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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희롱 ‘참지 않을 권리’ 당신은 잘못한 게 없다

    성희롱 ‘참지 않을 권리’ 당신은 잘못한 게 없다

    “피해자의 희망이 꺾이지 않고 그들의 외침이 당연한 사회가 되기를 바라요.” 직장인 유새빛(28·필명)씨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 의혹 사건을 보면서 신입사원 시절을 떠올렸다. 2017년 여름 유씨는 고민 끝에 상사의 성희롱을 신고했다. 그는 ‘미투’ 이후 100일의 이야기를 이달 초 ‘우리에게는 참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이름의 책으로 엮어 냈다. 유씨는 23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박 전 시장 사건을 둘러싼 2차 가해와 서울시의 미진한 대응을 보며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들이 위축될까 우려된다”면서 “‘당신들은 잘못한 게 없다’고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유씨는 “직장 내 성희롱 관련 제도는 갖춰졌지만, 제도를 작동시켜야 하는 책임자의 인식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면서 “대부분 성희롱이 잘못인 줄 알면서도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태도로 사건이 축소되고 덮이길 바란다”고 짚었다. ●이동한 부서, 과거 언급 안 해 고마워 유씨의 직장은 ‘여성 친화적’ 이미지로 널리 알려진 대기업이다. 그렇지만 상사들은 회식 자리에서 유씨의 손을 잡고 허벅지를 만졌다. 정식 부서 배치 후 첫 회식 자리에서 최모 차장은 유씨에게 “우리 회사의 꽃이에요. 이런 걸로 미투하지 마시고요”라면서 허리를 만지고 어깨동무를 했다. 유씨는 악행의 고리를 끊고 싶어 직장 내 성희롱 피해를 신고했다. 돌아온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동료들은 사건 무마를 시도하고 피해자인 유씨를 향해 험담을 쏟아냈다. 그는 “동료들이 위로하다가도 ‘평소에 그런 분이 아니다’라고 하거나 ‘절차대로 하면 누가 다칠지 생각하라’고 압박했다”면서 “최악은 ‘차라리 경찰에 신고하지 왜 유난을 떠느냐’고 비꼬는 동기였다. 딸이 있는 50대 상사는 ‘성희롱 가해자라고 해도 정직 1개월 징계는 심한 게 아니냐’고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성희롱 피해자의 호소를 외면하거나 회유하는 일은 직장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박 전 시장을 성추행으로 고소한 전직 비서 A씨도 4년간 20여명의 상급자에게 성 고충을 토로했지만 묵살당했고, 고소 사실이 알려진 뒤 서울시 직원들에게 회유와 압박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유씨가 고통스러운 나날을 버틸 수 있었던 건 또 다른 동료들 덕분이었다. 특히 성희롱 행위자인 최 차장의 회유 요청을 거절하고 ‘방패’가 되어 준 여성 차장이 큰 힘이 됐다. 그는 “피해자의 지인들이 위로한다면서 섣불리 사실관계를 추측하거나 확인되지 않은 소문을 퍼뜨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새로 이동한 부서가 저를 환영하고 과거의 일을 언급하지 않아서 정말 고마웠다”고 말했다. ●법적 권리 행사할 수 있는 환경 필요 유씨는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가 법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피해자가 유급휴가를 신청할 수 있다는 사실도 노동법을 공부하며 뒤늦게 알았다”며 “사내 담당자의 조력이 부족하면 사외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녹음 등 증거물을 남겨두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성희롱 신고를 후회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유씨는 망설임 없이 “다시 돌아가도 신고하겠다”고 했다. “그것이 우리의 권리”라고 덧붙였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경전철 목동선 시동… ‘꿈의 노선’ 숙원 풀겠다”

    “경전철 목동선 시동… ‘꿈의 노선’ 숙원 풀겠다”

    “신월·당산을 잇는 경전철 목동선과 목동아파트 재개발 등 양천지역 주민을 위한 대형 프로젝트가 본궤도에 올랐습니다.” 세심한 ‘엄마 표’ 구정으로 지역 주민의 생활을 살피던 김수영 서울 양천구청장이 굵직한 지역 개발 현안에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였다. 김 구청장은 22일 서울신문과 민선 7기 취임 2주년 인터뷰에서 “민선 6기 4년과 7기 2년, 6년 동안 모든 양천 주민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구립중앙도서관 개관, 도시공원의 재단장, 도시농업공원, 안양천 재단장 등 다양한 사업을 펼쳤다”면서 “삶의 질은 서울 25개 자치구 중 양천구가 최고라고 자부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그는 “이제는 양천 지역의 균형 발전과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경전철과 목동 아파트 재개발 등 굵직한 현안 사업이 속도를 낼 수 있도록 하는 데 구정의 초점을 맞출 것”이라면서 “정체된 도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으면서 모든 주민이 ‘행복한 도시’ 양천구를 완성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경전철 목동선의 진행 상황은. “경전철은 이미 정부와 서울시가 재정사업으로 진행하겠다고 결정했고 노선 등은 이미 확정이 된 상태였다. 기획재정부가 사업을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 등으로 비용 분담을 검토하는 단계다.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만 나오면 본격적으로 사업이 진행될 것으로 본다.” -내년부터는 구체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나. “그럴 것이다. 서울시가 추진 중인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경전철 신설 우선순위를 보면 강북횡단선이 먼저고 목동선은 그다음이다. 저와 지역 국회의원들이 힘을 합쳐 강북선과 같이 착공을 할 수 있도록 열심히 뛰고 있다. 10여년 지역의 숙원 사업인 목동선 경전철 사업에 꼭 시동을 걸겠다.” -목동아파트 재건축 사업도 지역 주민들의 숙원 사업 중 하나다. “그렇다. 재건축 신청 기간인 건축 30년이 되자마자 주민들이 안전진단을 신청하기 시작했다. 목동아파트 6단지가 첫 안전진단에 이어 지난달 12일 ‘정밀 안전진단’도 통과했다. 현재는 도시계획수립만 남은 상태다. 13단지는 지난 7일 안전진단을 조건부로 통과했다.” -목동 6단지가 재건축의 신호탄이 되는 것인가. “지금 재건축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이 6단지다. 또 13단지를 비롯해 모두 14개 단지 392개동 2만 6629가구가 안전진단 신청·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구에서 목동아파트 재건축을 어떻게 지원하고 있나. “2018년 9월 재건축팀을 신설하는 등 목동 재건축을 측면 지원하고 있다. 또 안전진단을 하고 난 뒤 다음에 이뤄지는 정밀 안전진단은 구 예산으로 진행된다. 이미 예산을 편성해 놓고 재건축 사업의 진행 상황을 살피고 있다.” -개인적으로 목동아파트 재건축을 어떻게 생각하나. “재건축이든 도시재생이든 의사 결정이 되면 빨리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간을 오래 끌면 투기가 일어난다. 기다리다 지친 주민들이 집을 팔고 나가는 상황이 반복되면 아파트값은 올라갈 수밖에 없고, 고스란히 주민들의 피해로 작용한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낼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침체를 얘기 안 할 수 없다. 특히 구의 ‘착한 소비’가 주목을 받았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시장이나 식당에 손님이 없어서 문을 닫는 가게도 많이 생기고 어쩔 수 없이 함께 일하던 직원을 내보냈다는 사장님들도 많았다. 그래서 지난 3월 중순부터 ‘같이해서 가치 있는 소비’라는 ‘착한 소비’ 캠페인을 시작했다. 식당에서 방문 포장을 하면 10% 할인해 주거나 자주 가는 단골가게에 선결제를 하고 나중에 다시 방문하자는 내용이었는데, 전국적으로 벤치마킹의 대상이 됐다. 자치단체뿐 아니라 일부 대기업도 ‘착한 소비’에 동참하면서 전국의 자영업자들에게 ‘작은 힘’이 됐다.”-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평소 구에서는 관련 분야의 전문가를 초빙해 직원들과 함께 토론하고 논의하는 등 더 나은 정책을 위해 ‘생각마당 포럼’을 개최하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 위기 속, 경제동향과 지자체의 대응’, ‘포스트 코로나 시대, 패러다임의 변화’ 등의 주제로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직원들과 토론하는 자리를 지속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특히 교육, 일자리, 복지 등 여러 분야에서 많은 변화가 예측되는 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한발 먼저 고민하고 준비하겠다.” -구청 옆 양천공원이 공사 중이다. 재단장 중인가 아니면 코로나19로 문을 닫았나. “민선 7기의 역점 사업 중 하나로 주민 친화적 ‘공원’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양천·파리·신트리·목마·오목공원의 낡은 시설을 보수하고 각 공원에 테마를 입혀 특색을 갖추게 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넓은 잔디밭에서 주민들이 쉴 수 있는 휴식형부터 에펠탑과 개선문 등 프랑스 파리를 연상시키는 공원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아파트 숲속의 오아시스가 될 것이다.” -도시농업공원도 인기라는데. “특히 어르신들이 좋아한다. 서울 서남권에는 처음으로 도시형 주말농장 형태로 신월동에 들어선 도시농업공원은 2만 4078㎡의 부지에 텃밭을 조성해 식용꽃·상추·고추·방울토마토 등 다양한 채소를 기른다. 푸드마켓뱅크를 통해 취약계층에게 기부하고 있다. 농사의 기쁨도 느끼고 기부도 하고 일석이조다.” -민선 6·7기를 합쳐 총 6년 동안 구청장을 하는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사업은. “가장 애착이 가는 것은 민선 6기부터 준비했던 도서관 개관 사업이 대표적이다. 제가 취임하기 전에는 양천구에 구립 도서관이 한 곳도 없었다. 양천구는 자타가 공인하는 대표적 교육도시라면서도 누구 하나 도서관을 세울 생각을 안 했다. 올 하반기 신정·신월동 주민들을 포함해 구민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인 구립 중앙도서관이 완공된다. 개관은 내년 초로 예정하고 있다.” -남은 민선 7기 2년 동안 꼭 하나 마무리하고 싶다는 사업은. “신정3동에 들어서는 서부트럭터미널 개발사업이다. 이곳 주민들은 양천구에서도 오랫동안 변방처럼 지냈다. 현재 운영사인 서부T&D가 구체적인 개발계획을 제출, 절차가 진행 중이다. 기부채납 받은 부지에 양천구에 부족한 문화공연장 등 주민 편의시설을 유치하고 미래직업교육을 위한 허브센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신월동을 새로운 도시로 탈바꿈시킬 수 있는 대형 사업이다. 남은 2년 동안 꼭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챙기겠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김수영 구청장 ▲1964년 서울시 서대문구 출생 ▲이화여대 국문학 학사, 서강대 행정학 석사, 숭실대 사회복지학 박사 ▲2006~2008 여성가족부 여성희망일터 지원본부장 ▲2009~2014 ㈔여성이 만드는 일과 미래 이사 ▲2012~2014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 ▲2017~2018 서부수도권행정협의회 회장 ▲2018~현재 목민관 클럽 공동대표 ▲2019~현재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위원 ▲2014~현재 민선 6·7기 양천구청장 ▲남편 이제학(63)씨와 1남 ▲저서 ‘양천, 나비 날갯짓’
  • 박원순 피해자측 “서울시는 조사 주체일 수 없다…인권위 진정 넣을 것”

