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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재난 셀카/이순녀 논설위원

    [씨줄날줄] 재난 셀카/이순녀 논설위원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앙상하게 야윈 어린 소녀가 굶주림에 지친 듯 고개를 땅에 떨군 채 웅크리고 앉아 있다. 그 옆에는 소녀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먹잇감을 기다리는 대머리 독수리가 있다. 1994년 퓰리처상을 받은 보도사진작가 케빈 카터의 ‘독수리와 소녀’다. 이 한 장의 사진으로 아프리카 남수단의 비참한 기근 실상이 널리 알려졌고, 대규모 구호가 이뤄졌다. 하지만 동시에 보도 윤리에 대한 논란도 야기했다. 위험에 처한 소녀를 즉시 구하지 않고, 사진을 먼저 찍은 카터의 행동이 비인간적이라는 항의가 빗발쳤다. 카터는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최근 이탈리아 피아센자역에서 80대 캐나다 여성이 열차에 치여 구조 요원들로부터 응급구조 조치를 받는 현장에서 한 남성이 셀카를 찍는 모습이 뒤늦게 현지 언론에 보도돼 큰 파장이 일었다. 이 남성은 손으로 ‘V자’ 모양을 그리기도 했다. 현장을 기록하고, 알리기 위한 공익 목적의 보도 사진이라도 재난이나 참사를 피사체로 다룰 때는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사실을 카터의 사례는 보여 준다. 그러나 요즘은 재난 현장을 소셜미디어에 올리기 위한 인증샷 배경쯤으로 여기는 몰지각한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오죽하면 ‘재난 셀카’(disaster selfies)라는 신조어가 생겼을까. 지난해 6월 79명이 화재로 숨진 영국 런던의 그렌펠타워 사고 현장에서도 추모보다 사진 촬영에 더 열을 올리는 셀카족 때문에 유가족과 이재민들의 불만이 높았다. 당시 화재 현장 인근에 “그렌펠타워는 참사 현장이지 관광 명소가 아닙니다”라는 플래카드가 내걸릴 정도였다. 심지어 자신이 위험한 상황에 놓였을 때조차 인증샷이 우선인 ‘대담한’ 셀카족도 있다. 지난해 9월 초강력 허리케인 ‘어마’가 미국 플로리다주를 강타하는 긴박한 순간에 관광 명소인 서던모스트 포인트 앞에서 셀카를 찍는 사람들 때문에 당국이 바짝 긴장해야 했다. 소셜미디어가 일상인 시대에 셀카는 자기과시 욕구를 충족시키는 강력하고 효과적인 수단이다. 더욱이 남들이 갈 수 없는 곳이나 금기 장소에서의 셀카는 스스로를 특별한 존재로 착각하게 만든다. 이런 왜곡된 자기애가 갈수록 자극적이고, 위험한 사진을 찍게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탈리아 언론 라스탐파는 이번 사건을 보도하면서 “셀카를 찍은 남성은 영혼과 인간성을 잊은 채 인터넷의 자동화 기계처럼 행동했다”면서 “인터넷에서 자라난 암”이라고 지적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무개념 셀카 중독에서 벗어나야 한다. coral@seoul.co.kr
  • 국내 재벌총수 평균 수명 77세…최장수 회장은?

    국내 재벌총수 평균 수명 77세…최장수 회장은?

    국내 재벌총수들의 평균 수명은 77세인 것으로 나타났다.20일 재벌닷컴이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자산 5조원 이상 60개 대기업 기업집단 가운데 총수가 있는 52곳을 대상으로 총수를 지냈다가 별세한 창업주와 직계 총수 36명의 수명을 조사한 결과, 평균 77세로 파악됐다. 이날 73세로 별세한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평균보다 4년 정도 짧게 산 셈이다. 조사 대상 재벌총수들이 타계한 연령대는 70대가 13명으로 가장 많고 80대 10명, 60대와 90대 각각 5명 등 순이었다. 50대와 40대는 각각 2명, 1명으로 집계됐다. 가장 장수한 총수는 2002년 타계한 영풍그룹 창업주 장병희 전 회장과 지난해 별세한 구태회 LS전선 전 명예회장으로 각각 9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2014년 별세한 이동찬 코오롱그룹 전 회장이 92년을 살아 그다음으로 오래 살았다. OCI(옛 동양제철화학) 창업주 이회림 전 회장과 이원만 코오롱그룹 전 회장도 모두 90세에 별세해 장수한 편에 속했다. 그러나 SK그룹 모태인 선경화학섬유의 창업주 최종건 SK그룹 전 회장은 1973년 가장 젊은 나이인 47세에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태광그룹 창업주의 장남이자 이호진 회장의 큰 형인 이식진 태광그룹 전 부회장도 2004년 55세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지병으로 별세했다. 한화그룹 전신인 한국화약 설립자 김종희 전 회장은 1981년 59세로 숨져 당시 29세이던 장남 김승연 회장에게 총수 자리를 물려줬다. 최종현 SK그룹 전 회장과 구인회 LG그룹 전 회장, 박두병 두산그룹 전 회장, 박정구 금호그룹 전 회장, 이운형 세아그룹 전 회장은 모두 60대에 숨을 거뒀다. 삼성그룹 창업주인 이병철 전 명예회장은 1987년 노환과 폐암 합병증으로 유명을 달리하며 재벌총수 평균 수명만큼 살았다.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전 회장과 장경호 동국제강 전 회장, 이장균 삼천리 전 회장도 모두 평균 수준인 77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이 밖에 허준구 LG건설 전 명예회장, 이재준 대림산업 전 회장, 최기호 영풍그룹 전 회장, 박성용 금호그룹 전 회장, 조홍제 효성그룹 전 회장, 이임룡 태광그룹 전 회장, 장상태 동국제강 전 회장은 70대에 운명했다. 이수영 OCI그룹 전 회장도 지난해 향년 75세를 일기로 숨을 거두며 70대에 타계한 총수에 포함됐다. 현대그룹 창업주인 정주영 전 명예회장은 86세인 2001년 노환으로 숨졌다. 조중훈 한진그룹 전 회장, 구평회 E1 전 명예회장, 구두회 예스코 전 명예회장, 금호그룹 창업주인 박인천 전 회장, 신용호 교보생명 전 회장, 정인영 한라그룹 전 회장, 세아그룹 창업주 이종덕 전 회장, 서성환 아모레퍼시픽 전 회장, 박경복 하이트맥주 전 회장 등도 80대에 유명을 달리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2045년 3가구 중 1가구 ‘1인 가구’… 나 혼자 살다가 늙는다

    2045년 3가구 중 1가구 ‘1인 가구’… 나 혼자 살다가 늙는다

    국토硏 “1인 가구 36.3% 될 것” 70대 2배·80대 3배 가까이 늘어 1인 가구 주거·고독사 대책 시급‘나 혼자 사는’ 인구가 점차 늘어나 2045년에는 대한민국 3가구 중 1가구가 ‘1인 가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특히 고령층의 1인 가구 비중이 커지면서 고독사 및 홈리스(노숙인) 등 사회적 문제로 확산되지 않도록 주거 정책을 차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토연구원 박미선 책임연구원이 18일 발표한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주택정책 대응방안’에 따르면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1985년 6.9%에서 2015년 27.2%로 30년 동안 7.9배 증가했다. 또 2045년까지 36.3%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통계청의 장래가구추계(2015~2045년)에 따르면 2019년부터 1인 가구가 다인 가구수를 추월한다. 현재 20·30세대의 ‘나 혼자 산다’ 추세가 그대로 ‘나 혼자 늙어 간다’로 이어지면서 중·장년층과 노년층의 1인 가구 비중이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대와 30대의 비중은 2015년 기준 17.2%, 18.5%에서 2045년 11.3%, 9.8%로 각각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70대(11.4%→21.5%)는 2배, 80대(5.3%→14.8%)는 3배 가까이 증가했다. 박 연구원은 “현재의 50대 1인 가구가 앞으로 노년층 주거문제 악화, 홈리스 등과 같은 문제로 확산되지 않도록 주거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정부는 1인 가구 정책과 관련해 행복주택, 공공실버주택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가파른 1인 가구 증가세에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 연구원은 “공공임대주택은 청년층, 고령자, 부양 가족 수가 많은 가구주가 입주에 유리한 구조”라며 “임대주택 가점 배점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공공임대주택인 국민임대주택과 행복주택의 입주 자격에 대학생·청년, 신혼부부, 다자녀 가구, 노부모 부양 가구뿐 아니라 1인 가구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1인 가구의 성별·연령대별·지역별 특성에 따라 맞춤형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1인 여성가구를 위해 보다 안전한 주거공간을 조성하는 정책이 대표적이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청년은 전세자금 대출, 중년은 구입자금 대출, 장년은 공공임대주택 공급 등에 대한 수요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박 연구원은 “현재 지자체별로 개별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1인 가구 증가와 고독사 등 사회문제 대책을 중앙정부 차원으로 넓혀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가 이달 말 발표할 ‘제2차 장기주거종합계획(2013~2022년)’에 1인 가구를 배제하지 않고 주요 정책 대상으로 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뉴스를부탁해]세상을 살 만하게 만든 ‘평범한’ 슈퍼히어로

