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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랑구, 400년 전통 ‘봉화산 도당굿’으로의 초대

    중랑구, 400년 전통 ‘봉화산 도당굿’으로의 초대

    서울 중랑구의 뿌리 깊은 지역 문화인 봉화산 도당굿이 열린다.중랑구는 30일 봉화산 정상의 도당(마을 신을 모신 장소)에서 지역 주민과 봉화산 도당굿 보존위원회 및 중랑문화원 관계자, 각계 인사 2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34호인 ‘봉화산 도당굿’을 개최한다고 29일 밝혔다. 봉화산 도당굿은 400년 전통과 역사를 가진 서울의 대표적인 마을굿이다. 매년 음력 3월 3일(삼짇날) 봉화산 자락 6개 마을의 평안과 건강을 기원하며 열린다. 처음에는 중화·상봉·신내동이 함께 지내오다가 1960년대 말부터는 3개 마을에서 번갈아 지내왔다. 이후 2000년부터는 ‘봉화산도당굿 보존위원회’에서 매년 행사를 열고 있다. 2005년에는 ‘봉화산 도당굿’의 역사성과 전통성을 인정받아 서울시 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굿과 마을제의 결합이라는 독특한 형식을 가진 도당굿은 당주이자 도당굿 기능보유자인 무녀 신위행씨와 악사 김광수씨가 주도해 진행한다. 행사는 도당 주변에 온갖 잡귀와 잡신을 씻겨내는 거리부정을 시작으로 도당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는 불사거리로 이어지며 제단에서는 유교식 제례가 진행된다. 또 소머리국밥 등 음식을 준비해 관광객, 마을 사람들과 점심을 함께한다. 최원태 구 문화체육과장은 “봉화산 도당굿은 다양한 춤과 음악, 해학적 재담 등 여러 문화적 요소가 잘 녹아 있는 우리 문화의 정수”라면서 “지역 주민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 등 연 2000명 이상이 관람하는 지역 축제로 자리매김했다”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송혜민의 월드why] 日, 꿈의 취업률 97%…‘헬조선’보다 나을까?

    [송혜민의 월드why] 日, 꿈의 취업률 97%…‘헬조선’보다 나을까?

    지난해 일본의 대졸 취업률은 97.3%, 고졸 취업률은 97.7%를 기록했다. 졸업이 곧 취업인 셈이다. 구인난이 심각해지자 한국 청년을 비롯한 외국인 노동력 수입에도 적극적이다. 이는 한국무역협회가 주최한 일본기업 채용박람회에 참가하는 일본 글로벌 기업이 35개사에서 올해 50개사로 늘어날 예정이라는 사실로도 짐작할 수 있다. 직장을 찾지 못해 3포, 5포를 넘어 N포세대에 이른 한국 젊은이들에게 일본의 취업률은 꿈같은 현실이 아닐 수 없다. 100%에 육박하는 취업률의 배경에는 무엇이 있을까. ①출산율 저하 일본 출산율이 정점을 찍은 것은 1947~1949년 사이에 태어난 일본의 베이비 붐 세대를 가리키는 ‘단카이 세대’가 고도성장을 이뤄냈던 1973년이다. 당시 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아이 수는 평균 2.14명이었다. 하지만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매년 발간하는 ‘월드 팩트북’에 따르면 지난해 추정치 기준, 이 수치는 1.41명으로 떨어져 224개국 중 최하위권인 210위에 머물렀다. 출산율 저하의 원인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결혼율이 낮아지는데다 만혼 현상이 더욱 뚜렷해지면서 둘째 아이 출산 감소로 이어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해 12월 22일자 보도에서 “경제적 이유로 출산을 꺼리는 가정이 적지 않다”면서 “고령자에게 초점이 맞춰진 사회보장예산을 출산 및 육아 분야로 재편성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아이를 낳지 않으니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되어 취업경쟁에 뛰어들 사람도 줄어들었다. 일본 고졸·대졸 취업률이 97%를 넘어선 주된 이유 중 하나로 출산율이 꼽히는 이유다. ②생산가능인구의 감소와 비정규직의 확대 일할 사람이 줄어들고 취업률은 97%를 넘어섰지만, 여기에는 ‘숫자의 함정’이 있다. 100%에 가까운 취업률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자영업이 모두 포함돼 있는 것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올해 일본의 생산가능인구는 2012년에 비해 72만 명 줄어든 6556만 명이다. 2030년에는 6180만 명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특히 2015년 조사에 따르면 취업률 집계에 포함된 사람 중 40.5%가 비정규직이다. 즉 100명 중 97명이 취업했다면, 이 97명 중 약 39.3명은 비정규직으로 취업했다는 뜻이다. 일본 전체 노동자 중 비정규직 비중은 2003년 30.4%에서 2016년 37.5%로 확대됐다. 공격적인 ‘아베노믹스’로 경기가 회복되고 여성 일자리 늘리기 등 노동시장의 개혁으로 취업률은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취업률 상당부분이 거품이 아니냐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고용 및 소득 안정을 보장하는 양질의 취업 환경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아베 정부가 최저임금 1000엔, 비정규직 처우 개선 등을 정치적 카드로까지 쓸 만큼 집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③결혼율과 초고령화 사회 일각에서는 취업률이 높아졌으니 젊은 층의 소득이 높아지고, 이것이 결혼율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일본의 결혼율은 출산율과 마찬가지로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결혼율 하락의 원인 중 하나로 고령화를 꼽는다. 고용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고령 부모의 생계까지 책임져야 하는 젊은 층에게 결혼은 사치로 여겨질 수 있다. 일본은 2006년 초고령화 사회(65세 이상이 20% 이상인 사회)에 진입했다. 고령 인구가 많아진다는 것은 부양해야 할 인구가 많아진다는 뜻이다. 게다가 일본은 부모뿐만 아니라 형제에 대한 부양의 의무까지 있다. 일본 민법 877조 제1항은 ‘직계 혈족 및 형제자매는 서로 부양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한다. 고령의 부모 혹은 빈부 격차가 심한 형제를 부양해야 하는 법적 의무를 지키기 위해 일부는 결혼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는 것이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무엇이 시작이라고 말하기 힘들 만큼 취업률과 출산율, 결혼율은 서로 맞물려 있다. 아베 총리는 2060년 이후에도 인구 1억 명을 유지하겠다면서 표방한 ‘1억 총활약 사회 실현’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취업률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노동자에 대한 사회보험료와 잔업수당 규정, 비정규직 처우 개선과 여성 일자리 확대 등 정책을 추진할 예정이다. 일본의 이 정책들의 효과가 구체적 수치로 내건 것처럼 여성 1인당 평균 출산 수를 1.8명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헬조선’이라는 비판과 자조가 넘쳐나는 국내 사정 또한 일본의 처지와 놀랍도록 비슷하기 때문이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공희정 컬처 살롱] 보고 싶다

    [공희정 컬처 살롱] 보고 싶다

    매화도 피고, 산수유도 피었다. 오랜만에 미세 먼지 지수가 낮고, 햇볕이 좋기에 베란다 난간에 이불을 내다 걸었다. 숨죽었던 이불은 보송보송 살아났다. 집안 곳곳에 쌓여 있던 먼지들을 쓸어내고, 여기저기 널려 있는 흐트러진 일상을 정리하고 나니 봄이 집 안으로 성큼 들어왔다. 잠시 소파에 앉아 망중한을 즐기는데 한 자락 바람이 커튼을 밀어내며 코끝을 간지럽혔다. 아버지의 내음이었다.아버지는 이십년 전에 이 세상 소풍을 마치셨다. 혼미해진 의식을 부여잡고 응급실 드나들기를 여러 번, 입춘은 넘기셨지만 봄꽃이 피는 것을 아버지는 보지 못하셨다. 살아 계셨다면 가족들과 함께 환갑의 기쁨을 나누었을 날 아버지는 땅에 묻히셨다. 자신의 환갑날이 발인 날이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모자라지도 남지도 않는 딱 60년을 살고 가셨다. 생전에 등산을 좋아하셨던 아버지께서는 봄이 오는 산을 좋아하셨다. 이제 막 돋아나기 시작한 나뭇잎들은 먼 산의 풍경을 가리지 않아 좋고, 온몸에 와 닿는 바람은 겨울만큼 살을 에지 않아 좋다고 하셨다. 채 녹지 않은 얼음이 겨우내 산을 덮고 있던 낙엽 아래 숨어 봄기운에 들뜬 등산객들을 노리고 있으니 봄 산은 발끝을 조심해야 한다고도 하셨다. 산에 갔다 오신 아버지 품에 안기면 흙 기운 가득 품은 산의 정취와 하산 후 마신 막걸리의 시큼함이 풍겨 왔다. 난 그 냄새가 참 좋았다. 건강한 하루를 보낸 사람의 기운이 오롯이 전해 오는 듯했다.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내 마음을 아시는지 아버지는 매년 봄이 되면 바람을 타고 찾아오신다. 바람 한 자락에 묻어 있는 아버지의 내음이 나를 부르는 순간 내 마음은 설레기 시작한다. 올해도 아버지는 그렇게 바람을 타고 날아와 모두 잘 지내고 있는지 둘러보고 가셨다. 죽음은 건널 수 없는 강과 같다. 같은 하늘 아래 있다면 천리 먼 길 달려가 만날 수 있겠지만, 죽음이 갈라놓은 세상은 넘을 수가 없다.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잊지 않으려고 간직한 사진도 들춰 보고, 그 사람이 애지중지하던 물건들을 꺼내 보기도 하고, 심지어 그 사람이 입었던 옷을 빨지도 못한 채 그리울 때마다 코를 박아 보지만 두 손 마주 잡았을 때 전해 오는 따뜻함은 영원히 가질 수 없는 것이 됐다. 그래서 그립고, 또 그립다. 꽃 소식과 함께 남쪽 먼바다에서는 오래도록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천일이 넘는 동안 차가운 물속에 있었을 사랑하는 사람들. 오고 싶은 마음이야 얼마나 간절했을까, 달려가 만나고 싶은 마음이야 얼마나 애절했을까. “비로 올게, 첫눈으로 올게, 그것만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신께 빌어 볼게”라며 애절하게 죽음을 맞이하던 드라마 ‘도깨비’의 명대사처럼 그들도 그러했을 것이다. 어떤 날은 비로 찾아왔을 것이고, 어떤 날은 햇살로 빛났을 것이고, 또 어떤 날은 살랑거리는 바람으로, 반가운 첫눈으로 안겨 왔을 것이다. 다시는 볼 수도, 느낄 수도 없지만 그렇게 영원히 또 함께할 것이다. 사랑한다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먼저 간 사람들, 눈물 나게 보고 싶은 봄이다.
  • ‘취향저격, 시선강탈’ 10대부터 60대까지… 세대별 맞춤 공연 봇물

