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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명민 “제가 비주얼 배우는 아니잖아요?”

    김명민 “제가 비주얼 배우는 아니잖아요?”

    연기를 위해서라면 자신의 외모를 기꺼이 망가뜨리는 배우가 있다. ‘연기 본좌’로 불리는 배우 김명민(40)이다. 새 영화 ‘페이스 메이커’(19일 개봉)에서 평생 다른 선수의 페이스 조절을 위해 달리는 마라토너 주만호 역을 맡은 그는 인공치아를 끼고 노메이컵으로 열연했다. 지난 4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김명민을 만나 영화 이야기를 나눴다. →인공치아 때문인지 전혀 다른 사람 같아 보인다.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란 주만호는 자신의 외모를 돌보지 않을 것 같았다. 주만호를 보고 애처롭게 달리는 ‘병든 말’의 모습이 떠올랐다. 인공치아를 끼고 있으면 치아에 압박을 주기 때문에 이가 시리거나 침을 잘 못 삼켜 발음이 어눌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루저’인 주만호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똑똑하고 명확한 발음보다 부족하고 어수룩한 설정이 더 필요했다. →비주얼은 포기한 것 같던데, 화면에 잘 나오고 싶은 욕심은 없었나. -얼마 전 영화를 봤는데 (내 얼굴을) 정말 못 봐주겠더라(웃음). 그런데, 제가 원래 비주얼로 승부하는 사람이 아니지 않나. 스크린에 내가 어떻게 보이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연기하면서 영화 속 인물이 아니라 김명민이 보이면 그 인물에게 미안하다. 배우는 어떤 사람의 인생을 대신 사는 대변인인데, 만일 나의 잘못으로 인해 그 사람의 인생이 별것 아닌 것처럼 비쳐진다면 직무 태만이지 않은가. →이런 철학때문에 ‘연기 본좌’라는 별명이 붙은 것인가. -(‘연기 본좌’라는 말만 들으면) 손발이 오그라들고 미칠 것 같다. 매번 영화 홍보팀에 그 말만은 빼달라고 사정하는데, 꼭 들어간다. 그런 말이 알게 모르게 안티들을 양산한다. 물론 좋은 의미로 말씀해주시는 것은 알지만, 연기로 비교 기사가 나가는 것은 싫다. 연기는 개인의 취향이지 비교 대상은 아닌 것 같다. 특히 가끔 선배님들이 그 별명에 대해 물으시면 너무 민망하고 부담스럽다. →영화는 마라톤에서 우승 후보의 기록 단축을 위해 투입된 페이스 메이커의 삶을 그리고 있다. 다소 생소한 소재인데,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마라토너는 어떤 도구도 사용하지 않고, 오직 몸 하나만으로 홀로 자신과의 처절한 싸움을 극복하면서 완주해야 하는 경기다. 그것이 제가 연기를 해온 모습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특히 선천적으로 오른쪽 다리에 문제를 극복하고 달려야 하는 만호처럼 저도 영화를 찍다가 오토바이에 다리가 깔리는 사고를 당한 뒤로 만성적인 고통에 시달렸다. 주인공과 저와 여러모로 닮은 점이 많았다. →누군가의 승리를 위해 늘 30㎞ 지점까지 밖에 달릴 수 없었던 만호는 결국 자신만을 위한 마라톤 완주에 도전하게 된다. -좀 진부한 내용일 수도 있지만, 저는 시나리오를 읽고 너무 좋았다. 사실 이 시대의 대다수의 사람들은 누군가의 페이스 메이커로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이 영화는 꿈을 포기한 채 열정을 잃고 살아가는 사람이나 항상 무슨 일때문에 코앞에서 좌절을 맛봐야 하는 98%의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들에게 결승선에서 2%를 넘어설 수 있는 꿈과 희망을 준다는 메시지가 좋았다. →이번에 정말 원 없이 달렸을 것 같다. 마라톤의 매력이 뭔가. -원래 조깅과 등산을 좋아하고, 시간이 날 때마다 남산을 달린다. 마라톤을 완주한 비공식 기록도 갖고 있다. 등산을 하면 잡념이 없어지는 반면, 조깅은 생각이 많아진다. 뛰는 동안 죽을 것 같은 사점(死點)을 수도 없이 겪고, 그때마다 인생의 힘들었던 굴곡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그 사점을 극복하면 환희가 몰려오고 안정이 찾아온다. 마라톤이 30대 중반을 넘어야 좋은 기록이 나오고, 60~70대 할아버지들이 완주 경력을 갖고 있는 것도 달리면서 반추할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생과 마라톤은 닮았다. →배우로서 만호처럼 누군가의 등을 보고 달려야 했던 적은 없나. -연기는 자신과의 문제이기 때문에 누구와 비교한 적은 없다. 하지만, 무명 시절때 서러웠던 적은 많다. 감독이 내 잘못이 아닌데 나를 혼내거나 톱스타에게 쌓인 것을 나한테 풀 때 인간적으로 오기가 생긴 적도 있었다. 2002년부터 영화 세 편이 연거푸 엎어진 뒤 다 포기하고 해외로 이민을 가려고도 했다. 그때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을 만났고, 배우로서 30㎞ 이후를 뛸 수 있게 됐다. →엄청난 체중 감량으로 화제가 된 ‘내 사랑 내곁에’에 이어 이번에도 상당히 몸을 혹사시킨 것 같다. 팬서비스 차원에서라도 좀 멋진 모습으로 나올 생각은 없나. -이번에는 매일 촬영하면서 달리다 보니 저절로 살이 빠진 것이다. 팬들을 위해 멋진 역할을 맡겠다는 생각은 없다. 팬들을 진정으로 위한다면, 자신이 지지하는 배우가 어디 내놔도 남부끄럽지 않고 제대로 ‘팬질’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심어드리는 것이 아닐까. →지난해 설 연휴때도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로 흥행에 성공했다. 이번에도 자신있나. -없다. 영화가 잘 나오는 것은 기본이지만, 그 이후는 제 손을 떠나는 것 같다. 운때도 맞아야 하고…. 흥행은 인간의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앞으로 맡고 싶은 역할은. -두뇌싸움과 심리전의 묘미가 있는 스릴러를 좋아하지만, 이유 없는 살인마 연기는 못한다. 아이가 자라나면서 아버지 작품에서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어제도 이번 영화를 본 아들이 시종일관 울다가 집에 갔다. 아, 로맨틱 코미디는 꼭 한번 찍어보고 싶다(웃음). 김명민이 인터뷰 도중에 가장 많이 쓴 단어는 ‘진정성’이었다. 그의 작품 선택 기준은 시나리오의 진정성과 감독이 주는 신뢰감이다. 그는 이 두 가지만 충족된다면 어떤 캐릭터든, 어떤 감독과의 작업이든 상관없다고 했다. 지금도 늘 분수를 잃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남들의 평가 보다 두 단계 내려서 자신을 본다는 김명민. 연기자로서 겸손함과 진정성이 그를 일인자의 자리에 올려놓은 것이 아닐까.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양궁대표→파산→귀농→간호사로 새출발 “이웃 돕는 ‘봉사 국가대표’가 임진년 포부”

    양궁대표→파산→귀농→간호사로 새출발 “이웃 돕는 ‘봉사 국가대표’가 임진년 포부”

    지난해 12월 29일 경남 창원의 성균관대 삼성창원병원. 30대 남성이 노인의 시신을 천으로 조심스레 감쌌다. 코와 입을 정성껏 닦고 영안실로 옮겼다. 병실로 돌아온 뒤엔 거동이 불편한 70대 노인의 볼일을 돕고 말벗이 되어 줬다. 키 182㎝에 체중 95㎏의 다부진 체격, 병원보다는 체육관이 더 어울릴 법한 그는 전 국가대표 양궁선수 이태영(32)씨다. 지난해 51회 간호사 국가고시에 합격한 뒤 현재 병동지원과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씨는 “아직 정식 간호사로 채용된 것은 아니지만, 환자 이동부터 영안실 이송 준비, 재활지원 등 간호보조 업무를 맡으며 양궁선수에서 간호사로 새출발을 준비하고 있다.”고 쑥스러운 듯 말했다. 이씨의 길지 않은 삶은 험난했다. 엄마 얼굴도 모른 채 자란 그는 조부모 슬하의 어려운 가정 형편 속에서도 1997년 유럽그랑프리 대회 3위, 1998년 세계주니어 선수권 대회 1위 등 주요 대회를 석권하며 ‘양궁 유망주’로 촉망 받았다. 중·고교 시절, 한국을 대표하는 윤미진 선수와도 같이 활동했다. 2000년엔 ‘바늘구멍’ 같다던 국가대표로도 발탁됐다. 당시 오교문(호주 국가대표 감독), 김청태, 장용호 선수 등과 태릉선수촌에서 라이벌로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러나 2000년 시드니올림픽 선발전에서 컨디션 난조로 4위를 기록, 출전에 실패하면서 꼬이기 시작했다. 2002년 제대한 이씨는 지인에게 사기를 당해 수천만원인 전 재산을 날리고 빚까지 떠안았다. 2004년 결혼과 동시에 경남 마산시 진동의 깊숙한 시골 마을로 도피하듯 내려갔다. 모자라는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새벽엔 신문을 돌리고 낮에는 과자를 배달했다. 월세로 얻은 집 인근에서 농작물도 키웠다. 하고 싶은 운동을 접고 뛰었지만 빚에 쪼들렸다. 좌절의 나날이 계속됐다. 은퇴한 지 한참이 지난 2005년 대통령 체육훈장을 받았을 땐 자리에 주저앉아 통곡했다. 그러다 지인 권유로 지금 근무 중인 병원에서 간호보조 업무를 맡았다. 새로운 전환점을 맞은 것이다. 이씨는 “처음 시신을 닦았을 땐 하루 서너번 샤워를 하고 잠도 제대로 못 들었다.”면서 “나보다 더 힘든 환경의 환자들을 돌보고 시신을 마주하며 삶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지금도 새벽에 신문을 돌리고, 쉬는 날 택배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더없이 행복하다.”고 했다. 이씨의 도전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새해엔 정식 간호사가 되고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따 더 많은 이들을 돌보는 게 목표”라면서 “이젠 평생 아프고 어려운 이들을 돕는 봉사 ‘국가대표’로 살고 싶다.”고 임진년 새해의 각오를 다졌다. 글 사진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7090 고령화 뉴패러다임] “직함 연연않고 일 즐기니 덤으로 건강 얻었죠”

