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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UN산하 국제해양재판소 박춘호 재판관

    ‘삼산육수일평지(三山六水一平地).’산은 지구의 3할이고 바다는 6할이며,평지가 1할이라는 뜻이다.20세기가 ‘육지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바다의 시대’다.바다는 광활하고 신비스러운 곳이며 인류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마지막 보고(寶庫)이기도 하다.그래서 세계 각국은 호시탐탐 ‘해양패권’에 혈안이 되고 있다.이에 따른 분쟁도 곳곳에서 생겨나고 있다. 국제해양법재판소의 박춘호(74) 재판관.그는 유엔(UN)산하인 이 재판소의 첫 한국인 출신 재판관이다.그는 1980년 세계 해양법학자 300명이 참가한 독일 ‘키일 총회’의 의장을 역임하면서 세계적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이어 96년 8월 유엔본부에서 국제해양법재판소 초대재판관을 뽑을 때 그는 100개국 중 69개국의 지지를 얻어 9년 임기의 선두그룹으로 당선돼 확실한 ‘자리매김’을 했다.‘문패’에 걸맞게 ‘분쟁의 파도’를 잠재우기 위해 지구를 80바퀴나 돌면서 세계와 상대하고 있다. ●해양법·학문 겸비한 국제적 에세이스트 ‘바다를 보거든 산을 보고,산을 보거든 바다를 생각하라.’그의 좌우명이다.‘해양법 35년 외길’을 걸어온 그는 비단 해양법뿐만 아니라 동서고금의 금쪽 같은 학문과 지식을 두루 섭렵한 문명비평가로도 명성이 높다. 그는 얼핏 딱딱한 인상일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해박한 지식에다 풍부한 유머가 철철 넘친다.‘순도 100%의 촌놈’ 출신의 사투리까지 섞어 좌중의 배꼽을 죄다 흥분시켜야만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다.영어·중국어·프랑스어·일본어·독일어·베트남어 등 6개국어를 구사한다.박식과 기지가 넘치는 국제적인 ‘에세이스트’다. 에피소드1.얼마전 독일 함부르크에서 국제해양법 재판관들의 회의가 열렸다.격무에 시달린 재판관 1명이 과로사로 순직한 직후였다.각국 재판관 21명이 참석한 회의실.최근 1년 사이에 벌써 3명이나 과로사를 당해 다들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박씨는 침울하게 앉아 있는 재판관들의 얼굴을 좌우로 쭉 훑었다.한 재판관이 왜 그러느냐고 물었다.박씨 왈,“다음은 누군지 보려고 하는건 아닙니다.” 딱딱한 회의실이 금방 웃음바다로 변했다. 에피소드2.지난 12일 독도개발법과 관련,국회 농림해양수산위 공청회에서 모의원이 박씨에게 독도 영유권을 놓고 국제재판을 열면 결과가 어떻게 되겠느냐고 불쑥 물었다. 그러자 박씨는 이렇게 답변했다.“세상에는 열어보기 전까지 알 수 없는 것이 다섯가지가 있소.첫째 도박,둘째 전쟁,셋째 선거,넷째 재판이오.” “나머지 하나는 뭐요?”하고 모의원이 다시 물었다. 입가에 살며시 미소를 머금던 박씨가 “부부싸움이지.한창 싸움하다가 한 사람이 ‘여보 사실은 그게 아니고….’하면서 꼬랑지내리면 누가 이겼다고 생각합니까?”라고 말했다. ●무궁무진한 촌철살인 에피소드 촌철살인(寸鐵殺人)의 에피소드는 무궁무진하다.베이징대에서 강의할 때 우리나라의 전라도 사투리 같은 산둥어를 자주 구사해 학생들을 웃기는가 하면,그의 생일(1930년 4월15일)이 김일성 주석과 같아 그를 만난 사람들이 불편해하기도 했다(한·중 수교전부터 베이징에 자주 다녀 북측 요원들과도 가끔 맞닥뜨릴 수 있었다). 또 지난 83년 5월 중국 민항기가 피랍돼 춘천의 미군 비행장에 불시착했을 때였다.중국 정부가 처음으로 ‘대한민국’(Republic of Korea)이라는 정식국호를 사용하며 이례적일 만큼 신속하게 나선 진짜 배경에 대해서도 박씨만이 알고 있는 일화다.즉 승객 중에 중국 최고의 국방비밀을 쥔 유도탄 전문가가 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난 13일 때마침 한국에 머물고 있는 박씨를 잠시 만나 영화보다,소설보다 더 진한 그의 인생역정을 들을 수 있었다. “선생님,우문 한가지만 감히 여쭙겠습니다.” “그래,해봐.” “독도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습니다.어떻게 해야 해결됩니까?” “독도문제? 이 사람아,해결되지 않는 게 해결되는 것이어.그냥 놔둬부러,왜 다들 난리방구야.” 성철 스님의 ‘돈오돈수’(頓悟頓修) 경지에서 나오는 즉답이라고나 할까.거침없으면서도 명쾌했으며 목소리는 거의 고성에 가까웠다.득도한 사람한테 감히 질문을 어떻게 하랴. ●“인생은 촌놈서 태어나 촌놈으로 가는 것” 어쨌든,추억의 시계바늘을 그의 과거로 돌렸다.지리산 첩첩 산골짜기에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3세 때 부친을 잃고 농림학교를 거쳐 서울대 정치학과에 입학했다.6·25때 경찰에 투신해 지리산 전투에 참가했고 군산 미공군부대 클럽 바텐더 생활을 했다.10년 만에 대학 졸업 후 문교부에서 공무원 생활을 했으며,중국집 종업원,나이 39살에 해양법을 배우기 위한 영국 유학길 등 아시아해양법 개척자의 인생은 파란만장했다. 인생의 시작과 끝이 뭐냐고 조심스럽게 묻자 박씨는 “촌놈에서 태어나 촌스럽게 가는 것이어.”라고 하면서 “이거봐,기자 양반.인류는 본디 굴속에서 살던 혈거부족(穴居部族)이어.촌놈들의 집단에서 싹튼 게 아닌가.”라고 일침을 놓았다. 박씨는 전북 남원군 대강면 평촌리에서 맏아들로 태어났다.어린 시절 여수에 사는 고모댁에 갔다가 넓은 바다를 보고 감동해 ‘바다를 생각’하게 됐다고 그는 술회했다.‘장보고,이순신,그래 다음은 박춘호야.’라고…. 그는 어쩌면 독도문제에 대해서도 가장 확실한 ‘해법’을 가지고 있다.“독도개발법? 무슨 똥같은 얘기여.재판이 열리면 아무 소용이 없어.고증,그래 우리가 좀 유리하지.그러니까 좀 가만 있어봐.” ●새벽4시에 일어나 세계 각국과 이메일 박씨는 ‘서울대가 뭐가 잘났느냐.’는 오기로 원서를 냈다가 합격했다.그러나 6·25전쟁으로 10년 만에 대학을 졸업한 그는 문교부 차관 비서관으로 발탁된다. 이때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중국집에서 이른 아침에 호떡장사 아르바이트를 했다.중국어를 배우겠다는 일념 때문이다.외국어 욕심이 남달리 강한 그는 아침에는 중국어,밤에는 독일어를 터득했다.남대문 시장에서 단파 수신기를 하나 사서 밤에 베이징방송을 들으며 독일어 뉴스를 청취했다. 문교부 차관 비서관 때 친구와 우연히 광화문에서 좌판깔고 있는 점쟁이를 만나 인생히 확 변했다.“수륙만리를 뛰어야 하는데 한 인간(문교부장관)이 가로막고 있구나.”라는 점쟁이의 말이 영국 유학(해양법)을 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유학 다녀온 후 그는 해양법의 독보적인 존재가 된다.박정희 정권 때 석유개발에 대해 ‘코미디’라고 해서 당국의 신경을 건드린 적도 있었다.그는 중국과 수교전에 50여 차례 베이징을 다녀오면서 보이지 않는 역할을 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세계 각국과 이메일을 주고 받으면서 하루 일과를 시작합니다.” 김문기자 km@˝
  • [무슨 영화 볼까]

