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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소아줌마 성추행, 어느 정도인가 했더니…

    청소아줌마 성추행, 어느 정도인가 했더니…

    서울대 공대 건물 청소를 담당했던 최분조(61·여)씨는 매일 오전 공대 앞에서 ‘강제 성추행 가해자는 정상 근무, 피해자는 부당 해고’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최씨는 “여성 청소원에 대한 전 소장의 성추행 문제를 제기했다가 알지도 못하는 곳으로 강제 전출됐다.”면서 “또 복직시켜 주겠다고 부른 자리에서 당시 현장 반장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또 “피해자는 쫓겨나고 가해자는 버젓이 일하고 있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면서 “억울함에 잠이 안 와 3개월 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공대 건물을 청소하거나 경비를 맡은 비정규직 60명과 대학생 10명 등은 지난 11일 오전 11시 40분쯤 건물 현관 앞에서 최씨 사건과 관련, ‘서울대는 성범죄자를 즉시 퇴출하라.’, ‘최씨를 복직시켜라.’라는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가졌다. 또 학내를 돌며 시위했다. 대부분 50대를 넘긴 비정규직 여성들이다. 서울대 측은 이에 대해 “용역업체의 일이기 때문에 학교가 관여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비정규직 여성청소원들이 인권 사각지대에 내몰리고 있다. 일부 관리자들에게 성추행과 폭언 등을 당해도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다. 자칫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문제 제기조차 쉽게 하지 못하는 것이다. 서울에 있는 모 사립대에서 청소를 하는 A(62·여)씨도 지난해 12월 휴게실에서 관리자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쉬는 시간에 잠시 잠든 사이 깨우는 과정에서 현장 관리반장이 A씨의 가슴을 만졌다는 것이다. A씨는 항의했지만 “그냥 어깨를 치면서 깨웠을 뿐”이라는 반장의 변명에 입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청소원 조모(56·여)씨는 “용역회사에서 관리자들에게 인사권을 주기 때문에 일을 계속 하고 싶으면 잘 보여야 한다.”면서 “성추행을 당해도 어디 가서 말도 못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서울대분회는 “성추행 문제를 비참하게 생각해 숨기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면서 “드러나지 않은 성추행은 이보다 훨씬 심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씨처럼 문제를 수면위로 끌어올려 놓은 사례가 이례적일 정도”라고 덧붙였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지역 비정규직 청소원 16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면접 조사에서 22.9%가 ‘만남 강요 및 성적인 농담 등의 성희롱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주요 가해자는 용역회사 관리자인 경우가 50%에 달했다. 명희진기자 mhj46@seoul.co.kr
  • 비정규직 女청소원 인권 사각지대 내몰려

    비정규직 女청소원 인권 사각지대 내몰려

    서울대 공대 건물 청소를 담당했던 최분조(61·여)씨는 매일 오전 공대 앞에서 ‘강제 성추행 가해자는 정상 근무, 피해자는 부당 해고’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최씨는 “여성 청소원에 대한 전 소장의 성추행 문제를 제기했다가 알지도 못하는 곳으로 강제 전출됐다.”면서 “또 복직시켜 주겠다고 부른 자리에서 당시 현장 반장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또 “피해자는 쫓겨나고 가해자는 버젓이 일하고 있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면서 “억울함에 잠이 안 와 3개월 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공대 건물을 청소하거나 경비를 맡은 비정규직 60명과 대학생 10명 등은 지난 11일 오전 11시 40분쯤 건물 현관 앞에서 최씨 사건과 관련, ‘서울대는 성범죄자를 즉시 퇴출하라.’, ‘최씨를 복직시켜라.’라는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가졌다. 또 학내를 돌며 시위했다. 대부분 50대를 넘긴 비정규직 여성들이다. 서울대 측은 이에 대해 “용역업체의 일이기 때문에 학교가 관여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비정규직 여성청소원들이 인권 사각지대에 내몰리고 있다. 일부 관리자들에게 성추행과 폭언 등을 당해도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다. 자칫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문제 제기조차 쉽게 하지 못하는 것이다. 서울에 있는 모 사립대에서 청소를 하는 A(62·여)씨도 지난해 12월 휴게실에서 관리자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쉬는 시간에 잠시 잠든 사이 깨우는 과정에서 현장 관리반장이 A씨의 가슴을 만졌다는 것이다. A씨는 항의했지만 “그냥 어깨를 치면서 깨웠을 뿐”이라는 반장의 변명에 입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청소원 조모(56·여)씨는 “용역회사에서 관리자들에게 인사권을 주기 때문에 일을 계속 하고 싶으면 잘 보여야 한다.”면서 “성추행을 당해도 어디 가서 말도 못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서울대분회는 “성추행 문제를 비참하게 생각해 숨기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면서 “드러나지 않은 성추행은 이보다 훨씬 심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씨처럼 문제를 수면위로 끌어올려 놓은 사례가 이례적일 정도”라고 덧붙였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지역 비정규직 청소원 16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면접 조사에서 22.9%가 ‘만남 강요 및 성적인 농담 등의 성희롱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주요 가해자는 용역회사 관리자인 경우가 50%에 달했다. 명희진기자 mhj46@seoul.co.kr
  • 두들겨 맞는 민원 공무원들

    두들겨 맞는 민원 공무원들

    공무원 수난시대다. 지방자치단체 민원 담당 공무원에 대한 민원인들의 폭언·폭행이 도를 넘으면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할 상황이지만 정부는 이를 외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의 악성 민원인에 대한 대책수립이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지난 4월 경기 성남시에서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이 민원인이 휘두른 흉기에 찔리는 사건이 터진 뒤에도 망가진 공권력을 바로잡을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김황식 국무총리가 지난달 11일 서민생활대책 점검회의에서 공무원에 대한 안전한 근무환경 조성을 지시했으나 헛구호에 그쳤다. 지난 4월 5일 대구 서구 비산7동 주민센터는 50대 여성이 난입하면서 아수라장이 됐다. 이 여성은 공공근로 일자리 대상자에서 제외된 것에 앙심을 품고 사회복지담당 공무원의 머리채를 잡고 바닥에 쓰러뜨린 뒤 “칼로 찔러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됐다 풀려난 직후 서구청 경제과 일자리 창출 담당 공무원에게도 똑같은 방식으로 행패를 부렸다. 경찰에게 다시 체포된 이 여성은 이틀 뒤 또다시 주민센터와 구청에 나타나 난동을 부렸다. 전국공무원노조 대경본부 서구지부 관계자는 “직원들이 청원경찰을 확대 배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아무런 후속 대책도 세우지 못하고 유야무야됐다.”면서 “중앙정부는 말이 없고 기관장은 표부터 의식해야 하니 그냥 ‘X 밟았다’고 생각하고 넘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폭언과 폭행 사건이 자주 발생하는 지자체 사회복지과나 민원 담당 부서는 기피부서가 된 지 오래다. 제주시가 2010년부터 지난 3월까지 시 본청과 읍·면·동에서 상해 사례를 조사한 결과 흉기와 가스총 등을 소지한 계획적인 폭행 사건이 6건, 기물 파손 및 협박 사건이 15건에 달했다. 서울의 한 자치구 민원담당자는 “뺨 한 번 안 맞아보고 대민부서에서 제대로 일했다고 얘기하지 못할 정도”라면서 “폭행은 경찰에 신고해 제지라도 할 수 있지만 은근한 협박과 뜨거운 커피잔을 던지는 것 같은 일상적인 피해는 하소연도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도 대민 서비스 강화에만 신경을 쓸 뿐 공무원 안전 보장에 대해서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책이라곤 경범죄 처벌법을 강화해 내년 3월부터 관공서 난동자에 대한 벌금을 10만원에서 60만원으로 상향 조정한 것이 전부다. 박흥식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는 12일 “권력의 중심이 관(官)에서 시민으로 전환되는 과도기에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런 문제는 더 많이 발생할 것”이라면서 “악성 민원인에 대한 대응 매뉴얼을 강화하고 민원인 성격에 따른 분류를 세분화하는 등 대책을 서둘러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새누리 ‘경선관리위 11일 출범’ 의결

