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3주년
    2026-07-19
    검색기록 지우기
  • 무지
    2026-07-19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2,101
  • 북에 갔다 사망한 웜비어 3주기에 어머니 “변한게 없어”

    북에 갔다 사망한 웜비어 3주기에 어머니 “변한게 없어”

    북한에 17개월간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송환된 뒤 숨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어머니 신디 웜비어는 19일(현지시간) “북한의 불법행위를 폭로하고 압박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디 웜비어는 이날 웜비어 사망 3주기를 맞아 미국 비정부기구인 북한인권위원회(HRNK)가 개최한 화상 세미나에서 “오토가 죽은 지 3년이 지났지만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전날 미 상원이 웜비어 사망 3주기 추모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데 대해 “그들은 오토를 잊지 않고 북한의 인권 부재에 대해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미 상원은 전날 만장일치로 결의안을 채택했으며 결의안은 웜비어의 죽음과 관련해 북한 정권을 비판하고 미국이 지속해서 북한의 인권 유린 행위를 규탄할 것을 촉구했다. 결의안은 또 북한과 거래하는 개인 및 금융기관이 미 금융기관과 거래하지 못하게 한 ‘웜비어법’ 등 대북 제재는 북한이 대량살상무기 확산 및 실험의 검증가능한 중단을 약속하고 미 정부를 포함한 다자간 회담에 합의할 때까지 이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디 웜비어는 정체 상태인 북미 외교와 관련해 “핵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실수라고 생각한다”며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웜비어의 부모는 지난해 9월 14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으로 만찬을 가졌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좋은 사람’이라고 말한 것을 거론하며 “그건 나를 화나게 했다”고 말했다. 탈북민 출신 지성호 통합미래당 국회의원은 전날 서울에서 열린 웜비어 3주기 추모행사에 참석하며 “오토 웜비어는 북한 정권의 무도함과 잔인함의 실상을 온 세상에 알린, 투사와도 같은 마지막 삶을 살았다”며 “부검 결과 장기간 뇌에 산소‧혈액 공급이 부족했던 것으로 밝혀져 북한 정권의 고문 가능성이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으로 여행을 갔다 2015년 12월 정치선전물을 훔치려 했다는 이유로 17개월 동안 억류됐던 웜비어는 의식불명 상태로 미국으로 돌아갔으나 2017년 6월 19일 사망했다. 지 의원은 “북한 인권문제에 더 노력해 달라”고 부탁하며 아들의 유품인 넥타이를 선물로 준 웜비어 부모를 기억한다며 북한 인권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을 다짐했다. 웜비어 3주년을 맞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국무부가 아닌 개인 트위터 계정에 추모 글을 올렸고,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도 트위터에 ‘잊지 않겠다’는 글을 남겼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열린 사저 꿈꿨던 盧… 현실 정치 끊고픈 文

