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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윤희숙 인터뷰-그는 누구

    [단독] 윤희숙 인터뷰-그는 누구

    미국 컬럼비아대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으로 일하다 2020년 4월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후보로 서울 서초갑에서 당선되면서 정치에 발을 디뎠다. 재정과 노동, 복지 분야 경제 전문가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대선 출마 행보에 나서면서 가장 먼저 접촉한 현역 의원이 윤희숙이다. 검찰총장 시절 윤 전 의원이 저술한 ‘정책의 배신’을 읽고 공감했다고 한다. 의원직 사퇴 후 지난해 12월 윤석열 선대위의 ‘내일이 기대되는 대한민국 위원회’(내기대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며 정치 일선으로 복귀했으나 새해 초 선대위 재정비 과정에서 물러났고, 이후 선거 유세와 유튜브, 페이스북 활동을 통해 ‘이재명 저격수’ ‘윤석열 치어리더’ 역할을 이어왔다. 인터뷰 말미 새 정부에서의 역할을 물었다. “윤 당선인이 저 안 좋아하세요. 하도 면전에서 비판을 많이 해서…”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실제로 지난해 경북지역 유세에서 윤 후보가 현 정부 586세력을 향해 “무식한 3류 바보들” “국가와 국민을 약탈” 등등의 표현으로 거칠게 비난한 날 밤, 윤 당선인과 그가 대판 싸웠다고 한다. “거친 언사에 대해 사과하라” “그게 사과할 일이냐”. 고성에 놀란 비서실 직원들이 달려 들어오고 나서야 ‘대윤’과 ‘소윤’의 일합이 끝났다. “뭐, 윤 후보 다시 안 봐도 좋다는 생각이었죠.” 1970년. 서울.
  • [단독] 윤희숙 “윤석열, 586과 맞장 뜨게 국민이 불러낸 것”

    [단독] 윤희숙 “윤석열, 586과 맞장 뜨게 국민이 불러낸 것”

    20대 대통령 선거는 ‘5년 만의 정권교체’, ‘역대 최소 표차 승부’, ‘극한의 진영 대결’ 같은 외피(外皮)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우리 정치의 ‘탈(脫) 국회화’라는 매우 주목되는 특질을 내포하고 있다. 국회가 정치의 중심인 것은 맞지만, 정치의 외연은 국회 담장을 훌쩍 넘었다. 이를 상징하는 인물이 정치판에 발을 디딘 지 불과 8개월 만에 20대 대통령에 오른 전직 검사 윤석열이다. 국회의원 한 번 한 적 없는 20대 대선 낙선자 이재명이 또 그러하다. 국민의힘 대표 ‘0선’ 이준석도 같은 선상에 있다. 뉴미디어를 통한 정치 담론이 부쩍 활발해지면서 전현직 교수 강준만, 진중권, 서민, 이한상 같은 이들의 정치 비평도 여론에 무시 못 할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런 탈국회 정치의 한 모서리에 1년 4개월짜리 ‘전직 초선’ 윤희숙이 있다. 2020년 7월 ‘저는 임차인입니다’로 시작되는 임대차 3법 반대 국회 5분 연설로 세인의 이목을 붙든 그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이어가다 부친의 부동산 논란이 불거지자 “공인으로서 책임을 지겠다”며, 그야말로 시원하게 의원직을 던졌다. 자신의 지역구 서울 서초갑이 어떤 곳인가. 국민의힘 텃밭 중에 텃밭인 이곳을 그는 “의원직에 연연하는 건 윤희숙이 생각하는 정치가 아니다”라며 내려놨다. ‘정치는 무엇인가’ ‘정치인은 누구인가’를 우리 사회에 물었다. 죽어야 살고, 버려야 얻는다. 의원직 사퇴로 그는 지금 오히려 정치의 중심에 섰다. 새 정부 첫 국무총리설도 조심스레 나온다. 거칠 것 없어 보이는 이 70년생 경제학자 초짜 정치인에게 이번 20대 대선은 무엇이었는지, 윤석열 정부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 15일 오후 서울 안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물었다. - 20대 대선을 어떻게 보나. “윤석열이라는, 아무 정치 자산이 없는 사람을 왜 국민들이 불러냈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더는 지금의 정치가 우리 시대에 맞지 않다, 정치를 갈아엎고 싶다는 열망 아니었겠나 싶다. 공인의식으로 무장돼야 할 정치판이 그저 사적 이익만 추구하는 사람들의 집단이 돼 버렸다는 생각에, 특히 지난 5년 문재인 정부와 586 집권세력의 공사를 구분 못 하는 행태를 이제 더는 지켜볼 수 없다는 생각에 국민들이 권력과 맞짱을 뜨는 윤석열을 불러낸 것이라 생각한다. 윤석열의 당선은 한 시대를 정리하고 싶은 국민들 마음이라 본다.” - 거의 대등한 수의 국민이 여당 후보 이재명을 택했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민심은 60%였다. 그런데 윤석열은 48%를 얻는 데 그쳤다. 12%의 간극이 있다. 국민의힘과 윤석열이 그만큼 부족했다는 뜻이다. 이재명 후보를 선택한 47%에 대해서는 지금 대한민국의 지역·계층·세대·이념·젠더 갈등이 매우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을 국민의힘은 주목해야 한다. 특히 민주당에 절대적 지지를 보낸 40대에 대해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50대 다수는 대학 시절을 함께 보낸 586집권세력의 허상을 누구보다 잘 안다. 하지만 그 아래 세대인 40대는 586세대 민주화 투쟁의 이면을 경험해본 적이 없는 반면 노무현-문재인으로 이어지는 민주당 정권을 만든 일종의 자부심이 강한 것 같다.” - 현 정부에서 해소되지 않은 권력형 비리 의혹을 놓고 현 정부와 차기 정부의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과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이런 건 국기문란 사건 아닌가. 시계를 40년은 뒤로 돌린 사건들이다. 정치보복 논란이 있는데 오히려 실체를 낱낱이 밝히고 관련자들을 일벌백계해야 논란이 사라질 수 있다고 본다. 이들 사건을 보면서 대통령의 명시적 지시를 떠나 대통령 의중을 미리 떠받드는 행태, 소위 알아서 기는 게 더 문제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철저한 수사로 가려야 할 일이다.” “더 큰 문제는 경제 범죄들이다. 라임·옵티머스 사태, 대장동 개발비리, 성남FC 후원 의혹 등등. 이들 사건은 특정인이 아니라 특정세력의 돈줄과 관련된 문제로, 정치가 얼마나 썩을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사건들이라 의심된다. 정치 권력의 유지, 획득을 위해 국민의 눈을 속이고 국민의 돈을 빼돌리는 경제범죄들은 시스템의 허점이 무엇이었는지 철저히 수사해 발을 못 붙이게 해야 한다.” - 대장동 개발 의혹과 관련해 민주당이 특검 수사를 주장하는데. “민주당이 특검을 하자고 하면 고마운 일이다. 상설특검을 주장하는데, 결국 특검을 누가 임명하느냐가 문제 아닌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후임을 청와대가 당선인과 협의하겠다고 했다는데, 특검도 국회 추천 후보 가운데 문 대통령이 윤 당선인과 조율해 임명하면 크게 문제 될 게 없다고 본다.” - 문재인 정부가 5년 내내 ‘적폐청산’을 외치며 국민을 편 갈랐다는 비판이 많다. 윤석열 정부가 이들 비리사건을 파헤친다고 마냥 시간을 끌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우선 문재인 정부가 적폐라는 말을 끌어댄 것 자체가 큰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에 대해선 책임회피이고 상대방에 대해선 무조건 나쁜 놈이다, DNA가 나쁘다 하며 낙인을 찍는 거다. 새 정부에서도 적폐라는 말은 쓰지 않았으면 한다. 다만 지금 얘기한 경제범죄는 적폐 운운할 필요가 없을 만큼 매우 구체적인 문제다. 검찰이 의지만 있으면 금방 실체를 가릴 수 있다. 당선인이 거듭 시스템을 강조하지 않나. 수사해서 혐의가 나오면 기소하고 법원의 판결에 따르는 거다. 그런 식이라면 국민들이 피로감을 느끼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오히려 의혹들이 있는데도 이를 덮고 가려 한다면 국민들이 답답해할 거다.” - 여성가족부 폐지 논란이 크다. “사실 저도 지난해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했을 때 여가부 폐지에 반대했다. 잘하는 쪽으로 고쳐나가야지 그냥 없애는 건 좋지 않다고 봤다. 잘못한 부처를 없애기로 하자면 여가부보다 국토부가 먼저라고 말한 적도 있다. 그런데 윤석열 캠프가 여가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을 땐 사실 여론조사를 했었다. 놀랍게도 국민의 60%가 여가부 폐지에 찬성했다. 여기엔 다수의 여성도 포함돼 있다. 남녀 갈등을 조장하는 부처라는 인식이 많았다. 여가부의 원죄가 그만큼 컸던 거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부처를 없애고 합치고 하는 건 많은 나라에서도 늘상 있는 일이다. 기획예산처도 늘 정권에 따라 붙였다 뗐다 하지 않았나.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건 부처 통폐합을 통해 양성평등의 가치를 좀 더 실질적으로 구현해 내는 것이다.” 여가부 존폐에 대한 언급은 자연스레 청년세대 젠더 갈등 문제로 이어졌다. 윤 전 의원은 이 대목에서 말이 무거워졌다. 마음이 무겁다는 얘기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잘못했다고 본다. 우선 민주당이 페미니즘을 묘하게 써먹으면서 20~30대 남성들이 굉장한 모멸감과 박탈감을 느꼈고, 이에 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이 이를 너무 들쑤시면서 선거 막판 2030 여성들이 대거 이재명 쪽으로 집결했다. 기성세대의 눈으로 볼 때 정말 걱정스러운 건 자칫 이들 세대의 큰 싸움이 시작된 게 아닌가 하는 점이다. 결코 남녀의 전쟁이 아니고, 청년세대도 점점 나이가 들면 서로 타협하고 조화를 이뤄나갈 일인데 정치권이 갈등을 키우고 일부 언론이 부채질한다. 굉장히 무책임하다. 코로나 위기 극복, 기후변화 대응, 국민연금 개혁 등 지금 중차대한 과제가 얼마나 많나. 이런 국가적 과제들을 헤쳐가기 위해서라도 기성세대가 정신 차리고 젠더 갈등 해소에 앞장서야 한다.” - 윤석열 정부의 핵심 과제를 꼽는다면. “우리 사회는 지금 앞으로 나아갈 힘이 정신적으로, 체력적으로 고갈돼 있다. 새 정부는 이걸 채워야 한다. 우선 정신적 측면에서는 국민통합을 이루면서 원칙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갈라치기와 적폐몰이로 상처받은 국민들 마음을 치유하는 한편, 정치적 판단으로 불법과 비리를 적당히 덮어주는 구태는 청산하고 사법·검경 시스템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아울러 나라의 기초체력을 살리는 것도 중요하다. 문재인 정부는 오늘만 산다는 식으로 나라를 운영했다. 경제의 잠재력을 높이고 구조개혁을 단행하는 노력은 전무했고, 재정은 빚잔치하는 집안처럼 탕진했다. 새 정부는 국내외의 어려운 상황을 국민들에게 솔직하게 털어놓고 이를 이겨나갈 장기적 지도를 제시하고 추진해야 한다. 공수표가 아니라 정직한 청사진을 국민들과 공유하고 마음을 일으켜야 한다.” - 국민의힘이 집권여당의 역할을 제대로 할까. “정권교체로 목표를 이뤘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면 제발 정신차리라 외치고 싶다. 문 정권을 심판하고 싶어도 국민의힘은 죽어도 못 찍겠다는 국민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국민의힘은 정권교체를 시작으로 삼아 그간의 무책임 웰빙정치를 청산하고 변화를 향해 몸부림쳐야 한다.”
  • “오빠, 나 임신한 거 같아”…공무원 등 돈 뜯느라 미성년자 동원한 일당

