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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쫓는 자’ 웃었소 ‘쫓기는 자’ 울었소

    ‘쫓는 자’ 웃었소 ‘쫓기는 자’ 울었소

    올해 최고의 드라마로 뽑힌 ‘추노’(5표)는 대본, 연출, 연기의 3박자가 잘 맞았을 뿐만 아니라 주제의 형상화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추노’의 곽정환 감독-천성일 작가 콤비가 재도전한 ‘도망자’는 가장 아쉬운 작품으로 뽑혀 기대가 높았던 만큼 실망감도 컸음을 보여줬다. ‘2010 베스트 & 워스트 드라마’는 올해 종영한 드라마를 기준으로 했지만, 현재 방영 중인 작품을 꼽은 응답자도 있었다. ●‘추노’ 대본·연출·연기 3박자 척척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추노’를 베스트로 추천한 이유에 대해 “조선 시대 경제 하층인 노비 이야기를 통해 오늘날 신자유주의 체제 속의 양극화 문제를 돌아보게 했다.”면서 “영상 미학적인 부분에서 기존에 볼 수 없던 영상으로 드라마에 현대사를 투영시킨 주제 의식도 돋보였다.”고 호평했다. 장근수 MBC 드라마국장은 “새로운 방식으로 땀 흘리고 공들인 것이 마치 MBC 예능 프로그램의 ‘무한도전’ 같았다.”면서 경쟁사 드라마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장 국장은 “완전히 사전 제작으로 만든 작품은 아니지만 충분히 찍고 충분한 호흡으로 만든 것이 성공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김수현 작가 가족드라마 가치 지켜내 2위를 차지한 SBS ‘인생은 아름다워’(3표)는 동성애 등 파격적인 주제로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막장 드라마의 홍수 속에서 가족 드라마의 가치를 지켜낸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정덕현 평론가는 “재혼 가정, 동성애 등의 소재를 자극적으로 이용하기보다는 가족 드라마의 틀 안에서 부드럽게 풀어내고, 가족의 시선으로 끌어안는 과정을 잘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공동 3위를 차지한 SBS ‘자이언트’(2표)는 모처럼만에 힘 있는 드라마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고영탁 KBS 드라마국장은 “강남 개발사를 통해 얼룩진 현대사를 정면으로 담아낸 것도 좋았고, 등장인물 묘사와 배우들의 연기 등 극적 효과도 뛰어났다.”고 평가했다. ‘성균관 스캔들’(2표)은 시청률은 낮았지만, 한동안 침체된 청춘 멜로물을 부활시키는 동시에 잘 만든 ‘웰 메이드 드라마’라는 평가를 받았다.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사건을 풀어나가는 구조나 등장인물의 캐릭터 구축이 굉장히 모범적이었다.”면서 “희망 없는 젊은 세대의 열정을 부각시키고, 과거 정치 권력의 문제를 현재의 상황에 절묘하게 연결시킨 것도 주목할 만했다.”고 말했다. 각 방송사별로 시청률 면에서 성과를 거둔 작품들도 베스트 드라마에 이름을 올렸다. KBS ‘제빵왕 김탁구’(1표)는 “중간에 막장의 요소가 첨가되긴 했지만, 정의가 이긴다는 메시지를 잘 전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MBC ‘동이’(1표)는 궁중 사극과 서민 사극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은 것에 대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베스트 ‘추노 명콤비’ 워스트까지 차지 올해 가장 아쉬웠던 드라마로 뽑힌 KBS ‘도망자’(5표)의 문제점으로는 의욕 과잉이 꼽혔다. 전문가들은 뭔가 보여주려는 의욕이 너무 앞서다 보니 연기, 연출, 극본에 힘이 들어가면서 전체적인 드라마 톤의 안배에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200억원대의 제작비를 투입했지만, 같은 제작진이 1년에 두 작품을 만들다 보니 준비 기간 부족으로 숙성된 작품이 나오기 힘든 구조였다는 지적도 있었다. ●‘로드 넘버원’ 호화 캐스팅에도 부진 2위를 차지한 MBC ‘로드 넘버원’(3표)은 100억원이 넘는 제작비를 투입하고, 소지섭·김하늘·윤계상 등 호화 캐스팅을 자랑했지만, 기본 줄거리와 배우들의 연기가 겉돌아 드라마가 마치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것 같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6·25 60년 기념 드라마였지만, 전쟁의 비참함이나 평화의 메시지가 약해 전쟁을 소재로 한 멜로 드라마에 그쳤다는 비판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두 드라마 모두 아무리 톱스타와 거액의 제작비를 투입해도 스토리가 빈약하면 볼거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교훈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고 입을 모았다. 3위를 차지한 MBC ‘장난스런 키스’(2표)는 대본, 연출, 연기 면에서 특별히 보여준 것이 없다는 혹평을 받았다. 한 평론가는 “해외(일본·타이완)에서 이미 검증된 콘텐츠였음에도 ‘장난스런 키스’가 실패한 것은 실험성과 창의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자체 기획 드라마가 실패한 것보다 더 큰 책임이 따른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 밖에도 SBS ‘대물’(1표)과 MBC ‘동이’(1표)는 대표적인 용두사미형 드라마로 꼽혔으며, MBC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1표)는 “스타 시스템에만 의존한 블록버스터는 시청자에게 외면받는다는 교훈을 확인시킨 사례”로 지적됐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심사위원 고영탁 KBS 드라마국장, 장근수 MBC 드라마국장, 허웅 SBS 드라마국장,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드라마 평론가),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 [사설] 수뇌부 퇴진 계기 강한 국군으로 거듭나라

    황의돈 육군참모총장이 6개월 만에 퇴진했다. 석연찮은 재산 형성이 문제였다고 한다. 올들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연이은 도발로 국가안보가 위기를 맞고 있는 엄중한 상황에서 육참총장이 과거의 개인적 이유로 물러난 것은 매우 유감이다. 황 총장의 퇴진으로 육군 수뇌부의 인사 폭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군은 일촌의 지휘공백도 없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군은 지난 4일 김관진 국방부 장관 취임과 동시에 강군을 만드는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황 총장이 전역지원서를 제출한 것도 신임 장관과 함께 군 개혁을 선도하고 강한 군대를 만드는 작업에 자신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인사의 계기야 어찌됐든 이명박 대통령과 김 장관은 연평도 피폭 이후 국민에게 약속한 대로 야전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군 수뇌부를 확실히 개편해야 한다. 우선 임관 기수별 자리 이어받기를 단절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치권을 기웃거리지 않고 오로지 군인의 길만을 걸어온 야전군 출신 지휘관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는 것이 절실하다. 황 총장과는 경우가 다르겠지만, 합참과 해·공군 수뇌부도 언제든 물러날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합참의장과 각군 참모총장의 임기는 2년으로 정해져 있다. 그러나 책임질 일이 터졌을 때조차 자리에 연연해선 안 된다. 이번 연평도 피폭과 관련해서 합참의장과 각군 총장들도 지휘책임이 없지 않을 것이다. 임명된 지 3~6개월밖에 되지 않았다고 해서 면죄부를 받는다면 그 또한 강군을 가로막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물론 안보 관련 사건이 터질 때마다 수뇌부를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피폭은 군으로서는 6·25 이후 가장 치욕스러운 사태이며, 지금의 안보상황은 너무도 엄중하다. 군 수뇌부 스스로 자신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강한 군대, 기강이 바로 선 군대를 만들 수 있지 않겠는가. 연평도 피폭으로 국민은 안보위협을 뼈저리게 실감했다. 젊은이들은 힘들기로 소문난 해병대 수색병과를 앞다퉈 지원했다고 한다. 애국심으로 무장한 젊은이들을 더욱 강인하게 키우는 일은 군의 몫이다. 수뇌부 교체를 국군이 무적의 강군으로 거듭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 정부차원 6·25 납북피해 진상조사 시작