    새누리 ‘경선관리위 11일 출범’ 의결

    새누리당 18대 대통령선거 경선관리위원장으로 김수한 전 국회의장이 내정됐다. 새누리당은 7일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갖고 다음 주초 경선관리위원회를 출범시키기로 의결했다. 6선 국회의원 출신인 김 전 의장은 15대 국회 전반기인 1996~1998년 국회의장을 지냈다. 지난 17대 대선 당시에는 경선준비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부위원장에는 이주영 전 정책위의장이 거론되고 있고 간사는 사무1부총장인 신성범 의원이 내정됐다. 총 13명 규모로 구성될 예정이고 원내와 원외를 50대50 비율로, 여성을 30% 포함시키는 전례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김영우 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경선관리위에 대한 구체적인 안은 오는 11일 회의에서 토론하고 의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경선관리위 구성을 마치기까지 경선 룰을 어떻게 조정할지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서병수 사무총장은 “경선 룰 변경 등 각 후보자들의 요구사항을 수렴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긴 한데 경선관리위원회 안에서 논의할지 최고위원회의에서 다룰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면서 “위원들도 비박계 후보 대리인들이 비토하는 사람들을 인선하지 않기 위해 각 후보 대리인들에게 의견을 물을 것이고 가급적 중립적인 인사들로 구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 총장은 그러면서 “룰을 변경하려면 경선 시기까지 연동이 돼야 하고 룰을 고침으로 해서 반발하는 세력도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룰 변경에 대해서는 여전히 조심스러워했다. 당 경선관리위원회 출범이 다가오면서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대선 출마 선언도 임박해지는 분위기다. 6월 중순쯤으로 예상됐던 캠프 출범도 점점 가시화되고 있다. 이정현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전 위원장의 출마 선언 시점을 두고 “빠른 시일 내에 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경선관리위가 공식적으로 발족한 뒤 후보 등록을 개시하는 시점에 박 전 위원장도 공식 도전을 선언하는 게 맞는 수순이라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이 최고위원은 박 전 위원장의 총선 이후 행보에 대해서도 “소상공인들 중 일부를 만나고 있고 지금도 많은 간담회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전 위원장은 총선이 끝난 뒤에도 분주하게 일정을 소화하며 정책 전문가들뿐 아니라 다방면의 인사들과 접촉면을 넓혔다. 박 전 위원장은 공식적인 대선 도전에서도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도록 민생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치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위원장이 총선 유세 현장에서부터 지금까지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도 민생과 약속이었다. 이날 오후 서울지역 초선 의원들과의 오찬을 비롯해 최근 동료 의원들과의 만남에서 박 전 위원장은 줄곧 약속을 잘 지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여성·재야·학계 ‘소외’… 대법관 14명중 12명이 서울법대

    여성·재야·학계 ‘소외’… 대법관 14명중 12명이 서울법대

    양승태 대법원장이 5일 제청한 4명의 대법관 후보자가 최종 임명되면 양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14명 모두 이명박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들로 채워진다. 유일한 여성인 박보영 대법관을 제외하면 모두 50대 이상 남성이기도 하다. 노무현 정부 때 있었던 40대 여성, 재야법조인, 비(非)법원장 출신 등의 ‘파격 제청’은 이번에도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대 법대 출신이 12명으로 사실상 특정대학 출신이 대법원을 장악하게 된다. 노무현 정부때 야당인 한나라당은 대법관 제청 때마다 사법부의 ‘좌편향’을 격렬히 비판했다. 이번엔 야당인 통합민주당이 대법원의 보수화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 보수와 진보의 양날개로 우리 사회의 균형적 잣대를 유지해야 할 대법원 구성이 정권에 따라 좌클릭, 우향우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이번에 제청된 4명 모두 법원과 검찰의 고위직을 거쳐 조직 내부적으로는 무리 없는 인사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학계나 재야법조인, 여성법조인이 포함되지 않는 등 내적 다양성을 갖추는 데는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도 “가치관과 여성 배려 차원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재추천을 촉구했지만 대법원장이 남성, 고위 법관 중심으로 4명의 제청을 강행한 것을 청문회 과정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겠다.”고 벼르고 있다. 물론 광주(고영한), 경북(김병화), 충남(김창석), 부산(김신) 등 출신지역별로 안배가 됐고, 향판 출신과 비서울대(고려대) 출신도 각각 1명씩 포함돼 있는 것은 그나마 긍정적이다. 일부 후보자들은 다소 전향적인 판결을 이끌기도 했다. 연구모임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등 학구적 태도를 갖춘 인사도 포함돼 있다. 고영한 후보는 재판 능력과 사법행정 능력을 함께 갖춘 법관으로 평가된다. 전향적인 판결에도 관여했다. 1991년 서울고법 근무 당시 야당인 신민당 유성환 의원이 이른바 국시(國是) 발언으로 기소된 ‘국회의원 면책특권 사건’에서 고 차장은 면책특권을 폭넓게 해석해 무죄를 선고했다. 한국 근현대사 100대 판결로 꼽힌다. 김신 후보는 부산지법과 울산지법, 부산고법 등을 거쳐 올해 울산지법원장에 오르는 등 법관 생활 30년을 부산과 울산 지역에서 근무한 전형적인 향판이다. 임용 당시부터 자신을 제약했던 소아마비 장애도 이겨냈다.법관 재임중 국민연금의 장애 범위를 확대해석하고, 불법체류 이주노동자의 산업재해를 인정하는 등 소수자 보호를 위한 판결을 이끈 점도 눈에 띈다. 김창석 후보는 수원지법 부장판사 시절 삼성전자 소액주주들이 이건희 삼성 회장과 전·현직 이사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경영진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함으로써 기업의 경영판단과 관련한 책임의 한계를 최초로 제시했다. 서울고법 부장판사 시절 삼성SDS의 신주인수권부사채 헐값 발행 사건과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 사건 등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을 맡아 주목 받기도 했다. 유지담 대법관 이후 첫 고려대 출신 대법관 후보로 제청됐다. 안대희 대법관의 후임 몫으로 제청된 김병화 후보는 1978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당시 내무부 사무관으로 근무하다 뒤늦게 사법시험에 합격해 검사의 길을 걸었다. 서울대에서 행정법 박사 학위를 취득한 학구파이기도 하다. 인천지검에서는 ‘중국연구회’라는 연구모임을 만들기도 했다. 개별적으로는 모두 나름대로의 제청 배경과 장점 등을 갖추고 있지만 이들 네 명의 후보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순조롭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른바 ‘사법부 다양화’의 가치가 훼손됐다는 논란과 더불어 불투명한 국회 일정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50대 주폭, 장애인 친구 동거녀 성폭행

    서울 강남 지역에서 술에 취해 여성 장애인을 성폭행하고 동네 주민들에게 상습적으로 행패를 부린 50대 ‘강남 주폭’이 경찰에 붙잡혔다. 수서경찰서는 5일 음주 상태로 성폭행 등을 저지른 공모(59)씨를 성폭력 범죄 처벌 특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공씨는 지난해 12월 하반신마비로 장애인이 된 고향친구 A씨와 지적장애 3급을 앓고 있는 A씨의 애인 박모(47)씨와 함께 술을 마시다 박씨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A씨는 공씨에게 욕설을 하며 성폭행을 강하게 제지했지만 하반신마비 장애인인 A씨가 공씨의 범행을 물리적인 힘으로 막기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는 임대아파트에서 정부 보조금에 의지해 살아갈 정도로 형편이 좋지 못했다. 공씨는 또 술에 취해 강남구 일원동의 사회복지관, 상가 등을 돌아다니며 주민들을 폭행하고 소란을 피워 영업방해를 하는 등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모두 13차례에 걸쳐 음주폭력을 저질러 온 혐의도 받고 있다. 공씨는 지난달 20일 오후 8시 20분쯤 일원동 한 아파트 벤치에서 술을 마시다 1년 전 “행패를 부린다.”며 자신을 경찰에 신고한 홍모(53)씨를 발견해 보복폭행을 가하기도 했다. 경찰조사 결과 공씨가 저지른 동종전과 23건 모두 주취상태 범행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기수파괴 없는 서열위주… 대부분 중도·보수 ‘다양성 실종’

    기수파괴 없는 서열위주… 대부분 중도·보수 ‘다양성 실종’

