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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만/중국과 관계 악화… 이민희망자 급증(세계의 사회면)

    ◎작년 「천도호사건」후 무력대결 우려/국민 21% “어디든 떠나고 싶다” 타이베이의 야간학교에서 교사로 일하고 있는 피터 차오씨의 머리속에는 요즘 온통 이민 생각 뿐이다.수업이 끝난 뒤에도 그는 퇴근할 생각도 잊은 채 텅빈 교실에 홀로 남아 어디로 이민을 가는 것이 좋을지 결정하기 위해 혼자만의 고민을 계속하곤 한다. 조국을 떠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수없이 곱씹어 봤지만 결론은 언제나 이제 떠날 때가 됐다는 쪽이었다.그가 지금의 학교에서 일하는 것도 오로지 이민가서 쓸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1년새 3% 늘어 최근 대만 연합보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의 21%가 대만을 떠나 어디든 다른 곳으로 이민을 가고 싶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1년전만 해도 이 수치는 18% 선에 머물렀다.이민을 가고 싶다고 응답한 사람들은 대부분 대만의 사회불안을 이민희망 사유로 꼽았다. 대만은 비교적 치안유지가 잘되고 있는 나라로 알려져 있다.그런데도 국민들의 5분의 1 이상이 이민을 원하게 할 만큼 불안을 느끼게 하는이유는 무엇인가.대만의 사회학자들은 누구나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그 이유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고 있다.지난 84년 영국이 오는 97년 홍콩을 중국에 반환키로 합의한 이후 홍콩에서 장래에 대한 불안으로 대탈출 러시가 일었던 것과 같은 이유에서 대만국민들의 이민희망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90년대초 일시적으로 해빙 분위기를 보이던 중국­대만관계는 지난해 대만관광객 24명의 떼죽음을 가져온 천도호사건을 계기로 급랭하기 시작,히로시마 아시안게임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때 이등휘총통의 참가를 중국이 좌절시킴으로써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대만을 중국의 1개 성(성)으로 간주하고 있는 중국은 그 이후 대만에 대한 무력침공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수차례에 걸쳐 경고했었다. 대만국민들의 불안감은 대만에 대한 중국의 무력침공이 임박했음을 다룬 책 「T데이 1995」가 선풍적인 인기 속에 베스트셀러로 등장한데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대만 내정부 인구관리국의 치엔 타이 랑 국장은 『요즘 같은 상황에서 사회가 불안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또 사회가 불안해지면 사람들은 떠나고 싶어하는 것도 당연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민상담자 북적 타이베이에 주재하고 있는 각국 통상산업대표부들은 요즘 이민절차를 알아보려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나는 바람에 쩔쩔매고 있다.뉴질랜드대표부에서 영사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로저 브라운씨는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뉴질랜드로의 이민희망자는 한달에 1백20명 안팎이었다.그러던 것이 10월에는 2백2명,11월에는 4백16명으로 그 숫자가 껑충 뛰었다』고 밝히고 있다.이같은 사정은 호주·미국 등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다. 지금 대만국민들은 아직까지 중국의 관심은 홍콩의 중국의 관심은 홍콩의 중국반환에 집중돼 있지만 97년반환이 이뤄진 뒤에는 중국의 관심이 대만에 돌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많은 대만국민들이 지금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는 것이 대만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 판단하느라 머리를 싸매고 있다.
  • 부가세 자진신고 자리잡았다/“간섭 없어졌다”환영… 신고율도 높아져

    ◎신고액 산정 고심… 민원창구 개설 호평 『세무 간섭을 안 받으니 좋고,스스로 신고하니 세금 상식도 늘고…』 『얼마 정도를 신고해야 하는지 고민은 했어요.누구든지 세금은 덜 내고 싶어 하잖아요』 25일 마감된 94년도 제 2기 부가가치세를 신고한 납세자들의 반응이다.국세청의 세정개혁으로 이번 부가세 신고는 「실적대로 알아서 내는 자진신고」의 첫번째 사례이다. 대부분 환영하는 분위기이다.물론 일부 영세업자들은 적정한 신고액을 정하느라 고민도 했다.준비기간이 짧았기 때문이다. 을지로 세무서 관내에서 다방을 한다는 이모씨(45)의 경우 최근 장사가 안 돼 고민하다가 정확히 신고하면 된다는 세무서 직원의 말을 듣고 지난 번보다 매출액을 5% 정도 줄여 신고했다.이씨는 6개월 정도 계도 기간을 두었다면 세금 계산서도 잘 챙기고 매출액 계산도 정확히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특히 세무간섭이 없어진 것을 가장 반긴다.오퍼상을 한다는 김모씨(39)는 『세금에 대한 공부를 하게 되고 세무 간섭도 없어 아주 좋다』며 『세무공무원들의 자세도 은행 직원에 버금갈만큼 친절해졌다』고 평가했다. 신고실적도 전 년에 비해 높아졌다.서울 을지로 세무서의 경우 종전에는 마감 하루 전날의 신고율이 30∼40% 수준이었으나 이번에는 70% 정도로 높아졌다. 이 세무서는 연간 매출액이 7천5백만원 이하인 한계세액 공제대상자들을 위해 자체적으로 한계세액 전화민원 창구를 개설했다.세액 계산이 너무 복잡해 자진 신고에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전화로 매출액을 불러주면 세액을 계산해주고,나중에 그 계산서를 내 줘 신고할 때 첨부하도록 함으로써 호평을 받았다. 허석구 부가가치세 과장은 『납세자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데 역점을 두었다』며 『다음 신고부터 보다 완벽해지도록 납세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도 했다』고 말했다.
  • 김정룡 농림수산차관보 순직/남부가뭄지역 시찰하다 과로사

    ◎고인뜻 따라 장기기증… 6명 새삶 16일 아침 출근길에 갑자기 쓰러져 뇌사상태에 빠진 김정룡 농림수산부 차관보가 17일 하오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끝내 순직했다.향년 52세. 숨진 직후 고인의 장기일부는 『죽으면 장기가 필요한 사람에게 내 육신을 나눠주겠다』던 생전의 뜻에 따라 6명의 중환자에게 이식돼 새생명으로 태어났다. 신촌 세브란스병원 이규창박사의 집도로 3시간여의 적출수술끝에 기증된 장기는 신장 2개,안구 2개,심장판막 등 6개로 모두 성공적으로 이식됐다. 김차관보는 16일 상오7시30분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 근처에서 조깅을 하다 머리에 갑작스런 통증을 느끼고 집에 돌아와 식사를 한 뒤 출근하려다 쓰러져 병원으로 가던 길에 승용차안에서 의식을 잃었다. 집에서 가까운 서울 영동 세브란스병원으로 먼저 가 뇌단층(CT)촬영을 한 결과 뇌출혈을 일으킨 것으로 밝혀졌고 다시 앰뷸런스를 이용해 신촌 세브란스병원으로 옮겨진 뒤 정밀검사및 치료를 받았으나 결국 회생하지 못했다. 부인 장갑생(52)씨와 가족들은 이날하오 최종적으로 뇌사판정이 나자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슬픔속에서도 곧바로 가족회의를 열고 평소 독실한 기독교신자이던 고인이 입버릇처럼 되뇌곤 하던 장기기증을 결정해 병원측에 이같은 뜻을 전달했고 곧바로 이식수술이 이뤄졌다. 서울법대 행정학과와 행정대학원을 졸업하고 고시행정과 7회에 합격,27세의 나이로 농수산부에 처음 몸담은 그는 24년간을 줄곧 농수산부에서 일해온 확실한 「농수산부맨」이었다. 양정국장·농업협력통상담당관·축산국장·농정국장 등 요직을 두루 걸쳤다. 지난해 5월 산림청차장으로 발령받아 잠시 타의에 의한 외도를 한 그는 12월28일 다시 「친정」인 농수산부로 돌아와 업무에 더욱 강한 의욕을 보여 쉴새없이 일해왔다고 동료직원들은 전했다. 가족과 동료들은 『고인이 최근 영·호남지방의 극심한 가뭄 때문에 몹시 고민해왔으며 지난주에는 2박3일 일정으로 영·호남 가뭄현장을 직접 시찰하고 14일 밤 돌아온 뒤 걱정하느라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며 『일요일인 15일에도 집에서 쉬라는 가족들의 권유를 뿌리치고 과천청사로 출근,가뭄대책과 채소류수급대책을 마련하는 등 농민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전력투구했다』고 말했다. 동료들은 『지난해 농안법파동과 농수산물물가안정대책,WTO체제준비 등으로 어려운 고비를 겪었는데 이렇게 갑자기 세상을 뜨다니 너무 안타깝다』고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또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은 『대학시절에는 산악반장을 맡았고 최근까지도 일요일이면 늘 산을 찾아 매우 건강한 체질이었는데 이렇게 졸지에 가다니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고 넋을 잃었다.
  • 94 사회부문 통계조사/한국인 60% “나는 중간층”

    ◎“부모모셔야” 87%… 전통가치 여전/물가·치안 등 민생은 “낙제 수준”/종교인구 49.9%… 불교·기독교·천주교순 국민 10명중 7명은 문민정부출범이후 정치민주화가 개선된 것으로 생각하며 현재의 정치민주화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그러나 환경공해와 물가,교통,치안등 민생과 직결된 사회문제는 여전히 「낙제」수준으로 인식하고 있다. 국민의 60%는 자신이 사회계층의 「중간층」이라고 여기며 노력만 하면 계층이 높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통계청이 27일 내놓은 「94년 사회통계 조사결과」는 가정생활과 사회문제에 대한 국민의 의식이 3년동안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말해준다.전국 3만2천5백개 표본가구의 15세이상 가구원을 대상으로 지난 5월23일부터 10일동안 조사했다.주요내용을 간추린다. ▷사회문제 인식도◁ 현재의 정치민주화 정도는 「좋은 편」26.1%,「보통」 46.5%인 반면 「나쁜 편」은 16.5%로 전체의 72.6%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3년전보다 68%가 개선됐다고 인식한다.정치에 가장 비판적인 20∼30대 고학력층에서 개선됐다는 응답이 가장 많다. 신도시아파트입주와 부동산가격안정으로 주택문제는 「좋은 편」13.8%,「보통」 45%로 60% 정도가 긍정적이다.교육문제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절반(57.9%)을 넘지만 3년전보다 개선됐다는 사람은 91년보다 6%포인트 떨어졌다.새 정부의 교육개혁이 큰 공감을 얻지 못하는 셈이다. 환경공해,물가,치안범죄,교통 등의 민생문제는 3년전보다 나빠졌다는 사람이 줄었지만 전반적인 평점은 낙제점에 가까워 정부가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할 부문으로 꼽혔다. 환경공해문제는 83%가 「나쁜 편」이라고 답했다.물가안정은 72.8%,교통문제 72%,치안문제는 55.2%가 「나쁜 편」이라는 응답이다.이 항목들에 「좋은 편」이라는 사람은 10%에도 훨씬 못미쳤다. 60%가 빈부격차도 「나쁜 편」이라 여겼고 UR타결 등의 영향으로 농촌문제도 67.9%가 나쁜 상태로 생각한다. 계속적인 부정부패척결 노력에도 불구하고 절반이상이 부정부패문제를 나쁜 편이라고 생각했고 현재의 윤리와 도덕성에도 49.4%가 같은 생각이다.조사시점이 세무비리와 지존파사건이전이므로 그 이후 부정적 인식이 훨씬 더 커졌을 것으로 추측된다. ▷계층의식◁ 자신이 사회 중간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60.4%로 91년(61.3%)보다 다소 낮아졌다.상층으로 여기는 사람도 1.6%에서 1.4%로 줄었고 하층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38.2%로 다소 증가했다. 그러나 부모세대보다 자식세대의 사회적 지위향상을 묻는 「세대간 계층 이동」의 가능성은 60.3%가 「높다」고 생각해 자식은 자기보다 잘될 것으로 믿고 있다.또 절반에 가까운 45.8%가 노력만 하면 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정생활 및 청소년 문제◁ 가정생활은 36.9%가 만족,52.8%는 보통이라고 답했다.88.8%가 가정생활에 별 문제가 없는 셈이다. 자녀와 배우자와의 관계에는 60% 가까운 만족도를 보였으나 경제생활의 만족도는 3년전보다 2.8%포인트 감소한 16.9%만 만족하며 33.9%가 불만스럽다고 답했다.경제를 가장 큰 가정문제로 인식하는 셈이다. 청소년의 가장 큰 문제는 3년전(58.7%)보다 높아진 61.9%가 「학업」을 꼽았다.직업(13.9%),가정환경(12.9%),이성교제(5.9%)의 순이며 신체·용모도 다소 는 5.3%였다. 15∼20세 청소년의 98.2%가 고민이 있으며 친구(53%),부모(14.3%) 등과 상담한다.반면 10명중 2명은 혼자서 끙끙댄다. 부모 봉양·노후대책 부모와 함께 사는 사람은 절반이 넘는 54.7%이다.장남으로 부모를 모시는 사람이 66·4%로 전통적 가족가치관이 여전하다. 87.3%가 자식이 부모를 부양해야 한다는 책임의식을 느끼며 부양책임은 아들·딸 29.1%,능력있는 자녀 27.2%,장남 19.6% 순이다. 노후를 대비하는 사람은 절반을 겨우 넘는 53%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당장 먹고 사는데 급급하다.예금·적금(27.7%),보험(24.1%),연금·퇴직금(19.7%) 등으로 노후를 준비하고 있다. ▷종교성향◁ 종교를 지닌 사람이 49.9%로 91년의 54%보다 크게 줄었다.불교신자가 24.4%로 가장 많지만 3년전보다는 줄었다.기독교 18.2%,천주교 5.9%,유교 0.4% 순이며 불교는 농촌,기독교는 도시지역에서 신자가 많다. 종교집회에는 주 1회 참여하는 사람이 22.2%로 가장 많다.남자보다는 여자가,농촌보다는 도시지역 신자들이 활동적이다.
  • 발레리나 박인자(이세기의 인물탐구:65)