    [7090 고령화 뉴패러다임] “직함 연연않고 일 즐기니 덤으로 건강 얻었죠”

    공자는 70세를 ‘종심’(從心)이라고 표현했다. 마음대로 행해도 법도에 어긋남이 없다는 뜻이다. 70세는 우리 사회에서 은퇴자들의 나이다. 대부분의 공공기관과 기업에서 70대를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의학의 발달로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종종 70대에도 일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예전의 70대와는 다른 건강에, 살아오면서 쌓은 노하우까지 갖췄다.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70대. 그들을 만나 봤다. 세계 최정상의 합창단 지휘자이자 ‘남자의 자격’ 청춘 합창단의 멘토 역할로 유명한 윤학원(73) 인천시립합창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는 50년간 지휘봉을 놓지 않고 있는 ‘장인’이다. 수십명의 연주자들을 2시간동안 이끌어가는 지휘자는 체력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윤 감독은 “요즘 60·70대는 예전과 다르다.”면서 “체력적으로도 문제가 없고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이 무엇인지 인생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면서 지휘에 있어서 새로운 것들을 배워 가고 있다.”고 말했다. 윤 감독은 젊었을 때와 지금의 가장 큰 차이는 사람에 대한 이해라고 말했다. “예전에는 성격이 불 같았죠. 좋은 말로 하면 호랑이 선생님이고 다르게 이야기하면 ‘버럭’하는 성격이 있었죠.”라며 “하지만 요즘에는 단원들과 대화를 많이 합니다. 화를 내는 것보다 ‘소통’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걸 시간이 알려줬죠.”라며 웃음을 지었다. 노년에 계속해서 지휘를 하는 것이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윤 감독은 “지휘가 즐거워요. 다른 어떤 것을 할 때보다 이게 즐거운데 어떻게 쉬겠어요.”라고 답했다. 그는 매년 100여회 지휘대에 오른다. 매주 교회 성가대를 지휘하고 별도의 공연이 50여회가 된다. 해외공연도 3~4회 진행한다. 지난 연말 그가 보낸 일정을 들어보면 젊은 지휘자들도 따라가기 버거울 정도다. 12월 15일 인천시립합창단의 공연을 시작으로 보름동안 5개의 공연을 가졌다. 윤 감독의 꿈은 90대까지도 지휘를 계속하는 것이다. 그는 “건강이 허락한다면 90세, 아니 숨이 멈출 때까지 지휘를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일을 해야지 늙지 않고 살아갈 힘을 얻는다.”면서 “다른 70대도 기회를 많이 가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몽골 기상선진화를 지원하는 홍성길(71) 기상전문인협회 고문은 2010년 12월 몽골행 비행기에 올랐다. 정부의 제3세계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해 몽골의 기상선진화에 자문을 해주기 위해서다. 70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가족을 남겨 두고 몽골에서 1년간 생활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결정으로 생각돼 질문을 던졌더니 그는 “아무도 안 간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내가 간다고 했지. 뭔가 새로 시작하는 것은 즐겁잖아?”라면서 “몸이 문제가 아니라 마음이 문제야. 난 아직도 청춘이야.”라며 껄껄 웃었다. 47년째 기상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그는 은퇴 전에 쌓았던 지식과 경험을 사회에 환원하고 있는 지금이 즐겁다고 한다. 홍 고문은 “99년에 기상청을 나오고 나니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을 후배나 사회에 돌려줘야 하는데 그걸 다 못 한 것 같더라구.”라면서 “여기 몽골에 오니 그걸 할 수 있어. 여기 상황이 예전 70~80년대 우리나라와 비슷해”라고 말했다. 현재 몽골 생활에 어려움이 없는지 묻자 그는 “여기 사람들도 장유유서가 확실해서 노인들한테 잘해 준다.”면서 “내가 대우받는 것보다 뭔가 직접 하는 걸 좋아해서 이것저것 일을 많이 벌이지. 요즘에는 책도 쓰고 있어.”라고 답했다. 70대까지 현장에 있을 만큼 건강한 비결에 대해 홍 고문은 “일이야, 일.”이라면서 “일을 계속하는 게 가장 건강에 도움이 되고, 굳이 따로 하는 걸 생각해보면 차를 타기보다 걷는 것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일 자리를 찾는 퇴직자들에게 “직함에 연연해선 안된다.”면서 “내가 갖고 있는 것을 나눠 준다고 마음먹으면 생각보다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조언했다. 최필동(71)씨는 ‘실버 택배기사’다. 오토바이가 아닌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다니며 서류며 선물, 꽃바구니 등을 전해준다. 하루 3~5건을 배달하면 2만원 정도의 일당이 주어지지만 요즘은 일거리가 많이 줄었다. 한 달 용돈벌이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최씨는 “일을 한다는 게 얼마나 감사하고 즐거운지 모른다.”고 말했다. 최씨는 25년 가까이 청과도매상을 운영하다 장사가 시원치 않아 10년 전 접었다. 암 후유증이 있는 최씨에게 택배기사 일은 쉬운 게 아니었다. 수없이 지하철 계단을 오르내리다 보면 몸은 절로 지쳤다. 지하철로 어떻게 찾아가는지 물으면 “그걸 왜 물어? 알아서 와!”라고 소리치는 손님들 때문에 상처도 받았다. 하지만 최씨는 자신을 ‘어르신’으로 대해 주는 손님들이 많아 즐겁다고 말한다. “일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어떤 대학교수에게 택배를 전해주러 갔어요. 그런데 그 교수가 나를 보더니 ‘아버지가 생각난다’면서 제자들이 공연하는 연극 티켓을 주더라구요. ‘이거 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최씨는 택배기사 일이 용돈과 건강, 인간관계를 한 번에 얻는 1석 3조라고 말한다. “친구들이 저를 보면 ‘얼굴이 왜 이렇게 좋아졌냐’며 깜짝 놀랍니다.” 예전에는 70, 80세가 되어서도 일을 하는 어르신들이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이제는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이 나이에 일하는 게 전혀 부끄럽지 않습니다. 100세 시대에 일할 수 있으면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김동현·김소라기자 moses@seoul.co.kr
  • [7090 고령화 뉴패러다임] “소득 60만원 미만” 75%… 경제적 궁핍 ‘허덕’

    [7090 고령화 뉴패러다임] “소득 60만원 미만” 75%… 경제적 궁핍 ‘허덕’