    “서열 위주의 관행 인사다.” “사법부 보수화가 우려된다.” 2005년 당시 최종영 대법원장이 현 대법원장인 양승태 특허법원장을 대법관 후보자로 제청하자 시민사회와 법조계 일각에서 비판론이 제기됐다. 그후 7년, 양 대법원장이 똑같은 비판을 받고 있다. 다음달 10일 퇴임하는 대법관 4명의 후임 후보 13명이 추천되자 법조계가 양 대법원장의 선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법관 후보는 고위 법관 9명, 검찰 간부 3명, 판사 출신 교수 1명으로 모두 남성이 추천됐다. 지난해 9월 취임 자리에서 양 대법원장은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외형적 다양성은 중요하고 특정 학교, 특정 지역 일색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다만 대법원의 업무를 고려하면 고도의 법률적 소양과 경험을 갖춘 사람이 필요하다는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 대법관 후보 인선은 이처럼 안정 속에 다양성을 찾는다는 양 대법원장의 의중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법부 보수화’ 예고 이번에 추천된 대법관 후보에서 여성과 재야 출신은 모두 빠졌다. 일각에서는 추천할 만한 인물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후보로 꼽혔던 여성 법관들은 “재산이 많다.” “남편이 국회의원이다.” 등의 약점이 대두됐고, 사법연수원 19기인 김소영(47) 대전고법 부장판사까지 하마평에 올랐지만, 현 사법부는 기수를 파괴할 만큼의 용기를 내지 못했다. 변호사 출신은 재산과 수임 사건 등이 공개돼 대법관 인선 때마다 당사자들이 손사래 치며 고사하던 모습이 이번에도 되풀이됐다. 13명의 대법관 후보들은 대부분 중도·보수적이고 ‘서울대 법대·50대 남성’이라는 대법관의 정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일부 후보들은 비(非)영남과 비(非)서울대 법대, 지역판사(향판) 자격으로 추천됐지만 다양성을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이다. 후보 중 가장 앞선 인물은 호남 출신의 고영한(57·연수원 11기) 법원행정처 차장이다. ‘법관 엘리트 코스’로 불리는 행정처 출신으로 재판능력과 사법행정 능력을 두루 인정받아 후임 대법관 1순위로 법원 안팎에 이견이 없다. 진보적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인물로는 우리법연구회 창립 멤버인 유남석(55·연수원 13기) 서울북부지법원장이 꼽힌다. 전남 목포 출신으로 상대적으로 기수도 낮아 연공서열도 다소나마 무너지는 결과가 된다. 지방에서만 근무한 ‘향판’ 출신인 김창종(55·연수원 12기) 대구지법원장과 김신(55·연수원 12기) 울산지법원장의 제청 여부도 관심이다. 이들 향판 출신 후보들은 정통 법관으로서 안정성과 다양성 확보 측면에서 조건을 고루 충족한다. 또 김 대구지법원장은 비서울대(경북대) 출신이고, 김 울산지법원장은 장애(소아마비)를 지녀 다양성 확보의 한 축이 될 수도 있다. 2004년 부산 출신 향판 조무제 전 대법관 퇴임 이후 향판 출신 대법관은 선임되지 않고 있다. ●검찰 몫 1명 배정 관행 비판론 제기 전망 검찰 후보는 추천된 3명보다 빠진 1명이 더 화제다. 길태기(54·연수원 15기) 법무부 차관이다. 후보 추천은 당사자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길 차관 본인이 고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법조계에서는 보고 있다. 검찰 후보군 중에는 신영철·이인복 대법관과 같은 대전고 출신인 안창호(55·연수원 14기) 서울고검장이 가장 앞선다. 출신 고등학교만 아니면 가장 유력했던 인물이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 수뇌부들이 줄줄이 대법관 직을 사양한 셈이어서 1명의 대법관을 검찰 몫으로 배정하는 관행에 대한 비판론이 다시 한번 제기될 전망이다. 앞서 김진태(59·연수원 14기) 대전고검장과 채동욱(53·연수원 14기) 대검찰청 차장은 천거 단계에서부터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위 검찰들이 6년 임기의 대법관보다 임기는 짧아도 검찰총장이나 법무부 장관을 더 선망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검찰의 한 간부는 “안대희 대법관이 6년 사이에 정말 많이 늙었다는 말이 이구동성으로 나온다.”면서 “대법관이 영광스러운 자리이기는 하지만, 다른 12명의 대법관 사이에서 기록만 보며 공직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검찰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어깨통증 200만명 앓는다

    뚜렷한 이유 없이 어깨가 아픈 이른바 ‘오십견’을 비롯한 어깨통증 환자가 지난해 200만명을 넘어섰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3일 오십견 등 어깨통증 진료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06년 137만명이던 어깨통증 환자가 지난해 210만 867명으로 연평균 8.9% 늘었다고 밝혔다. 남성은 2006년 53만 9000명에서 지난해 84만 2000명으로, 여성은 83만 1000명에서 125만 9000명으로 늘었다. 전체 진료환자 중 35%는 ‘어깨 유착성 피막염’(일명 오십견), 19%는 근육둘레띠 증후군(어깨 회전근육 손상)으로 치료를 받았다. 연령별로는 50대가 30.7%로 가장 많았고, 60대 22.7%, 70세 이상 18.8%, 40대 17.9% 순이었다. 오십견 환자의 증가 등과 관련, 전문가들은 “스포츠를 과도하게 즐기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어깨통증 환자도 늘어나고 있다.”고 추정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향판’·장애인 등 13명 대법관 후보 추천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는 오는 7월 10일 임기가 끝나는 박일환·김능환·안대희·전수안 대법관의 후임으로 고영한(57·사법연수원 11기) 법원행정처 차장 등 13명의 후보를 1일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추천했다. 이른바 ‘파격 인사’는 추천되지 않아 신임 대법관 4명이 취임하게 되면 박보영 현 대법관을 제외한 대법관 모두가 50대 이상 남성으로 채워지게 될 전망이다. 지역법관과 장애인, 대학교수 등이 포함된 것은 그나마 긍정적이다. ●박일환 대법관 등 4명 새달 10일 퇴임 추천위원회는 이날 판사 출신으로 고 차장을 비롯해 조병현(57·연수원 11기) 서울행정법원장, 서기석(59·연수원 11기) 수원지법원장, 강영호(54·연수원 12기) 서울서부지법원장, 김창석(56·연수원 13기) 법원도서관장, 유남석(55·연수원 13기) 서울북부지법원장, 최성준(54·연수원 13기) 춘천지법원장 등을 추천했다. 지방에서만 근무한 ‘향판’ 출신으로는 김창종(55·연수원 12기) 대구지법원장과 김신(55·연수원 12기) 울산지법원장이 각각 추천됐다. 김 울산지법원장은 과거 소아마비 장애로 법관 임용에서 탈락하기도 했다. 향판 출신은 2004년 이후 8년 동안 임명되지 않고 있다. 또 평생법관제 취지에 따라 지난 2월 재판 업무에 복귀한 법원장들은 이번 추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안대희 대법관 후임 성격으로 지명된 검찰 몫의 후보자는 공안통과 수사통을 각각 대표하는 안창호(54·연수원 14기) 서울고검장과 김홍일(56·연수원 15기) 부산고검장이 추천됐고, 김병화(57·연수원 15기) 인천지검장도 이름을 올렸다. 학계 인사로는 부장판사를 지낸 윤진수(57·연수원 9기) 서울대 교수가 추천됐다. ●검찰 간부 3명 검찰 몫으로 추천 이번 후보자 추천에는 여성이나 순수 재야인사가 포함되지 않아 ‘대법관 구성 다양화’의 흐름에 역행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전망이다. 후보자 대부분이 사실상 현직 고위 법관과 검찰 고위직으로 사법연수원 기수를 그대로 따랐다. 윤 교수도 법원 출신으로 순수한 의미의 비법조계 인사라고 할 수 없다. 후보자 13명 가운데 법조 엘리트를 대표하는 서울대 법대 출신은 8명으로 가장 많았다. 장명수 위원장은 “대법관으로서 갖춰야 할 전문적 법률지식과 인품, 소통과 봉사의 자세 등을 겸비한 후보를 추천했다.”고 말했다. 양 대법원장은 추천 후보자 가운데 4명을 확정해 며칠 내에 이명박 대통령에게 임명제청하고, 국회 임명동의를 거쳐 대법관에 취임하게 된다. 앞서 김용덕·박보영 대법관 후보 제청은 3일 만에 이뤄졌지만, 국회 여야 대치로 임명 동의가 지연된 바 있다. 현재 국회 원구성이 이뤄지지 않아 최종 임명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사건 Inside] (33) 장난에서 비롯된 맹신이 낳은 세모녀의 비극

