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공무원 채용제도는
우리나라의 공무원 선발제도는 철저한 공개경쟁을 고수하고 있다. 학력 제한이 없으며, 올해부터는 연령 상한도 폐지됐다.
하지만 단편적인 지식을 묻는 객관식 문제 출제가 많다 보니 수험생들은 암기 위주로 공부를 하고, 실무능력을 측정하는 데는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많다.
또 상당수 수험 준비생들은 학교 수업을 등한시한 채 시험 준비에만 매달리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선진국의 공무원 채용제도를 연구하기 위해 작성한 해외 연수보고서를 토대로 타이완·일본·미국 등의 고시제도를 살펴보고, 벤치마킹할 부분을 분석해봤다.
■ 타이완 - 1급 박사·2급은 석사만 응시 기회
타이완의 국가고시는 고등·보통·초등으로 나뉘며, 보통과 초등고시는 우리나라의 7·9급 채용과 비슷하다. 하지만 고등고시는 다시 1~3급으로 구분돼 있는 게 특색이다.
타이완은 우리나라와 달리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학력과 경력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고등고시 1급은 박사학위 취득자 또는 고등고시 2급 합격 후 4년 이상 경력자, 2급은 석사학위 취득자 또는 고등고시 3급 합격 후 2년 이상 경력자만이 응시할 수 있다.
응시자격에 제한을 두는 이유는 ‘학교에서 습득한 지식을 시험으로 검증한 후 직무에서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는 이른바 교(敎)·고(考)·용(用)·훈(訓) 원칙에 따른 것이다.
타이완의 보통고시는 객관식 140문항을 2시간 만에 풀어야 하는 우리나라 7급 시험과 차이가 많다. 국어 한 과목만 시험시간이 2시간이며, 작문이 60%를 차지한다. 이밖에 헌법(15문항)·법학개론(15문항)·영어(20문항) 등이 출제된다.
타이완 고시원으로 정책연수를 다녀온 행안부 공무원은 보고서에서 “타이완처럼 시험과목에 공문서 작성 등 행정관련 기초지식을 묻는 과목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건의했다.
■ 일본 - 필기는 자격만… 10일간 현장평가
일본의 고시제도는 Ⅰ·Ⅱ·Ⅲ종 시험으로 구분돼 있다. Ⅰ종은 우리나라의 행정고시, Ⅱ종과 Ⅲ종은 7·9급시험에 해당한다.
우리나라 공채는 합격 시 임용을 보장하는 경쟁시험이지만, 일본은 ‘관청방문면접’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자격시험의 성격을 띠고 있다.
일본의 경우 필기와 면접시험을 거쳐 최종채용 인원의 2.5배를 선발한 뒤, ‘관청방문면접’을 실시한다. 합격자가 10일 동안 직접 근무할 부처를 방문해 공무원으로부터 평가를 받는 것이다.
1차 관청방문면접은 계장급 공무원이 일대일 또는 집단면접 형태로 실시하며, 2차는 과장 보좌급 공무원이 진행한다. 마지막 3차는 인사과장이 직접 나서 심층면접을 실시, 최종 합격자를 결정한다.
필기시험도 일본과 우리나라는 다른 방식을 취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문제은행’ 방식을 쓰고 있지만, 일본은 시험위원이 6개월 동안 문제를 개발하고 검토를 거친 뒤 출제한다.
일본의 면접 채점 방식 역시 우리와는 다르다.
일본은 면접시험 결과를 점수화한 뒤, 필기시험 점수 등과 합산해 합격자를 선발한다.
■ 미국 - 수시 충원… 필기 대신 서류·면접
미국의 채용절차는 아시아권 국가에 비해 단순하다. 공직에 결원이 발생하면 주정부 또는 연방정부가 채용공고를 내고, 자격 요건을 갖춘 대학생 및 대학원생 등이 이력서를 등록한다.
채용 담당자들은 별도의 필기시험을 치르지 않고, 선발 인원의 2배수 가량을 뽑아 면접을 실시한다. 때문에 이력서만 내고 탈락하는 경우가 많다. 이력서 통과 여부는 대학교수의 추천서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미국은 이 밖에 유능한 인재를 고위 공직에 유치하기 위한 PMI(Presidential Management Intern)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1977년 카터 대통령이 도입한 PMI 프로그램은 석·박사 학위 소지자 중 학교의 추천을 받은 사람을 대상으로 2년간 인턴십 과정을 거치게 한 뒤, 정식 공무원으로 임용하는 제도다. 인턴과정을 통과한 사람에게는 우리나라의 과장급에 해당하는 높은 지위가 주어진다.
행안부 관계자는 “미국의 제도는 기회균등의 원칙에는 어긋나지만, 대학교 수업에 충실한 학생을 우선 선발하기 때문에 학교교육을 정상화하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처럼 고시공부를 위해 학교공부를 내팽개치는 모습은 나타날 수 없다는 것이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