    “오빠, 나 임신한 거 같아”…공무원 등 돈 뜯느라 미성년자 동원한 일당

    “오빠, 나 임신한 거 같아. 어제 오빠가 성폭행했잖아.” 30대 남성 A씨는 지난해 7월 9일 한 여성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 전날 오후 7시부터 술집에서 술을 같이 마시던 후배 정모(26)씨가 “저기 여자가 있는데 ‘헌팅’할까” 해서 합석해 술을 함께 먹고 모텔에서 성관계를 한 여성이었다. A씨는 이 사실을 정씨에게 알렸다. 정씨는 “알아보니 그 여자 미성년자라는데 미성년자 강간하면 감옥에 가”라고 합의를 종용했다. 여성은 합의금으로 5000만원을 요구했고, 결국 A씨는 4000만원을 건넸다. A씨는 정씨가 검거되기 전까지 여성과 공범인 걸 까맣게 몰랐다. 대전동부경찰서는 공갈 및 보험사기 일당 107명을 붙잡아 이 중 정씨 등 8명을 공갈, 사기 등 혐의로 구속했다고 15일 밝혔다.정씨 등은 2016년 7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5년 간 친구와 선배 등 40여명의 지인을 상대로 성폭행, 음주운전 교통사고 등을 덮어씌워 합의금 1억원, 보험회사 보험금 5억원 등 총 6억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성폭행 덮어씌우기에 동원된 여성은 A씨와 성관계를 한 16세 미성년자 등 6명으로 채팅을 통해 모집하거나 남성 일당의 ‘애인’ 3명도 있었으며 “남자와 성관계하면 돈을 주겠다”고 꼬드겨 범행에 가담시켰다. 정씨는 합의금을 받아 가로챈 뒤 A씨에게 다시 연락해 “나 요즘 힘들어. 합의도 해줬으니 도와줘”라고 해 수백만원을 더 뜯어냈다. 정씨 일당은 또 조직원 B씨가 조직에서 이탈하려하자 성폭행 덮어씌우기 범죄에 나서기도 했다. B씨는 2016년~2017년 일당이 “택시를 타고 ○○에서 내릴테니 자전거를 갖고 대기하라”고 하면 기다렸다가 택시가 자전거를 치는 장면을 연출해 보험사기로 돈을 뜯어냈다. 정씨는 B씨가 조직이탈 조짐을 보이자 2018년 1월 술에 만취케 하고 모텔에서 잠을 재운 뒤 이튿날 여성을 투입하고 방이 흐트러진 장면을 연출해 마치 B씨가 여성을 성폭행한 것처럼 꾸몄지만 이들의 범죄수법을 알고 있는 B씨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정씨 등 주범은 이렇게 뜯어낸 돈으로 외제차를 타고 다니는 등 사치를 일삼았다.  경찰 관계자는 “성관계 후 남성이 합의에 순순히 응하지 않으면 경찰에 강간피해 신고까지 하기도 했다”며 “피해자 중에는 공무원도 있다. 범죄수익금 중 1억원을 회수해 피해자들에게 돌려줬지만 심리적 충격을 호소하는 피해자가 적지 않아 병의원과 연계해 상담 치료를 받도록 조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 담벼락 낙서·전봇대·페인트칠…어? 사진 작품!, 소리꾼의 외유 “꿈 많았어유”

    담벼락 낙서·전봇대·페인트칠…어? 사진 작품!, 소리꾼의 외유 “꿈 많았어유”

    코로나19로 일상이 멈추자 소리꾼은 카메라를 들었다. 조리개며 초점이며 “전문적인 카메라는 숫자가 어려워서” 대신 아내의 휴대전화 카메라를 여기저기 갖다 댔다. 동네를 산책하며 만난 낡은 벽의 낙서, 전봇대에 붙었다 떨어진 테이프의 흔적, 공사 현장의 방수포, 담장의 페인트칠 등이 모두 프레임 안에 들어왔다. 장사익(73)이 16~21일 서울 종로구 인사아트프라자 갤러리에서 여는 사진전 ‘장사익의 눈’은 소리꾼의 눈에 비친 세상을 표현하는 자리다. 2019년 서예전에 이어 전시 개최는 두 번째로 이번엔 사진 60여점을 통해 예술가의 독특한 시각을 선보인다. 최근 종로구 자택에서 만난 장사익은 “어느 한곳에 명확한 목표를 두고 거기만 향해 달리는 삶도 있겠지만 주위를 두루 살펴보며 즐기다 보면 새로운 길도 찾게 되는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사진은 풍경을 일반적인 구도에 맞춰 찍은 게 아니라 피사체의 일부를 크게 확대했는데 그 모양과 질감이 생경하다. 추상회화 같기도, 포스터 배경 같기도 하다. 장사익은 “진짜 전문가들이 보면 혼낼 일이다. 민망하다”면서도 “관심은 마음을 기울인다는 뜻이다. 꾸준히 미술관도 가고, 좋은 사람들과 같이 어울리고 관심을 가지니 몸에 쌓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음악인, 가수라는 칭호보다 소리꾼으로 불린다. 국악이라는 장르 탓도 있지만 거칠게 끓어오르며 가슴을 절절하게 울리는 그만의 소리는 치유의 힘을 지녔다. 특히 젊은 시절 보험사부터 가구점, 전자제품 회사, 카센터 등을 전전하다 46세라는 늦은 나이에 데뷔하게 된 이력은 유명하다. 50만원도 안 되는 세금을 낼 돈이 없었고, 친구들 만날 면목이 없어 10여년간 동창회를 못 나갔다. 진한 충청도 말씨를 쓰는 장사익은 “꿈이 많았어유”라고 운을 뗐다. “가다 보니 내 길이 아닌 것 같고, 넘어지고 쓰러졌지요. 그러다가 노래에서 내 길을 찾았죠. 인생은 ‘구도’(求道)의 길이라는 말이 딱 맞습디다.” 북악산 코앞에 위치한 집에선 사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꽃이 피고, 초록빛 이끼가 끼고, 단풍이 들고, 눈이 쌓이는 풍경이 통유리창 밖에 펼쳐진다. 장사익은 “보통 인생에는 봄만 있다고 생각하는데 만물이 성장하는 건 여름”이라고 비유했다. 덥고, 태풍이 불고, 비바람 몰아치는 시기에 열매가 큰다. 그 시기를 거쳐야 생명력이 오래간다. 그래서 자신의 30대 역시 방황이 아니라 무르익는 때였단다. 최근엔 성대결절로 큰 수술을 세 번이나 하고 아예 노래를 못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자 나이듦과 죽음에 대한 생각도 깊어졌다. 그는 “요즘에는 나이 60은 인생의 끝이 아닌 시작”이라며 “시간은 남는데 할 게 없다는 사람이 많다. 생각만 하지 말고 움직이다 보면 하고 싶은 게 계속 나온다”고 했다. 57세에 완주한 마라톤도, 서예와 사진도 이것저것 해 볼까 하면서 시작한 일이다. “인생을 즐기니 재미있는 일이 많이 벌어진다”고 그는 덧붙였다. 장사익은 곧 새 음반을 발매하고, 오는 10월엔 서울 세종문화회관을 시작으로 전국 투어 콘서트도 개최한다. 앞으로의 목표를 묻자 “완성된 노래를 하고 싶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노래에는 인생을 바라보는 방식이 반영된다”며 “그저 세월 따라 흘러가는 유행가가 아니라 80, 90살에 맞는 진정한 내 노래를 하고 싶다”고 했다. “죽기 직전에 ‘내 인생 조졌네’ 한탄하긴 싫어유. 야, 잘 놀았다 하면서 가렵니다.” 
  • 다이애나 왕세자빈 비극적 삶, 표정·시선·음악으로 그려내다 [영화 리뷰]

