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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비토크라시의 한국 정치 이대로 좋은가/조성대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열린세상] 비토크라시의 한국 정치 이대로 좋은가/조성대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자유한국당이 국회로 들어오겠다고 해 17번째 장기 파업과 국회 공전이 끝나나 했는데 그것이 아닌 모양이다. 검찰총장?국세청장 인사청문회 등 관심 상임위원회만 참여하겠단다. 시급한 민생 문제를 해결하려는 추경 예산안은 심사할 수 없단다. 여야 4당이 합의해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한 선거법 개정안, 공수처설치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철회하고 사과하지 않는 한 국회 정상화는 없다고 한다. 그러나 국회는 입맛대로 골라 먹는 뷔페식당이 아니다. 편식이 지나치면 건강에도 해롭다. 이 정도면 비토크라시(vetocracy)가 한국 정치를 지배하고 있다고 할 만하다. 거부권(veto)과 통치(cracy)가 결합된 신조어인 비토크라시는 한 정파의 고집스런 거부권 행사로 이도저도 하지 못하는 무결정의 상태가 지속되는 정치체제를 일컫는다. 이는 대통령제의 특징에서 기인한다. 의회의 다수파가 행정부를 맡고 책임 정치의 결과에 따라 임기 중에라도 내각 교체 혹은 조기 총선을 치르는 내각제에서는 발생할 일이 거의 없다. 반면 대통령과 국회의원이 각각 고정된 임기를 지니며, 생존에 서로 영향을 받지 않는 대통령제에서는 교착이 발생할 수 있다. 여소야대일 경우 더 빈번하다. 비토크라시는 교착이 고질적인 상태를 지칭한다. 한국의 정치제도는 다른 국가들보다 비토크라시에 한 발짝 더 가깝다. 대통령과 의회를 다수제적으로 선출하고도 정작 의회를 합의제에 가깝게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국회법상의 교섭단체 협의제는 의안의 회부, 상정, 심의, 표결 절차에서 야당의 실질적인 거부권을 보장하고 있다. 일반 상임위, 법사위, 본회의의 단계마다 교섭단체 협의를 거쳐야 하는 것도 곤혹스럽다. 물론 야당엔 이보다 좋은 제도가 없다. 그러나 법 통과가 어려우니 정부와 여당엔 죽을 맛이다. 그래서 과거엔 상임위원장 및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 권한을 부여했었다. 돌아온 결과는 날치기와 몸싸움이었다. 직권상정제도를 폐지하면서 도입한 신속처리절차는 운영에서 5분의3의 동의를 요구한다. 이 또한 단순 과반을 훌쩍 뛰어넘는 가중다수를 요구하기에 국회의 합의제적 성격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몸싸움을 없애는 대신 더 많은 다수를 모으라는 취지는 민주주의의 원리에 더 충실하므로 이 정도면 동물국회에 대한 타개책이 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갖게 했다. 문제는 5분의3이 동의한 정책을 5분의2 의석인 한국당이 무조건 반대하면서 비롯됐다. 과정에서 보인 폭력은 논외로 하더라도 이런 반대가 정당하고 적절한지 의문이다. 다수의 지배보다 소수를 지나치게 보호하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한발 더 나아가 모든 의사일정을 거부하며 장외투쟁에 올인했다. ‘무노동 무임금’을 외쳤던 사람들이 정작 일하지 않으면서 임금은 꼬박꼬박 챙겨 가는 역설이 발생한다. 이제 국회로 돌아온다 하니 반갑긴 하지만, 선별 노동만 하겠다니 세비도 선별로 받아 갈 것인지 묻고 싶다. 역대 국회에서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민생 법안은 대부분 여야 합의로 통과됐다. 반면 정부와 여당의 국정 현안은 그 자체로 여야 간 갈등을 배태해 합의가 무척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동물국회니 식물국회니 하는 수사가 생겨난 곳이기도 하다. 이 정부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대통령의 국정 현안을 야당이 저지하려는 과정에서 국회폭력과 장외투쟁이 발생했으니 말이다. 한데 의회는 이러한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규칙을 지니고 있다. 과반규칙이 바로 그것이며 모든 민주주의 국가 의회가 정책 결정의 룰로 채택하고 있다. 최소승리연합인 과반이 찬성하면 이를 심의ㆍ의결하고 집행하게 하자는 것으로 대의제 민주주의의 기본 운영 원리다. 하물며 5분의3이 동의한 정책이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대의제 민주주의는 책임 정치를 근간으로 한다. 아무리 틀린 결정도 결정하는 것이 무결정보다 낫다. 책임지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는 정책안을 만든 5분의3과 이를 거부하는 5분의2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한다면 누구의 손을 들어 줘야 하는가는 명확하다. 한마디 덧붙인다. 지금의 정기회와 임시회를 지닌 국회 구조를 없애고 연중 상시국회를 만들자. 그래야 일하지 않으면서 먹는 사람이 없을 테니까.
  • “국회의원 연봉, 文의장이 결단만 하면 당장 확 줄일 수 있다”

    “국회의원 연봉, 文의장이 결단만 하면 당장 확 줄일 수 있다”

