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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장 필요한 건 돈 아닌 사람 손길”

    “가장 필요한 건 돈 아닌 사람 손길”

    “봉사 현장에서 가장 필요한 건 돈이나 물자가 아닌 사람들의 손길입니다.” 고진광(57) 한국자원봉사협의회(한봉협) 상임대표는 현장 봉사인력의 부족을 호소하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 30년간 자원봉사 현장 활동가로 지내온 그는 올해 2월 한봉협의 상임대표로 선출됐다. 한봉협은 2003년 적십자 재단, 굿네이버스 등 봉사단체 138곳이 뜻을 모아 만든 협의체로 정부의 자원봉사 정책 수립을 돕는 역할 등을 한다. 고 대표는 1989년 시민단체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의 창단 멤버로 참여하면서 봉사활동과 인연을 맺었다. 태풍 피해지역부터 대구 지하철 사고와 같은 대형 재난현장까지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면 먼길 마다않고 달려갔다. 2004년에는 초대형 지진해일(쓰나미) 피해를 당한 인도네시아에서 구호활동을 했다. “2003년 태풍 매미가 한반도를 덮쳤을 때 회원들과 제주도에 갔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추석날 제사를 지내던 회원 30명이 자기일처럼 달려가 피해 주민들을 도와줬는데 그 자체로 감동이었지요.” 그는 “정작 내 가족에게는 소홀했던 것 아니었나 하는 반성도 하고 있다”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고 대표는 “요즘 중·고생은 물론 대학생까지 자원봉사를 단순히 스펙쌓기로 보는 경향이 많다”면서 “현장 경험 밖에는 내세울 게 없는 나를 상임대표로 뽑아준 건 숭고한 자원봉사의 가치를 복원시켜달라는 뜻이라고 본다”고 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피플 인 포커스] 美 대통령 경호실, 53세 여성이 접수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경호실장에 여성이 임명됐다. 남성 중심의 경호실 문화에 일대 전환을 가져올 ‘사건’으로 평가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줄리아 피어슨(53) 현 대통령 경호실장 비서실장을 경호실장으로 승진 임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성명에서 “피어슨은 지난 30년간 경호원으로서 헌신과 기백의 본보기가 돼 왔다”면서 “나와 내 가족은 물론 국가 요인을 보호하는 데 적임자”라고 밝혔다. USA투데이는 “‘오래된 남성클럽’(경호실)이 바뀌어야 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던졌다”고 보도했다. 남성 중심의 경호실 문화가 빚는 부작용에 변화를 가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4월 백악관 경호원들이 콜롬비아에서 집단으로 성매매 스캔들을 일으키면서 경호실 개혁 목소리가 커졌다. 또 오바마 대통령이 2기 행정부 인사에서 여성을 홀대했다는 세간의 비판을 의식한 인사로도 해석된다. 톰 카퍼(민주) 상원 국토안보위 위원장은 “광범위한 경험을 갖춘 피어슨은 준비된 경호실장”이라고 환영했다. 의회 인준을 거치지 않는 미국의 대통령 경호실장은 전·현직 대통령과 부통령, 미국 방문 외국 지도자 등의 경호는 물론 국가 금융 시스템의 안전을 책임지는 막중한 자리다. 7000명의 요원을 거느리고 연간 17억 달러(약 1조 8900억원)의 예산을 집행한다. 경호 권력의 정상에 오른 피어슨은 고교 시절 고향인 플로리다주의 놀이공원 ‘디즈니월드’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벌었다. 센트럴플로리다 대학을 졸업한 뒤 올랜도에서 경찰관으로 사회에 발을 내디뎠다. 1983년 플로리다 마이애미의 대통령 경호실 지부에서 경호원 생활을 시작했으며, 1988년부터 백악관 경호원으로 활동했다. 피어슨은 2007년 언론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어떤 곳을 방문하기 전에 경호원들이 얼마나 많은 준비 작업을 하는지 국민들은 아마도 상상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호 업무의 과중함을 피력한 바 있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공정위 ‘고발권 독점’ 완화됐지만… 여전한 찬반 논란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 논란이 일단락됐다. 최근 여야 정치권이 중소기업청 등 3개 기관에 공정위에 고발을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검찰을 포함해 4개 기관이 요청하면 공정위가 의무적으로 고발하게 함으로써 공정위의 고발권 ‘독점’이 다소 완화됐다. 하지만 여전히 찬반양론이 팽팽하다. 고발이 남발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미흡하다는 지적도 많다. 21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공정거래법이 시행된 1981년부터 2011년까지 30년간 공정위가 처벌한 사건은 6만 165건이지만 이 가운데 고발건수는 529건(0.9%)에 불과하다. 남발 우려는 기업조사에 전문성이 없는 중기청·조달청·감사원이 고발 여부를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가이다. 고발이 남발되면 기업 활동 저해를 막는다는 공정거래법의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이정희 중앙대 산업경제학과 교수는 “제도 시행 초기에 중기청 등이 전문성을 쌓는 것이 급선무”라면서 “동시에 기관들이 경쟁적으로 고발하지 않도록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 시민단체들은 여전히 피해 기업이나 소비자 등 제3자가 검찰에 고발할 수 있도록 전속고발권을 아예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한기 경실련 경제정책팀 국장은 “(이번 여야 합의는)전속고발권 폐지가 아니라 존속이다. 고발요청권을 확대할 것이 아니라 전속고발권을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면서 “지난 30년간 전속고발권 제도가 대기업·재벌의 불공정거래를 막는 데 무력하다는 것이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장도 “기업 사건이라고 해서 예외를 두지 말고 고발권을 폭넓게 열어놓고 범죄사실에 해당되는 경우 처벌해야 한다”면서 “기업활동 저해 등은 검찰 조사단계에서 보완해도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전속고발권을 아예 폐지하면 중소기업에 더 막대한 부담이 돌아가게 될 것”이라면서 “영업방해 목적으로 신고하는 등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반박했다. 세종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한화생명, 연금 + 장기간병 상품 출시

