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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정부·보모 등 ‘노동권 인정’ 길 열렸다

    국제 노동계의 마지막 숙제로 꼽혔던 ‘가사노동협약’이 16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유엔 유럽본부에서 열린 국제노동기구(ILO) 제100차 총회에서 채택됐다. 이날 총회에서 표결에 부쳐진 가사노동협약은 찬성 396표, 반대 16표, 기권 63표로 가결됐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총회에서 가결된 가사노동협약이 효력을 갖기 위해서는 2개 국가 이상의 비준이 필요하지만, 이미 필리핀과 우루과이가 비준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발효에는 문제가 없다. 이에 따라 전 세계 1억명 이상으로 추산되는 가사도우미와 보모, 개인 운전사, 요리사, 정원사 등 노동권 보호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가사노동자들이 일반 노동자들과 같은 수준으로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ILO의 공식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가사노동자는 약 5260만명이지만, 통계에 잡히지 않은 수를 합하면 1억명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외국인 이주 노동자를 포함해 약 30만~60만명 정도가 가사노동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협약은 가사노동자를 고용하는 경우에도 기존 노동자와 똑같이 급여와 노동 조건, 노동 시간 등을 명시한 계약서를 반드시 작성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매주 최소한 하루 이상의 휴일을 보장하고, 연차 휴가와 휴일에는 고용자의 집에 머물지 않도록 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이와 함께 노조 결성 등 기본권을 보장하고 산업재해를 당했을 때 보상 절차를 두도록 하며, 직업소개소를 사용자로 규정해 가사노동자 고용 알선 때 일정한 책임을 지도록 한 것 등이 핵심이다. 가사노동협약 체결에는 필리핀 등 해외에 인력 수출을 많이 하는 나라들이 적극성을 보였다. 가사노동협약이 국내에서 비준을 받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가사노동 근로자의 보호 필요성은 인정하나 비준 여부에 대해서는 장기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가사노동자는 근로기준법상 ‘가사 사용인’으로 규정되고, 노동자로 간주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산재보험 등 4대 보험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노동계는 국회 비준뿐만 아니라 근로기준법 개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도 가사노동협약의 기본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관련 법 개정과 비준 등은 시간적 여유를 갖고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ILO는 지난해 제99차 국제노동총회 가사노동자위원회에서 표결을 통해 압도적 다수의 찬성으로 가사노동자 권리 보호를 협약화하기로 했다. 이석우·이경주기자 jun88@seoul.co.kr
  • 국회, 사법개혁 포기했다

    국회, 사법개혁 포기했다

    국회 주도로 논의돼 온 사법 개혁이 결국 불발에 그치고 말았다.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는 13일 최대 쟁점인 대검 중앙수사부 폐지안, 특수수사청 설치안, 법원 상고심 개편안, 양형기준법 개선안 등에 대해 더 이상 논의하지 않겠다며 사실상 ‘개혁 포기’를 선언했다. 이로써 사법 개혁은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됐던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에 이어 또다시 좌초되고 말았다. 사개특위는 오후 이주영 위원장과 여야 간사, 법원·검찰관계법소위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5인 소위’를 열고 4대 쟁점 논의 포기와 함께 이달 말까지로 예정된 사개특위 활동 시한을 더 이상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사개특위 간사인 한나라당 주성영·민주당 김동철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4대 쟁점에 대한 진전이 없어 더 이상 논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면서 “사개특위는 대신 그동안 여야 간 상당 부분 합의점을 찾은 나머지 쟁점 사안들을 끝까지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반대 입장 표명, 검찰의 반발, 저축은행 수사에 따른 여론의 반감 등이 개혁 저지 요인으로 분석된다. 앞서 검찰은 여야의 중수부 폐지에 대한 잠정 합의를 저축은행 로비 의혹 수사에 대한 방해로 규정하며 “상륙작전을 시도하는데 해병대 사령부를 해체하는 것”이라며 집단 반발 움직임을 보였다. 이에 청와대가 “중수부 폐지는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검찰에 힘을 보태며 여권도 입장 선회에 나섰다. 이후 여야는 중수부 폐지 문제 등 중요 쟁점 사안을 놓고 대치를 거듭해 왔다. 이와 함께 정치권 일각에선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 제의 성사를 위해 여야가 정략적인 판단을 내린 게 아니냐는 분석도 흘러나온다. 이와 관련, 주 의원은 “대검 중수부 폐지가 시대적 사명이긴 하지만 현재의 여론 분위기로는 더 이상 논의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과 여론의 반감 때문에 대검 중수부 폐지안 등을 더 이상 논의하기 어렵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주·김 의원은 다만 ‘4대 개혁 쟁점에 대한 포기 선언이 사개특위 출범 취지를 거스르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선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사개특위는 “여야 원내대표의 결단에 의해서 앞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해 4대 쟁점을 계속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여야의 ‘네 탓’ 공방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아 여전히 접점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사개특위는 17, 20, 22일 전체회의를 열고 나머지 비(非) 쟁점 사안들과 관련된 법안들을 처리할 예정이다. 여야는 처리 예정 사안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안도 포함시켰다. 그러나 검·경은 세부 사안에 뚜렷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어 최종 합의 처리가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정책분야 강점 살려 심층 경제보도를”

    “정책분야 강점 살려 심층 경제보도를”

    서울신문 독자권익위원회(위원장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25일 제44차 회의를 열어 민생 경제와 경제 정책에 대한 보도 내용을 살펴보고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독자권익위원들은 주요 경제 이슈를 골고루 다루고 있지만 서울신문만의 목소리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정책 보도에 강한 브랜드 파워를 경제 분야에도 적용해 여론을 앞장서 이끌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서울신문 나름의 시각 지녀야” 김형준 위원장은 “깊이 있는 분석 기사를 내려면 경제를 다루는 서울신문의 근본 기조에 대한 치열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면서 “정책에 강한 신문이라는 브랜드 파워가 경제 분야에서도 발휘된다면 다른 신문과 차별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문형(산업연구원 국제산업협력실장) 위원은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구조, 세대 간 일자리 갈등, 가계부채와 부동산 경기, 세계경제 지각변동 등 4대 경제 주제를 사설과 특집을 통해 잘 짚어주고 있다.”면서도 “문제는 이런 이슈를 바라보는 서울신문 나름의 시각이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값 등록금 깊이 있는 접근을” 위원들은 이슈로 부상한 ‘반값 등록금’에 대한 깊이 있는 접근을 주문했다. 표정의(이화여대 학보사 편집장) 위원은 “대선 공약이었던 반값 등록금이 말뿐인 포퓰리즘 정책은 아닌지 명확히 분석해 줘야 하는데 서울신문이 이 주제를 소홀히 다루고 있어서 아쉽다.”면서 “대학 재정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차원에서 분석적으로 접근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진광(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 대표) 위원은 “학부모의 입장에서 서민 경제의 가장 큰 부담인 대학등록금 문제를 집중 취재해 등록금 현실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청수(서울시의회 수석전문위원) 위원은 실업률 기사를 예로 들면서 “통계 수치가 부정확한 기사도 간혹 눈에 띄는데 보도자료를 그대로 옮기지 말고 기자들이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성자(책만들며크는학교 대표) 위원도 “잘 읽히는 문화, 사회면과 달리 경제 기사는 정책을 나열하거나 비율 등 숫자가 많아 전달력이 떨어지고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관예우 파헤치는 보도 더 나오길” 홍수열(자원순환사회연대 정책팀장) 위원은 “유성기업의 파업 보도를 보면 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원인은 빠져 있고 자동차 산업의 피해만 부각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고진광 위원은 전관예우 문제점을 짚은 기획 기사를 높이 평가하면서 “지속적으로 전관예우를 파헤치는 심층 보도가 나오길 기대한다.”고 주문했다. 이목희 서울신문 편집국장은 “전달력 높은 경제 기사를 쓰기 위해 고민하겠다. 정권 후반기로 가면서 경제정책이 어떻게 달라질지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기획보도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어른들을 위한 동물원 이야기(6)] 숨진 멸종위기 로랜드고릴라 ‘고리롱’ 박제 찬반 논란

    [어른들을 위한 동물원 이야기(6)] 숨진 멸종위기 로랜드고릴라 ‘고리롱’ 박제 찬반 논란

    지난 2월 17일 서울동물원에서 노환으로 숨진<서울신문 2월 23일 자 5면> 국내 최장수 로랜드고릴라 고리롱(♂·1963년생)이 석 달 넘게 동물병원 냉동실에 갇혀 있습니다. 동물원이 고리롱을 박제하려고 하자 동물보호 단체 등에서 반대 의견을 냈기 때문입니다. 서울신문은 고리롱 시체의 처리 방향을 둘러싼 2개의 시선을 정리해 어떤 결정이 더 합리적일지 독자 여러분의 의견을 구하기로 했습니다. 중립성을 살리기 위해 기사 내 표현은 ‘주장’, ‘말했다’ 등으로 단순화했습니다. 서울동물원은 24일 “서울신문 독자들의 의견을 최종 판단에 참고 자료로 활용하기로 했다.”고 밝혀 왔습니다. ●고리롱 박제 이래서 반대 반대론자들은 무엇보다 박제(剝製)라는 방법이 한 생명체의 죽음을 기리는 방법으로 적절치 않다고 주장한다. 박해일씨는 동물원 홈페이지 글에서 “박제는 평생을 동물원에서 보낸 고리롱을 죽어서까지 동물원에 묶어 놓겠다는 발상이다. 입장을 바꿔 동물원 관계자가 사망했을 때 시신을 방부 처리해 동물원에 전시하겠다고 한다면 기분이 좋을지 생각해 보라.”고 말했다. 고리롱이 한국 동물원 역사에 큰 획을 그은 동물이어서 정 기념하고 싶다면 다른 방법도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윤종씨는 “박제보다는 오히려 생전의 모습이나 고리롱이 쓰던 방, 좋아했던 먹이 등 관련 자료를 모아 추모관을 세우는 것이 진정 고리롱을 기리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박제는 ‘인간의 욕심’이라는 주장도 있다. 임지영씨는 “욕심 많은 인간들 때문에 이국 땅에 잡혀 와 한평생 우리 안에서 사람들의 눈요깃감이 된 것만으로도 충분히 안쓰럽지 않나요. 이제는 고리롱을 그만 편히 쉬게 해 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고리롱 박제 이래서 찬성 서울동물원은 “이미 죽은 동물을 박제하는 것을 동물 학대나 모독과 결부시키는 것은 무리”라면서 “고리롱이 죽은 뒤 이례적으로 동물원 차원에서 한 달의 애도 기간을 선포해 동물 공연을 금지하는 등 충분히 예우했다.”고 말했다. 동물원은 “세계 4대 박물관인 스미스소니언 자연사 박물관은 사향고래, 얼룩말, 타조, 기린 등 수만 개의 동물 박제와 골격을 전시하며 교육과 연구에 활용하고 있다. 특히 로랜드고릴라는 멸종 위기에 처한 동식물 교역에 관한 국제협약(CITES)에서도 ‘1급’으로 분류되는 희귀종으로 사실상 우리나라에 더 이상 들어올 수 없는 동물이라는 점까지 고려한다면 그냥 땅에 묻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또 외국의 많은 동물원에서도 고릴라를 비롯한 영장류의 골격이 표본으로 전시돼 교육적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여러분의 의견으로 냉동고 속 고리롱을 세상 밖으로 꺼내 주세요. ‘찬성’ 또는 ‘반대’와 같은 짧은 응답도 좋고 더 나은 아이디어를 주셔도 좋습니다. 서울신문 공식 SNS 계정인 @TheSeoulShinmun(트위터)과 서울신문(페이스북)을 통해 의견을 남겨 주세요. ............................................................................................................. 서울신문은 [어른들을 위한 동물원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의 열띤 호응 속에 연재하고 있습니다. 광주광역시 우치동물원의 최종욱 수의사와 서울신문 유영규 기자가 함께 꾸미는 지면입니다.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하는 동물들의 기쁨과 슬픔, 사랑과 미움, 은밀한 비밀 등 다채롭고 흥미있는 이야기들이 매주 1차례씩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지금까지 연재됐던 [어른들을 위한 동물원 이야기]의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어른들의 동물원] (1) ‘크누트’의 돌연사 왜 어미곰은 새끼를 포기했을까? [어른들의 동물원] (2) 외로운 ‘블랙스완’ 대량학살의 슬픈 역사 간직한 그들. [어른들의 동물원] (3) 동물들의 사랑 몸짓(상) 고슴도치들은 어떻게 교미를 할까? [어른들의 동물원] (4) 동물들의 사랑 몸짓(하) 수컷뱀 성기 2개로 5시간 짝짓기 [어른들의 동물원] (5) 동물의 심리학 개장수 나타나면 동네 개들 조용해지는 이유 [어른들의 동물원] (6) ‘고리롱’ 박제논란(상) 숨진 로랜드고릴라를 어떻게 해야 하나 [어른들의 동물원] (7) 우리나라 최초 코끼리 600년전 일본에서 실려와 비운의 삶 [어른들의 동물원] (8) ‘고리롱’ 박제논란(하) 서울동물원, 독자의견 따라 박제 않기로 [어른들의 동물원] (9) 잘못 알려진 진실들 백조는 물속에서도 발짓을 하지 않는다 [어른들의 동물원] (10) 동물들도 자살을 하나? 1주일 만에 새끼 잃은 어미원숭이의 선택 [어른들의 동물원] (11) 술 취한 원숭이들 먹던 과일 씹다 두면 발효돼 자연의 밀주로 [어른들의 동물원] (12) 더위 절대강자 낙타의 비밀 무릎 같은 발목이 하이힐 역할 [어른들의 동물원] (13) 원숭이와 눈 마주치지 마라 동물원 사팔뜨기 안경의 비밀 [어른들의 동물원] (14) 불법포획 돌고래의 고백 사자도 공작도 과거를 숨기는지 몰라요
  • 냉동고 속 고리롱을 꺼내주세요

