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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美대통령 취임] “사랑해요” “물러가라”… 궂은 날씨·찬반 시위 속 백악관 입성

    [트럼프 美대통령 취임] “사랑해요” “물러가라”… 궂은 날씨·찬반 시위 속 백악관 입성

    “트럼프, 사랑해요!” “분열주의자 트럼프는 물러가라!”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의회 의사당 앞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제45대 대통령 취임식은 그의 열렬한 지지자들과, 그를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시위자들이 뒤섞여 미국의 ‘민낯’을 드러냈다. 4년마다 열리는 미 대통령 취임식에 시위대의 등장이 새삼스럽지는 않지만 새 대통령을 맞이하는 축제 분위기보다 미국이 안고 있는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고민하게 만들었다. 이날 오전 6시부터 취임식 입장객을 받은 의회 입구에서 만난 30대 히스패닉 여성은 “트럼프의 당선으로 인해 인종·성·종교 등에 따른 분열이 심화할 것 같다”며 “자라는 아이들에게 부끄러운 대통령은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라’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21일 20만명 이상이 참여하는 ‘워싱턴 여성들의 행진’에도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란 스티커를 붙인 50대 여성은 “트럼프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발벗고 나서 안심이 된다. 경제가 어렵지만 내 자식들이 새 대통령 덕분에 일자리를 얻는다면 다행스러울 것”이라고 환호했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쯤 취임식장에 모습을 나타냈다. 그는 행사 전 백악관 인근 세인트존스교회에서 예배를 드렸으며 이어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와 담소를 나눈 뒤 함께 의회로 이동했다. 취임식 개회사와 종교지도자들의 기도에 이어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취임선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선서가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오쯤 취임연설을 시작, 20여분간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자신의 계획과 비전을 밝혔다. 이어 축도와 함께 미국 국가가 울려퍼지며 취임식은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막을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은 전통에 따라 의사당 본관에서 취임오찬을 한 뒤 오후 3시쯤 가족과 함께 90분간 백악관으로 향하는 퍼레이드에 동참했다. 취임식에는 궂은 날씨와 곳곳의 시위 예고에 따른 삼엄한 경비 속에 100만명 정도가 집결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 취임식 때 180만명 정도가 운집한 것으로 알려진 것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지만 지지자들은 새벽부터 줄을 지었다. 미 정부는 이날 모두 2만 8000명의 경호 및 관리 인력을 투입, 폭력 사태와 테러 등에 대비했으며 곳곳에 차단벽 등을 설치했다. 취임식 준비위원회는 취임행사 기간을 과거 대통령 취임 때보다 축소해 19~21일 사흘 동안으로 정했지만 첫날인 19일부터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워싱턴 링컨기념관 앞에서 5시간에 걸친 축하공연을 여는 등 트럼프 대통령의 워싱턴 입성을 기념했다. 이 자리에 가족과 함께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은 컨트리뮤직 가수 등의 공연이 끝난 뒤 단상에 올라 “우리나라를 통합하고 국민 모두를 위해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겠다”며 “18개월 전 이 여정을 시작했다. 우리는 그동안 (워싱턴에서) 일어난 일에 질려버렸고 진짜 변화를 원하고 있다”며 자신이 변화의 ‘메신저’임을 자처했다. 그는 이어 “수십 년간 우리나라에서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해낼 것이며 변화를 약속한다”며 “대선 기간 나를 지지한 이들은 ‘잊혀진 남성’과 ‘잊혀진 여성’으로 불렸지만 여러분은 더이상 소외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공연을 보러 온 지지자들은 ‘트럼프를 사랑한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 등을 외치며 환호했다. 그러나 워싱턴 행사장 인근뿐 아니라 뉴욕 트럼프타워 등 대도시에서 연예인들까지 참석한 반(反)트럼프 시위가 열려 곳곳에서 대혼잡을 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날 워싱턴 트럼프인터내셔널호텔에서 열린 공화당 지도자 초청 오찬에서 자신이 선택한 내각 지명자들을 높이 평가하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미 언론이 전했다. 그는 인사말에서 “역대 그 어떤 내각보다 훨씬 더 높은 지능지수(IQ)를 가진 장관들이 있다”고 자랑한 뒤 특히 톰 프라이스 보건복지부 장관 지명자에 대해 “의원들이 톰에게 아주 친절하다. 톰 이 사람은 이미 스타가 됐다”며 민주당 의원들이 청문회에서 그를 쏘아붙인 것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출했다. 그는 “(민주당 의원들이) 프라이스의 경력을 매우 빨리 끝내려고 하지만 그들은 아마 깨달았을 것이다, 그가 똑똑하다는 것을. 우리는 똑똑한 인물이 아주 많다. 알아야 할 한 가지는 역대 어떤 내각보다 훨씬 IQ가 높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을 긴장 속에 주시했다. 관영 환구시보는 20일 ‘트럼프 대통령께 전하는 글’이라는 사설을 통해 “당선자 시절과는 달리 안정적인 지도력과 책임감을 보여 주는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며 “중·미 관계가 우호적일 때 인류 문명이 진보를 이뤘다는 역사적 사실을 잊지 말고 양국의 협력이 트럼프 대통령으로 인해 중대한 위협을 받지 않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최근 연설에서 “세계 협력은 특정 국가의 독재로 이뤄지지 않는다”며 “중국은 전 세계를 아우르는 ‘친구 네트워크’를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영국 BBC는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스스로를 가두지 말라’고 훈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열린세상] 가계부채, 뭣이 중헌디?/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열린세상] 가계부채, 뭣이 중헌디?/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연초부터 우리 경제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최대 무역 상대국인 중국 경제가 불안한 데다 미국 대통령 당선자 트럼프의 행보도 예사롭지 않아서다. 미국 연방준비위원회가 금리까지 올리면서 우리를 둘러싼 세계경제 환경이 우울한 모습이다. 안으로는 13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도 걱정이다. 1997년 외환위기가 기업부채발 위기였다면 꼭 2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가계부채발 위기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금융 당국도 이를 감지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총부채상환비율(DTI)을 계산할 때 소득기준을 좀더 깐깐하게 보완한 신DTI를 도입하고 장기적으로는 더 엄격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로 기준을 바꿀 계획이다.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지만 여전히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가계부채는 단순히 많다고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상환 능력이다. 갚을 능력만 있다면 빚이 많은들 무슨 걱정이랴. 연금·복지제도가 잘돼 있는 북유럽 국가들이 대체로 그렇다. 2014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63%인데 덴마크는 308%, 네덜란드는 283%나 된다. 소득 대비 가계부채 규모가 우리나라의 두 배 가까이나 되지만 이들 나라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연금과 복지제도가 잘돼 있어 가계가 빚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이 우리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나기 때문이다. 가계부채의 위험도는 상환능력 대비 부채 규모의 비율로 나타낼 수 있다. 부채 규모가 줄거나 상환 능력이 커지면 가계부채 위험도는 낮아진다. 어떻게 하면 부채 규모를 줄일 수 있을까? 금융 당국이 나서서 규제나 창구지도를 통해 강제로 줄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대출 규모가 작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세계은행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 대출 규모를 한 나라의 금융발전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사용하기도 한다. 대출이 많다는 것은 금융 중개 기능이 활성화됐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 사회의 고비용 구조다. 인구의 반이 수도권에 몰려 살면서 집값, 전셋값은 우리 소득 수준에 비해 너무 높아졌다. 사람 대접 받으려면 좋은 대학을 나와야 한다는 강박 관념으로 사교육비를 대느라 국민의 등골이 휜다. 남의 시선이 중요한 사회에서 밥은 굶어도 휴대전화는 비싼 최신형을 들고 다녀야 하고 자식 결혼시키려면 기둥뿌리를 뽑아야 한다. 빚을 지지 않고 살기가 어려운 세상이다. 비용 좀 덜 들여도 사람답게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면 가계부채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다. 가계부채 문제는 사회문제와 연계돼 있다. 부채 규모를 줄이기 어렵다면 상환 능력을 키워 주어도 가계부채 위험은 줄어든다. 가계의 부채 상환 능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가계소득이다. 가계소득이 높아지면 가계부채 위험이 낮아진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이 가계소득이 잘 늘어나지 않고 있다. 2000년에서 2010년까지 기업소득은 연평균 16.5% 늘어난 반면 가계소득은 연평균 2.3% 늘어나는 데 그쳤다. 최근 경제성장도 더딘데 그 작은 성장의 과실조차 가계보다는 기업에 집중되고 있다. 실질임금이 잘 늘어나지 않는 데다 기업이 배당도 잘 하지 않는 것이 주요 이유다. 개선이 필요하다. 또 고용의 88% 정도를 차지하는 중소기업 근로자들이 좀더 높은 임금을 받으면서 안정적으로 일할 환경을 만들어야 가계소득도 높아진다. 이처럼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계부채 상환능력 개선과 연결돼 있다. 물론 이런 것들은 근본적이고 중장기적인 가계부채 문제 해결책들이다. 지금 당장 가계부채 위기가 현실화될 수 있는 마당에 한가한 얘기로 들릴지도 모른다. 당장은 금융 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것과 같은 각종 대책을 고민하고 실행해야 한다. 일단 불은 끄고 봐야 하니 말이다. 하지만 주택담보대출비율(LTV)·DTI 기준을 강화하고,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높이는 등의 단기 대책들이 가계부채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연금·복지제도를 강화하고 고비용 사회 구조를 바꾸고 가계소득을 높일 수 있는 경제 환경을 조성하는 일들이 동반돼야 한다. 우리 사회와 경제 구조를 개혁해야 하는 어려운 일이지만 말이다.
  • [맥덕기자의 맛있는 맥주이야기] ⑧ 시큼함에 취하다. ‘사우어맥주’의 세계

