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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혜리 특파원 독일 현지르포/위기의 독일경제

    |프랑크푸르트 함혜리특파원|‘유럽의 경제 기관차’로 불리던 독일이 심각한 경제난으로 탈선 위기에 놓여 있다. 3년째 계속된 경기침체로 각종 경제지표에 빨간불이 들어온 지 이미 오래다.지난해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3.6%에 달했으며 경제성장률은 0.4%에 그쳤다.독일기업의 도산 건수는 1990년대 초반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했다.지난해만 4만개의 기업이 도산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경제규모로는 아직 세계 3위이지만 국가 경쟁력 순위는 15위로 처졌다.올해는 사정이 더욱 악화됐다.산업활동과 개인소비지출이 위축되면서 경제성장률은 제로(0%) 혹은 -0.1%,실업률은 10.4%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분배에 무게를 둔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모델로 부러움을 샀던 독일은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동서독이 통일된 지 13년째를 맞아 저성장과 고실업,과도한 사회보장비용 부담,노동시장의 경직성으로 요약되는 ‘독일병’으로 고통받고 있다.한때 ‘라인강의 기적’으로 불리며 경제발전의 귀감이 됐던 독일이 이처럼 심각한 위기국면에처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어디에 있는지를 파악,‘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2003년 7월의 독일을 찾았다. ●얼어붙은 소비심리 지난 7월9일 기자가 찾은 독일 최대의 경제도시 프랑크푸르트는 화창한 날씨 탓인지 경제적인 위기감을 첫눈에 느낄 수는 없었다.그러나 시내 중심가를 걸어다녀 본 뒤 생각은 금세 바뀌었다.프랑크푸르트는 그야말로 거대한 ‘가격하락의 소용돌이’에 빠져 있었다. 모든 상점은 서로 경쟁하듯이 할인하며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아흐퉁!’(요주의)‘슈타크 레둑지에’(강력 할인),‘할인에 또 할인,이것이 최저가’ 등 각종 기발한 문구들로 채워져 온전히 남아있는 쇼윈도가 없다.정상가의 50%에 세일하는 것으로는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 수 없기 때문에 할인율을 70∼80%까지 낮춰 폭탄세일이나 폐업정리를 하는 곳이 대부분이다.명품 매장이 밀집한 괴테슈트라세의 구치,페라가모,샤넬 등도 자존심을 팽개치고 일부 제품을 절반가격에 내놓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대폭할인을 해도 별 반응이 없다는 점이다.사람들은 물건을 들었다 놓았다 하며 가격만 보고 그냥 지나칠 뿐 물건을 실제로 구매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독일이 자랑하는 피혁제품 메이커인 아이그너 매장의 에크너 지배인은 “정상가격대로 팔면 사람들은 아예 물건을 들여다 보지도 않는다.”면서 “지난주까지 반액할인을 해도 반응이 시원치 않아 이번 주부터는 아예 70% 할인된 값에 물건을 팔고 있다.”고 말했다.그는 “원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이지만 점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독일의 개인소비지출 증가율은 지난 2001년 1.5%에서 지난해 -0.6%를 기록할 정도로 소비가 얼어붙었다. 올해는 1%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전년 수준에도 못 미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지난 5월 국제통화기금(IMF)은 독일이 선진산업국 가운데 디플레이션 위험에 가장 크게 노출돼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이같은 우려는 거리에서 실제로 확인할 수 있었다. 백화점과 상점이 밀집한 자일 거리는 100m 간격으로 문을 닫은 상점들이 눈에 들어왔다.마지막 폐업처분을 한다는 광고판이 쇼윈도에 아직 붙어있어 새로운 주인이 들어올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부동산 중개사무실을 운영하는 하이마이어씨는 “비어있는 점포들이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지만 요즘 같은 불경기에 새로 문을 열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전했다. ●소비행태도 바꿔놓은 경기침체 조금 비싸도 튼튼한 것을 사는 것이 전통적인 독일인들이었지만 최근 수년간 지속된 경기침체를 겪으면서 요즘 독일 사람들의 소비행태는 완전히 달라졌다.조금이라도 더 싼 곳을 찾아 상점을 이곳저곳 다니며 물건값을 비교하는 식이다. 할인마트 알디(ALDI)는 최대의 유통업체로 부상,창업자는 현재 독일 소득 랭킹 1위를 달리고 있을 정도다.변두리에는 0.99유로 균일가에 생활용품을 파는 ‘땡처리’ 상점들도 많이 생겼다. 프랑스와 독일의 소비행태를 비교한 프랑스 신문의 기사에 따르면 프랑스 사람들이 물건을 구입할 때 평균 3곳의 가게를 들러본 뒤 구매를 하는 것에 비해 독일 사람들은 7곳의 가게를 들러 가격을 비교한다고 한다.독일 사람들이 워낙신중한 측면도 작용하긴 했지만 할인경쟁이 심하기 때문에 조금만 발품을 팔면 아주 싼값에 원하는 물건을 구할 수 있는 탓이다. 주부 크리스티안씨는 “유로화로 전환된 이후 물가가 너무 올랐고 경기침체로 불안감이 커졌다.”며 “생활비를 한푼이라고 절약하기 위해 아끼고,또 아끼는 게 습관이 됐다.”고 말했다. ●“대학 졸업하기가 두렵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만난 교포 2세 차고은(다름슈타트공대 건축과 3년)양은 “경기가 안 좋은 데다 실업률이 너무 높아 취직하기가 너무 어렵다.”면서 “졸업하기가 부담스러워 일부러 휴학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지난해 건축과 졸업생 80명 중 취업에 성공한 사람은 겨우 3명.학생들은 따라서 졸업을 1∼2년씩 늦추고 기업체에 들어가 실습을 하거나 다른 나라에 가서 현장업무를 익히고 있다고 한다. 독일 기업들은 까다로운 노동법규에 따라 경기가 나빠져도 기업주들이 마음대로 해고를 할 수 없고,근로자 1명에 대한 실업·의료·연금 등 각종 부담을 져야 한다.때문에 기업들은 신규채용을 꺼리고,실업률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올해 독일의 실업률은 10.4%,실업자는 500만명에 이를 전망이다.실업자 중 1년 이상 무직인 장기실업자가 50%나 된다. 코트라 구주지역본부장 김인식 이사는 “노동시장이 경직돼 있기 때문에 실업자는 지속적으로 늘고,이들에게 지급되는 실업수당과 연금 등은 정부의 재정부담을 늘리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며 민간소비 지출도 위축시켜 경기침체를 가속화한다.”며 “결국 뇌관이 뇌관을 치는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2002년 말 독일의 GDP는 1조 9000억달러.아직까지 유럽에서 가장 큰 경제대국의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단기 처방으로는 쉽게 치유될 수 없는 깊은 병을 앓고 있었다. lotus@
  • [열린세상]근소세 공제 확대 바람직한가

    정부와 여·야는 경기 진작과 서민 생활 안정을 위해 4조 2000억원 규모의 추경 예산을 편성하고 승용차에 대한 특별 소비세율을 인하하는 것과 함께 연간 급여 3000만원 이하 봉급 생활자를 대상으로 근로소득 공제 공제율을 5%포인트 인상하기로 했다고 한다.근로소득 공제란 근로자가 근로 활동을 영위하는 데 있어 필요한 경비를 소득세 계산에서 비용으로 반영해주는 제도이다.물론 필요 경비 수준은 근로자의 개별적 상황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세무 행정의 단순성 등을 고려하여 이를 소득의 일정 비율로 일괄적으로 설정하고 있다.새로운 방안을 보면 현재 연간 급여 500만∼1500만원은 공제율이 45%에서 50%로,1500만∼3000만원 15%에서 20%로 각각 인상된다고 한다. 이러한 근로소득 공제의 확대가 과연 바람직한 정책인가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우선 현재 면세점 이하의 근로 소득자가 전체의 40%를 훨씬 넘는 500만명에 이르고 있는 상황에서 근로소득 공제율의 인상이 서민층의 생활 안정이나 소비 진작을 통한 경기 활성화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점이다.면세점 이하의 근로자에게 근로소득 공제 확대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며,연간 급여가 2000만원인 근로자의 경우에도 그 감세 효과는 4만원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계산된다.한편 연간 급여가 3000만원을 넘는 근로자는 저소득 구간의 공제율이 확대됨에 따른 효과를 보게 되는데,3,000만원인 근로자는 약 20만원,그리고 1억원 이상 소득자는 45만원의 감면 혜택을 받는다.이러한 결과는 전체적인 세 부담의 누진성을 약화시키는 반면 실질적인 감세 효과는 거의 없다는 점을 의미하는 것이다.더구나 근로소득 공제폭을 확대함으로써 면세점이 인상되고 현재도 지나치게 많은 면세자의 수가 증가하는 것은 ‘국민 개세주의’ 원칙을 훼손하고 세제의 기형화를 야기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국가의 주인인 국민의 건전한 참여 의식을 조장하고 선진 민주주의로 발전하는 데 있어 납세자 의식은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며,합리적인 소득 세제의 운영은 가장 기본적인 토대가 되는 것이다.물론 근로 소득자가 근로 활동을 수행하는 데 있어 필요한 경비가 증가하는 경우 그 면세점은 당연히 조정될 필요가 있지만,면세점 이하의 납세자 수가 지나치게 많아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또한 이러한 조정은 그때그때의 정치적인 상황에 따른 정책적 판단을 바탕으로 하기보다는 물가 상승에 따라 과세 표준 구간을 매년 연동하는 것과 같은 정식화된 형태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한편 그동안 근로소득 공제 제도를 운영함에 있어 필요 경비의 반영이라는 보다 본질적인 측면보다는 자영 소득자와의 상대적 비교에서 근로 소득자의 세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정책적 수단으로서 의미가 크게 강조되어 왔다.근로 소득자의 소득은 이른바 ‘유리알 지갑’으로 표현되는 것과 같이 속속들이 파악되는 반면 자영 소득자의 소득 파악률은 매우 낮았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소득공제를 비롯,특별 공제나 근로소득 세액 공제 등이 근로 소득자 세부담을 낮추는 정책적 수단으로 활용되었던 것이다.그 결과 근로소득자들의 전체적인 평균 세율도 3∼4%라는 낮은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으며,근로자의 절반 가까이 면세점 이하에 해당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소득 세제의 합리적인 운영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근로 소득자와 자영 소득자간의 세부담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한 정책은 근로 소득자의 세부담을 인하하기보다는 기본적으로 과세 인프라의 확충 등을 통해 자영 소득자의 소득 포착률을 제고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야 하는 것이다.또한 근로소득 공제율의 인상 등 소득 공제의 일률적인 확대보다는 특별 공제제도의 개선 등 저소득 근로자에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정책 개발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원 윤 희 서울시립대교수 경제학
  • “아프간·北 마약밀거래 급증”유엔마약범죄국 보고서

