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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총선 D-12] 첫날부터 ‘헐뜯기’

    17대 4·15 총선전이 2일 공식 개막된 첫날부터 혼탁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야는 흑색유인물 유포사건과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노인폄하 발언 등을 놓고 중앙당 차원에서 상호 비방전을 시작했다.저마다 ‘새 정치’와 ‘민생정치’를 외치며 정책공약을 내놓고 있지만 공허한 인상마저 준다.특히 이번 선거의 주요 쟁점인 여야의 ‘탄핵심판론’과 ‘거여(巨與) 견제론’은 조기 과열양상을 가중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열린우리당 정 의장은 이날 서울 모처에서 안필준 대한노인회장과 차흥봉 한국노인과학학술단체연합회장을 방문,자신의 발언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정 의장은 ‘잘못했습니다.용서를 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사죄 성명에서 “20,30대 젊은이들의 투표 참여를 독려한다고 한 말이 크게 잘못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이날 열린우리당 정 의장에 대한 공세를 계속하며 정치 쟁점화를 시도했다. 한나라당 한선교 대변인은 논평에서 “정 의장 발언은 60,70대를 반대세력으로 선전하며 20,30대 결집을 유도한 의도적 발언으로 의심된다.”며 “정 의장은 진정한 뉘우침을 진실고백으로 가름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 김영창 부대변인은 “정 의장의 변명은 총선에서 표를 얻기 위해 일시적으로 참회하는 척하는 ‘악어의 눈물’일 뿐”이라고 깎아내렸다.이에 맞서 열린우리당 신기남 선대본부장은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을 비방하는 흑색유인물이 확산되고 있다.”며 검찰과 선관위에 책임자 엄벌을 촉구했다. ‘한국 수호단’,‘멸공산악회’ 등의 명의로 된 유인물에는 노 대통령과 측근인 이광재 전 국정상황실장,안희정씨,열린우리당 김근태 원내대표와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 등의 친·인척 및 본인의 좌파 경력 등을 싣고 있다고 신 선대본부장은 말했다. 신 본부장은 “선대위 종합상황실에 8건이 신고됐다.”며 “특히 한나라당 관계자 사무실에서 이같은 문건이 다량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군 복무수당을 대폭 인상하고 인상분을 대학등록금이나 직업훈련 등에 충당토록 ‘개인학습계좌제’를 도입하는 등 9개 교육인적자원분야 공약을 발표했다.민주당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확대를 골자로 한 민생 분야 10대 공약을 선정,발표했다. 열린우리당은 이틀 뒤 노년층 복지대책관련 공약을 발표할 예정이다. 박대출기자 dcpark@˝
  • [총선 D-12] 정동영 우리당 의장-유세 취소… 노인단체 찾아 머리숙여

    기세등등하던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 행보에 빨간불이 켜졌다.2일 공식선거운동 돌입에 맞춰 첫 행선지로 잡았던 부산·경남권 유세는 전면 취소됐다.대신 오전 내내 대한노인회 등 노인관련 단체를 찾아 다니며 대표들에게 머리를 조아려야 했다.자신의 ‘60∼70대 유권자 폄하’ 발언 때문이었다. 정 의장은 낮 12시 10분쯤 서울 정동 세실 레스토랑을 찾았다.김근태 원내대표도 함께 했다.기다리고 있던 전국노인복지단체협의회 등 4개 노인단체 대표 앞에서 정 의장은 덮석 엎드려 절했다.성난 ‘노심(老心)’을 달래기 위해 노인복지 정책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공약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머리가 희끗희끗한 어르신들의 표정은 냉담했다.김정규 노인권익보호당 선거대책본부장은 “전국 방방곡곡에서 전화가 오고 난리다.노인들이 왜 물러나야 하나.분명히 답하시오.”라고 외쳐,두 정치인은 진땀을 흘렸다. 이에 앞서 정 의장은 오전에는 시내 모처에서 안필준 대한노인회장과 차흥봉 한국노인과학학술단체 연합회장을 만나 용서를 구했다.당사에서는 사과 기자회견도 가졌다. 정 의장은 “저도 올해 83세 되신 노모를 모시고 있다.오늘도 조심해서 다녀오라는 노모의 당부를 지키지 못한 것을 통탄한다.”고 자책한 뒤,“잘못을 저지르고 난 뒤 무릎꿇고 용서를 빌며 품에 파고드는 자식이 있다.”며 넓은 아량을 구했다.회견문을 읽는 동안 그의 얼굴은 창백해 보이기까지했다.자신의 발언에 대한 따가운 눈총에 큰 충격을 받은 듯 기자회견 뒤 바로 자리를 떴다. 당 지지도 1등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정동영 의장의 실언(失言)에 당 소속 후보자는 물론 일반 당직자들도 할말을 잊는 등 근심이 많은 표정들이다.이날 당사에는 “나도 60대인데 투표하러 가지 말아야겠구먼.못쓰겠어 정동영….” 등 항의전화가 쇄도했고 1인 노인시위도 있었다.한 당직자는 전화받기가 두렵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러나 이날 저녁 노인단체에서 규탄성명 발표를 유보하고 정 의장 사죄를 수용한다는 소식에 당직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박현갑기자 eagleduo@˝
  • [씨줄날줄] 60~70대/강석진 논설위원

    정치인에게 설화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인가.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최근 몇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60∼70대를 폄하하는 발언을 했다가 뒤늦게 사과하는 등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분들은 무대에서 퇴장하실 분들이니까,미래를 결정해 놓을 필요가 없다.미래는 20대,30대의 무대.60대 이상은 투표 안 하고 집에서 쉬셔도 괜찮다.”는 게 발언의 요지다.때를 기다렸다는 듯 야당은 ‘현대판 고려장 발언’이라고 포화를 퍼붓는다. 그래,고려장이지.‘노인들 투표 말았으면‘이라는 속내가 숨김없이 드러난 것이야.아니야.젊은이들 투표 독려하려던 발언 끝에 나온 실수야.어느 쪽일까.잘 모르겠으되 말이 나온 김에 이야기를 고려장으로 돌려 보자. 고려장은 이름 때문에 우리나라 고유의 악습인 것처럼 여기지만 사실은 유라시아 대륙 도처에서 발견되는 풍습이다.불교 설화집에도,그림 형제의 독일 동화집에도,이솝우화에도 기로(棄老) 풍습은 등장한다.일본에서는 오바스테(嬉老)라고 말한다.풍자지만 ‘노인은 죽어 주십시오.나라를 위해’라는 센류(川柳:에도시대 유행한 17자의 짧은 시)가 남아 있는가 하면 나가노현에는 지명도 남아 있다. 대부분의 기로 설화에서 인간이 천륜에 어긋나는 풍습을 버리는 데는 노인들의 지혜가 계기가 된다.재로 꼰 새끼로 바위를 묶는 이야기나,똑같이 생긴 말 두마리 가운데 어미와 새끼를 구분하는 지혜 따위가 그것이다.하지만 많은 역사학자들은 인간이 기로 풍습을 버린 것은 한 사회의 생산력이 노인 인구를 부양할 수 있게 되면서부터라고 말한다.‘경로’와 ‘기로’의 갈등은 인류사의 한 단면이었다. 60∼70대가 거쳐온 시대를 돌이켜 보자.일제시대,광복,전쟁을 거쳐 청년 시절에는 머리카락 모아서 가발 만들고 1달러 와이셔츠 팔아 한닢두닢 외화 모으던 시절,죽어라 일하고,윗 세대 부양하고,자식을 키워낸 ‘산업전사’들이었다.등가죽 벗겨지도록 고생했지만 지금은 노후보장도 없이 지내고 있는 처량한 세대다. 정 의장도 잘 알 터.50대인 그나,투표 많이 해 주길 바라는 20∼30대나 언젠가는 ‘집에서 쉬셔도 되는’ 나이가 된다는 것을.지지율이 그만하면 먹고 살기 넉넉할 터인데,정치 고려장으로 세대 갈등을 부추기지 않는 게 좋았을 것이다.바라기는 정 의장 발언이 실언이고,진심으로 수습하길 기대할 뿐이다. 강석진 논설위원 sckang@˝
  • “또 왔구먼…” 썰렁한 민심

