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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 소형건물 빗물시설 1000만원 지원

    서울시 소형건물 빗물시설 1000만원 지원

    물 부족으로 인한 인류의 위기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엔은 세계 물 부족 인구가 7억명에서 2025년에는 30억명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나라도 물과 관련해서 이미 스트레스를 받는 국가군으로 분류된다. 나름대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빗물과 하수처리수의 재이용에 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성과는 미흡하다. 우리의 빗물 활용과 물 재이용 실태, 개선점 등을 조명해본다. 생활 패턴의 변화에 따라 갈수록 국민 1인당 물 사용량도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새로운 수자원 개발을 통한 물 공급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댐을 막아 수자원을 얻기까지는 자연환경 파괴는 물론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빗물을 모아 쓰거나 버려지는 물의 재이용 방안이 대안으로 급부상 중이다. 물을 재이용하는 기술개발과 활용 방안을 둘러싼 국제적 노력도 치열하게 진행 중이다. ●빗물과 물재이용 시설 늘린다 독일과 일본 등 선진국은 이미 빗물을 자원화하는 사업이 일반화돼 활발히 보급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에 대한 선언적 의미에 그치고 실생활 활용실적도 미흡한 실정이다. 또한 관련부처도 환경부, 국토해양부, 농림식품부, 소방방재청 등으로 분산돼 있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상·하수도에 이어 중수도와 하·폐수 처리수 등을 재이용하는 것을 ‘제3의 물 산업’으로 집중 육성 중이다. 발빠른 거대 물 관련 기업들은 글로벌 경영을 앞세워 고수익 지역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환경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물 재이용 사업을 포함한 세계 물 시장 규모는 현재 880조원에서 2015년에는 약 1.8배인 1550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2015년에는 20여개의 전문기업이 시장의 50% 가까이를 점유할 것으로 전망한다. 세계적으로 수위를 다투는 다국적 물기업 수에즈(Suez)나 베올리아(Veolia)의 경우 이미 아시아·태평양 지역 물 시장에 진출한 상태다. 이들 기업은 우리나라에도 진출해 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의 폐수처리, 인천 송도·만수 하수처리장, 양주시 신천 하수처리장 등의 건설과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 ●‘물 재이용 촉진법률’ 제정추진 우리나라도 이와 관련, 장기적인 물자원 확보차원에서 체계적인 지원책 마련에 나섰다. 서울시가 2006년 관련조례를 만든 것을 시작으로 각 지자체들도 조례로 빗물 저류시설 시공과 물 재이용 시설에 대한 지원 대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환경부 정복영 물산업지원팀장은 5일 “물 재이용 사업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물의 재이용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정부입법안을 확정해 국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법안에는 국가에서 물 재이용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빗물, 오수와 하·폐수를 걸러서 재이용하는 대상을 공공시설까지 확대했다. 아울러 물 재이용시설의 설계·시공업 신설, 재이용기술의 연구개발과 재정지원 등에 관한 내용을 담았다. 이밖에 법인세 공제와 수도요금 감면 등 각종 세제지원과 함께, 첨단 시설 사업은 기술을 접목한 민간 투자사업으로 육성한다는 복안이다. 환경부는 물 재이용과 관련된 법률을 제정하는 것은 전세계적으로 우리나라가 유일할 것이란 설명이다. 하지만 지자체 관계자들은 “물 재이용 촉진법이 기존 수도법 등과 크게 다를 바 없고 예전에도 논의하다 중단된 적도 있었다.”면서 “제각각인 목소리를 하나로 묶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수원시 빗물 프로젝트 시행 서울시는 지속 가능한 환경도시 조성을 위해 빗물을 최대한 가두고 머금기 위한 전략을 마련했다. 민간 참여를 끌어내기 위한 각종 인센티브도 제시했다. 소형 건축물에 빗물 이용시설을 만들 경우 최대 1000만원까지 보조금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권기욱 서울시 물관리정책 과장은 “빗물을 땅속에 스며들게 하는 쪽으로 세부 실천 가이드라인을 마련 중에 있다.”면서 “모법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강제 규정보다는 권장사항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서울시내 토양의 빗물 침투율은 1962년 40%에서 현재는 23%에 불과하다. 방치할 경우 하천의 건천화와 지반침하로 건물이 붕괴될 수도 있다는 전문가들의 우려를 반영한 정책이다. 수원시도 최근 빗물을 활용한 테마 관광도시(Rain-City)를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빗물을 활용한 수원시 고유 브랜드를 창출하겠다는 복안이다. 올해부터 2012년까지 4년간 8곳에 빗물을 활용한 시설을 만드는 데 121억원을 투자한다. 한무영 서울대 빗물연구센터 소장은 “현재 물 관리 부처가 분산돼 있다 보니 이해관계로 입법화나 활성화 방안 등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빗물이용과 물 재이용 등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각 자치단체장들의 강력한 실천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OAS, 온두라스 회원국 자격 박탈

    온두라스 임시정부가 군부 쿠데타로 축출된 마누엘 셀라야 대통령의 복귀를 거부함에 따라 미주기구(OAS)는 온두라스의 회원국 자격을 정지했다. OAS와 온두라스 정부의 대화 결과를 지켜 보면서 귀국을 연기했던 셀라야 대통령은 5일 온두라스행을 강행하기로 했다. CNN 등에 따르면 OAS는 4일 특별회의를 열고 온두라스가 ‘민주주의 질서의 비헌법적인 중단이 있을 경우 회원국 자격을 정지할 수 있다.’는 내용의 OAS 헌장 21조를 위반했는지를 논의했다. 34개 회원국 중 33개국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이날 회의 결과 온두라스의 회원국 자격은 박탈됐다. OAS가 특정 국가의 자격을 정지한 것은 1962년 쿠바 이후 처음이다. 앞서 OAS는 지난 1일 72시간 내에 셀라야 대통령의 복귀가 이뤄지지 않으면 자격을 정지하겠다고 ‘최후 통첩’을 보낸 바 있다. 이어 3일 미겔 인술사 OAS 사무총장은 온두라스를 방문, 호르헤 리베라 대법원장을 만났지만 리베라 대법원장은 OAS의 요구를 공식 거부했다. 이어 로베르토 미첼레티 임시 대통령은 “OAS는 재판부가 아닌 정치기구”로 “우리에게 판결을 내릴 수 없다.”면서 OAS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대신 OAS에서의 철수를 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술사 총장은 특별회의에 앞서 “온두라스는 지금과 같은 경제상황에서 자격 정지가 가져오는 위험성을 이해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OAS의 결정으로 니카라과, 아이티에 이어 미주에서 세 번째로 가난한 나라인 온두라스는 미주개발은행(IADB)으로부터 대출을 받기가 더욱 어려워졌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IADB는 이미 지난 1일 온두라스의 신규 대출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셀라야 대통령은 OAS와 온두라스 정부의 대화가 성과 없이 끝나자 5일 귀국을 강행하기로 했다. 귀국 전 셀라야 대통령은 “모든 사람들이 (쿠데타를) 비판하고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나는 상황을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귀국을 앞두고 테구시갈파 공항에는 수천명의 지지자들이 모여들었다. 경찰이 공항을 봉쇄했지만 공항은 정상으로 운영됐다. 앞서 온두라스 대법원은 셀라야 대통령이 돌아오면 즉시 체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같은 경고에도 셀라야가 귀국을 결정하자 온두라스 정부는 셀라야가 탑승한 비행기의 착륙을 금지하기로 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셀라야를 태우고 워싱턴을 출발한 비행기에는 아르헨티나, 에콰도르 대통령과 각국 외무장관, 300여명의 취재진이 함께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서울광장] 낮은 소리로 휘파람 부는 북한/박정현 논설위원

