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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자! 교통월드컵] 노인 교통사고 ‘세계 최악’

    연간 2000명을 웃도는 노인(61세 이상)들이 교통사고로 숨지고 있다.이는 OECD에 가입한 주요 선진국들의 6배에 달하는 수치다.특히 이들중 60%는 후진국 사고의 전형인 ‘보행중 사고’로 변을 당한다.월드컵 개최국으로서 부끄러운 일이다.노인들이 교통사고에 취약한 것은 위기상황에 대한 대응능력이 떨어지는데다 보행체계도 보행자보다는 차량위주로 돼 있기 때문이다.여기에 운전자들의 과속,난폭운전도사망사고를 부채질하고 있다. [교통사고로 숨진 할머니 이야기] 김복자(가명·충남 서산) 할머니는 오는 6월17일로 칠순을 맞는다.서울에서 살고 있는 김 할머니의 4남매는 지난해부터 공동으로 적금을 부어가며 칠순 잔치를 준비해 왔다. 그러나 잔치를 4개월 앞둔 지난 2월 김 할머니는 이웃집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가 교통사고로 숨을 거뒀다.잔치를준비해온 가족들에겐 ‘마른 하늘의 날벼락’과도 같았다. 김 할머니는 4차선 도로의 횡단보도를 거의 다 건넌 상태에서 과속 차량에 치여 그 자리에서 숨졌다.부딪힐 당시 신호등이 빨간불로바뀐 상태여서 이렇다할 보상도 받지 못했다. 김 할머니의 막내 아들 송현수(47·가명)씨는 “평소 관절염으로 고생해온 분이 제 시간에 횡단보도를 건너기엔 무리였고 사고시점이 해질 녘이어서 운전자 눈에도 잘 띄지 않았을 것”이라며 “파란불이 조금만 더 길었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날마다 6명의 노인이 교통사고로 숨져] 주위를 둘러보면김 할머니처럼 애꿎게 목숨을 잃는 노인이 한둘이 아니다.노인을 배려하지 않는 신호체계와 성급한 운전자들이 만들어낸 일종의 살인행위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의 25.3%인2043명의 할아버지·할머니들이 교통사고로 숨졌다.매일 5.6명의 노인이 교통사고로 변을 당하고 있는 셈이다. 유형별로는 보행중 사고가 1238명으로 전체 노인 사망자의 60.6%를 차지했다.차량이 보행자를 치어 숨지게 하는 사고는 ‘후진국형 교통사고의 전형’으로 꼽힌다.이유 여하를막론하고 보행자는 보호돼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보행중 교통사고로사망한 노인의 30% 정도가 횡단보도를 거의 다 건넌 상태에서 차량에 부딪힌 것으로 조사돼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이는 대부분의 신호체계가 노인들의 신체상태·보행속도 등을 고려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OECD 가입국 가운데 최악] 시민단체 ‘바른 운전자들의 모임’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들은 매년 노인 10만명당 70명 정도가 교통사고로 희생되고 있다. OECD가 지난 2000년 조사한 국제도로교통통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 10만명당 교통사고 희생자수는 67.9명으로 나타났다. OECD 가입국인 영국(8.5명)·노르웨이(10.4명)·독일(10.7명)·스웨덴(11.1명)·호주(12.7명) 등 주요 선진국들과는비교조차 할 수 없는 수치다. [원인 분석 및 대책 마련 시급] 해마다 2000명이 넘는 노인들이 교통사고로 숨지고 있는데도 정부는 물론이고 교통 관련 연구기관들조차 노인 교통사고에 대한 분석이나 대책에대해서는 무관심한 실정이다. 정부는 매년 교통사고 분석을 통해 연령별 교통사고 사망·부상자를 파악하고 있을 뿐 사고원인에 대한 정밀분석이나 대책 마련에는 소극적이다.교통 관련 연구기관들조차 노인 교통사고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대다수 연구기관이 노인 교통사고 관련 연구논문은 고사하고 이렇다할 보고서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다만 교통안전관리공단이 지난 96년노인 운전자들의 운전 특성에 대한 연구자료를 내놓은 정도다. ‘바른 운전자들의 모임’ 등 시민단체들은 “노인 교통사고의 심각성을 감안할 때 정부 차원의 계도와 개선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전광삼기자 hisam@ ■이용상 전북경찰청장 “교통사고는 어느 질병보다 무서운 재앙입니다.특히 노인층 교통사고 비중이 높아 운전자도 보행자도 모두 조심해야 합니다.” 이용상(李庸祥) 전북지방경찰청장은 “노인층 교통사고가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어 이를 예방하기 위해 특수시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전북도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사망자 612명 가운데 보행자가 235명이고 이중 84.3%인 198명이 60세 이상노인이었습니다.” 이 청장은 “농촌지역의 특성상 생활농업 관련 교통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고 이 가운데 노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높아 노인층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특별대책을 마련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서울경찰청 교통관리과장·안전과장,경찰청 교통심의관을역임한 교통전문가인 이 청장은 부임과 함께 노인층 교통사고의 문제점 파악에 들어갔다. 분석 결과 새벽에 교회를 가거나 운동을 나가다 참변을 당하는 노인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청장은 노인층 교통사고 예방은 경찰은 물론 사회 각계 각층이 동참해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보고 관내 종교지도자들에게 특별서신을 보냈다. 교통사고 발생을 줄이기 위해 경찰이 적극 앞장서겠으니교회나 사찰을 찾는 신자들에게 사고예방에 각별히 주의해줄 것을 당부해 달라는 것이었다.이와 함께 경찰서별로 교통안전교육 홍보반도 구성,운영하고 있다.도내 15개 경찰서 221개 지·파출소가 2643개 노인정을 찾아가 사랑방식 안전교육을 실시했다.야간 보행시에는 눈에 잘 띄는 밝은색옷을 입고무단횡단이나 차도 보행은 위험하니 절대로 하지 말도록 당부했다.횡단보도를 건널 때도 좌우를 꼭 살핀 뒤 건너도록 했다. 현장감 있는 교통사고 사진을 전시해 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마을별로 매일 아침·저녁에 홍보방송도하고 있다.홍보포스터 2700장을 부착하고 야광지팡이 1000개,야광어깨띠 800개를 노인정에 지급했다.최근에는 야광조끼 1000벌을 노인정에 전달했다. 경찰의 이같은 사고예방 활동은 노인들은 물론 가족들로부터도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 가운데 노인층이 차지하는 비중이 32.4%에 이르렀으나 올 들어서는 27.4%로 5% 줄었다.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거나 다치게 되면 한 가정이 파괴되고 그에 따른 사회적 손실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막대합니다.” 이 청장은 “교통사고 예방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없다.”면서 하나뿐인 귀중한 생명을 지키기 위해 모두가나서줄 것을 거듭 호소했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 ■노인들 보행 행태 “해마다 많은 노인들이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하는 것은 선진국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우리들에겐 창피한 일입니다.” 설재훈(薛載勳) 국무총리실 안전관리개선기획단 전문위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에 가입하고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개최한다고 해서 선진국에 들어갈 수 있는 게 아니다.”면서“후진국형 사회문제를 개선하려는 국민적 인식과 노력이뒷바침돼야만 진정한 선진국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설 전문위원은 각종 실험 결과를 인용,일반인들의 평균 보행거리는 초당 1.2m인데 비해 노인들은 0.8m에 불과하며,특히 관절염 등 보행에 지장을 주는 질병을 갖고 있는 경우는 일반인의 절반수준인 0.6m 이하로 떨어진다고 설명한다. 그는 “횡단보도 신호체계가 초당 0.8m 이상인 경우 제 시간에 횡단보도를 건너는 노인은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면서 “이에 따라 노인 교통사고의 70% 이상이 도로를 거의다 건넜을 때 일어난다.”고 분석했다. 설 전문위원은 노인들의 무단횡단이 많은 이유와 관련,대부분의 노인이 신체적 불편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몸이 불편하고 다리가 아프기 때문에 아무데서나 무단횡단하려는 게 노인들의 보행 특성 가운데 하나라는 것이다.또 노인들은 녹색신호가 켜진 뒤에도 한참 있다가 출발하는 것은 신호에 대한 반응과 운동능력이 약화됐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설 전문위원은 “노인 교통사고를 줄이려면 먼저 노인들의 심리와 보행습관 등을 이해해야 한다.”면서 “아울러 신호체계를 노인·장애인·어린이 등 취약한 보행자를 기준으로 설정하고,운전자들도 도로 위에서는 신호보다 이들의 움직임에 주의하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전광삼기자
  • 4남매 한 대학 “기쁨 두배”