    “당선되면 다시 오지 않을 사람을 반겨봐야 뭐하겠소.정치판만 배불렀지 서민들이야 하루 살기도 힘들어.” 17대 총선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2일.서울 중구 황학동 중앙시장의 과일상 위명순(54·여)씨는 시장을 찾아 지지를 호소하는 후보들을 보고도 시큰둥한 표정이었다.이날 오전 1시간30분 남짓 시차를 두고 잇따라 방문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후보를 본 위씨는 “또 왔구먼.”이라고 툭 내뱉고는 하던 일을 계속 했다.전통적인 단골유세장으로 꼽히는 재래시장은 경제난과 정치 혐오증이 겹치면서 냉담한 분위기였다.선거법이 엄격해지면서 서민들이 모인 쪽방촌과 양로원 등 복지시설은 ‘선거대목’과 거리가 멀어졌다. ●냉소 속에 가라앉은 유세 분위기 재래시장 상인들은 달라진 선거 문화를 몸으로 실감한다고 입을 모았다.중앙시장 야채상인 김모(58)씨는 “2000년 총선까지만 해도 돈봉투도 받고 술자리도 많았는데 지금은 그런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하지만 정치권에 대한 냉소는 여전했다.후보들과 건성으로 악수를 나누고 가게로 들어가거나 눈길 한번 주지 않는 상인이 태반이었다.10년 동안 중앙시장에서 김을 팔아온 이정훈(38)씨는 “싸움질하고,비리나 저지르지 말고 서민이 먹고 살수 있도록 해달라.”면서 “형식적인 인사나 위로는 필요없다.”고 꼬집었다. 30년 동안 떡집을 운영한 김춘식(71)씨는 “전에는 후보들이 골목길을 누비고 다니면 ‘어느 당 누구를 찍겠다.’는 상인간의 입씨름이 곳곳에 벌어졌는데 요즘은 관심 밖”이라면서 “경기가 좋지 않아 정치나 선거에 신경쓸 여력이 없다.”고 털어놨다.과일상 최모(68·여)씨는 “상인들에게는 시장환경 개선이 가장 큰 공약이지만 항상 말뿐이지 실행한 후보는 없었다.”면서 “16대 국회에서 이뤄진 게 없는데 뭘 기대하겠느냐.”고 반문했다.쌀집을 운영하는 이천수(44)씨는 “선거철에 후보들이 찾아오면 상인에게 밥 한끼라도 대접해 하루 매상도 2배씩 늘곤 했지만 이번에는 기대도 하지 말아야겠다.”고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복지시설 선거대목은 ‘옛말’ 종전 선거때 후보들의 단골 방문지이던 양로원과 쪽방촌 등은 썰렁한 분위기였다.강동구 고덕동 서울시립양로원 관계자는 “지난 총선 때만 하더라도 서너명씩 찾아오더니 이번에는 조용하다.”라면서 “양로원을 찾아 손이라도 한번씩 잡아주면 노인들이 좋아하는데,후보들이 눈치를 보느라 오지 않는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종로구 청운동의 한 양로원 관계자는 “과거 선거철은 후원금이 수천만원씩 들어오는 대목이었다.”라면서 “이번에는 찾아오겠다고 연락하는 후보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마포구 신공덕동의 노인복지시설 ‘사랑의 전화 복지재단’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 엄영수(32)씨는 “사회복지시설을 찾는 후보들이 부쩍 줄고 관심도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용산구 후암동 쪽방촌에서 만난 강재원(47·상업)씨는 “지난 16대 총선 때는 높으신 분들이 몇명씩 대낮부터 찾아오곤 했는데 이번에는 거의 없다.”면서 “와서 해주는 건 없어도 그렇게 한번 언론에 나가면 딱한 사정 보고 도와주겠다는 사람들이 나서곤 했는데 지금은 그런 것도 없다.”고 했다. ●‘직각 인사’와 ‘세 과시’ 자취 감춰 후보자를 포함해 6인 이상 무리지어 다니거나 후보자를 연호할 수 없도록 한 개정선거법에 따라 대규모 수행원의 연호 속에 세를 과시하던 후보의 모습도 사라졌다.유권자에게 90도로 건네는 ‘직각 인사’도 볼 수 없었다.주로 어깨띠를 걸친 후보가 수행원 2∼3명과 돌아다니며 ‘눈도장’을 찍는 맨투맨 작전을 구사했다.서울의 한 야당 후보는 “이번 선거는 후보 혼자서 얼굴을 알리고 표심을 잡아야 하는 체력전 양상”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전 9시쯤 황학동 중앙시장을 찾은 열린우리당 김근태 원내총무와 당원 등 20여명은 상인들이 정동영 의장의 ‘60∼70대 유권자 폄하’발언을 문제삼아 “열린우리당에서는 60세가 넘으면 다 집에서 쉬느냐.”며 항의하는 바람에 황급히 자리를 뜨는 등 곤욕을 치렀다.김 총무가 사과를 하며 악수를 청했지만 이길수(67)씨 등 상인들은 “돌아가라.”며 악수를 거부했다. 유지혜 이재훈기자 wisepen@seoul.co.kr˝
  • [총선 D-13] 정동영 ‘입’ 사고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4·15총선을 앞두고 60대 이상 노년층 유권자들을 폄하하는 발언을 해 파문이 일고 있다.각종 인터넷 사이트에는 정의장의 발언을 비난하는 글이 줄을 잇는 가운데 일부 옹호하는 주장도 있어 세대갈등 양상까지 우려된다. 1일 국민일보·CBS·iTV 공동 총선기자단 VJ팀에 따르면 정 의장은 지난달 26일 “(이번 총선에서) 60대 이상 70대는 투표 안해도 괜찮다.”며 “(투표일에)그분들은 집에서 쉬셔도 된다.”고 말했다.정 의장은 ‘정치에 무관심한 젊은 유권자들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질문에 “촛불집회의 중심에 젊은이들이 있다.미래는 20∼30대들의 무대”라며 “한걸음만 더 나아가서 생각해보면 그분들(60대 이상 70대)이 미래를 결정해 놓을 필요는 없다.그분들은 어쩌면 이제 무대에서 퇴장할 분들”이라고 말했다. 정 의장은 당시 대구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대구지역 언론사 오찬 기자간담회 직후 VJ팀과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같은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정 의장은 이날 호남 방문 도중 예정에 없이 전남 장흥에 있는 경로당 2곳을 찾아 노인들에게 큰절을 올리며 용서를 구했다.정 의장은 “만일 본인의 발언이 60,70대 분들은 투표를 안해도 된다는 식으로 들려 불쾌감을 드렸다면 사죄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은 “일제시대와 전쟁을 겪고 자녀 교육에 모든 것을 쏟아부은 세대인 노년층에 대한 경시를 넘어 살아 있는 역사에 대한 결례이며 모독”이라고 비난했다. 박대출기자 dcpark@ ˝
  • [사회플러스] ‘유신불법선거폭로’ 민주화운동 인정

    72년 11월 유신헌법 찬반투표 때 부정투표 사실을 폭로해 선거관리위원직에서 쫓겨났던 70대가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받게 됐다.경찰공무원 출신인 이모(77)씨는 71년 4월부터 선거관리위원으로 활동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 백춘기)는 “민주화운동법상 ‘민주화운동을 이유로 해직된 사람’이란 유급직 뿐 아니라 명예직에서 해직된 경우도 포함하는 것”이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이어 “이씨는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권위주의적 통치에 항거하여 민주헌정질서의 확립에 기여했다.”고 덧붙였다.
  • 대구 실버들의 거리 ‘진골목’

    “실버 골목을 아십니까?” 대구 도심의 약전골목을 아는 사람들은 많다.그러나 약전골목 바로 옆으로 난 ‘진골목’을 아는 사람들은 흔치 않다. 대구시 중구 포정동 중앙로 농협 중앙지점에서 약전골목 입구에 이르는 400m가 진골목이다.대구의 근대사가 고스란히 배어 있어 진골목은 향수에 젖은 노인들이 즐겨 찾는 실버 골목이다. ●부자들의 동네,진골목 진골목은 ‘ㄱ’(기역)을 ‘ㅈ’(지읒)으로 잘못 발음하는 경상도 사투리의 특성 때문에 생겨난 말이다.‘긴 골목’이란 뜻이다. 80여년 전 진골목 일대는 대구의 부자였던 달성 서씨들이 모여 사는 최고급 주택가였다.그러나 당시 영남의 대표적인 부자였던 서병국(徐炳國)이 사망하면서 진골목은 퇴락을 시작했다. 1946년 6월 대구에 호열자(콜레라)가 발생한다.그런데 첫 희생자가 당대의 부호였던 서씨여서 아직도 두고두고 인구에 회자된다.지금은 화교협회 건물로 쓰이는 서씨의 저택은 1000평이 넘는데,그 당시에 개인 풀이 있었고 보일러로 난방을 했을 정도였다고 한다.서양식 건물 양식에 중국식 적벽돌을 사용해 지은 저택은 80여년이 된 건물이지만 아직 원형을 간직하고 있다. 진골목의 정소아과 건물은 대구 최초의 2층 양옥집.1931년 지어진 이 건물은 서병국의 방계형제인 서병직의 소유였으나 1947년 정필수(84) 원장이 인수,지금까지 소아과 병원으로 사용하고 있다.대구가 낳은 천재 석재 서병오(石齋 徐丙五·1862∼1935)도 진골목에서 태어났다.진골목에 살던 만석꾼 서상민의 아들로 태어난 석재는 시인으로,서예가로,화가로, 그리고 가야금과 바둑,의학에도 뛰어난 재능을 보이며 식민지시대를 풍미하며 살다 갔다.흥선대원군이 석재의 천재성에 반해 당시 17세였던 석재를 운현궁으로 초대,함께 시를 쓰고 그림을 그렸다는 일화가 전한다.시인 이육사가 한때 석재의 한약방에서 약배달을 하며 시서화를 배우기도 했다. ●실버들의 사랑방,미도다방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진골목에는 이른 아침부터 향수에 젖은 노인들이 하나둘 찾아든다.1981년 문을 연 미도다방은 하루 400∼500명의 노인들이 찾는 대구 실버들의 본거지.60∼70대 노인들은 젊은 축에 속할 정도로 80대 이상 고령자들이 수두룩하다.남산동 권입섭(101) 할아버지도 일주일에 서너차례 다방을 찾아 노익장을 과시한다. 노인들의 호주머니를 생각해서 차 한잔에 1500원,약차 2000원만 내면 과자도 주고 포도주도 한 잔씩 서비스한다.설에는 양말,보름에는 귀밝이술,동지에는 단팥죽,복날에는 수박을 돌리고 매년 5월8일에는 돼지 서너마리를 잡아 경로잔치를 열기도 한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퇴임 후 경남 합천 고향가는 길에 두 번이나 이곳 다방을 찾았다.지역 국회의원이나 자치단체장들이 수시로 찾아와 노인들에게 인사를 한다. 요즘 미도다방을 찾는 노인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다.경기 침체로 노인들도 호주머니가 얇아진 데다 조기 정년과 사업실패 등 자식들을 걱정하는 한숨소리가 다방을 가득 메운다. 주인 정인숙(52)씨는 “IMF 외환위기 전에는 하루 1000여명의 노인들이 찾아왔다.”면서 “요즘은 얇아진 호주머니 탓인지 오후 5시만 되면 일찌감치 집으로 돌아가는 분들이 많다.”며 안타까워했다.정씨는 용돈이 궁한 노인들에게 공짜로 차를 대접하거나 돈을 빌려주고 단골 노인들이 세상을 뜨면 직접 문상가는 의리를 지키고 있다. 실버들의 입맛에 맞는 진골목식당도 진골목을 지키는 터줏대감.진골목식당 건물은 한때 코오롱 창업주 이원만씨가 거주했고 육개장·호박전·묵채·보리떡·콩나물밥 등이 별미다. 대구거리문화연대 권상우 사무국장은 “대구의 근대사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진골목을 훼손하지 않고 문화유산으로 보존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 황경근기자 kkhwang@˝
  • “노무현 대통령 싫지만 수구세력 횡포 더 싫다”