    ●태극기 휘날리며 장르/예매율 전쟁액션/85.3%(15세) 감독/배우는 강제규/장동건·원빈·이은주·공형진 어떤 줄거리 6·25전쟁을 배경으로 ‘전우’가 돼버린 형제. 이래서 좋아 ‘실미도’를 보며 흐느꼈다면,이번엔 펑펑 울지도…. 이래서 별로 기교없이 단선적인 드라마 전개. 홈피 반응은 “할리우드에 뒤지지 않는 전쟁영화”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 장르/예매율 로맨틱 코미디/7.0%(15세) 감독/배우는 낸시 마이어스/잭 니콜슨·다이앤 키튼·키애누 리브스 어떤 줄거리 플레이보이,새 파트너의 엄마와 사랑에 빠져. 이래서 좋아 잭 니콜슨이 구사하는 능청맞은 중년의 로맨스. 이래서 별로 사랑을 쉽게 포기해 개연성이 약해지는 듯. 홈피 반응은 “…” ●실미도 장르/예매율 액션드라마/3.9%(15세) 감독/배우는 강우석/설경구·안성기·정재영·임원희 어떤 줄거리 북파 공작부대원들의 실화를 복원한 영화. 이래서 좋아 설경구의 검증된 연기력,정재영의 업그레이드된 연기력. 이래서 별로 지나치게 신파적인 느낌. 홈피 반응은 “실미도 부대원들의 명복을 빕니다.” ●열두명의 웬수들 장르/예매율 코믹드라마/2.2%(전체) 감독/배우는 숀 레비/스티브 마틴·보니 헌트 어떤 줄거리 12명의 자녀와 중년부부가 엮는 ‘뒤죽박죽 즐거운 우리집’. 이래서 좋아 잔잔한 유머가 이어지는 유쾌한 가족드라마. 이래서 별로 어린 주인공들로 정신없이 산만한 화면. 홈피 반응은 “…” ●스파이 키드 3D 장르/예매율 SF팬터지/0.5%(전체) 감독/배우는 로버트 로드리게즈/안토니오 반데라스·칼라 구지노·알렉스 베가 어떤 줄거리 게임 속으로 들어간 스파이 키드의 모험담. 이래서 좋아 레벨이 올라갈 때마다 더해지는 짜릿한 긴박감. 이래서 별로 어린이 눈높이에 맞췄다지만 너무 허술한 구성. 홈피 반응은 “…” ●말죽거리 잔혹사 장르/예매율 액션드라마/0.5%(15세) 감독/배우는 유하/권상우·이정진·한가인 어떤 줄거리 70년대말 ‘이소룡 세대’의 청춘 회고록. 이래서 좋아 첫사랑으로 성장통을 앓는 ‘애잔한’ 권상우. 이래서 별로 ‘친구’와 ‘품행제로’를 벤치마킹한 듯 익숙한 설정들. 홈피 반응은 “386세대에 보내는 마지막 시!” ●반지의 제왕:왕의 귀환 장르/예매율 팬터지 액션/0.3%(12세) 감독/배우는 피터 잭슨/일라이저 우드·비고 모텐슨 어떤 줄거리 절대반지를 파괴하기 위한 프로도의 마지막 모험길. 이래서 좋아 입이 딱 벌어지는 스펙터클 전투장면. 이래서 별로 30분은 잘라도 좋겠다 싶게 늘어지는 전투. 홈피 반응은 “몇십년 뒤 ‘절대반지’란 말에도 가슴설렐 것” ●알게 될거야 장르/예매율 로맨틱 코미디/0.1%(15세) 감독/배우는 자크 리베트/잔 발리바·세르지오 카스텔리토 어떤 줄거리 한 연극배우를 중심으로 6명의 남녀가 물고 물리는 사랑이야기. 이래서 좋아 누벨바그의 거장감독이 선보이는 위트와 통찰. 이래서 별로 영화속 연극의 의미가 빛바래 아쉬워…. 홈피 반응은 “푸근한 분위기에 마음이 편해져…”˝
  • [무슨 영화 볼까]

    ●태극기 휘날리며 장르/예매율 전쟁액션/91.6%(15세) 감독/배우는 강제규/장동건·원빈·이은주·공형진 어떤 줄거리 6·25전쟁 ‘전우’가 돼버린 형제의 비극. 이래서 좋아 ‘실미도’를 보며 흐느꼈다면,이번엔 펑펑 울지도…. 이래서 별로 기교없이 단선적인 드라마 전개. 홈피 반응은 “스포일러 글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장동건 ●실미도 장르/예매율 액션드라마/4.9%(15세) 감독/배우는 강우석/설경구·안성기·정재영·임원희 어떤 줄거리 북파 공작부대원들의 실화를 복원한 영화. 이래서 좋아 설경구의 검증된 연기력,정재영의 업그레이드된 연기력. 이래서 별로 지나치게 신파적인 느낌. 홈피 반응은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더라.” ●말죽거리 잔혹사 장르/예매율 액션드라마/1.4%(15세) 감독/배우는 유하/권상우·이정진·한가인 어떤 줄거리 70년대말 ‘이소룡 세대’의 청춘 회고록. 이래서 좋아 첫사랑으로 성장통을 앓는 ‘애잔한’ 권상우. 이래서 별로 ‘친구’와 ‘품행제로’를 벤치마킹한 듯 익숙한 설정들. 홈피 반응은 “386세대에 보내는 마지막 시!” ●반지의 제왕:왕의 귀환 장르/예매율 팬터지 액션/1.1%(12세) 감독/배우는 피터 잭슨/일라이저 우드·비고 모텐슨 어떤 줄거리 절대반지를 파괴하기 위한 프로도의 마지막 모험길. 이래서 좋아 입이 딱 벌어지는 스펙터클 전투장면. 이래서 별로 30분은 잘라도 좋겠다 싶게 늘어지는 전투. 홈피 반응은 “몇십년 뒤 ‘절대반지’란 말에도 가슴설렐 것” ●자토이치 장르/예매율 사무라이 액션/0.3%(15세) 감독/배우는 기타노 다케시/기타노 다케시·아사노 다다노부·오구스 미치요 어떤 줄거리 악당 칼잡이단을 물리치는 맹인검객 활약기. 이래서 좋아 기타노 다케시의 표정연기는 맹인역할에 딱! 이래서 별로 눈을 질끈 감게 만드는 잔인한 칼부림. 홈피 반응은 “부산영화제에서 보고 얼마나 흥분했는지!” ●피터팬 장르/예매율 팬터지드라마/0.3%(전체) 감독/배우는 P J 호건/제이슨 이삭스·제러미 섬터 어떤 줄거리 사랑과 눈물의 비밀로 피터팬의 연인을 구해라. 이래서 좋아 원작을 충실히 해석한 피터팬 캐릭터. 이래서 별로 디즈니의 예쁘장한 만화영화가 아니라는 사실. 홈피 반응은 “…” ●베이직 장르/예매율 액션스릴러/0.2%(15세) 감독/배우는 존 맥티어넌/존 트라볼타·새뮤얼 잭슨 어떤 줄거리 미국 특수부대 요원들의 총격전 사망사건 진상 밝히기. 이래서 좋아 과연 누가 누구를 죽였고 어느쪽 말이 맞을까? 이래서 별로 지나친 반전에 뒤집기 묘미가 오히려 반감. 홈피 반응은 “…” ●안녕!유에프오 장르/예매율 로맨틱코미디/0.1%(전체) 감독/배우는 김진민/이범수·이은주·봉태규 어떤 줄거리 시각장애인 여성과 ‘순진남’ 버스운전사의 사랑이야기. 이래서 좋아 달동네를 배경으로 한 따뜻하고 소박한 멜로. 이래서 별로 진부하게 늘어지는 ‘고전적’스타일의 연출. 홈피 반응은 “음악이 너무 좋아 OST 사고 싶어요.”˝
  •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시사회를 다녀와서

    전쟁만큼 진부한 영화소재도 없다.그러나 또 그만큼 변함없이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보편적인 소재도 없다.계산 빠른 할리우드에서 끊임없이 전쟁액션을 재생해온 건 그래서다.그러나 ‘라이언 일병 구하기’‘신 레드라인’‘블랙호크 다운’까지 다 본 마당에 전쟁영화가 더이상의 어떤 자극을 줄 수 있을까.그것도 한국산(産)이? 순수제작비 147억 5000만원이라는 외형만으로도 충무로를 긴장시켜온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제작 강제규필름·5일 개봉)는 그런 우려를 가볍게 털어냈다.지난 3일 월드프리미어(각국의 언론·배급관계자 등을 초청한 첫 시사회) 행사에서 공개된 영화는 할리우드산을 능가하는 극사실주의 화면에 러닝시간 2시간28분이 어떻게 갔는지 몰랐다는 호평을 이끌어냈다. 영화는 강 감독이 ‘쉬리’ 이후 4년만에 찍은 작품.감독은 기왕 꺼낸 전쟁 이야기를 정공법으로 구사해 보기로 작정했다.낡고 닳은,눈곱만큼도 더 새로울 게 없을 듯한 6·25전쟁의 포염 속으로 렌즈를 들이밀었다. ●‘전우’가 돼버린 형제 전쟁의 극악함을 웅변하는 데 가족애를 부각시키는 것만큼 효과적인 장치가 또 있을까. 구두닦이로 어렵게 집안생계를 책임지는 형 진태(장동건)와 집안의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자란 명석한 고교졸업반 진석(원빈).형제의 우애는 유별나다.시장에서 국수를 말아파는 홀어머니는 언어장애를 앓지만 든든한 두 아들이 있어 미덥고,부모없이 어린 동생 셋을 거느린 영신(이은주)은 몇달 뒤 진태와의 결혼을 앞두고 있어 행복하다.영화는 이렇게 1950년대 시대물들에서 수없이 대면해온,남루하되 친숙해서 아련한 설정들로 물꼬를 튼다.그러나 안온한 화면은 10여분에 지나지 않는다.전쟁이 터지고 피란길에 나선 형제는 전쟁터로 강제징집돼 간다. ●할리우드산 뺨치는 극사실적 화면 훈련받을 겨를도 없이 국군 최후의 보루인 낙동강 방어선으로 형제를 밀어넣은 영화는 노골적인 화법으로 전쟁의 비극을 고발해 간다.포탄에 맞아 뚝뚝 잘려 나가는 팔다리,불길에 휩싸여 미친 듯 날뛰는 병사의 실루엣,무심히 한켠에서 소각되는 시체더미,포성과 비명의 아비규환 속에서 유서를 긁적이는 무명의 병사들….전쟁다큐멘터리처럼 극사실적으로 묘사되는 화면에 관객들은 한동안 숨소리조차 크게 내지 못한다. 잘 다듬어진 화면기술에 국산영화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전례없이 화려하고 사실적인 물량공세를 펼쳤다.액션블록버스터들의 맹점은,대개 지나치게 외형에 기댄 나머지 서사의 짜임새가 헐렁해지고 자칫 1인 영웅주의에 빠지기 쉽다는 것. 이를 무리없이 극복했다는 점도 ‘태극기…’의 강점으로 꼽힐 만하다.형제애·가족애라는 일관된 주제어에 맞춰 긴장의 볼륨을 높여가면서도 전장에서의 중심인물인 진태가 영웅으로 그려지는 적은 없다.무공훈장을 타서 동생을 싸움터에서 빼내겠다는 일념으로 진태는 전쟁광으로 돌변해 가고,그런 형을 지켜보며 진석은 절망한다.형제의 모습에서는 좌우의 이념을 따지는 것조차 한낱 허망한 말장난으로 비쳐질 뿐이다. ●장동건의 연기,“이보다 더 아찔할 순 없다” 세계 배급을 염두에 둔 감독은 “공감대를 폭넓게 이끌어낼 보편적인 소재로 전쟁을 택했다.”고 했다.그럼에도 이 영화는 한국인 정서에 호소해야 기대치 이상의 감동을 길어올릴 수 있을 것 같다.‘아버지 같은 형’이 동생을 위해 모든 걸 희생하는 설정은 가부장적 전통에 익숙지 않은 서양관객들에겐 100% 동의를 얻기가 좀 어렵지 않을까. 눈에 띄는 반전이나 음모가 없는 것은 단점이자 장점이다.예상가능한 이야기 틀거리가 비극을 향해 일렬횡대로 덤덤히 늘어선 듯해서 오락성은 떨어진다. 반면,그런 기교없는 드라마가 오히려 메시지의 진정성을 더하는 데 주효했다고 호평할 이도 있겠다.국방군과 인민군 사이에서 줄타기하며 가족을 지키려는 장동건의 연기는 아찔할 만큼 완벽하다. 황수정기자 sjh@˝
  • “참여정부 비판… 김추기경은 사회의 걸림돌”‘오마이뉴스 칼럼’ 공방 계속