    [맥덕기자의 맛있는 맥주이야기] ⑧ 시큼함에 취하다. ‘사우어맥주’의 세계

     “사우어(Sour·신 맛)맥주 인기가 이 정도인데, 이제 그만 해체해도 되지 않을까요?”  매서운 겨울 바람이 불었던 지난 15일, 이상원(43)씨를 비롯한 3명의 한국사우어맥주연합(이하 한사연) 운영진들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모여 행복한 고민을 했습니다. 이날 아시아 최초 사우어맥주 전문 펍인 ‘사우어 퐁당’이 정식으로 문을 열었는데, 마감 시간인 오전 2시까지도 사우어 맥주를 찾는 손님들로 종일 문전성시를 이뤘습니다. 사우어맥주의 존재조차 알고 있는 사람이 드물었던 3년 전, 한사연을 결성해 국내 맥주업계를 대상으로 매년 ‘사우어 토크’를 개최하는 등 사우어 맥주를 적극적으로 알려온 이들은 이날 강추위를 뚫고 사우어 맥주를 마시러 온 수많은 사람을 지켜보며 감격스러워했는데요. 한국 최초의 사우어 맥주인 ‘설레임’을 만든 와일드웨이브브루잉의 푸브루(45·필명) 대표는 “크래프트맥주가 상륙한지 고작 3~4년 남짓 된 한국에서 사우어맥주가 이렇게까지 빨리 알려지고, 자리를 잡을 줄은 몰랐다”며 “커뮤니티를 만들때 사우어맥주가 대중화되면 해체하자며 우스갯소리를 했었는데, 이 정도 인기라면 이제 (해체)해도 될 것 같다”며 웃었습니다. 최근 크래프트 맥주계의 대세로 떠오른 사우어(Sour·신 맛) 맥주는 젖산이나 야생효모를 넣어 발효한 맥주로, 시큼한 맛이 나는 독특한 특징을 가졌습니다. 또 사우어맥주는 보통 6개월에서 길게는 3년까지 오크통 안에서 숙성 시간을 거치기 때문에 어떤 맥주는 식초를 마셨을때와 같이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로 시고, 때로는 지하실 곰팡이같은 쿰쿰한 맛이 나기도 합니다. 다수의 입맛을 사로잡기에는 매니악한 성격이 강한 맥주죠. 그런데 이 괴상한(?) 맛이 나는 맥주가 현재 글로벌 맥주계를 강타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크래프트맥주계를 이끄는 미국에는 2013년만 해도 사우어맥주 종류에 속하는 ‘고제’ 맥주를 만드는 양조장이 50여 개밖에 없었지만 현재는 수백 개에 이르는 양조장이 다양한 종류의 사우어 맥주를 만들고 있습니다. 한국도 지난해에만 7곳의 양조장에서 12종류 이상의 사우어 맥주를 출시하면서 트렌드를 부지런히 쫓아가고 있고요. 해외맥주 수입사 ATL 코리아의 임준택 대표는 “사우어 열풍 때문에 기존 IPA와 스타우트 맥주 수입에 주력했던 수입사들도 사우어 맥주에 관심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대체 사우어 맥주가 무엇이기에 맥주매니아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걸까요? 이 이상한 맥주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사우어 원조는 유럽, 천국은 미국  사우어 맥주의 원조는 벨기에와 독일입니다. 벨기에는 현대에도 전통적인 방식으로 맥주를 빚는 문화가 남아있는 곳으로 유명한데요. 전통적인 양조방식이란 인위적으로 배양된 효모가 아닌 공기 중에 떠다니거나 오크통에 서식하는 야생효모, 박테리아 등을 이용해 맥주를 자연적으로 발효시키는 것을 뜻합니다. 대표적인 벨기에 사워맥주인 ‘람빅(Lambic)’이 바로 이 방식으로 만든 맥주입니다. 람빅 맥주를 마시면 신맛과 함께 젖은 가죽, 헛간 풀냄새 등 특이한 향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람빅 맥주는 숙성 기간에 따라 맛도 달라지기 때문에 연식이 다른 것들을 섞어 마시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렇게 블렌딩된 람빅 맥주를 ‘괴즈’라고 부르고, 괴즈는 가장 대중적인 람빅 맥주 스타일입니다.  와인맥주라는 별명을 가진 ‘플렌더스 레드’도 빼놓을 수 없는 벨기에 사우어맥주입니다. 플렌더스 레드는 벨기에 서부의 플랑드르 라는 지역에서 빚는 맥주인데요. 이 맥주는 연한 색과 어두운 색의 맥아를 섞기 때문에 적갈색을 띕니다. 플랜더스 레드는 자연발효를 거치는 람빅과 달리 효모와 젖산균을 주입시켜 오크통에서 최장 2년까지 숙성되는데, 역시 맛의 균형을 위해 연식이 다른 맥주들을 블렌딩시킵니다. 플랜더스 레드는 포도, 자두 등 블랙 베리류의 과일향과 산미, 떫은 맛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레드와인과 비슷한 풍미를 내기 때문에 맥주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나 ‘와인 러버’들의 입맛에도 맞아 인기가 높습니다.  독일의 사우어맥주는 ‘베를리너 바이세’와 ‘고제’가 있습니다. 베를린 전통 지역 맥주인 베를리너 바이세는 말 그대로 과거 베를린 사람들이 즐겨 먹었던 밀맥주입니다. 이 맥주는 젖산균이 들어가 시큼하고 청량해 목넘김이 아주 가볍습니다. 알콜도수도 3%로 낮아 술이 약한 사람에게 혹은 여름용 갈증해소용으로 제격입니다.  고제는 북부 니더작센주의 고슬라르 지역에서 만들어지는 밀맥주로 젖산균과 ‘소금’이 들어가는 것이 특징인데요. 이 소금때문에 시고 짭잘한 맛이 무척 독특하고 인상적으로 다가옵니다. 늘 새로운 맛을 갈구하는 크래프트맥주 팬이라면 열광하지 않을 수 없는 맥주이기도 하죠.  그러나 독일 사우어 맥주는 라거맥주 열풍에 밀려 2차 세계대전 이후 거의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합니다. 이 독일 사우어맥주를 부활시킨 곳이 바로 미국인데요. 1980년대 이후 크래프트맥주양조장이 성행하면서 미국의 소규모양조장들은 유럽 전통 맥주 레시피를 되살려 사우어맥주를 대중화시켰습니다. 뿐만 아니라 기존 사우어 맥주에 과일, 홉 등을 추가해 ‘아메리칸 와일드에일’이라는 새로운 사우어 장르를 개척하는데 성공합니다. 사우어맥주는 유럽에서 시작됐지만 사우어맥주를 취급하는 양조장은 현재 유럽보다 미국에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새로운 사우어 맥주들도 계속 미국에서 나오고 있고요. ‘사우어 천국’ 미국을 여행할 기회가 생긴다면 사우어 맥주를 마셔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신김치에 단련된 한국인… 사우어의 매력  한국에도 미국의 여느 양조장 못지 않은 훌륭한 사우어맥주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치 유산균을 사용한 핸드앤몰트의 K-바이세, 청국장의 미생물을 넣어 발효시킨 아키투브루잉의 도깨비 등 한국적인 재료를 사용한 사우어 맥주도 있습니다.   한국인들이 신김치, 홍어, 청국장 등 각종 발효음식을 즐기기 때문일까요? 한국은 사우어 맥주에 대한 적응도 빠르고,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사우어 맥주의 인기도 뜨거운 편인데요. 사우어 맥주만 전문으로 만드는 와일드웨이브브루잉의 푸브루 대표는 “3년 전만 해도 너무 매니악한 맥주여서 과연 한국 시장에서 먹힐까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현재는 주문 물량이 너무 많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라며 “맥주 트렌드가 빠른 홍콩이나 도쿄를 방문했는데 사우어 맥주에 있어서만큼은 한국이 훨씬 저변이 넓더라. 한국에 들어오는 해외 사우어 맥주 라인업도 아시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사우어 맥주의 인기는 맥주,와인을 포함한 전 세계 미식·주류 트렌드가 ‘신 맛’이라는데서 비롯된 측면이 있습니다. 또 서울이 세계 트렌드에 워낙 민감한 곳이다보니 그만큼 유행을 소비하는 속도도 빠르다는 분석도 있고요. 전문가들은 사우어 맥주의 매력을 ‘음용성’과 ‘중독성’으로 꼽습니다. 양조사 출신인 이상준(31·메이드인퐁당) 매니저는 “사우어맥주의 장점은 바디감이 가벼워 대체로 청량하고, 특유의 신맛 때문에 알콜도수가 높아도 마셨을때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는 점”이라며 “사우어 맥주를 마셨을때 전체에 느껴지는 시고 자극적인 맛 또한 강한 중독성이 있어 맥주 초보자나 맥주덕후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맥주”라고 말합니다. 그는 “사우어맥주는 맥주를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도 가장 넓은 범주로 응용이 가능해 도전정신을 불러일으키는 맥주“라며 “과일을 넣거나 홉을 더 첨가하면 완전히 새로운 맥주로 재탄생하면서도 신 맛이 나는 기본 캐릭터를 잃지 않아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사우어 맥주에 열광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강조했습니다. 글·사진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최영미와 함께 읽는 세계의 명시] 완벽한 장미 한 송이

    [최영미와 함께 읽는 세계의 명시] 완벽한 장미 한 송이

    완벽한 장미 한 송이(One Perfect Rose) -도러시 파커 우리가 만난 뒤 그가 보낸 꽃 한 송이. 지극한 마음을 담아 그가 고른 메신저; 속이 깊고, 순수하며, 향기로운 이슬이 촉촉한-- 완벽한 장미 한 송이. 그 작은 꽃의 의미를 나는 알았지; 꽃은 말하지, “부서지기 쉬운 꽃잎에 그이의 마음이 담겨 있어요.” 사랑이 오랫동안 부적으로 삼았던 완벽한 장미 한 송이. 그런데 왜 내겐 아직 아무도 완벽한 리무진 한 대 보내는 이 없을까? 아, 아니지. 내 운은 그저 꽃이나 받는 거지. 완벽한 장미 한 송이. A single flow’r he sent me, since we met. All tenderly his messenger he chose; Deep-hearted, pure, with scented dew still wet-- One perfect rose. I knew the language of the floweret; ”My fragile leaves,“ it said, ”his heart enclose.“ Love long has taken for his amulet One perfect rose. Why is it no one ever sent me yet One perfect limousine, do you suppose? Ah no, it’s always just my luck to get One perfect rose. * 장미를 가지고 이렇게 슬픈 시를 쓸 수 있나. 서양에서 꽃은 연인들의 마음을 표현해 주는 믿을 만한 부적이었다. 꽃 중에서도 장미, 불타는 마음처럼 붉은 장미가 으뜸이었다. 사랑의 상징인 장미를 도러시 파커는 완전히 비틀어 폐기처분했다. 완벽한 장미,라는 제목에서 풍기는 로맨틱한 분위기와는 완전 딴판인 살벌한 연애시다. 1연은 달콤하게 시작했다가 2연에서 복선을 깔더니 3연에서 독자의 뒤통수를 친다. 날렵한 언어에 실린 쓰디쓴 여운이 길고 무겁다. 한 편의 시가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지, 도러시 파커가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그이가 보낸 장미를 받고 기뻐하는 여인, 이슬이 맺힌 갸날픈 꽃잎을 들여다보다 그녀의 안색이 쓸쓸하게 변한다. 아, 너도 곧 시들고 부서지겠구나. 부서지기 쉬운 꽃잎처럼 그이의 마음도…. 이 시에서 가장 의미심장한 단어는 두 번째 연의 ‘fragile’이다. ‘부서지기 쉬운’ ‘깨지기 쉬운’이란 미묘한 뜻의 형용사인데 ‘연약한’으로 번역하면 시인의 의도가 살아나지 않는다. 이 시의 주제를 ‘장미냐 리무진이냐’ ‘사랑이냐 돈이냐’로 보면 곤란하다. 남자는 장미를 보냈는데, 여자는 비싼 리무진을 받기를 원했다…라는 식의 잘못된 해석이 인터넷에 떠도는데, 황당했다. 사랑이 중요한가 돈이 중요한가를 따지는 이야말로 물질주의에 물든 사람이 아닌지. 리무진은 장미보다 단단하다. 장미처럼 뜨겁고 화려하나 곧 시드는 욕망이 아니라, 리무진처럼 길고 확실하며 현대적인 사랑의 부적을 여자는 원하는 게다. 그녀를 만족시켜 줄 완벽한 리무진이 어디 있을지. 이 시를 읽은 뒤에도 애인에게 장미를 바칠 남자가 있을까? 도러시 파커의 시 때문에 꽃을 선물하려는 남자들이 줄어들 테니, 꽃가게 주인들은 ‘완벽한 장미 한 송이’를 좋아하지 않을 게다. 도러시 파커는 1893년 미국 뉴저지에서 네 남매의 막내로 태어났다. 도러시 파커가 다섯 살 때 어머니가 죽자 의류 제조업자인 아버지는 곧 다른 여자와 재혼했다. 새엄마는 결혼 3년 만에 죽었고, 도러시 파커가 스무 살 되던 해에 아버지도 세상을 떠났다. 14살에 그녀의 공식적인 교육이 끝났다. 가톨릭계 여학교를 졸업한 뒤 뉴욕으로 이사한 도러시는 낮에는 글을 쓰고 밤에는 댄스학교에서 피아노를 치며 생활비를 벌었다. 22세 되던 해에 배너티 페어에 처음 그녀의 시가 실렸고, 보그 잡지의 편집부에 작은 자리를 얻게 됐다. 1917년 증권중개인 에드워드 파커와 결혼했고 1928년 이혼한다. 도러시는 1919년에 시작된 비공식적인 작가모임인 알곤킨 원탁의 창단 멤버였다. 뉴욕 44번가의 알곤킨 호텔에서 도러시와 동료 작가들이 매일(주말을 제외한 평일에) 점심을 먹으며 재치 있는 대화를 즐겼는데, 몇 년 지나 당대의 칼럼니스트와 예술가들이 합류해 뉴욕에서 유명한 사교모임이 됐다. 알곤킨 원탁에서 가장 인기 있던 인물은 도러시였다. 날마다 미국의 주요 신문에 도러시의 번뜩이는 말이 실리며, 그녀는 대중의 사랑을 받는 유명인이 됐다. 1926년에 출간된 도러시의 첫 시집 ‘충분한 밧줄’은 시집으로는 유례없는 베스트셀러가 됐다. 자살충동과 쉬운 이별을 풍자한 그녀의 메마르고 우아한 언어에는 현대 삶의 부박함에 대한 시인의 치열한 고민이 녹아 있다. 시집의 성공과 대중적 인기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우울증과 알코올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여러 차례 자살을 시도했다. 1934년 배우며 작가인 앨런 캠벨과 결혼한 도러시는 영화의 도시인 로스앤젤레스로 이사했고, 부부는 몇 편의 시나리오를 합작했다. 두 사람은 1947년에 이혼했다 1950년에 다시 재결합했다. 말년에 도러시는 대학에서 후학들을 가르쳤다. 약물중독으로 남편이 죽고 4년 뒤인 1967년, 어느 날 뉴욕의 호텔에서 심장마비로 죽은 도러시의 시체가 발견됐다. 73세. 시민운동가였던 그녀는 재산을 마틴 루서 킹 목사에게 기증했다. 킹 목사가 암살된 뒤에 그녀의 유산은 유색인을 위한 단체인 NAACP로 넘겨졌다. 1988년 볼티모어의 NAACP 본부에 도러시 파커를 추모하는 공원이 조성됐다. 유머리스트이며 시인이며 작가였던 고상한 영혼, 도러시의 기념비에는 “나의 먼지를 용서하라”는 고인의 유언이 새겨져 있다.
  • [서울광장] ‘최순실’, 정치교체의 목적이어야 한다/진경호 편집국 부국장 겸 사회부장