    ◎현란한 율동의 창작무대 쉼없이/82년 「백조의 호수」서 고난도 「푸에테」 24회 선보여/토슈즈 과감히 벗고 출연… 정통발레 변혁 시도/후진 양성하며 항상 공연주역… 내년 4월 「20년 기념작」 준비 박인자 84년 음악전문지 「객석」창간호는 발레리나 박인자를 발레계의 「비범」으로 꼽은 일이 있다.조동화·김영태·채희완등 무용평론가들의 추천이유는 이랬다. 『82년9월 「백조의 호수」3막중 오딜(흑조)에 도전한 박인자는 그동안 갈고 닦은 기량으로 눈이 부시도록 현란한 푸에테를 24회나 도는 저력을 보였다.83년5월 그가 춘 오데드 솔로 역시 에메랄드처럼 빛나는 무대였다.그후 쇼스타코비치의 「아다지오」와 「녹색의 변주곡」에서 그는 지체의 포물선을 감각적으로 금긋는 데 기여했다.개성이 돋보이는 박인자에게서 아직 노련미를 찾긴 어려우나 그의 작업은 신뢰감을 갖고 주시해도 좋을것 같다』는 요지였다. 한 다리로 서서 몸을 완전히 회전시키는 푸에테란 발레리나의 자존심이 걸린 고난도 테크닉의 하나다.최근에는 테크닉 발달로 이보다 긴 푸에테와 필루에트를 성공시키는 예가 흔히 있지만 10여년전만해도 그의 연속 푸에테는 무용계의 화제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후 개인발표와 지방공연·춤작가 12인전·대한민국무용제등 각종 대형행사에서 박인자는 클래식과 네오클래시시즘 창작발레와 재즈발레에 이르기까지 변화되고 발전된 춤의 모습을 정열적으로 펼쳐왔다.91년 국립극장에 올려진 「레이몬다」가 「클래식의 격정과 정확성」을 갖춘 무대였다면 「불새」의 경우는 모리스 베자르의 단순화된 현대발레를 「스트라빈스키 음악의 역동성을 살려 힘있고 치밀한 원형무로 만든 수작」이었다. ○격있는 화려함 과시 지난해 가을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선보인 그의 「나비부인」은 긴 부드러운 의상속에서 물흐르듯 유연한 동작을 구사하여 『40대 무용가 중에서 포르드 브라(팔의 움직임)의 정지미를 이만큼 탄력적으로 과시한 발레리나는 드물다』는 평을 받았다.더구나 창작발레 「초록의 환상」에서 토슈즈를 활짝 벗고 산뜻하게 치솟는 도약은 무중력과 부력의 이미지를 꽂으면서발레는 그 「무엇」이 아니라 지속적인 훈련이고 기교이며 동시에 「격있는 화려함」이라는 것을 단적으로 제시했다. 평론가들의 평이 아니더라도 박인자발레의 매력은 댄서의 묘기를 완벽하게 소화한 프로의식과 아름다움이 넘치는 무대의 회화성에 있다고 볼 수 있다.그리고 분홍신을 신은 것처럼 그는 신들린듯 무대를 선회하고 회전하면서 그가 춤추는 공간에 오색찬란한 빗살무늬를 뿌려나간다. 그의 발레는 60∼70년대 국립극장 무대에 올려진 정교한 클래식 발레와는 그 형식면에서 뚜렷한 차이점을 갖고 있다.즉 그의 춤은 이지적이고 극적인 움직임과 육감적인 신선미를 잃지 않는다.이른바 무엇을 추어도 활기차고 선이 선명하며 창작력과 문학성이 뛰어나다.그는 춤출 뿐만 아니라 탁월한 발레조련사이자 매우 두뇌회전이 빠른 안무의 재구성자이고 「그래서 대학권에 두기에는 너무 아까운 재목」이라고 평론가 김태원은 한탄해 마지않는다. 박인자의 유년의 기억은 햇빛처럼 밝고 순탄하기만 하다.서울 충무로에서 약국을 경영하던 박명근씨와 노오례여사의 6남매중 막내로 태어나 어릴 때는 피아노를 쳤고 금란여중에 다니면서 발레리나 서정자의 눈에 띄어 발레에 입문했다.1백62㎝의 크지도 작지도 않은 유연한 몸매를 타고난 그는 임성남 문하에서 본격적인 발레수업을 받았고 서울예고 2학년때인 69년부터 벌써 국립발레단 정기공연에 참가하여 스승·선배들의 기대를 한몸에 모았다. 대학4년때인 74년 동아무용콩쿠르에서 「지젤」솔로로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렵다는 대상을 수상,신데렐라 탄생을 예고받은 그로서는 실은 더이상 아무것도 부러울 것이 없었다.그가 존경하는 선배 김혜식은 이 콩쿠르에서 금상을 받았고 조승미 역시 은상에 머문 데 비한다면 그의 대상은 발레계의 모처럼의 경사이자 자랑이기도 했다.그러나 기쁨은 잠시,그를 아끼는 국립발레단의 임성남씨와 대학의 스승인 김정욱교수 사이에서 그는 프리마 발레리나냐,대학교수냐의 양갈래 길에서 무엇인가 선택하지 않으면 안되는 결정적인 순간을 맞게 되었다.전문 발레리나로 그를 키운 임성남씨는 당연히 국립발레단 입단을 권유했고 대학 발레의 향상을 걱정하던 원로 김정욱교수는 대학에서 발레를 가르치는 일도 공연 못지 않게 중요함을 누누이 역설해왔다.더구나 그는 4년동안 모교인 수도여사대(현세종대)에서 장학금을 받고 공부한 처지였다. ○고민끝에 「대학」 선택 고민끝에 그는 결국 대학을 선택하기로 마음먹었다.김정욱교수의 뒤를 이어 대학에서 후배를 가르치면서 자신의 무대를 만들자고 생각했으나 박인자의 결정에 놀란 임성남씨는 『그러려면 대상수상을 되물리라』는 농담반 비슷한 격노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술가중의 어떤 사람들은 위대성을 타고나게 마련이지만 또 어떤 이들은 후천적으로 이를 획득한다.그러나 아무리 타고난 위대성이라도 갈고 닦지 않는다면 한낱 범용에 그치고 말 것이다』 우연이나 요행은 절대로 훌륭한 예술가에 이르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그는 자신의 재능을 발전시키기 위해 지금도 「피나는 노력」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말한다. 그동안 그는 미국·일본의 발레학교에 나가 다양한 테크닉을 연마하면서 발레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모든 룰들을 다시한번 생각해볼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그중에서 그에게 영향을 준 것은 윌리엄 포사이드와 모리스 베자르의 파격의 안무였다.특히 리옹발레단의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줄리엣을 감시하기 위해 무대에 경비견까지 끌고 나온 것을 보고 그는 고질화된 형식에서 벗어나 맨발벗은 모습을 발레에 적용하는 과감한 용기를 보였다.타당성이 없이 누군가 고수하려는 것을 「누군가 깨야 한다」는 의지로 작품에 맞지 않으면 토슈즈나 튀튀 클래식 튀튀 로맨틱을 고집하지도 않았고 「나비부인」에서 창살에 비친 그림자춤이나 「피아노」에서의 파도와 달빛타기를 푸른 휘장으로 표현한 것도 같은 맥락의 시도다. 박인자에겐 많은 장점이 있다.평상시의 그는 발레리나의 티는 물론 교수의 티도 내지 않는다.지젤의 분위기를 닮은 해맑은 싱그러움을 간직한 채 일상적인 대인관계를 원만하고 진지하게 풀어나간다.그가 모교를 떠나 발레전공이 없는 숙대 무용과로 옮겨간 것은 그가 지도한 후배들에게 교수자리 하나라도 내어주기 위한 배려였다.그의공연장에 장르를 초월한 수많은 무용인이 찾아들고 그의 춤을 격려하고 환호하는 것만 봐도 그의 후덕함을 엿볼 수 있다. ○무용과 음악을 분리 단지 자신의 올바른 주장은 남의 눈치를 보거나 주위를 의식치 않고 똑바로 관철시키는 주의다.문예진흥원 창작활성화 무용기금속에 음악파트가 포함된 것을 보고 무용과 음악을 따로 분리한 것도 그가 이룬 성과다.가족은 건축가인 부군 함정도(서울산업대교수)씨와의 사이에 1남(고교)1녀(여중). 우리의 본격적인 클래식 발레는 김정욱·임성남·홍정희에서 김학자·김혜식·조승미로 이어지고 이들은 대부분 대학에서 후배를 양성하거나,발레를 지도하거나 안무에 치중하는 시기다.대학에 몸담고 있으면서도 지금도 끊임없이 발레무대의 주역이라는 점에서 박인자는 단연 현역의 톱에 틀림없다.그러나 육체를 매체로 하는 무용의 세계에서 무대예술가의 활동시한은 전보다 길어지는 추세이긴 하지만 「꽃처럼 무섭게 시들어버리는 육체의 언어로 예술적 광채를 영속하기란 좀체로 쉽지 않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다.더더욱 인간의 영혼을 전율케 하는 「사색의 끝」에 치닫지 않고서는 모든 움직임은 무의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그는 바람이나 파도나 봄을 맞는 대지의 꿈틀거림이 인간의 희비애락에 자연스럽게 접목되는 「마음의 춤」을 추구하는 시기다. 그래서 단순하게 허공중에 들어올린 팔 하나라도 가장 자연스러운 바람속의 흐름이기를 원하고 있다. 내년 4월3일 중앙국립극장 대극장무대에 올릴 「박인자발레 20년 대공연」을 앞두고 그는 겨울방학 시작과 함께 짙은 사색에 빠져 있다.그로서는 결국 몇 안되는 별중에서 끝까지 반짝이는 하나이고 싶은 것이다.그리고 그가 춤추고 지나간 자리에 언제까지나 긴 여운으로 불꽃 같은 극미의 항적이 남기를 스스로 기대하려는 것이다. □연보 ▲1953년 서울출생 ▲1966년부터 임성남 사사 ▲1969∼73년 국립발레단단원 ▲1971년 서울예고졸업 ▲1974년 동아무용콩쿠르 대상수상,ASTA총회참가 공연 ▲1975년 수도여사대(현 세종대)졸업 ▲1977년 동대학원 졸업,세종대강사,PATA총회참가 공연 ▲1979년 세종예술원창단 공연 ▲1980년 예무회창단 공연 ▲1982년 박인자발레,대한민국무용제·한국발레협회 창작발레공연 ▲1983년 박인자발레 공연 ▲1984년 일본 도쿄시티발레·아메리카발레센터연수,데이비드 하워드 발레스쿨 수학 ▲1985년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교환교수 ▲1986년 김정욱발레페스티벌 출연,86아시아문화예술축전 안무 ▲1987년 박인자발레 공연,숙대교수 ▲1988년 88서울올림픽 문화예술축전·서울국제무용제·현대오페라단 「리골레토」중 「집시의 춤」안무 ▲1989년 박인자발레 공연(대구·서울),발레20 창단기념·임성남 발레45주년기념공연 안무·출연 ▲1990년 세종문화회관 분수대공연,중앙일보사주최「그랜드발레 페스티벌」안무 ▲1991년 박인자발레 공연(부산·서울),춤작가 12인전안무 출연,청룡영화제 오프닝 세레모니 「코러스라인」안무 ▲1993년 박인자 창작발레(창원·대구·여수) 「대지의 소리」「승천」「연습실에서」「해적 2인무」「팝을 위한 바리에이션」「나로부터 멀리」「고귀한 승리」「파키타」「불새」「나는 뭐드라?」「나비」「나비부인」「꼬리기르기」「가을저녁의 시」「피아노」등 다수 한양대 체육대 박사과정 한국발레협회및 한국무용학회 이사 국립발레단 자문위원 숙대무용과 교수
  • 경제부처 표정/사상 최대규모 인사 앞두고 술렁

