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내년 예산 재정건전성 회복의 기반으로/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정부가 2010년도 예산안을 발표하였다. 이번 예산안 발표는 예년에 비해 주목을 더 받았는데, 이는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에 대한 국내외의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이번 예산안이 재정건전성 회복의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다. 예산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정부의 총수입은 올해 대비 8조원가량 증가한 288조원으로, 정부의 총지출은 올해 대비 8조원 감소한 292조원으로 계획되었다. 이러한 수입 증대와 세출 감소를 통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수지 적자폭은 올해의 -5.0%에서 -2.9%로 작아질 전망이다.
재정건전성 회복을 위해 납세자들은 물론 정부 부처도 인기가 없는 세수 증대와 세출 감소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내년 예산안은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먼저 재정 지출을 살펴보자. 재정지출 분야 가운데 2009년도 본예산과 비교해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인 분야는 복지와 연구개발(R&D)이다.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한 2009년 예산에 견줘 증가율을 계산하면 복지 분야는 오히려 감소세를 보이는데, 올해 추경에 복지 분야에 대한 한시적 지출이 많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측면을 고려하면 추경포함 예산 대비 증가율이 마이너스라는 것에 대해 비판하기 어렵다. 전체적으로 복지와 R&D 지출 증가와 산업 관련 지출 감소라는 재정배분 변화의 방향은 올바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개별 사업들의 타당성을 보다 엄밀히 검토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4대강 살리기 사업, 미소금융, 학자금 안심 대출 등 신규 재정지출 사업들에 대해서는 타당성을 엄밀히 검토해 예산의 낭비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업초기에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의 총수입 측면을 살펴보면 총수입 증가의 상당 부분이 조세 수입이 아닌 세외 수입과 부담금 수입 증가로 조달되고 있음이 눈에 띈다. 세외 수입 증가는 한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조세와 별반 다르지 않은 부담금은 국회와 국민의 통제를 덜 받는다는 점에서, 이러한 세외수입과 부담금 수입에 의존한 총수입 증대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보다 근본적이며 원칙적인 대응은 이미 발표한 감세안 중 일부를 유보하여, 단기뿐 아니라 중장기적으로도 세원을 확보하는 것이다.
세수 증가의 세부 내역에도 다소 우려되는 부분이 존재한다. 금융기관들이 수령하는 채권 이자소득에 대한 법인세 원천징수제도를 내년에 부활할 예정인데, 이러한 변화는 세수를 증대시키지 못하고 2011년에서 2010년으로 세수를 단순 이전시키는 효과만을 가질 뿐이다.
조세부담률의 중장기 목표치를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조세부담률을 올해 20.5%에서 내년 20.1%로 낮추고, 2013년에는 소폭 증가한 20.5%로 계획하고 있다. 조세부담률 수준의 중기 목표치를 현재의 20.5%에서 2%포인트가량 상향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것에는 동의하나, 현재 MB 정부가 목표로 하고 있는 작은 정부는 지나치게 작은 정부로 보인다. 더욱이 재정 지출은 재정 수입보다 적게 감소시켜 재정건전성 회복이 지연될까 우려되기도 한다. 한 국가가 발전함에 따라 복지, 의료, 안전, 교육 등의 정부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에 정부의 재정지출은 경제·사회 발전에 따라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재정지출의 증가는 당연히 세수 확대를 통해 조달해야 하고, 재정지출의 점진적 증가에 맞추어서 조세부담률도 높여야 한다.
정부의 예산안이 발표되면 잠깐 주목을 받다가 어느새 관심 밖으로 멀어지게 되곤 한다. 정부의 사업 재원을 부담하고 정부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주체가 바로 우리 자신임을 인지하여, 우리의 돈이 얼마나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사용되는가에 대해 보다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