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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 수도 쉴 수도 없어…간병하던 손으로 방아쇠를 당겼다

    잘 수도 쉴 수도 없어…간병하던 손으로 방아쇠를 당겼다

    간병 살인마이니치신문 ‘간병 살인’ 취재반 지음/남궁가윤 옮김/시그마북스/252쪽/1만 4000원#. 2012년 8월 잠을 이루기 힘든 열대야에 아이스팩을 싼 수건을 목에 두르고 있던 기무라 시게루(75·가명). 그는 충동적으로 수건의 양끝을 잡고 반백년 가까이 해로한 아내 사치코(71·가명)의 목을 졸랐다. 그리고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해 약을 털어 넣었다. 아내는 숨을 거뒀고 그는 살아남았다. 아내는 숨지기 3년 전부터 치매와 파킨슨병을 동시에 앓고 있었다. #. 요시코(73·가명)의 아들 다카유키(44·가명)는 생후 3개월 때 선천성 뇌성마비 진단을 받았다. 그 이후 요시코는 40년이 넘는 세월을 모조리 다카유키의 간병과 양육에 바쳤다. 정신적으로 불안정해진 요시코는 병원에서 우울 상태를 진단받고 항우울제를 복용했고, 건망증도 심해 알츠하이머형 치매가 의심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2014년 극한에 내몰린 요시코는 결국 제 손으로 아들의 목숨을 끊었다.평균 기대수명 82세. 의료 기술의 발달로 수명이 연장되는 상황은 마냥 환영할 만한 일은 아니다. 고령화와 장수화는 부모나 자식, 배우자 등 병에 걸린 가족을 돌봐야 하는 상황이 누구에게나 닥친다는 뜻이기도 하다. 끝이 언제인지 모르는 간병 생활이 길어지면서 비극적인 사건도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신간 ‘간병 살인’은 2015년 12월부터 2016년 6월까지 일본 마이니치신문에서 연재한 기획 시리즈 ‘간병 살인’의 취재팀이 한순간에 사랑하는 가족의 목숨을 앗은 가해자가 된 당사자들의 생생한 증언과 이들을 가까이서 지켜본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고령 사회의 덫’을 파헤친 심층 취재기다. 취재팀이 2010~2014년에 일어난 간병 살인 중 재판 기록을 확인할 수 있거나 관계자를 취재할 수 있었던 44건을 뽑아 사건 배경과 동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가해자들의 몸과 마음을 피폐하게 만든 공통적인 요인은 ‘불면’이다. 치매나 통증을 수반하는 질병 환자나 오랫동안 병석에 누워 있는 환자는 수면장애를 앓는 경우가 많다. 한 정신과 의사에 따르면 “간병 살인의 방아쇠가 될 가능성”이 높을 정도로 불면으로 인한 간병인의 스트레스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취재팀이 인터뷰한 가해자들은 처음에는 몸도 건강하고 간병도 잘해냈지만 하루도 쉬지 않고 수십년간 간병에 몰두한 탓에 기력이 쇠약해지는 것은 물론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한계에 다다랐다고 고백했다. 노후 빈곤으로 인해 재정적인 면에서 한계를 느끼는 것은 물론이다. 특히 문제는 간병이 이제 세대와 관계없는 문제가 되었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노인이 된 자식이 늙은 부모를 돌보는 ‘노노 간병’뿐만 아니라 조부모를 돌보기 위해 젊은 나이에 간병 생활에 시달리는 어린이나 젊은이를 가리키는 ‘영 케어러’, ‘청년 케어러’도 늘고 있다. 학교생활이나 취업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나머지 자신의 꿈이나 목표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혼자서 가족 여러 명을 간병하는 ‘다중 간병인’의 비중도 꽤 높은 편이다. 핵가족화와 저출산 현상으로 간병을 담당할 사람이 점점 줄어드는 탓에 다중 간병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의사와 간병지원전문원 등 관계자들은 무엇보다 간병인의 마음을 돌보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취재팀이 간병 지원단체를 통해 간병인들을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의 20%가 자신의 고민이나 스트레스를 일상적으로 의논할 수 있는 사람들이 주위에 없다고 답했다. 몸과 마음이 비명을 지르는데도 혼자서 끙끙 앓다 보니 자기도 모르는 사이 우울 상태를 겪게 되는 것이다. 취재팀은 영국의 ‘레스핏 케어’를 참고 사례로 든다. 레스핏은 ‘일시적인 중단’, ‘한숨 돌리기’라는 뜻으로, 간병인을 간병으로부터 잠시 벗어나 쉬게 하고 그 기간 전문 시설이나 도우미가 간병을 대신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취재팀은 간병인이 건강하고 쾌적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간병인의 권리와 행정기관이 간병인을 지원할 의무를 법률로 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본과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은 우리도 똑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재택 간병을 둘러싼 현실과 대책을 재검토해야 할 때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100초 PR-우리 영화는요!] ‘우리는 썰매를 탄다’ 김경만 감독 “신파 아닌 행복 찾기”

    [100초 PR-우리 영화는요!] ‘우리는 썰매를 탄다’ 김경만 감독 “신파 아닌 행복 찾기”

    “인간 승리나 장애에 무게를 두고 접근한 영화가 아니다. ‘인간의 행복’에 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우리는 썰매를 탄다’를 연출한 김경만 감독의 말이다. 그는 “영화를 신파로 끌고 가지 않았다. 재미있는 스포츠 경기로 끌고 가지도 않았다. 단지 선수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거기서 저마다 다른 감정이 느껴지기를 바랐다”고 전했다. ‘우리는 썰매를 탄다’는 장애인 아이스하키(파라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 이야기다. 비인기 종목이며 열약한 운동 환경과 고된 훈련 과정에도 그들이 세계 선수권대회에 출전하기까지 3년간 30여 회의 실제 경기와 경기장 안팎 선수들의 모습을 꾸밈없이 담았다.김 감독은 선수들의 장애에 무게를 두기보다 빙판 위에서 ‘행복을 느끼는 선수’에 초점을 맞췄다. 사실 그도 처음에는 ‘장애를 극복한 선수’들의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선수들을 만나 오랜 시간을 보내면서 서서히 생각이 바뀌게 됐다. 감독은 “영화를 촬영하면서 놀라운 점을 발견했다. 선수들에게 언제 가장 행복하냐고 물어봤다. (당연히) 과거 다치기 전 이야기를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어떤 선수가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답했다. 또 다른 선수도 같은 대답을 했다”며 영화의 방향을 바꾸게 된 이유를 전했다. 결국 그는 “(선수들의 이야기를 듣고) 시나리오 방향을 완전히 바꿨다. 이 영화는 장애인 휴먼 다큐멘터리, 인간승리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은 언제 가장 행복할까?’, 행복에 관해 접근해보자는 것으로 연출 방향을 잡았다”고 덧붙였다.감독은 3년간 선수들의 모습을 꾸준히 카메라에 담았다. 그들은 저마다 아픈 사연 하나씩 안고 있다. 하지만, 빙판 위의 선수들은 달랐다. 현재를 행복해했고, 감사했으며, 내내 긍정적이고 활기찬 에너지를 뿜어냈다. 선수들은 태극 마크를 달고 국가대표로 뛸 수 있다는 것에도 굉장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김 감독은 “비장애인 중 ‘나는 언제 행복할까’에 대해 고민하는 분들이 이 영화를 보시면, 굉장히 부끄러워할 것 같다. 저 선수들은 저렇게 힘든 운동을 하면서도 행복을 느끼는 데, 나는 왜 행복을 못 느끼나……”하고 말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행복해지고 싶거나, (현재)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보면, ‘행복해지는 영화’”라고 말했다. 영화 ‘우리는 썰매를 탄다’는 스타 배우도, 화려한 볼거리도 없다. 내레이션도 배제했고, 음악도 최대한 절제했다. 음악 대부분은 감독이 직접 작곡했다. 장애 아이를 키우는 부활의 리더 김태원 씨가 작품을 위해 조용히 음악 두 곡을 선물했다.김 감독은 “영화를 본 관객이 안타까운 마음을 오래도록 간직했으면 한다”며 “선수들이 왜 저렇게까지 고통스럽게 운동을 하는가. 그런 물음이 마음에 남으면 좋겠다. 영화를 본 분 중 엉엉 울었다는 분들은 없었다. 내심 울지 않기를 바랐는데, 기뻤다. 눈물을 흘려버리면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가슴 아픈 것을 보고 시원해하지 말고, 좀 더 자신의 인생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끼고, 그 상태가 오래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묻는 말에 김 감독은 패러글라이딩에 도전하는 이종경 선수를 꼽았다. 이 선수는 2002년 패러글라이딩을 하다 추락 사고를 당했다. 척수를 다친 그는 하반신을 쓰지 못하는 큰 부상을 당했다. 이에 김 감독은 “다치고 나면, 자살을 시도하는 선수도 있다. 3년간 집 밖으로 안 나간 선수도 있다. 중도 장애를 겪으면 그런 일들이 많다. 트라우마를 이겨내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고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작품을 만들면서 “제 삶이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어쩌면 이 사람들은 장애인이지만 장애가 없는 것이 아닐까. 오히려 비장애인 제가 더 장애가 많은 것이 아닐까, 하는 부끄러움을 갖게 됐다”고 덧붙였다.SBS PD로 활동하며 휴먼 다큐멘터리 외 다양한 프로그램을 연출했던 그는 ‘우리는 썰매를 탄다’가 스크린 데뷔작이다. 사실 이 작품은 2014년 완성됐다. 하지만, 흥행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오랜 시간 외면받았다. 우여곡절 끝에 4년 만에 빛을 보게 됐다. 이에 대해 그는 “오랜 기다림 끝에 영화를 공개하게 됐다. 대작에 비해 스크린수는 10분의 1 정도 잡힐 것 같다. 여러분이 많이 찾아주시면 스크린수도 늘어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희망과 부탁의 메시지를 전했다. 끝으로 김 감독은 ‘우리는 썰매를 탄다’에 대해 “행복 찾기”라고 말했다. 세상에서 소외된 이들에게는 희망과 용기를 주고, 장애를 딛고 꿈을 안고 살아가는 선수들을 응원하고, 관객 각자의 행복을 찾는 과정에 작품이 작은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휴먼 다큐멘터리 ‘우리는 썰매를 탄다’는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대회(3월 9일)가 시작되기 이틀 전인 3월 7일 개봉한다. 전체 관람가. 70분. 글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영상 문성호, 김형우 기자 hwkim@seoul.co.kr
  • 남북정상회담 ‘깜짝 카드’ 꺼낼 수도