    [서울광장] 낮은 소리로 휘파람 부는 북한/박정현 논설위원

    영화 ‘왕과 나’에서 루이스는 휘파람을 분다. 영국 소년 루이스는 젊은 나이에 미망인이 된 어머니 안나와 함께 1862년 태국에 발을 디딘다. 웃통을 벗은 샴 사람들의 낯설고 야만스러운 모습, 카리스마 넘치는 샴 왕 율 브리너의 눈빛에 루이스는 두려움을 느낀다. 루이스는 왕족의 가정교사를 맡은 어머니 안나에게 어떻게 하면 두려움을 떨칠 수 있는지를 묻는다. 안나는 휘파람을 불라고 한다. 루이스는 율 브리너를 마주치면 낮은 소리로 휘파람을 분다. 루이스에게는 휘파람이 쾌재의 노래가 아니라 두려움을 삭이고 안정을 찾는 방법이다. 요즘 북한을 보면서 휘파람을 부는 루이스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북한은 핵실험과 잇따른 미사일 발사로 한반도에 의도적으로 긴장을 조성하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에 얼마전 “우리는 제재에도, 전쟁에도 다 준비돼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1994년 불바다 발언 당시 물건 사재기 현상이 빚어졌지만 북한의 이번 협박은 어딘지 공허하게 들린다. 안보 불감증일까. 북한의 협박처럼 비상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고 안보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국지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국지전을 감행하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상의 충돌이 빚어지면 우리가 대응 타격할 무기까지 공개해 놓은 상태다. 북한은 군사력에서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말로만 전쟁을 거론할 뿐이다. 신냉전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충돌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지만, 참여정부에 몸담았던 인사들 사이에서 나오는 것이다. 2차 핵실험 등 북한의 강경 행보가 북한 권력층의 불안감에서 비롯된 수비적 허장성세라는 진단이 그럴듯하게 들린다. 북한 외교관 출신인 현성일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한 세미나에서 “지금과 같은 북한의 대외적 허장성세는 그만큼 북한 내부가 불안하고 전망이 매우 불투명하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악화로 위기감을 느낀 권력층이 후계 구축과 핵보유라는 강수를 들고 나왔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의 권력 장악이 날로 악화되는 상황에서 향후 변화에 극도의 두려움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그제 북한이 동해상으로 발사한 미사일 4발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북한은 한 손에는 주먹을 쥐어보이면서 한 손은 내미는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내민 손에 개성공단 토지사용료 5억달러를 얹어달라는 주문을 하고 있다. 북한의 협상 태도도 과거와는 달라졌다. 6월19일 2차 실무회담에서 우리 측은 무려 40분 동안 기조연설문을 읽어 내려갔다. 기조연설문을 듣고 난 뒤 북한 측은 “기조연설은 이렇게 하는 것”이라면서 10분만에 기조연설을 마쳤다. 과거 같으면 우리측의 장황한 연설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을 법한 일이다. 그제 열린 3차 실무회담에서 우리측의 기조연설문은 더 길어졌다. 북한은 6·15 공동선언 정신과 10·4 공동선언 정신을 들먹였지만 우리 측이 10·4 공동선언 정신을 빼라고 요구한 뒤로 다시는 10·4 공동선언을 거론하지 않는다고 한다. 개성협상은 변형된 형태의 유일한 남북간 대화채널이다. 남북이 4차 회담 날짜도 못 잡고 헤어졌지만 이제 장관급이나 차관급으로 개성협상의 격상을 제의해 볼 만하다. 박정현 논설위원 jhpark@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만화경] 세비지 그레이스

    [이용철의 영화만화경] 세비지 그레이스

    ‘세비지 그레이스’는 ‘근친상간과 저주’에 관한 비극이다. 이런 주제라면 즉시 연상될 작품은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과 (한국에선 음악이 더 유명한) 줄스 다신의 ‘페드라’(1962년)일 것이다. 그런데 비극적인 운명의 칼날을 다룬 심각한 영화일지언정 ‘세비지 그레이스’는 그리스 비극의 심오한 주제까지 탐하진 않는다. 1972년에 서구사회를 뒤흔든 살인사건에 바탕을 둔 이 퇴폐주의 영화가 가장 큰 빚을 지고 있는 작품은 루이 말의 ‘마음의 속삭임’(1971년)이다. 두 영화의 중심에는 풍요 속의 혼란을 겪는, (소년 또는) 성숙하지 않은 남자가 있다. 1949년 뉴욕. 바바라 데일리 베이클랜드는 귀족들과의 식사를 주선 중이다. 남편 브룩스가 아내의 호들갑을 시큰둥한 시선으로 대하는 것과 반대로, 천진난만한 얼굴의 아기 안토니는 미소를 짓고 있다. ‘세비지 그레이스’는, 합성수지를 발명한 선조 덕에 거부로 사는 베이클랜드 가족의 이후 20여년을 몇 년의 간격을 두고 묘사한다. 아버지가 가정 밖에서 나돌고, 어머니의 삶이 서서히 무너지는 동안, 정체성을 구하지 못한 아들은 불안이라는 괴물을 몸 안에 키운다. 어느 날, 안토니는 자신에게 정서적 안정을 주는 물건을 놓고 어머니와 다툰 끝에 가둬놓았던 괴물에게 칼을 쥐어 준다. 안토니는 증조부의 말 - ‘돈이 있으면 실수의 결과를 책임질 필요가 없어진다.’ - 이 틀렸다고 생각한다. 노동할 이유라곤 없고, 사교생활과 나른한 휴식이 전부인 삶을 사는 소년에게 인생은 기나긴 권태의 연속이다. 좋은 옷을 걸치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귀족이나 예술가와 어울려도, 행동할 수 없는 인간에게 주어진 것은 무감각과 공허감뿐이다. 삶에 염증이 난 채 애욕과 질투의 감정으로 지탱하는 그들을, ‘세비지 그레이스’는 우아한 외양 아래 야만적인 얼굴을 가린 존재로 파악한다. 그렇다면 보통사람들이 정서적으로 반응하기 힘든 인물을 통해 감독이 말하려는 바는 무엇일까. 답을 얻으려면 톰 케일린의 전작(이자 퀴어영화의 기념비)인 ‘스운’과 ‘세비지 그레이스’를 연결해야만 한다. 케일린이 15년 동안 발표한 단 두 편의 장편영화는 공히 부르주아지 청년이 저지른 실제 패륜사건을 영화화한 것이다. 극중 바바라는 부자를 ‘애칭이 주어지지 않은 인간들’이라 부른다. 케일린은 부르주아지의 비극과 몰락을 직접적으로 비판하기보다 처연한 심정으로 바라보기를 선택한다. 그의 눈에, 삶이 끝나기 전까지 고통에서 해방되지 못하는 건 부르주아지도 마찬가지인 게다. F. 스콧 피츠제럴드가 물질적으로 부유하나 도덕적으로 타락한 세대를 문학의 한 주제로 삼았던 것처럼, 케일린은 자본주의 먹이사슬의 최상층부를 차지한 인간들을 파고든다. 아무도 사랑하지 않거니와 스스로도 사랑하지 않는 인간들에게서, 케일린은 ‘미국의 꿈’의 어두운 면을 발견한다. 1981년, 안토니 베이크필드는 감옥에서 비닐봉지를 머리에 두르고 자살했다. 그가 자살의 도구로 사용한 도구가, 그의 선조가 발명해 엄청난 부를 낳은 물건에서 파생된 비닐이라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그 아이러니, 그 슬픔, 그 희망의 부재가 바로 ‘세비지 그레이스’의 주제다. 원제 ‘Savage Grace’, 감독 톰 케일린, 개봉 9일. 영화평론가
  • [테마 스토리 서울] (2) 남산 케이블카

    [테마 스토리 서울] (2) 남산 케이블카

    “오늘은 비가 내려서인지 서울 하늘이 조금 컴컴하구만. 내가 어릴 때만 해도 서울에 큰 빌딩이 적어 하늘이 더 맑고 청명해 보였는데…” 난 남산의 케이블카다. 1962년 5월12일에 태어나 빠르게 변해 온 서울의 모습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지켜본 마흔일곱살의 서울 토박이다. 난 대한민국 최초의 상업용 케이블카다. 당시 돈으로 3억환(1962년 화폐개혁 이후 3000만원)이나 주고 모셔온 ‘귀한 몸’. 처음엔 사람들이 나를 ‘삭도차(索道車)’라고 불렀다. 아직도 몇몇 노인들은 나를 그렇게 부르기도 한다. ●회현동~남산 꼭대기 605m 운행 난 개통 후 사람들을 태우고 회현동 승강장에서 남산 꼭대기 사이(605m)를 오가는 일을 하루도 쉬지 않고 해왔다. 그렇게 50년 가까이 일하니, 어느새 한해 60만명을 나르는 국내 최장수 케이블카가 되었다. 난 서울의 발전상을 직접 보여주는 ‘모더니즘의 전도사’를 자처했다. 비록 3분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하늘을 날며 서울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것이 당시로서는 경이적인 일이었다. 지금은 40~50대 중년인 친구들이 코흘리개였던 시절, 엄마·아빠 손에 이끌려 와서는 눈앞에 펼쳐지는 세운상가, 삼일빌딩 같은 고층건물에 놀라 소리치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게 느껴진다. 나는 영화에도 출연했다. 86년 ‘돌아이2’(이두용 감독)라는 영화에서 당시 최고의 ‘아이돌 스타’였던 가수 전영록이 남산으로 향하던 나를 타고 지붕 위에서 악당들과 싸우다, 옆으로 지나가는 다른 케이블카 지붕 위로 뛰어 넘던 장면은 한국 영화사에 명장면으로 남은 것 아닌가. 하지만 요즘은 사람들이 나를 그리 반기지 않는 것 같다. 외국 여행이 자유로워진 뒤로 시큰둥한 표정으로 “서울 야경이 홍콩이나 도쿄만 못하다.”며 투덜대는 소리를 듣곤 한다. 그래도 서울은 그런 도시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깊고 유구한 전통을 갖고 있다. ●2011년엔 에어카 도입 최근에는 나를 더 쉽게 탈 수 있도록 서울시가 경사형 엘리베이터인 ‘남산오르미’를 만들어 주었다. 남산3호 터널 앞에서 남산오르미를 타고 케이블카 승강장에서 나를 갈아타면 된다. 어린 친구가 생긴 셈이다. 2011년이 되면 나보다 훨씬 편리하게 남산을 오르내릴 수 있도록 동생인 ‘에어카(곤돌라 리프트)’도 들어온다고 한다. 물론 그 때도 나는 일할 것이다. 남산 ‘터줏대감’ 자리를 동생에게 물려줄 게 뻔해 서운하긴 하지만, 서울시의 남산 르네상스 계획을 통해 역사와 전통을 복원해 가는 서울의 참 모습을 보여주는 내 역할은 앞으로도 계속될 거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도움말 서울 남산르네상스담당관 백현식 과장
  • [부고]獨안무가 피나 바우슈 별세

