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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토] 열창하는 이선희

    [포토] 열창하는 이선희

    가수 이선희가 25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우리금융 아트홀에서 가수데뷔 30주년 및 15집 발매 기자회견에서 신곡을 열창하고 있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 돌아왔다, 천생 소녀 ‘이선희’

    돌아왔다, 천생 소녀 ‘이선희’

    “때로는 많은 관심과 박수 속에서 새해를 맞았고, 때로는 혼자만의 시간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기도 했습니다. 데뷔 30주년을 기쁘게 맞을 수 있었던 건 제가 지금까지 제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았기 때문인 듯싶습니다.” 강산이 세 번 바뀌었다. 스물한 살 풋풋했던 소녀는 50대의 중년이 됐다. 하지만 맑고 깊은 목소리와 청중을 휘어잡는 카리스마는 여전하다. 올해로 데뷔 30주년을 맞은 ‘노래하는 작은 거인’. 2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에서 만난 이선희(50)에게 세월은 저만치 비켜 간 듯했다. 단정한 단발머리와 안경, 말쑥한 정장 바지 차림의 변함없는 모습 그대로 무대에 올랐다. 4년 만의 정규 15집 ‘세렌디피티’를 처음 선보이는 자리였다. “떨린다”는 말로 운을 뗀 그는 이내 음악 인생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순간의 가슴 벅찬 심정을 드러냈다. “이번 앨범을 위해 2년 동안 혼자서 외롭게 준비해 왔어요. 30주년이 되면 어떤 노래를 부를까, 가수로서의 좌표를 어떻게 만들까 고민이 많았죠. 하지만 앨범이 세상에 나올 때쯤 되니 제 음악이 저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의 것이 돼 가는 듯해 즐거워졌습니다.” 1980년대 가요계에서 그의 등장은 그 자체로 큰 울림이었다. 1984년 MBC 강변가요제에서 ‘J에게’로 대상을 차지하고 그해 신인상과 10대 가수상, 대상을 휩쓸었다. 이어 ‘아름다운 강산’ ‘한바탕 웃음으로’ ‘나 항상 그대를’ 등 숱한 히트곡들을 쏟아냈다. 자그마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압도적인 성량으로 그는 가장 독보적인 여성 가수이자 대중문화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1990년대에 접어들며 전성기가 지나간 듯했지만 1996년 10집 앨범을 기점으로 싱어송라이터로서의 발걸음을 시작했다. ‘라일락이 질 때’ ‘인연’ 등으로 그는 여성 가수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다졌다. 도전과 변화를 멈추지 않는 그는 이번 앨범에서도 음악적 성장의 폭을 넓혔다. 총 11곡의 수록곡 중 9곡을 직접 작곡했고 7곡의 노랫말도 붙였다. 편곡까지 관장했다. 후배 음악인들과 협업하며 최신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히트 작곡가인 박근태와 이단옆차기, 선우정아 등에게 곡을 맡겼고 래퍼 칸토 등을 피처링에 참여시켰다. “곡을 쓰고 나면 주변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반응이 나올 때까지 쓰고 지우기를 반복해 100여곡을 썼어요. 또 후배들과 함께 녹음 작업을 할 때는 후배들의 ‘올빼미’ 같은 생활 패턴에 맞추느라 어려움도 많았죠.” 새 앨범에서 그는 팝 스타일의 보컬을 적극 수용해 서정적인 발라드 앨범을 완성했다. 귀에 쉽게 들려오는 멜로디가 인상적인 타이틀곡 ‘그중에 그대를 만나’를 비롯해 흐느끼듯 읊조리는 보컬이 돋보이는 어쿠스틱한 발라드 ‘동네 한바퀴’, LP판에서 흘러나오는 듯한 사운드를 자랑하는 ‘너를 만나다’ 등이 돋보인다. 그러면서도 인생의 소소한 행복과 성찰을 담아낸 가사가 감성을 자극한다. 그는 “요즘 사람들은 진지한 메시지를 던지는 가사를 싫어한다지만 가벼우면서도 가볍지 않게 삶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의 전설이라는, 영광스러운 ‘박제’이기를 거부하고 지천명의 나이에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저는 성공을 해도 그걸 버리고 다른 곳을 향해 갔고, 발을 잘못 디딜 때도 있었지만 두려워하거나 위축되지 않았습니다. 과거의 히트곡만 부르며 지나가는 가수가 아니라 끊임없이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가수라는 걸 팬들에게 보여 드리고 싶습니다.” 그는 다음 달 1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공연을 시작으로 전국 투어 콘서트에 나선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데스크 시각] 3·20 통신대란 유감/김성수 경제부장

