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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예병사 폐지에… 軍뮤지컬 공연 취소

    다음 달 예정됐던 군 창작 뮤지컬 ‘더 프라미스’의 재공연이 연예병사제도 폐지에 따라 취소됐다. 국방부는 다음 달 26일부터 30일까지 국립국장 해오름극장에 올릴 예정이었던 이 공연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20일 밝혔다. 지난 1월 초연한 ‘더 프라미스’는 6·25전쟁 정전 60주년을 맞아 국방부와 육군본부, 한국뮤지컬협회가 공동 제작한 창작 뮤지컬이다. 당시 연예병사로 복무 중이던 배우 지현우, 김무열, 가수 이특(슈퍼주니어), 윤학(초신성) 등 30여명이 출연했다. 하지만 육군은 이달 초 이들을 야전부대로 재배치하고 일반 병사로 전환했다. 이번 재공연에는 연예병사로 복무했던 김무열, 이특과 뮤지컬 배우 김호영 등이 출연할 예정이었다. 국방부 관계자는 “지난달 연예병사제도가 폐지된 상황에서 이 공연이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내린 결정”이라면서 “연예병사들이 일반 병사의 신분으로도 출연할 수 있지만 국민 정서를 고려해 공연을 취소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뮤지컬 사업 전반의 정리 방향에 대해서도 내부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어려울 때 의지할 수 있는 200명의 ‘따뜻한 품’

    소외가정과 민간 후원자를 연결해 주는 서대문구의 ‘100가정 보듬기 사업’이 시행 2년 반 만에 200가정에 도달했다. 문석진 구청장은 20일 오후 4시 구청장실에서 열린 197번째에서 200번째 가정과 후원자 결연식에 참석해 축하했다. ‘100가정 보듬기 사업’은 국가의 복지정책에 따라 공식적인 지원 대상에 포함된 수혜자를 제외한 한부모·조손 가정, 다문화·독거노인 가정 등을 발굴해 민간 후원자들과 이어주는 사업이다. 재정 여건 때문에 국가는 복지 혜택을 마구 넓힐 수 없고 민간 후원자는 돕고 싶어도 적절한 대상을 찾을 수 없다는 점에서 착안, 이 둘을 잇는 역할을 맡으면 어떻겠냐고 문 구청장이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2011년 1월 1호 가정 탄생을 시작으로 동주민센터, 복지기관, 서대문구 사회복지협의회, 동 지역사회복지협의체 등이 적극적으로 어려운 이웃을 발굴해 후원자들과 연결해 주면서 200가정을 달성했다. 후원자가 매월 후원금을 내면 구 등은 공적부조 수혜자 수준의 종합적인 관리 체계를 가동한다. 현재까지 8억 3700만원이 지원됐다. 이날 200번째 가정 후원 결연식에 참석한 이는 박동열(79)씨다. 6·25전쟁 때 홀로 월남한 박씨는 온갖 일을 해가며 자수성가했다. 2011년 이미 세 가정 지원을 시작했고 이번에 또 네 가정 지원에 나섰다. 박씨는 “월남해 의지할 곳 없던 나에게 손 내밀어주는 사람이 없던 게 가장 가슴 아팠다”면서 “내가 조금이라도 남에게 비빌 언덕이 되어줄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문 구청장은 “다 함께 행복하고 따뜻한 서대문구를 만들고자 제안했던 사업인데 이처럼 훌륭한 후원자들 덕분에 빠른 시일 안에 200가정이나 품어 안을 수 있게 됐다”면서 “후원자들의 명예를 존중해 주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후원자들에 대한 명예의 전당 같은 것을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연말에는 후원자와 결연가족이 한데 모여 서로 격려하는 자리도 마련할 예정이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 [글로벌 시대] 그리스의 한국전 참전 의의/정해문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

    [글로벌 시대] 그리스의 한국전 참전 의의/정해문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

    기원전 5세기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프로타고라스는 ‘인간은 만물의 척도다’라고 갈파함으로써 인간 중심의 우주질서를 예견했다. 동시대 아테네 민주주의의 꽃을 피운 정치지도자 페리클레스는 ‘데모크라티아’라는 정치이념을 전 세계 인류에 선사했다. 그로부터 100년 후인 기원전 334년, 알렉산더대왕의 동방원정 시작과 함께 인간 중심의 세계관인 헬레니즘이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 민주주의와 인본주의로 대표되는 그리스 문명은 그가 정복한 페르시아에서부터 이집트, 인도 북부에 이르기까지 동서양을 가로지르는 대제국의 영토를 인문 고속도로로 삼아 세계 곳곳으로 전파되었으며 오늘날까지 인류문명의 핵심가치로 자리 잡고 있다.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자 민주주의와 인간 중심의 가치로 무장한 페리클레스와 알렉산더대왕의 후예인 그리스 병사 1만 581명이 한국전선에 투입되었다. 이 숫자는 2300년 전 알렉산더대왕이 4만명의 그리스 병사 호위를 받으며 페르시아 정벌에 나섰던 이후 지금까지 단일국가에 대한 그리스 파병 중 최대 규모의 병력이다. 당시 그리스 인구가 700만명 정도였음을 감안할 때 이 같은 규모의 파병 결정은 역사를 통해 면면히 이어내려온 민주주의 종주국으로서의 자부심과 이를 지키고 확산시켜야겠다는 확고한 국민적 합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2차대전 종전 이후 그리스는 1949년까지 5년간 공산세력과의 내란 와중에 국가 존망이 걸린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었다. 트루만독트린과 마셜플랜으로 대변되는 미국의 과감한 공산주의 봉쇄정책과 서유럽 재건지원정책에 힘입어 그리스는 발칸반도 전체가 공산화의 소용돌이 속에 빠져 있을 때 최후의 보루로서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데 성공했다. 아테네 시내 중심지 헌법광장에 서 있는 무명용사비에는 그리스군이 참전한 나라와 지역 이름이 새겨져 있다. 그중에 그리스어로 뚜렷이 부각되어 있는‘한국’을 만나면 잠시 숙연함에 숨을 고르게 된다. 아테네시 교외 파파고시에 2004년 세워진 그리스의 한국전 참전비에는 ‘병사에게는 어느 곳이던 무덤이 될 수 있다’는 비문이 새겨져 있다. 대의를 위해 전쟁터에 나가 장열하게 전사한 병사는 그 업적과 용맹으로 어느 곳에 묻혀도 사람들의 마음속에 영원히 기억된다는 의미이다. 이 비문은 기원전 431년 아테네와 스파르타 간 일어난 펠로폰네소스 전쟁 첫해에 희생된 아테네 병사의 장례식에서 페리클레스가 헌사한 추도사의 일부로 역사를 통해 두고두고 회자되는 말이다. 그리스 병사들이 한반도 창공에 높이 들어 휘날린 민주주의와 휴머니즘의 깃발은 전쟁의 상흔과 가난에 찌들려 있던 우리 국민들 가슴속에 희망의 불씨를 지펴주었다. 한국땅에서 지켜낸 민주주의의 승리는 그 후 동아시아 지역의 정치지형을 바꾸면서 세계를 향해 자유·민주체제의 우월성을 입증하고 확산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올해 한국전 정전 60주년을 맞아하여 민주주의 창조국 그리스의 한국전 참전이 가져다준 역사적 의의를 재조명해 볼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한국전은 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전 사이에서 더 이상 ‘잊힌 전쟁’이 아니라 개인의 자유 신장과 창의력 창달이 어떤 꽃을 피울 수 있는지를 보여준 ‘명예로운 전쟁’으로 기념되어야 할 것이다.
  • DMZ 평화공원 후보지 파주·철원·고성 검토