    [사건 Inside] (33) 장난에서 비롯된 맹신이 낳은 세모녀의 비극

     지난 3월 6일 한 여성이 어린 두 딸의 손을 잡고 전북 부안군 변산면 격포리의 모텔로 들어왔다. 딸들의 표정이 약간 어두운 듯 했지만 딱히 이상한 점은 보이지 않았다.  이틀 뒤 객실 청소를 하러 들어간 모텔 직원은 끔찍한 장면을 목격했다. 침대 위에 누워있는 작은 딸(6)은 이미 싸늘하게 식어있었다. 큰 딸(10)은 이불에 둘둘 말려 침대와 창문 사이 공간에 방치돼 있었다. 화장대 위에는 유서로 보이는 편지도 발견됐다. 엄마 권모(38)씨가 두 딸을 살해하고 자취를 감춘 것이 유력해 보였다.  소스라치게 놀란 직원은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유서 내용으로 미뤄볼 때 권씨가 자살할 장소를 찾고 있을 것이라고 판단, 수색에 나섰다. 자살을 하기 위해 부안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던 권씨는 결국 10일 새벽 모텔 인근 공중화장실서 경찰에 붙잡혔다. 권씨는 자신의 손을 묶은 채 물에 뛰어들기도 하고 옥상에도 올라가봤지만 끝내 목숨을 끊지 못했다고 했다. 권씨는 경찰 조사에서 순순히 자신의 범행을 인정했다. 욕조에서 큰 딸을 익사시킨 것도, 잠 자던 둘째 딸의 얼굴을 베개로 눌러 질식시킨 것도 자신이라고 말했다. 또 빚이 많아서 죽을 결심을 하게 됐다고도 했다.  사건은 가난이 원인이 된 참극으로 마무리 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그 순간 비정한 엄마는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 “명령을 받았어요. 아기를 죽일 수밖에 없었단 말이에요.”   ●문자로 지령 내리는 희한한 신 ‘시스템’의 정체는  권씨가 양모(32)씨를 만난 것은 2010년 9월 학부모 모임에서였다. 나이 차는 꽤 있었지만 권씨는 자신을 잘 따르던 양씨를 동생처럼 여겼다. 같은 나이의 자녀를 키우고 있었다는 점에서 공감대도 금방 형성됐다.  당시 남편과의 불화로 마음앓이를 하고 있던 권씨는 ‘절친’인 양씨에게 시시콜콜한 것까지 다 털어놨다. 스스로를 모 국립대학교 교직원으로 소개한 양씨라면 평범한 주부인 자신에게 현명한 조언을 해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이는 권씨만의 생각이었다. 양씨가 자신을 잘나가는 커리어우먼으로 포장한 것은 단지 질투 때문이었다. 권씨의 딸이 자신의 아들보다 똑똑한 것을 시기한 양씨가 자신이 뒤쳐져보이지 않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이다.  “언니, 사실은 아무한테도 말한 적 없는데 내가 잘 사는데는 다 이유가 있어.”  어느 날 양씨는 권씨에게 희한한 얘기를 꺼냈다. 자신이 멋진 삶을 누리는 것은 ‘시스템’의 지시를 따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호기심이 동한 권씨는 양씨의 말을 귀담아 듣기 시작했다. 일단 시스템에 가입하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지령이 오는데 이것을 그대로 따라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허무맹랑한 이 이야기는 양씨가 권씨를 골리기 위해 반장난식으로 꾸며낸 것이었다. 하지만 순진한 권씨는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믿었다.  처음에는 양씨는 권씨에게 “양씨의 집 문 앞에 피자를 가져다 놓아라.”는 등 사소한 지령들을 문자메시지로 보냈다. 하지만 시키는대로 꼬박꼬박 잘 따라 하는 권씨를 보면서 양씨는 점점 욕심이 생겼다. 문제는 양씨가 단순한 욕심에 그친 것이 아니라 평소 질투하던 권씨의 딸들에게까지 화살을 돌렸다는 점이다.   ●뜨거운 음식 19분안에 먹기…잔혹한 아동학대 뒤 살해 명령까지  시스템의 지령은 갈수록 극단적으로 변했다. 지령은 크게 금전적인 것과 교육적인 것으로 나뉘었다. 처음에는 기계 등록비 명목으로 뜯어내던 돈은 점차 액수가 커졌다. 권씨는 불법 사금융에 대출까지 받아가면서 2년간 1억 4000만원을 시스템에 바쳤다. ‘시스템’인 양씨는 이 돈을 가지고 명품 가방을 사는 등 모두 탕진했다. 돈 갈취보다 심한 것은 교육을 빙자한 아동학대였다. 어린 딸들을 전주역 공중화장실에 매일 12시간씩 서있게 한다든지 노숙을 하도록 지시한 것은 예삿일이었다. 심지어 하루에 라면 한끼만 먹게 하거나 뜨거운 음식을 19분안에 강제로 먹도록 시키기도 했다. 아이들이 명령을 지키지 못하면 대나무 몽둥이로 50대씩 때리라고까지 했다. 때로는 양씨 스스로 매가 부러질때까지 아이들을 폭행했다. 때리다 힘이 부치자 내연남 조모(38)씨까지 끌어들였다.  권씨는 이 모든 지령을 순순히 따랐다. 입단속을 위해 아이들에게 거짓말까지 시켰다. 2년동안 권씨가 ‘시스템’의 지령을 어긴 것은 단 두번 뿐이라고 한다.  하지만 범행이 길어지고 편취한 돈이 늘어나면서 양씨는 점점 범행이 들통 날까 두려워졌다. 대부분의 시간을 권씨 가족과 함께 보내고는 있지만 언제 꼬리가 잡힐 지 모르는 일. 양씨는 다시 한번 지령을 이용하기로 했다.  “남편은 물론 친정 어머니, 언니 등 주변 모든 가족들과 연락을 끊어라.”, “너와 남편은 잘못된 인연이다. 반드시 헤어져야 한다.” 이혼을 결심한 권씨에게 ‘시스템’은 더 잔혹한 지령을 내렸다. 아이들이 죽으면 쉽게 이혼할 수 있다면서 구체적인 살해 방법까지 알려준 것이다. 양씨는 한 TV 드라마에서 사고사를 가장해 사람을 질식시켜 죽이는 장면을 보고 권씨에게 따라할 것을 지시했다. 한술 더 떠 권씨에게 아이들을 죽인 뒤 자살하라고까지 했다.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세 모녀의 목숨까지 요구한 것이었다.   ●비정한 엄마, 검사에게 보낸 편지에 뒤늦은 후회만  권씨가 털어놓은 이야기는 황당 그 자체였다. 하지만 권씨가 받은 시스템의 문자메시지를 분석한 결과 사건에 양씨가 깊이 관여하고 있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숨진 두 딸이 다니던 학교와 어린이집 선생님, 권씨의 남편과 친정 식구들 등을 조사한 결과 양씨의 엽기적인 범행이 드러났다.  검찰은 지난 4월 권씨를 살인 혐의로, 양씨는 살인방조,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또 아이들을 폭행하는데 가담했던 양씨의 내연남 조씨도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장난으로 시작한 ‘가짜 종교 놀음’은 세 모녀를 지옥같은 삶으로 빠져들게 했다. 익사한 큰 딸이 욕조에 들어간 것도 “물 속에 들어가지 않으면 양씨가 있는 전주에 가야한다.”는 엄마의 이야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 고통을 받는 것 보다 차라리 물에 빠지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경찰 관계자들도 양씨와 권씨, 조씨가 자행한 아동학대 혐의가 하나씩 드러날 때마다 그 잔혹함에 몸서리를 쳤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조사과정에서 ‘시스템’이 양씨가 만들어낸 허상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권씨는 뒤늦게 오열했다고 한다.  재판을 기다리며 구속 수감 중인 권씨는 담당 검사에게 편지를 보냈다. 편지에는 삶에 대한 확신이 없어 거짓 종교에 휘둘린 자신의 행동에 대한 후회와 함께 앞으로 남은 시간을 후회 없이 보내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고 한다.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 ‘비정규직 엄마’ 늘었다

    회사에 다니는 딸과 대학원에 다니는 아들을 둔 채모(58·여)씨. 지난해부터 하루 4시간씩 가사도우미를 하고 있다. 반나절은 집안일과 사회활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전일제 근무는 관심조차 없다. 비정규직 근로자가 30대 이하에서는 줄고 40대 이상에서는 늘고 있다. 비정규직 근로자 중 남성은 줄고 여성은 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40대 이상 여성을 중심으로 비정규직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통계청이 24일 발표한 3월 기준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정규직 근로자는 580만 9000명으로 지난해 3월보다 0.7%(3만 9000명) 늘었다. 정규직 근로자는 2.8% 증가, 전체 임금근로자는 2.1% 늘어났다. 이에 따라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은 33.3%로 지난해 3월보다 0.5% 포인트 줄었다. 비정규직 근로자를 연령별로 보면 40대는 1.6%(2만 2000명), 50대는 3.6%(4만 1000명), 60세 이상은 9.8%(8만 3000명)씩 늘어났다. 반면 10대는 10.7%(1만 5000명), 20대는 1.5%(1만 5000명), 30대는 6.3%(7만 7000명)씩 감소했다. 성별로는 남자는 2.2%(6만명) 줄었지만 여성은 3.3%(9만 8000명) 늘었다. 비정규직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53.7%로 지난해 3월(52.4%)보다 1.3% 포인트 늘어났다. 특히 비정규직 근로자 중 시간제 근로자에서 남성은 3.3% 늘어난 반면 여성은 14.4% 증가했다. 양육과 가사 부담 등으로 여성이 시간제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비정규직 근로자 중 일자리를 자발적으로 선택한 근로자가 50.6%로 전년 동월보다 2.6% 포인트 올랐다. 이들의 1~3월 월평균 임금은 143만 2000원으로 정규직(245만 4000원)보다 102만 2000원 적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 산책] 경북 상주·서울 구로 ‘여성 예비군 훈련장’을 가다

    [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 산책] 경북 상주·서울 구로 ‘여성 예비군 훈련장’을 가다