    [데스크 시각] 3·20 통신대란 유감/김성수 경제부장

    “정확히 24분 뒤에 시스템을 완전히 복구했고요. 그 뒤에는 고객들의 전화가 갑자기 몰려서 일부 지역은 통화가 안 됐어요. 오늘(21일) 아침까지 통화가 안 됐다는 말은 처음 듣네요. 혹시 고객님 단말기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요?”( SK텔레콤 상담원) SK텔레콤이 ‘3·20 통신대란’을 일으킨 다음 날인 지난 21일 새벽까지도 기자의 휴대전화는 여전히 ‘먹통’이었다. 일주일에 세 번, 오전 6시 40분에 필리핀에서 휴대전화로 전화가 걸려와 10분간 영어수업을 하는데, 이날은 6시 50분이 되도록 전화가 걸려오지 않았다. 한 번도 없던 일이라, 혹시나 해서 집 전화로 휴대전화에 전화를 걸어봤더니 아무 소리도 안 들렸다. 수화기를 놓자마자 곧바로 전화가 왔다. 필리핀 여성강사였다. 5번이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었는데, 안 받아서 고민 끝에 집으로 전화했다고 했다. 휴대전화 화면을 들여다봤지만 ‘부재중 전화’ 표시는 한 건도 없이 깨끗했다. 노트북으로 검색해 보니 21일 새벽까지 일부 지역에서는 통화가 안 되고 있다는 기사가 있었다. SK텔레콤에 다시 문의를 했지만 “그럴 리가 없다”는 답변만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좀 제대로 알아보고 연락을 달라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결국 오후에 다시 전화를 걸어와 “일부 지역에서는 오늘 새벽까지도 전화가 안 된다는 항의가 있었다”고 뒤늦은 실토를 했다 이날 기자처럼 전화영어가 한 번 ‘펑크’난 건 피해 축에도 못 든다. 한 트위터엔 “중국 바이어와 통화를 하다 전화가 끊겨 1300만원짜리 계약을 날렸다. 어떻게 보상할 거냐”라는 울분에 찬 글도 떠 있다. 콜을 못 받아 하루 일당을 날린 대리기사하는 분들, 전화 주문을 받을 수 없어 공쳤던 택배일 하는 분들을 비롯해 ‘전화먹통’으로 금전적인 피해를 본 사람들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다. 이들의 ‘기회비용’도 당연히 SK텔레콤이 물어줘야 할 몫이지만 어떻게 보상을 해주겠다는 얘기는 아직 듣지 못했다. 한 달치 요금에서 몇 천원 깎아줘서 될 일은 아닌 듯하다. SK텔레콤은 이번에 1위 사업자답지 않았다. 사고발생 자체도 문제지만, 사후 대처는 더 엉망이었다. 처음엔 24분 만에 복구했다고 발뺌하다가 다음 날이 돼서야 당일 밤 11시 40분까지 문제가 있었음을 시인했다. 더구나 5시간 동안은 고객들에게 사고 사실을 알리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가입자들의 원성이 커지자 다음 날에서야 사과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통신대란이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앞서 지난 13일에도 SK텔레콤은 데이터 장애 사고를 냈다. 통신회사가 기본 중에 기본인 설비투자에는 인색하고, 다른 회사의 고객을 빼앗아 오기 위한 ‘보조금 전쟁’에만 급급하기 때문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SK텔레콤은 올해 설립 30주년을 맞았다. 30년 동안 매출이 17조원에 달하고, 영업이익이 2조원 넘는 ‘거대공룡’으로 성장했다. 국민 2명 중 1명이 가입자이며, 시장점유율은 50%가 넘는다. 이렇게 독점적으로 시장을 지배하는 1등 사업자라면, 홈페이지에 써 놓은 ‘고객중심의 경영’이라는 약속이 말로만 그쳐서는 안 된다. 수출기업과 달리 오롯이 국내 고객들의 주머니돈으로만 커 온 회사라면 특히 고객의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sskim@seoul.co.kr
  • 이선희 ‘세렌디피티’ 이어 박효신 ‘야생화’까지… ‘거물들’ 귀환 기대되네

    이선희 ‘세렌디피티’ 이어 박효신 ‘야생화’까지… ‘거물들’ 귀환 기대되네

    이선희, 박효신 등 대형 가수들의 컴백이 이어지고 있다. 먼저 ‘가요계의 여제’라고 불렸던 이선희가 25일 정오 엠넷, 멜론, 벅스, 올레뮤직 등 모든 온라인 음원사이트를 통해 15집 앨범 ‘세렌디피티’를 발매했다. 지난 2009년 14집 ‘사랑아’ 이후 5년만의 신보다. 타이틀곡 ‘그 중에 그대를 만나’는 중독성 강한 멜로디가 이선희만의 깊은 울림으로 전달되는 웰메이드 팝 발라드곡이다. 이번 앨범은 1984년 강변가요제 데뷔 후 30주년을 맞이한 이선희가 특별히 준비한 앨범으로 ‘우연을 통해 운명을 만난다’는 뜻을 가진 ‘세렌디피티(serendipity)’라는 앨범명처럼 30년 전 음악을 처음 만나 노래를 운명처럼 여기고 살아온 이선희의 음악 인생을 담은 앨범이다. 독특한 R&B 창법으로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박효신도 28일 컴백을 앞두고 있다. 앞서 박효신의 소속사인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4일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를 통해 신곡 ‘야생화’의 티저영상을 공개했다. 공개된 영상 속 박효신은 작업실의 은은한 조명 아래 피아노 선율이 흐르는 가운데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 들리는 ‘라라라라’ 한 소절 흥얼거림이 신곡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박효신의 신곡 ‘야생화’는 새로운 재도약을 알리는 선언과도 같은 곡이다. 들판에 피어나는 야생화처럼 어려움을 이겨내고 음악을 통해 다시 한번 비상 하겠다는 박효신의 의지가 담겨있는 자작곡이기도 하다. 이선희와 박효신의 컴백 소식에 네티즌들은 “이선희 정말 기다렸어요”, “이선희 가창력 진짜 최고”, “이선희 전설이 돌아왔다”, “박효신 야생화 한 소절민 들어도데 소름”, “박효신 야생화 정말 기대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평화협정으로 통일’ 25일 특강

    ‘평화협정으로 통일’ 25일 특강

    문화운동 단체인 우리마당(대표 김기종)은 25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무교동 국가인권위원회 8층에서 원로 민속학자 심우성(80)씨를 초청해 ‘평화협정으로 통일아리랑을’이란 주제로 창립 30주년 특별 강연을 연다.
  • 이선희에 박효신까지…3월 가요계 승자는 누구?

    이선희에 박효신까지…3월 가요계 승자는 누구?

    이선희 박효신 컴백 이선희, 박효신 등 대형 가수들의 컴백이 이어지고 있다. 먼저 ‘가요계의 여제’라고 불렸던 이선희가 25일 정오 엠넷, 멜론, 벅스, 올레뮤직 등 모든 온라인 음원사이트를 통해 15집 앨범 ‘세렌디피티’를 발매했다. 지난 2009년 14집 ‘사랑아’ 이후 5년만의 신보다. 타이틀곡 ‘그 중에 그대를 만나’는 중독성 강한 멜로디가 이선희만의 깊은 울림으로 전달되는 웰메이드 팝 발라드곡이다. 이번 앨범은 1984년 강변가요제 데뷔 후 30주년을 맞이한 이선희가 특별히 준비한 앨범으로 ‘우연을 통해 운명을 만난다’는 뜻을 가진 ‘세렌디피티(serendipity)’라는 앨범명처럼 30년 전 음악을 처음 만나 노래를 운명처럼 여기고 살아온 이선희의 음악 인생을 담은 앨범이다. 독특한 R&B 창법으로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박효신도 28일 컴백을 앞두고 있다. 앞서 박효신의 소속사인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4일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를 통해 신곡 ‘야생화’의 티저영상을 공개했다. 공개된 영상 속 박효신은 작업실의 은은한 조명 아래 피아노 선율이 흐르는 가운데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 들리는 ‘라라라라’ 한 소절 흥얼거림이 신곡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박효신의 신곡 ‘야생화’는 새로운 재도약을 알리는 선언과도 같은 곡이다. 들판에 피어나는 야생화처럼 어려움을 이겨내고 음악을 통해 다시 한번 비상 하겠다는 박효신의 의지가 담겨있는 자작곡이기도 하다. 이선희와 박효신의 컴백 소식에 네티즌들은 “이선희 정말 기다렸어요”, “이선희 가창력 진짜 최고”, “이선희 전설이 돌아왔다”, “박효신 야생화 한 소절민 들어도데 소름”, “박효신 야생화 정말 기대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韓·伊 수교 130주년 기념 전시회

