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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나라 조기전대 ‘戰雲’

    한나라 조기전대 ‘戰雲’

    한나라당 혁신위원회가 21일 대선 1년 6개월 전에 당권·대권을 분리토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 당 혁신안을 공식 제시함에 따라 한동안 잠잠했던 ‘조기 전당대회론’이 다시 고개를 드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혁신위는 당 운영위원회와 의원총회 등을 통해 혁신안에 대해 논의하되 ‘취사선택’은 곤란하다고 주장한 반면 당 지도부는 운영위원회 등의 논의과정에서 ‘취사선택’도 가능하다는 입장이어서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 같다. ●비주류 “늦어도 1~2월 전당대회 열어야” 혁신위는 내년 5월31일 실시되는 4대 지방선거 이전에 혁신안 채택을 위한 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했다. 이는 현행 당헌상 내년 7월까지인 박근혜 대표의 임기를 보장할 수 없다는 것으로 당 지도부와 혁신위 사이에 마찰이 예상된다. 홍준표 혁신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혁신안은 전당대회를 통해 공포돼야 한다.”면서 “내년 지방선거 전에 혁신안을 통과시켜 새 지도부를 구성한 뒤 지방선거에 임해야 한다는 데 혁신위원 전원이 의견일치를 봤다.”고 설명했다. 또 전당대회 개최 시기와 관련,“운영위원회에서 결정할 사항”이라면서도 “지방선거 공천이 선거 석 달 전에 완료돼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덧붙였다. 이는 내년 5월31일 지방선거를 감안할 때 늦어도 1∼2월에는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는 얘기다. 아울러 조기 전대에서 구성될 새 지도부는 임시 지도부가 될 공산이 크다. 대권 주자가 대표가 될 경우, 당권·대권 분리 원칙에 따라 임기가 5개월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내년 1∼2월 조기 전대부터 대권후보가 아닌 관리형 대표체제로 전환하자는 얘기다. 이에 대해 박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즉각적 반응 대신 “혁신위가 제시한 혁신안은 운영위와 의총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이라며 원론적 얘기만 되풀이했다. 그러나 홍 위원장을 비롯한 혁신위원 다수가 ‘반박(反朴)’ 성향임을 감안할 때 ‘조기 전대론’은 ‘박근혜 흔들기’에 불과하다는 게 지도부의 대체적 시각이다. ●당권·대권 분리 실효성 의문 혁신안에 따르면 대선 1년6개월 전부터 대선후보가 아닌 관리형 대표가 당을 이끌도록 돼 있다. 당내 대선후보 경쟁이 그만큼 앞당겨지고, 당 대표의 위상과 역할은 축소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선주자들간의 경쟁이 조기 과열될 경우, 관리형 대표로서는 당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자칫 분당 사태로 치닫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초선의원은 “현행 당헌·당규에도 대선 6개월 전 당권·대권 분리가 명문화돼 있는데 이를 1년6개월 전으로 앞당기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의문”이라며 “대선후보들의 경쟁을 앞당겨 득보다 실이 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시네 드라이브] 2005 충무로 작은 게 세다?

    올 들어 충무로 술자리들에서 안주 삼아 꾸준히 입길에 오르내린 얘깃거리가 하나 있다. 제목하여 ‘2005년 충무로 4대 재앙’이다. 괴담 속 주인공은 80~90억원의 큰 제작비를 쏟아부은 국산 블록버스터 4편. 이미 개봉한 ‘혈의 누’와 ‘남극일기’, 개봉을 기다리는 ‘천군’과 ‘청연’이 그들이다. ‘괴담’운운하는 것이 이래저래 힘겹게 영화를 찍고 있는 제작사 입장에선 가슴 쓰릴 얘기일 법하다. 하지만 충무로 사람들에게는 이들의 성적표가 초미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이들의 실패는 가뜩이나 위축된 영화시장을 더욱 경색시킬 것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설마설마했던 ‘혈의 누’와 ‘남극일기’의 성적은 역시나 영화의 덩치에 못 미쳤다. 지난달 4일 개봉한 ‘혈의 누’의 전국 관객 누계는 현재 약 227만명. 총제작비 75억원의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다. 뉴질랜드 올로케 촬영, 톱스타 송강호·유지태 주연으로 화제를 뿌렸던 ‘남극일기’는 엄청난 기대에 비하면 ‘재앙’ 수준의 성적이다. 개봉 18일째인 지난 6일 현재 전국 관객수는 105만명에 그쳤다. 송강호라는 ‘빅 카드’를 내세웠음에도 ‘남극일기’에 대한 우려는 사실 일찍부터 충무로에 팽배했었다.6년여를 끌어온 제작기간, 도중에 제작사가 바뀌는 혼란, 해외 원정촬영 등 불안 요소가 한둘이 아니었다는 게 영화가의 설왕설래이다. 우연인지는 모르겠으되 ‘해외로케 영화는 흥행실패한다.’는 속설도 ‘남극일기’의 결과로 또 한번 입증된 셈. 청년 이순신의 모습을 코믹터치로 그린 팬터지 사극 ‘천군’(7월15일 개봉), 한국 최초의 여류비행사 박경원의 삶을 그린 ‘청연’(12월 개봉예정)에 더욱 걱정스러운 시선이 쏠리는 것도 그래서이다. 중국 원정촬영까지 한 ‘천군’이 제작비 80억원을 들였고, 중국 일본 미국 등을 돌며 전체의 50%를 해외촬영한 ‘청연’은 순수제작비로만 90억원을 썼다. 한 제작자는 “개봉도 하기 전에 김을 빼는 듯해 안됐지만, 해외 로케로 덩치가 커지는 영화는 압축미가 떨어져 그만큼 실패 가능성도 큰 것 같다.”면서 “순제작비만 150억원을 쓴다는 곽경택 감독의 ‘태풍’ 등 연내에 개봉될 블록버스터들마저 실패하면 내년 충무로 돈줄은 씨가 마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와중에 최근 줄잇는 ‘작은 영화’들의 선전에는 한층 더 묵직한 의미가 실린다. 지난달 20일 개봉한 ‘연애술사’가 지난 6일 전국관객 100만명을 넘겨 이미 제작비(27억원)를 뽑았다. 지난달 27일 개봉한 ‘안녕, 형아’도 마찬가지. 개봉 2주 만에 82만명을 불러모으며 탄력을 받고 있다. ‘사이즈가 미덕’이던 시대는 틀림없이 아닌 것이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LG家 ④-LG화재·LS그룹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LG家 ④-LG화재·LS그룹

    LG는 고 구인회 창업회장과 그의 형제들이 함께 일군 그룹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형제들의 활약이 컸다. 구 회장을 중심으로 철회·정회·태회·평회·두회 6형제는 말 그대로 ‘한솥밥’을 먹으며 회사를 키워왔지만 3대째 내려 온 현재는 각기 다른 ‘살림’을 꾸려가고 있다. ●구철회씨 자손 LG화재가 첫째 동생 철회(75년 작고)씨의 자녀(4남4녀)들은 지난 1999년 LG화재를 갖고 독립했다. 지난해 자산 4조 6000억원에 매출 3조 444억원, 순이익 500억원을 기록한 LG화재는 현재 4남인 구자준(55) 부회장이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장남인 구자원(70)씨는 LG화재 경영에서는 사실상 손을 떼고 방위산업체인 넥스원퓨처 회장을 맡고 있다. 진주고와 고려대 법대, 독일 쾰른대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64년 락희화학에 입사한 구 회장은 럭키증권 사장, 럭키개발 사장,LG정보통신 부회장 등을 거쳐 99년 계열분리와 함께 보험업계에 뛰어들었다. 경춘관광 사장을 지낸 유기홍씨의 딸 영희(63)씨와의 사이에 2남2녀를 뒀다. LG화재 본부장인 장남 본상(35)씨는 지난해 LG화재 주식 10만 7150주를 사들여 지분율을 3.53%로 늘렸다. 위기관리 전문업체인 TRC코리아 상무인 차남 본엽(33)씨는 지난해 말 소프트웨어 자문일을 하는 ‘LIG시스템’ 대표이사를 맡았다. 본상씨와 본엽씨는 또 넥스원퓨처 주식을 각각 31.79%씩 보유하고 있다.LG이노텍의 방산부문을 인수해 설립한 넥스원퓨처는 자산이 3300억원, 매출이 3000억원에 달한다. 본엽씨가 감사, 구자원 회장의 제수인 이갑희(62)씨가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차남 고 구자성 전 LG건설 사장은 이종구 전 산업은행 이사의 딸인 이갑희씨와의 사이에 1남3녀를 뒀다. 장녀 본희(37)씨는 정재문(대양산업 회장) 전 국회의원의 아들인 정연준(41) 미디어플러스 사장과 결혼했다. 차녀 본주(35)씨는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지낸 고 진성규 변호사의 아들 진상범(36) 남부지법 판사와 결혼했다. 구자성씨의 외아들 본욱(29)씨는 LG화재에 다니고 있다. 3남인 구자훈(58) LG화재 회장은 서울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마치고 74년 금성사에 입사했지만 곧바로 범한화재(현 LG화재)로 옮겨 30년간 ‘보험인생’을 걸어왔다. 범한화재 런던·뉴욕사무소 소장을 지낼 정도로 국제감각이 뛰어나다는 평이다. 금융발전심의회 보험분과위원, 주한 우루과이 명예부영사도 맡고 있다. 임방인(61)씨와 사이에 세 딸을 뒀는데 3녀 문정(30)씨는 최근 타계한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성용 명예회장의 장남 재영(35)씨와 결혼했다. 장녀 현정(35)씨의 남편은 글로벌 보험회사인 AON코리아 부사장인 에릭 호프먼(42)이다. ●보험경영도 탐험처럼, 구자준 부회장 미사일 전문가에서 보험전문가로 변신한 구자준 부회장은 경기고를 마치고 미국 캔자스·미주리 주립대를 다니다 귀국, 한양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구 부회장은 74년 금성사 사원으로 입사, 금성정밀(현 LG이노텍)에서 방산사업부 경영을 주로 맡았다.94년 미국산 호크미사일의 탄두 재장착 시스템과 국산화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할만큼 미사일 전문가로 통한다. 99년 계열분리로 LG화재 부사장으로 임명되자 생소한 보험영역을 공부하기 위해 2000년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의 보험전문대학인 ‘TCI’에서 보험전문가로서의 기초를 다졌다. 최근 북극점 정복 성공으로 세계 처음 산악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탐험가 박영석 대장의 ‘후원자’로 널리 알려졌는데 2001년 히말라야 K2등정 때는 베이스캠프까지 원정대와 동행해 전문산악인 못지않은 실력을 보여줬다. 마라톤 풀 코스를 6번이나 완주할 정도로 ‘철인 체력’을 자랑한다. 지난해 참가한 베를린마라톤부터는 1m마다 100원씩을 적립, 지금까지 900만원을 모았다. 구 부회장은 자동차보험 ‘매직카’와 장기보험 브랜드 ‘엘플라워’를 앞세워 보험업계 2위 진입을 노리고 있다. 부인 이영희(53)씨와의 사이에 동범(30), 동진(28) 형제를 뒀다. ●GS, 두산으로 이어지는 딸들의 혼맥 구철회씨의 네 딸은 하나같이 ‘좋은 집안’으로 시집갔다. 장녀 위숙(78)씨는 허만정씨의 3남인 고 허준구 LG건설 회장에게 출가, 허창수 GS회장 등 GS그룹의 핵심 5형제(창수·정수·진수·명수·태수)를 낳았다. 재계에서는 허준구 회장의 생가가 있던 옥인동을 따 이들을 ‘옥인동 5형제’라고 부른다. 2녀 영희(74)씨는 의학박사인 고 이호덕씨에게,3녀 고 구자애씨 역시 의사인 정승화(72) 형제의원 원장에게 시집갔다. 자애씨의 장남 정규원(42)씨는 LG화재 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4녀 선희(61)씨는 박우병 전 두산산업 회장의 장남 박용훈(63) 두산산업개발 부회장과 결혼했다. 박우병씨는 박두병 전 두산 회장의 동생이다. 선희씨의 장녀 박성연(35)씨는 이창수 전 주 필리핀대사의 아들인 주학(40)씨와 결혼했다. ●트랙터부터 전자태그(RFID)까지,LS그룹 구인회 창업주의 셋째, 넷째, 다섯째 동생인 ‘태평두’씨는 2003년 11월 LG전선그룹(현 LS그룹)을 갖고 독립했다.LG의 성장과정에서 이들 3형제의 역할을 감안하면 자산 5조원 남짓한 전선그룹은 너무 작은 것 아니냐는 불평이 나올 만했다. 하지만 3형제는 큰 불만 없이 ‘가족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을 묵묵히 따랐다고 한다.LG는 이후 LG산전(현 LS산전)을 추가로 넘겨주는 형식으로 3형제의 노고에 대한 보답을 잊지 않았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셈타워를 ‘본부’로 한 LS그룹은 전선·산전·LS니꼬동제련·가온전선·E1·극동도시가스를 주축으로 17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지난 4월 공정거래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자산 5조 8800억원으로 CJ와 비슷하며 동국제강, 대림, 동양, 효성, 코오롱보다 규모가 크다. 구태회(82) LS전선 명예회장과 구두회(77) 극동도시가스 명예회장은 아셈타워 21층에 나란히 사무실을 두고 있다. 구평회(79) E1 명예회장도 같은 건물 14층 사무실을 쓰며 우애를 다지고 있다. 구태회 명예회장은 진주중과 일본 후쿠오카고를 마쳤는데 징병으로 만주로 끌려갔다 광복 후 광복군으로 귀국하는 등 ‘파란만장’한 젊은 시절을 보냈다. 서울대 문리대 정치학과에 다닐 때는 창신동 하숙집에서 ‘화장품연구’에 몰입,‘투명크림’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50년 락희화학의 전무로 입사, 형의 사업을 돕기 시작했는데 플라스틱 사업 진출, 서울사무소 개소 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다 58년 고향인 진양에서 제4대 국회의원에 당선되면서 정치인의 길을 걸었다. 이후 공화당 대변인 겸 원내총무, 무임소장관, 국회 부의장 등 중책을 맡다 82년 LG그룹 고문으로 돌아왔다. 최무(83)씨와의 사이에 4남 2녀를 뒀는데 장녀 근희(62)씨는 이계순 전 농림장관의 아들 준범(64)씨와 혼인했다. 이준범씨는 현재 합성수지업체인 화인 회장이다. ●멜빵 맨 ‘디지털 전도사’ 구자홍 회장 장남 구자홍(59) 회장은 73년 LG상사에 입사한 뒤 홍콩·싱가포르 지사 근무를 통해 ‘국제감각’을 쌓았다. 영국에서 찰스 황태자를 만났을 때 영국 사람들조차 발음과 표현에 감탄할 정도의 빼어난 영어실력을 자랑했다고 한다.87년 LG전자 해외사업본부 상무로 옮긴 뒤 2003년까지 18년을 전자에서 일하며 ‘디지털 전도사’라는 명성을 얻었다. 1999년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조사한 최고경영자(CEO)들의 경영지수 평가에서 1위를 받을 정도로 대표적인 ‘스타CEO’로 GE, 모토롤라,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등 세계적 기업들의 CEO와도 교우가 깊다. 특히 빌 게이츠 회장, 리빈 주한 중국대사와는 막역한 사이라고 한다. 북미·아시아·유럽의 전직 고위관료, 기업인 등으로 구성된 TC(Triliteral Commission) 멤버로도 활동 중이다. 학창시절 쌓은 농구와 수영실력이 수준급인 구 회장은 골프에도 남다른 재질을 보여 지금까지 모두 4차례의 홀인원을 기록했다. 요즘 핸디캡은 7정도. 또 한국기원이 인정한 ‘아마 6단’의 바둑실력을 자랑한다. 지난해 주요 사업장을 순방하며 ‘분위기’를 익힌 구 회장은 ‘R&D워크숍’,‘혁신한마당’,‘테크놀로지 이벤트’ 등 그룹차원의 행사를 연이어 개최하며 회장으로서 행보를 넓히고 있다. 최근 전력망회의(CIGRE) 한국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며 공식 대외활동도 재개했다.LG전자 CEO직에 유난히 애착을 보였던 구 회장이 전자에서 못다 이룬 꿈을 LS그룹에서 실현시킬 수 있을지 관심사다. 구 회장은 70년대 재벌 오너일가의 장남으로서는 흔치 않게 지순혜(60)씨와 연애결혼했다. 구 회장은 경기고를 졸업하고 고려대에 잠깐 다니다 미국 프린스턴대(경제학과)로 유학을 떠났는데 인근 뉴저지주립대에서 식품영양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던 순혜씨를 만나 사랑을 꽃피웠다고 한다. 순혜씨는 이화여대 가정과를 졸업하고 미국 유학까지 떠난 엘리트 여성으로 귀국 후 이대에서 잠시 강의를 맡기도 했다. 구자엽(55) 가온전선 부회장은 경복고와 명지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LG화재에서 주로 일했다.LG건설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사장을 지낸 뒤 2003년 희성전선(현 가온전선)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태향(55)씨와의 사이에 1남 1녀를 뒀는데 장녀 은희(29)씨는 고 정몽우 전 현대알미늄 회장의 장남인 정일선(35) BNG스틸 사장과 결혼했고 장남 본규(26)씨는 미국 유학 중이다. 3남인 구자명(53) LS니꼬동제련 부회장은 경기고를 마치고 아버지와 같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유력 정치인의 아들이자 재벌가 자제로는 흔치 않은 학군단(ROTC) 출신으로 포병학교를 수석으로 마치고도 전방 부대 근무를 자원했다고 한다. 미국 페어리디킨슨대와 조지워싱턴대에서 정치학·행정학 석사과정을 이수한 뒤 미국 셰브론사에서 잠시 일하다 84년 호남정유 원유수급조정과 과장으로 입사, 정유사업에서 잔뼈가 굵었다. 부인 조미연(53)씨는 경희대 조영식 이사장의 차녀. 아들 본혁(28)씨는 LS전선 경영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4남 구자철(50) 한성 회장은 LG상사에서 잠시 일하다 일찌감치 독립 경영을 했다. 외동딸 원희(25)씨는 구 회장의 경기중·고 동창인 ㈜두산 박용만(50) 부회장의 장남 서원(26)씨와 오는 30일 낮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결혼한다. 마침 구평회 명예회장의 ‘팔순잔치’도 이날 저녁 그랜드 인터컨티넨털호텔에서 열릴 예정이어서 구씨 일가의 ‘대이동’이 예상된다. 2녀 혜정(57)씨는 이인정(60) 태인 회장과 결혼했다. 아들인 이상현(28)씨는 지난 2003년 운동권의 ‘메카’였던 한양대 총학생회장 선거에 ‘비운동권’ 후보로 나서 당선돼 화제를 낳았다. 이씨는 한양대를 졸업하고 현재 유학 준비 중이다. 구평회(79) E1명예회장은 서울대 문리대를 졸업하고 1951년 락희화학 지배인으로 경영에 첫발을 내디뎠다.1954년 뉴욕에서 ‘콜게이트사’ 주변에 머물며 치약 제조기법을 알아내 LG의 첫 해외주재원으로 기록됐다. 구 명예회장은 5·16 쿠데타 직후인 61년 ‘부정축재 기업인’ 처벌 때 형을 대신해 6개월간 감옥살이를 할 정도로 LG경영의 핵심을 담당했다. 락희화학 전무시절인 65년 정유사업 진출 보고서를 형에게 제출, 오늘날 GS칼텍스 탄생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84년에는 국내 최초의 LPG수입사인 여수에너지(현 E1)를 설립했는데 이 인연으로 사업연관성으로 따지면 GS그룹에 넘어갔어야 할 E1이 LS그룹 몫으로 남았다. 재계원로 가운데 독보적인 영어실력과 국제감각으로 ‘재계의 외교관’으로 불린다. 한국인 최초로 태평양 경제협의회(PBEC) 국제회장을 지냈고 한·미경제협의회 회장, 무역협회장 등을 역임했다. 특히 2대 월드컵유치위원장으로 활동하며 340억원의 유치기금을 조성하는 등 월드컵 개최에 큰 공을 세웠다. 현재도 한·미협회장을 맡아 한·미간 우호증진에 애쓰고 있다. 구 명예회장은 1952년 금릉원예조합 문흥린 이사장의 딸 문남(75)씨와 결혼해 3남 1녀를 뒀다. ●‘철인 CEO’ 구자열 부회장 장남인 구자열(52) LS전선 부회장은 서울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마치고 78년 LG상사에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뉴욕지사와 도쿄지사, 동남지역본부장 등 오랜 해외경험으로 영어와 일어에도 능통하다. 구 부회장은 해외경험을 살려 폭넓은 해외인맥을 자랑하는데 2003년에는 도쿄 주재 특파원, 은행지점장, 지사장 등이 모여 만든 ‘동경회’ 회장을 맡았다. 직전 회장은 김인진 한진 사장.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 조정호 메리츠증권 회장 등과는 ‘월가(Wall Street)회’ 모임을 통해 교류를 쌓고 있다. LG증권을 거쳐 2001년 LS전선 재경부문 부사장으로 부임한 구 부회장은 2002년부터 대표이사를 맡아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LS전선은 특수전선 업체인 GCI, 알루미늄 창호업체 알루텍, 광부품 업체인 네옵텍, 초고주파 부품업체인 코스페이스,2차전지 음극재 전문업체인 카보닉스에 이어 선박용 케이블업체인 진로산업을 인수하는 등 공격경영을 가속화하고 있다. 구 부회장은 만능 스포츠맨으로도 유명하다.2002년 독일에서 열린 ‘트랜스 알프스 산악자전거 대회’에 참가해 아시아인 최초로 7박8일 동안 650㎞를 완주할 정도. 스키는 물론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스노보드에도 일가견이 있는데 지난겨울 사내 스키동호회 모임에 유일하게 스노보드를 들고 나타나 젊은 직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명함에 ‘No Innovation,No Future(혁신 없이는 미래도 없다)’라는 문구를 적어 넣을 정도로 체질 개선을 독려하는 한편 임직원들에게는 한없이 자상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사내게시판에 ‘애니 기븐 선데이’라는 영화 동영상과 메시지를 직접 올려 팀워크 정신을 강조했다. 미식축구를 소재로 한 이 영화는 과감한 도전과 팀원들간의 협력을 통해 진정한 승리를 일궈 낸다는 내용이다. 지난해 12월24일에는 라디오방송을 통해 “한 해 동안 고생하신 사랑하는 LS전선 임직원들과 함께 듣고 싶다.”며 머라이어 캐리의 노래를 신청하기도 했다. 지난 2월 사내동호회 행사에서는 직원들 자녀에게 일일이 용돈을 챙겨줬다고 한다. 육군 중장으로 청와대 경호실차장과 성업공사 사장, 전쟁기념관장을 역임한 고 이재전 장군의 딸 현주(48)씨와 결혼,1남2녀를 뒀는데 아직 학생이다. 차남인 구자용(50) E1 사장은 서울고와 고려대 무역학과를 마쳤는데 사촌형인 구자명 LS니꼬동제련 부회장과 마찬가지로 ROTC 장교로 복무했다.79년 LG전자에 입사, 주로 미주법인에서 일하다 계열분리를 앞둔 2001년 LG칼텍스가스(현 E1)로 자리를 옮겼다. 구 사장은 보수적인 구씨 집안 내에서 ‘분위기 메이커’로 통할 정도로 유머감각이 뛰어난데 직원들과의 자리에서도 본인이 나서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유도한다고 한다.E1이 10년 연속 무교섭 임금 타결을 이뤄낸 데는 구 사장의 이같은 면모가 적잖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이상돈 전 중앙대 의대 학장 딸인 현주(46)씨와 결혼, 두 딸을 뒀는데 둘다 외국 유학 중이다. 3남 구자균(48) LS산전 부사장은 중앙고와 고려대 법대를 마치고 미 텍사스주립대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를 거쳐 97년부터 고대 국제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다 지난해 말 경영인으로 전격 변신했다. ●8개사 사장을 거친 구두회 ‘막내’ 구두회(77) 극동도시가스 명예회장은 고려대 상대와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마치고 경영에 뛰어들었다.74년 범한화재 사장을 시작으로, 희성산전, 금성계전, 금성통신, 금성반도체, 호남정유 등 주요 계열사 사장을 역임한 뒤 95년 구본무 회장 체제 출범과 함께 경영에서 물러났다. 위로 두 형과 마찬가지로 구 명예회장도 한·독경제협력위원회, 한·중남미협회장, 고려대 교우회장, 성북구 문화원장 등 활발한 외부활동을 벌였다. 이같은 공로로 78년 멕시코정부로부터 명예영사로 임명됐으며 94년에는 ‘멕시코 최고훈장’을 받았다. 지난달 고려대 100주년 기념행사에서는 ‘자랑스러운 고대인’으로도 선정됐다. 구 명예회장은 유한선(72)씨와의 사이에 1남 3녀를 뒀다. 장녀 은정(44)씨는 김택수 전 공화당 원내총무의 아들인 김중민(48) 전 국민생명보험 부회장과 결혼했다. 외아들인 구자은(41) LS전선 상무는 홍익고와 미국 베네딕틴대 경영학과, 시카고대 MBA를 거쳐 90년 LG정유에 입사했다.LG전자 상하이지사 근무로 중국과 인연을 맺어 LS전선에서도 중국지역 담당을 맡고 있다. 장상돈(고 장경호 동국제강 창업주 아들) 한국철강 회장 딸인 인영(37)씨와 결혼했다. 구 명예회장의 막내 재희(38)씨는 김세택 전 덴마크 대사 아들 동범(37)씨와 결혼했다. ukelvin@seoul.co.kr ■ LG·두산家, 겹사돈·사업제휴속 프로야구선 ‘서울 라이벌’ 신경전 LG가(家)는 고 구인회 창업회장 때부터 두산가문과 우애가 두터웠다. 구인회 회장이 1956년 서울 컨트리클럽에서 평소 가깝게 지내던 두산, 경방그룹 회장들과 골프 친목모임인 ‘단오회’를 결성할 정도였다. LG와 두산은 또 구인회 회장의 첫째 동생인 철회씨가 박우병 전 두산산업 회장과 사돈을 맺으면서 더욱 가까워진다. 하지만 두 그룹은 LG가 90년 프로야구단 ‘MBC청룡’을 인수하면서 잠시 사이가 벌어졌다. 같은 서울을 연고로 한 두산구단의 ‘방해’가 심했던 것이다. 이후 LG임직원들은 두산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았는데 결국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구자경 당시 회장이 부산에서 행사를 가졌는데 평소 좋아하던 양주 ‘패스포트’ 대신 다른 술이 차려져 있었던 것. 두산 제품을 빼라는 기조실의 지시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구 회장은 기조실 사장에게 일부러 크게 호통을 쳤다고 한다. 그룹의 중요한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그만한 일로 감정적인 변화를 보여서는 안된다는 것을 지적하기 위해서였다. LG와 두산은 오는 30일 구태회 명예회장의 4남 구자철 회장과 고 박두병 두산회장의 5남 박용만 부회장이 사돈을 맺으며 ‘겹사돈’으로 이어진다.LS전선과 두산엔진은 ‘합작사’까지 만들었다. 하지만 두 집안의 혼사나 제휴와 상관없이 프로야구 ‘서울 라이벌’의 팽팽한 긴장은 쉽게 풀릴 것 같지 않다.LG트윈스가 최근 두산과의 잠실 홈경기에서 이길 때까지 무료입장이라는 파격적인 ‘카드’를 제시한 것만 봐도 그렇다. ukelvin@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 (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김성곤차장 안미현·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 [논술이 술술] 시사키워드/과거사 청산

