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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진국은 감소하는데… 한국 가계부채 매년 8% 급증

    선진국은 감소하는데… 한국 가계부채 매년 8% 급증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들이 가계부채 축소에 나서는 동안 한국만 나 홀로 매년 8% 넘게 꾸준히 가계부채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와 금리 인하 효과로 가계부채가 급팽창할 기미마저 보이고 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집계한 국내 가계부채(가계신용) 잔액은 2008년 723조 5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1021조 4000억원으로 매년 평균 8.7%씩 증가했다. 이 기간 동안 대다수 선진국은 가계부채 증가율이 낮아지거나 오히려 감소했다. 2008년 말 13조 8000억 달러였던 미국의 가계부채는 금융위기 이후 매년 0.7% 줄어 지난해 말 13조 3000억 달러로 감소했다. 일본도 325조 4000억엔에서 311조 1000억엔으로 매년 1.1%씩 줄었다. 임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선진국들은 기존 가계대출이 파산과 청산으로 줄었지만 한국은 금융위기 이후 계속 늘어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최근 정부가 경제활성화를 위해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완화하고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가계부채 급증에 대한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국민·우리·신한·하나·농협·기업·외환 등 7개 주요 은행 주택대출 잔액은 7월 말 297조 7000억원에서 지난 28일 301조 5000억원으로 늘었다. 한 달 만에 3조 8000억원(1.3%)이 증가한 것으로 연간으로 환산하면 15.6%에 달한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뉴스 분석] 올해 빚 480兆… 나라살림 ‘큰 그림’이 없다

    [뉴스 분석] 올해 빚 480兆… 나라살림 ‘큰 그림’이 없다

    정부가 17조원 안팎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공식화하고 ‘4·1 부동산 대책’으로 양도소득세 등 각종 세금을 깎아주기로 함에 따라 나라살림이 더 흔들리게 됐다. 8분기 연속 0%대(전기 대비) 성장 늪에 빠질 위험한 형국이라 나라 곳간을 축내서라도 경기를 살리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국가재정에 관한 새 정부의 ‘큰 밑그림’이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추경 재원은 대부분 국채로 조달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쓰고 남은 돈(세계잉여금)이 3000억원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국채를 발행하게 되면 올해 나랏빚은 480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지난해 9월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수립할 당시 재정부가 제시한 올해 국가채무 규모는 464조 8000억원이었다. 올해 국내총생산(GDP)도 지난해 9월 전망치였던 1326조 9000억원에서 1301조 7000억원으로 25조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성장 전망치가 4.0%에서 2.3%로 거의 반 토막이 났기 때문이다. 빚은 늘고 GDP는 줄다 보니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기존 전망치 33.2%에서 36.9%로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나라살림 건전성을 재는 척도인 관리재정수지(재정수입-재정지출) 적자 규모는 당초 예상했던 4조 8000억원에서 20조원 수준으로 불게 된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중이 0.3%에서 1.5%로 오르는 셈이다. 통상 이 비중이 ±0.3%이면 ‘균형재정’으로 본다. 현재로서는 올해 균형재정은커녕 지난해(-1.1%)보다 적자가 더 악화될 공산이 커졌다. 추경호 재정부 1차관은 “법인세 인상 등으로 추경 재원을 마련하자는 야권 등의 주장은 경기를 오히려 더 위축시킬 수 있다”면서 “재정을 투입한 뒤 (경기를 살려) 세금으로 다시 걷는 것은 재정건전성을 확충하는 또 다른 방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새 경제팀이 ‘한국판 재정절벽’ 등을 경고할 뿐, 장기적인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는 “경기 부양을 위해 일정 정도의 국가채무 증가는 감내해야 하지만 체계적인 관리는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정부가 중장기 재정 계획 등을 통해 언제부터 어떻게 흑자 재정으로 돌리겠다는 등의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일자리 창출 능력이 떨어지는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 해결에 추경 예산을 집행, 경기를 효과적으로 되살린다면 앞으로 재정건전성 확충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SNS 타고 번져가는 청소년 저작권 침해

    청소년 저작권 침해사범이 2010년 확 줄었다가 최근 다시 증가 추세로 돌아섰다. 주된 원인으로 큰 폭으로 증가한 청소년의 스마트폰 소지와 청소년의 60% 정도가 계정을 가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지목되고 있다. 대검찰청이 지난해 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청소년 저작권법 위반 건수는 3614건으로 2009년 2만 2533건에서 83.9%(1만 8919건)나 획기적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위반사례는 2011년 4578건으로 전년 대비 26.7%, 2012년 6074건으로 32.7% 증가하는 등 슬금슬금 늘어나고 있다. 최근 6개월간 가장 많이 이용한 불법 콘텐츠는 음악(48.7%)이었다. 사진(19.7%), 영화와 드라마(13.8%), 게임(6.1%), 소설과 교재(4.1%), 만화와 캐릭터(4.0%), 컴퓨터 프로그램(3.6%) 등이 뒤를 이었다. 저작권 침해 추세는 한국저작권위원회가 조사한 정품 콘텐츠 구매 현황에서도 잘 나타난다. 저작권 체험교실에 참가한 청소년 699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12년 정품 음악 콘텐츠를 구매한 비율이 48.5%로 2010년의 61.9%에 비해 13.4% 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에 게임은 0.9% 포인트 떨어진 4.8%, 만화와 캐릭터는 1.3% 포인트 떨어진 2.6%로 나타났다. 다만 영화와 드라마는 0.5% 포인트 늘어난 9.4%로 나타났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 침해가 다시 증가하는 이유로 청소년의 스마트폰 보유율과 SNS를 꼽는다. 2010년 5.8%에 불과했던 스마트폰 보유율은 2011년 36.2%로 6배가 늘었고, 전체 청소년의 59.7%(남 49.1%, 여 71.1%)가 SNS계정을 소유하고 있다. 저작권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현재 초·중·고 청소년의 저작권 의식지수는 71.7%로 일반인의 78.6%보다 조금 낮은 상황”이라면서 “청소년들은 자신의 저작권을 침해하면 법적인 대응(51.5%)을 포함해 경고(28.8%)하겠다는 답변을 80.3%까지 하고 있어, 이런 수준으로 저작권에 대한 인식을 제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위원회는 “한국은 미국이 지적재산권 분야에 적용하는 통상법 조항인 스페셜 301조 감시대상국에서 2009년부터 4년 연속 제외된 상태로 지적재산권에 대한 보호를 잘하고 있다”면서 “한류가 중국,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에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류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청소년들에게 저작권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저작권위원회는 매년 48억원의 예산을 들여 청소년들을 위한 저작권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문소영 기자 symun@seoul.co.kr
  • ‘애플 완패’ 삼성 수뇌부 긴급회의 대응책 보니