    韓·伊 수교 130주년 기념 전시회

    24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린 한·이탈리아 수교 130주년 기념 ‘르네상스형 인간, 마키아벨리’ 전시회 개막식에서 마리아 조반나 파디가 메르쿠리(맨 왼쪽) 주한 이탈리아 대사 부인이 참석자들에게 조선 왕조가 제작한 세계 지도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를 안내하고 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 똑같은 장난감 자동차인데… 美선 7만원, 한국선 14만원

    똑같은 장난감 자동차인데… 美선 7만원, 한국선 14만원

    영유아용 수입 완구의 국내 판매 가격이 해외보다 최고 2배 가까이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 완구에 붙는 관세가 0~8%, 부가가치세가 10%, 유통마진이 원가의 30% 정도인 점을 감안해도 지나치게 비싸 국내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소비자연맹은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영유아용 수입 교육완구 6개 브랜드의 18개 제품을 대상으로 국내외 판매 가격을 조사한 결과 15개(83%) 제품의 국내 판매 가격이 미국, 독일, 캐나다, 영국 등 4개국의 평균 가격보다 비쌌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예산 지원으로 이뤄졌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온라인 쇼핑몰을 기준으로 ‘코지30주년지붕차’(리틀타익스)는 해외 평균 가격이 7만 1082원이었지만, 국내에서는 14만 538원으로 97.7%나 비싸게 팔리고 있었다. 국내외 가격 차이가 큰 제품은 ‘오볼 래틀’(라이노) 63.8%, ‘러닝홈’(피셔프라이스) 44.5%, ‘듀플로 10507’(레고) 40.2%, ‘XL크루저카 세트’(맥포머스) 38.3% 순으로 나타났다. 해외보다 국내 가격이 싼 제품은 ‘키마 70007’, ‘키마 70000’, ‘키마 70014’ 등 레고 시리즈 3개에 불과했다. 한국소비자연맹 관계자는 “국내에서 완구류 매출 1위로 비싸게 팔리는 수입 제품이 실제로 외국에서는 잘 팔리지 않는 경우도 많다”면서 “학구열이 높은 우리 부모들이 자녀에 대한 교육투자 비용을 아끼지 않고 완구를 시리즈, 패키지로 구입하는 경우가 많아 가격이 높게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체별로 국내 판매 가격을 비교한 결과 서점이 가장 비쌌고 백화점, 일반몰, 대형마트, 전문몰, 완구전문점, 오픈마켓 순으로 높았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다시 보자, 마키아벨리

    다시 보자, 마키아벨리

    냉혹한 통치론 혹은 무자비한 처세술 등의 비판이 뒤따르는 ‘군주론’의 저자 마키아벨리(1469~1527)를 새롭게 해석하려는 움직임이 동아시아 학술계에서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마키아벨리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에 비해 그의 ‘공화주의’ 관련 연구는 답보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는 비판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국·이탈리아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지난 13~14일 이틀간 서울 숭실대와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마키아벨리의 군주 읽기’, ‘동아시아 맥락에서의 마키아벨리’ 강연·심포지엄은 이 같은 움직임의 산물이었다. 정치적 처세술로만 인식돼 온 마키아벨리 사상에 시민사회의 역동성과 다양성을 강조한 공화주의적 측면이 숨어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이 사상이 동아시아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살펴보는 자리였다. 행사에는 볼로냐 학파를 이끄는 마리오 안셀미 볼로냐대 교수와 국내 대표 정치학자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국내 마키아벨리 연구의 대표주자인 곽준혁 숭실대 교수, 일본 근대사상 연구가인 고이치로 마쓰다 릿쿄대 교수, 중국의 공화주의 연구자인 카오친 난카이대 교수 등이 참여해 색다른 시각으로 군주론에 접근했다. 지난해 군주론 탈고 500주년을 기념해 이탈리아 정부가 지원하는 저술작업을 맡았던 마리오 교수는 숭실대 강연에서 “군주 또는 독재적 권력행사의 정당화가 아니라 법의 지배를 바탕으로 한 정치적 현실주의의 정수로서 마키아벨리의 사상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마키아벨리의 인간 본성에 대한 연구에 내재한 권력과 힘에 대한 통찰력이 갖는 보편성을 시민적 자유와 관련해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국회 심포지엄에서 “마키아벨리의 정치철학에 내재된 ‘정치적 현실주의’가 현실로부터 괴리됐거나 현실과 엷게 연결된 이상주의로부터 잉태된 진보진영의 급진주의에 대한 해독제가 될 수 있다”면서 “반대로 반공주의를 비롯한 이데올로기적 담론에 지배받는 보수의 단견을 극복할 수 있는 단초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도덕주의 또는 이념적 도덕률을 통해 좋은 정치를 실현하려는 노력이 얼마나 무용하고 위험한지를 배워야 한다. 지금은 마키아벨리 사상에서 민중의 측면도 함께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숭실대 ‘가치와 윤리연구소’를 이끄는 곽 교수는 “마키아벨리 사상은 군주의 통치만이 아니라 시민의 자유라는 각도에서 볼 필요가 있다”면서 마키아벨리의 애국심이 갖는 이중성을 검토했다. 내적으론 시민의 자유를 보장하지만 대외적으론 힘의 경쟁이 갖는 제국주의적 요소를 띤 마키아벨리의 애국심이 지나치게 윤색됐다는 주장이다. 최근 ‘마키아벨리 다시 읽기’(민음사)를 펴낸 곽 교수는 “마키아벨리는 갈등이야말로 변화의 시작이라고 봤다. 이런 맥락에서 집단지성과 다양성을 강조했다. 민주주의가 경제논리에 파묻혀 비효율성을 지적받는 상황에서 마키아벨리의 비지배논리는 시민적 자유 회복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심포지엄에선 고이치로 교수가 후쿠자와 유키치를 비롯한 일본 근대 사상가들이 마키아벨리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일본 헌법 논쟁과 의회 정치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전했다. 카오친 교수는 “청조 후기 중국에 처음 등장한 마키아벨리는 과학적 정치이론가, 애국자, 제국주의자 등 상반된 형태로 해석됐다”면서 “제국주의에 대한 반발과 묶이면서 중국 도덕주의와의 연관 가능성이 제대로 검토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번 행사는 영국의 저명 출판사인 루틀리지가 ‘동아시아 맥락에서 정치이론’이란 기획의 하나로 마련했다. 이탈리아 대사관 등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8월, 시선 집중 한국천주교

