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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요 포커스] 초·중등학교에 고전 읽기 과목을 만들자/이명학 한국고전번역원장

    [금요 포커스] 초·중등학교에 고전 읽기 과목을 만들자/이명학 한국고전번역원장

    최근 우리 사회를 뒤흔든 한 검사장의 몰염치한 행각은 옛날 가렴주구(苛斂誅求)나 일삼던 사또를 보는 듯해 어처구니가 없다. 청소년을 게임에 끌어들여 재산을 모으고, 그 재산을 지키고자 권력 앞에 온갖 비굴한 짓을 다한 게임업체 대표의 치졸한 행위 또한 어이가 없다. 어쩌다 우리 사회가 이리 됐는지 생각할수록 한심하기만 하다. 이들은 정상적인 교육을 받고 명문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탐욕에 빠져 최소한 인간적인 예의와 염치도 돌아보지 않고 차마 하지 말아야 할 짓을 서슴없이 자행했다. 이런 일을 보고 있자면 우리나라 학교교육과 가정교육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음을 뼈저리게 느낀다. 교사와 부모는 제자와 자녀가 바른 인성을 지닌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가르침을 주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부모는 그저 자녀가 좋은 대학을 나와 좋은 직장을 다니면서 풍족하고 여유로운 생활을 하기를 바란다. 물론 자식에 대한 과도한 욕심과 걱정을 일방적으로 나무랄 수만은 없다. 그러나 자신의 주변 사람들이 살아온 삶을 지켜보았다면 꼭 좋은 대학을 나와 좋은 직장을 다녔다고 해서 성공한 삶을 산 것이 아니라는 것을 뻔히 알고 있음에도 자식에 관한 일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 모양이다. 따뜻한 인성과 정직한 마음을 갖게 하는 것보다는 경쟁에서 무조건 남을 이기도록 하는 교육에 매달리고 있다. 공부만 잘하면 설사 인성에 문제가 있더라도 잘못을 눈감아 준다. 마음이 따뜻하고 행실이 바르고 정직한 아이가 남을 배려하는 훌륭한 사회 구성원이 된다는 사실은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지 않는다. “당신의 자녀를 사람답게 키우고 있습니까.” “단 한 번이라도 사람답게 살라고 말해 본 적이 있나요.” 이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는 부모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좋은 대학을 졸업해야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대접받는다는 검증도 안 된 공식에서 자유로워지지 못하는 한 우리의 교육은 한걸음도 앞으로 나갈 수 없다. 이런 인식을 바꾸는 것이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다. 학벌 중심의 사회 시스템이 바뀌어야 하고 이런 시스템에 길들여진 사회 구성원의 의식이 획기적으로 전환돼야 한다. 쉽지 않을 수도 있고 어쩌면 불가능할 수도 있지만 언제까지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학교에서 학생들이 배우는 과목들이 정말 인생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가에 대해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인생의 가치관과 좌표를 바르게 세우고, 인간 존재의 이유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과목이 있는가. 학창 시절 우리가 어떤 존재로 살아가야 하는지, 어떻게 사는 것이 인간답게 사는 것인지, 물질적인 풍요가 진정한 행복인지 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시간이 있는가. 책상머리에 앉혀 놓고 무조건 지식을 주입하기보다 인생과 사람에 대해 ‘조용히 생각하는’ 시간을 주어야 한다. 미국 세인트존스대학은 100권의 고전을 선정해 4년 동안 의무적으로 읽고 토론하게 한다. 고전 읽기가 대학 교과 과정의 전부다. 그럼에도 이 대학 졸업생의 사회적인 성취도는 높다고 한다. 학창 시절 알량한 지식을 주입하는 데 골몰하기보다 선현들의 지혜를 통해 인간의 존재 이유를 성찰하고 어떻게 사는 것이 의미 있는 것인지를 스스로 체득한 것이 사회에 나아가서도 쓸모가 있었던 것이다. 산업체 요구에 걸맞은 인력 양성을 위해 교과목마저 실용적인 것으로 바꾸는 우리의 대학 현실이 씁쓸하다. 고전 속에는 나는 어떤 존재인지, 어떻게 사는 것이 바른 삶인지, 진정한 행복은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길이 있다. 고전을 ‘내일로 가는 옛길’이라고도 한다. 그 길을 따라가다 보면 새로운 갈림길이 나오더라도 망설이지 않고 바른길을 선택할 수 있는 판단 능력이 생긴다. 미국 어느 대학에서처럼 4년 내내 고전 읽기를 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우리도 ‘고전 읽기’ 과목을 만들어 학생들이 일주일에 단 한 시간만이라도 고전을 읽고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면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어떻게 사는 것이 바른 삶인지 스스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게 해 주는 것이 좋겠다. 감수성이 풍부한 학창 시절 좋은 글을 꾸준히 읽고 깊이 음미하며 생각하다 보면 설령 이기적이고 탐욕스러운 생각이 잠시 꿈틀거리다가도 이내 그런 구차한 삶은 살지 않겠다는 올곧은 생각이 번뜩 들지 않겠는가. 어려서 체득한 ‘인문학적 가치’는 나이가 들어도 쉬이 없어지지 않는다.
  • [혁신경영 기업 특집] 아모레퍼시픽, 연구원이 무료 진단·제품 추천… 내 피부 고민 끝

    [혁신경영 기업 특집] 아모레퍼시픽, 연구원이 무료 진단·제품 추천… 내 피부 고민 끝

    아모레퍼시픽의 화장품 브랜드인 아이오페는 땅값이 비싼 서울 중구 명동에 ‘바이오랩’(Bio Lab)을 운영하고 있다. 고객이 사전 예약을 통해 자신의 피부를 진단받고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추천받을 수 있는 무료 서비스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를 통해 모인 데이터를 화장품 개발에 쓰는 ‘윈·윈’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바이오랩은 박사급 연구원과 피부 측정 전문가로 구성돼 있다. 방문 고객의 현재 피부 상태와 미래 피부 고민까지 예측해 해결 방안을 제공한다. 2014년 2월 문을 연 뒤 올 7월까지 2000명 이상이 피부 진단을 받았다. 고객 체험 기회를 넓히기 위해 아이오페는 바이오랩을 신촌 이대 아리따움 매장에서 명동 단독 플래그십 매장인 바이오 스페이스로 지난 4월 확장 이전했다. 그 결과 하루 측정 가능 인원이 최대 12명에서 16명으로 늘어났다. 최근에는 중국인 고객 응대가 가능한 4명의 전문인력까지 투입했다. 중국인 고객들의 문의와 방문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별도로 아리따움 신논현 직영점, 강남대로, 신촌연세, 강남 플래그십 스토어, 이대점 등 5개 점에서도 기본적인 피부 측정을 받을 수 있는 시설이 있다. 축적된 데이터는 제품 개발에 활용된다. 지난 7월 초 출시된 ‘바이오 에센스 인텐시브 컨디셔닝’은 보습과 탄력을 동시에 충족시키고 싶어 하는 고객들의 욕구를 파악해 기존 제품인 ‘바이오 에센스’를 업그레이드한 상품이다. 기존 피부 항산화에 도움을 주는 성분에 탄력 강화 성분을 더하고 보습력을 한층 강화시켰다. 그 결과 지난 7월 판매량이 올 들어 6월까지 바이오 에센스의 월평균 판매량보다 85%나 늘어났다. 바이오랩은 아모레퍼식픽 통합 회원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고 홈페이지(www.iope.co.kr)나 전화(02-312-4608)로 예약할 수 있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굳어지는 편의점 3강 체제…격차 못 줄이는 후발업체들

    굳어지는 편의점 3강 체제…격차 못 줄이는 후발업체들

    국내 유통업계에서 편의점 시장만 ‘나홀로 성장’을 지속하는 가운데 BGF리테일의 씨유(CU), GS리테일의 GS25, 코리아세븐(롯데그룹)의 세븐일레븐 등 빅3 구도가 갈수록 공고해지고 있다. 신세계의 위드미 등 후발 주자들이 공격적으로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좀처럼 격차를 줄이지 못하고 있다. 1인 가구 증가에 따라 국내 편의점 시장도 사상 최대인 20조원을 눈앞에 둔 가운데 기존 업체들이 시장을 독점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 편의점 수는 지난달 기준 CU 1만 210개, GS25 1만 126개, 세븐일레븐 8295개다. 점포 수 기준으로 이들 빅3의 국내 편의점 시장점유율은 90%를 넘는다. 올 상반기 빅3의 매출은 CU 2조 3904억원, GS25 2조 6042억원, 세븐일레븐 1조 7730억원으로 6조 7676억원을 기록했다. 전국 편의점 상반기 매출 9조 1328억원(한국편의점산업협회 기준)의 74%에 달한다. 일본도 세븐일레븐, 로손, 패밀리마트가 나란히 1, 2, 3위를 기록하며 막강 빅3 구도를 구축, 100조원 편의점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것과 똑같다. 국내 편의점 시장에서는 빅3에 이어 일본계 편의점인 미니스톱과 신세계의 위드미, 홈플러스에서 운영하는 365플러스, 서희건설의 로그인 등이 경쟁하고 있지만 빅3를 위협하기엔 부족하다. 4위인 미니스톱의 지난해 매출은 1조 683억원으로 3위 세븐일레븐의 3분의1 수준이다. 기존의 편의점 업체들이 대규모 점포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있기 때문에 후발 주자들이 이들과 경쟁하는 것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위드미의 경우 지난달 법인명을 ‘위드미에프에스’에서 그룹의 간판 계열사명을 포함한 ‘이마트위드미’로 바꾸고 그룹 차원에서 적극적인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성적은 신통치 않다. 2014년 7월 이마트가 위드미에프에스 지분 전량을 인수하며 편의점 사업에 뛰어든 이후 2014년 129억원을 기록한 영업손실 규모는 지난해에는 262억원으로 더 커졌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편의점 사업을 시작한 지 2년밖에 되지 않았고, 점포 수도 점차 늘려 가는 과정”이라면서 “영업손실 부분은 초기 사업투자 비용으로 생각하고 크게 우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은 점포 수가 2500~3000개 수준은 돼야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에선 단순히 점포 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규모를 확대해 온 국내 편의점 시장의 성장 전략에 한계가 온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국내 노인층 비율이 높아지면서 편의점 시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의 방식으로는 편의점 시장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편의점협회에 따르면 편의점 시장이 100조원 규모에 달하는 일본은 편의점 점포당 인구수가 우리나라(약 1800명)보다 많은 2100~2300명이지만 하루 평균 고객은 362명인 우리나라의 세 배에 가까운 1000명에 달한다. 오경석 한국편의점협회 팀장은 “한국 편의점 시장이 장기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일 방문 고객 수를 더 늘리고 객단가(손님 1명당 구매 비용)를 높일 수 있도록 상품을 다양화하며 차별화된 마케팅을 벌여야 한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단순히 점포를 늘리고 매출을 확대하는 전략에서 벗어나 점포당 매출을 어떻게 늘리고 방문 고객층을 어떻게 더 넓힐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가계빚 대책] 분양물량에 처음 칼 들었지만… 전매제한 등 빠져 실효성 의문

