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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한.미동맹 50년’ 외교안보硏 세미나

    ***김성한교수 발제문 노무현(盧武鉉)정부의 주요 정책 어젠다인 한·미 동맹관계의 재조정 문제가 최근 주한 미군 감축 및 재배치론과 맞물려 급부상하고 있다.이런 가운데 외교안보연구원(원장 신성오)은 11일 ‘한·미동맹 50년:도전과 비전’을 주제로 공개 세미나를 갖고 주한 미군의 변화 및 한·미 안보동맹 미래상을 집중 토론했다.이날 발제자로 나선 외교안보연구원의 김성한·윤덕민 두 교수의 발제문을 소개한다. 한반도 냉전 체제의 해체에도 불구하고 한·미 동맹관계가 유지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양국의 전략적인 이익이 얼마나 일치하느냐에 달려 있다. 냉전이 종식된 세계에서 양국의 이익이 일치하는 문제는 동북아지역의 질서확립 문제이다.즉,한국과 미국이 모두 동북아지역에 안정된 세력균형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이런 배경에서 미국은 동아시아지역에 쌍무적 혹은 다자적인 형태로 안보협력에 참여하는 미국의 존재를 ‘안정화 세력’이라고 부른다.이는 미국이 이 지역 내 중국과 일본의 세력균형을 유지하는 균형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과 유사한 의미이다. 하지만 지경학(地經學)적 분야에서는 양국간에 분명한 입장 차이가 있다.미국은 40년대 후반 범세계적 다자주의를 채택한 데 반해,냉전이 종식된 90년대에는 다자주의·지역주의·쌍무주의를 동시에 구사한다.그 동기는 물론 미국의 경제적인 입장 보호이다. 반면,통상분야에서 한국은 다자주의 원칙을 선호한다.쌍무주의는 강대국의 압력을 의미하고 지역주의는 아직 실질적인 내용이 희박하기 때문이다.그러나 한국도 궁극적으로 중·일의 동북지역과 러시아의 극동지역을 통합하는 자연경제지대(NET)가 형성됨으로써 지역주의로 나갈 가능성도 있다. 탈냉전기 한국의 안보는 주변국들과의 적극적인 외교 전개를 통해 한·미관계를 포괄적인 동맹관계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동북아에서 미국은 자신의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해,한국은 생존을 위해 양국의 안보협력이 필요하다. 포괄적인 한·미 동맹관계의 실현을 위해서는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 50주년에 즈음해 새로운 한·미동맹의 방향을 담은 가칭 ‘한·미 신(新) 안보선언’과 같은 양국 정상간의 공동성명을 밝힘으로써 장기적인 포괄적 동맹으로서의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선언의 내용에는 21세기를 향한 한반도와 아태지역의 안정과 평화에 있어 한·미동맹의 중요성 재확인,대북정책에 대한 긴밀한 협력 표명,지역 및 세계차원의 한·미협력 촉진,군사동맹으로부터 포괄적 동맹으로의 발전,한·미동맹 조정문제 협의를 위한 한·미안보위원회 구성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이밖에 통일 한국에서는 한·미동맹의 책임과 한계가 규정되면 병력구조에 관한 문제가 논의돼야 하는데,그 중심에 주한미군 병력구조 변경문제가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 주한미군의 병력구조 변경 방안은 ▲주한미군의 완전 철수 ▲지상군 병력 철수,해·공군만 남는 방안 ▲해·공군과 소수의 지상군 병력만 남기는 방안 등이 있을 수 있는데,한·미동맹의 본 의미에 충실하고 중·일간의 패권경쟁의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마지막 방안이 가장 바람직하다. ***윤덕민교수 발제문 한국전쟁 이후 한반도 평화의 가장 핵심적 요소였던 한·미동맹 관계가 현재 전환의 기로에 서있다. 첫째,한·미 안보협력의 대상이 되어온 북방위협이 크게 변화되면서 동북아지역과 한반도의 냉전구도는 이미 해체됐거나 해체과정 중에 있다.특히 남북정상회담의 개최는 북한 위협에 대한 국민의식을 크게 변화시켰다. 둘째,남북관계의 변화와 함께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지역의 전략환경도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미국 부시 행정부는 국방정책의 전면 재검토를 통해 해외주둔 미군의 조정·감축·재배치를 추진하는 등 대 아시아 정책의 변화가 예상된다.또 중국의 경제·군사적 급부상,일본의 (패전국 굴레를 벗어나는) 보통국가화 등 한반도 주변의 전략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셋째,남북정상회담 이후 국민들 사이에 반미정서가 확산되고 있으며,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 사건을 계기로 주한미군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광범위하게 표출되면서 반미정서 차원을 넘어 반미주의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이런 가운데 국내에서는 21세기 대외정책 방향을 둘러싸고 ‘한·미동맹파’와 ‘자주외교파’로 크게나뉘는 양상이다.‘한·미동맹파’의 논리는 최대 패권국인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통해 안전을 확보하는 게 한국의 국익에 가장 부합하다는 것이다.반면 ‘자주외교파’는 미국으로 편중된 상황에서 벗어나고 중국과의 관계를 진전시키는 등 미·중 사이에서 균형정책을 취함으로써 자주성 내지 독자성을 확보하자는 주장이다. 하지만 ‘자주외교파’는,서독이 소련·동독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상황에서 정치적으로 오히려 서방으로의 통합을 추진했기 때문에 독일 통일이 가능했다는 점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독일이 통일단계로 진입하자 소련은 물론 영국,프랑스가 반대에 앞장섰다.그러나 이들의 반발을 억누른 것은 다름 아닌 미국의 부시 정권이었다.이유인즉슨,서독이 대외정책면에서 미국을 적극 지원했기 때문이다. 미·일 양국과의 관계를 줄여가면서 중국과 미·일 양국 사이에 균형정책을 취하는 데 따른 이익이 과연 실제로 있는지,또 만약 있다면 한·미동맹 관계를 포기해도 좋을 만큼 크다는 것인지는 좀 더 검토해봐야 할것이다. 그러나 오로지 통일을 위해 한·미동맹 관계를 해체하거나 미·중간에 균형정책을 취하기 위해서 기존 한·미관계를 악화시킬 경우,과연 미국은 우리를 지켜줄 것인가. 분명한 점은 패권국인 미국만이 주변국들의 반대를 억누를 수 있는 힘이 있고,미국이 우리 편이 되지 않는 한 우리의 평화통일은 대단히 어렵다는 것이다.21세기 우리의 안전과 번영,그리고 통일은 미국과의 관계에 달려 있다는 점은 자명하다. 정리 조승진 홍원상기자 wshong@
  • 韓·美, 北核전담기구 설립

    한국과 미국의 정부간 북핵문제를 전담 협의할 기구를 구성하기로 했다고 윤영관(尹泳寬) 대통령직인수위 통일외교안보분과 간사가 10일 밝혔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방미특사단 일행이었던 윤 간사는 “정부간 북핵문제 전담협의기구 설립과 함께 한·미동맹 50주년을 맞아 양국 관계의 건전한 발전방향을 논의할 민·관 합동 특별위원회도 구성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덧붙였다. 김경운기자 kkwoon@
  • 韓·美 동맹관계 재정립 ‘신호탄’주한미군 위상 논란

    주한미군 감축과 재배치가 새 정부의 중요 어젠다로 급부상할 조짐이다.노무현(盧武鉉) 정부 출범을 앞두고 한국과 미국의 주요 관계자간 ‘한·미 동맹 재조정(rebalance)’문제가 집중 거론되면서 주한미군 위상이 그 핵심으로 떠올랐다. 서울의 외교 소식통은 7일 “미국측은 오는 25일 노 당선자의 취임식에 콜린 파월 국무장관과 함께 이례적으로 리처드 롤리스 국방부 부차관보 등을 보내 한국 정부와 북핵 문제와 함께 주한미군 현안을 집중 논의할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올해 한·미 안보동맹 50주년을 맞아 양국 동맹관계의 발전방향을 논의할 정부차원의 협의체가 오는 3월중 본격 가동된다.국방부는 지난해말 열린 제34차 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 합의한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에 관한 약정서(TOR)’에 따라 양국 동맹 발전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첫 회의를 3월 말 서울에서 갖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미간 ‘동맹 재조정’논의가 본격화되면 연합토지관리계획(LPP)에 따라 서울 용산기지 재배치 문제 등이 우선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지상군 감축 여부 ▲한강 이남 지역으로의 미군2사단 이전 ▲작전통제권 이양 등이 거론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한미연합사 해체,주한미군의 한수 이남 주둔에 따른 전쟁시 참전 조건 등이 이슈가 되면서 한·미 양국간은 물론,우리 사회내의 찬반 논란도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미측 반응은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추진되다 지난 2001년 9·11테러 이후 중단된 전 세계 미군의 신속·경량화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의 럼즈펠드 국방장관과 체니 부통령은 지난 2∼6일 워싱턴을 방문한 노 대통령 당선자 특사단에게 주한미군 감축·철수 문제를 거론했다고 일부 언론이 보도했다.그러나 한·미 양측은 이를 부인했다. 김수정기자 crystal@
  • [사설]한·미관계 ‘재조정’ 주목한다

