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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원천 전문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빛이 머문 곳, 동화 속을 거닐다

    [손원천 전문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빛이 머문 곳, 동화 속을 거닐다

    ‘헨젤이 그레텔을 위로하며 말했습니다. “틀림없이 집으로 가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거야.” 그러나 오누이는 길을 찾지 못했습니다. 밤새도록 걷고 이튿날도 아침부터 밤까지 꼬박 걸었지만, 숲을 빠져나갈 수 없었습니다. 오누이는 지친 나머지 나무 아래 쓰러져 잠이 들었습니다. 셋째 날도 아침부터 걷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자꾸 더 깊은 숲 속으로 들어가기만 했습니다….’ 독일의 동화작가 그림 형제가 지은 ‘헨젤과 그레텔’의 한 대목이다. 이들이 영감을 얻은 곳은 독일 남부의 ‘블랙 포레스트’ 지역이다. 숲이 깊어 검게 보인다는 곳이다. 이들이 동화를 발표한 때가 1812년. 이후 205년이 흐른 만큼 숲은 더욱 깊어졌다. 오래전 ‘헨젤과 그레텔’ 오누이와 ‘빨간 모자’ 소녀가 오간 숲길에서 요즘 사람들은 크로스 컨트리 스키와 스노 슈잉, 트레킹 등 겨울 레포츠를 즐긴다. 제자리에서 등을 돌리기만 해도 동화처럼 예쁜 숲이 펼쳐지는 곳, 블랙 포레스트 하이랜드다.먼저 이름 풀이부터. 공식 명칭은 ‘블랙 포레스트 하이랜드’다. 독일 남서부 바덴뷔르템베르크주(州)의 수림 지대를 일컫는다. 해발 700~1500m의 고지대 위에 길이 160㎞, 폭 50㎞에 달하는 광활한 숲이 해삼 모양으로 펼쳐져 있다. 독일어로는 슈바르츠발트(Schwarzwald)라 부른다. 슈바르츠가 ‘검다’, 발트가 ‘숲’이란 뜻이니 말 그대로 ‘검은 숲’이다. 숲에 들면 나무가 어찌나 촘촘한지 햇볕 한 줌 들어오지 않는다. 아름드리로 솟구친 가문비나무, 전나무 등이 빛을 막아 깊은 숲 그늘을 만들기 때문이다. 한국에는 아직 덜 알려져 있지만 꽤 많은 유럽인들이 즐겨 찾는 휴양지다.헨젤과 그레텔·빨간 모자 등 동화의 산실 블랙 포레스트는 독일에서 가장 외진 땅이다. 라인강이 서쪽에서 프랑스와 독일을 가르고, 알프스 고산지대는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과 남쪽 경계를 이룬다. 반나절은 걸어야 끝이 보이는 깊은 숲은 여러 동화와 기담의 산실이 됐다. 헨젤과 그레텔, 빨간 모자 등이 그 예다. 블랙 포레스트를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산악자전거, 수영, 카야킹 등을 즐기는 이들로 북새통이다. 겨울엔 하이킹, 설피를 신고 숲길을 걷는 스노 슈잉, 크로스 컨트리 스키 등의 레포츠를 주로 즐긴다. 슈바르츠발트관광청에 따르면 블랙 포레스트 안에 9개의 하이킹 코스가 있다. 총길이는 무려 1000㎞에 달한다고 한다. 일정한 거리마다 안내원이 배치돼 안전하게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크로스 컨트리 스키는 레저라기보다 일상에 가깝다. 마을 곳곳에서 컨트리 스키를 즐기는 이들과 만날 수 있다. 스키어들이 다니는 트랙은 정설차가 말끔하게 닦아 놓는다. 눈을 즐기는 독일인들의 자세가 마냥 부러운 대목이다. 이 트랙 위를 스키어가 지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철로를 연상하게 하는 홈이 깊게 파인다. 크로스 컨트리 스키와 스노 슈잉, 하이킹은 대개 같은 코스에서 이뤄진다.하이킹·스노슈잉·스키 등 레포츠 즐길 수 있어 블랙 포레스트로 가는 들머리는 프라이부르크다. 독일의 노인들이 노년에 가장 살고 싶어 한다는 친환경 도시다. 프라이부르크에서 티티제 호수까지는 기차로 40분 정도 걸린다. 티티제 호수는 블랙 포레스트 안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다. 저녁 나절이면 안개 몇 줄기가 눈 덮인 호수 주변을 감싼다. 이른 아침엔 더 아름답다. 밤새 수분이 달라붙은 나무가 호수 주변에 환상적인 상고대를 펼쳐 놓는다. 이 같은 흰빛의 ‘윈터 원더랜드’는 매일 아침 볼 수 있다. 지난 1월 하순부터는 호수 통행도 허용됐다. 얼음이 수십㎝ 두께로 꽝꽝 얼었기 때문이다. 호수 주변의 티티제 마을은 뻐꾸기 시계의 ‘원조’로 유명한 곳이다. 드루바 쇼핑센터에서 뻐꾸기 시계 제작 과정을 엿볼 수 있다. 블랙 포레스트 일대에서 가장 높은 곳은 펠트베르크산(1493m)이다. 같은 이름의 스키장으로 쓰이고 있다. 스키 하우스가 있는 1200m까지 차로 오른 뒤, 슬로프 옆으로 난 길을 따라 300m 정도 오르면 정상이다. 걷거나 스노 슈잉으로 오른다. 스키를 타는 이라면 곤돌라를 타고 보다 수월하게 오를 수 있다. 정상에 서면 장쾌한 풍경이 펼쳐진다. 발 아래로 검디검은 숲이 펼쳐지고, 그 너머로 알프스 산맥이 병풍처럼 내달린다. 알프스 산맥 아래는 스위스와 오스트리아다. 구릉과 숲이 반복되는 프랑스 방향의 풍경도 고즈넉하다.전기자동차로 500번 도로 드라이브도 추천 전기자동차를 빌렸다면 500번 도로를 꼭 기억해 두자. 블랙 포레스트의 명소들을 굴비 꿰듯 매달고 달리는 도로다. 상트블라지엔 성당은 우리의 옛 중앙청과 비슷한 구조의 건물이다. 18세기 후반 세워졌다. 유럽에서 가장 큰 돔 지붕으로 유명하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압도적인 규모에 입이 떡 벌어진다. 흰 대리석 기둥이 거대한 흰빛의 지붕을 떠받치고 있는 모양새다. 슐루크제 호수도 명소다. 티티제 호수보다 규모는 크지만 덜 알려져 한결 적요한 겨울 풍경과 만날 수 있다. 슐루크제 호수에서 6㎞ 정도 떨어진 곳에 로트하우스 양조장이 있다. 이 지역 토속 맥주 공장이다. 다양한 종류의 맥주를 일반 상점보다 훨씬 싸게 살 수 있다. 블랙 포레스트 지역 고유의 민가 형태를 엿볼 수 있는 옛 건물 ‘휘슬리’도 인근에 있다. 바덴뷔르템베르크(독일) angler@seoul.co.kr ■ 여행수첩 → 아시아나항공이 오는 3월부터 ‘하늘을 나는 호텔’ A380 항공기를 인천~프랑크푸르트 노선에 매일 투입한다. 장거리 노선 경쟁력 강화와 유럽 지역 환승 수요 유치가 목적이다. 프랑크푸르트를 이용하면 블랙 포레스트 등 독일 남부와 목가적인 풍경의 프랑스 알자스로렌 지방, 그리고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을 연계해 여행할 수 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고속열차(ICE)로 프라이부르크 중앙역(3시간 남짓)까지 간 뒤, 지방 열차로 바꿔 타고 블랙 포레스트의 들머리인 티티제호수역(약 40분)까지 가는 게 일반적인 방법이다. → 티티제 호수 근처에 잡는 게 좋다.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부티크 호텔 ‘알레마넨 호프’가 있다. 1956년 창업한 드루바 가족기업이 운영하는 유서 깊은 호텔이다. 호텔 예약 사이트 등을 통하면 1박에 15만원 선(2인, 조식 포함)이다. 호수 뒤편의 언덕에 취사시설 등을 갖춘 4층짜리 별채 객실도 있다. 이른바 ‘쿠쿠 네스트’(Cuckoos Nests)로 호텔보다 값도 싸고 가족들이 묵기에 딱 좋다. 드루바 가족기업은 티티제 호수에 레스토랑과 보트 렌털숍, 기념품 판매점과 뻐꾸기 시계 전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에선 셰라톤 호텔을 추천한다. 프랑크푸르트 공항과 통로로 이어져 있어 사실상 같은 건물이나 다름없다. → 슈바르츠발트관광청이 발급하는 ‘더 레드 인클루시브 카드’(레드 카드)를 이용하면 블랙 포레스트 내 유명 관광지가 무료다. 지방선 기차와 로트하우스 맥주 공장 투어, 펠트베르크 스키장 등이 모두 공짜다. 블랙 포레스트 내 370여개 제휴 숙박시설에서 2박 이상 숙박하면 제공된다. BMW의 i3 전기자동차도 매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국제운전면허증을 지참하는 게 좋다. 예약은 홈페이지(www.hochschwarzwald.de/carsharing)에서 받는다.
  • [재테크 단신]