    한 대학에 4남매가 함께 재학중이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들은 전북대 임은주(24·독어교육 4년),은정(22·건축도시공학 3년),은지(21·의예과 1년)자매와 막내 동균(20·생체정보공학부 1년)군. 올해 셋째 은지양이 재수 끝에 넷째인 동균군과 함께 합격해 전북대에 첫 4남매 학생이 탄생한 것이다.4남매가 대학을 함께 다니게 된데다 장학금까지 받게 돼 이들의 기쁨은 더욱 크다.전북대는 형제나 자매,남매 3명 이상이 동시에 대학을 다닐 경우 이중 1명에게 기성회비 면제와 2종 장학금을지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교 50여년 만에 처음으로 4남매 학생을 받은 전북대는 장학금을 2명까지 확대할 방침이었으나 관련 학칙 등의 변경이 어려워 잠정 유보했다. 특히 맏이인 은주양은 지난해 제1기 전북대 홍보 도우미로활동하면서 대학을 알리는데 크게 기여하는 등 학교 사랑이남달라 동생 세명 모두를 전북대로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학업성적이 상위권인 이들 남매는 우애도 두터워 점심을 같이 먹기도 하고 집안 일이나 학교생활의 고민을 서로 털어놓고 의논도 한다.또 운전면허증이 있는 막내 동균군이 아침등교길에 세 누나를 함께 태우고 등교해 교통비도 크게 절약하고 있다.아버지 임춘택(51·운수업·전주시 서신동)씨는“자식 모두를 같은 대학에 보내니 학비와 교통비를 다소 줄일 수 있는 이점이 있고 학교생활을 서로 상의하는 모습이특히 보기 좋다.”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
  • ‘자랑스런 서울 시민상’ 68명

    서울시의 올 하반기 ‘자랑스러운 시민상’에 ‘지역사회발전상’부문 정병용씨(54·광진구 능동) 등 68명이 영예의수상자로 선정됐다. 5개 부문으로 나눠 진행된 심사에서 정씨는 주유소일을 하면서도 15년동안 청소년 범죄자들을 대학생과 연결해 선도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650여명을 선도하고 불우청소년들에게장학금을 지급해온 점이 인정돼 수상자로 선정됐다. 또 100명이 넘는 불우청소년들에게 학비와 생활비를 지원하고 부모를 잃은 어린 4남매를 12년동안 친자식처럼 키워온권정숙씨(58·여·관악구 신림동)는 ‘시민화합상’을,지난65년부터 매일 출근시간에 신대방3거리에서 교통정리를 해온 민중호씨(63·동작구 상도동)는 ‘사회질서 확립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조모와 시아버지를 봉양하며 4대가 한 집에서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살도록 한 전순복씨(41·여·성동구 용답동)와 IMF사태로 생활고를 겪고 있는 세입자에게 월세를 받지 않은박경자씨(46·여·금천구 독산동) 등은 ‘미풍양속상’을 받게 됐으며 ‘근검절약상’ 수상자는 가족이 푼푼이모은 돈을 인근 중학교에 장학금으로 전달한 라승재씨(45·중랑구중화1동)에게 돌아갔다. 시상식은 17일 세종문화회관 소극장에서 열리며 수상자에게는 상금 100만원과 생명의나무 기념식수 증서가 부상으로 주어진다. 이동구기자 yidonggu@
  • [굄돌] 알찬 노년 보내는 시부모님

    처음 결혼을 한 후 시부모님을 어떻게 불러야 할 지 몰라여쭈어 본 적이 있다.그 때 시어머님께서는 당신의 이름인‘글로리아’라고,시아버님은 로버트의 약칭인 ‘밥’이라고 부르라 하셨다.그 후 나는 글로리아,밥과 친구처럼 서로모든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그 분들은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최선을 다하여 나를 도와 주신다. 뉴욕에서 처음 개인전을 할 때였다.시아버님께서 화랑 앞에 차를 세워두고 작품사진을 찍어 주셨다.그런데 밖에 나와 보니 교통순경이 시아버님 차를 끌고 가고 있어,택시를타고 시 주차장까지 찾아가 벌금을 내고 차를 찾아온 일이있었다.그런가하면 시어머님은 전시회가 있을 때마다 개막식 때 입을 옷을 사주시고 내가 전문화가로 활동하는 것을기뻐하신다. 시부모님은 노년기를 젊은 사람들 못지않게 활동적으로 보내신다.건축사업을 하다 은퇴하신 시아버님은 대학원에 입학해 평소에 관심있던 역사학을 공부하고 계신다.올 봄에대학원 졸업시험을 치시고,이번 5월에는 전과목 A학점으로졸업하게 된다.주말과 공휴일을제외하고는 날마다 아침이면 직업처럼 동네 길로 나가 달리기를 하신다.노년부 달리기 대회에 나가 1등을 하여 트로피를 타오셨고,여행을 하실때마다 사진을 찍어 동네 사진전에서 입선도 하셨다. 시어머님은 처녀시절 텔레비전 프로듀서를 하셨으나 결혼한 뒤 4남매를 키우느라 직장을 그만 두셨다.그 점을 아쉬워하시더니 자식들이 다 큰 뒤 변호사가 되고 싶었던 꿈을되찾아 중개자 코스를 공부하여 법정중개자가 되셨다.소송에 들어가기 전 쌍방이 합의를 볼 수 있게 해주는 게 그 임무다.법정중개자 자원봉사 활동을 열심히 하시더니 금년엔‘올해의 최고중개자’상까지 타시게 되었다.최근엔 정원사사범코스를 배우신 뒤 시민을 위한 정원 꾸미기 자원봉사를150시간이나 하셨다. 시부모님의 적극적인 삶의 자세는 귀중한 교훈을 준다.자연연령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마음의 젊음은 영원한 것이다. 곽수 서양화가
  • [공직자 에세이] 열린 마음으로/ 형님들의 가르침