    한·미 관계를 재설정하기 위한 작업이 개시될 전망이다.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최근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고위대표단과 만나 한·미 동맹관계의 ‘균형 재조정’ 필요성에 동의했다.새 정부의 출범과 함께 한·미 관계의 변화를 추구하는 움직임은 보다 활발해 질 것으로 보인다.민간 차원에서 양국 관계의 미래를 조명하는 자리는 많았지만,정부 차원에서 이 문제를 협의·조정하는 기회는 없었다.올해는 한·미 동맹 50주년이 되는 해여서 그 의미가 더욱 크다고 하겠다. 한·미 관계의 ‘균형 재조정’은 아직 그 개념과 방향이 정확하게 정리된 것은 아니다.이번 고위대표단의 방미를 계기로 이를 정부 공식 채널간 의제로 삼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지금까지 두 나라 관계가 어떤 의미에선 불평등,수직적 관계였으므로 평등,수평적 관계를 지향하는 것이 양국 관계의 미래인 것만은 틀림없다.의정부 여중생 사망과 미군 무죄평결로 전국에 번졌던 촛불시위는 반미가 아니라 등미(等美)를 외친 것이다.종속적 자세에서 벗어나 민족의 줏대를 세워줄 것을 요구한 흐름인 이상,이 연장선에서 그림을 그려야 할 것이다. 미국 일각에선 현재 한국의 반미 움직임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주한미군 철수 등을 주장하고 있다.일반화한 분위기는 아니지만 이 점에 대해서도 깊은 성찰이 뒤따라야 하겠다.한·미방위조약,전시작전권,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방위비 분담 등의 문제도 실질적으로 거론돼야 한다.특히 주한미군 전력 재배치 문제는 한반도 군사 균형 측면에서 고려해야 한다.한수 이남에 집중배치함으로써 즉각적 대북 대응전력태세에 저하를 가져와서는 안 될 것이다.두나라가 신뢰와 이익을 바탕으로 진정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기 바란다.
  • 렘브란트·루벤스·반 다이크 네덜란드 17세기 회화 서울 온다/8월15일~11월9일 덕수궁미술관

    17세기 네덜란드 회화를 대표하는 렘브란트(1606∼1669)의 작품 3점이 서울에 온다.이와 함께 동시대를 풍미한 루벤스와 반 다이크,프란스 할스의 그림들도 한국을 찾는다. 최은주 덕수궁미술관장은 29일 “오는 8월15일부터 11월9일까지 덕수궁미술관에서 열리는 ‘네덜란드 17세기 회화’전에 렘브란트를 비롯한 네덜란드 대표화가 30여명의 작품 50점을 전시한다.”고 밝혔다. 최 관장은 “지난주 네덜란드를 방문해 이 작품들의 반입 문제를 소장자인 마우리츠하우스 왕립미술관측과 마무리지었다.”면서 “특히 렘브란트 작품이 3점이나 한꺼번에 국외 나들이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하멜 표착 350주년을 기념해 서울에 오는 이 그림들 가운데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렘브란트의 회화.대표작인 ‘깃털 달린 모자를 쓴 남자’와 ‘노인 연구’‘인물’이 출품된다.덕수궁미술관은 렘브란트 작품 코너를 따로 마련해 그의 예술을 집중 조명할 예정이다. 루벤스 작품도 ‘젊은 여자의 초상’등 2점이 오며,반 다이크의 회화 ‘초상’이 전시대열에 합류한다.아울러 할스의 ‘남자 초상’과 얀 스텐의 ‘이 뽑는 사람’도 소개된다. ‘네덜란드 17세기 회화’전은 서양미술사의 한 축을 이룬 바로크 시대의 회화를 본격적으로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작품 소장처인 마우리츠하우스 왕립미술관은 헤이그에 위치한 세계적인 미술관으로,아쉽게도 서울에 오지 못하는 렘브란트의 ‘툴프 박사의 해부’등 15∼18세기 회화를 두루 보유하고 있다. 김종면기자 jmkim@
  • [공직자 에세이] 하멜, 히딩크, 그리고 제주도

    “배 한 척이 고을 남쪽에서 난파해 해안에 닿았기에 군사를 거느리고 가 보았더니,어느 나라 사람인지는 모르겠으나 배가 바다 가운데서 뒤집혀 살아남은 자는 38인이었고,말이 통하지 않았으며 문자 역시 달랐습니다.” 이는 1653년(효종 4년) ‘조선왕조실록’에 실린 내용의 일부분으로,당시 제주목사 이원진이 효종 임금에게 올렸던 글의 첫 머리이다. 이 목사는 또 이 치계(馳啓)에서 “파란 눈에 코가 높았고 노란 머리에다 수염이 짧았으며 옷은 길어서 넓적다리까지 내려오고 바지는 주름이 잡혀 마치 치마 같았습니다.”라고 이방인들의 모습을 보고하고 있다. 이들은 바로 한국을 서방 세계에 처음 알린 ‘하멜표류기’의 저자 헨드릭 하멜과 그 일행이었다.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하던가.네덜란드 사람 거스 히딩크가 지난해 치러진 월드컵을 계기로 한국과 네덜란드간 인연을 더욱 돈독히 해줬고 하멜표류 350주년이 되는 올해 하멜의 역사성까지 첨가돼 한국과 네덜란드 두 나라에서는 여러 가지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질 예정이다. 한국의 외교통상부는 올해부터 시행하는 ‘타깃외교’의 첫 상대국으로 네덜란드를 선택했고,네덜란드는 올해를 ‘하멜의 해’로 지정했다. 네덜란드에서 우리 한국에 대한 인지도와 중요성은 실로 대단하다. 실제로 네덜란드의 대한 투자액이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번째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얼마 전 브리스 주한 네덜란드 대사는 한 인터뷰 자리에서 진솔한 견해를 밝혔다.“우리 같은 소국은 개방해야 한다.네덜란드는 지난 400여년간 세계 자유무역을 선도했다.덕분에 필립스,로열더치셀,유니레버 등 수많은 다국적기업을 가지게 됐다.한국이 히딩크 감독을 영입해 좋은 결실을 이뤘듯 다른 분야에서도 네덜란드를 많이 이용하기 바란다.한국이 동북아의 중심축으로 성장하려면 역사적으로 유럽의 통로 역할을 해온 네덜란드의 물류,운송,배분 등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만약 당시의 하멜 일행을 조정에서 보다 환대했고,서구의 우수한 과학기술과 문물을 도입하는 실마리로 삼았다면 우리 역사에 ‘일제 36년’의 고통은 없었을지도 모른다.세계사의 조류가 첨예한 변화를 향해 치닫고 있다.국가와 민족,지역의 고유한 전통문화를 계승·발전시키는 일과 과거의 관행에 집착한 나머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폐쇄’는 엄밀히 구분돼야 할 것이다.우리는 그것을 히딩크 축구에서 배우지 않았는가.그가 만약 선수를 선발할 때 과거처럼 온갖 연고에 의해 뽑아 온 고질적 폐습을 되풀이 했다면 결코 ‘월드컵 4강’이라는 영광을 일궈낼 수 없었을 것이다. 17세기 당시 동방의 한 작은 나라가 하멜을 통해 세계와 만나는 계기가 되었다면 이제 제주는 21세기 지구촌사회에 대한민국을 알리는 또 한 번의 기회의 땅이 되고자 한다. 제주국제자유도시는 동북아 경제중심국가로의 도약을 경제 관련 제1공약으로 설정하고 있는 새정부의 정책과 맥을 같이한다.‘나’와는 다른 것이라고 섣부르게 배척하지 않고 관대하게 그것을 끌어 안으며,또 언제나 새로운 삶을 꿈꾸는 그것이 제주국제자유도시가 나아갈 길이고 대한민국의 예인선임을 자부하는 제주도의 정신인 것이다.
  • 킨제이 보고서 발간 50주년 맞아

