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500만명
    2026-06-19
    검색기록 지우기
  • 부스
    2026-06-19
    검색기록 지우기
  • 상실
    2026-06-19
    검색기록 지우기
  • 유포
    2026-06-19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2,697
  • [커버스토리-귀농귀촌 2.0시대] 전문가들이 말하는 귀농귀촌 성공 노하우

    [커버스토리-귀농귀촌 2.0시대] 전문가들이 말하는 귀농귀촌 성공 노하우

    최근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의 은퇴가 본격화하면서 귀농귀촌을 꿈꾸는 퇴직자들이 늘고 있다. 50대 이후에 찾아오는 ‘인생의 제3기’를 쇠퇴기로 두지 않고 자연의 품에서 정신과 육체 모두 건강하게 살려는 바람들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욕구와 농촌 생활의 현실을 슬기롭게 조화시키지 않으면 실패할 공산이 크다고 말한다. 특히 ‘과도한 초기 투자, 도시 생활 향수, 농촌 노인 무시’는 실패의 지름길이라고 했다. 귀농귀촌 붐이 우리나라만의 특별한 현상은 아니다. 미국은 1990년부터 2005년까지 약 500만명이 시골로 향했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도 농촌 인구가 늘고 있다.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당시 일자리를 잃어 농촌행을 택한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일시적인 향촌(鄕村) 인구 증가가 있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향촌 인구가 도시로 유입되는 인구를 넘어선 것은 2009년부터다. 미국의 사회학자 윌리엄 새들러는 40~50대 200명을 조사한 후 인생의 제3기에는 쇠퇴, 질병, 우울, 의존, 노망이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노력으로 이를 갱생, 갱신, 쇄신, 원기회복, 회춘 등으로 바꿀 수 있다고 했다. 최근 우리나라 베이비부머들이 원하는 삶이다. 하지만 욕구와 의지만 있다고 해서 귀농귀촌에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경수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도시 생활에 익숙한 귀농인들이 철저한 준비 없이 농촌으로 이주하면 농사를 지어 돈을 벌기 힘들다”면서 “비즈니스 실패가 다시 도시로 나오는 역(逆)귀농의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김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퇴직금을 정리해서 2억~3억원을 마련해 농촌에 내려가도 집이나 논밭 등을 사면 돈이 얼마 남지 않아 초기 자본으로 버티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농업은 단기간에 기술만 조금 배운다고 풍년이 드는 것이 아니며, 일정한 비용을 투입해 그만큼의 수입이 나온다는 보장은 더더욱 없다”고 설명했다. 가족들이 겪는 ‘도시병’(도시생활에 대한 향수)도 대비해야 한다. 가족과 충분한 상의 없이 농촌행을 강행할 경우 아내와 자녀는 갑작스러운 농촌생활에 답답함과 외로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중년 여성의 경우 70~80대 노인과 사귀는 것이 쉽지 않고, 문화생활도 즐길 수 없다. 아이들은 또래 친구가 없어 고생하기 쉽다. 농촌 정서를 무시하고 노인들과 멀리한 채 혼자 살려는 경향도 경계해야 한다. 충남 서천군 귀농인협의회의 정경환 사무국장은 “공동체 의식이 강한 농촌에서 70~80대 어르신들에게 젊은 사람이 인사도 하지 않고 지내는 모습을 보면 거부감을 갖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귀농귀촌 정책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농촌진흥청의 설문 조사 결과 22개 지원 정책 중 귀농귀촌인들이 알고 있는 것은 평균 9.72개였다. 설문 대상 542명 중 지원 대책을 받아 본 경험이 전혀 없는 경우가 44.8%(235명)나 됐다. 이정화 전남대 생활환경복지학과 교수는 “베이비부머들의 농촌행이 계속 늘어날 것에 대비해 이들을 지역 주민과 연결시킬 수 있는 마을 이장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 좋다”면서 “지자체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시행하는 낙도·오지 문화예술 순회공연 프로그램과 연계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묻지마 시네마 피서’

    ‘묻지마 시네마 피서’

    입추가 지난 지 보름째인데도 한낮의 수은주가 30도를 넘어선 21일 오후. 서울의 대표적 멀티플렉스인 용산 CGV에는 평일에도 영화표를 사려는 관객들이 줄을 이었다. 대학생 이석우(21)씨는 “무더위를 피해 무조건 극장에 온 다음 볼 만한 영화를 고른다”면서 “점심식사 뒤 영화 1편을 보고 나면 서너 시간이 지난다. 한낮의 찜통더위를 피하기에는 비용 대비 효과가 아주 크다”고 말했다. 주부 홍기민(55)씨도 “휴가 중인 남편과 극장을 찾았는데, 각종 카드로 할인 혜택을 받으면 집에서 에어컨을 켜고 있는 것보다 더 경제적”이라고 말했다.연일 계속되는 이상 고온이 한국영화의 흥행 고공 행진에 단단히 한몫하고 있다. 영화가에서는 “최근 개봉된 영화들이 흥행하는 일차적 배경은 작품성과 오락성이 갖춰진 데 있지만, 7~8월 선보인 영화들이 개봉되기 무섭게 수백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현상은 이례적”이라며 “기록적인 폭염에 극장이 부담 없는 피서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에너지 절약 정책에 따른 절전 스트레스 속에 더위를 피해 무조건 극장을 찾은 다음 영화를 고르는 ‘묻지마 피서 관객’이 흥행 행진의 큰 배경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여름 한국영화의 흥행은 ‘이상 현상’으로 기록될 정도다. 지난달 31일과 지난 1일 각각 개봉한 영화 ‘설국열차’와 ‘더 테러 라이브’가 각각 800만명, 500만명을 돌파하며 쌍끌이 흥행 중이며 지난 14일 개봉한 ‘숨바꼭질’과 ‘감기’도 나란히 20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 주말 한국영화의 좌석 점유율은 무려 90%에 달했다. 21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8월 들어 현재까지 극장을 찾은 관객 수는 2162만여명이다. 영진위 관계자는 “이 추세대로라면 8월 한 달간 관객이 지난해(2423만명)보다 15~20%까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극장 피서객 특수는 정부가 지난달 18일부터 영화관을 냉방 온도 제한구역에서 제외하면서 가속이 붙었다. 대부분 멀티플렉스는 로비만 26도로 제한되고 상영관 내부는 22~23도의 냉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극장가도 이상 고온을 겨냥한 상품을 전략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자정이 넘으면 티켓값을 5000원으로 할인해 주는 메가박스 동대문과 코엑스의 ‘심야극장’에는 열대야에 시달리는 관객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새벽 3~5시 시작되는 마지막 영화도 인기가 높다. 금·토요일 밤 12시부터 다음 날 해 뜰 때까지 개봉 영화 3편을 연달아 상영하는 패키지도 상영 3~4일 전에 매진될 정도다. 메가박스 코엑스점의 장광훈 점장은 “올해는 긴 폭염과 열대야로 심야시간대 관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면서 “열대야가 계속되면서 이른 아침부터 일찌감치 극장에 진을 치는 관객도 상당수”라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주말 박스오피스] 설국열차 누적관객 800만명 돌파

    한국영화가 지난 주말 90%에 이르는 점유율을 기록하며 올여름 파죽지세의 흥행을 계속하고 있다. ‘설국열차’, ‘더 테러 라이브’가 각각 800만, 500만명을 돌파한 데 이어 ‘숨바꼭질’, ‘감기’가 그 뒤를 잇고 있는 것. 19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손현주 주연의 ‘숨바꼭질’은 지난 16~18일 779개 상영관에서 135만 1449명을 끌어 모으며 정상을 차지했다. 지난 14일 개봉한 이 영화의 누적관객은 212만 6186명이다. ‘숨바꼭질’과 같은 날 개봉한 장혁·수애 주연의 ‘감기’는 806개 상영관에서 97만 229명을 모아 2위다. 누적관객은 185만 4655명이다. 2주간 정상을 지켰던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는 2계단 떨어져 3위다. 613개 상영관에서 69만 5985명을 동원했다. 누적 관객은 818만 2097명이다. 하정우 주연의 ‘더 테러 라이브’도 495개 상영관에서 47만 9755명을 모아 4위를 차지했으며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 중 6번째로 500만명을 돌파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이은주 기자의 컬처K] 관객 모시기… 스타들 이색 공약 개발 ‘붐’

    [이은주 기자의 컬처K] 관객 모시기… 스타들 이색 공약 개발 ‘붐’