    [가계빚 대책] 분양물량에 처음 칼 들었지만… 전매제한 등 빠져 실효성 의문

    금융대책만으로 힘들다 판단 공급물량 조절로 전환했지만“당장 급한데 중장기 대책” 지적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선 3가지 정책 수단 동원이 가능하다. 기준금리 인상, 주택 공급량 조정, 금융규제 강화이다. 정부가 내놓은 ‘8·25 가계부채 대책’은 이 중 공급 측면에 집중하고 있다. ‘공급물량 축소와 분양시장 가수요 차단’을 통해 가계부채 급증세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도다. 최근 가계부채 급증세를 집단대출이 주도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토부 반대로 ‘전매 제한’ 빠져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가 25일 브리핑에서 “이번에 처음으로 주택공급 관리를 (가계부채 대책에) 포함시켰다. 금융대책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워 주택시장 측면에서도 접근, 근본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했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근본 대책’이 아닌 ‘반쪽 대책’ 쪽이다. 올해 6월 말 기준 아파트 집단대출 잔액은 121조 8000억원이다. 지난해 연말(110조 2000억원)에 비해 6개월 사이 10.5%나 증가했다. 올해 2월부터 새로운 여신심사 가이드라인(고정금리·원리금 분할상환)이 도입됐지만 집단대출은 예외를 인정해 주고 있다. 이에 더해 지난해(전국 52만 가구, 아파트 기준)와 올해(약 45만 가구 예상) 건설사의 밀어내기 분양으로 대규모 공급물량까지 맞물리며 집단대출이 폭증했다. 정부는 집단대출을 직접 규제하는 대신 공급을 억제하는 ‘대증요법’을 택했다. 우선 토지주택공사(LH공사)의 공공택지 공급 물량을 내년부터 줄인다. 올해는 7만 5000가구가 예정돼 있다. 이 중에서도 분양시장 영향이 큰 수도권·분양주택 용지가 주요 축소 대상이다. 집단대출금 전액을 보장해 주던 분양보증비율도 100%에서 90%로 축소한다. 양형근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분양보증비율을 줄이면 은행이 집단대출을 심사할 때 대출자의 소득 심사 기준을 자체적으로 강화하게 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중도금 보증 건수 축소(4회→2회)는 분양시장의 ‘가수요’를 어느 정도 차단하는 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안명숙 우리은행 고객자문센터장은 “위례신도시 등 수도권 인기 택지지구를 중심으로 분양권 웃돈만 1억~2억원이 붙어 거래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최종단계에서 분양권을 구매하는 실수요자들은 불필요한 거품을 떠안아야 하고 이는 가계대출을 부추기는 요인이 돼 왔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가계대출 급증세를 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더 많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주택 공급량 조정은 당장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중장기 대책”이라며 “(이렇게 급증하기 전에) 진즉에 꺼내들어야 했던 카드”라고 아쉬워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 교수는 “부동산 공급물량을 줄이면 가계부채 총량을 줄일 수는 있으나 저소득층 주거비용 증가 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집단대출 직접 규제와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강화, 분양권 전매 제한(현행 6개월~1년) 강화 등 강력한 수단들은 모두 빠져 있다. 금융위원회는 전매 제한을 주장했으나 국토교통부가 강하게 반대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 교수는 “2014년 최경환 경제부총리 취임 당시 내놓은 ‘초이노믹스’ 연장선상에서 대책이 마련됐다”며 “주택경기 불씨를 꺼뜨리지 않는 선에서 가계부채 대책을 고민하다 보니 소극적이고 제한적인 대책이 나왔다”고 지적했다. 정작 중요한 ‘수요자 측면’의 핵심 카드는 건드리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부동산 시장 찬물될까 소극적 대책” 정부는 농협·신협·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의 비주택담보대출(상가, 토지, 건물 등) LTV 한도를 기존 50~80%에서 40~70%로 10% 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1금융권 대출을 억제하니 상호금융 대출이 급증하는 등 ‘풍선효과’가 심화되고 있어서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다중채무자가 포진한 2금융권 신용대출 문제나 부실 위험이 높은 저소득·저신용 계층에 대한 근본적인 소득 증대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김원길 바이네르 사장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김원길 바이네르 사장

