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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절박한 위기감에 ‘4세 경영 포기’… 李 “국격 맞는 새 삼성 만들겠다”

    절박한 위기감에 ‘4세 경영 포기’… 李 “국격 맞는 새 삼성 만들겠다”

    주변 반대에도 결단… 사과문 직접 작성 삼성, 전문경영인 체제 대전환 의지 표명 재계 “승계 할증 등 현실적 어려움 반영” 참여연대 “이벤트성 사과… 해결책 내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경영권 승계 의혹과 관련한 대국민 사과 자리에서 ‘4세 경영 종식’이라는 파격적인 선언을 내놓으면서 재계가 술렁이고 있다.창업주인 이병철 선대 회장→이건희 회장→이재용 부회장에서 경영권 승계를 중단하겠다고 공언한 것으로, 장기적으로 삼성 계열사 전반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은 이날 “삼성전자는 기업의 규모로 보나 IT업의 특성으로 보나 전문성과 통찰력을 갖춘 최고 수준의 경영만이 생존을 담보할 수 있다. 이것이 제가 갖고 있는 절박한 위기의식”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밝혔다. 경영권 승계 중단 선언에 대해 일부 참모는 반대했지만 이 부회장이 오랫동안 고민해 온 자신의 확고한 결단임을 피력하며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관계자는 “이번 사과문은 누가 써 주거나 조언해 준 게 아니라 이 부회장이 직접 고민한 결과를 진정성 있게 담은 것임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자녀에게 경영권 승계를 하려면 현재 기본 상속세율 50%에 대주주 경영권 승계 할증이 더해진 65%를 내야 하고 공정거래법에서도 다양한 규제 장치가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도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밝혔다. 이날 이 부회장은 지난 6년간 삼성을 이끌어 온 스스로에 대한 비판을 토로하며 ‘뉴 삼성’의 비전과 의지도 함께 내세웠다. 그는 “2014년 (이건희) 회장님이 쓰러지시고 난 뒤 부족하지만 회사를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큰 성과를 거뒀다고 자부하긴 어렵다”면서도 “끊임없는 혁신과 기술력으로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면서도 신사업에 과감하게 도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어 “삼성의 오늘은 과거에는 ‘불가능해 보였던 미래”라면서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으며, 대한민국의 국격에 어울리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는 ‘언제든 뒤집을 수 있는 이벤트성 사과’라며 진정성 있는 해결책을 내놓고 실천에 옮길 것을 주문했다. 박용진 의원은 “이 부회장은 앞으로 잘하겠다는 허황된 약속보다 그동안 저지른 각종 편법, 탈법, 불법행위를 해소하기 위한 계획을 제시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영권 승계 문제에 대해서는 삼성에버랜드, 삼성SDS 건 등으로 많은 질책을 받았다고 밝히면서도 과거의 불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더이상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 오로지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만 집중하겠다”는 정도로 교묘하게 비켜 갔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창민 한양대 교수는 “승계 문제, 노조 문제에 대한 구체적 해결안은 빠져 있고 삼성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핵심 중 하나가 이 부회장이 계열사 인사권을 다 갖고 있다는 건데 이를 계속 틀어쥐고 가겠다는 건 내부 구조, 권력은 손을 안 보고 가겠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이재용 ‘4세 경영 포기’ 파격 승부수...“국격 맞는 새 삼성 만들겠다”

    이재용 ‘4세 경영 포기’ 파격 승부수...“국격 맞는 새 삼성 만들겠다”

    주변 반대에도 결단...사과문 직접 작성 삼성 전문경영인 체제 대전환 의지 표명 재계 “상속세율 65% 현실적 어려움 반영” “승계, 노조문제 해결안 없어” 비판도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경영권 승계 의혹과 관련한 대국민 사과 자리에서 ‘4세 경영 종식’이라는 파격적인 선언을 내놓자 재계가 술렁이고 있다. 창업주인 이병철 선대 회장→이건희 회장→이재용 부회장에서 경영권 승계를 중단하겠다고 공언한 것으로, 장기적으로 삼성 계열사 전반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은 이날 “삼성전자는 기업의 규모로 보나 IT업의 특성으로 보나 전문성과 통찰력을 갖춘 최고 수준의 경영만이 생존을 담보할 수 있다. 이것이 제가 갖고 있는 절박한 위기의식”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밝혔다. 경영권 승계 중단 선언에 대해 일부 참모는 반대했지만 이 부회장이 오랫동안 고민해 온 자신의 확고한 결단임을 피력하며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관계자는 “이번 사과문은 누가 써 주거나 조언해 준 게 아니라 이 부회장이 직접 고민한 결과를 진정성 있게 담은 것임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자녀에게 경영권 승계를 하려면 현재 기본 상속세율 50%에 대주주 경영권 승계 할증이 더해진 65%를 내야 하고 공정거래법에서도 다양한 규제 장치가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도 어려운 부분이 많다. 때문에 결과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이야기가 아니겠냐”고 했다.이날 이 부회장은 지난 6년간 삼성을 이끌어 온 스스로에 대한 자기비판을 토로하며 ‘뉴 삼성’에 대한 비전과 의지도 함께 내세웠다. 그는 “지난 2014년 (이건희) 회장님이 쓰러지시고 난 뒤 부족하지만 회사를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큰 성과를 거뒀다고 자부하긴 어렵다”면서도 “그 과정에서 미래 비전과 도전 의지를 갖게 됐고 한 차원 더 높게 비약하는 새로운 삼성을 꿈꾸고 있다. 끊임없는 혁신과 기술력으로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면서도 신사업에 과감하게 도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어 “삼성의 오늘은 과거에는 ‘불가능해보였던 미래‘“라며“어깨는 더욱 무거워졌으며, 대한민국의 국격에 어울리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는 ‘언제든 뒤집을 수 있는 이벤트성 사과’라며 진정성 있는 해결책을 내놓고 실천에 옮길 것을 주문했다. 박용진 의원은 “이 부회장은 앞으로 잘하겠다는 허황된 약속보다 그동안 저지른 각종 편법, 탈법, 불법행위를 해소하기 위한 계획을 제시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경영권 승계 문제에 대해서는 삼성에버랜드, 삼성SDS 건 등으로 많은 질책을 받았다고 밝히면서도 과거의 불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더이상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 오로지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만 집중하겠다”는 정도로 교묘하게 비켜 갔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창민 한양대 교수는 “승계 문제, 노조 문제에 대한 구체적 해결안은 빠져 있고 삼성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핵심 중 하나가 이 부회장이 계열사 인사권을 다 갖고 있다는 건데 이를 계속 틀어쥐고 가겠다는 건 내부 구조, 권력은 손을 안 보고 가겠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네이비색 정장을 입고 같은 색조와 흰색이 섞인 줄무늬 타이를 매고 굳은 표정으로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이 부회장은 10분간 원고지 12매 분량의 사과문을 다 읽은 뒤 곧바로 자리를 떴다. 취재진의 질문은 받지 않았다. 이 부회장의 사과문 발표에 삼성물산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6.61% 뛰어오른 10만 6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고객에게 가치 있다 확신 들면 제 사전엔 포기란 없죠

    고객에게 가치 있다 확신 들면 제 사전엔 포기란 없죠

    “제 이름으로 된 특허가 그렇게 많은 줄은 저도 지난해 ‘올해의 발명왕’을 받으며 처음 알았어요. 수상 소식엔 ‘이런 사람이 진정한 애국자’란 댓글이 달렸는데 20여년의 제 연구가 조금이나마 우리나라 산업 성장에 도움이 됐다는 말씀으로 들려 다시 도전할 힘이 생겼습니다.” 23년간 출원한 특허만 1000여개다. 평균 일주일에 한 개꼴로 특허를 출원한 셈이다. 지난해 발명의 날 신기술을 개발하고 해외 시장을 개척해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높인 공로로 엔지니어 최고의 영예인 ‘올해의 발명왕’이 된 김동원(53) LG전자 H&A사업본부 H&A기반기술연구소장 얘기다.김 소장은 이전에 없던 가전으로 새로운 수요와 시장을 탄생시킨 의류관리기 ‘스타일러’와 드럼세탁기와 통돌이세탁기를 결합한 ‘트윈워시’를 개발한 주인공이다. 2011년 세계 최초로 시장에 나왔을 때만 해도 ‘뭐에 쓰는 물건인고’란 푸대접을 받았던 스타일러는 지난 2월 역대 최대 판매량을 올리는 등 최근 코로나19에도 지난 1분기 두 자릿수 매출 신장을 이뤘다. 지난해 12월 상무로 승진하며 LG전자 가전제품의 기반이 되는 원천기술, 핵심 부품에 대한 선행연구를 하는 H&A기반기술연구소 수장이 된 그를 지난달 28일 만나 ‘발명의 비결과 철학’을 물었다. “동료들과 함께 일군 결과”라고 손사래부터 치는 김 소장에게 끌어낸 ‘발명왕’의 비결은 일상에서도 각종 기기의 원리를 탐구하는 꾸준한 습관과 치열한 고민에 기인했다. 어릴 적 탱크, 비행기, 항공모함 등 프라모델을 솜씨 있게 조립해 내는 걸 좋아하던 그는 요즘도 노트북, TV, 카메라, 자동차 등 평소에 쓰는 각종 기기들을 직접 뜯어 보고 수리해 보며 작동 원리를 익히는 게 일상이자 재미라고 했다. “제가 주로 개발해 온 가전이 의류관리 가전이지만 자동차나 다른 전자기기를 분해하고 고쳐 보면서 다른 제품에 적용된 메커니즘을 세탁기에 적용해 보면 어떨까 아이디어를 내곤 합니다. 발명에 대한 영감은 갑자기 생겨나지 않거든요. 문제가 있으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를 집요하게 고민하고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영감이 떠오른다고 할까요. 다만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해서는 고민하고 있는 제품만 보고 있는 게 아니라 다양한 제품과 기술을 접하다 보면 딴 곳에서 쓰는 기술이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되는 경우가 많더군요. 아는 만큼 보이고 노력한 만큼 영감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삶의 질 높아졌다’ 기뻐하는 고객들 반응이 주는 희열 ‘선행연구에 실패란 없다’는 믿음 역시 새로운 발명을 잉태하게 하는 비법이었다. “제품 개발이나 선행 연구에서 실패는 없다는 생각을 항상 가슴에 담아두고 일을 하고 있어요. 고객들의 삶에 확실히 도움이 되는 제품이라도 연구개발 중에 기술적인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중단될 수 있죠. 하지만 저는 그게 실패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처음 계획한 제품을 선보이지 못하더라도 그렇게 노력을 기울인 기술이 또 다른 제품에 적용돼서 훨씬 더 큰 성공을 거두는 경우도 많이 있으니까요.” 세계 시장에서 주요 제조업체 간 시장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혁신적인 신제품 개발에 대한 압박감과 부담감도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김 소장이 20년 넘게 꾸준히 이 업을 이어올 수 있었던 건 제품을 통해 ‘삶의 질이 높아졌다’고 기뻐하는 고객들의 반응이 주는 희열 덕분이다. “저와 동료들이 그렇게 지난한 고민과 실험 과정을 거쳐 낸 제품들이 시장에 나오고 고객들께서 사랑해 주시는 걸 보면서 계속 연구할 수 있는 힘을 얻곤 해요. 입사한 뒤 24년간 회사의 세탁기 사업이 60배가량 성장했는데요. 제가 한 발명들이 여기에 조금이나마 기여했다는 것, 그리고 저 역시 함께 성장했다는 걸 느끼면서 지금까지 연구원으로 살아온 삶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습니다.” 때문에 그가 제품을 개발할 때 늘 우선순위에 두는 가치는 기기를 사용하는 ‘사람’에 놓여 있다. 없었을 땐 우리가 필요하다고 생각지도 못했던 신가전, ‘스타일러’를 빚어낸 것도 사람들이 의류를 번번이 세탁소에 맡기고 찾는 불편함이나 비용을 최소화해 주면서 세탁 횟수를 줄여 사람들이 아끼는 옷을 오랫동안 깨끗하게 입을 수 있게 하려는 뜻에서였다. 처음 아이디어를 냈을 때부터 제품이 나오기까지 무려 9년이 걸린 스타일러는 긴 시간만큼 지난한 시행착오과 갈등을 거친 결과물이다. 2011년 출시 후 몇 년간에도 ‘이런 게 왜 필요하냐’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때문에 초기엔 판매 실적이 부진해 ‘타고난 긍정주의자’인 김 소장 역시 마음고생이 심했다. “선행 연구를 하다 보면 정말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아요. 개발 과정 중간중간 회사 내부에서도 회의적인 목소리나 질책이 나왔고 워낙 고객들께서도 잘 모르는 제품이었기 때문에 판매 실적이 좋지 않았죠. 그러다 미세먼지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며 2015년부터 갑자기 시장이 급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개발하면서도, 출시되고도 나서도 많은 욕을 먹은 제품이지만 제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게 결국 시장에서 증명되면서 느낀 그 뿌듯함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죠.” ‘스타일러’는 1만번 이상의 실험을 거친 ‘고난의 작품’이다. 하루에 적으면 5~6번, 많게는 10번 넘게 실험을 지속했다. 연구원들이 당구장, 고깃집에서 잔뜩 옷에 입혀 온 담배 냄새, 삼겹살 냄새를 없애는 기능 등을 실험할 때는 함께 실험실을 쓰는 동료들에게 ‘딴 데 가서 하라’고 눈총을 받기도 했다. 고급 의류를 어떻게 하면 손상 없이 관리할 수 있을까를 실험하려다 보니 실크 블라우스, 원피스, 모피 등 여성 의류를 한번에 많게는 1000만원어치씩 구입해 오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옷을 사오는 남성 연구원들이 점원에게 이상한 눈초리를 받는 경우도 허다했다. 결과적으로 스타일러는 그를 연구자로서 더 단단해지게 하는 매듭이 돼 줬다. “세상에 없는 제품을 개발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누구나 쉽게 생각하고 쉽게 개발할 수 있는 제품이라면 이미 세상에 나와 있었겠죠.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항상 제 자신에게 질문을 하곤 했어요. ‘지금 개발하는 제품이 정말 고객 입장에서 가치가 있는 제품이냐’고요. 이 물음을 되뇌며 힘이 들어도 내가 만든 기술이 제품으로 만들어지면 고객들에게 더 나은 혜택과 가치를 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마음을 다잡곤 합니다. 혁신적인 제품은 단기간에 손쉽게 이뤄지는 법이 없습니다. 때문에 후배들에게도 고객에게 가치 있는 제품이란 확신이 들면 뼈를 깎는 고통이 있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끝을 보라고 얘기해 주고 있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새로운 가전제품 대거 나올 것” ‘포스트 코로나 시대’ 가전 트렌드는 어떻게 바뀔까. 김 소장은 “최근 가전 시장에서는 스타일러, 식기세척기, 건조기, 공기청정기 등 건강이나 위생 관련 가전의 수요 증가, 인공지능(AI)에 기반한 기기 간의 연결성 등이 주목받아 왔는데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런 트렌드가 더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기존 가전제품의 위생 수준은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 더 진화하게 될 것이고,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크게 늘어나게 되면서 기존에 외부에서 하던 활동을 집에서 가능하게 해주는 새로운 제품들도 여러 업체에서 대거 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지지난해 1월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전시회 ‘CES’에서 선보인 식물재배기나 캡슐형 수제맥주 제조기인 홈브루 등이 예다. 한양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기계공학 석·박사 과정을 마친 그는 대학원 시절 산학 프로젝트에서 세탁기를 처음 접했다. 1996년 LG전자에 입사해 배치된 첫 팀 역시 세탁기, 건조기 등 의류 기기를 연구하는 조직이어서 자연스레 20여년간 의류 관련 가전에 몸담게 됐다. 전자회사에 입사하게 된 이유에 대해 그는 “순수학문을 연구하는 것보다는 배운 지식을 제품으로 만들어 많은 사람들에게 편리한 삶을 선사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고 했다. 연구소장을 맡으면서는 직접 연구하고 발명하는 것보다 지금까지의 경험과 지식으로 연구원들의 과제에 대해 코칭을 해주고 새 기술, 새로운 제품 콘셉트 발굴을 돕는 데 더 힘을 쏟고 있다. 20년간 여러 도전을 성과로 이어 왔지만 아직도 그의 꿈은 ‘쉼표’를 모른다. “여전히 의류를 세탁하고 건조하는 등의 의류 관리는 집에서 하기 귀찮은 노동 중 하나입니다. 어떻게든 사람들의 이런 가사 노동을 줄여주고 편하게 해주는 새로운 의류 관련 가전을 발명해 많은 고객들이 남는 시간을 더욱 가치 있게 쓸 수 있게 하는 일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주방 가전에서도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 ‘제2의 스타일러’로 불릴 수 있는 혁신적인 가전을 만드는 게 새로운 목표가 됐어요.”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천하통일한 친문의 분화…친이낙연·친이재명계의 발아