    DMZ 평화공원 후보지 파주·철원·고성 검토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5월 미 의회 연설에 이어 8·15 경축사를 통해 북측에 공식 제안한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 후보지로 정부가 파주(경기)와 철원·고성(강원)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16일 “개략적인 마스터플랜을 수립했으며 이를 보완 중”이라며 “관계부처와 함께 필요한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입지와 관련, 현재 관계부처 및 전문가와 함께 평화의 상징성, 환경 영향성, 접근성 등을 기준으로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는 “서부·중부·동부전선에서 각각 DMZ 세계평화공원 후보지가 검토되고 있다”면서 “서부전선에선 파주, 중부전선에선 철원, 동부전선에서는 고성이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파주는 경의선 철도와 도로가 연결돼 있고 분단을 상징하는 판문점과 대성동 마을 등이 있다. 6·25 당시 최대 격전지인 철원에는 백마고지와 노동당사 건물 등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고성은 설악산과 금강산을 연결하는 백두대간 중심에 있는 데다 남북을 연결하는 철로·육로가 있다. 세계평화공원으로 선정된 지역에선 남북이 무장 병력·장비를 철수시키고 지뢰를 제거하는 한편 DMZ 내에 설치된 철책을 뒤로 물린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다. 정전협정에 따르면 군사분계선(MDL) 기준으로 남북한 군대는 2㎞씩 물러나야 하지만, 양측은 DMZ 내에 GP(소초)를 운영하고 있다. 북한의 호응이 필수조건이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박 대통령의 지난 5월 미 의회 연설 직후 북한 대남선전용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는 DMZ 세계평화공원에 대해 “민족 분열의 불행과 고통을 안고 사는 온 겨레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모독”이라며 거칠게 비난했다. 하지만 지난 14일 개성공단 정상화 회담 타결로 기류의 변화 조짐도 보인다. 최근 방북해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과 면담한 박상권 평화자동차 사장은 “김 부장이 ‘개성공단이 잘되면 DMZ도 잘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힌 바 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친일논란 인사의 물품이 문화재? 역사 눈감은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가 최근 친일 행적 논란이 있는 백선엽, 민철훈, 윤웅렬, 윤치호, 민복기 등의 의복과 유물 등 총 11건 76점의 문화재 등록을 보류한 조치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문화재청은 지난 6월 21일 이들 유물이 “의생활 분야에서 역사·문화적 가치가 크다”며 문화재 등록을 예고했으나, 곧바로 항일 독립운동가 단체들의 반발을 불러왔다. ‘운암 김성숙 선생 기념사업회’ ‘단재 신채호 선생 기념사업회’ 등은 아예 이달 초 기자회견까지 열어 “친일행위자들의 물품이 문화재로 등록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문화재 당국을 압박했다. 이는 역사적 맥락을 읽기보다 단순히 보전가치만을 따진 ‘기계적’ 행정이 불러온 결과로 풀이된다. 문화재청은 지난 6월 24일 경기 파주 소재 ‘감악산 결사대 사당’을 비롯한 6·25전쟁 관련 역사문화유산 5건을 문화재로 등록 예고하면서도 현장 답사도 없이 국가보훈처에서 발간한 ‘국가수호사적지 조사보고서’만을 근거로 결정하는 무성의함을 드러냈다. 친일 논란 인사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문화재 행정의 허점이 그대로 드러난다. 백선엽(92) 전 육군참모총장은 만주군관학교 출신으로 1943년 4월부터 해방 때까지 간도특설대 장교로 복무하며 항일단체들과 직접 교전까지 벌였다.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간도특설대 복무 경력은 가장 죄질이 나쁜 친일 행위”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백 전 총장의 장군복 등 5점을 무더기로 문화재로 등록 예고했었다.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가를 재판했던 판사인 민복기(1913~2007) 전 대법원장도 마찬가지. 해방 이후 검찰국장과 대통령 비서관, 검찰총장을 지낸 그는 대법원장까지 오른다. 대법원장 시절인 1975년에는 인혁당 피고인들에게 사형을 선고하면서 ‘사법살인’이란 오명까지 남겼다. 민철훈(1856~1925) 대한제국 오스트리아·독일 전권대사는 한술 더 떠 1910년 국권 피탈 뒤 일본 황실로부터 아버지에 이어 남작 작위를 물려받았다. 문화재청은 민복기의 검사 법복, 민철훈의 대례복과 코트 등을 문화재로 지정하려 했다. 구한말 정치가인 윤치호(1865~1945)와 부친인 윤웅렬(1840~1911)도 반발을 불러왔다. 윤치호는 일제 강점기 친일파로 변절해 조선 청년들의 자원입대를 독려하며 일본제국의회 귀족의원까지 지냈다. 윤웅렬은 구한말 형조판서, 대한제국 군부대신 등을 지냈으나 국권 상실 뒤 일본으로부터 남작 작위를 받았다. 문화재청은 이들 일가가 소유한 교지, 마패와 복식류 등 69점을 무더기로 문화재 지정 예고했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광복절 경축사 담긴 뜻] 법치 확립·경제 활성화 ‘키워드’… 하반기 고강도 드라이브 예고

    [광복절 경축사 담긴 뜻] 법치 확립·경제 활성화 ‘키워드’… 하반기 고강도 드라이브 예고

    박근혜 대통령이 ‘새로운 변화와 도전’을 국정 운영 전면에 내세우면서 대내적으로 ‘법치 확립’과 ‘경제 활성화’를 키워드로 올 하반기 고강도 국정 드라이브에 나설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또 대외적으로 ‘상생의 남북 관계’를 초석으로 남북 화해와 협력을 이끌어 내고 이를 토대로 동북아 평화 정착의 길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68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그동안은 국정운영의 틀을 설계하고 만드는 과정이었다면 이젠 구체적인 실행과 성과를 통해 새로운 대한민국의 모습을 만들어 가겠다”며 국정운영의 청사진을 밝혔다. [법치] 박 대통령은 집권 1년차의 절반을 마무리한 시점에서 ‘새로운 각오’를 다짐함으로써 정부가 추진해 온 정책적 노력을 국민이 체감할 수 있게 성과를 내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경축사에서 “과거의 비정상적인 것들을 정상으로 되돌려 기본이 바로 선 나라, 일자리와 경제 활력이 넘치는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새로운 변화와 도전에 나서겠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박 대통령은 “정부는 헌법적 가치와 법질서가 존중되는 사회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과거 지속돼 온 잘못된 관행과 부정부패를 바로잡아 더 이상 그런 일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고, 깨끗하고 투명한 정부, 올바른 사회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거듭 의지를 피력했다. [통일] 박 대통령의 이날 대북 메시지는 그동안의 강경 일변도에 비해 상당히 유화적이었다. 자신의 대북정책 구상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앞세워 남북 화해와 협력 및 공동 발전을 위한 방안을 제시하는 데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박 대통령은 “올해로 남북이 분단된 지 68년이 됐다. 이제는 불신과 대결의 시대를 넘어 평화와 통일의 새로운 한반도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며 “앞으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통해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남북한의 공동 발전을 이뤄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와 관련해서는 “과거 남북 관계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상생의 새로운 남북 관계가 시작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고 밝혔다. [경제] 그동안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 등을 통해 경제 부분의 ‘정상화’ 기반을 다졌다면 이를 바탕으로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박 대통령은 “모든 경제 주체들이 공정하게 경쟁하는 풍토를 만들고, 학벌이 아닌 능력으로 평가받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해 신뢰사 회의 기반을 닦아 나갈 것”이라며 “그렇게 국민 삶을 향상시키고, 강하고 풍요로운 나라를 만들어 진정한 선진국을 향한 길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원칙이 바로 선 시장경제 ▲대·중소기업 간 상생 및 동반 성장 ▲벤처기업 활성화를 통한 역동적인 경제생태계 조성 등을 제시했다. 이어 “나도 적극적인 세일즈 외교 대통령으로 나서 전 세계를 상대로 우리 외교 지평을 넓히고 우리 기업들을 뒷받침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정체성] 박 대통령은 이번 경축사에서 ‘건국’에 대해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일제강점기 이래 우리 역사를 언급하면서 “65년 전 오늘은 외세의 도전과 안팎의 혼란을 물리치고 대한민국을 건국한 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자유민주주의를 우리가 지향하는 핵심가치로 헌법에 담아 대한민국이 출범한 것이야말로 오늘의 번영과 미래로 나아갈 수 있었던 첫걸음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는 자유민주주의를 기반으로 번영을 이뤄낸 대한민국에 대한 자긍심의 부여인 동시에 지지 기반인 보수층에 대한 배려로도 풀이된다. 해방 이후 가난과 6·25 전쟁의 상처를 극복하고 현재의 우리나라를 만들 수 있었던 원동력이 바로 대한민국 건국으로 시작된 자유민주주의 체제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도 볼 수 있다. 보수·진보의 이념 논쟁 과정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 등 ‘건국 세력’에 대한 일각의 폄하 주장을 반박했다는 의미도 있다. 앞으로 진보진영과의 치열한 이념논쟁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오일만 기자 oilman@seoul.co.kr
  • [부고] ‘현의 대부’ 재미 바이올리니스트 안용구 선생