    때 이른 초여름의 날씨로 신록이 제 빛깔을 온전히 드러낸 5월 초순. 경북 상주시 육군 50사단 상주대대 예비군 훈련장에서는 군복을 입은 한 무리 아주머니들의 구호 소리가 요란하다. “충성! 신고합니다. 강영숙 외 00명은 훈련 입소를 명 받았습니다!” ●아줌마 특유의 억척스러움·진지함… 현역 장병들도 박수 갈채 여성예비군 소대 훈련 입소식이다. 구호와 대열은 엉성해 보여도 표정만은 여느 장병들 못지않게 군기가 바짝 든 모습이다. 훈련은 안보교육, 응급 처치술, 화생방, 모의전투 순으로 빡빡하게 진행됐다. 하지만 특유의 억척스러움과 진지함으로 ‘아줌마 부대’의 진가를 발휘하고 있었다. 특히 서바이벌 장비를 활용한 모의전투에서는 평균 나이 50대 중반의 전업 주부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기민한 움직임을 보여 현역 장병들도 박수갈채를 아끼지 않았다. 연령은 4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지만 훈련에 대한 열정과 봉사정신은 한결같이 뜨거워 농번기인데도 전원이 입소했다. 군에 입대한 아들을 둔 강영숙(51) 상주여성예비군 소대장은 “군복을 입어 보니 오히려 아들에 대한 걱정이 줄어든다.”며 “아들을 생각해서라도 예비군 활동에 적극 참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원들 중 ‘고참병’ 격인 김삼순(63)씨는 “총을 든 순간 여자라는 생각은 사라지고 군인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며 “기력이 닿는 대로 향토 방위에 힘을 보탤 생각”이라며 의욕을 내보였다. 서울 구로구 여성예비군은 창설된 지 4년째인 도시 여성예비군이다. 평시 급식 지원 활동을 하는 날, 남자예비군들에게 줄 간식을 챙기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농촌 지역에 비해 연령대가 낮아서인지 군복을 입었지만 꽃핀을 꽂은 파마머리에 귀고리를 착용한 모습 등이 사뭇 이채롭다. 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하니 모두 작업을 멈춘 채 거울 보고 화장을 고치기에 바쁘다. 여성의 부드러움과 섬세함 속에는 ‘금녀(禁女)의 벽’을 허물고 남자들의 아성에 도전한 ‘맹렬 여성’의 패기가 배어 있다. 처녀 시절 여군이 되는 것이 꿈이었다는 신혜숙(39)씨는 “총을 들고 직접 싸우지는 않아도 여성으로서 국방의 의무를 하는 것 같아 보람 있다.”며 “군복 입은 모습이 잘 어울려요?”라며 수줍어했다. 여성예비군은 향토예비군설치법(1961년 제정, 1968년 전면 개정)에 따른 ‘지원 예비군’으로서 각 지역 군부대가 지자체에 협조하여 소대 1개씩을 편성하고 있다. 1989년 인천 백령도에 첫선을 보인 후 5월 10일 현재 전국적으로 139개 소대에 5382명이 활동 중이다. 국방부 예비전력과 조병철 과장은 “평시에는 향방작계훈련 참여는 물론 재난 재해 구호 활동과 각종 사회 봉사활동을 통해 민·군의 가교 역할을 하고 전시에는 동원 및 향방작전 간 급식 지원, 응급 구호, 후송 지원, 선무 활동 등을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1989년 인천 백령도에 첫선… 전국 139개 소대 ‘가동’ 노인요양원에서 봉사활동을 마치고 나오는 구로구 여성예비군 김옥휘(46)씨는 “각 가정의 버팀목인 여성들이 국가 안보와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예비군 활동에 많이 동참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녀의 바람처럼 여성예비군이 여성 국방 안보 참여의 모범적인 모델로 정착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글 사진 jongwon@seoul.co.kr
  • 태백 이어 이번엔 경남에서… 1361명 연루 초대형 보험사기

    경남 창원시에서 2007년부터 5년간 무려 1361명이 총 95억여원의 보험금을 부당하게 타낸 조직형 보험사기가 적발됐다. 지역의 유명병원 3곳이 연루됐으며 주로 40·50대의 주부들이 허위 입원 등을 통해 보험금을 받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기 혐의자 1361명 중 24%는 소문을 듣고 전국 각지에서 몰려들었다. 금융당국은 경찰에 수사의뢰했으며 경찰 조사결과에 따라 400여명이 연루된 ‘태백사기사건’을 뛰어넘어 역대 최대 사기사건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창원시 일대 병원 3곳을 무대로 활동한 총 1361명의 보험사기 혐의자를 적발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들의 보험사기 규모는 95억 1500만원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창원 인근 3개 병원이 환자 1명당 10만~20만원을 브로커에게 지급하고, 환자는 브로커에게 보험금의 10%를 떼 준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지난 3월부터 조사를 벌여왔다.”고 말했다. 이들 3개 병원은 건물이 6~8층이고 5개 이상의 진료과를 보유하고 있어 창원에서는 유명 병원들이다. 이들은 3개월간 평균 6.7개의 보험에 가입한 후 3개 병원에 돌아가며 입원해 일인당 평균 700만원의 보험금을 챙겼다. 생명보험이나 장기손해보험의 경우 입원할 경우 보험계약에 따라 하루 5만~10만원의 입원 일당을 중복해 지급한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총 33개 보험사가 이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했고, 생명보험 ‘빅3’와 우체국보험 가입자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병원·병명 바꿔가며 입원 수법 특히 1361명 가운데 40·50대가 909명(66.8%)으로 가장 많았고, 여성이 893명(65.6%)이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기 수법 중 허위 입원보험금을 받은 경우가 91.2%(86억 7600만원)에 달했는데 아무래도 중·고등학교 자녀를 둔 40·50대 주부들이 입원을 편하게 할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가장 많은 보험금을 타낸 주부 손모(53)씨는 당뇨나 고혈압 등으로 3년간 18번에 걸쳐 564일간이나 과장 입원해 9500만원의 보험금을 받았다. 최다 건수의 보험사기를 기록한 것도 53세 주부였다. 그는 3년간 109건에 걸쳐 입원을 하면서 9133만원의 보험금을 타냈다. 이외 최모(63)씨 부부는 고혈압 등으로 6차례나 같은 병원에 동반입원해 2400만원의 보험금을 지급받았다. 보험설계사는 노모(45·여)씨는 2년간 9차례나 입원했지만 입원기간에 45건의 보험계약을 모집한 성과가 있었다. ●50대 주부 3년간 109번 입원 금감원에 따르면 처음에는 창원시 및 부산·경상도 지역에서 보험사기에 많이 가담했지만 소문이 퍼지면서 서울·경기뿐 아니라 전라도, 강원도, 충청도, 제주도 등에서도 326명이 몰려들었다. 금감원은 보험사기 혐의자 1361명을 비롯해 관련 병원 3곳(보험사기 방조혐의)의 자료를 경찰에 넘기고 수사를 의뢰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은 환자와 병원이 공모했다고 보기에는 사안이 너무 커 다수의 브로커가 개입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만약 보험관계업무 종사자의 위법사실이 드러나면 즉시 현장검사를 실시해 엄중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이번 사건이 지난해 11월 발생한 태백사기사건보다 피해가 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150억원대 보험금과 요양급여비를 가로챈 태백지역 병원장과 보험설계사, 가짜 환자 등 410명을 적발한 바 있다. 이경주·이성원기자 kdlrudwn@seoul.co.kr
  • 임상수 “이번에도 빈손이면 섭섭하겠죠”

    임상수 “이번에도 빈손이면 섭섭하겠죠”