    한화생명, 연금 + 장기간병 상품 출시

    한화생명(전 대한생명)이 연금보험과 장기간병보험을 하나로 묶은 ‘행복&리치100세연금보험’을 내놓았다. 평균수명을 고려해 연금보증기간을 100세로 확대한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기존 10년, 20년, 30년 외에도 100세 보증형도 선택할 수 있어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연금 수령이 가능하다. 예컨대 100세 종신연금형을 선택하면 나이에 상관없이 종신토록 연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30년 보증형은 30년간 연금이 나온다. ‘장기간병형’과 ‘기본형’ 두 가지로 나뉜다. 기본형은 연금 개시 이후 연금액을 해마다 수령하는 것으로 일반연금보험과 같다. 장기간병형은 나이에 상관 없이 중증치매나 일상생활장해 등 장기 간병상태가 발생하면 연금액을 2배로 늘려서 지급한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사설] 공직 보신주의 깨야 위민행정 펼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주말 장·차관급 고위 공무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워크숍에서 국민중심 행정, 부처 칸막이 철폐, 현장중심 정책 피드백 시스템, 공직기강 확립 등 새 정부 운영의 네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항상 국민의 눈으로 바라보고 국민 입장에서 생각해 달라”고 당부했다. 대통령으로서 국정을 떠받쳐 줄 공무원들에 대한 당연한 주문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내용이어서 그리 새로울 것은 없다. 그러나 공무원들은 왜 이런 당부를 5년마다 들어야 하는지를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박 대통령은 새 정부의 인사에서 공직자 출신을 대거 등용했다. 부처 장·차관급의 74%를 전·현직 공무원 중에서 임명했다. 이는 조직 장악력을 높이고, 전문성을 고려했으며,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그들을 믿고 힘을 실어 준 것이라고 본다. 그 이면에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힘껏, 정성껏 봉사해 달라는 뜻도 담겨 있을 것이다. 대통령이 공무원들을 국정 동반자로 인식하고 ‘정부의 엔진’이라고 언급한 취지는 정권의 성패가 공직사회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직사회는 급변하는 21세기에도 변화 불감증에서 헤어날 줄을 모른다. 정부 수립 이후 65년 동안 1960~1970년대 압축 성장기를 제외하고 국가의 엔진 역할을 한 적이 있는가. 민주화 시대 이후에는 ‘정권은 바뀌어도 공무원은 영원하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기업들은 하루가 다르게 체질을 개선하고 있지만 공직사회만은 무풍지대나 다름없다. 신분과 정년의 보장을 보신주의와 무사안일의 안전판으로 오도하고 있는 것이다. 5년 전 정권 인계인수 때, 어느 공무원의 입에서 나온 “우리는 영혼이 없다”는 말은 충격적이었다. 공직사회는 납작 엎드려 있는 ‘복지부동’이 여전하다. 오죽하면 30년간 공직에 몸담았던 어느 전직 장관이 “공무원에게는 임기 중 아무것도 안 하려는 님트(NIMT)병(病)이 있다”고 꼬집었겠는가. 물론 공무원들이 몸을 사리는 데는 정권마다 줄 세우기와 코드 맞추기를 강요한 책임도 클 게다. 그러나 공무원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위민행정은 또 뜬구름 잡기일 뿐이다. 새 정부가 국민에게 약속한 것은 경제민주화, 복지 확대 등 수백 가지가 넘는다. 어느 하나 현장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는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대통령이 책임장관제를 강조하고 공무원들의 성실한 역할을 요구하고 있는 이유다. 다수 국민이 선택한 정부가 상식에 벗어난 정치적 편향성을 강요하지 않는 한 공무원들은 헌신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게 국민에 대한 도리다. 새 정부도 국가와 국민을 위한 공무원들의 충언과 조언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그것이 국정 동반자에 대한 예의일 것이다.
  • [손현주의 계절 밥상 여행] (3) 통영 도다리쑥국

    [손현주의 계절 밥상 여행] (3) 통영 도다리쑥국

    파닥파닥. 경남 통영 앞바다에 내려앉은 금속성 볕은 사람을 무장해제시키기에 충분했다. 근육을 푼 흙, 툭툭 터져 오르는 기운들. 남녘은 완연한 봄이다. 이즈막, 납작모자에 옷깃을 닭 벼슬처럼 세우고 통영 거리를 어슬렁거린다는 것은 잠시 묻어놓았던 내면의 풍류와 객기를 끌어내는 것이며 가슴속에 낭만을 채우는 일이다. “도다리 쑥국 한 그릇 먹어야지.”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봄은 통영 도다리쑥국에서부터 시작됐다. 된장 살큼 푼 말간 국물에 통영의 그 푸른 기운처럼 동동 뜬 쑥과 도다리의 흰 살점. 국에서 파란 바다냄새가 난다고 해두자. 딱 두 달이다. 이때를 놓치면 다시 한 해를 기다려야 하는 애타는 봄 국. 그래서 통영의 봄은 가게마다 폼 잡고 양반글씨로 써 내려간 ‘입춘대길, 도다리쑥국’이 팔자걸음처럼 내걸리며 활기를 얻는다. 첫새벽. 시락국 집은 밤새 다찌에서 술을 마셨거나 서호시장 4시 경매를 끝낸 사람들이 아린 속을 움켜잡고 몰려드는 ‘해장 성지’다. 서성서성 포장마차에서 콩국과 빼대기로 허기를 때우는 모습도 흔히 만난다. 그 먹먹한 서민의 시간. 도다리쑥국과 멍게 비빔밥을 시켜놓고 객지의 아침을 맞는다. 그러거나 말거나 주방 노란 냄비에서는 국물이 새벽잠처럼 끓고 토막 친 도다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국물 속으로 던져진다. 쑥을 넣고 한 소큼 끓여 익숙하게 퍼내는 손놀림이 재봉틀 실 땀처럼 빈틈없다. 앞자락에 김 모락모락 오르는 도다리쑥국이 놓였다. 잠시 눈을 감아본다. 향긋한 해쑥 향이 멀미처럼 올라온다. 쑥을 수저로 지그시 누르고 국물부터 떠먹는다. 입 안 가득 향긋한 초록이 넘실댄다. 봄이다. 어느 한 곳으로 치우치지 않는 담박함이 온몸을 편안하게 다스려준다. 여린 쑥은 씹히는가 싶더니 목젖으로 넘어가고 수저로 편편하게 뜬 도다리 살점은 달다. 절로 시원하다는 소리가 나온다. 이래서 통영 사내들은 복이 많다. 종일 술독을 끼고 살아도 속 다스려 줄 해장국이 넘쳐나니까. 두부와 무쳐낸 톳나물이며 통멸치 젓갈, 간이 센 남도 김치가 국에 밀려 그대로 남았다. 30년간 맑은 국을 끓여왔다는 사내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음식을 추억하기에 바쁘다. “도다리쑥국은 말 그대로 도다리와 쑥만 들어가야 합니다. 콩나물이나 묵은지를 헹궈서 넣기도 하는데 재료의 향긋한 맛을 즐기는 것이 봄 밥상이잖아요? 쌀뜨물에 된장을 약간 풀기도 하지만 도다리가 비린 생선이 아닌데다 향긋한 쑥이 들어가니 맨 물에 끓여도 비리지 않아요. 바다와 육지의 오묘한 향이 어우러집니다.” 말마따나 통영 도다리쑥국은 바다를 건너온다. 봄이 이른 욕지도나 한산도, 소매물도 등 섬에서 해쑥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러니 가격도 제법 나가서 한 그릇에 1만원을 훌쩍 넘는다. 하지만 맛을 아는 토박이 미식가들은 “2월 쑥국은 이르다”고 말한다. 도다리 살이 얇기 때문이다. 먼 바다 살집 두터운 도다리로 끓여야 국물 맛이 깊은데 2월 도다리는 뼈째 썰어먹는 ‘세꼬시’용이다. 육지에서 늦은 쑥이 나오는 4월 초순 도다리가 더 뭉근한 맛이 나온다는 얘기다. “살갗이 거칠거칠한 옴도다리가 최고지요. 지금은 비싸기도 하거니와 구하기 힘들어요. 바닥부터 싹 쓸어 올리는 고대구리 배로 조업할 때는 싸고 많았는데, 이 옴도다리로 끓인 쑥국의 깊은 맛은 궁중음식 부럽지 않습니다.” 4월로 가야 하는 이유 중 또 하나는 멍게 때문이다. 이때가 돼야 멍게가 속이 차기 시작하니 도다리쑥국과 더불어 멍게 비빔밥을 맛봐야 통영이 시리게 다가올 테니까. 거개는 멍게 비빔밥이 생물인 줄 알지만 제법 알려진 주방에선 속과 향이 그렁그렁한 ‘그해 5월 것만’ 쓴다. 숙성해놓고 1년을 사용한다. 그러지 않으면 특유의 향이 적다. 갓 건져낸 멍게는 미끌미끌하여 밥과 겉돌아 비벼지지 않는다. 간을 하여 숙성시키면 참기름만 얹어 내도 그 향이 몇 시간 입안에 머문다. 멍게 비빔밥에 유곽을 넣는 곳도 있다. 유곽 얘기가 나오자 커피 집에서 만난 최진혁(62)씨의 눈빛이 촉촉해진다. 어머니 손맛이 떠올랐던가 보다. “유곽은 손이 많이 가서 예로부터 제법 사는 집이 아니면 해먹지 못하던 음식이에요. 개조개를 다져 된장에 물기 없게 볶아 내지만 본래는 개조개 외에도 돼지고기나 소고기, 게살을 함께 썰어 넣었어요. 여기에 방아이파리가 들어가야 합니다. 다시 개조개 뚜껑에 담아 숯불에 구워 낸 것이 정통이에요. 그런데 그렇게 해내는 집이 없어요.” 도다리쑥국 나오는 집은 어김없이 졸복국을 낸다. 졸복은 크기가 작아 독을 손질하려면 애통 터지는 생선이다. 한 입 크기다. 하지만 속 달래는 데 미나리 넣고 시원하게 끓여낸 졸복국만한 것이 없지 싶다. 또 통영 대표음식 시락국은 장어머리를 푹 고아 시래기와 된장을 넣고 끓여낸 건강식이다. 방아이파리나 부추를 듬뿍 얹어 먹는다. 500원에서 시작한 시장밥상이었으나 지금은 4000원이다. 밥 말아 뚝딱 비우게 되는데, 혼자라도 외롭지 않은 밥상이다. 서호시장의 시락국 전통은 반찬이 뷔페식이다. 찬 통에서 스스로 덜어 먹는데 가짓수가 10여개는 된다. 그 외에도 어부들의 점심이었던 충무김밥이며 우짜, 꿀빵 등 종일 입에 달고 다닐 만한 ‘한 끼형 간식’이 수두룩하다. 먹을 것 천국이다. 배를 꺼트리기 위해 산책을 나선 길은 곳곳이 ‘꽃 편지’다. 통영의 바람은 너무나 달아서, 동백꽃처럼 붉어서 사랑도 피우게 되었으니 먼저 간 풍류객들 동선을 따라 가는 것도 봄날의 애상이지 싶다. ‘미역오리같이 말라서 귤껍질처럼 말없이 사랑하다 죽을 듯’한 그녀 ‘경련’을 기다린 백석의 시가 핀 충렬사 계단이나 청마 유치환이 ‘정운’의 맘을 얻기 위해 5000여통의 시를 부쳤다는 중앙우체국에서 ‘행복’이라는 시비를 읽어보는 일은 애잔한 즐거움이다. 잠시 스쳐간 사랑의 상처로 동네사람들에게 미움을 사 끝내 명정동에 안기지 못한 박경리의 아리고 쓸쓸한 이야기들이 골목마다 숨어있는 곳이 통영이고 보면 도다리쑥국 한 그릇에도 연정이 묻어난다고 우겨도 될 법하다. 해는 길어지고 도다리는 살찌고 있다. 글· 사진 손현주 음식평론가 marrian@naver.com
  • [영화 프리뷰] 2011 베니스 화제작 ‘킬러 조’