    [부고] ‘현의 대부’ 재미 바이올리니스트 안용구 선생

    재미 바이올리니스트인 안용구씨가 14일 오후 3시 뇌출혈로 별세했다고 미국의 친북 성향 인터넷 매체 ‘민족통신’이 보도했다. 85세. 1928년 강원 원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대 음대의 전신인 경성음악전문학교에서 수학했고, 6·25 전쟁 이후 서울대 교수로 재직했다. 이후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유학하고 돌아와 KBS교향악단과 서울시립교향악단의 단장을 맡았다. 1968년 미국 피바디음대의 초청으로 이민을 간 안씨는 작곡가 고 윤이상씨와 인연으로 북한을 방문했었다. 군사정권의 언론탄압으로 폐간 위기에 처한 동아일보를 위한 후원 음악회를 열었고 이 같은 활동으로 ‘친공산주의자’로 몰렸다. 강동석, 김영욱, 정경화, 강효 등 대형 바이올리니스트를 길러낸 것으로 유명하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강원 “우리가 분단의 상징” 경기 “우린 벌써 사업진행”

    강원 “우리가 분단의 상징” 경기 “우린 벌써 사업진행”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 유치를 놓고 강원도와 경기도가 벌이는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14일 강원도와 경기도에 따르면 강원 철원과 고성군, 경기 파주시와 연천군이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강원도는 DMZ 전체 길이 248㎞ 가운데 60%인 145㎞를 차지하면서 고성 동쪽 끝으로 금강산과 설악산의 훼손되지 않은 관광자원과 통일전망대 등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철원지역도 분단된 국토의 중앙으로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월정역과 6·25전쟁 최대 격전지 가운데 하나인 백마고지를 활용하겠다는 취지로 유치전을 펼치고 있다. 강원도는 이렇게 조건이 뛰어난 만큼 독자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철원군은 지난달 ‘평화공원유치위원회’ 창립총회를 열었고 고성군도 주민 서명이 담긴 평화공원 유치 건의문을 정부에 전달했다. 경기도는 최근 남북 대치 상황의 상징성을 갖는 판문점이 위치한 파주 일대를 활용하는 방안과 한강하구~파주~연천~철원~고성을 벨트로 묶고 북한지역까지 확대하는 4단계 ‘DMZ 세계평화공원’ 자체 구상안을 공개했다. 파주시는 2006년 DMZ를 생태체험관광지로 발전시키기 위해 평화생태공원 조성 계획을 세워 놓고 생태탐방로, 에코뮤지엄거리 등 세부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파주 군내면 백연리 일원에 총 27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DMZ 평화생태공원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DMZ 일원에 평화공원이 조성되면 세계 최고의 생태·역사·안보 관광지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당위성을 내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현재 DMZ 세계평화공원 유치전을 벌이고 있는 철원과 고성, 파주와 연천 중 1곳을 우선 조성지역으로 선정해 시범사업을 벌인 뒤 조성 지역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과 신청 지역 모두를 선정하는 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현재 남북 관계가 경색돼 있어 사업을 구체화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성·철원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개념발언’ 서현, 알고보니 ‘기념일 알리미’

    ‘개념발언’ 서현, 알고보니 ‘기념일 알리미’

    걸그룹 소녀시대의 멤버 서현이 광복절을 기념하는 글을 올려 화제가 되고 있다. 서현은 15일 공식 홈페이지에 “여러분, 오늘은 제68주년 광복절입니다. 대한민국을 위해 희생하신 모든 독립투사와 위인들께 감사한 마음으로 광복절의 의미를 되새기는 하루를 보냅시다”라는 글을 올렸다. 서현은 그 동안 현충일, 6·25 등 기념일마다 공식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며 주의를 환기해왔다. 팬들은 서현의 꾸준한 모습에 ‘기념일 알리미’라는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新 대한민국 24시] (3) 국내 최대 ‘군인 관사촌’ 충남 계룡시 신도안면