    소지주이셨던 아버님은 평생 협동조합운동을 하셨다.집안살림보다는 지역주민들의 궂은 일을 도맡아 해결하였다.1950년대 농지개혁 때는 법이 정한 3정보를 제외하고는 소작인들에게 모두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5·16이 일어났을 쯤 시의원을 지낸 우리집 형편은 극도로 궁핍하였다.우리 7남매 외에 일찍 타계한 작은아버지 슬하의 4남매까지 맡아 그럭저럭 나머지 논밭마저 다 없어졌다. 막내는 어려서 잘 몰랐지만 우리 식구들의 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4형제중 아버님의 인품과 덕을 그대로 이어받은 큰형은 대학부속병원에서 전기기사를 하면서 어렵게공과대학을 다녔다. 영특하고 부지런한 둘째 형은 가정교사 등 고학생활로 서울대를 나와 대학조교로 학문의 길을 이어 갔다.셋째 형은 배고픔을 참기 어려워 7년 장기 해군하사관에 지원하여박봉 중에도 마산의 한 야간대학을 마쳤다. 당시 초등학교를 졸업한 막내는 2년 가까이 그냥 집에서놀 수밖에 없었다.큰형은 보다 못해 집에서 놀던 나를 야간 중학교에 편입시키고 낮에는 대학병원 사환살이를 하게 했다.늦게나마 중학생이 되었다는 기쁨 하나로 새벽에 출근해서 오후까지 8개의 병원 방을 청소하고 심부름하는 일이 조금도 힘들지 않았다.틈이 나면 배우지 못한 과목 공부를 하다가 가끔 꾀부린다는 핀잔도 받았다.그 덕분인지고등학교 장학생시험에서 1등을 해 학비면제를 받게 되어큰형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릴 수 있었다. 대학 진학을 앞두고 무조건 서울대 상대 경영학과를 목표로 하였다.서울 가서 스스로 숙식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당시 가장 커트라인이 높은 인기학과를 가야만 가정교사 자리라도 쉽게 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단순한 이유 하나 때문이었다.대학에 들어가서야 평생 읽고 싶은 책,경험하고싶었던 일 등 실컷 인생의 폭과 깊이를 쌓을 수 있었다.졸업하던 해에 행정고시에 합격,공직자의 길로 나서 오늘에이르렀다. 큰형은 지난 3월 단칸방에서 통신사업을 시작한 지 40년만에 3층짜리 사옥을 지으셨다.셋째 형은 사장이 되어 있다.둘째 형은 국민의 정부 농림부장관으로 농정개혁의 기본 틀을 완성한 다음 최장수 장관이란 기록을세우고 다시 교수직에 복귀,NGO 활동을 왕성히 하고 있다. 공직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 형들이 나에게 한권의 책을주었다.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이다.첫장 ‘부임(赴任)조’에 “임관이 되거든 재정을 낭비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로 시작하여 맨 끝장 ‘해관(解官)조’의 “벼슬이란바뀌는 법이다.바뀌더라도 놀라지 말고,잃더라도 안타까워하지 않아야 백성들이 존경할 것이다”라고 끝나는 ‘목민심서’는 평소 내 형들이 실천해 보인 가르침이기도 하다. 김성호 조달청장
  • 4월의 호국인물 임충식 장군

    전쟁기념관은 1일 ‘4월의 호국인물’로 임충식(任忠植)장군을 선정,발표했다. 22년 전남 해남에서 태어난 장군은 46년 6월 육사 1기로임관했으며,6·25 전쟁 당시 수도사단 18연대장을 맡아 의정부 전투에서부터 김포∼오류동 전투,진천∼청주 전투 등에 참전했다. 50년 8월 기계∼안강 전투에서 적의 주력을 포위,섬멸하고 낙동강 최후 방어선을 사수하는 데 공을 세웠다. 반격 작전 때는 신고산·원산 탈환,함흥·청진 진격 작전을 선봉에서 지휘했으며,51년초 전개된 적의 2월 대공세를 홍천∼유천리 지역에서 저지,중동부 전선의 요충지를 확보했다. 휴전 이후 군단장,합참의장 등 군 주요 직책을 지내며 군 전력증강에 헌신했다.국방장관과 7,8대 국회의원을 역임하고 72년 향년 52세로 세상을 떠났다.태극·을지·충무·화랑 무공훈장과 미국 은성훈장을 받았으며,유족으로는 부인 배인숙(73) 여사와 4남매가 있다. 노주석기자 joo@
  • 3차 이산상봉/””어머니 두달만 더 사셨다면 막내딸 소식 들으셨을텐데””

    “두달 전에 돌아가신 어머니가 이 소식을 들으셨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지난 69년 납북된 대한항공 여승무원 정경숙(鄭敬淑·55)씨가 살아있다는 소식을 들은 오빠 현수(賢洙·70)씨는 기쁨도잠시, 지난해 12월5일 노환으로 돌아가신 어머니 김금자(金錦子·당시 91세)씨를 떠올리며 다시 한번 눈물지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 사는 현수씨는 “어머니는 납북된 막내딸 만나기만을 기다리며 여든다섯살까지 25년 동안 하루도거르지 않고 새벽기도를 다니셨다”면서 “두달만 더 사셨으면 막내딸이 살아 있다는 소식을 들으셨을텐데…”라고 눈시울을 붉히며 말을 잇지 못했다. 경숙씨 가족은 해방 뒤 아버지가 소련군에 억류돼 6남매 가운데 현수씨 등 4명만 어머니와 함께 월남했다.이후 어머니김씨는 동대문시장에서 장사를 하며 4남매를 키웠다. 현수씨는 “경희처럼 경숙이도 납북 당일에 다른 사람 대신근무한 것”이라면서 “납북 한달 전 어머니 환갑 때 ‘오래오래 사시라’면서 어머니께 이불을 선물하며 활짝 웃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여동생에대한 그리움을 토해냈다. 경숙씨는 165㎝로 당시로서는 매우 큰 키였음에도 스스로정장을 지어 입을 정도로 손재주도 빼어났다.창덕여고 졸업뒤 연세대 도서관학과에 다니면서 장학금까지 받아 15년 손위 오빠를 기쁘게 하던 귀여운 여동생이었다.유난히도 활달하고 씩씩했지만 여승무원이 된 뒤에는 하루도 결근이 없을정도로 성실했다. 막내동생을 잊을 수 없었던 현수씨는 이미 몇 년 전에 이산가족 찾기 신청을 통일부와 대한적십자사에 냈지만 소식이없어 최근에는 거의 포기한 상태였다. 현수씨는 “그저 살아 있다는 사실이 고맙고 김책공과대 교수와 결혼도 해 잘 살고 있다니 마음이 놓인다”면서 “하루빨리 경숙이를 만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며 빛바랜 막내여동생의 사진을 어루만졌다. 전영우 최여경기자 anselmus@
  • 3차 이산상봉/ 이모저모