    열린 사저 꿈꿨던 盧… 현실 정치 끊고픈 文

    노무현의 이웃 같은 퇴임 대통령 ‘부메랑’ 비극 지켜본 文 “잊혀진 사람 되고 싶다” “퇴임 이후, 세상과 거리 둘 것” 줄곧 강조 기존 매곡동엔 경호동 들어서기 어려워 경남 양산 평산마을 사저 부지 최종 낙점“고위공직자들이 퇴임 후에 고향으로 돌아오지 않는 것은 정말 문제라고 생각한다. 세상과 거리를 두면서 조용하게 살고 싶었다. 스스로 유배 보내는 심정이기도 했다. 시골에 살 곳을 찾았다. 그래서 고른 곳이 지금 살고 있는 양산 매곡이다.”(2011년 ‘문재인의 운명’ 중) “대통령 이후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냥 대통령으로 끝나고 싶습니다.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이라든지 현실 정치하고 계속 연관을 가진다든지 일체 하고 싶지 않습니다. 일단 대통령 하는 동안 전력을 다하고, 끝나고 나면 그냥 잊혀진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고요. 대통령 끝나고 난 이후 좋지 않은 모습 이런 것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문재인 대통령, 2020년 1월 신년 기자회견) 문 대통령이 최근 퇴임 후 머무를 사저 부지(2630.5㎡·795.6평)를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에 마련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치권 안팎에선 그 배경에 관심을 쏟고 있다. 사저의 입지나 운영 방식은 퇴임 후 대통령이 현실 정치와 어떻게 관계 설정을 할 것인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본인이 ‘거리두기’를 희망하더라도 정치권과 지지자들이 ‘야인’이 된 대통령을 소환할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은 오래전부터 퇴임 후 양산 매곡동 사저로 돌아가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본래 살림집이 아닌 곳을 공들여 가꿨기에 풀 한 포기, 벽돌 한 장에도 애착이 남다르다고 한다. 하지만 집권 3년차 통상적 절차에 따라 올 초부터 사저와 ‘패키지’로 묶인 경호 부지 물색에 나서면서 난관에 부딪혔다. 매곡동은 산으로 둘러싸인 지형 탓에 경호동이 들어서기 어렵고 마을 입구에서 외길을 따라 2㎞ 넘게 더 들어가야 하는 등의 이유로 대통령 경호처가 최종 부적합 판정을 내린 것이다. 평산마을은 행정구역상 경남이지만 울산과 인접했다. 사저가 들어설 부지와 경부고속도로는 2㎞가량, KTX 울산역과는 10여㎞ 떨어져 있어 매곡동보다 접근성이 뛰어나다.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이 있는 김해 봉하마을까지 차로 50여분 거리, 어머니 묘소와도 비교적 가깝다. 양산의 교통 요지에 들어선 점을 두고 일각에서는 ‘열린 사저’를 구상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일대가 통도사 땅이고, 평산마을은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의 시골길이 이어진 데다 언덕 지형인 탓에 개방형 건물을 짓기는 어렵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취임 3주년 회견 때 퇴임 이후를 너무 상세하게 언급해 놀라기도 했지만, 대부분 초지일관 해왔던 말씀”이라며 “재임 기간 방전될 때까지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고, 퇴임 이후 현실 정치와 연을 끊고 잊혀진 사람으로,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계실 것”이라고 말했다. ‘열린 사저’를 지향했던 노 전 대통령과는 애초 생각이 다르다는 얘기다.‘열린 사저’의 개념이 등장한 건 봉하마을이 처음이었다. 퇴임 대통령이 지방으로 간 것도 처음이다. 국가균형발전과 권력기관 개혁, 실질적 민주주의의 착근을 위해 전력을 다했던 노 전 대통령은 부산·경남 일대에서 살 곳을 찾았지만 2006년 3월쯤 권양숙 여사가 고향인 봉하행을 제안했다고 한다(‘운명이다: 노무현 자서전’ 중). “대통령으로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시민으로서, 은퇴한 전직 대통령으로서는 꼭 성공하고 싶었다”고 회고한 노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 의식과 진보적 담론의 토론 공간으로 ‘민주주의 2.0’ 사이트를 개설했고, 봉하를 생태마을로 꾸미는 한편 친환경 농사를 지었다. 국민들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이웃 같은 퇴임 대통령의 모습을 사랑했고, 주말과 휴일에는 하루 1만여명이 봉하를 찾았다. 결과론이지만 ‘부메랑’이 됐다. 문 대통령은 ‘운명’에서 “봉하에 방문객들이 넘쳐나는 현상, 퇴임 이후 오히려 노 대통령 인기가 올라가는 일들은 하나같이 이명박 정권에게 정치적으로 해석됐다. 이후 시작될 불행한 사태의 전조였다”고 회고했다. 노 전 대통령의 비극적 엔딩 후에도 적지 않은 지지자들이 ‘순례’하듯 봉하를 찾고 있으며, 친노·친문 인사들뿐 아니라 많은 정치인들이 주요 변곡점마다 들러 참배하고 권 여사를 만난다.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 못지않은 강력한 ‘정치적 팬덤’을 지닌 데다 촛불혁명으로 집권한 뒤 적폐청산과 권력기관 개혁,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코로나19의 성공적 대응에 따른 국격 제고 등 ‘레거시’(업적)를 쌓아 가고 있다는 점에서 본인 뜻대로 잊혀지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현실 정치와 연을 끊고 자연인으로 돌아가겠다는 문 대통령의 결정이 노 전 대통령의 비극과 무관치 않다는 시각도 있다. 한 친문 인사는 “대통령을 오래 지켜본 이들은 ‘잊혀진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의미를 잘 알 것”이라며 “퇴임 이후 문재인의 상징성과 무게를 감안하면 이런저런 요구들이 많겠지만, 대통령의 생각이 단호해 기념관 건립 등 기본적 사업도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나 한열이 에미예요… 이소선 어머니, 종철이 아버지 들리세요?”