    [新 대한민국 24시] (3) 국내 최대 ‘군인 관사촌’ 충남 계룡시 신도안면

    신흥종교 본거지에서 국방 중추도시로 탈바꿈한 계룡산. 정상 천황봉(해발 845m)에서 남쪽 산자락을 타고 내려오다 수용추와 암용추를 지나면 계룡대(鷄龍臺)가 모습을 드러낸다. 육·해·공 3군 본부가 있는 한국 군의 심장부다. 북한의 주 공격 대상이지만 “경사가 가팔라 곡사포로도 타격이 불가능하다”는 곳이다. 작대기 하나부터 별 넷까지 군의 모든 계급이 빠짐없이 뒤섞여 있다. 명령에 죽고 사는 철두철미한 계급사회이지만 냇가(두계천) 하나를 건너 이들이 가족과 함께 사는 국내 최대 군인 관사촌으로 들어서면 계급은 물밑으로 가라앉는다. 주소는 충남 계룡시 신도안면, 주민은 전부 군인 가족이다. 용남초 4년 김모(10)양은 “친구들과 하루 종일 놀아도 아빠 계급은 물어보지 않는다”고 웃었다. 여기마저 계급화되면 얼마나 피곤할까. 이 마을에서 계급에 관한 질문은 ‘절대 엄금’이다. 그저 정을 나누는 이웃일 뿐이다. 9일 찾은 신도안면 최대 만남의 장소 계룡대쇼핑몰은 비교적 한가했다. 불볕더위 탓도 있지만 바로 앞 1500가구 규모의 군인아파트가 재건축에 들어가 주민들이 대거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현재 주민은 1345가구 4735명으로 2066가구 7266명이었던 지난해 6월과 비교하면 3분의1이 사라진 셈이다. 쇼핑몰 옆에 수영장과 중부상가가 있고, 주변은 아파트와 학교로 둘러싸였다. 관사는 100% 아파트, 이마저 면소재지에 몰려 있다. 이곳과 계룡대 영내 군인이 면 주민의 전부이지만 사병 등은 주소가 여기에 없다. 계룡대 안에 장군 관사가 있고, 이곳에는 영관급에서 부사관까지 거주한다. 대령이라고 해 봐야 대략 쉰살 전후이니 마을이 젊다. 주민 평균 연령이 28세, 전국 면(面) 가운데 최연소다. 학력도 무척 높다. 사관학교, 학사장교, 3사관학교 출신이 부지기수다. 부사관도 군 복무 중 대학을 많이 가 고졸 군인을 찾기가 더 어렵다. 이장은 모두 부인들이 맡는다. 남편이 군생활로 바쁘기 때문이다. 계급이 직접 충돌하는 상황을 피하려는 속셈도 있다. 김세겸 신도안면장은 “이장이 전부 여자인 곳은 전국에서 여기뿐”이라며 “여성이 섬세하고, 꼼꼼하고, 감성적이고, 친절해 대민서비스가 우수하다”고 자랑했다. 관사 아파트단지 하나가 헐리면서 16명이던 이장이 절반인 8명으로 줄었다. 군인이 미인을 좋아해서인지, 미인이 군인을 좋아해서인지 이장뿐 아니라 신도안면에는 미남미녀가 많다. 섹시 가수 아이비가 이곳 학교를 나왔다. 아버지가 해군 군악대 출신이다. 다행히 이장이 할 일은 다른 곳보다 많지 않다. 우선 기초생활수급자가 한 명도 없다. 비슷한 월급에 생활 수준이 고만고만하다. 집단민원도 발생하지 않는다. 국방부가 자기 땅에 집을 지어 민원이 있을 수 없다. 학원은 인근 엄사면 금암동에 있다. 군인들은 그저 3.3㎡(평)당 6만원 정도의 보증금을 지불하고 관리비를 내면서 살면 된다. 이장의 역할은 국·시정 홍보물을 주민들에게 배포하거나 알리고, 주민 불편사항을 면에 전달하는 게 거의 전부다. 범죄도 없다. 군인 집단촌에 들어가 도둑질하고 흉기를 휘두른다?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용남중 3년 정모(14)군은 “밤에도 안심하고 돌아다닐 수 있는 점이 좋다”고 귀띔했다. 육해공군과 영관·부사관이 따로따로 있던 관사촌이 2009년 통합된 뒤 이질감이나 위화감이 사라지면서 주민 화합이 더 견고해진 분위기도 한몫한다. 이곳은 예부터 명당으로 꼽혀 왔다. 1983년 이른바 ‘6·20’ 사업이 있기 전까지 국내 최대 신흥종교촌이었다. ‘정감록’을 믿는 이들은 “신도안이 언젠가 천년왕국의 새 도읍지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1924년 동학계인 시천교(侍天敎) 3대 교주 김연국이 교인 1000여명을 데리고 이곳에 터를 잡은 뒤 104개 신흥 종교단체가 몰렸다. 동학, 단군신앙, 풍수도참 등 다양했다. 6·25 전쟁 때는 피란처로 유명했다. 철거될 즈음에도 교주와 농민 등 1000여 가구에 5600여명이 살았다. 지금도 계룡시 하면 몰라도 ‘신도안’ 하면 대번에 알아듣는 외지인이 많다. 요즘의 사이비종교 같은 행태는 없었다고 하지만 정권마다 ‘나쁜 사상을 유포시킨다’고 눈을 흘겼다. 계룡대가 조성되자 1989년 3월부터 육군본부부터 이전을 시작했다. 당시 군무원이었던 최선국(67)씨는 “초기에는 편의시설이 없어 대전, 논산까지 가서 장을 봐왔다”면서 “술 먹을 곳도 없어 대전 유성까지 나갔는데 교통사고가 잦았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육군은 백발백중 들이받았고, 공군은 차가 붕 날아올라 도로변 논밭에 처박혔다. 군 기질에 따라 사고도 다르게 나더라”며 웃었다. 최씨는 또 “옛날에는 논산이 깡패로 유명했는데 연산면 술집에 가면 어깨를 툭 치면서 ‘어이, 군바리’ 하고 시비를 거는 거야. 숱하게 싸웠지. 계룡대 헌병들이 출동하고…”라면서 “지금은 그때 그 친구들하고 얼마나 친한지 몰라. 도움도 많이 주고”라고 보탰다. 지금은 쇼핑몰이 잘 갖춰져 있고 인근 농민들이 직접 가꾼 농산물을 파는 ‘금요장터’도 열린다. 계룡대쇼핑몰은 시중보다 20~30% 싼 물건이 많아 대전, 논산, 공주 등에서도 찾아온다. 수영장 이용료도 저렴하다. 기이한 것은 남북관계가 경색되면 영업이 중단되다시피 한다는 점이다. 다른 곳과 달리 사재기가 없어서다. 신도안면 이장협의회장 강부자씨는 “가장이 전쟁터에 나갈 판에 나만 살겠다고 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군인들은 영내에 대기하고, 회식 등은 전면 금지된다. 강씨는 “개성공단 사태가 발생했을 때는 석 달 넘게 그런 상황이 계속됐다”면서 “그럴 때는 관사촌도 서로 말조심하는 분위기라 긴장감이 피부로 느껴진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동일 직업촌락이어서 불편한 점도 많다. 부부싸움을 하면 곧바로 관리사무소에 ‘소원수리’가 들어가 학교 운동장으로 나가는 이들도 있다. 밀집된 아파트에 동료 군인들이 모여 살다 보니 여간 눈치가 보이는 게 아니다. 김덕회 군인아파트관리소장은 “동질감 때문에 관심이 많아서인지 입소문이 쏜살같다”고 말했다. 다양성이 부족한 것도 단점이다. 별의별 직업이 다 섞여 있는 딴 곳과 달리 세상 사는 얘기들이 단순할 수밖에 없다. 외부와의 연결 통로는 열악하다. 대전에서 버스 2편이 들어오지만 대전역까지 1시간 20분 걸린다. 대전으로 나가야 큰 병원이 있다. 집집마다 승용차가 있고, 부인들은 대부분 운전을 할 줄 안다. 문모(38·여)씨는 “대전으로 조조영화를 보려 가려고 아침 8시부터 버스정류장에 나와 있는 학생들을 보면 안쓰럽다”고 전했다. 계룡대가 1주일에 한 번 영내에서 영화를 상영하는 날, 마을에 버스를 보낼 때도 학생과 주민들의 줄이 길게 늘어선다. 그곳에는 영화 선택권도, 팝콘도 없지만 문화에 목 마른 그들에게 그런 수고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문씨는 “PC방 등 학생들이 에너지를 발산할 데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어른용 나이트클럽 등이 없는 것은 불문가지다. 이사도 잦다. 2년쯤 살다가 전방 부대 등으로 발령이 난다. 고3 자녀 등 조건이 안 되면 더 머물 수 없다. 매년 가을 인사가 있을 때마다 주민 3분의1 정도가 이동한다. 정군은 “친구와 친해질 때쯤 헤어진다”고 아쉬워했다. 네 번째로 이곳에서 산다는 문씨는 “지금 고교 2학년인 아이가 중학교에 진학할 즈음 남편이 국방부로 발령 나 서울로 이사를 가려는데 ‘여기에서 그냥 살면 안 되느냐’고 물었을 때가 가장 난처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용남초·중·고 동창회와 주민 친목단체가 만들어지지 않는 것도 잦은 이동 탓이다. 주민들의 바람도 학교 문제다. 공부 잘하는 학생은 공주사대부고, 한일고 등 인근 명문고로 빠져나간다. 강씨는 “(학교 문제로 가족이 서울에 있어) 주말에 계룡역에서 열차를 타고 서울로 갔다가 일요일 다시 내려오는 군인이 많다”면서 “관사촌 거주 조건을 완화하고 이곳에 군인자녀 전문 고교를 설립해 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계룡시도 전체 인구 4만 1000여명의 절반이 군인 출신 가정이다. 전역 후 계룡대 주변을 떠나지 못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김봉학 시 문화체육과장은 “고향에 가봐야 친구도 없고, 동료 군인들이 많고, 싼 값에 골프(계룡대·구룡대CC)를 칠 수 있는 세 가지 이유로 전역 후에도 계룡시를 못 떠난다는 말이 있다”고 웃었다. 그는 “골프는 군인들의 체력단련을 위한 운동이다. ‘계룡시에는 골프채가 파리채보다 많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라며 “우리나라 군의 핵심 도시인데도 경찰서, 소방서, 교육청 등 공공기관이 없는 점은 아쉽다”고 덧붙였다. 글 사진 계룡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생명의 窓] 자유여 자유여/차동엽 신부·인천교구 미래사목연구소장