    ‘애플 완패’ 삼성 수뇌부 긴급회의 대응책 보니

    “미국에서 열리는 재판이고 애플에 대한 미국 소비자들의 선호도 절대적이어서 우리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렇게 일방적으로 패할 줄은 몰랐어요.”(삼성전자의 한 임원) 26일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부회장과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 등 삼성 수뇌부는 일요일임에도 긴장한 표정으로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 출근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새너제이 소재 캘리포니아 연방북부지방법원 배심원 평결에 대한 대응책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었다. 삼성전자 측은 “(이번 평결이) 미국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줄이고 혁신을 감소시키게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자국의 유일한 경쟁력 있는 제조업체 애플을 지키기 위해 미국이 노골적으로 팔을 걷어붙이면서 ‘자국 이기주의가 정보기술(IT) 분야에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삼성은 이번 재판 담당인 루시 고 판사의 최종 판결을 본 뒤 항소할 계획이다. 갤럭시S3 등은 애플과의 분쟁 소지가 없게 설계한 만큼, 소송에 휘말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오는 31일 일본 도쿄 법원에서도 애플과의 스마트폰 특허소송 등 전 세계 9개국에서 진행 중인 30여개 특허소송에 주력, 승리를 통해 반전을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양사 간 특허소송 1심 평결에서 배심원들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대부분이 애플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디자인과 트레이드 드레스(상품의 외관 혹은 느낌을 포괄하는 지적재산권 보호장치) 등 특허를 침해한 것으로 보고 10억 4934만 3540달러(약 1조 1910억원)를 배상하라고 평결했다. 최근 미국에서 벌어진 소송 가운데 배상액 규모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큰 액수다. 이들은 애플이 제기한 사용자인터페이스(UI) 기술 모두와 디자인 특허에 대해서 ‘삼성이 대부분을 침해했다.’고 결론 냈다. 하지만 삼성이 주장한 통신특허에 대해서는 ‘애플이 아무것도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앞서 한국에서는 물론 영국과 독일, 네덜란드에서의 판결과도 상반되는 것이다. 애플의 디자인 특허는 ‘모서리가 둥근 직사각형 모양이며 두께가 얇고 앞면이 평평하다.’ 정도의 개념만을 담고 있다. 앞으로 미국 법정에서 이를 엄격하게 적용하면 애플 이외의 기업들은 누구도 더 이상 터치화면을 구성요소로 하는 스마트폰을 만들 수 없게 된다. 애플은 이번 평결에 따라 곧바로 특허를 침해한 것으로 인정된 삼성전자 모바일 기기를 대상으로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에 나설 예정이다. 이번 평결을 근거로 삼성전자 이외에 다른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에 대해서도 전방위적 특허소송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번 소송 결과를 두고 ‘슈퍼 301조의 변형’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애플의 경쟁업체들이 불공정 행위를 했다고 판단되면 대상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 보복을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기 때문이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씨줄날줄] 10배 보복/주병철 논설위원

    보복(報復)이란 국제법상 상대국의 부당한 행위에 대하여 자국(自國)이 동일 또는 유사한 부당행위를 하는 일을 말한다. 상대국의 행위가 국제위법 행위여야 할 필요는 없고 도덕적 또는 정치적·경제적으로 부당한 행위이면 된다. 그래서 보복적 조치(Retaliation)라는 용어도 있다. 국제적인 보복 사건으로는 1885년 비스마르크가 러시아의 부당한 수입관세 정책에 맞서 자국의 국립은행에 러시아 국채를 담보로 하는 융자를 금지시킨 게 대표적이다. 미국통상법 301조에 대표되는 상대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에 대한 보복도 있다. 법외적인 차원에서 보복은 원한에 사무친 복수를 의미한다. 개인이나 혈연관계, 정당정치에서 곧잘 등장한다. 최근 총선을 앞두고 보복공천이란 말도, 여야 간의 정권교체를 통한 보복정치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복수를 한다는 것이다. 구약성서 출애굽기에는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발은 발로, 화상은 화상으로, 멍은 멍으로 갚아야 한다.’고 돼 있다. 함무라비법전에는 ‘남의 눈을 하나 찌르면 자기 눈도 하나 찔린다.’고 했고,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는 ‘타인을 손상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경우에는 그 복수를 겁낼 필요가 없을 만큼 철저하게 때려눕혀야 한다.’고 했다. 세인트헬레나의 유배지에서 거친 바다를 바라보면서 이를 갈고 눈물을 흘리며 땅을 친 나폴레옹의 복수의 외침은 저주 그 자체다. ‘어둡다. 요란하다-우렛소리/번갯불/바람은 천지를 쓸어 가려는 건가. 파도소리/수십 길 절벽을 뛰어넘어 이 집을 쓸어 가려는듯, 차라리 집까지 섬까지 삼켜 버려라.’ 춘추시대 춘추 오패 중 오왕(吳王)인 합려(闔閭)와 월왕(越王)인 구천(句踐)의 싸움도 복수의 섬뜩함을 말해주는 사례다. 합려가 월나라 침범에 실패하고 죽자 아들 부차(夫差)가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밖에 장작을 쌓아놓고 그 위에서 잠을 자며 복수심을 키웠다. 그로부터 2년 뒤 월나라를 쳐부수었는데 구천은 살려주었다. 그러자 구천이 20년간 와신상담(臥薪嘗膽)한 끝에 부차를 무찔러 그동안 당한 수모를 앙갚음했다. 김관진 국방장관이 그제 서해 연평도 해병부대를 방문해 “적 도발 시 사격량의 10배까지도 대응사격하라.”고 격려했다고 한다. 공개석상에서 ‘복수’ ‘굴복’ ‘10배 대응사격’ 등의 강한 표현을 사용한 것은 북한이 그동안 ‘불바다’ ‘천배 만배 보복’ 등의 표현을 쓴 데 대한 보복 성격도 있다. 같은 민족끼리 대화를 촉구하면서 보복을 다짐하고 있으니 참 딱한 노릇이다. 주병철 논설위원 bcjoo@seoul.co.kr
  • 연기금 330조… 증시 ‘外人 대항마’로

    15일 금융감독원과 국민연금공단 등 각 연기금 관리기관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국내 주요 연기금 총액이 330조원을 넘어섰다. 국민연금기금 295조원, 퇴직연금 19조원, 사학연금기금 11조원, 공무원연금기금 5조원과 군인연금기금(2009년 말) 4654억원 등이다. 특히 지난 6월 말 기준 외국인들의 유가증권·코스닥시장 상장주식 보유잔고 301조 733억원과 상장채권 67조 8168억원을 합한 369조원에 근접하는 규모다. 이에 따라 연기금이 글로벌 금융상황에 따라 우리나라에 대한 투자태도를 바꾸는 외국인들의 대체세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내년 경제운용방향] 경기확장 틀 유지… 연착륙에 방점

