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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화·애니 팬들 신났다

    만화·애니 팬들 신났다

    다양한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한꺼번에 만나볼 수 있는 제17회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 페스티벌(포스터·SICAF)이 오는 23일부터 28일까지 서울 명동과 남산 일대에서 열린다. 세계 5대 애니메이션 영화제의 하나로 꼽히는 행사에는 올해 경쟁 부문 152편, 비경쟁 초청작 130편 등 전 세계 33개국 282편이 선보인다. 서울 애니메이션 센터에서는 지난해 SICAF 코믹어워드를 수상한 ‘맹꽁이 서당’의 작가 윤승운 특별전과 어른들을 위한 ‘추억의 만화영화 상영회’, ‘창작집단 깜놀 피규어전’ 같은 어린이를 위한 체험이벤트가 마련됐다. 서울예술대학교 동랑예술센터와 문학의 집에서는 수교 50주년을 맞은 캐나다 NFB의 작품을 소개하는 초청전과 일본의 인기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교토애니메이션 초청전, 만화와 미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전시 ‘아트툰, 만화인이 그린 명동’과 김소리 작가의 ‘건담 아트전’ 등이 준비됐다. 윤태호 작가의 인기 웹툰 ‘미생’의 모바일 영화를 감상하는 카페 ‘미생 탐독전’도 만날 수 있다. 또한 개막작인 스페인 애니메이션 ‘사도’(감독 페르난도 코르티조)를 시작으로 33개국에서 뽑힌 282편의 우수 작품들이 CGV명동역과 서울애니시네마에서 상영된다. 올해 공식 경쟁 부문에 신설된 ‘SICAF 키즈’ 작품들은 어린이를 위한 애니메이션의 세계적인 흐름을 보여 준다. 특별 경쟁 부문인 ‘SICAF 초이스’와 ‘아시아의 빛’에서는 창의성이 두드러지는 작품들을 집중 조명한다. 또한 작품을 거래하는 마켓 SPP도 23일부터 25일까지 밀레니엄 힐튼호텔에서 열린다. 김형배 조직위원장은 “SICAF2013은 시민들의 참여와 공감을 중심에 두고 기획된 만큼 풍성한 볼거리는 기본이고 직접 참여하고 즐기는 색다른 복합문화축제로 선보일 예정”이라면서 “많은 분들이 만화와 애니메이션이 갖는 재미와 감동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세한 프로그램은 공식 홈페이지(www.sicaf.org)에서 확인하면 된다. 전시 입장권은 인터파크에서, 영화제 입장권은 CGV홈페이지에서 각각 예매할 수 있으며 현장 구매도 가능하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KBS 1TV ‘가요무대’ 獨서 공연

    KBS 1TV ‘가요무대’가 20년 만에 독일에서 공연을 펼친다. KBS는 “가요무대가 오는 8월 3일 독일 보쿰시에서 근로자 파독 50주년과 한·독 수교 130주년을 기념하는 특집 공연을 펼친다”고 9일 밝혔다. 설운도, 주현미, 현숙 등 10여명의 유명 트로트 가수들이 150분간 공연할 예정이다. 이번 공연은 오는 8월 12일과 19일 2주에 걸쳐 방송된다.
  • 배우, 너는 내 운명…연극, 너는 내 인생

    배우, 너는 내 운명…연극, 너는 내 인생

    “작품 속에 이런 대사가 있어요. 배우(俳優)는 인간도 아니다. 사람 인(人) 변에 아닐 비(非). 그게 배우의 배(俳)자다. 그런데 그 인간도 아닌 것이 인간을 걱정한다…얼마나 멋진 대사예요? 고대 그리스에서 신과 소통하는 제사장이랄까? 건방지게 본다면 그런 것일 수도 있어요.” 올해로 연기 인생 50년을 맞은 연극배우 손숙(69)에게 배우의 삶은 운명 그 자체다. 5일 개막하는 연극 ‘안녕, 마이 버터플라이’를 위해 하루 10시간 가까이 연습에 매진할 정도로 열정이 넘치는 그를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의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안녕, 마이 버터플라이’는 그가 배우 인생 50년을 돌아보며 준비한 자전적 연극이다. 작품 속 주인공은 데뷔 50주년을 맞은 연극배우 김정숙(본명 임순녀). 손숙 그 자신이자 평생을 연극에 매진한 여배우의 상징이다. 김정숙은 연출가 오민영(김원해)의 제안으로 데뷔 50주년 기념 연극을 준비하지만 오민영이 창작 대본을 완성하지 못해 대신 김정숙이 30년 전 출연했던 ‘굿나잇, 마더’로 대체한다. 이를 못마땅해하는 김정숙과 오민영 사이의 갈등이 커질 때쯤 함께 무대에 오르는 배우 유안나(서은경)는 오민영이 50주년 기념 연극으로 쓰던 ‘안녕, 마이 버터플라이’라는 대본을 발견한다. 작품은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배우 김정숙의 화려한 삶과 무대 뒤에서의 인간 임순녀의 삶을 극중극(劇中劇) 형식을 오가며 펼쳐진다. 이를 통해 누군가의 딸이자 남편이자 어머니인 인간 임순녀의 모습이 드러나고, 김정숙 또는 임순녀는 자신의 삶의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작품 속 주인공의 삶은 연극적 허구다. 하지만 실제 손숙 자신의 인생과 오버랩되는 지점이 많아 작품은 그 자신에게도, 관객에게도 한결 더 진실되게 와 닿는다. 그 하나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다. 그는 대학 1학년 때 연극을 시작했고 어머니는 그의 공연을 거의 보지 않았다. “어머니는 제가 현모양처가 되길 원하셨어요. 저는 어머니가 시키는 일은 하나도 한 게 없는 나쁜 딸이었죠. 15년 전쯤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땐 정말 후회가 많이 됐어요.” 치열하게 무대를 개척해야 하는 배우가 자녀들에게 충실하기엔 역부족이었던 숙명도 연극과 닮은꼴이다. 세 딸의 엄마였지만 지금도 딸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거둘 수가 없다. “딸들에게 다정한 엄마 노릇을 거의 못 해줬어요. 학교 갔다 오면 반갑게 맞아 간식을 해주거나 하는 소소한 일상, 그런 거 말예요. 하지만 다행히도 누구 하나 비뚤어지지 않고 잘 커줘서 고맙죠.” 그는 지금껏 맡아 온 역할들만큼이나 굴곡진 삶을 살아 왔다. 연극판에서의 생활은 늘 배고팠고, 남편의 사업 실패로 빚더미에 오르기도 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시작한 라디오 DJ는 그에게 재기의 계기가 됐다. 1999년에는 환경부 장관에 오르기도 했으나 32일 만에 낙마하는 시련을 겪었다. 하지만 지나고 보면 그 역시 긴 인생에 있어 무의미한 일만은 아니었다. ‘연극인 손숙’으로서의 좌표를 재확인해 심기일전하게 만든 ‘성장통’이 됐다. 배우 손숙의 삶과 인간 손숙의 삶 사이에서 갈등하면서 사느냐고 물어봤다. “아니요”, 금세 짧은 답이 돌아왔다. “둘 다 제 삶입니다. 고민은 안 해 봤어요. 배우의 길을 걸으면서 평범한 사람들보다 조금 더 힘들게 살기는 했지만 그것도 제 인생의 한 부분이니까요.” 연극 인생 50년을 돌아 선 그에게 연극은 “알몸으로 부딪치는 고독의 예술”이다. 무대에 불이 켜지고 그 위에 올라서면 예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그는 철저히 혼자일 뿐이다. 그럼에도 또 무대에 오를 것이다. “연극을 계속하다 보면 고통도 낙이 됩니다. 신기하지요? 제게는 그게 유일한 낙이에요. 다시 태어나도 배우로 살고 싶습니다.” 28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전석 5만원. 1544-1555.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한국관광공사 추천 7월에 가볼 만한 곳

