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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中 수교 14돌…양국 교류현황과 명암] 교역량 1000억弗… 하루1만명 訪中

    [韓·中 수교 14돌…양국 교류현황과 명암] 교역량 1000억弗… 하루1만명 訪中

    |베이징 이지운특파원|24일 중국의 수도 베이징의 중심도로인 창안지에(長安街). 쉴새 없이 오가는 택시 대부분은 ‘현대’ 마크를 달고 있다.3년반 남짓 팔린 60여만대 가운데 일부다. 최고 번화가 왕푸징(王府井) 일대 고급 상점들의 전시장에서는 지난 1년여 20여만대가 판매된 ‘삼성’이나 ‘LG’의 LCD를 통해 상품 선전을 보기 쉽다. 길거리 광고판에는 ‘애니콜’과 ‘초콜릿폰’이 즐비하다. 휴대전화는 5000만대가량 팔렸다. 한·중 수교 14돌을 맞은 2006년 8월24일. 중국 속의 한국을 나타내는 가장 ‘시각적인’ 상징물들이다. 한·중간 교역량은 지난해 이미 1000억달러를 넘어섰다. 중국과 일본이 30년 걸렸던 일이다. 무엇보다 한·중 관계는 “돈과 물건만 오가는 단순한 투자·무역 단계가 아닌, 사람간 이동이 동시에 뒷받침되는 교류의 형태를 보여왔다.”는 점에서 남다르다. 지난 한 해 한국인은 매일 1만명꼴로 중국을 찾았다. 중국 방문객 수로 세계 1위다. 중국에 상주하는 교민 수도 5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에 있는 전 세계 유학생의 40%는 한국학생으로 추산된다. 공항을 비롯한 전국 각지의 각종 안내문과 인쇄물과 표지판에 친절하게 ‘한글’이 적힌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서울의 중국어 표기를 한성(漢城)에서 서우얼(首)로 바꾸려 할 때,‘모든 표기를 전부 교체해야 한다.’며 중국이 짜증섞인 반응을 보인 점도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 아닌 게 아니라 남쪽의 해양도시부터 내륙의 관광지, 북쪽의 네이멍구에 이르기까지 한글은 낯설지 않은 문자가 됐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도 제조업 일변도에서 금융, 서비스 등으로 다변화하고 있다.22개 은행과 11개 보험사 및 증권사가 중국에 진출했다. 지난해 11월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한국 방문을 통해 양국은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발전됐다.2007년 한·중 교류의 해는 양국 관계를 전성기로 만들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과 베이징에서 성대한 개·폐막식이 열리고 영화제·가요제를 비롯한 각종 문화·체육행사와 과학기술분야 교류 등이 민·관 차원에서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이와 함께 중국에서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이미지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져 간다. 수교 이전부터 중국에서의 사업체를 운영해온 한 한인 인사는 “당초 일본 수준의 부자나라로 여겨졌던 한국이 금융위기를 맞는 등 부실한 데다, 정치적으로도 안정되지 못한 불안정한 나라로 인식되고 있다.”고 걱정했다. 반면 중국은 고속 성장과 함께 자신감을 회복하면서 과거 역사적 우월감까지 과시하려 하는 등 한국인에게 바람직하지 않는 분위기는 점점 확산되는 추세다. 특히 기업들은 사업환경도 날로 나빠져가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각종 우대와 혜택이 사라졌을 뿐 아니라, 일부 폐쇄적으로 회귀하고 있는 정책들 때문에 곤란을 겪고 있다. 이런 와중에 세계 각국의 유력기업들이 대거 진출하면서 중국은 치열한 각축장으로 변해버렸다. 한 중견기업인은 “떠나야 할지, 남아서 버텨야 할지 고민하는 기업이 부지기수”라고 토로했다. 한·중 수교 14년의 또 다른 모습이다. jj@seoul.co.kr
  • ‘학생체벌 금지’ 법제화 논란

    ‘학생체벌 금지’ 법제화 논란

    교육인적자원부가 학생체벌 금지를 법제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학생인권 차원에서 체벌을 원천 금지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이런 문제까지 법으로 해결해야 하느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학생체벌을 둘러싼 학생과 교사, 학부모의 생각을 들어봤다. ●“이런 선생님, 어떻게 해야 하나요?” 서울 강남의 A중학교는 2003년 한 차례 홍역을 치렀다. 한 여교사가 말을 듣지 않은 학생들에게 엎드려 뻗치기를 시킨 뒤 신고 있던 뾰족 구두로 학생들의 머리를 때린 사건 때문이었다. 학부모들이 흥분했지만 정작 학교에 제대로 항의조차 하지 못했다. 당시 학부모였던 박모씨는 “선생님을 대상으로 들고일어나 큰 문제를 삼는 것은 학부모가 약자인 현실에서 엄청난 ‘명물’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경기도의 B초등학교에도 이런 여교사가 있다. 특별한 이유 없이 저학년들에게 심한 체벌을 주기 때문이다.2학년생에게 주먹 쥐고 엎드려 뻗치기를 시키고 발로 차거나, 수업에 방해된다며 교실 밖으로 끌어내 쫓아내기도 했다. 학부모들이 항의했지만 교장은 이듬해 해당 교사에게 1학년 담임을 맡겨 학부모들을 경악시켰다. 학부모들은 한목소리로 “언론에 보도된 것과는 별도로 폭력에 가까운 체벌이 일상화돼 있다.”고 하소연했다. 한 학교에 체벌과 관련해 문제 있는 교사 몇몇은 꼭 있는데, 이 교사들이 문제라는 것이다. ●언어폭력도 위험수위 학부모들은 교육부가 정한 체벌 규정이 사실상 학교 현장에서 유명무실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때문에 “법으로 금지하는 한이 있더라도 폭력은 막아달라.”고 강조한다. 체벌이 교육적 차원을 넘어 폭력의 수준에까지 이르렀다는 것이다. 학부모 이모씨는 “교육적인 측면도 고려해야 하지만 체벌을 풀어놓다 보니 일반화되는 것이 문제”라면서 “부작용도 있겠지만 법제화하지 않음으로써 생기는 문제점이 더 많다.”고 말했다. 언어 폭력도 위험 수위를 넘고 있다. 서울 강북의 C중학교에 자녀가 재학 중인 이모씨는 “일반적으로 나이 드신 분들이 신체적·언어적 체벌에 무감각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평생 가도 빌어먹을 놈’이라든지, ‘네 아버지 직업이 뭔데 이 모양이냐.’,‘거지 팔자 못 면한다.’는 등 가족사나 아이의 미래를 언급하며 꾸짖는 경우 아이들에게는 지울 수 없는 마음의 상처가 된다.”면서 “‘강남 아이들은 안 그런데 너희는 왜 이 모양이냐.’는 등 지역차별적인 발언도 무의식 중에 한다.”고 지적했다. ●“아이들 지도할 방법 없다” 하소연 서울의 D초등학교 김모 교사는 최근 황당한 일을 당했다. 한 학생에게 “선생님, 인생을 그렇게 살면 안 됩니다.”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김 교사는 “그 아이가 평소 내게 불만이 많이 쌓여서 나온 행동이었겠지만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참 답답했다.”면서 “교육적 차원의 체벌로 고쳐질 수 있는 수준의 문제가 체벌금지 법제화로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사들 사이에 ‘내 자식도 아닌데 왜 욕을 먹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확산될 수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교사들은 과도한 체벌에는 명백히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적 차원의 체벌에는 찬반이 엇갈린다. 체벌금지를 법제화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하나같이 안타까워했다. 서울 E중 송모 교사는 “의무교육인 중학교에서 마땅한 대안도 없이 체벌을 금지한다면 아이들을 지도할 방법이 없다.”며 답답해했다. 서울 F여고 박모 교사는 “체벌은 사라져야 하지만 그렇다고 아이들을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면서 “무조건 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반대한다.”고 했다. ●“능력 없는 교사일수록 체벌 의존” 법제화를 둘러싼 의견이 학부모와 교사를 중심으로 나뉘지만 한 가지에서만큼은 의견일치를 보고 있다. 교육부가 법제화만 서두르지 말고, 학교 현장에서 실천할 수 있는 대책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G고 3학년 박모군은 “체벌 자체도 문제지만 학생들이 선생님을 보고 배워 후배들을 똑같이 때리는 등 폭력이 대물림된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면서 “법제화도 필요하지만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이냐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부모 원모씨는 “가르치는 능력이 떨어지는 교사일수록 체벌에 의존하는 반면, 체벌 없이 학생들의 의견을 모아 교육적으로 운영하는 반이 있다.”며 대안의 실마리를 제시했다. 체벌을 포기한 지 7년 됐다는 서울 H중 함모 교사는 “경험상 체벌은 효과가 없다.”고 전제한 뒤 “아이들 속으로 들어가 이해하고 설득하다 보니 훨씬 효과가 있더라.”면서 “결국 교사가 운영의 묘를 잘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폭력은 또다른 폭력 낳아” vs “교단 자율성 침해우려 커” ‘사랑의 매인가, 또 하나의 폭력인가.´ 학생체벌 법제화 방안을 둘러싸고 찬반이 팽팽하다. 올해에는 교육부가 근본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어 어느 때보다 찬반 논란이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 법제화를 찬성하는 쪽에서는 무엇보다 학생 인권 보호를 강조한다. 교도소와 군대에서조차 금지하고 있는 체벌을 교육적이라는 이유로 허용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현재 교육과 시민사회, 바른교육권 실천운동,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등 학부모·교육단체와 전국교직원 노동조합,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 등이 법제화를 촉구하고 있다. 함께하는 교육시민모임은 “공개되지 않은 채 묻혀가는 일상적인 폭력 사례들이 부지기수로, 그 결과 학부모와 학생들의 공교육 불신은 높아지고, 교사 집단을 혐오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전교조 이민숙 대변인도 “학생 인권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올 하반기 중에 체벌금지 규정을 반드시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학생들이 과도한 체벌을 그대로 보고 배워 또다른 폭력을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법으로 체벌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 공통적인 주장이다. ●사제 신뢰회복에 걸림돌 반면 법제화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체벌 문제점은 인정하면서도 법으로 강제하는 데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 학교별 학교생활 규정에 따라 체벌을 금지하거나 합리적인 사랑의 매만 허용할 수 있는데, 굳이 법으로 금지할 필요가 있느냐는 주장이다. 체벌 대신 다양한 방법으로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는 대안을 활용하도록 돕는 것이 훨씬 교육적인 대책이라는 것이다. 서울 S초등학교 김모 교사는 “교육적인 작은 체벌에도 교사를 신고하는 마당에 법으로 체벌을 금지한다면 생활지도를 아예 포기하는 교사들이 속출할 것”이라면서, 교사와 학생간 신뢰가 회복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를 것을 걱정했다. 한국교총 한재갑 대변인도 “교사와 학생간 신뢰관계가 크게 훼손될 수 있고 교단의 자율성도 침범할 우려가 크다.”면서 “현행 학교생활규정으로도 학생에 대한 과도한 체벌을 막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체벌 정의와 법적 규정 현행 초중등교육법 18조에는 ‘학교의 장은 교육상 필요한 때에 법령 및 학칙에 정하는 바에 의해 학생을 징계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지도할 수 있다.’고 규정, 체벌을 간접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교육부는 원칙적으로 체벌을 금지하면서도 교육상 불가피한 체벌의 경우 학교 공동체 구성원의 민주적 합의절차를 거쳐 사회통념상 합당한 범위 안에서 학교 규정에 명시해 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제대로 지키는 학교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교육부는 대법원의 2004년 판례에 따라 ‘용인되지 않은 체벌’을 ▲체벌의 교육적 의미를 알리지 않은 채 교사의 성격·감정에서 비롯되거나 ▲공개적으로 체벌이나 모욕을 가하는 지도행위 ▲학생의 신체나 정신건강에 위험한 물건이나 교사의 신체를 이용해 부상의 위험성이 있는 부위를 때리거나 ▲학생의 성별, 연령, 개인적 사정에 따라 견디기 어려운 모욕감을 주는 행위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외국에선 어떻게 하나 우리나라처럼 교사가 학생들에게 ‘사랑의 매질’을 하는 것이 외국에서는 가능할까? 나라마다 전통과 관습, 사제간에 대한 인식차가 있어 일률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현재 체벌금지에 대한 법제화 기류가 적지 않게 형성된 시점이어서 외국 사례는 주목된다. 교육인적자원부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체벌을 금지한 나라는 이슬람권 국가와 독일, 룩셈부르크, 스웨덴, 스페인, 영국, 오스트리아, 우루과이, 일본, 중국, 프랑스, 호주 등이다. 특히 프랑스의 경우, 교원이 학생을 ‘너’라고 부르는 것도 금지할 정도로 체벌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독일도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집단 벌과 모든 체벌을 금지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체벌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뉴욕과 캘리포니아 등 27개 주에서는 법으로 체벌을 금지한다. 하지만 텍사스, 뉴햄프셔 등 13개 주에서는 잔인한 체벌을 금지하지만 제한적으로 체벌을 허용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의 김창환 연구위원은 “미시간주의 경우, 학기초에 학생과 학부모에게 훈육관련 지침을 통보하는데 학생이 학교에서 비행을 저지르면 저녁에 남아서 별도 공부를 시키는 것은 가벼운 벌이고 며칠간의 정학도 있다.”고 소개했다. 교육부 서유미 국제교육협력과장도 “아이오와주의 경우, 장난을 심하게 치는 아이에게 서있게 한다든지, 평소 사용하던 화장실이 아닌 멀리 떨어진 화장실을 이용하게 한다든 지 심리적 압박은 주더라.”라고 소개했다. 이밖에 말레이시아, 스리랑카, 싱가포르 등도 제한적으로 체벌을 허용한다. 반면 캐나다와 태국은 체벌을 전면 허용하고 있다. 캐나다의 경우, 체벌을 교육의 최후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체벌했을 때에는 학생의 위반 행동과 체벌경위를 기록으로 보관하고 장학사 요구가 있으면 이를 언제든지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학생지도에 개인적 감정이 개입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태국은 학교 규율을 위반하거나 학생 본분을 이탈한 행위에 한해 제3자가 없는 닫힌 방에서 교사가 체벌할 수 있게 되어 있다. 학생의 허벅지 뒤쪽 부위를 때리돼 표면이 매끄럽고 둥글며 직경 0.7㎝를 넘지 않는 회초리로 6대 이내를 때릴 수 있다. 박현갑기자 eagleduo@seoul.co.kr
  • 석유화학 ‘불황의 끝’ 안보인다