    ◎재경원·건설교통부,전직원 발령 불가피/통합후 주도권 향배·장관 경질여부 관심 연일 조직개편에 따른 중·하위직 변동인사로 어수선한 과천의 경제부처들은 23일 개각을 앞두고 더욱 술렁이는 모습.이번 주말,늦어도 내주 초까지는 후속 보직인사가 단행될 예정이기 때문이다.경제기획원과 재무부,건설부와 교통부 등 통폐합 부처와,통상산업부로 바뀌는 상공자원부의 경우 보직의 변동 여부에 관계 없이 전 직원에게 인사 발령을 내게 된다.따라서 이번 인사는 정부수립 이후 최대규모가 될 전망이다.경제부처의 공무원들 사이에는 파격적인 발탁 등 조직개편에 상응하는 인사개혁이 있지 않겠느냐는 소문들이 무성하다. ○…재정경제원으로 통합되는 경제기획원과 재무부의 직원들은 통합 이후의 주도권이 어느 쪽으로 기울 것이냐에 온통 관심이 집중. 정부조직의 서열이나 규모 및 경제부처 업무의 총괄·조정자라는 점에서 기획원이 우위에 있으나,재무부는 금융과 세제 등 정책수단의 70%를 독점하고 있고 직원들의 조직에 대한 충성도와 단결력 등에서기획원을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현재로서는 「난형난제」.1차전의 결과는 1급과 국·과장들에 대한 보직인사의 뚜껑이 열리는 내주 초쯤 그 향배가 결정될 전망. 재경원의 차관보 2명 중 1명은 외부 전문가가 기용될 듯.남은 한 자리를 놓고 두 부처의 차관보 3명이 각축. 예산실장과 금융정책실장 및 경제정책국장 등 재정경제원의 3대 요직의 인선도 무시할 수 없는 관심사.조직 융화를 이루려면 예산실장과 경제정책국장 중 한 자리는 재무부 출신이 맡고,금융정책실장은 기획원 출신이 맡는 게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나온다.행시 4회로 최인기 농림수산부장관,김용진 재무부차관과 동기인 기획원의 전윤철 기획관리실장은 차관급인 산하 청장이나 공정위 부위원장 승진설이 유력. 국·과장급 인사도 관심사.같은 직급이라도 재무부 출신이 기획원보다 고시 횟수로 평균 2∼4년 승진이 늦기 때문.기획원은 주요 보직국장이 행시 10∼14회인 반면 재무부는 7∼11회이고,주무 과장도 기획원이 14∼16회인데 비해 재무부는 12∼14회. ○…상공자원부는 조직개편에 따른 인사가 일단락되자 김철수장관의 경질 여부에 관심을 기울이는 모습.김철수 상공자원부 장관은 초대 세계무역기구(WTO)의 사무총장 선출시한이 내년 3월 15일로 늦춰져 그 때까지는 유임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대두.여기에 대통령이 최근 무라야마 일본총리와 통화하는 과정에서 김장관의 WTO 사무총장 출마지지를 부탁하면서 유임 가능성을 비췄다는 소문까지 돌기도. 한 관계자는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데다 김장관이 최대 현안인 삼성 승용차를 마무리짓고 조직개편 작업 등을 무리없이 처리,중임될 가능성이 높다』고 점치기도. ○…농림수산부는 조직개편은 마무리했으나 과장급 이상의 변동인력에 대한 자리를 확정짓지 못해 고민. 국장급의 경우 4명을 줄여야 하나,2명은 농촌진흥청과 수산청으로 파견하고 나머지 2명은 대기시킨다는 방침만 정했을 뿐 구체적인 인선은 미정.과장급도 6명 중 외국 근무를 자청한 2명 이외에는 국내 산하기관에 파견한다는 막연한 계획뿐. 한 관계자는 『간부급인 경우 나이가 많아 일반 업체에서 쓰겠다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며 『정부 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국무회의를 거쳐 공포되는 즉시 인사조치로 해결하는 수 밖에 없다』고 고충을 토로.정원이 줄어 드는 기능직 여직원 14명의 처리 문제도 골치거리.산하 기관 등의 다른 곳에 마땅한 자리가 없기 때문에 일단 정원 외로 유지하면서 점차 도태시켜야 할 판. ○…건설부는 감축 대상자가 대부분 정년이 임박한 지방청의 고참 직원들이어서 별다른 잡음없이 사무실 재배치에 대비,이삿짐을 싸느라 분주한 움직임.유일하게 교통부 수송정책실로 가게 된 도로정책과 등 도로국 직원들만 수송정책실 직원들과 전화를 주고 받으며 「한 식구」로서 협조를 다짐. 나머지 직원들은 교통부와 순환 인사는 하지 않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한 탓에 자신의 신변에 더이상 변동이 없을 것으로 보고 초대 건설교통부 장관의 인선으로 관심을 돌리는 모습. ○…교통부는 철도청과 통계청 등에서 추가로 인력요청이 들어오자 사무관 이하 감축 대상자들을 상대로 지원을 받는 등 막바지 정리작업에 부산. 건설부가있는 4동으로 옮기게 된 교통부 직원들은 지난 3월 새 건물로 옮긴 지 불과 9개월만에 다시 보따리를 싸게 되자 『올해는 역마살이 낀 모양』이라며 착찹한 반응들.
  • “송년회가 웬말”… 숨죽인 과천/하위직 교통정리 분주한 관가

    ◎부모·친지 안부전화 빗발… “심란하다”/“무능자 몰릴라” 전출 자원 많지 않아/고참들 바늘방석… 진로 백지위임도 과장급 이상 간부들의 정리작업을 단행한 과천 경제부처는 21일 밤늦도록 사무관(5급) 이하 하위직 변동인력의 막바지 처리작업을 벌였다. 특히 재무·농림수산·교통·노동부 등 사무실이 이전하는 부처들은 이사에 따른 업무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리 짐을 싼 뒤 이사는 개각 직후 24시간 안에 마치도록 돼 있어,예년 같으면 망년회다,뭐다 해서 떠들썩 했을 과천 청사가 매우 썰렁한 모습. ○…경제기획원은 각 국장 별로 사무관 이하 직원들에게 국내외 연수와 공정위·국세청·총리실·정보통신부·노동부 등 5개 전출대상 부서를 제시하고 희망사항을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21일 5급 이하 직원 1백60명의 감축자 명단을 최종 확정,22일 총무처에 제출할 예정. 그러나 전출 희망자는 20∼30명에 불과하다고.기획원은 이 날밤 늦게까지 방출자 선정작업을 벌였으나 대상자들의 반발을 우려해 통일된 기준 마련에 애를 먹었다. 5급 이하 공무원은 과장(4급) 이상의 고위직과 달리 해당 부처에서 유학 또는 전출지를 정해 주는 것이 아니라 총무처의 풀에 모두 흡수된 다음 재배치하게 돼 있다.따라서 희망부처를 밝혀도 어디로 갈 지 모르는 사무관들은 유학신청도 꺼리고 있다. 한 사무관은 『이만큼 노력하면 어디에 가든 더 못한 대접을 받지는 않겠지만 무능력자로 몰리는 것이 싫어서도 자원하지 않는다』고 설명. 다른 직원은 『이 기분에 망년회에 가고 싶지도 않아 약속을 대부분 취소했다』며 『시골에 계신 부모님은 물론이고 친지들로부터 안부전화가 하도 많아,가뜩이나 복잡한 심사가 더욱 엉클어지고 있다』고 한숨. ○…재무부는 전체 사무관 2백40여명 가운데 정리 대상 인원이 22∼23명으로,국세청 전출 또는 해외 유학을 보낼 예정이다.21일부터 자원자를 접수 중인데 6급에서 승진한 「특승」 출신과 국세심판소 사무관 15명이 국세청 전출을 희망해 인력 선발에는 별 어려움이 없는 편.행시 출신 사무관 7∼8명은 해외 유학이나 국제기구 파견으로 소화할 방침. 6급 이하의 정리 대상은 70명으로 국세청과 관세청 등에 일부를 방출하더라도 상당수는 명예퇴직이 불가피한 형편이다. 재무부 역시 각 국·실마다 짐을 싸는 등 파장 분위기가 완연.국·과장급들은 『재무부의 경우 지금도 경제기획원보다 승진이 평균 1∼2년 정도 늦는데 앞으로 통합되면 승진이 더욱 어려워질 것 같다』고 걱정. ○…상공자원부 김세종 전자정보공업국장이 인사 실마리가 풀리지 않자 『후진을 위해 용퇴하겠다』며 장·차관에게 진로문제를 「백지위임」했다고. 김국장은 『조직개편으로 전자정보국이 없어진 책임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며 용퇴의사를 밝혔다고. 한국무역정보통신 감사로 가게 된 김국장은 『조직개편으로 이번에 옮기면 5번째』라며 『다시는 나같은 「불행한 관리」가 안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원자력 발전분야의 전문관료가 기술직이라는 한계 때문에 조직개편의 희생양이 돼 중도하차 했다는 게 중평. 5급 이하 하위직 감축대상 90명은 주말께 인선,내주 초까지 끝낼 게획이다.그러나 전출대상 과장급 17명 중 11명이 구 동력자원부 출신이어서 동자부 출신들의 반발이 거세다. ○…교통부는 서기관급 이상 감축 대상자 8명 중 4명을 육사 출신으로 확정.산하 기관으로 전출할 송태봉 비상계획관(3급)과 해외연수를 갈 권병조 신공항건설기획단 기획과장·이경석 시도보험과장은 90년대 초에,민병권 법무담당관은 80년대 초에 특채된 케이스. 나머지 4명은 비고시 출신으로 정년이 2∼4년 남은 고참 간부들.관광국장으로 발령,문화체육부로 가는 서정섭 감사관이 59세이며 철도청과 한국공항공단으로 각각 내정된 윤일현 해난심판원 서기과장(58)과 김종렬 항로관제업무 인수과장(57),항만청으로 확정된 백성기 수로국 부산출장소장(59) 등은 9급부터 공직 생활을 한 왕고참. ○…농림수산부는 21일 국장 4명과 과장 7명 등 최종 감축 대상자를 1백13명으로 확정하고 개별 통보.그러나 다른 부처에서 받아들이는 인원이 혹시 안올 경우 1∼2명은 구제할 수 있다고 보고 명단공개는 총무처의 최종 발표가 나올 때까지 유보. 사무관은 한 명도 줄이지 않아도 되나 16명의 수습 사무관과 8명의 승진 대상자의 보직 때문에 고민 중. 6급 이하인 하위직 1백2명 중 30여명은 동·식물 검역소에 보내고,나머지는 일단 정원 외로 유지하며 명예 퇴직토록 하는 등 단계적으로 줄일 계획. ○…건설부와 교통부는 통합 이후의 후속 인사 원칙을 두고 진통.앞으로의 승진자는 새로 정하되 부간의 순환 인사는 하지 않는다는 원론에만 의견이 일치된 상태.고시 동기생이더라도 교통부의 경우 건설부 보다 승진이 2∼3년 빨라 양부처 동기생들간의 직급 조정이 가장 골치 아픈 문제로 등장. ◎상공·교통부 전출자 ▷상공자원부◁ ◆국장급 ▲노동부=정덕영 무역국장 ▲정보통신부=강상훈 전력석탄국장 ▲한국무역정보통신(KTNET)=김세종 전자정보공업국장 ◆과장급 ▲정보통신부=이무윤 비상계획담당관,김경석 광업진흥과장 ▲환경부=전태봉 산업정책과 서기관 ▲노동부=한현 광업등록사무소장 ▲해외연수=김정한 마산수출지역관리소장,김상근 제철과장 ▲산하기관=임규창 이리수출지역관리소장,한재석 대체에너지과장,한윤우 서부광산보안사무소장,박중소감사담당관,장기헌 광산지도과장,권태윤 요업건재과장,서순원 산업연구원(KIET) 파견(지역난방공사 이사,석유품질검사소 이사,세일정보통신 행정실장,한성실업 강북지사장 등으로 전직 예정) ▷교통부◁ ◇국장급 ▲문화체육부=서정섭 감사관 ▲신공항건설공단=송태봉 비상계획관 ◇과장급 ▲해외연수=권병조 신공항건설기획단 기획과장,민병권 법무담당관,이경석 시도보험과장 ▲철도청=윤일현 해난심판원 서기과장 ▲한국공항공단=김종렬 항로관세업무 인수기획단장 ▲항만청=백성기 수로국 부산출장소장 ▲문화체육부=모철민 국제관광과장,황동연 국민관광과장,권경상 본부대기
  • 불 우파/대선레이스 안개 걷혔다/들로르 대선포기 정국 전망

