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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리조리 명사와 함께] 헨드릭아이싱 그랜드 하얏트호텔 이사

    [요리조리 명사와 함께] 헨드릭아이싱 그랜드 하얏트호텔 이사

    젊고 잘 생긴 금발의 남성에게 누군들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있을까. 게다가 큰 키와 건장한 체격에 요리까지 잘한다면 말이다. 서울 남산에 있는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 가면 만날 수 있다. 주인공은 이 호텔의 식음료 담당 이사 헨드릭 아이싱(37). 축구 감독 히딩크와 같은 네덜란드 출신이다. 최근 지하 1층 프랑스 레스토랑 ‘파리스 그릴’(Paris Grill)에서 아이싱 이사를 만났다. 남들은 식사하기 바쁜데 그는 레스토랑의 고객들과 인사를 나누기도 하고, 주방에도 들락날락했다. 부지런히 현장을 챙기는 모습이다. 그가 요리를 잘한다는 얘기를 듣고 아이싱 이사에게 평소 집에서 잘 하는 요리 몇 가지를 부탁했다. 호텔에서 걸어서 10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한남동 자택에서 자신의 요리솜씨를 뽐냈다.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일한 경력 덕분에 요리 메뉴는 양식은 물론 일식까지 넘나들 정도로 다채롭다. # 삼계탕을 맛보고 퓨전 통오리 구이를 탄생시켰어요 그에게 “이 요리는 어떻게 만드나요?”라고 물으면 “만들기 쉬워요. 아주 간단해요.”라는 즉답이 나온다. 이 요리도 만들기 쉽고, 저 요리도 만들기 쉽단다. 웬만한 일류 요리사들도 내놓기 어려운 듯한 메뉴인데도 쉽다고 하니 감탄사가 절로 나올 수밖에. 그는 책을 보고 레서피대로 요리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주방장에게 물어보고 배우기도 하고, 응용해서 자신만의 독특한 창작 요리를 만들어 낸다. 그가 만든 먹음직한 ‘퓨전식 통오리 구이’는 삼계탕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요리.“삼계탕처럼 똑같이 오리 속에다 찹쌀을 비롯해 감자, 당근 등 각종 야채를 한꺼번에 넣고 오븐에서 구워낸 실험적 요리입니다.” 연어를 종이에 싸서 구워낸 ‘회향과 레몬을 곁들인 연어 종이구이’는 친구들과 디너 파티를 할 때 자주 준비하는 메뉴다. 연한 살구빛 연어가 하얀 종이에 속살을 드러낸 이 요리는 보기에도 멋있다.“미리 재료를 준비해 놓았다가 손님들이 오면 오븐에 넣고 구워요.10∼15분 정도 손님들과 즐겁게 이야기 나누다 보면 어느새 연어구이가 완성된답니다.” 이탈리아식 볶음밥인 ‘리조토’도 그가 잘하는 메뉴다. 팬에다 올리브 오일을 두르고 양파와 마늘을 잘게 썰어서 익힌 뒤 육수에 쌀을 부어서 만든 리조토. 약한 불에 쌀을 천천히 저어가면서 익혀야 한다고 강조한다. 디저트인 티라미슈 케이크, 애플파이도 어렵지 않게 만들어 낸다. # 요리 잘하려면 첫번째가 열정이죠 스스로 취미가 요리라고 말할 정도로 요리에 자신이 있는 그다. 요리가 취미가 된 계기는 17살때 네덜란드 ‘헤이그 호텔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4년동안 호텔 경영 등 비즈니스 분야뿐만 아니라 음식 만드는 법을 배웠다. 레스토랑에서 직접 요리를 해보기도 하면서 요리에 재미를 붙인 셈이다. “처음에는 쉬운 요리를 만들었지만 지금까지 꾸준히 요리를 하다 보니 이젠 어려운 요리도 척척 하게 됐죠. 호텔에서 근무하다 보니 그렇기도 하고요.” 요리에 대한 경험은 사실 호텔학교 이전에 시작됐다. 어린시절 형제들과 함께 요리를 잘하는 어머니를 도왔던 것. 주위에서는 어머니의 손맛을 닮았다고 했다. 그는 요리를 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열정’을 강조한다.“어느 나라를 가든, 어느 곳에서 뭘 먹든지 간에 주의깊에 관찰하는 것이 중요해요.” 그 다음으로 꼽는 것은 ‘재료’다. 신선한 재료, 좋은 제품을 써야 훌륭한 요리가 나온다는 것. 그는 서양에는 ‘모든 요리사는 물을 가지고 요리한다.’라는 말이 있다고 소개했다.“가정 주부나 최고급 호텔의 요리사나 똑같이 물을 가지고 요리를 하지만 그 요리의 맛과 질을 결정짓는 것은 바로 좋은 제품, 신선한 재료를 쓰는가에 따라 구분이 지어진다는 얘기죠.” 그는 좋은 재료 이야기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그랜드 하얏트호텔의 예를 든다.“저의 호텔 고기는 다른 호텔보다 40%정도 원가가 비싼 고기를 써요. 당연히 맛있는 요리가 나올 수밖에요. 와인도 저를 비롯해 식당 종업원들이 일일이 맛을 보고 선택한 최고의 와인들이랍니다.” # 오렌지 옷 입고 월드컵 응원했어요 히딩크와 아드보카트 감독을 아느냐고 물었더니 그들과 함께 찍은 사진 한장을 얼른 가져와 자랑했다.“네덜란드는 작은 나라이다 보니 세계 각국으로 흩어져 활동하는 네덜란드인들이 많아요. 유대감이 깊어 네덜란드 출신끼리는 잘 통해요.” 가까이서 만나본 그들이 어떤지 묻자 “정말 멋진 남자들”이란다.“유명한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평범한 사람처럼 행동한답니다.” 그는 월드컵 기간 내내 한국과 네덜란드 축구팀을 응원했다. 특히 네덜란드 축구팀 경기를 볼 때는 네덜란드 축구팀의 상징인 오렌지색 재킷, 오렌지색 선글라스, 오렌지색 모자를 쓰고 목터져라 응원했다. 글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삼계탕서 힌트얻은 오리구이…각국 음식노하우 섞었어요 그랜드 하얏트호텔의 헨드릭 아이싱 식음료 담당 이사는 최근 일본으로 여행가서 작은 시장 골목을 돌아 다녔다. 값은 다소 비싸지만 신선한 과일과 야채를 보는 것이 즐거웠다. 남들은 그냥 지나쳐도 그는 그런 식재료를 보면 이걸로 뭘 요리할까를 고민한다. 요리에 대한 열정이 넘쳐나는 그에게서 독특한 요리 몇가지 비법을 전수 받았다. 1. 연어 종이구이 재료:연어 150g, 레몬 150g, 회향(혹은 샐러리) 100g, 기름종이(kit pepper), 올리브 오일 1큰술, 소금 약간. 만드는 법:(1) 연어를 먹기 좋은 크기로 깍둑썰기하여 소금과 후추로 밑간을 한다.(2)레몬과 회향을 얇게 썰어 올리브 오일을 바른 뒤 천천히 살짝 익힌다.(3)익힌 레몬과 회향을 채에 밭쳐 식힌다.(4)식은 레몬과 회향을 준비해 둔 연어와 함께 기름종이에 싸서 170℃로 예열한 오븐에서 10∼15분간 굽는다. 2. 우동 재료:우동 250g, 유부 30g, 어묵 30g, 대파 30g 국물 재료:물 360㏄, 간장 20㏄, 미림 8㏄, 술 12㏄, 다시마 10g, 다시멸치 10g, 가쓰오부시 10g. 만드는 법:(1)물에 다시마를 넣고 끓이다가 물이 끓기 시작하면, 불을 끄고 다시마를 건져낸다.(2)끓인 육수에 가쓰오 부시를 넣고 5분 동안 실온에 두었다가 체를 이용하여 육수만 걸러낸다.(3)냄비에 육수와 간장, 미림, 술을 넣고 (1)(2)에서와 같이 다시마를 넣고 끓이다가 육수가 끓으면 불을 끄고 다시마를 건져낸다. 끓인 육수에 가쓰오 부시를 넣고 5분간 실온에 두었다가 육수만 걸러낸다.(4)우동면은 물에 삶아서 익힌다.(5)유부는 기름기를 제거하기 위해 소금물에 미리 삶은 후 물기를 제거한다.(6)어묵은 먹기 좋은 크기로 썰고, 대파는 얇게 채썬 다음 물에 담가 놓았다가 헹군다.(7)걸러낸 육수에 우동면을 넣고 끓인다. 육수가 끓기 시작하면 면을 건져서 우동 그릇에 담가놓는다.(8)우동 그릇에 담은 면 위에 유부와 어묵, 대파를 넣고 끓인 육수를 붓는다. 3. 퓨전식 통오리 구이 재료:통오리 한마리, 양파 1/2개, 당근 1/2개(미니당근 4∼5개), 허브(라임과 로즈마리 약간, 통후추 5g), 샐러리 100g, 호박 작은 것 1/4개, 감자 1/2개, 토마토 작은것 1개, 셜롯 5∼6개 속재료:깐 밤 3개, 대추 3개, 인삼 2뿌리, 깐마늘 5쪽, 찹쌀 150g 만드는 법:(1)찹쌀은 미리 불려 두고, 감자, 당근, 호박, 샐러리, 토마토, 셜롯 등 각종 야채들을 먹기 좋게 썰어 소금, 후추 간을 해둔다.(당근은 끓는 물에 살짝 익혀둔다.)(2)손질한 통오리 속에 준비한 속재료를 먹음직스럽게 담는다.(3)쇠꼬챙이로 속이 나오지 않도록 벌어진 배 부위를 잘 꿰맨다.(4)큼직큼직하게 썬 양파, 샐러리, 허브를 오븐 팬 위에 깐 뒤 통오리를 올린다.(샐러리와 허브는 오리 특유의 잡내를 없애준다.)(5)예열해 놓은 오븐에 오리와 야채들을 함께 넣고 170℃에서 1시간 30분간 기름이 빠지도록 충분히 익힌다.(6)준비해 둔 야채들을 소금, 후추로 간한 뒤 올리브 오일을 발라 오리를 꺼내기 15∼20분 전에 넣어 함께 익힌다.(7)호박은 다 익은 후, 마지막에 꿀을 발라준다. 커다란 접시에 먹기 좋게 올려 약채로 주위를 장식해 낸다. 4. 모듬치즈 에피타이저 재료:포르살뤼를 비롯한 다양한 치즈. 만드는 법:(1)치즈를 먹기 좋은 크기로 얇게 썬다.(2)썬 치즈를 접시 가장자리에 둘러 보기 좋게 놓은 뒤, 중간을 건포도로 장식한다.(3)적당한 크기로 썬 바게트 빵과 함께 와인을 곁들여 즐긴다.
  • [World cup] 토레스 vs 앙리 “골 폭풍 보여주마”

    [World cup] 토레스 vs 앙리 “골 폭풍 보여주마”

    ‘신형 무적함대’ 스페인과 ‘늙은 아트사커’ 프랑스가 8강행 외나무다리에서 격돌한다.28일 새벽 4시 하노버 니더작센 슈타디온이다. 피레네 산맥을 사이에 둔 인접 국가여서 무려 27차례나 승부를 겨뤘다. 스페인이 11승6무10패로 조금 앞선다. 그러나 80년 이후에는 2승2무5패로 절대적인 열세를 보이고 있다. 공식대회로는 1984년 유럽축구연맹(UEFA) 유럽축구선수권 결승전에서 처음 격돌했다. 미셸 플라티니가 이끄는 프랑스가 2-0으로 이겼다.2000년 같은 대회 8강전에서도 지네딘 지단(34·레알 마드리드)이 이끄는 프랑스가 2-1로 승리했다. 역사로만 따지면 스페인이 움츠러들겠지만 오히려 자신감이 충만하다. 루이스 아라고네스 감독의 지휘로 신예와 베테랑들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며 세대교체에 성공했다. 강력한 미드필드 압박과 짧은 패스를 기초로 화끈한 공격 축구를 선보이며 아르헨티나, 독일, 이탈리아와 함께 강력한 우승후보로 떠올랐다. 큰 대회에서 약한 징크스를 떨쳐버리겠다는 각오다. 반면 프랑스는 G조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토고를 2-0으로 꺾으며 조 2위로 16강에 합류, 체면을 살렸지만 체력 저하는 물론 미드필더진과 공격진의 부조화를 노출하며 ‘늙은 수탉’이라는 비아냥거림을 감수해야 했다. 스페인은 조별리그 통틀어 독일 아르헨티나와 함께 팀 최다 8골을 터뜨렸다. 그 중심에 ‘신성’ 페르난도 토레스(22·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있다. 스페인을 대표하는 간판 스트라이커 라울(29·레알 마드리드)을 벤치에 앉게 만들었다. 벌써 3골을 터뜨리며 골든슈(득점왕)도 넘보고 있다. 역시 ‘젊은 피’인 다비드 비야(25·발렌시아)가 토레스와 주로 호흡을 맞춘다. 토레스는 26일 “월드컵 우승 전력을 지닌 프랑스를 존중한다.”면서 “하지만 두려워한다는 것으로 오인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프랑스로서는 티에리 앙리(29·아스널)가 한국전을 시작으로 2경기 연속 득점포를 가동하며 골 가뭄에서 벗어난 것이 다행이다. 윌리 사뇰(29·바이에른 뮌헨)이 이끄는 수비진이 그나마 제역할을 해주고 있다. 게다가 토고전에서 경고 누적으로 나오지 못했던 지단도 다시 중원에 등장할 예정이다. 하지만 지단이 없던 토고전에서 오히려 미드필드를 지배하고 경기를 다소 쉽게 풀어나갔다는 점은 프랑스가 16강전을 앞두고 고민해봐야 할 부분이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서울광장] 월드컵과 박세리/한종태 논설위원

    [서울광장] 월드컵과 박세리/한종태 논설위원

    “한국 축구가 2006 독일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선 반드시 부활할 것입니다.” 한국이 G조 예선 최종전에서 스위스에 통한의 0-2 패배를 당한 뒤 많은 축구 팬들은 이렇게 되뇌고 있을 것이다. 맞다. 기필코 그렇게 되어야 한다. 치밀하게 4년 후, 아니 그 이상을 준비해야 하는 명제가 놓여 있는 것이다. 한국은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뤘지만 심판의 편파 판정으로 한국이 어거지로 이겼다는 둥 이를 폄훼하는 갖가지 움직임에 기분 상한 일이 많았다. 한국의 붉은 전사들은 국민들의 이런 마음을 읽기라도 한듯 열심히 싸웠다. 고대하던 원정 첫 승을 거뒀고 거함 프랑스와도 비겼다. 승점을 4점이나 거둔 것은 2002 월드컵을 제외하곤 최고의 성적이다. 심판의 편파 판정에 역으로 당한 스위스전(戰)의 쓰라림은 있지만, 결과는 한국의 16강 진출 실패다. 하지만 냉정히 살펴보자. 한국이 설령 16강에 올라갔더라도 8강,4강까지 갈 수 있는 실력을 갖췄는가.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출중한 실력을 갖춘 팀이 어디 한둘인가. 브라질, 스페인 등 유럽이나 남미 축구 강국의 경기 수준을 우리 모두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했다. 한국의 최대 장점인 투지와 정신력으로만 버티기는 더 이상 힘들다. 전문가들의 지적처럼 선수 개개인의 기술적인 성장이 이뤄지지 않고는 한국 축구는 어느 순간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필자는 한국 축구가 세계 수준에 근접하기 위해서는 3박자가 맞아야 한다고 본다. 팬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은 기본이고, 협회 행정의 선진화와 프로구단의 전폭적 지원이 그것이다. 이 세 가지가 결국은 국내 K리그의 활성화로 연결된다. 영국의 프리미어리그, 스페인의 프리메라리가, 이탈리아의 세리에A, 독일의 분데스리가와 같은 세계 최고수준의 리그를 보면 어찌도 그렇게 많은 관중들이 경기장을 꽉 메우는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경기장을 찾는 관중들은 뜨거운 함성으로 연고 팀을 응원한다. 또한 이들 리그에서 뛰는 선수는 대부분 내로라하는 스타플레이어들이다. 나아가 상당수 구단은 스타플레이어의 영입을 위해 천문학적 액수를 투자한다. 협회 행정도 수준 높은 경기를 위해 룰 개정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이를 실천에 옮긴다고 한다. 그야말로 3박자가 갖춰져 있는 셈이다. 3000∼4000명의 관중이 고작인, 늘 반짝 관심을 보이다 시들해지는 K리그와는 너무 차이가 난다. 뒷북 행정의 협회, 의례적인 지원에 그치는 구단의 현실도 마찬가지다. 박세리는 이달 중순 맥도널드 LPGA 챔피언십에서 우승, 재기에 성공했다.2년만의 암울한 터널을 뚫고 부활을 알린 것이다. 눈물겨운 본인의 노력이 있었겠지만 팬들의 꾸준한 성원과 후원사의 인내심이 어우러진 결과일 것이다. 그렇다. 한국 축구가 부활하기 위해서는-더 이상 ‘신화’가 아니고 명실상부한 실력이 되기 위해서는-K리그가 경기장마다 만원사례일 정도로 ‘활황 장세’가 되어야 한다. 선수들은 관중이 많으면 열심히 뛰게 마련이다. 자연히 선수들의 연봉도 올라가게 되고 기술력 향상도 뒤따른다. 월드컵의 반짝 관심에서 지속적 관심과 애정으로 바뀌어야 하는 이유다. 구단도 유소년팀을 비롯, 연령별로 몇개 팀을 구성해 체계적 발전에 공을 들여야 한다. 축구협회도 회장부터 나서 K리그의 세일즈맨이 되어야 하고 축구 선진국 조기 유학과 잔디 경기장 확충 등 역량 강화에 발벗고 나서야 할 것이다. 한종태 논설위원 jthan@seoul.co.kr
  • ‘사라진 텃새’ 황새 복원사업 10년