    유례없는 대통령의 탄핵사태를 계기로 촛불문화가 재연되고 있다.전날 7만여명(이하 경찰추산)이 운집한데 이어 14일에도 서울 광화문 거리에 3만 5000여명가량이 모였다.가족 단위의 참석자나 연인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분위기는 차분하면서도 밝았다. 또 노무현 정부에 등돌렸던 사회단체도 집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이들은 현 정부 정책에는 반대하지만,‘구체제’로 돌아가는 것을 지켜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오후 7시부터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열린 ‘탄핵규탄 촛불대회’에는 부모의 손을 잡고 나온 어린이와 10대 중·고생부터 60,70대까지 다양한 연령의 시민들이 넘쳐났다.‘인터넷 폐인’을 자처하며 온라인에서만 활동하던 젊은이들도 대거 오프라인으로 뛰쳐나왔다.이들은 길거리에서 양초를 하나씩 사들었다. 휴일을 맞아 가족들의 손을 잡고 나온 30,40대 중장년층도 많았다.9살 아들과 함께 나온 회사원 김승우(39)씨는 “구국의 힘을 결집하고 국회의원들에게 따지고 싶다는 적극적 의사표시를 하려고 왔다.”면서 “아들이 왜 촛불집회를 하는지 궁금해했다.”고 말했다. 7살 딸,중학교 1학년에 다니는 아들과 동행한 주부 김미재(40)씨는 “아이들도 숙제를 해야 하지만 이것이 더 중요한 교육”이라고 밝혔다.인천에서 온 박미숙(50)·최정아(20) 모녀는 “뉴스를 보고 달려와 현장에서 자원봉사 신청을 했다.”면서 “국민들이 살기 힘든데 국회에서 하는 행동에 너무 화가 난다.”고 말했다. 노인들도 촛불집회에 나섰다.서울 상계동에서 온 정낙청(86)씨는 “지난 79년 최규하 총리가 대통령 대행을 하던 때보다 더 말도 안되는 사태”라고 말했다.김수연(73·경기 군포)씨는 “어떻게 큰 도둑이 작은 도둑을 탄핵할 수 있나.”라고 분개했다. ‘화이트데이’를 맞아 데이트를 할 겸 집회에 참가한 젊은이들과 인터넷 동호회 소속 청년들,혼자 집회에 나온 사람 등 참가자의 부류도 다양했다.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미선·효순 집회에서는 20대가 주축이었지만,이번 촛불집회에는 30대 이상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참여연대,환경운동연합,여성단체연합 등 전국 550여개 시민·사회·노동·종교단체로 구성된 ‘탄핵무효·부패정치 척결을 위한 범국민행동 준비위’는 대통령 탄핵을 ‘의회 쿠데타’로 규정했다.촛불시위를 주최한 이들은 야당과 일부 언론이 자신들을 ‘친노’세력으로 규정하는 것에 거부감을 나타냈다.함께하는시민행동 하승창 사무처장은 “‘친노 대 반노’가 아닌 ‘민주 대 반민주’,‘상식 대 비상식’의 대결”이라고 밝혔다. 실제 ‘범국민행동’에는 노사모,국민의 힘 등 ‘친노’단체가 참여하지 않고 있다.반면 부안 핵폐기장과 한·칠레 FTA 체결,이라크 파병 등의 문제로 정부와 대립해온 환경·농민·민중단체가 대거 포함돼 있다.이들은 “87년 민주화 이전의 ‘구체제’로 회귀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라고 주장했다.지난달 국회 앞에서 한·칠레 FTA 반대투쟁을 이끌었던 전국농민회총연맹 관계자는 “노무현은 싫지만,더 싫은 것은 수구·지역주의적 의회세력이 입법과 행정의 전권을 휘두르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현 상황이 87년 6월항쟁의 초기국면인 4·13호헌 조치 직후와 유사하다는 의견도 있다.중앙대 사회학과 신광영 교수는 “규모와 파장을 예측할 수 없는 위기가 의회의 다수를 점한 정치세력에 의해 촉발됐으며 70%가 넘는 국민이 강한 불신과 불만을 갖고 있다는 점과 시위 참석자가 30,40대라는 점에서 87년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야당 의원 10여명을 근접 경호하고,주요시설 300여곳에 57개 중대 6000여명을 배치했다.경찰은 국회의사당과 정당 당사를 폭파하고 열린우리당과 노사모 핵심인물 등을 살해하겠다는 협박 전화가 사흘째 이어져 수사하고 있다.14일 오전 4시쯤 서울경찰청 112지령실로 “민주당사 폭탄 설치”라는 전화가 걸려왔고,13일 오후에도 3차례의 협박전화가 잇따랐다.경찰은 이 가운데 한모(48·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씨를 현행범으로 붙잡아 즉심에 넘겼다. 이세영 유지혜기자 sylee@˝
  • 동대문구 9곳에 공영주차장

    서울 동대문구(구청장 홍사립)는 올해 공영주차장 9곳을 새로 만든다.모두 770여대를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구는 27일 이같은 내용의 2004공영주차장 건설계획을 밝혔다.예산만 317억 3000여만원에 이른다. ▲답십리1동 103의2번지 일대 1464㎡(444평)에는 145대분 ▲답십리5동 484의7번지 1863㎡(565평)엔 195대분을 건설한다. 또 공영주차장이 생기는 곳은 ▲전농1동 311의5(900㎡ 75대) ▲청량리2동435(1012㎡ 70대) ▲전농4동 273의1(977㎡ 60대) ▲장안1동 395의6(578㎡ 22대) ▲장안1동 403의13(670㎡ 26대) ▲회기동 청량초등 지하주차장(3300㎡ 100대) ▲장안4동 286의9(587㎡ 80대) 등이다. 송한수기자
  • [Doctor & Disease]서울대병원 강남건진센터 오병희 원장

    언제부턴가 의사들은 고혈압을 ‘소리없는 살인자(silent killer)’라고 불렀다.은밀하게 병증을 키우다 어느 순간,급사(急死)에 이르게 하는 고혈압의 가공할 위험성을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그러나 고혈압의 심각성을 알고 적절한 예방조치를 취하거나,효율적인 치료를 받는 사람은 의외로 흔치 않다.증상이 거의 없어 심지어는 중증의 환자조차도 “이거 내가 쓸데없이 병원 좋은 일만 하는 거 아닌가 몰라.”하는 위험한 유혹에 곧잘 빠지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대한순환기학회 학술이사를 역임한 서울대병원 강남건진센터 오병희(51) 원장의 지적은 고혈압이거나 그걸 두려워 하는 사람들이 귀담아 들을 만하다.“고혈압이 무서운 것은 직접 인간의 생명을 위협한다는 점 뿐 아니라 뇌졸중,심근경색,뇌경색,신부전 등 갖가지 악성 질병을 초래하는 원인 질환이기 때문입니다.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그 심각성을 가볍게 여깁니다.그게 문젭니다.”금방 수술실에서 관동맥중재술(좁아진 관동맥을 넓히는 수술)을 마치고 나온 그를 만나 ‘고혈압 공화국’으로 치닫는 우리나라의 병증을 해부해 봤다. ●70대 절반이 병증 갖고 있어 우리의 경우 심각성은 어느 정도인가. -30세 이상 성인의 25∼30% 정도가 고혈압이며,나이에 따라 유병률이 크게 증가해 70대는 50%가 병증을 갖고 있다.그러나 증상이 거의 없어 적절한 치료를 받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미국도 병원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는 사람은 전체 환자의 30∼40%에 불과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상태가 왜 심각한 것인가. -계속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거의 모든 돌연사는 고혈압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합병증 발생 추이도 눈여겨 봐야 한다.예전에는 뇌졸중(중풍)이 주류였으나 최근에는 뇌출혈이나 심근경색이 많다.생활여건의 변화가 반영된 결과다. 이런 상황을 초래한 원인은 무엇인가. -고혈압은 유전적 요인 말고도 환경적 요인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특히 동물성 지방의 과다 섭취와 짜게 먹는 식습관이 문제다.고혈압 예방을 위해서는 1일 염분 섭취량을 6g 이하로 권고하지만 젓갈 등 염장류에 길들여진 우리 국민들이 이를 지키기는 쉽지 않다.우리나라 사람은 1일 평균 염분 섭취량이 20g을 넘는데,이게 하루 아침에 줄여지겠나. ●조기발견이 삶의 질 바꿔 그러면서 그는 급증하는 유병률도 문제지만,고혈압의 잠재적 위험성을 너무 저평가하거나 아예 모르는 상황이 더 문제라고 들었다.“고혈압을 가진 사람도 당장 불편이 없어 치료의 필요성을 못느끼다가 합병증이 나타난 뒤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태반이다.심지어는 평생 혈압 한번 재보지 않고 사는 사람도 있다.”며 안타까워했다.“절실한 것은 국민들에게 고혈압의 심각성을 알려 생활습관을 개선하도록 하고,고혈압 조기발견이 개인의 삶의 질을 바꾼다는 점을 소상하게 설명해야 합니다.의사들이 앞장서는 건 당연하지만 정부도 적극적으로 거들어야 ‘호미로 막을 일,가래로도 못막는 사태’를 막을 수 있을 겁니다.” 치료는 어떤가.고혈압도 다른 질환처럼 완치 개념을 적용할 수 있나. -치료라기보다 조절이라는 말이 옳다.그 결과 상태가 현저하게 개선되면 약물투여를 중단할 수도 있다. ●수술 필요한 경우는 많지 않아 현재 적용하는 치료법은 어떤 것들인가. -비약물치료로는 생활습관 개선,이를테면 싱겁게 먹고 걷기,수영,조깅 등 규칙적인 운동과 저지방식 위주의 식단으로 혈중 콜레스테롤을 저감시키는 방법이 있다.약물치료는 고혈압과 합병증,거기에서 야기되는 위험요인을 줄여나가는 방법인데,투약 기준은 통상 수축기 혈압 140㎜Hg이상이나 이완기 혈압이 90㎜Hg이상이면 치료 대상으로 본다.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전체 환자의 2∼3%는 부신에 생긴 혹에서 분비하는 물질이 혈압을 높이거나 스테로이드호르몬이 과다하게 분비돼 혈압을 올린다.또 혈관에 염증이 있는 사람 등은 고혈압의 원인이 명백해 수술요법을 적용하면 예후가 좋다. 혈압 치료기준은 불변인가. -그렇지 않다.과거에는 160㎜Hg을 넘어야 약물을 투여했지만 지금은 140㎜Hg을 경계로 본다.그만큼 치료 범위가 넓어진 것이다. 수술 후유증도 문제가 될 텐데. -그건 일률적으로 말하기가 쉽지 않다.연관된 질환도 많고 경우도 각각이기 때문이다.혈관의 막힌 부위에 철망을 넣어 혈류의 흐름을 유지하도록 하는 관동맥시술의 경우 재협착률이 5%를 넘지 않는다.초기 풍선요법을 적용할 때는 40%,이후 스텐트시술 때는 20∼30%였으나 지금은 약물이 코팅된 스텐트를 사용해 부작용을 크게 우려하는 단계는 아니다. ●싱겁게 먹는 건 기본 약물 부작용은 어떤가. -현실적인 숙제다.고혈압의 특성상 이뇨제와 베타차단제를 장기적으로 복용해야 하는데,더러는 체내 중성지방이 늘었다거나 성기능 감퇴를 호소하는 사람도 있다.이 때문에 의사들이 환자의 상태를 살피면서 적절한 약제를 처방하거나 강도를 조절하는 ‘맞춤요법’을 적용하기도 하는데,미국의 예를 보면 전체적으로는 그다지 주목할만 한 성과가 없는 것 같다.아마 오래 끌어야 하는 싸움 아니겠나. 예방책도 일러달라. -싱겁게 먹고 동물성 지방의 섭취를 줄여야 하는 건 기본이다.일주일에 4∼5일,1일 30분 이상 꾸준히 자신의 몸상태에 맞는 운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또 질환의 소지를 가진 사람은 무조건 금연하고 과다한 스트레스에 무방비로 노출되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글 심재억기자 jeshim@ 사진 도준석기자 pado@˝
  • 공무원 그만둬도 '철밥통’ 그대로