    남북정상회담 ‘깜짝 카드’ 꺼낼 수도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대리인’ 격인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과 접견하기로 해 대화 의제에 관심이 쏠린다. 한반도평화선언이나 남북 정상회담의 시발점 역할을 할 수 있는 ‘깜짝 제안’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현실적으로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 등이 거론된다.우선 김 제1부부장이 청와대 측에 전할 김 위원장의 구두메시지나 친서의 존재 여부가 관심사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8일 “첫 대화인 만큼 평창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한다는 (김 위원장의) 인사 정도를 전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대화로 신뢰가 형성된다면 남북 대화와 북·미 대화로 진전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미 대화나 북핵 문제를 배제하고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모종의 제안이 있을 수 있다”며 “특히 한반도평화선언이나 남북 정상회담으로 발전할 만한 내용을 비공식적으로 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 공조를 지금처럼 유지하면서 6·15 남북공동선언(2000년)에 만나는 방안을 고민해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혹시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인 9월 9일에 남측 고위급 인사를 초청한다면 피하기를 권유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독일에서 발표한 ‘베를린 구상 4대 제안’을 감안할 때 유일하게 현실화되지 않은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거론하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평창올림픽의 북한 참가, 군사분계선 적대행위 상호 중단, 남북한 대화 재개 등은 이미 현실화됐다. 북측 대표단은 9일 평창올림픽 개막식 전 리셉션에도 참석해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을 조우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의미 있는 대화’는 시기상조라는 분석이다. 북측 고위급 대표단이 9일 타고 들어오는 비행기는 북 공군사령부 소속으로 추정되는 전용기다. 한국과 미국의 금융제재 대상인 고려항공을 피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미국은 2016년 12월 대량살상무기 운송 등을 이유로 고려항공을 제재 대상에 추가했다. 북측은 김정은 전용기로 구 소련에서 1980년대에 들여온 노후 기종 ‘일류신(IL)62M’과 2009년 제작된 우크라이나산 신기종 ‘안토노프(AN)148’을 보유하고 있다. 2014년 10월 인천아시안게임 폐회식에 황병서·최룡해·김양건 등 ‘실세 3인방’이 참석했을 때는 ‘참매 1호’로 불리는 일류신62M을 이용했다. 전용기는 평양을 출발해 공해상으로 이동해 남하한 뒤 인천공항으로 들어오는 ‘ㄷ’자 경로 운항이다. 일명 서해직항로다. 서해직항로는 2015년 10월 평양 남북노동자축구대회 이후 약 2년 4개월 만에 열리는 것이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문경근의 서울&평양 리포트]북, 어차피 원격 협상 가능한데 김여정 보내는 이유는?

    [문경근의 서울&평양 리포트]북, 어차피 원격 협상 가능한데 김여정 보내는 이유는?

    북한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동생이자 ‘북한판 괴벨스’인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을 남한으로 내려보내는 이유는 뭘까. 북한 특성상 누가 협상자로 내려와도 당국의 아바타일 뿐, 모든 지시는 평양에서 원격으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굳이 ‘김씨왕족’ 가운데 하나인 김여정을 내려보낸 것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이를 두고 여러가지 관측이 나오지만 대표적인 것은 남북 분단이후 물밑에서 치열하게 다투었던 한반도의 ‘적자론’에 기인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스스로 한반도의 적통이자, 맏형이란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남한에서 일부 북한 추종자들이 1948년 대한민국 수립을 ‘친일파들이 세운 나라’라고 폄하하는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이 일본을 몰아내고, 빼앗긴 나라를 되찾았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진정한 ‘민족해방’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반면 남한을 가리켜 ‘미국 등 외세의 힘으로 세워진 나라’라고 규정하고 당연히 ‘한반도의 진정한 주인은 우리다’고 내외에 선전하고 있다. 때문에 세계인이 주목하는 올림픽에서 적장자 ‘북한’을 대표하는 김씨왕조의 일족이 참가함으로서 다시금 한반도의 대표성을 강조하려 했다는 지적이다. 다음으로는 여타 국가와 다르게 남한에게는 뜨거운 환대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2012년 김정은 집권이후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화제를 몰고 다니는 국가인 점은 맞지만, 자신들이 주장하는 핵보유국 지위에 걸맞는 대접을 받은 적은 없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2015년 9월 중국의 항일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70돌 열병식에서 받은 굴욕이다. 김정은을 대신해 우방국을 찾은 최룡해는 열병식이 열리는 천안문 망루에는 올랐지만, 말석에서 이를 지켜봐야만 했다. 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곁에서 열병식을 관람했다. 반세기 전인 1954년과 59년 열병식 당시 김일성 북한 주석이 마오쩌둥 주석 바로 옆자리에서 섰던 데 비하면 ‘격세지감’이었다.이런 대우는 북한에게 상당한 모욕감을 주기에 충분했고, 북한은 받은 모욕감 만큼이나 중국을 멀리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안을 통과시킨 중국을 맹비난하며 양국 간 관계 악화로 이어졌다. 이에 반해 우리 정부는 김정은을 대신해 내려오는 김여정을 극진히 환대할 것으로 판단된다. 벌써부터 김여정의 의전을 어느 급에서 대우해야 하나를 두고 고민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김여정의 북한 내 위상은 ‘명목상 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훨씬 웃돌고 있다. 특히 국제무대에 데뷔하지 못한 김정은이 평창 올림픽을 찾는 21개국 정상급 인사 26명의 앞에 자신을 대신하는 김여정을 세움으로서 정치·외교적 효과를 기대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 다음으로는 김여정의 방한을 우리 정부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남북 관계의 전환기로 만들고 싶은 정부로서는 ‘바지사장’인 김영남 보다는 김여정이 더 적합하다는 판단이 섰을 것이란 해석이다. 이를 결정하는 것은 물론 북한이지만, 제안을 받아들일 경우 ‘북한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라는 상징성 측면에서 ‘일거삼득’을 할 수 있다고 봤을 것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북측의 이번 고위급 대표단 구성은 외교안보라인은 배제하고 국가간 중요한 국제행사인 올림픽에 북한이 보일 수 있는 최대한의 성의를 보인 것”이라며 “이번 올림픽에서 북미대화엔 관심이 없고 남북관계 개선만 목표로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이 밖에도 김정은의 친서를 전달하려고 방한한다는 전망도 북한·통일 전문가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북한이 보수정부 약 10년 간 쌓인 남북 간 병목현상을 정상회담이라는 ‘일괄타결’식 해법으로 제시할 수 도 있어서다. 북한은 남한이 감당할 수 없는 제안을 던져 놓고, 이를 이용해 최소한 개성공단 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 남북 경협과 인도적 식량 지원 등을 댓가로 요구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북한으로서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상쇄하기 위해서라도 남북 간 관계 개선은 사활이 걸린 문제다. 남북 간 화해·협력의 마지막 걸림돌인 핵과 미사일을 북한이 실제 포기할지는 미지수지만, 이를 협상장에 들고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소장은 “북한이 협상장에서 모든 논의가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던질 경우 남측으로서는 매력적인 제안일 것”이라며 “그 테이블 안에서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따라서 김여정의 방문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안팎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이유다. 야당을 비롯한 보수층에서 평창 올림픽이 북한한테 이용만 당했다는 비판이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김여정의 방한을 남북 관계 개선의 촉매제로 활용해야 할 숙제가 정부 앞에 놓였다. 이래저래 청와대가 고민할 일도 많아졌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성남시청 광장 올림픽기.한반도기 올리고 세월호기 내리고

    성남시청 광장 올림픽기.한반도기 올리고 세월호기 내리고

    경기 성남시가 6일 오후 시청 광장 국기게양대에 3년 9개월간 내걸었던 세월호기를 내리고 그 자리에 평창동계올림픽기와 한반도기를 게양했다. 시청 5개 게양대에는 태극기, 경기도기, 성남시기, 성남시의회기, 평창 동계올림픽기와 한반도기 등 6개 깃발이 펄럭이게 됐다. 시는 평창 동계올림픽 붐 조성 차원에서 최근 회의를 통해 이같이 결정했다. 국기게양대에 올림픽기를 게양하기는 성남시가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처음이다. 9일 개막하는 평창올림픽에는 성남시청 소속 최민정(쇼트트랙), 김민석·김현영(스피드스케이팅) 선수가 국가대표로 출전해 메달 사냥에 나선다. 시는 지난해 11월 18일 세월호 미수습자 5명에 대한 영결식을 끝으로 사실상 304명의 희생자에 대한 장례절차가 모두 마무리되자 시청 게양대의 세월호기 하강 시점과 새로 게양할 깃발을 고민해 왔다. 평창올림픽기와 한반도기 게양으로 시가 세월호 참사 직후인 2014년 5월 1일 참사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의미로 3년 넘게 게양했던 세월호기는 내려졌다. 깃발 교체 따라 세월호 침몰 참사 후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의미로 2014년 5월 1일 게양했던 세월호기는 역사의 기록으로 남게 됐다. 세월호기는 앞선 지난해 10월 10일 거둬낸 시청 벽면의 빛바랜 세월호 현수막과 함께 시청 1층 행정 박물 전시관에 보존한다. 시청 마당에 설치된 세월호 조형물 ‘여기 배 한 척’은 당분간 존치한다. 이재명 시장은 “세월호기를 내린다고 해서 우리가 그들의 억울한 희생이나 참사를 잊겠다는 것은 아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우리 가슴 속에 영원히 묻어두고 기억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 자리에 평화를 상징하는 평창 올림픽기 그리고 한반도의 통일과 평화를 염원하는 한반도기를 게양한다”면서 “이번 평창올림픽이 평화와 통일을 향한 첫걸음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라이프 톡톡] 트럼프 통상압박 철벽 치는 20대 ‘방탄사무관’

