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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0대 할머니, 스무살 연하와 혼인신고 이유는?

    90대 할머니, 스무살 연하와 혼인신고 이유는?

    산업재해 연급 수급권자 사망 사흘전 혼인신고법원 “진정한 부부관계를 맺었다고 볼 수 없어”산업재해 연금을 받는 70대 남성이 숨지기 사흘 전에 혼인신고를 한 90대 여성에게 법원이 “부부로 볼 수 없어 유족 수급권자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단독 심홍걸 판사는 이모(91)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미지급된 장해보상연금 차액 일시금을 지급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1988년 남편과 사별한 이씨는 슬하 7명의 자녀를 두고 있고, 장남의 나이가 71세(1947년생)다. 이씨는 사위 김모씨의 소개로 1948년생인 정모씨를 2013년에 소개받았다. 정씨는 2007년 부산의 한 공사 현장에서 일하다 낙하물에 부딪혀 부상을 입고 장해등급 2급 판정을 받아 장해보상연금을 받으며 생활해 왔다. 이씨는 정씨와 별다른 교류를 하지 않다가 사위 김씨와 그의 지인 권모씨의 권유로 2016년 8월 3일 정씨와 혼인신고를 했다. 구청에 정씨는 가지 않았고 김씨와 권씨가 증인을 섰다. 혼인신고를 한 지 사흘 만에 정씨는 신부전으로 사망했다. 정씨가 숨을 거두자 이씨는 그해 10월 근로복지공단에 장해보상연금 차액일시금을 청구했다. 그러나 공단 측은 “법률상 혼인신고는 인정되나 정씨가 혼인신고 시점에 인지력이 부족한 상태였음이 의무기록상 확인되고, 두 사람이 사회관념상 정상적인 부부로서 정신적·육체적 결합의 의사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연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이씨는 이에 불복해 법원에 행정소송을 냈다. 이씨는 “독실한 종교인으로 정씨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고, 간병활동을 도와주며 산재보험급여로 공동생활도 가능해 쌍방이 좋은 일이라 생각해 혼인신고를 마쳤고 법률상 배우자로서 수급권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도 이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심 판사는 “당사자 일방에게만 참다운 부부관계의 설정을 바라는 효과가 있고 상대방에게는 그런 의사가 결여되었다면 비록 당사자 사이에 혼인신고가 이뤄져 법률상 부부 신분이 되어도 그 혼인은 당사자 간에 혼인의 합의가 없는 것이어서 무효로 봐야한다”면서 “이씨의 의사와 관계 없이 산재보험급여를 받기 위해 혼인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특히 이씨에게 정씨를 소개한 권씨는 이전에도 정씨에게 송모(55)씨를 소개해 법률상 혼인관계를 맺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씨는 송씨와 2015년 1월 혼인신고를 했다가 2016년 7월 25일 이혼신고를 했다. 송씨는 정씨가 산재근로자로 경제적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권씨의 권유로 혼인신고를 했지만, 정씨와 거의 왕래를 하지 않았고 한 번 정도 정씨를 간병한 뒤 권씨에게 간병비를 지급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자녀들의 반대 등으로 결국 이혼신고를 하게 됐고, 정씨는 권씨 등의 주선으로 송씨와 이혼신고를 한 지 9일 만에 곧바로 이씨와 또 다시 혼인신고를 하게 된 것이다. 심 판사는 “정씨를 도와주던 권씨 등과 신뢰관계에 있는 이씨가 정씨와 혼인을 하면 법률상 배우자로서 산재보험급여를 수령할 수 있게 돼 권씨 등이 원고를 통해 여전히 급여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면서 “결국 권씨 등은 산재보험급여를 이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씨와 정씨의 혼인을 주선했고, 이씨가 이에 응해 혼인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결론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들고양이에 불이 붙어서…” 농가 화재로 70대 여성 숨져

    “들고양이에 불이 붙어서…” 농가 화재로 70대 여성 숨져

    한 농가 주택에 불이 옮겨붙어 70대 여성이 숨졌다. 집 밖의 불이 집으로 옮겨붙은 것이 들고양이 때문이라는 목격담이 나왔다. 22일 오전 4시 50분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의 한 단층짜리 농가 주택에서 불이 나 집 안에 있던 70대 여성이 숨지고, 남편 A(71)씨가 팔에 화상을 입었다. 또 주택(50㎡)과 축사(230㎡)가 모두 타 소방서 추산 2000만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 불은 A씨가 집 밖에서 드럼통에 쓰레기를 소각하던 중 드럼통 아래에 있던 들고양이가 몸에 불이 붙은 채 날뛰다가 주택으로 불을 옮기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A씨는 경찰에 “불 붙은 고양이가 날뛰는 걸 봤는데 곧바로 집에 불이 옮겨붙어 순식간에 번졌다”면서 “드럼통과 집 사이 거리는 1m 이상이어서 들고양이가 아니라면 불이 옮겨붙을 수 없다”고 진술했다. A씨의 아내는 2년 전 척추를 다쳐 거동이 불편한 상태여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숨지고 말았다. 불은 출동한 소방관들에 의해 50분 만에 진화됐다. 경찰은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In&Out] 불합리한 재벌 세습, 근본적 개혁이 필요하다/박상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재벌개혁위원장·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In&Out] 불합리한 재벌 세습, 근본적 개혁이 필요하다/박상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재벌개혁위원장·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이른바 ‘물컵 갑질’ 사건으로 재벌 총수 일가의 안하무인식의 갑질이 다시 한번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언니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고, 오빠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난폭 운전에 항의하던 70대 여성 노인을 폭행해 불구속 입건된 사건도 다시 떠오른다.한진그룹 총수와 당사자는 이런 사회적 물의를 빚은 갑질 사건 이후에 반성하고 자숙하겠다고 언론 앞에서 국민을 상대로 눈물을 보였다. 그런데 그런 반성과 다짐이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대국민 사기극이었음이 조현민 물컵 갑질 사건으로 명백히 드러났다. 반성도 없었고, 오히려 비상식적 갑질을 보란 듯이 지속하고 있었다는 증거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참지 못한 대한항공 직원들이 가면 시위에 나섰고,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믿기지 않는 기행적 갑질과 불법행위들이 속속 폭로되고 있다. 물론 한국의 모든 재벌 총수 일가가 한진그룹 총수 일가와 같다고 일반화시킬 수는 없다. 그러나 총수 일가의 갑질이 한진그룹에 국한된 문제도 아니다. 2007년, 2010년, 2017년에 불거진 한화그룹 총수의 아들과 총수의 폭행 사건들, 현대비앤지스틸 정일선 사장의 수행 기사에 대한 갑질, 대림산업 이해욱 부회장의 운전기사에 대한 상습적인 폭언과 폭행, CJ파워캐스트 이재환 대표의 ‘요강 갑질’, SK그룹 총수 일가인 최철원 M&M 대표의 야구방망이 폭행 사건 등 잊을 만하면 불거지는 재벌 총수 일가의 갑질은 이제 국제적인 뉴스거리가 돼 버렸고, 일부 외신은 갑질을 마치 고유명사처럼 소개한다. 국민적 공분과는 반대로, 재벌 총수 일가의 갑질에 대한 사법적 처벌과 기업 제재는 미미했다. 불기소와 벌금, 집행유예 등으로 사법적 처벌은 끝났고, 물의를 일으킨 당사자들은 직책에서 잠시 물러난 후 회사 경영에 곧 복귀했다. 심지어 최철원 대표 사건을 담당했던 박철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는 최 대표가 집행유예로 풀려난 직후에 사표를 내고, 이듬해 SK건설 전무로 입사한 사실도 있다. 재벌 총수 일가의 갑질은 재벌의 세습과 황제 경영이 낳고 있는 폐단 중 하나이고, 경제 권력이 돼 버린 재벌 총수 일가에는 법의 지배가 적용되지 않는 상황까지 간 한국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또한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3세와 4세로 경영권이 세습됐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오너 리스크’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 준다. 황제 경영을 하면서 세습하는 재벌 총수 일가는 기업을 사유화하고, 기업 종사자들을 자신 덕분에 먹고사는 하인이거나 자신이 먹여 살려야 하는 부하라는 전근대적 사고에 빠지기 십상이다. 노동자는 노동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의 한 축이고 협력해야 하는 파트너라는 현대적인 노사관을 가질 리 만무하다. 이런 세습과 황제 경영 풍토하에서 재벌 총수 일가의 갑질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해소하고 불합리한 세습을 방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그러나 구조적 차원의 재벌개혁 이전이라도 정부가 최소한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총수 일가의 임원 임명은 주주총회에서 ‘비지배주주’(총수 일가가 아닌 주주)의 다수결로 승인받도록 하고, 금고형 이상의 범법자는 임원에서 배제하도록 하는 것이 바로 그 일이다. 재벌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이런 규정을 정관에 도입하지 않는다면, 정부는 이 조건을 한국거래소 상장 및 상장유지 규정에 삽입하도록 하면 된다. 재벌 총수 일가의 갑질 문제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해결할 의지가 있다면 말이다.
  • 황혼재혼 20여일만에 남편 살해 50대여성 “나를 무시해서 죽였다”