    [논술이 술술] 시사키워드/과거사 청산

    이른바 ‘과거사법’으로 불리는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기본법안’이 지난 3일 국회에서 통과됐다. 과거사법은 일제 강점기 이후 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주요 과거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법안이다.4대 개혁법안의 하나로 지난해말 타결 직전까기 갔다가 조사범위와 조사위원회 구성, 조사위원 자격조건 등을 놓고 여야가 대립하는 바람에 국회 통과가 미루어져 오다 극적인 타결을 보게 된 것이다. 이 법이 암울했던 과거의 의혹들을 풀어줄 수 있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권위주의 정권 때 국민들을 탄압했던 인권침해 사건들의 진상이 규명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 법이 여야의 타협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반쪽자리 법안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일부 강경파 의원들은 인혁당 사건 등 중요한 사건의 진실을 파헤칠 수 없는 법이라며 발효도 되기전에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거사법의 내용 과거사법이 규정하고 있는 진실규명의 범위는 다음과 같다.▲일제 강점기 또는 그 직전의 항일독립운동 ▲일제 강점기 이후 우리나라의 주권을 지키고 국력을 신장시키는 등의 해외동포사 ▲광복 이후 한국전쟁 전후의 불법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 ▲광복 이후의 헌정질서 파괴행위나 부당한 공권력의 행사로 발생한 사망·상해·실종사건, 그 밖의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과 조작의혹 사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거나 대한민국을 적대시하는 세력에 의한 테러·인권유린·폭력·학살·의문사 ▲위원회가 진실규명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사건 ▲진실규명 범위에 해당하는 사건이라도 법원의 확정판결을 받은 사건은 제외하되, 위원회가 의결한 재심의 사유가 있는 사건 등이다. 이와는 별도로 지난해 말 통과된 ‘반민족행위 진상규명특별법’에 따른 친일진상조사위 활동과 국가정보원 등이 자체적으로 진행중인 진실규명위원회 활동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번에 국회에서 과거사법이 통과됨으로써 ‘올바른 과거사 되찾기’가 궤도에 오르는 셈이다. 하지만, 얼핏 조사 대상이 광범위해 보여도 여야의 생각이 달라 대상 선정을 놓고 대립하고 다투는 일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사 과정에서 좌우 대립 또는 색깔 논쟁이 불거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여당은 좌익의 독립운동에 대한 재조명과 발굴, 김구 선생 암살사건, 장준하 선생 의문사, 유서대필 등을 재조사해야 한다는 주장하고 있는 반면 한나라당은 김신조 간첩 사건이나 이승복 어린이 사건, 이한영 피살사건 등을 조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국가정보원과 경찰, 검찰 등 국가기관의 과거사건 조사활동과 중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 ●뒷탈 많은 과거사법 특히 여당과 민주노동당의 일부 의원들은 이 법안이 지도부의 막판 타협으로 ‘누더기 법안’이 되었다고 비판하고 제정 철회, 또는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국가공권력에 의한 부당한 인권 침해 사건의 진실을 규명한다는 입법 취지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이들이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는 부분은 법원의 확정 판결이 난 경우는 조사대상에서 제외하되, 조사위원회가 재심사유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때에만 재조사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한 규정이다. 민·형사소송법의 재심 조건이 매우 엄격해 사실상 확정판결이 난 사건은 재조사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혁당 사건이나 5·18 민주항쟁 등은 재조사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또 조사 범위에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거나 적대시하는 세력에 의한 테러 등’을 포함한 조항은 국가보안법이 애매한 규정으로 민주화운동가를 탄압했던 것과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위증을 검증하고 처벌할 제도적 장치인 청문회와 진상규명을 위해 필수적인 압수·수색 규정이 빠진 점, 위원 자격을 변호사·공무원·교수·성직자로 못을 박은 점, 교수의 경우 ‘전임 10년 이상’이라고 제한해 특별법을 마련하는 데 기여한 교수 대부분이 배제된 점 등도 문제점으로 꼽고 있다. 강경파 의원들은 이에 따라 이번 법이 ‘당리당략의 산물’‘밀실 논의로 만든 법’‘민주인사를 부관참시하려는 입법’이라고 강력히 비난하고 있다. 실제로 표결에서도 여당 의원 122명 중 59명만이 찬성한 반면, 한나라당은 109명 참석에 92명이 찬성 표를 던지는 기묘한 상황이 벌어졌다. 여당 지도부들 사이에서도 찬반표가 엇갈리는 등 여당의 당론이 분열됐다. ●과거사 청산 어떻게 볼 것인가 원점으로 돌아가서 과거사 청산은 왜 필요한가. 과거사를 정리하지 않고서는 공공질서를 올바르게 작동시킬 수 없다. 역사는 한번 묻어버리면 시간이 흐를수록 진실을 밝히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과거를 밝히는 것은 미래를 위한 역사 바로세우기인 것이다. 일본의 과거사 망언과 교과서 왜곡을 볼 때 과거를 올바로 정립하지 않으면 현재와 미래가 큰 제약을 받는다. 잘못된 과거를 덮어두는 사회는 정의가 없는 사회로서 구성원 통합이 어려워진다. 또 역사적 책임을 물음으로써 사회적 규범을 확립하고 재발을 방지한다. 가해자의 책임을 밝혀 침해받은 인권을 회복하고 피해자와의 진정한 화해를 유도하는 것도 목적이다. 그러나 조사활동을 하는 동안 우리 사회가 과거사를 놓고 갈등을 겪고 대립할 개연성이 매우 높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문제점을 지적하는 사람들이 있다. 과거에 연연함으로써 정치적 공방을 확대시키는 것의 폐해 또한 분명하다. 실제 과거청산이 독재세력에 의한 반대파의 숙청 수단으로 쓰였던 예도 적지 않았다. 과거에 대한 부정적이고 왜곡된 시각을 국민들이 갖게 된다는 점, 초법적인 여론재판을 부른다는 점도 과거청산 작업이 초래할 수 있는 폐단으로 지적된다. 그러나 이같은 폐단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오로지 과거의 진실을 밝히려는 신념 아래 과거사법을 제대로 운용해야 한다. 당리당략의 도구로 정쟁의 소용돌이로 몰아서는 목적을 달성하기도 전에 국민을 통합하기보다는 분열을 조장하고, 과거를 청산하기보다는 현재와 미래의 발전을 저해할 뿐이다. 손성진 기자 sonsj@seoul.co.kr
  • [비교섭단체 릴레이인터뷰] (2) 김혜경 민주노동당 대표

    [비교섭단체 릴레이인터뷰] (2) 김혜경 민주노동당 대표

    “민주노동당과 파트너십을 가져야 열린우리당이 성공할 수 있다.” 민주노동당 김혜경(60) 대표는 “열린우리당이 지난 연말 국가보안법 폐지안 등 4대 개혁법안을 처리하지 못한 것은 한나라당과 협상했기 때문이며 민노당과 연대했다면 통과시켰을 것”이라면서 13일 이렇게 제안했다. 김 대표는 13일 서울 여의도 당대표실에서 서울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갖고 지난 4·30 재보선에서 민노당 후보가 경기 성남·중원지역에서 선전했다고 자평한 뒤 “내년 5·30 지방선거는 지역 일꾼을 뽑는 만큼 국회의원 선거와 달리 지역운동을 많이 해 온 민주노동당이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 대표는 또한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이나 민주당과의 연합공천 가능성을 일축한 뒤 “당원들의 자발적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지역위원회가 필요하다.”면서 지구당 부활을 주장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민노당이 제도권에 진입한 지 1년 가까이 됐는데 성과와 반성이 뭔가. -국회가 노동자·농민·도시빈민 등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반영해 입법화할 수 있는 장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를 테면 ‘장애인 이동권 보장’문제를 입법한 것이다. 국회의 권위주의를 허물어냈다. 다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민노당의 역할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가 47%, 긍정적 평가가 45%로 나온 것에 반성한다. 민노당이 한나라당과 연대함으로써, 열린우리당의 개혁 노력을 좌절시키고 있다는 일부 주장에는. -국민을 위한 정책이면 한나라당과도 연대할 수 있다. 열린우리당이 한번도 우리와 정책에서 연대하자고 한 적이 없다. 양당 구도속에서 한나라당과 속닥속닥했다. 개혁입법을 통과시킨 것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 4·30 재보선에서 성남 중원은 민노당 후보가 당선됐어야 하지 않나. 공단지역인데 낙선 원인이 뭔가. -재보궐선거는 조직선거다.2위를 했지만 사실상 이겼다고 본다. 성남에서 지난해 총선에 20.8%를 얻었다. 그러나 이번 재보궐선거 투표율이 30% 이하인 상황에서 27.4%를 얻은 것은 1년 사이에 7%의 지지 기반을 확장했다는 의미다. 내년 5·30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민주당·민노당 등이 모두 후보를 낼 경우 한나라당 후보가 어부지리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있다. -재보궐 선거전이 양당구도로 진행됐는데도, 소수당인 민노당이 거제도에서 기초의원을 배출했다. 희망이 있다. 국회의원선거와 달라서 지역운동을 착실하게 한 지역 일꾼을 뽑을 것이다. 지방선거는 자신 있다. 열린우리당 등과 연합공천 가능성이 있나.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당직, 공직이 모두 당원 직선제다. 우리 당원이 아니면 선거에 내보내지 않고, 피선거권은 3개월 이상 당원활동을 한 사람에게만 주어진다. 정치권 일각에서 모금액을 상향 조정하는 등 정치자금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현행대로 유지하거나 더 강화해야 한다. 최저 임금도 못받는 노동자가 부지기수다. 국회의원이 국민을 위해 세비 쓰는 것이 뭐가 있냐. 과거 불법 자금에 대해 환수하겠다고 해놓고 실천도 안하고 있다. 소속 의원들이 당직을 맡지 못하도록 당헌·당규를 개정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진보정당이 처음으로 시도한 것이다.1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결론난 것은 없다. 다만 일사불란하게 결정하고, 지도부가 지도력을 발휘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 노조가 ‘취업장사’한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대한 민노당 입장이 뭔가. -민노당이 민주노총을 기반으로 태어난 점을 부정하고 싶지 않다. 민주노총은 다양한 의견과 사람이 모인 대중집단이고, 정치적 이념이 있다. 기아차든지 현대차든지 노동조합의 가치는 도덕성이고 투명성, 개방성, 공개성인데 그 부분에서 한가지 흠이라도 있다면 고쳐야 한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노란버스 타고 남산을 즐겨요