    [영화 프리뷰] 2011 베니스 화제작 ‘킬러 조’

    크리스는 도박빚을 갚지 못해 사채업자들에게 쫓긴다. 아버지와 이혼한 엄마가 5만 달러짜리 생명보험을 들어 놓았다는 얘기를 듣고선 음모를 꾸민다. 무능한 아버지와 이참에 한몫을 챙기려는 새엄마, 백치미가 넘치는 여동생 도티까지 크리스의 계획에 선뜻 동의(혹은 방관)한다. 현직 경찰이지만 살인청부업자로 ‘투잡’을 뛰는 킬러 조는 크리스에게 선금을 요구한다. 땡전 한 푼 없는 크리스는 여동생을 바라보는 킬러 조의 뜨거운 눈빛을 눈치채고 담보로 내건다. 킬러 조는 약속대로 엄마를 제거한다. 하지만 웬걸. 생명보험 수혜자가 도티가 아닌 엄마의 애인이란 사실이 드러나면서 일이 꼬인다. ‘킬러 조’는 2011년 베니스 국제영화제에 경쟁부문에 오른 화제작이다. 이탈리아 온라인매체 기자들의 투표로 뽑는 골든마우스상도 받았다. 지금껏 전설로 남은 걸작 ‘프렌치커넥션’(1971), ‘엑소시스트’(1973)를 연출했지만, 그 후 30년간 졸작을 쏟아내 온 특이한 이력의 노 감독 윌리엄 프리드킨이 오랜만에 내놓은 논쟁적인 작품이다. 질퍽한 폭력 묘사는 물론 주노 템플과 지나 거손, 매커너히 등 쟁쟁한 배우들이 전라로 나오고 음식을 이용한 성적 행위 묘사까지 곁들여진 탓에 북미에서는 NC17(17세 미만은 보호자를 동반해야 관람 가능) 등급을 받았다. 폭력과 성적 표현의 수위가 절정으로 치닫는 건 킬러 조가 크리스 집안을 지배하는 새로운 가장으로 대체되는 후반부다.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크리스와 새엄마를 조는 무참하게 뭉개 버린다. 서사의 흐름상 불가피한 건 맞다. 하지만 비위가 약한 관객이라면 고개를 돌릴 만큼 농도가 짙고 시간도 지나치게 길다. 영화를 보고 나면 한동안 치킨을 먹고 싶은 생각이 뚝 떨어질지도 모른다. ‘혹시나’ 했던 프리드킨 감독에 대한 기대는 ‘역시나’로 끝났다. 캐릭터는 하나같이 비현실적이고, 인물들의 관계는 지나치게 생략됐다. 그럼에도 스크린 앞에 관객을 붙잡아 두는 힘은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은 청부 살인자 역할을 맡아 광기를 뿜어낸 매커너히다. 금발 근육질 몸매, 지적인 눈빛까지 겸비한 그는 젊은 시절 로맨틱 코미디로 재능을 허비했지만,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2011), ‘매직마이크’(2012)에 이어 ‘킬러 조’에서도 캐릭터와 하나 되는 모습을 보인다. ‘어톤먼트’(2007), ‘다크나이트 라이즈’(2012) 등으로 이름을 알린 신예 템플 또한 텅 빈 눈빛과 몽롱한 말투를 지닌 도티 역에 딱 맞는 캐스팅이었다. ‘킬러 조’로 영국 아카데미 라이징스타상을 받았다. 북미에서는 지난해 7월 소규모로 개봉했다. 3개 스크린에서 출발해 75개 스크린까지 늘어났지만, 누적 수익은 198만 달러(약 21억원)에 그쳤다. 전 세계 수익은 366만 달러(약 39억원). 7일 개봉.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어떤 역사도 위안부보다 잔인할 수 없다고 생각”

    “어떤 역사도 위안부보다 잔인할 수 없다고 생각”