    그의 웃음은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언제부턴가 그 자리에 있었던 듯했다. 좌절과 시련을 이겨내면서 더 커지고 짙어진 것일까. 소박하게 꾸며진 사장실 문을 열면 ‘힘들어도 괜찮아’라고 적힌 액자가 첫눈에 들어온다. 사무실과 공장을 겸하고 있는 경기 일산 본사에서 지난 17일 만난 김원길(55) 바이네르 사장에게서 “힘들어도 괜찮다”고 스스로 되뇌며 넘어지고 일어나 달려온 40년을 들어봤다. -옷가지 몇 벌이 든 작은 가방 하나를 들고 나는 영등포역에 내렸다. 처음 밟은 서울 땅. 또래들처럼 학교에 다녔더라면 고2 새 학기의 시작에 들떠 있었을 1978년의 봄이었다. 당시 영등포는 사람과 상점, 공장, 유흥가로 지금보다 훨씬 더 번잡했다.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의 무표정한 얼굴들. 겁이 났다. ‘내가 여기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목이 탔다. 화장실에서 벌컥벌컥 수돗물을 마시고 세수를 했다. 시간은 오후 4시. 자, 이제부터 한 집 한 집 내가 있을 곳을 찾아나서 보자. “제가 구두 만드는 기술이 있는데요, 저 좀 써 주시면 안 될까요.” 하지만 땅거미가 내리고 전등에 하나둘 불이 들어와도 나를 받아주는 곳은 나오지 않았다. 퇴짜를 맞은 집이 스무 곳 가까이 되어갈 즈음, 문래동 쪽 허름한 구둣방에서 나를 받아주었다. 월급은 없이 하숙집에서 먹여 주고 재워 주기만 하는 조건이었지만 마다할 수가 없었다. -내 솜씨를 본 구둣방 주인은 좀 놀라는 눈치였다. 열일곱 살 먹은 ‘충청도 촌놈’치고는 실력이 꽤 괜찮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곳 생활은 오래가지 못했다. 여름이 되자 주인이 불렀다. “장마철이라 물건이 너무 안 팔린다. 더이상 널 먹이고 재워 줄 능력이 안 된다.” 말하자면 정리해고였다. -“구둣방에서 잘렸어요.” 몇 달 동안 하숙하며 친해진 룸메이트 형에게 사정 얘기를 했다. “내가 강원도 양양 출신이어서 잘 아는데, 설악산에 가면 일자리가 있을 거야.” 귀가 번쩍 뜨인 나는 다음날 새벽같이 마장동 시외버스 터미널로 달려갔다. 그날 늦은 오후가 돼서야 도착한 설악산. 몇 달 전 영등포 역전에서처럼 상점과 산장의 문을 한 집 한 집 두드렸다. 하지만 하숙집 형의 말과 현실은 달랐다. 서울로 돌아갈 차비는커녕 김밥 하나 사먹을 돈도 없는데 서늘한 밤이 찾아왔다. 그런데 그냥 죽으란 법은 없었다. 하룻밤만 재워달라고 말할 요량으로 찾아간 산장에서 “방 청소하고 손님들 가방 들어 주면 한 달에 5만원을 주겠다”고 제안을 했다. -당시 설악산은 신혼여행이 피크였다.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짐을 들어 주자 팁이란 걸 주는데, 한 번에 2000~3000원은 기본이었다. 새로운 삶의 희망에 들뜬 신혼부부들은 일반 등산객들보다 손이 컸다. 지배인이 보는 데서 받은 팁은 도로 토해내야 했지만, 그렇지 않은 팁은 고스란히 내 주머니에 들어왔다. 팁에 맛을 들인 나는 강아지처럼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가 밖에서 발소리가 나면 누구보다 먼저 뛰어나갔다. 어떻게 행동하고 어떤 말을 해야 더 많은 팁을, 그리고 지배인이 안 보는 데서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노하우가 쌓여갔다. 한 달이 지나자 다락방에 몰래 감추고 벽돌로 눌러놓았던 팁이 50만원으로 불어났다. 월급의 10배였다. 그 돈을 들고 나는 미련 없이 설악산을 떠났다. -어려서부터 우리 집은 정말로 찢어지게 가난했다. 1961년 충남 당진에서 5남 2녀의 셋째로 태어났는데, 가족이 의지할 거라곤 손바닥만 한 논 몇 마지기가 전부였다. 나는 초등학교 들어갈 때부터 허약한 형을 대신해 풀 베고, 땔감 구하고, 논에서 피 뽑는 노동의 무게를 다 짊어져야 했다. 그 보상일까. 초등학교까지만 보낸 형, 누나와 달리 아버지는 나를 중학교에 넣어주셨다. 하지만 중학교 3년 동안 수시로 학업 중단의 위기가 찾아왔다. “엄마, 저…학교에서…100원만 가져오래요.” 집안 사정 뻔한데 차마 말 못하고 있다가 어렵게 입을 열면 어머니는 새벽부터 이집 저집 문을 두드리며 돈을 꾸러 다녀야 했다. “진작에 얘기했으면 좀 더 일찍 알아봤을 것 아니니.”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그래 봐야 어머니의 긴긴밤 잠 못 드는 괴로움만 더 깊어졌을 거란 사실을. 풀이 죽은 아들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눈물을 애써 외면하며 집을 나서곤 했는데, 나는 울지 않았다. -학교생활은 1977년 2월 중학교 졸업과 함께 마침표를 찍었다. 중학교 3년이 나에게 보장된 최후의 학업이란 걸 이미 다 알고 있었던 터라 고등학교 진학 얘기는 아버지도 나도 꺼내지 않았다. “원길이는 내 밑에서 구두 기술 배워라.” 서산 읍내에서 작은 구둣방을 하시던 작은아버지가 같이 일을 하자고 하셨다. 초등학교 때 지게를 직접 만들기도 했던 조카의 손재주를 익히 알고 있던 작은아버지였다. 하지만 ‘좁은 곳’에서 평생을 ‘족(足)쟁이’로 썩고 싶지는 않았던 나는 그 손을 뿌리치고 ‘넓은 곳’을 찾아 경기 고양군 지축면(현재의 지축동)의 분재농장에 취직을 했다. 하지만, 한 달 1만원을 받아서는 내 한 몸 먹고 자기에도 빠듯했다. 슬슬 염증이 났다. -“돈 번다고 올라가더니 사는 게 그리 만만하더냐.” 그해 9월 추석에 집에 와서 작은아버지를 다시 만났다. “욕심 부리지 말고 우리 가게로 와라. 이 기술 하나면 먹고사는 데 문제없다.” -서산 구둣방에서 처음 배운 것은 가죽과 밑창이 단단히 붙도록 망치질을 하고, 접착면에 ‘뻬빠질’(사포질)을 하는 일이었다. “역시, 원길이 손재주는 대단하구나.” 남들이 1년을 해도 떼지 못한다는 남성용 구두 제작 전 공정을 나는 5개월 만에 마쳤다. “그 재주로 시골에 있긴 아깝다. 서울 가서 서울 기술 배우거라.” 동료 아저씨들의 말이 몇 번 반복되자 마음이 흔들렸다. 작은아버지는 나의 고민을 이해해 주셨다. 그래서 작은아버지가 쥐여주신 차비를 들고 나는 1978년 그 봄에 영등포역 가는 기차를 탔던 것이다. -설악산에서 번 55만원으로 경기 성남 상대원동에 월셋집을 얻고 서울 중곡동 어린이대공원 근처 구두 공장에 취직했다. 당시 제화업계의 판도는 금강제화, 에스콰이아, 엘칸토, 케리부룩의 순이었다. 내가 들어간 곳은 케리부룩에 납품하던 참스제화였다. 본격적으로 여성용 구두 만들기를 익혔는데, 얼마 후 나는 참스제화 안에서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최고의 기술을 갖게 됐다. 그렇게 5년이 지났을 즈음 케리부룩에서 나에게 오라고 손짓을 했다. 1983년 9월 스물두 살 때였다. -‘생산라인에 있으면 신발을 20켤레 만들 수 있지만 관리자가 되면 2000켤레, 2만 켤레의 생산을 직접 관장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늘 ‘더 큰 것’, ‘더 높은 곳’에 목말라 했다. 그래서 나를 믿고 부른 케리부룩 김정현 사장님에게 ‘생산직’이 아닌 ‘관리직’에 배치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사장님은 원했지만 주변에서 말들이 나왔다. ‘생산관리를 고작 중졸 출신에게 맡기다니’와 같은 것들이었다. -그래도 나는 계속 관리직의 문들 두드렸고, 얼마 후 포장반에 배치됐다. 구두에 상표를 붙여 사각 박스에 담는 단순노동을 하는 곳이었지만, 그나마 관리직이라는 이름표를 갖고 있는 부서였다. 생산라인에 있을 때 100만원이던 월급이 포장반으로 오니 20만원으로 깎였다. 나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했는데, 그 계산은 적중했다. 몇 달 후 완제품을 최종 검사하는 검수반으로 옮겼다. ‘완벽한 제품’을 강조하며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깐깐하게 검사를 했다. 어느 날 공장 기술자 100여명이 “우리를 괴롭히는 김원길을 자르라”고 대놓고 사장님에게 요구하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 하지만 사장님은 나를 지지했다. 제품의 완성도가 높아지는데 그걸 마다할 사장이 어디 있겠나. 나는 ‘시키지 않은 짓’도 자발적으로 나서서 했다. 시장 조사였는데 금강제화, 에스콰이아, 엘칸토 등 경쟁제품 중에 잘 팔리는 건 어떤 게 있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를 분석해 리포트를 작성했다. -1989년 인천백화점에서 우리 케리부룩 매장을 퇴출시키겠다고 통보해 왔다. 내가 영업관리를 하며 어렵게 입점을 성사시킨 지 한 달여 만이었다. 월 매출이 600만원으로 다른 업체의 5분의1밖에 안 된다는 이유였다. 백화점에 시간을 한 달만 더 달라고 했다. ‘저 많은 걸 나 혼자선 절대로 못 판다. 고객의 입소문을 통해 팔리도록 만들어야 한다.’ 반값 특가 세일과 동시에 내가 백화점 매장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자, 여러분, 케리부룩 CM송 부르시면 구두를 그냥 드립니다.” 당시 ‘허리를 미끈하게 펴고~ 무릎을 쭉 뻗으면~ 케리부룩 케리부룩 예쁘게 걸어요~’라는 우리 TV CM송은 꽤나 인기가 있었다.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한 달 매출이 1억 1000만원으로 거의 20배가 됐다. 그걸 계기로 뉴코아, 롯데, 신세계 등 서울 시내 백화점에 속속 입점을 했고 나는 ‘영업의 달인’으로 통하게 됐다. 하지만 그럴수록 나에 대한 시기와 모함도 커져 갔다. ‘사장이 되려고 한다’, ‘회삿돈을 제 맘대로 쓴다’ 악성 루머가 사내에 돌았다. 사람들에게 실망을 하고 분노를 하니 더이상은 회사에 다닐 수가 없었다. -1990년 사표를 던졌다. 언젠가는 예정됐던 일, 그게 조금 앞당겨졌다고 생각했다. 이듬해 케리부룩 퇴직금 280만원과 사장님이 별도로 챙겨주신 200만원을 밑천으로 서울 용산에 선심(구두의 앞코에 들어가는 부속) 제조회사를 차렸다. 간판은 ‘원길’로 내걸었다. 장사는 그럭저럭 됐는데 돈이 안 들어왔다. 못 받은 외상값이 2000만원이 넘어갔고, 빚이 쌓여 갔다. 답답한 마음에 전에 거래했던 롯데백화점 명동 본점의 바이어를 만났다. “아이고, 김 대리 회사 관두고 나서 케리부룩 엉망 됐어요.” 케리부룩 김 사장님에게 전화를 드렸다. “롯데백화점에 물건 한 트럭 보내주세요. 제가 팔아볼게요.” 매출의 10%가 내 몫이었다. -“사장님, 제가 직접 구두 만들어서 케리부룩 상표 붙여 팔겠습니다.” 다시 기세가 오른 나는 케리부룩에 로열티를 주고 하청공장을 통해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호사다마는 이번에도 비껴가지 않았다. 1993년 케리부룩 대표가 된 전문경영인이 케리부룩 상품권을 헐값에 불법 발행해 구속이 됐고 회사는 부도가 나고 말았다. 상품권들은 휴지조각이 됐고 나는 산더미처럼 쌓인 구두와 빚더미에 거리로 나앉을 판이 됐다. 불면의 날이 이어졌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싶은 충동이 하루에도 몇 번씩 밀려왔다. 하지만, 20대 때 연탄가스를 마시고도 씩씩하게 출근을 했던 나였다.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때마침 어떤 고마운 분이 급전을 융통해 줘서 최종 도산에는 이르지 않을 수 있었다. -회사 이름을 ‘안토니’로 바꾸고 그럭저럭 구두회사를 꾸려가고 있던 1994년 뜻하지 않은 전기가 찾아왔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세계 최대 구두 박람회 ‘미캄’에 갔는데 바이네르의 컴포트화가 눈에 들어왔다. 그들에게 “나와 한국 독점판매 계약을 맺자”고 했다. 당시 바이네르는 하루 1만 2000켤레를 생산하는 대형 업체였다. 한국 수출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 그들을 나는 어렵사리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예상대로 국내에서 바이네르는 중년 이상의 여성들을 중심으로 날개 돋친 듯 팔렸다. 하지만, 이탈리아 현지에 주문을 넣고 제품을 받기까지 무려 석 달이나 소요되는 문제가 나타났다. 직접 생산이 절실해졌다. -“내가 한국에서 알아주는 구두 기술자다. 바이네르 상표를 붙여서 우리가 직접 만들어 팔면 안 되겠나. 바이네르의 명성에 먹칠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 그들을 꼬박 6개월을 설득했다. 나의 한결같은 노력은 바이네르 회장을 감동시켰고, 결국 나는 일산의 아파트형 공장에서 하루 50켤레씩 컴포트화 생산을 시작했다. -바이네르로 가파른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는데 뜻하지 않은 악재가 터졌다. 나를 아껴주었던 이탈리아 본사 회장이 돌아가시고 그 분의 아들이 가업을 물려받았는데, 회계사 출신인 그는 우리에게 무리한 요구를 해왔다. ‘한국에서 그렇게 잘 팔리는데, 로얄티를 이 정도 밖에 안 내나.’, ‘이탈리아 본사에서 수입해 가는 물량을 더 늘려라.’ 아들의 횡포가 갈수록 심해지면서 나는 서서히 바이네르와의 결별을 준비했다. 광고도 바이네르의 비중을 줄이고 우리 자체 브랜드인 안토니에 집중했다. 그런데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대표되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다. 이탈리아를 비롯한 남부 유럽은 특히 충격이 컸다. 거기에서 바이네르라고 예외가 될 수 없었다. 게다가 바이네르는 당시 유럽과 홍콩 증시에 상장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투자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극심한 자금난을 겪게 됐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11년, 나는 이탈리아로 가서 아들을 만났다. “너희들 자금난이 심각하다는데, 내가 지원을 해줄 테니 바이네르 브랜드를 나에게 팔아라.” 그들은 나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현재 이탈리아에 바이네르 공장이 10군데 정도 있는데 그들이 쓰는 브랜드 상표권은 내가 갖고 있다. -바이네르 신발이 편안한 비결이 뭐냐고 많은 사람이 묻는다. 그러면 나는 “고객의 마음은 당신이 그 질문을 하는 이 순간에도 변하고 있다는 걸 명심하라”고 일러준다. 고객은 항상 더 예쁘고, 더 편안한 구두를 찾는다. 그걸 떠올리면 절대로 연구개발(R&D)을 게을리하거나, 맘 놓고 쉴 수가 없다. 고객은 혹시 한 번은 몰라도 절대로 두 번은 봐주지 않는다는 걸 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김태균 경제정책부장 windsea@seoul.co.kr ■ 김원길 바이네르 사장 발이 편안한 신발을 뜻하는 ‘컴포트화’를 통해 연간 5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업계 3위 바이네르의 최고경영자(CEO)다.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구두 분야의 장인(匠人)으로, 특히 ‘중졸 신화’의 주인공으로 유명하다. 바이네르는 백화점을 중심으로 전국 60여곳에 매장을 두고 있다. 가난으로 배움을 다하지 못했던 그는 다양한 봉사활동을 통해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안토니 장학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골프 꿈나무에게 연간 2억원 이상을 지원하고 있다. 해마다 5월이면 수도권의 독거노인을 초청해 효도잔치를 열고 있다. 박애원, 벧엘의집 등 수많은 복지시설에 물품을 보내고 있다. 1억원 이상 고액기부자 클럽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기도 하다. 직원들에게 업계 최고의 급여를 보장하고 이탈리아 밀라노, 미국 라스베이거스 등 다양한 해외 연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1961년 충남 당진 출생 ▲당진 도성초등학교, 미호중학교 ▲1984년 전국기능경기대회 제화부문 동상 수상 ▲1994년 안토니 설립 ▲2008년 국무총리 표창, 2012년 자랑스러운 중소기업인상, 2012년 철탑산업훈장, 2013년 아름다운 납세자상 수상
  • 차이나 머니 몰고오는 마리나… 지역경제 살리는 ‘황금거위’

    차이나 머니 몰고오는 마리나… 지역경제 살리는 ‘황금거위’