    지난 7일 저녁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극장. 영화 ‘감시자들’의 주연배우 정우성, 한효주, 이준호가 한자리에 모였다. 관객 500만명 돌파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서다. 영화사 측은 500만명을 돌파한 날 영화 티켓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린 관객 중 추첨을 통해 120명을 초대했고, 정우성이 내건 공약인 일일 데이트권에 당첨된 한 20대 여성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이 여성은 정우성의 서울, 대구, 부산의 무대 인사에 빠짐없이 따라다니던 열성팬이었던 것. 정우성은 이날 이 여성팬과 저녁 식사에 이어 영화 ‘감기’ VIP 시사회에도 함께 참석하는 등 ‘성실하게’ 공약을 이행했다.이처럼 스타들의 공약이 유행하게 된 것은 1년 남짓. 제작보고회, 쇼케이스 등 행사가 빈번해지면서 “관객 ○○○만명이 넘는다면?”, “시청률 ○○%가 넘으면?”, “음악 프로그램 1위를 한다면?” 등 ‘공약 마케팅’이 덩달아 인기다. 처음에는 분위기를 풀려고 재미 삼아 시작했지만 최근엔 이행 여부까지 꼼꼼히 챙기는 경우가 많다. 스타들에게는 ‘고민 아닌 고민거리’지만 홍보 관계자들은 콘텐츠가 공개된 이후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2차 화제몰이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기는 눈치다. 한 영화 홍보사 대표는 “처음에는 곤란해하며 답변을 회피하는 스타들도 많았지만 최근에는 공약 선언이 필수가 된 분위기여서 사전에 배우와 실천 가능한 공약 항목을 상의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다음 달 개봉하는 영화 ‘스파이’의 주연배우들은 최근 이색 흥행 공약을 내걸었다. 다니엘 헤니는 333만 관객을 돌파하면 333명과 영화 관람, 문소리는 555만명을 넘으면 555인분의 송편 대접, 설경구는 777만명을 넘으면 777명과 맥주 파티를 열겠다는 것. 홍보 관계자는 “추석 시즌의 영화인 데다 300만, 500만, 700만처럼 딱 떨어지는 숫자보다 재미있고 눈길도 끄는 공약을 하기 위해 기획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 같은 스타들의 공약이 실질적인 마케팅 효과는 있는 것일까. 영화 홍보대행사 퍼스트룩의 강효미 실장은 “팬들의 기대감을 높이는 효과는 확실히 있다. 흥행 공약은 팬들과 즐겁게 소통하는 장치”라면서 “공약은 스타들의 자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보여 주는 척도인 데다 팬들에게 진심이 통하면 효과는 배가된다”고 분석했다.‘공약 마케팅’의 효과를 톡톡히 본 경우는 청춘스타 김수현이다. 그는 ‘도둑들’ 개봉 때 1000만 관객 기록을 세우면 관객을 업고 영화를 보겠다는 공약을 내걸었고, 실제로 공약 이행 이벤트를 했다. 당시 경쟁률은 무려 1000대1. 지난 6월 ‘은밀하게 위대하게’ 100만명 돌파 때도 ‘귀요미송’을 부르겠다는 공약이 극장을 달궜다. 영화는 개봉 36시간 만에 100만명을 넘겼고 배우들이 무대인사를 다닌 곳곳마다 ‘귀요미송’을 불러달라는 관객들의 요구가 빗발쳤다. ‘귀요미송’ 영상은 SNS 등으로 퍼져 홍보에도 큰 도움을 줬다.제아무리 무게를 잡는 톱스타라도 공약 이행 이벤트는 피할 수 없는 분위기다. ‘광해, 왕이 된 남자’가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면 한복을 입고 관객을 만나겠다는 공약을 이행했던 이병헌은 할리우드 영화 ‘레드2’ 개봉을 앞두고 “전 세계 관객 7000만명을 넘으면 얼굴에 빨간색 칠을 하고 인터뷰를 하겠다”는 다소 난해한(?) 공약을 내걸었다. 이병헌은 “당시 갑작스러운 질문에 해외 영화라서 수치를 좀 높게 잡긴 했지만 그에 준하는 결과가 나온다면 반드시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장담했다.하정우도 공약에 대해 할 말이 많은 배우다. 그는 백상예술대상 최우수연기상을 2년 연속 받으면 국토 대장정을 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가 상을 받는 바람(?)에 꼼짝없이 이를 이행했고, 그 모습은 영화 ‘577 프로젝트’에 그대로 담겼다. 최근 ‘더 테러 라이브’로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그는 흥행 공약에 대해 묻자 “지난번에 국토 대장정을 했으니 이젠 대한해협 헤엄쳐 건너기 정도가 남은 것 아니냐. 그건 정중히 사양하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한 홍보 관계자는 “공약을 이행하는 정직한 이미지는 스타의 팬 관리 차원에서도 효과적이지만 단지 이슈 만들기로 공약을 남발한다면 역효과가 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노주석 선임기자의 서울택리지] ⑧ 1950~60년대 : 파괴와 재건

