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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장 연봉이 2.5억?”…日대기업들 승진 기피에 ‘돈’ 꺼냈다[와쿠와쿠도쿄]

    “부장 연봉이 2.5억?”…日대기업들 승진 기피에 ‘돈’ 꺼냈다[와쿠와쿠도쿄]

    관리직 기피 확산 속 처우 개선 “승진하면 손해”. 일본 철도 대기업 과장급 A(가명)씨는 “책임만 늘고 보상은 따라오지 않아 관리직을 꺼리는 분위기”라고 말했습니다. 최근 일본 직장인들 사이에서 심심찮게 나오는 얘기입니다. 승진을 ‘벌칙’으로 보는 인식도 퍼져 있습니다. 이런 인식을 뒤집기 위해 일본항공(JAL)이 임금 인상 카드를 꺼냈습니다. 부장급 연봉을 최대 2500만엔(약 2억 3000만원)까지 끌어올린다는 겁니다. 임원급 기본 보수에 맞먹는 수준입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7일 일본 항공이 2027년도까지 부장급 연봉을 현재보다 약 30% 높은 1600만~2500만엔 수준으로 인상할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 이미 2026년도부터 관리직 전반 임금을 인상해 부장은 최대 15%, 과장은 최대 10% 올렸고, 핵심 프로젝트 책임 부장에게는 월 10만엔(약 92만원)을 추가 지급하는 제도도 도입했습니다. 왜 이렇게까지 할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관리직이 없다”. 일본은 저출산으로 신규 인력 자체가 줄어들면서 기업 간 채용 경쟁이 치열해졌습니다. 이에 따라 초임을 비롯한 젊은층 임금을 선제적으로 끌어올리는 흐름이 나타났죠. 다만 전체 인건비는 제한적인 만큼 중견·베테랑층 임금은 상대적으로 정체되거나 줄어들었죠. 결과적으로 책임은 늘지만 보상은 충분하지 않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관리직을 꺼리는 흐름이 강해졌습니다. 실제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2020~2025년 임금 상승률은 20대 약 15%, 30대 10~12%인 반면 40대는 5~8%, 50대 초반은 오히려 감소했습니다. 지난해 가을 일본경제단체연합회 조사에서도 임금 인상을 30세 이하에 집중했다는 기업은 23%였지만, 45세 이상은 1%에 그쳤습니다. 이에 중간관리층 처우를 끌어올리려는 움직임이 확산 중입니다. 신문에 따르면 일본의 대형 경비업체 세콤이 최근 관리직 수당을 약 30% 인상했고, 후코쿠생명보험은 부장급 연봉을 평균 15% 올렸습니다. 부동산 회사인 레오팔레스21도 관리직 보수 상한을 높였습니다. 물론 단순한 임금 인상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권한과 역할 재설계가 병행되지 않으면 관리직 기피는 반복될 수 있다는 겁니다. 다만 보상을 끌어올리면 최소한 ‘승진하면 손해’라는 인식은 일부 완화될 수 있지 않을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보시나요. ‘와쿠와쿠’(わくわく)는 일본어 의성어로, 무언가 즐거운 일이 생길 것 같아 들뜨고 기대되는 느낌을 표현할 때 쓰입니다. 도쿄에서 보고, 듣고, 느낀 일본의 아기자기하면서도 역동적인 현장을 연재합니다. 화려한 뉴스의 이면, 숫자로는 보이지 않는 흐름 속에서 일본의 또 다른 표정을 전합니다.
  • 총격에 뚫린 트럼프 만찬

    총격에 뚫린 트럼프 만찬

    트럼프 부부와 밴스 등 안전 대피30대 남성 용의자 현장에서 체포美법무 “트럼프 포함 행정부 노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참석한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 행사장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해 대통령 부부와 정관계 최고위급 인사들이 급히 피신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참석자들은 모두 무사했고 용의자는 현장에서 체포됐다. 25일(현지시간) 오후 8시 30분쯤 워싱턴DC의 워싱턴 힐튼 호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백악관출입기자협회(WHCA) 주최 만찬에서 5~8발의 총성이 울렸다. 무대 위에 마련된 자리에서 식사 중이던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 JD 밴스 부통령 등 주요 인사들은 테이블 아래로 몸을 숨겼고 비밀경호국(SS)의 호위를 받으며 행사장 뒤로 피신했다. 이날 총격은 캘리포니아주에 거주하는 콜 토머스 앨런(31)이란 남성이 만찬장 외부에 위치한 보안검색대를 무단으로 돌진해 통과하면서 발생했다. 미 보안당국은 앨런이 산탄총과 권총, 흉기 등을 소지하고 있었으며 요원들이 빠르게 제압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으로 이동한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열고 “단독 범행(lone wolf)으로 생각한다”며 이란 전쟁과는 무관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토드 블랜치 미국 법무장관 대행은 미 NBC방송 인터뷰에서 총격범이 “실제로 행정부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아마도 대통령을 포함해 표적으로 삼았다”고 언급했다. 이번 총격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월 취임 후 처음으로 벌어진 암살 시도로 의심된다. 그를 겨냥한 것으로 파악될 경우 최근 2년 새 세 번째 암살 시도다. 이재명 대통령은 엑스에 “트럼프 대통령 내외를 비롯해 현장에 계셨던 모든 분들이 무사하다는 소식에 안도한다”며 “대한민국 정부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가치를 훼손하는 모든 형태의 폭력과 극단주의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 “트럼프 자작극”…이란, ‘암살 의혹’ 총격 사건 후 내놓은 입장 충격 [핫이슈]

    “트럼프 자작극”…이란, ‘암살 의혹’ 총격 사건 후 내놓은 입장 충격 [핫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참석한 백악관 출입기자단협회 만찬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이란 측이 입장을 내놨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산하의 준관영 타스님 통신은 2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한 백악관 기자단 만찬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고 전한 뒤 “이는 트럼프의 갱스터 쇼”라고 비아냥을 보냈다. 이어 “이날 총격 사건은 초기 몇 분 이후 의혹과 의문점들로 가득 차 있다”면서 “많은 미국 SNS 사용자들은 만약 이것이 ‘큰 쇼’라면 트럼프의 목표는 무엇인지 묻고 있다. 그는 이것을 다가오는 미국 중간선거에 이용하려는 것일까, 이란이나 다른 나라를 겨냥한 것일까”라고 주장했다. 이어 “트럼프가 벌인 쇼처럼 보이게 하는 몇 가지 징후가 있다”면서 “대선 직전에 이와 비슷하지만 훨씬 더 심각한 사건이 발생했는데, 트럼프가 귀에 총을 맞은 것이다. 트럼프는 이 사건을 선거 운동에 활용했다. 일각에선 이 사건이 중간선거를 위해 미리 계획된 것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타스님 통신은 “백악관 대변인이 기념식 전 연설에서 ‘오늘 밤 총격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면서 “매우 위급하고 안보와 관련된 상황에서 트럼프는 자신을 영웅이자 용감한 사람으로 묘사하는 트윗을 올리고, 심지어 행사에 남겠다고까지 발표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트럼프 “이번 사건, 이란과 무관할 것으로 생각”이번 사건은 트럼프 대통령이 협회 만찬이 열리는 25일 저녁 8시 30분쯤 워싱턴 힐튼 호텔 연회장에 입장한 후 국가 연주 의식이 끝나고 모두 식사하고 있던 사이에 벌어졌다. 연회장 복도에서 총격으로 추정되는 소리가 몇 차례 울려 퍼졌고 곧바로 비밀경호국(SS) 요원들이 무대 위로 뛰어올라 “총격 발생”이라고 외쳤다. 무대 위에 마련된 테이블에서 식사 중이던 트럼프 대통령과 배우자 멜라니아 여사, JD 밴스 부통령 등 주요 인사들은 테이블 아래로 몸을 숨긴 뒤 행사장 뒤로 피신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밴스 부통령은 모두 부상 없이 안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용의자의 얼굴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속 용의자를 보면 체포된 직후 양팔이 결박당한 채 엎드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용의자 단독 범행. 이란과 무관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적었다. 이란과의 2차 협상이 결렬될 위기에 있는 상황에서 이란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사건을 축소하려는 모양새다. 총격범은 캘리포니아 공과대학 출신 30대 남성AP 통신은 이번 총격 사건의 용의자가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을 졸업한 31세 남성 콜 토마스 앨런이라고 보도했다. 미 당국은 용의자가 이른바 ‘외로운 늑대’ 유형으로 단독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프리 W. 캐럴 워싱턴 D.C. 경찰청(MPD) 경찰청장 대행은 “현재로서는 용의자의 범행 동기가 무엇인지 알 수 없으며 누구를 표적으로 삼았는지 파악하기에도 너무 이르다”면서 “용의자는 호텔 투숙객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토드 블랜치 법무장관 대행은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용의자의 행위를 고려할 때 기소는 확실하다. 총기 소지 및 기타 여러 가지 혐의가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 15도 넘으면 기록보다 안전이 중요… 때로는 ‘포기’도 용기 [박성국의 러닝 보급소]

    15도 넘으면 기록보다 안전이 중요… 때로는 ‘포기’도 용기 [박성국의 러닝 보급소]