    |블루밍턴(미 인디애나주) AP 연합 |알프레드 킨제이의 ‘여성의 성적 행동’(일명 킨제이 보고서)이란 책이 전세계에 일대 충격파를 던진 지 올해로 50주년을 맞는다.여성의 섹스에 관한 842쪽의 이 책은 도표들이 포함된 통계 자료 투성이의 책이었지만 한 달도 안돼 27만권이 팔리는 등 즉각적 성공을 거뒀었다. 킨제이의 인간 성문제 연구를 후원했던 인디애나 대학은 이 책의 발간(1953년) 50주년을 맞아 올 한 해 동안 여성의 건강,성생활,미술,과학,역사 등을 다루는 강연회,미술 전시회,영화제 등 다양한 기념행사를 벌인다.인디애나 대학은 특히 여성들의 섹스에 대한 세인의 관심을 유발한 킨제이의 주도적 역할을 비롯,그동안 시대와 여성이 얼마나 변했는지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대다수 사람들이 섹스에 대해서는 귀엣말로나 이야기했던 시절인 지난 1944년 킨제이는 수천명의 여성들을 상대로 성문제에 관한 노골적인 인터뷰를 시작했다.이 개인적 인터뷰의 산물이 킨제이 보고서다.킨제이 보고서는 그가 남성의 섹스문제를 다룬 책을 발간한 지5년후에 나왔다. 킨제이는 결혼에 관한 강의를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당시 나방을 연구하는 동물학자였다.그는 이 주제에 관한 연구자료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발견한 뒤 비로소 자신의 연구 주제를 인간의 섹스문제로 바꾸었다. 책이 발간되자 유럽주둔 미군 당국은 도서관 서가에서 이 책을 금지했고 남아공 당국도 허가없이 서점에서 이 책을 파는 것을 금했다.미국내 일부 가톨릭 교구도 신도에게 이 책을 읽지 말도록 권고하기까지 했다.또 록펠러 재단은 의회의 압력에 따라 킨제이의 섹스연구에 대한 자금지원을 중단했다.
  • 盧당선자·켈리 특사 대화록 요지/盧 “北核 대화로 해결 가능”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가 13일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해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와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일본 총리를 잇따라 만나는 등 한·미·일 3국 공조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특히 켈리 차관보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특사 자격이고,모리 전 총리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와 각별한 사이라는 점에서 노 당선자의 이날 외교행보는 미·일 양국 정상과 ‘간접 회담’의 성격도 띠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음은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별관 당선자 집무실에서 1시간여에 걸쳐 이뤄진 노 당선자와 켈리 차관보간의 대화록 요지. ■ 당선 축하와 방미 ●켈리 당선을 축하한다.당선 이후 부시 대통령이 즉시 전화해 축하한 것으로 안다.다시 한 번 미국을 대표해 축하의 말씀을 드린다.노 당선자의 대통령 취임식 때 부시 대통령이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할 것이다.1월13일은 한국과 미국에 뜻 깊은 날이다.100년 전인 1903년 1월13일 한국 이민단이 처음으로 미국 하와이에 도착했다.한·미 관계는 긴밀하다.대통령으로 취임한 뒤 워싱턴을 방문해 달라는 부시 대통령의 요청을 수락한 만큼 조속히 방문해 주길 희망한다. ●노 당선자 그동안 한·미간에 북핵을 둘러싸고 중요한 역할을 많이 했으므로 이번 방문으로 좋은 계기가 마련되길 바란다.부시 대통령의 초청에 대해선 취임하는 대로 이른 시일 내에 미국을 방문할 수 있도록 하겠다.올해가 하와이 이민 100주년이자 한·미동맹 50주년으로 뜻깊은 해다. ■ 한·미관계 ●노 당선자 한·미 관계는 과거에도 소중했고,현재도 소중하며 미래에도 중요할 것이다.미국은 앞으로도 우리의 우방으로 남아 있길 바란다.주한미군은 필요하며 앞으로도 필요할 것이다.선거기간에 양쪽으로부터 공격을 받으면서도 일관되게 이런 얘기를 계속해 왔다.미군이 동북아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길 바란다. 한국 젊은이들의 촛불시위는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개정이 주된 요구이고,SOFA 개정은 미군의 주둔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반미는 극히 적은 사람들의 목소리다. ●켈리 부시 대통령이 작년 2월 한국을 방문,헬기로 서울 상공을 돌며서울이 비무장지대(DMZ)와 얼마나 근접해 있는지 확인한 바 있다. 그리고 미국은 북한을 공격할 의도도,계획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이것이 미국의 정책이다.미국은 한국과 늘 협의할 것이다. ●노 당선자 취임 전에 주한미군을 방문해 격려할 계획을 갖고 있다. ●켈리 주한미군 사령관이 훌륭한 브리핑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 북핵문제 ●노 당선자 북한 핵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이 기본입장이다.이는 대화와 협상으로 충분히 풀 수 있다. 미국은 북한을 공격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북·미 대화가 안돼서 한국민이 불안해한다.북한의 목표는 개혁·개방을 통해 체제안전보장을 받으려는 것 같다.(미국은 북한과)대화를 통해서 해결해야 한다. ●켈리 북한과 대화하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미국은 북한과 다양한 주제로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북한이 핵개발 프로그램의 포기의사를 밝힌다면 다양한 대화가 가능하다.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일본·중국·러시아도 방문할 것이다. 북한 핵문제는 유감스럽게도 노 당선자의 취임 전까지미룰 수가 없었다.그래서 한·미·일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 회의도 갖고 김대중 정부의 고위인사들과 접촉하고 있다.인수위팀과도 얘기할 것이다. 홍원상기자 wshong@
  • ‘평화협정 체결’ 당위론 급부상/정전협정 50주년… 平和해법 찾기