    [라이프 톡톡] 트럼프 통상압박 철벽 치는 20대 ‘방탄사무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낙 강경하게 나오고 있지만 미국 행정부와 의회의 주요 인사들을 만나 우리 입장을 적극 설명하고 있다.”산업통상자원부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나 유명희 통상교섭실장의 발언이 아니다. 미국의 거센 통상 압박에 맞서 국익을 지키기 위해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치열하게 뛰고 있는 20대 사무관의 말이다. # 수시로 해외출장… 美 수입규제 대응에 분주 주인공인 이우진(29) 산업부 철강화학과 사무관은 미국 등 주요국과의 철강 통상 관련 대응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 철강 수출국에 적용할 수입 규제 조치를 담은 것으로 알려진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 결과에 대응하고 있다. 오는 4월 트럼프 대통령의 수입 규제 여부 결정을 앞두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는 중이다. 이 사무관은 “지난해 1월 철강화학과에 왔는데 트럼프 행정부 출범 시기와 겹친다”면서 “그때부터 철강 분야 수입 규제가 많이 발동돼 업계 관계자들과 수시로 만나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미 정부 관계자들과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철강이 우리나라 주력 수출 품목이고 미국 내에서 수입 규제를 놓고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경우가 많아 1박 3일 일정으로 미국 출장을 떠나는 일도 잦다고 한다. # 협상은 양보 없는 논리공방… 기싸움이 중요 행정고시 56회 국제통상직에 합격해 2014년 산업부에 들어온 이 사무관은 통상협력총괄과와 자유무역협정(FTA)협정상품과를 거쳤다. FTA협정상품과에서는 한·중미 FTA 협상단의 일원으로 첫 협상부터 서명까지 챙겼다. 상품별 관세를 얼마나 깎을지를 정하는 FTA 핵심 업무인 상품양허를 맡았다. 이 사무관은 FTA 협상 테이블의 분위기에 대해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논리 싸움을 펼치는 자리여서 상대와의 기싸움이 중요하다”면서 “하지만 상대국 협상단을 적어도 한두 달에 한 번씩 만나고 늦은 시간까지 협상하기 때문에 적이면서도 같이 고생한다는 점에서 동지애도 느낀다”고 설명했다. 해외출장이 잦다 보니 위험한 돌발 상황도 종종 겪고 있다. 2016년 한·중미 FTA 협상차 에콰도르로 가는 길에 기상 악화로 비행기가 불시착했다. 이 사무관은 “비행기가 파나마에 내렸는데 난민처럼 조식 쿠폰을 받아 밥을 먹기도 했다”며 웃었다. 코스타리카에서는 협상 중 지진이 나서 상대국 협상단과 함께 건물 밖으로 대피하기도 했다. # 철강업 ‘금녀의 벽 ’ 힘들었지만 차차 적응 철강업계가 ‘금녀(禁女)의 벽’이 높아 업무 적응에 애를 먹기도 했다. 이 사무관은 “지난해 한·일 민관 철강협의회에 참석했는데 통역을 제외하면 양국 정부·업계 관계자 중 유일한 여자였다”면서 “처음에는 업계 관계자들을 상대할 때 다들 남자이고 저보다 나이도 많아서 어떻게 대할지 고민스러웠지만 차차 적응되더라”고 말했다. 이 사무관은 미국 등 주요국의 통상 압박에 대응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 사무관은 “협상 전 철저한 준비로 우리가 싸울 총알을 제대로 마련해 협상에 임할 것”이라면서 “국민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묵묵히 일하는 공무원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아 주시고 응원해 주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남녀 성역할, 왜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

    남녀 성역할, 왜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

    여자아이는 정말 핑크를 좋아할까/호리코시 히데미 지음/김지윤 옮김/나눔의 집/264쪽/1만 3800원 범죄소설의 계보학/계정민 지음/소나무/376쪽/1만 8000원남자아이와 여자아이의 장난감 취향 차이는 태생적일까, 아니면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것일까. 아이를 키워 본 이들은 태생적인 차이가 분명히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아이들은 세 살쯤 되면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도 확실한 차이를 보인다. 남자아이는 자동차를 더 좋아하고, 여자아이는 인형을 더 좋아한다. 다만 이런 취향 차이가 일생까지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사실 역시 분명하다. 남녀의 성(gender) 구별과 관련한 연구가 여럿 있지만, 정확히 언제 어떻게 어떤 차이를 보이며 이런 사고방식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다.호리코시 히데미가 최근 낸 ‘여자아이는 정말 핑크를 좋아할까’(나눔의 집)도 이런 의문에서 출발했다. 평범한 회사원인 저자는 답을 찾으려 서양과 일본의 의류, 대중문화, 장난감 등의 역사를 치밀하게 추적했다. 여성을 대표하는 색인 ‘핑크’가 언제 어떻게 유행하고, 이에 대한 반발이 어떤 결과를 부르는지 좇았다. 조사 결과 여성스러움을 강조하는 핑크가 오히려 남성에게 멋의 상징이었던 적도 많았다. 예컨대 19세기 잉글랜드 제복은 빨간색이었는데, 남성들은 이 옷에 핑크색 리본과 장식을 달아 멋을 부리기도 했다. 미국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30개월 때 사진은 영락없는 여자아이 모습으로, 지금 상식으로 보면 다소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당시에는 성별이 없는 순진함이 어린아이의 매력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라는 게 작가의 생각이다. 올바른 여성상과 남성상을 나누는 기준은 이렇게 사회 가치관에 따라 달라진다. 지금은 ‘여성=핑크’ 공식은 뭇매를 맞는다. 여성의 섹시함을 극도로 끌어올린 ‘바비 인형’을 판매하는 마텔사는 2012년 핑크 노트북을 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바비를 발매했다. 그러나 2014년 전년 대비 16퍼센트, 2015년 14퍼센트 매출 하락을 기록했다. 2014년 바비의 왕좌 자리를 빼앗은 이가 파란 드레스를 입고 ‘렛잇고’를 부른 ‘겨울왕국’의 엘사라는 사실은 흥미로운 지점이다.25년 넘게 범죄 소설을 연구한 계정민 계명대 교수가 낸 ‘범죄 소설의 계보학’(소나무)은 이 문제를 추리소설에서 찾는다. 추리소설 속 탐정은 합리적 사유와 과학적 분석을 통해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완벽한 인물로 그려진다. 저자는 탐정 대부분이 귀족적인 백인 남성인 점에 주목했다. 탐정이 발휘하는 고도의 추리 능력과 범죄 수사에서의 전문성이 백인 남성으로 대변되는 상류 계급의 체제를 더 강하게 만든다고 주장했다.이와 대척점에 선 여성 탐정은 불합리하게 그려졌다. 젊은 여성 탐정은 혐오감을 자아내는 비정상적인 여성이거나, 생존이나 생계를 고민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부닥친 인물로 설정됐다. 1860년 작 ‘흰옷 입은 여인’에 등장하는 여성 탐정 메리언은 추리·수사에서 탁월하지만, 얼굴과 몸매가 추한 여성으로 등장하는 식이다. 여성 탐정 가운데 성공한 이들이 모두 부유한 노처녀였던 점도 이런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다. 추리소설의 여왕으로 불리는 애거사 크리스티가 창조한 ‘미스 마플’은 뛰어난 수사력, 추리력을 갖추었지만 무성(無性)적인 존재였다. 안나 캐서린 그린이 창조한 50대 여성 탐정 ‘버터워스’ 역시 이런 사례다. 노처녀 탐정은 특히 남녀 성 구별에 대해 전통적이고 인습적인 견해를 지닌 인물로 그려졌다. 탐정의 영예로운 지위는 오직 결혼 제도 바깥에 있고, 여성 문제에 대해 보수적인 태도를 표명하는 나이 든 여성에게만 부여된 셈이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평가전 앞둔 단일팀 조직력 급선무… ‘라인업’ 고민되네

    스웨덴과의 평가전을 이틀 남긴 2일 세라 머리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감독이 라인업을 어떻게 구성할지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올림픽을 앞두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치르는 평가전인 만큼 빠른 시간 내에 조직력을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다. 단일팀 훈련을 지켜본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스웨덴과의 평가전을 앞두고 팀의 조직력을 끌어올리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선수들도 최선을 다해 호흡을 맞추는 데 중심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일 문화체육관광부는 단일팀의 훈련 모습이 담긴 영상을 언론에 최초로 공개한 바 있다. 무엇보다 협동심과 조직력이 우선시되는 종목인 만큼 남북 선수들은 ‘한 팀’으로 거듭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선수들은 평소처럼 생일 파티도 열며 화기애애한 모습인 만큼 훈련에서도 좋은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스웨덴에 양해를 구해 35명 선수를 모두 뛰게 하는 방법도 제기되지만 대한아이스하키협회 관계자는 “가능성이 전혀 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이날 스웨덴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은 한국에 도착한 지 채 하루도 안 돼 오전, 오후 두 차례 훈련에 나서며 단일팀과의 평가전에 대비했다. 스웨덴 대표팀은 강원 강릉 관동 하키 트레이닝센터에서 오전 훈련을 할 예정이었으나, 실전 감각을 빠르게 끌어올리기 위해 올림픽 경기가 열리는 관동 하키센터로 훈련장을 옮겼다. 스웨덴 선수들은 개인별로 패스와 슛을 연습하며 몸을 푸는 데 집중하면서도 훈련 막바지에는 수비수·골키퍼 3명과 공격수 3명이 각각 팀을 이뤄 실전 같은 훈련을 진행했다. 올라프 외스트블롬(40) 스웨덴 남녀 대표팀 총괄 디렉터는 “어제 긴 비행 끝에 한국에 도착했기에 한국 경기장에 적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2~3일 정도 몸을 푼 다음 여러 전략들을 최종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웨덴은 세계 랭킹 5위의 강자이지만 이번 올림픽에서 처음 구성된 남북 단일팀에 대해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한 스웨덴 선수는 훈련을 마치고 한국 매니저에게 북한 선수들의 실력을 묻기도 했다. ?단일팀 엔트리가 다른 팀보다 늘어난 데 대해 외스트블롬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잘 처리했으리라 믿는다”면서도 “4년간 올림픽을 준비하다 대회 직전 새로운 선수가 합류한다는 건 매우 어려운 상황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두 팀은 4일 오후 6시 인천 선학국제빙상장에서 평가전을 치른다. 평창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강릉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일하면서 꿈에 도전… 또 다른 ‘나’를 찾아갑니다”