    ◎좌파에 경쟁자 없어… 14년만에 정권 장악 “꿈” 사회당 대통령 후보로 가장 유력시되던 자크 들로르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11일 돌연 출마 불참을 선언,프랑스 정계에 파문을 일으키는 한편 미테랑과 함께 14년간 지켜온 엘리제궁을 14년만에 우파에 넘겨줄 것이 확실시돼 사회당에 어두운 그림자를 던지고 있다. 들로르의 출마 포기 선언으로 내년 4월23일(1차)과 5월7일(2차) 치러질 대통령선거가 사실상 우파간의 잔치로 끝날게 될것이 확실시됨에 따라 지난해 총선 패배로 상처받은 자존심을 대통령선거 승리로 회복하겠다는 사회당의 계획은 물거품으로 바뀌게 됐다. 사회당으로선 들로르를 대신할 대타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게 고민.들로르가 나서지 않는다면 앙리 에마누엘리 제1서기,파비우스 로랑 전총리·피에르 모로아 전총리,자크 랑 전교육부장관 등이 대통령후보로 나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나 이중 우파의 발라뒤르 총리나 자크 시라크 파리시장을 꺾을 가능성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그러나 들로르의 대통령 후보 불출마 선언이 갖는 보다 중요한 의미는 그이 불출마 선언으로 이제 겨우 본궤도에 오르려는 유럽통합 문제가 다시 늦춰질 수 있다는데 있다. 오랜 세월 EU 집행위원장을 지낸 경력 때문인지 「미스터 유럽」이란 별칭으로 불리우는 들로르는 유럽통합에 상당히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 왔고 그가 프랑스 대통령이 된다면 유럽통합도 가속화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불렀었다.그러나 유럽통합에 비교적 미온적 태도를 보여온 우파에서 엘리제궁을 탈환한다면 유럽통합의 속도가 기대했던 것보다 많이 늦어질 것이라는게 대다수 정치관측통들의 분석이다. 또 들로르가 대선에 출마하지 않고 일반적인 예측대로 대통령직이 우파로 넘어간다면 지난 2년간 좌우동거 형태로 유지된 프랑스의 정치구조가 우파의 완전한 권력장악으로 바뀌게 된다. 이같은 프랑스의 정치구조 변화는 미국과 유럽 전반을 휩쓰는 보수주의 물결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그러나 최근 발라뒤르 내각에서 잇따라 불거지고 있는 부패 스캔들 등 우파 정부가 한참곤경에 처해 있는 상황에 비춰볼 때 여론조사에서 발라뒤르 총리에 53대47,시라크 파리시장에 61대39라는 여유있는 리드로 당선이 유력하던 들로르가 자신의 고령(69세)과 우파가 지배하는 의회에서 자신이 대통령이 된다 해도 사회주의 정책을 마음껏 펼 수 없다는 이유로 갑자기 출마를 포기한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사회당으로선 들로르의 출마 포기 선언을 어떻게 번복시킬 수 있을 것인지가 내년 대통령선거까지 주어진 과제일 것같다.
  • 연극배우 이호재(이세기의 인물탐구:64)