    [재테크 단신]

    ●우리은행, 위비 스마트 키오스크 고객 이벤트 우리은행은 2월 말까지 위비 스마트 키오스크를 이용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쿠·키~ 이벤트’를 진행한다. ‘쿠·키’는 ‘쿠와 함께 하는 키오스크’의 줄임말로 ‘쿠’는 닭을 상징하는 위비프렌즈 캐릭터다. 위비 스마트 키오스크를 통해 총 7가지 거래(바이오정보 등록, 입출금통장 신규, 청약저축 가입, 펀드 가입, 인터넷뱅킹 가입, 체크카드 발급, OTP카드 발급) 가운데 세 가지를 가입한 고객 선착순 2000명에게 스타벅스 커피 쿠폰을 제공한다.●키움증권 ‘ISA와 함께 부자되기’ 상품권 이벤트 키움증권은 오는 3월 말까지 ‘키움 콕! ISA와 함께 부자 되기 프로젝트’ 이벤트를 실시한다. 13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모델 포트폴리오 누적 수익률이 모두 플러스인 것을 기념하는 행사다. 납입 금액에 따라 키움증권에서 판매하는 모든 펀드를 살 수 있는 펀드상품권을 지급한다. ISA 납입 금액이 100만원 이상이면 1만원, 500만원 이상이면 5만원, 1000만원 이상이면 10만원 상품권을 준다.●신한금투, 가치주 투자상품 ‘신영마라톤펀드’ 신한금융투자는 저평가 가치주에 투자해 장기수익을 노리는 ‘신영마라톤펀드’를 판매한다. 이 펀드는 기업의 자산 가치, 영업수익성, 핵심 경쟁력 등 내재가치를 분석해 종목별로 접근하는 분산 투자 전략을 지향한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시장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저평가 소외주를 발굴하는 역발상 운용전략을 채택해 변동성이 확대되는 시장 상황에 적합한 상품”이라고 밝혔다. 총보수는 1.49%로 가입 후 90일 전에 환매 시 이익금의 70%는 환매수수료로 부과(Class A 기준)된다.●신한은행, 써니뱅크 비대면 신규 계좌 이벤트 신한은행이 오는 3월 말까지 써니뱅크로 입출금 통장을 신규 개설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FAN클럽포인트’를 제공하는 ‘써니뱅크 계좌신규, 아주 칭찬해~’ 이벤트를 실시한다. 스마트폰과 신분증만 있으면 회원 가입이나 기존 은행 거래 없이도 간편하게 입출금 통장을 만들 수 있다. 공인인증서도 필요 없다. 써니뱅크에서 신한은행 계좌를 처음 개설하는 고객 선착순 1만명에게 ‘FAN클럽포인트’ 1만 포인트를, 기존 거래고객이 써니뱅크에서 입출금 통장을 새로 만들고 당일 써니간편이체 서비스를 이용하면 5000포인트를 준다.
  • 한은 금고 강남시대… 현금 수송 007작전

    한은 금고 강남시대… 현금 수송 007작전

    현금은 지역본부와 분산 배치 “수조원 중 이미 상당분 옮겨”한국은행 금고의 ‘강남 시대’가 열린다.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의 본점 리모델링 계획에 따라 금고 관리와 화폐 수급 업무를 총괄하는 발권국은 역삼동 강남본부로, 그 밖의 부서는 세종대로 삼성본관으로 각각 입주할 예정이다. 다만 한은이 보유 중인 현금은 안전한 보관을 위해 강남본부와 수도권 지역본부에 분산 배치된다. 31일 한은에 따르면 1일부터 삼성본관 건물에 대한 임대차 계약이 시작되고 사무실 공간 배치를 위한 내부 공사에 들어간다. 삼성본관에는 오는 6월까지 부서별로 순차적으로 입주한다. 한은 본점 건물의 리모델링 공사가 끝나는 2020년에는 원래 자리로 복귀할 예정이다. 금고 이전은 한은 설립 이후 처음인 데다 막대한 현금을 옮기는 것이어서 관심이 집중된다. 한은 본점 지하금고에 보관 중인 현금만 수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극비 작전을 통해 강남본부와 수원, 인천 등 수도권에 있는 지역본부로 현금을 옮길 것으로 전해졌다. 한은 관계자는 “이송 시점과 방법, 현금의 분산 배치 규모 등 현금 수송과 관련된 것은 모두 극비 보안 사항”이라며 “이미 수차례의 분산 이송으로 현금의 경우 상당 부분을 옮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통상 10㎏짜리 사과상자에 5만원권으로 12억원까지 담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송할 현금은 어림잡아 사과 상자 1만개 분량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를 옮기려면 현금 수송 차량 수십대가 동원돼야 하며 수십명의 경비 인력까지 투입해야 한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50대 이상 부부 생활비 “月237만원 있으면 적정”

    50대 이상 부부 생활비 “月237만원 있으면 적정”

    50대 이상 중고령자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월평균 노후 생활비는 부부 237만원, 개인 145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연구원은 2015년 4~9월 50대 이상 중고령자 4816가구를 대상으로 경제상황, 고용, 은퇴, 노후준비, 건강 등의 항목에 대해 국민노후보장패널 6차연도 조사를 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31일 밝혔다. ●50대 이상 개인 적정생활비 145만원 조사에서 50대 이상 중고령자들은 월평균 적정생활비로 부부 236만 9000원, 개인 145만 3000원을 제시했다. 월평균 최소생활비는 부부 174만 1000원, 개인 104만원이었다. 적정생활비는 표준적인 생활을 하는 데 흡족한 비용을, 최소생활비는 특별한 질병 등이 없는 건강한 노년을 가정할 때 최저의 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말한다. 연령별 월평균 적정생활비는 50대는 부부 260만 7000원, 개인 158만 9000원, 60대는 부부 228만 2000원, 개인 140만 4000원이었다. 70대는 부부 201만 3000원, 개인 124만 9000원으로 조사됐다. ●은퇴자 56% “은퇴 원치 않았다” 이번 조사에서 은퇴자의 56%는 비자발적으로 은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 이유는 고령, 질병 등으로 인한 건강 악화(36.1%) 비중이 가장 높았다. 은퇴 후 좋아진 점으로는 ‘일에서 오는 스트레스로부터의 자유로움’(32.2%)이, 나빠진 점으로는 ‘경제적 어려움’(46.3%)이 각각 가장 많이 꼽혔다. 또 중고령자가 인식하는 노후 시작 연령은 67세 이후로, 현재의 노인 기준(65세)과 다소 차이가 있었다. 노후 대책을 마련할 담당 주체로는 남성 대부분이 본인(81.3%)을 지목한 반면 여성은 배우자(39.1%)와 본인(40.0%)이라는 응답이 비슷한 수준이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이주의 문화 레시피] 클래식

    [이주의 문화 레시피] 클래식

    ●피아니스트 임현정 리사이틀 ‘유튜브 스타’, ‘미국 빌보드 클래식 차트 1위’ 등의 수식어가 붙어 다니는 피아니스트 임현정이 2년 만에 오르는 고국 무대. 슈만의 ‘사육제’, 브람스의 8개의 피아노 소품 Op.76, 라벨의 ‘거울’, 프랑크의 ‘프렐류드, 코랄과 푸가’ 등을 연주한다. 4일 오후 8시.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만 5000~7만원. (02)737-0708. ●전유성과 함께하는 제6회 겨울방학 팡팡 해설음악회 국내 최초 클래식 드라마 ‘내일도 칸타빌레’의 출연진과 필하모니안즈 서울 오케스트라가 로시니의 ‘윌리엄텔 서곡’, 모차르트의 ‘플루트와 하프를 위한 협주곡’, 풀랑크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 등을 연주한다. 4일 오후 2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1만~5만원. (02)522-5973.
  • 단열·방음·편리성 多 갖춘 신개념 한옥에 살어리랏다