    박원순 피해자측 “서울시는 조사 주체일 수 없다…인권위 진정 넣을 것”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직 비서 A씨 측이 2차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A씨 측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조사를 요청할 계획을 밝히며 서울시는 이 사건 조사의 주체가 될 수 없음을 명확히 했다. 또 A씨가 피해를 겪은 지난 4년간 성고충 전보 요청을 20명 가까이 되는 전·현직 비서관에게 말해왔다고 밝히며, 서울시 내 위력적 구조를 고발했다. 피해자 측은 다음주쯤 인권위에 진상조사를 요청할 계획이다. A씨는 대독한 입장문을 통해 “어떤 편견도 없이 적법하고 합리적인 절차에 따라 사건의 실체가 밝혀지기를, 본질이 아닌 문제에 대해 논점을 흐리지 않고 밝혀진 진실에 함께 집중해 달라”고 당부했다. 피해자 측 “서울시에 조사 못 맡겨” 이날 오전 A씨를 돕는 지원단체인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는 서울의 모처에서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폭력 사건 2차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A씨 측은 “인권위 진정조사를 위한 준비를 거쳐 다음 주 인권위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A씨 측은 서울시가 꾸리겠다고 발표한 ‘서울시 직원 성희롱·성추행 진상규명을 위한 합동조사단’에 이 문제의 조사를 맡길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서울시에서는 (진상조사단과 관련해) 4차례 공문을 보내고 직접 찾아와 요청하기도 했다”면서 “그러나 피해자가 4년간 20명 가까이 되는 전·현직 비서관에게 말해왔지만 시장을 정점으로 한 업무체계는 침묵을 유지하게 만드는 위력적 구조였음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어 “이 구조가 바뀔지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직원들이 진실된 응답을 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A씨의 전보 요청이 여러차례 거절된 것과 관련해 A씨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온세상의 김재련 변호사 역시 “피해자가 기억하고 있는 범위 내에서 정리한 것에 따르면 부서 이동을 하기 전 17명, 부서 이동을 한 후에 3명에게 말했다”면서 “이 사람들 중에는 당연히 피해자보다 직급이 높은 분들도, 또 이 문제에 더 책임이 있는 사람에게 전달해야 할 의무가 있는 인사담당자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고소장 접수 전 검찰에 면담 요청” A씨 측이 경찰에 사건을 고소하기 전 검찰에 면담을 요청한 사실도 밝혔다. 이날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온세상의 김재련 변호사는 “서울지방경찰청에 사건 접수를 하기 하루 전인 7일 고소장 작성이 완료된 상태였다”며 “제가 피해자와 상의해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에게 연락하고 면담 요청을 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이어 “접수 전 면담은 어렵다는 원론적 입장을 말해 피고소인에 대해 말했고, 다음날(8일) 오후 3시 피해자와 부장검사 면담을 하기로 했으나 7일 저녁 부장검사가 ‘일정 때문에 면담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A씨와의 논의 끝에 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접수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 하에 서울지방경찰청에 연락했다는 게 김 변호사의 입장이다. 이후 A씨와 김 변호사는 고소장을 접수한 뒤 다음날 새벽까지 조사에 임했다. “국가는 2차 피해 최소화할 대책 마련해야” 이 자리에서는 A씨와 지원단체, 법률대리인 등을 향한 2차 피해와 고소 사실이 미리 유출된 것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권력을 가진 정치인의 사건에서 피해자들은 신고나 고소가 제대로 접수될 수 있을지, 외압 없이 진행될지 의문과 불안함을 느낀다”면서 “(이 사건에서도) 경찰과 청와대는 고소 사실 유출을 부인했지만, 경찰청장 후보 청문회에서 경찰은 피해자 조사 당일 국정상황실에 보고했다고 밝혔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피해자가 추가로 진행하고 있는 진술, 자료제출 등에 대한 내용도 청와대에 보고되고 있는지 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은 “2차 피해와 싸우는 것은 곧 성폭력과 싸우는 일임을 절감하고 있다”면서 “2차 피해가 심각해지고 있는 만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여성폭력방지기본법에 따라 2차 피해를 최소화할 구체적 계획을 제출하고 집행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A씨 “편견 없이 합리적 절차로 밝혀지길 기다리겠다” 이날 A씨는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이미경 소장이 대독한 글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A씨는 “수치스러워서 숨기고 싶고, 굳이 말하고 싶지 않은 아픈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낯설었지만 오랜 시간 고민하고 선택한 나의 길을 응원한 친구들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행복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의 인식까지도 오래 걸렸고, 문제 제기까지는 더욱 오랜 시간이 걸린 사건”이라며 “피해자로서 보호되고 싶었고, 수사 과정에서 법정에서 말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어떠한 편견도 없이 적법하고 합리적인 절차에 따라 과정이 밝혀지기를 기다리겠다”며 “본질이 아닌 문제에 대해 논점을 흐리지 않고 밝혀진 진실에 함께 집중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변호사가 보이스피싱 범죄 가담했다가 집행유예

    변호사가 보이스피싱 범죄 가담했다가 집행유예

    변호사가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했다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2일 서울서부지법 형사8단독 이영훈 부장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변호사 류모(37)씨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류씨는 올해 초 보이스피싱 일당의 지시를 받고 피해자 2명에게서 뜯어낸 돈 2000여만원을 받아 전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 소재 유명 대학 법학과와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건강상의 이유로 휴업 중이던 류씨는 급하게 돈이 필요해지자 이른바 ‘고수익 아르바이트’를 신청했다가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난달 열린 류씨의 결심 공판에서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법률 전문가인 피고인이 사회에 끼치는 폐해가 매우 큰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한 것은 사회질서 유지라는 변호사의 기본적인 책무를 저버린 것으로,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만 범행을 인정하고 뉘우치는 태도를 보이는 점, 피해자들에게 적지 않은 금액을 지급하고 합의한 점, 범행 전체에 관여하거나 구체적인 내용을 인식했다고 보이진 않고 단순 가담한 점, 취득한 이익이 크지 않은 점, 전과가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선고가 끝나고 이 부장판사는 “변호사로서의 사회적 책무를 다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 보길 바란다”는 충고의 말도 덧붙였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민주 “개헌 없이 행정수도 완성 가능”… 통합 “정치적 꼼수” 경계

    민주 “개헌 없이 행정수도 완성 가능”… 통합 “정치적 꼼수” 경계

    민주, 시민사회 참여 공론화기구 제안“헌재 판단은 시대 변화에 따라 재정립”이낙연·김부겸 등 전대 출마자도 지지 통합 “부동산정책 책임 모면 위한 카드”논의 확대 우려 속 충청권 민심도 걱정“행정수도 아닌 세종시 발전 방안 가능” 정의당은 與에 구체적인 로드맵 요구“고위직, 강남 집 처분해야 진정성 인정”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띄운 ‘행정수도 완성’이 정국을 달구고 있다. 민주당은 21일 당권 주자들과 지방 권력까지 한목소리로 행정수도 완성에 힘을 실었다. 반면 미래통합당은 당론 찬반 입장은 유보한 채 민주당의 ‘정치적 꼼수’를 지적하며 복잡한 속내를 드러냈다. 김 원내대표는 ‘국회 행정수도 완성 특별위원회’ 추진을 공식화했다. 여야뿐 아니라 시민사회까지 참여하는 광범위한 공론화 기구를 제안했다. 민주당은 2004년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2020년에는 유효하지 않으며 개헌 없이 행정수도 완성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김 원내대표는 “법적 판단이 영구불변한 것은 아니다”라며 “헌재의 판단은 시대 변화에 따라 재정립돼 왔고, 과거 합헌이었던 법률도 시대 변화에 따라 위헌 판정을 받은 사례도 많다”고 했다. 또 “여야가 합의해 행정중심복합도시법을 개정하는 입법 결단으로 가능하다”고도 했다. 김두관 의원은 “법안을 다시 제출할 필요가 있다”며 2004년 위헌 판결을 받은 특별법으로 재평가를 받자고 주장했다. 행정수도 논의가 전당대회 후보 등록 기간과 맞물린 것도 민주당의 ‘원보이스’에 효과가 있었다. 이낙연·김부겸·박주민 3인의 당대표 후보 모두 행정수도 완성을 지지했고 최고위원 후보들도 마찬가지다. 마침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대전·세종·충북·충남 예산정책협의회도 공동선언문을 내고 행정수도 추진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이춘희 세종시장은 “어제(20일)가 2007년 7월 20일 노무현 대통령 모시고 세종시 착공식에 갔던 날”이라며 행정수도 완성이 노무현 정신의 계승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을 예방한 김경수 경남지사도 “수도권 같은 또 다른 수도권을 2~3개라도 만들어야 수도권 문제가 해결된다”고 역설했다. 반면 통합당은 논의 확대를 우려하는 분위기다. 여당이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모면하려 꺼낸 국면 전환용 카드에 휘말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또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충청 민심을 자극할 수 있어 섣불리 찬반 당론을 정하기도 어렵다. 2004년 한나라당이 “천도 수준 이전은 반대한다”는 모호한 태도를 보인 것과 같은 맥락이다.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수도권 집값이 상승하니 관심을 돌리려고 꺼낸 주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행정수도 이전이 아닌 세종시 발전 방안이라면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논의할 생각이 있다”며 논의 가능성은 열어 뒀다. 장제원 의원은 “세종시 수도 분할에 따른 비효율성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 국민과 함께 고민해 볼 시점이 됐다”며 공론화를 제안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민주당에 개헌 여부 등 구체적 로드맵 공개를 요구하며 “장·차관, 청와대 주택정책 실무자인 국토교통비서관까지 세종시 주택을 처분하고 강남 아파트를 사수하는 모습을 국민이 똑똑히 지켜봤다”고 꼬집었다. 이어 “진정성을 인정받으려면 고위공직자의 솔선수범이 앞서야 한다”고 말했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민주 “개헌 없이 행정수도 완성 가능”… 통합 “정치적 꼼수” 경계

    민주, 시민사회 참여 공론화기구 제안“헌재 판단은 시대 변화에 따라 재정립”이낙연·김부겸 등 전대 출마자도 지지 통합 “부동산정책 책임 모면 위한 카드”논의 확대 우려 속 충청권 민심도 걱정“행정수도 아닌 세종시 발전 방안 가능” 정의당은 與에 구체적인 로드맵 요구“고위직, 강남 집 처분해야 진정성 인정”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띄운 ‘행정수도 완성’이 7월 정국을 달구고 있다. 민주당은 21일 차기 권력과 지방 권력까지 한목소리로 행정수도 완성에 힘을 실었다. 반면 미래통합당은 행정수도 완성에 당론 찬반 입장을 유보하고, 민주당의 ‘정치적 꼼수’를 지적하며 복잡한 속내를 드러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행정수도 완성 특별위원회’ 구성을 공식화했다. 여야뿐 아니라 시민사회까지 참여하는 광범위한 공론화 기구를 제안했다. 민주당은 2004년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2020년에도 유효한 것은 아니라며 개헌 없이 행정수도 완성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김 원내대표는 “2004년의 법적 판단이 영구불변한 것은 아니다”라며 “헌재의 판단은 시대 변화에 따라 재정립돼 왔고, 과거 합헌이었던 법률도 시대 변화에 따라 위헌 판정을 받은 사례도 많다”고 했다. 행정수도 논의가 민주당 8·29 전당대회 후보 등록 기간과 맞물린 것도 민주당의 ‘원보이스’에 효과가 있었다. 이낙연·김부겸·박주민 3인의 당대표 후보 모두 행정수도 완성을 지지했고, 이날 릴레이 출마선언에 나선 최고위원 출마자들도 지지를 표했다. 때마침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대전·세종·충북·충남 예산정책협의회도 행정수도 완성 추진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이춘희 세종시장은 “어제(20일)가 2007년 7월 20일 노무현 대통령 모시고 세종시 착공식에 갔던 날”이라며 행정수도 완성이 노무현 정신의 계승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국회를 찾은 김경수 경남지사도 박병석 국회의장을 예방해 “수도권 같은 또 다른 수도권을 2~3개라도 만들어야 수도권 문제가 해결된다”고 역설했다. 반면 통합당은 행정수도 논의 확대를 우려하는 분위기다. 여당이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모면하려 꺼낸 국면전환용 카드에 휘말려 얻을 게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충청 민심을 자극할 수 있어 섣불리 찬반 당론을 정하기도 어렵다. 2004년 통합당 전신인 한나라당이 “천도 수준 이전은 반대한다”는 모호한 태도를 보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수도권 집값이 상승하니 관심을 돌리려고 꺼낸 주제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행정수도 이전이 아닌 세종시 발전 방안이라면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논의할 생각이 있다”며 논의 가능성은 열어뒀다. 반면 장제원 의원은 “세종시 수도 분할에 따른 비효율성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 국민과 함께 고민해 볼 시점이 됐다”며 공론화 필요성을 주장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민주당에 개헌 여부 등 구체적 로드맵 공개를 요구하며 “장차관, 청와대 주택정책 실무자인 국토교통비서관까지 세종시 주택을 처분하고 강남 아파트를 사수하는 모습을 국민이 똑똑히 지켜봤다”고 꼬집었다. 이어 “여당의 국가 균형 발전 의지가 진정성을 인정받으려면 고위공직자의 솔선수범이 앞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균형발전 내세워 ‘행정수도 완성’ 치고나가는 여권

