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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위자에게 듣는 판례 재구성] 불완전한 법체계서 ‘양심’ 좁게 해석한 것은 문제… 양심의 진지성 판단해 대체복무 인정 여부 논의해야

    [권위자에게 듣는 판례 재구성] 불완전한 법체계서 ‘양심’ 좁게 해석한 것은 문제… 양심의 진지성 판단해 대체복무 인정 여부 논의해야

    사람은 올바르게 살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 마음이 양심이다. 헌법 제19조는 양심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다. 양심은 삶의 기둥이 된다. “삼군이 호위하는 장수라도 그를 잡을 수 있지만, 필부라도 그 가슴 속의 지조는 빼앗지 못한다.”(三軍可奪帥也, 匹夫不可奪志也. 논어 자한 편) 자기가 믿는 종교, 윤리나 가치관에 따라 군 복무를 거부하는 경우를 흔히 ‘양심적 병역거부’라 한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하는 이들은 주로 여호와의 증인 신도이지만 불교도나 종교가 없는 경우도 있다. 군대가 가진 폭력성 때문에 입대를 거부하고 프랑스로 망명한 경우도 있다. 헌법재판소는 병역법상 입영통지를 받고도 양심상의 이유로 입영 또는 소집에 응하지 않은 이들을 ‘정당한 사유’를 가진 것으로 보지 않고 처벌하는 병역법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해당 판례는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 첫째, 헌법재판소는 양심의 자유가 보호하는 양심을 “그렇게 하지 아니하고는 자신의 인격적인 존재가치가 허물어지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로서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이라고 봤다. 양심에 대한 해석을 매우 좁게 하는 문제가 있기는 하다. 아울러 ‘그렇게 하지 아니하고는 인격적 존재가치가 허물어지고 말 양심’에 관한 문제라면 이를 제한하는 법률조항에 대한 심사는 그에 상응하여 매우 엄격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택한 심사의 기준과 정도는 그 중요성에 상응하지 않는다. 양심의 자유가 국방의 의무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는 관점은 양심을 정의한 것과 모순된다. 둘째, 대체복무제를 허용하더라도 국가안보와 병역의무의 형평성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은 국가·안보 등의 가치를 극단적으로 중시하는 입장이다. 양심은 절대적으로 옳은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은 모두 다르고, 옳은 것에 대한 관념도 그 사람의 경험이나 가치관, 윤리와 종교 등에 따라 달리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양심은 그 내용을 객관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때로는 양심은 현행법과 충돌하지만 이러한 과정을 거쳐 새로운 법률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 판례는 양심의 자유에 따라 법률을 심사하기보다는 법률체계에서 인정한 가치와 틀 안에서만 양심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다. 셋째, 이미 다양한 형태의 대체복무가 실시되고 있음을 도외시한 채 대체복무의 도입 가능성을 논의하고 구체적인 근거의 제시 없이 병력자원의 손실이나 안보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소설에 가깝다. 이 사건에서는 대체복무제를 도입할지 여부가 아니라 이미 시행되고 있는 대체복무제에 관련하여 양심상의 이유로 군 복무를 할 수 없는 자를 추가적으로 인정할 것인가를 논의해야 한다. 신체조건이 복무에 부적합한 이들에게 병역면제 또는 대체복무 처분을 하고, 산업기능요원 또는 사회복무요원 등으로 군 복무를 대체하는 이들도 많다. 양심적 병역거부는 정신적 사유로 인해 군복무가 부적합한 이들의 문제로도 볼 수 있다. 양심상의 이유로 도저히 병역의무 이행을 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대체복무를 인정할지 여부는 일반적인 국방의 의무에 관한 법률형성권에 관한 논의나 입법재량의 문제로 접근할 일은 아니다. 넷째,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면 병역거부를 위해 특정 종교로 개종하려는 이들이 나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고 인간의 윤리나 신념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곤란하다’고 하지만 그것은 지나친 우려라고 본다. 이미 많은 국가가 양심상의 이유로 병역 면제 또는 대체복무 여부를 심사하는 제도를 가지고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로 인정되기 위하여 다양한 근거자료를 제시해야 하고 상세한 질문과 토론을 통해 양심의 진지성을 판단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니다. 또한 군 복무의 여건을 개선하는 게 수반된다면 굳이 어려움을 무릅쓰고 거짓된 방법을 이용해 병역을 거부하려 시도하는 일도 줄어들 것이다. 해당 판례에서는 등장하지 않지만 2004년 헌법재판소의 판례에서 권성 재판관이 쓴 합헌의견에 대한 별개의견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항간의 사려 깊지 않은 인식과 편견 또는 적대감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권성 재판관은 별개의견을 통해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인의예지(仁義禮智)가 의심스럽다’, ‘군 복무를 하는 이들이 양심이 없거나 전쟁을 즐기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이 병역거부를 결정하기까지 겪은 고민과 이후 겪어야 할 어려움을 생각한다면 어쩌면 이를 외면하는 것이야말로 측은지심이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또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용어가 이들만 양심이 있고 군 복무를 하는 사람이 양심이 없다고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법체계 자체는 불완전한 것이다. 항구불변의 것도 아니다. 다수가 가진 이해관계나 가치관을 반영하고 있으며 그 변화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 것이다. 다수와 다른 생각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도 공존할 수 있는 것이 민주공화국이고 대한민국은 이러한 관점에 기초하고 있다. 이것이 인권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대통령이 가진 사면제도도 법체계가 근본적으로 불완전하고 법제도가 취한 가치체계와 다른 가치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 전제돼 있다. 다양성과 공존을 위한 관용이 민주주의의 핵심적인 가치이고 모든 사람은 다르다는 것이 헌법이 전제하는 인간관이다. 사람마다 다른 양심을 다수가 만든 틀 안에 가둬 둘 수만은 없는 것 아니겠는가. ■ 송기춘 교수는 ▲서울대 법학 박사 ▲한국비교공법학회 학술이사 ▲한국헌법학회 총무이사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협의회 공동대표 ▲민주주의 법학연구회장 ▲전북교육청 학생인권심의위원회 위원장 ▲전북 평화와 인권연대 공동대표 ▲한국공법학회장
  • 데이트의 꽃 크리스마스 준비, 그날 걱정 덜어주는 생리대로 당당하게

    데이트의 꽃 크리스마스 준비, 그날 걱정 덜어주는 생리대로 당당하게

    크리스마스에 사랑하는 사람과 로맨틱한 데이트를 계획하는 이들이 많다. 이러한 크리스마스 데이트의 꽃은 뭐니뭐니해도 연인과 달콤한 시간을 보내게 해주는 연극, 뮤지컬 같은 공연 관람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공연 시간이 길기 때문에 그만큼 준비물에도 각별히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다른 사람들 눈치 볼 필요 없이 크리스마스 공연을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아이템을 정리해봤다. -추위로 데이트를 망치지 않기 위한 아이템! 추억도 ‘셀카봉’도 잊지 말자한파가 몰아치는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예쁘게 보이기 위해 얇은 원피스에 높은 스틸레토힐을 매치한다면 추위에 떠느라 크리스마스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기 쉽다. 여기에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한남동 블루스퀘어는 교통도 불편할뿐더러, 인기 공연은 좋은 자리 착석을 위해 대기하는 경우가 많아 장시간 오들오들 떨기 딱 좋다. 이에 패셔너블하면서도 보온성을 살린 니트와 라인이 잡힌 아우터를 활용해 추위에 대비하는 것이 좋은 선택. 또 피로도를 높이는 힐 대신 장시간 걸어도 거뜬한 굽이 낮은 부츠를 코디하고, 따뜻하게 연인의 손을 잡게 도와주는 장갑을 구비한다면 추위에도 완벽한 데이트를 할 수 있다. 기억은 짧지만 사진은 영원하다. 크리스마스 순간순간의 소중한 기억들을 남기고 싶은 연인이라면 2014년 대세 아이템 ‘셀카봉’을 잊지 말자. 휴대도 좋을뿐더러 크리스마스 정취가 가득한 거리와 사랑하는 이의 모습을 담을 수 있을 것이다. -특별한 크리스마스 날, 특별한 생리대로 활동성도 UP! 마침내 공연이 시작됐다. 예매도 추위도 난관은 모두 뚫었다. 하지만 만일 공연 날과 그날이 겹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럴 때는 음악과 함성이 가득한 스탠딩 공연이라도 맘 편히 즐길 수 있게 돕는 활동성 높은 생리대를 준비하는 것으로 대비할 수 있다. 특별한 크리스마스 데이트를 그날의 걱정 없이 보내고 싶다면 위스퍼코스모인피니티가 있다. 위스퍼코스모인피니티는 액체 유래 신소재 ‘락토플렉스’로 만들어져 얇다. 또 패드 무게의 10배를 흡수하는 뛰어난 흡수력을 자랑해 공연시간 중간중간 패드 교체 걱정을 덜 수 있다. 특히 위스퍼코스모인피니티는 기존 자사 제품의 울트라 슬림 생리대들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얇아 마치 착용하지 않은 것 같은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 딱 붙는 스키니진이나레깅스를 입어도 패드 자국이 나지 않아 활동성과 패셔너블함을 동시에 만족할 수 있다. 크리스마스와 겹친 그날, 신나는 음악과 함성이 가득한 스탠딩 공연을 관람하거나 크리스마스 기분을 느끼기 위해 많이 걸어 다녀야 해서 걱정이라면 고민하지 말고 활동성이 뛰어난 위스퍼코스모인피니티로 대비하자. 위스퍼코스모인피니티 제품에 관한 자세한 정보는 P&G 공식 블로그인리빙아티스트 (blog.livingartist.c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재계 인맥 대해부(2부) 후계 경영인의 명암 KCC] 합병으로 시너지… 세 아들 세계화·내실·건설 경영분담 ‘착착’

    [재계 인맥 대해부(2부) 후계 경영인의 명암 KCC] 합병으로 시너지… 세 아들 세계화·내실·건설 경영분담 ‘착착’