    냉동고 속 고리롱을 꺼내주세요

    지난 2월 17일 서울동물원에서 노환으로 숨진<서울신문 2월 23일 자 5면> 국내 최장수 로랜드고릴라 고리롱(♂·1963년생)이 석 넘게 동물병원 냉동실에 갇혀 있습니다. 동물원이 고리롱을 박제하려고 하자 동물보호 단체 등에서 반대 의견을 냈기 때문입니다. 서울신문은 고리롱 시체의 처리 방향을 둘러싼 2개의 시선을 정리해 어떤 결정이 더 합리적일지 독자 여러분의 의견을 구하기로 했습니다. 중립성을 살리기 위해 기사 내 표현은 ‘주장’, ‘말했다’ 등으로 단순화했습니다.  서울동물원은 24일 “서울신문 독자들의 의견을 최종 판단의 참고 자료로 활용하기로 했다.”고 밝혀 왔습니다.    ●고리롱 박제 반대론  반대론자들은 무엇보다 박제(剝製)라는 방법이 한 생명체의 죽음을 기리는 방법으로 적절치 않다고 주장한다. 박해일씨는 동물원 홈페이지 글에서 “박제는 평생을 동물원에서 보낸 고리롱을 죽어서까지 동물원에 묶어 놓겠다는 발상이다. 입장을 바꿔 동물원 관계자가 사망했을 때 시신을 방부 처리해 동물원에 전시하겠다고 한다면 기분이 좋을지 생각해 보라.”고 말했다.  고리롱이 한국 동물원 역사에 큰 획을 그은 동물이어서 정 기념하고 싶다면 다른 방법도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윤종씨는 “박제보다는 오히려 생전의 모습이나 고리롱이 쓰던 방, 좋아했던 먹이 등 관련 자료를 모아 추모관을 세우는 것이 진정 고리롱을 기리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박제는 ‘인간의 욕심’이라는 주장도 있다. 임지영씨는 “욕심 많은 인간들 때문에 이국 땅에 잡혀 와 한평생 우리 안에서 사람들의 눈요깃감이 된 것만으로도 충분히 안쓰럽지 않나요. 이제는 고리롱을 그만 편히 쉬게 해 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고리롱 박제 찬성론  서울동물원은 “이미 죽은 동물을 박제하는 것을 동물 학대나 모독과 결부시키는 것은 무리”라면서 “고리롱이 죽은 뒤 이례적으로 동물원 차원에서 한 달의 애도 기간을 선포해 동물 공연을 금지하는 등 충분히 예우했다.”고 말했다.  동물원은 “세계 4대 박물관인 스미스소니언 자연사 박물관은 사향고래, 얼룩말, 타조, 기린 등 수만 개의 동물 박제와 골격을 전시하며 교육과 연구에 활용하고 있다. 특히 로랜드고릴라는 멸종 위기에 처한 동식물 교역에 관한 국제협약(CITES)에서도 ‘1급’으로 분류되는 희귀종으로 사실상 우리나라에 더 이상 들어올 수 없는 동물이라는 점까지 고려한다면 그냥 땅에 묻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또 외국의 많은 동물원에서도 고릴라를 비롯한 영장류의 골격이 표본으로 전시돼 교육적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여러분의 의견으로 냉동고 속 고리롱을 세상 밖으로 꺼내 주세요. ‘찬성’ 또는 ‘반대’와 같은 짧은 응답도 좋고 더 나은 아이디어를 주셔도 좋습니다. 서울신문 공식 SNS 계정인 @TheSeoulShinmun(트위터)과 서울신문(페이스북)을 통해 의견을 남겨 주세요.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대학마다 법인화 여건 달라 서울대式 재정지원 있어야”

    “대학마다 법인화 여건 달라 서울대式 재정지원 있어야”

    국립대 법인화, 로스쿨 문제, 성과급적 연봉제 도입 등 대학이 헤쳐 나가야 할 숙제가 산적한 가운데 이달 초 거점국립대총장협의회 회장에 취임한 권영중(56) 강원대 총장을 18일 만났다. 거점국립대총장협의회장은 서울대를 포함해 국내 주요 10개 국립대 총장들의 모임을 주도하며 현안에 대해 교육과학기술부와 의견을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국립대 총장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자리인 만큼 총장협의회에서 결정하는 현안이 다른 대학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 →서울대를 시작으로 한 국립대 법인화에 관심이 크다. -국립대 법인화 전환 결정은 대학의 미래 모습을 좌우할 중대한 의사결정인 만큼 내용이나 절차에서 충분한 사전 논의가 필요하다. 국립대 모두에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고 법인화를 요구한다면 무리가 생길 것이다. 대학마다 역사와 규모, 환경, 특성에 따라 법인화의 의지도 다를 수밖에 없다. 재정 규모가 열악해 법인화 논의에 앞서 정부로부터 많은 선행 투자가 필요한 대학이 있을 것이고 법인화를 적극 준비하는 대학도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거점국립대들은 현재 독립법인으로 돼 있는 대학병원과 대학을 하나로 하는 법인화를 계획하고, 병원을 통해 이익 실현을 예상하고 있다. 의과대학과 대학병원의 인프라가 미비한 대학에는 인프라 확충을 위한 정부 재정지원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또 법인화 추진 과정에서 학생들의 등록금 인상 우려, 기초학문 붕괴에 대한 주변의 불신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대한 논의도 선행돼야 한다. 서울대법인화특별법에 포함된 재정지원에 관한 내용이 다른 국립대의 법인화에도 함께 적용되지 않고는 국립대들의 법인화를 이끌어 내기 어려울 것이다. →사법연수원과 로스쿨의 갈등이 있었다. 해법은. -사법연수원생, 변호사 업계의 주장을 종합하면 그 이면에 로스쿨 교육에 대한 불신이 깊이 깔려 있다. 갈등을 오로지 사법연수원생들과 변호사 업계의 밥그릇 챙기기라는 관점에서만 이해하는 것은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 뿐이다. 해답은 로스쿨 교육의 질적 보장책을 제시하고 이를 엄격하게 시행하는 데 있다. 학사 행정을 엄격하게 적용해 공부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가야 한다. 아울러 우수한 교수진을 확보하고 강의기법 개발에도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교육시설 확충과 장학기금 확보를 위한 노력도 함께 기울여야 한다. →‘성과급적 연봉제’ 도입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실시 예정으로 예고된 성과급적 연봉제가 교육평가에 대한 공감대를 만들지 않고 시행된다면 주로 연구 성과에 의해 성과급이 결정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어느 대학에서든 기본 임무인 교육이 현재의 상황보다 더 피폐해질 수 있다는 경우도 고려해야 한다. 교육에 대해 공감할 수 있는 지표가 만들어질 때까지 성과급적 연봉제를 기존의 호봉제와 병행해 가며 비중을 조절해 가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시간강사 현실화 방안 문제도 숙제다. -대학 강의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시간강사에게 교원 지위 부여, 강사료 현실화, 공간 제공, 4대 보험 보장혜택 등을 주기로 한 교과부의 결정은 열악한 처지의 시간강사들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강의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하지만 강사 공채, 평의원회 활동 보장 등은 실제 학교 현장에서 바로 실시하기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대부분의 국립대 등록금이 3년 연속 동결돼 있는 상황에서 기성회 직원들의 급여 인상과 정부 보조금 없는 시간강사 강사료 현실화는 국립대의 재정 압박을 가중시킬 게 뻔하다. 글 사진 춘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권영중 강원대총장은 강원 춘천고와 서울대 화학공학과, 미국 라이스대 박사, 강원대 교수를 거쳐 2008년부터 강원대 총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부인 조미현씨와 1남 1녀. 아들(권은석)은 서울대 법과대학 4학년 재학 중 사법시험에 합격, 사법연수원에서 연수 중이다.
  • 1년간 원내정치 이끌었던 김무성·박지원 의원 인터뷰

