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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갑 발언’ 한나라서도 비판

    ‘김용갑 발언’의 파문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한나라당 의원 가운데서도 보수 색채가 강한 김용갑 의원이 지난 26일 “노무현 대통령은 북한 대변인”,“6·15 민족대축전 때의 광주는 해방구”라고 언급한 뒤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27일엔 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김 의원의 발언이 자칫 호남 민심을 자극할 경우 내년 대선을 위해 그동안 ‘호남 껴안기’에 공들였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당 지역화합특위 위원장은 정의화 의원은 당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말씀의 뜻은 알겠지만,‘해방구’ 등등은 아니올시다라고 생각한다. 자중을 부탁드린다.”면서 “김 의원의 발언은 호남인들에게 ‘그럼 그렇지, 한나라당이 어디 가겠느냐.’는 얘기를 듣게 한다.”고 꼬집었다. 소장파인 원희룡 의원은 언론과의 통화에서 “‘광주 발언’은 1980년 5·18 광주항쟁을 연상시키고, 과거 매카시즘적 사고에서 조금도 바뀐 게 없다는 느낌이 들어 섬뜩했다.”면서 “당이 호남에 다가가려는 노력들이 시대착오적 발언들 때문에 물거품이 돼버렸다.”고 비판했다. 그렇다고 당 지도부가 김 의원을 공개 비판하진 않을 것 같다. 여당의 공세에 말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형오 원내대표도 이날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김 의원 발언을 빌미로 국감이 이뤄지지 못한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을 뿐이다. 반면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은 김 의원의 의원직 사퇴와 한나라당 지도부의 공개사과·출당 조치 등을 촉구했다. 열린우리당 노웅래 공보담당 원내부대표는 “국회의원이라고 하기엔 낯뜨거운 망언과 망동”이라면서 “제 정신으로 하는 말인지 의심이 간다.”고 논평했다. 민주당 김재두 부대변인도 “한나라당이 김 의원을 감싸고 있는 한 서진(西進) 정책과 집권의 꿈은 일장춘몽에 그칠 것”이라고 냉소했다. 그동안 김 의원의 ‘공세 대상’이었던 이종석 통일부장관도 MBC라디오 ‘시선집중 손석희입니다’에 출연,“김 의원의 발언은 객관적 사실에 어긋나며, 국민이 뽑은 정부와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고 반격에 나섰다.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북핵 반드시 외교로 풀어야”

    민주·인권·평화의 도시로 거듭나고 있는 광주에서 세계평화의 사도들이 한반도와 동아시아, 세계의 평화를 주창했다.김대중 전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 등 노벨평화상 수상자와 국제 앰네스티 등 수상단체, 도이 다카코 인권·평화운동가 등이 한 자리에 모인 노벨평화상 수상자 광주 정상회의가 16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역사적인 개회식을 가졌다. 고르바초프 이탈리아 재단이 지난 1999년부터 가졌던 이 회의가 로마가 아닌 다른 곳에서 열리기는 광주가 처음이다. 개회식은 박광태 광주시장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축사, 고르바초프 옛 소련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기조연설 순으로 50분간 진행됐다.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과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서신과 영상메시지 등을 통해 정상회의 성공적 개최와 한반도 및 전세계의 평화를 기원했다. 노 대통령은 축사에서 “한반도의 평화는 동북아시아, 나아가 세계평화와 직결되어 있다.”고 전제한 뒤 “우리는 지금까지의 성과를 바탕으로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남북간 신뢰구축, 그리고 남북 공동번영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은 기조연설에서 “광주 민주화운동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치고 질서와 평화를 지킨 비폭력 운동이었다.”며 “광주는 민주주의의 성지로 10일간 계속된 민중항쟁은 위대한 정신을 가진 거사였다.”고 정의했다. 그는 “북한 핵문제로 경색돼 있는 북·미관계는 남북관계의 진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북한은 핵포기와 철저한 검증을, 미국은 안전보장과 경제적 제재를 함께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르바초프 옛 소련 대통령은 “한반도의 분단은 열강과 냉전의 결과지만 강대국의 볼모가 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하고 “남북한은 화해와 협력으로 그 관계가 개선 중이며 북한의 핵문제는 해결된다는 데 의구심이 없다.”고 말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한반도 분쟁의 완전한 종식은 전 세계인이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 반드시 외교적 수단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특히 북한 핵문제는 안보와 군사, 정치, 경제 등을 망라한 포괄적 바탕에서 평화협정 채결을 통해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들은 개회식에 앞서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고 유영봉안소와 묘역을 둘러본 뒤 추념문 오른편 동산에 평화의 나무인 소나무를 심었다. 이들은 이어 방명록 서명과 함께 핸드프린팅 행사에 참가했다.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길섶에서] 5·18 저녁에/임병선 국제부차장

    18일 저녁 머리도 식힐 겸 서울시청 광장에 잠깐 나갔어요. 미니 스커트가 거리에 넘쳐나고 넥타이를 풀어헤친 직장인들이 잔디 광장에 앉아 얘기꽃을 피우고 분수는 시원하게 내뿜고 있더군요. 대학생으로 보이는 한 정당 선거운동원들이 광장을 빙 둘러 서서 발랄하게, 너무도 발랄하게 지지를 호소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었지요. 저는 26년 전 그날 그 광장을 떠올렸고요. 협량(狹量)한 탓일까요, 아니면 시인 곽재구가 말한 대로 “광주항쟁을 겪으면서 너무 근엄하고 조급한 도덕성과 정의감에 결박당한 채 진실로 필요한 정신의 유영을 이루어내지 못한” 결과일까요. 이 광장에서의 생경함이란…. 참 많이 변했지요. 역사로만 기억되고 화해로 유보되며 다양성으로 포장돼야 하는 그날의 일들과 80년대…. 문득 하늘을 올려다 보는데 그때 21일엔가 도청 광장에서 계엄군과 시민들이 눈물 흘리며 부르던 노래가 울려 퍼지던 저녁 하늘이 겹쳐졌어요. 정말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잡게 됐어요. 그 노래는 바로 애국가였지요. 임병선 국제부차장 bsnim@seoul.co.kr
  • ‘5·31표몰이’ 5·18 빛고을서 점화

