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언내언] 흡연損賠訴
오래 된 일을 표현할 때 우리는 흔히‘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이라고 비유한다.그러나 문헌상으로 담배가 우리나라에 전래된 것은 임진왜란때 일본으로부터이며 빠른 속도로 민간에 널리 퍼져 최고의 기호품으로 자리잡게 된 것.‘하멜표류기’에‘조선인들 중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이 극히 드물다’는 기록이 나올 정도였다.
조선시대때는 담뱃대의 길이가 신분 차이를 나타내 길이가 긴 장죽은 양반층이,짧은 곰방대는 평민이 사용했다.장죽이 양반 담뱃대가 된 것은 담배통에 혼자 불을 붙일 수 없어 하인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한다.담배 판매는일제하인 1921년 수입증대를 위한 전매사업으로 자리를 굳혔다.해방과 더불어‘승리’라는 담배가 나오면서 드디어 담배의 일반상품화가 이루어졌고,한국전때는‘파랑새’가 서민들의 고단한 삶을 달래주었으며,경제발전기에는‘새마을’이 산업현장 근로자들의 땀을 씻어주었다.
‘연간 생산량 1,000억 개비,매출액 4조7,000억원,15세 이상 남성 흡연율세계 1위,흡연 관련 사망자 연간 3만5,000명,흡연으로 인한 직·간접적 경제손실 연간 6조원’.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된 한국의 흡연실태와 피해의현주소이다.우리나라 15세 이상 흡연인구는 68.2%로 미국 28%의 2배가 넘는다.남고생 흡연율도 35%로 미국(18%),일본(22%) 학생에 배해 훨씬 높다.한국인들의 흡연위험 수준은 지금 적색경보 상태다.
최근 폐암 말기 환자인 56세의 한 외항선원이 지난 36년간 하루 두갑 정도의 담배를 장기 흡연한 것이 폐암을 유발했다며 국내 처음으로 한국담배인삼공사와 국가를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 관심을 끌고 있다.흡연피해에 대한 배상책임은 미국에서 일부 인정됐고 일본에서는 공익 차원의소송이 계류중이지만 국내에서는 처음이어서 재판결과가 주목된다. 그는 소장에서 ‘담배인삼공사는 지난 89년까지 담배의 유해성을 알리는 구체적인 경고문구를 표시하지 않아 소비자에 대한 위험성 고지 및 설명의무를 위반했다’며 ‘특히 국가는 재정수입을 위해 담배 판매를 장려,촉진해왔다’고 덧붙였다.
이번 소송은 흡연피해 보상이라는 상징적 의미 외에도 지금까지 국내 흡연자 보호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던 공사측이 흡연자 보호에 적극 나서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정부는 한국담배인삼공사의 민영화를 서둘러 국가가국민건강을 담보로 수입을 올린다는 비난을 받지 말아야 한다.이밖에 공사측은 국민건강증진을 위한 기금을 마련해 흡연자 피해보상뿐만 아니라 간접 흡연피해자에 대한 권익도 보장해야 할 것이다./이기백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