    독일의 세계적인 안무가 피나 바우슈가 별세했다. 향년 68세. 1940년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졸링겐에서 태어난 바우슈는 1962년 요스의 주역 무용수가 되기 위해 독일에서 안무를 시작했으며, 1969년에는 쾰른 안무 경연대회에서 1등을 차지해 이름을 날렸다. 특히 바우슈는 무용과 연극을 통합한 ‘춤연극(탄츠테아터)’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 현대무용계의 거장으로 꼽혔다. 이 양식을 연극계에서도 인정받아 유럽 연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난 1986년 이탈리아 로마를 소재로 한 ‘빅토르’로 시작해 도시와 국가를 소재로 한 시리즈 작품들을 창작해왔으며, 2005년에는 한국을 소재로 창작한 ‘러프컷’을 초연하기도 했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원투, 사상최고 ‘50억’ 차량대동 뮤비 화제

    원투, 사상최고 ‘50억’ 차량대동 뮤비 화제

    남성듀오 원투(송호범, 오창훈)가 신곡 뮤직비디오를 위해 국내 사상 최고액인 50억 원에 달하는 슈퍼카들을 소집시켰다. 컴백을 앞두고 있는 원투는 지난 23일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새 타이틀곡 ‘별이 빛나는 밤에’ 뮤직비디오 현장에서 세계적으로 몇 대 밖에 남아있지 않다고 알려진 차종을 총 집합 시켜 눈길을 끌었다. 이날 현장에는 62년식 클래식 벤츠와 람보르기니 세 대, 페라리 두 대 등 국내에서 보기 힘든 차종들이 한 자리에 모여 세계 자동차 박람회를 방불케 하는 휘황찬란한 장면이 연출됐다. 원투의 소속사 해피페이스 엔터테인먼트 측은 “원투의 뮤직비디오에 등장한 슈퍼카들의 금액을 따지면 약 50억 원은 족히 된다.”며 “국내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자동차 가격으로는 최고가로 기록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특히 62년도에 생산된 벤츠 컨버터블은 돈을 주고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희귀한 차량으로 국내에는 모 그룹의 회장님이 소유했던 전례가 한 번 있었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원투의 신곡 ‘별이 빛나는 밤에’의 뮤직비디오에 이처럼 많은 고가의 차량이 운집된 이유는 고급스러운 파티 분위기를 연출해야하는 장면이 다수 필요했기 때문. 이에 원투의 멤버인 송호범, 오창운은 직접 지인들에게 자동차들을 수소문해 차량 섭외를 마쳤으며 워낙 고가인 탓에 촬영 내내 모든 차량에 담당자가 따라 붙었다는 후문이다. 한편 원투는 약 1년여만의 공백을 깨고 오는 2일 Mnet ‘엠 카운트다운’을 통해 두 번째 디지털 싱글 앨범 타이틀곡 ‘별이 빛나는 밤에’ 첫 무대를 갖는다. 이에 앞서 원투는 애프터스쿨의 가희가 파격적 연기를 펼친 티저 영상으로 한 차례 화제를 모았으며 ‘별이 빛나는 밤에’ 뮤직 비디오 완성본은 다음달 1일 전격 공개될 예정이다. 사진 제공 = 해피페이스 엔터테인먼트, ‘별이 빛나는 밤에’ 뮤직비디오 캡처 서울신문NTN 최정주 기자 joojoo@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부고]한국 리얼리즘 영화의 거장 지다

    [부고]한국 리얼리즘 영화의 거장 지다

    ‘한국 리얼리즘 영화의 거장’으로 불리는 유현목(兪賢穆) 감독이 28일 오후 노환으로 별세했다. 84세. 유 감독은 지난 2007년 뇌경색 진단을 받았으며, 최근에는 당뇨합병 증세까지 보이는 등 병세가 악화돼 경기도 고양시 동국대 일산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1925년 황해도 봉산군 사리원에서 태어난 고인은 휘문중·고등학교와 동국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그리고 1956년 영화 ‘교차로’를 만들면서 감독으로 데뷔했다. 이후 ‘오발탄’(1961년), ‘아낌없이 주련다’(1962년), ‘순교자’(1965년), ‘사람의 아들’(1980년) 등 40여편의 영화를 연출하면서 신상옥·김기영·김수용 감독 등과 함께 대표적인 전후 1세대 감독으로 자리잡았다. 지난 1976년부터는 동국대 연극영화학과 교수로 활동했으며, 1990년 정년 퇴임했다. 1995년에는 70세의 나이로 영화 ‘말미잘’을 내놓아 대종상 ‘영예로운 감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국영화사의 관점에서 그의 작품세계는 의미있는 성취들이 적지않다. 실존주의에 기반한 철학적 사유, 잉그마르 베르히만과 안드레이 타르콥스키 같은 종교색 짙은 서구 거장 감독의 영향, 몽타주 편집기법과 대담한 화면 구도 등이 두고두고 평가받는 요소들이다. 특히 ‘오발탄’은 전후 사회의 불안, 자유당 말기의 부패, 남북분단과 이산의 고통을 리얼리즘의 시각에서 잘 포착해내 평단의 극찬을 받았다. 물론, 엄혹한 시대적 상황으로 시련을 겪기도 했다. ‘오발탄’은 한국사회를 지나치게 어둡고 부정적으로 그렸다는 이유로 한때 상영이 금지됐고, ‘춘몽’은 나체를 묘사했다는 이유로 한국 최초로 ‘외설죄’ 논란을 일으켰다. 한편, 이날 장례위원회가 구성돼 김수용 감독이 위원장을, 정인엽 영화감독협회 이사장과 이덕화 한국영화배우협회 이사장이 부위원장을 맡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 영화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기려 고 유현목 감독에게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빈소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서울성모병원에 차려지며, 장례식은 ‘대한민국 영화감독장’으로 5일간 치러진다. 새달 2일 오전 영결식과 발인을 진행하며, 오후에는 고인이 영화를 제작했던 충무로 인근에서 노제를 벌일 예정이다. 장지는 경기도 마석 모란공연 묘지다. 유족으로는 서양화가인 부인 박근자 여사가 있다. (02)2258-5940.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오바마 새달 15일 ML 올스타전 시구

    미국프로야구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팬으로 유명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새달 15일(한국시간) 세인트루이스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올스타전 시구를 한다고 메이저리그 홈페이지와 AP통신 등이 24일 밝혔다. 미 대통령의 올스타전 시구는 존 F 케네디(1962년 워싱턴), 리처드 닉슨(1970년 워싱턴), 제럴드 포드(1978년 샌디에이고)에 이어 네 번째. 올스타전에 참석하는 것은 일곱 번째다. 1937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최초로 올스타전을 찾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4월 메이저리그 개막전 시구를 제안받았지만 유럽 순방 등으로 일정이 맞지 않아 고사했다.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59년 된 자동차 주행계에 700㎞만 찍힌 이유