    올해로 정전협정 체결 50주년을 맞았다.한편에서는 북핵개발 파문으로 북·미간 대립 국면은 점점 더 치열해지며 지난 93,94년에 못지않은 전쟁 위기론이 거론되고 있다.하지만 남측 등 또 다른 한편에서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를 비롯해 평화를 지향하는 각계각층의 목소리가 쉼없이 나오고 있으며 국제사회의 양심적 지식인,언론 등에서도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2003년은 현 정전협정을 남북한이 당사자로 참여하는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해가 돼야 한다는 당위론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정전협정 체결 50주년인 2003년에도 한반도에서는 여전히 전쟁상황을 방불케 하는 긴장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50년을 거슬러 올라가 1953년 7월27일 오전 10시.경기도 장단군 진서면 널문리-나중에 판문점(板門店)으로 불린다.-넓은 콩밭에 임시로 만들어진 대형 천막에는 3년여를 끌던 한국전쟁을 중단하기 위해 국제연합(UN)을 대표하는 미군 4명과 북한군 4명이 탁자를 사이에 놓고 마주앉았다. 100여명이 넘는 취재진의 플래시 세례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의례적인 악수도,대화도,눈빛 교환도 없었다.그저 무거운 표정으로 묵묵히 펜만 놀리며 문서에 서명할 뿐이었다. 한국어,중국어,영어로 된 문서는 각각 3통씩 9통.UN측과 북측 수석대표는 문서를 교환해가며 18번에 걸쳐 서명했다. ‘종전(終戰)’도 ‘평화(平和)’도 아닌 ‘정전(停戰) 협정’은 그렇게 불과 12분 만에 끝났으며,의례적인 악수마저 사치인 듯 양측 대표들은 초여름 날씨가 무색하게 찬바람을 일으키며 등을 돌렸다.그들이 떠난 이후에도 그들 등 뒤로 포탄 소리는 그치지 않았다. 한국전쟁은 ‘일시 중단’됐고 분단은 ‘박제화’됐다. 중단된 이 전쟁으로 우리 국토는 남북에 걸쳐 산업시설,학교,공공기관,도로 등을 모두 잃어 초토화됐고 남북을 합쳐 정규군만 공식집계로 150여만명이 사망했다.민간인은 수백만 사망,수천만 부상자를 헤아릴 정도였다. 물론 남북이 50년의 분단과 대립을 딛고서 최근 이뤄낸 교류·협력의 성과는 참으로 눈부시다. 지난 97년 이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꾸준하게 추진했던대북 포용정책은 2000년 평양에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과 ‘6·15남북공동선언’을 세계에 타전함으로써 소중한 싹이 움텄다. 이후 정치·경제·군사·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남북간 교류 협력이 활발하게 진행됐다.5차례에 걸친 남북 이산가족들의 대규모 상봉과 비무장지대(DMZ) 지뢰 제거,남쪽 사람 50여만명의 금강산 관광,남북의 바닷길·땅길·하늘길 개통이 시작됐다. 이뿐 아니다.개성에,금강산에,신의주에 남쪽과 북쪽이 힘을 모아 경제 발전을 이루겠다고 팔을 걷어붙였다. 하지만 이 모든 성과에도 불구하고 남북은 여전히 전쟁중이다. 최근 10년 사이에만 93∼94년 핵위기,98년 금창리 핵위기,그리고 지난해 말부터 고조되고 있는 핵전쟁 위기 등 한반도 상공을 감도는 전운(戰雲)은 떠날 기색조차 없었다. 전문가들은 한반도를 둘러싼 모든 갈등과 대립의 ‘주범’의 하나로 정전협정을 지적한다.국제법적으로 전쟁상태에 있는 한반도는 문제를 근원부터 해결하지 않는 한,즉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지 않는 한,언제든지 이런 문제에닥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반도 문제 연구자들은 입을 모아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등 근본적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올해 위기를 넘기더라도 또 다른 전쟁 위기는 앞으로도 그치지 않고 계속될 수밖에 없다.”면서 “올해에도 적당히 타협한 채 덮어둔다면 한반도는 향후 ‘제3,제4의 핵위기’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근식(金根植) 경남대 북한대학원 교수는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가 보장되는 국제적 협정을 맺지 않는다면 전쟁 위기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물밑에 잠복해 있다가 상황에 따라서 언제든지 다시 고개를 들이밀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에게 남겨진 과제는 간명하다.공약한 대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면 된다. 물론 가는 길이 쉽지는 않다.우선 정전협정의 법적 당사자와 체결 당사자,법준수(이해관계) 당사자가 다르다는 법리논쟁도 극복해야 할 것이다. 또한 북측의 ‘북·미 상호불가침조약 체결’ 주장을 따라간다는 국내외적인 시선도 부담스러울 것이며,미국의 견제와 압력도 견디기 힘들 만큼 전면적으로 밀려올 것이다. 이장희(李長熙) 한국외국어대 법대 학장은 “여야의 당파적 이익을 넘어 초당적으로 평화협정 전환을 준비하며 재계·사회·문화계 등 각계각층의 국력을 총집결시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노 당선자에게 당부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kdaily.com ◆뚫리는 DMZ.MDL 지난해 9월 남북은 분단 이후 처음으로 비무장지대(DMZ)내 관리구역에서 지뢰 제거작업에 착수했다.남북을 잇는 철도·도로작업의 군사적 보장을 위한 합의서에 따른 조치였다. 공사 초기만 해도 연말쯤이면 경의·동해선 임시도로 건설은 물론 이 도로를 통한 남북간 왕래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됐었다. 하지만 군사분계선(MDL) 월선 절차를 둘러싼 북한군과 유엔사간의 이견에다 북한핵 문제로 불거진 국제적인 긴장 국면까지 더해져 일단 남북간 육로 통행 문제는 더 이상 진척되지 못한 채 해를 넘기게 됐다. ●정전협정의 상징,DMZ와 MDL 국방부는 지난해 말 경기도 파주시의 서부전선 DMZ내 MDL 부근의 경의선 철도·도로 건설현장을 언론에 처음으로 공개했다.서울에서 현장까지 걸린 시간은 버스로 불과 한 시간 남짓. 도라산역 북쪽에 인접한 남방한계선 제2 통문을 거쳐 DMZ로 들어선 뒤 임시도로를 따라 버스로 1.8㎞가량을 이동,현장에 도착했다.그 곳에는 도로 노반공사와 철도 부설작업이 한창 진행중이었다.특히 양측이 MDL을 중심으로 불과 200m 떨어진 ‘지척’에서도 쌍방간 아무 마찰없이 작업하는 모습은 민간의 여느 공사 현장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공사가 완료된 임시도로 북단 뒤편에 설치된 간이 철조망과 혹한의 추위 속에서도 소총을 든 채 경계 근무중인 병사들의 얼굴에 드리워진 일말의 긴장감이 최근 북한핵 사태로 잔뜩 흐려진 한반도 기상도를 단적으로 반영하는 듯했다.또 남북을 횡으로 가르며 군데군데 꽂혀 있는 붉은 색의 깃발은 MDL을 표시하는 것으로,이곳이 여느 평범한 공사장이 아니라 전쟁이 일시 중지된 정전(停戰) 상태의 땅이란 사실을 확인시켜 주고 있었다. 남북은 그동안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기 위해 MDL을 기준으로 양쪽 200m 구간에한 해 하루씩 바꿔가며 작업을 해왔다.취재진이 방문한 날은 마침 남측이 MDL 가까이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남측의 작업현장에는 건설교통부 관계자 수십여명이 철도 배수로 공사와 철로 부설을 위해 침목을 설치하는 작업에 여념이 없었다.현장에서 만난 건교부 관계자는 “앞으로 200m만 더 철로를 깔면 북한과 연결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설렌다.”면서 “역사적 공사라는 점에서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북쪽으로 불과 200m 앞에서 펼쳐지는 북측 작업현장에서는 북한군 20여명이 우리가 제공했다는 덤프트럭과 굴착기 등으로 본도로 노반공사를 벌이고 있었다.하지만 작업속도가 더딘 탓인지 MDL 부근에서 남측의 철도와 이을 북측의 철도 궤도는 아직 눈에 띄지 않았다. 임시도로는 철도보다 공사 진척이 다소 빠른 편이었다,폭 8m인 경의선 임시도로는 남북 양측이 모두 완공했고,MDL 통과 절차 합의만 기다리고 있었다. 또 본도로의 경우 경의선은 5월까지,동해선은 9월까지 모두 완공될 예정이라고 공사 관계자는 전했다. ●올해는 오갈 수 있을까 MDL을 통한 남북간 육로통행 문제는 사실 순수하게 ‘공사’ 측면에서만 본다면 지난해 말까지 모두 해결될 수 있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의 해법이 그리 간단치 않다.문제는 정전협정을 둘러싼 남북한과 유엔사간의 입장차,구체적으로는 북한군과 유엔사간의 갈등으로 귀결된다. 따라서 올해 남북이 과연 MDL을 통해 육로로 오갈 수 있을지를 전망하기란 쉽지 않다.게다가 북핵사태 등도 남북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 특히 북한측은 MDL 통과문제를 군사보장합의서에 언급된 대로 남북한 당사자의 합의만 있으면 된다고 보는 반면,유엔사측은 북한측의 주장이 자신들의 존립 근거이기도 한 ‘정전협정’을 무력화하기 위한 기도라며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강경 자세이다. 특히 이와 관련,리언 J 라포트 유엔사령관이 정전협정에 관한 한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사태 해결이 결코 쉽지 않음을 예고하고 있다. 그는 지난 연말 발생한 북측의 DMZ내 기관총 반입사건과 관련,6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북측이 DMZ안에서 정전협정을 준수하지 않는 바람에 대한민국 안보에 심각한 우려를 초래하고 있다.”며 북측을 압박했다. 하지만 현 상황을 풀기 위한 당국의 노력도 다각적으로 진행중이다.정부는 기본적으로 경의선 연결로 대표되는 남북교류 사업을 현재의 ‘북핵사태’와 분리 대처하는 ‘병행전략’을 추진중이다. 특히 임성준(任晟準)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최근 라포트 유엔사령관을 만나,교착상태에 빠진 남북 당국간 군사실무회담의 해법을 모색했다. 결국 북한과 유엔사의 갈등 양상이 어떻게 조정돼 나가느냐,그리고 북한이 이 과정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MDL을 통한 남북간 육로통행 여부 및 시기 등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조승진기자 redtrain@
  • [수평사회를 만들자]제1부 이제는 수평적 리더십이다 ② 법치주의 확립