    이르면 다음달 인천 영종도에 한진그룹(1333억원)과 인천시(167억원)가 공동 투자한 ‘왕산마리나’가 문을 연다. 해상 면적 12만㎡, 육상 면적 9만 8000㎡로 300여척의 요트가 정박해 정비까지 받을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마리나다. 인천국제공항과는 차로 10분 거리. 왕산해수욕장도 지척이다. 한진은 배후 부지에 리조트와 호텔도 지어 수도권뿐 아니라 중국, 러시아 등 국내외 해양·레저 관광객을 대거 유치할 계획이다. 왕산마리나 관계자는 “직간접 고용 효과가 3000명이 넘는다”면서 “해양 레저와 의료 관광 등을 접목해 마케팅 홍보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 주도로 이뤄지던 국내 마리나 산업이 민간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마리나는 요트나 레저용 보트의 정박 시설과 계류장, 해안 산책길, 상점 식당가, 숙박시설 등을 갖춘 항구를 말한다. ●동북아 거점형 마리나 클러스터 추진 걸음마 단계인 ‘한국형 마리나’에 대한 국내외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 국영기업인 랴오디그룹은 지난 5월 충남 당진의 왜목마리나항만 개발에 1148억원의 사업 투자를 제안했다. 왜목마리나는 지난해 7월 거점형 마리나 항만으로 선정된 이후 사업 시행자를 찾지 못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랴오디그룹은 계류 시설과 장비 대여시설 등이 갖춰진 클럽하우스뿐 아니라 숙박과 수변 상업시설까지 모두 개발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정박할 수 있는 선박 300척 가운데 70%(210여척)를 중국 등 해외에서 유치할 계획임도 밝혔다. 중국은 마리나 산업이 정착되지 않은 우리나라를 기회의 땅으로 보고 있다. 박창호 인천재능대 회계경영학과 교수는 22일 “왜목은 충남에 있지만 경기도에서 차로 1시간이면 갈 수 있어 사실상 ‘수도권 마리나’로서 투자 가치가 높다”고 분석했다. 이번 중국 투자는 지역 개발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 왜목마리나 부대 사업이 완료되면 지역 경제에 4300억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2900명의 신규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해수부가 지난 12일 착공한 경북 울진의 후포마리나 항만 개발사업도 같은 맥락이다. 해수부는 후포마리나에 2019년까지 국비와 지방비 553억원을 투입해 300여척이 접안할 수 있는 동해안 최고의 국제 리조트형 마리나항만으로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 요트 수요를 겨냥했다. 정성기 해수부 항만지역발전과장은 “후포마리나를 동해의 해양스포츠 메카로 만들어 길이 24m 이상의 슈퍼 요트를 비롯해 겨울철 남쪽으로 내려오는 러시아 레저 선박을 대거 유치하겠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지리적으로 중국과 일본의 중간이자 러시아가 남쪽으로 진출하는 길목에 위치해 중간 기착지로서 강점을 갖고 있다. 해수부는 2013년부터 후포마리나를 포함해 전국 6곳을 거점형 마리나 항만으로 개발하고 있다. 해수부는 거점형 마리나항만 개발로 생산유발 효과 1조 2400억원, 고용 창출 8730명, 부가가치 창출에서도 6300억원의 효과가 날 것으로 추정했다. 서해는 중국, 동해는 러시아, 남해는 일본 등 동북아 요트·보트 수요를 타깃으로 하면서 국제적인 해양마리나 네트워크를 통해 관광·서비스산업까지 동반 성장하는 ‘마리나 클러스터’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美 델레이 年 4200억 생산유발 효과 마리나는 해양·관광 산업의 핵심 기반시설로 ‘해양 레저의 꽃’으로 불린다. 요트·보트의 계류장을 넘어서 해양 스포츠를 즐기고 숙박, 쇼핑, 문화 공간이 결합된 복합 휴양시설이다. 미국과 호주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침체된 지역 경제를 일으키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 서부 해안의 마리나델레이 해양리조트 단지는 1965년 상업항에서 마리나항만으로 전환됐다. 현재 선박 5300척을 접안시킬 수 있으며 각종 호텔과 쇼핑센터, 주거시설 등이 들어서 있다. 지난해에는 전년보다 21% 증가한 3억 8000만 달러(약 4200억원)의 생산유발 효과를 창출했다. 일자리도 2173개가 새로 생겨났으며 관련 세금도 2020만 달러(약 220억원)를 거둬들였다. 마리나를 떠올리면 많은 사람들이 값비싼 요트 부자들의 휴양지를 떠올리지만 실제 마리나를 찾는 상당수 소비자들은 열 번에 한 번 정도만 배를 탈 뿐 대부분 주변 시설을 즐기며 시간을 보낸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박 교수는 “일반인 100명이 마리나를 찾으면 배를 타는 사람은 한두 명 정도이며 대부분은 클럽하우스에서 식사를 하거나 주변 관광에 나선다”고 설명했다. 호주 퀸즈랜드 골드코스트 마리나 클러스터는 정부 주도의 거점형 마리나 항만 배후에 산업단지를 조성해 400여개 업체를 육성하고, 4500여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내 지역 경제에 7200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안겨줬다. 박 교수는 “항구에 200m짜리 상선이 오는 것과 10m짜리 요트 20척이 들어오는 것은 수익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면서 “마리나는 화물이 아닌 사람의 이동도 이뤄지기 때문에 부가가치가 크며, 무역항보다 레저항의 경제 효과가 5배 이상 높다”고 말했다. 전 세계 마리나 수는 2만 3000여개로 이 중 90%가 북미와 유럽에 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570개), 중국(89개) 등에서 활발하다. 세계해양산업협회에 따르면 마리나 이용 수요가 해마다 3% 증가하고 있다. 전 세계 레저 선박 수는 2900만척으로 시장 규모가 2013년 기준 500억 달러(약 56조원)에 달한다. 국내도 레저 선박 수와 요트·보트 조종 면허 취득자 수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마리나 시설은 많이 부족하다. 지난해 말 레저 선박 수는 1만 5172개로 전년보다 17% 증가했다. 신규 요트·보트 면허 취득자 수도 1만 5059명으로 매년 10%씩 증가하고 있다. 국내에는 총 32개 마리나가 운영되고 있지만 총 계류 용량이 2181척으로 전체 레저 선박의 14%만 정박이 가능하다. 마리나항만 개발 수요는 2019년 9400척, 2024년 1만 2200척을 넘길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홍장원 KMI 해양관광문화연구실장은 “배를 수용할 공간이 없어 아무 데나 정박하는 것은 안전과 환경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마리나 건설을 통해 생활 레저 보급과 관광 수요에 대응하고 수리·정비와 배후단지 조성을 통해 중소 제조업을 살린 미국 연안 지역처럼 낙후된 지역을 재개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자 놀이’ 등 선입견 극복은 과제 국내 마리나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풀어야할 숙제가 적지 않다. 홍 실장은 “소비시장을 키워야 하고 외국인들을 위한 상시 수리·정비와 24시간 출입국 검사를 해주는 기능이 마리나에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관-출입국 관리-검역’(CIQ) 처리가 동시에 가능한 마리나항만은 현재 국내에 한 곳도 없다. 이용자에 대한 정확한 수요 분석과 배후단지 수요에 대한 진단도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박 교수는 “과거 무역항을 만들 때는 수출입이라는 수요가 있었기 때문에 항만 시설만 만들면 배들이 들어왔지만 마리나는 일종의 ‘클럽하우스 문화’로 접근성과 배후 수요 등에 대한 치밀한 고민 없이 지어만 놓으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세월호 참사와 같은 해양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국민 안전도 담보해야 한다. 박 교수는 “수심과 안전 거리를 과학적으로 계산해 마리나를 즐기기에 적합한 안전한 해안을 조성하고, 미국의 베이와치(해상구조대)처럼 유사시에 생명을 지켜줄 인력도 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자 놀이’라는 선입견도 극복해야 한다. 통영 요트학교에서는 1인당 2만원이면 4시간 동안 딩기요트 등을 체험할 수 있다. 낙동강에 마리나 사업을 검토하고 있는 이승재 서울마리나 대표는 “강·호수는 바다보다 물이 잔잔해 해양 레저 초보자들이 경험하기에 부담이 없어 대중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2시간 여심 유혹 유쾌한 하이힐

    2시간 여심 유혹 유쾌한 하이힐

    “롤라는 자기 삶의 목적과 주관이 뚜렷합니다. 뚜렷하다 못해 찰리에게 영향을 주기까지 하죠. 배우로서 이런 배역을 맡는 건 정말 보람 있는 일입니다.” 배우 정성화(41)가 지난해 게이 부부와 자녀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라카지’에 이어 또다시 여성 연기로 관객들을 찾아간다. 국내 초연 이후 1년 8개월 만에 더욱 화려하고 우아한 모습으로 거듭난 라이선스 뮤지컬 ‘킹키부츠’를 통해서다. 정성화는 초연 멤버인 강홍석과 함께 드래그 퀸(여장 남자 가수) 롤라 역을 맡았다. “롤라 역을 연습하면서 여성에 대해 많은 걸 배웠습니다. 그동안 못생겨서 여성들에게 인기가 없다고 여겼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섬세한 면도 없었고 공감할 줄도 몰라 여성들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유부남이 된 이후 알게 돼 아쉽네요.” 공연을 앞두고 런 스루(실제 공연처럼 하는 연습)를 했을 때다. 2시간이 넘는 공연이 끝나고 나면 하이힐 때문에 발도 아프고 진이 빠질 줄 알았는데 그 반대였다. 너무 즐겁고 유쾌해 연이어 한 번 더 무대에 오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츠를 신고 발가락만 땅에 대고 발목을 세워야 됩니다. 그냥 서 있기도 힘든데 섹시한 자세도 취해야 하고 무대를 뛰어다니며 춤도 춰야 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공연을 하고 나면 힘들 줄 알았는데, 행복감이 더 밀려오더군요. 롤라를 만난 건 정말 운명인 것 같습니다.” 정성화는 지난해 ‘라카지’에서 전설적인 여장 남자 가수이자 아내 ‘자자’(앨빈) 역을 열연했다. “작품 섭외가 들어왔을 때 자자와 롤라가 비슷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아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롤라 역을 해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죠. 이런 제게 아내가 자자는 20년간 아들을 키운 엄마 역이지만 롤라는 젊은 사람 아니냐며 둘은 다르다고 했습니다. 아내의 조언 이후 롤라는 자자의 젊은 시절이라 여기게 됐고, 차별점을 두고 연습할 수 있었습니다.” 배우들 간에 통용되는 신조어 ‘킹키하자’도 만들었다고 했다. ‘킹키하자’는 기분이 우울할 때 술 마실래, 놀러 갈래라고 제안하는 것처럼 기분 전환을 위해 사용하는 말들을 통칭한다. 롤라의 천적이자 보수적인 마초 공장 직원인 돈 역을 맡은 배우 고창석이 전 국민의 기분 전환을 위해 만들었다. “연습을 하면서 우울한 기분을 털어 내고 즐겁게 기분 전환을 하자는 뜻의 ‘다 함께 킹키하자, 세이 예, 예, 예~!’라는 노래를 부르면 정말 즐거워집니다.” ‘킹키부츠’는 폐업 위기의 구두공장을 물려받은 찰리가 롤라를 만나 드래그 퀸을 위한 특별한 신발 킹키부츠를 만들어 회사를 되살리는 과정을 그린다. 2013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됐고, 같은 해 토니상 6개 부문(작품상, 음악상, 안무상, 남우주연상, 편곡상, 음향상)을 휩쓸며 예술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이후 미국 30여개 도시뿐 아니라 영국, 캐나다, 일본 등 세계적으로 흥행했다. 팝스타 신디 로퍼가 작사·작곡한 음악이 압권이다. 국내에선 2014년 브로드웨이에서 개막한 지 1년 반 만에 세계 최초로 라이선스 공연으로 선보여 10만명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다음달 2일부터 11월 3일까지,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6만~14만원. 1544-1555.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서울시의회 박호근의원 “김태호 메트로사장내정자 지원 권유자 밝혀라”

    서울시의회 박호근의원 “김태호 메트로사장내정자 지원 권유자 밝혀라”

    서울메트로 김태호사장 내정자가 8월 23일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사장에 지원하라고 해서 지원했다”고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 서울메트로 구의역 사고는 우리 사회가 갖는 구조적인 문제점이 폭발해 일어난 사건임이 드러났으며 최근 몇 년에 걸쳐 이미 비슷한 사고들이 연이어 반복적으로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메트로의 안이한 대처로 비난을 받아온 상황이어서 더욱 우려가 일고 있다. 서울메트로는 서울 지하철 1,2,3,4호선 120개 역을 운영하며, 하루에 420만 명을 수송하는 대한민국 최대의 지하철 운영기관으로서 서울과 수도권의 성장을 주도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서울메트로 사장을 지원하는 사람은 철도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책임의식과 함께 지하철 안전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갖춘 인물이 적격이라는 것이 사회적 요구이다. 김태호 내정자의 이번 발언으로 사건․사고로 불안이 팽배한 서울도시철도공사 사장을 내던지고 서울메트로 사장으로 보낸 당사자가 누구인지 밝혀야 한다는 요구가 일고 있다. 김태호 내정자는 지난 2014년 서울도시철도공사 사장 경영능력 검증 당시 서울시의회로부터 이미 지하철 안전을 담보하지 못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태호 내정자가 현재 지하철 안전과 특혜의 척결이라는 사회적 최대 화두의 중심에 있는 서울메트로 사장에 과연 적합한 인물인지 다시 한 번 냉정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박호근 의원(사진)은 “지하철 안전과 철도교통에 대한 이해, 서울시 대중교통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서울메트로 사장에 지원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누군가가 지원하라고 해서 지원했다고 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도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김태호 사장은 누가 서울메트로 사장에 지원하라고 했는지 떳떳하게 밝혀야 할 것이며, 이미 각종 사건․사고의 발생 및 은폐시도 등 서울도시철도공사의 문제점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는 상태에서 김태호 사장 역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UHD 유럽식TV 판매 강행… 소비자 피해 불 보듯