    석유화학 ‘불황의 끝’ 안보인다

    석유화학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조짐이다. 각 업체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2004년과 2005년의 같은 기간에 비해 줄지 않았다. 그런데도 영업이익은 반토막 났다. 업계에서는 국내 석유화학 경기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다운 사이클’로 진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5∼6년은 지나야 수익성이 정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경기 하강은 생산설비가 신·증설되면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국내 석유화학 경기침체는 고유가와 공급 확대가 이끌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21일 “고유가를 제품가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마진이 줄었다.”고 밝혔다.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의해 제품이 모자라야 가격을 올려서 파는데 수요와 공급이 거의 맞아 떨어져 제품가를 올릴 수 없다는 게 관련 기업들의 고민이다. 석유화학 업계 경기침체의 요인을 내수 부진에서 찾을 수도 있지만 근본 원인은 중국과 중동 쪽에서의 공급 확대라는 주장이 많다. 중국·중동의 증설 설비는 지난해 5월부터 가동됐다. 그해 4분기부터 물건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에틸렌의 경우 올해 세계 생산능력은 전년보다 5.7% 늘어난 1억 2380만t에 이를 것으로 산업자원부는 내다봤다. 반면 수요는 1억 1230만t으로 예상했다. 침체된 내수시장도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한국·일본·타이완 등 아시아 석유화학업체들이 3분기에 정기보수에 들어가 합성수지 부문의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 하지만 전체적인 어려움에서 벗어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4분기는 전형적인 계절적 비수기다. 업계 관계자는 “연초보다 상황이 좋지 않다.”며 “다른 변수가 없기 때문에 크게 나아질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하반기를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위기 극복에 대해 정부나 업계는 비슷한 처방을 내놓고 있다. 지금처럼 물량으로 승부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수출 다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화석유화학 노창수 차장은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제품 업그레이드를 해야 한다.”며 “범용제품보다 수익성이 높은 특수용도 제품 등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자부 관계자도 “핵심 첨단 고기능 소재 개발을 선점해야 한다.”면서 고부가가치 및 특화제품으로의 선택과 집중을 업계에 주문했다. 중국 중심의 수출 편중현상도 시급히 개선해야 할 과제다. 지난해 수출지역 점유율은 중국(52%)이 압도적으로 높다. 타이완(6.5%), 일본(5.4%), 유럽(7.1%) 등의 순이다. 산자부 관계자는 “중국의 석유화학제품 자급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면서 “인도·러시아·베트남 등 신흥시장으로 수출지역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 [우리구 구청장 궁금하시죠] 김충용 종로구청장

    “종로구를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거듭나도록 해 일자리 창출 등 경제활성화를 이루겠습니다.” 김충용 종로구청장은 “관광특구 개발과 교육 1등구 등 민선 3기에 착수한 사업을 완성시키겠다.”면서 민선 4기의 포부를 밝혔다. 종로구의 민선 3기 사업 가운데 가장 잘 된 것 가운데 하나로 올 3월 관광특구 지정이 꼽힌다. 서울의 도심인 종로에는 고궁과 한옥마을, 인사동 등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우리나라 전통 문화재가 수두룩하다. 김 구청장은 “인천공항에서 종로구로 오는 편리한 교통 수단을 마련하고 관내 주요 문화재를 볼 수 있는 관광버스와 관광가이드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종로귀금속축제와 운현궁 궁중음식축제 외에도 궁중옷입기 축제 등 다양한 축제를 마련해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는 방안을 서울시와 문화관광부와 함께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관광 활성화와 세운상가 4구역 도시환경 정비사업 등을 통해 예전에 비해 침체된 종로구 경제를 활성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현재 세운상가 4구역을 정비해 높이 15∼35층짜리 고층 건물 4동을 세울 복안이다. 또 세운상가와 대림상가를 철거해 높이 25∼30층 되는 건물을 양쪽에 세우고 가운데는 종묘에서 남산으로 가는 잔디밭을 꾸밀 예정이다. 김 청장은 세운상가에 새 건물이 들어서면 상권이 되살아나고 관광 활성화와 일자리도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김 구청장이 민선 3기에 이어 민선 4기에도 주력하는 부문은 교육이다. 그는 4년 전 “판공비를 절약해 40억 상당의 장학금 재단을 설립하겠다.”고 약속했다. 그의 이 약속은 예상보다 쉽게 해결됐다. 택시회사 동신운수를 운영하는 최형규(84)옹이 2004년 5월 종로구에 70억을 내놓아 장학재단을 설립했다. 최옹은 또 지난해 2월 40억 상당의 부동산을 종로구 장학회에 쾌척했다. 김 구청장의 민선 4기 교육 정책은 방향이 좀 바뀌었다.‘책 읽기 운동’를 열고 ‘독서 경진 대회’를 통해 독서왕을 뽑을 방침이다. 그는 “학업을 위해선 장학금만큼이나 학생 스스로 공부하겠다는 의욕과 어려움을 이겨내겠다는 의지를 갖는 게 중요하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독서가 가장 좋다.”고 말했다. 김 구청장이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본인의 중학생 시절과 외손자 승재(10)군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그는 “어린시절 퀴리부인과 에디슨 등 어려움을 이긴 위인전을 본 뒤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또 “손자와 손녀가 여럿 있는데 책을 많이 읽는 승재가 말하는 것을 보면 다른 면이 있다.”며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만간 100억원을 들여 건립하고 있는 종로노인종합복지관도 종로구의 숙원사업이다. 그는 “누구보다도 노인이 공경받고 편히 쉬고 아이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지역을 만드는 게 꿈”이라고 밝혔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씨줄날줄] 차브족/이용원 수석논설위원

    ‘차브족’이란 단어는 우리사회 기성세대에게 아직은 생소할 듯하다. 차브(chav)는 2004년 영국의 옥스퍼드대학 사전에 오르면서 그해의 최고 유행어로 뽑혀 단박에 주목을 받았다. 도시 뒷골목에서 흔히 마주치는, 트레이닝복에 야구모자를 쓰고 값싼 금붙이를 주렁주렁 매달고 다니는 젊은이를 가리키는 말이다. 단어의 뜻은 집시들이 쓰는 말 차비(chavi=어린이)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차브족의 특징은 당당한 개성 표현에 있다. 명품 하나라도 몸에 걸치고 “난 너희와 달라, 나는 고급이거든.”이라고 주장하고 싶어한 그동안의 젊은이들과는 달리, 차브족은 자신이 사회적·경제적으로 열악한 처지에 놓였음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도리어 “그래, 나 가난하고 무식해. 그래서 어쩔 건데?”라면서 떳떳하게 자신만의 개성을 강조한다. 영국에서 등장한 차브족 문화는 그들의 ‘양아치 패션’을 중심으로 급속히 번져나갔다.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보다는 유치하고 값싼, 그래서 촌스럽기까지 한 차림새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쿨(cool)’한 것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이같은 흐름에 인기인들이 동참함으로써 차브 패션은 유행의 한복판으로 진입했다. 영국의 축구 천재 웨인 루니와 그의 애인인 콜린 맥러플린, 영국의 해리 왕자, 미국에서 라틴계를 대표하는 영화배우 겸 가수인 제니퍼 로페스 등이 차브 패션을 즐기는 인사로 꼽힌다. 국내에서는 가수 이효리가 한때 트레이닝복을 무대의상으로 활용해 길거리에 트레이닝복을 입은 여성이 넘쳐나기도 했다. 차브족 사이에 샴페인이 유행하면서 관련업계가 고민에 빠졌다는 외신이 들어왔다. 차브족이 즐기면 그 문화는 ‘저급’ 취급을 받고, 그 결과 기존 애호층에게서 외면받게 되는 일이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명품족과 대척점에 있는 차브족이 ‘적’의 영토에 침입해 함락하는 꼴이라고나 할까. 최근 우리사회에 ‘된장녀’ 논쟁이 한창이다. 스스로 경제력을 갖지 못하고도 명품으로 치장하려고 애쓰는 ‘그녀’들보다야 당당하게 제 영역을 넓혀가는 차브족이 훨씬 예뻐 보이기 마련이다. 그들의 패션감각에 동의하는가는 각자 판단할 몫이지만. 이용원 수석논설위원 ywyi@seoul.co.kr
  • “지자체가 기업지원 못할망정…”