    한국관광공사 추천 7월에 가볼 만한 곳

    한국관광공사가 7월에 가볼 만한 곳을 선정했다. ‘관광지의 변신은 무죄, 재탄생한 여행지’가 주제다. 오래전부터 있었던, 그러나 사람들의 시선에선 살짝 비켜나 있었던 곳들이다. ① 부산 ‘CATs’… 컨테이너가 인디문화 충전소로 부산을 상징하는 화물 수송용 컨테이너가 ‘인디 문화 충전소’로 변신한다. 오는 7월 12일 개관하는 ‘컨테이너 아트터미널 사상인디스테이션’(CATs)이 주인공이다. 비보잉 공연 등 개성 넘치는 청년 문화를 만끽할 수 있는 곳으로, 각종 하부 문화가 어우러진 부산의 새 랜드마크를 꿈꾸고 있다. 이를 통해 지역에 뿌리내린 다문화 사회도 활성화될 전망이다. 컨테이너 수십 개가 모여 조성된 공간 자체가 빼어난 볼거리다. 4만 개가 넘는 LED 전구들이 조명쇼를 펼치는 센텀시티 내 영화의전당도 함께 둘러보는 게 좋겠다. (051)316-7630~5. ② 봉화 분천역 분천마을… 스위스 산장에 온 듯 인구 200명 남짓한 분천마을에 생기가 넘치기 시작했다. 백두대간협곡열차(V-train)가 분천역에서 출발하면서부터다. 한국·스위스 수교 50주년을 기념해 분천역과 스위스 체르마트역이 자매결연을 맺으면서 분천역의 외관도 스위스 샬레(산장) 분위기로 단장했다. 분천에서 철암까지 운행하는 V-train은 낙동강으로 흘러드는 계곡의 비경을 보여준다. 최근 ‘체르마트길’도 새로 조성됐다. 분천역에서 가까운 비동마을부터 양원역까지 걸으며 계곡의 절경과 숲, 철길을 만날 수 있다. (054)672-7711. ③ 태백 ‘365세이프타운’… 안전체험 해볼까 안전을 테마로 한 ‘안전체험 테마파크’다. 지진, 수해 등의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대처 요령을 배울 수 있도록 설계됐다. 실감 나는 프로그램 진행을 위해 다양한 시설도 세워졌다. 예를 들어 산불, 풍수해, 지진 등의 체험장엔 모형 헬기와 보트가 준비됐다. 여기에 의자가 흔들리고, 물방울이 떨어지는 등의 4D 특수효과까지 곁들여진다. 높이 11m 트리트랙에 올라 아슬아슬한 출렁다리를 건너는 야외 체험이나 소방교육 공간도 마련돼 있다. 인근의 구문소, 태백고원자연휴양림 등도 함께 둘러보면 좋다. (033)550-3101~5. ④ 정선 ‘삼탄아트마인’… 갤러리로 변신한 탄광 2001년 폐광된 삼척탄좌 정암광업소를 문화 예술 공간으로 조성한 곳이다. 1964~2001년, 38년 동안 석탄을 캐던 검은 광산이 화려하게 변신한 것. 이름은 삼척탄좌를 줄인 삼탄과 예술의 아트(art), 광산을 뜻하는 마인(mine)의 합성어에서 따왔다. 삼탄아트마인은 삼탄아트센터와 야외 전시장으로 구분된다. 아트센터에는 레지던시 작가들의 오픈 갤러리 등 전시 공간이 마련됐다. 삼척탄좌 시절 사용하던 건물을 활용한 야외 공간은 산책하듯 전시물을 관람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033)591-3001. ⑤ 완주 ‘삼삼예예미미’… 양곡 창고를 문화공간으로 비옥한 만경평야를 품은 전북 완주군 삼례읍은 일제강점기 때 수탈의 대상이었다. 1920년대, 쌀을 보관하기 위해 지은 삼례 양곡 창고가 대표적이다. 100년 가까이 제자리를 지켜오던 창고는 그러나, 전라선 복선화로 제 기능을 잃고 만다. 사연 많던 양곡 창고가 마을 재생 사업을 통해 되살아났다. 삼례문화예술촌 ‘삼삼예예미미’다. 완주군청과 지역 예술가들이 힘을 모아 아트갤러리와 문화 카페 오스, 디자인박물관, 김상림목공소, 책공방 북아트센터, 책박물관 등을 예술촌 안에 조성했다. (070)8915-8121. ⑥ 청주 충북문화관… 도지사 관사의 이색 변신 충북 청주시 충북도청 뒤편의 충북문화관은 일제강점기인 1939년 건립된 이후 줄곧 충북 도지사 관사로 쓰이던 곳이다. 일본과 서양의 건축양식이 조화를 이룬 문화관은 지난해 9월 ‘도심 속 문화 예술 공간’을 표방하며 충북문화관으로 재탄생했다. 지역 대표 문인들의 작품을 전시한 문화의 집, 다다미방의 형태로 보존된 북카페, 충북 지역 화가와 서예가, 사진가들의 작품이 전시된 숲속갤러리, 소규모 공연이 펼쳐지는 야외 공연장 등 다양한 시설을 갖췄다. (043)223-4100. ⑦ 여수세계박람회장… 시민 휴식공간으로 재탄생 지난해 5~8월 축제로 들떴던 여수세계박람회장이 오는 10월 20일까지 시민 휴식 공간으로 개방된다. 박람회 당시 최고의 인기를 얻었던 아쿠아리움을 비롯해 엑스포디지털갤러리(EDG), 스카이타워, 빅 오(Big-O) 등 이른바 ‘박람회 4대 명물’을 다시 만나볼 수 있다. 여수해양레일바이크도 복선 코스로 운행된다. 전 구간 해안을 따라 달리며 오동도와 남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8월 25일까지는 야간에도 운행된다. 오동도, 진남관, 돌산대교 등 인근의 명소들도 함께 둘러보는 게 좋겠다. (061)690-2036~8.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오바마 “美·러 핵탄두 3분의1 더 줄이자”

    오바마 “美·러 핵탄두 3분의1 더 줄이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독일 베를린을 방문해 19일(현지시간) 냉전 종식의 상징인 브란덴부르크문 앞에서 가진 연설에서 “미국과 러시아가 보유한 핵탄두의 3분의1을 더 줄이자”고 제안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후 브란덴부르크문 앞에서 6000명의 시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행한 연설에서 “평화와 정의의 의미는 핵무기 없는 안전한 세상을 추구하는 것”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신전략무기감축협정이 가동되고 있고 미국과 러시아가 1950년 이래 핵무기 배치를 가장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은 핵무기 추가 감축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미 정부 당국자는 “보유 핵탄두 수를 1000~1100기까지 줄이자는 것으로, 미·러가 2010년 체결한 신전략무기감축협정에서 2018년까지 핵탄두를 1550기로 줄이자는 것보다 더 높은 수위”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날 연설은 ‘나는 베를린 시민이다’라는 명연설을 남긴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독일 방문 50주년과 맞물려 더욱 주목받았다. 케네디 전 대통령은 당시 ‘서방세계의 연대’를 강조했고, 오바마 대통령은 ‘핵무기 없는 세상’을 재천명하면서 남은 임기 동안 핵무기 감축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2008년 베를린을 찾아 승전기념탑에서 20만명이 운집한 가운데 연설을 한 바 있다. 앞서 이날 오전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최근 논란이 된 미 국가안보국(NSA)의 개인정보 수집 활동 등 현안에 대해 회담을 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NSA가 운영하는 감시 활동이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고 있다”며 공익을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NSA의 정보원들이 독일과 프랑스, 미국 시민들의 이메일을 “샅샅이 뒤지지 않고 있다”며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에 대해 “이 문제에 관해 가장 중요한 것은 감시 활동의 비율과 균형”이라며 미국에 인터넷 정보수집 활동 등의 범위와 비율을 정할 것을 요구했음을 시사했다. 김미경 기자 chaplin7@seoul.co.kr
  • 국내 최대 책잔치 서울국제도서전 19일 개막

    국내 최대 책잔치 서울국제도서전 19일 개막

    국내 최대의 책잔치인 서울국제도서전이 19일부터 23일까지 닷새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다. 올해 19회째를 맞은 이번 도서전의 주제는 ‘책, 사람 그리고 미래’. 주빈국인 인도 등 25개국 610개 출판사가 참여해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리는 올 도서전에선 ‘조선 활자 책 특별전’ ‘김동리 탄생 100주년 기념 특별전’ ‘인문학 아카데미’ 등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진다. 조선 활자 책 특별전에선 ‘월인천강지곡’ ‘석보상절’ 등 조선시대의 활자가 한자리에서 공개된다. ‘무녀도’의 작가인 김동리 특별전에는 애제자였던 박경리, 이문구의 책과 유품이 함께 전시된다. 박범신, 신달자, 조경란, 이승우, 김혜나, 정지아, 김숨 등 21명의 국내 대표 작가들은 ‘저자와의 대화’를 통해 독자와 만난다. ‘인문학 아카데미’에선 유시민, 박웅현, 이현우 등의 인문학 강의를 들을 수 있다. 주빈국인 인도는 아시아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타고르와 마하트마 간디에 관한 도서 등을 전시한다. ‘인도의 영혼들’에선 테레사 수녀(평화상) 등 인도의 노벨상 수상자 7명을 소개한다. 인도 작가인 게타 다르마라잔이 방한해 독자와의 만남을 갖는다. 인도는 세투마드하반 국립도서재단 회장과 23개 출판사 대표자들로 이뤄진 대규모 대표단을 파견한다. 비시누 프라카시 주한 인도 대사는 “인도에선 매년 6만개 출판사가 10만종의 책을 출간한다”며 “고대 가락국의 시조 김수로의 부인으로 전해지는 인도 아유타국의 스리라트나 공주를 다룬 만화책 외에 10권의 인도 어린이 도서를 한국어로 소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도서전에는 수교 50주년을 맞은 캐나다의 출판 현황과 문화도 소개된다. 캐나다의 동화 작가인 캐럴린 메롤라가 독자와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형규 대한출판문화협회 부회장은 “출판사 외에 서점, 도서관, 출판유통 업체 등이 모두 참여해 풍성한 축제를 이룰 것”이라고 설명했다. 입장료는 학생 1000원, 일반인 3000원.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전력·광물·관광 등 한국과 윈윈 기대”

    “전력·광물·관광 등 한국과 윈윈 기대”

    “과거엔 북한의 도움을 받았고 지금은 남한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남북이 현재는 갈라져 있지만 수천년간 한 나라였던 만큼 일시적인 것이라 생각하고 독일, 베트남처럼 언젠가는 하나가 될 거라고 믿습니다.” 요웨리 무세베니(69) 우간다 대통령이 한국과 우간다 수교 50주년을 맞아 우간다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지난 30일 박근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무세베니 대통령은 박 대통령이 취임한 뒤 서울에서 만난 첫 번째 정상이 됐다. 정상회담 이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진행된 서울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그는 “남한과 먼저 외교 관계를 맺었지만 남한이나 북한이나 우리에게는 모두 같은 한국인”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무세베니 대통령은 바쁜 방한 일정을 소화했지만 피곤한 기색 없이 인터뷰에 응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우간다 대통령의 첫 방한이자 박 대통령의 첫 서울 정상회담이다. 이번 정상회담에 대한 평가와 성과는. -북한에 3번 갔었는데 한국엔 처음 왔다. 박 대통령과 실질적인 내용으로 토론을 했다. 한국은 선진국이고 우리도 발전하고 있어 공통 관심사가 많다. 특히 전력과 석유, 농업, 정보통신기술(ICT) 등에서 협력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들었다. 그의 딸인 박 대통령에 대한 인상은. -박 대통령은 정치 가문 출신이다. 박 전 대통령은 한국이 앞으로 나아가는 데 선구적인 역할을 했다. 딸인 박 대통령도 아버지의 발자취를 잘 따라갈 것이다. 박 대통령에 대한 한국인들의 기대도 그래서 큰 것 아니겠나. →우간다와 한국이 올해로 수교한 지 50주년이 됐다. 지난 50년간의 양국 관계를 어떻게 평가하나. -북한과도 외교 관계가 있지만 한국과 먼저 수교를 맺었다. 한국대사관이 2년 전 우간다에 재개설됐다. 우리에게 한국 사람들은 모두 같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한국이 지난 수천년간 한 나라였다는 것을 알고 있다. 수천년 넘게 함께했기 때문에 여전히 한 나라라고 생각한다. 분단은 일시적인 것이다. 독일도 한때 서독, 동독으로 분리돼 있었고 베트남도 한때 남북으로 나뉘었었다. 그러나 그들은 결국 하나가 됐다. 그렇기 때문에 남한과 북한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당신도 혹시 북한에 친척이 있는지 모르겠다. 언젠가는 함께하지 않겠나. →박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경제개발계획, 특히 새마을 운동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적용 방안은. -한국의 새마을 운동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우간다도 새마을 운동과 비슷한 개념의 운동을 시작했다. 우간다는 천연자원 등이 많아 굶주림은 문제되지 않는다. 그러나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음식을 먹고 사는 것은 가능하지만 돈은 벌 수 없다. 음식뿐 아니라 돈도 갖기 위해 국민의 의식을 깨우는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화폐경제나 상업활동은 우간다에는 아직 낯설다. 그래서 단순한 식생활에 안주하지 않고 현대화를 이루고자 한다. →한국 정부는 공적개발원조(ODA) 확대를 통해 우간다와의 협력을 강화하려 한다. 어떤 분야가 유망한가. -우리는 낮은 이자율에 장기적으로 돈을 빌려주는 ‘소프트론’에 가장 관심이 많다. 소프트론 차관을 통해 사회간접자본(SOC) 등에 투자하는 파트너십을 원한다. 무상원조도 더 받으면 좋겠다. 또 민간 기업의 투자가 필요하다. 전력과 농업, 광물자원, 철강, 관광 등에 한국 기업들이 투자한다면 서로 ‘윈윈’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이 아프리카에 대규모 ODA를 제공하는 등 영향력이 커지는데 우려는 없나. -중국은 우리와 오랫동안 우호 관계를 맺어 온 나라다. 아프리카가 유럽의 식민지였을 때 우리가 유럽에 맞서 싸우는 동안 중국과 구소련, 북한이 많이 도왔다. 중국은 당시에는 무기, 지금은 경제 원조를 한다. 중국과 우리는 이데올로기가 같아 걱정할 것이 없다. 중국은 원자재가 필요하고 우리는 발전이 필요하니 상호 시장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아프리카는 독재 등 정치적, 역사적 갈등 때문에 경제 발전이 더디다는 지적이 많다. 우간다는 어떤가. -사람을 죽이는 폭압정치 등은 모두 다 옛날 얘기다. 이런 문제는 더 이상 경제 발전의 발목을 잡지 않는다. 오히려 독립과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를 흔들려는 세력과 파벌주의 등이 더 큰 문제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무세베니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우간다는 아프리카에서 기후가 가장 좋고, 남한 면적의 3분의 2 이상인 빅토리아 호수와 만년설산, 나일강 상류 등 볼거리가 가득한 나라”라며 한국 관광객을 향한 ‘깨알 같은’ 자랑도 잊지 않았다. 김미경 기자 chaplin7@seoul.co.kr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새마을운동’으로 손 내민 아프리카 외교

