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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낙태죄 위헌 여부 오늘 결론…2012년 합헌 결정 뒤집힐까

    낙태죄 위헌 여부 오늘 결론…2012년 합헌 결정 뒤집힐까

    낙태를 처벌하도록 하는 형법 규정의 위헌 여부가 오늘(11일) 오후 결정된다. 헌법재판소는 오늘 오후 2시 낙태한 여성을 처벌하는 형법 269조와 낙태시술을 한 의료진을 처벌하는 270조에 대해 산부인과 의사 A씨가 낸 헌법소원 심판사건을 선고한다. ‘자기낙태죄’에 해당하는 형법 269조는 임신한 여성이 낙태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한다는 내용이다. ‘동의낙태죄’라 불리는 270조는 의사가 임신한 여성의 동의를 받아 낙태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한다. 현재 ‘동의 낙태 혐의’로 기소돼 재판 중인 A씨는 동의낙태죄 조항에 대해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며 지난 2017년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헌재는 동의낙태죄 위헌 여부를 심사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기낙태죄 조항에 대한 심사가 전제돼야 한다며 두 조항 모두 심리를 진행했다. 법조계에서는 위헌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2012년 헌재는 재판관 4대 4 의견으로 “태아는 모와 별개의 생명체이고 인간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므로 생명권이 인정된다”며 낙태죄 처벌이 합헌이라고 결정한 바 있다. 하지만 유남석 헌재소장을 비롯한 6기 헌법재판관들은 낙태에 대해 전향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낙태를 전면적으로 허용하기보다 ‘임신 초기에 이뤄지는 낙태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위해 허용해야 한다’는 식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헌법불합치 결정은 위헌결정과 달리 재판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때문에 낙태죄 형사재판과 관련해 추가로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한편 낙태죄 처벌을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의 연대체인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공동행동)은 오늘 오후 2시 20분부터 헌재 결론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한다. 이어서 오후 7시부터 안국역 5번 출구 서울노인복지회관 앞에서 집회를 열기로 했다. 또 각계 시민사회단체들이 오전 9시부터 낙태죄 위헌 판결을 촉구하는 릴레이 기자회견도 예정돼 있다. 이에 맞서 ‘낙태법 유지를 바라는 시민연대’(시민연대) 역시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연다. 이들은 이날 오후 1시 30분부터 낙태법 유지를 촉구하는 피켓 시위와 기자회견을 진행한 뒤 헌재 선고 직후 관련 입장을 발표할 계획이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낙태죄 위헌’ 결론 달라질까… 헌재 11일 선고 확정

    9명 중 3명 “낙태 허용기준 개정 필요” 진보 성향 2명도 전향적인 입장 전망 ‘여성만 처벌’ 규정 폐지 요구 높아져 하급심 선고유예 잇따라 ‘사문화’ 평가 낙태를 처벌하는 형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는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오는 11일 나온다. 2012년 8월 헌법재판관 의견이 4대 4로 맞서 위헌 정족수(6명) 미달로 합헌 결정이 난 지 7년 만이다. 헌재는 11일 오후 2시 대심판정에서 열리는 특별 선고기일에 낙태 행위에 대한 처벌을 명시한 형법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을 선고한다고 8일 밝혔다. 헌재는 2017년 2월 의사 정모씨가 낙태를 처벌하는 형법 269조 1항과 270조 1항이 위헌인지 확인해 달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을 접수해 심리해왔다. 형법 269조 1항(자기낙태죄)은 임신한 여성이 낙태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형법 270조 1항(동의낙태죄)은 의사나 한의사 등이 여성의 동의를 얻어 낙태 시술을 하면 2년 이하의 징역에, 동의가 없었으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2013~2015년 여성들의 동의를 얻어 69차례 낙태 수술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씨는 “태아는 생명권의 주체가 될 수 없고 낙태 처벌 조항이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헌재가 낙태 처벌에 대해 이전과 다른 결론을 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유남석 헌재소장과 이은애·이영진 헌법재판관이 현행 법의 낙태 허용기준이 지나치게 좁아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고,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진보 성향인 이석태·김기영 재판관도 전향적인 입장을 내놓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특히 여성만 처벌하도록 한 낙태죄 규정을 폐지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는 점이 헌재 판단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지난해 보건복지부 의뢰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실시한 임신인공중절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여성 1만명 가운데 75.4%가 “형법 269·270조를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달 18일 “낙태한 여성을 처벌하는 것은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건강권, 생명권 등을 침해한다”는 의견을 헌재에 공식 제출했다. 최근 헌재 앞에서는 연일 시민단체 등의 ‘낙태죄 폐지 촉구 집회’가 열리고 있다. 법원 하급심에서도 낙태죄에 대한 다양한 사회적 논란을 거론하며 “낙태 행위에 대해 사실상 국가 형벌권의 행사를 자제해 온 상황”이라며 선고유예 판결이 잇따라 처벌 조항이 사실상 사문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中, 청명절 기간 1억 1000만명 움직인다… ‘내수 진작’ 기대

    中, 청명절 기간 1억 1000만명 움직인다… ‘내수 진작’ 기대

    중국 청명절(清明节) 휴가 기간 동안 약 1억 1000만 명이 국내 여행을 떠날 것으로 예측됐다. 중국 최대 규모의 온라인 여행전문업체 ‘씨트립(Ctrip)’은 최근 올해 청명절 연휴 기간 동안 국내 인기 여행지로 휴가를 떠날 관광객의 수가 1억 1000만 명에 달할 것이라고 5일 집계했다. 중국의 청명절은 춘절, 단오절, 중추절 등과 함께 중국의 4대 명절 중 하나로 꼽힌다. 올해 청명절 연휴는 5~7일까지 총 3일간 계속된다. 이 기간 동안 중국의 국공립 초중고교, 대학교 등은 일제히 휴교, 상당수 국영 기업과 민영 기업체에서는 자체적인 휴가 사용을 권장해오고 있다. 특히 중국 대륙을 포함, 홍콩과 대만 등의 금융 시장 역시 이 기간 동안 휴장해오고 있다. 다만, 올해 청명절 연휴는 5~7일까지 비교적 짧은 연휴라는 점에서 해외 여행지 대신 국내 여행을 떠나려는 이들의 수가 급증했다는 분석이다. 중국의 온라인 여행 전문 업체 씨트립 측은 이날 ‘2019년 청명정 여행지 공략’이라는 조사 결과를 공개, 이 기간 동안 국내 여행지로 가장 인기가 높은 지역 1위로 상하이 디즈니랜드를 선정했다. 2위와 3위에는 각각 베이징 소재의 자금성 일대와 저장성 소재 ‘시탕구쩐(西塘古镇)’이 꼽혔다. 해당 조사 결과는 청명절 기간 동안 예약된 국내 여행지 기반 데이터 1만 곳의 정보를 기준으로 선정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입장료가 없는 무료 관광지역 가운데에는 항저우(杭州) 소재의 시후(西湖)가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어 베이징의 천안문 광장 일대가 2위, 난징 소재의 ‘푸즈미아오(夫子庙)’가 3위로 선정됐다. 이와 관련,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이하 발개위)는 연휴 기간 동안 국내 내수 진작을 목적으로 한 여행지 입장권 판매 가격 인하 등의 이벤트를 실시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번 청명절 기간 동안 전국에 소재한 대표적 여행지를 기준, 성수기 기준 입장권과 비교해 최대 30~50% 인하된 가격으로 판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표적인 여행지인 후난성(湖南) 소재 ‘장자제(張家界)’ 입장료는 기존 245위안에서 225위안으로 인하, 황산 입장권은 기존 230위안에서 190위안으로 인하 돼 판매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발개위 관계자는 “정부가 지정, 관리해오고 있는 중점 여행지구의 입장료 인하 정책은 여행자 수 증진 등 이 분야 시장의 즉각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이 같은 입장권 인하 이벤트는 중국 전역의 약 300곳의 중점 여행지구를 대상으로 실시 중”이라고 설명했다. 임지연 베이징(중국) 통신원 cci2006@naver.com
  • ‘축구장 유세’ 황교안, 과거엔 ‘과잉 의전’…갑질 논란 확산