    “인수·합병(M&A)이 민간기업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지방자치단체도 예외는 아니며, 이제는 효율을 추구해야 합니다.” 전윤철 감사원장은 16일 ‘2006년도 자치행정 감사결과 설명회’에서 각 시·도 부단체장들에게 이처럼 강도높은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전 원장은 “2004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기업불편신고센터에 지금까지 3000건이 넘는 민원이 접수됐다.”면서 “지금은 계도 차원에서 처리하고 있지만, 문제가 지속되면 감찰 차원에서 문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치행정이 기업활동의 지원세력이 되지는 못할망정 방해세력이 되어서야 되겠느냐는 힐난이었다. 전 원장은 지방행정 현장을 직접 찾은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한달전쯤 3곳의 지방자치단체를 아무도 모르게 찾았고, 전직 단체장을 만나 문제점을 청취했다.”면서 “앞으로도 ‘잠행’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질책성 발언이 잇따르자 참석한 부단체장들도 그동안 쌓아두었던 갖가지 고민거리를 쏟아냈다. 우선 올해부터 지방의원이 유급화됨에 따라 개인사무실을 제공해야 하는지와 겸직 제한 범위 등의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A부시장은 “16개 시·도 가운데 9개 시·도가 지방의원들에게 개인사무실을 제공했다고 하는데, 관련 규정이나 지침이 없는 상황”이라면서 “또 지방의원 가운데는 건설업 등 자영업자들이 많아 겸직 문제에 대한 통일된 안도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그는 “단체장의 불법·부당행위에 법적·행정적인 책임 추궁도 어려운 만큼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무원노조에 대한 대응문제가 ‘뜨거운 감자’라는 지적도 제기됐다.B부지사는 “공무원노조의 불법 행위를 규제해야 할 단체장들은 오히려 눈치를 보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보통 4∼5명, 많으면 10여명에 이르는 노조전임자 문제 대책도 강구해 달라.”고 제안했다. 감사원 감사 방침에 따른 해명성 발언도 이어졌다.C부시장은 “감사원이 수의계약 분야를 너무 세심하게 보기 때문에 업무를 처리하는데 효율성이 떨어지는 부분도 있다.”면서 “수의계약 심사를 전담하는 공무원을 두는 등 예전과 달라진 만큼 감사과정에서 자치단체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D부지사도 감사원의 수해복구사업 감사 방침에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해 달라.”고 말했다. 반면 김한욱 제주부지사는 “지난달 특별자치도가 출범한 이후 자체 감사위원회를 구성, 중앙부처 감사대상에서 제외됐다.”면서 “하지만 제도가 안착될 때까지 감사원에서 관심을 가져 달라.”고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자치행정 감사결과 설명회는 지난해 1월에 이어 두번째로 마련됐다.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20&30] 미혼한계선 女29·男34세의 결혼관

    결혼. 인생의 필수코스인가, 선택코스인가? 결혼을 생각하고는 있으나 취직난에 결혼을 뒤로 미루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속박받기를 싫어하며 화려한 싱글을 꿈꾸는 이들도 적지 않다. 미혼의 마지노선에 서있는 청춘남녀의 결혼관은 무엇일까. 이미 결혼한 사람들이 전하는 결혼생활의 장단점은 무엇일까?결혼에 관한 20&30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화려한 싱글을 즐기겠다던 안은미(가명)씨. 백번 연애는 해도 결혼은 안하겠다던 안씨였지만 요즘엔 안씨 스스로도 의아해 할 만큼 결혼에 대한 갈망이 높아졌다. 이십대의 마지막인 탓일까. 생전 쳐다보지도 않던 아기 옷이나 주방 용품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단란한 가정의 꿈을 꾸게 된 것. “아이와 손잡고 공원을 거니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면 나도 나만의 가족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나 문제는 당장 하고싶다고 할 수 있느냐이다. 친구들은 많지만 진짜 남자친구가 없는 안씨의 최대 고민이다. “결혼이 의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이왕 할거라면 서른을 넘기지 않고 하고 싶어졌어요.” 올해 들어 선만 열번 가까이 본 이수연(가명)씨는 “남자가 없다.”고 호소한다. 직장생활 5년동안 전셋집도 너끈히 마련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돈도 모았고 결혼 후 맞벌이까지 할 작정이지만 선을 보러 나가도 마음에 드는 남자가 없다. “사람 만나는 게 어디 쉬운가요. 이러다가 서른 넘으면 영영 결혼 못하게 되는 건 아닌지 조바심이 나요.” 이씨는 매번 맞선에 실패하면서도 ‘이번엔 괜찮은 남자가 나와주기를’하는 희망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서른 넘기면 결혼 못할까 걱정 대학원에서 박사 논문을 준비중인 김애리씨도 이들처럼 불안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걱정을 부모님께 털어놓자 부모님이 오히려 반대했다. “왜 벌써부터 한 사람에게 의지해서 살려고 하느냐면서 ‘네가 하고싶은 것을 이룬 다음에 결혼해도 늦지 않다.´고 하시더군요.” 김씨는 마음을 고쳐먹고 결혼을 늦추기로 했다. 서른다섯살 오빠가 아직 미혼으로 남아있는 것도 김씨에게는 위안이 됐다. “지금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결혼 생각이 없어요. 글쎄요. 좀 한가해지면 결혼하고 싶은 생각이 들까요?” ●싱글이 부러워…? 그래도 결혼하길 잘했지 지난해 8월 결혼에 골인한 김태인씨. 단란한 가정이 생기고 아들을 낳은 것만으로도 김씨는 너무 행복하다. 하지만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친구들을 보면 ‘혼자라서 편하겠다’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김씨는 그래도 “결혼하길 잘했다.”고 말한다. “늦게 결혼해도 상관없지만 나이 더 들어서 누군가를 새로 만나고 아이를 낳고 하는 게 쉽지는 않겠죠.” 지난 6월에 결혼한 손희경씨는 더 늦기 전에 결혼을 서두르라는 부모님 말씀 때문에 결혼을 서두른 케이스다. 정년퇴직을 1년여 앞둔 아버지의 영향도 컸다. 주변의 친구들을 봐도 결혼안한 친구들이 대부분인데다가 본인도 학업을 계속할 계획이어서 결혼을 유달리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았던 것. 그러나 손씨는 “이럴 줄 알았더라면 좀 더 빨리 할 걸 그랬다.”며 너스레를 떤다. 대학입학후 줄곧 혼자 살아왔던 터라 남편과 한 집에 사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느낀다. “집에 돌아오면 가족이 기다리고 있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 건지 사소한 데서 행복을 느낀다니까요.”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결혼에 관한 환상·진실 회사원 김성범(33)씨는 1973년생 소띠로 올해 우리 나이로는 34세다. 김씨는 2년전인 2004년 12월에 결혼했다. 지방에 계신 부모님들은 결혼 직전까지도 김씨가 노총각이 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했다고 한다. 그러나 김씨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우리 나이로 32세면 지금 젊은 사람들 기준으로 봤을 때 사실 결혼하기에는 너무 젊다는 것이다. 그는 “이미 결혼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인지 모르지만, 우리 나이로 34세까지는 굳이 결혼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하고 싶은 일에 좀더 매진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김씨는 “과거에는 대학졸업후 바로 직장을 잡으면 30∼31세까지 일에 매진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4년만에 대학 졸업하기도 힘들 뿐더러 취직도 어렵기 때문에 2∼3년 일에 매진하다 보면 결혼 나이도 늦춰지는 게 당연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결혼 전 각오했던 일이지만 자신의 모든 판단에 아내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도 김씨가 어려워하는 점이다.2년 동안 연애 끝에 결혼한 김씨는 “결혼 전에는 서로에 대한 배려가 충만하기 때문에 어떤 판단을 할 때 마찰이 거의 없다.”면서 “결혼을 준비하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어떤 판단을 내리기 위한 양쪽의 합의 도출은 쉬운 게 아니다.”고 말했다. 물론 결혼 후 좋아진 점도 많다. 가정이 있다는 데서 오는 안정감, 편안함 등이 가장 크다. 김씨는 항상 외로움을 토로하거나, 절제하지 못하는 생활을 하는 미혼 친구들을 볼 때 “결혼을 잘 했구나.”라고 생각한다. 우리 나이 35세지만 항상 만으로 34세라고 주장하는 이모(34)씨는 아직 미혼이다. 아직까지 결혼을 ‘못’한 것이 아니라 ‘안’한 것이라고 믿지만, 올해들어서는 주변 분위기가 심상찮다. 이씨는 “34세 미혼과 35세 미혼은 스스로 느끼는 것도 그렇지만 주변에서 바라보는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면서 “34세 남자에게는 ‘미혼 심리적 한계선’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동안 ‘당당한 싱글’임을 강조해 왔던 이씨는 주변 친구들을 통해 결혼하고 후회하고 또 좋아하기도 하는 결혼의 변화 무쌍한 모습을 숱하게 봐 왔다. 이씨는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장밋빛 환상에 젖어 결혼한 친구들이 1년쯤 지나 후회하는 모습만 보였다.”면서 “하지만 이제는 그 안에도 보이는 것 외에 다른 것이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씨는 “결혼한 친구들은 몇 년만 지나면 주변 사람들의 결혼을 말린다.”면서 “하지만 결혼한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자신들이 느끼지 못하는 사이 결혼의 긍정적 효과들을 내뿜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는 “말로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힘들지만, 안정감·든든한 후원감·책임감 같은 것에서 나오는, 전과는 다른 분위기일 것”이라고 말했다. 1973년생 소띠인 노모(회사원·33)씨도 우리 나이로 34세가 되면서 결혼에 대한 부담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노씨는 남성에게도 결혼해야 할 ‘심리적 마지노선’같은 게 분명히 있는 것 같다.”면서 “결국 평소 결혼에 대한 신념을 깨고 최근 모 결혼정보회사에 등록했다.”고 말했다. 노씨는 “결혼에 관한 정답이 어디 있겠냐.”면서 “다만 나이때문에 해야만 하니까 하는 결혼이 아니라 나이에 상관없이 정말 하고 싶어 하는 결혼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대한민국 명인전’ 후원 박영훈 대한신문화예술교류회장

    ‘대한민국 명인전’ 후원 박영훈 대한신문화예술교류회장

    “잊혀졌던 전통문화 명인들이 제자리를 되찾고, 후손들이 우리 것의 소중함을 깨닫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예산 부족 등으로 무산될 뻔했던 ‘2006 대한민국 대한명인전’이 후원회와 명인들의 십시일반으로 되살아나면서(서울신문 7월24일자 3면 보도) 지난 1일부터 경기도 일산 한국국제전시장(KINTEX)에서 20일간의 일정으로 열리고 있다.6일 전시장에서 만난 명인전 후원회인 사단법인 대한신문화예술교류회(이하 교류회) 박영훈(49) 회장은 명인들의 작품 1500여점이 전시된 부스와 체험장을 돌아보며 분주한 모습이었다. 2004년 교류회를 설립,4차례에 걸쳐 90여명의 대한명인을 추대한 박 회장은 원래 전라북도 한 대학의 기계공학과 교수였다. 공학도였지만 우리 전통문화와 정신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2003년 학교를 그만두고 교류회를 세워 회원들과 함께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명인들을 찾아 헤맸다.“분야별로 관계자들과 그들이 추천한 명인들을 2000∼3000명 정도 만났습니다. 덕망있는 명인들이 제자리를 찾고, 전통문화를 지키자는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혹시나 자신들을 속이고 이용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는 분들도 상당수 있었지요.”이들의 편견에 부딪쳐 거절당하기도 했지만 며칠을 쫓아다니며 설득해 결국 뜻을 함께 할 수 있었다. 박 회장은 명인들과 전시회를 함께 준비하면서, 명인들뿐 아니라 그들의 가족들과도 모두 가까워져 오히려 그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며 고마워했다. 회원들과 명인들이 어설프지만 함께 전시 부스를 제작하고 전통문화를 직접 접할 수 있는 체험·시현장을 만들면서 관람객들에게 우리 것을 알린다는, 가슴 뿌듯한 보람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이번 전시회는 명인들의 명성보다는, 분야별 작품과 제작 도구·재료 등을 내세워 전통문화를 어떻게 보존하고 계승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자리로 만들었다.”면서 “전시회가 끝난 뒤 명인들 스스로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깨닫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전시회를 시작으로, 명인들을 제대로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정성껏 만든 작품들을 상용화할 수 있는 활로를 열어주고 분야별 세분화한 지원이 아닌, 전반적인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이끌어낼 수 있는 공간 마련도 추진 중이다.“명인들이 모여 살면서 작품활동을 할 수 있는 ‘명인마을’같은 곳을 만들 수 있다면 전통문화 발전은 물론, 관광산업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명인들의 삶 자체가 상품화된다면 자연스럽게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박 회장은 믿고 있다. 전시장에서 만난 충남 출신인 얼레빗 명인 이상근씨는 “박 회장의 도움으로 문턱 높은 ‘한성’에서 작품을 선보이게 됐다.”면서 “앞으로 전국 각지에서 추대된 명인들의 활동을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글 고양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업계소식-모집] 휴가·봉사활동 동시에 ‘맥가이버캠프’