    단열·방음·편리성 多 갖춘 신개념 한옥에 살어리랏다

    값싸고 편리한 현대인의 취향에 맞춘 신개념 한옥이 지어져 입소문을 타고 있다. 지난해 말 강원도 강릉 오죽헌 인근에 처음 문을 연 ‘오죽한옥마을’이 그곳이다. 3.3㎡(1평)당 건축비 700만~750만원, 단열·방음·편리성까지 갖춘 한옥이다.그동안 멋진 전원생활을 꿈꾸는 현대인들에게 한옥은 그림의 떡이었다. 워낙 건축비가 많이 들어가는 탓에 일반인들은 감히 엄두를 내지 못했다. 3.3㎡당 1000만~1200만원으로 일반 현대식 건물 450만~500만원의 두 배가 넘는 건축비가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게다가 모든 것을 한 공간에서 해결하려는 현대인들에게 한옥은 편리성이 떨어지는 단점도 있었다. 나무와 흙으로 집을 짓다 보니 단열과 소음에도 약했다. 눈과 지진 등 풍수해에 취약한 것도 한옥 생활을 망설이게 했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고 새로운 공법을 개발해 국내에서 처음 선보인 신개념 한옥이 강릉 오죽한옥마을에 들어섰다. 지난해 말 1차 완공된 19개 한옥 체험동은 한 달간 주말 예약이 모두 끝날 만큼 인기다. 인근에 오는 10월까지 14개 동을 더 짓는다. 우선 건축비를 크게 줄여 한옥 대중화의 길을 텄다. 한옥의 건축비 60%는 인건비가 차지한다. 목재를 다루는 도편수(대목장)와 기와를 다루는 와공, 미장일을 하는 한식미장공 등 한옥 기능인들의 하루 일당은 40만원을 넘는다. 도편수와 한 팀을 이루는 일반 목수들도 하루 25만원 이상 받는다. 한옥 한 채를 짓기 위해 하루 5~6명씩의 한 팀이 작업하는 추세를 감안하면 인건비가 만만찮다. 이처럼 비싼 인건비를 공사 기간 단축으로 확 줄였다. 나무를 깎아 기둥, 서까래 등 재목과 부품을 만드는 치목 과정에서부터 기초공사, 기단공사와 초석설치, 목재공사, 지붕공사, 벽체공사, 창호·바닥공사까지 규격에 맞게 일사천리로 집 짓기를 진행한다. 한옥 한 채를 짓는 데 어림잡아 4개월이면 가능하다. 종전 방식으로 집짓기할 때 흙이 마르기를 기다리며 6~7개월씩 걸리던 공사 기간이 크게 줄었다. 인건비가 줄어드는 이유다. 전체 공사비의 20%를 차지하는 자재비도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어 20% 정도 줄였다. 이렇게 공사비가 줄면서 강릉 오죽한옥마을 한옥 한 채 공사비는 29.745㎡형이 6300만원, 66.1㎡형이 1억 4000만원, 76.015㎡형(VIP형)이 1억 7000만원이 들었다. 최재용 강릉시 도시재생과 주무관은 “한옥은 싸게 지어도 처마 등이 있어 면적에 비해 양옥보다 넓고 웅장하다는 느낌을 받는다”면서 “집을 짓고 전원생활을 하려는 일반인들에게도 그다지 부담이 되지 않는 가격대여서 한옥 선호도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옥은 불편하다는 선입관을 없앴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신한옥은 옛방식의 멋은 고스란히 살리되 철저하게 현대식 구조와 단열, 방음 등 편리하게 지어 현대인들의 입맛에 맞췄다. 기둥 뒤틀림과 기와 밀림도 해결했다. 흙 대신 건식지붕으로 마감해 바람이 스며드는 위풍도 막았다. 현대식 건축 방식에 전통 온돌 방식을 더했다. 오죽한옥마을의 신한옥 기술을 개발한 도인수 전남대 건축학부 연구원은 “내부에는 대청, 툇마루, 누마루, 온돌방, 안마당 등을 두어 한옥 고유의 공간 특성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면서 “팔작지붕, 맞배지붕 등 전통 지붕 형태와 겹집형 구조 등 한옥의 다양한 모습을 구현해 전통의 멋을 살렸다”고 말했다. 외부에는 다목적 동과 전통놀이 체험마당을 마련했다. 다도 체험, 서당 체험, 소규모 국악공연, 전통놀이 체험 등의 공간으로 활용해 한옥 체험뿐만 아니라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조경도 전통 한옥에 걸맞게 조성했다. 오죽헌과 강릉을 상징하는 나무인 소나무, 오죽, 배롱나무 등을 심어 한옥마을과 어우러져 고즈넉한 풍취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태양광 기와로 지은 한옥도 시범 건립됐다. 강릉 오죽한옥마을에 지어진 신개념 한옥 짓기를 들여다봤다. >>신개념 한옥 짓기 과정 어떻게… ①기초·기단·초석공사 기초공사는 전체 터를 고르게 다져 지반을 만든 뒤 초석 자리를 일정 깊이 이상 파고 다져 올라가는 전통 방법 대신 편리성과 공기 단축, 시공성의 편리를 위해 터 전체에 시멘트를 올려 만드는 온통기초(매트기초) 방식을 택했다. 온통기초 방식은 지반이 약하거나 지반 상태가 고르지 않은 토질에서 사용한다. 기단은 화강석을 까칠까칠하게 두드려 마무리한 도두락 마감으로 시공해 건물의 격을 높이려 했다. 초석은 지반 위에 적심(괴임석)을 설치하고 그 위에 초석을 놓고 기둥을 올리는 전통 방식에 보강철물을 더했다. 초석에 철심을 박아 기둥과 밀착시켰다. 건식 지붕의 가벼워진 하중을 버티고 전통 한옥의 약점인 기둥 뒤틀림과 기와 밀림현상도 원천 봉쇄했다. 초석에 나무 기둥을 그대로 올려 짓는 옛 방식 한옥이 세월이 지나면 기둥 뒤틀림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②목공사 주요 구조가 대부분 목재로 이뤄지는 한옥에서 가장 중요한 공정이 목공사다. 한옥에서는 기둥, 보, 도리, 서까래 등 각 부재의 크기에 맞게 원목을 깎고, 이음과 맞춤 방법으로 집 틀을 완성한다. 우선 재목을 기계로 깎아 거칠게 모양을 낸 다음 조립 과정에서 목수들이 일일이 대패 등으로 목재를 다듬어 내는 손치목 방식을 썼다. 전통 한옥의 멋을 내기 위해서다. ③지붕공사 흙을 올리지 않고 기와만 올리는 건식 방식을 썼다. 흙을 올려 기와를 고정시키면 폭설이나 지진 등 흔들림에 기와가 밀리고, 흙이 마르면서 틈이 생겨 방 안으로 바람이 스며드는 단점이 있다. 이런 점을 해결하기 위해 흙 대신 단열재를 채우고 방수포를 덮었다. 서까래를 올린 뒤 나무판(개판)을 대고, 나무상자를 만들어 단열재를 채웠다. 이곳에 다시 나무판과 방수포를 덮은 뒤 나무 고정대를 대고 기와를 올렸다. 기와는 자체에 아예 홈을 두어 볼트로 고정했다. 새로 개발된 기와는 전통 기와보다 1.3~1.4배 정도 크게 만들어 맞물림을 좋게 했다. 기존 전통 토기 기와보다 가볍고 경제성, 단열성 등이 뛰어나다. 또 기와 자체에 빗물 배수구를 두어 누수로 인한 목재 부식 피해를 크게 줄이도록 했다. 지붕공사에서 한옥의 멋인 곡선이 나오도록 기와를 떠받치는 나무를 일일이 잘라 붙이며 작업했다. 와공과 도편수가 함께 줄을 치고 호흡을 맞춰야 가능한 작업이다. 자칫하면 일본이나 중국식 일자 지붕이 나오기 때문이다. ④벽체공사 벽체도 대나무와 싸릿대를 넣고 흙을 발라 만들던 옛 방식을 과감히 버렸다. 흙으로 벽체를 만들면 시간이 지나면서 틈새가 생겨 단열, 소음에 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대신 현대식 건축방식을 도입해 단열재(유리섬유)와 방수포, 나무합판, 석고보드, 시멘트보드, 차음재 등을 사용했다. 습기와 결로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벽체 등은 철저하게 나무판을 덧대며 공사했다. 나무가 습기를 빨아들이고 내보내는 역할을 잘하는 특성을 살렸다. 이렇게 지은 한옥은 열 손실이 없어 한겨울에도 속옷 차림으로 실내생활이 가능하다. 재료 대부분은 천연재로 구성해 한옥이 가진 친환경성을 유지하려 했다. ⑤창호와 바닥공사 창호는 쇠살창 등 전통 문양을 살리며 단열과 소음 방지를 위해 현대식 새시를 썼다. 바닥 난방은 전통적인 방식인 장작을 아궁이에 지펴 구들장을 데우는 온돌식과 현대적인 방식인 전기를 이용한 초절전 온수 온돌방식을 함께 사용했다. 온돌은 고래 만들기~내화벽돌~돌판~황토~모르타르~굴뚝 순서로 작업했다. 한옥 한 채에 온돌방 한 곳씩 만들었다. 강릉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노력이 제값 받는 사회] 복잡한 입시에 시간당 66만원 컨설팅까지… 정보력이 된 경제력

