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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명인간 같던 우릴 외롭지 않게 하겠단 노회찬, 잊을 수 없어”

    “투명인간 같던 우릴 외롭지 않게 하겠단 노회찬, 잊을 수 없어”

    노회찬 의원이 ‘투명인간’이라고 부르며 안타까워했던 노동자들은 그의 죽음을 유독 슬퍼했다. 1년 전 장례식장에는 양복과 구두 차림의 사람들보다 남루한 복장의 서민, 작업화를 신은 채 현장에서 달려온 노동자들이 많았다. 노 의원을 ‘직장동료’로 생각했던 국회 청소노동자들과 노 의원이 끝내 읽지 못하고 떠난 마지막 논평의 주인공 KTX 복직 승무원을 지난 19일과 20일 만났다.“내가 여기 있는 동안에는 여러분들을 외롭게 하지 않겠습니다.” 지난해 7월 27일 국회장 당시 노 의원을 눈물로 배웅했던 김영숙(64) 국회환경노조위원장은 “우리를 외롭게 하지 않겠다던 노 의원의 말이 잊혀지지 않는다”고 했다. 2016년 4월 총선에서 국회에 새로 들어온 당이 늘어나면서 공간이 부족해졌다. 국회 사무처는 본청 2층에 있던 청소노동자들의 노조사무실을 빼기로 했다. 중재에 나선 노 의원은 “정 안 되면 내 의원실 공간을 반으로 나눠쓰자”면서 “적어도 청소노동자들을 외롭게 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청소노동자들은 마음속 깊이 노 의원을 ‘직장동료’로 생각했다. 박태점(65) 사무국장은 “노 의원은 우리가 장갑을 벗을 때까지 기다린 후에 악수를 하셨다”면서 “여성의날에는 꽃을, 국회로 돌아오신 뒤에는 점심을 사주셨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노 의원이 말한 ‘투명인간’이 딱 우리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청소노동자들은 국회 직원이 출근하기 전에 사무실을 청소하고 빠지려고 새벽 첫차를 타야 한다. 그러면서도 국회에서 무슨 행사라도 하면 사라져야 하는 투명인간이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2017년 직접고용과 함께 투명인간에서 벗어났다. 노 의원의 지지가 큰 힘이 됐다. 박 사무처장은 “국회직원이 된 뒤부터는 국회행사 초대장을 받는다”면서 “돈이 문제가 아니라 이런 게 소속감”이라고 귀띔했다.국회 청소노동자들은 노 의원의 마지막 길을 지켰다. 운구 차가 국회에 들어왔을 때 노조 임원과 대의원 25명이 도열했다. 박 사무처장은 “그날 참 많이 울었다”고 했다. 이들은 남양주 모란공원에서 열린 49재에도 참석했다. 청소노동자들은 “노 의원의 장례식은 달랐다”고 입을 모았다. 높은 사람이 사망하면 높은 사람들이 장례식장을 찾지만, 노 의원의 장례식장에는 장애인과 서민, 노동자들이 몰렸다는 것이다. 12년 복직 투쟁 끝에 일터로 돌아온 KTX 승무원들도 장례식장을 지킨 노동자들이다. 노 의원이 사망하기 이틀 전 KTX 승무원들은 복직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했다. 노 의원은 이들을 축하는 논평을 썼지만, 끝내 발표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복직 이후 한티역 고객지원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승하(40) 전 지부장은 “좋은 소식을 가지고 갔는데, 죄송한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승무원들은 복직 1주년 자축 대신 고속도로 서울요금소에서 고공 농성을 벌이고 있는 톨게이트 요금수납 여성노동자들을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하기로 했다. 도로공사 요금수납 노동자 1500여명이 해고됐다는 소식을 듣고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김 지부장은 “노회찬 정신은 사회적 약자와 함께하는 것”이라면서 “싸우고 있는 노동자들과 연대하는 행사를 하게 돼 더 뜻깊다”고 설명했다. 2006년 KTX 승무원들이 첫 파업에 나섰을 때 노 의원은 이들의 싸움을 전폭 지지했다. 김 전 지부장은 “우리와 함께한 첫 국회의원이었다”면서 “굉장히 든든했다”고 회상했다. 김 전 지부장은 “저희가 12년간 잃은 것은 사회적 신뢰였다”면서 “우리 문제가 해결되는 것을 보면서 사회에 희망을 품게 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노동자들이 여전히 목숨을 걸고 싸워야만 한 번 쳐다봐주는 현실은 그대로”라면서 “개선되는 속도가 너무나 더딘 것은 아닌지, 정말로 나아지고는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고 아쉬워했다. 고립돼 가는 노동자들의 투쟁을 보며 노 의원의 빈자리가 더 커 보인다. 김 전 지부장은 “많은 사람들이 불편만 보고 왜 파업하는지는 알려고 하지 않는다”면서 “왜 싸우는지 알려주는 스피커 역할을 했던 노 의원이 안 계시니 더 그립다”고 말했다. 글 사진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마지막 장맛비 세다…24일 밤부터 27일까지 집중호우 예상

    마지막 장맛비 세다…24일 밤부터 27일까지 집중호우 예상

    올해 마지막 장맛비가 오는 24일 밤부터 27일 오전까지 전국 곳곳에 내릴 전망이다. 장마전선이 한 곳에 머무르고 찬 공기가 파고 들면서 강한 집중호우가 쏟아질 것으로 예보돼 대비가 필요해 보인다. 기상청이 22일 오후 6시 발표한 중기(열흘) 예보에 따르면 중국 중부지방에서 이동하는 장마전선의 영향을 받아 24일 오후 9시쯤부터 중부 서해안이 흐리고 비가 올 전망이다. 25일은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서, 26일은 중부지방과 전북에 장맛비가 내릴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다. 중부지방에는 27일 오전에도 장맛비가 올 것으로 보인다. 윤기한 기상청 예보관은 “찬 공기가 파고들면서 강한 장맛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면서 “장마전선이 한곳에 머물며 집중호우가 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번 장마가 끝나면 본격적인 불볕더위가 시작된다. 현재 27일 이후 국지적인 소나기를 제외한 비 소식은 없는 상태다. 기상청은 이번에 내리는 장맛비가 그치면 올여름 장마가 끝날 것으로 보고 있다. 평년(1981∼2010년 평균)을 봐도 제주도의 장마 종료일은 7월 20∼21일이다. 남부지방은 7월 23∼24일, 중부지방은 24∼25일이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전문]유니클로 소비자 마음 돌릴까…한일 본사 공동사과

    [전문]유니클로 소비자 마음 돌릴까…한일 본사 공동사과

    일본 SPA(제조·유통 일괄) 의류브랜드 유니클로가 ‘한국 불매운동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요지의 일본 본사 임원의 발언에 대해 22일 사과했다. 유니클로 일본 본사인 패스트리테일링과 한국 운영사인 FRL코리아는 이날 홈페이지와 인스타그램 등 공식 소셜미디어(SNS)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유니클로는 “최근 패스트리테일링 그룹의 실적 발표 중 있었던 임원의 설명에 부족한 점이 있었던 것과 관련, 한국의 고객들께 심려를 끼쳐 드려 대단히 죄송하다”고 밝혔다. 유니클로의 사과는 지난 17일에 이어 두 번째다. 당시 일부 취재진을 통해 입장을 밝힌 것이 오히려 소비자 반감을 불러일으키자 공식 사과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과에는 일본 본사 야나이 다다시 회장의 의중이 담겼다고 유니클로 측은 설명했다. 야나이 회장은 한국 내 유니클로 불매운동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유니클로는 “부족한 표현으로 저희의 진심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한국의 많은 고객께서 불쾌한 감정을 느끼시게 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패스트리테일링 그룹과 유니클로는 앞으로도 전 세계 고객들께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패스트리테일링 오카자키 다케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11일 도쿄에서 열린 결산 설명회에서 “한국에서 벌어진 불매운동이 이미 매출에 일정한 영향을 주고 있다”면서 “장기적으로 매출에 영향을 줄 만큼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런 발언 내용이 국내에 전파되면서 유니클로는 일본 불매운동의 표적이 됐다. 일부 소비자들은 온라인스토어 회원 탈퇴를 인증하거나 대체품으로 탑텐, 스파오 등 국산 SPA 의류 브랜드를 적극 홍보하기도 했다.불매운동의 영향으로 유니클로 매출은 최근 2주사이 30%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2번의 사과에도 유니클로에 대한 소비자 마음이 돌아설지는 미지수다. 유니클로 인스타그램 계정에 게시된 사과문에는 “이미 늦었다”, “그래도 안 산다”는 등 부정적인 댓글이 달렸다. 다음은 사과문 전문. 2019년 제3분기 패스트리테일링 실적 발표회 중 한국 상황 설명에 대한 사과문 유니클로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패스트리테일링과 에프알엘코리아에서 말씀드립니다. ⠀ 최근 패스트리테일링 그룹의 실적 발표 중 있었던 임원의 설명에 부족한 점이 있었던 것과 관련, 한국의 고객님들께 심려를 끼쳐 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해당 내용은 2019년 7월 11일 도쿄에서 진행된 실적 발표 중 미디어의 한국에서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 관련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언급되었습니다. 당시 부족한 표현으로 저희의 진심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였고, 결과적으로 많은 분들을 불쾌하게 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당시 임원은 질문에 대해 “매출에 일정 부분 영향이 있습니다. 영향이 당연히 없을 수는 없습니다만, 저희로서는 정치 상황에 지나치게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고, 어떤 국가의 고객님도 모두 저희의 소중한 고객님이므로 각 나라의 고객님들의 생활에 잘 맞는 라이프웨어(LifeWear)를 제공하기 위해 묵묵히 노력하고자 합니다. 한국에서도 오랜 기간 사랑해주고 계신만큼, 그 영향이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지금은 일정 부분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라고 답변했습니다. 이 설명으로 전하고자 했던 바는 ‘현재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은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진지하게 계속해나가는 것밖에 없습니다. 한국에서도 오랜 기간 사랑해주고 계신만큼, 그 영향이 오래가지 않기를 바랍니다.’라는 취지였습니다.⠀⠀⠀ 그러나 ‘바랍니다’라고 명확히 이야기해야 할 것을 ‘생각하고 있습니다’라는 부족한 표현을 사용해, 본래의 의도와는 달리 ‘불매운동이 오래 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라는 뜻으로 전달되어, 한국의 고객님들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되었습니다. 다시 한번 이러한 부족한 표현으로 저희의 진심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한국의 많은 고객님들께서 불쾌한 감정을 느끼시게 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패스트리테일링 그룹과 유니클로는 앞으로도 전세계 고객님들께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주식회사 패스트리테일링 ∙ 에프알엘코리아 올림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송중기·송혜교 위자료·재산분할 없이 이혼 조정 성립

