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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해야 산다”…재계, 타산지석 바람

    “변해야 산다”…재계, 타산지석 바람

    “삼성이 현대차 같고, 현대차가 삼성 같다.” 한 대기업 임원의 얘기다. 재계가 요동치고 있다. 오랜 세월 쌓아온 기업의 이미지와는 정반대되는 행보를 거침없이 하고 있다. 해당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서”라고 입을 모은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뭐든 한다는 얘기다. ●삼성, 회오리 인사 2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의 대명사는 ‘관리’다. 시스템 경영으로도 대변된다. 예측가능하다. 그런 삼성이 최근 회계연도 도중 사장단 인사를 잇따라 냈다. 이 자체로도 파격인데 한술 더 떠 계열사를 넘나드는 충격요법마저 썼다. 이는 현대·기아차그룹의 정몽구(MK) 회장이 곧잘 쓰는 기법이다. 시도 때도 없는 깜짝 인사를 통해 조직의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물론 삼성과 현대차의 깜짝인사가 ‘질적으로´ 다르기는 하다. 문제는 이런 MK식 인사가 삼성에 계속 예고돼 있다는 것이다. 한 고위임원은 “그룹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착수한 경쟁력 강화 방안의 첫번째 작품이 박종우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 총괄 사장의 삼성테크윈 카메라사업 부문장 겸직 발령”이라며 “제2, 제3탄이 없다고는 말 못한다.”고 밝혔다. ●현대차, 삼성식 시스템 경영 뚝심의 현대차는 거꾸로 삼성의 시스템 경영을 열심히 접목 중이다. 일단 밀어붙이고 보는 기업문화가 지난해 총수가 연관된 ‘사건’을 계기로 주먹구구라는 집중 포화를 받으면서부터 본격화된 변화다. 사외이사·감사위원회 등 지배구조 관련 제도를 정비했다. 그룹의 중요 결정도 가급적 박정인 수석 부회장·김동진 부회장 등 핵심 수뇌부가 모여 결정한다.“선 굵다.”고 자처해온 기업문화이지만 자린고비 경영만도 벌써 3년째다. 종이컵 비용을 아끼기 위해 1인 1컵 갖기 운동을 펴고 있을 정도다. LG전자는 최근 외부인재를 무더기 수혈했다. 그것도 30∼40대 ‘젊은피’들을 과감히 임원으로 영입했다. 조직에 긴장감이 팽팽하지만 불만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인화’를 최우선의 기업가치로 내세워온 그간의 기업문화에 비춰보면 상당한 파격이다. 올해로 111년째를 맞은 국내 1호기업 두산그룹도 마찬가지다.‘전통’ ‘역사’ 등의 수식어에 얽매이지 않고 기업의 모태나 다름없는 식음료 사업을 과감히 팔아치웠다. 대신 중공업·건설 등 ‘중후장대(重厚長大)’ 회사들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우리나라 기업사에서 ‘가장 극적인 변신’으로 두산을 꼽는 데 이견을 다는 이는 별로 없다. 보수적이기로 정평 난 롯데그룹도 현대석유화학·KP케미칼 등을 인수한 데 이어 홈쇼핑·여행업계 등에 잇따라 신규 진출했다. 성장의 한 축인 외식업이 시들하고 매출규모는 제자리걸음(30조원대)을 맴도는 등 성장이 한계에 봉착해서다. ●“금융이 미래위험 적극 중개해야” 한 재계 인사는 “미래 먹거리가 없다는 공동의 위기의식이 한때 폄하했던 상대의 특징을 취사선택하게 만든 것 같다.”고 평했다. 이창용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삼성, 현대차 등의 주력 사업이 대부분 수요 포화 상태여서 기업들이 불안해하고 조급증을 갖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라면서 “문제는 과거와 달리 이런 불확실성을 받쳐줄 시스템이 없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에는 정부의 신(新)사업 보장과 기업의 문어발 확장이라는 두 가지 리스크 분산 장치가 있었지만 지금은 이게 여의치 않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결국 이 역할을 해줄 곳은 금융기관뿐”이라며 “외환위기 때 심하게 덴 경험 때문에 금융기관들이 아직 몸을 사리고 있지만 프로젝트 파이낸싱이나 인수금융 등에 적극 뛰어들어 기업과 산업 부문의 미래 위험을 중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고개 못드는 벼’

    벼 농사 수익률이 21년만의 최저치를 기록, 지난해 벼를 300평 재배했을 경우 생산비를 뺀 순수익은 30만원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부의 나이가 적을수록 쌀 생산비는 적게 들었다. 통계청이 전국에서 벼를 600평 이상 재배한 1227개 농가를 대상으로 조사해 15일 발표한 ‘2006년산 쌀 생산비 조사결과’에 따르면 논벼 10a(300평)당 총수입은 89만 2067원이다. 여기에서 자가노동비를 포함한 생산비 60만 120원을 뺀 순수익은 29만 1946원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총수입에서 순수익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4년 43%,2005년 33.1%에서 지난해 32.7%로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해 순수익률은 1985년의 32.4% 이후 가장 낮다. 벼를 300평 재배했을 때 순수익은 1988년 처음 20만원을 돌파했다가 2001년 51만 1593원으로 최고조에 이르렀다. 이후 감소하기 시작해 2004년 44만 2553원에서 2005년에는 30만원 미만으로 떨어졌다. 자가 노동비 등을 합친 소득도 2004년 71만 5683원에서 지난해 54만 2468원으로 줄었다. 10a에서 생산된 쌀은 80㎏짜리 6.2가마로 2005년 6.1가마와 비슷하다.1가마를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은 9만 4689원으로 2005년 9만 3410원보다 1.4% 증가했다. 10a당 벼 생산비를 경영주 연령별로 보면 ▲30∼40대 56만 8000원 ▲50대 58만 6000원 ▲60대 60만 9000원 ▲70대 이상 63만 2000원 등이다. 경영주가 젊을수록 위탁영농비 지출과 노동력 투입시간이 적게 들어 생산비가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70세 이상 경영주의 10a당 위탁영농비는 12만 5172원으로 30∼40대의 6만 3568원보다 두배 가까이 높다. 노동시간을 기준으로 한 노동비도 70대 이상은 11만 3653원인 반면 30∼40대는 9만 3521원에 그쳤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해외출장 바빠요 바빠”

    ‘글로벌 경영’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국내 대기업 임원의 해외출장도 잦아지고 있다. 사업 성격에 따라 어떤 이는 한번 출장에 장기간 해외에 머무르는 경우가 있었다. 어떤 이는 이웃집 ‘마실’ 가듯 외국을 수시로 오가기도 했다. 올해 4대 그룹 ‘출장왕’을 살펴보았다.●기간은 이기태 삼성전자 사장, 횟수는 김용환 현대차 부사장이 으뜸 삼성그룹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에서는 ‘미스터 모바일’(Mr.Mobile) 이기태 정보통신 총괄 사장이 1위였다.160여일에 걸쳐 35개국을 누볐다.2위는 ‘황의 법칙’ 황창규 반도체 총괄 사장. 출장 나라는 35개국으로 이 사장과 같았지만 출장일수(130일)가 한달 가량 짧았다.3위는 최지성 디지털미디어 총괄 사장.100일에 걸쳐 20개국을 찾았다. 현대·기아차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현대차에서는 올해 14회 이상 해외출장을 다녀온 임원만도 5명이나 됐다. 해외영업본부장인 김용환 부사장이 18회로 그룹 내 출장왕을 차지했다. 미국, 인도, 중국 등을 누비며 차를 팔았다. 기아차에서는 정몽구 그룹 회장의 외아들인 정의선 사장이 단연 1위였다. 슬로바키아 공장 준공 현황과 미국 공장 부지 점검 등을 위해 올해 일곱차례나 국제선 비행기에 올랐다. SK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SK텔레콤에서는 가종현 상무가 1위를 차지했다. 업무(글로벌 사업본부장) 영향이 컸다. 미국, 스페인, 태국 등 15개국을 150일간 다녔다. 역시 해외사업 개척이 주된 업무인 서진우 전무도 미국·중국·베트남 등 5개국을 120일간 누비고 다녔다.3위는 김신배 사장으로,9개국을 90일간 돌았다. LG그룹에서는 금병주 LG상사 사장이 단연 비행기 기내식을 가장 많이 먹었다. 무려 열네차례나 국제선을 탔다. 출장 국가도 카자흐스탄, 오만, 이란,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 제3국이 대부분이다. 주된 임무가 ‘자원개발사업 확대’이기 때문이다.●4대 그룹 총수는? 4대 그룹 총수 가운데는 40대인 최태원(46) SK그룹 회장이 가장 해외출장이 많았다. 무려 열여섯번이나 다녀왔다. 총 80일 동안 중국, 쿠웨이트, 미국, 베트남 등을 직접 찾아다니며 현장을 챙겼다. 그룹의 내년 화두도 ‘세계화 제고’다.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도 미국·중국·슬로바키아·인도 등 여덟차례나 해외출장을 다녀왔다. 우리 나이로 예순아홉이지만 “현대·기아차를 세계 속의 명차 반열에 올려놓겠다.”며 현장경영을 마다하지 않는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올해 각각 한차례씩 해외를 다녀왔다. 이 회장은 올 2월 오랜 외유를 마치고 귀국한 뒤 지난달에 미국∼영국∼아랍에미리트연합∼일본 등으로 이어지는 장기 출장(20일)을 다녀왔다. 구 회장은 지난 9월 국내 기업 최초로 설립한 러시아 디지털가전 공장 준공식을 둘러보고 시장개척 현황을 직접 점검했다.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강사도 놀란 ‘공부하는 회장님’

    강사도 놀란 ‘공부하는 회장님’

    “그룹 총수중에 그렇게 말 잘하고 똑똑한 이는 처음 봤다.” 재정경제부 박병원 차관이 SK그룹 최태원(46) 회장을 두고 한 말이다. 최 회장이 요즘 ‘공부하는 회장님’으로 변신했다. 고위 경제관료를 초빙해 ‘과외’를 받는가 하면, 해외 현장학습에도 여념이 없다. 최 회장은 얼마 전 그룹 사장단 회의에 박 차관을 특별 초청했다. 우리 경제의 현황과 과제 등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정부 생각을 들려달라는 주문이었다. 박 차관은 평소 지론인 ‘한국경제 3적론’을 펼쳤다. 네건 되고 내건 안된다는 개방화 반대, 하향 평준화를 야기하는 고급화 반대, 자영업 체제를 오히려 위협하는 구조조정 반대세력이야말로 한국경제를 망치는 3대 주범이라는 주장이다. 최 회장은 박 차관의 ‘강연’이 이어지는 1시간 내내 침묵을 지켰다. 방을 옮겨 이어진 점심식사 자리. 최 회장의 말문이 갑자기 트였다. 박 차관의 주장에 공감하는 대목과 자신의 생각을 곁들여 조목조목 ‘경제’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박 차관은 “전에도 4대그룹 총수의 청와대 회동때 여러번 봤지만 (최 회장은)항상 말이 없어 최 회장이 그렇게 조리있게 자신의 견해를 잘 표현하는 줄 정말 몰랐다.”면서 “경제에 대한 내공도 상당했다.”고 털어놓았다는 후문이다. 평소 칭찬에 썩 후한 편이 아닌 박 차관이 최 회장에 높은 점수를 준 것을 보면 최 회장의 ‘실력’을 짐작할 수 있다. SK그룹의 한 임원은 “(최 회장은)그룹 총수 가운데 가장 젊어 (청와대 회동때)말을 아낀 것”이라고 각주를 다는 것을 잊지 않았다. 최 회장은 4대그룹 총수 가운데 유일한 40대다. 그래서인지 보폭도 상당히 역동적이다.30일에는 학습 장소를 베트남으로 옮겼다. 하노이와 호찌민을 오가며 최고경영자(CEO) 세미나를 시작했다. 주제는 ‘자율과 진화를 통한 도전과 성장’. 토론 멤버는 SK㈜ 신헌철 사장,SK텔레콤 조정남 부회장과 김신배 사장,SK네트웍스 정만원 사장 등이다.4박5일간 그룹의 글로벌 성장경영과 ‘TO-BE(중기 경영전략) 모델’에 대해 집중 토론을 벌인다. 베트남에 정유공장을 지을 것인지 여부를 매듭지을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베트남 방문에 앞서 27일부터 2박3일간 중국 베이징에 들러 ‘베이징 포럼’에도 참석했다. 다음달에는 아랍에미리트연합 두바이에서 SK㈜ 이사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천주교 신자 매년 늘어 466만명 미사 참석 줄고 ‘냉담자’도 급증

    지난해 한국의 천주교 신자는 전년도에 비해 늘었으나 주일 미사 참석자 수가 크게 줄고 냉담자도 계속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가 최근 발표한 2005년 한국 천주교회 통계(12월31일 현재)에 따르면 천주교 신자는 전년도에 비해 12만 9439명이 늘어난 466 만7283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총인구(4926만 7751명)의 9.5%에 해당한다. 신자증가율도 2003년도 1.9%,2004년 2.4%에 이어 지난해 2.9%를 기록, 소폭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같은 신자 증가 추세와는 달리 냉담자 수는 신자 총수의 36.4%에 해당하는 169만 9968명으로,10년 만에 거의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주일 미사 평균 참석자 수도 125만 4572명으로 2004년의 127만 2907명에 비해 1만 8335명이 감소했다. 연령별 신자 구성은 40대가 전체의 19.8%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80세 이상자를 제외하면 70대 연령의 신자가 4.7%로 가장 낮았다. 신자 성별 비율은 남성 41.7%, 여성 58.3%로 성비 불균형 현상이 여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영세자는 2004년에 비해 9460명이 늘어난 14만 8175명을 기록했으며, 이 가운데 남자가 7만 6398명, 여자가 7만 1777명으로 남자가 여자보다 4621명 많았다. 주교를 포함한 성직자 총수는 3867명으로 전년도에 비해 118명이 증가하였다. 사제수는 1960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연 평균 4.9%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한편 통계청은 지난달 25일 ‘2005년 인구주택총조사 전수 집계 결과(인구부문)’를 통해 한국의 천주교 인구(지난해 11월1일 현재)를 전체 인구의 10.9%에 해당하는 514만 6000명으로 발표해 천주교계의 집계와 차이를 보였다. 이에 대해 천주교 주교회의 한국사목연구소장 배영호 신부는 “한국 천주교회 통계는 ‘교적상의 세례받은 신자’를 신자로 간주한 반면 통계청 조사에서는 스스로 천주교 신자라고 의식하는 자의식을 기준으로 삼아 교회 자체의 통계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종교를 ‘천주교’라고 응답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김성호기자 kimus@seoul.co.kr
  • ‘현대차 위기론’ 두갈래 시선