    ‘경기 마라톤’ 수원 오전 26도 넘어의식 잃거나 구토하는 주자들 생겨“천천히 달렸는데도 두통으로 고생”전국서 크고 작은 마라톤 우후죽순폭염에 따른 안전사고 함께 늘어나실신·탈진 속출하고 사망자도 발생성인 남성 6.2도서 기록 가장 좋아고온 다습 땐 뇌 기능 ‘열 충격’ 빠져“기록 욕심 버려야… 전용 모자 권장”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 국내에도 많은 애독자를 보유한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77)는 수필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서 훗날 스스로 묘비명을 쓴다면 이런 문구를 넣고 싶다고 했다. 집필을 위해 10㎞ 달리기를 하루의 필수 ‘루틴’으로 정해두고 40년 넘게 지켜오고 있다는 작가가 쓴 ‘달리기 예찬론’은 ‘러너 필독서’로 재조명받으며 일본어판 초판 20주년을 앞둔 지금도 서점가 베스트셀러 코너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뭐 하나 했다 하면 단기간에 끝장을 봐야 성미가 풀리는 한국인들에게는 한 문장을 추가해야 할 것 같다. “때로는 포기할 용기도 필요하다.” 무라카미가 언급한 ‘걷지는 않았다’라는 표현은 작가로 살아가는 자신이 정한 인생의 규칙을 엄격하게 따르며 수도자의 자세로 살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마라톤 대회에서 ‘결코 걷지 않겠다’는 말이 아니다. 그러나 마라톤 대회를 즐기는 독자들 상당수가 “하루키도 안 걸었다는데…” 하면서 이를 악물고 자신의 체력 수준을 뛰어넘어 무리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19일 경기 수원시 도심에서 펼쳐졌던 ‘2026 경기 마라톤’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날 한반도 전역은 이른 더위에 기온이 빠르게 올랐다. 낮 최저 13도로 출발한 수원시의 기온은 풀코스(42.195㎞) 부문 경주가 시작된 오전 8시 30분에 이미 20도에 육박했고, 대회가 한창 진행 중이던 오전에는 26도를 넘겼다. 4월 중순 치고는 폭염에 가까웠던 기온에 완주자 전반의 기록 하락은 물론 의식을 잃고 쓰러진 주자와 주로 곳곳에서 구토를 하고 있는 주자를 봤다는 목격담이 이어졌다. 풀코스 부문에 참가했던 40대 직장인 박모씨는 “지난 겨울 훈련을 나름 열심히 했기 때문에 PB(개인 최고 기록)를 노려볼까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어제 일기예보를 보고는 마음을 접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미 퍼질 대로 퍼져 터덜터덜 결승선을 향하고 있는데 구급차가 쓰러진 사람을 태워 급하게 지나가는 모습을 봤다”면서 “의식이 없는 모습에 걱정이 많이 됐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하프(21.09㎞) 코스 부문에 참가한 직장인 최모(40)씨는 “너무 더워서 ‘완주만 하자’는 생각으로 평소보다 천천히 뛰었는데도 집에 와서는 두통이 심해 하루 종일 기절한 듯 누워만 있었다”면서 “이런 날씨엔 과감히 DNF(Do Not Finished)하는 것이 더 현명한 용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2023년 코로나19 엔데믹을 계기로 국내에서는 해마다 전국에 크고 작은 마라톤 대회가 우후죽순 급증했다. 폭염에 따른 안전사고 역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10월 경남 거제시에서 열렸던 대회에서는 낮 최고 27도 고온에 달리던 30대 남성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으나 결국 숨지는 비극적인 일까지 발생했다. 2024년 8월 경기 하남시에서 열렸던 야간 마라톤 대회에선 30도가 넘는 기온에 참가자 중 28명이 실신하거나 탈진해 대회 주관사 대표가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형사 입건되기도 했다.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5~7월 길가에서 발생한 온열질환자 45명 중 절반 이상(56%)은 마라톤 대회 참가자였다. 스포츠 생리학 전문가들은 통상 15도가 넘는 기온에서는 ‘기록’보다는 ‘안전’에 유의하며 페이스를 크게 낮춰 달릴 것을 권고한다. 프랑스 국립스포츠체육연구소 산하 생체역학 연구소가 2001년부터 2010년까지 파리·런던·베를린·보스턴·시카고·뉴욕 마라톤 완주자 179만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성인 남성은 6.2도의 환경에서 가장 기록이 좋았다. 15도가 넘어가면 완주 기록이 확연히 떨어지는 ‘마라톤 임계 온도’도 확인됐다. 고온 다습한 한국에서는 운동 능력 저하를 넘어 열사병 발병 위험까지 뒤따르게 된다. 270회 이상 풀코스 완주 경험이 있는 이윤희 파워스포츠과학연구소 대표(운동생리학 박사)는 “평소보다 기온과 습도가 높은 환경에서 달리기와 같은 운동을 하게 되면 체온이 단시간에 급격히 오르면서 뇌의 단백질 기능이 저하되는 ‘열 충격’에 빠지기 쉽다”면서 “쉽게 말해 뇌 기능이 떨어지면서 비틀거리며 뛰다 자신도 모르게 스르륵 의식을 잃고 쓰러지게 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대표는 “더운 날 대회가 열린다면 기록이나 페이스 욕심은 버려야 한다. 마라톤 전용으로 나오는 모자를 쓰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모자를 쓰면 열 배출이 되지 않고 더 덥다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오히려 모자가 태양열의 직접적인 가열을 1차 차단하고 땀과 체열 배출을 촉진해 온열질환을 막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 미 루이지애나 총기 난사로 자녀 7명 몰살… 범인은 아빠

    미 루이지애나 총기 난사로 자녀 7명 몰살… 범인은 아빠

    3~11세 8명 숨져… 여성 2명 부상용의자, 경찰 추격전 도중 사살 미국 루이지애나주에서 한 30대 남성이 총기 난사로 자녀 7명을 포함해 어린이 8명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 사건은 2024년 1월 이후 미국에서 발생한 가장 참혹한 총기 난사 비극이다. 19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이날 새벽 6시쯤 용의자인 남성이 슈리브포트 2개 주택에서 가족을 대상으로 총격을 가해 어린이 8명이 숨지고, 그의 아내를 포함해 성인 여성 2명이 크게 다쳤다. 이 남성은 차를 강탈해 도주하다가 경찰의 추격전 과정에서 사살됐다. 경찰은 샤마르 엘킨스(31)로 밝혀진 이 남성을 유일한 용의자로 지목했다. 희생된 어린이들은 3∼11세로, 남아 3명과 여아 5명이었다. 이 가운데 7명은 엘킨스의 자녀이고 나머지 1명은 이들과 사촌지간으로 확인됐다. 엘킨스의 아내가 가장 먼저 총을 맞아 큰 부상을 입었고, 아이들과 함께 있었던 다른 여성은 총격으로 위독한 상태다. 7명의 아이들은 두 번째 집 안에 있다가 희생됐고, 나머지 1명은 지붕에서 발견돼 총격을 피해 달아나려다가 총을 맞은 것으로 추정됐다. 외신들은 엘킨스가 희생자들에게 처형하듯이 총격을 가했다고 전했다. 범행 동기를 수사중인 경찰은 주변인들의 진술을 토대로 가정 불화로 인한 사건으로 추정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엘킨스 친인척과의 인터뷰를 통해 아내가 이혼을 요구했고, 그가 자살 충동을 겪고 있었다고 전했다. 총기 사고가 잦은 미국에서도 어린 친자녀를 총격으로 몰살한 사건은 흔치 않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톰 아르세노 슈리브포트 시장은 “우리가 겪은 최악의 비극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제프 랜드리 루이지애나 주지사는 “이 끔찍한 상황에 마음이 무너진다”며 “영향을 받은 모든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했다.
  • 60대에 주식투자할 용기 준 ‘쉬운 토스’… 다 있는 ‘절세 계좌 ISA’ 패스한 까닭은[경제 블로그]

    60대 A씨는 요즘 주식 삼매경입니다. 지난해 딸의 권유로 투자를 시작했어요. 주식 하나 사려 해도 어려운 용어가 넘치는 기존 증권사 앱 대신,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토스증권을 택했습니다. ●토스, MZ 단기매매 수수료로 성장 1년쯤 해보니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이제 오래 해볼 만하다”는 확신이 생긴 겁니다. 자연스럽게 절세 고민도 시작됐습니다. 그래서 이번 달부터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로 투자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ISA는 예금·펀드·주식 등을 한 계좌에서 장기간 굴리면서 세금을 깎아주는 계좌입니다. 그런데 A씨는 멈칫합니다. 토스증권에서는 ISA를 만들 수 없기 때문입니다. 토스증권은 주요 증권사 가운데 사실상 유일하게 ISA를 서비스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른 증권사들은 정반대입니다. ISA 고객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현금 지급, 상품권, 투자지원금까지 동원된 ‘리워드 경쟁’이 벌어지는 상황입니다. 같은 인터넷금융 계열인 카카오페이증권도 지난해 ISA를 도입했습니다. 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습니다.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금융투자업계 ISA 계좌 수는 2023년 381만좌에서 2025년 646만좌로 늘었습니다. 투자자가 얼추 1500만명 가량되니 3분의 1이 몰린 것이지요. 납입금액도 같은 기간 9조 4997억원에서 31조 2661억원으로 3배 이상 확대됐습니다. 사실상 ‘장기 투자 기본 계좌’로 자리 잡은 모습입니다. 이렇게까지 커진 시장을, 토스증권은 왜 비워두고 있을까요. 답은 고객에 있습니다. 토스증권 이용자의 57%는 10~30대입니다. 해외주식 투자와 단기 매매에 익숙한 투자자들입니다. 이 구조에서는 거래가 많을수록 돈이 됩니다. 수수료가 쌓이기 때문입니다. ●ISA는 고객 잡지만 수익은 크지 않아 반면 ISA는 오래 묶어두는 상품입니다. 대신 수수료는 낮고 거래도 많지 않습니다. 고객을 오래 붙잡을 순 있지만, 당장 수익은 크지 않은 구조입니다. 성장 속도만 보면 토스의 전략은 분명 성공적입니다. 다만 장기 투자자 입장에선 ‘편한 앱은 있는데, 절세 통장은 없다’는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입니다.
  • ‘장애친화 산부인과’ 이용자 3년 새 5.3배

    임신을 준비하던 청각장애인 A씨는 의사와 원활하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한 끝에 지난해 서울대병원 장애친화 산부인과를 찾았다. 수어 통역 지원이 제공된 데다 산부인과 검진뿐만 아니라 이비인후과 협진 등이 가능해 안심할 수 있었다. 19일 서울시에 따르면 여성 장애인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3곳에서 운영 중인 ‘장애친화 산부인과’ 이용자가 지난해 289명으로 집계됐다. 도입 첫해인 2023년 55명에 견줘 5.3배 늘었다. 장애친화 산부인과는 2023년 5월 서울대병원에 처음 도입된 뒤 이듬해 3월 이대목동병원, 10월 성애병원으로 확대됐다. 상주하는 장애친화 코디네이터가 수어 통역 등 의사소통을 지원하고, 전문 인력과 특화 장비도 갖췄다. 지난해 이용자 중에는 지체·뇌병변 장애가 48.1%로 가장 많았다. 지적·발달장애 28.0%, 기타 장애 23.9% 순으로 뒤를 이었다. 이용자의 79.5%(230명)이 중증 장애인이었다. 30대가 35.3%로 가장 많았고, 50대 이상(29.1%), 40대(28.7%) 순으로 뒤를 이었다. 분만 사례는 11건으로, 7명이 중증장애인이었다. 시는 “임신·출산뿐만 아니라 중장년 여성 장애인의 부인과 질환 전반에 대해 전문적인 진료를 제공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조영창 시 시민건강국장은 “거동 불편이나 수어 통역이 필요해 산부인과 이용에 불편을 겪었던 여성장애인이 보다 편안하게 진료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며 “앞으로도 지정 병원을 확대하고, 맞춤형 진료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 내 낡은 서랍 속 ‘패닉’을 꺼내다