    송중기·송혜교 위자료·재산분할 없이 이혼 조정 성립

    송중기(34)와 송혜교(37)가 위자료나 재산분할 없이 이혼하는 것으로 조정 절차를 마무리했다. 서울가정법원은 22일 두 사람의 이혼조정 사건 기일이 이날 오전 열렸으며 양측의 조정이 성립됐다고 밝혔다. 양측이 1개월 내에 관할 구청 등에 이혼 신고를 하면, 이혼 절차는 최종 마무리된다. 조정 당사자들 뜻에 따라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으나 이미 대부분 사항에 양측이 합의해 조정에는 5분도 채 걸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이혼과 관련된 허위사실 유포에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016년 방영된 KBS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통해 연인이 된 두 사람은 이듬해 7월 교제 사실을 인정하며 결혼 계획을 발표했다. 그해 10월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그러나 결혼 1년 8개월 만인 지난달 27일 송중기가 소속사를 통해 “송혜교 씨와의 이혼을 위한 조정 절차를 진행하게 됐다”라고 밝히면서 두 사람의 파경이 공식화했다. 송혜교 측도 “남편과 신중한 고민 끝에 이혼 절차를 밟고 있다”라고 이혼 단계에 들어갔음을 인정했다. 이혼 조정 신청을 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법적으로도 완전히 남남이 됐다. 송중기는 사전 제작을 마친 tvN 주말극 ‘아스달 연대기’ 시즌3의 오는 9월 방송을 앞두고 있고 영화 ‘승리호’ 촬영에 매진 중이다. 송혜교 역시 중국 등 외국에서 광고 관련 행사에 참석한 사진이 공개되며 화제가 됐다. 그는 차기작을 신중하게 검토하며 국내외 일정을 소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핑클 데뷔 21주년 기념 베스트 앨범 발표 “추억하는 시간”

    핑클 데뷔 21주년 기념 베스트 앨범 발표 “추억하는 시간”

    그룹 핑클(이효리, 옥주현, 이진, 성유리)이 데뷔 21주년을 맞아 베스트 앨범을 발표, 팬들과 추억을 함께 한다. DSP미디어는 22일 핑클의 베스트 앨범인 ‘FIN.K.L BEST ALBUM’이 오는 8월 19일 발매된다고 밝혔다. ‘FIN.K.L BEST ALBUM’은 수 많은 히트곡을 만들어낸 핑클의 명곡 중 그 중 최고를 엄선해 구성됐다. 데뷔곡 ‘BLUE RAIN’을 비롯해 불멸의 히트곡인 ‘내 남자 친구에게’, ‘루비(淚悲):(슬픈 눈물)’, ‘영원한 사랑’과 더불어, ‘White’, ‘영원’ 등의 지금도 사랑받고 있는 10곡으로 구성됐다. 핑클은 14년만에 JTBC 예능 프로그램 ‘캠핑클럽’을 통해 완전체로 뭉쳐, 팬들에게 추억을 선사하고 있다. 이번 베스트 앨범 또한 핑클을 사랑해 준 팬들에게 추억을 선물하고 그때의 감성을 함께 다시 한번 느껴보고자 기획됐다. 10곡의 히트곡과 함께, 소장의 기쁨을 접할 수 있는 LP와 CD를 하나의 구성품에서 만날 수 있다. 멤버들 또한 “추억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팬들도 좋아할 것 같다”며 팬들에게 보내는 자필 스페셜 메시지를 앨범에 수록하는 등 적극적으로 제작에 참여했다. 한편, ‘FIN.K.L BEST ALBUM’은 오는 8월 19일 발매에 앞서, 금일(7월 22일) 오전 11시부터 온라인 음반 사이트를 통해 예약 구매에 들어간다. 사진제공=DSP미디어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사설] 참의원 선거 치른 아베 총리, 한일 갈등 풀어라

    아베 신조 총리 정권의 중간평가 성격을 띤 일본 참의원 선거 투표가 어제 끝났다. 이날 오후 8시 NHK가 발표한 출구조사에 따르면 아베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민당과 공명당이 개선(신규) 의석(124석)의 과반을 확보했다. 또 헌법 개정에 긍정적인 일본 유신회 등을 합쳐 개헌 발의선인 3분의2 의석(164석)에 근접할 것으로 보도됐다. 아베 총리는 이번 선거에서 개헌 발의 가능 의석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 카드를 들고나왔다. 정치와 무역 등 경제 활동은 분리하는 것이 지난 수십년간 국제경제를 발전시켜 온 근간이었는데 아베 총리가 이를 무시했다. 일본 정부가 무역을 보복 수단으로 들고 나온 것은 자유무역의 이념을 훼손한 것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자유롭고 개방된 경제가 국제 평화와 번영의 기반”이라고 선언했지만, 이틀 만에 한국 반도체산업에 핵심적인 부품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를 발표했다.  세계 경제는 품질과 가격에서 비교우위를 가진 품목을 각자 생산한 뒤 무역으로 주고받는 공존 시스템에 의존하고 있다. 소니와 파나소닉 등 일본 TV 제조사의 상당수는 한국제(디스플레이) 패널을 사용하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 등 미국과 중국의 기업들도 스마트폰과 컴퓨터에서 한국제 반도체와 패널을 사용하고 있다. 한국의 반도체 생산이 줄면 일본에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것은 물론 각국 기업의 생산에 지장이 발생하면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비판을 받게 된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7월 20일자)에서 “넓게 보면 일본의 자해는 무모하다”면서 “일본의 수출 규제는 경제적으로 근시안적”이라고 보도했다.  일본이 수출 규제를 포괄적으로 완화해 주는 ‘화이트 국가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면 한국 정부는 대항 조치로 다음달 말에 만료되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높다. 양국 정부의 지루한 감정싸움은 결국 양국 기업들에 피해를 입히고, 상대 국민에 대한 혐오만 키울 뿐이다. 일본 소재 업체들은 주가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서울신문이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8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불매운동에 참여하겠다’는 응답이 72%였다. 한국은 제조기술, 일본은 소재기술을 발전시키며 동반자적 관계를 맺고 성장했다. 양국의 갈등이 심화하면 공멸밖에 없다. 참의원 선거를 마친 만큼 아베 총리는 강제징용에 대한 해법을 한국 정부와 성실한 협상을 통해 찾아야 할 것이다.
  • [월요 정책마당] 풍요로운 삶을 위한 박물관·미술관의 길/전병극 문화체육관광부 지역문화정책관