    20대 국회 본회의 처리율은 29%로 역대 최저다. 도대체 일을 하지 않는다며 ‘식물 국회’라는 오명이 붙었다. 그러자 펄펄 뛰며 살아 있음을 보여주려 했을까. 지난 4월 30일 선거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막기 위해 상임위 회의장을 육탄전 펼치듯 점거했고, 국회 사무처 팩스를 부쉈고, 동료 의원을 감금하다시피 했고, 국회의장실로 몰려들어 국회의장을 병원 수술실로 실려 보냈다. 누리꾼들은 국회선진화법을 전면으로 부정하며 날뛰는 국회의원들이 곳곳에 출몰한다 하여 이번에는 ‘동물 국회’라 불렀다. 지난 4월 5일 본회의 일정을 끝으로 두 달 반 동안 국회는 열리지 않고 있다. 다시 ‘무생물 국회’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었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 합의로 지난 19일 국회가 반쯤이나마 겨우 문을 열었다. 물론 개점휴업 상태는 변하지 않았다. 하승수(51)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를 만나 현실정치의 개혁 과제와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국회가 꽉 막혀 있건 말건, 법안이 통과되건 말건 국회의원들은 매달 1140만원 꼬박꼬박 월급을 받는다. 각종 수당에 명절휴가비 등까지 합쳐 연봉으로 치면 1억 5100만원이다. 이 중 4700만원은 입법활동비와 특별활동비 명목의 비과세다. 그렇잖아도 가뜩이나 팽배한 국민의 정치 혐오와 불신은 더욱 커져만 간다. 지난 18일 만난 하 대표에게 최근 꽉 막혀 있는 국회를 바라보는 전체적 느낌을 먼저 물었다. “사실 한국당이 이렇게까지 국회를 내팽개칠 줄은 몰랐어요. 황교안·나경원 체제가 들어서며 사실상 총선 태세로 들어갔고, 그래서인지 생각보다 훨씬 강도 높게 개혁에 저항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국회의원으로서 역할을 거부하는 한국당의 행태에 혀를 내두른 하 대표는 사실 ‘국회의원 프로 고발러’다.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를 겸하고 있는 그는 최근 국회선진화법 위반으로 국회의원 7명+α(불상의 다수 국회의원)를, 지난 1월에는 허위 증빙으로 정책개발예산을 쓰거나 남의 정책자료집을 표절한 국회의원 12명을 대표고발했다. 또한 상임위 유관기관 예산으로 해외연수를 다녀온 국회의원들 38명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진행하고 있어 이 결과가 나오는 대로 이들을 김영란법 위반으로 고발할 예정이다.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으로 시작해 제주대 법학과 교수 등을 지냈고, 공인회계사, 변호사 등 번듯한 이력이 있지만 현재는 정치개혁을 지상과제로 삼고 있다. -시민사회에서 요구하는 정치개혁의 요체는 무엇인가요? “국회의원 특권 폐지와 국민소환제, 그리고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제 개혁입니다. 이 세 가지는 어느 하나 빠질 수 없이 모두 맞물려 있습니다. 정치개혁을 위한 삼위일체 방안이라 할 수 있죠.” -이러한 정치개혁 주장에 대한 하 대표께서 체감하는 시민들의 반응은 무엇인가요? “그런데 참 안타까운 건 특권 폐지를 얘기하고 국민소환제를 얘기하면 박수를 보내고 찬성하는 국민이 많은데, 막상 선거제 개혁 또는 국회의원 정수 확대 얘기가 나오면 ‘그놈이 그놈’이라면서 외면하기 일쑤입니다.” -답답한 마음이 들 때도 많으시겠네요? “사실 저도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1998년 참여연대 활동 이후 계속 국회와 국회의원들을 지켜보고 있는데, 국회 수준이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사회가 긍정적으로 변화 발전하고 있음에도 유독 국회의원들은 구체적 개혁 과제와 정책 과제를 갖고 있기보다는 중앙당 지도부의 구심력에 의해 강제되는 느낌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불신과 냉소, 혐오가 팽배해질 수밖에 없겠죠. 하지만 민주주의를 하는 나라에서 의회는 필수적인 장치입니다. 생활 필수품이 고장 났거나 불량품이라면 제대로 고쳐서 쓰거나 반품해야 되는 것이지요.” -그래도 의원정수 확대 같은 경우, 대의명분이야 충분하겠지만, 정치 불신 정서가 워낙 큰데 가능할까요? “일단 특권 폐지와 국민소환제를 정치현실에 구현하는 것을 당장의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국회의원 연봉을 줄이는 등 특권을 확 줄이고 국민들이 불량품을 교체할 수 있는 환경이 현실 정치 속에 조성된다면 국민 공감대도 충분히 높아지면서 의원정수 확대에 반대하지 않고 오히려 찬성과 지지를 보낼 것이라 믿습니다. 의원정수 확대 또한 특권 축소의 방향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국회의원 특권 폐지는 국회의원 스스로 개혁해야 하는 일인데 현실적으로는 불가능에 가깝지 않을까요? 고양이에게 스스로 목에 방울을 달라는 것과 마찬가지 상황인데…. “네, 그렇습니다. 국회의원 특권 폐지는 사실 입법기관인 국회가 스스로 결단해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에 어려움이 큽니다. 다만 늘 비판의 우선순위인 연봉 줄이기는 결코 어렵지 않습니다. 예컨대 문희상 국회의장이 결단만 하면 내일이라도 가능합니다.” -그게 어떻게 가능하죠? “보좌진 숫자 감축이나 국회의원 연봉 산정 독립기구 신설 등은 입법사항이기 때문에 국민의 압도적 여론에 굴복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죠. 하지만 수당 부분은 다릅니다. 현재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101만 4000원의 수당만 가능합니다. 그런데 이를 국회규칙에서 정하도록 했고, 국회규칙은 다시 국회의장에 위임했습니다. 이에 근거해 수당, 입법활동비 등으로 675만원을 받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문 의장만 결심하면 됩니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80.2%가 ‘국회 무노동·무임금’에 찬성했고, 77.5%가 국민소환제를 찬성했습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염두에 두고 있는 구체적인 방식이 있나요? “영국은 2015년 국민소환제를 도입했습니다. 2009년 하원의원들이 예산부정사용 스캔들이 일어났습니다. 의회는 반발하며 공개를 거부했고, 전문가들도 반대의견을 내놓는 등 진통을 겪었지만 결국 당시 하원의원 46명이 사퇴를 하고 142명이 불출마 선언을 하며 IPSA(Independent Parliamentary Standards Authority)라는 독립기구를 설치했고 국민소환제를 도입했습니다. IPSA는 의원들의 예산 사용 감시, 연봉 조정 기능을 맡고 있습니다.” -시행 과정에 논란이나 시행착오는 없나요? “먼저 의회 윤리위원회에 의원 7명, 외부인사 7명이 들어가서 독립적으로 운영합니다. 또 윤리감찰관이 상근하며 예산사용 등의 조사를 맡습니다. 여기에서 의회출석 10일 정지 이상이 되면 국민소환제가 가동됩니다. 당파성 등에서 자유로운 중립적 인사로 구성됐습니다. 윤리위에서 최근 700파운드, 우리 돈으로 치면 약 100만원 정도를 부당청구한 의원이 지적돼 소환되기도 했습니다. 6주간의 소환 청구 서명 기간 동안 선거구 유권자의 10% 이상이 서명해서 의원직을 상실했습니다.” -결국 우리가 지향하는 모델도 영국식이 될 수 있을까요? “네, 국회윤리특위에 객관적이면서 중립적인 외부위원들이 다수 참여해서 국민의 입장에 서서 판단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리라 생각됩니다.” -국회 패스트트랙에 상정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잘 논의돼서 통과될 것이라 보시나요?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핵심은 정당민주주의 확보입니다. 자칫하면 중앙당 지도부에 줄세우기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패스트트랙의 준연동형 비례제에는 정당의 공천 개혁을 강제하고 있습니다. 각 당이 선거인단을 구성해 당원 투표 혹은 대의원 투표를 진행하도록 하고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한 내용을 지키지 않았을 경우 선관위가 해당 정당의 후보등록 자체를 무효화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물론 처음인 만큼 시행착오는 불가피하겠죠. 궁극적으로는 시민들의 과제와 정책을 수행할 수 있는 후보를 뽑을 수 있도록 정당에 가입하고, 일상적인 정치활동에 참여하는 문화가 정착되는 게 중요합니다.” 현실 정치가 진흙탕처럼 보이지만, 매의 눈으로 국회와 정치를 감시하며 대안을 제시하는 시민들이 많아진다면 거기서도 아름다운 연꽃을 충분히 피울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해본다. youngtan@seoul.co.kr
  • [사설] 원내 사령탑 교체돼도 신속처리안건 도입 취지 살려야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의 원내 사령탑 교체로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 간 공조 결과인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법안,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의 신속처리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그제 선출된 오신환 바른미래당 신임 원내대표는 공수처법 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찬성했던 채이배·임재훈 의원 대신 패스트트랙에 부정적인 권은희·이태규 의원을 새로 국회 사법개혁특위위원으로 임명했다. 오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대하다 전임 김관영 원내대표에 의해 사개특위에서 강제 사임된 이력이 있다. 앞서 평화당 신임 원내대표가 된 유성엽 의원은 의원정수 확대를 주장하며 연동형 비례대표제 반대를 외치고 있다. 여야 4당 중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을 제외한 나머지 두 당의 원내전략 구상에 변수가 생긴 것으로 향후 정개특위와 사개특위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여당인 민주당은 바른미래당과 평화당의 원내 사령탑 교체로 복잡해진 상황을 염려만 할 게 아니라 이를 계기로 3개의 신속처리안건 논의를 서두르기 바란다. 패스트트랙은 정당 간 합의가 어려운 법안 등을 최장 330일 내에 논의해 입법화를 매듭짓자는 것이므로 얼마든지 법안의 수정·보완이 가능하다. 다만 논의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오더라도 공수처 설치안과 선거제 개혁안, 검경 수사권 조정안의 기본 취지를 훼손해선 안 된다. 현행 소선거구제 선거는 당 득표율과 의석수 간의 괴리로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거대 양당 독식체제를 공고히 한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뿌리 깊은 양당제에서 간과됐던 소수의 목소리를 담보할 수 있는 선거제 개편 취지를 살려야 할 것이다. 공수처 설치 법안이나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도 비대화된 권력의 통제와 분산이라는 개편의 본질은 지켜야 한다. 현재 공수처 설치법에서 빠져 있는 국회의원이나 대통령 친인척을 수사 대상에 추가하는 방안과 공수처의 독립적 운영 방안, 국민의 기본권 강화를 위한 경찰의 수사 권한 남용 제한 등은 충분히 논의하는 게 합리적이다.
  • 청와대 ‘일대일 회담 곤란’에 황교안 “정당별로 일대일 만나면 된다”

    청와대 ‘일대일 회담 곤란’에 황교안 “정당별로 일대일 만나면 된다”

    대통령과 단독 영수회담을 제안했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청와대의 ‘일대일 회담은 곤란하다’는 입장에 대해 “정당별로 일대일 회담을 하면 되지 않겠나”라고 다시 제안했다. 황교안 대표는 11일 오전 대구 반야월시장에서 ‘땅콩죽퍼 무료급식’ 봉사활동을 마친 뒤 “각 당별 일대일 회담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전날 황교안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2주년 대담에서 제안한 여야 지도부 회담과 관련해 “일대일 회담이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라면서 “다만 정치공학적으로 이 사람 저 사람 껴서 회담을 하면 제대로 된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청와대는 일대일 회담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제의 취지에 맞지 않고 다른 야당 대표들과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청와대는 각 정당들과 구체적인 의제와 형식을 논의해 회담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 회담 제안을 수용한 여야 4당은 한국당을 향해 조건 없이 회담을 수용할 것을 주문하고 나섰다. 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구두 논평을 통해 “문 대통령이 회담 의제와 관련해 야당의 요구를 수용하기로 했는데도 황교안 대표는 일대일로 만날 것을 주장하며 회담을 의도적으로 무산시키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황교안 대표의 이러한 태도는 과거 양당 체제에서나 할 법한 권위적인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다른 야당은 안중에도 없는 독단이며 대권병의 일단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이종철 대변인은 서면 논평에서 “아무 조건 없이 회담을 열어 국민의 불안과 고통에 답해야 한다”고 “황교안 대표는 일대일 방식을 주장하며 몽니를 부리지 말고 조건 없이 회담에 응하라”고 촉구했다. 나아가 “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를 흉내 내다가 혼자만 소외되고 외톨이가 되는 상황을 초래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꼬집었다. 평화당 박주현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국민은 여야 각 정당 대표들이 머리를 맞대 난마처럼 얽힌 정국을 풀기를 원한다”며 “황교안 대표의 일대일 방식 주장은 다른 정당을 인정하지 않는 오만하고 독선적인 사고이자,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의당 정호진 대변인은 구두 논평을 통해 “황교안 대표가 주장하는 일대일 방식보다는 여섯 사람이 머리를 맞대는 방식이 경색된 정국을 푸는 데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패스트트랙 태운 민주당, 추경·민생법안 과제 수두룩

    패스트트랙 태운 민주당, 추경·민생법안 과제 수두룩

    더불어민주당이 문재인 대통령의 사법개혁 1호 공약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패스트트랙에 태우는 데 성공했지만 국회가 올스톱되면서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 패스트트랙 지정 직후 민주당은 30일 의원총회를 열고 승리를 자축했다. 그러면서도 자유한국당을 향해 조속한 추가경정예산 처리를 촉구했다. 지난 25일 국회에 제출된 6조 7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은 포항 지진과 강원 산불 재난피해 복구 지원, 미세먼지 방지 대책, 선제적 경기 대응 예산을 담고 있다. 민주당과 청와대는 5월 임시국회 내 추경 처리를 목표로 잡았으나 한국당이 장외투쟁을 선언하고 국회를 뛰쳐나가 의사일정 협의조차 불투명하다. 제3당인 바른미래당도 패스트트랙 과정에서 정상적인 원내 운영이 불가능해졌다. 구윤철 기획재정부 2차관이 이날 국회로 달려와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를 만났지만 한국당이 국회로 돌아와야 한다는 걱정을 나누는 데 그쳤다. 추경뿐 아니라 이미 처리시한을 넘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최저임금 체제 개편, 소방공무원 국가직화, 빅데이터 3법 등 당장 처리해야 할 민생법안도 수두룩하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선거법은 여야 합의 없이는 처리하기 어려운 법”이라며 “한국당과도 논의를 많이 해 합의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한국당을 달래기 위한 행보다. 한국당의 초강경 투쟁과 민주당의 원내사령탑 교체 기간이 맞물리면서 당분간 대화 테이블 마련은 어려울 것으로 보이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나경원 원내대표가 오늘이라도 만나자고 하면 만날 것”이라며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할 수 있는 데까지 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1일 한국당을 제외한 4당 원내대표와 만나 국회 운영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한편 지난 25일 한국당의 의장실 항의 방문 후 충격으로 입원한 문희상 국회의장이 서울대병원에서 심장 혈관계 질환 시술을 받았다. 이 대표는 패스트트랙 대치 기간 격무에 시달린 국회 청소노동자와 방호 직원 126명에게 피자 50판과 음료수를 돌렸다. 홍 원내대표도 보좌진과 당직자를 위해 닭강정 160상자 등을 준비했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 [시사상식설명서] 정계개편 현실 가능성 있을까? 역대 총선 살펴보니