    내 낡은 서랍 속 ‘패닉’을 꺼내다

    “저희는 처음부터 전 국민이 알아보는 가수가 되기는 싫었거든요. 가요 순위에서 1위 하는 제도권 가수보다는, 약간 주변에서 독특하고 실험적인 음악 세계를 가지고 어느 정도의 마니아들과 함께 손잡고 음모를 꾸미는 ‘문화게릴라’가 되고 싶었죠.” 1996년 5월 한 잡지에 그룹 ‘패닉’이 팬들에게 직접 쓴 편지가 실렸다. “내 머리를 잠궈줘, 이제 나는 멈출 수가 없어”라고 외치며 1995년 11월 데뷔한 이들은 타이틀곡인 ‘아무도’가 아니라 소품 정도로 생각했던 곡 ‘달팽이’가 상상을 초월하는 인기를 얻으면서 전 국민이 알아보는 가수가 됐다. 하지만 20대, 10대 두 청년은 불편함을 숨기지 않았다. 싱어송라이터 이적과 래퍼 김진표로 구성된 듀오 패닉은 실험적인 사운드, 사회를 향한 날 선 시선부터 일상의 빛나는 순간까지 담은 노랫말로 발표하는 음반마다 가요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두 사람은 2005년 4집 앨범 발매를 끝으로 각자의 활동에 전념해 왔다. 그런 그들이 돌아왔다. 지난 16~19일 4일간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린 콘서트 ‘패닉 이즈 커밍’(PANIC IS COMING)을 통해서다. 어느덧 데뷔한 지 31년이 된 두 사람이 패닉이란 이름으로 콘서트를 연 것은 20년 만이다. 이들의 공연 소식은 큰 화제가 됐다. 특히 10여년 전부터 필기구 유통사 한국파이롯트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김진표가 다시 무대에 선다는 소식에 팬들은 술렁였다. 이적은 소셜미디어(SNS)에 “패닉을 그리워하는 분들과 함께, 처음부터 끝까지 패닉으로 가득 찬, 어쩌면 다시 돌아오지 않을 빛나는 시간을 만들려 합니다”라고 남겼다. ‘페니실린 쇼크’와 같은 소식에 1335석 공연장의 나흘 치 표는 예매 시작 1분도 지나지 않아 동났다. 공연은 “몹시도 패닉스러운 공연을 보여주겠다”던 김진표의 예고처럼 그들의 ‘냄새’가 짙게 배어있었다. ‘달팽이’, ‘왼손잡이’, ‘유에프오’(UFO) 같은 히트곡도 선보였지만, 대중에게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곡들로 셋리스트를 구성했다. 방송금지곡 처분을 받았던 ‘벌레’, ‘마마’(MAMA)도 들려줬다. 거꾸로 매달린 채 비참한 죽음을 맞이한 어릿광대와 그 후일담을 담은 가사가 인상적인 ‘그 어릿광대의 세 아들들에 대하여’에서는 ‘떼창’이 흘러나왔다. 여러 개의 조각이 모여 마침내 하나의 돌고래로 완성되는 무대 장치부터 거대한 풍차, 미디어 아트까지 LG아트센터 무대를 활용한 연극적 연출과 최고의 조명·음향 시설, 밴드는 오랜 시간을 기다린 팬들의 기대를 채워주기에 충분했다. 공연장에는 40~50대뿐 아니라 20~30대도 눈에 띄었다. 돈키호테와 함께 여행하면서 갖가지 모험과 고난을 함께한 말의 이름에서 따온 ‘로시난테’와 옛 추억이 묻어있는 물건들을 바다에 비유해 지난날을 되돌아보는 곡인 ‘내 낡은 서랍 속의 바다’를 부를 때 눈물을 훔치는 관객들도 있었다. 현장을 찾은 백민진(32)씨는 “중학생 때 우연히 알게 돼 팬이 된 후 음악으로만 접했던 패닉의 실체를 직접 볼 수 있는 공연이라 감격스러웠다”고 말했다. 이혜영(42)씨는 “패닉은 물론 이적의 긱스, 김진표의 노바소닉 음악까지 다 챙겨 들었던 팬으로서 다시 없을 것 같은 공연이라 더 마음이 애틋했다”며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던 가수의 콘서트를 30여 년이 지나서도 여전히 즐길 수 있다는 것이 고맙고 행복하다”고 힘줘 말했다.
  • “인생이란 종이접기… 한번 접혀도 끝은 아니지”[월요인터뷰]

    “인생이란 종이접기… 한번 접혀도 끝은 아니지”[월요인터뷰]

    엘리트 코스 밟다 파산 후 종이접기도피하듯 떠난 일본에서 종이접기“남자가 무슨” 비웃음과 창작 고통TV 출연하고 버티니 새 경지 도달‘인생과 닮은꼴’ 종이접기실패·반복·선택의 과정 서로 닮아잘못 접었다면 방향 바꿀 기회로포기하지 않고, 좋아하는 일 해야K종이접기 리더십 전파美·日 등 자비로 세계에 재능기부지시보다 많이 듣는 리더십 필요어른 된 코딱지들, 초심 잃지 않길 누구나 가슴 속에 추억 하나쯤은 안고 산다. MZ세대(1981~2011년생) 초입에 있는 1980년대 초중반생이라면 대부분 ‘종이접기 아저씨’의 추억이 어렴풋이 남아 있다. 아침마다 TV를 틀면 “코딱지(어린이 애칭) 친구들 잘 따라오고 있나요”, “손톱만큼만 남기고 접어요”, “어때요. 참 쉽죠”라며 종이접기를 가르쳐 주던 ‘코딱지들의 대통령’, 바로 김영만(76) 종이문화재단 평생교육원장이다. 충남 천안 동남구 병천면에 있는 ‘아트오뜨’에서 지난 15일 김 원장을 만났다. 핑크색 셔츠에 하늘색 재킷을 입고, 흰색 뿔테 안경을 쓴 영락없는 ‘영 세븐티’ 노신사였다. 젊음이 넘치는 패션 감각만큼 열정도 그대로였다. 김 원장은 1988년 KBS ‘TV 유치원 하나둘셋’에 처음 등장해 어린이도 쉽게 따라 접을 수 있는 종이 작품을 선보이며 ‘종이접기 아저씨’로 명성을 쌓았다. 서울예고와 홍익대 산업디자인학과를 졸업한 미술 전공자로서의 내공과 익살 넘치는 입담은 동심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종이접기를 시작한 지 4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실력은 여전했다. 오히려 더 노련해졌다. 대전 오월드에서 탈출했다가 9일 만에 돌아온 늑대 ‘늑구’를 단 3분 만에 색종이로 뚝딱 접어 완성한 김 원장은 “종이접기는 ‘인생’과 닮았다”고 했다. 그는 “좀 비뚤게 접어도 괜찮다. 용을 접다 곰이 나오면 그것도 새로운 발견”이라며 “인생도 마찬가지다. 한번 잘못됐다고 끝이 아니다. 벽이 나오면 주저앉지 말고 돌아가면 된다. 벽이 지구 세상 전부를 막았나. 색종이 바꾸듯 인생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30대 시절 대기업 그래픽 디자이너로서의 삶을 접고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한 뒤 일본에서 처음 종이접기를 접했다. “남자가 그 나이에 무슨 종이접기냐”라는 세간의 비웃음과 창작의 고통으로 우울증과 공황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도전을 멈추지 않은 끝에 ‘종이접기=김영만’이라는 공식을 대중에게 각인시키며 종이접기 분야 일인자에 오를 수 있었다. 김 원장은 “삶을 대하는 긍정적인 태도가 변화를 만든다”고 강조했다. 그는 “종이접기는 잘못 접으면 비뚤어짐이 눈에 보이지만 인생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그 틈이 기회가 될 수 있다”며 “그 틈을 파고들었을 때 새로운 길이 열린다. 나 역시 일본에서 틈을 발견하고 뛰어들어 내 길을 찾았다”고 말했다. 김 원장에게 종이접기를 배웠던 ‘코딱지’들이 어느덧 40대로 성장해 각자 ‘삶’이라는 색종이를 접어가고 있다. 김 원장도 어느새 70대 중반에 들어섰다. 40년간 종이접기로 세상을 바라봐 온 김 원장에게 종이접기는 어떤 의미일까. 종이 한 장으로 깊숙이 숨어 있었던 어린 시절 기억을 끄집어내 추억에 눈물짓게 하는 김 원장의 ‘마력’은 무엇일까. 다음은 김 원장과의 일문일답. -TV 앞에 앉아 종이를 접던 코딱지들이 어느새 어른이 됐는데. “행사장에서 만난 한 어머니가 유치원 시절 사진을 보여주며 ‘그때 코딱지였다’고 하더라. 2015년 MBC 예능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하고 나서 ‘그간 어디 계셨나. 보고 싶었다’는 인터넷 댓글을 보고 눈물이 났다. 종이접기만 했을 뿐인데 잊지 않고 기억해줘서 늘 감사하다.” -처음 종이접기를 하게 된 계기는. “홍익대를 졸업한 뒤 대우실업(현 포스코인터내셔널)에 입사해 기획·총괄 디자이너로 잘 다니다 사표를 냈다. 디자인 에이전시를 내고 싶었는데 동업자가 갑자기 이탈하면서 집을 날리고 파산했다. 그러다 잠깐 일본에 갔다가 능숙하게 종이접기를 하는 일본 유치원생들과 ‘덕후’(마니아)들을 봤고 당시 문교부(현 교육부) 교과 과정에 종이접기가 없는 걸 보고 이걸 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동창들이 ‘종이접기로 코 묻은 돈을 벌겠다는 거냐’라며 혀끝을 찼다. 부모님도 반대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딱 1년만 해보겠다고 설득한 뒤 ‘김영만표 색종이 작품’을 만들고 종이접기 무료 강의도 했다. 그러다 ‘TV 유치원 하나둘셋’에 출연하게 됐다. 당시 39세였다. 웅변학원에 가서 사투리도 고치고 아동 심리도 공부했다.” -종이접기가 힘들진 않았나. “힘들 때도 있었다. 금요일에 5일치를 미리 한꺼번에 녹화했었는데, 3년쯤 지나니 아이템이 고갈됐다. 창작의 고통이 몰려와 수요일만 되면 불면증이 찾아왔고, 우울증과 공황 장애까지 겪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버틴 끝에 새로운 경지에 오르게 됐다.” -색종이 한 장의 의미는. “내 인생을 바꿨다. 사업 실패로 도피하다시피 떠난 일본에서 가로·세로 각 15㎝의 색종이를 붙잡고 지금까지 살아왔다. 종이접기는 내게 희열과 감동을 준다. 나를 즐겁고 편안하게 해준다. 종이접기가 단순해 보이지만 막상 해보면 쉽지 않다.” -나만의 인생철학이 있다면. “종이접기는 인생과 닮았다. 실패와 반복, 선택의 과정이다. 용을 접으려 했는데 곰이 되면 이조차도 새로운 것이다. 하다 안 되면 옆으로 빠져 다른 길을 선택하면 된다. 나 역시 안정된 길에 머물렀다면 수많은 코딱지들의 기억 속 ‘색종이 아저씨’는 없었을 것이다. 기회가 오면 모든 걸 걸고 최선을 다했다. 노력이 없었으면 이 자리까지 오지 못했다.” -종이접기를 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정확함’인가. “각을 맞춰 접는 건 어른의 기준이다. 아이들은 비뚤어지고 찢어져도 괜찮다. 그 과정에서 배운다. 그래서 ‘1㎝’ 대신 ‘손톱만큼’ 접으라고 말한다. 부모의 지나친 지적은 흥미를 잃게 한다. 부모들도 코딱지 시절엔 잘 못하지 않았나. 중요한 건 통제보다 공감이다. 아이들이 보는 유튜브 콘텐츠를 보고 게임도 함께 즐기며 아이의 세계를 이해하고 공감해야 한다.” -디지털·인공지능(AI) 시대에 종이접기는 어떤 효능이 있을까. “아이들의 인지력을 향상시키고 인성의 발달을 돕는다. 일종의 ‘오감 만족’ 교육이다. 종이 냄새, 사각사각 소리, 색깔, 손바닥 전체를 쓰는 과정에서 창의성이 길러지고 참을성과 집중력이 자란다. 작품 완성에서 오는 쾌감도 있다. 아이들은 코를 훌쩍거리면서도 놀라운 집중력을 보이며 접는다. 부모가 함께하면 효과는 배가 된다. 챗GPT 같은 AI에서 인성을 배우긴 어렵다. 어른에게는 아날로그 감성과 더불어 삶의 여유를 준다.” -한번 잘못 접으면 자국이 남는다. 되돌릴 수 없는 인생과 닮은 걸까. “인생을 색종이에 비유해보자. 한번 잘못 접었다고 끝이 아니다. 다른 길을 선택하면 된다. 실패는 방향을 바꿀 기회다.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고, 좋아하는 일을 계속 찾아가는 것이다.” -K종이접기 세계화도 추진하나. “일본·미국·캐나다·독일·몽골·인도네시아 등에서 자비로 재능 기부를 해왔다. 종이문화재단은 비영리 단체라 수익이 없어 선생님들이 개인 비용으로 참여한다. 현재는 종이나라(국내 1위 색종이 제조사)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이라면. “도쿄 인근 일본조선학교에서 학부모회 초청으로 강의했는데 아이들의 표정이 굳어 있었다. 한 시간 동안 비행기와 마술 꽃, 요술 지팡이를 던지는 움직이는 종이접기를 하며 ‘비행기를 김영만 콧구멍에 던지세요’라고 했더니 애들이 금세 깔깔대며 웃었다. 아이들이 그렇게 크게 웃었던 게 개교 이래 처음이라고 했다.” -요즘 시대 필요한 리더십은. “지시하는 것보다 많이 듣는 ‘경청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처럼 수행원 없이 나 홀로 서비스센터를 찾아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모습과 그런 자세는 의미가 있다. 말은 짧게 하고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또 손아랫사람에게 먼저 인사도 하고 예의를 지켜야 ‘어르신’으로 존중받는다. 낮은 자세가 오히려 나를 높이는 길이다. 종이접기를 배운 아이들은 나를 친구로 본다.” -이 시대 청년에게 인생의 어른으로서 해 주고 싶은 말이라면. “요즘 청년들은 너무 쉽게 포기하는 것 같다. 벽이 있으면 돌아가면 된다. 앞으로 나아가다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고, 책임은 스스로 져야 한다. 그런 실패의 경험이 나를 성장시킨다. 젊음은 도전하는 사람의 것이다.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밀고 나가라. 그래야 젊었을 때 내가 무슨 일을 했는지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후회 없는 삶을 살 수 있다. 전문 분야가 아니라고 덮지 말고 책과 인터넷으로 공부해 전문성을 키워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어른이 된 코딱지들에게 편지를 쓴다면. “정말 잘 자라줘서 고맙다. 힘들수록 긍정적으로 생각해라. 과한 욕심보다 현재에 만족하는 습관도 필요하다. 초심을 잃지 말고 계속 움직여라. 어른이 됐으니 어른다운 모습으로 살아야 한다. 자녀를 대할 때도 늘 공감해 주고 배려해라. 세상이 무너져도 색종이 한 장은 남는다. 걱정하지 말고 힘내라.” ■김영만 종이문화재단 원장은 1950년 부산에서 태어나 서울예고와 홍익대 산업디자인학과를 졸업했다. 1988년부터 KBS ‘TV 유치원 하나둘셋’에 9년간 출연하며 ‘종이접기 아저씨’로 이름을 알렸다. KBS ‘혼자서도 잘해요’, EBS ‘딩동댕 유치원’과 ‘보니하니’, 대교어린이TV ‘김영만의 미술나라’ 등 다양한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일본과 미국 등지에서 재능 기부로 종이접기 세계화에도 힘써왔다. 2009년 충남 천안시 병천면에 어린이 미술체험 공간 ‘아트오뜨’를 설립했고, 현재 개인작업실로 운영하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수원여대 아동미술과 겸임교수, 한국미술연구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김영만과 함께하는 만들기 나라’, ‘코딱지 대장 김영만’ 등 저서도 다수 출간했다.
  • 변화구 신무기 장착… 류현진·양현종 ‘구종 혁명’