    천하통일한 친문의 분화…친이낙연·친이재명계의 발아

    친문(친문재인)은 2017년 대선과 지난 4·15 총선을 거치면서 더 강해지고 세분화됐다. 대선을 앞두고 국무총리를 지낸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과 이재명 경기지사의 계파가 전면으로 등장했고 박원순 서울시장 측은 입지를 더욱 굳혔다. 한때 민주당의 주요 계파였던 손학규계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지역구에서만 163석을 차지해 21대 국회에서 ‘슈퍼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 내 계파는 4년 전과 비교해 한층 더 복잡해졌다. 서울신문이 3일 당선자 163명의 계파를 분석한 결과 민평련(고 김근태 고문 측), 86(80년대 학번·60년대 출생)그룹, 정세균 국무총리 측 등 범친노(친노무현)·친문까지 합치면 친문은 무려 110여명에 달했다. 민주당 당선자의 3분의 2가량이 친문에 속하는 셈이다. 20대 국회 시절 70여명과 비교하면 매우 증가한 것이다. 한 친문 초선 당선자는 “이제는 친문 아닌 의원이 없을 것”이라며 “다만, 같은 친문이라 하더라도 세부적인 성향은 다를 수 있다. 이해찬 대표 체제에서 당직을 잡고 활동을 했든가 아니면 부엉이모임 같은 친문의 모임에서 활동했다든지 하는 성향에 따라 앞으로 국회에서의 활동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오는 7일 결정되는 21대 국회의 첫 원내대표, 포스트 이해찬, 나아가 20대 대선의 민주당 후보가 거대 주류가 된 친문의 ‘성향’과 ‘입지’에 따라 결정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범친문이 아닌 친문 그 자체로만 보면 90명이다. 대표적으로 참여정부 시절부터의 친노·친문 23명이 있다. 참여정부 당시 부총리 등을 지낸 김진표 의원과 친노의 적자로 꼽히는 이광재 당선자, 원내대표 경선에 나선 김태년, 전해철 의원 등이다. 재선이 된 전재수·박재호·최인호·황희 의원 등도 대표적인 친노·친문 인사다. 특히 이해찬 대표 체제에서 정책위의장을 지낸 김 의원과 사무총장인 윤호중 의원 등은 당권파 친문으로 분류된다. 문 대통령이 2012년 대선 출마와 당대표 등을 지낼 때 합류하거나 영입된 친문 인사들도 이번 총선에서 대거 생환했다. 홍영표, 박주민, 김병기, 양향자, 조응천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친문의 ‘파이’를 키운 데는 무엇보다도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친문과 이번 총선에서 영입된 당선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청와대 출신 친문은 16명으로 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국정기획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당선자와 국민소통수석 출신 윤영찬, 대변인을 했던 고민정 당선자 등이 대표적이다. 일부 의원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후 더이상 당내에 ‘비문’(비문재인)은 없다”고 주장한다. 친문이 아닌 한 중진 의원은 “민주당에서 이제 계파 구분은 무의미하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대선이 다가올수록 친문 외 계파가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이번 총선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측 박홍근·기동민 의원 등이 생환하고 박 시장과 서울시청에서 호흡을 맞췄던 최종윤·허영·김원이·윤준병 당선자들이 합류하면서 친박원순계가 약진했다. 또 정성호·김병욱·김영진 의원도 당선됐고 이규민 당선자까지 포함된 친이재명계가 기지개를 켠 상황이다.유력 대선주자인 이낙연 위원장 측은 아직 계파라는 말을 쓰기에는 미비한 수준이다. 민평련 소속인 설훈·오영훈 의원과 이개호 의원이 이 위원장과 가깝다. 일부 호남권 당선자들이 전남지사 등을 지냈던 이 위원장과 친분이 있지만 친이낙연으로 분류하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이 위원장이 당권, 나아가 대권까지 잡기 위해서 친문과 전략적 교류를 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또 다른 잠룡인 정세균 총리 측은 안규백·김영주·이원욱 의원 등 6명으로 20대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19·20대 국회에서 개혁적 성향의 초·재선 의원들이 만든 모임인 ‘더좋은미래’는 특정 인물을 중심으로 모이진 않았다. 하지만 당내 주요 경선이 있을 때마다 대표주자를 내세우거나 지지해왔다는 점에서 주요 세력으로 구분된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도종환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진선미 전 여성가족부 장관 등 다수의 장관과 남인순 최고위원, 우상호·우원식 전 원내대표 등이 더좋은미래 소속으로 주목을 받았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김창원 위원장 “‘도봉구 유소년 야구장 조속 건립에 관한 청원’ 본회의 통과”

    김창원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은 ‘도봉구 유소년 야구선수를 위한 야구장 조속 건립에 관한 청원’이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채택돼 도봉구 야구 꿈나무들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뛰는 모습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고 밝혔다. ‘도봉구 유소년 야구선수를 위한 야구장조속 건립에 관한 청원’은 도봉구의 유소년 야구 지도자와 학부모들 256명이 서울시의회에 제출한 것으로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상임위원회 심사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되어 통과됐다. 우리나라는 1984년, 1985년, 2014년에 리틀야구 월드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한 바 있고, 고교나 성인야구 선수들 중에도 유소년야구단에서 시작하는 선수가 많을 정도로 야구 저변 확대에 기여하고 있고, 어린이들의 건강한 성장에 도움이 되는 생활체육으로서도 역할을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 유소년을 위한 야구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도봉구에는 도봉구유소년야구단을 비롯한 약 8개의 유소년 야구클럽이 있고, 야구선수를 꿈꾸며 매일 훈련하는 아이들과 건강한 생활체육을 즐기는 아이들이 200명 이상 있으나, 현재 도봉구에는 유소년 야구선수를 위한 야구장이 없어 인근 지역의 야구장을 대관해야만 하는 실정이며, 야구장을 대관하는 과정에서도 타 지역의 관내 야구클럽에게 우선순위에 밀리며 비용면에서도 어려움이 많아 도봉구에도 유소년 야구선수를 위한 야구장 건립이 시급한 형편이다. 또한 바로 인접한 노원구에는 불암산종합스타디움 및 육군사관학교 야구장 등이 있고 상계뉴타운 인근에도 추가 건립이 확정되어 총 3곳의 야구장을 확보한 상황임을 고려하면 도봉구 유소년 야구선수들은 여러 가지 불편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현재 도봉구에는 도봉구유소년야구단을 비롯한 8개의 유소년야구클럽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으나, 관내에 유소년 야구선수를 위한 야구장이 없어 인근지역의 야구장을 대관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고 말하며, “특히 훈련과 경기를 진행하는 날에는 유소년 선수와 부모님들 300명 이상이 이동해야 하는 실정이어서 우리 꿈나무들에게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 방법이 없을까 늘 고민해왔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또 “유소년 팀 스포츠를 통한 어린이들의 건강과 건전한 성장, 실력과 상관없이 모든 선수에게 기회가 돌아간다는 유소년야구의 교육적 가치, 클럽팀 취지에 맞는 어린이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유소년야구장 확충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비록 생활체육시설의 설치·운영이 자치구의 사무이고 서울시는 건립비의 일부를 지원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야구장 부지 확보는 물론 각 추진단계에서 서울시와 자치구의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상호협조와 적극적 검토를 기대한다.” 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마스크·진단 키트 없어 쩔쩔맨 지구촌… ‘K방역’ 국제표준화 절실