    서울신문과 열린사회시민연합은 여름 휴가철을 맞아 온 가족이 휴식과 봉사활동을 동시에 할 수 있는 `2006나눔-맥가이버캠프´ 참가자를 모집한다.오는 11~13일 2박3일간 강원 태백시 철암동에서 진행될 이 캠프는 현지 노인들의 집수리 봉사활동과 함께 가족캠프, 망상해수욕장 물놀이, 탄광체험, 용연동굴 답사 등을 하게 된다.관계자는 “1970년대 경제성장의 주역이었던 탄광 마을을 찾아 노인들의 집을 고치며 다양한 체험·놀이를 하는 알찬 캠프”라며 “여름휴가를 어디로 가야할지 고민하는 가족들에게 뜻 깊은 추억을 만들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오는 9일까지 120명을 선착순 모집하며 참가비는 성인 5만원, 청소년 3만원, 초등학생 무료다. 열린사회시민연합은 ▲공동체 시민교육 ▲자원봉사 ▲주민자치 등의 활동을 하는 단체로 2004년부터 서울신문과 공동으로 `나눔-해뜨는 집´ 캠페인을 진행해왔다.`나눔-해뜨는 집´은 긴급하게 집수리를 해야 하지만 생활상의 이유로 하지 못하고 불편하게 살아가는 독거노인, 장애우, 소년·소녀가장 등의 주거시설을 건축전문 자원봉사자와 일반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해 무료로 수리를 해주는 자원봉사활동이다. 현재까지 전국 곳곳의 집수리 활동과 동시에 폭설 농가복구, 수해복구, 한방진료 등의 다양한 봉사 활동을 펼쳐왔다. 지난해 12월에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집수리 봉사활동에 참여하기도 했다. `맥가이버캠프´ 참가문의 (02) 3676-6501~5.김태곤 kim@seoul.co.kr
  • 건설노조위장의 고백 “긴파업 임금인상에 무익”

    전남 광양제철소에서 일하는 건설현장 일용직 노동자들이 지난달 10일 용접봉을 놓은 지 28일 만인 7일 현장에 복귀했다. 장기파업을 하고 임금인상을 해봤자 별 이득이 없다는 절박한 인식이 현장복귀라는 현실을 택하게 했다. 윤갑인재(45) 전남동부·경남서부 건설노조위원장은 7일 이 때문인지 “곤혹스럽다.”고 말문을 열었다. 광양제철소 본사가 있는 포항지역 건설노조가 단체협약 문제로 꼬여 있는 상황에서 “포항쪽 건설노조원들에게 면목없다.”고 밝혔다. 지난 5일 광양지역 건설노조원 3000여명의 투표에서 파업복귀 찬성률은 60%에 달했다.38%만이 파업에 찬성했다. 윤 위원장은 “사실 노조원들은 당장 생계문제가 크다. 건설조합원 설문조사를 해보니 기능공(배관사·용접사)들의 평균 나이는 44세이고 자녀 수는 3.6명, 가구당 빚은 700만원이었다. 노조원들은 1년에 잘해야 8개월가량 일한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그는 “파업에 참여했던 노조원 1500여명 가운데 1100여명은 울산·부산 등 외지로 나가 일하던 이들이다. 임금협상이 타결돼도 광양제철소에서 일할 수 있는 인력은 350여명에 그치고 나머지는 일감을 찾아 또 타지를 떠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노조원들은 집을 떠나지 않고 일하는 게 소원이라고 한다. 이 건설노조의 협상당사자는 원청업체인 포스코건설에서 일감을 받은 하청업체 60개사다. 노조는 이들에게 올해 기능공 일당 9만 7000원 기준 15% 인상안을 요구했다. 그러나 대부분 포항에 본사를 두고 있는 사측은 2% 인상안을 내놓은 상태다. 윤 위원장은 “사측이 제시한 임금인상률 2%는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할 때 임금동결과 마찬가지다.20∼30년 된 기능공들이 1년에 8개월가량 일한다고 볼 때 일당 9만 7000원을 계산하면 퇴직금도 없이 연봉은 2300만원선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2004년 광양지역건설노조가 42일이라는 파업에 임금은 1만원 인상을 관철하는 데 그쳐 장기파업이 임금인상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사실을 노조원들이 깨달았다고 전했다. 윤 위원장은 “노조원들도 대기업들의 투자를 바란다. 나아가 일용직 노동자들을 위한 정부 차원의 정책이 나와야 한다. 현재 고용보험으로는 한계가 있고 혜택도 다 돌아가지 않는다.”며 화살을 정부로 돌렸다. 광양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버자이너’로 모노극 도전 장영남

    12년차 배우 장영남은 요즘 단어 하나와 씨름중이다. 지금껏 한번도 입밖에 내지 않았던, 아니 낼 수 없었던 사회적 금기어를 일상어처럼 자연스럽게 발음하는 연습에 진을 빼고 있다. 여성의 음부를 가리키는 두 음절의 그 단어가 바로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The virgina monologues)의 무대를 열고 닫는 키워드이기 때문이다. 1996년 뉴욕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버자이너 모놀로그’는 미국의 극작가이자 사회운동가인 이브 엔슬러가 각계 각층의 여성 200명을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쓴 생생한 ‘성(性)보고서’다. 적나라한 제목에서 드러나듯 금기를 깨는 파격적인 묘사와 도발적인 메시지로 전세계 여성 관객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10년째 장수하고 있는 흥행작이다. 국내에서도 2001년 김지숙, 예지원, 이경미 등 여배우 3명이 토크쇼 형식으로 초연했고, 이후 두번째 공연부터 서주희가 단독으로 출연하는 모노극으로 각색돼 2004년까지 매년 재공연될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장영남에게 이번 출연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혼자서 무대를 책임져야 하는 모노극은 처음인 데다 선배 배우의 명성이 짙게 드리운 작품이라 두려움과 부담감이 컸다. 안주하고 싶은 마음과 도전하고 싶은 욕구 사이에서 고민을 거듭한 끝에 결국 모험을 택했다. “예전에 서주희 선배가 공연하는 ‘버자이너 모놀로그’를 봤는데 무척 신선하고 충격적이었어요. 민망한 대사가 많아서 킥킥 웃었던 기억도 나고…. 무엇보다 선배의 연기가 너무 뛰어나서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었어요.” ‘잘해야 본전’일 수도 있는 공연이지만 “젊을 때 깨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에 용기를 냈다. 대학로에서 가장 주목받는 여배우중 한명인 장영남은 전형적인 외유내강형 배우다. 가녀린 외모로만 보면 멜로드라마의 여주인공이 딱일 듯싶은데 무대위에서 보여지는 모습은 늘 어딘가 어긋나 있거나 비일상적인 면이 강한 캐릭터다. 백상예술상 신인연기상을 받은 연극 ‘분장실’에선 정신이 온전치 못한 단역배우역을 맡았고,‘맥베스’를 각색한 연극 ‘환’에선 광기와 색정에 휩싸인 게이 왕으로 분해 묘한 매력을 발산하기도 했다. “실제 성격은 보수적인 편인데 이상하게도 무대에선 강한 역할에 끌려요. 현실에서 하지 못하는 걸 연기하면서 푼다고 할까요.” 70대 할머니부터 어린 소녀까지 1인9역을 소화해야 하는 ‘버자이너 모놀로그’도 그런 점에서 장영남의 마음을 흔들었다. “아직은 남 앞에서 대사를 하는 것이 부끄럽고 낯설다.”는 그녀. 하지만 “연습을 할수록 누구도 말하려 하지 않는 금기를 수면위로 끄집어내 관객과 함께 알아가는 과정에 호기심이 발동한다.”며 웃었다.‘버자이너 모놀로그’에서 그녀가 보여줄 모습이 기다려진다.9월15일∼11월12일 대학로 두레홀3관.1544-1555.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열린세상] 대학이 시름에 빠졌다/김병식 동국대 부총장

    문제의 중심에는 항상 변화가 있다. 현실은 상황 변화에 따른 빠른 대응을 요구한다. 반면에 우리에게는 변화하지 않으려는 속성이 있고, 더불어 대응을 어렵게 하는 현실적 제약도 있기 마련이다. 대학이 시름에 빠졌다. 우리 경제가 세계 10위권으로 발돋움하였고, 전자 자동차 철강 화공 등 여러 분야에서 초일류 회사를 갖게 된 지금, 이에 걸맞은 교육을 실시하라는 강한 사회적 압력이 대학에 가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생각하면 우리의 대학 교육은 과거, 나름대로 성과를 냈다고 평가받을 만하다. 초일류회사를 만든 주인공인 우수인재 양성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 대학교육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은 그러한 역설을 받아들일 만큼 여유롭지 않다. 대학 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엄중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흐름에서 요즘 대학가의 화두는 전문대학원 체제의 도입 여부이다. 로스쿨, 경영전문대학원(MBA)뿐만 아니라 의학대학원과 공학대학원까지 전문대학원체제로 대폭 개편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다. 대상 분야는 현 사회에서 직접적 활용성이 있고 부가가치가 큰 학문영역이다. 즉, 사회가 대학에 고도의 전문화, 고급화된 인력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우리 대학들의 수용 능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걱정인 것이다. 전문대학원 체제의 고등교육은 기존 체제에 비해 고비용 구조를 가진다. 전문 고급인력을 위한 양질의 교육을 위해선 좋은 시설과 전문성을 지닌 많은 교수가 필요하다. 그리고 기존 교육연한에 2∼4년을 추가한 충분한 기간 동안, 소수의 인재를 상대로 교육해야 소기의 목적을 이룰 수 있다. 여기에 한정된 자원으로 많은 역할을 해야 하는 대학의 고민이 있다. 왜냐하면 전문대학원 체제의 도입은 필연적으로 그 외의 다른 학문분야에 가용할 자원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대학의 재원과 공간, 시설은 현실적으로 즉각 새로운 창출을 하기 어려운 구조를 가져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립대학의 재원은 크게 등록금과 사회기부금, 그리고 정부지원 등으로 대별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기부문화는 일천하고, 일회적이고 목적성인 정부지원금은 현실적으로 일부 국립대학을 제외하고는 그 답이 될 수 없다. 등록금이 사립대학에 있어서는 유일한 대안이다. 등록금 책정에도 전공별 특성이 고려되지 못하고 있고, 그 인상률은 매년 피교육대상자인 학생들과의 협의대상이다. 그리고 물가상승률과 같은 비경영적 사회요인과 연계되어 있는 등 많은 제한적 요소를 갖고 있다. 차입도 대안이 될 수 없다. 비영리 기관인 교육기관의 차입은 위험하며 정부로부터도 엄격히 제한받고 있다. 고민은 재정적인 면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학은 구조상 소크라테스의 논리부터 최첨단 반도체 공정까지 가르쳐야 하는 광범위한 스펙트럼을 가졌다. 상아탑으로서 고귀한 이상을 추구해야 하는 역할도 포기할 수 없다. 정부와 기업에서는 선택과 집중으로 수요자 중심으로 교육을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다른 쪽에서는 기초과학, 인문학의 경시를 걱정한다. 이 두 목소리가 밖에서뿐만 아니라 대학 내에서도 첨예하게 대립 공존하고 있다. 그래서 일부는 물지게의 균형과 같은 혜안으로 학문의 구조조정을 통하여 재원을 마련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교수와 같은 고도의 논객을 대상으로 한 구조조정이 그렇게 쉽지 않다는 것, 많은 시간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대학 운영자는 이래저래 시름이 깊다. 조직의 목소리를 한데 모아 열심히 변화를 해도 힘든 시기에 대학은 지금 진퇴양난의 고민에 빠져 있다. 전문대학원체제로의 큰 이행을 앞두고 이상과 현실, 정부와 구성원 사이에서 말이다. 그러나 어렵다고 사회의 의미 있는 요구를 외면할 수 없다. 대학은 행동으로 대답하여야 한다. 김병식 동국대 부총장
  • 前부장판사 구속싸고 긴장…법원·검찰 갈등 이번주가 고비