    5·31 지방선거를 13일 앞둔 18일 여야의 공식 선거운동이 점화됐다. 무대는 이날로 26주년을 맞은 5·18 민주화운동의 본향인 ‘빛고을’ 광주. 여야 모두 지도부가 총출동, 유세대결을 벌이며 세몰이에 나섰다. 속내는 다 달라 보인다. 열린우리당은 광주를 ‘대역전’의 지렛대로 삼아 승세를 잡으려 한다. 민주당은 텃밭을 석권해 당을 재건하는 게 목표다. 호남 민심잡기에 공을 들여온 한나라당과 제3당 도약을 꿈꾸는 민주노동당은 두 자릿수 지지율 확보가 절실하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을 비롯 지도부와 의원 20여명은 충장로 거리유세에서 조영택 시장 후보와 소속당 출마자들의 지지를 요청했다. 정 의장은 “5·16 쿠데타 이후 처음으로 원내 제1당으로 만들어준 광주시민에게 실망을 안겨줘 죄송하다.”며 “평화민주 세력이 죽지 않았음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광주시민들이 다시 결단해 한나라당 독주를 막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열린우리당은 특히 전날 민주당 한화갑 대표의 “국민과 국가를 이롭게 하는 방향에서 한나라당과 일치하면 같이 하는 것”이라는 발언을 ‘망언’으로 규정하며 민주당과 대립각을 세웠다. 광주가 지역구인 국회의원 7명은 “시민학살의 후계 정당과 공조하겠다는 한 대표는 5·18 정신계승을 운운할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수구보수 세력과 손잡거나 망국적 지역감정에 호소하는 정당은 심판받아야 한다.”고 비난했다. 한나라당도 박근혜 대표를 비롯해 지도부가 총출동했다. 박 대표는 거리유세에서 “광주에서 후보를 내고 싶어도 내지 못했고, 당 대표가 광주에서 선거운동을 한 기억도 거의 없다.”며 “지방선거 운동 첫날 첫 유세를 이곳에서 시작해 의미가 남다르다.”고 감회를 피력했다. 이어 박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찾아뵀을 때 지역화합·국민통합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하셨다.”며 “제가 할 수 있다면 그 일에 앞장서겠다.”며 지역화합 정신을 강조한 뒤 ‘정권심판론’을 역설했다. 민주당은 5·18 기념식 직후 광주공원에서 한화갑 대표와 박광태 광주시장 후보, 광주지역 5개 구청장 후보 등이 참석, 지방선거 출정식을 열었다. 한 대표는 “서울에서는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아니다라는 ‘노·노(NO·NO)’ 열풍이 유행하고 광주에서는 민주당은 살아나고 열린우리당은 죽는다는 ‘민생열사’라는 말이 퍼지고 있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어 열린우리당의 ‘민주-한나라 공조 비난에 대해 노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 문재인 전 민정수석의 ‘부산정권’ 발언을 예로 들며 맞불을 놓았다. 민주노동당은 전남대 앞에서 출정식을 갖고 보수 정당 심판을 호소했다. 문성현 대표 등 지도부는 출정 선언문에서 “개혁배신세력 열린우리당을 심판하고 한나라당, 민주당의 지역주의와 부정부패 정치의 끝을 보여주겠다.”며 개혁세력 교체론을 거듭 강조했다.광주 구혜영 박지연기자 koohy@seoul.co.kr
  • 여야지도부 첫 유세길 ‘봉변’

    여야지도부 첫 유세길 ‘봉변’

    5·31 지방선거전이 공식 개막된 18일 광주로 내려간 여야 지도부는 험한 민심을 체험하고 돌아왔다. 제26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하는 것으로 첫 표몰이에 나섰으나 시위대를 만나 곤욕을 치러야 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이날 오전 11시40분쯤 충장로에서 지원연설을 하려다가 ‘남총련’ 소속 대학생 50여명의 시위로 봉변을 당했다. 박 대표는 장소를 옮겨 광주우체국 앞에서 지원연설을 5분여 동안 가진 뒤 거리 유세에 나서 상인 등 시민들과 악수를 나누는 등 한 때 부드러운 분위기가 연출됐다. 그러나 학생들은 이곳에 다시 모여 “독재정권·군부정권 후예 한나라당은 광주를 떠나라.”고 구호를 외치는 등 유세를 방해했다. 이들이 경찰과 충돌하면서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박 대표는 의원들과 당직자들에 둘러싸여 20여분 만에 황급히 자리를 떴으며 다시 버스에 올라 광주역에 도착, 시민들과 인사를 나눈 뒤 KTX를 타고 대전으로 향했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학생들의 의기는 인정하지만 광주정신의 관용과 아량이 필요하다. 유세를 무산시킨 것은 잘못”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열린우리당 당직자들은 오전 10시40분쯤 버스를 타고 행사장을 빠져나가려다 5·18 민주묘지 입구에서 시위대의 제지를 받았다.5·18부상자회 소속 회원 50여명은 버스를 가로막고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는 등 30여분 동안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광주사태 때 군 투입은 질서유지용”이라고 발언한 열린우리당 이원영 의원과 열린우리당 책임자가 사과할 것과 5·18을 더 이상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정 의장은 충장로 유세를 위해 이미 행사장을 빠져나간 뒤여서 봉변을 면했다. 광주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5·31 지방선거 격전지 표심기행] (1) 빛고을 광주 르포