    “할머니들 앞에 처음 섰을 때는 꼭 재판정에 홀로 던져진 죄인 같은 기분이었어요.” 3·1절을 하루 앞둔 28일 오후 경기 광주에 자리한 나눔의 집.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8명의 보금자리다. 80대 이상의 할머니들 사이로 여성 한 명의 분주한 움직임이 눈에 띈다. 할머니들에게 밥을 떠먹이고 휠체어를 밀어주고 청소를 한다. 그 역시 올해 나이 71세. 누가 봐도 할머니다. 자기 몸을 운신하기도 예전 같지 않을 텐데 궂은 일을 하면서도 힘든 기색이 없다. 일본인 나가하마 가즈코. 퇴임 교사인 그는 매년 2~3차례 한국을 찾는다. 올 때마다 2개월씩 나눔의 집에 머물며 할머니를 돕는다. 올해로 8년째다. 그가 위안부 피해 할머니와 처음 인연을 맺은 건 1995년이었다. 그해 교편을 놓고 은퇴여행을 계획하면서 ‘역사를 찾아서’라는 한국 여행 프로그램을 선택했다. 아버지가 체육교사로 한국에서 근무했던 그는 1942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한국 여행 사흘째, 나가하마는 한 여성의 슬픈 사연을 알게 됐다. 위안부 피해 사실을 처음 공개적으로 털어놨던 김학순 할머니(1924~1997)였다. 충격이었다.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30년간 역사를 가르쳤지만 ‘위안부’라는 말은 그때까지 들은 적이 없었다. 2006년 부모가 세상을 떠나자 한국으로 왔다. 위안부 피해 여성에게 사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할머니들과 나눔의 집 동거가 시작됐다. 청소, 빨래, 설거지 등 닥치는 대로 도울 일을 찾았다. 처음엔 어색해하던 할머니들도 차츰 마음의 문을 열었다. “할머니들이 제 혼네(本音·본심)를 알아줬어요. 제가 돌아갈 때가 되니까 ‘바지를 빨아놓을 테니 다음에 와서 꼭 찾아가라’고도 하셨죠.” 그의 진심 어린 반성과 화해 노력에 주변의 친구들도 동참했다. 나가하마가 속한 은퇴교사 모임 소속 회원 100명은 위안부 피해자 돕기 성금을 모아 전달했다. 나가하마는 “위안부의 존재를 부정하는 극우 세력이 일본인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처럼 비칠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일본인들은 속마음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 특성 때문에 표현하지 않지만 태평양 전쟁을 겪은 노년층은 한국인 피해자에게 미안한 감정이 많다고 전했다. 글 사진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의정 포커스] 노점 양성화 등 생활정치에 최선

    [의정 포커스] 노점 양성화 등 생활정치에 최선

    황인구 서울 강동구의회 의원의 ‘정치 입문’은 남들보다 훨씬 빨랐다. 고교 때 1년을 휴학하고 신문 배달로 사회생활에 첫발을 떼 일찌감치 정치는 우리 생활과 밀접하다는 데 눈을 떴다. 복학 후에는 학생회장으로서 두발자율화 등 학생인권 문제에 앞장섰고 졸업 직후부터 각종 선거캠프에 몸을 담았다. 황 의원은 26일 “정치에 관심을 가진 데 비하면 현실 정치판 진출은 늦었던 편”이라며 “그렇게 몸소 배우고 익힌 만큼 주민들을 위해 최선의 정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황 의원은 의정 활동에서도 ‘생활정치’에 관심이 깊다. 주민 생활터전인 전통시장 현대화 및 환경 개선에 관심을 가져 노력 끝에 서울시에서 환경 개선 지원금을 받아내 시장 도로 정비, 아치 조형물 설치, 천막 개선 사업 등에 활용됐다. 특히 시장 주변 ‘노점 양성화’에 적극적이다. 황 의원은 “둔촌시장 주변에만 20개 가까운 노점이 30년간 도로를 점유하고 주변 환경까지 해치고 있다”며 “예산을 지원해 소방통로 확보, 공동화장실 설치, 도로 정비와 같은 지원으로 도로점용료를 받아내는 등 노점 양성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의원은 구의회에서 ‘공부하는 의원’으로 유명하다. 의원 선출 전부터 자치구 예산집을 구해 분석하곤 했다. 덕분에 이번 민선 6기에서는 지역구인 성내동 구도심 개발을 돕고 전문성을 키운다는 취지로 건설재정위원회에서 4년간 활동하게 됐지만 행정·복지 분야 지식도 상당하다. 황 의원은 “의원이 책임정치를 하며 당과 협의하면 지역 민원을 뛰어넘는 큰일들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모철민 교육문화수석, “비서일 뿐이지만 소통에 최선”…차관 지낸 관광통

    모철민 교육문화수석, “비서일 뿐이지만 소통에 최선”…차관 지낸 관광통

    30년간 문화, 관광 분야에서 일해 온 정통 관료 출신이다. 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선 여성·문화분과위 간사로 활동했다. 온화한 성품이면서도 일 처리가 꼼꼼하고 업무 추진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 오리건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을 만큼 관광 분야에 조예가 깊어 ‘관광통’으로 불린다. 1981년 행정고시 25회로 관계에 발을 들였다. 문화관광부 관광기획과장, 관광산업본부장 등을 거쳐 이명박 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 관광체육비서관, 문화체육관광부 예술국장, 문화콘텐츠산업실장, 국립중앙도서관장을 맡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국 프로젝트 매니저로 근무하는 등 국제 기구 경험도 있다. 2007년 프랑스 한국문화원 원장으로 재직할 때는 한·불 수교 120주년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른 공로를 인정받아 프랑스 정부로부터 예술문학훈장을 받았다. 2010년 8월부터 2011년 11월까지 문화부 제1차관을 지냈다. 당시 문화재청장이었던 최광식 장관이 문화부 수장에 임명되면서 문화부를 나온 그는 지난해 2월 동아대 관광경영학과 석좌교수로 임용돼 후학 양성에 힘쓰다 같은 해 4월 임기 3년의 예술의전당 사장에 임명됐다. 모철민 내정자는 1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대통령직인수위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부족함이 많지만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을 보필하는 데 열과 성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비서는 비서일 뿐”이라며 “아무래도 내 입을 갖긴 쉽지 않을 것 같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소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가족으로 부인 김기영(52)씨와 1녀가 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현오석 “징벌적 배상제·대기업 규제강화” 이동필 “농어촌 석면지붕 국가가 교체를”

    현오석 “징벌적 배상제·대기업 규제강화” 이동필 “농어촌 석면지붕 국가가 교체를”

    경제부총리 후보자인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이 징벌적 배상제와 대기업 규제 강화 등을 주장했던 것으로 나타나 재계가 긴장하고 있다. 현 후보자를 비롯해 새 정부 장관 후보 중에는 연구기관 소속이 유난히 많다. 이들이 과거 논문 등을 통해 제안한 주장을 살펴보면 앞으로의 정책 방향 등을 가늠해 볼 수 있다. 19일 KDI 등에 따르면 현 후보자는 2011년 7월 ‘공정사회 구현을 위한 경제사회 정책의 기본방향’ 보고서를 통해 대·중소기업의 불공정 거래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대·중소기업 상생 협력 정책이 일회성 캠페인에 머문 것은 교섭력 격차 때문”이라면서 “상생·협력 유도를 위한 메커니즘 설계보다 대기업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한 규제 강화가 효과적”이라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처벌적 성격을 지닌 3배 손해배상제도, 중소기업 사법 구제 제도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판사 수 증원도 제안했다. 그는 “서민들이 값싸고 편하게 사법기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판사 인력을 늘려야 한다”며 “1980년대 초 판사당 본안 사건 수가 500여건에서 지난 30년간 900건 수준으로 급증했다”고 지적했다. 이동필(현 농촌경제연구원장) 농림축산부 장관 후보자는 2010년 6월 ‘농어촌 슬레이트 지붕의 실태와 대책방향’ 보고서를 통해 “농어촌 지역의 석면 슬레이트 지붕은 경제 개발 과정의 부산물인 만큼 교체 비용을 국가가 전액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슬레이트 철거 비용의 30%는 자비 부담이 원칙이다. 슬레이트 주택 주민 중엔 영세민이 많아 교체 작업이 더딘 상태다. 이 후보자는 최근까지도 이 문제를 계속 제기해 청문회를 통과하면 곧바로 실행에 옮길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인 방하남 노동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2008년 5월 건설 현장 근로자 991명을 설문조사해 그 결과를 토대로 ‘일용직 근로자 실업급여제도’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는 “새벽 인력시장 등 비공식적인 경로를 통한 고용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문조사 결과, 비공식 경로를 통한 고용은 85%나 됐다. 방 후보자는 “복잡한 실업급여 신청 절차도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는 2008년 1월 이명박 정부 출범을 앞두고 ‘해양수산부의 해체가 몰고 올 파장’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는 수산과학원을 민영화하면 안 되는 이유로 ▲인건비·이윤 등 추가 비용 발생 ▲정보생산자 이윤 추구 욕구 및 국민 정보 불신감 고조 ▲민감한 정부의 국가 관리 부재 등을 꼽았다. 하지만 2009년 수산과학원은 결국 일부 민영화됐다. 서영복 행정개혁시민연합 사무총장은 “연구위원 때와 장관 때의 생각이 꼭 같을 수는 없겠지만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면서 “연구기관의 자율성과 독립성도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시행사 위주 계약·주차장 무상제공 ‘세빛 의혹 둥둥섬’ 불필요한 하도급·시의회 미의결 등 ‘용인 위법 경전철’