    前부장판사 구속싸고 긴장…법원·검찰 갈등 이번주가 고비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에 대한 사법사상 초유의 구속영장 청구를 앞두고 법원과 검찰 사이에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돌고 있다. 브로커 김홍수씨 비리에 연루돼 검찰의 조사를 받아오다 사표가 수리된 전직 부장판사 A씨는 7일이나 8일쯤 영장이 청구돼 법원의 심사를 받게 된다. 고법부장판사는 행정직 차관급에 해당하는 고위 법관이다. ●검찰, 주초 전직 판·검사 등 3∼4명 구속영장 청구 김씨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알선수재 혐의를 받고있는 A씨에 대해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보고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A씨는 양평TPC골프장 사업권 소송 등 5∼6건의 민사사건과 관련된 청탁을 받아 힘써주는 대가로 김홍수씨로부터 고급카펫과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A씨는 지난 4일 사표를 냈으며 15분만에 수리됐다. 검찰은 김씨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을 시인한 전직 검사 B씨와 총경 C씨에 대해서도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B씨는 2004년 말 변호사법 위반사건을 내사 종결하고 수개월 뒤 김씨와 친분이 있는 변호사를 통해 1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C씨는 지난해 1월 초 김씨가 직접 연관된 사건을 해결해주는 대가로 3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 외에도 김씨와 돈거래를 한 5∼6명의 법조인, 경찰관도 대가성이 확인되면 이달 말 일괄 기소할 방침이다. 전례가 없는 고법부장판사에 대한 수사로 촉발된 법원과 검찰의 갈등은 클라이맥스로 가고 있다.A씨는 현직에 있으면서 그동안 7차례 검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으나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해 왔다. 법원은 이번 김씨 사건에서 검찰 수사의 칼끝이 사법부를 정조준한 것이라며 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법원 관계자는 “혐의가 입증된 것이 없는데도 검찰이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검찰은 “돈을 건넸다고 진술하는데 판사라고 수사를 안 할 수는 없다.”라고 반박하고 있다. 혐의를 밝히기 위해 수사를 진행하는 것인데 판사라는 이유만으로 수사를 안 하거나 부실수사를 한다면 ‘직무유기’라는 것이다. ●영장 발부할까 말까, 법원의 결정에 관심 집중 혐의가 명확하다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처벌을 받는다는 것은 당연하다는 게 국민의 법감정이기 때문에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를 강행할 방침을 바꾸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런 배경에서 검찰이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청구한 영장을 받아 발부 여부를 결정해야 할 법원으로서는 여간 고민이 아닐 수 없다. 발부한다면 검찰의 수사 내용을 인정하고 동의해주는 셈이 되고, 기각한다면 ‘결국 제 식구를 감싼다.’라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기 때문이다. 기각할 경우 누구나 납득할 만한 사유를 대야 하지만 검찰과 국민을 이해시키기는 쉽지 않다. 이번 사건을 전후해 법원과 검찰 사이에서는 미묘한 감정 대립이 감지되고 있다. 검찰은 법원과의 갈등이 다른 사건에도 영향을 미치지나 않을까 고심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법원이 앞으로 영장 발부 등에서 까다롭게 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A씨가 사표를 제출한 4일 대검 중수부가 금융편의를 봐달라며 공무원에게 금품을 제공한 부동산업자 노모씨의 구속영장을 법원이 기각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풀이하는 시각이 있다. 법원과 검찰의 고위층은 이번 갈등을 조정하기 위해 계속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평생 모은 작품과 고향에 묻혔으면…”

    “평생 모은 작품과 고향에 묻혔으면…”

    “고향을 위해 뭔가 뜻깊은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3일 광주를 방문한 재일교포 사업가 하정웅(河正雄·66)씨는 “나의 영혼이 미술작품들과 함께 광주에 영원히 묻혔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광주시립미술관이 개관한 이듬해인 1993년부터 2003년까지 미술관측에 자신이 평생 모아 소장하고 있던 세계 유명작가의 미술작품 1800여점을 기증했다. 이 중에는 20세기 서구미술사 거장들인 루오, 뭉크, 샤갈, 달리, 피카소, 아르망, 로랑생 등의 그림과 판화·조각 등이 들어 있다. 사토 구라지, 야스유키 등 일본의 유명작가와 재일교포 화가 전화황·송영옥 등의 작품이 다수 포함돼 있다. 그가 30여년 동안 수집한 ‘컬렉션’을 기증하면서 광주시립미술관은 국립현대미술관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작품을 소장한 미술관으로 자리잡았다. 이들 작품은 전국 유명전시회가 열릴 때마다 ‘대여 품목’으로 대접받고 있을 정도이다. 고향에 대한 남다른 사랑은 그의 삶의 이력에서 그대로 묻어난다. 그는 1939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났다. 전남 영암이 고향인 그의 부모는 당시 ‘핏덩이’를 안고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산골 오지였던 아키타현으로 이주했다. 수력발전소가 많아 노동강도는 셌지만 일거리는 많았다. 태평양전쟁이 끝난 1945년 그의 가족들은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오사카로 되돌아 왔다.2년 동안 기다렸으나 배표를 구하지 못한 그들의 고향행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그의 가족은 또다시 아키타현으로 향했다. 호구지책 때문이었다. 그는 소학교 2학년부터 고교를 그곳에서 졸업했다. 조선인이란 이유로 냉내와 차별을 받기 일쑤였다. 일본인 동기생들은 모두 일자리를 구해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그는 졸업식날 바로 무작정 동경으로 향했다. 재일교포가 운영하던 전기제품 생산회사에 일당 250엔을 받고 가까스로 취업했다. 점심은 빵 한조각으로 때우며 돈을 절약, 야간에는 ‘디자인 스쿨’을 다녔다. 화가가 되는 게 꿈이었던 그는 부모를 졸랐다. 그림공부를 할 요량에서였다. 어머니는 “미쳤느냐.”며 만류했다. 스스로 “꿈을 이루겠다.”며 야간학교에 다녔으나 이 과정에서 영양실조로 두눈의 시력을 잃고 만다. “병도 고쳐주고 그림공부도 시켜준다.”는 말에 한 때 북송선을 탈까도 고민했단다. 그는 우연한 기회에 조총련에서 일할 것을 권유받았다. 조총련은 당시 동포들의 인권운동과 상공회, 납세조합 건립 등에 열중하고 있었다. 차별과 설움을 가슴 한쪽에 안고 살아온 터라 열심히 일했다. 당시 스물네살이었다. 그는 결혼과 함께 동경의 한 전자상가에서 전자제품을 구입했다. 그러나 주인의 말에 속아 돈을 모두 털리고, 그를 계기로 그 전자제품 상가를 떠맡게 됐다.1964년 동경 올림픽 직전이었다. 올림픽과 함께 일본 경제는 눈부시게 성장했고, 그 특수로 인해 TV, 냉장고 등 전자제품이 불티나게 팔렸다. 당시 월급으로 1만 3000엔을 받았던 그는 하루에 2000만엔을 넘게 벌어들였다. 단기간에 천문학적인 돈을 손에 쥔 그는 자연히 ‘어릴 적 꿈’ 실현에 나섰다. 닥치는 대로 내로라 하는 작가들의 그림을 사모았다. 유명전시회는 빠짐없이 찾아가고, 교포 및 일본 화가들과 두터운 교류를 했다. 그의 그림 실력도 아마추어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그는 어린 시절을 보냈던 아키타현 다자와코(田澤湖町)에 ‘기도의 미술관’을 짓기로 하고 설계까지 마쳤다. 위령·기도·진혼의 뜻을 담고 차별과 전쟁이 없는 세상을 만들자는 기원의 뜻이었다. 그러나 당시 한·일간 위안부 배상 등 정치적 문제가 불거지면서 다자와코 읍측으로부터 미술관 기증을 거부당하기도 했다. 이 작품들은 결국 광주에 영원히 둥지를 틀게 됐다. 그는 “기증한 작품들이 ‘광주 문화중심도시’ 육성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김정일 “DJ답방 안한 건 부시 때문”

    |베이징 이지운특파원|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김대중 대통령의 2000년 6월 평양 방문에 답방하지 않은 것은 조지 부시 대통령이 당선되는 등 국제정세가 바뀌어 답방 효과가 없을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라고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김 위원장은 이같은 뜻을 2001년 9월 북한을 방문한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 겸 당 총서기에게 밝혔다고 지난 30일 발간된 장 전 주석의 외교 실록이 소개했다. ‘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란 제목의 이 실록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그해 9월 임기 중 두번째로 북한을 찾은 장 전 주석에게 “남한에 가게 되면 세계를 향해 ‘조선 문제는 조선 인민 스스로 충분히 해결할 능력이 있다.’고 밝힐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대선 이후 국제정세에 여러 가지 변화가 있어 실제로 방문 효과가 어떨지를 고민한 결과,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답방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실록은 또 김 위원장이 1994년 7월 사망한 김일성 전 주석 삼년상이 끝나고 조선노동당 총비서와 국방위원장에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북한 주재 중국대사와 면담한 자리에서 1992년 8월24일 이뤄진 한·중 수교에 아무런 이의가 없다는 뜻을 밝혔다고 소개했다. 김 위원장은 중국 대사에게 한·중 수교는 중국 공산당이 결정한 사안으로서 “조선측은 0.001%도 이견이 없으며 나 역시 아무런 이견이 없다. 다만 조·중(朝中) 친선만 변하지 않으면 충분하다.”고 밝혔다. 앞서 장 전 주석은 1990년 3월에 취임 후 첫 해외 방문으로 북한을 방문, 한·중수교에 미리 양해를 구하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으며 이때 김일성 전 주석에게 상호 무역대표부 설치 문제는 더 이상 지연시키기 어렵다고 털어놓았다고 실록은 전했다. 실록에는 한·중수교 후 3년이 지난 1995년 11월 장 전 주석의 한국 방문때 김영삼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양국 관계와 한반도 정세, 일본의 군국주의 움직임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기록하고 있다.jj@seoul.co.kr
  • 김정일 DJ 답방 안한건 부시대통령 때문