    [노주석 선임기자의 서울택리지] ⑧ 1950~60년대 : 파괴와 재건

    “도시는 기억으로 살아간다”(The city lives by remembering)고 미국의 시인 랠프 왈도 에머슨은 읊었지만, 서울은 600년 고도의 기억이 별로 없다. 마치 신흥도시 같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통에 불타고 약탈당했으며, 일제강점기 도읍에 대한 자취는 강제적으로 지워졌다. 조선총독부-경성시청-남산 조선 신궁을 상징 축선으로 하는 식민 도시로 치장됐다. 한국 전쟁통에 그나마 남은 것 대부분이 파괴됐다. 1960년대 이후 개발독재시대의 무지막지한 개발 광풍을 타고 또 한 번 뭉개졌다. 역사의 향기는 흩어졌다. 한강 이남으로 영역을 확대한 서울은 사실상 한국전쟁 이후 새로 건설된 신도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대문 안에는 표지석만 어지럽게 남았을 뿐이다. 전쟁과 대사건은 도시를 재건한다. 한국전쟁 당시 서울 폭격을 앞둔 맥아더는 “원래 도시란 천재지변이나 전쟁을 겪고 나면 그전에 비해 몇 곱절 더 크고 좋은 새 도시로 부흥된다. 미국이 재건을 도울 것이니 서울은 앞으로 이상적인 현대 도시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큰소리쳤다. 실제 1644년 대화재로 도시의 80%가 타 버린 영국 런던은 옥스퍼드대 건축가 크리스토퍼 렌 교수에 의해 오늘의 런던으로 재건됐다. 일본 도쿄도 1923년 관동대지진으로 잿더미가 됐지만 탁월한 도시계획가 고토 신페이(後藤新平) 도쿄시장의 주도로 세계 도시계획 사상 유례가 없는 시가지 개조를 통해 새로 태어났다. 런던과 도쿄는 세계대전으로 또 한 번 타격을 입었지만, 옛 도시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서울의 재건은 성공작일까? 서울을 역동적인 현대 도시로 평가할 수는 있지만, 역사 도시로 평가하기엔 머쓱하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서울이라는 도시의 정체성은 꽤 혼란스럽다. 서울은 네 번 결정적인 상처를 입었다. 16세기 일본과 중국 군대에 의해 약탈당했으며, 근대 일제강점기엔 성곽을 허물고, 상징 축을 강제로 바꾸는 방법으로 도시 형태가 조작됐다. 한국전쟁기 유엔군과 한국군의 청야(淸野)작전(적이 이용하지 못하도록 농작물이나 건물 등 지상에 있는 것들을 말끔히 없애는 작전)을 통해 철저하게 파괴됐다. 1960~70년대 우리 손으로 남은 문화재를 헐어서 치워 버렸다. 맥아더의 말처럼 기회는 있었다. 1952년 전후 복구 차원의 첫 도시계획안을 마련하면서 세종로 등 39개의 큰길을 확장하거나 신설하고, 광화문광장·서울시청광장·남대문광장 등 19개의 광장을 만드는 과감한 그림을 그렸다. 그러나 재정부족 등을 이유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유럽의 오래된 도시처럼 구도심(사대문 안)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사대문 밖이나 강남 신시가지를 개발하겠다는 코페르니쿠스적인 발상의 전환이 없었다. 한국전쟁 이후 ‘광적’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서울 집중이 기회를 날려 버렸다. 집중을 막으려고 온갖 정책을 동원했지만 약효가 듣지 않았다. 해방 전후 100만명대였던 서울 인구는 1966년 380만명, 1970년 540만명을 넘어서더니 1990년 1000만명을 돌파해 버렸다. 수도 서울 행정은 집 지을 땅을 확보하고, 도로를 넓히고, 교통수단을 늘리고, 수돗물을 공급하고, 쓰레기를 치우는 것에 매달렸다. 만약 그때 인구의 서울 집중을 막을 수 있었더라면 서울은 한가롭게 전차가 다니며, 꼬불꼬불한 골목길이 정겨운 기와집이 빼곡한 도시로 남았을 것이다. 한강과 북한산이 주는 자연의 세례를 맘껏 누리는, 풍광이 뛰어난 성곽 도시로 유지됐을 것이다. 1950년대 서울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손정목 전 시립대 교수의 ‘서울도시계획이야기’를 기본으로 사대문 밖 풍경을 상상해 보자. 동쪽으로 동대문을 나서면 신설동 큰 길가까지 집이 들어 차 있지만, 바깥은 논밭 천지다. 신당동에 집이 드문드문했을 뿐 금호동·옥수동 일대는 산이었다. 왕십리를 지나 한양대 일대는 미나리꽝이었고 성동교의 나무다리가 삐꺽거렸다. 남쪽 한강대교에 이르는 동빙고동과 서빙고동 주민은 1000명 안팎이었고, 원효로 일대는 대부분 논밭이었다. 노량진, 상도동, 대방동, 영등포는 큰 길가조차 목가적인 전원 풍경을 연출했다. 서쪽으로 신촌을 지나 마포 전차 종점을 벗어나면 벌거숭이 산과 논밭이 펼쳐졌다. 동북쪽은 미아리고개, 서북쪽은 독립문과 현저동이 경계였다. 지금의 강남·서초·송파·강동·강서·관악·구로·금천·도봉·노원·은평구 등은 모두 경기도였다. 서울의 고층 건물은 손으로 꼽을 정도였다. 최고층 건물은 지금의 롯데호텔 자리에 있던 8층짜리 반도호텔이었다. 이웃 조선호텔과 한국은행 모두 일제가 남긴 건물이었다. 1955년에 종로 사거리에 2층짜리 신신백화점이 신축됐고, 1957년 광화문 사거리와 을지로 1가에 3층짜리 국제극장과 5층짜리 개풍빌딩이 각각 들어섰다. 1958년 남대문에 7층짜리 그랜드호텔이 문을 열자 구경 인파가 몰렸다. 당시 서울 도심부의 평균 층 높이는 2층이 채 되지 않았다. 도심부를 고층화하려고 주요 간선도로변의 건물 높이를 3~5층 이상으로 정할 정도였다. ‘한강의 기적’은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시작된 1962년부터 약 20년간의 고도성장기를 일컫는다. 이 기간 서울은 경천동지할 변화를 겪는다. 서울의 공간 변화는 1966년부터 1980년까지 15년간 거의 이뤄졌다. 주택지·도로·상하수도·지하철 등 현대 서울의 하부구조가 이때 거의 갖춰졌다. 박정희 대통령이라는 절대권력자의 ‘분부’를 이행한 김현옥·양택식·구자춘이라는 3명의 ‘충복’ 서울시장이 재직한 기간과 일치한다. 서울의 얼개는 박 대통령의 구상과 지시에 의해 거의 결정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66년 서울도시기본계획안이 세워졌다. 서울의 균형 발전을 꾀하려고 사대문 안에 집중된 입법·사법·행정부의 기능을 분산시키려는 계획이 눈에 띈다. 입법부는 남서울(강남·서초구), 사법부는 영등포, 행정부는 용산 일대, 세종로 지역은 대통령 관저 및 직속기관 배치 지역으로 정했다. 지금 와서 보면 입법부와 사법부의 입지가 맞교환됐고, 서울시청이 용산으로 옮겨가지 못한 것을 알 수 있다. 교통계획을 보면 서울역~청량리(1호선), 서소문~을지로~성동(2호선), 갈현동~종로2가~을지로2가~퇴계로~천호동(3호선), 우이동~종로4가~퇴계로~말죽거리(4호선) 등의 지하철 4개 노선 건설계획이 잡혀 있다. 10년 뒤 구자춘 시장에 의해 2호선이 을지로와 영등포~영동을 잇는 순환선으로 변경되는 등 엄청난 노선 변화가 일어났지만, 지하철 4개 노선에 대한 기본 구상이었다. 이 밖에 4개 순환선과 14개 방사선을 간선도로망으로 7개의 고속도로를 건설한다는 계획과 노면 전차는 철거하고 광화문 사거리와 시청 앞 광장에는 지하차도를 만들고, 시청 앞 광장 지하는 지하도시화한다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 도심 재개발과 강남·송파 등 남서울개발, 뚝섬·창동·망우 등 동서울개발, 불광·성산·김포·시흥지구의 서서울개발 등 신시가지개발 계획이 들어 있다. 1년 예산이 170억원에 불과한 서울시가 20년 앞을 내다보고 인구 500만명을 예상해 3235억원의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한다는 야심 찬 계획이었다. 언론으로부터 ‘즉흥계획’ ‘실현성 없는 독단’ ‘재무계획 없는 무지개’ 등등 융단폭격을 맞았다. 그러나 격변의 15년 중 7년을 서울시 도시계획국장, 기획관리실장 등을 지내며 계획을 수립하고 집행한 손정목 전 교수는 “꿈도 환상도 아니었다. 최초의 기본계획이었다는 점, 도심부 재개발이니 고도지구, 미관지구 개념이 도입돼 일반에 공개됐다는 점, 70~80년대 전국 모든 도시가 수립한 도시계획의 모델이 됐다는 점 등에서 의미가 있다”고 회고했다. 불완전하나마 서울시 장기계획의 틀이 된 것이 사실이다. 일제 말기인 1940년부터 1965년까지 서울은 잠자는 도시였다. 1937년 중·일 전쟁과 1941년 태평양전쟁이 터져 건축자재를 구할 수 없었고, 한국전쟁이 이어지면서 건축 행위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부분 건물이 목조건물 수명 30년을 다한 상태였다. 장충동, 신당동 일대와 남대문로, 충무로, 을지로 등 일본인 주거지에 정원이 딸린 일본식 저택과 주택이 밀집해 있었다. 가회동·명륜동·동숭동·북아현동 일대에는 한옥촌이 빼곡하게 형성돼 있었다. 마포, 왕십리, 동대문을 벗어난 지역은 논밭이었다. 사대문 안과 독립문, 신촌, 신설동, 돈암동, 신당동, 용산이 서울의 전부였다. 노면 전차 노선을 기준으로 보면 동쪽으로 청량리·왕십리, 남쪽으로 노량진·신길동·영등포, 서쪽으로 마포·신촌, 서북쪽으로 독립문, 동북쪽으로 돈암동 전차 종점까지가 서울이었다. 지방에서 무작정 상경한 사람들의 주거인 무허가 판잣집이 도심에서 가까운 하천변이나 산비탈을 차지했다. 1966년 당시 13만여채의 판잣집이 서울 곳곳에 달동네를 이루고 있었다. 서울은 개발행 특급 열차가 출발하기 직전의 폭풍전야였다. joo@seoul.co.kr
  • 물 건너온 외계인·‘따도남’ 탐정, 열대야 녹인다

    물 건너온 외계인·‘따도남’ 탐정, 열대야 녹인다

    한여름 무더위를 날려줄 최신 미드(미국드라마) 두 편이 안방극장을 찾아온다. 글로벌 미드 채널 AXN은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한 SF 블록버스터 시리즈 ‘폴링 스카이’ 시즌 3와 영국 BBC의 탐정 시리즈 ‘살인의 역사’ 시즌 2를 국내에 첫선을 보인다고 5일 밝혔다. 외계 침공에 맞선 인류 생존 전쟁을 그린 총 10부작 드라마 ‘폴링 스카이 3’는 6일부터 매주 화요일 밤 10시 50분에 방송된다. SF 블록버스터의 대가 스티븐 스필버그가 총 제작에 나서고 할리우드의 명배우 노아 와일과 한국계 여배우 문 블러드굿이 주연을 맡았으며 미국에서 지난 6월 초부터 방송한 최신작이다. 지난 시즌에서 외계인에게 대항할 실마리를 가까스로 찾아낸 주인공 톰 메이슨과 그가 이끄는 민간군부대 M2는 시즌 3에서 생존할 수 있는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함과 동시에 더욱 공포스러운 적을 마주한다. 인류를 도우려는 새로운 외계인들의 등장으로 인해 M2 부대는 희망을 가지게 되지만, 인류를 더욱 잔인하게 말살하려는 외계 우두머리가 M2의 핵심 멤버이자 톰의 큰아들의 첫사랑이었던 여자로 드러나며 긴장감 넘치는 반전을 보여준다. ‘살인의 역사’ 시즌 2는 가슴 따뜻한 영국 탐정 잭슨 브로디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총 6부작으로 오는 10일 밤 10시부터 3주간 2회 연속 방송된다. 케이트 엣킨스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영국 BBC에서 매회 평균 500만명 이상의 시청자를 끌어들였다. 시즌 1에서 이혼남이자 큰 수익도 안 나는 탐정 사무실을 외롭게 지키던 중년의 잭슨 브로디는 시즌 2에서 새로운 사랑을 찾는 한편, 시즌 1때보다 다이내믹한 사건을 맡게 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아울러 AXN은 오는 29일까지 여름방학을 맞아 특별 편성된 ‘섬머 페스티벌’을 통해 월~목 밤 8시에 ‘수퍼내추럴’, ‘페이즈’, ‘666 파크 애비뉴’, 미스터리 스릴러 TV무비 ‘AXN 스페셜’ 등을 방송한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방 하나 남는데… ‘도시 민박업’ 해볼까