    |파리 연합|전통적으로 세계최대 마약 생산지였던 동남아의 골든 트라이앵글(황금 삼각지)이 쇠퇴하는 대신 아프가니스탄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고,북한이 마약 생산 밀거래의 새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유엔마약범죄국(UNODC)이 25일 파리에서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00∼2001년 세계적으로 거의 2억명이 마약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안토니오 마리아 코스타 UNODC 국장은 “세계적으로 보면 코카인은 아메리카,헤로인은 아시아 그리고 마리화나는 아프리카의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마리화나는 세계적으로 1억 6300만명이 애용할 정도로 가장 폭넓게 생산 밀거래 소비되는 마약이며,코카인은 2000∼2001년 생산이 감소추세를 보였다.태국 미얀마 라오스 3국 접경지역인 트라이 앵글 지역에서의 양귀비 재배가 급격하게 감소했지만 헤로인 생산은 오히려 증가했다. 보고서는 “동남아 지역에서 이같은 감소추세가 유지될 경우 트라이 앵글은 앞으로 수년내 불법 마약생산지로서의 지위를 잃게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적으로 양귀비 재배를위한 토지가 25% 감소했지만 아프가니스탄은 현재 세계 최대의 아편 생산지로 떠오르고 있다. 코스타 국장은 “아프가니스탄은 세계 아편의 76%를 생산하며,서남아시아에서 1998∼2002년 양귀비 재배가 16% 증가한 것은 아프가니스탄 때문”이라며 “헤로인 1g값이 아프가니스탄에서는 1∼5달러지만 유럽에선 100 달러에 팔린다.”고 말했다. 마리화나 생산도 증가하고 있지만 미국에선 고교생들의 사용량이 70년대말에 비해 30%,97년에 비해 10% 정도 감소한 반면 아프리카에선 증가추세에 있다.전세계적으로 아편과 헤로인을 남용하는 수가 1500만명으로 꾸준하지만,서유럽은 감소 추세에 있는 반면 동유럽 러시아 중앙아시아에서는 증가추세에 있다.
  • “디플레 조기대응 실패 日장기불황 화 불렀다”블룸버그 현장르포

    |도쿄 블룸버그 연합|세계적 경제뉴스 전문 통신사인 블룸버그가 25일 끝모를 불황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일본 경제를 현장 르포를 통해 심층 진단했다. 일본 도쿄에 사는 샐러리맨 도키후지 시즈마(56)는 1991년 이후 시세가 무려 3분의2가량 폭락한 부동산 시장이 바닥에 다다른 것으로 보고 지난 99년 아파트를 매입했지만 판단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3자녀의 아버지인 도키후지는 최근 막내의 대학등록금 마련을 위해 자신의 주택을 매입가보다 낮은 8만 5000달러에 매각해야 했다.그러나 그의 피해사례는 1990년대 초 증시버블 등의 원인이 됐던 일본 경제의 악몽과도 같은 디플레로 인해 전체 일본인들이 겪고 있는 고충의 한 유형에 불과하다. 디플레 피해에 시달리는 것은 일본의 기업체도 마찬가지.일본 최대 건설업체 가지마는 정부가 수조엔대에 달하는 도로와 교량 등 기타 공공공사 축소조치와 자산가치 하락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기업으로 손꼽히고 있다. 일본의 전체 근로자 6500만명중 10%를 차지하는 건설업계는 전후 일본의 경제 재건에일조했다는 점에서 건설업계의 디플레 피해는 또 하나의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이밖에 하루 평균 300만명의 고객이 찾는 맥도널드도 디플레의 피해를 입고 있다.이 회사는 매출신장을 위해 지난 3년간 버거 판매가격을 55% 인하,59엔까지 낮춰놓은 상태다. 이렇듯 세계 2위를 자랑하는 일본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디플레는 아직도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헤매면서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 실제로 일본의 디플레는 지난 10년간 바뀐 중앙은행 총재 4명도 해법을 제시하지 못해 기업들의 채무상환이 차질을 빚고,닛케이 지수가 지난 89년 이후 무려 77%나 폭락하는 등 일본경제의 최대 걸림돌로 부각된 지 오래다. 일본은 ‘백약이 무효인 디플레’ 타개를 위해 27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 후쿠이 도시히코 일본은행 총재에 한가닥 기대를 걸고 있지만 정작 후쿠이 총재는 아무런 대책도 없는 상태. 후쿠이 총재는 최근 “우리 중앙은행은 디플레와의 전쟁 일선에 서 있다.”면서 “그러나 사실상 제로금리 상태에서 중앙은행이 사용할 수 있는 최대무기인 금리인하조치들은 모두 사용했다.”며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최근 추가 자금수혈에도 불구,무려 52조 4000억엔의 부실채권에 허덕이는 은행들은 지난 6년간 신규대출을 늘리지 못하고 있고,기업들은 도산을 막기 위해 부채상환에 전력해야 하는 힘겨운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이에 따라 그린스펀 FRB 의장과 독일 등 유로권 12개 회원국을 총괄하는 두이젠베르크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일본의 경험을 통해 디플레는 시작부터 억제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귀중한 교훈을 얻고 있다.이달 초 일본을 방문한 앤 크루거 국제통화기금(IMF) 부총재는 “일본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디플레 위험이 감지되면 조기에 대처하는 것이 매우 바람직하다는 것”이라며 “디플레 문제가 악화되면 제거하기 어렵다.”고 지적,디플레의 조기진화 필요성을 역설했다.
  • 대박 아니면 쪽박 신세? / 영화계 ‘빈익빈 부익부’ 우려 목소리

    지난달 말 ‘살인의 추억’ 시사회 인터뷰에서 주인공 송강호는 사뭇 비장한 어투로 말했다.“(‘살인의 추억’은)9회말 투아웃에서 마지막 타자로 나온 영화”라고.그럴만도 했다.상반기 ‘동갑내기 과외하기’와 ‘선생 김봉두’ 말고는 이렇다할 국산 흥행작이 없던 데다,지난해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참패 이후 극도로 위축된 투자분위기 역시 회생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살인의 추억' ‘와일드 카드' 외엔 흥행작 없어 그로부터 불과 두 달여.숨통이 꽉 막혔던 충무로가 가까스로 생기를 되찾은 듯하다.‘살인의 추억’과 ‘와일드 카드’의 연이은 흥행몰이 덕분이다.지난 4월25일 개봉한 ‘살인의 추억’의 성적은 한 달 보름여 만인 11일 현재 전국관객 467만 5421명(CJ엔터테인먼트 집계).마케팅 비용을 포함한 총 제작비는 53억여원.전국 200만명을 확보하면서 일찌감치 손익분기점을 넘겼다.지난달 16일 개봉한 ‘와일드 카드’도 12일 현재 전국 130만명을 넘어섰다.총제작비가 38억여원이니,역시 가볍게 손익분기를 넘겼다.두 영화의 제작사들은 각각 전국관객 500만명과 200만명은 무난히 확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영화시장 전반의 상황을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게 영화가의 중론이다.일각에선 충무로의 고질인 ‘빈익빈 부익부’현상이 오히려 심화됐다는 우려가 터진다.‘살인의 추억’과 올해 최고의 흥행작인 ‘동갑내기 과외하기’(전국 510만명)의 투자·배급사는 모두 CJ엔터테인먼트.한 곳에서 1000만명의 관객을 독식했다는 얘기다.“뭉칫돈 들어간 데는 CJ밖에 없다.”는 소리들이 나올 만도 하다. ●CJ 한곳만 성공… 충무로 돈가뭄 여전 실제로 이렇다할 흥행작을 내지 못한 지난해 하반기 이후,극심해진 영화가의 돈가뭄은 여전하다.캐스팅을 끝내고도 제작비를 마련하지 못해 크랭크인을 못하거나,심지어 촬영도중에 ‘엎어지는’ 작품들도 부지기수.캐스팅 0순위인 송강호를 붙잡아놓고도 제작비 50억원을 투자받지 못해 내년으로 촬영을 미룬 ‘남극일기’가 대표적인 사례.126억원짜리 초대형 애니메이션 ‘원더풀 데이즈’도 후반작업비가 없어 개봉을 7월로미뤄야 했다.최민수·조재현 주연의 액션사극 ‘청풍명월’도 돈줄이 막혀 후반작업에 전전긍긍하기는 마찬가지.주요 촬영분을 거의 다 찍은 뒤 제작중단된 안성기 주연의 코믹뮤지컬 ‘미스터 레이디’,감우성 주연의 공포물 ‘R포인트’,주진모 주연의 ‘방아쇠’ 등도 투자자를 애타게 찾고 있는 작품들이다. 한국영화시장의 이같은 경색국면은 한두 편의 흥행으로 간단히 풀리지는 않을 것이란 게 업계의 한결같은 전망이다.투자·배급사인 쇼이스트의 김장욱 이사는 “‘살인의 추억’과 ‘와일드 카드’의 동시흥행은,유행소재에만 눈돌려온 투자자들에게 완성도높은 작품쪽으로 새롭게 관심을 유도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면서 “그러나 올 여름 이후 흥행작이 한두 편 정도 더 나와야 투자자들이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일선 제작현장에서는 한숨 돌리고 있는 분위기.‘백조와 백수’‘귀곡산장’‘첫눈’ 등 3편을 기획중인 청년필름의 김광수 대표는 “투자자들이 당장 주머니를 열고 있지는 않지만,덮어놓고 코미디 시나리오만 탐내는 편식에서는 벗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태극기 휘날리며'등 실패땐 한국영화 위기 오래갈듯 요즘 어렵사리 기지개를 켜는 충무로에서 국내 대표흥행 감독들의 신작 촬영현장에 기대반 걱정반 시선을 돌리는 것은 당연하다.한국영화사상 최고제작비(130억원)가 투입될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와,강우석 감독의 100억원짜리 블록버스터 ‘실미도’.한 중소제작사 대표는 “한국의 영화제작자라면 무조건 이들 영화의 성공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들의 실패가 향후 1∼2년 동안 영화계 투자될 돈의 씨를 말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걱정했다.지난해 110억원짜리 초대형 블록버스터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의 흥행참패 이후 충무로가 앓아온 후유증을 너무나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황수정기자 sjh@
  • 여중생 사망 1주기 / 촛불시위 성과와 한계

