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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천~서울 광역버스 21일 스톱?

    인천~서울 광역버스 21일 스톱?

    인천 광역버스 업체들이 경영난을 이유로 준공영제 도입을 인천시에 촉구하며 오는 21일부터 운행 중단을 예고했다. 12일 인천시에 따르면 신강교통, 인강여객, 선진여객, 천지교통, 마니교통, 신동아교통 등 인천을 기점으로 서울 신촌·서울역·강남권 등을 오가는 6개 운수업체는 21일 첫차부터 운행을 중단하겠다고 신고했다. 19개 노선 259대다. 인천∼서울 간 전체 광역버스가 28개 노선 344대여서 4대 중 3대가 운행 중단 위기에 놓인 것이다. 업체들은 “준공영제를 적용 중인 인천 시내버스와 그렇지 않은 광역버스 근로자 간 처우가 벌어지고 있다”며 “인천시가 재정 지원을 하지 않는다면 버스를 운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6개 업체를 통틀어 지난해 적자가 22억원에 이르는데, 올해의 경우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상승분만 19억 7700만원이나 돼 2배로 치솟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운행이 중단되면 이들 광역버스를 이용하는 하루 3만여명의 승객은 큰 불편이 예상된다. 업체들이 궁극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준공영제다. 인천 시내를 운행하는 시내버스는 적자 땐 시비를 보전해 주는 준공영제로 운영된다. 하지만 인천시로서는 광역버스 준공영제를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입장이다. 재정위기 지자체라는 불명예 속에서도 시내버스 준공영제에 연간 1000억원을 부담해 왔는데 광역버스까지 포함시키면 예산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준공영제를 넓히면 거액의 예산을 추가로 투입해야 한다”면서 “국비 요청 등 다각도로 광역버스 대책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기금 고갈 45년째 군인연금… 국가 부담 80% 넘어도 ‘개혁 무풍지대’

    공무원 이어 국민연금도 재정개혁 논의 군인연금 작년 적자 보전금 1조4600억 근본적 재정 수술 미뤄져 형평성 논란 정부가 국민연금의 장기 지속성을 고려해 재정 개혁을 논의하고 있는 가운데 세금으로 적자를 메우고 있는 군인연금을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나마 공무원연금은 2015년 개혁으로 이듬해부터 단계적으로 ‘더 내고 덜 받는’ 구조가 됐지만 군인연금은 1973년부터 45년간 줄곧 예산 지원을 받으면서도 근본적인 개혁은 계속 미뤄지고 있다. 12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정부는 국민연금 재정 상태를 진단하는 제4차 재정추계 작업을 끝내고 오는 17일 국민연금 재정추계위원회, 제도발전위원회, 기금운용발전위원회의가 참여한 가운데 공청회를 갖는다. 정부는 재정 안정화 방안을 확정하면 다음달 말 국무회의와 대통령 승인을 거쳐 오는 10월 말까지 ‘제4차 국민연금운영계획’을 수립할 방침이다. 이처럼 국민연금은 재정 개혁이 불가피해 보험료율 인상과 수령 시기 연장 등으로 가닥을 잡아 가고 있지만, 4대 연금(국민연금,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립학교교직원연금) 가운데 가장 개혁이 시급한 군인연금엔 손을 놓고 있어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연금 개편에 앞서 군인연금을 먼저 하라는 얘기다. 공무원연금은 3년 전 개편이 이뤄졌지만 군인연금은 아무런 변화가 없다. 정부와 국회는 2015년 진통 끝에 공무원연금 지급률을 1.9%에서 2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1.7%까지 낮췄다. 반대로 보험료율은 7%에서 5년간 단계적으로 9%까지 높였다. 반면 군인연금 지급률은 1.9%, 보험료 부담률은 7.0%다. 또 연금 수급에 연령 제한이 없다. 군인으로 20년 이상 복무만 하면 은퇴 시기와 상관없이 연금을 받는다. 게다가 군인연금은 1973년 고갈됐고 2010년부터 해마다 1조원이 넘는 적자를 세금으로 보전하고 있다. 특수직역임을 감안하더라도 군인연금기금의 국가부담률이 80%를 넘어섰다. 지난해 적자보전금은 1조 4600억원이며 개편이 이뤄지지 않으면 2045년엔 두 배가량 증가한 2조 8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말 국회 예산정책처 분석에서 1인당 국가보전금은 군인 1534만원, 공무원 512만원으로 군인연금이 3배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박근혜 정부가 2014년 말 군인연금 개편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이해 관계자와 정치권 반발에 부딪혀 공론화조차 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도 구체적인 군인연금 개편 방안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더 내고 늦게 받는’ 국민연금案에 반발 청원 들끓어

    ‘더 내고 늦게 받는’ 국민연금案에 반발 청원 들끓어

    수급개시 연령 2038년부터 1세씩 연장 2033년까지 보험료 4%P 인상안 검토 가입자 “50세 후 직장생활 힘든데” 분통 朴장관 “정부안 확정 아닌 자문안 불과”‘더 내고 더 늦게’ 받는 방향으로 국민연금 개편안이 드러나면서 국민들이 집단 반발하는 모습이다. 이에 당황한 정부가 “확정된 개편안이 아닌 민간 자문위원회의 제시안”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1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오는 17일 공청회에서 발표될 ‘제4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보고서’는 국민연금 재정 안정을 위해 수급 시기를 늦추고 보험료를 인상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생애평균소득 대비 노후연금액의 비율)을 45%로 유지한 채 현재 9%인 보험료를 내년에 1.8% 포인트 올리거나 소득대체율은 2028년까지 40%로 낮추고 2033년까지 보험료를 4% 포인트 인상하는 두 가지 안이 제시됐다. 또 재정 안정을 위해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65세에서 2038년부터 5년마다 1세씩 연장해 68세로 상향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이런 내용이 공개되자 가입자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국민연금 전면 폐지’, ‘국민연금 자율가입제 도입’, ‘4대 연금 일원화’, ‘공무원·군인연금 개혁’ 등 국민연금 개편안에 반대하는 글들이 300여건(오후 3시 기준) 올라왔다. 자신을 50대 직장인이라고 밝힌 청원자는 “직장인들이 50세 이후 직장 생활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데 수령 시기까지 늦추는 건 말이 안 된다”면서 “부족하면 정부가 충당해 주는 공무원연금이나 군인연금을 국민연금과 통합해 운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방에서 18년째 자영업을 하고 있다는 한 청원자는 “경기가 좋지 않아 빚을 내서 국민연금을 내고 있다”면서 “이런 식으로 운영하는 국민연금은 폐지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게시판에는 국민연금의 부실 경영을 비판하는 내용도 적지 않았다. 한 청원자는 “국민 세금을 여기저기 투자해 수많은 손실을 초래했고 결국 원금마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국민연금 자유의사 가입을 실행하고 해지 희망금 전액을 환급하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여론이 악화되자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이날 오전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 관련 복지부 입장’을 부랴부랴 발표해 진화에 나섰다. 장관이 휴일 오전에 사건·사고가 아닌 정책 관련 사안에 긴급 입장문을 내놓는 것은 이례적이다. 박 장관은 “논란이 되고 있는 보험료 인상이나 수급 개시 연령 상향 등은 ‘재정계산위원회’에서 제시한 자문안이며 정부안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면서 “자문안을 기초로 이해당사자와 국민 의견 수렴 이후 다음달 말까지 ‘국민연금종합운용계획’을 마련해 10월 말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폭넓은 사회적 논의를 거친 뒤 입법 과정에 들어가겠다는 얘기다. 재정계산위원회는 국민연금법 제4조에 따라 5년마다 실시하는 국민연금재정계산과 제도 발전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민간위원 중심으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정부, 안전진단 안 받은 BMW 운행중지명령 검토

    정부, 안전진단 안 받은 BMW 운행중지명령 검토

    정부가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리콜 대상 BMW 차량의 운행을 중지하는 명령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차량 소유자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국민 안전이라는 대의를 위해서 운행 중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8일 경기 화성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이렇게 밝혔다. 김 장관은 “정부는 현재 국민의 안전을 위해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차량과 안전진단 결과 위험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 차량에 대해 운행정지 명령을 발동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리콜 대상 BMW 차량 소유주들에 대해 “본인의 잘못이 아님에도 이미 큰 불편을 겪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그러나 터널이나 주유소, 주차장 등 공공장소에서의 예기치 못한 차량 화재가 발생하면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김 장관은 “14일까지 긴급 안전진단을 빠짐없이 받고, 안전진단을 받기 전에는 운행을 자제해 달라”며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차량과 화재 위험이 있는 차량은 구입과 매매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부는 그동안 운행중지 방안에 대해서는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유보적인 태도였다. 그러나 이낙연 국무총리가 전날 국무회의에서 “국토부가 납득할 만한 사후조치를 취하라”고 질책하며 “법령의 제약이 있더라도 행정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다 하고, 법령의 미비도 보완하라”고 주문함에 따라 전격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김 장관은 많은 전문가를 투입해 BMW 화재 원인 분석을 연내에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그는 “BMW의 자료 제출에만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인 실험과 조사를 병행할 예정이며, 조사 과정에서 사고 원인으로 추정되는 부분이 추가로 발견된다면 즉시 강제 리콜을 명령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김 장관은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등 제도 개선 방안도 제시했다. 그는 “이번 차량 화재를 계기로 여러 제도적 미비점이 확인돼 소비자의 권리와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관련 법과 제도를 종합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실효성 있게 강화하는 방안을 관계기관과 협의할 예정이며, 늑장 리콜이나 고의로 결함 사실을 은폐·축소하는 제작사는 다시는 발을 붙이지 못할 정도의 엄중한 처벌을 받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올 들어 불에 탄 BMW는 7일까지 총 34대인 것으로 집계됐다. 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입수한 국토부 보고자료에 따르면 국토부는 올해 화재가 발생한 BMW는 총 34대라고 밝혔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장은석 기자의 호갱 탈출2] 알바만 했는데 근로장려금 주나요?

    [장은석 기자의 호갱 탈출2] 알바만 했는데 근로장려금 주나요?

    최근 근로장려금에 대한 서민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내년부터 근로장려금 지급 대상과 금액을 대폭 확대하기로 해서죠. 근로장려금을 받으려면 일단 신청 자격부터 알아야 하는데요. 내년부터는 연 소득 기준이 단독 가구는 총급여(근로소득+사업소득) 1300만원에서 2000만원 미만, 홑벌이 가구는 2100만원에서 3000만원 미만, 맞벌이 가구는 2500만원에서 3600만원 미만으로 늘어납니다. 재산 요건도 가구원 재산 합계 1억 4000만원 미만에서 2억원 미만으로 완화되죠. 장려금 최대 지급액도 단독가구는 85만원에서 150만원, 홑벌이 가구는 200만원에서 260만원, 맞벌이 가구는 25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오릅니다. 하지만 아르바이트만 했는데도 근로장려금을 받을 수 있는지, 4대 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못 받는지, 월급은 적지만 집을 갖고 있다면 받을 수 없는지 등 일반 국민들 입장에서는 알쏭달쏭한 부분도 많습니다. 그래서 아리송한 근로장려금 지급 기준을 국세청에 물어보고 일문일답으로 풀어봤습니다. →잠깐 아르바이트만 했는데 신청할 수 있나요? -네. 잠시 일한 일용근로자도 급여를 받은 사실이 있고 연 소득 등 신청 기준에 맞으면 받을 수 있습니다. →4대 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신청할 수 없다던데요? -아니요. 4대 보험 가입 여부는 근로장려금과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가입하지 않았어도 신청할 수 있습니다. →무주택 가구에만 주나요? -아닙니다. 지난해부터 근로장려금 지급 기준에서 주택 요건이 빠졌습니다. 주택 보유 여부나 수는 근로장려금 신청과 무관합니다. →근로장려금인데 자영업자도 신청할 수 있나요? -네. 2015년부터 근로자 뿐만 아니라 자영업자에게도 줍니다. 다만 사업자등록을 꼭 해야 합니다. →대리운전기사인데 받을 수 있나요? -그럼요. 특수직 종사자도 근로장려금 대상입니다. 특수직 종사자란 사업장 없이 사업자등록을 하면서 개인에게 대가를 받는 사람을 말하는데요. 대리운전기사와 간병인, 파출부, 소포배달원(퀵서비스), 골프장 캐디, 수화물 운반원, 중고 자동차 판매원, 욕실 종사원 등입니다. 다만 자영업자와 마찬가지로 근로장려금을 받으려면 사업자등록을 반드시 해야 합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급여 수급자도 받을 수 있나요? -네. 2015년부터 근로장려금을 신청할 수 있도록 법이 바뀌었습니다. →안 낸 세금이 있는데 근로장려금을 줄까요? -줍니다. 하지만 근로장려금에서 우선 체납한 세금을 뗍니다. 그래도 근로장려금의 최대 30%까지만 세금을 떼고 나머지는 받을 수 있습니다. →지난 5월 근로장려금 신청 기간을 놓쳐서 신청을 못했는데 아예 못 받나요? -아닙니다. 오는 11월 30일까지 신청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근로장려금의 10%가 깎입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정규직 전환 64%… 늘어난 인건비 못 따라오는 예산 어쩌죠