    [서울광장] ‘최순실’, 정치교체의 목적이어야 한다/진경호 편집국 부국장 겸 사회부장

    ‘최순실’의 늪이 버겁다. 검찰에 이은 특검의 아메바 수사가 끝을 잊은 가운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튀어나오고 최씨 부친 최태민씨 일가의 가족사가 30년을 거슬러 재조명되고 있다. 검찰이 주요 피의자에게 적용한 직권남용 혐의는 특검에 의해 단순 뇌물 및 제3자 뇌물 수수, 위증, 배임·횡령 혐의 등으로 격상됐다. 세월호 7시간 논란은 의료계 비선 의혹으로 외연을 넓혔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영장을 법원에 보낸 특검의 발길은 이제 SK, 롯데 등 다른 기업들로 향하고 있다. 생면부지의 한 여인으로 인해 저녁이 있는 삶을 빼앗긴 지 몇 달 된 기자는 그렇다 치고 저녁 술자리 장삼이사 셋만 모이면 죄다 ‘최순실’이니, 이 땅의 신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최씨가 대체 국정의 어디까지를 농단했는지, 이로 인해 이 나라 국정이 어떻게 비틀렸는지는 특검이 뒤지고 법원이 따지면 될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운명도 머지않은 헌법재판소의 심판 결과에 따라 갈릴 것이다. 어쩌면 두 달 뒤쯤엔 이 폭풍우가 잦아들 것이라고도 한다. 물음은 여기서 시작된다. 그러고 나면 우리에게 무엇이 남느냐는 것이다. ‘최순실’이 던진 담론의 화두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마르크스는 역사는 한 번은 위대한 비극으로, 한 번은 너절한 희극으로 반복된다고 했다는데, 어찌 된 영문이길래 우리의 대통령사는 예외 없이 집권 4년차의 너절한 비극으로 점철되는지 우리는 지금도 그 답을 올바로 알지 못한다. 대통령 5년 단임제의 태생적 폐해라고도 하고, 제대로 된 대통령을 뽑지 않아서라고도 하지만 저마다 제 입맛대로 내놓는 주장일 뿐이다. 한 번도 우리 정치는 당리당략을 배제한 채 대통령 권력을 논한 바가 없다. 최순실씨가 청와대를 헤집는 동안 대통령 주변의 그 많은 측근과 실세들이 청맹과니 행세를 한 이유는 무엇이고 어찌해야 우리가 이런 청맹과니들을 다시 보지 않을 수 있는 건지, 사용 연한을 다한 87체제를 무엇으로 대체해야 후대에 욕을 먹지 않을지도 고통스럽게 묻고 다투며 답을 찾아야 한다. 다른 시공(時空)에 사는 듯 주말이면 서울 도심을 둘로 쪼개는 ‘촛불’과 ‘태극기’는 대체 하나가 될 수 있기나 한 것인지, 허구와 가짜가 판치는 ‘탈(脫)진실’(post-truth)의 시대에 언론은 무엇으로 권위를 되찾고, 대중은 무엇으로 부러진 잣대를 바로 세울지도 고민해야 한다. ‘최순실’을 대통령의 막강한 권력이 낳은 낯부끄런 사고쯤으로 간주한다면 우리 사회의 총체적 적폐는 언제든 집권 4년차의 필연적 불행을 다시 불러낼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두 사람으로 문제를 좁히면 그만큼 답은 멀어진다. 노력한 만큼 보상받는 시스템이 허물어지고, 능력 대신 돈과 인맥이 성패를 가르고, 부러진 사다리 앞에서 부여잡을 것이라곤 절망과 증오밖에 없는, 그래서 어떻게든 연줄을 찾아 끼리끼리 묶고 우리는 절대 남이 아니라고 거듭거듭 외치며 저네들과 우리들을 나누고 싸워 이겨야 하는 패당적 분열 구조의 이 반칙 사회가 ‘최순실’을 잉태했음을 인정해야 한다. 적수공권의 성공 신화를 일군 화장품 업체 대표 정운호가 판사 출신 변호사를 50억원에 사서 판검사들에게 로비를 벌이고, 20년 가까이 본 적 없는 동창 사업가에게 친구야 하며 술집 애인 방값까지 뜯어내 흥청댄 전도유망 검사가 구치소에 갇혀 있는 현실이 그 당위를 말해 준다. 소셜미디어의 홍수 속에 가짜 뉴스가 판을 치고, 객관적 사실 전달보다 정파적 주장을 앞세운 채 ‘단독 오보’까지 서슴없이 날리고, 종합편성채널로 출발한 종편이 종일편파방송으로 변신해 가며 여론 지형을 뒤틀고 있는 작금의 언론 환경이 지금의 왜곡 사회를 강화해 가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결국 정치다. 정권교체니 정치교체니 하는 말씨름으로는 ‘최순실’을 지울 수 없다. 정권교체만으론 절대 정치를 바꾸지 못하고, 공허한 정치교체 주장으론 절대 정권을 바꾸지 못한다. 문재인, 반기문, 안철수 등 차기를 책임지겠다는 인사들이라면 이제라도 ‘최순실’을 정권교체의 수단이 아니라 정치교체의 목적에 두고 싸우기 바란다. 그래야 4년 또는 5년 뒤 ‘최순실’을 만나지 않는다. jade@seoul.co.kr
  • [新전원일기] “농촌 마을 주민으로서 더불어 사는 삶… 그 자체로 의미 있죠”

    [新전원일기] “농촌 마을 주민으로서 더불어 사는 삶… 그 자체로 의미 있죠”