    ◎혼신 연기… 무대 오를 때마다 “천의 얼굴”/자연스런 동작­낭랑한 목소리로 객석 사로잡아/지독한 「연습벌레」… 극중인물 영혼까지 파고들어/고교 졸업후 드라마센터 1기생으로… “한국의 데이비드 개릭” 평가 연극계는 원로배우 김동원을 한국의 로렌스 올리비에경에 비유하곤 한다.그러나 그 외에도 아테네극장에서 숨진 루이 주베나 영국 드루어리 레인디어터의 에드몬드 킨,랄프 리처드슨같은 명우들이 있다고 거론되어지는 것은 들어보지 못했다.다만 별빛처럼 빛나던 함현진 추송웅을 잃고 드라마센터가 배출한 이호재를 우리 연극무대의 주역으로 손꼽는데 주저할 사람은 없다. 이호재의 연기는 어느 역을 만나도 자유자재로운 것이 두드러진다.물 흐르듯 동작이 유연하고 그의 발성은 객석에 진동하면서 관객의 가슴속에 반향같은 메아리로 잦아든다. 연출가 김우옥은 이호재의 목소리의 특질은 풍부한 볼륨과 감정의 뉘앙스가 담긴 음조의 변화에 있다고 말한다.「그의 대사는 또렷하고 낭랑하다.따라서 듣는 이로 하여금 마음속 깊이 스며드는중후한 음의 압력을 느끼게 한다」.그러나 지나치게 매끄러운 나머지 대사의 맺고 끊고 힘주는 대목이 청산유수에 묻혀 희석되지나 않을까 우려하기도 했다. ○긴 대사 숨막힐듯 소화 지난 88년 호암아트홀에 올렸던 정복근 원작의 「덫에 걸린 집」에서 누구도 흉내 낼수 없이 격렬하고 빠르고 긴 대사를 숨막힐 듯이 소화 해내는 그의 연기를 지켜보다가 상대역인 이호성이 막상 자신의 대사를 놓친 에피소드가 이를 증명한다. 「생일파티」에서의 질서정연하고 조직적인 골드버그,「오델로」의 간교한 이아고,고민하는 세조에서 소년과 노인으로 분장하는 「페르긴트」에 이르기까지 이호재는 역할에 맞는 독창적인 인물을 그때마다 탄생시킨다.그의 연기는 어느 때는 악랄하고 어느 때는 결곡하다.어느 때는 관객을 선동하거나 뜨거운 감명에 몰아넣고 혼자서 무대를 누비는 모노드라마에선 예측불허의 즉흥연기를 종횡무진으로 표출해낸다. 통상 그의 겉모습만으로는 구수하고 텁텁한 친근한 이웃처럼 보이기 십상이다.그래서 대사가 튀는 번역극보다는 창작극이 어울리고 창작극중에서도 진짜 장터에서 입심 좋게 떠드는 약장수가 제격인 듯도 하다.이른바 「언제 봐도 친숙하고 구수한 이미지」로 병신춤에서 봉사흉내,넉두리와 너스레로 연극이 지닌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를 명료하게 제시해준다.리듬감이 흥청거리는 요설조의 「약장수」를 보고 연극평론가 김방옥은 『사투리 민요 재담 판소리 사설 속어 유행어등 우리말이 갖는 청각적 묘미를 이호재 특유의 연기스타일로 장구치고 북치듯 순발력 있게 둘러대고 알록달록 짜섞어 작품으로서의 품격과 독자적 가치를 갖추게했다』고 평한다. 이런 흥미와 재미와 작품성을 염두에 둔 연기력 덕분에 언제부턴가 관객은 이호재라는 배우의 연기를 보러 극장에 오게 된다.배우가 한낱 대사를 외울 뿐이라면 그 연극은 죽은 무대 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한데 어떤 경우에서도 관객을 실망시키거나 역할에서 실패한적이 없는 배우가 이호재라고 감히 단언 할 수 있다. 특히 「파우스트」의 메피스토펠레스는 정력과 생명력이 넘치는 부리부리한 두눈에 쏠듯한 푸른 광채를 번뜩이며 집요한 유혹과 차가운 결단력으로 파우스트 몰락을 휘몰아치듯 전도시키고 있다.「맥베드」의 경우도 그렇다.지난 봄 핀란드의 저명한 크리츠토프 바비츠키가 연출한 「맥베드」에서 던컨왕과 벵코장군을 죽이고 던컨의 장자에게 맥베드가 살해당하는 마지막 장면은 셰익스피어의 시정과 비창미를 극도로 미화시킨 「비극적 감각의 압권」으로 호평된바 있다. ­「한발자국 한발자국 죽음을 향해 가는구나.오늘 그리고 내일 또 내일이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향해 이렇게 다가가는구나」­ 실생활을 깊이 있게 성찰하면 그는 사람들 앞에 나서기를 지극히 꺼리는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다.만사에 싫으면 싫고 좋으면 좋다.연극을 위해 헌신노력하거나 연극 때문에 목숨을 내걸만큼 비장한 각오를 내색하지도 않는다.오래 연극을 해왔고 술잘마시고 호방해 보이는 탓에 주변에 많은 친구들을 가지고 있지만 하나의 연극이 끝나면 또 다음 연극을 위해 미련없이 떠날 뿐이다.그의 그런 일면은 공연이 끝나고 단원들끼리 술한잔 마시는 쫑파티에도 얼굴을 내밀지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어릴때 꿈은 외교관 이호재는 다른 예인들이 흔히 그런 것처럼 연극배우를 꿈꾸거나 그래서 그 꿈을 이룬 형은 아니다.어릴 때는 정치가나 외교관이 되고 싶었고 우연찮게 들어선 연극의 길에서 의외로 「타고난 배우」소리를 듣게 되었다. 지금의 종로 3가인 종로구 비파동에서 교동국민학교를 다녔고 휘문고 시절에는 아이스하키 선수로 활약했다.부친(이병진)의 날염공장이 망하자 본래의 희망인 정외과 지망을 포기하고 드라마센터 연극 아카데미에 들어간 것이 연극배우가 된 동기다.그때까지는 연극의 「연」자도 몰랐고 단 한번도 연극구경을 가본적도 없다.멋모르고 연극을 시작했으나 유덕형을 만나 연극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그는 비로소 연극의 재미에 빠져들어 무대와 객석이 일체감을 이루는 전율을 경험했다. 그때부터 연극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면서 자신의 연극적 재능을 승화시키기 위해 셰익스피어전집과 명배우 연기론을 탐독하는가 하면 시적인 영감과 진지한 사색끝에 자신의 배우로서의 이미지를 성립해 나갔다.그때 만난 것이 전무송이다. 이호재가 씩씩하고 터프하고 선이 굵다면 전무송은 솜사탕처럼 부드럽고 달콤하다.그래서 언제부턴가 한 사람이 악이면 다른 한쪽은 선이고 한 사람이 약하면 다른 한쪽은 강하게 무대에서의 불꽃 튀기는 연기의 앙상블을 펼칠수 있었다. ○2시간전 공연장 나와 그는 하나의 역할을 맡으면 전의 역할을 말끔히 씻어버리고 새로운 인물과의 조우를 위해 몸에서 대본을 떼어놓지 않는다.수십번씩 대본을 읽고 역할을 분석하는 그의 연습태도는 그래서 곧잘 「고시공부」에 비유된다.공연날은 남보다 두 시간전에 나와 공연장 분위기를 몸속에 익히고 막이 오르기 전에는 종교는 없지만 반드시 「기도」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미 전제하다시피 그는 극중 인물의 사상과 성격을 도식적으로 그리기보다 영혼의 밑바닥에까지 파고들어 내부에 도사린 모순과 갈등을 끄집어 내고야 만다.그리하여 박력이 넘치는 생동감과 맥박이 충만된 현장감이 그가 이루는 무대의 특징일 것이다. 「입가에 잔혹한 냉소를 새긴 험상궂은 얼굴이며 살기 가득찬야멸찬 언어,사정없이 상대방을 꼬집고 할퀴거나 능청스럽게 수작을 부리다가도 어느 틈엔가 달착지근한 가락을 띤 간사한 어조」로 관객의 등덜미를 찔러대는 섬뜩함은 그만의 노련한 연희라고 할수있다.따라서 낭창조형의 그의 연기는 지적인 관찰에 바탕을 둔 「자연」의 연기라는 점에서는 그 옛날 영국이 낳은 데이비드 개릭을 연상시킨다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닐것 같다.또 극중의 특정한 한 인물은 자신의 어떤 일면과 비슷할수 있으며 모든 스토리 조차도 그의 인생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사람에겐 이런 요소도 있고 저런 요소도 있다.교활하거나 거룩하거나 둥글수도,모날수도 있다.그런 중에도 호불호를 선명하게 가리는 탓에 연극계 일각에선 그의 오만을 문제 삼기도 하지만 연기를 딱부러지게 해내는 이상 모든 잡음은 무의미 할 수밖에 없다. 연극초기에는 분장도구가 없어 장판니스를 얼굴에 칠하고 휘발유로 분장을 지운적도 있고 술값이 없어 개런티 대신 받은 반돈짜리 금반지를 술집에 맡기고 가난에 대한 울분을 풀기도 했다.그러나 이제모든 고생은 옛날이야기처럼 돼버렸다.그동안 많은 상을 타고 텔레비전등에 얼굴을 비치면서 두 아들(종화 군입대,창익 고2)을 교육시키고 수십차례의 전월세 전전끝에 올해초에는 생전 처음 종로구 명륜동에 다세대 주택이지만 집도 마련했다.부인 최정자씨(46)는 보험회사(국민보험 잠실소장)에 나간다. 요즘은 지난달 호암아트홀에서 막을 내린 여인극장의 「아내란 직업의 여인」이후 4일부터는 동숭동 학전소극장의 뮤지컬 「별들은 세상에 하나씩 의미를 두어 사랑한다는데」에 출연하는등 내년 가을까지 공연 스케줄이 꽉잡혀 있다.언젠가 한 신문에 그는 배우로서의 고뇌를 쓴적이 있다. 「예술가를 지망하고 거기에 모든 것을 바친다는 결단은 엄숙한 일임에 틀림없다.순진하게 잠든 아이들,그리고 아내를 보고있노라면 나는 지금 겁도 없이 너무나 엄청난 일을 혼자서 저지르고 있는 것같아 두렵기만 하다」고. 그러나 「막이 내릴때마다 박수갈채를 아끼지 않는 관객이 있는 한 무대를 떠날수 없으며」 연극을 끝내고 텅빈 객석을 뒤로하고 극장문을 나서면서 「내가 행복을 느끼는 것은 그것이 사라져 갈 때의 소리」라는 루이주베의 말은 연극배우만의 최상의 행복임을 그는 잘 알고 있다. ▷연보◁ ▲1944년 서울출생 ▲1961년 휘문고 졸업 ▲1963년 데뷔무대 존 스타인벡 작 「생쥐와 인간」(드라마센터) ▲1964년 드라마센터 연극아카데미 (현 서울예전)제1회졸업,극단 동랑레퍼토리 창립기념공연 유치진 작 연출「마의태자」,해럴드 핀터「생일파티」 ▲1966∼69년 군입대 월남근무 ▲1973년 오태석작「약장수」(카페 데아트르공연 이후 장기공연) ▲1974년 대구효성여대 불문과 불어극「맹진사댁 경사」연출 ▲1975∼80년 국립극단 단원 ▲1977·80년 국제극예술협회및 록펠러재단초청 극단 동랑레퍼토리 해외공연 ▲1991년 여인극장 25주년기념 셰익스피어 작「맥베드」 ▲1993년 극단 실험극장의 「에쿠우스」1백편째(2개월) 「돼지와 오토바이」(3개월) 폴란드의 크리츠토프 바비츠키 연출 「맥베드」 ▲1994년 서머싯 몸 작「아내란 직업의 여인」,김정일 작 송미숙 연출 뮤지컬「별들은 세상에하나씩 의미를 두어 사랑한다는데」(학전 소극장서 공연중) 동아연극상,백상예술대상,한국연극영화예술대상,서울연극제 연기자상,연극의 해 남자연기상,이해랑연극상 「생명」「태」「하멸태자」「초분」「리어왕」「햄릿」「오텔로」「말괄량이 길들이기」「쇠뚝이놀이」「베케트」「뜻대로 하세요」「고도를 기다리며」「뻔데기전」「물보라」「시즈위벤지는 죽었다」「수족관」「어느 무정부주의자의 사고사」「안토니오와 클레오파트라」「밤주막」「피가로의 결혼」「파우스트」「요나답」「이방인들」 「화엄경」「태백산맥」
  • 호스로 배기가스 승용차안 주입/일가족 5명 자살

    【창원=강원식기자】 28일 상오 9시40분쯤 경남 창원시 외동 성산다리 아래 남천 주차장 조성공사장에 주차한 부산4고 8010 스쿠프 승용차안에서 진갑철씨(40·부산국제제과기술전문학교원장·경남 김해시 내동 140의6)와 부인 정덕남(36),딸 민정(15·김해내서중 2년),아들 승우(10·내서국교 4년)·승환(7)형제등 일가족 5명이 숨져있는 것을 홍해진씨(25·마산시 회원구 두척동)가 발견,경찰에 신고했다. 홍씨는 『주차장 공사중 다리아래 있는 흰색 승용차가 시동이 걸린채 배기가스 배출구 2곳이 호스를 통해 운전석쪽 차안으로 연결돼 있는 것이 이상해 가까이 가보니 진씨등 5명이 승용차 안에서 숨져있었다』고 말했다. 발견당시 홍씨는 운전석에서,부인 정씨는 아들 승환군을 안은채 운전석 옆자리에서 문을 꼭 붙든채,그리고 민정양과 승우군은 뒷자리에서 각각 앉은 자세로 숨져있었다. 경찰은 진씨가 빚을 고민해오다 아이들에게 미리 수면제를 먹여 잠들게 한뒤 자동차 배기가스로 차안에서 가족들과 동반자살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인을 조사하고있다.
  • 문형렬의 「바다로 가는 자전거」(이작가 이작품)

    ◎뇌성마비 아이 둔 부모의 갈등 극복기/88이후 우리사회 정신적 공황 묘사/삶 자체를 몸으로 사는 진지한 자세 보여줘 인간의 존재와 구원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탐구해온 작가 문형렬씨(39)가 네번째 장편 「바다로 가는 자전거」를 문학과 지성사에서 냈다. 「바다로 가는 자전거」는 3살짜리 뇌성마비 아이를 둔 젊은 부모가 자식의 비정상으로 인한 고통을 극복해가는 과정을 그린 것으로 작가의 세상 바라보기가 선명하게 드러난 작품이다. 제철소 용광로의 기능공인 남편과 그의 아내는 신혼의 장미빛 꿈을 만끽하기도 전에 뇌성마비 아이를 갖게 된다.남편은 정신적인 고통을 잊기 위해 야근을 자청해 근무하며 이름도 짓지 말라는 장인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이름을 아내 몰래 지어 혼자 부르곤 한다.그러면서도 자신이 일하는 용광로에 아이를 던지는 생각을 할 정도로 고민에 빠진다.아내 역시 가망 없는 아이를 위해 구덩이를 파놓았다며 결단을 부추기는 친정부모의 채근에 괴로워한다.아이로 인한 냉랭한 분위기를 애써 피하려는 부부는 무의식중 아이를 구덩이에 묻는다는 결단에 이를 뻔하지만 결국 아이를 기르기로 결정한다. 이 작품의 시간적 배경은 남편이 야근에서 퇴근한 후 다시 야근에 들어가기까지의 하루.그동안 젊은 부부가 겪는 심리상태를 작가는 집요하게 파고든다. 『본질은 너무 투명해 볼 수도 알 수도 없다.따라서 본질은 더럽힐 때만 그 실체를 알 수 있다』는 것이 이 작품을 통한 작가의 주장. 부모의 선택과 결정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비정상아는 이 작품에서 인간의 불행으로 등장하지만 이같은 불행은 늘상 인간이 신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과는 달리 오히려 「신이 인간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이라는 게 문씨의 설명이다. 여기서 인간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문제,즉 상대적인 불행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문씨는 삶의 무력함에 대해 엄숙한 자세를 견지하던 한국인의 얼굴을 제시한다.삶이 어떤 식으로 닥쳐오건 외면하지 않고 묵묵히 삶 그자체를 몸으로 살아낸 한국인의 엄숙한 자세는 바로 삶과 역사를 이어주는 뿌리였고 존재 자체를 중시하는 철학이었음을 비추고 있다.『서구의 철학과 역사는 인간을 존엄한 존재로 파악하지만 현실세계에서 인간은 절대로 존귀한 존재가 아닙니다.우리자신을 더 낮춰 자연의 한 모습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 자신이 정신박약아 같다는 생각을 갖게 될 때가 많다』는 문씨는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해부터 우리사회가 고유의 정신적인 그릇을 다 던져버린 것 같은 안타까움을 갖게 됐고 이 작품을 구상해오다가 5년만인 지난해 11월에야 완성했다고 털어놓았다. 문씨는 82,8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소설이 당선돼 본격적인 작가활동을 시작했다.영남일보 문화부 기자로 활동하다 90년 불교방송 개국때 불교방송으로 옮겨 지금까지 근무중이며 취재과정에서 장애인들에 대한 관심을 갖게 돼 작품속에 비정상적인 인간들을 자주 등장시키고 있다. 지금까지 작품집 「언제나 갈 수 있는 곳」 「슬픔의 마술사」와 장편소설 「그리고 이세상이 너를 잊었다면」 「아득한 사랑」 「눈먼사랑」등을 발표했다.
  • 「개도국대열서 한국밀어내기」 외풍/EU의 새GSP제외 결정