    충남도가 심대평 지사의 퇴임한 측근들을 지나치게 챙겨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도는 심 지사의 고교 동창 및 선배들이 근무하는 기관에 공무원을 파견하는가 하면,70대 노인을 산하단체의 사무처장으로 장기간 앉혀 놓고 거액의 연봉을 지급하는 등 정실인사를 일삼고 있다. 도는 최근 김모(63) 전 정무부지사가 2002년 2월부터 회장으로 있는 충남사회복지협의회에 조모(59·4급)씨를 사무처장으로 임명했다.김 회장은 심 지사와 고교 동창으로 도 기획관리실장,행정부지사 등을 거친 뒤 2000년 12월 퇴임했다.오는 25일에는 공주대 사회복지학과를 조기 졸업한다. 도는 사회복지사들의 모임과 다른 관변단체인 이곳에 지난해 예산 1억 8500만원 가운데 절반이 넘는 1억 300만원을 지원해 왔으나 공무원을 파견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도 인사 담당자는 “‘임용권자는 업무수행과 관련된 다른 기관,공공단체,교육기관 등에 공무원을 파견할 수 있다.’는 지방공무원법에 따라 임명했다.”고 밝혔다.그러나 도의회 오찬규(55) 의원은 “그 조항에 맞는 단체가 아니다.”고 잘라 말한 뒤 “관변단체수를 줄이는 마당에 도는 오히려 지원을 못해 안달이 났다.”고 성토했다.그는 “올해 관변단체에 대한 예산지원이 의회에서 깎여 사무처장 월급을 못 주게 되자 공무원을 대신 보낸 것”이라며 철회를 요구했다. 이 단체는 그동안 별다른 활동없이 사무처장 등 직원 4명의 월급과 회장 판공비 등으로 예산의 대부분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김 회장은 도 산하 장학회 이사장도 맡고 있다.오 의원은 “두 단체 판공비를 합하면 부지사 때의 판공비보다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충남도 체육회 김모(70)씨는 1995년 5월 도 지역경제국장을 퇴직한 뒤 사무처장에 임명돼 9년 가까이 앉아 있다.김 처장은 심 지사의 고교 선배다.그는 지난해 연봉이 8700만원에 달해 비난을 샀다. 오 의원은 “서기관급인 5000만∼6000만원으로 월급을 낮춰야 한다.”면서 “김 처장 자신도 이제는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충남도는 심 지사 고교 선배인 이모(70)씨가 98년 정무부지사로 퇴직하자 같은 해 12월28일 도 출연기관인 충남테크노파크 본부장으로 임명해 지난해 3월까지 4년 반 가까이 재직토록 배려했다.심 지사는 충남도 인사권과 이사장으로 있는 도 체육회와 충남테크노파크에 대해 임명권을 갖고 있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
  • 아랍항공사 '취업난 오아시스’

    ‘청년 실업,아랍권 항공사를 뚫어라.’ 최근 아랍권 항공사 승무원직이 유망 취업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응시요건이 까다롭지 않은 데다 취업 후 대우도 높기 때문이다.아랍권 항공사들은 사회활동에 제약을 받는 현지 여성들 대신 해외인력 영입에 주력하고 있어 우리나라 여성들이 특히 노려볼 만한 시장이다. 현재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진행되고 있는 카타르항공 승무원 채용과정에는 3400여명이 몰려 경합을 벌이고 있다.남성 구직자도 80명이나 지원했다.1차 인터뷰를 통과한 400여명이 12일까지 실시되는 카타르항공 실무자들과의 2차 심층면접을 거쳐 최종 선발된다. 아랍권 항공사 취업은 공단이 추진하는 해외취업 지원사업 가운데 주력 부문이다.취업이 불확실한 해외 연수나 인턴 프로그램에 비해 성과가 두드러지기 때문이다.지난해 3월 카타르항공사를 시작으로 처음 실시된 이후 쿠웨이트항공,사우디아라비아항공,이집트항공 등 아랍권 항공사측의 구인 요청이 꾸준하게 들어오고 있다. 공단 관계자는 “아랍권 여성은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것 자체가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한국 등 해외에서 승무원 인력을 찾고 있다.”며 “한국인을 채용한 항공사측의 만족도가 높아 계속 한국 인력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급여수준도 상당하다.아랍권 항공사에 취업하면 2500만원 이상의 연봉이 보장된다.공단 관계자는 “현지에서 100평짜리 주택을 3인용으로 무상 제공하는 등 처우 수준이 높은 편”이라고 귀띔했다.반면 항공사측이 요구하는 자격요건은 2년제 대학 이상의 학력에 영어실력 정도다.출신학교와 성적도 큰 의미가 없다.영어실력과 면접태도 등으로 합격이 판가름난다.외모가 합격을 좌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으나 관계자는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뿐 전부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구직자들의 반응도 뜨겁다.지난해 말 실시된 아랍에미리트항공 승무원 모집에는 4000여명이 몰려 70대1의 경쟁률을 보이기도 했다. 강혜승기자 1fineday@˝
  • 할머니 춤꾼 7인의 삶·예술 오롯이…12~13일 국악원 예악당서