    ‘취향저격, 시선강탈’ 10대부터 60대까지… 세대별 맞춤 공연 봇물

    겨우내 꽁꽁 얼었던 마음이 꿈틀대기 시작하는 봄, 공연계도 관객 맞을 준비에 한창 분주하다. 시즌 초반부터 다양한 장르의 각양각색 작품들이 봇물같이 쏟아지면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공연계의 ‘큰손’으로 알려진 30대 여성 이외에도 더 많은 관객의 발길을 붙잡기 위해 다양한 연령대를 타깃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세대별 취향 저격 작품들이 눈에 띈다.■1020, 뮤지컬 ‘꽃보다 남자’ 풋풋한 하이틴 로코…아이돌 ‘F4’ 뭉쳤다 일본 순정만화를 무대에 올린 뮤지컬 ‘꽃보다 남자’는 공연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보기 힘든 10~20대 관객을 공략한다. ‘꽃보다 남자’는 1992년부터 2003년까지 12년간 일본 만화잡지 ‘마가렛’에 연재된 작품으로 일본 영화, 애니메이션은 물론 2009년 한국 드라마로도 제작돼 ‘F4’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평범한 서민 집안의 한 소녀가 재벌가 자제들이 가득한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하이틴 로맨스의 풋풋한 감성을 살렸다. 이번 공연에는 비투비의 이창섭, 빅스의 켄, 슈퍼주니어 성민, 미쓰에이 민 등 현역 아이돌이 주연으로 나서면서 젊은 관객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홍보사 스토리P의 최소연 대리는 “10대와 20대 예매 관객을 합치면 전체의 70%를 차지한다”면서 “작품 내용 자체가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인 데다가 아이돌 팬덤에 힘입어 젊은 관객의 호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공연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아이돌이 등장하는 작품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없지 않지만 마니아들만 본다는 인식이 강한 뮤지컬에 대한 젊은 관객층의 접근성을 높이고 관객 저변을 확대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5월 7일까지.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5만 5000~11만원. 070-8118-9721.■3040, 연극 ‘유도소년’ 연극판 ‘응답하라 1997’…아날로그 감성이 가득 스포츠 선수들의 뜨거운 청춘과 풋풋한 사랑을 다룬 연극 ‘유도소년’은 3040세대 사이에서 큰 공감을 얻고 있다. 연극판 ‘응답하라 1997’로 불리는 ‘유도소년’은 전북체고 유도선수 ‘경찬’이 1997년 고교전국체전에 출전하기 위해 서울로 올라오면서 좌충우돌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박경찬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슬럼프에 빠진 ‘경찬’이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그리며 관객에게 그동안 잊고 있었던 뜨거운 열정을 떠올리게 한다. 1990년대 인기를 끌었던 HOT의 ‘캔디’, UP의 ‘뿌요뿌요’, 젝스키스의 ‘사나이 가는 길(폼생폼사)’ 등 추억의 인기가요를 극 중간중간 삽입해 관객들의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한다. 극 중 등장하는 삐삐, 워크맨, PCS 등의 소품도 반가운 추억을 되살린다. 공연 관계자는 “작품 속 ‘아무리 힘들어도 최선을 다하기 전까지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가 매일 반복되는 쳇바퀴 같은 삶을 사는 30~40대 직장인들로부터 공감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5월 14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수현재씨어터. 4만 4000원. (02)744-4331.■4060, 뮤지컬 ‘오! 캐롤’ 닐 세다카의 히트팝… 중장년층 향수 자극 주크박스 뮤지컬 ‘오! 캐롤’도 공략 관객층이 확실하다. 국내에서 CF, 방송, 영화 삽입곡으로 친숙한 팝의 거장 닐 세다카의 히트곡으로 채워진 ‘오! 캐롤’은 40~60대 사이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다. 1960년대 미국 플로리다에 위치한 ‘파라다이스 리조트’를 배경으로 주인공 6명의 사랑 이야기를 무겁지 않게 풀어냈다. 1980년대 가수 방미가 번안해 부른 ‘날 보러 와요’로 익숙한 ‘원 웨이 티켓’을 비롯한 ‘오 캐롤’, ‘유 민 에브리싱 투 미’ 등 흥겨운 노래가 중장년층의 향수를 자극한다. 남경주, 최정원, 전수경 등 중장년층에게 친숙한 뮤지컬 1세대 배우들의 등장과 밝은 분위기의 쇼뮤지컬 특성 역시 4050 관객을 유도하는 데 한몫하고 있다. ‘오! 캐롤’을 홍보하는 노민지 클립서비스 과장은 “화려한 군무와 복고풍 의상이 주는 볼거리, 객석에서 함께 춤추고 즐기는 커튼콜 등 뮤지컬을 자주 접해 보지 않은 중장년층 관객이 접근하기 쉬워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5월 7일까지. 서울 구로구 디큐브아트센터. 5만~12만원. 1577-3363.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현장 행정] 마포, 페이스 오프

    [현장 행정] 마포, 페이스 오프

    청둥오리(왼쪽)는 서울 마포구를 상징하는 공식 휘장(브랜드)의 소재였다. 1960년대까지 난초와 지초가 무성했던 난지도에 청둥오리가 많았던 점에서 착안해 1995년 만든 휘장인 덕분이다. 자연섬이었던 난지도는 1970~1990년대 서울의 온갖 폐기물로 산을 이룬 ‘쓰레기섬’이었다. 그러나 2002 한일월드컵의 성지인 상암 월드컵경기장이 들어서면서 한 해 651만명의 외국인 관광객(2015년 기준)이 찾는 서울의 대표 관광지로 변신했다. 도시는 역동적으로 변했지만 휘장 속에는 여전히 쓰레기섬 난지도를 연상시키는 청둥오리가 한가롭게 떠 있었다. 이를 극복하고자 마포구가 생동감 있고 창의적인 도시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알리고자 20년 만에 새 도시 브랜드와 슬로건을 내놨다.28일 마포구에 따르면 구는 최근 새 도시 브랜드인 ‘MAPO’와 슬로건 ‘my mapo’(오른쪽)를 공개하고 휘장 교체 작업을 하고 있다. 새 브랜드는 마포구의 영문명에 디자인을 입혀 만들었다. 각 글자가 선으로 이어져 도시와 사람이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박홍섭 마포구청장은 “많은 외국인이 우리 지역을 찾지만 ‘마포’라는 지명 대신 ‘홍대’라는 이름으로 인식해 왔다”면서 “이번 브랜드 교체로 외국인도 지역명을 쉽게 기억하고 떠올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새 도시 브랜드는 디자인 개발업체와 구민 등의 공모를 받아 선호도 조사를 통해 선정했다.도시 브랜드와 함께 만든 새 슬로건 ‘my Mapo’는 서울시의 슬로건인 ‘I.SEOUL.U’처럼 조금씩 변형해 가며 다양하게 활용할 방침이다. 예컨대 건강·보건 관련 구정을 알릴 때는 건강을 뜻하는 영단어 ‘health’를 넣어 ‘my health Mapo’로 바꿔 사용하는 식이다. 구 관계자는 “슬로건 등은 확장성 있게 만드는 게 요즘 트렌드”라면서 “‘make it possible mapo’(마포에서라면 무엇이든지 가능하다) 등의 후보작과 경합했지만 ‘my mapo’가 활용 가능성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구는 올해부터 구청사를 비롯해 동청사, 보건소 등 주요 관공서에 설치된 휘장부터 교체하고 다른 소모품은 순차적으로 바꿔 갈 계획이다. 또 관광객 유치를 위한 상품 디자인에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박 구청장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서울만 기억하지 않고 마포를 인식하도록 해야 국제적 관광지로서 정체성을 세울 수 있다”면서 “지역 인지도를 높일 다양한 노력을 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오바마 ‘말런 브랜도섬’ 머물며 회고록 쓴다

    판권 수천만弗… 책 100만권 기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남태평양 폴리네시아에 있는 프랑스령 테티아로아섬에 머물며 회고록을 집필할 계획이라고 워싱턴포스트 등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오바바 전 대통령은 부인인 미셸과 함께 이달 중순 할리우드 스타가 자주 찾는 테티아로아섬 호화 리조트에 입주했으며 이곳에서 회고록을 집필할 예정이다. 이 섬은 영화배우 말런 브랜도가 1960년대에 촬영을 하러 왔다가 섬 전체를 사들여 별장을 꾸몄고, 이후 ‘말런 브랜도섬’으로도 불린다. 브랜도 사망 후에는 그의 자녀가 섬 전체를 리조트로 개발했다. 오바마 부부는 지난달 경매로 출판사를 정했다. 펭귄 랜덤 하우스는 오바마 부부가 각각 집필하는 회고록 두 권의 전 세계 판권을 손에 넣었다. 계약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출판업계 관계자들은 판권료가 수천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등 일부 언론은 오바마 부부 자서전 판권이 역대 미 대통령 중 가장 높은 6000만 달러(약 668억원)가 넘는 가격에 팔릴 것으로 예상했다. 출판사는 책 100만권을 오바마 가족 이름으로 비영리재단에 기부할 계획이다. 오바마 부부도 선인세의 일부를 오바마재단 등 자선단체에 기부하기로 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희귀병에 사지절단한 아기, 의족 달고 생애 첫걸음

    희귀병에 사지절단한 아기, 의족 달고 생애 첫걸음

    급성 감염병인 뇌척수막염으로 사지를 절단한 끝에 겨우 살아남았던 영국의 한 어린 소녀가 스스로 보행기를 밀며 첫걸음을 내딛는 순간이 공개돼 진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24일자 보도에 따르면, 이틀 전 영국 서미싯주(州) 바스에 사는 3세 소녀 하모니-로즈 앨런이 물리치료를 받는 동안 생애 첫걸음을 내딛는 데 성공했다. 하모니의 어머니 프레야 홀(22)은 이 감격스러운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리며 지지자들과 기쁜 소식을 공유했다. 영상을 보면 어린 하모니는 의족을 착용하고서 혼자 보행기에 몸을 의지한 채 균형을 잡아가며 한 걸음씩 내디뎠다. 이는 하모니가 지난 2년 동안 묵묵히 물리치료를 견뎌내며 이룩한 성과다. 프레야 홀은 “하모니는 슬픈 날을 어떻게 더 좋게 만들 수 있는지를 확실히 알고 있다. 오늘 아이는 물리치료 동안 처음 큰 성과를 보였는데 보행기를 밀며 걷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한 “하모니가 얼마나 자랑스러운지를 말로는 표현할 수 없다! 아이는 모든 상황에 정말 잘 적응했다”면서 “단지 홀로 서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사실, 하모니가 첫걸음을 내딛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지난 크리스마스 때 넘어지면서 왼쪽 빗장뼈(쇄골)이 부러진 데다가 지난 주말에 또다시 넘어지면서 오른쪽마저 부러졌던 것이다. 물론 하모니는 이런 사고에도 불구하고 매일 물리치료를 받고 있으며 점차 보행기를 사용하는 방법에 익숙해지고 있다. 또한 하모니는 부모의 도움으로 매일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다. 많은 스트레칭을 통해 그동안 바닥을 기어 다니며 굽었던 몸이 거의 펴졌기 때문이다. 프레야 홀은 “하모니의 몸은 아직 꽤 구부러져 있지만 일어서면 조금밖에 구부러지지 않는다. 하모니는 자신이 하지 못하는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항상 자기만의 방식을 찾아낸다”고 말했다. 하모니의 몸에 뇌척수막염이 나타난 시점은 첫 번째 생일을 맞이하기 전인 2014년 9월이었다. 갑자기 기침을 심하게 하고 숨을 잘 쉬지 못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의료진은 첫 번째 검사에서 아이 몸에서 어떤 증상도 찾지 못했다. 그렇게 아이는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런데 다음 날 오전 하모니의 몸은 파랗게 변했다. 프레야와 로스는 서둘러 하모니를 데리고 병원을 찾았는데 이번에는 단순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는 간단한 치료 이후 다시 집으로 돌려 보내졌다. 그런데 하모니는 집에 온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몸에 발진이 나타났으며 의식이 없을 정도로 몸 상태가 악화돼 부모는 다시 아이를 데리고 병원으로 향했다. 아이 몸은 불과 4시간 만에 보라색 발진으로 뒤덮였다. 수막구균성 뇌수막염으로 관절부터 괴사가 진행돼 온몸으로 퍼진 것이다. 의료진은 아이를 살리기 위해서는 사지를 절단해야만 한다고 부모에게 알렸고 두 사람은 힘든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몇 달 뒤 하모니의 사연을 알게 된 지역 주민들은 모금을 통해 아이에게 한 쌍의 의족을 선물했다. 이후 하모니는 의족을 착용하고 유아원에 다니게 됐다. 프레야는 “유아원의 다른 모든 아이가 하모니를 매우 좋아한다. 하모니는 그들 모두와 친하게 지내고 있다”면서 “처음 다른 아이들이 하모니에게 팔이 어디 있느냐고 묻기도 했지만, 이제 아이들은 모든 것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하모니는 지난 5일 방송된 BBC 드라마 ‘콜 더 미드와이프’ 시즌6의 한 에피소드에서 탈리도마이드 피해 아동 역할을 맡기도 했다. 탈리도마이드는 1960년대 기형아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질 때까지 임산부에게 진정체로 처방되던 약물이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씨줄날줄] ‘가짜 보수’ 소송전/박건승 논설위원