    노무현 참여정부의 국정운영을 신랄하게 비판한 김수환 추기경 발언을 둘러싼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김 추기경은 최근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에게 참여정부의 핵심국정 과제인 행정수도 이전 방침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하는 등 ‘쓴소리’ 보따리를 풀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인터넷 언론 오마이뉴스는 고정 칼럼니스트 손석춘씨의 칼럼을 통해 김 추기경을 ‘사회의 걸림돌’로 표현했고,여야는 이를 두고 공방전을 펼쳤다.한나라당과 민주당은 2일 “국가원로를 향한 용납할 수 없는 막말”이라고 주장했다.가톨릭 교계 인사들도 강하게 반발했다.반면 열린우리당은 “오마이뉴스 보도를 이상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견해를 달리했다. 민주당 조순형 대표는 “우리 사회에 남은 권위의 상징이 매도되고 있는데 세상이 어떻게 돼가고 있는 건지….”라며 혀를 찬 뒤 “김 추기경을 구 세력으로 모는 것을 보니 칼럼을 쓴 사람은 ‘천도’를 주장하는 신세력인 것 같다.”고 꼬집었다.한나라당 이상득 사무총장도 “원로 어른이 자신의 맘에 들지 않는 쓴소리를 한다고 발끈해 막말을 하는 것은 몰상식한 일”이라며 “옛날 민주화 운동 당시 그 분이 정부에 쓴소리를 했을 때는 옳다고 하고,지금 와서 맘에 들지 않는다고 깎아내리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신기남 상임중앙위원은 “김 추기경의 연령으로 보나,세대로 보나 6·25전쟁을 겪은 분으로서 보수적일 수밖에 없지만 젊은 사람을 너무 불안하게 보는 것은 기성세대의 기우인 것 같다.”면서 “보수적인 기성세대와 젊은이 간의 이견은 당연히 있을 수 있으며 이같은 세대차이를 논하는 것은 건전한 토론과정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한편 손씨는 이날 후속 칼럼을 통해 “김 추기경이 한 말 가운데 ‘정치적 발언이 현실을 호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면서 “나는 김 추기경이 민족의 걸림돌이라고 쓴 바가 없다.”고 해명했다. 박현갑기자 eagleduo@
  • 中 1949~55년 외교문서 공개 6·25개입등 베일 걷힐듯

    |베이징 오일만특파원|중국 외교부가 처음으로 외교 문서를 일반인들에게 공개키로 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사가 19일 보도했다. 중국 리자오싱(李肇星)외교부장은 지난 16일 외교부내 난페이러우(南配樓)에서 열린 ‘외교부 공개서류 열람실’ 개관식에 참석 “신중국 성립 이후 작성된 외교문서를 처음으로 사회에 개방하는 것은 시대발전에 따른 새로운 조치”라고 말했다고 신화사가 이날 전했다. 공개될 외교문서에는 신중국 초기에 일어난 한국전(중국측 抗美援朝)과 관련된 문건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그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6·25전쟁중 중국의 개입과정을 둘러싼 진실이 밝혀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리 외교부장은 “이번에 공개되는 외교문서는 국가와 공중의 이익에 부합되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에 공개되는 외교 문서(案)는 중화인민공화국이 건국된 1949년부터 1955년까지 건국초기 6년간의 외교문서 1만건 안팎으로 알려졌으며,건국초기 중국의 대외관계 수립과 발전과정,외국과의 정치·경제·문화 교류 진행 상황 등이 총망라된다. 특히 중국이 50년대 초반에 시도했던 비동맹회의와 관련된 국제회의 관련 문서들도 상당수 공개될 예정이다. 중국 외교부는 1956년 이후의 외교문서도 단계적으로 개방할 방침이다. 중국 외교부의 한 소식통은 “외교문서가 사회에 공개되면 국내외에 신중국 건립 이후 외교적 성과를 이해하고 중국의 외교정책 및 중국 외교사 연구에도 상당한 공헌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oilman@
  • 태극기 휘날리며 강제규 감독/장동건 원빈 친형제 같아 그거면 게임 끝입니다

    강제규(42) 감독을 한국영화판을 움직이는 ‘큰 손’으로 꼽는 데 토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그러나 연출작품 편수를 따져보면 놀랍다. 그의 연출작은 단 2편.1996년 ‘은행나무 침대’로 감독데뷔했고 99년 한국영화사를 다시 쓰게 한 흥행대작 ‘쉬리’를 내놓은 게 전부다.전국관객 597만명이라는 ‘쉬리’의 당시 전례없는 성취 덕분에 본의아니게 ‘값진 오해’를 사온 셈이다. 그가 세번째 연출작품을 내놓기까지는 5년이 걸렸다.한국전을 배경으로 두 형제의 애증을 그린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제작 강제규필름)가 2년여의 산고 끝에 새달 6일 개봉한다.순수제작비로 든 돈만 무려 147억 5000만원.한국영화사상 최고다.그와 충무로 캐스팅 0순위의 주인공 장동건·원빈의 시너지효과가 얼마만큼 풍속(風速)을 높일지,충무로가 숨죽일 만하다.후반작업을 하느라 경기도 양수리 종합촬영소에 갇혀 “숨쉴 시간도 없다.”는 감독을 만났다. 왜 이렇게 공백이 길어야 했나. - 무슨 이유가 있겠나.게을러서 그렇다.(웃음) 근년들어 블록버스터들이 하나 같이 실패했다.투자심리가 위축된 터라 기대만큼 우려도 큰 게 사실이다.‘태극기…’가 무너지면 향후 몇년 동안 한국영화는 가사상태에 빠질 것이라는 걱정이 많다. - 물론 그런 시선을 감지한다.하지만 내수시장만 보고 그 큰 돈을 끌어들일 만큼 무모하진 않다.해외배급 등 ‘쉬리’의 노하우를 십분 살려 미국이나 유럽처럼 우리에게 취약한 시장을 새롭게 공략해 보고 싶었다.대규모 프로모션을 통해 영화의 본류시장쪽으로 덩치 큰 배급을 할 작정이다.모험의 원동력은 바로 그것이다. 해외시장을 겨냥한 블록버스터의 소재가 왜 하필이면 6·25전쟁인가. - ‘쉬리’는 해외에서도 성공했다.그러나 그저 ‘재미있다.’는 반응말고는 돌아온 게 없었다.미국·유럽시장에서 영화외적 파장,즉 사회적 흔들림을 얻어낼 소재는 한국전이어야 한다고 판단했다.보편적 정서를 건드릴 소재로 전쟁 이상이 있을까.6·25전쟁을 잊어가는 건 우리뿐,그들은 여전히 ‘한국전’을 기억하고 있다. 짧은 시간에 자금을 모으느라 어려움이 무척 컸다는데. - 소재주의에 빠진 영화판의 편견 때문에 더 힘들었다.이제 와서 무슨 전쟁영화,그것도 낡고 닳은 6·25이야기로 승산이 있겠느냐는 식이었다.강제규가 오랜만에 사고치는가 싶었던 모양인데,일면 이해도 한다.담보잡히고 융자내서 일단은 자비로 찍어 ‘물건’을 보여주는 수밖엔 도리가 없었다.지난해 칸국제영화제에 20% 촬영분을 들고나가 승부수를 띄웠다.일본쪽 사전판매도 그때 이뤄졌고,국내 투자를 유치하는 데도 성공했다. 위험부담을 떠안고 꼭 블록버스터를 만들어야 했는지. - 관객은 유기적인 생명체다.끊임없이 다양성과 변화를 갈구하는 생명체라고 할까.블록버스터는 그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하나의 대안일 뿐이다. 영화의 특성상 제작전에 국방부의 협조를 얻으려고 많이 노력했다.국방부에서 협조했더라면 제작비 절감효과를 봤을 것 같다. - 대단히 아쉬웠던 부분이다.당시에 쓰인 무기 등에 대한 지원을 국방부에서 받았다면 20억원은 족히 절감했을 것이다.극중 주인공들이 강제징집령을 받고 군에 들어가는 설정이 있는데,육군측이 군수물량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시나리오 수정을 요구했다.강제징집이 일반적 사실처럼 비쳐지면 군의 이미지가 훼손된다는 이유에서였다.잠시도 고민하지 않았다.엄연한 역사적 사실을 제작비 때문에 얼버무릴 순 없었다.결국 탱크나 장갑차 등을 견본제작한 뒤 이를 컴퓨터그래픽으로 복제해서 화면을 채워야 했다. ‘태극기…’는 외형적 규모도 규모려니와 한국영화의 기술적 측면에서도 적지 않은 의미를 가질 듯하다.이를테면 디지털 캐릭터(모션캡쳐 카메라로 사람의 동작을 컴퓨터에 입력한 뒤 이를 컴퓨터그래픽으로 실제인물처럼 활용하는 기법)를 도입한 것도 국내 첫 시도다. - 처음엔 외국스태프 동원을 놓고 고민했다.그러나 곧 생각을 바꿨다.우리 힘으로 이런 실험과 탐색을 해볼 기회도 많지 않다고 판단했다.필름 전체를 디지털 작업했다.찍은 필름을 디지털로 바꿔 다시 필름으로 출력하는,까다로운 기술력과 시간이 필요한 작업이었다.유대인 학살을 다룬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화제작 ‘피아니스트’에 순제작비 3500만 달러가 들어갔다.그 영화의 어디에 그 돈이 들어가 보이는가.(뜸을 들이다 확신에 찬 듯) ‘태극기…’를 보고나면 오히려 147억원이 모자랐겠다 싶을 것이다. 그래도 성에 차지 않는 부분이 있을 것 같다. - 한국전에 대한 가장 선연한 이미지의 하나가 평양시가전 전의 B-29 공중폭격이다.5억원쯤 들어가는 평양시내 미니어처를 못 만든 게 두고두고 아쉽다.그 미니어처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전쟁의 사실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만족도는? - 처음에 장동건과 원빈을 나란히 카메라에 잡을 때는 조화가 안될까 내심 걱정했다.그런데 30%쯤 찍었을 즈음엔 둘이 진짜 친형제처럼 뭉쳐졌다.시쳇말로 ‘게임 끝’이다. 강우석 감독의 ‘실미도’가 브레이크없는 질주를 하고 있다.자신이 형님 뻘이라는 강우석 감독은 ‘태극기…’보다는 ‘실미도’에 한 명이라도 더 많은 관객이 들어야 한다고 농담하던데. - 바빠서 ‘실미도’를 아직 못 봤다.그러나 여자 한 명 안 나오는 영화를 누가 보겠느냐는 소재주의의 편견을 보란 듯이 깬 의미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흥행에서야 나도 양보 못한다(웃음).‘태극기…’의 제작비가 그쪽보다 근 2배나 많이 들었으니 관객도 그에 비례해야 하지 않겠나. 황수정기자 sjh@
  • 정부-우리당 ‘엇박제 2題’