    UHD 유럽식TV 판매 강행… 소비자 피해 불 보듯

    지상파 직접 수신땐 셋톱박스 필요 소비자 5만~6만원 추가 부담해야 내년 2월 지상파 초고화질(UHD) 방송이 시작될 예정된 가운데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TV 제조사들이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 없이 제품을 팔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현재 나와 있는 UHD TV로 내년에 지상파 UHD 방송을 보려면 별도의 셋톱박스를 설치해야 하지만, 이에 대한 사전 안내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달 양방향 서비스를 지원하는 ‘미국식’ 기술을 지상파 UHD 방송 표준으로 채택했다. ‘유럽식’은 비교적 오래전에 개발된 데다 양방향 서비스를 위한 인터넷 지원도 안 된다는 점에서 국내 기술표준 선정에서 탈락했다. 그러나 현재 판매되는 UHD TV는 유럽식 표준을 따르거나 디스플레이만 UHD인 제품들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나 LG전자에서 2014년 하반기 이전에 나온 UHD TV의 경우 별도의 튜너 없이 디스플레이만 UHD이고, 이후에 나온 제품에는 유럽식 튜너가 들어가 있다. 이 제품들로 내년에 UHD TV 방송을 보려면 별도의 셋톱박스를 구매해야 한다. 셋톱박스 가격은 5만~6만원이다. 미래부는 올 연말이 되면 UHD TV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100만명에 이르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래부 관계자는 “UHD TV는 UHD 신호를 지상파로 잡아서 변조할 수 있는 기술이 들어가야 하는데, 지금 판매되고 있는 UHD TV는 사실상 UHD 디스플레이만 있는 형태”라면서 “엄격히 보면 표시광고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특히 UHD 방송 표준이 미국식으로 결정된 이후에도 TV 판매점에서는 소비자들에게 해당 사실을 알리지 않고 있다. 심지어 “내년 2월부터 지상파 방송도 UHD TV로 볼 수 있다”는 식으로 안내하고 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UHD 산업에 대한 산업·기술·경제적 측면만 생각하고 정작 소비자들에게 어떤 비용이 추가로 발생할지에 대한 고민이 빠져 있다”며 “셋톱박스는 서비스를 통해 이익을 보는 제조사나 방송사가 지불해야지 소비자에게 전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제조사들은 대부분 소비자들이 케이블이나 인터넷(IP)TV 등으로 방송을 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셋톱박스는 지상파를 직접 수신할 때 필요한 것인데 요즘 IP나 케이블 등으로 보기 때문에 실제로 셋톱박스를 구입해야 하는 소비자는 전체의 10%도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상파 UHD방송 추진위원회는 TV 제조사들이 다음달부터 UHD TV 판매 때 소비자들에게 변경 사실을 안내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손연재 “나와 싸워 이긴 4년… 100점 주고 싶어요”

    손연재 “나와 싸워 이긴 4년… 100점 주고 싶어요”

    4종목 고르게 18점대 초반 득점 銅 경쟁자 안정적 연기에 무릎 손연재(22)가 20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아레나에서 4위(총점72.898)로 리듬체조 경기를 마치고 나오자 수십명의 내외신 취재진이 몰려들었다. 이 중에 한 일본인 기자가 “인터넷에 안 좋은 말들이 많았는데 오늘 경기로 자신의 실력을 증명해 냈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을 했다. 잠시 멈칫 하던 손연재는 “나는 그것을 증명할 필요가 없었다”며 “이미 많은 사람들이 나를 지지해 주고 사랑해 주고 있다. 나는 그 사람들을 위해 경기에 나섰다”고 힘주어 말했다. 손연재는 4년 전 런던올림픽에서 한국 리듬체조 사상 최초로 5위에 오르며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후 TV광고를 여러 편 찍고 리듬체조 갈라쇼도 열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지만 시샘의 눈초리도 만만치 않았다. 다른 선수들도 많은데 왜 유독 올림픽 메달이 없는 손연재가 큰 주목을 받느냐는 것이었다. 이러한 비판은 손연재가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낸 뒤에도 사그라들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메달이 더욱 간절했다. 전날 예선전에서 큰 실수를 두어 번 했던 손연재는 밤새 마음을 가다듬고 이날 결선에 나섰다. 예선 때와 달리 안정적인 연기를 펼치며 네 종목 모두 18점 초반대의 고른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강력한 동메달 경쟁자였던 간나 리자트디노바(23·우크라이나)가 인상적인 연기로 3위(73.583점)를 차지했다. 손연재는 경기가 끝난 뒤 옐레나 리표르도바 코치에게 한참을 안겨 있었고, 함께 훈련했던 러시아 선수들과 인사하면서는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경기 후 손연재는 “저뿐 아니라 많은 분들이 메달을 원했지만 아쉽게도 따지 못했다. 결과가 어찌됐든 제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것 같아 기쁘다”며 “4년 동안 제가 많이 성장한 것 같다. 점수를 준다면 100점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인천아시안게임이 끝나고 운동을 그만두고 싶었다”며 “내가 즐거워서 해야 하는데 사람들이 원하는 기대를 채워 주기 위해서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런던올림픽을 준비하면서는 올림픽 무대에 나간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벅차고 들떴었는데 이번 리우올림픽은 힘들었던 것만 있었다. 그만 하고 싶다는 생각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들 정도였다. 돌이켜 생각하면 그런 것들과 싸워서 이겼기 때문에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취재진이 2020 도쿄올림픽 이야기를 꺼내자 손연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리우올림픽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서 준비했기 때문에 이후의 것들은 고민해 보지 않았다”고 말한 뒤 “지난 6년 동안 한국에 있었던 시간이 다 합쳐 1년도 안 되는 것 같다. 거의 러시아인이 다 됐는데 한국인처럼 살고 싶다”고 말했다. 손연재는 무거웠던 짐을 내려놓고 당분간은 중단했던 학업에 열중한 뒤 차차 ‘미완의 꿈’에 대해 고민할 계획이다. 리우데자네이루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38세 동정녀, 50대 남성에 두 번 강간당하고도 참은 사연

    38세 동정녀, 50대 남성에 두 번 강간당하고도 참은 사연

    38년 동안 간직한 여성의 동정을 짓밟고 발설하겠다고 협박해 돈까지 뜯어낸 50대 남성에게 징역 4년이 선고됐다. 17일 매체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초 오전 6시 30분께 미혼인 A씨(38, 여)는 애견과 산책을 마치고 집 앞에 도착한 순간 문 앞에 있던 한 남성에게 집안으로 끌려들어가 성폭행을 당했다. 이 남성은 언니가 운영하는 식당의 일을 도우며 안면이 있는 인근 공사장 인부 김모(52) 씨였다. A씨는 성폭행을 당했지만, 나중에 결혼할 남편이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될까 봐 두려워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 했다. 또한 김 씨에게 발설하지 말라는 내용의 각서를 받았다. 그러나 한 달 뒤 김 씨에게 또다시 성폭행을 당한 A씨는 김 씨가 발설하면 강간의 증거로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에 바닥에 떨어진 정액을 비닐봉지에 담아 냉동실에 보관했다. 김 씨는 A씨의 두려움을 알게 된 이후 오히려 협박하며 돈 500만 원을 요구했다. A씨는 고민 끝에 언니에게 이 사실을 털어놨지만, 신고하지 못 했다. 그대로 둘 수 없었던 언니는 이 같은 내용을 가족에게 알렸고, 지난해 8월 말 김 씨를 고소했다. 김 씨는 경찰과 경찰 조사에서 합의해 성관계를 했다고 주장했지만, 주거침입강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의정부지법 형사합의 12부는 지난 10일 김 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형이 확정되면 신상정보를 등록하도록 했다. 뉴스팀 seoulen@seoul.co.kr
  • [열린세상] 기업의 농업 진출, 막아야만 하나/김한호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

    [열린세상] 기업의 농업 진출, 막아야만 하나/김한호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

    두 달 전 미국 중북부 노스다코타주에서는 흥미로운 주민 투표가 있었다. 기업의 농업 진출을 허용할 것인지를 묻는 투표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주민 75.6%가 반대했다. 한국의 1.8배쯤 되는 면적에 주민 76만명이 거주하는 주다. 농업, 광업, 에너지 자원 등이 주된 소득원이다. 특히 주 면적의 90%가 농업 지대로 미국 최대 밀 생산지이고 그 밖에 보리, 호밀, 귀리, 옥수수, 콩 등 다양한 곡물의 주산지다. 노스다코타 농정 당국의 오랜 고민 가운데 하나가 곡물 주산지로서 가진 경제적 가치를 충분히 실현하지 못하는 것이다. 부가가치가 낮은 곡물 생산·판매에 머무는 현실이 고민이다. 일반적으로 곡물 주산지는 사료·축산업을 병행 개발해 부가가치를 높인다. 그런데 노스다코타는 과거 50년 동안 낙농, 양돈 등 주요 축산업이 3분의1 수준으로 축소됐다. 다른 곡물 주산지에서 축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농정 당국은 노스다코타가 1932년에 도입한 기업농금지법이 원인이라고 봤다. 이 법 때문에 축산 투자가 막히고 규모 경제를 실현하지 못해 다른 주와의 경쟁에서 밀렸다고 판단했다. 현재 미국은 노스다코타를 포함해 9개 주에서 기업농금지법을 시행한다. 모두 가족농을 보호함으로써 농업의 다양성을 유지하고 전통문화와 환경을 지킨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기업의 농업 진출 금지라는 기본 원칙은 동일하지만 강도에는 주별로 차이가 있다. 일부 예외를 인정해 제한적 형태의 회사법인 영농을 허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노스다코타는 어떤 예외도 없이 가장 강한 규제법이 있다. 이 법이 반자본주의적이며 반헌법적이라는 비판도 끊임없다. 이런 상황에서 노스다코타 농정 당국의 제안으로 주 의회는 지난해 3월 낙농과 양돈의 경우 640에이커(약 260㏊)까지는 기업 참여를 허용하는 1932년 기업농금지법의 완화 입법을 단행했다. 이에 노스다코타 농민연맹이 반발해 2만명 이상의 서명을 확보하며 주민 투표로 몰고 갔다. 완화 입법 찬성 측은 조직화하지 못해 투표운동은 전혀 없었다. 농민연맹 주축의 반대 측만 맹렬히 운동을 펼친 다소 생경한 투표를 통해 완화 입법을 거부했다. 84년이 된 기업농금지법은 한 획도 수정 없이 그대로 가게 됐다. 완화 입법 찬성 측은 뒤늦게 1932년 기업농금지법의 위헌성을 주장하며 헌법소원으로 대응한다. 이제 노스다코타의 기업농 공방은 법정으로 장소를 옮겼다. 기업농 공방은 남의 일이 아니다. 대기업의 농업 참여를 두고 한국에서도 공방이 뜨겁다. 4년 전 동부그룹의 토마토 농장 투자 포기를 이끈 일부 농민단체가 최근 LG그룹의 새만금 스마트팜 투자에도 거세게 반발한다. 상생의 길을 찾는 토론조차 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경지 여건을 포함한 농업 자원·환경을 고려하면 곡물보다는 원예작물이 한국 농업의 유망 품목이다. 지금까지 시설재배 확대를 통한 연중 생산 달성이라는 소위 ‘백색혁명’은 원예산업을 크게 변화시켰다. 하지만 국제 경쟁력은 아직 취약하다. 확고한 경쟁력을 갖춘 고부가가치 수출산업이 되려면 새로운 기술혁명을 거쳐야 한다. 스마트팜이 그 가능성을 예고한다. 백색혁명 달성에는 정부 주도의 공공 연구개발의 기여가 컸다. 그러나 정보통신기술과 광범위한 첨단 융복합 기술을 접목하는 스마트팜 개발·보급에는 정부보다 기업이 더 적합할 수 있다. 향후 기술혁신 주기가 단축되는 치열한 경쟁 환경에서는 상업 목적 기업이 훨씬 신축적이고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다. 이럴 경우 기업은 제한적 영농 참여를 통해 한국형 스마트팜 모델을 개발·개선하고 농가에 보급·확산해 기업과 농민이 상생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원예농업 부문에서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엄청난 기술 혁신, 생산 확대, 경쟁의 시대가 열린다. 이런 때에 시장에서 팔아야 할 상품을 생산하는 농업은 우선 살아남아야 한다. 첨예한 경쟁을 업으로 삼는 기업이 이런 농업 생존 전략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정부와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조정자 역할을 맡아야 한다. 조정을 위해 법과 제도가 필요하다면 갖추어야 한다. 아무런 생산적 토의도 거치지 않고 또다시 기업이 없던 일로 한다면 누구에게도 득 될 것이 없다. 이번에는 치열한 공론을 통해 어떤 결론을 얻었으면 한다.
  • [SSEN이슈] ‘W’(더블유) 얼굴 잃어버린 김의성, 알고보니 서울대 출신