    정규직 전환 64%… 늘어난 인건비 못 따라오는 예산 어쩌죠

    올 상반기까지 13만 3000명 정규직화 일 잘하는 근로자 교체 필요 없어 효율 무기계약직, 높은 임금·복지 추가 요구 기존 직원 임금·다른 사업비 긴축 압박 본사, 인건비 포함 안 되는 자회사 추진 비정규직 측 자회사 방식 반기지 않아 “합리적 차등 수용… 직접 채용해 달라”한국마사회는 매주 금~일요일에만 열리는 경마 경기 때 마권을 파는 비정규직 약 5600명을 올해 초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 정규직화했다. 아르바이트로 주말에만 일하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고용노동부로부터 우수 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자산관리공사(캠코)는 서무, 기사, 비서처럼 본사 업무와 밀접하거나 한 공간에 있는 198명은 직접고용을 완료했고, 콜센터 직원이나 건물관리인 등 652명에 대한 정규직 전환도 올해 안에 마무리할 예정이다. 캠코 관계자는 “기존에는 용역기간 2년이 끝나면 근로자를 교체해야 해서 공공기관 입장에서도 손실이 컸다”면서 “업무 적응력이 높고 일을 잘하는 사람을 굳이 내보내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첫날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찾아가 공공기관 정규직화 방침을 밝힌 지 1년이 지났다. 올해 상반기까지 공공부문 비정규직 13만 3000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2020년까지 20만 5000명을 정규직화하겠다는 목표의 64.6% 수준이다. 그중에서도 공공기관은 기간제 2만 4564명, 파견·용역 5만 1172명을 정규직화했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유도하고 있지만 공공기관 조직 내부에서는 미묘한 갈등도 감지된다. 비정규직 직원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맡은 업무에 따라 기존에 같은 업무를 맡고 있던 정규직 직원과 동일하게 급여 체계를 맞추기 때문에 인건비도 당연히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인건비 관련 예산은 상황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올해 예산안을 편성할 때부터 예견됐던 문제이기도 하다. 특히 비정규직의 경우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는 경우가 많은데 4대 사회보험 보장이나 유급 휴가 외에도 정규직과 같은 높은 임금과 복지 수준을 추가로 요구하면서 갈등이 벌어지는 사례가 있다. 기존 정규직 직원들도 표면적으로는 불만을 드러내지 않지만 임금 인상 폭이 줄어들 가능성 등을 우려하고 있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경기가 좋지 않아서 회사 매출은 늘지 않고 정부로부터 받는 예산도 한정돼 있는데 비정규직 정규직화로 인건비 압박이 커지면 당장은 아니지만 향후 구조조정도 있지 않을까 불안해하는 직원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인건비 부담 때문에 다른 사업비를 줄이는 곳도 있다. 마사회는 다른 공공기관과 달리 정부 예산을 지원받지 않고 경마 수익금으로 한 해 살림을 꾸린 뒤 당기순이익 일부를 축산발전기금에 낸다. 총납입금이 축산발전기금의 29.5%에 해당하는데 납부액이 2016년 1691억원, 2017년 1596억원, 2018년 1565억원으로 줄고 있다. 최근 경매 매출이 정체인 상태에서 올해 정규직화 관련 예산 160억원이 더 들어가면 내년 납부액이 더 줄어들 수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자회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aT가 검토하는 자회사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뒤 소속을 자회사에 두고 업무는 기존 본사 업무를 그대로 보는 방식이다. 본사 인건비에 정규직 전환에 필요한 예산이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aT 관계자는 “기획재정부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으로 늘어나는 인건비 예산을 추가로 주는 게 아니지 않으냐”면서 “인건비는 증액되지 않는데 정규직 전환 사원에게 인건비를 더 주게 되면 기존 정규직 임금이 줄어드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쪽에선 자회사 방식을 선호하지 않는다. 이영훈 공공연대노조 부위원장은 “본사 직원들과 같은 대우를 해 달라는 것이 아니다. 합리적인 차등은 얼마든지 받아들이겠다고 수차례 말했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공공기관에 직접 채용되는 것이 고용 안정성 측면에서 훨씬 낫다”고 말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낙동강네트워크, 낙동강 보 처리방안 대통령 입장 촉구

    낙동강네트워크, 낙동강 보 처리방안 대통령 입장 촉구

    낙동강 유역 환경단체가 낙동강 보 철거 등 처리방안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명확한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낙동강네트워크(낙동강경남·대구경북·부산·울산네트워크)는 30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낙동강 재자연화를 위해 낙동강 보 처리방안을 올해 안에 밝히고, 낙동강 수질개선을 통한 안정적인 영남주민 취수원확보 계획을 수립하라”고 요구했다.낙동강네트워크는 “환경부가 지난 26일 시민사회단체와 간담회에서 4대강 녹조 원인과 대책인 보 철거문제에 대해 영산강과 금강은 올해안에 결정하겠다고 했지만 낙동강은 보 처리방안 일정을 일방적으로 연기하는 것을 기정사실화 했다”고 주장했다. 낙동강네트워크는 환경부의 이같은 결정은 대통령의 (4대강 재자연화)공약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환경단체는 “낙동강을 상수원으로 하는 대구시와 부산시가 독조라떼와 공장폐수의 불안으로 부터 벗어난 곳으로 취수구를 옮기기 위한 구체적인 취수구 이전 계획까지 밝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부산시가 발표한 취수원 이전계획 검토내용은 남강댐 물을 취수하는 방식에서 더 나아가 합천댐의 물을 도수로로 연결해 남강댐의 담수량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방안까지 추가되는 등 구체화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낙동강네트워크는 “이같은 혼란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되며 문재인 대통령은 낙동강 보 처리방안과 낙동강수질개선을 통한 영남주민 취수원 확보계획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대통령의 관심을 촉구했다. 환경단체는 “금강과 영산강에서 수문개방으로 인한 역행침식 등 심각한 하상변화는 발생하지 않아 낙동강 보 처리방안을 연기하는 것은 아무 타당성이 없다”며 “낙동강 보 처리방안도 영산강, 금강과 함께 올해 안에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단체는 “부산·대구의 취수원 이전계획은 이전계획지역 환경파괴 등을 우려하는 지역주민들과 시민사회 반대가 극심해 전혀 불가능한 안”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청와대는 낙동강 유역 지자체 주민들간에 갈등을 부추기고 수조원 예산이 소요되는 취수원 이전계획을 중단시키고 낙동강 수질요염 원인인 공장폐수와 녹조발생을 차단하는데 행정력을 집중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낙동강네트워크는 유해물질 수질오염 온상이던 구미산단에 무방류시스템 도입과 수질오염기업에 대한 삼진아웃제 도입 등을 제안했다. 특히 “낙동강 최악의 공해공장인 영풍제련소는 시급히 폐쇄하고 폐광문제도 조속히 처리해 식수원 낙동강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낙동강네트워크는 “낙동강은 1300만 국민의 식수원으로 안전을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하지만 다양한 문제가 산적해 있어 해결이 쉽지않다”며 “따라서 국가가 직접 나서 ‘낙동강 문제 해결을 위한 민관특별대책기구’를 꾸려 국가적 차원에서 해결해 나갈 것”을 촉구했다. 환경단체는 “오늘도 낙동강은 굳게 닫힌 수문으로 물 흐름은 차단돼 있고 녹조에 완전히 점령당해 강물 전체는 녹색으로 변해 있다”며 “1300만명 영남주민들의 수돗물 취수구에는 독조라떼로 변한 녹색의 낙동강물이 콸콸 쏟아져 들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낙동강네트워크는 이날 기자회견에 이어 창원시청 대회의실에서 영남지역 취수원 다변화 문제점과 낙동강 재자연화를 어떻게 앞당길 것인지에 대한 긴급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서 부산지역 환경단체 ‘생명 그물’ 이준경 대표는 “부산시가 물 자치권 확보를 명분으로 추진하려는 지역 수자원공사 설립보다는 낙동강 본류의 원수 수질 개선을 먼저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낙동강 보 개방, 수질 모니터링 체계화, 불법 축사 근절, 친환경 영농 등을 통해 낙동강 수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과거 정권이 경제성장을 내세워 식수원인 낙동강에 산업단지를 모아놓는 바람에 낙동강 물이 불안하게 됐다”며 “산업단지를 없애는 것이 불가능해 국가나 지자체가 산업단지 관리를 철저히 해 식수원을 안전하게 보호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보 수문 개방과 보 철거까지 고려하는 낙동강 자연성을 되찾아주는 재자연화가 필요하며 낙동강 상류 영풍제련소 등 오염원으로 작동하는 개별공장을 없애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영태 환경부 보개방모니터링 상황실 총괄팀장은 지난해 6월부터 시작한 4대강 보 개방 중간결과와 앞으로 계획을 밝혔다. 서 팀장은 “보 개방으로 물 흐름을 회복해 조류 농도가 줄어들고 사라진 모래톱이 생기는 등 4대강 재자연화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금강·영산강에 있는 보는 최대 개방상태를 지속하고 대형 취·양수장이 있어 개방에 제한이 있는 한강·낙동강 보는 추가 개방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文대통령 올해도 軍시설서 휴가…국정 현안 ‘4대 구상’ 가다듬는다

    文대통령 올해도 軍시설서 휴가…국정 현안 ‘4대 구상’ 가다듬는다

    비핵화·2기 개각·경제 활력·軍개혁 정리문재인 대통령이 30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여름휴가 기간 대부분 시간을 군 시설에서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29일 “대통령이 외부에서 휴가를 보내거나 일정을 갖게 되면 부속실과 경호실 등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여름휴가 중 이틀은 평창에서, 나머지는 진해 해군기지에서 보낸 바 있다. 올해도 휴가지를 군 시설로 정한 배경에는 마땅한 대통령 휴가시설이 없는 현실적 이유는 물론 긴급상황에 대응하고 ‘필수인력’을 제외한 직원에게 휴식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그야말로 순수한 휴가 그 자체라는 게 청와대가 밝힌 휴가 콘셉트지만 문 대통령은 비핵화 구상은 물론 2기 개각과 경제 활력 및 군 개혁 방안 등 내치에 대한 구상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군 유해 송환으로 지지부진하던 북·미 대화의 모멘텀이 생겼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종전선언 필요성을 연일 강조했다는 점에서 대북 안전보장 조치와 비핵화 로드맵을 둘러싼 북·미의 교집합을 찾는 과정에서 ‘촉진자’ 역할을 모색할 전망이다. 종전선언 시점과 주체는 물론, 북·미대화의 속도와 맞물린 ‘가을’ 평양 남북정상회담 구상도 가닥을 잡아나갈 것으로 보인다. ‘협치 내각’도 마냥 끌 수는 없다. 자유한국당 등의 비판에도 청와대는 여전히 “여당에서 야당과 협의 중이며 협치 내각은 아직 열려 있다”는 입장이다. 보수 야당을 제외한 범진보 정당을 대상으로 한 내각 구성에 보다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다음달 5일 민주평화당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체감 있는 경제 성과에 올인하고 있는 문 대통령은 8월부터 규제개혁점검회의를 매달 주재하면서 규제 혁파에 가속도를 낼 계획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 주재 점검회의는 한 가지 주제에 대한 ‘끝장 토론’ 형식이 될 것”이라며 “의료기기 규제혁신 현장방문처럼 국민이 ‘혁신성장’을 체감할 수 있도록 현장 행보도 이어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무사 개혁 태스크포스(TF)의 최종안이 다음달 2일 나오면 기무사 개혁안은 물론 ‘계엄령 검토 문건’을 둘러싼 문책의 폭도 결론 날 것으로 보인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 대한 ‘합당한 조처’에 따라 개각 폭도 연동된다. 한편, 대통령의 휴가에 맞춰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도 휴가를 떠난다. 통상 대통령 부재 중 비서실장이 대행했던 관례를 따르지 않은 것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난해 겪어 보니 대통령과 비서실장이 연이어 떠나면 2주간 공백이 생긴다”며 “안보 현안이나 재해 대비는 정의용 안보실장이 공백을 메우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김호진 서울시의원, 서대문구소상공인과 간담회 가져

    김호진 서울시의원, 서대문구소상공인과 간담회 가져

    서울특별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김호진 의원(더불어민주당, 서대문2)은 지난 7월 19일에 KBIZ, (사)서대문구 소상공인회가 서대문구 사회적경제 마을센터에서 주최한 ‘서대문구 소상공인과 서대문구 시의원, 구의원 간담회’에 참석했다. 서울특별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김호진 의원은 서대문구 소상공인 간담회에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업주들의 부담과 우려에 관한 성토를 수렴함과 동시에 카드 수수료 인하 요구 등을 통한 향후 소상공인의 사업 환경 개선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의지를 전달했다. 최저임금 인상은 경제, 고용 상황과 동시에 최저임금의 본질적 목적인 저임금 근로자의 임금 상승 등을 반영해 결정된 사항이며, 정체된 경제성장률 및 2018년 상반기 내내 부진한 고용상황을 반영했다. 또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과 최저임금 수준 비교도 이번 인상에 영향을 미쳤다. 즉, 우리나라의 임금 불평등을 보다 개선하기 위한 결정이었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은 경기 침체와 함께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중소기업연구원의 자료를 보면 2015년 기준 300만 명이 넘는 소상공인의 월 평균 영업이익은 209만원에 불과하다. 임금근로자의 평균 월 소득이 329만원에 비해 주머니 사정이 열악하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종업원 월급이 235만원에서 270만원 선으로 오르는데, 4대 보험까지 더하면 50~60만원을 더 부담해야 한다는 걱정은 비단 한 업주만의 얘기는 아니다. 김호진 의원은 “최저임금 인상의 목적과 배경은 공감하고 범국가적 차원에서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이를 통해 고용을 촉진시키고 위축된 경제 심리를 풀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히며 “그러나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정책은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이들에게 겪어도 되지 않을 고통을 겪게 하므로, 이에 대한 후속대책을 마련하는데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전했다. 이어 “서울페이, 소상공인페이와 같은 소상공인 수수료 부담 제로 결제서비스 도입, 카드사 수수료 인하, 의무수납제 폐지 등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 수 있도록 관계부서와 협의를 통해 방안을 모색할 것이며, 민생경제의 일선에 있는 소상공인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관피아’ 여전하지만…요즘 금융권엔 낙하산 안 펴진다