    다이애나 왕세자빈 비극적 삶, 표정·시선·음악으로 그려내다 [영화 리뷰]

    대사 줄이고 인물 내면 집중스튜어트 열연… 오스카 후보실험적 불협화음, 불안 고조다이애나 스펜서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이름 중 하나다. 하루아침에 영국의 왕세자빈이 된 여성, 누구보다 눈부신 패션 아이콘. 하지만 남편 찰스 왕세자의 불륜과 왕가의 은근한 따돌림 등으로 15년간 불행한 결혼 생활을 했고, 이혼 후엔 파파라치의 먹잇감이 돼 결국 교통사고로 숨진 비극적 결말까지. 파블로 라라인 감독의 영화 ‘스펜서’는 단순히 극적인 다이애나의 삶이 아니라 오랜 시간 홀로 외롭게 고통에 시달린 그의 마음을 파고든다. 영화의 배경은 1991년, 왕실 가족이 모두 샌드링엄 별장에 모여 크리스마스를 보낸 사흘을 모티브로 했다. 혼자 차를 운전하다 뒤늦게 별장에 도착한 다이애나를 맞아 주는 이는 없다. 연휴 때는 잘 먹고 몸무게를 늘리는 ‘전통’을 따라야 한다며 체중계에 오르도록 강요당하고, 식사와 외출 때마다 입어야 할 옷이 정해져 있다. 추운 날씨에도 난방을 하지 않는 게 관례라 몸을 떨며 옷을 껴입어야 하고, 파파라치를 조심해야 한다며 커튼은 모조리 막아 놓아 함부로 열 수조차 없다. 미국 퍼스트레이디 재클린 케네디(‘재키’), 칠레 시인 파블로 네루다(‘네루다’) 등 실존 인물을 스크린에 담아 온 감독의 연출은 이번 작품에서 더욱 돋보인다. 대사는 거의 없고, 카메라는 대부분 다이애나의 얼굴과 시선을 따라가며 심정을 담는다. 남편이 다른 여자에게도 선물한 진주 목걸이를 억지로 하고 식탁 앞에 앉는데, 목걸이를 끊어 진주알을 삼키는 상상을 하다 구토하는 장면에선 분노와 괴로움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16세기 헨리 8세에게 간통의 오명을 쓰고 처형당한 앤 불린의 환영이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실제 인물처럼 다이애나에게 다가오는 데선 섬뜩함까지 느껴진다. 어린 나이에 데뷔해 대중과 언론, 파파라치의 지나친 관심으로 혹사당한 배우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다이애나에 빙의한 듯한 연기를 선보이며 생애 첫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전반적인 흐름은 잔잔하지만, 관객은 2시간 가까운 러닝타임 내내 심장이 조여드는 것 같은 불안한 느낌을 받는다. 여기엔 전설적 밴드 라디오헤드 출신 작곡가 조니 그린우드의 배경 음악도 한몫한다. 그는 전통적이고 평범한 ‘왕실 스타일’의 바로크 음악을 작곡한 뒤 프리 재즈 연주자들을 데려와 제멋대로 연주하게 했다. 그린우드는 “왕족에 관한 영화에서는 대부분 헨델의 곡이나 이를 모방한 음악이 쓰인다”며 “나는 그 대신 다이애나가 전통 속에서 얼마나 무질서하면서도 화려한지를 강조하고 싶었다. 막연하게 바로크 소리를 내면서 진정한 무정부 상태와 혼돈을 위한 충분한 공간을 남겨 두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주전자에서 물이 끓으며 수증기가 끼익하는 소리, 재즈와 바로크, 파이프 오르간과 하프시코드, 케틀드럼 등이 뒤섞인 음은 혼란스러운 다이애나의 심정을 절묘하게 반영한다. 또 끊임없이 고막에 꽂히는 불협화음이 스튜어트의 연기와 어우러져 절정으로 치닫는다. 16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 ‘n번방 추적단’ 박지현, ‘민주의 이준석’ 되나

    ‘n번방 추적단’ 박지현, ‘민주의 이준석’ 되나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13일 ‘n번방 사건’을 공론화한 박지현(26) 활동가를 공동비대위원장으로 추대했다. 대선을 40여일 앞두고 선대위에 합류한 그는 투표 직전까지도 이재명 전 대선후보에 대한 지지를 꺼리던 2030 여성들의 표심을 돌려세우는 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선에서 패배한 주요 정당의 ‘심폐소생’을 정치권 경험이 거의 없는 20대가 맡은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어서 향후 그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대선 막판 2030 여성 표심 돌려 박 위원장은 이날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여러 번 고민하고 거절도 했지만 민주당의 쇄신을 간절히 바라는 당 안팎의 요구와 저를 믿고 입당해 주신 당원분들이 계시기에 숙고 끝에 수락했다”고 밝혔다. 이어 “외부에서 수혈돼 민주당의 쇄신을 하고자 하는 만큼 공동비대위원장으로서 민주당의 변화를 보여드리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박 위원장은 2019년 한림대 재학 시절 ‘추적단 불꽃’이란 단체에서 ‘불’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사이버 성착취 사건인 ‘n번방’의 실체를 추적했다. 잠입 취재를 통해 n번방의 존재를 확인한 후 주요 언론사에 제보하고 수사기관에 신고해 가해자들의 악행을 알렸다. 이후 ‘경기도 디지털성범죄 대응 추진단’에서 활동하면서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와 연을 맺은 그는 지난 1월 27일 캠프에 합류했다. 그는 ‘여성가족부 폐지’를 비롯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젠더 갈라치기’ 전략을 강력 비판했다. 방송 찬조 연설자로 나서 “무엇보다 두려운 건 여가부를 폐지한다는 말로, 현재 여가부 피해 지원을 받는 수많은 피해자들을 두렵게 하고, 무고죄 처벌을 강화한다는 공약으로 가뜩이나 신고가 어려운 성폭행 피해 신고를 더 어렵게 한다는 그 말이,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는 것이 두렵고 끔찍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11일 KBS 라디오에선 “이준석 대표의 혐오 정치 전략, 세대 포위론은 완전히 실패했다”며 “이 대표는 정치권에서 좀 떠나야 하지 않나”라고 저격했다. 박 위원장의 노력과 맞물려 이 전 후보는 ‘이대녀’의 몰표를 받았다. 방송 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20대 여성의 58.0%는 이 전 후보에게 투표했다. 20대 남성 58.7%가 윤 당선인에게 투표했다고 한 것과 대조적이었다. ●“ 박지현 vs 이준석 프레임 생겨” 향후 박 위원장이 이 대표의 대항마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광재 민주당 의원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에서 “‘박지현 대 이준석’이라는 거대한 프레임까지 생겼다. 이런 우수하고 좋은 자원들이 지방선거나 다음 총선에서 확실하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 구준엽·서희원 결혼에 ‘재벌 2세’ 전남편이 남긴 말

    구준엽·서희원 결혼에 ‘재벌 2세’ 전남편이 남긴 말

    가수 구준엽(53)과 대만 톱스타 쉬시위안(서희원·46)의 결혼 소식이 알려진 가운데 쉬시위안의 전 남편이자 중국 재벌 2세인 왕샤오페이(왕소비·41)가 처음으로 이 사실을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왕샤오페이는 12일 자신의 웨이보에 “모두가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쉬시위안의 행복을 기원한다”고 썼다. 쉬시위안과 왕샤오페이는 2010년 결혼했으나 지난해 파경을 맞았다. 두 사람 사이에는 8세 딸과 6세 아들이 있다. 앞서 구준엽은 지난 8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20년 전 사랑했던 여인과 매듭을 못 지은 사랑을 이어가려 한다”며 깜짝 결혼 발표를 했다. 구준엽은 “그녀의 이혼 소식을 듣고 20년 전 그 번호를 찾아 연락을 해 보았고, 다행히 그 번호 그대로여서 우린 다시 연결될 수 있었다”며 “이미 많이 지나간 시간 더이상 허비할 수 없어 제가 결혼을 제안했고 그녀도 받아들여 혼인신고만 하고 같이 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구준엽은 그룹 클론의 멤버로 국내는 물론 중화권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쉬시위안은 2000년대 드라마 ‘유성화원’(꽃보다 남자)에 출연하며 대만 톱 배우로 등극함은 물론 동아시아권에서 큰 인지도를 얻은 인물이다. 두 사람은 과거 1년 정도 교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 두 팔로 8일간 57.5㎞… ‘철인’ 신의현의 눈부신 완주

