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시대] 농업과 관광의 만남,불어라 열풍아/송재호 제주대 교수 한국문화관광연구원장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됐다. 이래저래 농가의 한숨과 속앓이가 늘어가고, 또 깊어가고 있다. 농민의 처지가 말이 아니다. 더 이상 도시 빈민들보다 나을 것이 없게 되었다.
다행인 것은 다 쓰러져가는 농업, 농촌마을 살리기에 정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고 있다는 것. 그러나 그 또한 미지수다. 실제로 지난 1993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이후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했으나 농업경쟁력, 살기 좋은 농촌마을은 허울만 좋았을 뿐, 제자리를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숫자놀음과 정책 나열을 벗어던지고, 우리 마을의 미래를 냉정하게 설계하고 실제 경쟁력을 확보할 전략을 개발·실행해야 할 때가 됐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미 우리가 답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돌발사태마다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돈으로 대신해서 막으려는 처방’이 아니라, 농업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대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그 중에서도 구조조정, 고부가가치화, 대안사업 발굴·육성 등 세 가지 범주가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우선 농업과 함께 앞으로 접목을 시도할 관광 등 기존 산업과 미래의 대안산업까지 광범위한 산업 영역에서 폭넓고 사려 깊은 구조조정을 해내야 한다. 경우에 따라 남아돌 수 있는 농가인력을 다른 산업 부문으로 전환하는 조치까지도 검토할 수도 있다.
농업의 부가가치 증대, 고도화를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두 가지의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그 하나가 과학기술을 활용하여 농업에 지식기반을 덧붙이는 것이다. 지식기반경제는 생명공학과 정보화 등을 통해 농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게 해준다. 나아가 지역화와 패션화 등에 의해 관광과 농업을 결합함으로써 두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켜 준다.
나머지 하나는 농업과 관광을 묶어 또 다른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농촌을 위협하는 시장경제의 여건 변화에 적응하면서 ‘농업=생산’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새로운 발상으로 전환하는 것, 그것이 바로 농촌이라는 하드웨어에 관광서비스란 소프트웨어를 접목함으로써 농업의 가치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다행인 것은 도시민들은 답답한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활력을 충전하고 여유를 갖기 위해 찾는 곳이 바로 농촌이라는 것이다. 농업과 관광의 만남을 위한 기반은 충분히 갖춰졌다는 뜻이다. 이제 그 만남에 녹색·문화·관광·농업·체험이라는 콘텐츠를 접목시켜 농촌을 리모델링하면 된다. 그것이 바로 지금 소비자가 원하고 기대하는 것이다.1차산업뿐만 아니라 가공과 유통, 여가와 체험의 2,3차를 복합적으로 융합하는 6차산업의 기능을 갖추도록 농촌마을 자체를 상품화할 필요가 있다.
농촌에 새 생명을 불어넣어야 하고, 농촌 부활의 지름길은 농업과 관광과의 만남에 있다. 이를 위해 요구되는 시장지향적 구조창출, 친환경 고품질 농업, 농업의 서비스화, 문화와 마케팅의 접목 등 통합개발 또한 쉬운 일이 아니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미 국내에서도 많은 성공사례들이 보고되고 있다. 전북 진안군 생태건강 산촌 만들기, 약쑥과 순무로 승부하는 인천 강화군, 경북 예천군 애그리바이오 클러스터, 백두대간 약초나라 강원 정선군,‘부래미를 팝니다’ 경기 이천시 부래미 마을, 농촌의 일상을 서비스하는 강원 화천군 토고미 마을, 농촌과 예술이 만나는 무안군 월선리, 아비뇽을 꿈꾸는 경남 밀양시 밀양연극촌,‘해신(海神)´을 넘어서고 있는 완도,‘강원도의 힘´ 평창과 정선 등등.
바야흐로 지역이 희망이 되는 새로운 시대를 향한 봄바람은 일기 시작했고, 그 바람은 열풍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다. 불어라 봄바람아, 불어라 열풍아!
송재호 제주대 교수 한국문화관광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