    균형발전 내세워 ‘행정수도 완성’ 치고나가는 여권

    여권이 국가균형발전을 명분으로 행정수도 완성 드라이브를 걸고 나섰다. 2004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이 문제가 정국의 핵으로 부상하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은 21일 국회에 ‘행정수도 완성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사회적 논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신호탄을 쏘아 올린 김태년 원내대표는 “시대 변화에 따라 (헌재가 위헌 근거로 삼은) ‘관습헌법’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며 “국토균형발전 차원에서 행정수도 완성을 진지하게 검토해 달라”고 강조했다.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의 화두도 국가균형발전에 모아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판 뉴딜은 공간적으로는 수도권 중심에서 지역 중심으로 국가발전 축을 이동시키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면서 “단기적으로 지역경제 회복의 발판이 되고, 중장기적으로는 국가균형발전을 한 차원 높여 주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완성해야 한다는 측면과 함께 수도권에 인구 절반(2019년 현재 50.2%)이 몰린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땜질식 대책으로는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고민이 맞물린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개헌=권력구조 변경’ 등식에서 벗어나 국민 삶과 밀접한 부동산을 매개로 개헌론에 불을 지피는 수순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하지만 청와대와 여권 핵심은 현시점에서 개헌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한다. 미래통합당은 행정수도 완성에 대한 찬반은 유보한 채 정치적 의도를 비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수도권 집값이 상승하니 관심을 돌리려고 행정수도 문제를 꺼낸 것”이라고 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 ‘사교육은 필수?’ 대한민국 학부모라면 꼭 보아야 할 교육자들의 이야기

    ‘사교육은 필수?’ 대한민국 학부모라면 꼭 보아야 할 교육자들의 이야기

    흔히들 사람들은 학교 선생님과 학원 강사를 두고 “친해질 수 없는 적대적 관계다”, “학교 선생님은 학원 강사보다 못 가르친다”라고 말하곤 한다. 이러한 그릇된 선입견은 학부모와 학생들의 사유에도 영향을 미치며, 더 나아가 실제 학교 선생님과 학원 강사로 활동하는 이들에게도 마치 첨예한 대립적 감정을 만들어 내는 사회적 구조를 양산하기도 한다. 그들은 정말 서로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걸까? 우리가 진정 그들을 제대로 알긴 하는 것일까? 이러한 물음을 계기로, 학교 선생님으로 근무 중인 4년 차 초등 교사 채승현 씨와 9년 차 영어 강사 김지원 씨에게 직접 속마음을 물어보았다.코로나로 인해 초중고 수업에 큰 차질이 생겼는데, 최근 근황은 어떤지? 김지원 강사: 올해 3월까지는 출강을 나갔었지만, 사실 현재는 출강하고 있는 학원이 없다. 그래서 더 자유롭게 학원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웃음). 최근 코로나로 인해 문을 닫는 학원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다른 학원 강사분들은 수입 측면에서 조금 어려움이 많다고 들었다. 채승현 교사: 현재 초등학교는 학급당 홀짝제를 운영해서 홀수 학생들이 등교를 하면 짝수 학생들은 온라인 학습을 하는 상태이다.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마스크를 항시 착용하도록 하고 밥 먹을 때만 벗게 한다. 학생들이 서로 가까이 붙어 있지 못하게 거리를 유지시키기 때문에, 친구들과 놀지도 못하고 서로 띄엄띄엄 자리에만 앉아 얼어 있는 아이들을 볼 때면 가슴이 아프다.평소 학교 선생님/학원 강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는지? 김지원 강사: 보통 서로에 대해 어떤 ‘억하심정’ 같은 마음이 있을 거라고 생각을 많이 하시는데, 나는 정반대 입장에 있다. 학교 선생님들이야말로 학생들의 교육에 있어서 최우선적인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있어 선생님의 역할이 누구보다도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채승현 교사: 학원 강사는 학교 선생님에게 있어 ‘동반자이자 조금은 질투의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평소에 강사분들의 수업 영상을 통해서 도움을 얻기도 하고, EBS 영상과 같은 교육 영상을 참고를 하거나 사용할 때도 있기 때문에 동반자의 입장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학교에서 아이들이 엄청난 학원 숙제에 몰두하는 모습을 볼 때면 아이들에게 있어 학교보다 학원이 더 중요하다고 느껴지는 것 같아 조금은 질투심이 나기도 한다. 직접 학교 선생님/학원 강사가 되어보니 어떤지? 김지원 강사: 우선 기본적으로 ‘학원에는 장사꾼들이 많구나’라는 사실을 체감하게 되었다. 물론 그렇지 않은 분들도 분명 계시지만, 적어도 나의 경험상으론 그렇다. 학원 강사로서 아이들과 자주 상담도 하고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싶었는데, 한 학원의 원장님께서 “그럴 시간에 강의를 하나라도 더 만들어라”라는 발언에 속상해서 정말 힘들었던 때가 있었다. 그 뒤로도 아이들을 정말 돈으로만 보시는 분들을 학원가에서 여럿 보게 되자 많은 충격을 받았었다. 채승현 교사: 학교 선생님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에만 집중하면 될 줄 알았는데 다른 업무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례로 체육 업무를 맡으면서 운동회 준비를 한다고 여러 업체들을 알아보고 물품을 구매한다고 여기저기 오프라인 매장을 돌아다닌 적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수업 이외의 업무에도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는 사실을 몸소 깨닫게 되었다. 각자에게 ‘학부모’란 어떤 존재인지? 김지원 강사: 학부모는 ‘고객님’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모든 해결의 핵심을 갖고 계신 분’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찾아오는 많은 학생들을 보면 공부를 못하게 되는 이유가 공부를 하는 방법이나 습관 등 공부 자체에 있지 않는 경우가 굉장히 많았다. 부모님 간의 어떤 이혼 등의 문제나 친구관계 문제, 이성관계 문제 등 학생 주위의 환경적인 문제 때문에 학생들이 공부에 집중을 못 하고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은데, 학부모는 이러한 사실을 잘 깨닫지 못하신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내가 학부모와 학생을 모시고 셋이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너무나 많은 문제가 해결된다. 결국 학부모는 학생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쥐고 있고 있는 분들이라고 생각한다. 채승현 교사: 나에게 있어 학부모란 ‘상당히 조심스러운’ 존재라고 생각한다. 학교 선생님으로서 학부모를 대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고, 학부모로부터 전화가 올 때면 심장이 두근대기도 한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전달한 사실들이 학부모들에게 왜곡되어 잘못 전달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학부모들을 생각하게 되면 아이들에게도 더 조심스럽게 이야기하게 된다. 마치 내게 있어서는 현재 30명의 무서운 상사가 계신다는 것과 같다.(웃음)민감한 그 주제, ‘사교육은 필수인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김지원 강사: 사교육은 자신의 실력을 갈고닦기 위해서, 혹은 보충하기 위해서 듣는 사교육이면 괜찮다. 하지만 ‘남들이 가는 학원이니까’, ‘집에 있으면 놀 것 같으니까’라는 식의 생각을 지닌 학생들은 학원에 오더라도 본인이 열심히 공부를 하지 않기 때문에 사교육이 절대 필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의 학습 수준에 따라서 ‘하고 싶은’ 사교육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러한 사실은 누구보다도 특히 학부모들이 알아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강제적으로 학원에 보낸다고 해서 그것이 학원 강사에게도 좋은 일은 분명 아니라고 생각한다. 공부를 안 하려는 아이와 그 아이를 이끌고 수업을 해야 하는 학원 강사의 고달픔도 존재한다. 학부모분들이 학생들을 강제로 학원에 보내려고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고, 모든 학생들이 모두 같을 순 없기에 실력이 월등하여 더 노력하고 싶은 친구나, 실력이 부족해서 더 키우고 싶은 친구들만 사교육을 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채승현 교사: 이 주제에 대해 학급 학생들에게 설문 조사와 토론까지 진행해 봤는데 결과적으로 반 29명 학생들 중에 2명 빼고 모두 학원을 다니고 있고, 4개 이상의 학원을 다니는 학생도 4명이나 있었다. 또한 ‘학원을 왜 다니는가?’에 대한 설문에서는 ‘스스로 원해서’라는 항목에 체크한 학생들이 제일 많았지만 대부분 피아노와 미술 등 예체능과 관련한 학원이었고, ‘부모님의 강요’ 항목에 체크한 학생들도 많았다. 물론 강요로 다니는 학원들은 대체적으로 영어나 수학 등 중요 교과목 관련 학원들이었다. 학생들과의 토론에서도 ‘학원을 다니는 것이 도움은 되지만 꼭 다닐 필요는 없다’라고 결론이 도출되었는데, 선생님 입장에서 학생들의 결론이 상당히 공감되었다. 나 또한 자신의 부족한 실력을 채우기 위해 부모님께 ‘학원을 다니고 싶다’라고 말씀드리는 건 괜찮지만, 무작정 학원을 다닌다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학교 선생님/학원 강사를 꿈꾸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 김지원 강사: 첫 번째로, 돈만 좇으려는 분들에게는 학원 강사를 권해드리고 싶지 않다.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칭하는 만큼 특히나 청소년들을 대하는 데 있어서는 돈이 우선인 사람은 자격이 안된다고 생각한다. 또한 그 진심이 아이들에게도 분명히 전달되기 때문에 더욱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로는 학원 강사라는 직업을 쉽게 보고 시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영어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의 모든 강사들이 진입 장벽이 낮은 편인데, ‘나 미국에서 살다 왔는데’, ‘나 캐나다에서 살다 왔는데’, ‘강사나 해볼까?’라며 강사에 도전하는 분들이 굉장히 많다. 하지만 학원이라는 업계는 그렇게 녹록지 않다. 내가 열심히 대비하고 노력할 준비가 안 되어 있다면 강사로서 성공하기도 쉽지 않다. 따라서 자신만의 스킬이나 방법을 고민해보지 않고 무작정 강사를 준비하려는 분들에게는 강사라는 직업을 쉽게 봐선 안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채승현 교사: 선생님이라는 존재가 어떻게 보면 상당히 오랫동안 기억되는 존재인 만큼, 자신의 말이나 행동 하나하나가 학생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해보아야 한다. 예를 들자면, 나는 반 학생들에게 “조용, 쉿!”이라는 말과 함께 손가락을 입으로 가져다 대는 제스처를 많이 사용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보니 학생들끼리 “조용, 쉿!”이라며 자신이 했던 말과 행동을 똑같이 따라 하는 모습을 보고, ‘나의 말과 행동이 아이들에게 상당히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번쩍 들게 되었다. 결국 학교 선생님이라는 역할은 보람도 많이 느끼지만 책임감도 같이 느껴야 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교사를 꿈꾸는 분들이라면 책임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었는지? 김지원 강사: 평소에도 학교 선생님과 학원 강사 모두 서로 대립하고 적대적인 존재가 아니라 사실 굉장히 비슷한 점들이 많고 많은 부분들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대화를 나누어 보니 ‘역시 나의 생각이 맞았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 대화로 인해 강사로서 학교 선생님의 역할에 대해 많이 존중하게 되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서로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많이 마련되었으면 좋겠다. 채승현 교사: 학원 강사에 대해 평소에 깊게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학원 강사분들도 엄청 고생하시는구나, 대단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사교육과 공교육이라는 이중 잣대로 생각하기보다는 학교 선생님과 학원 강사 모두 ‘교육자’라는 측면에서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앞으로도 같이 교육이라는 측면에서 강사분들과 소통하면서 지낼 수 있는 하나의 시스템이 마련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학원 강사분들을 많이 이해하게 되었다.나에게 ‘교육자’란? 김지원 강사: 교육자란 ‘다리(Bridge)’라고 생각한다. 똑같은 한 가정에서 자라더라도 부모님과 자녀 사이의 문제, 학생들의 친구, 이성문제 등이 점점 더 벌어지는데 이 문제를 잡아줄 수 있는 존재가 ‘선생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학교 선생님이든 학원 선생님이든 교육자라면 가정 안에서 혹은 친구관계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들을 잘 지켜봐 주고 보듬어 주고, 그들이 더 나아가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딜 수 있도록 다리 역할을 해주어야 하는 것이 교육자라고 생각한다. 채승현 교사: 나에게 있어 교육자란, ‘두 발 자전거를 처음 가르쳐줄 때의 부모님’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거창한 멘트라고 비웃으실 수도 있지만, 두 발 자전거를 처음 배울 때 뒤에서 부모님이 잡아주시다 어느 순간 ‘탁!’하고 놓아주시듯이, 학생들이 언젠가는 나의 곁을 떠나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답변하게 되었다. 학교 선생님과 학원 강사에게는 사실 본질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강사는 자신의 수업이 수익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으며, 학원이라는 집단에 평가를 받아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연구와 발전’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인과관계에 놓여있다. 반대로 학교 선생님은 해마다 같은 내용의 암기화된 교과목들을 가지고 학생들에게 수업을 해야 하는 환경과 수업 이외의 넓은 범위의 업무(인성 교육이나 체육 활동, 놀이, 상담 등)를 동반한다는 점에서 수업에만 온 신경을 쓸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한 가지 간과하고 있는 사실은, 그들 모두가 ‘교육자’라는 점이다. 일부 학생들을 돈으로만 생각하는 강사 업계 관련자들이나, 학교 선생님으로서 도리와 책임을 다하지 않고 업무에 불성실한 교사들로 인하여 교육자라는 본질이 훼손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들의 제자들이 무사히 가르침을 받고 사회로 나아갔으면 좋겠다는 마음, 아이들에게 있어 교육자라는 역할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책임감을 가지려는 이들의 마음은 강사나 교사 구분 없이 하나같이 같은 ‘스승’의 마음일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교육 현실에 힘든 사태들이 발생되고 있는 지금, 학부모와 학생들은 두말할 것 없이 학교 선생님과 강사 모두 힘들고 지쳐있는 상황일 것이다. 현재와 같은 시기에 학생들에게 누구보다도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격려와 따뜻한 말 한마디가 아닐까 싶다. 글/편집 임승범 인턴 seungbeom@seoul.co.kr촬영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장민주 인턴 goodgood@seoul.co.kr
  • 與 차기·지방 권력 ‘한목소리’ 행정수도 완성…野 “정치적 꼼수”