    [SSEN이슈] ‘W’(더블유) 얼굴 잃어버린 김의성, 알고보니 서울대 출신

    ‘W’(더블유) 얼굴 잃어버린 김의성은 누굴까. 지난 18일 오후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W(더블유)’에서는 오연주(한효주 분)가 진범이 자신의 아버지인 오성무(김의성 분)와 얼굴이 똑같다는 것을 알고 충격에 빠졌다. 이날 강철(이종석 분)과 오성무가 오연주를 위해 ‘웹툰W’의 해피엔딩을 완성하기로 했고, 이후 강철은 오연주를 완전히 잊어버렸다. 하지만 자신이 캐릭터임을 자각한 진범은 강철과 오성무가 계획한 ‘웹툰W’의 설정값까지 바꿔버렸다. 그런 와중에 오성무가 진범에게 얼굴을 강탈당하는 소름 돋는 반전이 이어져 시청자들을 열광케 했다. 과연 강철이 오연주를 기억해내고 진범을 잡을 수 있을지, ‘웹툰W’의 해피엔딩을 그려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진범이 ‘웹툰W’의 작가 오성무의 얼굴을 가로채는 기이한 설정은 앞으로 어떤 전개가 펼쳐질지 궁금증을 더했다. 이날 소름 돋는 반전을 이끈 인물은 오성무 역의 김의성. 김의성은 극 초반부터 크게 활약 중이다. ‘웹툰W’ 해피엔딩을 위해 애쓰다가 진범이 되기도 했고, 이종석의 주먹을 맞고, 이종석을 칼로 찌르거나 총기 난사를 하며 소름 돋는 엔딩을 장식했다. 김의성은 영화 ‘부산행’, MBC ‘더블유’(W)로 급부상하면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인물. 특히 놀라운 점은 김의성은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이란 점이다. 84년도에 서울대학교에 입학한 김의성은 재학 중, 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걸 고민하다 배우의 길로 입문했다고 한다. 87년 극단에 입단한 뒤 6년여 간 정치적 성격이 짙은 연극 무대에 올랐다. 배우 정진영과 학교 동기이자 극단 한강의 동기이기도 하다. 이후 그는 브라운관, 스크린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며 본격적으로 배우 활동에 나섰다. 90년대를 풍미하며 입지를 굳혔으나 2000년 돌연 연기를 접고 베트남으로 떠났다. 1991년 베트남을 배경으로 촬영했던 드라마 ‘머나먼 쏭바강’에 출연한 이후 막연한 호감을 느꼈던 것이 계기가 됐다. 김의성은 베트남에서 한류의 역사를 다시 썼다고 평가 받을 정도로 큰 성공을 일궜다. FnC미디어 대표, CJ 미디어 베트남 공동 대표를 역임하며 다수의 히트작을 배출한 바 있다. ‘부산행’에서 ‘더블유’(W)로 이어지는 그의 연기력에 기대감이 모아진 상황이다. 한편 ‘W’는 현실 세계의 초짜 여의사 한효주가 우연히 인기 절정 ‘웹툰 W’에 빨려 들어가, 주인공 이종석을 만나 로맨스가 싹트면서 다양한 사건이 일어나는 로맨틱 서스펜스 멜로드라마다. 매주 수, 목요일 오후 10시 방송. 사진 = 서울신문DB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관광산업 발전 위한 릴레이 제언] 고민보다 실행이 필요한 때/최규남 제주항공 대표이사

    [관광산업 발전 위한 릴레이 제언] 고민보다 실행이 필요한 때/최규남 제주항공 대표이사

    2000만명과 4000만명. 각각 2018년과 2020년 한국과 일본의 외국인 관광객 유치 목표다. 관광산업의 질적 성장을 이야기하고 있는 이 즈음 숫자가 뭐 그리 중요한가, 애써 의미를 두지 않으려 해 보지만 차이가 크다. 2020년 도쿄에서 올림픽이 열리고, 2년의 시차를 감안하더라도 2014년까지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일본보다 많았음을 고려한다면 이 차이는 두 배가 아니라 그 이상처럼 느껴진다. 이제 상황은 바뀌었다. 엔화 가치를 떨어뜨려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려는 아베노믹스는 일본 관광산업의 가격 경쟁력도 높이는 계기가 됐다. 브렉시트 이후 엔화가치 강세는 다시 관광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지난해 사상 최대 관광객을 유치했던 동력을 발판으로 향후에도 성장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엔화가치 하락보다 외국인 비자제도의 변화 등 구조적인 혁신이 이를 더욱 촉발시킨 측면이 강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외국인 여행객 유치의 최일선인 항공산업과 관련한 정책 수립과 집행의 신속함은 4000만명의 외국인 여행객 유치에 촉매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 저비용항공사(LCC)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한 일본은 2012년이 돼서야 LCC 산업을 시작했지만 이를 지원하기 위한 기민함은 부럽기까지 하다. LCC의 가장 큰 장점인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나리타는 물론 오사카 등 주요 관문 공항에 전용 터미널을 만들어 지원하고 있다. 중국과 2012년 항공자유화 협정을 체결하는 등 노선 확대에 기울이는 외교력도 돋보인다. 우리가 압도하고 있는 한·일 항공여행시장과 달리 한·중 시장은 중국이 앞서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우리도 상황을 변화시킬 정책적 의지가 필요해 보인다. 외국인 여행객 증가를 주도하는 중국을 제외하더라도 우리나라를 찾는 태국과 필리핀, 홍콩 등의 여행객 증가는 공교롭게도 LCC가 이들 국가에 취항한 때와 시기적으로 궤를 같이하고 있다.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이들 국가의 한국 방문객 증가율은 최저 48%에서 최고 143%로 전체적인 관광시장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외래 관광객 증가를 주도하고 있는 LCC의 성장은 ‘여행자가 원하는 것’을 찾아 서비스한 것이 아니라 ‘여행자가 원할 것’을 찾아 서비스한 혁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세계 항공시장에서 국가적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LCC의 환승 편의를 높일 수 있는 전용 터미널과 정비시설(MRO) 인프라 확충은 고민할 문제가 아니라 바로 실행해야 할 문제이다. 일본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속 성장 가능한 관광 한국의 위상을 다지기 위한 일이다.
  • [ICT, 농부가 되다] 육즙도 살린 야채 버거 ‘임파서블’… 지구 지속가능성 열다

    [ICT, 농부가 되다] 육즙도 살린 야채 버거 ‘임파서블’… 지구 지속가능성 열다

    미국은 인구 증가로 인한 자원 고갈 등 지구의 위기를 고민하며 스마트팜을 대안으로 여긴다. 21세기에도 지속가능한 지구 생태계를 만드는 데 스마트팜이 가장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유럽의 스마트팜 업체들이 사람의 손길을 최소화하기 위해 스마트팜을 연구하는 것과 달리 이곳에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점이 새로웠다. ●육류의 미래 보여주는 ‘임파서블 푸즈’ 지금 미국 뉴욕은 한인 스타 요리사 데이비드 장(39·한국 이름 장석호)이 지난달 말 선보인 ‘임파서블 버거’(impossible burger)’ 열풍이 거세다.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이 버거를 맛보려고 맨해튼 첼시에 있는 그의 레스토랑 ‘모모푸쿠’(세계 최초 컵라면 개발자인 ‘안도 모모후쿠’에서 따온 이름) 앞에 줄을 선 시민들의 사진과 버거를 받아들고 자랑스레 먹고 있는 ‘셀카 인증샷’들이 하루에도 수백 건씩 올라온다. 현지 언론들도 맨해튼 터줏대감인 ‘셰이크쉑’(Shake Shack·일명 쉑쉑버거)과 비교하며 인기를 실감케 하는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다. 임파서블 버거는 데이비드 장이 순식물성 원료로 육류와 똑같은 맛을 내는 인조고기 업체 ‘임파서블 푸즈’(Impossible foods)와 협업해 출시한 12달러(약 1만 3000원)짜리 버거 세트다. 단순히 야채와 콩으로 고기와 비슷하게 만든 게 아니라 고기를 분자 수준까지 분석해 소고기 패티의 맛과 냄새, 핏물, 씹는 느낌, 먹는 소리까지 그대로 재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데이비드 장이 육식을 하는 사람들도 고기 대신 먹을 수 있도록 ‘피 흘리는 채식 버거’를 내놨다”고 전했다. 식물성 버거 열풍의 주역이자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농업·식품 스마트업인 ‘임파서블 푸즈’를 찾았다. 정보기술(IT) 혁신의 요람인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 지역에 자리잡고 있었다. 이 회사는 미국 스탠퍼드대 생화학과 교수 출신 패트릭 브라운(62)이 세운 벤처 회사다. 임파서블 버거는 이 회사가 5년 넘게 100여명의 연구자들이 총동원돼 개발한 첫 제품이다. 한국계 최고업무책임자(COO) 겸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데이비드 리가 기자를 반갑게 맞으며 직접 버거를 만들어 줬다. 패티를 굽는 소리가 정말 실제 소고기와 똑같았다. 먹기 좋게 자른 패티를 베어 무니 맛도 일반 버거와 같았다. 우리나라에서도 판매되는 이른바 ‘콩고기’와는 차원이 달랐다. 리 CFO는 “햄버거는 건강과 환경에 나쁜 음식이라는 개념 자체를 바꾸려고 만든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인류는 이제 햄버거라는 최종 산물의 품질만 살펴야 하는 게 아니라 이를 만드는 데 필요한 동물들이 어떤 대우를 받는지, 물이나 토지가 얼마나 소비되는지, 가축 사육 과정에서 온실가스 등이 얼마나 발생하는지까지 모두 고려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현재 미국에선 임파서블 푸즈처럼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대안식품 스타트업으로 식물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닭고기를 만드는 ‘비욘드 미트’, 계란 대신 완두콩과 수수로 마요네즈와 쿠키 등을 생산하는 ‘햄튼 크릭’ 등이 각광받고 있다. ●도심 재생까지 고민하는 ‘에어로팜’ 요즘 미국 동부 지역에서 가장 주목받는 도시농업 스타트업인 ‘에어로팜’을 방문하려 뉴욕과 인접한 뉴저지주 뉴왁의 한 공업단지를 찾았다. 회사에서 알려준 주소대로 가 보니 너무도 황폐해 버려진 듯한 조그만 공장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지난 4월 영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가 직접 다녀간 세계 최대 규모의 실내 스마트팜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공장 안에 들어가 보니 약 10m 높이의 실내에 7단으로 설치된 재배대에서 잎채소들이 가득 자라고 있었고 수십명의 직원들이 갓 재배한 상추 등 샐러드를 따거나 온·습도를 조절하며 활발하게 움직였다. 이 회사의 공동창업자 겸 최고마케팅경영자(CMO) 마크 오시마는 “이곳은 과거 맥주 공장과 청소년 서바이벌 게임장 등으로 이용되다 방치되던 곳”이라면서 “폐공장터 등에 스마트팜을 지어 죽은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도 우리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에어로팜은 2004년 공동창업자이자 뉴요커인 데이비드 로젠버그 최고경영자(CEO)와 오시마가 “뉴욕 같은 대도시에서도 야채를 키워 보자”며 의기투합해 만들었다. 햇빛 대신 발광다이오드(LED) 빛을 이용하고 식물의 뿌리를 물에 담가 기르는 수경재배 대신 뿌리에 영양분을 섞은 스프레이를 뿌려 키우는 방식을 처음 도입했다. 일반 노지 지배와 비교해 물 사용량을 95%까지 줄였고 연간 생산량도 70배 이상 늘렸다. 지금은 한 해 약 45~50t 정도를 생산하며 판매 가격은 소매용 박스 1개당 3.99달러(약 4400원)로 일반 제품과 같다. 무엇보다 소비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맛을 내는 빛의 파장과 온도, 습도 등을 찾아내 수경재배의 단점인 맛이 없다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했다고 로젠버그 CEO가 자신했다. 최고의 맛을 낼 수 있는 각종 데이터 수치들은 에어로팜의 최고 기밀이다. 오시마 CMO는 직접 따 온 채소들을 보여 주며 기자에게 시식을 권했다. 일반 채소에 비해 풋내가 거의 없어 소스 없이 먹기에도 부담이 없었다. 그는 “뉴욕의 유명 요리사들에게 주기적으로 시식을 의뢰해 최적의 맛을 찾아낸다”면서 “비빔밥으로 유명한 뉴욕의 유명 한식당들도 우리의 주요 고객”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버려진 땅에 공장을 짓는 정책은 계속될 것”이라면서 “채소를 따는 단순 노무직에서부터 공장 운영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아이비리그 출신 엔지니어들까지 다양한 계층의 일자리가 동시에 만들어지는 것도 스마트팜의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글 사진 뉴왁·실리콘밸리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19명 중 12명이 관료 출신… 임기 말 교수·학자 비중 급감