    ‘관피아’ 여전하지만…요즘 금융권엔 낙하산 안 펴진다

    지방선거 전후로 한동안 멈춰 섰던 공공기관장 인선의 시계가 다시 돌아가고 있다. 현재 한국공항공사, 예금보험공사 등 39개 기관이 새 수장을 기다리고 있다. 공공기관장 인사에서 끊이지 않는 것이 바로 ‘낙하산 논란’이다. ‘대선 공신’ 등 여당 쪽 인사가 뜬금없이 내정되거나 상급 주무부처 출신이 당연한 듯 내려오기도 한다. 역대 정권과 마찬가지로 지금 정부에서도 이런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다만 금융 등 갈수록 전문성이 부각되는 기관에서는 ‘자리 챙겨주기’가 아닌 실제로 ‘일할 사람을 앉히는’ 인사가 중시되면서 변화가 감지되기도 한다.서울신문이 24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 알리오에서 338개 공공기관을 전수조사한 결과 이날까지 기관장이 공석이거나 임기 만료된 공공기관은 총 39곳(11.5%)으로 나타났다. 공기업이 5곳, 준정부기관이 16곳, 기타공공기관이 18곳이었다. 3개월 안에 임기가 끝나는 공공기관도 부산항만공사,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등 총 6곳으로 집계됐다. 총 35개 공기업 중 현재 수장 자리가 비어 있는 곳은 5곳이다. 그중에서도 대한석탄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등 3곳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다. 준정부기관 중에서도 산업부 산하인 한국무역보험공사,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한국에너지공단 등이 새 기관장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정권에서 이뤄진 해외 에너지 개발사업에 대한 적폐 청산이 이뤄지면서 기관장 선임이 영향을 받고 있다. 기관장 공석 상태가 지속되면 업무 공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장기간 기관장이 부재중인 경우에는 ‘제 식구 챙겨주기’ 차원에서 자리를 비워두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제기되곤 한다. 수개월째 신임 기관장 인선 절차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몇 개월째 수장이 오지 않으니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도 어렵고 직원들도 지친 분위기”라면서 “계속해서 인사가 늦어지니 ‘우리 기관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가 보다’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라고 전했다.●코바코 등 인선 늦어져 업무공백 커 공기업 중에서는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의 기관장 공백이 길다. 곽성문 전 사장이 지난해 12월 사의를 표명한 이후 8개월째 기관장이 비어있다. 곽 전 사장은 지난해 9월 임기가 끝났으니 사실상 1년 가까이 후임 사장을 선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기술보증기금도 K 전 이사장이 불륜 의혹으로 지난 4월 사의를 표명한 이후 4개월째 수장 공백 상태다. 중소벤처기업부가 K 전 이사장을 해임했지만 아직 새 이사장 선임 절차를 시작도 못하고 있다. 공공기관장은 보통 임원추천위원회가 추천한 뒤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의결을 통해 선출되거나 소속 정부부처 장관이 임명한다. 절차만 따지면 수개월씩 걸릴 일이 없지만 사실상 윗선에서의 ‘시그널’(신호)이 없으면 새 기관장 선임에 돌입하기 어려운 구조다. 신임 기관장 선출 절차에 들어간 곳들은 ‘관피아’(관료+마피아) 논란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사장 선임 절차에 돌입한 예보의 차기 사장에는 기재부 출신 인사들이 유력 후보로 언급되고 있다. 예보 사장은 금융위원장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금융권에서는 위성백(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 전 기재부 국고국장과 진승호 전 기재부 대외경제국장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예보는 이달 안에 사장 모집 공고를 낼 예정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임기가 끝났을 때 바로 절차가 시작되지 않은 것은 지방선거 등 정치 일정이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많았고 이제는 ‘시그널’이 내려온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공항공사도 차기 사장에 전직 국토교통부 인사가 유력하다는 설이 돌면서 노동조합이 강하게 반발하는 등 진통을 겪고 있다. 공항공사 노조는 “지난 3월 국토부 출신인 김명운 부사장을 임명한 데 이어 사장까지도 낙하산으로 내려보내려고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성일환 전 공항공사 사장은 지난 3월 임기를 1년 앞두고 돌연 사퇴해 정부 압력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공항공사는 사장 선임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절차를 진행 중이며 아직 확정된 내용이 없다는 입장이다. ●기관장 4명 중 1명 상급 주무부처 출신 퇴임한 관료들이 공공기관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건 어느 정권에서나 마찬가지다. 지난 2월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집계한 결과 공공기관장 4명 중 1명은 상급 주무부처 출신이었다. 당시 공석인 곳을 제외한 286개 공공기관장 중 26.9%에 해당하는 77명이 상급 주무부처 출신이었다. 이 때문에 공공기관장 인사의 투명성과 공정성 논란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퇴직 공무원들의 전문성을 활용하는 것이고 상급 부처와 소통하기에 좋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기관장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평가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에 낙하산 논란이 계속되는 것”이라면서 “규모, 성격에 따라 기관을 나눠 수장에게 요구되는 역량과 자격요건 등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금융기관 수장 선임에 있어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코드 인사’ 논란이 심했다. 특정 ‘라인’을 등에 업고 잘나가다가 정권이 바뀌면 초라하게 퇴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명박 정부 때에는 이른바 ‘4대 천왕’이 득세했다.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어윤대 전 KB금융지주 회장, 강만수 전 KDB금융그룹 회장은 당시 이 전 대통령과 가까운 ‘고려대·소망교회 라인’으로 평가받았다. 박근혜 정부로 넘어가서는 4대 천왕이 물러가고 ‘서금회’가 주목받았다. 박 전 대통령이 나온 서강대 출신 금융인의 모임이다. 홍기택 전 KDB금융그룹 회장, 이덕훈 전 수출입은행장,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 홍성국 전 대우증권 사장 등이 대표 인사다. 이렇듯 금융권 수장 자리를 ‘나눠 먹기’ 용도로 취급하다 보니 금융 산업이 계속해서 후퇴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금융기관은 국내외 경제 정책과 연계된 업무가 복잡하기 때문에 외부에서 온 낙하산 기관장이 이를 파악하는 데에만 임기 대부분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코드 인사 논란은 여전하지만 어느 한 세력이 주도하는 ‘싹쓸이’ 현상은 없다는 게 금융권의 평가다. 또한 최소한의 전문성과 여론 동향을 고려해 인사가 이뤄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동걸 현 산업은행 회장이다. 지난해 9월 임명 당시 일부에서는 “역시 현 정권과 가까운 코드 인사”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지만 한국GM, 금호타이어, STX조선해양 등 굵직한 기업 구조조정을 진행하며 ‘지뢰처리반’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과거 산은 수장은 전관예우 차원에서 맡는 자리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금융이 선진화되면서 전문성이 부각돼 ‘함부로 앉지 못하는 자리’가 된 것이다. 공공기관장은 아니지만 시중은행장이나 각종 금융협회장 인사에서도 주목할 만한 코드 인사가 보이지 않는다는 관측이 많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 정부 들어서 은행장 등 금융권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낙하산 논란은 줄어든 편”이라면서 “정치적 입김이 적었고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이뤄진 경우가 많았다”고 평가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공공기관장이 정부의 철학과 방향을 공유해야 할 필요는 분명 있다”면서도 “전문성이 강조되는 금융기관은 특히 능력 있는 수장을 선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인터뷰 플러스] 美 카네기홀에 ‘황해도 굿’ 선보인다… 한민족 신명 춤사위 ‘덩실’

    [인터뷰 플러스] 美 카네기홀에 ‘황해도 굿’ 선보인다… 한민족 신명 춤사위 ‘덩실’

    미국 카네기홀 무대에 우리 민속 ‘황해도 굿’이 오를 전망이다. 강신무로 황해도 굿을 전승한 운바기 선원 무당금파(본명 이효남·51·사무실 서울 서초구 우면동)의 공연예술 황해도 굿이다. 그의 카네기홀 공연은 우리 민속 굿이 공연예술의 한 장르로서, 또 한국인 무당으로서는 처음이다. 무당금파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카네기홀 공연기획자와 만나 내년 초 공연을 열기로 했다”며 “구체적인 세부 일정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카네기홀 공연이 결정되는 과정과 시기를 보니 ‘이게 내 뜻이 아니구나’하는 느낌을 받았다”며 “세계가 한반도를 주목하는 시대에 한민족 평화의 봉화를 높이 드는 것 같다”고 전제한 다음 “하늘이 나에게 무거운 짐을 주셨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무당금파에 따르면 그의 이번 카네기홀 공연프로젝트는 ‘한민족 역사 바로 세우기’ 일환으로 2015년 11월 1일 ‘치우천황 넋을 기리며’란 주제로 열린 ‘나라 통일굿’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그에 따르면 한민족의 역사문화의 한 축을 담당해 온 ‘무속인과 민속굿’은 중국과 일본을 비롯한 몇몇 위정자들에 의해 폄훼되고, 심지어 말살되는 아픔이 있다. 특히 한민족의 걸출한 영웅인 배달 한국의 14대 환웅 치우천황이 탁록에서 황제헌원에게 패함으로써 그 몸이 100각으로 잘려 흩뿌려진 원한으로 상징된다. 하지만 그 원형은 황해도 굿에 담겨져 전승돼 온 만큼 카네기홀 공연은 한민족의 한풀이인 동시에 세계로 웅비하는 신명 춤이란 해석이다. 특히, 최근 국제정세가 동북아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로의 이행에 집중되는 시점과 맥을 같이하면서 ‘카네기홀 황해도 굿 공연’이 갖는 상징성도 커졌다는 분석이다. 한반도 평화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축하공연’이란 성격에다 한민족의 한풀이 내지는 살풀이에 비유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무당금파는 “한반도의 대전환으로 세계가 평화로 나가는 변곡점을 지나는 만큼 한민족의 살아있는 정신이자 혼을 담은 ‘예술로서의 굿’으로 세계와 소통할 새로운 굿을 창작할 때가 왔다”면서 “황해도 굿에 뿌리를 둔 새로운 공연 굿으로서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아리랑 굿’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다짐했다. 한편, 무당금파는 1999년 수원 팔달산에서 무불통신 후 신내림굿으로 무속인이 된 다음 6년에 걸쳐 황해도 굿의 세 장르인 도시굿·산굿·배굿을 대표하는 세분의 선생으로부터 6년에 걸쳐 전수받아 이를 종합한 ‘새로운 황해도 굿’을 선보여 왔다. 셋이 모여 독창적인 ‘금파무당만의 황해도 굿’으로 재해석·재창조 됐다는 의미다. 나아가 카네기홀 공연을 계기로 ‘금파의 황해도 굿’이 세계의 아리랑 굿으로의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무당금파는 인터뷰가 진행되는 중간 운바기 선원 창밖으로 비친 정원을 가리키며 “학이야, 두리미야, 뭐야, 아침부터 저기에 날아와 지금껏 노닐고 있다”고 말했다. 그 말에 고개 돌려 보니 백로였다. 백로는 우아하고 고귀한 자태로 청결·강직하고 주체성이 강해 신선이 탄다는 학(鶴)과 함께 평화의 상징으로 알려져 있다. 하늘의 뜻이 이 땅에 임하여 민족의 염원대로 평화로운 대한민국, 번영하는 한반도가 속히 오길 기대해 본다. 무당금파와 인터뷰는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우면동에 자리한 운바기 선원에서 2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편집자 주→미국 뉴욕의 카네기홀에서 내년 초순경에 ‘황해도 굿’을 무대에 올리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예상 밖으로 신선한 도전입니다. -3~4년 전부터 샌프란시스코 시티홀 공연을 준비해 왔습니다. 하지만 목사님과 장로님들이 한인사회의 주류이다 보니 용납이 안 됐습니다. 우리 민속의 전통을 간직하며 전승돼 온 전통예술로 이해해 주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외국 사람들의 경우 우리나라 굿을 보면 같이 뛰고, 같이 춤추면서 되레 ‘반한다’고 할까요. 한마디로 미쳐요. 제가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했고, 황해도 굿을 하면서 ‘이것은 예술이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1999년 무당이 된 후 2001년 경기도 이천 도자기 축제에서 처음으로 무대에 올렸습니다. 그 후 2015년에는 광화문에서 ‘치우천황을 기리며’란 주제로 기우제 성격의 공연예술로 하늘굿을 했습니다. 당시의 공연은 ‘한민족의 역사를 바로 알자’는 취지였죠.그러다 지난달 미국 뉴욕을 업무차 방문하게 됐는데요. 카네기홀 공연기획자를 우연히 만나게 됐고, 그 자리에서 내년 초순경에 황해도 굿을 카네기홀에 올리기로 합의했습니다. 우리 민속의 예술성을 해외 무대에 올려 세계에 알린다는 취지로 시작했는데요. 합의되는 순간 몇 년 전부터 준비는 제가 해 왔지만 ‘이것은 내 뜻이 아니구나. 하늘이 나에게 무거운 짐을 주는 거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계가 한반도를 주시하고 있고, 한반도가 세계 평화의 열쇠를 쥐고 있는 현시점에서 ‘카네기홀의 황해도 굿’은 그 자체로 상징성이 크잖습니까. 하늘의 뜻이라고 저는 봅니다. →황해도 굿과의 인연은 어떻게 맺어진 겁니까. -물론 강신무로 신내림을 받을 때 황해도 굿과 첫 인연을 맺었습니다. 황해도 굿은 크게 개성을 중심으로 한 도시굿, 산신을 모시는 산굿, 서해안의 용궁을 모시는 섬굿이라고도 하는 배굿 등 세 가지로 나뉩니다. 저는 이 세 굿을 당시를 대표하는 세분의 선생들로부터 6년에 걸쳐 배웠습니다. 세분 선생을 모시고 같이 굿을 하다 보니 손짓, 발짓, 몸짓에서 뿜어내는 추임새에서 이 세 가지가 하나로 엮어진 거죠. 어느 순간에 배워진 거죠. 삼법귀일이라고 할까요. 셋이 모여 무당금파만의 황해도 굿으로 승화됐습니다. 특히 연극을 전공한 덕분으로 무대예술을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관객의 입장을 생각해 줘야 했고, 손·발·몸짓의 동작과 추임새 하나하나를 관객들의 시선에 맞추다 보니 ‘무당금파 스타일’로 황해도 굿이 만들어졌다고 봅니다. 그래서 전통 굿을 전승했지만 엄밀히 말하면 정통은 아닌 거죠. 저는 그래서 ‘짬뽕이다’고 말합니다. →앞서 ‘한민족 바로 알기’로 ‘치우천황을 기리며’란 주제로 공연을 하셨다고 했잖습니까. 어떤 연유인가요. -저는 치우천황을 모신 무당입니다. 제게 신으로 오실 때 ‘시커먼 양반이 도깨비다’하시면서 오셨죠. ‘도깨비라니, 무슨 신이지?’ 하면서 한민족의 역사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공부를 하다 보니 마고 할매와 한인·한웅·단군이 엮이고 단군만 해도 한 분이 아니라 마흔일곱 분이 계신 거예요. 사실 저는 단군이 한 분인 줄 알았거든요. 그때 혼란이 왔죠. 또 도깨비란 배달 한국의 14대 환웅이신 치우천황을 말하는 거고, 또 전쟁 신으로서 전쟁을 하면서 청동 가면을 쓰신 연유로 도깨비로 불리게 됐다는 것도 알게 됐고요. 탁록 전투에서 황제헌원에게 패함으로써 그 몸이 100각으로 잘려서 천지사방으로 흩뿌려졌다는 것도 알게 됐죠. 분명히 우리 조상이고, 역사인데도 학교에서 국사 시간에 전혀 배우지 못한 사실들을 알게 된 거죠. 한 예로 황해도 굿에 ‘군웅푸리’가 있습니다. 돼지를 육각, 팔각으로 뜨는 행위가 치우천황의 한풀이로구나 하는 깨달음을 갖게 됐죠. 그렇다면 돼지는 황제헌원이겠죠. 그래서 2015년 11월 1일 ‘나라 통일굿’으로 기우제 성격의 하늘굿을 공연했습니다. 민족혼이 스며 있는 민족굿의 공연예술을 통해 한민족의 역사를 바로 알자는 취지였던 것, 맞습니다. →그렇다면, 일반에서 말하는 황해도 굿과 ‘공연예술로서의 굿’은 어떤 차이가 있는가요. -굿은 보통 재가집이라고 의뢰자가 있습니다. 이에 따라 굿을 하게 되면 보통 2박 3일을 합니다. 굿에는 거리라고 해서 여러 거리가 있는데요. 연극으로 하면 장막에 비유할 수 있겠죠. 그래서 그 순서 하나하나를 정확하게 지켜야 합니다. 재가집에 초점을 맞춰 재가집의 발복, 복을 빌어줘야 하는 거죠. 반면 공연예술로서의 굿은 관객입니다. 신을 모시되 2박 3일 분량을 1~2시간 분량으로 압축해 예술성을 보여줘야 합니다. 신을 모시되 퍼포먼스를 극대화시켜야 하는 만큼 위험성도 더 커집니다. 가장 큰 위험은 작두타기죠. →현판이 ‘운바기 선원’이던데요. 유튜브를 보면 ‘운바기 기도법’이 나옵니다. 어떤 기도법인가요. -운바기는 ‘운명을 바꾸는 기도법’의 준말로서 한마디로 ‘나만의 종교’라 할 수 있습니다. 삼국시대까지 각자의 종교가 내려왔는데, 그게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다시 만들자는 취지로 시작했습니다. 사람에게는 각자 내 안의 생명, 양심이 있잖습니까. 많은 성현이 ‘하나님, 한울님’으로 가르침을 주었습니다. 내 안의 생명은 나와 연결돼 있기 때문에 밖에서 찾지 말고 내 안의 생명을 찾으면 그 생명이 빛을 발하게 되고, 그러면 유전병도 고칠 수 있습니다. 암도 고치고, 알코올 중독자도 고침을 받습니다. 내 안의 생명이 깨어나 빛을 발한 결과인 거죠. 그러니까, 기도란 어떤 소원을 이루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의 고를 풀어내는 겁니다. 내 안의 하나님, 부처님을 찾는 것이 기도인 거죠. 저는 이를 ‘운바기’라고 이름 붙인 거죠. 그런데 말이죠. 운바기를 하다 보면 억울하게 돌아가신 조상들이 나옵니다. 자살과 타살로 가신 분, 청춘에 가신 분, 세월호처럼 억울하게 간 혼령들이 나옵니다. 자기네가 억울하게 가신 조상들을 느낍니다. 그런데 그분들은 기도만으로 풀어서 해원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때 굿으로 그분들의 한을 풀어드리는 겁니다. 무당금파가 굿을 많이 하는 이유죠. 그래서 운바기는 자신의 업과 조상의 업을 풀어내는 신법, 불법, 도법으로 나뉘는데요. 죽어서 극락 가고, 천당 가자는 것이 아니라, 이 땅에 살면서 잘 먹고, 잘 살다가 잘 죽자는 거죠. 그러자면 스스로 유전병을 고치고, 미리 병을 발견해서 치유하자는 겁니다. 그래야 원귀가 안 되고, 후손들이 편하다는 거죠. →그럼, 무당은 어떻게 되셨고, 앞으로 비전은 무엇인가요. -1999년도에 수원 팔달산에 소주 들고 인사 갔다가 새벽 4시경에 무불통신으로 신의 문이 열렸습니다. 그때 돈이 없어 종살이 5년 하기로 하고 ‘신내림굿’을 했는데, 그 신굿이 6시간 만에 끝났습니다. 50만원 월셋집에 15만원을 내지 못해 비 오는 장마에 짐을 마당에 비닐로 씌우고 나온 경우도 있습니다. 9년을 그렇게 전전긍긍으로 살다가 2008년 태백산 약수암으로 갔습니다. 잠잘 집과 먹을 것이 없어 어쩔 수가 없었죠. 그렇게 3년, 1060일을 꼼짝 못 하고 갇힌 신세가 되어 기도로 세월을 보냈죠. 3년 기도를 마칠 즈음 ‘운바기 기도법’을 터득했고, 2011년 하산했습니다. 운바기 기도가 점차 알려지며 2015년 말부터 경제적으로 안정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꽃이 피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지만 제대로 된 한풀이란 우리 민속의 굿을 세계 속에 세우는 것입니다. 내가 무당이 되어 나의 한도 풀어야겠지만 중요한 것은 민족의 한을 풀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세계 속에서 치우천황의 한을 풀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지금은 황해도 굿으로 카네기홀에 가지만, 다음에 갈 때는 ‘아리랑 굿’으로 승화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전에는 그런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습니다. 모 방송에 얻어맞을 때는 화도 나고, 위축도 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아, 치우천황의 탁록이 이런 것이었구나’ 하는 생각에 지금은 아닙니다. 황해도 굿은 단군을 뿌리로 한 전통입니다. 원형을 지켜가겠지만 중간 중간에 음악 등 창작을 결합해서 계속 발전시켜 젊은 세대로 대중화해 나갈 겁니다. 아리랑 굿으로 승화시켜 세계 속에 한민족의 혼을 드높일 겁니다. 응원을 부탁합니다. 서원호 객원기자 guil@seoul.co.kr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추락한 해병대 날개, 방산비리 때문?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추락한 해병대 날개, 방산비리 때문?