    ‘사라진 텃새’ 황새 복원사업 10년

    지난해 9월 일본 효고현 도요오카시의 한 마을에선 환호성이 울려퍼졌다. 야생에서 멸종한 황새를 인공번식시켜 40여년 만에 다시 자연의 품으로 되돌리는 행사였다. 당시 방사된 5마리의 황새는 지금까지 야생에 잘 적응하고 있다고 한다. 도요오카시 당국은 이에 따라 오는 9월에도 4마리의 사육황새를 추가로 풀어놓을 예정이다. 환경오염과 서식지 파괴 등 사람에 의해 멸종의 길로 내몰린 황새가 자연에서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무르익는 황새 복원사업 충북 청원군 한국황새복원연구센터(소장 박시룡 한국교원대 교수)가 다음달로 문을 연 지 만 10년을 맞는다. 우리나라에서도 ‘야생 황새 복원사업’이 무르익고 있다. 복원센터는 그동안 차곡차곡 성과를 쌓아올려 “들녘을 너울너울 날갯짓하는 황새를 머지않아 보게 될 것”(박시룡 소장)이란 기대도 점점 커지고 있다. 황새(천연기념물 199호, 환경부 지정 1급 멸종위기종)는 세계적으로 2500여마리만 남은, 말 그대로 멸종위기에 처한 국제적 보호조류다. 남한에선 충북 음성의 ‘황새부부’가 마지막 야생 황새였다. 박 소장은 “1971년 수컷이 밀렵에 숨지고,1994년엔 암컷마저 죽으면서 예부터 오랫동안 텃새로 지내온 황새가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고 말했다. 당시 홀로 남겨진 ‘과부 황새’는 수질오염과 농약중독으로 시름시름 앓다가 과천 서울대공원에서 숨을 거뒀었다. 황새복원센터는 그로부터 2년 뒤인 1996년 7월 러시아에서 황새 한 쌍을 들여오면서 본격적인 복원사업에 뛰어들었다. 그 동안 러시아·일본 등지로부터 성체와 수정란 등을 도입해 사육장에서 번식시켜 현재 36마리로 개체수를 늘렸다.2012년까지 개체도입과 번식을 병행해 100여마리로 불린 뒤 청원군 미원면 일대에 ‘황새 마을’을 조성해 일본처럼 야생에 풀어놓을 계획이다. ●맘에 안드는 암컷 쪼아 죽인 사건도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은 적지 않다. 복원센터의 정석환 박사는 “황새의 짝짓기가 워낙 어려운 게 가장 큰 고충”이라고 말했다. 정 박사는 “지금까지 번식쌍을 여럿 맺어줬지만 자식을 낳은 건 자연(수컷)과 청출(암컷) 한 쌍뿐”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태어난 12마리가 모두 같은 배에서 나온 탓에 근친교배로 인한 유전적 쇠퇴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다. 지난 4월엔 평소 사이가 좋아 보이던 쌍을 맺어줘 한 우리에 넣었지만 수컷이 억센 부리로 암컷을 쪼아 죽이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물론 희소식도 있다. 올해 초 비록 수정란이 형성되지는 않았지만 다른 황새 커플 두 쌍이 짝짓기에 들어간 사실이 관찰됐던 것. 복원센터는 “내년이면 본격적인 번식이 시작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번 짝 지으면 평생 해로 이처럼 짝짓기는 어렵지만, 황새는 한번 짝을 지으면 평생을 해로할 만큼 금실이 좋기로 이름나 있다. 박시룡 교수는 “수컷이 죽으면 암컷은 먹이를 거부해 굶어죽거나 개가를 않고 수절한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라면서 “옛 사람들은 황새 알이나 깃을 몸에 품고 다니면 바람난 남편이 돌아온다고 여기기도 했다.”고 말했다. 복원센터에서 6년째 사육사로 일하고 있는 현만수씨가 들려준 얘기도 흥미롭다.“맘에 들지 않거나 나이가 든 이성은 찬밥 신세”라고 한다. 현씨는 “암컷이 둥지를 빙글빙글 돌거나, 부리를 ‘다다다닥’ 부딪치며 애타게 구애행위를 해도 수컷은 아랑곳않고 자위행위에만 열중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번은 25살 난 수컷(푸름이)이 외로워 보여 젊은 암컷을 한 우리에 넣어준 적이 있는데,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현씨는 “신이 난 수컷이 짝짓기를 시도하기 위해 지푸라기를 물어와 우리 바닥에 둥지를 틀었지만 냉담한 반응만 돌아왔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나이 들면 인기 없기는 마찬가지인 모양”이라고 웃었다. 복원센터의 또 다른 고민거리는 주민들의 협조를 끌어내는 문제다. 황새가 자연에서 맘놓고 먹이활동을 하려면 인근 마을의 유기농법 도입이 필수적인데,“농약 없이 어떻게 농사 짓느냐.” “황새가 벼를 밟아 논을 못쓰게 만들 것”이라는 반응이 크다고 한다. 결국 정부의 예산지원이 필요하다. 박시룡 소장은 “문화재청과 청원군이 최근 예산확대를 긍정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사람과 황새가 공존하는 황새마을이 제대로 조성되면 결국은 그 이익이 사람에게도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깽깽이풀·물부추등 11종 대량증식 성공 황새복원연구센터는 2001년 환경부로부터 ‘서식지외 보전기관’으로 지정받았다. 자연상태의 서식처가 아니라 특정 장소에 시설을 갖춰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을 증식·보전하는 역할을 한다. 전국적으로 모두 10곳이 지정돼 활발한 복원사업을 진행 중이다. 경기 과천시의 서울대공원이 2000년 4월 첫 지정됐다. 반달가슴곰과 늑대·여우·표범·호랑이·두루미 등 멸종위기종 10종을 북한과 중국 등지에서 들여와 보전·증식사업을 벌이고 있다. 애기뿔소똥구리와 붉은점모시나비의 번식, 생활사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강원 횡성군의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는 가장 최근인 지난해 9월 지정됐다. 이들 보전기관은 그동안 두루미와 남생이, 노랑무늬붓꽃 등 44종의 멸종위기종에 대한 인공번식에 성공했거나 현재 복원을 활발히 추진 중이다. 환경부는 “꼬치동자개와 깽깽이풀, 개가시나무, 물부추 같은 11종의 멸종위기종은 이미 대량 증식에 성공해 자생지를 복원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들 보전기관에선 “멸종위기종 복원사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 프로그램을 좀 더 체계적으로 다듬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기청산식물원 강기호 실장은 “정부부처가 독립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복원 프로그램을 하나의 창구로 단일화해 일관된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 단기적, 이벤트성이 아니라 외국처럼 수십년에 걸친 모니터링 등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복원 프로그램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일부 정부부처에 대한 불만도 나왔다. 한 보전기관 관계자는 “정부가 재정지원에는 인색하면서 (보전기관들의)복원 성과에 대해선 자기 부처의 공로인 양 선전하기도 한다.”고 꼬집었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서울 자치구 새얼굴] 신영섭 마포구청장 당선자

    신영섭 마포구청장 당선자를 처음 봤을 때 영리하다는 느낌이 들었다.180㎝의 키에 농구와 조깅, 수영으로 다져진 외모도 그렇지만, 말도 논리적이고 분석적이다. 경제 전문가, 언론인으로 쌓은 다양한 경험이 외모와 언행에서 배어 나왔다. ●사회문제에 눈을 뜨다 신 당선자는 전북 옥구에서 초등학교를 나온 뒤 서울로 이사를 왔다. 고향에서 손꼽히는 부자였던 터라 마포구 서교동 고급 주택가에 둥지를 틀었다. 그는 이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집 주변 판자촌에서 악다구니를 쓰는 모녀를 만났다.“어머니가 딸의 머리를 감겨주는데 거의 ‘물고문’수준이었습니다.” “고급 주택가에서 한 블록만 벗어나면 판자촌이 나왔는데 시골에서는 보이지 않던 빈부의 차를 목격한 뒤 차별, 빈곤 등 사회문제에 눈을 떴습니다.” 중학교 3학년 때 부친이 사업에 실패하면서 이러한 고민은 더 깊어졌다. 그때 윤재수 사회 선생님을 만났다. “토요일이면 선생님의 지도로 학교 주변을 청소하고, 선배님이나 다른 선생님을 모셔놓고 토론회를 가졌습니다. 선생님의 애국심과 향학열, 그리고 봉사 정신에 깊은 감화를 받았습니다.” 신 당선자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기로 마음 먹었다.6식구가 13평짜리 주공아파트에서 살 정도로 형편이 어려웠지만 서울대 경제학과를 들어갔다. 재학시절 학생운동을 하며 공장에서 일을 하다 실명 위기를 맞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다 장학금을 받고 미국 유학길에 올라 뉴욕주립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았다. 박사 논문은 윤 선생님에게 헌정했다. 선생님은 그가 대학 재학때 이미 돌아가셨다. 그는 산업연구원에서 선임연구원,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으로 활동하다 2004년 정치계에 입문했다. ●짠돌이 구청장? 신 당선자는 ‘짠돌이’라는 평을 듣는다.‘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는다.’는 경제 논리를 실천하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는 주로 지하철을 애용한다. 승용차는 대학 강의가 많은 아내 몫이다. 그는 “지난 총선에서 낙선한 뒤 지역구만 챙기며 백수로 살았는데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거사무실을 철거를 앞두고 있는 가정집을 골랐다. 다른 곳과 비교해 월세가 4분의1 수준이었다. 사무실 가구는 모두 중고품이다. 신 당선자가 쓰는 책상에 유리테이프가 덕지덕지 붙어 있다. 대학 때부터 식사는 구내식당에서 주로 해결한다. 저렴한데다 길거리에서 시간 낭비할 필요가 없어 즐겨 찾는다. 수돗물이 조금이라도 새거나, 사람 없는 방에 전등이 켜있으면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신 당선자는 “구청 살림을 할 때도 예산을 방만하게 운영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꼼꼼히 따져 사업을 계획하고 예산을 집행할 것이라고 했다. ●까다롭고 철저한 사람 그는 스스로 ‘까다롭고 철저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자신을 다그치고 자신에게 엄격한 편이다. 구청장에 당선된 후 구청 공무원들이 업무보고차 사무실에 들렀을 때의 일이다. “자주 찾아오지 마십시오. 저랑 가까워지면 오히려 손해입니다. 제가 주위 사람을 다그치고, 많이 요구하는 스타일이거든요. 멀리 떨어져 그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시는 게 훨씬 나으실 겁니다.” ‘원칙대로’는 신 당선자가 가진 최대의 덕목이며 행정 노하우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프로필 ▲출신 전북 옥구(50) ▲학력 서울대 경제학과 졸, 미국 뉴욕주립대 경제학 박사 ▲경력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고려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 재정경제부 금융산업발전 심의위원, 산업연구원(KIET)책임연구원 ▲가족관계 김윤경(겸임교수)씨와 1남 1녀 ▲종교 천주교 ▲애창곡 해바라기 ‘행복을 주는 사람’, 이문세 ‘난 널 사랑해’ ▲취미 독서 ▲기호음식 찰밥, 찰떡 ▲존경하는 인물 고 윤재수 선생님 ▲유언장에 넣을 한마디 ‘삶이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깨닫고자 했고,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다.’
  • [밀착취재] 사내부부 차별 여전