    세상이 알아준다해서 영화로울 것도,알아주지 않는다해서 서운할 것도 없었다.그저 춤이란 제 멋에 겨워 허공에 그리는 자화상이며,돌아서고 나면 사라지는 허망한 꿈 한조각에 불과하지 않던가. 12·13일 오후 7시30분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선보이는 ‘여무(女舞),허공에 그린 세월’은 세간의 눈길에 아랑곳없이 한평생 전통춤을 품고 살아온 일곱 여성 춤꾼들의 고집스러운 삶과 예술이 오롯이 담긴 무대이다.평균 연령 70대 중반.이들중 절반은 기녀로,무녀로 혹은 스님으로 남다른 인생을 살면서 춤을 삶의 동반자로 삼았다. 공연을 기획하고 연출한 진옥섭씨는 “승무나 살풀이 등 1∼2종의 유파가 전통춤의 본류인양 취급되는 세태속에서 우리 춤의 뿌리가 얼마나 깊고,풍부한 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출연자들 대부분이 70대 고령인지라 이들의 춤을 한자리에서 다시 볼 수 없을 것 같은 조바심에 삼고초려의 발품을 팔았다고 한다. 지난 2002년 가을 ‘남무(男舞),춤추는 처용아비’로 남성 전통 춤꾼들의 호방한 춤사위를 선보였던 그로선 여성 춤꾼들에 대한 마음의 빚을 갚는 무대이기도 하다. 최고령 출연자는 올해 팔순이 된 강선영.태평무 예능보유자인 그는 이번 무대에서 스승인 한성준에게 직접 사사한 승무를 선보인다.승무는 한성준의 손녀 한영숙이 1969년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받았고,후에 이매방의 호남류가 지정받았다. 민살풀이춤을 추는 장금도(76)는 `먹고 살기 위해 소리 배우고,춤 배운’군산 소화권번 출신의 춤꾼.서울 종로 요정가에서 탁월한 춤솜씨로 인기와 재물을 모으기도 했으나 전쟁통에 군산에 내려가 이집저집 잔칫상을 떠돌다 세월에 묻혔다.민살풀이춤은 수건없이 맨손으로 춘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진주 명무 김수악(78)이 추는 교방굿거리춤의 묘미도 빼놓을 수 없다.칠순을 넘기면서 허리가 굽고,키가 줄어 공연 때마다 치맛단을 잘라내야 하지만 춤의 `태’만은 여전히 정정하다. 만신 김금화(72)는 황해도굿 가운데 큰거리에 해당하는 거상춤을 선보인다.황해도 출신의 김금화는 황해도굿의 예술성을 널리 알려 주목받은 이로 중요무형문화재 서해안 풍어제 보유자이다. 최연소 출연자인 한동희(59)는 중요무형문화재 영산재 이수자로,비구니로서는 처음 범패승 계보에 올랐다.지난 95년 국립극장 대극장에서 불교의식을 최초로 무대화한 작업으로 주목받기도 했다.서울 돈암동 자인사에서 수행하며,범패 전수에 전념하고 있는 그는 이번 무대에서 나비춤을 춘다. 대구 춤꾼 권명화(70)와 최희선(74)은 대구 전통춤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박지홍류의 살풀이춤과 달구벌 입춤을 춘다.굿판에서 즉흥적으로 추던 허튼 춤에서 발전한 살풀이춤은 1990년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달구벌 입춤은 박지홍류의 춤을 최희선이 추면서 붙여진 이름으로,춤을 배울때 첫 발을 떼는 춤이기도 하다.(02)3446-6418. 이순녀기자 coral@˝
  • 골프/기다렸다, 탱크

    ‘탱크’ 최경주(사진·슈페리어·테일러메이드)가 드디어 2004미프로골프(PGA) 투어 필드에 모습을 드러낸다. 하와이에서 치러진 ‘알로하 시즌’과 지난주 캘리포니아주 라킨타의 PGA웨스트골프장에서 끝난 밥호프크라이슬러클래식까지 시즌 초반 3개 대회를 쉰 최경주가 첫 출전하는 대회는 29일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TPC(파71·7059야드)에서 개막하는 FBR오픈(총상금 400만달러). 긴 동계 휴식을 마친 최경주가 올시즌 처음 선택한 이 대회는 2002년까지 71년간 ‘피닉스오픈’이라는 이름으로 치러지다 주최측이 투자은행 FBR를 타이틀스폰서로 영입하면서 지난해부터 명칭을 바꿨다. 지난해에는 개막전인 메르세데스챔피언십부터 출전한 최경주가 올시즌 이 대회를 첫 대회로 택한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우선 지난 시즌이 끝난 뒤 프레지던츠컵과 타깃월드챌린지 등 각종 이벤트 출전과 연말 아들 출산 등으로 동계훈련을 늦게 시작하는 바람에 제 컨디션을 찾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더 큰 이유는 ‘출전 전대회 컷통과와 메이저 우승’이라는 올시즌 목표와 관련이 있다.최경주는 2년전 이 대회에 첫 출전해 이틀 연속 70대 타수에 머물며 탈락했고,개막전에서 준우승한 지난해에도 2타차로 컷오프의 수모를 당했다. 2년 연속 컷오프된 대회를 첫 출전 대회로 택한데서 최경주다운 각오와 배짱을 읽을 수 있다.출전 전 대회 컷 통과를 목표로 한 마당에 그동안 가장 성적이 나빴던 대회를 택해 가능성을 시험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는 것이다.지난 5주간 강도높은 체력 훈련과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체중을 4.5㎏ 가량 줄여 한결 가볍고 부드러운 스윙을 만든 최경주는 “첫 시험무대부터 목표는 우승”이라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물론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개막전 우승을 아쉽게 놓친 뒤 1주를 쉰 지난해 상금왕 비제이 싱(피지)이 디펜딩챔피언으로 나서고,밥호프크라이슬러클래식에서 19개월만에 우승 갈증을 푼 필 미켈슨도 2주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지난 시즌 막판 4주 연속 ‘톱10’ 진입 등 기복없는 플레이를 펼치며 올시즌 활약을 예고한 최경주가 이들을 딛고 ‘출전 전대회 컷통과와메이저 우승’이라는 목표의 첫 발을 제대로 내디딜 지 관심이 모아진다. 곽영완기자 kwyoung@
  • “힘겨웠던 삶 자체가 형벌”장애손녀 살해한 할머니 정상참작 집유

    중증 장애를 가진 손녀를 살해해 구속된 70대 할머니가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창원지법 통영지원 형사합의부(부장판사 이학수)는 20일 정신지체 1급 장애아인 손녀 최모(10)양에게 극약을 먹여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징역 5년을 구형받은 이모(79·경남 고성군)씨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가 인간으로서는 차마 하지 못할 범죄를 저질렀지만 자기 한 사람의 희생으로 모든 가족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범행이 이뤄졌고 그동안 살아온 인생 자체가 형벌 이상의 고통이었음을 참작,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판시했다.재판부는 또 “피고가 고령인 데다 짧으나마 구속 이후 50여일간 수감생활을 통해 충분한 죄값을 받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지난해 11월5일 오후 7시30분쯤 아들 최모(38·중장비 기사·고성군 거류면)씨의 집에서 손녀에게 독극물을 먹여 숨지게 한 혐의로 수사를 받아오다 한달 뒤인 12월6일 경찰에 구속됐다. 이씨는 경찰에서 손녀가 말을못하고 대소변도 가리지 못하는 데다 간질까지 앓아 아들 부부가 그동안 치료비로 4000여만원의 빚을 지는 등 생활고를 겪는 것을 보다 못해 이같은 일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창원 이정규기자 jeong@
  • 독자의 소리/ 개업도우미 심한 노출 규제를 외

    개업도우미 심한 노출 규제를 요즘 많은 업소에서 개업할 때 도우미를 고용해 전단지를 나눠주거나 확성기를 크게 틀어놓고 춤을 추며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잡으려고 한다. 그런데 이런 모습들을 보면 문제가 많은 것 같다.우선 20대 초반이나 10대의 고교생들이 대부분인 도우미들의 옷차림이 민망스럽다.주택가 근처의 상가에서 노출이 심한 야한 차림으로 초등학생이며 중학생들에게까지 전단지를 건네는 모습이 별로 좋아보이지 않는다.이처럼 댄스 도우미들이 춤추는 곳을 지나다 보면 야한 옷차림의 도우미를 보려는 어린 학생들이 많고 더구나 음악을 크게 틀어 놓아서 여간 시끄러운 게 아니다. 진정으로 장사를 잘 하려면 물건의 품질에 더 신경을 쓰고 친절봉사하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이런 이벤트성 행사 때문에 손님이 더 늘어나는 것은 아닐 것이다.주택가에서 흔한 이같은 도우미들의 옷차림이나 소음에 대한 규제가 있어야 할 것이다. 최재선 (서울시 은평구 갈현동) 주민등록부 한자병기 필요 장기간 제한적인 한자사용이 계속되어 온 탓에신문,간판을 비롯하여 각종 서적 등에서 한자를 찾아볼 수 없는 현상이 지속되면서 한자는 이제 퇴출문자로 변하고 말았다. 내가 중·고교를 다녔던 1950년대에는 한자교육이 지금보다 열악했지만 한자가 널리 사용되어 불편없이 읽고 썼다.그런데 한자 수가 더 많아진 지금 체계적으로 가르쳐도 대부분 ‘한맹’이 된 것은 무슨 이유인가. 가르치기만 하고 사용하지 않은 탓에 사문자가 됐고,단순히 학생을 괴롭히는 시험과목으로 변질됐기 때문이다. 한자를 알 만한 60∼70대도 너무 사용을 안해 거의 다 잊었고 40∼50대는 본적,현주소는 물론 한자로 된 가족 이름을 쓸 때 애를 먹을 정도다. 중국 일본 등 주변국과의 관계는 물론,세계화 차원에서 한자사용은 확산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우선 주민등록원부의 주소를 한자와 한글로 같이 썼으면 한다. 황현성 (경기 화성시 대안읍)
  • [농촌경제 비상구가 없다](4)일년내내 일해도 남는게 없어-어느 소득작목 농가의 눈물