    방 하나 남는데… ‘도시 민박업’ 해볼까

    #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아파트에 거주하는 황모(60)씨는 지난 5월부터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외국인 관광 도시민박업 아카데미’ 수업을 듣고 있다. 교육과정은 주택의 빈방을 활용하는 공유형 창업과 수익 중심의 전문 창업 등으로 이뤄진다. 그는 지난해 결혼한 막내딸이 쓰던 방과 다른 빈방을 활용해 외국인 여행객을 대상으로 하는 게스트하우스를 해 볼 생각이다. # 서울 마포구 서교동 단독주택을 소유한 이모(48·여)씨는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안방을 제외한 방 3개를 임대하고 있는데 관리비, 아침 식사 제공비 등을 제하고 월 250만~300만원 정도를 손에 쥔다. 일상적인 영어회화가 가능한 이씨는 외국인 여행객들과 같이 아침을 먹으며 친밀함을 쌓고 그들의 여행에 도움을 주면서 보람을 느낀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114만명. 한국관광공사는 28일 올해 방한한 외국인 관광객이 1168만명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매년 6~7%씩 꾸준히 늘어 2017년에는 1500만명을 돌파할 것을 내다봤다. 하지만 서울, 수도권의 객실 수는 모자라는 상황이다. 하루 평균 서울에서만 1만 7000여실 정도가 부족하다. 최근 게스트하우스가 수익형 부동산으로 각광받고 있다. 게스트하우스는 외국인 여행객을 대상으로 한 중저가형 민박집이다. 보통 한 방에 2층 침대가 여러 개 놓여 있고 주방과 화장실 등은 공용으로 쓰는 형태다. 숙박비는 방이 아닌 침대를 기준으로 1인당 하루 3만~5만원 선으로 20~30대 젊은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다. 1인당 숙박료는 싸지만 방 1개에 2층 침대를 촘촘하게 넣어 수익률을 끌어올린다. 외국인들이 자주 찾는 종로, 홍익대 앞, 신촌 등지의 게스트하우스는 객실 점유율이 80%를 넘고 연평균 수익률도 10%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도 숙박업소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외국인 관광 도시민박업 지정 제도’(이하 도시민박업)를 시행해 게스트하우스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 총면적 230㎡ 미만 단독주택, 아파트, 연립주택, 다세대주택 등에 거주하는 사람은 외국인 관광 도시민박업소로 지정받아 외국인 숙박객을 받을 수 있다. 도시민박업은 공중위생관리법상 숙박업으로 분류되지 않아 규제가 까다롭지 않다. 세대주가 도시민박으로 구청에 신고하면 임대 영업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수익형 부동산으로 출입문이 따로 있는 임대아파트나 외국인 여행객들이 선호하는 지역의 중대형 아파트가 주목받고 있다. 삼성물산이 마포구 현석2구역을 재개발한 ‘래미안 마포 웰스트림’과 롯데건설이 동대문구 용두동에서 분양 중인 ‘용두 롯데캐슬 리치’는 별도의 출입문이 설치돼 있어 독립적이다. 래미안 마포 웰스트림은 지하철 6호선 광흥창역 인근에 있어 외국인 관광객의 인기 관광지로 꼽히는 신촌, 홍대로 가기가 편리하다. 용두 롯데캐슬 리치는 지하철 1호선 제기동역과 1, 2호선 환승역인 신설동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다. 동대문과 청계천 등의 관광지도 가깝다. 게스트하우스 운영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분양 중인 중대형 아파트도 눈여겨볼 만하다. 삼성물산이 마포구 용강동 용강2구역을 재개발한 ‘래미안 마포 리버웰’과 현대산업개발이 종로구 무악 연립2구역을 재건축한 ‘인왕산 2차 아이파크’는 각각 지하철 5, 6호선, 3호선이 인접해 있어 서울의 주요 관광지로 이동하기가 용이하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최근 1~2년 사이에 아파트, 주택 등 전세 임대가 아닌 관광객을 위한 레지던스로의 용도 변경이 잇따르고 있다”며 “집주인이 거주하면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할 수 있어 주거 안정과 임대 수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외국인을 상대해야 하는 만큼 언어와 운영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며 “임대 수익만 노리고 투자에 나섰다가는 실패하기 십상”이라고 조언했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 “금융·의료·학원에 부가세 신설… 소득세 면제자 축소”

    “금융·의료·학원에 부가세 신설… 소득세 면제자 축소”

    변액보험의 중도인출 수수료,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돈을 찾을 때 붙는 수수료 등 금융서비스에 중장기적으로 부가가치세(부가세)가 부과될 것으로 보인다. 500만명을 넘는 소득세 면제자를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은 23일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 공청회에서 법인세 부담은 줄이고 소득세와 부가세 세수는 늘려 중·장기적으로 재정을 쌓아야 한다고 발표했다. 기획재정부는 조세연의 발표를 토대로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을 확정해 오는 8월 세제개편안과 함께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매년 세제 개편안을 발표할 때 정책의 일관성과 합리성을 유지하기 위해 중장기 개편방향을 설정하기로 했다. 조세연은 부가세에 대해 면세 및 감면을 줄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부가세를 매기지 않는 금융·의료·학원 서비스에 부가세 10%를 과세하자는 것이다. 금융회사의 투자자문서비스, 사실상 미용목적으로 쓰이지만 부가세가 매겨지지 않는 치아 교정이나 일부 성형수술, 장의사의 장례서비스, 방송댄스학원 등 성인을 상대로 한 학원시설 등이 과세 대상으로 거론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금융 본연의 기능이 아닌 서비스에는 과세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소비자 입장에서 부가세 신설 및 확대는 가격 인상 요인이 될 수 있다. 은행·보험·저축은행 등이 부가세 대신 내고 있는 교육세의 수정도 불가피하다. 부가세 강화 방안은 고령화에 따른 복지 수요 증가로 필요한 돈은 많은데 우리나라 조세부담률(국내총생산 대비 조세납부액)이 낮다는 점에서 나왔다. 2010년 기준 조세부담률은 19.3%로 영국(28.3%), 프랑스(26.3%)뿐 아니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24.6%보다도 낮다. 특히 1970년대 이후 계속 증가하던 조세부담률은 이명박 정부(2008~2012년) 때는 노무현 정부 때보다 전혀 늘지 않았다. 근로자 소득공제 중 의료비와 교육비 항목 등은 세액공제로 전환될 예정이다. 현행 소득공제는 지출이 많을수록 세금이 줄지만, 세액공제는 전체 세금에서 일정액을 감면하기 때문에 소득이 많을수록 세금을 많이 내게 된다. 조세연 관계자는 “2011년 우리나라 근로소득 과세대상자 중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면제자 비율은 36.1%에 달하기 때문에 이 비율을 줄여 조세규모를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외 조세연은 상속·증여세제가 정상적 기업 활동을 저해하지 않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법인세는 창조경제를 뒷받침하고 성장잠재력을 유지하기 위해 세 부담을 완화하는 편이 낫다고 전했다. 연구원은 국민적 합의를 통한 ‘증세의 필요성’을 제안하기도 해다. 새 정부가 세율 인상 등 직접적 증세보다 비과세·감면 축소, 지하경제 양성화, 금융소득 과세 강화로 세수를 늘리는 현재의 방안은 긍정적이지만 이를 통해 복지 재원을 충분히 마련하지 못할 경우 증세나 지출 축소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여성 1억 2500만명 성기 강제 훼손 당해”