    변화구 신무기 장착… 류현진·양현종 ‘구종 혁명’

    불혹을 바라보는 프로야구 베테랑들이 ‘구속 혁명’의 시대에 ‘구종 혁명’으로 대응하며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구속도 구위도 성적도 예전 같지 않지만 새로운 무기를 장착하면서 후배들에게 나이 들어도 살아남는 법을 보여주고 있다. 현역 최다승(187승) 투수 양현종(38·KIA 타이거즈)에게는 올해 너클 커브라는 신무기가 등장했다. 16일 기준 시즌 성적은 1승 1패 평균자책점 3.45로 압도적이지는 않지만 평균자책점이 2024년 4.10, 지난해 5.06으로 상승하며 ‘에이징 커브’ 우려를 낳았던 점을 생각하면 오히려 역주행하는 셈이다. 마지막 등판이었던 지난 14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양현종은 6이닝 3피안타 2볼넷 4탈삼진 2실점으로 시즌 첫 승을 달성했다. 특히 승부처마다 던진 너클커브가 위력을 발휘했다. 12시에서 6시 방향으로 떨어지는 궤적을 그리는 양현종의 너클커브는 직구와 같은 투구폼에서 나와 타자들이 어려움을 겪는다. 좌타자 상대로 효과가 쏠쏠해 지난해 0.329였던 좌타자 피안타율도 올해 0.083으로 뚝 떨어졌다. 시즌 개막 직전 너클커브를 장착했지만 투구폼이나 신체조건이 양현종과 잘 맞은 덕에 바로 효과가 나타났다. 제구가 좋은 투수이기에 윽박지르는 구속이 없이도 관록에서 나오는 수 싸움이 통한다. 지난해 7승만 거두며 30대 들어 가장 성적이 안 좋았던 양현종으로서는 올해의 변화가 남은 선수 생활의 방향을 바꿀 수도 있다. 이에 앞서 류현진(39·한화 이글스)은 지난 7일 SSG 랜더스전에서 스위퍼 8개를 던지며 야구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 경기에서 류현진은 14년 만에 두 자릿수 탈삼진을 기록했는데 비결 중 하나로 좌타자에게 던진 스위퍼가 꼽힌다. 스위퍼는 기존 슬라이더보다 횡방향 움직임이 극대화된 구종으로 메이저리그(MLB)에서도 오타니 쇼헤이(32·LA 다저스) 등 여러 투수가 활용하고 있다. 류현진은 같은 팀의 왕옌청(25)을 보고 스위퍼를 연마했다. 그는 “‘나도 저렇게 휘어나가는 공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연습했는데 살짝 비슷하게 되는 것 같아 바로 던졌다”면서 “힘으로 안 되다 보니 팔색조로 바뀌며 모든 구종을 던질 수 있게끔 준비하고 있다. 다른 구종도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류현진은 필요할 때마다 새 구종을 장착하며 강해졌다. 신인 시절에는 체인지업을 배워 리그 최고 투수로 우뚝 섰고, MLB 진출 뒤 한계를 느껴 커터를 배워 재미를 보며 2019년 사이영상 2위에 오르기도 했다. 류현진은 2024년 한국에 복귀하며 한화와 8년 계약을 맺었다. 세월이 흐르며 류현진도 과거처럼 압도적인 에이스는 아니게 됐지만 “8년 동안 한화가 우승하는 것 말고 다른 목표는 없다”고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지금도 진화를 멈추지 않고 있다.
  • 요즘 대세는 K하이브리드車… 고유가 타고 수출 60% 급증

    국산 하이브리드차 수출이 중동전쟁이 내내 이어진 지난 3월 지난해보다 60% 넘게 급증했다. 유가 급등으로 친환경차 선호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충전 부담이 없는 하이브리드차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산업통상부가 15일 발표한 ‘2026년 3월 자동차 산업 동향’에 따르면 3월 한국의 자동차 수출액은 지난해보다 2.2% 증가한 63억 7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물량 기준으로는 25만 9635대로 같은 기간 7.8%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자동차 강국인 유럽연합(EU)에 대한 수출액이 10억 3000만 달러로 33.0% 급증했다. 15% 관세가 부과되는 미국에 대한 수출액은 27억 5000만 달러로 1.0% 줄었다. 대미 수출 감소분을 EU 등으로 다변화하는 전략이 통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하이브리드차 인기가 수출을 견인했다. 친환경차 수출은 9만 8040대로 지난해보다 42.6% 늘었는데, 그중 하이브리드차 수출은 6만 8378대로 62.9% 증가했다. 수출된 전체 친환경차 10대 중 7대가 하이브리드차였다. 순수 전기차는 2만 7541대로 32.7% 늘었다. 반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는 2121대로 64.8% 감소했다. 중동전쟁 이후 국내에서도 전기차 판매가 급증했다. 3월 자동차 내수 판매 대수는 16만 4813대로 지난해보다 10.2% 증가했고, 그중 친환경차는 9만 7830대로 40.3% 늘었다. 하이브리드차 5만 4517대(9.9%), 전기차 4만 1232대(123.7%), 수소차 1050대(161.8%)씩 팔렸다. 3월 내수 판매 상위 모델은 기아 쏘렌토(10만 870대), 현대자동차 그랜저(7574대), 테슬라 모델Y(6749대), 기아 스포티지(5540대), 현대차 아반떼(5479) 순이었다.
  • 청년 목소리 직접 들어야 ‘청년정책’ 진화한다 [전경하의 집중]

    청년 목소리 직접 들어야 ‘청년정책’ 진화한다 [전경하의 집중]