    ‘축구장 유세’ 황교안, 과거엔 ‘과잉 의전’…갑질 논란 확산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프로축구단 경남FC 경기장 안에서 구단 측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강기윤 창원청산 보궐선거 후보와 함께 선거유세를 강행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갑질’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이에 황 대표가 과거 대통령 권한대행 시절과 국무총리 시절에도 ‘과잉 의전’ 논란에 휩싸였던 일이 다시 소환되고 있다. 앞서 황 대표는 지난달 30일 강 후보와 함께 경남 창원 성산구 창원축구센터를 찾아 선거운동을 했다. 경기장 안에서의 선거운동은 축구 규정 위반에 해당한다. 현행 프로축구연맹 정관 제5조는 ‘연맹은 행정 및 사업을 수행함에 있어 정치적 중립을 지킨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경기장 안에서는 정당명, 기호, 번호 등이 노출된 의상을 입을 수 없다. 황 대표와 강 후보의 규정 위반 때문에 불이익을 받게 된 경남FC는 지난 1일 입장문을 통해 “일부 유세원들이 ‘입장권 없이는 못 들어간다’는 얘기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들어갔다”면서 “(강 후보 측) 유세원들이 경기장에서 유세를 하는 모습을 보고 달려가 ‘경기장 내에서는 선거유세를 하면 안 된다. 규정에 위반된 행동’이라면서 만류했지만 강 후보 측에서는 이를 무시한 채 계속적으로 선거 활동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황 대표는 “검표원이 아무 얘기를 하지 않아 (선거유세) 옷을 그대로 입고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황 대표가 축구 규정을 위반한 것은 불변의 사실이다. 황 대표의 갑질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황 대표가 박근혜 정부 국무총리를 지내던 2016년 11월 28일 당시 경찰은 충북 청주 KTX 오송역 앞 버스정류장에 대기 중인 버스를 다른 곳으로 이동시켰다. 그러자 황 총리 관용차량인 고급 세단 4대가 들어와 차를 댔다. 이 일로 시민들은 버스가 정류장으로 돌아올 때까지 영문도 모른 채 추위에 떨어야 했다.그에 앞서 같은 해 3월에는 황 총리의 의전차량이 서울역을 출발하는 KTX 171편이 멈춰 서 있는 플랫폼까지 들어와 과잉 의전 논란이 일었다. 황 대표가 대통령 권한대행 시절이었을 때도 논란은 그치지 않았다. 2017년 1월 당시 황 대행이 서울 구로구 디지털산업단지를 방문하면서 인근 도로 교통이 7분 넘게 통제된 장면이 언론에 보도됐다. 황 대행 차량 8대가 이 구간을 지나간 시간은 실제 12초에 불과했지만, 이를 위해 약 7분 동안 다른 차량들은 교통통제를 겪어야 했다. 당시 국무총리실은 “이동할 때 통상 2분 정도만 신호를 통제한다”면서 과잉 의전 논란에 반박했지만 경찰은 ‘7분 통제’ 사실을 인정했다. 한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황 대표와 강 후보의 경기장 내 선거유세에 위법 소지가 있다고 보고 한국당에 가장 낮은 수준의 행정조치인 ‘공명선거 협조요청’을 했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106조 2항은 ‘관혼상제의 의식이 거행되는 장소와 도로·시장·점포·다방·대합실 기타 다수인이 왕래하는 공개된 장소에서 정당 또는 후보자에 대한 지지를 호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선관위는 돈을 내고 입장권을 사서 들어가는 경기장 안은 선거법에서 규정한 ‘다수인이 왕래하는 공개된 장소’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다만 위 조항을 위반해도 형사처벌 조항은 선거법에 없는 상황이라 관할 선관위의 행정조치만 가능하다. 선관위 관계자는 “경기가 시작하기 전 유세를 중단했고 사안이 경미해 낮은 수준의 행정조치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北핵무기 美에 넘겨라” 하노이 결렬 부른 ‘빅딜 문서‘ 골자

    “北핵무기 美에 넘겨라” 하노이 결렬 부른 ‘빅딜 문서‘ 골자

    지난달 28일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둘쨋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건넸다는 ‘빅딜 문서’의 골자가 30일 공개됐다. 로이터 통신이 전날(현지시간) 입수했다고 보도한 이 문서는 북한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정리했는데 북한 핵무기와 핵물질을 미국으로 이전시키고, 모든 핵시설과 탄도미사일은 물론 화학·생물전 프로그램까지 모두 해체해야 한다는 직설적이고 포괄적 요구가 담긴 것으로 나타났다. 문서에 따르면 미국은 “북한 핵 인프라와 화학·생물전 프로그램, 관련된 이중 용도 능력-다시 말해 탄도미사일과 발사대, 관련 시설들의 완전한 해체”(fully dismantling North Korea‘s nuclear infrastructure,chemical and biological warfare program and related dual-use capabilities; and ballistic missiles,launchers,and associated facilities)를 북한에 요구한 것으로 돼 있다. 로이터는 또 북한 핵무기를 미국으로 넘기라는 요구 외에 △핵 프로그램에 대한 포괄적 신고 및 미국과 국제 사찰단의 완전한 접근 허용 △모든 관련 활동 및 새 시설물 건축 중단 △모든 핵 인프라 제거 △모든 핵 프로그램 과학자 및 기술자들을 전직시킬 것 등 네 가지 중대한 사항들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통신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영어와 한글 두 버전의 문서를 김 위원장에게 직접 건넸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문서 자체를 공개하진 않았다. 이 방안은 북한이 ‘패전국에나 적용할 수 있는 방식’이라며 거부해 온 리비아식 해법에 근접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대북 매파인 존 볼턴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주창해 온 해법으로 먼저 핵을 폐기하고 이를 완전히 검증한 뒤에 수교와 경제지원 등의 보상을 제공하는 ’선(先) 핵폐기, 후(後) 보상‘ 방식이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당초 비핵화의 기본 원칙으로 제시했던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enuclearization·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CVID는 그 뒤 북한의 반발을 감안해 FFVD(Final, Fully Verified Denuclearization·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북한 비핵화)로 다소 완화됐다.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제니 타운 연구원은 “볼턴 보좌관이 처음부터 원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던 것”이라며 “만약 미국이 정말로 진지하게 협상에 임하려 한다면 이런 접근은 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걸 알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몇 번이나 (북한에) 거절 당해 애당초 가능성이 없었던 것”이라며 “그런데도 계속 거론하는 것은 (북한에) 다소 모욕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방안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핵 과학자와 기술자의 상업활동 전환은 옛 소련에서 독립하려는 나라들의 비핵화를 지원한 ‘넌-루가 법안’을 모델로 삼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다시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여지‘를 최대한 없애겠다는 속내를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물론 미국이 이런 조치들을 동시에 ‘즉각’ 이행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큰 틀의 합의를 이룬 다음 단계적으로 이행하는 밑그림을 그렸을 것이란 관측이 가능하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정상회담 결렬 직후 기자회견 도중 ‘영변 폐기 대 민생제재 해제’란 자신들의 요구에 미국이 ‘한 가지’를 더 요구했다고 밝힌 바 있는데 로이터가 보도한 문서의 ‘모든 관련 활동 및 새 시설물 건축 중단’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미국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완전한 비핵화의 ’정의‘에 북한이 먼저 동의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1단계 이행 조치로 추가 핵물질 생산을 막는 ‘모든 관련 활동 및 새 시설물 건축 중단’을 합의하자고 요구하는 바람에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풀이된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밀리터리 인사이드] 말 많은 ‘KF-X’ 사업…조급증을 버려라