    [씨줄날줄] ‘가짜 보수’ 소송전/박건승 논설위원

    정치인 김영삼이 14대 대통령에 취임한 것은 1993년 2월 25일. 사흘 뒤 새 정부 첫 국무회의에서 자신과 가족의 재산을 공개했다. 그 이후 두 차례에 이어진 재산 공개로 고위공직자들의 치부가 드러났다. 13대 국회의장 김재순, 8선 박준규, 유학성·김문기 의원 등 여권 거목들이 의원직을 사퇴했다. 율곡비리 사건에 연루돼 억대의 뇌물을 받은 전직 국방장관 2명과 공군참모총장,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등이 줄줄이 옷을 벗었다. 지도층의 민낯을 본 서민들은 제대로 열을 받았다.그해에는 1970, 80년대 압축 성장의 부작용으로 하늘, 땅, 바다에서 대형 참사가 줄을 이었다. 부산 구포역 사고와 아시아나 여객기 목포공항 사고로 78명, 66명이 사망했다. 서해 페리호 참사로 292명이 생죽음을 당했다. 냉소와 체념, 절망이 극에 달했다. 같은 해 가수 신신애의 ‘세상은 요지경’이 전국적인 신드롬을 일으킨 데에는 그런 배경이 있었다. ‘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 짜가가 판친다…’고. 자유한국당이 바른정당이 자신들에게 ‘가짜 보수’라고 표현할 때마다 1억원씩 지급하라는 내용의 명예훼손 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다고 한다. ‘진짜인 듯, 진짜 아닌, 진짜 같은 보수’ 소송전이다. 신신애의 노래처럼 가짜 없는 분야가 어디 있겠느냐만, 보수 몰락을 초래한 당사자 간의 가짜 논쟁이 딱하고 안쓰럽다. 이런 논쟁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연말 비박계가 “가짜 보수와 결별하겠다”고 당시 새누리당을 집단 탈당하면서 불이 붙었다. 그러자 박근혜 전 대통령은 김무성 의원을 향해 “무이념, 무개념, 가짜 보수”라고 공격했다. 김 의원 측은 “친박 패권세력의 법 우롱 처사는 보수를 궤멸시키고 대한민국을 결딴낼 것”이라고 박 전 대통령을 몰아붙였다. 1660년 영국 왕정복고 과정에서 만들어진 토리당에서 보수의 기원을 찾는 학자가 많다. 당시 제임스 2세를 지지했던 왕권파의 귀족들은 ‘토리’(아일랜드 산적)로, 반대파 의회 인사들은 ‘휘그’(스코틀랜드 부랑아)로 불렸다. 그로부터 100여년 뒤 보수주의를 근대 정치 이념으로 끌어올린 사람은 영국 사상가 에드먼드 버크다. 전통과 질서를 존중하면서도 점진 개혁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융통성을 보수의 가치로 내세웠다. 오늘날 영국 보수당을 있게 한 원동력이다. 우리는 탄핵 정국에서 소중한 자산인 보수의 가치를 잃어버렸다. ‘보수=극단=수구반동’으로 인식되는 현실은 역사의 퇴영이다. 영어 ‘라이트’(right)는 ‘오른쪽’, ‘올바른’이란 뜻이다. 보수의 가치는 진영 간 싸움이 아닌 ‘올바름의 수호’에 있지 않을까. 박건승 논설위원 ksp@seoul.co.kr
  • [그때의 사회면] 판잣집과 달동네 <하>

    [그때의 사회면] 판잣집과 달동네 <하>

    판잣집 철거 문제는 정치 문제화하기도 했지만 근본 대책이 없이는 완전히 해결하기가 불가능했다. 당국과 철거민, 여론의 시소게임 속에서 판잣집은 1960년대 말까지 엄연한 주거의 형태로 남아 있었다. 농어촌 주민이 유입되면서 서울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도시 빈민층의 주거지인 판잣집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서울시는 강제 철거와 더불어 정착지 개발로 판잣집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교외에 국공유지를 확보해 가구당 24~36㎡의 땅을 나누어 줘 집단적으로 정착시킨 것이다. 대부분 변두리의 구릉지에 만들어졌다. 정착지는 정착지로 끝난 것이 아니라 주변에 무허가 건물이 광범위하게 들어서는 결과를 초래했다. 1959년에 서울 미아리를 시작으로 정착지를 조성했는데 ‘무허가 건물의 공인지대’나 마찬가지였다. 국공유지를 무단 점거해 거주하는 것을 사실상 묵인한 것이다. 값싼 농촌의 노동력을 공단에 투입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잠자리를 마련해 주지 않을 수 없었다. 1970년 무렵까지 정릉동, 도봉동, 쌍문동, 상계동, 하계동, 공릉동, 번동, 시흥동, 사당동, 신림동, 봉천동, 거여동, 가락동, 오금동, 염창동 등지에 정착지가 형성됐다. 판잣집을 대대적으로 정비한 사람은 김현옥(1926~1997) 전 서울시장이다. 1966년 부임하자마자 무허가 건물 실태를 조사해 13만 6650동을 철거하는 계획을 세웠다. 4만 6650동은 개량해서 양성화하고 나머지 9만동은 시민 아파트를 지어 이주시키거나 당시 경기 광주군(지금의 성남시)에 대단지 철거민 정착촌을 만들어 옮기려고 했다. 그런 과정에서 일어난 사건이 와우아파트 붕괴 사고와 철거민들이 불만을 품고 소요를 일으킨 ‘광주대단지 사건’이다. 달동네라는 이름도 광주 대단지에서 유래한다. 강제 이주당한 주민들이 그들의 동네를 달이 가까이 잘 보인다는 의미에서 ‘달나라’로 불렀다고 한다. 1980년에 드라마 ‘달동네’가 방영되면서 산비탈에 있는 동네를 뜻하는 이름으로 일반화됐다. 달동네의 골목은 미로처럼 얽혀 있었다. 연탄 배달도 동네 어귀까지만 손수레로 실어 나르고 집까지는 지게에 10여장씩 지고 날라야 했다. 눈이 와 길바닥이 얼어붙는 겨울이면 연탄재를 부숴 뿌려 놓아야만 오르내릴 수 있었다. 1980년대 이후 달동네의 집들은 많이 개량돼 입식 부엌 생활을 하기도 했지만 그전까지는 대부분 연탄 아궁이를 썼다. 전국에서 연탄가스 사고가 가장 많이 나는 동네가 봉천동이었다고 할 정도다. 방에는 백열등을 켰고 벽을 바른 도배지는 신문지였다. 재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달동네가 개발되기 시작한 것은 1973년 ‘주택개량 촉진에 관한 임시조치법’이 제정된 뒤부터다. 1980년대에 들어 도시 외곽의 달동네는 개발의 요지가 된다. 최후의 달동네 ‘난곡’도 철거되고 아파트 단지로 변모하기 시작한 것은 2006년이다. 사진은 서울 어느 달동네의 옛 모습(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손성진 논설실장 sonsj@seoul.co.kr
  • “꿈을 향해 달려가는 메탈과 철이 이야기 멈추고 싶지 않아”

    “꿈을 향해 달려가는 메탈과 철이 이야기 멈추고 싶지 않아”

    “영원한 생명을 얻고 싶냐고요? 저는 인간으로서 한정된 삶을 열심히 살고 싶어요. 영원히 살 수 있는 기계인간이 되면 삶을 대충대충 살게 되지 않을까요? 시간은 꿈을 배반하지 않으며, 꿈도 시간을 배반하지 않는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은하철도 999’의 아버지 마츠모토 레이지(79)가 26일 한국을 찾아 팬들과 만났다. ‘은하철도 999’ 40주년 특별전이 꾸려진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다. 특별전은 오는 5월 1일까지 열린다. 늦었지만 한국에 꼭 와보고 싶었다는 그는 “어려서 후쿠오카에서 자랄 때 한국 친구들이 많이 있었고, 집에 놀러가 저녁을 먹기도 했다”면서 “오늘 이렇게 보니 한국 사람이나 일본 사람이나 모두 똑 같아 보인다”고 말했다. 열 다섯에 데뷔해 60년 넘게 만화를 그려온 마츠모토 레이지는 ‘은하철도 999’를 비롯해 ‘우주전함 야마토’, ‘우주해적 캡틴 하록’, ‘천년여왕’, ‘퀸 에메랄다스’ 등으로 한국에서도 널리 알려졌다. 그의 작품은 여러 철학적인 함의가 담긴 것으로 유명하다. 미래의 우주를 배경으로 한 작품을 많이 그린 것과 관련해 그는 “어려서 시골에 살아서 밤 하늘의 많은 별들을 볼 수 있었고, 그 별 속에 무엇이 있는 지 관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원래 꿈이 기계공학자였다는 그는 그러나, 형편이 어려웠던 아버지, 어머니를 돕기 위해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고 돌이켰다. 또 실제 기계공학자가 되어 로켓을 만들고 있는 남동생이 자신의 꿈을 대신 이뤄줬다며 ‘우주전함 야마토’의 주인공 스스무는 동생에게서 모티브를 따왔다고 덧붙였다. “돈이 없었는데 만화 편집자가 기차표를 보내줘 간신히 도쿄에 갈 수 있었죠. 도쿄로 가는 기차가 터널을 통과해 밖으로 나오는 순간 우주 세계를 본 느낌이었어요. 저는 우주로 날아가고 싶었죠. 그때부터 은하철도 999를 머릿 속에서 게속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때 기차를 타지 않았으면 저는 이 자리에 없었을 겁니다.” 철이를 분신이라고 소개한 마츠모토 레이지는 자신이 탄생시킨 수많은 캐릭터 중 메텔, 천년여왕, 에메랄다스와 하록 선장을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로 꼽았다. 특히 메텔에 대해서는 “라틴어로 엄마라는 뜻”이라며 “메텔은 소년의 꿈이자 청춘이자 엄마”라고 설명했다. 일부 작품에서 군국주의를 옹호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는 질문에는 “그런 의도는 전혀 없다”고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는 ‘우주전함 야마토’의 경우 “야마토는 어렸을 때 봤던 가장 큰 배였을 뿐이고 그 큰 배가 하늘을 날아가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며 “지구가 위험에 처했을 때 일본인이든, 한국인이든, 미국인이든 여러 사람을 태워 우주로 나갈 수 있는 있는 그런 배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구는 하나라고 말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마츠모토 레이지는 ‘은하철도 999’를 최종 완결 짓지 않고 지금도 꾸준히 그리고 있다. “999라는 숫자는 끝없이 1000을 향해 다가가는 미완의 의미를 담고 있어요. 꿈에 도착하면 이야기가 끝나버리니까 계속 스토리를 만들며 언제나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메탈과 철이를 그리고 싶어요. 영원한 여행을 지금 나도 하고 있고, 은하철도 999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글·사진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주말 영화]