    노란버스 타고 남산을 즐겨요

    지난 1일부터 남산공원 남측순환로에 택시와 승용차 진입이 전면 금지되면서 노란색 남산순환버스가 아침 8시부터 밤 12시까지 운행되고 있다. 25인승 천연가스(CNG)버스 7대가 남산순환로를 포함해 9.8㎞노선을 5∼8분 간격으로 다니고 있다. 첫날 이용객은 2800여명으로 많지 않았지만 입소문이 나면 볼거리, 즐길거리를 끼고 있어 ‘대박’이 터질 것으로 점쳐진다. 교통사각지대에 있었던 국립극장은 벌써부터 부푼 기대에 부풀어 있다.‘9곳 9색’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저마다의 특징을 갖고 있는 9개 정류소를 ▲연인과 함께 ▲아이들과 함께 ▲어르신과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경우로 나누어 알아본다. ● 순환버스 정류소 ‘9곳 9색 명소’ 남산은 남산순환버스가 다니면서 접근권이 훨씬 좋아졌다. 젊은이들도 손쉽게 찾을수 있게 됐다는 이야기다. 연인들의 데이트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영화감상인 만큼 대한극장 정류소에서 데이트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이 정류소는 지하철 3·4호선 충무로역 2번 출구와 연계돼 있다. 우선 극장에서 2∼3시간 정도 여유를 두고 표를 예매하는 ‘센스’가 필요하다. 남산순환버스를 타고 영화상영 전까지 정상에 올라갔다 내려오기 위해서다. ‘대한극장’ 앞에서 노란버스를 타면 퇴계로 5가∼동대입구역∼국립극장을 거쳐 남산서울타워까지 20분 정도 걸린다. 현재 남산서울타워는 전면 리모델링 중이어서 전망대 등 모든 시설물을 11월 말까지 이용할 수 없다. 비록 남산서울타워의 시설물들을 이용하지 못하지만 서울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남산 정상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이곳에는 앉아 쉴 수 있는 벤치가 마련돼 있고 커피숍과 편의점 등이 있다. 영화보다 공연감상을 선호하는 커플이라면 국립극장에서 데이트를 시작하는 방법도 있다. 남산순환버스가 운행되면서 과거에 비해 국립극장에 쉽게 갈 수 있게 됐다. 예전에는 지하철 3호선 동대입구역에서 공연시작 40분·20분 전 단 두 번만 운행하는 셔틀버스가 고작이었으나 이제는 발이 많아진 것이다. 국립극장은 매일 공연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인터넷(www.ntok.go.kr)으로 공연 일정을 미리 확인해야 한다. 남산도서관 정류소에는 도서관 외에도 남산식물원, 소(小)동물원, 안중근의사기념관, 탐구학습관 등이 있어 아이들과 함께 들러볼 만하다. 남산 소동물원은 이름 그대로 ‘초미니’동물원이다. 대형 동물원에 익숙해진 어린이들은 실망하겠지만 지난 1971년 만들어진 이곳에서는 무료로 개코원숭이·일본원숭이·너구리·꽃사슴·산양 등을 구경할 수 있다. 동물원 뒤편에는 남산식물원이 자리하고 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연중무휴로 운영되며, 관람료는 어른 300원·청소년 200원·어린이 100원이다. 식물원 앞 분수광장은 야외 결혼식장으로도 이용되고 있다. 안중근 의사 기념관도 이곳에 있다. 안 의사의 친필 엽서와 유묵, 대형초상화, 하얼빈 의거에서부터 재판까지 모습을 담은 사진 등이 전시돼 있다. 서울시 남산공원관리사업소 관계자는 “이 기념관에는 일본인 관광객이 끊이지 않고 찾는다.”고 말했다. 기념관 옆에는 서울시과학전시관 남산분관 탐구학습관(www.ssp.re.kr)이 있다. 지하1층부터 지하4층까지 130여종 721점의 과학 기자재들이 전시돼 있다. 모두 학생들이 직접 작동해가며 과학 원리를 깨달을 수 있도록 만든 것들이다. 특히 4계절 별자리를 직접 보면서 설명해주는 천체투영실이 인기가 좋다. 천체투영실은 관람시간이 정해져 있으며(1일 5회), 입장객 수도 1회당 100명으로 제한돼 있다. 탐구학습관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연중무휴 무료로 운영되고 있으며, 평일에는 학교에서 단체로 오는 경우가 많아 일반인들이 이용하기는 힘든 편이다. 탐구학습관을 다 돌려면 보통 2∼3시간이 걸린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영화도 남산에 오면 실컷 볼 수 있다. 남산도서관을 지나면 서울애니메이션센터(www.ani.seoul.kr)가 나온다. 이곳에는 국내 최초 애니메이션 전용상영관인 ‘서울애니시네마’가 있다.1년 내내 애니메이션이 상영되며, 특히 13일부터 22일까지는 세계 4대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안시·오타와·자그레브·히로시마) 수상작 58편을 상영하는 ‘최강애니전’이 펼쳐지기도 한다. 또 이곳 도서정보실에는 국내외 만화가 총 망라돼 있어 아이들이 각종 만화를 무료로 볼 수 있다. 퇴계로 5가 정류소는 각종 강아지들을 분양하는 애견센터가 밀집해 있어 강아지를 좋아하는 아이들의 좋은 구경거리가 될 수 있다. # 어르신들 나들이 코스 남산은 젊은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어르신들도 남산순환버스를 이용하면 즐길 만한 곳이 여럿 있다. 퇴계로 3가 정류소 근처에는 남산한옥마을이 있다. 아담한 공원 같은 이곳은 한옥 건물들과 전시관, 벤치와 산책길, 기념비 등이 있다. 어르신들이 쉬엄쉬엄 ‘눈요기’와 ‘산책’을 하기에는 최적의 코스다. 부드러운 산책길 주변에는 인공으로 조성된 개울도 흐르고 야트막한 잔디밭이 곳곳에 펼쳐져 있다.‘전통공예 전시관’에는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기능 보유자들의 작품과 관광상품을 항시 전시하고 있으며 도자기, 목칠(인형·탈·목조각), 피모(붓·갓 등), 악기(거문고·가야금) 공예품 등을 판매하고 있다. 남산을 한 바퀴 돈 어르신들은 동대입구역 인근의 남산공원 장충지구(장충단공원)를 찾아도 된다. 최근 장충단공원에는 길이 157m의 개울이 만들어지는 등 주변 경관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유선형인 기존 수로 주변에는 통나무 계단을 놓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었으며 이곳에는 지하철 지하수를 끌어와 연중 흐르게 하고 있다. 걷기운동 겸 산책을 즐기고 싶은 어르신들은 북측산책로 입구에서 하차하면 된다. 남산공원 북측산책로 3.4㎞구간의 출발점으로 지난 1991년부터 차량통행이 전면 금지된 곳이다. 노인과 장애인들이 산책로를 따라 안전하게 걸을 수 있도록 전 구간에 안전펜스가 설치돼 있다. ■ 남산 정상에선 맨 앞차로 바꿔 타세요 남산순환버스를 타고 남산을 오르다 보면 정상인 ‘남산서울타워’에 노란버스 2∼3대가 정차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운전기사들의 식사 문제와 버스 운행간격을 조정하기 위해서다. 이 경우 하차할 곳이 ‘남산서울타워’가 아닌 이용객들은 타고 오던 버스에서 내려 맨 앞에 정차된 버스에 타면 된다. 물론 내리고 새로 탈 때는 반드시 버스카드 단말기에 카드를 대야 한다.30분 이내 환승하는 것과 같기 때문에 추가 요금 부담은 없다. 단, 현금으로 승차한 이용객들은 다시 승차료를 내야 한다. 가끔 현금 승차한 이용객들은 추가 요금을 내지 않기 위해 타고 오던 차에서 10여분을 기다렸다가 그 차로 다시 내려가는 경우가 있다고 운전기사들은 전했다. 남산순환버스 승차료는 버스카드를 이용하면 500원, 현금은 550원이다. ■ 순환버스 이래서 좋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주말이면 이곳 주차장에 차를 세울 곳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보다시피 지금은 자동차가 한 대도 없지 않습니까.” 남산 아래에서부터 정상까지 달려서 올라왔다는 조범기(59)씨는 며칠새 남산 공기가 훨씬 좋아진 것 같다며 승용차·택시 진입을 막은 서울시의 조치를 칭찬했다. 조씨는 “이왕이면 버스도 안 다니면 좋겠지만 압축천연가스(CNG)버스라니까 괜찮다.”고 말하기도 했다. 남산에서 산책과 운동을 즐기는 대부분의 시민들은 이처럼 시의 이번 조치를 크게 환영했다. ‘남산족’들 외에도 노란색 남산순환버스의 효과를 톡톡히 보는 곳이 있다. 장충동에 있는 국립극장은 노란버스 최대 수혜자 가운데 하나다. 국립극장에는 그동안 이곳을 경유하는 대중교통 수단이 전무했다. 국립극장을 가기 위해서는 지하철 3호선 동대입구역에서 내려 국립극장과 지하철을 연계하는 셔틀버스를 이용하거나 택시를 타야 했다. 국립극장 관계자는 “노란버스가 지하철 충무로역과 동대입구역 등을 거쳐오기 때문에 국립극장 이용객들이 더욱 편하게 방문할 수 있게 됐다.”며 반색했다. 남산순환버스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는 시민들도 있다. 동대입구역에서 노란버스를 타고 남산서울타워까지 올라간다는 이성민(24)씨는 “노란버스 안에 각 정류소마다 이용할 수 있는 시설들에 대한 안내물이 비치돼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산순환버스 정류소 9곳이 각각 특색이 있지만 처음 이용하는 사람들은 잘 모를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애니메이션센터 관계자는 정류소가 순환방향의 끝에 위치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노란버스 이용객들은 충무로역이나 동대입구역 등 지하철에서 환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이럴 경우 서울애니메이션센터가 마지막 정류소가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남산순환버스 노선을 담당한 서울시 관계자는 “40분 정도면 한 바퀴를 돌기 때문에 순환방향의 끝이라고 해도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면서 “또 노란버스가 시민들에게 잘 알려지면 정류소 9곳 가운데 몇 곳을 묶어 패키지 형태로 이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본사 주최 ‘세계 거장 판화대전’ 지상갤러리] ⑨ ‘THE OBSCURE MAN’

    [본사 주최 ‘세계 거장 판화대전’ 지상갤러리] ⑨ ‘THE OBSCURE MAN’

    루피노 타마요(1899∼1991)는 멕시코의 국보급 작가다. 혁명을 소재로 한 벽화로 유명한 리얼리즘계의 디에고 리베라, 시케이로스, 오로스코 등과 함께 멕시코의 4대 거장으로 손꼽힌다. 그의 작품은 리베라 등 3명과 달리 추상적이다. 또 작품의 소재나 색채를 보면 인디오의 전통이 잘 나타나 가장 멕시코적인 화가로도 평가받고 있다. 그의 ‘THE OBSCURE MAN’(모호한 남자) 작품은 제목에서 보듯이 팔을 든 남자의 형상이 어렴풋하게, 명료하지 않게 나타난다. 그 뒤에 마치 다른 한 남자가 서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그 남자가 사라져 가는 듯한 모습 같기도 하다. 안개속에 있는 듯한 이 남자의 형태도 어린이가 그린 것처럼 최소한의 선을 이용해 단순하다. 바탕 색깔인 주황빛은 멕시코의 강렬한 태양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타마요의 작품 스타일을 보면 아즈텍, 마야, 잉카문명에 나타난 고대 멕시코의 미의식을 현대 조형언어로 표현하고 있다. 단순한 선으로 그려진 인물이나 동물형상에 강렬하면서도 억제된 색채를 넣어 신비롭고 주술적이며 초자연적인 힘을 느끼게 한다.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기 간 2005년 5월7일(토)까지(전시기간 중 무휴, 전시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장 소 서울신문사 서울갤러리 전관(한국프레스센터 1층) ●입장료 성인 5000원, 초중고생 3000원 ●단체접수 및 문의 서울신문사(02-2000-9752)
  • [낮은소리] 해법 못찾는 ‘울산 건설플랜트’ 파업

    [낮은소리] 해법 못찾는 ‘울산 건설플랜트’ 파업

    “처우를 개선해달라.”“고용관계가 분명치 않은데 노사교섭이 말이 되나.”울산지역건설플랜트노조(위원장 박해욱)와 전문건설업체가 지난달 18일부터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달 18일부터 단체교섭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으나 사용자에 해당하는 전문건설업체는 이에 응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양측은 표면적으로 ‘근로조건 개선’ ‘고용관계 미흡’ 등을 내세우고 있지만, 수면 아래서는 ‘노동공급권 독점’과 ‘이에 대한 우려’ 때문에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 중평이다. 노사 사각지대에 놓여 표류하고 있는 울산건설플랜트 파업사태의 배경과 전말을 짚어본다. ●건설플랜트 노조란 울산석유화학단지 내 석유화학 회사들은 해마다 정기적으로, 또는 필요할 때 전문건설업체에 맡겨 공장 신·증설이나 보수 공사를 한다. 공사를 맡은 전문건설업체는 배관·용접·기계 등 필요한 분야에 그때그때 일용직 근로자를 고용해 작업을 한다. 공사가 끝나면 해당 업체와 근로자 사이의 고용관계도 끝난다. 건설플랜트 노동자란 전문건설업체에 고용돼 이같은 일을 하는 일용직 근로자를 말한다. 이들은 지난해 1월6일 300여명이 주축이 돼 울산지역건설플랜트노조를 설립했다. 노조는 조합원이 수시로 가입·탈퇴해 일정치 않지만 현재 800명쯤 된다고 밝혔다. 이들 중 700여명이 울산시청과 석유화학공단 등 도심을 돌며 연일 집회를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비조합원 작업을 방해하거나 시청광장을 점거하는 등의 불법행위로 노조원들이 구속되는 등 사법처리가 잇따르고 있다. 울산노동사무소는 현재 울산지역 건설플랜트 비정규 노동자는 1만 2000여명, 건설플랜트 전문업체는 1000여곳쯤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인간대우 해달라 건설플랜트 노조는 근무경력 20년이 넘은 숙련공 조합원이 하루 9시간 일하고 그 대가로 평균 11만원의 일당을 받는다고 한다. 한 달 일하는 날이 평균 20일을 넘지 않아 연봉 2000만원이 되지 않는데다 여기에는 퇴직금·연월차 수당까지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사회보험·안전화·작업복·점심비 등도 대부분 개인이 부담하는 등 비인간적인 근로조건과 열악한 작업환경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노조는 지난해 6월부터 전문건설업체측에 ▲근로조건 개선 ▲산업안전 보장 ▲근로기준법 준수 등을 요구하는 단체교섭을 14차례 요청했으나 한번도 응하지 않아 파업을 할 수밖에 없다고 항변한다. 노조는 특히 플랜트건설공사에 일반화돼 있는 불법 다단계 하도급이 노동자들의 임금과 근로조건을 열악하게 만드는 핵심원인인 만큼 원청업체에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파업 합법인가 불법인가 노조는 지난 3월18일 쟁의행위 찬반투표 때 투표 자격이 있는 조합원 수는 817명이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752명이 투표를 해 재적조합원 87%인 711명이 파업에 찬성,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쟁의를 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노동부는 쟁의행위 가결 절차는 합법적이라 하더라도 합법·불법이 섞인 파업으로 보고 있다. 노조가 지난 3월 노동쟁의조정을 신청했던 58개 업체 가운데 16개 업체만 정상적인 조정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조정절차를 거치지 않은 42개 업체 소속 조합원 파업은 불법에 해당된다는 해석이다. ●고용관계도 논란 노동 전문가들은 건설플랜트 노조 파업사태는 노사 당사자가 명확하지 않아 해법을 찾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노동법에 따르면 노사간 근로관계가 있어야 교섭의무가 있으나 건설플랜트 조합원들은 일용직 노동자들이어서 고용관계가 일정하지 않다. 이 때문에 전문건설업체측은 ‘노조원이 우리회사와 고용관계에 있는 근로자임이 확인되면 교섭을 하겠다.’며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울산노동사무소는 노조와 전문건설업체측으로부터 조합원 및 고용 중인 근로자 명단을 받아 대조한 결과 10여명의 조합원이 7개 업체와 고용관계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교섭을 하라고 지도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고용관계에 있는 조합원이 더 많다고 주장한 반면, 해당 업체측은 노동사무소의 고용관계 판단 기준을 수긍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노동사무소는 노사가 교섭자리에 앉는다 하더라도 교섭 도중 고용관계가 끝나면 사용자측에서 교섭의무가 없어졌다고 교섭을 중단할 경우 손 쓸 방책이 없다는 것이다. 공인노무사 이모씨는 “현재 노동법상에는 건설플랜트 노사 분쟁을 명쾌하게 정리할 수 있는 규정이 없어 법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동공급권 장악 사용자측은 단체교섭을 체결해야 하는 노사관계가 형성되면 궁극적으로 노조가 건설플랜트 노동자 공급권을 갖게 돼 막강한 권력을 휘두를 것으로 우려한다. 노조가 노동자 공급을 동의하지 않으면 업체가 일용직 근로자를 고용할 수 없는 상황을 맞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노조는 사용자측에서 교섭을 회피하기 위해 지어낸 근거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한다. 울산은 건설플랜트 노동시장 규모가 워낙 커 노동공급권을 독점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그럴 의도도 전혀 없다고 주장한다. 근로기준법대로 대우해 달라는 게 요구의 전부라고 강조한다. 노동 전문가들은 노조가 노동공급권을 가질 의도가 없다고 말하지만 힘이 세지면 결국 영향력을 행사하려 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외국인에 파업도시 이미지 우려 국내 최대 단위노조로 민주노총을 주도하는 현대자동차노조가 다음달부터 회사측과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건설플랜트노조 파업사태가 현대차 노사 임·단협과 맞물리면 지역 경제가 불안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 특히 울산에선 오는 5월27일∼6월24일 중요한 국제 행사인 IWC(국제포경위원회) 연례회의가 열린다. 세계 60여개국에서 대표단 등 800여명이 울산을 방문할 예정이다. 울산시는 건설플랜트노조 파업이 IWC 행사 때까지 이어지면 외국인들이 울산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같은 배경에서 건설플랜트노조는 울산시에 중재에 나설 것을 재촉하고 있으나 시는 개입할 법적 권한이 없다며 중립을 지키겠다는 입장이다. IWC 국제행사도 중요하지만 행사는 한번으로 끝나는 반면 건설플랜트 노사문제는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질 경우 지역경제에 두고두고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울산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2002년 ‘여수플랜트’ 어떻게 타결됐나 봄철이면 건설현장이 시끄럽다. 지역별로 꾸려진 일용직 건설노조와 사측이 단체협약(2년마다)과 임금협약(해마다)을 하느라 활시위처럼 팽팽한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기 때문. 전국 건설플랜트노조는 40여개다. 전남 여수석유화학국가산단이 주 일터인 ‘여수 건설플랜트노조(위원장 김재영)’는 지난 98년 출범해 2002년에야 단체협약에 들어갔다. 그러나 산단 전문건설업체 80여개로 이뤄진 사측이 ‘고용관계 불확정’을 이유로 노조를 협상 당사자로 인정치 않았다. 노조원 1만 2000여명이 55일 동안 파업에 들어가면서 산단 입주업체와 시민들이 홍역을 치렀다. 화학공정 특성상 여름이면 공장마다 가동을 멈추고 설비 점검과 확장에 나서던 일이 중단된 것. 당연히 지역경제가 휘청거렸다. 비난여론이 비등하자 여수시장과 여수경찰서장 등 지역 기관단체장들이 “파업 중에라도 협상은 해야 한다.”며 한 목소리를 냈다. 시장과 서장이 사측 대표들을 협상장으로 밀어넣었다. 결국 100여차례 교섭 끝에 타협안이 매듭지어졌다.2004년도 단체협약은 순탄하게 마무리됐다. 요즘 이 건설노조와 여수산단 내 대표업체인 GS칼텍스가 노조 간부들의 작업장 출입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이 노조 김대훈(41) 조직국장은 “조합원 2명이 GS칼텍스 정문 앞에서 이 회사 경비들로부터 폭행당했다.”며 지난 18일 여수경찰서에 관련자를 고발했다. 이에 GS칼텍스측은 “건설 노조원들이 탄 차량이 먼저 경비원들을 넘어뜨렸다.”며 관련자 2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여수산단에서 용접·배관 노조원을 채용해 쓰는 C사 김모(43) 차장은 “조합원들이 때론 명분없는 집회로 시간을 끌면서 사실상 일을 거부하기도 한다.”고 불평했다. 그는 사측에서 여수가 아닌 다른 곳에서 기능공을 데려다 쓸 수는 있으나 노조의 반발이 우려된다고 했다. 지난 2002년 전남 광양제철소를 중심으로 조직된 ‘전남동부·경남서부 지역건설노조(조합원 5500여명)’는 올 단체협약을 두고 3차교섭까지 마쳤다. 이 노조는 작업 환경이 엇비슷한 포항지역 건설노조가 먼저 출범해 덕을 봤다. 때문에 2003년 단체협약도 파업 없이 끝났다. 하지만 이 노조는 지난해 임금 인상안 등을 놓고 42일간 파업하는 과정에서 발주처로 진입하려다 공권력과 충돌, 위원장 등 간부들이 구속됐다. 윤갑인재(43) 위원장은 “올해는 단체협약 55개 항 중 주 5일제 쟁취가 목표”라고 말했다. 이제 일용직 건설노조가 힘을 발휘하면서 노동자들이 ‘법 대로’ 대우를 받고 있다. 조합비는 월 보수의 1%이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하루 8시간 노동에 토요일도 오전만 일한다. 오후에 일하면 일당의 150%가 나온다. 일요일과 법정 공휴일도 쉬지만 일당 전액이 유급처리된다. 휴일에 일하면 주·월차가 적용돼 일당의 250%를 받는다.3대 명절(신정, 설, 추석)도 유급이다. 또 퇴직금·연월차 수당·4대보험 등도 혜택이 따른다. 여수·광양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레저+α] 夜~好~ 사파리에 놀러가자