    [시사상식설명서] 정계개편 현실 가능성 있을까? 역대 총선 살펴보니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정계개편 이야기가 어김없이 나옵니다. 4⋅3 재보선이 계기가 됐는데요. 자유한국당은 ‘진보정치 1번지’로 불리던 경남 창원·성산에서 정의당에 504표차로 아깝게 패배하자 “보수 이름 아래 다 모이자”며 ‘보수통합론’, ‘보수빅텐트론’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한국당에서 떨어져 나간 대한애국당의 838표만 있었으면 이길 수 있었다는 말이죠. 민주평화당과 바른미래당 내부의 호남세력이 합쳐서 제3지대를 만들자는 설(?)도 있습니다. 정치권의 한 의원은 “정계개편은 항상 말로만 끝난다”고 했지만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격랑 속에 빠져들고는 했는데요. 역대 총선에서 각 정당들이 어떻게 통합과 분열을 반복했는지 살펴봤습니다.2004년 총선을 한해 앞두고 여권은 둘로 나눠졌습니다. ‘노무현 정부’를 창출한 집권 여당 새천년민주당(민주당)에서 ‘참여민주정치의 새로운 역사를 쓰려면 새로운 정치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 겁니다. 노무현 대통령도 지역을 뛰어넘는, 낡은 정치의 틀을 깨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죠. 거대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불법대선자금 사건으로 뒤숭숭한 상황이었거든요. 국민들의 개혁 열망도 그만큼 컸습니다. 열린우리당은 이러한 국민의 뜻을 받아 2003년 11월 민주당 탈당 세력이 중심이 된 원내 47석으로 태어납니다. 국회가 민주당, 한나라당, 열린우리당, 자유민주연합 등 4당으로 재편된 것이죠. 이후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에 대한 지지발언을 했다며 선거중립위반으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합니다. 헌법재판소는 이를 기각했고요. 결과적으로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역풍에 직면하며 열린우리당(152석)에 제1당 자리를 내줍니다. 2008년은 친이명박·친박근혜 세력의 갈등이 극에 달한 해입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의 갈등이 공천까지 이어진건데요. 친이계 이방호 사무총장은 공천을 주도하며 한선교, 김무성, 유기준, 서청원, 홍사덕 등 친박계를 낙선 시킵니다. 당연히 친박계는 공천 학살이라며 반발, 탈당하죠. 이후 서청원, 홍사덕 전 의원은 당시 정근모 전 과학기술처 장관의 대선 출마 때문에 만들어졌던 미래한국당에 입당하며 ‘친박연대’(친박근혜 연대)라는 이름으로 출마해 당선됩니다. 한선교, 김무성, 유기준 의원 등은 무소속으로 선거를 치러 국회에 입성하죠.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천) 저도 속았고, 국민도 속았다”는 발언도 이때 나왔습니다.2016년 총선을 앞두고는 호남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흘러갑니다.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은 2014년 7·30 재보선에서 전남 순천·곡성을 이정현 새누리당 후보에게 뺐기고요. 2015년 4·29 재·보선 때는 광주 서을을 천정배 무소속 후보에게 내줍니다. 천 후보와 맞붙었던 조영택 새정련 후보는 호남에서 처음으로 30% 이하의 득표율을 얻습니다. 새정련의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책임론과 사퇴요구에 휩싸이죠. 안철수 전 대표를 비롯한 비문 세력이 공격의 중심에 섰습니다. ‘내년에 있을 총선을 이대로 치를 수 있겠냐’는 말과 함께요. 이후 문 대표는 문안박(문재인, 안철수, 박원순 연대) 공동지도부 구성, 재신임 요구 등 여러 안을 내놓지만 안 전 대표는 이를 거절하고 혁신 전당대회 수용을 압박합니다. 문 대표가 이 안을 받지 않자 안 전 대표는 2015년 12월 “광야에 섰다”는 말과 함께 당을 떠납니다. 당내에 있던 호남의원들과 국민의당을 창당하고 호남을 중심으로 큰 승리를 거두죠. 문 대표도 당명을 더불어민주당으로 바꾸고, 인재영입에 집중해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 체제로 총선에서 원내 제1당을 거머쥡니다. 이처럼 역대 총선에서는 항상 정계개편이 있었습니다. 의원들은 지금부터 ‘자신의 살길이 어디에 있는지’ 찾기 시작할텐데요. 공천이 한 계파의 이익을 위해 이뤄진다며 이를 근거 삼아 뛰쳐나갈 수도 있을 겁니다. 총선이 얼마 안남은 지금 국회의원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문득 1년 뒤가 궁금해집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서울신문 오디오 브랜드 ‘서울살롱’(https://bit.ly/2YFch0d) 유튜브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 국회 ‘4당 체제’로 변화… 개혁입법 힘 받는다

    국회 ‘4당 체제’로 변화… 개혁입법 힘 받는다

    공수처·수사권 조정 활로 찾기 주목 통영·고성 한국당 정점식 후보 승리 경남 민심 文정부에 국정쇄신 경고 2곳 투표율 51.2%… 전체는 48.0%3일 치러진 두 곳의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정의당이 한 석을 얻어 국회 원내교섭단체를 다시 결성할 수 있게 됐다. 현재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의 3당 체제인 국회가 4당 체제로 변모하는 것으로 국회 판도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개표 결과 경남 창원 성산에서 민주당과의 단일후보로 나선 정의당 여영국 후보가 45.75%(4만 2663표) 득표율로 45.21%(4만 2159표)를 얻은 한국당 강기윤 후보를 불과 0.54% 포인트 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경남 통영·고성에서는 한국당 정점식 후보가 59.47%(4만 7082표)의 득표율로 35.99%(2만 8490표)를 얻은 민주당 양문석 후보를 20% 포인트 이상 크게 따돌리고 당선됐다. 이에 따라 이번 보선은 민주당·정의당 연합과 한국당이 1승씩을 거둬 사실상 무승부를 기록하게 됐다. 당초 창원 성산은 고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의 지역구였고 통영·고성은 20대 총선에서 이군현 전 한국당 의원이 홀로 출마해 무투표로 당선됐던 곳으로 진보와 보수 성향이 각각 뚜렷하게 나타난 지역이었다.하지만 당초 정의당 단일후보의 확실한 승리가 예상됐던 창원 성산에서 야당 후보에게 맹추격을 당하며 겨우 승리했다는 점에서 민심이 문재인 정부에 국정을 쇄신하라는 준엄한 경고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의원 보선과 함께 치러진 경북 문경 두 곳과 전북 전주 기초의원 한 곳 보선에서도 한국당이 두 곳, 민주평화당이 한 곳에서 승리하는 등 이번 보선에서 민주당은 단 한 곳도 이기지 못했다. 이번 선거 결과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국회 구도다. 민주평화당(14석)과 정의당(6석)이 연대해 원내교섭단체(20석) 지위를 다시 회복할 전망이다. 지난해 7월 노 전 의원의 별세로 한 석이 줄어들면서 원내교섭단체(평화와 정의의 의원 모임) 지위를 상실했던 평화당과 정의당은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원내교섭단체를 재결성해 캐스팅보터로 국회에서 실질적인 목소리를 내게 됐다. 이와 맞물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정의당과 민주당이 추진하는 개혁입법이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이번 보궐선거의 최종 투표율은 48.0%로 잠정 집계됐다. 특히 창원 성산과 통영·고성 국회의원 선거구 두 곳은 나란히 51.2%를 기록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사설] 시한 못 맞춘 선거구 획정, 한국당은 협의에 임하라

    심상정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위원장이 어제 국회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10일까지 자유한국당이 선거제 개혁 실현 방안을 제시해 달라고 요구했다. 심 위원장은 또 한국당이 선거제 방안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나머지 4당도 현재 논의 중인 선거제 개혁을 패스트트랙(산속처리 안건 지정 절차)으로 처리하는 방안에 대해 확정해 달라고 당부했다. 2015년에 개정한 선거법에 따라 내년 4월 15일에 치러질 21대 총선은 선거 실시 1년 전에 선거구 획정을 끝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음달 15일까지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획정안을 제출해야 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역구 의원은 200석으로 줄여 소선구제로 뽑고, 비례대표를 100석으로 늘려 권역별 비례대표제로 각각 선출하는 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바른미래·민주평화·정의당 등 야 3당은 의원 정수를 330석으로 확대하고 정당 득표율에 비례해 의석을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협상안을 제시한 상태다. 반면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달 26일 “선거제 개편 논의는 국무총리 추천제와 같은 권력구조 개편에 대한 원포인트 개헌과 동시에 시작해야 한다”며 개헌과 연계하면서도 아직 당론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유권자의 지지에 비례해 의석수를 배분해야 공정한 선거가 된다. 한국당이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선거제 개혁을 외면한다면 ‘지역주의에 기댄 정당’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끝내 한국당이 선거구제 협상을 회피할 경우 민주당과 야 3당은 선거제 개편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해야 한다. 신속 처리 안건으로 지정하면 상임위 심의(180일), 법사위 심의(90일), 본회의 자동회부(60일) 등 330일을 거쳐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그러나 총선 2개월 전인 내년 2월 중순에야 선거구가 확정되면 총선에 막대한 차질을 빚을 공산이 크다. 이런 점에서 황교안 새 대표 체제를 맞은 한국당은 지난 연말 선거구제 개편을 1월 말까지 처리하겠다고 한 대국민 약속을 지켜야 한다. 하루속히 당론을 정해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 [관가 인사이드] “예산·국정 감시 ‘기대 이하’… 국민에 도움 되는 상시국감 필요”

    [관가 인사이드] “예산·국정 감시 ‘기대 이하’… 국민에 도움 되는 상시국감 필요”