    지난 17일, 경북 포항 군 비행장에서 한국형 상륙기동헬기 MUH-1 마린온 추락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정조종사 김 모 중령과 부조종사 노모 소령을 비롯해, 부사관 2명과 병사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 미래 해병대 입체상륙작전의 핵심 전력으로 군 안팎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아온 마린온이었기 때문에 이번 사고가 던진 충격파는 굉장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고로 해병대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해병항공단 편성 일정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군 당국은 사고 직후 해병대사령부 전력기획실장 조영수 준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조사위원회를 설치하고 사고 원인에 대한 정밀 분석에 들어갔다. 이번 사고의 원인에 대해서는 조종사 과실, 정비 불량, 기체 결함 등 다양한 가설이 제기되고 있지만, 정확한 사고 원인은 조사위의 정밀조사가 끝나봐야 확실하게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현재 상황에서 추론 가능한 사고 원인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첫째, 조종사 과실 가능성이다. 항공기는 이·착륙 과정에서 사고에 가장 취약한데, 이·착륙 과정에서의 사고는 조종사의 조작 실수 때문에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군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에서 조종사 과실이 있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단언하고 있다. 비행에 나선 조종사들이 베테랑 교관조종사들이었기 때문이다. 사고기를 조종했던 정조종사 故 김모 중령과 부조종사 故 노모 소령은 풍부한 경험을 가진 베테랑 조종장교였다. 특히 김모 중령은 20년 가까운 경력과 3,300시간이 넘는 비행시간을 보유했으며, 미국 비행시험학교까지 수료한 엘리트였다. 부조종사 노모 소령 역시 10년 가까운 경력에 우수한 비행실력으로 선·후배 장교들의 신망이 두터웠던 조종사였다. 이러한 엘리트 조종사들이 몰았던 수리온에는 안전 비행을 돕는 최첨단 비행제어시스템이 탑재되어 있었다. 이런 환경에서 조종 미숙에 의한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둘째, 정비 불량 가능성이다. 그러나 이 역시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 사고가 난 마린온 헬기는 현재까지 해병대에 인도된 4대의 기체 중 두 번째 기체이다. 올해 1월 해병대에 인도된 6개월 된 사실상 신품 헬기다. 신형 항공기가 부대에 인도되면 부대에서 가장 신경을 곤두세우는 부분이 바로 기체 정비다. 정비사들의 정비 교육과 병행해 정비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모든 것이 FM대로 진행되며, 자칫 정비 불량으로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장비 전력화 일정에 차질이 생겨 담당자들에게 큰 불이익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마린온을 제작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는 항공기를 인도한 뒤 운용부대에 전문 인력을 파견해 사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즉, 제작사에서 파견나온 전문 엔지니어까지 정비에 참여하는 상황에서 정비 불량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조종사 과실과 정비 불량 가능성이 낮다면 기체 자체에 결함이 있을 가능성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사실 마린온과 그 원형인 수리온은 도입 초기 단계부터 온갖 결함에 시달리며 ‘방산비리의 결정체’라는 오명에 시달린 경험이 있다. 비행 중 진동이 너무 심해서 진동 때문에 기체 프레임에 균열이 가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으며, 방빙 시스템에 문제가 있어 비행 중 불시착한 사고도 있었다. 이처럼 전력화 초기단계에서부터 수많은 결함들이 보고되자 감사원과 국회에서 수차례 관련 내용을 조사했고, 이 과정에서 일부 관계자들이 검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수리온 계열 헬기를 둘러싼 수많은 결함 의혹 가운데 가장 논란이 된 것은 동력과 기어박스 계통의 문제였다. 잘 알려진 것처럼 수리온은 유럽의 유로콥터(現 에어버스 헬리콥터스)의 구형 헬기 AS532 쿠거(Cougar) 단동체형의 설계를 구입해 이를 재설계하는 방식으로 개발된 기종이다. 원형인 쿠거는 1977년 첫 비행한 노후 기종인데, 사업 초기단계부터 이러한 노후 기체를 개발 원형으로 선정한 것에 대한 논란이 거셌다. 일반적으로 노후 기체를 개량하거나 이를 바탕으로 개조개발을 하는 경우는 해당 노후기종이 기술적으로 매우 신뢰도가 높은 경우가 많지만, 쿠거 시리즈는 그렇지 못했다. 동력 계통에서 수시로 문제가 발생했고, 추락 사고도 낮았다. 지난 2016년 4월 노르웨이 정유업체 스타토일(Statoil)에서 운용하던 EC225 헬기의 경우 비행 중 로터 블레이드가 샤프트(shaft), 즉 동력전달 축 통째로 공중 분리되며 추락해 탑승자 13명 전원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우리 군의 수리온 헬기도 약 30여 대가 노르웨이 추락 사고기와 동일한 기어박스 부품을 사용했는데, 육군은 사고 발생 직후 대당 7억 5천만 원을 들여 문제의 부품을 전량 교체한 바 있었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엔진 동력 출력 방향 자체가 다른 엔진과 기체를 결합하다보니 결빙 문제나 진동 문제 등 갖가지 문제가 계속해서 터져 나왔던 것이다. 이번 마린온 추락사고 역시 기체 결함이 원인이었다면 이와 같은 동력 계통의 문제였을 가능성이 크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이번 사고 기체는 진동 문제를 테스트하기 위해 비행에 나섰다가 이륙 직후 로터 블레이드가 기체에서 떨어져 나가면서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즉, 사고 발생 전에도 진동을 비롯한 동력계통 전반에 문제가 있었다는 말이다. 수리온 계열 헬기의 과거 사고 사례나 이번 사고 현장의 목격담만 종합해 보자면 이번 사고는 기체 결함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이를 두고 일부 언론에서는 이를 ‘방산비리’로 몰아가는 분위기다. 과연 수리온은 일각에서 비난하는 것처럼 ‘방산비리의 결정체’일까? 사실 이러한 장비 결함 문제는 수리온을 포함해 소위 말하는 ‘한국형 명품 무기’ 대부분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한다. 최근 세계 방산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K-9 자주포도 배치 초기에는 엔진과 변속기 고장이 매우 잦았고, 주행 중 무한궤도가 끊어지는 사고도 종종 발생했었다.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초의 복합소총으로 탄생했다는 K11은 잦은 폭발사고로 인명사고까지 발생했고, K21 장갑차 역시 교육훈련 중 물 속으로 가라앉아 인명사고를 냈다. 이러한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언론과 여론은 한국형 무기체계의 방산비리라며 비난에 목소리를 높이고, 개발과 전력화 업무를 담당한 관련자들은 줄줄이 수사기관에 소환되어 비리 사범으로 마녀사냥을 당하기 일쑤였다. 과연 한국형 무기체계들의 결함들이 전적으로 방산비리 때문일까? 현장의 목소리는 많이 다르다. 한국형 무기체계 개발은 예산 절감이 미덕처럼 받아들여지는 관료문화 덕분에 최저가로 사업자가 선정되다보니 개발예산과 인력이 충분히 투입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턱없이 부족한 인력과 예산으로 성과를 내야 하다 보니 개발자들의 격무는 관행처럼 굳어졌다. 신라시대에 아이를 쇳물에 녹여 만들어졌다는 선덕대왕신종(일명 에밀레종)의 설화를 빗대어 “한국형 무기들은 공학자들을 갈아넣어 만든 현대판 공밀레종”이라는 자조 섞인 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K-9 자주포 개발 과정에서 1명, T-50 개발과정에서 2명의 엔지니어가 과로로 순직했다. 이렇게 엔지니어들을 희생시켜 무기체계가 완성되어도 문제다. 최저가로 낙찰되었으니 당연히 비용 절감이 요구되었을 것이고, 이 비용 절감은 대부분 시험평가 기간과 횟수를 줄이는 것에서 이루어진다. 100번 테스트할 것을 10번만 테스트한다던가, 봄여름가을겨울 모든 환경 요소를 반영해 테스트해야 할 것을 한 계절에서만 약식으로 테스트하는 식으로 비용 절감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수리온과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방식으로 개발된 미국의 UH-1Y 헬기 사례를 예를 들어보자. 이 헬기는 기존의 UH-1N 헬기를 바탕으로 개발되었지만, 개발에 10년 가까운 시간이 소요되었다. 개발완료 이후 전투용적합판정을 받기까지는 3년이 걸렸다. 개발사와 미군은 UH-1Y의 개발완료와 전투용 적합 판정을 선언하기까지 알래스카와 같은 혹한 지형부터 열사의 사막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조건에서 혹독한 비행시험을 실시했다. 하지만 수리온을 비롯한 한국형 명품 무기들은 그럴 수가 없었다. 개발 예산과 일정 모두 부족하고, 만에 하나 사고라도 나면 개발자와 제조사는 방산비리사범으로 낙인찍혀 사법당국의 고강도 조사와 여론의 비난을 받아내야 한다. 실제로 최근 군의 한 무인기 개발 프로젝트에서 시제기가 추락하자 당국은 개발에 관여한 5명의 연구원들에게 1인당 13억 4천만 원을 변상하라고 통보했다. 이런 환경에서 K-9이나 T-50과 같은 무기들이 나왔다는 것은 엔지니어들의 분골쇄신(粉骨碎身)이 만들어낸 기적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군 당국은 이번 해병대 헬기 추락 사고를 철저하게 조사해 원인을 명확하게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조사를 통해 기체 결함이 발견되면 마린온의 추가 생산은 당연히 중단될 것이고, 육군에 납품되고 있는 수리온과 해외 수출도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고를 계기로 ‘최저가 낙찰에 의한 공밀레 방식 무기개발’ 일변도인 한국형 무기체계 개발 사업 전반에 대한 무거운 성찰이 필요하다. 한국 방위산업의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우리 군의 전력 공백은 물론 이번 사고와 같이 우리 장병들의 억울한 희생이 언제든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일우 군사 전문 칼럼니스트(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finmil@nate.com
  • “밥상 엎는 건 옳지 않아… 논쟁 아닌 소상공인 지원책 논의를”