    한국천주교주교회의와 교황청이 10일 확정 발표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은 여러 측면에서 큰 파장을 부를 전망이다. 방한의 주 목적인 ‘아시아청년대회’ 참석이 예사롭지 않은 행보인 데다 올해 한국천주교가 갖는 시대적 의미가 각별하기 때문이다. 교황이 방한하는 8월을 전후해 세계 천주교계의 시선이 한반도와 한국천주교로 집중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지난해 3월 1282년 만의 첫 비유럽권 출신으로 선출된 프란치스코 교황은 젊은 시절 동방 선교에 큰 뜻을 두고 예수회를 지망한 인물이다. 예수회 창립 멤버이자 ‘선교의 수호자’로 세계 교회에서 공경받는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를 본받아 일본 선교를 꿈꾸기도 했다. 이번 아시아청년대회 참석은 교황의 소신이며 사목 방향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는 게 천주교계의 공통적인 분석이다. 따라서 교황으로선 처음 참석하는 이번 아시아청년대회를 통해 아시아 대륙의 신자들을 폭넓게 만나 함께 기도하며 영적으로 동반한다는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무엇보다 교황의 한국 방문은 한국천주교의 위상을 크게 바꿔 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한국천주교는 굵직굵직한 행사를 앞두고 있다. ‘한국천주교 사목회의’ 30주년이자 103위 순교 성인 시성 30주년의 해이기도 하다. 최근 교황청에서 복자(福者) 품이 결정된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에 대한 시복식도 열린다. 이처럼 중요한 시기에 맞춰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해 시복식까지 직접 집전하는 행보는 한국천주교에 ‘안성맞춤의 대박’이 아닐 수 없다. 한국천주교의 신자 수는 세계 228개국 중 47번째, 아시아에선 5번째로 많은 것으로 집계된다. 무엇보다 한국천주교는 외래의 선교사를 통하지 않고 평신도들이 직접 교회 공동체를 연 세계사적으로도 유례가 드문 ‘자생 신앙의 태동지’로 유명하다. 여기에 한반도 상황에 대한 교황의 큰 관심도 이번 방한과 관련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교황은 이미 여러 차례 한반도 평화와 한민족의 화해를 지적해 왔다. 즉위 직후인 2013년 3월 31일 부활 대축일 바티칸 성베드로광장에서 강복 메시지를 통해 ‘아시아 특히 한반도의 평화를 빈다’면서 ‘그곳에서 평화가 회복되고 새로운 화해의 정신이 자라나기를 빈다’고 기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한 중 남북 화해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사를 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교황이 미사를 통해 전하는 메시지는 경우에 따라 한반도와 주변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올 가능성도 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종교 플러스] 조선 5대 교구장 다블뤼 주교 5월6일 신리성지에 유품 기증

    천주교 조선교구 제5대 교구장인 다블뤼(한국명 안돈이) 주교의 유품이 시성 30주년이 되는 오는 5월 6일 대전교구 신리성지에 기증된다. 천주교계에 따르면 다블뤼 주교의 고향인 프랑스 아미앵 등에 살고 있는 후손들과 아미앵교구 관계자들이 5월 6일 한국을 방문해 유품을 신리성지에 기증할 예정이다. 기증 유품의 내용과 수량은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다블뤼 주교는 박해 시대의 실질적 조선교구청이었던 신리성지 지역을 중심으로 사목을 펼치다 오매트르, 위앵 신부 등과 함께 체포돼 갈매못성지에서 순교했으며 1984년 시성됐다.
  • 교황청, 한국인 순교자 124위 시복 결정

    교황청, 한국인 순교자 124위 시복 결정

    한국 천주교의 숙원이던 ‘윤지충과 동료 123위’의 복자(福者)품이 성사됐다. 복자는 천주교에서 최고의 영예로 여기는 성인(聖人)품의 전 단계다. 한국 천주교는 염수정 추기경 탄생에 이은 겹경사에 일제히 환영하고 나섰다. 이와 관련해 프란치스코 교황의 8월 방한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에 대한 시복(諡福)을 최종 결정했다”고 9일 공식 발표했다. 함께 시복 청원된 최양업 신부의 시복심사 절차도 현재 마무리 단계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고 주교회의는 덧붙였다. 시복이 확정된 윤지충과 동료 123위는 1984년 성인으로 시성된 김대건 신부를 비롯한 103위와는 달리 평신도들이라는 점에서 구별된다. 초기 박해 시절 신앙을 버리지 않고 목숨을 바친 순교자들이다. 첫 대규모 박해로 유명한 신유박해(1801년) 순교자가 53명으로 가장 많고, 기해박해(1839년)를 전후한 순교자 37명, 병인박해 순교자 20명, 신유박해 이전 순교자가 14명이다. 대개 시복시성 과정에서 기적과 이적 등의 사안이 큰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이들은 순교자라는 점을 들어 교황청 시성성에서 이적을 크게 평가하지 않았던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 두 번째 신부인 최양업 신부는 순교자는 아니지만 이적과 업적 부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로 한국천주교는 강조해 왔다. 시복이 결정되더라도 성인품에 오르는 시성까지는 훨씬 더 많은 기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윤지충과 동료 123위가 마지막 단계인 성인품에 언제 닿을지는 미지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많은 순교자를 한꺼번에 복자품에 올린 교황청의 결단에 한국 천주교는 크게 고무돼 있다. 천주교주교회의는 “1984년 당시 103위 복자가 시성된 이후 아직 시복시성이 되지 않은 초기 천주교회의 순교자들의 시복시성에 대한 염원이 시성 30주년의 해에 열매를 맺었다”고 환영했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도 “시복이 결정된 순교자들은 남녀평등, 신분제도를 넘어선 이웃사랑 등 하느님 사랑을 실천하면서 인권신장에 기여해 한국의 근대화를 앞당기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밝혔다. 이번 시복 결정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의 8월 방한설도 무게를 얻게 됐다. 교황청 전례에 따르면 시복식은 보통 교황청 시성성 장관이 교황을 대리해 로마, 혹은 시복 재판을 청구한 교구 현지에서 할 수 있다. 하지만 교황청 대변인이 지난달 22일 “교황이(8월 대전에서 열리는) 아시아청년대회에 초청받아 방한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어 10월로 예정됐던 시복식도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기다렸다 이선희… 기대된다 위너… 가요계 신구 전쟁

