불출’을 했는데, 한 작품을 2년씩 하루 두번 계속 공연하니 그 작품에 대해서는 도가 트더군요. 그러던 어느날, 서울 서대문 푸른극장에 있는 공연기획사인 ‘태멘’으로 스카우트되어 모노드라마를 푸른극장 지하 말뚝이 소극장에서 계속 했습니다.” - 모노드라마 당시 반응은. “처음 인천에서 할 때는 객석이 텅 비다시피 하였습니다. 그렇지만 ‘관객 없이 연습도 하는데 …. 연기 공부를 한다’ 하는 심정으로 독하게 계속하니 나중에는 입소문이 나서 극장이 미어터졌습니다. 그래서 한달에 400만원 줄테니 서울의 말뚝이 소극장에서 하지 않겠느냐는 제의를 받고 서울로 진출했던 거죠. 당시 선배들이 저를 두고 ‘너같은 어린 놈이 무슨 일인극이야. 일인극은 베테랑들이 하는 거야’라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면 ‘형, 나이 먹으면 힘이 없어서, 체력이 딸려서 못하는 게 일인극이예요’라고 받아치면 선배들이 저보고 ‘저런, 당돌한 녀석’이라고 말했던 기억이 납니다. ” “연극배우 이호재가 롤모델…대사 몰래 녹음해 연습고 강계식 선생의 한마디 충고가 신의 계시처럼 꽂혀‘희극 배우는 웃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울릴 줄 알아야’전유성도 고마운 사람… 인맥 동원해 영화도 만들어줘”- 그래도 격려해준 선배는 없었나. “연극배우로 활동하고 계시는 이민재 형이 약장수 공연 당시에 연출을 봐 주셨는데, 저의 연기 개인지도 교사였죠. 연기에 눈을 뜨게 해주신 은인이죠. 변사를 체계적으로 누구에게 배운 적은 없습니다만 강계식, 고설봉 두 분이 생각납니다. 영화계에선 이향, 이런 분들과 신파극 작업을 함께 했습니다. 80년대 초반이니 당시 이분들이 70대를 넘겼거나 80대에 가까웠습니다. 이분들이 신파시대의 마지막 세대예요. 제가 빨리 같이 작업하지 않으면 이분들이 갖고 있는 신파극의 유산을 놓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저는 연기도 연출도 같이 하면서 그분들하고 여러 작품 신파극을 만들면서 ‘이건 뭐예요’, ‘저건 뭡니까’하면서 많이 물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강계식 선생이 저보고 ‘여보게 미스터 최, 자넨 말이야, 희극배우야. 희극을 전문으로 연기를 하라는 거야. 근데, 희극배우는 웃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관객을 울릴 줄도 알아야 돼.’라고 하신 말씀이 신의 계시처럼 제게 팍 꽂혔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저는 하염없이 웃기다가 끝에는 관객을 반드시 울립니다. 슬픔으로 끝나야 그게 예술적이라는 거죠. 카타르시스도 있고. 그 당시 신파극에 대한 것을 많이 배우고 터득했죠. 또 한분은 개그맨 전유성씨예요. 어느 날, 저의 무성영화 변사극 계획을 들으시더니 감독을 맡아 주시고 당신의 인맥을 총동원해서 영화도 그럴듯하게 만들어 주시고 제가 변사로 나설수 있도록 해주신 결정적인 귀인이자 은인이죠.” - 우리나라에 변사극 레퍼토리가 많나. 무성영화가 있으면 변사극이 가능한가. “무성영화라고 해서 다 변사극이 될 수는 없습니다. 찰리 채플린의 무성영화는 변사가 없어도 상영할 수 있습니다. 변사의 개입이 필요 없는 그 자체로도 완벽한 영화입니다. 변사극의 무성영화는 반드시 변사가 개입해야 완벽한 조화를 이룹니다. 예컨대 ‘검사와 여선생’을 변사 없이 무성영화로만 상영한다면 이상하고 싱거운 상황이 될 것입니다. 변사는 영화와 관객을 이어주는 가교역할을 합니다. 변사의 능력이 흥행을 좌우할 정도로 변사극의 핵심입니다. 현재 저의 변사극 레퍼토리는 세편입니다. 