    ●에버랜드 나이트 사파리 오픈 에버랜드 동물원은 사자와 호랑이, 하이에나, 불곰, 라이거 등 사파리 맹수들의 야간생활을 볼수있는 ‘나이트 사파리’를 매일 밤 9시까지 운영한다. 나이트 사파리는 깜깜한 어둠 속에서 맹수들을 차례로 관람할 수 있도록 파란색 조명을 설치, 동물들의 눈빛과 몸짓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자유이용권만 있으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031)320-5000. ●도심속에서 만나는 프랑스 축제 세계 유명 건축물 테마파크인 부천 아인스월드는 에펠탑과 샹송의 감미로움, 크레페의 부드러움을 직접 느낄 수 있는 ‘봉주르 파리지앵 페스티벌’을 15일부터 6월19일까지 개최한다. 페스티벌에서는 프랑스 원어연극과 인형극, 샹송연주, 거리의 악사 등 다양한 문화축제가 펼쳐진다. 축제기간 중 즐거운 모습을 담은 사진을 응모한 관람객에게 7박 8일의 프랑스 여행권, 디지털 카메라 등 다양한 경품도 준다.www.aiinsworld.com,(032)320-6000. ●박물관 어린이 큐레이터단원 모집 삼성어린이박물관 키즈클럽은 박물관 전시와 프로그램 개발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어린이 큐레이터 단원을 오는 17일까지 모집한다. 대상은 초등학교 4∼6학년으로 ‘자기 소개서’와 ‘내가 키즈클럽 임원이 된다면’을 주제로 쓴 글을 이메일(sanga.park@samsung.com)로 신청하면 된다. 단원이 되면 연 4회 정도 박물관에서 모임에 참석해 활동하며, 박물관 연간회원권과 초대권, 티셔츠, 모자 등이 무료로 제공된다.(02)2143-3600. ●유럽 정통 카니발 개최 영국 유케이 펀페어사의 세계적인 카니발인 ‘월드카니발 코리아’가 오는 28일부터 6월19일까지 인천 송도에서 열린다. 국내 처음 소개되는 월드 카니발은 전세계에 4대밖에 없는 놀이기구 톱버즈 등 36개의 스릴과 재미가 가득한 놀이기구와 총 200만달러(약 20억원) 상당의 상품이 걸려 있는 51종의 게임 등이 펼쳐진다. 입장료는 성인 5000원, 중·고생 4000원, 어린이 3000원이다.www.worldcarnival.co.kr ●춘천마임축제 시작 ‘2005 춘천마임축제’가 다음달 23∼29일 강원 춘천시에서 열린다. 올해로 17회를 맞는 이번 축제에는 벨기에와 캐나다 등 해외 10여개 팀과 국내 50여개 극단, 공연단체 등이 참가해 다채로운 마임 공연을 선사한다. 또 이 기간 동안 마임 체험프로그램, 학술 프로그램, 도깨비 난장 등의 부대 행사를 마련한다.(033)242-0571. ●커피 마시고, 싱가포르 가자 싱가포르 관광청은 스타벅스 코리아와 함께 다음달 5일까지 매주 3명씩 총 15명에게 싱가포르 여행권을 제공하는 ‘나만의 커피를 소개하고, 싱가포르로 휴가가자!’ 행사를 전국 스타벅스 매장에서 진행한다. 스타벅스 매장에 비치된 응모용지에 자신의 노하우를 소개하고, 가장 가보고 싶은 싱가포르 여행지를 선택해, 매장에 마련된 보드판에 붙이면 된다.www.istarbuks.co.kr
  • [서울광장] ‘그들’이 빠진 비정규직 논란/우득정 논설위원

    [서울광장] ‘그들’이 빠진 비정규직 논란/우득정 논설위원

    민주노총은 지난 1일 산하 대규모 사업장의 조합원들을 동원해 4시간 시한부 파업을 벌였다. 국회에 계류중인 비정규직 보호법 정부안의 처리를 저지하기 위한 경고성 파업이었다. 파업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한국노총도 비정규직 법안에 반발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2년여에 걸친 노사정위원회에서의 논의 내용과 유럽의 비정규직 보호법안을 기초로 만들어졌다는 정부 법안에서 무엇이 독소조항이기에 노동계가 저토록 결사항전하는 것일까.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노동위원회법 개정안’-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비정규직노동자 보호법안이다. 비정규직 사용기한을 제한하고 불합리한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노동계는 이들 법안이 비정규직을 보호하기는커녕, 정규직과의 차별을 정당화하고 고착화하는 ‘악법’이라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노동계의 요구수준과 비교하면 악법임에 틀림없다. 노동계는 남녀고용평등법에 규정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조항을 비정규직에도 인용할 것을 주장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차별을 없애고 비정규직 사용 요건을 엄격하게 제한한다면 비정규직 양산을 원천봉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연간 20조원씩을 인건비로 추가 부담한다면 노동계의 주장은 현실화될 수 있다. 현재 비정규직의 임금은 정규직의 65.3% 수준. 국민연금과 산재·고용·건강보험 등 4대 보험의 경우 정규직은 79.4∼86.9% 수준이나 비정규직은 29.7∼43.1% 수준이다. 그러나 현대자동차와 같은 초일류 기업도 인건비 부담에 한계에 도달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더구나 비정규직(정부 기준 539만명)의 93.1%인 502만명이 300인 미만 사업장에 속해 있다. 노조에 가입한 비정규직은 28만명에 불과하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기업을 압박하면 비정규직 노조원 중 일부만 혜택을 받을 뿐 나머지 비정규직 500만명 이상은 극심한 고용불안에 직면하게 된다. 따라서 노동계의 요구는 듣기에는 그럴듯할지 몰라도 현실적인 것은 못된다. 노동계가 비정규직 보호의 목소리를 높일수록 ‘운동용 구호’ 정도로 치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최근 몇년 사이 비정규직 문제가 불거지면서 노동계가 목소리를 높였지만 비정규직 증가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정규직과의 차이는 보다 확대된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주5일 근무제 도입과정에서 일부 대기업 강성노조만 ‘근로조건 악화 반대’를 내걸고 잇속을 챙겼듯이 비정규직 문제 역시 사용자에게 다른 양보를 얻어내는 수단으로 활용된 사례가 적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비정규직 보호문제는 비정규직의 시각에서 접근하는 것이 옳다. 그래야만 가장 다급한 부분부터 보호막을 마련할 수 있다. 비정규직은 고용조정이 쉽고 인건비가 저렴하다는 이유로 무차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역으로 보자면 고용안정과 차별 해소가 관건인 셈이다. 프랑스를 제외한 대부분의 유럽국가들이 불합리한 차별금지와 남용 방지에 비정규직 보호의 초점을 맞추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검찰에서 흔히 쓰는 표현으로 ‘똘똘 말았다.’라는 말이 있다. 선처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엮었다는 뜻이다. 비정규직 보호법에 대한 노동계의 입장도 이와 유사하다. 노동계는 그동안 비정규직 보호법을 부정 일변도로 매도한 결과, 어떤 타협안도 도출할 수 없게끔 자승자박했다. 따라서 노동계가 먼저 결자해지의 자세를 보여야 한다. 비단옷 타령만 하며 비정규직을 천둥벌거숭이 상태로 내버려둬선 안 된다. 우선 누더기라도 걸치게 해야 한다. 그러자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논란과 해법의 중심에 서야 한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교황 서거] 요한 바오로 2세의 생애

    27년간 재임, 가톨릭 사상 세번째로 장수한 교황으로 기록된 요한 바오로 2세는 가톨릭사를 완전히 새롭게 쓴 인물이다. 비(非) 이탈리아계 교황의 선출은 1523년 네덜란드 출신 하드리아노 6세 이후 455년 만에 그가 처음이었다. 공산 국가인 폴란드에서 교황이 나온 것도 놀라움 그 자체였다. 그는 선출 당시 58세로 최근 123년 동안 추대된 교황 중 가장 젊은 나이에 취임했다. 교황은 취임 이후 교회 업무뿐만 아니라 세계 문제를 자신의 일로 여겨 104차례에 걸쳐 각국을 방문, 인권문제·이념갈등 해소 등을 위해 노력했다. 그의 사목 순방은 역대 교황 가운데 가장 횟수가 많아 거리로 환산할 경우 지구를 27바퀴 돈 것과 맞먹는다.‘행동하는 교황’으로 불린 것은 이 때문이다. 교황은 지난 세기 가톨릭이 저지른 과오를 머리 숙여 사죄하고 다른 종교와 화해를 모색해 성(聖)과 속(俗) 모두에 대단한 영향을 미쳤다는 평을 듣고 있다.8개 국어에 능통했던 그는 바티칸에 안주하며 바깥 세상과 거리를 두었던 전임 교황들과 달리 뛰어난 친화력을 발휘했다. 수요일마다 일반인들을 상대로 해온 그의 강론을 듣기 위해 바티칸에 온 순례자는 무려 1780만명에 이른다. ●그늘진 유년기 취임 34일 만에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타계한 교황 요한 바오로 1세의 뒤를 이은 그의 발탁은 당시 파격적이었다. 바티칸 내부에서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었던 그는 추기경들의 8번에 걸친 투표 끝에 78년 10월16일 제264대 교황에 선출됐다. 교황은 1920년 5월18일 폴란드 바도비체에서 군장교 출신의 양복사 아버지와 교사인 어머니 사이에서 차남으로 태어났다. 이름은 카롤 요제프 보이티야.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경험한 그의 유년기는 그리 행복하지 않았다.9세 때 어머니가,12세 되던 해에는 의사였던 형 에드문트마저 성홍열(猩紅熱)로 각각 사망,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헌신적이었다. 구멍난 옷을 기워 입히고 헝겊 조각으로 만든 공을 차며 아들과 축구를 할 정도로 다정다감했다. 동시에 집중력과 강인함을 길러주기 위해 차가운 방에서 공부를 하도록 하는 엄격한 면도 있었다. 가톨릭 가정에서 자란 보이티야는 다른 폴란드인들과 달리 반유대주의적 시각을 갖지 않았다. 당시 바도비체에는 2000명에 달하는 유대인이 거주했다. 보이티야는 이들과 스스럼 없이 어울렸고 이는 훗날 교황이 유대교에 화해의 손짓을 보내는 바탕이 됐다. 그는 교황으로서 유대교 성전과 나치에 의한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 희생자를 기리는 아우슈비츠 기념관을 최초로 방문해 유대인을 “우리의 형제들이여….”라고 지칭, 가톨릭과 유대교의 오랜 반목에 마침표를 찍었다. ●재능있는 사제 젊은 시절 보이티야는 공부 잘하는 모범생일 뿐 아니라 스키, 산악 등반, 카약, 수영 등 모든 운동에 뛰어난 만능 스포츠맨이었다.38년 아버지와 함께 크라쿠프로 이주해 야젤로니안대학에서 문학과 철학을 전공했다. 시 낭송, 노래, 연극에도 재능을 보였던 그는 극단에서 활동했으며 한때 전문 배우를 꿈꾸기도 했다.39년 독일군이 폴란드를 침공, 대학 문을 닫자 강제이주와 징집을 피하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40년부터 4년 간 채석장에서 일했고 이어 화학공장 공원으로 근무하기도 했다.41년 아버지가 세상을 뜨자 “신의 종으로 살라.”는 부친의 평소 가르침을 따라 이듬해부터 본격적인 신학공부를 시작했다. 46년 사제 서품을 받고 48년 신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이듬해 크라쿠프에서 보좌신부로서 본격적인 성직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사제로서의 그의 삶은 탄탄대로였다.58년 크라쿠프 부주교,64년 주교,67년 추기경 자리에 올랐으며 78년 마침내 교황으로 선출됐다. ●‘세계의 양심’ 구심점 그의 교황 선출이 공표되자 옛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의 유리 안드로포프 의장은 앞으로 상당한 문제가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고 그의 예측은 들어맞았다. 평신부 시절부터 공산주의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했던 교황은 취임 이후 조국 폴란드의 자유노조 운동을 적극 지지해 공산정권의 붕괴를 가져왔고, 이는 구소련 몰락과 냉전종식의 기폭제가 됐다. 당시 사제들은 교황의 비밀 메시지를 사제복에 숨겨 투옥돼 있던 노조 지도자들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또 인권 침해를 일삼는 칠레의 아우구스트 피노체트, 필리핀의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와 같은 독재자들을 공개적으로 비난, 반정부 운동을 고취시켜 독재 정권을 무너뜨리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서방국가도 예외는 아니었다.81년 첫 미국 방문에서 교황은 미국 사회의 물질만능주의와 세속주의를 강력히 경고하는 한편 제3세계의 빈곤을 외면하는 이기주의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2년 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때도 미국의 결정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보수주의의 기둥 교황의 피임과 낙태, 안락사에 대한 거부는 절대적이었다. 그는 산업국가가 이같은 ‘죽음의 문화’를 조장한다고 비판하면서 에이즈 예방을 위한 콘돔 사용에 반대해 원성을 샀다. 성경 교리를 들어 여성의 사제 서품을 허용하지 않아 교회 안팎에서 독재적이라는 비난도 잇따랐다. 81년 3월 바티칸 광장에서 한 터키인으로부터 복부와 양손에 총격을 받아 중태에 빠졌다. 당시 KGB가 배후 조종을 했다는 의혹이 있었지만 암살 동기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한편 교황은 83년 이 터키인이 복역중인 감옥을 직접 방문, 그를 용서하는 자비를 베풀어 세계인을 다시 한번 감동시켰다. ●쇠약한 말년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두 차례나 죽을 고비를 넘긴 교황은 성인이 되어서도 어깨 골절, 대퇴골 교체수술, 종양 제거수술 등을 받았다. 말년엔 암살 후유증에다 파킨슨씨병, 무릎 관절염 등으로 거동은 물론 말도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쇠약한 세월을 보냈다. 감기에 따른 호흡곤란 등의 합병증으로 고령에도 불구, 기관 수술까지 받아야 했고 빠르게 기력을 잃어갔다. 그리고 건강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사임설에 시달려야 했다. 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클릭 이슈] KTX ‘영등포역’ 설까 말까