    기다렸다 이선희… 기대된다 위너… 가요계 신구 전쟁

    지난 1월이 걸그룹들의 ‘섹시’ 전쟁이었다면 2월 가요계는 전설의 귀환과 힙합 아이돌 그룹의 경쟁이다. 데뷔 30주년을 맞은 이선희(위)와 ‘월드스타’ 싸이가 컴백을 예고하고 있고, YG엔터테인먼트의 ‘비밀병기’ 위너(아래)가 데뷔를 앞두고 있다. 이민우와 가인, 바비킴 등의 새 음반도 곧 공개된다. 먼저 대한민국의 대표 디바 이선희가 이달 앨범을 발표할 계획임을 밝혀 기대를 모으고 있다. 2009년 2월 정규 14집 ‘사랑아’ 이후 5년 만의 신보이며 데뷔 30주년을 기념하는 앨범이다. 1984년 강변가요제에서 ‘J에게’로 대상을 거머쥔 그는 ‘아 옛날이여’, ‘나 항상 그대를’, ‘한바탕 웃음으로’ 등 숱한 히트곡을 냈다. ‘월드스타’ 싸이도 이달 중 신곡을 발표할 것으로 점쳐진다. 싸이는 이미 세계적인 힙합 스타 스눕독과 신곡 뮤직비디오 촬영 인증 사진을 공개한 데다 지난달 16일 열린 골든디스크 시상식에서 “신나는 노래로 재미있는 무대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그룹 신화의 이민우는 오는 6일 솔로 데뷔 10주년 기념앨범 ‘엠텐’(M-TEN)을 내놓는다. 2003년 솔로 출격을 한 그는 아이돌 그룹 멤버들의 솔로 활동의 포문을 열었다. 타이틀곡 ‘택시’는 디스코와 펑크 스타일의 곡으로 이민우는 술에 취한 듯 몽환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줄 예정이다. 그룹 브라운아이드걸스의 가인도 같은 날 정규 3집 ‘진실 혹은 대담’을 발표한다. 성과 사랑에 대한 솔직하고 과감한 담론으로 화제를 불러온 가인은 이번 앨범에서 자신에 대한 시선과 소문, 진실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낸다. ‘음원 강자’ 바비킴도 이달 중순 정규 4집을 발표한다. 2010년 3집 이후 4년 만에 발표하는 이번 앨범에서는 트럼펫 연주자인 아버지 김연근씨와 협업해 화제가 되고 있다. 소찬휘도 이달 중 새 앨범으로 가요계에 돌아온다. ‘현명한 선택’, ‘티어스’ 등을 히트시킨 그는 최근 대중문화계에 불어닥친 1990년대 복고 열풍으로 과거의 히트곡들이 주목받았다. 힙합을 내세운 아이돌 그룹들도 한꺼번에 컴백한다. 그룹 B.A.P는 3일 첫 번째 정규앨범을 발표한다. 그동안 강렬한 전사 이미지로 무거운 음악을 선보여 왔던 B.A.P는 이번 앨범을 통해 더 다양한 장르에 도전한다. 지난해 각종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휩쓴 방탄소년단은 10대들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미니앨범 ‘스쿨 러브 어페어’를 오는 12일 공개한다. YG의 야심작인 위너도 이달 말 데뷔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케이블채널 엠넷 ‘윈:후 이즈 넥스트’를 통해 데뷔를 확정 지은 이들은 같은 방송사의 ‘위너TV’를 통해 인지도를 높여 가고 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동물박사가 들려주는 동물이야기] 일제에 독살당한 맹수들… 그날밤, 동물도 사람도 울부짖었다