    59년 된 자동차 주행계에 700㎞만 찍힌 이유

    전 1950년생입니다.사람 나이로 치면 만으로 59세지요.사람이 이 정도 나이면 엄청난 거리를 돌아다녔을텐데 전,437마일(약 700㎞)를 움직였을 따름입니다.  한 눈에 보기에도 멀쩡하지요? 전 지금까지 네 분의 주인님을 모셨답니다.맨 마지막 주인님은 미 오레곤주의 마크 영 님이시랍니다.그 분은 지난해 절 구입하셨는데 두 번째 주인님인 윌리엄 윌슨 님이 공구함에 넣어둔 메모를 보고 제 이력을 궁금해 하셨답니다.    ●59년 ‘일생’에 딱 네 분의 주인님만…  네,이쯤에서 제 정체를 밝힐까요.전 1950년 출시된 셰비 클럽 쿠페란 승용차입니다.첫 주인님은 캘리포니아주 모데스토에 사는 제시 트루블러드 여사님이셨어요.그 분은 1962년까지 절 소유하셨다가 윌슨 님에게 넘기셨고 윌슨 님은 2007년 휴지슨의 한 남성에게 절 넘겼는데 그 분은 저를 애리조나주 레이크 하바수에서 열린 경매에서 재빨리 처분해 버렸지요.지금 주인인 영 님은 오레곤주 포틀랜드에서 열린 체브 커넥션 경매에서 절 인수했고요.영 님 또한 지난 1월 애리조나주에서 열리는 한 경매에서 절 처분하려고 계획했다가 접어둔 상태랍니다.  이쯤에서 여러분 머릿속에 이런 궁금증이 떠오르지 않을까요? ‘뭐라고? 59년이나 된 차인데 그것밖에 안 뛰었어?’  23일(현지시간) 일간 ‘모데스토 비’의 블로거 제프 자르뎅이란 분이 저와 제 주인님들에 관한 궁금증을 대신 풀어놓으셨어요.영 님은 윌슨 님에게 전화를 걸어 제가 나이에 걸맞지 않게 온전한 이유를 캐물었답니다.그리고 윌슨 님이 들려준 얘기를 www.chevconnection.com에 올려놓았는데 누리꾼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지요.  처음에 제 몸값으로 5만 9000달러로 불렀는데 영 님 스스로 털어놓았듯 “그렇게나 많은 이들이 전화를 걸어올 줄은 꿈에도 몰랐던” 거랍니다.    ●’남편이 몰던 차 그대로’ 애틋했던 아내  윌슨 님이 전한 사연인즉 이랬어요.트루블러드 부부는 59년 전에 막 나온 절 구입해 타셨는데 어느날 남편 해리가 모데스토 서쪽의 올드 피셔맨스 클럽에 놀러갔습니다.그런데 샌 호아킨 강물 위의 보트가 뒤집어져 한 여성이 물에 빠진 것을 구하려다 그만 심장마비로 숨지고 말았어요.  아내 제시 님이 절 몰고 모데스토로 돌아와 주행계를 보니 413마일이 표시돼 있더랍니다.그 뒤 남편이 30년 동안 운영해온 배관 가게에 그냥 세워둔 것이지요.그녀는 다신 절 몰지 않았습니다.  바로 이웃에서 중고차 가게를 운영하던 윌슨 님은 이 차를 팔라고 매달렸지만 그녀는 한사코 팔지 않았지요.  그러던 1962년 어느 날,제시는 회계원에게 차를 한 대 사주고 싶다고 말했어요.하지만 그 사람은 셰비보다는 램블러 자동차를 더 선호했던 거예요.해서 윌슨 님은 램블러 영업점을 찾아가 1650달러를 주고 새 세단을 사 제시에게 건네고 절 가지시게 된 거지요.제시는 1984년 사망했는데 ‘모데스토 비’의 부음 기사에 따르면 피붙이 하나 남기질 못했어요.  윌슨 님은 올해 81세로 투오룸네 카운티에 살고 계셔요.그는 절 가리켜 “완전 새 차랍니다.”라고 말한 뒤 “(제시는) 주행하지 못하도록 타이어에 제동장치까지 채워뒀더군요.오죽하면 그 안에는 출시할 때 집어넣은 공기가 그대로 들어있겠어요.그 긴 세월 타이어의 공기압은 5파운드도 줄지 않았더군요.”라고 말했답니다.  그는 절 인수한 뒤 20마일 밖에 주행하지 않고 살리다 근처의 집 차고에 두툼한 담요를 씌운 채 보관했답니다.”몰 수가 없더군요.누군가의 차가 들이받아 망가질까 겁이 났던 거지요.”라고 윌슨 님은 말했습니다.윌슨 님이 2007년에 6만달러에 절 넘겼을 때 주행계는 433.9마일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그 주인님은 레이크 하바수의 경매에 응하기 위해 3마일을 움직였을 따름이고요,영 님은 절 트레일러에 싣고 이동했기 때문에 주행계는 그대로 437마일이 된 겁니다.  첫 주인 부부의 애틋한 사랑이 미국에서 제 또래 가운데 가장 매끈한 차로 만들었다는 건 다시 설명 안 드려도 괜찮겠지요?  그나저나 저,이렇게 유명해졌으니 몸값도 엄청 뛰겠지요? 인터넷서울신문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야생초 이야기⑥] 방울꽃

    [야생초 이야기⑥] 방울꽃

    5월이면 은방울꽃이 피기 시작한다. 날이 풀리고 4월이면 땅을 뚫고 뾰족뾰족 붉은 막에 싸인 은방울 싹이 돋는다. 끝이 날렵한 한 장의 계란형 잎이 또 다른 한 장의 잎 밑 부분을 감싼 채, 모두 두 장의 잎이 다 자라면 그 사이에서 작은 망울이 맺힌 꽃대가 나온다. 드물게 석 장의 잎을 가진 개체가 없진 않으나 대개가 두 장의 잎을 가진다. 은방울은 숲 가장자리의 반그늘을 좋아한다. 낙엽이 두껍게 쌓여 썩은 부엽토 층에 아주 넓게 퍼져 군락을 이루어 자란다. 세간에 제비꽃, 민들레만큼 그 이름이 널리 흔하게 알려진 야생화 가운데 하나가 은방울꽃이 아닐까? 그 꽃을 보기 전에도 그 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 형상이 어떠할지 짐작하게 해주는 꽃 이름이다. ‘아마 은백색의 빛깔로 꽃모양은 방울을 닮았겠지’하고 상상이 되지 않은가? 그렇다. 말 그대로 은으로 만든 작은 방울 같다.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그 향기 또한 아름다우리라 짐작을 한다. 야생화의 아름다움을 대변하는 대명사로 흔히 쓰이는 이름이 이 은방울 아닌가 한다. 신석정 시인이 쓴 <은방울꽃>이라는 시가 있다. 나는 / 그때 외롭게 / 산길을 걷고 있었다. …(중략)… 숲길에선 / 은방울꽃 내음이 솔곳이 / 바람결에 풍겨오고 있었다. 너희들의 / 그 맑은 눈망울을 / 은방울꽃 속에서 난 역력히 보았다. 그것은 / 나의 꿈이었는지도 모른다. / 너희 가슴 속에 핀 꽃이었는지도 모른다. <은방울꽃> 부분, 신석정 그 향기로 먼저 다가오는 꽃, 그리운, 간절하게 그리운 “너희들의 그 맑은 눈망울”을 닮은 꽃, 얼마나 맑으면 얼마나 향기로우면 그리운 “너희들을” 그 꽃에서 떠올렸을까? 시인이 외롭게 산길을 걸으며 떠올렸을 그리운 “너희들의 가슴 속에서 핀 꽃”이니 얼마나 순수하고 아름다우며 향기로운 꽃일까? 5월과 6월의 숲에 짙은 향기를 뿜어대는 풀꽃이 있다면 이 은방울꽃이라 생각하면 된다. 반원을 그리며 잎보다 낮은 위치에서 땅을 향하며 휘어진 꽃대, 거기에 송알송알 10개 정도의 앙증맞은 꽃이 피어난다. 순백색이다. 모두들 수줍은 듯 땅을 향하여 피어나기 때문에 좀처럼 그 안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 순백의 빛깔에 걸맞게 그 향기 또한 맑고도 그윽하다. 시인이 노래했던 대로 아련한 그리움을 불러오는 향기다. 그 싱그러움은 언설로 표현하기 어렵다. 그렇다. 이 꽃을 만나기 위해서라도 5월의 숲을 찾아보라. 5월만큼 아름다운 계절이 있을까? 그 5월이 아름답다면 분명 우리 곁에 숲이 있어서일 것이고 5월의 숲은 이 은방울꽃의 빛깔과 향기로 완성된다. 고급 향수의 재료로 쓰인다니 그럴 만도 하다. 작아서 고개 숙이고 앉아야 오롯이 그 모습을 보여주는 꽃, 좀처럼 제 속을 보여주지 않고 향기로 말하는 꽃, 그 꽃말대로 “기쁜 소식”을 줄 것 같은 즐거운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꽃이다. 또 다른 꽃말이 “다시 찾은 행복”이라는데 그럴 것도 같다. 그 순결한 빛깔과 향기 앞에서는 지난 고통들은 싹 가시고 다시 행복이 찾아올 것 같이 가슴이 두근거린다. 바람이 살짝 불어준다면 그 작은 은방울들이 찰랑찰랑 맑고 청아한 방울 소리를 낼 것 같지 않은가? 전설에 의하면 5월의 은밀한 숲엔 하늘의 천사들이 밤이면 무도회를 연단다. 달빛을 타고 내려온 천사들은 목에 달았던 작은 방울을 풀잎에 걸어두고 노래 부르며 춤추며 날이 밝도록 놀다가 새벽이 되면 하늘로 올라간다. 그런데 어느 날은 날이 훤하게 밝은 줄도 모르고 무도에 취했다가 서둘러 하늘로 올라가는 바람에 벗어두었던 방울을 잊고 갔단다. 우리가 보는 이 은방울꽃이 바로 천사의 목에 걸렸던 그 은방울이었던 것이다. 그 말고도 다른 전설이 있다. 대개 죽은 자의 영혼이 꽃으로 태어나거나 그의 피가 꽃으로 태어난다는. 그리스에 전해오는 전설이다. 세인트 레오나르도는 의협심이 강한 청년인데 사람들을 괴롭히는 독사와 맞서 싸우다가 독사를 죽이게 되지만 그 자신 또한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된다. 그의 상처에서 떨어지는 핏방울이 땅에 떨어져 꽃을 피우게 되는데 그것이 은방울꽃이라고 한다. 꽃의 빛깔과 어울리지 않는 얘긴데 그런 의심에 대한 답이라도 되는 듯 처음 은방울의 싹이 돋을 때 보면 붉은 색의 막에 싸여 있다. 전설이란 게 믿거나 말거나 얘기지만 아무래도 천사의 목걸이 쪽을 믿고 싶다. 있다면 말이다. 없다해도 은방울꽃을 보면서 그와 같이 아름다운 세상, 천국, 그리고 천사를 상상해보는 게 더 즐겁지 않을까? 가슴 속에 천국의 모습 하나 그려보지 않은 사람도 가난한 사람 아닐까 한다. 천국의 모습을 그려보라 하면 은방울꽃들이 가득 피어 있는 그런 나라를 떠올려본다. 요즘은 관상용으로 그리 어렵지 않게 은방울꽃을 만날 수 있다. 화분에 담아서 팔기도 한다. 그러나 거듭 말하지만 야생화는 야생에서 만났을 때 온전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두고두고 잘 기를 수 있다면 집에서 길러 보는 것도 나쁘진 않으리라. 이 은방울꽃은 약재로도 쓰인다. 강심제와 이뇨제로 쓰인다 하나 이 야생초 역시나 독이 있어 함부로 써서는 안 된다고 한다. 조심할 일이다. 마음의 상처엔 특효가 있으나 몸이 아프다면 역시 병원이나 약국을 찾아야 할 것이다. 아니다. 5월엔 숲에 가서 이 은방울꽃을 만나고 나면 몸도 마음도 쇄락해질지도 모른다. 복효근·1962년 전북 남원 출생. 1991년 계간 《시와시학》 등단. 시집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 《버마재비 사랑》 《새에 대한 반성문》 《누우떼가 강을 건너는 법》 등. 1995년 편운문학상 신인상, 2000년 시와시학 젊은 시인상 수상. 글 복효근 시인
  • [문화마당]북핵 위기와 저탄소 녹색문화/최만진 경상대 건축학부 교수