    [밀리터리 인사이드] 말 많은 ‘KF-X’ 사업…조급증을 버려라

    KF-X 오는 9월 80% 이상 형상 설계 완료기술 개발 조급증…‘장비 구입’ 극한 주장까지수십년간 실패해온 일본도 예산 논란 직면그러나 레이더·엔진·스텔스 기술 자체 개발‘한국형 전투기’(KF-X) 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방위사업청이 지난 18일 2021년 ‘시제기’ 생산을 완료하겠다고 공언하면서 구체적인 사업 일정표가 윤곽을 드러냈습니다. 시제기는 항공기를 대량 생산하기 전에 원형을 만들어 성능을 시험하는 기체를 말합니다. KF-X의 설계는 현재 15% 가량 진행됐고 오는 9월이면 80% 이상 완성될 것으로 보입니다. 기체 개발을 맡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가 실물 크기의 모형을 제작해 오는 10월 열리는 서울국제항공우주·방위산업전시회(ADEX)에서 공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하지만 한편에선 우려도 많습니다. 인도네시아가 공동개발국으로 참여하고 있긴 하지만 사실상 우리가 독자 개발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상황에서 예정대로 사업이 진행될지 우려하는 시각입니다. 벌써부터 해외에서 첨단 장비를 사들여 조립하는 게 경제성이나 효율성 측면에서 더 낫지 않느냐는 주장까지 나옵니다. ●“4.5세대 전투기 개발 의미있나” 커지는 잡음 엄밀히 따지자면 KF-X는 4.5세대 전투기로, 개발을 완료해도 이미 실전에 투입된 첨단 전투기인 미국의 ‘F-22’, ‘F-35’, 러시아의 ‘Su-57’ 등 5세대 전투기 성능엔 미치지 못 합니다. 쉽게 표현하자면 기계식 4세대 전투기와 스텔스기로 개발하는 5세대 전투기의 중간쯤 되는 성능을 목표로 합니다. 이런 점에서 일각에선 “미국이 이미 6세대 무인전투기 개발에 나선 마당에 4.5세대 전투기 개발에 집중하면 너무 시대에 뒤쳐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습니다.이런 우려를 제기하는 분들께 일본의 사례를 전하려 합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일본은 F-15의 자국 면허생산 버전인 ‘F-15J’와 미국과 공동개발한 ‘F-2’ 등을 주력 기종으로 운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030년 F-2 퇴역에 대비해 야심차게 ‘F-3’를 개발해왔습니다. 작년엔 10조~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막대한 개발 비용 때문에 사업을 포기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언론 보도도 나왔습니다. 일본 방위성이 “결정된 바 없다. 미국 등과 공동개발도 고려하고 있다”고 해명하긴 했지만 일본 내부는 물론 우리 국민들에게도 충격파가 적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표면적인 논란으로 일본이 그동안 기울인 노력들이 모두 물거품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일본의 전투기 생산 과정은 효율성을 중시하는 이들의 입장에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방식이었습니다. 한 예로 F-15J의 생산에는 일본 방위산업체 1100여곳이 참가했고 생산단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았습니다. 정부가 미국의 동급 ‘F-15C/D’ 판매 가격의 3배에 이르는 높은 비용을 부담할 정도였습니다. 완제품에 가까운 형태로 수입해 단순 조립만 해도 되는데, 일본 정부는 묵묵히 지원을 이어갔습니다. ●일본, 예산 투입 논란에도 기술 개발 지속 일본은 또 F-35A 42대를 미국에서 23조 8000억원에 도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우리가 40대를 도입하는 데 들이는 비용인 7조 4000억원의 3배에 이르는 금액입니다. 4대만 완제품으로 도입하고 나머지 38대는 미쓰비시 중공업 공장에서 부품을 조립하는 방식으로 계약했습니다. 아시다시피 미쓰비시 중공업은 F-3 개발을 맡은 방산업체입니다. 아시아 지역의 정비창을 독점하고 정비 비용을 줄인다는 계산도 있었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첨단기술 확보였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일본은 2016년 스텔스기 생산을 위해 기술을 시험하는 실증기 ‘X-2’를 공개했습니다. 실험 수준이긴 하지만 일본 방위장비청은 “스텔스 기술을 확보했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개발 당국은 F-22 등 고성능 전투기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인 엔진 1개당 최대 15t의 추력을 확보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순간적으로 성능을 높이는 ‘애프터 버너’ 기능을 사용했을 때 엔진 추력이고, 실제 추력은 11t이지만 자체 기술로 전투기 엔진을 개발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한 부분입니다.일본은 첨단 전투기에 꼭 필요한 ‘능동위상배열(AESA) 레이더’ 기술을 이미 1990년대에 개발했습니다. 세계 최초로 전투기용으로 상용화된 AESA 레이더는 일본의 주력전투기 F-2에 장착됐습니다. AESA 레이더는 일반 기계식 레이더보다 탐지 거리가 긴 것은 물론 여러 목표를 한꺼번에 포착할 수 있고 탐색, 전자전, 무기 유도 등 여러 기능을 동시에 운용할 수 있어 첨단 항공기에 필수적인 장비로 꼽힙니다. 작년에는 더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일본 방위장비청은 지난해 11월 도쿄에서 개최한 ‘국제항공우주전’에서 ‘질화갈륨’(GaN)을 사용하는 신형 AESA 레이더를 공개했습니다. 이 기술은 탐지거리가 1000㎞를 넘는 미국 록히드마틴사의 최신 육상레이더 ‘LMSSR’에도 사용하는 기술입니다. 우리가 ‘막대한 예산과 엄청난 시간을 투자하고도 F-3 개발 사업이 좌초됐다’고 비판하기엔 남긴 족적이 너무 뚜렷합니다. 너무 비효율적으로, 고집스럽게 항공기 개발을 시도한 일본의 사례를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는 겁니다. ●KF-X는 이제 ‘걸음마’ 단계…조급증 버려야 KF-X에는 8조 8000억원의 막대한 예산이 투입됩니다. 2015년 사업을 시작해 이제 5년차를 맞았습니다. 2026년 6월 개발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벌써부터 설왕설래가 많습니다.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도록 채찍질하는 것은 옳지만, 사업 자체를 엎거나 궤도를 완전히 수정해야 한다는 극한 주장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AESA 레이더 개발은 지난해 6월 기본설계(PDR)를 끝냈고 이제 상세설계(CDR)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KAI는 지난 2월 시제기의 동체 앞쪽 구조물인 ‘벌크헤드’ 가공을 시작했습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것으로, 결코 성공이나 실패를 논할 단계가 아닙니다. 수십년간 실패를 거듭했지만, 절대 실패했다고 인정하지 않는 일본을 봐야 합니다. 정부가 해야 할 일도 있습니다. 공동개발국인 인도네시아가 작년 미납금 3300억원 중 급히 1320억원을 냈지만 여전히 1980억원이 지급되지 않은 상태라 국민들의 우려가 큽니다. 인도네시아 정부 관계자들이 지난 6일 직접 국방부를 찾아 사업 추진 의지를 드러냈다고 하지만, 투자금 문제를 완벽히 해결하지 못한다면 해마다 잡음이 끊이질 않을 겁니다. 국민 신뢰를 높이려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사설] 국가인권위 ‘낙태죄 위헌’ 의견, 헌재 제대로 반영해야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서울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낙태죄 위헌’이라는 공식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고 3월 18일자 본지에 밝혔다. 인권위는 낙태 전면 금지가 여성의 건강권과 생명권을 위협한다고도 했다. 헌재는 이르면 다음달 낙태죄 위헌 여부를 가릴 예정이다. 낙태죄 폐지를 둘러싼 주쟁점은 여성의 자기 결정권과 태아 생명권의 대립이다. 2012년에는 낙태 만연 우려와 태아의 생명권 보호에 비중을 둬 합헌 결정이 났다. 의견이 4대4로 팽팽히 갈려 위헌 판결 정족수 6인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7년 사이 낙태죄와 관련된 국내외 환경과 조건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2018년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는 우리 정부에 낙태를 합법화하고 처벌 조항 삭제를 주문했다. 세계보건기구(WHO) 또한 안전한 낙태를 방해하는 절차적·제도적 장벽들은 철폐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중 30개국에서 본인 요청 및 사회경제적 이유에 의한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인권위의 공식 의견이 처음으로 헌재에 전달된 만큼 더욱 합리적인 판단을 하리라고 기대한다. 현재 우리 법은 강간, 근친상간, 유전적 질환 등의 경우에만 낙태를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여성의 선택권보다는 태아의 생명권을 공익으로 여기며 중시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선택권은 대립하는 권리가 아니다. 임신 지속 여부에 대해 여성이 스스로 가지는 판단은 태아가 살아갈 삶의 조건 및 현실과 동떨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장애나 질병, 경제조건, 연령, 혼인 여부 등에 따른 사회적 차별 등은 출산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조건이다. 출산 이후 삶의 조건을 책임지지 않는 사회에서 태아의 생명권을 논하는 것은 공허하거나 비현실적일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도 이제 낙태죄를 폐지하고 육아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더욱 강화해 나갈 때가 됐다. 낙태죄 폐지는 안전하고 평등한 사회의 기본 조건이다. 헌재는 변화하는 가치 및 흐름을 잘 반영해 시대에 뒤처지지 않는 법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최정호 “우리나라 집값 높다”