    ■ 부정적 법 관행 개혁돼야 민주주의의 핵심은 법치주의이다.국민의 지지를 많이 받는 정치권력이라 할지라도 그 권력의 행사가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순간 매우 위험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정치적 편의주의에 따른 법 개정,정치권력의 탈법·불법관행,‘유전무죄·무전유죄' 또는 ‘유권무죄·무권유죄'라는 국민 법의식 등 법치에 관련된 부정적인 관행 및 의식이 만연되어 있다. 국민이 신뢰하고 존중하는 법체계 확립이야말로 새 정부의 가장 중요한 과업의 하나가 되어야 한다.법과 원칙이 살아 숨쉬는 나라,실질적으로 법 앞의 평등이 실현되는 나라,국민 스스로 법을 사랑하고 지키는 나라야말로 ‘국민이 대통령'인 나라가 될 것이다. ■ 법치주의가 확립돼야 참된 국민대통합 가능하다. 한국 사회는 지역,세대,노사갈등 등 사회적 갈등관계가 구조화돼 있다. 그런 이유 중의 하나는 최후의 유력 갈등해소 장치인 법의 지배가 제대로 실현되지 않기 때문이다.과거 문민정부 이후 집권 초기에 정치슬로건 식으로 개혁을 주장해 왔지만,결코 성공했다고 볼 수 없는 이유가 바로 개혁과정에서 법을 경시해 왔기 때문이다.인치가 판을 치고 정치세력을 중심으로 밀어붙이기식 개혁의 연속이었다.결국 개혁은 용두사미식으로 끝나버리고 국민에게 허탈감만 남겨주었다. 새 정부는 차분하고 신중하게 좋은 법을 생산하고,법을 올바르게 적용하며,법 집행을 합리적으로 해나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용두사미식 개혁보다는 법에 의해 초석을 다지는 개혁이 필요하다.모든 이해당사자들이 합의하고 그 법을 준수할 때만이 진정한 의미의 국민통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 행정은 개혁정신 뒷받침해야 법의 시행을 위한 하위법령의 제정 및 집행이 행정재량권의 남용으로 본래의 법 정신을 훼손하는 경우가 많다.그러나 국회는 대통령령 등 규칙에 위임한 사항에 대하여 법률의 위반 여부를 검토하여 해당 시행령 등이 법률의 취지 또는 내용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소관 중앙행정기관의 장에 그 내용을 통보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즉,국회가 위임입법의 위반사항에 대해 심사 후 통보만할 수 있을 뿐 시정에 대한 강제규정이 없는 것은 문제이다.특정 행정법령이 위임의 범위를 넘어 적법·적정하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일정 기간 내에 국회 해당 상임위의 의결로 폐지하거나 개정을 명할 수 있도록 국회에 ‘입법거부권(legislative veto)’을 부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또한 검찰·경찰 등 권력기관의 권한이 악용·남용되거나,공무원이 복지부동 자세로 변화를 거부하거나,부정부패에 직접 연루되는 경우에도 법의 정신이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특히 검찰,경찰,국정원,국세청 등 이른바 권력기관들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면 권력기관 고유의 신뢰성과 도덕성을 잃을 수밖에 없다.신뢰와 도덕성의 위기는 정권의 통치기능을 마비시켜 결국 국가발전에 해를 끼치게 된다. 권력기관의 정치적 중립성은 무엇보다도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운용방식에 달려 있다.‘인사는 만사'라고 한다.유능한 사람이 공정한 절차를 통해 임명될 때,국민은 비로소 안심하고 신뢰를 보내게 될 것이다. 또 국정원,검찰,경찰이 파견제도를 통해 인력을 공유하는 제도가 없어져야 한다.검찰인력을 확충하고 수사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국가권력기관의 위상확립이야말로 21세기 한국정부의 경쟁력확보의 첩경이 될 것이다. ■ 사법부는 갈등 해결의 최후 보루 ‘법관은 판결로 말한다.'고 한다.법관의 판결이 사회적 갈등관계의 최종심판자로서 기능하기 위해서는 판결 자체가 존중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유감스럽게도 한국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그러나 근래에 사법부의 변화를 향한 거센 바람을 목도할 수 있다. 예컨대 법원이 국회의원에게도 포괄적 뇌물죄를 적용한다든지,자신의 지위를 악용하여 다른 의원에게 청탁한 경우 알선수재죄를 인정한다든지,요즈음 화두인 ‘대통령 사면권'에 대한 제약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등 국민의 피부에 와닿는 신선한 움직임이 있다. 지난해말 정부는 법원·검찰의 의견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사면 대상자를 선정함으로써 사법부의 불만이 고조되었다.특히,대우분식회계 혐의로 기소된 40여명 중 뚜렷한 기준없이 9명만 선별적으로 사면을 단행함으로써일선 검사들이 크게 반발했다.뿐만 아니라 90년대 이후 교통범죄 대사면은 세차례나 실시됐다.김영삼 정권시절인 95년 12월 광복50주년 기념으로 594만여명에 대해 교통 대사면이 있었고,김대중 정권 들어서도 98년 3월과 지난해 7월 두차례에 걸쳐 총 1013만명의 도로교통법 위반 사범에 대해 면죄부를 주었다. 그런데 대사면 후에는 음주운전 단속 및 사고 건수가 함께 늘어난 것으로 조사되었다.95년 12월 대사면 직후인 96년에는 한해 동안 음주운전 사고가 44.9% 폭증해 교통 대사면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한마디로 사면권 남용은 “시간이 지나면 어차피 사면될텐데 굳이 법을 지킬 필요가 있는가.”하는 국민들의 준법 의식 실종을 조장하는 요인이 되어왔다. 따라서 차기 정부에서는 사면의 구체적인 요건을 강화하고 ‘사면심사위원회’ 등을 설치하여 사면권의 행사를 실정법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더욱이 재판이 진행중인 사건에 관해서는 사면이 이뤄지지 못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국민은 법관의 ‘법과 양심에 따른 재판'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부정부패를 막고 선거범죄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부패사범과 선거사범에 대한 신속하고 엄정한 법 집행이 필요하다.공직을 가진 사람을 국민이 신뢰하고 존중하는 사회가 돼야 법치주의의 근간이 마련된다. 법원은 양심적이고 고민하는 판결을 생산함으로써 국민의 신뢰와 존경을 받아야 한다.이는 사법부를 존경하는 풍토를 만들어 줄 뿐 아니라,나아가 우리 사회의 갈등해결의 최후 보루로서 국민통합 기능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 국민 준법정신 제고돼야 법의 생산이나 집행의 성과는 국리민복을 잣대로 평가된다. 사단법인 반부패 국민연대와 국제투명성기구 한국본부가 2002년 12월에 발표한 ‘공무원이 본 민원인의 부패 및 반부패 정도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2.5%가 “민원인들이 부패하다.”고 대답했다.‘부패의 정도'에 대해서는 “공무원들과 비교해 똑같거나 더 심하다.”는 응답이 전체의 82%나 되었다. 또 2001년 국정홍보처에서 실시한 ‘사회질서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자료에 따르면 “선생님께서는 우리 국민이 전반적으로 법질서를 비롯한 사회질서를 어느 정도 준수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준수하고 있지 않다.’는 의견이 66.8%로 ‘잘 준수한다.’는 의견(33.2%)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 형식적 차원의 법질서는 유지되고 있으나,실질적 차원의 법질서는 크게 훼손돼 있음을 보여준다. 다음으로 법질서 확립을 위한 방안에 대해서는 대략 40%의 응답자들이 ‘국민의 자발적인 준법의식 제고’라고 대답했다.또 21% 정도의 응답자들은 ‘가정과 학교의 질서의식 교육강화’라고 답변했다. 이같은 결과는 궁극적으로 국민 스스로의 준법정신을 제고하는 것이 법질서 확립의 선결과제임을 시사한다. 또 공직사회의 변화는 국민들의 법의식을 바꾸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아울러 법을 지키는 것이 나를 위하고 사회를 위하는 것이라는 의식이 형성될 수 있도록 준법정신과 질서의식을 높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 과태료와 징계 등의 행정벌칙을 강화,질서를 지키지 않은 데 따른 비용이 크다는 인식을 확산하는 것도올바른 질서의식과 법문화 창달에 필수적 요소다. ■ 법 체계가 한국사회 경쟁력 좌우 의회는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입법과정을 지배한다.의회는 국민의 여론을 수렴하고,현실에 맞는 법을 제정 또는 개정함으로써 국민생활의 편익을 도모해야 한다. 그러나 현행 법체계를 보면 사회변화에 부응하지 못하여 실효성이 없거나 비합리적인 법률이 적지 않다.이는 국회의원들이 입법과정에서 거수기에 불과한 역할밖에 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또한 새로운 법의 제정 또는 개정과정에서 준비가 충분하지 못함으로 인하여 지키기 어려운 법이 되거나,국민이 이해하기 어려운 법이 되어 국민생활의 편익을 도모하기는커녕 오히려 부담이 되고 있다. 대선이 있었던 지난해 정기국회는 한 달 정도 회기를 단축하고,정쟁에 팔려 법안을 졸속 처리하는 구태를 보여 주었다.국회 법사위는 지난해 11월 6일 법적으로 상호 충돌하거나 모순된 조항을 거르기 위한 본연의 기능을 방기한 채 62건의 법률안을 무더기로 상정하여 이 중 55건을 초고속으로 통과시켰다.법사위는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대체토론이나 자구심사 등을 생략한 채 ‘수박 겉핥기’식으로 법안을 처리한 것이다.이같이 중요 민생 법안에 대한 졸속 처리는 궁극적으로 국민들의 ‘법 경시 풍조’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국회의원들은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자신의 본질적 업무가 입법기능임을 인식하여 국민생활의 편익을 제공하는 양질의 법 생산자로서 거듭 태어나야 한다.좋은 법,국민을 위한 법,국가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법의 생산이 21세기 한국사회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척도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기획의도 및 필진 대한매일과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KSDC)는 노무현 대통령당선자의 취임을 앞두고 국민대통합을 통한 초일류 국가건설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이제는 수평적 리더십이다.’라는 시리즈를 기획·연재하고 있습니다.이번 시리즈는 ‘수평사회를 만들자.’라는 연중 기획물의 일환입니다. 지난 1일자 신년특집으로 ‘대통령 리더십과 정치개혁과제’에 대한 KSDC 여론조사를 분석·보도한 데 이어 이번에는 ‘법치주의와 제도 확립’이란 주제의 기획특집을 준비했습니다. 시리즈에는 숙명여대 이남영(KSDC소장)·국민대 정치대학원 김형준·국민대 조중빈·서울시립대 이건·한동대 김재홍·명지대 김도종·단국대 안순철·배재대 김욱·한림대 박준식 교수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이번 기획의 대표집필은 숙명여대 이영란 교수가 맡았습니다.이영란 교수는 서울대 법학 박사로 현재 산업자원부 산하 무역위원회 위원장을 겸임하고 있습니다.
  • 방송사 새해 기획물 이벤트 일색