    [문화마당]북핵 위기와 저탄소 녹색문화/최만진 경상대 건축학부 교수

    1962년 10월22일 당시 미국 대통령 존 F 케네디는 쿠바에 대한 해상봉쇄 조치를 발표했다. 쿠바는 1962년 9월에 미국을 위협하기 위해 소련제 미사일을 도입했다. 케네디 대통령은 이에 무기를 싣고 오던 소련 선박에 대한 해상봉쇄 조치를 취한다. 일주일 뒤인 11월2일 당시 소련의 흐루시초프 서기장은 자국 선박의 회항과 중거리 탄도미사일의 철수를 명함으로써 사건은 일단락된다. 이처럼 1960년대에는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한 서방진영과 공산진영이 심각한 양극 대립을 보였다. 세계의 패권 장악을 위해 양 진영은 앞다투어 군비를 증강했다. 쿠바 봉쇄 사건은 이러한 구도가 가져온 대표적인 상황이었다. 또한 당시의 베트남 전쟁은 냉전체제가 낳은 전쟁의 참혹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었다. 이는 미국에서는 1967년부터 히피문화가, 유럽에서는 ‘68세대’가 등장하는 등의 반전 및 반문화운동의 계기가 된다. 이들은 기성사회의 통념, 제도, 가치관을 부정하고 인간성의 회복과 자연으로의 귀화 등을 주장했다. 궁극적으로는 평화 지향과 인류 파괴에 대한 대안적 사회구축과 철학으로서 친환경 저탄소 녹색문화 운동을 추구하게 된다. 한편 이러한 사상은 표현주의 건축 사상과도 맞닿아 있다. 그 배경이 되는 제1차 세계대전(1914~1918)에서는 기술의 발전이 전쟁의 본질마저도 바꾸어 놓았다. 대량학살무기의 개발은 산업혁명으로 인한 기술발전이 가져다준 큰 폐해였다. 신무기는 소규모의 공격으로도 엄청난 살상효과를 보였고 사상자 수는 이전의 재래식 전쟁과는 비교할 수가 없었다. 표현주의 건축가들은 전쟁과 산업기술에 대한 반감을 특유의 비정형적 건축 언어로 그려 냈다. 또한 자연 형상을 닮은 유기적인 건축형태를 추구해 기술과 자연의 합일을 추구했다. 이를 통해 인본주의에 바탕을 둔 이상적인 도시와 문명사회의 건설을 동경했다. 냉전시대인 1960년대 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친환경 생태건축의 태동을 가져오게 된다. 최근 북한은 제2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일련의 군비 증강 움직임을 보여 긴장감을 매우 고조시키고 있다. 여기에 대해 정부는 별다른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위에서 설명한 대로 인류와 문명사회를 파괴하는 군비증강 행위와 이를 위한 기술 도용행위에 대한 대응책은 저탄소 녹색문화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지향하고 있는 저탄소 녹색성장 개념은 일부 경제적 개념에만 국한되어 있어 보인다. 게다가 단지 몇 개 정부부처가 모여 주도함으로써 실행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정치, 경제, 사회, 철학 분야를 아우르는 하나의 광범위한 문화운동으로 확산해 가야 한다. 뿐만 아니라 4대강개발 등의 즉각적인 시행 외에도 생태 기술의 개발과 축적을 위한 장기적이고 통합적인 계획도 세워야 한다. 앞서 설명한 대로 저탄소 녹색문화운동은 무엇보다도 양극화로 인한 갈등 해소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에 있어 투명성은 사회 통합과 소통 원활을 위한 녹색 철학으로 강조되어 왔다. 현재 우리 사회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남북 간의 긴장고조 등으로 극단적인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투명성의 강화가 요구된다. 여기에는 우선 정치권의 반성이 앞서야 한다. 당과 개인의 이익이 아닌 사회를 통합하고 국민을 진정으로 생각하는 맑은 정치를 실현해야 한다. 또한 재계도 밀실에서 이루어졌던 정경 유착의 고리를 단호하게 끊어야 한다. 요즘 무리한 수사와 독립성의 훼손으로 구설수에 오르는 검찰과 사법부도 자연의 투명성을 통해 거듭나야 한다. 이러한 저탄소 녹색문화는 우리 사회를 내부적으로는 건강하게 하고 외부적으로는 북핵 등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새로운 동력이 될 것이다. 최만진 경상대 건축학부 교수
  • 굴드·호로비츠 ‘전설의 손놀림’

    굴드·호로비츠 ‘전설의 손놀림’

    소니뮤직은 음악사를 빛낸 아티스트의 주요 레퍼토리를 모은 ‘이센셜(The Essential)’ 시리즈로 글렌 굴드(사진 왼쪽·1932~1982)와 블라디미르 호로비츠(오른쪽·1903~1989)를 동시에 선보였다. 캐나다의 피아니스트 굴드는 앨범을 처음 발매한 1955년부터 50번째 생일이 지나고 며칠 뒤 사망하기까지 특이하고 과장되며, 초현실적이고 환상적인 연주를 보여 주며 클래식 애호가들을 사로잡았다. 미국 리사이틀 데뷔 무대를 마친 23세의 굴드를 두고 워싱턴 포스트의 음악 평론가 폴 휴메는 “현존하는 피아니스트 중 굴드 나이에 이러한 재능을 가진 연주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극찬했다. ‘이센셜 글렌 굴드’ 2장의 CD에는 모두 55개의 연주곡이 담겼다. 그의 첫 레코딩인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부터 마지막 녹음이었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에 이르는, 굴드의 다양한 경력을 모두 엿볼 수 있다. 평생을 걸쳐 사랑한 브람스와 바그너뿐만 아니라, 그가 높이 평가하지 않았던 시벨리우스, 비제, 스카를라티 등의 음악도 담았다. 러시아 피아니스트 호로비츠의 연주곡을 엄선해 듣고 싶다면 ‘이센셜 블라디미르 호로비츠’가 시작이다. 호로비츠는 1924년 한 해 25회 이상의 연주회를 가지면서도 단 하나의 작품도 중복되지 않을 정도로 방대한 레퍼토리를 갖고 이후 60년간 계속 연주곡을 늘려 갔던 연주자라 꼭 들어야 할 작품도 많다. 이 음반은 그가 초반에 녹음작업을 한 미국의 RCA(1927~1962년) 시기와 이후 CBS·소니 시기의 주요 트랙들을 두 장의 CD로 나누어 출시한 것이 특징이다. 비교할 대상이 없다고 여겨지는 쇼팽의 마주르카, 전설적인 손놀림이 느껴지는 리스트의 라코츠키 행진곡, 그가 세상에 알린 작곡가 스카를라티와 클레멘티의 소나타, 슈만·멘델스존 같은 낭만주의 레퍼토리 등 대표적인 연주곡이 담겨 있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백두산 할양설 사실과 다르다”

    “백두산 할양설 사실과 다르다”