    그녀는 제주 한림(翰林)에 산다. 그녀가 사는 집 마당엔 동백나무와 블루베리나무가 있다. 주먹만 한 열매를 단 하귤나무는 뒤란으로 가는 길목에 서 있다. 마루에 앉아 동백꽃과 담장 너머 마을을 한참 쳐다봤다. 육지에서 보지 못한 홑겹의 동백꽃이 바람에 흔들렸다. 공항에서 한림으로 올 때 갤 듯한 날씨는 어느새 흐릿해졌고 제법 바람도 불고 있었다. 5년 전 이선자(37)·윤민상(38) 부부는 이 집에 정착했다. 그녀는 충북 오창과학도시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했다. 계획도시답게 오창은 잘 정리되어 있었고 호수가 있는 공원도 있었다. 녹지도 많은 편이었다. 하지만 인공적인 그 공간이 그녀에겐 답답했다. 2년에 한 번씩 이사를 해야 하는 전세살이도 힘들었다. 그녀는 자연과 더 가깝게 살고 싶었다. 그렇다고 꼭 농부가 되겠다는 마음은 아니었다. 귀농학교에 다니면서, 생명평화결사 운동을 하면서 농촌에서 사는 것이 꼭 농부로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걸 배웠다. 농촌 마을의 구성원으로 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고, 생활 방식을 바꾼다면 적게 벌어도 풍요롭게 살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신념을 믿고 제주도로 내려왔다. 하지만 제주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연고도 없고, 큰 자본도 없는 그녀에게 제주는 그저 낯선 땅에 불과했다. 돈벌이는 날품팔이일 뿐이었다. 살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일을 해야 했다. 태풍으로 양철지붕 반쪽이 날아갔다. 어마어마한 제주의 바람을 실감했다. 집안 여기저기서 출몰하는 지네도 낯설고 무서웠다. 기름값이 아까워 세 식구는 방 하나에서 먹고 놀고 잠을 자야만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녀에게 힘들었던 것은 육아였다. 제주로 들어올 때엔 세 식구였지만 이듬해 쌍둥이가 태어났다. 세 명의 아이를 키워야 하는데 육아를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녀는 바다 저편 섬에 와 있었던 것이다. ●첫해에 흙살림 회원에게서 귤밭 500평 임대 받아 그러던 중 흙살림 제주도지부 회원에게서 500평 규모의 귤밭을 임대받았다. 또 그 집에서 농업 인턴을 하면서 고정 수입도 생겼다. 그 후 그녀는 금악리 마을문고에서 저녁에 문고지기 아르바이트도 하고, 비상근직이지만 ‘제주 식생활 교육네트워크’ 사무국장으로도 일했다. 남편도 마을 정미소로, 콩나물 공장으로 일을 나갔다. 생활비도 벌어야 했지만 육아 시간도 확보해야 했다. 밤 시간과 새벽 시간을 나눠 가며 부부는 일과 육아에 매달렸다. 시간이 지나면서 농사는 점점 자리가 잡혀 갔다. 첫해에 500평이던 귤밭은 지난해 6500평으로 늘었다. 그사이 남편 윤씨가 후계농업인 교육을 받고 일부 자금을 융자받아 1000평 규모의 밭도 장만했다. 그녀가 엄마로부터 백과사전 한 질을 선물받은 것은 초등학교 4학년 때였다. ‘지구와 우주’를 읽던 밤 광활한 우주에서 자신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그때 시작된 우주와 별에 대한 관심은 고등학교 때까지 이어졌다. 천문 동아리 활동도 하고, 천체에 관한 책도 읽으며 과학자가 되고 싶은 꿈을 키웠다. 그러다 서울대 농대에 들어가 생물학이나 유전학을 배우면서 미시적인 세계에 눈을 뜨게 되었고, 그 신비에 매료됐다. 대학 3학년, 농대 불교동아리 친구들과 인도로 성지순례 배낭 여행을 갔다. 여행 도중 친구가 발을 다쳐서 일주일 정도 한 마을의 스리랑카 절에 머물게 되었다. ‘불가촉천민’(인도의 최하층 신분)들이 사는 아주 가난한 마을이었다. 때아닌 혹한으로 마을에서는 매일 노인과 아이들이 몇 명씩 얼어 죽었다. 오직 살아남기 위해 하루하루를 사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당장 추위와 배고픔에 죽어 가는 사람들이 있는데, 좋은 직장을 구하기 위해 스펙을 쌓고, 돈을 많이 버는 것이 부질없어 보였다. 범지구적인 차원에서 보면 그런 삶은 어리석고, 한 생명으로써도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고민 속에서 농사의 가치를 다시 보게 되었다. ●스물세 살, 불교귀농학교 다니면서 본격 준비 스물세 살, 인드라망 불교귀농학교에 다니면서 본격적인 귀농을 준비했다. 현실적으로 당장 귀농이 어려웠는데 그때 ‘한살림’과 ‘흙살림’을 알게 되었다. 대학교 4학년 2학기 때부터 3일은 학교에 다니고 3일은 청주 흙살림으로 출근했다. 흙살림에서는 친환경 농산물 인증과 친환경 농업 교육, 친환경 농자재 영업관리 등의 일을 했다. 친환경 농산물 인증 일을 하면서 비무장지대(DMZ) 안의 벼농가들로부터 제주도 귤농장까지 전국의 농가들을 돌아다녔다. 현장을 둘러보고 농민들을 인터뷰하고 영농일지와 생산 계획서들을 검토하면서 농대 4년 동안 학교에서 배운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농업 지식을 쌓았다. 출산과 육아로 그만두기까지 5년 동안 흙살림에서의 경험은 농사를 시작한 제주 살이의 자양분이 되었다. 그녀가 흑보리밭 구경을 제안했다. 밭은 겨울 억새가 둘러싸인 언덕에 있었다. 검은 화산회토 사이로 초록빛 보리싹이 올라와 있었다. 자세히 봐야 보이는 실같이 가느다란 싹이었다. 흑보리 농사를 짓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손 덜 가며 직거래 가능한 작물로 흑보리 골라” “농사와 육아를 같이 하다 보니 이래저래 손이 덜 가면서 직거래를 통해 소득을 높일 수 있는 작물로 4년 전에 고른 것이 흑보리예요. 일반 보리보다 수확이 좀 적긴 하지만 맛이 좋아서 먹어 본 사람들은 거의 매년 재구매를 하거든요.” 2000평이라는 흑보리밭을 보면서 그 크기를 가늠하고 있었다. 서울에서 아파트 평수에만 익숙해 밭이나 논의 크기를 말하면 상상하기 어려웠다. 억새가 시작되는 밭의 끝지점을 보고 있을 때 그녀가 말을 잇는다. “농사라는 게 아주 창의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걸 해 보고 성공시킬 수도 있지만 가장 기본은 주변의 농사를 따라 배우는 거지요. 제주에서도 우리 동네는 양채류와 보리, 콩 농사가 많아요. 반대편 구좌 쪽은 당근과 무를 주로 심고, 대정은 감자와 마늘. 이런 식으로 농사가 나뉘어요. 제주라고 해도 토질이나 기후조건이 서로 많이 다르니까요. 그래서 우리 동네에서 많이 하는 농사를 기준으로 생각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어요. 주변에서는 맥주보리를 많이 심어요. 그런데 맥주보리는 수매값이 너무 싸서 트랙터, 씨, 비료, 수확 비용 이런 거를 따지고 나면 몇 만평 하지 않는 이상 거의 남는 게 없어요. 조금이라도 소득을 높이기 위해 흑보리를 선택하게 된 거죠. 콩이나 보리 농사는 투자 비용이 많이 들지는 않으니까 크게 부담이 없어요. 대신 큰 돈도 못 벌지요.” 감귤농장은 지난해 6500평으로 늘었지만 수확량은 2015년 4000평 때보다도 줄었다. 택배로 보낸 게 1600박스다. 지난해 10월 태풍에 떨어진 것도 많고, 노린재의 피해도 큰 탓이다. 겨우내 귤을 먹고 싶은 사람들이 많아서 천혜향이나 한라봉 같은 다른 품종 귤들도 같이 하면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런 건 시설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 그녀에겐 아직 그럴 여력이 없다. 또 귤시장 자체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같은 국제 무역 체제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을 것 같아 섣부르게 투자하기란 쉽지 않는 일이다. ●“단순 가공·추가 비용 안 드는 귤칩도 택해” ‘요보록소보록’ 상표로 올해 새롭게 시작한 것이 귤칩이다. 귤칩은 품위를 맞추지 못한 귤을 가공해서 만든다. 귤잼, 귤주스, 귤정과도 시도해 봤지만 가공 과정이 복잡하고 병이나 설탕, 포장재 등 추가 비용이 들어서 포기했다. 귤칩은 단순 가공이면서 추가 비용도 들지 않고 직거래하기도 좋다. 8000평 규모의 농사와 흑보리, 콩농사, 귤칩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은 이들과 함께 농사를 짓는 다른 가족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두 집은 공식적으로는 아니지만 공동체 형태를 띠고 있다. 일당도 계산하고, 소득도 나눈다. 연매출은 4000만~5000만원에 불과하다. 아직 농사만으로 두 집이 먹고살 만큼 수익이 충분하지 않아서 품을 팔러 가야 한다. 그러나 농사를 매개로 한 공동체적 삶을 실험해 보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고 그녀는 생각한다. 귤 수입이 많으면 요보록소보록 농장 이름으로 목돈을 넣어 놓고 모든 영농자금 지출도 일원화하고 각자 기본소득 형태로 급여를 가져가는 실험을 해 보려고 한다. 이번 겨울엔 귤 판매 수익이 생각보다 적어 일단 그 실험은 어렵게 됐다. 기본소득은 귀농귀촌 적응을 위해서도, 농촌에서 안정된 생활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제주 생활이 안정되기까지 고정 수입을 가질 수 있었던 농업 인턴제도의 도움을 많이 받았던 그녀로서는 그런 신념이 더 확고해졌다. 네다섯 명이 함께 농사를 짓는 것이 그녀에게는 여러 가지로 좋은 모양이다. “그게 품앗이든 두레 형태든 함께 해 볼 수 있는 일이 많아요. 좀 더 큰 규모의 농사도 가능하고, 일도 더 재밌게 할 수 있어요. 혼자 땡볕에서 풀 깎고 약 치는 것과 두어 명이 같이 일하는 것은 효율 측면에서 달라요. 심적으로 의지되는 부분도 크고. 그런 면에서 서로 마음에 담아 두는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 많이 얘기하고 어떤 일이든 구체적으로 정해 놓으려고 해요. 일을 할 때 그 친구들의 상황과 마음을 배려하려는 노력을 하게 되어서 좋아요. 그럼으로써 함께하는 사람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으니까요.” 어릴 적 그녀가 되고 싶었던 몇몇 직업에는 분명 농부도 있었다고 한다. 이제 농부가 됐다. 대학 동기 중 농사짓는 사람은 그녀뿐이라고 한다. 친구들이 ‘행복해 보인다, 멋있다’고 말해 주면 우쭐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자신의 자리를 돌아보게도 된다. 다른 직업을 택할 걸 그랬나, 수백 번 생각해 봤다. 그래도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리고 ‘아직은 잘 가고 있어’라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농부는 사람보다 자연에 가까운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농부가 좋은 것은 비록 몸은 고되지만, 마음은 어디 구속되어 있지 않고, 시간의 얽매임도 없고, 무엇보다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 수 있는 거죠.” 한림, 그녀의 집 마당엔 아직도 동백꽃이 피어 있을 것이다. 그녀의 삶은 그 동백 꽃잎을 닮았다. 자신의 신념을 좇아 한 길을 걸어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빛깔이다. 순수하고 단단한 시간이 묻어 있다. 홑겹이지만 선명하고 붉다. ■글쓴이 소설가 강진 2007년 ‘현대문학’을 통해 단편소설 ‘건조주의보’로 등단. 소설집 ‘너는, 나의 꽃’, ‘피크’(공저), ‘캣캣캣’(공저) 등.
  • [현장 행정] 동작구 오랜 꿈 ‘흑석高’ 20년 만에 이룬다

    [현장 행정] 동작구 오랜 꿈 ‘흑석高’ 20년 만에 이룬다

    서울 동작구 흑석동은 중앙대가 자리해 전통 깊은 대학가나 교육타운이라는 인상이 짙다. 하지만, 이 동네에 사는 16~18세 청소년 849명이 다닐 일반계 고등학교는 단 1곳도 없었다. 1997년 중대부고가 강남 도곡동으로 이사 간 뒤 이 지역 학생들은 영등포·용산 등 다른 지역 고등학교까지 통학해야 했다. 주민 박모(44·여)씨는 “아들이 내년에 고등학생이 되는데 30~40분씩 통학시킬 생각하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박씨처럼 고민하던 학부모 중 일부는 서초 등 인근 지역으로 이사를 했다. 20년간 지역 주민과 공무원을 괴롭혔던 이 ‘숙제’가 조만간 풀릴 것으로 보인다. 동작구와 서울시교육청은 흑석동 고등학교 유치를 상반기 중 확정하기 위해 속도를 높이고 있다. 17일 동작구에 따르면 구는 학생 수가 줄고 있는 타 자치구의 고등학교를 이전해 오는 방안을 시 교육청과 함께 검토하고 있다. 구 관계자는 “현재 서울의 학교 2~3곳이 우리 구로 이전하는 안에 관심을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공동화 현상이 심각한 도심권 학교들이 이전 후보군에 들었다. 이창우 동작구청장은 “이르면 3월쯤 이전 고교를 공식 선정하는 게 목표”라면서 “지역 주민들이 그동안 느꼈던 상실감을 감안해 명문 사립고를 유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가 고교 유치에 박차를 가하는 건 지역 사정과 맞물려 있다. 흑석동에는 재개발이 진행되면서 고층 아파트가 들어섰고, 2400여 가구가 전입 와 고등학교가 더욱 필요해졌다. 구 관계자는 “앞으로 흑석동 내 다른 재개발 구역에도 아파트가 들어서면 7000가구가량이 새로 이사 올 예정”이라면서 “일반 고등학교가 1곳도 없는 상황에서는 이 인구를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애초 동작구의 고등학교 유치에 소극적이던 시 교육청도 구민과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행동 앞에 입장을 바꿨다. 구민들은 2015년 3월 ‘흑석고 유치 서명운동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2만 5000여명의 서명을 받아 교육청에 전달했다. 이 구청장도 2014년 7월 취임 이후 5번이나 조희연 교육감을 직접 찾아 설득했다. 이 구청장은 “동작구 전체 일반계고등학교도 5곳뿐이다. 가구 수가 비슷한 중랑구와 서초구, 구로구 등과 비교하면 최하위 수준”이라고 현실을 설명했다. 구는 흑석동의 고교 유치 외에 교육의 질적 개선을 위해서도 노력 중이다. 이 구청장은 “올해 구 교육예산은 70억원으로 재정여건이 어렵지만 해마다 늘리고 있다”면서 “학생들의 직접 미래를 설계하는 진로직업체험 프로그램 등을 지원해 공부할 맛이 나는 지역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자치단체장 25시] “광명동굴로 ‘변방의 기적’…광명역 유라시아철도 출발점 육성”

    [자치단체장 25시] “광명동굴로 ‘변방의 기적’…광명역 유라시아철도 출발점 육성”