    황혼재혼 20여일만에 남편 살해 50대여성 “나를 무시해서 죽였다”

    충북 청주서 발생한 70대 남성 살인사건은 황혼 재혼 20여일만에 부부간에 발생한 비극으로 드러나고 있다. 청주 흥덕경찰서는 살인 혐의로 긴급체포된 부인 A(56)씨로부터 “나를 무시해서 죽였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28일 밝혔다. 하루 전날 충남 논산에서 검거된 A씨는 지난 17일 오후 11시쯤 청주시 흥덕구 봉명동 자신의 집에서 남편 B(76)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 진술에 따르면 두 사람은 지난 2월 초 B씨가 생활정보지에 낸 배우자 구인광고를 통해 만난 뒤 지난달 하순쯤 혼인신고를 했다. 그러나 B씨가 인격적으로 A씨를 무시했고, 다른 남자를 만난다는 의심까지 하면서 다툼이 잦았다.범행 당일에도 A씨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다툼이 발생했고, A씨가 집에있던 흉기를 휘두르며 끔찍한 살인사건이 되고 말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B씨 몸에서 흉기로 33차례 베이거나 찔린 상처가 나왔다. 잔혹하게 살해된 B씨는 3일 후인 지난 20일 오후 3시30분쯤 집으로 찾아온 며느리에 의해 발견됐다. A씨는 범행 후 자신의 승용차로 증평을 거쳐 괴산으로 이동한 뒤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한 마을에 차량을 벌이고 도주행각을 어어갔다. 하루에 20㎞ 가까이 걷기도 했다. A씨는 집에 휴대전화도 놓고 갔다. 차에서 잠을 자고 목욕탕을 이용할 때는 현금만 사용했다. 음성과 청주, 대전, 계룡을 거쳐 지난 21일 논산에 도착한 A씨는 생계비가 떨어지자 체포 직전까지 식당에서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휴대폰과 차량도 없이 도주해 폐쇄회로(CC)TV 1000여대를 분석했다”며 “살인혐의로 A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살해된 B씨는 국가유공자로 매월 일정 금액의 연금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경기도, 14개 산하기관 통합공채 평균경쟁률 51대 1 기록

    경기도는 67명 모집하는 도 산하 14개 공공기관 상반기 직원통합채용 필기시험에 3500여명이 응시해 평균 5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날 5곳에서 실시한 필기시험은 경기관광공사가 3명 모집에 757명이 지원해 252대 1의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1명을 선발하는 경기도장애인체육회에는 134대 1의 높은 경쟁률로 뒤를 이었다. 이어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3명 모집) 84대 1, 경기도의료원(4명) 76대 1, 경기문화재단(5명) 70대 1, 경기신용보증재단(6명) 57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1명씩 채용하는 경기평택항만공사와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에는 각각 12명과 14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가장 낮았다. 필기시험 합격자는 다음 달 4일 각 기관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다. 이후 서류전형과 면접을 거쳐 최종합격자는 6월말 발표할 예정이다. 공개채용은 도 주관으로 채용전문기관에 위탁 시행했다. 서류전형과 면접시험, 최종 합격자 선발은 공공기관 자체 실시한다. 도는 지난해에 이어 모든 응시자에게 필기시험 기회를 부여했다. 시험과목은 기관별 특성과 요구 사항에 따라 다르게 출제됐다. 올해도 중소기업 경력 근로자에 대한 가산점 제도가 시행돼 3개 기관 3명에게 가산점이 주어졌다.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 2045년 3가구 중 1가구 ‘1인 가구’… 나 혼자 살다가 늙는다

    2045년 3가구 중 1가구 ‘1인 가구’… 나 혼자 살다가 늙는다

    국토硏 “1인 가구 36.3% 될 것” 70대 2배·80대 3배 가까이 늘어 1인 가구 주거·고독사 대책 시급‘나 혼자 사는’ 인구가 점차 늘어나 2045년에는 대한민국 3가구 중 1가구가 ‘1인 가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특히 고령층의 1인 가구 비중이 커지면서 고독사 및 홈리스(노숙인) 등 사회적 문제로 확산되지 않도록 주거 정책을 차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토연구원 박미선 책임연구원이 18일 발표한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주택정책 대응방안’에 따르면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1985년 6.9%에서 2015년 27.2%로 30년 동안 7.9배 증가했다. 또 2045년까지 36.3%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통계청의 장래가구추계(2015~2045년)에 따르면 2019년부터 1인 가구가 다인 가구수를 추월한다. 현재 20·30세대의 ‘나 혼자 산다’ 추세가 그대로 ‘나 혼자 늙어 간다’로 이어지면서 중·장년층과 노년층의 1인 가구 비중이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대와 30대의 비중은 2015년 기준 17.2%, 18.5%에서 2045년 11.3%, 9.8%로 각각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70대(11.4%→21.5%)는 2배, 80대(5.3%→14.8%)는 3배 가까이 증가했다. 박 연구원은 “현재의 50대 1인 가구가 앞으로 노년층 주거문제 악화, 홈리스 등과 같은 문제로 확산되지 않도록 주거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정부는 1인 가구 정책과 관련해 행복주택, 공공실버주택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가파른 1인 가구 증가세에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 연구원은 “공공임대주택은 청년층, 고령자, 부양 가족 수가 많은 가구주가 입주에 유리한 구조”라며 “임대주택 가점 배점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공공임대주택인 국민임대주택과 행복주택의 입주 자격에 대학생·청년, 신혼부부, 다자녀 가구, 노부모 부양 가구뿐 아니라 1인 가구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1인 가구의 성별·연령대별·지역별 특성에 따라 맞춤형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1인 여성가구를 위해 보다 안전한 주거공간을 조성하는 정책이 대표적이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청년은 전세자금 대출, 중년은 구입자금 대출, 장년은 공공임대주택 공급 등에 대한 수요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박 연구원은 “현재 지자체별로 개별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1인 가구 증가와 고독사 등 사회문제 대책을 중앙정부 차원으로 넓혀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가 이달 말 발표할 ‘제2차 장기주거종합계획(2013~2022년)’에 1인 가구를 배제하지 않고 주요 정책 대상으로 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만병의 근원’ 고혈압 600만명 시대

    ‘만병의 근원’ 고혈압 600만명 시대

    인구 고령화와 비만 인구 증가 등의 영향으로 고혈압 환자가 지난해 처음으로 600만명을 넘어섰다.국민건강보험공단이 16일 세계 고혈압의 날(5월 17일)을 맞아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고혈압으로 진료를 받은 사람은 2012년 540만명에서 해마다 늘어 지난해 604만명이 됐다. 5년간 증가율은 11.9%, 연평균 증가율은 2.3%다. 남성 환자는 2012년 255만명에서 지난해 298만명으로 연평균 3.2% 증가했다. 여성은 같은 기간 285만명에서 306만명으로 연평균 1.5% 늘었다. 지난해 연령대별 환자 비율은 70대 이상이 32.7%, 60대 27.8%, 50대 25.6%로 환자 대부분이 중·노년층이었다. 50대까지는 남성 환자가 여성보다 많고 60대 이후에는 여성 환자가 더 많았다. 70대 이상 환자가 많은 이유에 대해 오성진 건보공단 일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나이가 많아지면 혈관도 노화돼 동맥의 이완 기능이 떨어지고 딱딱해진다”며 “동맥경화증 진행과 함께 고혈압 발생 빈도가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성은 폐경에 따른 호르몬 변화로 혈관의 보호 작용이 떨어지고 콜레스테롤에 유익한 영향을 끼치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분비가 줄면서 환자가 증가한다”고 덧붙였다. 고혈압은 수축기 혈압이 140㎜Hg 이상이거나 이완기 혈압이 90㎜Hg 이상일 때를 말한다. 고혈압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심장이 과도한 일을 해야 해 심부전이 생기고 관상동맥의 동맥경화가 심해지면서 협심증과 심근경색증이 나타난다. 신장 기능의 저하와 실명의 위험도 높아진다. 오 교수는 “고혈압을 예방하려면 염분 섭취를 줄이고 저지방식과 적당한 운동을 통한 체중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남탕에 웬 여성 구급대원이....