    [밀착취재] 사내부부 차별 여전

    사내부부가 늘고 있다.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늘면서 생긴 직장문화의 한 단면이다. 사내연애를 아예 금기시하는 기업도 있으나 사내결혼을 적극 권장하는 기업도 있을 정도로 사내부부에 대한 시선이 너그러워졌다. 결혼 적령기의 젊은이들이 일상의 대부분을 회사에서 지내다보면 사내부부의 출현은 필연적이라는 분위기다. 하지만 일과 가정을 분리하는 이분법적 사고가 강한 문화에서 사내부부는 아직 낯설다. 때문에 기본적 권리 침해조차 도외시되기도 한다. 새로운 문화인 만큼 바람직한 정착을 위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사내부부는 구조조정 1순위란 말이 있다.1990년대 말 외환위기 직후 통용됐던 말이다. 당시 모 금융사는 ‘경제적 충격이 덜한’ 부부사원 중 여성의 명예퇴직을 강요하고 무더기로 해고해 소송까지 가기도 했다.7∼8년 전의 일이다. 지난 일로 치부되기도 하지만 일부 회사에서는 여전한 현실이기도 하다. ●남편에게 해될까 ‘쉬쉬’ 대기업 제조업체에 근무하는 A씨는 사표를 내야 할 처지에 처했다. 회사가 구조조정을 하면서 임신한 여성과 사내부부를 우선 해고한다는 소문이 현실이 됐기 때문이다.A씨는 “사내커플인 데다 임신까지 해서 확실한 해고 대상인데 노조에서도 사내커플은 알아서 나가라는 분위기다.”라고 하소연했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만한 유명기업체 과장으로 있는 B씨도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얼마 전 사내결혼을 했는데 막상 결혼을 하고 나니 둘 중 한 명은 나가는 게 관행이라는 것이다. 사내부부였던 C씨는 이혼 때문에 궁지에 몰렸다.C씨는 “사내결혼을 했다가 이혼을 하게 됐는데, 회사에서 전 남편과 함께 근무하는 게 불편할 거라며 그만두라고 한다. 공사를 확실히 구분했는데 이혼 때문에 쫓겨날 처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사내부부·성차별 이중문제 이처럼 사내부부라는 이유로 부당한 대우를 받는 일이 여전히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여성노동 전문 상담창구인 ‘평등의 전화’에도 사내부부의 하소연은 심심치 않게 올라 온다. 사내부부라는 이유로 퇴직을 종용하는 것은 위법이지만, 구조조정시엔 관행처럼 사내부부가 타깃이 되다 보니 이혼을 고민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10월 한 여성은 “회사 구조조정 때마다 사내부부가 타깃이 되는데, 남편과 법적으로 이혼을 하면 사내부부의 굴레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느냐.”고 평등의 전화에 묻기도 했다. 사내부부에 대한 차별은 부당대우 문제뿐만 아니라 성차별 문제도 안고 있다. 해고 대상이 대부분 여성이고, 임신이나 출산시에도 사내부부라는 조건이 약점으로 작용하는 탓이다. 부산의 중소기업체에 다니던 여성은 “출산한 지 12일 만에 회사에서 해고 통보를 받았는데, 만약 부당해고로 문제를 삼으면 사내커플인 남편에게도 영향이 있을 거라고 해서 그냥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법을 위반한 기업을 실제로 처벌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사내부부는 부당해고를 당하더라도 한 쪽이 회사에 남아 있기 때문에 회사에 불만을 드러내지 못한다. 노동부 관계자는 “사내부부 부당 해고는 근로기준법과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이지만 실제 신고가 들어오는 경우가 없어 정부에서도 어쩔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입사동기 부부가 털어놓은 속얘기 임왕섭(34·KT&G 브랜드국 과장)·김경선(31·KT&G 북서울본부 대리)부부와 김영곤(32·삼성SDS 전자해외팀 대리)·오윤정(30·삼성SDS 전자해외팀 대리) 부부는 사내부부다. 회사라는 공적인 공간에서 부부라는 개인적 관계를 맺고 있는 이들에게서 사내부부의 속얘기를 들어봤다. 왕섭 아내와는 입사동기인데 발령을 다른 지점으로 받았지만 맡은 업무가 비슷해서 힘들 때나 고민있을 때 전화를 주고 받다보니 정이 들었다. 영곤 신입사원 수련회에서 지금 아내를 처음 봤는데 같은 부서에 배치받은 게 계기가 됐다. 워낙 해외출장이 많은 부서라 같이 출장다니면서 가까워졌고 2년 정도 몰래 데이트를 했다. 왕섭 4년 넘게 연애했는데, 거의 첩보영화를 찍는 수준이었다. 퇴근 후에 만날 때도 회사에서 몇 정거장 떨어진 곳에서 접선하듯이 몰래 만났고, 회사 내에서는 꼭 필요할 때만 복도 계단 통로에서 살짝 만나곤 했다. 윤정 사내부부라서 좋은 점이 많다. 같은 일을 하기 때문에 이해도가 높다. 업무상 해외출장도 많고 야근도 많은데 서로 다른 일을 한다면 여자 입장에서 남편을 신경쓸 수밖에 없을 거다. 그런데 같은 회사 사람이다보니 굳이 설명을 안 해도 당연하게 생각해서 일할 때도 편하게 할 수 있다. 경선 예를 들어 회식이 늦어져도 서로의 상사 스타일을 아니까 그러려니 하는 식이다. 대화거리가 많은 것도 장점이다. 영곤 부부간에 대화가 없는 경우도 많은데 사내부부의 경우는 공감대가 형성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대화가 많아진다. 서로 업무에 대해 잘 모르면 아예 얘기조차 안 꺼내게 되질 않나. 특히 힘든 일이 있을 때 위안을 받을 수 있어 든든하다. 경선 물론 사내부부라는 조건이 부담스럽기도 하다. 한 사람이 사내에서 자기관리를 잘못하게 되면 그 흉이 상대에게까지 돌아가기 때문에 무의식 중에 사내부부라는 걸 항상 의식하게 된다. 그래서 일이나 인간관계에서나 한 번 더 생각하고 신중하게 된다. 회사생활뿐만 아니라 가정사에서도 남의 입에 오르내리지 않도록 긴장하게 된다. 왕섭 남자는 특히 왕따가 될 수도 있다. 너무 투명한 유리지갑이어서 보너스조차 따로 챙길 수가 없다. 친구들끼리 2차,3차를 가는 경우에도 친구들이 알아서 열외를 시켜줄 정도다. 영곤 회사의 시선도 신경쓰이는 부분이다. 결혼 전에 사내커플에 대한 자료들을 찾아봤다. 경영진의 호응도가 낮은 편인데 가정사를 회사까지 가져온다, 보안유지가 힘들다 등의 이유 때문이더라. 우리의 경우는 특히 결혼 후에도 같은 팀에서 일하고 있다. 윗선에서 부서배치를 달리할 수도 있었을 텐데 굳이 그럴 필요성을 못 느낀 것 같다. 회사에서 신뢰를 보여준 만큼 구설수에 오르지 않도록 더 조심한다. 윤정 남편과 사내에서는 둘이서 따로 행동을 하지 않기로 했다. 호칭도 회사에 들어서는 순간 서로 공식 직급을 부른다. 왕섭 회사에 위기가 있을 때 사내부부가 타깃이 된다는 점도 항상 염두에 둔다. 아예 와이프에게는 우리 중 하나가 나갈 일이 생기면 내가 나간다고 공언을 해놨다. 아무래도 우리 사회에서 남자가 직장을 옮기기가 쉽지 않나. 하지만 그런 위기의식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미래를 고민하고 준비하는 자극제가 된다. 정리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사적인 문제로 업무에 지장” CEO 60% “사내결혼 반대” 사내부부의 증가는 기업의 새로운 고민거리다. 연애나 결혼은 사생활이지만, 사내 분위기나 업무와 직결돼 모른 척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전 직원의 7% 정도가 사내결혼을 했다.1만 2000명의 직원 중 사내부부가 424쌍이다. 우리은행측은 “사내결혼을 반대하지도 않고 특별히 장려하는 분위기도 없다. 다만 인사발령 때 부부가 너무 떨어지지 않도록 고려해 배치한다.”고 했다. 유한킴벌리는 사생활은 사생활이라는 주의다.1700명의 사원 중 46명이 사내결혼을 했다. 사내 동아리 활동이 활발해 동아리에서 만나 결혼하는 커플이 많다. 부부가 원하면 같은 사업장에 배치할 정도로 개방적이다. 삼성SDS도 사내부부가 많은 기업 중 하나다. 직원 7100명 중 사내부부가 90쌍 정도다. 팀 프로젝트와 밤샘작업이 많고 여성인력 비율이 높다 보니 사내커플이 많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모든 회사가 개방적이진 않다. 공개적으로 드러내진 않지만 사내연애를 금지하거나 사내결혼 때 한 쪽을 퇴사시키는 곳도 있다. 사측의 이같은 고민은 사내결혼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도 드러난다. 헤드헌팅업체 아인스파트너가 직장인 1100여명과 최고경영자(CEO) 15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직장인들의 70% 이상이 사내결혼에 긍정적인 반면 CEO는 60% 이상이 부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CEO들은 사내결혼을 반대하는 이유로 ‘사적인 문제가 회사에서도 이어져 업무에 지장이 생긴다.’,‘회사에 이로울 것이 전혀 없다’,‘출산이나 육아지원에 대한 책임이 무거워진다’는 점들을 들었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93세 현역기자 “21일도 현장으로”

    93세 현역기자 “21일도 현장으로”

    영국에서 언론계 입문 75년째 현역으로 뛰고 있는 기자가 있다. 영국 언론사상 최고참이자, 최장수 현역 기록을 갖고 있다. 주인공은 영국 권위지인 텔레그래프의 윌리엄 디디스 기자.18세의 견습으로 언론에 입문한 뒤 정계와 관계 등으로 외도도 했지만, 여전히 현역으로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올해 93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매일 독자들에게 무엇을 전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 중세 귀족 가문 출신의 그가 언론과 인연을 맺은 것은 부친이 사고로 타계하면서다. 일자리를 찾던 중 당시 최고의 신문을 자랑하던 ‘모닝 포스트’에 견습기자로 발을 들여놓았다. 굵직굵직한 사건·사고 등을 주로 취재하며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은 그는 1935년 지금의 에티오피아인 아비시니아 전쟁을 종군 취재하면서 각광을 받았다. 당시 다른 기자들이 이탈리아의 침략에 관해 당국에서 제공하는 보도자료에만 의존해 보도하는 것과는 달리 현장을 발로 뛰며 많은 생생한 특종들을 발굴했다. 그러나 제2차 대전이 발발하자 왕실 소총부대에서 복무하는 바람에 6년간 언론을 떠나야 했다.1945년 종전 후 데일리 텔레그래프에 복귀했다. 이후 1950년 보수당 의원으로 정계에 투신, 윈스턴 처칠 총리 정부에서도 잠시 일했다. 맥밀런 내각에서는 2년간 무임소 장관을 지내기도 했다. 1974년 정계에서 은퇴, 텔레그래프지의 에디터로 언론 일선에 다시 돌아온 그는 신문이 노조와의 갈등 등 격변을 거쳐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자 72세때인 지난 1985년 에디터 자리에서 내려와 취재기자로서 활동을 재개했다. 그는 최근까지도 아프리카와 남미, 발칸반도 등 지구촌 곳곳을 돌며 취재를 해왔다.21일 언론계 입문 75주년을 맞는다. 집에서 지인 몇명만을 초대해 조촐한 오찬을 할 예정이다. 지금도 칼럼 한줄을 쓰는 현역 언론인으로 여겨지는 것을 원하기 때문에 데뷔 몇년 등을 따지는 것을 싫어한다고 한다. 연합뉴스
  • 재고 눈덩이… 주력산업 ‘신음’

    재고 눈덩이… 주력산업 ‘신음’

    “(삼성전자와의 1등)경쟁 때문에 LG필립스LCD가 너무 일찍 7세대 라인을 돌렸던 것 같아요. 공급 과잉에 따른 재고 물량이 심상치 않습니다. 올 1·4분기는 겨우 적자를 면했지만 2·4분기에는 3000억원 수준의 영업적자가 예상됩니다.”(A증권사 애널리스트) 지난 19일 LG필립스LCD(LPL)의 파주 디스플레이 클러스터. 지난 4월 7세대 생산라인(P7)의 준공식의 흥분이 채 가시기도 전에 재고 증가에 따른 감산이 이뤄지고 있었다. 이날 기자가 찾은 모듈공장 입구에는 팹(Fab·생산라인)공장에서 옮겨 온 유리기판을 담은 스티로폼 박스가 길게 늘어서 대기하고 있었다. 또 P7 바로 옆에서는 P8(8세대 라인) 건물이 올해 말 준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중이었지만 재고 부담 탓에 전반적인 사업 및 투자계획이 재조정될 것으로 보인다.LPL의 재고 물량은 4주치. 금액으로는 8000억원 상당의 LCD(액정표시장치) 제품이 창고에 쌓여 있는 셈이다.LPL 관계자는 “24시간 가동 체제를 유지해야 하는 만큼 유리기판 투입량을 줄여 생산량을 조절하고 있다.”고 했다. 강윤흠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LCD 재고 물량을 감안하면 공장가동률을 10%가량 떨어뜨려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 여파는 LCD 부품업계로 확산되면서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고유가와 환율 하락이 잠깐 호흡을 가다듬는 사이에 눈덩이처럼 늘어난 재고가 또 하나의 악재로 떠올랐다. 재고를 조절하기 위해 공장가동률이 뚝뚝 떨어지고, 이에 따른 경기 둔화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특히 자동차 등 굴뚝 업종뿐 아니라 LCD와 휴대전화 등 첨단 정보기술(IT) 제품의 재고가 무서운 속도로 급증하면서 투자 발목을 잡고 있다. 일부 업종에서는 재고발(發) ‘구조조정 한파’도 예견된다. ●미분양 아파트 5만여가구…2조원 이상 잠겨 ‘아파트 재고’도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4월 말 현재 전국 미분양 주택은 모두 5만 5465가구로 전달보다 4%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준공이 끝났지만 여전히 미분양으로 남은 물량이 무려 1만 2228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7% 증가했다. 미분양·미계약 증가세는 광주(56.3%), 경북(33.1%), 부산(24.8%), 인천(11.5%) 등에서 두드러졌다. 부산에서 사업을 펼치는 한 업체는 “아파트 청약률이 20∼30%에 그친 경우가 수두룩하다.”면서 “어렵게 분양을 마쳤더라도 당첨자들이 정작 계약에 나서지 않아 자금줄이 막히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대한주택건설협회는 미분양 아파트를 현금으로 환산하면 2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지방 건설업체들은 “집값 버블 논쟁이 남의 나라 이야기”라며 “외환위기 이후 자금 사정이 최고조에 달했다.”고 하소연했다. ●자동차 재고,‘어찌하오리까’ 현대차의 국내 재고는 적정 수준보다 1만대가량 많은 3만 5000여대로 파악됐다. 지난 3월부터 내수점유율이 50% 아래로 떨어지자 전사적 차원에서 물량을 늘리고 있지만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아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3월 49.5%로 떨어진 뒤 4월 47.6%,5월 47.2%로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기아차 역시 적정재고(3주)를 훌쩍 넘어 2개월치 물량이 쌓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차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탄력적으로 생산량을 조절해야 하지만 이미 라인에 배치된 인력이 있기 때문에 생산량을 줄이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쌍용차 역시 재고를 털어내기 위한 ‘밀어내기’와 과도한 이자 때문에 대리점협의회가 지난달 본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는 등 진통을 겪기도 했다. 화섬업계는 공장을 세우고 있다. 태광그룹 계열사인 대한화섬은 최근 시황 악화로 PET병 소재로 쓰이는 ‘PET 바틀칩’ 생산을 일시 중단했다.2004년 폴리에스테르 원사 생산라인 가동을 일부 중단한 데 이어 지난해는 스판덱스 생산 규모를 무려 50% 이상 줄였다. 주현진 류길상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여성&남성] 청춘남녀 여름휴가 ‘동몽이상’

    [여성&남성] 청춘남녀 여름휴가 ‘동몽이상’