    법안 심의 충돌 7일 국회 법사위 제2법안심사소위에서는 정부와 정치적 여당간에 충돌이 빚어졌다. ‘일제강점하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김주현 행자부차관이 법안에 반대의견을 표시하자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들이 일제히 반발한 것이다.임종훈 수석전문위원의 수정안 보고와 법안 제정을 주도한 우리당 송영길·김희선 의원의 의견 진술이 끝나자 김 차관은 “정부측 의견이 있다.”면서 제동을 걸었다. 김 차관은 “처벌대상과 관련,후손들이 반발해 국민적 갈등이 일어날 수 있고,친일 반민족행위를 했던 분들이 대부분 사망했거나 나이 들어 증인과 참고인의 일방적인 진술을 막을 장치가 없다.”면서 “정부가 주도적으로 (친일 진상규명에) 나설 게 아니라 학계로 넘기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송영길 의원이 “누구의 뜻인데 이따위 소리를 하느냐.”며 발끈했고,김희선 의원도 “도대체 어느 정부냐.”며 김 차관을 쏘아붙였다. 그러자 회의를 주재하던 김용균 제2법안심사소위원장은 “이런 식으로 ‘땡깡’을 부리면 회의를 진행하지 못한다.”며 의자를 박차고 회의장을 나갔다.사태가 심각해지자 우리당 최용규 의원은 “정부의 공식 견해냐.”고 물었고,김 차관은 “국무조정실 의견을 대변하는 것이다.”라고 공식입장임을 우회적으로 표명했다. 그러자 김희선 의원은 김 차관에게 달려가 김 차관이 손에 쥔 보고자료를 빼앗았고,송영길 의원은 “진상규명을 못하게 하는 게 나라냐.”며 서류뭉치를 김 차관 앞 테이블에 던지는 등 분위기가 험악해졌다.이에 김 차관은 불쾌한 표정으로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한편 소위는 ‘6·25전쟁 휴전 이전 민간인 희생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자 명예회복 등에 관한 법’과 ‘일제강점하 강제동원피해 진상규명 등에 관한 법’ ‘동학농민혁명가담자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등을 전체회의로 넘겼다. 박정경기자 olive@ 불황“네탓”공방 “정치만 잘하면 경제는 더욱 좋아질 것이다.” 김진표 경제부총리를 필두로 한 정부 경제팀이 7일 열린우리당 김원기 의장을 비롯한 여당 수뇌부 앞에서 정치권을 질타했다. 입법부의 감시를 받는 행정부 관리들이 국회의원들,특히 여당 대표의 면전에서 대놓고 정치권을 비판한 것은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사건’이어서 주목된다. 오전 10시 김진표 경제부총리는 허상만 농림부장관,진대제 정보통신부장관,김병일 기획예산처장관,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과 함께 새해인사차 열린우리당을 방문,김원기 의장과 정세균 정책위의장 등 지도부를 면담했다.이런 자리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의례적인 덕담을 주고받는 게 보통이다. 정세균 의장이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목표치를 밑돈 점을 감안해 올해 목표를 6%에서 더올려야 한다.”고 주문했을 때만 해도 분위기는 ‘정상’이었다.정부측의 예상답변은 ‘열심히 하겠다.’ 정도였다.그런데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이 갑자기 “한말씀 드리겠다.”면서 “경제가 정치에서 해방되면 성장률이 1∼2% 더 올라갈 것이다.”고 받아쳤다.장내에 돌연 긴장감이 돌았다.이에 옆에 있던 김 부총리는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기는 커녕 “정치권의 도움을 받으면 (초과 성장률이) 2∼3%는 될 것”이라고 가세했고,허상만 장관도 “한·칠레FTA가 국회에서 통과되면 일시에 해소될 것”이라고 거들었다.정부측이 작심한 듯 했다. 그러자 이우재 의원이 불쾌한 표정으로 “경제가 관료주의에서 해방되면 1∼2% 더 성장할것”이라고 반격하면서 분위기는 더욱 냉각됐다. 이 의원은 “행정부가 기업에 간섭만 안하면 경제가 잘 된다.관에서 이것저것 따지고 자기 보신만 하니까 구로공단에 입주한 제조업체들이 다 떠나는 것이다.”고 비판했다.그러면서 “규제를 풀려면 다 풀어라.”고 요구했다. ‘신경전’은 결국 김병일 장관이 “경제가 잘 되도록 아낌없는 지도편달을 해달라.”고 무마에 나서면서 종료됐다. 김상연기자 carlos@
  • 국군포로 北식량난에 가장 큰 피해

    북한에 살고 있는 국군포로들이 1990년대 중반 이후 북한 전역을 휩쓴 식량난으로 가장 혹독한 피해를 입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2일 국방부가 귀한 국군포로 등의 증언을 바탕으로 펴낸 ‘국군포로 문제,실상과 대책' 에 따르면 국군포로들은 주로 의료시설이 열악한 광산지역에 집단거주하면서 식량보급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으며,사소한 질병에 걸려도 쉽게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많았다. 또 6·25전쟁 당시 생포된 후 이미 알려졌듯이 북한 군부대에 편성돼 전후 복구사업을 위한 강제노역에 투입됐는데 그 기간이 1956년 6월까지였던 것으로 이번에 확인됐다 조승진기자 redtrain@
  • 책꽂이