    사우나탕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70대 노인이 시민들의 신속한 대처로 목숨을 구했다. 13일 오후 8시 40분쯤 전남 순천시 풍덕동 ‘지오스파’ 찜질방에서 박모(76)씨가 갑자기 정신을 놓고 쓰러졌다. 박씨는 45도를 넘는 고온탕에서 20여분간 반신욕을 하다 순간적으로 의식 불명이 되면서 머리 등 온몸이 그대로 물속에 잠겼다. 옆에서 이 모습을 지켜본 박삼식(58.풍덕동) 씨가 위급 상황을 인식하고 곧바로 박씨를 건져내면서 ‘정신 차려라’고 소리쳤다. 주변에 있던 배순철(36.풍덕동) 씨도 가세해 박씨의 기도가 막히지 않도록 몸을 옆으로 뉘였다. 다행히 박씨는 숨을 쉬었지만 온몸이 하얗게 변했다. 119에 신고를 하는 사이 인근에 있던 5~6명도 박씨 몸을 주무르고, 수건으로 체온을 유지하게 하는 등 응급조치를 했다. 시민들이 10여분간 박씨의 몸을 마사지 하자 긴 숨을 토하면서 창백했던 얼굴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아찔했던 상황이 시민들의 빠른 대처로 귀중한 생명을 구한 순간이었다. 이날 남자 사우나탕에 들어온 소방관 3명중 한명이 미혼의 여성 구급대원이어서 손님들이 몸을 숨기느라 한마탕 소동이 빚기도 했다. 여성 소방관은 상황이 급하자 “들어갑니다”라고 소리친 후 곧바로 뛰어들어왔다. 이 여성 소방관도 남자 손님들을 의식해서인지 모자를 눌러쓰고, 고개를 들지 않고 환자만 응시한 채 응급 치료를 한 후 급히 나갔다.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아래’가 빠질 듯한 통증… 병원 진료 필수

    ‘아래’가 빠질 듯한 통증… 병원 진료 필수

    아랫배가 뻐근하고 소변을 볼 때마다 무엇인가 빠져나오는 느낌을 받지만 문제 부위의 특수성 때문에 병원을 찾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증상이 심해지면 직접 손으로 장기를 집어넣어야 하는 아찔한 상황까지 발생한다. 바로 ‘골반장기탈출증’이다. 7일 신정호 고대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에게 골반장기탈출증의 원인과 치료법에 대해 들었다.Q. 골반장기탈출증은 어떤 병인가. A. 골반장기탈출증은 ‘밑이 빠지는 병’이라고도 불린다. 자궁, 방광, 직장 같은 장기들이 정상 위치를 벗어나 질을 통해 밑으로 처지거나 질 밖으로 빠져나오는 증상이다. 장이 빠져나오면 직장류라고 하고 자궁이 빠져나오면 자궁탈출증, 방광이 빠져나오면 방광류라고 부른다. 하나의 장기에서 발생하기도 하고 복합적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Q. 발병 원인은. A. 골반장기탈출증은 주로 임신과 출산의 영향을 받아 발병한다. 출산할 때 여성의 몸은 많은 변화를 경험하게 되는데 이때 골반 구조도 변하면서 골반 구조물을 지지하는 골반 인대나 근막, 근육이 손상을 입는다. 난산을 겪었거나 거대아를 출산한 경우, 여러 번 출산한 경우 골반 지지 구조에 손상을 입어 골반장기탈출증이 생길 위험이 높아진다. 출산을 경험한 40대 이상 여성 10명 중 3명이 경험할 정도로 빈번하게 발생하는 병이다. 또 유전성이 있어 어머니가 골반장기탈출증을 앓았다면 30% 이상의 빈도로 발병한다. Q. 어떤 증상으로 나타나나. A. 밑이 묵직하고 빠지는 기분이 들거나 계란 모양의 장기가 빠져나올 때도 있다. 또 질 쪽에 덩어리가 만져지고 걸을 때마다 불편해 질염이 잘 생긴다. 소변이 자주 마렵거나 봐도 시원하지 않고 골반 통증과 변비가 생기기도 한다. 수치심에 치료를 받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데 가급적 아래쪽이 불편하다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Q. 치료는 어떻게 하나. A. 골반장기탈출증의 치료는 질 입구로 장기가 얼마나 빠졌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초기에는 골반근육 강화 운동을 하면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다. 하지만 2기 이상 진행된 상태라면 반복적으로 질 밖으로 장기가 탈출하고 염증이 발생해 수술을 받아야 한다. 골반장기탈출증은 폐경 이후 노화가 진행되면서 증상이 심해지기 때문에 나이가 많아질수록 수술받는 비율이 높아진다. 그래서 70대 환자들이 가장 많이 수술을 받는다. 80세 이상은 체력이 약해 수술보다는 ‘페사리’라고 불리는 실리콘 링을 질 안에 삽입해 고정시켜 주는 시술을 한다. 다만 페사리는 소독이 불편해 염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건강에 무리가 없는 여성이라면 수술을 받는 것이 더 좋다. 예전에는 수술 시간이 3시간 이상 소요돼 고령 환자의 부담이 컸다. 최근에는 로봇수술기를 이용해 수술 시간을 더 줄일 수 있게 됐고 최소한의 절개로 회복이 빨라졌다. Q. 골반장기탈출증을 예방하려면. A. 힘든 출산이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지만 복압을 높이는 만성적인 변비와 복부비만, 반복적으로 무거운 짐을 드는 행동도 증상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따라서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생활습관 개선에 신경 써야 한다. 평소 소변을 끊는 느낌으로 요도괄약근 주위를 조이는 행동을 반복하는 ‘케겔운동’으로 골반근육을 강화하면 예방에 도움이 된다. 수술을 받은 뒤에도 재발을 막기 위한 생활습관 개선이 필수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국가가 대를 끊었다”… 日 강제불임수술 피해자들의 절규