    [뉴스를부탁해]세상을 살 만하게 만든 ‘평범한’ 슈퍼히어로

    최근 극장가에서 가장 화제인 영화가 있습니다. 탁월한 능력을 가진 영웅, 히어로들이 잔뜩 나옵니다. 우주에서 가장 힘센 악당에 맞서 싸우는 내용이지요. 맞습니다.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 지난달 25일 개봉했는데 벌써 1000만명이 넘게 봤더군요.영웅은 판타지 영화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우리는 얼마전 평범한 슈퍼히어로를 발견했습니다. 고속도로에서 갑자기 의식을 잃은 운전자의 차량을 앞에서 가로막아 일부러 교통사고를 낸 한영탁(46)씨입니다. 그의 차량 모델 이름을 따 ‘투스카니 의인’으로 불리고 있죠. ●투스카니 의인 “그 정도는 누구나 다 하는 건데…부담스럽다” 지난 12일 오전 11시 30분 제2서해안고속도로 하행선 조암IC를 3km 앞둔 지점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코란도차량을 몰던 A(54)씨가 신음을 내며 쓰러졌습니다. 차는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았지만 A씨가 계속 가속페달을 밟고 있어 약 4분간 1.5km의 거리를 중앙분리대를 긁으며 계속 주행 중이었습니다. 사고 현장을 지나던 한씨는 A씨가 조수석 쪽으로 쓰러진 것을 본 뒤 경적을 울리며 그를 깨우려했으나 반응이 없자 코란도를 앞질러 자신의 차량과 충돌하게 한 뒤 차를 멈춰 세웠습니다. 한씨의 용감한 선행은 코란도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이 공개되면서 화제를 모았습니다. 투스카니 제조사인 현대차는 그에게 2000만원 상당의 벨로스터 신차를 선물하기로 했고, LG복지재단은 ‘LG의인상’과 상금을 수여하기로 했습니다. 더 놀라운 건 한씨의 반응입니다. 그는 1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별로 한 것도 없는데 이런 관심이 많이 부담스럽다. 그정도는 누구나 다 하는 거 아닌가. 그만 좀 해주셨으면 좋겠다”며 자신의 선행을 별일 아닌 일이라며 쑥쓰러워 했습니다.어벤져스보다 사람들에게 더 큰 울림을 주는 시민영웅은 한씨뿐만이 아닙니다. 자신을 희생해 위기에 처한 이웃을 구한 평범한 슈퍼히어로들을 소개합니다. 지난 2015년 LG복지재단이 제정한 ‘LG의인상’을 받은 71명의 일부입니다. 결말이 중요한 히어로 영화 기사 앞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으니 주의하라는 경고 문구가 붙습니다. 이 기사에는 가슴이 울컥하고 소름이 돋거나 눈물이 나올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피 흘리며 흉기범 제압한 남성 “피하면 다른 사람이 다칠 것 같았다” 지난해 4월 7일 지하철 2호선 낙성대역 출구에서 노숙자 김모(54)씨는 맞은편에서 내려오던 30대 여성을 따라가 주먹으로 마구 때렸습니다. 개찰구에서 나오던 곽경배(40·이하 당시 나이)씨는 여성의 비명소리를 듣고 김씨에게 달려 들었습니다. 곽씨는 김씨가 주머니 속에서 여행용칼을 꺼내 휘두르는 바람에 오른 팔뚝을 찔렸지만 도망가는 김씨를 시민들과 함께 끝까지 붙잡아 경찰에 넘겼습니다. 응급실에 실려간 곽씨는 오른팔 신경과 근육이 끊어지고 동맥이 파열되는 큰 부상을 입어 2년간 재활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는 “흉기를 보는 순간 두려웠지만 내가 피하면 다른 이가 다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대응했다”면서 “누구에게나 선한 마음은 있고 그래서 사회가 유지된다고 믿는다”고 했습니다. LG는 곽씨에게 치료비를 포함해 5000만원의 상금을 전달했습니다.또다른 흉기범을 제압한 80대 영웅도 있습니다. 지난해 6월 26일 역삼역 5번 출구 근처에서 60대 남성이 건물 밖으로 나가는 여성을 뒤쫓아 말다툼을 하다 흉기로 여성의 목과 가슴을 수차례 찌르기 시작했습니다. 여성은 피를 흘리며 살려달라 소리쳤지만 아무도 섣불리 나서지 못하고 범행 장면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할 뿐이었습니다. 그때 현장을 지나던 김부용(80)씨와 김용수(57)씨가 범인에게 달려들었습니다. 김부용씨가 범인의 목을 잡고 김용수씨가 팔을 비틀어 흉기를 빼앗았습니다. 출동한 경찰에게 범인이 체포되고 피해 여성은 응급수술을 받았습니다. ‘노장 히어로’가 없었다면 더 큰 희생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서울 한복판에서는 이런 ‘묻지마 폭행’이 적잖이 일어납니다. 시민영웅들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요. 지난 2016년 6월 27일 교대역 근처에서 흉기 난동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한 남성이 30cm가 넘는 흉기를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휘둘렀습니다. 이를 목격한 대법원 직원 송현명(30), 오주희(29), 변재성(26)씨와 서울중앙지법 직원 이동철(29)씨는 가방을 방패 삼아 범인에게 다가갔고 시민 조경환(30)씨도 가세해 흉기를 빼앗고 범인을 제압했습니다. 이들은 얼굴과 목에 부상을 입어 병원 치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5명의 영웅은 모범시민 표창과 함께 각 1000만원의 상금을 받았습니다. ●아이언맨 부럽지 않은 ‘크레인맨’과 ‘포크레인맨’ 영웅들의 진가는 화재 현장에서도 발휘됩니다. 마블스튜디오의 영화에 ‘아이언맨’이 있다면, 우리에겐 ‘크레인맨’과 ‘포크레인맨’이 있습니다. 지난 2016년 11월 22일 오후 8시, 경기 부천 여월동 주택가의 한 빌라에서 불길이 치솟았습니다. 4층 베란다에서 엄마와 13개월 아들, 초등학생 두딸 등 일가족 5명이 애타게 구조를 기다렸습니다. 소방용 사다리차가 현장에 도착했지만 전선에 걸릴 위험 때문에 사다리를 뻗지 못한 채 40분이 흐른 상황이었습니다. 그때 빨간 크레인차 한대가 나타났습니다. 간판가게를 하는 원민규(51)씨가 자신의 2.5t 크레인을 몰고 온 것입니다. 원씨는 크레인에 소방대원을 태워 4층에 올려보냈고 일가족은 무사히 구조됐습니다. 원씨는 “저도 6살 딸 아이가 있어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면서 “그러 해야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2016년 12월 16일 경기 화성 방교초등학교에서 큰 불이 났습니다. 급식실 건물 1층 주차장에서 폭발음과 함께 불길이 치솟았고 주차장에 있던 승용차 10대에 불이 옮겨붙으면서 연료통과 타이어가 연이어 터지고 있었습니다. 4층 건물이 30분만에 타버릴 정도로 불길이 거세 교사와 아이 20여명이 미처 대피하지 못한 상태. 하지만 철문이 굳게 닫혀 소방차가 안으로 진입할 수 없었습니다. 그때 굴착기 한대가 나타났습니다. 굴착기는 지체 없이 학교 철문을 부숴 소방차의 진입로를 확보하고 난간에 고립된 8명을 굴착기 삽에 태워 무사히 구조했습니다. 포크레인맨은 주변 택지조성공사 현장에서 일하던 안주용(46)씨였습니다. 구조가 끝난 뒤 홀연히 사라졌던 그의 선행은 화성소방서의 수소문 끝에 알려졌습니다. 더욱이 안씨가 간 이식 수술로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할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았음에도 용감하게 나섰던 것으로 확인돼 더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정작 당사자인 안씨는 “내 자식같은 아이들이 갇혀 있는데 그저 가서 도와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며 겸손해했습니다. ●용감한 ‘시민의 발’ 버스 기사들 ‘시민의 발’인 버스기사들의 영웅적 면모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지난해 2월 6일 전남 여수 학동을 시내버스 한대가 지나고 있었습니다. 퇴근길 40여명의 승객이 탄 버스 안에서 60대 문모 씨가 갑자기 시너 15ℓ를 바닥에 붓고 라이터로 불을 붙였습니다. 운전기사 임정수(47)씨는 재빨리 앞뒤 출입문을 열어 승객들을 대피시켰습니다. 2~3분 만에 버스는 완전히 화염에 휩싸였지만 모든 승객이 무사히 탈출했습니다. 가장 마지막에 내린 임씨는 달아나는 범인을 쫓아가 붙잡았습니다. 지난 1월 26일 전북 전주 완산구 효자동에서는 3중 추돌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이 사고로 튕겨져 나간 차량 한대가 인도턱을 들이받았는데 차에 연기가 나고 불이 붙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운전자가 핸들과 시트 사이에 끼어 스스로 빠져나올 수 없는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이때 사고 현장을 지나던 시내버스 기사 이중근(61)씨는 차를 세우고 달려가 한 시민과 함께 피 흘리는 운전자를 차량 밖으로 빼냈습니다. 2~3초 뒤 큰 폭발음과 함께 차량 전체에 불길이 치솟았습니다. 이씨는 시민들과 함께 소화기로 불을 껐습니다. 한참 후에야 바지가 불에 타고 머리와 손목에 화상을 입은 것을 알게 된 이씨는 “누구나 다 그런 상황이 되면 사람부터 살리려고 할 거다. 그게 사람의 도리”라고 말했습니다. ●구조 요청에 2000만원짜리 그물 버린 ‘바다의 영웅’ ‘투스카니 의인’처럼 재산상 손해를 감수하고 위험에 처한 생명을 구한 영웅들이 있습니다. 지난해 1월 16일 오전 5시 강남역사거리를 마지막 야식 배달을 마친 오토바이 한 대가 달리고 있었습니다. 맞은 편에서 신호를 무시한 채 무서운 속도로 검은색 외제차가 달려와 오토바이와 부딪혔습니다. 오토바이 운전자 이모(48)씨가 도로 위에 나뒹굴었지만 외제차는 그대로 달아나버렸습니다. 신호 대기 중이던 운전자 이원희(32)씨와 류재한(27)씨가 사고 현장을 목격했습니다. 구입한지 일주일도 안 된 새차 생각에 이씨는 잠시 머뭇했지만 이내 비상등을 켜고 경적을 울리며 뺑소니 차량을 추격했습니다. 류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뺑소니범은 강남역부터 남부순환로까지 무려 13km를 질주했습니다. 새벽의 추격전 끝에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합동 검거에 성공했습니다. 외제차에서 내린 곽모(25)씨는 혈중 알코올 농도 0.159%의 만취 상태였습니다. 추격전에서 곽씨는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등 교통법류를 무려 26차례 위반했습니다. 곽씨를 멈춰 세우려던 이씨의 새차는 크게 파손됐고, 오토바이 운전자는 병원에 옮겨졌으나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뺑소니범을 검거한 두 사람에게 표창장과 포상금을 수여했습니다. 영웅의 선행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씨와 류씨는 “좋은 일을 해서 뿌듯하지만 사고 당하신 분이 돌아가셨다고 하니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포상금 전부를 유족에게 전달했다고 합니다.바다를 지키는 영웅도 있습니다. 지난해 2월 22일 새벽 3시, 깜깜한 진도 앞바다에서 선박 화재 신고가 접수됩니다. 해경은 구조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으려 인근에서 조업하던 ‘707 현진호’에 도움을 요청합니다. 이 배의 선장인 김국관(49)씨는 지체 없이 선원들에게 조업 중인 그물을 칼로 잘라버리라고 지시했습니다. 사고 현장까지 전속력으로 달린 김씨는 불이 난 배에 밧줄을 묶어 연결한 뒤 바다에 뛰어든 선원 7명을 25분만에 모두 무사히 구했습니다. 김씨는 이들이 저체온증에 걸리지 않도록 옷과 양말을 있는대로 꺼내 갈아입혔습니다. 김씨가 끊어버린 그물은 2000만원 상당이었습니다. 그가 해경의 도움 요청을 거절했다면, 그물을 다 거둬들인 뒤에야 움직였다면 선원들을 구할 골든타임을 놓쳤을 것입니다. 알고보니 김씨는 2004년에도 전남 신안 소흑산도 남쪽 바다에서 난파된 어선의 선원 10명을 구조한 적이 있는 진짜 바다의 영웅이었습니다. LG 측은 김씨에 그물 수리비를 포함해 3000만원을 전달했습니다. ●흙탕물에 침수된 차에 갇힌 일가족 구한 최현호씨 영웅들은 물불 가리지 않죠. 물에 빠진 시민들을 용감하게 구한 의인들이 있습니다. 지난해 7월 31일 전남 광주에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시간당 50mm가 넘는 폭우로 도시는 마비 상태였습니다. 순식간에 불어난 비에 침수된 송정지하차도 주변을 지나던 최현호(39)씨는 물에 잠겨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은 차량에서 허우적거리는 사람들을 발견했습니다.함께 있던 아내에게 구조 신고를 부탁한 최씨는 싯누런 흙탕물에 뛰어들었습니다. 5분 만에 할머니와 3살짜리 아이, 아이의 엄마를 물밖으로 구조했습니다. 이들은 차안에 생후 7개월 아기가 갇혀있다며 발을 굴렀습니다. 최씨는 다시 물 속에 몸을 던졌습니다. 2m가 넘는 수심. 수압 때문에 뒷문을 열 수 없었습니다. 운전석 쪽으로 이동한 그는 가까스로 문을 연 뒤 손발을 휘저어 뒷좌석 천장에 떠 있던 아기를 발견해 구했습니다. 하지만 아기는 숨을 쉬지 않았습니다. 최씨와 주변의 시민들은 번갈아 가며 쉼 없이 인공호흡을 했고 아이는 무사히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딸 2명을 키우는 최씨는 “아기가 무사히 퇴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기뻤다”면서 “누구나 같은 상황이라면 당연히 구조에 나섰을 텐데 뜻밖에 많은 칭찬을 받게 돼 쑥스럽지만 감사하다”고 수줍게 말했습니다.지난해 8월 13일 오후 3시, 강원 속초 장사항 해변에 유니폼을 입은 한 남성이 나타나 바다를 향해 달려갑니다. 해수욕을 즐기던 40대 남성이 거센 파도에 휩쓸려 나간 직후 였습니다. 의식을 잃은 피서객을 해변에 옮긴 이 영웅은 구조대가 나타나자 홀연히 사라졌습니다. 영웅의 정체는 뜻밖에 온라인에서 확인됐습니다. 출장 수리를 나온 LG전자 속초서비스센터의 서비스 엔지니어 임종현(35)씨였습니다. 임씨의 유니폼과 이름을 눈여겨 본 목격자가 LG서비스센터 미담게시판에 그의 선행을 칭찬하는 글을 올린 것입니다. ●호수에 빠진 차량 운전자 구한 10대 영웅들 어벤져스 멤버인 스파이더맨의 정체는 10대 고등학생 피터 파커입니다. 어린 영웅의 활약은 더 짜릿하게 느껴집니다. 우리나라에도 어린 영웅들이 있습니다. 지난해 강원체고 3학년이었던 김지수, 성준용, 최태준군입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1일 강원 춘천 의암호에 추락한 승용차를 발견합니다. 차 무게 때문에 무서운 속도로 물 아래로 가라앉은 차량에는 몸이 반쯤 빠져나온 여성 운전자가 타고 있었습니다. 호수 뚝방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 들었지만 물이 깊고 차가워 구조대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 주변에서 운동을 하던 3명의 고등학생은 20여m를 빠르게 헤엄쳐 물에 빠진 여성을 침착하게 구조했습니다. 이들은 “주변에 위험하다고 말리는 어른들도 있었지만 우리가 아니면 구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물에 뛰어들었다”면서 “학교에서 평소에 생존 수영과 인명구조를 배워 그대로 했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어벤져스에서 ‘블랙 위도우’ 나타샤 로마노프를 연기한 스칼렛 요한슨처럼 용감하고 강력한 여성 영웅이 현실에도 있습니다. 지난 2016년 9월 6일 울산 중구의 도로 한가운데 경보를 울리는 구급차 한대가 옴짝달싹 못하고 있었습니다. 퇴근시간대였습니다. 호흡곤란 상태인 임신 7개월의 산모가 타고 있었습니다. 그때 ‘모세의 기적’처럼 차들이 양편으로 갈라졌습니다. 오토바이 운전자 최의정(31)씨가 길을 막은 차량들의 문과 트렁크를 일일이 두드리며 구급차가 갈 수 있는 길을 터 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입니다. ●‘모세의 기적’으로 구급차 길 터준 30대 여성 최 씨는 교통상황을 살피면서 구급차를 호위했습니다. 덕분에 산모는 위험한 고비를 넘기고 제때에 병원에 도착해 치료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알고보니 소방관의 아내였던 최씨는 “사이렌이 울리면 급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서 “차들이 조금만 비켜줘서 빨리 구급차가 병원에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 뿐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외국인 영웅도 있습니다. 스리랑카에서 온 니말(39)씨입니다. 지난해 2월 10일 경북 군위 산골마을에서 큰 불이 났습니다. 90대 여성이 불이 난 집에 갇혀 있었습니다. 니말씨는 망설임 없이 거센 불길을 뚫고 집안을 뒤져 할머니를 구했습니다. 얼굴과 폐에 심각한 화상을 입은 니말씨는 3주 동안 중환자실 신세를 져야 했습니다. 치료비만 1300만원이 나왔습니다. 어머니의 암 치료비를 벌기 위해 5년 전 한국에 온 니말씨의 사정을 알고 있던 고용주와 소방서 직원들이 돈을 모아 치료비를 대신 내주었습니다. 니말씨는 “평소 마을 어르신들의 보살핌이 고마워 용기를 냈다”고 말했습니다. 이밖에도 지하철 선로에 발을 헛디뎌 추락한 시각장애인을 구한 군인, 큰 너울에 휩쓸린 근로자를 구하다 숨진 해경 특공대원, 800도가 넘는 불길을 온몸으로 막고 시민들을 구조한 소방관들… 영웅의 이야기는 이보다 더 많습니다. 2015년 제정된 LG의인상을 받은 사람은 지금까지 72명입니다. 의로운 선행이 알려지지 않은 숨은 영웅들은 아마도 더 많을 것입니다. 여기에 소개한 영웅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두렵고 겁이 나서 못할 일인데도 “당연히 해야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담담히 얘기합니다. 영웅들은 공감능력도 남다른 것 같습니다. “나도 아이를 키우는 부모이기에”, “나에게도 가족이 있기에”가 영웅들이 선행에 나선 동기였습니다. 이런 의인들이 각박하고 이기적인 이 세상을 살만한 곳으로 만들어주는 것 아닐까요.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자살률 줄었는데 1020은 늘어… 성적 고민 40%