    지상파 방송 3사가 새해를 맞아 일제히 방송지표를 발표하면서 10대 기획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같은 지표와 기획이 ‘월드컵 4강 1주년’‘미국 이민 100주년’‘휴전협정 50주년’ 등 이벤트 성격이 강한 단발 기획과 특집 드라마에 모아져 언론사 본연의 사회적 의제 설정이나 공동지표 제시 등에선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집 다큐물로 KBS는 2년여에 걸쳐 제작한 문명탐사 6부작 ‘도자기 루트’를 비롯,‘멸종’‘동아시아 철새 네트워크’‘우포늪의 4계’‘봉암사의 숲’등 자연 다큐멘터리를 잇따라 선보인다.또 미국 이민 100주년을 기념해 특집 4부작 다큐를 마련했다. MBC의 경우 미국 이민 100주년 특집기획 ‘희망 찾아 아메리카로’와 지난해 ‘미국’10부작에 이은 ‘중국’10부작을 내보낸다.SBS는 ‘자연으로 돌아간 반달 가슴 곰’‘물은 생명이다’‘생명의 지도-뇌’‘대탐험 21세기 장수비법’등을 기획했다. 휴전협정 50주년에 맞춘 기획물로 ‘남북 교류협력 프로젝트’‘남북 교향악단 합동연주회 서울공연’(KBS),드라마 ‘포로들’과 다큐 ‘평화의 조건’(MBC)등이 방송될 예정이며 ,월드컵 1주년 특집 기획으로 ‘6월의 함성 대~한민국’(MBC)과‘파워코리아’(SBS)도 전파를 탄다. 방송3사의 기획은 대체로 월드컵 1주년,휴전 50주년 등을 기념한 대형 다큐물,문화예술공연과 축제,특집 드라마 등으로 압축된다.얼핏 보면 ‘좋은 볼거리’가 풍성하게 제공될 것처럼 비쳐지지만 방송사들의 새출발 의지에 맞춰 방향성을 살리기 보다,그때그때 시의성에 편승해 구색맞추기에 급급한 이벤트 일색이라는 점이 아쉽다. 무엇보다 이슈가 될 만한 사회적 어젠다를 제시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부패추방 국민운동’(KBS),‘365일 따뜻한 세상’(MBC) 등 해마다 단골격으로 등장하는 생색내기용 사회개혁 문구들도 식상해 보인다. 방송계 관계자는 “방송3사들은 의정부 여중생 사망사건,북핵 문제 등 시사성 높은 안건과 우리사회에 산적한 심각한 사회문제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면서 “방송사는 고유의 공적 책임이랄 수 있는 사회적 의제 설정이나 입장표명 등의 적극적인 역할을 해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채수범기자 lokavid@
  • 재계총수 신년사로 본 2003 키워드 “미래경영 대처… 新樹種 확대”

    ‘고객 중심의 윤리경영,신수종(新樹種)사업의 투자 확대,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는 시나리오 경영…’ 대기업 총수들이 신년사를 통해 밝힌 새해 경영의 핵심 키워드다.불확실성이 부각되고 있는 내년에는 선택과 집중,내실경영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가 돋보인다. ◆미래에 대비하라 삼성 이건희(李健熙) 회장은 신년사에서 “올 한해의 노력과 투자가 향후 10년,100년을 결정지을 수 있다.”며 ‘글로벌경영’을 역설했다.이어 5년 후 삼성을 세계 초일류기업의 반열에 올려놓기 위해 세계화 흐름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내년에 그룹창립 50주년을 맞는 SK 손길승(孫吉丞)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SK가 지금까지 국내 최고 기업으로 성장했다면향후 50년은 세계 최고 기업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내년을 새로운 도약의 기반으로 삼고 ▲성장을 위한 미래준비▲생존조건 확보▲실적에따른 책임경영 확립 등을 당부했다. 한화 김승연(金升淵) 회장의 경영 키워드는 ‘시나리오 경영’이다.이라크전쟁 가능성과 유가불안 등에 대비하자는 취지에서다.김 회장은 “위기 유형이 갈수록 대형화,복잡화되고 있다.”면서 “사전에 위기를 감지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성장가능성에 집중하라 코오롱 이웅열(李雄烈) 회장은 내년도 성장기반 확보를 위해 ‘선택과 집중’을 경영의 화두로 삼았다.지속적인 구조조정과 사내 관료주의를 타파하는 내실경영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동양 현재현(玄在賢) 회장은 ‘질적 구조조정’과 ‘선택과 집중’에 중점을 둘 예정이다.강점을 더욱 집중·육성하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의미다.“과거의 습관과 가치에 얽매여 혁신을 거부하면 경쟁에서 도태될 수 밖에없다.”는 내용을 담기로 했다. 동부 김준기(金俊起) 회장도 효율성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동부아남반도체의 내실성장을 이끌고 다른 계열사들의 수익을 늘리기 위한 전략이다. ◆윤리경영은 계속된다 개혁과 변화를 강조하는 노무현(盧武鉉) 당선자의 정책기조에 따라 윤리경영의 모토는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LG 구본무(具本茂) 회장은 ‘일등LG’와 ‘정도경영’을 신년사에 담기로했다.취임 초부터 강조해온 ‘정도경영’은 내년도 정치·사회적 경영환경과도 밀접히 관련돼 있어 한번 더 강조할 것으로 관측된다. 금호 박삼구(朴三求) 회장의 새해 화두는 ‘기업가치 창출과 윤리경영’이다.관계자는 “내년 경영 키워드에는 금호의 오랜 경영철학인 윤리경영에 1등의 기업가치가 추가됐다.”고 설명했다. 효성 조석래(趙錫來) 회장도 2003년을 세계 초일류기업으로 도약하는 해로삼고 ‘글로벌 경쟁력과 고객 중시경영’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팀 종합
  • 서해교전 연평도 최율씨네 소망“새해에는 순한 양처럼 남북 함께 꽃게잡이를”

    “새해엔 남북이 뱃머리를 나란히 한 채 사이좋게 꽃게를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인천광역시 옹진군 연평도 주민 최율(崔律·47·연평면 연평리)씨 가족은새해를 이틀 앞둔 30일 오후 부둣가 옆에 위치한 ‘연평해전 승전비’를 찾았다.4년 전 우리 해군이 북방한계선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을 뱃머리로 밀어낸 사건을 기념한 것이다. 최씨와 아내 오정숙(45)씨는 서해교전으로 어느 때보다 가슴앓이를 했던 2002년을 되돌아보며 만감이 엇갈리는 표정을 지었다. 이들은 자식 세대에서는 반드시 통일이 돼 삶의 터전인 서해에서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덕현(17·연평고 1년)·덕준(15·연평중 2년)·덕규(5) 세 아들의 손을 꼬옥 쥐었다. 최씨는 “얼마 전 덕준이가 ‘같은 민족끼리 총부리를 겨눈 것을 기념해 승전비를 세웠다는 사실이 창피하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얼마나 속이 뜨끔했는지 모른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최씨 부부는 지난 6월말 서해교전의 쓰라린 기억을 떠올렸다. 당시 1500여명의 꽃게잡이 어민들은 남북한의 긴장 고조에 따른 조업중단조치로 밤잠을 설쳐야 했다. 서해교전이 일어난 6월29일 오전 최씨는 부둣가 근처에서 ‘진흥 7호’를타고 꽃게를 잡고 있었다.갑자기 북한쪽 바다에서 ‘펑’하는 군함의 대포소리가 계속 들려왔다.근처에서 조업중인 주민들이 전화를 걸어 “빨간 바가지(북한 경비정)가 쳐들어왔다.”고 다급하게 소리쳤다. 아내 오씨는 “부상한 해군 병사를 후송하는 작업을 도운 주민들로부터 현장의 참상을 전해 듣고 너무 안타까워 눈물이 쏟아졌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더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잦은 조업구역 이탈이 북쪽 경비정이 내려오도록 빌미를 준게 아니냐는 뭍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최씨 부부는 “내년에는 마음 놓고 어구질을 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고 입을 모았다.이들은 최근 북한 핵 문제를 다룬 언론 보도가 나올 때마다 가슴이 덜컥 내려 앉는다며 “이제 간신히 고비를 넘겼는데 또다시 조업하기 힘든 분위기가 오면 어떡하느냐.”며 발을 굴리기도 했다. 특히 최씨 가족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에게 올해는 남북간 화합과 신뢰의 한 해가 될 수 있도록 힘써 달라고 주문했다. 집에서 인터넷을 통해 바깥 소식을 거의 매일 접하고 있다는 장남 덕현군은 “남북이 평화적으로 하나가 될 수 있도록 노 당선자가 ‘남북화합’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했으면 좋겠다.”고 야무지게 당부했다.아내 오씨는 “학교를 믿지 못해 연평도 아이들은 인천으로 나가고,뭍 아이들은 외국으로 나가는 서글픈 교육 현실을 바로잡아달라.”고 부탁했다. “남북 정전협정 50주년이 되는 2003년이 남북 화합의 해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최씨 가족 뒤로 저물어가는 서해 하늘이 유난히 붉게 물들었다. 연평도 이영표기자 tomcat@
  • SK·금호그룹 정기임원 인사