    마스크·진단 키트 없어 쩔쩔맨 지구촌… ‘K방역’ 국제표준화 절실

    코로나19 사태가 많은 국가들의 의료체계를 붕괴시키며 수많은 사망자를 만들어 내고 있다. 완벽한 시스템으로 어떠한 상황에도 잘 대응할 것 같던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의료진들이 가장 기본적인 마스크와 안면 보호대, 방호복과 같은 개인 보호장비가 없어서 일회용 쓰레기봉투를 뒤집어쓰고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 앞에서 국가 간 협력은 물론 국가, 지방정부 및 민간업체 등은 모두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장비와 물품을 확보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합법과 비합법적인 모든 수단이 동원되는 상황에서 정상적인 의료물품의 조달 및 운송체계는 붕괴되고 있으며, 결국 이는 의료체계를 극도로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 보건의료의 효율적 운영에 관한 컨설팅을 수행하면서 필라델피아를 대표하는 8개 병원이 구성한 PIM(Philadelphia International Medicine)과 보스턴 지역의 병원 연합체(Partners Healthcare) 등의 운영 시스템을 보고 크게 놀랐던 경험이 있다. 세계적으로 훌륭한 수준의 이들 병원조차도 진료적 측면만을 고려할 뿐 이에 필요한 각종 의료물품의 확보, 병원이 위치한 해당 도시의 보건의료 시스템에 대한 고민은 전혀 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기초의약품의 직접 생산 체계’ 구축 서울대병원을 대상으로 한 통합의료물류 플랫폼 구축, 2014년 서울대병원의 아랍에미레이트(UAE) 왕립 셰이크칼리파전문병원(SKSH) 위탁운영 성공 사례 등을 접하면서도 기존 보건의료체계 전반의 큰 변화가 시급함을 인식할 수 있었다. 이번 사태를 통해 많은 국가들은 글로벌 공급망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의료체계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알게 됐다. 기초의약품과 기본적인 진료 재료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한다는 것은 비상시 대처가 불가능함을 의미했지만 모두가 무시하고 있었다. 잘 알다시피 이번 사태에서 가장 먼저 비상이 걸린 품목은 ‘마스크’였다. 수입을 할 수 없거나 원자재 수급이 안 되는 국가 비상상황 발생 시 문제가 되는 것은 가격이 수십만 달러에 달하는 희귀 의약품이 아니었다. 한 개에 1달러도 안 하던 마스크를 확보할 수 있던 국가들은 비교적 빠르게 상황을 통제한 반면 그러지 못한 국가들은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개인 보호장비의 부족으로 의료진 보호와 감염 확산 방지에 실패한 국가 또는 도시의 보건의료체계는 무력함을 드러냈다. 마스크 다음은 ‘진단 키트’였다. 현재 30여곳에 달하는 우리나라의 진단 키트 생산업체가 만들어 낸 진단 키트는 전세기와 군용기에 실려 세계 각국으로 조달되고 있으며, 온 국민에게 뿌듯함을 안겨 주었다. 대한민국은 다행히 지난 ‘메르스 사태’를 겪으며 많은 시약 회사들로 하여금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 시약을 개발할 수 있도록 정부의 여러 지원이 이루어졌으며, 이와 같은 투자와 대비로 이번 사태에서 훌륭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사실 진단 키트 자체는 최첨단의 기술과 노하우가 필요한 물품은 아니다. 키트를 통해 바이러스 존재 여부를 확인해 주는 PCR 장비는 3개 업체가 글로벌 시장을 독과점하는 고가의 물품이지만, 진단 키트는 베트남과 같은 국가도 생산할 수 있는 물품이다. 하지만 정작 이러한 키트의 부족으로 인해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후 세계 각국의 보건의료 담당자들은 최우선적으로 기초의약품과 기본적인 진료 재료에 대한 생산설비를 자국에 구축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필요한 원자재와 원료 등의 비축도 이루어질 것이다. 바이러스 진단 키트와 같은 제품 역시 자국에서 생산하는 것이 더 안전한 선택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적 측면이 아닌 비상사태의 대비가 더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상황이 도래하는 것이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많은 국가의 보건 당국들로부터 비축 및 자체 생산과 관련된 컨설팅 요청이 계속되고 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본격화된 세계화의 진행에 따라 대부분의 국가가 의약품과 진료 재료, 진단장비를 수입에 의존하는 체계였으나, 근본적인 변화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마련 시급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각국 정부가 파악한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는 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별도 보건의료체계 구축의 필요성이다. 코로나19로 인한 희생자 대부분은 주요 국가의 대도시에서 발생하고 있다. 대도시는 평소에 많은 병원을 보유하며 좋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대규모 감염병 발생 조건 앞에서는 무력했다. 그동안 개별 병원을 중심으로 구축한 도시 보건의료체계가 대규모 감염병 사태에서 한계를 보인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도시의 행정 및 보건 당국이 겪은 어려움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 도시 내 병원에서 어떠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조기에 파악할 수 없었다. 병원 및 의료진 차원에서 무언가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인지했으나 정작 도시 차원에서 이를 종합적으로 파악할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았다. 중국의 경우 사스를 겪은 이후 조기경보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병원을 비롯한 진단 기관이 보유한 PCR 장비들은 코로나19 관련 자료를 생산했지만, 이를 도시 및 지역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들여다볼 시스템이 없었기 때문에 문제가 심각하게 커진 이후에나 파악할 수 있었다. 둘째, 필요 물품의 재고 및 소모 현황을 파악할 수 없었다. 개별 병원에서 보유한 각종 물품과 의약품의 현황 및 필요량 등을 체계적으로 파악할 수 없었기 때문에 도시의 행정 당국은 이를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없었다. ‘실시간 모니터링(RTM) 시스템’이 가동되면 평상시에는 효율적인 물류 관리가, 비상시에는 적극적인 대처가 가능해진다. 이 시스템은 단지 모니터링을 통한 집계에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다. 개별 의료물품 사용량의 증가 시 즉각적으로 자동 보충되는 조치가 가능해지고 해당 물품 소진 시 대체 제품을 확보하는 것 또한 가능하다. 이를 통해 도시 행정 책임자가 일괄적인 조기 대응 전략을 구사할 수 있도록 도시 행정에 직접적인 기여를 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순식간에 빠르게 확산되는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병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속도에 대응하는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가 필요하지만 기존의 보건 시스템은 그러지 못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부 도시들은 병원 내 물품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통해 소모량 및 수요 변화를 자동으로 파악하고 공급하는 체계를 마련하고 있지만 전 세계 인구 100만명 이상의 도시 512곳 가운데 이러한 실시간 체계를 갖추고 있는 도시는 거의 없다. PCR 장비에서 생산되는 분석 결과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은 기술적으로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보건 당국의 무관심, 그리고 과도하게 강화된 개인정보 보호로 인한 제도적 장벽으로 인해 제대로 연구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서울대병원 UAE 왕립 병원 위탁 운영 많은 국가들이 우리나라의 대응태세를 주목하고 있다. 각국 정상들은 진단 키트와 의료장비를 확보하기 위해 연락을 취해 오고 있다. 뉴스와 SNS를 통해 전해지는 관련 소식들은 대한민국 국민에게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게 해 준다. 대한민국의 발전한 의료체계는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지기 이전부터 세계로 진출하고 있었다. 2014년 9월부터 서울대병원은 아랍에미리트(UAE) 왕립 셰이크칼리파전문병원을 위탁 운영하고 있다. 40여년 전 중동 건설 노동자의 일자리가 30년 후 의료진의 일자리로 바뀌었다. 서울대병원이 UAE의 왕립 병원을 위탁 운영하며 쌓은 대한민국 의료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돼 병원 운영과 관련한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중동에 진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그동안 우리는 경제적으로 많은 성장과 발전을 이룩했지만 전반적인 인식은 그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개별 물품의 생산과 수출에는 탁월한 능력을 보여 주고 있지만 시스템 및 플랫폼에 대한 고려는 부족하다. 과거 우리는 세계 최초로 MP3 플레이어를 만들었다. 많은 수출을 했지만 정작 음악을 중심으로 한 생태계 구축에는 무지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애플의 아이튠스와 같은 플랫폼이 자리를 잡았다. MP3 플레이어는 과당 경쟁의 대상이 됐고, 기술의 발전에 따라 스마트폰에 통합되면서 사라지게 됐다.●사우디 등 중동서 보건의료 컨설팅 요청 쇄도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대응 사례는 전 세계인에게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 혹자는 이번 일로 인해 올림픽을 세 번 치른 것이나 다름없는 경제 효과를 누린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찬사는 기쁘게 받아들이되 냉정하게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 국제 보건의료 시장에서 실질적 이익을 가져올 수 있도록 준비가 필요하다. 우리가 코로나19로 인해 변화한 세계 보건의료 시장의 흐름 속에서 어떠한 포지션과 역할을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향후 새롭게 형성될 국제 보건의료 시장의 국제 표준을 주도할 필요가 있다. 국제 표준을 제시하는 국가의 관련 산업계 종사자는 행복할 수밖에 없다. 활동할 수 있는 산업 영토가 넓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제는 보건 및 의료업체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질 수는 없으며, 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같은 보건 관련 기구만의 힘으로도 될 수 없다. 외교와 산업, 도시가 결합한 새로운 보건 플랫폼을 구축하고 이를 확산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을 거치면서 국제 보건의료 분야에서 높아진 위상은 여러 분야에 접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 ‘북방경제협력위원회’에는 여러 회원국이 있다. 각 회원국에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며 ‘대한민국의 표준’을 적용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게 존재한다. 또한 보건의료 관련 산업의 수출 품목 역시 한 단계 성장할 필요가 있다. 개별 상품은 상품대로 수출하면서 더 선진화된 것을 수출할 단계에 도달했다. 시스템과 플랫폼은 최고의 수출 품목이며, 해당 국가에 적용되면 대한민국의 표준을 따라오게 된다. 대한민국은 코로나19 사태가 가져다준 국제사회의 찬사를 해당 산업의 발전으로 이어 가야 한다. 국제사회의 신뢰가 있어야만 수출이 가능한 것들로 미리 준비해야 한다. 진짜 승부는 이번 사태가 마무리되고 경제가 정상적으로 가동될 때 시작된다. 한태희 (주)티비오헬스케어 대표이사, 이사회의장 ■ 한태희 (주)티비오헬스케어 대표이사, 이사회의장은 국제보건의료 컨설턴트이자 프로젝트 디벨로퍼다. 국가보건의료 체계와 도시의 효율적 보건 시스템 운영에 관해 상담한다.
  • “방사광가속기 나주가 최적지”… 500만 호남 주민 똘똘 뭉쳤다