    전 세계 29개국 여성 1억 2500만명 이상이 성기 훼손을 당했으며, 향후 10년간 이런 위험에 노출될 여성의 숫자가 30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이슬람교도와 유대교도, 아프리카 원주민들은 여성의 성욕을 감퇴시키고 부정을 막아 준다는 믿음에 따라 여성의 성기 일부를 절제하거나 절개하는 ‘할례’라는 의식을 행하고 있다. 22일 유엔아동기금(UNICEF)은 아프리카와 중동 29개국의 지난 20년간 자료를 분석,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할례가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추세지만 아직도 일부 나라에서는 보편적인 관습으로 남아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할례가 인권을 침해하는 폭력 행위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행해지는 이유는 해당 국가의 국민들이 할례를 사회적 의례 및 풍습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국가별로는 소말리아의 15~49세 여성 98%가 할례를 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기니(96%), 지부티(93%), 이집트(91%)가 그 뒤를 이었다. 반면 할례 감소율이 가장 큰 국가는 케냐와 탄자니아다. 이 지역에 사는 15~19세 여성의 할례 건수는 40대 여성의 할례 건수의 3분의1 정도로 나타났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제주항공 역대 최대실적 올 상반기 매출 2057억…전년동기비 32% 껑충

    애경그룹 계열의 제주항공이 올 상반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늘어난 중국인 관광객 등으로 국제선의 매출 비중이 60%를 넘었다. 제주항공은 1~6월 매출이 20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 영업이익은 62억 4000만원으로 940% 늘었다고 17일 밝혔다. 부문별로 국내선 781억원, 국제선 1222억원, 기타(화물, 기내 판매 등) 54억원 등으로 국제선의 매출 비중이 60% 이상을 차지했다. 국제선의 노선 다변화 등으로 상반기 수송객 수는 221만 4000명으로 23%나 증가했다. 지난해 하반기 인천~괌 노선을 신규 취항하고 제주와 인천발 중국 노선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면서 국제선 수송객 증가율은 52%에 이른다. 제주항공은 지난 15일 기준 국내 저비용항공사로는 최초로 누적탑승객 1500만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엔화 환율 변동 등의 악재가 있었지만 지난해 집중적으로 투자한 결과가 올해 좋은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운 기자 kkwoon@seoul.co.kr
  • [열린세상] 2015년 최저임금 결정, 이렇게 하자/강수돌 고려대 경영학부 교수

    [열린세상] 2015년 최저임금 결정, 이렇게 하자/강수돌 고려대 경영학부 교수

    긴 산고 끝에 2014년 최저임금이 시급 5210원으로 정해졌다. 2013년 최저임금 4860원에 비해 350원 증가했다. 고작 이것 올리느라 5월부터 7월 초까지 노·사·공익 대표 각 9명씩 27명이 (법정 시한을 넘기면서까지) 7차례나 긴장된 시간을 보냈는가 싶다. 하지만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는 ‘알바’생이나 시간제 근로자, 저임금 근로자 등 사회적 약자들이 약 500만명에 이른다는 사실, 그리고 비정규직 노동자가 850만명 정도라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최저임금을 어떻게 정하는가 하는 문제는 예사로 넘길 일이 아니다. 이런 면에서 해마다 반복되는 최저임금위원회 내 갈등과 협상의 교착 그리고 막판의 무리한 조율 등을 보면서, 향후 최저임금 결정 과정을 보다 합리적으로 혁신할 필요를 느낀다. 우선, 최저임금이란 국가가 헌법에 의거해 그야말로 최소한의 임금을 정하는 것이다. 1988년부터 실시된 최저임금법은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이 취지에 공감한다면 어떻게 “최저임금 0원 인상”과 같은 협상안을 제시할 수 있을까? 그런데 사용자 대표들은 예외 없이 “기업 부담”을 내세워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고 했다. 속셈은 막판에 몇 십 원 정도 올리려 했을지 모른다. 이번의 최종 결정도 350원 인상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시급 5210원 정도 받아서 근로자의 ‘생활안정’이나 노동력의 ‘질적 향상’이 이뤄질까 하는 점이다. 주당 40시간 기준, 월급은 108만원 정도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57만명 정도가 직접적 적용대상이다. 그런데, 과연 이 돈으로 생활안정을 이루고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이룰 이가 얼마나 될까? 여기서 노·사·공익 위원들에게 제안을 하고 싶다. 내년에도 동일 과정 반복으로 비판받지 않으려면, 내년 봄에 일종의 ‘집단 실험’을 해보자는 것이다. 그것은 27명이 각자 한 달만 108만원으로 살아보는 것이다. 노동은 하지 않아도 좋다. 대신, 노동을 했다 치고 108만원만 갖고 한 달을 지내보시라. 그 뒤에 모두 한자리에 모여, 과연 ‘생활안정’이 되는지, 노동력의 ‘질적 향상’이 이뤄지는지 종합 평가한 뒤 2015년 최저임금 심의에 들어가자.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한편, 사용자 대표들은 중소영세·자영업자의 부담을 내세워 최저임금을 동결하자고 했다. 상황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언제까지 이런 논리로 접근해야 할까? 만약 기업의 ‘부담’만 강조한다면, 노동자 임금은 ‘0원’에 가까울수록 좋을 것이다. 노예 노동이야말로 자본에는 최적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이 어떤 시대인가? ‘노사 윈윈’을 말로만 하지 말고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자. 그것이 서로 좋고 나라도 좋다. 만약 사업가가 최저임금도 못 줄 정도라면 사업 대신 다른 일을 하면 어떨까? 정 안 되면 노동자를 고용하지 말고 혼자서나 가족끼리 하면 되지 않는가? 유치원이나 학교도 일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운영을 못 한다. 하물며 기업이 노동자에게 응당한 보수도 주지 못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전체 근로자 평균임금의 50%를 최저임금으로 권고한다. 한국은 34% 수준이다. 한국 경제가 건전하게 업그레이드되기 위해서라도 차츰 높여야 한다. 이 주장이 ‘터무니없는’ 주장이 아닌 것은 이미 국제 사회가 증명한다. OECD 통계에 따르면, 2011년 한국은 상용직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이 34%로 비교 가능한 26개 OECD 회원국 중 20위이며, 법정 최저임금의 절대 수준 비교에서도 24개 회원국 중 16위다. 많이 주면 더 발전한다는 것이다. 끝으로 다른 제안도 하고 싶다. 그것은 중소영세·자영업자의 부담을 덜면서도 사회적 연대를 증진하는 방안이다. 말로만 ‘동반성장’을 외치지 말고 대기업이 축적한 부의 일부를 ‘사회연대 기금’에 내어 지원을 하자. 일례로,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원인 경우 그 60% 정도는 해당 사업체로부터, 나머지 40%는 연대 기금에서 지원하면 될 것이다. 요컨대, 최저임금위원회가 그 결정 메커니즘을 보다 전향적으로 혁신함으로써 내년부터는 더 이상 사회적 낭비를 되풀이하지 않기를 빈다. 중요한 건, 돈이 아니라 인간다운 삶이고 사회 전체의 질적 향상이니까.
  • 이란 전 국민에 ‘수상한 이메일’ 계정