    [월요 정책마당] 풍요로운 삶을 위한 박물관·미술관의 길/전병극 문화체육관광부 지역문화정책관

    지난달 많은 이들의 사랑 속에 막 내린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창령사 터 오백나한전’은 박물관과 현대미술가가 협업한 전시로, ‘대고려전’에 이어 올해 상반기 예술계에서 가장 주목받은 전시회로 꼽힌다. 앞서 5월에는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이 처음으로 공동워크숍을 진행해 한국을 대표하는 박물관과 미술관의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이처럼 박물관과 미술관은 상호 협력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서로 다른 듯 닮은 박물관과 미술관은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이라는 공통 기반에 바탕을 두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박물관과 미술관은 ‘뮤지엄’(Museum)이라는 개념으로 포괄해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는 박물관과 미술관을 함께 고려한 종합적인 발전정책을 수립한 적이 없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달 ‘문화로 삶을 풍요롭게 하는 박물관·미술관’을 비전으로 공공성 강화, 전문성 심화, 지속가능성 확보라는 3가지 목표를 담은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 중장기계획’을 발표했다. 박물관·미술관은 2013년 911개에서 지난해 1124개로 5년 동안 꾸준히 증가했다. 양적인 증가도 증가지만, 우리가 진정 배우고 느낄 수 있는 ‘내실 있고 알찬’ 박물관·미술관을 조성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다. 중장기계획 발표를 계기로 문체부는 박물관·미술관 질적 제고를 위해 건립에 관한 사전평가와 운영에 관한 사후평가를 내실화한다. 또 공립과 사립, 대학 박물관·미술관이 각기 고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역특화 콘텐츠를 개발하고, 특색 있는 전시 및 교육을 제공하는 한편 연구·인력을 양성하는 데 적극적인 지원을 할 계획이다. 기존 박물관 위주 문화유산표준관리시스템을 공·사립 미술관에서도 활용하도록 개편하고, 보존처리기술 지원도 확대한다. 안전한 관람환경 조성을 위해 박물관·미술관의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인증’ 취득을 촉진하고, 사회적 약자를 위한 편의시설 개선도 추진할 방침을 세웠다. 나아가 4차 산업혁명 시대 ‘스마트 박물관·미술관’으로 거듭나고자 실감콘텐츠 개발과 체험관 조성, 인공지능 활용 전시안내서비스 확대 등을 추진한다. 전국적인 박물관·미술관 주간행사와 협력 회의체 등을 통해 박물관과 미술관 상호 협력망도 구축할 계획이다. 7월부터는 박물관·미술관 입장료 소득공제도 시행 중이다. 이번 중장기계획에는 박물관·미술관 1개관당 인구를 2019년 4만 5000명에서 2023년 3만 9000명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목표가 있다. 박물관과 미술관을 더욱 촘촘히 만들어 내 삶의 가까운 곳에서 문화생활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현장 일부에서는 시설건립 위주 정책이라고 오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그간 박물관과 미술관의 자연스러운 증가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정부 주도 추가 건립 의지라기보다는 이번 진흥시책으로 박물관·미술관 설립과 운영에 대한 지방자치단체, 민간의 관심과 이해도를 높여 이들과의 협력을 통해 문화향유기반 구축에 힘쓰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아울러 이번 중장기계획은 박물관·미술관 진흥 정책 기본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향후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콘텐츠 내실화 방안 등도 더욱 심화할 예정이다. 2018 문화향수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박물관·미술관을 방문한 사람은 100명당 16.5명이다. 주민자치센터(30.4명), 공연장(25.7명)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치지만, 우리 생활 속 문화시설로 자리잡았다고 보기엔 아직도 많이 부족해 보인다. 이번 중장기계획과 입장료 소득공제 시행 등을 계기로 우리 주변 박물관·미술관이 더욱 내실 있고 유익한 공간이 되고, 더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대표 문화시설로 발돋움하기를 기대한다.
  • 서울 아파트 전셋값 꿈틀… 주택매매 심리도 8개월 만에 상승

    서울 아파트 전셋값 꿈틀… 주택매매 심리도 8개월 만에 상승

    두 달 만에 5000만~1억 이상 뛰기도 입주물량 감소·재건축 이주 등 영향 매매시장, 가격 상승 체감 응답 늘어 “규제에도 서울 아파트 선호도 심화”한동안 잠잠했던 서울 전세 가격이 입주 물량 감소와 강남 재건축단지 이주 등으로 꿈틀대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와 중개업자들이 실제로 느끼는 서울 지역 주택매매 경기는 8개월 만에 상승 국면으로 돌아서 지난해 9·13 대책 이후 얼어붙은 매매 시장에도 온기가 도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감정원이 지난 18일 발표한 7월 셋째주(15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은 전주 대비 0.02% 상승했고, 매매 가격은 0.01%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올 상반기까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2.34% 하락했지만 이달 들어 3주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84㎡ 전셋값은 13억 5000만~14억원이다. 지난 5월 12억원 후반대에서 5000만~1억원가량 올랐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6.8㎡ 전셋값은 4억 5000만~5억원, 전용 84㎡는 5억~6억원이다. 이 아파트 전용 76.8㎡는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입주 물량에 따른 충격으로 지난 3월 초 3억 5000만~3억 8000만원으로 떨어졌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3월 2만 1818가구에 달했던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4~5월 두 달간 총 592가구로 급감했다. 3월까지 적체됐던 전세 물량이 봄 이사철을 맞아 빠르게 해소됐고, 최근 여름방학 이사 수요까지 더해지며 전셋값이 오름세로 돌아선 것으로 분석된다. 상반기에 서초구 신반포3차, 송파구 잠실 미성아파트 등이 재건축에 들어가면서 인근 아파트 전세 수요가 늘어난 영향도 있다. 자율형사립고 지정 취소가 예고되면서 강남 8학군 등 인기 지역의 전세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잠재 실수요자들이 값싼 상한제 아파트에 당첨될 때까지 무주택자 자격을 유지하며 전세로 눌러앉으려는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21일 “청약에 집중하는 사람들이 당장 집을 사야 할 이유가 없어진 상황에서 전셋값이 더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국토연구원의 ‘6월 부동산시장 소비자심리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지역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28.3으로 전월(108.5)보다 19.8포인트 올랐다. 이는 2018년 9월(147.0) 이후 9개월 만의 최고 수준이며, 같은 해 10월(128.0) 이후 8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다. 이 지수는 전국 152개 시군구 6680가구, 중개업소 2338곳에 대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산출된 것으로, 지수 100을 넘으면 가격 상승이나 거래 증가를 체감했다는 응답이 많다는 뜻이다. 이은형 연구원은 “정부의 각종 규제에도 불구하고 서울 아파트에 대한 심리적 선호도가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고 분석했다. 세종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최정우 취임 1년간 시총 8조 증발…포스코 ‘날개없는 추락’ 어디까지