    여름휴가 시즌이 코 앞에 다가왔다.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넉넉해지는 꿀맛 같은 시간이지만 어떻게 보낼지를 생각하면 적잖이 고민되는 것도 사실. 특히 함께 지낼 사람과 생각하는 방향이 다를 때 휴가는 분란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차라리 ‘혼자놀기’를 해야 할 싱글족들이 맘 편해 보이기도 한다.‘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말만큼이나 확연히 차이나는 남녀간 동상이몽 휴가 방정식을 풀어봤다. ●“싱글족이 맘 편해요” 연애 7년째인 방석진(가명·34)·이효진(〃·32)씨 커플은 올 여름휴가를 각자 따로 보내기로 했다. 회사원인 방씨는 지난 1년간 격무에 시달린 심신을 조용히 휴식을 취하며 달래고 싶어했다. 반면 잡지사 기자인 이씨는 일의 특성상 해외출장을 갔다가 마음에 들었던 곳을 꼭 다시 한번 찾아가고 싶었다. 이씨는 “1년에 한번 있는 휴가인데 집에서 쉬는 건 평소에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구슬렀지만 방씨는 “이렇게 긴 시간 편하게 쉴 수 있는 기회가 또 어딨느냐.”며 손사래를 쳤다. 직장생활 4년째인 김현선(가명·28·여)씨는 지난달 초에 이미 해외여행 계획을 다 짜놓고 휴가 날짜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떠나자파(派)’. 김씨는 “매년 이곳저곳 나라를 엄선해 해외여행을 다녀 왔다.1년 동안 오로지 휴가를 기다리며 스트레스 꾹 참고 일해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들뜬 기분을 감추지 않았다. 반면 직장인 공진호(가명·28)씨는 대표적인 ‘집에서파’. 지난해 회계법인에 취직한 이후 쉴 새 없이 달려온 공씨에게 휴가는 말 그대로 쉼표를 찍는 시간이다. 공씨는 “휴가계획을 짜는 것조차 귀찮다. 집에서 뒹구는 게 지겨워지면 지방의 친척집에나 한 번 다녀올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남성 “레저형”·여성 “휴식형” 직장인 포털 비즈몬(www.bizmon.com)이 직장인 83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여름휴가 때 해외여행을 가겠다고 답한 직장인은 여성이 응답자의 24.2%로 남성(12.3%)의 두 배에 달했다. 실제로 여행사 하나투어에 따르면 해외여행을 문의하는 사람의 60% 이상이 여성이라고 한다. 여름휴가 상품에 대한 이메일 문의의 비율도 여성과 남성이 8대2로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다. 여행계획을 세우는 데 있어서도 여성은 남성보다 훨씬 적극적이다. 여성들은 여행사에 수시로 전화를 걸어 하나부터 열까지 꼼꼼히 챙겨 여행사 직원들을 귀찮게 한다. 그러나 남성들은 “돈만 내면 끝”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여행사에서 세부내용의 확인을 위해 전화를 하면 “그냥 묻지 말고 다 알아서 해주세요.”라며 귀찮아한다. 또 친구·선후배 등 여자끼리 여행하는 경우는 많아도 남자끼리 가는 일은 아주 드물다. 남자들은 애인과 같이 가는 게 아니라면 십중팔구 가족여행에, 그것도 마지못해 끼는 경우다. 하나투어 정기윤 대리는 “예약자 이름도 여성이 많다. 남녀가 함께 가더라도 꼼꼼하게 계획을 세우고 준비하는 쪽은 여자들이다. 그렇다 보니 여행에서의 결정권은 보통 여자들이 쥐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막상 여행을 떠난 뒤에도 남녀간 차이는 확연하다. 여행지 선택에 있어 남자들은 “이왕 왔으니 즐기자.”는 식이다. 때문에 볼거리·즐길거리가 얼마나 풍부한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카지노·골프·해양스포츠 등을 즐길 수 있는 태국이나 중국을 선호하는 이유다. 반면 여자들은 여행을 떠나면 완전히 휴식파로 돌변한다. 무언가를 하면서 즐기기보다는 바닷가 같은 데서 조용히 쉴 수 있기를 바란다. 다만 쇼핑은 빼놓을 수 없다. 때문에 가격이 비싸더라도 휴양지의 시설이나 전망이 얼마나 좋은지 쇼핑시간은 얼마나 주어지는지 등을 꼼꼼히 따진다. ●남자는 팔색조? ‘집에서파’를 추구하는 남자들도 여자친구가 있을 때에는 ‘떠나자파’로 변신하기도 한다. 지금은 아무 생각 없이 쉬는 걸 더 좋아하는 이승호(28)씨도 예전에 여자친구가 있었을 때에는 이렇지 않았다. 고시공부를 하는 와중에도 여자친구를 위해서 손수 기차표와 숙소를 예약하고 뭘 둘러볼지 세세한 계획까지 세우곤 했다. 그때는 이씨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나한테 이런 면이 있었나.’ 싶었다. 이씨는 “여자친구를 위한 연중 이벤트로 여름휴가를 잘 보내고 나면 그 다음 6개월이 편안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아무리 ‘떠나자파’였던 남자들도 ‘집에서파’로 돌아서는 시기가 있으니 바로 결혼 이후다. 연애시작 4년 만에 결혼한 정미선(가명·28)씨는 결혼 후 ‘귀차니스트’로 돌변한 남편에게 요즘 “동남아로 가자.”며 설득하고 있는 중이다.“연애할 때는 아무리 바빠도 자기가 먼저 여행을 가자고 졸라대더니 이제는 주말 여행도 귀찮아 하네요.”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알뜰 해외여행 9계명 ‘저비용 고효율’이라는 경제생활의 철칙은 여행에도 적용된다. 전문가들이 권하는 알뜰여행의 지혜를 모아봤다. ●여행사에서 미는 상품을 골라라 여행사마다 경쟁이 심해지면서 이른바 ‘미는 상품’이 생겨난다. 각 사가 사활을 거는 상품인 만큼 가격도 비교적 저렴하고 내용도 알찬 게 많다. ●성수기 전후를 활용하라 휴가의 최절정기인 7월 말∼8월 초는 우선 피하라.6월 말이나 9월에 가면 여행지의 북적거림도, 짜증나는 추가요금도 피할 수 있다. ●땜질용 대체상품을 잡아라 갑작스러운 예약 취소 등으로 생긴 결원은 여행사를 당황스럽게 만든다. 이때 정원을 채우기 위해 특가 상품을 내놓기도 한다. ●서두르는 자에게 할인이 여행사들은 예약 상황을 봐가며 항공좌석과 호텔 등의 공급량을 조절한다. 여행사 입장에서 일찍 들어온 예약은 많은 도움이 된다. 이 때문에 조기예약자를 위한 할인행사 등을 진행한다. 서둘러야 남들보다 싸게 여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 ●‘월드컵 비수기’ 특가상품도 기회 온 국민의 관심에 월드컵에만 쏠려있는 최근 여행업계는 긴장 상태다. 적잖은 업체들이 안정적인 매출을 위해 이벤트 상품을 내놓는데 이런 특가상품을 예약해 두는 것도 방법이다. ●‘NO팁’ 상품이 꼭 싼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팁이 없는 상품이라고 하면 팁이 경비에 전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은 팁이 이미 가격에 포함된 경우가 많다. ●무조건 싼 것만 찾지 마라 같은 지역을 같은 기간에 여행하더라도 상품마다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업계에선 싸면 싼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호텔이나 음식, 여행코스 등 서비스는 뭔가 다른 만큼 꼼꼼히 비교·점검해야 한다. ●여행 목적에 맞는 상품을 골라라 만족스러운 여행의 요건은 숙소, 쇼핑, 관광, 놀거리, 먹거리 등 개인마다 다르다. 좋은 호텔에서 푹 쉬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호텔료에 포함돼 있는 부대시설을 최대한 활용하고 다른 씀씀이를 줄여라. ●공부는 본전 뽑는 지름길 어차피 집 떠나면 돈이다. 자주 갈 수 없는 여행이라면 한번 할 때 많이 보고 많이 느끼고 돌아 오는 것이 돈 버는 것이다. ■ 도움말 하나투어 정기훈, 투어몰 권순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빌 게이츠 “2년 뒤 퇴진”

    빌 게이츠(50)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 겸 공동창업자가 15일(현지시간) 경영 일선에서 사실상 물러나겠다고 선언했다. 게이츠 회장은 이날 워싱턴주 레드먼드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일상의 회사 업무에서 벗어나 2008년 7월부터는 세계 보건 및 교육 문제를 다루는 재단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500억달러(약 50조원)의 재산을 보유, 세계 최대 갑부이자 최고액 자선사업가인 그는 그러나,2년 뒤에도 회장과 기술고문직은 계속 맡고 MS의 대주주(9.6%인 216억달러) 지위도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주 중요하고 도전할 만한 두가지 열정을 갖게 된 것을 행운으로 여긴다.”며 “부(富)에는 사회에 되돌려줄 책임이 따르며 최선의 방식으로 돌려줘야 하는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2000년 그가 부인과 함께 제3세계 빈민 구호와 질병 퇴치를 목적으로 설립한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은 기금 규모만 291억달러(약 29조원)에 이르는 세계 최대의 자선재단이다. 게이츠 회장은 “처음 재단을 설립할 때는 보건과 교육 문제가 이토록 큰 잠재력을 갖고 있는지 실감하지 못했다.”며 “이 점은 30년 전 MS를 창업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고 털어놓았다. 저명 블로거 케빈 매니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그는 “몇년 전 휴가때 처음 이런 고민을 시작해 몇달 전 아내와 상의했더니 스티브 발머(50) 최고경영자(CEO)의 의견을 들어보라고 조언했다. 그와 의견을 나눠 지난 13일 최종 결심을 굳혔고 오늘 아침 100명의 임원급들과의 미팅에서 이를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MS도 이날 발표한 별도의 성명을 통해 “게이츠 회장의 일상적 업무에 대한 원활하고 질서있는 인수인계를 위해 2년의 과도기를 갖는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게이츠의 2선 퇴진이 소프트웨어(SW) 산업을 휩쓸고 있는 변화의 바람을 함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포레스터 리서치의 최고경영자(CEO) 조지 콜로니는 “오늘은 상자 속 SW와 인터넷을 통해 보급되는 SW, 두 시대가 갈라지는 날로 나중에 기억될 것”이라며 “지금까지 가장 수지맞는 것으로 평가받던 MS의 비즈니스 모델을 밑동부터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MS는 현재 세계 최대 검색 사이트 구글의 추격을 받고 있는 데다 새로운 윈도 버전 ‘비스타’ 출시가 내년 초로 연기되고 각국에서 반독점 소송에 시달리는 등 SW왕국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 1999년 말 주당 58.89달러였던 주가는 이날 22.07달러에 마감됐고 발표 뒤 시간외 거래에서 0.4% 더 미끄러졌다. 분석가들은 현재 최고기술책임자인 레이 오지(50)와 크레이거 문디(56)가 각각 게이츠의 직함이었던 최고SW책임자와 최고연구전략책임자를 나눠 맡아 MS를 지휘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둘 모두 게이츠는 물론,2000년부터 CEO로 일하고 있는 발머와 동년배여서 이들이 승계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NYT는 예측했다.AP통신도 “MS에 새로운 시대가 열렸지만 시장에서는 그를 대체할 만한 재목이 없다는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빌 게이츠 약력 ●1955년 10월 시애틀 출생 ●1973년 하버드대 입학. 마이크로소프트(MS) 현 CEO 스티브 발머 만남 ●1974년 컴퓨터 언어 베이직(BASIC) 개발 ●1975년 오랜 친구인 폴 앨런과 MS 공동 창업 ●1976년 사업 위해 하버드대 중퇴 ●1981년 IBM과 소프트웨어 개발 계약 체결 ●1985년 MS 윈도 개발 착수 ●1986년 MS 기업공개 ●1994년 MS 직원인 멜린다 프렌치와 결혼 ●2000년 MS CEO직 사임.‘빌 앤드 멜린다 재단’ 설립
  • 얼짱 ‘열풍’ 힘입어 미용상품 ‘돌풍’

    얼짱 ‘열풍’ 힘입어 미용상품 ‘돌풍’

    올 상반기에 ‘미용’ 관련 상품이 홈쇼핑 업계의 판매량 베스트 자리를 휩쓸었다. 식을 줄 모르는 ‘얼짱, 몸짱’ 열풍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업계에서는 분석한다.CJ홈쇼핑,GS홈쇼핑, 현대홈쇼핑의 ’상반기 베스트 상품 10’을 비교하고 트렌드를 짚어본다. 미용, 패션 상품군이 가장 강세를 보인 곳은 CJ홈쇼핑. 정재훈 CJ홈쇼핑 팀장은 “올해는 몸짱, 얼짱 등 사회적으로 외모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면서,20대 초반부터 40대 중·후반까지 다양한 계층의 소비자가 패션, 미용 관련 상품을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두피건강 샴푸 6개월만에 100억 돌파 의류 부문에서는 디자이너 브랜드로 유명한 ‘mi by 홍미화’,‘지오 송지오(Zio Songzio)’를 비롯해, 캐릭터 티셔츠 ‘미키 앤 프렌즈(MICKEY & FRIENDS)’, 한방 화장품 ‘수려한’ 등이 톱 10에 포함됐다. 이 중 젊은 여성 의류 브랜드인 ‘미키 앤 프렌즈’의 진입은 과거 홈쇼핑 시청층이 주부에서 20대 초·중반 여성으로 확대된 현상을 보여준다고 업체측은 설명했다.‘지오 송지오’는 2004년, 2005년 2년 연속 톱 10에 선정된 스테디 셀러로 홈쇼핑에서 확고히 자리를 굳힌 것으로 보인다. ‘탈모’가 다양한 연령층에서 심각한 고민거리로 부상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듯, 두피 건강 샴푸도 베스트 셀러로 등장했다. 올 상반기에만 19만개 팔린 ‘댕기머리 기 샴푸’는 인삼, 구절초, 천궁 등의 한방 추출물을 사용해 두피 건강과 모발의 탄력을 유지시켜준다는 컨셉트의 상품. 지난해 10월부터 본격적으로 판매하기 시작해 단 6개월 만에 매출 100억원을 달성하는 기록을 세웠다. ●알뜰 주부 사로잡은 프라이팬 당당 1위 식품, 주방용품군도 지난해에 이어 상위권에 랭크됐다.‘안동 간고등어’,‘썬라이즈 밀폐용기’,‘캘리포니아 호두’가 각각 2,3,4위를 차지했고,‘키친아트 마블 주물팬’도 약 9만개가 판매돼 8위에 선정됐다. GS홈쇼핑의 최고 히트상품은 12만 9000개 이상을 판매하고 106억원의 매출을 올린 ‘키센 후라이팬’에 돌아갔다.GS홈쇼핑측은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감으로 집에서 조리해 먹는 가정이 늘어 홈쇼핑 초창기 히트상품이었던 조리 도구가 화려한 왕좌 복귀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 프라이팬은 코팅이 잘 벗겨지지 않는다는 점으로 주부들의 마음을 공략해 성공했다. 두께가 두껍고, 열을 오래 간직하고 고르게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도 크게 어필했다. 지난해 히트상품 1,2위를 나란히 차지한 한경희 스팀 청소기와 김영애 황토솔림욕은 서로 순위를 바꾸며 근소한 차이로 나란히 3위와 2위를 차지했다. ‘한경희 스팀청소기’는 순위가 2계단 내려왔지만 신상품 ‘한경희 스팀 다림’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판매량을 합치면 연말까지 1위 자리를 탈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GS홈쇼핑측은 예상했다. 아모레퍼시픽 아이오페 화장품은 화장품에서는 처음 히트상품 4강에 진입했다. 주름 개선 효과를 강조해 소비자들의 마음을 샀다. ●불어라 황토 열풍,1차례 방송에 25억원어치 싹 현대홈쇼핑에서는 황토 열풍이 불었다.‘오색황토’가 올 상반기에만 16만개 팔려 가장 많이 팔린 상품으로 등극했다. 지난 4월에는 단 한 차례 방송에 25억원어치가 팔려나가는 등 홈쇼핑 황토바람을 이끌었다. 이 밖에도 메이든 화이트닝팩(4위), 피넬리 마사지 팬츠(5위), 내추럴화이트 치아미백제(6위) 등 미용관련 제품들이 베스트 상품 상위권을 휩쓸었다. 키친플라워 주물팬(2위), 경희홍삼(3위) 등 건강식품, 주방용품의 선전도 두드러졌다.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명문대 교육혁명] (9) 미국 듀크대