    [글로벌 인사이트] “국가가 대를 끊었다”… 日 강제불임수술 피해자들의 절규

    2만 5000명의 남녀가 평생 자기 아이를 갖지 못하도록 국가로부터 불임수술을 받았다. 그중엔 9살짜리 여자아이도, 10살 된 남자아이도 있었다. 10명 중 7명은 여자였다. 상당수는 아무 영문도 모른 채 의사의 손에 이끌려 몸으로 파고드는 차가운 메스를 받았다. 싫다고 발버둥치다가 마취제를 맞고 수술대에 쓰러진 이도 있었다. “대(代)를 이었다가는 사회에 짐이 될 불량한 유전자를 가졌다”는 이유에서였다. 일본에서 1996년까지 존속됐던 ‘우생(優生)보호법’ 아래에서 ‘합법’을 가장해 이뤄진 국가 주도의 인권 유린이었다. 일본 사회는 반성하고 있다. 그런 악법을 어떻게 70년이나 유지해 왔는지, 또 그 법이 사라지고 20년이 넘게 흐른 지금까지 어떻게 피해자들의 눈물을 외면할 수 있었는지를 말이다.강제 불임수술의 실태와 피해자의 고통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올 1월 미야기현에 사는 61세 여성 A씨가 국가를 상대로 1100만엔(약 1억 1000만원)의 피해보상 소송을 처음으로 제기한 게 발단이 됐다. A씨는 열다섯 살이던 1972년 12월 ‘유전성 정신박약’을 이유로 난관을 묶는 수술을 강제로 받았다. 잦은 복통 등 수술 후유증으로 고생하던 그는 서른 살 즈음 ‘난소낭종’ 진단을 받고 오른쪽 난소를 절제했다. 이 때문에 결혼을 약속했던 남자로부터 파혼을 당했다. 지난 3월 28일 센다이 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서 A씨 측 변호인단은 “피해자는 어릴 적 마취 치료로 인한 부작용으로 정신병 증세를 보였는데, 이를 파악하지 않은 우생보호심사위원회의 잘못으로 강제 수술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가능하게 한 우생보호법은 출산에 대한 자기결정권 및 개인 존엄과 행복 추구권을 침해해 헌법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14세 때 설명 못듣고 수술대 오른 70대男도 소송 A씨에 이어 70대 남녀 4명이 오는 17일 도쿄, 센다이, 삿포로 등 3개 도시 법원에 같은 내용의 소송을 낸다. 도쿄 지방법원에 소장을 내기로 한 미야기현 출신 남성은 아동 보호시설에 있던 14세 때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한 채 수술을 받았다. 그는 “내 인생을 돌려받고 싶다”고 했다. 우생보호법이 일본 국회를 통과한 것은 1948년이었다. 일본이 태평양 전쟁을 일으키기 직전인 1940년 나치 독일의 ‘단종법’(斷種法)을 참고해 만들었던 ‘국민우생법’을 이어받아 다니구치 야사부로라는 산부인과 의사 출신의 참의원이 입법을 주도했다. 다니구치는 “패전으로 영토가 협소해진 가운데 인구는 많고 식량은 부족하다. 급속한 인구 증가를 막기 위해 선천성 유전병자의 출생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당시 일본은 전후 식민지에서 귀환한 사람들과 ‘베이비붐’에 따른 출생아 급증 등으로 인구 과잉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었다. 극심한 식량난과 주택난 속에 국민들의 큰 저항 없이 탄생한 우생보호법은 기존의 국민우생법보다 더한 독소조항을 갖고 있었다. 바로 ‘강제 불임수술 허용’이었다. 국민우생법하에서도 ‘다산(多産) 장려에 반한다’는 이유로 강제 수술은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1949년 전국 시행… 후생성 ‘강제수술 가능’ 공문 1949년부터 유전성 질환 등을 이유로 한 국가 주도의 정관 수술과 난관 수술이 전국적으로 시행됐다. 당시 후생성은 강제 수술 여부에 대한 지방 행정기관들의 문의에 대해 “본인의 동의에 반해 수술을 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신체구속이나 마취약의 사용도 인정된다”고 답했다. 1952년에는 유전병이 아닌 일반 정신질환이나 지적장애를 앓는 사람들도 강제 수술 대상에 새롭게 편입됐다. 수술 대상은 급격하게 늘어났다. 정부 공식통계에 따른 우생보호법 불임수술은 총 2만 4991건. 이 중 3분의2(66%)에 해당하는 1만 6475건이 본인 동의 없는 강제 수술이었다. 미성년자도 2337명이나 됐다. 미야기현에서는 9세 여아와 10세 남아에게 수술이 이뤄졌다. 수술은 1955년(1362건)을 정점으로 감소세로 돌아섰지만, 1970년대 중반까지도 연간 100건 이상 규모로 실시됐다. 마지막 수술은 1992년에 이뤄진 1건이었다. ●일부 의사·공무원 ‘실적 채우기용’ 집행 법을 집행하면서 일부 의사들은 범죄에 가까운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홋카이도는 1965년 8~11월 반드시 거쳐야 하는 우생보호심사위원회 없이 서류 심사만으로 3명에 대한 강제 수술을 결정했다. 후쿠오카현에서도 1981년 3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같은 과정으로 수술대에 오른 20~39세 남녀가 최소 6명이다. 1960년 오이타현은 한 정신과 의사가 제출한 여성 5명 강제 불임수술 신청서에 대해 “실제로 진찰한 결과인지 의문”이라며 보류 결정을 내렸다. 5명에 대한 건강진단서 기재 내용이 하나같이 ‘병명: 정신박약’, ‘현재상황: 정신 발육이 지체돼 있어 유전병이 인정된다’고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군마현에서는 1955년 우생보호법 대상 환자가 맹장염으로 병원에 실려오자 의사가 산부인과 전문이 아닌데도 맹장수술을 하면서 동시에 불임수술을 진행했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자기 잇속에 눈이 멀기는 일부 공무원들도 다르지 않았다. 강제 수술 건수가 1950년대 중반 이후 감소하자 실적에 부담을 느낀 후생성 공무원들은 1957년 수술 실적 증대를 독려하는 공문을 지방행정기관에 내려보냈다. 당초 예상했던 수술 실적 목표치를 밑도는 기관에는 주민 계몽활동 등 노력을 더 열심히 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자기 실적을 위해 무리한 집행에 나선 현장 공무원들도 적지 않았다. 전체 수술건수 2593건으로 전국 최다인 홋카이도의 경우 1950년대에 ‘우생수술 1000건 돌파’, ‘전국 1위 실적’ 등의 홍보물을 만들기도 했다. 이 법에 대한 문제 제기가 오랜 기간 일본 내에서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일부 정치권의 폐지 움직임도 있었다. 하지만 늘 국회에 가면 후순위로 밀렸다. 그러던 중 1994년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국제인구개발회의, 1995년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된 세계여성회의 등에서 이 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여당인 자민당은 국내 의견 등을 수렴해 1996년 우생보호에 관한 조항 등을 삭제하고 ‘모체보호법’으로 바꿨다. 이후에도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는 2014년까지 3차례에 걸쳐 강제 불임수술 피해자들에 대해 일본 정부가 구제조치를 취하라고 권고했다. 2016년에는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도 피해 실태 조사와 피해자 법적 구제를 권고했다. 이때마다 일본 정부는 “합법적인 조치였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강제성 입증·소멸시효 해석이 쟁점으로 앞으로 진행될 피해 보상 소송에서는 자신이 강제 수술을 받았다는 사실을 피해자들이 어떻게 입증할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강제 수술 1만 6475명 가운데 누구인지 자료가 분명한 경우는 26%인 4347명에 불과하다. 피해 보상 등 권리 청구가 가능한 민법상 제척기간(일종의 소멸시효)을 어떻게 볼지도 쟁점이 될 수밖에 없다. 불임수술을 받은 지 모두 20년이 넘어 ‘불법행위로부터 20년이 지나면 배상 청구권이 소멸한다’는 일본 민법상 제척기간은 일단 완성됐기 때문이다. 불임수술에 동의한 사람 중에도 다른 선택의 여지가 전혀 없었던 경우가 많아 향후 정부의 피해자 지원이 이뤄졌을 때 상당한 논란이 될 전망이다. 이를테면 한센병 회복자가 요양원에서 결혼하려면 불임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사실상 강제 수술이나 다름없다. ●스웨덴, 재판 없이 곧바로 피해보상 법률 제정 피해 소송이 본격화할 조짐을 나타내자 정치권도 뒤늦게 따라가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여야는 지난 3월 6일 오쓰지 히데히사 전 후생노동상을 대표로 하는 초당파 의원 모임 ‘옛 우생보호법하에서의 강제 불임수술에 대해 생각하는 의원연맹’을 발족시켰다. 자민당은 강제 불임 문제를 다루는 실무팀을 구성했다. 일본과 비슷한 우생학적 수술이 행해졌던 노스캐롤라이나, 버지니아 등 미국의 일부 주와 독일, 스웨덴 등에서는 피해자에 대한 사죄와 보상이 이뤄지고 있다. 1976년까지 강제 수술이 이뤄졌던 스웨덴의 경우 재판 없이 곧바로 피해 보상을 해 주는 법률이 제정됐다. 마쓰바라 요코 리쓰메이칸대 교수는 요미우리와의 인터뷰에서 “고령자가 된 피해자들을 위해 당장 있는 자료만으로 빠르게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고 보상해 주어야 한다”며 “이와 별개로 앞으로 몇 년이 걸리더라도 국가의 강제 불임수술의 실체를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노인 학대의 민낯…가해자 절반이 아들·딸

    노인 학대의 민낯…가해자 절반이 아들·딸

    가해자 아들>배우자>딸 順 ‘정서적 학대’ 40%로 최다효(孝)를 중요한 가치로 삼았던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8일 어버이날을 맞아 노인학대 현황을 분석해 보니 학대 가해자가 아들딸 등 자식인 비율이 절반에 육박했다. 노인학대 신고 건수도 시간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이 발간한 ‘2016 노인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전국 29개 지역노인보호전문기관에 접수된 노인학대 신고 건수는 1만 2009건이었다. 이 가운데 사법기관 등에서 노인학대 사례로 판정받은 건수는 35.6%인 4280건으로 집계됐다. 2015년과 비교해 12.1% 늘었다. 주변의 시선이 두려워 쉬쉬하며 숨기는 사례까지 더하면 실제 피해자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노인학대 유형은 정서적 학대가 40.1%로 가장 많았고 신체적 학대(31.3%), 방임(11.4%) 등의 순이었다. 피해자를 성별로 구분해 보니 남성 1187명(27.7%), 여성 3093명(72.3%)으로 여성 노인이 훨씬 많았다. 연령별로는 60대 802명(18.8%), 70대 1830명(42.8%), 80대 1380명(32.3%) 등이었다. 세심하게 돌봐야 할 치매 환자가 오히려 학대당할 위험이 컸다. 전체 피해노인 중 치매가 의심되거나 진단을 받은 비율이 26.0%였다. 학대 가해자는 4637명이었다. 피해노인은 1명이지만 학대 행위자는 2명 이상일 수 있어 가해자가 더 많은 것이다. 가해자의 성별은 남성 3113명(67.1%), 여성 1524명(32.9%)이었다. 분석 결과 가해자의 절반은 자식이었다. 특히 아들이 가해자 10명 중 4명꼴로 많았다. 학대 행위자는 아들이 1729명(37.3%), 배우자 952명(20.5%), 딸 475명(10.2%), 노인복지시설 종사자 392명(8.5%) 등의 순으로 많았다. 아들, 딸, 배우자, 며느리, 사위, 손자·녀, 친척 등 친족이 학대 행위자인 경우가 3502명(75.5%)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가해자가 배우자인 비율도 전년보다 46.0% 급증했다. 인구 고령화에 따라 노인이 노인을 학대하는 ‘노·노 학대’도 크게 늘었다. 전체 노인학대 중 60세 이상인 고령자가 고령자를 학대하는 사례는 2026건(47.3%)으로 전년 대비 16.9% 늘었다. 2012년과 비교하면 54.2% 증가했다. 노·노 학대 가해자는 배우자(45.7%)가 가장 많았다. 노인학대 발생 장소는 88.8%가 가정이었고 요양원 등 생활시설(5.6%), 공공장소(2.2%), 병원(0.6%) 등이 뒤를 이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길거리에 내던져진 청춘들”…청년임대주택을 둘러싼 끝없는 갈등