    최정우 취임 1년간 시총 8조 증발…포스코 ‘날개없는 추락’ 어디까지

    국내 철강산업을 이끄는 포스코가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주가 폭락과 영업이익 감소, 대내적으로는 잇따르는 사망 사고와 노조 와해 논란에 직면했다. 이런 가운데 포스코 노동자들은 직업병 보상 투쟁을 장기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취임 1주년(27일)을 맞는 최정우 회장이 이런 ‘사면초가’ 상황을 어떻게 돌파해 나갈지 주목된다. ●지난해 7월 27일 최 회장 취임 이후 주가 내리막길 포스코 주가는 최 회장이 취임한 지난해 7월 27일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포스코의 지난해 8월 1일 시가총액은 29조 1639억 9600만원, 종가는 33만 4500원을 기록했다.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지난 5월 24일 시가총액 19조 9657억 8500만원, 종가 22만 9000원으로 바닥을 찍었다. 기업의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가 9개월여 만에 31.5% 급락한 것이다. 시가총액 순위도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경영 실적 역시 상황이 좋지 않다. 최 회장이 취임한 시점인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은 1조 5311억원이었으나 4분기에 1조 2715억원으로 17.0% 하락했다. 이어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1조 2029억원으로 다시 5.4% 떨어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9.1% 하락한 수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1분기보다 7.6% 감소한 1조 1119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은 가파르게 오르는데 경기 침체로 제품 가격은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의 값싼 철강 제품이 국내로 들어와 전반적인 철강 가격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 영업이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여기에 경기 둔화까지 겹쳐 철강 가격은 더욱 하락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산 철강의 질이 향상되면서 포스코가 내세우는 ‘프리미엄 철강’의 차별성이 약화될 가능성도 커졌다. 변종만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도 철강 기업이 수익성을 유지하는 데 충분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포스코의 올해 전체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20%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철강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자 최 회장은 지난해 ‘2차 전지’를 비롯한 고부가가치 제품을 미래 신성장을 견인할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2030년까지 2차 전지 시장에서 점유율 20%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도 글로벌 철강산업의 불황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측하고 대안을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대내적으로는 최 회장의 공격적 투자에 대한 재무적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애널리스트는 “최 회장이 취임 이후 밝힌 공격적 투자 계획에 따른 성과가 도출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데, 아직 집행되지 않은 투자 계획도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잇단 사망 사고… 경영 실적보단 ‘사람이 먼저’ 최근 잇따른 사망 사고로 최 회장의 ‘안전경영’ 천명도 무색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 회장은 지난해 10월 안전다짐대회를 열고 형식보다는 ‘실질’, 보고보다는 ‘실행’, 명분보다는 ‘실리’라는 ‘3실(實) 기반’의 안전 관리 해법을 제시했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안전은 회사가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라고 강조했다. 안전사고 방지 예산을 3년간 기존의 2배 수준인 1조 1050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올해 안전 관련 분야 예산 3820억원 가운데 1571억원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5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데 이어 올해에도 벌써 4명이 목숨을 잃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관계자는 “회사 측이 사고가 났다 하면 내부 직원 입단속에만 치중하고 ‘안전 캠페인’은 보여 주기식에 그치고 있다”면서 “사측이 거액의 안전 예산을 투입해도 실제로 작업장이 안전해졌다고 느끼는 노동자는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사측은 작업표준서를 근거 삼아 ‘작업자가 이런 규정을 지키지 못했다’며 늘 사고의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려는 시도를 해 왔다”면서 “포스코는 법 위에 서 있는 기업이라는 인식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스코지회는 또 직업병 보상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지난달 26일부터 폐암, 심근경색, 백혈병, 진폐증, 피부질환 등 직업병 의심 사례를 제보받고 있다. 삼성전자 백혈병 피해자 지원단체인 ‘반올림’을 본보기로 삼아 포스코를 상대로 업무상 피해를 보상받기 위한 장기 투쟁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한국노총 포스코노조는 지난 18일 성명서를 내고 “포스코에서 2년 사이 9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것은 안전에 대한 투자와 예방대책 요구를 회사가 묵살한 결과”라며 “회사는 안전 대책이 미비하다는 의견을 무시한 채 탁상행정에만 의존했고, 최 회장은 사망 사고와 관련해 사과나 재발 방지 대책도 내놓지 않고 함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포스코 측은 “연이은 사고에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사외 안전전문기관과 합동팀을 구성해 제철소의 모든 공장을 점검하고 발견되는 위험요소를 즉시 개선해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데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죽음의 외주화’ 끊지 못하는 ‘포스코건설’ 포스코의 계열사인 포스코건설에서도 노동자 사망 사고가 멈추지 않고 있다. 최근 5년 사이 10명이 사망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8년 산재 확정기준 사망 사고 다발 건설주체 명단’에서도 포스코건설은 1위에 올랐다. 산업재해 발생이 아닌 확정 시점이 기준이어서 숨진 10명에는 2015년 사망자까지 포함됐고, 이들 모두 하청업체 직원인 것으로 밝혀졌다. 노조 관계자는 “김용균법의 통과로 ‘위험의 외주화’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건 사실이지만 개정된 법률안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건설 현장의 불법 하도급 문제도 잇따르고 있다. 전국건설노조 서울건설지부는 지난달 포스코건설이 시공하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파크원’ 공사 현장에 다단계 불법 하도급이 만연하다며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했다. 포스코건설이 경비를 절감하기 위해 불법 하도급을 알면서도 묵인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노조 “군대식 조직 문화 속 ‘노조 와해’ 시도 여전” 주장 포스코가 노조 와해를 시도했다는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지난해 9월 “포스코 사측이 강성노조가 근로자의 권익과 무관한 활동을 다수 추진하고 있다는 내용의 문서를 작성했다”며 관련 문건을 공개했다. 포스코지회 관계자는 “문건에는 사측이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가 정치적인 목적을 갖고 직원을 선동한다고 비난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측이 노조 탈퇴를 종용하고, 노조를 비방하는 등의 부당노동행위가 지금도 끊이지 않고 있다”면서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주장하기만 하면 인사위원회에 회부하겠다고 협박한다”고 전했다. 민주노총 전남지역본부와 전남지역 시민사회단체는 포스코 노조파괴 중대범죄자 직위 해임과 부당노동행위 재발 방지 등을 촉구하는 집회를 계속 이어 오고 있다. 조합원들은 포스코 제선부 소결공장 공장장과 부공장장을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여수지청에 고소하기도 했다. 포스코 노동자들은 “노조를 용납하지 않는 포스코의 조직 문화는 ‘군대식’에 가깝다”고 주장한다. 육군사관학교 출신인 박태준 초대 회장의 경영 철학에 50년에 걸친 ‘무노조 경영’ 과정이 더해지면서 군대식 기업 문화가 뿌리내리게 됐고, 그 잔재가 지금도 남아 있다고 입을 모은다. 노조 관계자는 “포스코에는 군대처럼 내부 전산망을 통해 통제하는 노무관리 시스템이 발달했다”면서 “사측은 근속연수가 오래되지 않고 직급이 낮은 직원을 상대로 노조 탈퇴를 암암리에 종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이 취임 100일째인 지난해 11월 공개한 100대 개혁과제에서 “회사의 자랑인 노사 화합 전통을 지속 계승,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힌 데 대해 한 직원은 “최 회장이 무노조 시절 때를 떠올리는 것 같다”면서 “대화와 타협으로 모범적인 노사 문화의 전형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공언도 빈말에 불과한 것 같다”고 했다. 사측은 이런 노조의 입장에 대해 “일방적인 주장일 뿐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내일 WTO서 한일전… 정부, 고위급 파견

    韓 산업부·日 경제산업성 국장급 출동 “보복 부당성” “안보 이유” 설전 예고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를 둘러싸고 한일 양국이 국제 사회를 상대로 본격적인 여론전을 펼친다. 이번 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가 그 현장이다. 21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WTO는 23~24일 일반이사회를 통해 일본의 수출 규제를 정식 논의한다. 한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성사됐다. WTO 일반이사회는 164개 회원국 대표가 모여 중요 현안들을 논의하는 자리다. 분쟁 해결을 위한 장은 아니지만 우리 정부는 일본 측 수출 규제의 부당함을 널리 알려 회원국들의 공감대를 이끌어 내는 등 국제 여론전의 분수령으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한일 양국은 이례적으로 본국 대표를 파견해 발언하도록 할 계획이다. WTO 회의는 주제네바 대사가 발언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해당 내용에 보다 익숙한 전문가를 동원해 국제 사회를 상대로 설득하겠다는 취지다. 한국에서는 산업부, 일본에서는 경제산업성 국장급 인사가 출동한다. 우리 정부는 이번 WTO 회의에서 일본을 상대로 수출 규제 강화의 근거를 밝힐 것을 요구하는 동시에 규제 철회를 요청할 방침이다. 반면 일본 측은 ‘대(對)한국 수출 규제는 금수조치가 아니고, 안보상 이유로 수출 관리의 운영을 재검토한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 관계자는 “국제 무대에 일본 측 규제가 자유무역 원칙에 어긋난다는 점을 널리 알릴 기회로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우리 정부는 22일 일본 정부에 수출 규제 조치의 부당성과 철회를 요구하는 이메일 의견서를 제출한다. 일본은 지난 1일 수출규제 조치를 발표하는 동시에 우호국을 상대로 수출 통관 간소화 혜택을 부여하는 ‘화이트 리스트’(백색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법령 개정안을 함께 고시했다. 법령 개정을 위한 의견수렴 마감 시한은 오는 24일까지다. 이후 일본 정부는 각의를 열어 한국을 백색 국가에서 빼기로 결정하면 개정안은 공포 21일 후부터 시행된다. 이르면 다음달 중순 이후에 백색 국가 제외가 현실화된다는 뜻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최근 국회에서 “(일본 각의에서의 백색 국가 제외 결정이) 7월 말~8월 초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분위기는 좋지 않다. 산업부는 24일 이전에 고위(국장)급 양자협의를 열자고 제안했지만 일본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12일 실무자(과장)급 양자협의에서도 양국은 서로의 입장 차만 확인했다.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주가 급락, 노조 압박, 사망 사고… 포스코 ‘3대 악재’ 휘청

    주가 급락, 노조 압박, 사망 사고… 포스코 ‘3대 악재’ 휘청

    시총 1년새 28% 빠지고, 노조 와해 의혹 올 직원 4명 사망… 노조 ‘장기 투쟁’ 예고국내 대표 철강 기업인 포스코가 주가 하락, 사망사고 다발, 노조 와해 논란 등 3대 악재로 휘청거리고 있다. 오는 27일 취임 1주년을 맞는 최정우 포스코 회장 앞에도 초라한 성적표가 놓였다. 포스코 노조는 포스코 역사상 처음으로 직업병 보상을 위한 장기 투쟁을 예고하고 나섰다. 포스코의 시가총액은 1년 사이 30% 가까이 폭락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포스코의 시가총액은 20조 6196억 8600만원, 종가는 23만 6500원을 기록했다. 최 회장이 취임한 지난해 7월 27일 기준 시가총액 28조 6844억 6900만원, 종가 32만 9000원에서 28.1% 급락한 수치다. 1년 사이 시가총액이 8조원 넘게 증발하면서 순위도 6위에서 11위로 밀려났다. 최 회장이 취임한 이후 영업이익도 꾸준히 하락했다. 23일 발표되는 포스코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 안팎 감소할 것으로 시장에서는 보고 있다. 정하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철광석의 국제 가격이 오르고 업황이 나빠진 것이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진 원인”이라면서 “올 하반기 철광석 가격 안정과 판매 가격 협상이 주가 반등을 위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 회장이 취임 후 내세운 ‘Safety With POSCO’(안전한 포스코)라는 구호도 말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하루가 멀다 하고 작업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지난해 5명에 이어 올해도 벌써 4명의 노동자가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한국노총 포스코노조는 지난 18일 성명서를 내고 “포스코 노동자가 죽음으로 내몰리는 것에 대해 최 회장이 책임져야 한다”면서 “또다시 사망사고가 난다면 사퇴하겠다는 각오로 사고 예방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는 직업병 보상을 위한 장기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지회 관계자는 “현재 광양제철소와 포항제철소에서 근무하거나 퇴직 후 질병으로 치료 중 혹은 사망한 지 3년이 안 된 노동자를 대상으로 직업성 질환 제보를 받고 있다”면서 “삼성전자 백혈병 피해자 지원단체인 ‘반올림’의 사례를 참고해 작업장에 대한 종합진단을 이끌어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해 불거진 ‘노조 와해’ 논란으로 포스코는 노동 적대 기업이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썼다. 지난해 9월 포스코지회가 출범했을 때 노조 측은 “포스코 노무협력실 쪽에서 지회를 강성노조, 정치집단으로 규정하고 노조의 정치적 행위를 무력화해야 한다는 지침을 담은 문건을 작성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포스코 측은 “회사는 자유로운 노조 활동을 보장하고 있으며 노조 와해 목적의 문건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 [달콤한 사이언스]잠들기 힘든 열대야, 뜨거운 물 목욕이 해법