    [생명의 窓] 자유여 자유여/차동엽 신부·인천교구 미래사목연구소장

    4·19, 5·18, 6·10, 6·25, 미구에 맞이할 8·15를 바라보자니, 문득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자유’라는 신기루가 흐린 시야에 어른거린다. 자유! 이는 비단 온갖 침탈과 압제에 시달려온 슬픈 현대사가 처절하게 외쳐온 우선적 소원일 뿐 아니라, 역사 이래 인류가 본능처럼 꿈꿔온 숙원이기도 하다. 그만큼 자유는 소중하다는 말이며, 그에 비할 때 자유를 누린다는 것이 녹록지 않다는 얘기다. 사실 “요것만 없어지면 자유로울 텐데” 하며 탄원했던 외적 강압 요인들은 많은 우여곡절 끝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가고 있다.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상황이 좋아진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자유를 맘껏 누리지 못하고 있다. 적지 않은 이들이 뭔가에 쫓기듯 살아가고, 표정마다 간밤에 가위에 짓눌린 여운이 역력하고, 심지어 “다 내 맘대로!”를 주장하는 이들조차도 문화 매너리즘에서 일탈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유행, 트렌드, 집단 가치에 이끌려 휘둘리고 있는 형국인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한 마디로, 새로운 형태의 억압기제가 계속 다채롭게 창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자유로부터의 도피’를 쓴 에리히 프롬의 통찰이다. 그런데 여기서 이 ‘억압기제’의 창조자는 누구인가?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자유’를 그토록 갈망하고 있는 ‘나’ 자신이다. 이쯤에서 꼭 짚어봐야 할 물음. 자유란 무엇인가? 많은 사상가들이 그 정의를 내렸다. 그 가운데 나는 “자유란 최선을 인식하고 최선을 행하는 능력이다”라고 간파한 소크라테스의 그것을 단연 으뜸으로 꼽는다. 그는 ‘자족’을 자유의 척도로 보았다. 만일 어떤 사람이 진정으로 자유를 누렸는가 아닌가를 말하려면 그가 자신의 행동이나 처지에 대하여 자족하고 있는가를 봐야 한다는 말이다. 의미심장한 깨우침이다. 여기에는 거짓 자유에 대한 고발도 내포되어 있다. 즉, 어떤 사람이 “이것은 내 자유야, 내 마음대로라고!” 말하면서 어떤 행위를 한 다음 결국 후회를 하게 되면, 그것은 진정한 자유가 못 된다는 것이다. 왜? 그는 결국 ‘후회’의 노예로 전락한 셈이니까! 여기서 자유에 대한 장황설을 늘어놓고자 함이 아니다. 다만 지금 우리 사회가 자유의 반쪽 조건인 ‘최선을 인식하는 능력’에 대해서 성찰할 시점에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오늘날 우리 사회는 너무 흑백논리 내지 진영논리에 휘둘리고 있다. 하지만 이 사회에 있는 그대로의 현상은 엄연히 스펙트럼으로 존재한다. 그것이 축소 또는 과장, 왜곡 또는 조작될 때, 우리의 인식은 최선에서 멀어지는 법이다. 그만큼 자유는 또다시 요원해지는 것이고. 이 성찰에는 너나가 없다. 각자 자신의 신념을 우주적 지평에서 객관적으로 점검할 줄 알아야 한다. 지금 내가 취하고 있는 노선, 나의 소신은 과연 이데올로기화되지 않았는가? 이를 되물을 줄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우리는 이런 비극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나는 서슴지 않고 폭넓은 독서를 권한다. 어느 목사님이 이런 과격한 말을 했다. “책을 안 읽으면 저주받는다.” 저주라니? 그는 말한다. “알던 사람 알다가 쓰던 물건 쓰다가 죽는 저주!” 늘 하던 말 하다가, 하던 생각 하다가, 하던 행동 하다가 죽는 불행은 피할 줄 알아야 한다.
  • “한국사, 사탐서 분리해 수능 필수로” “시험 강화보다 바른 역사교육 우선”

    “한국사, 사탐서 분리해 수능 필수로” “시험 강화보다 바른 역사교육 우선”

    교육부 주최 토론회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 필수과목으로 한국사를 지정하는 게 가장 현실적이고 강력한 역사교육 강화 방안이란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다른 사회과목 전공자 중심으로 강도 높은 비판이 제기됐다. 교육부는 8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역사교육 강화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한국사 수능 필수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교육부는 오는 12일 오후 당정협의회에서 최종 의견을 조율한 뒤 역사교육 강화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발표자인 최상훈 서원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한국사만 강조하는 것이 역사교육 파행이나 국수주의로 빠질 위험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면서도 “현재 교육과정에서 유일한 필수과목인 한국사를 사회탐구 영역에서 독립시켜 대입에 반영하는 게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사 수능 반영 외에 다른 대안들은 실시하는 데 무리가 따를 것이라는 게 최 교수 생각이다. 앞서 당정이 여러 가지 방안 중 하나로 한국사표준화시험(가칭)을 개발해 내신에 반영하거나 대입과 연계하자는 구상을 내놓았지만, 새로운 시험을 개발하려면 몇 년이 걸릴지 모른다는 것이다. 또 이미 시행 중인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전 수험생이 치르도록 확대하기에는 시험 주관 기관인 국사편찬위원회의 운영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데다 학생들이 일정 등급을 따낸 뒤 한국사를 도외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당초 한국사 수능 필수 방안 이외의 대안을 주장하는 측을 토론자로 지정하지 않았지만,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자 토론회 시작 2시간 전에 반대 측 입장을 지닌 토론자를 섭외했다. 곡절 끝에 섭외된 송호열 서원대 지리교육과 교수는 “한국사 수능 필수를 비롯해 제기된 역사교육 강화방안을 적용하려면 교육과정을 완전히 뜯어고쳐야 가능한 얘기”라면서 “입시위주 교육이 우리 교육을 망친다면서 어떻게 역사교육을 입시에 기대 강화하겠다고 할 수 있느냐”라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학생들이 ‘6·25 남침’을 몰라 역사교육을 강화한다고 하는데, 이런 논리라면 최근 경기도 학생 10명 중 1명꼴로 독도가 남해에 있는지 동해에 있는지 모르니 지리교육도 강화해야 할 것”이라면서 “지금 필요한 것은 역사교육 강화가 아니라 재미있으면서 바른 역사교육 그 자체”라고 주장했다. 방청석에 있던 박찬석 한국도덕윤리과학회 사무국장은 “건전한 시민사회가 되려면 윤리의식도 필요하고 법도 필요한데 박근혜 대통령이 수능 필수화를 얘기하며 역사학만 대통령의 비호를 받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 사무국장은 “민주적 의사결정을 위해서라면 다양한 방법을 숙고해 대안을 찾아야지 하나만 정해 놓고 가는 것은 비겁하다”며 교육부 지정 토론자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측이 지명된 반면 전국교직원노조 측이 배제됐음을 지적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사설] 독도 위치도 제대로 못 가르치는 학교교육