    최정호 “우리나라 집값 높다”

    투기 수요 근절·실수요자 중심 정책 지속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현재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에 대해 “소득 수준과 주택가격을 감안한 우리나라의 주택 구입 부담 수준은 선진국과 비교할 경우 다소 높다”고 18일 밝혔다. 최 후보자는 “(집값) 과열 재현 시 적기에 조치를 취하겠다”며 투기 수요 근절 및 실수요자 중심의 부동산 정책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최 후보자는 이날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답변 자료에서 “지난해 9·13 부동산 대책 이후 수도권 주택시장의 안정세가 지속되는 등 성과가 있다”면서도 “풍부한 유동성, 개발 기대 등 시장 불안 요인이 상존하고 있어 안심하기에는 이른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지방 부동산 침체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의견에 대해서는 “지역 산업 침체와 장기간 집값 상승 및 기존의 완화된 주택·금융 규제에 따른 공급 물량 누적이 조정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최 후보자는 최근 일부 지역의 전세가격이 떨어져 세입자가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하는 ‘깡통전세’ 우려가 커진 데 대해 “시장 안정화 과정에서 일부 임차인이 임차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등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임차인 보호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필요하다면 표준임대료에 대해서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4대강 보 철거와 관련한 입장을 묻자 최 후보자는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단이 환경, 경제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제안한 것”이라며 “다양한 의견 수렴을 거쳐 합리적인 방안이 도출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민주당 ‘PK 지키기’ vs 한국당 ‘TK 편들기’… 김해 신공항 들쑤시는 정치권

    부·울·경 단체장 “신공항은 제2의 4대강” 與, PK 지지율 빠지자 예산 투입 등 약속 한국당 최정호 청문회 ‘김해 재확인’ 별러 신공항 반대도 PK 민심 잃을까봐 고민도 부산·경남(PK)과 대구·경북(TK)의 해묵은 지역 갈등 문제인 ‘동남권 신공항 건설’이 이달 말 부·울·경(부산·울산·경남) 검증단의 결과 발표를 앞두고 다시 정치 쟁점화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재호(부산 남구을) 의원과 오거돈 부산시장, 송철호 울산시장, 구속 중인 김경수 경남지사를 대신한 문승욱 경남도 경제부지사 등 민주당 소속 부·울·경 단체장들은 1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현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김해신공항 추진을 ‘제2의 4대강사업’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김해신공항의 활주로가 짧아 위험하다며 김해신공항 추진 계획을 전면 재검토해 새로운 지역에 ‘동남권 관문공항’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0여년 동안 이어져 온 동남권 신공항 건설 논란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김해공항 활주로를 확장하는 것으로 마무리된 듯했지만 오 시장이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부산 가덕도 신공항 추진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재점화됐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월 부산을 방문해 김해신공항 재검토 가능성을 내비치자 제대로 불이 붙은 상황이다. 부·울·경 단체장들은 이미 정부에서 결정됐다 하더라도 잘못된 정책이라면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내년 총선을 1년 앞두고 지역 최대 현안을 거론했다는 점에서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민주당에서 최근 PK 지지율이 급격하게 빠지자 예산 투입 약속 등으로 공을 들이는 상황과도 겹친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지난 13일 민주당과 부산시의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오 시장의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 요구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반면 TK를 핵심 지지기반으로 한 자유한국당은 이미 다 끝난 문제를 민주당이 들쑤시고 있다며 ‘재론 불가’ 입장을 취하고 있다. 황교안 대표는 지난 13일 지역 방송 인터뷰에서 “5개 시도가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을 만들고 김해공항을 확장해서 충분하게 항공 수요를 충족될 수 있는 공항을 만들어 낸다는 데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한국당 TK 지역구 의원들은 오는 25일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때 김해신공항 추진 의지를 재확인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최 후보자가 김해신공항 결정 당시 국토부 2차관으로서 실무를 총지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당 내부적으로는 PK 신공항 반대 입장이 자칫 PK 민심을 적(敵)으로 돌릴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난감해 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단독] “낙태죄는 위헌” 인권위, 헌재에 첫 공식의견

    [단독] “낙태죄는 위헌” 인권위, 헌재에 첫 공식의견

    7년 전엔 합헌… 새달 헌재 결정 주목낙태한 여성을 형사처벌하는 문제를 두고 사회적 논쟁이 뜨거운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가 “낙태죄는 위헌”이라는 공식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인권위가 낙태죄 폐지에 공식 의견을 내놓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헌재는 다음달 초 낙태죄의 위헌 여부를 가릴 전망이라 귀추가 주목된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은 지난 15일 서울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낙태를 형벌로 처벌하는 것은 여성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의견을 오늘 헌법재판소에 냈다”고 밝혔다. 낙태할 수 있는 예외 사유를 두지 않고, 형법상 전면 금지하는 건 여성의 존엄성에 반하는 법령이라는 입장이다. 형사처벌로 여성을 위협해 출산을 강제하려 한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헌재에 제출한 결정문에서 “임신·출산 과정에서 복잡하고 다양한 맥락을 가장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건 당사자인 여성”이라면서 “여성이 자신의 판단을 실행할 수 있도록 자기결정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또 낙태 전면 금지가 여성의 건강권과 생명권을 위협한다는 의견도 냈다. 결정문은 “의사에게 수술을 받더라도 불법이기 때문에 안전성을 보장받거나 요구할 수 없고 수술 후 부작용이 발생해도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모든 커플과 개인이 자신들의 자녀 수, 출산 간격과 시기를 자유롭게 결정하고 이를 위한 정보와 수단을 얻을 수 있는 재생산권을 침해한다”고 덧붙였다. 인권위의 의견 제출이 헌재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헌재는 이르면 다음달 낙태죄 위헌 여부를 가린다. 헌재는 2012년 “태아의 생명권이라는 공익이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이라는 사익보다 우선한다”며 재판관 4대4 의견으로 낙태죄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당시 인권위는 의견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여성 인권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됐고 국제사회와 국가기관인 인권위까지 “낙태를 범죄로 봐선 안 된다”는 의견을 공식적으로 표명해 헌재가 전향적으로 판단할 여지가 커졌다. 최 위원장은 “낙태죄 폐지는 성폭력특별법, 가정폭력방지법, 호주제 폐지에 이어 여성의 권리 신장에 또 하나의 큰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단독]“낙태죄는 위헌” 인권위, 헌재에 첫 공식의견