    치솟는 삼성그룹 계열사 주가에 요즘 함박웃음을 짓는 현대가(家) 사람들이 있다. 우리나라 기업공개(IPO) 역사상 최고의 흥행을 기록한 제일모직 주식의 3대 주주가 된 KCC 일가다. 일반공모에 30조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자금이 몰린 제일모직은 지난 18일 국내 증시에 입성했다. 현대가의 막내 격인 KCC가 제일모직(옛 에버랜드) 지분을 매입한 것은 2011년이다. KCC는 삼성카드가 금산분리법에 따라 제일모직 보유지분율을 5% 미만으로 낮추는 과정에서 내놓은 17%의 지분을 7739억원에 인수했다. 최근 상장 과정에서 KCC는 제일모직 보유 지분 6%가량을 구주매출 했지만, 상장 후에도 잔여지분은 10.19%에 달한다. 구주매출이란 신규상장 기업이 상장을 앞두고 일반공모를 실시할 때, 신주를 발행하는 대신 기존에 발행된 주식을 일반공모용으로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일부 주식을 판 대가로 3년이 채 못 돼 수익률 50%를 기록한 셈이다. KCC는 매각 차익만 1275억원을 벌어들였지만 여전히 10%가 넘는 제일모직 주식을 쥔 상황이다. 제일모직의 주가가 뛰면 뛸수록 KCC는 초대박 혜택을 누린다. 최근 정몽진(54) KCC 회장의 주가는 상한가다. 연이은 주식투자 성공으로 웬만한 자산운용사 못지않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올 3분기 말 기준으로 KCC는 현대중공업, 현대차, 현대산업개발, 현대종합상사, 한라 등 10여 개사의 상장주식을 금융자산으로 보유 중이다. 이들 중 금액 기준 상위 5개사의 취득원가 총액은 2002억원이다. 판매 시점에 따라 수익률이 갈리겠지만 최근 주가로 따지면 어림잡아도 두 배 장사는 했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정 회장의 투자원칙은 의외로 단순하다. ‘잘 아는 주식을 구입해 장기 보유한다’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의 투자와 닮은 꼴이다. KCC는 작고한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막내동생 정상영(78) 명예회장이 1958년 설립한 금강스레트공업주식회사가 전신이다. 동국대 법대를 다니다 창업을 결심한 22세의 대학생 정상영씨는 직접 자재를 나르고 슬레이트(지붕에 사용되는 시멘트판)를 찍어내며 온몸으로 회사를 키워냈다. 1974년 고려화학주식회사를 설립해 유기 도료 사업에 진출한 이후 석고보드, 단열재, 유리, 창호 등 유무기 화학을 아우르며 대한민국 최고의 종합 건축자재 기업으로 독보적인 위치를 다지게 된다. KCC에 사실상 2세 경영이 시작된 때는 2000년이다. 그해 2월 정상영 회장이 명예회장으로 추대됐고, 정몽진 당시 싱가포르법인장이 새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됐다. 당시에는 ㈜금강과 고려화학㈜의 합병이라는 큰 이슈가 있었다. 정 회장은 합병 후 자칫 흔들릴 수 있는 조직을 다잡으면서 KCC의 세계화에 앞장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 회장은 또 실리콘 제조기술을 KCC의 50년을 책임질 미래 성장동력으로 보고 “세계 4대 실리콘 업체가 되겠다”는 야심찬 비전을 세웠다. 2003년에는 국내 최초로 유기 실리콘 독자 개발에 성공했다. 어려움도 있었다. 2008년에는 현대중공업과 합작(KCC 51%, 현대중공업 49%)으로 태양광사업을 위한 폴리실리콘 생산기업 KAM을 설립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실적 악화로 사업을 중단해야 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분 49%를 전량 무상소각했고, KAM은 지난해 9월 KCC로 흡수합병됐다. 그러나 KCC는 사우디아라비아 현지 신재생 에너지업체와 폴리실리콘 생산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등 태양광사업에 대한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장남이 회사의 글로벌 사업과 굵직굵직한 사업들을 진두지휘한다면 차남 정몽익(52) 사장은 관리통으로 깐깐하게 회사 내 경영 전반을 챙긴다. 그는 2006년부터 KCC 대표이사 사장을 맡고 있다. 취임 후 정 사장은 꾸준히 기술 제일주의를 강조한다. 기술에서 업계를 선도하지 못하면 변화와 혁신도 없다는 생각에서다. 기술의 복·융합도 그가 던지는 화두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회사가 가진 모든 기술을 융합해 경쟁사는 상상하지 못한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러한 정 사장의 노력은 매출혁신으로 이어졌다. 취임 전인 2005년 1조 8000억원 수준의 매출액은 지난해 2조 8000억원으로 1조원가량 늘어났다. 정 사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 효율화 사업의 일환인 그린 리모델링 사업에도 사활을 걸고 있다. 그린 리모델링 사업은 건축물의 에너지 성능을 20% 이상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기존 건축물 혹은 노후 건축물의 창호, 유리, 보온재 등의 교체를 통해 단열성능을 개선하는 것을 말한다. 비용은 공사 후 에너지 절감액과 수익성 개선액에 기반해 연차적으로 회수하는 구조다. 3남인 정몽열(50)씨는 2003년 KCC건설 사장을 맡으면서 10년 넘게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는 중이다. 정몽열 사장은 1989년 KCC에서 건설 부문을 분리해 설립한 KCC건설의 지분 24.81%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사장 자리에 오른 지 2년 만에 스위첸(아파트)과 웰츠타워(주상복합)등의 유명 브랜드를 만드는 등 형들에게 전혀 뒤지지 않는 사업 수완을 발휘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건설경기 악화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KCC건설은 지난해 매출 1조 903억원에 영업손실 557억원을 기록했다. 올 4월 경영난 타개와 운영 자금 확보를 위해 유상증자에 나섰고 이때 KCC가 545억원을 출자했지만 자금난은 여전히 지속되는 상황이다. 최근 재무적 투자만 보면 남부러울 것 없을 듯한 KCC에도 고민은 있다. 2011년 까지만 해도 KCC는 건축자재 소재, 인테리어 사업까지 안정적인 재무구조와 사업전개로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낸 탄탄한 기업이었다. 그러나 2012년부터 매출액이 조금씩 감소하며 회사 내부에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2011년 3조 100억원까지 올라갔던 매출은 2012년 2조 8700억원, 2013년에는 2조 8600억원으로 5%가량 줄어들었다. 극심한 건설경기 부진이라는 악재가 큰 만큼 미래 성장동력을 고민해야 하는 게 KCC의 과제다. 최근 TV광고가 한창인 ‘홈씨씨인테리어’는 이런 KCC의 고민을 읽을 수 있는 사업이다. KCC가 B2B(기업 간 거래) 기업이란 이미지를 벗고 B2C(기업과 개인 간 거래) 시장에 들어갈 수 있게 하는 일종의 징검다리다.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건설경기 부진을 고려하면 KCC 입장에선 선택이 아닌 필수다. KCC는 2007년 ‘홈씨씨’라는 브랜드를 론칭하며 인테리어 상품 시장에 뛰어들었다. 미국 최대 주택용품 및 건축자재 소매체인점인 홈디포를 연상케 하는 종합건축자재전문백화점을 전남 목포와 인천에 각각 열었다.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인테리어 사업을 먼저 시작한 걸출한 경쟁사들이 적지 않았다. DIY(소비자가 직접 만들 수 있는 도구나 재료 판매) 문화가 활성화되지 못한 한국의 상황도 걸림돌이었다. 심지어 비슷한 콘셉트를 지닌 영국의 ‘비앤큐’(B&Q)는 한국 진출 2년 만인 2007년 조기 철수했다. 하지만 실패를 했다고 결론 내기엔 이르다는 게 KCC의 주장이다. 마케팅 조직을 신설하고 브랜드 정체성을 확고히 하기 위해 브랜드 명을 ‘홈씨씨인테리어’로 바꾸며 새 사업에 대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아직 내수 비중이 큰 회사라는 점도 약점이다. 건축자재는 부피가 크고 취급도 까다로운 데다 물류비용까지 많이 드는 탓에 직접 수출이 어렵다. 때문에 현지화를 통한 해외사업이 주를 이룬다. 이미 진출해 있는 10여개국에서 주 생산품목은 도료다. 장기적으로 시장을 키우고 매출을 늘리려면 현지 도료시장에서의 기술, 품질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또 도료 이외의 품목까지 다각화해야 한다. 주목하고 있는 시장은 중국이다. 전체 해외법인 중 중국에만 3개의 현지법인이 있다. 그러나 정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해외사업보다는 기술 복·융합과 영업체질 개선 등 내부 역량 다지기에 좀 더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서울광장] 재벌 3세 공화국/오일만 논설위원

    [서울광장] 재벌 3세 공화국/오일만 논설위원

    ‘땅콩 회항’이 일등공신이다. 국제적으로 나라 망신도 시켰지만 우리 사회 곳곳에 스며든 모순과 부조리를 일목요연하게 파악하는 기회가 됐다. 재벌총수 일가의 황제경영 민낯을 봤고 국토교통부 내의 항공마피아들의 음습한 커넥션도 드러났다. 무엇보다 재벌 3세로의 무분별한 경영권 승계가 우리 경제와 국가운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의 시간도 갖게 됐다. 기업 경영의 대물림이 무조건 나쁘다고 매도할 생각은 없다. 세계적 대기업 중에서도 국민들에게 사랑을 받는 가족기업도 있다. 발렌베리 가문이 경영하는 통신장비업체인 에릭슨의 경우 스웨덴 국내총생산(GDP)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5대째 기업을 대물림하고 있지만 비판의 소리는 드물다. 후계자 선정이 까다롭고 능력을 검증받은 소수의 가족만이 경영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총수 일가의 ‘묻지마 경영’이 보편화된 우리의 기업문화와는 차원이 다르다. 문제는 후계자의 자질과 경영능력이다. 우리의 재벌 3세들은 대체로 어릴 때부터 뭐 하나 부족함을 모르고 온실 속의 화초로 자라났다. 잘난 부모 덕에 외고 등 특목고를 나와 해외 명문대나 MBA 등 최고의 교육도 받는다. 청년 백수들이 넘쳐나는 사회에서 이들은 한 번의 좌절도 없이 입사 후 5~7년이 되면 임원으로 승진한다. 경제개혁연구소의 2013년 경영권승계보고서에 따르면 일반 대졸 신입사원은 부장까지 17.3년, 임원까지 21.2년의 시간이 걸린다. 실제로 조현아 전 부사장은 25살에 입사해서 7년 만에 임원이 됐고 부사장이 되기까지 14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동생들은 더 빨라서 조원태 부사장은 3년, 조현민 전무는 4년 만에 임원이 됐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 등 재벌 3세들도 비슷한 경로를 밟았다. 이런 주마간산(走馬看山)식 경영수업으로 제대로 된 조직문화를 익히기도 어렵고 직장인들의 애환을 이해하기도 힘들다. 경영권을 쉽게 물려받으니 선민의식과 특권의식이 생기고 독단에 빠지기도 쉽다. 올바른 인성과 제대로 된 리더십을 갖춘 3세도 있겠지만 대체로 회사직원을 자신들의 소유물쯤으로 여기는 사고가 생성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땅의 월급쟁이 미생(未生)들의 공분을 샀던 땅콩회항 사건이 비뚤어진 재벌 3세의 일탈행위가 아닌, 우리 재벌의 구조적 문제로 악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재벌 3세들은 매뉴얼대로 하는 교육에 익숙하기 때문에 평상시에는 그럭저럭 회사를 꾸려갈지 몰라도 돌발적인 위기상황이 닥치면 우왕좌왕하는 특징이 있다. 거센 풍파를 헤쳐가는 능력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재벌 2세가 경영하는 30개 기업 가운데 17개가 문을 닫은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현재 매출규모 국내 20위 기업 가운데 재벌 3,4세가 경영에 참여하는 곳은 95%(19개)에 달한다. 지금의 추세라면 재벌 3세들은 향후 10년 내 경영권을 승계해 최고경영자로 한국 경제를 이끌어 갈 가능성이 크다. 검증도 없이 중책을 맡고 맡은 사업이 실패해도 책임을 지는 경우도 드물다. 한국 경제는 물론 한 국가의 운명이 검증받지 못한 재벌 3세들에게 좌우된다는 것은 아주 위험한 일이다. 투자의 귀재로 미국의 5대 갑부로 꼽히는 워런 버핏은 경영권 세습을 빗대 “2020년 올림픽 대표팀을 2000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자식 중에서 선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경고했다. “창업주는 기업을 세우고 2세는 물려받고 3세는 파괴한다”는 서양 격언과 비슷한 맥락이다. 경영을 해야 할 3세와 해서는 안 될 3세를 가려내는 일도 어찌 보면 재벌 총수들의 의무일지 모른다. 재산이야 자식들에게 물려주면 되지만 기업의 경영권 세습은 다른 문제다. 재벌기업의 부실과 몰락은 주주는 물론 국가 경제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경영권만큼은 실력으로 맡을 수 있는 경쟁의 대상이 돼야 한다는 의미다. 이제 능력 없는 자녀에게 경영권을 물려줄 것인지, 재산은 물려주되 경영권을 따로 떼어 외부 전문가에게 맡길 것인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oilman@seoul.co.kr
  • 난 ‘슈퍼乙’입니다…‘땅콩 회항’으로 본 기업 홍보맨의 비애