    경기도 내 초·중·고교생 10명 중 1명은 독도에 대해 정확한 위치를 모르거나 서해나 남해에 있는 섬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도교육청의 설문조사 결과 도내 초·중·고교생 응답자 6400명 중 13.2%가 ‘독도는 어디에 위치한 섬인가요’라는 질문에 ‘잘 모른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6.9%는 ‘잘 모른다’, 4%는 ‘서해’에, 2.3%는 ‘남해’에 있다고 답했다. 지난 6월 서울신문의 ‘청소년 역사인식’ 설문조사에서 청소년들의 69 %가 6·25전쟁을 ‘북침’이라고 응답해 충격을 줬었는데, 이번 역시 독도에 대한 학생들의 역사적 무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 걱정스럽기만 하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학생들의 독도 관련 정보 취득이 학교가 아닌 TV 뉴스나 인터넷 등을 통해 얻어진다는 사실이다. 일본 정부가 최근 일본인 10명 중 6명이 ‘독도는 일본땅’이라고 생각한다는 불순한 의도의 여론조사까지 동원해 독도 영유권 주장을 자국민들에 주입시키는 마당에 도대체 우리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뭘 가르치고 있단 말인가. 일본은 교과서를 통한 왜곡 교육은 물론 이제는 내각에 독도 전담부서를 두고 독도 영유권 주장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국제사회에서의 홍보도 적극적이다. 이 모든 것은 독도를 분쟁지역화해서 국제사법재판소에서 다퉈 보자는 흑심에서 비롯됐다. 그렇기에 독도는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명백한 대한민국의 고유영토라는 점을 대한민국 국민들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어야 한다. 특히 앞으로 일본과 경쟁해야 할 청소년이라면 더더욱 독도에 대한 기초 상식 정도는 줄줄 꿰야 한다. 교육당국은 이번 조사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경기도뿐 아니라 다른 지역 학생들의 독도에 대한 역사인식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학교가 역사 교육에 적극 나서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다. 경기도교육청은 설문조사에서 ‘서해’ 대신 ‘황해’라는 표현을 썼다. 황해(黃海)란 중국 황하강의 흙탕물이 우리 서해에 흘러들어 바다 빛깔이 황톳빛을 띤다 하여 이름 붙여진 것이다. 은연중 중국의 관점에서 우리 영토와 면한 바다를 표현하는 것 역시 교육당국으로서 깊이 있는 역사인식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 부산시 “모노레일로 산복도로 르네상스”

    부산시 “모노레일로 산복도로 르네상스”

    부산 원도심인 서구와 중구, 동구는 전국에서 산복도로를 가장 많이 끼고 있다. 6·25 전쟁 때 피란민이 부산으로 밀려오면서 이들 지역의 산에는 판자촌이 대거 형성됐다. 덩달아 부산 특유의 꼬불꼬불하고 가파른 계단길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해 현재 450여개가 있다. 계단길은 짧게는 55m에서 길게는 115m나 돼 젊은 층도 오르기 힘들 정도다. 부산시가 주민편의를 위해 이들 가운데 중구와 동구 2곳에 모노레일을 시범 설치하기로 했다. 국내에서는 강원 정선 화암동굴과 해남 땅끝마을 같은 관광지 등에 모노레일이 설치됐지만 주민복지를 위한 모노레일 조성은 부산이 처음이다. 시는 중구 망양로 395번길 부산디지털고 옆과 동구 초량동 ‘168계단’ 등 2곳에 모노레일(조감도)을 설치한다고 7일 밝혔다. 망양로 계단길(폭 6~8m)에는 길이 80m의 8인승 모노레일을 다음 달 착공, 내년 2월 완공한다. 국비 10억 8800만원 등 25억 9400만원이 투입된다. 모노레일 주변에는 부산 최초의 근대 학교인 개성학교를 설립한 박기종 선생 기념관과 쉼터, 계단, 벽화 등이 조성된다. 168계단에는 길이 65m인 10인승 모노레일이 설치된다. 오는 11월 공사에 들어가 내년 말 준공이 목표다. 사업비는 22억원이 들어간다. 폭 3m인 계단을 8m로 확장해 모노레일을 설치한다. 이 계단은 경사가 심하지만 산복도로에서 부산역 방면으로 내려갈 때 우회로가 멀어 주민들이 많이 이용한다. 모노레일이 조성되면 168계단은 최근 관광객이 많이 찾는 이바구길(부산역~까꼬막)의 한가운데에 있어 새로운 관광 명소가 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구는 18억원을 들여 주변의 폐·공가 23곳을 쌈지공원으로 만드는 도시활력 증진 사업도 추진한다. 정영석 동구청장은 “모노레일이 설치되면 장애인과 노약자 등 보행 약자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동철 시 창조도시기획과장은 “시범운영 뒤 효과가 크면 설치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시는 지난해 ‘산복도로 교통수단 설치 타당성 용역’을 통해 14곳을 모노레일 설치 후보지로 선정했다. 에스컬레이터 설치도 검토했지만, 비가 오면 사고 위험이 크다는 지적에 따라 포기하고 모노레일로 바꿨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데스크 시각] 불안과 불편/박상숙 산업부 차장

    [데스크 시각] 불안과 불편/박상숙 산업부 차장

    초등생 아들이 수련회를 다녀왔다. 처음으로 혼자 집을 떠난 2박 3일. 학교에서 가정통신문이 왔을 때 고민스러웠다. 보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기우(杞憂)라고 해도 혹시 모를 사건, 사고가 걱정됐다. 어린이들이 희생된 십수년 전 씨랜드 화재의 악몽도 불현듯 스쳐 지나갔다. “내가 간 ○○○수련장이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은 데래.” 건강한 얼굴로 씩씩하게 돌아온 아들은 집 떠난 첫 경험을 묻는 말에 자랑이 늘어진다. 아이의 굳은 믿음에 이제 시설과 시스템이 좋아졌나 보다, 그렇게 생각했다. 하긴 그렇게 많은 인재를 겪었으니 그래야겠지. 방심은 금물이라더니 얼마 안 가 생때같은 고등학생 5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설 해병대 캠프 사건이 터졌다. 이보다 허망한 죽음이 또 있을까. 주민들도 위험하다고 말렸던 바닷가로 아이들은 구명조끼도 없이 내몰렸다. 그즈음,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지하에서 상수도관 공사를 하던 근로자들이 불어난 물에 수장된 변고가 있었고, 방화대교 상판이 무너지면서 귀중한 생명이 희생당하는 비극이 이어졌다. 원인은 이번에도 역시나 ‘안전 불감증’이다. 특정 구호나 단어가 자주 거론되는 데는 그런 표현이 상징하는 내용이 사회에 제대로 구현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역설처럼 우리는 늘 안전 불감증을 말할 뿐 여전히 안전을 ‘불감’하고 있다. 산업현장의 빈번한 안전사고로 경각심이 높아질 만한데도 글로벌 일류를 지향한다는 삼성조차 불산 누출, 물탱크 붕괴 등 인재를 잇달아 일으키고 있지 않은가. 몇 년 전 이탈리아에서 만났던 한 지인의 체험적 비교문화론이 생각난다. 흔히 이탈리아도 반도국가라 한국인과 성향이 비슷하다고 한다. 그는 그러나 결정적 차이가 있다면서 ‘불안과 불편’을 키워드로 끄집어 냈다. 그의 관찰에 따르면 이탈리아 사람은 불편한 건 참아도 불안한 건 못 참는다. 이와 반대로 대부분의 한국인은 불안한 건 참아도 불편한 건 못 참는다는 것이다. 이탈리아에서는 5층, 7층짜리 건물 가운데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도 상당하다. 혹시 모를 엘리베이터 고장에 대한 불안을 견디느니 불편해도 두 발로 걸어 올라가는 게 차라리 낫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또한, 그 나라에서는 어린 아이를 엘리베이터에 혼자 태우는 것은 불법이다. 안전사고나 납치 등의 범죄를 우려해서다. 자칫하면 부모가 경찰에 불려 갈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은 불안과 동거하는 데 익숙하다. 연이어 터진 어이없는 죽음은 불안보다 불편을 먼저 앞세운 탓이다. 먼 바다도 아닌데 구명조끼 없이 들어간다고 무슨 일 나겠어? 공사가 하루가 시급한데 비 좀 내린다고 별일 있겠나? 규칙 좀 어겼다고 무슨 큰일이 터질까? 21세기 정보기술(IT) 강국에 사는 우리는 여전히 ‘설마가 사람을 잡게’ 하고 있다. 얼마 전 6·25 정전 60년 기념식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한국은 승리자”라고 칭송해 마지 않았다. 초토화된 폐허에서 마천루의 숲으로 바뀐 서울은 성형미인의 ‘비포, 애프터’ 사진보다 더 극적인 변신을 이뤘으니 그럴 만하다. 그러나 예뻐진 외모와 커진 덩치에 걸맞게 인식은 자라지 못했다. 세계 10위권 경제강국이지만 안전의식은 턱없이 낮은 것이 우리의 자화상이다. 인명재천(人命在天)을 신봉하면서 안전수칙을 불편으로 인식하는 한, 한국사회는 불안을 계속 이고 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alex@seoul.co.kr
  • 고종황제도 야참으로 후루룩~ 시원·쫄깃한 냉면의 모든것