    ◎미·APEC 「지위」 논란 이어 제3라운드로/대선진국 설득에도 국제 압력 더욱 거세질듯 한국이 개발도상국인가,선진국인가 하는 국제적 논란이 제3라운드에 접어들었다.미국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국가들에 이어 유럽연합(EU)이 한국의 개도국 지위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앞으로도 논란은 계속되면서 한국을 개도국에서 밀어내려는 국제적 압력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미국측이 제기한 논란의 1라운드에서는 우리측이 불리한 점수를 받고 있다.미국이 우루과이라운드(UR)이행법안을 뒷받침하는 행정조치성명에서 한국을 싱가포르,홍콩과 함께 개도국에서 제외시킨다고 규정한데 대해 우리측은 「개도국은 그 나라가 스스로 정하는 것」이라는 국제사회의 관행을 내세워 수정을 요구하고 있으나 『받아들이기 곤란하다』는 것이 미국측의 답변이다.지난 10일부터 16일까지 열린 인도네시아 APEC회의중에 벌어진 2라운드에서는 우리측이 유리한 위치를 확보했다.회원국들이 무역완전자유화 시기를 선진국 2010년,개도국 2020년으로정한뒤 한국등 신흥공업국들을 어디에 포함시킬 것인가를 두고 논란을 벌이다 결국 개도국쪽으로 결정했다. EU와 벌이게 될 이번 3라운드는 어려운 싸움이 될 것 같다.EU의회는 최근 EU집행위원회가 작성한 새 일반특혜관세(GSP)운용안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새 GSP(내년부터 2004년까지 시행)의 적용대상에 1인당 국민총생산이 6천달러가 넘는 한국을 포함한 12개국을 제외하도록 하는 내용의 수정안을 채택했다.주로 개도국에 적용하는 GSP는 협의대상이 아니라 수입국이 일방적으로 결정하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 틀림없다. 현재 우리 기업이 GSP의 혜택을 받으며 유럽에 수출하고 있는 상품은 연간 5억∼6억달러로 추산된다.EU측은 특히 우리가 유럽에 수출하는 자동차에까지 GSP를 적용받는데 대해 불만이 대단하다.『자동차를 수출하는 나라는 이미 선진국』이라는 그들의 주장에도 타당성이 있다.GSP의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해서 수출이 완전히 막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외무부의 당국자는 최근 국제경제상황변화로 우리가 개도국의 지위를 유지함으로써 얻는 이익이 갈수록 줄어들 것이라고 시인하면서 정부는 「단돈 1원」이라도 이익이 있다면 개도국의 지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 기업들의 바람인만큼 선진국에 진입하기 위한 작업은 현재로선 하지 않는다고 공식적으로 말하고 있다.오히려 정부는 미국과 EU측을 상대로 우리가 개도국 지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설득작업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한편으로는 급격한 상황 변화에 대비,우리 기업들에게도 기술개발을 위한 투자로 근본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권고하고 있다는게 정부의 고민이라 할 수 있다.
  • 고도의 신용사회/박정호(굄돌)

    미국에서 첫 근무할때 겪은 어려움중의 하나는 내가 미국사회에서 신용이 없다는 점이었다.미국생활이 처음이다 보니 당연한 일이지만 크레디트카드가 없어 1백달러짜리 현찰을 내놓으면 점원이 두세번씩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내 얼굴을 쳐다본 기억이 난다.10∼20달러짜리 상품을 사고도 당연히 크레디트카드를 내는 그들의 생활습관으로서야 1백달러짜리 고객은 낯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크레디트카드를 내고 1년쯤 지나서부터는 크레디트카드를 발급해주겠다는 카드회사의 요청이 몇건씩 몰려와서 즐거운 고민도 해야했지만 미국은 확실히 고도의 신용사회라는 인상이었다. 반면 일본에서는 아직도 크레디트카드가 번성하지는 않은 편이며,소액은 역시 현금지불이 선호되고 있다.그러나 일본에서는 크레디트카드 보다도 더 귀중하게 취급되는 신용의 심볼­「고객의 얼굴」이 있다.단골술집에서 손님은 청구액을 보지도 않고 사인을 하고,주인은 바가지 씌우는 일 없이 월말 청구,결제하는 방식이 자동적으로 이루어진다.조금 더 발전하면 사인조차 하지않고 손 한번 흔들고 술집을 나서면 그만이다. 어느 전임총리의 단골 술집에서는 그에게 다른 손님의 반값정도 밖에 술값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이유인즉 30년 이상의 단골손님이기 때문이라는 것. 남을 속이면 자신의 신용이 추락하고 이에따라 「나카마 하즈레」(동료에게 따돌림을 받음) 신세가 되면 지역사회에서 발붙일 터전이 없게 된다.일본인들은 이같이 지역사회에서 따돌림 받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으며 따라서 자신의 신용에 흠이 가는 언행은 가급적 절제를 하는 편이다. 미국이 컴퓨터에 의한 평가를 바탕으로한 신용사회라면 일본은 이웃이나 지역사회에 의한 평가가 더욱 중시되는 신용사회라는 인상이다.이제 우리도 전세계 조사대상국 1백67개국중 국가신용도 27위(유러머니지 94년3월 발표)를 보다 상위권으로 올려놓도록 힘을 기울여 나가야 하지 않을까.
  • 과열·타락 대학선거에 새바람/서울대 선거비용 제한 배경

    ◎“캠퍼스도 금권 판친다” 자성서 출발/후보기호도 없애… 다른 대학 뒤따를듯 서울대생들이 총학생회장선거를 앞두고 선거자금 총액제한등 「선거혁명」을 선언하고 나선것은 기성세대의 선거와 비슷하게 과열·타락양상을 보이고 있는 대학선거에 새바람을 일으키겠다는 참신한 발상으로 보인다. 대학총선등에서 후보진영등이 당선에 지나치게 집착,향응등이 난무하는등 젊은이 고유의 페어플레이 정신이 실종돼가고 있다는 자기반성의 단면이라는 풀이다. 학생들로 구성된 선거관리위원회가 10일 공개한 내용은 돈안드는 선거를 골간으로 하고있다. 선거시행세칙에 후보별 선거자금이 8백만원을 넘지 못하도록 못박고 후보들로부터 선거자금 수입및 예상지출내역서를 제출하도록 하고있다. 그동안 총학생회장단 선거에서는 학원선거의 순수성은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돈이 쓰여왔던게 사실이다. 더욱이 각 대학의 총학생회장에 당선되면 재임기간에 관리하는 갖가지 자체 수입등 엄청난 예산을 집행할 수 있어 총학생회장이라는 자리가 「이권」과도무관하지 않다는게 대학가의 공공연한 비밀이었고 이때문에 많은 선거비용이 든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그러나 서울대 학생들이 선거에서 총액제한 뿐만아니라 선거운동기간중 1주일에 한번씩 자금의 입출금 내역을 선관위에 보고해야 한다는 규정을 만들고 선관위에서는 이미 일정한 양식의 「공식」 회계장부까지 만들어 각 선거운동본부에 배포한 상태여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결산보고 양식에는 선거자금의 모집경로까지 명시하도록 되어있다.이날 공개된 각 후보들의 수입내역서에도 자금을 지원한 후원자의 이름과 액수가 상세히 적혀있다. 학생들은 또 「최고의 직접민주주의의 장」으로 자부하는 대학선거가 후보들의 이미지에 좌우되는 것을 막기 위해 후보기호를 과감히 폐지했다.유권자들로 하여금 「누구를 왜 찍으려 하는가」에 대한 고민의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홍보물의 화려함도 사라지게 됐다.선관위는 정책자료집·팸플릿·신문 등 각종 홍보물의 부수및 종류는 물론 인쇄도수까지 구체적으로 제한해두고 있다.대자보를 게재하는 위치도 지정됐다.현란한 홍보물로 눈길을 끌기보다는 내실있는 정책을 제시하라는 뜻이다. 지지유세자의 지정에도 제한이 생겼다.종전에는 학생운동출신의 유명인사나 전직 학생회간부등이 종종 등장했지만 이제는 현재 재학중인 일반 학부생만 가능토록 했다. 이번에 신설된 당선취소제도는 더욱 획기적이다.선거기간중 부정행위를 벌인 사실이 개표후 3일 안에만 드러나면 당선을 취소할 수 있게 됐다.과정이야 어떻든 당선만 되면 끝이라는 안이한 사고방식이 설자리를 잃게 됐다. 선거유세 도중 상대방을 비방하면 선관위원장이 즉석에서 이를 지적,대중에게 공개하는 제도도 도입됐다. 선관위는 이같은 제도의 시행을 철저히 보장하기 위해 선거시행세칙을 명문화하고 선관위 자체의 위상도 높였다.후보들이 「룰 미팅」을 통해 임의로 규칙을 조정하던 관행에 제동을 걸고 선관위를 유일한 유권해석기관으로 못박은 것이다. 많은 학생들이 이날 선관위가 도서관에 내건 선거시행세칙 대자보 앞에 모여들어 관심을 보였다. 대자보를 읽어본 강종수군(23·기계공학 4년)은 『진작에 이같은 제도가 도입됐어야 한다』며 『이처럼 깨끗한 선거를 통해 구성된 총학생회라면 학생들의 이해와 요구를 더욱 잘 반영할 줄로 믿는다』고 말했다.
  • 「경협활성화」 북의 대응(북핵타결 이후:17)

    ◎“주민 몰래”… 격리된 나진·선봉 투자 희망/남한 외엔 파트너 없어 고민/정부교류 배제… 기업에 개별 손짓 핵문제로 굳게 닫혔던 남북경협의 문이 활짝 열릴 수 있을 것인가. 우리측이 핵·경협 연계고리를 먼저 풀고 8일 단계적 대북 경협 활성화 방안을 밝힘으로써 공은 북한측에 넘어가 있는 형국이다.그러나 북한은 9일 현재 이에 대한 직접적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의 침묵에는 남북경협에 임하는 김정일체제의 고민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는 지적이다.즉 남한자본과 기술에는 눈독을 들이고 있으면서도 남측과의 경협 사실은 주민들에게 비밀로 해야만 하는 이율배반적 상황에 놓여 있는 셈이다. 사실 90년 이후 연4년째 마이너스 성장의 나락으로 떨어진 북한으로선 남한과의 경협이 절실하다는 것은 부인키 어렵다.84년 합영법 제정 이후 외자유치에 안간힘을 썼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데서 볼수 있듯 현실적으로 남한만한 경협 파트너가 없는 실정이다.북한이 지난해 말까지 유치한 외자 규모는 총1백40여건 1억5천만달러에 불과한 실정이다. 요컨대 북한당국도 남한기업이 적극적인 대북투자에 나서지 않는한 미·일 등 다른 서방기업의 투자유치가 어렵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외화부족과 바닥권인 대외신용도 때문에 사실상 국제적 파산선고를 받은 형편인데 『같은 민족도 투자를 꺼린다』는 인상을 주고서는 서방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당국간 대화나 경협은 외면한 채 남측 기업들에 대해 개별적 손짓을 하는 이중적 자세를 견지해 왔다. 지난 91년 나진·선봉 자유무역지대를 설치하면서 외국인 뿐만 아니라 「공화국 영역밖의 동포」에게도 문호를 개방할 뜻을 비쳐 남측 기업인의 투자를 「주문」한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올들어 우리측이 핵­경협 연계의 빗장을 풀지 않은 상황에서도 정무원 산하 고려민족발전협회 북경사무소를 통해 삼성·현대 등 국내기업들과 꾸준히 개별접촉을 유지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북측의 이같은 「정경분리」원칙은 두말할 나위 없이 경협 활성화와외부정보 유입시 예상되는 체제동요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된 것이다. 물론 그들의 이중적 행태는 우리측이 경협 활성화라는 당국차원의 전향적 조치를 발표했음에도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더 나아가 당국간 대화나 경협에는 더욱 소극적 자세로 나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는 끊임없는 대내적 긴장조성을 통해 체제유지를 도모해온 북한정권의 속성을 감안한 추론이다.종래의 「주적」이었던 미·일과의 관계개선을 추구하는 현상황에서는 남한과의 긴장을 의도적으로 증폭시킬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이같은 분석의 연장선상에서 본다면 북한은 우리측 기업들이 원하는 평양이나 남포공단 등에 대한 직접투자 보다는 철저히 격리된 나진·선봉 경제특구에의 간접투자를 유도하는 「공작」을 펼 가능성이 크다.즉 남측 기업사무소를 나진·선봉지역에만 선별적으로 허가하는 양태로 나타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같은 맥락에서 단기적으로는 경제공동위 개최에 응할지의 여부도 극히 불투명하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볼때 김정일 체제가 나름대로 굳어졌음에도 서방자본의 유치가 그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상황이 올 경우 남북경협에 보다 성의를 나타내게 될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 김부자 우상화로 유명산 “신음”(오늘의 북한)