    1년간 원내정치 이끌었던 김무성·박지원 의원 인터뷰

    김무성 한나라당·박지원 민주당 전 원내대표는 여러모로 닮은꼴 정치인이다. 18대 국회 때 당의 공천을 못 받고 무소속으로 당선됐고, 당으로 돌아와 원내대표를 하며 비상대책위원장도 같이 맡았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서울신문과의 퇴임후 인터뷰 날짜도 공교롭게도 18일로 함께 잡혔다. 지난 1년 “정치를 복원했다.”고 자평한 두 전직 원내대표의 소회와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들어 봤다. ■ 박지원 前 민주당 원내대표 “난 리더로 끼는 있지만 당대표 도전은 아직…” →지난 1년을 자평한다면. -야당다운 모습으로 민주당의 존재감을 확인했던 것, 6·2 지방선거와 4·27 재·보선에서 승리한 것이 가장 보람 있었다. 4대강 예산이 날치기 처리된 점과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 때 기업형 슈퍼마켓(SSM)법, 농·어업인 지원법을 숙제로 남겨 둔 점은 아쉽다. →누구에게 미안하거나 아쉬웠던 점은. -김 전 원내대표가 많이 양보했는데 협상할 때 믿지 못하고 ‘뭐가 더 있지 않으냐. 더 내놓으라.’고 요구한 것이 미안하다. →어떤 부분을 믿지 못했나. -예를 들어 김 전 원내대표가 이명박 대통령과 가깝다고들 했는데 “대통령을 1년 동안 한번도 독대한 적이 없다.”고 하기에 거짓말인 줄 알았다. 그런데 퇴임 기자회견에서도 그리 말하기에 정말 놀랐다. ‘저런 상태에서 친이·친박계를 아우르면서 일했구나, ‘대통령이 그 정도까지 했을까.’라고 생각하니 너무 미안했다. →‘이제야 밝히는’ 뒷얘기가 있다면. -세종시 수정안 부결 때다. 박근혜 전 대표를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그의 측근들과 적극적인 접촉에 나섰다. 나는 친박이 좋아하는 ‘개헌 반대’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수정안 부결에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봤다. 하지만 박 전 대표가 반대토론을 할 줄은 몰랐다. ‘박 전 대표에게 한 방 맞았구나.’ 싶었다. 모든 과실은 박 전 대표에게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날 박 전 대표가 본회의장에 나타났다는데 ‘찾아도 없다.’고들 했다. 그러나 나는 평소 박 전 대표의 동선을 유심히 살펴왔기에 알고 있었다. 종종 본회의장 입구 오른쪽 남자 화장실 앞 휴게실에서 측근들과 얘기를 한다. 그 날도 거기에 있는 걸 확인하고 안심했었다. →손학규 대표와는 어떤 관계인가. -14대 국회 때 나는 민주당 대변인을 했고 손 대표는 재·보궐선거로 들어와 한나라당 대변인을 했다. 당시 여당을 세게 공격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내 뒷조사를 한다는 걸 알게 됐다. 당시 김대중 총재에게 보고했더니 “박 대변인, 손톱 깎지 마.”라고 했다. 손톱을 깎지 말라는 건 같이 ‘공세를 늦추지 말라.’는 뜻이었다. 그래서 더 세게 공격했다. 그러면서도 손 대변인과는 술자리를 자주 했다. 내게 늘 “너무 심하게 하지 말라.”고 했다. 손 대표는 경기지사 시절 가장 많이 동교동을 찾아왔다. 내가 감옥에 있을 때도 가장 많이 면회왔다. 햇볕정책을 지지했다. 그래서 내가 “김대중 대통령 이후 당신 같은 사람이 대통령 된다면 지지하고 싶다.”고 했다. →손 대표와 좋기만 한 사이였나. -18대 총선에서 목포 공천을 다섯 번이나 약속했다. 김홍업 전 의원도. 그런데 공천 대상에서 탈락시키더라. 엄청난 배신감을 느꼈지만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나중에 손 대표가 사과했다. →현재 손 대표가 가장 유력한 야권 주자인가. -손 대표는 꾀를 안 부리고 진실성이 있는 사람이다. 현재로는 가장 유력하다. 분당을에서 당선됨으로써 지도자 반열에 올랐다. 손 대표는 김대중의 희생정신과 노무현의 구당정신을 구현했다. →당 지도부 모두 수도권 출신이다. 호남 물갈이론이 현실화될까. -선거 때가 되면 호남 표를 구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호남색을 탈피하자고 한다. 공천 때가 되면 호남 물갈이론을 얘기한다. 호남 사람들의 자존심을 꺾는 일이다. 우선 집토끼를 잡고 산토끼를 잡아야 한다. 전국 정당은 인적 쇄신을 통해 이뤄야 한다. 전국적으로 젊은 피를 수혈하면서 노·장·청의 조화를 이뤄야 한다. 쇄신의 의미를 호남이라는 지역에 국한하면 안 된다. →당의 정체성은. -원칙과 정체성을 지키면서 야당다워야 한다. 그래야 중도를 포용할 유연성을 갖게 된다. 중도, 유연성부터 잡게 되면 무너진다.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서 찍은 후보가 당선됐나. -됐다. 1, 2차 투표에서 지지한 후보는 다르다. →야권 연대, 시기와 내용은. -빨리 1대1 구도로 만드는 게 좋다. 올해 안으로 하는 게 좋다. 안 되면 구동존이하자. 산술적 연대는 안 된다. 각 지역구에서 후보를 선정할 때 권력의지와 당선 가능성을 봐야 한다. →이른바 김대중 정신과 노무현 가치 사이에서의 위치선정은 어떻게 해야 하나. -김대중 5년, 노무현 5년 구분하지 말아야 한다. 굉장히 성공한 정부다. 그런데 왜 업적을 자랑하지 않나. 한나라당은 나쁜 역사·정체성·업적을 자랑한다. 친노와 친DJ가 합쳐야 한다. 두 분의 정신을 계승하는 게 관건이지 차이를 강조하면 안 된다. →당 대표에 도전하나. -(말하기) 아직은 빠르다. 인터뷰에서는 재미있게 얘기하는 것뿐이다. →총선 공천은 어떻게 해야 하나. -선거는 미인대회가 아니다. 철저하게 승리작전으로 가야 한다. 지역구별로 정밀하게 검토해 이길 사람을 공천해야 한다. →인재 영입에 적극적으로 움직일 생각이 있나. -지금은 겸손·조용 모드로 가려고 한다. 그걸 하자고 했고 하려고 한다. →마음에 둔 사람들이 있나. 조국 교수도 마찬가지인가(박 전 원내대표는 재임시 조 교수의 ‘진보집권플랜’을 기자들에게 나눠 줬다). -(고개를 끄덕) 4·27 재·보선에서 분당을에 나오라고 할 때 “조국을 위해서 조국이 나와야 한다.”고 했는데….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를 강하게 공격했다. -현재 우리나라 대통령은 두 사람 아니냐. 현 정권의 실정에 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데 왜 박 전 대표는 혼자 고고한가. 박정희 대통령 시절 퍼스트레이디였다. 검증을 받아야 한다. →당 대표를 지내지 않았나. -물론 감동의 정치를 보여 주기는 했다. 그러나 검증 과정은 없었다. 언론이 “대전은요?” 같은 말만 자꾸 미화하면 되겠나. →한나라당 차기 주자로 박 전 대표가 가장 유력하다고 보나. -지금까지는 그렇다. 하지만 역대 모든 선거에서 1등 했던 사람이 당선된 적이 없다. 내년 4월 총선 결과에 따라 요동칠 것이다. →5·18 기념식에 대통령이 3년 연속 불참했다. 비서실장이라면 어떻게 하겠나. -대통령의 덕목은 국민통합이 가장 우선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나라당·영남 출신 대통령이기 때문에 반드시 가셔야 한다고 했을 것이다. 구혜영 허백윤기자 koohy@seoul.co.kr ■ 김무성 前 한나라당 원내대표 “친이·친박 대결 구도엔 당대표 더러운 게임 안해” →원내대표 퇴임 이후 평가는. 어떻게 지냈나. -원내대표 끝나고 각계각층으로부터 칭찬 많이 들었다. 그러나 부산이 (내년 총선에서) 위험하다고 해서 지역구에 자주 내려간다. TV에 자주 나와 좋았다는 분들도 있고, TV에만 나오고 지역구는 잘 안 왔다고 하는 분들도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지난해 예산안을 약속한 날(12월 8일)에 처리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런데 템플스테이 예산이 빠지는 바람에 많은 비판을 받았다. 억울했다. 군 공훈자를 위해 600억원을 올려 배정했는데, 템플스테이에 60억원을 안 쓰겠나. 사전에 아무도 얘기해 주지 않았다. 한·EU FTA 처리도 기억에 남는데, 내 임기 중 처리를 못하면 한·미 FTA와 엮여서 둘 다 안 된다고 생각했다. 민주당의 반대파를 제압할 능력이 있는 사람은 박지원 대표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비록 민주당이 본회의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적기에 비준한 것이 큰 보람이다. →아쉬운 점은. -그래도 예산안 처리를 일주일 정도 늦췄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박지원 대표가 일주일만 연기해 달라기에 ‘연기해 주면 표결에 참여하겠느냐.’고 했다. 확답이 없었다. 그래서 단독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결심했다. 회기 내에 처리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해 여유를 보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당내는 의원총회를 생각만큼 자주 하지 않은 게 아쉽더라. 누구보다 의총 많이 해야겠다고 했는데. →박지원 원내대표에게 양보를 많이 했다는 비판이 있다. -지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얻어 낼 것은 다 얻어 냈다. 그나마 상대를 청산의 대상으로 보는 대결의 정치에서 서로를 파트너로 인정하는 상생의 정치로 일정 부분 복원해 놓았다고 생각한다. →정말 대통령과 독대를 한번도 안 했나. -독대한 적이 없다. 데리고 온 자식 취급받는구나 하는 생각마저 들기도 했다. 참 힘든 입장이었다. 친박근혜계는 내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붙었다고 비난하고, 친이명박계는 굴러온 사람이 측근 행세를 한다고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다. 갑자기 실세가 돼 대통령과 수시로 만나고 전화한다는 소문이 어느 순간에 퍼졌더라. 그래서 나한테 줄을 서려 하고, 인사청탁을 하려는 사람도 많았다(웃음). 나를 청와대 거수기라고 욕하는 사람도 생기더라. 그래서 내가 화나서 공개한 거다. 거짓말이면 어떻게 공개하나. 청와대 가면 기록이 다 있는데. 누구누구 만났다는 말 다 들어온다. →대통령과 독대할 생각은 왜 안 했나. -우선 소신껏 일하고 싶었다. 개헌과 관련해서는 꼭 한번 만나고 싶었다. 대통령의 진짜 의중이 궁금했다. →당이 시끄럽다. 어떻게 보나. -나는 당에서 쫓겨났던 사람이다. 그래도 한나라당 대통령이 성공해야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다고 믿는다. 대통령과 가장 가까이 있던 사람들이 대통령과 차별화하는 게 과연 옳은가. 실패한 대통령을 만들면 자기들은 살 수 있나. 정권의 핵심들이 이제 와서 이러면 안 된다. 그들이 대통령을 멀리할 게 아니라 수시로 만나면 되지 않나. →대통령과 의견이 다른 적이 많았나. -사실 인사 때 반대를 많이 했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이나 정진석 정무수석에게 “민심이 돌아섰다. 걷어들여라.”라고 매몰차게 대한 적도 있다. 정 수석이 서운하다고 연락을 끊은 적도 있다. 청와대에 끌려다니지 않았다. →공천은 어떻게 해야 하나. -선거는 미인대회가 아니다. 이길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 꿩 잡는 게 매다. 좀 떨어지는 것 같아도 특정인에게 강한 사람이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상대를 보고 기술적으로 해야 한다. 나아가 이런 모든 기술을 뛰어 넘는 게 주민들의 여론이고, 지금까지의 가장 좋은 방법은 여론조사다. 서푼어치 권력으로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 하는 엉터리 공천을 막아야 한다. 공천권은 지역 주민에게 줘야 한다. 한나라당이 비민주적이라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총선은 ‘바람’의 영향이 크지 않나. -예전엔 그랬지만, 지금은 모든 정보가 열려 있어 바람이 불 가능성이 별로 없다. 다만 비민주적인 공천 등 심하게 잘못하면 바람이 불 수도 있다.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해서 뽑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찬성한다. 1년 동안 최고위원을 해 보니까 지금 체제로는 일이 하나도 안 되더라. 경선 때 생긴 감정 때문에 사사건건 반대만 한다. 당 수뇌부들이 모여서 나눈 의견이 5분도 안 돼 다 공개된다. →무엇을 쇄신해야 한다고 보나. -지금 나오는 쇄신론은 당이 민주적으로 운영되지 않은 것에 대한 반발일 것이다. 당과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위기감이 조성되고, 그동안 (특정인들이) 해오던 드라이브가 먹히지 않는다. →여전히 실세들의 공간을 인정해 줘야 한다고 보나. -그렇다. 실체니까. 그러나 그들도 잘못을 자각해야 한다. 자기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 →실세들이 무엇을 잘못했나. -공천은 다 실세들이 하지 않았나. 강원도지사 후보로 엄기영씨를 데려왔는데, 안 데려오면 민주당을 가고, 그러면 필패라는 논리로 영입한 것 아니냐. 어떻게 정권 초기 촛불시위로 국정을 마비시킨 방송사 사장 출신을 공천할 수 있나. →적극적으로 제동을 걸 수도 있지 않았나. -(창문 너머를 바라보며) 딱 움켜쥐고 내놓지 않더라. →민심이 멀어진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서민경제에 실패했다. 정부가 외형적인 성장률을 자랑했지만, 대다수 국민은 ‘헛소리 하고 있다’는 반응이다. 우선 수출대기업에만 유리한 고환율 정책을 조정해서 물가를 잡아야 한다. →보수대연합이 필요한가. -반드시 필요하다. 역대로 연대한 세력이 집권했다. 보수와 중도 그리고 충청권이 뭉쳐야 한다. →당 대표에 도전하나. -당이 비대위 체제로 온 것은 원내대표로 최고위원회에 참여한 나에게도 책임이 있기 때문에 내 진로를 말하기 어렵다. (사무실 ‘네 덕 내 탓’이라고 쓰인 액자를 가리키며) 자숙하고 있다. →출마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지켜보고 있다. 그런데 친이·친박 대결 양상으로 가면 출마 안 한다. 더러운 게임을 하기 싫다. →차기 대표는 어떤 사람이 맡아야 하나. -당이 이렇게 어려워진 것은 분열 때문이다. 친이·친박 갈등 때문에 아무것도 못했다. 당을 화합시킬 대표가 필요하다. 오랜 경륜과 사심이 없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건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가 마음을 열고 화해해야 한다. 이창구·허백윤기자 window2@seoul.co.kr
  • 나뉘는 한나라