    고종황제도 야참으로 후루룩~ 시원·쫄깃한 냉면의 모든것

    ‘차게 식힌 국물에 만 국수’. 고유의 음식인 냉면은 이렇게 간략하게 정의되곤 한다. 하지만 쉬이 볼 음식은 아니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진찬의궤(進饌儀軌), 부인필지(夫人必知) 등의 기록에 세세하게 냉면에 관한 기록이 남아있다. 학자들은 이를 통해 냉면은 조선시대부터 즐겨 먹던 음식이라 설명한다. 메밀가루에 녹말을 약간 섞어 반죽해 국수를 만든 뒤 큰 대접에 담고, 편육·소고기볶음·오이채·배채·삶은 달걀 등의 고명을 얹어 먹는다. 고기 육수나 동치미국물을 미리 차게 식혀 두었다가 가만히 부은 후, 식초와 겨자를 곁들여 먹기도 한다. 이를 전통적인 ‘평양냉면’이라 부른다. 쌍벽을 이루는 ‘함흥냉면’도 있다. 면이 질기고 오들오들해 싱싱한 가자미나 홍어 같은 생선으로 회를 쳐 고추장으로 양념해 비벼 먹는다. 그런데 정작 함흥에는 함흥냉면이 없다고 한다. 한 새터민은 함흥냉면이란 말은 남한에 와서 처음 들었다고 할 정도다. 함흥냉면이라는 말은 6·25전쟁 이후 남한에서 인기를 끌던 평양냉면에 대응해 만든 남한식 냉면의 이름이라는 것이다. MBC ‘다큐스페셜’은 5일 밤 11시 20분 냉면에 얽힌 이야기를 담은 ‘냉면’을 방송한다. 유난히 까다로운 입맛을 가진 한국인 덕분에 냉면은 특별한 미식가가 아니라도 호불호가 분명하게 갈리는 음식 중 하나가 됐다. 역사 속 숨겨진 재미있는 냉면 이야기와 냉면에 관한 오해와 진실, 숨겨진 맛집까지 두루 살펴본다. 유난히 냉면에 관한 기록이 많은 지도자는 대한제국의 고종 황제이다. 매일 밤 야참으로 냉면을 즐겼는데, 냉면만큼은 ‘후루룩~’ 빨리 먹었다. 황제는 ‘배동치미’로 불면증을 달랬다. 배동치미는 담글 때부터 배를 넣어 달고 시원한 육수에 고명으로 배를 듬뿍 올려 만들었다. 1930년대에는 ‘냉면 배달부’가 있었다. 배달부들은 나무 목판 위에 냉면 열 그릇을 층층히 쌓아 들고 다른 한손엔 육수 주전자를 들고 묘기를 부리듯이 자전거를 타고 배달했다. 모던 보이와 기생들, 밖에서 음식을 사먹는 것을 꺼려했던 양반이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의 야참이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DMZ 대성동 마을 “환갑잔치 축하해요”

    비무장지대(DMZ) 안에 있는 국내 유일의 주거지역인 경기 파주시 대성동 마을이 3일 예순 번째 생일을 맞는다. 마을 주민들은 2일 6·25전쟁 당시 참전한 5개국 대사관 관계자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성동 마을 명명 60주년 기념 잔치를 열었다. 이날 기념 잔치는 평화로운 60년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는 대성동 초등학교 학생들의 퓨전난타공연, 대성동 명예주민증 전달, 평화통일기원 떡 탑 쌓기, 환갑잔치 떡 전달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잔치 떡은 인근 통일촌, 해마루촌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대대, 1사단 장병들에게 전달됐다. 대성동 마을은 1953년 8월 3일 ‘남북이 각각 비무장지대 안에 마을 1곳을 둔다’는 정전협정조항에 따라 평화의 마을로 조성됐다. 1800m 거리의 북쪽 북한에도 기정동 마을이 있다. 지척이지만 서로 왕래를 할 수 없어 분단의 현실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주민들은 4대 의무 중 국방과 납세 의무가 면제된다. 지난달 현재 주민은 56가구 213명이다. 당초 30가구 160여명이었으나 결혼 등으로 늘었다. 이 마을에서 태어나 자란 주민 박필선(80)씨는 1968년 1월 원산 앞바다에서 미군의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가 납북됐을 때와 1976년 8월 판문점 JSA에서 미군 장교 2명이 북한 병사들에게 잔인하게 살해됐을 때는 “진짜 전쟁이 나는 줄 알았다”면서 힘겨웠던 지난날을 회고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부고] 원로 언론인 이혜복

    [부고] 원로 언론인 이혜복

    이혜복 대한언론인회 상임고문이 1일 오후 3시 별세했다. 91세. 고인은 경기도 양평에서 태어나 중앙고와 보성전문학교를 졸업한 뒤 1946년 민주일보 사회부 기자를 시작으로 중앙신문·자유신문·경향신문 사회부 기자를 거쳤다. 6·25 전쟁 때는 평양 탈환 소식을 최초로 보도하는 등 종군기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후 서울신문·민국일보·동아일보 사회부장을 거쳐 언론중재위원회 부위원장, 대한언론인회 7~11대 회장 등을 역임했다. 금성화랑 무공훈장, 서울언론인클럽 언론상 등을 받았다. 빈소는 2일 낮 12시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된다. 발인은 5일 오전. (02)3410-3151.
  • [열린세상] 격전지에 핀 라벤더 꽃/이정옥 대구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