    과목당 월300만원 초호화 과외도 “전화 상담은 안 되고요, 작년 11월 모의고사 성적표하고 생기부(생활기록부) 지참해서 방문해 주세요.”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대입 학원은 전화를 받자마자 방문 상담을 재촉했다. 학원비는 1회(2시간) 15만원으로 대치동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하다고 했다. “과목 선택 전에 컨설팅으로 내신과 수능 중 집중해야 할 곳을 알려드립니다. 컨설팅은 시간당 40만원인데 학원비와 별도입니다.” 같은 수준의 인적 자원이라도 교육환경에 따라 대학이라는 결과가 달라진다. 환경보다 노력이 더 중요하다는 반론 역시 아직은 유효하지만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대치동 사교육 시장은 여전히 교육의 정점에 있다. 사교육이 ‘성적을 올리는 마법이냐’는 해묵은 논란보다 중요한 것은 사교육에 빠진 사회는 교육 기회의 평등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1%라는 대치동 안에서도 돈에 의해 교육은 서열화된다. 30일 시민단체 ‘사교육 걱정없는 세상’ 관계자는 “지난해 조사 결과 컨설팅 비용으로 시간당 66만원을 받은 곳도 있었고, 매월 내신과 모의고사 성적 등을 분석해 유리한 대입 전형을 상담해준다며 학기당 약 500만원을 받는 학원도 있었다”고 말했다. ‘강남 인맥’과 ‘경제력’을 동시에 갖춘 부모만 구한다는 초호화 과외팀은 과목당 월 300만~400만원을 받는다. 한 학부모는 “하루에 3~4시간을 수업하는데 국·영·수만 해도 월 1000만원이 넘는다”며 “예전에는 중학교 1학년부터 수능 준비를 시작했는데 요즘에는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시작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다른 학부모는 “지난해 4월부터 한 학생이 교내 상을 휩쓸었는데 알고 보니 학교운영위원회 딸이었다”며 “학생회 임원도 학교에서 정하는데 결국 돈 있는 집 자식만 밀어주겠다는 얘기”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학생회 임원을 중심으로 일종의 클럽처럼 만들어 따로 학생부종합전형 대비를 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공교육이라고 격차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교내대회 상장은 학생부종합전형에 반영되는 중요한 요소인데, 지난해 서울 강남구의 평균 교내대회는 21.8개로 가장 적은 전북 임실군(2.5개)의 8.7배였다. 문제는 이런 교육 불평등으로 숨어 있는 인재들이 기회를 박탈당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2005년 3월 서울대에 입학한 일반전형 학생들의 1학기 평균 학점은 3.23이었고 4학년(군대 제외)이 된 2009년 3.4점이었지만, 지역균형선발 학생(교육 평등 제도)의 학점은 3.24점에서 3.65점으로 변해 상승폭이 훨씬 높았다. 구본창 사교육 걱정없는 세상 정책국장은 “기본적 과목별 학습뿐 아니라 복잡한 입시제도로 인해 컨설팅까지 나오면서 경제력에 의한 정보력 차이, 전략의 차이가 계속되고 있다”며 “정부가 노력하고 있지만 공교육 강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뽑기방·동전 노래방 열풍…청춘들의 ‘가난한 취향’

    뽑기방·동전 노래방 열풍…청춘들의 ‘가난한 취향’

    임현두(가명·28)씨는 서울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일한다. 마감이 끝나면 자정 즈음에야 퇴근한다. 이마저도 3교대 근무라 수시로 바뀐다. 생활이 불규칙하니 여가는 엄두도 못 낸다. 다만, 일주일에 서너 번 들르는 곳이 있다. 크레인을 이용해 인형을 뽑는 ‘뽑기방’. 임씨는 “친구들과 만나면 보통 술을 마시거나 게임을 하는데 피로만 쌓인다”면서 “인형 뽑기는 적은 돈으로도 편안한 휴식을 즐길 수 있어서 선호한다”고 말했다. 최근 임씨처럼 뽑기방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16년 5월 기준 전국 33개에 불과했던 뽑기방이 8월 147개, 12월 880개까지 폭증했다.상처받은 청춘들의 보상심리 뽑기를 한 번 하는 데는 보통 1000원 안팎이 든다. 임 씨는 갈 때마다 평균 1~2만원씩 쓴다. 4개월간 70만원을 쏟아부었다. 지금까지 40번 정도 성공했다. 절반은 허탕 치고 돌아선 셈이다. 2만원씩 날리는 건 예사다. 한꺼번에 35만원을 집어넣은 적도 있다. 도박하는 기분이 들어 찜찜하다고 했다. 실제 일부 기계는 성공 확률을 조작하기도 한다. 크레인 길이를 짧게 만들거나, 끌어올리는 힘을 약하게 만드는 식이다. 크레인 게임물 실태 조사 결과, 전국 144개 업소 중 12개가 개·변조로 적발됐다. 임씨도 이 사실을 알지만, 멈출 수 없다. 돈을 잃으면 잃을수록 승부욕은 더욱 타오른다.청년들이 뽑기에 열광하는 이유는 적은 투자 대비 큰 만족감을 얻을 수 있어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를 ‘저비용 한탕주의’라고 해석한다. 곽 교수는 “청년실업률이 계속 치솟는 상태이므로 여가를 위한 놀이에서도 비용이 중요해졌다”면서 “결국 푼돈으로 요행을 바라는 심리가 밑바탕에 깔린 셈”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젊은이들 사이에 이른바 수저 계급론이 확산하면서 노력보다 운에 기대고 싶은 심리가 커졌는데 인형 뽑기도 그런 현상 중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계급사회에서 내몰린 청춘들은 손에 인형이라도 거머쥠으로써 좌절감을 보상받고자 하는 것이다. 혼자 고립되어가는 ‘각자도생’의 시대 언론사 입사를 준비 중인 이소희(가명·28·여)씨는 서울의 도서관과 커피숍을 오가며 온종일 활자와 씨름한다. 적막한 공간에 오래 앉아있으면 수시로 잡념이 몰려온다. 그럴 때마다 달려가는 탈출구가 있다. 1000원에 4곡을 부르는 동전 노래방이다. 2명 남짓 겨우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다. 방음 따윈 안 된다. 애창곡은 BMK의 ‘꽃피는 봄이 오면’이다. 고음을 시원하게 내지르자 옆 방 남자가 같은 노래를 이어서 부른다. 이씨도 맞은편 부스에서 들리는 김범수의 ‘보고 싶다’를 따라 부른다. 각자 조그마한 방에서 부르는 노래가 돌림노래가 되어 여기저기서 울려 퍼진다.IT기업에 다니는 김효진(가명·27·여)씨의 취미는 ‘데스크 테리어’다. 데스크 테리어는 데스크와 인테리어를 합성한 신조어로, 사무실 책상 위를 자신의 취향대로 꾸미는 걸 말한다. 김씨는 캐릭터 상품을 모아서 진열해놨다. 대부분 소소한 문구류다. 펜, 필통, 노트, 포스트잇 같은 것들이다. 카카오톡 이모티콘 캐릭터는 필수다. 특히 라이언과 어피치를 좋아한다. 삭막한 사무실 풍경 사이로 보이는 밝고 귀여운 캐릭터들이 안락함을 준다. 어린 시절 갖고 싶지만 포기해야 했던 인형들도 떠오른다. 하나씩 모을 때마다 지난날 자신에게 선물하는 기분이 든다. 혼밥, 혼술, 혼놀이란 단어가 떠오른 지 오래다.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술을 마시고, 혼자 논다는 뜻이다. 사회가 갈수록 파편화되고 있단 방증이다. 인형뽑기와 동전 노래방, 데스크 테리어도 모두 혼자 하는 취미다. 요즘 대학가에선 과거처럼 학생들이 우르르 함께 몰려다니는 모습을 보기 어렵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치열한 논쟁도 줄었다. 노진철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년들이 집단적 연대를 구축하기 어려워하는 탓”이라고 봤다. 혼자 하는 취미에 열중하는 것에 대해선 “현실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자신들이 겪는 문제가 스스로 해결하기엔 너무 크다고 느끼는 듯하다. 그런 좌절감이 표출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헬조선 깰 망치는 결국 ‘연대’ 청년들은 왜 혼자가 되기를 택했을까. 지난 1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12월 및 연간 고용 동향’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15~29세 청년층 실업률이 9.8%를 기록했다. 지난해 9.2%에 이어 또다시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극심한 실업 사태를 겪는 상황에서 여럿이 어울려 취미를 공유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돈이 있어야 다 같이 밥도 먹고 어울릴 수 있다. 선택의 폭 역시 좁아진다. 무언가를 만들고 싶으면 재료비가 들고, 새로운 걸 배우기 위해선 수업료를 내야 한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청년들의 가난한 취향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헬조선’이 가난한 청년을 만들고, 가난한 취향을 확산시키는 것”이라며 결국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역설했다. 이 트윗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어 5000번 이상 리트윗됐다. 구조적 문제란 곧 정책 실패를 말한다. 정부와 국회가 청년 일자리 창출에 최선을 다하지 않아서다.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신규채용이 갈수록 줄어든다. 청년층 역시 책임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조직화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다못해 청년층을 대변하는 정당에 투표라도 했다면 이 지경까지 이르진 않았으리란 자조가 쏟아진다. 현 상황을 극복할 방안은 청년의 연대라는 목소리가 주목받고 있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저서 ‘트렌드 코리아 2017’에서 “혼자이기를 원했지만 함께 공유하기를 원하는 심리, 이는 자발적인 고립을 선택하긴 했지만 뒤따르는 외로움이나 소외감을 견딜 수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청년들이 혼자 할 수 있는 취미를 찾으면서도, 한편으론 SNS를 통해 여러 사람과 공유하는 행태와 같은 맥락이다. 누군가가 봐주기를 바라고, 또 함께 나누길 원하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여부와 상관없이 이미 차기 대선 후보들의 공약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정치의 계절’이 돌아온 것. 이 땅의 좌절한 청년들을 어루만져 줄 정치인과 청년 정책 실현 가능성을 따져보는 동시에 청년의 연대가 거대한 힘을 발휘해 그들의 미래를 새로 그려 나가야 할 때가 왔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우리도 이런 법관이 필요” 독특한 판결로 정평 난 스페인 판사 화제