    고속철도(KTX)의 영등포역 정차문제를 놓고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고속철 이용자의 수혜편익 확대차원을 넘어서 지역발전을 내세운 국회의원간 치열한 논쟁으로까지 번지는 형국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철도공사는 고속철에 대한 관심이 싫지만은 않으면서도 국회의원간 이견이 첨예한데다 결과에 따른 파급력 또한 예측할 수 없어 해법찾기에 골몰 중이다. ●열차이용 불편,“일부 정차” 요구 영등포역 정차는 호남선 시발역인 용산 및 광명역의 활성화와 연계돼 있어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러는 사이 해당 지역의 주민과 자치단체는 물론이고 인터넷 사이트에서도 네티즌간 논쟁이 뜨겁다. 정차를 요구하는 영등포구 등 6개 자치단체와 인천·부평 등 서울 서남부권 주민들은 열차 이용 편의 및 수입 확대를 강력히 주장한다. 영등포역 정차시 하루평균 1000명 이상,5000만∼6000만원의 운행 수입 증대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영등포 상권 활성화를 위해서도 ‘정차’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지역 상인들은 KTX 무정차로 20∼30% 매출이 하락했다고 주장한다. KTX 영등포역정차추진범구민협의체 박래웅 실행위원장은 “고속철이 정차하지 않고 새마을호도 30분에서 1시간으로 줄면서 열차 이용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면서 “광명역에 서지 않는 42개 열차의 영등포역 정차요구는 무리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아이디가 Ish6530인 네티즌은 “광명역이 제 역할을 할 때까지 논의자체를 미루겠다는 것은 억지에 불과하다.”면서 “서울의 서남부 시민의 편의를 위해서도 반드시 영등포역에 정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명역 유명무실 “절대 불가” 반면 경기도 광명시 등은 영등포역 정차는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광명역을 고사시킬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광명시와 과천시 등 7개 지자체의 8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고속철 영등포역정차반대범시민대책위가 전면에 나서고 있다. 4000억원이 투입된 광명역은 고속철 시발역으로 계획돼 하루 수용인원이 10만명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이나 연계교통편 미비 등으로 하루 이용객이 5000여명에 불과하다. 이종락 실행위원장은 “국책사업의 취지에 맞도록 광명역 정상화가 선행돼야 한다.”며 “영등포역에 정차하면 광명역은 그대로 통과해 버려 유명무실한 역이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시발역의 기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네티즌 italy6530은 “고속철이 영등포 역에 정차하면 분명 새마을호의 전철을 그대로 밟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고속철의 본래 기능 측면에서도 정차역 확대는 더이상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와 철도공사,‘난색’ 결정권한을 가진 건교부와 철도공사는 내부적으로 영등포역 정차는 어렵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열차이용 불편에 따른 민원인들의 요구는 무시할 수 없는 형편이어서 정차불가 방침을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철도공사에 따르면 고속철이 개통한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영등포역 이용객은 816만여명으로 전년동기(1042만여명)대비 21.6%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철도공사로서는 이용객 기준 국내 4대역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영등포역의 정차는 열차운행 수입과 이용객 확대 측면에서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영등포 정차를 위해서는 풀어야할 난관이 많다. 우선 포화 상태인 서울∼시흥간 기존선 구간 열차 수용 용량으로 영등포역 정차시 열차운행계획을 전면 조정해야 하는 부담이 뒤따른다. 영등포 정차로 운행시간은 5분 정도 추가 소요되나 이 시간만큼 후속 열차들도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한 고속철 정차를 희망하는 타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뿐만 아니라 정차역 확대에 따른 저속철 논란 역시 경계하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중장기 개발 계획이 추진되고 있는 용산역과 광명역의 무용론(?)이 큰 부담이다. 영등포역 정차가 고속철 신규 수요 창출보다는 용산과 광명역 승객이 옮겨오는 효과가 크다는 분석이다. 대규모 개발 및 연계교통망 구축 계획 등이 추진중인 용산역과 광명역 활성화의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철도공사 관계자는 “단순히 운행시간이 5분 추가 소요되는 문제지만 단기수익 창출이 아닌 장기 철도망 구축계획에 차질을 빚을까 우려된다.”며 곤혹스러워했다. 건교부 관계자 역시 “정차 요구는 단순히 영등포역뿐만이 아닌 만큼 좋은 선례를 남겨야 한다.”면서 “보다 구체적이고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사설] ‘제2 침탈’ 규정과 對日외교 방향

    정부가 앞으로 일본과의 관계에 임하는 4대 기조와 5대 대응방향을 담은 ‘신 대일(對日)독트린’을 어제 발표했다. 참여정부 출범 후 대일 관계가 오락가락했던 점은 유감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한·일 과거사를 공식 거론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 성급했음이 최근 독도 및 과거사 파문에서 드러났다. 이제부터라도 정책의 줏대를 세워야 한다. 새로운 대일 독트린에 대한 평가는 얼마나 일관성을 갖고 실천에 옮겨지느냐에 따라 결정날 것이다. 정부가 신독트린을 통해 일본의 독도 도발을 식민지 침탈과 궤를 같이하고 해방의 역사를 부인하는 것으로 파악한 점은 주목된다. 일본 지도층이 전후세대로 재편되면서 침략전쟁을 반성하는 분위기가 약해지고 있다. 그것을 넘어 군국주의·국수주의적 우경화가 갈수록 강해지는 현상이 심각하다고 본 것이다. 이는 동북아 평화기조를 흔들고 한반도 안정에 큰 위협요소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일본의 변화를 구조적 측면에서 분석하고, 대응은 종합적·중장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독도 개방·개발과 유인도화는 시간을 갖고 치밀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분쟁이 발생했을 때 급히 취한 조치는 국제법상 효력이 약하다. 독도 자연훼손 방지도 염두에 둬야 한다. 이와 함께 큰 틀에서 일본의 군사력 강화를 견제해야 한다. 논란이 가열되는 가운데 일본 항공자위대 정찰기가 독도 근처까지 날아온 것은 무력시위까지 벌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독도 우발사태 매뉴얼을 다시 다듬어야 한다. 기존 정치·외교 및 사회·문화 교류는 계속하겠다는 방향은 옳으나 일본과 국제사회에 단호하지 못하다는 메시지를 주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적당한 시기에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반대 입장을 밝혀야 한다. 독트린 발표자가 왔다갔다 했고, 결국 통일부 장관이 나선 부분은 모양이 좋지 않았다. 과거사 배상 문제와 관련해 정부 차원에서는 않겠지만, 민간의 요구는 지원하겠다는 태도는 이중적으로 비친다. 군위안부, 원폭피해자, 사할린동포 등 한·일협정 이후 쟁점사안에 대해서는 국가차원에서 배상논의가 필요하다. 독트린이 졸속·국내용이라는 비판을 피하고 다음 정권에서도 유지되려면 세부 보완작업이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 웰빙된장 맛을 찾아서

    웰빙된장 맛을 찾아서

    ‘장(醬)은 정월장’이라며 매운 겨울날씨에 팔을 동동 걷어붙인 어머니가 큰 항아리에 메주와 붉은 고추, 숯을 넣어 장을 담그던 모습은 아련한 추억이 되고 말았다. 장은 음식 간을 맞추는 것이지만 ‘되는 집안은 장맛도 달다.’ ‘말이 달면 장맛이 쓰다.’는 옛말처럼 장이란 음식이상의 의미를 가졌다. 장담그는 집안이 드물다고, 편안함을 좇는다고 여성들을 비난할 수만도 없다. 아파트에서 메주를 띄울 수도 없고, 항아리를 놓을 공간도 마땅치 않다. 더욱이 햇볕에 따라 항아리 뚜껑을 열었다 닫아줄 손길도 없어졌다. 된장을 사 먹게 된 시대를 거스를 방법은 없지만 그래도 어머니의 정성을 담은 장맛마저 포기할 수는 없다면 맛있는 장맛을 찾아 떠나자. ●죽염으로 만든 절 된장 충남 공주시 장기면 장군사 자락 영평사란 절에서 만든 된장을 따라 길을 나섰다. 스님이 만드는 된장이라니 우선 믿음이 간다. 환성 스님은 영평사 부속 영평식품이란 회사를 만들어 6년째 된장을 만들고 있다.“절 재정에 도움이 될까 해서 만들어 팔고 있는데 매년 손해예요.”스님이 웃었다. 그도 그럴 것이 광고 한 번 안 하니 아직은 덜 알려졌고, 제대로 된 된장을 만드느라 아홉번 구운 죽염을 쓰기 때문이다.“자부심없이는 된장 못 만들어요.10㎏에 2만원의 낮은 가격의 된장이 시중에 나와 있지만, 그 가격에 우리 콩 쓰면서 1년 숙성시킬 것을 기대하기란 무리예요.” 스님은 된장은 우리 콩을 사용하는 것만큼 어떤 소금을 쓰느냐, 어떤 물을 사용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천일염은 바다가 오염되면서 함께 오염됐다. 그래서 스님은 천일염을 대나무에 넣고 800℃에서 구워내기를 8번, 그것도 부족해 아홉번째에는 1500℃로 죽염을 굽는다. 그러면 죽염이 녹아내려 자주색 덩어리가 생긴다. 그것이 유명한 자죽염이다. 물은 영평사 뒤에서 나는 천연 석간수를 사용한다. 그러니 장맛이야 더이상 말할 필요도 없다.“‘웰빙’이라면서 몸에 좋은 음식들을 골라먹는데 우리가 제일 많이 먹는 것은 물하고 소금인데 어찌 그것은 가려먹지 않는지 답답하다.”고 스님은 걱정했다. 절 뒤편에 수백 개의 항아리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햇볕이 좋은 날이면 항아리 뚜껑을 모두 열어 하늘의 좋은 기운과 신선한 공기를 받게 한다. 이렇게 하기를 여섯 달, 그래야만 제대로 된 된장이 된다. 된장은 1㎏에 1만 5000원, 고추장은 1㎏ 2만원. 간장과 죽염도 판매한다.www.young pyungsa.org,041-857-1854. ●찬란한 백제의 숨결 백제 문화를 대표하는 곳 무령왕릉이 근처에 있다.1호부터 7호분까지 발굴된 송산리 고분군 중 7호분이 바로 무령왕릉. 그러나 아쉽게도 무령왕릉에 직접 들어가 볼 수는 없다. 보존관계로 영구 폐쇄됐기 때문. 대신 무령왕릉을 그대로 옮겨놓은 모형 전시관을 볼 수 있다. 입장료 어른 1500원. 공산성은 백제의 대표적인 성곽으로 해발 110m 언덕에 있다. 산성을 따라 고즈넉한 산책로를 걷노라니 여유가 생긴다. 공산성의 길이는 모두 2.6㎞로 천천히 걸어도 1시간이면 족하다. ●다양한 박물관을 찾아 공주에는 무령왕릉에서 나온 유물을 전시하고 있는 국립공주박물관(gongju.museum.go.kr,041-850-6302)부터 다양한 주제의 박물관들이 많다. 웅진교육박물관(www.wjem.or.kr,041-853-4569)은 조선시대부터 1970년대까지 옛날 교과서와 어린이 잡지, 우표, 문서 등을 모아놓은 곳으로 아이들보다 어른들에게 인기가 많다. 충남산림박물관은 중부권 최대의 규모를 자랑하는 산림교육장이다. 산림박물관, 야생동물원, 연못, 팔각정 등이 있어 아이들의 야외학습에 그만이다. ●공주국밥을 찾아 공산성 앞쪽에는 근사한 식당들이 모여 있다. 그중에서 새이학가든(854-2030)의 ‘따로국밥’은 유명하다. 사골 뼈와 잡뼈 등을 넣고 이틀 동안 고은 국물에 양지 사태 등을 삶아놓고 파, 마늘, 소금으로 간을 하고 고춧가루를 섞은 양념을 풀면 그 맛이 얼큰하고 담백하다. 공주에 가면 꼭 들러볼 만한 집이다. 국밥 5000원. 아이들과 함께라면 장수고을(856-0208)도 강추. 돌솥에 막 지은 밥과 18가지 반찬이 함께 나오는데 가격은 1인분에 4000원으로 저렴하다. ■ 광양 나종년 농장 가볼까 ●신지식인이 만드는 된장 볕 좋은 전남 광양 백운산 자락에 자리잡은 나종년 농장(061-762-3937)은 고로쇠 된장으로 유명한 집. 집에 들어서니 메주를 한창 닦고 있던 할머니가 달갑지 않은 얼굴로 흘깃 쳐다보더니 고개를 돌렸다.“장 담그는 날은 바빠서 원래 남의 집 방문을 삼가는 것이 예의인 것을…” 어쩔 줄 몰라 머리를 긁적이고 서 있느니, 인상좋은 나종년씨가 인사를 건넸다.“저희 어머니는 장 담그는 날 사람들이 오는 것을 싫어하세요….” 나씨의 모친 정정원 할머니는 손맛뿐 아니라 마음가짐까지 옛날방식 그대로였다. 올해 신지식인에 선정된 나씨는 어머니의 손맛에 과학을 접목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우리의 전통음식은 그냥 하던 대로, 관습적인 부분이 많은데 이것을 분석해보면 그렇게 과학적일 수 없습니다.”라며 선조들의 생활속 지혜에 감탄했다. 나씨는 백운산에서 나는 고로쇠 물로 장을 담근다. 나씨 가의 장은 한국식품개발연구원의 성분검사결과, 뼈에 이로운 칼슘이 다량 함유되었으며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을 억제한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되었다. 이렇게 고로쇠수액으로 만든 된장과 간장 덕에 그는 유명세를 타고 있다. 앞으로도 더덕, 도라지 간장, 재첩된장, 쑥된장 등 다양한 기능성 장류에 도전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된장 1㎏에 1만원, 고추장 1만 2000원. ●남도의 명산 백운산 광양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남해안 최고봉인 백운산. 해발 1218m로 전남에서는 지리산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산이며, 주능선이 16㎞에 이르는 큰 산이다. 또한 4월에는 철쭉이 장관을 이룬다. 백운산은 ‘신비의 약수’ 고로쇠나무 수액이 한창이다.8개 마을의 민박농가 174농가에서 채취 판매하고 있으며 18ℓ 한 통에 5만원. 광양시청 산림과(061)797-2423. 또 동곡계곡에 만들어진 백운산 자연휴양림은 신발을 두손에 들고 맨발로 황토와 자연을 느낄 수 있는 황톳길, 등산로, 산책로 등이 좋다. 입장료 성인 1000원. 주차료 2000원. ●천년의 역사를 느끼며 나종년농가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옥룡사지가 있다. 옥룡사는 신라 말에 조그만 암자였던 것을 도선국사가 864년부터 35년 간 거처하며 수백 명의 제자들을 키운 곳이다. 하지만 1878년 화재로 소실된 후 폐찰됐다. 지금은 절터만 덩그러니 남아 있지만 천년 세월의 찬란했던 당시의 문화를 느낄 수 있다. 또한 옥룡사지 입구에 도선국사가 땅의 기운을 보강하기 위해 심었다는 7000여 그루의 동백림은 해마다 이맘때면 붉은색으로 장관을 이룬다. 이 밖에 광양읍에는 16세기 광양현감 박세후가 만든 ‘유당공원’이 고을의 깊은 역사를 전해주고 있다. 유당공원은 수령 400년의 이팝나무를 비롯, 수백년 묵은 고목 수십 그루와 연못이 조화를 이룬 고유의 정원이다. ●광양의 별미 불고기 광양을 대표하는 음식이 불고기.한국식당(761-9292)은 4대째 가업을 이은 불고기집이다. 고기에 양념이 거의 없는 선홍빛의 고기가 한 접시 나온다. 한우의 등심을 얇게 썰어서인지 고기 군데군데 떡심이 붙어 있다. “불고기의 맛은 고기를 손질하는 기술과 양념하는 기술이 맛을 좌우합니다. 갓 잡은 한우의 등심에 붙은 힘줄과 비계를 떼어내고 살코기는 결 반대로 얇게 썰어 내어 손님이 주문하면 바로 양념에 묻혀서 냅니다.”라고 주인 박영희(54)씨는 말한다. 우윳빛 누룽지도 별미. 불고기는 1인분에 1만 3000원. 누룽지는 2000원. 광양읍사무소 뒤에 있다. ● 전통된장이란 발효식품인 우리의 전통 된장이 몸에 좋은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 맛과 향이 사먹는 된장이나 일본 된장과는 구분이 되는데 그것은 바로 바실러스(Bacillus)라는 세균 때문이다. 즉 메주와 된장은 새끼줄이나 짚을 좋아하는 세균, 곰팡이, 효모 등이 작용하여 혈전용해능력, 항암효과 등 각종 효능을 갖는다. 우리 전통된장은 보통 음력 10월에 콩을 삶아 메주를 만들고 볏짚에 묶어 약 1개월 동안 두어 미생물을 자연배양한다. 정월 초에 30℃ 내외의 방에서 15일 정도 발효시킨다. 이때 메주의 표면이 갈라지고 그 틈에 각종 세균과 미생물이 자란다. 다음에는 메주를 씻고 잘게 부숴 말린 다음 항아리에 물과 소금을 적당량 섞어 장을 담근다. 그다음 3개월이 지나면 물과 메주를 분리한다. 그 물을 달이면 간장이 되고, 메주는 곱게 갈아 풀과 소금을 넣어 항아리에 담아 6개월 정도 숙성시키면 된장이 맛있게 익는다. 대표적인 슬로 푸드인 셈이다. 개량된장은 곰팡이의 일종인 황국균을 쌀에 미리 길러 콩과 섞어 만드는데 시간도 단축되고 간편하다. 하지만 1년 동안 항아리에서 숨을 쉬며 적당한 햇살과 좋은 공기로 발효시킨 전통된장과 2주일만에 뚝딱 만들 수 있는 된장을 비교할 수는 없다. ■ 가볼만한 된장마을 ●안성 서일농원 1991년부터 장을 만들기 시작한 서일농원은 수천 개의 항아리들이 가지런히 있는 놓여 있는 풍경이 이색적이다. 주인 서분례씨가 옛 문헌의 고증을 통해 철저하게 된장을 만들고 있다. 된장 1㎏ 2만 5000원, 고추장 4만원.(031)678-3171. ●양평 수진원 수진원은 직접 농사지은 콩으로 된장을 만든다. 물론 농약을 전혀 치지 않으며 황금색의 태광콩만을 고집한다. 임금님 수라상에 오르는 간장, 즉 5년 숙성시킨 조선간장이 유명하다. 된장 900g 1만 2000원, 고추장 500g 2만원. 간장 500㎖ 1만원.(031)773-3747. ●정선 메주와 첼리스트 첼리스트가 만드는 된장으로 익히 알려진 도완녀씨가 강원도 햇콩과 두메산골의 공기와 햇볕, 깨끗한 물을 버무려 예술된장을 탄생시킨다. 청국장환과 된장환까지 제품도 다양하다. 된장 550g 9900원. 고추장 550g 1만 1900원. 청국장환 300g 2만원.(033)562-2710 ●보성 성원식품 보성에서 차밭을 하던 안효성씨가 우연히 된장을 관심을 갖게 되면서 녹차향이 담긴 기능성 된장이 탄생했다. 전통된장보다 녹차의 향 때문인지 된장냄새가 덜하며 맛이 담백하고 깔끔하다. 녹차된장 1㎏ 1만 5000원, 녹차고추장 2㎏ 2만원.(061)853-3529. 글· 사 진 광양·공주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변신된장 쌩뚱맛죠 ● 된장 치킨 샐러드 재료 닭 가슴살 6쪽, 양상추 1/5통, 샐러드용 야채 적당량, 식용유 2컵, 올리브 기름 2큰술,튀김옷(밀가루 1컵, 달걀 1개, 된장물(된장 1큰술, 물 1/2컵), 밀가루 조금),닭양념(양파즙 2큰술, 청주 1큰술, 소금·후춧가루 조금씩),된장소스(된장 2큰술, 마요네즈 3큰술, 머스터드소스 1큰술, 꿀 2큰술) 만드는 법 (1)닭 가슴살은 손가락 굵기로 길쭉하게 썰어 준비한 양념을 넣고 섞은 다음 간이 배도록 잠시 재어 둔다.(2)그릇에 밀가루를 담고 밑간한 닭고기를 넣어 애벌로 밀가루옷을 입힌 후 가볍게 턴다.(3)된장 1큰술을 물 1/2컵에 걸러 풀어 고운 된장물을 만든 다음 밀가루에 붓는다. 여기에 달걀을 깨뜨려 넣고 고루 섞어 튀김옷을 만든다.(4)밀가루옷 입힌 닭고기를 튀김옷에 넣었다가 건진 후 180℃로 끓는 기름에 넣어 바삭하게 튀겨 건진다.(5)양상추를 비롯한 샐러드용 야채를 깨끗이 씻어 물기를 턴 후 먹기 좋은 크기로 찢어 올리브 기름으로 가볍게 버무린다.(6)준비한 소스 재료를 한데 넣고 고루 섞어 소스를 만든다.(7)야채와 닭튀김을 서로 어우러지도록 담은 후 소스를 듬뿍 끼얹는다. ● 두부 바지락 된장소스찜 재료 두부 1모, 바지락 300g, 대파 1/2뿌리, 붉은고추 1개, 다진 파슬리 1작은술, 된장·식용유 1큰술씩, 카레가루 2작은술, 소금 조금 만드는 법 (1)두부는 씻어 물기를 닦은 다음 주사위 모양으로 썬다. 썬 두부는 달군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소금을 조금 뿌려 간하면서 볶는다.(2)바지락은 연한 소금물에 담가 해감을 토하게 한 다음 껍데기끼리 마주 비벼가며 깨끗이 씻는다.(3)냄비에 물 2컵을 붓고 깨끗이 손질한 바지락을 안친 후 대파를 넣어 삶는다. 바지락이 익어 입이 벌어지면 불에서 내린다.(4)바지락 삶은 물에 된장, 카레가루를 넣어 고루 푼 다음 중간 불로 끓인다. 조개 삶은 국물 자체가 짭짤하고 된장의 짠맛이 있으므로 간은 따로 하지 않는다.(5)그릇에 볶은 두부를 담고 된장, 카레가루를 풀어 끓인 (4)의 바지락찜을 떠서 얹은 다음 다진 파슬리와 붉은 고추를 뿌리듯 얹어 낸다. ● 된장 돈가스 재료 돼지고기 안심 400g, 양배추 1/4개, 오이·당근 1/2개씩, 붉은 양배춧잎 3장, 치커리 조금, 식용유 2컵, 된장 2큰술, 물엿 1큰술,돼지고기 양념(청주 2큰술, 양파즙 5큰술, 소금·후춧가루 조금씩),튀김옷(달걀 2개, 빵가루 1컵, 밀가루 1/2컵),된장소스(된장 2큰술, 토마토 케첩 5큰술, 설탕 1작은술, 물 1/4컵) 만드는 법 (1)돼지고기는 돈가스용으로 준비해 앞뒤로 잔 칼집을 넣은 후 양파를 갈아 넣고 소금·후춧가루를 뿌려 밑양념을 한다.(2)밑양념한 돼지고기에 된장과 물엿 섞은 것을 고루 발라 잠시 그대로 둔다.(3)된장 바른 돈가스에 밀가루옷을 입힌 후 달걀물에 담갔다가 빵가루를 묻혀 튀김옷을 입힌다. 마지막에 빵가루가 떨어지지 않도록 손바닥으로 가볍게 누른다.(4)끓는 기름에 튀김옷을 입힌 돈가스를 넣어 바삭하게 튀긴 후 건져 기름기를 뺀다.(5)양배추와 붉은 양배추는 굵은 심을 도려낸 후 곱게 채 썰어 물에 담갔다가 건지고, 오이와 당근도 채 썬다.(6)튀긴 돈가스를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접시에 담고 손질한 야채를 곁들인 후, 준비한 소스 재료를 고루 섞어 듬뿍 끼얹는다. ● 북어포 된장구이 재료 북어포 2마리, 참기름 1큰술, 통깨 1작은술, 식용유 3큰술,된장 양념장(된장·다진 실파 3큰술씩, 다진 붉은고추 2큰술, 청주 1큰술, 참기름·고춧가루 1/2큰술씩, 물엿·설탕 1작은술씩) 만드는 법 (1)북어포는 대가리를 잘라내고 반으로 자른 후 물에 담가 부드러워질 때까지 불린다. 불린 북어포는 흐르는 물에 한 번 씻어 물기를 충분히 뺀다.(2)된장양념 재료를 분량대로 넣고 고루 섞어 양념장을 만든다.(3)물기를 뺀 북어포에 된장 양념장을 고루 바른 후 양념장이 충분히 배어들도록 잠시 그대로 둔다.(4)달군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양념을 바르지 않는 껍질 쪽이 아래로 가게 놓아 한 번 구운 후 다시 뒤집어 다른 면도 익힌다.(5)노르스름하게 구운 북어포를 접시에 담고 참기름과 통깨를 뿌려 맛을 더한다.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놓으면 편리하다. ■ 사진 도서출판 리스컵 제공 ■ 그때그때 발라~요…된장소스 6가지 ‘된장요리의 달인’ 최승주씨는 여성잡지에서 10여년간 요리를 진행하다 손맛과 적성에 맞아 요리연구가로 방향을 돌렸다. 서울 서초동에서 올리브쿠킹(02-568-8141)이란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그는 감각적이고 실용적인 요리를 많이 소개한다. 집에서 담가 먹던 된장·판매 된장·음식점의 된장에서 맛의 차이를 느끼면서 된장에 관심을 집중, 토속음식에서 퓨전까지 된장요리 65가지를 소개한 ‘몸에 좋은 된장요리’란 책도 냈다. ● 된장, 정말 맛있네 ‘음식 맛은 장맛이다.’,‘뚝배기보다 장맛’이라는 속담이 있다. 예로부터 장은 우리 음식문화의 근본이자 음식 맛을 내는 데 빠져서는 안 되는 중요한 조미료로 자연히 장에 관련된 속담도 많다. 그런데 우리음식 맛의 근본인 된장은 늘 밥상에 오르지만 의외로 된장요리 전문점을 찾기 어렵다. 대체로 ‘된장요리’ 하면 된장찌개 정도밖에 떠올리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을 게다. 하지만 된장 샤부샤부, 된장수육, 된장 칼국수 등 된장으로 만들 수 있는 음식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장맛을 찾아 1년 넘게 전국을 다녔다고 하면,‘어느 집 장맛이 제일이냐?’ ‘된장요리 맛집을 추천해 달라.’는 질문을 받곤 한다. 그럴 때는 정말 난감하다. 장맛은 어릴 적부터 먹던 입맛에 따라 기호도가 달라지므로 쉽사리 추천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집요하게 된장요리 맛집을 캐묻는 이들에게 된장으로 맛을 낸 음식도 먹고 장맛도 볼 수 있는 곳을 권한다. 경기도의 슬로푸드 마을로 선정된 파주의 통일촌에 가면 장단콩마을식당(031-953-7600)이 있어 장으로 만든 전통음식을 맛볼 수 있다. 지난 1987년부터 관광객을 대상으로 식당을 운영하기 시작했는데, 손님들이 숟가락을 들고 장독까지 따라올 정도로 장맛이 남다른 곳이다. 직접 농사지은 장단콩으로 담근 된장으로 끓인 된장찌개와 장떡 맛이 구수하고 깊다. 된장과 간장으로 맛을 낸 장아찌와 나물 등 밑반찬도 감칠맛이 제대로다. 충북 괴산군 청안면 질마재 고개 국도변의 호산죽염된장(043-832-1388)은 장을 사가는 사람들에게 손맛과 장맛이 어우러진 밥상을 차려낸다. 된장을 사러 왔다가 공짜로 한끼 대접받는 음식이라 맛에 후한 점수를 매기는 건 결코 아니다. 직접 장을 담그는 이정림씨의 요리솜씨가 쏠쏠해서다. 된장찌개와 장아찌 맛이 토속적이다. 이 집의 된장양념 돼지고기 숯불구이는 특유의 누린내가 나지 않고 뒷맛도 느끼함이 덜하다. 경기도 안성시 일죽면의 전통장집 서일농원에 있는 전통음식점 솔리(031-673-3171)도 된장한정식이 유명하다.‘솔리’밥상에는 된장찌개를 중심으로 더덕, 가죽, 감, 미역, 무, 깻잎, 파래 등 장아찌와 쌈을 싸먹을 수 있는 야채가 나온다. 음식 맛을 평하자면 평균 이상이지만, 유명세에 비해 깊은 맛은 떨어지는 편. 된장찌개와 장아찌 등 전체적으로 짠맛이 약간 강하다. 이밖에 특별한 된장요리를 원한다면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바로 옆에 있는 깡장집(02-720-6152)도 들 수 있다. 뚝배기에 된장을 넉넉히 깔고 그 위에 돼지고기, 양파, 오징어, 마늘, 청양고추를 넣고 자작하게 끓여낸다. 청양고추와 고추장이 들어가 칼칼한 끝맛이 입맛을 돋우는 깡장에다 밥을 비벼 먹다 보면 어느새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혀 ‘정말 잘 먹었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오장동 사거리 골목 안에 있는 장칼국수(02-2276-1715)에서는 된장국물로 끓인 독특한 칼국수와 수제비를 맛볼 수 있다. 오로지 된장으로 맛을 내고, 근대나 아욱, 감자와 같이 된장과 잘 어울리는 야채가 듬뿍 들어가 담백하고 뒷맛이 시원하다. 특히 술 마신 다음날 땀 흘리며 한 그릇 비우면 속이 후련해진다. 인천시 구월동 된장요리전문점 해월 토장집(032-467-6221)은 매스컴 보도로 유명해진 집이다. 된장수육, 토장전골, 된장동태찜, 된장비빔밥, 된장야채전 등 특색있는 된장요리를 맛보기에 좋은 곳이다. 된장육수에 새우, 낙지, 조개 등 해물과 야채를 익혀 샤부샤부식으로 소스에 찍어 먹고 시원한 국물로는 소면이나 밥을 넣어 비벼 먹는 토장전골 맛이 이색적이다. 푸드칼럼니스트 이진랑 이진랑씨는 라디오와 주·월간지에서 푸드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음식평론을 쓰고 있다.‘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보약 된장의 달인들’이란 책의 공동 저자인 그는 “단순히 먹을거리 정보 전달에 머물지 않고 음식문화를 읽어내겠다.”고 말했다.
  • [우리구 올해는] 추재엽 양천구청장