    정부 핵심 재정 총괄 기재부 감사 파행 의원들 준비 부족… 예년과 다르지 않아 박용진·유민봉 ‘스타’ 손혜원·김진태 ‘최악’ 700개 기관 3주 겉핥기 감사 불만 많아 “요청 자료 준비에 밤샘 현실 이해 안돼”지난 10일부터 시작된 2018년 국회 국정감사가 지난 29일 종합감사를 끝으로 종착점에 이르렀다. 올해 국감은 취임 2년차를 맞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사실상 첫 감사라는 점에서 관심이 뜨거웠다. 그렇다면 국감 대상자인 공무원들은 이번 국감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30일 정부부처에 따르면 교육위원회 국감에서는 비리가 적발된 사립유치원 명단이 공개돼 파장을 일으켰다. 교육부는 분노한 국민 여론에 떠밀려 부랴부랴 유치원 비리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행정안전위원회에서는 서울교통공사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임직원 친인척 채용 특혜가 있었다는 폭로가 나와 공공기관 고용세습 논란이 불거졌다. 이후 다른 상임위에서도 관련 의혹이 쏟아졌고, 야4당은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외교통일 분야에서는 남북 공동선언과 남북 군사합의서의 비준을 두고 여야가 공방을 벌였다. 이에 대해 공무원들은 올해 국감이 “대체로 평이했다”고 진단했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사립유치원 비리와 서울교통공사 고용세습 문제 등이 터져 일반 국민들에게 강한 인상을 줬다. 하지만 정부 예산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를 살피고 국정이 적절히 운영되는지를 감시한다는 국감의 본래 취지에서 볼 때는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기대 이하라는 뜻”이라고 평가했다. 정부세종청사의 한 공무원은 “부처 업무의 핵심인 재정을 총괄하는 기재부를 감사해야 할 기재위 국감이 재정정보 유출 사건으로 파행만 거듭했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감사에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일자리 해법이나 소상공인연합회와의 갈등에 대해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지만 의원들이 빈틈을 파고들어 치밀하게 따져 묻지 못했다. 이 모두가 국감 준비가 부족했던 탓”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몇몇 의원들은 제대로 된 이슈를 생산해 공직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사립유치원 비리를 공론화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고 스타라는 것에는 이의가 없었다. 하지만 공무원들은 공공기관 임직원 친인척 채용 특혜 의혹을 제기한 유민봉 자유한국당 의원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정부서울청사 고위 관계자는 “교수 출신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국감 자료를 열심히 공부해 사안을 숙지한 상태에서 질문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면서 “자신이 뭔가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점을 알려주면 권위의식 없이 순순히 받아들이는 점 또한 매우 인상 깊었다”고 전했다. 반면 국감 최악의 의원을 알려 달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대부분 답변을 꺼렸다. 일부는 손혜원 민주당 의원을 지목했다. 손 의원은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에 출석한 선동열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에게 “사퇴하라”고 윽박질렀다. 문체부의 한 주무관은 “손 의원이 야구라는 스포츠를 잘 모르고 감사에 나섰던 것 같다. 상대방에 대한 예의 없이 소리만 지르는 듯한 모습이 교양 없어 보였다”고 꼬집었다. 김진태 한국당 의원을 거론한 이도 있었다. 김 의원은 정무위 국감에서 지난 9월 동물원을 탈출했다가 사살된 퓨마에 대해 질의한다며 벵골 고양이를 데려와 논란이 됐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방송 화면에 잠깐이라도 잡혀 전파를 타고 싶었던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것 같았다”고 지적했다. 행안부의 한 사무관은 조원진 대한애국당 의원을 언급했다. 조 의원은 지난 8월 임시국회 때 “대한민국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다소 엉뚱한 질문을 해 담당 공무원들을 당황케 했다고. 행안위의 경기도 감사때도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가족 관계 관련 녹취 파일을 틀겠다”고 해 논란이 됐다. 공무원들은 올해 감사에서 무엇이 가장 불만이었을까. 해마다 나오는 얘기지만 700개가 넘는 감사대상 기관을 불과 3주 정도에 모두 점검하는 ‘겉핥기식 감사’에 대한 토로가 많았다. 의원들이 하루 30곳이 넘는 기관을 감사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인 데다 정작 국감에서는 쓰지도 않을 자료를 요청해 공무원들이 몇 주간 밤을 새워 가며 준비해야 하는 현실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올해 국방위원회 국감에서는 단 하루 만에 피감기관 32개에 대한 감사를 진행했다. 질문을 하나도 받지 않고 넘어간 곳이 29개나 됐다. 한 피감기관 담당자는 “의원들이 특정 기관 1~2곳에 질문을 쏟아내면 우리는 내심 쾌재를 부른다. 올해도 국감을 편하게 넘길 수 있어서다. 하지만 이런 식의 국감이 과연 국민에게는 어떤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 공무원들이 좀더 피곤해질 수 있겠지만 1년 내내 감사를 진행하는 상시국감 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김병준 “국회가 판사까지 지명하나…특별재판부 추진 멈춰야”

    김병준 “국회가 판사까지 지명하나…특별재판부 추진 멈춰야”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6일 여야 4당이 특별재판부 설치를 공동추진하기로 합의한 데 대해 “소식을 접하는 순간 이래도 좋은가 가슴이 답답해졌다. 국회가 나서서 판사까지 지명해야 하나”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특별재판부 안에 찬성하고 있는 야당들에 부탁드린다. 문제를 제기하는 것만으로도 사법부에 작지 않은 경고를 보냈다고 생각하니 이 정도에서 멈추는 것이 옳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사법부도 잘못이 있고 공정하지 못한 부분도 적지 않다”며 “그렇다고 해서 삼권분립의 기본체제를 흔들려고 하면 그에 따른 여러가지 전제가 있어야 한다. 국회 자체가 그만큼 신뢰할 수 있는 기구가 돼 있든지 아니면 힘의 균형을 위해 사법부에 국회를 견제할 수 있는 또다른 권한을 줘야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혁명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면 삼권분립의 정신을 지키며 그 틀 안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옳다”며 “삼권분립의 철학 속에는 많은 선각자들의 고민과 경험이 녹아 있다. 가볍게 보지도 말고, 당장 쉬운 길로 가려하지 말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 이해찬 ‘협치’ 시동… 첫 행보로 이승만·박정희 묘역 참배

    이해찬 ‘협치’ 시동… 첫 행보로 이승만·박정희 묘역 참배

    李 “평화·공존의 시대로 가는 길목” 野 4당 대표·원내대표 예방 강행군 첫 최고위…당정청 협력 강화 속도이해찬 신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처음으로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며 보수야당에 협치의 손을 건넸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립서울현충원에서 박주민·박광온·설훈·김해영·남인순 최고위원과 함께 장대비를 맞으며 김대중·김영삼·박정희·이승만 전 대통령 순으로 묘역을 찾았다. 이 대표는 참배 후 “그동안 분단 70년을 살아 왔는데 이제 분단시대를 마감하고 평화와 공존의 시대로 가는 길목에 있다”며 “그런 차원에서 두 분에게도 예를 표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5년 민주당 대표로서 처음으로 두 대통령 묘역을 찾은 바 있지만 재야 운동권 1세대에 강성으로 분류되고 대권 도전 계획이 없는 이 대표는 참배를 건너뛸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이 대표는 야당과 최고 수준의 협치를 약속한 만큼 전직 대통령 묘소를 두루 참배했다. 이와 함께 이 대표는 문희상 국회의장,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 예방에 이어 야 4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모두 예방하는 강행군을 이어 갔다. 참여정부 시절 국무총리와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원팀’을 이뤘지만 10년 만에 여야 대표로 마주한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이 대표는 “예전에 청와대에 계실 때 당·정·청 회의를 많이 했지 않으냐. 그런 마음으로 하시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그때는 당·정·청 회의지만 여야 간 대화를 더 해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이 대표는 한국당 외에도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지도부를 잇달아 찾아 민생경제 활성화와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입법에 관한 협조를 구했다. 이 대표는 이에 앞서 국회에서 주재한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생경제연석회의 신속 가동, 당·정·청 협력 강화, 여야 5당 대표 연석회의, 민주정부 20년 집권 플랜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특히 이 대표 체제 출범 이후 당·정·청이 하나가 돼서 속도감 있게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이 대표는 전날 이낙연 국무총리,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비공식 만찬을 한 자리에서 고위 당·정·청 정례화를 언급한 데 이어 이번 주 내로 고위 당·정·청 회의를 갖기로 했다. 이와 관련, 다음달 1일 당 소속 의원과 국무위원 전원이 참석해 문 대통령과 함께 청와대에서 오찬을 한 뒤 당·정·청 전원협의회를 연다. 청와대 수석비서관만 참석했던 지난해와 달리 모든 부처 장관이 참석해 이해찬 지도부에 힘을 실을 예정이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의정 포커스] “업무추진비 공개로 투명한 의회 조성”