    이란 당국은 정보 보안을 위해 자국민이 사용 가능한 독자적 이메일 계정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오히려 이란 정부의 국민 통제를 강화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8일(현지시간) AP 등에 따르면 무함마드 하산 나미 이란 정보통신부 장관은 “국민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개별 이메일 계정(mail.post.ir)을 배정한다”면서 “이를 위해 이란 전역에 데이터센터를 건립한다”고 밝혔다. 이란 관리들은 수년 전부터 자국의 정체성을 보호하고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월드와이드웹’(www)을 대체할 자국 전용 인터넷망을 개발하겠다고 밝혀 왔다. 이날 나미 장관은 정부가 체신 및 정보기술(IT) 기관 전문가와 협력해 관련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고 전했다. 이란에서는 정부가 대통령 선거를 전후해 야후, 구글 등의 기업이 제공하는 이메일 서비스에 대한 접속을 종종 차단한다는 의혹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이란 국민들은 대선을 앞두고 인터넷 속도가 느려졌다는 불만을 제기한 바 있다. 2009년 대선 이후에도 일부 웹사이트에서 부정 선거 의혹이 제기되자 인터넷 접속이 제한됐지만 이란 당국은 인터넷 통제 의혹을 부인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대선에서 선출된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인터넷 통신 등에 대한 국가 개입을 줄여 나가겠다고 강조했지만 이번 조치가 또 하나의 정부 통제가 될지는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이란 인터넷 이용자는 총인구 7500만명 가운데 3200만명으로 추정된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통념 확 뒤집는 라틴아메리카 환경사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할 무렵 그곳은 ‘야생의 텅 빈 신세계’였다는 게 오랫동안 전해진 통설이다. 하지만 최근 연구는 영 딴판의 상황을 속속 전한다. 신대륙이 발견된 1492년 이전만 하더라도 라틴아메리카 인구가 4000만∼7000만, 많게는 1억 1500만명에 달했다고 한다. 아즈텍 제국의 도시인 테노치티틀란에 20만명이 넘게 살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비슷한 시기 구대륙의 파리, 런던, 리스본보다 규모가 컸던 셈이다. 그곳에선 어떻게 그 많은 인구가 먹고살 수 있었을까. ‘오래된 신세계’는 이처럼 통념과 통설을 뒤집는, 일종의 라틴아메리카 환경사 연구성과 종합서로 눈길을 끈다. 저자는 라틴아메리카 식민지사와 환경사에 천착해 온 미국 브리검영대학 역사학부 교수. ‘다음 단계의 문명을 위하여’라는 부제가 붙은 책에서 그는 지난 6세기에 걸쳐 라틴아메리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환경사 측면에서 낱낱이 들춰 보인다. 우선 신대륙과 관련해 잘못 알려진 신화를 이렇게 꼬집는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게 아니라 콜럼버스가 들어간 이후 신대륙이 되어 갔다.’ 그 많은 인구가 모여 살면서 앞선 문화를 일궜던 라틴아메리카에선 콜럼버스 이후 유럽인들이 들어온 지 불과 1세기 동안 선주민의 90%가 사망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원인은 정복자들이 갖고 간 병원균이다. 돌림병으로 선주민들이 죽어 가면서 역설적으로 그곳이 동식물로 넘쳐나 결국 신대륙이 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진 셈이다. 저자는 무엇보다 콜럼버스 이전 신대륙 선주민들의 농업적 성과에 주목한다. 인류 문명의 진보를 상징하는 바퀴나 철기가 없었는데도 그 많은 인구가 먹고살 수 있는 엄청난 수확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자연과 인간의 공존이었다. 아즈텍 문명의 돋운 땅 농법인 ‘치남파’며 잉카제국 선주민들이 가파른 계곡에 만든 견고한 계단식 밭은 공존의 탁월한 흔적이다. 식민지 시대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독립, 그리고 현대의 산업화와 도시화 과정에서 라틴아메리카 사람들이 파괴하고 잃어 간 자연의 후유증은 심각하다. 저자는 선주민들이 지키고 살았던 자연과의 공존이라는 지혜를 잇지 못함은 큰 비극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자동차와 도로보다 거리와 대중교통을 우선시한 도시계획으로 거듭난 브라질 쿠리치바와 석유에 덜 의존하면서 지속가능성이 더 큰 농업을 일구는 쿠바의 농업혁명 이야기는 ‘다음 단계의 문명’을 향한, 흔치 않은 대안의 사례로 높이 치켜세운다. ‘무한한 발전을 뒤쫓는 이들에게는 당신 또한 사라져도 상관없는 자연일 수 있다.’ 어쩌면 섬뜩하게도 들릴 수 있는 말. 저자가 책에서 일관되게 지적하는 메시지는 결국 이렇게 집약된다. “에너지 생산 확대를 통해 끝없는 탐욕을 채우려 하기보다는 슬기롭게 아껴 쓰는 법을 배워야 한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
  • [정전협정 60년] “세계 유일 분단 현장 방문 특별한 경험”

    [정전협정 60년] “세계 유일 분단 현장 방문 특별한 경험”

    “포성이 멈춘 지 60년, 세계 유일의 분단 국가에 와서 북쪽 경계선 너머를 본다는 것은 굉장히 특별한 경험입니다.” 지난달 30일 경기 파주시 도라산역에서 만난 유하 아우허(61·핀란드)는 “핀란드도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지만 이 같은 풍경은 볼 수 없다”며 “비무장지대(DMZ)는 장소 자체만으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전 60주년을 맞아 남북 휴전선을 중심으로 임진각과 도라산역, 제3땅굴 등 DMZ 일대에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날 임진각 일대는 DMZ를 찾아온 관광객들로 하루 종일 북적였다. 대부분 중국인이었지만 유럽이나 동남아에서 온 관광객도 종종 눈에 띄었다. 도라산 전망대를 찾은 오스트리아인 나디 에거(52·여)는 DMZ에 펼쳐진 자연 경관을 바라보며 “이렇게 평화로운 곳에서 전쟁이 일어났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곳”이라고 말했다. 단체 관광객의 기념 촬영도 끊이지 않았다. 카자흐스탄에서 팀원 38명과 함께 왔다는 신용화 한국석유공사 카자흐스탄 법인팀장은 “지난해 처음 이곳으로 단체 견학을 왔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었다”면서 “한국이 정전 60년 만에 어떻게 일어섰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곳으로 여긴다”고 밝혔다. DMZ는 2002년 개장 이후 방문객이 꾸준히 증가해 지난달 12일 500만명을 돌파했다. 제3땅굴 견학 현장에는 500만 관광객 돌파를 기념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하지만 ‘안보 관광’이라는 테마에 치중하다 보니 콘텐츠가 빈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곳을 찾은 관광객의 70%가 외국인이지만 DMZ 견학 셔틀버스 등에 외국인 안내가 미비해 대부분 외국인 전용 여행사를 통하고 있다. 셔틀버스를 운전하며 가이드 역할을 하는 장동준(55)씨는 “원래 안보 관광이 취지인지라 중국인의 경우 DMZ 방문을 옵션상품 정도로 여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개인 가이드를 데리고 셔틀버스를 탄 일본인 아사오 구니요시(72)는 “곳곳에 군인들이 보여 압박감이 느껴졌고 일본인 관광객도 많이 없어 아쉬웠다”면서 “외국인들을 위한 안내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동주 민북관광사업소장은 “관광객이 늘어남에 따라 시설 개선과 콘텐츠 개발이 더욱 절실해졌다”면서 “올해 안에 반환 주한 미군기지 캠프 그리브스에 안보 체험 시설관이 개장되면 더욱 흥미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임진각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전문가 진단] 이슬람·세속주의 충돌… 군부 개입이 관건

    [전문가 진단] 이슬람·세속주의 충돌… 군부 개입이 관건

    2011년 2월 아랍 민주화 운동의 영향으로 이집트는 장기 군부독재정권을 타도하고 민주주의 정권을 창출했다. 하지만 새 정권은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던 대다수 이집트인들이 원했던 형태가 아니라 이슬람주의를 주창하는 정권이었다. 그 중심에는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과 무슬림형제단(MB), 자유정의당(FJP)이 있었다. 30일은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이 취임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지난 1년 동안 이집트는 4900여 차례 파업과 22차례의 대규모 시위 등 수많은 정치·사회적 혼란을 겪었다. 이집트 정치와 사회를 움직이는 실질적인 주체는 이슬람 세력과 세속주의 세력, 군부다. 내부의 역학구도는 이슬람주의와 세속주의의 대립, 이슬람 세력과 군부의 갈등, 기득권 세력과 일반 대중의 갈등으로 형성돼 있다. 30일 대규모 시위를 주도한 세력은 지난 4월부터 활동하기 시작한 ‘타마르루드’(Tamarrud) 운동이다. 이는 무르시 정권에 대한 불신임, 불복종 운동으로서 세속주의 운동의 성격을 띠고 있다. 이 운동은 지난 대선 후보자였던 무함마드 엘바라데이 등 야권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 운동은 무르시 대통령의 하야와 조기 대통령 선거를 요구하고 있으며, 1500만명 이상의 지지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반면 친 무르시 지지자들은 6월부터 ‘타자르루드’(Tajarrud)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는 공평과 공명정대, 합법성을 주장하는 운동으로 이슬람주의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이 운동은 무르시 대통령이 민주적 절차에 의해 합법적으로 당선됐기 때문에 반(反)무르시 집회를 개최하는 것은 반헌법적이고, 미국과 시온주의자(유대 민족주의자)들의 사주를 받은 무모한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대중들은 지난 30년 동안 축적됐던 부패와 타락을 해소하기 위해 1년은 너무 짧은 기간이기 때문에 4년 정도는 기다려야 한다고 보고 있다. 정치적으로 1년 만에 무르시를 몰아내면 더 큰 혼란이 닥쳐 이집트의 정치는 더 큰 수렁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양 진영이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30일 반정부 시위 이후 이집트 사회의 미래가 여전히 불안한 것은 이슬람주의자들과 세속주의자들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계속 대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군부는 위기 때마다 정치에 개입할 공산이 크고, 이슬람은 이집트의 전통적·현대적 가치에서 여전히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 도봉구 “창동역 주변 시프트 대신 공연장”