1948년작 ‘검사와 여선생(감독 윤대룡) 1986년작 ‘이수일과 심순애’(감독 전유성), 2002년작 ‘나운규의 아리랑’(감독 이두용) 입니다.” - 남기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올해안에 신파극 ‘홍도야 우지마라’를 제가 무성영화로 제작, 감독할 예정입니다. 이수일과 심순애 무성영화에서 시도했던 여러 가지 장치들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킬 생각입니다. 이수일과 심순애의 경우 예를 들면, 변사가 영화속 배우들의 싸움을 말린다. 영화 속 김중배 얼굴에 두루말이 화장지를 던진다. 이수일이 돈을 뿌리는 장면에서 변사도 같은 동작으로 돈을 뿌린다… 등등. ‘홍도야 우지마라’에서는 변사가 영화 화면 속으로 들어갔다가 나쁜놈을 때려주고 화면 밖으로 나오고, 비맞는 영화 속의 홍도에게 변사가 우산을 건네주고, 화면 속 홍도의 편지를 변사가 받아서 홍도 남편에게 건네주는 등의 가상현실 같은 장치를 할 생각입니다. 그러나 애수를 자아내는 장면을 그대로 살려낼 겁니다.” “올해 신파극 ‘홍도야 우지마라’ 무성영화 제작 예정제작비 구애없이 다음 세대 위해 작품 남기는 게 할일언젠가 무성영화 박물관 설립하고 변사 양성하고 싶어”- 무성영화 제작에 큰 돈이 들텐데 제작비 조달은 어떻게 하나. “1억원정도 예상하는데, 변사극 공연으로 벌어서 영화 제작할 돈을 모으고 있습니다. 제작비용이 부담이 되긴 하지만 한 번 만들어 놓으면 손익 분기점이 올 때까지 계속 울궈 먹을수 있으니 그렇게 무식한 투자라고 생각하진 않는거죠. 많은 분들이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면 좋겠다는 요구도 있고요. 다음 세대, 후학들을 위해 제가 살아있는 동안 여러 작품을 남겨놓는 것이 이 시대 마지막 변사로서의 할 일이죠.” -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은. “10년 전, 2009년에 미국 LA에서 공연기획을 하는 이광진씨 초청으로 미국 서부지역 한국교민들을 위해 순회공연을 떠났어요. 서울 촌놈이 샌디에고, 오렌지카운티, LA, 산호세,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태평양을 따라 죽 거슬러 올라갔죠. 가는 곳마다 대성황이었어요. 마지막으로 미국에서도 오지라는 알래스카에서 공연을 마치고, 공연장 출입구에 서서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하며 관객 배웅을 하는데, 나이 많으신 할머니 한분이 제 손을 꼭 잡으면서 20달러를 차비에 보태 쓰라고 주시는 거예요. ‘마음만 받겠다’고 해도 한사코 주시면서 ‘나, 집에 가고 싶어. 한국에 가고 싶어….’라며 눈물을 글썽이며 돌아가시던 그 할머니의 뒷모습을 잊을 수가 없어요. 그 분들에게는 저의 공연이 고국의 추억이며, 그리움이었던 거죠.” 부산에서 태어난 그는 여섯살 무렵 서울로 왔단다. 함경도가 고향인 부모님이 한국전쟁 통에 부산으로 피난 내려온 것이었다. 서울에선 휘문중고를 다니다 아버지의 실직으로 가세가 기울어 인천으로 이사하면서 인천에서 서울로 통학했다. 대학을 그만두는 바람에 배워야 한다며, 지금도 공부를 멈추지 않는 그는 늘 학생의 정신으로 살아간다. “언젠가는, 때가 되면 무성영화 박물관을 만들어 전 세계의 무성영화를 수집, 보관, 상영하고 변사학교를 만들어서 새로운 시대에 어울리는 변사를 양성하고 싶습니다. 물론 무성영화 제작도 계속할 겁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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