    ■아폴로13(EBS1 토요일 밤 11시 40분) 1970년 4월 세 번째 달 착륙 도전에 나섰던 아폴로 13호의 우주 사고 실화를 다룬 작품이다. 아폴로 계획에 앞서 진행됐던 1960년대 머큐리 프로젝트의 숨은 공로자인 흑인 여성 3명을 주인공으로 한 ‘히든 피겨스’가 개봉했는데 비교해서 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하다. ‘아폴로 13’에서는 발사 뒤 사흘째 되던 날 산소 탱크가 폭발해 생사의 기로에 섰던 우주 비행사 3인과 이들을 지구로 무사 귀환시키기 위해 애를 쓰던 미 항공우주국 사람들의 이야기가 긴박하게 펼쳐진다. ‘필라델피아’, ‘포레스트 검프’로 2회 연속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탔던 톰 행크스를 비롯해 얼마 전 세상을 떠난 빌 팩스턴과 케빈 베이컨, 게리 시나이즈, 에드 해리스 등 연기파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따뜻하고 섬세한 휴먼 드라마를 빚어내는 데 능숙한 론 하워드 감독이 연출했다. 1995년작. ■인사이더(EBS1 일요일 오후 1시 55분) 알 파치노와 러셀 크로의 연기 대결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미국 굴지의 담배 회사에서 근무하던 제프리 와이갠드 박사(러셀 크로)는 회사 제품에 유독성 암모니아가 들어가는 것을 알고 이에 반대하다가 해고 통보를 받는다. 담배 회사의 비리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와이갠드를 만난 방송국 PD 로웰 버그만(알 파치노)은 와이갠드를 설득해 마침내 그의 양심 선언을 카메라에 담지만 방송국 경영진은 담배 회사의 압력에 굴복한다. 묵직한 남성 영화를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 마이클 만 감독이 연출했다. 1999년작.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불붙은 우주강국 쟁탈전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불붙은 우주강국 쟁탈전

    印, 로켓 하나로 위성 104개 발사 中, 유인 우주선·우주정거장 개발지난달 15일 오전 9시 28분 인도 동남부 안드라프라데시주 스리하리코타에 있는 사티시 다완 우주센터에서 인도가 자체 개발한 PSLV-C37 로켓(오른쪽)이 하늘로 힘차게 솟아올랐다. 인도 위성 3개를 비롯해 미국·이스라엘·네덜란드 등 6개국 101개 위성 등 모두 104개의 인공위성을 탑재한 PSLV-C37 로켓이 발사 17분 뒤 위성들을 궤도에 올려놓기 시작했으며, 11분에 걸쳐 모든 위성을 궤도 위에 올려놓는 데 성공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탁월한 성취”라며 반겼고, 인도인들은 트위터에 ‘인도우주연구기구(ISRO) 만세’라는 글을 쏟아냈다. “중국이냐, 인도냐.” 20세기 냉전 시대에 미국과 소련이 누가 달에 먼저 도착하느냐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 데 이어 21세기 들어 중국과 인도가 우주강국 자리를 놓고 불꽃 튀는 각축전을 전개하고 있다. 104개 위성을 한꺼번에 실은 로켓을 쏘아올리는 데 성공하면서 인도인들은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지만 중국은 해당 기술 수준을 평가절하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최근 보도했다. 인도는 100개 이상의 인공위성을 한 번에 발사하는 데 성공해 2014년 6월 러시아의 세계 최다 기록(위성 37개 탑재)을 단숨에 갈아치웠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226개(외국 위성 180개 포함)의 인공위성을 궤도에 올려놓은 ISRO가 주목받고 있다. 인도 남서부 카르나타카주 벵갈루루에 자리잡은 ISRO는 우주과학기술 개발로 국가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설립 목적이다. ISRO는 인도 최초의 위성 ‘아리아바타’를 제작했고, 위성 ‘로히니’를 자체 제작한 발사체 ‘SLV-3’으로 처음 궤도에 올려놓았다. 2008년 10월에는 무인 달 탐사 위성 ‘찬드라얀 1호’ 발사에 성공했다. 2014년에는 탐사선 ‘망갈리안’을 화성 궤도로 진입시켰다. 이로써 화성 궤도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세계 네 번째, 아시아 최초의 우주기관으로 인정받았다. 중국은 1970년 첫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해 5번째 위성 발사국이 된 뒤 1990년대 들어 고속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투자를 크게 확대하며 미국·러시아 등 기존 우주 강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우주굴기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실제로 지난해 10월 7번째 유인 우주선 선저우(神舟) 11호(왼쪽)를 성공적으로 발사한 데 이어 여기 탑승한 자국 우주인 2명이 역시 자국이 만든 실험용 우주정거장 톈궁(天宮) 2호에서 한 달 동안 생활하고 귀환하는 등 유인우주선 개발과 독자 우주정거장 건설 계획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 내년에는 인류 최초로 달 뒷면 탐사를 위한 탐사선 창어(嫦娥) 4호 발사를 준비하고 있고, 2020년에는 화성 탐사선을 화성궤도에 진입시킬 뿐 아니라 화성 표면에 착륙시키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인도는 1960년대부터 우주개발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2000년대 들어 ‘찬드라얀 1호’를 성공적으로 착륙시키고 ‘망갈리안’을 안착시키는 데 성공하는 등 몇몇 부문에서 빠른 기술 진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번에 100개가 넘는 위성을 한꺼번에 쏘아올려 비용이 크게 절감되는 덕분에 우주산업도 ‘돈이 되는 기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인도가 상업적 우주 개발 시장에서 중국을 제치고 선도적인 지위를 점하게 됐다며 자축하고 있는 이유다. 인도는 지금까지 자체 개발 로켓으로 21개국 인공위성 79개를 발사해 1억 5700만 달러(약 1761억원)를 벌어들이는 성과를 거뒀다. 망갈리안도 발사 비용이 45억 루피(약 770억원)밖에 되지 않아 모디 총리가 미국 할리우드 우주과학 영화 그래비티 제작비 1억 달러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자랑할 정도로 뛰어난 효율성을 보였다. 2016년 현재 글로벌 우주산업 규모는 2015년 3230억 달러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상업용 우주산업은 76%가량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중국은 인도의 우주개발 성취가 “고평가됐다”고 깎아내리는 등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중국 베이징의 항공 컨설팅 회사 위쉰테크놀로지의 란톈이 최고경영자(CEO)는 “104개 위성을 1개의 로켓에 실은 것도 모두 외국 기업 기술에 불과하며, 인도는 로켓과 발사 기회를 제공한 것밖에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중국의 경쟁 상대는 오로지 세계 1위 미국이라는 것이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우주 예산은 61억 달러로 미국(393억 달러)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많다. 인도는 중국의 5분의1 수준인 12억 달러에 불과하다. 아시프 시디키 미국 포덤대 교수는 “중국의 우주 투자 규모는 인도와 차원이 다르다”고 평가했다. 인도가 몇몇 분야 기술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중국은 유인 우주선, 우주정거장 개발 등 다각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상업적인 우주산업 분야에서도 중국의 시장 점유율(3%)에 비해 인도의 시장 점유율(0.6%)은 초라한 편이다. 그러나 중국 내 일각에서는 중국이 미국을 좇아 거창한 사업에 자원을 쏟아부을 때 인도는 외국 위성 발사 대행이나 기상 관측과 같은 ‘지극히’ 현실적인 부문에 집중하고 있다며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장융허 상하이 마이크로위성공학센터 신기술국장은 “인도가 (외국 상업 위성을) 저비용으로 다량 발사하면서 급격히 커지는 우주 비즈니스 분야에서 경쟁력이 있음을 보여 줬다”고 말했다. khkim@seoul.co.kr
  • [기고] 노기 마레스케와 안중근/서상문 고려대 한국전쟁 아카이브 연구교수