    “길거리에 내던져진 청춘들”…청년임대주택을 둘러싼 끝없는 갈등

    1인용 침대 하나, 침대와 맞물린 책상 하나, 그리고 붙박이 옷장 하나가 전부다. 창문은 없다. 한 사람이 누우면 공간이 꽉 찬다. 대학생 배도현(23)씨가 살던 고시원의 풍경이다. 그런 방에선 별다른 일 없이도 우울해졌다. 최대한 밖에서 시간을 보냈다. 늦은 밤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될 때 이르러서야 고시원으로 향했다. 배씨가 무리해서라도 볕 드는 집을 구한 계기다. 지금은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30만원짜리 원룸에서 산다. 부모의 경제적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서채리(24)씨는 “밖에서 상처받고 돌아올 때면 집이 안식처가 된다”고 말했다. 편히 쉴 공간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안을 얻는다. 서씨는 현재 LH 대학생 전세임대주택에 살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보증금 7000만원을 지원받았다. 월 12만원과 관리비만 부담하면 된다. 하지만 내년이면 계약이 만료돼 나와야 하는 처지다. 원룸이나 오피스텔 임대료는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 준비 중인 서씨가 감당하기엔 버겁다. 서울시는 청년들의 심각한 주거난을 해소하기 위해 ‘역세권 2030 청년주택’ 사업을 추진 중이다. 역세권에 임대주택을 지어서 청년층에게 시세의 60~80% 수준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대학생과 사회초년생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역세권에 주택을 짓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동시간을 줄여서 ‘잉여 시간’을 만들기 위함이다. 청년들이 남는 시간을 활용해 공부에 매진하거나 자기계발에 힘쓸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지역별·세대별로 다르다 그러나 청년임대주택이 지어질 예정인 지역 주민들 입장은 다르다. 서울 강동구 성내동 천호역 인근에는 지하 7층, 지상 35층 규모의 임대주택이 들어설 예정이다. 한 70대 주민은 “이 동네가 시골 같지 않냐”면서 2~3층짜리 단독주택이 즐비한 골목을 가리켰다. “임대주택이 지어지면 그리로 다 몰릴 텐데 임대료로 먹고사는 우리 같은 노인들은 죽으라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성내동 임대주택 반대 위원회의 이미란 위원장은 “청년들을 위한 주택이란 이유로 특혜를 받는다”고 주장했다. 임대주택이 지어질 부지는 원래 4층 이상 지을 수 없는 3종 일반주거지역에 해당한다. 하지만 서울시가 기준을 완화해 상업지구로 변경하고 35층짜리 건물을 짓기로 한 것이다. 이 위원장은 “여전히 규제에 묶인 이 동네와 비교하면 형평성에 어긋난다”면서 “차라리 아무것도 짓지 말고 이대로 살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반대하는 이유는 지역마다 다르다.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하이마트 부지에도 629가구 규모의 청년임대주택이 지어질 예정이다. 이곳 주민들은 성내동과는 견해 차이가 있다. 임대주택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인근 아파트 가치까지 떨어뜨려 집값이 내려간다는 논리다. 해당 아파트에 거주하는 한 70대 여성은 “가진 재산은 아파트 한 채가 전부라 집값 떨어지면 절대 안 된다”면서 손사래를 쳤다. 최근 한 입주민은 ‘5평짜리 빈민 아파트가 신축돼 막대한 피해를 보게 된다’는 안내문을 배포해 사회적 공분을 산 바 있다. 세대별로 의견이 갈리기도 한다. 아파트 놀이터에서 만난 한 30대 여성은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집값보다 안전을 더 걱정한다”고 전했다. “아파트를 지은 지 20년이 넘은 데다 지반이 약해 건물에 균열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주택 시공과정에서 아파트 건물에 미칠 여러 영향을 고려하는 셈이다. 또한 “1인 가구가 대부분일 텐데 일반적인 가정 형태가 아니므로 불량한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면서 아이들 교육에 미칠 부정적 요소도 꼽았다.다 같이 잘 사는 사회 반면 ‘빈민 주택’ 안내문을 읽고 “부끄러운 줄 알라”고 일침을 가한 당산동 주민 석락희(59)씨는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청년임대주택을 혐오시설로 치부하는 데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건물에 균열이 생긴다’ 또는 ‘주변이 슬럼화된다’는 등 다른 이유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석씨는 “주민들의 주장이 설득력 없고 군색하다”면서 “세대 간 연대를 통해 공동체를 형성해야 하는데 갈등을 조장하는 언사만 늘어놓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한솔 민달팽이유니온 사무처장은 “지반이 흔들리고 건물에 금 가는 게 걱정되면 안전진단을 제대로 받을 일”이라고 반박했다. 안전문제를 비롯한 여러 가지 이유를 내세우지만, 본질은 ‘집값’이라고 못 박았다. 집을 가진 세대와 못 가진 세대의 ‘프레임’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집이 투기나 돈벌이 수단이 되어버린 현 세태를 지적하면서 “다 같이 잘 사는 사회를 만들려면 현재 우리나라 주택 임대료가 적정한 수준인가부터 돌아봐야 한다”고 역설했다. 모든 시민이 청년임대주택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당산동 주민 문봉수(60)씨는 “기성세대가 많은 물질을 움켜쥔 채 젊은 세대에게 양보하지 않는 것 같다”면서 “청년이 없으면 나라가 무너진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 주민은 “청년임대주택이 들어온다고 해서 손해 보는 측면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새롭게 건물을 지으면 유동인구가 늘어날 테니 상가 입장에선 훨씬 이익이라는 입장이다.공적 이익과 사적 이익의 충돌 당사자 간의 이견을 좁힐 방법은 없을까. 허강무 한국부동산정보학회 회장은 “시민들이 토지의 ‘공공성’에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미 헌법 35조 3항에 ‘국가는 주택개발정책 등을 통하여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 취지에 부합하기 위해 만든 정책이 바로 청년임대주택이다. 문제는 지역주민들을 설득할 수단이 부족한 셈이다. 허 회장은 “임대주택을 지을 때 ‘패키지’ 개념으로 마을 공동체에 이익이 되는 시설을 짓는 등 보완하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핵심은 공익과 사익의 충돌이다. 청년임대주택을 둘러싼 갈등은 주거난을 해소하려는 ‘공적 이익’과 집값의 등락을 살피는 ‘사적 이익’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를 “사회적 자본이 부족해서 생기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한국사회는 ‘공공성’을 키울 수 있는 공론장이 부족하므로 더욱 연대를 이루기 어렵다고 봤다. 그렇기에 “자신과 가족 그리고 같은 이익을 공유하는 집단 간의 연대만 추구할 뿐 나머지엔 무관심하고 냉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민의식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오찬호 사회학자는 “나의 권리가 소중한 만큼 타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 역시 시민의 의무인데 이를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역 슬럼화를 우려하는 주장에 대해선 “과거 미국에서 흑인을 차별한 인종분리정책과 같은 논리”라고 비판했다. 청년들의 경제적 수준이 낮으면 사회적 의식 수준이나 도덕적 수준도 낮을 거란 편견을 가지는데 이는 명백한 인식의 오류라는 것이다. 청년들에겐 고스란히 상처가 된다. 서채리씨는 “부모세대들은 ‘단칸방 월세에서 시작했다’고 이야기하면서 청년들은 그러면 안 되는 거냐”고 되물었다. 덧붙여 “청년을 빈민이라 폄하하고 함께 살지 않으려는 모습을 볼 땐 마치 길거리에 내던져지는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배도현씨 역시 “고통스러운 취업난·주거난에 시달리는 청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열심히 살라’는 조언이 아니라 실질적인 사회적 지원과 배려”라고 호소했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골든스테이트 킬러’ 42년만에 잡은 FBI의 신들린 수사력