    한나라당 최대 계파 모임인 ‘함께 내일로’가 사실상 해체 수순에 돌입한 가운데 세력 재편 움직임이 싹트고 있다. 당 대표 경선 등 당내 역학구도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나라당 쇄신 모임인 ‘새로운 한나라’는 1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출범 후 첫 공식 회동을 가졌다. 소속 의원 44명 중 20명이 참석했다. 정태근 의원은 회동 후 브리핑을 통해 “7월 4일 전당대회에서 선거인단 수를 대폭 늘리고, 당권·대권 분리 규정은 고수하기로 입장을 정했다.”면서 “또 모임 차원에서 당 대표 후보를 단일화하는 문제는 논의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모임에서는 ▲보수 가치의 재정립 ▲민생 등을 위한 정책 재점검 ▲정당 개혁 ▲국회 선진화 등 ‘4대 활동방향’도 제시했다. 또 새로운 한나라의 모임이 이뤄진 바로 옆 회의실에서는 친이명박(친이)계 의원 21명이 정책 모임을 개최했다. 원내대표 경선으로 소장파 등에게 당내 주도권을 빼앗긴 이후 첫 모임이다. 조해진·강승규·김영우 등 친이직계 초·재선 의원들이 주축이 됐다. 매주 화요일마다 주제 토론을 갖기로 했을 뿐 모임 이름은 아직 정하지 않았다. 계파 모임이 아니냐는 비판을 의식한 것이다. 쇄신에 ‘자기반성’을 내세운다. 이는 새로운 한나라는 물론 친이재오계가 중심이 됐던 함께 내일로와도 차별화된 형태다. 그러나 향후 새로운 한나라 또는 범친이계인 정몽준 전 대표 등과의 정책 연대 가능성도 제기된다. 함께 내일로는 18일 조찬 모임을 갖고 해체 여부 등을 논의한다. 모임을 이끌고 있는 안경률 의원은 이미 대표직 사임 의사를 밝혔다. 이를 계기로 친이재오계가 와해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오히려 차기 당권 도전을 위해 친이재오계가 독자 행보에 나서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기존 계파 구도의 틀을 깨는 이합집산이 이뤄질 가능성도 높다. 한 친이계 관계자는 “당내 주도권을 내준 상황에서 소수 정예화로 가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친이계 분화·비주류 연대… 전대 앞두고 ‘권력지형’ 재편

    친이계 분화·비주류 연대… 전대 앞두고 ‘권력지형’ 재편

    100대 60에서 64대90으로. 4·27 재·보궐 선거와 지난 6일의 원내대표 경선을 분기점으로 한나라당 내 권력지형의 변화가 가시화되고 있다. 주류인 친이(친이명박)계와 비주류인 친박(친박근혜)계, 그리고 중립 진영의 소장파로 나눠졌던 3각 구도가 친이재오계 대 친이상득계, 친박계, 수도권 초·재선 중심의 소장파 등의 연대 구도로 변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직계는 갈수록 희미해지고 있다. 앞으로 비상대책위원회와 전당대회를 둘러싼 당권 경쟁이 본격화될수록 세력 재편 움직임도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원내대표 경선에서 90표를 모은 신흥 비주류 연대에 의해 ‘2선 퇴진’ 대상으로 지목된 이재오 특임장관의 입지 약화가 권력지형 재편의 원인 가운데 하나가 되고 있다. 원내대표 경선에서도 친이계 주류를 대표해 결선투표에 나선 ‘안경률-진영’ 후보는 64표를 획득하는 데 그쳤다. ‘함께 내일로’, ‘국민통합포럼’ 등 당내 최대 계파 모임을 자랑했던 친이 주류 입장에선 예상치 못했던 초라한 성적이다. 내년 총선에서 위기감을 느낀 친이계 수도권 초·재선과 이상득계의 이탈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당초 세력에서 뒤졌던 황우여 원내대표가 1, 2차 투표 내내 수위를 지킨 점, 1차 투표에서 탈락한 이상득계 이병석 후보가 얻은 33표가 황 의원 쪽에 집중된 점 등이 이를 방증한다. 정권 후반기에 접어들며 당내 대안 그룹인 친박계와의 제휴를 모색하려는 당내 소규모 세력들이 내건 ‘쇄신’이라는 명분이 연대에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연대 움직임은 내년 총선과 대선이 다가올수록 더 공고화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 의원은 “개별 의원들 입장에선 계파에 앞서 공천과 당선에 더 비중을 둘 수밖에 없다.”면서 “이런 측면에서 기존 계파의 경계를 뛰어넘으려는 시도가 계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은 “궁극적으로 한나라당 내 계파는 주류인 친박과 비주류인 반박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원내대표 경선에서 ‘64표’의 결집력을 재확인한 친이재오계의 반격을 배제할 순 없다. 공천권을 둘러싼 당권 경쟁이 본격화될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박 대 비박(非朴)’ 구도를 굳히며 재결속을 시도할 수도 있다. 친이계 한 의원은 “친이계는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위해 모인 거지 ‘이재오’ 개인의 계보가 아니다.”면서 “(새 원내지도부와 비주류가) 방향을 어떻게 잡아 가는지 지켜보고, 우리가 더할 게 있으면 더할 것”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홍성규·허백윤기자 cool@seoul.co.kr
  • [열린세상] 서태지 사건과 BBK, 왜 음모론이 제기되는가?/주창윤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교수

    [열린세상] 서태지 사건과 BBK, 왜 음모론이 제기되는가?/주창윤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교수

    지난 22일 서태지·이지아의 비밀결혼과 이혼 소송은 세간에 충격을 주었다. 서태지의 신비주의, 외계인으로 불린 이지아의 비밀이 한 꺼풀씩 벗겨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BBK사건이 떠올랐다. 서태지·이지아의 법정소송은 BBK사건을 은폐하려는 음모라는 것이다. 이 연결은 말 그대로 ‘음모’일 것이다. 서울고법은 21일 BBK사건 수사팀이 주간지 ‘시사IN’과 BBK 관련 기사를 쓴 기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서태지·이지아 사건이 알려지기 전날이었다. 서울고법은 “기사에 보도된 김경준의 자필 메모와 육성 녹음이 실재 존재하는 등 기사의 허위성을 인정할 사유가 충분하지 않다.”면서 “기자가 직접 관련자를 만나 김씨가 작성한 자필 종이와 육성 녹음을 건네받고 인용해 작성한 것으로 명예훼손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어떻게 해석되는가에 따라서 파장을 일으킬 수 있었다. 그러나 아무런 파문도 일지 않았고, 이지아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바른이 패소한 BBK수사팀의 변호를 맡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음모론이 확산되었다. 최근 들어 왜 이와 같은 음모론이 수없이 제기되고 있는 것인가? 이에 대한 일차적 책임은 정권과 주요 언론에 있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방사성물질은 편서풍을 따고 태평양 쪽으로 날아가기 때문에 한반도에 들어올 이유가 없다고 발표한 것은 기상청이었다. 그러나 방사성물질이 한반도에서 검출되었고, 방사능비까지 내리면서 정부와 언론에 대한 불신은 높아졌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방사성물질이 한반도에 유입될 수 있다고 주장한 네티즌에 대해서 검찰은 수사를 하기도 했고, 일부 언론은 이것을 좌파의 음모라고 주장하면서 광우병 촛불집회를 환기시키기도 했다. 지난 몇 개월 사이 발생한 적지 않은 사건들, 예를 들어 국정원 직원의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잠입사건, 아랍 에미리트연합 원전 수주 의문, 금미호 5만 달러 지불설, 구제역 원인을 둘러싼 바이러스 전파경로 등이 명쾌하게 풀리지 않은 채 넘어갔다. 지난 2월 김경준의 누나인 에리카 김이 돌연 귀국한 이후 검찰이 기소유예를 내린 것도 어물쩍 지나갔다. 작년 천안함 침몰 사건이나 연평도 포격 사건에서도 군 당국이 초기 단계에서 사실을 정확히 발표하지도 않았고, 자주 말을 바꾸면서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렸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사실이 아닌지에 대해서 판단을 하기 어려웠다. 정부가 불리한 사건들을 은폐하거나 축소하려고 한다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한·미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연기, 삼호 주얼리호 구출작전, 대통령 전용기 고장 등 일정 기간 보도를 유보하는 엠바고(embargo)도 언론에 요청해 왔다. 국가 사회적으로 위중하고 매우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라면, 엠바고는 비밀을 전제로 하는 권위주의의 산물이다. 권위주의적인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올해에만 11명의 희생자가 발생했지만 방송사나 일부 신문들은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 4월 15일에서 18일 사이 7명이 목숨을 잃었는데도 말이다. 사업의 속도전이 희생자를 초래했는지, 아니면 충분한 안전대책이 마련되었는데도 사고가 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삼성전자 설비엔지니어의 투신자살사건도 묻히기는 마찬가지였다. 자살 후 97일 만에 장례를 치렀지만 제대로 보도되지 않았다. 그 어느 때보다 주요 신문과 방송들이 정치나 경제 권력의 눈치를 보느라 급급해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 지금은 소셜 네트워크가 일상화되면서 소통의 진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공유·개방·참여로 특징지어지는 소통의 혁명으로 정보는 즉각적으로 확대 재생산된다. 그러나 정부와 일부 언론은 시대의 흐름과는 반대로 나아가고 있다. 서태지·이지아 사건이 발생하자 곧바로 BBK 음모론이 나온 것은 불신의 정도가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권력과 언론에 대한 불신이 커져 가면, 앞으로 음모론들이 계속 등장할 것이다. 소통의 혁명이 진행 중이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소통의 단절이 이루어지고 있다.
  • “이번 장마철 시험대 될 것”