    [내년 경제운용방향] 경기확장 틀 유지… 연착륙에 방점

    정부가 결국 상식적인 선에서 내년 경제운용의 방향을 마련했다. 확장기조의 틀은 일단 유지하되 차차 중립 기조로 전환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당장 위기 때 취했던 조치들을 거둬들이기는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물가와 재정 부담이 있으니 마냥 이대로 유지할 수는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성장률 민간보다 높게 잡아 10일 청와대 민·관 합동회의를 통해 확정된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은 ‘위기를 넘어 도약하는 2010 대한민국’으로 명명됐다. 정부는 내년 경제성장률을 5.0%로 제시했다. 삼성경제연구소(4.3%), LG경제연구원(4.6%) 등 민간의 전망치보다 높다. 정부는 이 또한 다소 보수적으로 잡은 것으로, 실제로는 5%대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세계경제 여건이 올해보다 좋아지면서 수출이 급증하고 민간소비와 설비투자도 활발해질 것이란 게 주된 근거다. 5%대 전망이 나오면 통상 ‘확장-중립-긴축’의 단계별 거시정책 기조 가운데 ‘중립’을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정부는 당분간 ‘확장’ 기조를 유지하기로 했다. 1차적으로는 ‘두바이 쇼크’와 ‘그리스 신용등급 하락’에서 나타나듯 세계경제의 불안이 아직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감안됐다. 당장 기업 구조조정과 금리 인상 등이 본격 추진되면 민간 부문에 어려움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 보면 전체적인 무게중심이 향후 경기 연착륙에 쏠려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상 최저금리 속에 재정이 대거 풀려 있는 상황에서 현 기조를 그대로 유지했다가는 내년 중반 이후 물가 불안과 자산가격 상승이 현실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정 291조 편성… 올해보다 긴축 실제로 내년 재정 집행을 상반기에 60%를 몰아서 쓰고 중소기업 지원책(패스트트랙)을 내년 6월 말까지 연장한다는 것 말고는 확장 기조라고 받아들일 만한 내용은 별로 없다. 내년 재정도 291조 8000억원으로 편성, 올 4월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한 지출규모(301조 8000억원)에 비해 10조원(3.3%) 축소했다.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본예산 대비로는 2.5% 늘었지만 8%(물가상승률 포함) 수준으로 예상되는 내년 경상 성장률에 비하면 크게 낮은 것이다. 재정 건전성 때문에 지출을 더 많이 못 늘린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전년 대비로 ‘긴축’에 가깝게 편성됐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뉴스&분석] 출구전략 순항할까

    [뉴스&분석] 출구전략 순항할까

    “단지 선언을 하지 않았을 뿐이지 정부의 출구전략은 이미 다방면에서 가동되고 있다.” 정부가 금융위기 이후 취했던 각종 비상조치들을 원래대로 돌리는 출구전략의 시행을 공식화하고 나섰다. 한국은행에 결정권이 있는 금리를 제외한 대부분의 조치들을 빠르게 정상화하고, 앞으로는 단기 처방보다 중장기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 강화에 주력하기로 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5일 “출구전략의 시기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지만 사실상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출구전략은 이미 분야별로 시행에 들어간 상태”라면서 “금리 인상이 출구전략의 핵심으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이를 직접 거론할 경우 적잖은 부담을 안을 수 있기 때문에 선언적 언급은 자제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잠재 성장률을 끌어올리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공급 측면의 애로를 해소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서울 리츠칼튼호텔에서 개최된 외국인투자기업 최고경영자(CEO)포럼 연설에서 “아직 ‘본격적인’ 출구전략에 들어갈 때는 아니다.”라고 밝혀 출구전략의 최대 현안인 금리 조정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정부의 이 같은 스탠스는 우리 경제가 미국·영국 등 금융위기를 자초했던 선진국가들과는 달리 단기적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는 데다 출구전략의 국제 공조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차별화된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런 내용의 내년도 경제운용 방향을 다음달 16일 대통령 업무보고에 앞서 10일쯤 발표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미 내년 나라살림의 지출 규모를 291조 8000억원으로 편성, 올 4월 추가경정예산 포함 지출규모(301조 8000억원)에 비해 10조원(3.3%) 줄였다. 은행권에 빌려준 외화자금 대출도 일부를 빼고는 모두 회수됐고 은행권에 대한 외화대출 지급 보증도 올해 말로 종료된다. 중소기업 대출과 신용보증에 대한 만기 연장도 내년에는 규모가 축소될 전망이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금리를 빼고는 금융, 외환, 중소기업 지원 등에서 양적완화가 상당 부분 진행됐다.”면서 “관건은 역시 금리 인상의 시점인데 국내 경제의 자생력, 세계 경제의 회복속도 등을 고려해 신중히 결정해야지 어설픈 출구전략은 우리 경제를 다시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균 임일영기자 windsea@seoul.co.kr
  • [사설] 새해예산, 재정효율성 다시 따져보라

    내년도 나라살림 규모가 발표됐다. 총지출은 291조 8000억원으로 올 본예산보다 2.5%가 늘어났다. 올 추경까지 반영된 예산(301조 8000억원)보다 3.3%가 줄었다지만 어느 때보다 재정의 역할이 강조된 지출안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완전히 벗어나지 않은 상황에서 경제 활성화와 서민층을 위한 사회안전망 확충에 주력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이런 맥락에서 복지지출이 총지출의 27.8%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보건·복지 분야의 지출은 81조원으로 8.6%가 늘어나 총지출 증가율의 3배가 넘어섰다. 기초 생활보장과 무상보육지원,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55만개) 등 금융위기에서 가장 타격이 큰 서민층을 위한 지원 사업이 적지 않다. 4대강 살리기 등 녹색성장과 연구개발(R&D) 등 성장 잠재력 확충도 시급한 사안이다. 경제도 살리면서 재정 건전성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정부의 고충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공무원 임금을 2년 연속 동결하는 ‘고통 분담’을 솔선하는 모습에도 박수를 보낼 만하다. 그럼에도 국가채무가 올해 366조원에서 내년에 407조원을 넘어선다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GDP의 36.9%에 달한다. 선진국보다 재정상태가 양호하다고 하지만 적자 예산은 한번 굳어지면 균형점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 미국과 일본, 영국 등 선진국들 대부분이 재정 적자 심화로 고생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가 국가채무를 GDP 40% 이내로 관리, 2013∼14년도 균형재정을 이룬다고 밝혔지만 현실적으로 너무 낙관적이고 안이한 판단이다. 세입규모 확대에 한계가 있다면 결국 재정 효율성에서 해답을 찾을 수밖에 없다. 중복 예산을 과감히 없애고 줄줄이 새나가는 예산을 철저하게 막아야 한다. 당장 국회 심의 과정에서 의원들의 불필요한 민원성 예산부터 감시해야 한다.
  • [뉴스&분석]공공지출 더 늘려 32조 적자재정