    현대차의 ‘위기론’를 바라보는 두 갈래 시선이 여전하다. 해외공장 착공 연기와 내수·수출 판매 부진 등을 보면 분명한 위기지만 해외에서 ‘극찬’이 끊이지 않고 있고 주가도 회복세로 돌아섰다.위기론이 계속될지, 잠잠해질지는 정몽구 회장의 경영 복귀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의 경제전문 뉴스사이트인 마켓워치는 19일 “일부에서는 현대차가 도요타의 캠리나 혼다 어코드를 따라잡으려면 갈 길이 멀다고 하지만 현대차는 도요타와 혼다를 넘어선 자리를 차지할 만하다.”면서 “쏘나타와 아제라(국내 판매명 그랜저)를 가진 현대차는 캠리와 어코드가 막고 있던 문에 침입해 (두 회사를)휘청거리게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현대차는 이에 앞서 미국 소비자조사기관인 JD파워 신차품질조사에서 도요타,BMW 등을 제치고 3위(일반브랜드 1위)를 차지한 바 있으며 미국 자동차 조사 전문기관인 오토퍼시픽이 발표한 ‘이상적인 브랜드’에서 톱 브랜드로 선정됐다. 앨라배마공장에서 생산된 NF쏘나타와 구형 싼타페는 각 차급에서 1위를 차지했다. 증권가도 현대차의 재고 과다, 출혈경쟁, 앨라배마공장 수익성 악화 등에 대한 단기적인 우려가 조만간 해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차 주가는 19일 전날보다 1.16% 오른 7만 8500원으로 마감했다. 이달 들어 10.7% 상승했다. 하지만 현대차의 내수, 수출 부진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고 노사관계도 ‘극단’으로 치닫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도 여전하다. 현대차 관계자는 “JD파워 등의 호평은 회사가 정상일 때 달성한 결과물에 대한 평가”라면서 “앞으로도 더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그동안 수입차 시장 1위를 고수해온 러시아에서 지난 5월 7740대를 판매해 4월보다 2.5%, 지난해 5월보다 16.2%나 감소했다. 현대차는 지난 3월 포드에 1위 자리를 내준 뒤 4월에는 도요타, 포드에 이어 3위로 떨어졌다.5월에는 도요타(9642대) 다음으로 2위를 차지했지만 판매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중국시장에서도 지난해 1∼4월 판매량 기준으로 1위를 차지했었으나 올해 같은 기간에는 5위로 급락했다. 같은 기간 인도 시장에서도 3위를 차지해 작년 동기보다 1단계 내려 앉았다. 50%가 넘던 현대차의 내수점유율은 5월 47.2%까지 떨어졌고 체코공장, 기아차 조지아주 공장 착공도 여전히 일정을 잡지 못했다. 노조가 파업수순을 밟고 있는 올 임단협도 난항이 예상된다. 임채구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노조는 임금체계 변경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는 그룹 총수의 의사결정 없이 해결되기 어려운 사안”이라면서 “현대차가 이번 노사협상에서 위기상황 돌파 능력을 보여 주지 못하면 글로벌기업으로서의 위상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APEC 사흘 앞으로… 마케팅 전쟁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개막이 사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기업들의 APEC 마케팅이 활발해지고 있다. 업계는 이번 APEC회의에 21개국 정상은 물론 800여명의 거물급 기업인, 해외 각국 취재진 등이 대거 부산을 찾을 예정이어서 브랜드 인지도 제고에 더없이 좋은 기회로 보고 있다. 향후 사업제휴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는 계기로 여긴 기업들의 움직임은 더욱 분주하다.●자동차업계, 해외홍보 경쟁 치열 현대·기아차는 각국 정상들의 공식 의전차량으로 4500㏄급 에쿠스 리무진을 제공하는 등 총 424대의 차량을 지원한다.100여명 규모의 긴급 출동 서비스 전담반도 구성했다. BMW코리아는 각국 영부인과 장관 등 고위관료에게 BMW7시리즈 88대를 제공하는 등 총 150대의 차량을 지원하며 25명의 특별 전담 지원팀도 구성했다.GM대우는 최고경영자회의 공식 의전용으로 스테이츠맨 40대를 제공, 중형차 공략에 나선 기업 이미지를 높일 계획이다.●전자·통신업계도 특수 노려 전자업계는 이번 부산 APEC 기간에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정보기술(IT)강국’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겠다는 의욕에 차 있다. 삼성전자와 KT,SK텔레콤,LG전자 등은 이동중 초고속 무선인터넷 이용이 가능한 와이브로 서비스와 PDP,LCD 등 초대형 디스플레이장치, 첨단 휴대전화 등을 전시한다. 이 업체들은 이전 회의와는 차원이 다른 유비쿼터스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회의장 곳곳에 다양한 화면 크기의 PDP TV 42대를 설치하기로 했다. 가장 큰 80인치짜리 초대형 PDP는 미디어센터 입구에 설치할 예정이다. SK텔레콤은 11∼21일 자회사인 TU미디어를 통해 각국 정상과 각료,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위성DMB 단말기 500여대를 제공한다. 내년에 상용화 예정인 3세대 고속 데이터통신(HSDPA)을 이번에 최초로 시연해 한국의 앞선 IT 기술을 알린다는 복안이다. KT도 정상회의 기간에 방송회선을 비롯해 인터넷, 전용회선 등 2800여회선을 제공한다. 여기에 고속으로 달리는 차량에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와이브로 서비스도 시연, 세계를 이끄는 정상들과 CEO들의 눈길을 끌어 모은다는 계획이다.●다양한 기업 특성 마케팅 CEO서밋 의장과 기업인 자문회의(ABAC) 의장을 맡은 현재현 회장이 총수로 있는 동양그룹은 금융·제조업 계열사를 소개하는 부스를 설치, 달라진 그룹 면모를 알릴 계획이다. 한화그룹도 오는 16일 밤 8억원을 투입, 정상회의 전야제 행사의 일환으로 마련된 불꽃놀이를 지원한다. 국내 최대규모인 8만여발의 폭죽과 화려한 색상의 레이저가 밤하늘을 수놓아 기업마케팅을 극대화한다는 복안이다. APEC 마케팅에 참여한 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인 기업의 CEO와 바이어들이 대거 내한하는 만큼 기업과 제품을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상반기 결산-취재 뒷이야기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상반기 결산-취재 뒷이야기

    서울신문이 올해 연중기획으로 1월10일 시작한 ‘2005 재계인맥·혼맥 대탐구’가 연재 5개월을 넘기며 ‘4대 그룹’을 소화했습니다.23회 동안 소개된 원고지는 1200장이 넘는 방대한 분량입니다. 그동안 해당 기업은 물론 구청으로, 오너일가 주변으로 뛰어다니며 취재에 열을 올렸던 기자들이 방담을 통해 중간 점검을 했습니다. ●수십년만의 ‘진실´ 재벌들의 인맥과 혼맥은 그동안 신문 시리즈 기사나 책으로 소개된 적이 있습니다만, 의외로 잘못 알려졌던 ‘팩트’가 적지 않았습니다. 재계 총수를 3명이나 배출했다고 해서 화제가 됐던 경남 진주의 지수초등학교에 대한 오해가 대표적입니다. 지금까지 삼성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LG 창업주인 고 구인회 회장, 효성 창업주인 고 조홍제 회장이 지수초등학교 1회 졸업생으로 알려졌지만 조 회장은 이 학교에 다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1910년생인 이 회장은 서당을 다니다 1922년 3월 지수보통학교 3학년에 편입했습니다.1907년생인 구 회장 역시 서당을 다니다 1921년 지수보통학교 2학년에 편입했기 때문에 둘은 같은 학년이었던 셈입니다. 구 회장은 실제 이 회장과 한때 같은 반에서 책상을 나란히 맞대고 공부하던 사이라고 회고했습니다. 하지만 이 회장은 그해 9월 서울의 수송보통학교로 전학했고 구 회장도 1924년 상경, 중앙고보를 다녔기 때문에 같이 지수초등학교를 졸업한 것도 아닙니다. 1906년생으로 이 회장의 형인 병각씨와 동갑인 조 회장은 서당에서 한학을 배우다 1922년 상경, 중동학교를 다녔습니다. 조 회장은 이듬해 협성실업학교로 옮기는 바람에 1923년 중동학교로 옮긴 이 회장과 같이 학교를 다니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구 회장의 자서전에도 조 회장과 축구로 교우를 쌓았지만 같이 학교를 다니지는 않았다고 나와 있습니다. 효성그룹 관계자는 “언제부터인지 선대 회장과 이병철 회장, 구인회 회장이 지수보통학교 동기동창으로 소개됐지만 조 회장은 지수보통학교에 다니지 않았다.”면서 “처음에 어떤 신문사의 기자가 잘못 쓰는 바람에 계속 세 사람이 동문이라고 나와 그 때마다 기사를 고쳐달라고 요구했지만 요즘은 아예 포기한 상태”라고 털어놨습니다. 세 사람이 같은 학교를 졸업하지는 않았지만 사돈관계(이 회장·구 회장)와 동업(이 회장·조 회장)으로 이어진 것을 보면 남다른 교분이 있었던 것만큼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출신학교는 물론 이름까지 잘못돼 현대그룹의 경우, 대학 재학 시절 빼어난 미모로 캠퍼스가 떠들썩했다는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넷째며느리 이행자(고 정몽우 현대알루미늄 회장)씨는 한양대 출신으로 굳혀져 있었지만 확인 결과 숙명여대 졸업생이었습니다. 이화여대를 나온 것으로 알려졌던 맏며느리 고 이양자(고 정몽필 인천제철 사장)씨도 수도여대를 나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4남인 구본식 희성전자 사장의 부인도 그동안 조향아씨로 알려졌지만 사실 조경아씨였습니다. 누군가 한자를 잘못 읽어 빚어진 오기였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인을 두고 말이 엇갈렸던 정몽우 회장의 ‘우울증’에 대해서도 현대가측으로부터 확인이 가능했습니다. 일각에서는 고등학교때 머리를 다친 후유증이 우울증으로 번졌다는 관측이 파다했지만 사실 무근이었습니다.‘교통사고다.’ ‘지병이다.’ 등으로 설이 분분했던 정 명예회장의 다섯째 동생 신영씨의 사인도 독일유학중에 얻었던 ‘병’이 악화됐던 것으로 유가족으로부터 직접 확인했습니다. 정몽헌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유는 아직도 정확히 밝혀지고 있지 않지만 적어도 ‘순간적인 결심’이었던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혈압에 좋다며 집에 와서 순두부를 즐겨 찾았는가 하면 세상을 등진 바로 다음날에 중요한 약속을 잡아놓았던 사실이 드러났으니까요. 모 그룹 오너의 경우, 학부를 졸업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재학 중 결혼한 탓에 학교 규칙상 더 이상 대학을 다니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오너 일가의 딸이나 며느리 가운데는 이화여대 재학중에 결혼한 사례가 적지 않았는데 이대의 과거 학칙때문에 대부분 졸업을 못했더군요. 또 아들과 며느리들이 어머니를 회사뿐 아니라 집에서도 어머니라 하지 않고, 회사 직함으로 불렀다는 사실도 새롭게 밝혀낸 사실입니다. 현대중공업 정몽준 대주주의 차남 예선군의 이름 유래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축구 예선전이 한창일 때 태어나서 이름을 예선이라고 지은 것으로 그동안 알려져 있었지만 정 의원의 부인 김영명씨는 ‘예수님이 주신 선물’이라는 의미와 돌림자 ‘선’을 합친 의미가 더 크다고 밝혀왔습니다. 본지가 이번에 ‘정설처럼 굳어진 오보’를 바로잡을 수 있었던 것은 재벌 총수나 2·3세와 직접 인터뷰를 했고 자서전 등 방대한 과거자료를 일일이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어떤 이는 “몇십년전에 모 기자가 잘못 쓴 내용을 후배기자들이 그대로 인용하면서 오보가 사실로 굳어졌다.”며 인터뷰를 자청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룹 홍보실도 비상 민감한 가족사를 다루다 보니 취재는 물론 사진을 구하는 일이 보통 어렵지 않았습니다. 서울신문의 기획 의도와 배경을 설명해도 막무가내로 안 된다는 오너가의 답변은 ‘내가 싫다는데 너희가 왜 쓰느냐.’는 사적인 태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렇지만 사생활을 들춰내자는 것도 아니고, 망신을 주자는 것도 아닌 한국 재벌가의 혼맥과 인맥을 있는 그대로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서울신문의 의도를 오해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모 그룹의 홍보임원은 ‘오너’로부터 “내 사진이 실리면 목내놓을 각오를 하라.”는 말을 듣기도 했지요. 실제 이 오너의 사진은 언론에 공개된 적이 한번도 없었습니다. 우여곡절끝에 사진을 구해 내보냈지만 천만다행으로 그 홍보임원을 서울신문이 ‘책임’질 일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이야 웃으면서 얘기하지만 당시로서는 정말 심각했습니다. 모 그룹은 기사 게재 3일전까지 “무조건 빼라.”는 오너의 지시로 홍보실뿐 아니라 회장실에도 비상이 걸렸었습니다. 그룹 회장이 미국에 있는 모친을 이해시키기 위해 수시로 전화 설득에 나섰지만 돌아온 답은 “안된다.”는 것이었습니다. 홍보실 임원은 “내 목은 서울신문에 달려 있다.”며 통사정을 했습니다. 또 다른 그룹은 비서실이나 홍보실에서 오너 일가의 사진을 확보해 두지 않아 회장의 자택을 ‘습격’해야 했습니다. 회장 집무실부터 자료실까지 샅샅이 뒤졌지만 사진이 나오지 않자 운전기사에게 부탁, 자택에 걸려 있는 액자사진을 다시 찍는 ‘작전’을 감행한 것이지요. 모 그룹을 취재할 때는 오너가 직접 본사 임원에게 전화해 “우리는 빠지면 안되겠느냐.”고 부탁을 하기도 했습니다. 특별히 파헤쳐 문제가 될 만한 것도 없는데 오너가 무조건 버티기로 나오니 아래 직원들은 당연히 누구 하나 취재에 협조해주지 않더군요. 가족 사진은 그만두고라도 얼굴 사진을 내주는 것조차 꺼리다가 경영에서 물러난 1세 경영인의 허락을 받아 겨우 가족 사진을 싣기도 했습니다. 모 그룹은 가족사진이 나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사진설명에서 누가 누구인지는 밝히지 말아달라고 ‘읍소’하기도 했습니다. 여성지, 주간지 등에서 결혼 소식을 집중 추적하고 있는 회장의 ‘고명딸’ 얼굴이 세간에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밖에 서울신문에 소개된 사진중에는 오너일가나 그룹을 통하지 않고 본지 기자가 과거 취재과정에서 찍어뒀던 사진도 있었고 각사 ‘사사(社史)’를 일일이 뒤져 찾아낸 것도 있습니다. ●“아가, 니 사진은 왜 빠졌냐?” 가족사가 속속들이 공개되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던 오너들도 일단 기사가 나가자 ‘폭발적인’ 관심을 보였습니다.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은 현대가(家) 첫 회 ‘창업주 고 정주영 회장 일가’편이 나간지 며칠이 지난 어느날 자필로 직접 ‘사후 교정’을 본 3월14일자 서울신문을 편집국으로 보내주는 특유의 세심함을 보여줬습니다. 예컨대 정몽구 현대차 회장의 장녀 성이(남편은 선두훈 대전 선병원 이사장)씨의 맏딸 이름이 ‘선가령’이 아닌 ‘선아영’, 정 회장의 둘째딸 명이(남편은 정태영 현대카드·현대캐피탈 사장)씨의 자녀 명단에 정유진양과 정준군이 누락된 점 등입니다. 또 가계도에 정몽근 현대백화점 회장의 손자인 창덕군이 빠진 점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장남인 고 몽필씨의 맏딸 은희씨가 미국에 머물지 않고 귀국한 지 오래됐다는 점 등도 바로잡아줬습니다. 이는 일가가 아니면 도저히 알 수 없는 것들이지요. 가문에 대한 현 회장의 관심과 애정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케 해줬습니다. 한솔그룹 조동길 회장은 지난 2월27일 ‘한솔그룹편’의 서울신문 대장(신문 발행전의 인쇄용지)이 나오자 직원을 보내 ‘사전 교정’을 보기도 했습니다. 그 날이 일요일인데도 직원을 통해 장충동 자택으로 대장을 가져오도록 해서 여조카의 이름을 바로잡기도 했지요. 그 조카는 얼마전에 개명을 했다고 합니다. 조 회장이 교정을 본 대장에는 연필로 줄을 그어가며 읽은 흔적이 선명했습니다. 본지 시리즈의 첫 회를 장식한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은 구조조정본부 홍보팀을 통해 본지를 통째로 한남동 자택으로 보내달라고 했습니다.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도 구조본 팀장회의 석상에서 본인과 관련된 아주 ‘사소한’ 부분이 잘못 소개됐다고 언급할 정도로 관심을 보였습니다. LS그룹 구자홍 회장은 LG그룹 첫 회에서 자신의 ‘연애결혼’이 집안의 반대에 부딪혔다고 소개되자 ‘반대’까지는 아니라며 미국 유학시절 부인과의 ‘러브스토리’를 직접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구 회장의 아버지인 LS전선 구태회 명예회장은 ‘LS그룹편’에 막내 며느리 사진만 빠져 있자 “왜 막내만 빠졌냐.”며 경위를 물어오기도 했습니다. 모 그룹 홍보실은 신문 가판이 나온 뒤 미국에 있는 오너에 바로 전달하기 위해 서울신문을 항공 특급 우편으로 보내기도 했습니다. ●당사자도 착각한 사실 독자가 알려줘 독자들의 관심도 대단했습니다. 중간에 이번 시리즈를 접한 독자들이 첫 회는 언제 나갔는지,1회부터 연재분을 모두 구할 수 없는지 집요하게 물어오는 사례가 적지 않았습니다. 언제 책으로 출판되는지 물어오는 ‘성급한’ 독자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출판사들도 이미 소개된 그룹만이라도 모아서 책을 내자고 제안해 왔습니다. 오너 일가들도 착각한 사진 속의 장소를 독자들이 바로잡아준 일도 있었습니다. 현대그룹편을 소개하면서 현정은 회장이 남편인 고 정몽헌 회장과 아들과 딸들, 이렇게 온 가족이 호주 시드니로 휴가를 떠난 사진을 실었었는데 기사가 나간 뒤 사진속의 배경이 ‘캐나다 밴쿠버 같다.’는 독자들의 의견이 잇따랐습니다. 현 회장측에 확인한 결과 호주가 맞다는 답신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밴쿠버라는 독자들의 의견이 이후로도 끊이지 않아 재차 확인한 결과 사진 속의 장소는 밴쿠버가 맞았습니다. 현 회장측은 “고 정몽헌 회장이 사진찍기를 워낙 싫어해 몇년전 휴가가 가장 최근의 가족사진이다 보니 착각한 것 같다.”고 해명해왔습니다. ●제발 이것만은…. 오너일가들이 가장 부담스러워 하는 내용은 가족들의 ‘이혼·재혼’이었습니다. 정용진 신세계 부사장과 탤런트 고현정씨처럼 이미 세간에 널리 알려진 사실은 어쩔 수 없지만 나머지 사실만이라도 막으려고 필사적이었습니다. 아예 “이 부문만 빼주면 나머지는 알아서 쓰도록 하겠다.”는 협상(?)도 들어왔습니다. 모 그룹 회장은 아내가 사고사를 당해 재혼했는데 그 사실을 막무가내로 빼 달라는 것이었지요. 결국 “독자들이 볼 때 나이 차이가 워낙 커 ‘세컨드’로 오해할 수도 있으니 밝혀줘야 한다.”고 설득하자 아무 말을 못하더군요. 또 다른 그룹 회장 동생도 부인이 지병으로 사망한 뒤 재혼을 했는데 그룹측에서는 한사코 부인의 나이를 빼달라고 요구해왔습니다. 나이 차이가 너무 많이 났기 때문이지요. 사실 이 오너 부인이 사망한 사실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전 부인 사진이 그대로 나갈 뻔했습니다. 재혼 사실이 알려지지 않고 그대로 나갔다면 현재 부인이 ‘기절초풍’할 노릇이었지요. 모 그룹 회장의 할머니를 둘러싸고도 실랑이가 있었습니다. 이 그룹 회장의 친 할머니는 오래전에 사망했는데 워낙 옛날 분이라 이름도 정확하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가계도’에는 재혼한 할머니 이름으로 나가야 했는데 그룹측에서는 아예 할머니쪽은 소개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이 그룹 회장의 아버지 입장에서는 ‘친어머니’가 아닌지라 불편했던 것이지요. 삼성그룹 이병철 회장의 딸 가운데 한명은 이혼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번 취재과정에서 전 남편과 다시 결합해 잘 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끼리끼리’는 있어도 정략은 없었다? 과거 개발독재 시대에는 재벌과 권력층의 혼사가 비일비재했습니다. 실제 40대 이상 오너 일가들은 청와대, 국회의원, 장관 등 ‘권문세가’를 시가나 처가로 둔 사람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3세로 내려올수록 ‘정략결혼’의 흔적은 점점 사라져가고 있었습니다. 우리 사회가 민주화되면서 재벌들이 더 이상 권력에 기대어 ‘혜택’을 보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된 것입니다. 2·3세들은 유학시절에 만나 연애결혼한 사례도 적지 않았고 유력한 집안이라고 해도 주로 재계쪽에 집중됐습니다. 또 사돈이라고 해서 사업적으로 도움을 주고받는 경우도 거의 없었습니다. 오히려 삼성과 LG,LG와 두산처럼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직접 만나본 2·3세들의 공통된 느낌은 1세들과 달리 어려움없이 자란 때문인지 무척 솔직하고 거침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때로는 너무 솔직해서 못다 쓴 얘기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세월이 좀 더 흐르면 얘기할 날이 오겠지요. 물론 오너일가의 작은 부분이 소개된다고 해서 그룹 임원의 ‘목’이 왔다갔다할 정도로 오너들이 ‘황제’처럼 군림하는 모습을 직접 확인할 때는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지면을 빌려 ‘목을 내놓고’ 취재에 협조해 준 각 그룹 홍보팀 임직원들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ukelvin@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 (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김성곤차장 안미현·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현대家 ①-창업주 故정주영회장 일가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현대家 ①-창업주 故정주영회장 일가