    6·25전쟁 기간 납북 피해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진상규명 활동이 13일 시작됐다. 지난 3월 제정된 법률에 따라 설치된 ‘6·25전쟁납북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김황식 국무총리)가 오후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대강당에서 출범회의를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 것이다. 위원회 측은 이어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 전시납북자 가족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사무국(사무국장 유종렬) 개소식도 열었다. 위원회는 6·25전쟁 중 발생한 납북사건의 진상조사를 비롯, 납북자 및 납북가족 여부 심사·결정, 이들의 명예회복, 납북자의 생사확인·송환 등과 관련한 사항을 심의, 의결하게 된다. 총리를 위원장으로 외교통상부·통일부·국방부·행정안전부 장관, 경찰청장 등 정부 위원을 비롯해 통일부 장관 추천을 받아 총리가 위촉한 전시 납북자 가족 3명, 민간위원 6명 등 총 15명으로 구성됐다. 정부는 1950~60년대 발간된 6·25전쟁 납북자 명부 7종을 바탕으로 전시 납북자가 10만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중에는 제헌의원 50여명, 2대 국회의원 27명, 언론인 230여명 등도 포함돼 있다. 납북피해신고는 내년 1월부터 전국 기초자치단체(시·군·구) 및 151개 재외공관 등을 통해 접수할 예정이다. 위원회는 법정 조사활동 기간인 4년 내 진상규명을 끝내고 활동 종료 후 6개월 내 진상조사보고서를 작성한다. 또 진상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납북자 명예회복을 위한 기념사업을 추진하고 대북협의를 통한 생사확인·상봉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그러나 북측이 전시·전후를 막론하고 납북자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있어 생사확인·송환까지는 난관이 예상된다. 통일부에 따르면 2006년부터 이산가족 상봉 등을 계기로 22명의 전시 납북자 생사확인을 의뢰했지만 북측은 2명(사망)에 대해서만 생사를 확인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자선단체 비리로 기부 위축돼 안타까워”

    “자선단체 비리로 기부 위축돼 안타까워”

    “TV에서나 보던 유엔 본부 총회장이 눈앞에 펼쳐지니 감개무량하더라고요.” UN본부 무관단이 주는 ‘평화메달’을 받은 세계적인 팝페라 테너 임형주(24)씨의 소회다. 한국인 최초이자 역대 최연소 수상자다. 시상식 뒤 미국 뉴욕에 며칠 더 머무르고 있는 임씨는 9일 서울신문과의 국제전화 통화에서 “솔직히 어깨가 너무 무겁다.”면서도 “미력하나마 세계 평화를 위해 기여했다고 하니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17개국 참전용사에 공연수익 전액 기부 ‘평화메달’은 전 세계 각 분야의 대표적 인물들 가운데 세계평화와 인권신장을 위해 힘쓴 인물들에게 주어진다. 미국의 ‘자유메달’과 더불어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는 상이다. 지난 5일 뉴욕 카네기홀에서 ‘6·25 한국전쟁 60주년 기념공연’을 가졌던 임형주씨는 수익금 전액인 2만 달러(약 2280만원)를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17개국 참전용사 후손들의 장학사업을 위해 기부했다. 이 공로 등이 인정돼 평화메달 수상자로 낙점됐다는 후문이다. 임씨는 “평화메달 후보자 명단에 오른 사실은 (카네기홀 공연차) 출국하기 전에 알고 있었지만 기대하지는 않았다.”면서 “출국 직전 유력하다는 얘기를 들어 비행기 안에서 가슴을 졸였다.”고 웃으며 털어놓았다. 임씨의 카네기홀 공연도 ‘최초’란 수식어가 붙었다. 이로써 그는 카네기홀 3개 공연장(아이작 스턴 오라토리움, 웨일 리사이틀홀, 잔켈홀) 무대에 모두 선 최초의 한국인이 됐다. 그는 “경사가 겹쳤다.”며 쑥스러워했다. 임씨는 평소에도 기부 활동을 많이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해에는 고(故) 김수환 추기경 추모 공연 수익금 전액을 각막·장기 기증 캠페인에 내놓았다. 임씨는 “지금껏 내게 항상 좋은 일만 있어 ‘너무 좋은 일이 많으면 안 좋은 일이 생길 수 있다’고 주변에서 걱정하곤 했다.”면서 “이 때문에라도 내가 받은 만큼 되돌려주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카네기홀 3개 공연장 모두 선 기록도 “기부자들도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고민해야 한다.”는 임형주. 참전용사 후손에게 장학금을 기부한 것도 용사들이 실질적으로 원하는 방식이었다고 한다. 그는 재능 기부에도 열심이다. 새해에는 그가 운영하는 비영리 교육기관인 영재교육원에서 가정 형편이 어려운 20여명의 학생을 선발, 멘토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내년 2월쯤 오디션을 실시할 생각이다. “요즘 일부 자선단체의 비리 때문에 기부가 많이 위축됐다고 들었어요.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하지만 액수가 중요한가요. 단돈 1000원이라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것으로 된 것 아닐까요.” 그는 13일 귀국한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사설] 또 난장판 국회… 국민은 울고 싶다

    우리 국회의 고질병이 또 도졌다. 한밤 난투극으로 폭력 국회가 재연됐다. 예산국회는 폭력의 기록을 3년 연속으로 늘렸다. 야당은 국회 곳곳을 점거해 민주주의 전당을 무법천지로 전락시켰다. 한나라당은 국토해양위원회 회의장을 봉쇄했고, 예결위에 이어 본회의에서도 예산안을 단독 처리해 다수의 횡포만 통하는 그들만의 국회로 추락시켰다. 민생법안은 그 틈바구니에 끼여 국민 곁으로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 정쟁에 빠져 허우적대는 정치권 때문에 국민은 울고 싶다. 국회 폭력쇼는 이틀째 계속됐다. 한나라당 현기환 의원은 병원에 실려가고, 민주당 강기정 의원은 얻어 맞고, 여성 보좌진은 깔려 실신하는 등 부상자가 속출했다. 본회의장 유리는 산산조각 났다. 동원된 의원 보좌진 등이 내뱉는 농담은 서글프다. 그들은 미디어법 통과 때 익혔던 싸움 기술을 이번엔 초반부터 실행했다고 자랑스럽게 떠들었다. 여야 구분 없이 의원들이 지역구 예산을 챙길 건 다 챙겼다는 말은 또 뭔가. 난투극 전에 잇속부터 열심히 채웠다니 순발력이 놀라울 뿐이다. 얼마 전 세비 5.5% 인상도 모자라 ‘청목회 면죄부법’을 슬그머니 추진하더니 의원들의 뻔뻔함은 끝이 없다. 국회는 안도, 밖도 못 본다. 6·25 이후 최악의 안보 위기에도 적전 분열이다. 연평도 피란민을 돌볼 생각도 않고, 구제역 확산에 조류 인플루엔자까지 터져도 오불관언이다. 그들은 흑백 논리에 빠져 산더미처럼 쌓인 민생법안을 못 본다. 한나라당은 171석이란 수의 힘만 믿고 걸핏하면 강행처리, 단독처리다. 소수 야당을 끌어안는 정치력도, 민심을 두려워하는 조심스러움도 없다. 야당은 되돌릴 수 없는 단계인 4대강 사업을 포기하라며 반대만 외쳐댄다. ‘대안 정당’으로 발돋움하려는 몸부림도, 민심을 업으려는 호소력도 찾을 수 없다. 4대강 예산 쌈박질에 폭력국회의 씨앗은 이미 잉태됐다. 박희태 국회의장이 질서유지권을 발동한 것은 당연한 조치다. 실력 저지와 단독 처리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한나라당이 국회 폭력을 막겠다며 추진해온 국회선진화법안은 1년 넘게 상임위 상정도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단독 처리하려면 이것부터 했어야 했다. 여야는 사생결단식 난투극 버릇을 뜯어고쳐야 한다. 아니면 차기 총선 때 그들을 쫓아낼 것이다.
  • [연평도의 교훈(6)] 달라진 세대별 안보관(끝)

    [연평도의 교훈(6)] 달라진 세대별 안보관(끝)