    양기대 경기 광명시장은 지난 12일 서울신문과의 신년 인터뷰에서 “광명동굴로 무에서 유를 창조해 ‘변방의 기적’을 이뤘다”며 “베드타운으로 내세울 게 없던 불모지를 한 해 KTX광명역세권 일대에 2000만명이 오고 141만명이 방문하는 광명동굴 개발로 관광·쇼핑·물류의 중심지로 변모시켜 가슴 벅차다”고 말했다. 양 시장은 “새 정부에서 남북관계가 진전되길 기대하며 KTX광명역을 유라시아 대륙철도 출발역으로 육성하겠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새해 역점 시책으로 “‘청년 잡스타트(Job Start)’와 ‘복지동 제도’를 전국 지방정부에 보급할 수 있게 대선 공약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박근혜 대통령 탄핵 결정으로 조기 대선이 예상된다. -지난 10년 동안 두 번의 보수정부가 국민에게 많은 실망을 줬다. 거기에 탄핵이 이어지며 국민이 촛불을 통해 새로운 시대, 구시대를 청산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강한 욕구가 분출한 것이다. 이 새로운 시대는 단순히 정치인 몇 사람의 교체가 아니다. 낡아 빠진 시스템에 대한 심판이 이뤄져야 한다. 덧붙여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해서 야권 중 누구라도 정권을 잡는다면, 구시대를 청산하고 새 시대를 열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새로운 시대란 뭘 말하나. -새로운 시대는 국민과 소통하고 삶의 질을 높이고자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 나아가 우리 시대의 큰 질곡인 통일과 남북문제, 주변 국가들과의 외교 관계 개선을 시대적 사명으로 해야 한다. 그런 정권을 촛불을 든 국민이 간절히 바라고 있다. 어떤 형태로든지 국민이 원하는 정권이 들어설 것이다. →대권 주자들 사이에서 박 대통령 탄핵 후 개헌 얘기도 거론되는데. -만약 올해 조기에 대선이 치러진다면 현실적으로 개헌은 쉽지 않다. 그렇다면 각 후보와 정당이 대선 공약을 제시하고 당선되면 임기 중에 빠른 속도로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필요하다면 새 대통령의 임기 단축도 해야 한다. →조기 대선 시 광명시에서 준비하는 핵심 공약이나 새해 주요 시책은 뭔지. -크게 ‘청년 잡스타트’와 ‘복지동 제도’, ‘유라시아 대륙철도 출발역 육성’ 등 3가지이다. 우선 민생과 관련된 것으로, 일자리와 관련해 가장 특화된 사업을 많이 하고 있다. 그중에 하나가 청년 잡스타트다. 성남시와 서울시가 청년배당, 청년수당을 주고 있는데 우리 광명시는 2012년부터 청년 잡스타트를 시작했다. 이 사업은 6개월 단위로 50~70명의 청년을 뽑아 시에 인턴 배치한다. 인턴 기간 일자리에 관련한 교육과 체험, 훈련을 시킨다. 지금까지 예산 40억원을 들여 600여명이 참여해 40% 넘게 정규직으로 취업했다. 전국적으로 보급돼 시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수당 주는 소모적인 방안이 아닌, 고기 잡는 법을 경험하고 알려주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우리 시가 전국 최초로 복지동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각 동에 방문 간호사를 배치해서 그 방문 간호사와 사회복지사, 동장이 하루에 최하 두 가구 이상 어려운 가정들을 방문한다. 간호사는 건강체크, 복지사는 복지업무 상담, 동장은 전반적인 민원을 듣는다. 현재 전국에서 벤치마킹을 하고 있다. 복지동 제도의 최고 장점은 방문 간호사를 동마다 배치한 것이다. 우리는 18개 동에 직원으로 간호사를 배치했는데 이것이 다른 지자체와 차별화된 거다. 앞으로 대선 공약으로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싶다. →앞으로 핵심 정책으로 KTX광명역을 유라시아 대륙철도 출발역으로 육성할 계획이라는데. -그렇다. KTX광명역을 유라시아 대륙철도 출발역으로 육성하는 걸 올해 대선 공약으로 계획하고 있다. 아마 1월 중에 이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좀 더 거창하게 얘기하면 양기대 광명시장의 ‘유라시아 대륙철도 선언’을 계획하고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서 남북관계 개선의 조짐을 보인다면 철도를 타고 대륙 가는 길을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도 철길을 열어주고 그에 따른 여러 가지 반대급부를 챙기면 자기들도 경제적인 도움이 된다. 그뿐만 아니라 철도 현대화를 위한 여러 가지 방안들을 제시하려고 한다. 이런 점에서 대선 공약으로 채택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민선 6기 시장으로 연임 중인데 시정철학을 밝혀 달라. -새해 시정을 이끌 사자성어로 “중심성성(衆心成城)과 배사향공(背私嚮公) 정신을 들고 싶다. 여러 사람의 뜻이 일치하면 못할 일이 없고, 사사로운 욕심을 버리고 공익을 향한다는 뜻이다. 지난 6년 반가량 시장으로서 가장 중요한 게 시민과의 소통. 그리고 민생을 챙기는 것이다. 더 나아가 시민의 삶을 윤택하게 해 주는 게 행정과 정치의 본령이라는 걸 느꼈다. 이념이나 정파보다 시민을 행복하게 해 줄 정책인지가 더 중요하다. 서민의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지게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시장직을 포함해 정치를 하다면, 시민의 삶의 질 개선에 늘 무게를 두고 정치를 할 것이다. →시장 되기 전 언론인으로 재직한 경력이 있는데. -1980년대 초 대학을 다녔다. 군부 독재에 항거한 암울한 시대에 저항했다. 하지만 더 적극적으로, 열심히 하지 못한 늘 부채의식 있었다. 그 빚을 사회에 나와서 어떻게 갚아야 하느냐는 고민 끝에 동아일보에 들어갔다. ‘왜 기자가 되려 했나’를 늘 되새겼다. 부패척결이나 권위주의 청산, 올바르고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 취재하고 좋은 기사를 쓰려고 노력했다. 결과적으로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이 집권하던 시절에 검찰에 출입하며 과거와 당대 권력의 부패상을 파헤치는 기자로 인정받았다. 두 차례의 한국기자상과 한국언론대상을 받았다. 기자로서 영광이었다. →잘나가던 언론인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계기는. -기자생활 15년 가까이하면서 느낀 게 있다. 기자는 행동하는 사람은 아니다. 비판하고 방향을 제시하고 정리한다. 하지만 세상을 바꾸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정치에 뜻도 있었다. 2004년 1월 열린우리당 창당 직후였는데 당시 여당의 당의장도 권유했다. 2004년에 입당해 광명에서 국회의원에 도전했다. 준비가 안 된 채 금배지에 도전했으나 거푸 전재희 의원에게 고배를 마셨다. 국회의원에 두 번 도전해 낙선하면서 많은 시민이 말했다. ‘아직 나이가 있으니 행정 경험을 쌓고 역량을 발휘하면 또 다른 길이 열리지 않겠느냐’고 해서 시장에 출마하게 됐다. →국회의원에 거푸 두 번이나 낙선한 이후 힘들지 않았나. -2004년 4월이 총선이었는데 1월에 광명에 왔다. 그래서 남들은 두 번 떨어지면 8년 노는데 저는 4년 동안 두 번 떨어졌다. 힘들었지만, 아내가 중학교 교사라서 최소한의 생활비로 살아갔다. 주위 지인들과 친구들이 십시일반으로 도와줬다. 6년여간 ‘고난의 행군’ 시기를 무난히 견뎌낼 수 있었다. 시장이 되는 데에도 가장 밑거름은 지역 밑바닥을 휘젓고 다녔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낙하산으로 광명에 왔기 때문에 지역도 잘 모르고, 상대는 전재희라는 인물로 굉장히 부지런한 분이었다. 우선 밑바닥을 훑으며 사람 마음을 얻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새로운 꿈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늘 최선을 다하고 있다. 시민뿐 아니라 국민의 여론과 뜻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촛불 민심을 통해서도 봤지만, 정치를 한다면 독불장군으로는 할 수 없다는 믿음을 굳히게 됐다. 지금은 광명시장으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소임이다. 때가 되면 또 다른 꿈과 계획을 밝힐 기회가 있을 것이다.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때에 시민들의 인정을 받을 수 있다. 국민의 여론, 민심이 뭔지를 더 깊게 생각하려고 한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문재인 ‘군복무 1년’ 주장에 정치권, ‘포퓰리즘’ 비판 한목소리

    문재인 ‘군복무 1년’ 주장에 정치권, ‘포퓰리즘’ 비판 한목소리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군복무 1년까지 단축 가능’ 주장에 정치권이 17일 비판을 쏟아냈다. 문 전 대표는 최근 발간한 자신의 대담집에서 ‘복무 기간은 얼마까지 단축하는 게 좋겠는가’라는 질문에 “참여정부 때 국방 계획은 18개월까지 단축하는 거였다. 점차 단축돼오다가 이명박 정부 이후 21~24개월 선에서 멈춰버렸는데, 18개월까지는 물론이고 더 단축해 1년 정도까지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정치권에서 제기된 내용에 대해 국방부가 일일이 답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도 “병력감축과 관련된 문제는 안보 상황과 현역 자원 부족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포퓰리즘’이라며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안희정 충남지사는 “민주주의 선거에서 표를 전제하고 공약을 내는 것은 나라를 더 위험하게 만드는 일”이라며 “당장 특정계층 각각을 대상으로 표를 의식하는 정책공약으로는 좋은 나라를 만들 수 없다”고 말했다. 안 지사는 “민주주의 선거에서 후보는 정책의 방향과 가치를 이야기해야 한다”며 “어떤 튼튼한 안보체계를 가질 것이냐를 두고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다. 국방·안보에 대한 원칙을 이야기하면서 군 복무 기간 이야기도 나와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김성원 새누리당 대변인은 이날 구두 논평을 통해 “문 전 대표는 국방에 대한 의지가 있는 분인지 의심스럽다”며 “오로지 모든 관심이 대권에만 가 있다”고 비판했다. 원유철 새누리당 의원은 “아예 군대를 없애자고 하자”며 “야권의 소위 대선주자들의 선거를 의식한 안보 포퓰리즘이 어디까지 갈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원 의원은 “현재 군 복무기간을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2개월로, 이재명 성남시장은 10개월로 줄이자고 한다”며 “이러다가는 아예 군대를 없애자고 할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문 전 대표를 “오로지 표만 의식해 나라의 미래에 대한 고민 없이 무책임한 주장만 펼치고 있는, 청산돼야 할 ‘올드’ 정치인”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문 전 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군 복무기간 18개월로 단축’에 모병제 도입을 주장한 것도 있고, 2014년 ‘윤 일병 사건’ 때도 모병제를 언급했다”며 “하필 대선을 앞둔 지금 자신의 생각을 바꾼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표창원 “대통령 포함 모든 공직에 65세 정년 도입” 장제원 반응이?

    표창원 “대통령 포함 모든 공직에 65세 정년 도입” 장제원 반응이?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6일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공직에 최장 65세 정년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표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과 장관, 국회의원과 지자체장 등을 포함한 모든 공직에 정년 도입이 꼭 필요하다”며 “그래야 나라가 활력이 있고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면서 청년에게 폭넓고 활발한 참여 공간이 생긴다”고 밝혔다. 이어 “정치·공직 경험자가 ‘어른’으로서 일선에서 물러나 계셔야 현장의 극한대립을 이해관계에서 자유롭게 중재할 수 있다”며 “이때 비로소 나라가 안정된다”고 강조했다. 표 의원의 이같은 주장은 최근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반 전 총장은 1944년생으로 현재 만 72세로 표 의원이 언급한 ‘은퇴해야 할 나이’를 지났다. 반면 문 전 대표는 1953년으로 만 64세다. 표 의원은 논란이 일자 다시 글을 올려 “당연히 반 전 총장 생각도 했지만 그분만을 대상으로 한 이야기는 아니다”면서 “나도 스스로에게 65세를 정치 정년으로 설정했다”고 해명했다. 표 의원의 이같은 의견에 바른정당 장제원 의원은 반박하고 나섰다. 이날 장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금 우리는 100세 시대에 살고 있다. 어르신들의 경륜을 어떻게 사회의 새로운 에너지로 승화시킬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대”라며 “이런 시대착오적인 신고려장 발상은 65세 이상 건강하게 열정적으로 사회에 참여하고 계신 국민들께 큰 상처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푸드트럭 전국 282대뿐… 전망치 10%만 달린다