    시쳇말로 ‘골병’이 든 마을이 있다.수십년씩 농사일에 매달린 농사꾼치고 신경통이 없을 리 만무지만,무릎 관절통에 허리통증을 호소하는 주민들이 유난히 많다.집안에는 몸에 붙이는 파스가 통째로 있고,머리 아플 때 먹는 항생제는 농가의 필수품이다. ●쥔 건 없고 몸만 망가져 전남 보성군 조성면 귀산리 수당·귀산마을.하우스(온상)를 가장 먼저 시작한 하우스 ‘원조마을’이라고 소문난 곳이다.주민들은 “아이고! 쥔 건 없고 몸뗑이만 망가졌지.다 하우스병이제,뭐.”라며 스스로를 진단했다. 지금은 많이 줄었지만 30여 농가는 여전히 방울토마토가 주 소득원이다.마을에서는 1988년 전국에서 가장 먼저 방울토마토를 재배했다는 자부심이 남다르다.당시 방울토마토를 이고 지고 서울이나 광주로 가서 팔 때면 “산에 맹감 가져 왔느냐,산딸기냐.”며 조롱당하기도 했다. 68년 대나무를 꽂고 볏짚으로 만든 거적을 덮던 시절부터 하우스에서 굵은 토마토를 수확했다는 김용래(63·수당마을)씨는 “낮에는 어지러워서 온상에 들어가지도 못한다.”고 했다.옆에서 술잔을 들이키던 박영수(64)씨는 “온상에서 일하다가 중간중간에 바깥 바람을 쐬러 나와야 가슴이 안정되지라우.”라고 거들었다. 이 집에 놀러온 옆집 할머니는 “젤로 뒷머리가 땡겨 진통제를 많이 묵은디.다 아는 병인께 아파도 약국에 가서 파스나 사다가 붙이고 말지 뭐.”라며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되는 병으로 여겼다.동네 골목에서 만난 70대 할머니에게 “하우스 하시냐.”고 하자 “아이고 온상 일에 몸서리가 쳐 오래 전에 때려치웠다.”며 뒤도 안돌아보고 갔다. ●신경통등 일년 내내 잔병치레 하우스 일이라는 게 눈뜨면 나가고 해진 뒤 보온덮개로 갈무리를 해야 끝난다.담배도 안피우는 데 가래에다 잔기침으로 고생한다는 귀산마을 이장 임영수(48)씨는 “4월만 지나면 하우스 안은 30∼40℃로 올라가고 높은 습도로 후텁지근해 그야말로 찜통”이라며 “주민들 가운데 기관지가 안좋고 감기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적잖다.”고 말했다. 옆마을인 수당마을 이장 임영모(47)씨는 “어머니(68)도 하우스에만 가면 얼굴이 벌게지고 몸에두드러기 같은 게 난 적이 있다.”면서 “작물 이랑 사이에서 왼종일 쪼그리고 앉아 일하다 보니 무릎 관절이나 팔다리가 쑤시고 아픈 게 어쩌면 당연한 이치일 것”이라고 말했다. 일하는 아주머니가 토마토 농사 ‘달인’이라고 치켜세운 오근호(57)씨는 “원래 내가 젊어서부터 밥을 많이 묵는 밥 호랭이였는디,아 요즘에는 하루에 한 공기도 못먹는당께.”라며 오히려 “그런 내가 어째서 달인이냐?”고 반문했다.마을에서 가장 젊은 정평오(38)씨는 “9년째 하우스를 하는데 빚만 1억원을 져 돌파구를 찾으려고 5년 전에 토마토에서 부지화(한라봉)로 작목을 바꿔 올해 첫 수확을 한다.”며 한 개를 따 맛보라고 권했다 특별취재팀 대구 김상화 대전 이천열 광주 남기창기자 ■연대보증 도미노 파산… 마을 쑥대밭 “그 사람이 호의호식하다 부도났으면 원망이라도 할 텐데….” 오이 작목반 동료의 보증을 섰다가 그의 빚까지 떠안은 충북 옥천군 청산면 지전리 김학도(45)씨는 하루에도 수십번 이렇게 탄식한다.그는 “소금을 안주삼아 소주를 마시던 사람이라 욕할 수도 없다.”며 “악하게 산 것도 없는데 웬 천벌이냐.”고 한탄했다. 김씨가 한모(53)씨에게 보증섰다가 떠안은 빚은 2000만원.한씨는 미안한 마음에 자신이 하던 2500평짜리 하우스 시설을 김씨에게 넘겼지만 4년째 놀리고 있다.자기 하우스 1500평을 운영하는 것조차 벅차기 때문이다.돈이 안되는 하우스를 물려받았을 뿐 땅은 남의 것이어서 매년 370여만원의 임대료만 물고 있다. 김씨 등이 오이 작목반을 구성한 것은 1996년.주민 8명이 작목반을 만들어 오이 재배에 나섰으나 IMF사태 후 어려움이 계속되다 2000년 한씨 등 회원 대부분이 동시다발로 무너졌다.외부인에게 보증 부탁이 어려워 서로 서준 게 탈이 났다.연대보증이 서로 얽히고 설켜 한 명이 무너지면 연쇄 붕괴되고,빚이 많다 보니 농산물 가격이 폭락하면 동시에 부도가 난다.김씨는 “개인당 빚이 1억원 안팎이면 계속 농사를 지어 갚아 보려고 애쓸 텐데 대부분 그 이상을 넘어 어쩔 수 없이 무너진 것”이라고 말했다. 작목반은 ‘쑥대밭’이 됐다.유모(50)씨는 논밭을 다 팔아빚을 갚고 도시에서 야채장사를 한다.구모(44)씨는 도시로 가 막노동을 한다.어떤 회원은 저온창고 사무실에서 잠을 자면서 주변 공사장에서 막노동을 한다. 김씨는 “쌀이 떨어져 굶고 있는 동료를 보면 같은 농민이지만 눈물이 난다.”고 울먹였다.한 회원은 병을 얻어 일찍 세상을 떴고 박모(44)씨는 다시 오이를 키우며 재기를 꿈꾸다 2002년 여름 태풍에 하우스가 날아간 뒤 고향을 등져 연락이 끊겼다.이 마을 최고 대농인 한 명은 그때 보증으로 물린 빚을 아직 갚지 못해 허덕이고 있다.명문대 농대 출신으로 젊음을 농촌에 바친 한씨는 현재 농협의 토양검정 용역을 받아 그 수입으로 농협 빚을 갚고 나머지로 사글세 집에서 어렵게 살고 있다. 지난 14일 이 마을을 찾았더니 하우스라는 하우스는 대부분 비닐이 갈기갈기 찢겼고,하우스 안은 마른 풀로 가득했다.김씨는 일이 터진 뒤 토마토 하우스 재배로 바꿨다.하지만 그도 한씨의 보증 빚,마을 친구와 친척에게 보증을 섰다가 물린 빚,자신이 농사를 짓다 진 빚 등이 총 2억원 이상돼 마음은 늘 불안하다. 벼농사만 짓다 답답해 오이 재배에 손을 댄 그는 “일이 터진 뒤 몇 달은 술로 지냈다.”며 “일부는 지금도 서로 얼굴 보기를 꺼린다.”고 한숨을 내쉬었다.김씨가 다닐 때 한 학년에 400명이 넘던 청산초등학교는 인근 3개 학교를 통폐합해 면내 유일한 초등학교로 남아 있지만 40명이 채 안돼 이 마을의 쇠락을 대변해 주었다.김씨는 “자살하고 싶어도 처자식과 새싹이 돋는 작물이 생각나 못한다.”면서 “새벽 4시에 일어나 자정까지 일해도 빚 갚을 길이 막막해 힘이 안난다.”고 맥없이 말했다. 특별취재팀 sky@ ■결혼 11년만에 8억 빚진 부부 농사 100마지기에 하우스 1200평으로 부농(富農) 소리를 들을 만도 한데,아이들에게 변변한 옷 한 벌 못 사주는 기막힌 농촌가정이 있다.김태환(42·전남 장흥군 관산읍 남송리)·서선희(34)씨 부부는 암담한 현실 앞에서 눈물로 삶을 이어간다. ●잘못된 보증·영농비 상승 빚 눈덩이 1988년부터 농사를 지어온 김씨는 대농(大農)으로 선진농업인에 뽑히는 등 남부럽지 않은 부자였다. 결혼 11년째인 이들이진 빚은 김씨가 7억 700만원이고,부인 앞으로 대출받은 1억 6000만원 등 모두 8억 6700만원이다. 비극이 싹튼 것은 IMF사태 직후인 98년.94년 이웃에게 1억 5000만원 보증을 섰다가 농협으로부터 보증빚 상환 독촉을 받았다.적금을 깨고 2000만원을 빌려 7000만원을 갚았다.그해 트랙터와 콤바인을 사느라 자신도 1억원을 빚졌다. 하지만 15∼24%에 이르는 살인적인 이자로 원금 1억 8000만원이 2000년 3억 4700만원으로 불어났다. 이자를 내느라 이곳저곳에서 대출 횟수가 늘었다.2000년에 보증선 5000만원이 또 터졌다.그러다 보니 2001년에는 5억 2300만원,2002년 6억 2900만원,2003년 5억 3700만원으로 자고 나면 빚이 눈덩이처럼 늘었다. 지난해 김씨 부부는 이자로만 4300만원을 냈다.주위에서 생활비와 농사 경영비 등으로 진 빚 4000만원도 갚았다.이 과정에서 2500만원을 또 빌렸다.100마지기 농사 매출액은 5000만원이다. ●논 담보 설정돼 있어 팔지도 못해 김씨는 “논을 팔아서라도 채무를 정리하고 싶지만 농협 등에 설정이 돼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고 한숨을 지었다.“기가 막힌다.”는 부인은 “아이들(2남1녀) 유치원비와 학교 다니는 아이가 급식비 6만 400원을 제때 못내 칠판에 이름 적히고 선생님한테 핀잔까지 들었다는 말을 듣고 살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며 눈물지었다. 특별취재팀 ■영농비·농산물값 등락비교 ‘농산물 값은 종종걸음,영농비는 뜀박질’ 농산물 값은 최근 8년간 별 차이가 없다.반면 영농비는 크게 올라 영농 압박의 주요인이 되고 있다. 농수산물유통공사와 농협중앙회 등에 따르면 쌀값(연평균,중품,도매기준)은 정부의 쌀 수매가격 인상 덕을 봐 1994년 ㎏당 1550원에서 2002년 2263원으로 45% 올랐다..반면 양념·채소류인 건고추(태양초,중품,㎏당)는 7183원에서 7782원으로 8.3% 인상됐다.마늘(한지형,중품,접당)은 1만 2660원에서 1만 1497원으로 1163원 하락했다. 양파(〃 ㎏당)는 784원에서 342원으로 폭락했고,과일은 사과(후지,중품,㎏당)가 1534원에서 2758원으로 1224원 인상된 반면 배(신고,상품,10개당)는 2만 2169원에서 2만 648원으로 1521원이떨어졌다.품삯(성인 남자)은 3만 1313원에서 5만 3093원으로 70% 폭등했다.농기계(이앙기) 사용료도 2만 2220원에서 3만 2564원으로 46% 올랐다.농약값(가격지수 100기준)은 76.4에서 102.7(26.3%)로,비료값은 64.7에서 100.1(35.4%)로 뛰었다.배합 사료값(25㎏,육성돈용 포대당)은 2500원대에서 8400원대로 급등했다.농가당 부채는 788만원에서 1989만원으로 1201만원이나 늘어 이자부담이 이만저만 아니다. 특별취재팀
  • [농촌경제 비상구가 없다](1)무너지는 소도시 상권