    [달콤한 사이언스]잠들기 힘든 열대야, 뜨거운 물 목욕이 해법

    제5호 태풍 ‘다나스’가 지난 주말 남부지방을 관통해 지나가면서 많은 비를 쏟아부었다. 장마 끝자락에 한반도를 강타한 다나스는 올해 처음 한반도에 영향을 미친 태풍으로 기록됐다. 태풍이 지나간 직후인 22일 월요일은 태풍이 남겨놓은 습한 공기가 한반도로 유입되는 가운데 ‘중복’을 맞으면서 전국 대부분 지역의 낮 최고기온이 30~34도로 무더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 함께 동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한 밤 중 최저기온이 25도를 넘는 열대야 현상까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해에 비해서는 아직 더위가 덜하지만 장마가 끝나는 7월 말이 되면 전국에 폭염과 열대야가 시작되면서 밤잠을 설치게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연구진이 열대야 잠 못 드는 밤에 숙면을 취할 수 있는 방법을 발표해 주목받고 있다. 미국 텍사스 오스틴대 의생명공학과, 텍사스 휴스턴대 의대 수면과학과, 서던캘리포니아대 의대 수면의학과 공동연구팀은 불면증과 같은 수면장애 증상으로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은 잠들기 1~2시간 전에 약간 뜨거운 물로 목욕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의학분야 국제학술지 ‘슬립 메디슨 리뷰’ 19일자 온라인판에 실리고 8월호에 게재될 예정이다. 연구팀은 2018년 4월 기준으로 펍메드(PubMed), 시나흘(CINAHL), 코클란(Cochran), 메드라인(Medline), 사이크인포(PsycInfo), 웹 오브 사이언스 등 과학 및 의학분야 연구데이터베이스에 등재된 수면과 관련한 기존 5322개의 연구결과를 메타분석했다. 연구팀은 메타분석을 통해 전체 수면시간과 비교해 완전히 숙면하는 시간, 잠에 빠져드는 시간들을 찾아냈다.그 결과 잠들기 1~2시간 전에 40~42.5도의 다소 뜨거운 물에서 최소한 10분 이상 목욕하는 것이 숙면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특히 이번 연구에 따르면 평소 수면에 문제가 없는 사람도 열대야처럼 외부 환경 때문에 잠을 쉽게 들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이 같은 방법을 따르면 10분 이상 빨리 잠들 수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이는 수면은 뇌의 시상하부라는 부위에서 조절하는데 우리 몸의 중심 온도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합 하가옙 텍사스 오스틴대 의생명공학과 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숙면을 위해서는 잠자리의 상태 같은 문제 뿐만 아니라 잠자리의 온도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며 “따뜻한 물로 잠들기 90분 전에 목욕, 샤워 등을 하는 것이 숙면을 위한 최적의 체온을 만들어 준다”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법서라] 고작 6일 누린 ‘납북어부 재심’ 무죄 기쁨…‘과거사 원칙’ 저버린 검찰