    ‘새마을운동’으로 손 내민 아프리카 외교

    박근혜 대통령은 30일 청와대에서 요웨리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해 상생 발전의 성과를 이뤄나가자”고 강조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박 대통령이 국내에서 정상회담을 갖기는 처음이다. 국내 첫 정상회담을 아프리카 국가 대통령과 진행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對)아프리카 외교의 엔진을 점화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박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올해로 수교 50주년을 맞는 우간다와의 통상·투자, 에너지·자원, 개발협력 등 양국 간 관심사를 논의했다. 양국 정상은 무상원조 기본약정에도 서명했다. 무세베니 대통령은 1986년 집권한 이후 2011년 대선까지 네 번 연속 대통령에 당선됐다. 1990년대 초반까지 북한을 3차례 방문하는 등 상대적으로 친북 외교에 치중했지만 최근에는 새마을운동에 관심을 갖는 등 한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청와대 측은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가진 오찬에서 “우간다 속담에 ‘카무카무 우에 우간다’라는 말이 있다고 들었다. 하나하나가 모여 다발을 이룬다는 뜻인데 새마을운동 정신과 일맥상통한다”면서 “한국과 우간다도 하나하나 협력을 쌓아 나가면서 상생 발전의 거대한 성과를 이뤄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우간다어로 ‘카무카무 우에 우간다’를 발음할 때는 좌중에 웃음꽃이 피기도 했다. 무세베니 대통령도 한국어로 “안녕하십니까. 감사합니다”를 또박또박 발음한 뒤 “(북한) 김일성 장군으로부터 배웠다”고 소개했다. 이어 “세상은 많이 변했고, 한국을 방문하게 돼 기쁘다”면서 “제 집무실에는 박정희 대통령께서 집필하신 서적들도 있다”며 박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다음 달 4일 또 다른 아프리카 국가인 모잠비크의 아르만두 게부자 대통령과 국내에서 두 번째 정상회담을 갖는다. 연이은 정상회담 상대를 아프리카 국가로 정한 것은 아프리카의 잠재력 때문으로 해석된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지난 27일 첫 내외신 브리핑에서 아프리카를 ‘지구촌 마지막 성장엔진’이라고 규정하고, 아프리카 외교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우간다 등 동·남부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새마을운동 시범마을을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 또 국내 중소·중견기업들의 아프리카 진출을 지원하는 ‘K플라자센터’를 설립하는 방안 등도 추진하고 있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보스턴 마라톤 우승 메달, 희생자들에 기증

    지난달 보스턴 마라톤대회 우승자가 폭탄 테러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메달을 기증하겠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보스턴 마라톤대회 남자 부문 우승자인 렐리사 데시사(23·에티오피아)가 26일(현지시간) 아프리카연합(AU) 창립 50주년 기념식 참석차 에티오피아를 찾은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에티오피아 주재 미 대사관에서 만났다. 데시사는 “폭탄 테러 희생자들과 고통받고 있는 가족들에게 우승의 영광을 돌리고 싶다”며 가까운 시일 내 보스턴을 방문해 메달을 기증하겠다고 전했다. 그는 당시 기억을 떠올리며 “결승선을 통과한 지 2시간도 안 돼 희열이 슬픔으로 바뀌었다”며 “스포츠는 즐거운 일로, 절대 싸움터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동료들과 내년에 다시 마라톤을 뛸 것”이라며 “스포츠와 자유를 향한 헌신이 그 어떤 폭력적 행동보다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의지를 내비쳤다. 데시사는 지난달 15일 보스턴에서 열린 마라톤대회 결승선 근처에서 2발의 폭탄이 터지기 전 가장 먼저 결승 테이프를 끊었다. 당시 폭발로 3명이 사망하고 약 260명이 다쳤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EU 7월 방북, 한반도 관계개선 도움될 것”

    “EU 7월 방북, 한반도 관계개선 도움될 것”

    “유럽연합(EU) 관계자들은 한반도 문제를 미·중 관계 등 큰 틀 속에서 접근하면서 ‘비판적 개입’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EU 의회 대표단이 오는 7월 방북을 추진하는 것도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한국과 EU가 올해로 수교 50주년을 맞았다. 재외공관장회의 참석 차 일시 귀국한 김창범(54) 주벨기에·EU 대사는 공관장회의에 이어 다음 주 열리는 한·EU 수교 50주년 기념행사 및 관련 특강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김 대사는 23일 외교부 청사 인근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수교 50돌이 된 EU와는 2010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면서 대북 관계 등 외교적 사안뿐 아니라 정치, 경제, 문화, 인권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가치를 공유하면서 새로운 지평을 확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사는 “EU 전직 의원, 각료 등이 최근 민간 차원에서 북한을 방문한 데 이어 EU 의회에서 한반도 관계를 다루는 대표단이 7월 방북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들은 방북한 뒤 한국에 와 국회 관계자 등과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은 EU에 대해 상대적으로 거부감이 적다”며 “북한이 인권 문제 등에 대한 개선의 여지를 보일 경우 EU는 단순한 인도적 지원을 넘어 전문화된 개발협력 모델을 북한에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브뤼셀에 본부를 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이 최근 처음 방한한 것에 대해 김 대사는 “미국이 국방예산을 감축하고 독자적 군사행동을 부담스러워 하면서 NATO에 더 의존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와 NATO와의 파트너십은 한·미 동맹을 강화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며 “특히 NATO는 에스토니아에 사이버안보센터를 두는 등 세계 최고의 사이버안보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이 분야에서도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대사는 “EU가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일자리 창출, 연구·개발(R&D) 혁신 등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박근혜 정부가 밝힌 ‘창조경제’와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양측이 실질적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EU와 미국, 일본 등의 FTA 협상이 급물살을 탈 것이며, 전 세계 경제에 ‘원자폭탄급’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한·EU FTA 선점 효과를 극대화하고 활용률을 더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미경 기자 chaplin7@seoul.co.kr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Ethiopia 커피보다 깊고 진한 이야기 ④아디스아바바, 에티오피아 커피