    난 ‘슈퍼乙’입니다…‘땅콩 회항’으로 본 기업 홍보맨의 비애

    한가로운 일요일 오전 8시 45분. 헬리콥터 한 대가 서울의 한 고층 아파트를 향해 달려들었다. 쾅! 조종사와 부조종사 2명은 즉사했고 사고로 아파트 7개층의 창문이 와장창 부서졌다. 아파트 주민 27명은 건물이 무너지는 듯한 공포감을 느꼈고, 혼비백산이 돼 아파트를 빠져나갔다. 한 주민은 사고 충격으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사고 헬기는 민간 회사가 소유하고 있는 임직원 수송용 8인승 시콜스키 S76였다. 소파에 누워 여유롭게 TV를 보던 당신이 만약 이 회사의 직원이라면 어떤 기분일까. 만약 당신이 홍보팀 직원이었다면? ●해프닝을 재앙으로 만들어버린 ‘땅콩 회항’ “대한항공은 홍보팀이 없나요.” 이른바 땅콩 회황 사건의 초기 대응을 두고 대한항공 홍보팀에 비난과 조롱이 쏟아지고 있다. 사무장이나 고객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 대신 “조현아 부사장님은 할 일은 했다”는 식의 입장 발표문이 불을 질렀다. 이마저도 사건 발생 3일 후 밤늦게서야 내놓은 공식 보도자료였다. 하지만 홍보 전문가들이나 위기 관리 컨설턴트들은 “대한항공 홍보실에 그 누가 있었어도 이번과 별반 다르지 않은 대응을 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일개 회사원의 목숨이 오너에게 달렸는데 억울해하는 오너에게 “잘못했다. 사과해야 한다”는 말을 누가 직언할 수 있었겠느냐는 얘기다. ‘잘하면 영업부 덕, 못하면 홍보팀 능력 부족’이라는 말을 딱지 앉듯 듣고 사는 홍보맨들. 그들이 받는 비난은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도대체 그들은 무엇을 위해 일을 할까. ●왜곡된 기사로 취재기자 안방에 드러눕기도 20년차 홍보 부장 D(46)씨는 “홍보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리스크를 위해 매일을 준비하는 일”이라고 정의했다. “제품만 파는 게 영업이 아니고, 회사의 이미지를 높게 팔기 위해 언론과 대중, 심지어 사내 직원들의 마음을 사야 하는 영업”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일을 찾아서 안 하면 아무 할 일도 없는 게 홍보”라면서 “왜곡된 기사 때문에 취재기자 집을 찾아가 기사를 고쳐줄 때까지 그 집 안방에 드러누웠던 적도 있다”고 말했다. 4년차 홍보 대리 C(34·여)씨도 “저녁 늦게까지 회사에 남아 있거나 새벽에 출근할 때도 많아 친구들이 불쌍하게 생각한다”면서도 “홍보팀의 행동, 말 한마디가 회사를 대변한다고 생각하면 자랑스럽기도 하고 적잖은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사고를 대비하는 홍보맨의 일상은 고달프다. 수많은 언론 매체 모니터링부터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기자들과의 술자리,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사건·사고에 매일매일을 긴장의 연속 속에 산다. 21년차 홍보 부장 A(51)씨의 하루는 새벽 5시에 시작한다. 차장~대리급이 아침마다 돌아가며 뉴스 스크랩을 하지만 회사와 관련된 기사 말고도 사회 흐름을 항상 주시해야 한다는 게 A 부장의 신념이다. 점심, 저녁은 기자들과의 밥자리와 술자리로 가득 차 있고 민감한 사건이라도 터지면 주말은 없다. 요즘에는 1인 매체를 비롯해 온라인 매체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다 보니 하는 일이 2~3배는 더 많아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회사 안에서는 하는 일 없이 술 마시고, 골프 치는 곳이라는 인식에, 귀찮게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호들갑 떠는 부서로 치부되기도 한다. 정보를 공유하면 언론으로 새 나간다는 오해도 많다. A 부장은 “회사 내에서 힘 있는 인사, 재무 부서가 평소에는 홍보나 법무팀을 무시하는데, 위기 상황을 다루는 홍보의 활약을 보고 인력충원과 예산확충을 해 줬을 때 홍보 일을 하면서 가장 뿌듯하다”고 말했다. ●‘LG전자 헬기충돌’ 신속한 후속조치 주목 위기 시 빛나는 홍보란 어떤 홍보를 말하는 걸까. 지난해 11월 16일 LG전자 소속 헬기가 서울 강남구 삼성동 38층짜리 아파트와 충돌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LG전자는 사건의 원점에 있는 핵심 이해관계자들을 신속하게 관리하는 전략으로 위기를 넘겼다. 당시 사고 소식을 들었던 홍보팀 직원들은 식은땀부터 흘렸다고 전했다. ‘도심 한복판에 헬기 사고라니’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일어났다. 즉시 비상대책본부가 꾸려졌다. LG전자는 언론도, 규제기관도 아닌 숨진 조종사 유가족들과 이른 아침 날벼락을 맞은 아파트 주민들을 챙겼다. ‘무조건 유가족과 피해 가족의 입장에 서라’. 이 같은 전략 아래 회사가 아파트 피해 주민들을 임시거처로 이동시키는 데까지는 사고 발생 후 정확히 4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슬픔에 잠겨 있는 헬기 조종사 유가족들과의 장례 절차와 예우에 대한 협의도 바로 진행했다. 사고 지역 관할 구와의 협의도 일사불란했다. LG전자는 임시거처 비용을 누가 낼 것인지를 걱정하는 구청 직원들에게 “LG전자가 모두 지불한다”며 안심시켰다. 그날 오후 1시 회사가 발표한 사과문의 첫자는 국민이 아니었다. 회사는 “사고 헬기에 탑승했던 기장과 부기장 두 분께 깊은 애도와 함께 유가족께 위로의 말씀을”, “사고 피해를 입은 아파트 주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한다”고 밝혔다. 유가족들과의 협의에도 적극적이었다. 장례식을 4일장으로 하고 ‘회사장’에 준하는 장례식을 치르기로 약속했다. LG전자 임직원 장례를 돕는 위원회도 장례식장에 파견했다. 장례식 비용 일체는 물론 합동 영결식까지 전폭적인 지원을 하기로 했다. 헬기와 충돌한 아파트 입주민들과도 만나 피해 보상을 위해서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뜻도 전했다. 사고 발생 당일 사고 지역 인근 호텔 2곳에 임시거처를 마련한 다음날에는 충돌 층인 24층 위아래 가구에 대한 임시복구를 바로 시작했다. 기업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는 “유가족들이나 피해 주민들에게는 사고 직후 한 시간이 1년같이 길게 느껴진다는 사실을 공감한 것처럼 LG전자의 조치는 빨랐다”면서 “주저하거나 고민하기보다는 전향적으로 ‘통 크게’ 핵심 이해관계자들에게 빠른 확신을 주었다”고 평가했다. ●사건발생 즉시 팀장급 이상 비상대책반 꾸려야 만약 LG전자가 사고 초기에 피해 유가족에게 적절한 장례 절차와 예우를 표시하지 못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피해 입주주민들에게 적절한 임시 거처를 제공하는 대신 초기 그들의 불만을 틀어막는 데만 몰두했었다면 사건은 일파만파의 위기로 번져 회사를 위협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한항공은 땅콩 회항이라는 사상 초유의 오너 관련 위기를 어떻게 관리해야 했었을까. 만약 홍보팀의 정확한 사태 파악과 타개 전략이 존재했었더라면 이번 건은 해프닝으로 끝났을 수도 있었을까. D 부장은 조 전 부사장이 사건 발생 다음날인 지난 8일 머리를 숙이고 잘못을 뉘우치는 메시지를 보냈더라면 결과는 분명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18년차 홍보 차장 B(48)씨는 “사건 발생 즉시 유관 부서 팀장급 이상 전원으로 구성된 임시 비상대책반을 구성해 상황별 대응안을 수립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번 땅콩 회항은 억울해하는 조 전 부사장이 완강히 버텨 시간을 허비하고, 정보의 공백과 의혹을 키우고, 해프닝을 재앙으로 만들어 버린 사례란 얘기다. 정 대표는 “홍보의 역량은 회사 회장이나 대표가 홍보에 대한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느냐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이번 땅콩 회항건이 올해 적자로 인해 내년 홍보 예산을 줄이려는 CEO들의 생각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지 주목된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4대 구조개혁 이렇게 풀자] 금융부문