    자살률 줄었는데 1020은 늘어… 성적 고민 40%

    전체 자살률 5년 새 19% 감소 70대, 전년대비 최고 8.5명 줄어 10대 0.7명↑… 5년 만에 증가최근 전반적인 자살 사망자 감소세에도 불구하고 10대와 20대의 자살자 수는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이 극단적 선택을 할 위험을 높이는 요인 중 60% 이상이 학업성적과 가족 간 갈등인 것으로 나타나 학업부담을 줄이기 위한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분석됐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자살예방센터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18년 자살예방백서’를 발간했다고 14일 밝혔다. 백서는 2016년 기준 국내 자살자 현황 자료를 담았다. 2016년 자살자 수는 전년보다 421명 감소한 1만 3092명이었다.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를 의미하는 자살률도 2015년 26.5명에서 2016년 25.6명으로 0.9명 줄었다. 2011년 자살자가 1만 5906명, 자살률은 31.7명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5년 만에 자살자 수는 17.7%, 자살률은 19.2% 감소했다. 10대와 20대를 제외하면 전 연령대에서 자살률이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70대는 2016년 자살률이 54.0명으로 전년보다 8.5명 줄었다. 80대 이상 노인의 자살률도 78.1명으로 전년보다 5.5명 감소했다. 반면 10대는 2016년 자살률이 4.9명으로 전년보다 0.7명 증가했다. 10대 자살률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해마다 줄었지만 2016년 증가세로 돌아섰다. 20대 자살률도 2016년 16.38명으로 전년보다 0.01명 증가했다. 성별로는 여자 청소년의 자살 위험성이 더 큰 것으로 분석됐다. 여자 청소년은 우울감, 자살 생각, 자살 계획 및 경험 비율이 남자보다 높았다. 또 청소년 자살 생각의 주요 동기는 학교성적(40.7%), 가족 간 갈등(22.1%)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해 학업 스트레스로 인한 극단적 선택을 막을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지역별 자살률은 서울(19.8명)이 가장 낮았고 충북(27.5명)이 가장 높았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시속 180km 난폭운전차…운전자 잡고보니 88세 노인

