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이슈] 근본대책 어물쩍… 수돗물 오염 연례행사
대구 시민들의 식수원인 낙동강 수계의 다이옥산 파동이 열흘이 지났지만 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다. 21일 대구 정수장에서 생산된 수돗물의 1,4-다이옥산 농도가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세계보건기구(WHO) 가이드라인(권고치) 아래로 떨어졌지만, 법적 규정의 미비와 다이옥산 고유의 특성, 겨울철 가뭄까지 겹쳐 언제 또다시 이번과 같은 낙동강 수계 식수파동이 재현될지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수돗물 불신 최고조
정부는 이번 파동의 원인을 낙동강 수계 영남 중북부지역의 경우 구미와 김천지역 합섬업체 9곳에서 다이옥산이 배출돼 낙동강으로 유입됐기 때문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업체들은 폴리에스테르 섬유 생산작업을 한 뒤 부산물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이옥산을 낙동강으로 배출하고 있다는 것. 이 과정에서 화섬업체들의 다이옥산 과다 배출 가능성이 최우선 문제로 지적됐다. 또 이 업체들 이외의 다른 배출원이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기존 업체들은 2004년 1차 다이옥산 파동 후 강제력이 없는 배출량 협약만 관계 당국과 체결했다. 낙동강 본류 왜관철교 지점의 원수 권고치를 50㎍/ℓ로 정한 것이 고작이다. 당국은 협약만 믿고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금까지 발암의심물질인 다이옥산을 ‘특성 수질 유해물질’로 분류하지 않고 방치했다.
●반복되는 낙동강 수질오염사고
여기에다 최근 강수량 부족과 낮은 기온 등 기상현상도 이번 사태를 악화시켰다. 비가 오지 않은 탓에 낙동강으로 흘러드는 하루 유량은 예년의 450만t에서 올들어 350만t으로 급감했다. 또 안동댐, 임하댐 등 낙동강 수계 댐의 저수량도 20~30%로 낮아져 물을 마음대로 방류할 수 없었다.
이와 함께 낙동강의 낮은 수계 온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신상희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 환경연구사는 “다이옥산은 휘발성이 강해 물의 온도가 6~7도만 돼도 휘발성이 많아지고 자연적으로 오염도를 크게 줄일 수 있으나, 이번의 경우 낙동강 수계온도가 0~3도로 굉장히 낮아 농도를 줄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규제 범위내 배출해도 강물 줄면 오염 가중
환경부는 이날 구미시청에서 대구시와 경북도, 구미시,대구지방환경청, 합섬업체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다이옥산 긴급관리 대책회의’를 가졌다. 회의에서는 당분간 화섬업체들이 보관 중인 다이옥산 폐수를 전문처리업체에 맡겨 배출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4대강 살리기 사업과 연계해 장기적으로 대구권 취수장 상류 이전과 취수원 다변화를 적극 검토키로 했다. 환경부는 또 이달 30일 다이옥산을 ‘특정 수질 유해물질’에 포함시키고 조만간 방류수 기준치 등도 공포할 것으로 알려졌다.
●근본 해결책은 없나
대구시는 수질오염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2007년 4월 취수원 상류 이전 방안에 대한 타당성 검토를 했으나 고비용과 오염 개선 실효성 등을 이유로 사실상 어려운 것으로 결론냈다. 대신 비상사태에 대비해 하루분 이상의 원수를 확보해 두는 ‘비상 원수 저류조’ 신설을 적극 추진 중이다. 경북도는 갈수기에 다이옥산 농도에 따라 예산으로 폐수를 위탁 처리해 주는 방안을 내놓았다. 또 구미하수처리장 시설개선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다이옥산에 대한 먹는물 수질 기준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본은 2004년 4월 WHO 가이드라인(권고치)과 같은 50㎍/ℓ를 먹는물 수질기준으로 정했다. 미국의 매사츠세츠주와 메인주, 미시간주는 50~80㎍/ℓ를 각각 수질기준으로 정하고 있다.
한국물환경학회 회장인 고려대 윤주환 교수는 “낙동강 수량을 증대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특히 낙동강은 다른 국가하천에 비해 갈수기인 겨울철 수량이 크게 부족해 이 같은 문제가 되풀이되고 있다.”며 “낙동강 상류에 댐을 막아 적정 수량을 공급하든지 낙동강의 퇴적물을 걷어 내 더 많은 수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이옥산을 배출하는 업체는 유출량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해야 하고, 해당 지자체와 정부는 이들 업체의 폐수 처리 종합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구 한찬규 김상화기자 cghan@seoul.co.kr
●다이옥산(C4H8O2) 사전적 의미는 투명 무색의 유기화합물로 실온에서 액체이며 끓는 점은 101도다. 1,2-다이옥산, 1,3-다이옥산, 1,4-다이옥산 세 종류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다이옥산이라고 하면 1,4-다이옥산을 가리킨다. 기계 세척제, 시약, 안정제 등으로 쓰이며 물과 잘 섞이는 성질이 있다.
WHO는 성인이 30년 동안 1,4-다이옥산의 농도가 50㎍/ℓ인 물을 하루 2ℓ씩 섭취하면 10만명당 1명의 발암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국내에서는 배출 허용기준이 없어 WHO 권고치 50㎍/ℓ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