    “방사광가속기 나주가 최적지”… 500만 호남 주민 똘똘 뭉쳤다

    전남도민들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1조원 규모의 초대형 국책 사업인 방사광가속기의 나주 유치를 위해 똘똘 뭉쳤다. 전남도는 지난해 9월부터 전문가 자문단을 출범하고 방사광가속기 호남권 구축 용역을 추진하는 등 유치 활동을 역점 추진해 왔다. 지난 3월 대학 총장, 시장·군수의 지지 성명과 광주·전남·전북 시도지사 공동건의문 발표로 유치 열기가 급속도로 확산됐다. 4월 들어 대학교수와 총학생회를 비롯해 상공회의소, 광주시상인연합회 등 호남권 전역에서 지지 성명이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200여개 기관·단체가 참여했다. 지난 23일에는 호남권 국회의원 당선자 28명이 방사광가속기 유치 건의문을 청와대와 과기부 등에 전달하는 등 전방위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처럼 전남도민들이 방사광가속기 유치를 위해 힘을 보탠 이유는 뭘까. 도민들은 국가 대형연구시설이 충청·영남권에만 집중돼 호남 홀대론에 자극받고 있다. 지역 편중 해소를 통한 국가균형발전을 위해서라도 방사광가속기가 호남권에 들어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도는 나주가 안전하고 단단한 화강암의 기반암이며, 미래 확장성과 발전 가능성이 대단히 높아 방사광가속기 구축의 최적지라고 설명한다. 과기부는 오는 7일쯤 우선협상대상지를 발표한다. 호남권에서는 전남 인구의 절반이 방사광가속기를 환영하고 있다. 지난 27일 서울 국회의사당 앞에서는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호남권 유치를 위한 광주·전북·전남 시도민 서명 230만명 돌파 기념 대국민 보고대회가 열렸다. 지난해 기준 호남권 인구는 515만명으로 약 44%가 전남 유치를 지지한 셈이다. 지금도 서명부 숫자는 계속 올라가고 있다. 방사광가속기 호남권유치위원회는 30일 “서명을 시작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도민의 절반이 참여했다”며 “방사광가속기 유치를 위한 시도민의 열정과 의지를 정부에서도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방사광가속기 호남권 구축을 촉구하는 호소문을 정부과 국회에 전달했다.●국회의원 당선자 28명 ‘유치 건의문’ 靑 전달 과학기술인들도 팔을 걷어붙였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광주·전남지역연합회 소속 과학기술인 2200여명도 지난 17일 방사광가속기 호남권 유치 지지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균형발전이 이뤄져야 효율성을 담보할 수 있다”며 “충청권과 영남권에 편중된 대형연구시설의 분산 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방사광가속기가 호남권에 들어서면 전국이 과학기술 경쟁력을 고르게 확보하게 돼 과학기술 분야에서 국가 균형발전 실현의 큰 전기가 된다는 설명이다. ●나주 단단한 화강암 기반 미래확장성 높아 전남이 방사광가속기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호남 발전의 절실함 때문이다. 1960년대 이래 사회기반시설과 연구기반시설은 수도권·충청권·영남권으로 이어지는 경부 축에 집중돼 왔다. 특히 수도권 입지 규제로 인해 범수도권에 포함되는 충청권으로 각종 연구시설 및 대형 국책 프로젝트가 집중됐다. 대덕 연구단지, 세종특별자치시, 오송 첨단의료복합단지, 대전 과학기술비즈니스벨트 등이다. 실제 영남권은 1970년대 이후 산업화 과정에서, 충청권은 2000년대 이후 대규모 행정기관 이전 등으로 인구가 크게 증가했다. 반면 호남권은 1970년대 630만명에 달했던 인구가 2018년 기준 510만명으로 약 20%가 감소했다. 참여정부 당시 혁신도시 조성 등 균형발전에 대한 일부 성과가 있었으나 공공기관 배치와 과학기술 분야의 충청권·영남권 편중은 여전하다. 2017년 연구개발(R&D) 투자 비율을 보면 수도권이 68.7%, 충청권이 16.4%이지만 호남권은 3%에 불과하다. 초대형 연구시설만 봐도 호남권은 제일 뒤처졌다. 국내 초대형 연구시설은 충청권에 4곳, 영남권에 3곳, 수도권에 2곳 있으나 호남권은 한 곳도 없다. 이렇게 열악한 상황에서도 호남권은 연구개발 역량에서 탁월한 성과를 내고 있다. 연구인력 1인당 국내 특허등록 및 출원 수에서 서울, 경기, 대전을 제치고 1위(등록 0.22건, 출원 0.40건)를 달성했다. 연구비 10억원당 특허 등록은 2위(2.94건)다. 도는 어려운 재정 여건에도 자체 예산을 우선 연구개발에 투자한다. 호남권 3개 광역자치단체 모두 자체 예산 우선 투자 지역 4위권 안에 들어 있다. 2위 광주(16.8%), 3위 전남(15.1%), 4위 전북(10.8%)이다. ●호남권, 국내 초대형 연구시설 단 한 곳도 없어 일본의 경우 총 11대의 가속기 시설이 국토 전체에 걸쳐 균형 있게 배치돼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가속기 운영의 효율성과 안전성, 성장 가능성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수도권 중심의 성장 전략이 과밀화, 저성장, 양극화 등 다양한 문제점을 만들어 냈듯이 어느 한 곳에 집중하고 투자하는 성장 전략은 국가 전체의 성장동력으로 이어질 수 없다. 특히 한 지역에 비슷한 기능을 하는 연구시설을 중복해 설립하는 것은 효율성이 낮다. 일본뿐 아니라 스웨덴, 독일 등 해외에서도 효율성과 안전성, 성장 가능성 등을 중시하며 지방 위주로 방사광가속기를 구축하고 있다. 실제 한국정책리서치가 지난 3월 시도 공동(인천, 강원, 충북, 전남)으로 가속기 이용자 대상, 활용도 제고를 위해 가장 필요한 사항을 조사한 결과 87% 이상이 접근성보다 성능 및 운영 품질을 중요한 요구 사항으로 꼽았다. 한국기업데이터가 지난 2월 방사광가속기 이용 기업 2000곳을 대상으로 벌인 방사광가속기 구축지 결정 시 고려해야 할 항목 설문조사에서도 81% 이상이 지질학적 안전성과 고품질 방사광 제공 및 운영 지원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의 2018년 방사광가속기 후보지에 대한 전문가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약 50%가 균형발전·안전성 측면에서 전라도를 선택해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접근성 그것도 수도권 중심의 접근성을 평가하는 것은 변별력이 없다고 꼬집는다. ●지역 편중 해소 통한 국가 균형 발전 새 전기 열악한 여건에도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 육성에 노력한 결과 호남권에도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미래 첨단산업의 여건이 무르익고 있다. 광주는 인공지능(AI)·미래형자동차, 전북은 농생명바이오·탄소산업, 전남은 에너지신산업과 의료바이오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지정, 산업 육성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펼치고 있다. 방사광가속기로 한전공대를 비롯한 호남권 대학 및 연구기관의 연구 역량을 높이고, 이를 통해 미래 핵심 기술을 선점하며 첨단산업 육성의 밑거름으로 삼는다는 목표다. 전남은 신남방정책과 환황해권 경제의 시작점으로 방사광가속기가 유치되면 이를 중심으로 국가 과학기술의 신성장 축을 만들 수 있다고 자부한다. 광주, 전북, 전남, 경남을 잇는 L자형 첨단 과학 비즈니스벨트 구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서남권 L자형 축에 첨단벨트를 조성해 전체적인 균형발전을 이루고 나아가 대한민국이 세계적인 과학 강국이 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호남권은 안정적인 지반과 미래 확장 가능성 등 최고의 입지 조건을 갖췄다”며 “우리 지역의 미래와 후손들을 위해 정말 중요한 사업인 만큼 호남권의 의지와 열정에 정부에서도 화답해 주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저에게 10조원짜리 사회간접자본(SOC)사업과 1조원짜리 방사광가속기 사업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일말의 고민도 없이 방사광가속기를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안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초정밀 거대 현미경’ 방사광가속기 전자를 빛의 속도로 가속해 나오는 방사광으로 물질의 미세구조 현상을 관찰하는 장치다. 일종의 초정밀 거대 현미경이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경북 포항에 1994년 준공한 3세대와 2016년 구축한 4세대 등 2개가 있다. 특히 이번에 건립하는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둘레 800m 원형으로 3세대보다 최대 1억배가 밝고 파장은 0.1㎚에 그쳐 물질의 구조와 현상을 1000조분의1까지 분석할 수 있다. 신약, 탄소나노복합체 등 신소재, 암 치료, 극초소형 마이크로 렌즈, 나노로봇용 초소형 기계부품, 최고급 화장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된다. 포항에 있는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직선 형태라 새로 지을 가속기보다 용량이 10분의1에 불과하다.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이름 갖고 고민을 많이 한 배우 이르판 칸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이름 갖고 고민을 많이 한 배우 이르판 칸

    29일(이하 현지시간) 인도 뭄바이의 한 병원에서 53세란 비교적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 배우 이르판 칸은 발리우드와 할리우드를 오간, 어쩌면 인도 배우 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경력을 자랑한 배우였다.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조사관, ‘라이프 오브 파이’의 어른이 된 파이로 출연해 국제적으로도 이름을 널리 알렸다. ‘주라기 공원’에도 억만장자 공원 소유주로 얼굴을 내밀었다. 고인은 결장 감염으로 입원한 지 하루 만에 세상을 떠났다. 곧바로 장례를 치르는 이슬람 관습을 좇아 고인은 뭄바이에 있는 베르소바 카브리스탄 묘지에 안장됐는데 불과 나흘 전 95세 어머니가 자이푸르에서 세상을 떠났는데 국가 봉쇄령 탓에 아들 칸은 어머니 장례에 가보지도 못해 안타까움을 더했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칸은 지난 2018년 트위터에 희귀병인 신경내분비 종양(neuroendocrine tumor)에 걸렸다고 털어놓아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는데 이 병은 혈류에 호르몬을 옮기는 세포가 죽는 질환이다. 2011년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를 저세상으로 데려간 질병이기도 하다. 칸은 나중에 런던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도 했다. 그는 질병을 고백한 지 2개월 뒤에 공개 편지를 써서 암 치료를 받으면서 얼마나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고 삶이 얼마나 불확실한 것인지 토로하기도 했다. 이 때 인용한 것이 소설가 마거릿 미첼의 ‘삶이 우리가 기대하는 것을 줘야 할 의무는 없는 법’이란 문구였다. 전 세계 팬들이 보낸 많은 격려 메시지가 답지했음은 물론이다. 80편 가까이의 영화에 출연한 베테랑 배우였지만 텔레비전 단막극에 보수도 받지 못한 채 10년을 견뎌 30대에 영화를 포기하겠다고 마음먹었다. 그의 얼굴은 매끈하고 잘 생긴 얼굴의 주인공을 선호하는 발리우드 관습에 어울리지 않았다. 하지만 개성 넘치는 얼굴, 내향적이고 철학적인 면모로 할리우드의 눈길을 붙잡았다. 이슬람 신앙 때문에, 발리우드와도 그리 사이가 좋지 않았던 배우이기도 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를 통해 “난 늘 발리우드란 단어에 반대해왔다. 그 업계는 나름 기술을 갖고 있는데 할리우드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할리우드는 너무 정밀한 계획을 짜는데 인도는 계획하는 게 아무것도 없다. 훨씬 즉자적이고 비공식적이다. 인도는 조금 더 공식적일 수 있으며 할리우드 역시 즉자적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칸 만큼 액션이면 액션, 내면 연기면 연기를 고루 보여줄 수 있는 배우는 많지 않다고 BBC는 짚었다. 1967년 1월 7일 라자스탄주 통크란 마을에서 태어난 그의 외가는 왕실과 인연이 있었고 아버지는 타이어 사업을 돈을 만졌다. 원래 이름에는 사합자다란 이름이 있었는데 가문의 빛나는 과거를 가리키는 것이었는데 그는 걸리적거린다며 그 이름을 빼버렸다. 또 원래 이름 철자는 ‘Irfan’이었는데 ‘Irrfan’으로 바꿨다. 그저 발음하기 좋다는 이유에서였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 타이어 사업을 물려받을 것으로 누구나 예상했지만 그는 배우가 되겠다는 결심을 굽히지 않았다. 모두가 놀라워했다. 부끄럼을 타는 데다 너무 야위었기 때문이었다. 1984년 델리의 국립드라마학교에 장학생으로 들어갔는데 연기 경력이 있다고 거짓말을 한 덕분이었다. 그 학교에서 나중에 아내가 되는 작가 수타파 시크다르를 만났다. 연기를 너무 하고 싶었지만 주어진 역할은 TV 드라마에서 돈이나 좇는 아저씨 역할 뿐이었다. 그는 출연료를 주지 않으면 자신의 연기가 형편없어서 인가 생각하기 시작했다.영화 데뷔작도 실망스러웠다. 미라 네어의 ‘살람 봄베이!’에 단역으로 출연했는데 편집 과정에 뭉텅 잘려나갔다. 작가는 그에게 위로한답시고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는 거야”라고 말했다. 그러다 영국-인도 합작 영화 ‘전사(The Warrior)’에 출연하게 됐다. 히말라야 고산의 오지인 고향 라자스탄에서 상당 분량을 촬영한 덕이었다. 영국 감독 아시프 카파디아의 첫 연출작이라 발리우드 스타를 기용할 형편이 아니어서 재능 있고 덜 알려진 배우를 찾던 중이었다. 해서 주연으로 기용됐고, 영국 아카데미로 불리는 BAFTA상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지만 나중에 힌두어로 제작됐다는 이유로 제외됐다. 하지만 이 영화를 계기로 그 뒤 20년 동안 매년 5~6편의 영화에 출연하게 됐다. 미라 네어와 2006년 다시 손잡고 ‘Namesake’, 2010년 ‘I Love You’를 만들었다. 마이클 윈터바텀은 ‘A Mighty Heart’의 파키스탄 경찰서장 역을, 웨스 앤더슨은 ‘다르질링 리미티드’에서 작은 배역을 맡겼다. 2008년에는 대니 보일 감독의 ‘슬럼독 밀리어네어’에서 데브 파텔의 캐릭터인 자말보다 더 눈에 띄는 연기를 선보였다는 평을 들었다. 보일 감독은 그의 연기를 지켜보는 일이 아름다웠다고 돌아봤다. 해서 그는 이제 연기할 캐릭터를 고를 정도의 반열에 올랐다. 9·11 테러 이후 로스앤젤레스 공항에서 이름이 테러 용의자와 비슷하다는 이유로 두 차례나 구금되는 봉변을 겪은 뒤 성인 칸을 버리려고까지 했다. 해서 영화 엔딩 크레딧에 이르판만 들어가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이슬람교에서 동물을 희생양으로 바치는 관습을 비판해 종교 지도자들의 반감을 샀다. “우리는 의미도 모른 채 관습을 따라 하는 연기를 하곤 했다.” 영화 일이나 똑바로 하고 “우리 종교에 대해 함부로 지껄이지” 말라고 화내는 댓글이 쏟아졌다. 하지만 그는 희귀병 투병 와중에 팬들의 편지에 대해 답하며 “신은 우리 각자의 귀에 자신이 우리를 만들었다고 속삭이며 밤으로부터 우리를 조용히 빠져 걸어나오게 하신다”고 인스타그램에 적는 등 신께 귀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칸은 2013년에 일류 육상 선수였다가 나중에 강도가 되는 판 싱 토마르의 일대기에 주인공을 연기해 인도 국가영화상을 수상했고, ‘런치박스’, ‘피쿠’, ‘힌디 미디엄’ 등에 출연했으며 지난달 개봉한 ’앙그레지 미디엄’이 유작이 됐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아들 살해범을 코로나로 죽게 할 순 없지” 아르헨 어머니 탄원