    │베이징 이지운특파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김대중 대통령의 2000년 6월 평양 방문에 답방하지 않은 것은 조지 부시 대통령이 당선되는 등 국제정세가 바뀌어 답방 효과가 없을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라고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김 위원장은 이같은 뜻을 2001년 9월 북한을 방문한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 겸 당 총서기에게 밝혔다고 지난달 30일 발간된 장 전 주석의 외교 실록(*사진*)이 소개했다. ‘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란 제목의 이 실록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그해 9월 임기 중 두번째로 북한을 찾은 장 전 주석에게 “남한에 가게 되면 세계를 향해 ‘조선 문제는 조선 인민 스스로 충분히 해결할 능력이 있다.’고 밝힐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대선 이후 국제정세에 여러 가지 변화가 있어 실제로 방문 효과가 어떨지를 고민한 결과,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답방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실록은 또 김 위원장이 1994년 7월 사망한 김일성 전 주석 삼년상이 끝나고 조선노동당 총비서와 국방위원장에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북한 주재 중국대사와 면담한 자리에서 1992년 8월 24일 이뤄진 한·중 수교에 아무런 이의가 없다는 뜻을 밝혔다고 소개했다. 김 위원장은 중국 대사에게 한·중 수교는 중국 공산당이 결정한 사안으로서 “조선측은 0.001%도 의견이 없으며 나 역시 아무런 의견이 없다.다만 조·중(朝中) 친선만 변하지 않으면 충분하다.”고 밝혔다. 앞서 장 전 주석은 1990년 3월에 취임 후 첫 해외 방문으로 북한을 방문,한·중수교에 미리 양해를 구하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으며 이때 김일성 전 주석에게 상호 무역대표부 설치 문제는 더 이상 지연시키기 어렵다고 털어놓았다고 실록은 전했다. 또 국제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중국은 북한의 자주·평화통일 정책을 지지하는 입장을 바꾸거나 북한 인민들에게 미안한 일을 결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는 것이다. 이런 노력끝에 6개월 뒤 중국을 찾은 김 주석은 “만약 중국이 정말로 남조선과 무역대표부를 설립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충분히 이해하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표명했다. 실록에는 한·중수교 후 3년이 지난 1995년 11월 장 전 주석의 한국 방문때 김영삼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양국 관계와 한반도 정세,일본의 군국주의 움직임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jj@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태권V’ 낳아 30년 기른 한국 애니 대부 김청기 씨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태권V’ 낳아 30년 기른 한국 애니 대부 김청기 씨

    30년 만에 생일상을 받았다. 이제 잔치는 시작됐다. 키 56m, 몸무게 1400t, 주행속도 시속 300㎞,895㎾의 초강력 파워엔진, 태권도 100단의 무술실력 소유자, 주소 대한민국 태권브이 기지…. “달려라 달려 로보트야 날아라 날아 태권V∼.” 동요도 아닌 것이 동요처럼 신나게 불려졌다. 전국의 태권도장에는 어린이들로 붐볐다. 그랬다. 지금의 30∼40대에겐 어린 시절의 꿈과 희망이요, 우상이었다. 1976년 7월, 이순신 장군의 정기를 받고 태어난 정의의 사도 ‘로보트 태권V’는 이렇게 우리곁으로 처음 다가왔다. 태권V는 그동안 7편의 영화에 출연하면서 변신과 진화를 거듭했다. 한 차원 높은 2단 옆차기와 벽돌깨기 기술 등도 깔끔하게 연마했다. ●로봇팔·로켓주먹 과학적 검증 심포지엄 태권V는 최근 서른 생일을 맞아 아주 특별한 선물을 받았다. 우선 산업자원부로부터 주민등록증과 같은 대한민국 제 1호 로봇 등록증(760724-RO60724)이 수여됐다. 이른바 토종 애니메이션 배우 1호이자 ‘국민로봇’으로 공인된 셈이다. 또 유명 연예인처럼 매니지먼트 회사와 부활 프로젝트 계약을 맺고 다양한 콘텐츠로 거듭난다. 문근영 김주혁 등 스타 연예인들이 이를 축하해 줬다. 아울러 이달에는 로봇팔과 로켓주먹 등 태권V의 능력을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심포지엄에도 참가하는 등 무척 바빠진다. 계획대로라면 2008년 하반기에는 확 달라진, 최소한 마징가Z를 능가하는 늠름한 모습을 볼 수 있게 된다. 애니메이션 감독 김청기(65)씨. 태권V를 낳고 길러 태권V의 아버지로 부른다.76년 처음 개봉 당시 3주 만에 28만여명의 관객을 불러들여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방화사상 공전의 기록을 세웠다. 이후 서른살 청년으로 키우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지난 24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태권V의 생일행사에도 남다른 감회에 젖기도 했다. 김씨는 올해로 애니메이션 외길인생 40년째를 맞는다.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의 대부로 일컬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 주 경기 부천시에 위치한 ‘토토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서 김씨를 만났다. 김씨는 인터뷰를 하는 동안 태권V 모형을 손자 끌어안듯 자주 어루만지며 각별한 애정을 표시했다. 먼저 한국의 태권V와 일본의 마징가Z가 싸우면 누가 이기는지 불쑥 물었다.“그야 태권V이죠. 국기원에서 태권도 3단증을 공인받았거든요. 하지만 순간적인 강력파워를 계산하면 100단 실력은 충분합니다.”하며 웃는다. 태권도 유단자들을 불러다 실제 대련을 시킨 뒤, 이를 16㎜ 필름에 담아 태권동작을 연출했기에 최소 3단증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이순신 장군 동상을 참고해 태권V에게 투구를 씌워 민족의 태권도를 연마시켰다고 부연했다. 김씨 자신은 태권도의 기본 품새도 못한다며 부끄러워한다. 태권V는 어떻게 태어났을까.“서울 광화문 뒷골목에 방 2개를 얻어 50명이 밤낮없이 3∼4개월 동안 숙식을 하면서 그렸지요. 우리는 한국의 디즈니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졌어요. 의욕이 얼마나 대단했던지 나중에 보니 3만 8000장이나 그렸더군요.”라고 회고했다. 앞서 김씨는 애니메이션을 하기 전에 만화작가로 6년 동안 일하다가 서울 퇴계로 대한극장에서 ‘백설공주’와 ‘피터팬’을 보고 찡한 감동을 받는다. 그동안 해왔던 인쇄만화를 접고 애니메이션으로 뛰어들었다.66년 세기영화사에 들어가 ‘홍길동’‘보물섬’‘황금철인’ 등의 제작에 참여했다. 하지만 70년대 초까지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전무할 만큼 암흑기였다. 그러던 75년 마징가Z가 흥행하자 번뜩 영감을 얻었다. 인간형 로봇에다 태권도를 도입하면 아주 멋있겠다는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다. 주위의 많은 격려 속에 어렵게 제1탄을 만들었다. 외형적으로 성공을 거두었지만 자신의 수중에는 돈 한푼 남지 않았다. 오히려 서울 사당동의 1800만원짜리 단독주택을 팔아야 했다. 요즘에야 지방 흥행사들한테 판권료를 받아 제작비로 쓰면 되지만 당시에는 만화영화가 흥행한다는 보증이 없다는 이유로 판권 자체를 미리 팔았기 때문이다. 주위에서는 낙담한 김씨에게 “김청기라는 이름 석자를 널리 알렸잖아.”하는 위로에 다시 용기를 얻어 제작에 들어갔다. “당시 제작비가 4200만원정도 들었지요. 사채까지 끌어다 썼습니다. 나중에 ‘똘이장군’으로 집을 되찾았고 ‘황금날개1,2,3’으로 돈을 좀 벌었습니다. 아무튼 태권V 1탄의 28만 관객은 지금으로치면 500만명은 족히 될 것입니다.” 또 자금 압박을 견디다 못한 김씨는 원판을 미국에 팔았다. 처음에는 다시 찾아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나중에 미국회사가 망했고 더 이상 찾을 길 없어 포기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극장에서 돌렸던 필름이 2003년 영화진흥위원회 창고에서 발견됐다. 세월이 지나 훼손된 부분이 많았지만 적잖은 비용을 들여 겨우 복원했다. 이 필름으로 지난 부산영화제때 상영됐다. 당시 초등학생이던 관객들이 이젠 부모가 돼 아이들과 함께 보면서 눈물을 글썽이는 사람도 있었다. ●한국적 개성 살리려 이순신 장군 투구 씌워 태권V가 일본만화의 영향을 어느 정도 받았는지 조심스럽게 물었다.“당시 애니메이션 초기여서 일본의 영향이 컸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우리식으로 만들까 하는 것이 숙제였지요.”라고 전제했다. 이어 “마징가로 했으면 더 히트할 수도 있었는데 우리식으로 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태권V에게 이순신 장군의 투구를 씌운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입니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태권V의 적군이 붉은왕국이었던 점을 잠시 상기시킨다. 서울 중구 주교동의 방산초등학교에 다닐 때였다. 사는 집이 적산가옥이었는데 틈만 나면 벽에다 연필로 그림을 그리는 습관이 있었다. 야단을 칠 줄 알았던 아버지는 “칭찬은 낙타도 춤을 추게 한다.”면서 꾸지람 대신 칭찬을 자주했다. 6·25가 나자 아버지는 장성한 두 아들을 숨겼다는 이유로 북한군에 의해 납치되고 말았다. 이후 생사기별조차 한번도 없었다. 어린 김청기에겐 북한은 늘 증오의 대상이었고 결국 태권V에서 붉은왕국으로 설정하기에 이르렀다. 또 돈을 벌게 해준 ‘똘이장군’은 아버지를 모델로 그렸다. “어릴 때부터 만화를 많이 봤어요. 특히 두 발로 걸어가는 로봇우체통이 끊어진 한강다리에서 엎드려 피란민들을 건너게 하는 장면은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김씨는 64년 서라벌예대 서양화과를 졸업하면서 본격적인 출판용 만화를 그렸다.‘삼총사’‘쾌걸조로’‘강강술래’ 등이 당시 작품이다. 이후 극장용 애니메이션은 태권V를 비롯해 ‘썬더에이’‘우뢰매1∼4’ 등 28편을 만들었다.90년 이후에는 ‘우뢰매7∼10’ ‘닌자 꼴뚜기’ 등 비디오 30여편을 제작했다. ●“징기스칸 뛰어넘는 광개토대왕 애니 제작” “만화세대들이 지금은 기성세대가 됐습니다. 애니메이션은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거부감 없이 봅니다. 또 만화는 전세계적인 트렌드이고 이해가 빠른 매체이지요. 좀더 많은 기회와 투자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기술부분에는 어느 정도 앞서 나갔지만 창의적인 면에서는 선진국에 비해 많이 뒤져 있습니다. 세계적인 디즈니도 한번 실패한 뒤 다시 일어섰거든요.” 김씨는 태권V 박물관과 공원조성 등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귀띔한다. 아울러 ‘국민로봇’이라는 캐릭터를 활용,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때에는 붉은악마와 함께 국민적 응원에 동참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벽에 걸린 애니메이션 ‘광개토대왕’의 포스터를 가리킨다. 총 제작비가 180억원이 넘는 대작으로 미국 회사로부터 투자 약속까지 받았다.2년 후에는 칭기즈칸과 알렉산더 이상의 이미지가 새로 탄생될 것이라며 자신있게 미소 짓는다. ■ 그가 걸어온 길 ▲1941년 서울 출생. ▲64년 서라벌예술대 서양화과 졸업. ▲61∼66년 만화작가 생활.‘삼총사’‘쾌걸조로’ 등 발표. ▲66년 애니메이션 입문.‘보물섬’‘황금철인’‘홍길동’ 등 작품참여. ▲76년 ‘로보트태권V’ 감독(이후 태권V 7편 발표). ▲91년 김청기필름대표 ▲99년 청강산업대 겸임교수 ▲2004년 문화콘텐츠 엠버서더 대표. 제8회 서울국제만화 애니메이션페스티벌 공로상. ●주요 작품 ▲78년 ‘황금날개’‘똘이장군’ ▲79년 ‘간첩잡는 똘이장군’ ▲80년 ‘삼국지’ ▲86년 ‘외계에서 온 우뢰매’ ▲89년 ‘슈퍼 홍길동’‘우뢰매6’ ▲96년 ‘왕후 에스더’ ▲97년 ‘의적 임꺽정’ 등 52편. km@seoul.co.kr
  • [농업 희망을 쏜다] (16) 청정 버섯으로 ‘대박’ 창조