    [동물박사가 들려주는 동물이야기] 일제에 독살당한 맹수들… 그날밤, 동물도 사람도 울부짖었다

    1945년 7월 25일 이왕직(李王職·일제강점기 조선 황실과 관련한 사무 일체를 담당하던 기구) 회계과장이었던 일본인 사토는 느닷없이 직원들을 죄다 불러 모아 “사람을 해칠 만한 맹수류를 모두 죽여야 한다”고 폭탄선언을 했다. 미군이 창경원을 폭격할 경우, 동물들이 우리를 뛰쳐나와 사람을 해치지 않도록 미리 대비하라는 지령을 일본 본토에서 받았다는 것이다. 극비리에 정체불명의 극약이 배부돼 먹이에 타 동물들에게 먹였다. 여느 때처럼 맛있게 저녁을 먹은 코끼리, 사자, 호랑이, 곰, 뱀, 악어, 독수리 등 21종 38마리가 조용히 영원한 침묵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녀석들이 죽던 날 밤 창경원 일대는 최후를 고하는 맹수들의 울부짖음이 처량한 곡소리같이 울려퍼졌고, 전 직원도 함께 울었다는 말이 전해 내려온다. 그러나 결국 창경원에는 폭격이 없었기 때문에 무고하게 희생된 동물들에 대한 안타까움은 지금까지 갈수록 커지기만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이런 비극은 비단 한국에만 일어난 게 아니다. 타이완과 만주에 있는 동물원들도 예외일 순 없었다. 일제 또한 미국으로부터 배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전 세계가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던 1940년대부터 여러 동물원의 동물들도 수난을 겪게 되는 잔혹사가 있었다. 미국과 힘겹게 전쟁을 치른 일본은 패전 쪽으로 기울자 본토에 있는 우에노 동물원, 고베 동물원, 오사카 동물원 등 여러 동물원 동물에 대한 조치계획인 ‘동물원 비상조치요강’을 발동했다. 여기에는 동물원이 공습을 받을 경우에 대한 조치 방법을 적어 놓았다. 먼저 위험 정도에 따라 동물종을 4등급으로 분류했다. 곰, 대형 고양잇과 동물과 코끼리·하마·들소 같은 대형 초식동물, 늑대, 하이에나, 개코원숭이, 독사, 왕뱀류는 가장 위험한 1종이다. 이런 동물들은 청산가리, 스트리키닌 등의 극약으로 살처분하거나 총살하도록 돼 있었다. 6·25전쟁 때도 참혹하긴 마찬가지였다. 애끊는 노력으로 전쟁 초기인 1950년 동물들은 다행히 목숨을 지켰지만 이듬해 중공군 개입으로 1·4후퇴를 할 땐 사육사들도 빠짐없이 짐을 싸야만 했다. 그해 3월 서울 재수복 뒤 창경원 동물원 풍경에 대해 옛 창경원 사육사는 이렇게 떠올렸다. “동물사는 모두 열려 있었지만 살아 움직이는 동물은 새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 낙타, 사슴, 얼룩말은 머리통만 남아 있었다. 여우나 너구리, 오소리, 삵 등은 굴과 돌 틈에 끼여 죽어 있었다. 모두 그렇게 굶어 죽고, 얼어 죽었다.” 창경원은 일제에 의해 ‘한국 깎아내리기’ 차원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일제는 이곳에 동물원과 식물원, 놀이시설을 들여놓아 놀이터로 만들고 말았다. 조선시대 궁궐인 창경궁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제대로 된 동물원을 국민들에게 안긴 계기는 1977년 확정된 ‘서울대공원 건설계획’이다. 당시의 우리나라 경제상황에 비춰 대공원 건설은 엄청난 규모의 사업 구상이었다. 만약 그때 서울대공원을 건설하지 않았다면, 수도권 어느 곳이라도 지금처럼 좋은 위치에 대형 복합공원을 건설한다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서울대공원 건설계획에 따라 창경원에서 1980년부터 소속을 서울시로 옮긴 한국 동물원 역사의 증인이 바로 지난해 말 별세한 오창영(1928~2013) 초대 서울동물원장이다. 창경원 때부터 직위는 원래 관리직이 아니라 수의관이다. 1차적으로는 동물 진료를 책임지는 위치에 있었지만 고인만큼 야생동물에 대한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겸비한 사람은 국내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자연스럽게 새롭게 조성될 동물원 디자인에 대한 구상과 더불어 각 동물사의 세부설계에도 크게 기여했다. 초기 서울동물원은 400여종에 이르는 동물을 대대적으로 수입했다. 창경원 당시엔 해외종, 국내종을 통틀어 모두 130여종에 불과했다. 오 원장은 기린, 사자, 하마 등 익숙한 동물 말고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되는 동물들에게 한글 이름을 지어주고 싶었다. 그래서 국어학자, 생물학자, 식물학자, 대학교수, 동물원전문가로 자문위원회를 구성하는 열성을 보였다. 대표적인 사례로 남미에 서식하는 ‘자이언트 앤트 이터’(Giant Ant Eater·길이 50㎝를 웃도는 혀를 가진 희귀종)에겐 ‘큰개미핥개’라는 이름을 붙였다. ‘링 테일드 리머’(Ring Tailed Lemur·긴 꼬리에 선명한 테 모양의 검은 털과 여우처럼 생긴 얼굴 모양을 한,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에 서식하는 원숭이)엔 ‘꼬리여우원숭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당시로선 아주 낯설었을 법하다. 오 전 원장에 뒤이어 곧바로 동물원을 이끈 인물이 ‘동물의 왕국’이라는 텔레비전 프로 해설을 오래 진행한 고 김정만(1934~2010)씨다. 그 또한 창경원에 수의사로 발을 들여놓았다. 본격적인 영상매체 시대에 각종 프로에 출연, 대중과 친해져 동물박사로 이름을 알리면서 동물원의 위상을 드높였다. 오 전 원장과 함께 한국동물원계의 큰별로 불린다. 동물원 수준은 그 나라의 동물복지를 가늠하는 잣대다. 이런 맥락에서 잊을 수 없는 기억이 있다. 2002년 캐나다 토론토 동물원에서 6개월간 연수를 받았다. 어느 날 동물원장 윌리엄 래플리 박사와 대화하다가 오 전 원장에 얽힌 이야기를 들었다. 래플리 원장이 수의사로 일하던 젊은 시절 한국에서 손님이 왔다고 해서 며칠씩이나 동물원을 안내했단다. 두꺼운 스케치북에다 직접 손으로 그림을 그려가며 동물사 구석구석의 시설들을 낱낱이 조사했는데 세부적인 질문이 얼마나 많았던지 애를 먹었다고 한다. 올해로 서울대공원은 개원 30주년을 맞는다. 여러 시설의 노후화 문제를 안고 있지만 노력한 점도 적잖다. 유인원관·열대조류관을 성공적으로 리모델링했으며, 올해 개관을 목표로 기존 맹수사 전시 지역을 ‘백두산 호랑이 숲’과 새로운 전시개념을 도입한 ‘소동물 트위닝(twinning) 전시관’으로 바꾸는 공사도 한창이다. 앞으로 외형적인 변화뿐 아니라 가장 안전한 동물원으로 거듭나기 위해 여러 분야의 외부 전문가 자문을 통해 관리시스템을 총체적으로 바꾸는 혁신을 계획하고 있다. 선진국 동물원들처럼 종 보전 센터로서의 역할에도 더욱 충실할 것이다. 좋은 동물원을 만들려면 시민들도 함께 관심을 보여야 한다. 잘못된 게 있으면 실망과 비난에 그치지 말고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할 때다. 시민들의 요구를 달게 받겠다는 각오를 새삼 다진다. vetinseoul@seoul.go.kr
  • [경제 브리핑]

    외환보유액 6개월 연속 사상 최대 외환보유액이 6개월 연속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2월 말 외환보유액이 3464억 6000만 달러로, 전월보다 14억 5000만 달러 늘었다고 6일 밝혔다. 유로화 등의 강세로 기타통화표시 자산의 달러화 환산액이 늘어난 데다 외화자산 운용수익이 불어난 덕분이라고 한은은 증가 요인을 설명했다. 세계 순위(11월 말 기준 7위)에는 변화가 없다. 다만 세계 6위인 브라질의 외환보유액(3624억 달러)이 21억 달러 감소해 격차가 좁혀졌다. 농협은행, 설 자금 1조 5000억 지원 농협은행은 설 명절을 앞두고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상대로 유동성 자금 1조 5000억원을 지원한다고 6일 밝혔다. 다음 달 14일까지 신규자금을 지원하고 이 기간 동안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은 만기를 연장해 준다. 우대금리는 최대 1.9% 포인트다. 농협은행은 또 오는 6월까지 우량 중소기업과 개인 사업자를 대상으로 1조원 한도의 ‘동반성장론’ 상품을 판매한다. 거래 실적에 따라 대출금리를 최대 1.8% 포인트까지 우대한다. 동부화재 ‘내생애 든든 종합보험’ 동부화재는 장기보험 판매 30주년을 맞아 신체뿐 아니라 우울증 등 정신·행동 장애까지 보장하고 고객이 적립환급금 수령 시기를 선택해 노후보장도 가능한 ‘내생애 든든 종합보험’을 6일 출시했다. 이 상품은 고객의 상황에 맞게 최대 165개의 담보를 선택할 수 있다. 유방 성형·재건술로 인한 스트레스를 최대 50만원까지 보장하고 정신분열증, 우울증, 조증, 섭식장애, 틱장애 등도 최대 20만원까지 보장하는 등 정신질환 보장 영역을 확대했다.
  • “토종 창작발레 수출하는 게 다음 목표”

    “토종 창작발레 수출하는 게 다음 목표”