    푸드트럭 전국 282대뿐… 전망치 10%만 달린다

    목 좋은 곳엔 노점… 진입 어려워 차기 정부서 대폭 축소·폐지 우려 식약처, 성공 벤치마킹 확산 총력 박근혜 대통령의 규제 철폐 상징인 푸드트럭 사업에 대한 정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취약계층 일자리 마련을 위한 대표적 서민 정책임에도 합법화 3년째인 올해 들어서도 성과가 크지 않아 새 정부가 ‘빅배스’(후임자가 전임자의 정책이나 성과를 백지화하는 것) 차원에서 이를 대폭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서다. ●차량 개조 후 70%는 영업 포기·노점 16일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전국에서 영업 허가를 받은 푸드트럭 수는 282대로 국민 18만 3300명당 한 대꼴이다. 당초 정부가 전망했던 수준인 3000대 안팎에 크게 못 미친다. 푸드트럭은 2014년 3월 박 대통령이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직접 ‘손톱 밑 가시’로 언급한 덕분에 같은 해 8월 합법화됐다. 전국 유원지 등에만 푸드트럭을 허가해도 일자리 6000명, 부가가치 400억원이 생겨나고 트럭 개조 사업도 덩달아 커질 것으로 정부는 내다봤다. 미국 뉴욕의 ‘쉐이크쉑(쉑쉑) 버거’와 같은 길거리 음식 신화가 한국에서도 생겨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푸드트럭이 합법화된 지 3년이 돼 가는 지금 수도권(130대)과 경남(58대) 등을 제외한 상당수 광역자치단체에서는 10대 미만이 운영 중이다. 인구 150만명이 넘는 대전에는 푸드트럭이 한 대도 없다. 푸드트럭 매출도 서울 밤도깨비 야시장(여의도) 등 일부 사례를 빼면 대부분 월 200만원을 넘지 못한다. 행자부 측은 “지난해 7월 푸드트럭 이동영업 제한을 없애는 등 중앙정부 차원에서 풀 수 있는 규제는 거의 풀었다”면서도 “하지만 장사가 될 만한 ‘목 좋은 곳’마다 어김없이 노점이 자리잡고 있어 푸드트럭이 진입할 자리가 많지 않다”고 토로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난해 8월 말 기준 전국 푸드트럭 개조 차량은 1021대지만 실제 운영은 296대에 불과했다. 차량을 개조하고도 70% 이상은 영업을 포기하거나 노점처럼 불법 영업에 나서는 것으로 추정된다. ●P2P, 노점상→푸드트럭 전환 상품 출시 일부에선 올해가 푸드트럭 활성화의 마지막 해라는 분석도 내놓는다. 차기 정부가 기존 상인 및 노점과의 마찰을 감수해 가며 푸드트럭 사업을 밀어붙이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이유에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푸드트럭 사업이 전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자전거 사업처럼 용두사미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부는 경남 등 푸드트럭 성공 사례를 다른 지역도 공유할 수 있게 벤치마킹 기회를 제공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지자체를 독려해 푸드트럭 영업 장소도 확대하는 등 사활을 걸고 있다. 민간 영역에서도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P2P(개인 대 개인) 금융업체 ‘펀다’는 서울 강남대로 일대 노점상을 푸드트럭으로 전환하는 투자 상품을 선보였다. 펀다 측은 “1차로 노점상 3곳에 대한 투자를 진행했으며 추가 사업을 위해 서초구 측과 보완 사항 등을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되살아나는 도심… 광화문·종로 아파트 인기 ‘쑥’

    되살아나는 도심… 광화문·종로 아파트 인기 ‘쑥’

    서울 종로구 경희궁 자이는 2014년 11월 분양 당시 고분양가 논란을 겪으며 미분양이 발생했다. 당시 분양가는 3.3㎡당 2300만원. 건설사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조금씩 반등을 하고 있던 시기였지만, 아직 확신이 없던 때”라면서 “특히 학군이 어중간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초기에는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편의시설 크게 늘어 직장인들 편리 하지만 다음달 입주를 앞두고선 상황이 달라졌다. 분양가격이 7억 8000여만원인 84㎡의 최근 거래가격은 10억 5000만원이다. 2년 3개월 만에 34.6%나 상승한 것이다. 2014년 12월 투자 목적으로 이 아파트를 분양받은 김모(52)씨는 “앞으로 더 오를 것 같아 아직 팔 생각이 없다”면서 “생활이 편리해 직접 들어가 살까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광화문과 종로 등 강북 도심권 아파트들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주변 아파트 가격은 강남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다. 학군이 없다는 이유로 외면받던 이들 아파트가 인기를 끄는 이유가 뭘까. 가장 큰 이유는 광화문과 종로 일대 도심재생사업이 진행되면서 오피스시설 공급이 대폭 늘어난 데 있다. 2013~2015년 광화문 일대에는 그랑서울과 디타워, 타워8 등 대형 오피스 빌딩이 한꺼번에 공급됐다. 또 을지로 일대는 지난해 대신증권 신사옥과 IBK기업은행 신사옥, 신한L타워 등이 준공됐다. 올해는 광화문의 수송타워가 수평증축을 통해 수송스퀘어로 리모델링되고, 을지로 KEB하나은행 신사옥도 완공된다. 부동산 관계자는 “광화문과 종로, 을지로 일대의 도심재생사업으로 새 오피스가 많이 늘어나면서, 강남이나 여의도에서 도심으로 이전해 오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면서 “기업이 늘다 보니 자연스럽게 수요층도 늘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랑서울 임대 관리 관계자는 “외국계 회사들이 강남보다 광화문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그렇다 보니 외국계 기업에 다니는 회사원들의 수요도 늘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도심권 랜드마크 아파트가 되고 있는 경희궁 자이와 사직동 풍림 스페이스본 아파트는 걸어서 5~10분이면 서울시청이나 정부서울청사, 주요 오피스빌딩에 도착할 수 있다. ●세종로 청사 주변 아파트 강남 수준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나타나는 변화는 또 있다. 바로 맛집과 병원 등 편의시설의 증가다. 직장인 강모(31)씨는 “예전에는 회사 주변 맛집이라는 것이 고깃집, 횟집, 곱창집, 낙지집 등 흔히 이야기하는 ‘아재’ 취향의 식당가만 있었는데 요즘은 호주식 디저트 카페부터 중동 음식점까지 없는 것이 없다”면서 “예전에는 데이트를 하러 강남 가로수길 등을 자주 갔는데 요즘은 서촌을 자주 간다”고 전했다. 다음달 경희궁 자이로 입주를 계획하고 있는 50대 독신 김모씨도 “주말에 식사를 해결하는 일이 쉽지 않은데, 도심이다 보니 식당이 많아 걱정이 없을 것 같다”면서 “강북삼성병원이 가까이 있는 것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장점으로 생각된다”고 전했다. 고궁과 미술관, 청계천 등 다양한 문화시설이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광화문과 종로에는 경복궁과 덕수궁, 경희궁, 청계천, 서울미술관, 종묘, 남산 등 다양한 문화재와 문화시설이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외국에서 손님이 오면 경복궁과 청계천, 덕수궁 등을 꼭 보려고 한다”면서 “우리는 잘 느끼지 못하지만 외국인들에게는 수십층짜리 빌딩 가까이 이런 고궁이 있다는 것이 매력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 외국계 투자사 직원은 “예전에는 강남에다 직원들의 임대를 구해줬는데 요즘은 광화문 쪽을 더 선호한다”면서 “이유를 물어보면 강남보다 좋은 곳은 세계에 많지만, 광화문처럼 독특한 도심은 찾기 힘들다는 답이 많다”고 귀띔했다. 실제 경희궁 자이 분양자 중 41명은 외국인이었다. ●고궁·남산 등 문화시설도 다양 이렇다 보니 가격 상승세도 예사롭지 않다. 경희궁 자이 분양권 가격이 뛰면서 주변 단지들도 덩달아 인기다. 지난해 12월 청약을 마친 경희궁 롯데캐슬은 11·3부동산규제에도 불구하고 평균 43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독립문역 쪽에 가깝지만, 도심 아파트라는 인식을 주기 위해 ‘경희궁’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 같다”면서 “11·3부동산 대책 이후 다른 곳의 청약 경쟁률이 반 토막 났지만, 도심은 여전히 인기가 높았다”고 전했다. 2014년 11월 7억 700만원에 거래됐던 사직동 풍림 스페이스본 전용 94㎡는 지난해 11월에 9억 2000만원에 매매됐다. 서울 중구 회현동 남산 롯데캐슬 아이리스 전용 113㎡ 매매가격도 지난해 1월 8억 7500만원에서 7월 9억 9500만원에 팔렸다. ●전문가 “도심아파트 인기 지속될 것” 그렇다면 강북 도심권 아파트의 인기는 계속될까. 일단 전문가들은 긍정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적으로 한 국가를 대표하는 A급 도심의 주거지는 희소성이 있기 때문이다.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과잉공급 논란이 있지만 서울은 사실 공급이 많지 않다”면서 “특히 종로구와 중구는 공급이 전무하다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다”고 전했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서울에 공급된 아파트 물량은 17만 3845가구다. 이 중 강북 도심권인 종로는 2281가구, 중구는 1934가구다. 한 해 400가구도 채 공급이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함영진 부동산114리서치 센터장은 “멸실가구 등을 생각했을 때는 공급물량이 더 적다”면서 “수요는 늘어나는데 공급은 더이상 하기 어려운 만큼 가격이 급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센터 연구위원도 “경기의 영향을 아예 안 받는다고 볼 수는 없지만 도심지 부동산은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으로 분류할 수 있다”면서 “서울이 국제도시화되고 외국인 투자가 늘어날수록 인기를 끌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글 사진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세상이 날 부정한다 해도 당차게 말하는 용기 내요

    세상이 날 부정한다 해도 당차게 말하는 용기 내요

    4년 전 ‘여신님이 보고 계셔’ 제작 호평 열악한 환경 속 신념의 여인 얘기 담아 한정석 “가치있는 말 전달 고민 녹였죠” 이선영 “의미 있는 얘기 재미있게 풀어” “살아온 날들과 사랑한 이들이 너무나 소중한 사람 지금의 나보다 내일의 내가 더 중요한 사람 나는 나를 말하는 사람 내가 나라는 이유로 지워지고 내가 나라는 이유로 사라지는 티없이 맑은 시대에 새까만 얼룩을 남겨 나를 지키는 사람.”(‘나는 나를 말하는 사람’) “좋게 좋게 넘기려다 누구누구 눈치보다 아예 포기했던 말들 그 누구도 묻지 않아 나조차도 생각 못한 오직 나를 위한 말들 거기 그 자리에서 지금 그 모습으로 당신의 얘기를 들려줘요.”(‘당신의 얘기를 들려줘요’) 2013년 창작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이하 여신님)로 평단과 대중을 사로잡은 한정석(34) 작가·이선영(34) 작곡가 콤비가 4년 만에 내놓은 신작 ‘레드북’(22일까지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의 대표적 넘버에는 두 사람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여신님’ 이후 ‘카인과 아벨’을 작업하던 중 우란문화재단의 제안으로 “셋째인 ‘레드북’을 먼저 출산했다”는 이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끝내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여인의 이야기를 젊은 창작자답게 가볍고 유쾌하게 풀었다. “전작 ‘여신님’에서 주로 ‘보다’라는 의미에 주목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말하다’라는 개념에 초점을 맞췄어요. 다른 사람의 시선과 기준에 나를 맞추지 말고 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말하라고 전하고 싶었거든요.”(이선영) “여자가 남자의 부속물로 취급받던 극도로 보수적인 시대에서 아무리 세상이 나를 부정한다고 해도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겠다’고 외치는 솔직하고 당찬 안나를 통해 말할 줄 아는 용기를 강조하고 싶었어요. 사람들에게 가치가 있는 말을 전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제 바람과 여성 예술가로서의 역할을 고민하는 선영씨의 고민도 녹아 있죠.”(한정석) 한 작가의 말처럼 극 중 안나는 여성이 자신의 신체를 언급하는 것조차 금기시되던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편견에 맞서 “나는 슬퍼질 때마다 야한 상상을 한다”는 말을 서슴지 않고 한다. 그러던 그녀는 여성문학회 ‘로렐라이 언덕’이 펴낸 잡지 ‘레드북’에 파격적인 소설을 실어 거센 비난을 받는다. 블랙리스트, 검열 등이 문화예술계의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른 요즘, 그래서 금지된 책을 상징하는 ‘레드북’이라는 제목은 꽤 도발적으로 들린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공연 시점이 맞물려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네요. 실제로 극 중 한 평론가로부터 미움을 산 이후 안나가 본의 아니게 핍박을 받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 굴복하지 않고 소신을 지키는 그녀를 통해 신념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지 관객들에게 전달되었으면 해요. 사실 ‘레드북’은 도색 소설, 무서운 책 등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되기에 관객들이 의미를 한정 짓지 않고 나름의 해석을 찾았으면 좋겠어요.”(한정석) 시대가 공감하는 인물을 통해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관객들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고 싶다는 젊은 창작자들의 그다음 목표는 뭘까. “무엇보다 현재로선 ‘레드북 재공연 확정’이지요.(웃음) 사실 큰 목표지만 재공연을 하게 된다면 처음에 저희들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더 충분하게 전달하고 싶어요.”(한정석) “의미 있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자는 게 저희 원래 목표였어요. 앞으로도 관객분들이 ‘맛있는 음식을 먹었는데 알고 보니 몸에도 좋은 유기농 음식이었네’라고 느낄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이선영)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고든 정의 TECH+] 자율주행 트럭시스템 구축 나선 싱가포르