    보는 이마다 다르겠지만 현대를 삼성보다 앞세우는 사람들은 현대의 창업 정신을 강조한다. 현대는 남이 일궈놓은 기업을 인수하기보다는 밑바닥에서부터 하나하나 주춧돌을 올렸다. 건설이 그랬고, 자동차가 그랬으며, 중공업이 그랬다. 창업주인 고(故) 정주영 회장은 이를 평생의 긍지요, 자랑으로 여겼다. 서슬 퍼렇던 군사정권 시절, 국보위(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에 끌려가서도 “사정상 어쩔 수 없었던 인천제철만 제외하고는 어느 하나 내 손으로 말뚝을 박고 길을 닦아 시작하지 않은 공장이 없다.”며 기업 강제 통·폐합에 맞섰을 정도였다. 1947년 5월25일 서울 중구 초동의 허름한 자동차 수리공장 한 귀퉁이에 ‘현대토건사’라는 간판을 내건 지 60여년. 삼성보다 10년 가까이 늦은 출발이었지만 현대는 이내 1위 기업으로 우뚝 섰고,‘경영권 다툼’이 일어났던 2000년까지 그 지위는 차돌만큼이나 단단했다. 이때 현대그룹의 자산규모가 87조여원. 계열사 수만 40개가 넘었다. 비록 그룹이 쪼개지면서 외형상의 규모가 작아지고 재계 서열은 떨어졌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전화위복’이라고 입을 모은다. 자동차(현대차그룹), 유통(현대백화점), 해운·제조(현대그룹), 조선(현대중공업), 금융(현대해상·현대기업금융) 등 각자 전문그룹의 길로 나서면서 경쟁력은 더 강화되고 동반 부실의 위험은 현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다른 그룹들이 이제서야 계열분리 등으로 홍역을 앓는 동안 현대의 대표주자들은 세계를 상대로 싸우고 있다. 현대산업개발,KCC, 한라, 성우 등 창업주의 형제들이 이끄는 그룹들도 각자 독자영역을 굳혀가고 있다. 언뜻 봐도 느껴질 만큼 현대에 뿌리를 대고 있는 기업들은 유난히 굴뚝업종이 많다. 고용된 인원과 딸린 부품·협력업체가 많다는 얘기다. 국민경제 기여도로 따지면 현대가 여전히 1위라는 말은 그래서 나온다. 또 한 가지, 현대를 얘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현대정신’이다. 현대에는 일단 해보자며 덤비는 정신, 밀어붙이는 힘이 있다. 때로는 비합리성을 낳기도 하지만 현대맨들은 이를 “맨바닥에서부터 기업을 일군 현대만의 저력”이라고 자부한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이를 “진정한 기업가(起業家) 정신”이라고 불렀다. 제각각 ‘마이 웨이’를 걷고 있는 오늘날의 현대가를 묶는 보이지 않는 끈이기도 하다. ●담(淡)한 혼맥… 후한 연애결혼 다른 재벌가에 비해 현대의 혼맥은 의외로 소박하다. 낭만을 즐겼던 고 정 회장이 자식들의 연애에도 너그러웠던 영향이 가장 크다.‘왕 회장’이라는 별칭으로 더 자주 불렸던 그 자신, 강원도 통천의 평범한 고향처녀(변중석)와 결혼해 평생을 함께했다. 슬하에 9남매(8남1녀)를 두고 동생이 일곱(한명은 어려서 사망)이나 됐지만 눈에 띄는 혼사는 손가락을 꼽는다. 직계가족 중에 굳이 꼽자면 다섯째아들 고 몽헌(MH)씨와 여섯째아들 몽준(MJ)씨를 들 수 있다. 몽헌씨는 신한해운 현영원 회장의 딸 정은씨와, 몽준씨는 김동조 전 외무장관의 막내딸 영명씨와 각각 결혼했다. 오랜 세월 재계를 주름잡았던 현대의 위상에 견줘 혼맥이 조촐한 데는 창업주의 성공과정과도 무관치 않다. 가난한 농군의 아들로 태어나 부두 막노동꾼을 거쳐 대기업 총수에 오른 그는 살아생전 “세상에 공짜란 없다.”며 담(淡)한 마음을 갖자고 입버릇처럼 강조하곤 했다. 권력이나 부(富)를 결코 싫어하지 않았지만 굳이 혼사줄까지 대가며 공짜를 탐할 이유 또한 없었던 것이다. 정략결혼의 흔적이 적은 대신에 유난히 많은 손(孫)과 맞닥뜨리는 게 현대라는 집안이다. 이런 현대가 대(代)를 건너뛰면서 LG, 롯데, 한진, 이건, 비비안 등 내로라하는 그룹들과 사돈을 맺은 점은 흥미롭다. 현대가의 2세들이 ‘몽(夢)’자 돌림이라면 3세들은 딸이 ‘이(伊)’, 아들은 ‘선(宣)’자 돌림을 쓴다.4세는 ‘진’자(딸),‘창’자(아들) 돌림이다. ■ 현대의 핵심축 아들들 ●장남 몽필… 쌍용가와 인연 큰아들 몽필씨는 나이 50도 안돼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국영 적자기업 인천제철을 인수해 정상화에 여념이 없던 1982년 4월 어느날, 울산에서 서울로 올라오던 고속도로에서 그가 탄 승용차가 트레일러를 들이받았다. 이 때가 마흔아홉살. 수도여대 출신의 부인 이양자씨와 두 딸 은희·유희씨는 망연자실했다. 몽필씨가 떠난 지 한달 뒤, 정주영 회장은 동서산업 공장장이던 이영복씨를 사장으로 파격 승진시켰다. 이씨는 몽필씨의 처남, 즉 이양자씨의 친동생. 졸지에 가장을 잃은 장남 가족에 대한 배려였다. 하지만 이양자씨마저 91년 위암으로 눈을 감고 말았다. 큰딸 은희씨는 최근 미국에서 귀국했다. 둘째딸 유희씨는 김석원 쌍용양회 명예회장의 장남 지용씨와 결혼해 두 아들(진석·진하)을 두었다. 지용씨는 현재 용평리조트 상무를 맡고 있다. ●2남 몽구… 글로벌 현대차그룹 리더 몽필씨의 죽음으로 사실상 집안의 장남 역할을 도맡아 한 이는 둘째아들 몽구(MK)씨였다. 유희씨가 결혼할 때 부모 역할을 대신 한 사람도 몽구씨 부부였다.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 사장 시절,‘갤로퍼 신화’를 만들어낸 그는 기아차마저 인수해 지금의 현대·기아차 그룹을 이끌고 있다.2000년 자동차전문 그룹으로 출범한 지 몇 년도 안돼 그룹을 세계 6위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출범 당시 10개였던 계열사 수는 28개로 불어났다. 그룹의 올해 매출 목표액은 지난해보다 17% 늘어난 85조원.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미국의 ‘소비자 보고서(컨슈머 리포트)’는 최근 현대차의 뉴쏘나타를 세계에서 가장 결함이 적은 차로 선정했다. 갤로퍼 신화 때부터 MK가 강조해온 ‘품질 경영’의 힘이다. MK는 평범한 집안의 딸 이정화씨와 결혼해 3녀1남을 두었다. 큰딸 성이씨는 저명한 정형외과 의사이자 영훈의료재단을 설립한 고 선호영 박사의 아들 두훈씨와 결혼했다. 둘째딸 명이씨는 정경진 종로학원장의 아들 태영씨와, 셋째딸 윤이씨는 미국 MBA(경영학석사) 출신인 신성재씨와 결혼했다. 둘째사위와 셋째사위는 그룹 계열사인 현대카드·캐피탈 사장, 현대하이스코 사장을 각각 맡고 있다. 막내이자 외아들인 의선씨는 지난 11일 기아차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룹내 직함은 현대·기아차기획총괄본부 담당 사장으로 기아차의 기획, 재무, 수출, 연구·개발(R&D) 등 핵심 업무를 관장하고 있다. 일찍 결혼해 슬하에 1남 2녀를 두고 있다. 부인은 정도원 강원산업 부회장의 큰딸 지선씨다. ●3남 몽근… 소리없이 유통명가 키워 셋째아들 몽근씨는 일찌감치 유통을 넘겨받아 현대백화점 그룹을 이끌고 있다.‘빅3’(MK·MH·MJ)에 가려 조명은 덜 받았지만, 묵묵히 외길을 걸으면서 소리없이 유통 명가로 키워낸 주인공이다. 현대백화점, 현대H&S(非 백화점 계열), 현대홈쇼핑 등 주력 계열사를 토대로 지난해 5조 5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문 최고경영자(CEO)들이 소신있게 일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면서도 거의 매일같이 매장을 둘러봐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바로 위 형 몽구씨와는 고등학교(경복고)-대학교(한양대) 동문인 데다 선굵은 외모까지 비슷하다. 옛 현대그룹에서 고문을 지낸 우호식씨의 딸 경숙씨가 부인이다. 두 아들은 각각 부회장, 기획담당 이사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큰아들 지선씨는 고 황산덕 전 법무장관의 손녀인 서림씨와 결혼했다. 둘째아들 교선씨는 자동차부품 전문기업인 대원강업 허재철 부회장의 큰딸 승원씨와 지난해 말 깜짝 결혼식을 올렸다. 교선씨의 결혼식에는 큰아버지인 정몽구 회장을 비롯해 집안 어른들이 대거 참석해 모처럼 우애를 다지기도 했다. 현대가는 한때 딸만 남기고 떠난 몽필씨의 대를 잇기 위해 지선씨를 양자로 입양하는 방안을 의논했었다. 유교식 법도대로라면 바로 아래 동생인 몽구씨의 아들을 입양해야 했으나 의선씨가 외아들인 탓에 지선씨가 선택된 것. 하지만 세간에 알려진 것과 달리 실제 입적은 이뤄지지 않았다. 정주영 회장의 장례식때 의선씨가 ‘종손’ 자격으로 고인의 영정을 든 것은 이 때문이었다. ●외사위 희영… 천마산스키장 운영, 이건·비비안과 사돈 현대가는 자손이 많은데도 딸은 귀한 편이다. 외동딸 경희씨는 일본 유학까지 다녀온 재원. 그러나 바깥 활동은 없다. 대신 남편(정희영)이 선진종합㈜ 회장이다. 공교롭게 고 정주영 회장의 여동생 희영씨와 이름이 똑같다. 서울대 상대 출신으로 1965년 현대건설 공채로 입사했다. 이명박 서울시장이 입사 동기다. 조선 수주에서 뛰어난 수완을 발휘, 창업주의 눈에 들어 사위가 됐다. 정주영 회장은 딸 경희씨가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자 희영씨를 도쿄법인 이사로 발령내 자연스러운 교제를 유도했다고 한다. 이후 희영씨는 조그만 해운회사(선진해운) 하나를 갖고 독립, 장인의 그늘에서 벗어났다. 천마산 스키장은 오롯이 그가 독립해 만든 회사다. 외아들 재윤씨가 선진종합㈜ 상무다. 두 딸은 각각 이건그룹과 비비안그룹으로 시집갔다. 큰딸 윤미씨의 남편이 이건창호 박승준 상무, 둘째딸 윤선씨의 남편이 비비안 남석우 부회장이다. ●4남 몽우… BNG스틸 통해 부활 넷째아들 몽우씨는 숙명여대를 떠들썩하게 했던 ‘미인’ 이행자씨와 연애결혼했다.40대에 현대알루미늄 회장을 맡은 그는 그러나 심한 우울증을 앓았다. 결국 1990년 4월 45세의 젊은 나이에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남겨진 유족을 돌보는 일도 사실상의 장남 몽구씨의 몫이었다. 조카 셋을 모두 현대차그룹의 계열사인 BNG스틸(전 삼미특수강)에 입사시켰다. 큰조카, 즉 몽우씨의 장남인 일선씨는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최근 BNG스틸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일선씨에 이르러 비로소 현대는 내로라하는 재벌가와 사돈관계를 맺는다. 일선씨의 부인은 구자엽 희성전선 부회장의 딸 은희씨다. 구 부회장은 구태회 LG전선 명예회장의 아들이자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조카이다. 일선씨의 동생 문선씨는 김영무 김&장 법무법인 대표변호사의 딸 선희씨와 결혼했다. ●5남 몽헌… 못다 이룬 꿈, 현 회장이 힘찬 날갯짓 ‘비운의 황태자’ 몽헌씨는 1998년 그룹 공동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화려한 비상을 시작했다.1983년 현대전자(현 하이닉스반도체)를 설립해 4년 만에 흑자로 돌려놓으면서 아버지 정주영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끌어냈다.2000년에는 형들을 제치고 그룹 단독 회장에 추대되기도 했다. 하지만 ‘대북 송금’ 사건에 연루돼 검찰 조사를 받던 중, 극심한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2003년 8월4일 서울 계동사옥에서 몸을 던지고 말았다. 그렇다고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부인 현정은씨가 경영에 뛰어들었다. 급작스러운 남편의 죽음으로 황망히 그룹을 물려받았지만 사업가 집안의 딸답게 배포와 합리적 리더십으로 1년 만에 그룹을 정상궤도에 올려놓았다. 사상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는 현대상선, 올해 첫 흑자를 넘보고 있는 현대아산, 주가 1000시대의 수혜주 현대증권 등을 축으로 재계 10위권 진입(현재 19위)을 눈앞에 두고 있다.2010년까지 매출 20조원을 달성해 10위권에 진입한다는 ‘2010’ 프로젝트를 가동중이다. 현 회장은 고 정주영 회장이 직접 ‘점지한’ 며느리로도 유명하다. 현 회장이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결혼 뒷얘기는 이렇다.“당시 현대상선 회장이던 아버지(현원영)를 따라 선박 명명식차 울산에 내려갔다가 남편을 처음 만났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명예회장(정주영)께서 나를 선보러 미리 내려오셨었다. 명예회장께서 중매를 서신 셈이다.” 큰딸 지이씨는 현대상선 재정부 대리로 근무 중이다. 아버지를 잃었을 때 고3 수험생이었던 외아들 영선씨는 졸업후 미국 유학을 준비중이다. ●6남 몽준… 세계1위 현대중공업 ‘건조’ 지금은 정치인의 이미지가 더 강하지만 세계 일류 현대중공업의 뒤에는 기업인 몽준씨가 있다. 형제중에 학벌(서울대-미국 MIT 경영대학원)이 가장 좋아 ‘신문대학’(소학교만 졸업한 정주영 회장은 신문을 통해 지식의 대부분을 얻었다며 자신을 신문대학 출신이라고 소개하곤 했다) 출신인 왕 회장이 유난히 예뻐했다는 몽준씨는 31세에 현대중공업 사장으로 전격 발탁되면서 집중 조명을 받았다.1988년 금배지를 처음 달면서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시도했다. 경영은 CEO에게 맡기고 자신은 대주주로서 회사의 중요한 의사결정만 내리고 있는 것. 지금도 현대중공업의 어떤 직함도 갖고 있지 않다. 공식 직함은 5선의 국회의원이자 축구협회 회장. 아버지의 뒤를 이어 2002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기도 했다.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현대중공업의 올해 매출 목표액은 10조원. 웬만한 그룹과 맞먹는다. 부인 김영명씨와는 미국 유학시절에 만나 결혼했다. 큰아들 기선씨는 연세대 경제학과를 나와 올해 학사장교(ROTC)로 임관했다. 이로써 부자(父子)가 ROTC 선후배가 됐다. 두 딸 남이씨와 선이씨는 미국 유학 중이다.‘월드컵 베이비’로 유명한 늦둥이 아들 예선씨는 초등학교 4학년이다. 우리나라가 98년 프랑스 월드컵 예선전을 최종 통과한 것을 기념해 이름을 ‘예선’으로 지었다고 한다. ●7남 몽윤… 현대해상으로 컴백 몽윤씨는 지난해 말 업계 2위의 손해보험회사인 현대해상의 등기이사 겸 이사회 의장으로 돌아왔다.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지 8년 만의 전격 복귀였다. 방카슈랑스(은행상품과 보험상품의 교차판매) 확대 시행 등 변화하는 금융환경에 맞춰 공격적인 경영 행보를 보이고 있다.1981년 김진형 부국물산 회장의 딸 혜영씨와 연애결혼해 정이양과 경선군을 두었다. ●8남 몽일… 할부금융으로 내실 막내아들인 몽일씨는 미국 조지워싱턴대학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마친 뒤 현대상사 등에서 근무하다가 2000년 현대기업금융을 차려 독립했다. 