    [명문대 교육혁명] (9) 미국 듀크대

    |더램(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주병철 문소영특파원|‘미래학문을 선점한다.’ ‘남부의 하버드’로 불리는 듀크대 서쪽 캠퍼스의 퍼킨스도서관 맞은 편의 앨런관. 고풍스러운 고딕양식의 3층짜리 건물은 총장 학장 교무처장 등 주요 보직 교수들의 집무실이다. 요즘들어 이곳은 도서관 못지않은 학문적 열기로 가득하다. 여름방학이지만 수뇌부들이 거의 매일 출근해 머리를 맞댄다. ●지구촌 건강 등 4가지 테마 발굴 육성 최근 재단이사회에서 통과된 5개년 전략보고서(2006∼2010년)의 구체적인 실천 로드맵을 만들기 위해서다. 가을학기가 시작되는 9월 이전까지는 마칠 계획이다. 보고서의 핵심은 학부와 일반·전문대학원의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수평적·수직적인 융합을 통해 시대적 조류에 맞는 새로운 학문의 영역을 구축하자는 것이다. 앞으로 6∼8년간 13억달러(약 1조 3000억원) 가량이 투입된다. 연구 대상은 ▲지구촌 건강 ▲두뇌·정신·유전자·행동 ▲이상기후와 지구과학 ▲두뇌 과학과 영상(Imaging) 등 지구촌의 현안, 인간생명 등과 관련된 4가지 테마다. 학문교류 및 국제화 연구센터의 롭 시코스키 소장은 “이번 보고서는 21세기 지구촌의 현안을 학문적으로 다양하게 접근하는 시도”라며 “새로운 학문적 어젠다를 발굴해 내는 과정에 잠재적 학문영역(Emerging field)을 선점하고, 이를 통해 얻은 학문적 지식을 사회로 환원시키는 것이 주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검토되는 방안은 학부 또는 대학원 차원이 아닌 대학 본부가 주도하는 테마별 기관 또는 센터를 설립하는 것이다. 예컨대 ‘지구촌 건강’이란 테마의 연구소를 설립하고, 산하에 학부 및 대학원생을 위한 강좌, 박사과정 또는 박사후과정(postDoc) 등을 위한 연구·실험 프로그램 등을 둔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노령화에 관심이 많은 경제학과 학생이 자신의 전공 과목외에 이곳에 개설된 강좌의 일부를 이수하면 전공학위 외에 새로운 분야의 자격증이나 학위를 받게 된다. 학문 교류 프로그램 운영 담당자인 셀레스트 리는 “지난 5년간의 학문교류가 기존 학문간의 단순한 결합이었다면 이번 시도는 학부와 대학원의 영역을 뛰어넘는 테마별 학문 연구라는 점에서 부가가치 창출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대학측은 이같은 계획의 성공 여부는 역량있는 교수 영입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존 버니스 대외부총장은 “최근 인문학부에 아이비리그 등 명문 대학의 젊고 유능한 교수들을 대거 영입했다.”며 “특히 학문적 융합을 전제로 채용한 경제학과의 경우 교수들이 상당히 만족해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분야 학자영입 학문적 융합 꾀해 듀크대는 철저히 수요자 중심의 대학을 지향하고 있다. 신입생들에 대한 배려에서 두드러진다.3곳의 캠퍼스 중 동쪽 캠퍼스는 1학년 전용이다. 학교 생활의 적응을 돕기 위해서다. 기숙사, 식당, 영화관, 도서관 등이 잘 갖춰져 캠퍼스내 생활이 가능하다. 특히 1학년만을 대상으로 한 포커스 프로그램은 이 대학만의 독특한 테마별 수업방식이다. 유전자, 자유, 예술, 사회적 관념 등과 같은 테마를 놓고 다각적인 시각으로 토론하고 공부한다. 교수와 학생간의 친교 프로그램도 좋다. 신입생 개개인의 학교생활을 도와주는 담당교수제가 있다. 교수 1명당 소수의 학생으로 구성되는 소그룹 친교모임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학교측은 학생들과의 교류에 필요한 식사비 등의 명목으로 교수 한명당 연간 1000달러를 지원해 준다. 학장이 따로 교수 1인당 한 달에 100달러를 준다. 학생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라는 의미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교수와 학생들 사이에 다양한 의견 교환을 목적으로 이뤄지는 ‘브라운 백 미팅’도 활발하다. 학생은 자신의 연구 아이디어를 완성하는데 도움을 받고, 교수는 자신의 연구계획을 동료 교수나 학생들로부터 지적을 받거나 아이디어를 얻는다. 신입생을 위한 커리큘럼 상담제,2학년때까지 정해야 하는 전공 과목 선택을 지도해 주는 전공상담제,1·2학년을 위한 교수-학생과의 공동연구제, 졸업 뒤 취업지도를 맡는 커리어 센터 등은 학부모들이 더 좋아한다. ●테마별 수업등 수요자 중심 커리큘럼 한무영 물리학과 교수는 “하버드 등 아이비리그 대학 교수들은 연구대학 중심이라 학부생들이 이름난 교수들의 강의를 듣기가 쉽지 않고 교수들도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듀크대는 연구만큼 수업을 중시하기 때문에 교수와 학생간의 학문적 열기가 뜨겁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무디면 교수가 버티기 힘든 곳이 듀크”라고 설명했다. 100년도 안되는 비교적 짧은 역사의 듀크대가 급부상하는 것은 미국 역사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1960∼70년대까지만 해도 테네시주의 밴더빌트대학이 남부에서 더 유명했다고 한다. 하지만 남부의 돈 있는 유력인사들이 북부의 명문대학에 맞서려면 규모가 큰 듀크대에 재정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듀크대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bcjoo@seoul.co.kr ■ 메디컬센터 왜 강한가 |더램(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주병철특파원|듀크대 메디컬센터(의대와 병원을 합친 이름)의 김성욱(37) 연구교수는 영국 런던대 킹스칼리지에서 미생물 분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고민 끝에 1999년 이곳으로 왔다. 3년 뒤 인체 내 스트레스 반응 유전자를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진 ‘옥시-R’란 단백질을 찾아내 세계 최고의 생명공학 학술지인 셀(Cell)지에 논문이 게재되는 기쁨을 맛봤다. 김 교수는 “연구 시설과 분위기가 다른 의과대학보다 더 낫다는 당시 판단이 열매를 맺게 해준 것 같다.”고 말했다. 메디컬센터는 연구분야를 중시하는 다른 대학과는 달리 연구·진료(병원)·교육(의대) 등을 균형있게 발전시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연구분야의 경쟁력은 통상 국립보건원(NIH) 등에서 받는 연구비 수주 규모가 중요한 기준이다.2004년도 NIH 집계에 따르면 메디컬센터의 연구비 수주규모는 3억 500만달러(약 3000억원)로 미국 의대 가운데 6위를 기록했다. 올해도 6위다. 메디컬센터는 암, 노인성질환(노화·알츠하이머 등), 심장, 순환기 분야에서 유명하다. 특히 심장병 다음으로 사망률이 높은 유방암의 유전자를 밝혀낸 뒤 조기진단과 진료부문에서 인정받고 있다. 인근의 산학단지인 리서치트라이앵글파크(RTP)와의 연계로 의학연구에 따른 신약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뛰어난 의료진과 요양에 적합한 전원도시라는 점 때문에 미국내·외 부유한 노인층과 아랍 부호들이 이곳을 선호한다. 독특한 커리큘럼도 인기다. 통상 2학년 때까지 배우는 기초과학 분야를 1학년 때 끝마치게 하고,2학년 때는 진료를 익히게 한다.3학년 때는 연구과정,4학년 때는 진료과정으로 되돌아온다. 진료만 2년을 하는 셈이다. 의대생들의 학비(연간 5만달러)는 비싸지만,7년간에 걸쳐 MD(Medical Doctor·의사)과정과 Ph.D(학위박사)과정을 동시에 밟는 학생에게는 학비를 전액 지원하고 생활비(연간 2만달러 가량)도 보조해준다. 우수 학생 유치를 위해서다. bcjoo@seoul.co.kr ■ 유학생이 본 듀크대 |더램(노스캐롤라이나주) 문소영특파원|한국인 학생 유경수(경제학과 3년)씨와 염보영(바이오메디컬엔지니어링 2년·여)씨를 통해 듀크대 입학 및 대학생활을 들어봤다. 유씨는 시민권자이고, 염씨는 고등학교 때 조기유학해 메릴랜드 기숙학교를 졸업했다. ▶듀크대를 선택한 이유는. -(염)전공인 바이오메디컬엔지니어링(BME) 분야에서 듀크가 미국대학 중 2위인데다 듀크 BME를 졸업한 학생을 미국에서 인정해 주기 때문이다. ▶장학금 등 재정지원은. -(유)다양한 펠로십이 있어 특출한 학생들은 4년 전액장학금을 받는다. 시민권자이기 때문에 연간 3만 3000달러의 학비 중 대부분을 지원받아 1만 3000달러만 낸다. 유학생들은 삼성 등 한국의 대기업들이 지원하는 장학금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시민권자들은 그런 혜택을 못받는다. ▶듀크에 입학하려면. -(유)명문대 입학의 필수조건인 SAT, 봉사활동, 리더십활동 등이 특출해야 한다.SAT 점수는 기본적으로 1400점 이상 받아야 한다. 하지만 SAT가 다소 부족해도 학업에 대한 열정, 봉사활동의 결과, 에세이 등이 좋으면 입학할 수 있다. ▶기숙사 및 대학생활은. -(염)1학년때부터 3학년때까지는 모두 기숙사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에 미국인 친구들과 관계가 좋다. 특히 외국 학생들은 학과관련 정보를 빠르게 알아내기 때문에 도움을 많이 받는다. -(유)학생들이 듀크의 문화를 공유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한국 학생들은 1∼2학년때 여유를 갖고 3∼4학년때 열심히 하려는 경향이 있지만, 듀크대는 일찍부터 다양하게 공부에 열중하게 만든다. symun@seoul.co.kr ■ “소수인종 배려 확대 올해 신입생 40%로” 피터 랑게 교무처장 |더램(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주병철특파원|대학개혁을 총괄하는 피터 랑게 교무처장을 만났다. 하버드대 정치학 교수 출신으로 1981년부터 듀크대에 몸담았다. ▶학문적 융합의 궁극적인 목적은. -1차적으로는 새로운 학문 영역 개척이다. 다양하게 축적된 지식을 사회로 환원시켜 내는 것은 그 다음 목표다. 학문이 효과적인 정책으로 이어진다면 학문의 실질적인 가치가 있을 것이다. ▶학문적 융합은 다른 곳도 하고 있지 않나. -듀크대는 상호 융합이 아닌 다(多)학문간의 융합이다. 로스쿨·경영대학원(MBA)·메디컬센터 등 전문대학원이 있기 때문에 시너지효과가 더 클 것으로 본다. ▶이번 전략의 성공 여부는. -돈이다. 전체 재원 가운데 3억달러(약 3000억원)는 기부금 조성으로 충당된다. 학과별로는 인다우드 체어(Endowed Chair·특정인이 특정 학과나 분야를 위해 낸 기부금의 운용수익 등으로 봉급을 받는 학과장 또는 교수) 제도를 적극 독려하고 있다. ▶소수인종에 대한 배려가 적은 대학으로 알려져 있는데. -전체 학생의 37%가 소수인종이다. 이번 신입생은 40%로 늘었다. 이들에게 문호를 더 개방하고, 장학금 혜택도 더 늘릴 것이다. ▶아시아지역 학생들에 대한 선발은. -한국을 비롯해 이 지역을 매년 1차례씩 방문한다. bcjoo@seoul.co.kr
  • 사회성 두루 갖춘 인성교육 가슴 따뜻한 아이로

    사회성 두루 갖춘 인성교육 가슴 따뜻한 아이로

    “공부만 잘하는 아이보다는 가슴이 따뜻한 아이로 키우고 싶다.” 최근 교과공부는 물론 사회성도 두루 갖춘 아이로 키우고 싶다는 학부모들이 늘어남에 따라 청소년 인성교육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인성교육 현장을 찾아가 인성교육의 효과와 실천방법 등을 알아봤다. ■ 서울 명지중학교 #10대 드라마 ‘반올림’의 한 장면. 주인공 옥림이는 ‘40대가 되었을 때 이루고 싶은 꿈’을 발표하는 시간에 아무것도 적지 못한 채 빈 종이를 내고 말았다. 다른 친구들은 펀드매니저, 유엔본부 직원, 연예인 등 자신의 꿈을 잘도 적어냈는데 말이다. 옥림이는 “하고 싶은 게 뭔지도 모르겠고 잘하는 것도 없어….”라며 고민에 빠진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소매치기를 잡은 옥림이는 ‘용감한 시민상’을 받고 여경의 꿈을 키운다. 명지중학교 2학년 8반 교실. 이번 학기부터 시작한 자존감 향상프로그램의 15번째 수업 ‘꿈★은 이루어진다’의 한 부분이다. 드라마를 보며 ‘내 꿈은 뭔지’‘왜 꿈을 가져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본 아이들은 발표를 통해 자신의 꿈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어 ‘내 명함 만들기’. 미래의 꿈을 구체적으로 표현해보는 시간이다. 아이들은 저마다 꿈꿔온 요리사, 건축사, 외과의사 등 자신의 꿈을 명함에 멋지게 그려 넣는다. 건축가가 되고 싶다는 소백산(14)군은 ‘엄마품처럼 포근하고 아빠처럼 든든한 집을 짓겠습니다.’라는 그럴듯한 홍보문구를 써넣기도 했다. 그렇지만 아직 대부분은 드라마속 주인공처럼 아무것도 적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지’‘어떤 꿈을 갖길 원하는지’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다면 이번 수업의 목표는 이룬 것이나 다름없다. 자존감 향상 프로그램은 중학교 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개발됐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중학교 1학년 때의 자신감을 잃고 꿈도 없는 시기다. 때문에 자신이 얼마나 소중하고 특별한 존재인지에 대한 인식이 낮다. 자존감 향상 프로그램은 ‘내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데 교육의 주안점을 두고 있다.2학년 수업을 맡고 있는 홍진열(47)선생님은 “처음엔 소극적이고 말수도 적었던 아이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 시작한다.”면서 “팀별 게임 등 다양한 수업형태 때문에 학과공부와는 달리 부담없이 수업에 참여한다.”고 말했다. 명지중학교 임방호 교장선생님은 “인성교육이 바탕이 된 다음에 교과목 공부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우리학교 건학이념과도 맞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서울 수색초등학교 초등학교 5학년을 대상으로 2년째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서울 수색초등학교는 이미 2004년 한문·컴퓨터 특기교육으로 인성교육 우수학교로 선정된 바 있다. 초등학교 5학년의 인성교육 프로그램은 자기 리더십 계발·교우관계 개선 프로그램이다. 지난 9일 열렸던 12번째 수업은 ‘기쁨을 주는 한마디’. 일상생활에서 기쁨을 주는 인사를 주고받았던 경험을 이야기해보고 말하기 연습을 해보는 시간이다. 주어진 제시어를 활용해 상대방에게 기쁨을 주는 말을 연습한다. 예를 들어 제시어가 ‘사탕’이라면 ‘너의 목소리는 사탕처럼 달콤해.’,‘엄마’라면 ‘너의 마음은 엄마 품처럼 포근해.’라는 식이다. 이어 소중한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은 기쁨을 주는 한마디를 사과 모양 종이에 적어 각 모둠별 ‘칭찬 나무’에 붙인 뒤 아이들 앞에서 발표한다. 아이들의 표현력은 놀랍다. 신아름(11)양은 “비가 오면 우산이 비를 막아주듯 내가 우산처럼 널 막아줄게.”, 홍선영(11)양은 “엄마! 나침반처럼 올바르게 저의 길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라며 저마다 기발한 상상력을 발휘했다. 2년째 이 학교에서 5학년을 대상으로 인성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김경옥(40)교사는 “처음엔 인성교육이 뭔지 몰라 호기심 반, 장난 반으로 수업을 받던 아이들도 ‘친구들과 사이가 좋아져 학교생활이 즐거워졌다.’고 하는 등 효과가 매우 뛰어나다.”고 말했다. 이 수업을 통해 친구와 대화하는 법이나 싸웠을 때 화해하는 법 등 관계 유지법을 자연스레 배우는 것이다. 아이들만 이 수업시간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 학부모들의 반응도 뜨겁다. 한 학부모는 “공부는 잘해도 자기중심적이고 남을 배려할 줄 몰랐던 아이가 이 수업을 한 학기동안 듣고 나서 몰라보게 달라졌다.”며 편지를 보내오기도 했다. 이 학교 임명자 교장선생님은 “지난 학기 인성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89%의 아이들이 유익했다고 답할 정도로 인기가 있다.”면서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키워주는 것이 인성교육 프로그램의 최종목표”라고 말했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밝은 청소년 지원센터 오채금 팀장 2000년 문을 연 ‘밝은 청소년 지원센터’는 개원 이래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보급에 힘쓰고 있다. 사무국 교육팀의 오채금(40) 팀장은 교재를 직접 개발한 주인공 인성교육 교사들을 직접 가르치고 있다. 처음 센터가 문을 열었을 때는 삼성생명 정신건강연구소가 개발한 중학생용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보급했다. 그러다가 ‘우리 아이들에게 맞는 우리만의 프로그램을 개발해야겠다.’는 필요성을 느껴 오 팀장이 직접 서울대 교육연구소와 2년여에 걸쳐 초등학생용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고등학생용을 만들어달라는 요청도 있었지만 보다 이른 단계에서 인성교육을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죠.” 현재 센터에서 지원하는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시행 중인 학교는 초등학교 7곳, 중학교 12곳이다. 지난해에는 22곳을 운영했는데 자금난으로 10곳을 줄인 상태다. “인성교육을 원하는 학교는 꾸준히 늘고 있는데 무료로 운영하는 관계로 인력과 운영자금이 늘 부족합니다.” 인성교육 프로그램의 가장 큰 특징은 연령별 발달 성을 ‘나→타인→공동체’로 발전시켜 나가면서 적용했다는 점이다. 또 선생님들은 모두 교육학을 전공한 상담심리사, 사회복지사, 청소년상담사, 교사 출신으로 5년 이상 상담 관련 업무를 해온 경력이 있다. 오 팀장은 그러나 “학교에서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쉽게 인성교육을 할 수 있다.”면서 “가정교육이 인성교육을 좌우한다.”고 말한다. 부모가 자주 싸우고 사이가 틀어지면 아무리 아이 앞에서 좋은 말을 해주더라도 아이의 인성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 오 팀장은 “특히 아이들 앞에서는 싸우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센터에서는 성교육, 인터넷 예절교육(모티켓),YES프로그램(문화행사 관람하기) 등을 운영하고 있다. 오 팀장은 “이런 모든 것들이 인성교육이라는 큰 틀 안에서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인성교육 가정에선 이렇게 하세요 가정에서 자녀 인성교육을 시킬 수 있는 방법은 어떤게 있을까? 밝은 청소년 지원센터에서 개발한 가정용 프로그램을 소개한다(모든 프로그램은 부모님이 활동내용을 간략히 소개한 후 시작). ★ 칭찬의 꽃을 접어요(자존감 향상과 가족관계 증진) (기대효과) 자신의 소중함을 느끼고 가족의 소중함을 느낀다. 자신과 가족을 객관적이고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게 된다. (준비물) 색종이(1인당 6장씩), 색연필 또는 사인펜 (활동방법) 1. 내가 잘 하는 일은 어떤 것이 있는지,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칭찬을 받는지 생각해 보고 다른 사람과 비교해 본다. 2. 각자 자신 있는 일, 칭찬받을 만한 일을 6가지 생각해보고, 색종이 한 장에 한 가지씩 기록한다. 3. 뒷면에 가족이 돌아가면서 긍정적인 댓글을 단다. (예:빵을 구울 수 있다.→맞아, 자원이가 만든 케이크는 산 것보다 훨씬 예쁘고 맛있더라.) 4. 칭찬 색종이를 꽃으로 접거나 비행기 등으로 접어서 예쁜 접시에 담아 장식해 둔다. ★ 손과 발을 사랑해요(가족관계 증진) (기대효과) 부모님의 고마움을 확인(손과 발을 유심히 관찰하고 느껴봄)하도록 해 가족간의 애정을 깊게 한다. 가족을 위해 자신이 하는 일을 생각해 봄으로써 가족에 대한 책임감을 갖는다. (준비물) 도화지(가족 수만큼), 색연필 또는 사인펜 (활동방법) 1. 가족간에 손을 서로 관찰하고 촉감으로 느껴본 뒤, 종이 위에 손을 대어 그려본다. 2. 자녀는 부모님의(부모는 자녀의)손 위에 부모님이(자녀가)가족을 위해 그 손으로 하는 일을 구체적으로 적는다.(예: 어머니는 매운 음식도 손으로 직접 버무리며 만든다. 나는 매일 아버지 출근 전에 손으로 구두를 닦는다) 4. 가족간에 발을 서로 관찰하고 촉감으로 느껴본 뒤, 종이 위에 발을 대어 그려본다. 5. 자녀는 부모님의(부모는 자녀의) 발 위에 부모님이(자녀가) 가족을 위해 자주 가는 곳과 가야할 곳을 적는다.(예: 아버지는 매일 아침 복잡한 지하철을 타고 회사로 출근하신다. 나는 매일 건강을 위하여 공원에 가서 운동을 한다.) 6. 손과 발을 꾸민다.(예:반지를 손에 그려 주거나 멋진 구두를 그린다.) 7. 서로의 느낌을 이야기한다. ■ 밝은 청소년 지원센터 제공(www.eduko.org)
  • [박성서의 7080 가요X파일] 한국유일의 남성 재즈 보컬리스트 김준(2)

