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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이상 첼로선율 고향서 되살린다/11월 통영서 ‘경남 국제음악콩쿠르’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사진)을 기리는 ‘경남 국제 음악 콩쿠르’가 경상남도와 통영국제음악제 사무국 주최로 경남 통영에서 오는 11월22일부터 29일까지 열린다. ‘윤이상을 기리며’라고 부제를 붙인 이 콩쿠르가 11월에 열리는 것은 윤이상이 세상을 떠난 달이기 때문.올해 제1회 대회는 윤이상의 고향인 통영에서 열리지만 앞으로는 창원,마산,진주 등 경남 주요도시를 순회한다. 첼로,바이올린,피아노를 해마다 한 부문씩 번갈아 치르며,올해는 첼로부문으로 첼리스트이기도 했던 윤이상을 추모한다.만 15살 이상 30살 미만이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과제곡으로는 윤이상의 작품이 중점적으로 부과되는데 올해 대회는 1,2차 예선 및 결선에 ‘일곱개의 연습곡’ 가운데 ‘돌체'와 ‘글리제’,첼로협주곡 등이 포함됐다. 심사위원은 지그프리트 팔름 위원장을 비롯하여 정명화,조영창,발터 그리머,다비드 게링가스,레슬리 파나스,아르토 노라스 등 세계적인 첼리스트들이다. 상금은 1등이 3000만원,2등이 2000만원,3등 1000만원 등 모두 7200만원이며,수상자들은 수상자콘서트와 통영국제음악제에서 연주하고 국내외 교향악단과의 협연 기회 등을 제공받는다. 주최측은 “이 대회를 아시아를 대표하는 세계적 콩쿠르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라면서 “윤이상과 한국 음악이 세계적으로 더욱 알려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동철기자
  • [씨줄날줄] e혈전증

    오래도록 꼼짝않고 있으면 없던 병도 생기게 된다.비행기 내부는 낮은 습도와 낮은 기압으로 생체리듬이 깨지기 쉬운 곳이다.이런 비행기의 좁은 좌석에서 장시간 앉아 있으면 갑갑증을 느낀다.심하면 피떡(혈전)이 생겨 정맥을 막아,다리가 붓거나 호흡곤란 등 혈액순환 장애를 일으킨다.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일반석인 이코노미 클래스 좌석에서 많이 발생한다고 해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으로 별칭되는 병이다.심정맥혈전으로 보면 된다. 외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이 질환이 문제가 됐다.지난해 11월에는 장거리 항공여행 후 혈전이 생겼다고 주장하는 승객 56명이 영국 고등법원에서 보상금을 받기 위한 법정투쟁을 시작했다.국내에서도 이 병과 관련됐다고 추정되는 사고가 보고되고 있다.건교부가 지난해 9월 국회에 낸 의원 요구 자료에 따르면 1998년 이후 항공기내 및 공항 착륙 직후 사망한 승객 48명 중 이 병으로 의심되는 승객은 27명에 이른다는 것. 그러나 컴퓨터도 비행기와 똑같은 질환을 인간에게 준다고 한다.컴퓨터 앞에 오래 앉아 있어도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과 같은 ‘e혈전증’이 생긴다는 것이다.충격적이다.영국의 BBC 방송은 최근 ‘유럽호흡기질환 저널’ 최신호를 인용,뉴질랜드에 거주하는 32세의 한 남성이 하루 18시간씩 컴퓨터를 사용한 뒤 ‘e혈전증’을 일으켰다고 보도했다.이런 환자가 공식 발생한 것은 처음이라는 것이다. 국내서도 점차 컴퓨터와 관련된 사고가 눈에 띈다.지난해 10월 중순에는 PC방에서 게임을 하던 10대 소년이,10월 초에는 20대 남자가 86시간 동안 인터넷 카페에서 게임을 하다 사망했다.2001년에도 밤샘 게임을 하던 30대 남자와 25살 대학생이 숨지기도 했다.모두 ‘e혈전증’과 관련된 사고인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는 컴퓨터와 인터넷이 없으면 생활이 안 되는 세상이 됐다.눈 뜨고 잠 잘 때까지 학생은 학생대로,직장인은 직장인대로 컴퓨터 앞에 앉아 지내야 한다.그러나 뭐든지 지나치면 화를 부르는 모양이다.‘e혈전증’이란 용어가 ‘사이버 중독’과 함께 귀에 익을 날이 머지않았다.컴퓨터 앞이라도 가끔씩 팔다리를 움직여 보자.내 몸을 누가 챙기겠는가. 이건영 seouling@
  • ‘세레나 슬램’여자단식 우승 독주시대 예고

    세레나 윌리엄스(사진·미국·세계랭킹 1위)가 호주오픈테니스 여자단식에서 우승,‘세레나 슬램’을 달성함으로써 독주시대 개막을 예고했다. 세레나는 지난 25일 호주오픈 여자단식 결승에서 만난 언니 비너스를 2-1로 꺾고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다.이로써 세레나는 지난해 윔블던과 프랑스오픈 US오픈 등 4대 메이저 대회를 연속 제패해 ‘세레나 슬램’이란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세레나의 이같은 위업은 모린 코넬리(53년),마거릿 코트(70년),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85년),슈테피 그라프(88,94년) 등에 이어 여자 선수로는 5번째.하지만 세레나의 메이저대회 우승 행진이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어서 신기록 경신은 시간문제로 남았다.22살의 한창 나이여서 힘과 기량이 절정에 올랐고,프로 데뷔 8년차로서 원숙미까지 갖췄기 때문이다. 세레나를 견제할 만한 선수로는 15개월 먼저 태어난 언니 비너스가 꼽히지만 비너스는 최근 3차례 메이저대회 결승에서 모두 세레나에게 패했다. 세레나의 주무기는 강력한 포핸드 스트로크.특히 베이스 라인에 바짝 붙어 상대의 빈틈을 노린 뒤 크로스와 불의의 직선공격을 혼합해 게임을 매듭짓는 솜씨가 일품이다.시속 190㎞를 넘는 강력한 서비스 역시 남자 톱랭커와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지난 99년 US오픈에서 우승하면서 두각을 나타낸 세레나는 2000년 메이저 대회에서는 윔블던 4강에 오른게 최고 성적.그러나 2001년 US오픈 결승에 진출하면서 상승 곡선을 그렸다. 더구나 지난해에는 첫 메이저 대회였던 호주오픈에 발목 부상으로 출장치 못했을 뿐 나머지 3개 메이저대회를 석권하며 무서운 기세를 뽐냈다.아버지 리처드와 어머니 오라신의 헌신적 지도로 5살 때부터 라켓을 잡은 세레나의 독주체제가 얼마나 이어질지가 세계 테니스계의 새로운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기철기자 chuli@
  • 호주오픈 우승 ‘제2전성기’ 메이저대회 8번째 석권

    앤드리 애거시(미국)의 전성기가 다시 돌아왔다. 애거시는 26일 폐막된 호주오픈 테니스대회(총상금 1061만달러)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라이너 슈틀러(독일·세계랭킹 12위)에게 불과 76분만에 3-0으로 낙승했다. 첫 세트를 6-2로 따낸 애거시는 2,3세트에서도 한 수위의 기량으로 상대를 요리했다.슈틀러의 서비스를 강력히 리턴하면서 결승전을 끝낸 애거시는 관중석에 있던 아내 슈테피 그라프에게 윙크를 보냈다. 애거시는 이로써 메이저대회 8번째,단식 통상 55번째 우승을 차지했다.특히 지난 2001년 호주오픈 우승 이후 무관의 불명예를 털어버린 것으로 제2의 테니스 인생이 활짝 열렸음을 예고했다. 이번 대회에서 결승까지 모두 7경기를 치르는 동안 애거시는 단 한 세트만을 내줬을 뿐 3-0의 압승 행진을 계속하며 전성기때 못지않은 절정의 기량을 과시했다. 32살의 애거시 전성기는 90년대 초반.지난 92년 윔블던,94년 US오픈,95년 호주오픈에서 정상을 밟으며 상위 랭킹을 유지했으나 97년 당시 5살 연상인 톱스타 브룩 쉴즈와 결혼한 뒤 랭킹이 한때 122위까지 떨어지는 등 하향곡선을 그렸다. 애거시가 슬럼프에서 재기할 수 있게 한 숨은 공로자는 바로 아내인 그라프.그라프는 통산 22차례 메이저 대회 단식 정상에 올랐고,88년에는 4대 메이저 대회와 올림픽 금메달까지 한꺼번에 거머쥔 여자 테니스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린다. 99년부터 동거를 시작하면서 안정을 찾은 애거시는 그해 프랑스오픈과 US오픈,2000년과 2001년 연속 호주오픈에서 우승컵을 차지했다. 프로 테니스 선수가 겪는 험난한 투어 생활을 잘 아는데다 애거시 못지않은 기량으로 조언을 아끼지 않는 그라프의 내조에 힘입어 애거시가 재기했다는 게 테니스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여기에다 애거시와 맞설 만한 선수들이 거의 없다는 점도 애거시 독주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호주오픈에서 우승하면 아내 그라프와 프랑스오픈 혼합복식에도 출전하겠다.”고 공언했던 애거시.슈퍼스타 테니스 부부 혼합복식조가 과연 탄생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박준석기자 pjs@
  • [이혼 그후...] 2. 결혼, 한번으로 족하다