    [뉴스&분석]공공지출 더 늘려 32조 적자재정

    정부가 내년도 나라살림의 지출 규모를 약 292조원으로 편성했다. 올해 본예산 대비 2.5% 증액했다. 그동안의 증가율이 2007년 6.8%, 2008년 8.5%, 2009년 10.6%였던 점을 감안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재정지출을 대폭 늘린 결과 내년까지 높은 증가세를 이어갈 여력이 없어진 탓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년 재정을 탄탄하게 꾸린 것도 아니다. 지출을 수입(세금·기금 등)보다 32조원 더 많게 책정했다. 민간 소비와 투자 회복이 여전히 불확실한 상태여서 공공지출을 마냥 줄일 수도 없었다. 국가채무도 사상 처음으로 400조원대에 진입하게 된다. 경기 활성화와 재정 건전성이란 두 가지 과제를 놓고 정부의 시름이 어느 해보다 깊었던 이유다. 정부는 28일 국무회의를 통해 32조원 규모의 적자재정 편성을 담은 내년도 예산 및 기금 운용계획을 확정했다. 총지출(예산+기금)을 올해 본예산(284조 5000억원)에 비해 7조 3000억원 늘어난 291조 8000억원으로 편성했다. 하지만 지난 4월 사상 최대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한 규모(301조 8000억원)와 비교하면 10조원(3.3%)이 줄었다. 정부는 내년도 총수입은 287조 8000억원으로 올해 291조원보다 3조 2000억원(1.1%)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른 통합재정수지는 4조원 적자(총지출 291조 8000억원-총수입 287조 8000억원)이지만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기금을 제외한 관리대상수지는 국내총생산(GDP)의 2.9%인 32조원(지출 268조원-수입 236조원) 적자를 내게 됐다. 국가채무는 올해 366조원에서 내년에 407조 1000억원으로 늘어난다. GDP 대비 비중은 35.6%에서 36.9%로 뛴다. 분야별 예산편성 내용을 보면 전년 대비 10.9%가 줄어든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16조 20 00억원→14조 4000억원)와 1.2%가 감소한 교육 분야(38조 2000억원→37조 8000억원)를 빼고는 모두 증가했다. 보건·복지 예산이 74조 60 00억원에서 81조원으로 8.6% 늘어 역대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하극상 논란을 빚었던 국방예산은 올해에 비해 1조 713억원(3.8%) 확대하기로 했다. 총지출 증가율 2.5%를 웃도는 수준이다. 반면 공무원 보수가 2년 연속 동결되는 등 일반공공행정 예산 증가율은 1.8%에 머물렀다. 예산안을 내놓으면서 정부는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지속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강조했다. 이용걸 기획재정부 제2차관은 “수입보다 얼마나 많은 지출을 하느냐도 재정기조 판단에 있어 중요한 기준”이라면서 “올해 51조원보다는 적지만 내년에 32조원 적자 편성을 했다는 점에서 적극적 재정운용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절대금액 증가율이 낮은 데다 내년에도 재정 투입 사업이 많다는 점에서 빠듯한 나라살림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내년 예산 편성 어떻게

    정부는 이달 말 내년 예산안을 공식 발표하기에 앞서 7일 몇가지 이슈를 추려 얼개를 공개했다. 정치권에서 쟁점이 되고 있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부분에 대해 미리 선을 그어 시비를 잠재우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핵심은 복지 분야와 사회간접자본(SOC) 분야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전체 규모로는 내년도 예산을 295조원 안팎으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수정예산(284조 50 00억원)보다는 많고 추가경정예산 포함분(301조 8000억원)보다는 적다. 수정예산 기준으로 보면 3.5%가량 증액된 수준이다. 증가율은 예년보다 크게 낮지만 쓸 곳은 한두 군데가 아니다. 경기 부양과 복지 분야의 재정 수요가 여전하고 새로 시작하는 4대강 사업에 뭉터기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 정부는 우선 2012년까지 22조 9 000억원이 투입될 4대강 사업 착수에도 불구하고 SOC 관련 예산을 지난해 최초 책정했던 수준 만큼은 유지하기로 했다. 그 대신 수자원공사에 4대강 사업 전체 예산의 35%인 8조원을 부담시키기로 했다. 수자원공사가 이 돈을 조달하려면 채권발행 등 부채를 져야 하지만 이는 국가 재정 건전성 지표에 잡히지 않아 외형상 큰 부담이 없을 것이란 점이 감안됐다. 하지만 지난해 매출이 2조원에 불과한 수자원공사에 막중한 투자 부담을 지우는 것이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정부는 “수자원공사의 부채비율은 20%가 안돼 큰 문제가 아니며, 4대강 개발 이익으로 투자금액을 환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생·서민을 강조하고 있는 정부로서는 절대로 소홀히 할 수 없는 게 복지·노동 분야 예산이다. 4대강 사업으로 복지 관련 예산이 줄어들 것이라는 야권 등의 비난이 일고 있는 터여서 더욱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내년도 복지 지출 증가율을 전체 평균 증가율의 2배 이상으로 높이고 전체 예산 비중을 역대 최고 수준으로 편성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추경예산을 포함한 복지·노동 예산 규모인 81조 3000억원에 조금 못미치는 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복지, SOC, 국방 등 예산의 전체 비중이나 증가율을 높이기로 한 만큼 환경, 산업, 공공, 교육, 통일·외교 등 부문의 지출 규모는 상대적으로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올해 추경 편성 등으로 대폭 늘렸던 부분들을 원래대로 정상화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경우, 정치권이나 관련 이해 당사자들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해 국회 처리 과정에서 진통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두걸 이경주기자 douzirl@seoul.co.kr
  • 4대강 포함 녹색성장 6조5000억 증액