    [의정 포커스] “업무추진비 공개로 투명한 의회 조성”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 공개로 실추된 서대문구의회의 명예를 다시 세우겠습니다.”26일 서울 서대문구의회에서 만난 윤유현(더불어민주당) 제8대 상반기 의장은 앞으로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공개해 의회의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윤 의장은 “지난 7대 의회에서 외유성 해외연수, 성희롱 문제 등으로 주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 드렸던 부분이 있다”며 “의원총회에서 의원 전원이 주민 눈높이에 맞게 세비를 투명하고 명확하게 집행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서대문구의회는 매월 집행내역을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윤 의장은 지난 6대에 이어 이번 8대에 구의원이 되면서 재선 의원이 됐다. 그는 “여러모로 부족한 데도 불구하고 일할 기회를 준 주민들과 의장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맡겨 준 선배, 동료 의원에게 감사할 따름”이라며 “32만 서대문구민의 대변인이라는 사명감으로 지역 발전과 주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도록 착실히 의정 활동을 하겠다”고 말했다.8대 서대문구의회 구성을 살펴보면 총 15명 의원 중 초선의원이 11명이나 된다. 윤 의장은 “공천 과정에서 새로운 인물이 많이 영입됐다는 것은 그만큼 변화를 요구하는 주민의 목소리가 반영됐다고 생각한다”며 “열정 가득한 초선 의원들을 통해 변화를 끌어내고 새로운 지식을 습득할 기회를 확대해 창의적으로 사고하고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강사를 초빙해 교육하는 등 공부하는 의회 분위기를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또 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정의당 등 4당 체제로 구성된 점도 특징이다. 그는 “현안을 바라보는 의원들의 시각이 다르고 해결 방안도 다를 수 있지만, 모든 게 서대문구민의 행복을 실현하기 위한다는 점에서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며 “민주당이 다수지만 독단적으로 의정을 결정하면 오만과 독선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에 야당 의원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충분히 토론하겠다”고 설명했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이 이끄는 집행부와의 관계를 묻는 말에 대해서는 의회 본연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민주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높은 지지를 받았으나 한편으로는 어깨가 무거운 정도를 넘어서는 두려움이 있다”며 “지방정부와 지방의회 구성원 모두 구민과 지역발전을 위해 고민해야 하는 만큼 집행부의 잘된 점은 적극적으로 돕겠으나 잘못된 행정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질책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여야 법사위원장 쟁탈전…권한 스스로 걷어찬 국회

    여야 법사위원장 쟁탈전…권한 스스로 걷어찬 국회

    18개 상임위 중 노른자 법사위 각종 법안들 본회의 회부 결정국회의 후반기 원 구성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면서 민갑룡 경찰청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도 ‘맹탕’으로 끝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해진 절차대로라면 9일까지 국회에서 청문회가 진행돼야 했지만 국회가 아직 청문회 일정조차 정하지 못하며 “국회가 제 권한을 스스로 걷어찼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달 20일 인사청문 요청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국회는 이날까지 청문회를 마치고 경과보고서를 제출해야 하지만 아직까지 원 구성이 이뤄지지 않아 청문회 일정도 잡지 못한 상황이다. 만약 국회가 정해진 시점까지 인사청문회를 열지 못했다면 대통령은 10일 이내에 다시 국회에 경과보고서 송부를 요청할 수 있다. 이대로라면 늦어도 18일까지는 국회가 청문회를 끝마쳐야 한다. 하지만 현재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국회의 상황을 고려하면 민 후보자에 대한 검증 없이 그대로 임명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만약 17일 이전에 20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이 이뤄져 청문회를 가까스로 개최한다고 해도 행안위에서 준비 부족으로 제대로 된 청문회가 진행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청문회를 위해선 원 구성이 조속히 이뤄져야 하지만 좀처럼 실마리가 풀리지 않고 있다. 4개 교섭단체 원내대표는 이날 회동에서 원 구성 논의를 이어 갔지만 핵심 상임위원회 중 하나인 법제사법위원회의 위원장 자리를 놓고 대치를 이어 갔다. 법사위는 모두 18개 상임위 중에서 ‘노른자’로 평가받는다. 법사위는 각 상임위에서 올라오는 법안이 최종적으로 기존 법률과 충돌하는지 판단해 일정 부분 상원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만약 법안이 각 상임위에서 심사를 거쳐 통과되더라도 최종적으로 법사위에서 통과되지 못하면 본회의에 회부될 수 없다. 여야가 좀처럼 법사위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다. 더불어민주당은 전반기 국회에서 자유한국당이 법사위를 가져간 탓에 자신들이 중점을 두고 추진하는 법안이 통과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때문에 후반기 국회에서는 반드시 법사위를 손에 넣고 정부와 여당의 개혁 법안이 국회 심의과정에서 통과가 무산되는 걸 막겠다는 취지다. 반면 한국당은 전반기에 이어 후반기에도 법사위원장 자리를 고수해 정부와 여당을 견제한다는 생각이다. 한국당은 민주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김성태 당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원 구성을 위한 큰 틀의 합의를 이뤄내고 원만하게 협상을 하던 차에 민주당이 난데없이 법사위에 시비를 걸고 나섰다”며 “최소한의 견제장치인 법사위마저 눈독을 들이면서 독주체제를 갖추려는 탐욕적, 비민주적 발상을 그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과 한국당이 법사위 제도개선 문제를 매개로 극적 타결을 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 권한을 폐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국회법 개정안 등의 처리로 협상이 타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쟁점 법안의 경우 체계·자구심사를 통한 여야 대립으로 입법이 지연되는 경우가 상당수 발생했다. 여야는 법사위 제도개선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논의를 이어 갔지만 여기에서도 수준과 방법을 놓고 차이를 드러냈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현재 야당이 국정을 견제하고 감시한다는 핑계로 발목을 잡는 식으로 법사위를 활용하다 보니까 (제도를) 개선해야 된다는 게 전체 의원의 의견”이라며 “그걸 놓고 다시 법사위를 어느 쪽에서 가져가느냐를 이야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좌우시대 30년 종언…한국정치를 지배할 3대 프레임

    좌우시대 30년 종언…한국정치를 지배할 3대 프레임

    1987년 12월 대통령 선거. 국민 대부분은 민주화 세력을 대표하는 김영삼과 김대중 가운데 한 명이 후보로 출마하면 확실하게 이기는 싸움이라 판단했다. 그러나 양 김씨가 모두 출마하면서 노태우가 어부지리로 당선됐다. 다음해 4월 벌어진 총선. 평화민주당, 통일민주당, 민주정의당, 신민주공화당의 ‘4당 체제’가 형성됐다. 대선도, 총선도 맘대로 되지 않자 김영삼은 다급해졌다. 4당 체제에서 대통령이 되는 일은 불가능했다. 그는 결국 1990년 김대중의 평화민주당을 제외한 ‘3당 합당’을 성사시킨다. 박정희가 썼던 ‘반(反)호남 지역연합’을 내걸었다. 3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는 ‘김영삼 대세론’을 펼쳤다. 대통령이 된 이후에는 재산 공개와 군부 내 사조직인 하나회 축출을 통해 자신의 행보를 정당화했다. 3당 합당과 군사독재 잔재를 털어내는 정치적 세탁 과정에 이르기까지 김영삼이 만든 프레임은 큰 힘을 발휘했다. 이 과정을 거쳐 새로운 정치세력이 등장한다.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고, 산업화를 주도하며, 민주화의 성과를 적극 흡수한다’는 기치를 내건 정치세력, 한국의 ‘보수’는 이렇게 탄생했다.언어학자인 조지 레이코프에 따르면, 프레임은 사람들이 어떤 입장을 갖게끔 여러 명제를 연동시키는 내용의 구조물이다. 크기와 모양이 없는 고도로 신축적인 개념이다. 공론화 과정을 거쳐 여론 지형에 정착하면 사람들 무의식에 깊숙이 자리한다. 정치는 프레임 전쟁이다. 누가 더 많이 사람의 뇌 속에 자신의 프레임을 심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린다.용어만 사용하지 않았을 뿐, 한국정치는 프레임 전쟁 과정이었다. 김영삼이나 김대중은 가히 프레임 전쟁의 대가였다. 이명박은 앞서 김대중, 노무현 진보세력 10년에 맞서 박정희 시대 ‘산업화 신화’ 프레임을 내걸어 대통령이 됐다. 박근혜는 집권 후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비롯해 김기춘의 블랙리스트 등 ‘좌우’ 프레임으로 몰락을 자초했다. ‘두 번째 프레임 전쟁이 온다’의 저자 박세길은 바로 지금이 ‘새로운 프레임 전쟁이 시작되는 시점’이라 주장한다. 민주화 운동세력의 필독서로 불린 ‘다시 쓰는 한국현대사’(돌베개)를 냈던 그는 앞선 30년을 ‘진보 대 보수’, ‘노동 대 자본’, ‘북한 대 남한’ 등 적대적인 양자 프레임 구도로 해석했다. 그는 이 ‘첫 번째 프레임’이 2017년 촛불 시민혁명으로 종식됐다고 봤다. 그러면서 앞으로 30년 동안 새로운 시대를 이끌 ‘두 번째 프레임’ 전쟁도 예고했다. 두 번째 프레임의 핵심은 ‘한반도의 완전한 평화체제 구축’, ‘개인의 창조적 역량에 기초한 상생의 경제 생태계 형성’이다. 저자의 말대로 첫 번째 프레임의 붕괴 조짐은 곳곳에서 보인다. 지금까지 한반도 냉전 핵심축은 미국과 북한 간 적대관계로 형성됐다. 북한의 핵개발은 이러한 적대관계의 지속이 빚어낸 부산물이었다. 그렇다면 북·미관계 변화를 중심으로 한 적대관계 청산은 북핵 문제의 근원적 해결책일 수 있다. 바꿔 말해 북한이 더는 핵무장에 집착할 필요가 없게 하는 것이야말로 북핵 문제 해결의 가장 확실한 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북핵 문제는 위기인 동시에 한반도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꿀 절호의 기회가 된다. 저자는 다만 경제 문제에서 진보 세력이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앞서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기에 진보세력 다수가 신자유주의를 추종하면서 정권을 뺏긴 점에 주목했다. 문재인 정부가 다시 정권을 잡았지만, 제대로 된 경제 정책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저자는 이와 관련, 향후 30년 동안 벌어질 프레임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세 가지 필승 프레임도 제시했다. ‘사람 중심 대 자본 중심’, ‘수평 대 수직’, ‘생태계 대 포식자’ 프레임이다. 이를 재빨리 파악하고, 어떤 전략을 짜느냐에 따라 진보와 보수의 운명도 크게 달라질 것이란 이야기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임기 마친 우원식 “대선불복 특검, 역사에 죄”