    2년 전 이혼한 한미정(가명·35)씨는 “이혼 후 새로운 삶이 열렸다.”고 단언했다.보수적인 남편과 성격이 맞지 않아 결혼 1년 만에 이혼을 생각했지만 삶에 흠집을 내기 싫어 3년을 더 버텼다.서로 말조차 건네지 않는 관계에 이르러서야 남편이 먼저 이혼을 제의했고,한씨도 동의했다.아이가 없다는 사실이 큰 위안이 됐다. 한씨는 “이혼 첫날은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밤이었다.가만히 누워 있는데 정말 행복하고 자유로웠다.”고 회상했다.그 다음날로 회사도 그만뒀다.외국계 회사라 이혼녀에 대한 편견은 없었지만 그동안 모아둔 돈을 밑천삼아 평소 하고 싶던 영화 마케팅 일을 새롭게 시작했다. 지난해 가을 5살 연하의 남자친구를 만났지만 재혼할 생각은 전혀 없다.상대 역시 독신주의자라 서로 부담없이 만나고 있다.한씨는 “이젠 무엇보다 나를 위해 살고 있다.”며 만족해했다. ●나 자신을 위해 산다 이혼 후 당당한 싱글로 살아가는 이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가장 큰 변화는 ‘잊고 지냈던 자신의 소중함을 되찾는다.’는 것이다.가정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를 낮추며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 했던 불평등한 관계의 족쇄에서 벗어나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음을 최대의 소득으로 꼽는다. 지난해 이혼한 이정민(가명·31)씨는 아직까지 결혼 생활을 떠올릴 때마다 끔찍하다.“남편이나 시집식구들이 뭐라고 하든 무조건 참고 살았다.싫어도 싫은 내색을 할 수 없었다.지금 생각하면 왜 그렇게 바보같이 살았을까 한심하다.” 이씨는 이혼 후 사귄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과 제2의 삶을 일궈가고 있다.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지만 재혼은 관심 밖이다.그는 “결혼은 한번으로 충분하다.부부란 이름이 아닌 삶의 동반자로서 각각 독립된 공간에서 사랑하기로 했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결혼 3년 만에 이혼을 선택한 회사원 서규진(가명·33)씨는 6개월간 사귀어온 2살 연상의 이혼녀와 얼마 전 동거에 들어갔다.두 사람 모두 아이를 전 배우자가 키우고 있어 절차는 어렵지 않았다.둘의 관계를 아는 주위 사람들은 재혼을 권했지만 결혼이란 사회 제도에 넌더리를 낸 터라 두말 않고 동거에 합의했다. ●다양해진솔로 커뮤니티 2∼3년 전부터 인터넷상에 속속 등장하기 시작한 이혼자 커뮤니티는 이들 ‘돌아온 솔로’들의 공동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가장 친한 사람에게도 털어놓기 어려운 속깊은 얘기들을 이곳에선 아무 거리낌없이 솔직하게 주고받는다.같은 경험을 나눈 이들끼리만 느낄 수 있는 정서의 공감대를 통해 상처가 아무는 시간을 줄이고,서로의 자립을 도와 주는 것. 커뮤니티의 소모임에서 보다 긴밀하고 깊이 있는 관계를 맺는 한편 오프라인에서도 다양한 이벤트와 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건전한 사교 문화를 습득하는 기회를 갖는다. 이혼 사이트에서 알게 된 친구들과 주말마다 등산을 즐긴다는 김경태(가명·34)씨는 “휴일을 혼자 보내지 않아서 좋고,처지를 뻔히 아는 사이라 이것저것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에 안성맞춤”이라고 말했다.재혼을 전제로 하지 않기 때문에 일대일 만남보다는 여러 사람끼리 어울리는 자리를 선호하는 솔로들이 더 많다는 설명이다. ●자녀양육도 함께 자녀가 있는 싱글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홀로서기에 훨씬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초등학교 2학년 아들을 둔 직장여성 강지선(가명·36)씨는 자타가 인정하는 ‘씩씩한 솔로’이지만 가족나들이를 할 때마다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고 한다. 이혼으로 인한 ‘한부모가족’이 늘면서 이들이 겪는 정서적·사회적 문제들에 대해 대안을 모색하고,공동의 목소리를 내는 활동들이 활발이 전개되고 있다. 쏠로닷컴의 한부모 회원들은 매달 한차례씩 아이와 함께,이혼으로 버려진 아이들을 보살피는 보육원을 방문한다.아이를 혼자 키우는 힘든 경험을 하면서 남들의 고통에 눈돌리게 되고,한부모 가정끼리 서로 도우며 심리적 일체감을 느낀다고 한다. 한부모가족 운동에 앞장서온 한국여성민우회 ‘가족과 성상담소’ 유경희 소장은 “이혼율이 급증하면서 한부모로 구성된 가족의 비율 역시 크게 늘고 있다.”면서 “이들을 더이상 결손가정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새로운 가족의 형태로 포용하는 자세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순녀기자 coral@kdaily.com ◆'한부모 가족' 홀로서기 이혼 뒤 혼자서아이를 키우는 여성이나 남성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경직된 사고는,이들이 홀로서기를 하는데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편모·편부가족’에서 ‘한부모가족’으로 명칭은 순화됐으나 여전히 사회 편견과 현실의 장벽은 높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가구주 가운데 이혼으로 인한 한부모가족 비율은 2000년 기준으로 11.6%에 달한다.10가구중 1가구는 엄마나 아빠가 없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도 가부장적 가치와 양부모 중심의 가족 이데올로기를 강요하고 있다. 한국여성개발원 장혜경 박사는 최근 ‘이혼 여성의 부모 역할 및 자녀양육 지원방안에 관한 연구’에서 여성 한부모가족을 위한 법적·제도적 정책 대안을 제시했다. 우선 관심을 쏟아야 할 부분은 경제적 지원.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8%가 전 남편으로부터 양육비를 받지 못한다고 답했다.그 이유는 ‘전 남편의 경제적 무능’(43.4%)이 가장 많았으나,양육 책임을 일방적으로 회피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장 박사는 “양육비에 관한 사항을 강제조항으로 개선하고,저소득층에 한해 학비면제와 주택장기임대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한부모가정은 학교에서 가족신문,가족사진,가족소개하기 등 양부모가족을 전제로 한 과제를 내줄 때 곤혹스럽다고 호소한다.이런 사회적 편견들은 이혼 가족이 양부모가족과는 다른 모델을 발전시켜 나가는 것을 어렵게 하는 장애요인이 된다고 장 박사는 덧붙였다. 정기적으로 한부모교실을 열어 사회 지지망을 형성하고,각종 지원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여성민우회는 최근 한부모가족에게 유용한 자료들을 모아 작은 책자를 발간했다.배우자 없이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여성들이 심리적·정신적으로 힘을 얻고,경제적으로도 자립해 힘찬 날갯짓으로 ‘단독비행’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정보들이 실려 있다.
  • [男男女女] 노처녀·노총각 “그만 괴롭혀”

    지난해 겨울 모로코 여행에서 알게 된 중국계 미국인 남자와 얼마 전 인터넷 메신저로 안부를 주고받다 컴퓨터 앞에서 혼자 웃은 적이 있다.켄터키주에서 대학교수로 있는 그는 초등학교까지 대구에서 자란 화교 출신으로,한국인인 할머니를 비롯해 친척들이 아직 서울에 살고 있다고 했다. 방학 때마다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는 것이 취미임에도,정작 한국에 와본 지는 거의 20년이 다 돼간다고 하기에 이유를 물으니 대답인즉 이랬다.“내가 아직 싱글인 것에 대해 친척들 걱정이 아주 크다.한국에 가면 할머니와 숙모들이 맞선을 보라고 성화를 부릴 텐데 도저히 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올해 우리 나이로 35살인 그가 이곳에 와서 겪게 될 상황들이 비디오를 보듯 너무나 확연히 머리에 그려져 씁쓸하게 웃지 않을 수 없었다. 남들이 말하는 ‘결혼 적령기’를 넘긴 남녀에게 한국만큼 살기 피곤한 나라가 또 있을까.결혼의 필요성을 못 느꼈든,아직 제 짝을 찾지 못했든 일단 노처녀·노총각 딱지가 붙고 나면 주위의 지나친 관심 탓에 한없이 고달퍼진다.물론 옆에서 지켜보기 안타까운 마음에 배려 차원에서 쏟는 관심이 대부분이겠으나,때로 도가 지나쳐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면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30대 초반의 한 미혼 여성은 직장 남자 동료들이 “휴일에 뭐하고 지내냐.”고 놀리듯 물을 때마다 울화가 치민다고 했다.딱히 할 말이 없어 “잠잔다.”라고 대답하면 ‘데이트라도 해야지 어쩌려고…’라는 질책이 쏟아져 민망하기 이를 데 없다는 것이다.그럴 때마다 “‘그러는 당신은 휴일에 뭐 대단한 일이라도 하느냐.’고 되묻고 싶어지는 걸 간신히 참는다.”며 분개했다.순수하게 동료의 취미 생활이 궁금해서라기보다 결혼 안한 나이든 여자,혹은 남자의 일상에 대한 호기심은 지나친 사생활 간섭일 수밖에 없다. 그런가 하면 30대 후반의 한 남성은 아직 결혼을 못한 데 대해 주위에서 ‘눈이 너무 높아서’라며 싸잡아 핀잔을 줄 때마다 말문이 막힌다고 하소연했다.한창 일에 매달리다 보니 때를 놓쳤고,막상 짝을 찾으려니 마음 맞는 상대가 쉽게 나타나지 않을 뿐인데,마치 자신을까다로운 ‘신부 감별사’라도 되는 양 취급한다면서 억울해했다.배우자를 선택하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시장에서 물건을 고르는 것도 아닌 바에야 평생의 반려를 맞이하는 일을 두고 옆에서 눈이 높다느니,낮다느니 훈수를 하는 일은 당사자가 듣기에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성을 전환한 여성 가수가 당당히 자신을 드러내고 대중도 큰 거부감없이 이를 받아들일 만큼 우리 사회는 외형상 개방적으로 변했다.그러나 정작 우리 주변 보통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방식에는 여전히 지나치게 민감한 것이 아닐까.노처녀·노총각이든 독신이든 자신이 갖고 있는 상식의 잣대로 이들을 멋대로 재단하고 끼워맞추려 애쓰지 않는지 한번쯤 되새겨볼 일이다. 이순녀기자
  • 드라마등급제 되레 역효과?

    지난 11월부터 전격 실시된 드라마 등급제의 미성년자 보호효과가 아주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시청률조사기관 TNS미디어코리아에 따르면,특정 연령 시청불가 판정을받은 대다수의 드라마가 판정 후 해당 시청자들의 시청이 오히려 늘어났다.이에따라 방송계에서는 “실질적인 규제 장치 없이는 미성년자들의 호기심을부추겨 거꾸로 시청을 유도할 뿐”이라며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 드라마 등급제는 지상파 방송사 드라마의 부적절한 언어·폭력성·선정성 등으로부터 미성년자를 보호하기 위해 모든 연령 시청가·7세·12세·19세 이상 시청가로 연령별 시청 가능 등급을 부여하는 제도.방송사 재량으로 ‘15살 이상’ 등급을 운용할 수도 있다.그러나 본 뜻과는 달리 드라마의 대다수가 특정 등급을 받은 뒤 보호 대상 시청자들의 시청이 늘어나는 현상을 낳았다.12세 이상 등급을 받은 KBS1 ‘내사랑누굴까’는 등급제 실시전인 9월 12세 미만의 시청률이 6.6%였던데 비해 11월 8.5%,12월 9.4%로 오히려 해당 연령층의 시청률이 높아졌다. 15세 이상 등급인MBC ‘인어아가씨’도 마찬가지.9월 시청률 9.5%에서 11월10.1%,12월 12.2%로 보호대상인 15세 미만의 시청률이 높아졌다.같은 등급의SBS ‘야인시대’도 9월 12.0%에 비해,11월 17.6%,12월 15.8%로 15세 미만의시청률이 올라갔다.한 방송사의 심의부 관계자는 “전체 방영분을 방송시작전 모두 만들지 못하는 한국의 현실에서는,일부 내용만 갖고 그때그때 등급을 매길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등급 변동이 심하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따라서 결국 미성년자나 어린 시청자들에게 해당 드라마의 특정부분을 건너뛴채 보라는 식인데,외부 규제 등 실질적인 규제장치가 없으면호기심으로 인한 시청이 늘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관계자는 또 “등급분류 기준도 구체적이지 못해 방송사들이 현실적인 지침으로 삼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실제로 SBS ‘야인시대’의 경우 ‘15세 이상’에서 ‘19세 이상’으로 바뀌었다가 다시 ‘15세 이상’ 등급으로 환원돼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시청자 김종헌씨는 “등급이 오락가락해서 아이들의 시청을 지도하기가힘들다.”면서 “여기에 아이들이 저녁식사후 TV를 많이 보게 되는 오후 8~9시대에 15세 이상 드라마가 집중된 것도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방송 관계자는 “현행 드라마 등급제가 마치 ‘선정·폭력 면허증’처럼 사용되고 있다.”면서 “‘19세 이상’등급의 평일 오후 1시~10시,휴일 오전10시~오후 10시 방영이 금지된 것처럼,등급별로 세분화된 방영시간대 규제등 실질적인 보호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채수범기자 lokavid@
  • 스키·온천의 명소 일본 미야기현