    도둑질을 하다 법정에 선 학생에게 “판결하노니 열심히 학교에 다녀라” 이런 판결을 내릴 판사가 얼마나 될까? 스페인에는 이런 판결을 내리는 판사가 실존한다. 스페인 그라나다의 가정법원 판사 에밀리오 칼라타유드(사진). 주로 미성년자가 연루된 사건을 심리하는 칼라타유드 판사는 독특하면서도 교육적 효과가 뛰어난 판결을 내리기로 유명하다. 칼라타유드 판사는 최근 절도 혐의로 기소된 미용사 지망생에게 “미용교육과정을 마치라”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면서 “(교육과정을 마치면) 내게 커트를 해주어야 한다”는 벌을 덧붙였다. 소년은 미용사가 되기 위해 한 미용실에서 실습하다 현금 600유로(약 75만원)와 헤어드라이어를 훔친 혐의로 기소됐다. 알고 보니 소년은 월 700유로 연금으로 생활하는 가정의 자식이었다. 대가족인 데다 수입은 적어 불우한 형편에 미용을 공부하는 중이었다. 칼라타유드 판사는 이런 형편을 딱하게 봤다. 현지 언론은 “칼라타유드 판사가 소년을 (잘못된 길에서) 구하기 위해 또 이색적인 판결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이런 보도가 나오는 데는 이유가 있다. 칼라타유드 판사는 톡톡 튀면서도 교육효과가 만점인 판결을 내리기로 유명하다. 해커에게 “1000시간 컴퓨터 무료강습을 해라”, 무면허로 과속운전을 하다 걸린 미성년자에게 “100시간 경찰순찰에 동행하라”는 판결을 내린 건 현지에선 유명한 일화다. 불장난하다 잡힌 소년에겐 “소방대에서 자원봉사를 하라”는 판결을 내린 적도 있다. 현지 언론은 “통계적으로도 칼라타유드 판사가 이색적인 판결을 내린 미성년자 10명 중 8명이 잘못을 뉘우치고 다시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그의 독특한 사건처리를 높이 평가했다.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JTBC 뉴스룸 “목욕하고 나오면 5만원”…친박집회 ‘참가자 가격표’ 증언

    JTBC 뉴스룸 “목욕하고 나오면 5만원”…친박집회 ‘참가자 가격표’ 증언

    최근 열리고 있는 친박집회, 이른바 ‘태극기 집회’에서 돈을 주고 사람을 동원했다는 관계자의 증언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26일 JTBC 뉴스룸에서는 탄핵 반대를 주장하는 친박집회에 돈을 주고 참가자를 동원하고 있다는 관계자의 증언을 방송에 내보냈다. 한 친박단체의 회장은 돈을 주고 참가자를 모으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친박단체 회장인 A씨는 “지역별로 버스 전부 배차해 놨으니까. 그 안에 탄 사람도 오리지널 박사모도 몇 명 없다 이거야. 2만원 주면 올라오니까”라고 말했다. 또 노숙자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을 동원하기도 했다. 단정한 차림으로 나오면 일당을 올려준다는 참가자 증언도 나왔다. 한 친박단체 집회 참가자는 “목욕 깔끔하게 해가지고. 목욕하고 나오면 5만원씩 준다고…”라고 말했다. 특히 친박단체의 ‘모집책’이라는 사람은 취재진과 만나 참가자의 유형과 상황에 따라 ‘가격표’까지 있다고 증언했다. 이 모집책은 어버이연합 회원들의 경우 통상 참가자들에게 주는 일당은 2만원이지만, 날씨가 추워지면 6만원으로 올라간다고 밝혔다. 젊은 여성이 유모차를 끌고 참석하면 15만원까지 일당을 준다고 했다. 인원이 많아 보이게 하는 데다 가족이 함께 나왔다는 모습까지 연출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뽑기방·동전 노래방 열풍…청춘들의 ‘가난한 취향’

    뽑기방·동전 노래방 열풍…청춘들의 ‘가난한 취향’

    임현두(가명·28)씨는 서울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일한다. 마감이 끝나면 자정 즈음에야 퇴근한다. 이마저도 3교대 근무라 수시로 바뀐다. 생활이 불규칙하니 여가는 엄두도 못 낸다. 다만 일주일에 서너 번 들르는 곳이 있다. 크레인을 이용해 인형을 뽑는 ‘뽑기방’. 임씨는 “친구들과 만나면 보통 술을 마시거나 게임을 하는데 피로만 쌓인다”면서 “인형 뽑기는 적은 돈으로도 편안한 휴식을 즐길 수 있어서 선호한다”고 말했다. 최근 임씨처럼 뽑기방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16년 5월 기준 전국 33개에 불과했던 뽑기방이 8월 147개, 12월 880개까지 폭증했다.상처받은 청춘들의 보상심리 뽑기를 한 번 하는 데는 보통 1000원 안팎이 든다. 임 씨는 갈 때마다 평균 1~2만원씩 쓴다. 4개월간 70만원을 쏟아부었다. 지금까지 40번 정도 성공했다. 절반은 허탕 치고 돌아선 셈이다. 2만원씩 날리는 건 예사다. 한꺼번에 35만원을 집어넣은 적도 있다. 도박하는 기분이 들어 찜찜하다고 했다. 실제 일부 기계는 성공 확률을 조작하기도 한다. 크레인 길이를 짧게 만들거나, 끌어올리는 힘을 약하게 만드는 식이다. 크레인 게임물 실태 조사 결과, 전국 144개 업소 중 12개가 개·변조로 적발됐다. 임씨도 이 사실을 알지만, 멈출 수 없다. 돈을 잃으면 잃을수록 승부욕은 더욱 타오른다.청년들이 뽑기에 열광하는 이유는 적은 투자 대비 큰 만족감을 얻을 수 있어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를 ‘저비용 한탕주의’라고 해석한다. 곽 교수는 “청년실업률이 계속 치솟는 상태지만, 여가를 위한 놀이에서도 비용이 중요해졌다”면서 “결국 푼돈으로 요행을 바라는 심리가 밑바탕에 깔린 셈”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젊은이들 사이에 이른바 수저 계급론이 확산하면서 노력보다 운에 기대고 싶은 심리가 커졌는데 인형 뽑기도 그런 현상 중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계급사회에서 내몰린 청춘들은 손에 인형이라도 거머쥠으로써 좌절감을 보상받고자 하는 것이다. 혼자 고립되어가는 ‘각자도생’의 시대 언론사 입사를 준비 중인 이소희(가명·28·여)씨는 서울의 도서관과 커피숍을 오가며 온종일 활자와 씨름한다. 적막한 공간에 오래 앉아있으면 수시로 잡념이 몰려온다. 그럴 때마다 달려가는 탈출구가 있다. 1000원에 4곡을 부르는 동전 노래방이다. 2명 남짓 겨우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다. 방음 따윈 안 된다. 애창곡은 BMK의 ‘꽃피는 봄이 오면’이다. 고음을 시원하게 내지르자 옆 방 남자가 같은 노래를 이어서 부른다. 이씨도 맞은편 부스에서 들리는 김범수의 ‘보고 싶다’를 따라 부른다. 각자 조그마한 방에서 부르는 노래가 돌림노래가 되어 여기저기서 울려 퍼진다.IT기업에 다니는 김효진(가명·27·여)씨의 취미는 ‘데스크 테리어’다. 데스크 테리어는 데스크와 인테리어를 합성한 신조어로, 사무실 책상 위를 자신의 취향대로 꾸미는 걸 말한다. 김씨는 캐릭터 상품을 모아서 진열해놨다. 대부분 소소한 문구류다. 펜, 필통, 노트, 포스트잇 같은 것들이다. 카카오톡 이모티콘 캐릭터는 필수다. 특히 라이언과 어피치를 좋아한다. 삭막한 사무실 풍경 사이로 보이는 밝고 귀여운 캐릭터들이 안락함을 준다. 어린 시절 갖고 싶지만 포기해야 했던 인형들도 떠오른다. 하나씩 모을 때마다 지난날 자신에게 선물하는 기분이 든다. 혼밥, 혼술, 혼놀이란 단어가 떠오른 지 오래다.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술을 마시고, 혼자 논다는 뜻이다. 사회가 갈수록 파편화되고 있단 방증이다. 인형뽑기와 동전 노래방, 데스크 테리어도 모두 혼자 하는 취미다. 요즘 대학가에선 과거처럼 학생들이 우르르 함께 몰려다니는 모습을 보기 어렵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치열한 논쟁도 줄었다. 노진철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년들이 집단적 연대를 구축하기 어려워하는 탓”이라고 봤다. 혼자 하는 취미에 열중하는 것에 대해선 “현실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자신들이 겪는 문제가 스스로 해결하기엔 너무 크다고 느끼는 듯하다. 그런 좌절감이 표출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헬조선 깰 망치는 결국 ‘연대’ 청년들은 왜 혼자가 되기를 택했을까. 지난 1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12월 및 연간 고용 동향’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15~29세 청년층 실업률이 9.8%를 기록했다. 지난해 9.2%에 이어 또다시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극심한 실업 사태를 겪는 상황에서 여럿이 어울려 취미를 공유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돈이 있어야 다 같이 밥도 먹고 어울릴 수 있다. 선택의 폭 역시 좁아진다. 무언가를 만들고 싶으면 재료비가 들고, 새로운 걸 배우기 위해선 수업료를 내야 한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청년들의 가난한 취향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헬조선’이 가난한 청년을 만들고, 가난한 취향을 확산시키는 것”이라며 결국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역설했다. 이 트윗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어 5000번 이상 리트윗됐다. 구조적 문제란 곧 정책 실패를 말한다. 정부와 국회가 청년 일자리 창출에 최선을 다하지 않아서다.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신규채용이 갈수록 줄어든다. 청년층 역시 책임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조직화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다못해 청년층을 대변하는 정당에 투표라도 했다면 이 지경까지 이르진 않았으리란 자조가 쏟아진다. 현 상황을 극복할 방안은 결국 청년의 연대라는 목소리가 주목받고 있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저서 ‘트렌드 코리아 2017’에서 “혼자이기를 원했지만 함께 공유하기를 원하는 심리, 이는 자발적인 고립을 선택하긴 했지만 뒤따르는 외로움이나 소외감을 견딜 수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청년들이 혼자 할 수 있는 취미를 찾으면서도, 한편으론 SNS를 통해 여러 사람과 공유하는 행태와 같은 맥락이다. 누군가가 봐주기를 바라고, 또 함께 나누길 원하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여부와 상관없이 이미 차기 대선 후보들의 공약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정치의 계절’이 돌아온 것. 이 땅의 좌절한 청년들을 어루만져 줄 정치인과 청년 정책 실현 가능성을 따져보는 동시에 청년의 연대가 거대한 힘을 발휘해 그들의 미래를 새로 그려 나가야 할 때가 왔다. 곽혜진 인턴기자 demian@seoul.co.kr
  • 삼성전자 주가 대망의 200만원 찍었다