    “일하면서 꿈에 도전… 또 다른 ‘나’를 찾아갑니다”

    “뚱뚱한 사람이 발레를 좋아한다면 발레리노가 되긴 어려워도 할 수 있는 일은 많아요. 토슈즈나 발레복 제작자, 스포츠 에이전트 법무팀, 발레잡지 에디터 같은 업무죠.”1일 서울 성동구 한양사이버대 대강의실에 모인 고교생 100여명은 연단에 선 추현진 미래진로연구소 대표의 강연에 집중했다. 그는 “행복하게 일할 직업을 찾으려면 흥미와 능력이 모두 뒷받침돼야 한다”면서 “좋아하는 분야의 회사 내부를 살펴보면 필요한 직무가 무엇인지 보인다. 그중에서 자신의 지식이나 성격에 맞는 일을 찾으면 된다”고 조언했다.추 대표의 강연은 한양사이버대가 특성화고 고교생의 진로·진학 설계에 도움을 주기 위해 마련한 ‘고교생 꿈공장 캠프’의 첫 프로그램이었다. 서울신문이 주관하는 꿈공장캠프는 2016년 시작해 올해로 3회를 맞았다. 이날 행사에서는 추 이사 강연에 이어 조용민 구글코리아 부장이 4차 산업혁명에 경쟁력 있는 인재상에 대해 들려줬고 이 대학 디자인, 경영, 공학 전공 분야 교수들이 진로에 대한 학생들의 궁금증에 직접 답해 줬다. 3회 캠프에는 성동글로벌고와 대진디자인고, 단국공업고, 상일미디어고, 덕수고 등 특성화고 학생들이 참여했다. 2회 캠프에 이어 3회에도 참여한 김다연(17·대진디자인고 1)양은 “영상편집 프로듀서(PD)가 꿈인데 지난 캠프 때 편의점과 맥주 광고를 만든 전문가가 실무에 대해 들려준 게 꿈을 구체화하는 데 큰 도움이 돼 또 왔다”고 말했다. 특성화고는 학생들이 고교 졸업 뒤 취업하도록 돕는 데 주안점을 둔다. 하지만 당장 취업보다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민진(17·대진디자인고 1)양은 “고졸 취업자는 대졸보다 승진 등 처우에서 불리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다”면서 “이 때문에 디자인을 전공하는 친구 중에는 공부를 계속하고 싶어 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사이버대는 취업과 진학 사이에서 고민하는 특성화고 학생들에게 잘 맞는 대학 유형이다. 고교 졸업 뒤 취업을 한 다음 바로 입학할 수 있고, 스마트폰이나 PC 등으로 수업을 들을 수 있어 편리하다. 일반 대학에도 재직자 특별전형이 있지만 산업체에서 3년 이상의 경험이 있어야 하고, 졸업까지 4년이 걸린다는 제약이 있다. 사이버대는 이런 이점 덕분에 신입생 중 특성화고 출신 학생 비율이 28%에 달한다. 한승연 한양사이버대 입학처장은 “우리 대학 신입생들은 원래 30~40대가 주를 이뤘는데 최근에는 20대가 늘었다”면서 “우수한 직무 능력을 갖췄지만 고졸 학력 때문에 불편함을 겪거나 업무 분야의 전문성을 더 키우고 싶다면 사이버대에 도전해볼 만하다”고 설명했다. 강원도의 한 군청에 근무하던 중 한양사이버대에 진학한 신혜림(20·전기전자통신공학부)씨는 “마이스터고에 다니던 중 취업했는데 직장 내 다른 선배들은 기사 자격증도 있고, 전공 지식도 풍부하더라”면서 “어차피 더 배워야 한다면 하루라도 빨리 배우는 편이 낫겠다 싶어 사이버대를 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직장이 강원도에 있지만 수업과 시험이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까닭에 퇴근 뒤 집에서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자신이 일하는 업무와 관련 없지만, 또 다른 인생을 위해 새로운 학과에 진학하는 학생들도 많다. 한 처장은 “특성화고에서 디자인을 전공해 취업한 학생이 있었는데 자신의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가르치고 싶다며 우리 대학에서 교육공학을 배운 학생도 있다”고 귀띔했다. 한양사이버대는 학부 과정 28개 학과(학부)에 모두 1만 6967명이 다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사이버대다. 장학금 혜택도 많아 지난해 국내 사이버대 중 가장 많은 171억 9000만원을 장학금으로 지급했다. 장학금 비율이 등록금 대비 47%에 달한다. 한양대와 학점 교류가 돼 강의를 들을 수 있고, 서울 캠퍼스와 경기 안산의 에리카 캠퍼스 도서관 등도 이용할 수 있다. 졸업 뒤 더 공부하고 싶어 대학원에 가는 학생도 많은데 졸업생의 약 10% 정도가 한양대 등 주요 대학에 진학하고 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제주 인구 70만 돌파 앞둬수다

    2012년 인구 60만명을 돌파했던 제주도가 이제 70만명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전국적으로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들이 인구 감소로 고민이 큰 것과 대조적이다. 제주도는 2017년 주민등록인구통계 결과 인구가 67만 8772명(외국인 2만 1689명)으로 2016년보다 1만 7582명이 늘어났다고 31일 밝혔다. 제주도의 인구성장률 추세는 2015년 3.2%, 2016년 3.1%, 2017년 2.7%다. 내외국인의 급속한 유입에 따른 집값 폭등과 교통난 등 거주 환경 악화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지역 순이동(전입-전출) 인구는 1만 4005명을 기록해 제주 이주 열기가 식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순이동인구는 2014년 처음으로 1만명을 넘어선 후 2015년과 2016년 각각 1만4257명, 1만 4632명에 이어 3년 연속 1만 4000명대를 유지했다. 지난해 이주민은 30대 비중이 27.1%로 가장 높았고, 40대가 23.1%로 뒤를 이었다. 30~40대 비중이 전체의 50.2%를 차지한 셈이다. 이주민은 경기(30.9%), 서울(22.8%), 인천(8.3%), 경남(7.4%), 부산(6.9%), 대구(4.5%) 등에서 전입했고 이주 사유는 ‘직업’이 62.8%로 가장 높았다. 지난해 기준 제주시 인구는 49만 2401명, 서귀포시는 18만 6371명이다. 외국인은 전년 대비 2000명 증가(10.7%), 제주도 전체 인구의 3.2%를 차지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대중교통 개선과 임대주택 공급 등 정주환경 개선에 집중 투자하고 있는데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다시 오면 새로운 일자리 창출 등으로 인구 증가세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제주 인구 70만 돌파 앞둬수다

    2012년 인구 60만명을 돌파했던 제주도가 이제 70만명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전국적으로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들이 인구 감소로 고민이 큰 것과 대조적이다.제주도는 2017년 주민등록인구통계 결과 인구가 67만 8772명(외국인 2만 1689명)으로 2016년보다 1만 7582명이 늘어났다고 31일 밝혔다. 제주도의 인구성장률 추세는 2015년 3.2%, 2016년 3.1%, 2017년 2.7%다.내외국인의 급속한 유입에 따른 집값 폭등과 교통난 등 거주 환경 악화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지역 순이동(전입-전출) 인구는 1만 4005명을 기록해 제주 이주 열기가 식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순이동인구는 2014년 처음으로 1만명을 넘어선 후 2015년과 2016년 각각 1만4257명, 1만 4632명에 이어 3년 연속 1만 4000명대를 유지했다. 지난해 이주민은 30대 비중이 27.1%로 가장 높았고, 40대가 23.1%로 뒤를 이었다. 30~40대 비중이 전체의 50.2%를 차지한 셈이다. 이주민은 경기(30.9%), 서울(22.8%), 인천(8.3%), 경남(7.4%), 부산(6.9%), 대구(4.5%) 등에서 전입했고 이주 사유는 ‘직업’이 62.8%로 가장 높았다.지난해 기준 제주시 인구는 49만 2401명, 서귀포시는 18만 6371명이다. 외국인은 전년 대비 2000명 증가(10.7%), 제주도 전체 인구의 3.2%를 차지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대중교통 개선과 임대주택 공급 등 정주환경 개선에 집중 투자하고 있는데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다시 오면 새로운 일자리 창출 등으로 인구 증가세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청소년이 만든 PC·VR 게임 등 19점 전시