    (미야기현(일본) 권재룡 특파원) 스키와 온천욕을 한번에,거기에 덤으로 절경의 명승지 관광까지. ‘온천의 나라’일본.그중에서도 미야기(宮城)현은 동북지방 최고의 수질을 자랑하는 대규모 온천과 스키장,명승지를 갖춘 몇 안되는 관광지 가운데 하나다.가족·연인·친구와 함께 한해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낼 수 있는 휴식처로서 부족함이 없는 미야기현으로 떠나 보자. ◆자오산 스키 어느 곳을 파도 온천수가 나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 자오(藏王)지방은 경관 또한 뛰어나 예로부터 ‘신들의 산’으로 불려왔다.일본 동북지방에서도 다섯손가락 안에 꼽히는 유명한 스키리조트들이 모여 있어 시즌이 되면 일본은 물론 세계 각지의 스키어들로 북적거린다. 스키장 진입도로 양편에 치워 놓은 눈 높이가 2m에 달할 정도로 눈이 풍부한데,도로 밑에 온수관을 묻어 더운물을 흘려보내는 방식으로 도로의 눈을녹인다. 11월부터 4월까지 끊임없이 눈이 내리는 이곳은 눈의 질 또한 세계 최고를자랑한다.마치 특급호텔의 푹신푹신한 양탄자 위를 걷는 느낌.정통파 스키어들도 만족하는 11가지 코스를 가진 에보시 스키장,얼음나무사이를 달리는 설상차가 인기인 스미카와 스키장,초보자는 물론 전문스키어에게도 인기 만점인 시치가슈쿠 스키장 등이 대표적이다.3곳 모두 센다이 기차역에서 셔틀버스로 1시간 안팎의 거리에 있다. ◆나루코 온천향 스키를 맘껏 즐겼다면 따끈한 온천탕에 몸을 담가 피로도 풀고,저물어가는한 해도 정리해 보자. 센다이시에서 자동차를 타고 북쪽으로 1시간40분 정도 달리면 미야기현의,유명한 온천 밀집 단지가 나온다.이름하여 나루코 온천향(鄕). 나루코 온천향엔 나루코·가와나베·오니코베 등 일본 동북지방 최고의 수질을 자랑하는 온천이 모여 있다.온천은 함유물질에 따라 11가지 수질로 분류되는데 나루코온천향은 그중 9종류의 수질을 갖춰 일본에서도 진귀한 온천지로 알려져 있다.최근엔 한국·대만 등지에서 많은 관광객이 찾아온다. 온천가 중심부에는 에도시대의 목욕탕을 복원한 공중목욕탕인 다키노유가있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온천 기분을 느낄 수 있다.유카타(일본식 실내복)를 입고 가족 단위로 삼삼오오 온천마을을 산책하는 모습이 전혀 어색해 보이지 않는다. 특히 이곳 관광협회에서는 티켓 한장으로 각기 다른 수질의 온천을 체험할수 있는 ‘유메구리 티켓’이라는 상품을 개발해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마쓰시마와 고다이도 일본 하이쿠의 명인 마쓰오 바쇼(松尾芭蕉)가 극찬한 일본 열도 최고의 절경.교토의 아마노 하시다테,히로시마의 미야지마와 더불어 일본 3대 절경중하나로 꼽힌다.푸른 바다 위 섬들은,마치 에멜랄드 원석이 점점이 박혀있는듯하다. 마쓰시마(松島)는 수만년간 파도에 깎인 바위들과 푸른 소나무 숲이 어우러진 260여 유·무인도로 이루어져 있다.해질 무렵 적송과 해송이 조화를 이룬 섬들을 바라보노라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일본 동북부 미야기현 해안선을 따라가는 선상크루즈 여행을 통해 마쓰시마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섬 사이를 오가는 유람선에서 겨울바다의 낭만을가슴 깊이 느끼며 미야기현 특산물인 굴찌개를 맛보는 선상크루즈는 겨울철관광의 백미.유람선 운항시간은 한 시간 남짓이다. 유람선을 쫓아오는 괭이갈매기들에게 우리나라의 새우깡처럼 생긴 스낵과자를 던져주는 재미도 쏠쏠하다. ◆안중근의사와 다이린지 센다이시에서 동북 자동차도로를 따라 북쪽 이와테현 방향으로 30분쯤 가다 와카야나기 IC로 빠져나오면 5분거리에 안중근 의사의 영정을 모신 다이린지(大林寺)가 있다. 1909년 10월26일 만주 하얼빈역에서 초대 조선통감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저격한 안중근(당시 30세)이 여순감옥에 투옥되었을 때,간수인 25살의일본청년 지바 도시치(千葉十七)는 조국 독립에 대한 안중근의 간절한 염원에 감동해 간수와 죄수라는 관계,국적의 차이라는 한계를 초월해 깊은 우정을 나눈다. 1910년 3월26일 사형장으로 가기 직전 안 의사는 지바에게 ‘爲國獻身 軍人本分’(위국헌신 군인본분-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것은 군인의 본분이다)이라는 마지막 글을 써주었다.일본으로 돌아온 지바는 안 의사의 영정과 묵서를불단에 바치고 명복을 빌면서 한·일 양국의 친선과 평화를 염원했다고 한다.경내에 따로 설치한 사당에는 지금도 안 의사 영정과 묵서 사본이 걸려 있다.주지스님은 한국에서 온 관광객을 버선발로 맞아줄 정도로 한국인들에겐각별한 애정을 보여준다고 한다. skmstar@ ★여행가이드-전통목각인형'고케시'유명 ◆가는 길 인천국제공항에서 센다이까지 아시아나항공이 매일 오전 10시30분 비행기를 띄운다.약 2시간 소요.위도는 한국의 서울과 같지만 날씨는 약간 따뜻한 편.센다이 공항에서 센다이시 중심가까지는 셔틀버스로 40분 걸린다. 센다이 기차역 앞에 있는 관광안내센터에 들르면 일본인 특유의 친절한 미소를 앞세워 방문객에게 어울리는 관광스케줄을 짜주기도 한다.스키장이나온천지대,명승관광지 모두 센다이시내에서 관광버스로 1시간30분 이내의 거리에 위치해 있다. ◆특산물 및 체험관광 나루코온천향은 일본전통의 목각인형인 ‘고케시’(사진)로도 유명한 곳이다.고케시는 주로 단풍나무를 재료로 손으로 직접 깎아 만든 천진난만하고해학적인 어린이 얼굴의 인형.나루코에서 3대째 전통 고케시를 제작하는 스가와라 공방(工房)은 관광객에게 제작과정을 공개하며,관광객이 직접 고케시에 그림을 그려넣는 체험도 하게끔 해 준다. 센다이시 근교의 작은 항구도시인 시오가마는 일본식 어묵요리의 일종인 사사가마보코로 유명한 곳이다.시오가마 시내에 산재한 가마보코 공장에서도관광객에게 가마보코를 직접 만드는 기회를 제공한다. 미야기현 서울사무소 (02-725-3978)와 웹사이트(www.japanpr.com 또는 www.miyagi.or.kr)에서 상세한 정보를 제공한다.
  • MBC 새드라마 ‘눈사람’ 주연 조재현

    “이번엔 ‘좋은 사람’이에요.작품은 액션 장면도 들어가면서 품격도 갖춘 멜로 드라마랍니다.” 탤런트 조재현이 오랜만에 ‘착한’역을 맡았다.내년 1월8일 첫 방송되는 MBC 수목드라마 ‘눈사람’에서 강력반 형사 한경록 경장으로 변신한다.올 초 그를 스타덤에 올린 SBS 드라마 ‘피아노’에서는 건달로,영화 ‘나쁜 남자’에서는 사랑하는 여자를 사창가에 파는 악당으로 나왔다. “모두가 ‘극악스럽다.’는 한마디로 압축되는 역들이죠.내용 때문인지 ‘나쁜 남자’와 그 주인공인 저는 모 여성단체로부터 최악의 영화와 배우로 뽑혔을 정도니까요.” 그런데 이번에는 ‘애인’ 등을 연출한 이창순 PD의 이른바 ‘명품 멜로 드라마’에 도전한단다. “감독님께,명품 멜로여서 (출연을)결심했다고 했더니 이번에는 명품에서 중저가로 드라마 품격을 낮추었다고 하던데요.그때문에 제가 캐스팅된 게 아닐까요?(웃음)” 강력계 형사 한경록은 자신을 남자로 바라보는 처제에게 애써 거리를 둔다.그러다 부인이 불의의 교통사고로 죽고 난 뒤 처제와 사랑에빠지게 된다. “불륜이요? 꼭 그렇다기보단 죽은 아내로 인한 허전함과,죽은 언니의 빈자리를 느끼는 처제의 허전함이 공통분모가 되어 가까워진다고 보는 편이 자연스럽지 않을까요?” 그는 상대역인 공효진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제가 효진이한테 그랬어요.대한민국 역사상 너처럼 불량학생 역을 잘 소화해내는 배우는 없을 거라고요.어쩌면 그렇게 거친 연기를 잘 해내는지….” 공효진과는 나이 차이가 15살이나 나지만 연기호흡을 맞추는 데 어려움은 없다고 한다. “사실 나이가 어려도 여성에게는 남자를 감싸주는 모성본능 같은 것이 있나봐요.때때로 누나 같기도 하고 엄마 같기도 한 느낌을 받습니다.피카소가 젊은 여자와 사랑에 빠진 것도 그렇게 보면 이해가 돼죠.” 그는 올 한해,그 어느 때보다 숨가쁘게 뛰었다고 자신있게 말한다.영화 ‘청풍명월’과 ‘스턴트맨’의 개봉도 임박했다. “한때 연극 무대를 지키던 선배들이 영화나 TV쪽으로 옮겨 스타가 된 뒤로는 연극을 전혀 안 하는 사례를 적잖게 봐왔어요.그땐 ‘그건 좀 아닌데.’라고 생각했죠.그런데 돌이켜 보니 제가 바로 그 전철을 밟고 있구나 싶더라고요.내년 가을에는 꼭 연극 무대에 서겠습니다.” 주현진기자 jhj@
  • 무심코 던진 한마디 동심의 ‘남녀차별’ 키운다