    19명 중 12명이 관료 출신… 임기 말 교수·학자 비중 급감

    청와대의 지난 16일 개각 인사 발표로 박근혜 정부 ‘5기 내각’의 진용이 드러났다. 박근혜 정부가 임기 말로 접어드는 만큼 개각 포인트도 ‘안정성’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분석된다. 지역 안배 측면에서도 고민이 반영된 인사로 평가된다. 서울신문이 17일 박근혜 정부 ‘5기 내각’을 구성하는 국무총리와 18개 부처 장관을 분석한 결과 공무원(군인 포함) 출신이 12명(63.2%), 교수 및 학자 출신이 4명(21.0%), 정치인 출신이 3명(15.8%)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직 관료의 비중이 월등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상대적으로 교수 및 학자의 비중은 정권 초반에 비해 현격히 줄었다. 정치인은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까지 3명이다. 2013년 박근혜 정부 ‘1기 내각’은 공무원 출신 8명(44.4%), 교수 및 학자 출신 7명(38.9%), 정치인 출신 3명(16.7%)으로 꾸려졌다. 학자 출신이 대거 중용되면서 ‘전문성’에 초점을 둔 인사라는 평가가 많았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대선 승리에 기여한 여당 정치인들 사이에선 박 대통령에 대한 아쉬움 섞인 불만이 짙게 형성되기도 했다. 이후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고, 비선 실세 의혹 등 각종 정치적 악재가 돌발했다. 이와 함께 야당과의 대립도 극심해졌다. 그러자 박 대통령은 2015년 초 정치인만 6명에 이르는 ‘3기 내각’을 탄생시켰다. 사회 갈등과 입법 현안을 풀어내기 위해 정치인의 정무적 감각이 필요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후 4·13 총선이 다가오면서 정치인 출신 장관들은 속속 여의도로 돌아왔다. 그 빈자리는 대부분 공직 관료들로 채워졌다. 정권 말기로 향할수록 ‘친정 인사’들이 장관에 임명되는 경향이 두드러지는 것은 보다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서라는 분석이 많다. 부처 조직에 대한 이해도가 높기 때문에 업무에 적응하는 기간이 짧다는 장점도 있다. 관료 출신 장관 기용이 인사청문회를 염두에 둔 인사라는 평가도 나온다. 청문회 ‘단골 메뉴’인 논문 표절 의혹에 휩싸이기 쉬운 교수나 학자보다 국회 청문회 절차를 통과하기가 한층 수월하다는 이유에서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내리막 정권의 입장에선 청문회 과정에서 우발적인 타격을 입으면 차기 대선에서 정권 교체를 당할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에 기존 공직 관료를 승진·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권력의 속성상 정권이 막바지에 이를수록 활용할 수 있는 인적 자원이 제한되거나 고갈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기존 공직자를 기용한다는 시각도 있다. 임기 초 풍부했던 자원이 권력 누수와 함께 정권에서 이탈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에서다. 한편 이번 개각 발표 결과를 토대로 ‘5기 내각’ 19인의 출신 지역을 분석한 결과 수도권 출신 8명, PK(부산·경남) 출신 3명, 강원·충청·호남·TK(대구·경북) 출신이 각각 2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야당에서 호남 출신에 대한 배려가 없는 편중 개각이라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전체를 놓고 보면 인구수에 따른 지역별 분포가 비교적 고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오대수’ 만연 공무원 사회] 다시 도진 복지부동… ‘3년 일하고 2년 쉰다’는 DNA 꿈틀

    [‘오대수’ 만연 공무원 사회] 다시 도진 복지부동… ‘3년 일하고 2년 쉰다’는 DNA 꿈틀

    여론 반발 살라… 野에 찍힐라 책임 안 지려 하고 반짝 대책만 “미세먼지 대책을 왜 우리한테 물어봅니까. 국무조정실이나 환경부에 확인해 보셔야죠.” “‘전기세’가 아니라 ‘전기료’입니다. 세금이 아니라 요금인데, 이건 기재부가 손대는 분야가 아닙니다.” 미세먼지 대책 마련에 부심하던 지난 5월과, 전기료 누진제 개선을 둘러싼 논란이 한창인 최근 정부 경제정책 전반을 이끌어 간다고 자임하는 기획재정부 관계자들의 반응이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괜히 골치 아픈 사안을 떠안기 싫다는 것이다. 2014년 세월호, 지난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컨트롤타워’로 나서서 문제를 풀어갔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당시 정부가 내놓은 정책이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하지만 사회적 반발과 비난을 감수하고서라도 책임지고 정책을 끝까지 밀어붙였고, 일정한 성과를 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초 담뱃값 인상이다. 당시 “서민들 주머니 털어서 나라 곳간 채우려는 꼼수”라는 비판부터 “20대 총선에서 역풍을 맞을 것”이라는 으름장까지 반발이 컸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혐연 분위기를 강화하고, 금연구역을 늘리고 흡연구역을 줄이는 등 종합 전술로 결국엔 2000원 인상을 관철시켰다. 그 과정에서 ‘애연가’였던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와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스스로 담배를 끊는 ‘퍼포먼스’까지 선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여소야대를 가져온 20대 총선 이후 정부가 내놓는 정책의 무게가 떨어지고, 이슈의 핵심을 찌르지 못한 채 성과 대신 논란만 남기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는 평가가 관가 내부에서조차 나오고 있다. 지난 5월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20여일 만에 내놨던 미세먼지 대책은 그야말로 ‘소문난 잔치’로 끝났다. 정부부처의 국장급 간부는 “화력발전소 이외에 확실한 미세먼지 대책은 노후 경유차량 제어와 경유세 인상인데 누구도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겠다’고 선뜻 나서지 않았던 것”이라면서 “모두가 여론의 반발과 ‘민생에 부담이 되는 것 아니냐’는 대통령의 예상 지적을 피하고 싶은 눈치였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이건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 정권 4년차부터 ‘3년 일하고 2년 쉰다’는 공직 사회에 잠재해 있던 잘못된 DNA(유전자)가 발현된 것”이라고 했다. 서울신문 취재에 응한 상당수 공무원들은 ‘오·대·수’(오늘만 대충 수습하자)의 ‘복지부동’ 행태가 등장한 이유에 대해 정부청사가 세종에 있어서가 아니라, 정권 후반기에 책임지고 나섰다가 여론의 반발을 사거나 야권에 찍혀 눈 밖에 나는 상황을 피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했다. 즉 ‘정권의 레임덕’보다도 ‘정책의 레임덕’이 먼저 왔다는 것이다. 한 과장급 간부는 “총선 전에도 새로운 정책과 법을 만들어도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국회를 못 넘어서 안 된다는 핑계가 있었지만, 그래도 무언가를 만들어 내려고 애를 쓰는 분위기가 있었다”면서 “하지만 여소야대 정국이 펼쳐진 지금은 그냥 눈치만 보면서 여러 현안을 다음 정부로 미루고 있다”고 전했다. 여야 정치권 판도도 문제로 지적된다. 여소야대 자체보다는 여소야대에 탓을 돌리는 것이 문제란 얘기다. 한 사무관은 “4·13 총선 이후 국·과장들의 태도가 달라진 게 확연히 느껴진다. 참신한 아이디어를 제시해도 부작용과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을 지적하고는 뭉개는 경우가 많다”면서 “위(청와대)에서 별도의 지시가 내려와도 근본적 해결책을 찾기보다는 딱 하루 반짝 이목을 끌고 사라질 수준의 대책만 내놓고 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권 후반기 다시 등장한 공직 사회의 복지부동 행태를 막기 위해선 개각 등 인선에 좀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향수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성과나 능력이 반영되지 않는 정부 말기에 몸을 던져 일을 하려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면서 “관료들이 벌써부터 다음 정권을 누가 잡을지, 어느 줄에 서야 할지 고민하는 것도 무리가 아닌 상황”이라고 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에서 근무했던 양정철 제주대 산학협력단 교수는 “정권 3~4년차에 접어들수록 공무원들 특유의 복지부동이 나오게 돼 있는데, 이럴 때 청와대의 기능이 중요해진다”면서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부 때처럼 대통령과 명운을 함께할 참모들, 즉 순장조가 남아서 끝까지 책임질 일들을 책임지는 식으로 역할 분담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서울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월드피플+] 22년째 만리장성 쓰레기 줍는 영국인