    청소년이 만든 PC·VR 게임 등 19점 전시

    넷마블게임즈(이하 넷마블)는 서울 종로 아라아트센터에서 열린 ‘미래의 꿈, 게임에 담다’ 전시회를 성공리에 마쳤다고 밝혔다.이 전시회에는 넷마블이 운영하는 ‘게임아카데미’ 교육과정에 참여해 만든 청소년들의 PC·모바일·VR(가상현실) 게임 19점이 전시됐다. 2016년부터 시작된 게임아카데미는 넷마블이 미래 게임 인재를 꿈꾸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실제 게임 기획과 그래픽 디자인, 프로그래밍 등 게임 개발 과정에 대한 교육과 멘토링을 제공해 차세대 게임산업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지난해부터는 게임 개발 스튜디오를 마련하고 경진대회를 개최해 학생들이 자유롭게 게임을 개발하고 평가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넷마블은 게임아카데미 외에도 건전한 게임 문화 조성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도 10년 넘게 해오고 있다. 먼저 ‘장애 없는 게임 세상을 꿈꾸다’는 타이틀로 특수학교 내 ‘게임문화체험관을 설치하고 있으며, 게임을 통해 장애 학생들이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전국 장애학생 e페스티벌’도 꾸준히 주최하고 있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게임의 개방성을 활용해 가족 간의 소통을 지원하는 ‘게임소통교육’도 하고 있다. 또한 유·아동을 대상으로 장애인권교육 콘텐츠를 개발하고 교육하기 위한 동화책을 발간하고 있다. 2014년부터는 해당 동화책을 활용한 인권교육도 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동화책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별도의 교구를 제작했다. 특히 동화책 내용에 기반한 ‘스토리텔링 어드벤처 게임’을 제작해 멀티미디어 교육 환경에 익숙한 유아, 초등학생들이 장애 인권을 다양한 방식으로 접하고 고민할 수 있게 했다. 김태곤 객원기자 kim@seoul.co.kr
  • [서울광장] 대일 외교 바꿀 때다/황성기 논설위원

    [서울광장] 대일 외교 바꿀 때다/황성기 논설위원

    평창동계올림픽 썰매 종목의 슬라이딩센터 건설에 들어갈 무렵인 2014년 평창조직위원회는 일본 나가노의 경기장 활용 방안을 극비리에 논의했다.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때 93억엔을 들여 건설한 경기장은 지금은 흉물이 됐다고 한다. 나가노의 낡은 경기장에서 대회를 치르려면 상당한 보수비를 들여야 한다. 하지만 새로 지어 대회가 끝난 뒤 방치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판단한 문화체육관광부가 청와대에 보고했다. 그러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로 한·일 관계가 빙하기에 있던 그 시절 조직위와 문체부의 의욕에 찬 방안은 대통령 말 한마디에 휴지장이 됐다. 모든 경기를 평창·강릉에서 치르려는 강원도도 고려한 결정이었을 것이다. 동계올림픽을 치른 나라 가운데 슬라이딩센터의 사후 활용을 제대로 하는 국가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쉬운 일이다. 한·일 관계가 좋았더라면 2020년 도쿄하계올림픽과 경기장을 나누어 치르는 윈윈의 접근도 가능했을지 모른다. 위안부 문제 해결을 한·일 정상회담의 조건으로 내건 박근혜 전 대통령의 3류 외교로 평창올림픽을 치르고 슬라이딩센터의 처리를 고민해야 하는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초여름 도쿄에서 일본 노정치인과 식사를 하며 나눈 대화(곧 봉인해 뒀지만)가 목에 걸린 떡 같다. 박 전 대통령 탄핵과 대선, 문재인 대통령 취임 등을 화제로 얘기를 나누다가 종국에는 위안부 문제로 옮겨 갔다.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일본 정부가 처음으로 인정한 1993년의 고노 담화에 깊숙이 관여했던 이 정치인과 몇 차례 만났지만, 위안부 문제에 관한 생각을 먼저 들려준 것은 그날이 처음이었다. 그는 대선에서 위안부 합의 재교섭을 공약으로 내건 문 대통령이 취했으면 하는 대일 외교에 대해 다음과 같은 견해를 들려줬다. “위안부 문제는 한국이 일본에 우위를 점하고 있는 사안입니다. 문 대통령이 가만히 있어도 아베 신조 총리 뒤에 있는 사람들이 시끄럽게 소리를 낼 겁니다. 한국은 조용히 있다가 그때 대응해도 늦지 않습니다.” 이 말에 담긴 뜻을 보충하면 이렇다. 국제사회에서 전시 여성 인권의 규범으로 자리 잡은 위안부 문제는 한국이 도덕적 우위에 설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이 합의 파기나 재협상을 얘기하지 않아도 아베 총리를 지지하는 우익들이 주한 일본대사관, 부산 일본총영사관 앞 소녀상이 이전되거나 철거되지 않는 ‘약속 불이행’을 들어 아베를 압박하고 그 압박에 못 이긴 일본 정부가 ‘행동’에 나선다. 그때 한국이 마지못해 응수하는 게 가장 슬기로운 책략이란 얘기이지만 현실은 정반대가 됐다. 뻔한 결과를 내놓은 위안부 합의 검증과 그 이후 정부가 보여 준 대일 외교는 전 정권과 다르지 않다. 대통령 공약의 철회 수순이라곤 하지만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1월 9일 ‘위안부 합의 처리방향’은 피해자 중심주의도 아니고, 12·28 합의 존중도 아닌 갈팡질팡 외교의 전형이다. 앞뒤도 안 맞는 발표문을 토씨 하나 다르지 않게 읽어 내리는 강 장관 얼굴에서 당혹감을 본 것은 필자뿐이었을까. 위안부 문제와 동렬에 놓을 수 없는데도 사드에 빗대 ‘봉합’을 얘기하는 주일대사도 있다. 마치 우리가 뭔가를 잘못하고 우리가 봉합하는 듯한 논리다. 봉합할 거라면 처음부터 재협상은 꺼내지 말라고 이수훈 대사는 대선 때 조언을 했는지 묻고 싶다. 실용주의를 외면한 외교의 기회비용은 적지 않다. 미국, 중국, 일본 주변 3강이 우리와 얽힌 관계는 100년이 지나도 여전하다. 그럼에도 대미국, 대중국과 비교해 역사 문제에 걸려 스스로 보폭을 좁혀 온 것이 대일 외교의 현주소다. 일본의 침략 전쟁에서 다대한 피해를 본 중국의 의연한 대일 외교가 가끔 부럽다. 한·일 관계는 역사를 빼놓고 논할 수 없다. 그러나 이제는 역사에서 해방시켜야 한다. 역사를 가슴에 칼날처럼 품되 실리 외교를 해야 한다. 1998년 김대중·오부치의 21세기 파트너십 선언이 그랬다. 대일 외교의 전환은 김대중 정신을 잇는 문재인 정부라면 할 수 있다. 2018년판 한·일 파트너십이 필요한 때다. marry04@seoul.co.kr
  • “나랑 자자” “안아줘”… 성폭력 검찰의 민낯

    “나랑 자자” “안아줘”… 성폭력 검찰의 민낯

    “안태근 성추행 충격에 유산도” 업무 실적·사무감사 소명서 포함 A4 용지 32장 분량 파일 첨부 민주 女의원 등 “미투 운동 지지”법무부 고위 간부의 여검사 성추행 의혹이 사회적 파문으로 확산되고 있다. 법무부와 대검은 창원지검 통영지청 소속 서지현 검사가 전날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폭로한 성추행 및 부당 인사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를 30일 공식화했다. 더불어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직 여검사의 용기 있는 ‘미투’(#Me Too)를 응원한다”면서 “법조계 내 미투 운동을 지지하며, 검찰 조직의 각성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서 검사는 전날부터 다음달 2일까지 병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으며, 대검 감찰본부 등의 연락을 받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 검사가 ‘나는 소망합니다’라는 글과 함께 올린 첨부 파일 내용은 서 검사가 2010년 10월 30일 장례식장에서 안태근 전 검사에게 성추행당한 사건 외 다른 사건의 피해자일 수 있다는 의심을 키우고 있다. A4 용지 32장 분량의 첨부 파일은 자신의 피해 사실을 요약한 7장, 업무실적 3장, 검찰총장 경고로 이어진 2014년 사무감사에 대한 소명서 7장, 소설 형식 글 15장으로 구성됐다. 이 중 100% 실제 사실을 바탕으로 썼다고 밝힌 소설 형식 글에는 ▲‘여성은 남성의 50%’라고 말하던 A부장 ▲‘여자는 발목이 가늘어야 해’라던 B선배 ▲음담패설을 늘어놓던 C선배 ▲웃음이 헤프다고, 안 웃으면 여자가 안 웃는다고 설교하던 D선배 ▲‘자꾸 네가 이뻐 보여 큰일’이라던 E선배 ▲‘안아 줘야 차에서 내릴 거예요’라던 F후배 ▲술에 취해 껴안던 G선배 ▲‘잊지 못할 밤을 만들어줄 테니 나랑 자자’던 유부남 H선배 등이 묘사됐다. 서 검사는 이 글에서 ‘딸바보’인 부장검사가 노래방에선 여자에게 블루스를 추자며 술을 권하던 이야기, 부장과 주말에 ‘좋은 곳’을 다녀온 남자 선배들이 ‘부장은 왜 여종업원 팬티를 머리에 쓰고 있었느냐’고 낄낄댄 이야기를 담담히 풀어냈다. 안 전 검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충격으로 아이를 유산한 이야기도 털어놨다.2015년 8월 자신보다 아래 연차급인 통영지청 경력검사로 부당 인사되는 단초가 된 2014년 4월 사무감사에 대해 서 검사는 “당시 (윤석열) 여주지청장이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와 관련해 고검 발령이 나서 떠난 뒤 정기 사무감사에서 많은 사건을 지적당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부장 결재를 받아 처리한 기소유예 사건, 공소시효가 지난 뒤 고소해 검사가 손쓸 수 없는 사건 등을 서 검사의 잘못으로 처리했고, 대검 감찰본부 검사 조언을 따라 이의신청을 하지 않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검찰총장 경고를 받게 됐다는 것이다. 검사들은 서 검사 글에 댓글을 달아 응원을 보냈다. ‘얼마나 마음을 다치셨는지 감히 짐작하기도 어렵다’거나 ‘검사님이 겪으셨을 것으로 생각되는 고뇌와 번민… 제 가슴이 시리도록 아파온다’, ‘진정한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는 공감과 격려가 대부분의 댓글 내용이다. ‘빨리 모든 것이 정상화되면 좋겠다’거나 ‘댓글 하나를 다는 일조차 고민을 하게 되는데 지금의 글을 쓰시기까지 고민과 어려움이 컸을 것’이라며 검찰의 조직 문화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댓글도 있었다. 이런 기류와 다르게 검찰 일각에서는 서 검사의 주장을 반박하는 증언도 나왔다. 한 검사는 서울신문 기자와 만나 “성추행은 서 검사가 사과받아야 할 일”이라고 말하면서도 “부당 인사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서 검사가 직전 근무 청에서 관여한 사건 재판 출석차 출장을 갔다가 재판에 참석하지 않고 사라져 야단이 났고, 오후 5시에 퇴근하려 하고, 당직을 기피하는 등 근태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 검사는 또 “서 검사가 서울 근무를 원해 지난해 말 법무부 장관 면담을 신청했다”면서 “통영지청 발령 뒤 휴직 기간이 길어 검사 전보 실근무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서 검사는 2004년 홍성지청, 2006년 인천지검, 2008년 서울북부지검, 2011년 수원지검 여주지청에서 근무한 뒤 2014년 프랑스 파리1대학 연수를 다녀왔다. 2015년 통영지청에 배치된 뒤 육아휴직을 냈다가 복귀했다. 반면 재경 지검의 또 다른 검사는 “서 검사가 인사 불이익 문제를 제기한 것을 두고 ‘걔가 일을 못했네 어쨌네’ 하는 이야기가 있지만, 이것이 성추행 폭로 뒤 따라붙는 프레임일 수 있다”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검찰 내 (성차별적인) 제도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강변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나상현 기자 greantea@seoul.co.kr
  • 서지현 검사 “성추행 당시 많은 사람들 있었지만 말리지 않아”