    與 차기·지방 권력 ‘한목소리’ 행정수도 완성…野 “정치적 꼼수”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띄운 ‘행정수도 완성’이 7월 정국을 달구고 있다. 민주당은 21일 차기 권력과 지방 권력까지 한목소리로 행정수도 완성에 힘을 실었다. 반면 미래통합당은 행정수도 완성에 당론 찬반 입장을 유보하고, 민주당의 ‘정치적 꼼수’를 지적하며 복잡한 속내를 드러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행정수도 완성 특별위원회’ 구성을 공식화했다. 여야뿐 아니라 시민사회까지 참여하는 광범위한 공론화 기구를 제안했다. 민주당은 2004년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2020년에도 유효한 것은 아니라며 개헌 없이 행정수도 완성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김 원내대표는 “2004년의 법적 판단이 영구불변한 것은 아니다”라며 “헌재의 판단은 시대 변화에 따라 재정립돼 왔고, 과거 합헌이었던 법률도 시대 변화에 따라 위헌 판정을 받은 사례도 많다”고 했다. 행정수도 논의가 민주당 8·29 전당대회 후보 등록 기간과 맞물린 것도 민주당의 ‘원보이스’에 효과가 있었다. 이낙연·김부겸·박주민 3인의 당대표 후보 모두 행정수도 완성을 지지했고, 이날 릴레이 출마선언에 나선 최고위원 출마자들도 지지를 표했다.때마침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대전·세종·충북·충남 예산정책협의회도 행정수도 완성 추진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이춘희 세종시장은 “어제(20일)가 2007년 7월 20일 노무현 대통령 모시고 세종시 착공식에 갔던 날”이라며 행정수도 완성이 노무현 정신의 계승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국회를 찾은 김경수 경남지사도 박병석 국회의장을 예방해 “수도권 같은 또 다른 수도권을 2~3개라도 만들어야 수도권 문제가 해결된다”고 역설했다.반면 통합당은 행정수도 논의 확대를 우려하는 분위기다. 여당이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모면하려 꺼낸 국면전환용 카드에 휘말려 얻을 게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충청 민심을 자극할 수 있어 섣불리 찬반 당론을 정하기도 어렵다. 2004년 통합당 전신인 한나라당이 “천도 수준 이전은 반대한다”는 모호한 태도를 보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수도권 집값이 상승하니 관심을 돌리려고 꺼낸 주제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행정수도 이전이 아닌 세종시 발전 방안이라면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논의할 생각이 있다”며 논의 가능성은 열어뒀다. 반면 장제원 의원은 “세종시 수도 분할에 따른 비효율성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 국민과 함께 고민해 볼 시점이 됐다”며 공론화 필요성을 주장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민주당에 개헌 여부 등 구체적 로드맵 공개를 요구하며 “장차관, 청와대 주택정책 실무자인 국토교통비서관까지 세종시 주택을 처분하고 강남 아파트를 사수하는 모습을 국민이 똑똑히 지켜봤다”고 꼬집었다. 이어 “여당의 국가 균형 발전 의지가 진정성을 인정받으려면 고위공직자의 솔선수범이 앞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논밭이었던 마곡지구 ‘상전벽해’… 이젠 지역내 균형개발 중점둘 때

    논밭이었던 마곡지구 ‘상전벽해’… 이젠 지역내 균형개발 중점둘 때

    서울의 25개 자치구 중에서 2017년 기준 지역내총생산(GRDP) 성장률이 가장 높은 곳은 강서구다. 2017년 강서구의 GRDP 규모는 16조 7720억원으로 전년 대비 44.3%나 증가했다. 강서구의 GRDP 성장률이 급등한 것은 마곡지구 개발로 LG사이언스파크, 롯데컨소시엄, 에쓰오일, 티케이케미칼 컨소시엄 등 대기업들의 연구개발(R&D) 시설이 들어섰기 때문이다. 노현송 강서구청장은 그런 마곡지구 개발의 산증인이다. 특히 현재 마곡지구의 명소가 된 서울식물원은 그의 노력이 없었다면 커다란 물웅덩이가 될 뻔한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마곡지구가 자리잡으면서 최근 그의 관심은 지역 내 균형개발로 옮겨 가고 있다. 4선 구청장인 그에게 강서구의 미래와 지방분권에 대해 들어봤다. -마곡지구가 이제 완전히 자리잡은 것 같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말 그대로 흙바닥이던 곳이었는데 많이 바뀌었다. 마곡 산업·연구단지에는 현재 150여개 업체의 입주가 확정됐고 LG사이언스파크, 롯데, 코오롱 등 국내 대기업 90여곳이 R&D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2018년에는 이화의료원도 문을 열어 구민들이 편하게 이용하고 있다. 현재 유보지로 돼 있는 마곡나루역 인근의 특별계획구역도 조만간 개발을 시작할 것이다. 마곡지구는 앞으로 강서구 발전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한국 산업 발전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마곡지구가 이렇게 빠르게 자리잡고 성장한 이유는 뭔가. “개발 계획이 체계적으로 진행된 것도 한 이유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입지라고 본다. 마곡지구는 인천공항, 김포공항 등과 가까워 중국을 비롯한 해외 기업들과 일하기 편한 곳이다. 중국기업 바이어의 경우 아침에 인천공항이나 김포공항에 도착해 마곡지구에서 기술 관련 브리핑을 듣고 수도권의 생산시설을 방문했다가 저녁에 돌아가는 게 가능하다. 국내 대기업들이 R&D센터를 마곡에 짓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마곡지구 개발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어떤 것인가. “현재 서울식물원 자리에 들어오려던 요트 정박장을 공원으로 바꾼 것이다. 다시 생각해도 참 보람되고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2010년 두 번째 구청장직을 맡았을 당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한강르네상스 개발을 하면서, 현재 서울식물원 자리에 요트 선착장 등 워터프런트를 조성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가만히 도시계획을 보고 있으니 그곳에 워터프런트가 들어오면 절대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워터프런트를 만들려면 마곡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한강과 연결시키기 위해 대규모 토목공사를 해야 한다. 공사비만 1조원이 넘었다. 또 워터프런트가 만들어진 이후에 물을 끌어와 요트 정박장 등을 운영하게 되면 수질 관리가 어렵고 환경 문제도 발생한다. 당시 계산했을 때 연간 수질관리 비용만 100억원이 들었다. 여기에 지금과 같은 장마철에는 수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커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서울시민과 강서구민들에게 필요한 게 요트 정박장인지 도심의 공원인지를 생각해 보면 답이 쉽게 나온다. 오 전 시장과 대립도 하고 설득도 해서 결국 현재의 서울식물원으로 만들었다.”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서울식물원 조성안을 관철한 전략은 무엇인가. “서울시에 대안을 제시했다. 오 전 시장 당시 서울시의 가장 큰 고민은 ‘빚’이었다. 그런데 마곡지구에 워터프런트를 만들면 비용이 1조원이나 들었다. 반면 식물원으로 만들면 그보다 비용이 훨씬 줄었다. 지역의 정치인이 지역 개발 예산이 줄어든다며 나를 공격했지만, 결과물을 보면 식물원으로 만드는 게 옳았다는 게 눈에 보이지 않나.” -마곡지구는 많이 발전했지만 주변 지역은 별로 바뀐 게 없는 것 같다. “민선 6기부터 고민하는 사안이다. 지역 내 균형발전을 위해 현재 권역별 지구단위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먼저 역세권인데도 발전이 더딘 까치산역 주변에 대한 지구단위계획을 재정비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주민열람공고를 마치고 올해 5월 서울시 자문을 거쳐 까치산역 지구단위계획 구역을 기존 20만 5510㎡에서 22만 1169㎡로 1만 5659㎡ 넓혔다. 또 화곡터널 주변은 2022년 상반기까지 강서문예회관을 건립하고, 이에 맞춰 가로공원길 문화의 거리도 조성하기로 했다. 강서구청 주변 상권도 지금보다 더 활성화시키고 화곡동의 발전을 위한 용도지역 상향 등의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강서구의 규모가 커진 것에 비해 청사가 좀 좁은 것 같다. “공간이 많이 부족하다. 현재 본관 청사와 7개 별관으로 공간이 쪼개져 있는데 이로 인해 구민들이 많이 불편해한다. 지금의 청사로는 구민들의 행정서비스 수요를 감당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2월 복합신청사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현재 용역 중이다. 검토 결과 마곡에 청사를 새로 짓는 게 가장 합리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자체 용역안은 행정안전부에서 지정한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서 타당성 조사 검증을 하고 있다. 최종적인 결과는 8월에 나올 예정이다. 구청이 마곡으로 가면 현재 강서구청 주변은 더 낙후되는 게 아니냐는 걱정을 지우기 위해 여러 가지 대책도 준비하고 있다.” -구청장만 4선이다. 지방분권에 대해 한마디 해 달라. “지방분권의 역사가 30년이 됐지만 아직 반쪽도 실행이 안 되고 있다. 이는 재정분권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지방정부가 제대로 역할을 하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현재 지방과 중앙의 세수는 2대8 수준이다. 한마디로 국민들이 내는 세금의 20%만 지방정부로 들어오고 80%는 중앙정부로 간다는 뜻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가 발전하면서 각각의 지역이 가진 문제도 다르고, 지역민들이 가진 행정에 대한 요구사항도 다 다르다. 중앙에서 일괄적으로 사업을 추진해서는 이런 요구를 충족할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방과 중앙의 세수를 4대6으로 바꾸겠다고 했는데 방향이 맞다고 본다. 다만 국세의 지방세 전환 속도가 느리다. 좀더 빨리 재정분권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코로나19 얘기를 해 보자. 강서구는 확진자가 계속 나오는데 집단감염은 또 별로 없다. “별로가 아니라 아직 집단감염이 발생한 사례가 없다. 서울이라는 도시가 한 지역 안에서만 경제활동을 하거나 생활하는 게 아니어서 확진자 발생은 어떻게 할 수 없다. 다만 지역 내의 방역과 거리두기 등을 철저하게 시행함으로써 집단감염을 막으려고 한다. 의료진과 구민들에게 공을 돌리고 싶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노현송 강서구청장은 ▲1954년 경기 파주 출생 ▲경기 문산초, 서울 보성중, 경기고, 한국외대 일본어과, 일본 와세다대 석사졸업 박사과정(일어학), 한국외대 박사(언어학) ▲고려대 조교수 ▲민선 2기(1998), 5·6·7기(2010~) 강서구청장 ▲제17대(2004) 열린우리당 국회의원(강서을) ▲서울시 구청장협의회 회장(2012~2015)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공동회장(2012~2014) ▲부인 박광숙씨와 1남 1녀 ▲저서 ‘가슴을 열면 마음이 보인다’
  • 박원순 의혹 진상규명 요구…“성추행 고소 전에 보고”(종합)