    북한의 연평도 포격이 있은 지 2주일, 연평도 주민들은 찜질방에서 피란살이를 이어가고 있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전쟁이 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많이 사라졌다. 하지만 연평도 포격 이후 세대별 안보의식에는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민간인까지 숨지면서 6·25를 겪지 않은 전후 세대들에게는 전쟁의 참상을 깨닫게 된 계기가 됐다. 북한에 대한 강경대응에 찬성하면서도 확전(擴戰)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김철우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국방전문연구원은 “연평도 도발은 국민들이 북한 군사적 위협의 실체를 체감한 계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천안함 사건이 잘잘못을 가리는 소위 ‘블레임 게임’으로 빠져 이념의 논쟁으로까지 번졌다면 연평도 사건은 국민 모두가 한목소리를 냈다.”고 분석했다. 전쟁의 위협은 젊은 세대들에게 더 충격적이었다. 중학교 3학년생인 서채은(15)양은 “기사만 읽어도 전쟁이라는 느낌이 들었고 무서웠다. 앞으로는 북한에 대해 공격·전쟁·김정일 같은 이미지만 떠오를 것 같다.”고 말했다. 구로고 1학년 김준호(16)군도 “전쟁이 끝난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긴장하면서 살아갈 것 같다.”고 말했다. 이른바 ‘반공교육’을 받으며 자란 50·60대의 반응도 비슷했다. 자영업을 하는 윤석봉(56)씨는 “연평도 도발로 어릴 적 배웠던 ‘반공의식’이 되살아났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세대는 어릴 적에는 북한을 무조건 적이라고 배웠고, 중년이 돼서는 남북이 점차 화해하고 협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관계진전을 직접 목격한 세대”라면서 “이런 간극에서 다양한 생각들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번 사태를 계기로 북한이 우리의 ‘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북한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나 안보의식이 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과거와 달리 라면을 사재기하거나 주가가 급락하지 않은 것은 불안하지만 그 불안이 증폭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넓게 퍼져 있다는 방증”이라며 “일시적인 불안감이지 안보의식이 근본적으로 바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김수진(25·여)씨도 “민간인 사망으로 큰 충격을 받았지만 일시적인 일 같다.”면서 “불안하지만 방독면을 사둔다거나 대피소를 찾거나 비상식량을 비축해 두지는 않는다. 연평도에 국한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의 의식이 바뀌는 것은 개인이 자신의 이익이 침해됐다고 느끼는 것인데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다.”며 “연평도가 지정학적으로 떨어져 있는 것과 과거 정권에서 10년 동안 평화에 길들여졌던 것도 이유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에 대한 인식은 급격하게 나빠졌지만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과거 10년 동안 길들여져 왔던 인식, 가치관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정대화 상지대 교양학과 교수는 “천안함 사건이나 연평도 포격사건으로 피해자가 생겨 북한에 대한 인식이 나빠질 것이라는 것은 예상할 수 있다.”면서 “이것이 대북 인식을 악화시키겠지만 50년간 극단적인 대립에도 통일을 지향하는 분위기가 있었던 것처럼 평화·통일·안정을 바라는 정서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효섭·윤샘이나·김양진기자 newworld@seoul.co.kr
  • 참전 유공자에 15만원 사망위로금

    참전 유공자에 15만원 사망위로금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안보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동작구의회가 6·25 전쟁 및 월남전 참전 유공자들의 사망위로금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조례를 통과시켜 화제다. ‘참전유공자 예우 및 지원에 관한 조례’는 동작구 주민 가운데 6·25 전쟁 및 월남전쟁에 참전한 유공자들이 사망했을 때 사망위로금 15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지급대상은 국가보훈처에 참전유공자로 등록된 사람으로서 관내에 1년 이상 주민등록이 돼 있는 사람이다. 참전유공자 사망 후 1년 이내에 유가족들이 지급 신청하면 된다. 다만 보훈급여금을 받는 사람과 고엽제 후유의증에 따른 수당을 받는 사람은 지원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조례는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현재 구에 거주 중인 6·25 전쟁 유공자는 1200여명, 월남전 유공자는 8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례안 발의를 주도한 유태철 구의원은 “상이용사나 고엽제 피해자들에게는 보훈처의 지원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참전유공자들에게는 지원이 열악하다.”며 “그들의 희생에 비하면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지만 영정에 화환을 바친다는 심정으로 이 조례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참전유공자들이 연로한 가운데 참전후유증 등으로 또 다른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게 유 의원의 설명이다. 그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국민들의 안보의식이 더욱 고조되는 시기이고, 주민들의 애국심 고취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 의원은 3선 구의원으로 구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다. 지난 5대 구의회에서는 전반기 의회운영위원장을 역임했다. 특유의 친화력으로 지역 내 마당발로 불린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씨줄날줄] 해병대/함혜리 논설위원

    “그들은 귀신을 잡을 수 있을 정도로 용감했다.” 6·25 전쟁 당시 한반도의 전쟁터를 종횡무진 누비며 현장감 있는 기사로 전쟁의 참상과 이면을 세상에 알린 뉴욕헤럴드트리뷴의 종군기자 마거릿 히긴스가 1950년 8월 23일 자에 송고한 기사다. 히긴스는 ‘귀신 잡는 해병대’란 제하의 기사에서 우세한 적군을 기습적인 양동 상륙작전으로 공격해 적의 점령지를 탈환한 한국 해병대의 용맹함을 전세계에 소개했다. 김성은 부대장이 이끄는 한국 해병대는 바로 그 일주일 전 경남 통영에서 상륙작전을 감행해 적의 수중에 있던 통영을 탈환하고 낙동강 방어선 서측방을 지키는 데 성공했다. ‘귀신 잡는 해병대’의 전통은 한국군 최초의 단독 상륙작전으로 평가되는 통영지구작전에서 비롯됐다. 상륙작전을 주 임무로 하는 해병대는 6·25전쟁이 발발하기 불과 1년 전인 1949년 4월 15일 초대 사령관 신현준 중령 휘하 380명(장교 26명, 하사관 54명, 병 300명)의 소수병력으로 창설됐다. 하지만 특유의 전우애와 단결력, 국가를 위한 충성심, 사명감과 용맹성, 그리고 막강한 전투력으로 열악한 환경과 조건을 극복하면서 한국전과 베트남전 등 수많은 전투에서 불패의 신화를 남겼다. ‘작지만 강한 해병대’, ‘안 되면 될 때까지’, ‘무적 해병’,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란 구호는 머리로 짜낸 게 아니다. 전쟁터에서 피와 땀을 함께 흘리면서 자연스럽게 경험을 통해 생겨난 것이다. 해병대 정신과 전통을 보여주는 것은 표어 말고도 많다. 정의와 자유를 위하여 바다와 육지에서 용맹스럽게 싸워 승리하는 해병대를 상징하는 해병대 마크, 지구상 어디든지 가서 싸우면 반드시 승리하는 해병대를 상징하는 팔각모와 해병대원으로서 용기와 신의를 갖춰 책임과 의무를 다하라는 붉은색 명찰, 검은 섀미 워커, 상륙돌격형 두발, 특유의 교육훈련 등. 타군과 확실히 차별되는 해병대 문화와 전통은 해병대로 젊은이들을 몰리게 만든다. 북한의 연평도 도발로 해병대 소속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이 전사하면서 해병대 지원이 줄어들 것으로 우려했지만, 지원병들은 오히려 증가했다고 한다. 대통령 직속 국방선진화추진위원회는 해병대 병력감축계획을 백지화하고, 대신 병력과 장비를 강화해 신속대응군 역할을 수행하는 ‘국가전략기동부대’로 육성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제라도 대한민국 해병대의 충성심과 용맹심이 제대로 평가받게 된다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연평도의 교훈] ① 국가전체 안보의식 전환점돼야