    “이번에도 빈손으로 돌아온다면 조금 섭섭할 것 같네요.(웃음)” 영화 ‘하녀’에 이어 ‘돈의 맛’으로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두 번째로 진출한 임상수(50) 감독. 그의 화법은 자신의 영화처럼 직설적이고 거침이 없었다. ‘바람난 가족’, ‘그때 그 사람들’ 등 사회성 짙은 작품을 내놨던 그는 영화에서 재벌가를 배경으로 돈을 향한 무모한 질주를 하고 있는 한국 사회의 이면을 날카롭게 비판했다. 지난 16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임 감독을 만났다. →돈에 관한 이야기를 하게 된 계기가 있나. -돈 있는 사람들은 더 가지려고 싸움박질을 하고, 없는 사람은 처절하게 생존하려는 공포 속에서 ‘돈, 돈’ 하는 세상이지 않나. 돈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모욕을 주고 모욕을 받는 사회의 단면을 들춰보고 싶었다. →‘하녀’에 이어 상류층 재벌가의 위선과 탐욕을 꼬집고 있다. 특정 재벌을 겨냥한 것인가. -사실 부자만 위선적인 것도 아니고, 부자들을 비판하고 욕하려고 만든 영화는 아니다. 입장 차이만 있을 뿐, 그 사람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지 않겠는가. 특정 재벌을 그렸다면 진심으로 전달하고 싶은 내용이 스캔들에 묻힐 텐데 어리석은 행동 아닌가. 여기저기서 소스를 모아서 썼다. 내가 갖고 있는 의문은 없는 사람은 없어서 불행하고, 있는 사람은 있어서 불행하다는 것이었다. →‘하녀’의 일부 장면이 등장하거나 윤나미(김효진)의 대사에 ‘하녀’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 있다. -‘하녀’를 만들면서 이 영화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하녀’의 리메이크작을 만들지 않았다면, ‘돈의 맛’을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하녀’는 틀어질 자격이 있고, 당연히 원작인 김기영 감독의 ‘하녀’도 생각났다. ‘하녀’가 어떤 기획된 틀에서 약간 연극적이고 우화적인 냄새가 풍겼다면, ‘돈의 맛’은 명랑하고 웃기는 원래 내 스타일이 살아있는 영화다. →영화 속 캐릭터의 선이 분명하다. 특히 재벌가 사람들은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그렇다. 돈 때문에 백금옥(윤여정)과 결혼한 윤 회장(백윤식)은 마지막 사랑인 필리핀 하녀를 만나 돈의 모욕에서 해방되고자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고, 그런 남편에게 상처받아 외롭고 힘든 나날을 보내던 금옥은 충동적으로 젊은 육체를 탐하게 된다. 사랑하지만 경쟁하고 질투하면서 역전을 거듭하는 두 사람의 캐릭터가 영화의 주요 뼈대다. →점점 돈의 맛에 빠져드는 주인공 주영작(김강우)은 어떻게 표현하려고 했나. -‘하녀’는 상징성이 강한 영화였기 때문에 주인공인 하녀 은이에게 감정 이입을 하지 못한 분들이 많았다면 이번에는 초반부터 영작을 통해 편안하고 명랑한 분위기에서 영화를 쫓아갈 수 있게 설계했다. 영작을 통해 동일시도 이뤄지고 슬픔과 분노는 물론 안타까움까지 느끼도록 했다. 영작을 다소 찌질하게 그린 것은 비현실인 카타르시스 보다 적나라한 민낯을 보여주고 그것을 바탕으로 뭔가를 느끼게 하도록 한 장치였다. →자극적이고 파격적인 정사신 등 ‘센’ 장면들이 화제를 모으고 있는데. -평소 돈의 맛을 잘 못 보시는 분들에게 임상수가 그리는 ‘돈의 맛’을 좀 보여드리고 싶었다.(웃음) 무조건 자극적으로만 그리려고 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금옥과 영작의 관계는 늙은 여자에게도 욕망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중년의 부자 남자와 예쁘고 늘씬한 젊은 여자가 등장하는 장면은 익숙하지 않은가. 그 반대라고 보면 된다. →‘돈의 맛’이란 결국 씁쓸한 것인가. -꼭 그렇지는 않다. 열심히 일해서 노동의 대가로서의 돈은 어떤 면에서 자유롭게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돈을 주머니에 넣으려면 아무리 철면피라도 모욕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영화는 우리가 과연 남이 보지 않는다면 그런 모욕을 버리고 위엄있는 삶을 택할 수 있을 것인지를 묻고 있다. 우리는 돈만 좀 더 있다면 행복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불행한 것은 돈이 없어서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런 행복의 의미와 가치 판단의 기준을 묻고자 한 것이다. →장자연 사건과 쌍용차 노조 시위 장면 등 사회적인 문제를 언급한 장면도 눈에 띈다. -사실은 (고)장자연이라는 여성뿐만 아니라 한국의 유흥업소 종사자들의 대부분이 딸 같은 20대들 아닌가. 그런데 40~50대들이 20대들이 취직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어 놓고 그들에게 매춘을 시키는 것은 사회의 추악한 면이라고 봤다. 쌍용차 노조 시위 장면도 정치인이나 재벌들이 노동자들을 사지로 몰아넣고 모른 척하는 것은 리더로서 자질이나 사회적 책임 의식이 부족하다는 맥락에서 넣었다.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두번이나 진출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아마 ‘하녀’와 비슷하다면 또다시 칸에 초대되지 못했을 것이다. 칸 영화제는 돈을 많이 버는 할리우드 영화와 상관없이 지적이고 세련된 현대 영화의 답을 내리는 영화제다. 티에리 프레모 칸 영화제 집행위원장이 들어오면서 상징이 많고 모호한 유럽식 아트하우스 영화보다 재미있고 풍성한 이야기에 순수한 영화적 쾌감을 주는 영화 쪽으로 추세가 좀 바뀌고 있는 것 같다. →수상 가능성은 어떻게 예상하나. -‘하녀’때는 칸에 간 것만으로 좋았고 상을 못 타고 돌아올 때 섭섭한 마음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 빈손으로 온다면 좀 섭섭할 것 같다. 아직 현지 상영을 안 했기 때문에 예상은 할 수 없지만, 작은 상이라도 하나 받을 것 같은 근거없는 모호한 예감이 든다.(웃음)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내·외국 행사요원 7000여명 안식처 ‘엑스포타운’ 24시

    내·외국 행사요원 7000여명 안식처 ‘엑스포타운’ 24시

    여수 엑스포 개막 이후 관람객은 당초 예상에 미치지 못했지만 조직위와 운영요원 등의 수고는 오히려 가중되고 있다. 이들은 밤 늦은 시간에도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한다. 다음 날엔 새벽부터 일어나 하루 일정을 준비한다. 박람회 기간 내·외국 행사요원 7000여명이 숙소로 사용 중인 엑스포타운의 24시를 들여다봤다. 지난 13일 밤 박람회장의 ‘게이트 4’를 나서 엑스포타운으로 향하던 한 여성 도우미는 피로에 잔뜩 절은 모습이었다. “다리가 무겁다.”면서도 “맥주 한 캔과 소시지 하나를 샀는데 한 모금 들이켤 생각만 해도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것 같다.”며 웃었다. 옆에 있던 동료는 “오늘 하루 너무 힘들어 그만둘까 하는 생각까지 했다.”고 하소연했다. 폐장시간인 밤 11시, 엑스포타운 옆 환승주차장에서 교통정리를 하던 경찰들이 철수를 서둘렀다. “피곤하지 않으냐.”는 질문에 환하게 웃음으로 화답했다. 이들은 목포에서 지원 나온 전경들이라고 했다. 관람객들이 막바지 기념촬영에 몰두하고 있을 무렵 흰색 조리복을 입은 최종례(62)씨가 잰걸음으로 숙소인 엑스포타운으로 향했다. 최씨는 “하루 3000명분의 식사를 준비했는데 4분의1가량만 팔려 아쉽다.”고 말했다. 30년간 군생활을 한 뒤 제대한 최씨는 박람회장 내 식음료점에 재취업했다고 한다. 자원봉사자로 지원했으나 탈락한 뒤 식음료점 구인광고를 보고 문을 다시 두드렸다. 보안요원인 김슬기로운(20)군은 환히 불을 밝힌 엑스포 디지털갤러리 밑에서 뒷정리에 나섰다. 밤 12시 무렵 교대자가 내려오면 김군도 숙소로 돌아가 단잠을 취할 수 있다. 김군은 “여수 토박이로 고교 졸업 뒤 진로를 고민하다 지원했다.”면서 “남들이 빅오쇼 볼 때도 자리를 지켜야 하지만 재미있다.”고 말했다. 폐장 직후 조직위의 차재옥 과장도 서둘러 빅오쇼가 열렸던 야외무대로 향했다. 50대인 차 과장은 “가족이 가장 보고 싶다.”면서 “폐장 직후에도 각종 전시관과 공연시설 관계자는 점검에 나서느라 쉴 틈이 없다.”고 말했다. 엑스포타운의 실제 생활은 어떨까. 1블록에는 강동석 위원장과 간부진, 외국인들이 머물고 있다. 2블록은 운영진과 자원봉사자들의 몫이다. 취재진이 들어선 아파트는 가구마다 TV만 갖춘 채 이불과 요가 있는 방이 3~4개씩 딸려 있었다. 경기 시흥에서 내려운 주부 자원봉사자 손경희(47)씨는 “가구당 성별·연령별로 7~9명씩 무리지어 생활하는데 아침부터 전쟁을 치른다.”며 “여자 9명이 화장실 2곳으로 나뉘어 화장까지 마치려면 새벽 6시에는 일어나야 한다.”고 전했다. 가구마다 실장이 있어, 밤 11시 30분과 자정에 걸쳐 두 차례 점호가 이뤄진다. 지난 10일 엑스포타운에 입주한 손씨는 여수엑스포 1기 자원봉사자로, 10일의 봉사기간을 마치면 2기와 임무를 교대해 집으로 향하게 된다. 그는 엑스포타운의 분위기를 “가족 같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자 박수정(24)씨와는 벌써 ‘우리 딸’이라고 부를 만큼 가까워졌다. 손씨는 “그동안 20대를 철없다고 생각했으나 이곳에서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글 사진 여수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땡처리 북적… 빌려서 쓰고… 중고품 사고