기업대출 등을 주로 취급하는 회사다. 권영찬 현대파이낸스 회장의 딸 준희씨와 결혼해 고등학생인 현선(영국 유학중)군과 중학생인 문이양을 두고 있다. ■ 현대의 또 다른 축 형제들 고 정주영 회장의 형제들은 동생이기 이전에 창업 동지요, 사업 동료였다.6·25전쟁 직후 고령교(대구와 거창을 잇는 교량) 복구 공사를 덜컥 떠맡았다가 부도 직전까지 내몰렸을 때, 내남없이 살던 집을 팔아 돈을 내놓은 것도 동생들과 매제였다. 이 때문에 20명이 넘는 대식구가 한 집(돈암동)에 모여 살아야 했지만 누구 한 사람 불평하지 않았다. 지금은 모두 독립해 각자의 그룹을 이끌고 있다. ●옛 영화 꿈꾸는 한라·성우 동아일보 외신부 기자로 활동하던 첫째 동생 인영씨는 1953년 현대건설 전무로 입사하면서 경영에 본격 합류했다.75년 말 중동 진출 때 신중론을 펴 형과 이견을 빚을 때까지 그룹의 초석을 닦았다. 당시 독립해 만든 한라그룹은 한라건설·한라시멘트·한라중공업·만도기계 등을 거느리며 재계 서열 12위로까지 도약했다. 그러나 외환위기 때 자금난이 가중되면서 그룹이 부도나는 시련을 겪었다. 지금은 둘째 아들 몽원씨가 한라건설 회장을 맡아 재기를 꿈꾸고 있다. 큰 아들 몽국씨는 94년 아버지가 동생을 그룹 후계자로 지목하자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한때 배달학원 이사장을 맡았으나 지금은 개인사업을 하고 있다. 부인 이광희씨는 배달학원 계열인 한라대 총장을 지내기도 했다. 현대시멘트·성우종합건설·성우리조트·현대종합금속 등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성우그룹은 둘째 동생 순영씨 일가가 이끌고 있다. 순영씨는 명예회장으로 물러앉고 2세 경영을 정착시켰다. 큰아들 몽선씨가 현대시멘트와 성우종합건설을, 둘째아들 몽석씨가 현대종합금속, 셋째아들 몽훈씨가 성우전자, 넷째아들 몽용씨가 성우오토모티브를 각각 맡고 있다. 몽선씨는 사촌인 정몽윤 현대해상 이사회 의장과 함께 정몽헌 회장의 부검을 임관하기도 했다. ●‘기계박사’가 일군 한국프랜지 자동차부품회사인 한국프랜지공업의 김영주 명예회장은 고 정주영 회장의 유일한 매제다. 정주영 회장은 ‘이 땅에 태어나서’라는 두 번째 자서전에서 “그가 다가가기만 해도 기계가 저절로 고쳐졌다.”며 매제를 ‘기계박사’라고 불렀다.1946년 정주영 회장이 미 군정에서 불하받은 토지에 ‘현대’(현대자동차공업사)라는 상호를 처음 내걸었을 때, 감격적으로 지켜본 이도 영주씨였다. 두 사람의 인연은 이로부터 몇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인기직종이던 운전기사 출신의 영주씨는 황해도 홀동광산에서 역시 운수업을 하던 정주영 회장과 뜻이 맞아 사업을 같이 도모했고, 매제까지 됐다. 부인 정희영씨는 2001년 정주영 회장이 노환으로 세상을 떴을 때 “대통령 한번 못해보고… 우리 오빠 불쌍해서 어쩔거나.”하며 가장 서글프게 울었던 동생이다. 장남 윤수씨가 회사를 물려받아 한국프랜지공업 회장으로 있다. 둘째아들 근수씨는 독립해 울산화학·퍼스텍 등의 계열사를 거느린 후성그룹 회장을 맡고 있다. 윤수씨의 장남 용석씨가 프랜지공업 계열사인 서한산업(자동차부품회사) 대표이사 사장이어서 3세 경영체제를 갖춰 가고 있다. 둘째아들 용범씨는 이름을 용태로 바꿨다. ●‘포니 정’ 부자(父子)의 변신 ‘포니 정’이라는 별칭으로 유명한 넷째 동생 세영씨는 외아들 몽규씨와 함께 1999년 3월 현대그룹에서 독립해 건설시장에서 영역을 확실하게 굳혔다. 꼼꼼한 시공과 치밀한 분양으로 현대산업개발을 국내 도급순위 4위 업체로 키워놓았다.‘포니 정’이라는 별명은 1976년 누구나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국산 고유모델 자동차 1호 ‘포니’를 만들어낸 데서 붙여졌다. 이같은 열정과 헌신을 인정받아 87년 형에게서 현대그룹 회장직을 물려받기도 했다. 분가한 뒤로는 현대산업개발 경영에만 매달렸다. 몇 년 전 폐암수술을 받았지만 지난해 희수연을 치렀을 만큼 건강을 되찾았다. 회사 경영은 아들 몽규(회장)씨가 책임지고 있다. 지금의 서울 삼성동 사옥은 몽규씨가 직접 지었다. 지나칠 정도로 꼼꼼하다는 게 주위의 평가다. 현대가 맺은 최고위층 사돈도 세영씨 집안에서 나왔다. 큰딸 숙영씨가 노신영 전 국무총리의 장남 경수(서울대 교수)씨와 결혼한 것. ●“아… 신영아”-교통사고 아닌 병으로 요절 다섯째 동생 신영씨는 고 정주영 회장이 가장 자랑스러워했던 동생이다. 서울대를 나와 동아일보 기자로 있다가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함부르크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과정을 밟던 중 병으로 세상을 떠난 것이 1962년. 처음에 어떤 기자가 교통사고사로 쓰면서 오랜 세월 세상에 잘못 알려졌지만 정확한 사인은 지병이라고 유족은 본지에 밝혔다. 당시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잠시도 일에서 떠나본 적이 없는 정주영 회장이 일주일을 손놓았을 만큼 가족의 슬픔은 컸다. 서울대 음대 출신의 첼리스트였던 미망인 제수씨(장정자)에게 현대학원(현대고)을 경영토록 했다. 지금도 현대학원 이사장을 맡고 있는 장정자씨는 남북이산가족 상봉때 대한적십자사 부총재로 남한측 방문단장을 맡았었다. 장홍선 전 극동도시가스 회장의 누나다. 신영씨는 1남1녀를 두었다. 아들 몽혁씨는 32살의 젊은 나이에 현대정유(현 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로 취임해 인천정유(구 한화에너지)를 인수하고 오일뱅크라는 브랜드를 만드는 등 두각을 드러냈다. 그러나 외자유치와 함께 2002년 전문경영인에서 물러나 그 해 건축자재 유통회사 ‘에이치애비뉴앤컴퍼니’를 설립해 돌아왔다. 부인 이문희씨는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은 동원 이홍근 선생의 손녀이다. 사업가이자 문화재 수집가였던 동원 선생은 평생 모은 문화재 4941점을 1980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딸 일경씨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블룸버그대학 회계학과 교수인 남편 임광수씨와 함께 미국에서 살고 있다. ●‘리틀 정주영’이 이끄는 KCC 막내동생인 상영씨는 ‘불에 타지 않는 바닥재’ 등으로 유명한 자재 전문그룹 KCC를 이끌고 있다. 불도저 같은 추진력과 성격 등이 고 정주영 회장을 가장 많이 닮아 ‘리틀 정주영’으로 불린다. 큰형과 나이 차이가 21살이나 나 아버지처럼 따랐다. 장조카 몽구씨와도 2살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또 다른 조카인 고 정몽헌 회장이 자금난에 몰렸을 때 200억원을 선뜻 내놓았을 만큼 의리도 강하다. 그러나 조카의 죽음 이후 현정은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면서 다소 빛이 바랬다. 그룹 경영은 두 아들에게 맡긴 상태다. 큰아들 몽진씨가 대표이사 회장, 둘째아들 몽익씨가 대표이사 부사장이다. 셋째아들 몽열씨는 계열사인 금강종합건설 사장을 맡고 있다.KCC는 몽익씨를 통해 롯데·한진그룹과 사돈으로 연결된다. 몽익씨의 부인 은정씨가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외조카(신 회장의 여동생인 정숙씨의 딸)이다. 은정씨의 언니 은영씨는 한진해운 조수호 회장의 부인이다. 몽익씨와 조 회장이 동서지간인 셈이다. ●현대가의 여자들 현대가의 딸이나 며느리들은 ‘소리’가 나지 않는다. 이화여대(정경희-이양자-현정은-김혜영-정유희 등) 출신에 해외유학(김영명-정지선-황서림-허승원 등)까지 다녀온 재원들이 적지 않지만 경영에 참여하거나 대외활동에 나서는 사람이 거의 없다. 하다못해 남편을 따라 공식행사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도 드물다. 유일한 경영자인 현정은씨도 남편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는 ‘전업주부’였다. 오너 일가를 가까이서 들여다본 한 관계자는 “지금도 명절 때면 청운동 집(정주영 회장이 생전에 오랫동안 살던 집)에 몇 대에 걸친 며느리들이 모두 모여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음식을 직접 장만한다.”면서 “옷차림들도 수수하고 인상이 소박해 언뜻 봐서는 재벌가 며느리란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한결같이 미인들이다. 어떤 이는 그 이유를 ‘유난히 많은 연애결혼’에서 찾는다. ●그룹분리 가속화시킨 ‘경영권 분쟁’ 2000년 ‘형제간 다툼’은 현대가를 정신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핵분열시킨 결정적 계기였다.99년 12월 마지막 날, 고 정몽헌(MH) 회장쪽 인사로 분류되던 박세용 당시 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이 정몽구(MK) 회장 계열의 현대차 회장으로 전격 발령나면서 시작된 형제간의 경영권 갈등은 그룹 후계자로 MH를 지목한 고 정주영 회장의 육성 테이프가 공개되기까지 석달여에 걸쳐 숨막히게 전개됐다. 효심이 남달랐던 MK는 아버지의 육성이 공개되자 깨끗이 승복하고 자동차 계열사를 이끌고 그룹에서 나왔다. 이 과정에서 아픔도 적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현대의 지배구조를 선진화시키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는 21일 왕 회장의 4주기에 모처럼 형제들 모두가 함께 제사를 지낼 예정이다. 이날은 공식적으로 가족화합이 됐음을 안팎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현대가에 정통한 소식통은 전했다. hyun@seoul.co.kr ■ 정주영 회장의 ‘빈대론’ 창업주인 고 정주영 회장은 ‘해당화가 찬란하고 눈(雪)이 많은’ 강원도 통천군 송전면에서 1915년 6남 2녀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죽어라고 일해도 콩죽을 면할 길이 없는 농군이 진절머리나게 싫고 지겨워”(첫번째 자서전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에서) 소학교를 졸업한 열네살 무렵부터 줄기차게 가출을 시도했다. 무작정 길을 나서 보기도 하고, 아버지의 소 판 돈을 훔쳐도 봤다. 그러기를 네번째. 열아홉살 마지막 가출에 성공해 인천부두 막노동꾼으로 새 삶을 시작했다. 한 푼이 아까워 몸을 기댔던 곳이 노동자 합숙소. 뼈가 으스러지는 중노동으로 누가 떠메고 가도 모를 만큼 고단했지만 좀체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빈대들의 공격 때문이었다. 궁리 끝에 밥상 위에 올라가 잠을 잤다. 빈대들의 공격이 잠시 뜸해지는 듯싶었다. 하지만 이내 밥상다리를 타고 기어올라와 온 몸을 물어 뜯었다. 다시 머리를 써야 했다. 무릎을 탁 칠 만한 묘안이 떠올랐다. 밥상다리 네 개를 물 담은 양재기 넷에 하나씩 담근 뒤 그 위에 올라가 잔 것이다. 빈대를 밥상다리로 유도해 양재기 물에 익사시키자는 계략이었다. 쾌재를 부른 것도 이틀여. 빈대들은 또다시 물어뜯기 시작했다. 도대체 어떻게 양재기 물을 건넌 것일까. 자다 말고 벌떡 일어나 불을 켜본 젊은 정주영 회장은 기겁을 하고 말았다. 빈대들이 밥상다리 대신 벽을 타고 천장으로 올라가 사람을 겨냥해 뚝 떨어져 목적 달성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후 역경에 부딪칠 때마다 정주영 회장은 ‘빈대의 노력’을 떠올렸다.“난관은 극복하라고 있는 것이지, 걸려 넘어지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든지 “빈대만도 못한 놈”이라는 단골 지청구는 모두 여기서 비롯됐다. 아무것도 없는 백사장(울산 염포리) 사진 한 장 달랑 들고 조선소 투자금액을 유치할 때나,20세기 최대 역사(役事)로 꼽히던 중동 주베일 공사 입찰전에 뛰어들 때나, 직원들이 불가능하다고 도리질칠 때면 “이봐, 해봤어?”라고 불호령을 쳤던 것도 빈대의 집요한 노력을 떠올리면서였다. “자본가가 아니라 부유한 노동자일 뿐”이라고 스스로를 정의했던 정주영 회장은 근검과 노력을 평생의 신조로 삼았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평등한 자본금” “한강에 기적은 없다. 성실하고 지혜로운 노동이 있을 뿐” “고선지부지설(苦蟬之不知雪;여름철 서늘한 나무 그늘에 앉아 노래만 하다 겨울이 오기 전에 없어지는 매미는 한겨울 펑펑 쏟아지는 눈을 알 수 없다)” ‘아산 정주영 어록’에 실려있는 그의 유명한 말들이다. hyun@seoul.co.kr ■ ‘현대家 대모’ 변중석 여사 열여섯살에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여섯살 연상의 고향총각 정주영에게 시집온 변중석씨는 현대가의 산 증인이다. 올해로 84세. 젊어서 남편이 사준 재봉틀 하나를 자신 소유의 유일한 재산으로 여기며 한결같은 근검과 후덕함으로 ‘현대가의 여자’라는 상징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고 정주영 회장이 매일 새벽 5시의 ‘밥상머리 교육’을 통해 동생들과 자식들에게 근검을 가르쳤다면, 변씨는 새벽 3시반부터 손아래 동서·며느리들과 아침 준비를 함께 하면서 “언제나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겸손하라.”고 일렀다. 가혹하리만치 자식 교육에 엄격했던 정주영 회장이 아이들을 자가용으로 등교시키는 며느리들을 보고 “젊었을 때 콩나물 버스에 시달려봐야 나중에 자가용을 샀을 때의 기쁨을 안다.”며 역정을 내자 “손주녀석들 키우는 문제에까지 시아버지가 잔소리를 할 거냐.”며 막아준 이도 변씨였다. 칭찬에 인색했던 정주영 회장도 아내를 가리켜 “늘 통바지 차림에 무뚝뚝하지만 60년을 한결같고 변함이 없어 존경한다.”고 자서전에서 고백했을 정도다.“아내를 보며 현명한 내조는 조용한 내조라는 생각을 굳혔다.”고도 했다. 그러나 자식을 먼저 땅에 묻는 참척의 고통과 여자로서의 마음고생을 거치면서 ‘살아있는 보살’도 탈이 났다. 거동이 불편해 10년 가까이 병원(현대아산병원) 생활을 하고 있다. 사실상 맏며느리인 이정화씨 등 며느리들이 틈날 때마다 병실을 들여다보고 있다. hyun@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김성곤·최광숙차장 안미현·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 [재계 인사이드] 재벌총수 튀는 아이디어 어디서 얻나