    농촌 경제의 어금니였던 읍내 상권이 무너졌다.구매력의 원천인 농민들은 호주머니가 비었다.농협 빚이 자라나 원금과 이자를 제때 갚지 못하는 연체자 비율이 회원농협별로 조합원의 8∼20%를 웃돈다. 대목 중의 대목인 설이 코앞에 닥쳤지만 읍내 거리는 썰렁하다.경기(景氣)라는 말 자체가 사라졌다고 한다. ●물좋다는 다방·모텔 매물 홍수 이농에 따라 인구가 줄면서 관공서들도 하나 둘 떠났다.자석처럼 손님을 끌고 다니며 읍내 경제를 쥐락펴락 하던 공무원들도 철수하거나 구조조정으로 그 수가 크게 줄었다. 또 읍내 우회도로나 국도 주변에 들어선 대형 할인마트들이 주차시설과 값싼 가격,편리함을 내세워 수백명이 북적거리는 시장을 대신하고 있다.여기다 고속도로 등 도로 확장·포장과 개설로 접근성이 좋아지자 읍민들도 시 단위 시장을 찾아간다.경북에서는 2001년 이후 대구에서 왜관,김천∼구미,구룡포∼포항 국도가 4차로로 확장되면서 군위·의성·청도·칠곡군 등 대구권역 군들은 개발 기대와는 달리 지역상권이 오히려 위축됐다.특히 중앙고속도로 개통 이후 인근 군 지역의 인구가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으며,시가지 상가매출도 크게 떨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군청과 가장 번잡하다는 중앙로·버스터미널·5일시장 주변 등 이른바 황금상권도 수천만원을 웃돌던 권리금이 없어졌다.상인들은 “경기침체라는 홍역에다 농촌붕괴로 상가마다 링거를 꽂고 연명하는 중환자 신세”라며 하소연이다.“하던 일인데다 마땅히 할 것도 없고 내 집이어서 하루하루 장사한다.”며 더 묻지 말라고 손사래다.읍내마다 내려진 셔터나 출입문 위에 ‘휴·폐업.임대.건물 세놓음.몽땅세일’ 등 부도난 건물에나 붙어 있을 법한 종잇장이 나붙어 있다.2000년대 이후 ‘물좋다.’는 다방이나 모텔도 매물로 쏟아지고 있다. ●의성군 1년새 100여개 문닫아 가장 큰 문제는 농촌에 현재 소득원이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는 불확실성에 있다.이 때문에 고향을 지키던 젊은이들이 도시로 도시로 흘러들고 있다.날품을 팔고 노점상을 하더라도 도시가 낫다는 생각에서다.하루라도 빨리 고향을 뜨는 게 당대는 몰라도 자식을위해서라도 밑지지 않은 장사라고들 말한다. 특별취재팀 대전 이천열 광주 남기창 대구 김상화기자 농도인 전남도는 어느 지역보다 심각하다.전남도민(206만명)의 25.3%인 52만명이 농민이다.도내 22개 시·군 중 5개 시를 제외한 17개 군의 경우 전체 주민의 절반이 농민이다.65세 이상 노인 비율이 전 군민의 20%를 넘는 곳도 있다.강진군의 경우 관내 130개 중소기업 가운데 최근 2년 새 11개가 휴업하고 5개가 폐업했다.읍내 상가번영회 김병완(60) 회장은 “군민 전체라야 5만명도 안되는데 무슨 장사가 되겠느냐.”며 “읍내 600여개 상가 가운데 지난 2년 동안 100여개 업체가 휴·폐업했다.소규모의 구두가게·양복점·식당·옷가게 등이 손들고 나갔다.”고 말했다. 마늘과 사과·고추 주산지로 돈이 돌았던 경북 의성군을 비롯해 군위와 예천,영양,청송군의 읍내도 폐업과 매물로 넘쳐난다.의성군의 경우 1800여개 업소 가운데 1년 새 100여개 업소가 문을 닫았다.800여개가 가게를 내놨으나 거래는 사실상 이뤄지지 않는다.가게당 1000만∼5000만원씩하던 권리금이 공중에 떴다.문을 연 가게들도 매출이 지난해의 50∼80%선으로 격감했다.수개월째 임대료를 못내는 경우도 적잖다.종업원 해고 등 자구책을 쓰지만 ‘언발에 오줌누기’ 식이다.세입자들은 주인의 독촉에 사채와 신용카드 돌려막기로 버티고 있다.부도 위기설로 술렁거린다.옷가게를 하는 김모(43·여)씨는 “농촌경제 붕괴로 읍내 상가가 줄줄이 쓰러지는 도미노 현상이 일고 있다.”며 “특단의 조치가 없을 경우 이제 상권붕괴는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충남에서 군세가 가장 작은 청양군 읍내는 휴·폐업중인 점포수가 전체 80∼90개 가운데 10여개를 넘었다.부동산업을 하는 이상선(58)씨는 “10년 전만 해도 5일장이 서면 버스 안에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가득차 장날 분위기가 났는데 요즘은 서너명만 내리고 장날도 썰렁하기만 하다.”고 말했다.예전에 손수 가꾼 농산물을 바리바리 이고 와 팔던 농민들 대신 트럭에 물건을 가득 떼온 떠돌이 장사꾼들이 장터 곳곳을 메우고 있다. ■무너지는 소도시상권 르포 지난 9일 대구에서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1시간30분여만에 도착한 경북 의성군 의성읍내는 날씨처럼 을씨년스럽기만 했다.사람들로 붐벼야 할 점심 시간인 데도 한산하다 못해 적막감마저 감돌았다.눈 앞에 보이는 몇몇 상가들은 문이 잠기거나 셔터가 내려져 있었다.7만 군민들의 중심 상권이라는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상가 임대·매각 딱지만 ‘더덕더덕' 필름을 사려고 들른 한 사진관에서는 난방을 하지 않아 한기가 돌았다.한참만에 밖에서 들어선 주인에게 “장사하지 않고 어디 다녀 오세요.”라고 묻자 “손님도 없는 점포를 지키면 뭐 해요.인근 가게 주인들 대여섯이 모여 매일 고스톱이나 치고 놀죠.”라며 퉁명스럽게 대답한다.건너 편에서 부동산을 하는 이성민(60)씨는 “전체 점포 중 절반 정도가 휴업하거나 세로 내놓았지만 거래는 전혀 없다.”며 “그동안 점포세로 재미를 봤던 건물주들도 세입자들이 불황으로 세를 연체하자 건물 관리가 안돼 매물로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 지역에서 나오는 생활정보지도 태반은 건물 임대·매물란으로 채워져 있었다..군청앞에서 식당을 하는 김종우(59)씨는 “요즘 손님을 받지 못하는 날이 다반사”라면서 “식당한 지 1년이 지났으나 때려치워야 할 판”이라고 씁쓰레한 표정이었다.의성농협의 한 직원은 “예전 같으면 상가 주인들이 평균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까지 하루 매상을 들고 왔지만 요즘에는 그 분들 얼굴조차 보기 어렵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인구 3만 8000여명으로 충남도에서 가장 적은 청양군 읍내는 산사(山寺)와도 같았다.9일 점심 때,외관상 그럴듯한 식당에 들어섰으나 주인과 종업원인 듯한 여자 4명만이 식사중이었다.주인은 “장사,말도 말아라.하루종일 파리만 날린다.어디 밥먹고 살겠느냐.”고 푸념부터 늘어놓았다.문 닫은 상가와 ‘무조건 1만원’이란 딱지가 붙은 가게도 듬성듬성 보였다. ●군청직원 월급일부 상품권으로 곡창지대인 예산군 읍내는 초저녁인데도 서너집 걸러 한집씩 불이 켜지지 않았다.급기야 예산군은 지역상권 활성화를 내걸고 직원들의 월급 가운데 실·과장은 10만원,6급 이하는 5만원짜리 상품권으로 대체해 지역상품을 의무적으로 사도록 했다. 전남 장흥군 장흥읍은 탐진댐 건설에 따라 읍내 식당(523개)과 유흥주점(36개) 등이 한동안 특수를 누렸으나 겨울해는 길지 않았다.식당을 하는 이동철(43)씨는 “주민들 보상이 마무리되면서 식당이고 술집이고 썰렁해 졌다.”고 말했다. 국도 2호선(부산∼목포)이 왕복 4차로로 뚫리면서 목포시와 20분거리로 좁혀진 강진읍은 상권 붕괴가 가속화했다.읍내에서 비교적 목이 좋은 매일시장이나 5일시장이 가장 먼저 손님을 빼앗겼다.5일 시장에서 20년 넘게 옷가게를 해온 구연호(65)씨는 “이러다간 굶어 죽겠다.하루 3만∼4만원어치 파는 게 고작”이라며 “하루 매상 30만원씩 올리던 80년대 시절이 그립다.”고 회고했다.이 시장 내 장옥(점포) 120개 가운데 20%는 비었다.윤천식(63) 시장상가번영회장은 “23년째 시장에서 장사를 하는데 7∼8년 전부터 매상이 뚝 떨어져 부부 인건비나 건지는 셈 친다.”면서 “시장에 오는 사람 찾기가 힘든 판이니….”라면서 혀를 찼다.군에서는 시장 활성화를 위해 20억여원을 들여 장옥을 현대식 건물로 단장했고 주차장(70대)도 짓는다.입점 상인들도 친절과 청결 등 소비자 만족을 위한 자체 교육에 눈을 돌리고 있다.시장통에서 만난 주민들은 농협이나 개인이 운영하는 할인마트가 그나마 있는 손님까지 몽땅 훑어갔다고 불평불만이다.시장안에서 40년도 넘게 콩나물과 두부·대파·시금치 등을 팔아온 할머니 세분은 “오늘은 아직 개시도 못했다.저쪽에 있는 마트에서 두부나 콩나물을 여기보다 100원씩 더 싸게 판다.”며 성질부터 냈다. 특별취재팀 ■러브호텔 불황 직격탄 농촌에서 불황을 비웃으며 현금을 거머쥐던 모텔(러브호텔)이나 다방도 2000년대 들어 맥을 못추고 있다.우후죽순 격으로 늘던 모텔도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또 웬만한 읍내마다 50여개를 웃돌던 다방도 여종업원들이 티켓비(일명 봉값·시간당 2만∼2만 5000원)를 못 채우는 불황에 휴업이 속출하고 있다.읍내 소재 다방마다 아가씨 4∼7명을 두고 장사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러브호텔로 통칭되던 여관이 충남 연기군 50개,금산군 55개에 이른다.그러나 농촌경제가 결딴나면서 회전율이 예전 같지 않다고 한다.기름값도 안 나오고 매매가마저 폭락해 이중고다.금산읍 H모텔 종업원은 “모텔 손님들이 1997년 외환위기 전의 절반도 안 된다.”고 말했다. 연기군내 다방은 140개에서 112개로 줄었다.조치원읍내의 한 다방 여주인은 “아가씨 구하기도 어렵고 장사도 잘 안돼 일부 티켓다방 등은 노래방으로 업종전환을 하는 판”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40여개의 러브호텔이 몰려 있는 팔공산 자락인 경북 칠곡군 동명면에는 매물 10여개가 나왔다.20∼50여개의 객실을 갖춘 러브호텔 가운데 최근에 지은 10∼20%만 그런대로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20억원을 호가하던 매매가는 13억원으로 내려갔다.임대기간이 끝난 D모텔 등도 올 들어 임대료를 30∼40%가량 낮췄다.군위군 동산리 10여개의 러브호텔 가운데 2곳이 문을 닫았고 나머지는 개점휴업 상태다.의성군에는 다방 161곳이 등록돼 있지만 영업중인 곳은 100여곳이다.군위군 61곳,영양군 43곳도 20%가량 휴업중이고 나머지도 도산위기다. 전남 보성군도 99년 하루에도 서너개씩문을 열던 다방이 한때 120여개였으나 지금은 87개다.이 가운데 정상영업은 절반에도 못 미친다.인근 장흥군도 다방 83개가 있으나 손님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여종업원 4명을 둔 P다방 업주 김모(39·여)씨는 “예전에 월 평균 1000만원까지 오르던 매출이 300만∼400만원도 간신히 건진다.”고 말했다.군청 위생계의 한 직원은 “몇 년 전만 해도 다방 아가씨들의 봉값(티켓비)을 둘러싼 실랑이나 신고가 잦았으나 지금은 기억조차 가물거린다.”고 밝혔다. 특별취재팀 ■점포 임대·매매 실종 “상가 점포 임대요.더는 말 마이소.불황에 누구 속 뒤집어 놀라캅니까.” 경북 의성군의 ‘명동 거리’로 불리는 의성읍 후죽리에 사는 임모(68)씨는 요즘 화병이 났다. 10여년전에 신축한 건물(4층) 점포 대부분(1∼3층,100여평)이 3년째 텅텅 비어 있기 때문이다.1층 20여평을 임대한 것이 고작이다.4층은 살림집이다.불과 몇 해 전만 해도 가게 임대문제론 걱정을 하지 않았다.오히려 큰소리 떵떵 치면서 세를 놔 먹었다.‘노른자위’ 점포여서 사람들이 줄을 서세들기를 기다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가 경기가 주저앉기 시작한 2001년부터 점포세가 슬슬 빠지더니,다시 나가지 않고 있다.1년전부터 점포세를 예전의 절반 정도로 내렸지만,감감무소식이다, 임씨는 “점포세 놔 먹기가 이젠 끝장난 것 같다.”며 “‘애물단지’가 된 건물을 매각하려고 해도 그마저 어렵다.”고 한숨 지었다. 인근 건물에서 점포 20여평을 세 얻어 식당을 운영하는 박모(49·여)씨의 심정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 매출부진으로 7000만원을 투자한 점포를 십 수개월전부터 처분하려고 해도 임자가 나서질 않는다.그저 울며 겨자 먹기식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한달에 50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려야 본전치기라도 되지만,300만원 정도가 고작이다. 특별취재팀
  • “안정제 갖고다녀 동료 구했죠”‘그림그리는 119알리미’ 박주경 소방위