    [고든 정의 TECH+] 자율주행 트럭시스템 구축 나선 싱가포르

    최근 자동차 산업의 화두는 자율주행, 커넥티드카, 친환경 자동차입니다. 이 중에서 자율주행기술은 자동차 산업을 넘어서 물류 운송 분야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습니다. 모든 차가 자율주행차가 된다면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택시나 버스의 경계가 사라지고 이를 운전하는 직업 역시 사라지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운전이 훨씬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이뤄져 교통사고나 교통 혼잡이 훨씬 덜해질 것이라는 기대도 있습니다. 화물 트럭 역시 자율 주행 기술이 도입되면 큰 변화가 예상되는 분야 중 하나입니다. 여러 나라 및 기업들이 자율 주행 트럭 기술을 개발 중인데, 특히 싱가포르 교통국은 여기에 큰 관심이 있습니다. 자동차 산업이 주력이 아닌 작은 도시 국가인 싱가포르가 자율 주행 기술에 큰 관심이 있다는 점은 의외일 수도 있지만, 사실 싱가포르가 처한 상황을 보면 그렇게 의외는 아닙니다. 싱가포르는 좁은 국토에 많은 차량이 있다 보니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개인이 운전하는 차량보다는 중앙에서 쉽게 통제가 가능한 자율주행 차량이 유리한 것이죠. 대표적으로 현재 싱가포르에서 추진 중인 자율 주행 택시가 있습니다. 택시 수요가 많은 시간대에만 자율 주행 택시가 운행하고 수요가 적을 때는 정해진 장소에서 대기하는 식으로 통제하면 도로를 더 늘리지 않고도 교통 혼잡을 줄일 수 있습니다. 싱가포르 교통국은 택시를 넘어서 트럭 역시 자율 주행으로 바꿀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2014년부터 계획을 추진해왔고, 최근 트럭 제조사인 스카니아와 도요타를 사업자로 선정하고 1단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2단계에서는 10km 떨어진 두 개의 화물 터미널 사이로 화물을 수송하게 됩니다. 이들이 목표로 하는 자율 주행 트럭은 도로만 무인으로 달리는 것이 아니라 화물을 싣고 내리는 것 역시 자동화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모든 과정을 자동화하면, 항구 도시인 싱가포르에서 화물의 운송 및 관리가 더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하는 것입니다. 동시에 24시간 휴식이나 휴일도 없이 작업이 가능해지며 에너지 효율도 올라갑니다. 이미 다임러나 볼보 등 다른 회사의 자율주행 트럭이 보여줬듯이 여러 대의 트럭이 거의 붙어서 이동하면 공기 저항이 줄어들어 연비가 향상되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조종하는 트럭을 이렇게 가까이 붙어서 주행하기는 어렵지만, 자율 주행 트럭의 경우 사실상 하나의 트럭처럼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물론 당장에 모든 트럭이 자율 주행 트럭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10~20년 후에는 그럴지도 모릅니다. 만약 완전 자동화가 되면 물류회사나 교통 당국은 좋아하겠지만, 트럭 운전하던 사람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싱가포르 교통부 사무차관 겸 자율주행도로개발위원회 의장인 팽 킨 콩 (Pang Kin Keong)은 "현재 싱가포르에서 트럭을 몰 근로자가 부족할 뿐 아니라 효율을 더 높이기 위해 이와 같은 자동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기존에 있던 근로자들이 자율 주행 트럭 및 시스템을 감독하는 일을 맡을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의 말처럼 모든 사람이 행복한 결론이 나면 좋겠지만, 과연 모두 더 좋은 직장을 찾을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기술 혁신을 막을 수 없다면, 이 기술 혁신에서 소외되는 사람들을 어떻게 도와줄 것인지 역시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당신은 아이, 나는 고양이… 행복은 모습만 다를 뿐

    당신은 아이, 나는 고양이… 행복은 모습만 다를 뿐

    아무래도 아이는 괜찮습니다/사카이 준코 지음/민경욱 옮김/아르테/220쪽/1만 5000원 자녀 유무 따라 행복 재단하는 편견 꼬집어 “각자의 삶·선택에 대한 다양성 존중해야” 일본 작가 사카이 준코는 선인장도 말려 죽이는 타입이다. 흙과 화분을 어디다 재활용하는 줄도 몰라 죽은 선인장 화분을 몇 년간 방치할 정도니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그는 이런 스스로에 대해 “화분이 인간이라면 사체 유기 사건”이라며 “이러니 누굴(뭘) 키우겠느냐”고 반문한다. 아이가 없는 삶, 즉 ‘누군가를 돌보지 않는’ 상태의 삶을 긍정하며 앞으로는 이런 삶이 더욱 많아질 거라 예견하는 그의 새 에세이가 나왔다. 2003년 ‘마케이누의 절규’(한국어판 ‘결혼의 재발견’)에서 여성들이 열광한 ‘브리짓 존스의 일기’, ‘앨리 맥빌’, ‘섹스 앤 더 시티’를 세계 3대 실패자들의 스토리라고 뼈 있는 농담을 던지며 “비혼을 즐기자”고 말해 결혼 강요하는 사회에 한 방 먹인 그가 이번엔 ‘아이’란 화두를 내세웠다. “아이를 가져야 어른이 된다”는 막무가내 신앙을 전도하고, 아이의 유무에 따라 타인의 성공과 행복 여부를 함부로 판가름 내는 사회를 조곤조곤 지르밟는 그의 이야기는 정부가 ‘가임기 여성인구 지도’란 모욕적인 발상을 떠올려 여성을 ‘애 낳는 기계’ 취급하는 우리 현실에선 특히 귀가 쫑긋해지는 목소리다. 그 역시 마흔 즈음엔 ‘아이 없이 이대로 좋은가’ 고민했다. 하지만 그 물음은 가임기의 끝에 섰다는 일시적인 위기감으로 판명됐다. ‘이대로 좋은가?’란 질문은 ‘이걸로도 충분해’라는 확신으로 바뀌었다. 성별과 관계없이 노력하면 뭐든지 손에 넣을 수 있는 시대다. 하지만 ‘아이 갖는 일’은 다르다. 어쩌다가, 원하지 않아서, 원한다 해도 아이를 가질 수 없는 경우 등 ‘아이 없음’의 배경은 저마다 다르다. 저자는 책 출간을 앞두고 우연히 아이 없는 정치인으로 유명한 아베 총리 부인을 만나 ‘아이 갖는 일’에 대해 물었다. 불임 치료를 받다 중단한 그의 답은 이랬다. “좀 더 노력하면 아이가 생길지도 모르죠. 하지만 저는 ‘아이 없는 인생’을 하늘에서 받았다고 생각하고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자의 담담한 결론은 ‘아이는?’이라는 무심코 던지는 질문 속에 뭉쳐진 편견과 책임 전가를 돌아보게 한다. ‘배경이 뭐든 아이 없는 사람들은 각자 나름의 이유를 만들어서라도 지금 삶을 이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시간을 들여 돌아가는 길을 선택하더라도 ‘아이 없는 인생’도 있을 수 있다는 착지점에 우리는 이르렀습니다. 아이가 없는 사람은 없는 대로, 있는 사람은 있는 대로 각자의 삶을 살아가면 되는 것 같습니다.’(211쪽) 저자는 2014년 평생 독신으로 산 일본 여성 정치인 도이 다카코의 죽음으로 ‘여성이 일과 결혼했던 시대’가 끝났다고도 단언한다. 비슷한 시기 2차 아베 내각 각료 소개 기사에 여성 각료들은 아이에 대한 내용까지 상세히 따라붙는 걸 보고서다. 여성이 오롯이 일만 잘해 인정받는 시대는 가고 일도 잘하면서 결혼과 출산까지 해내지 못하면 ‘유능한 여성’으로 보지 않는 ‘기이한 차별’까지 더해진 것이다. ‘지금까지는 직장에서 아이를 가진 여성들을 차별했지만 앞으로는 아이가 없는 여성들을 차별하는 날이 올지 모릅니다. 즉 아이를 키워본 경험이 없는 여성은 뭔가 부족하다고 여기는 겁니다. 그러나 아이가 없는 여성의 경우 아이를 키우지 않는 동안에 다양한 경험을 쌓기 때문에 아이를 키우는 것만이 ‘인간성을 성장시키는 행위’는 아닙니다.’(100~101쪽) 그는 1980년대 이후에는 ‘어쩌다’ 아이를 갖지 않는 인구가 많아져 미래의 장례 문화는 개성 있는 방법으로 다양해질 것이라고도 예견한다. 3대가 같이 살던 과거엔 ‘며느리의 무료 노동력’이란 ‘숨겨진 복지 자산’으로 조부의 사후 처리가 가능했지만 이제는 이를 견딜 며느리도 없다는 것. 때문에 그는 “국가가 국민이 혼자 안심하고 죽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고언한다. 결국 “아이 없는 사람들과 있는 사람들이 같이 걷는 일은 아이가 있든 없든 어른이 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는 사실만 안다면 가능할 것”이라는 그의 말은 우리에게 결여된 것은 한 사람의 오롯한 삶과 선택, 그 자체에 대한 존중임을 일깨운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핵잼 라이프] 하루 20분 운동으로 35kg 감량… ‘음식물 알레르기’부터 덜어내라

    [핵잼 라이프] 하루 20분 운동으로 35kg 감량… ‘음식물 알레르기’부터 덜어내라

    한 30세 여성이 18개월 만에 몸무게 35㎏을 줄였다. 이 정도 감량쯤이야 큰 화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화제가 된 것은 비만의 구체적인 원인이 된 ‘음식물 알레르기’를 찾고, 맞춤형 해결책을 통해 감량을 이뤘다는 사실이었다. ●노란 식용색소·옥수수가 몸에 염증 키워 화제의 주인공은 미국 미주리주 스프링필드에 사는 카트리나 뷰닝. 최근 온라인상에서 다이어트 코치로 활약하고 있는 그녀는 현재 몸무게 73㎏으로, 탄탄한 근육질 몸매를 소유하고 있다. 사진만 봐서는 믿기지 않지만, 사실 카트리나 뷰닝은 어릴 때부터 자신의 체형 때문에 고심했다. 한때 몸무게는 108㎏까지 나갔다. 13세 때부터 식이요법을 시작했다는 뷰닝은 자신의 체중이 지속해서 증가하는 원인이 무엇인지 알게 될 때까지 헛된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그는 체중 증가로 인한 섬유근육통이나 갑상샘저하증, 성인 여드름 또는 관절염과 같은 각종 합병증을 겪었다. 이 때문에 심각한 우울증과 불안감을 느끼고 한때 자살 충동까지 느꼈다. 원인을 찾기 위해 병원도 방문했다. 하지만 그가 찾아갔던 세 명의 의사는 모두 원인을 알아내지 못했다. 그러던 2014년 8월 어느 날, 그는 마침내 체중 증가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알아낼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알레르기 검사로 진단이 되지 않는 몇몇 음식 알레르기(대두 레시틴, 노란색 식용색소, 옥수수)에 있는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이에 대해 그는 “계속해서 몸에 염증을 일으켰고 체중 증가의 원인이 됐지만 먹는 것이 내 몸을 아프게 한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면서 “그렇게 몇 년이 흘러 몸무게가 45㎏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정크푸드 대신 가공 안된 음식으로 ‘맞춤 감량’ 체중 증가의 원인을 알게 된 뷰닝은 외식을 줄이고 정크 푸드를 끊었다. 그리고 가공되지 않은 깨끗한 음식을 먹고 매일 20분간 운동에 매진했다. 그렇게 해서 18개월 만에 35㎏을 감량할 수 있었다. 바뀐 모습은 너무 극적이어서 가족들조차 알아보지 못할 정도였다고 한다. 뷰닝은 “체중 감량으로 내 인생이 모든 면에서 바뀌었다. 난 간신히 살아 있던 것에서 진정 살아 있는 것으로 변했다”면서 “이제 난 자살 충동이나 우울증, 불안감은 물론 다른 건강 문제로 고민하지 않으며 기분 또한 좋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은 체육관에서 몇 시간씩 운동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다. 원인만 찾으면 하루 25분 미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또한 “핵심은 올바른 영양소를 섭취하는 것이지만, 다이어트를 해봐야 실패할 것이 뻔하다는 사고방식을 버리고 깨끗하고 균형 잡인 음식을 먹고 자신이 무엇을 먹고 있는지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김기중 기자의 교육 talk] 교육부·교육청,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갈등 … 자사고 논란 판박이