    [법서라] 고작 6일 누린 ‘납북어부 재심’ 무죄 기쁨…‘과거사 원칙’ 저버린 검찰

    [편집자주] 전국 최대 법원과 최대 검찰이 몰려 있는 서울 서초동에는 판사, 검사, 변호사뿐만 아니라 그들을 취재하는 기자들도 있습니다. 일반 국민의 눈으로 보는 법조계는 이상한 일이 참 많습니다. 법조의 뒷이야기와 속이야기를 풀어드리는 ‘법조기자의 서리풀 라이프’, 약칭 ‘법서라’를 토요일에 선보입니다. 오는 25일 취임하는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공개서한’을 보내겠다는 한 어부가 있습니다. 이 어부는 박정희 정권 당시 간첩 누명을 뒤집어 쓴 채 50년을 살아오다 최근 재심심판을 통해 겨우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이에 불복한 검찰이 항소를 제기하면서 지난한 재판을 다시 이어가야 합니다. 어부는 “검찰이 스스로 정한 원칙과 약속은 지켜달라”면서 새로이 검찰조직을 이끌어갈 신임 검찰총장에게 전할 말이 있다고 합니다.“실질적으로 불법구금·가혹행위가 인정될 수 있는 경우 법원의 재심개시결정을 존중하여 즉시항고를 제기하지 않고, 재심 무죄 선고시 일률적인 상소를 지양하고, 유죄 인정 증거를 발견하지 못하면 상소를 제기하지 않는다.”- 2019년 6월 27일 대검찰청 ‘과거사 사건 관련 후속조치’ 中 위 문장은 ‘과거사 재심 사건에 대해선 새로운 증거가 있지 않은 한 상소하지 않겠다’라고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지난달 27일 전국 검찰청을 지휘하는 대검은 어두운 과거사에 대한 반성의 의미로 ‘과거사 재심사건 업무 매뉴얼’을 마련했습니다. 과거 검찰이 일부 과거사 사건에서 인권보장의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며 문무일 현 검찰총장이 직접 사과한 데 따른 변화입니다. 검사는 재판에서 피고인의 유죄를 입증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과거사 사건은 고문에 의해 만들어진 허위 진술이 많기 때문에 검찰도 적극적으로 ‘무죄 가능성’도 찾아내겠다는 취지죠. 군사 독재정권 시절 억울하게 간첩으로 몰렸던 이들에게 필요한 조치입니다. 그런데 과거사를 반성하겠다고 외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 벌써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간첩 누명은 쓴 6명 가운데 이미 5명이 세상을 떠난 ‘제5공진호 납북 어부’ 재심 이야기입니다. 무죄 판결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에서 검찰은 즉각 항소했습니다. 유일한 생존자는 “말뿐인 원칙과 약속이었느냐”고 절망했습니다. ■납북된 18살 막내 선원…불법감금·고문으로 ‘간첩’ 누명 1968년 5월, ‘제5공진호’ 막내 선원 남정길씨는 조업 도중 동료 5명과 함께 북한에 납치됐다가 5개월 만에 풀려나 고국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남씨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군사 독재정권의 ‘간첩몰이’였습니다. 정보과 형사들은 남씨 일행을 한달 동안 영장 없이 불법적으로 감금하고, 고문과 가혹행위를 가해 ‘납북 피해자’에서 ‘간첩’으로 바꿔버렸습니다. 당시 남씨의 나이는 고작 18살. 반공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들은 1969년 징역 1~3년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당시 검찰 공소장엔 “피고인들이 1968년 5월 24일 12시경 제5호 공진호에 승선해 경기도 연평도 근해 해상에서 어로작업 중, 선장인 김창록이 북괴 지배 하에 있는 지역인 안골에 들어가야만 고기를 많이 잡을 수 있으니 안골에 들어가서 어로작업을 할 것을 제의하자, 피고인들은 모두 이에 찬동했다”면서 “반국가 단체인 북괴의 지배 하에 있는 지역으로 탈출했다”고 명시됐습니다. (남씨 일행은 군사기밀 누설 관련 혐의로도 기소됐지만, 당시 법원은 ‘북괴 구성원들에게 강요된 행위’라며 이 부분에 국한해선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유죄 판결의 핵심 근거는 수사기관과 법정에서의 자백이었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스스로 고기잡이를 위해 북한 영해에 들어간 사실을 인정했고, 법정에서도 유사하게 진술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수사기관이 받아낸 진술은 고문에 의한 자백이었고, 고문 경찰은 법정까지 나타나 어부들을 지켜보며 심리적으로 압박했습니다. 그 속에서 경찰, 검찰, 법원, 누구도 사건의 실체를 들여다보려 노력하지 않았습니다. 남씨 일행은 평생을 반공법을 위반한 간첩으로 살아가야 했습니다.■50년 만에 무죄 판결 “고문, 가혹행위에 의한 진술은 증거능력 없다” 그렇게 50년을 억울함 속에서 살아온 남씨는 원곡 법률사무소를 만나 이미 세상을 떠난 납북 어부 5명의 유가족과 함께 지난해 7월에야 재심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지난 3월 재심개시 결정을 내렸고, 4개월 만인 지난 11일 전주지법 군산지원 형사1부는 전원 무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재심 재판부는 “장기간 불법구금과 광범위하게 이뤄진 가혹행위, 협박, 회유 등으로 인해 피고인들이 경찰 진술뿐만 아니라 검찰 및 법정에서의 진술까지도 임의성이 없는 상태에서 이뤄졌다고 추단되거나, 적어도 그 임의성에 강한 의심이 든다”고 밝혔습니다. (‘임의성이 없는 진술’이란 허위진술을 강요할 위험성이 있는 상태에서 이뤄진 진술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고문에 의한 허위진술이라는 점이 인정되기 때문에 1968년 경찰 조사나 법정에서 나왔던 진술 역시 증거능력이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의미죠. 구체적으로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납북됐다가 1968년 10월 인청항으로 귀환한 뒤 11월 군산경찰서로 이동해 구속영장이 발부될 때까지 구금된 상태에서 조사받은 사실 ▲군산경찰서 소속 수사관 등이 무허가 여관에서 자백을 강요하면서 구타, 물고문, 잠 안 재우기 등으로 강압적인 조사를 했고, 그 과정에서 피고인들이 공소사실을 자백하는 내요의 진술서 등을 작성한 사실 ▲검찰 조사와 공판기일(법정)에서도 고문 경찰관이 배석해 위협적인 분위기를 조성한 사실 등을 기록에 의해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50년 만에 이뤄낸 명예회복이었지만, 남씨의 동료들은 이미 세상을 떠난 지 오래였습니다. 가장 모진 고문을 당했던 기관장 박남주씨는 징역을 마치고 2년도 지나지 않아 사망했습니다. 남씨 본인도 고문 후유증으로 뇌출혈이 생겨 말이 어눌하고 거동이 불편한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무죄 결과를 받아든 남씨는 “50년의 세월 동안 누구 앞에 떳떳하게 설 수 없었는데 이제 우리도 떳떳하게 살 수 있게 됐다”면서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습니다. 이제 겨우 1심이 끝났지만, 대검이 불과 한 달 전에 ‘과거사 원칙’을 발표했기 때문에 남씨 측은 사실상 재판이 끝났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검찰의 행보를 남씨 측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법원의 무죄 판결에 불복한 것입니다.■검찰의 항소 “재판부가 법리 오인…법정에서 진술은 유효” 1968년 남씨 일행을 재판에 넘겨 유죄를 이끌어내고, 51년이 흘러선 이번 재심 공소유지를 맡은 전주지검 군산지청은 지난 17일 ‘납북어부 사건’ 재심 무죄 판결에 대해 항소했습니다. 6일 만입니다. 앞서 설명 드린 ‘임의성’, 즉 강요에 의한 진술이냐 아니냐 하는 문제에 대해 재판부가 법리적으로 오인을 했다는 취지입니다. 군산지청의 설명을 자세히 들어보겠습니다. “대검에서 규정한 ‘과거사 원칙’의 방향과 취지도 검토했습니다. 하지만 수사기관에서 고문과 가혹행위가 있었다해도 법정에서 고문받은 건 아니잖아요? 일부는 혐의를 부인했지만, 일부는 인정했습니다. 자유로운 환경에서 진술했다고 판단되기에 증거능력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비록 재판부가 그 부분에 증거능력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지만, 검찰 입장에선 유사한 국가보안법 사건에서도 유죄로 인정된 사례가 있기 때문에 이대로 포기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경찰 단계에선 고문을 받았더라도, 재판 단계에서까지 고문을 받은 것은 아니지 않냐는 취지입니다. 실제로 검찰은 재심심판에서도 이 같은 주장을 이어갔습니다. 서울신문이 확보한 검찰 변론재개 의견서에 따르면 검찰은 ‘피고인 등이 그 공판 과정에서, 수사기관에서 받은 가혹행위 등으로 인한 심리적 억압상태 때문에 자유롭게 진술하기 어렵다는 등의 주장을 했다거나 그런 의심을 할 만한 사정을 찾아보긴 어렵다’며 혐의를 자백한 당시 법정 진술의 증거능력이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검찰은 그 근거로 1969년 당시 공판 조서를 제시했습니다. 조서를 살펴보면 남씨 일행은 고기잡이를 위해 북한 해역으로 넘어간 사실이 있느냐는 판사의 물음에 대부분 ‘맞다’는 취지로 대답한 내용이 나옵니다.재판장 : 연평도에서 고기잡이가 여의치 않아 선장인 김창록의 제의로 군사분계선 넘어 황해도 구월골에 고기잡이를 간 사실이 있는가요남정길 : 예 그런 사실이 있었습니다재판장 : 군사분계선을 넘어가면 북괴에 납치된다는 사실을 몰랐던가요남정길 : 그런 위험성은 인식하였읍니다만 고기를 못 잡으면 보수를 못 받게 되니까 설마 붙잡히지는 않을 터이지 하는 요행수를 믿고 고기 잡을 목적으로 선장의 지시에 따라 그곳에 넘어가서 조업을 한 것입니다검찰은 남씨 일행이 법정에서 경찰의 고문을 폭로하기도 했다며, 이는 강요받아 진술하는 상황이 아님을 방증한다고도 주장했습니다.재판장 : 군산에 한국군이 주둔하고 있었다는 말도 했다는데 어떤가요피고인1 : 그런 말은 전혀 한 일이 없는데 군산경찰서 정보과에서 너무 심한 고문을 해서 그렇게 말했다고 거짓 진술했습니다재판장 : 군산비행장의 비행기 대수가 500대쯤 금년에 들어왔다는 말을 했든가요피고인2 : 이북에서는 그런 말을 묻지 아니하여 말한 사실이 없는데, 군산경찰서에서 조사받을 때 배 안에서 그런 말이 있었는데 왜 말한 일이 없다고 하느냐면서 고문을 하기에 할 수 없이 그런 말을 했다고 거짓말을 했습니다■변호인의 반격 “고문 29일 만에 열린 재판, 자유로운 환경이었다고요?” 남씨의 변호를 맡은 원곡 법률사무소 최정규 변호사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검찰의 입장이 충격적”이라고 탄식부터 내뱉었습니다. 고문을 당하고서 겨우 29일이 지나 공판이 열렸는데, 그들이 고문당하지 않은 상태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는 것입니다. “고문으로 사람을 너덜너덜하게 만들었는데, 국가가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무자비하게 짓밟았는데, 법정에서 제대로 된 진술이 가능했을까요? 물론 법정에서 고문을 당하진 않았겠죠. 또 누군가는 혐의를 인정하고, 누군가는 용기를 내 고문 사실을 밝혔겠죠. 그렇다고 이미 짓밟힌 상태에서 한 법정 진술을 꼬투리 잡으며 ‘너네 그때 자백했으니까 지금도 유죄야’라고 말하는 건 너무 잔인하지 않나요?” ‘피고인들이 법정에서 고문 사실을 폭로했기 때문에 억압된 환경이 아니다’라는 검찰 주장에 대해서도 남씨 측은 적극적으로 반박했습니다. “검사가 일부 부인 취지, 고문 폭로라고 언급한 진술들은 현재 재심심판절차에서의 유무죄 판단대상으로 삼는 공소사실과 관한 군사기밀누설과 관련된 진술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공소사실 자체를 부인한 것이 아닙니다. 고문 관련 진술을 하면서도 수사기관이 작성한 수사서류의 진정성립과 진술의 임의성은 다투지도 않는 등 강한 의심이 듭니다. 심리적 억압상태 때문에 자유롭게 진술할 수 없다는 사정은 명백합니다.” 결과적으로 법원은 무죄 판결을 통해 어부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 “검사가 제출한 의견서의 내용만으론 임의성에 대한 의문점을 없애는 검사의 적극적인 입증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기재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검찰은 상급법원이 자신들의 주장을 다시 판단해달라고 요청한 것입니다. ■“어부라서 무시하는 건가요” 항소와 상고, 즉 상소제도는 형사소송법 체계의 기본입니다. 검사가 항소를 제기하는 행위 자체가 이상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과거사 사건만큼은 다르게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 법조계의 공통된 시각입니다. 이미 수십 년 고통과 억울함 속에서 살아왔던 이들에게 또 다른 고통을 안겨주지 않고, 적극적으로 구제해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최 변호사는 “일반 사건이라면 이해한다. 검사도 법률가인데, 당연히 자기 주장이 있고 고집이 있으니 법률 판단을 더 받아보고 싶겠다”면서도 “그런데 과거사 사건에 대해 대검이 매뉴얼까지 만든 것은 ‘무조건 대법원까지 가야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리자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습니다. 이어 “국가도 할 말은 있겠지만, 국가 피해를 당한 사람들이니까 적어도 새로운 증거가 발견되지 않은 한 ‘우리가 물어뜯진 말자’는 취지 아니었냐”고 덧붙였습니다.남씨의 건강상태는 매우 좋지 않다고 합니다. 무죄 판결을 받아들고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까지 말했지만, 검찰 항소로 인해 끝이 보이지 않는 재판에 다시 뛰어들어야 합니다. 항소 소식을 듣고 “유학생 사건은 자체적으로 조사까지 해주면서, 우리 사건은 고작 어부라서 무시하는 거냐”고도 말했다고 합니다. 동료들을 떠내보내고서 외로움도, 허망함도 큰 탓이었을 겁니다. 오는 25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새로 취임합니다. 윤 신임 총장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국회 서면질의 답변서를 통해 “국가권력에 의한 고문, 전쟁범죄 등 반인권적인 범죄에 대하여 공소시효의 예외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제5공진호 납북 어부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를 비롯한 국가권력의 피해자들은 그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그리스 아테네서 규모 5.3 강진 강타… 겁에 질린 시민들 거리로