    남북한 3차 이산가족 교환방문단은 26일 서울과 평양에서반세기 만에 감격적인 혈육 상봉을 했다. 곱던 얼굴에 주름이 잡히고 검은 머리가 하얗게 세 반백이됐어도 이산가족들은 피붙이를 한눈에 알아보았다.헤어짐을강요당한 분단의 역사에 대한 원망과 만남의 기쁨이 뒤섞여눈물바다를 이뤘다. ■ 북측 방문단과 서울 표정. ■집단 상봉 “어머니,불효자식이 50년만에야 이렇게 인사를 드립니다”,“애비 노릇도 못한 이 못난 애비를 용서해다오” 오후 4시부터 2시간 20분 동안 진행된 단체상봉은 이산가족의 한을 한순간에 녹였다. 원산 경제대학 교수인 조원영(68)씨는 남측 어머니 김서운(87)씨가 “나이가 들었는데도 머리가 검구나”라며 머리를쓰다듬자 “하얀 머리로 오면 어머니 기분이 상할 것 같아일부러 젊게 하고 왔다”고 말해 한바탕 웃음꽃이 피었다. 남의 어머니 어문례(90)씨를 만난 북의 리승용(69)씨는 큰소리로 “엄마,나 건강하지”라며 ‘재롱’을 피며 반세기의간격을 좁히려 애를 썼다.김풍기(72)씨의 남측 가족들은 73년과 84년 각각사망한 아버지와 어머니의 영정을 놓고 대화를 나눠 주위를 숙연케 했다. ■기록에 애쓰는 이산가족 1,2차 상봉과 달리 남북 가족들은 가족 목소리와 상봉 순간을 담기 위해 녹음기와 캠코더,즉석 사진기까지 동원해 재회의 기쁨을 기록했다. ■휠체어 상봉 중풍과 병마도 반세기만의 만남을 막지 못했다.휠체어에 의지해 충남 부여에서 앰뷸런스를 타고 온 강항구(80·충남 부여)씨는 북의 동생 서구(69)씨를 만났다.중풍으로 말못하는 그는 준비한 꽃다발을 동생에게 힘겹게 건네며 눈시울을 적셨다.어머니 모기술(84)씨를 만난 북측 최경석(67)씨는 “어머니,저 만났으니 오늘부터 식사 많이 하시고 건강하세요”라며 동생들과 함께 휠체어에 탄 어머니 주위를 돌면서 북한 노래 ‘사향가’를 불러 기쁨을 대신했다. ■ 남측 방문단과 평양 표정. ■집단상봉 남측 이산가족은 오후 4시부터 숙소인 고려호텔에서 상봉을 시작했다. 최고령자인 이제배(94)씨는 북에 두고 온 아내 김복여(79)씨와 아들 창환(63),딸 명실(56),순옥(53)씨를 만나 “이제와서 미안하다”고 울먹였고 임재화(85)씨는 1·4후퇴 때 헤어진 큰딸 효선(62)씨 등 4남매를 만나 “다시는 헤어지지말자”며 끌어 안았다.치매 증세의 손사정(90)씨와 중풍을앓고 있는 이후성(84)씨 등 거동이 불편한 방북단 4명은 휠체어를 타고 그리운 가족들과 상봉했다. 51년 헤어진 남편 이기천(76·전남 나주)씨를 만난 림보비(71)씨는 “가만히 앉아서 찬찬히 뜯어보니까 남편인 줄 알아보겠다”며 한동안 남편 얼굴만을 바라보며 ‘잃어버린 세월찾기’에 여념이 없었다. ■환영 만찬 이날 저녁 평양 만수대 예술극장에서 열린 환영 만찬에선 남북 모두 민족의 동질성 회복을 강조했다. 장재언 위원장 등 북적 관계자들은 환담 도중 김영삼 전 대통령의 회고록과 관련,“남한에서 김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사람들이 있느냐”며 회고록을 둘러싼 남한 내부의 논란을적극 거론해 눈길을 끌었다. 평양 공동취재단·최여경 이송하기자 kid@
  • “살아있다니 이제 여한없어”

    “분명히 살아 있을 거라 믿었습니다.” 15일 밤 대한적십자사 직원으로부터 아내(79)와 두 아들(63,58),두 딸(56,53)이 살아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이제배(李悌培·93) 할아버지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함경남도 강천군 용전리가 고향인 이 할아버지는 1·4후퇴때 단신월남했다.미처 가족을 챙길 틈도 없이 급박한 상황에서 밤길을 달려 남행(南行)했던 지난날이 후회스럽고 죄스럽기도 했다.부산에 뿌리내려 살면서 자갈치시장에서 막노동과장사로 고단한 50년을 지내온 이 할아버지이건만 생전에 아내와 4남매를 만나 꼭 “미안하다”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 월남 후 지금의 아내(72)를 만나 2남1녀를 둔 이 할아버지는 “이제 여한이 없다”고 기뻐했다. “아쉽다면 아버지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건데,이제 생사를 확인했으니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는 이 할아버지는 오는 26일 평양에 가는 100명의 3차 이산가족 방문단에 끼었으면 한다고 마지막 소망을 얘기했다. 황성기기자 marry01@
  • 한국에 뿌리내린 화교3대의 ‘몸부림’

    세계화시대라지만 이민족에 대한 태도는 어디서든 배타적인 게 현실. KBS 2-TV가 5∼9일 오후8시45분 방송할 ‘인간극장화교3대,장씨네이야기’는 완고한 편견을 뚫고 한국땅에 뿌리를 내리기까지 화교3대가 겪었던 신산고난의 세월을 다뤘다. 화교 1세대인 장학맹씨가 고향땅을 등진건 45년.장제스(蔣介石) 휘하군인으로 국민당의 중국 철수 때 피난올 당시만 해도 이곳에 영영 붙박힐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향이 돌아갈 수 없는 땅이 되면서 눌러앉은 그는 한국전쟁부터 격동의 현대사까지 고스란히 추체험하며 한국사람이 다됐다. 3남1녀를 키워낸 밑천이 된 게 중국요리집.화교 특유의 잡초같은 경제력으로 큰‘성’ 하나보다 작은‘반점’ 두개를 열어 망할 때를 대비하는 ‘유비무환’ 전법으로 17년을 버텼다. 그렇게 키워낸 둘째,세째아들 경덕,경문.한국에서 나고 자라 연희동화교학교 동문이 된 2세대들이다.한국인과 똑같은 말을 쓰고 김치를먹건만 그들의 상실감은 출구가 없기만 하다.화교에 대한 무수한 가시적,비가시적 차별이 발목잡는 것.실제 경덕이네 4남매 제각각의 직업인 중화요리점 운영,한의사,약사,포장업은 화교들에 열려있는 가능성의 전부인 셈이다. 그래서 화교3세대들은 또한번의 역류를 꿈꾼다.죽으나사나 한국땅에동화되려 발버둥쳤던 아버지들과는 다르다.이들은 당당히 뿌리찾기에나서기도 한다. 경덕의 딸 혜영은 대만대학으로 진학한 대표적 사례. 하지만 한국과 타이완 어디에서도 온인간일 수 없는 아이들의 선택역시 반쪽티켓이긴 마찬가지.그 교육비를 마련하느라 등허리가 휘는건어김없이 2세대들이다. 날마다 한편씩 5부가 방영될 드라마는 1부 장씨네 터전인 종로구 청진동 중화요리집을 배경으로 2∼4부엔 1∼3대 이야기를 각각 한편씩담아낸다.5부는 그들만의 설풍속이다. 3년전만해도 6∼7만명에 달했던 화교인구는 근자에 2만여명으로 3분의1가까이 줄었다.세계에서 유례없이 ‘차이나타운’이 형성안된 나라,각종 법과 제도로 화교들의 상업적 끼가 발휘될수 없도록 옥죄는한국적 현실때문. 제작을 맡은 제3비전의 노흥석PD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민을 원하는인구가 유례없는 급증추세라는데 국경장벽이 무색해지는 현실에서 이민온 자들의 고달픔을 쓰다듬어주고 그들의 작은 목소리를 통해 역지사지를 해보고 싶었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손정숙기자 jssohn@
  • MBC 새 아침드라마‘내 마음의 보석상자’

