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지방자치법 개정 ‘횡보’
물밑 선거전은 사실상 돌입,지방선거 관련법 개정은 황소걸음.
지난해 8월에 마련한 정부의 지방행정제도 개혁안 및 지방자치법(선거법) 개정안이 선거 1년을 앞둔 현재까지 ‘정치논리’에 밀려 확정되지 못한 채 부작용을 드러내고 있다.
당초에는 지난 3월 임시국회에서 처리,선거준비에 들어간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었다.
■법개정 지연 지방자치 관련법 개정은 10년간의 자치제 시행과정에서 드러난 폐단을 이번 기회에 고쳐야 한다는 당위론에서 시작됐다.그러나 여야는 법개정 원칙에는 공감하지만 세부항목에 대한 입장차이로 지금껏 ‘횡보’만 거듭하고 있다.개정안 처리가 9월 정기국회는 물론 내년 임시국회까지 늦어질 공산이 크다는 게 주위의 전망이어서 출마 예정자나 유권자의 혼란만 부추기는 실정이다.
현재 단체장의 견제와 의원 유급화 등을 골자로 한 지방선거법 개정안은 의원입법으로,‘재정페널티제’ 도입 등을담은 지방재정제도는 정부입법(행자부)으로 추진되고 있다.
여야는 단체장에 대한 견제장치 신설,지방의원 유급제 도입및 의원정수 축소 등 큰 원칙에는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단체장 연임 횟수,연합공천의 법제화,지방선거 실시시기 등에서는 큰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단체장 연임의 경우 민주당은 2006년부터 2회까지만으로제한해야 한다는 생각이나,한나라당은 현재의 3회 연임규정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연합공천은 첨예하게 대립하는 대목.3당 정책연합을 성사시킨 민주당은 이를 법제화하기로 했으나,한나라당은 금지를 명문화하자는 쪽이다.
기초의원의 공천 양성화 방안은 민주당은 허용,한나라당은반대 입장이다. 선거일의 경우 민주당은 예정대로 내년 6월13일,한나라당은 내년 월드컵 성공과 투표율 제고를 위해 5월 9일로 앞당기자는 안을 내놓았다.
부문별로 어떤 안이 채택될지는 국회에서 결론이 나겠지만,이해관계와 정치일정 등에 밀리면서 연내 타결 가능성은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선거전에 들어간 지방정가나,이에대한 대책마련에 부심중인 관가에서는 혼란만 더 커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바람직한 법개정방향 폐단이 드러난 이상 바로잡아야 한다는 데는정치권 및 정부,시민단체 모두 대체로 이견이 없다.개정안 내용을 두고 그동안 여야와 정부는 뜨거운 논쟁과정도 거쳤다.그러나 전문가들은 확정 과정에서 이해타산이 개입되면 지자제 존립 자체를 뒤흔드는 결과를 가져올수 있다고 경고한다.
연합공천 허용과 지방선거 실시시기는 절충이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기초의원의 정당공천 허용은 정략적 색채가 짙다고 지적한다.‘무보수 명예직’인 지방의원의 유급화 문제와 의원정수 조정도 논란을 불러일으킬 민감한 사안.정치논리에 따른 ‘타협’이 아니라 지역의 여건을 충분히 감안한 결론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다.특히 유급화문제는 이제도를 시행중인 미국 일본 등의 외국사례를 잘 파악해 결론을 내야 한다.
건국대 최창호 교수(지방자치학)는 “이번 개정안은 지역의 실정을 필수적으로 감안,중앙정부가 아닌 지역주민의 시각에서 접근해 결론을 내려야 부작용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정부의 고위 관계자도 “개정안은 당리당략적 차원이아니라 단체장의 비리감시와 견제 시스템을 갖추는 방향으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충고했다.
정기홍기자 hong@.
*‘공천장사’ 벌써부터 고개.
광역·기초 단체장과 의회 의원을 뽑는 지방선거를 1년여앞두고 정치권에 때이른 선거바람이 불고 있다.
공천을 노린 경향 각지의 정치지망생들이 벌써부터 실세인사 줄대기 등 물밑 공천경쟁에 나서 그 열기가 날로 더해가고 있기 때문이다.특히 출마를 원하는 인사들이 당내 지역실세들에게 ‘줄대기’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공천헌금 논란도 심심찮게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는 차기 대통령 선거를 불과 6개월 앞두고 실시된다.그때문에 정당마다 지방선거에 전력투구를 하며 대통령선거 비용도 조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어느 때보다 공천헌금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제기된다.
단체장 공천헌금액은 지난번 선거의 경우 영호남처럼 특정정당의 지지도가 높은 지역에서는 인구 50만명 이상이 10억∼20억원, 군소도시는 3억∼5억원에 달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광역의원은 5,000만∼1억원,기초의원은 2,000만원 선을 헌금해야 공천을 따낼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공천권을 행사하는 중앙당 간부나 지구당 위원장의특성에 따라 공천헌금에 대한 속설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도있다.
전남의 한 도의원은 “공천헌금을 내는 경우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지구당위원장이 자신의 추종세력으로 키우기위해 오히려 선거자금까지 지원하는 사례도 많다”면서 “공천헌금의 기부 여부와 헌금의 규모가 모든 후보자들에게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종락기자 jrlee@.
*불출마선언 심완구 울산시장.
“지역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 봉사한 뒤 적절한 때 용퇴하겠다는 결심을 일찍부터 굳히고 있었습니다” 심완구(沈完求)울산광역시장은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하지않고 소신행정을 펼치는 대표적 인사로 꼽히고 있다.그는지난 98년 6·4지방선거 당시 2002년 선거에는 출마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임기 동안 인기에 얽매이지 않고 모든 역량을 쏟아 소신껏일한 뒤 더욱 유능한 사람에게 능력발휘의 기회를 주도록하기 위해서였다.심 시장은 한나라당 소속으로 당선되었으나 광역단체장은 지역발전을 위해 집권당 소속이어야 한다는 점을 절실히 느껴 당선 3개월만에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한나라당 텃밭으로 불리는 지역에서 과감하게 민주당으로 당적을 바꿀 수 있었던 것도 표를 떠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임기 1년을 남겨둔 지금 심 시장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좋은 편이다.심 시장은 표를 염두에 둔단체장이나 의원들의 선심행정 및 지역주의 행동에 대해서유권자들이 냉철하게 심판해 바로잡는 풍토가 정착되어야한다고 강조한다.
심 시장은 “선거는 아무리 엄격한 법을 만들어 강력하게규제해도 한계가 있다”며 “당리당략 등 이해관계에 집착하지 않고 진정한 지역발전을 생각하는 정치권의 순수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울산 강원식기자 k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