    4대강 살리기와 보 건설 사업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포보의 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지난해 8월 이포보의 수문교각위에서 40일간의 고공시위를 했던 장동빈 ‘수원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24일 “최근 사진으로 이포보의 변화된 모습을 보면서 이곳이 우리가 예전에 농성을 하던 곳이 맞는지 믿기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대규모 공사로 인한 급격한 환경변화와 생물종들에 대한 악영향에 대한 걱정은 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장 사무국장은 “댐 건설의 경우 법적으로 인근 주민들에게 피해보상이 돌아가지만 보 건설은 제외돼 있기 때문에 이번 사업을 통한 실질적(금전적)인 보상은 이뤄지지 않은 셈”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9월 준공에 앞서 비가 많이 내리는 장마철을 거쳐야 공사의 타당성에 대해 뭐라 말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홍수를 예방한다는 등의 명목으로 진행한 4대강 공사의 성과를 파악할 수 있다는 말”이라고 말했다. 이포보에 대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는 ‘여주환경운동연합’의 이항진 집행위원장은 “물을 가둬 호수화하는 순간 수질 악화는 필연적이 될 수 있다.”면서 “수질 악화와 더불어 생물종이 줄어들고 단순화되며 최악의 경우 멸종위기에 놓이는 동식물도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부동산 투기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이 집행위원장은 “그럴듯한 외형의 변화가 개발 호재로 인식돼 외지인들의 투기가 나타나는 것도 문제”라며 “땅값은 천정부지로 솟는데 사는 사람들은 모두 외지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런 식으로는 토착민들이 농사지을 땅조차 구하지 못할 게 뻔하다.”고 했다. 실제로 농민 조모(58·대신면 양촌리)씨는 “1년 사이 땅값이 두배 이상은 올랐다.”면서 “농사짓는 땅이 수십만원에서 비싸게는 100만원까지 올라갔다.”고 전했다. 이게 도움이 되는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막바지에 이른 시점에서 찬성과 반대가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환경운동가들은 “그대로 두는 것이 최선이었다.”고 말했다. 장충식기자 jjang@seoul.co.kr
  • [도심속 허파를 찾아서] (2) 서울 숲 & 북서울 꿈의 숲

    [도심속 허파를 찾아서] (2) 서울 숲 & 북서울 꿈의 숲

    2005년 문을 연 ‘서울 숲’과 2009년 개장한 ‘북서울 꿈의 숲’은 도심 내에도 대규모 숲 조성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이들 도시 숲은 낙후 지역의 새로운 활력소가 됐을 뿐만 아니라, 경마장과 놀이시설이라는 제한된 공간을 시민의 쉼터로 되돌려 놓았다. 서울 숲과 꿈의 숲은 목적은 같지만 형태는 전혀 다르다. 서울 숲은 인위적으로 숲을 조성한 평지형 생태공원인 반면, 꿈의 숲은 구릉(산지)형으로 다양한 문화·편의시설이 들어선 종합 레저공원이다. ●회색도시에 활력 주는 ‘서울의 센트럴파크’ 서울 숲(115㏊)은 추억이 깃든 곳으로 뚝섬유원지와 서울경마장, 체육공원 등의 이름을 달고 시민들과 호흡하며 변천해 왔다. 물놀이와 백사장을 제공했던 휴양지에서 고밀도로 개발된 회색도시에 활력을 주는 ‘센트럴파크’로 탈바꿈했다. 서울 숲은 2005년 6월 18일 개장했다. 주거업무 지역으로 개발시 약 4조원의 반사 이익이 기대되는 곳을 2352억여원을 더 들여 숲으로 만들었다. 사업비의 72%인 1698억원이 보상비로 들어갔다. 2004년 조성 당시 생명의 숲 공동대표로 사업에 참여한 이돈구 산림청장은 “지자체의 결단과 ‘시민의 힘’이 더해져 전례가 없던 역사를 만들어 냈다.”고 평가했다. 서울 숲은 시설물을 최대한 배제한 생태공원이다. 이곳에는 90여종 45만여 그루의 나무가 심어졌는데 소나무·느티나무·참나무·산벚나무 등 한국 고유종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식물의 생장에 저해되지 않도록 가로등 조도 역시 최대한 낮췄다. 문화예술공원과 생태숲, 체험학습원, 습지생태원, 한강수변공원 등 5개 테마공원으로 구성돼 있다. 생태숲은 야생동물이 서식할 수 있도록 조성돼 꽃사슴과 고라니 등을 사육한다. 꽃사슴을 보며 472m의 보행다리를 걷다 보면 한강 선착장이 나온다. 방문객은 지난해 기준 주중 8만명, 주말 15만명 등 700만명이 찾았다. 입장료로 1000원만 받더라도 연간 70억원의 수익이 발생하는 셈이다. 서울 숲은 조성부터 운영까지 시민들이 참여했다. 2003년부터 2005년까지 70여개 기업과 5000여명의 시민이 나무(12.2㏊)를 심었다. 지난해 태풍 곤파스로 수목이 쓰러졌을 때도 43개 기업과 단체, 180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참여해 정상화시켰다. 현재 시설 관리는 서울시, 이용 운영은 서울그린트러스트가 맡고 있다. 박양미 서울숲사랑모임 간사는 “100명이 넘는 자원봉사자가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면서 “올해부터 청소년 대상 프로그램을 확대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구대학 김인호(환경조경과) 교수는 “도시 숲은 토지매입비와 조성비가 들었지만 가치는 훨씬 크다.”면서 “서울 숲은 조성부터 운영까지 시민이 참여한 국가대표 모델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도시 숲의 새 모델 ‘꿈의 숲’ 2009년 10월 17일 개장한 ‘북서울 꿈의 숲’(66㏊)은 대도시의 새로운 도시 숲 모델이다. 강북지역 대규모 놀이시설인 드림랜드를 지자체가 매입해 도시 숲으로 만들었다. 비싼 땅값으로 부지 확보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숲을 조성한 것이다. 강북·성북·도봉·노원·동대문·중랑구 등 6개 지역은 서울 면적의 22.3%, 인구는 267만명으로 25.5%를 차지한다. 하지만 이 지역은 기존 도시 숲이 한강을 중심으로 동서축에 밀집돼 소외지역으로 꼽혔다. 꿈의 숲은 문화와 공연이 어우러진 숲을 컨셉트로 한다. 여가 공간 확충과 문화적 수요를 충족시킨다는 취지로 전체 65%를 차지하는 산림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놀이공원 부지에 다양한 시설물을 조성했다. 대형 잔디공원인 청운답원과 월영지(연못), 월광폭포, 단풍숲, 사슴동산 등 걸으면서 감상할 수 있는 조경시설이 즐비하다. 특이하게 미술관을 비롯한 공연장·아트센터·갤러리·레스토랑 등도 운영되고 있다. 숲 관리는 서울시, 공연시설 운영은 세종문화회관이 맡고 있다. 총사업비 3339억원 가운데 70.5%인 2356억원이 보상비로 들어갔다. 꿈의 숲은 주중 3000~1만명, 주말과 휴일에는 2만~5만명이 방문하는데 인근 주민이 대부분이다. 벚꽂이 만개한 지난 16~17일에는 12만명이 공원을 찾았다. 49.7m의 전망대는 특이한 구조와 드라마 ‘아이리스’ 촬영지로 입소문이 나면서 명소가 됐다. 꿈의 숲 관리사무소 서상길 팀장은 “수락·도봉·북한·불암산 등 강북의 4대 명산을 조망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며 “풍수지리의 교과서 같은 지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숲의 생태적 역할 아직은 기대 못미쳐 서울 숲과 꿈의 숲에 울창한 숲은 없다. 원시 형태의 숲을 기대했던 건 아니지만 시설물이 많아 숲보다 공원에 가까웠다. 휴식공간을 제외하고 맑은 공기와 물을 생산하는 숲의 생태적 역할과 목재생산 등을 기대하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편의시설 요구를 거부할 수 없는 한국 정서가 반영돼 숲과 나무가 적고 시설물들이 많아 숲치고는 너무 황량하다는 느낌도 든다. 접근성도 좋지 않은 데다 주차난도 심각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자는 취지였으나 가족단위 이용객이 많아지면서 주말 도시 숲 주변은 주차장으로 변한다. 이와 함께 서울 숲은 토질문제가 제기되고 초기 양묘장에서 묘목을 옮겨와 생육상태가 좋지 않다. 꿈의 숲에는 나무를 심을 공간이 충분치 않다. 김인호 교수는 “우리나라의 도시 숲은 공원·경관적인 이미지와 이용자 편의가 부각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시설물이 많다.”면서 “현재보다 10년 후 더 아름다운 도시 숲의 형태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13개 왕조의 도읍 ‘세계적 古都’ 중국 시안