    [월드피플+] 22년째 만리장성 쓰레기 줍는 영국인

    중국 만리장성에서 22년 째 쓰레기를 줍고 있는 영국 남성이 있다. 어린 시절 접한 사진 한 장의 감동이 한 남성의 일생에 불꽃을 일어 만리장성에 헌신하게끔 이끌었다. 중국언론들이 소개한 영국인 윌리엄 린드세이(60·William Lindesay)의 이야기다. 1967년 당시 11살의 그는 선생님의 추천으로 세계지도책에서 만리장성 사진을 처음으로 접했다. 그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만리장성의 모습에 빠져들었고, 이후에도 그 잔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리고 언젠가 반드시 만리장성을 등정하겠다는 꿈을 꾸었다. 하지만 당시 중국은 문화대혁명 시기로 중국은 금단의 땅으로 여겨지던 시절이었다. 선생님은 윌리엄에게 “너의 꿈은 이룰 수 없다”면서 “아무도 중국을 찾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후 1984년 중국은 대외개방을 시작했고, 어느덧 성인이 된 윌리엄은 포기할 수 없는‘만리장성의 꿈’을 위해 마침내 중대 결심을 내렸다. 직장을 그만두고 간단히 짐을 꾸려 중국으로 향했다. 그리고 산하이관(山海关·만리장성의 기점으로 동쪽 끝에 있음)에서 자위관(嘉峪关·만리장성의 서쪽 끝)으로 향하는 달리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환경 적응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질과 발가락 골절 등의 질병과 부상으로 결국 일정을 중도에 멈춰야 했다. 휴식기를 가진 그는 1987년 다시 만리장성을 향했다. 이번에는 자위관에서 출발했다. 당시는 중국의 개혁개방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라 외국인은 보기가 쉽지 않았다. 하물며 180cm의 키와 독특한 외모의 외국인이 만리장성에서 달리기를 하는 모습은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고, 많은 사람들이 공안에 신고를 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그는 각 지역 공안들에게 불려가 심문을 받았고, 간첩으로 몰려 비자가 취소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무엇도 그의 꿈을 막지는 못했다. 그는 홍콩으로 우회해 비자를 발급받아 계속해서 만리장성을 향한 달리기를 이어갔다. 결국 그는 78일간 총 2470여Km를 달려 마침내 어린 시절의 꿈인 ‘만리장성 달리기’를 이루어 냈다. 당시 그는 시안(西安)의 한 중국여성을 알게 되었고, 둘은 곧 사랑에 빠졌다. 마침내 그녀와 결혼식을 올린 그는 영국에서 신혼생활을 누렸다. 하지만 다시금 점점 부풀어오르는 만리장성에 대한 그리움에 결국 1994년 다시 베이징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가족과 함께였다. 그는 평일에는 일을 하고, 주말이면 만리장성을 찾았다. 그러나 매번 만리장성에서 돌아오는 그는 고민에 휩싸였다. 다름아닌 만리장성에 쓰레기가 쌓이는 것에 대한 불만이었다. 그의 푸념에 아내는 “그렇게 불평만 하면 무엇하냐”며 “그렇게 못 참겠으면 직접 가서 쓰레기를 주우라”고 말했다. 아내는 농담으로 건넨 말이었지만, 순간 윌리엄은 만리장성에서 쓰레기를 주워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는 그때부터 만리장성에 올라 바위 틈에 낀 쓰레기까지 찾아내 주워왔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다. 한번은 중국인 사진작가들이 촬영을 마친 후 음식 포장지를 버리는 것을 보고, 그들이 버린 쓰레기를 주워 담았다. 사진작가들은 “외국인 친구, 여기는 중국이에요. 당신이 상관 안해도 돼요”라며 그를 만류했다. 그러나 그는 “괜찮다”면서 계속해서 쓰레기를 주웠다. 그래도 주변 친구들은“여기는 중국이고, 이건 중국의 일이다”라며 그를 말렸다. 그는 참다 못해 “나도 만리장성이 중국의 것인걸 안다. 하지만 만리장성은 지구의 일부이기도 하다”라고 반박했다. 부끄러움을 느낀 사진사들은 “윌리엄의 말이 맞다”며 함께 쓰레기 줍기에 나섰다. 이후 그의 아내와 두 아들도 쓰레기 줍기에 동참했으며, 서서히 중국 학생들, 여행객들, 사회인사들이 속속들이 쓰레기 줍기운동에 동참했다. 차츰 참여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윌리엄은 ‘국제 만리장성 우협회(友协会)’를 설립했고, 중국, 독일, 미국 등의 자원봉사자들도 동참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만리장성 길을 따라 ‘환경보호경고표지판’을 세워 왕래하는 사람들이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지 못하도록 이끌었다. 또한 기업들의 찬조로 6명의 농민공을 고용해 베이징 근교에 거주하며 화이러우(怀柔) 부근의 만리장성 쓰레기를 줍도록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만리장성의 쓰레기는 매년 늘어만 갔다. 결국 윌리엄은 근본적인 문제가 교육과 이념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깨달았다. 그는 2003년부터 5년간 만리장성의 과거 사진을 수집해 위먼관(玉门关)에서 라오롱터우(老龙头)에 이르는 3만5000Km 거리에 만리장성의 과거와 현재의 사진을 게시했다. 만리장성을 훼손되지 않게 지켜가자는 취지였다. 베이징대학 예술연구센터의 부원장 양허핑(杨和平) 교수는 윌리엄의 행적에 깊은 감명을 받아“한 사람이 하나의 일을 하는 것은 간단하다. 그러나 하나의 일을 끊임없이 이어간다는 것은 매우 값진 것이다. 더구나 외국인이 중국의 만리장성에 이처럼 깊은 애정을 가진다는 것은 드문 일이다”라며 “포부가 있고, 정이 있으며, 사랑이 있는 사람(有心人,有情人,有爱之人)’이라는 한자를 써서 그에게 헌정했다. 또한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도 2006년 그를 버킹엄궁전에 초청해 ‘대영제국훈장’을 그의 옷에 직접 달아 주었다. 그녀는 윌리엄과 악수를 하며 “당신은 만리장성을 보호하느라 평생의 정열을 쏟았다. 매우 잘했다!”라고 치하했다. 올해로 환갑을 맞은 윌리엄은 몸이 불편해져 더 이상 매주 만리장성에 오르지는 못한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여전히 형형해 매번 만리장성을 찾을 때면 여전히 쓰레기를 싸들고 온다. 그가 남긴 말은 낮고 묵직한 울림을 준다. “이 땅에 당신이 쓰레기를 버릴 때 이 쓰레기가 누구에게 가는지 생각해 보셨나요? 바로 우리들의 아이들입니다. 나는 이처럼 더러운 선물을 아이들에게 주고 싶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더욱 사랑스런 선물을 받아야 마땅하며, 우리는 우리의 행위를 통해 이 선물의 가치를 높일 수 있습니다.” 사진=텅쉰왕 이종실 상하이(중국)통신원 jongsil74@naver.com
  • [이주의 문화 레시피] 연극·뮤지컬

    [이주의 문화 레시피] 연극·뮤지컬

    ●연극 ‘민들레 바람 되어’ 살아 있는 남편과 죽은 아내의 대화를 통해 부부라면, 부모라면 한 번쯤 느껴봤을 삶의 고민과 갈등을 진솔하게 풀어낸 작품. 극중 감초 역할을 담당하는 노부부의 맛깔나는 대사가 또 다른 재미를 더한다. 2008년 초연 당시 전회 매진을 기록한 뒤 현재까지 누적 관객 20만명을 돌파했다. 9월 18일까지, 서울 대학로 수현재씨어터. 전석 5만 5000원. (02)766-6506. ●뮤지컬 ‘트레이스 유’ 록 클럽 ‘드바이’에서 공연을 하며 살아가는 밴드의 보컬리스트 본하와 클럽 주인 우빈이 만들어 가는 2인극. 2014년 대학로 소극장 뮤지컬 중 가장 흥행에 성공한 작품으로, 2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랐다. 9월 25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 4만~6만원. (02)511-4676.
  • 구조조정·대외변수에 내년 재정정책 확장기조로

    한국 경제의 성장 엔진이었던 수출이 부진의 늪에 빠진 가운데 구조조정 여파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대내외 변수가 겹치면서 정부가 내년 예산안에서도 확장 기조를 유지할 전망이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복지지출 규모가 커지는 데다 세수 여건이 악화할 가능성이 있어 국가채무가 급증하지 않을까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정부는 확장적 재정정책을 펴면서도 장기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재정건전화법’ 제정을 추진하면서 엄격한 세출 구조조정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가 내년도 예산을 확장적으로 운용할 여력이 충분하다고 평가하면서도 장기적인 재정 건전성 확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데 입을 모았다. ◇ 대내외 경제여건 ‘첩첩산중’…확장 정책 불가피 올해 하반기를 지나면서도 한국 경제는 여전히 수출 부진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4일 관련부처에 따르면 월별 수출액은 작년 1월부터 올해 7월까지 19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오며 역대 최장 기록을 세우는 중이다. 여기에 조선업 등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여파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작년 2.6%에 이어 올해에도 2%대에 머물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구조조정에 따라 지난 6월 경남은 전년동기대비 실업률이 1.0%포인트나 오른 3.6%를 보였고, 전남, 울산 등 다른 조선업 밀집지역도 고용사정이 악화하면서 대량 실업 우려가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더욱이 지난 6월 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으로 대외 리스크까지 고조되며 안팎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그간 당국은 이같은 경제 여건을 고려해 다양한 정책 조합을 사용해 왔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수차례 인하해 역대 최저 수준인 1.2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정부가 11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키로 하는 등 재정과 통화의 정책조합을 통해 ‘쌍끌이’ 경기 부양에 나섰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좀처럼 한국 경제를 둘러싼 여건이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더딘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까지 나서 적극적인 재정 집행을 주문하고 있다. 정부는 이런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내년에도 올해에 이어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사용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약 400조원에 달하는 ‘슈퍼예산’을 편성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 복지지출 늘고 세입 여건 불확실…재정에 부담 ‘고심’ 정부가 필요에 따라 총지출 규모를 늘리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 총지출 증가는 확장적 재정운용에 더해 저출산·고령화가 심화하며 기초연금 등 의무지출(법에 지급 의무가 있는 지출) 증가에 따른 것이어서 정부의 고민을 키우고 있다. 올해 복지 예산 규모는 전체 지출 예산(386조4천억원)의 3분의 1인 123조4천억원 수준이지만 이 비율은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다. 부양 인구가 줄고 고령층은 늘어나는 상황에서 사회보험 등 의무지출(법에 지급 의무가 있는 지출)은 시간이 갈수록 불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보건·복지·고용 지출은 2010년 81조2천억원에서 올해까지 연평균 7.2% 늘었다. 이 기간 연평균 9.2%씩 늘어난 문화·체육·관광 다음으로 증가율이 높다. 2015∼2019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보건·복지·고용 지출은 2019년까지 연평균 3.9%씩 늘어 2019년에는 14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예산의 주요 재원인 세수도 현재와 같은 호황이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다는 점도 정부의 고민거리 중 하나다. 정부의 소비 진작책과 부동산·주식시장 호황, 법인 실적 개선 등으로 올해 상반기 국세수입은 작년보다 19조원 증가하고 세수 진도율은 56.3%로 6.9%포인트나 상승했다. 그러나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하고 브렉시트에 따른 부정적 파급 효과가 생기면 경제가 악영향을 받아 세수 여건도 덩달아 악화된다. 세수가 줄면 정부가 국채 발행 규모를 늘려 재정 건전성이 훼손될 여지가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는 GDP 대비 38.2%로 OECD 평균(112.7%)보다 낮다. 그러나 2000∼2014년 OECD 31개국 국가채무 증가속도는 12.0%로 여섯 번째로 높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확장적 재정정책을 펴면서도 재정 건전화를 위해 최근 GDP 대비 국가부채를 45% 이내로 관리하는 내용의 재정 건전화법 제정안을 마련했다는 점은 정부가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고민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대목이다. ◇ 전문가 “예산 증대, 소득 재분배·일자리 창출에 쓰여야” 경제 전문가들은 경제 여건상 내년도 예산안을 확장적으로 편성할 필요성이 있다는 데에 대체로 공감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경제연구부장은 “내년 예산안의 총지출 증가율을 기존 중기재정계획상 2.6∼2.7% 정도에서 3∼4%로 올렸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경기 대응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경제가 장기 침체국면에 놓여있는 반면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정부지출 규모가 적은 상태라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재정지출 증가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글로벌 경제의 회복이 늦어지는 와중에 브렉시트도 불거지고, 각국이 확장적 정책을 취하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 총수요가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가 돈 풀어서 경기를 활성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올해 세수가 예상보다 호조를 보이는 만큼 내년 지출규모를 늘려도 재정건전성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성태 연구부장은 “내년에 중기계획 대비 4조원 정도 더 쓰는 것인데, 적정한 수준이다. 세입은 한번 레벨업이 되면 떨어지지 않는데, 정부 예상보다 올해 12조원 정도 더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크게 걱정하지 않고 돈을 좀 더 쓸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복지 등 의무지출이 계속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여력이 있는 부문의 증세를 통해 세입여건을 확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강병구 교수는 “재정건전화법은 양날의 칼이다. 잘못 활용되면 재정 긴축 방향으로 나갈 수 있는데, 이럴 경우 가장 타격받는 게 바로 복지 부문”이라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한국은 조세부담률이 낮은 만큼, 중장기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려면 자본이득에 대한 소득세나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 등을 늘려 재정지출 증가와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자리 창출과 소득 재분배를 위한 예산 집행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성태 연구부장은 “소득 재분배를 통해 불평등을 완화하려면 결국 일자리 창출이 있어야 한다. 정부가 추진 중인 노동개혁을 위한 재원 마련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제언했다. 강 교수는 “공평과세를 통해 조세정의를 실현하고, 이를 통해 서민·중산층의 소득을 늘려 소비 증가와 내수확충, 경제성장을 이끄는 선순환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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