    “밥상 엎는 건 옳지 않아… 논쟁 아닌 소상공인 지원책 논의를”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에 적용될 시간당 최저임금을 10.9% 오른 8350원으로 결정한 데 따른 후폭풍이 거세다. 서울신문은 ‘시급 8350원’ 논의 과정에 참여한 최저임금위 위원들에게 의결 과정과 향후 대책을 물었다. ‘공익위원’인 김성호 최저임금위 상임위원, ‘근로자위원’인 이남신 한국비정규직센터 소장, ‘사용자위원’인 이재원 중소기업중앙회 본부장이 취재에 응했다. 소상공인연합회의 최승재 회장의 입장도 들었다. 소상공인연합회에서는 부회장 2명이 ‘사용자위원’으로 참여한다.→위원 27명 중 근로자위원 5명과 공익위원 9명 등 14명만 참석했다. -이 소장(근로자 대변) 이번 결정 구조가 역대 최악이었다. 사용자위원 9명 전원이 참석하지 않았다. 민주노총 측도 들어오지 않았다. 14명은 역대 최저임금위 표결 가운데 가장 적은 인원이다. -이 본부장(사용자 대변) 들러리 설 바에 표결에 임하지 않는 게 낫다고 결론 내렸다. 공익위원이 중재를 못하고 듣기만 했다. -김 상임위원(공익위원) 국민 경제에 대한 고민 없이 일방적으로 요구하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나가버리는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상황이 되풀이된다면 최저임금 결정 구조를 재고해야 한다. →사용자 측에서 표결 시 퇴장한 배경은 무엇인가. -최 회장(사용자·소상공인 대변) 5인 미만 사업장에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것에 반발한 것이다. 올해는 차등 적용을 통해 소상공인에 대한 정책적인 기조가 전환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이 소장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말하기에는 현재 최저임금 수준이 너무 낮고, 차등 적용 시 최저임금 인상의 의미가 희석된다. 사용자 측이 요구하는 업종 규모별 차등 적용 요구도 그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주장을 뒷받침할 통계도 미비했다. 공익위원들이 반대한 것도 이 때문이다.→경영계와 노동계 모두 8350원에 반대하고 있는데 인상률은 어느 정도가 적절한가. -이 본부장 공식적으로는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했지만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지난 10년간 평균 인상률인 7.2% 정도 생각했다. 11% 가까이 올리면 지난해 인상으로 한계 상황에 다다른 소상공인은 버티기 힘들다. 그래서 우리가 업종별 차등 적용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 소장 15.3%가 올라야 문재인 대통령 공약인 2020년까지 1만원을 달성할 수 있는데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게다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한 자리 수 인상률이다. -김 상임위원 이번 10.9%의 인상률은 적정했다고 본다. 노사 모두 만족하는 최저임금은 없다. 타협할 수밖에 없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이 물 건너갔다. -이 소장 2019년에서 2020년으로 넘어갈 때 인상률이 20%대가 돼야 하는데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대통령과 정부는 납득할 만한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임금 부담이 커진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책은. -이 본부장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 안정자금 지원을 받으려면 4대 보험에 들어야 하는데 소상공업계 근로자들은 주로 단기간 근로를 하다 보니 4대 보험에 잘 들지 않는다. 따라서 자금 지원 조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이 소장 당장 신용카드 수수료를 낮춰야 한다. 임대료와 프랜차이즈 본점에 내는 로열티, 부대비용, 불공정거래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한계에 다다른 영세 자영업자는 업태를 전환해야 한다. →사회적 갈등을 해소할 방안은. -최 회장 소상공인이 투쟁에 나서려면 가게를 팽개치고 나와야 하는데 그 순간 망한 것과 다름없다. 동맹 휴업을 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통령이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 -이 소장 최저임금 금액만 놓고 소모적인 논쟁을 하는 것은 좋지 않다. 고용주들도 최저임금 인상률과 관련해 불만을 표출할 수 있지만 무조건 지키지 않겠다고 해선 안 된다. 차려진 밥상을 엎는 건 옳지 않다. 이는 사회를 대기업·재벌 중심으로 꾸려 가자는 얘기밖에 안 된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민선7기 단체장에 듣는다] “스마트도시·4대 복지 집중…구로 ‘장기 로드맵’ 닦아 놓겠다”

    [민선7기 단체장에 듣는다] “스마트도시·4대 복지 집중…구로 ‘장기 로드맵’ 닦아 놓겠다”

    이성 서울 구로구청장은 1일 민선 7기 취임 일성으로 ‘스마트 도시와 4대 복지 공약’을 강조했다. 이 구청장은 이날 구로구청장실에서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3선이라고 해서 기존 사업 마무리에만 집중하지는 않겠다. 구로구의 장기 과제와 로드맵을 확실히 닦아 놓겠다”고 말했다. 이 구청장은 구로구에서 63.1%의 득표율을 기록해 강요식 자유한국당 후보(28.1%)를 35.0% 포인트 차로 크게 앞서며 승리를 거머쥐었다. 다음은 일문일답.→당선 소감은. -구로에서 처음으로 3선에 성공했다. ‘평화’라는 시대적 상황과 잘 맞은 덕분이다. 개인적으로도 지난 8년 동안 주민들에게 한결같은 모습을 보이려고 해 왔다. 3선이라고 해서 기존 사업 마무리에만 집중하지 않겠다. 이번 슬로건도 초심으로 돌아가겠다고 내세웠다. 어떤 초선 구청장보다도 새로운 시작을 많이 해 놓고 나갈 거다. 구로구의 장기 과제와 로드맵을 확실히 닦아 놓겠다. 후임 청장들이 내가 닦아 놓은 길을 따라갈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하겠다. →어떤 로드맵인가. -우선 스마트 도시에 집중할 생각이다. 우리는 구로공단, 디지털단지 등을 보유한 산업 도시다. 구로구의 미래는 산업경쟁력 강화에 있다. 이미 1년 전부터 스마트 도시팀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전문가, 교수들로 이뤄진 정책 자문단도 구성했다. 최근 지역 내에 사물인터넷(IoT)망을 깔았고 여러 가지 서비스를 하고 있다. ‘치매노인 위치 알림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손목에 밴드형 기기를 착용한 노인은 지역 내 어디에 있어도 위치 파악이 가능하고 이동 경로·활동량 등의 정보를 보호자가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다.4대 복지 공약은 산후조리, 아이돌봄, 독거노인 주거 문제, 식품 안전과 관련돼 있다. 산후조리는 민간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에 구에서 바우처제도를 통해 일정 부분 지원할 계획이다. 독거노인들의 90%가 반지하에 살고 있다. 고독사로 이어지는 일이 많다. 현재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신혼부부, 청년들을 대상으로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있는데 독거노인을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생각 중이다. 아이돌봄은 현재 지역 내 작은도서관 70개를 공동돌봄시설로 활용했으면 한다. 유전자 변형 농산물(GMO)의 사용도 식품 안전 차원에서 줄이려고 하는데 농촌과 협약을 맺어서 재료를 직접 사들이는 게 하나의 방법이다. →선거를 돌아보면. -당내 경선을 치렀다. 한 달가량 먼저 선거에 뛰어들어 구정에 공백기가 생겼고 직원과 주민에게 죄송했다. 다만 시간을 두고 공약을 오랫동안 만들었다. 민선 7기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하는 시간이 많았고 개인적으로 큰 도움이 됐다. →서울 자치구 25곳 가운데 24곳에서 민주당이 승리를 거뒀다. 어떻게 분석하나. -지방자치단체장을 뽑는 지방선거였지만 유권자들 입장에서는 평화를 위해 투표했다고 본다. 그동안의 전쟁 위협, 갈등, 긴장을 끝내고 화해, 평화로 가는 시대를 만들자는 뜻이 아닐까. 민주당이 강원도 접경 5개 지역(화천·인제·양구·철원·고성) 중 양구·인제·고성에서 승리를 거두며 과반을 차지한 게 좋은 예다. →가장 시급한 문제와 개선책은. -제일 당면한 문제는 구로동 철도기지창 이전이다. 올해는 끝을 내고 싶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타당성 재조사에서 ‘현 부지를 일반 상업 지역 80% 이상으로 용도 변경할 경우 사업의 타당성이 확보된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에 발맞춰 도시계획 용역을 진행 중이다. 국토교통부도 정부 차원에서 이전 작업을 시작했는데 올해 안에 이전을 확정 짓고 발표해 주면 좋겠다. 철도기지창이 떠난 자리에는 6만평의 신도시가 들어설 텐데 어떤 도시로 만들어 나갈지 고민이 깊다. 스마트 도시라는 명성에 걸맞은 구로구의 새로운 중심이 될 것으로 본다. 이외에도 고척동 교정시설 부지 개발, 온수산업단지 재생 사업 추진 등 큰 사업이 남아 있다. 3곳이 개발되면 구로구에는 구로1동 신도시(철도기지창 개발), 개봉업무지구(교정시설 부지 개발), 온수융복합산업단지라는 새로운 업무·상업 지역이 생겨난다. 신도림역세권, 디지털단지 일대와 더불어 균형적인 지역발전을 이룰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민선 7기 초선구청장 13인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은. -다들 의욕이 넘치고 구민들을 위해 구정을 잘 이끌어 줄 것으로 기대한다. 젊은 분들이 단체장으로 많이 당선됐는데 열심히 활동하며 구청장협의회 등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을 것이다. 조언 드리기보다 이번 선거 결과를 보면 3선이 8명, 재선은 4명, 나머지가 초선인데 각 그룹이 서로 장단점이 있으니까 많이 소통하면 좋겠다. 서로 좋게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지방자치를 강조하는데 향후 가야 할 방향은. -대선 이후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 얘기까지 나와 기대가 컸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어떤 가시적인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 개선 논의와 지방교부세 인상 등에 대한 논의가 많지만 이는 사실 중앙정부의 지방 통제 수단에 불과한 것으로 진정한 지방자치와는 거리가 멀다. 더 근본적으로 자치입법권, 자치행정권, 자치재정권, 자치조직권 등 4대 자치권을 보장할 수 있는 근원적인 인식 개선과 법 개정이 필요하다. 한국당은 선거 전 개헌과 관련한 선거구제 개편 등에 소극적으로 임했는데 이제는 협상에 다시 나서야 한다고 본다. 정치구조 개편도 지방분권만큼 시급한 문제다. →이번이 구청장 마지막 임기인데. -임기 마지막 날 주민들에게 “저 사람은 12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다”는 평을 듣고 싶다. →마지막으로 구민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지난 8년간 주민들의 화합을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선거를 치르며 다양한 갈등이 새로 생겨났다. 이제 선거는 끝났다. 주민들이 지금까지의 갈등은 잊고 하나로 뭉쳐 지역의 발전을 위해 힘을 모아 주길 부탁한다. 소통, 배려, 화합하는 구로구가 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이성 구청장은 검소하고 따뜻한 리더십 갖춘 3선의 ‘행정 전문가’ 이성 서울 구로구청장은 ‘행정의 달인’으로 불린다. 앞서 1980년 24살의 나이로 24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생활을 시작했고, 서울시 시정개혁단장·경쟁력강화본부장·감사관, 구로구 부구청장을 지냈다. 이어 2010년 6월 민선 5기 지방선거에 출마해 구로구청장에 당선된 뒤 이번 6·13 지방선거를 통해 3선 연임(5~7기)에 성공했다. 이 구청장은 민선 5기 첫 취임 직후 108㎡에 달했던 구청장실을 3분의1 수준인 34㎡로 대폭 줄인 바 있다. 전임 구청장이 사용하던 침실과 화장실 등의 공간을 모두 없앤 결과다. 대신 일자리지원과 등 다른 업무 공간을 늘렸다. 지난해 11월에는 구청장 전용 차량을 기존 2656㏄ 크기의 대형차(오피러스)에서 1580㏄ 수준의 준중형 전기차인 아이오닉 일렉트릭으로 바꿨다. 구민들이 그를 두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따뜻한 리더십을 가진 사람”이라고 평가하는 것도 이 같은 행보와 무관치 않다는 설명이다. 눈길을 끄는 이력도 적지 않다. 이 구청장은 서울시 시정개혁단장으로 일하던 2000년 무급 휴직원을 내고 아파트 전세금 9000만원을 털어 1년 일정의 세계 일주 가족 배낭여행을 떠난 바 있다. 문학과 예술에 대한 소질을 발휘해 1999년 월간 문학세계 신인문학상, 2005년 세계평화미술대전 특선을 수상했다. 구청장실과 구청장실 앞 복도 벽에는 그가 그린 그림들도 걸려 있다. 현역병 신체검사에서 탈락하자 장교로 지원해 학사장교로 국방의 의무를 다했다. 처남 부부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자 조카 둘을 입양해 키우고 있다. 구로구청장은 재선 이상 기록이 없다는 징크스를 깬 주인공이 됐다. 지난 민선 6기 지방선거에서는 득표율 60.8%, 이번 선거에서도 득표율 63.2%를 기록하며 구로구 최초의 3선 구청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교육개혁리포트-대한민국 중3] 중3 ‘명문대 스펙’ 가치 떨어진다… 취업 땐 AI와 무한 경쟁