    백화점 식당가에서 한식당을 하는 맹여사.어린시절부터 흠모해온 고향 오빠가 사별하자 전실 자식 둘을 마다않고 그와 결혼한다.소설가인 남편은 더없이 자상한 로맨티시스트,하지만 가장으로는 무능하다. 맹여사는 유독 전처소생 아들에게 헌신적인 사랑을 쏟으며 4남매를억척으로 키워낸다. 그녀의 친딸 수정은 이런 엄마가 지긋지긋하다.“절대로 엄마처럼 살지 않을거야”라며 증오와 복수심을 키우지만 운명처럼 다가온 남자는 애 딸린 이혼남.마음을 다잡고 도리질 쳐보지만 사랑을 막을 수가 없다. 5일 첫방송되는 MBC 새 아침드라마 ‘내 마음의 보석상자’(박지현극본·김정호 연출)에는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가족들이 등장한다.혼자서 외동딸을 애지중지 키운 미혼모 집안,이혼한 아들부자와함께 3대가 살고 있는 홀아비 집안 등등. 시청률을 의식해 너무 비정상적인 가족상만을 나열했다는 ‘혐의’에 대해 김정호PD는 “저마다 상처를 묻어둔 채 살아가는 다양한 가족의 모습을 통해 우리 시대에 진정한 사랑과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풀어나가겠다”고살짝 비켜 선다. 수정역의 정혜영은 이름은 낯설지만 비타민약 ‘레모나’CF로 눈에익은 얼굴이다.올해 28세라고는 믿어지지 않게 앳된 얼굴에 사슴같이 큰 눈망울이 매력포인트.그동안 해온 청순가련형과는 달리 당차고씩씩한 혜영을 소화하기 위해 허리까지 내려오던 생머리를 짧게 잘랐다고. 상대역에는 12살이나 연상인 띠동갑 홍학표가 캐스팅됐고 김영애(맹여사),임채무(소설가 남편),김영란(미혼모),김용건(홀아비) 등 중견탤런트도 대거 가세한다.특히 김영애는 KBS 저녁 일일드라마 ‘우리가 남인가요’에서 이기적이고 까탈스러운 성격으로 변모해 아침,저녁을 넘나들며 얼굴색을 바꿀 예정이다.자신의 본래 모습과 80%쯤 닮은 맹여사가 연기하기엔 한결 편하다는 게 그녀의 귀띔. 그동안 대부분의 아침드라마들이 불륜,삼각관계 등 뒤틀린 소재로 주부 시청 시간대를 도배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던 게 사실이다.‘이번에도 그렇고 그런 드라마겠지’하는 시청자들의 선입견을 깨고 ‘내 마음의 보석상자’가 가족속에 숨겨진 보석같은 사랑을 제대로 끄집어내 보여줄지 한번 기다려볼 일이다.아침 9시에 방송된다. 허윤주기자 rara@
  • 국감 패트롤/ 공정거래위

    1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국회 정무위의 이틀째 국정감사에서는여야 의원들이 삼성의 변칙증여와 부당내부거래,SK텔레콤-신세기이동통신의 기업결합,4개 정유사의 가격담합을 한 목소리로 질타했다.허태학(許泰鶴)삼성에버랜드사장,조정남(趙政男)SK텔레콤대표,김한경(金翰經)SK사장 등 재벌기업 경영진 10명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지난 96년 에버랜드가 발행한 100억원 규모의 사모전환사채를 재용(在鎔)씨 등 이건희(李健熙) 회장의 4남매가 저가에 매입한 사실이 논란이 됐다.민주당 김경재(金景梓)의원은 “지난 6월 장성환 유일반도체 사장이 시가 10만원인 신주인수권부사채를 2만원에 발행,배임혐의로 구속됐다”면서 “삼성계열사 경영진들도 배임죄로 구속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한나라당 이성헌(李性憲)의원은 “재용씨에게 삼성그룹을 승계토록 하기 위해 이 회장과 삼성그룹 비서실,계열사 임원 등이 통모(通謀)한 불법승계작전”이라고 가세했다. 정유사 가격담합도 난타당했다.민주당 박병석(朴炳錫)의원은 “정유사들은 지난 3년간 군납입찰 과정에서 가격을 담합했고,올해에만도이를 통해 입찰을 9차례나 유찰시켰다”며 정유사들의 부도덕성을 질타했다. 이에 대해 정유사 사장들은 “가격담합은 없었다”며 발뺌으로 일관하다 의원들의 집요한 추궁이 이어지자 “잘못됐다”고 사과했다. 민주당 조재환(趙在煥),한나라당 이성헌의원 등은 “통신업계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기업결합을 승인했다가 독점문제가 제기되자 시장점유율을 내년 6월까지 50% 미만으로 유지토록 조건부 시장명령을 내린 공정위의 조치는 졸속정책”이라고 이통통신업체간 기업결합을 비난했다. 진경호기자 jade@
  • 남북이산상봉/ 북녘 땅서 딸 만난 김장녀씨

    15일 평양 고려호텔에서 53년 만에 꿈에 그리던 북의 딸 이영월(李永月·56)씨를 만난 김장녀(金長女·79·경기 부천시 원미구 중동)씨는 오열로 터진 입을 다물 수 없었다.딸을 만난 기쁨도 잠시,아들을비롯해 황해도 수안군 외암리 일가붙이의 대부분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씨는 기억도 가물가물한 어머니 김씨가 친척들의 안부를 묻자 “작은 아버지,막내 외삼촌은 다 돌아가셨으며 오빠는 전쟁통에 죽었다”는 비보를 전할 수밖에 없었다.남과 북의 모녀는 다시 한번 끌어안고 목을 놓고 울어야 했다. 김씨가 고향인 외암리에 아들 영화(당시 7세),딸 영월씨(당시 3세)를 놓고 남으로 건너온 것은 해방 직후인 47년.농사를 짓던 김씨 부부는 남쪽이 살기는 낫다는 소식을 듣고 두 아이를 친척 집에 맡기고한달된 갓난 딸을 데리고 강원도 춘성군 사북면 지암리에 정착했다. 자리를 잡으면 두 아이를 데려 올 작정으로 틈틈이 편지도 주고 받았다.그러던 중 3년 뒤 6·25 전쟁이 터지면서 혈육의 왕래길은 완전히끊긴 것이다. 김씨는 남에서 4남매를 더 낳아 남과 북에 6남매를 둔 셈. 북의 형영화씨의 사망이 확인됨에 따라 사실상 이씨 집안의 장남이 된 영걸(永杰·44·회사원)씨는 “혹시나 했는데 결국 형과 친척들 대부분이돌아가셔서 뭐라 할 말이 없다”며 울먹였다. 고려호텔에 여장을 푼 김씨의 짐꾸러미에는 살아 있는 것으로 믿었던 큰 아들 영화씨와 며느리,그리고 손주들에게 줄 시계와 금반지 등선물이 가득 했으나 이제 고향의 선산 묘에 바칠 수밖에 없게 됐다. 황성기기자 marry01@
  • 반세기만에 띄우는 편지/ 서울 오는 형님께