    ●이상 평전(고은 지음,향연 펴냄) “이상(李箱)은 사람이 아니라 사건이었다.” 시대를 앞섰던 ‘모던 보이’ 시인 이상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실험으로 가득찬 그의 삶과 문학의 모든 것을 시인의 감성으로 빚었다.1974년 출간된 뒤 저자의 전집에 수록된 것을 단행본으로 재출간.1만 3000원. ●바베트의 만찬(이자크 디네센 지음,추미옥 옮김,문학동네 펴냄)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여주인공의 실제 모델이자 원작자인 작가의 네번째 소설집.프랑스 제일의 요리사가 혁명을 피해 북구에 간 뒤 마련한 만찬에 초대된 사람들의 이야기 형식으로 다양한 경험을 들려준다.9000원. ●100일 동안 쓴 러브레터(안도현 지음,태동출판사 펴냄) 달콤한 감성의 시인이 밀란 쿤데라,백석 등 국내외 유명작가 등 100명에 얽힌 사랑과 관련한 빛나는 표현을 골랐다.원문에다 시인 특유의 해석을 덧붙여 아늑한 메시지를 던진다.8000원. ●가랑비 속의 외침(위화 지음,최용만 옮김,푸른숲 펴냄) ‘살아간다는 것’‘허삼관 매혈기’ 등 영화나 연극의 원작자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중국 3세대 작가’의 세번째 장편.민중들의 힘든 일상에 현미경을 들이대는 모습이 희극적이다.1만원. ●자거라 네 슬픔아(신경숙 글,구본창 사진,현대문학 펴냄) ‘외딴 방’의 작가가 추억을 더듬어 자유롭게 쓴 에세이와,그에 어울린 다양한 사진이 만났다.어머니에 대한 단상,잊지 못할 영화 등을 소재로 신문에 연재한 것을 모아 펴냈다.1만원. ●광기의 다이아몬드(김록 지음,열림원 펴냄) 98년 등단한 시인의 첫 작품집.제목처럼 신예시인의 ‘광기의 상상력’이 곳곳에 번뜩인다.약간은 난해한 듯하지만 발문을 쓴 시인 성귀수의 안내를 따라가면 그 세계가 ‘광란’을 극단까지 밀고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6000원. ●오 헨리 단편선(김욱동 옮김,이레 펴냄) ‘마지막 잎새’ 등으로 단편 소설의 대명사로 통하는 작가의 작품집.‘크리스마스 선물’‘20년 뒤’등 삶의 애환을 다룬 주옥 같은 작품 속에서 작가의 휴머니즘을 만날 수 있다.1만 2000원.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강홍규 지음,나들목 펴냄) 6·25전쟁 이후 혼란스럽던시절 문인들의 기행과 일화등을 세세하게 들려준다.‘관철동 이야기’로 출간된 것을 재출간했다.9000원.
  • “소설 삽화로 제2인생 도전”암투병 만화가 고우영 화백

    담백하고 꾸밈이 없다.얼핏 ‘무(無)기교’처럼 보이지만,실은 ‘극(極)기교’다.처음부터 그러한듯 자연스런 원전 재해석은 이미 ‘재창조’일 터이다.‘맛깔스러운 버무림’ 정도로 만화가 고우영(사진·64) 화백의 작품들을 표현하는 것은 차라리 폄하처럼 느껴진다. 고 화백은 1972년 ‘임꺽정’부터 시작해 수호지,삼국지,열국지,초한지,서유기,십팔사략 등 주로 고전들을 현대적으로 재각색하는 작업에 치중해왔다.“만화는 당의정”이라고 자주 말해온 고 화백에게 만화는,좋은 내용을 대중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도구인 셈이다.몸에 좋은 쓴 약을 먹기좋게 감싸는 설탕옷 정도.어찌보면 ‘사도’(邪道)다. 때문에 고 화백의 만화관은 종종 엄숙한 정통주의자들의 비판을 산다.“‘매체가 곧 메시지’(마셜 맥루한)일터인데 감히 만화를 ‘껍질’ 취급하다니…”.잠시 심각함을 제쳐두고 그의 작품을 들춰보자.곳곳에 번뜩이는 날카로운 해학과 풍자,특유의 끈적이는 성적 환상과 은근한 익살,톡특한 인물해석….최소한 그가 만화라는 매체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달인들 중 한 사람이라는 점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런 도구적 만화관 탓일까.고 화백은 최근 암 투병과 복간 작업으로 바쁜 나날 속에서도 새 작품보다는 ‘남의 소설에 삽화를 그려주는 일’에 끼어들었다.고 화백은 최근 김왕석 작가의 인기 사냥소설 ‘맹수와 사냥꾼’의 삽화 작업을 계약하고 1권 분량을 완료했다.만화인생 40여년만의 ‘외도’다. “사실 미완 작품 마무리와 복간 외에 새 일을 벌일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사냥 이야기라는 말에 덮어놓고 달려들었지요.원래 사냥이 취미거든요.” 평소 만화가에게는 풍부한 현장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해온 그다.그동안 건강이 나빠져 오랫동안 사냥 현장에서 떠나있었던 것이 아무래도 마음에 걸린다.“조만간 아프리카 사파리 여행이라도 가서,잊고 살었던 현장의 긴박한 분위기를 살려내고 싶어요.” 고 화백은 지난해 8월 첫 대장암 수술을 받았다.지난 달에는 간으로 전이된 암세포의 절제 수술을 받는 등 투병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조심스럽게 투병 경과를 물었더니 특유의 천진난만한 웃음으로 답한다.“병도 암쯤 되니까 싸울 맛이 나네요.지금은 대충 5라운드쯤 됩니다.10라운드에서 KO시킬 작정입니다.” 고화백은 1938년 만주 심양 근처 본계호 출신으로 해방이 된 뒤 국내에 들어와 계성국교,동성 중·고교를 마쳤다.6·25전쟁 당시 사망한 둘째형 고일영의 만화인 ‘짱구박사’ 연재를 이어받아 만화가 생활을 시작했다.10여년을 무명으로 고생하다가 1972년 스포츠신문에 연재한 ‘임꺽정’이 성공하면서 주로 고전의 만화화에 전념해 만화 팬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채수범기자
  • “남편이 손수 교정보며 출간 격려”도올 부인 최영애교수 동화작가 데뷔

    도올 김용옥 교수의 부인인 연세대 중어중문학과 최영애(57) 교수가 장편동화 ‘태양의 딸’(비룡소 펴냄)로 동화작가로 데뷔했다. 18일 인사동에서 기자들과 만난 최 교수는 “전쟁의 역경 속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는 동심을 그려보고 싶었다.”면서 “요즘 어린이들에게 특히 가족애와 우리의 전통 어머니상에 대해 귀띔해주고 싶었다.”고 밝혔다.회견에는 도올이 나란히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태양의 딸’은 6·25전쟁을 배경으로 한 팬터지 역사동화.전쟁을 겪는 어린 주인공이 조선백자 연적을 통해 신비한 동심의 나라인 ‘나란’(‘태양’을 뜻하는 몽골어)으로 들어가 갖가지 모험을 벌이는 줄거리다.최 교수는 “엄마를 따라 장사를 하고,천막학교에 다니는 주인공의 일상사는 내가 겪은 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국립타이완대학에서 중국언어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1981년부터 연세대에서 강의해왔다.“중국 고전소설들을 많이 읽어 무의식 중에 동양적 팬터지가 많이 녹아들었다.”면서 “주인공이 나란세계로 들어가는 데 연적이등장한 설정 등이 그런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가 “남편이 원고를 꼼꼼히 교정봐주며 출간을 격려해 주었다.”고 웃으며 말하자,도올은 “최 교수가 나보다 더 실력있고 독서량이 많은 학자이며,이번 책도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다.”고 덕담을 했다.이들 부부는 ‘동양학 어떻게 할 것인가’(1985),라오서의 소설 ‘루어투어 시앙쯔’(1986) 등을 함께 출간하고 번역하기도 했다. 황수정기자 sjh@
  • 동심 통해 본 전쟁과 인간의 이중성/윤흥길 연작 전쟁소설 ‘소라단 가는 길’

    중견작가 윤흥길이 최근 낸 ‘소라단 가는 길’(창비 펴냄)은 시골 초등학교 동창생들의 추억담을 릴레이식으로 풀어낸 연작소설이다.작품은 환갑을 눈앞에 둔 동창생들이 개교 40년 기념 홈커밍행사로 내려가는 버스 속 장면을 묘사한 ‘귀향길’로 열린 뒤 올라오는 모습을 그린 ‘상경길’로 닫힌다.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소품으로 그린 셈이다.그 속을 주인공 9명의 기억이 메우고 있는데 그 바닥엔 늘 ‘한국 전쟁’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다. ●환갑 앞둔 동창생들의 어린시절 회상 “세상물정 모르던 천진한 시절에 몸으로 겪은 끔찍한 전쟁의 기억이 마치 백지 위에 뿌려진 먹물처럼 한장면 한장면 뇌리에 시커멓게 새겨져 있다가 수십년만에 다시 모교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활동사진으로 생생히 되살아난 모양이었다.”(26쪽) 작가는 이미 장편 ‘장마’에서 소년 ‘동만’의 눈으로 전쟁의 상처를 탁월하게 그린 적이 있다.이번 연작은 한 아이의 눈이 아니라 9명의 시선을 통해서 전쟁을 모자이크식으로 채색한다.다른 장소에서 만나는 9명의 표정 하나하나에 작가는 직접 전흔(戰痕)을 그려넣기도 하고 전쟁으로 일그러지는 동심을 새겨 넣으며 리얼리티를 확보한다. ‘묘지근처’는 작가의 대표작 ‘장마’와 비슷한 분위기의 작품.국군으로 전쟁에 나간 셋째 아들을 기다리는 할머니의 모습을 소년 유만재의 회상으로 들려준다.또 표제작은 이기곤의 기억에 기대 누이를 그리워하는 전쟁고아 박충서의 애절한 심정을 담고 있다. 윤흥길은 나아가 가파른 이념 대결이 동심에 상처를 입히는 모습(‘큰남바우 철둑’),전쟁에 동원되고 이용된 이들의 비극(‘안압방 아자씨’‘아이젠하워에게 보내는 멧돼지’)을 애틋한 시선으로 감싸 안는다. 이런 작품들을 통해 작가는 우리 시대의 대표적 리얼리스트답게 전쟁을 몸소 겪은 세대들만이 가진 기억을 끄집어내면서 황량한 전쟁의 와중에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인간의 얼굴을 세밀하게 그리고 있다.이에 대해 문학평론가 정호웅은 “전쟁통 어린아이들의 일상을 통해 6·25전쟁에 접근하는 연작소설인데 그들의 악몽과 공부와 놀이 속에서 죽음을,인간관계의 비정함을,세계의 폭력성을 알게 해준다.”며 “작가가 빚는 신성의 언어는 원혼의 한을 푸는데 그치지 않고 그로 인해 생겨난 우주의 아픔,부조화까지 바로잡는 힘을 지녔다.”고 말한다. ●극한 상황서 피어나는 희망 다뤄 “작품중 6편의 내용이 직접 체험한 사실”이라는 작가는 작품에 담으려는 뜻을 이렇게 들려준다.“극한 상황에서 인간의 진면목이 나타납니다.전쟁의 악마성만이 아니라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에 몰린 인간의 숨은 모습을 다룸으로써 오히려 전쟁의 잔혹함을 더 반어법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종수기자 vielee@
  • 사회 플러스 / 6·25전사자 유해발굴 DMZ확대 추진