    [단독]“낙태죄는 위헌” 인권위, 헌재에 첫 공식의견

    “여성의 자기 결정권 보장돼야” 명시7년 전엔 합헌...새달 헌재 결정 주목낙태한 여성을 형사처벌하는 문제를 두고 사회적 논쟁이 뜨거운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가 “낙태죄는 위헌”이라는 공식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인권위가 낙태죄 폐지에 공식 의견을 내놓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헌재는 다음달 초 낙태죄의 위헌 여부를 가릴 전망이라 귀추가 주목된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은 지난 15일 서울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낙태를 형벌로 처벌하는 것은 여성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의견을 오늘 헌법재판소에 냈다”고 밝혔다. 낙태할 수 있는 예외 사유를 두지 않고, 형법상 전면 금지하는 건 여성의 존엄성에 반하는 법령이라는 입장이다. 형사처벌로 여성을 위협해 출산을 강제하려 한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헌재에 제출한 결정문에서 “임신·출산 과정에서 복잡하고 다양한 맥락을 가장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건 당사자인 여성”이라면서 “여성이 자신의 판단을 실행할 수 있도록 자기결정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또 낙태 전면 금지가 여성의 건강권과 생명권을 위협한다는 의견도 냈다. 결정문은 “의사에게 수술을 받더라도 불법이기 때문에 안전성을 보장받거나 요구할 수 없고 수술 후 부작용이 발생해도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모든 커플과 개인이 자신들의 자녀 수, 출산 간격과 시기를 자유롭게 결정하고 이를 위한 정보와 수단을 얻을 수 있는 재생산권을 침해한다”고 덧붙였다. 인권위의 의견 제출이 헌재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헌재는 이르면 다음달 낙태죄 위헌 여부를 가린다. 헌재는 2012년 “태아의 생명권이라는 공익이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이라는 사익보다 우선한다”며 재판관 4대4 의견으로 낙태죄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당시 인권위는 의견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여성 인권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됐고 국제사회와 국가기관인 인권위까지 “낙태를 범죄로 봐선 안 된다”는 의견을 공식적으로 표명해 헌재가 전향적으로 판단할 여지가 커졌다. 최 위원장은 “낙태죄 폐지는 성폭력특별법, 가정폭력방지법, 호주제 폐지에 이어 여성의 권리 신장에 또 하나의 큰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꼬이는 김해신공항…이면엔 민주당 ‘PK 보듬기’ vs 한국당 ‘TK 지키기’

    꼬이는 김해신공항…이면엔 민주당 ‘PK 보듬기’ vs 한국당 ‘TK 지키기’

    부산·경남(PK)과 대구·경북(TK)의 해묵은 지역 갈등 문제인 ‘동남권 신공항 건설’이 이달 말 부·울·경(부산·울산·경남) 검증단의 결과 발표를 앞두고 다시 정치 쟁점화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재호(부산 남구을) 의원과 오거돈 부산시장, 송철호 울산시장, 구속 중인 김경수 경남지사를 대신한 문승욱 경남도 경제부지사 등 민주당 소속 부·울·경 단체장들은 1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현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김해신공항 추진을 ‘제2의 4대강사업’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김해신공항의 활주로가 짧아 위험하다며 김해신공항 추진 계획을 전면 재검토해 새로운 지역에 ‘동남권 관문공항’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0여년 동안 이어져 온 동남권 신공항 건설 논란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김해공항 활주로를 확장하는 것으로 마무리된 듯했지만 오 시장이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부산 가덕도 신공항 추진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재점화됐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월 부산을 방문해 김해신공항 재검토 가능성을 내비치자 제대로 불이 붙은 상황이다. 부·울·경 단체장들은 이미 정부에서 결정됐다 하더라도 잘못된 정책이라면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내년 총선을 1년 앞두고 지역 최대 현안을 거론했다는 점에서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민주당에서 최근 PK 지지율이 급격하게 빠지자 예산 투입 약속 등으로 공을 들이는 상황과도 겹친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지난 13일 민주당과 부산시의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오 시장의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 요구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반면 TK를 핵심 지지기반으로 한 자유한국당은 이미 다 끝난 문제를 민주당이 들쑤시고 있다며 ‘재론 불가’ 입장을 취하고 있다. 황교안 대표는 지난 13일 지역 방송 인터뷰에서 “5개 시도가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을 만들고 김해공항을 확장해서 충분하게 항공 수요를 충족될 수 있는 공항을 만들어 낸다는 데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한국당 TK 지역구 의원들은 오는 25일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때 김해신공항 추진 의지를 재확인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최 후보자가 김해신공항 결정 당시 국토부 2차관으로서 실무를 총지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당 내부적으로는 PK 신공항 반대 입장이 자칫 PK 민심을 적(敵)으로 돌릴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난감해 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사설] 연쇄 추락한 보잉737 운항 중지 마땅하다

    지난 10일 케냐 나이로비로 향하던 에티오피아항공의 ‘B737 맥스8’이 이륙 후 13분 만에 추락하면서 탑승자 158명 전원이 숨졌다. 4개월여 전인 지난해 10월 29일에도 같은 기종의 인도네시아 라이언에어 비행기가 이륙 6분 만에 추락하면서 탑승객 157명이 모두 숨졌다. 대형 참사를 낸 비행기는 미국 보잉사에서 제작했으며, 2017년부터 상업운항 중이다. 이번 추락 사고 직후 에티오피아는 물론 중국,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 등은 해당 기종의 운항 중단에 들어갔다. 미국에서는 각 항공사 공식 트위터 등을 통해 해당 기종에 대한 시민들의 안전성 문의가 쇄도하며, 다른 비행기로의 예약 변경을 요청하는 사례도 쏟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스타항공이 같은 기종의 비행기 2대를 지난해 말 들여와 운항 중이다. 항공사나 정부는 운항 중단을 고려하지 않다가 운항 중단을 최종 결정했다. 이스타항공에 대한 긴급 점검에 나선 국토교통부는 미국의 안전조사 결과 안전 기준에 어긋나는 문제가 확인되면 즉각 운항을 중단하고 추가 도입 연기나 취소도 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지만, 안전을 고려해 입장을 선회했다. 우리도 운항 중지를 결정한 것은 다행이다. 4개월여 새 같은 기종이 잇따라 추락한 것은 기체 결함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 연방항공청은 이 기종의 안전성을 믿는다지만, 미국의 사고 원인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 제3의 사고라도 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운항 중지는 물론 추가 도입도 신중해야 한다. 대한항공은 올해 6대를 비롯해 모두 30대를 구입할 계획이다. 이스타항공은 올해 4대, 티웨이항공은 2021년까지 10대 이상, 제주항공은 2022년부터 50대를 각각 구입할 예정이다. 정부는 사고 기종 대신 다른 비행기 투입 등 탑승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항공 정책을 펴야 한다.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법이다.
  • 이스타항공 ‘보잉737맥스’ 운항 잠정 중단

    이스타항공 ‘보잉737맥스’ 운항 잠정 중단

    도입 앞둔 대한항공 “조사 결과 예의주시” 국토부 “안전확보 안되면 국내 도입 금지”국내에서 유일하게 B737맥스8을 도입해 운항 중인 이스타항공이 최근 잇단 추락사고로 안전 우려가 제기된 이 항공기 운항을 잠정 중단한다. 국토교통부는 해외 사고 조사 진행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이 기종에 대한 안전이 확보되지 않으면 국내 도입을 금지할 방침이다. 12일 국토부와 이스타항공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고객 편의와 불안 해소를 위해 자사가 보유 중인 B737맥스8 항공기 2대의 운항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이 기종 2대를 차례로 들여와 현재 일본, 태국, 베트남 등 노선에 투입하고 있다. 운항 재개는 국토부가 추가 정밀안전점검을 벌인 뒤 안전에 대한 우려가 없다고 확인되는 시점에 고려하기로 했다. 최종구 이스타항공 사장은 “이번 잠정 중단 결정은 국민의 불안과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사고 원인과 관계없이 국토부 종합안전점검에 협조하기 위한 자발적 조치”라며 “고객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경영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B737맥스8은 현재 국내에 이스타항공 2대뿐이지만 대한항공과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이 도입 계획을 확정하는 등 올해부터 잇따라 도입될 예정이다. 이스타항공은 연내 4대를 추가로 도입해 총 6대를 운영할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5월부터 순차적으로 2025년까지 50대(옵션 20대 포함)를 들여올 예정이다. 제주항공도 지난해 11월 보잉과 50대(옵션 10대 포함) 구매계약을 체결해 2022년부터 인도받을 계획이다. 티웨이항공은 6월부터 연말까지 4대를 도입하고 2020년까지 8대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 항공사들이 2017년 상업운항을 시작한 B737맥스8 도입에 나선 것은 기존 737-800 기종보다 연료효율이 10~20%가량 높은 데다 운항거리가 기존 모델보다 1000㎞ 이상 긴 6700㎞로 중장거리 노선 운항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 항공사에 350대가 팔렸고, 사전 계약물량도 4600대에 이른다. B737맥스8을 도입할 예정인 항공사들은 모두 ‘사고 원인 등에 대해 예의 주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현재 사고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기에 상황을 신중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추락 사고와 관련해 진행 중인 미연방항공청과 보잉의 조사, 각국의 후속 조치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관련한 안전조치 사항이 있을 경우 즉시 후속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돌아온 주총, 주주친화 새바람…오너家 ‘얼굴’도 바뀐다