    서지현 검사 “성추행 당시 많은 사람들 있었지만 말리지 않아”

    검찰 고위간부에게 성추행과 인사 불이익을 당했다고 주장한 현직 여성 검사가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심경을 고백했다.서지현 검사는 29일 방송된 뉴스룸에서 “서울북부지검에서 근무했던 2010년에 성추행을 당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방송에 직접 출연한 계기에 대해 서 검사는 “사실 글을 올릴 때까지도 많이 고민했다. 그러나 주위에서 피해자가 직접 나가서 이야기를 해야만 진실성에 무게를 줄 수 있다고 이야기해 용기를 얻고 나왔다”고 고백했다. 서 검사는 “사실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며 “제가 범죄 피해를 입었고, 또 성폭력 피해를 입었음에도 8년이라는 시간 동안 내가 무엇을 잘못했기 때문에 이런 일을 당한 것은 아닌가. 굉장히 불명예스러운 일을 당했구나라는 자책감에 괴로움이 컸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이 자리에 나와서 범죄 피해자분들, 성폭력 피해자분들께 결코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해주고 싶어서 나왔다. 그것을 깨닫는 데 8년이란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서 검사는 2010년 10월 30일 한 장례식장에서 법무부 장관을 수행하고 온 당시 법무부 간부 안 모 검사로부터 강제 추행을 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안 모 검찰 간부가 동석을 했다. 옆자리에 앉게 되었다”며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떠올리기 힘든 기억이다. 옆자리에서 허리를 감싸안고 엉덩이를 쓰다듬는 행위를 상당 시간 동안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바로 옆에 법무부 장관도 있었고 주위에 검사들이 많아 손을 피하려 노력했을 뿐 대놓고 항의를 하지는 못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서 검사는 “현실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생각되지 않아 환각을 느끼는 거라 생각했다”며 “당시 안 모 검사가 술에 상당히 취해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후 소속 검찰청 간부를 통해 사과를 받기로 하는 선에서 정리됐지만, 안 모 검사로부터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고 오히려 2014년 사무감사에서 검찰총장 경고를 받은 뒤 2015년 원치 않는 지방 발령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서 검사는 검찰 조직 내에 성폭행 사건도 있었다고 폭로했다. 그는 “피해자가 있기 때문에 제가 함부로 이야기 할 수는 없다”며 “‘성추행 사실을 문제 삼은 여검사에게 잘나가는 남(男) 검사의 발목을 잡는 꽃뱀’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서 검사는 “가해자가 종교를 통해 회개하고 종교 구원받았다고 간증하고 다닌다고 들었다. 피해자에게 직접 사과해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또 성범죄 피해자들은 ‘본인의 잘못이 아니다’는 말씀을 꼭 해드리고 싶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이혜리 기자 lee@seoul.co.kr
  • 이천시 매주 화·목요일 ‘시장과 시민 소통의 날’

    “매주 화·목요일 오후2시 민원실서 시장님과 만나요” 경기 이천시는 시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시장과 시민 소통의 날’ 행사를 올해도 운영한다고 29일 밝혔다. 시에 따르면 2014년 8월 시작한 소통의 날 행사 결과 189회에 걸쳐 538건의 민원이 접수됐고, 이중 대안 제시나 해결된 민원은 497건으로 92.5%에 달한다. 그리고 복합 민원 성격으로 다소 시간이 필요한 41건에 대해선 해당 부서에서 해결 중이다. 시민들이 시정에 관한 의견이나 민원, 생활 고충 등 어려움을 말하고 싶어도 시장을 직접 만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이천시민은 ‘시장과 시민 소통의 날’ 운영을 통해 시장과 나란히 테이블에 앉아 시정에 대해 얘기를 나눌 수 있다. 소통의 날은 매주 화·목요일 오후 2시 시청 종합민원실에서 열린다. 시장과 시민이 얼굴을 맞댄 심층 면담 형식으로 으루어진다. 상담을 원하는 시민 누구나 내용에 제약 없이 전화 또는 현장에서 상담 접수를 하면 시장과 일대일 면담을 할 수 있다. 이 자리엔 시장 뿐 아니라, 상담 내용과 관련된 부서장이나 팀장 등이 함께 배석한다. 조병돈 시장은 “소통의 날 행사는 시장과의 대화를 원하는 시민들을 격의 없이 만나는 자리”라며 “시장실 문턱을 낮추고 시민과 함께 고민하고 민원을 해결함으로써, 행정에 대한 신뢰와 진정한 소통이 이뤄지는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시민들의 작은 고충 하나라도 적극 해소할 수 있도록 지속 운영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정권 5번 바뀌며 상전벽해 된 ‘한밭’… 텃밭 지키기 머문 공직문화