    우리나라 70대 이상 노인은 어떤 모습일까. 이들은 1940년대 이전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6·25전쟁을 겪었고 전후 경제성장이 한창이던 60~70년대 산업 역군으로 일했다. 부모 세대에 이어 오랜 기간 보수적인 가치관을 유지해 왔지만 급변하는 사회에서 제대로 된 부양을 받지 못하고 소외되는 이들이 바로 그들이다. 베이비부머(1946~1965년 출생자) 이전 세대로, 현재는 농민과 자영업자, 공공근로자를 제외하면 상당수가 취업전선에서 물러난 상태여서 경제여건이 열악한 이가 대다수다. 보건복지부의 ‘2010년 보건복지통계연보’에 따르면 70대 이상 노인은 354만 5519명이다. 전체 인구(4887만 4539명)의 7.3%를 차지했다. 70대가 259만 3841명, 80대 이상이 95만 1678명이다. 70대 이상은 여성이 218만 9084명, 남성이 135만 6435명으로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다. 여성이 평균적으로 남성보다 7년 정도 수명이 길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70세 이상 노인은 2003년 237만 3800명에서 8년 만에 100만명 이상이 늘었다. 2003년 당시에는 전체 인구에서 70대 이상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5%에 불과했지만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의술의 발달과 생활수준이 전반적으로 향상돼 수명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노인의 기준은 점차 60대에서 70대로 옮겨가는 추세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0년 생명표’에 따르면 2010년 태어난 출생아들의 기대수명은 80.8년(남성 77.2년, 여성 84.1년)으로 10년 전과 비교해 5년이 늘었다. 과거에는 60세를 넘기는 노인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장수(長壽)를 기원하는 목적으로 주변 지인까지 불러 풍성한 환갑잔치를 열었지만 최근에는 간단한 가족식사로 대체하는 경향이 많아진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노인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있다. 교보생명이 2010년 시니어파트너즈와 공동으로 40세 이상 69세 이하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노인의 연령 기준을 설문조사한 결과 70~74세라는 응답이 54.4%로 절반을 넘었다. 75세 이상이라는 답변도 14.4%나 됐다. 65~69세는 26.5%, 60~64세는 4.7%에 머물렀다. 그러나 70대 이상 노인들의 노후 준비는 미덥지 못하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1988년 10인 이상 소규모 직장 가입자부터 시작된 국민연금의 혜택을 조금이나마 받을 수 있는 반면 순수하게 개인의 소득에 의존해야 하는 70대 이상 고령자의 부담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나마 가족이 있으면 부양이라도 받을 수 있지만 73만명에 달하는 70대 이상 독거노인들은 앞으로도 경제적으로 궁핍한 생활을 이어나가야만 한다. 국민연금연구원이 2010년 발간한 ‘제3차(2009년도) 중·고령자의 경제생활 및 노후준비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노후 준비를 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0대 이하는 56.8%로 절반보다 약간 많았지만 60대는 66.7%, 70대는 78.5%, 80대 이상은 87.8%로 나타났다. 70대 이상 노인 10명 가운데 2명 정도만 노후를 준비했거나 현재 준비하고 있다는 의미다. 조사에서 60세 이상 노인 1명이 질병 없이 생활한다고 가정했을 때 월 최소 생활비는 76만 3000원, 부부는 121만 5000원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2008년 복지부의 ‘노인실태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70~74세 노인의 70%, 75~79세 노인의 74.5%가 60만원 미만의 소득을 벌어들이는 것으로 조사돼 70대 대부분은 최저생활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80대 이상은 상황이 더 열악해 80~84세의 83.3%, 85세 이상의 89.4%가 60만원 미만의 소득을 올렸다. 이마저도 70대 이상 노인의 소득 가운데 친지나 자녀의 부양에 의한 ‘사적 이전 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이 50% 이상이어서 주변의 지원이 끊기면 심각한 경제적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가장 기본적인 노후보장체계인 국민연금이나 개인연금 등 연금 수입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에도 못미쳤다. 가계 상황에 대한 조사에서 70대 이상 노인의 22.4~26.5%만 “만족한다.”는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60세 이상부터 암 같은 비용 부담이 큰 질환부터 심혈관질환, 당뇨병 등 만성질환이 생길 위험이 높다는 점에서 갑자기 병을 얻으면 노인의 경제적 부담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다. 하지만 지난해 상반기에만 건강보험 지출에서 65세 이상 노인 진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33.2%(22조 5352억원)에 달해 급격한 고령화로 인한 재정 부담이 갈수록 늘고 있고 갑작스러운 보장성 확대도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70대 이상은 ‘돈을 위해서’ 오늘도 단순 노무직이나 공공일자리를 찾아 나선다. 참여연대가 2010년 발표한 정부의 희망근로사업 참여자 가운데 70대 이상이 19.8%에 달했다. 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서는 70~74세 노인의 근로활동 참여율이 1994년 29.2%에서 2008년 32%로 증가했다. 75~79세 노인은 같은 기간 13.3%에서 23.6%로 두 배 가까이 높아졌다. 심지어 80세 이상 노인의 근로활동 참여율은 4.1%에서 10.1%로 폭증했다. 돈이 필요해서 일자리를 원하는 노인 비율은 1994년 70.7%에서 2008년 89.6%로 급상승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美, 사우디에 F15 대량 판매… 이란 압박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에 최신예 F15 전투기 84대를 판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2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번 계약은 기존 F15전투기 70대의 성능 개선과 탄약·부품·훈련·유지 비용 등을 포함해 총 294억 달러(약 35조 2800억원) 규모다. 신형 전투기 인도는 2015년 초부터 이뤄진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부대변인은 “신형 전투기 판매로 양국 관계가 강화되고, 사우디의 방위력 증강으로 지역 안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앤드루 샤피로 미 국무부 차관보는 “일자리 5만개 창출과 연간 35억 달러의 경제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계약은 지난해 10월 미 정부가 의회의 승인을 받은 600억 달러 무기 판매 계약의 일부다. 미 정부는 향후 10~15년간 사우디에 전투기를 비롯해 헬기와 미사일, 레이더 경보시스템 등을 공급할 계획이다. 로이터와 블룸버그통신 등은 양국이 지난 24일 체결한 계약을 미국이 뒤늦게 발표한 배경을 두고 핵 프로그램과 관련해 이란을 압박하기 위한 경고의 메시지로 파악하고 있다. 사피로 차관보는 “이번 계약은 오랫동안 진행돼 온 것으로 최근 이란 사태와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지만 “현재 중동 지역에는 수많은 위협이 있고, 이런 위협 중 하나가 이란이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언급해 연관성을 전면 부인하지는 않았다. 한편 미 해군 제5함대는 이란의 봉쇄 위협 속에서도 27일 군함 2대가 통상적인 일정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고 이날 밝혔다. 두 전함은 아랍에미리트연합의 제벨알리항에 정박했다 호르무즈를 통과해 아라비아해로 빠져나갔다. 당시 이란 해군은 이 해역에서 군사훈련 중이었지만 마찰은 없었다. 앞서 이란은 국제사회가 석유 금수 제재를 단행한다면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대응할 것이라고 수차례 경고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2070 구원투수’ 비대위 외부인사 면면

    ‘2070 구원투수’ 비대위 외부인사 면면

    27일 열린 한나라당 상임전국위원회에서 당의 ‘구원투수’인 10명의 비상대책위원이 선임됐다. 20대부터 70대까지, 정치인부터 벤처기업인·사회활동가까지 세대·분야를 망라하는 진용이다. 이들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비상대책회의를 갖고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공식적으로 처음 마주했다. 가장 ‘깜짝 인사’로 꼽히는 이준석(26) 클라세스튜디오 대표다. 그의 비대위원 선임은 한나라당의 쇄신 의지를 가장 단적으로 대변한다. ●벤처신화 조현정, 안철수 대항마? 아동권리 전문가인 성균관대 이양희(55) 교수는 2대에 걸친 박 위원장과의 인연이 눈길을 끈다. 이 교수는 “박 대표를 한번도 만나 본 적이 없는 사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의 부친인 7선 의원 출신 이철승 신민당 전 총재와 박정희 전 대통령은 한국 정치사에서 대표적 애증의 관계였다. 1960~70년대 야당 거물이었던 이 전 총재는 5·16 군사쿠데타 이후 정치정화법에 묶여 미국에서 7년간 망명생활을 했다. 이 교수의 기용으로 비대위는 세대 간 정치갈등을 넘은 ‘화합’을 상징하는 면모도 갖게 됐다. 이 교수는 아동·양육 복지 지원 등 정책 쇄신의 밑그림을 그릴 인물로 평가된다. 이 교수는 망명자의 딸로 초등학교에 입학, 난민 신분으로 청소년기를 보내면서 아동인권 문제에 자연히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그는 “아동·젊은이의 삶의 질과 불평등을 개선할 책임을 지게 됐다.”면서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어젠다를 모든 정책 논의의 중심에 둬야 한다고 생각해 동참했다.”고 말했다. 조현정(54) 비트컴퓨터 대표는 1983년 벤처기업 의료정보전문 소프트웨어 업체를 설립해 28년째 이어온 전문가다. 벤처 1세대의 산증인, 벤처계의 성공 신화로 불린다. 2000년부터 조현정 재단을 설립해 올해까지 16억여원의 장학금도 지원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대항마로 한나라당이 영입한 인물로 읽힌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서울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정치에 관심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비대위원 인선 때도 끝까지 고사하는 바람에 인선 발표가 늦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조 대표는 “비대위원으로서 ‘정치인’이 아닌 ‘구조조정 기술자’가 되겠다.”면서 “보수를 바꾸기 위해 앞으로 좋은 일자리 만들기, 창업하기 좋은 생태계, 과학기술인을 힘나게 하기 위한 정책과 인물이 선정되는 틀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동성 국가경영전략 세계 권위자 조동성(62)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가 경영전략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다. 이달 초 박 위원장이 세계적 석학인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와 면담할 때 배석할 정도로 박 위원장과도 친분이 있다. 한나라당 비대위의 좌장 격인 김종인(71)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4선의 관록과 개혁 성향을 겸비해 일찍부터 비대위원에 거명됐다. 그는 “한나라당이 새로운 길을 모색하려고 하는데 지금까지 체제로는 불가능하며 창조적 파괴를 하지 않고는 생존이 불가능하다.”고 쓴소리를 던졌다. 이상돈(60) 중앙대 법학과 교수는 한나라당보다 더 보수적인 인사로 평가받지만 이 정권 초기부터 운하반대교수모임 공동대표를 맡으며 이명박 정권과 대립각을 세웠다. 그는 “한나라당이 제대로 크지 않으면 한국 정치의 큰 축이 무너지기에 쇄신을 꼭 해야 한다.”고 비대위 참여 일성을 밝혔다. 당내에선 ‘민본21’ 소속의 대표적 쇄신파인 초선 김세연(39)·주광덕(51) 의원이 참여한다. 당연직인 황우여 원내대표,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당 정책 방향의 중심을 잡는 조타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연·허백윤기자 oscal@seoul.co.kr
  • 朴의 비대위 첫 회의 “디도스 의혹 최구식 탈당하라”