    삼성전자 주가 대망의 200만원 찍었다

    삼성전자가 사상 첫 주가 200만원 시대를 열었다. 삼성전자는 2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오전 10시23분쯤 전날대비 1.52%(3만원) 오르며 주가 200만원을 터치했다. 1975년 유가증권시장 상장 후 삼성전자 주가가 200만원을 돌파한 것은 42년만에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2011년 100만원을 처음 밟은 지 6년 만에 새 이정표를 세웠다. 지난해 4분기 갤럭시노트7 조기 단종 파문에도 ‘깜짝 실적’을 올린 삼성전자는 올해도 반도체 부문 등에서 선전이 기대되고, 강화된 주주환원정책을 제시해 추가 상승 기대감이 높다. 일부 증권가는 삼성전자 목표 주가를 250만원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크레딧스위스는 이날 삼성전자에 대한 목표주가를 종전 240만원에서 265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손원천 전문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雪國 #금강에서 설악을 굽어보다

    [손원천 전문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雪國 #금강에서 설악을 굽어보다

    【신선대 오르니 금강의 산자락이 파도처럼 일렁이고, 발 아래엔 수바위·화암사·푸른 동해가 한눈에 펼쳐지네】 오랫동안 겨눠 왔던 숲길이 있다. 설악의 끝자락과 금강의 첫 봉우리를 한눈에 담으며 걸을 수 있는 길이다. 강원 고성의 화암사 숲길이 그 주인공. 한데 그간 도시의 직장인들이 이 숲길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걸핏하면 통제됐기 때문이다. 산행 적기인 봄, 가을엔 ‘산불조심 기간 입산통제구역’으로, 겨울철 눈이라도 내리면 위험 구간으로 지정돼 사람들의 발길을 막았다. 그러다 지난해 말부터 상시 개방 구간으로 지정됐다. 기막힌 설경을 언제든 볼 수 있게 된 것이다.설악의 북쪽, 그러니까 울산바위 오른쪽으로 봉우리 하나가 불끈 솟았다. 당당한 산세의 신선봉이다. 설악산의 북쪽 끝이면서 금강산 1만 2000봉의 남쪽 제1봉이기도 하다. 신선봉은 출입통제 구간이지만 그 아래 능선의 신선대(성인대)까지는 호젓한 숲길을 밟아 오를 수 있다. 그 코스가 바로 화암사 숲길이다. 길이는 4.1㎞ 정도. 천천히 걸어도 3시간이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다. 산행 코스는 두 개다. 화암사에서 오르거나 화암사 못미처 휴게소에서 오른다. 원점 회귀를 해도 되고, 반대편으로 내려설 수도 있다. 휴게소를 들머리 삼아 오른다. 초반부터 된비알의 연속이다. 제법 힘에 부쳐 겨울인데도 콧잔등에 땀이 맺힌다. 장딴지가 뻐근해질 즈음 거대한 바위가 막아선다. 인근 주민들에게 쌀을 내줬다는 전설을 품은 수(穗)바위다. 모양새가 볏가리를 닮아 오래전엔 화암(禾岩)이라고 불렸다. ‘금강산 화암사’(剛山 禾岩寺)란 절집 이름도 여기서 유래했다. 수바위 위 웅덩이엔 항상 물이 고여 있다. 가뭄에 이 물을 떠서 주위에 뿌리면 비가 내렸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 온다. 완만한 오르막이 이어지다 숲이 끝나는 지점에서 하늘이 툭 터진다. 여기가 신선대다. 제법 굵은 바위들이 무리를 이루고 있다. 해발고도는 불과 645m. 설악의 이름난 봉우리들엔 견주기 어렵고, 미시령보다도 낮다. 하지만 전망만큼은 탁월하다. 북설악 일대의 전경과 신선봉 등 금강의 산자락이 파도처럼 일렁이고, 발 아래로 수바위와 화암사, 고성 쪽 동해바다가 한눈에 잡힌다. 신선대에서 낙타바위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풍경은 더욱 깊어진다. 거대한 너럭바위를 딛고 서면 코앞으로 설악산 울산바위가 웅장하게 펼쳐진다. 그 너머로 공룡의 등줄기를 닮은 거대한 봉우리들이 어깨를 맞대고 늘어서 있다. 설악의 웅장한 자태를 한 발짝 물러서 완상하기에 이만한 곳도 없지 싶다. 울산바위 왼쪽으로는 흰 눈에 파묻힌 속초와 푸른 동해가 시원스레 펼쳐진다. 동해의 만경창파를 보는 것만으로도 온갖 시름들로 막힌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하다. 울산바위 오른쪽은 미시령이다. 능선을 따라 미시령 옛길이 구절양장처럼 구불구불 내려오고, 미시령터널 속으로 드나드는 자동차들은 개미처럼 작다. 산행 끝자락은 화암사다. 설악산 코앞에 있으면서도 열에 아홉은 모르고 지나친다는 숨은 명소다. 절집의 개창 시기는 신라시대까지 올라가지만 가람 내 대부분의 전각들이 중창 등의 과정을 거치는 바람에 고색창연한 맛은 덜하다. 절집에서 100여m 뒤쪽의 산자락에 미륵대불이 서 있다. 병풍처럼 둘러쳐진 금강의 봉우리들은 물론 멀리 속초 시내까지 한눈에 굽어볼 수 있다. 절집 마당으로 내려서면 찻집 란야원이 객을 반긴다. 날아갈 듯한 기와집의 규모가 커 얼핏 승방처럼 보이는 집이다. 찻집 안으로 들어서면 빼어난 풍경이 기다린다. 문설주를 액자 삼아 바라보는 수바위 자태가 그야말로 압권이다. 이번 여정에서 명태와 만난 건 행운이었다. 명태는 ‘1어4색4미’라는 표현만큼이나 어디 하나 버릴 것이 없는 생선이다. 한때 ‘국민생선’이라 불릴 만큼 우리와 친숙한 녀석이었지만, 지금은 남획과 수온 변화 등으로 우리 연안에서 가뭇없이 사라졌다. 급기야 2014년 ‘현상금’까지 내걸고 어미 명태를 찾았다. 이른바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이다. 산 건 50만원, 죽은 개체에도 5만원을 내걸었다. 그리고 이듬해 살아 있는 암컷 한 마리가 고성군 해양심층수수산자원센터에 신고됐다. 길이 70㎝에 달하는 싱싱한 명태였다. 이 암컷의 등장은 여러 모로 ‘기적적’이었다. 씨가 마른 상황에서 잡힌 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암컷인 데다 상처 하나 없었기 때문이다. 이 암컷은 단박에 양식을 통한 ‘2세’ 확산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명태는 보통 자망으로 잡는다. 작은 그물코에 물고기가 꽂히게 해 잡는 방식이다. 당연히 그물에 걸린 명태가 온전한 경우는 드물다. 한데 이 암컷은 정치망에 잡혔다. 수심 200~300m 아래에 서식하는 명태가 매우 드물게 수심 40~50m를 회유할 때가 있는데, 바로 이 암컷이 얕은 수심을 회유하다 정치망에 걸려든 것이다. 우연과 행운이 겹쳐진 셈. 암컷은 곧바로 수컷 몇 마리와 합사됐고, 자연 부화에도 성공했다. 최근 이 암컷의 후손들이 동해안에서 생존하고 있는 것이 공식 확인됐다. 2015년 말 20㎝ 정도의 어린 명태 1만 5000마리를 동해 연안에 방류했는데, 지난해 고성 앞바다에서 채집된 명태 가운데 2마리가 이때 방류했던 명태로 확인된 것이다. 이제 토종 명태가 우리 바다로 돌아올 날도 머지않은 듯하다. 화암사 아래, 그러니까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와 속초 노학동 학사평 일대에 볼거리가 많다. 속초시립박물관, 발해역사관, 국립산악박물관, 테디베어뮤지엄 등과 고성 쪽의 조각미술관 ‘바우지움’ 등 공공과 민간에서 운영하는 전시·체험시설들이 잇따라 들어서며 새 관광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실내형 테마파크 ‘얼라이브 하트’(www.aliveheart.co.kr)와 ‘다이나믹 메이즈’도 관심을 끌고 있다. 착시 미술과 미로가 결합된 이색 체험 공간이다. 산행의 피로는 온천에서 푼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눈 덮인 설악산 자락을 완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미시령 아래 있는 설악 워터피아는 물놀이와 스파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온천 테마파크다. 지난해 국내 최초로 ‘보양온천’으로 지정됐다. 10여개의 노천 테마탕이 일품. 일반 사우나 시설도 갖췄다. 글·사진 angler@seoul.co.kr ■여행수첩 (지역번호 033) →가는 길 :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서울~양양 간 고속도로를 타고 동홍천 나들목으로 나가 44번 국도로 갈아탄 뒤 속초까지 곧장 간다. 경기 양평에서 44번 국도를 타고 강원 홍천, 인제 등을 지나 미시령 터널을 넘는 방법도 있다. 화암사(633-0090)는 미시령 터널을 나가 미시령 옛길 쪽으로 좌회전해 이정표를 따라가면 된다. 국립산악박물관(682-2084)은 화요일에 휴관한다. →잘 곳 : 미시령 아래 한화리조트 설악 쏘라노(1588-2299), 델피노 골프 & 리조트(1588-4888) 등 유명 리조트들이 많다. 설악동의 켄싱턴 스타 호텔(635-4001)은 영국 왕실을 콘셉트 삼은 테마 호텔이다. 객실 발코니에서 설악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맛집 : 도치알탕이 제철 음식이다. 말랑말랑한 살과 오도독 씹히는 알을 묵은 김치와 함께 끓여 내 시원하다. 속초 영랑호 인근의 포장마차촌에서 맛볼 수 있다. 십여개 업소가 늘어서 있는데 당근마차(632-3139)가 그중 알려졌다. 골뱅이무침, 도루묵구이, 간장새우장 등을 곁들여 낸다. 고성 거진항 초입의 성진회관(682-1040)도 권할 만하다. 입 안에 톡톡 터지는 도치알찜도 별미다. 도치알탕은 3월 말까지 먹을 수 있다. 거진시장 뒤편의 장미경양식(682-2084)은 옛날식 돈가스를 내는 집이다. ‘최북단 돈가스’라고 하면 주민 누구나 알 정도로 제법 유명한 집이다. 달달한 소스와 고소한 튀김옷을 입은 고기, 가니시로 나오는 시금치가 독특하게 어우러진다. 곁들여 나오는 강원도식 김치도 별미다.
  • [사설] 소비를 살려야 경제가 산다