    3살배기 딸을 키우는 정은영(이하 가명·31·여)씨에게 요즘 고민거리가 생겼다.4살난 옆집 남자아이가 딸의 장난감을 뺏거나 머리를 밀치는 등 심한장난을 치는 것.그러나 그 부모는 혼내기는커녕 “우리 아이가 예진(딸의 이름)이가 좋아서 그러는 거야.”라고 오히려 자신의 딸애를 어르는 것이었다.정씨는 “여자가 좋아서 괴롭힌다는 말을 하는 부모를 보니 어처구니없었다.”면서 “이사 와서 도움을 많이 받았지만 딸애 때문에 만나기가 꺼려진다.”고 말했다. 통계청의 지난해 조사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출산율은 1.3명.젊은 부부들이 대부분 외동아이를 키우는 추세다.외동아이를 지나치게 귀하게 키워 ‘소공자·소공녀’로 만든 것은 비단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최근에는 딸 가진부모와 아들 둔 부모 사이에 갈등도 불거진다.외동딸을 둔 부모는 ‘남녀평등’을 외치는 데 견줘 외동아들을 둔 부모는 고리타분하게도 ‘남존여비’사고방식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7살짜리 딸을 키우는 강경호(36)씨도 요즘 5살난 남자조카 때문에 골치를 앓는다.가끔 놀러오는 조카애가 걸핏하면 딸에게 “여자가 까불어.”라고 소리를 지르는 것.동생 부부는 그런 아들을 제지하기는커녕 “누나가 이해해라.”라고 딸에게 양보를 요구한다.강씨는 “딸이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2살이나 어린 사촌동생에게 그런 대우를 받아야 하느냐.”라면서 “조카가 보기싫어질 뿐 아니라 동생조차 만나기 싫다.”고 털어놨다. 신의진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는 “예전에는 부모의 남녀차별적인 가치관이 자녀양육에 문제가 됐다면,요즘 부모는 외동아이만 키우다 보니 다양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해 말썽을 빚는다.”면서 “게다가 아이가 올바르지 못한 행동을 해도 아이를 야단치지 않아 문제가 심각해진다.”고 말했다. 외동아이가 대부분이므로 상대방을 이해하고 평등한 성 역할을 가르쳐주는유아교육은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그러나 가정에서건,어린이집·유치원에서건 이같은 교육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올 봄 아이를 집 근처 어린이집에 보낸 윤미자(37·여)씨는 딸의 변화된 행동에 속을 끓였다. 그는 “어린이집에들어가기 전에는 블록쌓기를 즐기던 딸이 자꾸 인형만 사달라고 칭얼거려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유아원 선생님이 ‘블록은 여자가 갖고 노는 것이 아니니 인형을 갖고 놀라.’고 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고 털어놨다.이어 “딸애에게 ‘기가 세다.’고 표현한 학부모와는 싸운적도 있다.”면서 “내년에 유치원에 보낼 때에는 남녀 평등교육을 시킬 수있는 곳을 고르겠다.”고 불편한 마음을 털어놨다. 심숙영 숙명여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외국인 영어교육을 하겠다면 모든 부모들이 동의하지만 반편견 교육(인종·성별에 편견을 갖지 않는 인성교육)을 시킨다고 하면 ‘그게 무슨 소용이 있냐.’고 항의하는 부모가 많다.”면서 “유아교육은 인성교육이 주가 돼야한다.”고 부모들의 그릇된 의식을 꼬집었다. 심 교수는 남녀차별적인 교육을 어쩔 수 없는 일로 단순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여자아이뿐 아니라 남자아이에게도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김진옥(34·여)씨의 6살된 아들이 그런 사례다.아들은 유치원에서 말썽꾸러기로 유명해졌다.여자아이들의 물건을 뺏거나 배에 머리를 들이박는 등 이상행동을 자주 하는 것.결국 다른 부모들의 항의에 견디다 못해 김씨는 아들을 가을부터 다른 유치원으로 옮겨야 했다. 그는 “솔직히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남자 아이라면 으레 그렇게 까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처음에 다른 학부모들의 항의를 받을 때에는 화가 나기도 했지만 아들이라고 여자애를 배려하게끔 키우지 못한 제 자신을 반성했다.”고 털어놨다. 중앙대 부속유치원의 이숙희 원장은 “남녀차별적인 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다수와 물건을 공유하는 것,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힘을 합쳐 일을 하는 것 등이 평범한 아이에 비해 크게 뒤떨어진다.”면서 “특히 외동아이를 가진 부모일수록 시야를 넓게 갖고 아이의 사회성을 길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송하기자 songha@
  • 극한의 수용소에서 얻은 ‘행복’/노벨상작가 임레’운명’완역출간

    개인이나 집단에 있어 ‘행복’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며 어떻게 얻어지는 것일까. 단란한 가족과 풍족한 재화,저택과 고급 차를 갖고,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일까.아니면 수용소에 갇힌 사람이 힘겨운 노동,지루한 점호를 끝내고 마침내 잠자리에 들거나,부상으로 채석장의 힘겨운 노동 대신 병상에 누워있는것은 어떤가.또 아우슈비츠의 굴뚝을 쳐다보며 ‘나는 아직 살아있다.’는안도감에서 얻는 행복은 어떤가. 이런 문제를 다뤄 올해 노벨문학상을 받은헝가리 작가 케르테스 임레의 대표작 ‘운명(소르슈탈란사그·Sorstal ansag,박종대ㆍ모명숙 옮김,다른우리)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완역,출간됐다. 악명높은 아우슈비츠와 부헨발트 강제수용소의 실상을 15살 소년 죄르지의눈을 통해 그려낸 작품은 지금까지의 ‘고발’ 일변도에서 벗어나 ‘행복’이라는 역설적 시각으로 수용소에서 겪었던,생과 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고통과 굶주림,학살의 진실을 말하고 있다.‘극한의 수용소에 과연 행복이 존재했을까.’라는 세계인의 물음에 대해 그는 강제수용소에 부여된 악명의 ‘탈신비화’를 통해 처절한 진실의 모습을 그려 보이고 있다. 탈신비화는 죄르지의 수용소 체험과 그가 내뱉는 말을 통해 구체화된다.수용소행 열차를 타고 가면서 보이스카우트의 모험을 생각하는 그는 “부헨발트 수용소를 좋아하게 되었다.”거나 “이 아름다운 강제수용소에서 더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하곤 한다.그가 수용소를 전전하며 느끼는 이런 행복감,세상을 향해 갖는 어리석기까지 한 신뢰는,참담하고 극적인 스토리를 기대하는 독자들을 화나게 하기도 한다.그러나 임레는 끝까지 독자들의 이런 취향이나 기대에 대꾸하지 않는다. 임레는 ‘운명’에서 특별히 비극성을 강조하거나 도덕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지 않고,현실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순진한 소년의 시선을 끝까지 지켜낸다.이런 점에서 ‘운명’은 처형장으로 끌려가던 남자주인공이 어린 아들에게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이는 이탈리아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를 연상시킨다. 실제로 임레는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의 ‘인생은 아름다워’가 ‘쉰들러리스트’보다 진실에 부합하는 작품”이라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그는 노벨상 수상이 확정된 뒤 독일 슈피겔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나는 독자들에게 상처를 주기 위해 이 소설을 썼다.” 심재억기자
  • 실종 5살 넉달만에 귀가

    5세 어린이가 실종된 지 4개월여만에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지난 7월 23일 실종된 정모(5)군을 131일만인 4일 오후6시 45분 쯤 양천구 신정1동 정군의 집 부근에서 순찰중인 경찰관이 발견,집으로 돌려보냈다. 정군의 건강 상태는 양호하지만,긴장한 상태로 실종 경위에 대해 입을 열지 않고 있다. 경찰은 정군이 양육 목적으로 납치됐지만 미아찾기 방송 등에 얼굴이 알려지자 양육을 포기한 범인이 되돌려보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실종 경위등을 조사중이다. 유영규기자 whoami@
  • [오늘의 눈]‘한국교육시스템 세계 최고’ 유감

    얼마 전 서울의 한 지인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직장을 그만두고 미국으로이민가려 하는데 식당을 차리려면 돈이 얼마나 드느냐고 물었다.잘 나가는대기업 부장직을 왜 그만두려 하느냐고 물었더니 “아이들 교육 때문에…”하고 말꼬리를 흐렸다.한국에서는 아마 흔한 얘기일 게다. 미국 등으로 이민을 떠나려는 사람들은 십중팔구 자식들의 교육문제를 이유로 삼는다.한국에서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자신들의 무능력을 자녀교육 문제로 둘러대려는 핑계일 수도 있다. 한국 교육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한다면 성한 사람 대접을 받기는 어렵다.그런데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가 26일 정말 매맞을 보고서를 내놓았다.14∼15살짜리 청소년을 상대로 한 읽기·수학·과학 등의 시험결과 한국의 교육 시스템이 세계 최고라고 밝혔다.선진 24개국 가운데 일본이 2위,미국이 18위다. 보고서는 왜 한국이 1위에 랭크됐는지 한마디로 대답하기 어렵지만 사회·경제적 배경과 부모들의 교육수준이 연관됐을 것이라고 추정했다.한국과 일본 사회의 각박한 경쟁이 요인이됐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고 했다.분명한점은 어린이들이 실제 무엇을 알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삼을 때 한국의 교육은 가장 효율적 시스템을 갖췄다고 밝혔다. 한국의 어린이가 똑똑하다는 것은 기쁜 소식이다.그러나 보고서는 왜 한국에서 조기유학 열풍이 일고 사설학원이 밀집한 곳의 집값이 가장 비싼지 설명하지 못한다. 한가지 예를 들어보자.유치원에서 거북이와 토끼가 경주하는 내용의 책을읽었다.한국에서는 토끼의 교만함을 교사가 친절히 일깨워준다.그리고 정답은 하나같이 성실한 거북이다.그러나 미국에선 개개인이 느낀 게 정답이다.느린 거북이가 싫다는 학생에게는 그게 정답이다. 한국 교육의 문제점은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누구에게나 똑같은 정답만을 요구한다는 점이다.시스템이 잘됐다고 결코 말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교육 시스템이 세계 최고라는 유니세프의 지적은 유감이다.우리 교육당국이 이같은 보고서를 보고 기뻐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백문일 워싱턴 특파원 mip@
  • 문학사상사 올해 문학상 받은 재미작가 오정은 “이민생활 정체성 찾으려 소설 몰입”