    대한변호사협회가 지방자치단체의 혈세 낭비에 칼을 빼들었다. 변협은 14일 1차로 서울시의 ‘세빛둥둥섬’ 조성 사업과 ‘용인경전철’ 사업 과정에서의 재정 낭비와 비리를 파헤쳤다. ‘지자체 세금낭비조사 특별위원회’는 오세훈(52) 전 서울시장의 야심작인 세빛둥둥섬에 대해 각종 위법 의혹을 제기했다. 특위에 따르면 사업협약의 무효 가능성, 주차장 무상제공, 사업추진 근거법령 미비 등 다방면에 걸쳐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방자치법 등에 따르면 중요재산을 취득하거나 매각할 때에는 시의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현재까지도 세빛둥둥섬에 대한 의회 동의절차를 거치지 않고 있다. 또 한강사업본부는 주차장 시설의 수탁자를 공개 경쟁 입찰로 선정해야 함에도 시행사인 플로섬 주식회사에 주차장 188면을 무상제공해 30년간 총 18억 9000만원의 위탁수수료를 면제받게 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오 전 시장을 수사의뢰 요청한 결정적 이유인 배임과 관련, 계약 체결 자체에서의 문제점도 나타났다. 서울시와 한강사업본부는 해당 사업이 사업자의 책임으로 중단되는 경우에도 운영 5년차까지 채무 전액을 부담하는 계약을 시행사와 체결했다. 협약이 무효가 될 때에는 시행자에게 계약 체결상의 과실을 부담할 가능성도 떠 안았다. 특위 측은 “이런 계약 체결은 서울시에 손해를 가했거나 손해를 발생할 위험성을 초래했고 그에 따른 이익을 시행사가 가져가게 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용인경전철 사업은 직접적 근거 규정이 없거나 일부 혐의의 공소시효가 지나 민·형사 조치는 취하지 못했지만 이 과정에서도 많은 위법이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불필요한 하도급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업체에 대한 의혹, 용인시의회 의결을 받지 않은 점, 분당선 손실보상조항을 삭제할 것을 의결한 용인시 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 의결 위반, 실시협약 체결에서 절차상 위법 등의 문제가 주민감사 청구의 요지로 알려졌다. 신영무(68) 변협 회장은 “지방자치제가 시행되면서 오히려 국민 세금을 자기 돈처럼 마구 쓰고, 무분별한 사업계획으로 빚더미에 오른 곳이 많다”면서 “이 같은 재정 낭비가 계속되면 후손들에게 빚만 안겨주고 지자체가 파산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7년 허송세월… 학의~고기 도로건설 백지화

    경기도가 2005년부터 추진해 온 학의~고기 도로건설 사업이 사실상 백지화됐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민간업체가 사업을 포기한 데다 자체 검토에서도 타당성이 낮은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결국 사업성이 낮은 도로사업을 붙잡고 7년간 허송세월한 셈이다. 도는 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를 열어 학의~고기 도로에 대한 민간투자대상사업 지정을 취소했다고 14일 밝혔다. 의왕시 청계동과 성남시 대장동 7.3㎞(왕복 4차로)를 연결하는 이 도로는 수도권 난개발 대책의 하나로 경기 남부지역 교통정체 완화와 도시 균형발전을 위해 추진됐다. 2005년 민간투자사업으로 제안됐으며 2008년 3월 제3자 제안공고를 거쳐 ㈜한국인프라디벨로퍼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사업을 진행해 왔다. 그러나 인프라디벨로퍼 컨소시엄이 투자확약서를 제출하지 않아 도는 2009년 지위를 철회했고 소송이 진행돼 2년 넘게 사업이 보류됐다. 결국 2011년 대법원 확정판결로 이 컨소시엄은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상실했다. 협상 차순위인 포스코건설 컨소시엄도 “사업성 확보가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포기 의사를 밝혔다. 학의~고기 도로는 경기개발연구원의 검토 결과에서도 타당성이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도로 건설로 30년간 보존된 청계산~바라산~백운산~광교산을 연결하는 원시림 녹지축의 심각한 훼손이 우려된다며 지역 환경단체 및 기초의회의 반대가 심했다. 도 관계자는 “사업 타당성이 낮은 것으로 분석된 데다 시급한 도로 건설사업이 산적해 있는 만큼 도의 예산을 들여 추진하는 재정사업으로 전환할지 신중히 검토 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혀 사실상 사업을 포기할 뜻임을 비쳤다. 이와 관련, 의왕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학의~고기 도로는 수원~의왕~군포로 이어지는 녹지축을 심각히 훼손하게 돼 애초부터 반대했다”며 “경기도가 사업성도 없는 도로 사업을 붙잡고 7년간 시간을 낭비하고 지역 갈등만 부추긴 꼴이 됐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 내에는 일산대교(2008년 5월 개통), 제3경인고속화도로(2010년 8월 개통), 서수원~의왕 간 고속화도로(2013년 1월 개통) 등 3개 도로가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돼 운영 중이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겨울 칼바람속 굴 채취 현장을 가다