    [재계 인사이드] 재벌총수 튀는 아이디어 어디서 얻나

    40대 재벌 총수들의 사업 아이디어 발굴처가 이색적이다. 코오롱 이웅열(48) 회장은 미국 드라마 ‘섹스&시티’를 보면서 명품의 세계적 트렌드를 파악한다.‘섹스&시티’는 4명의 뉴욕 독신 여성들의 자유로운 연애담을 그려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크게 인기를 끈 여성 취향의 드라마. FnC코오롱은 다음달부터 ‘섹스&시티’의 여주인공들이 열광했던 50만원대의 구두브랜드 ‘지미추’를 수입,판매한다.평소 명품에 관심이 많은 이 회장은 “당장 명품을 만들고 싶지만 하루아침에 될 수 있는 일이 아니어서 세계적인 기업들의 노하우를 배우고 있는 과정”이라고 코오롱의 명품 수입 사업에 관해 밝힌 바 있다.이 회장은 ‘섹스&시티’를 그리 재미있게 보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SK 최태원(44) 회장은 지난달 29일 경기도 용인의 SK아카데미에서 열린 신입직원과의 대화 시간에서 일본 만화 ‘미스터 초밥왕’을 독파했다고 밝혔다.책을 한권 추천해 달라는 신입직원의 부탁에 최 회장은 “지금 읽고 있는 책이 하나 있는데 경영에 관해 많은 것을 생각나게 한다.”면서 ‘미스터 초밥왕’을 추천한 것이다. ‘미스터 초밥왕’은 재작년 신라호텔에서도 임직원 교육의 필독서로 채택된 바 있다.만화의 내용은 신참 요리사인 쇼타가 가업인 초밥집을 이어받아 당대 최고의 요리사가 되는 지난한 과정을 그리고 있다.작은 초밥 하나에도 애정을 담는 장인정신과 인간성이 바탕이 된 직업윤리 등을 담고 있어 기업 경영에 교훈이 되는 내용이 많다. 덕분에 SK그룹 싱크탱크인 SK경영경제연구소 모든 임직원들도 총 44권에 이르는 ‘미스터 초밥왕’을 마스터했다는 후문이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그것이 알고싶다] 전차 영웅시대

    대한민국 경제사의 기적과 신화를 이끈 두 재벌 총수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과 삼성그룹 이병철 회장이 청년시절 만났다면 어떤 꿈과 야망을 나눴을까? ‘불새’후속 MBC 특별기획 대하드라마 100부작 ‘영웅시대’(극본 이환경· 연출 소원영) 촬영이 한창이던 지난 24·25일 중국 상하이(上海).차인표와 전광렬 두 배우의 ‘카리스마 대결’로 촬영장은 후끈 달아 올랐다.중국 현지 촬영분은 맨주먹 하나로 세계 굴지의 기업군단을 일군 뒤 남북협력사업과 대통령 후보에까지 뛰어든 천태산(차인표)과 선진 사업철학으로 세계 제일의 기업을 창조해낸 국대호(전광렬)의 젊은시절 회상장면.둘다 중국으로 건너와 세계 제일의 기업가가 되기 위한 꿈을 키우며 성장한다.그 불꽃 튀는 연기 대결의 현장 모습을 전한다. #하나:꿈속의 라이벌 24일 오후 상하이를 관통하는 황푸장(黃浦江) 하류의 섬 푸싱다오(復興島)의 한 부둣가.색바랜 작업복 차림의 차인표가 화물선 갑판 위를 걷던 중 배 위에 서있는 말쑥한 정장 차림의 전광렬을 발견한다.선진 문물을 배우기 위해 중국으로 건너온 차인표가 가슴 속의 라이벌 전광렬이 먼저 중국에 와 있다는 소식을 들은 뒤 꿈을 꾸는 장면.“국형! 이제 오시오?” “아니,자네는?” 전광렬,빙그레 웃더니 화물선 뱃머리 아래로 내려온다.마주 보는 두 배우.그러나 PD의 ‘컷!’소리.“전광렬씨,실감이 안나! 마지막 웃음소리를 좀더 여운이 남게 끌어.차인표씨는 카메라가 안 비 추더라도 대사 좀 같이 쳐주고!” 둘은 나란히 서서 끝없는 수평선을 바라본다.그리고 서로 천하제일의 기업가가 되겠다고 장담하며 멋들어지게 어깨 동무를 하며 촬영을 마무리 지으려 하는데….“컷! 찍으면 뭐해.중국인 엑스트라들 때문에 죽겠네.어휴∼말도 안 통하고…”PD의 한마디.화면 뒤 배경으로 나오는 중국 엑스트라 100여명이 문제였다.무거운 상자를 드는 것처럼 연기해야 하는데 텅빈 상자 안쪽이 고스란히 보이게 대충대충 들고,걷는 자세도 느릿느릿.‘만만디’가 따로 없다.10여차례의 ‘NG’ 끝에 이번에야 ‘OK’사인을 자신했던 차인표와 전광렬,연신 허탈한 웃음을 지우지 못한다.중국어를 할 줄 아는 스태프가 나서서 엑스트라들에게 겉이 막힌 드럼통으로 바꿔들게 하고 나서야 “OK!” #둘:만주 방문 25일 오후 상하이 처둔(車墩)세트장.영화 ‘아나키스트’의 촬영장소이기도 했던 이곳은 150만여평의 대지 위에 1930년대 중국의 거리와 가옥,전차 등의 모습을 실물 크기로 완벽히 재현해 놓았다.극중에서는 전광렬이 만주로 가 조선상인들이 모여 있는 재래시장 등을 둘러보고 미래를 구상하는 장소.이날 촬영에만 중국 엑스트라 400여명과 당시 자동차,인력거,달구지 등 엄청난 양의 소품이 동원돼 1930년대 만주 모습을 똑같이 연출했다.그러나 이번에는 취재진이 문제.전광렬이 극중 조선 상인 임동호(최재호)와 함께 ‘절강로교’(浙江路橋)란 이름이 붙은 아치형 철교를 건너오는데….“컷! 카메라 플래시가 화면에 들어왔잖아! 누가 카메라 플래시 터뜨렸어요?” 무안해하는 취재진.슬그머니 자리를 뜬다. #셋:‘영웅’들의 드라마 ‘영웅시대’는 천태산과 국대호,두 인물을 중심으로 일제시대부터 격동기를 거쳐 현재에 이르는 한국경제사를 다룬 대하드라마.차인표가 맡는 천태산역은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을,전광렬이 연기하는 국대호는 이병철 전 삼성그룹 회장의 삶을 각각 모델로 삼아 기획단계에서부터 화제를 모았다.두 재벌 총수의 소소한 가족사,자식의 출생의 비밀은 물론 과거 두 기업의 군사정권과의 정경유착 문제까지 다룰 예정이어서 삼성·현대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드라마다. 글 상하이 이영표기자 tomcat@ ■‘호암’연기 두근두근-‘국대호’역 “개인적으로 한국 기업경영의 교과서 같은 인물을 연기하게 돼 어깨가 무겁습니다.” 고 이병철 회장을 모델로 한 국대호 역을 맡은 전광렬은 “언론통폐합 때 이 회장이 동양방송(TBC)을 군사정권에 뺏기는 현장에 내가 있었고,당시 눈물을 흘릴 정도로 가슴아팠던 기억이 있다.”며 촬영에 임하는 소감을 밝혔다.그는 광주민주화운동이 발발한 1980년 TBC 22기 공채 탤런트로 연기자의 길로 들어섰다. 여태껏 차분한 역할 위주로 연기를 해온 그는 오랜만에 강한 이미지의 캐릭터를 연기한다.“출연 계약을 하고 난 뒤 줄곧 이 회장과 삼성에 대한 연구와 자료수집을 했어요.이 회장은 단순히 알려진 것과 다르더라고요.” 연기를 하면서 또 다른 이 회장의 모습을 발견하고 짜릿한 긴장감마저 느꼈단다. 그는 “용기·신념·주도면밀한 추진력 등 ‘인재제일’의 경영철학과 예술에도 관심을 가졌던 고 이회장의 모습이 국대호라는 인물을 통해 새롭게 시청자들에게 보여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고 덧붙였다. “‘허준’ 출연 때는 ‘침술 드라마’ 가 아니냐는 우려와 지적을 받았죠.그런데 결국은 시청자에게 감동을 줬잖습니까?‘영웅시대’도 ‘재벌드라마’라는 주위의 우려는 곧 사그라질 거예요.” ■왕회장? NO 허구적 인물-‘천태산’역 “꿈을 키우는 청소년,경제문제로 고통 받는 실직자들이 이 드라마를 보고 꿈과 희망을 얻길 바랍니다.” 25일 저녁 상하이 성창(勝强)호텔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만난 영화배우 겸 탤런트 차인표는 “큰 드라마의 큰 역할을 맡아 어깨가 무겁다.”고 중국 현지 첫 촬영 소감을 밝혔다.그는 고 정주영 회장을 모델로 한 배역에 부담이 가지 않느냐는 질문에 “정주영 회장 역이었으면 출연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천태산은 완전한 허구의 인물이며 계속 그런 생각으로 연기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그렇기 때문에 촬영에 들어가기 전 정주영 회장과 현대 그룹에 대한 어떠한 연구나 자료 수집도 일절 하지 않았다고 했다. “4500만명이 보는 드라마보다는 15억인구가 보는 드라마에 매력을 느꼈죠.한국에서는 30대 후반이 넘어서면 ‘사극’ 캐스팅만 들어올 뿐 드라마 주인공에서는 밀려나기 일쑤죠.중국에서는 40대 전후가 배우로서 제일 각광받는 나이예요.”‘영웅시대’ 출연 계기도 최불암이 바통을 이어받기 전인 ‘젊은’ 천태산의 모습만 연기하기 때문이란다. “당분간 중국활동에만 전념할 겁니다.하지만 ‘영웅시대’와 같이 좋은 작품이 있으면 언제라도 국내팬들에게 인사드릴 거예요.” 이영표기자˝
  • 경총 세대교체 '태풍’

    재계의 노사관계 정책을 대변해온 한국경영자총협회에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오는 24일 경총 차기 회장에 선출될 동양제철화학 이수영(63) 회장의 취임을 앞두고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이 차기 회장은 16일 상근 부회장에 김영배(48) 전무를 내정한 것으로 알려져 경총 사무국에 인사 태풍을 예고했다.김 전무의 상근 부회장 발탁은 경제단체로서는 처음으로 ‘40대 부회장 시대’를 여는 셈이다. 이 회장은 조남홍(68) 상근부회장의 경기고 후배로,직급과 나이 등을 고려할 때 김 전무 선택이 불가피한 것으로 전해졌다.김 전무가 상근부회장 자리를 승계할 경우 경총 사무국은 연쇄 자리이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지난해부터 사직 의사를 피력해온 우종관 전무가 물러나는 것으로 내부 결론이 난 상태다.여기에다 이동응·김정태·최민형 상무도 내부 승진이나 퇴직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오랫동안 홍보업무를 맡아온 최재황 홍보본부장도 3월 말까지만 근무하고 자격증을 살려 노무사 사무실을 개업할 것으로 알려졌다.경총은 17일 이사회를 열어 내부 논의를 거친 뒤 24일 총회에서 새 임원진을 최종 확정한다. 경총이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를 단행하면 재계는 ‘60대 총수’에 이어 ‘40대 부회장’시대가 열리면서 경제단체 간부의 연소화가 대세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이종락기자 jrlee@˝
  • [임영숙 칼럼]검찰 개혁 이제 시작이다