    朴의 비대위 첫 회의 “디도스 의혹 최구식 탈당하라”

    한나라당의 환골탈태를 선언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체제가 27일 당 내·외부 인사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 10명을 선임하고 공식 출범했다. ‘박근혜 비대위’는 박 위원장을 포함한 비대위원 11명 중 6명을 외부인사로 수혈해 ‘당보다 국민이 우선’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동시에 현 정부의 경제정책과 4대강 사업을 강하게 비판해온 인사들을 발탁해 이명박 정부와의 정책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날 오후 여의도당사에서 첫 회의를 열고 공식 활동에 들어간 비대위는 국민적 의혹을 사고 있는 중앙선관위 분산서비스거부(디도스·DDoS) 공격 파문과 관련, 주모자 공모씨를 비서로 뒀던 최구식 의원에 대해 자진 탈당을 촉구하기로 했다. 또 검찰 수사 결과 발표와는 별도로 ‘검찰 수사 국민검증위’를 설치해 한 점의 의혹도 남기지 않도록 철저히 검증하기로 했다. 비대위는 또 기득권 포기 차원에서 국회의원이 회기 중에는 검찰 출석을 회피할 수 있도록 법으로 보장된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불체포특권을 명시한 현행법은 그대로 두되 한나라당 의원들 스스로 회기에 관계없이 검찰 수사에 응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박 위원장은 비공개회의에서 “비위에 대해서는 한 점 의혹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강도 높은 대응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한나라당은 오전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상임전국위원회를 열어 박 위원장이 제출한 비대위원 선임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박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우리 정치를 변화시킬 수 있는 분들을 어렵게 모셨다.”며 비대위원 10명을 소개한 뒤 “어떻게 하면 당이 국민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실천에 옮겨야 할 때”라며 당 쇄신 의지를 밝혔다. 비상한 관심을 끌었던 비대위원의 면면에는 세대를 넘나드는 개혁·중도 성향이자, 한나라당에 비판적 태도를 보였던 인물까지도 폭넓게 포진했다. 70대 노(老)정치인부터 20대 벤처기업인까지 아우르는 비대위 구성으로 세대 갈등을 해소하려는 의지도 엿보인다. 특히 현 정부의 복지·분배 정책을 강하게 질책해온 김종인(71)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4대강 사업의 대표적인 반대론자 이상돈(60) 중앙대 법대 교수를 비대위원으로 영입한 것은 현 정부와의 정책 차별화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또 정치권과는 무관한 20대 벤처사업가 이준석(26) 클라세스튜디오 대표의 발탁은 박 위원장이 염두에 둔 비대위의 쇄신방향이 이른바 젊은 층과의 소통을 포함한 획기적 쇄신에 있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이들과 함께 ‘기업 경영전략의 대가’로 일컬어지는 조동성(62) 서울대 경영대 교수, 아동인권 전문가인 이양희(55)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국내 벤처기업 1세대를 대표하는 조현정(54) 비트컴퓨터 대표 등도 비대위원으로 참여해 한나라당의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게 된다. 당내에서도 쇄신 성향이 강한 황우여 원내대표와 이주영 정책위의장 외에 쇄신파 초선인 김세연, 주광덕 의원이 비대위원으로 선임됐다. 황영철 비대위 대변인은 비대위원 인선과 관련, “한나라당이 나름대로 (현 정부와) 선을 긋고 차별화를 시도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본다.”며 “지금까지 그런 생각을 갖고 건전한 비판을 해 온 분들이 한나라당에 들어옴으로써 정책·인적 쇄신에서 MB(이명박) 정권과의 차별화는 숙명적인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사설] 한나라당 비대위 실질적 쇄신 이끌어내라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위원 인선을 매듭짓고 공식 출범했다. 새 비대위는 연령별로는 20대부터 70대까지로 세대를 초월한다. 성향별로는 합리적 보수주의자는 물론 한나라당에 비판적이던 개혁적 인사, 이념적 색채가 없는 중도적 인사들로 짜여져 이념을 뛰어넘는 모양새다. 박 위원장의 쇄신 의지와 방향을 가늠케 한다. 그에 걸맞게 일단은 의욕적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새 비대위는 첫날 회의부터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는 작품을 내놨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디도스 공격 사건과 관련해서는 국민검증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하고, 최구식 의원에게 자진 탈당도 권유하기로 했다. 이런 쇄신 드라이브를 계속 이어가 실질적인 환골탈태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영입된 비대위원들은 저마다 일성(一聲)을 내놨다. 창조적 파괴, 눈높이 쇄신, 중도 쪽으로의 좌클릭, 아동정책 청사진, 젊은 층과의 소통 등 각자가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각오들을 쏟아냈다. 이런 주장들이 화려한 수사(修辭)에 그치지 않도록 기득권을 먼저 버리고 나선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하겠다. 한나라당이 현재의 위기 상황을 타개하려면 처절한 자기 반성과 그에 따른 실천적 노력이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다. 겨우 시작에 불과하다는 자세로 구체적인 쇄신 방법론을 고민해야 할 때다. 쇄신은 인적, 정책적 측면이 있다. 우선 사무총장 등 당직 인선과 총선 후보 공천 등의 과제가 남아 있다. 박 위원장은 친박 인사들을 이번에 배제함으로써 고질적인 계파의 벽을 허무는 첫 단추를 뀄다. 대표 시절 세웠던 시스템 공천이 붕괴됐는데 이를 복원시키는 게 급선무다. 그리고 국민이 원하는 건 먹고 사는 문제다. 국민만 보고 가는 정책적 변화를 병행해야 박 위원장의 말대로 한나라당을 뼛속까지 바꿀 수 있다. 민주당은 ‘4대 특검, 2대 국정조사’ 등으로 견제구를 날리기 시작했다. 디도스 공격 사건은 물론이고, 대통령 측근·친인척 비리 의혹 등은 덮고 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비대위 첫 회의부터 이 사안에 집중한 만큼 그 초심을 잃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한나라당이 털고 갈 것이 있다면 스스로 먼저 털어야 한다. 그 과정이 이명박 정부와의 차별화를 위한 차별화여서는 곤란하다. 실정과 실책이 있다면 처절한 자기 반성을 토대로 국민 눈높이에 맞추는 변화를 실천하는 게 온당하다.
  • 뼛속부터 非한나라… 쇄신? 내홍? ‘양날의 칼’ 비대위