    [4대 구조개혁 이렇게 풀자] 금융부문

    12조원→9조원→4조원.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쪼그라들고 있는 국내 은행의 순익 추이다. 저성장, 저금리, 고령화 등에 발목 잡혀서다. 올해 실상은 더 암울하다. 국내 은행산업의 부가가치(순이익과 인건비 합계 기준)는 2011년 25조 9000억원에서 지난해 16조 5000억원으로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내려왔다. 은행업의 부가가치가 16조원대로 꺾인 것은 2004년(16조 4000억원) 이후 9년 만이다. 그만큼 금융산업이 ‘슬럼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정부가 4대 구조 개혁의 핵심 분야로 ‘금융’을 지목한 이유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 15일 금융발전심의회에서 “좀 더 시장 친화적인 규제 정비와 금융 구조 개혁을 통해 금융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공언했다. 신 위원장이 구상하는 구조 개혁의 큰 틀은 ▲기술금융 인프라 구축 ▲은행 혁신성 평가 구축 ▲규제 개혁 ▲자본시장 활성화 등 크게 네 가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정도로는 ‘수술’이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금융산업의 구조 자체를 바꿔 놓는 ‘혁신적인 혁신’ 없이는 심각한 정체의 늪에서 헤어나기 힘들다는 것이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금융을 지탱하는 시스템부터 일하는 방식, 심지어 (금융에 종사하는) 사람까지 모두 뜯어고쳐야 한다”고 일갈했다. 김 교수는 “국내 금융산업이 은행에 너무 집중돼 있고 오랜 관치와 방향성을 잃은 정책 탓에 금융사들의 자생 의지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도 “요즘은 별다른 지침이 없어도 은행이 알아서 (정부가) 원하는 쪽으로 간다”면서 “정부에 의존하다 보니 새로운 수입원 발굴이 더디고, 실적에 몰리니 부실이 커지고, 스스로 무언가를 할 수 없다 보니 갈수록 기초체력 자체가 약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 원인을 정부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 윤석헌 숭실대 교수는 “정부는 큰 방향만 제시하고 리스크만 관리 감독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시중은행의 기술금융 실적이나 지배구조 기준까지 전부 정부가 정한다”면서 “이는 금융권의 리더십 약화로 귀결된다”고 지적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도 “금융산업이 마치 국가 보호 산업처럼 돼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은행들이 상품, 수수료, 금리로 경쟁을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해외에 진출할 만한 자생력을 갖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2013년 614만명에서 2040년 1650만명으로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기준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연 2.0%)으로 내려와 있다. 저금리, 저성장, 고령화가 맞물리면서 은행들도 생존 자체가 버거운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는 최후의 보루로 남겨두되 나머지 규제들은 과감하게 완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 교수는 “동양증권 사태에서 보듯 그룹이 문제가 되면 투자자들이 바로 돈을 빼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는 증권 쪽 투자가 활성화되기 힘들다”면서 “계열 분리나 매각을 해서라도 실질적인 금산분리가 이뤄져야 금융업 차원에서의 의사 결정이 가능하고 은행의 경제성장 기여도도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좀비기업’을 퇴출하는 구조조정도 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병호 연구위원은 “금융으로 모든 걸 해결하려 하면 안 된다”면서 “제2의 외환위기 때처럼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금은 ‘무조건 살리고 보자’ 식이라 좀비기업을 먹여 살리느라 전체적인 국가 재정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서 연구위원은 “은행은 결국 경제를 따라가게 돼 있다”면서 “은행으로 경제를 일으키려고 하면 물가가 오르고 부실 채권이 늘고 부동산값이 뛰는 부작용만 생긴다”고 경고했다. 부실을 빨리 털어내고 기업이든 기관이든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게 구조 개혁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융업권 간 경쟁도 유도해야 한다. 윤석헌 교수는 “우리은행을 하루빨리 매각하고 정책금융의 도구로 이용하는 산업은행도 민영화해야 한다”면서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을 등급별로 나눠 괜찮은 등급에 은행과 유사한 업무를 맡김으로써 경쟁 발전을 유도하는 것도 방안”이라고 제시했다. 조남희 대표도 “은행 거래를 해야만 낮은 이자를 쓸 수 있고, 은행을 벗어나면 바로 고금리를 부담해야 하는 양극화 구조도 문제가 있다”며 중간 시장을 좀 더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성인 교수는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노년층의 저축을 어떻게 활용하고 증식시킬 수 있을지 모든 금융권이 대비하는 것도 장기적 개혁의 첫걸음”이라고 역설했다. 김상조 교수는 “금융을 개혁하고 싶으면 금융 당국부터 바꿔야 한다”면서 “금융감독체계 개편 문제가 쑥 들어갔는데 지금부터라도 다시 고민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은 금융사가 판을 어떻게 짜든 ‘저지’(심판자) 역할만 하면 되는데 자신들이 플레이어(선수)인 줄 안다”고 꼬집었다. 관치 구태를 벗지 못하면 국내 금융산업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주류회사 직원들이 꼽는 송년회 건배사

    연말 송년회 자리가 많아질수록 독특한 건배사 구상에 대한 고민은 깊어진다. 이럴 때 주류회사 직원들이 선호하는 건배사를 따라 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하이트진로는 지난 1일부터 12일까지 사내 설문에 답한 300여명의 직원들이 송년회에서 즐겨 사용하는 건배사를 조사한 결과 ‘새양말’ 등 다양한 건배사가 추천됐다고 15일 밝혔다. ‘새양말’은 ‘새해가 밝아 양(2015년 청양의 해)이 오고 말(2014년 청마의 해)이 갑니다’를 줄인 말이다. 새양말 외에 ‘통통통’(의사소통, 운수대통, 만사형통)과 ‘진달래’(진하고, 달콤한, 내일을 위해)와 같이 새해를 맞이하는 희망을 담은 메시지의 건배사가 많았다. 최근 직장인들의 애환을 담은 드라마 ‘미생’의 인기를 반영한 ‘미생에서 완생으로’라는 건배사도 주목받았다. 이 외에도 ‘건배’의 한자 뜻인 ‘마를 건’(乾), ‘잔 배’(盃)를 그대로 차용해 ‘오늘은~ 이 잔이 마를 때까지, 내일은~ 승리의 그날까지’라는 치열한 영업 현장의 결의를 다지는 건배사도 눈에 띄었다. 또 ‘소화재’(소통하고, 화합하고, 재미있게 마시자), ‘술잔은 비우고, 사랑은 채우고’ 등 직원들 간 동료의식을 고취시키는 내용도 많았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뮤지컬 ‘왕자와 크리스마스’ 30~31일 강북문화예술회관서

    ‘100년 전 크리스마스는 어땠을까요.’ 서울 강북구는 오는 30·31일 이틀간 강북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뮤지컬 ‘왕자와 크리스마스’를 공연한다고 15일 밝혔다. 공연시간은 100분이며 8세 이상 관람가다. 1904년 구한말의 급격한 변화로 혼란의 시대를 살고 있는 조선 마지막 왕자의 고민과 갈등, 우정을 그린다. 궁궐 밖 친구들과 왕자의 눈에 비친 신기한 크리스마스 풍경을 나타낸 뮤지컬은 초연한 2010년 이후 4년 연속 전석 매진된 바 있다. 세종문화회관 소속 서울시소년소녀합창단(지휘 원학연)이 참여하며 관람료는 전석 1만 5000원이다. 장애인(1~3급 동반 1인), 국가유공자, 만 65세 이상 경로자는 50% 할인된다. 예매는 인터파크(http://ticket.interpark.com, 1544-1555) 또는 강북공연예매시스템(http://ticket.gangbuk.go.kr)에서 하면 된다. 공연은 강북구와 세종문화회관이 공동 주최한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양엄마 버림에… 55일 만에 울음 멈춘 딸

    입양한 갓 태어난 딸을 55일간 방치해 숨지게 한 ‘비정한 모정’에 중형이 선고됐다. 인천지법 형사14부(심담 부장)는 유기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A(33)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또 입양아의 생모인 B(36)씨에게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2011년 9월 군인인 남편과 결혼한 A씨는 1년이 지나도록 아이가 생기지 않는 것을 고민하던 중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아기를 키워줄 사람을 찾는다’는 B씨의 글을 보고 아이를 입양했다. 이들은 2012년 9월 만나 B씨가 입원했던 산부인과 입원 약정서에 A씨의 인적사항을 작성하는 수법으로 허위 출생증명서를 발급받았다. 이후 A씨는 경기 양주의 한 면사무소에 출생신고서를 제출, B씨의 딸을 자신의 딸로 가족관계등록부에 올렸다. 그러나 A씨는 인터넷 채팅으로 알게 된 남자와 사귀면서 지난해 7월 6일 딸을 작은방에 홀로 남겨둔 채 가출했고, 딸은 55일이 지난 8월 30일 탈수 증세와 굶주림으로 사망한 채 A씨의 친정어머니에 의해 발견됐다. 재판부는 “어린 딸이 더운 여름날 오랫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죽어갔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평소에도 딸에게 분유를 먹인 뒤 장시간 외출했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등 양육을 소홀히 한 점에 비춰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엄히 처벌해야 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기고] 청년들에게 직업 선택의 자유를 許하라/김은석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

    [기고] 청년들에게 직업 선택의 자유를 許하라/김은석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

    “모든 국민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가진다.” 대한민국 헌법 제15조는 누구든 원하는 직업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고 말한다. 속뜻은 ‘신분·세습제의 부정’이다. 2014년 대한민국은 신분·세습제를 걱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청년들에게 직업 선택의 자유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자유’다. 청년 취업 문제를 이야기할 때 실업률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고용유지율이다. 고용유지율은 직장에 입사해 계속 근무할 가능성을 뜻하는데, 현재 청년층의 평균 근속 기간은 약 19개월이다. 어렵게 취업해도 직장에 적응하지 못하고 일찌감치 퇴사하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다. 낮은 고용유지율은 청년실업률을 높인다. 청년층의 이직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헌법에 나온 직업 선택의 자유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적성이나 흥미에 맞거나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한 직장으로 옮기는 ‘자발적 이직’은 적극적인 직업 탐색의 한 과정이다. 그렇다고 청년층의 자발적 이직을 뒷짐 지고 볼 일만은 아니다. 직장 경험이 짧고 직무 경력도 적은 청년들의 잦은 이직은 자칫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빈번한 이직은 경력 형성과 전문성 향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결국엔 고용을 더 불안정하게 할 수 있다. 최근 한국고용정보원의 청년패널조사 자료로 청년 근로자의 자발적 이직 실태를 살펴봤더니 지난 4년간 조사 대상 청년 근로자 718명 중 44.6%(320명)가 자발적 이직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점은 임시직은 인사고과 공정성에 만족할수록, 상용직은 현재 직무에 만족할수록 이직을 덜 하거나 늦게 했다는 것이다. 즉 임시직에게는 “회사 인사고과와 임금체계가 공정한가”, “회사가 내게 정당하게 대우해 주고 있는가”에 대한 만족감이 이직을 늦추는 중요한 요인이었고, 상대적으로 고용이 안정된 상용직은 “난 이 일이 마음에 드는가”, “내 관심 전공과 맞는 일인가”,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인가”에 대한 만족감이 이직을 늦추는 중요한 요인으로 나타난 것이다. 결국 청년 고용유지율을 높이려면 기업과 개인이 모두 노력해야 한다. 기업은 경력 초기의 청년들을 정당하게 대우하는 공정한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좋은 인재를 얻어 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개인 차원에서는 “무조건 남들보다 좋은 직장에 들어가야겠다”는 ‘뜬구름 잡기식 취업 전략’보다는 적성과 전공일치 여부에 대한 고민, 해당 직무의 올바른 이해 등이 선행돼야 한다.
  • [사설] 서울시 대중교통 요금체계 변경 신중해야