    지난 2월 새 정부의 내각이 구성될 무렵이다.역대 정부에서 몇차례 장관 후보로 거론됐던 것으로 알려진 한 선배가 말했다.친지로부터 “당신은 이제 거물이라 장관 후보에 오르지 않는 모양이다.”는 전화를 받고 “내가 무슨 거물이냐.”했더니 “거물(巨物)이 아니라 거물(去物)이라는 뜻”이라는 대답을 들었다는 것이다. 이 선배의 이야기에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폭소를 터트렸다.그리고 씁쓸한 표정으로 “맞아.우리 모두 거물이야.”라며 고개를 끄덕였다.50∼60대가 모인 자리였다. 사시 23기인 강금실 법무부장관이 임명된 이후 검찰 인사를 둘러싸고 벌어진 소동이 마무리단계에 들어선 듯싶다.새 검찰 총수로 송광수 전 대구 고검장이 내정된 데 이어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간부 인사가 11일 발표됐다.이번 인사로 사시 12∼14회가 주축이던 검찰 지휘부가 사시 13∼18회로 젊어지고 많은 ‘거물'들이 배출됐다. 오랫동안 검찰 몫이었던 법무장관에 판사 출신의 40대 여성이 임명되자 파격적인 서열파괴인사가 실시될 것이라는 예측으로 검찰이 반발하고 급기야 사상 유례없는 대통령과 평검사의 ‘맞장뜨기’대화가 TV로 생중계되고 그 결과 검찰총장이 옷을 벗은 후 이루어진 인사다.검사장급 이상 38명이 교체된 사상 최대의 물갈이 인사로 선후배의 자리가 뒤바뀐 충격에 따른 반발움직임도 있지만 여진이 오래 가지는 않을것 같다. 이번 인사가 검찰에는 충격적이겠지만 사실 검찰 개혁의 작은 출발점일 뿐이라고 할 수도 있다.검찰 개혁이 본격화되지 않는다면 검찰 수뇌부가 조금 젊어졌다는 것이 국민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검찰 개혁의 핵심은 검찰이 이른바 ‘정치권력의 시녀’에서 벗어나 ‘사회정의의 실현자,인권옹호의 파수꾼’으로 독립하는 것이다.검찰의 독립성이 검찰의 조직이기주의를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을 위해 확보돼야 하는 것이다.이를 위해서는 대통령이 약속한 대로 검찰청법을 개정해 법무부장관 자문기구인 검찰 인사위원회를 실질적인 심의기구로 격상시켜 검찰개혁을 제도화해야 한다. 검찰개혁은 더 나아가 판사 변호사 조직을 포함한 법조개혁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한번의 시험으로 평생 특권이 보장되는 사시제도의 문제점과 이른바 법조3륜의 폐쇄성의 병폐를 깨트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그 대안으로 지금까지 제시돼온 로스쿨 제도 도입,사법고시 철폐,변호사 경력자 중 판·검사 임용,판사 계급제 철폐 등 법조계의 근본적인 구조개혁을 시간이 걸리더라도 추진하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도개혁보다 앞서 검찰이 현실을 직시하고 의식변화를 먼저 이루어야 할 듯싶다.이번 검찰 인사파동에서 얻은 중요한 수확은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모두가 공감했다는 것,그리고 검찰과 국민의 인식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검찰로서는 치욕적인 유행어 ‘검사스럽다’가 인터넷에 떠돌 만큼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실망이 표출되고 있는데도 “검찰이 왜 이렇게 개혁의 대상으로 낙인찍혔는지 모르겠다.”는 검사의 푸념이 아직도 나오고 있다.우리 사회 구석구석이 변화하고 있는데 검찰은 오랫동안 호두 껍데기처럼 단단한 장벽 속에 스스로 갇혀 있지 않았나 되돌아보아야 할 것 같다. 물론 일부 정치검사들의 잘못으로 추락한 검찰 이미지 때문에 검찰 조직의 모든 사람을 개혁대상으로 몰아붙이는 듯한 분위기 또한 위험하다.단순히 나이나 기수로 도덕성과 부도덕성을 가르는 것도 적절치 않다.일방적인 몰아붙이기는 사회의 건강성을 해친다. 이번 검찰 인사에서 ‘거물'이 된 사람이 분노에 가득 찬 마음에서 옷을 벗기를 거부하는 게 아니라 후배 상관 밑에서 소신껏 일할 수 있다는 신념에서 자리를 지키는 모습을 보고 싶다.진정한 검찰개혁은 거기서부터 시작될 것이다.지나친 기대일까. 미디어연구소장 ysi@
  • [노무현시대의 개혁-재벌] ③ ‘황제경영’구각 벗자

    ‘재벌에는 전문경영인이 없다?’ 재벌 총수들의 ‘황제식 경영’이 외환위기를 불러왔다는 지탄이 잇따르면서 지난 5년간 오너들은 책임경영 강화 차원에서 전문경영인들에게 많은 권한을 넘겨줬다.그러나 알맹이의 변화없이 형식적인 ‘립서비스’에 그쳐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는 지적이다. 전문경영인들이 여전히 총수의 ‘총대’ 역할에 그치고,충성도에 따라 운명이 결정되는 ‘얼굴마담’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주주보다 총수의 눈치를 살피며 ‘예스맨’으로 전락한다는 지적도 있다. 사외이사제의 유명무실,이사회를 우습게 여기는 총수,적은 지분으로 계열사들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재벌시스템이 전문경영인의 역할과 책임을 제도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오너 충성도가 좌우 해마다 재벌들의 인사내용을 보면 비서실이나 구조조정본부 출신들이 전문경영인으로 발탁되는 경우가 적잖다. 능력보다는 충성도가 높은 측근과 가신을 더 신뢰하기 때문이다. 삼성이 지난 13일 실시한 사장단 인사 가운데 승진자 9명중 5명은 옛회장 비서실 출신이다.양인모(梁仁模) 삼성엔지니어링 부회장을 비롯,SDS 김인(金仁) 사장,삼성전자 국내영업부 이현봉(李鉉奉) 사장,삼성코닝정밀유리 이석재(李錫宰) 사장,삼성벤처투자 김상기(金相基) 사장 등이 한때 비서실에 몸을 담았다. LG도 서경석(徐京錫) LG투자증권 사장,이헌출(李憲出) LG카드 사장,남용(南鏞) LG텔레콤 사장,심재혁(沈載赫) 한무개발 사장 등이 옛 회장실 출신이다.SK그룹의 김창근(金昌根) SK㈜ 사장은 구조본 출신으로 현재 구조본부장을 맡고 있다. ●친정체제 구축의 걸림돌 현대백화점 이병규(李丙圭) 사장은 최근 정몽근(鄭夢根) 회장의 장남인 정지선(鄭志宣) 부사장이 총괄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물러났다.오너 2세 등장에 전문경영인이 바뀐 것이다. 경영실적보다는 오너의 일선경영 등장에 껄끄럽다는 이유로 물러난 것으로 알려져 전문경영인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 예이다.그러나 백화점측은 “정 부회장은 계열사의 독자경영을 독려하며 조정하는 역할만 한다.”고 밝혔다.그는 현대백화점의 발전에 기여하고 소비자에게 고급백화점으로 인식시키는 데 성공한 전문경영인으로 불렸다. ●이사회는 ‘거수기’ 오너에게 밉보인 전문경영인은 더 이상 미래가 없다.재벌에는 인사원칙보다는 총수 ‘맘대로’ 인사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전문경영인들의 재임기간이 짧다.매킨지에 따르면 국내 전문경영인의 평균 재임기간은 2.9년으로 미국(6.4년)과 일본(4.6년)에 비해 크게 짧다. 현대상선 김충식(金忠植) 전 사장은 현대건설 유동성 위기 때 지원을 거부하고 금강산 사업에서 손을 떼는 등 독자적 행보를 걷다가 경질됐다. 겉으로는 본인의 의사에 따라 물러났다고 하지만 오너와의 갈등이 가장 큰 배경이었다. 박세용(朴世勇) 인천제철(현 INI스틸) 전 회장의 인사는 가히 충격적이다.그는 2000년 말 현대그룹 구조조정본부장에서 현대자동차 회장으로,다시 인천제철 회장으로 전보됐다.그룹 최고위급 경영인이 불과 닷새만에 두번이나 인사조치된 것은 상식밖의 일이었다.오너 형제의 파워게임에 박 전 회장만 애꿎게 피해를 본 것이다. 40대 전문경영인으로 주목받았던 이계안(李啓安) 현대자동차 사장은 이사회를 거치지도 않은 채 바뀌었다. 이처럼 총수와 전문경영인의 관계가 어느 정도로 차이가 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일화도 있다.정태수(鄭泰守) 한보 회장은 청문회에서 전문경영인을 빗대 ‘머슴론’을 말해 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그러나 총수와 전문경영인의 관계가 전부 그런 것은 아니다.고 최종현(崔鍾賢) SK 회장은 6공 비자금사건과 관련한 검사의 질문에 손길승(孫吉丞) 현 SK 회장을 두고 “그는 부하가 아니라 사업동지”라고 말한 일화는 유명하다. 그래도 인사권을 갖고 있는 오너에게 전문경영인이 ‘NO’라고 항명하기에는 아직 국내 인사풍토가 성숙되지 않았다는 게 지배적 평가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총수의 전횡을 막을 수 있는 이사회 기능을 제대로 살리지 않는 한,전문경영인들은 앞으로도 총수의 눈치나 살피는 구태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kdaily.com ◆존폐 도마 오른 구조본부 “오너의 전위조직이다.” “순기능은 말하지 않고,나쁜쪽만 부각시키는 것은 문제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재벌 구조조정본부 해체 유도’ 발언 이후 구조본이 재벌개혁의 도마 위에 올랐다.오너만을 위해 일하는 구조본은 해체돼야 한다는 게 개혁론자들의 논리다.반면 대기업들은 구조본이 중복투자 방지,계열사 구조조정 유도 등의 순기능을 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이를 반박한다. 구조본은 단순히 회장인 오너를 보좌하는 순수 비서업무에서부터 전략기획,인사,홍보,경영관리,구조조정 등 그룹의 모든 업무를 관할하는 ‘관제센터’다.비서실,기획조정실,종합기획실 등의 명칭으로 불리던 외환위기 이전에 비해 달라진 점은 거의 없다. 삼성은 외환위기 이전 비서팀,재무팀,인사팀,감사팀,기획홍보팀 등 5팀 체제의 비서실이 현재는 비서팀,재무팀,인사팀,경영진단팀,홍보팀,법무팀,기획팀 등 7팀 체제로 강화됐다.인원은 삼성 100여명,LG 54명,SK 40여명으로 외환위기 이전보다 다소 줄었다. 대부분 구조본 인력은 외형상 계열사 소속으로 월급을 소속사로부터 받는다.개혁론 입장에서는 이 대목도 문제다.사실상 회장을 위한 구조본 소속인원의 월급을 계열사에서 지급하는 것은 엄청난 주주권리 침해라는 지적이다. 일부 인사들은 “막강한 파워에 비해 경영실책에 대한 책임은 ‘쥐꼬리' 만큼도 지지 않는 곳이 구조본”이라면서 “외국에서는 주주들로부터 집단소송을 당할 사안”이라고까지 말한다. 기업들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구조본이 오히려 오너의 전횡을 막는다는 것이다.비서실이나 구조본 체제가 없다면 오너의 독단적인 판단에 따라 경영실패 우려가 있는 사업에 대한 투자가 이뤄질 수 있지만 이를 ‘걸러주는’ 조직이 구조본이라는 설명.또 상시구조조정 체제에서 계열사들의 ‘자사 이기주의’를 배척,구조조정을 이뤄내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라고 역설한다. 재계 관계자는 “대규모 기러기떼도 맨앞에서 방향을 선도하는 기러기가 있기 때문에 무사히 머나먼 여행을 마칠 수 있는 것”이라면서 “구조본은 수십개 계열사의 업무조정을 주도하면서 성장을 이끌어내는 중요한 조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처럼 총수의 막강한 권한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구조본이 총수의 결심에 대해 ‘노’라고 말할 수 있는 조직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는 게 중론이다.결국 재벌개혁의 핵심은 구조본의 해체 여부보다는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견제장치를 마련하는 게 급선무인 셈이다. 박홍환기자 stinger@
  • [클린 사이버 2001] (14)루머·유언비어 기승

    인터넷이 어느새 유언비어의 천국이 돼버렸다. 인기가수 B양은 요즘 동거설에 시달리고 있다.40대 음반제작자·20대 백댄서와 동거하고 있다는 내용의 유언비어가 인터넷사이트 게시판에 등장하면서 소문이 급속도로 확산됐다.동거내용을 상술한 ‘행운의 편지’형식의 e메일까지 나돌고 있다.그러나 일일이 대응할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직장인 정모씨(38)는 최근 인터넷 주식정보사이트에서 ‘코스닥기업 K사가 일본투자회사에 인수된다’는 내용을 보고 주식을 샀다가 낭패를 봤다.주가가 40%나 뛰었다가 사실무근으로 밝혀져 하한가로 돌변했기 때문이다. 사이버 세상이 쉴새없이 쏟아지는 각종 루머와 유언비어로 몸살을 앓고 있다.어디에서 시작됐는 지 모를 잘못된정보들이 익명의 공간을 타고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개인이나 기업들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주고 있다. ■흠집내기용 루머 확산= 연예인이나 정치인 등 유명인에대한 인터넷상의 루머는 단순한 비방·음해의 차원을 뛰어넘어 명예훼손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이들의개인 홈페이지나 팬클럽사이트·안티사이트 등에는 폭언이 섞인 악성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있다.특히 안티사이트에 올려진 루머들은 포털·커뮤니티 등 각종 사이트의 게시판이나 채팅방으로 퍼져 순식간에 사실인 것처럼 확산되는 위력을 갖는다. 유명가수나 탤런트 등의 동거·연예설과 성형수술설,원조교제·매춘·성폭행설 등 확인되지 않은 루머들이 사이트마다 확대·재생산되고 있다.인기그룹의 팬클럽들은 감정싸움을 벌이다가 상대방 홈페이지에 ‘섹스·몰카 비디오가 있다’는 내용과 함께 합성사진을 올려놓기 까지 한다. 교수나 평론가,언론인 등 지식인들에 대한 사이버상의 음해성 루머도 갈수록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TV나 신문을 통해 언급한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무차별적으로 욕설을 퍼붓거나 적대적인 루머를 유포시키기도 한다.지난달한 일간지에 ‘세무조사’와 관련된 칼럼을 썼던 작가 이문열(李文烈)씨는 자신의 홈페이지 게시판에 네티즌들이‘이씨는 한나라당 국가혁신위원회 소속이다’ ‘이씨도탈세했다’ 등의 인식공격성 루머를올려 곤욕을 치렀다. 이밖에 올해 초 미스코리아들에 대한 투시카메라 동영상유포나 ‘다이어트 파문’을 일으켰던 개그우먼 이영자의지방흡입술 관련소문도 인터넷 게시판과 e메일을 통해 확산돼 당사자들에게 정신적인 피해를 주기도 했다. ■정치루머도 확대= 국회의원 등 정치인의 홈페이지와 안티사이트는 각종 악성루머로 가득차 있다.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는 지난 3월 홈페이지에 ‘모월간지와의 인터뷰 발언’ 등 음해성 루머가 등장,곤욕을 치렀다. 최근 민주당 성명파를 비판했던 김민석(金民錫) 의원은 인터넷에 ‘김 의원이 권노갑(權魯甲) 최고위원을 만나 자금지원을 요청했다’는 루머가 뜨자 법적 대응을 검토하기도했다. 내년 4월 선거를 앞두고 지방자치단체장을 음해하는 루머도 급증하고 있다.경남 정무부지사는 홈페이지에 자신에대한 루머를 올린 게시자를 처벌해달라고 경찰에 수사의뢰를 했으며,충북 충주시 게시판은 30%가 음해성 루머로 채워져 실명제를 추진하고 있다. ■기업루머도 몸살= 대기업,외국기업에 대한 유언비어나 잘못된 소문은 증시에 영향을 미쳐 투자자들의 손해로 돌아오기도 한다. 올들어 ‘정보통신업체 H사가 보물선을 찾았다’는 등 보물선 관련루머가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더니 결국 투자자들의 피해가 속출했다.지난달에는 ‘양수기 제조업체 S사가가뭄으로 매출이 늘 것’이라는 소문이 인터넷 메신저를통해 퍼져 주가가 급등했지만 결국 S사는 양수기를 만들지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정현준·진승현 사건’ 당시 주식정보 사이트를통해 관련없는 벤처업체들까지 연루설에 휘말려 기업경영이 큰 타격을 받기도 했다.기업총수들에 대한 각종 루머도안티사이트를 통해 확산돼 사실여부가 밝혀지기도 전에개인과 기업에 불이익을 준다. ■명예훼손 등 신고급증= 남을 음해하는 잘못된 루머를 올린 게시자는 피해자가 명예훼손으로 검찰이나 경찰에 신고하면 처벌받게 된다.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에는 유언비어·루머 등과 관련된 명예훼손 신고가 매월 100여건 이상 접수된다.올해만도 40여명이 구속되거나 불구속 입건됐다. 지난해 폭행당한 딸의 어머니가인터넷에 억울한 사연을올린 뒤 딸의 이름을 도용,허위사실을 퍼뜨린 대학생 윤모씨(23)가 명예훼손으로 구속되는 등 크고작은 사건들이 뒤를 잇고 있다.남의 아이디(ID)와 연락처를 도용,게시판 등에 음란한 내용이나 루머를 올려놔 스토킹을 당하게 하는사건들이 속출,수사의뢰도 늘고 있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 불법정보팀 이문혁(李文爀) 팀장은“인터넷상에서 개인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나 루머에 대한 신고가 급증하고 있다”면서 “사업자나 운영자에게 시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내용이 삭제돼도 다른 곳으로 옮겨가기 때문에 근절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네티즌·업체 함께 나서야= 사이버상의 루머를 감시하기위해 게시판 운영업체들도 자체 모니터링 요원을 두고 있지만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홍윤선(洪允善) 네띠앙 대표는 “유언비어나 잘못된 루머를 감시할 인력이 부족할 뿐더러 명백한 거짓이 아니거나 뚜렷한 피해를 주지않았다면 무조건 삭제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업체들의 자정노력과 함께 네티즌들의 건전한인터넷사용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이용자들의 네티켓없이는 단속도 무용지물(無用之物)이라는 얘기다.사이버 인권감시단체인 한국사이버감시단(www.wwwcap.or.kr)은 네티즌 등 자원봉사자 800여명과 함께 허위사실로 판단되는 글에 대해 경고메시지를 주거나 사법기관에 알리는 등 권리찾기 활동을 벌이고 있다. 김미경기자 chaplin7@. ◎악성루머 뿌리뽑는 해결사. “인터넷에 확산되는 부정확한 정보나 근거없는 악성루머가 기업이나 개인에게 미치는 피해는 실로 막대합니다” 사이버 모니터링 전문업체 ㈜사이와쳐(www.cywatcher.com)의 송완주(宋完柱·27) 사장은 인터넷에 떠도는 허위정보나 루머의 심각성이 정도를 넘었다고 진단했다.송사장은지난해 외신·인터넷을 통해 잘못 알려진 정보때문에 기업의 주가가 폭락하고,‘연예인 비디오’ 등 유해정보가 넘치는 것을 보고 인터넷 루머를 모니터링하는 서비스를 고안,사업으로 연결시켰다. 송 사장은 대학동창들과 함께 개발한 ‘게시판 모니터링엔진’을 통해 매일 인터넷을 뒤져 특정 개인이나 기업에관련된 잘못된 정보를 실시간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있다. 정확성과 신속성을 바탕으로 유료서비스 2개월만에다국적기업과 대기업 등 10여곳을 고객으로 유치했다.정치인이나 연예인,주식 투자자들의 문의도 많다. 송 사장은 “익명성·파급성을 바탕으로 한 인터넷 루머는 개인의 인격을 침해하거나 기업 이미지를 손상시키는등 피해가 크다”면서 “많은 기업들과 개인의 피해사례가속출,회사가 문을 닫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보파급 효과가 가장 큰 인터넷의 특성상 허위사실이나 루머를 완전히 뿌리뽑기는 힘들 것”이라면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상시적인 모니터링을 통한 대응방안이 마련돼야 하며,네티즌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네티켓의정착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 사장은 기업들이 안티사이트에서 소비자들의 불만을접할 때 우선 귀를 기울이고,바로 답변을 하거나 잘못된정보라면 정정의견을 올리는 등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고조언했다. 그는 “앞으로 개인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를 강화하고,경제계 동향·뉴스정보 등을제공하는 컨설팅 서비스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 현대 계열사人事 파문 어디까지