    13개 왕조의 도읍 ‘세계적 古都’ 중국 시안

    중국 산시성(陝西省)의 성도 시안(西安)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고도(古都)입니다. 최초로 중국 대륙을 통일한 진(秦), 화려한 문명을 구가한 당(唐) 등 13개 왕조가 시안을 도읍으로 삼았습니다. 그 덕에 1100여년 동안 황제 70여명의 생멸을 지켜본 천자(天子)의 도시로 군림할 수 있었지요. 실크로드의 기점이기도 합니다. 둔황, 우루무치 등을 가리키는 시내 이정표에서는 서역의 느낌이 강하게 와닿습니다. 황사 발원지인 네이멍구 자치구에 접해 사철 희뿌연 곳. 지금은 중국 서부대개발의 열풍에 휩싸여 있지요. 고도의 깃발이 개발의 바람에 휘날리고 있는 시안에 다녀왔습니다. ●거대한 죽음의 지하 왕국… 병마용 vs 한양릉 시안은 중국 중서부 내륙의 비옥한 관중평야를 타고 앉은 도시다.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너른 평원에 솟은 크고 작은 구릉들을 만난다. 중국을 지배했던 황제들의 무덤들이다. 시안 일대에만 72개 능에 73명의 황제가 묻혀 있다. 당 고종과 여황제 측천무후가 함께 묻힌 건릉(乾陵) 때문에 황릉보다 황제의 수가 하나 더 많다. 워낙 능이 많아 ‘시안에서 성공하려면 (유물을 캐기 위한) 곡괭이만 있으면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공공연하게 회자되기도 한다. 시안 시내에서 강태공이 낚시를 했다는 위수(渭水)를 건너 동북쪽으로 30㎞쯤 가면 양씨 집성촌인 서양촌에 닿는다. 1974년, 이 마을 감나무 숲에서 우물을 파던 양신만(楊新滿) 등 촌부들은 특이한 형태의 토기 파편들을 발견했다. 이게 2000년 넘는 세월 동안 땅속에 묻혀 있던 진나라 대군이 긴 잠에서 깨어나는 단초가 됐다. 당시 양씨 일행이 발견한 것은 진시황(BC 259∼210년)의 병마용 종장갱(從葬坑·부장품을 넣어둔 구덩이)이었다. 이듬해 본격적인 발굴작업이 시작됐고, 양씨 등이 발견한 1호 병마용갱(兵馬俑坑)에 이어 1976년 2호갱과 3호갱이 잇달아 발견됐다. 병마용갱의 규모는 거대하다. 특히 1호갱은 길이 230m, 폭 62m로 ‘A매치’가 열리는 축구장보다 넓다. 그 안에 참호를 판 뒤 도용(陶俑·흙으로 만든 인물상)과 도마(陶馬)들을 오와 열에 맞춰 배치했다. 병마용의 모습은 소름 끼칠 정도로 사실적이다. 얼굴 표정은 물론 복장, 계급 등도 제각각이다. 전투 명령이 떨어지면 당장이라도 ‘돌격 앞으로!’에 나설 기세다. 병마용의 재료는 황토. 시안이 황사의 발원지 가운데 하나란 것을 생각하면,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선택한 셈이다. 각 갱에 묻힌 병마용은 모두 6000여점인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도 발굴과 전시가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도용의 크기는 175~196㎝다. 현지 가이드에 따르면 진나라 남성의 평균 신장이 158㎝였다니, 실제보다 과장되게 표현된 셈이다. 특이한 점은 도용들의 손에 병장기가 들려 있지 않다는 것. 이는 진나라 말기 수도 함양을 침공한 항우의 군대가 진시황릉과 병마용갱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도용들의 실제 병장기를 자신들의 무기로 재사용하기 위해 수거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1호갱은 당시 보병 중심의 1개 군진 규모다. 2호갱은 보병과 기병, 궁노수 등 여러 병종을 혼합 편성했다. 가장 규모가 작은 3호갱은 사령부인 것으로 추정된다. 진시황 병마용갱이 군진 위주의 호전적인 형태라면, 한양릉(漢陽陵)은 보다 작고 다양한 계층의 도용들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한(漢)의 4대 황제 경제(景帝)의 무덤으로, 갱 위에 강화유리를 붙여 관람객들이 발 아래로 내려다볼 수 있게 했다. 80여개의 갱 가운데 10여개만 발굴됐다. 전체 크기는 20㎢로, 진시황 병마용갱과 비슷하다. 그런데 병마용들의 크기는 60㎝ 정도로 대폭 축소됐다. 혹독한 세금과 징용으로 파탄 났던 진나라를 본보기 삼아 병마용의 크기와 개수를 대폭 줄여 작은 죽음의 왕국을 만든 것이다. 원래 옷을 입은 형태로 제작됐으나, 세월이 관복을 삭혀 생식기까지 드러난 상태로 남았다. 도용의 종류도 병마용갱과는 사뭇 다르다. 황제에게 버림받은 ‘냉()궁녀’와 환관 등 황궁에 기거했던 사람들은 물론, 약국 등 저잣거리의 습속도 형상화했다. 특히 소, 돼지 등 가축들은 저마다 배가 불룩하다. ‘저승에 가면 열 마리가 될 것’이라며 전부 새끼를 밴 모습으로 조각한 당대 사람들의 재치가 엿보인다. ●당 현종과 양귀비의 사랑 놀이터 화칭츠  동서고금을 통틀어 가장 유명한 사랑 이야기의 주인공 가운데 하나가 당나라 6대 황제 현종과 양귀비 커플이다. 그들의 러브 스토리가 오롯이 남아 있는 곳이 시안 동쪽 교외의 화칭츠(華淸池)다. 43도의 온천수가 나오는 곳으로, 현종이 양귀비를 위해 증축하면서 화칭궁(宮)이라 칭했다.  화칭츠는 여러 개의 욕실이 전각 형태로 모여 있다. 양귀비와 현종이 함께 들었던 해당탕(海棠湯), 목욕 후 함께 머리를 말렸다는 양발전(陽髮殿) 등이 고스란히 남아 1300년 전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전각들이 어깨를 맞댄 마당에는 옥으로 조각한 반라의 양귀비 상(像)이 있다. 늘씬한 S라인이라기보다는 ‘자질풍염’(資質豊艶)이란 기록처럼 풍만하고 농염한 쪽에 가깝다. 현지 가이드는 “목욕을 마치고 나온 27세 때 양귀비 모습을 기록에 따라 형상화했다.”고 설명했다.  화칭츠 뒤편은 리산(驪山)이다. 1936년 장제스(蔣介石)가 은신했다가 체포됐던 ‘시안 사건’의 현장이다. 화칭츠와 리산은 밤이 되면 거대한 세트장으로 변한다. 현종과 양귀비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 백거이의 시 ‘장한가’(長恨歌)가 영화감독 장이머우의 지휘 아래 화려한 쇼로 재현된다.  낮보다 화려한 시안의 밤풍경도 인상적이다. 시안 도심을 감싸는 둘레 13.7㎞의 장안성에 경관 조명을 해뒀다. 대안탑과 대당불야성, 대당부용원 등은 꼭 찾아봐야 할 곳. 대안탑은 ‘삼장법사’ 현장(玄奘)이 인도에서 가져온 불경을 번역한 뒤 보관한 곳이다. 역시 탑 주변에 경관 조명을 해 밤에도 풍광이 빼어나다. 대당불야성은 대안탑 북문광장과 마주하고 있다. 개인이 사재 50억 위안(약 8400억원)을 털어 당나라 시대 거리를 재현했다. 양 꼬치구이 등 무슬림들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회민거리도 가볼 만하다. ●(古都)에서 열리는 원예박람회  오는 28일~10월 22일 찬바 생태구에서 ‘2011시안세계원예박람회’가 열린다. 옥외 전시단지는 모두 109개. 면적만 서울 여의도의 절반쯤 된다. 34개 국가관 중엔 한국관인 애련정(愛蓮亭)도 있다. 2013년 국제정원박람회를 여는 전남 순천시를 상징하는 정자다.  높이 99m의 장안탑에 오르면 박람회장이 한눈에 보인다. 대안탑을 본뜬 것으로 수·당대 건축 양식에 현대 기술을 접목했다. 장안탑 왼쪽엔 산시 4대 보물관이 들어선다. 친링(秦領)의 네 가지 보배로 통하는 판다·따오기·들창코 원숭이·타킨(사향소와 비슷한 포유류)이 전시된다. 중국 국가여유국과 동방항공은 둔황, 우루무치 등 인근 관광지와 박람회 입장권, 숙박권을 연계해 20~50%의 할인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중국여유국 한국사무소 (02)773-0687.   ▲여행수첩  항공편: 아시아나항공(화·목·토·일)과 대한항공(월·수·토)이 인천~시안 직항편을 운항한다. 3시간 15분 소요. 시차는 우리나라보다 1시간 늦다.  날씨: 4월 기온은 10~20도 정도로 우리나라보다 건조하고 덥다. 황사지역과 인접해 있어 마스크를 준비하는 게 좋다.  맛집: 예전 서태후가 맛을 봤다는 딤섬(만두) 전문점 더파창(德發長)이 유명하다. 딤섬의 종류는 380여 가지. 가격은 15~180위안으로 다양하다. 시안 중심지인 고루(鼓樓) 인근에 있다.  숙박: 찬바 생태지구에 위치한 켐핀스키호텔과 시안 시내 하얏트호텔 등이 깨끗하다.  주변 관광지: 화산(2160m)은 중국 오악 중 하나다. 시안 시내에서 2시간가량 걸린다. 비림(碑林)박물관은 중국 명필대가의 비석 3000여점이 전시돼 있다. 당나라 시대 대명궁터도 가볼 만하다. 글·사진 시안(중국)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오늘의 눈] 카이스트 vs 쌍용차, 죽음의 귀천/강주리 정치부 기자

    [오늘의 눈] 카이스트 vs 쌍용차, 죽음의 귀천/강주리 정치부 기자

    죽음에도 귀천(貴賤)이 있다고 하면 지나친 표현일까. 최근 학생 4명과 교수 1명이 자살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사태는 사회를 뜨겁게 달군 ‘핫이슈’였다. 정치권도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2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회의장. 한나라당 의원들은 일제히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의 학사운영을 질타했다. 원인과 해법도 제시했다. 정두언 의원은 학생들의 목숨을 “우주와도 바꿀 수 없는 생명”에 비유했다. 조전혁 의원은 “자살을 권장하는 사회”라며 근본 해결책을 내놓으라고 호통쳤다. 배은희 의원은 “목숨을 버릴 만큼 힘든 건 공감해 줘야 한다.”고 거들었다. 같은 시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회의장. 14명의 근로자들이 목숨을 끊은 쌍용차 사태 등 4대 노동 현안 관련 진상조사위원회 구성 상정안은 한나라당의 반대로 부결됐다. 백혈병으로 47명이 숨진 삼성전자 반도체 직원들의 산재처리 여부를 논의할 ‘산재 소위원회 구성’도 같은 운명을 맞았다. 한나라당 간사 신영수 의원은 진상조사위 구성에 대해 “2월에 충분히 다뤘으며 재판 중이거나 노(勞)-노(勞)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당 조해진 의원은 산재소위 구성이 실체적 진실 규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똑같은 자살사건이지만 사회적 관심은 크게 다른 느낌이다. 과학고를 나온 젊은 인재들의 죽음은 안타까워하면서도 한 가정의 해체, 나아가 우리 사회의 해체로 이어지는 한 가장의 죽음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냉담하거나 때로는 냉소적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19일 현재, 카이스트 관련 기사 건수는 무려 2100건이 넘는다. 반면 지난 1년 동안 13명이 목숨을 잃은 쌍용차 사태의 보도 건수는 5분의1(450건) 수준이다. 올해 한진중공업·현대차 노사문제, 전북 버스파업 등 5대 노동 현안 기사도 280건이 전부다. 언론이 되돌아봐야 할 부분이다. 죽음의 경중을 어떻게 따질 수 있겠는가. 기득권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죽음,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지만 결국 죽음마저 귀천이 나뉘어지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함을 금할 수 없다. jurik@seoul.co.kr
  • [씨줄날줄] 드레스 코드/최광숙 논설위원