    뼛속부터 非한나라… 쇄신? 내홍? ‘양날의 칼’ 비대위

    “비대위원 구성은 당 쇄신과 변화의 중대한 첫걸음이다. 국민의 기대와 당원 여러분의 열망을 잘 알기에 그동안 좋은 분들을 모시는 데 최선을 다했다.” 한나라당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27일 당을 ‘뼛속까지’ 바꾸는 작업에 함께할 비대위원들을 인선했다. 비대위원들은 20대에서 70대까지 다양한 경력을 지닌 인사들로 구성됐다. 기성 정치권에선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파격적인 인선이었다. ‘파격’은 이날 오후 여의도당사에서 열린 첫 회의에서부터 시작됐다. 당내 인사들로만 구성된 지도부와는 차원이 달랐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의 비뚤어진 동료애(?)는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후문이다. 외부 인사들은 한나라당을 위기 상황으로 몰고간 중앙선관위 분산서비스거부(디도스·DDoS) 공격에 대한 한나라당의 강도 높은 대응을 요구했다. 외부 인사들의 요구를 받아 김세연 비대위원이 검찰의 수사 내용과 결과를 검증하는 국민검증위원회를 설치하자고 제안하자 박 위원장이 흔쾌히 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부인사들은 최구식 의원에 대한 자진 탈당을 촉구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혐의가 있든 없든 국민적 의혹을 사고 있는 이상 책임을 져야 하고, 무혐의가 밝혀지면 재입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더 이상 당에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당내 인사들도 수긍하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였다. 외부 인사들이 파격적인 요구들을 쏟아내자 당내 인사들도 쇄신책을 제시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됐다. 그래서 나온 것이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자는 것이었다. 주광덕 비대위원이 법과 관계없이 한나라당 차원에서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자고 제안하자 박 위원장은 어느 때보다 환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즉각적으로 수용했다는 게 한 참석자의 전언이다. 비대위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당내에선 적잖이 놀라는 분위기다. 그러면서도 비대위원 인선에 대한 당 안팎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박 위원장에게 비판적이었던 정두언 의원도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기존 한나라당 색깔과는 전혀 다른 인사들로 구성돼 박 위원장의 쇄신 의지가 읽힌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경제 민주화 조항이라고 불리는 헌법 119조 2항을 입안했던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이명박 정권과 각을 세웠던 이상돈 중앙대 교수가 비대위의 중추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당 핵심 관계자는 “탈(脫) MB(이명박 대통령)는 기본이고, 낡은 보수 이미지를 깨고 당을 중도로 끌고 가려는 게 확실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삼고초려 끝에 영입한 비대위원들은 박 위원장에게는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 이들은 첫 회의에서 보여준 것처럼 당 쇄신의 확실한 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공천과 당선이 모든 의사 결정에서 최우선 기준이 될 수밖에 없는 기존 최고위원들과 달리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다. 정치인이 아니기 때문에 박 위원장과 대립해 자신을 정치적으로 부각시킬 이유도 없다. 반면 비대위원들이 박 위원장을 겨누는 칼이 될 수도 있다.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되지는 않았지만 이들은 집권 여당의 핵심 지도부다. 이들의 역할이 미진하면 당은 사실상 ‘박근혜 총재 체제’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 역으로 이들이 정치적 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야당처럼 청와대와 정부를 압박하며 수많은 요구 사항을 내놓을 경우 박 위원장이 난처해질 수 있다. 정책위 관계자는 “비대위는 박 위원장의 대선 공약을 만드는 싱크탱크가 아니라 정부 정책을 이끌고 집행 여부를 결정하는 집권당의 수뇌부”라면서 “정부의 현실적 고민을 무시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전광삼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실버취업 2제] 70대 취업자 임금 57만원… 60대의 절반

    60세 이상 ‘실버 취업자’의 고용 형태가 심각할 정도로 열악하고, 특히 70대 이상의 임금은 57만원으로 60대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김민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7일 ‘실버 취업자의 특징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60~79세 취업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나 2011년 현재 전체 취업자의 12.1%를 차지하지만 경제적 여건은 취약하다.”고 평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실버 취업자의 연금수령 비중은 2008년 40.4%에서 2011년 64.7%로 늘었으나 월평균 연금 수령액은 1인 가구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30만원에 불과했다. 고령 취업자 중 20%는 단순 노무직으로 10만원 이하의 연금을 받거나 연금 혜택이 전혀 없었다. 실버 연령별 임금 차이도 상당했다. 60~69세의 월평균 임금은 140만원이었지만 70대 이상 취업자는 57만원에 그쳤다. 70대 취업자의 실질임금 증가율은 2008년 -5.2%, 2009년 -9.7%, 2010년 -5.5%, 2011년 -7.7% 등으로 해마다 감소세를 보였다. 실버 취업자 중 비정규직 비중은 60~69세 66.6%, 70~79세 77.3%다. 일자리의 질적 수준도 낮았다. 전체 취업자에서 단순노무직 종사자 비중은 13%였으나 그 중 실버 취업자는 32%에 달했다. 실버 취업자가 계속 일하기를 원하는 비중은 2008년 83.0%에서 2011년 87.4%로 증가했다. 단순 노무직에 종사하는 실버 취업자의 60.2%는 생활비를 벌고자 일하고 싶다고 응답했다. 김 위원은 “실버 취업자 중 다수가 생활비를 위해 낮은 임금을 받고 일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실버 취업자들을 위해 내실 있는 직업을 소개하고 처우 개선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대도’ 조세형 ‘강도짓’ 무죄

    ‘대도’ 조세형 ‘강도짓’ 무죄

    “절도는 해도 강도짓은 안 한다.”며 결백을 주장했던 피고인 조세형(73)씨에게 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렸다. 서울 동부지법 형사11부(부장 설범식)는 22일 강도상해 혐의로 구속기소된 조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따라 ‘좀도둑’으로 전락할 위기를 벗어났다. 조씨는 민모(47)씨 등 공범 2명과 함께 2009년 4월 경기 부천시 한 연립주택 3층에 위치한 금은방 주인 유모(53)씨 집에 침입, 1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치고 유씨 가족을 흉기로 위협해 부인과 아들에게 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조씨는 70대가 넘는 고령에 2000년 일본에서 총상을 입어 오른팔을 쓰지 못하고 사건 4개월 전 오토바이 사고로 다리를 다치는 등 신체 상태가 범행을 저지르기에 적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증인으로 출석한 공범 민씨가 진술을 번복해 신빙성이 떨어지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도 범행을 입증하기에는 부족하다.”면서 “조씨가 무거운 처벌을 받을 위험성에도 처음 보는 공범과 범행할 개연성이 적어 공범이 허위 자백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에 함께 참여한 12명의 시민배심원과 기자 7명으로 구성된 ‘그림자 배심원’ 역시 국민참여재판에서 만장일치로 무죄 평결을 내놨다. 지난 21~22일 이틀간에 걸친 재판은 뚜렷한 물증 없이 공범 민씨와 피해자 유씨 가족, 조씨와 수십년간 알고 지내온 교도소 동기 등의 증언에 의존해 진행됐다. 반백발의 머리에 회색 양복을 입고 법정에 선 조씨는 최후진술에서 “이번 사건만큼은 정말 억울하다.”면서 “어리석은 저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고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25년 전 삼킨 펜 “여전히 글씨가 써지네?”

    25년간 위(胃)에 펜을 넣은 채 살아 온 70대 여성의 사진이 공개돼 눈길을 모으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 21일자 보도에 따르면, 이름이 공개되지 않은 이 여성은 최근 복통, 소화 불량 등을 호소해 병원을 찾았다가 25년 전 삼킨 펜의 정체를 알게 됐다. 이 여성은 25년 전 목 깊숙한 곳을 들여다보려 펜을 이용하다 꿀꺽 삼키고 말았지만, 당시 의료기술이 발달되지 않아 펜을 발견할 수 없었다. 최근에 들어서야 이상증상이 나타나 다시 CT촬영 등을 한 결과, 위에서 선명하게 자리잡고 있는 펜을 찾을 수 있었다. 의료진은 곧장 수술을 통해 펜을 꺼냈는데, 놀랍게도 25년간 위에 ‘갇혀있던’ 펜은 글씨를 쓸 수 있을 만큼 여전히 상태가 양호했다. 의료진은 “펜 안에 잉크가 증발하지 않은 채 남아있어서 25년 만에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글씨를 쓰는데 큰 문제가 없었다.”면서 “의학적으로 봤을 때에도 매우 희귀한 사례임이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소식을 접한 네티즌과 현지 언론 등은 “펜은 위산보다 강하다.” 며 호기심을 드러냈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취업 스트레스’… 극단선택 내몰린 2030

    취업의 벼랑 끝에 내몰린 젊은이들이 최근 잇따라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고 있다. 구직 실패로 인한 좌절감에서 비롯된 ‘미취업 스트레스 증후군’을 극복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는 정부와 미취업자를 실패자로 낙인찍는 사회적 풍토가 맞물려 빚은 ‘사회적 타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취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자살예방 프로그램 등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높다.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에서 공무원 시험에 수차례 떨어진 취업준비생 A(30)씨가 욕실에서 스스로 목을 매 숨졌다. A씨는 군 복무와 대학을 마친 뒤 3년간 공무원 시험에 도전했으나 계속 낙방했다. 그는 부모에게 “살아서 뭘 하겠나.”라며 비관했고, 우울증 증세까지 보였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지는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날 서울 성북구 정릉동에서 의류점을 운영하던 B(27·여)씨가 진로 문제와 경영난 등으로 고민하다 매장 창고에서 목을 매 목숨을 끊었다. 항공사 승무원을 지망했던 B씨는 입사에 여러 번 실패한 뒤 의류 매장을 차렸으나 이마저 뜻대로 되지 않자 우울증까지 겹쳤다. 그러나 B씨는 어떠한 상담이나 치료도 받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7일 인천에서는 6년째 공기업 입사에 실패한 C(32)씨가 “가족에게 죄송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을 맸다. 20~30대 미취업생들의 자살은 정부 정책 수립의 토대가 되는 통계 수치상 ‘자살 고위험군’에 포함돼 있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0만명당 자살자 수는 20대 24.4명, 30대 29.6명, 40대 34.1명, 50대 40.1명, 60대 52.7명, 70대 83.5명, 80대 123.3명으로 나이가 들수록 높다. 보건복지부도 자살 고위험군을 주로 독거노인을 비롯해 우울증 환자, 실직 가장, 군 부대 신병, 한부모 가정 자녀, 이별 경험자 등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관심이 부족한 만큼 젊은 층이 자살 사각지대에 놓일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반면 미취업자 대상 자살예방 프로그램은 전혀 없는 실정이다. 정부와 시민단체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자살예방협회 관계자는 “추진하는 사업 가운데 미취업생을 위한 자살예방 사업은 없다.”고 말했다. 2007년 서울 소재 명문대를 졸업한 뒤 5년째 금융계 입사에서 낙방한 최모(28·여)씨는 “취업 스트레스로 죽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면서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꺼야 해 심리치료나 상담은 생각지도 못한다.”며 답답해했다. 김병수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교수는 “자살 예방 프로그램 등을 통해 미취업생끼리 서로 고민을 공유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면 자살을 상당 부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사설] 승객 항의한다고 지하철 역주행해서야…