    현대가 지난 14일 밤 이익치(李益治) 현대증권 회장을 전격 경질 내정한 이후 정몽구(鄭夢九·MK) 회장과 정몽헌(鄭夢憲·MH) 회장을 각각 따르는 임직원들간의 ‘갈등의 골’이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 재계에서는 MK와 MH계열 인사들의 파벌다툼이 오래 전부터 잠복해 왔고 ‘포스트 정주영(鄭周永)’ 시대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잠복기=재계 관계자는 “MK·MH계열 인사들은 각각 오랜기간 오너 형제들과 함께 일하면서 자연스럽게 두터운 인간관계를 형성했다”면서 “정 명예회장이 전권을 쥐고 있을 때 그룹내 파벌조성은 상상도 못했을 것”이라고말했다. 실제로 MK와 MH가 그룹회장으로써 전면에 나서기 전까지는 ‘MK계열’이니‘MH계열’이니 하는 말이 사내에서 우스개 소리로 나돌았을 뿐 대외적으로문제를 일으킨 적은 없다.계열사의 모든 일이 정 명예회장의 카리스마와 강력한 리더십 아래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정 명예회장이 동생인 정세영(鄭世永) 회장에게 그룹 총수자리를 물려준뒤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때도 두 계열간대립은 나타나지 않았다. ◆표출기=98년 4월 정부 시책에 따라 소그룹 분리계획이 발표된 것이 계기로 보인다.현대는 ‘그룹’이란 용어를 쓰지 않고 향후 자동차,전자,건설,중공업,금융 및 서비스 등 5개 소그룹으로 나눠 경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구조조정을 하면서 83개 계열 및 관계사가 지난해말 31개사로 줄었고,7개사가 올해 상반기중 추가로 계열을 분리하거나 매각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임원들의 이동이 급증했고 전근자들이 친소(親疏)관계가 다른회사에 근무하면서 기존 MK·MH계열과 마찰을 빚기 시작했다는 것이다.정 명예회장을 모시던 ‘노장파’ 임원(50대 후반)들은 각자 MK·MH와 다시 인간관계를 맺어야 했고,MK·MH를 따르던 ‘소장파’ 임원(40대 후반∼50대 초반)들과 크고 작은 마찰을 빚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정 명예회장의 총애를 받은 임원들은 현장 경험이짧고 사장만 20년 이상 한 사람이 대부분”이라면서 “그만하면 이제 후배들에게도 기회를 줘야할 것 아니냐”고 털어놓기도 했다. ◆심화기=지난 1월 박세용(朴世勇)현대자동차 회장이 계열분리 예정인 인천제철로 떠나고,최근 이익치 회장이 고려산업개발로 내정 발령나면서 MK·MH계열의 대립이 격화됐다.박·이 두사람은 능력도 있지만 정 명예회장이 공들여 키운 전문경영인이며 업무적으론 MH쪽에 가까운 인사로 불렸다. 박 회장이 인천제철로 갔을 때 현대내에서는 믿었던 MH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소문이 나돌았다.이 회장의 경우는 MH의 신임이 두터운데 MK쪽에서 밀어낸것으로 알려졌다.이 일로 MK가 이끄는 현대자동차의 임원과 MH가 대주주로있는 현대증권 임원들간 ‘대리전’양상이 벌어지고 있다.주말쯤 MH 귀국후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지 주목거리다. 육철수기자 ycs@
  • [21세기 초일류 전문기업] LG전자

    ‘미스터 디지털’ ‘디지털 전도사’.LG전자 구자홍(具滋洪)부회장에게 따라다니는 별명이다.구 부회장이 주재하는 회의마다 ‘디지털로 시작해 디지털로 끝난다’고 해서 이같은 별명이 붙었다. LG전자는 총수의 디지털에 대한 열정때문에 국내 경쟁사를 제치고 ‘선수(先手)’를 치고 있다.지난 6월 국내기업 최초로 ‘디지털 경영 선포식’을가진 것이 대표적 사례다. ■디지털 시장을 선점한다 구 부회장이 디지털에 매달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아날로그에서는 영원한 후발주자였지만 디지털만큼은 선진국과 출발선이 같아 일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규모도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다.디지털TV 한 품목만 봐도 오는 2006년 국내 시장이 22조원,세계시장이 3,774억달러(452조원)에 이른다.김영수(金英壽) 홍보담당 상무는 “디지털TV는 초기 세계시장만 선점하면 2010년께는세계시장점유율 30%를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LG전자는 연구개발(R&D)도 디지털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이 회사 안승권(安勝權) 기술지원담당 상무보는 “디지털 부문의 R&D비중을 올해약 60%,내년에는 70%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LG전자는 현재 전체 10% 정도인 디지털 가전의 매출을 2005년에는 55%로 높일 계획이다.또 2005년 디지털TV는 세계시장의 20%,PDP(벽걸이)TV는 16%,완전평면 모니터는 25%를 점유한다는 야심찬 목표를 정했다. ■백색가전,수출로 활로 뚫는다 냉장고 세탁기 등 백색가전은 이미 국내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만큼 LG전자는 수출로 눈을 돌리고 있다.현재 LG전자의전체매출 가운데 수출비중은 75%.앞으로 이를 8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잠재력이 높은 중국과 인도가 집중공략 대상이다.LG전자는 96년 중국에 7억4,800만달러 어치를 수출했으나 지난해 13억1,000만달러를 수출했고 올해에는 17억달러를 예상하고 있다.김영수 상무는 “중국 가전시장은 2∼3년안에국내 내수시장과 맞먹을 만큼 거대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95년 인수한 미국 제니스(Zenith)가 최근 정상화의 길을 걸으면서 LG전자는 북미시장 공략의 채비도 갖추고 있다.구 부회장은 “당분간미국내 90% 인지도를 보유한 제니스 브랜드를 활용,미국시장을 공략하겠다”며 “미국현지에서 컨설턴트를 고용,향후 LG와 제니스의 미국시장 전략을 수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종합 멀티미디어사를 지향한다 최근 LG그룹이 데이콤 지분을 매집,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LG전자가 상당한 몫을 했다.이에 대해 구 부회장은 “디지털TV,PDP TV 등 디스플레이와 정보통신 분야의 시너지효과를 기대하고있다”고 밝혔다.이 말은 데이콤 인수가 단순히 유선통신사업 진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유무선 통신 및 인터넷 사업을 포괄하는 종합통신서비스를 겨냥하고 있음을 말해준다.이 회사 정병철(鄭炳哲)사장은 “LG전자=가전회사란 등식은 틀렸다”고 규정했다.정 사장은 “광 저장장치나 디지털 디스플레이,노트북PC를 가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LG는 종합 멀티미디어사를 지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영도 ‘디지털’ 다소 보수적이라는 평을 들어온 LG전자에는 지금 도전과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이같은 기업문화는 인사에서부터 드러나고 있다.구 부회장은 지난 6월 “국내 대기업 최초로 스톡옵션(Stock Option)을 도입하고 인재 스카웃을 위해 연봉과 별도로 상한선이 없는 계약금을 주는 ‘사이닝(Signing) 보너스’도 채택하겠다”고 선언했다.이어 지난 17일 기자간담회에서는 “앞으로 젊은 인재를 발탁하고 여성과 해외영업 직원을 임원으로 승진시키겠다”고 말했다. 아날로그 시대에 ‘국내 챔피언’에 올랐던 LG전자가 디지털 시대를 맞아‘세계 타이틀’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추승호기자 chu@ ■21세기 일류가 되려면 LG전자엔 아직까지 ‘금성사’의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있다.30∼40대 이후중장년층에게는 “가전은 역시 금성”이란 인식이 박혀 있다. 그러나 요즘 신세대에 소구할 수 있는 제품이 없다.LG전자 관계자도 “미니카세트 ‘아하프리’ 외에 신세대 이미지의 제품이 없다”고 고민을 토로했다.신세대는 미래의 주소비층인만큼 이에 대응할 제품의 개발이 절실하다는지적이다. 또 종합 가전메이커로서 해외에서 브랜드 인지도가약하다는 점도 보완해야 할 점이다.특히 미국에서는 경쟁사인 삼성전자에 비해서도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진다는 평이다.때문에 LG전자측은 “미국 제니스사가 적자에 시달리는통에 미국시장 공략이 차질을 빚었다”며 “제니스의 구조조정이 완료된만큼 앞으로 미국에서도 본격적으로 LG브랜드를 홍보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푼돈만 버는’ 장사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게 업계 충고다.LG전자의 순이익률은 2%에 채 못미치는 수준.GE(제너럴일렉트릭)의 순이익률 12%수준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고부가가치 제품의 개발이 절실함을 알수 있다. 추승호기자
  • 매체 접촉(IMF시대의 자화상:13)