    “아들 살해범을 코로나로 죽게 할 순 없지” 아르헨 어머니 탄원

    천식을 앓고 있는 아르헨티나 죄수를 석방해달라는 탄원서가 당국에 전달됐다. 그 죄수의 손에 죽임을 당한 아들의 어머니였다. 어머니는 아들을 살해한 범인이 코로나19에 죽게 놔둬선 안된다고 생각했다. 지난 2004년 기자이며 안데스 산맥에 자리한 멘도사 지방정부에 자문을 했던 알레호 후나우는 자신의 아파트에서 와인병으로 머리를 얻어맞고 잔인하게 살해됐다. 그의 어머니 실비아 온티베로는 지난 2월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16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디에고 아르두이노의 가석방 신청을 묵살해달라고 행정판사에게 편지를 썼다. 그런데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탓에 두달 만에 정반대 행동을 하게 된 것이다. 지난 28일(현지시간) 마리아나 가르데이 판사는 아르두이노가 멘도사 지역 교도소에 수감된 죄수 가운데 400명으로 파악된 기저질환 보유자 중 한 명이라고 말했다. 영국 BBC의 29일 보도에 따르면 온티베로 여사는 언론을 통해 공개한 편지를 통해 오랫동안 힘겹게 고민한 끝에 아르두이노의 가택연금을 지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녀는 “우리는 이제 뭔가 다른 것을 얘기하고 있다. 팬데믹이다. 교도소는 넘쳐나고 난 그 안의 사람들이 느끼는 두려움을 그려볼 수 있다”고 적었다. 이어 “여전히 분노하고 그를 미워한다. 하지만 그가 죽어야 한다고 기원한 적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뉴스사이트 TN 인터뷰를 통해선 아르두이노를 교도소에 놔두면 사형선고나 다름 없다며 그건 항상 자신이 바라던 바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알베르투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최근 들어 코로나19 감염병이 확산되면 죄수들이 몰살할 수 있다며 전국 교도소들에서 폭동이 빈발하고 있는 것과 관련, 죄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가능한 가택연금 상태로 바꾸도록 하는 계획을 28일 승인했다. 대통령의 조치는 금세 논란이 됐다. 일부는 단죄를 제대로 받지 않은 인간들이 사회로 쏟아져나올 것이라는 우려를 표했고 다른 일부는 석방 조치가 더욱 광범위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온티베로 여사도 1976년부터 1983년까지 이어진 군부 통치 기간 7년 동안 감옥에서 지낸 경험이 있다. 그녀는 감옥에 있던 내내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며 아르두이노도 충분한 성찰의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으며 그래야 좋은 사람이 될 것이며 자신이 조기 석방에 반대했던 이유도 이런 이유에서였다고 털어놓았다. 남미 전역의 교도소들이 코로나19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페루 수도 리마에서는 지난 27일 교도소 폭동이 일어나 9명이 목숨을 잃었다. 두 수감자가 코로나19에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에 동료들이 대규모 탈옥을 시도하며 참변이 벌어졌다. 칠레 전직 대통령이며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인 미첼 바첼렛은 남미 교도소들의 위생 여건이 최악이라며 덜 위험한 범죄를 저지른 이들의 석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칠레와 콜롬비아는수천명의 죄수를 이미 풀어줬다. 지난주 멕시코 상원은 비슷한 조치를 승인했다. 하지만 엘살바도르는 갱단원들이 팬데믹을 틈타 이득을 보려 한다며 강경한 노선을 고수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군부독재 기간 악명 높은 에스마 구금센터에서 끔찍한 반인권 범죄를 저지른 의사 카를로스 캅데빌라(70)가 고혈압, 전립선암, 신경 발작 등으로 목숨을 잃을 수 있다며 29일 판사가 가택연금을 허용하자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단독인터뷰] 프로농구 연봉킹 김종규 “MVP 경쟁한 것만으로 감사”

    [단독인터뷰] 프로농구 연봉킹 김종규 “MVP 경쟁한 것만으로 감사”