    지난해 6월20일 경기도 의정부 미2사단 정문앞에서는 시민 5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일주일 전 두 여중생이 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사건을 규탄하는 첫 번째 집회가 열렸다.참가자 누구도 자신들의 행동이 연인원 500만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추모행렬의 서곡이 되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11월말 장갑차 탑승 미군에게 미 군사법원이 내린 무죄평결은 ‘촛불시위’라는 새로운 형태의 집단행동을 유발했다.‘두 여중생을 위해 추모의 촛불을 들자.’는 30대 네티즌의 호소가 네티즌들의 폭발적 참여를 이끌면서 시위의 주요 동력을 조직화된 ‘대중(大衆)’으로부터 비조직화된 ‘다중(多衆)’으로 바꿔 놓았다. ‘게시판’과 ‘펌질’(인터넷 게시판 이곳저곳으로 글을 ‘퍼 나르는’ 일)이 ‘대자보’와 ‘가두연설’을 대신했고,분산된 ‘난장(亂場)’이 집중화된 ‘연단’을 대체했다.시위의 의제 또한 초기의 감정적 ‘반미’를 넘어 ‘반전평화’라는 보편적 이슈로 옮겨가는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서울에서만 10만명이 참여했던 12월31일 시위를 끝으로 촛불시위의 동력은 소진하기 시작했다.표면적 계기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반미시위 자제’ 발언과 일부 언론의 ‘흠집내기’가 만들어낸 여론의 우경화였다.하지만 근본 원인은 ‘범대위’로 상징되는 민족주의 운동세력과 자유주의적 네티즌 사이의 이념적·정서적 균열이었다. 촛불시위의 성과에 대해서는 긍정과 부정이 공존한다.연세대 사회학과 김호기 교수는 “대등한 한·미관계와 세계평화의 열망을 평화적으로 표출할 만큼 시민사회가 성숙했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반면 대전대 정치학과 권혁범 교수는 “평화와 인권이란 보편가치보다는 민족주권이라는 특수가치가 전면에 부각되는 한계를 보여줬다.”며 아쉬워했다. 이세영기자 sylee@
  • 여중생 사망 1주기 / 숫자로 본 촛불시위

    미군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건은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일상적인 촛불시위를 통해 우리 사회의 집회문화를 뒤바꿔 놓았다.여중생 범대위가 1주기 추모대회를 맞아 모집하고 있는 준비위원 규모는 지난 10일 현재 15만명을 넘어섰다. 지난 1년간 두 여중생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과 불합리한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개정을 요구하며 광화문에서 촛불을 밝힌 인파는 500만명에 이르고 있다.한 네티즌의 제안으로 지난해 11월26일부터 시작된 촛불시위는 12월14일 전국에서 50여만명이 참가해 광범위한 추모의 물결을 이뤘고 현재까지 매주 주말마다 평균 2만여명이 참가하고 있다. 진상규명과 소파개정,책임자 처벌 등의 요구를 담아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된 서명운동에는 지난 3월 현재 200여만명이 뜻을 모았다. 지역·영역별로 수많은 추모모임이 만들어진 가운데 사이버 공간의 활약이 주목받기도 했다.한 포털사이트상의 카페의 경우 30여군데의 자발적인 모임이 생겨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모아진 후원회비만 2억 5000여만원에 이른다.매달한차례도 빠뜨리지 않고 여중생 범대위를 후원한 강정구(58)동국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중생 사망사건은 우리 국민의 주권과 자주권을 지키기 위해 미국에 정면으로 저항한 역사적인 운동”이라면서 “운영위원으로 참가할 여건이 안 됐기 때문에 재정적으로나마 돕고 싶었다.”고 전했다. 김종일 범대위 집행위원장 등 시위 현장에서 80여명이 연행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학생과 노동자,회사원 등으로 이루어진 자원봉사자 40여명은 여중생 사망사건을 이끌어온 주역으로 꼽힌다.올해부터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이경훈(31·경기도 광주시)씨는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면서 시간 날 때마다 추모대회 포스터도 붙이고 서명운동을 받으러 다녔다.”면서 “점점 잊혀져가는 사건이 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구혜영기자
  • “텔넷의 매력 인터넷도 못 뺏어요”/ “마우스보다 자판이 쉽고 빨라” 통신마니아 아직 50만명 활동

    직장인 최낙원(29·서울 송파구 오금동)씨는 요즘도 모니터 앞에 앉으면 전화접속 프로그램인 새롬데이터맨 프로 아이콘을 먼저 찾는다.인터넷 브라우저를 띄우는 것은 그 다음이다.10년 이상 쌓인 ‘텔넷의 추억’을 털어내기 힘들다는 것이 이유다.최씨는 “학생시절 심야에 부모님 몰래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천리안 영화동호회에 올라온 글들을 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면서 “인터넷보다 텔넷 공간이 따뜻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텔넷(telecommunication network)은 흔히 PC통신을 일컫는다.90년대 초반부터 인터넷이 나오기 직전인 90년대 말까지 통신계를 주름 잡던 천리안,하이텔,나우누리 등이 대표적인 업체다. ●문 닫는 서비스 업체는 늘어 텔넷은 화려한 멀티미디어로 무장한 월드와이드웹(world wide web·www)을 기반으로 하는 인터넷과는 달리 텍스트 기반의 버추얼터미널(VT) 모드를 주축으로 하고 있다.이미지 대신 문자를 사용하는 것이다. 현재 국내 텔넷 이용자는 50만명선.유료 이용자만 500만명을 넘던 5년 전에 비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다.2000만명을 넘는 인터넷 사용자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수익성도 예전보다는 많이 떨어졌다.유니텔처럼 더 이상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업체도 늘고 있다.텔넷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줄어 수지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여전히 강력한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하이텔 관계자는 “인터넷이 광범위하게 확산되면서 많은 PC통신 업자들이 사업을 접었지만 마니아층은 계속 남아 있어 쉽사리 서비스를 중단할 수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마니아들 인간미에 그리움 깊어 마니아들이 여전히 통신을 고집하는 이유는 빠른 속도 때문.초고속 인터넷의 등장으로 인터넷 속도가 많이 빨라졌다고는 하지만 이미지를 사용하는 인터넷이 문자텍스트를 기반으로 하는 텔넷의 속도를 따라잡기는 역부족이다. 명령어 체계를 사용하는 것도 텔넷만의 장점이다.‘go’,‘n’,‘p’ 같은 명령어만 치면 해당 텍스트에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일일이 마우스 버튼을 클릭하는 대신 컴퓨터 자판 위에서 모든 것을 실행할 수 있다. 무엇보다 통신마니아들은 과거 통신에서만 느낄 수 있었던 ‘인간다움’ 때문에 텔넷을 쉽사리 떠나지 못하고 있다.고심끝에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진지한 자세로 서로 토론을 주고 받았던 텔넷 문화는 스팸메일과 상업적 문구가 넘쳐나는 인터넷에서는 쉽사리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텔넷 마니아인 이승휘(35)씨는 “인터넷에서는 느낄 수 없는 인간미에 대한 그리움때문에 마니아들이 여전히 통신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
  • “”영화·게임이 날 지배한다”” 매트릭스 살인?