    지방선거를 앞둔 ‘5월 광주’는 고민하고 있었다. 표심(票心)은 예전처럼 ‘이미 정해진’ 게 아니라 ‘어디로 정할까.’를 놓고 흔들리는 듯했다.5·18 민주화운동 26주기를 맞는 가슴먹먹한 ‘신열’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다만 이런 민심을 파고들기 위해 광주를 찾은 정치권만 분주할 뿐이었다. 서로가 ‘5월의 적자’임을 선언하며 앞다퉈 선거 출정식을 치렀다. 그야말로 ‘광주 쟁탈전’이었다. 흔히 광주를 한국 정치사에서 학습능력이 가장 뛰어난 곳이라고들 하지 않는가. 오랜 시간 경험한 소외와 차별을 딛고 두번의 대선을 치르면서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의 탄생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는 평가가 그것이다. 광주시민의 ‘학습능력’은 그만큼 전략과 선택이라는 말로 상징돼 왔다.80년 민주화운동을 거치면서 광주의 고립을 해소하면서도 민주주의를 계승할 정치세력을 선택하는 고민은 광주 정치 민심의 변하지 않는 목표였다. 그러나 17일 현지에서 만난 시민들은 고민하고 있었다.‘전략적 선택’과 ‘미워도 다시 한번’ 사이에서. ●“이원영의원 발언 생채기 또 건드리는것” 광주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는 모두 4명, 열린우리당의 조영택, 한나라당 한영, 민주당 박광태, 민주노동당 오병윤 후보다. 분위기로만 보면 조 후보와 박 후보의 각축전이다. 현지 언론과 여론조사 기관은 현재 박 후보가 조 후보를 두 자릿수 차이로 앞선다는 결과를 내놓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후보 지지도에서는 큰 변화가 없지만 정당 지지도에서는 민주당의 당비 대납 사건 등으로 열린우리당이 앞섰다는 것이 현지 관계자들의 중평이다. 최근 이원영 의원의 ‘5·18 군 투입’발언과 문재인 전 청와대 수석의 ‘부산 정권’발언이 악재가 된 셈이다. 광주의 신도심으로 불리는 북구 상무동에서 만난 건설회사 직원 고모(45)씨는 기자와 대화를 나누는 동안 줄담배를 피워댔다. 고씨는 “질서 유지도 생각하기 나름이지. 오늘 전야제에 왔다면 시민들이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며 격한 심정을 감추지 않았다. 동구에서 왔다는 이천묵(69)씨는 “이제 광주는 ‘한’(恨)을 뛰어넘으려 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몰아준 집권 여당에서 이런 발언을 한다는 건 생채기를 다시 건드리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다들 앤간치 않지만 구관이 명관…” 2일장이 열린다는 말바우 시장으로 이동하는 택시에서 만난 정안용(37)씨는 문 전 수석의 발언을 “애기들 떡주고 달래는 꼴이지라.”며 허탈해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보다 더 높은 지지로 당선시킨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서운함이기도 했다. 정씨는 “다들 앤간치(시원치) 않지만 그래도 구관이 명관 아니겠어.”라고 되묻는다. 그러나 이 문제를 정략적으로 쟁점화하는 부분은 오히려 광주정신에도 맞지 않는다며 따끔한 충고를 건네는 시민도 적지 않았다. 말바우시장에서 20여년 동안 홍어를 팔고 있는 ‘망월홍어집’의 박화남(68) 사장은 “단순히 감정적으로만 생각해 될 일은 아니잖여. 대범하게 큰 정치해야지. 우리 광주가 이제 그 정도 발언으로 휩쓸리고 그러지는 않어.”라고 말했다. 이는 한나라당을 바라보는 시각과도 겹쳐지는 듯했다. 박근혜 대표가 취임한 뒤 지속해 온 ‘호남 껴안기’를 그저 색안경을 끼고 보지만은 않아 보였다. 지역 시민단체인 ‘참여자치 21’의 박광우(38) 사무처장은 “한나라당의 진정성과 노력에 박수를 보내는 시민도 많아졌다. 하지만 공식적인 사과와 책임 있는 화해를 시도하지 않는 한 광주와 한나라당의 거리는 멀 수밖에 없다.”는 진단을 내놨다. 다만 정치적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실리적으로 광주를 접근하고 있다는 의심을 여전히 걷어내진 않았다. 민노당 오 후보는 10% 가까운 지지를 받고 있다.‘선도’는 높지만 ‘반지역주의’를 지향하다보니 그래도 ‘지역주의’(엄밀히 말하면 저항적 지역주의)를 온전히 부정하지 않는 광주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어려워 보였다. 워낙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구도가 선명한 탓도 있다. 누가 요청하지 않아도 광주 시민들은 17일 저녁 7시쯤이면 금남로 도청앞 광장으로 나온다. 나와서 26년 전 그날을 기억하고 되새긴다. 축제라고도 한다. 앞다퉈 광주를 지방선거 출정 전야의 주인공으로 만든 정치권이 5월 정신을 계승하고 확대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듯싶다. 더 이상 광주는 ‘한’(恨)의 고향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광주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사설] 5·18 민주화정신 폄훼 안된다

    해마다 이즈음이면 정치인들로 붐비는 곳이 광주와 5·18묘역이다. 광주항쟁 26돌을 맞은 올해도 어김이 없다.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여야 지도부의 5·18 행보가 어느 때보다 분주하다.5·18의 숭고한 정신과 희생영령의 넋을 기리려는 발길을 꾸짖을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여야가 내보이는 행태들은 이와 거리가 멀다. 고작 지방선거에서 몇 표 더 얻어보자는 얄팍한 표심잡기 경쟁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볼썽사나운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적자(嫡子) 논쟁에 더해 엊그제 터져 나온 열린우리당 이원영 의원의 망언을 접하면서 과연 정치권이 5·18을 기념할 최소한의 양식과 자세를 갖추고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광주사태 군 투입은 질서유지 차원”이라는 이 의원의 망언은 당직 박탈과 당 윤리위 회부로 그칠 일이 아니라고 본다. 마땅히 국회 차원의 징계가 이뤄져야 하며, 그 이전에 이 의원 본인의 대국민 사죄가 있어야 한다. 실언으로 치부하기엔 너무나도 몰역사적, 반인권적 발언이다. 그가 집권여당 인권위원장으로 있었다는 게 어리둥절할 뿐이다. 이미 2003년 소장의원들의 5·18 술자리 파동으로 물의를 빚은 여당이다.5·18을 단순히 민심잡기용 겉치레의 도구로 인식하는 게 아니라면 열린우리당은 그에게 보다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적자 논쟁도 즉각 중단돼야 한다. 지역주의 극복을 외치다가도 선거만 닥치면 이에 기대고 보려는 여야의 구태에 국민들은 식상했다.“광주에서의 패배는 지방선거 전체의 패배”라는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발언 같은 행태야말로 광주 민심을 욕 보이는 것이다. 광주와 5·18은 특정지역, 특정정당의 전유물이 아니다. 여야는 ‘5·18마케팅’을 그만두기를 바란다.
  • ‘5·18계승자’ 대결 후끈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5·18 광주 민주화운동’의 적통자 계승을 놓고 한판 대결을 벌이고 있다. 여당은 호남 민심의 ‘풍향계’인 광주 표심을 사로잡고 호남 표심의 수도권 북상을 통해 막판 대역전극을 노리고 있다. 민주당 역시 텃밭 광주·호남에서의 승리가 곧 5·18 정신의 계승자가 되는 것으로 본다. 열린우리당은 지방선거 공식 선거 개시일과 맞물린 ‘5·18 민주화 기념식’에 ‘올인’한다는 전략이다. 이달 들어 광주에서의 열린우리당 지지도가 민주당을 추월하면서 역전의 실마리를 찾았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당 지도부는 5·18 전날에 열리는 현지 전야제 행사와 5·18 기념식에 소속 의원 전원의 ‘필수 참가’를 지시했다. 강금실 서울시, 진대제 경기도지사 후보 등 전국 광역단체장 후보들도 대거 광주로 내려올 계획이다. 정동영 의장은 광주 현지에서 대규모 유세와 다양한 기념 행사를 통해 ‘광주·호남 표몰이’에 시동을 건다는 전략이다. 민주당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5·18 기념식을 기점으로 ‘텃밭 지키기’에 나설 채비를 갖췄다.15일 광주·전남 선대위 발대식,16일 전북 선대위 발대식 등을 갖고 17일에는 한화갑 대표 등 지도부가 5·18 국립묘지에서 대규모 기념행사를 가질 계획이다. 열린우리당에 한발 앞서 기선을 제압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18일엔 공식 기념식에 참석한 뒤 광주역 광장에서 지방선거 첫 유세의 테이프를 끊는다. 유종필 대변인은 “열린우리당은 5·18 당시 존재하지 않은 정당이고 민주당만이 유일한 5·18의 적통자”라고 강조한 뒤 “5·18 정신을 계승, 이번 지방선거에서 당을 재건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한편 한나라당도 역대 선거 때와는 달리 18일 광주에서 출정식을 갖고 선거전에 돌입한다.오일만기자 oilman@seoul.co.kr
  • 이원영의원 ‘5·18 설화’ 우리당 ‘호남 악재’ 비상