    Ethiopia 커피보다 깊고 진한 이야기 ④아디스아바바, 에티오피아 커피

    Addis Ababa 아디스아바바 활기찬 공중도시, 꽃으로 피다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를 여행 목적지로 찾는 이들이 있을까? 지금의 수도는 20세기에 이르러 정치, 외교적인 목적 아래 기획적으로 수도로 지정된 만큼 문화유적이나 볼거리는 많지 않다. 국제공항이 있으니, 여행객들은 지방으로 오가는 길에 하루이틀 머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새로운 꽃’이라는 뜻의 이름과 달리 먼지 많고 어수선한 도시이긴 하지만 ‘수도이기에’ 둘러볼 만한 장소들이 몇 군데 있다. 에티오피아인들의 남다른 민족적 자부심은 독립을 지킨 정통성, 기독교 문화, 찬란했던 고대 문명 그리고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 인류의 기원에까지 맞닿아 있다. 이유인즉 현생 인류의 조상으로 추정되는 ‘루시Lucy’의 뼛조각이 에티오피아에서 발견된 까닭이다. 그 흔적을 아디스아바바 국립대학교 내에 있는 ‘국립박물관National Museum’에서 찾을 수 있다. 최초의 직립보행 유인원인 루시(학명: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발견 당시 고고학자들이 비틀즈의 노래 ‘Lucy in the sky with diamond’를 듣고 있었다 하여 이름지어졌다. 이후 ‘슬기로운 사람’을 뜻하는 호모사피엔스 ‘이달투Idaltu’의 화석이 발견된 것도 에티오피아에서였다. 이 두 개의 화석은 에티오피아인들이 인류의 기원지로서 자신들의 영토에 더욱 강한 자부심을 갖게 했음은 물론이다. 전통시장 ‘마르케토Marketo’와 도시를 조망할 수 있는 ‘엔토토산Mt.Entoto’도 여행객들이 즐겨찾는 곳이다. 마르케토는 다른 아프리카 도시의 시장과 크게 다를 바 없지만 은 장식품이나 수공예품을 저렴한 값에 구매할 수 있다. 가장 활기찬 시장 풍경을 보려면 토요일에 들르는 게 좋지만 소매치기에 유의해야 한다. 에티오피아는 우리나라와 각별한 관계를 갖고 있기도 하다. 6·25 한국전쟁 당시, 약 6,000명의 병력을 파병한 까닭이다. 물론 미국이 아디스아바바에 공항을 건설해 주는 거래가 있었다지만 100여 명이 목숨을 잃어가며 함께 싸워 준 은공을 잊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에 한국 정부는 아디스아바바에 한국전쟁 기념탑을 세웠고 에티오피아의 질병 퇴치와 가난 극복을 위해 다방면으로 협조하고 있다. Ethiopian Coffee 에티오피아 커피 소중한 사람과 나누는 ‘성스러운 한모금’ 에티오피아에 기원하고 있는 것은 인류만이 아니라 그들이 매일 못 마시면 손이 떨리도록 중독이 되어 버린 음료, 커피도 있다. 커피가 최초로 발견된 것은 지금의 짐마Jimma 지역, 옛 지명 ‘카파Kaffa’라는 설이 가장 유력하지만 어디까지나 ‘설’에 불과하다. 어쨌든 커피라는 용어 자체가 에티오피아에서 시작된 것은 ‘정설’로 받아들여진다. 기원후 6~7세기, 어린 목동 칼디Kaldi는 자신이 기르는 염소들이 흥분하며 날뛰는 모습을 보았고, 이후 며칠간 유심히 관찰한 결과 염소들이 빨간 열매를 따먹는 것을 목격했다. 호기심에 칼디도 그 열매를 따먹어 보고는 신경이 곤두서는 경험을 했고, 이를 수도원에 알린 뒤 각성제로서 커피가 보급됐다고 한다. 최근 국내에서도 커피의 원산지를 따져가며 마시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예가체프, 시다모, 하라르 등 에티오피아 커피는 고급종으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에티오피아에는 수백만 개의 커피농장이 운영 중인데, 그 독특한 향과 풍미는 절대적으로 에티오피아의 토질에 기인한다고 한다. 에티오피아에서 커피는 음료,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특히 귀중한 손님이나 친구들을 위해 진행하는 ‘커피 세레모니’는 성스러운 의식과도 같다. 세레모니는 약 30분간 진행되는데 느긋하게 커피를 대접받는 매너도 중요하다. 생두를 프라이팬에 올려 숯불에 볶은 뒤에는 프라이팬을 손님들에게 가져가 커피의 향을 맡게 해준다. 이후 볶은 커피를 절구에 넣어 빻고, 주전자에 커피가루를 넣고 끓여낸다. 그리고 에스프레소 한잔의 양만큼 유리잔에 담아 건넨 뒤, 팝콘을 간식으로 함께 먹는 게 세레모니의 완성이다. 아디스아바바 외곽, 수공예품을 판매하는 ‘베델Bethel’이라는 미망인촌에서 처음으로 맛본 커피는 한번도 경험 못한 맛과 향으로 오감을 적셨다. 여정 중 맛본 수십 잔의 커피들은 당연히 그에 못 미쳤는데, 이는 커피 세레모니와 함께 전해진 정성과 호의가 그만큼 따뜻했고 진했다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글·사진 최승표 기자 취재협조 주한에티오피아대사관 02-790-9766, 에티오피아항공 02-733-0325 ▶travie info 토모카Tomoka 에티오피아에서 가장 명성 높은 1920년대 이탈리아 카페 분위기의 커피숍으로 아디스아바바에 위치해 있다. 하라르, 예가체프, 시다모 등의 종을 섞어서 판매하는데 하라르의 배율이 높은 편이다. 에스프레소 한잔 가격은 약 400원, 원두는 한 봉지(250g)에 약 3,000원 수준이다. 토모카 커피의 대부분은 최대 수입국인 스웨덴을 포함해 유럽으로 수출된다. www.tomocacoffee.com ”에티오피아인들의 남다른 민족적 자부심은 독립을 지킨 정통성, 기독교 문화, 찬란했던 고대 문명 그리고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 인류의 기원에까지 맞닿아 있다.” travel info ethiopia [Ethiopian Food] 인제라Injera 말려 있을 때는 롤케이크, 펼치면 팬케이크와 흡사한 빵으로 그 무난한 겉모습과 달리 지독한 신 맛을 품고 있다. 에티오피아인들의 주식으로, 테프라는 에티오피아 토착 작물과 옥수수가루, 밀가루 등을 섞어서 만든 반죽을 사나흘간 발효시킨 뒤, 구워서 먹는다. 보통 접시에 넓게 펼쳐서 와트Wat라 불리는 매콤하게 볶은 양고기, 쇠고기와 야채 스튜를 곁들여 먹는다. 여행객들은 처음 인제라에 거북함을 느끼다가도 며칠 먹다 보면 나중에는 그 맛에 중독된다. 인제라와 함께 에티오피아인들이 즐겨 먹는 덜 익힌 쇠고기에 고추가루, 버터를 버무린 키트포Kitefo는 좀처럼 이방인들이 시도하기 어려운 음식이다. 하지만 관광객들이 많은 식당에서는 대부분 고기를 바짝 익혀 준다. 한편, 에티오피아 정교회에서는 돼지고기 먹는 것을 금하고 있다. [Restaurant] 요드 아비시냐Yod Abyssinia 아디스아바바의 대표적인 관광식당으로 전통공연과 함께 인제라를 비롯한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아프리카 특유의 리듬을 기반으로 한 에티오피아 전통 음악과 공연을 보면서 전통 술인 테쯔Tej를 맛볼 수도 있다. 테쯔는 꿀이 곁들여진 에티오피아식 와인이다. www.yodethiopia.com 탑뷰Top View 19세기 말부터 수십년간 에티오피아를 넘본 이탈리아의 영향으로 파스타가 널리 전파되어 있다. 도시의 전경을 내려다볼 수 있는 탑뷰 레스토랑은 아디스아바바에서도 최고급 이탈리아 식당이다. 파스타 가격은 약 5,000원 수준으로 에티오피아에서는 비싼 편이며, 맛은 다소 밋밋하다. [Hotel] 아디스아바바┃데브레 다모Debre Damo 4성급 호텔 ‘데브레 다모’는 지난 3월 문을 열었다. 공항이나 시내가 모두 가깝고, 최신 시설을 도입해 아디스아바바의 다른 4성급 호텔과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전체 객실은 102실로, 부엌이 달린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은 8실이며, 옥상에는 라운지 개념의 스카이바도 운영된다. 체크인 시 5분 이상을 기다리면 투숙료를 받지 않을 정도로 서비스에 공을 들이고 있다. www.debredamohotel.com 쉐라톤 아디스Sheraton Addis 에티오피아에 있는 호텔 중 최고 수준이라 할 수 있다. 힐튼, 래디슨블루 등의 체인호텔들도 있지만 규모나 시설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특히 널찍한 수영장과 키즈클럽 등이 갖춰져 있어 가족 여행객이 머물기에 좋다. 실내에서 스파를 즐길 수 있는 아쿠아클럽도 있다. 가격은 1박에 약 30만원 수준으로 높은 편이다. www.sheratonaddis.com 바하르다르┃쿠리프투리조트앤스파Kuriftu resort & spa 휴양지인 타나호수변에 위치한 스파 리조트로, 느긋하게 여유를 만끽하기 위한 모든 요건이 갖춰져 있다. 에티오피아 전통 미술품이 걸려 있는 널찍한 객실, 태닝을 즐길 수 있는 수영장과 산책 코스, 마사지와 네일 캐어 서비스까지 동남아와 지중해의 럭셔리 리조트가 부럽지 않다. www.kurifturesortspa.com 곤다르┃고하호텔Goha Hotel 일부 편의시설이 곤다르 ‘최고급’ 호텔이라는 명성에 못 미치지만 전망과 이색적인 객실 디자인이 모든 걸 상쇄한다. 도시의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산턱에 자리하고 있으며, 특히 일몰 풍경이 장관이다. 객실 내부는 화강암 벽에 아프리카 특유의 색감을 살린 장식이 인상적이다. www.gohahotel.com 랄리벨라┃탑트웰브호텔Top Twelve Hotel 유럽 여행객이 많은 랄리벨라에는 수준급 호텔이 많다. 최근 개장한 탑트웰브호텔은 얼핏 사막처럼 보이는 랄리벨라 산의 호쾌한 전경이 내려다보이며, 가죽으로 만든 가구들과 천사 얼굴이 새겨진 침구류가 독특하다. 음식도 훌륭하다. 호텔 주인은 첫 손님이 한국인이었다며 각별한 애정을 표했다. www.toptwelvehotel.com [에티오피아항공Ethiopian airlines] 한국 상륙 앞둔 아프리카의 날개 한국에서 에티오피아까지, 선택할 수 있는 항공사는 많지만 비행기에 오르는 순간부터 에티오피아 여행을 시작하고 싶다면 에티오피아항공을 선택하는 게 좋다. 일부 배낭여행자들은 버스를 이용해 도시에서 도시로 이동하기도 하지만 에티오피아의 국토 면적은 한반도의 약 5배로 국내선 항공편을 이용하는 게 편리하다. 에티오피아가 경제적으로 후진국이다 보니, 항공사에 대한 편견도 많지만 에티오피아항공은 1946년에 설립됐으며, 아프리카 최대 규모의 네트워크와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다. 2011년 기준으로 62개의 국제선, 16개 국내선을 운항 중이며, 최신기종인 ‘드림라이너(B787)’ 6기를 포함해 총 59기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에티오피아항공은 아프리카 최대 규모의 파일럿, 승무원 및 항공 정비 교육 시스템도 운영 중에 있으며, 2011년에는 아시아나항공이 가입된 항공 동맹체 ‘스타얼라이언스Star Alliance’의 정식 회원사가 됐다. 무엇보다 반가운 소식은 에티오피아항공이 오는 6월부터 한국에 취항한다는 소식이다. 에티오피아항공은 아디스아바바를 출발해 홍콩을 경유한 뒤, 서울로 들어오는 새로운 항공 노선을 개설한다. 에티오피아뿐 아니라 케냐,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다양한 아프리카 목적지로 가는 여행이 더욱 편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과 에티오피아는 올해 수교 50주년으로 에티오피아항공이 양국간 교류 활성화에 가교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travie info 언어 공용어는 암하라어이며, 영어가 비교적 잘 통하는 편이다. 전기 전압은 한국과 같은 220V이지만 소켓 모양이 다른 곳도 있어 멀티어댑터를 챙기는 게 좋다. 화폐 비르Birr를 사용하며, 18비르가 약 1US달러에 해당한다. 비자 도착 비자도 있지만, 출발 전 주한에티오피아대사관을 통해 사전 발급을 받는 게 좋다. 비용은 20달러이며, 발급에는 3~4일이 소요된다. 날씨 아디스아바바를 기준으로, 연중 기온이 15~25도 사이로 온화한 편이다. 북회귀선에 속해 있지만 고도가 높은 탓이다. 4~5월이 소우기, 6~9월은 대우기로 비가 집중된다. 예방주사 에티오피아에 입국하려면 반드시 입국 전, 황열병 예방주사를 맞고 확인증을 여권과 함께 지참해야만 한다. 말라리아, 장티푸스 예방은 필수는 아니지만 권장사항이다. 기부 혹은 적선 에티오피아에서는 여행객이 가는 곳마다 어린이들이 호기심을 갖고 스스럼 없이 다가온다. 돈이나 볼펜, 초콜릿 따위를 달라고 하는데 그 자리에서 현금 몇 푼 건네는 것은 그들을 돕는 현명한 방법이 아니다. 차라리 아디스아바바에 소재한 자선단체에 직접 기부하는 방법이 낫다. 옷가지나 볼펜, 초콜릿, 사탕 등을 넉넉히 챙겨가 어린이들에게 건네는 것은 괜찮다.
  • [김문이 만난 사람] 파독근로자기념관장 권이종