    [우리구 올해는] 추재엽 양천구청장

    “돈 몇푼 더 버는 것보다는 삶의 질을 높이는 게 더 중요합니다.” 양천구는 강남구가 부럽지 않다. 강남권 못지않은 아파트 가격에 서울 최고 수준의 교육과 자연환경을 자랑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살기 좋은 구’로 손꼽힐 정도다. 추재엽 양천구청장이 구정 철학을 ‘쾌적한 환경’이라고 밝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서울에서 가장 살기좋은 도시환경을 만들겠다는 복안에서다. ●서울 최고의 주거환경 조성 추 구청장은 구정의 최우선 순위를 주민들에게 편리하고 쾌적한 주거 환경을 제공하는데 두고 있다. 또 소외된 사람들에게 삶의 희망을 주는 것이다. 구 재정 확충을 위한 특화사업보다 문화예술 시설을 늘리고 교육환경 개선에 주력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추 구청장은 2002년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양천의 주거 환경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해 진력했다. “양천구는 기본적으로 주거중심지역입니다. 시에서 보조금을 받는 구의 입장에서 상업 시설을 늘리는 것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그보다 살기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 데 주력해야 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추 구청장이 지금까지 추진한 것은 양천의 전체적인 리모델링과 인프라 확충사업이다. 그 중심은 ‘디스(THIS) 4대 운동’. 디스는 감사함(Thanks)과 건강함(Health), 편리함(Internet), 즐거움(Smile)을 뜻하는 용어다. 지난해 7월부터 양천에 도덕성과 인간성을 불어넣는 구민 운동으로 전개한 것도 디스 4대운동의 일환이다. 그 중심은 자원봉사자 확충.5000여명에서 2만여명으로 확대했다.50만 양천 전 구민 자원봉사자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양천구민종합휴양시설과 서울청소년의 숲, 해누리 체육공원 건립 등 올해 예정된 사업을 통해 양천의 삶의 질을 한단계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다. 경로당결연사업, 노인복지카드제 운영, 먼저 인사하기, 건강다지기 운동 등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분야까지 신경을 썼다. ●양천의 동서격차 해소 양천의 가장 큰 현안은 동서 격차를 줄이는 것이다. 추 구청장은 목동 등 중산층 지역과 신월·신정동 등 저소득층 지역 사이의 경제적 차이를 해소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업은 신월·신정지역 뉴타운 사업. 올해 기본계획을 수립한 뒤 본격적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복지시설과 도서관, 각종 학교를 건립하는 등 주민편의시설도 대폭 확대된다. 친환경 산업마을인 해누리 영상타운도 마련된다. 이밖에 신정7동 등 6개 지역의 지역개발사업, 신정3동 공동주택건설사업, 신월4동 디지털도서관 건립 등도 시작된다. 올해가 양천의 균형발전을 위한 원년이 되는 셈이다. 추 구청장은 “지난해 수상한 상만 37개에 이르는 등 대내외적으로 많은 성과를 거뒀다.”면서 “남은 임기까지 주민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7) 계룡산과 신종교들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7) 계룡산과 신종교들