    “백두산은 북한 국경이 아니라 우리 한민족의 국경이라는 인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고구려연구 전문가인 서길수(65) 서경대 교수가 백두산의 국경 문제를 집중적으로 분석한 ‘백두산 국경 연구’(여유당)를 펴냈다. 단군조선에서 현재까지 백두산을 중심으로 한반도의 국경사를 통사적으로 집대성한 책이다. 9일 서울 동교동 개인 연구실에서 만난 서 교수는 “1990년 백두산을 처음 접한 이래 지금까지 30번쯤 오르내렸고, 압록강과 두만강도 수없이 다녔다.”면서 “20여년 간 역사 유적을 답사하며 직접 보고 듣고, 수집한 자료들을 정리한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60년대 조·중 국경조약 원문 분석 가장 주목할 부분은 1960년대 북한과 중국이 맺은 조·중 국경조약의 내용을 전면적으로 분석한 것이다. 1962년 조약을 체결하고, 이를 바탕으로 1964년 국경을 확정했지만 지금까지 북한과 중국 어디에서도 조약문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이나 검토는 이뤄지지 않았다. 서 교수는 “50년이 지나도록 북한과 중국이 조약 내용을 완전히 공개하지 않은 탓에 우리 국민의 북쪽 국경에 대한 인식은 ‘6·25 참전 대가로 북한이 백두산을 중국에 넘겨 줬다’는 백두산 할양설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수년 전 중국 옌볜의 헌 책방에서 중국어로 된 조·중 국경조약문을 입수했고, 이번에 원문 전문과 번역문을 수록했다.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 포항공대 박선영 교수 등이 조약의 일부를 연구에 반영한 적이 있지만 원문을 전부 분석한 건 처음이다. 서 교수는 조약문을 토대로 압록강과 두만강에 있는 451개 섬의 85.5%가 북한에 귀속돼 있다는 사실을 밝혀 냈다. ●간도협약 때 면적보다 조금 줄어 또 백두산 일대 28개 국경 좌표의 위치를 확인해 지도에 표시한 결과 1909년 간도협약 당시에 비해 줄어든 면적이 많지 않을 걸로 미뤄 볼 때 ‘백두산 할양설’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서 교수는 올해 100년이 된 간도협약에 대한 연구도 좀더 깊이있게 다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간도협약 연구가 일본의 약탈을 부각시키는 데 집중되다 보니 청나라가 얼마나 치밀하게 준비했는지에 대한 연구는 미흡했다.”면서 “앞으로 우리가 상대할 대상은 일본이 아니라 중국이란 점을 인식하고, 동북공정에 맞설 대응논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 간도협약 치밀하게 준비” 1994년 고구려연구회를 창립해 2007년까지 이사장직을 맡으며, ‘고구려 역사유적답사’, ‘대륙에 남은 고구려’ 등 다수의 고구려 관련 서적을 집필해 온 서 교수는 올 8월 정년퇴임을 계기로 그동안 매진해온 모든 역사 연구에서 손을 뗄 계획이다. “오랫동안 염두에 둬온 일인 데 3년 정도 산에 들어가 죽고 사는 문제를 공부하려고 합니다. 남은 과제들은 후학들에게 맡겨야지요.” 그는 “고구려성을 찍은 사진만 3만장이 넘는다. 필요한 기관에 자료를 기증하고 싶은데 관심을 갖는 곳이 없어 창고에나 묵혀 둬야 할 판”이라며 씁쓸해했다. 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피아니스트 손열음 반 클라이번 콩쿠르 2위

    피아니스트 손열음 반 클라이번 콩쿠르 2위

    피아니스트 손열음(23)이 제13회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2위인 실버 메달리스트를 차지했다. 지난달 말부터 7일까지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에서 열린 이 콩쿠르는 냉전시대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1회 차이콥스키 피아노 콩쿠르 우승자인 미국인 피아니스트 반 클라이번을 기리기 위해 1962년부터 시작됐다. 4년마다 열리는 이 대회는 수상자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기로 유명하다. 결선에서 포트워스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쇼팽,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협주곡을 협연한 손열음은 이번 수상으로 상금 2만달러와 3년 동안 미국 순회 연주회, 클래식 레이블 ‘아르모니아 문디 미국’에서 음반을 녹음할 기회를 갖는다. 또 준결승에서 타카치 콰르텟과 브람스의 ‘피아노 5중주’를 연주하고 체임버뮤직상 수상자 중 한 명으로 선정돼 상금 3000달러도 받게 됐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2010월드컵 본선 진출] ‘축구종가’ 잉글랜드도 못 이룬 세계 6번째 대기록

    [2010월드컵 본선 진출] ‘축구종가’ 잉글랜드도 못 이룬 세계 6번째 대기록

    7일 새벽 3시10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의 알막툼 스타디움에 경기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려퍼지자 관중석에선 ‘대~한~민~국~’을 외치는 소리가 더욱 커졌다. ‘붉은악마’ 응원단 150여명과 교민 2000여명은 중동의 모래바람을 잠재우고 월드컵 축구 본선진출을 확정한 태극전사들을 연호했다. 한국은 이날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B조 6차 원정전에서 2-0 승리를 낚아 승점 14점(4승2무)으로 남은 2경기에 상관없이 조 2위를 확보했다. 태극전사들은 기여도에 따라 2000만~8000만원의 두둑한 보너스를 받을 전망이다. 전날 밤 평양 양각도경기장에서 북한과 이란이 0-0으로 비겼다는 소식에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이참에 끝장을 내자는 듯 힘을 냈다. 경기 시작 8분 만에 이청용(21·FC서울)의 크로스를 받은 박주영(24·AS모나코)이 골 지역 정면에서 오른발 슈팅으로 결승 골을 뽑아 기선을 빼앗았다. 37분에는 박지성(28·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올려준 공을 상대 수비수가 백패스했고 골키퍼 나세르가 코너킥을 막으려다 흘리자 기성용(20·FC서울)이 오른발로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한국은 본선 7연속(1986년 멕시코 대회부터 남아공까지 연속·총 8회) 진출을 일군 6번째 나라로 기록됐다. 230여년 역사를 뽐내는 ‘종가’ 잉글랜드도 해내지 못한 쾌거를 겨우 1세기 만에 이뤘다는 데 뜻 깊다. 연인원 380억명이 지켜본다는 본선에 나가려면 각 대륙별로 엄청난 경쟁을 뚫어야 하기 때문에 축구를 하는 지구촌 208개국 가운데 넘보기 힘든 저력이다. 1930년 국제축구연맹(FIFA)이 축구 붐 조성을 위해 직전 올림픽 2연패를 일군 우루과이를 첫 월드컵 개최국으로 지명한 뒤, 2006년 독일까지 18차례 대회를 치르며 본선 개근상을 받은 나라는 브라질뿐이다. 독일(1954년 스위스 대회부터 14회 연속·총 16회), 이탈리아(1962년 칠레 대회부터 12회 연속·총 14회), 아르헨티나(1974년 독일 대회부터 9회 연속·총 12회), 스페인(1978년 아르헨 대회부터 8회 연속·총 12회)에 이어 잉글랜드(1950~70년 연속·총 12회)와 멕시코(1950~70년 연속·총 13회), 벨기에(1982~2002년 연속·총 11회)도 6연속 꿈을 이뤘을 뿐. 우승을 맛본 나라는 7곳밖에 없을 정도의 초강대국 틈새에서 여섯번째로 많은 본선행이 얼마나 값진 것인가를 말해 준다. 이처럼 세계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기록으로 꿈의 무대에 오름에 따라 올 3월 끝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같이 국민 화합과 국가 위상 상승의 기회를 맞은 셈이다. 원정 8강 이상의 꿈을 이뤄 7연속 본선행에 걸맞은 위상을 보여줘야 하는 등 짐도 가볍지 않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단절과 반목의 정치풍토 끊자](3)퇴임한 선진국 지도자들은