    “너 자신을 매트릭스에서 구출하라.” ‘매트릭스’에 대항해 싸우는 ‘메시아’ 네오(키애누 리브스)의 대사가 아니다.지난해 워싱턴 일대를 공포에 떨게 한 연쇄 저격 살인범 리 말보(18)가 교도소에서 적은 것으로 알려진 메모다. 최근 미국과 영국에서 ‘매트릭스’에 영향을 받아 범행했다고 주장하는 일명 ‘매트릭스 살인’을 둘러싸고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매트릭스’로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인 셈이다. ●美·英서 모방살해사건 발생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19일자 보도에 따르면 올 2월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한 청년(19)이 매트릭스의 주인공 네오(키애누 리브스)와 같은 검정 가죽코트를 입고 영화 소품과 비슷한 총으로 부모를 죽인 사건이 발생했다.청년은 “나는 매트릭스 안에 살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주에는 집주인을 살해한 미국 오하이오주의 한 중년 여성(37)에 대한 재판이 유력 언론들을 통해 대서특필됐다.그녀는 “영화 ‘매트릭스’가 인식을 왜곡시켜 범행했다.”며 정신착란을 인정받아 무죄 평결을 받았다. 영화 ‘매트릭스’ 시리즈의 제작자인 조엘 실버는 19일 런던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매트릭스’를 본 사람은 1500만명이나 된다.”면서 “이중 일부가 ‘매트릭스’를 핑계대며 범죄를 저지르고 있지만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매트릭스’는 가상일 뿐이라고 말했다. ●‘엔터 더 매트릭스’ 폭력게임 판정 이런 언론의 ‘매트릭스 때리기’ 속에서 게리 로크 워싱턴주 주지사는 지난 19일 미국에서는 처음으로 17세 이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폭력적인 게임을 판매할 경우 최고 500달러의 벌금을 부과한다는 법령을 공포했다.아울러 ‘엔터 더 매트릭스’를 폭력게임으로 판정했다.이에 대해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법령은 게임산업의 위축을 가져올 나쁜 악법(bad law)”이라며 반발하고 있다.게임업자들의 모임 ‘인터랙티브디지털소프트웨어협회(이하 IDSA)’의 두그 로웬스타인 대표는 “(이 법령은)위헌 소지가 다분하다.법령 철회를 위한 법적 대응에 들어가면 승산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예정된 히트작 앞의 먹구름 게임 ‘엔터더 매트릭스’는 개발비만 2000만 달러(한화 250여억원)에 달하는 비디오게임 사상 최대의 블록버스터.이는 지난해 세계 비디오게임 평균 제작비인 250만∼400만달러의 4∼8배나 된다.마케팅 등 부대비용까지 합하면 투자비용이 8000만달러에 이른다.게다가 세계 배급을 맡은 아타리(전 인포그램스)는 지난 4월에 비디오 판권을 얻기 위해 게임 개발사인 샤이니엔터테인먼트를 4700만달러에 인수했다. 그러나 “매체간 장벽을 허물고 게임산업에서도 ‘규모의 경제’를 이끌어낼 것”이라는 당초 게임업계의 기대와는 달리 ‘엔터…’의 앞날에는 먹구름이 끼고 있다.미국 웹진 ‘게임프로닷컴(www.gamepro.com)'은 지난 20일 제작사인 샤이니엔터테인먼트의 주가가 미국 발매 직후인 14일부터 4일 동안 28%포인트나 떨어졌다고 전했다. ‘게임프로닷컴’은 그 원인으로 ▲발매 직후 게이머들의 평가가 극단으로 엇갈리는 점 ▲플레이스테이션2·X박스·게임큐브용으로 발매된 제품에 버그가 존재하는 점 등을 주이유로 꼽았다. 이에 대해 샤이니엔터테인먼트측은 “현재 버그를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을 알리고 있는 만큼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아타리(전 인포그램스)측은 “현재 선주문만 400만장에 달하고,영국내 판매율 1위 등 전 세계에서 기록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면서 “향후 5년 동안 매트릭스 게임 시리즈로 5억달러 이상의 매출과 3억달러 이상의 순이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부정적인 관측을 일축했다. 채수범기자 lokavid@
  • 중앙亞 ADSL시장 첫 진출 / KT·장인테크 30일 개통식

    ‘중앙아시아에 우리의 초고속인터넷시장이 처음으로 열린다.’ KT와 시스템 통합업체인 장인테크는 오는 30일 중앙아시아의 키르기스스탄에 초고속인터넷 서비스인 ADSL(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 개통식을 갖는다. 두 업체는 우선 올해 말까지 비슈케크에 1만 회선의 인터넷망(200만달러 규모)을 구축한다.이를 기반으로 2007년까지 키르기스스탄 전역에 30만 회선을 더 깔 예정이다. 정보통신 중심국인 키르기스스탄은 우즈베키스탄 등 구 소련 중앙아시아 5개국 중 하나로,교육전산망 및 전자정부 구축 등 정보화프로젝트를 추진 중이어서 이 지역 초고속인터넷시장 선점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KT는 인터넷 장비와 솔루션,컨설팅 등을 제공하고,장인테크는 인터넷 장비 설치 및 운용,영업을 하게 된다.특히 장인테크는 2001년말 키르기스스탄에 해외투자법인 ‘디지털 로드’를 설립,진출을 추진해 왔다.장인테크 관계자는 “키르기스스탄은 500만명의 인구에 20만명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다.”면서 “1∼2년이면 인터넷 이용자를 100만명으로 끌어올려 시장 점유율을 50%대로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기홍기자 hong@
  • 中경제 사스 시름 / 백화점 매출 70% 급감 ‘직격탄’