    ◎자연바위 글발/구호 새긴 나무/금강산 등 기암괴석에 찬양문구 4만자/나무껍질 벗겨 음각도… 산야훼손 가속화 금강산·묘향산·백두산 등 한반도통일 이후 국제적 관광지로 명성을 얻을 북한지역의 세계적 명산들이 김일성부자 우상화 작업으로 계속 훼손되고 있다. 북한당국은 최근 또 다시 묘향산과 금강산 등에 김일성을 찬양하는 글을 천연바위에 새긴 것으로 밝혀져 심각한 자연파괴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는 것이다. 북한 중앙방송은 최근 묘향산 유선폭포 옆 1천2백여㎡의 대형 자연바위에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1994년 7월8일 새김」이라는 문구를 새겼다고 보도했다.이 문구는 김일성이라는 글자의 경우 한 글자가 높이 3.2m,너비 2.5m이며 나머지 글자는 높이 3.0m,너비 2.3m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북측은 이에 그치지 않고 최근 금강산 내금강 만폭구역 법귀봉에 있는 천연바위에 묘향산에 새겼던 것과 똑같은 문구를 새긴 것으로 북한 선전매체들이 전하고 있다.이번에는 한 술 더 떠 김일성 이름의 경우한자의 높이가 무려 10m,너비가 8m에 이르는 초대형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같은 북한의 자연훼손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북한은 김일성 60회 생일인 72년부터 각지의 명산이나 명소에 이른바 「자연바위 글발」이라고 불리는 김부자 찬양문구를 새기는 작업을 계속해 왔다. 이로 인해 지금까지 각인된 우상화 문구는 북한전역에 걸쳐 글자수로 무려 4만자가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새겨진 문구도 「주체사상 만세」,「그 이름도 빛나는 김일성 장군」따위의 유치하기 짝이 없는 내용들이다. 이같은 찬양문구가 가장 많이 새겨진 곳은 금강산과 묘향산 등 기암괴석이 많은 명산들이다.금강산 지역에는 만물상·구룡연·삼일포·만폭동 등 인근 64개소에,묘향산에는 상원동·만폭동 등 26개소에 새겨져 있다. 북한당국은 『자연바위 글발은 「경애하는 수령님」의 위대성과 혁명업적을 칭송한 집약화된 표현형식을 취하면서 심오한 사상을 담고 있다』고 자랑하고 있다.그러나 붉은 페인트로 칠해져 흉한 모습으로 북한의 명산을 뒤덮고 있는 「자연바위 글발」들은 제거하기도 매우 어렵게 돼있어 통일 이후 상당한 고민거리가 될 전망이다. 이 문구들은 대부분 바위 깊숙이 음각되어 있기 때문이다.특히 이들은 김정일이 지시한 「기념비 서예의 원칙」에 따라 명승지마다 가장 눈에 잘 띄는 곳들에 새겨져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이른바 「구호나무」도 자연바위 글발과 함께 북한의 산야를 훼손하는 요인이다. 구호나무란 백두산 등 북한 산야의 나무 껍질을 벗겨 김일성 찬양문구를 새겨놓은 것으로 북한당국은 20∼30년대 김일성을 따르던 빨치산대원들의 작품으로 조작하고 있다.이 구호나무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87년 김정일의 45회 생일 무렵이었으며 이후 91년 2월까지만 해도 북한 각지에서 무려 1만2천여점이 「발굴」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 특별기 타고 급행…“폐암 중증” 관측/오진우,왜 갑자기 파리 갔나

    ◎주치의등만 수행… 정치목적 없는듯/의료수준·인도적 정책 고려 불 선택 북한의 권력서열 2위인 오진우 인민무력부장이 폐암치료를 위해 프랑스를 방문한 것은 입국 신청 4일만에 급작스럽게 이뤄졌다. 한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측은 지난 20일 북경주재 프랑스대사관에 오진우부장의 입국 비자를 신청했다는 것이다.프랑스정부는 정식 외교관계가 없는 북한 「거물」의 입국 여부를 놓고 고민하다 이틀 뒤인 지난 22일 알렝 쥐페 외무장관의 승인을 받아 입국을 허락한 것으로 알려진다. 오진우부장은 비자를 받은지 이틀 뒤인 24일 서둘러 평양을 출발했다.그의 비자발급을 위한 입국 목적도 「폐암 치료」라고 돼 있을뿐 아직은 그가 중병을 앓고 있는지 단순한 검진차원인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미수교국간의 영공통과 문제로 특별기보다는 민간항공기를 이용해 달라는 프랑스정부의 의사전달에도 굳이 시간이 별로 걸리지 않는 특별기를 타고온 점등을 보면 그의 폐암이 중증일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오진우부장을 수행한 인물은 주치의2명,간호요원 2명,경호원 1명,통역 1명인 것으로 전해졌다.때문에 그의 프랑스 방문에 신병치료 이외의 망명등 정치적 목적은 없는 것으로 소식통들은 전하고 있다. 그가 입원한 것으로 알려진 파리 시내 라에넥병원은 파리의 6대 종합병원의 하나로 호흡기전문 병원이다.그러나 26일 현재 그의 병원입원 기록은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어 가명으로 입원한 것으로 보인다. 오진우부장이 중국 등 수교국을 두고도 프랑스를 택한 것은 프랑스의 발달된 의료기술,프랑스와의 관계및 프랑스의 인도주의적 정책 때문인 것으로 관측된다.프랑스는 80년대 초까지만 해도 사회당 정권의 출범으로 서방국가 가운데 북한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고 84년 12월에는 통상대표부에서 일반대표부로 승격됐다.평양의 양각도호텔도 프랑스 기업이 투자한 적이 있다. 프랑스의 의료기술은 에이즈 백신을 처음으로 발견하는 등 세계적 수준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또 고 김일성주석의 심장박동기도 프랑스 의료진이 방북해 달았을 만큼 북한에는 프랑스 의료기술이 친숙한 점도 고려된듯하다. 또 프랑스가 미수교국의 지도층이 치료나 검진을 희망하는 때는 인도적인 차원에서 허락해준 전례들도 오진우부장의 프랑스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프랑스는 지난 85년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제2인자의 치료를 받도록 했으며 지난 5월에는 리비아의 외무장관이 만델라 남아프리카공화국대통령의 취임식 참석을 위해 파리를 경유하는 과정에 건강진단을 받을 수 있도록 허락한 적이 있다. ◎오진우의 전력과 최근 행보/항일유격대출신 혁명 1세대… 77세로 거동 불편/군 좌지우지… 김정일과 권력투쟁설 올해로 만 77세인 북한 인민무력부장 오진우는 최근 그의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육안으로도 확인이 될 정도로 노쇠현상이 뚜렷했다.가장 최근에 그가 공식석상에 나타난 것은 지난 16일 김일성사망 1백일 추모회였는데 이때 다리를 저는등 거동이 몹시 불편한 모습으로 북한 TV에 비쳐졌다. 그는 김정일에 이어 권력서열 제2인자 자리를 지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7월8일 김일성사망 이후 몇몇 주요 행사에 나타나지 않아 김정일과의 불화설등 그의 신변을 둘러싸고 이상이 있다는 추측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즉,7월20일 중앙추도대회 후 첫 중요행사인 「7·27 전승기념일」 행사에 군원로이며 군부를 장악하고 있는 그가 당연히 참석해야 했으나 불참했고,이어 9·9절(정권수립기념일)행사,10월11일의 단군릉 개건 준공식등 비중있는 행사에 잇달아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다.다만 지난달 20일 추석을 맞아 「혁명열사릉」에 헌화한 뒤 다음날인 21일 김정일의 생모 김정숙사망 45주 추모회에 참석했고 또 하루 뒤인 22일 김정숙동상에 헌화한 사실이 전해졌다.생전에 두터운 교분을 유지해 왔던 김일성부부,혁명열사 추모행사에만 참석했을 뿐이다. 폐암이라는 오의 병력에 관해서는 지금까지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지금까지 파악된 것으로는 86년 9월께 음주운전 사고를 내 의식불명의 중태에까지 빠졌었다는 것이 전부일 정도이다.당시 오는 한 연회에 참석한 뒤 만취된 채로 차를 몰고가다 평양시내 전승기념관의 가로수를 들이받아 9개월가량 고위 당정간부 전용병원인 「봉화진료소」에서 치료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이때 김정일이 헬리콥터까지 동원,긴급 후송을 하도록 지시하고 치료에도 세심한 배려를 해 준 것이 계기가 돼 김정일에 호감을 갖게 됐다는 후문이다.그의 출생연도가 김일성보다 불과 5년 아래인 1917년생인 것으로 알려져 폐암이 아니더라도 노환을 피할 수 없는 나이라는 게 일반적인 견해이다. 김일성의 항일유격대원 출신으로 혁명 1세대를 대표하고있는 그는 김일성과함께 오늘의 북한 체제를 구축한 주역의 한사람이다.함남 북청출신인 오는 김일성과 김정일로 이어지는 북한 권력 구조에서 언제나 2인자로 군림함으로써 그의 거취에 관심이 집중됐다.옛 소련보병학교를 졸업하고 육군대학을 수료한 뒤 항일유격대에 가담한 오는 45년 10월 인민군 최고사령부 호위국장에 취임하면서 북한 군부의 핵심라인에 올랐다.이어 60년 8월 1집단군 군사령관을 거쳐 당정치위 후보위원이 됐으며 마침내 76년 5월 인민무력부장에 취임,군부를 장악했다.92년 4월에는 원수에,93년 4월에는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에 올라 실질적인 3인자 지위에 있다가 김일성이 죽자 권력서열 2위로 뛰어올랐다.최근에는 그의 「거세설」·「연금설」과 함께 아들의 중국탈출설도 나왔었다. ◎“오진우란 환자없다” 입원 부인/파리병원 주변 스케치 ○…파리시내 비노가에 있는 북한 일반대표부는 오진우 부장의 방문에도 불구,겉으로는 조용한 분위기. 북한측 한 관계자는 기자가 전화를 걸어 오부장이 대표부내에 있는지 등을 묻자 『그런 일 없다』고 잡아떼면서 『왜 그리 관심이 많으냐』고 딱딱한 반응. 북측은 한달여전부터 폐암치료병원을 물색해 왔으며 암치료약을 상당분량 구입해 평양으로 수송했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오늘중 검진 받을것” ○…오부장은 입원할 병원이 워낙 취재진에게 노출돼 병원에 입원하지 않고 거소에서 의사왕진을 통해 진료를 받을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라에네크병원측은 많은 취재진이 몰리자 『오늘 이 시간 현재 「오진우」라는 환자는 병원에 없다』며 『그러나 앞으로 어찌될지는 모르겠다』고 발표. ○노출우려 왕진 가능성 ○…프랑스 내무부는 26일 상오 오부장이 이날 중 라에테크병원의 검진을 받을 예정이라고 발표. 외무부는 검진결과에 따라 입원,수술,귀국등이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 ○외교소식통,망명 일축 ○…한 외교소식통은 오부장이 망명할 가능성에 대해 『프랑스정부는 인권탄압등의 경우에 한해 망명을 허용하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며 일축. 이 소식통은 『오부장의 프랑스방문이 핵문제합의문 채택에 이어 남북대화등 관계진전을 가져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
  • WTO출범따라 보조금줄여야 하는데…/정부,추곡수매량·가격 책정고심