    정권 5번 바뀌며 상전벽해 된 ‘한밭’… 텃밭 지키기 머문 공직문화

    올해로 정부대전청사가 조성된 지 20년이다. 수도권 인구 분산과 국토 균형발전이라는 대의명분에는 공감했지만 초기 대전으로 내려온 공무원들은 혼란과 불편, 경제적 부담 등을 피할 수 없었다. 20년이란 시간 속에 대전청사 공무원 대부분은 대전 사람이 됐다. 개인 사정으로 내려오지 못한 이들은 불편을 감수하며 공직생활을 하고 있다. 정권이 5번 바뀌며 외청들도 변화를 거듭했다. 조직의 성장과 생활 안정으로 공무원들 삶의 질과 만족도도 높아졌다. 고속철도 개통과 정부세종청사 조성이 변화의 계기가 됐다. 그러나 공직문화가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아쉬움은 여전하다. 지난 20년간의 대전청사 변화를 청사 사람들에게 들어봤다. 류광수 산림청 차장대전은 공무원 전성기 보낸 제2의 고향이죠“산림 공무원으로 살아온 30년 중 20년, 공직자로서 전성기를 이곳에서 보냈으니 대전은 ‘제2의 고향’이나 다름없습니다.” 류광수(55) 산림청 차장에게 ‘대전청사 20년’은 남다르다. 1988년 산림청에서 공직(행정고시 31회)을 시작해 10년차인 1998년 정부대전청사로 왔다. 1998년 당시 임정계장(서기관)에서 지난해 공무원으로서 올라갈 수 있는 최고 자리인 차장에 임명됐다. # 대전에서 잘 뿌린 공직 씨… 차장 오르며 큰 열매 대전행을 결심했을 때부터 가족이 같이 가는 것으로 결정했다. 아이들이 6살, 2살이어서 교육에 대한 부담이 적었기에 순조롭게 이뤄졌다. 다만 부인이 서울에서 교편을 잡고 있어서 가족들의 대전 합류는 1999년에야 성사됐다. 류 차장은 산림청이 현재와 같은 위상 및 역할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을 선배들의 ‘치산녹화’ 혜택이라고 말했다. 그는 “1990년대까지 나무를 심는 기관으로서 산림청에 대한 관심이 낮았다”면서 “1960년대부터 온 국민이 심고 자란 나무가 훌륭한 자산이 되면서 산림재해·복지 등 다양한 정책 추진이 가능해졌고 국민들의 시각도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대전 시대’가 가져온 변화 중 하나로 현장 밀착 행정을 꼽았다. 서울에 있었다면 밀착 행정의 정도는 훨씬 떨어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산림 분야에 대한 지방자치단체들의 신뢰가 높아졌다. 그가 후배 공무원들에게 현장에 답이 있다는 ‘우문현답’을 강조하는 이유는 경험에서 얻은 소신이자 철학이다. 산림청은 지방 조직이 많아 전체 공무원 중 대전 이전 비율이 높은 편은 아니지만 5급 이상에서는 오히려 서울 근무자를 선발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류 차장은 “서울 홍릉 시절에는 지방 발령 시 북부청(원주)에 수요가 집중됐지만 대전청사로 내려온 후에는 쏠림현상이 사라져 오히려 인사가 편해졌다”고 귀띔했다. # 지방조직 많은 산림청, 서울 시절보다 인사 쏠림 적어 서울과 같은 경쟁은 요구되지 않았지만 자기개발에 소홀하지 않았다. 학부는 행정학을 전공했지만 산림 공무원으로서 보다 충실한 역할을 하겠다며 산림자원학을 공부해 박사학위를 받기도 했다. 3년 8개월 최장수 기획조정관으로 산림청 살림살이를 챙겼던 류 차장은 정부세종청사 이전의 최대 수혜자라고 자평했다. 서울 출장 대부분이 국회와 부처 협의인데 50%의 불편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류 차장은 “산림청이 대전에 와서 이렇게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면서 ”푸른 국토를 만들자며 나무를 심고 가꿔 자원화를 이룬 것처럼 산림분야는 현재보다 미래 발전 가능성이 더 높은 분야“라고 강조했다. 이정숙(여) 특허청 사무기기심사과장20년 서울~대전 출퇴근… 일ㆍ가정 다 지켰어요15년 만에 만난 이정숙(54·여) 특허청 사무기기심사과장은 변함없이 서울~대전을 매일 출퇴근하고 있었다. 달라진 것은 2004년 고속철도가 개통되면서 타는 열차가 무궁화호에서 KTX로 바뀌면서 하루 6시간 걸리던 출퇴근 시간이 2시간 정도로 단축됐다는 것이다. 20년간 쳇바퀴 같은 생활이 지루하고 고될 만도 하지만 이 과장은 “고속열차가 생기고 대전에 지하철이 개통되면서 훨씬 편리해졌다”며 “서울청사 시절 마포에서 강남 사무실로 출근하는 것도 2시간이 걸렸다”고 환하게 답했다. # 면접 때 약속 지켜… 시어머니 뒷바라지가 큰 힘 고려대에서 전자공학 박사학위를 받고 1997년 9월 특허 공무원이 된 그는 대전으로의 출퇴근이 ‘숙명’이라고 표현했다. 이 과장은 “면접 당시 대전에서 근무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 그러겠다고 답했으니 약속을 지켜야 했다”면서 “아내이자 주부, 며느리로 20년간 공직생활을 무탈하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여든을 넘긴 시어머니의 뒷받침이 있어 가능했다”고 말했다. 20년 출퇴근은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대전청사 이전 초기에는 오전 6시 15분 영등포역에서 출발하는 무궁화호 열차를 2시간 타고 대전으로 출근했다. 퇴근 방송과 함께 짐을 챙겨 오후 6시 50분 서울행 열차를 탔다. 끝내지 못한 일은 열차 안에서 처리하는 게 다반사였다. 오후 9시 넘어 집에서 저녁을 먹은 후에는 아이들 숙제를 봐 주고 준비물을 챙겼다. 엄마가 출근할 때는 자고 있던 두 아들이 엄마 곁에 붙어 떨어지지 않다 보니 늦게 자는 버릇이 생겼다. # 무궁화호에서 KTX로… 재택 근무 못해봐 아쉬워 이 과장의 업무처리는 깔끔했다. 회식이나 동료들 애경사에도 적극 참여했다. 동료들의 이해와 도움을 기대했다면 견디지 못했을 것이라고 자평한다. 물론 같이 출퇴근하던 일행들이 대전으로 이사하거나 서울로 근무지를 옮길 때 고민이 들었다. 전업이나 이직을 생각하기도 했지만 예상과 달리 가족들의 반대로 포기했다. 이 과장은 오늘도 평일 오전 6시이면 서울역에서 KTX에 오른다. 오랜 시간 체득된 습관이다. 승객이 많지 않아 좋아하는 역방향 좌석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덤’이다. 정확히 7시 40분이면 사무실에 도착해 업무를 시작한다. 간부가 됐지만 오랜 심사·심판 경력으로 간섭이나 잔소리를 하지 않는다. 퇴근시간도 여유로워졌다. 가장 붐비는 시간을 피해 대전역에서 7시에 출발하는 KTX에 탑승한다. 이 과장은 “번번이 기회를 놓쳐 재택근무를 해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면서 “심사관은 피로 누적과 능률 저하가 뒤따르기에 재택이나 유연·탄력근무제 등을 적극 활용해 활력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허만영 정부대전청사관리소장초기 심었던 나무 수십그루가 청사 큰 자산 됐죠“청사 관리의 목적은 입주 공무원들의 편의 제고입니다. 작은 목소리도 크게 듣겠습니다.” 허만영(57) 정부대전청사관리소장은 개청 20년을 맞아 입주 기관과 소통, 협력하는 청사관리를 강조했다. 쾌적한 청사 환경 조성 및 건강하게 공직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기반 마련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 청사 숲 산책로 확대ㆍ자전거 출퇴근 운동 활성화 허 소장은 “조성 초기 심었던 작은 나무 수십만 그루가 자라 대전청사의 훌륭한 자산이 됐다”면서 “건물이 오래되면 리모델링 등 손을 봐야 하지만 나무와 자연은 세월이 흐를수록 가치가 높아지고 그 자리를 지킨다”고 말했다. 허 소장은 울산시 환경녹지국장으로 재직하며 태화강 살리기를 진두지휘한 증인으로서 소신이 확고하다. 최근 숲의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강조하며 청사 내 조림 계획을 소개했다. “청사 이전 20년 별도 행사 없이 식목일에 모든 입주 기관이 참여하는 나무심기 행사를 실시할 계획”이라며 “청사 주변 녹지에 입주기관 구역을 제공해 기관들이 나무를 심고 가꾸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청사 숲을 활용한 산책로 확대 조성과 헬스장 및 샤워장 시설 확충을 비롯해 주차난 해소와 입주 공무원 건강 증진 등을 위한 자전거 출퇴근 운동도 시작한다. 670대 주차가 가능한 자전거 거치대를 비롯해 상반기 중 대전시 공영자전거인 ‘타슈’가 청사 내에 설치될 예정이다. 타슈가 설치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청사 공무원이나 민원인들의 자전거 환승이 가능하다. # 관리팀 정규직화… 공무원들도 내집처럼 여겨 주길 올해부터 청사관리 서비스 향상도 자신했다. 지난 1월 1일 청소·조경·시설·통신·승강기 등 위탁운영되던 5개 팀, 309명을 청사 정규직(공무직)으로 전환했다. 허 소장은 “고용이 안정되면서 그동안 수동적이고 현상유지적이던 업무에 책임감과 주인의식을 갖게 됐다”면서 “공무직원들에게 자기 집, 자기 일이라 생각하고 시설·운영 개선 등에 적극 나서 줄 것을 당부했다”고 말했다. 아무리 지원을 늘려도 불만은 작은 부분에서 표출된다. 한때 청사관리소가 일방통행식 ‘시어머니’ 역할로 공무원들로부터 원성을 산 것도 원칙과 현실의 괴리에서 불거졌다. 냉·난방이나 온수 제공, 엘리베이터 운영 등이 대표적이다. 명확한 기준은 없지만, 정부기관으로서 무한정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도 아니다. 부족하거나 과하지 않게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허 소장은 “분기별로 입주기관 운영지원과장이 참여하는 정례회의에서 의견을 듣고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면서 “쾌적한 청사 만들기에 기관들의 관심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목성호 특허청 운영지원과장청사서 만난 동반자… 퇴직해도 난 대전사람목성호(52) 특허청 운영지원과장은 고향이 대구지만 공직사회에서는 ‘대전둥이’로 불린다. # 그땐 변변한 식당도 없었지만 출근길은 여유로워 행정고시(40회)에 합격해 1998년 4월 특허청으로 발령받은 뒤 주로 이삿짐 싸는 것을 돕다 그해 8월 정부대전청사로 내려와 본격적인 공복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목 과장은 “제일 어려웠던 것이 숙소와 식당 찾기였다”면서 “청사 주변에 제대로 된 식당조차 없어 불편했지만 출퇴근의 번잡함을 고민할 필요가 없는 데다 길에서 허비하는 시간이 거의 없어 너무 여유로웠다”고 말했다. 대전에서 총각 생활을 할 때는 언제까지 대전에 있을지 자신하지 못했다. 좋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언제든 새로 도전할 수 있다는 의욕이 있었다. 그러나 대전, 그것도 직장에서 평생 동반자로 고시 2년 후배(박미영 국제지식재산연구원 교육기획과장)를 만나면서 생각이 변했다. 아이들이 태어나 가정을 이루고 직위도 올라 안정되면서 요즘엔 “대전에 살~리라”를 강조하고 있다. 이들은 특허청 부부 공무원의 역사를 새로 써 가고 있다. 2007년 첫 서기관 부부에 이어 2010년 부부 과장 탄생을 알렸다. 목 과장이 2016년 부이사관으로 승진, 머지않아 부부 고위공무원 배출이 기대되고 있다. 목 과장은 특허청이 대전으로 내려온 후의 변화에 대해 “공무원 숫자는 약 2배 늘고 예산 규모도 달라졌지만 무엇보다 위상이 높아졌다”며 “예전에는 심사·심판조직이라는 인식이 강했다면 현재는 지식재산 총괄 기관으로 정부 전체를 조율하는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18개월간 특허청 인사를 책임지고 있는 운영지원과장으로 공무원 상(像)에 대한 소회도 밝혔다. 이전에는 바쁘더라도 힘있는 부처를 선호했지만 요즘 공직에 들어오는 젊은이들은 일과 가정이 양립되고 자기 시간이 확보된 생활을 원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어느 정도 전문성을 갖춘 기관을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 가족 중심 생활 위해 교통ㆍ쇼핑 등 시설 확충 필요 공직 생활이 꽃길만 걸어온 것은 아니었다. 아버지가 4선의 목요상 전 국회의원이다 보니 행동거지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고, 겸손하게 몸을 낮출 수밖에 없었다. 그는 “부친이 정치에 입문하면서 자연스레 그런 생활습관이 몸에 배었는데 오히려 사회생활을 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퇴직 후에도 대전에 살겠다는 목 과장은 “서울은 ‘전철 생활권’인데 대전은 차가 없으면 쇼핑이 어렵고 이동도 불편하지만 가족 중심 생활이 가능하다”면서 “청사 공무원들은 스스로 ‘대전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지방자치단체 등에서는 오히려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특파원 생생 리포트] 관광객 몰려드는데… 지자체는 왜 민박영업 제한할까