    [교육개혁리포트-대한민국 중3] 중3 ‘명문대 스펙’ 가치 떨어진다… 취업 땐 AI와 무한 경쟁

    한·일월드컵 이듬해 태어난 46만 9000명의 아이들. 대한민국 중학교 3학년(2003년생)이 2018년 교육계의 ‘뜨거운 감자’다. 국내 교육 시스템의 온갖 실험을 온몸으로 겪으며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유학기제 도입, 고교·대학 입시 제도 개편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중3의 처지는 교육 개혁 논의 과정에 충분히 고려되지 못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아이들이 주축이 될 미래 한국 사회의 모습을 정확히 예측하고, 필요한 능력을 길러 주려는 절박함이 덜하다는 지적이다. 민경찬 연세대 특임교수(수학과)는 “현재 교육부나 국가교육회의에서 하고 있는 논의에는 아이들을 어떤 인재로 성장시킬 것인지 근본적 고민이 빠져 있다”면서 “미래 한국에 맞는 역량이나 품성 등을 키우기 위한 교육이 무엇인지 논의의 출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신문은 5회에 걸쳐 현재 중3 등 우리 10대가 ‘미래를 살아가는 힘’을 기르려면 어떤 교육이 필요한지 살펴본다. 또 학생과 학부모, 교사, 대학 등이 바라는 수업·시험 방식과 교육 가치 등을 토대로 바람직한 개혁 방향도 찾는다. 첫 회에서는 2003년생의 ‘16년 인생’을 역추적하고 앞으로 맞닥뜨릴 상황을 연도별로 분석, 예측했다. 국내 인구학 권위자인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와 미래학자인 서용석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교수 등의 도움을 받았다. 아이들이 살아갈 환경을 뜯어보면 대입 위주로만 논의되는 우리 교육의 개편 정책이 얼마나 무신경한지 알 수 있다.#2003년 신생아 49만명(현재 국내 거주 인구는 46만 9000명)이 태어났다. 한 해 출생아 수가 해방 후 처음 40만명대로 떨어진 2002년에 이어 초저출산 시대가 열렸다. 2000년(63만 5000명)과 비교하면 3년 만에 14만명이나 줄었다. 현재 고1~초6 학년인 2002~2006년생은 연평균 46만 7720명이 태어났다. 2003년생의 부모는 1970~1974년생이 많은데 보통 90~94학번으로 대학 진학이 구직과 경제적 안정을 보장해 준 경험을 한 세대다.#2016년 중학교 입학했다. 박근혜 정부가 자유학기제를 전체 중학교에 도입한 해이기도 하다. 1학년 2학기 또는 2학년 1학기에 국어·영어·수학 등 필수 과목 수업 정도만 듣고 따로 시험을 보지 않았다. 대신 체험·직업 활동 등을 통해 적성에 맞는 진로를 찾는 데 시간을 썼다. 이런 의미에서 미래 지향적 교육을 받은 세대다. 하지만 “한 학기에 불과해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평가와 “자유학기 탓에 애들이 공부를 소홀히 해 학력 수준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공존한다. 공교육에서 다양한 꿈 찾기를 도우려 했지만, 중학생 25.3%는 ‘공무원’을 희망직업 1순위(통계청 2017년 조사)로 꼽는다. 고용 안정성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 때문이다. #2018년 중3이 됐다.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큰 변화가 생겼다. 교육부와 진보 교육감들이 고교 서열화를 깨겠다며 외국어고, 자율형사립고 등의 힘 빼기에 나섰다. ‘사립초→국제중→특목고·자사고→명문대’로 이어지는 진학 ‘KTX 라인’의 한 고리를 허물고, 일반고를 살리겠다는 취지다. 올해 고입에서는 외고·자사고가 일반고와 같은 시기에 학생을 뽑는다. 이 때문에 경기도 등에서는 외고·자사고 입시에 실패하면 미달된 일반고에 강제 배정된다. 특히 내년부터 외고·자사고가 일반고로 순차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 특정 외고·자사고 출신이라는 학연의 힘이 과거보다 약해질 듯하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올해 고입에서 외고·자사고 경쟁률은 예년보다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19년 고1이 된다. 보통 주민등록 인구의 91~92%가 국내에서 고등학교에 다니니 고1 인구는 약 44만명으로 예측된다. 한 반 학생수는 평균 22명으로 2017년보다 8명 줄어든다. 조 교수는 “학급당 학생 수가 40~50명이던 시대에는 내신 줄세우기로 인재를 가려낼 수 있었겠지만 20명대 초반이면 학생을 9등급으로 나누는 상대평가 내신제는 의미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또 학급당 학생수가 20명 안팎이면 주입식 수업 대신 토론 수업 등 참여형 교육이 쉬워진다. 지금부터 제대로 된 토론 수업 등을 준비해야 하는 이유다. 교육부는 내신 성취평가제(절대평가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중·장기 과제로 미뤄 놨다. 또 고교학점제(대학처럼 학생의 과목 선택권을 인정해 학점을 채우면 졸업하는 제도)도 2022년부터 모든 고교에서 시행한다고 했지만 준비가 부족하다는 평가다. #2021년 고3이 된다. 전 세대와 다른 형태의 대입을 본다. 현재 새 제도를 만들기 위한 공론 절차가 진행 중인데 수능 성적으로 뽑는 정시 비율이 지금보다 늘고 내신 성적, 진로·동아리 활동 등을 중심으로 보는 수시 전형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수능의 힘이 커져 공정성은 다소 강화되는 반면 학교에서의 다양한 활동은 조금 위축될 수 있다. 하지만 수능 전형 비율이 크게 늘지 않는다면 ‘죽음의 트라이앵글’(수능·내신 교과성적·학생부에 적을 비교과 활동 등을 빠짐없이 챙겨야 하는 상황)을 벗어나기 어려워 학부모들이 만족할지 미지수다. #2022년 대학 입학이다. 보통 고3의 약 70% 안팎이 대학에 진학한다는 걸 감안하면 2003년생 중 30만명이 22학번 새내기가 된다. 전국 대학 정원과 인구수를 따져볼 때 2003년생이 치를 대입의 평균 경쟁률은 0.59대1. 정원 감축이 없다면 많은 대학이 미달이라는 얘기다. 전국 모든 2003년생이 서울 4년제를 가려 한다고 가정하면 경쟁률은 약 4대1, 수도권 4년제를 모두 합하면 2.6대1 정도다. 경쟁률이 떨어진다는 건 학생 입장에서도 좋을 게 없다. 서울 주요대 졸업장이 ‘스펙’(취업 등에 필요한 요건)으로서 가치가 떨어진다는 얘기다. 대부분의 대학이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다. 대학 제도 자체가 변화를 요구받을 가능성이 높다. 2003년생 중 49%가 서울·수도권에 살고 있기 때문에 경쟁력이 떨어지는 지역 사립대는 물론 지역거점국립대도 위기를 겪을 수 있다. 대학들은 등록금 인하 등으로 학생 모집에 나설 테지만 상황을 극복하긴 어렵다. 문 닫는 대학이 속출한다. #2024년 대학 2학년까지 마친 지역 사립대 학생들이 수도권 대학 등으로 대규모 편입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지역 사회에서는 2003년생을 포함한 청년 품귀 현상이 더욱 심각해진다. 임 대표는 “서울 명문대와 지역 대학 간 학생 모집의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학생들 입장에서도 고교 졸업 뒤 대학 진학이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2000년대 이후 정부가 꾸준히 추진해 온 ‘선 취업 후 진학’ 정책도 효과를 내 고교를 졸업하면 일단 대학에 가는 ‘묻지마식 진학’ 관행에 대한 회의감도 커질 전망이다. #2031년 취업 시장에 뛰어든 핵심세대(25~29세)가 모두 초저출산 세대(2002~2006년생)로 채워진다. 인공지능(AI) 등에 의해 일부 일자리가 사라지지만 청년층이 워낙 없어 구직난은 지금보다 줄어든다. 하지만 AI와 로봇은 엄청난 생산성을 발휘하면서 공장 생산라인에서 일하는 직군부터 위협받는다. 대졸자가 주로 취업하는 사무업 종사자도 위태롭다. LG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사무 종사자의 86%는 AI에 일자리를 빼앗길 고위험군으로 구분됐다. 회계사나 세무사 등 전문직도 안전하지 못하다. 취업 면접에서 “동료로 일할 AI보다 나은 능력이 무엇인지 설명해 보라”는 질문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2044년 40세가 된다. 통계청 기대수명 예측에 따르면 2003년생 아이들은 평균 77.3세까지 산다. 사고사 등을 제외하면 진짜 ‘100세 시대’를 열 세대다. 기술·산업 변화 등에 맞춰 평생 배우며 능력을 키워야한다. 온라인 강의 등 평생교육시장이 커질 전망이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분단 70년 만에 북미 관계정상화 큰 성과… 文, 더 적극 개입할 때”

    “분단 70년 만에 북미 관계정상화 큰 성과… 文, 더 적극 개입할 때”

    지난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세기의 담판을 통해 역사적인 ‘싱가포르 공동 성명’을 도출한 가운데 이날 한국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다음주부터 북한과 후속 협상을 준비하는 등 한반도 비핵화 시계가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서울신문은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이하 고),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신),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양),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홍) 등 4명의 전문가에게 ‘북·미 정상회담의 성과와 향후 과제’에 대한 분석을 구하고 이를 대담 형식으로 정리했다. 이들은 분단 70년 만의 북·미 관계정상화가 가장 큰 성과라며 이번 공동 성명을 통해 남·북·미가 함께 ‘한반도 평화체제 로드맵’을 추진하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문 대통령이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할 때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대담 내용.→이번 정상회담에 대해 성공 혹은 실패 중 하나를 골라 설명해 달라. 고 분단 70년 만에 양 정상이 만난 것만으로 성공이다. 또 한반도 비핵화 평화 프로세스(과정)의 큰 밑그림을 완성했다. 문 대통령의 이니셔티브로 지난 4월 27일 판문점 선언이 나왔는데 6월 12일 싱가포르 공동 성명으로 문 대통령, 김 위원장, 트럼프 대통령이 함께하는 ‘남·북·미 평화 프로세스’가 완성됐다. 양 첫 만남에서 양 정상이 신뢰를 형성했다는 측면에서 성공적이다. 과거 모든 문제의 근원은 불신에서 시작됐다. 신뢰가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다. 특히 양 정상이 첫 만남부터 체제안전보장과 비핵화에 대해 확약하면서 상호 신뢰를 표시했다. 홍 저 역시 성공적이라고 평가하겠다. 무엇보다 북·미 정상이 직접 서명한 공동선언문이 나왔다. 물론 세기적인 회담이라는 높은 기대 때문에 구체성이 부족한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큰 틀에서 비핵화와 체제안전보장이 포함됐고 실천력도 담보됐다. 신 아직 성공, 실패를 평가하기 어렵다. 기간을 두고 봐야 한다. 외교는 과정이 중요하지만 굳이 이번 정상회담만 평가하자면 합의문의 내용이 불충분하다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후속 조치를 통해 실질적으로 비핵화에 대한 이행을 담보할 수 있다면 의미가 있다고 보겠다. →과거의 북·미 합의와 비교해 싱가포르 공동 성명의 의미를 설명한다면. 홍 역사상 처음으로 북의 비핵화에 대해 북·미 정상이 직접 합의하고 공동으로 선언했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2000년 ‘북·미 공동 코뮈니케’와 유사한 구성으로 보인다. 하지만 내용을 엄밀히 분석하면 이번 성명은 매우 방대하게 비핵화 전반의 실행을 담고 있다. 공동 성명 1항에서 ‘평화와 번영을 바라는 양국 국민의 바람에 따라 새로운 북·미관계를 수립한다’며 관계 정상화를 가장 먼저 언급한 것이 특히 의미 있는 진전이다. 양 같은 생각이다. 그간의 합의서는 고위급이나 실무자 간에 체결됐다. 이번은 양 정상의 합의문이다. 과거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 향후 이번 정상 성명을 이행하는 고위급 회담이 열릴 텐데 그 결과를 과거의 합의서와 비교하는 것이 맞겠다. 남북도 2000년 남북 정상선언 이후에 후속 장관급 회담을 열면서 지속적으로 관계를 발전시켜 왔다. 싱가포르 공동 성명도 고위급 회담에서 내용을 얼마나 촘촘하게 담느냐가 중요하다. 고 과거의 합의는 특정 현안에 대해 해결 방법을 제시하는 식이었다. 예를 들어 제네바 합의(1994년)는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을 동결하는 협상이었다. 9·19 공동 성명의 경우 비교적 완성된 그림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공동 성명과 내용상 비슷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합의문 내용 외에 양측이 신뢰를 위한 선제적인 행동을 취하고 있다. 미국은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멈추겠다고 했고 북한은 이미 선제적으로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했고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했다. 신 내 생각은 다르다. 공동 성명 문안을 보면 과거 합의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전체적으로 2000년 북·미 공동 코뮈니케와 내용과 구조 모두 비슷하다. 또 비핵화 문제는 제네바 협정과 비슷한 수준이다. 아마도 제네바 합의를 기본으로 협상한 것이 아닌가 싶다. 미국 협상팀의 전문성이 부족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향후 새로운 북·미 관계는 어떤 식으로 수립될까. 홍 싱가포르 공동 성명과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내용을 보면서 합의문 외에 구체적인 실행방안과 관련한 이면 합의나 가이드라인이 잡혀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이면 가이드라인이 있다면 핵심은 ‘자발적 조치’로 본다. 따라서 만일 향후 한두 달 내에 신속하게 북의 자발적 비핵화 조치가 가시화되면 이를 명분으로 삼아 관계 정상화 역시 빠르게 진전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오는 7월이나 9월에 종전선언이 있을 경우 이를 모멘텀으로 북·미 연락사무소나 상주대표부가 개설될 것 같다. 또 양측이 올해 연말까지 비핵화, 체제안전보장과 관련해 자발적 선제 조치를 ‘의미 있게’ 주고받는다면 내년 초부터는 국교정상화 협상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고 무엇보다 상설적인 대화 창구가 마련될 가능성이 있다. 연락사무소나 뉴욕 접촉사무소 등을 통해 간헐적인 대화가 아니라 체계적인 상호 접촉이 이뤄지도록 할 것 같다. 신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따라 연락사무소 개설로 시작해 비핵화가 완료되면 외교관계를 수립하는 순서로 진행될 것이다. →문 대통령의 향후 역할에 대해 제언한다면. 양 지금까지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정책은 ‘함께’가 핵심이었다. ‘국민이 함께, 남북이 함께, 국제사회가 함께’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가 선순환돼야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이끌 수 있다. 앞으로도 이 선순환을 유지하려면 남북 관계의 끈을 놓쳐서는 안 된다. 그간 남북 정상회담으로 비핵화 및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평화의 문을 열었다. 또 북·미 정상회담으로 평화의 문을 조금 더 넓혔다. 이제는 운전자, 중재자, 촉진자 역할을 다 해야 하며 이를 위해 주변국 관계를 강화시키는 게 중요하다. 중국, 러시아, 일본 등 하나하나가 이제는 다 중요하다. 지금까지도 ‘외교 강행군’을 했지만 더욱 심화해야 한다. 홍 그간 중재자 역할을 했다면 이제는 남·북·미를 실질적으로 결속하는 ‘당사자 역할’로 변화해야 한다. 우선 오는 7월 또는 9월에는 종전선언을 할 수 있도록 모멘텀을 만드는 작업에 총력을 다하길 제언한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12일 정상회담 뒤 공동성명에서 평화협정을 언급했다. 종전선언이 이뤄지면 자연스레 평화협정이 연계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신 비핵화가 우선이다. 비핵화가 안 되면 제재 해제도 안 되고 남북 관계 개선도 안 된다. ‘비핵화는 북한과 미국이 풀어가야 한다’는 그간의 입장에서 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남한도 비핵화 문제의 당사자로서 의지를 보이길 바란다. →비핵화 국면이 과거와 완전 다르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의 예상 시기는 언제가 될까. 고 현재 상황이면 김 위원장이 비핵화 속도를 굳이 늦출 이유가 없기 때문에 종전선언은 빠르면 7월 27일(정전협정 기념일)에 할 수 있다. 사상·이론을 조정하고 정책적 전환을 통해 경제 발전까지 가야 하기 때문에 김 위원장도 여유가 없다. 특히 경제발전을 막는 제재·압박을 해제하려면 비핵화 조치도 빨라져야 한다. 반면 평화협정은 외려 아주 늦어질 수 있다. 통상 평화협정 뒤에 북·미 수교 체결이 이어질 것으로 봐 왔는데 이번 공동 성명을 보면 외려 관계 정상화가 더 강조됐다. 신 종전선언은 북한의 비핵화 초기 조치만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다. 하지만 평화협정은 법적인 합의 문서이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 평화협정에 대한 준비는 미리 할 수 있지만 서명은 북한의 비핵화가 완료된 다음에 할 것으로 본다. 양 싱가포르 공동 성명 3항(2018년 4월 27일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며 북한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작업을 할 것을 약속한다)에 명시한 대로다. 이미 남북은 ‘판문점 선언’에서 연내 종전선언과 향후 평화협정을 추진한다고 명시했다. 곧 3자(남·북·미) 또는 4자(남·북·미·중) 간에 이를 토대로 협상을 시작할 것이다. →향후 비핵화 국면에서 중국이 변수라는 분석이 많다. 신 중국이 제재 이행을 하지 않으면 북한의 몸값만 높아지는 게 현실이다. 중국을 견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남·북·미 종전선언이 거론되는데 (정치적 합의인) 종전선언 자체는 의미가 크지 않다. 따라서 종전선언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건 득보다 실이 많다. 중국이 북의 비핵화를 위해 촉진제 역할을 할 수 있게 유도하는 게 바람직하다. 북이 비핵화를 거부하면 함께 제재를 강화하고 반대라면 북의 비핵화 단계에 따라서 함께 교류 확대와 경제 지원을 하면 된다. 양 한반도 문제는 국제적 성격이 있다. 당사자인 남북이 가장 중요하지만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주변국인 미국, 중국 등의 지지와 협조도 상당히 중요하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이 서로 분리돼 있다면 상관없지만 이 둘이 선후 관계로 연계돼 있다면 양쪽에 4자 모두 참여하는 게 현실적 해법이 아닌가 싶다. 고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중국 항공기를 타고 싱가포르에 도착하는 장면을 그대로 보도했다. 고의적인 노출이라고 봐야 한다. 북 내부에서 미국을 신뢰하며 협상을 하는 것을 우려할 테니 전통적 우방인 중국과의 우호적 관계를 보여 주며 안심시킨 것이다. 이런 북한의 입장을 볼 때 중국을 배제하기는 힘들 것이다. 홍 입장이 다소 틀리다. 지금까지 빠른 속도로 비핵화 국면이 지속된 것은 남한이 미국과 북한을 중재하는 남·북·미 3자 구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4자 구도가 되면 한·미 대 북·중의 대결 구도가 될 가능성이 있다. 즉 속도감을 위해 종전선언까지 혹은 비핵화 및 체제안전보장의 초기 조치가 일정 수준에 이를 때까지는 남·북·미 삼각체계를 보다 견고하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대신 ‘완전한 비핵화’란 문구가 공동 성명에 포함돼 논란이 불거졌다. 홍 ‘완전한 비핵화’는 CVID란 용어 자체에 거부감을 갖는 북한을 배려한 ‘정치적 어법’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완전한 비핵화’를 CVID 중 CD만 충족시켰다고 보기도 하는데 동의할 수 없다. ‘완전한 비핵화’는 CVID를 포괄할 뿐만 아니라 비핵화의 정치적 과정도 포함하는 보다 큰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 양 그간 미국이 CVID가 목표라고 강조했지 정상회담 합의서에 명시하겠다고 한 적은 없다. 또 공동 성명에 명시된 ‘완전한 비핵화’가 결국 CVID다. 합의문과 그 이면의 대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흔들림 없는 이행 의지’를 CVID라고 받아들였으니 합의를 한 것 아니겠나. 일각에서 CVID를 충분히 논의하기에 회담 시간이 부족했다는데 그간 실무자들이 긴 시간 수많은 얘기를 나눠 왔다. 고 CVID는 원래 네오콘이 북한의 굴복을 위해 ‘선 비핵화’를 요구하며 내놓은 말이다. 북한이 이대로 받아들인다면 굴복을 의미한다. 따라서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신 주체적 용어인 ‘완전한 비핵화’를 제시하고 CVID와 같은 의미라고 설명했을 것이다. 신 난 반대로 공동 성명에 CVID를 포함시켰어야 한다고 본다. ‘완전한 비핵화’의 의미는 모호하다. 반면 CVID는 검증을 받고 다시 핵개발을 하지 않는 조치라는 점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이룬 모습’을 뜻한다. 북이 진정한 비핵화 의지가 있다면 CVID를 못받을 이유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언급하면서 일각에서 안보 우려를 제기했다. 양 북한의 체제안전보장을 위해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괌에서 출발하는 4대 전략자산 동원 훈련은 북한에 안보 우려 사항이 될 수 있고 비용이 상당히 유발된다는 것이다. 즉 한·미 군사훈련 중단으로 비용도 안 들고 안보 우려 사안도 해소되고 한반도의 비핵화라는 원칙에도 부합한다. 다만 이런 문제는 북·미 간 논의 전에 한·미 간의 충분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 또 그 연장선에서 남·북·미 간에도 먼저 논의돼야 한다. 고 북·미 적대관계 해소의 상징적인 선행 조치라고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다. 싱가포르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서울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서울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서울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팩트 체크] 김정은 ‘완전한 비핵화’ 의지, 트럼프 ‘CVID’로 받아들였다