    “그립고 그리운 형님,아버지께서는 기다리다 지쳐 지병을 얻어 33년전 세상을 뜨셨습니다…”.“형님,저는 50년 전 서울 왕십리에서 형님과 저와 자취하며 학교 다니던 그 때 6·25 한국동란으로 헤어져… (중략) …차제 상봉의 소식을 접하니 꿈인지 생시인지…”. 죽은줄만 알았던 형님에게 드리기 위해 50년만에 쓰는 동생의 편지 첫 머리는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알린다.그리고 당시를 회상하며 얼마나 많은 날들을 그리움에 보냈는지를 적어 분단의 아픔을 되새기게 한다. 권영택(權寧宅·70·서울 구로구 오류동)씨는 8일 낮 6남매의 큰 형 영규(權寧珪·75)씨가 오는 15일 서울로 오게 됐다는 전화에 연방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되풀이하며 감격을 억누르지 못하다가 갑자기 펜을 들어 형님께드리는 편지를 써 내려갔다. 지난 50년 당시 서울대생이었던 존경하는 형님에게 드리는 편지여서인지 한자를 섞어가며 한자 한자 또박 또박 써 내려갔다. “옛날 중학교 시험을 볼때 잘 모르는 수학문제,다정스럽게 알기쉽게 가르쳐 주셨고….” 어린 시절 다정했던 형님 생각이 뇌리를 스쳐가자 편지를 써내려 가던 영택씨는 “형님은 경북 김천고를 수석으로 졸업,지난 50년 당시 서울대 공과대토목공학과에 다니면서 왕십리에 자리잡은 백남공고 교사를 하던 수재였다”면서 “또 동생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지극한 장남이기도 했다”고 회상하며잠시 쓰던 펜을 놓고 흐르는 눈물을 훔친다. 이때 막내 동생 영길(寧吉·59)씨의 전화를 받고 감격에 겨운 듯 “그래,그래,응응”하며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영규씨는 “사람은 포부를 크게 가져야 하니 발전을 위해 진학하라”면서고향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큰댁이 있던 충북 옥천에서 초등학교 촉탁교사로 일하던 3남 영택씨를 서울로 불러 왕십리에서 함께 자취를 하며 국립 체신고교에 입학하도록 했다. 6·25가 끝난 뒤 둘째 형 영주(寧周)씨마저 행방불명되자 고향에서 서당 훈장을 하던 아버지 태정(泰晶·67년 작고)옹은 “그눔아가 있어야 집안을 다건질 긴데”하시며 지난 67년 돌아가실 때까지 형님 얘기를 하셨다. 영택씨는 편지를 쓰다가 “부모님과 둘째 형님은 돌아가셨지만 살아남은 4남매가 다시 만난다는 생각을 하니 꿈만 같다”면서 “모스크바와 동독에서유학까지 하고 김일성종합대와 함흥공대 교수를 지낸 자랑스런 형님을 집으로 모셔 좋아하셨던 음식을 대접하고 싶다”고 상봉의 순간을 그려보기도 했다. “형님께서는 동생들을 너무나도 사랑하셨습니다…(중략)…할 말씀 많으나펜이 떨려 무슨 말을 적을지 생각이 안 납니다.상봉할 때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사진 한 장 남아있지 않은 형님의 얼굴을 그리며 편지를 쓰던 영택씨는 “할 말은 많은데 흥분해서인지 손이 떨려 더 이상 못 쓰겠다”면서 또박또박적은 2장의 편지를 읽고 또 읽었다.그리고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우리집 대들보인 장남을 6·25가 데려가 버렸다고 늘 말해 왔습니다.형님을 만난다니이것이 생시 맞습니까.”라며 영택씨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전영우기자 ywchun@
  • 8·15 이산가족 교환방문 D-6/ 상봉 앞둔 이산가족 표정

    남북 이산가족 방문단 100명씩의 명단이 확정 발표된 8일 이산가족들은 앞으로 1주일이면 꿈에도 그리던 가족들을 만난다는 사실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아울러 가족회의를 열어 남북한 가족들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는 등 기대에 들뜬 하루를 보냈다. ●북한으로 갈 사람들 동생 김병선씨(57)를 만날 꿈에 부풀어 있는 병서씨(炳瑞·73·의정부시 목양동)는 “처음에 400명 안에 들어갔다고 했을 때만해도 최종 100명의 명단에 들어갈 줄은 상상도 못했다”면서 “고향 친구 20명으로부터 축하 전화를 받았다”고 기쁨을 감추지 몬했다. 그는 “수염에 고드름이 생길 정도로 추웠던 고향에 있을 동생과 조카에게두툼한 내의를 꼭 선물로 주고 싶다”며 들떠 있었다. 여동생 임복선씨(72) 등 4남매를 만나러 갈 황해도 신계군 타지면 석교리출신 덕선(德善·76·여·서울 송파구 신천동)씨는 “함께 방북을 신청했다가 최종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남편(이윤원·80)이 손을 꼭 잡으면서 ‘잘다녀오라’고 축하인사를 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북한가족을 만날 사람들 맏아들 안순환씨(65)를 애타게 기다리다 지난달 30일 위암으로 서울중앙병원에 입원한 이덕만(87·여·경기 하남시초일동)씨는 “아들을 데리고 이곳저곳 여행도 다녀야 하고 흰쌀밥도 지어줘야 하는데…”라면서 “하늘 땅 만큼 보고 싶은 내 아들,금쪽같은 내 아들을 위해서라도 지금부터 식사를 많이 해야겠다”고 눈시울을 붉혀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어머니 이씨를 간호하고 있는 작은 아들 민환씨(58)는 “아마도이번 상봉이 어머님 생전에 마지막 큰 선물이 될 것 같다”고 눈물을 쏟았다. 계관시인 오영재씨(64)를 만날 동생 형재씨(62·서울시립대전산통계학과 교수)는 “어머님은 생전에 ‘영재도 없는데 뭐가 좋다고 사진을 찍겠냐’며한사코 사진기 앞에 서지 않으셨다”면서 “5년만 더 사셨더라면 꿈에도 그리던 형과 사진도 찍었을 텐데”라고 안타까워했다. ●대한적십자사 서울 중구 남산동 적십자사는 아침 일찍부터 ‘명단이 몇시에 발표되는지’를 묻는 전화가 쇄도했다.‘정말 북에 있는 가족을 만날 수있는지’를 직접 확인하려는 방문객들로 북적였다. ‘이산가족찾기 신청접수처’ 자원봉사자 김혜영(金慧泳·19)양은 “북측방문자 명단이 방송으로 발표된 오후 1시부터 이산가족들의 문의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면서 “한 할아버지는 북에 있는 가족이 이번 방문자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소식을 듣고 그냥 말없이 전화를 끊기도 했다”고 말했다. 북에서 큰 형 김현석(金顯碩·65)씨가 내려온다는 소식을 듣고 적십자사를찾은 현기(顯機·61·서울 성북구 종암동),현광(顯光·47·서울 광진구 중곡동)씨 형제는 “8일 적십자사에서 나눠준 안내문에는 이번 상봉에 남측 가족을 5명으로 제한하고 있다”면서 “북에 계신 형님이 찾는 가족은 8명인데 5명 밖에 못 만난다고 하니 가족들끼리 회의를 해 3명을 추려낼 생각을 하니걱정”이라고 말했다. 송한수기자 onekor@. * 아산시 100세 趙媛鎬씨. “죽은 줄 알고 평생 가슴에 묻고 살아온 둘째 아들이 살아 돌아온다는데막상 어머니는 이를 모르고 계십니다” 이번 광복절에 상봉이 이뤄지는 이산가족 가운데 남한의 최고령인 충남 아산시 탕정면 명암리 조원호(趙媛鎬·100·여)씨.할머니의 셋째 아들 이종덕(李種德·63)씨는 치매에 걸려 북한의 둘째 아들을 만나는 줄 모르는 어머니를 안타까워했다. 남으로 어머니를 찾아오게 될 둘째 아들 종필씨(69)가 실종된 것은 한국전쟁 때.고향인 명암리를 떠나 대전시 중구 대흥동 4촌누나 집에서 학교를 다니던 종필씨가 6·25가 터지자 갑자기 실종됐다.그는 당시 대전중학교 3학년에 재학중이었다.비슷한 시기에 큰아들 종우씨도 실종됐다.온천국민학교 교사로 결혼해 남매를 둔 아들이었다.두 아들 모두 북한의 의용군으로 끌려 간 듯했다.읍사무소에 다니는 남편과 4남2녀의 자녀를 둔 조씨에게는 청천벽력이었다. 단란했던 가정이 풍비박산되자 아버지는 매일같이 술로 화를 풀었고 57년결국 지병을 얻어 세상을 등졌다. 종덕씨는 “아들들이 실종된 후 어머니는 실종된 자식들 얘기를 한번도 안꺼냈다”며 “그 속이 얼마나 새까맣게 타셨겠느냐”고 눈물을 떨궜다. 조씨는 넉넉한 살림은 아니어도 자녀들과 도란도란 살았던 옛추억 속에서살고싶다는 듯 20년 전 치매에 걸려 기억을 모두 지웠다. 종덕씨는 “선물로 한복 등을 준비했다”며 “어머니가 아직도 소식이 없는 큰 형도 만나고 병도 고쳐 평생 소원처럼 한집에 사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산 이천열기자 sky@
  • 北에서 오는 이산가족 맞을 남쪽가족들