    박원순 의혹 진상규명 요구…“성추행 고소 전에 보고”(종합)

    서울시가 고(故)박원순 전 시장 성추행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 요구에 당사자가 고인이 된 만큼 신중하게 대응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이 가운데 서울시 젠더특보가 고소사실을 박 전 시장에게 보고했다는 내용이 일부 보도됐다. A씨가 고소장을 낸 8일 서울시의 움직임과 관련해 JTBC와 한겨레 인터넷판은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보가 당일 고소 사실을 박 시장에게 처음 보고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그날 늦은 밤에 박 시장이 측근들과 함께 대책회의를 했다고 14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박 시장은 보고를 받은 날 밤 젠더특보와 법률전문가 등과 대책회의를 했고, 이 자리에서 사임의사까지 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박 시장은 9일 오전 10시쯤 예정된 일정을 취소하고 서울 종로구 가회동 공관을 나선 후 연락이 두절됐다. 실종된 박 시장은 10일 오전 12시쯤 종로구 삼청동 숙정문 인근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임 특보는 이날 휴가를 내고 서울시에 출근하지 않았다. 임 특보는 지난해 1월 15일 여성정책 관련 조언자로 임명됐으며 임기는 내년 1월14일까지다. 서울시 정무라인에서 A씨의 성추행 피해 호소 요구를 받고도 묵살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6층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은 대부분 일반직 공무원이 아닌 별정직 공무원들이다. 지난 10일 박 전 시장이 기용한 별정직 공무원 27명은 그의 사망과 함께 대부분 면직처리된 상태다. 피소사실 누설의혹 보도들…진실게임 양상 앞서 4년간 성추행을 당했다며 박 전 시장을 고소한 전직 비서 측은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고소와 동시에 피고소인에게 수사 상황이 전달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고소인은 이달 8일 오후 4시 30분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장을 접수하고 9일 오전 2시 30분까지 경찰에서 조사를 받았다. 서울청은 고소장을 접수한 직후 경찰청에 박 전 시장 피소 사실을 보고했고, 경찰청은 8일 저녁 이 사실을 청와대에 보고했다. 청와대는 “(박 전 시장에게) 관련 내용을 통보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경찰은 “청와대에는 보고했지만, 서울시나 박 전 시장에게 알린 적은 없다”고 밝혔고, 서울시는 “피소 사실을 아예 몰랐다”는 입장이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4년 전에는 끔찍했다” 송일국의 ‘깜찍한 겸손’

    “4년 전에는 끔찍했다” 송일국의 ‘깜찍한 겸손’

    “4년 전 영상 보면 진짜 못했어요. 카리스마에 몰입돼서 소리만 질렀더라고요. 다시는 저한테 기회가 없을 줄 알았죠.” 한때 연기대상까지 거머쥐며 브라운관을 누볐던 배우 송일국에게서 어쩐지 쑥스러운 표정과 겸손한 말들이 이어졌다. 첫 뮤지컬 도전작인 ‘브로드웨이 42번가’의 무대에 4년 만에 다시 오르게 된 벅찬 감정이 꼭 신인 앙상블 배우의 풋풋함 같기도 했다.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송일국의 모습이다. 송일국이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연기하는 뮤지컬 제작자 줄리안 마쉬는 무뚝뚝하고 카리스마 넘치면서도 진심을 다해 뮤지컬과 배우를 아끼는 인물이다. 이미 스타였던 배우 송일국에게 더없이 어울릴 듯 보이지만 그는 2016년 같은 역할로 무대에 섰을 때 오히려 “인터미션 20분의 지옥”을 경험했다. 두 곡을 소화해야 하는 2막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었다. 당연히 ‘잘릴 줄’ 알았던 배역을 다시 얻게 됐지만 공연을 앞두고 시련에 부딪혔다. 눈 수술을 하면서 한 달간 연습을 하지 못한 공백기가 생겼다. 그런데 막상 무대에 서니 그 시간들이 고마웠다. “아무것도 못 본 채 혼자 있어 보니 오히려 치열하게 작품을 고민하고 이해의 폭을 넓혔다”는 그는 “4년 전엔 줄리안을 유머러스하면서도 카리스마 있는, 온도 차가 큰 인물이라고 해석했는데, 다시 보니 무대에서 누구보다 중심을 잘 잡으며 선을 지켜가는 캐릭터”라고 했다. 부족했던 연습시간은 공연 중인 요즘도 틈틈이 보컬 연습을 하고 무대 뒤에서도 페기 소여 역을 맡은 배우(오소연·김환희)들을 붙잡고 박자를 맞춰 보며 채우고 있다. 청산리대첩 100주년 기념 뮤지컬 프로젝트에도 참여한 그는 “뮤지컬 기획에 동참하면서 제작에 대해 조금 알게 됐고, 연출이 상당히 외로운 작업이라는 걸 체감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족들도 훨씬 나아졌다고 하고, 아내는 만감이 교차한다며 펑펑 울기도 했다”며 은근슬쩍 자랑도 던졌다. 그는 브로드웨이라는 화려한 배경으로 역동적인 탭댄스 쇼가 이어지는 작품에 무게감을 지키고 서 있는 것만으로도 감격스럽다. “뮤지컬 배우는 제가 절대 다가설 수 없는 동경의 대상이어서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면서 “앙상블 배우들이 정말 부럽고 저도 20대로 돌아간다면 열심히 오디션 보러 다닐 것”이란다. 관객들과 직접 호흡하는 매력에 푹 빠져 신인의 자세로 오디션을 보고 있다는 그가 이 작품에서 제일 좋아하는 대사는 마치 4년 만에 완벽한 줄리안 마쉬로 돌아온 자신에게 하는 말로도 들린다. “신출내기로 나가지만 돌아올 땐 스타가 되어 있어야 해.”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우리 자체가 ‘장르’ 되는 음악 하고 싶어요”

    “우리 자체가 ‘장르’ 되는 음악 하고 싶어요”

    “함께하니 노래에 대한 의심 사라져” 네명 모두 성악가… 소리 균형 이뤄 결승서 시청자 투표로 ‘3위→우승’ ‘라이브 에이드’ 같은 큰 무대도 꿈꿔“맏형부터 막내까지 네 사람이 서로 배려하는 모습과 위로를 주는 음악을 좋아해 주신 것 아닐까요.” 지난 3일 종영한 JTBC ‘팬텀싱어 3’의 우승팀 라포엠 멤버들은 탄탄한 팬덤의 비결을 묻자 쑥스러워하면서 나름의 분석을 내놓았다. 결승 1라운드 세 팀 중 3위에서 생방송 시청자 투표로 대역전극을 만든 이들은 최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며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라포엠 멤버는 테너 유채훈과 박기훈, 카운터테너 최성훈, 바리톤 정민성 등 모두 성악가다. 소리의 압력이 비슷해 균형이 잘 맞고, 라이브 무대가 익숙한 게 강점이라는 이들의 설명처럼 에너지와 섬세함을 겸비한 무대로 일찌감치 팬들의 지지를 받았다.개별 및 듀엣 무대와 3중창에서 실력을 증명한 네 사람은 한 팀으로 모여 자신감과 긍정적인 마음을 얻었다고 입을 모았다. 독일 유학을 포기하고 오디션에 도전한 정민성은 “스스로 노래에 대해 의심이 많았는데, 좋은 형들과 함께하며 어떤 노래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리더로서 남다른 책임감을 보여 준 유채훈은 “동료들을 만나 많이 밝아지고 웃음도 많아졌다”고 했다. 2014년 트로트 오디션 출연을 비롯해 팝페라 그룹을 거치며 산전수전 다 겪은 그에게 ‘팬텀싱어’는 음악을 관둘지 결정할 마지막 시험대였다. “어느 순간 그렇게 좋아했던 노래를 해도 즐겁지 않았어요. 파바로티처럼 좋은 성악가가 되고 싶었는데 마음처럼 풀리지 않으니 비관적이 되더라고요. 그런데 여기서 제 가치를 인정받고 사랑을 받으며 긍정적으로 바뀌었습니다.” 늘 솔리스트로 무대에 선 최성훈은 음악적 고민을 나눌 수 있는 동료를 얻었다. 그는 “국내 카운터테너는 두 자릿수도 안 될 정도로 희소하다”며 “다른 사람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까 걱정이 많았는데, 멤버들이 믿음을 주고 음악 취향도 잘 맞아 정말 행복하다”며 활짝 웃었다. 국내외 콩쿠르를 휩쓴 ‘불꽃 테너’ 박기훈도 “경연 전날 잠을 잘 못 잘 만큼 체력적, 심리적으로 힘들었는데 형들 덕에 8개월을 버텼다”며 “저희 노래로 기운을 낸다는 시청자들에게도 큰 힘을 받았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마지막 여정인 결승 무대는 이렇게 끈끈해진 팀워크와 개성을 모두 보여 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기승전결’로 틀을 잡고 팝, 가요 등 여러 장르를 시도했다. 첫 곡 ‘넬레 투에 마니’(Nelle Tue Mani)에서는 네 사람이 뿜어내는 웅장함을, 자우림의 ‘샤이닝’에서는 섬세한 감정 표현을 부각했다. 세 번째 ‘마드모아젤 하이드’(Mademoiselle Hyde)에서는 블렌딩(조화)보다 각자의 색깔을 내세웠고, 마무리는 “그동안 받은 사랑을 돌려드린다”는 마음으로 ‘더 로즈’(The Rose)를 택했다. 넷 모두 부르며 울컥했던 곡이기도 하다. 새 출발선에 선 이들의 꿈은 앞으로 찾아 듣고 싶은 음악을 선보이는 것이다. 크로스오버 앨범으로 차트에도 올라보고 ‘라이브 에이드’처럼 좋은 취지의 큰 무대에도 서고 싶다. “클래식뿐 아니라 두아 리파 같은 최신 팝, 옛날 가요까지 다양하게 듣고 있어요. 요즘 성악가들이 다양한 도전을 많이 하잖아요.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저희가 장르가 되는 음악을 하고 싶습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한국 사위’ 호건 주지사 “빅텐트 고민할 때”