    [팩트 체크] 김정은 ‘완전한 비핵화’ 의지, 트럼프 ‘CVID’로 받아들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첫 만남인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막을 내렸다. 북·미 정상 간 역사적 첫 회담에 대한 평가가 관련국들을 중심으로 엇갈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서명한 공동성명과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공동성명 내용의 후퇴’, ‘미국의 양보’ 등 4가지 쟁점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특히 미국에서는 트럼프 정부가 그동안 주장했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 비핵화’(CVID)에서 ‘완전한 비핵화’(CD)로 후퇴한 ‘반쪽짜리’ 합의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후 밝힌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선언이 ‘북한에 너무 큰 선물을 준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이 남긴 4대 논란을 팩트 위주로 분석했다.1. CVID 없다고 미진한 합의? CVID 사실상 불가능한 개념 美, 北 ‘CVIG’ 제공 불가 판단 지난 12일 타결된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라는 용어 대신 ‘완전한 비핵화’란 표현이 들어갔다. 이를 두고 일부 강경 보수층에서는 CVID라는 단어가 빠졌다는 이유로 미진한 합의라고 비판한다. 이런 비판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등이 회담 전 언론에 “CVID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수차례 밝히면서 기대치를 높인 탓도 물론 있다. 하지만 북핵 협상 역사를 자세히 알고 보면, CVID라는 문구에 집착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라는 의문이 들게 된다. 사실 CVID는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했던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내건 조건이다. 이 때문에 북한은 “우리는 패전국이 아님에도 미국이 일방적으로 내건 조건에 굴복을 강요한다”며 반발해 왔다. 만약 미국이 CVID를 관철하려면 북한이 요구하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체제보장’(CVIG)을 수용해야 공평하다는 게 북한의 입장이다. 미국이 요구하는 CVID와 북한이 요구하는 CVIG를 동시에 타결하는 게 주권국끼리의 대등한 협상이라는 논리다. 이번에 미국이 끝내 CVID를 관철하지 못한 것은 현 시점에서 북한에 CVIG를 주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단어의 의미상으로만 봐도 CVID는 중언부언의 측면이 있다. 완전한 비핵화라는 말에 이미 ‘검증가능’과 ‘불가역적’이라는 의미가 포함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3일 방송에 출연해 “사실 누군가에게 ‘당신을 완전히 사랑한다’고 하는 것과 ‘당신을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으로 사랑한다’고 하는 것이 의미상으로는 차이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2일 기자회견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이었다면서 ‘완전한 비핵화’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도 이 표현의 진의를 이해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CVID가 아니라고 봤다면 협상 타결에 이르지 못했을 것”이라며 “김 위원장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흔들림 없는 이행의지를 CVID로 받아들인 것이 이번 회담의 핵심”이라고 했다. 김준형 한동대 국제어문학부 교수는 “보수 근본주의자들 입장에서는 완전한 검증도 믿을 수 없기 때문에 CVID는 사실상 불가능한 개념”이라고 했다. 싱가포르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서울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2. 한미훈련 중단, 위험한 양보? 北 ‘비핵화 연기’ 빌미 안 주기 “한·미 통상적 군사훈련은 지속”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폭스뉴스에 “우리가 북한과 선의로 협상을 진행하는 한,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 비용 등을 언급하며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힌 것에 대해 ‘선의로 협상을 진행하는 한’이라는 조건이 붙었지만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한·미 연합훈련 중단 카드’를 꺼내 든 것은 협상 파트너인 북한을 달래고, 방위비 분담을 협상 중인 한국 정부를 압박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지난달 맥스선더 훈련에 대해 “우리 공화국에 대한 선제공격과 전면전쟁 도발을 가상한 훈련으로,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는 근원”이라고 비판하는 등 그동안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핵과 미사일 개발 포기의 선물로 ‘합동훈련 중단’을 먼저 언급했을 가능성이 크다. 김 위원장도 북한 내 군부 등 강경파에게 핵·미사일 개발 중단에 대한 ‘명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등 가시적인 조치와 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쇄 약속 등을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줄 ‘선물’은 마땅치 않다”면서 “대북 경제 제재를 당장 풀 수도 없으니 고민 끝에 꺼내 든 것이 바로 한·미 연합훈련 중단 카드”라고 해석했다. 또 북·미가 비핵화 협상에 나선 상황에서는 한반도 안보 위협이 낮아질 뿐 아니라 북한의 ‘비핵화 연기’ 핑계의 빌미를 줄 수 있는 연합훈련을 굳이 강행할 이유도 없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연합훈련 등 비용을 거론한 것은 방위비 분담 협상에 나서고 있는 한국 정부를 압박하는 ‘수’까지 고려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백악관은 논란의 파장이 커지자 한 발 물러서는 태도를 보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백악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 “한·미 간 통상적 훈련은 계속하되 대규모 연합훈련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연합훈련의 전면 중단이 아니라, 부분 중단 내지는 축소 의미로 풀이된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이날 “데이나 화이트 미 국방부 대변인이 ‘(한·미 연합훈련 중단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에게는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연합훈련 중단 결정이 주무부처와 논의한 뒤 나온 것임을 시사했다”고 전해 ‘코리아 패싱’(한국 소외) 논란이 일기도 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3. ‘9.19공동성명’보다 후퇴? 정상회담선 큰 틀 포괄적 합의 실무자 간 결과물과 비교 오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2일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서명한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작업을 할 것을 약속한다’고 선언한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북한의 핵포기를 명시한 2005년 6자회담 ‘9·19 공동성명’보다 후퇴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 같은 비판은 실무자들 간 회담 결과물인 9·19 공동성명을 큰 틀에서의 포괄적 합의를 도출할 수밖에 없는 정상회담의 산물과 동일 선상에서 비교한 오류라는 지적이 우세하다. 9·19 공동성명은 남북한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가 2005년 9월 19일 6자회담에서 합의한 것으로 ‘북한은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계획을 포기하고 조속한 시일 내 핵확산금지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복귀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에 대한 반대 급부로 ‘미국은 북한을 공격하지 않고 궁극적으로 관계정상화를 이루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일각에서는 4개 항으로 구성된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와 같은 문구가 없는 것을 이유로 합의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9·19 공동성명의 서명 주체는 송민순 당시 외교부 차관보,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 등과 같은 실무자들이었다. 실무자급 회담이면 성명 내용에 CVID와 같은 구체적 문제가 먼저 명시됐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북·미 정상회담은 밑에서 위로 접근하는 ‘보텀 업’ 방식이 아니라 70년간 적대 관계였던 국가의 정상 간 큰 틀에서 합의를 이뤘기 때문에 접근 방식이 다르다. 무엇보다 이번 공동성명은 북한 최고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김 위원장이 직접 서명한 비핵화 관련 문서로 무게감이 남다르다. 또 앞으로 이어질 후속 회담과 각종 실무회담에서 CVID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다룰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두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도 이 같은 후속 회담을 시사했다. 오히려 이번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 1항에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이 명시됐다는 점에서 그동안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북·미 간 신뢰 부족 문제를 정확히 짚은, 보다 진전된 성명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9·19 공동성명도 구체적인 이행 방법이나 날짜가 없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북핵 문제의 근본 원인이 북·미 간 적대적 관계의 산물이었다는 점을 제대로 짚은 성공한 회담”이라고 평했다. 싱가포르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4. 트럼프가 양보한 게 많다? 새 북·미관계 수립 먼저 언급 北 실질적 비핵화 ‘액션’ 유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2일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체제 보장을 약속하고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한 것에 대해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손해 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표면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통 큰 양보’가 두드러지지만 오히려 사업가의 관점에서 볼 때 북한과 신뢰를 쌓으며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일종의 ‘투자’라는 시선도 적지 않다. 북·미 공동성명의 문구 배치 순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가장 핵심 현안으로 꼽혔던 비핵화보다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과 평화체제 구축이 먼저 언급된 데는 숨은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이 그동안 ‘선(先) 핵폐기, 후(後) 보상’ 입장을 고수한 데 대해 북한은 ‘선 평화체제 구축, 후 비핵화’로 응수해 왔다. 그런 만큼 공동성명은 일종의 타협안이라는 해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어제의 적이 오늘의 우방이 될 수 있다”는 오래된 경구를 언급하며 북한과의 정상적 외교관계 가능성을 확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0년간 적대국으로 대치해 온 북한의 김 위원장이 가장 듣고 싶어 한 ‘표현’을 던지고, 북한의 실질적인 ‘액션’을 유도했다. 큰 돈이 들지 않는 덕담으로 김 위원장을 세계 외교 무대에 데뷔시키고 정상국가의 지도자로 인정한 대신 미사일 엔진 실험장 폐쇄나 핵실험 등 관련 연구를 중단한다는 북측 약속을 받아 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완전한 비핵화에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한 건 현실에 순응한 판단 변화로 읽혀진다. 그동안 일괄타결을 통한 단시간의 비핵화를 강조한 기존 입장에서 물러난 언급으로, ‘단계적 비핵화’를 고집해 온 북한 입장을 어느정도 수용한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특히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이라는 기대 이상의 선물까지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제안했고, 하길 원하는 체제 보장 조치”라고 발언했다. 미 대통령이 선제적으로 체제 보장 조치를 제시한 건 그만큼 북한 최고지도자로부터 받아낼 반대 급부가 존재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 위원장이 단기적 이익의 관점에서는 더 많은 것을 얻어냈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사업가적인 측면에서 북핵 문제 해결에는 신뢰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을 이해해 더 멀리 내다본 것”이라고 평가했다. 싱가포르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내 가족·이웃 ‘지킴이’… 방재안전직 도전해봐요