    [기고] 노기 마레스케와 안중근/서상문 고려대 한국전쟁 아카이브 연구교수

    노기 마레스케.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의 전쟁 영웅. 러일전쟁에서 육군 중위인 두 아들을 잃고도 비통함을 내색하지 않은 외강내강형. 국가 중대사에는 늘 “노기 장군을 부르라”고 한 명치 일왕의 총애를 한몸에 받은 백작. 일왕 출상 직후 10년 연하 아내와의 동반 할복으로 63세의 생을 마감한, 일본인들에게 군신으로 추앙받는 인물이다.하지만 노기는 전근대형 군인의 한계를 넘지 못한 고루한 황국주의자의 표상일 뿐이다. 그가 강조한 인간의 도는 일본인에게만 국한된 편협함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었다. 그는 일본 왕족 자제들에게 “인간이 도에 벗어난 짓을 하고도 수치를 모르는 자는 금수만도 못하다”고 가르쳤지만, 그가 말한 ‘도’란 일본인에게만 적용된 것이다. 승전의 대가와 군의 사기진작을 명분으로 전쟁범죄도 당연히 여겼다. 자의적으로 날조한 ‘구미위협론’과 국수주의를 넘지 못한 근대형 군인의 한계였다. 세기 전 전쟁에서는 전쟁범죄가 횡행했다. 1860년 청나라 수도 베이징을 점령하자 병사들에게 포상으로 3일간 무제한 약탈, 강간, 방화 등 온갖 범죄를 자행하도록 허용한 영불연합군이 비근한 예다. 청일전쟁 시 일본군도 뤼순 점령 후 4일간에 걸쳐 최소 2만여명을 학살하고 닥치는 대로 약탈했다. 당시 한 일본군 병사가 가족에게 “적지에서의 노획은 이긴 자의 자유”라고 써 보낸 편지는 이를 방증한다. 일본군 병사들의 노략질에 중국이 항의하자 노기는 “그대들은 자신의 영토도 지키지 못했다. 우리는 막대한 경비를 들이고 무수한 생명을 희생시키면서 그대들의 국토를 대신 수복시켰다. 저 하찮은 여성과 재물을 우리 군대에 바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야만성을 감추지 않았다. 전쟁범죄가 공공연한 시대였다고 하지만 지휘관이 모두 그런 건 아니다. 사람으로서의 도리, 인륜, 도덕과 군인으로서의 품위, 명예와 군기를 생명처럼 중요시한 군인도 많았다. 같은 시기 우리에겐 안중근이 있었다. 그는 근대형 군인의 한계를 넘어선 시공 초월적 군인상의 남상(濫觴)이다. 인도주의적 입장에서 일본군 포로들을 풀어 주기도 했고, 동양 평화를 파괴한 침략 원흉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저격 시에도 이토만 가슴과 복부에 정확하게 3발을 조준 사격했을 뿐 수행비서 3명에게는 치명상을 입지 않도록 오른팔과 오른발만 맞히었다. 하얼빈역 현장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된 안중근이 옥중에서 쓴 ‘동양평화론’은 일국을 넘어 아시아와 세계 평화를 지향한 것이다. 노기와 달리 안중근이 한국인과 중국인은 물론 세계인들로부터도 숭고한 사상가와 의사로 숭앙받는 이유다. 일본인들 중엔 안중근을 신으로 모시는 이들도 있다. 그의 웅혼한 사상과 순결한 영혼을 숭배하는 것이다. 이런 안중근에게 일본 극우파는 ‘테러리스트’로 ‘역사 테러’를 가해 왔다. 아베 정권은 평화헌법 개정에 필요한 맹목적 애국심을 이끌어 내기 위해 황국주의자 노기를 군신으로 떠받들고 있다. 안중근 순국일(3월 26일)을 앞두고 일본은 당장 정치적 오브제로 악용하는 협량함에서 벗어나 노기를 군신 자리에서 내려놓고 세계주의와 인류보편사상을 실천한 안 의사를 평화 사상가로 받들어야 할 것이다.
  • [사설] 미세먼지 대책, 중국에 따질 근거부터 찾길

    그제 오전 한때 서울의 공기 질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나빴다. 세계 대기오염 실태를 점검하는 다국적 커뮤니티 에어비주얼의 조사 결과다. 차량 매연이 가득한 터널 안에서 숨 쉬는 것과 마찬가지였다니 보통 일이 아니다. 올 들어서만도 전국 각지에 발령된 초미세먼지 특보는 크게 늘었다. 지금까지 80회가 훌쩍 넘어 지난해 같은 기간의 40회 정도에 비해 두 배나 뛰었다.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은 지난해에도 소리만 요란했다. 미세먼지 논란이 몇 달째 이어지자 환경부가 고등어 굽는 연기까지 들먹거려 여론이 부글부글 끓기도 했다. 당장 특단의 조치를 내놓을 듯하더니 이렇다 할 대책 없이 시간만 흘렀다. 환경부는 그제 봄철 미세먼지 대책으로 건설공사장 단속, 경유차 매연 집중 점검 등을 내놓았다. 이제 이런 대책은 해마다 때가 되면 들리는 녹음기 소리가 됐다. 지난달 도입한 비상 저감 조치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벌써 나온다. 수도권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가면 공공기관 차량 2부제, 공공사업장 조업 단축 등을 시행하는 것이 제도의 골자다. 공기의 품질이 연일 나쁨을 기록한 며칠 새 한번도 비상조치는 내려지지 않았다. 유명무실하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시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개선책을 더 미루지 말고 강구해야 한다. 실효성 있는 정책 개발과 함께 좀더 장기적인 대책을 고민할 때다. 정부는 봄철 미세먼지의 70~80%가 중국발(發)이라고 진단한다. 그러니 방법이 없다며 팔짱 끼고 있겠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대기 환경은 미래의 중대한 국가 자산이다. 한두 해만 눈감아 줘서 될 일이 아니라 중요한 국익이 지속적으로 훼손될 전망이라면 이제 중국에 할 말은 할 수 있어야 한다. 한반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자국 이익을 위한 안보외교를 물불 가리지 않고 구사하는 중국에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60년이면 한국의 대기오염 사망자가 회원국 중 유일하게 1000명이 넘을 거라고 경고했다. 국민 생명 안전으로 따지자면 미세먼지도 위협적이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그제 중국에 공기오염의 책임이 있는지 입증해 보라는 식의 배짱 논평을 냈다. 노후 경유차 단속 등 국내의 여러 개선책만큼이나 중국에 당당히 따질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하는 작업이 시급하다. 정부는 별도의 연구팀을 꾸려서라도 중국과의 환경외교에 구체적으로 대비해야 할 때다.
  • [손원천 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천길아래 새침데기 들꽃아씨

    [손원천 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천길아래 새침데기 들꽃아씨

    여기는 전혀 다른 세계였습니다. 들꽃 찾아다니는 동호인들이 그리 많은 줄 몰랐습니다. 필부들이야 그저 주변에 피는 들꽃 보는 게 전부지요. 한데 이들은 부러 시간 내고, 돈 들여 장비 갖추고 들꽃을 좇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일반 등산객만큼 많다는 것이 참 놀라웠습니다. 수도권에 이들이 즐겨 찾는 들꽃 명산이 몇 곳 있습니다. 그 가운데 야생화 사진작가들의 ‘신병훈련소’라는 남양주 천마산, ‘야생화 트레킹 1번지’로 꼽히는 안양 수리산을 다녀왔습니다.봄꽃 만나러 가는 길, 촉촉한 바람이 겨울의 빗장을 풀었다. 대지 위로 약동의 몸짓이 느껴지는 듯하다. 들꽃 찾으러 가는 길은 ‘포켓몬고’ 게임만큼이나 재밌다. 수북한 낙엽 틈에서 작은 들꽃 찾아내는 재미가 ‘포켓몬’ 잡는 것에 견줄 만하다. 운동도 된다. 산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들꽃들은 주로 계곡을 따라 양지바른 비탈면에서 자란다. 등산로에서 벗어나 계곡을 오르내리다 보면 운동량이 상당하다. 게다가 사람의 시선이 싫은 몇몇 새침데기 꽃들은 정상 언저리에서 핀다. 이들을 좇다 의도하지 않게 정상까지 가는 경우도 잦다. 천마산(812m)부터 간다. 남양주시에 우뚝 선 산이다. 탐화의 세계에 막 발들인 이들에게 ‘신병훈련소’처럼 여겨지는 산이다. 넓게 펼쳐진 산자락 아래로 다양한 들꽃들이 철 따라 피고 진다. 이 때문에 어느 계곡에 들더라도 전문가의 손에 이끌려 탐사하는 들꽃 문외한들의 모습을 흔히 보게 된다. 천마산은 낮지 않다. 조선 태조 이성계가 ‘하늘(天)을 만질(摩) 수 있겠다’며 과장 섞인 이름을 지어놓긴 했어도, 그리 만만하게 여길 산은 아니다. 그러니 첫걸음에 많은 곳을 돌아보겠다는 욕심은 버려야 한다. 산행 들머리 인근의 계곡 몇 곳만 뒤져도 한나절은 금방 지나니 말이다. 천마산 등산 코스는 여러 갈래다. 보통은 호평동 수진사 입구에서 출발해 정상에 이르는 코스를 즐겨 찾는다. 한데 일반 등산과 들꽃 산행은 다소 다르다. 정상을 밟는 게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들꽃 탐화객이 즐겨 찾는 코스는 오남읍 팔현리에서 계곡을 따라 걷는 길이다. 도롱뇽, 북방산개구리가 숨어 사는 청정 계곡을 걷는 재미가 각별하다. 계곡 바위에 10분 정도 걸터 앉아 있으면 인적 탓에 끊겼던 새 소리가 그제야 들리기 시작한다. 다래산장을 지나면 곧 계곡이 시작된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초입부터 들꽃들이 마중 나오기 시작한다. 가장 먼저 만난 꽃은 너도바람꽃. 대여섯 장의 꽃받침 안에 노란 꿀샘이 둥근 원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그 안에 풀빛의 암술을 감춰뒀다. 장미가 아무리 크고 화려하다 한들 언 땅에서 꽃을 피우는 너도바람꽃의 경이로움에 비할까. 카메라로 찍어 확대하면 꽃의 자태가 더 잘 드러난다. 앙증맞은 몸뚱아리에 작고 화려한 우주가 깃든 듯하다. 사람들이 들꽃에 ‘환장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 싶다.들꽃을 접한 초보자들의 행동 양식은 대체로 비슷하다. 전문가들이 가리키는 손 끝만 멍하니 보다가, 화들짝 놀란 뒤, 무릎 꿇고 세심하게 살피다, 희열 가득한 감탄사를 나지막하게 내뱉는다. 그렇게 걸음을 늦추고 허리를 숙여야 수풀 속에 숨은 보석들을 찾을 수 있다. 처음엔 보이지 않던 꽃들이지만 한 번 눈에 띄면 여기저기서 별처럼 반짝이기 시작한다. 아기 새끼손톱보다 작은 산괭이눈, 애기괭이눈, 둥근털제비꽃 등이 그렇게 곁으로 다가왔다. 팔현계곡 위쪽은 아직 동토다. 응달진 산비탈마다 지난겨울의 서슬이 여전하다. 얼어붙은 땅 위로 앉은부채가 봉긋한 자태를 드러냈다. ‘앉은부처’라고도 불린다. 꽃덮개(불염포) 속에 숨겨진 꽃차례가 가부좌한 부처의 모습과 닮았다고 해서다. 뿌리의 열기로 꽃을 피운 앉은부채를 보니 기어코 봄이 왔음을 알겠다. 4월이 되면 이른 봄꽃들이 진 자리에 처녀치마, 점현호색, 개별꽃, 깽깽이풀, 얼레지 등이 무시로 필 터다.수리산은 트레킹을 겸한 들꽃 산행에 적합한 산이다. 안양과 안산, 군포 등 세 도시에 걸쳐 있다. 수리산에는 ‘변산아씨’(변산바람꽃의 애칭)가 산다. 하얀 꽃잎에 파란 수술이 인상적인 꽃이다. 수리산은 경기 북부에서 유일하게 변산바람꽃이 자생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들머리는 제3산림욕장이다. 여기서 슬기봉 방향으로 오르다 왼쪽 계곡으로 내려서면 변산아씨와 만날 수 있다. 계곡을 따라 변산바람꽃들이 청초한 자태로 늘어서 있다. 가녀린 체구에서 겨울을 이겨낸 강인한 생명력이 느껴진다. 널리 알려진 변산바람꽃 자생지는 현재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일대 산자락이 보호지역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사실 야생화로 이름난 섬과 산은 봄만 되면 몸살을 앓는다. 탐화객들이 그야말로 넘쳐난다. 그러니 꽃 보러 가는 이라면 꼭 집에 두고 가야 할 것이 있다. 욕심이다. 어여쁜 꽃을 보면 내 것으로 삼고 싶고, 남 주기 싫은 욕심이 생긴다. 그 욕망의 힘은 정말 강력하다. 수리산에서도 이런 욕망에 무릎 꿇은 한 중년남성이 있었다. 그의 손에 꺾인 변산아씨는 어디에 쓰일까. 기껏해야 압화의 재료로나 쓰일까. 무의식 중에 꽃을 해치는 경우도 있다. 분무기로 꽃에 물을 뿌릴 때다. 사진작가들이 꽃을 예쁘게 단장하려다 흔히 이런 오류를 범한다. 동행한 자연탐구소의 김미희 조사원은 “대부분 꽃에 물 주는 행위 정도로 인식한다”며 “하지만 이 행위로 1년을 기다려온 꽃의 수분(가루받이)이 지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꽃이 잘 보이도록 주변 나뭇잎을 걷어내는 것도 문제다. 김 조사원은 “밤에 기온이 뚝 떨어지는 산간에서 낙엽은 이불이나 마찬가지”라며 자연 상태 그대로 둘 것을 주문했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울 때가 꼭 한번 있다. 욕심을 버리고 꽃을 지켜줄 때다. 순간의 욕망을 이겨낸 당신의 하산길을 상상해 보시라. 잔잔한 미소가 입가에 매달려 있지 않을까. 분홍빛 노루귀와 샛노란 복수초도 이맘때 핀다. 다만 군락지까지 가려면 다소 발품을 팔아야 한다. 노루귀는 잎이 솜털 보송보송한 어린 노루의 귀와 닮았다 해서 이름 지어졌다. 가녀린 꽃 10여 개체가 다발로 피는데, 크기가 겨우 어른 손바닥 정도다. 한 발짝 내디딜 때마다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수리산 일대는 제1호 한국전쟁 전사자 유해발굴 기념지역이다. 수도 사수를 위해 목숨을 내놓은 이들이 지난 60년 가까이 이 산자락에 묻혀 있었다. 생명을 빚진 이들을 위해 오갈 때마다 짧게 묵념이라도 할 일이다. ■도움말:김미희, 김경훈 자연탐구소 조사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31) →가는 길:천마산은 오남저수지를 찾아가는 게 관건이다. 내비게이션에서 오남저수지를 찍고 가다 오남교차로 못 미처 팔현계곡 쪽으로 우회전한다. 이어 오남저수지를 지나 곧장 가면 다래산장가든이 나온다. 여기가 도로 끝이다. 아쉽게도 공영주차장은 주변에 없다. 다래산장가든 측에서 3월 말까지 주차장을 일반에 개방한다. 4월부터는 통제될 예정이다. 천마산 공원관리팀 590-4743. 수리산은 찾기 쉽다. 병목안시민공원 옆으로 난 길을 따라 곧장 가면 제3산림욕장이 나온다. 산림욕장 위, 아래에 각각 작은 주차장이 있다. 산림욕장 쪽으로 가면 노루귀, 복수초 군락지와 만날 수 있다. 수암봉을 겨냥해 가다 헬기장에서 약수터 쪽으로 300m 정도 내려가면 된다. 40분 정도 소요된다. 산림욕장을 지나 슬기봉 방향 등산로를 따라 가면 변산바람꽃 군락지가 나온다. 이 일대는 출입금지다. 군락지를 지나 좀더 오르면 왼쪽 계곡 아래에서 변산바람꽃과 만날 수 있다. 수리산 공원관리과 8045-5284. 무릎 보호대, 등산 스틱 등을 지참하면 요긴하다. →맛집:닭백숙을 내는 다래산장(573-3600) 등 맛집들이 천마산 팔현계곡 아래 늘어서 있다. 대부분 봄이 시작되는 4월부터 영업을 시작한다. 오남저수지 쪽에 차와 음식을 겸하는 카페가 몇 곳 있다. 수리산 아래쪽에도 맛집들이 많다. 만두 등을 내는 개성면옥(469-0041), 돼지갈비 등을 내는 하동갈비(466-4803) 등이 알려졌다.
  • 추억의 ‘은하철도 999’를 만난다