    “나 한열이 에미예요… 이소선 어머니, 종철이 아버지 들리세요?”

    배은심 여사, 서른세 번째 보내는 편지 낭독 민주화 유공자 19명에 훈장·포장·표창 처음 文, 현직 대통령 중 ‘남영동 분실’ 처음 방문 509호 욕조 보며 “철저한 고립감, 무너뜨려” “이소선 어머니, 종철이 아버지, 제 얘기 들리세요? 나 한열이 에미예요. 30년 가까이 늘 함께 다니며 싸우던 우리 유가협 식구들인데, 어머니는 전태일이 옆에 가 계시고, 종철 아버지도 아들하고 같이 있어서 나 혼자 오늘 이렇게 훈장을 받습니다.” 10일 서울 용산구 남영동 민주인권기념관 예정지(옛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열린 6·10 민주항쟁 33주년 기념식에서 ‘서른세 번째 6월 10일에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는 내내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명예회장) 여사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다. 이날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은 12명 중 유일한 생존자인 배 여사로선 1987년 8월 이후 핏줄보다 가깝게 지냈지만, 먼저 떠나 보낸 유가협 식구들이 떠올랐을 터. 배 여사는 “다시는 이 나라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삶을 희생하고, 고통을 받는 가족들이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1987년 6·10항쟁은 한국 민주주의의 전환점으로, 대통령 직선제가 16년 만에 부활했고 헌법이 개정되면서 제도적 민주주의의 토대가 마련됐다. 6월 항쟁의 집단 기억이 없었다면 2016~17년 촛불혁명도 어려웠다. 항쟁의 도화선이 됐던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고 박정기씨)와 이 열사의 어머니, 1970년 전태열 열사 분신 뒤 유가협을 설립해 초대회장을 지낸 고 이소선 여사 등에게 정부가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하고 역사적 평가를 한 것도 같은 이유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고 문익환 목사 등 8명이 개별적으로 사후 추서 형태로 훈장을 받았지만, 국민훈장 모란장 12명을 비롯해 민주화 유공자 19명에게 훈장·포장·표창이 주어진 것은 처음이다.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 박종철 열사가 물고문으로 숨진 옛 남영동 대공분실 509호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이곳에서 고초를 겪었던 지선 스님의 설명을 들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문 대통령은 당시 물고문이 이뤄졌던 욕조를 보며 “이 자체가 처음부터 공포감이 딱 오는 거죠. 물고문이 예정돼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니까요. 철저하게 고립감 속에서 무너뜨려 버리는 거죠”라며 안타까워했다. 문 대통령은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열사 영정에 작은 꽃묶음을 헌화한 뒤 묵념했다. 문 대통령이 6·10 민주항쟁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2017년 서울광장에서 열린 30주년 행사에 이어 두 번째다. 옛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열린 기념식에 현직 대통령이 참석하고, 악명 높은 509호를 찾은 것은 처음이다. 대통령이 6·10 항쟁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2007년 20주년 기념식 때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처음이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인권변호사 조영래… 길위의 목사 박형규, 유신에 맞선 지학순… 5·18 재평가 조비오