    |베이징 오일만특파원|‘사스(SARS·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 태풍’에 휩싸인 중국 경제는 엄청난 상처를 입었다.관광·서비스업은 최악의 침체기에 접어들었고 한창 물이 올랐던 IT산업도 된서리를 맞았다.매년 시끌벅적했던 ‘노동절(5·1) 호황’이 실종되면서 중국 경제는 하강곡선을 긋고 있다.내로라하는 경제 전문가들이 사스 장기화를 전제로 1∼2%의 GDP(국내총생산) 하향 조정을 예상한다.향후 3개월 내에 진정되지 않으면 수출 타격으로 인해 중국의 무역수지 적자 규모가 20억∼3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반면 중국 경제가 이미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했기 때문에 충격을 단기에 극복할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2·4분기까지만 사스 확산이 저지된다면 중국 경제는 구조적인 타격을 피할 수 있을 것이란 낙관론이다. 중국 정부가 경제 살리기를 위한 총력전에 돌입한 가운데 21세기 강대국을 꿈꾸며 ‘비상하는 용(龍)’,중국의 경제는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IT 메카 중관춘 사실상 개점휴업 중국의 ‘IT 메카’로 불리는 중관춘(中關村)은 사스 파문의 직격탄을 맞았다.지난달 20일 중국 정부의 ‘사스 은폐’ 시인 이후 중관춘은 사람들의 발자취가 끊기면서 급격하게 활기를 잃어가는 분위기다. 8일 오후 4시,베이징 서부 하이덴취(海淀區)에 위치한 중관춘 중루(中路).중국 정부가 사스 집중지역으로 지정한 중관춘 일대는 일부 상가들만 문을 열고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한산’ 그 자체였다. 중관춘에서 가장 큰 전자상가로 꼽히는 하이룽 톈쯔청(海龍 電子城)도 마찬가지였다.중앙 출입문에 4∼5명의 보안요원들이 서성거리고 있고 18층 건물 내의 상가는 20% 정도만 문을 연 상태였다. 이곳 관리소에 근무하는 첸룽(陳龍)은 “4월 하순부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시장 모두 급격히 하강곡선을 긋고 있다.”며 “고객 수는 이전보다 80% 안팎으로 줄었고 상점들도 대부분 사실상 영업을 중지한 상태”라고 전했다.3층 매장에서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리밍(李)은 “임대료라도 벌기 위해 문을 열었지만 아무 것도 팔지 못한 날도 있었다.”고 울상을 지었다. 사스의 태풍이 약화될 것으로 기대되는 5월 중순이나 하순 정도가 돼야 다소나마 호전될 것이란 게 이곳 상인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베이징 최대 번화가 썰렁 베이징 최대 번화가인 왕푸징(王府井) 거리도 사스가 할퀴고간 상처가 확연했다.평소 시민들과 관광객,좌판 상인들이 어우러져 발디딜 틈이 없던 이곳은 텅빈 공간이 한 눈에 들어왔다. 최고의 매출을 자랑했던 신둥안(新東安) 백화점은 노동절 특수를 노려 20∼70%의 할인판매를 실시하고 있지만 매출이 평소의 3분의 2로 급감했다. 마스크 차림의 고객들이 간혹 눈에 띄었지만 대부분 매장 점원들은 손님을 기다리며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2층 고급 숙녀복 매장(GIOR DANO)의 판매원 장샤오화(江小華)는 “사스 파문 이후 손님이 3분의 2로 줄었고 매출도 비슷한 추세”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맞은편 왕푸징 백화점의 2층 컴퓨터·가전코너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다.판매 접수대 직원에게 “오늘 매상이 어떠냐?”고 물어보자 “하루 종일 한 대도 팔지 못했다.”고 퉁명스러운 대답이 돌아왔다. TCL 포다오 등 중국산 휴대폰들과 삼성전자 노키아 모토롤라 등 외국 유명브랜드는 가격을 최고 15%까지 인하하며 손님끌기에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이다.일부 에어컨은 40%까지 가격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베이징 백화점협회가 집계한 땅다이(當代) 옌사(燕莎) 산리(三利) 난다오(蘭島) 등 18개 유명 백화점의 매출(4월30일∼5월4일)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72.9% 줄었다.옷·신·모자 등 상품 판매액이 81.2%,일상용품은 68%,식품은 46.6%가 줄었다. ●인터넷·홈쇼핑 특수 하지만 사스 파문의 반사이익을 얻는 산업도 있다.중국 언론들은 “사스 때문에 인터넷 산업과 홈쇼핑이 복(福)을 받다.”라는 표현으로 인터넷 산업의 활기를 설명한다. 6000만명이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는 중국은 15.5%의 보급률을 기록중이다.집안에 갇힌 사람들이 빠르고 정확한 사스 관련 정보를 접하고 온라인 게임 등에 몰두하면서 인터넷 산업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이다.쇼핑 과정에서 사스 위험에 노출되기를 꺼리는 시민들이 인터넷이나 전화 주문 쇼핑에 몰리고 있다. 베이징의 대표적 홈쇼핑기업인 ‘joyo.com’의 경우 4월 판매가 30% 늘었다.주문 신청서가 매일 평균 1000건이 늘었고 전화 주문은 40% 늘었다고 한다. 일부 기업들도 재빠르게 인터넷 광고로 선회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롄샹(聯想)그룹의 양웬징(楊元敬)은 “지난달 28일부터 신제품 광고 방식을 인터넷으로 정했다.”며 “생각보다 광고 효과가 큰 것 같다.”고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포털 사이트 TOM의 경우 최근 한달 동안 클릭 수가 30% 늘어난 것도 사스 특수를 반영한 것이다. ●자동차 산업 열기 고조 사스 파문은 자동차산업의 열기를 고조시키고 있다.외출 시 사스 감염 위험이 높은 대중교통보다 안전한 운송수단을 찾으려는 새로운 사스 풍속도다.90년대 말부터 불기 시작한 ‘마이카’ 바람과 사스가 맞물리면서 가수요가 보다 빠르게 현실화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베이징 최대 자동차거래소인 베이펑자동차 교역시장의 한 담당자는 “이전의 계약 성공률은 20∼30%에 그쳤지만 현재는 4배인 80%에 달한다.”며 “소비자들이 사스를 계기로 구입 시기를 앞당기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 교통위원회의 통계에 따르면 4월 하순부터 베이징 지구에서 하루 평균 700∼800대의 자동차가 팔렸고 지난달 말부터는 900여대에 이른다고 한다.올초보다 2배 이상의 신장률을 기록 중이다. 베이징은 지난해 말 현재 188만대의 자동차가 판매돼 중국 내 최대 자동차 판매 도시로 기록됐다. oilman@ ■엇갈리는 ‘사스 경제' 전망 |베이징 오일만특파원|사스 직격탄을 맞은 중국 경제의 미래를 놓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사스 파문이 단기로 끝나면 경제적 충격이 적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지만 향후 6개월이나 올 연말까지 이어진다면 불황의 터널에 접어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대두되는 비관론 중국 학자들은 사스 때문에 중국 경제가 2100억위안(31조 5000억원)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베이징대학 중국경제연구중심과 베이징대학 위생정책과 관리연구중심의 학자들은 “사스의 영향 때문에 올해 중국 경제의 성장률은 6∼7%대에 그칠 것이며 당초 예측보다 1∼2%포인트 낮아질 것”이라고 밝혔다.베이징의 호텔·여행사·항공회사·철도부문·요식업 등 9개 분야에 대한 실지조사를 통해 이같은 추정치를 산출했다고 덧붙였다. 올해의 대외 관광수입이 50∼60% 감소,모두 900억위안(13조 5000억원)의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실제로 지난 3월부터 베이징의 외국관광객 수는 80% 줄었고 올해 1년의 관광 수입은 60∼70%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이들은 “5·1 노동절 골든위크의 취소로 베이징의 국내 관광수입이 30억위안 줄었고 베이징의 1년의 관광수입 손실은 200억위안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에서 소비를 자극하는 조치(예를 들면 도시에서 주택 대출,자동차 대출)를 취하여 도시 주민들의 소비를 늘리고 농촌 소비시장을 움직이면 사스 피해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때문에 정부는 반드시 공공국채 등의 재정정책을 사용해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골드만 삭스는 ▲소매판매 급락 ▲중국산 수출품의 수요 부진 ▲관광산업의 사실상 붕괴 등으로 인해 2·4분기의 경우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이 2%포인트 정도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사스 사태가 6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올 중국 경제성장률이 6%로 떨어지는 등 많은 전문가들이 거의 10년 만에 최저 수준인 7%대 밑으로 추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낙관론도 비등 그러나 베이징이 중국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1%에 불과하기 때문에 경제 전체의 충격이 적을 것이라고 분석도 나온다.중국 GDP의 16.7%를 차지하고 있는 상하이(上海)와 광둥(廣東)성의 경제가 전혀 위축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낙관적 전망의 근거다. LG 경제연구소는 최근 중국 경제 성장의 질이 획기적으로 개선돼 일부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이미 내·외부의 충격에 강한 내성을 갖추게 됐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중국 경제는 1998년 이후 5년간 53만㎞의 고속도로가 새로 깔리고 전력 생산이 50% 증가했으며,97년 8300만명에 불과했던 전화 가입자가 지금은 4억 2500만명으로 늘어나는 등 질·양 모두에서 근본적인 도약을 이뤘다는 것이다. 또 현재까지 다국적기업들이 철수를 고려하고 있다는 징후도 보이지 않는다.많은 외국인 기업들이 중국 투자계획의 실행을 연기하고 있지만 완전히 취소한 증거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박윤식(朴允植) 주중 한인상공인회 회장은 “노동 비용과 생산성 향상 측면에서 중국 경제는 대단한 경쟁력을 갖췄다.”며 “사스는 단기적인 충격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2002년 중국은 사상 최고 수준인 520억 7000만달러의 외국인 직접 투자를 유치했으나 올 1.4분기에만 외국인 직접투자가 작년 동기 대비 56.7% 증가할 정도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 “미군 주둔 필요성 부시에 설명”/ 노대통령, 통외통위 의원 만찬 23명중 민주2명등 11명 불참

    노무현 대통령은 방미를 이틀 앞둔 9일 청와대에서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과 만찬을 갖고 “주한미군은 그 존재를 거부할 수 없고 절실히 필요하다.”면서 “한국의 4500만명 국민을 생각해 부시 미 대통령에게 솔직히 도와달라고 청하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북핵문제는 지금까지의 수준을 다시 확인하는 정도가 될 것”이라며 “나와 한국내 반미감정에 대한 오해를 해소하는 데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고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노 대통령은 “야당 정치인 시절과 대통령이 된 지금은 말과 사고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애국심도 좋지만 세계질서의 현실도 충분히 고려하고 있다.”면서 “한·미동맹 관계를 돈독히 하는 데 애쓰겠다.”고 강조했다.한·미투자협정 및 이라크 복구 참여 문제에 대해서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이야기 하겠지만 큰 틀에서 무리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윤 대변인은 이날 만찬에 대해 “예상과 달리 상당히 우호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만찬에는 통외통위 소속 의원 23명 중 한나라당 4명,민주당 7명,자민련 1명 등 모두 12명이 참석했다.한나라당 의원 8명을 비롯,11명이나 불참한 것은 노 대통령의 ‘잡초 제거론’ 등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이와 관련,한나라당 맹형규 의원은 만찬에서 “잡초가 된 기분이라 (참석이)꺼려졌다.”고 했고,노 대통령은 “정치를 하면서 원론적으로 수십 번 쓰던 표현이었다.오해의 빌미가 됐다면 아무 저의가 없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너그럽게 양해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한편 ‘개혁신당론’에 비판적인 민주당 한화갑·추미애 의원과,지난해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부터 앙금이 쌓여 있는 자민련 이인제 의원은 불참했다. 문소영 김상연기자 symun@
  • [씨줄날줄] ‘잡초론’

    노무현 대통령이 어버이날을 맞아 500만명에게 보낸 전자우편 공개편지에서 ‘잡초론’을 제기해 정치권이 들끓고 있다.노 대통령은 편지에서 ‘대통령과 의원의 어버이는 국민’이라는 대전제 아래 개혁의 발목을 잡거나,지역감정으로 득을 보려들거나,혹은 안보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정치인들을 잡초로 지목했다.국민들에게 때가 되면 밭에서 잡초를 뽑아내는 농부의 마음을 가져달라고 주문함으로써 잡초 정치인들의 정치권 퇴출을 겨냥했다. 흔히 잡초는 경작지에서 재배하는 식물 이외의 풀을 통칭하는 말로,식물계의 천덕꾸러기이다.농작물이 자랄 공간을 차지하고,양분과 수분을 빼앗아 작물의 생장을 방해한다.한여름 뙤약볕에서 농부가 잡초와 씨름을 벌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그러나 잡초는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한다.생육이 빠르고 번식력이 강할 뿐 아니라,종자의 수명 또한 길다.그래서 곧잘 끈질긴 생명력에 비유되기도 한다.우리가 하찮고 보잘 것 없지만,질기고 강한 생활력을 자랑하는 민초(民草)들의 삶을 ‘잡초 같은 인생’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이러한 속성에서 연유한다. 노 대통령이 잡초론을 피력하면서 의원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느 의원이 잡초과에 속하는지 알 길은 없다.그러나 정치권이 마치 벌집을 쑤셔놓은 듯 야단법석인 걸 보면 뭔가 켕기는 의원들이 있기는 있는 모양이다.도둑이 제 발 저리는 이치와 매한가지다.하기야 철새·구태 의원들의 지난 3년동안 의정활동을 꼼꼼히 짚어보면 잡초론이 뜬구름 잡는 얘기만도 아닌 듯싶다. 사실이 이럴진대,총선을 11개월 앞둔 정치권에 미칠 파장이 클 법도 하다.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의원들 말고는 아마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으리라.그렇더라도 하필 이 시기에 정치권과 쓸데없는 긴장을 야기시킨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전쟁터에서 장수가 앞으로 나아가거나 물러서더라도 다 때가 있는 법이다.하물며 한나라 국정 최고책임자는 말해 무엇하겠는가.또한 노 대통령이 강조해온 국회존중 정신과 당·정분리 원칙에도 어긋나는 것 같다. 잡초는 뛰어난 적응력이 밑천이다.자의적인 잡초론이 퇴출대상자들에게 역이용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정치는 때를 교묘히 활용하는 살아있는 생물이라고 하지않던가. 양승현 논설위원 yangbak@
  • 盧 “잡초정치인 뽑아내야 “”/어버이날 대국민 e메일