    ◎신문 읽는 시간 하루평균 45분/관심있게 읽는 기사 정치·사회·경제 順/발행 면수는 24∼32면 호응도 높아 우리나라 사람들은 신문의 정치,사회면을 가장 관심있게 읽는 것으로 나타났다.신문읽는 시간은 하루 평균 45분 정도였다.신문 면수는 24∼32면을 적당한 것으로 평가했다. 적절한 면수에 대해서는 대한매일의 평상시 발행 면수인 24면(22.3%)의 호응도가 가장 높았다.이어 32면(21.4%),28면(17.5%)등으로 응답했다.36면은 8.8%,40면 10.7%의 호응을 보였다.20면이하가 적절하다는 응답도 16.2%나 됐다.요컨데 지면 확대가 독자를 늘리는데 큰 도움이 되지않는다는 자료라 할 수 있다. 순서대로 두 가지를 고르도록한 질문에서 가장 관심있게 읽는 기사는 정치 22.1%,사회 19.7%,,경제 14.4%,스포츠 9.4%,TV 연예 5.0%,여성 가정 4.6%등으로 조사됐다.응답했다.하지만 두번째로 관심을 가진 면까지 포함했을 경우 사회 37.3%,정치 29.8%,경제 28.1%,스포츠 20.5%등으로 나타나 사회면에 대한 고른 관심도를 반영했다. 남자들은 정치기사(31.4%),여자는사회면 기사(24.3%)에 가장 관심이 많았고 20대 남자들은 스포츠기사(27.7%)를 가장 선호했다.연령대별 정치기사의 관심도는 20대 13.4,30대 19.0,40대 29.1,50대 33.2%등으로 나이가 들수록 정치기사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직업별로는 자영업자(30.6%)의 정치면 관심도가 화이트칼라(24.7%)보다 오히려 더 높았다. 하루 평균 신문구독 시간은 31∼60분이 28.0%으로 가장 많았고 21∼30분 26.1%,10분이하 16.8%,1시간∼1시간 30분 12.4%,1시간30분이상 9.2%등으로 평균 45분정도였다.여자(37분)보다 남자(53.8분)가,20대(21∼30분)보단 30∼50대(31∼60분)가 더 열심히 신문을 읽는 것으로 나타났다.또 중졸이하 학력자는 40.6%가 ‘10분이하’로 응답해 교육 수준별로도 큰 차이를 보였다. 가로쓰기에 대해서는 61.7%가 좋다고 했고 세로쓰기를 좋아한다는 반응은 13.4%였다.가로쓰기는 남녀 모두 나이가 적을 수록 좋아했고 특히 대학 재학생(71.4%)과 미혼자(70.3%)층에서 호응도가 높았다.한글세대의 또다른 특징을 엿볼 수 있게하는 단면이다. 한자사용 여부에 대해서는 57.7%가 제한적으로 한자를 혼용하는 현 체제를 선호했다.더 줄여야 한다는 반응도 28.9%나 됐다. ◎여성은 드라마 남성은 뉴스/TV프로 선호도 뉴스·드라마·스포츠·영화 順/시청시간 하루평균 2시간50분·주말 4시간25분 “여성은 드라마,남성은 뉴스.미혼자는 드라마,기혼자는 뉴스.” TV 프로에 대한 시청자의 선호도를 단순화할 경우 나타나는 현상의 일부다. 즐겨보는 TV프로를 두 가지 고르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64.9%가 뉴스를,54.5%가 드라마를 꼽았다.이어 18.9%가 스포츠,13.7%가 영화,12.3%가 다큐멘터리,11.4%가 코미디,7.9%가 쇼를 들었다.반면 일반교양(3.7%) 토론·대담(3.4%)등의 교육적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은 미미했다.뉴스 시청율이 높긴하지만 TV를 여흥이나 오락의 도구로 크게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TV 시청 시간에서도 이같은 사실은 확인된다.하루 2시간이 31.2%로 가장 많았고 3시간이 22.4%,1시간 이하가 19.9%등으로 하루 평균 2시간 50분정도 됐다. 또 주말엔 5시간 이상이 무려 42.5%나 됐고 3시간이 18.4%,4시간이 18%등으로 조사됐다.평균 4시간25분정도다.주말엔 주로 TV와 ‘씨름’한다는 얘기다. 남자들의 경우 나이가 들수록 뉴스 프로를 선호했다.30대 69.7%,40대 74.9%,50대 76.2%등이었다.20대는 드라마(55.4%)를 가장 선호했다.또 기혼자는 뉴스(71.2%),미혼자는 드라마(51.1%)를 선호했다.드라마의 주제와 흐름이 여성과 젊은층의 취향과 관심에 편중되는 이유를 발견할 수 있는 결과다. 다른 매체보다 TV를 가까이 하는 시간이 비교적 많다보니 TV의 광고효과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광고가 도움을 주느냐는 물음에 40.7%가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고 했고 3.1%는 ‘매우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전혀 도움이 되지않는다’,‘별로 도움이 되지않는다’는 반응은 2.2%와 18.7% 였다. 라디오의 청취에 대한 반응도 이채로왔다.‘전혀 듣지 않는다’는 응답자가 26.8%나 됐지만 하루 3시간 이상 청취한다는 응답자도 20.6%에 이르렀다. 1시간 정도가 31.9%로 가장 많았고 2시간은 16.8%였다.두 가지를 꼽으라는 질문에 즐겨듣는 프로는 역시 음악(62.2%)을 가장 많이 꼽았다.음악을 들으며 일을 하거나 공부하는데 익숙한 층이 많다는 얘기다.이어 뉴스(40.8%),코미디 꽁트,만담(17.5%),스포츠 중계(12.6%),일기예보(8.6%)등을 들었다.일기예보의 청취율이 높은 것은 자가운전자가 날씨와 교통정보를 얻는 수단으로 라디오를 크게 활용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PC(개인용 컴퓨터) 소유 여부 및 PC통신망 활용 정도/“집에 PC 소유” 43.8%/용도 서류작성·오락 順/통신망 이용 39% 저조 집에 PC를 갖고 있는 사람은 43.8%였다.교육수준별로는 대학생 71.8%,대졸 이상 54.2%등으로 고학력자가 역시 컴퓨터를 많이 가졌다.또 직업별로는 화이트칼라(52.5%)와 학생(71.8%)의 PC보유 비율이 높았다. 주로 어디에 이용하느냐며 두가지를 고르도록한 질문에는 67.2%가 서류 및 과제작성에 활용한다고 응답,이미 웬만한 직장이나 학교는 서류나 리포터를 컴퓨터로 작성토록 하는 분위기를 반영했다.머지않아 컴퓨터가 직장인이나 학생들에게 필수품이 될 것임을 시사하는대목이다.이어 게임 오락(32.8%), 인터넷 PC통신등 통신서비스(31%)프로그래밍(13.2%) 컴퓨터 음악청취(4.1%) 등에 활용했다. 주부들은 특히 게임 오락(56.3%)을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사용시간은 1시간이하가 51.7%,2∼3시간 28.1%,4시간이상 18.9%등으로 평균 2시간 25분정도 였다. 하이텔 천리안 유니텔 넷츠고등 PC통신망(39.6%)과 인터넷(34.1%)의 이용도는 비교적 저조했다.나이가 많은 사람일수록 이용도는 더욱 떨어졌다.아직까지는 특정인들만 한정적으로 사용하고 있음을 반영하는 내용이다.1주일에 한번 이상 이용한 분야를 모두 선택하도록 한 질문에서 PC통신과 인터넷을 통해 주로 이용분야는 자료검색(19.5%)이 가장 많았고 뉴스 매거진 정보 검색(12.6%) 스포츠 여행정보(12.5%) 방송연예 영화정보(12.3%)등이었다. ◎도서 및 음반 구입/“올해 도서 구입” 55.8%/‘1∼2권 구입’ 최다/소설이 45.3% 차지/올해 음반 구입 40% 우리나라 사람들은 도서구입엔 여전히 인색했다. 올해 책을 구입한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 55.8%만 책을산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남(56.6%),여(55%)간에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기혼자(49.1%)보단 미혼자(75.9%)가 책을 많이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연령대별로는 연령이 높을 수록 책을 덜 샀고 직업별로는 화이트칼라(70.4%)와 학생(84.6%)을 제외하고는 책구입 경험이 없다는 응답자가 많았다. 도서 구입량도 미미한 수준이었다.1∼2권 구입자가 28.4%였고 3∼4권이 25.4%,5∼6권이 18.8%,7∼10권 14.6%,11권이상 11.7%등이었다. 도서 구입자의 평균 구입량은 4.8권이다.남자는 3∼4권(25.9%),여자는 1∼2권(31.5%)이 가장 많았고 나이가 적을수록 구입하는 책의 양이 늘었다. 구입도서의 종류를 모두 고르도록 한 질문에서 소설이 45.3%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이어 전문서적 34.3%,교양서적 28.1%,시집 9.5%,수필 9.4%등이었다.남자는 전문서적(45.7%)을,여자는 소설책(51.5%)을 주로 선택했다. 음반도 마찬가지였다.올들어 구입 경험자는 40.6%로 저조했다.연령대별로 20대가 61.9%로 음반 구입에 가장 적극적이었고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소극적이었다.또한 미혼자들(66.9%)과 화이트칼라(52.1%),학생(74.7%)의 구입율이 높은데 반해 기혼자(31.9%) 주부(29.8%)는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구입 총수는 29.6%가 3∼4개,25.8%가 1∼2개,22.4%가 5∼6개,14.4%가 7∼10개등으로 나타났다.중복 응답토록한 질문에서 음반 종류는 카세트테이프 73.5%,CD 47.8%,레이저디스크 1.6%등으로 조사됐다.
  • 그룹대변인:8/밤을 사냥하는 사람들(테마가 있는 경제기행:8)

    ◎진짜 홍보는 일과후에… “퇴근이 없다”/그룹내 대형사건 터지면 한달이상 호텔잠 일쑤/신문체크… 자료 배포… 「정보 살리기 죽이기」 반복 삼성그룹의 현명관 비서실장은 얼마전 『홍보가 이렇게 어렵고 힘든 일인줄 몰랐다』고 실토한 적이 있다.삼성건설·전주제지 등의 비홍보출신인 현사장으로서는 비서실장이 되면서 비로소 홍보라는 새로운 분야와 접하게 됐다.예전 인식속엔 홍보란 여론지도층들과 술이나 먹으러 다니는 자리정도로 자리매김돼 있었을지 모른다. 퇴근이 없는 사람들.홍보는 힘들고,그룹대변인들의 일상은 고달프다. 지난해 경제계를 강타한 비자금 사건때 모그룹의 40대 홍보임원 O씨는 한달동안을 호텔에서 잠을 잤다.그는 비자금 사건에 연루된 자신의 오너를 위해 이름 그대로 헌신적으로 뛰었다.언론에 자신의 오너를 나쁘지 않게 써주도록 로비하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다.그의 첫째 임무는 검찰과 정치권의 기류를 탐색하는 것.그는 나름대로 구축해 놓은 정보망을 활용해 총수에 대한 검찰·청와대의 처리방향을 감지하고 개인별 영향력,총수에 대한 호불호의 감정까지를 분류한 보고서를 작성했다.보고서를 보고,홍보의 방향을 선택하며 지침을 내리는 일은 총수의 몫이다. 비자금 사건은 매일매일 방향이 바뀌었다.그의 보고서도 매일 수정·보완돼야만 했다.총수가 선택한 홍보대상 인원의 절반도 그가 맡아야만 했다.총수의 검찰출두에 대한 현장지휘는 당연히 그의 일이다.검찰청사 앞에 포진해 있던 카메라 기자들에게 협조를 구하는 일도 남의 일은 아니다. 「한번 홍보면 영원한 홍보다」 홍보실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은 결국 마지막까지 홍보맨으로 남는다.「사람장사」가 기본인 업무의 성격상 홍보는 오래 한 사람일수록 유리한 탓에 한번 인연을 맺으면 끝까지 이길을 간다. 임원급 홍보맨들의 작업이 전략적이고,머리를 쓰는 일인데 비해 일반홍보실 직원들의 일은 물리적으로 숨가쁘다. 올해로 입사 4년차인 H기업 홍보실의 K씨(30)의 출근시간은 타부서보다 1시간 이르다.사무실에 도착하면 조간신문 뭉치가 기다린다.대개 전날밤 가판 신문에서 읽은 것이지만 안심할 수는없다.자신의 몫인 3∼4종의 신문을 훑는 것이 일과의 시작이다. 회사관련기사는 물론,주요 기업동태,업계동향,정책뉴스 등 정보가 될만한 기사는 빼지 않는다.선택된 기사는 컴퓨터에 입력,전부서가 열람하도록 컴퓨터 스크랩해야 한다. 신문체크가 끝나면 간단한 팀회의가 있다.이자리에서 팀간에 정보교환을 하고 대책이 논의된다.임원급은 1주일에 한차례 이상 그룹 홍보회의에 참석해야 한다. 상오에는 보도자료를 작성해 각 언론사에 배포한다.하루에 1건은 기본.회사이름이 하루에 한번이상 지면에 실리는 게 좋다.나쁜 기사라도 아예 안나는 것보다는 낫다는게 홍보철칙이다.하오에는 출입기자들을 상대한다.자료요청에 응하고,인터뷰를 주선한다.기자와는 「불가근 불가원」(부가근 부가원)이지만 기본 신뢰가 중요하다. 퇴근시간은 타부서와 같다.당직 한명만이 조간가판을 살피기위해 늦게까지 남는다.당직자는 하오 7시쯤 광화문 신문가판대에서 윤전기에서 막 빠져나온 다음날자 신문 가판들을 훑어보고 「큰 건」이 걸렸으면 바로 비상연락망을 가동한다.큰 건일 경우 책임자이하 모든 직원이 밤샘을 각오해야 한다. 퇴근은 없다.당직이 아닌날 퇴근과 함께 진짜 홍보가 이뤄진다.좋은 정보를 만들고,나쁜 정보를 죽이기위한 이들의 밤사냥이 시작되는 것이다.〈이순녀 기자〉
  • 사할린 원유·가스 생산지(시베리아 대탐방:70)

    ◎원유생산 파이프 수천개 지상에 “우뚝”/야산꼭대기까지 생산관련기계 널려/대륙붕 개발땐 「러」 생산량 10% 차지 사할린은 극동지역에서 유일한 원유와 가스 생산지다. 사할린 북쪽끝 오하시에 본사를 두고 있는 사할린 최대 석유회사 모르네프테가즈는 연간 원유 1백50만t,가스 15억㎥를 생산한다.그중 3분의 1은 한국의 유공을 비롯한 외국으로 수출하고 나머지는 인근 하바로프스크주의 콤소몰스크 나 아무레 정유공장으로 보낸다. ○연간 원유 150만t 생산 이 회사의 세르게이 보그단치코프 사장은 직원 1만3천명을 거느린 총수답지 않게 40대 초반의 젊은 나이다.91년 2만4천명이었던 직원수를 불과 몇년사이에 절반가량으로 줄였다.보그단치코프 사장은 『사할린 대륙붕 1·2공구의 본격개발이 빠르면 6∼7년내에 착수돼 생산량이 원유 3천만t,가스 2백50억㎥로 러시아 전체생산량의 10%를 차지하게 된다』고 강조한다. 산하회사인 오하 네프테가즈를 찾았다.미리 연락받은 선임 지질연구원 겐나디 마즈니친이 점심시간인 낮 12시를 넘기며 기다리느라무료한 듯 컴퓨터로 포커게임을 즐기다가 취재진이 들이닥치자 멋적은 듯 악수를 청하며 맞았다.이 회사의 생산현장은 8곳 모두 육지에 있고,중앙 오하지역 두곳에 박힌 원유생산 파이프만 1천개 이상이며 물과 수증기를 땅속에 넣어주는 파이프도 3백50개에 달한다.마즈니친씨는 『이 지역의 원유에는 파라핀 성분이 많아서 증기를 넣지 않을 경우 매장량의 20%밖에 채굴할 수 없지만 증기를 넣으면 60%까지 채굴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넓은 벌판과 산꼭대기까지 원유를 퍼올리는 기계로 가득하다.사람은 없이 기계가 스스로 쉴새없이 원유를 퍼올린다.증기 생산기 12대도 쉴틈없이 가동돼 시간당 80t 가량의 증기를 생산,파이프를 통해 공급한다.온도는 4백℃,압력은 35㎏/㎠다. 아직 바다에는 생산현장이 없다.97년 오돕투지역의 해상유전에 해상 플랫폼을 설치하지 않고 육지에서 비스듬히 파이프를 박아 원유를 빼낼 계획이다.처음 시도하는 방식이다.이곳의 원유가 육지에서 3㎞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매장돼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한다.기술적으로4㎞ 이내까지 가능해 육지에서 14㎞ 떨어져 있는 차이포지역에는 해상 플랫폼을 설치해야 한다.육지의 원유는 대부분 파내 이제 바다밑 것만 남았다고 한다. ◎사할린 교포가 지사장 회사소유 시추대가 6대 있지만 2대는 베트남에 가서 일하고 나머지는 얼지않는 남쪽 홀름스크와 코르사코프 앞바다에 2대씩 대피시켜놓고 있다. 그는 『페레스트로이카 이후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살기가 좋아진 반면 술마시고 게으름피우는 사람들은 살기가 어려워졌다』고 말한다. 유공해운 러시아 지사장 일을 맡고 있는 사할린 교포 김덕수씨(48)는 요즘 새로운 일을 추진하고 있다.사할린에서 생산되는 원유를 전량 국내로 들여와 정유시켜 내보내는 일이다.콤소몰스크 나 아무레에 정유소가 있지만 운영이 잘 안된다.궁극적으로는 사할린에 정유소를 세우는 편이 좋겠지만 장기적인 목표일 뿐 당장은 실현가능성이 없다고 보기 때문에 우선 쉬운 일부터 하면서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 나가자는 것이다. 김지사장은 천재들만 모인다는 아카뎀 고로독을 나온 석사 출신이다.그것도 소수민족에게는 금기분야였던 전자학과를 전공했다.사할린의 해양연구소 부소장까지 지내다 93년 연구소가 문을 닫자 고민끝에 유공해운 일을 맡아 극동지역 선박에 대한 해상급유시장을 거의 장악하다시피 하고 있다.해양연구소에 근무하면서 이 분야에 발이 넓고 유력인사들과 친분이 있다는 점이 큰 힘으로 작용한다. 사할린에서 원유가 발견된 것은 1891년.원주민들이 『냄새나는 물이 있다』고 해 러시아 탐사대가 시추공을 1백20m 깊이까지 박아 원유매장이 확인됐다.당시에는 시추공을 박는 일도 수작업에 의존했다.1923년부터 일본과 소련이 공동으로 생산을 시작했다.호수의 지표면부터 지하 7백50m까지 14개 저장층이 확인됐다.25년 이 지역이 소련 영토가 됐고 28년에 오하란 도시가 생겨났다. ○도시 전체가 흔적 없어 오하시의 인구는 3만4천5백여명.식료품공장 등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석유회사가 먹여살린다.발레리 아르초모프 오하 부시장은 『우리 세금수입은 거의 전적으로 석유회사의 영업성과에 달렸다』면서 소득은 높지만 운송비 때문에 물가가 비싸서 생활수준은 타지역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오하에서 수십㎞ 떨어진 네프테고르스크.한때 2천9백79명이 거주했던 석유도시였으나 지난해 5월 대지진과 함께 사라져버린 도시다.95년 10월9일자로 도시자체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주지사가 공표했다고 아르초모프 오하 부시장은 설명한다. 마을 뒤쪽으로는 공동묘지가 두 곳 있다.한곳에 6백∼7백명씩이 묻혀 있다.「나제즈다 마루카 시제르니코바 (44.4.15∼95.5.28) 블라디미르 마루카(71.5.24∼95.5.28)」 초라하게 꽂힌 나무묘비에 씌어진 내용이다.모녀가 지진으로 같은 날 유명을 달리한 것이다.부모와 두 딸 등 일가족 4명이 묻히거나 할머니 딸 손녀가 한꺼번에 변을 당한 경우 등 기구한 사연들도 많다.93년10월18일생 야나 루비네츠의 묘에는 강아지 인형이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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