    북측이 이산가족 100명의 명단을 통보하기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남쪽의이산가족들은 선물을 준비하는 등 상봉의 기대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미수(米壽;88세)의 어머니는 날마다 집안 청소를 하며 환갑을 넘긴 딸과의 만남을 머리 속에 그리고 있다. 지난 50년 고향 충남 청양에서 인민군에 징집돼 헤어진 형님 리상두씨(68)를 기다리는 이상기(李相起·60·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씨의 2남1녀 형제들은 요즘 매일 전화를 주고 받는다.이씨는 “지난 일요일에는 형제들이 모여 의논한 끝에 형님과 형수님께 한복을 마련해 드리기로 했다”면서 “충남 천안에 사는 누님은 ‘마을 사람들을 모두 불러 잔치를 열겠다’며 즐거워하고 있다”고 전했다.이씨는 “자식과 조카,손자손녀를 합해 80명이 넘는식구들이 일사불란하게 형님을 맞을 준비에 여념이 없다”고 흐뭇해 했다. ‘북한의 여성 예술인 제1호’인 현대무용가 김옥배씨(68·여)와의 상봉을기다리는 여동생 숙배(金淑培·64·여·경기도 분당 서현동)씨는 “어머니도 살아 계시고 형제들도 있으니까 100명 안에 꼭 들 것으로 확신한다”면서“동네 최고 미인이었던 언니에게 줄 금목걸이를 마련했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김씨는 “88세 되신 어머니는 언니를 집으로 데려와 당신 손으로따뜻한 밥 한술 지어주시는 것이 소원”이라면서 “어머니가 날마다 집안을손수 청소하며 언니를 기다리신다”고 말했다. 전영찬(全永燦·55·서울 성북구 장위1동)씨도 가족과 함께 영화배우 형님전덕찬씨(72)를 맞을 준비에 바쁘기는 마찬가지다.전씨는 “얼마 전 4남매와 가족들이 모였을 때 큰 형수가 북에 계시는 형님이 꿈에 나타나 ‘이번에는 만나러 가겠수다’라고 했다고 말해 온 식구가 웃음꽃을 터뜨렸다”면서 “미술을 전공하는 막내딸은 큰아버지 초상화를 그려드리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고 즐거워했다. 4남2녀 가운데 둘째 오빠 리종필씨(69)를 맞을 누이동생 이종완(李種婉·66·여·충남 아산시 건곡동)씨는 “신문과 TV 뉴스를 보면서 초조하게 발표만 기다리고 있다”면서 “100살 드신 어머니는 ‘북에 살아있는 둘째 아들이내려온다’고 종이에 써서 보여드려도 이해하지 못하시는 것같아 마음이 아프다”고 눈시울을 붉혔다.이씨는 “어머님을 모시고 4남매가 모두 고향 충남 아산에서 잔치도 벌이고 고향땅에 모신 아버님 묘소에도 찾아가겠다”고말했다. 전영우기자 ywchun@
  • 영국 한가족 팝밴드 ‘더 코어스’ 3집 앨범 선봬

    아일랜드 출신의 일가족 팝밴드 ‘더 코어스’가 팝음악시장의 본원이라 할수 있는 미국 공략에 나섰다. 기타와 키보드를 맡고 있는 오빠 짐과 바이올린을 다루는 샤론,드럼과 피아노의 캐롤라인,막내로서 리드보컬과 틴휘슬을 연주하는 안드레아 3명의 누이동생,이렇게 4남매로 구성된 코어스는 데뷔앨범인 ‘포기븐,낫 포가튼’을 1,400만장 판매한 놀라운 기록의 보유자.이어 발표한 2집 ‘토크 온 코너스’는 영국에서만 270만장이 팔렸고 이 앨범의 인기로 말미암아 1집 판매고까지치솟아 UK차트 1·2위를 차지하는 진기록까지 남겼다. 하지만 이같은 성공은 영국에만 한정됐던 것.그래서 이들은 3집 ‘인 블루’에서 데뷔앨범부터 지녀왔던 아이리쉬 색채를 과감히 벗어던지기로 했다.전작들이 미국 본토에서 녹음됐지만 오히려 고국의 냄새를 진하게 풍겼던 것에 비하면 이번 앨범은 영국에서 작업했지만 오히려 미국시장을 고려한 음악적색채가 도드라진다. 지난 11일자 UK차트는 첫 싱글커트된 ‘브레드레스’를 1위로 발표할 정도로 코어스의 인기는 하늘을찌를 듯하다. 이번 앨범은 록과 R&B,팝,댄스에 레게를 다종다양하게 비벼내려는 흔적이 역력하다.그렇다고 아일랜드 특유의 색채가 완전히 사라진 것도 아니고 이들의 트레이드 마크라 할 수 있는,세자매의 아름다운 코러스 하모니가 사라진 것도 아니다. ‘브레드레스’는 세자매의 하모니가 산뜻하기 그지 없고 감상적인 포크록의 느낌이 짙은 ‘기브 미 어 리즌’,발라드 ‘올 더 러브 인 더 월드’와 지난해 발표한 ‘언-플러그드’ 앨범에도 수록된 ‘라디오’를 스튜디오에서새로 녹음한 것도 돋보인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보기에 따라서는 어정쩡한 것처럼 비치는 음악적 색채를 국내 팬들은 어떻게 받아들일 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임병선기자
  • 남북 정상회담/ 적막한 판문점에 고향 꿈 심어