    “뭐야, 옷이!” “국회를 뭘로 보는 거야.” 지난 2003년 4월 국회에서 한바탕 소동이 빚어졌다.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유시민 의원이 국회의원 선서를 하는 국회 본의장에 ‘백바지’에 면티, 청색 캐주얼 재킷을 입고 나타난 것이다. 국회법에 국회의원의 드레스 코드(복장 규정)가 정해진 것은 없다. 셔츠에 넥타이를 맨 정장차림이라는 관습이 있을 뿐이다. 유 의원은 그 선을 넘었기에 “튀려고 한다. 정치를 희화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그 이전에도 파격적인 패션으로 주목받은 이들이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6대 국회 등원 때 흰 구두와 양복을 입은 패셔니스트다. 당시나 지금이나 ‘백구두’는 영화배우나 신는 최첨단 패션 아이템이다. 카이저수염으로 유명한 김동길 전 의원은 14대 국회 때 나비 넥타이를 처음으로 국회에 선보였다. 옷은 개인의 생각·취향·삶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개인뿐 아니라 시대와 국가·민족에 따라 드레스 코드는 달리 나타난다. 드레스 코드로 그 나라의 역사적·문화적·정치적인 배경까지 읽을 수 있다. 얼굴을 스카프로 가리고 몸매를 드러내지 않는 여인들을 보면 이슬람 국가 출신으로 여기는 것처럼 말이다. 요즘 모임·장소에 따라 거기에 맞는 옷차림새를 요구하는 ‘드레스 룰’이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우아하게 품위를 갖춰야 할 클래식 공연장, 격식 있는 레스토랑, 명문 골프장 등에서 드레스 코드를 요구한다. 청바지에 샌들 차림은 입장 불가다. 파티 같은 모임에는 아예 초청장에 ‘검은색 정장’ 등과 같이 옷색깔까지 콕 찍어준다. 최근 유명 한복 디자이너 이혜순씨가 호텔신라의 한 레스토랑을 갔다가 쫓겨났다. 호텔 측은 “드레스 코드가 있는데 한복과 트레이닝복은 안 된다.” “한복은 위험한 옷이다.”라고 했다. 이부진 사장이 직접 이씨를 찾아가 사과했다지만 파장이 만만찮은 모양이다. 한 네티즌은 이 사장의 모친 홍라희 여사가 한복차림으로 신라호텔에 간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아니, 자기들은 되고. 정작 돈 주고 밥먹겠다는 손님한테는 웬 까탈인지….”라며 쓴소리를 할 정도로 여론이 냉랭하다. 시인 박목월은 ‘한복’이라는 시에서 “품이 낭낭해서 좋다. 바지저고리에 두루막을 걸치면 그 푸근한 입성/옷 안에 내가 푹 싸이는 그 안도감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라며 한복을 예찬했다. 한복은 우리 조상의 지혜가 담긴 문화 유산이다. 내 문화를 홀대하는 나라가 어찌 국격을 운운할 수 있겠는가.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檢 ‘한상률 수사’ 출구전략 갈등

    한상률(58) 전 국세청장의 ‘그림 로비’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검찰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검찰은 수사 마무리 단계에서 한 전 청장의 사법처리 방향과 수사 종결 시점을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6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최윤수)는 끝내기 수순에 들어간 한 전 청장에 대한 수사결과 발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갑근 중앙지검 3차장검사는 “시기는 특정할 수 없지만 이른 시일에 사건을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 전 청장 수사의 출구전략을 놓고 이견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은 해당 사건을 빠른 시일 내 종결한다는 기본 입장을 지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한 전 청장에 대한 공소 제기가 가능한 증거확보가 쉽지 않고, 사건을 오래 끌수록 검찰 수뇌부의 리더십에 흠집이 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미진한 부분을 확실히 수사해 매듭짓고 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충분한 수사’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한 전 청장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수긍할 수 있는 선에서 정리돼야 수사를 마무리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정리하지 않고 수사를 마무리할 경우 어떻게든 ‘부실 수사’, ‘꼬리 자르기’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 나올 재수사, 특검 압박도 검찰 수뇌부의 부담이다. 같은 맥락에서 검찰은 한 전 청장 사법처리 방향도 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애초 한 전 청장을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구속 이후 일반적으로 강도 높은 집중 수사가 뒤따라야 한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해 불구속 기소하고, 수사를 마무리하는 방안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애초 고발을 통해 제기된 이른바 4대 의혹 부분은 입증이 어려운 것으로 일찍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그림로비, 연임로비, 태광실업 세무조사 등 손에 잡히는 게 없는데 어떻게 수사를 하느냐.”며 “안원구(51) 전 국세청 국장의 진술도 수사로 이어갈 연결 고리가 없다.”고 말했다. 도곡동 땅 의혹 역시 볼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도곡동 땅 문제는 이번 수사에서 잡고 들어갈 단서조차 없다.”고 말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정부 유류세 1조 더 걷고 정유사는 ‘생색 인하’… 
서민 혜택은 달랑 3만원

    정부 유류세 1조 더 걷고 정유사는 ‘생색 인하’… 서민 혜택은 달랑 3만원

    정부와 정유사가 3개월 동안 벌여 온 유가 인하 전쟁은 결국 ℓ당 100원 인하에 그쳤다. 정부는 ‘기름값이 묘하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1월 13일) 이후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석유제품 가격결정 구조의 문제점을 뒤졌지만 잘못된 점을 찾아내지 못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6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국제유가가 오를 때의 국내 석유제품 가격조정 폭이 국제유가가 하락할 때의 조정폭보다 큰 ‘비대칭성’ 사례가 상당수 발견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석유 가격결정 구조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정부가 정유회사들의 잘못된 관행을 뜯어고칠 태세였던 데 비하면 태산명동에 서일필 격이다. 4대 정유회사들이 한시적으로 3개월간 휘발유·경유값을 인하할 경우 정유회사에 돌아갈 실질적인 손실 규모는 1조원가량으로 추정된다. 김형건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석유 메이저 4개사의 공급가격이 ℓ당 10원 내릴 때 연간 1000억원 손실이 났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조치로 1조원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시장점유율 35%인 SK에너지가 입을 손실규모는 3000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제유가 상승 탓에 정부가 1분기에 추가로 거둬들인 세금은 1조원가량이다. 우리나라가 수입한 원유는 25조원어치로 수입금액은 지난해 1분기보다 40% 가까이 늘었다. 원유 수입액이 늘면서 원유 관세는 2028억원 증가한 6547억원, 부가가치세는 7307억원 증가한 2조 6313억원이다. 정부가 추가로 거둬들인 세금은 9335억원이고 교통에너지환경세, 교육세, 주행세 등을 합하면 1조원이 넘는다. 현재 유가가 유지된다면 연간 4조원의 세금을 더 거둬들일 전망이다. 정부는 3개월 만에 1조원의 추가 이익을 보고, 정유회사들은 앞으로 1조원의 손실을 감수해야 하지만 서민들의 생활은 크게 달라질 게 없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ℓ당 100원을 내려도 서민들이 차를 끌고 다니지 못하는 가격대이기 때문에 체감 효과는 20~30원도 안 될 것”이라면서 “유가 인하가 물가 상승 심리를 억제하는 효과도 리비아 사태 등으로 기대하기 힘들어 이번 조치가 서민·물가 정책으로 기능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한달 평균 100ℓ(평균 가격 19만 4000원)의 휘발유를 사용하는 서민들이 ℓ당 100원 인하로 보게 될 혜택은 한달에 1만원이고, 3개월간 고작 3만원에 불과하다. 따라서 보다 근본적인 고유가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심재철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물가 급등으로 서민들이 고통받는 만큼 유류세를 내려 국민부담을 줄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유류세 인하도 검토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기획재정부는 유류세 인하의 효과가 많지 않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유류세보다는 원유에 부과하는 관세율(3%) 인하가 더 현실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윤 장관은 최근 국회에서 “석유제품에 부과하는 세금을 낮출 경우 유류세 인하보다는 관세 인하가 먼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주·오달란기자 kdlrudwn@seoul.co.kr
  • 장애인 대중교통 편의시설 살펴보니

    “보통 사람들이 30분이면 이동할 거리를 장애인들은 2시간 넘게 투자해야 합니다.” “장애인 입장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보세요. 정부대책이 왜 탁상행정인지 알 수 있습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장애인 대중교통 편의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는 있지만 설비 부족과 관리 부실로 실제 체감도는 그에 못 미치고 있다. 서울시는 장애인의 대중교통 이용 편의를 위해 지하철 엘리베이터·에스컬레이터와 저상버스, 장애인 콜택시 등을 운영하고 있다. 시는 2013년까지 편의시설을 더 늘릴 계획이지만 장애인들은 전체 장애인 수(41만 4500여명)에 비해 크게 미흡하다고 주장한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남병준 정책실장은 “비교적 시설이 많은 지하철도 장애인 수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라며 “이동량이 많은 오래된 역사는 시설이 더욱 빈약하다.”고 말했다. 버스는 보급 자체가 빈약하다. 서울시내 버스 7548대 가운데 저상버스는 1554대(20.6%)뿐이다.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배융호 사무총장은 “1개 노선에 저상버스는 2~3대 정도”라며 “배차 간격이 일반 버스보다 훨씬 길어 1대를 놓치면 30분 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시내버스 외에는 저상버스가 없기 때문에 지방으로 이동할 때 버스를 타는 것이 아예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있다. 장애인 콜택시 보급도 더디다. 2003년 100대로 시작한 장애인 콜택시는 8년간 200대가 늘어나는 데 그쳤다. 그나마 야간 운행은 20대에 불과하다. 수가 부족하다 보니 콜택시를 불러도 한참 기다려야 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장애인 콜택시의 평균 대기시간은 29분이다. 하지만 실제 체감시간은 그 2배가 넘는 수준이다. 남 실장은 “콜택시를 부르면 1시간 30분은 기다려야 한다.”면서 “특히 야간에 이용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라고 말했다. 장애인의 눈높이와 동떨어진 구색 맞추기라는 지적도 있다. 남 실장은 “위험한 휠체어 리프트 대신 엘리베이터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형식적인 운영 때문에 불편을 호소하는 장애인이 많다.”고 했다. 배 사무총장은 “지하철 사업자들이 단가를 낮추기 위해 값싼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고장이 잦다.”고 주장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서인환 사무총장도 “장애인의 지하철 편의시설 활용률이 26%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저상버스의 경우 정류소마다 보도의 높낮이가 달라 승강램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점도 지적됐다. 운행시간 지연을 이유로 장애인 탑승을 꺼리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애인 단체들은 이런 문제들이 주로 예산부족에서 비롯된다고 입을 모았다. 남 실장은 “지난해 저상버스 예산이 대폭 삭감되면서 당초의 도입률 목표 달성이 불가능해졌다.”면서 “장애인 콜택시도 지자체 예산으로만 운영되기 때문에 증차가 늦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 [서울광장] 아덴만 구출작전이 그립다/주병철 논설위원