    “날지 못하는 펭귄을 통해 자아를 확인하려 고뇌하는 교포들의 갈망을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문학사상사의 올해 장편소설 문학상은 의외로 ‘펭귄의 날개’(문학사상사)를 쓴 재미교포 여류작가 오정은(36)씨에게 돌아갔다.더 놀라운 것은 그가 이 작품 이전까지 단 한 편의 소설도 발표하지 않은 신진이라는 점이다.실제로 그는 “따로 소설수업은 받지 않았으며,한국에서 살았던 초등학교 시절,주변에서 글쓰는 데 재능이 있다는 말을 들은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그는 15살 나던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뒤 모든 교육과정을 미국에서 마쳤다.뉴욕 폴리테크닉 공대를 거쳐 시러큐스대 대학원을 마치고 지금은 IBM 본사 금융지원사업부에 근무하는,엔지니어 출신 프로젝트 매니저이다. 시상식 참석차 서울을 찾은 그는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가끔 영어 산문을 쓴 적은 있으나 소설은 이번 수상작이 첫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20년이 넘게 미국에서 생활하면서도 그는 모국어를 잊지 않았을 뿐 아니라 끈질기게 소설문학을 천착,국내의 기성작가들도 다다르지 못한 장편소설 문학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그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너무 기쁘다.언어와 관습이 다른 미국에서 힘겹게 글을 쓰는 제게 큰 격려가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반가운 것은 국내 신진 작가들이 대부분 시류에 반한다며 애써 기피하거나 역량의 한계를 드러내기 일쑤인 장편소설에서 새로운 재원을 발굴했다는 점.심사를 맡았던 김윤식 교수는 “‘나는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근원에 대한 무거운 주제를 유려한 문장으로 완화시킨,강렬하고 은밀한 매력을 갖춘 작품”이라고 평했다. 소설을 창작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일이 무엇이었냐는 물음에 “소설의 배경이 미국이고 등장인물이 교포 2세여서 언어와 문화적 배경이 전혀 다른 미국적 정서를 우리말로 정확하게 끄집어내는 일이 어려웠다.”는 오씨는 “그동안 많이 달라진 한글 맞춤법과 부쩍 늘어난 외래어를 소화하기도 무척 혼란스러웠다.”고 털어놨다. 소설속 주인공인 한국인 2세 예리는 탁월한 실력으로 미국 사회에서도 촉망받는 대기업의 프로젝트 매니저. 그러던 어느날 그녀의 열정과 열망은 ‘펭귄 콤플렉스’(날개가 있어도 날지 못하는 새)로 바뀌고,이런 혼란 중에 약혼자가 뜻밖의 죽음을 맞게 된다.이런 왜곡된 상황 속에서 예리는 점차 사랑의 의미를 깨우치고 또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해 간다. 오씨는 자전적 소설이냐는 물음에 직답은 피했지만,그에게도 ‘펭귄 콤플렉스’는 전혀 다른 사람의 일일 수 없지 않을까.대답은 의외로 긍정적이었다.“미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인종 편견이 덜한 나라”라는 그는 “한국 어린이들이 처음에는 백인과 똑같은 조건에서 생활하다가 나중에 피부색까지 같을 수 없다는 자괴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으나 어쩔 수 없는 차이 아니겠느냐.”고 되물었다. “실제로 이민자들이 느끼는 콤플렉스는 자신이 생활하는 동부보다 중·서부 쪽이 더 심한 것 같다.”는 그는 “아직도 KKK단 같은 극단적 인종차별집단이 존재하지만 그들로부터 생활이 직접 위협을 받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당사자들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생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일에 집착하고 또 열정적인 성격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30대를 갓 지나면서 한차례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으며,이것이 문학으로 몰입하게 된 직접적인 요인이 됐다고 털어놨다.“그냥 살면 괜찮은 삶인데도 뭔가 있어야 할 것이 없다는 느낌을 견디기 어려웠다.”며 “문학을 통해 직장이나 가정에서 얻을 수 없는 소중한 가치를 확인하는 일이 기쁘다.”고 말하는 그다. 오씨는 “직장 때문에 주로 밤시간을 토막내 글쓰기를 하고 있으며,남편도 자신의 일을 잘 이해해줘 가정적으로는 힘들지 않다.”고 말하고 “돌아가서는 자아발견을 다룬 단편을 써낼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펭귄의 날개는 ‘절망’의 상징이지만 적어도 그는 그 날개에서 ‘희망’을 본다.그의 소설은 이렇게 끝난다.‘펭귄은 새지만 펭귄이기에 날지 못한다.하지만 펭귄은 날개를 움직여 빠르게 거센 물결을 헤치고,빙하 위로 미끄러지며 남극을 가로지른다.매년 두 달동안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방랑의 길을 떠나지만 언제나 사랑하는 짝을 찾아 다시 남극으로 돌아올 수 있는 것은 펭귄에게 날개가 있기 때문이다.’ 심재억기자 jeshim@
  • 마이클 잭슨 ‘위험한 장난’, 6개월된 자식 호텔난간서 흔들어

    세계적인 팝가수 마이클 잭슨(44)이 생후 6개월 된 자신의 아기를 상대로 ‘위험한 장난’을 치다 또다시 구설수에 올랐다. 영국의 BBC방송 등 외신들은 19일 한 시상식에서 평생공로상을 받기 위해 독일 베를린을 찾은 잭슨이 투숙한 호텔의 5층 발코니 난간에서 한 팔로 아기의 목을 감은 자세로 내렸다가 다시 들어올리는 위험한 장면을 연출했다고 보도했다.잭슨은 더욱이 아이 얼굴이 노출되지 않도록 수건을 뒤집어 씌운채 이같은 장난을 저질러 아이를 학대한 것이 아닌가 하는 비난을 샀다. 발코니 아래에서 이 장면을 목격한 200여명의 팬들은 혹시 아기가 떨어지지 않을까 조바심을 쳤지만 다행히 아무런 불상사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언론들은 전했다.현재 잭슨은 5살과 4살 된 자녀외에 지난 8월 얻은 것으로 알려진 아기 등 세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현지와 미국 언론들은 이 ‘위험한 장난’의 주인공이 잭슨의 세번째 아기라는 측근의 전언을 소개했다. 김균미기자 kmkim@
  • W세대/ 박물관·미술관서 전시품 해설 줄줄줄… 자원봉사의 꽃 ‘도슨트’를 아시나요

    자원봉사 하면 퍼뜩 양로원 고아원 병원 운동경기대회 등이 떠오른다.그러나 박물관·미술관도 자원봉사 대상임을 아는 이는 별로 없다.문화 자원봉사자의 ‘꽃’은 아무래도 도슨트(docent)다.박물관·미술관의 전시를 관람객에게 소개하는 전시해설자를 말한다.주류는 40∼50대 주부지만,최근에는 20대의 지원도 많아졌다.삼성미술관의 20∼30대 도슨트 4명의 문화자원봉사 활동을 들여다 보았다. “멜빵바지 입고 머리 질끈 묶은 채 학교에 가지만,도슨트를 하는 날에는 화장도 하고 옷도 얌전하게 입으려고 해요.관람객에게 제 해설의 신뢰도를 높이려고요.” 앳된 얼굴의 이가림(21·국민대 디자인학과 01학번)씨는 삼성미술관에서 활약하는 도슨트 21명 중 가장 나이가 어리다.그가 전시를 해설한 뒤 “질문있으세요?”라고 물으면 관람객들이 대뜸 “나이가 어떻게 되느냐?”고 물어볼 정도다.원래 외국인 관람객을 위한 영어 도슨트로 뽑혔지만,우리말 도슨트를 겸하고 있다. 그가 도슨트를 신청한 것은 아주대 불문과 00학번 시절이다.미술을 전공하고 싶었지만 아버지의 반대로 불문학을 전공하게 된 그는 ‘꿩대신 닭’이란 심정으로 도슨트를 신청했다. 1년 지나서 미술관으로부터 도슨트를 하라는 연락을 받았다.‘백남준 전’이 데뷔 무대였고 기억에 남는 자리는 올 봄에 열린 ‘격조와 해학-근대의 한국미술전’이다. “당시 한국을 방문한 루이뷔통 부사장에게 추사 김정희며,근대화가 박수근,한국화가 서세옥 등을 소개할 수 있어서 참 뿌듯했어요.의상디자인을 전공한다니까 패션에 관해 몇마디 조언도 해주더군요.” 외국인 관람객 수가 적은 편이라 설명이 끝날 때쯤이면 친근해져 사적인 대화를 하게 된다.전시회를 준비하는 3∼4개월 동안 여러 차례 세미나로 무장을 해야 하므로 시간도 많이 빼앗기고,교통비 지출도 만만치 않다.수업 중에 호출될 때도 있다.그래도 “현장과 학교가 다르다.”는 사실을 경험하는 만큼 그만 둘 수가 없다고 말한다. 백화점 판매원,과외교사,전화안내 등 어지간한 아르바이트를 다 해보았다는 이계영(26·숙대 불문과 졸)씨도 도슨트 할 때가 가장 즐겁다.대학원에서 미술사를 전공하는 그는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지를 늘 생각한다.대학교 4학년 때 한국화랑협회가 개최한 ‘화랑미술제’에서 아르바이트한 것이 계기가 돼 도슨트를 시작했다. 최근 도슨트를 하겠다는 젊은 지원자들이 많아져 신청한 뒤 1년 넘게 기다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특이한 이력으로 쉽게 뽑히는 이들도 있게 마련.미술 전공자가 아닌 점이,새로운 시각으로 해설을 전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고,대학원에서 음악교육학을 전공한 진세령(29·피아노 레슨)씨.2년 전 ‘박수근전’을 관람하러 갔다가 도슨트에게서 전시설명을 듣고 곧바로 지원한 케이스다.그는 “‘문화 자원봉사자’란 패찰을단 도슨트를 보고 호기심에 신청했다.”고 말한다.그는 그림을 음악 들려주듯 설명하는 재주가 있다는 평을 듣는다. 근무가 없는 일요일에만 도슨트를 하는 김준배(32)씨는 H반도체 연구소 과장.전자공학 박사인 그는 박사과정 5학기 때 머리를 식힐 겸 국립현대미술관의 ‘불교미술전’을 구경갔다가도슨트가 됐다.“이른 아침인데,5살쯤 된 아들에게 아버지가 ‘머리가 곱슬거리면 부처님이야.머리가 풀어진 사람은 보살이고.’라고 설명한 뒤 ‘그럼 저 사람은 누구지?’라고 묻는 거예요.얼마나 흐뭇하던지 미술관 경비원이라도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어요.” 처음엔 컴퓨터 프로그래밍으로 자료정리라도 도울 요량으로 문화 자원봉사를 지원했는데 도슨트가 됐다.그는 “미술사가 시대를 앞서가는 학문인만큼 첨단 분야의 과학자에게 시대 흐름을 읽는 능력을 제공한다.”고 말한다. 요즘 잘나가는 미국의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가 일본 미술품 컬렉터로서도 탁월한 것처럼.개인적으로는 엔지니어에게도 발표력이 굉장히 중요한데,도슨트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발표연습이 돼 직장내 프리젠테이션에 큰 도움이 된단다. 20∼30대 도슨트들은 문화 자원봉사자라는 자부심 외에,40∼70대의 베테랑 도슨트들과의 만남이 소중하다고 강조한다.세대간 대화를 통해 인생을 배운다는 것이다. “도슨트를 하면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신 분들을 만나게 돼요.저희와나이 차가 반세기인 분도 있어요.젊고 감각도 멋진 선배님들을 보면,닮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20대와 70대라는 나이 차를 떠나서 ‘통하는’ 뭔가가 우리 도슨트들에겐 있어요.” 문소영기자 symun@ ■‘도슨트'가 되려면/ 매년 1~2차례 모집… 인터넷 통해 신청 문화가 강조되는 시대에,문화 자원봉사자들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할 일이다.조상에게서 물려받은 오래된 성이나 교회,그림 등을 외국인에게 보여주며 막대한 관광수입을 올리는 독일·이탈리아·영국 등 유럽에선 도슨트(docent)가 일반화했다.유럽관광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역사나 예술사를 전공한 석·박사들이 전시나 유물을 설명하는 모습을 본 기억이 남아 있을 것이다. 자원봉사 전시해설자인 도슨트는 1845년 영국에서 처음 등장했고,미국에서는 한참 뒤인 1907년부터 미술관에서 시작됐다.국내의 경우는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민속박물관·국립현대미술관과 삼성미술관·성곡미술관 등 사설 미술관을 중심으로 2∼3년전부터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이 중 국립중앙박물관은 4년제의박물관아카데미를 별도로 두고 고미술 해설전문가를 양성한다. 95년에 도입된 전시설명자들은 처음엔 유급이었다.일당 2만 5000원.당시에는 일당을 주고 ‘미술관지킴이’를 따로 두기도 했지만 외환 위기를 거치면서 경비절감이 절박해진 박물관·미술관들은 서구에서 활용되는 문화 자원봉사자들을 전면에 도입했다.오디오기기로 해설할 경우 이용자가 많지 않고,제작비도 비싸 거의 이뤄지지 않는 형편이다. 미술관·박물관의 문화 자원봉사 영역은 전시해설 외에 자료정리·안내·일반홍보·전시행정 일반 등으로 나뉜다.그러나 아무래도 도슨트에 사람들이 몰리게 마련. 도슨트를 하려면 미술 전반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필수.박물관과 미술관의 인터넷사이트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지난 5월 도슨트를 처음 도입한 국립현대미술관은 1년에 한번,사설 미술관은 1년에 2차례 정도 모집한다.도슨트들은 스스로 중도하차하는등 연간 30∼50%까지 새 인물로 교체되는 만큼,관심이 있는 사람은 시도해 볼 만하다. 사설미술관 중 아트선재센터의 경우 세미나 준비 등을 위해 6만원 정도의 수강료를 받기도 한다. 문소영기자
  • MBC ‘삼총사’ 기자役 출연 김소연 “똑똑한 캐릭터 맘에 쏙 들어요”