    [연평도의 교훈] ① 국가전체 안보의식 전환점돼야

    북한이 서해 연평도에 무자비한 포격을 가한 지 1주일이 지났다. 6·25전쟁 이후 최악의 도발에 따른 충격은 지금까지 가시지 않고 있다. 대낮에 민간인에게 포를 발사한 북한군에 대한 분노가 큰 만큼 우리 군의 무기력증에 대한 지탄의 목소리도 크다. 미국의 안보가 9·11 테러 이전과 이후로 구분되듯 연평도 사건을 한국판 9·11로 교훈 삼아 군과 정부, 정치권은 물론 국민까지 자성하고 환골탈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연평도 사건을 계기로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는 교훈을 시리즈로 싣는다. “어머나, 어떡해요. 지금 막 포탄이 떨어지고 있어요. 아악~” 지난달 23일 백주에 TV를 타고 들려온 연평도 주민의 다급한 목소리는 선뜻 현실로 믿기 힘들었다.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 순식간에 벌어지면 실감이 안 나는 법이다. 하지만 몇 시간 뒤 화면을 통해 피격 장면이 생생히 드러났고, 국민은 경악했다. 미국인들은 이런 경험을 이미 9년 전에 했다. 2001년 9월 11일 아침, 여객기가 맨해튼의 국제무역센터 빌딩을 들이받는 영화 같은 장면에 미국인들은 넋을 잃었다. 믿기 힘든 도발에 충격을 받기는 미국이나 한국이나 같았지만 그후 양국이 걸은 길은 달랐다. 9·11 테러 바로 다음날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뉴욕의 테러 현장을 찾아 ‘보복전쟁’을 천명했다. 대통령의 말은 말로 그치지 않았다. 불과 사흘 뒤 부시 대통령은 오사마 빈라덴이 숨어 있는 아프가니스탄에 지상군 투입 결정을 내렸다. 의회는 테러 응징을 위한 긴급지출안 400억 달러를 승인했다. 이듬해 11월 미 행정부는 대 테러 기능을 통합한 ‘국토안보부’를 창설했다. 1947년 이래 가장 큰 규모의 정부조직 개편이었다. 지난 3월 말 일어난 천안함 사건을 처절하게 교훈삼았다면 연평도 사건은 막을 수 있었는지 모른다. 당시 정부와 군은 “어떠한 도발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호언했지만, 결과적으로 지켜지지 않았다. 불과 8개월 전 기습공격을 당했던 군대의 대포는 거짓말처럼 고장나 있었고, 군 수뇌부는 여전히 용단을 내리지 못하고 허둥댔다. 국민은 정부와 군에 돌을 던질 자격이 있을까. 9·11 테러가 일어났을 때 미국의 정치권과 여론은 정파와 이념을 막론하고 대통령에게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평소 그토록 부시를 저주했던 미국 국민과 야당도 국난 앞에서는 하나가 됐다. 반면 천안함 사건을 믿지 않는 일부 우리 국민은 북한대신 대통령을 저주했다. 북한의 도발이 시청각(視聽覺)으로 눈앞에 펼쳐지고 민간인이 희생을 당하고 나서야 국민들이 제대로 심각성을 인지하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 자신을 뼛속까지 뜯어고치지 않는 한 제2, 제3의 연평도 사건은 계속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따라서 대한민국의 안보는 연평도 사건을 기점으로 천지개벽의 변신을 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주문이다. 9·11 테러를 당한 미국은 대통령에서부터 일선 군부대에 이르기까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테러 나흘 만에 보복공격이 단행된 것은 평소 군 지휘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반면 언제 전쟁을 치렀는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우리 군은 무기력했다. 천안함 사건 직후 대통령은 군 기강확립과 국방개혁을 지시했지만 결과적으로 군이 정신을 차리지 않았음이 연평도 사건으로 확인됐다. 정치가 군을 망쳤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 정권 10년간 군의 ‘전투 DNA’가 사멸됐다는 지적과 함께 정권이 바뀌더라도 대북 정보나 작전을 다루는 핵심전력은 흔들지 말고 근간을 유지하는 불문율 같은 것이 있어야 하는데 원칙 없는 인사가 횡행하면서 전문성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시스템도 시스템이지만 결국은 사람의 의지 문제라는 지적도 설득력을 갖는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연평도 사건을 보면서 근본적으로 군이 싸우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 후보자 스스로도 “군 조직이 행정조직처럼 변해버렸다.”고 자조했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진지하게 의지를 자문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 있다. 9·11테러 직후 1주일간 증권시장이 열리지 못하고 모든 국제 항공선이 차단되는 바람에 미국민들은 경제적·심적으로 큰 고통을 받았지만, 그들은 테러와의 전쟁을 주저하지 않았다. 전쟁이 옳은가라는 논쟁은 차치하고, 미국인들은 피해를 감수하고라도 자신들의 훼손된 자존심을 회복하는 길을 택했다. 때문에 “9·11로 미국인들은 그토록 소중하게 여겨온 자유를 안보에 내줬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반면 우리는 피해를 무릅쓰고라도 정의를 실현할 용기가 있는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민이 확신을 갖지 못하면 선거로 뽑힌 정부는 우물쭈물할 수밖에 없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부고] 김수조 北 피바다가극단 총장

    [부고] 김수조 北 피바다가극단 총장

    북한 집단체조 ‘아리랑’을 연출한 김수조 피바다가극단 총장이 사망했다. 79세. 조선중앙통신은 1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수조의 사망에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하고 고인 영전에 화환을 보냈다.”고 전했다. 이 통신은 그러나 사망 일시와 원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김수조는 세계 최대 집단체조로 지난 2007년 8월 기네스북에 오른 ‘아리랑’ 외에 노동당 창당 55주년기념 집단체조인 ‘백전백승 조선로동당‘(2000년 10월), 고(故) 김일성 주석 70회 생일 경축야회(1982년 4월), 제6차 노동당대회 경축야회(1980년 10월) 등의 총연출자였다. 또 북한의 ‘5대 혁명가극’에 속하는 ‘밀림아 이야기하라’와 ‘금강산의 노래’를 비롯, 음악무용극 ‘영광스러운 우리 조국’, 무용극 ‘봉선화’ 등을 연출해 ‘인민예술가’(1989년 10월), ‘공화국 영웅’(2000년 11월), ‘김일성상 계관인’(2002년 8월) 칭호를 받았다. 서울 출신으로 6·25전쟁 중 월북한 그는 지난 2001년 2월 제3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때 북측 방문단의 일원으로 서울에 와 조카를 만나기도 했다. 지난 1995년부터 피바다가극단 총장을 맡아 온 그는 2003년과 지난해 최고인민회의 11~12기 대의원으로 잇따라 선출됐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정세욱 풀뿌리 정치] 국민은 불안하다