    [열린세상] 격전지에 핀 라벤더 꽃/이정옥 대구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

    초여름에 고성에 다녀왔다. 가는 길마다 라벤더 꽃축제 간판이 눈에 띄었다. 동쪽 끝 최북단 강원도 고성에 라벤더 꽃축제라니? 안내판을 따라 이리 구불 저리 구불 찾아가니 6·25전쟁 당시 최대 격전지였던 건봉사 자락 넓은 벌판에 라벤더 꽃과 호밀 밭 그리고 메타세쿼이아 숲이 어우러져 있었다. 산골 마을의 라벤더 꽃 농장이 반가운 것은 이곳이 격전지 인근지역이기 때문이다. 피비린내 났던 전쟁터가 이제는 보랏빛 라벤더 꽃으로 뒤덮이고 그 앞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편안한 얼굴을 보니 사람과 땅이 품는 평화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농장을 일군 젊은이들은 이곳을 유럽의 평화로운 들판처럼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격전지에 라벤더 꽃향기가 퍼지면서 바다에 쳐진 철조망도 조금씩 걷히고 평화의 기운이 소리 없이 뿌리내리고 있다. 60년이라는 세월의 힘, 더 나아가서는 전후에 태어난 젊은이들의 새로운 기운이 전쟁의 기운을 평화의 기운으로 바꾸어 가고 있는 것이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하루 전날에 장벽을 넘다가 총살당한 동독의 젊은이가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장벽이 무너지기 일주일 전 서독의 콜 총리는 빨라도 10여년이 지나야 동서독 국가연합 형태나마 가능할 것이라는 기자회견을 한 바 있다. 그런데 바로 다음날 장벽이 무너졌다. 정치인도, 일반시민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장벽은 견고하고 달리 희망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동독의 젊은이는 사생결단을 한 것이었다. 동독의 불우한 젊은이의 사례를 통해 우리는 희망을 가지고 기다리는 것이 얼마나 현명한 것인지 알 수 있다. 현실의 벽이 아무리 암담하고 높아 보여도 변화는 희망을 품고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찾아오는 법이다. 문제를 해결하려고 사생결단 식의 극단 처방을 쓰는 것은 지나고 보면 남의 장단에 춤을 추는 어리석은 일이 될 수 있다. 작은 불씨가 전쟁으로 비화하는 것도 다른 해결책이 없다고 속단하는 성급함 때문에 빠지는 함정이다. 정전 협정 체결 60년이다. 올해는 60주년 기념행사가 많다. 여러 행사가 있는데 염원은 한 가지다. 한반도에 더 이상의 전쟁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냉전시대에 열전을 치르고 여전히 냉전구도가 유지되고 있는 상태보다 더 악화돼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다 알고 있다. 여느 때보다 비무장 지대에 사람들의 발걸음이 잦았다. 대학생들의 평화행진도 있었고 국제회의도 여러 차원에서 열렸다. 정전 상태는 말 그대로 잠시 전쟁을 쉬는 상태이다. 끝나지 않은 전쟁 상태라는 것을 의미한다. 정전 상태가 60년이나 지속되었다는 것은 분명히 예외적인 일이다. 이런 예외적인 현실에도 라벤더 밭을 가꾸는 마음이 필요하다. 정전 협정 관련 행사에서 많은 외국인이 참여하여 여러 가지 의견을 내었다. 정전 협정은 60년이 되었지만, 그 세월만큼 시대에 따라 의미도 변하고 당사국의 입장도 변화한다고 했다. 결국, 어떤 미래를 구상하느냐에 따라 과거에 대한 해석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한국이 통일되면 어떤 점이 가장 좋을까라는 주제로 자유토론을 해보았다. 유럽에서 온 외국인들은 평화와 안정감이 가장 큰 득이라고 한 반면 한국 참가자들은 경제적 이익을 많이 이야기했다. 정전 상태라는 현실을 외국인들이 더 냉정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 같았다. 비무장 지대의 자라지 않은 키 작은 관목들을 보면 생태계도 전쟁의 피해를 비켜 갈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무장 지대는 60년이 지나도 전쟁의 기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곳을 평화의 터로 바꾸는 것은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니다. 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젊은이들이 이 땅에 평화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 새로운 디자인의 펜션들 그리고 라벤더 꽃을 비롯해 철마다 다른 꽃축제가 벌어진다. 탱크에 꽃무늬를 그려 넣고 탱크의 총구에 꽃을 꽂아놓은 학생들도 있었다. 60년, 사람으로 치면 회갑의 나이이다. 전쟁이 할퀸 상처가 서서히 아무는 조짐을 보인다. 이 평화의 바람을 막는 조짐도 많이 눈에 띈다. 그렇지만, 주변의 어수선한 움직임에 동요하지 않고 젊은이들은 격전지에 밭을 일구고 꽃을 심는다. 라벤더 꽃향기가 비무장지대 155마일에 퍼지는 날도 머지않았다.
  • [기고] 세계 진출로 더 큰 성공 스토리 만들자/조봉업 유엔거버넌스센터 국장

    [기고] 세계 진출로 더 큰 성공 스토리 만들자/조봉업 유엔거버넌스센터 국장

    우리나라는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1960년대 이후 산업화·민주화·정보화를 차근차근 슬기롭게 달성하면서 그 성과로 지난해 ‘2050클럽’(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인구 5000만명 동시 충족 국가) 세계 7번째 가입, 무역 규모 세계 8강 진입 등을 이뤄냈다. 앞서 2010년에는 선진국 편입의 실질적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도 가입했다. 우리의 성공 스토리는 세계적 업적이 됐고, 유엔 회원국들은 자국의 발전을 위해 우리의 경험과 지식을 절실히 필요로 하게 됐다. 우리가 지난 반세기 동안 이룩한 발전의 역사와 경험, 자산 등은 유엔 새천년개발목표의 주요 과제가 됐다. 이는 저개발국가와 개발도상국가들이 당면한 빈곤·질병 타파와 정보 격차 해소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국가 발전을 위한 거버넌스 역량을 제고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우리가 이러한 현실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국제사회에 적극 진출하고 공적개발원조 확대 등을 통해 우리 사회를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시켜야 한다. 첫째, 정부 운영 시스템과 제도를 지속적으로 혁신해야 한다. 우리는 유엔 전자정부 평가에서 2회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지난달 바레인에서 열린 유엔 공공행정포럼에서는 ‘정부 3.0’이 호평을 받기도 했다. 다른 나라를 벤치마킹해 발전의 동력으로 삼을 시기는 지났다. 정부 운영 측면에서 선진국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선제적·창의적 발상을 통해 스스로 개척해 나가야 한다는 의미다. 둘째, 우리는 지구촌 시대의 ‘착한 이웃’으로 자리매김할 때가 됐다. 우리는 6·25전쟁 이후 힘든 시기를 국제사회의 도움을 자양분 삼아 극복했다. 이제는 우리가 새마을운동 등 다양한 형태의 경제발전경험 공유사업을 통해 저성장의 고통을 받고 있는 나라들을 도와주면서 공동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 셋째, 국제기구를 우리 청년들이 진출할 취업시장의 블루오션 분야로 만들어야 한다. 지난해 8월 기준 전체 55개 국제기구에 450여명의 한국인이 근무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는 ‘과소진출국’으로 분류돼 있다. 따라서 우리 청년들이 국제기구에 적극적으로 도전한다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제2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제2의 김용 세계은행 총재를 배출할 수 있는 터전이 마련될 수 있다. 한국의 성공 사례는 전 세계가 인정하고 있다. 반면 우리가 보유한 콘텐츠의 우수성, 한국인 특유의 경쟁력 등은 과소평가된 경향이 있다. 여기에는 겸손을 중시하는 문화 탓에 우리 스스로를 낮추고, 압축 성장 과정에서 국제사회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의 발전 경험과 노하우, 우리 젊은이들의 능력과 자질 등은 그 어떤 선진국들도 갖지 못한 독창적이고 우수한 만큼 보다 과감하게 세계로 진출해 더 큰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다. 올해 미국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에 입단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류현진 선수처럼, 우리 젊은이들이 국제기구에 도전해 개인적인 성취를 이루고 국가적 위상을 드높이며 장기적으로 해당 국제기구를 회원국들에 실질적으로 보탬이 되는 조직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는 촉매제 역할을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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