    [김문이 만난 사람] 파독근로자기념관장 권이종

    인간의 삶은 참으로 드라마틱하다. 태어난 그 자체도 경이롭고, 소리 내어 울고 웃는 것도 그렇다. 때로는 슬프고, 처절하게 고생하고, 행복하고, 보람을 느끼는 희로애락이 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온몸으로 역경을 이기며 살아 왔다. 이 강산에서 태어나 저 강산에서 젊은 시절을 보내고 이제 와서 인생의 숙제를 비로소 풀어 내며 살아간다. 막장 광부에서 교수가 되기까지 참으로 굴곡진 삶이다. 눈을 감으면 그 시절이 절로 떠올라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파독근로자기념관’에서는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 롤프 마파엘 주한 독일대사, 권광수 한국파독광부·간호사·간호조무사 연합회장 등 30여명이 참석해 기념관 개관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방 장관은 “(파독 근로자의) 피와 땀과 외화가 우리나라 산업·경제 발전에 씨앗이 돼 이렇게 잘살고 행복한 오늘날의 우리가 있게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파독 근로자 기념관 건립은 파독 근로자들의 눈물겨운 역사와 의미를 다음 세대에까지 생생히 전할 수 있게 하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가 광부,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이 독일에 파견된 지 꼭 50년이 돼 이래저래 의미가 깊은 자리였다. 1층 전시실에 들어서자 맨 처음 눈길을 끄는 글귀가 보인다. ‘당시 파독 광부의 선발 조건은 20~35세 남성이며 1년 이상 탄광 경력이 있는 자였으나 실제 경력은 거의 없다. 대학 재학생, 국회의원 비서관 등 고학력자와 그 외 여러 분야의 젊은이들이 다양한 꿈을 이루기 위해 독일행을 지원했다.’ 파독근로자기념관 권이종(73) 관장도 그런 젊은이들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특히 그는 막장 광부로 독일에 갔다가 현지에서 박사 학위까지 받고 귀국 후 한국교원대 교수와 한국청소년개발원장 등을 지낸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막장 광부에서 교수가 돼 화제가 된 인물이기도 하다. 기념관 개관식을 하루 앞둔 지난 20일 오전 권 관장과 파독근로자기념관에서 만났다. 전시실에 진열된 자료들을 설명해 주면서 당시를 회상하는 눈빛이 자못 진지하다. 아울러 기념관 개관이 얼마나 뜻깊은지를 여러 번 강조했다. 그는 사단법인 한국파독광부·간호사·간호조무사 연합회 상근 부회장을 맡아 2008년 연합회 창립 당시부터 준비했던 숙원 사업 중 가장 큰 일인 기념관을 이번에야 건립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여 기념관 개관까지의 과정부터 먼저 물었다. “따지고 보면 독일 광부 시절 때부터 숙제였습니다. 언젠가 한국에 돌아가면 꼭 기념관을 만들어 역사의 한 페이지를 후배들에게 보여 줘야겠다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독일 정부에서 사진을 찍지 못하독록 규정했으나 몰래 사진을 찍고 고생했던 하루하루를 깨알같이 기록했습니다. 그런 것들을 모았고, 또 유물을 가진 많은 분들의 협조로 이번에 개관을 하게 됐지요. 특히 주한 독일대사관의 적극적인 도움도 있었습니다. 독일 정부에서 관련 자료를 보내 주기도 했습니다. 파독 50주년, 한·독 수교 130년에 맞춰 기념관이 들어서게 된 셈이지요.” 전시실에는 20대 초반의 권 관장이 50년 전 독일에서 남긴 기록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막장에서 써 내려간 일기, 가족이 보낸 편지, 동료와 찍은 사진과 함께 향수에 젖을 때면 반복해서 들었다는 이미자의 ‘동백 아가씨’ 음반도 있다. 그는 매일 아침 7시에 출근해 이러한 자료들을 훑어보며 회상에 잠긴다. 특히 얼마 전 세상을 뜬 김태우 전 연합회장의 사진과 이야기는 살뜰히 더 챙긴다. 파독 광부는 모두 2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미국과 캐나다에 살고 있는 사람이 약 2000명, 독일에 거주하는 사람이 4000여명, 나머지는 한국에 살고 있다고 권 관장은 설명한다. 앞으로 각지에 흩어져 살고 있는 파독 광부 출신이거나 2세, 그리고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기념관을 찾아 우의를 다지는 장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유치원 아이들이나 초·중등 학생들의 견학 장소로 활용하고 관련 세미나를 개최하는 장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 나아가 이들을 위한 숙소와 쉼터까지 만들 계획이다. 권 관장과 연합회에서는 기념관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 600페이지가 넘는 파독 광부 45년사를 만들어 기증하는 열정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잠시 눈을 감더니 파독 광부 시절 박정희 전 대통령과 만났던 일을 떠올렸다. “1964년 12월이었습니다. 박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가 독일을 방문했을 때 저희 광부들을 초청했지요.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독일 정부 관계자에게 한국에서 온 광부들을 외교관 신분으로 해줄 것을 요청했고 육 여사는 이역만리에서 고생한다며 한없이 울었습니다. 광부들도 애국가를 부르며 모두 울었지요. 저는 그날 이후 애국가 대신 이미자의 동백아가씨를 부르며 향수를 달랬습니다.” 권 관장은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때 민간인 대표 자격으로 초청을 받았다. 이때 박 전 대통령과의 만남이 떠올라 감개무량해져 역시 애국가를 부르지 못했다. 광부에서 교수가 된 자신의 인생역정도 그 순간 봇물처럼 한꺼번에 머릿속에 밀어닥쳤다. 파독 광부의 역사를 잠시 되짚어 보면 이렇다. 한국전쟁의 상처가 채 아물지 않았던 1960년대 초. 마땅한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인력을 수출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 정부는 독일 측과 광부 파견을 타진한 결과 1963년 첫 파독을 성사시켰다. 제1차 광부협정으로 1963년 12월 21일부터 1966년 7월 30일까지 2419명이 건너갔고 1967년부터 1969년 사이에는 이른바 ‘동백림 사건’으로 잠시 중단됐다가 제2차 협정으로 1970년 2월부터 재개됐다. 이들이 흘린 땀은 조국 근대화와 산업화를 이루는 초석이 됐다. 권 관장은 1940년 전라북도 장수 오지인 초장 마을에서 태어났다. 현재 이 마을 입구에는 ‘권이종 박사가 태어난 곳’이라는 기념석이 세워져 있다. 어릴 적 꿈은 학교 선생님이었다. 하지만 지독한 가난 때문에 하고 싶은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해 산에서 나무를 베어다가 장작을 만들어 파는 일, 그리고 신문 배달하는 것이 더 우선이었다. 때로는 닭 서리, 수박 서리, 버스 무임승차 등도 하며 가난을 이겨 내려 발버둥을 쳤다. 1961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곧 군에 입대했다. 3년 복무를 마치고 고향에 돌아왔지만 기다리는 것은 가난한 농사일밖에 없었다. 그래서 친척의 권유로 서울로 와 을지로 입구 건축 공사현장에서 막노동을 시작했다. 어느 날 함께 일하던 한양대 공대생이 “권형, 나하고 독일에 갈 생각 없소”라면서 당시 5급 공무원 월급(3600원)의 10배나 되는 고액 월급을 받을 수 있다는 말에 귀가 솔깃했다. 이렇게 해서 1964년 10월 독일행 비행기에 올랐다. 현지에 도착한 권 관장 일행은 4주간의 독일어 교육과 3개월간의 현장 실습을 받은 뒤 메르크슈타인 지역 아돌프 탄광에 배속받았다. 이때부터 ‘파독 광부’라는 낯선 호칭으로 지하 1000여m까지 파고들어가 석탄을 캐는 막장 인생을 살기 시작했다. 그는 이곳에서 동료의 죽음을 목격했고 또한 자신도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겼다. “일단 갱도에 한 번 들어가면 작업이 끝날 때까지 나올 수 없었고 식사는 과일 한두 개와 딱딱한 독일 빵이 전부였지요. 이런 곳에서 ‘코드넘버 1622’의 이름으로 석탄 가루 묻은 빵을 씹으며 3년을 지냈어요. 지하 갱도에서 일해 본 사람이 아니고서는 맑은 공기와 밝은 햇빛의 진정한 고마움을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독일의 아침 인사는 ‘구텐 모르겐’(Guten Morgen)이다. 하지만 광산촌 지하 갱도에서의 아침 인사는 따로 있다. 각종 사고로 언제 어떻게 부상을 당하거나 사망할지 모르기 때문에 행운을 가지고 올라오라는 뜻으로 낮이건 밤이건 항상 ‘글뤼크 아우프’(Gluck Auf)라는 인사를 한다고 권 관장은 말했다. 그만큼 하루하루가 불안한 날의 연속이라는 뜻이다. 권 관장은 파독 한국 광부들은 ‘동백 아가씨’, ‘비 내리는 고모령’, ‘꿈에 본 내 고향’ 등을 부르며 시름을 달래다가 스스로 ‘광부의 노래’를 만들어 불렀다고 회상했다. ‘이역 땅 머나먼 길 떠나오던 그날에, 희망도 부풀었고 눈물짓던 그날에, 지친 몸 부여안고 베갯머리 적시며, 눈물도 말랐더냐 한숨 서러워~.’ 그렇게 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귀국을 며칠 앞두고 양어머니나 다름없이 친하게 지내던 로즈 마리 부인의 적극적인 권유로 독일에 남아 공부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아헨공대 교원대학에 진학한 그가 어릴 적 꿈인 교사의 길로 들어서게 된 것도 이때였다. 이 대학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은 뒤 16년 만에 귀국길에 올라 오늘에 이르렀다. 유학 시절 만난 한국인 여학생과 결혼해 슬하에 4명의 자녀를 두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그는 “광부에서 교수까지 됐으니 내가 가장 출세한 놈이 아니겠느냐”며 웃었다. 선임기자 km@seoul.co.kr ■권이종 관장은 1940년 전북 장수에서 태어나 전주 신흥고를 졸업했다. 군 복무를 마친 후 건설 현장에서 막노동을 하다 1964년 독일로 건너가 메르크슈타인 아돌프 광산에서 3년간 일했다. 그 후 독일 아헨공대 교원대학에서 학사, 석사, 박사 과정을 마쳤다. 최초로 한국 학교를 설립하는 등 청소년 운동에 힘을 쏟기도 했다. 독일 생활을 마감하고 귀국한 후에도 청소년 운동과 교육 발전에 많은 활동을 했다. 문화관광부 청소년정책자문위원, 한국청소년연구소 연구위원, 한국간행물윤리위원, 대통령자문기구 청소년보호위원, 서울시 청소년상담지원센터 소장 등을 지냈다. 현재 한국교원대 명예교수와 한국파독근로자기념관 관장을 맡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국가발전과 사회교육’, ‘청소년지도의 실제’, ‘유럽 주요국 교육제도’, ‘맴도는 아이, 방황하는 부모’, ‘청소년의 두 얼굴’, ‘청소년학개론’, ‘파독광부 백서’, ‘독일에서 흘린 눈물’, ‘막장 광부 교수가 되다’ 등이 있다.
  • “인종차별 핑계 말고 흑인 스스로 롤모델 돼야”