    [정세욱 풀뿌리 정치] 국민은 불안하다

    연평도 전역에 대한 북한의 무차별 공격으로 군인과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하고 민가 수십채가 파괴됐다. 연평도 포격은 단순한 도발이 아니라 치밀하게 계획된 침략행위다. 집과 살림을 버리고 황급히 육지로 피란 나온 연평도 주민들은 찜질방에서 지내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이 국가의 첫번째 임무인데 적의 포화에 맥없이 당한 모습을 보는 국민은 불안하기만 하다. 남한을 무력으로 적화통일하려는 북한의 야욕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다. 그들은 대한민국 국민 모두를 적으로 본다. 대통령을 살해하려고 무장공비를 침투시킨 1·21 청와대 습격, 아웅산 폭탄 테러, 대한항공 폭파 등 반인륜적 테러행위를 저질렀고, 동해안 잠수정 침투, 천안함 폭침 공격 등 무력 도발은 도를 더해가고 있다. 무고한 민간인을 집단 살해하고도 입만 열면 ‘우리 민족끼리’를 내세우는 냉혈한(血漢)들이다. 저들은 만행을 저질러 놓고 발뺌하거나 우리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워 응징하겠다며 협박했고, 자기 잘못을 인정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천안함 폭침을 ‘남측 자작극’이라 우기고, 연평도 포격에서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한 것은 군사시설 안에 민간인들로 인간방패를 세운 우리의 책임이라고 억지를 부린다. 60년 전 6·25전쟁을 일으켜 한반도 전역을 초토화하고 수백만명을 살해한 그들이 처음에는 북침이라고 우기더니, 남침 사실이 밝혀지자 ‘민족통일을 위한 불가피한 전쟁’이었다고 궤변을 늘어놓았다. 북한은 거짓말과 뒤집어씌우기에 이골이 난 정권이고, 잔인성과 비양심의 표상이다. 볼셰비키 혁명 이후 공산당의 집권방식이 무력혁명과 폭동, 무차별 살상이었지만 북한은 유례가 없는 가장 악랄한 정권이다. 국민이 불안한 것은 북한의 호전성과 무력도발 때문만은 아니다. 원래 북한은 그런 정권임을 알기 때문이다. 북의 남침을 막고 군사적 도발을 억제하라고 연간 30조원이 넘는 혈세를 들여 60만명 이상 병력을 유지하는데, 북의 도발에 어이없이 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국민은 불안한 것이다. 불과 10㎞ 거리의 적 포진지에서 1000여문의 해안포가 우리를 겨누고 있는데, 우리는 고작 K9 자주포 6문을 배치했을 뿐이라니 이해할 수 없다. 더구나 K9 자주포로는 적의 동굴을 공격할 수 없음을 알면서도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고, 3문은 고장이 나서 3문만으로 반격을 가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이런 군 지휘부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는가. 이명박 대통령은 대 국민 담화에서 국방개혁으로 강군을 만들어 북의 추가 도발을 단호히 응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 국민 약속을 잘 지키지 않아 국민의 신뢰가 낮아진 터라 강력 응징이란 말을 선뜻 신뢰하기 어렵다. 천안함 전사자 46명을 보내던 날 이 대통령은 북한의 추가 도발 시 2~3배 응징하겠다고 다짐했지만, 북한의 연평도 포격에 응징하지 않았다. 더욱 불안한 것은 정치권의 반응이다. 연평도 포격에 대해 일부 정치인들은 이명박 정부가 남북관계를 악화시킨 결과라며 정부의 대북정책에 책임을 돌렸다. 국회의 대북결의안 채택 시에도 일부 국회의원은 주저하거나 반대했다. 어느 나라 국회의원인지 의심스럽다. 세비 인상, 보좌관 수 늘리기, 전직 국회의원 평생연금 월 120만원씩 지급, 정당공천제 도입 등 자기 잇속 챙기기 법안 통과에는 한통속인 여야 국회의원들이 정작 국가의 위기상황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는 모습을 보면서 실망했다. 북한의 전쟁 도발을 막으려면 최신무기들을 배치해 전력을 증강해야 한다. 정부는 특별예산을 편성해 서해 5도 지역을 난공불락(難攻不落)의 요새로 만들고, 북한의 어떤 도발에도 즉각 응징할 수 있는 철통 방위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군은 훈련을 강화하고 정신무장을 해야 한다. 국민·정부·군·정치인은 하나로 뭉쳐야 한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어떤 희생도 치를 것이란 결의를 다져야 한다. 우리 군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전투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세계 최강의 미군과 동맹을 맺고 있다. ‘전쟁을 피하려면 전쟁준비를 하라.’ 그래야만 국민은 안심할 수 있다.
  • “60년전 포탄 피해 연평도 왔는데…이젠 영감도 없이 또 피란 나오다니”

    “60년전 포탄 피해 연평도 왔는데…이젠 영감도 없이 또 피란 나오다니”

    “6·25 때 피란을 내려와서 연평도를 고향 삼아 살았는데, 여기서 다시 피란을 나오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 60년 전, 29살의 젊은 나이에 전쟁을 피해 남쪽으로 내려온 라애자(89) 할머니는 일주일 전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았던 두 번째 피난길에 올랐다. 북한의 포탄 공격이 있은 뒤 딸과 함께 배를 타고 연평도를 빠져나올 때는 60년 전 고향 평안남도 진남포에서 총성을 피해 남쪽으로 내려오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6·25 피란을 내려올 때 아버지와 같이 열차를 타면서 너무 경황이 없어 어머니랑 생이별을 했던 것이 기억나. 참 많이 울었지….” 인천 찜질방에서 라 할머니는 종종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전쟁 악몽 자꾸 떠올라” 연평도 포격이 발생한 지난 23일 친정 나들이 온 둘째딸을 배웅하고 침대에 누워 눈을 붙이던 라 할머니는 ‘쾅쾅’하고 포탄이 떨어지는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현관문이 저절로 열리고 폭발 소리가 이어지면서 6·25전쟁 당시의 기억이 떠올랐다. 라 할머니는 “과거 전쟁 때 머리 위로 비행기들이 뱅뱅 돌던 소리가 생각나면서 겁이 났다.”고 말했다. 피란의 최종 정착지였던 연평도에서 만난 남편은 황해도 해주 사람이었다. 북한의 연평도 공격 일주일 전인 지난 16일 숨을 거둔 할머니의 남편 손성준(85)씨는 군인 출신으로 6·25 전쟁 당시 우리군과 영국함대 등에 서해 뱃길을 안내하는 공을 세워 국립이천호국원에 묻혔다. 라 할머니는 “돌아가신 우리 영감이나 나나 어렵게 피란을 와서 평생을 연평도에서 살았는데, 영감이 돌아간 다음에 나 혼자 또다시 피란길에 오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포토] 한미연합훈련 실시…美항공모함의 위력 ●“포탄 떨어지는 소리 아직도 생생” 역시 찜질방에서 기거하는 김상진(66)씨도 6·25전쟁 당시 피란길에 올랐던 이북 출신이다. 당시 배를 타고 인천 팔미도 쪽으로 피란을 내려온 김씨는 “(6·25 당시) 함께 피란 내려온 부모님과 민가에 숨어들어 주먹밥 하나로 하루 끼니를 때웠다.”고 돌이켰다. 두번째 피란생활을 하는 김씨는 “수백명이 한데 모여 생활하니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포탄에 우리 마을이 폐허가 된 모습이 악몽으로 남아 내내 지워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그땐 ‘딱꿍총’(당시 북한 인민군이 사용하던 총을 지칭) 소리도 듣기 힘들었는데 이번에는 내가 살던 마을에서 머리 위로 ‘쉭쉭’하며 포탄 떨어지는 소리가 생생하게 기억나 더 끔찍하다.”면서 “목숨이 붙어있는 게 다행”이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인천 백민경·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열린세상] 연평도 도발 이후 한국의 외교안보/조윤영 중앙대 국제정치학 교수

    [열린세상] 연평도 도발 이후 한국의 외교안보/조윤영 중앙대 국제정치학 교수

    북한은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한국 연평도를 무차별 포격함으로써 국력상승의 잔치 분위기를 덮어버렸다. 북한의 무력공격으로 군인과 민간인 4명이 사망하고 20명이 부상했다. 국민의 안보불안뿐만 아니라 연평도민의 삶의 터전인 섬의 피해도 매우 심각한 실정이다. 성공의 축배를 들면서 긴장이 이완되었을 무렵, 북한은 치밀하게 무력공격을 감행한 것이다. G20 정상회의 개최와 북한의 연평 도발은 대한민국의 현실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건이다. G20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는 세계대전 이후 가장 모범적 발전국가를 이룬 한국이 국제경제를 주도하는 G20 정상회의의 좌장으로서 국가브랜드와 글로벌 리더십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반면 이러한 국가적 번영과 평화가 북한의 도발 앞에서는 쉽게 무너질 수도 있는 것임을 보여준 것이다. 이번 북한의 도발은 6·25전쟁 이후 그들이 감행한 무수한 도발과는 차별성을 가지고 있다. 북한군이 대형 화기로 우리의 영토를 직접 공격하여 군인과 민간인을 살상한 초유의 사건이다. 전시가 아닌 평시에 연평도의 민간인 거주지역에 무차별 포격을 퍼부었을 뿐만 아니라 대량살상용 무기까지 사용하는 등 위협의 강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도발을 계기로 남한을 직접 공격하는 ‘위협의 시대’가 한반도에서 열리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이 연평도 도발 등을 통해 달성하려는 목표는 다양하다. 우선 권력 승계의 안정적 이행이다. 김정은 체제로 이어지는 권력 승계에서 내부의 불만을 억제하려고 북한은 남한을 외부의 적으로 삼아 위협을 조장하고 있다. 이를 통해 북한 주민의 단합을 조성하고 군부의 충성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다. 또한, 위협전술을 통해 남한 국민에게 안보불안을 조성하고 남남갈등을 일으켜 정부의 대북정책기조를 전환시키려는 것이다. 결국, 우리사회에 전쟁의 공포를 확산시켜 굴복한 모습으로 북한과의 협상테이블에 앉히려는 속셈이다. 북한은 오랫동안 각종 도발을 했지만, 우리의 대응은 미흡했다. 천안함사태 이후 우리의 미온적 태도가 연평도 도발을 낳았을 수도 있다. 따라서 ‘악행에는 보상이 없다.’는 교훈을 반드시 심어줘야 한다. 철저한 국방안보태세를 점검하고 개선하여야 한다. 유례가 없는 3대 권력세습을 위해서 북한 주민을 처참하게 한 북한정권의 위협에 휘말리지 않고 굳건히 일어서야 한다. 세계 주요 국가들과 경제적 협력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안보와 통일에 대한 외교적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G20 정상회의 개최는 매우 의미 있는 외교적 성과였다. G20 정상회의 개최와 성과 등을 평가하고 앞으로 국제사회에서 한국외교가 나아갈 방향을 심도 있게 논의하여 국력상승의 계기를 마련하고자 했던 분위기가 북한의 연평 도발로 반감됐지만 이에 대한 평가 작업은 지속하여야 할 것 같다. G20 서울 정상회의는 한국외교의 무대를 한반도에서 지구촌으로 확장시켰다. 글로벌 외교 무대를 활짝 열었다. 하지만 G20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의장역할을 역임했다는 자부심만으로는 부족한 측면이 있다. 모든 분야에서 실질적인 국가이익에 부합되지는 않더라도 특정 분야에서라도 주도적인 노력과 이익 달성이 필요하다.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교량적 역할을 통해 여러 국가로부터 지지와 이해를 이끌어 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정부와 국민이 긴밀히 협력하는 경제개발 모델을 제시하고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등 경제문제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노하우도 다양하게 갖고 있다. 따라서 이들 개도국과 선진국들 사이에 한국은 중견국가로서 훌륭한 가교역할을 모범적으로 보여주어 국제사회의 새로운 글로벌 리더 국가의 본보기가 될 수 있다. 국방안보태세에 대한 전면적인 점검과 다시는 안보불안이 확산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G20 서울 정상회의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통해 국가이익에 충실한 G20 전략개발에 나서야 할 시점이기도 하다.
  • [사설] 北, 한·미 훈련 경고 메시지 똑바로 새겨라