    추억의 ‘은하철도 999’를 만난다

    ‘기차가 어둠을 헤치고 은하수를 건너면 우주 정거장에 햇빛이 쏟아지네….’시대를 앞서간 공상과학(SF) 만화 ‘은하철도 999’ 발표 40주년을 기념한 전시회가 눈길을 끌고 있다. 오는 5월 1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마츠모토 레이지 은하철도999 전(展)’이다. ‘은하철도999’ 하면 1980년대 초반 MBC에서 매주 일요일 오전 방영되며 김국환의 주제가(번안곡)와 함께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TV 애니메이션이 떠오른다. 일본 작가 마쓰모토 레이지(79)가 1977년부터 3년간 소년 잡지에서 연재한 만화가 원작이다. 일본에서는 이듬해부터 TV 애니메이션으로 방영됐다. 은하철도999는 머나먼 미래를 배경으로 기계 백작에게 엄마를 잃은 지구 소년 철이(일본명 호시노 데쓰로)가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해 신비한 여인 메텔과 함께 우주를 달리는 열차를 타고 기계 행성으로 가는 여정과 모험을 그렸다. 삶과 죽음 등 인간에 대한 존재론적인 고찰과 함께 계급 문제, 사회 문제, 환경 문제 등 묵직한 메시지를 담은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SF 만화의 대가인 마쓰모토는 ‘우주전함 야마토’(우주전함 V호·우주전함 태극호), ‘우주해적 캡틴 하록’(하록 선장), ‘천년여왕’ 등의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이 만화들을 옮긴 TV 애니메이션 대부분이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이번 기념전에서는 마쓰모토의 집필 원고 및 스케치, 애니메이션 셀화 등 ‘은하철도999’ 관련 원화가 국내에 처음 소개된다. 철학적인 울림을 줬던 명대사를 곱씹어 보는 코너도 준비됐다. 이 밖에 작가의 60년 만화 인생과 대표 작품을 한눈에 만날 수 있다. 다양한 캐릭터 피규어와 함께 작가의 초판 출판물 등도 전시된다. 라이트 보드를 활용해 메텔과 철이, 하록 선장을 직접 그려 보며 추억을 만끽할 수도 있다. 마쓰모토와 그의 광팬인 프랑스 전자 음악 듀오 다프트 펑크가 합작한 뮤직비디오를 감상하는 기회도 마련됐다. 1990년대 중반 한국 재방영 당시 메텔의 목소리 연기를 맡았던 성우 송도영의 오디오가이드를 유료로 이용할 수 있다. 한편 오는 26일 마쓰모토가 처음 한국을 찾아 라이브페인팅, 사인회 등을 통해 팬들과 만날 예정이다. 관람료 1만 2000원. (02)338-3513.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4월의 눈’ 흩날리면 군항 고도 진해선 ‘벚꽃 엔딩’

    ‘4월의 눈’ 흩날리면 군항 고도 진해선 ‘벚꽃 엔딩’

    경남 창원시 진해구(옛 진해시)는 군항과 벚꽃의 도시다. 일제가 군사적 목적에서 1910년부터 군항시설과 도로 등을 건설하는 등 군항도시를 계획해 조성했다. 해방이 된 뒤에는 해군사관학교를 비롯해 해군 관련 부대와 시설이 잇따라 들어서 대한민국 해군 기지가 됐다. 도시 곳곳에 일제강점기 때와 1950~60년대 지은 오래된 건축물이 보존돼 있다.일제가 진해군항도시를 조성하면서 도시미관을 좋게 하려고 벚나무를 심은 게 진해 벚나무의 유래로 전해진다. 해방 뒤 벚나무가 일제 잔재라는 인식이 퍼져 대부분 베어 냈다. 그 뒤 왕벚나무는 한국에서 자생하는 우리나라 고유 수종이라는 사실이 확인돼 1960년대부터 진해지역에 다시 왕벚나무를 심기 시작해 36만여 그루에 이르는 벚나무가 도심과 주변 산등성이까지 우거진 지금의 진해 벚꽃 도시가 조성된 것이다. 해마다 3월 말~4월 초, 하얀 벚꽃으로 뒤덮힌 도시와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가 어우러진 해안도시 풍경은 황홀하다.창원시와 진해군항제축제위원회는 벚꽃이 절정인 다음달 1~10일 열흘 동안 진해구 전역에서 세계 최대 벚꽃 축제인 진해군항제를 개최한다. 20일 창원시에 따르면 해마다 군항제 기간에 벚꽃축제와 군항시설 등을 보기 위해 전국에서 300여만명이 진해를 방문한다. 만개한 벚꽃길을 걸으며 축제를 즐기고 도시 곳곳에 널려 있는 근대건축물과 군부대를 탐방하는 봄 나들이 재미가 쏠쏠하다. 진해 군항제는 1953년 4월 13일 우리나라 최초로 이순신 장군 동상을 북원로터리에 세우고 이승만 대통령 등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제를 올린 게 시초다. 북원로터리 이순신 장군 동상에서 해마다 추모제를 지내다 1963년부터 진해 군항제를 시작해 올해 55회째다. 기상예보 기관은 올해 진해지역 벚꽃은 오는 26일쯤 꽃잎 2~3개가 피면서 개화가 시작돼 전야제가 열리는 31일 전후로 만개할 것으로 예보하고 있다. 벚꽃은 개화 5~6일쯤 뒤 활짝 피므로 올해는 군항제 개막일을 전후해 눈부신 벚꽃 절경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군항제는 오는 31일 오후 6시 중원로터리 특설무대에서 식전 공연과 축하 공연, 불꽃쇼 등 개막행사로 시작돼 다음달 10일까지 추모행사, 이 충무공 호국퍼레이드, 공연예술행사, 여좌천 별빛축제, 속천항 멀티미디어 해상 불꽃쇼, 군부대 개방행사, 군악의장페스티벌 등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진다. 김종문 창원시 문화예술과 축제담당은 “올해 군항제에는 개막식 때 불꽃쇼를 비롯해 새로운 행사를 많이 추가했다”고 말했다. 다음달 7~9일 진해공설운동장 등에서 육해공군과 해병대, 미8군 등의 군악대와 의장대 등이 펼치는 진해군악의장페스티벌은 군항제의 으뜸 볼거리 행사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해군사관학교와 해군 진해기지사령부, 해군교육사령부, 미해군 진해함대지원부대가 축제 기간에 일반인 출입을 허용하고, 부대 안에서 다양한 체험·전시 행사를 한다. 해군 부대 안에도 수십~100여년 된 벚나무가 우거져 있어 축제 때면 눈부신 벚꽃 하늘이 펼쳐져 많은 관광객들이 몰린다. 부대 안 박물관·함정 등도 개방한다. 다음달 1일에는 오후 8시 속천항 해상에서 ‘멀티미디어 불꽃쇼’가 펼쳐져 바닷가 밤하늘에서 오색찬란한 불꽃이 쏟아진다. 진해루 앞 방파제 구간에 6·25 참전 16개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 국기를 내걸어 ‘세계의 거리’를 조성한다. 군항마을 빛거리 조성, 여좌천 주차장 주변에 세계음식거리 조성, 진해 시가지 중간에 있는 야트막한 제황산 공원에 경관조명을 설치해 별빛거리를 조성하는 등의 행사는 올해 처음으로 하는 행사다. 특히 제황산 정상에 있는 진해탑(28m) 8층 전망대에서 보면 사방으로 시가지와 바다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경화역 주변 벚꽃이 우거진 철길을 비롯해 장복산 공원 벚꽃터널, 안민고개 십리 벚꽃길, 여좌천 로망스다리 주변 벚꽃길, 제황산 공원, 진해 내수면 환경생태공원 벚꽃 등은 군항제 기간에 꼭 둘러볼 벚꽃 명소다. 창원시는 축제 기간에 시내 교통 체증을 줄이고 대중교통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올해 처음으로 중심도로 버스전용차로제를 시행한다. 해군교육사령부 영내를 비롯해 도심과 외곽 곳곳에 모두 1만 6200대를 주차할 수 있는 임시주차장을 확보하고 임시주차장과 주요 행사장 사이를 오가는 무료 셔틀버스 82대를 운행한다. 셔틀버스는 오전 9시부터 밤 10시까지 5~10분 간격으로 다닌다.권중호 시 안전건설교통국장은 “군항제 기간에 올해 처음으로 버스전용차로제를 시행함에 따라 교통혼잡이 예상되는 주말에는 승용차는 외곽 주차장에 세워 두고 셔틀버스를 이용하면 편하게 오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해구 지역은 일제강점기 때 조성된 시가지 형태와 100년이 넘은 건축물들이 그대로 남아 있어 세월이 흘러가면서 근대문화유산 박물관 도시로 조명받고 있다. 진해지역 구도시 시가지 구조는 중원로터리와 북원로터리, 남원로터리 등 3개의 로터리가 이어져 있다. 중원로터리를 중심으로 방사선 형태로 8개의 도로가 뻗어 있다. 이 같은 시가지 구조는 일제강점기 시절 계획해 만든 것으로 당시 형태가 지금껏 유지되고 있다. 해군 기지로 군사보호구역에 묶여 개발이 제한되다 보니 도시 조성 당시 시가지 구조와 건축물 등이 보존될 수 있었다.진해우체국, 시민문화공간 흑백, 새수양회관, 일제 해군통제부 병원장 사택, 백범 김구 선생 친필 시비, 1930년대 건축된 중평동 일본식 장옥, 진해탑, 진해역, 우리나라 최초의 이순신 장군 동상, 중앙동 군항마을 역사관, 적산가옥 등 다양한 근대문화유산 건축물이 있다. 군항마을 역사관은 1920년대 지은 적산가옥을 리모델링해 역사자료 전시관으로 꾸몄다. 1·2층 전시관에 진해의 역사와 근대문화유산 등을 살펴볼 수 있는 자료 등이 전시돼 있어 진해 탐방에 앞서 군항마을 역사관을 먼저 둘러보면 현장을 편하게 찾아다닐 수 있다. 진해우체국은 러시아풍으로 1912년 건립된 건물로 2000년까지 우체국으로 사용됐다. 사적 291호로 지정돼 있다. 문화공간 흑백도 1912년 지은 건물로 2008년까지 ‘흑백다방’으로 운영되다 지금은 문화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현재 음식점으로 쓰고 있는 새수양회관은 1938년 건립된 3층 목조 건물로 지붕이 육각형 정자 모양을 하고 있다. 건물이 뾰족해 뾰족집이라고도 부른다. ‘선학곰탕’ 음식점 건물은 일제강점기 해군통제부 병원장 사택으로 1938년 건축된 건물(근대문화유산 193호 등록 문화재)이다. 진해역은 1926년 11월 건립돼 2014년까지 운영되다 진해선 폐선으로 문을 닫았다. 근대문화유산 192호 등록 문화재다. 8층으로 이뤄진 진해탑은 일제가 세운 러·일전쟁 전승 기념탑을 부수고 그 자리에 해군 군함을 상징하는 형상으로 1967년 건립했다. 2층에 창원시립 진해박물관이 있다. 북원로터리 중앙에 있는 이순신 장군 동상은 1952년 우리나라 최초로 세운 이순신 동상이다. 벚꽃길로 유명한 여좌천 둑은 일제가 군항도시 조성을 하면서 하천물이 넘치는 것을 막기 위해 우리나라 주민을 동원해 쌓은 건축물이다. 해군기지사령부 부대 안에 있는 진해요항부 사령부(등록 문화재 194호)와 진해방비대 사령부 본관·별관(등록 문화재 195·196호), 진해요항부 병원(등록 문화재 197호) 등도 지은 지 100년이 넘은 건물들이다. 해군기지사령부 안에는 일제 해군 통신대가 썼던 건물을 개조해 이승만 대통령 별장으로 이용했던 건물도 남아 있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공무원 순직, 그것이 알고 싶다] 너무 냉정한 국가… 죽은 자 두 번 죽이는 현실