    [박성서의 7080 가요X파일] 한국유일의 남성 재즈 보컬리스트 김준(2)

    악보 보는 것을 시작으로 탄탄한 기본기를 갖추어야만 활동이 가능했던 당시 ‘예그린악단’. 이 악단의 합창단원 출신답게 춤과 연기 실력으로 완전무장한 자니브라더스의 등장으로 당시 평면적이었던 TV 쇼가 놀랍도록 화려하고 입체적으로 변신했다. 쇼 프로그램에서의 절대적인 인기 못지않게 이들은 ‘방앗간 집 둘째딸’ ‘아나 농부야’ ‘마포 사는 황부자’ 등에 이어 ‘빨간 마후라’ ‘수평선’까지 공전의 히트를 날리며 정상의 인기그룹으로 급부상했다. 당시 멤버는 김산현(김준)을 비롯해 김현진, 양영일, 진성만. 이들의 힘차고 경쾌한 하모니는 듣는 이들에게 ‘알파파’(※마음이 평온해질 때 나오는 뇌파)가 샘솟게 만드는 노래, 그 자체였다. 그러나 인기가 높아갈수록 멤버 김준씨는 되레 심각한 고민에 빠져든다. 음악적인 불만족에서 오는 갈증이었다.4중창단은 4성, 즉 네 화음이 모여 노래가 구성되어야 하는데 당시에는 ‘유니 송’으로 불러달라는 주문까지 받아야 했던 만큼 중창단이라는 의미가 무색하던 시절이었다. 중창단의 인기에 비례해 본인만의 개성은 죽여야 하는, 이른바 개개인의 능력을 제대로 드러내 보일 여지가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점차 이들은 각자 솔리스트로서의 기량을 쌓아나가며 해체 수순을 밟기 시작한다. “한사람, 한사람만으로도 무대가 꽉 차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때문에 자니브라더스는 TV와 워커힐 무대 등에서 화려한 스테이지와 함께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면서도 쇼 중간 중간 쉬는 시간을 이용해 각자 솔리스트로서의 기량을 키우기 위해 경쟁적으로 각자 연습무대에 나섰던 장면들이 생각납니다.” 당시 워커힐악단에서 기타리스트로 활동하며 ‘저녁한때 목장풍경’ ‘비둘기집’ 등의 작곡가로 명성을 날리던 실력자 김기웅(70)씨의 회고다. 그는 당시 이들의 레퍼토리 편곡을 기꺼이 도맡아 주기도 했다. 결국 68년 8월, 그룹보다 각자 솔로로 활동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린 이들은 마침내 TBC-TV ‘쇼쇼쇼’를 통해 ‘자니브라더스 고별쇼’를 갖는다. 솔리스트로의 변신을 위해 피아노 독주부터 빅밴드 곡에 이르기까지 100여 곡을 준비해오며 ‘스타일리스트(Stylist)‘를 꿈꾸던 김준씨가 멤버 중 가장 먼저 독립, 솔로활동을 시작한다.69년 11월, 평소 즐겨 부르던 레퍼토리들을 모아 독집음반 ’김준과 톱송(Top Song)’을 발표한 것. 스탠더드 팝과 재즈의 번안곡이 주를 이룬 이 음반의 수록 곡들은 지금까지도 김준씨의 변함없는 애창곡들이다. 그러나 자니브라더스는 주위의 권유에 의해 또다시 재결성하게 된다. 이들의 재결합을 가장 적극적으로 권유했던 사람이 바로 당시 서울신문사 발행인이던 장태화 사장. 음악애호가이기도 했던 장 사장은 이들의 재능을 아까워하던 끝에 직접 그룹명을 ‘메아리진’(전국에 메아리 친다는 뜻의 순수 우리말)으로 개명해준 뒤 1969년 12월,MBC-TV를 통해 화려한 컴백쇼를 주선했다. 결국 이들 네명은 주위의 강력한 권유에 의해 다시 ‘메아리진 쇼(전우중 PD)’를 시작으로 컴백, 매주 한 차례씩 음악성과 예술성 있는 인상적인 프로그램을 한동안 펼쳐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인기’도 그들 개개인의 ‘끼’와 ‘욕구’를 막기엔 역부족, 결국 이들은 완전히 해체하고 만다. 싱어 송 라이터로 변신한 김준씨는 솔로가수로 그리고 작곡가로도 재능을 한껏 발휘해왔다.‘사랑하니까’(패티김)를 비롯해 84년 TBC 세계가요제 금상 수상곡 ‘나 이제 여기에’(박경희),‘내 마음은 풍선’(장미화),‘그래도 설마하고’(임희숙),‘Blue Smile’(이미배), 그리고 김준 자신의 목소리로 발표한 ‘휘파람 하이킹’ ‘여보소 날보소’ ‘태양의 데이트’(김준 작사, 김학송 작곡) 등. 그는 70년도부터 지금까지 36년간 단 한 차례도 음반을 발표하지 않은 해가 없을 정도로 ‘음악의 생활화’, 그 일관된 삶을 지켜왔다. 김준씨는 1980년에 International JUN Free Art를 설립한데 이어 K.J.C(한국재즈모임)의 창립회장을 맡기도 하는 등 재즈 활동을 위해서라면 모든 힘과 신명을 바쳐왔다. 아울러 주위 동료들의 신명을 돕고 참여하고 앞장서왔던 그는 현재, 평창동에서 부인 김미자 여사와 함께 ‘김준재즈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이 곳에 마련된 작은 라이브 무대에는 한국의 대표적 재즈 뮤지션들이 모두 한 번씩은 섰을 정도로 값진 공간이기도 하다. 수많은 공연과 음반작업을 통해 재즈를 생활화하고 있는 김준씨는 올 11월, 자신의 삶을 그린 자서전 ‘타박타박 주절주절 두비두바’를 출간할 계획이다. 그의 이러한 작업이 반가운 것은 재즈처럼 자유스럽고 심오하게 살아온 그의 삶의 윤곽이 이 책을 통해 선명히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sachilo@empal.com
  • 소장학자들 “민노당만의 리더십이 없다”

    진보진영 몰락의 신호탄인가? 5·31 지방선거가 한나라당의 압승으로 마무리되면서 진보진영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진보적 소장학자들의 모임인 성공회대 민주주의와 사회운동연구소가 14일 개최한 ‘한국민주주의와 5·31지방선거’ 포럼에서는 이 위기감을 두고 토론을 벌였다. 이광일 성공회대 연구교수는 ‘한나라당의 압승’ 자체에는 별 무게를 두지 않았다. 이번 지방선거와 2002년 지방선거 결과와 비교해보면, 투표율은 외려 올랐고 한나라당과 개혁정당에 대한 지지율(2002년 민주당과 2004년 열린우리당+민주당)은 별 차이가 없다. 그것보다 더 우려스러운 대목은 진보진영에 대한 거부감. 그는 “한나라당이나 열린우리당이나 지방정치에 있어서는 알록달록 보도블록이나 열심히 깔아주는 역할에만 그친다는 점에서 별 차별성이 없다.”면서 “그럼에도 왜 노동자·농민이 자신을 위한다는 민주노동당을 찍지 않느냐가 문제다.”라고 주장했다. 박상훈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민노당에 직접적으로 비판의 화살을 겨눴다. 박 교수는 “지난 지방선거 때와 달리 패배에 대한 책임론이 나오지 않는데 이는 내부 정파간 알력 때문”이라고 분석했다.특히 힘에 부친다는 말에 대해서는 “언제까지 국민의식 부족이나 기득권층 반발, 조중동의 왜곡이 문제라고 말할 것이냐.”고 질타했다. 이 때문에 민노당의 핵심 과제는 “정치적 리더십 부재”라고 강조했다. 민노당이 뭔가 다르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민노당만의 리더십과 정치학을 개발해야 하는데 아직도 “권력독점을 막고 인물과 리더 개인 중심의 당 운영은 안 하겠다.”는 도덕률에만 얽매여 있다는 비판이다. 토론에 나선 손혁재 참여연대 운영위원장 역시 “지난 10여년간 보수세력의 능동화가 추진되어 왔다.”면서 “그런 맥락에서 ‘정권심판론’이 ‘진보심판론’으로 확대될 위험이 가장 무섭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조직노동자의 목소리만 대변하는 민노당도 비판했다.조현연 성공회대 교수도 “민심이 진보진영의 무능에 대해서는 반응하면서, 이라크파병이나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신자유주의적 보수공조에 대해서는 반응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는 곧 신자유주의 담론에 대한 ‘진보진영의 총체적 패배’를 뜻할 수 있다는 경고라는 것. 조효제 성공회대 사회학 교수는 약간 다른 의견을 냈다. 근본적으로 중도개혁세력이 없는 상황에서 진보정당이 홀로 설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조 교수는 “일반사람들은 그리 깊게 생각하지 않는 게 정상이고, 그들에게 ‘김대중=노무현=김정일’은 하나의 공식이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일종의 입술과 이빨의 관계라 할 수 있는 중도개혁세력과 진보정당의 관계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세이프 코리아] 해일 잦은 영국 템스강 수문관리서 배운다

    [세이프 코리아] 해일 잦은 영국 템스강 수문관리서 배운다

    |런던 조덕현특파원|영국이 북해의 해일을 막으려 시행하고 있는 철저한 조기경보시스템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자연재해가 많은 나라는 아니지만 북해쪽에서 밀려오는 폭풍 해일은 자칫 큰 피해를 불러올 수 있다. 실제로 1953년에 덮친 폭풍 해일로 런던에서만 300여명이 숨지는 대재앙이 일어나기도 했다. 템스강에 수문이 설치된 것은 1984년. 관련 법안이 1972년 통과됨에 따라 1974년 공사에 들어가 10년 만에 완공했다. 강폭이 520m에 이르는 템스강에 10개의 수문을 설치했다. 수문 사이의 거리는 61m. 평소에는 수문을 열어놓아 선박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하고, 해일의 위험이 있을 때는 수문을 닫는다. 수문을 유지·관리하는 인력은 모두 80명. 수문을 닫을 때도 밑으로 120㎝의 틈을 남겨둔다. 자연스럽게 물이 흘러 수문 안쪽과 바깥쪽의 물 높이가 조절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수문 안쪽의 런던 시내에도 여러 개의 수문이 있어 조류를 조절하고 있다. 템스강 수문 관리는 철저한 조기경보시스템으로 이뤄진다. 먼저 인공위성으로 공기의 흐름을 파악하고 경보를 내린다. 북해 상공의 공기흐름이 런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되면 36시간 전에 경보가 내려진다. 영국은 북해에 유전을 갖고 있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급조류를 연구했다. 네덜란드 등과도 협조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24시간 전에는 저기압골의 흐름으로 상황을 예측한다.12시간 전부터는 해수면의 흐름으로 대응여부를 점검한다.9시간 전에는 경보를 최종 확인하고 긴급구조팀을 대기토록 한다.8시간 전에는 긴급구조팀이 활동에 나서고, 수문을 닫기 시작한다. 해일이 오기 4시간 전에 수문을 완전히 차단한다. 수문을 열고 닫는 데는 2시간이 걸린다. 이런 시스템으로 지금까지 런던 시내가 침수되는 일은 한 차례도 없었다.1995년에는 배가 들어오는 것을 알려주지 못해 부딪치는 사고가 있었지만 다른 피해는 없었다. 비상사태에 대비해 별도의 전력공급시스템도 갖췄고, 수문마다 자체 동력시스템이 연결되어 전기 공급에 문제가 생긴 적도 없다.6년 전에 큰 바닷물이 밀려와 템스강 수문 밖의 시설물들이 물에 잠기기도 했지만, 런던 시내는 영향이 없었다. 하지만 관계자는 템스강의 수문이 어떤 재난도 안전하게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2004년 남아시아에서 발생했던 쓰나미와 같은 큰 재난이 일어난다면 막아낼 수 없다는 것이다. 템스강은 북대서양 조류의 영향을 받는다. 저기압이 대서양을 지나 영국을 향할 때 바닷물은 정상 높이보다 높아진다. 대서양을 지나 북해쪽으로 들어온 저기압의 영향으로 발생한 높은 파도와 엄청난 바닷물이 수심이 낮은 북해의 남쪽으로 다가오면서 바닷물 높이가 올라가는 것이다. 북쪽에서 강한 바람까지 불어온다면 해일은 더욱 높아진다. 높은 수위의 해일이 몰아닥치는 상황에서 폭이 좁은 도버해협에 밀물까지 겹치면 런던은 심각한 해안 홍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영국은 1879년부터 제방을 쌓아 해일에 대비해 왔다.1928년에는 엄청난 해일이 덮쳐 1930∼1935년에 다시 높였다. 그럼에도 1953년 다시 대재앙이 일어났다. 영국은 1971년에 템스강 제방을 한 차례 더 높였다. 그러나 제방을 더 높이는 것은 문제가 있었다. 재해를 막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지속적으로 제방을 높이면서 시민과 관광객이 템스강을 구경하는 데 어려움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경관보전과 강변의 아름다운 조망권에 대한 인식이 커진 셈이다. 그래서 1972∼1984년 수문을 만들었다. 이후 현재까지 철저한 조기경보시스템으로 수문을 가동시켜 모두 87건의 폭풍해일을 막았다. hyoun@seoul.co.kr ■ 템스강은 24년후의 ‘미래 재난’ 대비중 |런던 조덕현특파원|런던의 홍수를 막기 위해 템스강에 수문을 설치해 운영하는 영국에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지반침하와 해수면 상승으로 현재의 설계로는 미래의 재난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템스강 수문을 관리하고 있는 영국환경청 관계자는 최근 한국 재난 관련 공무원들이 연수차 방문했을 때 “영국은 평균 해수면의 상승이 장래의 가장 큰 재해 요인으로 꼽고 있다.”면서 “템스강 수문을 현재보다 2m 정도 높여 미래의 재난에 대비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의 템스강 수문은 설계 당시 2030년까지 홍수조절기능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소개했다. 해수면 상승이 계속 진행돼 2030년 이후에는 현재의 템스강 수문으로는 해일을 막을 수 없어 런던 시내가 침수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타냈다. 해수면이 높아지면서 밀물 때 바닷물의 높이는 더욱 높아지는 것이다. 게다가 영국의 동남쪽 끝이 바다 밑으로 가라앉는 현상까지 보이며 국토가 기울고 있다는 것이다. 점토성 토질로 인해 1년에 0.6㎝씩 지반이 침하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30년은 아직 24년이나 남아 있지만 해수면 상승이 갈수록 심해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2030년까지 현재의 예측대로라면 30번 이상의 폭풍해일이 몰려올 것으로 전망돼 미래의 홍수로부터 런던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와 각 기관이 공동대책을 추진 중이다. 영국 정부는 수문을 현재보다 2m가량 높이면 2100년까지 해수면 상승과 해일로 인한 피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hyoun@seoul.co.kr
  • 재키가 뉴요크로 이사할때