    14일 열린우리당이 ‘호남 악재’에 휩싸였다. 당 인권특별위원장인 이원영 의원이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5·18 당시 군이 투입된 것은 질서유지를 위한 것”이라고 발언해 당 안팎의 거센 반발을 받고 있다. 민주당은 성명을 내고 “군사쿠데타 세력의 5·18 학살을 정당화하는 망언”이라고 맹비난했다. 민주노동당 박용진 대변인도 “열린우리당의 역사인식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정동영 의장의 사과와 조치를 요구했다. 사태가 확산 조짐을 보이자 열린우리당은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어 이 의원의 당직 박탈과 윤리위원회 회부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파문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우상호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머리를 숙였다. 이 의원도 “경솔한 발언을 참회하고 깊은 사죄의 마음을 전한다.”며 곧바로 광주로 내려가 5·18 관련단체와 면담하는 등 사태 진화에 나섰다. 정동영 의장이 “광주를 놓치면 5·31지방선거의 패배를 의미한다.”고 말할 정도로 호남 공략에 공을 들여온 열린우리당으로서는 이번 사안을 ‘돌출 악재’로 보는 데 이견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은 이번 사건이 정략적으로 이용되는 조짐에 주목, 조기 차단에 주력할 방침이다. 우 대변인은 “민변 부회장과 의문사위 활동을 통해 사회 민주화에 진정성을 보여온 이 의원의 우발적인 발언을 정치쟁점화하려는 것은 5·18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평택사태 保 vs 革 갈등확산

    평택 미군기지 이전을 둘러싼 갈등이 범대위와 군·경 등 공권력간 갈등에서 보수·개혁갈등으로 확대될 조짐이다. 평택 미군기지 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범대위)에서는 경찰이 금지하려는 14일 평택집회 개최를 강행할 태세다. 반면 보수단체들은 20일과 23일 평택과 서울에서 평택기지 이전을 촉구하는 또다른 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범대위는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13일 서울과 14일 평택에서 각각 각계 각층이 참여하는 가운데 평화적이고 대중적인 방식으로 예정대로 집회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집회는 80년 광주에서 시민들이 군경과 맞서 싸웠던 뜻을 평택에서 계승한다는 의미로 5·18정신 계승대회로 치러질 것”이라면서 “정부는 평택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사회적 협의기구를 구성하는 한편 구속자를 석방하고 폭력진압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이택순 경찰청장은 10일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에서 “평택집회가 폭력사태를 조장할 가능성이 많아 집회 신고를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등 60여개 여성단체도 이날 경찰이 평택에서 여성들을 연행하는 과정에서 성적 모멸감을 느끼게 한 점과 관련,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보수단체들은 20일 평택과 23일 서울에서 각각 평택기지 이전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 계획이다. 선진화국민회의와 뉴라이트전국연합, 자유시민연대 등 300여개 보수단체는 11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은행연합회관 대강당에서 모임을 갖고 “평택 미군기지 이전은 예정대로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석기자 hermes@seoul.co.kr
  • ‘오월의 광주’ 당시 그리고 그 후

    광주민주화항쟁 26주년을 맞아 KBS와 MBC가 나란히 ‘스페셜’ 시간을 5·18 기획으로 꾸몄다.두 프로그램은 5·18 당시 시민시위대, 계엄군 모두가 현대사가 만들어낸 피해자라는 공통된 주제를 보여주고 있다. KBS 1TV는 14일 오후 8시 방송되는 ‘KBS 스페셜’을 통해 팩션 드라마 ‘오월의 두 초상’을 내보낸다. 작가 정찬의 소설 두 편에 등장하는 인물의 내면을 따라가며 평범했던 개인이 거대한 역사의 비극을 극복해 가는 과정을 지켜보게 된다. 팩트(fact)와 픽션(fiction)을 합성한 팩션(faction)은 역사적 사실이나 실제 인물의 이야기에 상상력을 덧붙여 새로운 이야기를 재창조하는 문화 예술 장르를 말한다. 소설 ‘완전한 영혼’과 ‘슬픔의 노래’를 텍스트로 삼아 하나의 이야기로 묶어낸다.‘완전한 영혼’은 계엄군에게 폭행을 당해 청각장애자가 된 장인하가 주인공. 불행한 운명에 빠졌지만 인간 내면의 선한 정신을 믿고 주위를 설득하려고 하는 인물이다.반면 ‘슬픔의 노래’는 계엄군 출신 박운형이 주인공이다.5월 이후 한국을 떠나 폴란드에 정착하지만 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다. 연극배우 박지일이 박운형의 현재와 장인하의 과거 등을 오가며 피해자와 가해자를 동시에 연기한다. MBC는 14일 오후 11시30분 방송되는 ‘MBC 스페셜’ 시간을 시대의 아픔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휴먼 다큐멘터리 ‘내 친구 김동관’으로 준비했다. 80년 5월 이후 운명이 엇갈린 두 친구 이야기다.70년대 말 함께 학창시절을 보내며 각자가 지닌 이상과 신념에 대해 토론하던 전성과 김동관.전성은 노동운동을 하다가 40대 후반에 늦깎이 법조인이 됐고, 김동관은 5·18 당시 진압군으로 광주에 투입돼 겪었던 충격 때문에 정신을 놓아버렸다. 전성이 대학동창 모임에서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친구의 소식을 듣게 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이후 여러 증언을 통해 친구가 광주에서 처했던 상황과 26년 동안 이어진 고통을 더듬어 가게 된다. 동관은 오랜만에 친구들과 함께한 MT에서 광주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지급된 실탄을 안 쏘는 것, 그것밖에 없었다.”며 그동안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않았던 광주에 대한 기억을 꺼내게 된다. 카메라는 동관이 지난 4월 동창들의 주선으로 정신재활 전문가 아주대 정신과 이영문 교수를 만나 재활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 복귀에 첫걸음을 내딛는 모습까지 쫓아간다.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평택 미군기지터 ‘대집행’] 軍 “두들겨 맞더라도 맞대응 말라”