    ‘골든스테이트 킬러’ 42년만에 잡은 FBI의 신들린 수사력

    미 수사당국, 2001년부터 DNA 대조 작업70대 전직 경찰관, 백인남성, 금발, 총기 능숙FBI, 용의자 신상 대부분 맞춰 1970~198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주 일대에서 60여건에 이르는 강간과 살인을 저지른 연쇄살인마가 42년만에 경찰에 붙잡혔다.캘리포니아주를 뜻하는 ‘골든스테이트 킬러’라는 별칭으로 불렸던 용의자는 전직 경찰관 조세프 제임스 드앤젤로(72)였다. 새크라멘토 경찰은 두 건의 살인 혐의로 드앤젤로를 붙잡아 송치했다고 밝혔다. 새크라멘토 카운티 앤 마리 슈버트 검사는 “40년 넘도록 수많은 피해자들이 갈구해온 정의를 이제야 찾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드앤젤로는 복면을 하고 무장한 상태로 혼자 사는 여성의 집을 골라 침입한 뒤 강간과 살인 행각을 벌여왔다고 경찰은 말했다. 드앤젤로가 범행 장소로 물색한 가옥이 100여 채에 달하고 강간 피해자가 45명, 피살된 희생자가 12명에 달한다. 그는 피해자의 물품 가운데 기념품과 보석, 동전 등을 수집한 것을 알려졌다. 피해자는 13세부터 41세 사이 여성들이다. 드앤젤로는 1979년 절도 혐의가 들통나 재직하던 오번 경찰서에서 해고된 뒤 본격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 기간은 1976년부터 1986년까지 약 10년간으로 추정된다. 첫 범행 시점부터 따지면 42년 만에 검거된 것이다.전직 경찰 출신인 드앤젤로는 경찰은 물론 연방수사국(FBI)까지 동원된 수사망을 요리조리 빠져나갔으며 마스크를 쓴 킬러로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었다. 그는 새크라멘토에서 훨씬 남쪽인 로스앤젤레스 인근 벤추라 카운티에서 체포영장이 집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드앤젤로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용의자 선상에 없었다. 그러나 수사관들이 흩어져있던 유전자정보(DNA) 샘플을 모아 수사망을 좁혀 들어가면서 42년간 숨어있던 드앤젤로의 정체가 마침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슈버트 검사는 “해답은 항당 새크라멘토에 있었다”고 말했다.미 일간지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수사관들은 지난 2001년부터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서 일어난 범죄 사건의 DNA 증거들을 캘리포니아 남부지역의 살인사건과 맞춰보는 작업을 해왔다. 지난 2016년 6월 미 연방수사국(FBI)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 연쇄강간살인마를 좇을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 사람에게 5만 달러(약 5100만원)를 주겠다며 포상금을 내걸기도 했다. 당시 FBI는 용의자가 살아있다면 60~75세의 백인 남성으로 추정되며 금발 또는 옅은 갈색 머리칼에 운동선수 체격일 것으로 추정했다. 또한 용의자가 군사훈련이나 법 집행, 총기 사용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측하기도 했다. 드앤젤로가 전직 경찰관인 점을 비춰보면 수사관들의 예상이 대부분 들어맞은 셈이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진정한 사랑일까?…19세 청년, 72세 여성과 결혼

    진정한 사랑일까?…19세 청년, 72세 여성과 결혼

    70대 여성이 10대 남성과 진정한 사랑을 찾았다고 주장해 주위를 놀라게했다. 17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무려 53살의 나이차를 극복하고 만난지 3주 만에 결혼식을 올린 부부 알메다 에렐(72)과 게리 하드윅(19)의 사연을 소개했다. 미국 테네시주 메리빌 출신의 알메다는 45세의 나이로 사망한 아들 장례식장에서 당시 17세 소년이었던 게리를 처음 만났다. 그녀는 2013년에 당뇨 합병증으로 첫 남편을 잃고 아들마저 세상을 떠나자 극복할 수 없는 슬픔에 몸부림 치고 있었다. 그때 그녀를 사로잡은 남자가 바로 게리였다. 게리 역시 알메다를 보고 첫 눈에 반했다. 그녀의 아름다운 파란색 눈동자와 호탕한 성격에 매료됐다. 그는 “과거에도 77세 여성과 만난 적이 있었으며 막 헤어졌을 때 알메다를 처음 만났다"면서 "나는 나이에 비해 성숙해 어린 여성들과는 잘 맞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2주 동안 불꽃튀는 연애를 했고, 게리의 청혼으로 2년 전 결혼식을 올렸다. 가족 중 모두가 그들의 관계를 받아들이는 건 아니지만 부부는 아직도 늘 행복하다고 말한다. 알메다는 “누군가를 사랑하면 나이는 단지 숫자에 불과하다. 나는 진정한 소울메이트와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고, 남은 여생은 게리와 함께 보낼 것”이라고 확신했다. 게리도 “우리는 공통 관심사와 취미를 가졌다. 서로 사랑하는 것을 알았기에 빨리 결혼했다. 아내와 결혼해서 한번도 부족한 느낌을 받은 적이 없었다”고 동조했다. 앞으로 부부의 소망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다. 이미 5만명에 가까운 유튜브 구독자를 확보한 그들은 “사랑에 있어서는 당신의 마음을 그대로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데일리메일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월드피플+] 늑대들에게 길러진 ‘현실판 모글리’… “다시 돌아가고파”

    [월드피플+] 늑대들에게 길러진 ‘현실판 모글리’… “다시 돌아가고파”

    한때 늑대들에게 키워져 ‘현실판 모글리’로 불렸던 스페인의 한 70대 노인이 인간 사회로 돌아온 뒤 자신의 삶은 실패했다면서 다시 늑대들과 살고 싶다고 밝혔다. 스페인 일간 엘파이스는 최근 ‘스페인 시에라모레나산맥의 모글리’로 불린 마르코스 로드리게스 판토하(72)의 근황을 전했다. 현재 로드리게스는 갈리시아주(州) 작은 마을 란테의 작은 집에서 얼마 안 되는 연금을 받으며 살고 있다. 현지 시민단체는 그가 좀 더 좋은 집에서 지낼 수 있도록 기부금을 모으고 있다. 그는 자신이 과거 집이라고 생각했던 동굴을 벗어난 뒤부터 삶은 돌아갈 수 없는 내리막길로 들어섰다면서 사람들에게 사기와 학대까지 당했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삶에서 가장 행복했던 날들은 늑대들과 함께 살 때였다면서 동굴에 있던 박쥐와 뱀 등의 동물 소리는 여전히 흉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로드리게스는 3살 때 어머니가 동생을 낳던 중 사망하면서 아버지와 살게됐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를 학대했고 결국에는 다른 여성과 살려고 그를 버리고 떠났다. 이후 그는 한 양치기 노인에게 보내져 살았으나 결국 배고픔에 산속을 헤매다 만난 것이 바로 늑대 무리였다. 놀라운 것은 어미 늑대가 어린 그를 가족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인간에게 버림받은 그가 ‘짐승’인 늑대에게 받아들여진 것이다. 그는 과거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어미 늑대는 새끼들을 먹인 뒤 내게 고기 한 덩이를 줬다. 난 어미가 공격할 줄 알고 고기를 건드리지 않았지만 코를 사용해 내게 고기를 내밀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어미는 혀를 내밀어 나를 핥기 시작했다. 그후 난 늑대 가족의 일원이 됐다”고 덧붙였다. 이후 그는 19세가 될 때까지 12년간 늑대 가족과 살았지만 결국 이별의 순간이 찾아왔다. 우연히 사람들에게 발견돼 늑대무리로부터 구조 아닌 구조가 된 것이다. 그때 그의 모습은 반쯤 헐벗은 채 맨발로 뛰어다니며 사람들을 경계해 으르렁거리는 소리만 낼뿐이었다. 그러나 인간 세상으로 돌아온 것은 그의 삶에서 가장 무서운 경험이었다. 그는 처음에 보육원으로 보내졌고 수녀들은 그에게 똑바로 걷고 식탁에 앉아 식사하는 법을 가르쳤다. 또 그는 오랫동안 맨발로 돌아다닌 탓에 발에 굳은살이 심했다. 로드리게스는 “눈이 쌓여 발이 추울 때만 발을 감쌌다”면서 “발에 굳은살이 크게 박혀 바위를 발로 차도 공을 차는 것처럼 아프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신발을 신기 위해 굳은살을 제거했고 그 때문에 걸을 수 없어 한동안 휠체어 신세를 져야 했다. 그리고 처음 이발소에 갔을 때는 이발사가 면도날을 들이밀자 자신을 헤치려는 줄로 착각해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인간 세상에 적응하는 데 무엇보다 힘들었던 것은 바로 소음이었다. 자동차는 물론 사람들의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길을 걷는 것조차 힘들어했다. 또한 그는 침대에서 자는 것을 두고 수녀들과 다퉜다. 그리고 마침내 처음 집을 빌렸을 때 잡지와 담요 더미 위에서 잠을 청했다. 그는 자신이 살았던 산으로 되돌아가려고 여러차례 시도했다. 하지만 그곳은 자신이 기억하던 것과 매우 달라져 있었다. 자신이 머물렀던 동굴은 사라졌고 작은 집들이 늘어섰다. 또 그는 늑대들과 너무 오랫동안 떨어져 지낸 탓에 형제처럼 지냈던 늑대들은 그를 받아들이는 대신 거리를 뒀다. 하지만 이후 그는 늑대들과 만남을 이어가면서 다시 예전처럼 지낼 수 있게 됐고 그 모습은 현지 방송을 통해 전해졌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커버스토리] 57세 경남 출생 男, 서울대·행시 출신 李차관… ‘늘공’ 정점까지 30년