    노무현 대통령이 8일 어버이날을 맞아 국민에게 ‘전자 편지’를 보냈다.수신 대상은 동창회 사이트인 아이러브스쿨 회원 500만명,청와대 홈페이지 회원 20만명,공무원 10만명 등이다.지난달 18일 새벽 청남대에서 첫 ‘대통령의 편지’를 보낸 데 이어 두번째다. 노 대통령은 편지에서 “대통령의 어버이는 국민이며,국회의원의 어버이도 국민”이라면서 “이런 점에서 정치개혁은 그리 어려운 게 아니고,여러분 마음 먹기에 달린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어버이는 자식을 낳아놓고 ‘나 몰라라’ 하지 않고 잘못하면 회초리를 든다.”면서 “농부는 때가 되면 밭에서 잡초를 뽑아내는데 이는 선량한 곡식에 피해를 주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국민들의 관심과 결심에 따라 이 나라 정치인이 바뀌고 정치가 바뀐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특히 “개혁하라는 국민 대다수의 뜻은 무시하고 개혁의 발목을 잡고 나라의 앞날을 막으려는 일부 정치인,나라야 찢어지든 말든 지역감정으로 득을 보려는 일부 정치인,전쟁이야 나든 말든 안보를 정략적으로이용하는 정치인” 등을 ‘잡초’로 지목했다. 노 대통령은 또한 “국민을 바보로 알고 어린애로 아는 일부 정치인들에게 국민 여러분과 제가 할 일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된 헌법 1조를 지키는 일”이라고 강조했다.노 대통령은 “저에게도 회초리를 들어달라.”면서 “국민 여러분의 회초리는 언제든지 기꺼이 맞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무리 힘있는 국민이라도 개인이나 집단의 사적 이익을 위해 드는 회초리라면 결코 굴복하지 않겠고 ‘너 내 편 안 되면 맞는다.’는 뜻의 회초리,국민 여러분의 큰 뜻을 위배하는 회초리에도 굴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노 대통령은 아울러 “정치와 통치는 다르며 비판자와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다른 것”이라며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국익이라는 중심을 잡고 흔들림없이 가겠다.”고 약속했다. 곽태헌기자 tiger@
  • 사이버폴더사업 저작권 딜레마

    인터넷상에서 네티즌에게 자료저장을 위한 공간을 제공해주고 이용료를 받는 ‘사이버 폴더(Cyber Folder)’사업을 둘러싸고 불법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이용자 500만명·시장규모 600억 ‘사이버 폴더’는 유료 회원이 사이버상의 일정 공간을 할당받아 DVD 영화나 각종 프로그램 등 다양한 자료를 저장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일종의 ‘자료방’을 확보한 회원이 자료를 올려놓으면 다른 네티즌은 소액의 이용료를 회사에 지불하고 이 자료를 다운받는다.업계에서는 ‘사이버 폴더’가 올해 600억원대의 거대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젊은 네티즌을 중심으로 이용자 수가 이미 500만명을 넘어섰고,유명 포털업계까지 속속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CD 1장 500원에 내려받아 하지만 저작권 업체들은 “저작권 침해와 불법 유통을 기반으로 하는 수익사업”이라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사이버 폴더’에서는 포르노물은 물론 고가의 프로그램,영화·음악파일,토익 등 각종 시험자료까지 없는 게 없을 정도로 다양한 자료가 제공되고 있다.그러나CD 한장 정도의 자료를 다운받는 비용은 500원 안팎에 불과하다. 결국 업체가 만든 ‘자료방’에서 개인 네티즌끼리 ‘불법 복제물’을 싼값에 사고 파는 셈이다.때문에 음반·영화·프로그램 등 저작권업체들은 ‘사이버폴더’ 업체들이 수익을 올리기 위해 저작권 침해와 불법 유통을 묵인·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네티즌끼리 ‘불법복제물' 사고팔아 한국음반산업협회 온라인단속반 최동주(31)팀장은 “업체들은 회원들이 불법자료를 공유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무시하고 있다.”면서 “저작권은 아랑곳하지 않고 어떻게든 돈만 챙기겠다는 극도의 이기심”이라고 비판했다.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 법제팀 관계자는 “사이버폴더 사업은 저작권법을 위반해야 성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발상부터 잘못된 수익모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업체들은 “자료 저장을 위한 공간을 마련해 주는 폴더 운영 자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서 “어떻게 네티즌 개인간 유통을 일일이 점검할 수 있느냐.”고 반박했다. 유영규기자 whoami@
  • 문명의 이름으로 저지른 ‘인간사냥’ 백인들은 야수였다?

    야만의 역사 김남섭 옮김 /한겨레신문사 펴냄 스벤 린드크비스트 지음 석기시대 종족인 북아프리카의 관체족(Guanches)은 유럽의 팽창에 의해 멸종된 최초의 사람들이었다.오스트레일리아의 태즈메이니아족 또한 유럽 팽창기에 절멸당했다.15세기 말 500만명에 이르던 아메리카 인디언은 백인의 이주로 인해 1891년에는 5%인 25만명만이 살아 남았다.1898년 수단의 옴두르만 전투에서는 1만1000명의 수단인이 살해됐다.이에 반해 신식 무기로 무장한 영국인의 희생은 48명에 불과했다.전투의 승리로 영국은 수단을 점령하고,나일강의 해상운송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 백인들의 ‘야만’ 사례가 어디 이뿐이랴.독일의 인구를 절반으로 줄인 17세기 ‘30년 전쟁’처럼 서구 국가들간의 살육도 상상을 초월했지만,백인들의 비(非)서구지역에 대한 잔혹성은 야수를 능가하는 것이었다. ●아프리카서 자행된 유럽 제국주의 대학살 스웨덴 출신의 작가이자 진보적 저널리스트인 스벤 린드크비스트는 ‘야만의 역사’(김남섭 옮김,한겨레신문사 펴냄)라는 저서를 통해 19세기 아프리카에서 자행된 유럽 제국주의의 야만적인 인종대학살,그 참혹한 기억의 흔적을 한편의 영화처럼 생생하게 그려낸다.여행기 형식을 빌려 비극적인 인종 말살의 역사를 기록한 이 책은 공간적 여행과 역사 속의 시간 여행,그리고 저자의 기억 속 내면 여행이 겹쳐지는 복합적인 구조를 띤다. 저자는 사하라 사막을 여행하면서 경유지마다 얽힌 역사적 사연들을 되짚어간다.과거 유럽인들의 잔학상을 떠올리며 역지사지의 사유를 시도한다.내가 인간사냥의 대상이 됐다면 어떻게 느꼈을까.그런 점에서 이 여행은 일종의 ‘회개를 위한 순례’이다. 이 책은 폴란드 태생의 영국작가 조지프 콘래드의 소설 ‘암흑의 핵심’에 나오는 한 문구를 주요 모티브로 삼는다.책의 원제이기도 한 ‘모든 야수들을 절멸하라(exterminate all the brutes)’는 구절이 바로 그것이다.저자는 유럽인들이 비서구에 대해 가졌던 태도의 핵심,즉 ‘야수(비서구인)의 절멸이야말로 최선’이라는 유럽인들의 ‘학살주의’의 사상 계보를 상세히 들춰낸다.무기를 제외하고 기술과 자원이 부족했던 유럽은 16세기부터 학살이나 강탈을 통해 부를 축적했다.그런 과정을 합리화하기 위해 요구됐던 것이 학살주의 이데올로기다. 저자에 따르면 유럽인들의 유례없는 폭력 경험은 그들의 뼛속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나아가 ‘인권’을 최고 덕목으로 삼는 그들이 감히 입에 올리기조차 두려워하는 인종주의로 구체화돼 있다.저자가 유럽인들이 ‘문명’의 이름으로 아프리카에서 저지른 학살행위는 나치에 의한 홀로코스트의 직접적인 선례가 됐다고 단언하는 것은 그런 맥락에서다. 홀로코스트를 유럽의 민주주의 전통에서 완전히 일탈한 사건으로 보려하거나,기껏해야 구소련의 강제수용소나 대숙청에서 그 기원을 찾으려 하는 것은 유럽인의 수치스러운 역사를 은폐하려는 기도일 뿐이라는 얘기다.저자는 이와 관련,‘나치의 유태인 말살은 유일한 것인가.’라는 이른바 ‘역사가들의 논쟁’을 촉발한 독일의 우익 역사가 에른스트 놀테의 예를 든다. 놀테는 제3제국에 의한 유태인 말살은 독창적 행위가 아니라 반작용이나 왜곡된 모방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1930년대 소련에서 있었던 쿨락(kulak,부농)들의 절멸과 스탈린의 숙청을 히틀러가 모방했을 따름이라는 것이다.소련에서의 부르주아 계급학살은 나치에 의한 인종대학살의 논리적·사실적 선례라는 게 그의 견해다. ●19세기 백인의 잔혹성 꼬집기 이 ‘역사가들의 논쟁’에서는 누구도 히틀러의 어린 시절,남서 아프리카에서 벌어진 독일인에 의한 헤레로족 말살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프랑스인,영국인,미국인들에 의해 자행된 이와 비슷한 학살도 입에 올리지 않는다.학살주의 시대의 망령이 아직도 살아 숨쉬고 있는 셈이다.저자는 이 지점에서 “‘역사가들의 논쟁’에 참여한 모든 독일 역사가들은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는다. 이 책을 관통하는 문제의식,즉 19세기 유럽 제국주의의 야만성이라는 주제는 전혀 새로운 게 아니다.종속이론의 대가인 안드레 군더 프랑크를 비롯한 많은 학자들과 문필가들이 이를 연구했다.그들은 ‘지리상의 발견’ 이래 약탈적으로 이뤄져온 유럽의 팽창은 다름 아닌 ‘세계적 규모의 자본축적’ 과정이라는 점을 밝혔다. 이 책은 이러한 기초적 사실을 토대로 시공간을 넘나드는 문학적 상상력과 역사적 사실의 만남을 시도한다.서구 열강에 의해 자행된 학살의 역사를 고발하는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내면을 끊임없이 괴롭혀온 죄의식에 대한 고해성사도 곁들인다. 역사의 진실은 종종 우리가 사실이라고 믿는 바로 그 ‘진실의 이면’에 존재한다.저자가 던지는 메시지 또한 그런 것이 아닐까.1만원. 김종면기자 jmkim@
  • 종목분석 / 다음커뮤니케이션