    4일 TV를 통해 팽성읍 일대의 행정집행 장면을 지켜본 국민들은 군 병력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잠시나마 가슴을 졸여야 했다.‘5·18’이라는 아픈 기억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국방부는 이번에 민·군 충돌을 피하면서 임무를 완수함으로써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됐다.경기도 일대에서 이른 아침 출발한 군이 현지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7시15분. 그때 팽성읍 외곽 북서쪽을 휘감고 흐르는 안성천을 통해 공병부대가 ‘이동식 선박’에 굴착기 등 중장비를 실어날랐고, 동시에 하늘에서는 UH-60 헬기 15대가 차례로 나타나 1.8m 높이의 철조망을 떨어뜨렸다. 그것을 기다리고 있던 보병들이 들어 옮겼고 주황색 체육복 상의를 입은 공병들이 설치하는 등 일사불란한 ‘작전’이 펼쳐졌다. 이날 투입된 병력은 수도군단 직할 1개 연대 및 예하 OO사단 1개 연대 일부, 야전공병단 및 700 특공연대 일부를 비롯한 항공, 의무, 수송, 조리 등 총 3000여명이다. 박종달(중장·육사 29기) 수도군단장의 지휘를 받고 있는 이들 병력은 별도로 차출되지 않고 부대단위로 지정됐으며 2주간의 특별 정신교육을 사전에 받았다. 교육의 요체는 “설령 두들겨 맞더라도 절대로 민간인과 맞대응하지 말라.”는 것이다. 장병들은 총기류를 휴대하지 않았으며, 공병부대원들이 군복 대신 체육복을 입은 것도 비(非)전투부대의 이미지를 과시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5·18피해자 세상살이 ‘팍팍’

    5·18 민주화운동 피해 당사자나 가족, 유족의 40% 이상이 최저생계비(4인 가구기준 월 117만원)에도 못 미치는 소득을 얻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일 5·18기념재단이 발표한 ‘5·18민주유공자 생활실태 및 후유증실태 조사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5·18 피해 당사자 165명, 가족 85명, 유족 39명 등 관련자 289명을 상대로 설문조사 결과 45.3%인 131명이 ‘월 가구소득 100만원 이하’라고 응답했다. 또 114명(39.4%)이 ‘100만∼200만원’이라고 답했으며 21명(7.3%)은 200만∼300만원,15명(5.2%)은 300만∼500만원,8명(2.8%)은 500만원 이상으로 나타났다. 이들 응답자 가운데 53.6%가 자신이 ‘하’층이라고 답했고 35.2%는 ‘중의 하’,10.6%는 ‘중의 상’이라고 평가했으며 단 1명만이 ‘상’이었다. 생활실태 변화에 대해 응답자의 22.4%가 ‘5·18 경험 때문’이라고 답했으며 17.5%는 ‘건강상 이유’를,16.8%는 ‘직장 및 사업상 이유’를,2.8%는 가족문제,40.6%는 기타 이유를 꼽았다. 이밖에 유공자 가운데 41.6%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진단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이는 등 5·18 피해자들이 심각한 정신·경제적 고통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대 심리학과 오수성 교수를 책임자로 한 이번 조사에서는 모집단의 10%가량을 무작위로 추출해 조사대상으로 했다.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미스도 여대생도 거짓말