    육군은 현재 남측에서 추진중인 6·25전쟁 유해발굴사업을 2009년까지 마무리한 뒤 이 사업을 비무장지대(DMZ)와 북측지역으로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육군은 이 사업의 중·장기계획에 따라 1단계로 32억원의 예산을 들여 내년부터 2009년까지 남측지역 42곳에 대한 발굴사업을 벌이고,2단계로 2010년부터 6년동안 DMZ내 24곳,3단계로 2016년부터 5년동안 북측 16곳에 대한 발굴사업을 벌일 계획이다.육군 관계자는 “통일이 되기전이라도 북측과 상호 교류와 인도적 차원의 협상을 통해 발굴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 47년째 한국서 봉사의 삶 “나는 영원한 코리안”/필리핀 출신 마리아 할머니 베들레헴 아가방 원장 산티아고 수녀

    지난달 21일 오후,낮잠에서 깬 서울 보문동 베들레헴 아가방 아이들이 칭얼대기 시작했다.방은 발 디딜 틈도 없이 누워있는 아이들의 울음으로 가득찼다.“울지마,착하지….” 아가방 원장 미켈라 산티아고(71) 수녀는 아이들의 손에 일일이 막대사탕을 쥐어주면서 달랬다.까무잡잡한 피부에 유난히 눈망울이 큰 아이들은 금세 맑은 미소를 띤 ‘아기 예수’처럼 조용해졌다. 베들레헴 아가방은 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가 운영한다.수녀는 이곳에서 필리핀,태국 등 주로 동남아 출신 여성 노동자들의 아이들 11명을 돌보고 있다. ●동남아 여성 노동자 아이들 24시간 돌봐 수녀는 1957년 처음 국내에 들어왔다.판자촌 밀집 지역인 서울 영등포구 도림동 성당이 그가 한국 생활을 처음 시작한 곳이다.6·25전쟁의 상흔이 사라지지 않은 때였다.성당 밖 거리는 전쟁 고아와 상이 용사로 넘쳐났었다.산티아고 수녀는 “아침마다 미군 부대로 가서 얻은 우유와 빵,밀가루,약 등을 판자촌을 돌아다니며 나눠 주다 보면 어느새 하루가 지나갔다.”고 말했다.어려운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우리말은 저절로 익혔다. 1965년부터 광주 살레시오 초·중·고교와 서울 신길동 살레시오 수녀원에서 교육과 봉사활동을 맡았다.79년부터는 마산에서 제2의 ‘봉사 인생’을 시작했다. 농촌에서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마산 자유수출공단에 취업한 여공들을 거기서 만났다.여공 기숙사를 운영하면서 영어와 일본어,타자 등을 가르쳤다.“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밤마다 불을 밝히며 공부하던 여공들이 친딸처럼 사랑스러웠어요.” 36년 동안 힘들게 사는 한국인들을 돌본 수녀에게 지난 93년 새 일이 맡겨졌다.서울 자양동 외국인 노동자의 집에서 일하게 된 것.미군 부대 대신 경찰서,출입국사무소 등을 제 집처럼 드나들었다.한국어에 익숙지 못한 외국인 노동자들의 입과 손으로 일했다. ●한국 남편에게 맞는 외국 여성 많아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봉사하며 만년을 보내던 산티아고 수녀는 지난 8월 말 아가방이 문을 열자 원장으로 부임했다.동남아 출신으로 한국에서 오랫동안 봉사 활동을 한 그만한 적임자가 없었다.아이들의 아버지들은 대부분 농촌 지역의 한국인들이다.어머니들은 “한국 남자와 결혼하면 잘 살 수 있다.”는 모 종교단체의 주선으로 국제 결혼을 했다.그러나 결혼 생활은 오래 가지 못했다.대부분 알코올 중독인 한국인 남편들이 다른 언어와 풍속을 이유로 외국인 여성들에게 상습적으로 주먹을 휘두른 탓이다.이들을 기다린 것은 양말,칫솔 등을 만드는 가내수공업 공장에서 낮은 봉급을 받고 고된 일을 하는 것뿐이었다.그나마 임금 체불로 15만원인 아이 보육비도 못 내는 어머니가 6명이나 된다. “어머니들은 제3세계 출신에다 여성,저임금 노동자라는 ‘3중고’를 겪고 있습니다.아가방에 들어오려고 기다리는 아이들만 50명이 넘을 정도로 많은 외국인 여성들이 한국인 남편의 폭력에 고통받고 있어요.” 다행인 것은 대부분의 한국인 남편과 외국인 여성들이 재결합을 원한다는 것.남편들이 부인을 찾아 서울로 올라오는 경우가 많다.며칠 전 한 남편이 필리핀 출신 부인을 찾기 위해 아가방에 들렀지만 부인이 ‘술을 계속 마신다면 돌아가지 않겠다.’고 하는 바람에 그냥 돌아갔다고 한다.수녀는 “다른 환경에서 성장한 두 사람이 하나가 되는 고된 ‘숨바꼭질’”이라고 표현했다. ●내 고향은 필리핀 아닌 한국… 된장찌개 좋아해 어느덧 50년 가까이 이땅에서 살아온 수녀는 한국 사람과 똑같다.말은 물론 입맛과 생각도 한국식으로 바뀌었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된장찌개.필리핀 공용어인 타칼로그어와 영어도 이젠 가물가물하다.말년도 한국에서 계속 보낼 생각이다.몇년 전 수녀회에서 “고향에 돌아가고 싶으면 돌아가도 된다.”고 권유했지만 거절했다.한국이 더 마음 편하다는 이유였다.수녀는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그저 ‘도와줘야겠다.’는 생각뿐이었지만 50년 가까이 부대끼며 살다 보니 ‘형제’라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수녀는 천주교가 국교인 필리핀 출신이다.처음 수녀 양성 과정에 입문한 것은 18세 때인 1950년.달라 시에 있는 홀리스피리트 대학을 졸업하자마자였다.산티아고 수녀는 “초등학교 때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은 뒤 남들을 위해 봉사하는 수녀가 되는 게 꿈이었다.”고 말했다. 살레시오 수녀회에 입회한 것은 지난 53년.살레시오 수녀회가 ‘도움을 주시는 마리아의 딸회’라는 이름처럼 어려운 환경에 있는 여성들에 대한 봉사를 주로 하기 때문이었다.한국에 오기 직전 일본 살레시오 수녀회에서 4년 동안 교육을 받으며 봉사활동을 했다. 그러나 한 사회의 ‘생래적(生來的) 타자(他者)’는 더 날카롭게 사회를 보는 법.산티아고 수녀에게 최근 정부의 불법 외국인 노동자 추방은 한국의 국수주의적 성격을 잘 보여주는 일례로 받아들여진다.수녀는 “일부 한국 사람들은 잘 사는 나라 사람들에게는 굽신거리면서,동남아 등의 노동자들이 다치는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월급도 제때 주지 않는 인종차별적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이제는 필요 없다.’고 무조건 내쫓을 게 아니라 일정 정도의 법적인 기한을 채운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영주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사람에 받은 게 많아 감사할 뿐 수녀가 한국을 좋아하는 이유는 ‘따뜻한 정’ 때문이다.수녀는 “예전 영등포에서 봉사 활동을 하면서 만났던 어린 아이들이 이젠 환갑이 다 돼 ‘도와줄 것 없냐.’고 연락을 해 올 때면 ‘하느님께서 이렇게 베풀어 주시는구나.’ 싶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46년 동안 한국 사람들에게 베푼 게 아니라 도리어 많이 받은 것 같아 감사할 뿐입니다.” 베들레헴 아가방을 후원하고 싶은 사람은 국민은행 028-002-04-022668 미켈라 산티아고 수녀 계좌로 입금하면 된다. 이두걸기자 douzirl@
  • 41년간 불우아동 1200명 키워/아산복지재단 사회복지대상 ‘새소망의 집’ 노주택 원장

    “아이들을 사랑하면서 살아온 것밖에 없는데 너무 큰 상이 주어졌습니다.상금(3000만원) 전액을 아이들을 위해 쓰렵니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은 24일 사회복지대상 수상자로 ‘새소망의 집’ 보육원 노주택(魯周宅·사진·77) 원장을 선정,발표했다. 평생을 불우아동을 위해 살아온 노 원장의 별명은 ‘NO 주택’.희수(喜壽)의 나이에도 집 한칸 없이 사택에서 기거한 데서 나온 말이다.150㎝의 아담한 체구의 노 원장이 길러낸 아이는 모두 1200여명.지난 62년 대구 성광보육원에 근무한 뒤부터 41년간 줄곧 봉사해온 결실이다.황해도 옹진 출신인 노 원장이 아동복지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것은 6·25전쟁 당시 피란지였던 연평도에서 선교사를 접한 뒤부터였다.그는 지금도 자신이 키워온 아이들의 이름과 성장 과정을 모두 기억하고 있을 정도로 애정이 각별하다. 더구나 ‘새소망의 집’은 10여년 전부터 보육사 부부가 아이들과 함께 기거하는 독특한 운영방식을 택하고 있다.원생들에게 가정의 훈훈함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한 제도다.그래서인지 이 집을 거친 아동중 71명이 대학에 진학,13명은 해외 유학을 했고,5명은 박사로 성장했다. 김성수기자 sskim@
  • [미리 가본 뉴타운](3)강동구 천호동일대