    돌아온 주총, 주주친화 새바람…오너家 ‘얼굴’도 바뀐다

    삼성전자, 좌석수 작년보다 2배 늘려 SK텔레콤, 주주 견학 프로그램 마련 현대차 ‘정의선 대표 체제’ 스타트 LG 구본준 ‘퇴장’…구광모 시대로 대한항공, 조양호 이사 재선임 촉각오는 15일 LG전자와 20일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개막한다. 주요 기업별 오너가(家) 인사들의 사내 지위를 결정지을 안건들이 주목받는 가운데 주주 친화 정책을 전면에 내세우며 기존과 다른 주총 모습을 선보이겠다고 벼르는 기업들이 등장했다. 삼성전자는 서울 서초사옥에서 진행될 주총 좌석수를 지난해 400석의 약 두 배로 늘려 운영한다고 11일 밝혔다. 지난해 5월 액면분할 뒤 첫 주총이어서 참석자 수가 늘 것으로 예상해서다. 여러 회사의 주총이 겹치는 ‘슈퍼주총데이’인 27일을 피해 주총일을 잡은 점 역시 참석자를 늘릴 요인으로 꼽힌다. 안건과 관련된 주목은 ‘상정되지 않은 안건’에 집중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3년 등기이사 임기가 오는 10월에 끝나지만, 재선임 안건이 산정되지 않았다. 국정농단 사건 관련 상고심이 속행 중이란 점을 감안한 조치로 읽히지만, 이 부회장 임기 만료 전 임시주총을 열어 재선임을 결정지을 가능성이 여전히 거론된다. 27일 열리는 SK 주총엔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게 한 정관을 바꾸는 안건이 올라간다. 통과되면 최태원 SK 회장이 SK 대표이사직만 수행하고 이사회 의장직은 이사 중 한 명이 맡게 된다. SK그룹 주력 계열사인 SK텔레콤의 26일 주총에선 색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과 4대사업부장이 직접 발표·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주총에 참석한 주주 대상으로 본사 사옥 내 티움 전시관 투어를 마련했다. SK텔레콤 주총 안건 중엔 또 한문으로 작성됐던 정관을 모두 한글로 바꾸는 내용의 주총 특별 결의 안건도 있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각각 22일 주총에서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고, 이어지는 별도 이사회에서 정 수석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한다. ‘정의선 시대’를 공식화하는 행보다. 주당 2만 1967원의 고배당을 요구하는 헤지펀드 엘리엇이 현대차 이사회가 제시한 주당 3000원 배당안과 사외이사 추천 명단에 반기를 들고 있지만,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가 현대차 손을 들어 줌에 따라 현대차가 주총 승기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LG그룹 역시 구본준 부회장의 등기이사 퇴장을 통해 ‘구광모 시대’를 공식화할 예정이다. 15일 열리는 LG전자·LG화학 주총에서 구 부회장이 맡고 있던 등기이사직에 계열사 전문경영인을 신규 선임하는 안건이 상정된다. 고 구본무 회장 동생으로 LG 2대 주주인 구 부회장은 LG 고문을 맡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기업 주총에서 반대권을 행사해도 판을 뒤엎을 만큼의 지분을 확보하진 못했지만, 부쩍 주주권 행사 카드 언급을 늘리는 중인 국민연금에 시선이 쏠린 주총도 있다. 27일 대한항공 주총에선 조양호 대표이사 회장의 이사 연임 여부가 결정된다. 비리 혐의와 일가의 갑질 파문 때문에 조 회장의 이사 연임을 반대하는 세 규합이 이뤄지고 있는 중이다. 롯데칠성음료·롯데케미칼 정기 주총에선 신동빈 롯데 회장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국민연금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관심을 끈다. 국민연금은 신 회장이 계열사 이사를 과도하게 겸직한다는 이유로 롯데의 다른 계열사인 롯데케미칼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반대표를 행사한 적이 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에티오피아 참사 보잉 737 맥스 8, 같은 기종 보유한 각국 항공사들은?

    에티오피아 참사 보잉 737 맥스 8, 같은 기종 보유한 각국 항공사들은?

    157명의 목숨을 앗아간 에티오피아 항공 여객기 기종인 보잉 737 맥스 8과 같은 기종을 보유한 각국 항공사들이 앞다퉈 운항을 중단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같은 기종의 라이온 에어 여객기가 이륙 직후 갑자기 고도를 잃고 추락해 탑승자 189명이 숨진 데 이어 5개월 만에 또다시 비슷한 참사가 벌어지자 부득이하게 취한 조치다. 전문가들은 이 기종의 결함이 에티오피아 참사의 원인이라고 지적하기엔 이르다고 입을 모으지만 항공사들은 일단 이들 기종을 지상에 붙들어 매고 보는 것이다. 중국 항공 당국은 같은 모델을 쓰는 국내선 항공사들에게 운행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중국 민간항공청은 “두 사고가 이륙 단계에서 발생한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정도로 비슷하다”며 11일 오후 7시(한국시간)까지 에어차이나, 동방항공, 남방항공 등 본토에서 운행하는 90여개 기종의 운행을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에티오피아 항공과 케이먼 항공도 비슷한 조치를 취했다. 이 기종은 2017년부터 상업 운행을 시작해 최신 기종 중 하나다. 보잉도 “깊은 유감”을 표명하며 팀을 파견해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것을 돕겠다고 밝혔다. 에티오피아 당국과 보잉, 미국립 교통안전청(NTSB)이 조사에 참여한다.이 기종은 100개 항공사로부터 4500대 이상을 주문받아 보잉 역사상 가장 빨리 팔려나간 기종으로 기록된다. 보잉 홈페이지에 따르면 현재 16개 항공사가 여객기를 인수받았다. 실크에어, 스파이스 제트, TUI 그룹, 아에롤리니스 아르헨티나스, 이탈리아 항공, 플라이두바이 등이다. 플라이두바이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미 지역 항공사들도 상당수가 이 기종을 보유하고 있는데 사우스웨스트 항공이 31대, 아메리칸 항공과 에어 캐나다가 24대씩 보유하고 있다. 한편 국내 항공사 중에는 이스타 항공이 사고 기종과 같은 기종을 두 대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이날 해외에서의 운행 중단 움직임에 대한 취재진의 문의에 “정부나 (제조사인) 보잉사의 구체적인 입장이 없는 상태에서 운항 중단을 결정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히며 보잉이 제시한 안전 점검 기준보다 더 높은 기준을 철저히 이행하며 안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12만원×60개월= 720만원? ‘청년채움 공식’으론 3000만원!

    12만원×60개월= 720만원? ‘청년채움 공식’으론 3000만원!