    임기 마친 우원식 “대선불복 특검, 역사에 죄”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임기를 마친 10일 마지막까지 ‘드루킹 특검’ 수용을 주장하는 야당을 비판하며 국회 정상화를 촉구했다. 우 원내대표는 이날 고별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당을 향해 “분단체제가 해체되고 세계사적 대 전환기에 대선 불복으로 나라를 혼란으로 몰고 가는 것은 역사에 죄를 짓는 행위”라고 비판하면서 “더이상 방치할 수 없는 청년 일자리와 고용 위기 지역을 살리기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 등 민생입법에 협조해 줄 것을 당부한다”고 밝혔다.우 원내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자신의 임기 1년 동안의 소회에 대해 “되돌아보면 문재인 정부 첫 원내대표 자리는 더없이 영광스러웠지만 책무와 숙명은 참으로 무거웠다”고 회상했다. 그는 “인수위 없이 닻을 올린 새 정부, 정권교체가 이뤄지지 않은 여소야대 국회, 원내 교섭단체 4당 체제에서 ‘참을 인’ 자를 가슴에 새기며 단 하루도 다리를 뻗고 잠을 잔 적이 없다”며 “오로지 ‘우공이산’(愚公移山·어리석은 사람이 산을 옮긴다는 뜻)과 ‘우보만리’(牛步萬里·소처럼 우직한 걸음으로 만 리를 간다는 뜻)의 일념으로 국민과 민생을 바라보며 묵묵하게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뎌 왔다”고 설명했다. 우 원내대표는 이날 자신의 임기 중 성과로 ▲국정공백 최소화로 문재인 정부의 안정적인 출발 뒷받침 ▲현장 중심의 정치 실현 ▲당정청과 함께 여야를 포괄하는 협치 제도화 등을 꼽았다. 반면 우 원내대표는 “한국당의 국회 파업, 정치 파업으로 31년 만에 찾아온 6월 동시투표 국민개헌을 놓친 것은 천추의 한으로 남는다”며 “한 건의 민생 법안이라도 통과시키려는 제 마지막 노력이 4월 정쟁국회, 5월 방탄국회를 만든 한국당의 보이콧으로 처리하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그는 6월 지방선거 출마 국회의원의 사직서 처리 문제와 관련해 “정쟁과 무관하게 반드시 처리해야 하는 일”이라면서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정세균 국회의장 인터뷰] “분권 이뤄지면 4년 단임도 상관없어… 총리 역할은 확대돼야”

    [정세균 국회의장 인터뷰] “분권 이뤄지면 4년 단임도 상관없어… 총리 역할은 확대돼야”

    정세균 국회의장은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가진 서울신문 박홍기 편집국장과의 인터뷰에서 ‘차선책’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단계적 개헌론’을 화두로 던졌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올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권력구조 개편 등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지방분권만을 담은 단계적 개헌도 해 볼 수 있다고 시사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이와 관련, 정 의장은 “총리의 역할을 충분히 존중할 수 있는 무엇인가가 필요하다”며 “총리 역할이 지금보다 확대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이는 야 4당이 주장하는 국회 선출 방식의 총리추천제는 아니지만 권력분산이라는 측면에서 야당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음은 정 의장과의 일문일답.→대통령 개헌안이 26일 발의되는데 여야 조율을 어떻게 할 것인지. -개헌에 대한 국민 지지가 굉장히 높다. 국회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책임 있는 정치인들이 결단해야 한다. 논의가 늦어지는 것에 대한 책임 일부를 나도 져야 한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마지막 날까지 개헌의 성공을 위해서 분투할 생각이다. →국민소환, 총리선출 등에 대해 야당은 대통령 안을 반대하는데. -개헌은 국민과 국회와 정부가 함께하는 개헌이었으면 좋겠다. 대통령이 발의하면 그것이 정당 간 개헌 관련 논의를 추동하는 그런 역할을 할 것이다. 지금 모두 합의할 수 있으면 좋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현재 할 수 있는 일은 하고 또 다음에 또 하고 하는 게 순리다. 개헌과 관련한 각 정당의 말을 들으면 엄청난 틈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대통령 발의안도 성안 과정에서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원회의 보고서가 상당 부분 반영됐다. 토지공개념과 같은 아주 일부만 정파 간 논쟁의 여지가 있는 것이다.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것을 뒤로 미루면 개헌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히 마련된다. →총리 선출 방식을 놓고 여러 의견이 나오는데. -대통령이 총리 역할을 충분히 존중할 수 있는 무엇인가가 필요하다. 총리 역할이 지금보다 확대되는 게 좋겠다. 그런 차원에서 국회가 현행 총리 선출 방식보다 진일보한 안에 합의할 수 있다면 저는 그건 바람직하다고 본다. →단계적 개헌을 하자는 건가. -그게 차선이라는 것이다. 최선은 빨리 합의해서 지방선거에 합의안을 통과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여러 정파의 지도자가 결단을 못 하고 시기 등에 합의를 못 하면 당장 할 수 있는 개헌안을 합의해 놓고 나중에 처리하자고 합의한 뒤 다음 기회를 보자는 것이다. →여야의 노력이 있다면 개헌 시기가 연기될 수 있나. -아직도 51% (합의)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설령 그게 안 되더라도 당장 4월까지는 합의안을 만들어야 한다. 대통령 안이 발의되면 국회에서 표결해야 된다. 개헌 성공이 내 최고 관심사인데 그게 훼손될 수 있다. →시기가 연말까지라도 되면 가능하다는 건가. -차선이라는 거지 최선은 아니지만. →개헌에서 분권이 가장 핵심이라고 했는데. -현행 헌법이 87년 체제를 만들어 내면서 권위주의 체제에서 민주주의로 전환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지금은 역할을 다했다. 더욱 발돋움하고자 헌법적 뒷받침이 필요하고 그래서 개헌이 시대정신이다. →대통령 4년 연임과 같은 권력구조 개편에 대해서는. -분권이 이뤄지면 4년 단임이든 연임이든 관계없다. 이전에 5년 단임 개헌안을 만들 때도 너무 권력이 집중돼 있는데 장기집권하면 안 된다고 7년에서 5년으로 임기를 제한했다. 지금은 4년으로 하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분권이 확실히 이뤄지면 단임이나 연임이나 중임이나 별 관계 없으며 중요한 게 아니다. 그래서 4년 연임도 좋다. 단 분권을 전제로 한 것이다. →국민소환제, 국민발안제가 포함된 것은 국회 권한을 축소하는 것 아닌가. -대통령의 고유한 아이디어가 아니고 국회 자문 안에 들어 있던 것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활성화되면서 국민이 대의민주주의만 갖고는 만족 못 한다. 그래서 실현가능한 직접민주주의 성격의 제도 도입이 민주주의를 좀더 활성화했다고 본다. 그런 것도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는 안이다. →대통령 안이 부결되면 어떻게 하나. -그런 상황까지 가지 말고 그 이전에 합의를 하자는 것이다. 그럼 그 합의안을 갖고 대통령에게 이해를 구해 대통령 발의안을 철회한다든지 그런 논의를 할 수 있다. 지금 합의를 못 하면 결국 대통령안을 국회에서 처리하지 않을 수 없고 잘 안 되면 개헌에 어려움이 올 수 있으니 그 길로 가지 말고 합의안을 만들자는 것이다. →대통령 안에 대한 견해는. -똑같은 안이라도 누가 만드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야당의 협조를 받아야 개헌이 성공할 수 있다. 그러기에 현 시점에서 빠른 시간 내에 국회에서 합의안을 만들고 물론 합의안을 만들 때 대통령 안도 충분히 반영하는 토대에서 합의안을 만들면 대통령에게는 이해를 구할 수 있다. 물론 걱정도 있다. 개헌안과 지방선거를 따로 하면 투표율이 저조할 수 있다. 또 돈도 더 든다. →20대 국회 상반기 국회의장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일복이 많은 사람이라서 다른 의장에 비해 제가 일 폭탄을 맞았다(웃음). 제일 어려운 일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다. 잘못하면 국가가 흔들릴 수 있는 시점이었기 때문에 국회가 중심을 잡아야 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다당제가 됐으니까 협치를 해야 되는데 협치의 수준이 충분하지 못했다. 의회 내에서 협치는 어느 정도 해 왔지만 의회와 정부 간 협치는 상당히 낮은 수준이어서 그런 부분은 미흡했다. 그리고 작은 일일 수도 있지만 청소노동자를 국회직화한 것도 나로서는 보람 있는 일이었다. →교섭단체가 4개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카운터파트가 늘어나는 거니까 힘이 들 거다. 그런데 오히려 양당 체제보다 이렇게 다당제가 더 국정운영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양당제는 서로가 비토(거부권) 파워가 있기 때문에 한쪽이 박차고 나가버리면 끝장이다. 이제 곧 4개가 되면 하나가 빠져도 셋이 하겠다고 하면 굴러가는 가니까. 국회 운영이라는 차원에서는 오히려 다당제가 양당제보다 좀더 낫다고 생각한다. →남북, 북·미 관계가 급변하고 있는데 어떤 생각인지. -북한의 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한 (대북) 제재이지 제재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까지 3자가 모이는 상황까지 와서 그나마 참 다행이다. 그러나 앞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을 거라 본다. 하루아침에 일괄타결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정말 아주 용의주도하게 하면서 (북한에) 속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어떻게 평가하나. -국민이 잘한다고 평가한다고 들었다. 국민하고 소통하는 거라든지, 자신이 국민하고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든지, 남북문제를 잘 관리하는 등 상당히 성과가 있다고 본다. 다만 국회하고 협치가 잘 안 된다. 국회 책임도 있지만 청와대 책임도 무시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보면 잘하고 있는데 과정 관리에 좀더 잘하면 좋겠다.→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구속됐다. 불행한 역사를 막을 방법은. -불행한 역사를 ‘대통령 잔혹사’라고 얘기한다. 그런 것이 우리 헌법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그게 바로 개헌을 해야 되는 이유 중 하나다. 대통령한테 너무 많은 권력이 주어지고 경우에 따라 그 권력이 자신의 허물을 감추는 데까지도 활용이 되는 게 현 체제의 문제다. 대통령의 권한을 좀 내려놓아야 한다. →개헌안에 대통령이 권한을 내려놨다고 보이는 상징적인 것이 있나. -총리를 어떻게 하느냐, 장관을 어떻게 하느냐 그 부분을 빼놓고는 상당히 많은 부분을 내려놓았다. 감사원을 독립기관화한다고 하지 않나. 국가원수 지위를 삭제한 것도 실질적인 것은 아니지만 상징적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집권당으로서의 역할이 좀 부족한 거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지금 야당은 옛날 여당이 하던 얘기를 180도 달리하고 있고 지금 여당은 또 그 반대로 야당 때 하던 걸 또 180도 바꾸고 있다. 180도 바꾸지 말고 90도씩만 바꿔라. 그럼 만나지 않느냐. 대한민국에 영원한 여당도, 영원한 야당도 없다. 맨날 네가 여당 할 거 같으냐고 여야 의원들에게 말한다(웃음). →차기 의장에게 해 줄 말이 있다면. -인내심이 있고 협치를 잘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어차피 4개 교섭단체와 함께 의회를 이끌어가야 하기 때문에 협치가 돼야 한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내홍 깊은 한국당…홍준표 “중진 험지 차출” 응수