    회원수 3500만명을 확보한 다음커뮤니케이션은 독보적인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인터넷포털 1위 업체다.잘 구축된 통신인프라와 회원수를 바탕으로 유료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순이익 27억원 흑자전환에 이어 올해 339억원으로 순이익 목표가 확대되면서 인터넷기업의 수익성 개선 흐름을 주도할 전망이다. 벌써 1·4분기에 7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프리미엄 검색서비스를 위해 차세대 검색서비스업체인 오버추어 및 세계 최고의 검색엔진인 구글과 제휴,4월부터 한 단계 향상된 검색엔진을 제공한다.시장 초기단계인 프리미엄 검색서비스에 따른 매출은 2분기부터 본격화돼 성장엔진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1분기에 상용화 지연으로 매출이 부진했던 게임유료서비스와 관련,2분기부터 게임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로 해 3분기부터 매출에 반영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3만원대였던 주가는 4월18일 4만 8600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한 뒤 국내 증시하락 영향으로 단기 급락,현재 가격 메리트가 부각되고 있다. 수익모델 강화를 통한 분기별 실적 모멘텀을 재료로 주가상승을 모색하고 있으며,특히 인터넷주 상승기에 포트폴리오에 편입하지 않았던 국내외 기관투자가의 관심이 계속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동준 굿모닝신한증권·연구위원
  • 지자체 관용차 관리 정부 간섭 없어진다

    앞으로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의 관용차량에 간섭할 수 없게 된다. 자치단체가 관용 차종·차형을 변경하거나 차량을 교체할 때 일일이 행정자치부의 승인을 받지 않고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된다. 행정자치부는 27일 관용차량 관리·운영권의 상당 부분이 지방자치단체에 이양돼 있는 만큼 지방분권화 차원에서 ‘지방자치단체 관용차량 관리규칙’을 없애 자치단체의 자율권을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방자치단체가 관용차량을 확보할 때 감안하도록 했던 자치단체 인구 규모별 차량 기준대수가 폐지된다.행자부는 지금까지 ▲특별시·광역시 본청중 인구 1000만명 이상 지역은 49대,인구 200만∼1000만명 지역은 22대,인구 200만명 미만 지역은 17대 ▲도 본청중 인구 500만명은 24대,인구 250만∼500만명은 22대,인구 250만명 미만은 18대 등 기준대수를 정해왔다. 관계자는 “연 2회 정기적으로 차량 관리운영 상황을 행자부에 보고하도록 한 규정도 없앨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종락기자
  • 연체자 대환대출 ‘펑펑’ …일반회원 리볼빙 ‘하늘의 별따기’/ 카드사 고객영업 ‘이중잣대’

    직장인 정모(38)씨는 지난달 일시불로 결제한 카드대금을 한꺼번에 낼 수 없어 카드사의 ‘리볼빙’(회전신용 결제) 제도를 신청하려고 했지만 거절당했다.신용도가 높은 초우량(VIP) 고객에만 적용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일정한 수입을 올리지 못해 A카드사에 이어 B카드사에도 연체를 하게된 자영업자 최모(40)씨는 최근 B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보증인이 없어도 연체금액을 신규대출로 바꾸는 대환대출을 적용시켜 주겠다는 것이었다. 신용카드사들이 일반회원의 연체를 사전에 막을 수 있는 결제방식인 리볼빙 운영에는 소극적이면서 연체회원을 상대로 한 대환대출에는 열을 올리고 있다.연체가 없는 일반회원인 경우,리볼빙을 적용하지 않아도 제때 결제할 가능성이 높아 기간을 늘리면 회전자금 감소에 따른 차입금리 부담으로 손해를 본다.반면 대환대출은 연체금이 신규대출로 바뀌기 때문에 당장 연체율을 낮출 수 있어 최근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그러나 신용불량자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리볼빙을 통해 일반회원의 연체를 미리 막는 것이 부실한대환대출을 늘리는 것보다 시급한 과제라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리볼빙‘VIP 고객만’ 리볼빙은 일시불결제·현금서비스에 대해 한꺼번에 전액을 갚지 않고 미리 약정한 변제율(보통 5% 이상)만큼 매월 결제하는 제도로,은행 대출금의 만기연장과 같은 맥락이다.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보편적인 결제방식이다. 그러나 국내 카드사들은 리볼빙 대상을 VIP고객으로 한정,전체 회원의 1% 정도만 이용하고 있다.회원이 1500만명인 삼성카드는 리볼빙 대상이 14만명으로 1%를 밑돈다.국민카드와 외환카드도 각각 10만명,8만 5000명 수준으로 마찬가지다.회원이 1300만명인 LG카드는 아예 리볼빙을 운영하고 있지 않다.관계자는 “리볼빙을 도입하려고 했지만 실적악화로 인해 시기가 불투명해졌다.”면서 “현 상황에서 도입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대환대출은 ‘아무나?’ 신용불량자 등 연체자를 대상으로 하는 대환대출은 최근 눈덩이처럼 늘고 있다.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3월 대환대출 규모는 10조 5000억원으로,2월보다 2조원 가까이 늘었다.카드사들은 보증인이나 소득원 확인 등 대환대출 기준을 정해놓았으나 연체율이 급증하면서 앞다퉈 적용대상을 확대,마구잡이로 대환대출을 해주고 있다.A사는 최근 5조원에 육박한 대환대출의 연체율이 30%를 웃돌 정도다.B사는 연체가 생기면 회원과 상의하기 전에 대환대출로 돌린 뒤 추후 확인전화를 주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대환대출이 늘면서 지난달 카드사 전체 연체율이 1년만에 처음으로 감소했지만 ‘눈가리고 아웅’이라는 지적이다.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대환대출 연체율이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대환대출 대상을 확대할 경우 결국 부실자산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리볼빙·대환 기준 정해야 씨티은행이 발급하는 씨티카드의 경우,모든 회원에 대해 3% 이상 변제율을 정해 갚을 수 있는 리볼빙을 운영하고 있다.금감원 관계자는 “카드사마다 리볼빙 대상을 확대하고 이용 과정을 단순화해야 한다.”면서 “반면 대환대출 기준은 엄격히 적용,부실을 막으면서도 선의의 연체자를 구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
  • [LOOK 아시아]1부 新 장보고 루트 르포 (15)고급품 명성 한국상품들