    21일 밤 천호시장 옆 텍사스촌 골목에는 몇몇 업소만 은은한 불빛속에 영업을 준비하고 있었다.1960년대 말에 조성된 뒤 변화가 없는 곳이라 대부분 시커멓게 그을린 듯한 벽면에 비닐 출입문을 달아놓는 등 초라한 몰골이었다.한때 200여곳이 몰려 개발을 방해했던 윤락업소는 현재 40여곳만 간판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상인 A(여·42)씨는 “남은 윤락업소도 둘에 한 곳 정도만 영업한다.”면서 “시장을 ‘ㄴ’자로 빙 둘러싼 업소 중 150여곳은 1년 전부터 아예 문을 닫아 을씨년스러운 풍경이니,누가 발길을 들여놓겠느냐.”고 되물었다.그러나 뉴타운 발표가 나자마자 부동산업소 사람으로부터 벌써 ‘어떤 가게가 팔려나갔다.’는 말을 들었다고 A씨는 덧붙였다. 서울의 대표적 윤락가 ‘텍사스촌’이 자리한 천호4동 423을 포함,362의 60 일대 41만 2000여㎡(12만 5000여평)가 뉴타운으로 지정돼 이곳 주민들은 ‘동부권 압구정동’으로 탈바꿈하는 꿈에 부풀어 있다.천호4동에서 30년째 산다는 김오태(52)씨는 이 일대의 뉴타운 지정 소식에 “6·25전쟁 때5∼6평 정도의 소규모 가게들이 들어찬 ‘족발골목’이 아직도 버티고 있는 등 미개발 지역으로 남아 있어 주민들에게는 애증이 겹친 곳”이라고 말했다. 이 일대에는 서울시의 재래시장 현대화 계획에서 빠진 채 자치구 예산으로는 재개발을 엄두도 못내 ‘시골장터’나 다름없는 천호시장 등 낡은 시설과, 15∼30여년 된 노후주택 3500여가구가 들어서 있다.20년 이상 묵은 건물이 42%로 절반에 가깝다.4년 전에 들어선 주상복합아파트 한 곳을 빼고는 6층짜리 ‘금강먹자빌딩’이 가장 높을 정도다.뉴타운 계획이 실현되면 경기도 하남·남양주시와 인접한 서울 동부지역의 상업·업무거점으로서 역할이 클 뿐 아니라,한강을 낀 경관은 주택단지로 쾌적하기 그지없다는 평가다.최근 광진교 개통과 더불어 새로운 도심축 형성의 가능성도 더욱 커졌다. 강동구의 뉴타운 구상도 알차다.현재 4∼6m인 부지내 20여개의 격자형 도로를 15∼20m로 큼직하게 새로 뚫는다.한강쪽 천호2동은 대규모 주택단지로,천호4동 가운데 천일중 건너편 60% 정도의 땅은 주거지역으로,천호시장을 포함한 천호4동 시내쪽은 고층빌딩이 늘어선 업무·상업시설 중심의 준주거지역으로 바뀐다. 김충환 구청장은 “최근 들어 많이 발전됐다고는 하지만 지금까지도 ‘강남 속 강북’으로 불리는 천호동 일대를 사방 어디서나 한강 수변경관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변모시키겠다.”고 말했다. 송한수기자 onekor@
  • 탈북 국군포로 부부 北送위기

    |베이징 오일만특파원|한국 정부는 위조여권을 이용해 한국으로 탈출을 시도하다 지난 17일 중국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 공안 당국에 긴급 체포된 국군포로 출신 탈북자 전용일(사진·72)씨 부부 귀국을 위해 중국 당국과 교섭에 나섰다. 주중 한국대사관 영사부 이준규(李俊揆)총영사는 20일 기자회견을 갖고 “전용일씨가 국군포로 출신임이 거의 확실해 중국측에 전씨의 신변안전보장과 한국 귀국을 요구했다.”고 밝히고 중국 당국과 그의 귀국 교섭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총영사는 “중국 정부에 탈북자 전씨가 국군포로라고 전달한 이상 양국간 외교 마찰을 일으키면서 북송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씨의 강제북송 가능성을 일축했다. ‘전씨 부부가 국경지대인 투먼(圖們)의 탈북자 수용소로 압송됐다.’는 보도와 관련,주중 한국대사관측은 “아직 중국 정부로부터 그의 소재지를 통보받지 못했지만 투먼 수용소로 압송됐다고 해도 북송이 아닌,행정처리를 위한 조치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전씨 부부가 북한 송환 대기소로 알려진 투먼의 탈북자 수용소로 압송됐을 경우 강제 북송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씨는 지난 9월15일 탈북,대리인을 통해 베이징 주재 한국대사관에 국내 입국 의사를 밝혔으나 입국 조치가 지연되자 저장성으로 이동,부인 최은희(68)씨와 함께 위조여권을 소지한 채 항공편으로 입국하려다 체포됐다. 이와 관련, 대사관측은 “전씨 대리인으로 나선 K씨가 여권과 다른 이름으로 활동해 신분이 불확실했고 전씨가 국군포로 명단에도 없어 확인 작업이 지연됐다.”고 해명했다. 대사관측은 이날 전씨의 자필 이력서와 국방부에 제출한 신분확인 요청서류 등을 이례적으로 공개하며 “전씨측에서 주장하는 주중 대사관의 ‘문전박대’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대사관측은 전씨에게 신원조회 등을 위해 베이징에서 기다리거나 베이징 총영사관내 탈북자 수용소에 들어오라고 제의했으나 전씨가 브로커 등의 사주로 위조 우대여권으로 성급하게 귀국하려다 체포된 것으로 보고있다. 그러나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전씨 신분 확인 과정에서 정부의무성의 때문에 전씨의 남한행이 좌절됐다.”고 분노했다. 전씨의 입국을 후원해온 최성룡 납북자가족모임 대표에 따르면,경북 영천 출신인 전씨는 지난 51년 군에 입대했으며 6사단 19연대 3대대 2중대 2소대에서 복무하다 53년 7월 강원도 금화군 제암산고지 전투중 북한군에 포로로 붙잡혔다. 6·25전쟁 기간 북한에 억류된 사실이 공식 확인되고 구체적인 생사 여부와 신원이 확인된 국군포로는 1186명으로 지난 1994년부터 올 9월까지 탈북을 통해 귀환에 성공한 국군포로는 32명이다. oilman@
  • ‘국적회복’ 나선 中 동포/(하)中현지 조선족 4명 좌담회