    사상 최고수준인 한국과 미국 양국 동맹군의 연합훈련이 어제 서해 상에서 막이 올랐다.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와 고성능 지상감시 정찰기인 조인트 스타스 등 첨단 무기체계가 총동원됐다. 나흘 동안의 훈련기간 중 우리 해군 최초의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과 손발을 맞추게 된다. 정확한 훈련 해역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서해 북방한계선(NLL)으로부터 남쪽으로 약 160㎞, 중국 산둥반도로부터 남동쪽으로 약 170㎞ 이상 떨어진 한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서 행해질 것으로 보인다. 평택에서 남서쪽으로 300㎞ 떨어진 격렬비열도 해상으로 추정된다. 북한 옹진반도 해안기지에 배치된 미사일이 닿지 않는 지점이다. 주요 외신이 전하는 것처럼 우리 국민들은 북한이 저지른 연평도 포격을 6·25전쟁 이후 최악의 공격행위로 간주하고 있다. 전쟁을 불사하더라도 보복을 요구하는 분노의 목소리도 있다. 한반도의 긴장 고조와 전장화를 바라진 않지만, 북한의 추가 도발만은 결단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오늘 특별담화를 발표한다. 당연히 북의 비인도적 군사 도발을 규탄하고, 추가 도발 때 단호하게 막대한 응징을 가하겠다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연합훈련이 개시된 어제 북한의 방사포 발사 징후가 포착돼 한때 대연평도에 긴급대피령이 내려졌다. 북한은 중국의 반발을 무릅쓰고 ‘떠다니는 군사기지’ 조지워싱턴호가 유례 없이 평택 앞바다까지 올라온 까닭을 알아야 한다. 작전반경이 무려 700㎞인 항모의 화력은 엄청나다. 북한군의 포격동향이 탐지되면 최첨단 전폭기 슈퍼 호넷 등 80여대의 항공기가 순식간에 출격해 20분 내 공격지점을 초토화할 수 있다. 북한군 판문점 대표부는 2차, 3차의 물리적 보복타격을, 대남기구인 조평통 인터넷 웹사이트는 연합훈련을 ‘부나비’로 비유하며 또 으름장을 놓고 있다. 한국 내에 전쟁 공포감을 조성해 미국과의 협상력을 높이려는 술책일 뿐이다. 북측이 개성과 금강산지역 우리 국민을 인질화할 개연성도 무시 못 한다. 이는 북한체제가 중국언론의 보도대로 갈증해소용으로 독배를 들고, 막다른 길로 가는 격이다. 김정일·김정은 부자는 우리의 인내심을 더 이상 시험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 韓-中 ‘연평도 해법’ 너무 달랐다

    韓-中 ‘연평도 해법’ 너무 달랐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한·중 양국의 해법은 크게 달랐다. 우리측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중국이 냉전시대의 사고에서 벗어나 ‘공정한 중재자’의 역할을 맡아야 하며, 이를 위해 남북관계를 보다 공정하고 전향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우리 측의 반박에도 불구하고 중국 측은 6자 회담의 재개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28일 “중국이 앞으로 남북관계에 있어 보다 공정하고 책임 있는 자세를 갖고 한반도의 평화를 이루는 데 기여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2시간여 동안 다이빙궈(戴秉國)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일행을 면담하면서 이같이 밝혔다고 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이 전했다. 다이 국무위원은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특사 자격으로 방한했다. 이 대통령은 “20세기 냉전시대가 종식된 지금 편 갈라서 하는 게 아니지 않느냐.”면서 “21세기 공존과 평화를 지향하는 남북관계에서 중국이 새로운 위상에 걸맞은 역할을 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북한이 그동안 부인하던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을 공개한 데 이어 이번에 민간인까지 무차별 공격한 것은 중대한 사태의 변화”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정부는 6·25 이후 북한의 끊임없는 도발을 계속 인내해 왔지만 북한이 추가도발을 해 온다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이 국무위원은 “연평도 사태로 인한 한국 측 희생에 애도와 위로를 표하고 남북한 평화를 위해 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앞으로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한·중 간 전략적 소통이 강화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다이 국무위원은 또 후 주석의 구두메시지를 이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시론] 북한의 ‘연평도발’과 대한민국의 선택/전성훈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시론] 북한의 ‘연평도발’과 대한민국의 선택/전성훈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북한의 연평 도발로 군인과 민간인 4명이 사망하고 20명이 부상했다. 이번 도발은 과거와는 몇 가지 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휴전협정이 체결된 이래 북한 정권에 의한 무수한 도발이 있어왔지만, 북한 ‘정규군’이 ‘공개적’으로 우리 ‘영토’를 향해 ‘직접 공격’을 감행해서 군인뿐 아니라 ‘민간인’을 무차별로 살상한 것은 처음이다. 그 호전성과 무모함에서 과거와는 양상이 크게 다른 군사도발이다. 지금 한반도는 급변하는 안보상황에 직면해 있다. 지난 7월 미국의 국가정보국장에 지명된 제임스 클래퍼가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말한 뼈있는 한마디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는 천안함 사태를 거론하면서 “한반도는 북한이 남한을 직접 공격함으로써 대내·대외적인 목표를 달성하려고 하는 새로운 위험한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북한 정권이 연평 도발을 통해서 노리는 목표는 크게 두 가지이다. 대내적으로 권력승계 과정에서 야기되는 내부의 반발을 억누르기 위해서 남한을 외부의 적으로 삼고 대결을 조장하는 것이다. 내부의 불만을 남한을 향해 분출하는 구도를 조성하고, 사실상의 전쟁분위기 속에서 권력이양을 진행하겠다는 의도이다. 천안함 사태를 통해 이미 이런 방향이 정립된 것으로 보이며, 앞으로 추가 도발이 예상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여러 측면에서 볼 때, 연평 도발의 더 큰 목적은 대남협박용이다. 민간인 공격이라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마다하지 않으면서 북한이 노리는 것은 우리 사회에 전쟁에 대한 공포감과 북한정권에 대한 두려움을 확산시켜 우리 국민과 정부의 기를 꺾고 굴복시키겠다는 것이다. 김일성이 남한 내 좌익세력을 믿고 6·25 남침을 감행했듯이, 천안함 사태를 둘러싸고 벌어진 우리 사회의 국론분열은 북한의 연평 도발을 부추긴 큰 요인이다. 천안함 침몰의 원인을 둘러싼 우리 내부의 논란은 적어도 북한 정권으로 하여금 추가 도발을 보다 쉽게 결정할 수 있게 만든 요소임이 분명하다. 북한이 공격지점을 백령도에서 연평도로, 그 대상을 군인에서 민간인으로 확대하면서 마치 대한민국의 심장부를 죄어오는 느낌이다. 북한 정권은 연평 도발을 통해 우리에게 ‘비굴한 굴종의 평화’와 ‘우리의 존엄을 지키는 삶’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북한 정권의 입맛에 맞게 다 들어주면서 ‘평화’라는 이름 아래 퍼주고 끌려다니며 살 것인지, 아니면 전쟁의 위협을 일치단결해서 극복하고 나라의 격과 국민의 자존심을 지킬 것인지를 묻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선택은 분명하다.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3대 세습을 하면서 수많은 우리 동포를 사지에 몰아넣은 북한 정권의 협박에 굴하지 않고 분연히 일어서서 국가안보와 국력 신장에 매진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나라의 존엄과 격을 지키고, 국민의 자존심과 긍지를 지키면서 더 강한 대한민국을 만들고 평화통일의 주역으로 거듭나는 것이야말로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적 책무이자 민족적 소명이다. 우리 사회는 북한 정권의 처절할 정도로 집요한 대남 적대전략의 실체를 간과한 채 너무 안이하게 살아왔다. 이제는 옷깃을 여미고 우리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그리고 북한문제로 국력을 낭비하는 불필요한 남남 갈등에 종지부를 찍고 주적논쟁도 끝내야 한다. 대낮에 무차별 포격으로 우리 국민을 살상하는 북한군이 주적이 아니면 누가 우리의 주적이란 말인가? 자유와 평화는 지키려는 의지를 갖고 철저하게 준비하는 자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이다. 한동안 유행했던 말이 바로 “평화는 돈을 주고서라도 사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평화를 사겠다고 준 돈이 부메랑이 되어 핵과 잠수함 그리고 해안포와 곡사포로 되돌아 온 것이 아닌가? 역사의 진실은 “평화는 결코 돈을 주고 살 수 없다.”고 우리에게 가르치고 있다.
  • [사설]北 도발 ‘수십배 자동타격’ 시스템 갖춰라