    ‘한국 사위’ 호건 주지사 “빅텐트 고민할 때”

    미국 공화당의 차기 ‘대선 잠룡’으로 꼽히는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가 중도표 공략을 위한 ‘빅텐트’ 전략을 제기하며 같은 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차별성 부각에 나섰다. 공화당이 ‘포스트 트럼프’ 시기에 대비하려면 통합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주장으로, 당내 지지층이 확고한 트럼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선명히 하며 존재감을 세우려는 모습이다.  13일(현지시간) NBC 방송에 출연한 호건 주지사는 “대선이 있는 11월에 어떤 미래가 있을지 모른다”면서 “공화당은 그것이 4개월이든, 4년이든 트럼프 대통령 이후에 무엇이 일어날지 검토하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가 (지지자를 끌어들일) ‘더 큰 텐트’(a bigger tent) 정당이 되기 위해 어떻게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든, 패배해 4개월 안에 임기를 마치든 ‘트럼프 이후’ 당의 미래를 고민해야 한다는 취지다.  트럼프 대통령이 고수하고 있는 백인 중심주의 및 분열 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중도층으로 외연을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다. 호건 주지사는 “오늘의 정치, 워싱턴의 분열과 역기능에 완전히 좌절한 사람이 미국에 많다”고도 했다.  특히 호건 주지사는 2018년 중간선거 당시 민주당 강세 지역인 메릴랜드에서 중도층 공략으로 재선에 성공한 자신의 경험을 앞세웠다. 그는 “공화당원들은 분열적인 언사를 피하고 중간 지대를 찾아 시 외곽 거주 여성, 무당파, 소수파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폴리티코 등 현지 언론은 암 투병, 2015년 볼티모어 폭동·코로나19 대처 등을 통해 호건 주지사가 통치 경험과 개인 스토리를 쌓고 있는 점을 주목했다. AP는 “코로나19 대처에 대한 의문에도 불구하고 공화당 지지층에게 여전히 인기 있는 대통령을 당내 인사들은 비판하기 두려워한다”며 “공화당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한국계인 유미 호건이 부인인 그는 ‘한국 사위’라는 별칭도 갖고 있다. 지난 4월 부인의 도움으로 한국에서 코로나19 진단키트 50만개를 공수해 왔을 당시 “돈 낭비”라고 비난한 트럼프 대통령과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라포엠’ 하며 자신감 커져…‘아빠’부터 막내까지 끈끈”

    “‘라포엠’ 하며 자신감 커져…‘아빠’부터 막내까지 끈끈”

    “함께 노래하며 의심 사라지고 성격도 밝아져”“맏형부터 막내까지 네 사람이 서로 배려하는 모습과 위로를 주는 음악을 좋아해 주신 것 아닐까요.” 지난 3일 종영한 JTBC ‘팬텀싱어 3’의 우승팀 라포엠 멤버들은 탄탄한 팬덤의 비결을 묻자 쑥스러워하면서 나름의 분석을 내놓았다. 결승 1라운드 세 팀 중 3위에서 생방송 시청자 투표로 대역전극을 만든 이들은 최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며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라포엠 멤버는 테너 유채훈과 박기훈, 카운터테너 최성훈, 바리톤 정민성 등 모두 성악가다. 소리의 압력이 비슷해 균형이 잘 맞고 라이브 무대가 익숙한 게 강점이라는 이들의 설명처럼 에너지와 섬세함을 겸비한 무대로 일찌감치 팬들의 지지를 받았다. 개별 및 듀엣 무대와 3중창에서 실력을 증명한 네 사람은 한 팀으로 모여 자신감과 긍정적인 마음을 얻었다고 입을 모았다. 독일 유학을 포기하고 오디션에 도전한 정민성은 “스스로 노래에 대해 의심이 많았는데, 좋은 형들과 함께하며 어떤 노래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소리 균형·라이브 강점···우리가 장르 되고 싶어” 리더로서 남다른 책임감을 보여 준 유채훈은 “동료들을 만나 많이 밝아지고 웃음도 많아졌다”고 했다. 2014년 트로트 오디션 출연을 비롯해 팝페라 그룹을 거치며 산전수전 다 겪은 그에게 ‘팬텀싱어’는 음악을 관둘지 결정할 마지막 시험대였다. “어느 순간 그렇게 좋아했던 노래를 해도 즐겁지 않았어요. 파바로티처럼 좋은 성악가가 되고 싶었는데 마음처럼 풀리지 않으니 비관적이 되더라고요. 그런데 여기서 제 가치를 인정받고 사랑을 받으며 긍정적으로 바뀌었습니다.” 늘 솔리스트로 무대에 선 최성훈은 음악적 고민을 나눌 수 있는 동료를 얻었다. 그는 “국내 카운터테너는 두 자릿수도 안 될 정도로 희소하다”며 “다른 사람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까 걱정이 많았는데, 멤버들이 믿음을 주고 음악 취향도 잘 맞아 정말 행복하다”며 활짝 웃었다. 국내외 콩쿠르를 휩쓴 ‘불꽃 테너’ 박기훈도 “경연 전날 잠을 잘 못 잘 만큼 체력적, 심리적으로 힘들었는데 형들 덕에 8개월을 버텼다”며 “저희 노래로 기운을 낸다는 시청자들에게도 큰 힘을 받았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음악적 역할 외에도 네 사람은 각자 나름의 역할이 있다고 소개했다. 막내 박기훈은 팀의 ‘에너지’, 정민성은 개그 담당으로 분위기 메이커라고 한다. 리더 유채훈이 든든한 ‘아빠’라면 최성훈은 팀의 색채를 잡는 마스코트다. 네 사람은 결승까지 각자 역할을 잘 수행했다며 “흔한 의견 충돌도 없었다는 게 신기하다”고 덧붙였다. “탄탄한 팬덤, 위로 전하는 음악 덕분”마지막 여정인 결승 무대는 이렇게 끈끈해진 팀워크와 개성을 모두 보여 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조화와 개성, 파격, 자극점을 모두 갖춰야 하는 경연의 특성상 선곡에 고심도 많았다. 생방송을 앞두고 일주일 가까이 곡을 골랐다. ‘기승전결’로 틀을 잡고 팝, 가요 등 여러 장르를 시도했다. 첫 곡 ‘넬레 투에 마니’(Nelle Tue Mani)에서는 네 사람이 뿜어내는 웅장함을, 자우림의 ‘샤이닝’에서는 섬세한 감정 표현을 부각했다. 세 번째 ‘마드모아젤 하이드’(Mademoiselle Hyde)에서는 블렌딩(조화)보다 각자의 색깔을 내세웠고, 마무리는 “그동안 받은 사랑을 돌려드린다”는 마음으로 ‘더 로즈’(The Rose)를 택했다. 넷 모두 부르며 울컥했던 곡이기도 하다. 새 출발선에 선 이들의 꿈은 앞으로 찾아 듣고 싶은 음악을 선보이는 것이다. 크로스오버 앨범으로 차트에도 올라보고 ‘라이브 에이드’처럼 좋은 취지의 큰 무대에도 서고 싶다. “클래식뿐 아니라 두아 리파 같은 최신 팝, 옛날 가요까지 다양하게 듣고 있어요. 요즘 성악가들이 다양한 도전을 많이 하잖아요.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저희가 장르가 되는 음악을 하고 싶습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반려독 반려캣] 손님 이름만 대면 척척…마트 배달원으로 일하는 반려견

    [반려독 반려캣] 손님 이름만 대면 척척…마트 배달원으로 일하는 반려견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이 대세로 굳어가고 있는 가운데 마트에서 배달원으로 활약하고 있는 반려견이 있어 화제다. 콜롬비아 메데진에 있는 마트 '엘포르베니르'는 단골 고객들에게 하루에도 몇 차례씩 빵과 채소 등 식품을 보낸다. 주문한 상품을 받은 손님은 영수증을 보고 계좌이체로 값을 치른다. 주문한 식품이 고객에게 전달되는 과정에 사람은 일절 개입하지 않는다. 배달을 책임지고 있는 든든한 배달사원 반려견 '에로스' 덕분이다. 반려견의 주인이자 마트 사장인 마리아 보테로(여)는 "에로스 덕에 사회적 거리 두기를 제대로 지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면서 "손님들도 에로스가 배달을 가면 유난히 좋아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보테로는 원래 개라면 질색이었다. 반려견을 키울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다.그랬던 그가 에로스를 만난 건 반려견을 키우고 싶다고 엄마에게 애걸한 어린 아들들 때문이다. 자식을 이기는 부모는 없다고 아들들의 성화를 이기지 못한 보테로는 결국 반려견을 입양했다. 집에선 귀여운 반려견으로, 마트에선 똘똘한 배달사원으로 활약하고 있는 에로스였다. 보테로는 4년 전 메데진의 툴리파네스 지역에 마트를 열었다. 반려견 에로스는 주인을 따라 마트에 출근하기 시작했다. 에로스가 4살 때였다. 반려견을 사업장에 데리고 나가면 실컷 길거리를 돌아다니다가 퇴근시간에 맞춰 돌아오는 경우도 많다고 하지만 에로스는 주인 곁을 떠나지 않았다. 배달을 나갈 때면 어김없이 주인을 따라붙었다. 에로스는 주인을 따라다니며 단골들의 집이 어딘지 몸소 익혔다. 지금 와서 보면 배달사원이 될 준비를 한 셈이다.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콜롬비아에선 지방단체별로 봉쇄조치를 발동했다. 일부 도시는 주민들의 외출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 장보기 외출 횟수까지 제한하고 있다. 매출이 줄어 고민하는 보테로에게 에로스가 구원견이 된 건 이때부터였다. 보테로는 단골로부터 주문을 받으면 바구니에 물건과 영수증을 챙겨 넣는다. 이렇게 준비가 끝나면 반려견 에로스는 바구니를 입에 물고 배달에 나선다. 반려견 에로스가 주문한 고개의 주소를 알 리 없다. 하지만 이름은 기억한다. 주인 보테로는 "에로스가 주소는 모르지만 단골들의 이름은 기억한다"면서 "이름만 대면 실수없이 주문한 물건을 정확히 배달해준다"고 말했다. 에로스는 무급으로 봉사하고 있는 것일까? 에로스는 동물이지만 수고의 대가는 끈질기게(?) 받아낸다고 한다. 보테로는 "배달을 가면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무언가 먹을 것을 주기까지 꼼짝하지 않는다"면서 웃었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김선영의 의(醫)심전심] 청년 암환자를 위하여