    국정 역사교과서를 두고 교육부와 교육청이 다투고 있습니다. 교육부는 지난 10일 전국 시·도 교육청에 공문을 보냈습니다. ‘교육청은 국정 역사교과서 사용을 원하는 모든 학교의 신청을 받아 올해 국정교과서를 쓸 연구학교로 지정하라’는 내용입니다. 이른바 진보 교육감이 있는 교육청 10여곳은 거부 방침을 밝혔습니다. 그러자 교육부는 시정명령에 특별감사도 고려한다며 압박에 나섰습니다. 언젠가 봤던 장면입니다. 2014년입니다. 서울지역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폐지를 두고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이 충돌했습니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취임 후 기존 평가를 무시하고 새로운 기준을 들어 재평가를 진행해 14개 자사고 가운데 8개교가 지정 취소 대상이 됐습니다. 그러자 교육부가 나섰습니다. 자사고 지정 취소와 관련, ‘교육부와 협의한다’는 문구를 들었습니다. 당시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협의 조항을 사실상 ‘동의’로 해석해 시정명령과 특감으로 이를 무력화했습니다.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을 두고 벌어지는 논란도 판박이입니다. 연구학교는 교육 과정이나 방법, 교육 자료와 교과용 도서 연구·개발·검증 등에 모범 사례를 확산하고자 지정하는 학교입니다. 원래 교육부가 직접 선정했지만, 2008년 업무가 교육청으로 이양됐습니다. 연구학교 지정을 하려면 교육부가 교육청에 요청하고 교육청이 심의위원회를 열어 판단한 뒤 학교의 신청을 받아 평가하고 결정합니다. 교육부령인 ‘연구학교에 관한 규칙’이 논란의 대상입니다. 교육부 장관이 교육정책 추진·교과용 도서 검증 등 목적을 위해 필요하면 교육감에게 연구학교 지정을 요청할 수 있지만, 교육감이 ‘특별한 사유’를 들어 이를 거부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교육감들은 이를 들어 “교육부가 감 놔라 배 놔라 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교육부는 2013년 학교폭력 가해 학생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관련 업무 처리와 관련한 판례를 들어 반박합니다. 이 판례에는 “시·도 교육감이 국가 위임사무를 ‘특별한 사정’을 들어 거부할 경우, 특별한 사정이란 법률상의 장애요인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능력이나 여건 미비, 인력 부족 등 사실상의 장애를 뜻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헌법 31조 4항은 ‘교육의 자주성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고 돼 있습니다. 하지만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을 볼 때 이 조항은 이미 사문이 됐습니다. 사문 규정으로 관계 기관이 다툼을 하는 과정에서 정작 ‘교육 소비자’인 학부모와 학생에 대한 고려는 전혀 보이질 않습니다. 학교들은 어느 쪽 이야기를 들어야 하나 고민합니다. 연구학교로 지정되면 학교는 최대 1000만원의 연구비와 유공교원 가산점 등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반대하는 학부모들과도 맞서야 할 겁니다. 상황이 이러니 중립적인 ‘국가교육위원회’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또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교육부와 교육청 모두 미덥지 못하다는 뜻이기도 하겠지요. gjkim@seoul.co.kr
  • [서동철 칼럼] ‘구경꾼 문화’ 지원 정책과 작별하라

    [서동철 칼럼] ‘구경꾼 문화’ 지원 정책과 작별하라

    일산신도시에 이웃해 사는 선배 두 사람으로부터 얼마 전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아주머니들이 취미로 플루트며 클라리넷을 분다는 것이었다. 벌써 3~4년 경력이 붙어 이제는 오디션을 거쳐 동네 교향악단 단원으로 활동할 정도의 실력이 됐다고 했다. 60세 안팎이다. 느지막한 나이에 오케스트라에 당당히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소식은 감동이었다. 처음 들어간 오케스트라의 연습 시스템이 마음에 들지 않아 다른 단체로 옮기는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일산신도시를 포함해 인구 100만명 남짓한 고양시다. 아마추어 교향악단이 하나도 아니고 복수로 존재하고 있다는 뜻이 아닌가. 음악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악기를 꾸준히 연습해 연주 활동을 즐기는 분위기가 이렇듯 널리 퍼져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전국의 아마추어 오케스트라를 소개하는 웹서비스에는 115개 단체가 가입했다. 서울 같은 대도시는 물론 수원, 부천, 용인, 성남, 고양 같은 수도권에 원주, 천안, 전주, 군산의 단체도 보인다. 세종시에서도 벌써 활동하고 있다. 웹서비스에 가입하지 않은 단체도 적지 않을 것이다. 오는 14일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정기 연주회를 갖는 아마추어 단체를 보자. 서울 강남·서초 지역의 직장인 아마추어 오케스트라를 표방하는 이 단체의 연주 곡목은 주페의 ‘시인과 농부’ 서곡과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베토벤의 교향곡 5번 ‘운명’이다. 어떤 프로 악단의 그것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우리 문화가 어느새 이렇게 발전했는지…. 오케스트라뿐만이 아니다. 일산신도시에는 자치단체가 세운 대형 공연장 말고도 소극장이나 아트센터라 이름 붙인 소규모 공연장이 아는 것만 4~5곳 있다. 100석이 넘은 수준급 공연장도 있지만, 지난해 찾았던 곳은 길가 건물 한편에 작은 무대를 만든 소박한 모습이었다. 그나마 지역의 클래식 기타 앙상블과 포크 기타 동아리, 플루트 앙상블, 색소폰 앙상블, 노래 클럽, 요들 클럽 등이 줄지어 있어 대관이 어렵다. 최근에는 음향장비와 30~40석 공간을 갖추어 공연 무대로 영업하는 동네 카페도 생겨났다. 공연계가 불황이라는 것은 ‘구경꾼’을 불러모아야 하는 ‘예술 공급자’의 이야기다. 개인적으로 우리 문화예술의 앞날이 밝은 것은 아마추어 문화예술인들의 열정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부러워하는 문화 선진국이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스스로 문화와 예술 활동에 참여해 즐기는 나라다. 수준 높은 공연물을 언제라도 풍성하게 접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전제다. 하지만 우리 문화예술 지원 정책은 스스로 즐기는 문화에 대한 지원은 외면하다시피 했던 반면 볼거리를 파는 공급자들에게만 초점을 맞추었다. 수천만~수억원을 교향악단이나 오페라단 등에 지원해 운영자의 배만 불리는 지원 정책은 근본부터 손을 봐야 한다. 문화예술 지원 정책을 수요자 위주로 전환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대부분의 아마추어 단체는 일정 액수의 회비로 연습장을 빌리고 지도자를 초빙한다. 하지만 한 차례 오페라 공연에 쏟아부을 예산이라면 수십개의 아마추어 오케스트라를 활성화할 수 있다. 젊은 연주자를 트레이너로 지원하고, 지휘자도 파견하라. 일정 규모의 합창단을 조직한 마을과 직장에 지휘자와 반주자를 지원해 보라. 합창 운동의 도화선이 될 것이다. 국악, 발레, 서예, 그림, 문학 등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당연히 투입된 예산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젊은 예술가의 고용을 늘리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린다. 아마추어의 수준이 올라가고 동네 공연이 활성화하면 주민이 누리는 ‘삶의 질’도 높아진다. 최순실 사태에서 보듯 ‘해충’들이 문화체육관광부 주변에 꼬여 드는 것은 공급자에게 지원하는 뭉칫돈이 달콤하기 때문이다. 최순실 일당이 문체부에서 한 짓도 그럴듯한 명분을 만들어 거액을 빼돌리는 사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늦었지만 작은 지원이라도 목말라하는 현장에 골고루 혜택을 주는 ‘문화 소비자를 위한 문화정책’으로 전환하기 바란다. 효과적인 ‘벌레’ 퇴치 수단이 될 것이다.
  • ‘2000억 적자’ 의정부경전철 파산 신청

    하루 이용객 7만 9000명 예상 실제로는 3만 5000명에 그쳐 운영사·市 사업포기 환급금 이견 수도권 첫 경전철인 의정부경전철이 개통 4년여 만에 결국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 의정부경전철㈜은 11일 이사회를 열고 GS건설·고려개발·이수건설 등 재적 이사 5명 전원이 파산 신청을 의결, 서울중앙지법에 파산신청서를 냈다. 파산 여부는 법원이 판단한다. 의정부경전철은 2012년 7월 개통한 후 승객 수가 예상 수요에 미치지 못하면서 누적 적자가 2000억원을 넘어섰다. 의정부시 측은 “아직 공식 통보받은 게 없다”면서도 대체사업자를 선정하는 방안과 위탁 운영하는 방안을 놓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정부경전철의 파산은 이용객 수가 예상 수요에 턱없이 모자랐고 수도권 환승 할인과 경로 무임승차 등 승객 유인책도 효과를 보지 못한 결과로 알려졌다. 당초 하루 7만 9049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개통 초기 1만 5000명 수준에 불과했고 이후 수도권 환승 할인과 경로 무임승차를 시행했는데도 3만 5000명에 그쳤다. 승객이 늘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경전철 투자기관들은 2015년 말 경전철 측에 사업 포기를 요구했다. 이른바 ‘사업 중도해지권’을 거론하고 나섰다. 중도해지권이 행사되면 의정부시는 민간사업자의 경전철 투자비 가운데 약 2500억원을 환급해 줘야 한다. 경전철 측은 사업 재구조화 방안을 마련해 투자기관들을 달랬고 이에 중도해지권 발동 시한은 지난해 말로 연장됐다. 재구조화 방안은 사업 포기 때 의정부시로부터 받게 돼 있는 환급금 2500억원의 90%를 20년간 분할해 매년 145억원씩 달라는 내용이다. 이를 두고 경전철 측과 의정부시는 여러 차례 이견 조율을 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의정부시는 협약 해지에 따른 환급액수에 견해차가 있는 만큼 소송에 대비하고 지방채를 발행해 환급금을 준비할 예정이다. 시장을 비롯한 간부공무원 업무추진비 삭감 등 긴축 재정을 통해 이른 시일 안에 지방채를 상환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취업 유리한 학과로 대학 4학년 전과 허용

    대학 2~3학년 때에만 가능했던 전과(轉科)를 올 신학기부터 4학년생도 할 수 있게 된다. 교육부는 이런 내용의 고등교육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이 10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즉시 시행된다고 10일 밝혔다. 대학이 자체적으로 학칙을 바꾸면 이를 적용할 수 있다. 전과하는 학생은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2013년 1만 1293명이었던 전과생은 2014년 9959명이었지만 지난해 1만 4723명으로 늘었다. 계열별로는 경영·경제 학과로 바꾸는 학생이 3899명(26.5%)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사회과학 1908명(13%), 컴퓨터·통신 1121명(7.6%), 언어·문학 839명(5.7%) 순이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4학년이 되어도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에게 길을 열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이날 교육부가 지난해 10월 입법 예고한 대학 강사 신분보장과 처우개선을 위한 ‘고등교육법 일부 개정법률안’(보완 강사법)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시간강사’ 대신 교수·부교수·조교수와 함께 ‘강사’를 법적 교원으로 규정한다. 임용 기간은 1년 이상을 원칙으로 한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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