    미스도 여대생도 거짓말

    『아무도 모르는 외국에 가서 살고 싶어요』-「미스·코리어」진(眞)을 자퇴한 김지연양은 이마를 짚었다. 가인박명(佳人薄命)이라는 말이 있지만 그녀의 경우는 가인박복(佳人薄福)이라고나 할까. 거국적인 미녀뽑기에서 아무튼 제1위를 차지한 여자다. 진을 자퇴하고 주최자로부터 자격을 박탈당한 이유가 응모자격에서 결격사유가 있다는 것이지, 그 자태나 용모에 있어서 모자람이 있다는 것은 아니다. ■ 본명 김정혜(金正惠), 마감 이틀 전 미장원 마담 권유로 응모 세상을 놀라게 하고 이러쿵 저러쿵 풍문이 시끄럽게 나돈 것도 사실이다. 그녀는 요즘 자택(서울특별시 갈월동)에서 바깥 출입을 일절 금하고 사람도 만나지 않고 방 한구석에 박혀 산다. 일이 모두 수습이 되고 잠잠해질 때까지 얼굴을 내놓기가 싫은 심정이다. 자퇴한「미스·코리어」김지연양의 본명은 김정혜. 1949년 6월 30일 생이니까 만 20세. 본적은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5가 287의 1. 평소 자주 드나들던「센추리」미용실「마담」의 권유로「미스·코리어」서울 예선에 응모한 것이 대회 이틀 전인 4월 25일. 응모자「프로필」난에 소개된 金양은 - . 『 … 현재 숙대(淑大) 가정과에 재학 중인 金양은 서울 태생으로 올해 나이 20세 … . 결혼문제엔「아직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면서 엉뚱하게도「40세가 되면 생각해 보겠다」고. 신장 166, 무게 51, 36-23-36』으로 되어 있다. 4월 27일 상오 10시 대한체육회관에서 열린 서울예선대회에서 金양은「미스·서울」9명 중에 뽑혔다. 전국 결선대회에 출전할 자격을 얻은 것이다. 운명의 5월 1일 밤 9시 35분. 장충체육관에서 1만여 관중들의 갈채를 받으며「미스·코리어」진으로 선발되는 순간 金양은 정신이 아찔했다. 당선의 감격은 벅찼는데 그날부터 소문나기 시작 『뜻밖의 영광에 뭐라 할 말을 잊었다』며 감격에 벅차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감격은 잠깐, 다음날부터『「미스·코리어」진은「미스」가 아니다』는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입이 빠른 미용실, 양장점 사이로 소문은 삽시간에 확산. 이렇게 되자 金양은 5월 7일자로「미스·코리어」진 사퇴서를 냈다. 심사위원회의 재심이 있고 5월 9일자로 주최측 지상을 통해『1969년「미스·코리어」진으로 당선된 김지연양은 본 대회 선발규정에 의하여 그 자격이 없다는 것이 판명되었으며, 이에 따라 본인이 자퇴하였으므로 당선을 취소합니다』로 정식 발표되었다. 金양은 감격 9일만에「미스·코리어」의 왕관을 되돌려 주어야 했던 것이다. 취소되자 숙대선 “그런 학생 없다” 공한(公翰) 이렇게 되자 金양의 출신교로 알려진 풍문(豊文)여고와 숙대측에서도 해명공한을 냈다. 金양이 학교를 졸업하거나 다닌 사실이 없다는 것. 먼저 숙대측이 재학한 사실이 없음을 10일자 공한으로 각 신문사에 밝혔다. 다음은 숙대측 공한 전문. 『1969년「미스·코리어」당선자에 대하여 금년「미스·코리어」진으로 당선되었다가 그 자격이 취소된 김지연양에 대하여 그가 자칭 숙명여자대학교 학생이라고 보도된 바 있으나 본 대학교에서는 그의 학적을 둔 사실이 전혀 없사옵기 이에 알려드리오니 보도에 정확을 기하는데 협조하여 주시기 바라며 선에서 진으로 당선된 임현정양은 본명이 임희선으로서 본 대학교 영문과 3학년에 재학 중임을 확인하는 바입니다. 1969년 5월 9일. 숙명여자대학교 학생처장』 당사자인 金양과 그 가족도 이 사실을 확인했다. 역시 공한 낸 풍문여고엔 고3까지 다닌 것은 사실 그러자 이번엔 金양이 다녔던 풍문여고측에서도 공한을 띄웠다. 다음은 공한 전문 - . 『「미스·코리어」진 김지연의 학력사항 정정의 일 - 금번「미스·코리어」진에 당선되었다 취소된 김지연이 본교 졸업생인양 보도된 바 있으나 본교 졸업한 사실이 없음을 통보하오니 학력사항을 정정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1969년 5월 10일. 풍문여자고등학교장』 알고 보면 金양이 풍문여고를 다닌 것은 사실. 그러다 고3 되던 해인 67년 5월 가발을 쓰고 어떤 군인과 극장에 갔다가 여선생에게 적발되어 자퇴형식으로 제적을 당한 것이다. 한편 金양은 여고시절부터 사귀어오던 김태문(23·무직)씨와 그 해(67년) 10월 31일 서울 동원예식장에서 화촉을 밝혔다. 金양이 정식으로 김태문씨의 호적에 결혼신고 된 것은 그 이듬해인 68년 10월 28일자. 이런 金양은 왜「미스·코리어」선발대회에 출전할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9일만의 여왕」金양이 밝히는 그 전모는 다음과 같다. 요정 나간다는 건 뜬소문, 그 집 마담과 친한 사이뿐 - 추천자인「센추리」미용원의 유숙자「마담」과 알게 된 것은? 『제가 그곳을 단골로 다녔거든요. 「미스·코리어」이야기가 나오기 훨씬 전부터 그 집에 다니고 있었어요』 - 소문으로는 거의 매일 다녔다는데 그럴 필요가 있었나요? 『1주일에 한 번 아니면 두 번이었어요. 매일 나갈 돈도 없었구요』 - 듣기로는「바」에도 나갔다느니 혹은 한남동에 있는 간판 없는 고급요정에 나갔다는 말도 있는데. 『아니에요. 제가 이렇게 취소가 되니깐 별의별 말이 다 나오는 거예요. 그 집「마담」과 개인적으로 친해서 잘 어울려 다녔어요. 그 소문이 난 것이겠죠. 저의 집은 그런 장소에 안 나가도 괜찮을 만큼은 삽니다. 무슨 필요가 있어서 술을 따르러 나가겠어요?』 그녀의 조부는 우리나라에서 전통있는 일간신문 C일보의 초대편집국장을 지냈다. 아버지 金씨는 현주소에 대지 280평의 4층짜리「빌딩」을 소유하고 있다. 땅값이 평당 10만원은 되는 곳. 그 부동산 값만 해도 2천 8백만원은 된다. 딸에게 충분한 용돈은 안 주었을지는 모르겠지만 궁색하게 딸의 벌이로 살아나가야 하는 그런 가정은 아니다. -「콘테스트」에 나가는 것을 부모님들이 알고 있었어요? 『전혀 의논하지 않았습니다. 서울 예선에 당선된 뒤 신문을 보고 부모님이 아셨습니다. 그래서 주최자측은 제가 고아가 아닌가라고 몇 번이나 묻기도 했어요. 어머니는 결승날에 겨우 2백원짜리 표를 사서 입장했습니다』 막상 진으로 뽑히고 보니 미녀를 낳은 모정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을 것이다. 그만큼 취소가 되었을 때의「쇼크」와 집안 체면 걱정이 컸을 것이다. 金양의 어머니는 지병인 고혈압이 도져 요즘 매일 병원에 다니고 있다. - 이미 기혼자이고 숙대에도 다니지 않았는데 어떻게「미스」로 둔갑하고 숙대 재학 중이라고 학력을 속였습니까? (응모요령 중의 자격규정에는「1951년 7월 1일 이전에 출생한 미혼여성」으로 되어 있다) 『처음부터 저는 자격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서울 예선이 박두해서 미용원측에서 자꾸 나가라고 부채질 했어요. 저는 숙대에 다니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콘테스트」가 있기 훨씬 전에 미용원에서 직업이 뭐냐고 묻기에 어물어물 숙대에 다닌다고 했구요, 여자가 또 자기가 기혼여성이라고 미용원에서 밝힐 필요도 없을 것 같아서 딱 잘라 말하지 않은 것이 큰 잘못이었어요. 「마담」이 다 적당하게 적어 넣으면 된다기에 맡겨버렸죠』 - 학교관계는 결격이유가 안되겠지만 호적에 버젓이 기혼녀로 되어 있는 것을 몰랐나요? 『호적에까지 그렇게 되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저는 결혼을 한 일은 있었죠. 그렇지만 입적은 하지 않았고 사실상 별거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법률적으로는 미혼일 줄로만 알고 있었어요』 - 그렇게 생각한 근거는? 『저는 67년 10월 31일에 결혼식을 올렸지만 4개월 뒤에는 친정으로 돌아왔어요. 그 이후 계속 별거 중입니다. 그리고 저와 김태문씨와는 이혼하기로 서로 서약서까지 쓴 것이 있어요』 그 서약서는 다음과 같이 되어 있었다. 『1968년 10월 21일 이후에 본인 김태문은 김정혜와 해어질 것을 약속함. 21일까지 김정혜는 김태문과 같이 있어야 됨. 만약 이 약속을 이행치 않을 시는 모든 것이 무효임. 헤어지지 않을 시는 내 목숨을 끊음. 1968년 10월 18일. 본인 김태문(지장), 김정혜(지장)』 이러한 서약서를 교환한 뒤 10월 28일에 남자쪽이 멋대로 입적시켰다는 것이며 그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지냈다는 것이다. - 학력관계는 어떻든 결혼문제에서는 법률적으로「미스」를 주장할 수 있다고 생각했군요. 『네, 그런데 제가 호적상 기혼자로 되어 있다는 소문이 퍼져서 호적을 펴 보니 정말 그렇게 되어 있어요.』 -「미스·코리어」로 당선되면 외국에 나가서 영영 돌아오지 않으려고 했다는 소문인데. 『별의별 소문이 다 나죠. 세상사람들 마음대로 지껄이는 것이겠죠. 그렇지만 지금 심경은 외국에 나가고 싶습니다』 - 진으로 뽑혔다는 자부 같은 것은 있겠죠? 『네, 거기 나온 사람들 중에서 하필이면 제가 진으로 뽑혀 이렇게 세상을 시끄럽게 하고 있다고는 생각하고 있어요』 - 세상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과 배운 점이 있다면? 『저를 뽑아주신 주최자에게 감사드리고 싶구요. 그 다음에는 어린 제가 앞으로는 만사 행동을 신중히 해야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하찮은 저로 인해서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었다는 점을 사과드리고 싶습니다』 ※ 시아버지는 “며느리 잘못 둔 덕에 기막혀” ◇ 김태문씨 아버지의 말 창피해서 더 말하고 싶지 않다. 며느리 한번 잘못 둔 덕택에 얼굴도 제대로 들고 다닐 수가 없게 되었다. 둘이 서로 알기는 우리애(태문)가「카투사」로 미8군에 근무할 때부터다. 둘이 좋다는데 부모가 어쩔 도리가 있는가? 정혜가 학교를 그만두던 해인 67년 가을에 서울 동원예식장에서 식을 올려주었다. 혼인을 끝내곤「벌리」에 있는 우리 집에서 살았다. 그러다가 그 이듬해(68년 2월) 둘이 따로 나가서 살아보겠다기에 다 큰 애들을 굳이 시부모 밑에 잡아둘 생각도 없었기에 살림을 내보냈다. 처음 저희들 말로는 신촌 어디다 전세방을 얻는다기에 그런 줄만 알았더니 나중에 알고 보니 친정집에 가서 같이 산 모양이다. 「미스·코리어」로 뽑힌 다음 친정집 두 처남이 찾아와『제발 이혼을 해주어야 이번 일이 무사해진다』면서 이혼하자기에 너무 어이없는 일이 되어서 돌려보냈다. 그 다음날은 어떤 회사에서 찾아와 또 그런 이야길 하길래『며느리한테 속은 것도 괘씸한데 당신네 사업을 위해 이혼하라니 무슨 소리냐?』고 호통을 쳤다. 호적만 해도 그렇지 양가 부모가 다 참석한 가운데 결혼식까지 올려놓고서 시집에서 결혼신고한 게 뭐가 잘못이냐? 오히려 결혼식 직후에 호적에 안올린 것이 차라리 글렀지, 안그래요? 사람이 결혼하고 이혼하고 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니 서로 마음잡고 잘 살기를 빌 뿐이다. 지금 우리 아들은 자살하기 직전의 상태이니 그 애를 만나야 더 충격을 줄 뿐이다. 제발 애비로서의 부탁이니 우리 아들을 만나는 것만은 그만둬 주시오. [ 선데이서울 69년 5/18 제2권 20호 통권 제34호 ]
  • 문화전당 설계 놓고 民·民 갈등