    그제 오후 서울 지하철 7호선 전동차가 하계역을 떠난 뒤 역주행해 되돌아간 사건은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점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이 사건에는 ‘떼법’에 약한 우리 사회의 단면이 드러나 있다. 서울도시철도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45분쯤 지하철 7호선의 7186번 전동차가 하계역을 출발해 중계역으로 향하던 도중에 60~70대로 추정되는 남자 승객이 차량 내의 비상 통화장치를 이용해 기관사에게 전화를 했다고 한다. 이 승객은 “하계역에서 문이 열리지 않아 내리지 못했다.”면서 욕설을 내뱉고 손해배상 청구를 운운하며 항의를 했다고 한다. 그러나 당시 열차는 하계역에서 분명히 문을 열어 승객이 승하차한 뒤 출발했다. 두번째는 전동차를 운행하는 기관사의 근무 태도와 관련된 것이다. 당시 기관사는 도시철도공사 종합관제센터와의 교신에서 하계역에서 전동차의 문을 열었는지 잠시 헷갈렸다고 한다. 역에서 승객을 태우고 내리는 것은 지하철 운행의 가장 중요한 임무인데, 경력이 5년이나 된 기관사가 방금 떠난 역에서 문을 열었는지를 기억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공사 측은 당시 승객의 폭언과 폭설 때문에 기관사가 당황해서 벌어진 일이라고 설명했지만 선뜻 납득이 가지는 않는다. 종합관제센터가 너무 쉽게 열차를 되돌리도록 지시한 것도 지나쳤다고 본다. 공사 측은 안전 매뉴얼에 따라 이번 조치를 취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뒤따라 오던 열차도 전역인 공릉역에서 정차하도록 했기 때문에 안전에도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매뉴얼에도 전동차의 후진은 안전이나 정확한 정차를 위해서만 할 수 있도록 규정할 뿐이다. 비상도 아닌 상황에서 170m나 역주행을 하면서 지하철에 탄 700여명의 승객에게 불편과 불안을 안겨준 셈이다. 도시철도공사 측은 철저한 조사로 진상을 파악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확실히 세워야 할 것이다.
  • [Weekly Health Issue] 발기부전

    [Weekly Health Issue] 발기부전

    더 이상 발기부전이라는 질환을 감추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여전히 감추려 하고, 또 혐의는 가지만 병원을 외면한다. ‘나이’나 ‘피로감’ 등을 내세워 배우자에게 적당히 얼버무리거나 둘러대고 지나가려 한다. 그러나 이런 태도로 바뀌는 건 없다. 상황만 악화될 뿐이다. 삶의 질이라는 점에서는 커다란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치료제도 다양해져 선택의 폭이 넓다. 최근에는 ‘3세대 치료제’까지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약효 발현 시간이 짧고 부작용도 줄였다. 그러나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전문의들은 “이제 발기부전을 다시 봐야 할 때”라고 말한다. 서울성모병원 비뇨기과 김세웅 교수를 통해 발기부전 치료의 새 패러다임을 짚어 본다. ●발기부전이란 어떤 질환인가 발기부전이란 만족스러운 성생활을 누리기 위해 필요한 발기가 충분하지 못하거나, 발기가 되더라도 그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이런 증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발기부전으로 보고 진단을 받아야 한다. ●발기부전이 왜 문제가 되는가 가장 중요한 문제는 자신감의 상실로, 이는 삶의 활력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또 배우자와의 갈등에 따른 가정불화, 심리적 좌절 등으로 인한 사회적 성취욕 감소 등 적지 않은 문제를 유발한다. ●발기부전의 원인을 짚어 달라 먼저, 발기의 원리를 알 필요가 있다. 발기는 음경에 혈액이 다량 유입돼 팽창되는 현상으로, 혈액이 음경의 해면체로 유입되면 동맥이 확장되고, 성기가 커지게 된다. 이때 민무늬근이 수축해 정맥이 닫히면서 혈액 유출을 막아 일시적으로 음경 내 혈액이 갇혀 발기로 이어진다. 이런 발기에 문제가 있는 경우, 원인은 크게 심인성과 기질성으로 나뉜다. 심인성은 주로 스트레스나 지나친 긴장, 불안감이 원인이다. 즉, 성행위에 대한 부담감이나 불안감이 클 때, 상대방과의 친밀도가 떨어질 때, 지나친 스트레스가 작용할 때는 정상적인 발기가 어렵게 된다. 기질성은 혈관계와 신경계의 이상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노화·고혈압·고지혈증·당뇨 등으로 음경 동맥의 혈류장애가 있거나 음경 해면체로 혈류가 충분히 유입되지 않을 때, 신경전달물질 분비 장애나 호르몬 분비 이상 등이 원인이다. 특히 발기부전은 만성질환자에게 흔해 심혈관계 질환이나 다른 만성질환의 첫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실제로 발기부전 환자의 약 40%는 관상동맥 질환을 가졌으나 진단받지 않았으며, 당뇨 환자의 35∼60%도 발기부전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고혈압을 치료받지 않은 환자의 14∼44%, 치료받은 환자의 16∼58%에서 발기부전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국내 발기부전의 유병률과 최근 특징적인 발생 추이를 짚어 달라 발기부전은 노화에 비례하며, 최근 대사증후군 등의 폭발적 증가와 더불어 계속 유병률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에서 실시된 매사추세츠 남성노화연구(MMAS) 결과, 발기부전의 전체 유병률은 52%였으며 완전 발기부전이 10%, 중등도가 25%, 가벼운 발기부전이 17%였다. 연령별로는 40∼70세에서 완전 발기부전은 15%, 중등도 발기부전은 34%로 나타났고 가벼운 발기부전은 17% 수준이었다. 이를 근거로 보면 미국에만 3000만명 이상의 발기부전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역학조사에서도 30세 이상 남성의 52.2%가 발기부전을 호소했고, 연령에 따라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연령대별로는 30대의 14.3%, 40대의 26.2%, 50대의 37.2%, 60대의 69.2%, 70대의 83.3%가 발기부전을 가졌다고 보고됐다. ●발기부전의 진단기준은 무엇인가 진단은 신체적·정신적 건강과 치료 동기, 환자가 원하는 치료방법에 따라 선택적으로 이뤄진다. 우선, 병력을 통해 동반질환과의 연관성을 파악하고, 이어 신체검사 및 임상병리검사로 발기부전을 진단한다. 보통은 국제 발기능설문지(IIEF)를 이용하는데 IIEF설문지를 통해 발기능·절정감·성욕·성교만족도·전반적인 성생활 상태를 파악하며, 발기능 관련 항목인 EF도메인으로는 직접 발기능을 측정한다. 설문 결과 17∼21점은 가벼운 발기부전, 12∼16점은 중간 정도에 가까운 발기부전, 7∼11점은 중간 정도의 발기부전, 1∼7점 심각한 발기부전으로 판단한다. 이 밖에 필요할 경우 콜레스테롤과 간·신장기능 및 당뇨·혈당·호르몬검사 등을 병행하기도 한다. ●적용 가능한 치료법과 각 치료법의 장단점을 소개해 달라 단계별로 보면 1단계에서는 조절 가능한 위험인자나 동반질환 등 발기부전을 초래하는 기저질환 치료와 함께 정신적 요인을 제거한다. 또 환자가 사용 중인 특정 약물의 투여를 중지하거나 바꾸며,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호르몬 보충요법을 적용한다. 2단계에서는 경구용 발기부전치료제를 투여하거나 음경해면체 내 주사요법이나 음경진공흡입기 치료가 적용되는데, 주사요법은 불필요하게 발기가 지속될 수 있고, 진공흡입 방식은 사용방법이 번거롭고 음경에 냉감이나 멍이 생길 수 있으며, 간혹 사정이 차단되는 문제가 있다. 3단계는 음경의 성적 기능을 상실한 단계로, 보형물을 삽입하거나 동맥재건술이 필요하나 적용에 제한을 받는 경우가 많다. ●최근 일반화된 경구용 PDE-5제제의 성분별 특징도 짚어 달라. 실데나필(비아그라)은 발기 강직도 개선에 유리하고, 타다라필(시알리스)은 약효 지속시간이 길며, 제제에 따라 매일 복용하는 용법(OAD)도 있다. 유데나필(자이데나) 역시 매일 복용이 가능하며, 바데나필(레비트라)의 경우 붕해정은 물 없이 입에서 녹여 복용할 수 있다. 미로데나필(엠빅스)은 국제발기능점수 개선도가 높다. 이에 비해 가장 최근에 ‘제피드’(중외제약)라는 이름으로 선보인 아바나필은 약효 발현시간이 15분으로 빠르고, 두통·안면홍조 등의 부작용 발현율이 현저히 낮으며, 식사나 음주 여부와 상관없이 복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졌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Weekend inside] 울산 북구 마을기업 1호 음식점 ‘사랑길 제전장어’ 인기