    겨울 칼바람속 굴 채취 현장을 가다

    오후 10시 45분 방영되는 EBS 극한직업은 13~14일 이틀간 ‘통영 굴 양식’편을 내보낸다. 바다 풍경이 좋아 이름 높은 통영은 굴 생산의 보고이기도 하다. 전국 굴 소비량의 80%를 생산해낸다. 통영은 수하식 굴 양식법을 쓴다. 채묘, 단련, 수하, 양성, 채취 5단계의 과정을 거친다. 4~5월 꽃피는 봄이 오면 굴 양식에 필요한 종패를 만들기 시작한다. 굴의 산란기에 굴이나 가리비 껍질로 만든 종패에다 유생을 붙이는 작업을 채묘라고 한다. 이 과정은 모두 수작업으로만 이뤄진다. 채묘를 마친 어린 굴을 조수 간만의 차가 큰 해안에 매달아 힘든 환경에 일단 적응시키고 난 뒤 그다음 해 봄에야 어장으로 옮긴다. 그 뒤 날씨가 쌀쌀해지는 가을에서 한겨울까지, 그러니까 보통 9월에서 다음 해 2월까지 수확에 나선다. 하루 수확량은 45t. 이 어마어마한 양을 생산, 출하하는 작업자들의 분주한 손길을 따라갔다. 1부는 새벽 뱃일부터 따라간다. 새벽 해가 뜨기도 전에 배는 이미 출항 준비를 마쳤다. ‘어머님’들도 자리 잡고 앉아 일할 준비를 서두른다. 험하다는 뱃일이지만, 뱃일이기에 남녀 구분 따윈 없다. 한 시간 반 정도 바닷길을 내려가면 통영에서 가장 규모가 큰 굴 양식장. 넓이로 따져 6㏊, 평수로는 1만 8000평에 이르는 어머어마한 규모다. 굴을 채취하는 데 기계가 도입되긴 했다. 그러나 여전히 중요한 것은 수작업이다. 살이 탱글탱글 오른 채 줄에 매달려 있는 굴들을 집어올려 일일이 잘라내고 정리하는 것은 사람의 손이다. 칼바람이 불고 비가 내려도 쉴 틈이 조금도 없다. 그다음은 굴 까기 작업. 박신이라고 불리는 이 작업은 그야말로 능수능란한 손에서 이뤄진다. 굴 칼을 이용해 손으로 일일이 굴 껍데기를 까야 하는데 20~30년간 이 작업만 해온 어머님들의 손끝에서 놀라울 정도로 빨리 이뤄진다. 하루 해내는 작업량만도 40~60t. 가장 싱싱하고 맛나다는 통영 굴 그 자체를 위해 최선을 다해 일한다. 2부는 굴이 주는 꿀맛을 전한다. 비가 오고 살을 에는 겨울바람에도 굴 채취 작업은 계속된다. 주문 물량을 맞추려면 퇴근 시간이 따로 없이 일을 해야 한다. 쉬는 시간도 주지 않는다. 일 진행상황을 봐 가면서 요령껏 일하다 쉰다. 완전히 쉬는 건 점심시간뿐인데, 이때는 갓 채취한 싱싱한 굴을 곁들인 음식을 먹는다. 생굴만 있는 건 아니다. 튀김 등으로 만들어 미국, 일본 등에 수출한다. 그 물량만도 700~800t에 이른다. 굴에 대한 자부심이 넘쳐나는 대목이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한·일 미래의 길을 묻는다] “과거사 해결돼야 韓·日 긴밀협력 가능… 日, 위안부 결단 필요”

    [한·일 미래의 길을 묻는다] “과거사 해결돼야 韓·日 긴밀협력 가능… 日, 위안부 결단 필요”

    일본에서 30년 동안 한·일 관계 발전론을 전개하고 있는 이종원 와세다대 교수는 14일 열리는 한·일 국제포럼을 앞두고 12일 가진 인터뷰에서 최대의 현안으로 등장할 향후 한·일 관계와 관련, “과거사와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양국 간 긴밀한 협력은 어려울 것”이라며 “아베 신조 정권이 전향적인 자세를 취해 위안부 문제 등을 풀어 양국 간 관계를 안정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일본 정부의 독도 영유권 관련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에 대해서도 “제소 카드가 실효성이 없는 만큼 한국이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하지만 이 문제가 불거져 국제사회에 쟁점화가 되면 우리로서도 마이너스 요인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 일본을 자극하는 행동을 자제하는 등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교수와의 일문일답. →아베 정권 이후 일본에서 일고 있는 보수화 움직임을 어떻게 보나.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고 중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구조적인 변화다. 2010년 경제 규모에서 중·일 역전이 일어나는 등 일본의 상대적 국력 쇠퇴와 동일본 대지진 등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반면 중국이나 한국 등 다른 아시아 국가는 상대적으로 강해져 일본에서는 불안감과 좌절감이 커지며 우경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에 대한 반동으로 강한 지도자를 요구하고 강한 국가를 요구하는 분위기가 팽배해져 있다. 하지만 일본의 경제 상황은 아시아 국가들과는 적대 관계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이것이 조절판이 될 듯하다. 대부분의 일본인은 심리적으로는 불안감, 좌절감 때문에 우경화에 쏠리면서도 현실적으로는 아시아 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일부 정치인들이 자기들의 이념적인 보수 정책을 실현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우경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게 문제다. →아베 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개헌과 집단적 자위권 허용 전망은. -아베 정권이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변수는 두 가지다. 아베 총리가 경제 정책에 성공해 참의원 선거에서 대승하면 자민당이나 일본유신회 등 개헌을 지지하는 세력이 더욱 확대될 것이다. 개헌 지지파가 3분의2를 넘고 중국과 북한 문제가 꼬여 외교적 갈등이 심화되면 위기감 속에서 여론이 출렁거리면서 의외로 2~3년 내에 개헌이 가능할 수도 있다. 개헌론이 당당하게 나오고 지지가 느는 것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힘들었는데 최근 2~3년 동안 한국을 비롯해 중국, 북한과의 갈등 때문에 분위기가 바뀌었다.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데. -중국이 예상 밖으로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군부 보수파를 토대로 지지 기반을 구축하고 있지만 우선적으로는 미·중 관계의 안정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북핵 문제도 미국과 보조를 맞추고 있다. 긴장이 격화되면 중국이 북한에 대해 실효 있는 제재를 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당장 북한에 석유 공급 중단 등의 압력을 노골적으로 행사하기는 어렵겠지만 북한의 강경 입장을 중국도 걱정할 수밖에 없다. 중국은 미국과 협력해 4자든 6자 회담이든 중기적으로 북한이 더 이상 핵실험을 하지 않는 외교적 해결의 틀을 만드는 것을 모색할 것으로 본다. 한국도 북핵이 실전 배치될 경우 강경한 입장이 필요하다. 외교나 경제 지원 카드를 가지고 북한을 개혁, 개방 자세로 되돌려야 한다. 박근혜 정부의 최대 현안으로 부상한 셈이다. →지금 일본의 최대 현안은 중국과의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갈등인데 해법은. -유일한 해법은 일본이 더 이상 흥분하지 않고 지금 현상에서 동결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당분간은 일본과 중국의 대치 상황이 지속될 것이지만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하는 게 관건이다. 일본이 센카쿠 열도를 국유화한 상황에서 원점으로 되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양국의 군대가 대치한 상태에서 우발적 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현상 유지 시스템을 만드는 게 유일한 해법이다. 현상 유지를 하면서 중기적으로 양국이 가스전 등 해저 자원의 공동 이용 등을 위한 논의를 진척시켜 나가야 한다. →일본 정부가 독도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ICJ 제소 카드를 지속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나. -일본은 한국이 추가 조치를 하지 못하도록 ICJ 제소 카드를 활용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등 차기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하지 못하게 견제하는 것이 급선무다. 일본은 이번에 ICJ에 정말로 가고 싶어 했는데 한·일 관계 악화를 우려한 미국의 요청으로 유보해 놓고 있다. 일본으로서도 중·일 관계가 냉각된 상황에서 한국과도 대립각을 세우는 등 양면 작전을 펼치기가 부담스러웠던 게 사실이다. 일본에서도 ICJ 제소 유보에 대한 비판 여론은 아직 없다. 센카쿠 열도 문제 이후 정책 결정자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대(對)한국 관계를 회복하는 게 필요하다고 보는 것 같다. 독도는 우리 땅인데 우리가 쟁점화시키는 것은 외교적으로 현명하지 않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8월 독도를 방문한 뒤 불거진 상황들을 봐도 분명한 사실이다. 앞으로 일본은 독도와 관련해 상징적인 카드밖에 쓸 수 없다는 점에서 우리가 차분할 필요가 있다. →아베 총리가 취임 이후 박근혜 당선인에게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내고 있는데 양국의 새 정부가 한·일 관계를 긍정적으로 풀 수 있을까. -아베 정권이 한·일 관계를 회복하고자 하는 의욕이 강하다. 일본이 처한 상황을 봐도 한·일 관계를 회복하는 게 대중 관계, 대북 관계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아베 정권이 최근 박근혜 정부에 유화 시그널(신호)을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고 일본에서는 같은 보수 정권이기 때문에 코드가 맞는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독도 문제도 더 이상 심각하게 거론하지 않을 것이다. 아베 총리가 총선 공약과는 달리 오는 22일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명칭)의 날’ 행사에 불참하기로 결정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문제는 과거사와 일본군 위안부 문제다. 그러나 이 문제도 아베 정권이 유연한 자세를 취하는 것 같다. 위안부의 강제 동원을 인정한 고노 담화를 재검토하겠다고 했다가 최근 목소리를 낮추고 뒤로 미루는 것 같다. 헌법재판소 판결이 있어서 한국 정부로서도 외교 조치를 취해야 하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을 수 없다.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는 일본 정부의 정치적인 지혜와 결단이 필요하다. 위안부와 과거사 문제에 대해 일본의 전향적인 자세가 없을 경우 한·일 관계가 애매한 상황으로 빠질 수 있다. 양국 간 큰 협력을 할 수 없고 갈등을 안은 상태로 표면적인 안정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아베 총리는 이념적 우파이면서도 전략적 사고를 하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아베 총리가 과거사 문제에 대해 전향적으로 나오면 일본 내부 반발도 무마할 수 있다. 위안부 문제는 엄청난 돈이 필요한 것도 아니어서 아베 정권이 전략적으로 납득하고 행동을 취할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가질 수 있도록 한국 정부도 끈기 있게 설득할 필요가 있다. →군사적으로 한·미·일 협력이 가능하다고 보나. -중국을 견제하는 한·미·일 삼각관계는 부분적인 해결책이다. 그것만으로는 시스템이 불안정하다. 미국도 중국과 밀접한 전략 협의를 하는 등 양면작전을 구사하고 있다. 미국 외교정책을 보면 명확하다. 한·미·일은 좁은 의미의 안정 보장에 연연하지 말고 급속하게 대두되는 중국과 균형 정책을 맞춰야 한다. 미·일, 한·미 동맹을 강화하면서도 미·중과 전략적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한·미·일이 중국을 견제하고 포위하는 성격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면 현실적으로 어렵고 기능하기도 곤란하다. 아베 정권의 외교가 중국 포위 정책으로 호주 및 동남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다. 호주와 인도는 미국과 협력하면서도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어느 국가나 국제 정치에서 양면을 생각하는 균형 감각이 필요하다. 양분법적으로 접근했을 경우 현실화하기가 어렵다. →바람직한 한·일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양국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동아시아 지역 틀 안에서 생각해야 한다. 한국과 일본이 중국 문제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큰 과제다. 일본이 중국에 대해 신경질적으로 대결정책을 취하고 있는데 이는 한·일 관계에도 큰 암초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한·일 관계를 동아시아 틀 안에서 생각하는 데는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 한국은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어 긴밀한 양국 관계도 필요하지만 일본을 비롯해 중국, 러시아, 미국 등의 인접국을 감싸 안는 지역 틀을 만드는 것이 절실하다. 글 사진 도쿄 이종락 특파원 jrlee@seoul.co.kr ■이종원 교수는 일본 내 한반도 전문가… 30년간 한·일관계 발전론 전개 1953년생으로 서울대 공대 재학 중 민청학련사건에 연루돼 복역, 대학을 중퇴하고 1982년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다. 일본 도쿄대 박사(국제정치) 학위를 취득한 뒤 일본 도호쿠대 교수, 릿쿄대 부총장을 거쳐 지난해 4월부터 와세다대 대학원 아시아·태평양연구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1998년부터 2000년까지 미국 프린스턴대 객원연구원과 아사히신문 아시아네트워크 객원연구원을 지냈다. 일본에서 한국과 북한 등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다. 저서로는 ‘동아시아 냉전과 한미일 관계’ ‘역사로서의 한일 국교정상화’ ‘북일 교섭’ ‘일본의 국제정치학’ 등이 있다.
  • [오늘의 눈] 한국판 10월의 하늘을 꿈꾸다/박건형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한국판 10월의 하늘을 꿈꾸다/박건형 사회부 기자