    ●정감록, 대항 이데올로기, 신종교, 주체적 근대화운동은 함수관계 ‘정감록’과 나의 만남은 조선의 지배 이데올로기인 성리학을 꺾기 위한 대항 이데올로기가 과연 존재했느냐 하는 화두에서 비롯됐다. 이 문제를 풀려고 나는 서양의 종교사, 중국의 태평천국, 백련교 등에 관한 책을 읽으며 암중모색을 하던 중 ‘정감록’, 대항 이데올로기, 신종교 그리고 주체적 근대화운동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믿게 됐다.“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원불교, 다양한 농촌운동을 전개한 천도교의 경우에서 보듯 신종교는 근대화운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많았다. 뭉뚱그려 말하면, 조선 후기 평민 지식인들이 생산·보급한 ‘정감록’은 동학·증산교 및 원불교 등 한국의 대표적인 신종교들을 낳았다는 것이다. 이들 신종교는 성리학에 대항한 새 이데올로기일 뿐만 아니라 근대화를 위한 대안의 구실도 할 만했다.19세기 말부터 이들 신종교는 민중의 입장에서 ‘제생의세’(생명을 살리고 병든 세상을 치료)와 ‘해원상생’(원한을 풀어 서로를 살림) 운동을 전개했다. 이것은 평민 지식인들이 주도한 운동이란 점에서 한국사상사의 큰 결실이었다. 그러나 이런 신종교들이 기성 이데올로기를 대체하기 전에 한국은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했다. 한국 사회는 조선 후기 평민 지식인들이 애써 창안한 대항 이데올로기를 외면한 채 기독교, 자본주의, 사회주의 등을 수입하는 처지가 됐다. 새 이데올로기를 도입한 사회세력들은 신종교를 일괄 매도하는 경향이 심했다. 그들은 신종교를 ‘유사종교’라든가 ‘사이비종교’라며 무시하고 억압했다. 비유컨대, 수입상품을 팔아먹으려고 토산품에 대해 흑색선전을 펴는 격이었다. 간혹 일부 신종교 단체들이 물의를 일으켰다 해도, 그것으로 신종교 전체를 매도해서 될 일인가. 참고로 말하면 일제시기 신종교 단체들의 인기는 대단했다. 오늘날의 기독교나 천주교보다 수십 배 신도 수가 많았다. 우리는 더 이상 냉혹한 비판자의 편향된 시각에서 신종교 단체들을 홀대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수십년 전 수백만 민중의 지지를 받던 신종교는 ‘정감록’에서 영감을 얻었거나, 사상적 영향을 받았다. 그런 점 때문에 ‘정감록’을 이야기하다 보면 자연히 신종교를 말하게 되고, 신종교를 논의하면 당연히 정감록 이야기를 빠뜨릴 수 없다. 정감록이 신종교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끼친 부분은 ‘때가 되면 진인이 나와서 계룡산에 도읍한다.’는 대목이다. 이것을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신종교마다 일치하지 않아 여러 형태로 구별된다. 나는 편의상 그 형태를 청림교형·보천교형·원불교형 등 3가지로 구분해 부르겠다. 이들의 차이점을 자세히 살펴보는 것은 정감록, 대항 이데올로기, 신종교 그리고 자주적 근대화운동의 상관관계라는 큰 주제에 접근하는 내 나름의 방법이다. ●전통적 정감록 신앙에 근접한 청림교형 신종교 단체들 가운데 조선 후기의 전통적인 정감록 신앙에 가장 가까운 형태를 띠는 것을 나는 청림교(靑林敎)형이라 한다. 엄밀히 말해, 청림교가 늘 그랬다는 뜻은 결코 아니며, 단지 1932년에 발생한 이른바 청림교 사건에서 드러난 그 교단의 모습에서 정감록 신앙의 원초적 형태를 재발견했다는 것이다. 지금은 자취 없이 사라진 청림교지만 본래 1920년 동학에서 갈라져 나올 때만 해도 그 세가 만만치 않았다. 교당이 만주와 지린에까지 세워져 한때 신도 수가 30만명을 오르내릴 정도였다. 청림교는 항일운동에도 열심이어서 일제가 눈엣가시처럼 여겼다고 하는데 마침 1932년 2월 말에 터진 청림교 사건이 결정적인 탄압의 구실이 됐다. 당시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상상하던 정감록과 신종교의 관계를 구체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사건의 내용을 개관해 보자. 이 사건을 통해 우리는 ‘정감록’을 빙자해 ‘어리석은 백성’을 현혹하는 신종교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물론 언론에 밝혀진 사건의 상당 부분은 일제가 조작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 봐야 한다. ●자하도 진인이 보내온 만병통치약 1932년 2월27일자 경성일보에 따르면 일본 경찰은 청림교주 태두섭을 비롯한 30명을 긴급체포했다. 전국 각지에서 농민들에게 금품을 갈취해 사복을 채운 혐의로 붙들려온 이 교단의 간부 11명에게는 결국 실형이 선고됐다. 청림교측은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고 한다. “바야흐로 계룡산에 신국가 건설사업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정감록’에 약속된 대로 곧 진인이 나와 국권을 손에 쥘 것이다. 진인은 이미 청림교 간부들과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는 단계에 있는데 남해 자하도라는 무인도에 숨어 있는 칠성관이 바로 정감록에 예언된 진인이다. 누구든지 청림교를 제대로 믿기만 하면 이 다음에 크게 벼슬한다. 몸에 병이 있는 사람도 아무 걱정하지 마라. 청림교에는 자하도에서 몰래 가져온 신약이 있다. 이 약만 복용하면 만병이 통치되고 불로장생한다.” 청림교에서 말한 자하도와 칠성관은 물론 가공의 섬, 가공의 인물이었다. 다만 ‘정감록’에 남해의 어느 섬에서 진인이 나와 계룡산에 도읍한다고 돼 있는 것만은 사실이라서 많은 정감록 신봉자들은 그 말에 귀를 기울였다고 본다. 청림교측은 진인의 실체를 칠성관으로 파악하고 있던 데다가 진인이 머무는 남해의 섬을 자하도로 정확히(?) 밝혔고, 또 그 진인과 이미 왕래를 하고 있다는 주장까지 하는 바람에 그럴싸하게 들렸던 것이다. 또한 청림교측은 진인이 직접 조제했다는 선약(仙藥)을 시판하기도 했다.‘정감록’에는 진인이 약을 만든다는 말이 전혀 없다. 그렇긴 해도 사람들은 세상을 구하러 나올 진인이라면 그 정도 능력쯤이야 있을 법하다고 믿었다. 진인이란 용어가 본래 도교적인 데다 도교는 장생술(長生術)을 추구하므로 진인과 선약의 관계는 누구에게나 밀접해 보였을 것이다. 이런 사정으로 미뤄 볼 때 불치병에 시달리던 사람들이 청림교측이 파는 선약에 관심을 가진 것은 무리가 아니었다. 만일 식민지 경찰의 수사 결과가 사실이었다면, 청림교 간부들은 이런 ‘황당한’ 거짓말로 ‘어리석은’ 농민들을 속여 사기행각을 거듭했던 셈이다. 거듭 말하지만 나는 일제가 발표한 청림교 사건을 액면 그대로 믿지 않는다. 이 사건은 청림교를 탄압하기 위해 일어난 것이었고, 수사 과정에 혹독한 고문이 있었다. 따라서 사건에 관한 보도 가운데도 일경의 왜곡과 조작이 섞여 있을 수가 있다. ●정감록 신앙의 원초적 형태 어쨌거나 청림교 간부들의 언동에는 조선 후기에 널리 퍼져 있던 정감록 신앙의 원초적인 모습이 재발견된다. 계룡산 천도설의 주인공인 진인의 능력을 빌미로 신도를 끌어들이고 조직의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는 방법 말이다. 비슷한 일이 18세기 정조 때도 있었다. 그때 어떤 사람들은 진인이 해도에서 몰래 군대를 기르고 있다며 군인들이 입을 군복을 마련한다는 빌미로 금품을 거둔 사례가 있었다. 또 어떤 이들은 해도에 있는 진인에게 물어 미래의 운세를 봐주겠다며 의뢰인에게서 복채를 챙기기도 했다. 묘향산 등지에 머무는 진인에게 부탁해 액막이를 하겠다며 제수용품조로 거금을 제공받은 이도 있었다. 청림교 사건에 투영된 신종교의 모습은 대강 이렇다. 이 단계의 신종교는 아직 기성 이데올로기에 대항할 만큼 뚜렷이 정제된 이념을 갖지 못했다. 그 단체의 수장은 스스로를 진인이나 새 세상을 건설할 주역으로 제시하지도 못하는 가운데 정감록에 언급된 진인을 내세워 교단의 조직을 보강하고 운용자금을 거두는 정도다. 이들 신종교는 그저 ‘정감록’을 시세에 맞춰 풀이해 현세적 이익을 도모하는 정감록 신앙에 지나지 않았다. 사실 일제시기 계룡산에 난립해 있던 신종교 단체는 대체로 그 수준이었다. 각지로부터 계룡산에 이주해온 정감록 신봉자들 중에는 일인교단(一人敎團)에 머문 경우도 많았다. 계룡산을 처음 찾았던 1980년대 후반에도 나는 이런 형태의 정감록 신자들을 많이 보았다. ●국가적 차원에서 천지개벽을 바라본 보천교형 그와 다른 차원에서 정감록의 계룡천도설을 수용한 신종교 단체들도 있었다. 정연한 교리체계를 갖추고 국가나 민족의 입장을 내세운 경우인데, 그 대표적인 사례로 나는 보천교(普天敎)를 손꼽는다. 지금은 그 존재가 희미해졌지만 일제시기 보천교는 위세당당한 신종교였다. 보천교는 1911년 증산교에서 독립됐다. 창립자는 차경석(車京石·본명은 輪洪)으로 그는 증산교와 동학의 교리를 녹여내 나름대로 새 세상을 준비했다. 인의(仁義)의 실천을 기본교리로 정했고 경천(敬天)·명덕(明德)·정륜(正倫)·애인(愛人)을 4대강령으로 삼아 상생(相生)·대동(大同)을 강조했다. 한데 이 신종교의 가장 큰 특색이라면 교주 차경석이 ‘정감록’을 적극 원용한 점이다. 그는 천지운도(天地運度·새 세상)를 열 사람은 자기뿐이라며 진인을 자처했다. 새날이 오면 한국은 세계 종주국가가 된다던 차경석의 주장은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1920년대 말 보천교는 동아시아가 한세상이라고 주장함으로써 일제의 대동아공영권에 동조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하였지만, 보천교의 본래 모습은 그렇게 친일적인 것이 아니었다. 보천교 신도들은 일본 상품을 철저히 배격했고 토산품 자급자족운동을 했다.1919년 독립만세운동이 끝난 뒤 허탈감에 빠져 있던 민중은 이런 보천교의 민족적인 성격에 호응해 교세가 급속히 팽창했다.1920년대 중반은 보천교의 전성기로 간부 수가 55만명을 헤아렸고 신도는 6백만명을 넘었다고 한다. 곧이듣기는 어렵지만 1920년 당시 조선총독부가 조사한 기독교 신자 총수 32만 3574명과 비교해 볼 때 보천교의 교세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보천교는 기독교의 20배쯤 되는 신도 수를 자랑했던 것이다. 그들은 ‘정감록’을 인용해 대한독립이 임박했다고 주장했으므로 일제는 보천교의 일거수일투족에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교세가 워낙 큰 데다 교주 차경석의 카리스마가 절대적이어서 감히 교단 해체를 명령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비유하면 당시 보천교는 구한말 동학이 누렸던 민중종교의 위상을 가졌던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식민지 당국이 보천교의 활동을 방치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일설에 따르면 일경에 체포돼 곤욕을 치른 보천교 신도가 3만명 이상이었다고 한다. 조선총독부는 보천교를 반국가적 ‘음모단체’로 규정해 놓고 사사건건 트집을 잡았다. 보천교의 ‘음모’는 대한독립을 목적으로 삼은 것이었고 그 핵심이 ‘정감록’의 계룡산 도읍설이었다.‘정감록’에 “계룡산의 돌이 하얗게 되고, 초포에 배가 다닐 때 세상일을 알 수 있다(鷄龍白石 草浦行舟 世事可知).”는 구절이 항상 문제였다.‘세상일을 알’ 거란 문구를 보천교측은 교주 차경석의 등극으로 풀이했다. 그런데 마침 1924년은 육십갑자가 새로 시작되는 갑자년이라 보천교 신도들은 그 해를 신국가 출범 시기로 보았다. 이른바 지상낙원인 후천세계(後天世界)가 시작될 갑자 원년으로 간주했던 것이다. 종교적 카리스마가 막강했던 차경석은 일반인들 사이에도 인기가 높아서 사람들은 동양을 지배할 권력자라는 의미로 그를 차천자(車天子)라고 불렀다 한다. 물론 비웃음을 담아 그렇게 부른 경우도 적지 않았을 테지만. 1929년 낙성된 보천교의 본부 건물 십일전(十一殿)은 보천교의 교세를 반영한다. 전북 정읍에 건립된 이 건물은 지붕을 덮은 기와가 황금빛을 뿜었으며, 경복궁 근정전보다 무려 2배나 컸다.1924년 등극설이 무위로 끝났기 때문에 보천교측에선 바로 그 십일전에서 기사년(己巳年·1929년) 기사월(己巳月) 기사일(己巳日)에 교주 차경석이 천자로 즉위한다는 소문을 퍼뜨렸다. 기(己)와 사(巳)는 글자의 생김이 서로 비슷한데, 두 글자는 10간과 12지의 중간으로 최상의 양기를 상징한다. 특히 뱀을 뜻하는 巳는 용(辰)과 더불어 성인(聖人) 즉 임금을 가리킨다. 따라서 “기사년 기사월 기사일”이라면 보통 임금이 아니라 전 세계를 뒤흔들 만큼 지도력이 강한 왕이 등장할 시점으로 해석된다. 이 소문으로 수백만 보천교도들은 대한독립의 임박을 믿었고, 그러자 식민지 당국자들은 행여 큰 소요라도 일어날까 봐 전전긍긍했다. 하지만 차경석은 왕이 되지 못한 채 1936년 병으로 죽었다. 조선총독부는 그 소식을 환영했고 보천교 분쇄공작에 나섰다. 졸지에 지도자를 잃은 보천교는 사분오열돼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차경석이 죽은 뒤에도 보천교 신도의 상당 수는 여전히 ‘정감록’의 계룡산 도읍설에 건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신왕조의 수도로 예언된 계룡산에는 후천개벽의 기운이 넘친다. 머지않아 계룡산 신도안에 도읍할 정진인은 차경석의 손자 정동영이 틀림없다.” 일부 신도들은 이런 말을 퍼뜨리며, 차경석의 어머니가 이웃의 정모라는 사람에게 성폭행을 당해 차경석을 낳았기 때문에, 그의 실제 성은 정씨라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폈다. 1930년대 후반 총독부 관변 민속학자 무라야마 지준이 쓴 조사보고서를 읽어 보면, 당시 차경석의 손자는 행방불명이 되고 없었다. 그 점에 대해 신도들의 설명은 달랐다.“차천자의 손자 정동영은 깊은 산속에 숨어 밤낮으로 심신을 수련하고 있다. 이제 정동영이 다시 나타난다. 새 세상에선 정동영을 받드는 사람들이 신양반이 돼 요직을 차지한다.” 성폭행설까지 조작해 자기네 교주의 성까지 바꾼 것은 억지스럽고, 교주가 ‘천자’에 즉위한다고 했던 점은 시대착오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천교의 주장엔 긍정적으로 평가될 부분이 있다. 그들은 정감록 신앙을 대한독립, 지상천국인 후천세계의 관념과 결부시킴으로써 일제에 저항할 원동력을 제공했고, 단순히 항간에 떠도는 예언이 아니라 식민지 지배체제에 대한 대안으로 탈바꿈시켰다. 비록 엉성하긴 했지만 큰 변화였다. 한편 원불교에선 계룡산을 무엇으로 이해했는가 하는 문제는 따로 살펴보겠다.(푸른역사연구소장)
  • [클릭 이슈] 민노 의원보좌관 ‘월급논쟁’

    [클릭 이슈] 민노 의원보좌관 ‘월급논쟁’

    “이런 식으로 당이 운영되면 집에 돈이 넘쳐나는 당원이나 ‘무책임한 가장’만 당에 남게 될 것입니다.” 민주노동당 40대 초반의 한 보좌관이 터뜨린 분통섞인 하소연이다. 최근 마련된 당직자 임금체계 개편안 때문에 민주노동당 보좌관들이 당측에 “근로기준법 위반이 아니냐.”며 집단 반발하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보좌관들의 ‘노동자 선언’이라는 긍정적인 시각과 함께 진보정당 일꾼 스스로를 ‘이기적인 월급쟁이’로 전락시켰다는 비난이 엇갈리고 있다. 70여명의 보좌진으로 구성된 민노당보좌관협의회(노보협·회장 김정희)는 지난달 “당측이 임금을 삭감할 경우, 특별당비 납부를 거부하겠다.”면서 1일까지 입장 표명을 요구하며 ‘집단행동 엄포’를 놓고 있는 상태다. 이들은 다른 당 보좌진들이 매달 250만∼500만원을 받는 것과 달리 120만∼19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월급은 당에서 정한 임금 체계에 따라 모두 특별당비로 납부해 왔다. 이는 의원들 역시 마찬가지다. 매달 800여만원의 월급중 18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특별당비로 내고 있다. 이 중 300만(비례대표)∼450만원(지역구)을 사무실 운영비로 다시 돌려받는다. 하지만 민노당이 최근 단일호봉제를 채택하면서 사실상 임금 삭감에 나서자 발끈한 것이다. 삭감 폭이 클 경우에는 최대 30만원까지도 월급이 줄어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임금 문제’를 둘러싸고 벌써 두번째 겪는 내홍이다. 이미 지난달 14일 윤종훈 회계사가 민노당을 떠나면서 예견된 일이기도 했다. 그는 “당에 희망이 보이지도 않는데 배고픔을 참을 이유가 없다.”면서 ‘사직의 변’을 밝혔었다. ●전임 지도부의 무책임함…현 지도부 막막 민노당은 지난해 총선에서 13.1%의 정당 지지율과 10석의 의석을 확보한 뒤 한껏 고무됐다. 노회찬 전 사무총장 등 전임 지도부는 당직자 임금 문제, 보좌관·정책연구위원 채용시 고임금 등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를 이행하지 않음으로써 ‘장밋빛 공약’을 남발한 셈이고,‘근로기준법 위반’이라는 주장까지 제기될 정도가 됐다. 당시 재원 마련 또는 중앙당, 시·도당 당직자와 임금 기준 등에 대한 구체적 검토는 없었다. 여기에 급여 문제 등을 둘러싸고 김창현 사무총장 등 현 지도부에 대한 불만을 ‘자주(NL)-평등(PD) 계열간의 정파갈등’으로 내모는 움직임이 끊이지 않아 당 지도부는 더욱 골머리를 앓고 있다. 김창현 사무총장은 “실무적 차원에서 해결이 가능한데도 자꾸 정파간 대립으로 몰고 가려는 흐름이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원인 제공자’인 노 의원조차 지난달 27일 서울시당 강연에서 “일선에서 고생은 고생대로 했지만 현재 당은 사람 채용, 보수 지급, 내부 권력과 재원의 배분 문제조차 해결못하고 있다.”며 현 지도부를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핵심 관계자는 “노 의원은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면서 “실제로 당은 자신이 지난해 무책임하게 저질러놓은 일을 처리하느라 고심하고 있는데 그렇게 말하는 것이 상식있는 행동이냐.”고 분개했다. ●당직자와 보좌관의 갈등도 우려 현재 중앙당, 시·도당 당직자들은 4대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퇴직금도 없다. 반면 보좌관들은 4대보험 혜택과 함께 적지않은 퇴직금을 보장받는 혜택도 누리고 있다. 보좌관 월급 120∼190만원은 호주머니에 들어가는액수(NET)다. 보좌관들의 불만과는 달리 당직자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호소한다. 사무총장, 당 상조회장, 노보협 회장 등으로 구성된 ‘당 임금체계 개편연구팀’은 지난해 10∼12월 단일호봉제를 통해 보좌관과 당직자 상호 임금 격차를 차츰 줄여나가는 한편 중앙당직자에 한해 법적으로 보장된 4대보험도 적용하는 내용 등의 새로운 임금 체계를 마련했다. 당 임진수 상조회장은 “민주노동당 일꾼들은 평등주의적 요소가 강한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임금체계의 보완이 불가피하다.”면서 “계속 논의 중인 만큼 조금씩 양보해서 타협안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곤혹스러운 의원단 보좌관들과 함께 일하고 있는 의원들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역시 다른 의원실과 달리 의원-보좌관의 관계가 직접 고용 관계는 아니다. 보좌관의 임금 문제는 당의 소관 사항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깨가 축 처진 보좌관들에게 신명나게 일할 것을 주문하기도, 의원들이 직접 나서서 당에 뭔가를 요구하기도 어렵다는 반응이다. 심상정 의원은 “개인적으로 노보협의 요구가 정당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당 역시 이 문제를 긍정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강한 만큼 잘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남경필-이성헌 논쟁…反朴 vs 親朴 대리전?

    “당 지도부가 보수·우경화됐다.” “왜 박근혜 대표 보고 그렇게 말하느냐. 절대 그렇지 않다.” 한나라당 남경필 원내수석부대표와 이성헌 제2사무부총장이 28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설전을 벌였다. 정치적 공통분모가 많은 남 수석과 이 사무부총장의 논쟁은 그 자체로 눈길을 끈다. 두 사람은 당내 소장파 모임인 ‘미래연대’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남 수석부대표는 박 대표를 추대한 소장파 의원의 한 축이었고, 이 부총장은 지난해 총선 때 박 대표 비서실장을 지냈다. 포문을 연 것은 남 수석부대표. 이날 “한나라당 지지율이 계속 하락하는데 이에 담긴 메시지를 분명하게 파악해야 한다.”면서 “완고한 보수주의와 폐쇄적인 당 운영에 그 이유가 있다.”고 지도부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이 부총장이 발끈했다. 이 부총장은 “‘4대 악법’ 협상을 둘러싼 박 대표의 행보는 강경·보수가 아니라 오히려 이전보다 왼쪽으로 한 클릭 옮긴 중도적 입장이었다.”면서 “객관적 상황을 기준으로 당 노선을 비판해야지 심정적 유추나 확대해석을 하면 무리”라고 반박했다. 두 사람의 논쟁은 지난해 말 4대법안 협상을 둘러싼 시각 차이에서 비롯한다. 남 수석부대표는 4자회담 등 여야의 협상 과정에서 박 대표가 지나치게 원칙을 고수함으로써 당의 수구적 이미지가 부각됐다고 본다. 이는 그가 속한 소장파 의원 모임인 수요모임의 입장과 맥을 같이 한다. 반면 이 부총장은 “국가보안법만 해도 박 대표는 열린우리당의 폐지론에 맞서 개정의 폭을 대폭 넓히는 유연성을 보여줬다.”면서 “박 대표에 대해 강경·보수니 하는 주장은 열린우리당의 입장인데 그에 부화뇌동하는 것은 당 통합을 저해한다.”고 경고했다. 두 사람의 논쟁은 한나라당 내 박 대표의 지지세력과 비판세력의 대리전 양상으로도 비쳐지면서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 한 핵심 당직자는 “곪은 상처가 터진 것”이라면서 “의원연찬회에서도 이 문제로 격론이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달라진 시내버스 서비스