    4대강 포함 녹색성장 6조5000억 증액

    정부 부처들이 요구한 내년도 예산·기금의 규모와 관련 사업들이 공개됐다. 전체 규모는 올해 본예산 대비 5%가량 늘어난 298조여원이다. 경제위기로 재정 여건이 악화되면서 부처들이 예년에 비해 무리한 예산 요구를 자제한 결과다. 그러나 4대강 살리기 사업 예산 요구분은 6조 5000억원 늘어나는 등 국책 과제 예산은 대폭적인 증액이 이뤄질 전망이다. ●부처들 무리한 예산요구 자제 9일 기획재정부가 공개한 내년 예산안 및 기금 운용 계획안 요구현황에 따르면 내년 예산·기금의 총 지출규모는 298조 5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 284조 5000억원보다 4.9%(14조원) 증가했으나 추경 포함분 301조 8000억원보다는 1.1%(3조 3000억원) 줄어들었다. 예산은 208조 6000억원으로 본예산보다 4.5%, 기금은 89조 9000억원으로 9.5% 증가했다. 요구 예산 증가율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저년 대비 20%가 넘었지만 총액배분·자율편성(톱다운·예산당국이 한도를 정해 주면 그 안에서 각 부처가 자율적으로 사용) 제도가 도입된 2005년 9.4%까지 하락했다. 이후에도 6~7% 수준을 유지하다가 내년 예산에서 처음으로 5% 밑으로 떨어졌다. 눈에 띄는 특징은 4대강 사업을 포함한 녹색성장 분야 요구 예산이 올해 대비 6조 9000억원이 늘었다는 점이다. 특히 4대강 사업은 올해 5000억원에서 내년 6조 9000억원으로 증액됐다. 이들 예산은 국책과제에 해당되는 만큼 정부안에서 감액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류성걸 재정부 예산실장은 “녹색성장은 관련부서와 충분히 사전적으로 검토했고, 4대강 사업도 발표된 마스터플랜을 적극 지원하는 방향으로 예산을 편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분야별로는 7조 5000억원이 증액된 보건·복지·노동과 국방, 사회간접자본(SOC) 등의 분야에서 요구 증가율이 높았다. 반면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는 정책자금 수요가 줄어들면서 2조 6000억원이 감액됐다. 국방예산은 올해보다 7.9%(2조 2491억원) 증가한 30조 7817억원으로 편성됐다. 내년에 처음으로 한국형 공격헬기(KAH) 개발 사업 착수금으로 30억원이 편성됐다. 국방부가 중고 아파치 헬기 구매 대신 독자 개발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사이버 테러 및 사이버전에 대응하기 위해 정보보호 체계 구축 비용 88억원과 군 암호장비 도입 예산 174억원 등 정보통신 기반체계 구축 예산에도 4892억원이 책정됐다. ●독도생태계 복원 설계비 첫 요구 정부 부처들은 다양한 신규 사업을 내년 요구안에 포함시켰다. 지식경제부는 에너지 절감 능력이 떨어지는 1만개 중소기업에 에너지 진단비용을 지원, 경쟁력 제고를 유도하는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내년에는 1차로 2000개 중소기업에 370만원씩을 제공할 계획이다. 신성장 동력 확충을 위한 의료관광 기반 구축도 추진된다. 의료관광 원스톱 시스템 구축과 해외 전진기지 마련, 해외 홍보와 마케팅 등에 42억원이 투입된다. 의료관광 전문인력 양성과 브랜드 구축, 의료관광 여행사와 교육기관 지원도 이뤄질 예정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재외국민 참정권 부여를 계기로 준비작업에 본격 착수한다. 44억원을 들여 재외선거 제도 연구, 여론조사, 공명선거 홍보 등에 나선다. 독도 산림 생태계 복원을 위한 예산도 처음으로 편성됐다. 외래식물 제거, 방풍시설 설치 등에 쓰인다. 안동환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美, 한국 첫 지재권 감시대상 제외

    │워싱턴 김균미특파원│미국 정부가 매년 지정하는 지적재산권 감시대상국 명단에서 한국을 처음으로 제외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이 한국을 지재권 감시대상국 명단에서 제외한 것은 1989년 지재권 감시대상국 지정을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30일 미 무역대표부(USTR)의 ‘2009년 스페셜 301조 보고서’에 따르면 USTR는 한국 정부가 지재권 보호체제 개선을 위해 정책적 노력을 기울인 점을 인정, 감시대상국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kmkim@seoul.co.kr
  • [美 첫 흑인대통령 취임]오바마 정부 출범 한국에 미칠 영향

    ■한·미 관계-북핵 4월 한·미정상 동맹비전 구체화 핵문제 해결 뒤 北과 개선 추진 “미국 정권이 바뀌니 한·미 관계에도 변화가 전혀 없지는 않겠지만 급변할 만한 이슈는 없다. 한·미 관계를 전략적 동맹 관계로 더욱 공고화해 북핵 등 북한 문제도 함께 해결해 나가는 것이 과제일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취임을 맞아 정부 고위 당국자는 20일 한·미 관계의 앞날을 이렇게 전망했다. 한·미 동맹 강화에는 큰 문제가 없겠지만 대북 정책에 있어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미는 지난해 3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 동맹을 21세기 전략 동맹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그러나 조지 부시 미 대통령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은 도출되지 못했다. 따라서 오는 4월로 예상되는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의 첫 회동 등을 통해 전략 동맹 비전이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순천 외교안보연구원장은 “한·미간 전략 동맹과 오바마 행정부가 강조하는 글로벌 동맹은 과거 군사 동맹과 한반도 위주에서 벗어나 범세계적 협력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며 “양국 정부가 모두 실용을 추구하는 만큼 전략 동맹 비전 선언을 추진하는 등 한·미 동맹이 더욱 강화, 발전되는 기회가 되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한·미 동맹 관련 현안인 방위비 분담금 문제는 최근 무리 없이 해결됐고, 미군기지 이전 문제도 예정대로 순조롭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과 아프가니스탄 지원 문제가 최대 현안이 될 것으로 예상하는데 서로 머리를 맞대면 충분히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특히 한·미 FTA 비준 문제는 이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의 첫 회동 전에 조율, 동맹에 긍정적 영향을 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오바마 대통령측이 ‘강경하고 직접적인 외교’를 천명하고 북한과의 직접대화도 거론하면서 북·미 관계의 향방이 한·미 관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내정자 등 외교안보라인에서 밝힌 미국의 대북 정책 기조는 한·미간 정책 엇박자를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외교가와 전문가들의 견해다. 오바마 대통령도 북핵 6자회담 틀을 유지하면서 한·미 공조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었다. 오바마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 관련 라인에 중도나 강경파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많아 ‘당근과 채찍’을 병행하며 북한을 다룰 것이라는 전략도 우리측과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힐러리 장관 내정자가 청문회를 통해 밝힌 대북 정책 구상은 북핵 문제가 해결돼야 북·미 관계도 정상화될 수 있으며, 북한이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추가 제재도 가능하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대표적인 북핵 구상인 ‘페리 보고서’와 다를 바 없다. 북한은 당시 페리 보고서 내용이 자신들에게 불리하다며 거부했었다. 서재진 통일연구원장은 “북·미 관계가 갑자기 좋아지고 대화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기대는 잘못된 것”이라며 “미국은 핵무기가 없는 세계를 지향하며 이를 위해 북한과 이란을 관리할 것이고 북한도 이를 알고 최근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 원장은 “내부적으로 불안정한 북한이 미 새 행정부를 잘 모르고 덤빌 수 있는데 이럴 때일수록 한·미 공조를 통해 북한을 압박해서라도 정상화시키고 핵개발을 저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통상교역 보호무역 강화 FTA 재협상 우려 자동차 ‘적신호’… 반도체 ‘기대감’ 버락 오바마 민주당 행정부의 통상교역 정책은 조지 W 부시 행정부에 비해 보수적인 색채를 띨 것이 분명해 보인다. 보호무역을 강화하고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한 공정무역 질서 구축에 역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정강정책에서 공정무역을 강조하고 있는 데다 경제위기를 맞아 자국 산업과 일자리 보호를 한층 강화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적인 요인 때문이다. 행정부에다 의회 상·하 양원을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호주의 색채도 한층 뚜렷해질 공산이 크다. 미국을 상대로 막대한 무역흑자(2008년 약 70억달러)를 거두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한·미 통상관계를 가늠할 리트머스 시험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이다. 대선 기간 재협상을 주장해 온 오바마가 취임 후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지, 미국의 재협상 또는 추가협상 요구에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따라 한·미 통상외교의 초반 기상도가 결정될 전망이다. 특히 대미 수출의 효자품목인 국내 자동차 산업은 일단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오바마는 대선후보 시절부터 줄기차게 양국 자동차 수출의 불균형을 지적해 왔다. 추가협상이든 재협상이든 FTA합의안 가운데 자동차 부문의 개정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오바마 행정부가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좌초 위기의 자국내 자동차 업계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을 추진할 방침인 점도 우리 업계로선 적지 않은 부담이다. 현대·기아자동차 관계자는 “오바마 정부의 미 자동차 산업 지원 강화로 한국의 자동차 수출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철강업계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과거 클린턴 행정부 때도 미국은 강력한 철강 수입 규제 정책을 폈다. 오마바 정부에서도 규제 장벽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 하원은 철강산업 지원을 위해 국방부·국토안보부·교통부의 사회간접자본 (SOC) 사업에 자국산 철강 구매를 의무화한 법안을 상정하기도 했다. 철강, 섬유 등 자국산업의 피해가 큰 산업을 중심으로 반덤핑이나 상계관세 부과 등의 조치를 내놓을 수도 있다. 정보기술(IT), 반도체, 휴대전화 부문은 반사이익이 기대된다. 무관세 혜택에다 미국이 이들 분야에 일자리 창출 노력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제약분야도 오바마가 고가 신약 가격 인하와 제네릭(복제약) 의약품 처방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을 전망이다. 우리 정부나 업계의 우려만큼 오바마 행정부가 보호주의 색채를 강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어려운 미국내 경제사정 때문에 과거 클린턴 집권기처럼 슈퍼 301조 등 극단적이고 일방적인 조치를 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최근 중국산 수입 범람 문제 등을 빼고는 미국에서 무역정책에 대해 별다른 논의가 없었던 상황이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이 자국 입장만 앞세우기에는 금융위기와 실물경기 위축 등 현재 상황이 너무 안 좋아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 대해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구사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측이 몇차례 문제를 제기한 자동차 무역 불균형 문제만 해도 다분히 자신의 지지기반인 전미자동차노조(UAW)를 의식한 발언이라는 점에서 낙관적 전망도 나온다. 다소의 어려움은 겪겠지만 결국에는 FTA 비준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코트라는 “한·미 FTA가 두 나라의 경제관계뿐만 아니라 안보관계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고 가이트너 재무부 장관, 서머스 국가경제위원장 등이 자유무역론자들이라는 점에서 비준 전망이 밝다.”고 밝혔다. 김태균 이영표기자 windsea@seoul.co.kr
  • 美 ·中,무역분쟁