    [Weekend inside] 울산 북구 마을기업 1호 음식점 ‘사랑길 제전장어’ 인기

    울산 북구 해안가에 자리 잡고 있는 제전마을. 주민 160여명의 조그만 어촌이 최근 외지인들로 들썩이기 시작했다. 젊은이들이 도시로 떠나고 나서 60~70대 노인들만 남았던 이 마을에 북구 마을기업 1호인 음식점 ‘사랑길 제전장어’가 들어선 이후 나타난 변화다. 제전마을은 한때 전복과 장어, 복어 등 각종 수산물로 번성했던 곳이다. 1980년대에는 ‘제전 숯불장어’가 미식가들의 입소문을 타고 영남권 최고의 ‘맛’으로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그러자 주민들 간에 갈등의 연기가 솔솔 피어올랐다. 자연스럽게 제전장어의 명성도 점차 쇠락의 길을 걷다 결국 이름만 남고 사라져 버렸다. 한번 시작된 도미노 현상은 그칠 줄 몰랐다. 살길이 막막한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떠났고, 힘든 바다 일을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어 마을은 빈집을 지키는 노인들만 있는 곳으로 전락했다. 김명찬(57) 어촌계장은 “1980년대 당시 제전장어가 유명해지면서 포구를 중심으로 자고 나면 포장마차가 하나둘 늘어났다.”면서 “점포를 가진 사람들이 구에 철거 민원을 제기하면서 점포와 포장마차 간 갈등이 빚어져 결국 모두 망하고 말았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30년 뒤. 마을기업 하나가 한동안 조용했던 어촌을 다시 북적이게 하고 있는 중이다. 말이 좋아 마을기업이지, 고작해야 직원 5명뿐인 식당이다. 그런데 변화치곤 제법 떠들썩하다. 입소문도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문을 연 지 고작 4개월이다. 이유가 뭘까. 우선, 이 마을기업이 1980년대 ‘깜짝 돌풍’을 일으켰던 제전장어의 맛을 재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입이 즐거우면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는 법. 실상, 더 중요한 건 이 식당이 우리에게 이름조차 익숙지 않은 울산시 북구의 ‘마을기업’ 1호라는 점 때문이다. 마을기업은 향토, 관광, 문화, 자연자원 등 지역 자원에 기반을 둔 마을 단위의 기업이다. 행정기관이 주도하는 지원방식에서 벗어나 주민 중심의 내실 있는 경영으로 지역 발전은 물론,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까지 목표로 하고 있다. ‘사랑길 제전장어’의 탄생 배경과 딱 맞아떨어진다. 국·시비 총 5000만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마을회관을 식당으로 리모델링해 문을 연 것이 지난 7월이다. 영업을 시작한 이후 수십년간 조용했던 제전마을에는 그야말로 활기가 돌았다. ‘사랑길 제전장어’는 김 어촌계장이 대표다. 주민 5명이 함께 운영을 거들고 나섰다. 식당을 운영하는 건 5명이지만, 실제로는 마을 전체 주민들이 앞에서 끌고 뒤에서 민다. 식당은 기존 마을회관 1·2층을 리모델링했다. 주 메뉴는 장어구이. 넓게 펼쳐진 동해의 푸른 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전망이 사이드 메뉴다. 2층 벽에 걸린 1950년대의 아스라한 제전항 사진은 입안에 침을 고이게 하는 훌륭한 애피타이저다. 김 어촌계장은 “1980년대 제전장어는 영남권 최고의 맛으로 이름을 날렸다.”면서 “마을기업이 4개월 만에 자리를 잡으면서 다시 ‘제전장어’의 옛 명성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고 흥분했다. ‘제전장어’는 지금 ‘남는 장사’를 하고 있다. 매월 올리는 매출액이 무려 3000만~4000만원이다. 재료비와 인건비 등을 빼도 일정 부분 수익이 남아 새로운 장어 맛을 개발하는 데 투자하고 있다. 구워서 파는 수준을 넘어 포장·택배 등 다양한 판로개척을 준비하고 있다. 김 어촌계장은 “제전항의 장어는 자연산 돌미역을 먹고 자라 다른 곳의 장어보다 굵기도 좋고, 육질도 부드럽다.”면서 “숯불에 구워 먹는 장어는 씹는 식감이 탁월하고, 양념도 달거나 자극적이지 않아 장어 본연의 맛이 살아 있다.”고 자랑한다. 그는 “물론, 잃어버린 제전장어의 명성을 되찾고 보다 많은 수익을 올리는 게 우리 가게의 목표이긴 하지만, 젊은 일꾼들이 다시 몰려들고, 그 옛날 번성했던 제전마을을 다시 만드는 게 진짜 목표”라면서 “이를 위해 마을기업을 중심으로 주민 모두가 힘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김 어촌계장의 말을 증명하듯 ‘사랑길 제전장어’는 최근 행정안전부 주관 ‘2011년 우수 마을기업’에 선정됐다. 전국 500여개 마을기업과 경쟁을 벌여 최종 16개 우수 마을기업에 포함된 것이다. 상금으로 받은 사업개발비 2000만원은 덤이었다. 글 사진 울산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 ‘주먹구구 복지행정’ 꽁꽁 언 저소득층

    ‘주먹구구 복지행정’ 꽁꽁 언 저소득층

    겨울철마다 정부와 기업에서 펼치는 이른바 ‘연탄 나눔’이 취지와는 달리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정부는 ‘연탄쿠폰’을 지원하고, 기업체들은 연탄배달 봉사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연탄을 사용하지 않는 가정에 연탄쿠폰이 전달되는가 하면 정작 필요한 주민에게는 지원되지 않고 있다. 엉터리 행정의 표본이다. 더욱이 연탄 소매상에서는 주민들의 쿠폰을 받아 현금화해주는 ‘연탄깡’까지 하고있는 실정이다. ●자녀 있다는 이유로 지급대상 제외도 8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사는 9~10㎡(약 3평)남짓한 단칸방, 70세가 넘는 A(여)씨는 최근 지식경제부와 한국광해관리공단으로부터 받은 연탄쿠폰 1장을 내밀었다. 방 옆 창고에는 수년째 사용하지 못한 연탄 200여장이 쌓여 있었다. A씨는 “연탄보일러가 없어 소용이 없는데도 연탄쿠폰을 지급해 줬다.”면서 “최근에야 시민단체의 도움으로 보일러를 설치, 연탄 쿠폰을 사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판잣집에 홀로 사는 80세 가까이 된 B(여)씨 역시 최근 연탄쿠폰을 받았지만 아무 쓸모가 없다. 기름보일러로 난방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B씨는 “공짜로 준다니까 쿠폰을 받았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정부와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는 지난 2007년부터 기초생활수급권자, 차상위계층 등 저소득층의 겨울 난방 보조를 위해 연탄쿠폰을 제공하고 있다. 올해는 8만 2320가구를 상대로 140억원어치의 쿠폰이 지난 10월부터 배분됐다. 기업들의 연탄배달봉사도 저소득층을 꼼꼼히 조사해, 필요 정도 및 사정에 맞춰 연탄을 줘야하는데도 일괄적으로 똑같이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난방비를 꿈도 못 꿀 정도로 가계 사정이 어렵지만 연탄 쿠폰을 지원받지 못하는 저소득층도 있다. 서울 종로구에 사는 70대 후반의 C(여)씨는 수입이 없고 가족들로부터 생활비도 받지 못하는 독거노인이다. 하지만 자녀가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권자로 분류되지 못한 탓에 연탄쿠폰 혜택을 받지 못한다. 들어가는 난방비는 만만찮다. 실내용 연탄보일러 외에도 수도 동파를 막는 연탄보일러를 설치했기 때문이다. C씨는 “가끔 복지단체가 연탄을 무료로 나눠주긴 하는데 겨울을 버티기가 어렵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16만9000원짜리 현금 13만원에 교환” 음성적으로 ‘연탄깡’도 이뤄지고 있다. 당장 생활비 한 푼이 아쉬운 저소득층이 연탄쿠폰을 현금으로 교환하는 것이다. 일부 연탄 소매상은 할인율을 무려 20% 가까이 적용하고 있다. 단칸방에 홀로 사는 80대의 D(여)씨는 얼마전 16만 9000원짜리 연탄 쿠폰을 연탄 판매상에게 주고 현금 14만원을 받았다. D씨는 매달 전기세 1만 5000원, 쌀 10㎏ 2만 2000원, LPG 가스비 5만 3000원 등이 들어가지만 감당할 길이 없어서다. D씨는 “우선 급한 대로 연탄깡을 했다.”고 말했다. 연탄 소매상 관계자는 “16만 9000원짜리 연탄쿠폰을 13만원에 할인해 준다. 집 위치를 알려주면 직접 가서 현금으로 바꿔준다.”고 말했다. 광해공단 관계자는 이와 관련, “수급자 수가 워낙 많기 때문에 세세하게 사정을 파악하거나 관리하는 것이 어렵다.”고 해명했다.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 [데스크 시각] 나눔과 버핏세/박홍기 사회부장