    두 팔로 8일간 57.5㎞… ‘철인’ 신의현의 눈부신 완주

    ‘철인’ 신의현(42·창성건설)이 마지막 완주에 성공하며 2022 베이징동계패럴림픽을 마쳤다. 신의현은 12일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 국립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크로스컨트리스키 남자 좌식 미들(10km)에서 34분51초4의 기록으로 전체 34명 중 10위를 기록했다. 이날 경기까지 마치면서 신의현은 지난 5일부터 12일까지 8일간 크로스컨트리스키와 바이애슬론 각 3종목씩 총 6종목에서 57.5㎞(벌칙 주로 제외)의 완주를 마쳤다. 4년 전 평창에서는 7종목 완주로 약 64㎞를 달린 그는 40대의 몸으로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도 모두 완주를 마치며 철인의 면모를 과시했다. 평창에서는 금메달과 동메달을 각각 1개씩 수확한 그는 베이징에서는 크로스컨트리스키 18㎞와 바이애슬론 인디비주얼 12.5㎞에서 거둔 8위가 이번 대회 최고 성적이다. 따뜻해진 날씨 속에 이날 경기장은 눈이 녹아 선수들이 경기에 어려움을 겪었다. 신의현은 “눈 상태가 이렇게 좋지 않으면 제가 장애가 비교적 가벼우니 원래 더 잘 타야 하는데, 고도 적응을 못 한 건지 나이를 먹어서 그런 건지 힘들어서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 같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대한장애인체육회는 이번 대회 메달 후보로 신의현을 꼽았다. 4년 전 평창에서 선전한 만큼 기대가 컸다. 신의현은 “부담감이 없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부담감 속에서도 ‘잘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가졌다”면서 “대회를 하면 할수록 자신감이 떨어졌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하고 나섰다”고 말했다.코로나19로 제약이 생기면서 코스를 대비할 기회가 부족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신의현도 정보가 부족했던 점을 성적의 원인으로 진단했다. 그럼에도 그는 “아쉽지만 (메달리스트들이) 저보다 더 열심히 한 선수들이었으니 깨끗하게 인정한다. 더 노력한 사람이 메달을 가져가는 게 맞다”며 스포츠 정신을 보여줬다. 비록 메달은 없지만 신의현은 지치지 않고 6경기 모두 완주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성과를 남겼다. 신의현 역시 “전 종목에서 완주한 것에 만족하고 자부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면서 “스포츠는 결국 자신을 이겨야 이기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으로 끝까지 완주하는 모습을 국민께 보여주자고 다짐하며 달렸다”고 밝혔다. 그의 별명인 ‘철인’답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2006년 대학 졸업을 하루 앞두고 교통사고로 장애인이 된 신의현은 한국 장애인 스포츠사에 큰 획을 남겼다. 휠체어농구를 시작으로 파라아이스하키를 섭렵한 그는 2015년 노르딕스키에 입문해 간판 스타가 됐다. 38살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처음 패럴림픽에 나선 그는 첫 도전에서 금메달을 걸며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날을 끝으로 모든 일정을 마친 신의현은 4년 뒤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패럴림픽에 대해서는 아직 계획이 없는 상태다. 그때는 나이가 46세라 도전하기가 더 어렵다. 신의현은 “기량이 된다면 나갈 수도 있지만, 아직 정해진 건 없어서 장담하긴 어렵다”며 “더 잘하는 후배가 나오면 그 선수를 적극적으로 키워주고 싶다”고 차기 계획을 밝혔다.
  • 팀 승리 5할…PBA 팀리그 준PO 1차전 조재호가 다 했다

    팀 승리 5할…PBA 팀리그 준PO 1차전 조재호가 다 했다

    ‘에이스’ 조재호를 앞세운 NH농협카드가 프로당구(PBA) 팀리그 첫 플레이오프(PO) 무대에 바짝 다가섰다.농협카드는 11일 경기 고양 빛마루방송센터에서 열린 PBA 팀리그 준PO 1차전에서 블루원리조트를 4-2로 제치고 첫 승을 신고했다. 농협카드는 올 시즌 정규리그를 블루원리조트와 나란히 승점 63으로 마쳤지만 상대전적(2승1무3패)에서 1승이 밀리는 바람에 4위로 밀려났다. 3위가 된 블루원은 PBA 포스트시즌 규정에 따라 ‘1승 어드밴티지’를 안고 대결에 나선 상황. 3승2선승제의 준PO 승부에서 상대적으로 1패를 떠안고 경기에 나선 농협카드는 패하기만 해도 탈락의 쓴 잔을 들어야 했다. 그러나 승부사 조재호를 초반 전진 배치하면서 승부를 걸어 1승1패를 만들었고 승부를 최종 3차전까지 끌고 갔다.2020~21시즌 도중 휴온스와 함께 창단, PBA에 뛰어든 농협카드는 이로써 창단 첫 시즌 만에 8개팀 체제의 팀리그에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데 이어 준PO 1차전 승리를 신고하면서 PO는 물론 챔피언결정전 진출까지 꿈꾸게 됐다. 팀 리더인 조재호는 이날 준PO 6세트 중 팀이 수확한 4승 가운데 2승을 책임지면서 승전의 일등 공신이 됐다. 오태준과 1세트 남자복식에 나선 조재호는 다비드 사파타-강민구 조를 4이닝 만에 15-4로 간단히 제압해 1승을 먼저 가져왔다. 7-0까지 앞선 두 번째 이닝, 상대가 연속 4득점으로 추격했지만 9-2로 승기를 잡은 상황에서 6점짜리 하이런으로 단 17분 만에 승부를 매조졌다. 그러나 이어진 여자 단식에 나선 스롱 피아비가 김민아를 11-4로 돌려세우면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이어진 제1 남자단식에 다시 나선 조재호는 ‘베테랑’ 엄상필을 상대로 우세한 경기를 이어가다 마지막 옆돌리기로 15-9로 이겨 팀에 1승을 더 보탰다. 네 번째 세트 혼합복식에선 응우옌-김민아 조가 18이닝 40분 접전 끝에 스롱-홍진표 조를 15-13으로 따돌렸다. 농협카드는 5세트인 제2 남자단식의 오태준이 뱅크샷 4개를 쓸어담은 강민구에게 8-15로 패하는 바람에 3-2로 쫓겼지만 마지막 세트 해결사로 나선 김현우가 사파타를 상대로 내내 리드를 잡다 10-5의 매치포인트에서 회심의 옆돌리기로 1차전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 16세도 72세도 우크라 의용군 합류…나라 지키기 위해 나선 보통 사람들

    16세도 72세도 우크라 의용군 합류…나라 지키기 위해 나선 보통 사람들

    다양한 나이의 평범한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자신의 국가를 지키고자 나섰다. 1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16세 학생부터 72세 노인까지 우크라이나인들이 최근 우크라이나 의용군에 합류했다.16세 사샤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17세 블라드는 드니프로 출신이다. 두 사람은 키이우의 한 군사 학교에서 사관생도로 만나 기초 군사 훈련을 받았다. 샤샤는 턱에 수염이 나기 시작한 블라드와 달리 아직 면도조차 해본 적이 없다. 블라드는 “우리는 전쟁 첫날 (의용군에) 합류했다. 아직 18세가 안 돼서 의용군에 들 수 없으리라 생각했지만, 의용군 규정이 완화돼 가능했다”고 말했다. 사샤와 블라드의 임무는 키이우 중심가를 걸어서 순찰하는 것이다. 사진 속 두 사람은 모두 돌격용 소총을 든 채 약간 쑥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착용한 전투복과 전투모, 전투화 역시 주인처럼 새것이다.금발의 테티아나는 37세로, 브라츠트보 대대에서 유일한 여성이다. 칼라시니코프 소총을 든 그는 “장교 출신이라 총기 사용법은 당연히 알고 있다”고 말했다. IT기술 강사이자 피트니스 강사이기도 한 테티아나도 러시아가 침공한 첫날 의용군에 합류했다. 그의 손과 입술에는 아직 매니큐어와 립스틱 자국이 남아 있다.20세 타니아는 대학생으로 의용군에 합류한 것은 자신의 의무라고 말했다.의용군 주둔지에는 제복 소매에 아일랜드 국기가 있는 병사들도 있다. 그중 한 명은 11일 전 키이우로 돌아온 27세 막심이다. 막심은 “아일랜드에서 살며 한 식육가공공장에서 지게차 운전기사로 일하고 있지만, 내 고향인 우크라이나를 구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전쟁이 끝나면 아일랜드로 돌아가 새 일자리를 찾고 여자 친구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그동안 전 세계를 향해 적극적으로 의용군 합류를 호소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우크라이나 수호에 참여하고 싶은 사람은 우크라이나로 와 달라”며 외인부대 창설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이후 세계 각국에서 지원자가 줄을 이었다. 캐나다에서는 세계 최고 저격수를 포함한 6명의 참전용사가 우크라이나로 떠났다. 캐나다에 남은 가족 보호를 위해 별명 ‘왈리’로만 알려진 저격수는 2009년 아프가니스탄전, 2015년 이라크전 참전 경험이 있는 최정예 특수부대 출신으로, 저격에 능하다.우리나라에서는 해군특수전전단(UDT/SEAL) 출신 유튜버 이근씨(예비역 대위)가 우크라이나로 갔다. 외교부는 폴란드 국경을 넘어 우크라이나로 들어간 이씨가 현재 우크라이나에 체류 중인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부 장관은 6일 기자회견에서 “외국인 의용군 지원자가 2만 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쿨레바 장관은 “대부분 유럽 국가에서 왔다”며 “세계 52개국의 경험 많은 참전 용사와 자원자들이 우크라이나로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 [신간] 44년 한길 걸어온 기독교인 경영인의 발자취… ‘나는 오늘도 희망의 씨앗을 뿌려야지’