    [특파원 생생 리포트] 관광객 몰려드는데… 지자체는 왜 민박영업 제한할까

    도쿄 신주쿠 평일 영업 제한 조례 통과 교토 3월부터 버스 일일패스 가격 인상“관광객도 싫다. 방해받지 않고 조용하게 살고 싶다.” 오는 6월 15일 주거전용지역에서도 민박 영업을 가능하게 하는 ‘주택숙박사업법 개정안’(민박법) 시행을 앞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2869만명으로, 전년보다 19.3%나 늘었다. 해마다 기록을 갈아치우는 외국 관광객들의 수는 경제활성화 차원에선 반가운 일이지만, 일부 지역 주민들은 피로감을 호소한다. “주택가에 민박을 허용하면 치안이 나빠지고, 청결과 소음 문제도 우려된다”는 주장이다. 지역 주민들이 “민박에 대해 엄격한 제한 조치를 취해 달라”고 요청하자 지자체들이 이에 호응해 속속 민박에 제한을 가하는 조례 제정을 준비하고 있다. 민박법은 일정 조건이 갖춰지면 연간 180일까지 신고만으로 주택이나 아파트 빈방을 유료로 빌려주는 ‘민박 영업’을 허용하고 있다. 다만 소음 등 생활환경 악화 등이 예상될 경우 지자체가 조례 등으로 구역 등을 정하고 영업 시간 등을 제한할 수 있게 했다. NHK는 최근 “140여개 지자체 가운데 생활환경 악화 방지를 이유로 조례로 민박에 제한을 가하려는 지자체가 42%에 달했다”고 전했다. ‘유흥 1번가’ 가부키초, 한인 타운인 신오쿠보 등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도쿄 신주쿠구는 주거 전용 지역에서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민박 영업을 제한하는 조례를 통과시켰다. 아사쿠사, 우에노 등 명소를 끼고 있는 도쿄 다이토구는 집주인이 같이 거주하지 않는 경우 월요일 정오부터 토요일 정오까지 영업을 금지하는 내용의 조례안을 만들었다. 집주인이 주변에 없으면 외국인 관광객들로 인한 소음과 쓰레기 처리 등을 즉각 해결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또 민박 사업자가 반경 110m 이내의 학교·탁아소 등에 대한 사전 통보 등 양해를 구하도록 하는 절차도 의무화하기로 했다. 구 전역을 민박 제한 구역으로 지정한 다이토구는 이런 내용의 조례안을 2월 구의회에 제출한다. ‘관광의 섬’ 홋카이도도 집주인이 주변에 살지 않는 민박으로 초·중·고 주변 100m에 있을 경우 수업 있는 날에는 민박 영업을 제한하기로 했다. 일본식 전통 호텔인 료칸 등이 밀집한 온천 휴양지 가루이자와 마치는 지역 전역의 민박 금지를 나가노현(県)에 요구했다. 현은 “별장지 주변에 관리자가 상주하지 않는 형태의 민박만 규제한다”는 입장이다. 가마쿠라, 교토 등 전통 관광지의 경우 민박이 허용되면 외국 관광객 유입이 더 늘어 지역 주민과의 시비, 교통 혼잡, 환경 훼손 등을 야기할 것으로 고민하고 있다. 지난 4년 동안 외국 관광객이 3배가 늘어난 ‘천년의 수도’ 교토시는 지상의 유동 인구를 지하철로 유인하기 위해 오는 3월부터 버스 일일패스 가격을 올린다. 인구 17만명의 가마쿠라시 관계자는 “연 관광객이 2000만명이 넘어 더이상 수용이 불가능하다”며 ‘관광공해’의 심각성을 토로했다. 글 사진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중국은 창업자 천국인가 지옥인가…유명 30대 회장의 죽음

    중국은 창업자 천국인가 지옥인가…유명 30대 회장의 죽음

    2017년 중국에서 하루 평균 약 1만 6600곳의 기업체가 생겨난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 시나닷컴은 지난 한 해 동안 국내에서 등록된 신규 기업의 수가 역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지난 25일 이 같이 보도했다. 중국공산총국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등록을 마친 신규 기업의 수는 총 607만 4000곳으로, 이는 일평균 약 1만 6600개의 신규 기업이 생겨난 셈이다. 더욱이 지난 2016년 대비 약 16.6% 증가했다. 이 같은 창업 진흥 분위기에 대해 공산총국 측은 법인 등록 제도의 개혁이 성공을 거뒀다는 긍정적인 분석을 내놓았다. 일명 ‘상사등록제도’로 불리는 중국의 법인 등록 과정은 과거 일정 자본을 갖췄는지 여부를 증명할 자료 등록 과정이 수반됐으나, 제도 개혁 이후 그 같은 과정 없이도 창업 및 법인 등록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반면, 이 같은 창업 진흥 열풍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대표적인 창업가 아이콘으로 불렸던 마오칸칸 회장(35세)이 자살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에 휩싸인 상황이다. 그는 지난 24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으며 유서는 남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4년 21세에 첫 창업에 성공했던 고(故) 마 회장은 당시 중국 정부와의 합작으로 게임 전문 온라인 업체 ‘마조이(MaJoy)’를 설립하며 대표적인 20대 창업가로 유명세를 얻었다. 이후 의료용 애플리케이션, 교통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앱 등을 출시하며 성공한 창업가라는 호칭을 얻었다. 하지만 지난 2015년 설립한 완자 e-스포츠가 지속적인 경영난에 허덕이며, 지난해 11월 마 회장은 완자 e-스포츠에 대해 파산 신청을 한 바 있다. 이후에도 마 회장은 자신이 소유한 기업체 직원 월급 체납 문제 등을 고민해왔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같은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고 현지 언론들은 일제히 전했다. 더욱이 80호우를 대표하는 창업가였던 그가 자살로 생을 마감, 중국 전역에 불고 있는 창업 열풍의 실상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이들도 속속 등장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마 회장과 생전에 친분이 있었다고 알려진 또 다른 창업가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등진 그의 죽음은 80호우, 90호우 등 젊은 세대의 창업가가 겪고 있는 모든 고민과 스트레스가 얼마만큼이나 무겁고 막중한지를 보여준 첫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기 업체 임원은 “생전의 마 회장은 낙천적이고 유쾌한 성격의 소유자이자, 경쟁심 있는 유능한 경영자였다”면서 “지난 2년 동안 자본 시장의 유동성 하락 문제와 최근 파산한 완자 e-스포츠 문제가 큰 충격을 줬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10여 년 전 마 회장과 동시에 창업 아이콘으로 불렸던 또 다른 80호우 창업자들의 거취에도 이목이 집중됐다. 지난 2004년 무렵부터 창업 열풍을 이끈 대표적 창업 아이콘으로는 PCPOP CEO 리샹, Comsenz 다이즈캉, Mysee CEO 가오란 등이 꼽힌다. 해당 언론은 이들의 거취에 대해, ‘최근 사망한 마 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3명의 창업자와 그들이 설립했던 기업들은 그 후 자취를 감췄다’고 밝혔다. 임지연 베이징(중국) 통신원 cci2006@naver.com 
  • 2030년엔 서울 도심 ‘폐교’ 대신 ‘소형 분교’ 생긴다

    2030년엔 서울 도심 ‘폐교’ 대신 ‘소형 분교’ 생긴다

    서울시내 초·중·고생 숫자 14년간 14만명 감소 예상 작은 학교·폐교 증가 불가피 “폐교 땐 마을 전체 잃을수도” 중·고교 통합 등 다양화 될 듯 ‘14만 5449명’ 2016년 이후 14년 동안 줄어들 서울의 초·중·고교생 숫자다. 2030년이면 종로구 전체 인구(15만 4770명·2017년 기준)에 육박하는 학생들이 사라진다는 얘기다. 아이가 줄면 문 닫는 학교가 늘게 되고, 학교가 폐교하면 마을 활력이 떨어지거나 통학 거리가 길어지는 등 부작용이 생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가 인적·물적 인프라를 공유하며 한 학교처럼 통합운영하거나 섬마을이나 산간마을에서 자주 보던 분교를 도심에 두는 등 다양한 형태의 학교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24일 서울교육청 연구정보원의 ‘학령인구 감소 대비 다양한 학교 형태 연구’ 보고서에는 이 같은 고민과 대안이 담겼다. 저출산 여파로 현재 5살(2014년생) 아이가 고1이 되는 2030년에는 서울 거주 고등학생이 19만 6387명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2016년(29만 9787명) 대비 65.5% 수준이다. 같은 기간 초등학생(43만 6121명→42만 929명)과 중학생(23만 9912명→21만 3055명)도 약간 준다. 25개 자치구 중 금천구는 2030년 고등학생 수가 3785명으로 2014년과 비교해 반 토막(-51.0%) 나고 도봉구(-46.6%), 동대문구·중구(-46.1%) 등도 크게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학생수 감소로 전교생이 500명도 안 되는 소규모 학교들이 늘어 고등학교는 2016년 28곳에서 2030년 122곳, 중학교도 같은 기간 123곳에서 185곳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단순히 생각하면 구성원이 사라진 학교는 폐교하는 게 맞다. 하지만 이번 연구를 진행한 이화룡 공주대 건축학부 교수는 “운동장, 강당 등을 갖춘 학교 시설은 지역 사회에서 구심점 역할을 하는 상징적 공간이라 폐교하면 주민이 떠나고 마을이 생기를 잃는 등 복잡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통합운영 학교 등 소규모 학교 모델을 만들어 급속한 폐교를 막아야 한다고 교육청에 제안했다. 통합운영 학교란 급이 다른 2개 이상의 학교를 함께 운영하며 교직원이나 건물, 운동장 등 여러 자원을 함께 쓰는 학교를 말한다. 예컨대 가까운 거리의 초·중·고교 또는 초·중, 중·고교 등을 합쳐 교장은 1명만 두고 인력이나 시설을 함께 쓰며 학생들을 가르치는 형태다. 실제 교육청은 주민들이 “중학교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는 왕십리 뉴타운 지역에 부지를 구해 학교를 새로 짓는 대신 기존 고등학교와 통합운영하는 중학교를 만드는 안을 검토 중이다. 도시형 분교도 대안으로 떠오른다. 교육청 관계자는 “무작정 통폐합하면 원거리에 사는 학생 등은 통학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면서 “교감과 교사를 파견해 작은 규모로 분교를 운영하는 방식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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