    [커버스토리] 57세 경남 출생 男, 서울대·행시 출신 李차관… ‘늘공’ 정점까지 30년

    ‘1961년 경남(부산) 출생, 남성, 서울대 졸업, 행시 출신….’ 2018년 4월 8일 기준 대한민국 차관의 평균적인 모습이다.차관은 해당 부처 출신이 대부분이라 업무에 정통할 뿐만 아니라 외부에서 오는 경우가 많은 장관에 견줘 조직 장악력도 탁월할 수밖에 없다. 사실상 나라 정책을 실행하는 첨병 역할을 하는 자리가 차관이다. 심심치 않게 실세 차관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장관이 정치인으로 느껴지는 것에 반해 차관은 늘공(늘 공무원)의 정점이다. 차관이 되면 억대 연봉을 받는다. 올해 기준 1억 2500여만원이다. 장관이 1억 2900여만원이니 큰 차이가 없다. 운전기사를 포함한 전용 승용차가 지원된다. 과거에는 장·차관 차량의 배기량도 엄격하게 명문화했으나 최근에는 자율이다. 관례상 장관급은 에쿠스(3300㏄ 이상)를, 차관급은 체어맨(2800㏄) 등을 탔는데 최근 들어 차종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집무실도 1급 때에 견줘 두 배 가까이 대폭 확장된다. 비서실을 포함해 99㎡(약 30평)이다. 물론 청사 규모를 감안해 늘거나 줄 수 있다. 1급은 50~66㎡, 장관은 165㎡가 기준이다. # 정책 실행 첨병역으로 ‘실세 차관’ 괜한 말 아냐 차관은 정무직 공무원이기 때문에 차관이 되려면 일단 사표를 내고 다시 임용되어야 한다. 그래서 차관으로 임명되는 순간, 그간 공직 생활을 해온 자부심과 뿌듯함, 보람과 함께 곧 공직을 떠나야 한다는 허전함이 동시에 느껴진다고 한다. 지난해 11월 인사혁신처가 발간한 국가주요직위 명부록 등에 따르면 현재 대한민국의 차관은 모두 23명이다. 문재인 정부의 행정부는 18부가 중심인데 그중 기획재정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외교부, 문화체육관광부, 국토교통부가 차관을 두 명씩 거느리고 있다. 대부분 1960년대생(78.2%)이지만 1950년대 생도 눈에 띈다. 모두 다섯 명이다. 가장 나이가 많은 차관은 조현 외교부 2차관이다. 1957년생으로 환갑이 지났다. 가장 나이가 어린 차관은 박춘란 교육부 차관이다. 1965년생이다. 출신지로 따져 보면 부산·경남 지역 출신이 7명(30.4%)으로 가장 많다. 서울과 전북이 각각 4명으로 뒤를 잇는다. 여성은 단 2명뿐이다. 교육부의 박 차관과 여성가족부의 이숙진 차관 단 둘이다. 전체의 8.6%에 불과하다. 18부의 여성 장관이 5명(27.7%)인 점을 고려하면 차관은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성씨를 따지면 이씨가 5명(21.7%)으로 가장 많다. 김씨는 4명이다. 출신 대학(학부 기준)을 보면 서울대가 압도적이다. 11명(47.8%)이 서울대를 나왔다. 고려대 3명, 연세대와 성균관대가 각각 2명으로 뒤를 이었다. 대부분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고 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가장 최근 임명된 김정렬 국토교통부 제2차관은 학벌주의를 무너뜨린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군산고 2학년 재학 시절 가정 형편이 어려워지자 학교를 그만두고 농사를 지었다고 한다. 검정고시로 고교 학력을 땄으며 한국방송통신대 행정학과를 졸업하던 1988년 32회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행시 출신이 많다. 모두 14명(60.8%)이다. 여기에 기술고시 3명, 외무고시 2명, 사법시험 1명까지 합하면 고시 출신 차관이 압도적(86.7%)이다. 행시의 경우 1986년 합격한 30회, 1987년 합격한 31회가 각각 5명으로 가장 많은데, 30회가 같은 해 합격한 기술고시 22회가 2명 있기 때문에 사실상 1986년에 고시에 합격하고 이듬해부터 공직을 시작한 차관이 가장 많다고 보면 된다. 문재인 정부의 차관 대부분 지난해 임명됐는데, 행시 30기를 기준으로 하면 공직 입문 뒤 차관 자리에 오르는 데 30년이 걸린 셈이다. 외교부 임성남 1차관과 조현 2차관은 각각 1980년과 1979년 외시에 합격했으니 외교부 차관이 되기까지 6년 이상이 더 걸렸다. 가장 빨리 차관이 된 것은 이진규 과기부 1차관이다. 1990년 기술고시 26회에 합격해 이듬해 공직에 입문했으니 26년이 걸린 셈이다. 발탁 인사로 기수 파괴라는 평가를 받았던 교육부 박 차관도 27년 만에 차관이 됐다. 앞서 공직을 거치지 않은 경우도 3명이 있다. 국방부 서주석 차관, 환경부 안병옥 차관, 여가부 이숙진 차관은 민간 전문가 출신이다. # 차관급 최고령 1939년생·최연소 1968년생 18부 차관을 포함해 5처 17청 2원 4실 6위원회의 차관급 공무원(직무등급이 별개인 대검찰청과 군 제외)까지 합하면 대한민국 차관(급)의 모습은 다소 달라진다. 현재 공석인 세 자리를 제외한 나머지 83명의 차관(급)을 분석하면 ‘1959년생 경남(부산) 출생, 서울대 졸업, 행시 출신, 남자 김 차관(급)’이 평균이다. 1960년대생이 53명(63.8%)으로 가장 많았고 1950년대생이 24명(28.9%)이었다. 그럼에도 차관에 견줘 차관(급) 평균 연령대가 다소 올라간 것은 차관급 대우를 받는 행안부 산하 이북5도위원회의 이북5도지사 5명이 모두 70대이기 때문이다. 1939년생인 박성재 황해도지사가 차관(급) 중 가장 나이가 많다. 최연소자는 1968년생으로 최연장자와 거의 서른 살 차이가 난다. 19대 비례대표 국회의원 출신인 배재정 국무총리 비서실장이다. 출신지는 부산·경남이 23명(27.7%)으로 여전히 많았다. 서울 11명, 광주·전남과 전북 각 10명, 대구·경북 8명 순이었다. 차관(급) 여성은 8명으로 늘어나지만 비율로 따지면 9.6%에 그쳤다. 성씨는 김씨가 19명(22.8%)으로 가장 많았고, 이씨가 9명으로 한 계단 밀렸다. 차관(급)도 서울대 출신이 압도적이었다. 모두 38명(45.7%)이었다. 그 뒤를 고려대 7명, 연세대 6명, 성균관대 5명이 이었다. 공직 입문 경로는 역시 행시가 36명(43.3%)으로 1위를 차지했다. 행시 30회가 10명으로 가장 많았다. 외시, 사시, 기시까지 합하면 차관(급) 중 고시 출신은 모두 50명(60.2%)에 달했다. 1991년 행시 35회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한 손창동 감사위원이 고시 출신으로는 가장 빨리 차관(급)이 됐다. 차관(급)에는 민간 출신도 대거 진입했다. 모두 21명(25.3%)이다. 밑바닥에서부터 ’9급 공무원 신화’를 쓴 사례도 있다. 라승용 농촌진흥청장은 9급 공무원 공채로 1976년 공직에 입문했다. 지난해 청장으로 취임했으니 무려 40여년 만에 차관(급) 반열에 오른 셈이다. 김종진 문화재청장도 고시 출신이 아닌 7급 공채로 1981년 공직에 입문한 경우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수전증, 고용량 비타민B1으로 치료 가능” (연구)