    [신간] 44년 한길 걸어온 기독교인 경영인의 발자취… ‘나는 오늘도 희망의 씨앗을 뿌려야지’

    “생각해 보면 칠십 평생 해온 모든 일이 씨앗을 뿌리는 일이었다. 씨를 뿌리는 것은 가능성과 희망을 가지고 하는 일이며, 씨를 뿌리는 사람만이 거둘 수 있다. 씨를 뿌리고 가꾸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열매를 바라보며 나에게 주어진 일을 소명이라고 생각하기에 쉬지 않고 달릴 수 있었다.” 신문배달부터 계란장사 등 안 해본 일 없이 주경야독하며 1978년 30세 나이로 풍년그린텍을 설립해 44년간 한길을 걸어온 유이상 회장이 크리스천 경영인의 성공비결을 담은 책을 냈다. 유 회장은 ‘희망의 씨앗을 뿌려야지!’(국민일보사)를 통해 독실한 기독교인으로서 이웃과 일터에 믿음과 희망을 전해온 그의 발자취를 기록했다. 전북 고창에서 12명의 대가족 속에 성장하면서 가정형편을 고려해 16세에 무작정 상경한 유 회장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꿋꿋히 노력하며 일과 공부를 병행해 국민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1년간의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회사를 설립한 뒤에도 박스공장으로 시작해 친환경 포장완충재 펄프몰드 계란판, 못자리 매트 등을 만들며 도전과 혁신을 거듭했다. 현재는 안산에 라벨업체와 중국 단둥에 건강식품 제조회사도 운영하고 있다. 사업을 하며 재소자와 신용불량자, 탈북민 등을 적극 고용해 어려운 이웃을 챙기려 했고 비인가시설인 겨자씨사랑의집을 돕다가 사회복지법인의 이사장도 지냈다. 태국 치앙마이 소수민족인 라후족 마을에 5개 교회를 건축, 후원하는 등 해외선교에도 많은 관심을 가졌다. 비영리단체(NG) 굿파트너스가 스리랑카 국제관광학교 설립을 추진할 때 가교 역할을 하기도 하고 이사장도 맡았다. 유 회장은 “크리스천 기업가라고 교회가서 기도만 많이 한다고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사업하는 경영방식과 태도 등이 크리스천으로서 부끄럼 없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크리스천 기업가”라고 강조했다. 또 “일터가 곧 교회라고 생각한다”며 “일터에서 내리는 선택과 결정 속에, 일터에서 생활하는 모습 속에, 기업을 경영하는 방식과 방향 속에 내 신앙의 고백이 있다”고 설명했다. 304쪽. 1만 5000원.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밤꽃/나석중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밤꽃/나석중

    밤꽃/나석중 초면에 말 붙여오는당당한 사랑은 들키고 싶은 속성이 있는 것인지 겹겹으로 무장한 밤톨 같은 노인이 획 돌아보며묻지도 않았는데 당신 나이 올해 96세라 하시네나 당신 뒤를 걸어가다가 순간 황당했으나이내 웃으며 어디 가시냐, 고 웃으며 물었더니애인 만나러 간다며 밤꽃을 피웠네애인은 연세가 얼마신지 또 물으니 90이라 하시며왜 무슨 할 말이라도 있냐는 듯눈 치켜뜨고 기세도 당당히 웃는 낯빛이 붉었네 일찍 사랑을 포기한 사내는 사내도 아니라고 난느슨 허리띠 졸라맸네 동천에 아기 민들레꽃 피었군요. 새봄의 민들레꽃 보고 있으면 마음이 두둥실 떠갑니다. 시 속의 어르신들, 참 젊게 사시네요. 96세와 90세. 이승을 이만큼 견뎌내기 조련치 않으련만 밤꽃 환하게 피는 기쁜 하루하루를 사시니 말이에요. 삶의 소중한 의미는 나이에 있지 않다는 것, 일깨워 주시네요. 강변에 핀 아기 민들레의 나이는 몇 살쯤 되었을까요. 봄에 태어나 가을엔 잠시 몸을 숨기지요. 다음 해 봄에 다시 꽃을 피웠다가 바람에 두리둥실 민들레 홀씨 날리겠지요. 그 나이가 만살, 십만살, 도대체 몇 살인지 몰라요. 어르신들 남은 이승의 시간 선선하게 사시다 100세 훌쩍 넘어서도 밤꽃 환하게 피우세요. 곽재구 시인
  • 조선 독립 위한 불꽃이었나… 죽음으로 완성한 불멸의 넋이여 [김별아의 도시 기행문-서울을 걷는 시간]

    조선 독립 위한 불꽃이었나… 죽음으로 완성한 불멸의 넋이여 [김별아의 도시 기행문-서울을 걷는 시간]