    내홍 깊은 한국당…홍준표 “중진 험지 차출” 응수

    김성태 “야 4당 개헌협의체 구성 26일부터 무조건 개헌 논의하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리더십을 둘러싼 내분이 격화하고 있다. 홍 대표의 인재 영입이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데다 홍 대표가 경선 없이 사실상 후보를 내리꽂으면서 구성원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당내 중진도 홍 대표의 ‘험지 출마론’을 제기하며 홍준표 체제에 반기를 드는 모양새다.홍 대표는 21일 페이스북에 “편안한 지역에서 별다른 당을 위한 노력 없이 선수만 쌓아 온 극소수의 중진 몇몇이 모여 나를 음해하는 것에 분노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방선거 끝나고 다음 총선 때는 당원과 국민의 이름으로 그들도 당을 위해 헌신하도록 강북 험지로 차출하도록 추진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그들의 목적은 나를 출마시켜 당이 공백이 되면 당권을 차지할 수 있다는 음험한 계책에서 비롯된 것”이라면서 “한줌도 안 되는 그들이 당을 이 지경까지 만들고도 반성하지 않고 틈만 있으면 연탄가스처럼 비집고 올라와 당을 흔드는 것을 이제는 용납하지 않겠다”고 쏘아붙였다. ‘홍준표 서울시장 출마론’은 4선 이상 일부 비홍(홍준표) 중진 의원 사이에서 제기됐다. 이들은 22일 회동을 하고 홍 대표의 리더십과 지방선거에 대한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당의 한 중진 의원은 “(중진 험지 차출론은) 홍 대표가 지방선거의 승리조건으로 내건 6석을 사수하지 못하더라도 총선이 있는 2020년까지 장기 집권하겠다는 욕심을 공공연히 드러낸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다만 당내 영향력이 작은 중진의 문제 제기가 폭발력을 갖게 될지는 미지수다. 또 다른 의원은 “중진들도 사실상 박근혜 전 대통령 때 사당화에 일조했던 사람이어서 명분이 안 선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26일부터 아무 조건 없이 국회 차원에서 국민개헌안 합의를 위한 개헌 논의를 시작할 것을 제안한다”며 야 4당(한국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개헌정책협의체를 만들 것을 제안했다. 그의 제안은 ‘분권형 대통령제와 책임총리제’를 골자로 한 개헌안을 여야 합의로 6월 임시국회에서 도출하자는 한국당의 제안에 다른 야당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여야 5당이 모두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고 맞섰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바른미래ㆍ민평 “국회, 우리 손에”

    국회가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출범으로 재편된 ‘신(新)4당 체제’로 2월 임시국회 후반기 일정을 진행하게 됐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외압’ 의혹을 받는 권성동 법제사법위원장의 거취를 둘러싼 여야 갈등으로 국회가 ‘개점휴업’ 상태가 되면서 정치권에서는 벌써 3월 임시국회 소집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설 연휴를 기점으로 가장 큰 변화는 30석의 바른미래당이 ‘원내 3당’으로 새롭게 국회 운영에 참여하게 됐다는 점이다. 바른미래당은 19일 전북에서 첫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하는 데 이어 20일 의원총회를 열고 임시국회 정상화를 위한 원내 전략과 쟁점 입법 과제에 대해 논의한다. 특히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간 의견 차가 큰 개헌 이슈 등에 대해서도 가능한 한 빨리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철근 대변인은 18일 “시급한 민생법안과 5·18 특별법을 처리해야 한다”면서 “또한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개헌에도 국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바른미래 공무원 증원 등 반대… 與 부담 바른미래당으로서는 이번 임시국회가 새 교섭단체이자 ‘캐스팅보터’로서 존재감을 보여 줄 수 있는 첫 시험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범민주계인 호남 인사가 대거 이탈한 자리에 보수 성향 인사가 합류한 바른미래당 체제에서는 ‘우클릭’이 예상된다는 전망도 적지 않다. 바른미래당은 이미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과 공무원 증원에 반대하는 등 현 정부 핵심 정책과 각을 세우고 있다. 정부·여당으로서는 바른미래당의 창당이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앞서 13일 바른미래당 출범대회 참석 일정을 뒤늦게 결정하기도 했다. 의석수 14석의 민평당은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실패하며 국회 내 영향력이 크게 줄었지만, 호남이라는 지역 기반을 바탕으로 캐스팅보트 역할을 자처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국회 본회의 표결 등에서 이상돈·박주현·장정숙 의원 등 바른미래당 내 반통합파 비례대표 등과 공동 전선을 펼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들은 민평당에서 당직을 맡을 것이라고 밝히는 등 소속만 바른미래당인 인사들이다. 이 때문에 원내교섭에서는 바른미래당이, 국회 표결에서는 민평당이 각각 ‘캐스팅보터’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국회 공회전에 민주ㆍ한국당 서로 “네 탓” 한편 민주당과 한국당은 이날 2월 임시국회 정상화와 민생법안 처리를 약속하면서도 ‘국회 공회전’의 책임을 서로에게 돌렸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여당이 자신이 파행시킨 법사위를 정상화하고 유감을 표명한다면 국회는 바로 정상화될 수 있다”면서 민주당의 ‘선(先)사과’를 거듭 요구했다. 국회는 19일 오전 정세균 국회의장과 원내대표 간 회동을 갖고 임시국회 정상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바른미래당이 원내교섭단체로 처음 참여한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신년 인터뷰] “현 다당제는 파열된 양당제일 뿐… 개헌 때 선거제 개혁해야”

    [신년 인터뷰] “현 다당제는 파열된 양당제일 뿐… 개헌 때 선거제 개혁해야”