    SK는 29일 SK케미칼 홍지호(洪志昊) 대표이사 부사장을 사장으로 선임하고,전무 10명과 신규임원 49명 등 60명을 승진 발령하는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금호그룹도 김성산(金城山)금호산업 고속사업부 부사장을 금호개발 사장으로,최영한(崔榮漢) 아시아나공항서비스 부사장을 사장으로,김흥기(金興基)금호산업 타이어사업부 부사장을 금호폴리켐 사장으로 각각 임명하는 등 임원인사를 했다.오남수(吳南洙) 그룹 전략경영본부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발령했다. SK의 정기 임원인사 특징은 책임경영체제의 확립과 차세대 유망주의 대거발탁으로 요약된다. 미래경영목표를 수립한 CEO가 책임지고 이를 달성하라는 강력한 메시지와내년에 창립 50주년을 맞으면서 새로운 미래를 책임질 젊은 리더를 적극 육성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지난 10월 제주선언에서 발표한 3대 생존조건의 달성과 계열사별로 추진하고 있는 책임경영 시스템을 정착시키기 위해 대표이사 등 CEO(최고경영자)급 인사는 최소화했다.SK케미칼 홍지호 대표가 사장으로 승진한 것을 제외하고 부사장급 이상 임원의 인사가 없다.홍사장은 SK의 대표적인 이공계출신 CEO로,화섬업체에서 정밀화학과 생명과학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는 SK케미칼의 변화를 성공적으로 추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성곤 박홍환기자 sunggone@
  • 한.미 軍수뇌부 양국장병에 ‘신년메시지’‘여중생 사건’ 언급여부 고심

    한·미 양국 군(軍)수뇌부가 연말연시를 맞아 상대국 장병들에게 ‘신년 메시지’를 보내기로 했다.주한미군사령관의 경우 올해 초 한국군 장병들에게신년 메시지를 보낸 적이 있긴 하지만,양국 군 수뇌부가 ‘동시에’ 상대국장병들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국 군 수뇌부의 신년 메시지 교환에 대해 국방부 주변에서는 주한미군 궤도차량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건에 따른 반미시위 확산 때문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준(李俊) 국방장관이 출연하는 대(對) 주한미군 장병용 신년 메시지는 이번 주안에 영상으로 제작돼 1월 초 주한미군의 지상파 TV인 AFN-KOREA의 전파를 타게 된다. 이 장관은 영문 자막으로도 나오는 신년 메시지에서 한반도 평화정착에 기여한 주한미군의 노고를 치하하고,지난 여름 태풍 ‘루사’로 인한 피해 복구때 미군측이 보여 준 성실한 지원에도 감사할 예정이다.특히 내년은 양국이 동맹관계를 맺은 지 5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인 만큼 양국 동맹관계를 더욱 공고히 해 나가자는 제안도 할 것으로 전해졌다. 리언 J 라포트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이 한국군 장병들에게 보내는 신년 메시지는 국방홍보원이 운영하는 국방뉴스(VTR)를 통해 내년 초전군에 방영될 예정이다. 주한미군측은 금명간 라포트 사령관의 영상 신년 메시지 제작에 나설 예정인데,주한미군 궤도차량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건에 대해 언급할 것인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승진기자 redtrain@
  • SK, 불우이웃돕기 성금 50억 기탁

    SK가 연말을 맞아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50억원을 기탁했다. SK 구조조정본부 김창근(金昌槿) 사장은 23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방문,한승헌(韓勝憲) 회장에게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전달했다. SK는 이에앞서 지난해 연말에도 불우이웃돕기 성금 30억원을 기탁했으며 올 여름 수해때는 70억원 상당의 수재의연금 및 물품을 전달했다.SK는 “다가오는 새해는SK 창립 50주년으로 그동안 성원과 사랑을 보내준 고객들에게 보답하는 뜻에서 50억원의 성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박홍환기자 stinger@
  • 盧 대통령당선 해외언론반응“反美감정 盧당선 결정적 도움”

    세계 주요 언론들은 20일 한국의 노무현(盧武鉉) 새천년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사실과 함께 향후 한·미 관계와 북한 핵문제를 비롯한 동북아정세에 대한 전망을 비중있게 다뤘다. 미국과 유럽·일본 언론들은 특히 이번 대선 직전 한국을 강타한 반미 감정이 노후보의 당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분석하고,이는 오랜 우방인 한·미 양국의 향후 관계를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의 BBC방송은 “한국의 대통령선거 결과는 한국이 세계 13위의 경제 대국이자 냉전의 마지막 전선이라는 점에서 국제적으로 큰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이 방송은 런던대 탓 얀 콩 교수의 기고문을 통해 노 당선자의 최대 과제는“북한과 강경노선을 취하는 부시 미 행정부간에 중재자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그가 북한과 미국간의 교착상태를 깨는데 성공한다면 2003년은 한국전쟁 종전 50주년뿐 아니라 지구상 마지막 냉전 대치상태 종식의 시작으로서의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노 후보의 당선 사실을 1면과 국제면머리기사에 사설과 전문가 기고까지 싣는 등 매우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 신문은 경제 문제와 관련,노 당선자의 좌파적,노동자 친화적 성향이 대기업 불신을 초래해 한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그의 재벌개혁 의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김대중 대통령은 시장자유화 원칙에 의거,재벌개혁을 단행했지만 노 당선자에게서는 이런 점이 불투명하다고 평했다.또 김 대통령만큼 세계화를 적극 포용할 지도 의심스럽다고말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노 후보의 당선으로 한국과 미국은 반세기에 걸친동맹 역사상 가장 차이가 큰 외교적 행로로 접어들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선거를 앞두고 분출된 반미 감정이 노 후보의 당선에 도움이 됐다면서 “당면 과제는 미국에 대한 안보 의존도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대미 관계의 자주성 강화와 북한과의 긴장완화라는 젊은 세대의 이중적 요구를 어떻게 조화시켜 나가느냐.”라고 지적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부시 행정부는 한국의 새 정부가 햇볕정책을 유지하는 데 반대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대북 정책 조율 과정에서 이견 표출은 불가피하겠지만미국은 이를 정면으로 풀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보수 성격의 월스트리트저널은 “노 당선자가 직면할 최대 시험은 대북 문제에 있어서 미국과 단일 전선을 형성할 수 있느냐.”라고 분석가의 말을 인용,보도했다. 이 신문은 노 당선자의 “햇볕정책 계승” 주장이 부시 대통령과 갈등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노 당선자의 당면과제는 부시 행정부와 이견을 조율,대북 공동입장을 취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노 후보의 당선은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의 연장을 의미하며,대다수 한국인들이 북한을 변화시키는데는 외교적인 방법밖에 없다고 믿고 있음을 반영한다고 전했다. 영국의 일간 가디언은 “이번 선거 결과는 한국 국민이 군사력을 앞세운 미국의 외교정책을 북한 핵보다 더 큰 문제로 인식한 결과”라고 보도했다.일본의 아사히(朝日)신문은 “노 당선자가 계승하겠다는 대북 포용정책은 미국과의 강고한 군사동맹에 의한 억지력을 전제로 시행되는 관여정책임을 잊어선 안된다.”면서 본인에게 쏠려 있는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2월취임 전에 미국을 방문할 것을 권유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노 당선자에게 포괄적인 대북정책을 제시할 것을 주문했으며,마이니치(每日)신문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한·미·일 3국간 대북 의견 조율의 시급함을 지적했다.중국 언론들도 노 당선자의 향후 대북,대미 정책 등 향후 외교 노선과 앞으로의 한·미 관계에 상당한 관심을표했다. 중국 언론들은 “노 당선자가 반미(反美)는 아니나 미국에 대해 머리 숙이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런민일보(人民日報)는 “노 당선자는 향후 한·미 관계에서 한국의 주장을 보다 강조할 것이며 평화적 방법으로 북한 핵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베이징청년보(北京靑年報))와 베이징신보(北京晨報) 등도 “노 당선자가 과거 한국 대통령과 달리 한번도 미국을 방문하지 않았다.”고 강조한 뒤 “노 당선자는 북한을 고립시키려는 미국의 대북 정책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균미·박상숙기자 kmkim@
  • 오벌린 주한 美商議회장“한국 경영환경 개선 앞장 아시아서 1위 되게 노력”