    땡처리 북적… 빌려서 쓰고… 중고품 사고

    개점 시간이 30분이나 더 남았는데 백화점 정문 앞에는 벌써 긴 줄이 늘어섰다. 정확히 오전 10시 30분, 육중한 문이 열리자마자 고객들이 우르르 한곳을 향해 달리기하듯 걸음을 재촉한다. 7층 구두 행사장에 들어서자 전투가 시작됐다. 선착순 30명 안에 들어야 3만 9000원짜리 여성화 하나를 더 얻을 수 있는 ‘1+1 행사’ 때문이다. 할인점도 아닌 백화점에서 ‘덤’ 증정은 처음이다. 같은 것을 동시에 집은 고객들끼리 승강이가 벌어졌고, “2켤레를 살 테니 2켤레를 더 달라.”고 떼를 쓰는 고객들을 만류하느라 직원들은 “1인 1켤레 한정”을 쉴 새 없이 외쳐야 했다. 11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잠실점에서 벌어진 풍경이다. 구두 2켤레를 ‘득템’(좋은 물건을 싸게 샀다는 뜻의 은어)하는 데 성공한 조아람(26)씨는 “백화점에서 이 돈으로 2켤레를 사다니, 일찍 나와 기다린 보람이 있다.”며 흐뭇해했다. 잠실점은 얼마 전 본점에서 열렸던 사상 최대 규모의 구두·핸드백 특가전의 성공에 자극받아 15일까지 열리는 10억원 규모의 행사 2탄을 부랴부랴 기획했다. 지난 4~8일 소공동 본점에서 열린 특가전은 구두·핸드백 행사로는 최고 기록인 약 27억원의 매출을 올릴 만큼 성황을 이뤘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웬만한 할인행사로는 소비자를 움직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잠실점에서는 같은 기간 숩, 비지트인뉴욕 등을 거느린 패션업체 동광이 7년 만에 최대 70% 할인전을 연다. 20억원어치 물량 가운데 봄 신상품이 절반이다. 새달 1일 본점에서는 탠디·소다·미소페 등 여성화 ‘빅3’ 브랜드가 봄 상품도 아닌 여름 샌들 2만 켤레를 특가에 선보일 예정이다. 불황이 짙어지는 요즘, ‘짠소비’가 대세다. 반값을 넘어 ‘땡처리’ 수준의 행사 정도는 돼야 겨우 지갑이 열린다. 목돈 나가는 것을 꺼려 사는 대신 빌려 쓰거나 굳이 사야 한다면 한푼이라도 싼 중고를 찾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GS샵은 인터넷쇼핑몰에 지난 9일 800여종의 대여 제품을 망라한 전문 렌털숍을 열었다. 아이패드까지 빌려줄 정도로 제품군을 대폭 늘렸다. 2007년 TV 홈쇼핑을 통해 처음 렌털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3년 새 주문 전화 건수만 5배가 늘어 사업에 대한 확신이 섰다. GS샵 관계자는 “얼마 전까지 렌털은 유지·관리를 위한 목적이 많았으나 최근엔 지출이 많은 제품을 소유하는 대신 빌려 쓰는 게 더 낫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새 상품 홍수 속에 제품 교체 주기가 빨라지면서 새것이나 다름없는 중고품의 출현에 중고 거래도 활성화되고 있다. 지난 4월 중고 거래 전용관인 ‘중고 스트리트’를 개설한 SK플래닛 오픈마켓 11번가는 지난 4월 중고품 매출이 전년 같은 달보다 무려 240%나 늘었다고 밝혔다. 중고물품 판매자 수 또한 220%나 증가했다. 반품 또는 교환 제품을 새로 손봐 신제품보다 최대 30%가량 싸게 내놓는 ‘리퍼브’ 제품이 하나의 상품군으로 자리잡은 것도 거래량을 늘린 이유다. 중고 구매층 가운데 30~50대가 절반을 차지하는 것도 특이점. 중고서적 매출의 판매량이 3년 새 230% 이상 신장한 인터파크의 주요 고객층은 30~40대가 52.1%였다. 2008년부터 중고장터를 개편해 운영 중인 옥션에서는 전체 중고품 거래 중 의류, 패션잡화 부문 비중(27%)이 점차 늘고 있는데 40~50대가 전체 고객의 49%를 차지한다. 옥션 관계자는 “40~50대는 가족 생계를 위한 소비지출은 많고 은퇴를 전후로 경기불황을 체감하고 있는 연령대로, 보다 알뜰한 소비를 위해 중고장터를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내연男과 싸운 40대女, 112신고 뒤 시신으로…

    112 신고를 했던 40대 여성이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로 내연남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되고 남자도 치료 중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5일 오전 4시 5분쯤 전남 해남군 황산면 이모(54)씨의 창고 겸 주택에서 불이 나 함께 있던 문모(45·여)씨가 숨졌다. 중화상을 입어 치료를 받았던 이씨도 6일 아침 7시쯤 병원에서 숨졌다. 불은 건물 190여㎡ 가운데 100여㎡와 집기 등을 모두 태워 소방서 추산 1800여만원의 재산 피해를 냈다. 해남소방서는 20여분 만에 불을 진화했으며 잔불 진화 중 건물 입구 쪽에서 문씨를 발견했다. 문씨는 숨지기 직전 해남경찰서 112 상황실에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를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문씨는 내연남인 이씨와 말다툼 등을 벌이다 경찰에 전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숨진 문씨와 이날 오전 3시 42분쯤 18초간 통화했으며 문씨가 “교동 바위천국으로 와 달라, 바위천국이다.”라는 말을 하고 끊었다고 밝혔다. 상황실 지령을 받은 황산지구대 순찰차는 7분 뒤인 3시 50분쯤 현장에 도착했다. 그러나 조경석 공원에서 신고 여성을 찾지 못해 입구에서 100여m 떨어진 민가 한곳을 탐문하고 이동하던 중 길 건너 1㎞가량 떨어진 곳에서 불길이 치솟는 것을 발견했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한 지 14~15분 뒤 불이 난 것으로 추정돼 정확한 위치 파악과 함께 조기에 사고 현장을 찾았다면 사건을 막을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숨진 문씨는 해남읍에서 거주했으며 이씨와는 내연 관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씨는 이날 새벽까지 이씨와 술을 마신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과정에서 이마를 다쳐 오전 2시쯤 해남읍의 한 병원에서 간단한 치료를 받았다. 경찰은 이씨가 병원 이송 도중 홧김에 불을 질렀다는 말을 한 점으로 미뤄 방화로 보고 있다. 경찰은 1차 검안 결과 문씨 시신의 머리 뒷부분에 외상이 있는 점 등으로 미뤄 화재로 숨졌는지 아니면 그 이전에 다른 원인으로 숨졌는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하기로 했다. 해남 최종필기자 choijp@seoul.co.kr
  • [지금&여기] ‘젊음’과 ‘늙음’을 보는 씁쓸한 시선/김정은 문화부 기자

    [지금&여기] ‘젊음’과 ‘늙음’을 보는 씁쓸한 시선/김정은 문화부 기자

    얼마 전 연극 ‘헤다 가블러’로 13년 만에 무대로 돌아온 배우 이혜영을 만났다. 한국 나이로 50세인 그는 “옛날처럼 멜로 연기를 하고 싶은데, 들어오는 작품마다 엄마 역할밖에 없다. 더 이상 할 엄마도 없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그가 연극판에 복귀하게 된 데에는 50대 여배우임에도 20대의 당찬 ‘헤다 가블러’ 역을 제안받은 게 주효했단다. 듣고 보니 그렇다. 연극, 영화 등에서 40~50대 여배우가 주인공인 사랑 이야기를 접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사랑을 받거나 리드하는 여자의 몫은 젊은 20대 여배우에게 돌아갔다. 은연중에 ‘사랑은 20대 젊은 여성이 해야 아름답다.’는 의식에 젖어 있던 건 아닌가 싶다. 사랑할 수 있는 나이를 만 30세이하로 제한한 곳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데 말이다. 좌충우돌 20대를 보내고, 어중간한 30대를 거쳐, 40~50대 들어서야 비로소 사람 사는 이야기를 연기하고 싶어졌지만, 정작 자신이 설 자리가 좁아진 환경과 마주해야 했다는 한 여배우의 고백이 잔잔하면서도 슬펐다. 지난 주말, 영화 ‘은교’에서 70대 노인의 애잔한 사랑을 맛봤다. 먼발치에서 여고생을 지켜보는 70대 노인 ‘이적요’의 사랑을 두고 파렴치한 중범죄인 양 대하는 30대 남자 서지우를 보며 묘한 감정을 느꼈다. 어른답게 품위를 지켜달라는 무언의 압박 이면에 ‘70대 노인이 어디서 감히….’라는 젊은이의 오만한 시선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너의 젊음이 너의 노력으로 얻은 것이 아니듯, 나의 늙음도 내 잘못으로 얻은 벌이 아니다.”라는 이적요의 대사가 더욱 마음에 와 닿은 것도 이 때문이다. 아차, 그러고 보니 ‘이적요’ 역 또한 35세 배우 박해일의 몫이었다. 어디 문화계만 그럴까. 우리네 사는 모습도 별반 다를 게 없다. ‘젊음’과 ‘늙음’의 잣대로 누군가는 오만하고, 누군가는 움츠린다. 누구나 거쳤고, 누구나 거칠 ‘젊음’과 ‘늙음’인데 말이다. 새삼, 사람들의 눈 속에 자리잡은 단단한 시선들이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kimje@seoul.co.kr
  • 추상, 순수하지 않다