    이번 시즌 한국 프로농구 최우수선수(MVP)로 허훈(25·부산kt)이 지난 20일 뽑혔을 때 김종규(30·원주DB)가 받아야 했다는 반발 여론도 많았다. 허훈도 빼어난 활약을 했지만 팀 성적이 하위권인 6위에 그쳤기 때문이다. 상위권 팀이 아닌 하위권 팀에서 MVP가 나온 건 극히 이례적인 데다 DB를 1위로 이끈 김종규의 성적이 허훈에 결코 뒤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MVP 기준에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신문은 29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김종규와 인터뷰를 갖고 속내를 들어봤다. -어떻게 지냈나. “아버지가 지난해 뇌경색이 와서 재활센터에 모시고 가고 있다. 나도 지난해 왼쪽 햄스트링과 왼쪽 어깨 부상을 당해 재활훈련을 하고 있다.” -심각한 부상인가. “운동선수라면 누구나 부상 가지고 있는 정도의 부상이다. 코로나19로 시즌이 길게 가더라도 괜찮았을 정도다. 지난해 5월부터 9월까지 농구월드컵 기간에 대표팀에서 부상을 당했다. 심각한 건 아니었고 완벽하게 고치려고 하는 상황이었다. -이번 시즌 허훈이 아닌 김종규가 MVP를 받아야 했다는 여론도 많았다.일각에선 허훈의 아버지인 ‘농구 대통령’ 허재의 후광이 부지불식간에 조금이라도 작용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는데. “훈이(허훈)도 좋은 활약을 보여줬다. 많은 사람들이 MVP라고 생각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임팩트가 컸다. 내년에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게 형으로서의 바람이다. 정말 축하한다. 나는 MVP 경쟁을 한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내 포지션은 화려함보다는 보이지 않는 부분이 더 많다. 그래도 올해 다치지 않고 전 경기를 출전한 부분은 스스로에게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2014년 루키 때 “KBL을 대표하는 선수 되고 싶은 게 목표”라고 했는데 목표를 이룬 거 아닌가. “‘됐다’라고 말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 정말 KBL을 대표한다면 MVP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MVP를 받아야 가치를 인정받는 거다. 첫번째 목표는 팀 통합 우승이고 두번째는 MVP를 받는 것이다. 다음 시즌에는 MVP를 꼭 받고 싶다. 욕심을 내보고 싶다.” -김종규가 있는 팀은 항상 1위를 했다. 경희대, LG 세이커스, 원주 DB. “LG에 있는 동안 멤버가 워낙 좋았다. 제가 부족한 포지션 채운 것도 맞지만 다재다능하고 좋은 선수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갈수록 주전 선수들 공백기가 많이 생겨서 그 기간이 힘들었다. (김)시래 형, (유)병훈이 형 군대 가고 여러모로 힘든 시기였다. DB 왔을 때도 좋은 선수들이 있었다. 올해 DB가 좋은 모습 많이 보여드렸는데 시즌이 일찍 중단돼서 아쉬웠다. 선수들이 자신감에 차 있기 때문에 다음 시즌에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릴 것 같다.” -욕심나는 기록은. “리바운드와 블록이다. 내 포지션에서는 두 기록이 가장 중요하다. 이번 시즌에 리바운드를 더 많이 했어야 했다.” -경기당 13.3점(국내 5위, 커리어하이)으로 득점도 나쁘지 않았다. 어릴 때는 스몰포워드라는 평가받았다. 이상범 감독도 3점슛 시도를 주문했다. 김종규가 쏘는 3점슛도 볼 수 있을까. “올시즌에 가능성을 조금 보여드린 거 같다. 일단 3점을 많이 쏘지 않았고 성공률도 낮았다. 조금 더 연습하고 가다듬어서 다음 시즌에 적중률을 높이고 싶다. 적중률이 높으면 시도도 늘어날 거라고 생각한다.” -미들 레인지 점퍼가 장기인데 3점슛과 차이가 큰가. “선수 입장에서는 한 발 차이, 두 발 차이가 크다. 미들슛이 편한 선수는 3점슛이 불편하고, 3점슛이 편한 선수는 미들슛이 불편하다. 3점슛은 최근에 연습을 많이 하고 있다. 시합 때 쏠 수 있게끔 저만의 스텝과 움직임으로 쏘고 있다. 제가 3번(포지션 선수)처럼 스윙을 하거나 점프슛과 무빙슛을 던지진 않는다. 제게 찬스가 오는 상황은 정적인 상황이다. 제 맵집을 감당하는 상대가 만약에 저랑 비슷한 키라고 하면 분명히 가드처럼 타이트한 수비가 안 나올거라고 생각한다. 조금 떨어져서 수비하기 때문에 충분히 3점을 노려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10년 전 “김주성이 롤모델이다”고 했는데 DB에서 김주성 코치와 만났다. “감사하게 생각한다. 코치님이 “1년에 1~2개씩 배운다는 생각으로, 멀리보고 가자”고 말씀하셨다. 원래 형이라고 불렀지만 이젠 코치님이라고 부른다.” -이상범 감독은 어떤 스타일인가. “실수했을 때 빼지 않고 기회를 더 주신다. 감독님만 갖고 있는 점이다. 그래서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고 시너지 효과가 난다.” -올시즌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두)경민이 복귀하고 나서 전자랜드전에서 처음으로 셋이 함께 코트에 섰을 때 그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 거 같다.” -올시즌 김민구, 두경민 경희대 10학번 3인방의 DB에서의 10년만에 재결합도 큰 화제였다. “한 마디로 재밌었다. 민구도 이번에 FA라서 앞으로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지만, 같이 셋이서 모이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은퇴할 때까지 같이 하고 싶은 생각이다. 올시즌이 조기종료 되지 않았으면 정말 드라마틱한 상황이 일어났을수 있는데 그러지 못해서 아쉽다. 경민이가 합류하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3인방이 사실상 주목을 많이 받았는데, (윤)호영이 형, (김)태술이 형, (김)현호형, (허)웅이, 팀 선후배들이 정말로 궃은 일을 정말 열심히 해줬다. 형들에게 고맙다는 말해주고 싶다.” -김민구, 두경민, 김시래와의 차이는 “장단점이 있는 거 같다. 시래 형 같은 경우에는 작고 빠른 스피드를 이용한다. 공격적인 면도 뛰어나고 패스도 잘한다. 시래 형만의 스타일이 있다. 속공에 적합한 스타일이다. 저랑 그래서 잘 맞았다. 제가 속공을 달려줄 수 있기 때문에. 민구 같은 경우에는 잘 만들어서 주는 스타일이다. 속공보다 세트 오펜스(Set Offense)에 강한 스타일이다. 경민이 같은 경우는 굉장히 간결하게 플레이를 한다. 파워, 슛, 스피드 갖춰야할 건 다 갖춘 상태인 것 같다. 다들 각자 스타일이 다르지만 각자의 선수들과 뛰는 맛이 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농구부 코치 권유로 농구를 시작한 걸로 안다. “초등학교 때 농구라는 부분에 재미를 느끼게 해 준 코치님이 한 분 계신다. 지금은 명지중학교에 계시는 박주현 선생님이다. 농구라는게 이렇게 재밌는 스포츠라는 걸 가르쳐주신 코치님이다. 그분이 지금까지도 많은 멘토 역할을 해주신다. 자주 얼굴 뵙고 얘기도 많이 듣고 한다. 요즘에는 인간사에 대해 말씀해주신다. 제가 잘하는 선수가 되기 보다는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있게끔 여러가지로 조언을 많이 해주신다. 조금 더 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얘기를 많이 해주신다.” -운동 그만두고 싶었을 때 있었나. “중학교 때 실제로 그만뒀다. 사춘기가 오고 그랬을 때 많이 힘들었다. 고등학교 갔을 때부터 마음 잡고 했다. 그 이후에 특별히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은 한적은 없었던 것 같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점은 없었나. “저희 부모님이 쉽지 않았다는 정도만 알고 있다. 제가 운동만 할 수 있게 제가 모르게 하셨다. 제가 아플 때마다 많이 힘드셨을 거 같다.” -경희대 진학 이유는 무엇이었나. 스카우터 경쟁 심했다고 들었는데 “최부영 선생님 믿고 간 거다. 단지 그 이유뿐이다. 최부영 선생님이 너무 저를 원하셨고 제가 선택을 했다. 민구가 저보고 같이 가자고 했다. 제가 오면 자기도 온다고 하더라. 민구랑은 초등학교 때부터 경기도권이어서 시합을 많이 했다. 한 번도 못이겼지만.” -LG 원클럽맨 이미지가 강했는데 DB로 간 이유는. “말씀드리기 조심스럽다. LG에서 원하는 부분과 내가 원하는 부분이 조금 달랐다. LG와 시합을 하면 아직까지 어색하고 이상한 기분이 있다.” -LG전에서 감전규(플라핑) 논란도 있었다. “잘못한 거 맞다. 선수로서 해선 안될 행동도 맞다. 조금의 변명을 드리면 이기고 싶은 마음이 컸던 거 같다.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 -팬들 요구에 따라 피카츄 복장 입은 건 쿨해보였는데. “팬들이 올려주신 아이디어를 따르면서 자연스럽게 된 거 같다. 망가지는 모습도 보여드리고 더욱 더 친근하게 다가가는 모습 보여서 팬들이 더 좋아해주셨다. 그래서 올스타 MVP 탈 수 있었던 거 같다.” -내년 도쿄올림픽 예선 한국 남자 농구가 통과할 수 있을까. “제가 대표팀에 뽑힌다면, 꼭 그러고 싶다. 그보다 앞서 작년 농구월드컵 때 부진한 모습 보여서 국민 여러분께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도쿄올림픽으로 가는 최종 예선에 뽑힌다면 제 역할을 하고 싶은 생각을 한다. 꼭 올림픽 본선에서 뛰어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나라 농구 수준이 과연 NBA나 유럽미국 리그에 비해 떨어지나. “피지컬 적인 면에서 원래 심한 차이가 있었다. 기술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멀리 갈 필요 없이 아시아권에서도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과거 선배들은 피지컬이 달려도 슛이나 조직력에서 압도적이었다. 요즘에는 다른 팀도 상당히 올라왔다. 대표적으로 일본이 그렇다. 피지컬, 조직력, 슈팅 이런 것들이 정말 많이 바뀌어야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하승진이 말한 한국농구가 망해가는 이유, 전태풍이 말한 꼰대 농구, 이관희가 항변한 한국농구 지켜보며 어떻게 생각했는가. “누구나 다 각자의 입장이 있다. 모두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승진이형이나 태풍이형이나 그들이 농구를 하면서 느꼈던 감정들이 있었을 거다. 관희형 같은 경우는 현역으로 있는 선수로서 자기가 생각하는 부분에 대한 얘기를 한거다. 누가 맞다,누가 틀리다의 문제는 아니다. -김종규 선수는 그럼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하나만 말씀드리겠다. 대표팀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 한국 농구 리그 수준 올리는 것도 중요한 게 맞지만 한국 농구 인기를 위해서 대표팀이 정말 중요하다. 큰 틀만 말씀 드리면 대표팀이 살아야한다는 거다. 대표팀이 살아야 리그가 산다.” -10년 전에 김종규 선수가 광저우 아시안게임 예비 엔트리에 들었을 때 NBA 전설 레니 윌킨스 감독을 기술 고문으로 불러오고 하지 않았나. 지금이랑 비교하면 어떻나. “10년 전과 비교해서 반의 반의 반도 안된다. 모든 면에서 완벽하게 퇴보했다. 지금은 떨어질 곳이 없는 느낌이다.” -미국에서 하는 스킬 트레이닝이 선수들에게 도움 되나. “코로나19 아니었으면 사비를 들여서라도 미국 다녀올 생각했었다. 시즌 때는 그럴 상황이 안 돼서 못갔다. 어쩔 수 없지 않았나.” -대한민국농구협회 하면 여자농구 대표팀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지수(박지수), 대표팀 막내가 소신 발언했다는 거에 대해서 저는 되게 크게 의미를 두고 싶다. 한국 농구가 살려면 대표팀이 살아야 한다.” -프로 농구 선수로서 최종 목표 “선수 생활을 오래오래 행복하게 하고 싶다. 행복이 제일 중요한 거 같다. 행복 농구 안에 많은 것들이 있다. MVP도 있고 우승도 있고 다 있다.” -먼 미래의 일이지만 나중에 은퇴할 때의 계획은. “은퇴하기 3년전부터 고민해볼 생각이다. 운동을 아주 오래하고 싶다. 5년은 흐른 후에 한번 고민해볼 거 같다. 아직은 몸이 변하거나 한 걸 모르겠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여자배구, 그녀 떠난 빈자리 이렇게 클 줄이야

    여자배구, 그녀 떠난 빈자리 이렇게 클 줄이야

    도로공사, 세터 이효희 은퇴… 이원정 기대 현대건설, 세터 대신 리베로 신연경 영입계약 총액 44억 4500만원의 거금으로 자유계약(FA) 시즌을 마친 여자배구가 비시즌 기간 주전 선수가 빠진 공백을 어떻게 채워야 할지가 과제로 떠올랐다. 높아진 인기만큼 시장도 커졌지만 주전과 비주전의 격차가 큰 상황이 다시 한번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번 FA 시장에서 주전 포지션이 이탈한 팀은 리베로 김해란이 은퇴한 흥국생명, 세터 이효희가 은퇴한 한국도로공사, 세터 이다영이 이적한 현대건설 등 3팀이다. 팀의 백업 요원과의 격차가 큰 주전들이 빠진 만큼 각 구단은 대체 자원에 대한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흥국생명은 ‘슈퍼 쌍둥이’ 이재영과 이다영을 모두 잡으며 단숨에 우승후보로 자리매김했지만 박미희 감독은 김해란의 공백을 걱정했다. 김해란은 이번 시즌에도 디그 2위(세트당 6.2개), 수비 3위(세트당 8.08개)로 활약했고, 흥국생명은 리시브 부문에서 이재영(5위)을 제외하면 각종 수비 지표에서 이름을 올린 선수가 김해란밖에 없었다. 결국 흥국생명은 27일 조송화(IBK기업은행)의 보상선수로 리베로 박상미를 선택했다. 도로공사는 이효희가 40세의 나이에도 팀의 주전 세터를 맡았을 만큼 세대 교체가 어려웠다. 이효희가 사라진 도로공사 역시 이제 프로 4년차에 접어드는 이원정의 성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현대건설은 ‘이다영의 뒤를 이을 세터가 없다’는 냉정한 평가를 받을 정도로 전력손실이 치명적이다. 이다영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세터 영입이 예상됐지만 현대건설은 이날 보상선수로 리베로 신연경을 택했다. 여자배구는 베테랑과 젊은피들이 공존하며 비교적 자연스럽게 세대교체가 이뤄지고는 있지만 주전 선수 한 명만 빠져도 팀이 휘청대는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한 배구계 인사는 “이번 시즌 이재영의 부상 중 대신 투입된 신인 박현주가 맹활약하며 가능성을 보여 줬듯이 감독들이 평소 너무 에이스에만 기대지 말고 후보 자원을 과감하게 기용해 주전 선수층을 두텁게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어두운 터널 지나… 이젠 ‘예은’답게

    어두운 터널 지나… 이젠 ‘예은’답게

    총 14곡 중 13곡 직접 작사·작곡심리상담 경험·일기 묶어 책 펴내“무력감 빠져 방황한 시간들 담아같은 고민하는 후배들, 꼭 살아가길”“억눌렸던 감정, 어두웠던 지난 시간을 음악으로 담았습니다. 우울, 슬픔, 분노까지 제 모습을 그대로 보여 드리고 싶습니다.” 23일 데뷔 후 14년 만에 첫 솔로 정규 앨범 ‘1719’로 돌아온 ‘핫펠트’는 익숙했던 원더걸스의 예은과 전혀 달랐다. 긍정 에너지를 뿜어내던 ‘국민 여동생’은 어두운 내면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싱어송라이터의 모습이었다. 핫펠트는 예은이 2011년부터 사용한 프로듀서 예명이다. 최근 기자들과 만난 핫펠트는 “원더걸스를 기억하는 분들은 이질감이 클 수 있지만 그동안 못 한 이야기를 꼭 풀어내고 싶었다”고 했다. ‘1719’는 10대 후반 사춘기를 겪듯 방황과 우울 속에 있었던 2017년부터 2019년까지를 의미한다. 앨범과 함께 그동안 쓴 일기와 1년간 심리 상담을 받으며 적은 글들을 토대로 에세이집 ‘1719’(부제: 잠겨 있던 시간들에 대하여)도 펴냈다. 늘 밝은 모범생인 줄 알았던 그의 고백에는 밝히지 못한 가정사부터 연애, 일을 하며 느낀 감정이 솔직하게 담겨 있다. ‘잠겨 있던 시간들에 대하여’이라는 부제는 “물속에 잠겨 있다”와 “잠겨(locked) 있다”의 중의적 표현이다. 핫펠트는 “한때 몸을 일으키기 어려울 정도로 무력감에 빠져 있었다”면서 “글을 쓰고 앨범 작업을 하면서 감정들이 많이 정리됐다”고 털어놨다. “단지 너만의 길을 가”(‘새틀라이트’), “깊게 숨을 들이 마시고 날아가 초록 바다 위로”(‘블루버드’) 등 고민의 흔적이 가사에도 담겼다. 총 14곡 중 13곡을 직접 작사·작곡했다.2년간 작업한 첫 정규 앨범이다 보니 애정도 깊다. 원더걸스 시절에 비하면 앨범 자체에 들이는 시간의 비중도 훨씬 커졌다. 원더걸스를 대학 시절에, 핫펠트를 사회인에 비유한 그녀는 “그룹 시절에는 친구 같은 멤버들과 많이 배우고 꿈을 이뤘다면 핫펠트는 전혀 다른 작업이니 타인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솔직한 모습은 여성팬들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소설 ‘82년생 김지영’에 대한 감상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거나 방송에서 “나는 페미니스트”라고 말할 때도 망설임은 없었다. “큰언니처럼 생각하시는 거 같아요. 여성으로 겪는 사회적 억압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는 편이어서 많은 공감을 해주시고요.” 그녀는 “알고 보면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이 많은데 난 걸그룹 출신이라 이름이 알려진 것뿐”이라며 “이들을 위한 무대가 좀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어두운 터널을 지난 당사자로서 최근 가수 후배들의 비보를 접하며 진심 어린 조언도 전했다. “많은 아이돌들이 비슷한 고통을 마주할 거예요.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친구를 만나는, 자연스러운 일들도 죄책감으로 다가올 때가 많거든요. 그러다 보면 스스로를 통제하고 혐오하게 돼요. 자신을 더 사랑하길 바라지요. 일을 안 해도 좋고, 하고 싶은 무엇을 해도 좋으니 그저 꼭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詩도 인생도 자연을 닮아 자연스러웠다