    |베이징 오일만특파원|중국 조선족들에게 불법 체류는 ‘코리안 드림’을 실현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중국에서보다 한달에 20배 가까이 돈을 버는 ‘한국행’은 중국 조선족들에게 어떠한 모험도 마다하지 않게 만드는 엄청난 ‘유혹’이다. 중국 소수민족으로 갖은 설움을 겪고 있는 많은 조선족들의 한국행 배경에는 한국에서 ‘목돈’을 만들어 중국에서 인간답게 살겠다는 목표가 자리잡고 있다. 이 때문에 극소수 산업연수생 이외에 취업비자가 원천적으로 봉쇄된 상황에서 중국 조선족들은 중국 근로자의 10년치 봉급과 맞먹는 7만(1050만원)∼8만위안(1200만원)의 거액을 들여서라도 불법적인 한국행을 선택한다. 대한매일은 불법체류를 통해 한국에서 일을 했던 중국 조선족들과 긴급 좌담을 갖고 조선족들이 갖고 있는 ‘코리아 드림’의 전모를 살펴봤다. 참석자는 조선족들이 집중적으로 거주하고 있는 지린(吉林)성 출신의 김영도(金永道·54),송동해(宋東海),이형식(李炯植·51),김선광(金善光·50)씨 등이다.이들은 자신들이 불법체류 경험이 있거나 가족들이 불법체류 상태로 있다. 최근 조선족들이 집단으로 국적 회복에 나서고 있는데. ●김영도 중국 국적을 버리면 중국에 있는 토지가 몰수되고 자식들도 교육을 받지 못하게 된다.아마 국적 회복을 신청한 사람들의 90%는 진정으로 한국에 살기보다 자유롭게 돈을 벌고 싶다는 이유일 것이다.지금은 불법체류자들을 강제로 추방하고 단속하니까 열을 받아서 그럴 것이다.한국 정부가 조선족들에게 경제활동의 문호를 보다 확대해주기를 기대한다. ●송동해 한국 정부는 불법체류를 이유로 중국 내 한족(漢族)보다도 못한 대우를 하고 있다.굳이 ‘한 핏줄’을 강조하지 않더라도 중국에서 한족들에게 치이고 마음의 조국이라는 한국에서도 왜 이런 부당한 대우를 받아야 하는가. ●김선광 조선족들은 심지어 북한 사람만도 못하다.북한 사람이 한국에 가면 정착금으로 3000만원이나 받고 대우도 좋은데 우리 조선족들은 불법체류라는 약점이 잡혀 참으로 말할 수 없이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고 있다. 한국에서 불법체류를 한 보람은 있는가. ●김영도 91년부터 97년 IMF사태 직전까지 만 6년간을 한국에서 불법체류를 통해 돈을 벌었다.나는 공사판을 전전하고 아내는 주로 식당에서 일을 하면서 한푼두푼 저축했다.97년 중국에 돌아올 때 100만위안(1억 5000만원)을 손에 쥐었다.이를 밑천삼아 베이징에서 식당을 차려 지금은 집이 세 채가 됐다. ●송 99년부터 2003년까지 4년 정도 아내와 불법체류를 하면서 40만위안(6000만원) 정도를 손에 쥐었다.지금은 한 10개월 정도 사업을 모색하면서 쉬고 있다.아내는 월 80만원 정도 벌었고 나는 150만원 선이다.지금은 베이징에서 식당을 하려고 물색 중이다. ●이형식 2년반 전에 아내가 가서 지금 불법체류를 하고 있다.진황도 복장회사에 근무하던 아내가 산업시찰로 가서 그곳에 눌러앉았다.식당에서 130만원 정도 벌고 있는데 초기에 두 달 정도 아파서 3만위안(450만원)을 썼다.2년 정도 지나 본전을 뽑은 상태다. 불법체류자들을 알선하는 브로커 조직은 어떤지. ●김영도 옌볜지역이나 베이징 등 조선족들이 사는 곳에는 브로커들과의 연계망을 갖고 있다.조선족 1명이한국에 가려면 대략적으로 7만(1050만원)∼8만위안(1200만원)이 든다.전문 브로커들의 도움이 없으면 한국행은 불가능하다. 중국 시골에서는 한달 임금이 500위안 안팎이다.브로커들에게 주는 돈은 중국 근로자들의 10년치 월급과 비슷하다.한국에서 일하는 조선족 근로자의 99%가 이런 거액의 돈을 주고 한국에 간다. ●이 전문적으로 분업화돼 있다.내 고향의 한 사람은 2년 전에 한국에 갔는데 브로커에게 8만위안을 줬다.한국에 연계망을 갖고 있는 브로커가 5만위안을 챙기고 비행기 삯이나 부대비용 등 경비가 2만위안 정도 든다.중간에서 조선족을 소개한 사람은 1만위안 정도를 챙긴다.보통 1년3∼4개월을 꼬박 일해야 브로커들에게 준 돈을 갚을 수 있다.돈을 벌러 간 조선족들이 불법체류를 해서라도 돈을 벌려는 것은 이해를 해야 한다. 그런 거액의 돈은 어떻게 조달하는가. ●송 조선족들의 80∼90%는 이자를 주고 돈을 빌린다.이자가 싼 은행돈은 생각도 못한다.보통 같은 마을의 한족(漢族)들에게 연리 30∼40%로 돈을 빌린다.‘재주는 조선족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한족)이 챙긴다.’는 말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7만위안을 빌리면 1년 이자만 해도 2만∼3만위안이다.한국에서 불법체류자로 쫓겨나면 다시는 못오기 때문에 죽자살자 도망다니면서 돈을 벌 수밖에 없는 구조다.친척들에게 돈을 빌려서 나갔다가 1년 안에 붙잡혀 오면 하늘이 노랗게 된다. 불법체류 때문에 조선족 사회에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고 하는데. ●김영도 한국에 갔다가 1년도 안돼 단속에 걸려 중국으로 쫓겨나면 그 집안은 거의 망한다고 봐야 한다.원금은 고사하고 30∼40%의 이자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이런 사람들은 십중팔구 또 빚을 내서 불법체류의 길을 찾는 악순환이 계속된다.빌려준 돈을 되찾기 위해서 또 돈을 빌려준다. ●송 보통 부인이 한국에서 돈을 벌며 조선족 남자는 술과 도박으로 벌어온 돈을 탕진하는 사례가 숱하다.한국에 한번 가면 5년은 기본으로 있기 때문에 사실상 가정은 깨진 상태가 된다.한국에 1년 이상 있으면 사실상 이혼상태가 된다.남자,여자 모두 딴 살림을 차리고 자식들은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해 중국에서 조선족들의 위치는 날로 떨어질 것이다. ●김선광 일부 불법체류를 하고 있는 조선족 젊은이들은 경마에 빠져 있거나 술로 돈을 탕진하는 사례를 많이 봤다.월급날만 되면 근처 술집아가씨들이 기다렸다가 월급을 가져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oilman@ ■정인갑 칭화大교수 인터뷰 |베이징 오일만특파원|“한국정부의 조선족 정책은 불법체류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 중간 브로커들의 배만 불리고 있을 뿐입니다.” 칭화(淸華)대 객원교수이자 베이징시 삼강학교 교장인 정인갑(鄭仁甲·사진)교수는 일부 조선족들의 국적 회복 운동에 대해 “조선족들은 한국에서 근로활동의 자유를 원하는 것이지 결코 한국에서 살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인 근로자들의 10년치 봉급에 육박하는 7만(1050만원)∼8만위안(1200만원)을 브로커들에게 빼앗기기 때문에 조선족들의 불법체류 시간이 더욱 길어진다고 지적했다. 최근 한국에서 일어난 일부 조선족들의 국적 회복 움직임에 대해서 중국 내 조선족들은 어떤 시각을 갖고 있는가. -조선족의 본질과 현실을 냉정하게 분석해야 한다.중국 조선족들은 냉전체제의 희생자들이다.2차 세계대전과 6·25전쟁만 없어도 3분의2는 고향으로 돌아갔을 사람들이다. 옌볜 조선족자치구 성립과 동시에 조선족 대부분은 중국인이 됐다.당시 중국 정부는 귀화 신청서를 강제로 쓰게 했고 이에 반대했던 조선족들은 모두 숙청됐거나 탄광으로 쫓겨갔다.본인들의 희망과 상관없이 중국인이 됐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조선족들이 원하면 대한민국 국민으로 인정할 의무가 있다고 본다. 조선족들이 정말로 대한민국 국적을 원한다고 생각하는가. -지금의 사태는 불법체류자 강제 추방 문제와 복잡하게 얽혀 있다.중국 조선족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한국에서 자유롭게 돈을 벌어 중국에 돌아와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것이다.중국의 조선족들은 기질 상 상당히 중국화됐다.지금은 돈을 벌 수 있는 한국이 좋다고 하지만 5년이나 10년후 중국이 살기 좋아지면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고 있는 한국에 가라고 해도 안갈 것이다. 물가와 생활비,학비 등 생활 여건을 감안하더라도 중국이 한국보다 더 편안하다고 생각한다.나도 강연을 통해 중국 조선족들이 한국에 대해 쓸데없는 ‘기대감’을 갖고 갈팡질팡하면 한국 사람들도 조선족들을 얕잡아 보고 중국에서는 의붓자식이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조선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감정적 접근보다는 한국과 조선족 모두가 이익을 얻는 경제적 접근이 필요하다.지금은 입출국이 너무 어려워 한번 한국 땅을 밟으면 ‘목돈’을 쥐기 전에는 절대 중국에 안 온다. 하지만 한국에 다시 간다는 보장만 있다면 당장 5만명 정도는 중국에 있는 자식과 부모 형제를 보기 위해서라도 귀국할 것이다. 조선족들에게 문호가 개방되면 당장의 혼란은 불가피하겠지만 인력 공급이 급증해 한달 평균 1만위안(150만원) 안팎의 임금은 절반 가까이 떨어지게 된다.불법 체류자들이 모진 고통을 겪으며 버틸 만한 경제적 이익이 없어지는 셈이다. 인간은 10배의 이익만 보여도 단두대에 오르는 모험을 마다하지 않는다고 했다.지금처럼 조선족들에게 20배의 이익이 나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아무리 막아도 불법체류 문제는 절대로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인간의 본성을 통찰할 필요가 있다. 조선족 신세대들의 의식 변화는. -구한말과 일제시대에 만주로 넘어온 1세들이나 직계 자손인 2∼3세들은 중국에서 손해를 보면서 한국에 미련을 갖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하지만 요즘의 4세대들은 미련을 갖지 않고 있다.조선족들도 세대교체의 시기가 온 것이다.이제 중국에 발을 붙이고 뿌리를 박고 이 나라에서 신용을 얻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조선족들의 입출국을 개방하면 당장 혼란이 클텐데. -장기적으로 보면 한국도 절대 손해가 아니다.조선족들도 7만∼8만위안의 거액을 브로커들에게 빼앗기지 않아 한국 체류 시간을 단축할 것이고 한국 정부에 대해 감사의 마음도 갖게 된다. 경제적으로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항공료는 물론 선물로 사가는 한국 제품 구입 비용으로 한국 경제도 좋아질 것이다.조선족들은 브로커 비용을 뽑기 위해 한국에서 평균 1년3개월을 일해야 한다.브로커들의 활동 여지를 없애야 한다.60년대 중국에서도 암시장에거 거래됐던 쌀값이 양성화되자 20분의 1로 가격이 떨어진 전례가 있다.
  • 12지간 동물 소재 크리스마스실

    대한결핵협회는 6일 창립 50주년을 맞아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기념식을 가졌다. 이찬세 결핵협회 전 회장이 국민훈장 모란장을,김동휴 결핵협회 감사가 국민포장을 받는 등 결핵퇴치사업 유공자 29명이 상을 받았다.6·25전쟁이 끝난 1953년 창립된 결핵협회는 매년 크리스마스실 발행을 통해 재원을 마련,결핵환자의 발견과 예방 및 치료,BCG 백신 무료 공급,북한 결핵지원사업 등을 해왔다. 올해는 과거의 우표식 대신 12지간(支干)의 동물을 소재로 한 스티커 형태의 크리스마스실을 발행하는 등 변화를 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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