    |상하이 오일만특파원|상하이(上海)의 최대 번화가 난징둥루(南京東路)는 신흥 귀족(新貴族)들의 쇼핑가로 유명하다.명품족들의 집결지인 이스턴 백화점의 4층 휴대전화 매장은 모토롤라 노키아 에릭슨 등 유명 다국적기업들의 전시장이다. 그 중앙에 4000위안(60만원)이 넘는 고가품들이 따로 진열돼 있는데 삼성전자의 ‘애니콜’ 제품들로 가득찼다.매장 지배인 류화(劉華·35)는 “다른 제품보다 2배나 가격이 비싸도 애니콜을 찾는 사람이 끊이지 않는다.”고 즐거워했다. 애니콜은 중저가 시장에서 모토롤라와 노키아에 밀리지만 4000∼5000위안(60만∼75만원)대의 고급 제품 시장에서는 수년째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이다. 이렇듯 중국 대륙 곳곳에서 한국 상품들의 ‘선전’은 실로 놀랍다.만리장성보다 높다는 중국의 각종 경제 장벽들을 뛰어넘어 세계 최고의 제품들과 자웅을 겨루고 있다.삼성이나 LG 등 일부 가전제품들은 중국 시장점유율 1위로 뛰어오르며 기염을 토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상품들이 모두 승승장구하는 것은 아니다.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1만∼1만 2000개로 추정되지만 중국인들에게 확실하게 각인된 브랜드는 그리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전후로 경쟁적으로 현지로 진출하고 있지만 저임의 인건비를 따먹는 ‘물량떼기’나 철지난 상품을 가져와 망신당한 사례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이효수(李曉秀)중국 본부장은 “미제나 일제와 달리 한국 제품은 중국 소비자들에게 아직은 중저가 상품으로 통한다.”며 “고급 브랜드로 인식을 심어줘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고급 이미지 광고가 주효 실패도 있었다.90년대 후반까지 삼성전자는 양적 팽창 전략을 채택,중저가 시장으로 뛰어들었지만 브랜드 홍보 미흡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3년 전부터 중국 전역에서 국내와 똑같은 브랜드 광고를 시작,최고급 상품이란 이미지를 굳혔다. 베이징 왕푸징(王府井)의 최대 백화점 신둥팡(新東方)이나 차오양취(朝陽區)의 타이핑양(太平洋) 백화점을 가보면 LG 가전제품들이 눈에 들어온다.중저가부터고가제품까지 폭넓은 사양을 갖춘 LG전자는 중국 진출 10년만에 중국인들에게 가장 친숙한 한국 브랜드로 발돋움했다. 지난해 LG의 중국 내 판매 성적은 참으로 화려하다.광스토리지(CD롬) 시장점유율 1위(25%,200만대) 전자레인지 1위(39.7%,150만대)다.뒤늦게 뛰어든 CDMA 휴대전화 시장에서는 지난해 60만대(12%)를 팔아 3위를 했다. LG 중국본부 최만복(崔萬福)부사장은 “중국 대리점의 개입을 배제하고 유통과정을 직접 관리하는 직판체제가 주효했다.”며 “전국 600여개 매장에 3000여명의 임시고용 사원들이 중국 대륙을 누비며 판촉 활동 중”이라고 밝혔다. ●기술로 승부 지난해 중국관영 CCTV와 인민일보가 공동으로 실시한 소비자 조사에서 오리온 초코파이는 63%라는 시장점유율로 4년 연속 파이제품 1위를 기록했다. 초코파이의 중국명은 하오리유(好麗友·좋고 멋진 친구).지난 95년 헤이룽장(黑龍江)성에 ‘오징어 땅콩’ 공장을 설립했다.한국에서 남아도는 잉여 설비로 지은 ‘중고 공장’이었다.결과는 대패로 끝났다. 중국이 결코 만만치않다는 것을 깨달은 경영진은 96년부터 회사 최고 제품인 초코파이를 들여왔고 설비도 최신 기술로 바꿨다.최고의 전략상품,최고의 기술로 승부를 건 것이다. ●특성에 맞는 현지화 전략 베이징 시내에서 동북쪽으로 30㎞쯤 떨어진 화이러우취(懷柔區) 공군실험기지(空軍實驗基地) 공사현장에서 대우 굴삭기가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베이징 쓰우환루(西五環路) 공사 등 주요 건설현장에서 어김없이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대우 굴삭기다.지난해 3750대를 팔아 굴삭기 시장점유율 24%로 1위를 했고 올 4월 누계 판매 1만대를 돌파,저력을 과시했다. 96년 당시 대우 굴삭기는 거의 밑바닥을 맴돌아 결국 중국 시장에서 금기시된 ‘할부판매’로 승부를 걸었다.김동철(金東哲) 대우기계 베이징 지사장은 “할부판매 이후 다들 무리라고 말렸지만 전국 100여개의 A/S망을 만든 것도 판매 1위로 뛰어오른 비결”이라고 밝혔다. ‘매운 것을 먹지 못하면 남자가 아니다.(喫不了辣的 非漢子)’.상하이 시내버스의 광고판에서 볼수 있는 ‘신라면’의 광고 문구다.중국인들은 매운 음식을 즐기지 않는 데다 비교적 선호하는 컵라면도 아닌 끓여 먹는 신라면이 성공할 가능성은 상당히 낮았다.하지만 농심은 상위 5% 인구(6500만명)의 고소득층을 겨냥한 ‘선택과 집중’의 전략을 세워 돌풍을 일으켰다. 중국에서 타이어의 대명사는 금호 브랜드다.지난해 1000만개를 생산,국내외 업체를 통틀어 시장점유율 1위(20.5%)를 차지했다.중저가 시장을 타깃으로 삼은 금호는 가격을 3∼5% 높이면서 품질(주행거리)은 30%를 높였다.소비자에게 ‘고급이면서 가격은 저렴하다.’는 이미지 광고가 주효했다. ●쏘나타 1호 생산 베이징 시내에서 올들어 쏘나타 택시가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지난해 4월 베이징에 입성한 현대차는 12월23일 ‘쏘나타 1호’를 생산,중국 공략의 시동을 걸었다.2008년 베이징 올림픽의 표준 모델택시로 채택,돌풍을 예고하고 있다.2010년 50만대 생산체제를 갖추겠다는 베이징 현대차의 노재만(盧載萬) 대표는 “마이카 붐을 타고 최고의 자동차 메이커가 되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숱한 좌절과 실패를 딛고 중국 시장에 진출한 한국 상품들은 현재 중저가의 중국제품과 세계 최고의 다국적기업들 사이에 낀 상황이다.한 차원 업그레이드한 고기술·고품질만이 생존경쟁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무기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oilman@ ■셰청 SK그룹 현지법인 대표 |베이징 오일만특파원|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화두는 ‘현지화’로 집약된다. 수교 10년 이후 수출기지에서 내수시장으로 공략 포인트를 맞춘 한국기업들에 현지화는 더이상 외면할 수 없는 절실한 과제가 된 것이다. SK그룹이 중국 현지화를 목표로 2년 전 출범시킨 SK차이나의 셰청(謝澄·42) 대표를 만나 중국 시장을 파고드는 다양한 전략을 알아봤다. 셰청 대표는 중국 쓰촨(四川)성 출신으로 칭화대(淸華大) 공정 물리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퍼듀대에서 물리학과 전자공정학 석사 학위를 받고 인텔 본사와 인텔 차이나에서 근무한 경력을 갖고 있다. 현지화의 정확한 개념은 무엇인가. - 현지화는 단순히 현지인을 관리층으로 쓰는 것이 아니다.관리자가 중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총체적 관리 이념이 현지 문화와 융합돼야 한다는 의미다. 2년간 SK차이나 대표로서 일한 경험에 따르면 인간 위주의 경영원칙이 가장 중요하다.한국기업이 중국에 뿌리를 내리려면 기업의 응집력을 키워야 하며 ‘인간’ 자원이 핵심 역할을 한다. 중국 직원들이 ‘조수 역할’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열심히 하면 최고 경영층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줌으로써 그들의 역량을 끌어내는 것이 관건이다.중국 직원을 저렴한 노동력으로만 보지 않고 기업의 일원으로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과 중국의 기업문화를 비교하면 어떤 차이가 있는가. - 역사적 문화적으로 두 나라는 통하는 것이 많지만 ‘속도’에서 차이가 난다.한국은 인구도 적고 면적도 작아 속도가 빠르고 단결심과 자아 보호의식도 강하다. 반면 중국은 대국으로 내부에서조차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갖고 있어 일의 속도가 느리다.반면 심리적으로 ‘개방화’의 특성을 갖고 있다. 문화적 충돌이 상존한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의 올바른 현지화 방향은. - 중국 시장을 개발하는 것은 ‘바둑’을 두는 것과 같다.한 수 앞만 내다보지 말고 포석부터 장기적인 전략을 짜야 한다. SK그룹의 경우 중국에 ‘제2의 SK’를 구축한다는 거시 목표를 갖고 공동의 발전과 시너지 효과 등을 고려하면서 10년 이상을 준비해 왔다.세계화의 통로로 중국 시장을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의 문제점이 있다면. - 한국 기업들의 중국 투자를 보면 효율성이 떨어지는 분산적인 투자를 많이 하는 것 같다.전체적이고 장기적인 전략 부재 때문이다. 중국 기업과의 협력이 중요하다.결국 마케팅이나 판매는 중국인과 중국 기업을 통해 구체화될 수밖에 없다.중국 사업을 자기 일처럼 생각하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한·중 쌍방의 수요는 명확하다.한국 기업은 중국의 시장을 바라고 중국 기업은 한국의 선진 관리와 제품 기술을 원한다. 협력 파트너 쌍방의 이익을 충분히 고려하는 선택이 필요하다. 한국 상품의 중국내 인지도는 어느 정도이며 어떤 마케팅 전략을 짜야 하는지. - 한국 제품이 중국에 들어온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전자제품을예로 들면 몇몇 제품을 제외하고 일류 브랜드는 일본제로 인식돼 있다.한국은 그 뒤를 잇고 있다는 인식이지만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에 인지도가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반면 삼성이나 LG의 브랜드는 미국과 유럽 기업보다 인지도가 앞선다.최근 한국제 문화·인터넷 게임의 강세도 브랜드 제고에 도움이 되고 있다. 한국 민족의 책임감,근면성도 중국 사람에게 강한 인식을 심어줘 한국 제품의 인지도를 높인 원인이 됐다. 중국에서 관시(關係)의 중요성은 어느 정도나 되는가. - 관시의 중요성이나 ‘지위’도 계속 변화 중이다.폐쇄된 시장이나 불균등한 시장,계획경제 하에서는 관시가 제일 중요했지만 현재의 중국 시장은 이 단계를 넘어섰다. 과거의 관시는 ‘안 되는 일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라면 지금의 관시는 ‘얼마나 빨리 일을 추진하게 하느냐’로 요약된다. 중국 정부의 정책이나 관리 방식도 굉장히 투명해지고 있다.지방정부의 투명화되는 속도가 중앙정부보다 빠른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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