    “수전증, 고용량 비타민B1으로 치료 가능” (연구)

    수전증은 고용량의 비타민B1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이탈리아의 한 연구팀이 주장하고 나섰다. 이탈리아 빌라 임마꼴라타병원의 안토니오 콘스타니 박사(신경·재활의학과)가 이끄는 의학 연구팀은 지난 3여 년간 70대 남녀 수전증 환자 2명에게 고용량의 비타민B1을 투여해 증상을 크게 완화할 수 있었다는 임상 보고서를 ‘영국의학저널 사례보고’(BMJ Case Reports) 최신호(3월30일자)에 발표했다. 콘스타니 박사는 2014년에 각각 병원에 심각한 수전증으로 내원한 남녀 환자 2명에게 고용량의 비타민B1 주사 치료를 시작했다. 연구팀은 지역 양로원에서 온 두 환자에게 매주 비타민B1 100㎎을 2회에 걸쳐 나눠서 주사기로 투여했다. 이는 차 한 잔으로 섭취할 수 있는 비타민B1 권장 섭취량보다 무려 100배나 많은 양이다. 그 결과, 두 환자 모두 치료 3개월 만에 수전증 증상이 크게 완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남성 환자는 치료 전 5년 동안 수전증에 시달려 왔지만, 고용량의 비타민B1 주사 치료를 시작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글쓰기를 할 수 있었고 결국에는 숟가락을 사용하고 컵에 물을 따르며 심지어 식기가 담긴 쟁반도 나를 수 있게 됐다. 이는 삶의 질이 크게 높아졌다는 것. 떨림 증상이 얼마나 심한지 확인하기 위해 시행한 일상생활 수행능력(ADL) 검사에서도 남성은 치료 전에 17점이었지만, 3개월만에 6.5점을 받았다. 점수는 낮을수록 증상이 가볍다는 뜻이다. 또한 여성 환자는 양로원 행사를 위해 장식물을 다는 동안 자신에게 수전증이 있음을 알고 내원했다고 하는데 치료 전에는 ADL 검사에서 무려 21점을 받았다. 그런데 역시 같은 방법으로 치료를 받기 시작하자 떨림 점수는 3개월 만에 7점까지 떨어졌다. 심지어 두 환자는 비타민B1 고용량 투여를 받고 나서 지금까지 어떤 부작용도 보이지 않았다. 물론 앞으로 연구가 계속되는 동안 부작용이 확인될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까지는 수전증 환자에게 투여하는 약물보다 안전하다. 이에 대해 콘스타니 박사는 “고용량의 티아민(비타민B1)은 수전증 환자 2명에게 빠르고 효과적이며 지속적인 증상 개선으로 이어졌다. 이번 결과는 고용량의 티아민이 경제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콘스타니 박사팀은 지난 2013년에도 파킨슨 환자 3명에게 고용량의 비타민B1을 투여하는 치료 방법으로 증상을 크게 개선했다는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사진=영국의학저널 사례보고(http://casereports.bmj.com/content/2018/bcr-2017-223945.abstract)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100명 중 1명 잠 잘 못 잔다

    100명 중 1명 잠 잘 못 잔다

    불면증 환자가 지난 5년간 3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화로 노인 환자가 급증하면서 국민 100명당 1명꼴로 불면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국민건강보험공단은 불면증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환자가 2012년 40만 3417명에서 2016년 54만 1958명으로 34.3% 증가했다고 밝혔다. 인구 100명당 1명꼴이다. 2016년 기준 남성 환자는 20만 9530명으로 2012년보다 37.3% 증가했다. 여성은 33만 2428명으로 32.5% 늘었다. 2016년 불면증 환자의 59.2%(32만 869명)가 50~70대일 정도로 중장년 환자 비율이 높다. 50대 11만 4777명(21.2%), 60대 10만 7585명(19.9%), 70대 9만 8507명(18.2%) 순이다. 이정석 건보공단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나이가 들면서 우울증, 불안증 같은 정신적 문제가 늘어나고 소화기, 호흡기, 근골격 등 여러 부위의 불편함이 수면을 방해한다”며 “인구 고령화로 노인 인구가 급증하면서 전체 불면증 진료 인원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불면증은 기온이 내려가면 환자 수가 증가하고 더워지면 다소 감소한다. 일조량과 신체활동 감소로 인한 신체 리듬 불균형과 겨울에 유행하는 감기 등 질환이 수면을 방해하는 것이다. 불면증을 치료하려면 약물 치료 외에도 수면환경을 개선하는 ‘수면위생’ 수칙을 잘 지켜야 한다. 이 교수는 “불면증을 예방하려면 잠자리에서 TV, 스마트폰과 같은 전자기기를 가급적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02-112 번호로 온 전화… 70대, 9억원 보이스피싱 피해 ‘역대 최대’

    70대 노인 A씨는 얼마 전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발신번호는 ‘02-112’였다. 본인을 ‘금융감독원 팀장’이라고 소개한 그는 “A씨 이름으로 대포통장이 만들어져 범죄에 사용됐다. 처벌을 피하려면 범죄에 연루된 피해금을 맡겨야 한다”고 협박했다. 덜컥 겁이 난 A씨는 이틀에 걸쳐 금융회사 3곳에서 정기예금과 보험 9억원어치를 깼다. 이 돈을 고스란히 사기범이 알려준 계좌로 보냈다. A씨가 거액이 든 예금계좌를 해지하고 송금하려 하자 수상히 여긴 은행 창구직원은 조심스레 사연을 물었다. 그러나 사기범은 이미 A씨에게 “은행 직원이 물으면 ‘친척에게 사업 자금을 보내는 것’으로 답하라”고 일러둔 상태였고, A씨는 사기범의 지시에 충실히 따랐다. 이렇게 9억원이 송금됐고, 사기범은 돈을 모두 빼내 도주했다. 18일 금감원에 따르면 A씨는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에 당한 피해 사례 중 최대 금액으로 기록됐다. 지난해 12월에는 한 여성이 보이스피싱에 속아 8억원을 보냈으며, 범인은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으로 현금화해 달아났다.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보이스피싱에 속아 9억원 날린 70대…역대 최대 규모 피해금액

    보이스피싱에 속아 9억원 날린 70대…역대 최대 규모 피해금액

    한 70대 노인이 금융감독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사기범에 속아 무려 9억원의 피해를 봤다. 1인 피해 금액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사기범은 ‘02-112’로 발신번호가 뜨게 한 뒤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을 ‘금감원 팀장’이라고 속였다. 사기범은 “본인 명의의 대포통장이 개설돼 범죄에 이용됐다”면서 “처벌을 피하려면 범죄에 연루된 피해금을 맡겨야 한다”면서 송금을 요구했다. 이 말을 그대로 믿은 피해자는 이틀에 걸쳐 3개 금융기관 5개 지점을 방문해 정기예금과 보험을 해지했다. 그런 다음 사기범이 알려준 대포통장 3개 계좌로 총 9억원을 송금했다. 이 금액은 지금까지 알려진 1인 최대 피해 금액을 뛰어넘는 액수다. 지난해 12월 한 20대 여성이 검찰을 사칭한 보이스피싱에 속아 8억원을 잃은 사례가 있었다. 이 과정에서 은행 창구 직원이 보이스피싱을 의심했지만 사기범은 ‘대처 방안’을 일러주기까지 했다. 은행 창구 직원은 피해자에게 예금 해지 이유와 자금 사용 목적을 물었다. 그러나 사기범은 ‘친적에게 사업자금을 보내는 것’이라고 피해자가 답하도록 사전에 손을 써놓은 상태였다. 금감원은 전화로 정부기관이라고 하면서 돈을 보내라고 요구하면 일단 보이스피싱을 의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경찰이나 검찰 등 수사기관이나 금감원 직원 등이라는 전화를 받은 경우 당황하지 말고, 소속과 직위, 이름을 확인한 뒤 전화를 끊고, 주변 지인에게 도움을 받거나 해당 기관에 전화해 반드시 사실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전화를 끊지 못하도록 하거나 이름을 말하지 않고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등 고압적인 말투로 재촉하는 경우 보이스피싱일 가능성이 높다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보이스피싱 피해를 입은 경우에는 신속하게 경찰서나 금융기관에 신고, 지급정지를 신청해야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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