    충북 청원에 위치한 중소 제조업체에 다니는 입사 2년차인 윤모씨는 지난해 말 ‘청년재직자 내일채움공제’에 가입했다. 정부 지원 사업에 관심이 많았던 윤씨가 먼저 회사에 가입 의사를 전달했고, 회사도 흔쾌히 동의해줬다. 매달 12만원씩 5년 동안 720만원만 부담하면 3000만원이라는 목돈을 손에 쥘 수 있다는 생각에 출근길이 가벼워졌다는 게 윤씨의 설명이다. 그는 “낸 돈보다 받는 돈이 워낙 많아서 처음엔 믿기 어려웠다. 결혼 자금에 보탤 생각인데 중소기업 근로자에게는 가장 효과가 큰 제도”라고 말했다.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박봉’이다. 월평균 임금 223만원(2017년 기준). 대기업 근로자 임금(488만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돈으로 생활을 꾸려가기가 쉽지 않다. 펀드나 적금 등 보편적인 재테크 수단을 총동원해도 종잣돈이 적으면 눈에 띄는 효과를 거두기도 쉽지 않다. 지난해 6월 도입된 청년재직자 내일채움공제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6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청년재직자 내일채움공제 가입자 수는 지난 1월까지 4만 2538명, 참여 기업 수는 1만 5501곳으로 초기 흥행에 어느 정도 성공했다. 그러나 정부가 파악한 가입 요건을 갖춘 근로자 수가 150만명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은 제도 자체를 모르는 근로자가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청년재직자 내일채움공제는 중소·중견기업에 다니는 만 34세 이하 근로자가 매달 적금을 넣듯 납입금을 내면 기업과 정부가 보탠 금액을 합쳐 만기 때 돌려받는 일종의 ‘3자 공동 적금’이다. 기존 내일채움공제는 정부의 재정 지원이 없이 근로자와 기업만 납입하는 구조였다. 정부가 참여하면서 혜택이 더 커진 것이다. 예를 들어 근로자가 월 12만원씩 60개월(5년) 동안 720만원을 계좌에 적립하면 기업이 1200만원(월 20만원X60개월), 정부가 1080만원(7회 분할 적립)을 보태 5년 후 3000만원이 만들어지는 구조다. 자기납입금을 제외하더라도 연간 456만원의 급여를 추가로 받는 효과를 낼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임금 외 추가 지출이 생기지만 각종 정부 사업에 참여할 때 가점을 받을 수 있고 납입분의 25%는 세액공제도 이뤄진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근로자는 저임금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고 중소·중견기업은 인력의 장기 재직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에 윈윈 구조”라고 설명했다. 특히 올해부터 가입 요건이 완화됐다. 당초 중소·중견기업에 1년 이상 재직 중인 근로자만 가입할 수 있었지만 6개월 이상으로 확대됐다. 중견기업은 중소기업에 비해 성과급 체계가 잘 갖춰져 있어 비교적 가입 수요가 적지만 요건은 동일하다. 가입 가능 연령은 여전히 만 15세 이상, 34세 이하다. 단 군대를 다녀왔다면 복무기간만큼 연령 한도가 늘어난다. 만약 2년 동안 군생활을 했다면 만 36세까지 가입할 수 있다. 다른 기업으로 이직하면 가입 승계가 이뤄지지 않지만 중도 해지를 해도 해지환급금이 주어지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예를 들어 휴·폐업이나 권고사직 등 기업의 귀책 사유로 중도해지가 되면 해당 기간까지 적립된 근로자·기업·정부의 적립금은 모두 근로자 몫이 된다. 또 이직이나 창업 등 근로자 쪽 사유로 중도해지가 되더라도 기업 기여금을 제외한 근로자 납입금, 정부 지원금은 모두 수령이 가능하다. 신청은 사업자등록증, 4대보험 가입내역확인서 등을 갖춘 상태에서 내일채움공제 홈페이지를 이용하거나 중소기업진흥공단 지역본부 또는 기업은행을 직접 방문하면 된다. 희망두배 청년통장, 청년 마이스터 통장 등 이미 지원금을 받은 근로자는 제외된다. 여운상 중기부 인재활용촉진과 사무관은 “신청부터 심사, 최초 근로자 납입까지는 대략 5~7일 정도 걸린다”고 말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PD수첩’ 방용훈 사장 아내 故 이미란 죽음 의혹 추적.. “살아보려 애썼는데”

    ‘PD수첩’ 방용훈 사장 아내 故 이미란 죽음 의혹 추적.. “살아보려 애썼는데”

    ‘PD수첩’이 조선일보 대주주이자 코리아나 호텔 방용훈 사장의 부인 이미란 씨의 죽음에 대해 재조명했다. 지난 5일 방송된 MBC ‘PD수첩’에서는 방용훈 사장의 부인 고(故) 이미란 씨 사망 사건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점이 발견됐다고 보도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미란 씨는 지난 2016년 9월 1일 한강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고인이 사망 전 친오빠에게 남긴 음성메시지에는 남편 방용훈의 이름이 언급됐다. 고인은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애썼는데 조선일보 방용훈을 어떻게 이기겠어요. 겁은 나는데 억울함을 알리는 방법이 이것밖에 없어요”라고 말했다. 방용훈 사장은 고 방일영 조선일보 회장 둘째 아들이자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의 동생이다. 그는 코리아나 호텔 사장이면서 조선일보 4대 주주다. ‘PD수첩’ 보도에 따르면, 이미란 씨는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기 전 4개월 동안 지하실에서 지냈다. 고인은 유서에 “4개월 간 지하실에서 투명인간처럼 지냈고 강제로 끌어내 내쫓긴 그날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썼다. 또한 자녀들에 의해 사설 구급차에 실려 집에서 쫓기듯 나왔다고 덧붙였다. 이어 “제 시도가 실패할 경우 방용훈이란 남편이 어떤 가혹한 행위를 할지 죽기로 결심한 두려움보다 그게 더 무섭다”고 말했다. 방용훈 사장이 고인에게 폭행을 해 온 사실도 적었다. 이 상황을 목격한 전 가사도우미는 “사모님이 안 나가려고 소파를 잡자 (자식들이) ‘도둑년아 손 놔’, ‘손 잘라버려’라고 외쳤다”면서 “자기네는 1층에서 파티처럼 밥 먹고 깔깔댔지만 사모님은 지하실에서 아침에 고구마 2개, 달걀 2개 먹고 나중에는 입에서 썩은 내가 올라올 정도로 속이 비어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방용훈 사장은 ‘PD수첩’ 측에 “우리 마누라가 애들을 얼마나 사랑한지 아세요? 우리 애들이 엄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세요? 부인이 죽고, 이모가 고소를 하고, 할머니가 애들을 고소하고. 그 이유는 왜 안 따져보는가? 제 입장이 한번 돼 보시라. 저는 한가지로만 말씀드리고 싶다. 사람하고 이야기 하고 싶다”고 반박했다. ‘PD수첩’의 보도에 따르면, 고인과의 가정 불화는 유산 때문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방용훈 아들 방모씨는 경찰 조사에서 20년 전 방용훈 사장이 어머니 이미란 씨에게 50억원을 맡겼는데 그 돈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미란 씨 언니는 “동생이 죽기 세 달 전쯤 너무 놀랐다고 말하더라. 남편이 자기한테 준 돈이 자기 돈이라고 생각하고 잊어버리다시피 했다. 그런데 (방용훈 사장이) 아들 돈이라고 말했다는 거다. ‘네가 알아서 (돈을) 찾아서 가져라. 엄마가 돈을 다 썼기 때문에 유산이 한 푼도 없다’고 (방용훈 사장은 아들에게) 말했다”고 전했다. 고인의 어머니는 “친정에서 돈 빼돌렸다는 말 밖에 할 얘기가 없을 것”이라며 “그래서 우울증으로 죽었다고 밖에는 할 얘기가 없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란 씨의 친오빠는 “이혼을 생각 안 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변호사들이 몸을 사렸다. 자신들에게 이야기한 내용도 없애라고 하더라. 법무법인이 망한다고”라고 했다. 경찰은 이 씨의 큰 딸과 큰 아들을 공동존속상해 혐의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으나 검찰은 강요죄로 죄명을 변경해 기소했다. 이미란 씨의 사망 이후에도 문제는 계속됐다. PD수첩은 2016년 11월 1일, 방용훈 사장과 아들이 각각 얼음도끼와 돌멩이를 들고 고인의 친언니 집으로 찾아가 문을 두들기고 현관을 걷어차는 등 모습이 담긴 CCTV를 공개했다. 당시 방용훈 사장은 아들을 말리기 위해 왔다고 주장했지만, CCTV에는 오히려 아들이 방용훈 사장을 말리는 모습이 담겼다. 그러나 용산경찰서는 방용훈 사장에게 불기소(혐의없음) 의견을 냈다. CCTV 자료에서 방용훈 사장이 아들을 말리는 장면이 있었다는 것이 이유였다. 실제 CCTV 내용과 다른 결론에 제작진은 당시 수사를 했던 용산경찰서 이 모 경위를 찾아갔다. 하지만 이 경위는 CCTV 확인 요청을 거부했다. 외압이나 청탁이 있었냐는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다. ‘PD수첩’이 이 사건에 대해 방용훈 사장에 묻자 그는 오히려 하소연을 했다고 한다. 그는 “그렇게 사람을 나쁘게 만드는 게 쉽다”면서 “녹음하고 있을 테지만 편집하지 말고 확실히 해라. 살면서 언제 어떻게 만날지 모른다. 이건 협박도 뭐도 아니다”라고 했다. 한편,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이날 방송된 ‘PD수첩’은 6.2%(이하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올해 방송분 중 가장 높은 시청률 기록이다. 사진=MBC ‘PD수첩’ 방송 캡처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文, 독도함 첫 승함… 해양주권 수호 의지