    “도봉에는 영화 개봉관도, 스타벅스도 없어요.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광역 중심에 걸맞은 역할을 하려면 문화 허브가 들어서야 합니다.” 도봉구가 17일 구청 대강당에서 창동역 주변 현안 사업에 대한 주민 설명회를 열었다. 참석자 400여명의 관심사는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장기전세주택 건립 문제였다. 현재 시는 박원순 시장의 주요 공약인 임대주택 8만호 공급과 관련해 창동역 동쪽 일반 상업지역에 장기전세주택(시프트) 360가구, 서쪽 일반 주거지역에 210가구를 세울 계획이다. 하지만 구와 주민 대부분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야심 차게 추진하는 문화 허브 도약의 걸림돌로 보기 때문이다. 도봉구는 최근 수년 동안 창동역 주변에 다목적 대형 원형(아레나) 공연장 건립을 적극 꾀해 왔다. 올해 초 정부가 경기 고양시 한류월드에 K팝 아레나 공연장을 짓기로 확정한 뒤에도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문화 인프라를 확충해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아레나 공연장이 들어서면 서울시가 인근에 세우고 있는 복합 공연장과 맞물려 창동역 일대가 문화 허브로 진화할 것으로 구는 확신한다. 한 자치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게 구의 설명이다. 도봉을 비롯한 서울 동북권 4개 구 주민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디딤돌이 되는 것은 물론 500만명의 인구를 보유하고 있는 서울·경기 동북부 지역의 문화적 갈증을 해소할 기반이 된다는 것이다. 이동진 구청장은 “장기전세주택 건립은 창동을 문화 허브로 키운다는 구의 계획에도, 광역 중심지로 집중 육성한다는 2030서울플랜에도 맞지 않는다”며 “지역 균형 발전을 생각한다면 랜드마크형 문화 시설이 반드시 들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게임업계, 카카오톡에 갇혔다

    게임업계, 카카오톡에 갇혔다

    게임업계의 ‘카카오톡 편식’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업체들은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통행료’로 내면서도 ‘울며 겨자 먹기’로 카카오톡 기반 게임을 쏟아내고 있다. 가입자 9500만명에 달하는 대형 플랫폼의 위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3개월 사이 나온 카카오톡 기반 게임은 56종에 달한다. 카카오톡 게임이 지난해 7월 10종으로 시작해 현재 총 150여종인 것을 감안하면 신규 게임 출시량이 최근 폭증하고 있는 셈이다. 정통 온라인 기반 게임업체들도 줄줄이 카카오톡 게임으로 진출했다. CJ E&M 넷마블은 최근 ‘모두의 마블 for kakao’를 출시했다. 모두의 마블은 이미 온라인에서 인기를 끌었던 보드게임으로, 카카오 친구 대전 모드·랭킹 시스템 등을 도입해 모바일 버전으로 재탄생했다. NHN 한게임도 카카오톡 친구들과 랜덤 매칭을 통해 대결이 가능한 야구 시뮬레이션 게임 ‘팀나인 for kakako’를 출시했다. 업체들은 카카오톡 게임을 출시하면 구글과 애플 등 1차 플랫폼 업체에 매출의 30%를, 카카오에 21%를 줘야 한다. 이미 유통비용으로만 매출의 절반이 빠져나가는 구조다. 카카오는 카카오톡 게임하기의 성공으로 지난해 영업이익 69억원을 달성하며 흑자 전환했다. 게임업체들로서는 카카오톡을 버릴 수 없는 상황이다. 일단 대규모 가입자가 있다 보니 홍보가 쉽다. 특히 ‘애니팡’ 이후 카카오톡 게임의 열기가 ‘드래건 플라이트’, ‘윈드러너’로 꾸준히 이어지면서 ‘카톡 게이머’ 층이 두꺼워졌다는 점은 업계에서도 인정하는 카카오의 공적이다. 6월 둘째 주 모바일 게임 다운로드 순위를 보면 10위권에 카카오톡 게임이 수두룩하다. 하지만 카카오톡 일변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카카오톡 게임의 득세가 소비자 선택권을 줄인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카카오톡 게임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대형 업체, 영세 업체 구분 없이 모바일, 특히 카카오톡 기반 게임 출시에만 열을 올리는 상황”이라며 “국내 시장은 점점 더 패키지 게임이나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로는 승부를 보기 힘든 구조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대뇌시신경에 칩 삽입…SF 속 ‘인공 눈’ 내년에 나온다

    대뇌시신경에 칩 삽입…SF 속 ‘인공 눈’ 내년에 나온다

    1987년 9월 28일. 23세기를 배경으로 한 공상과학(SF) TV드라마 ‘스타트렉’의 두 번째 시리즈에 독특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엔터프라이즈호의 흑인 기관장 조르디 라 포르지는 선천적인 시각장애인이다. 그는 눈에 은색의 반달 모양 띠를 착용한 채 맹활약한다. ‘바이저’(VISOR)라는 이 장치는 뇌와 직접 연결돼 조르디가 일반인보다 더 빛을 민감하게 감지할 수 있도록 해준다. 타임머신이나 우주공간을 뛰어넘는 워프처럼 SF 속의 기술로만 여겨지던 ‘바이저’가 실제 현실에 등장했다. 2억 8500만명에 이르는 전 세계 시각장애인들에게는 마치 성경 창세기의 첫 구절처럼 ‘빛이 있으라’라는 말이 떠오르는 순간이다. 호주 멜버른 모나시 대학교는 지난 8일(현지시간) “무선 카메라 시스템과 칩 기술, 신경과학을 접목해 세계 최초의 ‘바이오 눈’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60명으로 구성된 ‘모나시 시력 시스템’ 프로젝트에 의해 개발된 이 바이오 눈은 안경에 부착된 카메라와 동작인식 시스템 및 디지털 영상조절장치, 무선 송수신기, 뇌에 이식되는 칩으로 구성된다. 시각장애인이 이 안경을 쓰면 전면부의 카메라가 끊임없이 이미지를 찍는다. 사용자가 고개를 돌리면 동작인식 시스템은 정확히 바라보는 방향에 카메라 초점이 맞춰지도록 돕는다. 디지털 영상조절장치는 카메라에 찍힌 이미지를 신호등의 사람 표현과 비슷한 단색의 점 형태로 변환해 무선으로 보내는 역할을 한다. 이 신호를 받는 것은 사용자의 대뇌피질 시신경 부위에 ‘임플란트’ 형태로 삽입된 칩이다. 칩은 받은 신호대로 대뇌피질에 전기자극을 보내 사람들이 직접 보는 것처럼 느끼게 만들어낸다. 프로젝트 책임자인 아서 로워리 교수는 “시각장애인에게 완벽한 영상을 보여주는 것은 힘들지만, 눈 앞에 있는 물체의 형태와 사람을 구분하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분명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모나시 시력 시스템은 다양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첫 모델은 단순히 점 형태로 물체를 표시하는 데 그쳤지만, 얼굴 인식 소프트웨어를 영상조절장치에 심으면 비슷하게 생긴 사람들도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또 원근 처리 소프트웨어를 삽입하면 사용자들은 계단이나 구덩이를 인식해 위험을 피해 걷거나 산으로 트레킹을 떠날 수도 있다. 로워리 교수는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을 주문하면 프로그램을 심어 적합한 방향으로 특화된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서 “장기적으로는 모든 기능을 하나의 시스템에 담아 실제 눈과 거의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오 눈 개발이 처음 시작된 것은 2008년이다. 당시 호주 총리 케빈 러드는 캔버라에서 열린 ‘호주 2020 서밋’ 폐막 연설을 통해 “2020년까지 시각장애인을 위한 바이오 눈을 개발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한 바 있다. 모나시 대학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4200만 달러(약 470억 8200만원)의 정부보조금을 지원받았다. 특히 모나시 시력 시스템은 직접적으로 뇌 속의 시신경에 작용하기 때문에 시력이 일부 남아 있어 희미하게 영상을 볼 수 있는 사람은 물론 아예 수정체와 눈 부위 전체가 없는 사람들도 사용할 수 있다. 시력이 남아 있는 사람의 경우에는 눈을 사용할수록 시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 시스템 사용으로 남아 있는 시력을 더 오래 보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안경 자체도 단순히 시각장애인용 기계의 시제품 수준을 뛰어넘는다. 라 포르지 기관장의 바이저처럼 SF 영화 속에서 곧바로 뛰어나온 듯한 모습이다. 이는 이 프로젝트에 2000년 시드니올림픽 성화봉을 만든 것으로 알려진 ‘코클리어사’의 수석 디자이너 마크 암스트롱이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클리어사는 모나시 시력 시스템과 같은 콘셉트의 청각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마이크를 이용해 모은 소리를 사용자의 대뇌피질 속 청신경으로 직접 전달하는 방식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지금까지 800만 달러가 투입됐고, 실제 기존 보청기를 크게 뛰어넘는 수준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모나시 대학은 현재 맹인들을 대상으로 바이오 눈의 테스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 시제품이 출시된다. 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10년 이내에 시각장애인의 85%가량이 모나시 시력 시스템의 혜택을 받을 것으로 연구진은 내다보고 있다. 연구진의 궁극적인 목표는 안경 형태가 아닌 완전한 이식이다. 암스트롱은 “장애인들은 자신들이 일반인처럼 일하면서 겉으로도 두드러져 보이지 않기를 원한다”면서 “보조 기술의 궁극적인 목표는 드러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카카오톡 vs 네이트온’ 영토 전쟁