    달라진 시내버스 서비스

    #1. 도봉산∼석수역 구간을 오가는 150번 시내버스를 운행하는 버스 운전기사 이성기(47)씨. 운전석 옆에는 어깨에 견장이 달린 회색 제복이 걸려 있다. 작업복을 입고 운전하면 회사로부터 감점경고를 받게 된다. 육중한 굴절버스를 모는 모습이 ‘비행기의 파일럿’을 연상케 한다. #2. 401번(퇴계원∼석계역) 버스에는 ‘불친절한 시내버스 요금 환불해드려요.’라는 안내문이 나붙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승객이 회사에 항의전화할 정도라면 대단히 화난 것”이라며 “환불 접수를 한 사례는 거의 없지만, 서비스 개선 의지를 나타냈다는 점에서 충분한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불친절함의 대명사였던 버스, 버스기사들이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7월 버스 준공영제가 실시되면서 안정적인 소득원이 보장되자 서비스와 승객안전에 더 신경쓰는 분위기다. 버스 회사들도 운전기사를 지원하는 이력서들이 넘쳐나면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항공기승무원급 친절교육 실시 굴절·저상버스 24대를 비롯, 모두 231대의 버스를 운영하는 서울교통네트웍 소속 기사 600여명은 매일 30명씩 나눠서 ‘대(對)고객 서비스 교육’을 하루종일 받고 있다. 강사는 대한항공 스튜어디스 출신의 김영희씨 등 서비스 전문가 3명. 교육은 지난 24일부터 3월9일까지 실시되며, 이 회사는 올해 교육 예산으로 1억여원을 잡아놨다. 운전기사들은 강의실에 들어올 때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를 외치고, 게임 등을 통해 인사를 습관화한다. 또 사전에 운전 기사들의 태도를 모니터링한 결과를 바탕으로 ‘즐거운 주말입니다.’,‘좋은 아침입니다.’‘오래 기다리셨습니다.’‘조심하세요, 코너돕니다.’ 등의 인사말을 매뉴얼로 만들어 교육하고 있다. 버스기사 10년째라는 문희철(50)씨는 “교육 자체가 흥미롭고 손님들에게 더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회사 안재천 총무팀장은 “모든 것을 손님의 입장에서 생각하도록 친절 마인드를 향상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불친절 기사’는 옛말 버스회사들이 친절에 때아닌 신경을 쓰게 된 것은 지난해 7월 서울시 교통체계 개편과 동시에 버스 준공영제가 실시되면서부터다. 버스 준공영제는 서울시가 노선조정, 운행속도·시간 등 버스 운영에 관한 모든 사항을 책임지고 버스 운행만 민간업체에 맡기는 것. 서울시가 재정지원을 통해 버스 회사에 연 7.2%(고정비 기준)의 ‘적정이윤’을 보장해주기로 함에 따라 수익성이 높은 노선·시간대에만 버스가 운행되던 부작용이 사라졌다. 김경호 서울시 교통개선총괄반장은 “버스 회사들이 만성적인 적자에서 탈출하고 운전기사도 회사 수익을 높이기 위해 무리하게 손님을 태울 필요가 없어졌다.”며 “여유가 생기는 만큼 서비스 개선에 신경을 쓰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버스회사=안정된 직장으로 정착 특이한 점은 버스 준공영제 실시 후 버스기사가 되려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다는 것. 서울시의 재정지원에 따라 평균 2600만원 선이던 버스기사의 연봉이 3100만원 선(한달 26일 근무)으로 높아지고, 하루 근무시간도 9∼16시간에서 9시간으로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버스 창문에 붙여져 있던 ‘버스운전기사 구함’이라는 안내문도 이제는 찾아보기 힘들다. 도원교통 김재섭 총무부장은 “쉽게 들어왔다가 쉽게 나가는 기사들로 인해 그동안 고질적인 인력난에 시달렸지만, 이제는 대기인원만 150여명에 이른다.”면서 “기사들이 정년(57세)을 넘기지 않는 한 퇴직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 빈자리가 쉽게 나지도 않는다.”고 전했다. 대부분의 버스 회사들도 당분간 신규 채용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버스 체계개편으로 중앙버스전용차로제가 실시되면서 버스 운행속도가 최고 2배까지 높아지는 등 운행여건이 좋아지고 있는 데다 저상버스·굴절버스 등 최신형 버스가 도입되는 것도 운전기사의 인기에 한몫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미스터 스마일’ 기사 이강천씨 “쫓기듯 운전하지 않으니 미소가 절로 나오죠.” 도봉산에서 온수동까지 160번 버스를 모는 버스기사 이강천(54)씨의 별명은 ‘미스터 스마일’이다. 손님이 탈 때마다 일일이 인사를 건네고, 노약자가 버스에 타면 자리에 앉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출발하는 게 몸에 뱄다.20년 동안 버스 운전을 해왔지만, 요즘처럼 마음이 편한 때가 없었다. “지난해 7월 교통체계를 개편하기 전에는 민간기업이 버스 회사를 경영하다 보니 한정된 시간에 수익을 많이 내려고 빡빡하게 운행할 수밖에 없었죠. 대부분의 기사들은 승객에게 친절하게 대하기는커녕 사고나 안 내면 다행이라고 여겼습니다.” 당시에는 회사가 정한 배차간격에 맞추려면 하루에 ‘5탕(5회 운행)’을 뛰면서 12시간 일할 때도 허다했다. 주말이면 ‘땜빵기사’노릇을 하느라 휴일을 반납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버스 준공영제가 도입된 뒤로는 ‘오전조’에서 하루 8∼9시간 운행하면서 ‘2탕’만 운행하면 된다. 물론 토요일은 쉰다. “주말에 규칙적으로 쉬니까 가족들이 가장 좋아하죠. 또 반나절만 일하니까 회사 근처에 있는 도봉산에 올라가는 일도 많아졌어요. 무엇보다 좋은 점은 고객에게 인사를 건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고, 안전운행을 할 수 있게 됐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버스개편 이후 월평균 사고건수는 668건에서 512건으로 23.3% 감소했다. 교통체계 개편 이전에는 운전 기사가 차고지에 들어오자마자 다시 일해야 했지만, 휴식시간이 크게 늘었기 때문에 무리한 운행이 줄었기 때문이다. “시민들이 만족할 때까지 철저한 프로정신으로 일할 겁니다. 다만 밤 10시를 넘어서면 버스전용차로에 택시, 승용차, 오토바이들이 뛰어드는 때도 있는데, 이런 것들은 고쳐졌으면 좋겠어요.”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끝없는 세상의 끝-그랜드 캐니언

    끝없는 세상의 끝-그랜드 캐니언

    ■ 캐니언 속속 들여다보記 함부로 혀를 놀리거나 펜으로 옮길 일이 결단코 아니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맛본 밤의 열락(悅樂)이 모하비 사막의 모래바람에 씻겨나가고, 애리조나주 경계선을 넘자마자 몰아치기 시작한 비바람과 진눈깨비에 진저리가 쳐질 즈음, 겨울 그랜드 캐니언의 유일한 관문인 사우스 림(south rim)의 마테르 포인트에 올라섰다. 수백명이 함께 설 수 있는 너럭바위로 내달렸다. 휘 둘러보니 숨이 턱 막혀온다. 혀가 굳는다는 표현이 어울릴까. ●세상의 끝에 펼쳐진 색의 향연 서쪽으로 긴 걸음을 옮기던 태양이 맞은 편 노스 림(north rim)에서 밀려오는 먹구름과 숨바꼭질하는 틈틈이 캐니언의 벽을 캔버스 삼아 자신의 그림자를 드리워 황갈색, 적갈색, 암갈색 빛의 현란한 잔치를 펼친다. 캔버스는 가을 단풍보다 더 요란한 정열로 타오른다. 색의 축제를 더욱 아연하게 만드는 것은 협곡과 단구의 오케스트라. 이곳 장관에 반해 자동차로 1시간여 거리인 플래그스태프시로 집을 옮겨 40년동안 매주 거르지 않고 찾는다는 탐험가 겸 여행작가인 스튜어트 에이치슨이 그랜드 캐니언의 장관을 ‘시간을 향해 열린 창(window of time)’이라고 노래한 것은 전적으로 옳았다. 노스 림의 카바이브 평원이 일직선으로 그려진다. 평원아래 끝모를 절벽이 쩍 벌린 아가리 속으로 내리꽂고 있다. 건너편이 2∼3㎞ 떨어진 거리라는데 믿기지 않는다. 하기야 가장 큰 대척거리가 29㎞나 된다고 하고, 이대로 서쪽으로 내달려 무려 410㎞ 이어져 미드 호수까지 이른다니 도대체 이 캐니언의 엄청난 파노라마를 일생 동안 제대로 음미할 수나 있을까. 순간 세상의 끝자락에 선 느낌이 든다. 그래 맞아. 림(rim) 자체가 테두리란 뜻이지. 마테르 포인트는 사우스 림의 서쪽 끝 허밋 레스트에서 시작된 림 트레일의 끝자락이다. 두 명이 나란히 걸을 수 있는 오솔길이 산뜻하게 포장돼 있다. 그 길을 좇아 서쪽으로 달리니 캐니언의 모습이 조금씩 바뀐다. 마테르 포인트에서 1.2㎞ 거리에 그 유명한 야바파이 포인트가 있다. 또 다르다. 손과 발을 내저어 호흡이 가빠질 정도로 빠른 걸음을 내디디니 자연은 전혀 다른 감동으로 다가온다.‘누워있는 산’이란 뜻을 지닌 카이바브 포레스트의 북쪽에서 뻗어나온 노스 림의 3대 장관 중 브라이트 에인절 포인트와 케이프 로열의 위용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브라이트 에인절에 이르는 노스 카이바브 트레일이 흐릿한 실선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그리고 그만이었다. 사위가 너무 어둡다. 관광객 모두 장탄식을 늘어놓으며 카메라를 힘없이 내려놓는다. ●범접(犯接)할 수 없는 대자연의 속살 다음날 아침, 간밤의 숱한 기원과 염원에도 여전히 하늘은 시커멓다. 묵던 호텔에선 정전(흔한 일이라고 했다.)으로 식사가 불가능해 도너츠와 요구르트를 챙겨 들고 다시 핸들을 붙잡았다. 이번에는 마테르 포인트 앞에서 우회전, 데저트뷰 드라이브로 내달렸다. 바닐라향이 난다는 판데로사 소나무 숲이 왕복 2차로 가에서 우리를 맞는다. 숲과 관목 아래 눈이 이만큼씩 쌓여있고 진눈깨비가 흩날리는데도 길은 멀쩡하다. 데저트뷰 포인트에 다다르자 자동차 문을 열 수가 없다. 강풍 탓이다.20분 기다렸다 동쪽 하늘을 보자 맑은 빛이 드러난다. 이때다 싶어 또 뛴다. 호피족이 지었다는 워치타워를 왼편으로 흘리며 전망대에 다가서자 거짓말처럼 먹구름이 사라진다. 마법사가 ‘훅∼’하고 입을 모아 분 것처럼. 멀리 케이프 로열과 데저트 사이로 굽이치는 콜로라도강의 위용이 한눈에 들어온다. 여기처럼 콜로라도강이 분명히 잡히는 곳이 없단다. 카메라 셔터를 몇번 누르자 곧 시커먼 구름이 몰려온다. 계속 서진(西進)하며 포인트마다 들렀다가 틀렸다 싶으면 다시 포인트를 옮기는 일이 되풀이됐다. 캐니언은 그때마다 속살을 감추려는 아낙네마냥 구름 속에 숨는다. 다시 선 야바파이 포인트에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의 강풍이 불더니 그때서야 계곡은 제 모습을 드러낸다. 수많은 단구는 포인트 주변에 쌓인 눈이 무색할 만큼 푸른 빛이다. 단구 위 하얀 실선, 트레일들이 거기에 미친 사람의 발길을 웅변하고 있다. 내려가보고 싶지만 야키 포인트 아래 카이바브 트레일 입구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만한 길은 온통 눈얼음이 덮여 위험하기 짝이 없다. 자칫하면 절벽 아래 시간너머 영원으로 추락할 것 같다. ●대협곡, 위대한 미지(未知) 다른 일정 탓에 아쉬운 발길을 돌려야 했다. 과학적 탐사의 첫걸음을 내디뎠던 존 웨슬리 파웰 소령은 그랜드 캐니언을 “위대한 미지”라며 “한눈에 이곳을 보는 것은 불가능”이라고 단언했다. 지질학자 클래런스 더튼은 “하루나 일주일, 혹은 한달안에 이곳을 제대로 파악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으며 공부하고 또 공부해야만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늘에서 경비행기를 탄 채 이 장관을 굽어보고 자동차로 몇개 포인트 들러 그랜드 캐니언을 보았다고 장담할 일이 아니다. 당장 우리에게 접근이 허용된 양대 림 지역은 캐니언의 20분의1도 되지 않는다. 도대체 뭘 보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남은 건 후회요, 전날 오후부터 하나라도 더 보겠다고 미친 듯 발을 동동 구른 자신이 우습게까지 여겨진다. 우리는 무얼 볼 수 있을까. 제대로 된 눈이 있기라도 한 것일까. 그랜드 캐니언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그랜드 캐니언은 나이:23억세(지구 연령의 절반)*어떻게 만들어졌나*:2억5000만년 전 바다 지층이 융기되면서 협곡이 형성됐고 600만년 전부터 콜로라도강에 의해 침식 진행 길이:446㎞(경부선 철도 444.3㎞) 면적:4291㎢ 깊이:평균 1609m 대척점:최대 29㎞ 날씨:한겨울 영하 9도,한여름 40도 지질 박물관:17억년된 바닷물 침전 암괴로부터 2억 5000만년 전 형성된 맨 윗부분 지층에 이르기까지 망라 첫 탐사:1869년 존 웨슬리 파웰 소령이 보트 4대로 콜로라도강을 따라 여행,72일만에 미드호수 근처에 이르렀음 국립공원:1908년 천연기념물 보호지역으로 설정됐다가 1919년 지정 ■ 이렇게 즐겨요 그랜드 캐니언은 해발 2000m가 넘는 지역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도로가 평탄하고 곧다. 한겨울에도 웬만한 눈에는 빙판이 되지 않는다. 자동차나 셔틀 버스로 포인트에 들러 한번 쓱 둘러보고 다른 포인트로 옮기기 매우 편리하다. 그러나 여행의 참맛은 역시 몸을 움직여 땀을 흘려 걷는 데 있다. 그랜드 캐니언에서 몸을 움직여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트레일 하이킹 여섯 군데의 트레일을 발로 토담토담 걸어보자. 가장 쉬운 트레일은 역시 림 트레일. 자전거를 이용할 수도 있고 휠체어로 갈 수 있을 정도로 길이 평탄하다. 여름 한낮에는 이 지역도 40도 가까이 기온이 올라가는 만큼 체력을 감안, 돌아올 길을 미리 그려보고 출발해야 하며 일사병 등에 주의해야 한다. 브라이트 에인절 트레일(왕복 19.6㎞)은 하루종일 걸어야 하지만 트레킹족이 가장 즐겨찾는 명소다. 해뜨기 전 출발해도 해지기 전에 돌아오려면 상당한 체력이 요구된다. 따라서 충분한 물을 채우고 비상식량을 준비해 출발하는 것이 좋다. 야키 포인트에서 내려가는 사우스 카이바브 트레일은 왕복 2.4㎞의 우아 포인트와 4.8㎞ 걸어야 하는 시더 리지 트레일이 권할 만하다. 트레일 입구에 주의사항을 적은 게시판을 반드시 읽고, 주변의 정보센터에 들러 전문가에게 체력 측정이나 짐 점검 등 충분한 교육을 받고 트레일에 들어서는 것이 좋다. 한여름 오전 11시에서 오후 5시 사이에 하이킹하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한해 250명 이상이 꼭 조난 당한다는 사실을 주지하자. ●인디언 레저베이션 그랜드 캐니언 주위에는 모두 3개의 레저베이션이 있다. 미드 호수 아래쪽의 후알라파이, 사우스림 바로 아래 하바수파이, 데저트뷰 포인트 서쪽의 나바호 등이다. 이들 지역에 들어가는 길은 대부분 비포장이어서 폭우가 쏟아지는 여름에는 접근하기 힘들다. 사우스 림안에도 원래 이 땅의 주인이었던 원주민의 흔적이 있다. 데저트뷰 포인트에 닿기 10분 전에 투사얀 폐허 박물관이 있는데 12세기 동안 이 지역을 호령했던 고대 푸에블로족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시간에 쫓긴다면 경비행기나 헬기를 이용한 투어를 권할 만하다. 라스베이거스에서 경비행기를 이용해 그랜드 캐니언 일대를 내려다본 뒤 공원 입구의 공항에 내려 점심을 든 후 전망 포인트에 들러 장관을 관람하고 그날 라스베이거스의 호텔로 돌아오는 프로그램(세금 포함 240달러)이 인기있다. 호텔 1박을 포함해 일출과 일몰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세금 포함 315달러)도 있다. 연간 50만명 송객 실적을 갖고 있는 시닉항공은 서울(02-3444-0900)지사를 두고 있다. 비행기 안에선 16개국 언어로 개인이 볼륨을 조절할 수 있는 헤드폰을 통해 설명을 즐길 수 있다. ●이밖에 콜로라도강의 급류를 만끽할 수 있는 래프팅 프로그램도 호텔 데스크 등에서 예약할 수 있다. 또 노새 등에 올라타 브라이트 에인절 트레일을 내려가는 짜릿한 즐거움을 선사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그랜드 캐니언 빌리지에 있는 엘 토바르 호텔 근처에서 출발한다. ■ 이렇게 가세요 그랜드 캐니언만을 생각해 여행계획을 짤 수는 없는 노릇. 비행기 삯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 서부지역의 친지 방문 길에, 연수나 출장 길에, 혹은 라스베이거스 세계가전쇼(CES) 관람의 짬을 내 그랜드 캐니언을 둘러보는 것이 좋겠다. 미국은 예약문화가 철저하기 때문에 미리 여행 일정과 예산을 빈틈없이 짜야만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남쪽으로 40㎞ 떨어진 새너제이 지역을 출발, 라스베이거스에서 1박한 뒤 다음날 늦은 오후 사우스 림에 도착하는 일정은 도중에 캘리포니아 곡창지대와 광활한 지평선, 네바다 모하비 사막, 눈보라가 흩날리는 애리조나주를 달리는 맛이 남다르다. 비좁은 한반도에서 느낄 수 없는 짜릿한 멋이 있어 권할 만하다. 승용차로 첫날 10시간, 둘째날 7시간 운전했다. 편도만 1280㎞를 달려야 했지만 미국 기름값이 싼 편이어서 하루 평균 20∼25달러밖에 들지 않았다. 대도시가 훨씬 싸다는 점을 기억하자. 또 열쇠를 뺀 상태에서 차 문이 잠길 경우에 대비, 반드시 열쇠를 두 개 이상 가져가야 한다. 라스베이거스에서 렌터카를 이용하는 것도 괜찮으나 다른 도시에 견줘 값이 엄청 비싼 편이다. 모하비 사막을 지날 때 돌풍이 일 수 있으므로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라스베이거스까지 비행기로 이동한 다음, 암트랙을 이용해 플래그스태프까지 온 뒤 나바 호피 투어스(왕복 40달러,1-800-892-8687)나 사우스림 트래블(왕복 35달러,1-888-291-9116)을 갈아타면 사우스림에 이를 수 있다. 그레이하운드 버스를 이용해 플래그스태프까지 올 수도 있다. 사우스림의 그랜드 캐니언 빌리지에서 무료 셔틀버스를 이용해 각 전망 포인트를 둘러볼 수 있다. 특히 동절기 승용차 출입이 통제되는 웨스트림은 반드시 셔틀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셔틀버스가 운행되지 않는 일출, 일몰 시간대나 데저트뷰 드라이브를 순회하는 버스 투어도 있다.12∼28달러. 호텔 데스크에서 예약하면 된다. 라스베이거스나 그랜드 캐니언 모두 하루 90달러 안팎에 묵을 수 있다. 인터넷으로 예약할 경우 10∼20달러 할인받을 수 있고 미국 호텔들은 신용카드를 조회한 뒤 열쇠를 건넨다는 점을 잊지 말자. 그랜드 캐니언 빌리지안에 있는 인포메이션센터에서 ‘더 가이드’라는 정보지를 얻으면 호텔과 식사 정보 등을 얻을 수 있다. 또 엠펙 호텔 예약센터(303-29-72757,w ww.amfac.com)에선 캐니언안 모든 호텔을 예약할 수 있다. 아침은 호텔에서 해결하고 점심은 햄버거, 저녁은 요즘 한창 뜨고 있는 판다 익스프레스(중국 음식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뷔페 체인점) 등을 이용하면 하루 25∼30달러면 충분하다. 사우스림 입장권은 한번 끊으면 일주일 동안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자동차는 대당 20달러,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이들은 개인당 10달러, 그외 한번 끊으면 1년동안 미국의 모든 국립공원을 무상 출입할 수 있는 50달러 입장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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