    “해외에 나가면 유니버설발레단의 창작 발레 ‘심청’에 대한 관객 반응이 놀라울 정도로 뜨거워요. 오페라 ‘나비부인’이 일본, 발레 ‘라바야데르’가 인도를 배경으로 하듯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한 작품도 수출 못 할 이유가 없죠. 우리 창작 발레를 해외에서 탐내도록 만들어 수출하는 게 다음 목표입니다.” 올해 창단 30주년을 맞은 유니버설발레단 문훈숙(51) 단장의 얼굴에는 자신감과 설렘이 함께 배어 있었다. 발레단이 첫발을 내디딘 1984년. 변변한 남자 무용수가 없던 시절, 다리가 길다는 이유만으로 학교 인쇄소 직원에 연극배우들까지 끌어와 공연을 올렸다. 그 열악한 시간을 딛고 한국 발레가 세계 무대에서 존재를 뚜렷이 각인시킨 건 국내 최대 민간 발레단인 유니버설발레단의 공이 컸다. 그 중심에 문 단장이 있다. 특히 창단 멤버인 그가 바라보는 발레단의 서른살 생일은 감회가 남다르다. 문 단장은 “30주년을 맞아 겉으로 화려하게 보이는 행사에 치중하기보다는 사람이 바뀌어도 발레단이 더 오랜 세월을 흔들림 없이 나아갈 수 있도록 토대를 탄탄하게 다질 계획”이라며 “단원 및 공연 평가 체계화, 단원·직원 처우 개선, 공연 제작 과정의 효율화 등 내부 시스템 개선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문 단장 특유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는 관객과 발레를 잇는 연결고리가 됐다. 2008년부터 공연 전 그가 직접 발레 동작을 보여주며 작품 감상법을 일러주는 해설과 실시간 자막 도입 등은 발레 대중화를 견인했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평균 객석 점유율이 82%(유료 객석 점유율 75%)로 안정적인 운영을 이뤄냈다. ‘발레 한류’의 첨병 노릇도 톡톡히 하고 있다. 1985년부터 국내 발레단으로는 처음으로 해외 공연을 시작한 유니버설발레단이 지금까지 무대에 오른 곳만 21개국 115개 도시에 이른다. 레퍼토리 구성도 1992년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과 협업한 뒤 다채로워졌다. 문 단장은 “앞으로도 단원 전체가 고른 기량을 갖춘 유니버설발레단만의 스타일을 고수하면서 고전의 전통성과 현대작의 세련미를 효과적으로 섞은 레퍼토리를 꾸며 가겠다”고 말했다. 특히 그의 머릿속에는 내후년 선보일 창작 발레에 대한 생각이 가득 차 있다. 그는 “한국적 요소를 담은 현대판 명작이니 기대해 달라”고 귀띔했다. 오는 2월 30주년 기념 특별 갈라 공연을 연 뒤에 4월에는 스페인 천재 안무가 나초 두아토의 ‘멀티 플리시티’ 전막을 초연한다. “두아토에게 지난해 ‘멀티 플리시티’ 전막을 무대에 올리고 싶다고 했더니 한국에 와서 단원들의 기량을 평가한 다음에 답을 주겠다고 하더군요. 지난해 10월 찾은 그가 우리 단원들의 움직임을 보더니 단번에 ‘노 프라블럼’이라고 외치더라고요.” 자신도 두아토의 팬이라는 문 단장은 만족감과 기대감에 찬 표정으로 웃어 보였다. 미래를 품은 문 단장의 눈길은 발레단 내부에 그치지 않는다. 국내 무용계가 발전하려면 창의적인 안무가를 길러 내는 게 급선무라고 힘주어 말했다. “요즘은 국내에서 교육받은 무용수가 해외 발레단에서 주역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작품, 무용수, 교육 수준이 모두 올라갔어요. 마지막 과제는 탁월한 안무가를 발굴해 내는 거죠. 영국 로열발레단의 케네스 맥밀런, 미국 뉴욕시티발레단의 게오르게 발란친 등 세계 무용계를 봐도 발레단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시기는 천재 안무가가 내부에서 탄생했을 때예요. 우리도 토양이 갖춰졌으니 우리만의 지문이 묻어 있는 발레를 만들고 수출하는 일만 남았죠.”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지상파 하이라이트]

    ■달라졌어요(EBS 밤 10시 45분)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던 남편은 고엽제 후유증으로 20년 전 두 다리를 잃었다. 유난히 시끄럽거나 지저분한 것을 참지 못하는 성격 때문에 매일 가족에게 침묵과 정리정돈을 강요한다. 특히 발달장애가 있는 큰딸을 향한 남편의 폭언과 차가운 눈초리는 집안을 얼게 만든다. 이 가족의 갈등을 풀 수 있는 해법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총리와 나(KBS2 밤 10시) 다음 날 눈을 뜬 다정은 자신이 낯선 곳에 와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다정은 한참 뒤 자신이 공관에 있음을 알게 된다. 다정은 공관을 빠져나가려 하지만 마침 오늘이 총리 취임 만찬 날이다. 다정은 조심스럽게 나가려다 우연히 스파이의 얼굴을 목격한다. 한편 권율은 하는 수 없이 스파이를 잡기 위해 다정을 총리 취임 만찬장에 참석시킨다. ■MBC 다큐스페셜(MBC 밤 11시 15분) 독일로 광부를 파견한 지 50주년. 아울러 한독수교 130주년이 되는 올해에 대한민국 역사의 한 단면인 광부, 간호사 파견의 역사적 의의와 명암을 살펴본다. 2004년 당시 이미 60~70대 노년층이었던 그들은 10년이 지난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다양한 사례를 통해 파독 광부, 간호사, 간호조무사들의 역사적 의미를 짚어 본다.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SBS 밤 11시 15분) 더 솔직하고, 더 강력해진 김구라의 힐링 토크를 만난다. 그가 말하는 1년간의 자숙의 시간, 도대체 김구라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여의도 안테나 구라가 밝히는 핵폭탄급 뉴스로 MC들을 놀라게 한다. 한편 미중년 배우 이성재가 가세한다. 그에게서 좀처럼 들을 수 없었던 허심탄회한 이야기도 접해 본다. ■요리비전(EBS 밤 8시 20분) 찬 바람이 불면 경남 통영의 어부들은 ‘볼락’ 생각에 마음이 설렌다. 사시사철 잡히지만 겨울이면 더 깊은 맛을 내는 볼락은 여전히 통영 토박이들의 입맛을 돋우고 있다. 어부의 아내는 남편이 낚아 온 볼락을 노릇하게 굽고, 소금 바람에 꾸덕하게 말려 찜을 한다. 볼락을 통째로 넣어 담그는 볼락깍두기는 음력설이 오기 전에 다 먹어야 맛이 좋다는데…. ■힐링로드 만남(OBS 밤 11시 5분) 옛 풍경과 정겨운 공기를 간직한 마을. 형광 빛 네온사인이 반짝이는 도심 속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과거로의 시공간에 빠져든 듯한 분위기를 풍기는 곳이 있다. 삐죽이 솟은 아파트들 사이에 낮은 모습을 한 채 우리를 맞는 대장동. 우리가 그리워하던 이야기를 지금 이 순간에도 엮고 사는 사람들을 만나 본다.
  • 독일서 울린 한국의 소리 “분더바”