    시속 180km 난폭운전차…운전자 잡고보니 88세 노인

    아찔한 과속으로 교통안전을 위협한 80대 스페인 노인이 형사처벌을 받게 됐다. 알고 보니 노인은 벌점 누적으로 면허가 취소된 상태로 운전대를 잡고 레이스를 벌이듯 광란의 질주를 했다. 12일(이하 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스페인 경찰은 문제의 노인을 형사처벌하기로 하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재범의 우려가 매우 커 고령이지만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노인이 단속에 걸린 건 지난 4일 바르셀로나 인근의 한 자동차 전용도로에서였다. 과속 단속을 실시하고 있는 경찰 앞으로 승용차 1대가 쏜살같이 지나갔다. 측정기에 찍힌 속도는 시속 181km. 도로의 최고속도는 120km였다. 바로 추격에 나선 문제의 차량을 세우는 데 성공했지만 경찰은 운전자를 보곤 깜짝 놀랐다. 얼핏봐도 상당한 고령으로 보이는 노인은 안경을 끼고도 앞이 잘 보이지 않는 듯했다. 보청기를 끼고 있었지만 경찰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귀가 어두웠다. 차에서 내리는 노인은 거동도 불편해 보였다. 면허증을 보니 노인은 올해 만 88세.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지만 운전대를 잡는 건 무리로 보였다. 게다가 노인은 상습적인 교통법규 위반자였다. 경찰은 "한때 면허증을 갖고 있었지만 벌점 누적으로 면허가 취소된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스페인 경찰은 고민 끝에 무면허 운전으로 과속을 불사한 노인을 형사처벌하기로 했다. 관계자는 "자동차가 흉기로 둔갑할 수 있는 만큼 고령이지만 형사처벌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스페인에서 운전면허를 가진 70대 이상 노인인구는 210만 명에 달한다. 그러나 노인 운전자에 대해 갖는 불안감은 큰 편이다. 스페인 교통청에 따르면 스페인 국민은 65세를 '운전 은퇴'의 나이로 보고 있다. 65세 이상이 운전하면 불안하다고 보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다. 사진=자료사진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아침마당’ 현미 “왕종근, 과거 알랭 드 롱보다 잘생겼다”

    ‘아침마당’ 현미 “왕종근, 과거 알랭 드 롱보다 잘생겼다”

    ‘아침마당’에 출연한 가수 현미가 방송인 왕종근과의 첫만남에 대해 얘기했다.11일 방송된 KBS1 교양프로그램 ‘아침마당’에는 현미, 이상벽, 장미화, 남능미, 팽현숙, 최주봉, 김하일, 왕종근, 남상일 김상희 등이 게스트로 출연했다. 이날 현미는 왕종근과의 첫 만남에 대해 “부산에서 처음 만났다”고 기억했다. 현미는 “왕종근은 당시 프랑스 영화배우 알랭 드 롱 보다 더 잘생겼다”며 “지금이야 나이가 들어 조금 변했으나 엄청난 외모였다”고 말했다. 이를 듣던 왕종근은 “저 역시 그 당시가 기억난다”며 “TV로 현미 선생님을 봤다. 꼬마가 봐도 대형 가수의 모습이었다. 선생님께서 80대가 됐지만 여전히 정신이 맑으신 게 볼수록 부럽다. 저렇게 늙고 싶다”고 화답했다. 사진=KBS1 ‘아침마당’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산음골에는 시인들이 산다

    산음골에는 시인들이 산다

    보건진료소에 근무한지가 30년이 넘은 이 시점에서 어느 날 갑자기 지나온 나의 발자국을 조용히 되돌아 보았다. 대학 갓 졸업하고 20대에 첫발을 들여 놓았는데 어느새 세월이 이렇게나 많이 흘러 버렸는지 실감이 안 난다. 햇살 좋은 어느 날 툇마루에서 낮잠 한번 자고 일어난듯 한데 어느새 희끗희끗 변한 머리칼과 훈장 같은 주름살이 세월을 말해주고 있었다. 이래서 인생 일장춘몽이란 말이 나왔나 보다 한바탕 꿈을 꾸고 난 듯한 이 기분........ 그러나 울고 웃으며 내 인생 전부가 되어버린 진료소의 직장 생활은 내 삶의 보석이 되어 빛나고 있었다. “다시 태어나도 나는 이 길을 걸어가리라” 다짐하며 최근에 출렁이던 작은 감동의 물결을 소중한 추억의 서랍장에서 조심히 꺼내어 본다.하늘과 가장 가까운 곳, 그래서일까 낮에는 맑고 상큼한 공기와 밝은 햇살이 하늘만 바라보이는 이 산골의 한가운데서 에너지를 뿜어 내주고 밤에는 지나던 달빛조차 잠시 쉬어 가고 반짝거리던 별도 숨죽여 산음골 이야기에 빠져들고 있다. 산길을 굽이굽이 돌고 돌아가면 세상 시름 모두 던져 버리고 자연 속에서 푹 파묻히고 싶은 산음휴양림을 간직한 아담하고 예쁜 동네 이곳, 산음 골에는 세월의 훈장을 이마에 가득 달고 있는 멋진 시인들이 살고 있다. 농한기에는 구부러진 허리를 지팡이와 유모차에 의지해 노인정으로 삼삼오오 모여들어 화투를 치고 간간이 산음휴양림으로 올라가던 차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시던 70~80대의 어르신들이셨다. 문맹인 분도 계시고 더러는 한글을 배우지는 못하셨어도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분도 계셨다. 주로 어촌이나 농촌 등 산간 벽오지에 있는 보건진료소는 진료외에도 농번기에도 건강을 위한 많은 프로그램이 있지만 농한기인 11월은 이듬해 3월까지 통합건강증진사업의 하나로 경로당 중심의 각 지역에 맞는 특수사업을 집중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그동안에 안 해본 게 없을 정도로 체조나 운동, 보건교육, 그리기, 만들기, 노래교실, 등산, 걷기, EM 교육 등 매년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었다. 좀 더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는 계속적인 사업을 연구하던 중 이제는 좀더 특별한 사업을 하고 싶었고 농한기뿐 아니라 일 년 내내 개인적으로도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2016년 겨울부터 우울증 및 치매 예방사업으로 ‘나만의 시 짓기’ 교실을 열었다. 글도 제대로 쓸 줄 모르는데 무슨 시를 짓느냐고 도리질 치는 어르신들께 92세부터 시를 쓰기 시작하여 98세 때 시집을 낸 일본의 최고령 시인 시바타 도요를 소개해 주면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 넣어 드렸다. 관할구역인 산음리 석산리 4개리 노인정을 직접 다니면서 심폐소생술 교육을 시키고 인형으로 직접 실습도 하게 했다. 즐거운 분위기를 조성한 후 시 공부를 그 자리에서 시작했는데 일단 시란 무엇인가 알려 준 뒤 행과 연 나누는 법등 가장 기초부터 알려드렸다. 어르신들의 숨겨진 감성을 톡톡 건드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누구나 시인이 될 수 있어요 시라는 게 특정인이 쓰는 게 아니랍니다 본인의 생각을 함축해서 쓰시면 됩니다. 과거 내가 살아온 이야기도 좋고 현재의 내가 살아가는 이야기 내 주변 분들의 이야기도 좋고 꽃이나 새, 또는 자연을 보고 느끼는 점도 모두 시의 소재가 될 수 있답니다 창밖을 보세요. 지나는 바람의 이야기, 오후의 느린 햇살 이야기 지나는 자동차들의 이야기가 들려오지 않나요? 저 이야기를 가슴에 담아 보세요 나만의 소중한 것으로 만들어 보세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집니다. 삶이 풍요로워집니다. 생각을 많이 하게 되니까 치매도 예방됩니다. 공통점이 생겨서 이웃 간의 대화도 풍부해질거예요 일단 생각해 보시고 떠오르는 생각들을 글로 직접 써보세요. 시작은 어렵지만 시라는 강물에 푹 빠지면 아마 깃털같이 가벼운 날들이 행복으로 다가올 겁니다. 그동안 걸어 보지 못했던 신기한 세상으로 한발씩 걸어 보세요. 한 달간 교육을 마친 후 처음 접해보는 “시”라는 것에 호기심 반 두려움 반인 어르신들께 A4용지를 나누어 드리고 시도 좋고 아무 글이나 한편씩 써서 진료소로 갖고 오시라고 숙제를 내드렸다. 그렇게 열변을 토하던 내 모습과는 다르게 어쩌면 빈 들판의 바람소리처럼 아무도 모르게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아닌가 염려되어 조마조마하게 기다리던 어느 날, 내 앞에서 강한 부정을 하며 시를 어찌 쓰냐고 말씀하시던 할머니께서 수줍은 표정으로 진료소에 오셨다 쭈빗거리시며 주머니에서 구겨진 종이를 보여주셨다 시가 무엇인지도 모르게 난생처음 써 보는 거라 창피하기만 한데 숙제를 내서 일단 써왔다며 부끄러워하셨다 참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아! 이렇게 첩첩산골 산음리에서 시인 한 분이 탄생하겠구나 기대를 걸고 종이를 펼쳐서 읽어보니 무슨 말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글자가 많았다. “할머니 이게 무슨 글자예요?” 하나하나 일일이 여쭙다 보니 후반부에 가서는 대충 읽을 수가 있었다. 대부분 소리 나는 대로 쓰셨고 어머님에 대한 그리움이 절절히 배어 나와 눈물까지 흘릴뻔했다. 한 행 한 행 어르신께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여쭈어 가며 둘이 머리를 맞대고 탄생시킨 시가 바로 /중매쟁이 말만 믿고/ 산음리로 시집 보내놓고/ 화병에 일찍 돌아가신 어머님/ 중략 / 딸네 집도 못 와보고 따스한 밥 한 끼 못해드리고 보내드려서 가슴 아파하며 그리워하는 마음을 시로 지은 ‘그리운 어머니’였다. 며칠 뒤에는 A4용지 잃어버렸다며 달력 뒷장을 찢어서 숙제를 해오신 분이 계셨는데 그대로 하나의 시가 되었다 감성이 풍부하신 분이셨고 평상시에 책을 좋아하시는 분답게 퇴고를 굳이 하지 않고도 연을 나누는 것만 도와 주었는데 봄의 느낌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봄이 오는 소리”시가 탄생하였다. 또 한 분은 그동안 써오셨다며 20여 편 정도를 갖고 오셨는데 초보라고 하기엔 참 잘 쓴 글이었다. 서울에서 살다가 몸이 안 좋아 시골에서 요양하면서 쓰신 터라 고뇌를 많이 한 흔적이 있는 깊이 있는 글이었다. 그러나 거의 수필인지 시인지 모를 정도의 길고 긴 시였다 너무 잘 쓰셨다고 칭찬해 드리고 조금씩 퇴고하는 것을 알려드렸다. 그리고 시간 날 때 개인적으로 공부 좀 하자고 권유하고 한 달 정도 진료소에 오셔서 시에 대하여 공부를 하였다. 그뒤로 지은시는 시집 한 권 내셔도 좋을 정도로 이쁜시를 많이 지으셨다. 이렇게 여러편이 모이자 시화로 제작해서 2017년도에는 진료소 출입구에 전시해 두었더니 오가시던 분들이 시에 대해서 관심을 더 많이 갖기 시작하고 한두 분씩 시를 화두로 삼기 시작하였다. 나비효과란 말이 있듯이 어느 날인가 이 작은 물결이 산음리 석산리에 시로 물들어 주기를 더 절실하게 기다리며 2018년 1월 나 혼자서는 너무 벅차서 전문가 선생님을 모시고 한 달 동안 시 공부를 다시 한 번 더 하게 했다. 그 노력의 결과로 2018년 3월 17-18일 제19회 단월 고로쇠 축제 때는 44편의 시를 축제장에 전시할 수 있게 되었다. 축제장을 찾은 많은 분들이 차별화된 축제장에서 인생을 한편의 시로 표현한 진솔한 시에 공감하며 눈물 흘리고 감동을 많이 받으셨다. 이어서 가정의 달인 5월에는 어버이날 전후해서 양평역에 전시할 예정이다 비록 세련되거나 완전하진 못해도 삶의 진솔함이 묻어나 있어 각박해져 가는 세상에 우리가 걸어가야 할 그 길을 먼저 걸으신 어르신들의 시를 읽음으로써 그분들이 힘들게 살아온 삶을 응원해 드리고 孝사상을 고취시키며 가정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함이다. 산음골에는 멋진 시인들이 산다 삶 자체가 시다 그래서 우리는 더 건강하고 더욱더 행복하다. 이제부터 우리 시인 어르신들은 꽃길만 걷게 될것이다.
  • 30개월 복무하고 상병 전역 71만명 병장으로 특별 진급