    서울시가 2년마다 요금을 인상하는 방안을 조례에 명시하는 등 대중교통 요금체계의 개편을 추진 중이다. 환승 횟수도 최대 다섯 번에서 세 번으로 줄이고, 번잡한 출퇴근 때와 그렇지 않은 시간대의 요금을 달리하는 탄력요금제 도입도 거론되고 있다. 쌓여만 가는 대중교통 부문의 적자 폭을 줄이려는 의중과 고충이 담겨 있다. 제시된 안은 적자를 해소하는 한편으로 요금 인상으로 생긴 여분을 서비스 개선에 쓰겠다는 것이다. 대중교통 부문에서 매년 수천억원의 적자를 내지만 사실 이를 메울 뾰족한 방안을 찾기는 어렵다. 쉽고 편한 대책이라고 할 수 있는 요금 인상은 그동안 여론의 반대에 부닥쳤었다. 3~4년마다 한꺼번에 많이 올린 데 따른 불만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원가 상승 요인과 연동해 요금을 정례적으로 인상하려는 것은 진일보한 안으로 보인다. 여론도 물가연동제를 도입할 것을 제안해 왔던 바다. 하지만 탄력요금제와 환승 횟수 제한 방안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탄력요금제는 사실상 출퇴근 시간대의 요금을 올리겠다는 뜻이 담겼다. 이 시간대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이들이 누구인가. 하루도 빠짐없이 콩나물시루와 같은 지하철과 버스 안에서 부대끼며 가정과 일터를 오가는 서민들이다. 얼핏 생각하면 탄력요금제는 붐비는 시간대의 승객을 줄이고 승객의 분산 효과도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시간대에 꼭 타야만 하는 시민이 대부분일 것이고 효과도 장담하기 어렵다. 여건이 이러할진대 서비스 보상은 고사하고 요금까지 더 부담시켜서는 안 된다. 혼잡을 줄이는 방안을 찾는 것이 먼저다. 지하철·버스 승객과 주중과 주말 요금이 다른 KTX 이용객의 여건은 엄연히 다른 것이다. 환승 제한도 마찬가지다. 기왕에 최대 다섯 번을 허용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실제 잘못 타고 내리는 승객 말고는 일부러 네다섯 번을 갈아타는 승객도 많을 것 같지 않다. 특히 경기도·인천에서 서울을 오가는 경우 이 제도가 도입되면 두 배의 요금을 내게 된다. 이는 수도권 통합 환승제의 도입 취지에도 맞지 않다. 지하철 교통망이 잘 갖춰져 있다지만 아직은 버스와 환승하는 경우가 더 많다. 지하철망이 더 촘촘히 갖춰졌을 때 도입을 고려하는 것이 마땅하다. 대중교통 서비스는 ‘시민의 발’다워야 한다. 또 경영합리화를 생각해야 한다. 서울시는 먼저 적자 보전책을 찾을 곳이 없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마침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의 통합 작업이 내년 초부터 시작된다. 버스업체의 대형화 방안도 추진된다. 두 축을 구조조정하는 가운데 걷어낼 비효율적 요인도 적지 않을 것이다. 서울시는 시민 의견을 충분히 들은 뒤 요금 체계안을 결정하기 바란다.
  • [서울대 추천 도선 100선-읽어라, 청춘] 마르케스 ‘백년동안의 고독’

    [서울대 추천 도선 100선-읽어라, 청춘] 마르케스 ‘백년동안의 고독’

    고전문학의 힘은 우리를, 세계를, 역사를 고민하게 하는 것이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부딪치고 감내해야 하는 본질적인 문제를 깊숙하게 다룬다. ‘나’보다는 ‘우리’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자기 안에 갇히지 않고 세계와 소통하게 한다. 그리고 그것이 하나의 역사로 이어지게 한다. 그래서 읽고 나면 묵직한 울림이 생긴다. 1967년 출간돼 1982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 년 동안의 고독’도 그렇다. 소설은 남미 콜롬비아의 유토피아 같은 가상의 마을 마콘도를 배경으로 한다. 이곳은 호세 아르카디오와 그의 부인 우르슬라 이구아란이 맨땅을 개척해 부엔디아 집안을 번성시킨 곳으로, 부엔디아는 ‘좋은 날’ ‘좋은 시대’라는 뜻이다. 밀림 한가운데 있어 외부와 고립된 이곳은 어쩔 수 없는 지리적 고독을 견뎌 내야 하지만 고독은 건강하다. ‘햇볕이 쨍쨍한 날이더라도 집집마다 그늘이 똑같이 들어서 서로 불평이 없는 곳’이고 ‘가장 질서 있고 열심히 일하는 곳’이며 ‘아무도 죽은 사람이 없어 모두 행복하기만 한 곳’이다. 하지만 집시인 멜키아데스가 이 마을을 찾아온 후 변화가 생긴다. 아르카디오가 멜키아데스가 가져온 외부 세계의 물건에 정신이 팔려 마을을 돌보지 않기 시작한 것이다. 멜키아데스는 6대에 걸친 부엔디아 집안의 초월적인 일들과 ‘좋은 시대’가 최후를 맞는다는 것을 예언해 양피지 문서에 암호처럼 기록한 인물이다. 6대의 역사를 찬찬히 살피기에 주요 등장인물만 20명에 이르는 데다 이름이 중복되는 까닭에 가계도는 복잡해진다. 특히 아버지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다 보니 더 그렇다. 아버지의 유산을 물려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 집안은 그 정도가 유난히 심하다. 왜 그럴까? 바로 여기에 이 집안의 고독에 얽힌 이야기가 숨어 있다. 일단 이 집안에는 아우렐리아노와 호세 아르카디오라는 이름이 되풀이되는데, 아우렐리아노라는 이름을 가진 아이들은 머리는 좋은 편이지만 성격이 내성적이고, 호세 아르카디오라는 이름의 아이들은 충동적이고 모험심이 있지만 그렇다 보니 비극적인 삶을 갖는다. 이름이 되풀이되는 전통은 개개의 존재 가치보다는 집안의 특성을 집단화해 집안의 고유성을 이어 가려는 것으로 결국 마지막 인물인 아우렐리아노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운명적 흐름을 만들어 낸다. 종착역을 향해 달려갈 수밖에 없도록 하는 것이다. 여성의 이름이 되풀이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이 책에서는 ‘마술적 리얼리즘’이란 말을 빼놓을 수 없다. 환상과 현실, 상상과 사실이 얽힌 이 말은 이 작품을 이끄는 핵심이기도 하다.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나고, 유령이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사람이 공중부양하고, 4년 넘게 비만 내리는 일이 일어나지만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마법처럼 빨려들게 한다. 이 때문에 라틴아메리카 문학을 그저 신비하고 낯설게 보는 서구인들의 편견이 생겨났지만 이 책은 바로 그 판타지가 경이로운 이야기에 몰입하게끔 하는 촉진제로 작용한다. 부엔디아 가문은 4대에 이르러 위기를 맞이한다. 저자 마르케스의 고향 아라카타가에서 실제 일어난 일이었듯 우연히 마콘도 마을을 찾아온 이방인들은 거대한 바나나 농장을 세웠고 결국 노동자 대학살이라는 비참한 결과를 만들어 냈다. 이 사건으로 부엔디아 가문이 이끌어 온 마콘도 마을은 점차 균열이 일어나지만 이 또한 마콘도 마을 사람들의 무심함에 묻혀져 간다. 그 학살에서 유일하게 살아온 4대손 호세 아르카디오 세군도는 진실을 말하려 하지만 정부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발표를 하고 이것을 믿는 마을 사람들 덕에 흐지부지 사라지고 만다. 다만 오랫동안 비가 내릴 뿐이고, 3000명이나 학살당하는 비극조차 부엔디아 집안 한 사람의 이야기일 뿐이다. 부엔디아 집안 사람들의 삶은 돌고 돌아 마지막 자손인 아우렐리아노로 내려온다. 그도 다른 아우렐리아노처럼 외부 세계와 단절한 채 엘키아데스가 남긴 글들을 해석하려 애쓰며 산다. 하지만 호세 아르카디오 세군도의 쌍둥이 동생인 아우렐리아노 세군도가 늦은 나이에 얻은 딸 아마란타 우르슬라의 등장으로 그의 조상이 그랬던 것처럼 6대손 아우렐리아노는 성적(性的) 즐거움에 빠져든다. 그런데 바로 이것이 화근이 된다. 이 가문을 세운 1대 부인 우르슬라 이구아란은 100살 넘게 살면서 근친상간으로 집안이 몰락할까 봐 전전긍긍했다. ‘고독’이 이상한 운명을 만들어 내지 않게끔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6대 아우렐리아노와 아마란타 우르슬라는 결국 예정된 운명을 낳고야 만다. 멸망의 상징인 돼지꼬리 달린 아이를 낳게 된 것이다. 그리고 양피지 문서를 해독한 아우렐리아노는 아마란타 우르슬라가 자신의 이모이고, 자신이 그 원고를 해석하게 되리라는 예언을 읽는다. 그와 마콘도 마을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순간이다. ‘100년 동안의 고독에 시달린 종족은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날 수 없다’는 예언처럼 영원히 사람들의 기억에서 지워지는 것이다. 마콘도와 부엔디아 집안이 사라진 이유는 한 가지다. 고독으로 생긴 쾌락의 탐닉. 어느 순간 진실은 없어지고 환상만이 가득한 마콘도 마을에서 고독할 수밖에 없는 부엔디아 사람들은 오로지 성적(性的) 쾌락에 집착함으로써 자신들의 존재 이유를 발견하려 한다. 사랑을 나누는 대상이 근친이라는 점도 모른 채. 하지만 그럴수록 더욱 무기력해지고 고독해진다. 100년의 고독은 결국 멸망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는 ‘라틴아메리카를 이해하려면 ‘백 년 동안의 고독’을 읽으라’고 권한다. 열강들에 짓밟혀 평화롭던 공동체가 해체되면서 절대 고독에 시달려야 했던 라틴아메리카, 좁게는 콜롬비아의 역사가 화려한 이야기 구도와 다양한 장치 속에 춤추듯 살아나 사람들을 전율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고독이 어디 라틴아메리카에만 국한된 것일까. 지금, 여기에서도 끝없이 재생산되고 있으며 사람들을 무너지게 만들고 있다. 올 4월 87세의 나이로 타계한 마르케스는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어떤 비평에도 휩쓸리지 말고 그저 즐겁게 읽기를 바랐다. 그의 희망대로 읽는 동안 노벨문학상이라는 부담감을 떨쳐 버릴 만큼 유쾌하게 읽게 된다. 하지만 읽고 나면 오만 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우리가 사는 지금 이곳도 시작은 마콘도 같은 에덴동산이었을 것이다. 지금도 그럴까. 혹시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몰락으로 가는 길목에 서 있지 않을까. 묘한 불안감이 생겨나는 작품이다. 신언수 한우리독서토론논술 책임연구원 ●‘읽어라 청춘’은 격주로 게재됩니다.
  • [이슈&이슈] ‘뜨거운 감자’ 수도권매립지 사용 연장 주요 쟁점은