    詩도 인생도 자연을 닮아 자연스러웠다

    ‘나무가 되고 구름 되어’ 간 최하림(1939~2010) 시인을 기리는 시선집이 나왔다. 시인의 10주기를 맞아 출간된 ‘나는 나무가 되고 구름 되어’(문학과지성사). 시인은 1939년 전남 목포에서 태어난 1960년대 김승옥 소설가, 김현·김치수 문학평론가와 함께 4·19 세대를 대표하는 ‘산문시대’의 동인으로 활동했다. 1964년 ‘빈약한 올페의 회상’이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문단에 나왔다. 이후 시인은 시간과 존재, 언어와 예술에 대한 고민을 부지런히 이어 나갔다. 또한 가르침과 다독임을 아끼지 않았던 선배이자 스승으로서 ‘시인들의 시인’으로 지금도 기억되고 있다. ‘나는 나무가 되고 구름 되어’는 고인을 기억하는 6명의 후배 시인들이 엮은 시선집이다. 장석남·박형준·나희덕·이병률·이원·김민정 시인이 최 시인의 시 중에서 10편씩을 골라 총 60편을 담았다. 5·18의 역사적 기억을 시의 주된 소재로 삼으면서도 동화적 상상력이 결합된 정교한 언어의 탐구가 빛나는 초기 시, 자연의 생명력으로 조금씩 치유돼 가는 전환기의 시, 역사마저도 시간의 경과에 지나지 않는다는 깨달음에 도달하는 후기 시까지 그의 전 생애를 포괄하는 시편들이 담겼다. 칠십 평생에 시인은 시로 무언가를 부러 말하려 하지 않고, 그 자체로 드러내려 애썼다. ‘나의 시가 말하려 한다면/말을 가질 뿐 산이나 나무를/가지지 못한다 골목도 가지지 못한다’(‘시’)라고 읊은 것처럼. 그는 2010년에 출간된 ‘최하림 시전집’에서 “흐르는 물을 붙잡으려 하는 순간에 강물, 혹은 시간은 사라져 버리며 그런데도 내 시들은 그런 시간을 잡으려고 꿈꾸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원 시인은 그런 고인의 시를 더러 이렇게 부른다. “선생님의 시는 자연을 닮아 자연스러웠다. 억지로 구부리거나 자른 흔적이 없었다. 이 미지근함이 시가 갈 수 있는 한 절정이었음을 오늘에서야 깨닫는다.”(106쪽)사는 게 힘들어질 때마다 최 시인을 찾아갔다는 박형준 시인은 “강물이 흘러가는 듯한 선생님의 저음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보면 (중략) 상처 난 마음에 빨간 약이 발라져 있었다”고 회상한다. 고인의 제자이기도 한 이병률 시인은 시가 무엇인지 물으시기에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대답했던 수업 시간을 회상한다. “스승을 떠올릴 때마다 스승을 처음 만난 3월의 그 순간이 떠오르는 것은 그날 이후 내 대답의 방향이 늘 엇갈림 없이 스승을 향하고 있어서다.”(86쪽)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박나래·장도연, 데이트 예능으로 뭉쳤다

    박나래·장도연, 데이트 예능으로 뭉쳤다

    SBS ‘박장데소‘ 공동 진행일반인 출연자 ‘출장 상담’박나래와 장도연이 SBS 새 데이트 예능 ‘박장데소’의 공동 진행을 맡았다. 22일 SBS는 “‘박장데소’는 박나래와 장도연이 직접 일반인 커플의 데이트 컨설팅을 해주는 프로그램으로 절친한 두 사람이 지상파 첫 공동 진행자로 발탁됐다”고 밝혔다. ‘박장데소’는 ‘박나래 장도연의 데이트 컨설팅 사무소’를 뜻하며, 자칭 연애 고수인 박나래와 장도연이 일반인 커플들의 고민을 의뢰받아 ‘커플 맞춤형 데이트 코스’를 컨설팅을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6월 중 첫 방송된다. 14년 지기 절친이지만 상반된 연애 스타일을 가진 두 사람은 자신만의 개성과 노하우를 살려 맞춤형 데이트 코스를 설계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이 요즘 가장 인기있고 이색적인 데이트 장소와 놀거리 정보도 매회 소개한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이근형 “나경원 ‘국민 밉상’ 돼 쉬웠다…오세훈 가장 어려워”

    이근형 “나경원 ‘국민 밉상’ 돼 쉬웠다…오세훈 가장 어려워”

    “기재부, 소득 하위 70% 고집…정치하는 것”“고민정, 어렵지 않을까 했는데 정책 준비돼”이근형 전 더불어민주당 전략기획원장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을 소득 하위 70%에게만 지급해야 한다고 맞서는 기획재정부에 대해 “정치하는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쓴소리를 했다. 또 4·15 총선에서 서울 광진을에 출마한 오세훈 미래통합당 후보를 이기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이 전 위원장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전국민 100%에게 주느냐, 70%에게 주느냐는 논란은 단지 3조원 정도 차액에 해당하는 돈 문제가 아니라 철학의 문제인데 기재부가 그걸 고집한다는 것은 정치를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어디까지나 이런 문제는 국회에서 정해야 될 문제고 기재부가 너무 그렇게 주장을 앞세워선 곤란한 문제”라며 “기재부가 정치를 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선거 기간 ‘전국민 1인당 50만원 지급’ 등을 이야기했던 미래통합당에 대해서도 “지금 와서 말을 바꾸면 총선 불복으로 비칠 것”이라며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4·15 총선 전략을 주도했던 이 전 위원장은 ‘선거 뒷얘기’도 풀어놨다. 민주당의 이수진 전 판사가 통합당 나경원 전 원내대표를 꺾은 서울 동작을에 대해서는 “거기는 사실 그렇게 어려운 지역이라고 보지 않았다”며 “선거에 떨어진 분한테 이런 얘기를 해서 미안하지만 저희가 분석하기로 (나 전 원내대표는) 소위 ‘국민 밉상’이 돼 있더라”고 밝혔다.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을 전략공천한 서울 광진을에 대해서는 “오세훈 후보가 가장 어려웠다”며 “(오 후보는) 중도 성향에 서울시장을 하면서 인지도도 높아서 어지간한 후보가 가선 쉽지 않겠다고 판단해 전략공천을 제일 늦게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에는 고민정 후보도 어렵지 않을까 판단했는데 고 후보가 정책적인 측면에서도 준비가 돼 있는 등 충분히 지역 주민들한테도 어필할 수 있겠다 그런 판단을 했었다”고 말했다. 이 전 위원장은 선거를 앞두고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과 한 ‘의석수 내기’에서 이겼다며 “당연히 제가 이길 수밖에 없다. (양 전 원장은) 저보다는 적게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제가 2004년 총선 때도 152석을 정확히 맞혀 당시 대통령께 보고도 했고 지난 총선 때도 누가 1등을 할지 모른다는 예측을 내놨다”고 말했다. 통합당의 패인에 대해서는 “본인들의 득점 포인트를 전혀 만들지 못했다”며 “‘조국 사태’ 본질도 당시 자유한국당이 잘못 읽었다. 한국당이 가진 문제점인 국정 발목잡기, 막말 등 정체성이나 특성을 바꿔주는 사안은 아니었다”고 분석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황제의 옥새9] 일본인 감시 피해 헤이그 특사 묘수 찾는 베델

    [황제의 옥새9] 일본인 감시 피해 헤이그 특사 묘수 찾는 베델

    서울신문은 조선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영국인 독립운동가 어니스트 토머스 베델(1872~1909)을 주인공으로 한 해외소설 두 편을 발굴했습니다. 글쓴이는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로버트 웰스 리치(1879~1942)입니다. 100여년 전 발간된 이들 소설은 일제 병합 직전 조선을 배경으로 베델이 조선 독립을 위해 모험에 나서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1900년대 초 대한제국을 배경으로 하는 거의 유일한 해외 소설이어서 사료적 가치도 큽니다. 서울신문은 ‘황제 납치 프로젝트’(1912년 출간·원제 The cat and the king)에 이어 ‘황제의 옥새’(1914년 출간·원제 The Great Cardinal Seal)를 연재 형태로 소개합니다.“그렇다면 조선의 황제가 어떻게 헤이그에 밀사를 파견할 수 있을까요? 이토 히로부미의 부하들을 피해 이곳을 빠져 나갈 수가 없는데...” 내가 말했다. “황제의 신임장이나 옥새가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밀사들이 가짜 승인서를 들고 회의장에 들어갈 수도 없는데 말이죠.” 베델도 거들었다. “그게 숙제입니다.” 용 남작이 한숨을 내쉬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시베리아를 거쳐 조선으로 오면서 이 일을 어떻게 성공시킬까 기차 안에서 고민하고 또 고민했습니다. 지금 폐하께서는 늘 하기와라(훗날 조선의 2대 총독이 되는 하기와라 슈이치)의 감시를 받으며 궁궐에 갇혀 지내고 계시니까요. 심지어 폐하 혼자서는 황태자(순종)조차도 만날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폐하를 만나 헤이그에 희망이 있음을 알리고 두 밀사(이준·이상설)가 가져갈 서신에 옥새를 찍을 수 있게 도와야 합니다.” “우리가 할 일이 바로 그거였군요” 베델은 남작의 말을 받았다. “그런데...폐하를 설득해 비밀 서신에 옥새를 받는다고 칩시다. 그렇다고 해도 어떻게 조선을 빠져 나갈 수 있을까요? 일본인들이 거기로 가라고 순순히 허가하지 않을 텐데요. 당장 우리만 해도 독 안의 쥐처럼 늘 감시를 받고 있잖아요. 헤이그로 가야할 이들 또한 이미 ‘요주의 대상’으로 분류돼 있을 것이고요. 우리 같은 외국인은 조선인 노동자가 끄는 인력거만 타도 곧바로 그 사실이 경찰에 보고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증기선을 타려고 제물포나 부산으로 가는 것이 가능할까요?” 그의 말에 긴 침묵이 흘렀다. 용 남작이 기대에 차 실천에 옮기려고 했던 행동이 난관에 부딪힌 것 같았다. 황실의 권위가 땅에 떨어질 대로 떨어진 황제에게 남은 것은 사방을 둘러싼 일본 침략자들의 감시 뿐이었다. 간교한 뱀 같은 하기와라의 눈과 귀를 어떻게 속일 수 있을까? “폐하가 아직도 옥새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시오?” 베델이 특유의 호기심으로 질문을 이어갔다. “1905년 일본이 조선과 조약(을사늑약)을 체결할 때 황제가 옥새를 쓰지 않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일본인들이 아예 옥새를 쓰지 못하게 하려고 황제가 중요한 부분을 따로 떼어내 아무도 모르는 곳에 보관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던데요.” 이때였다. 문고리 위에 올려뒀던 자물쇠가 “쿵”하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우리 셋 다 온 몸의 털이 쭈뼛 섰다. 다들 놀라서 말을 멈추고 문을 바라봤다. 베델이 코트 주머니에서 권총을 꺼냈다. 왼손으로 램프를 들고 조심스레 문으로 걸어갔다. 귀를 문에 대고 조용히 소리를 들었다. 램프를 테이블에 내려 놓고 엉덩이 뒤 주머니에 권총을 숨겼다. 그리고는 곧바로 문을 활짝 열었다. 복도는 캄캄했다. 밖에는 아무도 없었다. 용 남작과 나도 문밖으로 나갔다. 베델이 램프를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우리는 희미한 불빛이 비쳐 주는 모든 곳을 살폈다. 들리는 소리도 그림자도 없었다. 그런데도 우리만 아는 이 비밀 장치가 문고리에서 떨어지다니... 우리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봤다. 자물쇠가 중력을 이기지 못해 자연스레 미끄러졌을 수도 있었다. ‘우리가 너무 예민했나’ 하는 기분으로 씁쓸히 복도를 걸어왔다. 우리가 방 안으로 들어온 뒤 베델이 문을 닫으려고 할 때였다. “가만!” 용 남작이 고개를 숙이더니 문턱 바로 옆에서 뭔가를 발견했다. 베델이 불빛을 가까이 대 보더니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얼굴이 일그러졌다. 나 역시 조선인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을 자세히 바라봤다. 길고 꼬부라진 여성의 회색 머리카락이었다. 한 쪽 끝에는 머리핀이 달려 있었다. 이 호텔의 유일한 여성인 영국인 신지학자 데오도시아의 것이 아닌가. ‘황제의 옥새’는 10회로 이어집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전남 순천고 ‘전성시대’, 21대 국회의원 당선자 7명 배출