    광주시와 문화부가 국립 아시아문화전당 설계변경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이 문제가 민민갈등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광주시 동구 주민자치위원회 및 시민·사회 단체 등으로 구성된 ‘국립 아시아문화전당 건립대책위원회’는 26일 오후 옛 전남도청 앞 광장에서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아시아문화전당 설계변경 촉구 구민 궐기대회’를 열고 문화전당의 설계 변경을 요구했다.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문화전당 설계 당선작이 국내·외 다른 건축물과 달리 조형미가 떨어지고 광주의 특성을 살릴 만한 ‘랜드마크적’성격이 부족하다.”며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설계를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구 의회도 이날 성명을 통해 “문화부는 문화전당이 5·18의 상징성을 훼손시키지 않고 시민정신을 담은 세계 최고의 건축물로 지어질 것이란 기대를 저버렸다.”며 “설계를 조속히 변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광주환경운동연합 등 19개 시민단체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문화전당 설계 당선작이 5·18의 현장인 옛 도청 청사를 보존하면서 주요시설을 지하에 배치하고 지붕격인 지상에 녹지공간을 조성하는 등 역사성과 환경성을 잘 살렸다.”며 “일부에서 제기한 ‘랜드마크적 성격 부족’ 등에 따른 설계변경 요구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문화부 역시 최근 박광태 광주시장의 ‘설계변경 요구’에 대해 “불가능하다.”며 일축했다. 박광태 시장은 그동안 “문화전당 건립은 국책사업이지만 일부 구조물에 대한 설계변경과 100만 규모의 문화복합단지 조성을 바라는 지역민의 의견이 반영돼야 한다.”며 정부가 이를 수용해 줄 것을 요구해 왔다.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노벨평화상 수상자들 ‘광주로’

    미하일 고르바초프, 만델라 등 역대 노벨평화상 수상자들이 내년 6월 광주에 모인다. 박광태 광주시장은 29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내년 6월15일부터 3일 동안 광주에서 ‘노벨평화상 수상자 정상회의’를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광주 정상회의’는 박 시장이 최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노벨평화상 수상자 정상회의’에 참석, 김대중 전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면서 결정됐다. 광주 회의에는 고르바초프 옛 소련 대통령, 바웬사 전 폴란드 대통령,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 리고베타 멘추 툼 과테말라 인권 운동가, 파올로 코타 라무시노 ‘퍼그워시 콘퍼런스’(반핵단체)사무총장 등이 참석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시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 엘바라데이 IAEA 사무총장 등 노벨평화상 수상자에 대해서도 사무국을 통해 회의참석을 협의 중이다. 시는 다음달 ‘실무추진 기획단’을 꾸려 정·관·학계와 민주인권 운동가 등이 참여하는 ‘광주정상회의 준비위원회’를 구성, 행사계획과 초청인사 섭외 등을 추진한다. 이번 회의는 광주시와 김대중도서관이 공동 주최하고, 고르바초프 전 옛 소련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 공동의장을 맡는다. 의제는 5·18민주화 운동정신의 세계화와 동아시아의 민주화 확대 및 평화증진으로 결정됐다.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박근혜대표 “정체성 수호 타협없다”