    “인종차별 핑계 말고 흑인 스스로 롤모델 돼야”

    “노예제도와 인종차별의 유산을 핑계로 대지 말고 스스로 흑인들의 롤 모델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흑인 명문대학인 모어하우스 대학 졸업식 축사에서 이례적으로 인종 문제를 거론하며 연설을 했다. 흑인 남성만 다닐 수 있는 모어하우스 대학은 1867년 개교 이래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 목사와 영화 ‘말콤 X’ 제작자인 스파이크 리, 영화배우 새뮤얼 잭슨 등 명사들을 배출했다. 특히 이날 축사는 흑인노예 해방선언(1863년) 150주년, 킹 목사의 워싱턴 평화대행진(1963년) 50주년을 기념해 이뤄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 도중 킹 목사가 ‘내게 꿈이 있습니다’ 연설에서 썼던 ‘형제들’(brothers)이라는 단어를 반복하며 “인종차별을 핑계로 스스로를 정당화시키지 말라”고 강조했다. 그는 “나도 성장과정에서 잘못을 저질렀고, 때로는 그 잘못을 세상이 흑인을 억압하고 있다는 것으로 여겼다”면서 “자라나는 형제들을 위해 좋은 롤 모델을 만들고 힘없는 사람들을 돌보라”고 호소했다. 그는 또 “내 아버지가 나와 어머니에게 한 일을 나는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미셸과 딸들에게 다짐해 왔다”면서 “흑인 남성으로서 스스로를 위해 많은 일을 하면서도 좋은 아버지와 남편이 돼라”고 당부했다. 오바마의 이날 연설은 국세청(IRS)의 보수단체 표적 세무조사, 연방검찰의 AP통신 전화 통화 기록 압수, 미 중앙정보국(CIA)의 리비아 벵가지 영사관 테러 축소 의혹 등 ‘3대 악재’에 시달리는 와중에 이뤄졌다. 워싱턴포스트는 오바마 대통령이 오는 23일 국방대학 연설에서 중산층을 위한 일자리 창출 방안을 소개하고, 미국 대테러정책의 상징이자 인권유린이라는 비난을 받아온 ‘드론’(무인공격기)과 관타나모 수용소에 대한 새로운 정책 방향을 설명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집권 2기 최대 정치적 위기를 맞은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사회의 민감한 사안들에 대한 소신 발언으로 정면 돌파를 선택함에 따라 반전의 계기를 맞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재헌 기자 goseoul@seoul.co.kr
  • ‘아파치’ 닮은 1인승 람보르기니 슈퍼카

    ‘아파치’ 닮은 1인승 람보르기니 슈퍼카

    아파치 헬기를 닮은 1인승 람보르기니 슈퍼카가 공개돼 화제가 되고 있다. 오토모빌리 람보르기니가 창립 50주년 기념으로 진행한 랠리 ‘그란데 지로’(Grande Giro) 행사에서 디자이너 월터 드 실바가 헌정한 모델 ‘에고이스타’(Egoista)를 마지막 날 깜짝 공개했다고 13일 밝혔다. 에고이스타는 폭스바켄 그룹의 디자인을 총괄하고 있는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 월터 드 실바가 참여해 디자인 한 콘셉트카로, ‘이기주의자’라는 뜻을 지닌 차량 이름처럼 운전자 한 사람만을 위해 모든 것이 디자인되고 만들어진 1인승 차량이다. 아파치 군용 헬기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된 외관은 매우 공격적이고 강렬하며, 운전석은 조종석을 형상화했다. 특히 차량 지붕은 덮개처럼 통째로 열고 닫히는 ‘리프팅 캐노피 도어’를 채택, 탈부착이 가능하게 했다. 또 이 차량은 람보르기니를 대표하는 최첨단 경량화 기술과 함께 차체 대부분에 탄소섬유와 알루미늄을 적용해 중량을 1000kg 정도로 한정시켰으며, 운전석 뒤 탑재된 엔진은 가야르도 대표 엔진인 5.2리터 10기통 엔진을 적용, 출력을 기존 570마력보다 30마력 높인 600마력에 맞췄다. 월터 드 실바는 “에고이스타는 자기표현과 쾌락을 극대화하기 위해 주위의 비판도 두려워하지 않는 이들을 위한 모델로 세상에서 가장 타협하지 않는 디자인의 차”라고 설명하고 있다. 한편 람보르기니는 에고이스타 외에도 50주년을 기념한 다양한 모델을 선보인 바 있다. 지난 3월 제네바모터쇼에서는 람보르기니 역사상 최강의 성능을 자랑하는 750마력의 베네노(Veneno)를 선보였다. 사진=오토모빌리 람보르기니 인터넷뉴스팀
  • 4·19 정신 계승… 민주주의 발전 밑거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올해로 창설 50주년을 맞이한 가운데 지난 50년간 선거 제도의 변화에 관심이 쏠린다. 선거가 곧 민주주의의 발전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중앙선관위는 10일을 유권자의 날로 지정했다. 1948년 5월 10일 치러진 제헌국회의원 총선거일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민주 선거로 기록된 제헌총선에서는 의원 200명이 선출됐고 임기는 2년이었다. 당시 전체 후보자 948명 가운데 44%에 해당하는 417명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이때 기록한 95.5%라는 투표율은 아직 깨지지 않고 있다. 1960년 이승만 대통령의 3·15 부정선거와 이에 따른 4·19혁명은 선거사와 민주주의에 큰 변곡점이 됐다. 선거관리위원회가 1963년 1월 21일 헌법기관으로 창설된 것도 4·19혁명 정신에 따른 것이었다. 1967년 대선에서 실시된 월남 파병 군인의 우편투표는 재외국민 투표의 효시가 됐다. 시련도 많았다. 1972년 박정희 대통령의 ‘유신헌법’으로 통일주체국민회의가 대통령과 국회의원 정수 3분의1을 뽑도록 하면서 국민의 선거권이 침해되기도 했다. 중앙선관위원장과 위원 9명도 대통령이 임명했다. 1987년 16년 만에 부활한 직선제로 치러진 13대 대선에서는 서울 구로구을 선관위 투표함 탈취사건이 발생했다. 투표함 이송 과정에서 ‘부정투표함’이라는 오해를 사면서 군중시위가 벌어져 56명의 사상자가 난 사건이다. 중앙선관위는 1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제2회 유권자의 날 기념식을 개최한다. 서울대입구역과 혜화역 등에서 선거 사진 전시회를 비롯해 기념마라톤대회, 국회의원 정수 축소와 후보자 토론회 컷오프제 관련 대학생 토론회도 열린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역사 품은 셰라톤워커힐 50년 사진전

    역사 품은 셰라톤워커힐 50년 사진전

    8일 서울 광진구 셰라톤워커힐 호텔에서 개관 50주년을 맞아 마련한 ‘추억의 사진전’에 옛 모습과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사진들이 출품됐다. ① 당시 국내 최고의 스테이지쇼로 인기를 끌었던 ‘하니비쇼’의 무희들이 각선미를 뽐내고 있다. ② 신혼 여행객 유치를 위해 한 예식장에 내걸렸던 광고판. 워커힐 호텔은 주변의 한강과 아차산 덕분에 영화 촬영지로도 각광을 받았다. ③ 6·25전쟁의 영웅이던 월턴 워커 미8군 사령관을 기려 1963년 4월 일명 ‘워커힐’에 지어진 호텔의 전경. 셰라톤워커힐 호텔 제공
  • ‘사재기 의혹’ 출판사 대표 “사퇴…사옥도 매각”