    ◎값동결해도 매년 35만섬 줄여야/값1% 올리면 45만섬 수매감축/정치권·농민 설득대책 난감 올해의 추곡 수매량 및 수매가 결정을 앞두고 농림수산부가 고민에 싸여있다. 추곡수매를 둘러싼 정부와 생산자 단체 및 농민 그리고 정치권의 마찰은 해마다 되풀이되는 연례 행사이다.이밖에도 올해에는 고려해야 할 조건이 더 생겼다. 내년부터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하면 우루과이 라운드(UR) 협상에 따라 추곡수매에 대한 정부의 보조금을 해마다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국제적 약속에 따라 수매량과 수매가를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수매가는 많이 올리고,수매량은 크게 늘려야」한다는 정치적 압력을 헤쳐나가야 하니 고민이 없을 수 없다. 보조금은 우리 정부의 수매가와 국제 가격과의 차액에 수매량을 곱한 액수를 말한다.우리 정부가 지난 해 쌀에지급한 보조금은 2조1천93억원으로,내년부터 오는 2004년까지 10년 동안 이의 35.5%를 줄여야 한다.연도별 감축액은 상관이 없지만 쌀시장 개방유예 기간의 마지막 해인 2004년에는 지난 해의 64.5%에 해당하는 1조3천5백98억원만 보조할 수 있다. 보조금을 줄인다는 것은 결국 수매가나 수매량을 매년 낮춰야 한다는 얘기이다.농림수산부는 수매가를 지난 해 수준으로 동결해도,내년부터 10년 동안 해마다 수매량을 평균 35만섬씩 줄여야 한다고 설명한다. 물론 UR 협정은 내년부터 적용되므로 올해에는 보조금을 줄이지 않아도 된다.그러나 올해 수매가나 수매량을 예년보다 높일 경우 내년에 농민이 받는 개방의 충격은 너무 커지게 된다.내년부터 수매량과 수매가를 본격적으로 낮춰야 하므로,올해 수매량이나 수매가를 높일 경우 내년에는 올해와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기 때문이다. 농림수산부는 올해 수매량을 늘리면 쌀의 유통이 정부 중심으로 이뤄져,농가 보유분이 민간 시장에서 제 값을 받지 못하게 되고 내년부터 보조금을 원활히 감축하기도 어려워진다고 걱정한다.수매가를 올리면 산지의 쌀값 및 국제 가격과의 차이가 더 커져 정부에 대한 수매압력이 가중되고 경쟁력은 더욱 떨어진다는 것이다. 만약 수매가를 지난 해보다 1% 올린다면 내년에는 수매량을 10만섬 더 줄여야 해,보조금 감축으로 인한 35만섬까지 합하면 감축량이 45만섬에 이른다.진퇴양난인 셈이다. 농림수산부 관계자는 『양곡유통위원회의 건의를 받아 수매량과 가격을 결정한 뒤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므로 뭐라 말하기는 어렵지만,내년의 충격을 줄이려면 수매가는 동결하고 수매량을 다소 조정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 북지령따라 성분좋은 유학생 포섭/한병훈­박소형 부부간첩의 8년행적

    ◎평양서 수차례 교육… 공작금 받아/한총련동향 분석… 국내거점 구축/박홍총장 주사파폭로 여파로 활동에 한계느껴 자수 독일 쾰른대학에 유학도중 북한 고정간첩에 포섭된 한병훈·박소형부부의 지난 8년간의 간첩행적은 북한의 제3국을 통한 교묘한 우회침투공작에 우리 유학생및 가족들이 얼마나 무방비상태로 노출돼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들 부부는 독일에서 회사를 경영하면서 쾰른대학및 보쿰대학을 중심으로 20여년동안 암약해온 남한출신 거물간첩 김용무에 의해 87년 3월과 89년 1월 각각 포섭당했다. 이후 88년 9월부터 93년 8월사이에 한씨는 4차례,박씨는 3차례에 걸쳐 입북해 동료 유학생및 독일내 한국인 광부와 간호사를 주요 포섭대상으로 하는 밀봉교육을 받았다.특히 한씨는 평양의 초대소에 들어가 대남공작원교육을 받은뒤 노동당에 입당했으며 미화 1만달러를 공작금으로 받았다. 한씨는 경남 김해출신으로 부산고신대를 졸업하고 독일유학길에 올라 85년 쾰른대 철학과를 졸업했으나 귀국하지 않고 독일무역회사 영업부장으로 근무해 왔다. 한씨와 박씨는 각각 쾰른대 철학과와 교육학과 석사과정에 등록,유학생활을 하면서 만난 사이이다. 이들을 포섭하는데 성공한 김용무은 두 사람을 부부로 맺어주어 자신의 사족처럼 움직일 목적으로 89년 6월 평양의 모초대소에서 북한 사회문화부부부장의 주례로 대남공작부서 간부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결혼식을 올리게 했다. 병역의무를 마치지 못해 일시귀국한 한씨가 92년 8월부터 올 1월까지 김해 공군전술비행단 방위병으로 근무하는 동안 이들 부부는 독일과 한국에서 각기 활동해 왔다. 올 1월 석사과정을 마친 박씨에게 『국내에 장기잠복하기 위해 위장업체인 어린이놀이방을 세우라』는 북한의 지령이 떨어지자 3월 귀국한 박씨는 놀이방운영을 위해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있는 그리스도신학대학 부설 보육교사교육원에 등록해 수강중인 상태였다. 이들은 지난 8월25일 박홍서강대총장이 김일성주체사상과 대남혁명노선을 맹종하는 국내 주사파의 실체를 폭로한 공개토론회를 보고 이에 공감,국내에서의 간첩활동에 한계를느낀 나머지 지난 9일 안기부에 자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기부조사결과 한씨는 동료 독일유학생 10여명과 각계각층에서 활동하고 있는 자신의 친구 7명등의 신상명세서를 작성해 보고하는 한편 이들에게 함께 평양에 갈 것을 종용했으나 실적을 올리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안기부관계자는 『이들은 문민정부수립 이후 달라진 국내 정세로 포섭활동이 여의치 않아 한계를 느낀데다 북한측의 독촉이 심해지자 고민해오다 자수를 결심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들은 그동안 북한으로부터 「김용무의 지시를 받아 활동하되 독일유학생중 성분이 좋은 대상을 골라 포섭,입북시킬 것」을 비롯해 ▲한총련및 재야인사의 동향보고 ▲부천지역노동단체등 진보적 사회단체의 핵심세력을 포섭한뒤 동반입북 ▲유학생활을 청산하고 한국에 들어가 장기적인 활동토대 구축 ▲위장업체인 놀이방을 세워 생활토대 마련 등의 지령을 받아왔다. ◎독 고정간첩 김용무 어떤 인물인가/60년대 교직생활… 군에선 육사교관/독유학중 북에 포섭돼 17년간 암약 한병훈·박소형씨부부등 독일에 유학한 다수의 유학생을 간첩으로 포섭한 것으로 드러난 독일거점 북한공작원 김용무는 37년 충남 청양군에서 태어나 65년 서울대 문리대와 대학원 철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64년부터 2년동안 충남 천안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았고 69년부터는 전북대에서 전임강사를 맡는등 한때 교육자로 활동했다. 70년 육군 대위로 예편한 김은 특히 군복무기간동안 육사교관을 지낸 것으로 밝혀져 육사교관까지 지낸 인물이 간첩으로 활동했다는 점은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은 제대 직후 유학길에 올라 유학초기인 70년 몇차례에 걸쳐 잠시 한국으로 들어온 뒤로는 발길을 끊었고 독일의 명문 쾰른대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나 유학 7년만인 77년 8월 북한 사회문화부 소속 유럽공작 거점책 유기순(54)에게 포섭돼 10여차례에 걸쳐 북한에 들어가 주체사상등 사상교육을 받았다. 다시 독일로 돌아온 김은 이후 17년여동안 자신이 수학했던 독일 쾰른대·보쿰대등을 중심으로 유학생·광부·간호사들을 상대로 생활비및 학자금등을 지원하는등선심을 베풀면서 접근한뒤 이들을 포섭해 입북시키는등 장기간동안 독일에서 암약해온 거물간첩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의류유통업체인 데코상사 독일지사장을 맡은 김이 그동안 포섭한 인원이 몇명이나 되는지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으나 자수한 한씨부부의 진술로 미뤄볼때 상당수에 이를것으로 수사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 병마로 깨진 대학진학 꿈/서울 쌍둥이자매 김정은·주연양

    ◎대학사환으로 일하며 밤에 대학준비/언니 관절염 입원… 치료비없어 발동동 『병실에서의 평화로운 새벽이 너무나 낯설고 사치스럽게 느껴져요』 대학사환으로 주경야독하며 대입시험을 준비중이던 「현대판 심청이」가 병마로 쓰러져 주위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1년사이에 고입과 대입검정고시를 모두 합격하면서도 매달 사환생활로 모은 돈을 경기 강화군에서 홀로 투병중인 어머니(46)에게 꼬박꼬박 부치던 쌍둥이 김정은·주연양(17)자매는 요즘 걱정이 태산이다. 언니 정은양이 지난달 9일 무릎부분의 결핵성관절염으로 경희대 의료원에 입원하는 바람에 수백만원에 이르는 치료비와 입원비를 마련할 길이 아득해져 대학진학의 꿈을 당분간 버려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낮에는 동대문구 이문동 한국외대 사범대 교학과와 출판부에서 사환으로 일하고 밤에는 신설동 수도학원에서 공부하던 쌍둥이 자매는 지난 5월 대입검정고시에 나란히 합격,꿈에도 그리던 대학입학시험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정은양의 병마로 그동안 대학입학금으로 모아놓은 1백50여만원을 3주남짓의 입원기간에 병원비로 날려버려 올해 입시는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할 형편이다. 더구나 앞으로 1년여 치료를 계속 받아야 한다는 담당의사의 진단을 받아 치료비 걱정으로 밤잠을 설치고 있다. 한달 평균 35만원씩의 월급을 쪼개 어머니에게 2년남짓 매달 20만원을 꼬박꼬박 부치던 일이 힘들게 된 것도 가슴이 아프다. 국교 4년때 아버지의 가출로 단란한 가정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면서 이들 자매는 국민학교만 겨우 졸업하고 음반공장에서 공원생활을 하는 등 고달픈 삶의 연속이었지만 대학진학의 꿈을 지난 8년동안 한시도 버리지 않았다. 사환으로 일하는 대학에서 쫓겨날까봐 병을 숨긴 채 화장실에 숨어 몰래 고통을 참아오던 정은양은 지난 8월 『더이상 방치하면 위험하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며칠밤의 고민과 동생의 채근끝에 결국 병원신세를 지게 됐다. 이들의 사정을 뒤늦게 전해들은 한국외대 교직원들은 1일 상오 급히 모은 성금 1백여만원을 입원비로 전달했지만 대학진학은 여전히 불투명한실정이다.정은양은 『항공공학을 전공해 항공기 설계사로 일하고 싶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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