    법정에서, 또 거리에서 국내 인권, 환경, 복지 분야의 개선을 위해 활동해 온 원로 인권변호사 최병모(69) 법무법인 양재 대표가 요즘 ‘정치제도’를 강의하고 있다. 직접 프레젠테이션(PPT) 강의 자료를 만들어 부르는 곳이 있으면 어디든 달려간다. 그의 PPT 자료를 들춰 보니 1987년 체제의 한계, ‘차악 선택’의 수단이 된 소선구제의 병폐, 사회 다양성 구축에 초점을 맞춘 각국 제도에 대한 고민이 빼곡했다.“결국 제도입니다. 제도가 인간의 행동과 사고를 규정합니다. 1987년에서 한 세대가 지난 지금 다양한 사상이 각축을 벌이고 건전한 경쟁이 펼쳐지는 합리적인 정치제도를 설계해야 합니다.” 그는 공안 정국에 맞서 정의실천법조인회(1986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1988년) 창립에 참여해 인권운동을 하고, 환경운동연합 전신인 공해반대시민운동협의회를 창립(1986년)하고, 민변 회장을 맡아(2002년) 권력 하수인 노릇에 중독된 검찰·법조의 개혁을 외치고,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이사장을 맡아(2007년) 국가의 후견적 역할을 강조하다 보니 “결국 정치제도가 문제”임을 깨달았다고 한다. 현재는 국회의원 소선거구제를 비례대표제로 전환할 것을 주창하는 ‘비례민주주의연대’(대표 하승수·최태욱) 상임고문을 맡고 있다. 그는 정치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개헌 움직임이 가시화된 올해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해 촛불집회에 참가했나. -지난겨울 광화문, 서울시청 앞에서 안국동, 종로까지 참 많이 걸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 농단은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진 독재 정권의 부활 시도였는데 시민이 꺾었다. 촛불집회는 혁명이었다. 길게는 4·19 혁명, 5·18 광주, 6·10 항쟁의 연장선상에 있는 역사적 경로였다고 본다. 이제 촛불혁명을 완결하는 게 우리 사회의 목표가 돼야 한다. →촛불에 담긴 개헌의 의미는. -개헌과 함께 선거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1987년 우리나라는 대통령 직선제만 도입하고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이전의 소선거구 1위 대표제(하나의 선거구에서 최다득표자 1명을 선출하는 제도)를 그대로 유지했다. 영국, 미국, 일본, 멕시코, 한국 등 소선거구제를 채택한 나라들의 특징은 양당제 국가라는 것이다. 프랑스 정치학자 모리스 뒤베르제에 따르면 ‘소선거구제에서는 유권자가 사표 방지 심리에 지배되는 결과 양당제로 수렴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양당제는 최선의 선택이 아닌 차악을 선택하도록 강요받는 결과를 가져오고 따라서 투표율도 낮다. 역으로 비례대표제는 견고한 다당제를 유도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면 의회는 서서히 국민이 바라는 방향으로 개혁될 것이다. →20대 총선과 국정 농단 사태, 19대 대선을 거치며 원내 정당이 5개인 다당제가 되지 않았나. -지금의 상태는 정상적인 다당제가 구현된 것이 아니라 정치공학적인 이유로 양당제가 파열된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는 게 옳다. 우리나라 정치엔 또 지역 구도가 강하게 작용하니 어떤 지역의 맹주가 나타나면 그 사람을 중심으로 정당이 만들어졌다가 없어지는 일이 되풀이된다. 역대 대통령마다 당선을 전후해 새 당을 만들었다. 그런 ‘팬덤정치’에서는 국가와 사회를 어떻게 설계하겠다는 전망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다양한 사상이 제시되고 경쟁하는 체제가 이뤄져야 다당제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독일에선 7~10% 지지를 받는 녹색당이 598석의 의석 중 40~60여석을 얻는다. 녹색당이 연합정부(연정) 구성에 참여하는 조건으로 원전 폐기를 요구하자 이 정책이 실제 추진됐다. 후쿠시마 사태를 경험하고도 핵 마피아 세력을 무시하지 못하는 보수정당 의원들의 무기력으로 핵 폐기 정책을 채택하지 못한 일본과 차이가 얼마나 큰가. 우리도 의석을 400석으로 늘리고 150석을 비례대표 의석으로 하여 정당 득표율에 따라 총의석을 배분하더라도 의회가 개혁되면 현재의 예산으로 충분할 것이다. →국정 농단을 거치며 제왕적 대통령제 개선 목소리가 높은데. -지난해 4·13 총선을 앞두고 당시 여당(새누리당)이 개헌선까지 확보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결국 4당 체제가 됐다. 그리고 선거 이튿날 검찰이 가습기살균제 사건 수사·기소를 검토하겠다고 발표한다. 2011년에 이미 가습기살균제 때문에 임신부가 죽었고 피해자가 수백 명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는데, 소환도 안 하던 검찰이 왜 그랬을까. 그것이 바로 의회가 국정의 지배권을 가졌을 때의 차이다. 최순실 사태가 폭로될 수 있었던 힘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의 제왕적 대통령제는 반드시 개선해야 하지만, 대통령제를 4년 중임제로 바꾸는 것만으로는 의회의 견제 기능이 작동하지 못해 언젠가는 제2의 박근혜가 출현할 수도 있다. 따라서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개혁해 의회가 국정의 중심이 되는 의회중심주의 국가로 가야만 민주주의가 도약할 수 있다. →가습기 살균제뿐 아니라 서울시 조작간첩 사건 등에서 검찰이 증거조작 사실이 폭로됐는데도 무리하게 공소 유지를 하려는 시도가 나타났는데. -검찰이 결정권자가 아니라 의회를 장악한 정권의 하수인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정치권력과 같은 배후세력도 사과를 못 하는 게 ‘잘못했다’고 하면 지지세력 30%마저 등을 돌릴 것이기 때문이다. 각자 지지세력 30%를 확보한 채 나머지 40%의 부동층을 두고 양대 정당이 싸우는 체제에서는 끝없이 대립해 국민을 분열시키려고 하고, 자기 세력에 불리한 진실은 은폐하려 한다. 그리고 불가피한 경우에는 담합해 서로 부정을 눈감아 준다. →시혜적 복지 논란이 나오는 이유는. -초기에 독일의 비스마르크나 박정희 정권 같은 보수정권이 서민층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복지제도를 도입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선별적, 시혜적 복지에 그칠 뿐이다. 그것은 사람을 소득수준에 따라 구별 짓고, 복지 급여를 받으려면 정부의 재산·소득·가족관계 조사를 감수해야 하며, 그 결과 수급받는 쪽은 차별당하고 위축돼 사회가 분열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사회안전망, 국가의 후견적 역할에 충실한 보편주의 복지만이 복지를 통해 통합된 사회를 만드는 방법이다. 이 경우 복지는 시혜가 아니라 납세자의 당연한 권리가 된다. →1987년 체제의 한계를 지적했는데. -1987년에 우리가 전두환 독재 정권의 항복을 받아 내고 나자 시민들은 모두 이제는 정상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믿고 다음날부터는 생업으로 복귀했다. ‘너희들이 잘해 봐’ 하며 당시 독재 정권의 아성이던 민정당과 무기력한 야당 등 기성 정치인들에게 다시 헌법 개정을 맡겼으니 다른 안이 나올 수 없었다. 또 당시 (대통령 직선제를 겨우 되찾은) 우리는 의회 구성에 소선거구제가 아닌 다양한 선거제도가 있다는 사실이나 그 정치적인 함의를 잘 알지 못했다. 그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우리 역사를 관통하는 시대정신인 민주주의를 위해 쉼 없이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1987년과 다르게 청년들이 지금 처한 현실 때문에 힘들어하고 희망 없음에 또 힘들어하는데. -그래도 항상 청년들이 현실을 바꾸는 데 앞장서 오지 않았나. 청년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선거개혁을 주도하면 좋겠다. 선거개혁으로 원내 정당이 6~7개쯤 된다면 결국 좌파에서 중도우파까지 의석의 70%는 중산층 이하의 지지에 기반을 두게 될 것인데, 그러면 당연히 청년을 위한 정책에 우선순위가 주어질 것이다. 인구절벽이 눈앞에 와 있고 합계출산율은 여전히 1.2 수준인데도 저출산 문제 해결이 왜 안 될까.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갈등처럼 보수층이 자기의 이익을 양보하지 않으려는 음모 때문에 부실한 보육복지가 개선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보육, 의료 등의 영역은 다른 어떤 영역보다도 공공성이 우선돼야 함에도 그렇다. →올해 정치제도 변화는 실현될 수 있을까. -실현될 수도 있을 것이다. 가톨릭에서 말하는 ‘대희년’(모든 것을 제자리로 회복하는 해)이 되기를 기대한다. 1987년 6월에 못 했던 것을 할 때가 됐다. 국민들이 나서야 한다. 국가 권력으로 사익을 추구한 이명박·박근혜 사태에 책임이 있는 보수 정치권력 중에 왜 반성하는 이가 없을까 신기할 지경이다. 그것을 제압할 수 있는 힘 역시 국민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나상현 기자 greantea@seoul.co.kr
  • [이경형 칼럼] 안철수 ‘중도’ 험해도 가야 한다

    [이경형 칼럼] 안철수 ‘중도’ 험해도 가야 한다

    다원화한 한국 사회에서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담는 대의정치의 틀로 양당제는 한계가 있다. 이해관계의 결이 복잡해진 유권자들은 기존의 폐쇄적인 진영 논리에 거부감을 갖는다. 현 20대 국회의 정당 구도는 2강 2약의 4당 체제의 다당제이긴 하지만 더불어민주당(121석)과 자유한국당(116석)이 전체 의석의 80%를 차지함으로써 적대적 공존의 거대 양당 체제의 국회 운영과 별 차이가 없다.올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이 야권 재편의 시동을 걸고 있다. ‘합리적 진보’의 기치를 내건 국민의당과 ‘개혁 보수’의 바른정당이 통합을 이뤄 이념적 온건성과 합리적 중간지대를 표방하는 ‘중도 개혁 신당’을 정립해 나간다는 것이다. 민주당과 한국당이 추구하는 이념적 좌·우 노선이 대립하고 있는 현실에서 중도주의 표방은 중간지대 유권자들의 정치적 의사를 수렴할 새로운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다. 문제는 정치적 이상과 현실의 괴리다. 국민의당(39석)과 바른정당(11석)이 어제부터 ‘통합추진협의체’를 가동하기 시작했지만, 국민의당은 통합파(21명)와 통합 반대파(국민의당지키기운동본부 소속 18명)가 갈라서고 있다. 안철수 대표가 이런 분열을 극복하지 못하면 ‘국민의당 통합파와 바른정당이 통합한다 해도 ‘중도 신당’은 32석에 그치고 나머지 국민의당 통합반대잔류파도 원내교섭단체 구성마저 어렵게 된다. ‘중도 신당’과 민주당, 한국당이 정립하는 ‘신3당 체제’가 되든, 아니면 ‘변형 4당 체제’로 바뀌든 현재의 정당 구도보다는 대의정치가 더 진화할 것으로 본다. 폭이 넓어진 국민의 이념적 스펙트럼을 반영할 수 있고, 지역에 기반을 둔 정당정치 구조를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은 안 대표와 호남계가 20대 총선과 19대 대선을 겨냥해 급조한 정당이다. 안 대표는 호남 정치세력이, 호남계는 ‘안철수 간판’이 필요했던 것이다. 바른정당은 박근혜 탄핵을 찬성해 구 여당을 뛰쳐나와 과거 친정인 한국당으로 복귀하지 않은 의원들이다. 야권이 재편되는 것은 올 지방선거와 2년 후 21대 총선을 앞둔 정당들의 민심 수렴 작용이다. 리얼미터가 정초에 발표한 정당별 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 50.3%, 한국당 16.8%, 국민의당 6.2%, 정의당 5.7%, 바른정당 5.6% 였다. 조사기관에 따라서는 한국당이 10% 선에 머물기도 한다. 한국당의 현 의석은 116석으로 전체 의석의 39%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한국당 지지도와 의석수 간의 괴리가 매우 크다. 언론사의 신년 여론조사 가운데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하면 두 당의 합산 지지율을 넘어서고, 제1야당인 한국당의 지지율을 앞선다는 결과도 나왔다. 이는 한국당이 제1야당으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통합 신당에 대한 국민 기대가 크고 현 야권은 재편돼야 한다는 주장의 방증이기도 하다. 한국 정치사에서 ‘중도 노선’은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는 자기 노선이 없거나 ‘사쿠라’(변절자) 노선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박정희 유신 독재 시절 당시 야당인 신민당의 이철승 대표최고위원이 내건 ‘중도통합론’이 ‘중도 정치’의 대표적인 사례다. 대여 극한투쟁 노선으로는 야당이 설 자리가 없으니 ‘제도권에 참여해 개혁하자’는 실리 추구 노선이었다. 이 대표는 ‘사쿠라’라는 비난을 받았지만 1978년 제10대 12·12 총선에서 신민당은 여당인 공화당을 총득표 면에서 1.1% 앞서는 승리를 거두었고, 이런 결과는 결국 유신 독재의 종말을 재촉했다. 안철수 대표가 ‘중도 신당’을 출범시키는 과정에서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실천적 중도 개혁 정당’이라고 내세우고는 있지만 구체적으로 문재인 대통령 정부의 진보정책 드라이브에 어떤 대안을 내놓을 것인지 밝혀야 한다. 홍준표 대표가 이끄는 한국당의 보수 노선이 왜 국민의 호응을 받지 못하는지 ‘중도 정책’ 제시로 설명해야 한다. ‘중도 신당’을 유권자들에게 세일할 분명한 콘텐츠를 만들어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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