    충격이다. 분노를 넘어 허탈하다. 국민은 너무 몰랐다. 우리 군(軍)의 교전 시스템이 이토록 허술한지를 꿈에도 생각 못했다. 청와대와 군이 외치던 ‘단호 대응’ ‘철통 대비’를 국민은 너무 믿었다. 당국은 또 뒷북이다. 교전 규칙을 전면 보완한다고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다. 그래도 할 수 없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외양간을 고쳐야 한다. 더 많은 소를 잃기 전에 깡그리 뜯어 고쳐야 한다. 북한이 또다시 도발하면 수십배까지 타격할 수 있는 교전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국가 안보태세에 총체적인 부실이 드러났다. 군은 설마설마하다가 대비에 소홀했다. 천안함 폭침 사태를 당하고도 구태의연한 교전 시스템을 벗어나지 못했다. 전면 쇄신 약속은 허언에 그쳤으니 국민을 속인 꼴이다. 정보 당국이 북한의 도발 징후를 포착했다는 얘기가 들린다. 사실이라면 심각한 일이다. 즉각 군에 통보해 대비하도록 했어야 했다. 북한이 우리 안보체제를 만만하게 보고 오판할까 걱정스럽다. 그들이 도발을 꿈도 꾸지 못하도록 환골탈태한 군을 보여줘야 한다. 軍 말바꾸기는 국민불신만 증폭시킬 뿐 서해 5도는 북한의 코앞에 있는 군사 요충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주포는 12문 밖에 안 된다. 반면 북 해안포는 무려 1000문에 이른다. 구조적으로 2~3배의 교전 대응이 불가능하다. 6·25 악몽이 새삼 떠오른다. 탱크로 남침할 때 우리는 소총으로 대응했다. 연평도 사태는 그 꼴이다. 차라리 북한에 고마워해야 할 판이다. 그들은 우리 군의 현주소를 지금이라도 제대로 읽게 해줬다. 북한을 규탄하고 욕설을 퍼붓는 것만으론 모자란다. 서해 5도를 포함해 최전방 지역에 타격 장비 등의 전력을 대폭 증강해야 할 것이다. 연평도에 배치된 K9 자주포는 6문 중 절반인 3문이 고장났다. 그런데도 군은 천안함 사태 때처럼 말바꾸기 행태를 보였다. 합참은 당초 2문이 포격 당해 전자장비 고장으로 4문으로 사격했다고 발표했다. 1문이 불발탄에 걸려 먹통이 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것도 모자라 엉뚱한 곳을 때렸다. 북한은 개머리 지역에서 공격했는데 첫 대응은 무도 지역으로 향했다. 2차 때 야 포병 레이더에 잡힌 대로 개머리 지역으로 포격했다는 것이다. 합참의 계속되는 말 바꾸기는 불신을 증폭시킬 뿐이다. 군 고위관계자는 언론만을 탓한다. 현지의 해병 장병들이 목숨을 걸고 대응 타격에 나섰는데 이를 몰라준다고 푸념을 늘어놓는다. 맞는 말이다. 장병들은 최선을 다해 싸웠다. 전력이 열악한 상태에서 북한군의 170발에 80발로 응사했으니 영웅들이다. 격려를 아끼지 말아야 할 일이다. 그러나 본말이 전도된 발언이다. 애시당초 비례성·신속성 원칙이 지켜질 수 없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 군이 이를 몰랐다면 직무유기이고, 알고도 개선하지 않았다면 국민 기만이다. 北 추가도발 땐 반드시 ‘궤멸’로 응징해야 적의 포탄이 쏟아지는 곳에서만 대응토록 한 교전 규칙은 근본적으로 잘못됐다. 엉터리 규칙 때문에 연평도 부대는 현장 지휘관의 자위적 대응 사격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포탄이 떨어지면 일단 피신한 뒤 맞대응할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 그 공백을 방치하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인근 지역은 물론이고 좀 더 먼 곳에서 미사일로 지원 사격해줘야 한다. 이도 부족하면 공대지 폭격도 가능토록 교전 규칙을 바꿔야 한다. 확전이 부담스럽다면 북 해안포를 정밀 타격할 수 있는 신형 무기를 배치해야 한다. 그래야만 2배, 3배, 아니 수십배 대응 타격이 가능해진다. 한·미 양국이 28일부터 서해 합동군사훈련에 들어간다. 웬만한 국가의 군사력과 맞먹는 미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도 참가한다.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해도 이번만은 강경대응 자세를 굽히면 안 된다. 북한이 이번 훈련을 빌미로 추가 도발을 할지도 모른다고 지적하는 군사 전문가들이 있다. 북한이 핵탄두를 장착한 무수단 미사일 발사 실험을 강행할 가능성을 예고하는 이들도 있다. 한·미 양국은 철통 공조를 통해 만일의 사태에 빈틈없이 대처해야 할 것이다. 북한은 포문을 열어놓았다며 협박하고 있다. 2차, 3차 물리적 보복타격 운운하기도 한다. 추가 도발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는 필요조건에 불과하다. 철저한 응징 없이는 추가 도발을 막기 어렵다. 그리고 서해 5도에만 눈을 돌려서는 안 된다. 북한이 또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른다. 테러나 요인 암살 등 다른 형태의 도발 가능성도 대비해야 한다. 그리고 추가 도발이 있다면 반드시 ‘수십배 타격’으로 궤멸시켜야 한다.
  • 2차공포 확산… 주민 총대피령