    [단절과 반목의 정치풍토 끊자](3)퇴임한 선진국 지도자들은

    대통령제인 미국과 프랑스, 의원내각제인 일본, 나름대로의 정치 구조 속에서 전직 지도자들은 활동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전직 대통령들은 사회로, 전직 총리들은 의회로 복귀, 지도자 때 쌓은 경험을 환원하는 데 힘쓰고 있다. 국민들도 정치적 이념을 떠난 전직 지도자들의 이같은 행보를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면서 격려와 도움을 아끼지 않고 있다. ■ 미국 - 대통령 도서관 지어 지역문화 중심으로 │워싱턴 김균미특파원│미국 대통령들은 현직에서 물러나면 고향으로 돌아가 여생을 보내거나 사회봉사활동에 전념하는 경우가 많다. 미 대통령들이 퇴임을 준비하면서 예외없이 추진하는 것이 있다. 바로 자신의 이름을 붙인 도서관 겸 기념관 건립 계획이다. 자서전 집필을 통해 자신의 임기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 일도 빼놓을 수 없는 퇴임 후 주요 활동이다. ●카터, 아이티 분쟁 막아 노벨평화상 미국 대통령 도서관 겸 기념관 건립은 제32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에 의해 시작됐다. 현재 11개 대통령 기념관이 설립돼 있다. 올초 퇴임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도서관 겸 기념관 건립이 완성되면 12개로 늘어난다. 제31대 대통령인 허버트 후버는 뒤늦게 1962년 고향인 아이오와주 웨스트브랜치에 개관했고, 후버 대통령 이후 자신의 이름을 단 기념 도서관이 없는 대통령은 불명예스럽게 물러난 리처드 닉슨 대통령 한 명이다. 대통령 기념 도서관에는 대통령 재임 시절뿐 아니라 다른 공직에 있을 때 작성됐거나 개인적으로 수집했던 모든 자료들과 서적들이 전시돼 있다. 자료들은 일반인 및 학자들이 자유롭게 열람, 연구하도록 공개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외에 일반인들을 위한 각종 행사와 교육프로그램들을 운영, 역사의 산현장이자 지역사회의 사회문화 중심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한다. 전직 대통령들은 관심 분야에 따라 연구소를 설립,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지역사회 및 전 세계를 위한 사회봉사활동으로 퇴임 후 제2의 인생을 사는 전직 대통령들이 많다. 대표적으로 지미 카터 전 대통령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들 수 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집 없는 사람들에게 집을 지어주는 해비탯 운동을 시작했고 1982년 설립한 카터센터는 국제적인 사회봉사기구로 성장해 세계 30여개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특히 남북문제의 중재자로 나서는가 하면 아이티 무력충돌을 막는 등 국제적 분쟁해결사로서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클린턴, 기후변화·교육·빈곤퇴치 앞장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역시 재임기간 못지않게 활발한 대외활동을 하고 있다. ‘클린턴 재단’을 설립, 매년 전 세계 전·현직 국가지도자들이 대거 참석하는 ‘클린턴 글로벌 이니셔티브(CGI)’ 회의를 개최해 기후변화, 교육, 보건, 빈곤퇴치 문제 등에 대해 논의한다. 얼마 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의해 아이티특사로 임명됐고, 수년전 인도네시아 쓰나미 때에도 조지 H 부시 전 대통령과 함께 피해현장을 직접 찾고 국제사회의 지원을 호소했다. 미국의 전직 대통령들은 퇴임 후 고향에서 일반 시민으로서의 삶을 향유하는 동시에 활발한 강연활동 및 사회봉사활동으로 경험과 지식을 자연스럽게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kmkim@seoul.co.kr ■ 프랑스 - 前대통령에 ‘살아있는 국가문화재’ 배려 │파리 이종수특파원│‘예우받으며 국가 원로로 활동’ 프랑스는 다양성의 나라라는 특징에 걸맞게 전직 대통령의 삶도 다양하다. 그러나 대부분 후임 대통령의 예우를 받으며 자신의 국정 경험을 최대로 살려서 활동했거나 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시라크, 정적 미테랑에 ‘전임 예우’ 전형적인 사례가 자크 시라크와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의 관계. 널리 알려진 대로 두 사람은 평생의 정적이었다. 시라크는 미테랑에게 두번이나 대선에서 패배한 아픔을 갖고 있다. 그러나 후임 대통령 시라크는 프랑스 제5공화국 최장수 대통령이었던 미테랑을 따뜻하게 대했다. 미테랑이 이전에 살던 파리7구의 아파트로 돌아가자 시라크는 에펠탑 근처에 전직 대통령 사무실을 마련해 줬다. “국가의 살아있는 문화재로 전 대통령이 사무실에서 여생을 보내며 회고록을 쓰는 등 후세에 교훈을 남기는 일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배려한 것. 이에 힘입어 미테랑은 전립선 암을 앓으면서도 프랑스는 물론 국제사회의 평화와 인권을 위해 활동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현 대통령과 시라크의 관계도 엇비슷하다. 시라크가 자신의 후임 대통령 후보로 사르코지 대신 도미니크 드 빌팽 당시 총리를 지지하면서 관계가 냉랭했다. 그러나 사르코지 역시 시라크에게 ‘전임 예우’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 국무총리, 파리 시장, 대통령 등 33년 동안 공직생활을 한 시라크는 크고 작은 스캔들에 휘말렸다. 결국 대통령으로서의 면책 특권이 끝난 뒤 2007년 파리시장 시절의 공금 횡령 사건과 관련해 법원의 출석 명령을 받았다. 제5공화국 전임 대통령으로서는 처음 맛본 불명예였다. 그러나 이 역시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게 아니라 참고인 자격으로 조용히 조사받았다. ●청백리 드골은 평화로운 시골 집으로 이런 전직 대통령에 대한 배려에 힘입어 프랑스의 전직 대통령들은 독특한 방식으로 활동했다. 재직 중 파리에 아파트도 한채 마련하지 못할 정도로 청렴했던 샤를 드골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 시골 집으로 내려가 평화롭게 살았다.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전 대통령은 퇴임 대통령에게 주어지는 당연직인 헌법위원직을 마다하고 더 많은 정치적 자유를 위해 지역의회 의원 선거에 출마해 정력적으로 활동했다. 낙선후 헌법위원으로 일하면서 최근엔 악화된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하는 등 국가 원로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있다. 시라크 전 대통령도 자신의 이름을 딴 공익 재단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 74%로부터 가장 좋아하는 정치인으로 꼽히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vielee@seoul.co.kr ■ 일본 - 총리직 물러나면 평의원으로 의정활동 │도쿄 박홍기특파원│일본의 총리들은 총리직에서 물러나면 국회로 돌아간다. 의원으로서 의정활동에 전념하기 위해서다. 총리 재직 전보다 경험이 많은 탓에 활동에 더 적극적이다. 의원내각제의 특징이다. ●다나카, ‘록히드사건’으로 유죄판결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최근 총리 재임 시절 힘썼던 행정 및 공무원개혁에, 후쿠다 야스오 전 총리는 아프리카 끌어안기에, 아베 신조 전 총리는 납치문제 등 안보 문제에 비중을 두고 있다. 나카소네 야스히로, 가이후 도시키 전 총리 등은 정계은퇴를 했지만 정치 원로의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전직 총리들은 별다른 탈 없이 의원으로서 자기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따져보면 일본의 정치구조는 ‘일본식’이다. 자민당의 장기집권에서 비롯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금권정치’로 불린다. 돈과 떼어놓고서는 정치를 말할 수 없는 이유에서다. 실제 ‘정치와 돈’은 고질적인 문제다. 업계나 단체의 이익을 노골적으로 대변하는 ‘족(族)의원’들이 존재할 정도다. 총리도 돈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하지만 1955년 자민당 출범 이래 역대 총리 가운데 검은 돈에 연루돼 사법처리된 인물은 다나카 가쿠에이(1972년 7월∼74년 12월) 단 한명이다. 총리 때 직권을 남용, 정치자금을 모은 의혹을 받고 사퇴했다. 또 총리 재직 때 전일본항공(ANA)에 압력을 행사, 록히드사의 비행기를 매입토록 한 뒤 200만달러의 뇌물을 챙긴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1976년 8월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돼 유죄판결까지 받았다. 이른바 ‘록히드사건’이다. 민주당 오자와 이치로 전 대표의 국제담당 비서로 근무했던 김숙현 도호쿠대 조교수는 “자민당은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94년 6월∼96년 1월) 기간을 빼고는 줄곧 집권해 왔다. 즉 총리의 얼굴만 바뀌었을 뿐 자민당의 정치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며 자민당 체제에서의 ‘안전판론’을 지적했다. 니시노 준야 게이오대 조교수는 “총리의 권한이 대통령제에 비해 약하다. 당론이 우선할 수밖에 없다. 당의 견제에 제약도 적잖다.”고 강조했다. ●당론이 우선… 총리 권한행사 제약 일본의 경우 관료들의 텃세가 강한 탓에 총리나 각료가 바뀌어도 정책의 흔들림이 거의 없다. 정책의 일관성을 갖는 이유다. 자민당은 관료의 힘을 의식, 정치가 주도하는 행정을 만들기 위해 공무원 개혁을 꾀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일본의 총리들은 내각의 지지율에 따라 임기가 결정되는 경향이 짙지만 ‘자민당의 안전판’ 속에 총리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국회로의 복귀가 수월하다. hkpark@seoul.co.kr
  • ‘가고 싶은 섬’ 외연도 철제 탐방로가 웬말

    “이러다 ‘가고 싶지 않은 섬’이 되는 게 아닌지 모르겠어요.”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 중인 ‘가고 싶은 섬’ 사업이 삐걱거리고 있다. 충남 보령시 오천면 외연도 일부 주민들이 이 사업이 자연친화적으로 추진되지 않고 있다고 제동을 걸어 8월 완공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됐다. 보령시는 이 마을 뒷산에 펼쳐진 천연기념물 136호 상록수림(3만 2295㎡)에 길이 700m 폭 1.4m의 탐방로 데크를 만들다가 일부 주민이 반발, 180m 정도만 깐 채 진척이 안 되자 공사팀을 모두 철수시켰다고 2일 밝혔다. 주민들은 “콘크리트와 철제 데크는 아름다운 자연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반대하고 있다. 데크는 콘크리트 기초 위에 철제를 설치한 뒤 나무를 덮는 형태이다. 이 때문에 탐방로와 함께 설치하려던 1㎞의 해안산책로 및 570m의 등산로 건설사업은 착공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이 사업은 문화부 관광진흥기금 60억원과 지방비 71억원 등 모두 131억원이 투입된다. 외연도는 2007년 전남 청산도·홍도, 경남 매물도 등 3개 섬과 함께 ‘가고 싶은 섬’으로 선정됐고, 가장 빠른 사업 진척도를 보여왔다. 외연도는 충남 서해안 서쪽 맨 끝에 있는 유인도로 183가구 487명의 주민이 있다. 이곳 상록수림은 500~600년 된 동백나무, 후박나무, 팽나무가 군락을 이뤄 196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보령시 관광과 김재호씨는 “수령이 오래된 동백나무 등이 군락을 이룬 곳은 국내에서 유일한 곳으로 안다.”고 말했다. 연간 관광객은 1만명이 넘는다. 김복수(46) 외연도청년회장은 “탐방로 대신 상록수림 진·출입로를 명확히 표시하고 가파른 곳은 나무 계단을 만들라고 시에 수차례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이대로라면 탐방로가 오히려 ‘반환경 시설’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또 “상록수림이 있는 산은 해발 73m밖에 안되는데 무슨 시설이 필요하냐. 천연기념물 속에 철제를 설치하는 것은 시대 흐름과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보령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美·쿠바 관계개선 ‘순풍에 돛’