    청년 54% “정책에 의견 반영 안 돼”청년 한 명도 없는 정부위원회 52%중앙정부·지자체별 사업 2000여개소관 부처·분야 다양해 실효성 부족지역 재정 여력 따라 지원액도 차이전국 청년센터, 교육·컨설팅 등 제공광역단체 내 센터 연계 필요성 제기‘쉬었음 청년’ 갈수록 늘어 대책 시급공공·민간기관, 칸막이 허물고 협력지자체, 주도권 갖고 맞춤 정책 펴야청년기본법이 2020년 제정된 이후 다양한 청년정책이 쏟아졌다. 청년기본법에 따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청년정책을 세우고 청년을 지원해야 한다. 2021~ 2025년 제1차 청년정책 기본계획이 수립·시행됐고 현재 제2차(2026~2030년) 기본계획을 시행 중이다. 청년들의 평가는 인색하다. 본지가 올 2월 청년 500명에게 물었더니 ‘지원받은 경험이 없다’가 58.8%, ‘자신의 의견이 사회에 전달되거나 정책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가 54.1%였다. 무엇이 잘못된 걸까. ●저출생 정책 오류 떠오르는 청년정책 ‘중동전쟁’ 추가경정예산안에는 청년 예산 1조 9000억원이 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청년 쉬었음’ 통계를 언급하면서 창업 지원 9000억원, 직업훈련과 일경험 등 청년 뉴딜 프로그램에 1조원의 예산을 반영했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앞서 마련된 올해 예산에서는 청년미래적금, 사회적기업 창업 지원 등이 새로 편성됐다. 청년미래적금은 오는 6월 출시 예정으로 3년 동안 납입한 금액의 6% 또는 12%(중소기업 취업자)를 정부 재원으로 지원하는 제도다. 청년도약계좌의 만기 5년이 길다는 비판을 수용한 결과다. 청년정책은 취업·창업, 주거비, 자산 형성, 문화·복지 등 모든 분야를 망라한다. 중앙정부의 정책이 각 지자체별 사업으로 구체화된다. 예를 들어 ‘대학생 대상 해외 연수 기회 확대’는 경기도에서는 3~4주 6개국 8개 대학 연수, 경상남도에서는 미국 대학 4주 단기 연수로 바뀌었다. 월 50만원씩 최대 6개월을 지원하는 정책은 서울시 ‘청년수당’, 광주광역시 ‘구직활동비’, 강원도 ‘취업준비쿠폰’, 전북 ‘청년활력수당’ 등 자치단체별로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지방정부의 재정 여력 등에 따라 지원액이 달라지기도 한다. 제주도의 ‘청년희망사다리 재형저축’은 근로자 1인당 월 25만원을 5년간 지원한다. 도내 기업에 취업한 청년 근로자의 장기 근속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서울시는 2년 또는 3년에 걸쳐 본인 저축액(15만원)과 같은 금액을 적립해 주는 ‘희망두배 청년통장’ 사업을 한다. ‘결혼장려금’(대전), ‘부동산 중개 보수 및 이사비 지원’(서울), ‘청년기본소득’(경기) 등 자치단체 차원의 이색 사업도 있다. 해당 사업은 지역 거주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부산은 다른 지역에서 부산으로 여행 온 청년들이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부산온나청년패스’를 운영 중이다. 제2차 청년정책 기본계획의 과제는 총 282개다. 중앙부처와 지자체별로 나누면 사업은 2000개 수준이다. 사업은 많지만 소관 부처, 분야 등이 다양해 중복되는 데다 연계성이 부족하다. 저출생 정책의 오류가 떠오르는 지점이다.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이 2005년 제정되고 5년 단위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이 수립됐다. 2006년부터 4차례에 걸쳐 20년간 기본계획에 투입된 재정은 699조원이다. 합계출산율은 2005년 1.09명에서 2012년 1.30명으로 상승하다가 다시 떨어져 지난해 0.80명을 기록했다. ●청년이 제안한 통합플랫폼 ‘온통청년’ 정부는 지난해 청년정책 통합플랫폼 ‘온통청년’을 열었다. 회원으로 가입해 개인정보를 입력하면 관심 있을 만한 정책들이 소개된다. 개인정보를 더 많이 입력할수록 소개되는 정책이 정교해진다. 신청 자격이 되는지 스스로 검증해 볼 수 있다. 주민등록등본, 고용보험 피보험 자격 등 ‘공공 마이데이터’를 활용해서다. 일부 사업은 온통청년에서 바로 지원할 수도 있다. ‘청년고용정책참여단’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출발점이었다. 청년들의 다양한 참여와 평가가 정책을 진화시킨다. 광역자치단체는 ‘청년몽땅정보통’(서울), ‘청년G대’(부산), ‘경기·충남청년포털’ 등 청년정책 홈페이지를 각각 별도 운영하고 있다. 광역자치단체 홈페이지에 소속 기초자치단체의 다양한 사업이 소개된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의 채널 기능을 통해 사업 관련 알림을 받을 수 있다. 중앙정부 사업 홈페이지와 바로 연결되기도 한다. 홈페이지 방문의 이점을 알려야 한다. 청년기본법에서 청년의 나이는 19세 이상 34세 이하다. 지자체 조례 등에서 청년 연령을 다르게 적용할 수 있는데, 농촌 지역에서는 45세까지 지원되기도 한다. 거주 지역의 신청 연령 제한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청년센터 이용도 적극 권장돼야 한다. 전국에 광역·기초자치단체 청년센터 245개가 운영 중이다. 주말에 운영되는 센터들도 있다. 진행 중이거나 진행될 사업 소식을 얻을 수 있고 교육, 컨설팅, 문화 활동 등이 가능하다. 광주광역시 청년센터가 2025년 9월 광주 청년들에게 물었더니 청년센터를 알고 있다는 응답은 90%였지만 사용해 봤다는 응답은 30%에 그쳤다. 만족도는 민간 위탁인 청년센터의 담당자 역량에 따라 차이가 컸다. 광역자치단체 내 센터의 연계 필요성도 지적됐다. ●전 세계가 ‘청년 기 살리기’ 노력 중 다양한 청년정책 발굴과 실행은 우리나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세계 각국 또한 청년 세대가 기성 세대와 다른 환경에 처해 있다고 판단한다. 정보기술(IT) 발달로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인구구조가 달라지면서 미래에 대한 경제적·사회적 불확실성이 커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세대 간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적극적인 청년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국제노동기구(ILO)의 ‘2026년 고용과 사회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청년의 실업률은 12.4%다. 반면 쉬었음에 해당하는 ‘니트’(일하지도 않고 일할 의사도 없는) 청년은 20%로 2억 5700만명이다. 우리나라도 청년 실업률은 낮아졌지만 쉬었음 청년은 늘었다. 특히 20대의 쉬었음이 30대로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나 우려스럽다. 청년들의 교육 수준이 높아져 기성 세대보다 나은 직업을 가질 가능성은 커졌지만 교육이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도 커졌다. 인공지능(AI)의 활용이 늘어나면서 취업 출발선 자체가 사라지거나 좁아지는 현상도 관찰된다. 노동시장 진입 시기의 실패는 이후 경력과 삶의 질에 부정적이고 장기적인 상처를 남긴다. 장기 실업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만큼 조기 개입이 효과적이다. 고령화는 진행되는데 청년 노동력마저 줄어들면 국가가 성장은커녕 쪼그라들 수 있다. 교육·의료 등 복지 수요를 감당하기도 버거워진다. ‘히키코모리’(은둔 청년)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진 일본은 15~49세 대상의 ‘지역 청년 서포트 스테이션’을 운영한다. 사업 초기에는 지원 대상이 15~34세였다. 거품경제 붕괴 이후 ‘취업 빙하기’ 세대에 대한 지원 필요성이 거론되면서 40대도 포함됐다. 집중 훈련 프로그램 등을 통해 취업을 지원하고 그 이후에는 안정적 근로와 중장기 경력 형성을 지원한다. 인구가 크게 줄어든 농촌 등에서 활동하는 ‘지역활성화협력대’도 청년 대책의 하나로 거론된다. 관계부처 간 협력, 지자체 연계, 지역사회 네트워크 등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위탁 민간기관 역량에 따른 지역 간 격차와 전문 인력 부족 등이 개선 과제로 언급된다. 위탁기관이 바뀔 때 사업의 노하우가 전수되기 어렵고 청년들 또한 혼란을 겪었다는 보고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다. 청년정책에서 자주 언급되는 나라가 핀란드다. 청년센터와 비슷한 ‘오흐야모’(Ohjaamo·한국어로 조종실)와 니트 청년을 위한 ‘아웃리치 청년사업’이 있다. 원스톱서비스센터인 오흐야모의 인력은 공공조직과 민간조직이 어우러져 있다. 운영은 지역 특성과 이용자 욕구에 따라 다르다. 지방정부가 아웃리치 사업을 통해 접근이 어려운 환경에 있는 청년의 사회 복귀를 유도하고 있다. ●더 복잡한 상황에 내몰린 한국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0.8명)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고령화 속도도 가장 빠르다. 다른 나라보다 수도권 집중도가 높다. 19~39세 인구의 54.8%(2024년 기준)가 수도권에 산다. 이대로 가다가는 지역 소멸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될 가능성이 크다. 청년의 목소리를 진짜로 들어야만 한다. 중앙행정기관 및 광역자치단체 소속 위원회의 청년위원 의무 위촉 비율이 지난 14일부터 기존 10%에서 20%로 상향됐다.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국무조정실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청년 참여가 의무화된 227개 정부위원회 가운데 청년이 한 명도 없는 위원회가 118개(51.9%)였다. 전체 위원 중 청년 비율은 5.4%였다. 규정이 지켜지지 않으면 청년들이 정부 정책을 신뢰하기 어려워진다. 지자체, 특히 비수도권 지자체의 분투가 절실하다. 청년에게 수도권은 더 비싸고 경쟁적이지만 기회가 있는 곳으로 여겨진다. 대신 결혼과 출산은 미뤄진다. 정부 부처의 개별 사업은 자치단체에서 청년 중심으로 합쳐져야 한다. 공공기관끼리는 물론 공공·민간기관의 칸막이를 넘나들어 보자. 그래야 처한 상황과 욕구, 지향점 등이 다양한 청년들의 상황에 맞춘 정책이 가능하다. 수도권에서 멀수록 민생지원금이 더 지원되듯이 수도권에서 멀수록 청년정책의 지역 맞춤형 주도권이 더 필요하다. 청년정책은 복지정책을 넘어 지역 불균형을 해소하는 성장 정책이 되어야 한다.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지자체장 후보들은 해당 지역의 청년센터 방문부터 시작해 보자. 청년이 지역에 머물러야 지역이 산다. 소중한 청년의 목소리에 해결책이 담겨 있다. 전경하 논설위원
  • “엔비디아·애플 시들”… 1300만원 벌고 국장 돌아온 서학개미들