    [공무원 순직, 그것이 알고 싶다] 너무 냉정한 국가… 죽은 자 두 번 죽이는 현실

    나라가 야속해 年 120건 소송 7~8년 끌기도 나라가 약속해 대상은 넓히고 지급률 현실화 얼마 전 일선 자치단체 소방서에 근무하던 공무원(35·6년 근무)이 훈련을 하러 현장에 출동하다 교통사고로 숨을 거뒀다. 공무원연금법에 따라 순직 처리됐지만 가족(배우자, 자녀 2명)이 받는 유족연금은 월 78만원 정도로 3인 가족의 최저생계비(약 218만원)에 턱없이 모자랐다. 고드름이나 벌집 제거, 도로에 쓰러진 고라니 치우기 등은 소방·경찰 공무원이 담당하는 대표적 활동이지만 이 과정에서 숨진 이들은 위험직무 순직을 인정받지 못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워낙 까다롭게 법을 적용하는 데다 보상액수도 적어 세상을 떠난 공무원의 가족에 깊은 상처를 준다고 지적한다. # “지나친 법 적용·장기간 소송 등으로 가족들 고통” 공무원이 사망하면 공무원연금공단에서 업무와의 연관성을 따져 순직이냐 아니냐를 판단한다. 순직이 인정되면 인사혁신처에서 업무의 위험도를 감안해 일반순직인지 위험직무순직인지를 다시 한번 따진다. 하지만 심사 절차가 복잡하고 심사위원 대표성도 떨어져 깊이 있는 심사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위험직무순직의 경우 요건에 해당하는 위해가 13개에 불과해 현대 사회의 다양해진 위험 직무를 제대로 보상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유족이 심사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인사처에서 다시 한번 심사하지만 기존 결정이 번복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유족은 망자의 명예회복을 위해 정부를 상대로 행정심판(중앙행정심판위원회)이나 행정소송(서울행정법원)을 제기하곤 한다. 연금공단에 따르면 사망 공무원의 순직을 인정해 달라는 등 가족들의 재해보상 소송은 해마다 120~150건 정도 제기된다. 인사처를 상대로 위험직무순직 처리를 요구하는 소송도 1~2건씩 올라온다. 소송은 보통 1~2년이 걸리며, 유족 승소율은 25% 이하다. 연금공단이나 인사처가 행정심판·소송에서 패소해 항소할 경우 사안이 장기화 된다. 이 때문에 순직 및 위험직무순직 여부가 최종 확정되기까지 길게는 7~8년이 걸리기도 한다. 유족은 가족을 잃은 슬픔에 더해 국가를 상대로 싸움까지 벌이며 정신적·경제적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사망 공무원 유족 상당수는 순직 심사 과정에서 당국이 보여준 고압적이고 비협조적인 태도에 질려 (승소 가능성이 있더라도) 소송 제기를 포기한다”고 설명했다.# 유족급여, 민간 산재보상의 53~75% 수준에 그쳐 이런 과정을 거쳐 순직이나 위험직무순직을 인정받아도 보상금액이 민간에 비해 턱없이 적어 유가족을 다시 한 번 울리곤 한다. 정부는 공무원이 업무 도중 부상을 당하거나 사망하면 공무원연금법을 근거로 보상금을 지급한다. 인사처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공무상 재해로 숨진 공무원은 한 해 평균 70여명이며, 여기에 지급된 보상금은 연간 약 100억원이다. 순직공무원의 유족급여는 민간 산업재해보상과 비교해 53~75% 수준이어서 실질적인 보상액으로 부족한 게 사실이다. 특히 유족의 수와 생계 능력 등에 대한 고려 없이 사망 공무원의 재직 기간만을 기준으로 유족연금을 차등 지급하고 있어 비판받고 있다. 현장에서 다양한 위험과 맞서 싸워야 하는 20~30대 하위직 공무원에게 불리하게 설계돼 있어서다. 인사처 관계자는 “공무원연금법이 민간 산업재해보상과 동일한 기능을 하지만 보상률이나 보상 범위 등이 크게 떨어진다”면서 “1960년 공무원연금법이 제정된 뒤로 재해보상 관련 규정이 8차례밖에 개정되지 않은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 정부, 국가 책임 강화 등 보상제도 개선나서 최근 정부도 이 같은 문제를 인정하고 재해보상 제도 개선작업에 나섰다. 공무원연금법을 담당해 온 인사처는 소방·경찰 등 위험현장 근무 공무원들이 직무수행 중 입은 재해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의 ‘공무원 재해보상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순직 관련 심사대상 범위를 넓히고 연금공단과 인사처에서 나눠서 하던 심사도 인사처에서 한 번에 처리하기로 한 것이 골자다. 제정안은 경찰과 소방 등 공직사회 의견을 수렴해 위험직무 인정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경찰이나 소방관이 동물을 구조하거나 벌집을 제거하다 숨질 경우 불거지던 순직 처리 논란도 줄어들 전망이다. 또 연금공단 심사를 없애고 인사처에서 순직 여부 심사와 위험직무순직 심사를 동시에 진행해 심사의 전문성과 대표성을 높이기로 했다. 심사가 한 번에 이뤄지면 유족에게 급여가 지급되는 시기도 빨라져 경제적 고통을 줄일 수 있다. 이미 미국이나 일본 등에서는 유가족의 편의를 위해 두 개의 심사를 한 번에 진행하고 있다. 공무원 재해 보상 수준도 현실에 맞게 높여 갈 계획이다.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 재직 기간(20년 기준)에 따른 지급률 차등을 없애고 순직유족급여 지급률도 민간의 산재 유족급여와 유사한 수준으로 끌어올린다. 유족 수에 따라 급여를 추가 지급(유족 한 사람당 5%씩 최대 20%)한다. 공무상 재해를 당한 공무원의 재활을 지원하는 내용도 담겼다. 과거 뇌출혈로 쓰러진 공무원이 제때 언어재활서비스 등 재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퇴직한 사례가 언론에 소개돼 안타까움을 샀다. 최소한 민간 수준의 의료재활 서비스를 도입해 공무 도중 다친 공무원이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퇴직해야 하는 악순환을 끊겠다는 것이 인사처의 구상이다. # 정치권에서도 소방관 특수질병 공상 인정 등 개선 노력 정부뿐 아니라 국회 등 정치권에서도 공무원에 대한 위험직무순직 요건을 확대하고 소방관 특수질병 공상 인정 요구 등 개선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위험직무순직 요건에 ‘소방공무원의 모든 활동’을 포함한 의원 입법 발의를 추진하고 있다. 이찬열 국민의당 의원도 경찰관의 야간순찰활동을 위험직무에 포함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표창원 민주당 의원은 소방관이 화재현장에서 발암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암 등 특수질병에 대해 업무특성을 감안해 공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한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우리 식생활 바꾼 음식 이야기] 쫄깃한 도우 위 ‘육·해·공’ 토핑… 세계인의 든든한 식사