    지난 15일 치러진 제21대 총선에서 순천중·고등학교 졸업생 7명이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단일 중·고교로는 전국 최다 기록이다. 경기고·서울고·광주일고 등 대도시 명문고들이 1974~1978년 사이 평준화가 된데 비해 순천고는 2004년까지 비평준화로 유지되면서 우수인재들이 몰렸다. 1980년 무렵부터 2005년 평준화 되기까지 전남 지역 최고의 명문고로 명성을 날렸다. 1989년에는 서울대에 전국에서 가장 많은 56명이 합격하기도 했다. 판검사 출신이 50여명이 넘어 ‘법조인의 산실’로 불릴 만큼 뛰어난 인재들이 정계로 진출하면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금배지를 단 의원은 초선이 6명, 4선 1명이다. 더불어민주당 6명, 미래통합당은 1명이다. 광주 1명, 전남 3명, 서울 2명, 경기도에서 1명 선출됐다. 전국적 관심을 끈 당선자들도 있다. 최고 연장자인 순천광양곡성구례갑 소병철(순천중 32회,순천고 25회 기수) 당선인은 고검장 출신으로 민주당 영입인재 4호다. 순천에서 20년만에 민주당 당적으로 입성했다. 퇴직 이후 대형 로펌에서 영입을 제안했으나 막대한 부가 보장된 전관예우를 거절하고 교단을 택해 주목 받았다. 2017년 검찰총장 후보 4인 중 한 명으로 추천되기도 했다. 부장검사 출신인 서울 송파갑 김웅(37회·미래통합당) 당선인은 베스트셀러 ‘검사내전’의 저자로 유명하다. 바른미래당에 인재영입 형식으로 입당했다 당이 합쳐진 후 미래통합당의 공천을 받아 민주당 후보와 시소 게임 끝에 신승했다. 경기도 성남 수정구 김태년(32회) 의원은 4선에 성공했다. 민주당 정책위의장과 중앙당 공천재심청구위원장 등을 지낸 그는 민주당 원내대표로 거론되는 중진이다. 광주 북구을 이형석(28회), 검사장 출신의 여수을 김회재(30회), 인권변호사인 순천광양곡성구례을 서동용(32회), 미래통합당 이혜훈 의원을 누른 서울 동대문을 장경태(51회) 당선인도 이 학교 출신들이다. 이들외에도 더불어민주당의 인천 부천시정 서영석(순천 금당고 4회), 3선의 서울 중랑을 박홍근(순천 효천고 2회), 서울 양천을 이용선(순천 해룡면) 당선인 등도 영광을 안아 순천출신 의원은 모두 10명에 이른다. 서울광진을 고민정 당선자의 어머니 고향은 순천시 외서면이다. 허석 시장은 “순천 지역구인 소병철, 서동용 두분을 비롯 우리 지역과 관련 있는 의원이 10명이나 된다”며 “국비확보와 정부를 상대로 한 현안 문제 해결 등 시정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노동운동에 헌신하다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허 시장도 순천고(31회) 출신이다.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장애인복지법 위에 국회법? 안내견 출입검토가 웬말

    장애인복지법 위에 국회법? 안내견 출입검토가 웬말

    김예지 당선인의 눈이 되어주고 있는 안내견 ‘조이’의 국회 출입을 적극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인 김예지씨는 21대 총선에서 미래한국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김씨는 숙명여대 재학시절부터 삼성화재안내견학교 출신의 안내견과 함께 생활해 왔다. 유학생 시절에도 안내견의 도움을 받았고, 올해 4살인 조이는 그의 세 번째 안내견이다. 국회는 그간 국회법을 이유로 들며 본관 내 본회의장과 상임위원회 회의장 등에 안내견의 출입을 막아왔다. 2004년 시각장애인으로는 처음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정화원 전 한나라당 의원은 당시 안내견과 함께 본회의장에 입장하려고 했지만 국회사무처의 부정적인 반응에 보좌관이나 비서관의 팔을 붙잡고 자리로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애인복지법 40조 3항은 “누구든 보조견표지를 붙인 장애인 보조견을 동반한 장애인이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거나 공공장소, 숙박시설 및 식품접객업소 등 여러 사람이 다니거나 모이는 곳에 출입하려는 때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해선 안된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여전히 안내견 출입을 거부하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법을 만드는 국회에서조차 관행을 이유로 들며 ‘조이’의 본회의장 출입 허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안내견은 장애인의 일부이자 한 몸과 같다. 택시, 버스, 음식점 등 모든 시설에 제약 없이 입장할 수 있어야 한다. 정치권에서도 국회사무처를 향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의당은 18일 논평을 통해 “시각장애인 국회의원이 비장애인 의원과 동등한 권한을 행사하는 데 지장이 없도록 충분히 지원해야 한다. 21대 국회는 그때보다는 진보한 국회이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장애인을 비롯한 소수자들이 더 많이 국회에 입성, 다양한 국민을 대변할 수 있도록 국회는 누구나 문턱과 장벽 없이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석현 의원 역시 “고민할 일이 아니다. 국회는 성스러운 곳도, 속된 곳도 아니고 그냥 다수가 모인 곳일 뿐”이라며 “당연히 안내견의 출입을 허용해야 한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김기중 기자의 책 골라주는 남자] 베이비부머의 귀향이 일자리 창출 해법 될까

    [김기중 기자의 책 골라주는 남자] 베이비부머의 귀향이 일자리 창출 해법 될까

    최근 고교 동창과 미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는 “회사를 그만두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기자라는 명찰을 떼어내면 정말이지 할 수 있는 게 없는 터라 씁쓸해졌습니다. 1955~1964년 태어난 이들을 ‘베이비부머’, 이어 1974년생까지를 ‘신중년’이라 합니다. 이 시기에 출생한 인구는 무려 1680만명, 전체 인구의 3분의1입니다. 마강래 중앙대 교수의 신작 ‘베이비부머가 떠나야 모두가 산다’(개마고원)는 이런 베이비부머와 신중년을 향한 경고이자 조언입니다. 65세가 넘어도 일을 해야 하는 시대입니다. 현재 베이비부머와 신중년 절반 가까이가 수도권에 살고 있습니다. 대도시는 청년들에게 적합한 터전으로 재편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지방 도시에 중장년과 노년층이 인생 2막으로 시도해볼 수 있는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많아질 것이라 강조합니다. 직장에서 은퇴한 이들이 모인다면 고향이 새로운 커뮤니티를 꾸리는 기회가 된다고도 합니다. 물론, 귀촌을 꺼리는 이유인 의료 시스템과 문화 커뮤니티를 어떻게 구성해야 할지 등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할 수 있는 정책도 제시합니다.‘신중년이 온다’(창해)는 1968~1976년 출생자들을 ‘100만 세대’라 부르면서 인생 이모작에 관한 조언을 합니다. 저자는 지금의 나이보다 20년 젊다 생각하고 여러 도전을 이어가라 말합니다. 또 지자체들이 예전에는 청년들이 내려올 것을 희망했지만 요새는 신중년의 귀촌을 더 반긴다고도 설명합니다. 귀촌에 관한 정보를 비롯해 인생 이모작을 위한 평생 커뮤니티 만들기, 여행 유전자 기르기 등 유용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기자 출신으로 공무원을 거친 저자가 자기 인생을 풀어내느라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지는 않지만 나름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코로나19 탓에 재택근무가 늘었습니다. 회사에 나가지 않는다면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해볼 적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gjkim@seoul.co.kr
  • 21대 총선 여성 지역구 당선자 총 29명 ‘역대 최다’

    21대 총선 여성 지역구 당선자 총 29명 ‘역대 최다’

    민주 20명·통합 8명·정의당 1명 ‘금배지’ 이수진·고민정·배현진 ‘기염’·김영주 4선지난 15일 치러진 21대 총선에서는 총 29명의 여성 지역구 후보자가 원내 입성에 성공하며 역대 최다 여성 당선 기록을 세웠다. 이번 총선에 출마한 여성 지역구 후보자는 총 209명이다. 정당별로는 더불어민주당 32명, 미래통합당 26명, 민생당 4명, 정의당 16명, 우리공화당 8명, 민중당 28명 등이다. 이 중 민주당 20명, 통합당 8명, 정의당 1명 등 29명이 당선됐다. 전체 지역구 당선자 중 11.5% 비율로 역대 최고 수치다. 선거에 처음 나선 여성 후보들이 거물급 상대 후보를 제친 것도 눈에 띈다. 서울에서는 동작을 이수진 당선자가 4선을 지낸 통합당 나경원 후보와의 ‘여성 판사 대결’에서 승리했다. 광진을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입’으로 불리는 민주당 고민정 당선자가 서울시장을 지낸 통합당 오세훈 후보를 꺾었다. 송파을에서는 통합당 배현진 당선자가 4선 중진 민주당 최재성 후보와 벌인 2년 만의 재대결에서 이겼다. 영등포갑에서는 고용노동부 장관을 지낸 민주당 김영주 당선자가 통합당 문병호 후보를 크게 제치고 4선 고지에 올랐다. 경기에서는 고양갑 정의당 심상정 당선자가 통합당 이경환 후보와 1% 포인트 안팎의 박빙 대결을 벌인 끝에 지역구를 사수했다. 안양동안을에서는 민주당 이재정 당선자가 통합당 원내대표인 심재철 후보를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다. 광명갑에서는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실제 주인공으로 여자핸드볼팀 감독 출신인 민주당 임오경 당선자가 통합당 양주상 후보를 꺾었다. 2016년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문 대통령이 영입한 양향자 당선자는 광주 서을에서 민생당 천정배 의원을 멀찌감치 따돌리며 4년 전 패배를 설욕했다. ‘여성 정치인의 무덤’이라 불리는 부산에서는 중·영도와 해운대을에서 각각 통합당 황보승희·김미애 당선자가 살아남았다. 종전 여성 지역구 당선자 최고 기록은 2016년 20대 총선에서의 26명이었다. 하지만 전체 지역구 253개 중 10.3% 수준에 그치며 여성 후보자들의 국회 진출 기회는 좀처럼 없었다. 제헌 국회부터 임영신(1·2대), 박순천(2·3·4·5·6·7대), 박현숙(4·6대), 김옥선(7·9·12대), 김윤덕(8·9·10대) 의원 등 여성 다선 의원도 있었지만 13·14대처럼 연이어 지역구 당선자가 아예 없는 국회도 있었다. 15대 국회에서는 여성 지역구 의원이 2명이었고, 16대는 여성 후보자 33명 중 5명이 금배지를 달았다. 17대는 65명 중 10명, 18대는 132명 중 14명, 19대에서는 63명 중 19명이 당선됐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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