    [농업 희망을 쏜다] (16) 청정 버섯으로 ‘대박’ 창조

    경기도 안성시 서운면 머쉬하트(mushheart.co.kr)의 김금희(36) 대표는 농업 분야에서 흔치 않은 여성 최고경영자(CEO)다.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애정으로 ‘새송이버섯’ 한 분야만 집요하게 파고들어 지난해 3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남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틈새시장를 노린 결과로 부단한 연구와 노력을 기울이면 농업도 대박을 터뜨릴 수 있음을 입증했다. 김 대표는 “늘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불량 학생에서 CEO로 김 대표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만 해도 농업인이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1990년 천안연암대학 원예학과에 입학하면서 버섯재배에 관심을 갖게 됐다.“인문계 대학을 나와 대기업에 취직하는 게 목표였죠. 하지만 천안에 있는 학교를 들어간 뒤 처음에는 강의를 빼먹기가 일쑤인 ‘불량학생’이었어요.” 김 대표는 대학 졸업 후 교내 버섯실험실에서 연구원으로 7년여 동안 근무했다. 이때 버섯의 매력에 푹 빠졌다.“버섯은 사람과 똑같더라고요. 물먹고 숨쉬고…엄마가 자식에게 애정을 듬뿍 쏟으면 쏟을수록 무럭무럭 자라는 것과 같죠.” 집 근처에 100평 정도의 농장을 마련, 느타리와 팽이, 새송이버섯 등을 키웠다. 다시 한경대학교 3학년에 편입, 식물생명공학을 전공해 석사 학위까지 받았다. 지금은 호서대 식품영양학 박사과정(4학기)을 밟고 있다.2001년부터는 본격적인 버섯 재배에 나섰다. 당시에는 느타리 버섯이 높은 가격을 형성하며 시장을 주도할 때였으나 김 대표는 새송이버섯에 승부를 걸었다.“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했는데, 남들이 안 가는 길을 가야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액체종균과 크린룸 시스템이 성공의 원동력 김 대표의 눈은 정확했다.“저는 버섯 종균을 다룰 줄 알았고 재배 방법도 익히 배웠죠. 소규모 농장이라 자금도 많이 들지 않아 선뜻 새송이버섯의 재배에 뛰어들었어요.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가 구체화된 것이죠.” 이후 김 대표의 사업은 승승장구를 거듭했다. 불과 5년 만에 직원 69명에 농장 5개(1곳은 건립중), 규모는 6000여평으로 커졌다. 생산 규모는 하루에 4t으로 평균 1000만여원의 매출을 올린다. 여기에는 김 대표만의 특별한 기술이 있었다.10여년 동안 대학에서 터득한 ‘액체 종균배양’ 기술을 이용한 ‘크린룸’ 재배 방식이다. 버섯 재배가 발달한 일본에서도 배우러 온다. 톱밥, 밀기울, 대두피, 비지, 해초분, 효모, 옥수수 가루 등을 섞어 배양액을 만든 뒤 고온·고압 살균처리 한다. 이 곳에 버섯 종균을 심어 유리병에서 키워내는 방식이다. 한번에 1100㏄짜리 4만여병을 배양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이다. 또 다른 성공기법은 저온재배이다. 통상 버섯 재배에는 섭씨 16∼18도가 적합하다. 하지만 김 대표는 14∼15도에서 키운다.“키가 작고 성장이 더디다는 단점이 있지만, 조직이 단단해져 씹는 맛이 좋아지고 유통 기간도 길어집니다. 온도를 높여 빨리 키우려는 유혹이 있었지만 내실로 승부하자고 다짐했어요.”높은 가격을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종균 배양과 생육 과정은 반도체 공장에 견줄 만큼 청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고압 살균 과정을 거쳐 농약을 칠 필요가 없다.15단계의 일괄 시스템을 거쳐 두달 정도를 키운 뒤 수확한다. ●‘버섯 과자´ 등 가공식품도 곧 개발 김 대표는 새송이 버섯에 새로운 부가가치를 더하는 전략에 몰두하고 있다. 기존 버섯의 포장 방법을 개선하고 온라인 등을 통한 직거래 등 마케팅 기법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기능성 버섯’의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2개월 뒤에 나올 신상품을 기대하라고 귀띔했다. 김 대표는 “단순히 먹는 것을 벗어나 시각적인 효과에다 약용 효능까지 있어야 소비자들의 욕구가 충족된다.”고 말했다. 예컨대 다채로운 색깔에 먹기만 하면 살이 빠지는 ‘다이어트 버섯’ 등이다. 실제 쥐에게 버섯을 먹이니 살이 빠졌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버섯 가루로 빵이나 과자 등의 가공식품을 만드는 것도 준비중이다. 김 대표는 “지금까지 버섯 산업은 규모 확장에만 주력했는데 앞으로는 소프트 웨어 승부를 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새송이버섯이란 느타리버섯류에 속하지만 소나무 향기가 나 새송이버섯으로 불린다. 다른 버섯에 없는 비타민 B6가 함유돼 피부 건강과 혈액 생성, 신경 안정 등에 좋고 무기질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성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버섯의 효능 “식중독에는 표고버섯을 끓여 먹는다. 소화가 안 되면 양송이버섯을 볶거나 삶아 먹어라.”민간요법을 그대로 따를 수는 없지만 급할 때에는 요긴하게 쓸 수 있다. 특히 버섯에 관한 민간요법은 거의 ‘만병통치’ 수준이다. 버섯은 식물이 아니다. 곰팡이처럼 실 같은 게 엉켜 있는 균류에 속한다. 하지만 균류 중에서는 가장 진화가 잘된 개체로 그 자체가 영양 덩어리다. 전 세계적으로 2만여종이 있으며 인공재배가 가능한 것은 20여종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귀한 버섯으로 유명한 송이버섯은 소나무 아래서 자란다고 해 이름이 붙여졌다. 참나무가 약간 섞인 곳에서 더 난다. 동의보감에는 “성질이 평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고 향기롭다.”고 적혀 있다. 열이 많은 사람에게 좋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며 항암물질이 함유됐다. 식탁에 가장 많이 오르는 표고버섯은 활엽수 고목이나 그루터기에서 자란다. 식용뿐 아니라 암세포 증식 억제, 변비예방 등의 약용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칼슘 흡수를 돕는 비타민D가 많아 골다공증 예방효과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콩나물처럼 생긴 팽이버섯은 볏짚과 톱밥 등을 이용한 인공 재배법이 개발돼 쉽게 구할 수 있다. 한방에서는 아이들에게 먹이면 신장과 체중이 늘어나는 것으로 권유하고 있다. 팽이버섯보다 다소 굵은 느타리버섯은 칼로리가 거의 없고 맛이 좋은데다 90% 이상이 수분으로 구성돼 다이어트 식품으로 좋다. 양송이버섯은 ‘서양의 송이’라는 뜻으로 서양에서는 우리나라의 송이버섯 대접을 받는다. 보통 쇠고기 등과 함께 구워 먹는다. 전분이 함유되지 않아 당뇨병과 비만에 좋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대표적인 약용버섯으로는 진시황의 불로초 전설에 얽혀 있는 영지버섯이 유명하다. 피를 맑게 하고 혈액의 흐름을 좋게 한다. 또한 상황버섯은 항암효과가 뛰어나고 부인병이나 해독작용에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령버섯으로도 불리는 아가리쿠스버섯은 종양 저지율이 가장 높다. 일본 등에서 항암효과가 입증됐다. 겨울 중 벌레에서 기생, 여름에는 버섯으로 나오는 ‘동충하초’는 폐를 보호하고 신장을 튼튼하게 하는 영양 강장제로 알려졌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인삼등 특용작용 현황·전망 인삼과 버섯, 녹차를 중심으로 한 특용작물 산업은 ‘웰빙붐’을 타고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 왔다. 하지만 최근 값싼 외국산 가공품들이 밀려오면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안전성은 물론 품질 향상과 기능성 제품 개발 등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가 종주국인 인삼은 해외시장에서 국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농림부에 따르면 수출 물량은 2001년 1983t,2002년 2163t,2003년 1949t,2004년 2168t 등으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 생산량은 1만 4668t으로 2002년 1만 6662t,2003년 1만 5172t에 이어 3년 연속 감소했다. 이는 중국산 등 값싼 인삼이 국산으로 둔갑돼 유통되면서 국산 인삼의 생산을 위축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뿌리삼 이외에 캔디·음료·화장품 등 다양한 형태의 제품 개발에 힘써 새로운 수요층을 창출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버섯 산업도 생산량은 늘고 있지만, 중국산 버섯의 저가 공세에 밀려 수출은 감소되고 수입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2004년 생산량은 15만 6599t으로 2001년 12만 9646t 이후 꾸준히 늘고 있다. 품종별로 보면 양송이와 영지 버섯은 증가하는 반면, 느타리와 팽이버섯은 감소하고 있다. 수출은 2003년 1만 469t에서 2004년 3113t으로 급감했다. 특히 버섯 산업은 신품종 개발이 매우 시급한 상황이다. 오는 2010년부터 종자산업법에 따라 모든 버섯 품종이 품종보호 출원 대상으로 확대된다. 상당수 품종이 외국에서 생산된 종균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로열티 지급 문제가 심각한 사안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녹차 산업은 1990년대 이후 차 소비가 크게 늘어남에 따라 생산량이 늘고 있다.95년 699t이었던 것이 2004년에는 2703t으로 4배 가까이 급증했다. 그럼에도 소비량의 증가 속도가 국내 생산량의 증가 속도보다 빨라 부족분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자유무역협정(FTA) 등에 따라 시장 개방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면 국내 생산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관세 장벽이 낮아지고 수입 쿼터량이 늘면 값싼 외국차가 대량으로 들어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기계화를 통한 대량 생산과 소비자의 기호를 충족시키는 다양한 품종의 개발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주말탐방] 한옥의 재발견