    30개월 이상 만기 복무하고도 병장이 아닌 상병으로 제대한 전역 장병들이 병장으로 진급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국방부는 월남전 참전자를 포함해 30개월 이상 의무복무했으나 병장 자리가 나오지 않아 상병으로 만기전역한 장병의 명예회복을 위해 병장 특별진급에 관한 특별법을 만들기로 했다고 9일 밝혔다. 지금은 기간이 되면 병장까지 자동으로 진급하지만 1954년부터 1982년까지는 병장 공석이 있어야 상병에서 병장으로 진급할 수 있었다. 병무청 자료에 따르면 당시 상병으로 만기 제대한 장병은 육군 69만 2000여명, 해군 1만 5000여명, 공군 3000여명 등 71만여명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현재 50~80대에 걸쳐 분포해 있는 대상자들은 자신들보다 복무기간이 짧은 손자나 아들은 병장인데 자신은 상병으로 전역한 것은 문제라는 민원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며 제도 개선 배경을 설명했다. 박홍환 선임기자 stinger@seoul.co.kr
  • ‘안동역에서’ 진성 “3살 때 어머니 집 나갔다” 가슴 아픈 가정사 고백

    ‘안동역에서’ 진성 “3살 때 어머니 집 나갔다” 가슴 아픈 가정사 고백

    ‘아침마당’ 가수 진성이 가슴 아픈 가정사를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8일 오전 방송된 KBS1 ‘아침마당’ 화요초대석에는 가수 진성(53·진성철)이 게스트로 출연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방송에서 진성은 가정사를 공개, 세 살 때 어머니가 집을 나간 사실을 털어놨다. 그는 “어머니가 80대 중반이시다. 방송에서 이런 이야기를 할때마다 죄스럽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제가 세 살 때 어머니가 집을 나가셨다. 그래서 우스갯소리로 ‘나는 네 살 때부터 객지 생활을 했다’고 말했다”라며 “부모님에 대한 원망이 너무 깊었다. 그건 영원히 제 마음에서 없어지질 않을 거다”라고 설명했다. 진성은 “어머니를 10년 만에 다시 만났다. 슬프고 즐겁다기 보다는 회한이 교차했다“고 전했다. 진성의 어머니가 집을 나간 이유는 당시 고부 갈등과 아버지의 폭력 때문이라고. 그는 또 “옷을 차려 입고 동네에 나가면 뒷집 개도 아버지를 쳐다볼 정도로 외모가 수려했다”면서 “하지만 아버지는 가정적으로는 좀 부족했다. 아버지에 대한 안 좋은 기억들이 더 많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나이를 먹으니 아버지를 이해하게 됐다. 제가 무명 생활이 길었다. 아버지 산소에 가서 막걸리를 올리는 과정에서 아버지 환청을 듣게 됐다”고 설명했다. 진성은 “그 경험을 바탕으로 탄생한 노래가 ‘태클을 걸지 마라’”라며 “가사를 써놓고 보니 제 인생이 담겨 있었다. 어떻게 내 머리에서 이런 가사가 나왔나 싶었다”고 털어놨다. 한편 진성은 지난 1997년 ‘님의 등불’로 데뷔, ‘보릿고개’, ‘안동역에서’ 등 곡이 크게 히트하며 인기를 얻었다. 지난 2016년에는 혈액암 투병 사실이 알려지며 많은 팬들의 응원을 받았다. 사진=KBS1 연예팀 seoulen@seoul.co.kr
  • 노인 학대의 민낯…가해자 절반이 아들·딸

    노인 학대의 민낯…가해자 절반이 아들·딸

    가해자 아들>배우자>딸 順 ‘정서적 학대’ 40%로 최다효(孝)를 중요한 가치로 삼았던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8일 어버이날을 맞아 노인학대 현황을 분석해 보니 학대 가해자가 아들딸 등 자식인 비율이 절반에 육박했다. 노인학대 신고 건수도 시간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이 발간한 ‘2016 노인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전국 29개 지역노인보호전문기관에 접수된 노인학대 신고 건수는 1만 2009건이었다. 이 가운데 사법기관 등에서 노인학대 사례로 판정받은 건수는 35.6%인 4280건으로 집계됐다. 2015년과 비교해 12.1% 늘었다. 주변의 시선이 두려워 쉬쉬하며 숨기는 사례까지 더하면 실제 피해자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노인학대 유형은 정서적 학대가 40.1%로 가장 많았고 신체적 학대(31.3%), 방임(11.4%) 등의 순이었다. 피해자를 성별로 구분해 보니 남성 1187명(27.7%), 여성 3093명(72.3%)으로 여성 노인이 훨씬 많았다. 연령별로는 60대 802명(18.8%), 70대 1830명(42.8%), 80대 1380명(32.3%) 등이었다. 세심하게 돌봐야 할 치매 환자가 오히려 학대당할 위험이 컸다. 전체 피해노인 중 치매가 의심되거나 진단을 받은 비율이 26.0%였다. 학대 가해자는 4637명이었다. 피해노인은 1명이지만 학대 행위자는 2명 이상일 수 있어 가해자가 더 많은 것이다. 가해자의 성별은 남성 3113명(67.1%), 여성 1524명(32.9%)이었다. 분석 결과 가해자의 절반은 자식이었다. 특히 아들이 가해자 10명 중 4명꼴로 많았다. 학대 행위자는 아들이 1729명(37.3%), 배우자 952명(20.5%), 딸 475명(10.2%), 노인복지시설 종사자 392명(8.5%) 등의 순으로 많았다. 아들, 딸, 배우자, 며느리, 사위, 손자·녀, 친척 등 친족이 학대 행위자인 경우가 3502명(75.5%)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가해자가 배우자인 비율도 전년보다 46.0% 급증했다. 인구 고령화에 따라 노인이 노인을 학대하는 ‘노·노 학대’도 크게 늘었다. 전체 노인학대 중 60세 이상인 고령자가 고령자를 학대하는 사례는 2026건(47.3%)으로 전년 대비 16.9% 늘었다. 2012년과 비교하면 54.2% 증가했다. 노·노 학대 가해자는 배우자(45.7%)가 가장 많았다. 노인학대 발생 장소는 88.8%가 가정이었고 요양원 등 생활시설(5.6%), 공공장소(2.2%), 병원(0.6%) 등이 뒤를 이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봄날 충전 끝판왕 ‘뷰벤저스’ 떴다