    소비의 중요성을 멀리서 구해 볼 것도 없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 박제가의 ‘우물론’에서 명확히 이해할 수 있다. 우물을 퍼 올려 사용하면 계속 채워지지만 퍼 쓰지 않으면 말라 버린다는 것이다. 시장경제에서 소비의 의미는 그만큼 중요하다. 물건을 소비하면 자본이 환원돼 계속 생산하지만 소비하지 않으면 생산도 중단된다. 소비는 심리다. 소비는 사람이 하고 사람의 심리가 소비를 결정한다는 말이다. 설이 코앞인데 꽁꽁 얼어붙은 소비 심리가 도통 풀릴 기미가 없다. 한국은행이 어제 발표한 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3.3으로 전월보다 0.8포인트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75.0) 이후 최저치다. CCSI가 기준선인 100을 넘으면 경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심리가 낙관적임을 뜻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조사한 올 1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도 4년 만의 최저치인 89로 떨어졌다. 소비, 즉 내수가 살아나야 경제가 활성화된다. 소비를 살리는 길이 경제를 살리는 길인 셈이다. 내수 확대를 위한 좀더 효과적인 정책 처방이 필요하다. 2월 말까지 열리는 ‘코리아 그랜드 세일’ 행사 같은 소비촉진 행사는 꾸준히 열어야 한다. 주요 품목의 개별소비세 인하와 재계가 요구하는 접대비 한도 확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식사와 선물 한도를 정한 김영란법 시행령의 개정도 여론의 눈치만 볼 일이 아니다. 또한 소비 심리를 저해하는 생활물가를 잡는 것도 시급하다. 단기 부양책에만 집착해서도 안 된다. 멀리 내다보고 좀더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가계 평균 가처분소득은 2015년 3927만원에서 지난해 4022만원으로 겨우 95만원 증가했다. 반면 가계 평균 부채는 6256만원에서 6655만원으로 399만원 폭증했다. 소득을 늘리려면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생산성을 높여 근로소득을 늘려 줘야 한다. 비정규직 등 질 낮은 일자리는 질 높은 일자리로 바꿔야 한다. 기업소득을 가계로 돌려 민간 소비로 선순환시키는 것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바란다. 특히 중요한 것이 구매력이 있는 유효 수요다. 고소득층의 세율을 높여 중산층과 저소득층 복지로 돌려야 한다. 소비와 분배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길이다. 장·중·단기 정책을 혼용해 구사해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야 정책의 효과는 빠르고 크다. 정부는 재정을 조기 집행하고 기업은 고용 확대에 힘쓰는 한편 투자에도 과감해야 할 것이다. 저성장의 길을 먼저 걸어온 일본을 참고하는 데 인색할 필요는 없다. 아베 총리의 재정확대, 금융완화, 구조개혁은 임금 인상과 설비투자를 유도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금요일 퇴근을 오후 3시로 앞당겨 돈을 쓰게 하겠다는 ‘프리미엄 프라이데이’ 정책도 벤치마킹해 보기 바란다. 수출에 이어 내수마저 죽는다면 우리 경제는 정말 답이 없을지 모른다.
  • [드라마로 사임당을 만나다] 틀에 박힌 ‘현모양처’ 벗고 워킹맘·예술가의 열정 그려

    [드라마로 사임당을 만나다] 틀에 박힌 ‘현모양처’ 벗고 워킹맘·예술가의 열정 그려

    배우 이영애가 14년 만에 안방 극장에 복귀한다. 대표작 ‘대장금’으로 한류 붐을 일으킨 그녀가 또다시 원조 ‘사극 퀸’의 면모를 보여줄지 주목된다. SBS 수목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이하 사임당)가 오는 26일 밤 10시 1, 2회 연속 방송으로 시청자를 찾는다. ‘사임당’은 한국미술사를 전공한 시간강사이자 워킹맘 서지윤이 이탈리아에서 우연히 발견한 사임당의 일기에 얽힌 비밀을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풀어내는 퓨전 사극이다. 일기 속에 숨겨진 천재 화가 사임당의 불꽃 같은 삶과 ‘조선판 개츠비’ 이겸과의 불멸의 인연을 아름답게 담았다. 특히 현모양처의 이미지로 고정된 신사임당이 아닌 워킹맘이자 예술가로서의 열정을 그렸다. 사임당과 서지윤을 오가며 1인 2역 연기에 도전한 이영애는 24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처음엔 부담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지만 배우로서는 재미 있는 작업이었다”면서 “한복을 입은 모습과 강인하고 털털한 현대의 모습을 동시에 보여드릴 수 있기 때문에 시청자들도 지루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애는 2003년 ‘대장금’ 이후 후속작으로 사극을 선택한 이유로 ‘재미’를 꼽았다. 그는 “작품의 메시지를 비롯한 여러 가지가 중요한데 저에게 어떤 것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재미”라면서 “처음에 작품을 봤을 때 일단 재밌었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엔 저조차도 사임당이 고루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500년 전 사임당도 후대에 자신이 이런 이미지로 보여지기를 원치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5만원권 지폐에 박제되어 있는 고정된 이미지의 여인이 아니라 예술가로서의 열정을 통해 사임당에게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대장금’과의 비교에 대한 부담감에 대해서는 “‘대장금’과 색깔이 겹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면서도 “미혼일 때 표현한 ‘대장금’과는 다르게 엄마와 아내의 입장에서 표현한 사임당은 연기의 폭이 넓어지고 색깔도 더 깊어졌다”고 말했다. 송승헌은 도화서의 수장으로 어린 시절 운명적으로 만난 사임당을 평생 마음에 품고 지고지순한 사랑을 바치는 ‘이겸’을 연기한다. 사임당과는 숙명의 라이벌인 ‘휘음당 최씨’는 오윤아가, 조선시대 어린 이겸과 현대 차세대 인문학자 ‘한상현’ 1인 2역은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병원장 도윤완의 아들 도인범으로 출연한 신예 양세종이 맡았다. ‘사임당’은 2011년 ‘고봉실 아줌마 구하기’의 윤상호 PD와 박은령 작가가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춘 작품으로도 눈길을 모은다. 박 작가는 “엄마로서, 아내로서의 삶도 중요하지만 예술가로서의 삶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 여자가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적극적으로 개척해 나가는 모습에 주목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설 앞둔 통신시장 불법 보조금 얼룩