    재키가 뉴요크로 이사할때

    다시 말썽 일으킨 계산서 현금으로 수당내자 화내 64년 5월1일 나는 새로운 고민 거리에 부닥치게 되었다. 음식조달자인 그 해군 두 사람이 마침내 자기들이 아주 부당하게 일하고 있다는 말을 했던 것이다. 그들은 자기들이 「버틀러」(주류담당자),「웨이터」그리고 각종 식품과 물품 운반자 노릇을, 그것도「조지타운」과「애토카」별장 두군데서 해왔다는 불만을 털어 놓았다. 가장 낙심시키는 것은 그들이 해군의 각종 시험에 대비하는 시험준비를 할 시간이 없다는 것, 그러므로 자기들은 승진의 기회와 가능성을 놓치고 있다는 것이엇다. 그들은 백악관의 식당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했다. 거기서는 정해진 시간만 일하면 되었고, 더 많은 시간을 그들의 가족과 더불어 보낼수가 있엇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들의 승진을 위해 일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들은 자기들이 다른 사람과 교체되었으면 좋겠다는 심중의 말을 털어놓으면서 나더러「케네디」부인에게 말 좀 잘 해달라고 부탁하는 것이었다. 「재키」로서는 그녀의 몇 명 안되는「스태프」가, 그녀가 백악관 시절에 훨씬 많은「스태프」들로부터 받은 것과 같은 정도의 모든「서비스」와 편의와 안락을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깨닫지 못하는 눈치였다. 그녀의「스태프」의 태도는 그녀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5월19일「재키」와 나는 JFK의암살 이후 처음으로 그 계산서 문제에 부닥치기 시작했다. 계산서들을 죽 훑어 보면서 그녀는「현금」이라고 되어있는 전표에 눈을 딱 멈췄다. 그건 90「달러」였는데「프로비」에게 나간 것이었다. 나는 그것이「프로비」의 시간외 수당으로 나간 것이라고 말했다. 『시간외 수당?』 「재키」가 반문했다. 『여기서 하는 모든 잔 일에 대해서도 내가 댓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말이에요?』 『네,「재키」』 나는 말했다. 『그건 보통 그렇게 하게 되어 있어요.「프로비」는 매일 밤 늦게까지 일하고 있고 주말에도 쉬지 못하고 일해요. 나는 특근수당을 주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아,「매어리」』 「재키」가 말했다. 『「프로비」의 봉급에 관해서라면…나는 1백「달러」가 너무 많다고 생각하는데…나는 내가 여름에 다른 데 가서 휴가를 보내는 동안에는 그것마저도 지불할 수 없어요』「재키」는 나에게 고용관계 일을 맡아보는「포월즈」부인한테 물어보라고 했다. ”당신봉급은 너무 많아요” 흔들리게된 나의「포지션」 『「프로비」가 만일「워싱턴」에서「톱·메이드」로 일하면서「파티」나 거들고 여름동안에 별로 하잘 것 없는 일들을 했다면 얼마나 받겠는가를…』 「프로비」의 급료에 관한 문제가 끝나기도 전에「재키」는 나의 봉급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리고 당신은 1만2천「달러」를 요구하고 있어요. 왜 그만큼 지불해야 해요. 나는 그럴 수 없어…』 『「재키」』 내가 말을 가로막았다. 『제발 내가 무얼「요구」했다고 말하지 마세요. 내가 바란 건 내가 마땅히 받아야겠다고 느낀 것이지, 그 이상은 아니예요. 그리고 내가 그만큼 받지 못할 바에야…』 『아, 아니,「매어리」』 「재키」가 재빨리 말했다. 『그건 좋아요』 6월에「재키」는 다시「케이프·코트」로 갔다. 64년7월2일 상오8시 나의 남편과 내가 주방에 앉아서「코피」를 마시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재키」였다. 『아「매어리」,「재키」예요』라고 인사한 뒤 그녀는 본론을 이야기 했다. 『당신 이미 짐작했을는지 모르지만 내가 「뉴요크」로 이사할 계획이라는 걸 당신과「링컨」부인에게 먼저 알리고 싶어서… 』 그녀의 그런 말은 퍽 충격적이었다. 비록「프로비」와 나는 그녀가 최근「뉴요크」에 자주 간 것이 무엇때문이냐 하는 걸 은밀히 생각하고 있었기는 하지만. 그러나 나는 즐거운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거기에 감으로써 당신의 생활이 한결 더 편안하고 행복해진다고 생각하시면 이사하셔야겠죠. 부디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이젠 당신이 필요치 않아” 너무도 냉정한 작별인사 그녀는 고맙다는 말을 하고 나서 그녀의 이삿짐 옮기는 일에 관해서 말했다. 나는 즉시 그녀에게 말했다. 『그거요, 나를 아시겠지만 당신이 나를 필요로 하는 동안 내가 거기 가 있죠』 「재키」가「뉴요크」로 이사한다는 기사가 7월7일자 여러 신문에 실렸다. 그 기사는 나의 「포지션」에 관한한 전혀 정확하게 밝혀주지않고 있었다. 나는 속이 상했고 어리둥절했다. 다음날 아침「재키」는「케이프」로부터 나에게 전화를 했다.『나의 이사에 관한 기사를 읽었을 거예요』 『네』나는 대답했다.『읽었어요, 그러나…』 『그런데』라고 그녀가 말을 시작했다.『내 생활이 이제 온통 바뀌니까 나의「스태프」가「뉴요크」에 있게 되는데 내 생각으로는 9월1일 이후부터는 더 이상 당신이 필요치 않게 될 거예요』 나는 말문이 막혀 버렸다. 『「매어리」, 내 말 듣고 있어요?』 그녀가 물었다. 나는 그녀의 말을 듣기는 했으나 전혀 대꾸할 수가 없었다. 잠시 뒤에 나는 가냘프게 말했다. 『아, 네, 네,「재키」듣고 있어요. 하지만 다시한번 말씀해 주시겠어요? 무슨 말씀인지 잘 모르겠는데… 』 그녀는 내가「들었다고 생각했던」말을 정확하게 되풀이했다. 마침내 나는 중얼거렸다. 『그렇군요, 「재키」, 그게 당신의 결정이라면…』 『아, 이봐요,「매어리」』 그녀가 다시 말했다. 『화 내지 말아요』 나는 전혀 「화 내지」않았다고 설명했다. 그것은 단지「케네디」가와의 오래고 밀접한 관계를 해온 나로서 그런말을 갑자기 전화를 통해 들으니까 할 말을 찾지 못한 것일 따름이었다. 『네, 알아요』그녀는 얼마간 이해했다는 듯이 말했다. 『참 슬픈 일이에요.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가까와요. 만일 내가 당신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알려줘요』 사실 「뉴요크」로 옮겨 간다는 건 내가 바란 바가 아니었다. 그러나「재키」가 더 이상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말을 할 때는 서로 얼굴을 맞대고 따뜻하게 말해주기를 나는 바랐던 것이다. 분명히 내가 지나친 기대를 했던 것이었다. 말을 마치면서「재키」는 나에게 이사를 위해 여름에 「워싱턴」에 머물러 있을 거냐고물었다. 나는 체념한 듯이 『「재키」, 내가 항상 당신한테 말했듯이 당신이 나를 필요로 하는 한 나는 여기 있을 거예요… 마지막 날까지』[선데이서울 69년 10/12 제2권 통권 제 55호]
  • 경기도 화성 100배 즐기기

    경기도 화성 100배 즐기기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6월의 따사로운 햇살에 우리의 마음은 벌써 산과 바다를 향해 내달린다. 연인과 함께 파란 바다를 달리는 드라이브를, 가족과 함께 질펀한 갯벌에서 뒹구는 즐거운 시간을 꿈꾸는 ‘행복’이 시작되었다.‘시간과 돈’을 핑계로 행복한 꿈을 접지마라. 여행은 꼭 멀리 떠나야만 맛(?)이 있는 것은 아니다. 주변을 잘 둘러보면 하루를 즐길 만한 곳이 너무 많다. 그중에서 경기도 화성(華城)은 야트막한 산과 광활한 갯벌이 펼쳐지는 바다, 맛있는 먹을거리가 풍부해 오감을 만족시킬 수 있는 여행지임에도 수도권에서 너무 가까운 탓에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따사로운 햇살과 넘실대는 파도, 까만 갯벌, 푸른 나뭇잎이 지천인 화성으로 떠나보자.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경기도 화성은 수도권에서 차로 1시간 정도 걸리는 아주 가까운 곳으로 우리가 잊고 있는 여행지다. 하지만 다양한 레포츠와 고찰 등 볼거리, 철마다 서해에서 나는 다양한 먹을거리를 가지고 있는 여행의 최적지이다. 화성의 가장 큰 자랑은 ‘제부도’다. 해안선의 길이가 12㎞인 작은 섬으로 바닷물이 양쪽으로 갈라지면 섬을 드나들 수 있는 길이 열리는 모세의 기적이 매일 일어나는 곳이다. # 환상적인 드라이브를 꿈꾸며 제부도는 언제나 갈 수 있는 그런 섬이 아니다. 물때를 잘 맞추어 가지 않는다면 굳게 닫혀진 철문 앞에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어야 한다. 홍해를 앞에 두고 막막했던 모세의 울부짖음이 나의 마음에 와닿을 때쯤 바닷물에 잠겨 있던 길이 그 모습을 서서히 드러낸다. 자연의 오묘함이 너무 신기하다. 물때에 따라 매일 시간이 조금씩 변하지만 썰물 때 하루에 두번,6시간 정도만 통행이 가능하다. 그래서인지 제부도가 좀 더 신비롭게 느껴진다. 육지와 섬을 잇는 유일한 통로인 2.4㎞의 바닷길이 모습을 드러낸다. 여인의 아름다운 곡선처럼 휘어지고 다시 이어지는 도로를 질주하는 차들. 창문을 활짝 열고 감미로운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달려보자. 싱그러운 바닷바람에 실려오는 갯내음, 차창에 부서지는 따사로운 햇살, 어머니의 품처럼 펼쳐진 갯벌에 온몸에 가득했던 도심의 먼지가 부서져 날아간다. # 우리 한번 망가져 볼까 제부도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매바위. 섬 남쪽 끝에 있는 세 개의 바위로, 언뜻 보면 매의 형상과도 닮아 이러한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실제로는 보는 각도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보인다. 이 매바위 바로 앞에는 갯벌체험장과 해수욕장이 펼쳐져 있다. 오래간만에 아이들과, 연인과 함께 갯벌에서 망가져 보자. 하루쯤은 ‘깔끔, 우아’를 벗어 던지고 푹신한 개펄속에서 뒹굴자. 갯벌도 뛰어다니고 진흙을 집어던지고 한바탕 놀다보면 일상의 스트레스는 온데간데 없어지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여행이 될 것이다. 또 다양한 바다 생물들을 만날 수 있다. 콩알만한 게는 어떻게 사람의 인기척을 느끼는지 다가서기도 전에 재빨리 작은 구멍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야, 아빠가 잡아 줄게. 기다려.”라고 말은 했지만 참 쉽지않다. 아예 바위를 들추어보는 편이 낫다. 그 속에 작은 게뿐 아니라 어른 주먹만한 게가 숨어 있는 행운이 기다리기도한다. 민챙이, 동죽, 고둥, 갯지렁이 등은 그 자체로 아이들의 생태학습장이다. 갯벌체험은 물이 가장 많이 빠졌을 때 앞뒤로 3시간 동안이 제일 좋다. 이곳 갯벌은 100% 개펄밭이 아니다. 해수욕장쪽으로 들어가면 모래와 개펄이 뒤섞여 있고 남서쪽 매바위 부근은 모래와 자갈로 돼 있다. 그래서 바닥이 그렇게 무르지 않아 운동화를 신고도 얼마든지 체험이 가능하다. 물론 신발과 옷이 더러워질 각오는 해야 한다. 슬리퍼나 여분의 신발이 없다면 인근 상점에서 장화를 빌려 신어도 된다. 곳곳에 조개. 굴 껍데기가 있어 맨발은 위험하다. 이렇게 온몸에 잔뜩 묻은 진흙을 어떻게 하나 걱정할 필요가 없다. 매바위 주차장 앞에 무료 샤워장과 간단하게 발을 씻을 수 있는 곳이 있다. 물론 워낙 많은 사람들이 이용해서인지 그렇게 깨끗하지 않지만 씻을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화성시의 배려가 느껴진다. 이렇게 신나게 개펄에서 놀았다면 배가 출출할 것이다. 어디를 갈까 고민할 필요가 없다. 지천이 식당이다. 서해바다에서 나는 조개를 이용한 해물칼국수, 생선회, 조개구이 등 다양한 먹을거리가 기다린다. 어느 집이나 맛, 가격이 비슷하다. 또한 4륜오토바이인 ATV를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곳이 해변가에 있다. 가격도 5000원으로 부담 없이 아이들을 태우고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제부도는 꼭 통행시간을 확인하고 가는 것이 좋다.(031)369-1673. # 조용하게 즐기고 싶다면 제부도 바닷길로 향하는 긴 차량 행렬이 짜증나는 운전자라면 곧바로 운전대를 돌려 그곳에서 약 10분 거리인 궁평항과 궁평유원지로 가보자. 포구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환상적인 멋진 바다가 기다린다. ‘끼룩끼룩’ 무엇을 찾는지 분주하게 날고 있는 하얀 괭이 갈매기, 아늑한 공간에 적당히 흩어져 멋스러운 자태로 정박해 있는 어선들이 한 폭의 그림처럼 느껴진다. 궁평항의 갯벌에서 갈매기들과 함께 조개를 찾았다. 많은 사람들이 몰리기 때문일까. 아니면 인간이 자연을 너무 파괴한 탓일까. 몇년 전 발밑에 마구 밟혔던 조개는 이제는 여기저기 호미로 파보아도 그 모습을 쉽게 찾을 수 없다. 뭐, 우리가 어부도 아니고 꼭 조개를 한 가득 잡아야 ‘맛’일까. 그냥 개펄을 파고 노는 재미도 쏠쏠해 아이들이 시간 가는줄 모른다. 물이 완전히 빠져나간 썰물 때가 되면 3∼4㎞에 이르는 드넓은 갯벌이 모습을 드러낸다. 궁평항의 갯벌은 진흙 머드팩으로도 유명하다.“자, 진하게 머드팩 한번 해볼까요.” 온 가족이 몸에 잔뜩 진흙을 바르고 누워 서로의 모습을 한번 바라보라. 웃음이 절로 나온다. 궁평항 건너편에 있는 궁평유원지로 가보자. 횟집이 즐비한 곳을 지나 비포장 도로를 달리면 어느덧 운동장을 갖추고 있는 음식점이 밀집한 곳이 나온다. 바로 여기가 궁평유원지. 유흥시설이라곤 가운데 노래방 한 개, 간이식당 몇 개와 족구장이 유원지 시설의 전부. 이렇게 황당할 수가. 하지만 바다쪽으로 모래사장을 끼고 2㎞가 넘는 긴 소나무 숲이 있어 여름엔 솔바람 부는 해송 해수욕장으로 변신해 인기다. 짙푸른 해송 사이로 간간이 의자도 눈에 띄고 돗자리를 깔고 하루를 즐기는 노부부의 모습도 보인다. 궁평항에서 맞이하는 일몰은 장엄하기 그지없다. 화성 8경 중의 하나이며 우리나라에서도 손꼽히는 장관이다. 특히 불타는 일몰을 배경으로 한편의 영화 같은 추억을 남기고픈 연인들에게 궁평항은 ‘딱’이다. # 숨겨놓은 보물을 찾으러 경기도 화성에 공룡알 화석이 있단다. 보물을 찾는 기분으로 공룡알 화석지로 향했다. 그런데 가는 길이 장난이 아니다. 주소를 네비게이션에 입력을 하고 찾아가는데 아주 좁고 이상한 길로 들어서고, 여간 해서 찾기가 쉽지않다. 아마 네비게이션이 없었다면 찾지 못했을 것이다. 그도 그럴 만한 것이 시화호 간척지 중간의 조그만 돌섬에서 발견된 것이라 주소도 정확하지 않고 표지판도 별로 없다. 눈앞에 펼쳐지는 광활한 시화호 간척지에 감탄사를 자아낼 때쯤 어렵고 힘들게 공룡알 화석지에 도착했다. 정말 바다를 막아 이 땅을 만들었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이런 척박한 소금의 땅 위에 갈대와 비슷한 ‘띠’가 바람에 춤을 추고 있다. 공룡알 화석지 입구에는 자연문화해설사가 근무하는 조그만 사무실이 있다. 여기서 간단한 설명을 듣고 15분을 걸어가야 공룡알 화석에 만날 수 있다.1999년에 발견되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지만 아직까지 변변한 시설 하나 갖추지 못한 곳이다. 이런 광활한 대지에서 새소리를 듣고 걸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이색적이다. 탐방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031)369-2061. # 이런 곳도 있대요 생선회를 먹고 싶다면 조용한 포구인 전곡항이 좋다. 전곡종합수산시장은 싱싱한 회와 조개 등이 정말 싸다.1층에서 해산물을 사서 2층으로 가지고 올라가면 야채와 각종 양념류를 1인당 2000원에 준다. 아담한 전곡항을 바라보며 먹는 맛은 일품이다. 광어, 우럭 등이 보통 1만∼2만원. 키조개, 맛조개 등은 한 바구니 가득 2만원. 당성은 백제, 고구려, 신라가 차례로 점령했던 전략적 요충지로 신라 때 당항성이라 불리며 중국과 교역의 관문 역할을 했던 곳이다. 약 2.5m의 높이에 1.2㎞에 이르는 커다란 성이었지만 지금은 많이 훼손되어 복원 중인 곳으로 울창한 나무와 풀들이 자라고 있어 아이들과 함께 둘러보면 좋다. 서신면 궁평리에는 조선시대 아담한 가옥의 형태가 잘 보존되어 있는 정용채가옥이 있다. 고종 24년에 지어진 집으로 안채와 사랑채 등이 그대로 남아 있다. 이밖에 태안읍 안녕리에 있는 사도세자와 혜경궁 홍씨의 합장릉인 융건릉, 신라 문성왕 때 창건 된 사찰인 용주사,1919년 3·1운동을 기념하는 제암리 3·1운동 기념관 등이 있다. # 여행정보 먹을거리는 지천이다. 가는 곳마다 해물칼국수와 각종 해산물들을 파는 곳이 많다. 맛도 가격도 비슷하다. 그중에서 궁평항에 있는 서해일미마을(031-357-9255)은 마을 부녀회에서 운영해 맛이 담백하고 푸짐하다. 칼국수 5000원, 모듬회는 1㎏에 4만원. 또 화성은 포도로 유명하지만 제철을 맞은 참외를 길가에서 싸게 판다. 올해는 참외농사가 흉년이라 가격이 좀 비싸지만 농가에 직접 따온 것이라 싱싱하고 맛이 그만이다. 가는 길은 서해안고속도로 비봉나들목에서 빠져 306번 국도를 이용하면 된다.
  • 한해 2500 아동 ‘방임 학대’ 고통