    “웬 신경안정제를 늘 갖고 다니냐고요? 작든 크든 사고는 누구에게나 예고 없이 나타나기 때문이죠.”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조형갤러리에서 전·현직 공무원 화가 모임인 ‘상록회’의 창립 10돌 기념 전시회를 마친 서울시 소방방재본부 박주경(사진·39·여·소방위) 주임은 작품 얘기 간간이 119구급대에 대해서도 진지함을 보였다.그는 방재본부 구급팀 소속이면서 한국미술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상록회 멤버 150여명 가운데 소방직으로서는 유일하다. 상록회는 아마추어 동호회이지만 활동이 맹렬한 한국미협 소속의 ‘프로’들이 많다.자신도 100여 차례의 전시회에 200여 작품을 내놓은 15년 경력의 베테랑이다.팬도 있다며 자랑한다. “본업인 ‘119알리미’ 역할에 힘쏟는 것은 위급한 일을 맞닥뜨렸을 경우 신속히 대처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평소 갖도록 돕는 게 가장 큰 목적입니다.소방관들의 어려운 일을 알리는 일은 그 다음이지요.” 박씨는 스러져가는 생명을 구한 소방관으로서의 소중한 경험을 털어놨다.지난해 8월 전북 남원에서 70대 동료 회원이 갑자기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가슴을 움켜쥐는 모습을 보고는 소방관 특유의 ‘감각’으로 손가방에 넣고 다니던 안정제를 먹여 생명을 구했다. 직업인으로서는 기관장인 소방서장(소방정)으로 승진해 멋진 삶을 사는 것,예술인으로서는 정년퇴직 후에도 여생을 그림 그리며 작은 화랑을 갖는 게 꿈이라는 그는 아직 미혼이다. “아무리 직장,미술활동에 협조해주는 남편을 만난다고 해도 입지가 좁아지는 건 분명해 보여 망설여져요.” 송한수기자 onekor@
  • 올해만 27명 어린목숨이…자식을 죽이는 사회

    어린 생명들이 다른 사람도 아닌 부모의 손에 목숨을 뺏기는 끔찍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주로 빚에 찌들린 부모들이 ‘아이의 불행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일을 저지르고 있다.전문가들은 자녀를 소유물이나 분신으로 생각하는 부모의 왜곡된 가족관,예방·보호장치를 마련하지 못한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가 이같은 현상을 부추긴다고 지적한다. ●상담창구조차 없는 사회 자녀 살해 사건의 이면에는 사회에서 버림받거나 신용불량자로 몰린 ‘신빈곤’의 문제가 있다.카드 빚과 사채가 계속 불어나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가 되면 최후의 극단적 선택을 한다.일을 저지르기까지 개인과 가족이 엄청난 고통을 겪고 고민을 하더라도 우리 사회에는 상담 창구조차 없다는 데 심각성이 크다.개인파산 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하고 있다.빚에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절실하다. 지난 19일 발생한 ‘남매 한강투기’ 사건에 앞서 7월에는 인천에서 30대 주부가 카드빚에 시달리다 세 자녀와 함께 아파트에서 투신 자살했고,9월에는 전주에서 생활고를 비관한 가장이 아내,세 자녀와 함께 차에 불을 질러 5명 모두 숨졌다.지난 3일에는 70대 할머니가 아들의 생활고를 덜어주겠다며 손녀를 살해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올해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거나 동반 자살한 사건은 모두 20건으로 27명의 어린이가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귀한 생명을 잃었다. 중앙대 사회학과 신광영(49) 교수는 “제대로 돼있지 않은 정부의 복지체계가 생계비와 양육비 부담을 부르고,자녀 살해라는 극단의 결과까지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올해 27명 어린 목숨 부모 손에 사라져 부모의 자녀 살해는 미래에 대한 극단적인 비관이 부르는 일종의 ‘정신파괴’다.서울대 사회학과 서이종(42) 교수는 “미래가 없고 원칙이 뒤집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서로 합의된 룰을 가지고 정진하기보다는 심리적으로 좌절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부모’라는 역할을 성숙하게 해낼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교육이 뒷받침돼야 한다.중앙대 의대 필동병원 정신과 기백석(51) 교수는 “남매를한강에 투기한 사건에서 보듯 정신지체가 100% 사고의 원인이 될 수는 없다.”면서 “자녀를 양육할 준비가 되지 않은 미성숙한 가치관이 화를 불렀다.”고 말했다. ●비정한 아버지 구속 서울 용산경찰서는 21일 카드빚에 쪼들려 두 자녀를 한강에 던져 숨지게 한 이모(24)씨를 살인혐의로 구속했다.이씨는 이날 오전 서울지방법원 서부지원에서 받은 영장실질심사에서 “동작대교 위에서 계획적으로 벌인 짓을 모두 인정한다.”면서 “순간적인 판단 잘못으로 아이들을 숨지게 한 것을 무척 후회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지난 20일 오전부터 동작대교 일대 물밑을 수색해 이씨가 두 자녀를 던진 지점에서 하류 쪽으로 20여m 떨어진 물속에서 시신을 모두 찾아냈다.모두 티셔츠 차림으로 두 팔을 조금 굽혀 앞으로 내민 채 몸이 얼어 있었다. 이영표 이유종기자 tomc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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