    박근혜대표 “정체성 수호 타협없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18일 긴급 기자회견장에 ‘바지’를 입고 나갔다. 여느 때처럼 ‘바지는 전투복’으로 해석되듯이 그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천명했다. 필요하다면 ‘국민과 함께 구국운동’도 벌이겠다는 결사 의지도 내비치면서 회견 내내 ‘체제·정통성’을 강조했다. 평소 ‘민생·상생 정치’를 강조해온 박 대표는 이날 노무현 대통령을 ‘타깃’으로 설정하고 초강수의 공세를 폈다. 검찰총장 사퇴를 야기한 일련의 사태가 자신의 ‘정치적 마지노선’인 자유민주주의·정통성을 흔든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측근들은 해석했다. 당 지도부 회의를 주재한 뒤 회견장에 나타난 박 대표의 표정은 비장감마저 감돌았다. 박 대표는 “그동안 민생을 위한 상생의 정치 기조를 지키면서 정책과 대안으로 정부 실정을 비판하고 견제해 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라면서도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키는 데는 결코 타협하거나 양보할 수 없으며 이 원칙을 훼손하는 세력과는 어떤 타협도 있을 수 없다.”고 단호한 어조로 밝혔다. 나아가 “국립현충원도 4·19정신도, 광주 5·18 정신도 함께 안고 가야할 소중한 역사이지만, 만경대 정신까지 품고갈 수는 없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확고한 원칙”이라고 못박기까지 했다. 박 대표는 “정권의 심장부에서 나라의 정통성과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근본부터 흔들고 있다.”고 규정했다. 이어 노무현 대통령에게 ‘6·25는 통일전쟁인데 미국과 맥아더 장군 때문에 실패했다.’는 강정구 교수의 발언에 동의하느냐고 물으며 노 대통령을 ‘타깃’으로 설정했다. 박 대표의 초강수는 ‘강 교수 사태’가 정권 차원에서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남북관계에서 업적을 이루려는 정략적 목적이 담긴 것이라고 파악한 데서 비롯된다는 해석이다. 그에 따라 박 대표는 ‘국가보안법=체제 수호의 보루’라고 적시하면서 “나라의 근본을 부정하는 세력이 거리거리를 활보하며 북한체제를 찬양하며 선동하는 일만은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역설했다. 회견 직후 청와대가 ‘유신독재 망령 부활’이라고 비판하자 즉각 “쓸데없는 인신공격을 하지 말고 대통령에게 한 질문에 확실히 답을 해 달라.”고 다시 반박했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코드로 읽는책] 그 순간 대한민국… /김욱 지음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심판과 신행정수도 이전 위헌결정 파문으로 새삼스럽게 주목받은 곳, 헌법재판소(헌재). 법조인들의 세계로만 인식된 헌재가 어느날 불쑥 일반인에게 그 존재를 드러낸 것 같지만, 국가와 사회의 굵직굵직한 사안뿐 아니라 개인의 일상에도 깊숙이 간여해왔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헌법학자 김욱 교수가 쓴 ‘그 순간 대한민국이 바뀌었다-헌법재판소의 주요 판결 이야기’(개마고원 펴냄)는 그동안 내려진 주요 헌법판결 18건을 중심으로, 사건의 배경과 결과가 개인과 사회, 국가에 미친 영향을 찬찬히 풀어냈다.‘법 앞에 평등’이라는 헌법정신이 어떻게 현실에서 구현되고 우리 사회의 인권과 공정성이 얼만큼 진전을 이뤄왔는지 들여다보려는 시도다. 우선 눈에 띄는 판결들이 많이 등장한다. 교육계를 뒤흔들었던 과외교습 전면금지에 대한 위헌판결은 ‘기본권 제한’에 있어 그 목적이 아무리 중요해도 원칙을 무시하면 안된다는 것을 확인시켜줬다. 결혼식 등 경조기간에 주류·음식물 접대를 금지하는 규정에 대한 헌법소원청구도 ‘금지규정’과 ‘기본권’이 충돌했지만 결국 행동자유권 침해로 결론내려졌다. 즉 법으로도 ‘허례허식’은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끝없는 찬반양론 속에 위헌법률 심판대에 올랐던 동성동본간 금혼도 결국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우리 고유의 전통과 관습이라도 헌법정신에 위배하는 형태로 존속할 수 없음을 확인한 것이다. 이와 함께 간통죄에 대한 세번에 걸친 합헌결정, 뺑소니범을 ‘과잉처벌’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대한 위헌판결 등은 ‘사랑에 관한 죄’를 다루는 관점과, 인간의 평등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물론 판결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았지만 저자는 우리 사회의 최고 원리인 헌법이 갖는 힘을 되짚어봄으로써 그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관의 현재를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또 영화검열 위헌결정과 택지상한법 위헌판결, 지역소주 배정제도 위헌결정, 경품·무가지 살포를 막는 ‘신문고시’에 대한 위헌청구 기각·각하결정, 제대군인 보상 위헌, 재외동포법 위헌결정 등도 사회상을 반영하는 헌재의 접근법을 보여준다. 물론 헌재의 결정이 늘 옳거나 만능은 아니다.12·12 군사반란에 대한 헌법소원은 공소시효가 지났다며 각하기각결정을 취한 반면,5·18 관련 헌법소원은 ‘성공한 쿠데타도 처벌할 수 있다.’며 상반된 결정을 내린 것. 시류에 휩싸여 법리의 일관성을 놓쳐버린 사례이지만, 권력자나 재판관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바꾼 민중의 힘이 반영된 결과로도 평가된다. 헌법조문은 대단히 추상적이다. 따라서 헌법정신은 해석을 둘러싼 끊임없는 투쟁과정 속에서 발현된다. 저자는 헌법 재판관들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이 땅을 살아가는 평범한 민중들의 의식과 힘이며, 우리의 관심과 열정이 올바른 법리를 세우고 사회의 디딤돌이 된다는 사실을 역설한다.1만원.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벽산건설 임직원·가족 250여명 광주서 ‘아파트홍보 마라톤’

    ‘아파트 분양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 마라톤쯤이야.’ 벽산건설이 광주에서 분양하는 아파트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온몸으로 홍보에 나섰다. 벽산건설 김인상 사장을 비롯한 임직원과 가족 250여명은 지난 2일 광주 5·18묘역에서 열린 ‘제4회 광주정신계승 전국마라톤 대회’에 단체로 참가했다. 이 마라톤은 광주학생운동,5·18민주화운동 등 광주민주정신을 새로운 가치로 승화시키기 위한 행사로 올해로 4회째를 맞았다. 참가자들은 하프,10km,5km 코스를 달렸다. 벽산건설이 마라톤에 단체로 참가한 것은 광주 아파트 청약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서다. 아파트 분양에 앞서 벽산건설의 이미지 제고와 광주 시민과 하나가 되고자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것이다. 김인상 사장은 10km코스를 완주했다. 참가자들은 운암지구 벽산 블루밍 아파트를 홍보하는 깃발을 들고 뛰었다. 벽산은 올 하반기 북구 운암동에서 2753가구의 아파트를 내놓고 이 중 1200여 가구를 일반분양할 예정이다. 광주 운암 블루밍 아파트는 광주 최대 수준의 매머드급 아파트 단지. 타워형과 판상형을 섞어 세련된 외관을 자랑한다. 주차장을 대부분 지하에 설치했다. 개방감을 살려서 쾌적성을 극대화하는 설계를 도입했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광주찾은 DJ

    광주찾은 DJ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5일 ‘정치적 고향’인 광주를 찾았다. 첫날 망월동 5·18국립묘지를 방문한 김 전 대통령은 6일에는 ‘김대중컨벤션센터’ 개관식에 참석한다.DJ의 광주방문은 지난해 11월 광주비엔날레 관람 이후 10개월 만이다.KTX편으로 광주역에 도착한 김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 박광태 광주시장, 박준영 전남도지사의 영접을 받았다. 지지자 100여명도 역사에 몰려들었고 거리에는 광주 방문을 축하하는 플래카드가 여러군데 내걸렸다. 망월동 묘지를 방문 헌화 분향한 뒤 방명록에는 자신과 이희호 여사 공동 명의로 ‘추묘(追墓) 5·18 민주영령’이라는 글귀를 남겼다. 그러나 목적은 개관식 참석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예사롭지 않다. 특히 자신을 입원까지 하게 한 도청정국속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일단 정치적 발언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정신적 고통을 당한 DJ가 어떤 형식으로든 자신의 심경을 나타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DJ의 방문을 놓고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은 ‘동상이몽’ 중이다.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기싸움을 하는 분위기다. 열린우리당은 문희상 의장, 배기선 사무총장 등 지도부와 광주·전남지역 의원들이 개관식에 참석한다. 민주당은 더 열정적이다. 한화갑 대표 등 지도부는 첫날 일정부터 동행하면서 ‘DJ적자=민주당’임을 알리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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