    [이슈&이슈] ‘뜨거운 감자’ 수도권매립지 사용 연장 주요 쟁점은

    인천시 서구 백석동 수도권매립지 사용 기한 연장 문제가 풀기 어려운 복합 방정식처럼 돼 가고 있다. 인천시와 서울시가 대화를 위한 물꼬는 텄지만 변수가 많아 현재로서는 언제쯤 결말이 날지 점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럼에도 국가 이익과 정책적 효율성 등을 고려할 때 결국 수도권매립지 사용은 연장되지 않겠느냐는 희망 섞인 분석이 나온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어 2016년 수도권매립지 사용을 종료한다는 입장을 재차 밝히면서도 환경부 장관과 수도권 3개 시장·도지사로 구성된 ‘4자 협의체’ 구성을 제안함으로써 사용기간 연장 가능성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유 시장은 “선제적 조치로 매립지 소유권과 면허권 인천 이양,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의 인천시 이관, 매립지 주변지역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정책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이 중 ‘선제적 조치’라는 말이 논란을 일으켰다. “선제적 조치가 받아들여질 경우 2016년 종료 문제를 다시 검토할 수 있다는 말인가”라는 보도진의 질문에 유 시장은 “매립지 사용 연장이나 종료를 떠나서 당연히 매립지 관리주체, 관리방식, 주변지역 대책과 같은 문제는 선결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에둘러 표현했지만 ‘조건부 연장론’으로도 해석됐다.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들도 유 시장이 선결 과제를 언급함으로써 사실상 매립지 사용을 연장할 수 있는 조건을 제시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은 “유 시장이 2016년 매립지 사용을 종료한다는 원칙을 고수한 것은 선언적 의미에 불과하다”면서 “매립면허권 이양, 매립지공사 이관 등을 제시하며 주민 시선을 밖으로 돌린 것 같고 4자 협의체는 매립지 사용 연장 논의를 위한 수순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정경옥 ‘매립종료 인천시민투쟁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유 시장의 발표는 한마디로 면피용이자 쇼”라며 “매립지 종료를 말하면서 핵심 사안인 구체적인 대체매립지 조성 계획은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관계자는 “인천시 발표에는 연장의 여지가 들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환경부와 3개 시·도가 참여하는 협의체가 구성되면 연장 문제가 그 안에서 논의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 “매립지 연장이 가장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인천시와 인천시민에 사용기간 연장에 대해 전향적으로 접근해 줄 것을 기대했다. 인천시는 2016년 매립지 사용을 중단하면 2017년 이후에는 쓰레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는 문제에도 명확한 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 유 시장은 매립지 종료 이후 사용할 대체매립지 후보지로 서구 오류동, 연수구 송도동 등 5곳을 발표했다. 그러나 대체매립지 조성에 최소 3년 이상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 당장 착수한다 하더라도 대체매립지가 수도권매립지의 바통을 이어받을 수 있는 시기는 이미 놓쳤다. 아울러 대체매립지 1순위 후보지인 오류동은 수도권매립지에 인접해 현 매립지 사용을 중단함으로써 거둘 수 있는 환경 개선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인천시는 대체매립지 조성을 위한 예산도 아직 확보하지 않은 상태다. 서울시는 인천시가 제의한 4자 협의체를 즉각 받아들이겠다고 호응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유 시장의 발표가 있은 다음날 기자회견을 열어 수도권매립지 소유권을 인천시에 이양하는 문제를 협의하겠다고 밝히고 매립지 사용 연장에 대한 합의를 호소했다. 박 시장은 “수도권매립지를 대체할 수 있는 시설을 찾는 것이 몹시 어려운 상황”이라며 “매립지 소유권 이양, 주변 지역에 대한 실질적 지원 정책 등을 인천시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인천시는 박 시장의 회견 내용이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인천시와 인천시민의 입장에서 (수도권매립지 문제를) 생각하겠다’고 언급한 서울시장의 책임과 진정성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시와 환경부는 수도권매립지 지분의 71.3%와 28.7%를 각각 소유하고 있지만 매립승인권은 인천시가 갖고 있다. 이들은 수도권매립지의 현재 매립량이 총매립가능용량의 58%에 불과한 점을 들어 2044년까지 매립지 사용을 연장할 것을 인천시에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1996년 수도권매립지 조성을 위해 인천시가 공유수면 매립 실시계획 인가를 내줄 때 매립지 사용기한을 2016년으로 못 박았다. 당시 폐기물 반입량과 매립장 면적 등을 고려할 때 이때쯤이면 매립지가 포화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폐기물 재활용 활성화, 쓰레기종량제 시행, 소각 처리기술 발달 등으로 반입 폐기물이 현저히 줄어들면서 매립지 사용 가능 기간은 2044년으로 늘어났다. 인천시는 2016년 종료를, 환경부와 서울시·경기도는 2044년까지 연장 사용을 주장하는 이유다. 서울시와 인천시는 대화를 시작하는 데는 의기투합했지만 양측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사안이어서 ‘대타협’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우선 1조 5000억원의 가치가 있는 서울시 지분을 인천시에 양도하는 데는 쉽지 않은 논의 과정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매립지 소유권 이양이 언급된 박 시장의 기자회견(4일) 전날까지 서울시 내부에서 찬반 의견이 극명하게 엇갈렸지만 박 시장이 ‘대승적 결단’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도 기자회견에서 매립지 소유권 이양을 협의하겠다고 했지 단정적으로 말하지는 않았다. 인천시 역시 서울시가 매립지 소유권을 이양하는 등 성의 있는 ‘선제적 조치’가 이뤄진다면 매립지 사용기한 협의를 검토해 볼 수 있다는 입장이지 매립지 소유권이 이양된다고 해서 매립지 사용 연장에 동의하겠다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유 시장은 자신의 주요 공약인 수도권매립지 2016년 사용 종료 원칙을 스스로 파기하는 데 따른 시민여론 악화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인천시와 서울시 모두 부담을 최소화할 장치를 마련하는 데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4자 협의체가 가동된다 하더라도 밀고 당기는 과정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은 이 같은 사정 때문이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김주혁 선임기자의 가족♥男女] 가족친화경영

    [김주혁 선임기자의 가족♥男女] 가족친화경영

    결혼한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직장과 가정생활 모두 행복하기를 꿈꾼다. 하지만 훼방 요소가 곳곳에 있다. 장시간 근로, 육아휴직과 복귀의 어려움, 집안일과 아이돌봄의 부부 분담 등등. 이 같은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가족친화경영을 시행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우수 인재도 이런 기업을 선호한다. 가족친화기업의 경영 성과도 높다. 현대백화점에서는 올해부터 업무 종료 시간(본사 오후 6시, 점포 8시)이 되면 컴퓨터 종료 안내문이 뜨고 10분이 지나면 컴퓨터가 자동으로 꺼진다. 습관적인 지연 퇴근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특별히 연장 근무가 필요한 직원은 신청서를 내면 된다. 강준모 홍보팀 대리는 “처음엔 컴퓨터가 꺼진다는 공지가 갑자기 뜨니까 직원들이 다소 난감해하다가 지금은 근무시간 중에 집중도 높게 업무를 끝내고 저녁이 있는 삶을 즐기게 돼 만족스러워 한다”며 “문서 보안 프로그램이 깔려 있어 파일이 외부에서는 열리지 않기 때문에 일을 집에 갖고 가서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PC-오프(OFF)제를 계열사인 현대홈쇼핑 등 계열사에 확대 적용했거나 추진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은 초과근무 제로화 시스템을 지난해 도입, 시행하고 있다. 오후 6시 30분 이후까지 회사에 남아 있으려면 초과근무 신청서를 작성해 부서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조직별 초과근무 현황은 2주마다 부서장과 대표이사에게 이메일로 보고된다. 초과근무 과다 부서의 조직장은 연말 상여금이 깎인다. 그 후 초과근무는 1인당 연평균 하루 13분 이내로 대폭 줄었다. 유한킴벌리에서는 2011년부터 오후 7시 30분이면 야근용 지정 근무 공간 1곳을 뺀 모든 사무실의 전등이 꺼진다. 서울 본사와 군포, 죽전, 대전, 부산 등에 스마트워크센터를 구축하고 재택근무제와 시간 유연근무제를 도입해 주거지와 가까운 공간이나 자택에서 일하며 자녀돌봄 등에 활용하도록 한다. 본인만의 업무를 70% 하고 나머지는 협업한다. 사원 만족도가 2011년 86%에서 2014년 91%로 높아졌고 직원 출산율도 늘어났다. 매출액은 가족친화기업으로 인증받은 2008년 1조원에서 2년 만에 1조 4128억원으로 급증했다. 대기업이 아니면서도 존경받는 기업, 일하기 좋은 기업 조사에서 줄곧 상위권을 유지한다. 난임휴직과 임신기 단축 근무, 출산 복지 지원,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등 여성의 생애주기별 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기업도 KT를 비롯해 상당수다. 삼성전자로지텍은 난임휴직제도를 지난해 도입했다. 1개월에서 1년까지 사용할 수 있다. 직원 김모씨는 때맞춰 혜택을 봤다. 김씨는 늦은 나이에 결혼해 아이를 빨리 원했고 병원을 3년간 꾸준히 다녔지만 별다른 소식을 들을 수 없었다. 조바심이 나면서 자신의 업무를 좋아하지만 포기하고 ‘아이’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인지 고민하며 남편과 상의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김씨는 난임휴직제도를 알게 돼 부서원들의 응원 속에 6개월 예정으로 난임휴가를 사용해 3개월 만에 난임시술에 성공했다. 결혼 4년 만에 첫아이를 임신할 수 있었다. 김씨는 “임신 후 복직해서도 많은 분이 배려해 주셔서 정시 퇴근을 하고 있다”며 “회사와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더 열심히 일하겠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출산휴가를 신청하면 육아휴직까지 자동 신청되는 출산휴가 후 자동육아휴직제를 2012년 국내 최초로 도입, 파트타임 사원에게도 적용함으로써 자유로운 육아휴직 활용 문화 정착과 경력 단절 예방에 기여했다. 육아휴직자 복귀 지원 프로그램도 지난 8월부터 시행 중이다. ‘기다립니다, 기대합니다’란 제목의 육아휴직 복직 플래너를 발간, 복직을 3개월 남겨 둔 육아휴직자에게 보낸다. 여성가족부 장관과 그룹 회장의 복직 환영 메시지, 복직 전 준비 사항, 남편과의 업무 분장 방법, 선배 워킹맘의 응원 메시지 등이 담겨 있다. 복귀 적응 지원교육도 한다. 세창은 직원 33명인 계측기기 전문 중소기업이면서도 육아휴직을 전사적 자원관리(ERP)를 통해 신청하고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하며 18세가 될 때까지 자녀 1명당 매월 7만원씩 육아수당도 지원한다. 이모 주임은 “임신 후 걱정했지만 회사가 흔쾌히 승인해서 출산전후휴가와 육아휴직 기간인 1년 3개월 동안 육아에만 전념할 수 있었고 아이도 어린이집에 다닐 수 있을 만큼 자란 뒤 업무로 복귀할 수 있었다”면서 “이런 기회를 준 회사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우리 회사와 같은 가족친화기업이 많이 생겨서 행복한 워킹맘으로 가득한 대한민국을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LG그룹이 전국 28곳에서 직장어린이집을 운영하는 등 직장보육시설을 설치하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홍승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족친화제도 확산을 위한 기업 성과 연구’에서 “가족친화경영은 기업의 1인당 매출액을 늘리고 근로자의 이직률을 감소시키며 가족친화인증기업이 비인증기업에 비해 수익성이나 안정성, 성장성이 높고 생산성 증가율도 0.22~1.95%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는 “기업도 가족친화경영의 기업 성과를 면밀하게 검토해 기업의 경쟁시장 구조 속에서 가족친화경영이 전략적 선택이 될 수 있도록 적극 수용할 필요가 있다”며 “가족친화경영은 기업의 ‘비용’이 아니라 ‘투자’로 전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가 주관하는 가족친화인증기업은 2008년 14개 기업으로 시작한 이래 올해 544개로 늘어나는 등 모두 956개에 이른다. 29개 공공기관이 시행하는 92개 사업에서 가점 등 인센티브를 받는다. happyhome@seoul.co.kr
  • 해커스, 토익 점수 잡는 컨셉으로 예비등록, 토익인강 등 네티즌 눈길 사로잡아