    “온 몸이 파스 투성이에요.” 6일 첫 방송되는 MBC 미니시리즈‘삼총사’(오후9시55분)에서 언론사의 여론조사 담당 기자 최서영 역할을 맡은 김소연. 지난 2월 종영한 같은 방송사의 ‘그 햇살이 나에게’이후 8개월만의 드라마 출연이다. “예전에는 촬영 전날 일절 먹지 않는 습관이 있었어요.지난 8개월동안 쉬면서 아무 것도 안했죠.‘내일은 촬영이 없으니 실컷 먹고 자도 된다.’는 생각에 좋았던 것 같아요….” 반면 운동 없이 놀기만해 몸이 상했다며 하소연을 쏟아낸다. “왜 선배들이 헬스다 뭐다 운동을 열심히 하는지 이제 알겠어요.그다지 힘든 장면을 찍은 것도 아닌데 몸이 견디질 못해요.드라마 끝나면 당장 운동을 시작할 겁니다.” ‘삼총사’는 정·재계를 배경으로 엮어지는 세 남자의 사랑과 우정이 주제.김소연은 극초반 총학생회장 출신 정치가 손지창(장범수),그를 흠모하는 학교 후배 황인영(정미리)과 삼각관계를 이룬다.중반엔 손지창이 현실 정치에 길들고 타락하자 그의 친구인 재벌가의 숨겨진 아들이자 밴처사업가 류진(박준기)을 선택해 결혼한다. MBC ‘이브의 모든 것’‘엄마야 누나야’ 등 지금까지 주로 악녀나 억척여성 같은 개성강한 역할을 맡았던 데 비해 이번엔 불운을 겪거나 이상 성격이 없는 온화하고 똑똑한 캐릭터라고 역할을 자랑한다. “이번 드라마를 위해 3개월전부터 바이올린과 플라맹고춤을 배우고 있어요.요즘 드라마속 여주인공 추세가 그렇잖아요.똑똑하고 예쁘면서도 이것저것 잘하는 것도 많구….” 지난 94년 미스빙그레 선발에서 2위에 입상한 뒤 95년 SBS ‘공룡선생’에 캐스팅된 게 연기의 시작.지금은 동국대 연극영화학과(99학번) 4학년 재학중이다. “데뷔를 한 게 15살때였어요.나이에 비해 성숙한 얼굴과 목소리 때문인지 성인 역할을 많이 했죠.이제 겨우 스물 두살이랍니다.” ‘삼총사’는 김혜수와 전도연의 출연으로 각각 방영전부터 화제가 된 KBS2 사극 ‘장희빈’과 SBS 미니시리즈 ‘별을 쏘다’와 경쟁할 전망.신경이 쓰이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브의 모든 것’을 할 때도 김수현 작가의 ‘불꽃’이랑 맞붙었지만 대박이 났다.”며자신감을 보였다. 주현진기자 jhj@
  • 대선후보 이사람이 좋다/ 정몽준-권영길 후보