    [김선영의 의(醫)심전심] 청년 암환자를 위하여

    레지던트 4년차 때의 일이다. 고객의 소리에 들어온 불만사항에 대해 소명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환자는 20대의 여성으로, 병동에서 만난 맹랑한 젊은 의사의 말에 너무 화가 났다고 했다. 항암치료의 효과가 크지 않다는 식으로 자꾸 말하는데, 왜 그거 하나에 목숨 걸고 있는 자신에게 함부로 말하느냐는 거였다. 나는 억울했다. 별 효과가 기대되지 않는 치료에 매달려 체력을 소진시키는 환자가 안타까웠고, 치료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나의 의무라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아마도 젊은 나이에 맞닥뜨린 절망적인 상황을 만만한 레지던트에게 투사하고 있는 것이라고, 그때는 그렇게 여겼다. 젊은 암환자는 생각보다 많다. 중앙암등록본부의 자료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발생한 15~39세의 암환자는 1만 6800명이다. 한 해 발생하는 암환자 23만여명 중 약 7%다. 이 환자들은 진료 시간이 매우 오래 걸리거나 정말 짧게 끝나거나 둘 중 하나다. 자신의 증상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문의하는 한편 인터넷에서 본 수많은 건강정보에 대해 상담하는 꼼꼼한 청년들은 질문이 질문을 낳으면서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많지는 않다. 상당수는 후자에 해당한다. 필요한 것만 말하고, 처방을 받아 진료실을 나간다. 어차피 의사에게 얘기해 봐야 해결되는 것은 뻔하다는 학습된 좌절 때문일까. 아니면 병원에서 흘려보내는 젊은 날의 시간이 너무 아깝기 때문일까. 많은 환자를 봐야 하는 입장에서는 진료실을 빨리 떠나 주는 이들이 고맙지만, 뭔가 많은 것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 어딘가가 답답하다. ‘괜찮아요’라는 대답은 정말 괜찮다는 것일까, 괜찮기를 바라는 소망일까. 남들은 학업을 이어 나갈 때, 취업을 할 때, 결혼을 할 때, 아이를 키우고 있을 때, 한참 경력을 키워 나갈 때 힘든 치료 과정을 거쳐 가는 마음을 헤아리기란 쉽지 않다. 다행히 회복이 된다 해도 치료의 신체적·심리적 후유증을 안고 살아야 하는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낳을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고, 자녀를 낳는다 해도 암을 물려주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독립해야 할 나이에 부모에게 걱정을 끼치고 때로는 치료 비용을 부탁하거나 간병까지 맡겨야 하는 상황도 원망스럽다. 이들을 위한 심리사회적 돌봄과 유전 상담, 경제적 지원이 있어야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소아 암환자들은 상당수가 국가 또는 민간 복지재단을 통해 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고, 노인 암환자들은 노인장기요양보험의 도움을 일부 받을 수 있다. 장년층은 그때까지 쌓아 온 경제·사회적 자산이 있지만 청년들은 그마저도 없다. 그들은 암마저도 청춘이라는 이유로 스스로 싸워 이겨야만 하는 것이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청년기 암환자들을 특수한 의학적·사회심리적 돌봄이 필요한 환자군으로 정의하고 이들에게 특화된 암 치료 프로그램을 만드는 병원이 늘고 있다. 또래집단에서의 소통이 활발한 연령이므로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교감할 수 있는 자조모임이나 특화된 정보와 도움을 제공하는 비영리법인 역시 활성화돼 있다. 반면 입시, 취업, 노동만으로도 고달픈 우리나라 청년들은 암까지 걸리면 어떻게 살아갈지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뿔뿔이 떨어진 섬이 돼 각자 견디거나 소멸돼 간다. 그나마 요즘은 유튜브를 비롯한 소셜미디어를 통해 투병 경험을 공유하는 사람이 많아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젊은 의사는 말기 암환자의 민원에 ‘투사’라는 전문용어를 붙였지만, 어쩌면 그것은 세상에서 잊혀지는 슬픔에 대한 저항이었을지 모르겠다. 적어도 그는 십수년이 지난 지금도 그 환자를 기억하고 있고, 비슷한 또래의 환자들을 만날 때마다 그를 떠올리고 있으니까. 그들이 말하지 못한 많은 고민과 고통, 그것을 찾아내 함께 풀어 가는 것이 나와 이 사회의 과제임을 생각하게 된다.
  • 日표심 “그래도 與”… 위기의 아베 웃다

    日표심 “그래도 與”… 위기의 아베 웃다

    아베 실정·비리에도 국민들 지지 ‘굳건’현직 프리미엄 확인… 선거 승리 자신감 아베, 가을 중의원 해산→총선거 가능성코로나19 부실 대응과 무리한 검찰 장악 시도, 측근의 선거법 위반 구속 등 악재가 겹치면서 2012년 말 재집권 이후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오랜만에 한숨을 돌리게 됐다. 갖은 실정과 비리에도 집권 자민당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는 좀체 꺾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지난 5일 치러진 도쿄도 지방선거에서 다시 한번 입증됐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가 고민 중인 ‘중의원 해산→총선거’의 선택 시기에 이번 선거가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는 이유다. 도쿄도 지방선거의 주인공은 60%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한 고이케 유리코 현 도쿄도지사였지만 자민당도 나름대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도지사 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4곳의 도의회 보궐선거에서 모두 승리했기 때문이다. 기존 1석을 유지하면서 일본공산당, 일본유신회, 도민퍼스트회 등 야당이 갖고 있던 3석을 모두 가져왔다. 자민당은 위기 국면 특유의 ‘여당’, ‘현직’ 프리미엄이 반영된 결과라며 잔뜩 고무된 모습이다. 고이케 지사가 방역을 이유로 단 한 차례의 거리연설도 없이 인터넷 유세만으로 4년 전 당선 때보다 70만표 이상 많은 366만표를 얻은 것도 코로나19 위기에서 변화보다 안정을 원하는 유권자 특성이 반영된 결과로 보고 있다. 여당으로서는 현재 아베 정권의 인기가 바닥이라고 해도 막상 선거가 시작되면 표심이 자신들에게 쏠릴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시모무라 하쿠분 자민당 선거대책위원장은 “이번에 격전지에서도 자민당 도의원 후보가 승리를 거뒀다”며 “우리 당이 겸허한 태도로 국정을 운영해 간다면 국민들은 지지를 해 줄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말했다. 이에 따라 아베 총리가 중의원 해산의 시점을 올가을로 잡을지 여부가 더욱 주목받게 됐다. 그동안 자민당에서는 내년이 되면 각종 정치 일정과 도쿄올림픽 등 때문에 해산 시기의 선택폭이 좁아지는 데다 지금처럼 야권이 분열돼 있을 때 선거를 치러야 여당에 유리하다는 점 등을 들어 올가을 해산에 대한 요구가 제기돼 왔다. 그럼에도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등 당정 핵심 인사들 사이에서는 ‘연내 해산 불가론’이 대세였다. 정권 지지율이 최악인 상황에서 선거를 치르는 데 따른 패배의 위험성은 물론이고, 코로나19 수습 기미가 안 보이는 와중에 막대한 예산을 들여 초대형 정치 이벤트를 벌이는 데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연립여당인 공명당이 강하게 반대하는 것도 부담이었다. 정가 소식통은 7일 “자민당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가 여전하다는 사실이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분명히 확인된 만큼 아베 총리의 가을 해산 결정에 있어 중요한 걸림돌 중 하나는 사라진 셈”이라고 말했다. 지금 당장은 어려워 보이는 아베 총리의 ‘자민당 총재(총리) 4연임’ 현실화가 향후 판세 추이에 따라서는 전혀 불가능한 게 아니라는 전망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일회용컵 폐기 年 60억개… 페트 10만t 재활용땐 4200억 시장 창출

    일회용컵 폐기 年 60억개… 페트 10만t 재활용땐 4200억 시장 창출

    7일 부산 기장군의 자원재활용 업체 A사 창고에는 영남권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수거한 일회용품 포대들이 쌓여 있었다. 일회용컵과 빨대 등 품목별 분리는 이뤄졌지만 지저분한 상태였다. 음료나 내용물이 묻어 굳어 버린 용기와 음료병, 주방에서 사용하다 버린 플라스틱 제품 등이 뒤섞여 있었다. 재분리를 담당하는 직원은 “각 매장의 쓰레기를 처리해 주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노인들에 공공 수집소 운영 맡기는 방안 고려 창고 한쪽에는 상태가 좋지 않은 마대 자루들도 보였다. 6개월 전 부산의 한 자치단체에서 수거행사를 통해 모은 일회용컵 4만 8000여개다. 지자체가 수거는 했지만 사용할 데가 없어 방치돼 있던 것을 이곳에 옮겨왔다. A사 관계자는 이날 “6년 전 t당 80만원, 4년 전만 해도 60만원 하던 일회용 폐플라스틱 가격이 현재 20만원대로 떨어졌고 그나마 가져가겠다는 곳도 없다”며 “전문 업체가 아니지만 플라스틱을 잘게 부숴 ‘플레이크’로 겨우 공급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최근에는 고민이 더 늘었다. 가격 하락에 따른 활용 감소뿐 아니라 수거 물량 자체가 줄었다. 환경부와 패스트푸드 업체 간 자율협약에 따라 수거·처리에 참여했지만 개인 매장은 1주일에 1번씩 한 달에 4번 수거에 내는 비용(1만~1만 5000원)조차 부담을 느껴 참여를 꺼리고 있다. 6월 기준 A사의 수거 대상 매장은 4254곳이나 실제 수거하는 곳은 27%인 1158곳에 불과했다. 플라스틱은 저렴하고 내구성이 뛰어나며 가공이 용이해 사용량이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쉽게 썩지 않아 환경문제를 유발한다. 편리함에 사용을 줄이자는 ‘구호’는 확산되지 못한다. 매립·소각으로 처리하기도 어려워 재활용이 시급하지만 갈 길이 여전히 멀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은 재활용에 적용된다. 재활용품은 그 자체로는 가치가 떨어지고 규모의 경제가 뒷받침돼야 한다. 일정량이 확보돼야 활용할 수 있다. 수거에서 선별, 산업화까지 공급 체계 구축도 필요하다. 수거 비용이 많이 들고 활용이 안 되면 재활용 필요성이 떨어진다. 수거가 안 되면 재활용은 거론조차 되지 않는다. 일회용컵과 마주한 대한민국의 상황이다. 일회용컵은 커피전문점·제과점·패스트푸드점에서 주로 사용된다. 2008년 기준 3500여곳이던 가맹점이 2018년 3만 549곳으로 급증했다. 일회용컵 사용량은 2007년 4억 2000개에서 2018년 25억개(2만 8743t)로 급증했다. 개인이 운영하는 매장을 포함하면 15만곳, 사용량은 61억개(7만 323t)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2018년 현재 가맹점의 일회용컵 회수율은 4.5%(1억 1300만개·1298t)에 불과하다. 일회용컵이 생활권 광범위한 곳에서 배출되면서 길거리를 더럽히는 ‘비점(非點)오염원’으로 전락했다. 수거 과정에서 다른 쓰레기와 합쳐져 선별이 어렵고 다른 음료 용기와 별도의 선별·재활용시설이 필요하지만 회수 규모가 적어 경제성이 떨어지기에 약 60억개는 방치되거나 폐기물로 매립·소각되고 있다. 이채은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장은 “종이컵은 휴지, 플라스틱은 섬유 등으로 재활용할 수 있어 모으면 자원이 된다”며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자원화의 기반 마련을 위한 것으로 수거의 실효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일회용컵 회수율이 높아지고 재활용이 확대되면 단순 소각과 비교해 온실가스를 66% 이상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또 컵 판매에 따른 경제적 수익과 소각 비용 저감, 이산화탄소 감축 등에 따라 연간 445억원 상당의 경제적 효과도 기대했다. 카페 등에서 음료를 주문할 때 일정 금액의 보증금을 지불한 후 컵 반환 시 돌려받는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2022년 6월부터 시행된다. 사용량이 급증했지만 컵 회수가 안 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이다. 2003년 자발적 협약으로 도입됐다가 2008년 폐지된 후 14년 만에 부활한다. 보증금은 컵 및 음료 가격 등을 고려해 결정하기로 했다. 보증금이 높으면 회수율을 높일 수 있지만 위·변조가 발생할 수 있고, 너무 낮으면 보증금을 찾아가지 않을 수 있다. 환경부는 보증금제 적용 컵 제작을 검토하고 있다. 보증금제는 프랜차이즈 매장에 우선 적용한 뒤 개인 매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여수호 자원순환유통지원센터 팀장은 “보증금제 도입으로 일회용컵 감소 효과는 적을 수 있지만 버려지는 컵은 크게 감소할 것”이라며 “소주·맥주병 보증금 인상 후 가정에서의 빈병 반환율이 40% 포인트 이상 높아졌다”고 소개했다. 환경부는 소비자의 반환 편의 대책에 집중하고 있다. 컵의 재질과 인쇄 범위 등을 단일화해 구매처와 상관없이 반환 및 재활용이 용이하도록 설계하기로 했다. 매장 방문 없이 반환 가능한 무인회수기를 비롯해 거점 회수처 설치 등도 고려 중이다. 공공수거 개념으로 노인들에게 수집소 운영을 맡기는 방안도 제시된다. 노인들이 수집소를 관리하고 회수된 컵을 세척해 매장이 아닌 수집소에 반납하는 방식으로 일자리 및 보증금을 활용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효과가 기대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보증금제 도입 전후 일회용컵 관리 체계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며 “편리한 컵·보증금 반환·환불 체계와 수거된 컵의 위생관리 체계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컵 재질 단일화… 수거 체계 전면 개편해야 테이크아웃컵은 재활용을 복잡하게 만든다. 뚜껑은 폴리스티렌(PS), 몸체는 페트(PET), 빨대는 폴리프로필렌(PP), 컵 홀더는 종이다. 각각 분리해 배출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일회용 플라스틱컵 재질과 뚜껑을 재활용이 용이한 페트로 단일화하는 것을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더욱이 일회용 플라스틱컵은 같은 페트 재질이지만 생수병 등과 비교해 얇고 재질도 달라 활용도가 떨어진다. 보증금제 도입에 맞춰 생수병과 동일한 규격 적용 필요성이 제기된다. 최근 플라스틱 재활용에서 의미 있는 결과가 나왔다. 제주에서 수거한 무색 생수병을 활용해 국내 기업이 니트 및 티셔츠 등 의류와 가방, 화장품병 등을 재생산하고 있다. 그동안 폐페트병으로 만든 장섬유나 의류는 전량 수입했는데 그 양이 연간 2만 2000t에 달한다. 폐페트병 10만t을 국내에서 재활용 시 4200억원에 달하는 신규 시장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추산됐다. 유럽 등에서 활성화된 BtoB(Bottle to Bottle) 방식도 요구되지만 국내에서는 제한이 크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에 음식물 접촉 용기는 재활용품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다. 재활용 업체 한 관계자는 “가정에서 분리배출을 잘해도 수거 체계에서 오염된 용기 등과 뒤섞여 가치가 떨어지고 활용에 제한이 크다”며 “재질 균일화와 함께 수거 체계에 대한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산·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미술은 내 오랜 연인… 미술계 손흥민 찾겠다