    어떤 사람은 삶이 아니라 죽음으로 기억된다. 죽음으로 삶을 증명하고, 완성한다. “그 사내가 웃었다. 다정하고 습습하게 웃으며 말했다. ㅡ어째 표정이 그러십니까? 저는 영원한 쾌락을 향유하고자 이 길을 가는 것입니다. 왜 슬퍼하십니까? 기뻐하셔야 합니다. 장사는 한번 떠나면 돌아오지 않을지니, 아무리 영광으로 기꺼울지라도 죽음이 어찌 기쁠 수만 있는가. 돌이킬 수 없는 길, 예정된 영이별에 나도 모르는 사이 안색이 참담하게 굳어졌던가 보다. 탁상에 놓인 것은 조선독립선서문과 태극기 그리고 두 개의 수류탄이었다. 나는 그에게 폭탄의 사용법을 설명했다. 폭탄 주둥이의 나무마개를 빼내고 금속으로 된 기계를 모두 끼워 넣을 것. 안전핀만은 실행 전날에 뺄 것. 폭탄은 머리가 무언가에 닿아야 터지니 될 수 있는 한 높이 던질 것. 하나는 흙바람으로 세상을 뒤덮고 사람을 미혹하는 괴물들을 물리칠 뇌성벽력의 무기였고, 다른 하나는 고독한 전사가 스스로 지옥의 문을 여는 자살용이었다. 고국의 형에게 보낼 독사진을 찍었다. 입아귀를 활찐 벌린 그의 얼굴은 장난꾸러기 소년처럼 천진무구했다. 선서문을 가슴에 달고 폭탄을 양손에 한 개씩 들었다. 벽에 걸린 태극기를 배경으로 마지막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는 끝까지 활달하고 체체했다. ㅡ제가 지금 떠나가면 큰일 한 가지가 이루어지지 않습니까? 즐거운 얼굴로 찍으십시다.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빛바랜 사진 속에서나마 우리는 영원히 함께 머무르리라. 은근한 그의 지청구에 나는 가까스로 구겨진 얼굴을 폈다. 착잡하고 침울한 가슴에선 속바람이 들고 피눈물이 흐르지만, 그가 원하는 대로 웃었다. 울지 않으려 웃었다.”(졸저 ‘백범’ 중에서)그 사내, 이봉창 의사를 만나러 가는 길에 서울지하철 4호선 이촌역에서 내렸다.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에 반가사유상 두 점을 전시한 ‘사유의 방’이 열렸다는 소식을 들은 터였다. ‘연화대 위에 걸터앉아 얼굴을 오른손으로 괸 채 명상하는 형태의 불상’인 반가사유상은 부처가 되기 전의 고타마 싯다르타 왕자를 형상화한 것이다. 전 세계에 70여점이 남아 있는데 그중 20여점이 우리나라에 있다. ‘사유의 방’에는 6세기 후반 제작된 국보 78호와 7세기 전반에 제작된 국보 83호를 모셨다. 관광지나 유적지, 박물관을 방문하는 시간으로는 비 오는 화요일 오전이 최고다. 사람의 독력(毒力)이 미치지 않는 한갓진 순간이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주말일지나 박물관의 문을 여는 오전 10시에 맞춰 들어가려 서둘렀다. QR코드를 찍고 금속탐지기를 통과해 2층 에스컬레이터를 탔는데 두어 칸 앞쯤에 목적지가 같은 듯한 사람이 보인다. 반가사유상과 독대하는 순간을 빼앗길까 봐 잽싸게 그를 앞질러 ‘사유의 방’에 입성했다. 그런데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10시 1분에 온 놈 앞에 10시에 온 놈이 있다. 이미 나보다 더 부지런한 한 분이 반가사유상을 모델로 두고 열심히 촬영 중이시다. 아, 어리석은 나는 부질없는 욕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구나! 건축가와 협업한 최초의 유물전시인 ‘사유의 방’은 관람객의 시각·청각·후각까지 고려한 그 자체로 작품이다. 섬세한 조명과 계피향이 은은한 흙벽에 둘러싸인 반가사유상은 사방 어느 편에서 봐도 아름답다. 정면에서 마주 본 얼굴에는 찰나의 환희가 미소로 걸려 있어 거룩하다. 내가 찾아가는 그 사내도 미소가 참 좋았다. 하지만 그의 미소는 반가사유상의 그것이라기보다 국립춘천박물관에 상설 전시된 영월 창령사지 오백나한의 그것과 더 닮았다. 나한은 깨달아 해탈했지만 아직 충분한 공덕을 쌓지 못한 존재이기에, 부처보다는 기쁨·슬픔·희망·분노를 모두 품은 인간의 얼굴에 가깝기 때문이다.서울지하철 6호선 효창공원역 1번 출구에서 500여m 떨어진 효창공원 내에 삼의사 묘역이 있다. 무릇 태어나 살고 죽는 것이 생명의 순리지만 그 사내를 이야기할 때는 죽음으로부터 출발해야 할 것 같다. 효창공원 내 백범김구기념관과 백범 김구 묘역, 의열사와 임정요인 묘역과 삼의사 묘역과 안중근 가묘는 이미 수차례 찾았던 곳이다. 5세에 홍역으로 죽은 정조의 맏아들 문효세자의 묘역이었던 효창원은 일제강점기에 조선 최초의 골프 코스가 됐다가 해방 후 효창운동장과 효창공원으로 쓰임새가 바뀌었다. 용산이라는 서울의 배꼽 자리가 역사의 펀치를 온몸으로 맞받은 흔적이랄까, 혼란스러운 한국 근현대사의 흔적이 용산 곳곳에 지금도 선연하다. 역사는 일상과 얼키설키 뒤얽힌 채로 흘러간다. 산책하고 운동하는 시민들을 바라보며 백범과 삼의사와 임정요인들은 조용히 누워 계신다. “조선 민족 불멸의 독립 혼을 중외에 떨친 것은 이 세 분이 으뜸일 것입니다!”해방된 조국에 돌아온 백범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일본에 묻힌 윤봉길, 이봉창, 백정기의 유해를 송환해 1946년 7월 6일 국민장을 치르고 효창원에 안장한 것이었다. 아나키스트 백정기를 제외한 두 사람은 백범이 직접 폭탄을 쥐여 준 한인애국단 단원들이다. 졸저 ‘백범’에 테러리즘과 의열투쟁의 차이에 대해 상세하게 언술한 바 있지만 후대의 시시비비와 별개로 백범은 폭탄을 써야 했고 쓸 수밖에 없었다. 그때가 바닥, 그곳이 바닥의 바닥이었기 때문이다. “당신들은 독립운동을 한다면서 왜 일본 천황을 죽일 생각은 하지 않습니까?” 젊은 치들이 나누는 객담을 백범이 우연히 듣지 않았다면 이봉창도, 한인애국단도, 어쩌면 임시정부까지도 없었을 것이다. 이름은 거창하게 대한민국임시정부이지만 1920년대 말 통합을 위한 민족유일당운동이 실패하면서 중국 상하이는 무주공산이나 진배없었다. 1930년대 들어 조선과의 연락망이 끊기면서 매월 30원의 집세와 20원의 고용인 월급조차 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잔치가 끝난 임정에 남아 떠맡듯 민단장과 재무부장의 감투를 들쓴 백범은 가족을 국내로 돌려보내고 홀로 정청에서 살며 동포들에게 밥을 얻어먹었다. 발바닥이 닳은 헝겊신을 꿰어 신고 쓰레기통에서 배춧잎을 주워 먹었다. 이봉창을 만나 새로운 ‘사업’을 도모하기 전까지 대한민국임시정부는 그저 빛나는 껍데기에 불과했다. 그래서 더욱 ‘근대 3부작’의 첫 장에는 실제로 그 시절의 ‘주류’는 아니었지만 역사 속에서 끝내 승리한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지금은 정치가들을 위시한 많은 사람이 모범으로 삼으며 숭앙하는 듯하지만, 당시의 그들은 다만 처절하도록 외롭게 계란으로 바위 치기를 계속하고 있었을 뿐이다.공원 한가운데 그 사내, 이봉창의 동상이 있다. 옛날의 미남 영화배우처럼 선이 굵은 얼굴이나 우람한 몸피가 전혀 이봉창 의사를 닮지 않았다. 손에 잡고 던지는 폭탄의 모양새도 1932년 일왕의 마차를 향해 던진 마미(麻尾) 수류탄과는 달라 보인다. 1960~1970년대에 집중적으로 건립된 소위 애국선열 동상들은 대개 이런 식으로 사진 자료를 무시하고 만들어졌다. 그 연유에 대해 미술평론가들은 당시의 모더니즘적 경향과 군사정권의 선동적·극적 효과에 대한 요구가 결합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아무도 닮지 않은 상상 속의 영웅들이 위대하고 완전무결해질수록 실재했던 인간으로서의 그들은 기쁨·슬픔·희망·분노가 시시때때로 교차하는 우리로부터 멀어져 간 것일지도 모른다. (㉻에 계속) 소설가
  • ‘키이우 사수’ 소총 든 26세 의원 “전쟁 이겨낸 韓, 우크라의 희망”

    ‘키이우 사수’ 소총 든 26세 의원 “전쟁 이겨낸 韓, 우크라의 희망”

    검은색 롱코트에 선글라스 차림으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시내를 순찰하는 키다리 청년이 있다. 어깨에 멘 AK47 소총과 가슴팍을 조인 방탄조끼가 청년의 해맑은 웃음과 대조를 이룬다. 2년 전 24살의 나이에 우크라이나 역대 최연소 의원 타이틀을 얻은 스비아토슬라프 유라시(26)의 일상이다. 불과 2주 전만 해도 책상 앞에서 법안을 만들던 유라시 의원은 러시아의 침공 이후 무장 지원병이 됐다. 언제 어디서 목숨을 잃을지 알 길 없는 사지에 자신을 내던진 그를 지난 8일(현지시간) 화상으로 만났다.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는 이번이 처음이다. 유라시 의원이 전한 키이우 상황은 심각했다. 그는 “키이우 북쪽과 동쪽은 러시아군의 통제에 넘어갔고 서쪽까지 둘러싼 형국이어서 서쪽 보급로를 지키기 위한 잦은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며 “시내에는 수백만명의 시민이 남아 항전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라시 의원은 “아무도 안전하지 않고 무기부터 모든 물자가 부족하지만 우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맞서 싸우고 시민들을 지킬 것”이라고 다짐했다. 며칠째 쪽잠을 자고 하루 한 끼 정도로 끼니를 때운다는 그는 지치고 해쓱해 보였지만 눈빛과 목소리에는 힘이 있었다. 정치인으로서 총을 든 이유에 대해 묻자 그는 “동지들과 함께 싸우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며 “사회 꼭대기에 있는 지도자부터 평범한 시민들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이 함께 러시아를 몰아내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우리는 이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치·문화 기사를 쓰는 언론인이었던 유라시 의원은 2004년 오렌지 혁명 이후에도 민주주의를 향한 시민들의 열망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부패 정권에 실망한 후 ‘새로운 정치’를 선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국민의 종’에 합류했다. 그는 “젤렌스키는 이번 전쟁에서 ‘저항의 상징’으로서 정신력과 의지, 역량을 명확히 보여 주고 있다”고 말했다. 유라시 의원은 이번 전쟁은 우크라이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유럽을 넘어 전 세계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영토 침공”이라며 “국제법을 어긴 러시아의 침략 행위가 결코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보여 줘야 한다”고 했다. 러시아에 대한 전 세계 정부와 기업의 제재에 감사하면서도 우크라이나 영공을 비행금지구역으로 지정해 달라고 유라시 의원은 호소했다. 그는 “공습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에 깔려 숨진 어린이들의 사진을 봤을 것”이라며 “러시아의 공군력을 빼앗는 것이야말로 도덕적이고 인도주의적인 결정”이라고 촉구했다. 유라시 의원은 한국이 우크라이나를 응원하는 것은 특별히 감사할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한국은 전쟁의 참상을 이겨내고 세계 최고의 경제·문화 강국으로 거듭난 놀라운 성공 사례”라며 “우리처럼 비극을 겪는 나라도 언젠가 정상에 설 수 있다는 희망이자 본보기”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전쟁이 끝난 후 우크라이나를 재건할 때 한국으로부터 많이 배우고 여러 시도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 “아시아로 돌아가!” 美 뉴욕서 30대 한국계 남성 ‘커터칼 테러’

    “아시아로 돌아가!” 美 뉴욕서 30대 한국계 남성 ‘커터칼 테러’