    ■정몽준 후보는 - ‘깨끗한 정치' 전도사 이번에 나온 정몽준(鄭夢準·MJ) 의원의 책 ‘꿈은 이루어진다’를 읽다가 뜻밖의 구절을 발견하고 어,이런 걸 왜? 하고 조금은 당혹스러웠다.“아내는 아이들이 성장하자,뜻있는 분들과 함께 우리나라의 ‘옛’것을 ‘올’바로 알리자는 ‘예올회’를 만들어 문화재 보존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예올회라는 이름은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소설가 윤후명 씨가 지어주었다).”이렇게 내 이름이 소개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그의 아내의 일로 그와 연결되어 있음이 분명히 드러난 셈이 된다.내가 ‘예올’의 이름을 지은 것은 틀린 말은 아니다.‘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그러나 나는 ‘예올’에 대해서도,MJ에 대해서도 그리 소상하게 알고 있는 편은 아니다.나는 그와 불과 몇 번밖에 만난 적이 없다. 언젠가 MJ가 어느 모임에서 일부러 내게 다가와 “이제 뵙는군요.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하고 내 술잔을 채운 적이 있었다.자유스러운 모임이어서 이 테이블 저 테이블을 오가며덕담을 나누는 자리였다.나는 “아,예.” 하고 뭐 별달리 할 말이 없었다.그의 키가 보통보다 큰 데다 나는 보통보다 작아서 유난히 비교되는 게 좀 거북했을까.그러자 그는 “언제 한잔하지요.” 하고 말했다.그런데 그 호의에 대해서도 나는 “전 막걸리만 마십니다.” 하고 퉁명스럽게 받았다.이 무슨 매너인가.더군다나 나는 맥주를 주로 마시지 않는가.하기야 평생 백면서생 야인으로 살아온 나는 그런 자리에서는 말 그대로 ‘꿔다 놓은 보릿자루’였다.내 대답에 그는 머쓱한 표정으로 돌아가고 말았다.남들에게는 대단치 않은 일이겠지만,그 첫 만남은 내게 ‘꿔다 놓은 보릿자루’로서의 매너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고,또 그에게 뭔가 부담감을 갖는 계기가 되었다. 내가 그에게 부담감을 갖는다는 건,그 무렵 그가 대선에 나오려는 눈치인것 같아 은근히 내 마음이 마뜩찮아 한 데서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내 생각으로는 모든 정치인들은,대선 주자들은 ‘정쟁’만 일삼고 ‘정권 야욕’에만 물불 못 가리는 사람들 같아 보였다.그 심정이 애꿎게 MJ에게 그대로 향했던 것이다.그의 말마따나 “다른 이들보다 더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었던” 사람이 정치까지? 나는 비관적이었다.정치가 왜 그렇게 국민이 외면하고 질타하는 대표적인 장(場)이 되었는가.다른 사람의 말은 차치하고라도 그의 표현을 직접 빌려본다. “정치의 중요한 기능 가운데 하나는 여러 집단 사이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일이다.싸움을 말리고 얽힌 사태를 푸는 것이 정치의 본디 역할이다.그런데 한국 정치인들은 싸움을 말리기는커녕 자기들끼리 싸움판을 벌이는 데 주력하는 형국이다.” 그가 말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이 정도는 누구나 아는 이야기일 뿐이다.그런데도 지켜지지 않고,하루도 빠짐없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나는 그가 대통령직에 연연한 사람이기보다 우리나라 문화를 위해 무엇인가 큰 역할을 하는 사람이기를 진정 바랐다.현재 우리 주변에 널려 있는 이 부박하고 실망스러운 삶의 형태는 경제가 문화를 도외시한 채 저 혼자 질주하는 ‘돈이 최고’의 슬로건에 근거한다고 보았던 것이다.그러므로 우리 경제를 이끈 당사자의 한 사람으로서 마땅히 문화적 소명의식을 가질 때가 되었다고 보았던 것이다.정치고 경제고,무엇이고 간에 그것이 지향하는 것은 결국 우리들 삶의 질을 높이자는 게 아니던가.그래서 그의 아내가 그런 일을 한다고 했을 때,나는 쌍수를 들어 공감을 표시했었다. 그런데 그는 월드컵의 성공과 함께 얼마 뒤 자연스럽게 대통령 출마를 선언했다.여기서 또 지난 6월의 월드컵을 다시 들먹일 필요가 있을까.그의 표현대로 “내 이름자 ‘몽’은 한자로 꿈 몽(夢)자이고 ‘준’은 영어로 6월(june)이니까,꿈 같은 6월을 보낸” 것이었다.그는 지금도 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와 우리의 ‘4강 신화’를 매우 자랑스러워하지만,그 과정을 통해 전달받은 여론의 향배 또한 거절할 수 없게 된 것이었다.“내가 이번 대선에 나가는 것을 포기한다면,그 많은 요구들을 외면한다면,나는 나 자신에 대해 이기적이고 비겁했다는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는 당당하게 출마했다.그리고 대통령 후보로서 언론매체에 등장한 그는 다른 후보들과는 달리,웅변조로 목청을 높이지 않고 차분하게 ‘국민 통합’을 주장하고 있다.“저의 꿈은 깨끗한 정부,국민 통합,그리고 평화적인 통일을 이뤄내는 것입니다.이것은 모든 국민들의 염원이라고 믿습니다.이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대통령이 되고자 합니다.” 그의 말에서 그의 ‘깨끗한’ 이미지가 떠올랐다.내가 보기에 그는 상당히 다양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기업경영자이자 정치가요,또한 스포츠맨이어서가 아니다.그는 활달하면서도 세심하고,외향적이면서도 내성적이다.불같이 달려들면서도 물같이 흐른다.상반된 성향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사람이다.특히 다른 사람의 말을 겸허하게 들어줄 줄도 알고 그의 말을 조리있게 들려줄 줄도 안다는 건 여간한 장점이 아니다.그런 가운데 그는 어려서부터 ‘부잣집 아들’ 티를 내지 않은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중학교 때 학우가 “너희 집 뭐하니?” 하고 물으면 “잘 모른다.”고 했다든가,대학교 때 학우에게 “MIT로 옮기기 위해 인터뷰를 해야 하는데 양복이 없다.”고그제서야 백화점에 같이 가자고 했다든가 하는 이야기는 그 점을 나타낸다고 하겠다. “나를 가리켜 재벌 2세,또는 아버지의 후광으로 부족함이 없이 자란 아들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하지만 이는 편견에 불과하다.나는 스스로 부자라고 느낀 적이 없다.그리고 나는 부 자체가 사회적 질시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문제는 부의 편중과 부의 과시와 부의 남용일 것이다.” 그의 말을 믿는다.그는 여행을 가면 팬티,양말을 직접 빨아 입는다고 한다.나도 그렇다.그러니 나 같은 백면서생은 동류항으로서의 위안을 받는다.그리고 식당에 가서도 냅킨은 꼭 한 장만 쓰고,음식을 남기는 건 질색이라는 점도 나와 같으며,어렸을 때 수레에서 파는 해삼을 이쑤시개로 찍어 먹길 좋아했고 지금도 여차하면 청진동 해장국집으로 달려가곤 한다는 점도 마찬가지다.그래서,그를 향한 친화력은 더욱 공고해지는지도 모른다. 한번은 어느 모임에서 그를 만났는데,헤어질 무렵 그가 장인어른의 뒤를 따르면서 “저 때문에 마음 고생 많으시죠.” 하고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장면이 또렷하게 남아 있다.무엇을두고 그러는지는 내가 알 바가 아니었다.다만 그의 태도가 너무도 성심스러워서 나를 감탄시키기에 충분했던 것이다.그가 매사에 철두철미하다고 듣고 있었던 나는 그 모습에서 오히려 지극히 인간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그의 가정주의와 가족 사랑은 잘 알려져 있는바,그것에 바탕을 두고 정치를 향하고 있는 자세는 우선 보기부터가 좋다.이것이‘삶을 위한 정치’의 기본이 아니고 무엇일까. “우리나라의 정치는 ‘닫힌’ 공간의 대표적인 상징처럼 보인다.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일반인이 아닌 어떤 특수한 사람처럼 느껴지는 것이다.그러나정치는 공동의 삶을 향상시키기 위한 우리 모두의 즐거운 정신행위여야 한다.사람과 삶을 위한 정치가 실종된 지금,국민들은 투명하고 깨끗한 정치의 장을 간절하게 원하고 있다.그리고 당면한 현안에 대한 해결책의 제시는 물론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리더를 필요로 하고 있다.” 이것이 그가 제시하는 ‘정직하고 능력 있는 젊은 정치’의 비전이자 버전이다.그렇다면 그 내용은 무엇이 알맹이가 되어야 할까.나는그것이 문화라고 생각한다.이것이야말로 이 새로운 세기의 ‘사람과 삶을 위한’ 소프트웨어인 것이다. 그는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내 집 옆길로 해서 북한산에 가끔 오른다고 한다.어느날 나도 그와 함께 산행을 해보리라 마음먹는다.그리고 나로서는 그가 무엇보다도 문화주의 대통령,환경주의 대통령에 더 애착을 가져볼 것을 권하고 싶다.지금 이 정권도 문화를 앞세웠지만,한낱 허사(虛辭)에 지나지 않았다. 그의 말을 귀담아 듣는다.“저는 국민 모두가 밝은 미래를 꿈꿀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꿈(夢),그대는 우리에게 정녕 그러할 것이오.한 소설가는 믿고 있소이다.왜냐하면 꿈은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윤후명 소설가 ■권영길 후보는 - ‘진보의 꽃' 피울 밀알 ◆진보의 이름으로 나는 권영길을 잘 모른다.몇 차례 파리와 서울에서 만나 대화를 나눠보았지만 난 아직 그를 잘 모른다.나에게 그는 자기 의견을 주장하기보단 남의 의견을 주로 듣는 사람이었다.적어도 내가 아는 부분에서 그는 먼저 행하고자하는 일을 행한 후에 말을하는 사람이다.산골소년으로 태어나 어려운 청소년기를 거쳐 노동자들의 대표가 된 사람,내가 아는 대목에서 그는 분단과 전쟁의 소용돌이가 할퀴고 간 가족의 고통을 성숙으로 승화시킨 몇 안 되는 사람중의 하나다. 왜 내가 잘 알지도 못하는 권영길을 오늘 말하려 하는가? 지금부터 30년 전,20대 청년이었던 나는 이렇게 자문하며 처연해 한 적이 있었다.“과연 살아 생전에 합법적 진보정당에 참여하여 활동할 날이 올 수 있을까.”라고. 내가 오늘 권영길을 말하려 함은 무엇보다 진보의 이름으로 그를 예우하기 위함이다.특히 기존정당의 후보들은 여러 매체들을 통해 마음껏 홍보할 수 있는 현실에 비해,그는 군소정당의 후보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그것은 그의 잘못이 아니라 한국 언론의 잘못이다.가령 프랑스의 ‘르몽드’는 96∼97년 겨울의 노동자 대파업 당시 권영길과 가진 인터뷰 기사를 크게 실었다.내가 아는 한 ‘르몽드’에 그만한 비중의 인터뷰 기사가 실렸던 한국인은 김대중 대통령뿐이다. 그리하여,진보의이름으로 권영길을 말한다.그것은 곧 ‘단 한 사람이라도 불행한 사회는 불행한 사회라고 믿는’ 사람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말 없이 말하는 그 파리에서 처음 만난 때부터 그는 별로 말이 없는 사람이었다.한국노동운동의 기관차를 몰던 때에도 그는 예상외로 수줍음 많고,과묵한 사람이었다.상대방에 대한 따스한 시선을 놓지 않는 그를 보면서 나는 ‘말많은 조직’을 이끄는 자가 가져야 하는 덕목을 보았다.96∼97년 노동법·안기부법 날치기통과에 항의하여 총파업을 주도한 강철의 노동운동가는 도무지 찾을 수 없고,앞자리에는 한 신중한 사내가 앉아 있었다.말의 향연을 방불케 할 정도로 달변인 사람들이 넘쳐나는 오늘날,권영길의 과묵은 더욱 이채로웠다. 술자리에서 몇 순배의 술이 돌아가도 그는 말이 많아지지 않았다.다만,노동현안에 대해선 분명하게 자신의 입장을 피력했다.이를테면 그의 말없음은 해야 할 말은 꼭 하고 마는,단호함을 위한 것이었다. 97년 대선에 관해 누군가 입을 열었을 때 그는 몹시도 죄스러운 표정을 역력히 지었다.민주노총이라는 거대조직의 선거참여에도 불구하고 저조한 결과를 낳았다는 자책이 그를 부끄럽게 하는 것 같았다.그날 그는 말이 없었으되 무표정하지는 않았다.그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유년기와 청년기를 거친 사람이 느낄 수 있는 정서의 공유였을까.백마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느낌을 한 가지 표정으로 나타낼 수 있는 그는,말 없이 말하는 사람이었다.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 정치 그의 아버지는 빨치산이다.아버지에 대한 몇 가지 기억만을 간직하고 있는 그는 아버지의 삶과 생애에 대해 이웃과 친지들의 증언으로 대략 유추할 수 있을 뿐이다.그러나 헤어진 아버지를 몇 년만에 주검으로 마주한 일은 어린 그에게 지울 수 없는 충격으로 각인되어 있다.‘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고 주위의 칭송이 자자하던 아버지가 ‘무시무시한 빨갱이’였다니…. 농민문제에 관심을 가지며 사회의식을 키우던 고등학생 때에서야 비로소 아버지를 온전히 이해했다고 그는 말한다.광신적인 반공주의국가에서 좌익의 지아비를 둔 어머니는 행여 자식들의 앞길에 먹구름이낄까 아직도 입을 닫는다며 말을 흐렸다.어느새 그의 눈에 물기가 어렸다. 그가 정치는 상처받은 사람들을 치유하는 것이라 생각하게 된 것은 이런 가족사뿐만 아니라 어려웠던 학창시절에 힘입은 바 크다.돈이 없어 며칠을 굶기도 하고,잘 곳이 없이 노숙을 하기도 했던 어린 권영길에게 세상은 한번도 적의를 거두지 않았다.세상의 비참을 몸소 체험한 그가 다른 사람들의 비참을 묵과할 수 없었으리라. 정치는 ‘인격적 권리의 창출’이라고 믿는 그가 이미 많은 것을 가진 사람들만을 위한 정치 속에서 자신의 뜻을 펼칠 날이 올까.아마 그건 그리 중요하지 않을지 모른다.본디 약한 이웃들을 위한 정치를 꿈꾸는 자에게 세상의 강고한 벽은 이미 벽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 많은 사람 그가 고등학교 때 이미 야학을 결성하여 나름의 사회참여를 시작했다는 사실에서,언론노련 시절 절대 술을 먹지 말라는 의사의 경고를 뿌리치고 괴로워하는 동료들을 위해 함께 밤새 술자리를 지킨 일에서,어려운 사람을 보면가슴 아파하고 어떻게든 도와주려고 애쓰는 면에서 그는 분명 정이 많은 사람이다.그의 다정(多情)이 이 사회에서 슬픔과 분노를 잉태시켰음을 여기서다시 재론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가 45살이라는 나이에 늦깎이 노동운동가가 된 것도,언론노련과 민주노총을 거쳐 마침내 민주노동당의 대선후보가 된 이유도 결국은 서러운 사람들에 대한 그의 안쓰러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본디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노력은 인간에 대한 연민에서 비롯된다.그연민 위에서만 이념과 사상이 제대로 꽃필 수 있다.그동안 우리는 인간에 대한 애정이 전제되어 있지 않은 이념과 사상을 너무도 많이 봐왔다.그의 맘씀씀이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까닭이다. ◆미련한 사람 권영길은 미련하다.97년 대선에서 고배를 마신 그가 또다시 대선 출마를 하고 나선 것이다.오늘의 상황은 97년과 많이 다르지만 또한 어떤 점에선 같다. 6·13 지방선거에서 일약 제3당으로 부상한 민주노동당의 약진이 다른 점이라면,한나라당과 특정 유력신문으로 대표되는 극우세력이 헤게모니를 쥔 채 엄존하고 있다는 사실은 여전하다.비단 서구사회를 비교대상으로 삼지 않더라도 한국사회의 사회적 진보는 매우 더디다. 후발 자본주의 국가로서 한국과 유사한 역사적 발전과정을 거친 브라질에서 좌파후보 룰라의 당선은 우리 진보정당운동이 헤쳐나가야 할 일이 산적해있음을 보여준다. 사실 올 대선에서 권영길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리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승부가 예견된 싸움을 굳이 하려드는 그는 미련한 사람이다.그러나 그의 미련함은 비단 그만의 것이 아니다.마침내 세상을 변화시키고야 마는 사람들은 모두 승산이 없다고 믿었던 대상과 지난하게 투쟁해온 ‘미련한 사람들’이 아니던가.병든 시대를 온몸으로 아파하며 맞서 싸우는 권영길,그는 올해도 싸움에 사활을 걸고 있다.그러나 분명 그 싸움은 하나의 밀알이 되어 이 땅에 진보의 꽃을 피울 것이다. ◆보론-우리는 모두 노동자다 자본주의 사회는 자본가와 노동자로 나뉜 계급사회다.이것은 시민적 상식이다.자본가의 이익을 대변하고자 하는 정당이 존재한다면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도 존재해야 한다.그것이 공화국이요,민주주의다.그러나 지금까지 한국사회에선 노동자의 정당이 없었다.유권자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자와 농민,그리고 서민 대중의 이익을 대변하고자 하는 정당은 없었던 것이다.한국사회를 지배한 레드 콤플렉스가 ‘노동자’가 ‘빨갱이 예비군’이나 되는 양 기피하도록 한 탓이 크다.그러나 살기 위해 일하는 사람은 누구나 노동자다. 민주노동당은 땀흘려 일하는 사람들이 대접받는 세계를 꿈꾼다.또한 민주노동당은 차이가 차별을 낳는 세상을 반대한다.민주노동당은 돈이 없어서 병원에 갈 수 없는 사회를,돈이 없어서 대학에 갈 수 없는 사회를 반대한다. 당신은 노동자인가.그럼 당신은 민주노동당의 당원이 될 수 있다.당신은 농민이고 서민인가.당신은 민주노동당의 당원이 될 수 있다.당신은 당신이 사회경제적 처지에 걸맞은 정치의식을 가져야 한다.사회구성원들 각자가 자신의 사회경제적 정체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그에 따라 정당을 선택할 수 있을때 한국사회는 비로소 하나의 ‘사회’로 불릴 수 있을 것이다. 홍세화 자유기고가
  • 15세 남녀 중학생 인터넷 출산일기 충격