    文, 독도함 첫 승함… 해양주권 수호 의지

    日자극 우려 속 잇단 망언 겨냥해 결단 文 “싸우면 꼭 이기는 군대 돼 달라” 첫 도입 공중급유기 ‘시그너스’ 탑승문재인 대통령이 5일 해군사관학교 제73기 졸업 및 임관식에 참석하면서 해군함정 독도함에 내려 입장했다. 문 대통령의 독도함 승함은 이번이 처음으로 해양주권 수호와 해군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는 헬기를 타고 청와대를 출발, 행사장 앞바다의 독도함 갑판에 내렸다. 해군 항만 경비정으로 옮겨간 문 대통령 내외는 도열한 안중근함, 독도함, 손원일함, 서애류성룡함 순으로 대함 경례를 받았다. 2005년 진수한 1만 4500t급 독도함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강습상륙함이다. 특히 이름으로 인해 독도 영유권을 제기하는 일본이 가장 기피하는 함정이기도 하다. 최근 한일 관계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 징용 기업 배상 판결, 초계기 갈등 등으로 경색된 가운데 불필요하게 일본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지만 청와대는 독도 관련 일본의 끊임없는 망언 등을 겨냥해 문 대통령의 독도함 승함을 진행한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주변국에 우리의 해군력을 보여 주고 해양주권 수호 의지를 직접 천명하고자 하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는 경남 창원시 해군사관학교에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 심승섭 해군참모총장, 졸업생 가족 등 1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대함 경례 이후 문 대통령은 해사 부두에 도착, 졸업·임관식에 입장했다. 계급장 수여 때 몇몇 신임 소위에게는 계급장을 직접 달아줬다. 문 대통령은 축사에서 “주변국을 둘러보면 세계 4대 군사 강국이 해군력을 주도면밀하게 확충하고 있다”면서 “최대한 전쟁을 억제하되 싸우면 반드시 이기는 군대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시대의 해군은 북극항로를 개척하고 더 많은 무역이 이뤄질 남쪽 바다의 평화를 지켜낼 것”이라며 “우리가 의지를 갖고 한결같이 평화를 추구하면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는 반드시 올 것”이라고 밝혔다. 축사 후에는 해군 특수전 요원 33인의 해상강하 시범, 해상 사열이 이어졌다. 졸업생과 일일이 악수한 문 대통령에게 일부는 다가가 ‘셀카’를 함께 찍는 등 자유분방한 모습도 나왔다. 졸업생 149명 중 여성 생도는 14명이며 이 중 해병대 2명이 포함됐다. 베트남, 필리핀의 수탁 생도 2명도 졸업증서를 받았다. 임관한 해군 가족들도 화제다. 박현우(22) 소위는 누나 2명에 이어 3남매가 모두 국군 장교가 됐고 최한솔(22) 소위는 아버지, 동생에 이어 삼부자가 해군 간부가 됐다. 한편 문 대통령은 복귀 전 김해공항에서 우리나라가 처음 도입한 공중급유기인 KC330 ‘시그너스’에 탑승해 참관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황규관의 고동소리] 제주 제2공항의 상투성

    [황규관의 고동소리] 제주 제2공항의 상투성

    제주도와 국토부가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에 건설하려는 제2공항 문제로 제주도는 최근 가장 핫(?)한 곳이 됐다. 사실 제주도와 국토부의 논리는 그 세세함을 따지지 않아도 될 정도로 그냥 상투적인 개발 논리에 지나지 않는다. 이명박 정권이 막무가내로 4대강 사업을 밀어붙였듯이 말이다. 제주도는 최근 제2공항 문제뿐만 아니라 비자림로 확장 공사 문제, 영리병원 개원 문제로 조용할 날이 없는데, 여기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는 듯 보인다. 한나 아렌트가 나치 전범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을 줄곧 지켜보고 나서 발견한 개념으로 알려진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에서 ‘평범성’을 뜻하는 ‘banality’는 진부함, 상투성의 뜻에 더 가깝다고 한다. 풀어 말하면 악은 기왕의 습관, 옳음, 상식에 대한 물음이나 회의를 배제한 상투적인 사고의 결과라는 것이다. 제주도는 이미 강정마을에 해군기지가 들어서면서 엄청난 상처를 입었다. 그런데 그 상처가 아물기는커녕 계속되고 있는 와중에 서귀포 시내에서 한라산 쪽으로 가는 중산간 지역에 ‘헬스케어타운’ 개발을 중국 자본에 허가해 주었다. 이게 오늘날 국내 제1호 영리병원이 되려 하고 있는 애벌레였다. 박근혜 정권 때 일이나 정확히 말하면 어느 정권이냐는 부차적인 문제다. 강정 해군기지는 노무현 정권 때 시작돼 이명박 정권 때 일단락됐고, 영리병원 문제와 제2공항 문제는 박근혜 정권 때 시작돼 현 문재인 정권에 들어서도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4·3 70주년 추념식 때 국가폭력을 사과하고, 4·3은 대한민국 역사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엄밀하게 말하자면 대한민국이 대한민국을 위해 제주 섬사람들을 학살한 가해의 역사이며, 제주 섬사람 입장에서는 그것에 대한 저항의 역사다. 역사를 말할 때 우리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국가 입장에 서곤 하지만, 국가 바깥에서 보면 국가의 역사란 결국 전쟁과 폭력의 역사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국가가 우리의 실존을 강제하고 있는 현실을 떠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국가의 역사를 그냥 내면화하고 마는데, 그것이 아무래도 번민을 덜어 주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근대 국가는 누구의 국가인가? 거칠게 표현하자면 자본을 위한 국가이며 완곡하게 말해도 국가는 경제성장을 위한 추동 장치의 성격을 아주 많이 갖는다. 제주도를 찾는 방문객이 많아져서 현재 제주공항의 수용 능력으로 실제 감당이 되는지 어쩌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것에 대한 세밀한 데이터는 나 같은 사람의 뇌에 오래 머물지 못한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제주도 자체가 그 방문객들을 다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항 문제를 떠나 제주도 사람들의 삶이 수많은 ‘손님’들의 방문에 힘들어한다는데 그보다 합리적인 제2공항 건설 여부의 척도가 있을 수 있는가? 무언가를 속이려고 하거나 또 다른 노림수가 있는 측의 말은 대부분 번다하고 논리가 복잡하다. 진실을 가급적 은폐해야 그 위에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짓고, 짓기 위해 다른 존재를 파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언제나 그것을 건설이라고 말한다. 훼손을 보호라고 속이며, 비참을 풍요라고 부른다. 백번 양보해서 그 사업이 타당성을 갖는지 묻지도 따지도 않는다. 2019년에 혜성처럼 등장한 사자성어(?)인 ‘예타면제’만큼 그것을 상징하는 언어를 나는 알지 못한다. 국가의 개발 사업은 언제나 돈의 문제다. 당장의 지원금이든 개발 이후의 경제 효과든 어쨌든 돈으로 주민들을 나누고 공동체를 교란한다. 그리고 공동체의 혼란을 언론은 ‘찬반으로 갈리다’라고 부르며, 전문가들은 원인과 맥락이 삭제된 저울을 제시한다. 언제나 그래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왜냐하면 대한민국은 ‘경제성장’이라는 지독한 망상장애에 걸려 있기 때문이다. 그만한 ‘절대 선’은 존재하지 않는다. 문제는 ‘경제성장’이라는 괴물을 괴물로 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언론뿐이 아니라 학문도, 문학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런 현상이 아렌트가 말한 악의 평범성, 즉 아무 물음 없는 상투적인 사고(다른 말로 하면 사고하지 않는 사고)라면 어쩔 것인가? 이미 그 결과는 차고 넘치다 못해 우리를 지치게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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