    지난 6년간 대화 중단으로 냉각됐던 미국과 쿠바가 새로운 관계정립 작업에 가속을 붙이고 있다. AP통신은 1일 두 나라 정부가 쿠바 주민들의 합법적인 미국 이주와 직접 우편서비스 개통 문제에 대한 대화를 재개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4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쿠바에 친지를 둔 미국인의 쿠바 방문 및 송금 제한을 철폐한 지 한달여 만이다. AP통신에 따르면 지난 30일 쿠바의 고위급 외교관이 쿠바인의 미국 왕래와 직접 우편서비스 허용 문제를 놓고 양국 간 직접 대화를 재개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담은 외교문서를 미 국무부에 전달했다. 이는 지난달 22일 주민 왕래 및 직접 우편서비스에 관한 미 국무부의 대화 제안을 수용한 결과다. 그러나 회담 재개 시기 및 구체적인 장소는 확정되지 않았다. 쿠바인들의 합법적인 미국 이주를 지원하고 불법 대량이민을 규제하기 위한 양국 간 이민 협상은 1980년대 레이건 행정부 때 시작돼 90년대 들어 정례화됐으나, 2004년 1월 조지 W 부시 행정부에 의해 전격 중단됐다. 당시 부시 행정부는 쿠바가 미국 비자 발급을 희망하는 쿠바인들에 출국허가를 내주는 문제 등 핵심 사안에 대한 논의를 기피하고 있다며 협상을 중단했다. 최근 오바마 행정부의 유화적 제스처에 쿠바 정부의 반응은 적극적이다. AFP통신은 익명의 미 국무부 관계자를 인용해 쿠바 정부가 향후 마약 밀반입, 테러, 허리케인 같은 재난 예방 등에 관한 추가협상에도 협력할 용의가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오바마의 대(對)쿠바 ‘햇볕정책’이 가속을 붙여가자 그 범위가 어디까지 확장될지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당장 2일(현지시간) 온두라스에서 열릴 미주기구(OAS) 고위회담에서 쿠바의 재가입 문제와 관련, 미국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가 이슈로 떠올랐다. 회담에는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재 미 행정부는 쿠바의 재가입 전제조건으로 ‘민주적 개혁조치 이행’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AP통신에 따르면, 미 국무부측은 “쿠바의 OAS 복귀에 걸림돌이 돼 온 조치들을 없앨 의향이 있다.”면서도 “정치적 수감자의 석방, 기본권 존중 등의 조치가 취해질 때까지는 금수조치 및 OAS 복귀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1948년 워싱턴에 본부를 두고 창설된 국제기구인 OAS에는 아메리카 대륙 35개국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쿠바는1962년 회원국 자격이 박탈됐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앵무새 지키려 6년을 싸웠다, 그러나…

    앵무새 지키려 6년을 싸웠다, 그러나…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에게, ‘너희가 댐을 건설하고, 산을 뭉개 도로를 깔고, 숲을 대단위 농지로 개간한다면 부자가 되리라.’고 부자 나라나 또는 다국적 기업들이 객관적이고 과학적이라고 포장된 보고서를 들고 와서 주장한다면 어떻게 될까. 십중팔구 가난한 나라 사람들은 보고서대로 해보겠다고 나설 것이다. 가난은 도스토옙스키가 표현한 것처럼 불편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정신까지 좀먹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보고서가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부자 나라와 다국적 기업들의 압력이나 로비에 의해 조작되고 왜곡된 것으로, 그들을 더 가난하게 만드는 함정이라고 해도, 가난한 나라 사람들은 감히 그런 음모를 알 수도 없을 것이다. ‘주홍 마코앵무새의 마지막 비상’(브루스 바콧 지음, 이진 옮김, 살림 펴냄)은 중남미의 아주 작은 나라 벨리즈에서 일어난 환경의 가치와 개발의 가치가 격렬하게 갈등한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생태주의자로 벨리즈에서 야생동물원을 운영하는 미국인 여성 샤론 마톨라가 부패한 정부와 다국적 기업을 대상으로 6년간 벌여온 힘겨운 싸움을 지켜보는 독자는, ‘도대체 개발은, 무엇을 위한 개발이냐.’를 반문하게 한다. 멕시코 아래에 위치한 이름도 생소한 벨리즈는 1981년에서야 비로소 영연방의 타이틀을 떼고 독립한 신생국가로 인구가 30만도 안 된다. 마야 문명의 숨결이 살아 있고, 열대우림의 아름다운 풍광과 넉넉한 강, 그곳을 보금자리 삼아 뛰노는 야생동물들이 있는 곳이란다. 때문에 문명에 지친 서양인들은 이곳을 찾아, 마톨라의 야생 동물원을 찾아 쉬었다 가곤 했다. 1999년 벨리즈 정부는 다국적 기업과 손을 잡고 주홍 마코앵무새를 비롯해 희귀동물들의 서식지인 마칼 강 유역에 6㎿ 전력을 생산하는 댐(차릴로 댐)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렇게 되면 주홍 마코앵무새는 물론, 재규어, 맥의 서식지는 완전히 물에 잠기게 된다. 특히 마칼 강 유역의 나무에만 둥지를 트는 주홍 마코앵무새는 치명적인 타격을 받는다. 마톨라는 총리에게 편지를 보내고, 언론에 댐 건설 반대 기사를 투고하며, 댐 건설을 주관하는 본사 앞에서 시위를 하고, 정부와 다국적 기업을 상대로 소송도 불사한다. 이방인 마톨라의 이같은 격렬한 저항은 그러나 ‘공공의 적’으로, 또는 미국인이라는 이유로 ‘현대판 식민주의자’ ‘미국인 마녀’로 지목되면서 비방과 욕설, 모욕을 당하게 된다. 마톨라를 지지하지 않고 비난했던 벨리즈 국민들은 간과한 것이 있었다. 아니 알 수가 없었을 것이다. 벨리즈 정부와 캐나다의 전력 개발회사인 포티스가 제출한 환경영향평가 보고서와 지질탐사 보고서는 조작된 것이었다. 또한 2007년 현재 벨리즈의 전력수요 증가율은 정부와 전력회사가 예상했던 것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쯤에서 다시 한번 물어보자, 누구를 위한 개발인가. 마침 벨리즈 정부가 마칼 강 유역에 1990년대 지은 몰레존댐 건설 때 맺었던 이면계약서가 발견되기도 했다. 정부는 ‘몰레존댐에서 생산한 전력을 무조건 전부 구매해야 한다.’는 이면계약에 서명했다. 이것은 벨리즈 국민들이 전기를 사용하든 사용하지 않든 그 비용을 세금으로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부당한 것이었다. 이같은 전력회사에 부여한 특혜에 대해 벨리즈 정부는 “국제 투자사를 유치하기 위해서 이런 특혜는 불가피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지난 수년간 민간자본을 유치해 고속도로 등을 닦은 뒤에 예상했던 것보다 교통량이 적을 경우, 그 차이를 국민의 세금으로 보전해주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물론 정부나 지방정부에서 이같은 민간투자를 유치했을 때는 성과만 강조하지 그렇게 되지 못했을 때의 부작용, 납세자들의 부담에 대해서는 함구하기 때문에 늘 손해는 국민들이 보게 된다. 4대강 유역 개발과 관련해 민간자본 유치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많은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마칼 강 유역에 차릴로 댐의 건설시기는 2005년 11월에 결정됐다. 마톨라가 6년간의 긴 법정투쟁에서 정부와 다국적 기업의 로비와 금권에 패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반문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가난에 시달리더라도 환경을 보호하자는 것이냐,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속담도 모르냐고. 이 사건을 취재하고 책으로 펴낸 환경 저널리스트 브루스 바콧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선진국은 환경을 파괴해 안락한 삶을 이루어 놓았지만, 대신 환경은 엄청난 대가를 치렀다. 개발도상국들이 지상 통신선 시대를 뛰어넘고 곧바로 무선통신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이같은 개념이 환경계에도 적용되야 한다. 가파른 산길 대신 넓고 편안하고 좋은 길을 택해서 가라.”고. 개발과 환경, 또는 문화에 대한 가치는 어느 시대에도 늘 상충돼 왔다. 우리는 1960~70년대 개발을 선택했다. 환경도 뒷전이고, 문화재도 뒷전이었다. 그래서 21세기에 들어와 동대문운동장을 허물거나, 청계천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문화재들이 우수수 발견되는 것이다. 1962년 1인당 국민소득은 87달러로 100달러도 안 되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애써 자위할 수 있다. 그런데 2만달러가 넘은 상황에서, 여전히 개발에 문화와 환경이 터무니없이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면, 그 원인을 어디서 찾아야 할 것인가. 다국적 기업의 탐욕 때문인가, 숫자로 치적을 자랑해야 할 정부의 성과주의 탓인가, 아니면 기업의 탐욕과 정부의 성과주의의 부작용을 모른 척하는 헝그리 정신만 가득한 미개한 국민의 탓인가. 1만 5000원.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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