    ‘사재기 의혹’이 또 터져 출판계에 파문이 일고 있다. SBS 시사 프로그램 ‘현장21’은 지난 7일 자음과모음에서 황석영(70)씨가 등단 50주년 기념으로 낸 장편소설 ‘여울물 소리’와 ‘3만 작가’로 불리는 소설가 김연수(43)씨의 장편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차세대 작가 백영옥씨의 장편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모임’ 등을 조작된 베스트셀러라고 주장했다. 훌륭한 작가와 잘나가는 작가, 많이 팔린다고 알려진 작가들마저 사재기 의혹에 휩싸이자 출판계는 당혹감을 넘어 자괴감에 빠져 있다. 이런 ‘사재기 의혹’이 제기되자 자음과모음 강병철 대표는 8일 보도자료를 내고 “모든 권한을 내려놓겠다”면서 “어떠한 유형의 변명도 하지 않겠다. 사옥도 매각할 것이고 원점으로 돌아가 새로운 길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자음과모음은 강 대표 사퇴에 따라 황광수·심진경 편집위원 등을 주축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고 서점가에 풀린 황석영씨의 ‘여울물 소리’ 책을 수거하기로 했다. 사재기 의혹이 제기된 직후 황석영씨가 자신과 관련이 없다고 해명하며 해당 작품을 절판시키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는 “‘여울물 소리’는 칠순을 맞이해 작가 인생 50년을 기념하는 의미가 실린 주요 작품으로 이런 추문에 연루된 것 자체가 나의 문학 인생 전체를 모독하는 치욕스러운 일”이라며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김연수씨도 “사재기를 원하지도 않고 원할 이유도 없다”고 해명했다. 한국출판인회의(회장 박은주)는 이날 사재기 의혹과 관련, “출판계와 독자에 대한 명백한 범죄 행위”라며 자성의 뜻을 밝혔다. 출판인회의는 이번 의혹을 계기로 출판계의 잘못된 사재기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현재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대신 벌금형으로 강화하도록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사재기를 계속하는 출판사와 이를 조장하는 서점은 명단을 공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출판사들의 사재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1년 생각의나무가 사재기 혐의로 출판인회의에서 제명된 일은 유명하다. 출판사들 자정 노력의 일환으로 2010년 출판물 불법유통신고센터 운영위원회가 사재기 혐의가 있는 도서 4종을 발표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당시 문이당의 ‘아버지의 눈물’, 국일경제연구소의 ‘마법의 돈관리’, 비전코리아의 ‘정성’ 등을 공표했다. 지난해 말 출판사의 ‘사재기’ 관행을 고발한 북스피어 김홍민(37) 대표는 이날 “인터넷 서점에서 시행하는 베스트셀러 순위 경쟁에 노출된 출판사들은 모두 사재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 아니냐”면서 “담론에서 소외되지 않으려는 독자들이 베스트셀러 순위를 신경 쓰는 만큼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고 말했다. 출판사들은 사재기가 독자를 우롱하는 사기 행위라는 것을 잘 알지만 인터넷 서점에서 베스트셀러 위주로 판매가 되기 때문에 사재기 유혹을 떨쳐 버리기가 쉽지 않다. 당시 김 대표의 고발 내용에 자극받은 1인 출판사 가운데 일부는 “사재기하는 방법을 알려 달라”고 하는 웃지 못할 주문을 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사재기에 대한 철저한 감시·조사 이외에 인터넷 서점 등의 베스트셀러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해 전국 단위의 베스트셀러 집계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문소영 기자 symun@seoul.co.kr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자연과 예술의 땅, 노르웨이

    자연과 예술의 땅, 노르웨이

    호수를 연상시키는 코발트빛 바닷물 위로 우뚝 솟은 ‘피오르’(fjord)의 행렬을 보셨습니까. 1만년간 빙하의 침식을 받아 이뤄진 골짜기에 생긴 좁고 긴 만으로 ‘U’자 모양을 이룹니다. 전나무와 자작나무가 우거진 절벽, 기암괴석의 머리에 면사포같이 살포시 덮인 피오르의 하얀 빙하는 죽기 전 꼭 봐야 할, 아니 살아 있기에 마주해야 할 가슴 벅찬 풍광입니다. 북위 60도, 스칸디나비아 반도 북서쪽 자락에 자리한 노르웨이는 1967년 북해 유전 발굴 전까지 유럽의 최빈국에 가까웠습니다. 덴마크와 스웨덴의 지배를 차례로 받고 1905년 가까스로 독립한 뒤 척박한 자연환경과 같은 험난한 길을 걸었습니다. 하지만 매장량 세계 5위의 북해 유전은 노르웨이를 1인당 국내총생산(GDP) 9만 달러를 웃도는 ‘유럽의 사우디’로 바꿔 놓았습니다. 변변찮은 공장 하나 없던 험상궂은 풍광은 그대로 귀중한 관광 자원이 됐답니다. 남녀 구분할 것 없이 얼굴이 하얗고 키가 180㎝를 훌쩍 넘는 노르웨이인들은 과연 행복한 사람들일까요? 수입의 절반 가까이를 세금으로 내지만 길을 걷는 시민들 얼굴에선 근심이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아마도 에드바르 뭉크(1863~1944)나 에드바르 그리그(1843~1907) 같은 걸출한 예술가 덕분이겠죠. 아름다운 피오르에서 영감을 얻은 예술가들은 몽환적인 자연과 함께 여행객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치유합니다. 한순간 당황했다. 잠시라도 호젓한 여유를 즐기려 일행과 떨어져 버스 맨 앞자리에 앉은 게 화근이었다. 오슬로 중앙역에서 탄 34번 버스가 예정된 ‘하겐비’에 정차한 뒤 호기롭게 뒤를 돌아봤으나 승객은 아무도 없었다.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화가 뭉크의 ‘절규’의 배경이 된 이케베르그 다리로 향하던 터였다. ‘절규’할 무렵 휴대전화에 ‘+82’로 시작하는 국제전화가 걸려 왔다. 버스 뒷자리에 앉았던 일행이 뒤늦게 현지인 이야기를 듣고는 다급하게 두 정거장 앞에서 하차했다는 설명이다. 역설적이지만 동네 주민 대부분은 이케베르그 다리가 어디에 있는지 몰랐다. 짧은 영어로 물어 찾아간 이케베르그 다리. 다리라기보다 언덕배기에 꼭꼭 숨은 구비길에 난간 몇 개 설치해 놓은 것에 불과했다. 오슬로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일 따름이다. 뭉크는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표현주의 화가이자 판화 작가다. 그의 초상화가 1000크로네 지폐에 들어 있을 정도다. 노르웨이 국민들이 가장 사랑한다는 예술가로, 탄생 150주년을 맞아 오슬로 시내 곳곳에 관련 전시회와 음악회 등을 알리는 현수막이 넘쳐났다. 진짜 뭉크는 국립미술관에서 만났다. 국립미술관에 특별전시된 ‘절규’ ‘마돈나’ ‘병든 아이’ ‘병실에서의 죽음’ 등은 불우했던 그의 삶을 통째로 옮겨 놓았다. 그런데 소름 끼치던 그의 작품들이 말년으로 갈수록 아이들 동화처럼 포근함을 띤다. 촬영이 금지된 터라 한 시간 넘게 작품 주변만 서성이며 마음속에 담았다. 마음이 차분해졌다. 사실 노르웨이의 첫인상은 꺼림칙했다. 10시간 넘는 비행 끝에 도착한 핀란드 헬싱키. 다시 오슬로행 비행기로 갈아탔으나 창가의 내 좌석은 60대 후반 할머니의 차지가 됐다. 자리를 빼앗은 험상궂은 노르웨이인 노파는 한 시간 넘는 비행 시간 내내 앞 좌석 일행과 독일 방언 같은 노르웨이어를 뱉어냈다. 그런데 도착 20여분 전 갑자기 다정하게 영어로 말을 걸어 왔다. 중국 베이징에서 2년 넘게 살았다는 이야기부터 방문지가 어디인지, 또 좋은 여행 되길 바란다는 인사까지 아끼지 않는다. 아뿔싸, 그들은 바이킹의 후손이었다. 산 만한 덩치에 우락부락한 인상이지만 속내만은 따스했다. 순간 창가 너머로 활처럼 휜 피오르 위에 세워진 중세 도시, 오슬로의 위엄이 눈에 들어왔다. 오슬로의 번화가는 중앙역에서 왕궁에 이르는 칼 요한 거리다. 불과 1.5㎞ 남짓 거리에 의사당, 대성당, 오슬로대학 등이 몰려 있다. 풍성한 녹지가 부러울 따름이다. 이곳 시청에선 매년 노벨평화상 시상식이 열린다. 다른 시상식은 모두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리지만 평화상만은 예외란다. 노벨이 당시 스웨덴의 척박한 속국이던 노르웨이에 혜택을 준 것인데, 오늘날 역전된 양국의 처지를 본다면 뭐라 말할지 궁금하다. 밤 10시. 대낮처럼 환한 백야다. 오슬로항에 도열한 요트들을 뒤로하고 해변가 레스토랑에 자리 잡았다. 노르웨이 하면 연어지만 이곳 사람들은 대구나 청어를 즐긴다. 짜디짠 대구 스테이크에 수프와 빵, 맥주로 주린 배를 채웠다. 영수증에 1인당 500크로네(10만원)가 찍혔다. 일행 누군가가 “뭉크의 ‘절규’는 4월 말에도 초겨울에 버금가는 변덕스러운 날씨와 살인적인 물가 때문”이라는 우스갯소리를 늘어놓았다. 피오르 없는 노르웨이는 상상하기 어렵다. 창처럼 깊고 날카롭게 해안 깊숙이 파고든 피오르는 이맘때면 산정의 눈 녹은 물이 떨어지면서 만든 크고 작은 폭포들로 장관을 이룬다. 오슬로에서 ‘피오르의 수도’ 베르겐까지는 버스로 5시간가량 걸린다. 베르겐은 1048년까지 노르웨이의 수도였다. 노르웨이 최초의 국립극장, 세계 최초의 교향악단이 자리한다. 중세풍 목조건물이 어깨를 나란히 한 브뤼겐이 중심이다. 당시 북유럽 상권을 장악했던 독일 무역상들은 한자(Hansa) 동맹에 따라 이곳에 상관을 짓고 무역을 했다. 걸을 때마다 삐걱대는 나무 보도와 집들로 채워진 어두컴컴한 골목은 현재 예술가들의 작업실로 이용된다. 브뤼겐 맞은편 어시장, 플뢰위엔 산 전망대로 향하는 열차인 플뢰이바넨을 둘러보고 호젓한 교외로 향했다. 오로지 ‘아이를 많이 낳는 것’과 ‘조국의 독립’이 소원이라던 작곡가 그리그의 사택인 ‘트롤헤우겐’까지는 베르겐 시내에서 차로 10여분 남짓 걸린다. 트롤헤우겐은 북유럽 신화 속 요정 트롤이 사는 언덕이란 뜻이다. 그리그가 1885년부터 22년간 살던 집이다. 그리그는 지금도 아내 니나와 함께 피오르를 바라보는 절벽 중간의 납골묘에 묻혀 오후의 햇살을 만끽 중이다. 피오르를 턱밑에 둔 작업실은 생전에 쓰던 피아노 의자와 책상으로 꽉 차 있다. 현지 가이드는 “키가 150㎝에 불과했던 그리그가 두꺼운 베토벤의 교향곡 악보들을 방석 삼아 작업하곤 했다”고 말했다. 박물관으로 쓰이는 생가는 손때 묻은 악보부터 편지, 초상화 등으로 채워졌다. 그런데 초상화나 사진 속 그리그 부부는 단 한 번도 웃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두살배기 외동딸 크리스티나를 잃은 슬픔 때문이라고 한다. 피오르는 인구 500명의 소도시 플롬에 이르자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산악 열차인 ‘플롬스바나’를 타고 베르겐에서 뮈르달을 거쳐 굽이굽이 20㎞의 산길을 돌자 일순 폭설에 휩싸였다. 해발 800m 안팎의 산간 마을과 잔잔한 하천, 만년설로 흰 모자를 쓴 설산, 거기서 떨어지는 폭포가 번갈아 나타났다. 기차는 기울기가 30도를 넘는 협곡을 따라 20여개의 터널을 지난다. 종착지인 플롬은 해발 1300m에 자리한 송네피오르의 내륙 관광 허브다. 송네피오르는 노르웨이 최장 피오르로 204㎞의 길이와 최고 1300여m의 수심을 자랑한다. 하늘을 향해 첨탑처럼 치솟은 고산준봉, 깊고 장대한 계곡에 들어 앉은 노랗고 빨간 지붕의 통나무집이 매력적이다. 고속도로가 없는 노르웨이에서 국도를 따라 다시 울렌스방으로 가는 길은 어디서나 내려 카메라 렌즈만 들이대면 한폭의 그림이 됐다. 잠시 머무르는 관광객도 영감과 치유를 얻기에 충분한 ‘힐링로드’인 셈이다. 오슬로·베르겐·플롬·울렌스방·스타방에르 글 사진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주말 인사이드] 화성, 신대륙인가 신기루인가