    [데스크 시각] 나눔과 버핏세/박홍기 사회부장

    올해도 어김없이 광화문 네거리에 빨간 구세군 자선냄비가 등장했다. 발길을 멈춘다. 성금 모금액만큼 올라가는 사랑의 온도탑도 세워졌다. 한해가 저물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물들이다. 온도탑은 불상사 탓에 2년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사랑의 온도는 5일 현재 7.8도를 가리켰다. 21억 8000만원이 모일 때마다 1도씩 올라가도록 장치돼 있어 매일 대충 모금액 계산이 가능하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지난 1일 희망나눔캠페인을 시작하며 내년 1월까지 성금 목표액을 2180억원으로 내세웠다. 해마다 그렇듯 곳곳에서 경쟁하듯 ‘나눔’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다. 나눔, 정말 좋은 말이다. 춥고 팍팍한 겨울에 따뜻하고도 가슴 적시는 말이다. 평생 김밥을 팔아 번 재산 전부를 장학금으로 내놓은 할머니, 하루종일 중국집 배달로 번 돈을 아이들에게 정기적으로 기부한 철가방 아저씨, 평생 월급쟁이로 푼푼이 모은 1억원을 쾌척한 70대…. 미국의 자선단체인 ‘유나이티드 웨이’(United Way)의 슬로건은 ‘Think We, before Me’(나를 생각하기 전에 우리를 생각하자)다. 남을 생각하자는 것이 아니라 우리, 즉 자신이 속한 사회를 생각하자는 것이다. 공동체 사회에서 가져야 할 나눔의 마음가짐이다. 그러나 캠페인이 겨냥하는 것은 사회구성원의 온정과 선행이다. 순수하고 자발적인 나눔보다 나누도록 호소하는 격이다. 때문에 목표액이 덜 차면 각박해졌느니, 얄팍해졌느니 사설을 늘어놓는 게 요즘 세태다. 나눔, 우리말이다. 한자는 분배(分配), ‘몫몫이 나눔’이다. 같은 말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나눔과 분배의 차이는 크다. 나눔이 독차지라는 말의 반대 뜻을 지니고 있다면, 분배는 성장과 대칭이다. 나눔에는 무척 관대하다. 단체나 언론들의 나눔 캠페인을 떠나 정부 차원에서도 나눔 문화의 확산을 주요 과제로 삼아 추진하고 있을 정도다. 분배를 거론할라치면 상황은 다르다. 쌍심지를 켠다. 거부 반응이 적잖다. 이유는 간단하다. 나눔은 사적 영역이고, 분배는 공적 영역이기 때문이다. 나눔은 베풂이지만 분배는 제도에 의한 강제성을 띤 탓이다. 정부는 분배가 아닌 나눔에다 사회의 빈부 격차와 갈등 해소, 사회 통합, 공동체의 결속이라는 목표를 내걸고 있다. 틀린 것도, 나쁜 것도 아니다. 분명 국가의 몫이다. 문제는 나눔만으로는 사회적 난제를 푸는 데 역부족이라는 점이다. 나눔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와 떼려야 뗄 수 없다. 본디 ‘귀족이 스스로 의무를 갖는다.’는 의미다. 하지만 귀족은 스스로 의무를 지지 않았다. 따라서 사회 지도층들이 사회적 책임이나 의무를 모범적으로 실천하지 않는 문제를 비판하는 부정적 뜻도 함축하고 있다. 나눔을 실천하도록 견제하기 위해서다. 태평양 건너 사람들과 비교하기엔 마뜩잖지만 기업 CEO나 사회 지도층의 순수·자발적 기부는 미국에 비해 아직 활성화되지 못했다. 사회 지도층의 ‘통 큰 기부’도 종종 있지만 그다지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 ‘우러난 나눔’이 아닌 ‘떠밀린 갚음’ 내지는 정치적 제스처로 비치는 까닭에서다. 정치권에선 부유층에 세금을 더 걷는 ‘버핏세’ 논란이 한창이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부자와 중산층이 같은 세금을 내는 것은 옳지 않다.”고 거들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선 현행 소득세 최고세율 35%를 들먹이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견줘 반대하고 있다. 세수 확대의 효과도 없다고 한다. 그러나 솔직히 보기 좋다. 찬반이 뜨거울수록 나름의 결과물이 나올 가능성도 커서다. 세금을 제대로 걷어야 함은 당연하다. 세금을 내지 않고 혜택만 누리는 프리 라이더(Free Rider·무임승차자)도 없애야 한다. 조세 형평성의 신뢰를 되찾는 길이다. 사회 공공성과 사회 안전망도 구축할 수 있다. 폭 넓은 분배가 제도로 굳혀진 뒤 나눔으로 보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눔에 치중해 분배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그래야 사랑의 온도탑 모토처럼 나눔이 보다 크게 사회 행복으로 되돌아 올 수 있다. hkpark@seoul.co.kr
  • 은행을 무려 16번이나 턴 신출귀몰 할아버지 강도

    은행을 무려 16번이나 턴 신출귀몰 할아버지 강도

    은행을 무려 16번이나 턴 신출귀몰 할아버지 강도가 미국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 할아버지 은행 강도는 지난 2009년 8월 샌디에이고 인근 시골은행에서 처음 범행을 시작했다. 60-70대로 보이는 이 강도는 주로 한적한 은행을 찾아 총으로 은행원을 위협하고 돈을 들고 사라졌다. 이같은 범행은 확인된 것만 16차례로 총 13만 달러(약 1억 4700만원)를 강탈했으며 급기야 FBI의 현상수배범까지 올랐다. 미스터리한 할아버지 강도의 대담한 행각이 언론에 보도되자 현지에서는 급기야 영웅시되며 스타덤(?)에 오르는 기현상까지 발생했다. 그러나 할아버지 강도의 범행은 최근 꼬리가 잡혔다. 지난 2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의 한 은행을 터는 과정에서 실마리를 남긴 것. 당시 할아버지 강도에게 협박당한 은행원은 재치있게 돈과 함께 ‘다이팩’(Dye pack)이라는 염료팩을 넣었다. 다이팩은 일정시간이 지나면 터지면서 붉은 염료의 자국을 남겨 범인검거에 도움을 주는 장치로 강도는 붉은 염료가 묻은 지폐를 은행 주차장에 버리고 도망쳤다. 현지경찰은 강도가 은행 주차장에 버린 지폐와 은행을 터는 당시 떨어뜨리고 간 전화번호책에 지문이 남아있는지를 조사중이다. 한편 FBI 등 수사진은 이 강도가 할아버지가 아닐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몇몇 목격자가 강도의 손에 주름살이 전혀 없었다고 진술했기 때문. 한 메이크업 전문가는 “강도가 정체를 숨기기 위해 특수 메이크업을 사용해 노인으로 위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서울신문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아껴둔 사랑

    70대 할머니가 날품을 팔며 힘들게 모은 1000만원을 장학재단에 기부했다. 전남 보성군은 벌교읍 마동리에서 혼자 사는 유삼순(75) 할머니가 지역인재 육성에 써달라며 1000만원을 군 장학재단에 기부했다고 2일 밝혔다. 50대에 남편을 여의고 성한 손가락 하나 없을 정도로 일밖에 모르면서 살아온 6남매의 편모였다. 유 할머니는 어려서 못 배운 자신의 처지와 가정 형편 때문에 공부를 포기했던 자녀들을 생각하면 항상 가슴이 아팠다. 돈이 없어 학업을 중단하는 아이들을 도와야겠다며 돈을 모았다. 칠순을 넘겼지만 밭일에 바닷일까지 마다않고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하루 날품을 팔아 수년간 모은 돈이 1000만원. 유 할머니는 이날 장학기금 전달식에서 “돈이 없어 못 가르친 자식들을 생각하면서 모은 정말 큰돈이다.”라고 말했다. 보성군 관계자는 “유할머니 뜻에 따라 소중한 돈을 불우학생들을 위해 쓰겠다.”고 말했다. 순천 최종필기자 choijp@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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