    [주말탐방] 한옥의 재발견

    최근 한 TV 광고에 흥미로운 문구가 등장했다.‘집이란 무엇일까’. 기실 우리네는 점심 한 끼도 허투로 먹지 않는다. 옷 한 벌 고르는 데 백화점에서 한나절을 허비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반면 집에 대한 고민은 인색하다. 우연과 필연의 교집합으로 세상에 나와 희로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慾)을 겪다 저 너머 세상으로 떠나는 순간까지 우리를 둘러싸는 게 바로 집이다. 집은 삶과 죽음의 공간인 셈이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네 집에서 ‘5000년 역사’의 흔적을 눈곱만큼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 삶의 공간에는 정작 뿌리가 없다. 한옥에 관심을 갖는 요즘 분위기도 너무나 서구풍 일색인 데 대한 반작용은 아닐까. 민족을 앞세운 얄팍한 상업주의나 편협한 국수주의가 아니다. 우리의 삶의 원형(原型)을 재현하는 작업이다. 한옥의 재발견, 우리에게 다시 주어진 숙제이다. “어이 김씨, 좀 더 세게 내리쳐 봐라. 그래가꼬 수백년 동안 지붕 하중을 견디겠나?” 지난 25일 오후 충남 부여군 합정리 백제역사재현단지 건축 현장.10여명의 목공 기능인들이 400여평 넓이의 금당의 기둥에 매달려 있다. 비가 들이치는 것을 막으려 하늘을 가린 함석 지붕 아래로 들어서니 뜨거운 공기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오랜만에 내리쬐는 햇살에 함석이 한껏 달궈진 탓이다. 인부들의 이마에는 땀이 비오듯 한다. 큰 비로 열흘남짓이나 공을 친 터라 쉴 틈이 없다. 서너명이 한꺼번에 달라붙어 지붕의 하중을 땅으로 분산하는 포부재를 떡매로 연방 내리친다. 공사를 총지휘하는 최기영(63) 대목장(大木匠)의 목소리가 건물 안을 쩌렁쩌렁 울린다. 단추를 풀어헤친 셔츠 사이로 언뜻 내비치는 검게 그을린 어깨 근육. 경복궁 중건 이래 최대 한옥 건축현장이라는 백제역사재현단지에 매달리면서 얻은 ‘훈장’이다. 이들의 손길로 한옥의 숨결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한옥의 원형 백제 한옥 재현 공사가 시작된 것은 2001년. 충남도가 3771억원을 들여 2010년 완공을 목표로 조성하고 있다. 전체 면적은 100만평 정도.83만평의 백제역사재현촌과 17만평의 연구교육촌으로 나뉜다. 역사재현촌은 ▲백제건국 초기 생활상을 볼 수 있는 개국촌 ▲왕궁 ▲전통민속촌 ▲풍속종교촌으로 이뤄진다. 이곳에 들어설 한옥은 모두 166동. 사용되는 나무는 18t 트럭 500대 분량으로 160억원어치다. 강원도 산도 있지만 주로 러시아와 캐나다에서 들여왔다. 기와 82만 2000장, 화강석 8400t, 흙 500t도 들어간다. 가장 눈에 띄는 건축물은 ‘기능촌 5층 목탑’. 바닥면적은 16평에 불과하지만 높이는 38m에 이른다.12층 아파트와 맞먹는다. 세심하고 빼어난 건축기술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곳에서 땀 흘리는 사람들의 자부심도 대단하다. 이환중(62·충남 홍성군 형산리)씨는 “5년째 더위와 삭풍과 싸우며 일하고 있지만 후손에게 천년 넘게 남을 집을 내 손으로 짓는다는 것은 목수로서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밝게 웃었다. 재현단지가 주목을 받는 것은 단지 규모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백제가 부여를 도읍으로 삼았던 서기 600년대 한옥을 되살렸다는 의의가 더 크다.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건축물로 어깨를 나란히 하는 안동 봉정사 극락전이나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은 모두 12∼13세기 것. 국내에서는 백제 건축 양식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 이에 따라 충남도는 중국 뤄양, 일본 교토 등 백제와 활발하게 교류한 지역을 중심으로 20여차례의 답사를 거쳐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백제 한옥 양식을 복원할 수 있었다. 최 대목장은 “백제 한옥은 처마의 길이가 짧고 집을 한 덩어리로 받쳐주는 들보인 하앙이 강조되면서 조선 한옥보다 좀 더 고급스럽고 근엄한 것이 특징”이라면서 “우리 시대의 한옥 양식을 만드는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될 것”이라고 자부했다. ●반영구적, 친환경적 한옥 한옥이 단순히 전통시대의 유물만은 아니다.‘전통의 재발견’이라는 최근 추세에 따라 한옥은 새로운 주거의 형태로 조금씩 자리를 잡고 있다. 얼마 전 임기를 마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서울 가회동 북촌 한옥마을에 거처를 마련했다는 소식도 별스럽게 들리지 않는다. 한옥식으로 내부를 개조한 아파트도 적지 않다. 향교나 사찰에 가면 조선 시대 한옥을 종종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아파트는 30년만 지나도 곳곳에 금이 가고 물이 새기 일쑤다. 한옥의 내구연한은 150년이다. 제대로 짓고 틈틈이 수리하면 500년 이상 간다. 한옥은 한 그루의 나무와 같다. 주 재료인 소나무와 회벽은 건조하면 습기를 내뿜고, 축축하면 공기 중의 습기를 빨아들인다. 외부와의 공기 소통도 원활하다. 요즘 유행하는 아토피성 피부염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친환경적’이라는 면에서 지상의 어떤 건축물도 따라갈 수 없다. 전용면적이라는 개념 없이 100평이면 100평 다 건물로 쓸 수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미덕이다. 하지만 한옥이 보편화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돈’ 문제다. 한옥의 평당 건축비는 1000만원 이상. 아파트의 서너배나 된다. 서민들로서는 엄두도 내기 힘들다. 땅값이 비싼 도시에서 마당까지 갖춘 한옥을 지으려면 1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해결책이 없는 건 아니다. 자재의 표준화로 건축비를 상당히 낮출 수 있다. 도시민들도 아파트를 리모델링해 한옥의 풍취를 일상에서 누릴 수 있다. 한국전통문화학교 전통건축학과 장헌덕 교수는 “기술과 자재를 표준화하고 비교적 저렴한 목재를 사용하면 평당 건축비가 700만원 선으로 떨어질 수 있다.”면서 “서구식 건축물에 흙벽을 치거나 한지를 바르는 등의 리모델링도 현대 한옥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여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재현공사 규모는 ▲면적 100만평 (개국촌·왕궁·전통민속촌·풍속종교촌) ▲공사비 3771억원 ▲완공시기 2010년 ▲동 166동 ▲나무 18t ▲트럭 500대분160억원 ▲기와 82만 2000여장 ▲화강석 8400t ▲흙 500t ▲기타건축물 (기능촌5층목탑) 바닥면적 16평·높이 38m 12층아파트 규모 ■ 최기영씨가 말하는 대목장이란 대목장은 설계, 치목, 건설, 감리 등 나무로 집을 짓는 모든 과정을 총괄하는 사람이다. 문짝, 난간 등 작은 목공일을 하는 소목장과 구분된다. 조선시대에 대목장의 지위는 상당했다.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엄격한 위계 질서 속에서도 세종 때 남대문 재건 사업을 총괄한 대목장은 중인 신분으로 정5품의 벼슬에 올랐을 정도다.1982년부터는 대목장을 중요무형문화재 제74호로 지정해 놓고 있다. 현재 최기영, 신응수, 전흥수씨가 일가를 이룬 대목장으로 꼽힌다. 대목은 철저하게 도제식으로 계승된다. 따라서 나름의 기문(技門)이 형성돼 있다. 신 대목장은 구한말 경복궁 중건 때 활약했던 도편수 최원식을 시조로 1960년대 초 남대문 중수 작업의 도편수인 조원제-이광규로 이어지는 기문을 계승했다. 최 대목장은 일제 말 수덕사 대웅전 해체 복원을 지휘한 도편수 김덕기-김중희의 맥을 이었다. 문화재청은 실력있는 목수를 양성하기 위해 문화재수리기능자를 자격시험으로 관리한다. 석공과 화공, 와공, 미장공 등 18개 직종이 있다.2006년 1월 현재 문화재수리기능자는 모두 3766명으로, 목수는 683명이다. 비슷한 직종은 문화재수리기술자를 꼽을 수 있다. 기능자가 특정 분야의 실무를 맡는다면 기술자는 공사 현장 전반을 관리하고 기능자를 지도·감독한다. 모두 933명이 있다. 기능자와 기술자 자격시험은 매년 한 차례 치러진다. 기능자는 필기와 실기, 기술자는 필기와 면접 등으로 이뤄져 있다. 기능자는 실무 경력 5년 이상이면 응시가 가능하다. 현장에서 뛰는 만큼 실기 평가가 훨씬 중요하다. 문화재 관련 자격증을 따고 싶은데, 옛날 방식대로 현장경력을 쌓는 것이 어렵다면 한국전통문화학교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 현실적이다. 기술자는 한국문화재기술자협회가 해마다 강좌를 연다. 부여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21세기 감수성 깃든 한옥 짓고파” 충남 부여 백제역사재현촌 옆에 자리잡은 한국전통문화학교는 전통문화 교육의 산실이다. 지난 2000년 ‘우리 문화를 체계적으로 가르칠 교육 기관이 필요하다.’는 여론에 따라 4년제 국립대학으로 문을 열었다. 문화재관리학 등 6개 전공이 개설돼 있다. 서효원, 홍경화씨는 이제 졸업을 앞둔 스물네살 동갑내기로 나란히 전통건축학과 4학년이다. 서씨는 전통건축학과 1회, 홍씨는 2회 입학생이다. 이들이 한옥 건축을 진로로 잡은 것은 ‘고(古)건축이 비전이 있을 것’이라는 현실적인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3년 넘게 우리 옛집을 만나면서 ‘한옥 다시살리기’의 주역으로 거듭났다. 전통건축학과의 교과 과정은 일반 건축과보다 범위가 넓다. 기본적인 서구 건축과 더불어 나무를 다루는 치목과 복원 설계 등 한옥 건축에 대한 이론과 실기를 가르친다. 설계 중심인 서구 건축과는 달리 실제 집을 짓는 기술도 배운다. 홍씨는 “한옥은 안과 밖, 마루와 정원 등을 구분하지 않아 전체가 하나의 생물”이라면서 “차가운 콘크리트가 아닌 따뜻한 나무와 흙의 질감은 어떤 화려한 서구 건축물도 따라올 수 없는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무늬만 한옥’인 최근의 열풍에는 단호하다. 홍씨는 “사람과 자연이 함께 숨쉴 수 있는 공간이 한옥”이라면서 “독립기념관이나 주한 프랑스대사관에서 보듯 기와만 올렸다고 한옥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서씨는 “우리 옛 건축이 명맥을 이었다면 서구 건축의 르 코르뷔지에 같은 거장을 낳았을 것이고, 우리도 지금보다 훨씬 현대적인 한옥에서 살고 있을 것”이라면서 “한옥이라는 틀 안에 삶의 편리함과 21세기의 감수성이 함께 녹아든 ‘대한민국식 한옥’의 모범을 내 손으로 만들고 싶다.”면서 밝게 웃었다. 부여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한국어는 맛나고 시적인 언어”

    “한국 사람, 한국 말을 잘 몰랐는데 정말 고맙다.” 오랜 전통이 살아있는 한국어의 오묘한 멋을 소개한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의 중견 코니 강(63·한국 이름 강견실) 기자가 쓴 기사가 미국 주류 사회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신문은 24일(현지시간)자 1면 사이드와 15면에 걸쳐 강 기자가 쓴 ‘당신을 알면 알수록 사랑해’를 게재했다. 경어(敬語)를 사용하는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소개한 글인데도 파격적으로 전진배치하고 많은 지면을 할애한 것이다. 기사가 나가자 이날 오전 타임스 편집국에는 강씨를 찾는 전화가 빗발쳤고 e메일도 쇄도했다. 하나같이 “한국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줘 기쁘다.”는 내용이었다. 노스웨스턴 대학을 졸업하던 1964년 뉴욕 로체스터의 ‘데모크래트 앤드 크로니클’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한 강 기자는 샌프란시스코 이그재미너 등을 거쳐 1992년부터 타임스에서 일하고 있는 42년 경력의 베테랑. 주류 언론에 진출한 첫 한국 여성인 강 기자의 고국 사랑은 1995년 펴낸 ‘내 조국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서도 잘 알 수 있다.1990년부터 한국과 ‘코메리칸’에 특별히 관심을 갖고 한국 문화에 대해 글을 써오던 중 한국어에 대해 써야겠다고 마음 먹었다가 마침내 이번에 쓴 것이 놀라울 정도로 큰 반응을 얻고 있다고 소개했다. 강 기자는 어렸을 때 체험한 영어와 한국어의 미묘한 차이, 특히 ‘우리 엄마’‘우리 남편’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공동체적 의식이 강한 문화를 반영하는 것이며 한국어는 영어보다 훨씬 표현력이 풍부하고 감성적이어서 차라리 시적(詩的)이라고 소개했다. 또 강 기자는 “오랜 전통의 한국 문화, 깊이가 있고 아기자기하면서 맛나고 시적인 한국어를 어떻게 하면 미국인들에게 전달할까 고민해오다 이번에 글을 썼는데, 편집진이 과감히 ‘칼럼 원’에 실었다.”고 말했다.로스앤젤레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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