    봄날 충전 끝판왕 ‘뷰벤저스’ 떴다

    호수처럼 잔잔한 쪽빛 바다에 크고 작은 섬이 올망졸망 떠 있는 남해. 바다, 섬, 하늘이 맞닿아 끝없이 이어지는 다도해 풍경은 사시사철 비경을 자랑한다. 특히 사방이 탁 트인 산 위에서 내려다보는 남해 경치는 아름다운 수채화를 펼쳐놓은 것 같다. 경남 남해안 여러 지자체가 바다 가까이 전망 좋은 산을 활용해 다도해 경관을 조망하는 관광시설을 앞다퉈 설치해 관광객을 유혹하고 있다. 3일 경남도에 따르면 사천시 바다케이블카, 거제 계룡산 관광모노레일, 하동 금오산 집와이어, 통영 미륵산케이블카 등은 지역의 지리 여건을 활용해 인기를 끌고 있다.●바닥 투명한 ‘크리스털 케이블카’ 아찔 “케이블카와 산 정상 전망대에서 보는 주변 경치가 정말 멋집니다.” 지난달 28일 사천 바다케이블카 탑승을 마치고 내린 80대 부부 관광객은 “주변 경치가 너무 좋은 데다 케이블카 흔들림도 거의 없어 안전한 것 같고 탑승시간도 길어 좋다”고 말했다. 사천 바다케이블카는 사천시 동서동과 남해군 창선면을 연결하는 창선~삼천포대교 옆에 설치해 지난달 13일 개통됐다. 한려해상 국립공원 바다를 건너 섬을 돌아 육지 쪽 산 정상으로 올라갔다 내려오는 노선이다. 598억원이 들었다. 국내에서 가장 긴 2.43㎞로 한 바퀴 도는 데 25~30분이 걸린다. 바다~섬~육지 산을 오가는 국내 최초 케이블카라는 장점이 알려지면서 개통하자마자 관광객이 몰린다. 정류장은 3곳이다. 대방 정류장에서 출발해 바다 건너 초양도 섬 정류장을 거쳐 대방 정류장으로 돌아와 각산(해발 408m) 정류장으로 올라간다. 각산 정류장에서 내린 탑승객은 각산 전망대를 구경하고 대방 정류장으로 돌아온다. 편도 운행시간은 대방 정류장에서 초양도 정류장까지 5분, 대방 정류장에서 각산 정류장까지 7분쯤 걸린다. 전체 45대 캐빈 가운데 15대는 바닥이 투명한 크리스털이어서 바닥 아래쪽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크리스털 캐빈을 타면 발밑에 수십m 아래로 출렁거리는 바다가 아찔하게 보인다. 창 밖으로는 해안과 바다, 산 풍경이 시원하게 눈에 들어온다. 각산 전망대에 서면 창선~삼천포대교와 삼천포항을 비롯해 멀리 남해·통영·거제 지역, 크고 작은 섬, 금산과 지리산까지 보인다. 요금은 어른 기준 크리스털 캐빈이 2만원, 일반은 1만 5000원이다. 사천시시설관리공단에 따르면 개통 뒤 하루 평균 탑승객이 평일 5000명, 주말 8000명에 이른다.●기울기 50도 넘는 급경사 모노레일 재미 더해 계룡산(566m)은 우리나라에서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인 거제도 중앙에 있다. 계룡산 자락에 한국전쟁 당시 인민군과 중국군 포로를 수용했던 포로수용소 유적공원이 있다. 거제시는 유적공원에서 정상 부근 통신시설 유적 근처까지 산속을 꼬불꼬불 운행하는 관광모노레일을 77억원을 들여 설치, 지난 3월 3일 운행을 시작했다. 한 대에 6명이 타는 모노레일 차량 15대가 왕복 3.54㎞ 구간을 4분여 간격으로 다닌다. 아래 승강장에서 출발한 모노레일 차량은 1분에 70~80m씩 이동해 25~30분 뒤 상부 승강장에 도착해 탑승객을 내려주고 사람들을 태워 아래 승강장으로 내려온다. 해발 500m가 넘는 산 정상 부근까지 대나무와 소나무, 잡목 등이 우거진 숲속을 운행하는 모노레일이다 보니 레일 기울기가 50도가 넘는 급경사 구간 등이 반복돼 모노레일 타는 재미를 더한다. 상부 승강장에서 데크를 따라 걸어서 330m쯤 이동하면 사방으로 거제도 전체와 섬,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전망대에 도착한다. 남쪽 앞으로 문재인 대통령 생가가 있는 마을과 들판, 잔잔한 바다가 펼쳐진다. 전망대까지는 능선을 따라 경사가 완만해 어르신이나 어린이도 편하게 갈 수 있다. 전망대 반대편 통신탑 쪽으로 200~300m 구간에 우뚝 솟은 기암괴석으로 된 자연전망대로 올라가는 것도 크게 힘들지 않다. 상부 승강장 주변 능선 지역에 한국전쟁 당시 포로수용소를 관리한 통신대 유적이 남아 있다. 경주 지역 한 경로당 단체관광객으로 온 80대 할머니는 “산속에서 이런 차를 타고 꼭대기까지 올라갔다 내려올 수 있다니 기술이 참 놀랍고 희한하다”며 신기해했다. 김길훈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 팀장은 “매일 탑승 예약이 당일 오전에 매진될 정도로 모노레일 관광객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소개했다.●849m 금오산 정상서 20분 만에 하산 금오산 집와이어는 공중 높이 한 가닥 줄에 매달려 하늘을 나는 아찔함을 느끼며 다도해 경치를 감상한다. 금오산 정상(849m)에서 산 아래 도착 지점까지 3.2㎞를 집와이어를 타고 내려오는 20여분간 탑승자는 하늘을 나는 새가 된다. 정상의 집와이어 출발지에서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출발을 기다리는 몇 초 동안 약간의 두려움과 긴장감이 든다. 안전 관리자가 ‘오~사~삼~이~일~출발’ 하고 카운트다운을 마치는 순간 줄에 매달린 몸이 ‘덜커덩’ 하는 움직임과 함께 시속 120㎞의 빠른 속도로 하강한다. 조마조마하던 두려움은 금방 쾌감으로 바뀌고 하늘과 다도해가 편안하게 품 안에 안긴다. 금오산 정상 출발 지점에서 하강한 뒤 두 번 갈아탄 뒤 목적지에 도착한다. 3개 구간 집와이어 길이는 3186m로 아시아에서 가장 길다. 33억원이 들었다. 732m 길이 첫 번째 구간이 시속 120㎞로 가장 빠르다. 첫 번째 환승지에서 다시 도르래를 줄에 걸고 두 번째 구간 1487m를 내려간다. 같은 방식으로 세 번째 구간 967m를 내려간다. 금오산 입구 매표소에서 간단한 주의사항을 듣고 안전모자와 도르래 등 장비를 받아 25분간 승합차를 타고 금오산 정상 출발 지점으로 이동한다. 최근 추궈훙 주한 중국대사를 비롯해 중국대사관 관계자 10여명이 하동군을 방문해 금오산 집와이어를 체험했다. 추 대사는 “평소 모험 스포츠를 좋아하는데 금오산 집와이어는 주변 경치가 멋져 기회가 되면 또 오고 싶다”고 칭찬했다. 집와이어는 어린이부터 80대까지 남녀노소 즐길 수 있다. 지난달 경기도에서 온 85세 남성이 최고령 탑승자 기록을 세웠다. 대구에 사는 70대 중반 부부는 처음 집와이어를 탈 때, 출발대에 좀처럼 서지 못할 정도로 무서워하다 탑승을 끝낸 뒤에는 금오산 집와이어 매력에 끌려 지금까지 6번을 탔다고 한다. 하동군과 집와이어 운영회사 측은 탑승자가 몰리자 지난 2월 하강 장비와 시설을 확충했다. 하루 200명 넘게 탈 수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탑승자가 평일 180여명, 주말에는 250여명에 이른다. 지난달 28일 집와이어 출발지에서 구경하던 40대 남자는 “나와 아내는 겁이 나서 집와이어를 타지 못하는데 75세 장모가 초등학생인 외손자·외손녀와 함께 타겠다고 해서 출발하는 것을 보러 왔다”고 말했다. ●통영 한려수도조망케이블카 여전한 인기 개통 10년을 맞는 통영시 미륵산 한려수도조망케이블카의 인기는 여전하다. 한려수도 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미륵산(461m)을 오르내린다. 하부역(48m)에서 정상 근처 상부역(385m) 사이 1975m 선로를 8인승 곤돌라 48대(1대는 화물용)가 자동으로 순환하며 시간당 800여명을 수송한다. 상부역까지 10분쯤 걸린다. 상부역에서 20분쯤 걸어 정상에 오르면 한려해상공원 다도해 비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맑은 날에는 정상에서 직선거리로 90㎞쯤 떨어진 대마도를 비롯해 105㎞ 떨어진 지리산 천왕봉도 볼 수 있다. 2008년 4월 운행을 시작한 뒤 누적 탑승객 1300만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사천 바다케이블카와 거제 관광모노레일은 새해 첫날 각산과 계룡산 정상에서 일출을 볼 수 있도록 새벽 시간에 해맞이 케이블카를 운행할 계획이다. 통영 한려수도조망케이블카는 미륵산 정상에서 새해 일출을 보려는 사람들을 위해 해마다 1월 1일 해맞이 케이블카를 운행한다. 글 사진 통영·사천·거제·하동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영암 교통사고 피해 모두 6080 노인들…농촌 고령화의 그늘