    삼전닉스·지수추종 ETF로 갈아타RIA통해 평균 3000만원어치 옮겨지난달 23일 ‘국내시장 복귀 계좌(RIA)’ 출시 이후 서학개미 자금이 움직이고 있다. 미국 빅테크주를 팔아 차익 실현한 뒤 국내 대형 반도체주와 지수 추종 상장지수펀드(ETF)로 갈아타는 모습이다. 신한투자증권이 14일 RIA 개설 고객의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이달 3일 기준 개인투자자가 RIA를 통해 가장 많이 매도한 해외 주식은 엔비디아로 전체의 19.1%를 차지했다. 이어 애플(7.8%), 테슬라(7.4%), 알파벳(6.8%), 팔란티어(5.4%) 순이었다. 그간 상승폭이 컸던 미국 인공지능(AI)·빅테크 종목을 중심으로 수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이들이 사들인 종목은 국내 대표 대형주에 집중됐다. SK하이닉스(15.7%)와 삼성전자(15.4%)가 나란히 1·2위를 차지했다. KODEX 200(4.1%), TIGER 200(2.5%) 등 코스피 200지수 등락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ETF에도 자금이 몰렸다. 현대차(3.6%)도 매수 상위 종목에 이름 올렸다. 기존 글로벌 빅테크 우량주에 대한 선호가 국내 반도체와 대형주로 옮겨왔다는 분석이다. RIA는 해외 주식을 팔아 국내 주식에 1년 이상 재투자할 경우 양도소득세를 감면해주는 계좌다. 지난해 12월 23일 이전 보유분을 매도하면 시점에 따라 ▲5월 말까지 100% ▲7월 말까지 80% ▲12월 말까지 50% 수준의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세금을 줄이면서 국내 투자로 자금을 옮길 유인이 생기는 셈이다. 실제 RIA를 활용한 투자 규모도 적지 않았다. 투자자들은 평균 3000만원어치 해외 주식을 RIA로 옮겼다. 입고 한도인 5000만원의 약 60% 수준이었다. 이 중 43.7%가 해외 주식을 매도해 평균 약 1300만원의 수익을 실현한 것으로 집계됐다. 투자자 구성은 중장년층 중심이었다. 전체의 65.30%가 남성이었고, 연령대별로는 40대(31.4%) 비중이 가장 높았다. 이어 50대(26.2%), 30대(23.4%), 60대 이상(11.9%) 등 순이었다. 20대 이하 비중은 7.1%에 그쳤다. 한편, 이날 국내 증시는 미국과 이란 간 2차 종전 협상 기대감이 반영되며 강세를 보였다. 코스피는 장중 6000선을 회복했지만 이후 상승폭을 일부 반납하며 전 거래일보다 159.13포인트(2.74%) 오른 5967.75에 마감했다. 장중 6000선을 넘은 것은 지난 3월 3일 이후 한 달 반 만이다. 반도체주가 상승을 주도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장중 112만 8000원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뒤 6만 3000원(6.06%) 오른 110만 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도 최고치를 새로 썼다.
  • 경기도 집 산 ‘서울 사람’ 3년 만에 최대… 주거비에 내몰렸다

    경기도 집 산 ‘서울 사람’ 3년 만에 최대… 주거비에 내몰렸다

    서울 진입 감소… 비대칭 구조 고착청약시장에선 대출 가능 30대 ‘큰손’ 여전히 높은 서울 집값과 대출 규제가 맞물리며 경기 지역 부동산을 매수하는 ‘서울시민’이 3년여 만에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직방이 법원 등기정보광장의 소유권이전등기(매매) 신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경기 아파트, 빌라, 오피스텔 등 집합건물 매수자 가운데 서울 거주자 비중이 15.7%로 집계됐다. 지난 2월(14.5%)보다 1.2%포인트 오른 수치로 2022년 6월(16.3%) 이후 3년 9개월 만에 최고치다. 서울 거주자의 경기 집합건물 매수 비중은 2024년 12월 9.3%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높아졌다. 반면 같은 기간 서울 집합건물의 매수자 중 경기 지역 거주자 비중은 지난해 중반 16%대 수준이었지만 지난달에는 13.8%로 소폭 낮아졌다. 서울에서 경기로 이동하는 수요는 커졌지만 경기에서 서울로 유입은 제한되는 비대칭 구조인 셈이다. 직방 관계자는 “서울이 여전히 높은 가격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가격 부담과 금융 규제 환경이 맞물리며 수요의 이동 경로가 재편되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금리 수준과 대출 규제 강도에 따라 이러한 흐름이 점진적으로 구조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신혼부부 특별공급을 비롯해 정부의 주택 자금 대출 제도로 상대적으로 자금 여력이 되는 30대 이하가 최근 청약 시장을 움직이는 주요 축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가 한국부동산원의 연령별 청약 당첨자 정보(일반분양 단지 기준)를 분석한 결과 지난 1·2월 전국 전체 청약 당첨자 7365명 가운데 30대 이하가 61.2%(4507명)으로 집계됐다. 부동산원이 2020년 2월부터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가장 높은 비중이다. 30대 이하의 청약 당첨 비율은 2021년 53.9%, 2022년 53.7%, 2023년 52%, 2024년 51.8%, 지난해 54.3% 등이었다. 2030대의 청약 당첨률이 높아진 데에는 2024년 3월 도입한 ‘신생아 우선 공급’ 제도가 정책 효과를 내기 시작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30대 이하 젊은 층은 주택도시기금에서 지원하는 ‘내 집 마련 디딤돌 대출’, ‘신혼부부 전용 구입 자금’, ‘신생아 특례 디딤돌 대출’ 등 정부 정책 대출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외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 아파트의 공급 증가도 한 몫했다. 올해 1월과 2월에 전국에 공급된 전용 60㎡ 이하 일반공급 물량은 1119가구로 전체(3910가구)의 28.6%였다.
  • 면담 요청한 고3, 흉기 숨겨 와 교사 찔렀다

    면담 요청한 고3, 흉기 숨겨 와 교사 찔렀다

    충남 계룡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이 교사에게 흉기를 휘두른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교사는 부상을 당했지만 생명에 지장은 없으며 학생은 긴급 체포됐다. 13일 경찰과 충남교육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44분쯤 계룡시 소재 한 고등학교의 교장실에서 이 학교 3학년 A군이 30대 B교사에게 흉기를 여러 차례 휘두른 뒤 학교 밖으로 도망쳤다. B교사는 등, 목 등을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학교 측 신고를 받은 경찰은 A군이 112를 통해 자수하자 긴급 체포했다. 경찰 조사 결과 A군은 교장에게 요청해 B교사와의 면담 자리를 만들었고 교장이 교장실을 잠시 비운 사이 미리 준비한 흉기를 꺼내 범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A군은 흉기를 집에서 챙겨 등교했고, 교복 바지 주머니에 숨긴 채 교장실에 간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청 확인 결과 B교사는 A군의 중학교 시절 학생부장으로 올해 A군이 다니는 고등학교에 전근을 왔다. B교사는 A군의 담임은 아니었으나 중학교 시절부터 지도 과정에서 A군과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두 사람의 관계와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하고 있으며, A군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성명에서 “지난주 경기도 중학생 여교사 폭행 사건에 이어 교사를 상대로 한 폭력범죄 행위가 또다시 발생해 참담하다”면서 “교육당국은 무엇보다 피해 교사에 대해 보호·회복에 모든 지원을 다하는 한편 가해 학생에 대해서는 철저한 조사를 통해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충남교사노동조합도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은 학교가 더 이상 안전한 교육 공간이 아니며 교사가 보호받지 못한 채 교육 활동을 수행하는 현실을 드러내고 있다”며 교사의 생명과 안전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근본적 대응 체계를 구축하라고 교육당국에 촉구했다.
  • ‘기본사회’ 다음은 모두가 브랜드 되는 ‘브랜드 사회’ [모종린의 문화로 읽는 AI시대]

    ‘기본사회’ 다음은 모두가 브랜드 되는 ‘브랜드 사회’ [모종린의 문화로 읽는 AI시대]