    11년에 걸친 한국형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I) 프로젝트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하지만 발사 성공 직후부터 다양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러시아의 성공’이라거나 ‘안이한 연구원들의 태도’라는 적나라한 표현이 나오는가 하면 ‘깡통 위성’이나 ‘5000만 달러짜리 우주쇼’라는 식으로 곳곳에서 나로호 발사를 폄훼하고 있다. 나로호에 쏟아지는 비난들이 모두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분명 과도한 돈이 투입됐고, 1단 발사체 기술 확보라는 당초 목적을 달성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비난을 위한 비난’만 쏟아지고 있다는 느낌을 감출 수 없다. 나로호 비판에 열을 올리는 대학교수와 전직 미 항공우주국 연구원은 선진국에 비해 수십년 이상 한국 기술이 떨어졌다고만 할 뿐 이를 따라잡을 복안 따위는 없다. 더구나 스스로 ‘세계적 석학’이라고 주장하는 이들 중에는 나로호에 참여해 연구비를 받고 나서 돈만 챙긴 뒤 안면을 바꾼 이들도 있다. 한국은 이미 자력(自力) 발사체인 KSLV-II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늦었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나로호’가 남의 기술이었던 것은 과거의 일이다. 비싼 교훈이 됐지만, 얻은 것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나로호를 보면서 언젠가 우주과학자가 되겠다는 꿈을 키울 어린아이들과, 한국도 자체 기술을 가져야 한다고 예산 투입의 당위성에 공감하게 된 국민들이 있는 한 나로호는 절대 실패한 프로젝트일 수 없다. 거대 과학은 원래 시행착오와 교훈을 먹고 큰다. 미국이 우주왕복선을 도입할 때 과학자들은 “1주일에 한 번씩 1년에 50회 우주왕복이 가능하고, 모든 부품이 그대로 사용되는 비행기”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30년간 우주왕복선 5대가 우주를 다녀온 횟수는 모두 135회에 불과하고 발사 때마다 모든 부품을 바꿔야 했다. 나로호를 비판하는 입장에서 보자면 엄청난 사기극이다. 만약 예산 효율성 논란이나 정비 및 부품 불량으로 일어난 컬럼비아호·챌린저호 폭발사고에 따른 책임자 처벌론이 힘을 얻었다면 오늘날 미국은 과연 우주과학 최강국의 위치를 지키고 있었을까. 1999년작 할리우드 영화 ‘옥토버 스카이’는 1957년 10월 4일 소련의 스푸트니크 1호 발사 소식을 듣고 로켓 공학자로 커 나가는 탄광촌 아이들의 꿈을 담고 있다. 나로호를 본 한국의 어린이들이 먼 훗날 “나는 나로호 키즈”라고 당당히 말하는 날, 한국판 ‘10월의 하늘’이 실현되는 날이 기다려진다. kitsch@seoul.co.kr
  • 30년간 두유만 먹고 살아온 남자