    그리스 아테네서 규모 5.3 강진 강타… 겁에 질린 시민들 거리로

    역사적인 그리스 수도 아테네 인근에서 19일(현지시간) 규모 5.3의 지진이 발생해 놀란 사람들이 거리로 뛰쳐나오는 등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그리스의 국립지질연구소에 따르면 점심 시간대인 오후 2시 13분에 일어난 이날 지진은 아테네에서 북서쪽으로 23㎞ 지점을 강타했다. 진원의 깊이는 지표 아래 약 10㎞로 측정됐다. 지질연구소는 지진의 규모가 5.1이라고 밝혔으나, 미국지질조사국(USGS)은 이번 지진이 규모 5.3이라고 발표했다. 지진으로 인한 인명이나 재산 피해는 즉각 보고되지 않고 있다. AP는 강한 진동에 겁에 질린 아테네 시민들이 건물 밖으로 황급히 뛰어나오는 모습이 목격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지진의 진앙지는 1999년에 발생한 규모 5.9의 지진으로 143명이 숨진 곳 근처라고 AFP가 전했다.국영방송 ERT는 소방당국이 지진 직후 아테네에서 엘리베이터에 갇힌 사람들 십여 명을 구조했다고 보도했다. 지진의 여파로 아테네 일대에서는 휴대전화와 유선전화 연결이 끊기는 등 통신이 불통되고,일부 구역에서는 전기 공급도 차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스는 지각이 불안정한 지대에 놓여 있어 연간 수천 건의 크고 작은 지진이 이어지고 있다. 2017년 7월에는 에게해 코스섬에 규모 6.7의 강진이 엄습,2명이 숨지고 건물 수십 채가 무너졌다. 작년 10월에도 이오니아해에 있는 휴양섬인 자킨토스 부근 해역에서 규모 6.8의 강력한 지진이 발생했으나, 이 지역 건물들에 엄격한 내진 설계가 갖춰진 덕분에 별다른 피해는 없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재배지 줄어도...양파 생산 39년만에 최대

    재배지 줄어도...양파 생산 39년만에 최대

    올해 양파 생산량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80년 이후 가장 많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재배 면적이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냉해 등 피해 발생이 적어 공급 과잉이 발생한 것으로 풀이된다. 1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보리, 마늘, 양파 생산량 조사 결과’ 자료에 따르면 올해 양파 생산량은 159만 4450t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52만 969t보다 7만 3481t(4.8%) 증가한 것이다. 마늘과 양파는 6월 말, 보리는 7월 초면 수확이 끝나 통계청은 연간 생산량 통계를 7월 중순에 내놓는다. 올해 양파 생산량 159만 4450t은 통계청이 현재의 방식으로 조사해온 1980년 이래 가장 많은 양이다. 생산량이 역대 최대 규모였던 2014년 158만 9957t보다도 4493t 많다. 재배 면적은 2만 1777㏊로 지난해 2만 6425㏊보다 17.6% 감소했지만 10a당 생산량은 7590㎏으로 27.2% 증가했다. 통계청은 지난해 양파 가격이 내려가 재배 면적이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2018년 1㎏당(도매 기준) 연평균 양파 가격은 819원으로 2017년 1234원 대비 33.6%나 떨어졌다. 그럼에도 생산량이 증가한 이유는 기상 여건이 좋기 때문이다. 올해 1~2월 평균 기온은 섭씨 2.4도로 지난해 같은 기간 -1.1도보다 높았고 4~5월 일조 시간은 483.1시간으로 지난해 422.0시간 대비 많았다. 4~5월 강수량은 135.2㎜로 지난해 257.3㎜보다 적었다. 결국 겨울에 따뜻했고 봄에 햇볕에 많이 노출됐으며 비가 적게 내렸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올해 전체 피해 발생률은 지난해 40.7% 대비 19.7%포인트나 낮은 21.0%에 그쳤다. 특히 냉해 피해 발생률은 1.2%(지난해 21.7%)에 불과했다. 3㎡당 포기 수는 94개(지난해 87개)까지 늘어났다. 올해 보리 생산량은 20만 3t으로 지난해 15만 1401t보다 4만 8602t(32.1%) 증가했다. 생산량이 많았던 2009년 21만 813t 이후 10년 만에 최대 기록이다. 재배 면적이 지난해 대비 7.4% 줄어들었지만 양파와 마찬가지로 기상 여건 호조로 생산량이 많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늘의 경우 올해 38만 7671t 생산됐다. 지난해 생산량 33만 1741t보다 5만 5930t(16.9%) 많았다. 통계청 관계자는 “올해는 보리, 마늘, 양파 모두 생산량이 많았다”면서 “특히 양파의 경우 재배 면적이 줄었음에도 기상 여건이 좋아 생산량이 큰 폭으로 늘었다. 생육기와 비대기에 일조 시간이 길고 비가 적정량 내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양파와 마늘은 공급과잉으로 시장 가격이 폭락했다. 관가와 기업 등에서 소비 촉진 운동을 벌이는 한편, 농가는 수출로 판로를 확대하는 등 돌파구를 찾고 있다. 세종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씨줄날줄] 플라이 미 투 더 문/이순녀 논설위원

    [씨줄날줄] 플라이 미 투 더 문/이순녀 논설위원

    “나를 달까지 날아가게 해줘요. 별들 사이에서 뛰놀며 목성과 화성의 봄이 어떤지 보게 해줘요.” 작곡가 바트 하워드의 명곡 ‘플라이 미 투 더 문’(Fly me to the Moon)이 처음 발표된 건 1954년이다. 원래 제목은 ‘인 아더 워즈’(In other words)였으나 가사의 첫 문장이 유명해지자 음반사에서 제목을 바꿨다고 한다. 여러 가수가 이 곡을 녹음했지만, 가장 히트한 건 1964년에 나온 프랭크 시나트라의 음반이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1962년 연설에서 “10년 안에 달에 가기로 결정했다”며 아폴로 계획을 선포하면서 미국과 소련 간 우주경쟁이 치열해진 시대적 배경과 맞물려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연인을 향한 사랑을 표현한 로맨틱한 노래가 달 탐사를 상징하는 노래로 자리매김한 것도 이즈음부터다. 케네디의 야심찬 계획은 7년 만에 실현됐다. 1969년 7월 20일 아폴로 11호가 달에 도착했고, 탐사선 이글호에서 내린 선장 닐 암스트롱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달에 발을 디뎠다. 달 탐사선이 이륙할 때 선내에선 카세트테이프에 녹음된 시나트라의 ‘플라이 미 투 더 문’이 울려 퍼졌다고 한다. 이후 달 착륙 기념행사나 영화 속 달 여행 장면에선 이 노래가 단골 레퍼토리로 등장했다. 우주탐사 최정예 파일럿이었던 노인들이 40년 만에 우주로 떠나는 이야기를 담은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영화 ‘스페이스 카우보이’(2000년)에서 마지막 장면에 흐르는 OST는 ‘플라이 미 투 더 문’이었다. 2009년 7월 20일 미국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항공우주박물관에서 열린 달 착륙 40주년 기념식에서도 이 곡이 연주됐으니, 명실상부한 ‘달 탐사 주제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내일(20일)은 달 착륙 50주년이다. 미국과 소련의 달 탐사 경쟁은 1970년대에 접어들면서 시들해졌다. 고비용 저효율에 정치적 명분도 퇴색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1972년 아폴로 17호가 마지막 달 탐사였고, 소련도 1976년 루나 24호 이후 달에 탐사선을 보내지 않았다. ‘달까지 날아가는’ 불가능의 영역을 정복한 지 반세기, 이제는 ‘별들 사이에서 뛰노는’ 시대를 향한 인류의 경쟁이 한창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2024년까지 달 궤도 우주정거장 게이트웨이를 만들 계획이다. 중국은 지난 1월에 달 탐사선 창어 4호가 달 뒷면에 최초로 착륙하는 데 성공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2035년까지 유인 우주선을 보내 달에 기지를 세울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본과 러시아도 2030년까지 유인 달 탐사선 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30년까지 무인 착륙선 발사를 목표로 하지만 갈 길이 멀다.
  • [사설] 일 외교적 해결 촉구 한목소리 문 대통령과 5당 대표들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가 어제 청와대에서 회동했다. 경제와 외교안보, 사회 등의 현안을 놓고 갈등만 하던 정치권이 대화의 테이블에 앉은 것은 일본의 수출 규제로 인한 한일 충돌이 그만큼 심각한 사안임을 방증한다 하겠다. 어제는 더욱이 일본 정부가 강제징용 문제 협상을 위한 ‘제3국 중재위 구성’ 제안을 내놓고 우리 정부에 답변 시한으로 제시한 날이었다. 청와대는 이미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밝힌 만큼 일본의 추가적인 보복 조치가 어떤 것일지 주시하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여러 측면에서 ‘정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실물 경제는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고, 경제 성장 전망치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신성장 먹거리를 서둘러 찾지 않으면 안 된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규제에 목졸린 경제 활력을 되살리자는 목소리는 높지만, 사회 갈등이 우리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현실이다. 국민은 정치가 나서 선제적으로 해결하기를 고대하고 있으나, 엄밀히 말해 정치가 족쇄로 작용하고 있는 게 한국 사회다. “대통령이 여야 대표들과 머리를 맞대 지혜를 모으는 모습만으로도 국민들이 희망을 가지시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문 대통령의 언급은 외면당한 정치권의 한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어서 서글프기까지 하다. 그러나 이날에라도 정치권이 한자리에서 머리를 맞댄 것은 국민적 기대에 부응한 것이라 하겠다. 일본의 대한국 수출 규제 조치는 자유무역 질서를 위배하는 경제보복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일본에 이런 조치를 즉시 철회할 것을 촉구하며 공동발표문을 발표한 것을 환영한다. 마침 청와대는 “7월 31일 또는 8월 1일에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발표를 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여야는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차원의 적극적인 외교적 노력을 촉구했으며 대통령은 이에 공감을 표하고 실질적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한 범국가적 차원의 대응을 위해 비상협력기구를 설치 운영하기로 한 만큼 이를 통해 협치의 틀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난국이 수습되는 출발점을 마련하길 기대한다.
  • [2030 세대] 현대음악 기원 1979년/임명묵 서울대 아시아언어문명학부 4학년