    AI 시대 기존 산업 고용 대폭 줄 듯정부 ‘모두의 창업’으로 돌파 전략테크·로컬 5000명 인재 발굴·지원경제 성장 단위 ‘기업’ 전제 한계점유튜버 등 ‘개인’ 새 경제 주체 부상회사 생활·부업 병행 N잡러도 늘어자신만의 이름값, 최고의 생존 전략‘크리에이터→브랜드’ K뷰티 대표적홍대·성수동 등 자영업도 같은 경로 플랫폼 개혁 통해 크리에이터 돕고자영업자 채널 등 브랜드 전환 지원‘모두의 브랜드’로 정책 방향 잡아야인공지능(AI) 시대의 가장 큰 도전은 고용이다. AI가 단순 반복 노동을 넘어 전문직 영역까지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기존 산업의 고용은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AI가 창출하는 신규 일자리의 규모다. 단기적으로는 대규모 AI 인프라 투자가 반도체·데이터센터·에너지 등 일부 산업에서 고용을 만들어 내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과거의 기술혁신과 달리 대규모 고용을 창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과거 산업혁명과 정보화 혁명은 기존 직종을 없애는 동시에 새로운 대규모 직종을 창출했다. AI 혁명은 그 대칭성이 성립하지 않을 수 있다. 이 시대에 우리는 고용에 대한 근본적으로 다른 상상력을 요구받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다가오는 고용 위기를 ‘모두의 창업’으로 돌파하려 한다. 올해 1월 이재명 대통령은 ‘국가창업시대 전략회의’를 주재하며 “고용보다는 창업으로 국가의 중심을 바꾸는 대전환의 첫 출발점”이라고 선언했다. 정부는 테크 분야 4000명, 로컬 분야 1000명 등 총 5000명의 창업 인재를 발굴해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기술 엘리트만으로 고용 문제를 풀기 어렵다는 인식 아래 생활·문화·관광 분야의 로컬 창업까지 포괄하려 한 점은 의미 있다. 일자리 패러다임을 ‘찾는 것’에서 ‘만드는 것’으로 바꾸겠다는 방향 자체는 옳다. ●‘모두의 창업’ 정책이 놓친 것 그러나 정책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한계가 보인다. ‘모두의 창업’의 핵심 설계는 창업자를 발굴해 기업을 만들고, 그 기업이 성장하면 고용이 따라온다는 논리다. 기업이 경제 성장의 단위라는 전제 위에 서 있다. 문제는 이 설계가 경제 활동의 주체를 여전히 ‘기업’으로만 상상한다는 데 있다. AI가 대규모 고용을 창출하지 못하는 시대일수록 기업 중심 논리만으로는 포착되지 않는 개인 경제의 영역이 더욱 중요해진다. 오늘날 경제의 새로운 주체는 기업이 아니라 개인이다. 유튜버·인스타그래머 같은 콘텐츠 크리에이터, 작가·디자이너·개발자 같은 프리랜서, 강사·컨설턴트·코치 같은 지식 서비스 1인 사업자, 그리고 자신만의 공간과 철학으로 골목을 채우는 자영업자들. 이들은 기업을 창업하지 않는다. 기업에 속해 있어도 개인 부업 활동을 하는 N잡러도 늘고 있다. 2024년 신한은행 조사에 따르면 경제활동자의 16.9%가 이미 N잡러이고, 30대 N잡러 중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는 비율은 28.4%로 가장 높다. ‘모두의 창업’은 이 개인들을 보지 못한다. 많은 개인들은 창업을 원하지 않는다. 리스크를 감수하고 싶지 않거나, 자신이 원하는 경제적 자립이 반드시 기업의 형태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개인이 기업이 되기 전에 먼저 필요한 것이 있다. 브랜드다. ●AI가 대체할 수 없는 것, 브랜드 개인이 기업을 창업하든, 1인 사업자로 활동하든, 취업 시장에서 자신을 차별화하든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같다. 자신만의 이름값을 갖는 것. 자신의 이름이 시장에서 하나의 기준이 되는 것. 그것이 브랜드다. AI 시대는 역설적으로 브랜드의 시대다. AI가 표준화된 지식과 기술을 빠르게 대체할수록 AI가 끝내 모사하기 어려운 것은 개인의 고유한 관점과 감수성, 장소에 뿌리를 둔 경험, 서사와 신뢰에서 비롯된 관계다. AI는 평균을 향해 수렴하지만, 브랜드는 차이에서 출발한다. 경쟁력의 원천이 자본과 규모에서 개인의 고유성으로 이동하는 시대에 브랜드는 개인이 AI와 공존하며 시장에서 살아남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된다. 이 변화는 기업 조직 내부에서도 감지된다. 연예 기획사는 가장 앞선 사례다. 아이돌·배우를 단순한 소속 가수가 아니라 독립적인 퍼스널 브랜드로 키우고, 그 브랜드 자산이 기획사 전체의 가치를 결정하는 구조로 진화했다. 무신사는 독립 패션 브랜드를 육성하는 플랫폼으로, 올리브영은 인디 뷰티 브랜드를 발굴하는 창구로 기능하면서 실질적인 크리에이터 플랫폼이 됐다. 아모레퍼시픽의 코스알엑스, LG생활건강의 힌스 인수처럼 대기업이 성공한 인디 브랜드를 독립성을 보장하며 인수하는 모델도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개인의 브랜드가 플랫폼과 산업 전체의 핵심 자산이 되는 시대다. ●K뷰티와 골목 자영업이 보여 준 경로 브랜드가 개인 경제의 핵심 성장 경로가 된다는 것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 주는 사례가 K뷰티 산업이다. K뷰티의 최근 약진은 대기업이 아니라 인디 브랜드·스몰 브랜드의 활약이 이끌었다. 그 성장 경로는 뚜렷하다. 크리에이터로 시작해 인플루언서로 팔로어와 신뢰를 쌓고 자신의 이름을 내건 자체 브랜드를 출시한 뒤 시장 반응이 확인되면 법인화해 규모를 키운다. 코스맥스·한국콜마 같은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의 발달로 초기 생산 비용이 낮아진 데다 AI 도구의 확산으로 콘텐츠 제작과 마케팅의 진입 장벽도 크게 낮아졌다. 아나운서 출신 북 큐레이터로 인플루언서 활동을 해 온 김소영이 자신의 브랜드를 론칭하고 벤처캐피털 알토스로부터 70억원을 투자받은 것은 이 경로가 이미 제도권에서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 준다. 오프라인 자영업도 이 경로를 따르고 있다. 홍대·이태원·한남동·성수동의 자영업자들이 그 증거다. 이들은 처음부터 프랜차이즈를 지향하지 않는다. 자신만의 취향과 철학을 공간과 메뉴에 담아 스몰 브랜드를 만들고 인스타그램과 숏폼 콘텐츠로 팔로어를 모은다. 그 브랜드가 골목에서 인정받으면 2호점을 내고, 협업과 팝업으로 존재감을 키우고, 마이크로 브랜드에서 인디 브랜드로 성장한다. 브랜드가 먼저고 규모화는 나중이다. AI 시대에 자영업의 생존 경로는 가격 경쟁이 아니라 브랜드화다. 정부의 창업 지원이 이 순서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지원이 엉뚱한 곳에 닿을 수밖에 없다. ●왜 브랜드는 정책이 되지 못했나 그렇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모두의 창업’과 함께 ‘모두의 브랜드’다. 그런데 한국 사회는 브랜드를 정책 언어로 만들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우연이 아니다. 한국에서 브랜드는 오랫동안 위에서 아래로만 흘렀다. 이명박 정부의 국가브랜드위원회, 박근혜 정부의 ‘크리에이티브 코리아’. 두 보수 정부는 브랜드를 국가 이미지 제고와 대기업 글로벌 경쟁력의 언어로 활용했다. 브랜드는 국가와 대기업의 언어였고 개인에게 내려오는 브랜드 정책은 없었다. 진보 진영은 이 언어를 외면했다. 진보의 정책 언어는 복지·노동·분배·공정이었고 브랜드는 자본의 논리로 읽혔다. 두 진영 모두 브랜드의 절반만 보았다. 브랜드는 이중적 본질을 가진다. 시장의 논리인 동시에 개인의 논리다. 보수는 브랜드의 시장 논리를 가져갔고, 진보는 그 반응으로 브랜드 자체를 외면했다. 결과적으로 브랜드의 개인 논리는 정책의 공백 지대로 남았다. 한국의 진보가 다시 생각해야 한다. 브랜드 언어를 수용한 대표적인 진보 정당이 1997년 집권한 영국 토니 블레어의 노동당이다. 블레어의 ‘뉴 레이버’는 전통적 노동자 계급 정치에서 탈피해 광고 기획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뮤지션, 패션 디자이너, 도예가를 ‘크리에이티브 인더스트리’라는 하나의 경제 범주로 묶고, 창조 인재를 진보 세력의 일원으로 포용했다. AI가 전통적 노동을 빠르게 흡수하는 지금, 이 선택의 의미는 더욱 커진다. ●‘모두의 브랜드’를 위한 정책 ‘모두의 브랜드’를 정책화하는 방향은 두 가지다. 첫째, 플랫폼 개혁을 통한 크리에이터 경제 지원이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ODM 플랫폼, 소셜미디어(SNS) 유통 플랫폼, 벤처캐피털로 이어지는 자본 플랫폼이 갖춰지면서 크리에이터 창업 생태계의 기반은 형성됐다. 여기에 AI 도구의 확산은 개인이 대기업에 준하는 콘텐츠 제작·마케팅 역량을 가질 수 있게 해주는 결정적 변수가 되고 있다. 크리에이터 수익의 플랫폼 독점을 제한하고, AI 도구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방향의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둘째, 자영업자의 브랜드 전환 지원이다. AI와 플랫폼이 표준화된 상품·서비스 시장에서 경쟁 압력을 높이는 만큼 자영업자의 생존 경로는 브랜드화로 좁혀지고 있다. 자신만의 이야기와 취향을 인스타그램 기반의 스몰 브랜드로 만들고, 나아가 로컬창업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지원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배달 플랫폼의 수수료 구조 개선, 자영업자 전용 콘텐츠 유통 채널 확대 등 플랫폼 개혁이 크리에이터 경제 지원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재명 정부의 기본사회 구상은 모두가 경제적 자립의 토대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비전을 담고 있다. 그 비전에 동의한다면 ‘모두의 창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창업은 하나의 경로이고, 브랜드는 창업 여부와 무관하게 모든 경제 참여자에게 열려 있는 가능성이다. 창업을 하든 취업을 하든 1인 사업자로 활동하든, 누구나 자신의 이름으로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 기본사회의 다음 단계는 브랜드 사회다. 모두가 자신의 고유성을 경제적 가치로 전환할 수 있는 사회, 그것이 AI 시대에 우리가 만들어야 할 경제적 권리다. 모두의 창업을 지지하되, 모두의 브랜드를 함께 정책 언어로 만들어야 한다. 브랜드는 창업의 전제이자 결과이며, 창업 밖에서도 살아 숨 쉬는 개인 경제의 언어다. AI가 무엇을 대체하든, 대체할 수 없는 것은 각자의 이야기와 고유성이다. 한국 사회가 그 고유성을 경제의 언어로, 나아가 정책의 언어로 만들지 못한다면 브랜드 사회는 오지 않는다. 모종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 러·우크라 전쟁 끝나면 오려나…노르웨이·벨기에 제공 약속 F-16 한 대도 안 왔다 [핫이슈]

    러·우크라 전쟁 끝나면 오려나…노르웨이·벨기에 제공 약속 F-16 한 대도 안 왔다 [핫이슈]

    우크라이나 언론이 노르웨이와 벨기에가 제공하기로 약속한 F-16 전투기가 아직 한 대도 도착하지 않자 이를 비판하고 나섰다. 1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군사 전문 매체 디펜스 익스프레스는 노르웨이가 제공하기로 한 F-16이 2027년까지 도착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노르웨이가 우크라이나에 F-16 전투기를 공급하겠다고 공식화한 것은 2023년 8월이다. 당시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요나스 가르 스퇴레 노르웨이 총리는 “F-16을 우크라이나에 기증할 계획”이라면서 “전투기 지원은 우크라이나의 군사 역량을 상당히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었다. 특히 2025년 1월 중순 노르웨이 국방부 장관은 “첫 번째 F-16 전투기가 인도되었고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알렸다. 약속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밝힌 것이지만 4월 현재까지 노르웨이는 우크라이나에 F-16을 단 한 대도 인도하지 못했다. 이 같은 사실은 최근 노르웨이 공영방송 NRK의 보도를 통해 처음으로 전해졌다. 보도에 따르면 노르웨이가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기로 한 F-16은 총 6대로 이 중 4대는 비행이 불가능한 상태로 2025년 4월 분해돼 벨기에 공장으로 운송됐으며 수리와 조립에 적어도 1년이 더 걸릴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우크라이나군 관계자는 NRK와의 인터뷰에서 “벨기에로 보내진 4대의 F-16 각각에 약 100개의 부품이 빠져 있다. 조립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2대는 그나마 덴마크에서 우크라이나 조종사 훈련용으로 사용됐으나 이 또한 현재 벨기에에서 1년 넘게 수리 중이다. 이에 대해 디펜스 익스프레스는 “낙관적인 관점에서 F-16의 수리와 조립 작업이 차질 없이 진행된다고 해도 2027년 봄이나 돼야 인도가 이루어질 것”이라면서 “애초 2024년에 인도가 시작될 것이라는 예상과 상반된 결과”라고 비판했다. 특히 매체는 “노르웨이는 우크라이나에 F-16을 아직 인도하지 않은 두 번째 국가로 벨기에도 비슷하다”고 짚었다. 앞서 2024년 5월 벨기에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방문을 계기로 2028년까지 총 30대의 F-16을 순차적으로 인도하기로 약속했다. 첫 인도 시점은 2024년이었으나 아직 우크라이나는 한 대도 받지 못했다. 이는 애초 미국에서 도입하려 한 F-35 전투기 도입이 늦어지면서다. 디펜스 익스프레스는 “벨기에 정부는 F-16을 대체할 F-35 전투기 도입이 늦어짐에 따라 우크라이나로의 F-16 인도 시점을 2026년으로 공식 연기했다”면서 “우크라이나 측에서도 숙련된 조종사 부족을 이유로 인도 연기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우크라이나는 개전 이후 줄기차게 러시아에 맞서 실질적 군사 진전을 이루려면 공군력 강화를 위해 F-16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실제로 네덜란드와 덴마크가 우크라이나에 F-16을 제공했으며 보안상 이유로 정확한 대수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서방 언론은 30대 이상으로 추정했다.
  • “저는 살해범입니다”...故 김창민 감독 가해자, 유튜브서 사죄·음원 논란 해명에 대중 ‘분노’