    미술은 내 오랜 연인… 미술계 손흥민 찾겠다

    신문선(62) 명지대 기록정보대학원 교수가 서울 마포구 홍익대 정문 앞에 화랑을 연 것은 지난해 9월이다. 홍익대 인근의 와우산과 영어 감탄사 ‘와우’(Wow)의 이중적 의미를 담은 와우갤러리를 개관하면서 신 교수는 “미술계의 손흥민을 찾겠다”는 비상한 포부를 밝혔다. 국가대표 출신 축구 해설위원, 성남FC 사장을 지낸 축구 행정가 등 축구인으로만 그를 기억하는 이들에겐 뜻밖의 반전이었다. 그러나 그가 열정적인 미술애호가이자 안목 있는 컬렉터(수집가)라는 사실을 아는 지인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보면 그는 축구 못지않게 다방면의 문화예술에 조예가 깊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 방송 중계를 할 정도로 바둑 실력이 수준급이고, 온갖 명품 카메라를 수집할 만큼 한때 사진에도 미쳤다. 빈티지 오디오로 클래식 음악을 즐기고, 차(茶)문화에도 일가견이 있다. 장르와 영역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그에게선 고전적인 언어로는 ‘르네상스인’, 현대 용어로는 ‘융합형 인재’의 면모가 엿보인다. 미술은 그중에서도 가장 오랫동안 마음에 품어 온 연애 상대였다. 회화는 물론 도자, 고가구, 조각 등에 두루 관심이 많다. 하지만 미술을 좋아하는 것과 작가를 발굴해 작품을 전시하고 거래하는 갤러리 운영은 다른 차원이다. 비유하자면 관중석에 앉아 있던 축구팬이 벤치에 합류해 경기에 뛰어든 격이다. 뒷얘기가 궁금했다. ‘우아한 컬렉터’에서 화랑 주인으로 변신한 지 열 달이 된 그를 지난 5일 만났다. -갤러리 개관을 10년 넘게 고민했다고 들었다. “2006년 독일월드컵 스위스전 오프사이드 사건으로 지상파 해설위원에서 중도하차했을 때 갤러리를 열려고 했었다. 집이 마포 상수동이라 매일 홍대 거리를 지나다니는데 유명한 미술대가 있는 지역에 제대로 된 전시 공간이 부족한 현실이 항상 안타까웠다. 이듬해 명지대 교수로 가게 되는 바람에 계획이 미뤄졌다. 그런데 환갑을 넘기면서 더이상 늦추면 안 되겠다 싶더라. ‘정년 뒤에 하고 싶은 게 뭐지’ 스스로에게 물으니 답이 나왔다. 지금은 교사 출신 아내가 대표를 맡고 있고, 나는 명예관장이다.” -개관 때 축구와 미술의 공통점을 얘기하며 ‘미술계의 손흥민’을 찾겠다고 했다. “축구든 미술이든 세계적인 스타를 배출하려면 마음껏 뛰놀 운동장이 있어야 한다. 2002년 월드컵을 거치며 한국축구가 한 단계 도약했고, 달라진 환경을 기반으로 손흥민 같은 특급 선수가 나올 수 있었다. 미술계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작가들 실력이 세계에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기회와 환경이 주어지지 않았을 뿐이다. 개관전 ‘우보천리’ 때는 갤러리 이름을 알리기 위해 권순철, 서용선, 주태석 등 유명 작가들을 모셨지만, 이후엔 권영범, 이경 등 잠재력 있는 신진 작가 위주로 개인전을 기획하고 있다.” -전시를 함께할 작가를 선택하는 기준은 뭔가. “일단 작업실에 무조건 간다. 얼마나 치열하게 작업하는지 눈으로 직접 확인한다. 나는 작품을 수집하는 컬렉터이기 때문에 그림을 사는 사람의 심리를 잘 안다. 돈 많은 사람만 그림을 산다는 건 오해다. 월급쟁이들도 용돈을 아껴서 좋아하는 그림을 구입한다. 좋은 작가라면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작품을 우선적으로 내놓아야 하고, 미술 대중화를 위한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술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연세대 재학 때 일본 게이오대와 매년 교류전이 있었다. 한번은 게이오대 선수가 자기 집으로 초대해서 갔는데 다실에 조선 반닫이와 달항아리, 한국도예가들의 다완(차 사발)이 있는 걸 보고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그때부터 학교와 가까운 아현동의 고서화점이나 인사동의 화랑가를 쏘다녔다.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부터 2006년 독일월드컵까지 방송 해설위원으로 해외에 나갈 때마다 현지 미술관과 박물관 관람은 빼놓지 않았다. 외국 여행 가서도 꼭 그림 한 점씩은 사 왔다.”-처음 수집한 컬렉션과 특별한 사연이 있는 소장품을 소개해 달라. “박고석(1917~2002)의 설악산 울산바위, 쌍계사 그림 2점을 맨 처음 수집했다. 돈이 있다고 함부로 그림을 사지는 않는다. 좋아하는 작가에 대해 충분히 공부한 뒤 이력을 줄줄 외울 정도가 될 때 작품을 구입한다. 작품에 얽힌 인연도 소중하게 생각한다. 박영선(1910~1994)의 플루트 부는 여인 청동 조각상이 그런 사례다. 효창동 청파초등학교를 다닐 때 인근에 그분 아틀리에가 있었다. 당시 최고의 누드작가로 명성이 높았는데 호기심에 창 너머로 훔쳐보다 들켜서 혼나기도 했다. 2006년쯤 유작전에 갔다가 어릴 때 봤던 조각상을 발견했다. 작품을 팔지 않겠다는 유족을 간신히 설득해 손에 넣었다. 오디오룸에 놔두고 매일 보고 있다. 재작년에는 미국에 사는 박고석 선생의 아들이 우리 집에 와서 아버지 그림을 직접 보고 가기도 했다.” -가장 좋아하는 작가를 꼽는다면. “소정 변관식(1899~1976) 선생이다. 작품도 훌륭하지만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의 비리를 비판하는 등 기성 화단의 권위에 맞섰던 그분의 반골 기질을 좋아한다. 나도 ‘축구계 만년 야당’이라는 별명이 있지 않나. 권순철, 김종학, 박고석, 박영선, 오승윤 작가의 작품도 여러 점 갖고 있다. 남들은 ‘돈이 많아서 그런가 보다’ 여기겠지만, 외상으로 산 적도 많다. 아내에게 ‘0’ 단위를 하나 빼고 작품 구입 금액을 속이기도 했다. 어렵게 구입한 작품들이다 보니 지금까지 내다판 그림은 하나도 없다.” -‘신문선 미술관’ 설립에 대한 구상도 밝혔다. “인생의 마침표를 어떻게 찍을까 고민을 많이 한다. 나는 체육인이지만 체육도 문화의 한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축구를 하면서 해외를 자주 오갔기 때문에 한 나라 문화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잘 알고 있다. 죽고 나서도 문화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무언가를 남기고 싶다는 생각을 한 지 꽤 됐다. 갤러리가 첫 단추라면 궁극적 목표는 미술관이다. 지금 살고 있는 상수동 언덕 붉은 벽돌 집을 미술관으로 꾸밀 계획이다. 작지만 내실 있는 미술관을 만들어서 시민들이 편히 구경할 수 있게 하고 싶다.” -미술 외에도 바둑, 글쓰기, 차(茶), 음악 등 다양한 문화예술적 소양을 지니고 있다. 타고난 재능인가, 노력의 결과인가. “운동선수는 한 우물만 판다는 편견이 싫었다. 그리고 모든 스포츠는 어느 정도 폭력성이 내재해 있는데 그 에너지가 긍정적으로 분출되도록 스스로 관리해야 한다. 나는 바둑과 글쓰기, 차 마시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조절하고, 내면의 균형을 맞춰 왔다. 승부 때문에 스트레스받는 동료 축구인들에게 그래서 그림을 권한다. 운도 좋았다. 신문 칼럼 쓰고, 방송하면서 쌓은 인연과 내공이 큰 맥락에서 도움이 됐다.” -27세에 은퇴해 기업 홍보부장과 축구해설가, 축구행정가, 교수까지 여러 분야에서 일했다. 살면서 후회한 순간은 없나. “인생에 두 번의 터닝포인트가 있었다. 논문 쓰겠다고 20대 때 선수 그만둔 것과 2014년 성남FC 사장 임기를 연장하지 않고 학교로 돌아온 것이다. 둘 다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지만 후회는 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남이 하지 않은 걸 가장 먼저 해 왔다는 자부심이 있다. 최연소 해설위원을 하고, 처음으로 억대 연봉을 받았다. 하지만 내가 더이상 있을 곳이 아니라는 판단이 들면 미련 없이 돌아섰다. 바닥까지 내려가는 대신 20~30% 여력이 남았을 때 스스로 내려놓는 게 맞다고 본다.” -인생철학이나 삶의 지침이 있다면. “세상은 흔히 돈과 명예를 성공의 척도로 삼지만 나는 ‘하고 싶은 일을 하는가’, ‘정의롭게 사는가’가 기준이다. 만년 야당 소리 들어가며 축구계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것도 할 말은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다. 무엇보다 재밌게 즐기면서 사는 인생이 가장 행복한 듯싶다. 그러려면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 내가 갤러리를 연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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