    해커스, 토익 점수 잡는 컨셉으로 예비등록, 토익인강 등 네티즌 눈길 사로잡아

    외국어학원 1위(2013 한국서비스품질지수 외국어학원 부문) 해커스가 최근 ‘점수 잡는 HACKERS’ 광고를 선보여 겨울방학 토익 준비에 한창인 수험생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이번 해커스 광고 영상은 베스트셀러 교재와 스타강사, 다년간의 노하우와 전문화 시스템으로 ‘수험생의 목표점수를 단기간에 잡도록 돕는 해커스어학원(www.Hackers.ac)’의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제작됐다. 한 교육업계 관계자는 "기술ㆍ트렌드와 같은 애매모호한 가치보다는 학생들이 가장 필요로하는 핵심가치인 '점수'를 잡아준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며 "겉도는 얘기가 아닌 핵심을 파고드는 메시지와 함께 강의력ㆍ콘텐츠에 강한 해커스의 기업 특색을 잘 담아냈다"고 평했다. 특히 해당 광고에는 타사와 차별화된 해커스만의 강점이 고스란히 녹아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이번 광고영상에서 소개된 해커스의 강점은 교재ㆍ강사ㆍ시스템ㆍ노하우 총 4가지로, 특히 ‘토익은 결국 점수다’라는 주제 아래 해커스를 통해 토익점수를 한번에 잡을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실제로 해커스 광고영상에는 외국배우가 토익 등 어학시험 점수로 고민하는 의뢰인을 도와 목표한 점수를 잡을 수 있도록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해커스 광고를 접한 해커스토익, 트위터 네티즌들은 “’네 점수 내가 잡아줄게’라는 카피가 공감이 가면서 해커스가 정말 내 점수를 잡아줄 것 같다”, “해커스 CF를 보니 미드나 영화를 보는 느낌이 들정도로 퀄리티가 높다”, "사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점수인데 해커스가 이를 정확히 짚어내 속이 후련했다", "역시 토익의 정답은 해커스에 있었다" 등 호평을 내놨다. 이런 토익 수험생과 네티즌들의 호평은 해커스어학원의 겨울방학 예비등록 열기로 이어지고 있다. 2013년 여름방학 인기강의 234개 마감에 이어 지난 7, 8월 여름방학에는 339개의 강의가 마감된 가운데, 단 3시간 만에 토익종합반 강의가 최초 마감되는 등 마감강의 개수가 매년 늘어나 수강신청이 치열해지고 있다. 실제로 토익 관련 커뮤니티에서 해커스의 수강신청은 빠른 마감으로 이른바 '광클'이 필수인 대학교 전공수업 신청에 비견되기도 한다. 해커스어학원 전재윤 대표이사는 “이번 광고는 ‘점수 잡는 해커스는 결과로 직접 증명한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제작하게 됐다”며 “광고 내용에서 드러난 것처럼 해커스어학원, 해커스인강 챔프스터디, 해커스토익 등 다방면으로 수험생의 단기간 목표점수를 잡아주기 위해 밤낮없이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커스 광고영상 내용대로 해커스는 베스트셀러 교재, 스타강사군단, 체계적인 시스템, 다년간의노하우로 유명하다. 해커스 교재는 한국출판인회가 발표하는 ‘종합베스트셀러’에 유일하게 선정됐으며 올해 누적판매량 1천만부를 돌파했다. 또 ‘해커스토익 보카’, ‘해커스토익 스타트 리딩ㆍ리스닝’, ‘해커스토익 리딩ㆍ리스닝’ 등 다양한 해커스 교재가 꾸준히 교보문고 토익∙토플 베스트셀러 부문 1~3위 등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해커스어학원의 스타강사 또한 인기다. BEST 토익선생님 1위 김동영(네이버 카페 토익캠프 회원 626명 선정 '2014토익 정복을 도와줄 BEST 토익선생님, 2014년 1월 9일), 해커스 토익 입문 LC 수강생 1위 한나(2014년 1월~6월), 해커스 토익 실전 RC 인강 매출ㆍ수강생 1위 강소영(2014년 7월), 케일리설, 전신홍 등 검증된 스타강사를 보유하고 있다(2013 한국서비스품질지수 외국어학원 부문 강의만족도 1위). 특히 김동영 강사는 해커스어학원 강남역캠퍼스에서 연중 현장강의를 계속 하면서, 20년에 걸친 토익 연구자료를 통해 다음 토익시험 문제를 예측하기로 유명하다. 올해 여름방학 동안(7-8월) 누적 현장 수강생 3,000명을 돌파한 전력이 있으며, 김동영 강사가 다룬 RC 문제가 실제시험에 그대로 적중해 큰 화재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2014 헤럴드 미디어 대학생선호도 브랜드 대상 ‘가장 빠르게 토익점수를 올릴수 있는 어학원 1위’에 선정된 해커스는 체계적인 시스템으로도 이름이 알려져 있다. 소위 ‘빡세다’라고 불리는 알찬 강의와 스터디, 자료로 토익 수험생의 단기간 토익졸업을 돕고 있다. 국내 교육학원 중 최초로 스터디 시스템을 도입하고 고품질의 무한 학습자료, 선생님과의 1:1 질문&답변, 100명이 넘는 조교들의 피드백, 대형 스터디룸&독립형 스터디셀 등 특화된 시스템으로 수험생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2달 만에 목표를 달성한 많은 수강생들의 수강후기가 이를 증명한다. 최근에는 해커스어학원이 대학내일 20대 연구소에서 발표한 ‘2014년 20대에게 사랑받은 15개 브랜드-토익ㆍ토익스피킹 학원 분야 TOP BRAND’에서 1위에 선정됐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줌 인 서울] ‘박원순표 임대주택’ 벌써 실효성 논란

    [줌 인 서울] ‘박원순표 임대주택’ 벌써 실효성 논란

    박원순표 임대주택 8만 가구의 세부 공급계획이 나왔다. 서울시는 서울형 민간임대주택 등 새로운 공급 모델을 만들어 정책의 효율성을 높였다고 말한다. 하지만 일각에선 시가 숫자 맞추기에 급급한 나머지 실효성 없는 임대주택 정책을 내놨다고 비판하고 있다. 3일 서울시가 밝힌 임대주택공급 계획은 크게 공공임대 6만 가구, 서울형 민간임대 2만 가구로 나뉜다. 공공임대는 ▲건설형 1만 6969가구 ▲매입형 1만 5080가구 ▲임차형 2만 8000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서울형 민간임대주택은 ▲1·3가구 룸셰어링 등을 통해 주거문제를 해결하는 공동체형 3096가구 ▲준공공임대 융자지원 2000가구 ▲규제완화를 통해 3000가구 ▲민간주택 임대지원 등으로 1만 2000가구를 공급한다. 공가 임대지원은 집주인에게 최대 25만원의 부동산 중개수수료를 지원하는 대신 임대료를 주변 시세의 90%로 제한하는 방식이다. 시 관계자는 “공공임대만으로는 전월세 안정화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민간임대에 공공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번 정책이 임대주택 8만 가구라는 숫자를 맞추기에만 급급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민간임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공가 임대지원은 시장에서 실효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60만원인 주택의 경우 시의 지원을 받는 것은 25만원인데, 줄어드는 임대수입은 72만원이나 된다”면서 “오피스텔 등이 과잉공급이라지만 참여하겠다는 집주인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간 임대료 인상률을 5%로 제한하는 대신 저리로 임대주택 건설자금을 지원하는 준공공임대 활성화도 쉽지 않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2%라는 정책 금리의 매력이 많이 떨어지다 보니 민간임대 사업자들의 참여가 저조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서울시의 준공공임대주택은 60여 가구에 불과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4년간 200억원에 불과한 재원으로 민간임대시장에 개입해 주거비 부담을 줄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면서 “4년 만에 몇만 가구 공급이라는 숫자에 집착하지 말고 장기적으로 공공임대주택을 늘리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교육 키워드로 본 서울신문/강용철 경희여중 교사