    美 ·中,무역분쟁

    │워싱턴 김균미특파원│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상계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조정을 요청하는 등 미·중 무역분쟁 조짐이 본격화하고 있다. 미 국제무역위원회(ITC)는 22일(현지시간) 중국산 철 파이프 제품에 대해 최고 40.5%의 관세를 부과하는 미국 상무부의 상계관세안을 6대0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미 철강업체들은 올초 선박의 기름과 가스를 수송할 때 사용되는 중국산 철 파이프 제품이 생산비보다 싸게 판매되고 있고 정부 보조금을 받고 있다며 제소한 바 있다.앞서 지난달 미 상무부는 중국 랴오닝노던스틸파이프에 40.05%를 비롯해 후루다오그룹 35.63%, 기타 중국철강업체 37.84% 등의 상계관세를 부과했다.미 상무부는 ITC와 별개로 이날 침대 매트에 사용되는 중국산 스프링에 대해 164.75~234.51%의 반덤핑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미국과 중국간 무역분쟁은 부시 행정부가 지난해 중국 경제가 불공정 무역개선을 위해 반덤핑관세와 상계관세를 부과해도 될 만큼 성장했다고 밝힌 뒤 늘어나고 있다.미 상무부는 지난해 3월 그동안 사회주의 국가에는 상계관세를 부과하지 않던 관례를 깨고 중국산 아트지에 처음으로 상계관세 부과 예비판정을 내린 뒤 같은 해 10월 최고 99%의 상계관세를 매겼다.ITC는 지난해 중국산 양말과 정사각형 파이프,타이어 등에도 상계관세를 부과했다.앞서 미 상무부는 지난 11월 2001년부터 중국산 제품에 대해 모두 76차례 반덤핑 관세 및 상계관세 조치를 발동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금융위기에다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값싼 중국산 제품들의 수출 공세로 자국 산업의 피해를 막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인은 통상정책과 관련,자유무역 못지않게 공정무역을 강조하고 있어 중국에 대한 반덤핑 모니터링제 도입,상계관세 부과,미 통상법 301조 적용 등 강경한 통상정책을 예고하고 나섰다.특히 올해 말로 34개 중국산 섬유제품에 대한 수입쿼터가 종료됨에 따라 내년부터 중국산 섬유 수입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돼 이에 대한 오바마 행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이에 대해 중국은 미국의 자국산 철 파이프 제품에 대한 상계관세 부과 결정에 반발,WTO에 분쟁조정패널 구성을 요청했다.중국의 분쟁조정패널 요청은 지난해 9월 미국이 중국산 특수 종이 제품에 상계관세를 부과한 후 두번째다. 미국 산별노조총연맹(AFL-CIO)의 세아 리 정책국장은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은 통상정책에 있어 노동과 환경을 중시하고 있어 중국 노동자들의 근로조건 개선을 촉구하기 위해 집권 초기 무역 제재 수단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kmkim@seoul.co.kr
  • “은행권 잠재부실 최대 110조”

    글로벌 금융위기 등에 따른 국내 은행의 잠재부실이 최대 110조원이라는 주장이 나왔다.금융당국은 “터무니없다.”고 일축했다.추정기관별로 금액이 천차만별이어서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부실 제거 노력이 요구된다는 데는 감독당국도 이견을 달지 않았다.한국은행은 이번 주에만 시중은행에 6조 5000억원의 자금을 공급하는 등 ‘돈맥경화’ 해소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이런 가운데 국제 투자은행인 모건 스탠리는 우리나라 은행들의 목표주가를 일제히 상향 조정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키코(환위험헤지상품) 손실,조선소 선수금 보증(RG) 등 은행권의 위험자산 규모를 추산해 내놓았다.한화증권이 348조원으로 가장 비관적으로 봤다.이는 9월 말 기준 국내 금융권 총운용자산 1414조원의 24.6%다.한국투자증권은 301조원,유진투자증권은 68조원을 각각 제시했다. 위험자산 편차가 크다 보니 이 가운데 실제 손실로 연결될 금액 추정도 제각각이다.한국투자증권은 부실우려 규모를 74조∼110조원으로,한화증권은 70조원,삼성증권은 44조원,IBK투자증권은 42조원,유진투자증권은 11조원으로 각각 추산했다.증권사별로 위험자산과 손실률 기준이 각각 다른 것도 편차를 키운 한 요인이다. 최대 110조원으로 본 추산과 관련,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최악의 변수를 가정해도 그렇게 나올 수 없다.”고 부인했다.김 원장은 “현재 은행권 무수익 여신이 10조원”이라고 덧붙였다.부실기업 퇴출 등으로 무수익 여신이 몇 배 늘어난다고 해도 100조원을 넘어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얘기다. LG경제연구원 이한득 연구위원은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뇌관은 은행권 잠재부실 규모가 어느 정도이냐 하는 것”이라면서 “구조조정 등을 통해 잠재적 위험자산을 건전한 자산으로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삼성증권 김학주 리서치센터장은 “정부가 미분양 문제 등을 해결하고,자산관리공사에서 부실자산을 사준다면 손실 규모는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모건스탠리는 KB금융지주(3만 5000원→3만 8000원),신한지주(3만 2000원→3만 5000원),우리금융지주(9500원→1만원),하나금융지주(1만 8000원→1만 9000원) 등의 목표주가를 각각 올렸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시론] 오바마 정부와 ‘예방 통상외교’/최원목 이화여대 법학 교수