    한해 2500 아동 ‘방임 학대’ 고통

    서울 강북 지역에 사는 초등학교 6학년 명수(12·가명)는 태어나 단 한번도 ‘아빠’라는 이름을 살갑게 불러본 적이 없다. 스무살 때 명수를 낳은 아버지(32·일용노동)는 바쁘다는 핑계로 아들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는다.3년 전 아버지와 결혼한 계모도 명수에겐 불편한 존재일 뿐이다. 아이가 집을 나가 음식을 훔쳐 먹고 문 닫은 포장마차 천막 등에서 잠자기 일쑤지만 부모는 찾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양육에 대한 개념도, 책임의식도 희박한 ‘철없는 부모’들의 방임 학대가 급증하고 있다. 최근에는 생활능력 없이 부모에게 의지해 살다 갓난아기를 때려 살해하고 시체를 방치한 엽기 20대 부부가 세상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핵가족화와 성적만 우선하는 교육 등을 미성숙 부모 양산의 주된 원인으로 꼽는다. 서울 서부지역에 사는 선아(10·가명)는 아버지(38)를 ‘오빠’라고 부른다. 아버지는 선아가 태어나자마자 할아버지(66)와 할머니(66)에게 아이를 떠맡겼다. 선아는 폐지 수집 등으로 근근이 살아가던 조부모 밑에서 생활하며 지난해까지 학교 교육도 받지 못했다. 친구가 없어 사회성이 떨어지면서 말을 더듬고 이상한 소리를 내는 유아기적 퇴행 현상까지 보인다. 지난해 4월과 11월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연달아 세상을 등지는 바람에 지금은 시설에 머무르며 또래보다 늦은 초등학교 2학년에 다니고 있지만 여전히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방임 학대는 고의적이고 반복적으로 양육과 보호를 소홀히 해 아동의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하는 행위를 말한다. 사회복지법인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접수한 전국의 방임 학대 건수는 2001년 985건,2002년 1329건,2003년 1514건,2004년 2071건, 지난해 2416건으로 가파르게 늘고 있다. 올해도 3월까지 635건이나 접수돼 수치상으론 2500건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지난해 신고에서 드러난 방임 사례 3385건(중복사례 포함)을 분석한 결과 아동에게 의식주를 제공하지 않거나 장시간 위험하고 불결한 주거환경에 방치한 물리적 방임이 1649건으로 48.7%를 차지했다. 교육적 방임 717건(21.2%), 의료적 방임 315건(9.3%), 가출아동을 찾지 않는 방임이 189건(5.6%) 순이었다. 중앙대 사회학과 신광영 교수는 “지금의 젊은 세대는 어릴 때부터 학원을 전전하며 기능적인 교육에만 매몰돼 기본 사회 윤리를 갖추지 못한 미성숙 상태에서 세상에 나오고 있다. 부모의 됨됨이를 가르치고 양육에 대해 사회적 보상을 해주는 시스템을 갖추지 않는 한 젊은 세대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경험을 공유하며 부모 됨됨이를 배우는 워크숍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는 매주 토요일 ‘좋은 아버지 교실’을 통해 아버지의 역할과 효과적인 자녀와의 대화법, 자녀 교육관 등을 강의와 토론, 역할극을 토대로 함께 고민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 부모교육 담당 오현숙 강사는 “10명 가까운 아버지들이 참여해 자식은 소유물이 아니라 하나의 개별 인격체로 보는 것부터 배우기 시작해 자녀와의 관계뿐만 아니라 부부간, 혹은 사회적 인간 관계에서도 상대의 관점에서 서로를 이해하는 법을 익히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인디아 리포트] (6) 인도최대그룹 타타를 배워라

    [인디아 리포트] (6) 인도최대그룹 타타를 배워라

    |뉴델리·방갈로르 전경하특파원|지난 2000년 5월, 타타스틸 임원 40명이 인도의 한 휴양지에 모였다. 앞으로 5년간 타타스틸이 지향해야 할 목표를 난상토론했다.40명이 한 이야기는 가감없이 기록돼 당시 5만 8000명에 달하는 타타스틸 직원들에게 공개됐다. 직원들은 임원 40명이 쏟아낸 목표 중 합당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골랐다.1위는 ‘국가 건설(nation building)’이었다. 인도 최대 그룹 타타. 잠셋지 타타(1839∼1904)가 1887년에 타타선즈로 시작한 그룹이다. 계열사로는 내년이면 창립 100주년이 되는 타타스틸, 지난 2004년 대우상용차를 인수한 타타모터스, 뭄바이의 타지마할 등 인도내 56개 호텔을 갖고 있는 인도호텔 등 93개가 있다. 이들은 43개 국가에서 영업중이다. 총자산가치 450억달러(45조원)에 인도 국내총생산(GDP)의 3% 안팎을 차지한다. 우리나라의 재벌과는 달리 타타그룹은 인도인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고 있다. ●잡동사니 기부는 NO 타타 그룹이 인도 사회에 내는 기부는 굵직하다. 그룹 홍보를 맡고 있는 타타서비스의 산제이 싱 부사장은 “창업자가 잡동사니(patchwork)식 기부를 싫어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돈이나 생필품을 주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성장할 기초 수단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 봉사활동의 기본 개념이다. 인도 북동부 자르칸트주에 있는 잠셋푸르는 ‘타타 나가르(마을)’로도 불린다. 타타스틸이 자리잡은 이곳은 창업자의 이름을 따서 만든 도시이다. 인구 70만명의 도시에 두개의 골프코스, 공항과 수영장, 병상 750개인 병원 등이 있다. 그동안 타타스틸 내 도시과에서 운영을 담당하다 지금은 2004년 타타스틸 자회사로 출범한 ‘잠셋푸르유틸리티&서비스사(JUSCO)’가 도시의 운영을 맡고 있다.24시간 운영되는 콜센터에 정전없는 전기공급, 마실 수 있는 수돗물 등 인도에서는 분명 ‘꿈의 도시’이다. 인도 IT의 트라이앵글 중 한곳인 방갈로르.‘가든 시티’라 불릴 정도의 푸르름을 자랑하는 이곳에는 인도의 간판 싱크탱크인 인도과학대학원(IISc·Indian Institute of Science)이 있다. 타타가 인도의 미래는 과학과 공학연구가 결정짓는다며 설립을 주도, 그가 죽은 뒤인 1909년에 설립됐다. 타타 유산의 3분의1이 이곳에 쓰였다.IISc에 타타의 흔적을 남기자는 측근들 조언에 “IISc는 내가 인도에 준 것”이라며 거절했다고 한다. 매년 3월3일이면 IISc에서 2000명의 연구자들이 모여 그를 기리는 행사를 연다. 눈에 보이지 않는 기부도 있다. 불가촉 천민으로서는 처음 대통령 자리에 올랐던 코체릴 라만 나르야난(1920∼2005) 전 대통령. 그는 ‘타타 장학생’의 한 명이다. 동시대 인도인들보다 서양문물의 우수성을 접했던 타타는 학비문제로 고민하던 유학생들의 든든한 후원자였다. 지금도 매년 자선단체인 라탄타타트러스트는 100여명의 유학생 모집 공고를 낸다. ●외유내강의 회사강령 밖으로는 많은 자선활동을 펴지만 내부 윤리강령은 매우 엄격하다.2000년 성문화됐고 타타 직원이 되면 반드시 서명하도록 돼 있다. 한 부는 회사가, 한 부는 본인이 보관한다.24개 항목으로 나눠진 윤리강령의 첫번째 주제는 국가이익이다.‘타타 회사의 모든 행동은 활동중인 국가의 경제적 발전에 도움이 돼야 한다.’가 첫 문장이다. 싱 부사장은 “타타 기업이 어떤 나라에 진출하면 그 기업은 인도의 타타가 아니라 그 나라의 타타”라고 설명했다. 회사를 운영함에 있어 해당 국가의 사회·문화·경제적 행동양식을 따르도록 규정한 것도 그런 까닭이다. 뇌물 제공·습득 금지, 정치참여 금지 외에도 친척이 있는 회사가 타타 계열사들과 거래관계를 맺게 되면 신고하고 회사의 결정을 기다릴 것 등 직원의 이해와 회사의 이해가 상충하는 부분에 대해 세밀하게 적고 있다. 각 사별로 윤리담당 임원이 있어 매달 보고서를 그룹기업센터에 제출해야 한다. 엄격한 윤리강령 대신 직원 복지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타타는 직원이 순직했을 경우 가족들의 100% 고용승계를 보장한다. 순직이 아닌 경우에도 유가족 고용이 장려된다. 대상은 배우자 또는 자녀다. 고용을 승계받을 사람이 교육을 받아 기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집중교육도 실시된다. 자녀들에 대한 장학금 중에서는 딸만을 위한 장학금도 있다. 역차별이라는 지적에 싱 부사장은 “여성이 수천년 동안 받아온 차별을 없애려면 그것으로도 모자란다.”고 응수했다. 타타그룹은 성희롱으로 적발되면 직책에 상관없이 해고될 만큼 양성평등이 이뤄져 있다. lark3@seoul.co.kr ■ 타타그룹 조직 어떻게 타타그룹의 지주회사는 타타선즈다. 타타인더스트리도 모(母)회사 성격을 갖지만 새로운 사업에 벤처자금을 조달하는 역할을 주로 맡는다. 즉 많은 돈이 필요하지만 자금 회수에는 오랜 기간이 걸리는, 첨단산업에 기반한 특정 산업의 자금 담당을 위해 만들어진 회사다. 물론 타타선즈에서 분리됐다. 타타선즈의 주식 66%는 자선단체인 라탄타타트러스트와 도랍타타트러스트가 갖고 있다. 도랍 타타는 잠셋지 타타의 큰아들, 라탄은 둘째 아들이다. 이래서 인도인들은 타타가 돈을 많이 벌면 벌수록 인도에 좋은 일이라고 믿는다. 정치권도 타타에는 손을 벌리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타타의 윤리강령에도 정치인에게 돈이나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 타타서비스는 타타선즈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회사다. 그룹 전체의 법률 서비스, 홍보, 계열사 사이의 의사소통 등을 담당한다. 타타 계열사에 대한 감시, 지난 성과에 대한 검토, 앞으로의 정책에 대한 설계, 앞으로 나아갈 방향 제시 등을 담당하는 조직으로 지난 2004년 그룹기업센터(GCC·Group Corporate Center)가 만들어졌다. 타타선즈와 타타인더스트리에서 직접 임명하는 사람들로 구성되며 타타선즈에 보고할 의무를 갖는다.GCC의 집행조직으로는 그룹집행실이 있다. ■ 인도 주요그룹 특징 살펴보니 인도에도 우리의 ‘왕자의 난’에 버금가는 일이 있었다. 재계 2위였던 릴라이언스 그룹이 창업주인 디라즈랄 암바니(1932∼2002년) 사망 이후 지난 2004년 형제간에 경영권 다툼이 일어났다. 미망인의 중재로 형인 무케시 암바니(48)가 석유·가스·석유화학 부문을, 동생인 아닐 암바니(46)가 전력·통신·금융 등의 계열사를 갖고 있다. 현재 무케시 암바니의 릴라이언스가 재계 2위, 동생이 재계 3위이다. 재계 1위는 타타이다. 인도 그룹들은 특히 가족경영(family business)을 중시한다. 카스트를 더욱 세분화, 직업별로 나눠지는 ‘자티’가 같다면 가족으로 여긴다. 자신이 속한 자티의 번영이 기업경영의 목표다. 이익이 날 수 있다고 판단되면 ‘문어발식’ 사업확장도 마다하지 않는다. 상위 500대 기업의 90%가 가족경영 기업이라는 발표도 있다. 대표적인 가족경영 그룹으로는 비를라·고엔카·루이아 등이 있다. 비를라는 타이어 원료인 카본블랙을 세계에서 4번째로 많이 생산하는 업체를 포함해 고무·식용유·섬유 등의 업종에 진출해 있다. 최근 들어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고 재벌 총수가 30대의 쿠마르 만가람 비를라(38)라는 점에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엔카 그룹은 무차입경영으로 유명하며 루이아 그룹은 철광석 수출, 운송업 등에 관여하고 있다. 그룹은 아니지만 세계적 철강왕 락시미 미탈의 미탈스틸도 인도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기업이다. 미탈 회장은 인도에서 최고의 부자다. 최근에는 자동차 제조업체인 마힌드라&마힌드라 그룹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전경하특파원 lark3@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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