    ‘카카오톡 vs 네이트온’ 영토 전쟁

    PC 메신저 1위 ‘네이트온’과 모바일 메신저 1위 ‘카카오톡’ 간의 ‘영토 전쟁’이 시작됐다. 각 업체의 강점을 살린 PC-모바일 간 ‘연동’이 승리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가입자 수 9500만명의 카카오톡이 이달 중 PC버전 서비스에 돌입하기로 하자, 네이트온이 대대적인 신규 버전 개편 작업에 나섰다. 특히 SK커뮤니케이션즈(SK컴즈)가 PC 메신저 ‘수성’뿐 아니라 모바일 버전인 네이트온UC까지 개편키로 하면서 카카오톡과 네이트온이 각자 주 근거지를 공략하는 형태가 됐다. 현재 막바지 테스트 단계에 있는 카카오톡 PC버전은 모바일 메신저를 그대로 옮겨온 형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메시지를 PC로 입력할 수 있고 모바일 버전과 같은 친구 목록, 채팅창, 읽음 표시 기능 등을 제공한다. 카카오는 탄탄한 모바일 가입자 규모를 바탕으로 PC 메신저 80.8%를 점유하고 있는 네이트온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SK컴즈는 네이트온5.0으로 맞선다. 하반기 출시 예정인 5.0은 네이트온 주이용층인 직장인들을 위한 기능이 강화된다. 미수신 파일을 포함해 메신저로 주고받은 모든 파일 목록을 확인할 수 있고 대화창과 쪽지창을 합쳐 상대방이 로그인하지 않아도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된다. 모바일 버전인 네이트온UC 역시 카카오톡과 마찬가지로 별도 아이디 없이 휴대전화 번호만으로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바뀐다. 업계에서는 두 메신저의 대결이 누가 더 PC-모바일 간 연동을 성공적으로 해내느냐에 달린 것으로 보고 있다. 본인만 갈아타서는 의미가 없는 메신저의 특성상 기존 플랫폼과 신규 플랫폼을 오가는 데 불편이 없어야 효과적인 확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두 메신저 모두 PC-모바일 구분 없이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유·무선 통합을 지향하고 있다”며 “유·무선 연동을 불편 없이 빠른 시일 내 자리잡게 하는 게 승부의 관건”이라고 전했다. 당분간은 큰 판도 변화가 없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한 포털 관계자는 “PC 메신저는 대화뿐 아니라 업무용으로도 사용돼 모바일 메신저와 조금 다른 영역을 구축하고 있어 당분간은 두 메신저를 같이 쓰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열린세상] 관광공사의 인천공항면세점 운영 허용하라/박양우 중앙대 예술대학원 예술경영학과 교수

    [열린세상] 관광공사의 인천공항면세점 운영 허용하라/박양우 중앙대 예술대학원 예술경영학과 교수

    나라마다 외래관광객 유치 전쟁이 한창이다. 세계관광기구(UNWTO)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국제관광객 수는 이미 10억명을 넘어섰고, 관광 수입은 1000조원을 돌파했다. 2030년에는 국제관광객 수가 18억명에 이르고,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5억명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 우리나라에 온 외국관광객은 1114만명으로 우리 관광사상 처음으로 1000만명을 넘었으며, 관광 수입은 141억 달러를 기록하여 관광수지 적자 폭은 16억 달러로 크게 줄었다. 그만큼 우리에게도 국제관광이 호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관광(觀光)은 말 그대로 그 나라의 빛, 곧 문화를 관광객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한국의 국가 이미지와 브랜드가 크게 높아진 데는 한류를 비롯한 문화의 힘과 실제 한국을 방문한 관광객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 관광산업은 이처럼 나라의 무형 자산가치를 높일 뿐만 아니라 높은 외화 수입을 창출하는 효자산업이다. 그래서 지난 정부에서 관광산업을 국가 17대 신성장동력으로 선정하여 지원하려 했고, 또 세계 각 나라가 다양한 관광산업 지원정책을 강구하고 있는 것이리라. 그런데 이와 대조적으로 우리는 새 정부 들어 관광산업이 상대적으로 홀대받고 있다는 인상이다. 그 대표적 사례가 최근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인천공항공사가가 벌이고 있는 한국관광공사의 인천공항 면세점 퇴출 작업이다. 지난 2월 26일 면세점 입찰을 공고하면서 공공기관 및 계열사를 신청 대상에서 제외시켜 50년 이상 면세점을 운영해 온 한국관광공사는 신청자격조차 얻지 못했다. 물론 이 같은 방침은 지난 정부의 이른바 공공선진화 정책에 기인하는 것이지만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아야 할 현 정부가 이를 시정하지 못한 것은 전적으로 지금 정부의 책임이다. 정부가 한국관광공사에 인천공항 면세점을 운영하도록 지원해야 할 이유 몇 가지만 들어보자. 첫째,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에 제대로 부합하기 때문이다. 창조경제의 핵심은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이다. 정부는 창조와 혁신을 통한 새로운 일자리와 시장 창출 등 6대 전략을 수행하기 위해 올해만 7조원 정도의 예산을 투입할 전망이다. 관광산업이야말로 고용유발효과가 제조업의 거의 2배, 정보기술(IT) 산업의 5배에 이르는 일자리 창출 산업이다. 이 같은 관광산업 진흥을 위해 정부는 어차피 국가예산을 써야 한다. 인천공항 면세점 운영 수익으로 국민세금으로 운용되는 국가보조금 일부를 대체하는 것이 국민이나 정부에 더 나은 선택이다. 둘째, 수입의 많은 부분을 관광 관련 산업에서 벌어들이고 있는 인천공항은 관광진흥을 위해 기여해야 할 책임이 있다. 우리나라 인·아웃바운드 관광객을 합치면 거의 2500만명에 이른다. 이들 없이 인천공항은 존재할 수 없다. 50여 년 전 한국관광공사가 공항 면세점 운영을 맡았던 것도 일찍이 공항과 관광의 직접적 연관성 때문이다. 인천공항공사는 한국관광공사에 항상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셋째, 인천공항공사는 공기업이다. 정부가 인천공항공사에 공항 관리의 독점운영권을 부여한 것은 수익성 못지않게 공적 기능을 잘 감당하라는 뜻이 담겨 있다. 공항 면세점에선 비싼 외국 제품만이 아니라 국산 제품이 많이 판매되어야 한다. 한국관광공사는 현재 입점 중인 롯데와 신라에 비해 거의 2~4배에 이르는 국산품을 판매하고 있다. 공적 기관으로서 면세점을 운영하는 것은 이 같은 취지에도 부합한다. 넷째, 지난 50여년간 한국관광공사가 수행해온 공항 면세점 운영에 관한 기여도가 존중되어야 한다. 일반 시장에서도 이른바 권리금이라는 게 있다. 현재 인천공항의 면세점 운영은 세계적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이 같은 면세점의 명성은 그간 한국관광공사가 키워온 노하우와 노력에 힘입은 바 크다. 일반 기업에 부여하는 조건과 다른 특별한 임대조건을 제시해 면세점을 운영토록 허용해야 할 또 다른 이유다. 이달 말이면 한국관광공사의 면세점 운영이 끝난다고 한다. 머뭇거릴 시간도 이유도 없다. 관계당국은 당장 한국관광공사가 인천공항 면세점을 계속 운영하도록 허용해야 한다. 나아가 이를 잘 운영해서 창조경제에 부응하는 관광 진흥에 기여하도록 더욱 지원해야 할 것이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