    [주말 인사이드] 화성, 신대륙인가 신기루인가

    10년 뒤 화성으로 이주할 우주인을 선발하는 네덜란드 한 민간업체의 공개 모집에 전세계에서 수만명의 지원자가 몰리면서 화성 정착 프로젝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단 떠나면 어떤 경우에도 지구로 다시 돌아올 수 없는 편도 여행인 데도 지난 1월 모집 개시 이후 4월 말까지 3만여명이 30유로(약 4만 3000원)의 지원료를 내고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붉은 행성’ 화성은 과연 ‘푸른 별’ 지구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1969년 달을 정복한 이래 인류는 화성 탐사에 매진해 왔다. 1971년 옛 소련의 ‘마스 3호’가 화성에 처음 착륙한 데 이어 1976년에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바이킹 1, 2호’가 두번째 착륙해 표면 탐사에 성공했다. 1997년에는 NASA의 ‘패스파인더’가 83일간 화성을 탐사하며 각종 정보들을 지구로 전송했다. 그리고 2008년 NASA의 ‘피닉스’가 극지에 착륙해 물의 흔적을 확인하면서 화성 생명체 존재에 대한 희망은 몽상에서 현실의 영역으로 성큼 넘어오게 됐다. 과학자들은 화성의 인간 거주 가능성에 일찌감치 주목했다. ‘이 우주에서 지구에만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엄청난 공간의 낭비다’라는 어록을 남긴 미국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NASA의 화성탐사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큰 업적을 남겼다. 영국의 천체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2008년 4월 NASA 탄생 50주년 기념강연회에서 2020년까지 달 기지를 건설하고, 2025년에는 인간의 화성 탐사를 실현하는 등 달과 화성을 인류 최초의 우주 거주지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닐 암스트롱과 함께 아폴로 11호를 타고 달에 착륙했던 우주비행사 버즈 올드린도 화성 이주 프로젝트를 앞장서 추진하는 선구자이다. 저서 ‘화성 탐사’의 출간을 앞둔 그는 최근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세계는 더 이상 지구에 한정되지 않는다”면서 “인류를 화성으로 데려가는 지도자와 개척자들은 수천년간 인류의 영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드린은 2009년 워싱턴에서 열린 인류의 달 착륙 40주년 행사에서 “이제는 화성과 소행성, 혜성에 인류를 보내는 원대한 목표를 세워야 한다”면서 2021년까지 화성의 위성인 포보스에 유인기지를 세우고, 2031년까지 화성에 인류를 상주시킬 준비를 마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실제 세계 각국에서는 화성 탐사를 넘어 화성 이주를 꿈꾸는 프로젝트들이 속속 진행되고 있다. 1970년대에 이미 화성 이주 계획을 세운 바 있는 NASA는 2030년쯤 화성에 유인 탐사선을 보내 500일간 머물게 하는 ‘유인 화성탐사 계획’을 2010년 발표했다. 러시아도 2030년까지 화성에 기지를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러시아 연방우주항공청은 지난해 3월 무인 화성탐사선 포보스 그룬트호의 실패로 구겨진 우주강국 자존심을 되살리기 위해 달에 유인우주선을 보내고 화성에 탐사기지를 세워 장기적으로 화성을 ‘식민지’로 개척하겠다는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러시아는 1900억원을 들여 제작한 포보스 그룬트호가 2011년 발사 직후 예정 궤도를 이탈, 태평양에 추락하면서 우주 강국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화성은 국가 차원을 넘어 민간 기업들에도 매력적인 개척지로 떠올랐다. 화성 거주 우주인 공개모집에 나선 주체는 네덜란드의 공학자 출신 사업가 란스도르프와 일부 과학자들이다. 이들이 추진하는 벤처 프로젝트 ‘마스 원’(Mars One)은 올해 우주인 후보 40명을 뽑아 화성과 비슷한 환경의 사막에서 적응훈련을 한 뒤 24명을 최종적으로 선발해 2023년 첫 화성 이주자 4명을 착륙시킨다는 계획이다. 이후 2년마다 4명씩 추가로 보내 2033년 최종적으로 24명으로 구성된 화성 정착촌을 완성한다. 프로젝트 비용은 60억 달러(약 6조 6000억원)에 이른다. 일부를 TV리얼리티쇼 중계 계약을 통해 충당하기로 했다. 마스 원은 지난 1월 홈페이지를 통해 화성을 개척할 우주인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게재했다. 18세 이상의 성인 남녀는 누구나 지원할 수 있으며, 학력 등 구체적인 자격 조건은 없다. 마스원은 그러나 “지구로 돌아오는 것은 기대할 수 없다”고 밝혔다. 화성의 중력은 지구의 38%에 불과해 인간의 골밀도와 근육 등이 줄어들기 때문에 지구 환경으로 돌아오면 살 수 없으며, 또 화성에서 지구로 귀환할 로켓을 쏘아 올리거나 7개월의 여정 끝에 지구 궤도에 있는 우주 정거장과 도킹(정박)하는 것도 현재 기술로는 불가능하다. 미국의 민간 우주업체 스페이스X도 지난해 11월 화성 식민지 건설 프로젝트를 발표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스페이스X의 엘런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앞으로 20년 내에 8만명이 거주할 수 있는 정착촌 건설에 착수할 것”이라면서 “인류는 화성 식민지에서 자급자족이 가능한 문명을 시작하고 더욱 큰 문명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페이스X는 지난해 5월 NASA와 협력해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민간 우주선을 처음으로 보내는 등 민간 우주기업 중 가장 앞선 기업이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화성 식민지 건설에 들어가는 비용은 360억 달러(약 39조원)로 예상하고 있다. 화성 이주선의 탑승료는 1인당 50만 달러로 책정됐다. 화성은 우주 식민지 건설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후보지로 꼽혀 왔다. 현재까지 알려진 행성 중 지구와 가장 유사한 환경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다른 우주 행성과 비교했을 때의 상대적인 우위일 뿐 현실적인 장애물은 도처에 널려 있다. 왕복 탐사에만 2~3년이 걸리고, 식량 보급도 어려운 데다 오랫동안 고립된 공간에서 생활해야 하는 우주인의 신체적·정신적 스트레스도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화성 탐사와 정착을 가로막는 걸림돌은 조금씩 제거되고 있다. 러시아와 유럽우주기구(ESA)가 2010년 모스크바의 철제 모형 탐사시설에 우주공간과 유사한 환경을 만들어 우주인 6명을 520일간 격리훈련시킨 화성탐사 시뮬레이션도 그러한 도전의 하나이다. ISS 운용에서 터득한 노하우도 화성 정착의 가능성을 앞당기는 힘이 되고 있다. 인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두 바퀴였던 호기심과 도전이 화성 정착의 꿈을 이루게 할지 주목된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과거사·영토 갈등 속 한·중·일 첫 장관급 대화…민간교류는 잇단 스톱

    한국과 중국이 영토와 과거사 문제로 일본과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3국이 처음으로 장관급 대화를 갖는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과 일본의 이시하라 노부테루 환경상, 중국의 리간제(李幹傑) 환경부 부부장(차관)은 오는 5~6일 일본 기타큐슈에서 동아시아 환경오염 문제 등을 논의한다. 정례 환경장관 회담으로 15번째다. 이번 회담에서는 특히 중국에서 날아오는 PM 2.5(지름 2.5㎛ 이하의 미세먼지)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 등을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중국이 저우성셴(周生賢) 환경부장 대신 리 부부장을 참석시킨 것은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 등과 관련한 일본과의 갈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의가 3국 정부 간 회의를 재개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과거사 발언 이후 한·일 간 민간 교류는 잇따라 파행을 겪고 있다. 양국 정·재계 인사들로 이뤄진 한·일 및 일·한 협력위원회가 오는 20일 도쿄 시내 호텔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던 50주년 기념 합동 총회 및 리셉션을 연기하기로 했다. 일한협력위원회(회장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는 지난 1일 회원들에게 “한국 측과 거듭 협의한 결과 제반 사정에 따라 이번에는 (50주년 기념식을) 연기하고 나중에 개최하기로 했다”고 통보했다. 규슈국립박물관도 백제문화를 소개할 목적으로 한·일 불교 작품 등을 전시하는 ‘백제전’을 연기했다. 나가사키현 쓰시마시에서 도난당한 불상의 반환이 이뤄지지 않고 한국에서 반환 반대 운동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도쿄 이종락 특파원 jr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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