    경기 과천에 사는 직장인 김모(37)씨는 지난주 ‘설 연휴 직전 휴대전화 보조금이 터진다’는 정보를 인터넷에서 확인하고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의 휴대전화 매장을 찾았다. 그는 “집 앞의 휴대전화 매장에서는 54만 6000원에 팔던 ‘삼성 갤럭시 S7’을 이곳에서는 13만원에 판매하고 있었다”면서 “지금 제값을 주고 휴대전화를 사는 것은 ‘호갱’ 인증 행위”라고 말했다. 양측 매장의 가격 차이는 무려 41만 6000원이었다. ●판매점 따라 최대 50만원 차이 나 설 연휴를 앞두고 휴대전화 단말기 불법보조금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삼성 갤럭시 노트7의 대규모 리콜 사태 등으로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유통점과 판매점 등이 살아남기 위해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다. 판매점에 따라 40만~50만원의 보조금 차이가 났다. 삼성 갤럭시S7 32기가바이트(GB)의 출고가는 83만 6000원으로, 월 5만원대의 요금제를 선택하면 공시지원금은 통신사에 따라 20만~29만원이다. 정상적으로 구매한 소비자는 50만원 이상을 줘야만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 유통점과 판매점들은 70만원 정도의 보조금을 제공하면서 13만원에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7도 마찬가지다. 같은 조건에 아이폰7(128GB)의 경우 공시지원금은 5만~7만원에 불과하지만 일부 대리점은 30만원 이상의 지원금을 지급했다. 실제로 온라인 유명 휴대전화 사이트 등에는 ‘설 연휴 보조금 폭탄’, ‘설 연휴 보조금 터진다’는 글이 넘쳐나고 있다. 구입 후기도 올라올 정도다. ●“파산할 판”… 너도나도 출혈경쟁 명절 대목이 사라진 판매점들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항변한다. 휴대전화 판매점 직원 이모(34)씨는 “졸업과 입학 시즌이 겹치는 설 명절은 대목 중의 대목인데, 갤럭시 노트7 사태로 소비자들이 삼성의 신제품 출시에 맞춰 휴대전화 구입을 미루고 있다”며 “줄도산하게 생긴 판매점들이 지원금을 줘서라도 기존 판매량을 맞추려고 하고 통신사들도 이를 모른 척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노익 방송통신위원회 이용자정책국장은 “연휴를 앞두고 과도한 보조금 지급이 난무하지 않도록 통신사 측에 자정 노력을 요청하고 모니터링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저가 선물 대박? 사회적기업엔 먼 얘기”

    “사람들이 속도 모르고 판매량이 늘었다고 하는데 매출액은 20% 이상 줄었습니다. 사회적기업도 ‘청탁금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피할 수는 없더군요. 5만원 미만 제품은 그나마 팔리는데 5만원 이상 제품은 주문이 아예 끊겼습니다.”(한과·떡 사회적기업 관계자) 청탁금지법 시행 후 첫 명절을 앞두고 5만원 미만의 선물세트가 많은 사회적기업의 매출이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현실은 크게 달랐다. 몇 종류 되지 않는 5만원 이상 선물세트는 일반기업 제품에 밀리고, 선물 수요 자체가 줄어 저렴한 제품군 판매도 감소했다. 한 백화점에서 실시한 사회적기업 기획전이 그나마 선방했지만, 업계는 대형유통채널이 주목을 받은 것이지 사회적기업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지는 않았다고 냉정한 분석을 내놓았다. 23일 만난 사회적기업 성암영귤농원의 김기환 부대표는 “청탁금지법 전에 품질과 포장을 고급화한 5만 5000원짜리 영귤차세트를 야심 차게 출시했는데 법이 시행되면서 5만원 이상의 제품은 팔리지 않는다”며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30% 감소했다”고 답답해했다. 그는 “노인 등 지역사회의 취약계층을 고용하는데 매출이 저조해 고용을 줄이게 되면 회사뿐만 아니라 종업원들도 타격을 입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곶감선물세트를 판매하는 사회적기업 누리는농부의 관계자도 “경기가 안 좋고 시국도 어수선해서인지 주문 전화가 오긴 해도 판매량은 줄었다”면서 “지난해에는 판매 목표치의 90%를 달성했는데 올해는 많아야 70%에 그칠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나마 현대백화점이 마련한 사회적기업 설 선물세트가 9000개 판매됐다. 백화점 관계자는 “지난해 설 행사 대비 24% 증가한 것으로, 2014년 사회적기업 선물세트를 처음 선보인 이후 3년 만에 판매량이 4배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백화점 기획전에 참여할 수 있는 기업은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실제 사회적기업 업계가 체감할 정도의 매출 증대라고 보긴 어렵다. 한 사회적기업 관계자는 “백화점이라는 대형유통시스템 때문에 일부 소비자가 관심을 갖는 것이지 전체 매출은 다들 줄었을 것”이라며 “사회적 약자들을 고용해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좀더 관심을 가져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전국의 사회적기업은 1713개다. 서울시가 사회적기업 128곳을 분석한 결과 2010년부터 2015년까지 평균 매출액은 5억 2399만원에서 18억 9236만원으로 3.6배 늘었고, 고용인원은 412명에서 1635명으로 4배가량 증가했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관계자는 “사회적기업이 경기 침체와 청탁금지법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취약계층을 도와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도 늘고 있다”며 “사회적기업이 품질을 개선해 위기를 극복하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빚독촉에 5만원권 위조지폐 만들어 사용한 모녀 검거

    빚독촉에 5만원권 위조지폐 만들어 사용한 모녀 검거

    5만원권 위조지폐를 만들어 재래시장에서 상인들을 상대로 사용한 모녀가 경찰에 붙잡혔다. 대구지방경찰청은 23일 A(37)씨를 통화위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딸(17)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지난 21일 오전 7시 50분쯤 대구 중구 태평로 번개시장 과일 가게에서 5만원권 위조지폐 1장으로 키위 1만원어치를 사고 거스름돈 4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같은 수법으로 이날 오전 6시부터 오전 9시 사이 달성공원 새벽시장, 서남시장 등을 다니며 10여 차례 5만원권 위조지폐 12장을 사용하고 40여만원을 챙겼다. 조사 결과 이들은 주로 나이 많은 노점상인을 범행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A씨가 “빚 독촉에 시달려 목돈을 마련하기 위해 컬러복사기로 5만원권 21장을 위조했다”고 진술함에 따라 쓰고 남은 위조지폐 행방과 추가 범행을 조사하고 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금융 특집] 신한카드, 사용 실적 따라 월 최고 5만원 드립니다

    [금융 특집] 신한카드, 사용 실적 따라 월 최고 5만원 드립니다

    개인의 생활 방식에 따라 맞춤형 혜택을 제공하는 카드 상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최근 쇼핑에 특화된 서비스와 생활밀착형 매장에서의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신한카드 쇼핑’을 출시했다. 이 카드로 롯데·현대·신세계·갤러리아·AK백화점과 롯데·현대·신세계사이먼 프리미엄 아울렛,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메가마트·탑마트 등 대형 할인점, 이마트트레이더스·롯데VIC마켓·이케아 등 창고형 할인매장, CJ오쇼핑·GS홈쇼핑 등 홈쇼핑 업종, 쿠팡·티켓몬스터 등 소셜커머스에서도 10% 할인받을 수 있다. 전월 실적이 150만원 이상이면 월 5만원까지, 100만원 이상 150만원 미만이면 월 3만 5000원까지, 50만원 이상 100만원 미만이면 1만 5000원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생활밀착형 가맹점 스타벅스·커피빈·카페베네·엔제리너스·투썸플레이스 등 커피전문점에서는 하루 1회, 월 10회까지, 다이소·올리브영 등 잡화점과 교보·반디앤루니스·Yes24·알라딘 등 온라인 서점에서는 업종별로 하루 1회, 월 5회까지 10% 할인받을 수 있다. SK에너지·GS칼텍스·S-Oil·현대오일뱅크에서 리터당 60원을 할인해 준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블랙리스트 조윤선 구속 수사 특검 앞 “지지하고 응원합니다” 꽃바구니들

    블랙리스트 조윤선 구속 수사 특검 앞 “지지하고 응원합니다” 꽃바구니들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2일 특검에 소환된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날 오후 2시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을 소환해 블랙리스트 작성 등에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와 관여가 있었는지 추궁할 예정이다. 이날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특검 사무실 앞 인도에는 ‘특검 지지하고 응원합니다, 진실을 밝혀주세요.’ ‘국민과 촛불이 함께 있어요’, ‘정의의 특검, 힘내세요’, ‘하늘이 무너져도 정의를 세워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하여’ 등의 문구가 적힌 꽃바구니들이 늘어서 있었다. 시민들의 꽃바구니는 지난 1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특검팀의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된 날 집중적으로 배달됐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특검팀은 지난해 9월부터 시행하는 ‘청탁금지법’ 관련 논란을 막기 위해 시민들이 보낸 꽃바구니를 사무실에 들이지 않고 대치빌딩 앞 인도에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직무 관련성이 없어 5만원 미만 꽃바구니는 문제가 될 소지가 없지만, 특검은 원칙적으로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꽃다발을 받지는 못해도 마음만은 고맙게 받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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