    미국 뉴욕에서 아시아계 증오범죄가 또 발생했다. ABC7은 지난달 27일 뉴욕 퀸즈 플러싱의 한 호텔 앞에서 증오범죄 추정 사건이 일어나 34세 한인 남성이 중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괴한은 이날 밤 9시 30분쯤 호텔 앞에 서 있던 피해자에게 다짜고짜 흉기를 휘둘렀다. 피해자는 괴한이 “아시아로 돌아가라!”고 외친 후 자신의 얼굴을 베었다고 밝혔다. 괴한은 현장에서 도주했다.괴한 공격으로 피해자는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병원에서 피해자는 목덜미 12바늘, 왼쪽 귀밑에서부터 뺨까지 14바늘 등 최소 30바늘을 꿰맸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증오범죄로 보고 수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괴한은 아무 이유 없이 남성을 공격했으며, 상자를 자를 때 쓰는 커터칼을 사용했다”며 가해자를 추적 중이라고 설명했다.코로나19 사태 이후 뉴욕에선 아시아계를 겨냥한 증오범죄가 급증했다. 뉴욕경찰에 따르면 뉴욕에서 아시아계를 대상으로 한 증오범죄는 2019년 3건, 2020년 28건에서 지난해 131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한인 피해도 증가했다. 1월 뉴욕 맨해튼에서는 노숙자를 도와주려던 50대 한인이 도리어 강도를 당했으며, 지난달 22일 뉴욕 맨해튼 한인타운에서는 주유엔한국대표부 소속 53세 외교관이 묻지마 폭행을 당했다. 13일 뉴욕 맨해튼 차이나타운에서는 35세 한인 여성이 흑인 노숙자 칼에 맞아 숨졌으며, 지난달 뉴욕 브루클린에서는 66세 한인 남성이 자신의 점포에서 증오범죄 피해를 당했다.미국 전역으로 범위를 넓히면 한인 피해 규모는 더 명확히 눈에 들어온다. 아시아태평양계(AAPI) 증오범죄 방지 단체 ‘스톱 AAPI 헤이트’(STOP AAPI Hate)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2021년 미 전역에서 보고된 증오범죄 사건 중 16.1%가 한인 대상 범죄였다. 중국계(42.8%) 다음으로 가장 큰 피해를 봤다. 스톱 AAPI 헤이트는 2020년 3월 19일부터 2021년 12월 31일까지 미 전역에서 1만 905건의 아시아계 증오범죄 사건이 보고됐으며, 이 중 16.1%에 해당하는 1756건이 한국계 대상 범죄였다고 밝혔다. 증오범죄 6건 중 1건의 피해자가 한국계였던 셈이다.한편 같은 기간 보고된 사건의 38.1%는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했다. 그다음으로는 뉴욕(15.7%)이 아시아계 증오범죄 최다 발생 지역으로 꼽혔다. 뉴욕에서는 9일에도 아시아계를 겨냥한 ‘망치 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는 이날 밤 9시쯤 맨해튼 한 지하철역에서 처음 본 29세 아시아계 남성을 폭행했다. ‘여장’을 한 가해자는 가방에서 꺼낸 망치로 남성의 머리를 강타했다. 해당 사건을 증오범죄로 규정하고 수사에 착수한 뉴욕경찰은 공개수배 몇 시간 만에 흑인 남성 크리스천 제퍼스(48)를 붙잡았다. 뉴욕경찰은 가해자 가방에서 공격에 사용된 망치를 발견했으며, 가해자가 범행 사실을 인정해 증오범죄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 “제발 도와주세요”…‘비행금지구역’ 요청하며 오열한 우크라 전 의원

    “제발 도와주세요”…‘비행금지구역’ 요청하며 오열한 우크라 전 의원

    한나홉코 우크라이나 전 국회의원이 서방정부에게 최대한의 군사 지원을 간청하며 눈물을 흘렸다. 한나홉코 전 의원은 지난 8일(현지시간) MSNBC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우리는 새로운 폭정을 막아야 한다”면서 “전 세계가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한나홉코 전 의원은 러시아 포격으로 마리우폴에서 6세 소녀가 사망한 사건과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도주의적 위기를 언급하며 울먹였다. 그러면서 “서방 정부에 최대한의 군사 지원과 우크라이나 상공을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해 줄 것을 간청한다”며 눈물을 쏟았다.이어 “서방 강대국들은 러시아와 직접적으로 충돌할 위험이 커 더 큰 전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이유로 비행금지구역 요청을 거부하고 있다”면서 “그저 한 명의 아이가 죽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얼마나 많은 우크라이나인들이 죽어가고 있느냐. 우리는 지켜만 보고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나홉코 전 의원은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의회에 요청한다”면서 “제발 우리나라를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나는 비행금지구역 요청이 왜 우크라이나뿐만이 아니라 전 인류에 관한 것이라는 걸 납득시켜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눈물을 흘렸다.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포함해 우크라이나는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등 서방에 우크라이나 상공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해달라고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지난 8일(현지시간) 영국 하원 여야 의원들이 가득한 회의장 중계 화면에 등장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영공을 비행금지구역(no-fly zone)으로 설정해달라”고 다시 한번 촉구하기도 했다. 비행금지구역은 전시에 정부 건물이나 공공장소 등의 상공에 지정되며 이곳을 지나는 비행기는 격추 대상이 된다. 우크라이나 요청대로 영공 전체 또는 일부가 미국이나 나토에 의해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되면 이곳을 지나는 러시아의 전투기나 수송기는 물론 민간 항공기도 미국과 나토의 격추 대상이 된다. 하지만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은 “새로운 세계대전을 촉발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우크라이나 영공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는 국가는 사실상 참전하는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 [사설] 민주당, 민심 겸허히 받아들여 국정에 협력해야

    국민은 5년 만의 정권교체를 택했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이후의 ‘10년 주기 정권교체’도 깨졌다. ‘20년 집권론’을 꺼냈던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한발 더 나아가 “앞으로 민주당이 대통령 열 분은 더 당선시켜야 한다”며 ‘50년 집권론’까지 호기롭게 외쳤지만 허언으로 끝났다. 이재명 후보의 패배는 문재인 정부의 실정(失政)과 ‘내로남불’, ‘편가르기’가 자초했다. 번번이 헛다리를 짚은 부동산 정책과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 조국 사태로 대표되는 ‘갈라치기’에 민심은 등을 돌렸다. 문 대통령은 분열과 갈등의 정치를 바꾸겠다고 약속했지만 말뿐이었다. 임기 말까지 ‘내 편’만 찾아 골라 썼고, 나라는 두 동강으로 쪼개졌다. 대통령은 막판까지 40%의 지지율을 얻었으나 일자리 정책 실패, 34만명 확진자 사태로 끝난 K방역 등 책임 회피와 무능함으로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패배의 한 원인으로 민주당 586세대도 꼽힌다. 민주화 소임을 다한 뒤 시대에 걸맞은 변신을 못 하고 기득권으로 전락한 이들의 권력 돌려 먹기 행태에 국민들은 눈살을 지푸렸다.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586 정치인들이 물러날지 국민들은 주목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곧 출범하고 여소야대 정국이 시작된다. 민주당은 근소한 차이지만 패배는 패배다. 겸허히 민심을 받아들여 대선 결과에 승복하고 국정에 협력해야 한다. 국회 172석이라는 막강한 힘을 앞세워 새 정부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면 강력한 역풍을 맞아 6월 1일 지방선거부터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민주당이 험난한 과제에 둘러싸인 대한민국 앞길에 어깃장을 놓는다면 5년 뒤 권토중래의 기회조차 잡기 어렵다. 패배의 원인을 냉철하게 곱씹어 본 뒤 대대적인 당 개혁에 나서야 다시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할아버지와 결혼할 13세女 구함”…현수막 건 남성 잡고보니

    “할아버지와 결혼할 13세女 구함”…현수막 건 남성 잡고보니

    “60대男 아기 낳을 미성년자 구함”여고 앞 현수막 ‘눈살’경찰, 50대 남성 불구속 입건 대구 성서경찰서는 9일 여자고등학교 앞에 ‘아이 낳고 살 여성을 구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붙인 혐의(옥외광고물법 위반)로 A씨(59)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세계 여성의 날인 지난 8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여자 노예 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게시물에 첨부된 사진에는 한 여고 앞에 부착된 현수막 사진이 담겼다. 현수막에는 “세상과 뜻이 달라 도저히 공부가 하기 싫은 학생은 이 차량으로 와라”며 “혼자 사는 험한 60대 할아버지의 아이를 낳고 살림 할 희생종 하실 13~20세 사이 여성 분 구한다”는 내용의 글귀가 담겼다. 하단에는 연락처로 추정되는 번호도 함께 쓰여 있었다.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쯤 한 트럭이 여고 앞에 멈췄고, 이후 한 남성이 트럭에 이 같은 내용의 현수막을 걸었다. 이를 본 해당 학교 교직원들이 경찰에 신고하여 상황은 빠르게 정리되었지만, 해당 게시물은 온라인상으로 퍼져 나갔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하자 A씨는 현수막을 걸어둔 트럭을 학교 정문 쪽에서 후문 쪽으로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해 현수막을 압수하고 범행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한편 현행법상 16세 미만의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한 19세 이상의 성인은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강간으로 보고 미성년자 의제강간죄에 따라 처벌받는다. 형법 제305조 3항에 따르면, 본 죄를 범할 목적으로 예비 또는 음모한 사람도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 [STOP PUTIN] “제발 비행금지구역 설정해달라” 울음 터뜨린 우크라 전 의원