    중학교 2학년,15세 동갑내기가 쓴 충격적인 내용의 ‘인터넷 출산일기’가 10대 네티즌 사이에 급속하게 퍼지고 있다.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산다고 소개한 중학교 2학년 손모(15)양과 정모(15)군은 임신 6개월째인 지난 7월부터 ‘열다섯살 엄마,제니의 일기장’(www.jannie.net)이라는 홈페이지를 만들어 서로 번갈아 가며 일기를 올리고 있다.10월 초부터는 딸 ‘다슬이’를 출산하고 육아를 체험하는 내용이 올라 있다.입소문을 통해 네티즌이 몰리면서 21일 현재 60만여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정기 독자만 6만여명이 넘는다. ◆일기 내용 같은 반 친구인 두 사람의 성관계와 임신,부모와의 갈등,낙태와 양육 문제 등을 둘러싼 고민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다. 일기에 따르면 손양은 올해 초 강북지역에서 전학 온 정군과 사귀게 되었고,부모님이 없는 틈을 타 집과 비디오방 등에서 관계를 가졌다.지난 7월23일자 일기에서 정군은 “성교육 시간마다 피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정작 우리가 콘돔을 구입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어른의 눈을 피해 대형할인마트에서 콘돔을 구입했다.”고 적었다. 손양의 배가 불러왔지만 주위에 도와줄 사람이 없었다고 이들은 말한다.손양은 일기에서 “나는 아이 엄마가 되기엔 너무 이른 15살 소녀”라면서 “하나님,제발 우리를 도와주세요!”라고 적었다.“어디 임신용 교복을 따로 만들어 파는 곳은 없나요.”라고 푸념하기도 했다.학교에 갈 때는 임산부용 복대를 했다고 털어놨다. 두 사람은 임신 사실을 알게 된 뒤 한때 고민하다 낙태 수술장면을 담은 영상물을 보고 아이를 낳기로 결심했다고 적었다.일기에 따르면 두 학생은 모든 사실을 부모에게 털어놓고 10월 초 딸을 낳았다. 손양은 지난 8일자 일기에서 “울다가도 내가 안아주면 뚝 그친다.엄마 냄새를 아는가 보다.눈과 입은 엄마 닮고,코와 귀는 아빠 닮고,아빠가 ‘다슬아 보고시퍼’라고 문자 보냈다.조금만 기다려.아빤 학교에서 공부 한단다.”라고 적고 있다. 정군의 2일자 일기에는 “예정보다 한달반이나 빨리 낳았다.사람 몸무게가 2.5㎏라니.이건 소꿉장난이 아니다.내가 아기 아빠가 된 거다.”고돼 있다.손양은 “사람들이 알면 우린 문제아로 낙인찍힐 테지만 임신을 남보다 좀빨리 했다는 것을 빼고는 우리의 사랑이 잘못된 거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고 당당하게 주장하고 있다. ◆진위 논란 임신에서 출산 이후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는 이 일기를 둘러싸고 네티즌 사이에 진위 논란도 뜨겁다. 일부 네티즌은 “픽션이라고 하기에는 글의 구성이나 내용,심경의 표현 등이 너무 구체적이며 사실적”이라고 주장한다.아이를 직접 낳아본 사람이 아니고서는 체험하거나 느낄 수 없는 세세한 내용들이 상당부분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15세 여학생이 적은 글이라고 보기에는 이야기가 너무 잘 정돈돼있다.”라는 반론도 만만찮다.실제 이 홈페이지의 도메인(www.jannie.net)이 손양이 아니라 구로구 고척동에 거주하는 정모씨 이름으로 등록돼 있어 제3자의 것이거나 허구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일기내용 가운데 음란하거나 유해한 내용은 없지만 10대들 사이에 널리 읽힌다는 점을 고려해 지속적으로 모니터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영규기자 whoami@
  • 남과여/ 재혼가정 육아, 아빠가 나서라

    “맘(mom),안녕히 다녀오세요.”서투른 한국어로 아들 종태(20)가 배웅을 했다. 최정이(47·미국 로스앤젤레스 거주·가명)씨는 자신을 ‘맘(엄마)’이라고 부르는 아들이 듬직하다.아내와 사별한,또 12살짜리 아들이 딸린 남자(미국 영주권자)와 결혼한 지 이미 8년.특별한 호칭없이 대화를 나누던 아들이 1년여 전부터 ‘맘’이라고 부른다.지난해 최씨가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 들어앉은 뒤 대학생 아들의 끼니를 매번 챙겨주자 아들은 한동안 대단히 미안해했다.그러더니 어느 결엔가 태도를 바꿨다. “결혼 초에는 좋은 새엄마가 돼야 한다는 부담이 컸는데,미국에서 자란 아들은 오히려 저를 ‘아빠의 걸프렌드’로 받아들이더군요.아빠가 좋아하는 여자,이렇게 단순하게요.그걸 알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어요.억지로 ‘나는 엄마,너는 아들’이 되지 않아도 되니까요.우리는 남남이지만 이제부터는 천천히 잘 지내자고 각오를 다졌죠.” 다행히 남편도 아들에게 자신을 ‘좋은 사람’이라고 소개했지,엄마로 부르라고 강요하지 않았다.‘계모 아니야?’는 식의따가운 시선이나 전처의 제사를 지낼 때는 물론 마음이 불편했다.하지만 ‘좋은 아줌마,남편의 아들’로 지내던 둘 사이가 이제는 진짜 모자 사이로 바뀐 듯해 내심 기뻤다. 재혼가정이 늘면서 ‘자신이 낳지 않은 자녀’를 키우느라 고민하는 가정이 많아졌다.여성이 자녀 양육의 1차적인 책임자로 인식되는 사회에서 새엄마들은 특히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스트레스를 받는다.‘콩쥐를 구박하는 팥쥐 엄마’라는 ‘계모 콤플렉스’를 극복해,남편의 아이와 갈등하지 않으며 잘 지내야 하는 것이다. 더욱이 전업주부일 경우 하루 종일 자녀를 돌봐야 하므로 남모를 어려움에 시달린다.그런데도 남편이 아이 키우기에 방관적인 자세를 취해 이중고를 겪는 재혼여성이 적지 않다. 김은정(31·가명)씨는 “남편의 아이랑 친해지기가 어렵다.”면서 애 딸린 이혼남과 결혼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그녀는 5살 난 딸이 있는 이혼남을 직장상사로 만나,2년여 사귀다 지난 봄 결혼했다.아이를 키우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아이가 잘못을 해 혼을 내고 싶어도 지나치게 눈치를 보기 때문에 야단치기가 힘들었다. 시댁에 가면 가끔 만나는 친척들이 동정어린 시선을 보내며 아이에게 지나치게 큰 돈을 쥐어주곤 했다.김씨는 “나를 마치 못된 계모로 취급하는 것같아 분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내 잘못이 아닌가 하는 죄책감이 든다.”고 말한다.남편은 “무조건 아이에게 잘해줘라.그러면 문제가 모두 해결된다.”고만 하지 직접 나설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재혼 가정에서는 남편이 애키우기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해야한다고 말한다.남편이 새아내를 아이나 키우고 집안살림이나 하는 사람 정도로 대우하면,눈치빠른 아이들도 새엄마를 엄마로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또 아이를 야단칠 일이 있을 때는 친아버지가 직접 나서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자녀들이 친엄마와의 이별을 심리적으로 충분히 받아들일 수 없을 때,새엄마를 ‘팥쥐엄마’로 바라보고 기피하는 일은 흔히 있기 때문이다.재혼한 남편이, 새아내가 자녀들과 사귈 수 있도록 시간적인 여유를 충분히 주어야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한편 새엄마가 된 처지에서는 내심 불쾌하더라도,아이가 떨어져 사는 친엄마의 존재를 느끼고,둘 사이에 쌓은 행복한 기억들을 유지하도록 인정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남편의 딸 둘을 12년 동안 키운 정귀자(48·가명)씨는 최근 큰딸을 시집보내면서 서운한 마음이 생겼다.막상 결혼 준비에 들어가니까 큰딸이 자신 몰래,거의 왕래가 없던 친엄마를 만나 시시콜콜 상의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안것이다. 서운한 감정에 마냥 속상해 하던 정씨는 문득 “내가 엄마 행세를 하려고 딸에게 친엄마의 존재나 기억을 잊도록 강요하지는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자신의 그런 태도가 결국은 ‘딸 사랑’보다는 이기심에서 비롯된 것 아닌가 하고 반성했다는 것.정씨는 “딸을 독점하지 않겠다고 결심하자 마음이 곧 편안해졌다.”고 밝혔다. 문소영 이송하기자 symun@ ■커플매니저가 들려준 '재혼가정 행복찾기' “첫 결혼에 실패하고도 재혼은 꿈같이 달콤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아요.재혼에서 행복을 이루려면 초혼 때보다 훨씬 많은 노력이필요합니다.” 결혼정보회사 듀오의 강인숙 재혼관리 커플매니저는 재혼에 대한 올바른 자세로 무엇보다 서로 깊이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상대방에 대한 배려,따뜻한 희생,세심한 관심이 초혼 때보다 훨씬 더 필요하기 때문. 그러나 이런 자세로 재혼하는 사람은 드물다고 한다.남자들은 아내가 아닌,아이들을 양육할 보모를 구하려고 하고,여자들은 걱정없이 자신을 먹여살려줄 ‘재력’에 집착한다고 말했다. 그는 “서로 필요에 의해 엮은 관계라면 다시 파경을 맞게 되기 쉽다.”면서 “이혼에 대해 보상받겠다는 마음으로 재혼을 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말했다. 강씨는 재혼가정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일이 아이를 키우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그에 대한 어른들의 잘못된 태도를 꼬집었다. “아이들은 엄마·아빠가 달라도 생각보다 쉽게 친해지고 친형제처럼 가깝게 지내요.문제는 주위 어른들의 따가운 시선이에요.서로 아이를 데리고 재혼을 한 부부라면 차라리 친척들과 멀리 떨어져 지내는 편이 좋습니다.” 현재의 배우자를 전 배우자와 비교하는 일도 큰 잘못이다.이혼할 정도면 부부간 갈등이 극심했을 터인데도 막상 새 배우자 앞에서는 전 배우자의 ‘우월한’기억만 앞세우는 자세는 어리석다는 것이다. “전 배우자가 명문대를 나왔으니까 새로 결혼할 사람도 명문대를 나와야 된다느니,전 배우자가 키가 컸으니 이번 배우자도 늘씬해야 한다는 둥 전 배우자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재혼 생활이 결코 행복해질 수 없습니다.” “이혼율은 갈수록 높아지는데 재혼에 관한 사고방식은 아직도 20년전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하는 그는 “재혼에 대해 올바른 생각을 가져야 새로운 가정생활이 바르게 정착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송하기자 song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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