    내 가족·이웃 ‘지킴이’… 방재안전직 도전해봐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공무원 조직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재난 때문에 여기 공무원들은 늘 ‘긴장상태’다. 연일 격무에 시달리다 보니 이들의 직업 만족도는 낮을 수밖에 없다.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지만 공무원 가운데 누구도 나서서 재난안전 업무를 맡으려고 하지 않는다. 방재안전직렬 공무원이 탄생한 배경이다. 재난에 대응하면서 국민의 생명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은 곧 자부심으로 이어진다. 서울신문은 7일 방재안전직렬 공무원에 대해 알아봤다.●행안부 재난안전본부·시도 재난부서에 배치 방재안전직은 재난안전 업무를 담당하는 특수 직렬이다.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나 시·도 재난전담 부서에 배치돼 일을 한다. 별도의 경력이 필요한 직렬은 아니어서 기관별로 경력 채용을 하진 않는다. 인사혁신처에서 주관하는 7·9급 공채나 지역인재전형 등을 통해 인원을 충원한다. ‘국민안전처’가 당시 안전행정부로부터 독립해 출범하면서 생겨났다. 본격적으로 채용이 시작된 건 2015년부터다. 채용 규모는 매우 적은 편이다. 지금껏 국가직 7·9급 통틀어 채용 인원이 10명을 넘긴 적이 없다. 2015년(7급)에 가장 많은 10명을 채용했다. 2016년(9급)엔 가장 적은 인원인 5명을 뽑기도 했다. 채용 규모가 워낙 적다 보니 경쟁률은 높은 편이다. 2017년(9급) 채용 땐 7명을 뽑는데 1138명이 원서를 냈다. 실제 시험을 치른 인원은 729명으로 실질경쟁률이 104대1에 달했다. 가장 경쟁률이 낮았을 땐 2015년(7급)으로 10명을 뽑는데 367명이 지원했다. 실제 응시한 수험생은 191명으로 19.1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공채에선 다른 직렬과 마찬가지로 국어·영어·한국사 대비는 필수다. 9급은 직렬 필수과목으로 ‘재난관리론’과 ‘안전관리론’이 추가된다. 7급에서 영어는 자격시험으로 대체한다. 9급 직렬 필수과목인 재난관리론, 안전관리론에 ‘방재관계법규’, ‘도시계획’이 추가된다. 재난관리론은 재난의 유형·특성을 정의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태풍·호우·장마·황사·낙뢰·지진 등 자연재난, 화재·산불·교통사고·해양사고·승강기사고 등 사회재난을 나눠 다루면서 국가 관점에서 재난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우리나라의 위기관리 조직 체계는 어떻게 되는지 살피는 과목이다. 안전관리로는 안전사고의 개념과 이를 막기 위한 방법론을 다룬다. 화재·폭발의 개념과 진압·대응 방식도 소개한다. 방재관계 법규는 말 그대로 재난, 방재, 안전과 관련된 국가의 법령을 공부한다. 도시계획도 관련된 법령을 이해하는 과목이다. 법령을 이해하는 것이 수험생 입장에선 가장 까다롭다. 하지만 합격자들은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과목별로 빈출하는 내용은 따로 노트에 모아서 외워야 한다. 숫자가 많이 나와 난해한 법령도 있는데, 숫자 관련 법령만 따로 모아서 반복적으로 숙지해야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잦은 비상근무에 업무 만족도 13% 그쳐 힘들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에 공무원이 됐지만, 그럼에도 방재안전직의 업무 만족도는 낮은 편이다. 행안부가 지난해 발표한 ‘방재안전직 직무실태 설문조사’에선 응답자 181명 중 자기 직무에 만족하는 사람이 23명(13%)에 그쳤다. 많은 업무량과 잦은 비상근무, 낮은 처우 등이 이유였다. 이들의 조기퇴직률도 지난해 11.1%로 다른 지방공무원(0.8%)의 14배나 됐다. 소수 직렬이라 승진 적체 현상도 있었다. 한 지자체 9급 방재안전직 공무원은 8급 자리가 부족해 다른 동기보다 1년 가까이 늦게 승진했다. 행안부는 이들의 사기를 진작하고자 기초지자체 간부급 자리를 복수직으로 전환해 방재안전직에게 기회를 주고, 연일 격무에 시달리는 점을 감안해 안전수당도 만든다. 재난업무 전문성이 중요하지만 이들의 사기가 계속 떨어지면 원래 취지를 이룰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행안부 장관 취임 뒤로 연일 ‘안전’을 중시하는 김부겸 장관의 의지도 담겼다.대학에서 안전공학을 전공하고 지역인재전형으로 방재안전직 공무원이 된 양아연(26) 주사보는 “산업 현장의 안전을 담당하는 안전관리자도 좋지만, 나의 가족과 이웃을 위해 안전 업무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 방재안전직 공무원이 되길 다짐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들려오는 고충도 잘 알고 있었다. “국가에서 총괄하는 안전평가나 계획 등 매년 업무가 많고 평가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해 어려움을 겪는 동료가 많다”고 전했다. 방재안전직 공무원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방재직 힘들 것 같다.”, “신생 직렬이라 빨리 합격해야 한다는 불안감이 있다”고 말하지만 양 주사보는 이들에게 “힘들다는 기준은 상대적인 것”이라면서 “주변의 우려에 흔들리지 말고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공부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하천관리는 국토부가… “물관리 일원화는 반쪽짜리”

    하천관리는 국토부가… “물관리 일원화는 반쪽짜리”

    하천 유지·보수 연간 예산 1조원 국토부 반발에 어정쩡한 일원화 OECD 중 22개국이 통합관리 ‘통합 물관리 완성’은 장기 과제 환경부가 20년 넘게 숙원사업이었던 물관리 일원화를 마침내 이뤄냈지만 고민이 적지 않다. 국토교통부가 여전히 하천관리 업무를 쥐고 있어 반쪽짜리 일원화라는 지적도 나온다.국토부에 있던 물 관련 법은 7개다. 이 중 수자원법·댐법·지하수법·친수구역법·한국수자원공사법이 환경부로 넘어갔다. 주로 수량을 관리하는 법으로, 수질만 담당했던 환경부가 이를 통합해 관리한다. 그동안 물관리 업무가 두 부처로 나뉘어 예산이 중복으로 들어간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1996년부터 물관리 일원화 논의가 시작됐지만 정권을 거듭하며 각 부처의 입장만 되풀이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물관리 일원화를 국정과제로 삼으면서 힘이 실렸다. 한국정책학회 연구 결과에 따르면 물관리 일원화로 앞으로 30년간 10조원이 넘는 경제적 편익을 기대할 수 있다. ‘물관리 일원화가 아니다’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전히 국토부에 남은 물 관련 법인 하천법과 하천편입토지보상법 때문이다. 특히 하천법은 하천관리 업무의 근간이다. 하천의 유지·보수와 관련된 작업을 하며 관련 예산만 9000억~1조원이다. 이는 4대강 사업의 근간이어서 일부 환경단체는 “반쪽짜리 일원화”라고 주장한다. 노회찬 정의당 의원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서 “물관리 일원화가 아닌 이원화”라고 꼬집었다. 행정안전부 소관인 소하천, 농림축산식품부 소관인 농업용수, 산업통상자원부 소관인 발전용수 역시 아직 환경부로의 통합을 이루지 못했다. 하천은 도로와 함께 국토부 산하 지방조직의 핵심이다. 국토부의 강한 반발을 넘어서지 못하면서 어쩡정한 물관리 일원화가 된 셈이다. 예컨대 하천공사에서 국토부는 홍수 예방이나 사후 관리를 목적으로 한다. 환경부는 생태복원 관점에서 시행한다. 서로 목적은 다르지만 공사를 시행하는 지방자치단체는 예산이 먼저 나오는 쪽에서 하기 때문에 보는 입장에선 똑같다. 환경부 고위 관계자는 “하천 관리도 (궁극적으로는) 일원화해야 중복 투자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환경부 중심으로 물관리 일원화를 이룬 곳은 한국을 빼고도 22개국이나 된다. 헝가리와 핀란드 등도 환경부 소속은 아니지만 일원화된 물관리 체계를 갖고 있다. 국가마다 명칭은 다르지만, 적어도 물관리 일원화를 이룬 국가에서 하천관리 기능만 따로 떨어진 국가를 찾기란 쉽지 않다는 게 환경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통합 물관리의 첫발을 내디뎠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최지용 서울대 그린바이오과학원 교수는 “장기적으로 하천·농업용수 분야까지 추가적인 논의로 한국형 통합 물관리 체계가 완성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성준 건국대 사회환경플랜트공학과 교수는 “먼저 따로 떨어져 있던 수자원 관련 계획을 잘 정비해야 한다”며 “물 이용 부담금이나 수질개선 부담금처럼 물관리 재원을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세종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사법부, 朴정권과 ‘상고법원 입법’ 거래하려다 삼권분립 포기

    사법부, 朴정권과 ‘상고법원 입법’ 거래하려다 삼권분립 포기

    원세훈 상고심 전원합의체 회부 朴정부 청와대 원하는 결과 나와 전교조 법외노조 효력정지 처분 상고법원 협상 이용하려 한 정황 대법원서 전교조 패소 취지 환송사법부 블랙리스트 파문 이후 대법원이 세 번째로 내놓은 조사 결과에는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판사의 성향 등을 파악한 파일뿐만 아니라 재판에 개입하려는 내용의 문건이 상당수 포함됐다. 행정처가 정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재판을 상고법원 입법화를 위한 협상카드로 활용하려 하는 등 스스로 사법부 독립, 삼권분립 원칙을 훼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판례와 반대 결론 판사 징계 검토도 지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지난 25일 밤 늦게 3차 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과거 행정처가 재판에 개입하려 했던 내용의 문건들을 다수 확인했으나 실제 실행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특조단은 애써 “재판 과정에서 사법행정이 관여한 정황은 찾을 수 없었다”고 결론 내렸지만 행정처가 재판 과정이나 결과에 영향을 준 것으로 의심되는 사건이 적지 않다. 3차 조사에서는 앞서 추가조사위원회(2차 조사)가 일부 밝힌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재판뿐만 아니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효력정지 사건, 통상임금 전원합의체 사건, 긴급조치 손해배상 판결, 통합진보당 지방의원 제소 방안 강구 문건 등이 추가로 확인됐다. 원 전 원장의 공직선거법 및 국정원법 위반 사건에 대해 행정처는 심급별로 판결 직전과 직후 재판 내용과 재판부 동향을 파악한 문건을 작성했다. 1심 재판부가 선거법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자 청와대가 ‘환영·안도’했다고 파악했고, 또 “비공식적으로 (청와대가) 사법부에 감사 의사를 전달했다는 후문”이라고 문건에 기록했다. 이 사건의 상고심 전원합의체 회부 과정에 우병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개입했다는 의혹도 있었지만 특조단은 이를 명확하게 밝혀내지는 못했다. 특조단은 “회부 과정은 법원조직법상 조사 대상이 되기 어렵다”며 “전체적인 회부 결정에 사법부 안팎의 관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결국 전합 회부는 재판의 난이도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어쨌든 청와대 측이 원하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전합이 원 전 원장 사건을 파기한 뒤 서울고법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당시 재판장 및 주심 판사와 전화 통화한 후 공판 진행 상황을 기록한 문건도 발견됐다. 그러나 정확히 누가 전화를 걸었는지, 문건을 작성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밝히지 못했다. 전교조 법외노조 효력정지 처분 사건을 상고법원 협상 카드로 적극 이용하려 한 정황도 드러났다. 서울행정법원과 서울고법은 연이어 전교조 손을 들어줬는데 행정처는 “(대법원이) 재항고 인용 결정을 하면 양측에 윈윈의 결과가 될 것”이라는 문건을 작성했다. 즉 전교조가 불법 노조라는 결정이 나오면 상고법원을 추진하는 사법부 입장에서 청와대 지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사건은 실제로 대법원에서 원고 패소 취지로 파기됐다. 그러나 김명수 대법원장이 원장 취임 전 재판을 맡은 서울고법에서는 파기환송 취지와 달리 전교조 손을 들어줬다. 재판 개입 시도는 대부분 대법원 판결과 결정에 국한됐지만 대법원 판례와 반대되는 결론을 내린 하급심 재판장을 징계하려 한 정황도 확인됐다. 2015년 9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정부가 긴급조치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오자 임종헌 당시 행정처 차장은 징계 및 직무감독 검토를 지시했다. 부정적인 의견이 나오자 임 차장은 위법성과 징계 여부를 검토하라고 재차 지시했다. 특조단은 “재판 결과를 두고 담당 판사에 대한 불이익을 검토한 것으로서 재판의 독립을 침해할 수 있는 사법행정권 남용”이라고 판단했으나 실제 징계가 진행되지는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靑과 협력 사례로 이석기 재판 결과 거론 주요 재판에 대해 행정처가 청와대와 끊임없이 교감하려 한 것은 결국 상고법원 때문이었다. ‘상고법원 입법 추진을 위한 BH 설득 방안’ 문건에는 정부 운영에 대한 사법부 협력 사례로 주요 대법원 재판 결과가 거론돼 있다. 문건에는 “사법부는 그동안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최대한 노력해 왔다”며 “왜곡된 과거사나 경시된 국가관 사건의 방향을 바로 정립했고, 국가 경제의 발전을 최우선을 고려하고 대통령이 추진 중인 4대 부문 개혁 중 노동·교육을 강력하게 지원해 왔다”고 적혀 있다. 구체적인 협력 사례로 이석기 내란선동죄, KTX 승무원, 콜텍과 쌍용차 정리해고, 철도노조 파업 재판이 언급됐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 당시 대법원은 친기업 위주 판결을 내렸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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