    [2030 세대] 현대음악 기원 1979년/임명묵 서울대 아시아언어문명학부 4학년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을 바꿀 변화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지난 칼럼들에서 종종 언급했던 1979년이 바로 그런 해였다. 중국의 개혁개방, 정보기술의 발전, 이란 이슬람 혁명과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영국에서 대처 수상의 취임 등 굵직한 사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 하지만 1979년은 그런 ‘무겁고 굵직한’ 정치, 경제, 기술에 관한 이야기들로만 가득찬 해는 아니었다. 대신 가볍고, 톡톡 튀고, 말랑말랑한 일들도 많이 일어났다. 물론 이런 일들의 중요성마저도 가볍지는 않았다. 결국 향후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의 세계를 만드는 데 엄청난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그래서 1979년 음악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한다. 1979년은 음악을 듣는 양식에 있어서 큰 변화를 예고한 해였다. 먼저 7월, 소니가 워크맨을 발매했다. 워크맨은 다들 라디오 앞에 모여서 들어야만 했던 음악을 철저히 개인화시켰고, 안 그래도 쪼개지고 있던 ‘국민 문화’를 더욱 파편화시켰다. 그다음 9월에는, 영국의 버글스가 ‘Video Killed the Radio Star’(라디오스타를 죽인 비디오)를 발표했는데, 라디오 중심의 듣는 음악이 뮤직비디오 중심의 보는 음악으로 전환될 것을 예견한 음악이었다. 3년 뒤 개국한 음악 전문 채널 MTV가 최초로 송출한 노래도 바로 이 노래였다. 현대 음악의 필수적인 요소라 할 흑인 음악도 이 해에 약진했다. 8월에는 랩 그룹 슈가 힐 갱이 최초로 세계적 규모로 인기를 끈 힙합 음악인 ‘Rapper’s Delight’(래퍼의 기쁨)를 발표했다. 힙합이 세계를 정복하기까지는 그 뒤에도 시간이 걸리게 되지만, 효시로는 손색이 없는 출발이었다. 또 마이클 잭슨이 최초의 성인 솔로 앨범인 ‘Off the Wall’(제정신이 아닌)을 발표한 것도 1979년이었다. 마이클 잭슨은 다양한 장르를 혼합한, 직관적 박자와 중독성 있는 후크를 갖춘 음악을 선보였고, 엄청난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다. 물론 이들 이외에도 다양한 혁신과 스타들이 나오면서, 지난 40년간 현대 메인스트림 음악은 점점 모습을 갖추어 갔다. 워크맨은 MP3와 아이팟을 거쳐 스마트폰으로 나아갔다. MTV는 이제 유튜브가 됐다. 랩은 음악에서 빠지면 안 될 요소가 됐으며, 마이클 잭슨이 이후 선보인 서사 있는 뮤직비디오와 화려한 군무는 한국의 아이돌 그룹의 세계적 흥행으로 계승됐다. 사실 ‘80년대’라는 말이 그렇게 좋은 느낌으로 다가왔던 적은 별로 없던 것 같다. 연상되는 것도 맨 앞에서 언급한 무거운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 시대는 냉전과 엄혹한 군부독재만 있던 시대는 분명 아니었다. 이후 30년, 40년의 문화적 흐름을 형성할 혁신들이 있던 시대였다. 누군가가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통해 뮤직비디오를 재생시켜 케이팝 아이돌의 랩을 듣는다면, 그도 1979년의 유산 위에 있는 사람인 것이다. 과거는 생각보다 가깝고, 현재는 생각보다 오래되었다.
  • 추경 합의문 포함 끝내 불발… 文 “회담 만족하지 않는다”

    추경·선거법 등 이견 현안 합의문서 빠져 오늘 본회의 불투명… 6월 국회 빈손 우려 민주·한국 “7월 없다” 추경안 표류 가능성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는 18일 청와대 회담에서 공동발표문을 도출했다. 한때 합의문 도출에 실패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으나 어쨌든 공동으로 발표문을 합의해 낸 것은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4개 항에 걸친 공동발표문은 모두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한 초당적 대처를 담았을 뿐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나 선거법 처리 등 여야 간 충돌을 부르고 있는 정국 현안은 담지 못한 한계도 드러냈다. 결국 이날 회담은 일본 경제보복에 대한 공동전선을 형성한 것과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인 것 자체에 의미를 둘 수 있다는 평가다. 이처럼 6월 임시국회 회기 종료를 하루 앞둔 이날 회담에서 첨예한 정국 현안에 대해 별다른 성과가 나오지 않음에 따라 19일 본회의도 열리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문 대통령은 이날 회담 결과에 대해 “만족하지 않는다”고 회담에서 말했다고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기자들에게 전했다. 손 대표는 국회에서 “내가 문 대통령에게 만족하냐고 묻자 문 대통령은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며 “오늘 회동 공동발표문에 추가경정예산이 들어가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며 “문 대통령은 회동을 계기로 추경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닌 거 같아서 그랬을 것”이라고 했다. 여야는 이날 추경안 처리와 관련한 구체적 합의가 나오면 원내대표 간 후속 협상으로 의사일정을 합의할 방침이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나경원 자유한국당·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19일 전격적인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6월 임시국회는 1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한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저녁 청와대 회담 이후 당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내일 본회의가 지금은 어렵다”며 “일단 내일 새로운 제안을 해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7월 임시국회 개최 가능성에 대해 “우리 보고 방탄국회 한다고 할 텐데 우리는 (7월 임시국회를) 안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도 19일 본회의가 무산되더라도 7월 임시국회를 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한국당에 더 끌려다니기는 힘들다”며 “결국 8월 결산국회까지 추경안 표류가 장기화할 수 있다”고 했다. 오 원내대표는 회동 후 의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대통령은 추경안의 빠른 처리만을 언급했을 뿐 국방 장관 해임과 관련한 발언은 없었고, 이에 따라 막판 극적인 의사일정 합의 가능성도 사라진 상황”이라고 했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 세스코, ‘미세플라스틱 오염 실태 및 분석 사례 세미나’ 개최

    세스코, ‘미세플라스틱 오염 실태 및 분석 사례 세미나’ 개최

    종합환경위생기업 세스코(대표이사 사장 전찬혁)가 7월17일 개최한 ‘미세플라스틱 오염 실태 및 분석 사례 세미나’에 식품·소비재 기업 및 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해 관심을 모았다. 세스코 이물분석센터가 주관, 세스코 본사 사옥인 터치센터에서 개최한 이번 세미나는 여성환경연대가 미세플라스틱의 오염실태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으며, 뒤 이어 세스코 이물분석센터에서 물·소금·수산물 등 미세플라스틱을 실제 분석한 사례를 소개하며 관련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최근 미세플라스틱의 위험성에 대해 경각심을 일으키는 연구결과와 사례들이 발표되며 환경 재앙으로 부각된 점을 반영하듯 이날 세미나에는 식품·생활용품을 비롯한 다양한 소비재 기업과 기관의 관계자들이 참석해 많은 관심을 보였다. 세스코 이물분석센터 관계자는 “미세플라스틱의 실태와 사례를 알리는 이번 세미나를 통해 관련 이슈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산업 관계자들과 사회적 심각성을 공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고 밝히고, “앞으로도 미세플라스틱 (분석 기준 마련 등의) 대응 방안에 대해서도 지속적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세스코는 이물분석센터를 통해 생수, 천일염, 해산물, 화장품, 세제 등을 비롯해 일반 가공식품의 미세플라스틱 분석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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