    [시론] 오바마 정부와 ‘예방 통상외교’/최원목 이화여대 법학 교수

    한·미 쇠고기협상의 여파로 벌어진 촛불시위와 뒤이은 추가협상 진통은 한·미 통상관계의 갈등과 위기의 시대를 알리는 서막에 불과하다. 자유무역에서 ‘공정무역주의’로 패러다임 전환을 이룰 것으로 예상되는 오바마 정권이 들어서고, 미국의 금융위기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실물부문으로 전파되게 되면, 이런 갈등요인은 급격히 현실화된다. 우선, 미측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자동차부문을 재협상하자고 요구할 가능성은 우리에겐 ‘발등의 불’이다. 미국이 재협상을 요구하면 전세계에 보호무역주의 메시지를 전하게 되기에, 오바마 정권이 선택하기 곤란한 정책이라고 보는 것은 착각이다.FTA란 진정한 자유무역이 아니라, 한 나라에만 특혜를 부여하는 성격이 더 강하다. 미측이 원하는 것은 EU·일본·한국 등이 자동차를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는데, 한국에 대해서만 관세를 철폐하기로 합의한 것을 재협상을 통해 재검토한다는 것이다.EU와 일본이 이에 반대할 리 만무하다. 재협상 국면에선 FTA의 근간을 유지하면서도 사실상의 타협을 이루느냐가 관건이기에 우리도 미리 대안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유전자변형식품(GMO)의 시판허가 문제는 FTA와는 별도로 제기되는 양국간 갈등요인이다. 미국은 EU를 WTO에 제소해 “GMO제품의 시장진입을 부당하게 지연시켜선 안 된다.”는 판정을 받아냈었다. 현재 우리가 미국산 GMO에 대해 취하고 있는 표시제도와 안전성 검사제도는 그런 판정내용과 갈등 소지를 안고 있다. 미국이 이에 대해 WTO에 제소하거나 통상압력을 가하면, 국내에선 또 다른 촛불시위가 발생할지도 모른다. 멜라민 함유식품 파동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멜라민의 유해성은 과학적으로 입증가능한 것이나, 우리가 필요이상의 과도한 규제를 취한다면 한·미 통상문제가 된다. 많은 중국산 유제품의 실제 생산자가 미국 다국적기업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는 휴대전화에 대한 국산 표준무선인터넷플랫폼(WIPI) 탑재 의무화 정책을 취해 왔다. 국내표준의 단일화를 이루는 한편, 미 퀄컴사의 플랫폼 사용에 따른 대미 로열티 지급을 막겠다는 의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WIPI가 또 다른 미국회사의 특허권을 침해하고 있는 사실이 밝혀져 로열티를 지불해야 하는 실정이며, 과도한 규제로 인해 국내 통신시장을 위축시키고 있는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이 제도를 종료시키지 않는 한 한·미 통상마찰의 단골 메뉴가 될 것임은 뻔하다. 오바마 정권과 민주당 의회는 한국과의 교역불균형을 근본적으로 치유하고 외국의 과도한 규제를 철폐하기 위한 압력수단으로 슈퍼301조를 부활시킬 수도 있다. 미국이 실제로 일방적 무역보복을 행사하지는 못할지라도 WTO 제소와 결합하는 방식으로 301조 절차를 적극 운영할 가능성은 높다. 전세계적 경제위기 속에서 한·미 통상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마당에, 양국간 갈등요인을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국내의 식품검사·유통제도를 과학화·선진화하고 각 분야의 과도한 규제를 완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양국의 민감한 국내정치 환경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과학적 입증을 통해 교역 위험과 규제 필요성에 대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이것은 제도의 과학화와 선진화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이러한 ‘예방 통상외교’가 우리 대미통상정책의 기조가 돼야 하며, 그것은 무엇보다도 우리 자신의 국익을 위한 일이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 교수
  • [시론] 美쇠고기 재협상의 비용/정하용 경희대 국제학부 교수

    [시론] 美쇠고기 재협상의 비용/정하용 경희대 국제학부 교수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온 나라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에 매달려 있다. 애초에 통상 이슈로 생각했던 쇠고기 문제는 이제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총체적인 실망의 표출로 나타나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실망을 가져온 원인에 대해 많은 이들은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고 지적한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이유가 소통의 부재에 기인한 것이라면 향후 이명박 정부의 진로는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소통의 부재라고 치부하기에는 국민적 실망의 강도가 너무 크다. 정권에 대한 실망의 정도가 얼마나 크면 이처럼 40여일에 걸쳐서 다양한 계층과 연령대의 시민들이 밤을 지새우며 재협상을 요구하는 시위를 이어나갈 수 있겠는가. 더구나 촛불시위는 추가협상에 따른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의 고시 여부에 따라서 언제든지 재개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복잡하게 얽혀서 국정을 흔들고 있는 쇠고기 문제는 재협상을 통해 모든 요구 조건을 충족시키면 풀리는 것인가. 이 부분에서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 애초에 서둘러서 협상을 추진하게 만든 이명박 대통령의 오만함과 정치적 무지는 통렬하게 비판받아야 한다. 그러나 쇠고기 문제는 국가간의 협상이고 약속이라는 점에서 첫 단추를 다시 끼우는 비용이 너무나 클 수 있다. 재협상은 당장은 시원하게 보일지는 모르지만 앞으로 한·미관계에서 우리가 치러야 하는 대가가 매우 커질 수 있는 것이다. 국가간의 협상 결과는 어떠한 협상이라도 거의 전부가 힘 관계에 의해서 규정되어지기 때문이다. 국가간의 협상이 힘 관계에 규정되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을 우리는 이미 겪어왔다.198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미국이 한국, 일본, 타이완 등 주요 통상 대상 국가들에 강요했던 시장개방 요구가 그것이다.301조 통상 정책이라고 부르던 미국의 무역 보복 정책에서 국제법상 문제가 되었던 것은 미국은 상대 국가의 시장개방 조치에 상응하는 아무런 호혜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되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일본, 타이완은 미국의 301조에 따른 시장개방 압력을 대부분 수용하였다. 반면에 유럽연합, 인도, 브라질 등은 아예 협상에 응하지 않거나 미국의 요구를 협상의 형식으로 받아들이고 나서 사실상 협상을 이행하지 않았다. 어째서 당시 한국, 타이완, 일본은 미국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이들 국가들은 미국이 통상 문제와 안보 문제를 연계시키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 문제도 역시 미국은 그 자체로만 보면 아무런 호혜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미 FTA 비준과 쇠고기시장 개방, 자동차 문제를 미국이 연계시키고 있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결국 드러나지는 않지만 미국에 우리가 그에 상응하는 무엇인가를 상당히 양보해야만 재협상이 가능하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지난 노무현 정권에서 작은 뼛조각 하나로 미국 쇠고기를 수입 불허할 때 기분은 좋았을지 몰라도 동시에 우리는 용산 미군기지 이전 비용의 추가부담, 방위분담금 증액 등 훨씬 큰 비용을 지불해 왔다. 미국과의 관계를 끝장내고 우리 내키는 대로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현실은 그러하지 못하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소통해야 했던 내용도 바로 이것이다. 정하용 경희대 국제학부 교수
  • [기고] 한·미 통상관계의 탈정치화와 FTA/최원목 이화여대 법대 교수