    [서울광장] 아덴만 구출작전이 그립다/주병철 논설위원

    올초 만난 군 장성이 한 얘기다. 군내에서 동성애자임을 밝히는 커밍아웃이 갈수록 늘고 있다고 걱정했다. 그래서 주위 병사들에게 커밍아웃에 대해 물었다고 한다. “문제될 게 없다.”는 게 대부분이라는 것. “그러면 커밍아웃 병사와 같이 근무해도 되겠어?”라고 했더니 기겁을 하더라는 것이다. 그는 “신세대들은 남에 대해 관심이 없지만 자기에게 유리한지 불리한지, 싫은지 좋은지에 대해서는 너무 민감하다.”며 씁쓸해했다. 옳고 그름, 유불리 등에 대한 아리송함은 하버드대 교수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이 책에 철로를 이탈한 전차 얘기가 나온다. “전차 기관사인 당신이 시속 100㎞로 철로를 달리고 있는데, 인부 다섯명이 철로에 서 있다. 전차를 멈추려 하지만 브레이크가 듣지 않는다. 이대로 다섯명의 인부를 들이받으면 모두 죽을 것이 뻔하다. 오른쪽으로 비상 철로가 눈에 보인다. 인부가 있지만 한명이다. 전차를 비상 철로로 돌리면 인부 한 사람이 죽는 대신 다섯 사람이 살 수 있다.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상당수는 한 사람을 희생해 다섯명의 목숨을 구하는 행위가 정당해 보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기관사가 아닌 구경꾼의 입장이 되면 사정은 달라진다. 누군가를 다리 아래로 밀어 죽게 하는 행위는 죄 없는 다섯명의 목숨을 구한다 해도 끔직하고, 처음에는 옳다고 했던 것이 구경꾼의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이 책은 주장한다. 다원화된 세상에서 옳고 그름, 정의와 불의를 구분 짓기가 쉽지는 않다. 소수가 극렬하게 반대하면 다수의 입장이 관철되기 쉽지 않은 세상, 옳아도 불리하면 목소리를 높여 비토할 수 있는 세상, 옳지 않아도 유리하다면 밀어붙여 정당화할 수 있는 세상, 우리는 그런 틈바구니에서 살고 있다. 대선 공약으로 내건 4대강 사업, 세종시 이전, 과학비즈니스벨트, 동남권 신공항 등은 갈등과 반목의 덫에 걸려 꼼짝달싹 못하고 있다. 사회적 갈등과 대립은 예전에도 있었다. 인천공항 건설, 경부고속철 터널공사 등이 그런 예다. 문제는 국가가 이를 설득력 있게 정리할 수 있느냐는 데 있다. 유감스럽게도 이명박 정부에서는 갈등만 있고 전략은 안 보인다. 한마디로 전략 부재가 갈등만 키우는 꼴이다. 3년 전 촛불시위만 해도 그렇다. 한·미 양국 대통령의 멋진 랑데부를 위해 외교 당국이 성급하게 쇠고기 문제를 양보해 준 과잉 의욕 때문에 생긴 일이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촛불시위를 단순한 불만세력의 화풀이 정도로 폄하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꼬였다. 세종시 문제도 충청도 출신의 총리를 내세워 여론몰이로 끝내려다 정부의 신뢰 위기를 초래했다. 동남권 신공항 역시 백지화 카드를 들이대면서 후속 전략이 없어 갈팡질팡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참여정부 때 강원도 평창을 동계올림픽 유치 후보지로 만들면서 또 다른 경쟁 후보지인 무주에는 태권도 공원을 지어 주기로 한 사례는 곱씹어 볼 만하다. 무조건 ‘주고받기식’이라고만 폄하할 건 아니다. 전략적 소통과 발빠른 타이밍이 문제를 해결했다는 평가다. 노동자들과 만나면 노동자 편이 되고, 사용자들을 만나면 사용자 편이 됐다는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전 대통령의 업그레이드된 소통 방식도 참고할 만하다. 전략적 소통의 성공 사례다. 이명박 대통령은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선원을 구출하기 위해 ‘아덴만 구출작전’을 성공적으로 펼쳐 지지율이 크게 올라간 적이 있다. 치밀하고 전략적인 판단이 주효했다. 지금 온 나라를 들쑤시고 있는 대형 국책사업 추진 등을 둘러싼 해법 찾기에도 아덴만 구출작전 같은 전략적 판단과 사고가 필요하다. 이 대통령이 논란이 되고 있는 과학벨트와 한국토지주택공사 본사 입지 선정에 대해서는 시간을 끌지 않고 상반기에 마무리하겠다고 했다. 참신하고 전략적인 사고로 쾌도난마처럼 속 시원히 해법을 찾아내는 모습을 한번만이라도 보여 줬으면 한다. 너무 답답해서 그렇다. bcjoo@seoul.co.kr
  • 성실 납세자 ‘브랜드화’… 체납징수 민간이양 검토

    성실 납세자 ‘브랜드화’… 체납징수 민간이양 검토

    31일 정부가 발표한 조세정의 실천방안은 지난 2월 17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개최한 1차 공정사회 추진회의에 따른 첫 결과물이다. 당시 공정한 병역의무, 공평과세, 교육 희망 사다리 구축, 체불임금 해소, 공정한 공직인사, 전관예우 관행개선, 학력·학벌 차별 개선,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등 8대 과제가 추려졌지만 공평과세가 가장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라 첫 결과물로 나온 것이다. 실제 최근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4대 의무 중 가장 개선이 필요한 분야로 납세가 41.4%로 나타났다. 근로 21.9%, 교육 20.2%, 국방 16.5% 등과 큰 차이가 난다. 한국갤럽이 조세불공정 원인에 대해 조사한 결과 고소득·전문직 소득탈루가 31.6%, 사업자·봉급생활자 간 과세불형평 25.4%, 편법적 상속·증여 24.1%, 고액체납 9.8% 등으로 조사됐다. 이날 발표된 실천방안은 크게 두 가지다. 많은 금액뿐만 아니라 적은 금액이라도 성실하게 납세하는 국민은 우대하고 탈세자에 대한 추적은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고액 체납자에 대한 효과적인 징수를 위해 체납 징수 업무를 통합하고 민간에 일부 위탁하는 방안도 본격적으로 논의된다. 고소득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사업소득의 신고내용이 맞는지 세무사가 확인하는 성실신고확인제도가 4월 임시국회를 통과하면 내년 소득세 신고부터 시행된다. ●미성년자 재산상속 관리 강화 이날 발표된 방안 중 가장 관심을 끄는 항목은 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과세방안 검토다. 계열사의 일감 몰아주기 관행은 계열사 간 부당 내부거래이자 해당 기업과 주주에 대한 배임 혐의가 있고 변칙 상속·증여 수단으로 활용될 소지가 있다. 그러나 이렇다할 제재 수단이 없었다. 정부가 2006년 대기업 계열사들의 물량 몰아주기를 적발, 과징금을 물린 뒤 과세방안 부과 여부가 논의됐으나 더 이상 진척되지 않았다. 재정부 관계자는 “최근 사례를 심도있게 분석해 과세요건, 이익계산 방법 등 합리적 과세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공익법인이 상속·증여세 회피수단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사후관리가 강화되고 관련 제도도 보완된다. 외부 전문가의 세무확인·결산서류 공시 의무 대상법인이 자산 10억원 이상 법인에서 수입금액 일정기준 이상인 법인까지 확대된다. 허위기부금 영수증 발급, 일정금액 이상 세액 추징 등 부실운영 공익법인 명단을 공개하고 기부금 단체 지정에서 제외할 계획이다. 미성년자가 고액 재산을 물려받는 경우 부모 등 증여자가 세금을 제대로 신고했는지를 조사하고 차명재산, 우회상장 등을 통한 변칙 상속·증여 행위에 대한 관리도 강화된다. ●10개국과 체납자 정보교환 추진 국세청은 올 1분기 역외탈세 조사를 통해 총 4600억원을 추징했다. 지난해 최초로 스위스, 싱가포르 등에 개설한 계좌의 입출금 내역과 잔액을 확인하고 5000억원의 세금을 추징하는 등 역외탈세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국세청은 2분기부터 홍콩, 싱가포르, 미국 등 역외 탈세의 경유지와 목적지로 자주 이용되는 나라에 세정전문요원을 파견하고 외국 국세청과 적극적인 정보교환을 추진할 방침이다. 오는 6월 해외금융계좌에 대한 첫 신고를 받은 이후 하반기에는 미신고자를 파악, 제재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고액체납자의 해외 은닉자산 정보를 얻기 위해 올해 오스트리아, 코스타리카 등 10개국과 정보교환협정을 확대하기로 했다. 은닉재산 확보결과를 4월과 10월 등 주기적으로 발표하고 고의적 체납 처분 회피자는 형사고발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국세청은 고액·재산은닉 체납자를 전담 관리하는 인력을 50명에서 174명으로 3배 이상 늘렸다. 명단이 공개되는 고액·상습 체납자의 범위도 늘어난다. 국세는 체납액 7억원 이상에서 5억원 이상, 지방세는 1억원 이상에서 3000만원 이상으로 강화된다. 지방 세무공무원의 질문·검사에 정당한 사유 없이 응하지 않으면 국세와 같이 5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지방세법 조사 및 처벌 규정이 신설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지방세 1억원 이상 체납자는 3019명이며, 3000만원 이상 체납한 사람은 3만 2616명으로 확인됐다. ●소액 성실납부자도 인증·표창 행안부는 명단 공개를 위해 이달부터 체납자 확인을 시작할 방침이다. 최근 2년간 3000만원 이상 지방세 체납자의 이름 또는 상호, 나이, 직업, 주소 등이 언론에 공개되고 각 지방자치단체 홈페이지 등에 게재된다. 모범 납세자를 브랜드화해 성실신고 수준에 따라 등급을 부여하고 인증마크를 제작, 사업장 현관에 부착하게 된다. 사업자를 위한 무료 세무자문 서비스 대상이 음식·도소매업종의 생애 최초 창업자에서 모든 영세납세자로 확대된다. 지방세 납부 금액이 적더라도 3년 이상 지방세를 성실히 납부한 사람을 대상으로 성실납제자 인증 및 표창이 수여된다. 또 국·공립 박물관 입장료 할인, 시·도립 어린이집 유아 선발 시 우대, 공공기관 전용주차장 지정 등 생활 속에서 우대를 체감할 수 있도록 자치단체별 조례가 만들어진다. 7월부터는 현행 광학식문자판독기(OCR) 고지서 납부방식 대신 신용카드로 지방세를 낼 수 있도록 납부 방식이 변경된다. 전경하·박성국기자 lark3@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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