    “이 길로 내 고향 영변까지 내달렸으면 좋으련만,그리고 돌아올 때는 약산에 흐드러진 진달래꽃을 한아름 꺾어 안고 오고 싶어.” 11일 판문점을 견학하기 위해 자유로를 달리는 버스안의 평안남도부녀회 회원 71명은 고향이라도 가는 듯 들떠있었다.고향이 있어도 가보지 못하고 어느덧 할머니가 돼버린 이들에게 전날의 남북정상회담 소식은 수없이 꿈속에서 소리쳐 본 통일의 메아리로 들린다. 할머니들은 버스 안에서 ‘고향의 봄’‘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소리 높여불렀다.모란봉,진남포의 금제련소,흥남 부두,광량만의 질 좋은 소금,평양한복판에 우뚝 섰던 화신백화점….할머니들의 고향 얘기는 그칠 줄 몰랐다. 그러나 버스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으로 들어서자 할머니들의 표정은 이내굳어졌다.철책선과 적막을 깨는 북한의 선전방송은 할머니들의 가슴을 얼음장으로 만들었다. 남쪽 자유의 집과 마주 보고 있는 북쪽 통일각,대성동 마을에서 펄럭이는태극기와 기정동 선전마을에 높게 게양된 인공기,판문점 회담장 건물 사이를가로지른 노트북 컴퓨터두께의 콘크리트판을 사이에 두고 얼어 붙은 듯 서있는 남과 북의 병사 등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은 분단의 현실을 대변한다. 판문점 견학 코스에서 가장 높은 곳인 제3초소. 북쪽에서 불어오는 세찬 바람에 김경옥(金景玉·65)씨의 흰 머리카락이 휘날렸다.“아버지는 숨을 거둘 때도 ‘네 고향은 강동이다.평양에서 50리 떨어진 강동이란다’라며 차마 눈을 감지 못하셨어요.이 바람이 강동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아닐는지요.”김씨는 충혈된 눈으로 돌아오지 않는 다리 너머북쪽 마을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할머니들은 희망을 접지 않았다. 군사회담장의 테이블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전화선을 만지작거리던 송경복(宋敬福·72)부녀회장은 “이까짓 전화선 하나를 못넘고 죽을 순 없지.정상회담에서 아무래도 큰 선물이 나올 것 같아”라며 활짝 웃었다. 4남매를 모두 실향민 집안과 결혼시킨 평남 성천 출신의 오보길(吳寶吉·70)할머니는 1·4후퇴 때 흥남에서 내려온 안사돈 최금순(崔金順·65)씨와 두딸,두 며느리를 모두 데리고 판문점에 왔다. 오씨가옆자리에 앉은 최씨에게 “사돈의 칠순 잔치는 흥남에서 해야지요”라고 말하자 최씨는 “제 칠순은 서울에서 지낼지 몰라도 사돈의 팔순 잔치는 꼭 성천에서 하게 될 겁니다”라며 오씨의 손을 꼭 잡았다. 3시간의 짧은 견학을 마친 할머니들을 태운 관광버스는 북녘 땅에서 자꾸멀어졌다.하지만 할머니들의 마음은 통일이 돼 고향을 달리고 있었다. 이창구기자 window2@
  • 톡톡 튀는 4남매 유머러스한 일상 MBC ‘가문의 영광’

    ‘SBS만큼만’.MBC가 오는 14일부터 새로 시작하는 일일시트콤 ‘가문의 영광’(월∼금 저녁7시5분)제작진이 노리는 성공의 최대치다. 이 드라마는 청춘시트콤을 표방했던 ‘남자셋 여자셋’ ‘점프’의 후속물. 이번에는 출연진의 나이를 다양화하고 인물의 개성을 뚜렷하게 부각시켜 큰줄거리 없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다양한 사건들을 통해 웃음을 가족 시청자에게 안길 계획이다. 그러나 이 드라마에는 SBS ‘순풍 산부인과’처럼 오지명과 선유용녀 같은중견 탤런트는 찾아볼 수없다.한 가족이 모여 시청하기에는 무리가 따르는시간대를 택한 것도 ‘점프’의 고정 시청자를 잃지 않겠다는 집착과 연결된다.‘순풍’이 집단창작을 내세우는 것과 달리 이 시트콤은 한 작가가 1주일에 1편을 집필함으로써 완성도를 높인다는 복안이다. 최영근 PD는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안겨줄 수 있으면 최고겠지만 시트콤은 무엇보다 재미가 우선인 장르”라며 LA에서 PD특파원을 3년 가까이 지낸 경험을 살려 “‘순풍’으로 대변되는 한국 시트콤 장르의 변화를 꾀하겠다”고각오가 대단하다.21세부터 30세까지의 4남매가 기둥인물.직업군도 다양하다.순정만화가부터 요리연구가,만화잡지 기자 등등.MBC 주말극 ‘남의 속도모르고’에 출연중인 신애라가 서른 살의 만화가인 큰딸로 나온다.둘째는 오랜만에 드라마에 얼굴을 내미는 박소현.집안의 살림꾼으로 호기심이 많아 퓨전요리 연구에 열중한다. 셋째 딸로 나오는 김영미는 MBC 드라마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에서 악바리 여고생역으로 주목받았던 인물.남의 속 긁는 이야기를 잘해 ‘염장부인’이란 별명이 붙은 바람둥이 여대생을 연기한다.유일하게 ‘점프’에서 살아남은 고수가 누나들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애늙은이 막내역을 맡았다. 이들외에 한의사가 되기 위해 만학에 열중인 외삼촌 변우민,작곡가겸 가수윤상이 신애라를 들볶는 만화잡지 기자로,그룹 룰라 멤버인 고영욱이 막내의 선배로 출연해 눈길을 끈다.제작진은 시청자 반응에 따라 등장인물의 성격과 비중을 자연스럽게 조정하겠다고 짐짓 느긋해한다. 전경하기자 lark3@
  • 대법 ‘황혼이혼’ 첫 불허

    “남편이 가부장적 권위를 앞세워 부인을 핍박하고 이유없이 부인의 불륜을 의심한 것은 인정되지만 혼인 당시의 가치기준과 남녀관계를 종합해볼 때이를 이혼사유로 인정할 수 없다” 70대 할머니가 80세가 넘은 남편을 상대로 낸 황혼이혼 소송에 대해 대법원이 “이혼을 불허한다”는 첫 확정판결을 내렸다.최근 급격히 늘고 있는 황혼이혼으로 인한 가족 해체 현상에 법원이 제동을 건 것으로 해석된다. 중학교 교사 출신인 A할머니(76)는 지난 46년 남편 B씨(84)를 중매로 만나결혼,4남매를 뒀다.그러나 남편은 결혼초부터 경제권을 쥐고 할머니에게는생계를 겨우 유지할 정도의 생활비만 줬고,할머니는 하숙을 하거나 손수레보관소 등을 운영해 어렵게 살림을 꾸려나갔다.남편은 또 할머니의 교사생활도 그만두게 했고 나이가 들면서는 의처증과 치매증세까지 보여 할머니를 괴롭게 했다. 참다못한 할머니는 지난 97년 5,300만원을 들고 큰딸 집으로 가출했다가 남편으로부터 절도혐의로 고소까지 당했다.결국 할머니는 남편이 ‘망상장애’라는 병원소견서를첨부,이혼소송을 냈고 지난해 6월 법원으로부터 “남편은할머니에게 위자료 등으로 7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아냈다. 그러나 남편은 이에 불복,항소했고 2심 재판부는 “남편이 부당대우를 한사실은 인정되지만 혼인당시의 가치기준 등을 감안할 때 이혼사유로 볼 수는 없다”면서 “오히려 할머니는 정신장애 증상을 보이는 남편을 돌볼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할머니는 이에 불복,상고했지만 대법원은 8일 “이유없다”며 기각했다. 그러나 여성단체들은 이번 판결에 대해 ‘법원이 가부장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여성의 행복추구권을 박탈했다’며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록기자myzod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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