    [STOP PUTIN] “제발 비행금지구역 설정해달라” 울음 터뜨린 우크라 전 의원

    우크라이나 의회 외교위원장을 지낸 한나 홉코 전 의원이 미국 방송 인터뷰 도중 우크라이나 상공을 비행금지구역(No-Fly Zone)으로 설정해 민간인 희생을 막아달라고 호소하다 끝내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홉코 전 의원은 8일(현지시간) 미국 MSNBC 방송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새로운 폭정을 막아야 한다”며 “러시아의 포격으로 6세 소녀가 사망했고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인도주의적 위기가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하며 울먹였다. 겨우겨우 울음을 참으며 인터뷰를 이어가던 그녀는 “서방 정부에 최대한의 군사 지원과 우크라이나 상공을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해 줄 것을 간청한다”며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쏟고 말았다. 동영상을 보면 6분쯤부터 이 장면이 나오는데 앵커가 러시아군의 봉쇄로 식수 부족을 겪고 있는 마리우폴의 여섯 살 소녀가 탈수증으로 숨졌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하자 그녀는 오열하고 말았다.  이어 “서방 강대국들이 더 큰 전쟁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고 러시아와의 직접적인 충돌을 피하려고 비행금지구역 요청에 대해 거부하고 있다”며 “얼마나 많은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죽었느냐. 우리는 지켜만 보고 있을 수 없다”고 갑갑함을 토로했다. 홉코 전 의원은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의회에게 요청하겠다. 제발 우리나라를 도와달라”며 “난 비행금지구역 요청이 왜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전 인류에 관한 것이라는 걸 납득시켜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눈물을 훔치며 인터뷰를 마쳤다. 사실 러시아군의 침공 이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포함해 부인 올레나 젤렌스카, 우크라이나의 많은 정치인들과 국민들의 염원이 비행금지구역 설정이었다. 특히 러시아가 민간인들까지 무차별적으로 희생시키는 미사일 공격을 퍼붓는 것에 미사일 방공망이 없어 속절 없이 당하기만 하는 우크라이나로선 간절할 수 밖에 없다. 해서 줄기차게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게 우크라이나 상공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해 달라고 매달려왔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영공 전체나 일부를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하면 이곳을 통과하는 러시아 전투기나 수송기는 물론, 민간 항공기도 격추 대상이 된다.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NATO, 유럽연합(EU) 지도자들은 한결같이 우크라이나 요구를 들어주면 3차 세계대전으로 확전되는 빌미가 제공될까 걱정해 단호히 거부하고 있다. 당연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비행금지구역 설정에 동의하는 국가는 전쟁에 개입하는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홉코 전 의원이 눈물을 쏟은 것은 서방 지도자들의 반대 의사를 뒤집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에 세계여론에 호소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그런데 27명의 대외정책 전문가들이 미국과 NATO가 부분적으로라도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는 것이 목소리를 내 주목된다. 이들은 8일 아침 미국 매체 폴리티코에 공동 서한을 기고해 “바이든 행정부와 NATO 동맹국들이 10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협상을 통해 인도적 대피 통로를 합의하면 이를 보호하기 위해 제한적인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이어 구체적으로 “NATO 지도자들은 러시아군과 직접 적대행위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점을 러시아 정부 관리들에게 납득시키고 자신들 역시 민간인 영역에서 러시아군의 공격에 대응하지 않겠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서한에는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를 지낸 윌리엄 테일러, NATO 주재 미국 대사 출신 커트 볼커, NATO와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를 지낸 알렉산더 베르슈보우 등이 서명했다. 테일러 전 대사는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이 점쳐지던 지난달 20일 워싱턴에서 진행된 우크라이나 지지 집회에도 참가했다. 민간인 희생을 막기 위해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한 전례는 세 차례나 있었다. 1991년 1차 걸프전쟁 후 미국과 동맹국들은 일부 민족 및 종교집단에 대한 공격을 막기 위해 이라크에 비행금지구역을 두 군데 설정했다. 유엔의 승인은 없었다. 이듬해 유엔은 보스니아 영공에 승인받지 않은 군용기가 진입하지 못하게 막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2011년 리비아 내전의 피해를 덜기 위해 비행금지구역을 승인했다. 두 전례 모두 NATO가 수행했다. 그러나 NATO의 동쪽 끝 폴란드와 러시아, 벨라루스가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어 이곳에서 일어난 작은 불꽃 하나도 커다란 세력끼리 충돌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는 점은 앞의 세 전례들과 많이 다르긴 하다. 부디 홉코 전 의원의 애절한 호소가 하나의 전기를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 [진경호 칼럼] 오늘, 우리의 절반이 운다/수석논설위원

    [진경호 칼럼] 오늘, 우리의 절반이 운다/수석논설위원

    전쟁 같은 20대 대선을 상징하는 기호는 단연 ‘40%’다. 가는 대통령과 오는 대통령이 모두 이 40%로 수렴된다. 19대 대통령 문재인이 마냥 흐뭇해하는 임기말 국정 지지도가 40% 어름이고, 내일 새벽 가려질 차기 대통령의 득표율도 40%대를 넘어 50%를 넘기긴 어려워 보인다. 절반에 못 미치는, 불행하고 불길한 수치다. 극단의 분열과 배격이 뒤엉킨 우리 정치의 폭력성과 불안정성은 결국 이 ‘40%’를 연원으로 한다. 40%의 독식과 독주…. 60%의 갈라진 다수가 40%의 뭉친 소수에게 모든 것을 내어주는, 민주정치 체제의 이 반민주적 모순 구조 속에서 우리는 5년을 보냈고 새 5년을 맞는다. 부동산 정책 실패, 빈부격차 심화, 저출산 악화, 연금개혁 외면, 코로나 방역 실패 등 책잡힐 일이 수두룩한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말 지지도 40%의 미스터리를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10개의 ‘비결’로 촘촘하게 짚었다. ‘편가르기 정치’, ‘정권비리 은폐 시스템 구축’, ‘긍정 이미지 정치’…. 이들 꺼풀을 하나씩 벗기고 들어가면 결국 단단히 똬리를 틀고 있는 ‘진영’을 만나게 된다. 그를 대통령에 앉힌 41.1%의 ‘집토끼’가 여전히 임기말 지지도 40%를 떠받치고 있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가장 큰 잘못은 이 지점에 있다. 친노폐족의 좌장으로 물러났다가 586세력이 내민 손을 잡고 정치에 다시 발을 디딘 뒤 대통령으로 5년을 보내기까지 10여년, 그는 진영의 ‘단맛’을 흠뻑 누렸다. 문빠의 폭력 댓글을 ‘정치의 양념’이라 감싸고, 조국에게 인간적으로 미안함을 느낀다고 두둔하며 진영의 담장을 더욱 높였다. 그때 이 말만 하지 않았어도, 내 편에다 박아 둔 눈길을 거둬 밖을 내다봤어도 오늘은 달라졌을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든, 윤석열 대통령이든 승리의 찬가를 외칠 내일 새벽, 절반의 국민은 절망에 몸서리치며 탄식할 것이다. 부디 이들에게 서푼어치 다짐을 건네지 말기 바란다. 우리는 하나라는 말, 통합에 매진하겠다는 말, 염장만 지를 뿐이다. 5년 전 당선자가 외친 ‘국민 모두의 대통령’은 60%의 국민들 마음에 멍으로 남아 있다. 당선자의 ‘아무말 대잔치’에 귀를 내주기엔 상처가 너무 깊다. 국민통합에 나선답시고 정치 체제를 흔드는 일부터 삼가기 바란다. 지금의 분열 구조가 승자독식의 대통령 중심제가 낳은 권력과 이익의 카르텔에서 비롯된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는 정치 체제를 손본다고 사라질 폐단이 아니다. 민주당이 대선 직전 대통령 4년 중임제와 결선투표제, 지방선거 중대선거구제 등의 카드를 꺼내 들고 이재명 후보가 맞장구를 쳤으나 선거용으로 족하다. 대통령 4년 중임이 진영을 깬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윤석열 후보 역시 안철수 전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에서 공동정부 구성을 다짐했으나 이를 넘어서는 정치구조 개편엔 긴 호흡을 갖기 바란다. 통합은 목표가 아니라 결과다. 가치를 바로 세우면 통합은 절로 깃든다. 어느 편이든 잘못을 저지르면 벌을 받는다는 믿음, 잘못된 건 반드시 바로잡힌다는 믿음, 누굴 찍었든 사는 데 아무 지장 없더라는 믿음, 내가 한 만큼 거둔다는 믿음, 거기에서 통합은 시작된다. 나와 다른 네가 더이상 두렵지 않을 때, 비로소 우리는 다름을 받아들이고 곁을 내준다. 웅크린 40%와 흩어진 60%는 그래야 만난다. 5년 내내 적폐청산에 매진하고는 돌연 파사현정(破邪顯正)을 정치보복이라 읽을 리 없다. “적폐청산이 정치보복이라면 맨날 해도 된다”는 자와 “무너진 법치와 공정의 가치를 다시 세우겠다”는 자의 싸움 아니었나. 진영 대립이 신앙의 영역으로 넘어간 터,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내일부터 휘몰아칠 광풍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통합은 그 너머에 있다. 내일 아침 울게 될 국민 절반의 눈물을 닦아 줄 건 결국 고통스런 신앙의 해체뿐이다. 사실과 진실, 이성뿐이다.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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