    “저는 살해범입니다”...故 김창민 감독 가해자, 유튜브서 사죄·음원 논란 해명에 대중 ‘분노’

    발달장애 아들과 식사 중이던 고(故) 김창민 영화감독을 집단 폭행해 숨지게 한 가해자가 유튜브에 출연해 사과했으나 대중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9일 유튜브 채널 ‘카라큘라 탐정사무소’에 출연한 가해자 A씨는 유가족에게 사죄의 뜻을 전했다. 해당 영상에 출연한 가해자 A씨는 “고인이 되신 김 감독님과 유가족분들에게 너무 죄송하고 사죄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유가족에게도 아들을 잃으신 슬픔을 알고 있고, 죄송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또한 A씨는 활동명 ‘범인’으로 ‘양아치’라는 제목의 음원을 발표해 고인을 조롱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사건 전부터 준비했던 곡이며, 예전에 오래 만났던 첫사랑 이야기를 힙합스럽게 표현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유족 측은 “사건 이후 단 한 번의 직접적인 사과도 없었다”며 가해자들의 행보에 분노를 표했다. 고인의 부친은 JTBC 인터뷰를 통해 “뜬금없는 소리로 피해자를 더 자극하고 상처 주느냐”고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해당 영상을 올린 유튜버 역시 가해자들의 진정성을 의심하며 가해자들의 실체가 담긴 후속 영상을 예고한 상태다. 사건 현장에 동석했던 일행 중 일부가 과거 조직폭력배 활동 가담 사실을 인정한 점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가해자 측은 유튜브 출연이 진심 어린 반성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정작 피해자 유족에게는 어떠한 합의 제안이나 직접적인 사죄의 연락도 닿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가해자가 감형이나 여론 조작을 위해 유명 유튜버를 이용하려 한다”, “괜히 약한 척하지 마라. 그냥 계속하던 대로 하라”, “진심으로 죄송하면 고인과 유족분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감옥에서 평생 벌받아라” 등의 반응을 보이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수사 과정에서의 부실 논란도 제기됐다.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이 법원에서 기각되면서 가해자들이 불구속 상태로 거리를 활보하게 되자 유족은 강력히 반발했다. 비판이 거세지자 현재 검찰은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사건 경위와 공모 여부를 전면 재검토하는 등 재수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10월 경기 구리시의 한 식당에서 발생한 이 사건은 A씨 등 20~30대 일행이 소음 문제로 시비가 붙은 김 감독을 집단 폭행하며 시작됐다. CCTV 영상에는 쓰러진 김 감독을 식당 안팎으로 끌고 다니며 폭행을 이어가는 장면이 담겼으며, 김 감독은 결국 뇌사 판정을 받은 뒤 장기 기증으로 4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 김창민 감독은 영화 ‘용의자’, ‘마녀’, ‘비와 당신의 이야기’ 등 다수의 흥행작에서 작화와 연출에 참여하며 실력을 인정받은 영화인이다. 1985년생인 그가 어린 아들을 남겨두고 떠났다는 소식에 영화계 안팎에서도 추모의 물결과 함께 엄정한 처벌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 삼립 시화공장서 또…근로자 2명 손가락 절단

    삼립 시화공장서 또…근로자 2명 손가락 절단

    삼립 시화공장에서 근로자 2명의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10일 0시 19분쯤 경기 시흥시 소재 삼립 시화공장에서 근로자 2명의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가 나 경찰이 수사 중이다. 사고는 컨베이어의 센서 교체 작업 중 일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 인해 20대 A씨의 왼손 중지와 약지가, 30대 B씨의 오른손 엄지가 각각 일부 절단돼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찰은 현장 CCTV 등 수사에 필요한 자료를 확보해 안전조치 의무 위반 여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사고가 난 공장은 지난해 5월 50대 여성 근로자가 끼임 사고로 사망한 곳이다. 당시 사망자는 스파이럴 냉각 컨베이어라고 불리는 기계 안쪽으로 들어가 윤활유를 뿌리는 일을 하다가 변을 당했다. 지난 2월에는 대형 화재가 발생해 근로자 3명이 연기 흡입 등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 공급 준비 없이 월세 가속화… ‘주거 사다리’ 전세가 사라진다

    공급 준비 없이 월세 가속화… ‘주거 사다리’ 전세가 사라진다

    다주택 규제에 전세 물량 대폭 감소세 부담에 고령·고가 주택 매도 증가전국 1·2월 월세 비중 68% 역대 최고한국 유일 주거문화 ‘전세’ 소멸 수순정작 임차인들 갈 곳 찾기 어려워 월세 아니면 매매… 선택지 확 줄어기업형 등 민간 임대시장 변화 감지“도움 절박한 임차인 정부 지원 필요” 주택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 물건이 급격하게 줄면서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정부가 집값 안정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이는 가운데 전세가 소멸되고 결국 매매와 월세 두 축으로 주택시장이 재편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임대차 시장의 개선 및 대책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9일 국토교통부의 ‘2026년 2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올해 1·2월 전국 임대차 시장의 월세 비중은 68.3%를 기록했다. 2022년 47.1%, 2023년 52.4%, 2024년 57.5%, 지난해 61.4%에 이어 5년 연속 상승한 것이고 역대 최고 수준이다. 2월 한 달만 보면 전세 거래량(7만 6308건)은 전년 대비 26%나 줄었다. 서울의 경우 1·2월 월세 비중은 70.2%였다. 올해 들어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를 종료하기로 하고 보유세 인상 등이 공식화하며 서울을 중심으로 아파트 매물은 크게 늘었다. 이날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지난 1월 23일보다 36.3%나 증가했다. 반면 지난해 대출 규제 강화에 이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으로 인한 실거주 의무가 더해지며 전세 물량은 대폭 줄었다. 올해 1월 1일 2만 3060건이었던 서울 아파트 전세 물건은 이날 기준 1만 5464건으로 33%나 줄었다. 비거주 고가 주택의 세 부담도 늘어날 전망이어서 다주택자와 고령·고가 주택 소유자들은 서둘러 매도에 나섰고, 30대를 중심으로 자금 여력이 있는 젊은 층은 서울 외곽과 중하위권 아파트를 사들이며 임대 물량은 갈수록 더 귀해지고 있다. 결국 전세를 살던 임차인들은 무리해서 집을 사거나 또는 월세로 전환하는 갈림길에 놓이게 됐는데, 이런 흐름이 결국 전세 제도 소멸로 가는 수순이 될 수 있다. 물론 현재 전세보증금이 1000조가 넘을 것으로 추정돼 당장 전세 제도가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우리나라 임대차 시장의 점진적 변화는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전세는 한국에만 존재하는 독특한 주거 문화다. 인도나 볼리비아 일부 지역에 보증금을 맡기고 월세 없이 거주하는 유사한 관습이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전세가 국가 전체 임대차 시장의 축을 담당하고 공적 금융과 결합해 제도화된 나라는 찾기 어렵다. 고려시대 중국의 전당(典當)에 부동산이 포함돼 실크로드를 타고 전해졌을 것이란 추정부터 조선 후기 ‘승정원일기’에 ‘세입(貰入)’, ‘차입(借入)’ 등 전세와 유사한 형태의 임대차 제도가 있었다는 기록 등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다. 19세기 말 개항 이후 농촌 인구가 도시로 이동하면서 전세는 관습으로 자리 잡았고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법제화했다. 1958년 민법 제정 당시 전세권이 제도화했고 1984년 민법 개정으로 전세권자에게 우선 변제를 받을 권리가 보장됐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위기 전후 보증금을 레버리지로 주택을 추가로 구입하는 갭투기가 만연해졌다. 이후 정부도 전세자금대출이나 등록 임대사업자 혜택 등을 지원하며 전세 살이를 유도했다가 부작용이 불거지면 전세반환보증보험제도 등을 통해 조정했다. 요동치는 시장 상황에 따라 정책을 바꾼 셈이다. 2010년대 중반에도 초저금리와 집값 정체 현상이 맞물려 ‘전세소멸론’이 제기됐다. 이에 정부는 당시 전세자금대출을 확대해 전세는 ‘주거의 사다리’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2020년 전후로 깡통전세·역전세·보증금 미반환 등 부작용이 계속됐다. 급기야 2023년 전세 사기가 부각되면서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전세사기특별법)’이 제정되기도 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전세를 보호해주면서 전세 수요가 폭증하고, 전세 가격이 오르며 집값에도 영향을 줘 장기적으로 주택 시장의 혼란을 일으키게 됐다”며 “전세 사기 등 사회적 비용을 엄청 치렀으니 이제는 전세를 우대하던 제도를 조금씩 축소해 가는 방향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정부의 집값 안정책으로 다주택자나 고가 주택 소유자 등의 급매물이 나오고 가격도 다소 하락했지만, 정작 임차인들이 갈 곳을 찾기 어렵게 됐다는 우려도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다주택자 규제 기조가 10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자연스레 전세 물량이 줄어든 것”이라면서 “전월세 물량 부족과 더불어 임대인들의 세 부담을 보증금과 월세로 떠안는 등 임차인들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도 “정부는 전세가 집값을 밀어올린다고 생각하는 것 같고, 임대인들도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시대적 흐름도 있지만 문제는 ‘월세화’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이라며 “공급이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차인의 선택지가 확 줄어들어 오히려 서민 주거 안정이라는 정부의 목표가 흐려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신종칠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차인에게는 전세가 유리한 제도니까 유지할 수 있으면 좋다”며 “개인이 한두 가구 임대하던 것을 벗어나 기업형이나 외국계 등 관리형 민간 임대 시장이 형성되는 등 새로운 변화가 예상되고 그 과정에서 진짜 도움이 필요한 임차인들을 정부가 지원하는 방식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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