    8명의 사망자를 낸 지난 1일 전남 영암군 버스 사고는 심각한 농촌 고령화의 자화상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25인승 버스를 타고 밭일을 나갔다가 변을 당한 탑승자 모두가 60대 후반~80대 초반 고령자로 확인됐다. 농촌 고령화 문제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말이 도시인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미니버스 타고 무리지어 농사 일반화 버스에는 나주시 반남면에 사는 노인 15명이 타고 있었는데, 운전기사(72)를 뺀 승객 전원이 할머니들이었다. 반남면은 인구 1670명 중 65세 이상 노인이 666명이다. 젊은층이 있긴 하지만 나주시나 광주 등 도회지로 출퇴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농사 일은 주로 노인들 몫이다. 노인들 입장에서도 마땅한 소일거리가 없는 데다 돈벌이도 할 수 있어 미니버스를 타고 무리 지어 일을 하러 나가는 게 일반화됐다. 타지에 나가 있는 자식들이 용돈을 부쳐 주면서 농사 일을 하지 말라고 해도 듣지 않는 노인도 적지 않다고 한다. ●비공식 인력 중개… 사고 시 책임 불분명 사고 버스에 탔던 할머니들은 평소 버스 기사의 알선으로 밭일을 하러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일손이 필요한 농장주가 기사에게 연락하면 기사는 ‘반장’ 역할을 하는 할머니를 통해 인력을 모집해 왔다. 할머니들은 보통 농장주에게서 일당 7만 5000원을 받으면 기사에게 중개수수료, 차비 등의 명목으로 1만 5000원을 떼어줬다. 하지만 농협이나 지자체가 운영하는 인력 중개소가 아닌 비공식적 중개의 경우엔 사고 시 책임을 떠안을 주체가 없다. 하루 12시간 넘는 노동에도 상해보험 보장은 언감생심이다. 젊은 남성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농촌에서 할머니들의 존재감은 더해 가지만, 근로 체계는 주먹구구인 셈이다. 이번 사고 운전기사가 별도 보험료를 내고 유상운송 위험을 담보하는 특별계약을 해 사고 보험금이 지급되는 게 그나마 다행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전남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농사일을 오가는 노인들이 탄 트럭이나 승합차 사고가 날 때마다 교통안전 등의 문제가 지적되기는 했지만, 노인 근로와 관련한 논의는 부족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영암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119 긴급 도움 요청 50대 16.8%로 최다

    119 긴급 도움 요청 50대 16.8%로 최다

    119 구급대 출동을 가장 많이 요청한 연령대는 중장년층인 50대로 나타났다.소방청은 올 1분기(1~3월) 119 구급 활동을 분석한 결과 전국에서 모두 69만 7247건의 출동이 이뤄졌다고 1일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61만 3681건)보다 13.6% 증가했다. 이송 인원도 44만 7515명으로 전년 동기(40만 4786명)보다 10.6% 늘었다. 이 가운데 4대 중증(뇌혈관계·심혈관계·심정지·중증외상) 응급 환자는 7만 8351명으로 전체 이송 환자의 17.5%에 달했다. 119를 요청한 연령대는 50대가 16.8%(7만 5339명)로 가장 많았고 70대(16.7%·7만 4766명), 60대(15.1%·6만 7680명), 80대(13.5%·6만 349명)가 뒤를 이었다. 노년층 이용이 가장 많을 것이라는 일반적 예상과 달리 중장년층인 50대의 119 호출이 많았던 것에 대해 소방청은 “이 시기가 (장년층이 노인층으로 바뀌는) 생애 전환기에 해당하다 보니 여러 노인성 질환이 예고 없이 나타나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올 1분기에 119상황실에서 응급처치 지도·상담을 받은 건수는 모두 35만 5661건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4% 늘어났다. 이 가운데 만성폐쇄성폐질환과 호흡곤란, 폐렴 등 호흡기 질환에 따른 응급처치 지도 상담은 6380건으로 지난해(4745건)보다 34.5% 급증했다. 소방청은 “미세먼지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면서 호흡기질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진료를 받고자 하는 욕구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올 1분기 출동 건수 증가율은 전남이 25.9%로 가장 높았고 경북 24.4%, 세종 23.0% 순이었다. 119 구급 출동이 가장 많은 시간대는 오전 9~10시(6.2%)였다. 이어 오전 10~11시(5.6%), 오전 8~9시(5.4%) 등 오전 시간대에 집중됐다. 발생 장소는 집이 60.8%(27만 2034건)로 가장 높았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쾅… 쾅… 쾅… 쾅… 쾅… 귀갓길 할머니들 8명 참변

    쾅… 쾅… 쾅… 쾅… 쾅… 귀갓길 할머니들 8명 참변

    밭일 마치고 돌아가다 사고 車 내부 협소해 충격에 취약 안전벨트 미착용 여부 조사 고령에 중상 많아 사망 늘 듯 전남 영암에서 무 수확 작업을 마치고 귀가하는 노인들을 태운 버스가 옆 차량과 충돌, 도로 아래로 추락해 8명이 숨지고 7명이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1일 오후 5시 19분쯤 영암군 신북면 주암삼거리 문화마을 입구에서 이모(72)씨가 운전하던 25인승 미니버스가 편도 2차선 도로에서 2차로를 주행하던 중 1차로에서 같은 방향으로 달리던 코란도 차량과 충돌했다. 이후 버스는 30m 거리를 더 주행하다 도로변 가드레일을 뚫고 나가 가로수와 가로등을 잇달아 들이박고 3m 아래 밭고랑으로 떨어졌다. 버스가 가드레일, 가로수, 가로등, 밭고랑과 연달아 부딪히면서 그 충격이 고스란히 탑승객들에게 전달돼 피해가 커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버스가 일반 버스보다 크기가 작아 차량 내부 공간이 협소한 점도 충격에 취약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사고 버스는 2인승 좌석이 중앙 통로를 두고 나란히 배치된 형태를 띠고 있다. 좌석과 좌석 사이는 앉아 있을 때 제대로 움직이기 어려울 정도로 공간이 매우 좁아 탑승자들의 몸이 좌석 사이 공간에 끼이면서 충격에 더 노출됐을 수도 있다. 피해자들이 대부분 고령의 노인인 점도 피해를 키웠을 것으로 보인다. 버스에는 반남면 흥덕1구 자미마을·흥덕2구 부흥마을·대안1구 상대마을 등 3곳에 살고 있는 60~80대 할머니 14명과 70대 운전자 등 15명이 타고 있었다. 이들 할머니는 이날 영암 미암에서 밭일 작업을 마치고 나주 반남면으로 귀가하다 참변을 당했는데, 고령이라 다중 충격을 견뎌내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119구조대가 도착했을 때 탑승객 일부가 버스 밖에 나와 있었던 점으로 볼 때 안전벨트 착용 여부도 사고 피해를 키운 원인이 될 수 있다. 탑승객들이 사고 이후 자력으로 나왔을 수도 있지만 일부는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아 외부로 튕겨 나왔을 가능성도 있다. 흰색 코란도에 타고 있던 운전자 이모(55·여)씨와 탑승객 4명은 큰 부상을 입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자들은 나주 영산포 제일병원과 나주종합병원, 목포한국병원, 강진의료원에 안치됐다. 소방서 관계자는 “버스 승객들이 노인들이어서 사망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해 사고 수습에 시간이 걸려 안전벨트 착용 여부 등에 대해선 아직 조사가 이뤄지지 못했다”며 “사고가 수습되는 대로 생존자와 목격자를 상대로 사고 원인 등을 조사하고 블랙박스도 분석해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2일 교통안전본부와 도로교통공단, 영암군 등과 현장 합동 조사를 벌인다. 영암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월드피플+] 유일하게 아내 만은 기억하는 치매 할아버지 사연

    [월드피플+] 유일하게 아내 만은 기억하는 치매 할아버지 사연

    자신의 가족뿐만 아니라 스스로까지 잃어가는 치매는 현재 인류가 직면한, 그 어떤 질병보다 가장 두려운 질병으로 꼽힙니다. 그만큼 환자 본인과 사랑하는 가족에게 오래도록 아픔을 남깁니다. 치매 환자는 서서히 자신과 자신 주변의 것을 잊어갑니다. 영국에 사는 93세 할아버지 레이 미첼 역시 마찬가지였죠. 미첼은 더 이상 자신의 딸을 비롯한 가족 그 어느 누구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단 한 사람, 8년 전 세상을 떠난 자신의 아내를 제외하고는요. 최근 영국 BBC의 한 프로그램은 미첼의 절절하고 아름다운 사연을 다큐멘터리로 다뤘습니다. 영상에는 주름 진 손으로 아내의 사진이 담긴 액자를 바라보며 눈물짓는 그의 모습이 절절하게 담겼습니다. 그는 “나는 언제나 아내를 사랑했습니다. 그녀와 결혼할 땐 더없이 기뻤죠. 하지만 아내가 떠난 지금, 무엇으로 살아야 합니까. 삶의 가치가 없는 이런 식으로 사는게 맞을까요?”라고 반문하며 그리움의 눈물을 참지 못했습니다. 미첼이 이토록 아내를 그리워하는 데에는 그만한 사연이 있습니다. 그는 10년 전 당뇨병으로 다리 한 쪽을 잃었습니다. 이미 80대가 된 그의 곁에는 그의 다리가 되어 준 아내가 있었죠. 얼마 전 당뇨 합병증으로 쓰러진 그는 곧장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하지만 의료진의 진단보다 무려 10주나 빨리 퇴원한 것은, 모든 것을 잊은 치매환자인 미첼이 아내와의 추억이 있는 집으로 가길 간절히 원했기 때문입니다. 이후 현재까지 그는 통원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미첼의 딸은 “아버지는 그저 겉모습만 같을 뿐, 더 이상 예전의 내 아버지 같진 않아요. 그는 더 이상 우리 가족을 알아보지 못하죠. 하지만 꿈을 꿀 때마저도 어머니를 찾았어요. 어머니는 그의 기억 속에 여전히 살아있는거죠”라고 말하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아내와 아내를 향했던 자신의 사랑을 잊지 않는 미첼이 건강히, 조금 더 오래도록 그녀를 기억할 수 있길 기원합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실향민들, 올 광복절 선물은 ‘이산가족·친척 상봉’