    [우리 식생활 바꾼 음식 이야기] 쫄깃한 도우 위 ‘육·해·공’ 토핑… 세계인의 든든한 식사

    피자는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먹던 길거리 음식이었다. 집안에 요리 시설이 없던 이들이 주머니 사정에 맞춰 먹던 음식이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얼굴로 소비자들을 만나고 있다. 피자는 국내에 1970년대부터 널리 알려졌다. 밀가루로 만들어진 둥글고 하얀 ‘도화지’ 위에 치즈라는 공통의 재료 외에도 불고기, 파니르 등 각 나라를 대표하는 음식이 올라가면서 세계 각국의 다양성을 보여 주는 요리가 됐다.피자의 바탕은 밀가루로 만든 도우다. 밀가루를 손으로 반죽해 이스트(효모)로 발효시킨다. 쫄깃한 도우를 만들기 위해 반죽을 며칠간 숙성시키기도 한다. 도우는 피자를 구울 때 부풀어 올라야 하기 때문에 이를 감안해서 만든다. 피자 요리사(피자욜로)들은 도우를 던지고 돌리는 기술을 2005년부터 시작된 피자세계대회에서 겨루기도 한다. 국내 업체인 미스터피자가 단골 우승자를 배출해 왔다. 도우 위에 얹는 재료에는 한계가 없다. 18세기 이탈리아에서는 채소와 버섯 그리고 가끔 고기나 생선을 얹어 먹었다. 당시 이탈리아를 방문했던 프랑스 소설가 알렉상드르 뒤마는 ‘마차여행’에서 ‘나폴리 빈민들은 여름에는 수박, 겨울에는 피자로 살아간다’고 적었다. 나폴리 빈민들에게 피자는 세 끼 식사이기도 했다. 가장 기본적인 피자로 알려진 마르게리타피자는 이탈리아 여왕의 이름을 딴 피자다. 토마토와 모차렐라 치즈, 바질을 얹은 피자를 마르게리타 여왕이 좋아했다고 전해진다. 마르게리타피자는 빨간색, 흰색, 초록색을 띠어 이탈리아 국기를 상징하기도 한다. 소박한 요리가 여왕의 총애를 받았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신데렐라를 떠올리기도 한다. 피자가 이탈리아의 남부 나폴리에서 시작됐지만 이를 전 세계에 알린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을 피자의 제2의 고향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이탈리아 이민들의 미국 이주, 2차 세계대전 당시 이탈리아에 주둔했던 미군에 이어 이탈리아로 간 많은 여행객들이 피자의 세계화에 기여했다. 미국에서 피자헛(1958년), 도미노피자(1960년) 등이 사업을 시작했고 바비큐 치킨 피자, 하와이안 피자 등이 탄생했다. 햄버거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화의 상징이라는 반갑지 않은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피자는 그렇지 않다. 세계화와 지역화가 동시에 진행됐기 때문이다. 미국에서처럼 인도에서는 파니르 치즈, 폴란드에서는 키엘바사(소시지) 등 그 지역의 음식이 토핑으로 쓰이고 있다. 국내에 피자가 소개된 것은 미군 부대를 통해서였지만 본격적으로 알려진 시기는 미국에서 냉동 피자가 개발돼 한국으로 들어왔던 1970년대다. 1981년 가수 패티킴이 서울 서초동 제일생명빌딩 옆에 이탈리아 음식점 ‘맘마미아’를 열어 피자를 팔았다는 신문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이어 피자헛이 1985년 용산구 이태원에 1호점을 열었다. 당시는 햄버거, 치킨 등의 프랜차이즈가 문을 열던 시기였다. 미스터피자가 1990년 신촌 이대점에 1호점, 도미노피자는 송파구 오금점에 1호점을 각각 열었다. 파파존스는 2003년 강남구 압구정동에 1호점을 열었다.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첫 개점은 한 곳에 몰리는 경향이 있는데 피자업체는 이런 경향에서 다소 벗어나고 있다. 피자헛은 국내에서 개발한 제품을 미국 본사와 다른 나라에 수출하기도 했다. 1996년 도우 끝에 모차렐라 치즈를 넣은 치즈크러스트, 2003년 피자 끝부분인 치즈크러스트의 지붕을 없애고 치즈를 보이게 한 리치골드 등이 대표적이다. 이 피자들은 미국 본사는 물론 동남아 일대로 수출됐다. 하루 50~70판 정도 피자를 굽고 먹는 신제품개발팀의 노력 덕분이다. 피자헛은 직영점 없이 331개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다.‘식품유통연감 2016’에 따르면 국내 피자전문점 중 매출이 가장 많은 곳은 도미노피자다. 파파존스는 매출액 공개를 꺼리고 있다. 도미노피자는 직영점 103개, 가맹점이 333개다. 피자 매장이 가장 많다. 도미노피자는 곡물도우로 유명하다. 보리, 현미, 대두 등 15가지 국내산 곡물과 밀가루를 사용해 고소하고 쫄깃함을 더했다. 배우 송중기와 박보검을 활용해 공격적인 마케팅, 크러스트피자를 한 단계 발전시킨 더블크러스트피자 등이 인기 비결로 꼽힌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6일 발표한 시장점유율 상위 5개 업체에 대한 소비자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파파존스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파파존스는 직영점 40개를 포함해 전국 115개 매장을 갖고 있다. 파파존스는 최소 72시간 4도에서 저온 숙성시킨 도우를 쓴다. 소비자만족도에 높은 점수를 받은 까닭 중 하나로 미스터리 쇼퍼 제도가 꼽힌다. 매장당 연 4회에 걸쳐 손님으로 가장한 평가원이 제품, 배달, 포장 등의 다양한 요소를 10점 만점 기준으로 평가한다. 8점 미만인 매장은 영업 정지 및 재교육이 이뤄진다. 미스터피자는 매장이 총 390개다. 이 중 직영점은 20개다. 미스터피자는 ‘300%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100% 수타, 100% 수제, 100% 석쇠구이다. 100% 수타와 수제가 피자세계대회의 도우 챔피언을 꾸준히 배출하게 만든 셈이다. 100% 석쇠구이라 기름기 없는 담백한 피자를 제공한다고 회사 측은 설명한다. 피자 전문점도 번성했지만 피자를 요리하는 식당도 적지 않다. 지금도 특별한 날 식당에서 피자를 먹기도 한다. 미국 덴버대학 역사학과 조교수인 캐럴 헬스토스키는 ‘피자의 지구사’(2008년)에서 피자 산업은 사업 행태와 관련해 가장 높은 다양성을 보인다고 평가했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일반 피자보다 담백하고 영양소 파괴가 적은 화덕 피자가 인기를 끌면서 이탈리아 국립피자학교의 한국분교도 생겼다. 지금까지 1000여명의 피자욜로가 이곳을 거쳐 갔다. 피자는 국내에 들어올 당시 간식이나 술안주로 이해됐다. 지금은 한 끼 식사의 역할도 한다. 피자도 많이 변하고 있다. 고기류를 주로 얹던 피자에서 새우가 토핑의 단골메뉴가 됐다. 미스터피자는 기존 새우 크기보다 큰 대왕홍새우를 이용한 ‘로열홍새우’, ‘홍크러쉬’, 피자헛은 ‘갈릭버터쉬림프’ 등을 내놨다. 1인 가구의 대중화에 맞춰 2~3인이 주로 시키는 2만~3만원대 피자가 아니라 할인을 강화해 1만원대, 그리고 다양한 요리를 담는 세트메뉴, 1인 피자도 등장하고 있다. 패스트푸드 이미지에서 벗어나 건강한 음식과 합리적 가격대를 찾는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패스트캐주얼도 인기다. 토핑을 소비자가 고르게 하는 피자집, 화덕을 갖춘 피자집, 요리하는 공간을 공개한 피자집 등이 대표적이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씨줄날줄] 신입생 환영회 유감/손성진 논설실장

    [씨줄날줄] 신입생 환영회 유감/손성진 논설실장

    “서울대 문리대 신입생들은… 환영회에서 흥을 돋우어 준 재즈 가락에 못 이겨 그들은 ‘더이상 얌전할 수 없었다’. 재즈와 젊음만 있으면 기분도 함께 있나 보다.” 1964년 3월 16일자 신문 기사다. 술과 음악이 있는 신입생 환영회는 아마도 1960년대에 생긴 것 같다. 대학생이 되면 누구나 대학, 학과, 고교 동창회, 학내 서클 등이 마련한 환영회에 여러 번 참석해야 했다. 특히 학과나 동창회의 환영회에서는 어색한 분위기를 띄우는 한편 ‘군기’를 잡기 위해 신입생들에게 다량의 술을 강요했다. 새 학기가 되면 술을 입속으로 ‘쏟아붓는’ 통과 의례를 치르는 신입생들로 학교 주변의 음식점들은 북적댔다.난생처음 마시는 술을 ‘원샷’하다 보면 토하는 것은 다반사요 목숨을 잃는 사고도 나기 일쑤였다. ‘사발주’를 마시는 의례를 ‘사발식’(死發式)으로 자조하면서도 대학가의 음주 환영회는 그칠 줄 몰랐다. 사발뿐만이 아니라 징이나 꽹과리, 심지어 구두도 술잔을 대신했다. 여학생도 예외는 아니었다. 1983년 2월 서울대에 합격한 신입생이 소주 2병을 마시고 친구집에서 자다 숨진 사건이 지상에 기록된 첫 인명 사고다. 환영회에서 비롯된 불상사나 추태는 연초면 단골 기사가 됐다. 흥청망청했던 사회 분위기와 마찬가지로 1990년대에는 사발주와 더불어 폭탄주가 대학가를 휩쓸었다. 맥주와 소주, 이온 음료를 큰 대접에 섞어 단번에 마시는 ‘뿅가리주’가 유행하기도 했다. ‘전국주류도소매협회 선정 가장 맛이 간 동아리’라는 이름을 걸고 술을 내세워 신입생을 유혹하는 동아리도 있었다. 1998년 C대학 환영회에서 음주를 강요해 후배를 숨지게 한 선배에게 법원은 유죄를 선고해 경종을 울렸다. 이웃 일본에서도 이런 음주 풍조가 없지는 않은데 ‘잇키(원샷)방지연락협의회’라는 시민단체가 활동하고 있다. 한국에도 ‘대학생알코올문제예방협회’가 있다. 이런 음주문화는 술을 공동체의 중요한 매개체로 여기는 문화, 서열을 중시하는 군사문화의 잔재 때문으로 풀이할 수 있겠다. 학자들은 새 구성원에게 새 정체성을 심어 주는 의식이라고 설명하기도 하고 농경문화의 집단주의 탓으로 보기도 한다. 어느 대학의 학생들이 환영회에서 마시려고 소주 7800병을 구입했다는 보도와 여학생이 과자 먹기 게임을 하다 사망한 사건을 보고는 놀랍다기보다 시대착오적이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사실 90년대식 음주문화가 직장에서는 거의 사라졌기 때문이다. 술을 곁들인 신입생 환영회는 무조건 나무랄 수만은 없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 그러나 정도의 문제다. 손성진 논설실장 sons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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