    독일서 울린 한국의 소리 “분더바”

    “분더바, 분더바!(Wunderbar·환상적이다)” 지난 4일 저녁(현지시간) 독일 서부 자를란트주의 중소도시 자르브뤼켄에서 우리의 풍악소리가 울렸다. 김덕수 사물놀이패가 시의회에서 자를란트 주립 발레단원, 재즈연주팀과 함께 ‘퓨전 공연’(서로 다른 예술 장르를 조합해 벌이는 공연)을 벌였다. 징과 꽹과리를 치고 상모를 돌리며 느린 듯하다가 휘몰아치는 우리 가락에 공연장의 관객 600여명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공연을 기획한 단체 ‘SB 영아티스트’(SBY)의 유요한(28·자르브뤼켄 음악대학) 대표는 6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사물놀이패와 발레단이 마치 비보이의 ‘댄스 배틀’처럼 서로 춤 대결을 벌이는 광경에 관객들이 빠져들었다”고 말했다. 한인 문화단체인 SBY는 한·독 수교 130주년을 맞아 지난 3~5일 자르브뤼켄 국립극장 등에서 문화축제 ‘클라이맥스 오브 리듬’을 가졌다. 우리 살풀이춤 등을 현지 대학생들에게 소개하는 워크숍과 한인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사물놀이 체험 행사도 열렸다. 유씨는 “그동안 독일에서 열린 우리 음악 공연은 ‘소중한 한국 문화를 경험하세요’하는 식의 단순한 보여주기 행사가 많았다”면서 “하지만 우리 음악 등이 현지에서 자리를 잡으려면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것이 중요해 발레 등 독일 문화와 섞어 공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하프타임]

    코비, 레이커스와 2년 재계약 미국프로농구(NBA) 슈퍼 스타 코비 브라이언트가 소속팀 LA 레이커스와 2년 재계약에 성공해 무려 20년 동안 한 팀에서 뛰게 됐다. 레이커스는 26일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되는 브라이언트와 2년 연장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브라이언트는 2015~16시즌까지 레이커스에서 뛴다.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브라이언트가 2년간 4850만 달러(약 515억원)를 받는다고 전했다. ‘호돌이’ 30주년 기념식 1988년 서울올림픽을 세계에 알렸던 마스코트 ‘호돌이’가 서른 살 생일잔치를 치른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9일 서울 종로구 동숭아트센터에서 호돌이 탄생 30주년 기념식을 한다고 26일 밝혔다. 호돌이는 서울올림픽이 개최되기 5년 전인 1983년 11월 29일 발표됐다. K리그 전북 김상식 은퇴 프로축구 K리그 전북의 수비형 미드필더 김상식(37)이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다. 전북은 “김상식이 12월 1일 FC서울과의 경기를 끝으로 은퇴할 예정”이라고 26일 밝혔다. 김상식은 1999년 프로에 데뷔해 K리그 457경기에 출전, 18골 17도움의 성적을 냈다.
  • “그림과 함께 30년… 버티는 게 만만찮아”

    “그림과 함께 30년… 버티는 게 만만찮아”

    “올해 100억원이 넘는 빚을 다 갚았어요. 버티는 게 만만찮네요.” 개관 30주년을 맞은 박여숙화랑의 박여숙(60) 대표는 첫마디부터 무겁게 건넸다. 그는 30여년 전 예술 불모지나 다름없던 서울 강남에 화랑을 연 뒤 ‘터줏대감’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생채기도 많았다. 박 대표는 응용미술을 전공한 미술학도였다. 이후 월간지 ‘공간’에서 3년간 기자생활을 하며 미술과 인연을 이어갔고, 예화랑에선 큐레이터로 일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1983년 덜컥 자신의 이름을 딴 화랑을 열었다. 한 일간지에서 ‘김충복 과자점’과 엮어 기사를 낼 정도였다. 임신한 몸으로 남편의 반대를 무릅쓰고 마련한 화랑은 서울 압구정동의 한 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 자리 잡았다. 젊은 작가들과 호흡하고 싶어서였다. 첫 전시는 지금은 고인이 된 김점선 화백의 작품전. 작가도 화랑주도 모두 신인이었다. 몇몇 인기작가들의 작품이 화랑가를 휩쓸던 때였다. 이후 이강소·박서보·김종학·정창섭·전광영 등 수백명의 작가가 이 화랑을 거쳐갔다. 대지미술가인 크리스토 부부 등을 처음 한국에 소개했고, 리히텐슈타인·패트릭 휴즈의 해외 전시도 마련했다. 자신감과 신뢰가 커졌지만 지나치게 몸집을 불린 게 화근이었다. 미술계가 호황이던 2007년 아트펀드를 조성해 운용했으나 글로벌 경제위기가 닥치며 고스란히 빚더미로 돌아왔다. 미술시장이 돈세탁 창구로 변질되면서 펀드에 쏟아지는 주위의 따가운 시선도 한몫했다. ‘야반도주하는 것 아니냐’는 루머까지 돌았다. 박 대표는 “급작스럽게 찾아온 미술계 불황에 소장한 그림까지 팔리지 않아 빚을 떠안았다”면서 “금융기관과 협력해 올해 겨우 빚을 다 갚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30년 그림을 팔면서 한순간도 기쁜 적이 없었다. 최근 2~3년이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국내 미술시장은 지금도 불황을 겪고 있다. 박여숙화랑은 개관 30주년을 맞아 의미 있는 전시를 마련했다. ‘한국의 색’이란 주제로 27일부터 다음 달 11일까지 한국 현대회화의 대표 작가인 김환기, 김종학, 이대원과 사진작가 배병우, 염장(染匠) 한광석 등의 작품을 내건다. 이태호 명지대 교수와 머리를 맞대고 자연과 전통을 모티프로 거대한 색채의 축제를 담아냈다. 박 대표는 “작가들이 기꺼이 작품을 내줬다”면서 “값비싼 핸드백이나 보석보다 그림을 즐길 줄 아는 멋쟁이들이 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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