    30년간 두유만 먹고 살아온 남자

    MBC는 4일 밤 8시 50분 방송되는 ‘이야기 속 이야기-사사현’에서 30년 동안 두유만 먹은 남자의 사연과 노량진 컵밥의 비밀, 10대 청소년들의 낙태 현주소를 방영한다. ‘두유만 먹는 남자’에선 지난 30여년간 오로지 두유만 먹고 살아온 형도씨의 하루가 담긴다. 형도씨에게 두유는 한 시간에 한 병씩, 그마저도 넘기기 힘겨운 식사다. 물과 죽을 포함한 다른 음식은 전혀 먹지 못한다. 간신히 한 병을 비우고 나면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다시 고물상으로 향한다. 두유에 생명을 의지해야 하는 그의 감춰진 비밀이 방송에서 공개된다. ‘노량진 컵밥의 비밀’은 노량진 거리에 빽빽이 들어선 50여 곳의 컵밥 노점상 중 유독 눈에 띄는 곳을 담았다. 폭삭 무너져 내린 포장마차의 천막을 걷어보니 우두커니 앉아있는 한 아주머니가 있다. 컵밥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 사라진 컵밥 집의 비밀을 파헤친다. ‘17세 소녀의 선택’에선 ‘미혼모가 되어 아이를 기를 것인가’ 아니면 ‘낙태를 할 것인가’라는 갈림길에서 결국 낙태를 선택한 17세 소녀의 얘기를 담았다. 소녀는 평범한 여고생으로 돌아가길 바랬지만 결국 학교까지 그만둬야 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나주초등생 성폭행범 무기징역

    집에서 잠자는 초등학생을 이불에 싼 채 납치해 성폭행한 고종석(24)이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광주지법 형사합의 2부(부장 이상현)는 31일 성폭력범죄의 처벌등에 관한 특례법(강간 등 살인) 위반, 영리 약취 유인, 야간 주거침입 절도 등 혐의로 기소된 고종석에 대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가석방에 대비,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과 5년간 성충동 약물치료, 10년간 신상정보 공개·고지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가장 편안하고 보호받아야 할 집에 있는 어린이를 납치해 참혹한 피해를 안기고 어린 아이를 둔 모든 가정에 불안감과 공포를 안겼다”며 “피해자가 숨지지는 않았지만 이 결과는 고종석이 목을 조르는 것을 중지해서가 아니라 피해자가 실신한 것을 숨진 것으로 착각, ‘운이 좋아서’ 생긴 것이라 미수라도 악성은 살인범과 같다”고 강간 등 살인죄를 인정했다. 이 죄의 법정형은 무기 징역 또는 사형이다. 판결 선고 내내 고개를 숙이고 있던 고종석은 재판부의 양형 설명에 “네”라고 몇 차례 담담하게 대답했다. 고종석은 지난해 8월 30일 오전 1시 30분쯤 나주 한 상가형 주택에서 잠자는 A(8·초교 1)양을 이불에 싼 채 납치해 인근 영산대교 밑에서 성폭행하고 목을 졸라 살해하려 한 혐의로 기소됐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열린세상] 2030세대의 분노/박정동 인천대 무역학부 교수

    [열린세상] 2030세대의 분노/박정동 인천대 무역학부 교수

    대선 이후에 세대 차이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분석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 게 ‘2030’과 ‘5060’의 세대 갈등이다. 대학교수로서 나는 2030세대와 삶을 함께하며 우리 때와 다른 게 무엇인지 늘 관찰한다. 나는 5060세대에 속하는 2030세대의 아버지이지만, 오늘은 우리 20대 청년세대의 처지를 얘기하고 싶다.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면서 일자리 창출이 시대의 화두다. 지난 30년간 통계를 보면 20대의 좌절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다. 2011년 20대 고용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25위였다. OECD 평균(63.7%)과 비교해도 5.2% 포인트 낮다. 20대 취업 자리는 1981년 367만개에서 2011년 365만개로 줄었다. 반면 ‘사오정’이라는 말이 생길 만큼 이른 퇴직이 이슈가 된 4050세대를 보면 오히려 1981년에 비해 일자리가 2~3배 늘어났다. 40대는 334만개에서 661만개로, 50대는 186만개에서 508만개로 늘어 일자리의 혜택은 20대에 비길 바가 못 된다. 헌정 사상 5060세대 인구가 2030세대를 역전한 최초의 대선 결과를 본 20대는 저출산·고령화가, 정부가 아니라 본인의 문제라는 점을 실감했을 것이다. 나이가 들면 보수화된다는데 5060세대 유권자 구성비율이 점점 더 커질 것은 뻔하니, 진보성향 청년들에겐 정치적 희망이 안 보일 것이다. 이들이 감당해야 할 사회보장제도가 비로소 현실적으로 다가오며 억울한 마음도 들 것이다. 이런 현실을 보면서 우리 20대는 날이 설 것이다. 그러나 기성세대는 이들에게 허약하다고 일침을 놓는다. 우리 세대의 희생으로 나라가 이렇게 잘살게 되었는데 지금의 난관은 예전과 비교도 안 된다, 취업할 곳이 수두룩한데 애들이 눈이 높아 취업을 못 한다, 요즘 세대는 도전은 안 하고 편한 것만 하려 한다며 몰아붙인다. 주위의 20대를 보면, 그들 부모의 경제 수준이 어떻든 다들 삶이 팍팍하다. 이 취업난에 ‘스펙이 뭐라도 하나 더 있어야 유리하지 않을까’라는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50대인 우리는 오랜만에 동창끼리 만나 대학시절 D·F 학점을 안주 삼아 얘기할 수 있지만, 요즘 20대에겐 딴 나라의 풍경일 뿐이다. 학기가 끝날 때마다 교수들은 눈물로 호소하는 학생들의 전화를 받으며 난감해한다. 태어나 보니 대한민국은 이미 세계 안의 당당한 나라가 되어 유창하게 영어를 해야 하고, 지정학적으로 중국어까지 챙겨야 하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 기업체 인사담당자들은 스펙으로 직원들을 채용하지 않는다며 헛된 공부에 시간 쏟지 말고 나름의 스토리를 만들라고 한다. 하지만 20대의 일천한 경험으로는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른다. 교수들은 성실과 열정이 있으면 안 되는 게 없다는 뜬구름 잡는 말씀만 하신다.수상, 인턴, 아르바이트, 연수, 외국어 성적, 자격증 등으로 가득찬 대학생 이력서를 어떻게 더 차별화하라는 것인지 말해 주는 사람이 없으니 고만고만한 아이들끼리 정확하지도 않은 정보를 주고받는다. 그러다 보니 취업 준비는 산으로 가고, 결국 휴학을 하며 시간을 벌어야 하는 상황이 된다. 눈이 높아 취업을 못 한다고 하나 대기업만 보며 버틸 만큼 간 큰 아이들, 생각보다 많지 않다. 안타까운 것은 이런 상황을 니치마켓으로 보고 파고드는 상술이다. 20대를 위한 취업·면접 컨설팅, 힐링 강연과 캠프. 대학이 감당하고, 기성세대가 봉사로 도와줘도 충분한 것들에 20대는 돈을 써야 한다. 우리 눈에 철없고 나약한 20대는 공공장소에서 생각 없는 행동에 분노하고, 독도문제를 그냥 넘어가지 않는 애국심도 있다. 취직하면 해준 것도 없는 나에게 감사하다고 인사하러 오는 착한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고 싶은데 그 방법을 몰라 조금 헤매고 있을 뿐이다. 이제 우리 세대들은 조금 더 따뜻한 시선으로 20대의 눈높이에서 이해하는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 다그치지 말고, 나약하다고 야단 먼저 치지 말고, 보듬고 들어 주며, 먼저 마음을 열어 함께하고 도와 주었으면 좋겠다. 어차피 견디고 뚫어야 하는 것은 자신의 몫이다. “그렇구나. 힘들지?” 이 한마디면 세대 갈등은 조금씩 치유될 것이라 믿는다.
  • 김형오, 부산대 석좌교수로

    김형오(65) 전 국회의장이 새학기부터 부산대 석좌교수로 강단에 선다. 그는 인문학적 관점에서 본 한국정치에 대해 강의할 예정이다. 대학 측은 “30년간 정치 현장에서 경험한 것들을 인문학으로 풀어내면 흥미 있고 알찬 강의가 될 것”이라며 기대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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