    [기고] 한·미 통상관계의 탈정치화와 FTA/최원목 이화여대 법대 교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 아직도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50여년 전 미국은 물론 세계경제가 그토록 갈망하던 국제무역기구(ITO) 설립 헌장이 미국 의회의 비준동의 거부로 무산되었던 사실을 되새기게 하고 있다. 당시 인류는 두차례 세계대전의 참화와 대공황을 겪고 나서야 비로소 각국의 일방적인 무역보호 조치가 초래한 비극을 절감하게 되었고, 공통 교역원칙과 국가간 통상분쟁 해결 메커니즘을 창설하는 것만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필수요건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ITO헌장을 채택하여 일방적 통상조치를 취할 수 있는 주권적 권리 중 일부를 포기하는 길을 택했던 것이다. 그래야만 타국으로부터의 일방적 조치에 직면하지 않을 권리를 상호 보장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당시 최대 채권국이었던 미국이 주도적 역할을 수행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문제는 미국 스스로가 ITO 헌장을 비준하지 못했다는 데 있었다.1948년 선거에서 공화당의 지배하에 들어간 미국 의회가 민주당 정부가 달성한 이상주의적 정책들을 견제하였고 ITO헌장은 그 첫번째 희생의 제물이었다. 이에 트루먼 정부는 1950년 말을 기점으로 ITO의 의회 승인을 공식적으로 포기하기에 이르렀고, 주도국인 미국 스스로에 의해 ITO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이렇게 한번 사라진 ‘모멘텀’을 다시 일으켜 1995년 WTO를 설립하기까지는 실로 반세기 동안의 시행착오가 필요했다. 인류는 동서냉전, 수차례의 석유파동, 서구진영과 제3세계와의 대립, 통상분쟁과 일방적 보복조치의 만연이라는 악순환을 겪고서야 비로소 WTO 설립협정을 발효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한·미 FTA 비준의 역사적 의미도 마찬가지의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특별 동반자관계에 있는 한·미 양국이 전세계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WTO 규범 체제에 안주하지 말고 두 경제의 선진환경에 걸맞은 업그레이드된 교역원칙과 통상분쟁 해결체제를 갖추어나가자는 것이다. 한·미 통상관계의 역사는 실로 ‘제도화’와 ‘탈정치화’(depoliticization)를 위한 과정이라 볼 수 있다.1983년 한국산 컬러TV와 앨범이 미국 내에서 반덤핑 제소되면서 시작된 양국 간의 통상마찰은 미국의 무역적자 확대와 더불어 자동차, 쇠고기, 의약품, 지재권, 영화, 농산물, 통신 분야로 급격히 확대되었다. 급기야 미국의 슈퍼 301조 발동이라는 일방적이고 극단적인 수단을 둘러싼 마찰로 비화되었다. 뒤이어 출범한 WTO체제는 양국간의 많은 통상분쟁을 WTO협정 위반여부와 결부되어 제기되게끔 하였다. 한·미 양국 모두 제도화와 탈정치화의 혜택을 본 셈이다. 이제 WTO 규범이 규율하지 못하는 많은 분야들을 양국간에 제도화시켜야 한다. 통관 협력, 투자, 전자상거래, 경쟁정책, 노동, 환경, 지재권 등의 WTO 이외의 분야에서 그동안 미국이 직·간접적으로 행사해오던 일방적 통상압력을 FTA 규범의 틀 속으로 흡수해야 한다. 이들 부문을 포괄하고 있는 한·미 FTA의 비준은 한·미 통상관계의 대부분을 법제화하는 것을 의미하며, 이익집단을 등에 업고 상대국에 권력정치를 행사하는 시대의 종언을 의미한다. 소위 ‘4대 선결조건’ 수용 논란까지 불러일으키며 우리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 주도한 한·미 FTA 협상의 결과물이 다수 국민의 의사에 반해 우리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그동안 한·미 FTA의 모멘텀은 점점 사라져 갈 것이다. 이를 다시 불러일으켜 새로운 한·미 경제공동체 협상의 타결과 그 비준을 이루어 내기 위해서는 또 얼마나 긴 통상마찰과 소모적 논쟁의 역사를 겪어야 하겠는가? 최원목 이화여대 법대 교수
  • 한국, 美 지재권 감시대상국에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30일(현지시간) 한국을 지적재산권 감시대상국으로 다시 지정했다. USTR는 이날 발표한 ‘2007년 스페셜 301조 보고서’를 통해 한국 등 43개국을 지적재산권 감시대상으로, 중국과 러시아 등 12개국은 우선감시대상국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USTR 보고서는 그러나 한국이 최근 타결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지재권 보호를 강화하기로 합의한 점을 거론하며 지적재산권 보호 노력을 평가했다. 한·미 양국은 지난해 타결된 FTA합의문에서 저작권 보호기간을 저작자 사후 또는 저작물 발행 이후 70년으로 연장하는 등 저작권과 상표, 특허, 집행 등에 대해 포괄적인 합의를 이뤘다. 이에 따라 저작권 및 컴퓨터 프로그램 보호법 등 국내법 개정 등 후속조치가 이뤄질 예정이다. 스페셜 301조 보고서는 미국의 지적재산권을 가장 많이 침해하는 최악의 국가로 중국과 러시아를 지목했다. 또 아르헨티나와 칠레, 이집트, 인도, 이스라엘, 레바논, 태국, 터키, 우크라이나, 베네수엘라 등 12개국을 우선감시대상국 명단에 올렸다. 수전 슈워브 USTR 대표는 이날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우리는 독창적인 생각과 발명, 창안을 모방작가와 도둑들로부터 반드시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특히 중국에 대해 “저작권 침해와 상표권 위조가 폭넓게 퍼져 있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daw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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