    추상, 순수하지 않다

    남의 이름 가지고 그러는 거 아니라지만, 처음엔 이름 듣고 쿡쿡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얌전하고 차분해 보이는 여성 작가인데, 이름이 ‘정직성’(36)이다. 아니나 다를까. 개인 블로그 이름도 ‘Honesty’다. 한국어로 바꾼 빌리 조엘의 노래 ‘Honesty’를 듣고 정했단다. 마냥 웃기기만 한 건 아니다. 거창한 말을 쓰자면 ‘서울 하늘 아래 디아스포라 아닌 이 그 누가 있겠느냐.’는 얘기쯤 되겠다. 어디든 흘러다니는 디아스포라라 늘 경계선에 놓였기에 더 풍부한 감수성을 지니게 됐다고, 다시 한번 아니나 다를까 할 뻔했다. 유동하는 세상이 불러오는 현기증을 가라앉히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어디 기둥 같은 것을 붙들고 천천히 둘러보는 것이다. 작가는 붓을 부여잡고 가만히 그려 보기로 결심한 듯하다. 그런 면에서 풍부한 감수성보다는 정직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려 보인다. “이름 듣고서는 다들 50대 남성 작가인 줄 안다.”면서도, “촌스럽지만 그 이름이 좋다.”는 말에서 10여년 전 정혜정이 왜 정직성이란 이름을 택했는지 짐작하게 한다. 작가의 초기 작업은 연립주택, 다세대주택, 오피스텔들이다. 사람은 물론 어느 한 구석에도 생물의 느낌은 전혀 없다. 우울한 단색 톤으로 칠해진 작품들은 안 그래도 집적도를 한껏 높인 그 건물들을 캔버스에다 빽빽하게 채워 놨다. 마치 내가 느낀 현기증을 너도 느껴 보라는 듯. 서울에서 나고 자란 작가는 부동산 경기의 부침에 따라 떠밀리듯, 떠다니듯 그렇게 참 많은 이사를 했다 한다. 대학 때 다큐사진 동아리 활동 때 겪었던 서울 봉천동 재개발 현장에 대한 기억도 함께 눌러 놨다. 금리에 따라 갈아타다 보니 이제는 서랍 속에서나 뒹구는 적금통장들처럼 부동산 경기는 아찔할 정도로 서울의 풍경을 다 갈아치운다. “연구 작업이었다기보다 그런 경험으로 그린 겁니다. 전 오히려 궁금했었어요. 회고조로 옛날에 한때 이랬지라는 거 말고 왜 진지하게 접근하는 작가가 없을까 한 거죠.” 작가는 그 현기증이 자신만의 경험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것을 보고 누구나 느끼는 감정임을 확인했다. 최근 작들은 완전한 반전이다. 빽빽한 단색 톤의 그림들이 화려한 색채에 대담한 필획으로 변신했다. 재개발 공사현장 같은 풍경들을 세밀하게 추적해 쌓아 올리기보다 거대한 망치로 한 대 내려친 듯 해체해 놨다. 스스로도 “지우고 뿌리고 흔들고 섞었다.”고 했다. 인기 끌던 그림풍을 확 바꿔 버린 것이다. “지나치게 엄격하게 구조화된 그림이 정치적으로 올바를까 싶었어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너무 강요한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다른 말도 하나 덧붙였다. “회화에서 추상도 정치적일 수 있다고 봐요. 공간의 유토피아라는 점에서요. 그리고 그 부분이 제가 앞으로 계속 도전해 봐야 할 지향점이 아닌가, 남은 작가 생활에서 걸어가야 할 길이 아닌가 싶습니다.” 추상 하면 대개 사회주의적 리얼리즘에 맞서기 위해 미국이 적극 후원한 미술운동으로 간주된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자기 만족적인, 심미적인 화풍을 떠올려 보면 된다. 작가는 그 한계를 깨보고 싶다는 것이다. “1980년대 민중미술 진영과 순수미술 진영 간의 갈등 때문에 추상은 비정치적이고 순수하다는 고정관념이랄까 이분법이랄까, 그런 것이 명확하게 박혀 버렸어요. 그 부분을 한 번 건드려 보고 싶어요.” 전시는 6월 14일까지 서울 평창동 김종영미술관. 미술관은 매년 ‘오늘의 작가’를 선정하고 있는데 지난해 조각가 중심에서 미술 전반으로 확장하겠다고 선언한 이래 순수회화 작가로는 처음 정직성을 오늘의 작가로 선정했다. (02)3217-6484.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서울광장] HQ(가정지수)를 높이자/임태순 논설위원

    [서울광장] HQ(가정지수)를 높이자/임태순 논설위원

    며칠 전 신문에서 본 기사가 자꾸 눈에 밟힌다. 미국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 셰릴 샌드버그가 자녀들과 저녁식사를 함께 하기 위해 칼퇴근을 한다는 내용이다. 다른 평범한 한국의 아버지들처럼 가정보다는 직장에 더 매달려 온 나로서는 부럽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다. 시간, 업무강도 등 샌드버그보다 여러 면에서 나쁜 조건도 아닌데 가정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최고경영자(CEO)가 저렇게 가정에 충실하면, 성인이 돼서 내 아이가 그의 아이와 부딪치면 어떻게 될까 상상을 하니 더럭 겁도 났다. 개인들의 역량이 모여서 국력이 되는 것이니 가정의 소중함, 중요성이 더욱 크게 보였다. 우리나라 50대 전후의 가정은 남편이 직장을 다니면서 가정경제를 책임지고, 아내가 자녀교육 등 집안일을 담당하는 구조다. 당연히 최우선 관심사는 남편의 사내 지위나 승진 등이고, 가정 내 소사는 다음이다. 회사형 인간이 돼 버린 가장은 바쁘다, 피곤하다는 핑계로 가정을 등한히 하고, 자연 집안일은 아내가 전권을 행사해 ‘가정 백치’가 되고 만다. 어느 날 불쑥 커버린 아이들에게 다가가지만 대화는 오래가지 못한다. 아내에게 향하지만 회사일에만 매달려 왔으니 부부간 대화도 공허하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부모들이 대학교에 좋은 직장만 늘어놓으니 벽을 쌓는다. 가정 붕괴의 폐해는 여기저기서 쉽게 확인된다. 최근 발표된 청소년 백서에 따르면 청소년(15~24세) 스트레스율은 2008년 56.5%에서 2010년에는 69.6%로 치솟았고, 사망원인은 자살이 13%로 가장 높았다. 학업, 취업, 외모 등을 고민하다 해결이 되지 않자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다. 한동안 높아지던 이혼율도 지난해의 경우 1000쌍당 9.4쌍으로 낮아져 안정추세를 보였지만 유독 50대 이상에서만 높아져 장·노년층의 불안한 삶을 말해준다. 백년해로는 옛말이 돼 버린 것이다. 한국 부모의 자식사랑은 남다르다. 아들, 딸에 대한 희생, 헌신, 인내는 세계 최고일 것이다. 어머니들의 치맛바람은 물론 자녀교육을 위해 기러기가 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아버지들의 열성이 이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가족 구성원 간의 친밀감, 만족도 등 가정의 행복은 거의 바닥권일 것이다. 부모·자녀는 물론 부부간 대화와 소통도 되지 않으니 행복과는 거리가 멀다. 투자는 많이 해도 거두는 것은 빈약한 대표적인 고비용 저효율 구조다. 가정의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깨기 위해선 어머니·아버지들이 부모로서, 부부로서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직장에 필요한 지식도 중요하지만 가족 간의 관계를 어떻게 맺으며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우리는 학교에서 대학에 가기 위한,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한 지식만을 배우고 인간관계는 등한시한다. 각자 알아서 잘하라는 투다. 그러나 지식보다는 인간관계가 삶에 있어 훨씬 중요하다. 좋은 남편, 좋은 아버지는 열정과 마음으로만 되는 게 아니다. 자녀의 심리를, 남녀의 차이를 알아야 한다. 왜(Why)보다는 어떻게(How)로 질문을 하고 아이의 자존감을 살려줘야 자녀와 대화의 생산성이 높아진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남성은 혼자 해결하려 하지만 여성은 공유할 누군가를 찾는다고 한다. 이런 차이를 알면 부부간 오해나 다툼은 적어진다. 외국어 습득, 취미생활 등도 좋지만 부모, 부부가 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찾아보면 좋은 부모 학교, 부부 코칭 학교 등 가르쳐주는 곳은 의외로 많다. 지능(IQ)을 넘어 감성지수(EQ), 창조성지수(CQ) 등 다양한 지수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최근에는 상대방의 감정, 사고 등과 교감하며 타인과 잘 어울리는 사회성지수(SQ)가 부각되고 있다. 사회성지수를 습득하고 높일 수 있는 출발점은 가정이다. 좋은 부모, 좋은 부부가 되는 법을 배워 가정지수(HQ)를 높여야 한다. 가정이 행복하면 사회, 국가는 저절로 행복해진다. stsl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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