    2차공포 확산… 주민 총대피령

    25일 오후 2시 40분 연평도 당섬 선착장. 오장육부(五臟六腑)가 뒤집힐 정도로 지독한 배멀미 끝에 연평도에 도착했다. 텅 빈 해안가는 숨이 멎을 만큼 조용했다. 바닷바람은 칼로 살을 에는 듯 차가웠다. 경찰 SUV 차량으로 연평파출소까지 가는 데 채 5분이 걸리지 않았다. 2차선 도로 양옆으로 펼쳐진 개펄을 지나 마을 초입에 들어섰지만 눈을 씻고 봐도 사람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열에 여덟아홉으로 단층 슬레이트집 유리창은 박살 나 흉가 몰골을 하고 있고, 주인 잃은 자전거만 여기저기 널브러져 뒹군다. 북한군의 집중 포격을 맞은 2010년 11월의 연평도. 60년 전인 6·25전쟁 때와 너무 닮아 있었다. 형광색 옷을 입은 건설·통신 복구 작업 인부들이 차에 올라타는 모습이 보여 섬을 둘러보기로 했다.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거의 모든 집 유리창이 안팎으로 산산조각 났고, 창틀도 녹아내렸다. 포탄이 떨어진 주변은 지붕이 폭삭 주저앉는 등 잿더미로 변해 있다. 집 안에도, 밖에도 위험한 곳 천지이고 고치려는 사람은 없다. 오후 3시 30분. 파출소 뒤 우체국의 직원들이 깨진 창을 라면박스로 막고 있다. “창만 막았는데도 훨씬 낫다.”면서 “전기나 난방이 안 돼 석유버너로 라면을 끓여 먹거나 적십자사에서 주는 배식품으로 밥을 해 먹는다.”고 말했다. 파출소에서 150m쯤 떨어진 연평면사무소의 직원은 “조금 있으면 잔류 주민 230명도 다 섬을 나갈 것”이라고 했다. “상황이 끝난 것이 아니어서 대피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의 서해훈련이 끝나는 다음 달 1일까지 인천으로 내보낸다. 워싱턴호의 서해 한·미연합훈련에 북한이 어떻게 반응할지 모르기 때문이란다. 주민이 완전 소개(疏開)되면 남는 사람은 군인을 제외하고 경찰, 소방서, 보건소 직원 등 100여명. 잠은 책상에 앉아서 자거나 연평초·중·고에서 새우잠을 청한다. 텐트가 설치됐지만 날이 너무 추워서 밤에는 이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남아 있는 주민들도 25일 두 차례에 걸쳐 대부분 인천으로 빠져나갔다. 동부리 이장 염형권(63)씨도 “인천에 연고가 없기는 하지만, 여기 있기는 불안해서 나간다.”며 서둘러 짐을 쌌다. 지금 연평도에는 ‘2차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향삼주(63·여)씨는 “망가진 세간살이며 집을 보니 끔찍하다. 다시 연평도에 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윤종균(58)씨는 “오늘 다시 연평도에 들어간다고 하자 아내가 집이랑 세간 다 버려도 좋으니 가지 말라고 했다.”고 했다. 25일 연평면에 따르면 전체 주민의 80%인 1120여명이 인천 등지로 피난한 것으로 집계(오후 5시 기준)됐다. 오후 8시, 해가 저물자 연평도에는 을씨년스러운 적막감만 돌았다. 연평도 백민경·김양진기자 white@seoul.co.kr
  • [사설] 北에 잘못된 신호 보내는 정치권 행태들

    북한이 23일 연평도를 기습 공격한 뒤 일부 야당의 행태는 실망스럽다. 8개월 전 천안함이 폭침(爆沈)된 뒤와 다를 게 없다. 국회는 어제 본회의를 열고 연평도 포격 사태를 무력도발로 규정하고 북한에 사죄와 재발방지를 요구하는 내용의 규탄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당초 여야는 그제 대북결의안을 채택하려 했으나 결의안 문구를 둘러싼 이견으로 늦어졌다. 민주당·민주노동당·진보신당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즉각적인 대화를 남북 정부에 촉구하는 내용을 결의문에 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간인 2명과 해병 2명이 죽고 쑥대밭이 됐는데 무슨 대화를 운운한단 말인가. 준(準) 전시상황인데도 당리당략에만 매달려 주판알을 튕기는 것으로 보이니 한심하다. 여론이 좋지 않자 민주당 등은 당초 주장을 접고 결의안 처리에 동의했다. 민주당 소속 송영길 인천시장이 북한 논리를 대변하는 듯한 글을 올린 것도 철없는 처사다. 그는 북한이 연평도를 공격한 지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자기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북측의 훈련 중지 경고통지가 있었으나 우리 군에서 북측이 아닌 방향으로 포사격을 하자 자극 받은 북이 우리 군 포진지를 집중적으로 공격했다.”고 밝혔다. 송 시장은 북한의 공격 논리를 대변하려고 작정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 군의 훈련은 그동안 통상적으로 계속 해오던 것이다. 더구나 북측의 영토나 영해를 향해 포를 쏜 것도 아니다. 평양시장, 개성시장도 아닌 인천시장이 이렇게 개념 없는 글을 쓰다니 납득이 되지 않는다. 청와대 김희정 대변인의 행태도 국민들의 속을 터지게 만든다. 그는 연평도가 공격 당한 지 30분쯤 지나 기자들에게 “우리가 호국훈련 중이었기 때문에 연관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대변인인지, 북한 대변인인지 헷갈릴 정도다. 이렇게 감각이 없을 수 있나. 김 대변인이 이런 발언을 하게 된 과정에 책임이 있는 관련자들은 즉각 경질돼야 한다. 6·25전쟁 뒤 처음으로 우리나라 땅이 북한으로부터 직접 공격 받은 상황에서 여야가 있을 수 없다. 정치권은 들끓는 민심을 제대로 헤아려, 불필요한 정치공방으로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어리석음을 저지르지 않기를 바란다.
  • “난생 처음 ‘피난’… 어디 더 머물수 있겠나”

    “난생 처음 ‘피난’… 어디 더 머물수 있겠나”

    “세 번째 악몽이네요.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길 바랐는데….” 25일 인천 옹진군 연평도 당섬선착장. 배에서 내린 염흥권(63)씨의 다리는 후들거렸다. 굳게 다문 입술과 미간의 주름에서 불안과 착잡함이 묻어났다. 염씨는 북한 포탄 170여발이 쏟아지던 지난 23일 연평도를 빠져나왔다가 이날 다시 섬을 찾았다. 늦둥이 아들 민섭(27)씨가 북한의 포격이 이어지던 시각 옹진수협연평출장소에서 근무 도중 떨어진 문짝에 허리를 다친 것. 염씨는 아들을 인천의 병원에 입원시키기 위해 배를 얻어 타고 뭍으로 향했다. 연평도에서 태어나 평생을 보낸 염씨는 난생 처음 타의에 의해 섬을 빠져나와야 했다. 염씨는 북한의 공격에 아들이 다치고 이웃집들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니 공포감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말했다. 줄담배를 피워대던 그는 “병원에서 아들을 간호하다 깜박 잠이 들면 포탄이 하늘을 뒤덮는 악몽을 꾼다.”면서 “연평도에서 6·25 전쟁을 경험한 어르신들도 이런 일은 난생 처음이라며 모두 두려워하신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염씨에겐 1999년 제1차 연평해전과 2002년 제2차 연평해전 역시 쓰라린 기억으로 남아 있다. 농부인 염씨는 바다에 나가지 않아 당시 멀리서 포성을 들었다, 하지만 이번만큼 심각한 공포는 없었다. 눈 앞에서 북한이 쏜 포탄이 터지고, 자식이 다치고 이웃들의 집이 무너지는 것을 보며 난생 처음 느끼는 공포감에 사로잡혔다. 그는 “1·2차 연평해전 때는 ‘쾅쾅’하는 포소리만 들렸는데, 8년만에 다시 찾아온 북한의 위협은 눈앞에서 벌어지는 생지옥이었다.”며 눈을 감았다. 염씨는 더 이상 연평도에 머물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집이 어떤지 살펴보기 위해 잠시 들어가지만 무서워 어디 연평도에 더 머물 수 있겠느냐.”면서 “인천에 친척도 없고, 연고도 없어 나가도 막막하지만 섬에 머무는 것보다는 안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염씨는 “우리 자식 세대에서는 반드시 남북이 하나가 돼 삶의 터전인 연평도에서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길 소망한다.”면서 “정부가 남북 간 화합과 신뢰가 회복될 수 있도록 힘써 달라.”고 주문했다. 염씨 등 뒤로 저무는 서해 하늘이 유난히 붉게 물들었다. 연평도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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