    “한국을 아시아에서 가장 사업하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신임 주한미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선출된 윌리엄 오벌린 보잉코리아 사장은6일 “회원들은 물론 한국 정부와 국민,재계와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해 암참이 한국의 훌륭한 동반자가 되도록 힘쓰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내년 암참 출범 50주년을 맞아 한국·외국기업 모두 더 나은 환경에서 경영할 수 있도록 한국 정부와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겠다.”고 말했다.그는 북한 시장진출과 관련,신중한 입장을 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서두르지않고 회원사들의 희망에 따라 적절한 시기에 환경이 조성되면 진출하겠다는것이다. 오벌린 사장은 “한·미간 투자협정(BIT) 체결이 성사되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암참이 한국과 미국 경제계의 협력을 다지는 주춧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16년간 한국에서 근무한 ‘한국통’인 그는 3년전 한국 여성과 결혼,두살짜리 딸을 두고 있다. 미국 퍼듀대 정치학과와 남캘리포니아대 시스템공학(석사)과를 졸업한 뒤미 육군참모대학에서 군사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85년 보잉 입사후 한국을자주 방문하면서 암참회원이 됐다. 한국 육군과 공군에 치누크 헬기 등을 판매한 주역이기도 하다. 보잉 우주·통신그룹 아·태지역 국제사업본부 이사를 거쳐 2000년 4월 한국 지사장으로 임명됐다. 정은주기자 ejung@
  • 한화그룹 대규모 임원인사

    한화가 올해 주요 그룹 가운데 첫 대규모 임원인사를 26일 단행했다. 한화는 대표이사 7명을 교체하고 64명을 승진시키는 등 대규모 임원인사를12월1일자로 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인사에서 김연배(金然培·사진 오른쪽) 구조조정본부 사장을 한화증권 부회장으로,이순종(李淳鍾) 한국화약부문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최상순(崔尙淳·사진) 전 한화정보통신 대표이사를 구조조정본부장으로 발령했다. 사장 인사로는 한화석유화학㈜ 허원준(許元準),한화국토개발㈜ 김관수(金寬洙),한화역사㈜ 정수봉(鄭秀峯),한화이글스 이경재(李炅在),한화개발㈜ 황용득(黃容得),㈜H-Pharm 이한광(李漢廣),한화소재㈜ 채현철(蔡玄澈) 대표이사를 각각 선임했다. 한화는 올해가 그룹 창립 50주년으로 그동안 그룹의 발전과 구조조정에 기여한 임직원을 격려하기 위해 큰 폭의 승진인사를 했다고 설명했다.또한 새로운 반세기를 준비하기 위해 신임임원도 대폭 발탁,‘공격적 경영’을 위한포석도 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는 또 급변하는 국내외 경영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위기관리 능력을 높이기 위해 부회장과 대표이사급 5∼6명의 원로로 구성된 자문·심의기구인 운영위원회를 설립했다. 운영위원회는 박원배(朴源培) 그룹 부회장이 맡고 박종석(朴鍾奭) 그룹 부회장,성하현(成夏鉉) 부회장,노경섭(盧敬燮) 부회장,신수범(愼秀範)사장 등이 위원을 맡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다른 그룹들이 폐지한 운영위원회를 한화가 신설한 것에 대해 김승연(金升淵) 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게 아니냐고 해석하기도 한다. 임원 직급은 이사직을 폐지하고 상무보 제도를 신설,임원의 직급체계를 상무보-상무-전무-사장으로 바꿨다.특히 상무이상 임원을 대상으로 목표관리제도에 입각,3년 임기의 계약제를 도입해 임기가 끝날 때마다 연임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한편 대한생명 임원에 대한 인사는 현재 진행중인 실사가 마무리되는 다음달초 발표할 예정이다. 김경두기자
  • [열린세상] 과학기술의 자화상

    오는 12월7일은 우리나라 이학 분야의 대표적인 학술 단체인 한국물리학회가 창립한 지 50주년이 되는 날이다.지난 50년 동안 이 단체는 그야말로 급성장을 거듭해왔다.1952년 34명의 회원으로 출발한 한국물리학회는 현재 7500명이 넘는 회원을 지니고 있으며, 과학기술논문색인(SCI)에 등재된 국제적인 저널을 자체 보유하고 있고,1년에 약 2000편의 논문을 총회에서 발표하고 있다.하지만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개교 이래 최초로 대학원 입학 정원을 축소하고 있는 요즈음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학술 단체 가운데 하나인 이 단체는 50주년을 그저 즐겁게 자축할 상황이 아니다.화려한 성장에 가려진 우울한 그림자가 한국 과학기술을 시시각각으로 엄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년 동안 한국의 과학기술은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급속도로 성장을 거듭해왔다.한국물리학회도 1982년을 전후하여 폭발적인 성장을 경험했다.이런 고도성장의 배경은 몇 가지로 해석해 볼 수 있다.우선 1970년대 후반부터 초창기의 선구자격인 인물들이 국내에서 교육시킨 물리학도들이 해외에서 박사 학위를 받아 물밀듯이 돌아오기 시작했고,곧 이어 국내에서도 물리학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받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1970년대까지 우리나라 과학기술 분야에서 박사학위 소지자는 아주 드물었다.50년대에는 과학기술자가 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오면 회사에서는 거의 사장급으로 대접을 했고,70년대에도 상무급의 대접은 받았다고 한다. 1980년대 초는 우리나라에서 졸업정원제가 실시되던 때였다.이때 전국의 대학은 학생 정원을 급격하게 늘렸고,대학은 양적으로 급팽창을 했다.이런 급팽창으로 인해 지방대학에서는 교수요원을 확보하기 어려웠고,석사과정 때 병역 면제나 장학금을 받고 석사 학위를 받고 난 뒤 의무적으로 지방대학에서 교수를 하도록 하는 꿈같은 제도까지 등장했다.외국의 유수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도 수도권은 고사하고 지방의 대학에서도 자리를 잡기 어려운 요즈음의 실태를 생각하면 참으로 요순시절 같았던 때였다. 1980년대 초는 우리나라에서 대학 교수들에게 국가에서 연구비를 본격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하던 때이기도 했다.이런 여러 조건이 맞아떨어지면서 이때부터 우리나라에서는 과학기술 연구기반이 확충되기 시작했고 과학기술 인구가 급격하게 증가했다.한국물리학회의 경우에도 회원수가 1982년 1600명,1992년에는 3600명,2001년에는 7700명으로 불었으며,재정도 1977년에 1000만원이었던 것이 10여년이 지난 1988년에는 결산 기준으로 1억원을 넘어섰다. 지난 20년간 엄청난 성장을 거듭하던 한국의 과학기술은 지난 몇 년 동안 불안한 조짐을 보여주고 있다.한국물리학회에서도 외환위기를 전후한 때는 여러 지표상 커다란 변화가 감지되는 시기였다.우선 대학의 학부제 실시로 인해 지난 20년 동안 꾸준하게 증가하던 대학의 물리학과 수가 오히려 감소하기 시작했다.외국 유수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돌아온 사람도 대학에서 자리를 잡기가 힘들어졌고 과학기술자들에 대한 대접도 옛날 같지 않다.이런 변화에 따라 현재 물리학회의 회원 수는 정체 내지는 감소의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10년에 10배씩 성장하던 학회의 재정도 1999년 이후에는 5억원 근처에서 정체 상태로 접어들었다.통계상으로만 감지되던 변화는 급기야 학생들의 이공계 기피현상으로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물리학회가 50주년을 맞아 폐허 속에서 이룩한 자랑스러운 모습을 자축만 할 수 없는 이유는 최근에 우리 주변에 나타나고 있는 위기의 상황 때문이다.대학의 물리학과는 하나둘 없어지고 있고,회원수가 감소하고 재정도 정체돼 학회의 성장은 멈추었다. 더욱이 과학기술 후속세대인 능력 있는 학생들은 이공계로 진학하지 않는다.대선 후보들은 과학기술 분야에 지속적인 투자를 약속하지만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앞날은 결코 장밋빛이 아니다. 임경순 포항공대 교수 과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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