    [옴부즈맨 칼럼] 교육 키워드로 본 서울신문/강용철 경희여중 교사

    지난 3개월 동안 서울신문에 가장 뜨겁게 등장한 교육 키워드는 ‘수능, 누리과정, 무상급식, 자사고’였다. 서울신문에는 수학능력시험 215건(TV 예고편 포함), 누리과정 64건, 무상급식 61건, 자사고 47건의 교육 키워드가 등장했다(한국언론진흥재단 e-NIE 프로그램을 이용한 검색 결과). 11월 19일에는 ‘말썽 많은 수능 대대적으로 개편해야’라는 사설을 통해 수능 시스템의 문제를 적시에 지적했다. 특히 11월 20일 수능의 폐쇄적인 출제 체계, EBS 연계 출제의 적절성 문제, 11월 21일 올바른 수능 개선 방향에 대한 논의는 수능 문제에서 발생한 오류에 대해 다양한 시각을 보여 주었다. 11월 21일 ‘교과서를 바이블로 삼는 교육논리의 허상’은 수능 문제 오류의 논란을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출제위원들의 단순한 실수로 간주하기보다는 맹목적 교과서 중심주의와 연관지어 교과서를 넘어 지식과 정보를 바탕으로 한 진리의 완결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인상적으로 전했다. 다만 사전에 2014년 수능 세계지리 문제 오류의 판결을 보도하는 시점에 그동안 수능에서 발생한 문제를 통시적으로 정리하고 그에 따른 해결 방안과 실효성을 살펴보았다면 수능 시험 전에 좀 더 선제적·예방적인 취재도 가능했을 것이다. 11월 22일 신문에서는 ‘지정취소 논란에도 식지 않은 자사고의 열기’를 집중 조명해 사교육 대표의 상황 분석과 학부모의 의견, 자사고 교사와 일반고 교사들의 입장을 종합적으로 제시했다. 다만 자사고를 희망하는 학생들의 생동감 있는 목소리를 담지 못한 점은 다소 아쉽다. 일전에 서울신문이 외국어고를 심층 분석한 내용처럼 자사고 내부의 이야기, 교육 진행 실태, 진학 및 진로 등에 대해 심층적으로 취재해 자사고가 ‘다양성 시대에 필요한 자율성을 갖춘 학교인지, 일반고의 교육철학과 상충되는 학교인지’에 대해 독자들이 총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추가로 제공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옴부즈맨 칼럼을 마무리하며 교육과 관련된 신문 취재의 방향과 몇 가지 제언을 남겨 본다. 첫째, 교육과 관련된 안건이 정치 논리와 이익 갈등으로 혼란스러울 때일수록 서울신문을 비롯한 주요 언론들은 더욱 냉철하고 청정한 관점으로 교육의 본질을 지켜 주어야 한다. 특히 다양한 교육 안건을 다룰 때는 교육의 3주체인, 학생-학부모-교사의 관점을 종합적으로 취재해 사안의 본질을 좀 더 집중적으로 탐구해야 한다. 둘째, 서울신문이 그동안 해온 것처럼 교육 분야에서 어둡고 우울한 문제를 보도함과 동시에 교육에서 희망을 꿈꿀 수 있는 미담이나 우수한 교육 사례에도 관심을 기울여 주길 바란다. 셋째, 특정한 교육 사건이 이슈화될 때에만 집중 조명하지 말고, 주기적으로 제기되는 교육의 문제, 즉 가정교육, 인성교육, 학교폭력, 교권과 인권의 문제에 대해 지속적인 취재를 진행했으면 한다. 신문 전체적인 측면과 관련해 첫째, 독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영역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민해 주었으면 한다. 다매체, 뉴미디어 시대에 독자들이 의견을 제시하거나 독자들 사이에 회자되는 이슈들을 담을 수 있는 영역을 마련했으면 한다. 또한 독자의견단이나 옴부즈맨을 실제 오프라인 형태로 구성해 독자들과 더욱 가깝게 호흡하는 매체가 되길 희망해 본다. 둘째, 장기적 관점에서 전문 분야 지면의 확대를 고민해 보았으면 한다. 서울신문이 저널리즘의 대표 주자가 돼 사회와 세상을 바라보는 아름다운 창이자 돋보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 하영구 신임 은행연합회장 “낙하산 논란 섭섭하다”

    하영구 신임 은행연합회장 “낙하산 논란 섭섭하다”

    “(관치라고 하지만) 35년 동안 은행업에서 경험을 쌓았고, 행장 경력도 14년입니다. 역대 회장들 중에선 은행산업을 제일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28일 우여곡절 끝에 12대 은행연합회장에 선임된 하영구 신임 회장이 ‘낙하산 논란’에 대해 섭섭함을 털어놓았다. 앞서 하 회장은 KB금융지주 회장직에 도전했다가 쓴맛을 봤다. 이 과정에서 금융 당국 지원설이 나돌았고 ‘낙선에 대한 위로 성격’으로 은행연합회장을 안겼다는 소문이 돌면서 금융산업노조가 거세게 반발했다. 30일 서울신문과 가진 전화 통화에서 하 회장은 “(관치 논란은) 오해”라며 “그런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 회장은 “(선임 과정의) 절차적인 부분을 놓고 노조가 문제 제기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앞으로 같이 일을 해 나가야 할 파트너로서 노조와 충분한 대화로 갈등을 풀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11년 만에 민간 출신 회장으로서 하 회장이 스스로 꼽는 역대 회장들과의 차별점은 ‘소통 능력’이다. 그동안 협회는 이상철(전 국민은행장)·신동혁(전 한미은행장) 전 회장을 제외하고는 역대 회장이 모두 경제관료 출신이었다. 그는 “최근까지 시중은행장들과 현장에서 같이 뛰어다녔던 만큼 숙제(은행권의 고민)가 무엇인지 (역대 회장들 보다) 빨리 파악할 수 있다”며 “시중은행과 눈높이를 맞춰 좋은 규제는 잘 뿌리내리도록 하고, 나쁜 규제는 함께 풀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문화재 복원 伊에서 길을 찾다] (중) 도무스 아우레아를 가다

    [문화재 복원 伊에서 길을 찾다] (중) 도무스 아우레아를 가다

    건축은 사람의 마음을 지배한다. 인간의 신체를 압도하는 커다란 형체들은 우뚝 솟은 바위나 산 못지않게 초월적 힘을 갖고 있다. 인류는 초기부터 거대한 건축물을 축조해 이곳에 신성한 권위를 부여해 왔다. 종교나 제의가 권력 유지에 기여했던 것처럼 건축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사회 통합의 순기능에 앞서 권력을 신격화하며 지배자의 궁성이나 교회의 성당으로 표면화되기도 했다. 하지만 건축은 주인이었던 지배자보다 오랜 기간 자리를 지키며 역사의 유산으로 남았고, 인류는 이제 그 보존과 활용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역사적으로 권력은 기반이 약할수록 거대한 기념비적 건축물 축조에 집착했다. 서기 64년 로마 대화재 직후 궁지에 몰린 네로 황제가 세운 ‘도무스 아우레아’(황금궁전)가 대표적이다. 팔라티누스 언덕 등 고대 로마의 7곳 언덕 중 4곳에 걸쳐 자리한 황궁은 눈 아래로 광장과 호수를 내려다봤다. 네로는 궁전 입구에 자신의 모습을 본뜬 37m의 거대한 동상 콜로서스를 세웠다. 도무스 아우레아는 유례를 찾을 수 없도록 화려했으며 지름 16m에 이르는 팔각형 대연회장의 천장은 상아로 장식돼 회전이 가능했다. 돌아갈 때마다 꽃잎과 향수가 연회석상으로 떨어졌다. 반란이 일어나 네로가 자살한 뒤 권력을 장악한 베스파시아누스는 궁전 앞 인공호수 자리에 원형 경기장을 세웠다. 콜로세움이다. 후대 황제들이 도무스 아우레아를 허물고 목욕장 등을 세우면서 황궁은 완전히 땅속에 묻히고 말았다. 흔적이 다시 발견된 것은 15세기 말의 일이다. 지난달 4일 방문한 도무스 아우레아는 수줍게 속살을 드러냈다. 로마의 4분의1을 흔적도 없이 태워 버린 대화재 직후 로마 중심부에 지어진 ‘도시 안의 도시’였지만 조용히 땅속에 숨어 있었다. 복원 책임자인 이탈리아 문화관광부 소속의 이다 시오르티노 박사는 “황궁은 1.4㎢ 크기로 지금의 바티칸시국보다 컸다”면서 “2000년대 들어 본격화한 도무스 아우레아 복원 프로젝트에는 2006년 이후 300만 유로(약 41억원)의 외국계 자본을 포함, 모두 1880만 유로(약 259억원)가 투입됐다”고 전했다. 정부의 지원은 일부에 그치고 대부분 기업체나 재단, 소액 기부자 등이 낸 돈으로 충당했다는 것이다. 일반에 거의 공개되지 않은 황궁의 주 출입구는 팔라티누스 언덕의 한 귀퉁이를 차지한다. 굳게 닫힌 철문을 열면 지하 갱도 같은 거대한 굴길이 나타나고, 이곳을 따라 걸어 내려가면 잘게 부스러진 돌가루만 떨어지는 석회 벽들이 이어진다. 보존 처리를 끝낸 것들로, 벽이 허물어질 위기에 처한 곳들은 밝은 색깔의 보수용 시멘트를 덧칠해 원래 벽과 쉽게 구분하도록 했다. 시오르티노 박사는 “네로 황제가 불과 4년 만에 황궁을 지었는데, 실내가 모두 금박과 은박으로 장식될 만큼 초호화판이었다”며 “현재 바티칸박물관이 소장한 헬레니즘 시대의 라오콘 조각도 이곳에 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굴이 되다시피 한 실내에는 당시 벽화나 장식만이 군데군데 남아 있었다. 목욕탕과 연못, 연회실 등이 차례차례 나타났으나 거미줄처럼 얽힌 통로 대부분은 아직 흙으로 막혀 있었다. 중심부인 팔각형 대연회장에 도착하자 반구 형태의 천장 가운데 빛이 들어오는 광창이 나타났다. 예전 로마 건축에서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둥근 볼트형 천장이다. 최근에는 광창을 틀어막고, 대연회장 위에 자리한 공원의 표면을 무게가 가벼운 인공 흙으로 바꾸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공사 관계자는 “건물의 부식을 늦추고 붕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육중하고 권위적인 형태로 시민들과 단절됐던 이 공간은 수년째 점차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 주말마다 제한적으로 시민들의 입장을 허용하고 누리집(http://archeoroma.beniculturali.it/)을 통해 복원 현황을 실시간으로 전한다. 누리집에 올린 시민들의 의견이 복원 현장에 반영되면서 열린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변화를 맞고 있다. 글 사진 로마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하루 10번 ‘안 된다’는 말 들어… 내부 혁신 없으면 생존 못해”

    “하루 10번 ‘안 된다’는 말 들어… 내부 혁신 없으면 생존 못해”

    “난 (공직사회 인사혁신을) 완성하려고 오지 않았습니다. 여러분과 시작하려고 왔습니다.” 이근면(62) 인사혁신처장은 28일 오후 충북대 개신문화관 세미나실에서 열린 ‘2014년 정부인사담당관 연찬회’ 특강을 통해 이렇게 밝혔다. 공직사회의 혁신이 출발도 하지 못했다는 뼈아픈 충고인 셈이다. 이 처장은 “부임해 보니 공무원 자질을 따지면 민간에 결코 뒤처지지 않는 것 같다”며 “그러나 국민들 생각엔 아닌 게 사실”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벼룩을 예로 들었다. 원래 60㎝까지 뛰어오를 수 있는데, 높이 20㎝ 컵에 갇히면 28㎝밖에 점프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공직사회가 변화를 거부하는 통에 자질을 충분히 발휘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외부에서 불어닥친 위기 때 내부에서 혁신을 하지 않는다면 생존할 수 없는 게 당연한 논리라는 말도 곁들였다. 디지털카메라에 밀려 세계를 주름잡던 필름 업체 가운데 ‘후지’만이 ‘제록스’로 위기에 도전한 다음 화장품 업계에 뛰어들어 성공한 예를 꼽았다. 최근 10년간 지구촌 50대 기업 중 절반이 교체된 것처럼 생존을 위해서는 피나는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이처럼 혁신은 아주 어려운 일만은 아니라고 참석자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그러면서 “인사혁신처장으로 와서 하루에 10번쯤 ‘안 된다’는 얘기를 듣는다”고 말했다. 이유도 10가지쯤 된다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방법을 찾아 고민할 짬을 내지 못한다, 내가 할 일이 아니다, 현실적으로 장애가 있다는 등 변명만 늘어놓는다는 것이다. 이 처장은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해 “최근 10년 새 재직 공무원은 8.5% 증가한 반면 공무원연금 수급자는 110%나 늘었다”며 “이대로 두면 세수 증가 폭으로 볼 때 국민 부담이 급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처장은 “정부에선 성장·보상의 큰 틀에서 보상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며 “이해 관련자들은 큰 틀에서 양보하는 고통 분담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청주 송한수 기자 oneko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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