    실향민들, 올 광복절 선물은 ‘이산가족·친척 상봉’

    전날(27일) 남북 정상이 ‘2018 남북 정상회담’에서 오는 8월 15일 광복절을 계기로 이산가족·친척 상봉을 진행하기로 합의한 가운데 향후 상봉대상자 생사확인 등 본격적인 상봉 준비에 돌입할 전망이다.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7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회담을 진행한 이후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공동선언문에 서명했다. 이로써 지난 2015년 10월 이후 3년 가까이 단절됐던 이산가족 교류가 재개를 앞두게 됐으며 28일 기준 110일 앞으로 다가왔다. 북한은 올 초 현 정부 들어 처음 열린 고위급회담에서 이산가족 상봉 재개를 회담의 의제로 거론하려는 우리 측의 움직임에 2016년 4월 국내에 입국한 중국 식당의 북한 여종업원 문제를 이유로 거부했지만, 최근 들어 활발해진 남북 교류를 증명하듯 이번에는 전제 조건을 버렸다. 전례에 비춰볼 때 남북이 이산가족 상봉을 진행하기 전에는 남북 간 적십자회담이 열린다. 이제껏 남북 적십자회는 이산가족들의 △생사 소재 확인 및 통보 △상봉 및 방문 △서신 거래 △가족 재결합 △기타 인도문제 해결 등 5개항을 의제로 삼아 서울과 평양에서 교대로 회담을 개최한 바 있다.적십자회담이 열리고 이산가족 상봉을 준비하는 기간은 통상 한 달 넘는 기간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기치 못한 문제로 준비가 다소 늦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최소 다음 달 중으로 남북 적십자회담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상봉 행사를 위해선 상봉 신청자 추첨, 남북의 교차 생사확인, 상봉자 명단 확정 등 준비돼야 할 것들이 산적해 있는 만큼 즉시 회담이 열려 실무급에서 준비가 진행될 전망이다. 일부 이산가족들로부터 이산가족 상봉 행사만큼이나 북한에 있는 가족들의 생사 확인, 편지 왕래, 스마트폰을 통한 화상통화 등을 원하는 분위기도 있는 만큼 회담에서는 서신 교환 등 상봉 행사 그 외의 것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한편 통일부와 대한적십자사가 공동 운영하는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따르면 1988년부터 지난 3월 말까지 시스템에 등록된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는 13만1531명으로, 이 가운데 7만3611명이 사망해 생존자는 5만7920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80대 이상 비율이 전체의 64.2%(3만7198명)이며, 70대 이상은 전체의 86.3%나 된다. 이산가족 생존자의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있어 북에 있는 가족과 친지를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는 이산가족도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남북 이산가족 상봉 합의, 바로 실행에 옮기자

    남북 정상이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나란히 넘나드는 장면은 모두에게 꿈만 같았다. 그 광경을 그야말로 만감이 뒤섞인 채 지켜봤을 이들이 이산가족일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가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이지만, 그들에게만은 꿈속에서라도 놓지 못할 필생의 소원이 남북의 가족 상봉이다. 다행히 남북 정상은 8·15를 계기로 이산가족·친척 상봉을 진행하자고 합의했다. 통일부에 등록된 이산가족 수는 지난달 말 현재 13만 1531명이다. 이 중 이미 56%가 사망했고 생존자는 6만명이 채 되지 않는다. 80대 이상의 고연령층이 64%를 넘는다. 현실을 들여다보자면 한시도 지체할 수 없는 것이 이산가족 문제다. 이산가족들의 애타는 심정은 감히 넘겨짚기도 어렵다. 지난 1월에도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이산가족 상봉 재개를 회담 의제로 올렸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둔 당시 북한은 2016년 집단 탈출한 북한 종업원들의 송환을 대가로 요구해 협의는 진전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불과 몇 달 새 한반도에서는 남북 예술단 상호 공연, 평창올림픽 공동 입장, 아이스하키 단일팀 등 획기적인 교류가 이어졌다. 이산가족 상봉을 헛꿈이라고 말할 사람이 없을 현실이다. 지난해 7월 문재인 대통령은 독일 베를린에서 ‘한반도 신경제지도’를 내놓았다. 그때만 해도 어제의 기적 같은 장면을 상상이나 했는가. 문 정부의 국정 과제인 ‘한반도 신경제지도’가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내게 될지도 벌써부터 기대가 뜨겁다. 부산, 금강산, 원산, 청진, 나선, 러시아를 잇는 에너지·자원벨트와 목포, 수도권, 평양, 신의주, 중국을 연결하는 산업·물류·교통 벨트를 조성한다는 내용이다. 2000년과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때도 이산가족 상봉이 합의됐다. 경제협력 방안이 구체적으로 실현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도주의 차원의 이산가족 상봉은 더 시급한 문제다. 물론 이 모든 가설의 종착점은 북한의 비핵화가 되어야 한다. 남북 경협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완화 조치가 선결돼야 하는 현실적 난관이 없지 않다. 그럼에도 이산가족의 고령화와 고통을 헤아린다면 체계적인 준비는 절실하다. 이산가족 전원 상봉은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 운영을 상시화하고 제2면회소 건립을 추진하는 등 가능한 모든 방안을 서둘러야 한다. 화상 상봉을 재개하고 당장 생사라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 새달 장성급 군사회담 6월 민족공동행사 추진

    새달 장성급 군사회담 6월 민족공동행사 추진

    남북 정상이 27일 합의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판문점 선언)은 한반도 비핵화, 한반도 평화 정착, 남북 관계 발전 등 3대 부문에서 총 13개의 합의를 담고 있다. 남북이 비핵화뿐 아니라 군사긴장 완화, 인도적 교류, 문화·체육 공동 행사 등 많은 합의를 도출하면서 지난 1월 1일부터 이날을 위해 바쁘게 뛰어온 남북은 올해 남은 기간도 쉬지 않고 소통하게 된다.5월은 군사긴장 완화가 시작되는 시기다. 판문점 선언에 명시된 첫 행동은 5월 1일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 전단 살포 등 모든 적대 행위를 중지하는 것이다. 또 5월에 장성급 군사회담을 개최한다. 비무장지대(DMZ)의 비무장화가 논의되고 남북은 곧 감시초소(GP)의 단계적 철수에 돌입할 수 있다. 6·15 공동성명 17주년 기념일에는 당국, 국회, 정당, 지방자치단체, 민간단체 등 각계각층이 참가하는 민족공동행사 개최를 남북이 추진한다. 8월 15일에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열린다. 2015년 10월 이후 2년 10개월 만에 열리는 행사다.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열릴 가능성이 높고 화상상봉이나 편지교환 등을 통한 대규모 상봉이 가능할지가 관건이다. 국내 이산가족의 10명 중 6명 이상이 80대가 넘을 정도로 고령화가 진행돼 빠른 만남이 시급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비핵화 부문에서도 5월초 한·중·일 정상회담, 5월 말이나 6월에 열릴 북·미 정상회담, 향후 열릴 남·북·미 정상회담 등 숨가쁜 일정이 남아 있다. 모든 일정이 무난하게 진행된다면 판문점 선언에 언급된 대로 문재인 대통령이 올가을에 평양을 방문할 때는 이런 행사와 조치들이 일단락된 뒤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팔순 만학도 “손녀 같은 멘토에 배워 성적 올랐어요”

    팔순 만학도 “손녀 같은 멘토에 배워 성적 올랐어요”

    “손녀 같은 여중생들한테 배우면 성적 오른다고 소문이 났대요.”장은실 서울여중 교사는 26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이 학교의 ‘만학도 학습 멘토단’ 활동에 대해 설명하며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서울 마포구에 있는 이 학교는 3년째 인근 일성여중 학생들의 도우미가 돼 공부를 가르쳐 준다. 일성여중에는 뒤늦게 공부를 시작한 40~80대 만학도들이 다닌다. 올해도 서울여중 2·3학년 20명이 4월부터 매주 토요일 일성여중 교실을 찾아가 어머니나 할머니뻘인 학생들에게 국어와 영어, 수학 등 교과 공부를 도와준다. 한 학기 동안 모두 10차례 수업(20시간)을 진행할 예정이다. 만학도 여중생들은 “아이들에게 배우면 신기하게 선생님한테 배울 때보다 더 쉽게 이해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서울여중 학생들이 질문을 눈높이에 맞춰 쉽게 풀어서 답해 주기 때문이다. 장 교사는 “학습 능력이 뛰어나고 의욕적이며 성실한 아이들이 주로 멘토단 활동을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아이들도 배우는 게 많다. 멘토 활동에 참여하는 문지유(2학년)양은 “할머니들은 모르는 내용을 적당히 알아들은 척 넘어가는 일이 없고, 꼭 이해하려고 한다”면서 “그분들의 절실한 눈빛이나 말씀을 들으면 나도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원래 토요일에는 늦잠을 자 무의미하게 하루를 보냈는데 멘토 활동 덕에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됐다”거나 “가르치다 보면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복습하는 효과가 있다”는 학생들도 많다. 서로 가르치고 배우다 보면 정이 쌓이는 일도 생긴다. 장 교사는 “지난해 멘토단 활동을 했던 학생이 올해도 같은 만학도의 공부를 돕고 싶다고 해서 다시 연결해 줬다”고 말했다. 서울여중은 일성여중 축제 때 찾아가 공연을 하는 등 다양한 협력 활동을 하고 있다. 이 학교 하태진 교장은 “지역 사회와의 협력을 강화해 마을결합형 학교의 본보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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