    인권변호사 조영래… 길위의 목사 박형규, 유신에 맞선 지학순… 5·18 재평가 조비오

    10일 6·10 민주항쟁 33주년 기념식에서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은 12명 중 유일한 생존자인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명예회장) 여사는 아들을 황망하게 떠나보낸 뒤 한 해 전에 만들어진 유가협에 합류해 민주화운동 희생자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활동을 펼쳤다. 1998∼99년 유가협 회장을 맡아 422일간 국회 앞 천막 농성 끝에 민주화운동보상법과 의문사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끌어냈다. 고 이소선 여사는 1970년 아들인 전태일 열사가 평화시장의 노동조건 향상을 위해 분신한 뒤 전국연합노조 청계피복지부를 결성하고 노동운동에 투신해 ‘노동자들의 어머니’로 불렸다. 1986년 민주화운동 중 희생된 사람들의 가족 모임인 유가협을 설립해 초대 회장을 지냈다. 이 여사는 별세 뒤 9년 만에 훈장을 받았다. 고 박정기 전 이사장은 6월항쟁의 도화선이 된 1987년 1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이후 유가협 결성에 동참했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인연도 남다르다. 문 대통령은 “(박종철 열사가 숨진) 2∼3일 후 당시 노무현 변호사와 함께 선생 댁을 찾아가 위로를 드렸다”고 회고한 바 있다. 2018년 별세 소식이 전해지자 문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아버님의 검은 머리가 하얗게 변해 가고, 주름이 깊어지는 날들을 줄곧 보아 왔다”며 “박종철은 민주주의의 영원한 불꽃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추모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민주화 열사의 아버지, 어머니여서가 아니라 자식들을 잃고 그분들이 직접 운동에 뛰어들어 헌신한 데 대한 평가가 담긴 것”이라며 “전태일·박종철·이한열 열사에 대한 예우도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며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설립에 앞장선 고 조영래 변호사는 권위주의 정부에 맞서 다양한 공익소송을 통해 사회적 약자의 권익 증진에 기여했다. 검찰이 은폐하려 안간힘을 썼던 ‘부천서 성고문 사건’ 변론으로 유명하며 ‘전태일 평전’ 저자이다. 빈민선교와 인권운동에 앞장서며 ‘길 위의 목사’로 불린 고 박형규 목사, 유신 독재에 맞선 고 지학순 주교, 5·18 민주화운동 재평가에 헌신한 고 조비오(조철현 비오 몬시뇰) 신부, 언론 민주화운동을 펼친 고 성유보 전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위원장도 훈장을 받았다. 이 밖에 진보 사회학자인 고 김진균 서울대 명예교수, 신학자인 고 김찬국 전 상지대 총장, 농민운동가 고 권종대 전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1988년 천주교인권위원회를 설립한 고 황인철 변호사도 포함됐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전태일·이한열 ‘민주 부모들’ 훈장

    전태일·이한열 ‘민주 부모들’ 훈장

    박종철 부친 등 12명 민주화운동 첫 포상 文 “민주주의 향한 길은 중단할 수 없다” 6·10 민주항쟁 33주년을 맞아 고 이소선(전태일 열사 어머니) 여사, 고 박정기(박종철 열사 아버지) 전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이사장, 배은심(이한열 열사 어머니) 여사 등 자식의 뜻을 이어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부모들에게 훈장이 수여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서울 남영동 민주인권기념관 예정지(옛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열린 6·10 항쟁 기념식에서 민주 열사 부모들을 비롯해 고 박형규 목사, 고 조영래 변호사, 고 지학순 주교, 고 조비오(조철현) 신부, 고 성유보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위원장, 고 김진균 교수, 고 김찬국 상지대 총장, 고 권종대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고 황인철 변호사 등 12명에게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여했다. 1974년 ‘인혁당 사건’의 진실을 알리려다 추방됐던 조지 오글 목사와 고 진필세 야고보(제임스 시노트) 신부 등 7명은 국민포장·표창을 받았다. 정부는 올해 ‘민주주의 발전 유공’ 부문을 신설, 민주화 운동가들에게 대대적으로 훈장을 수여했다. 민주 열사 부모들은 자식의 죽음 이후 생애를 바쳐 노동자 권익 개선과 민주화운동 희생자 진상규명·명예회복을 위한 활동을 펼친 공로를 뒤늦게 인정받았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6·10 민주항쟁은 갑자기 찾아온 기적이 아니라 국민주권을 되찾고자 한 국민들의 열망이 만든 승리의 역사”라면서 “국민이 이룬 가장 위대한 성과는 국민 힘으로 역사를 전진시킨 경험과 집단 기억”이라고 말했다. 특히 제도적 민주주의를 뛰어넘는 ‘일상의 민주주의’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민주주의는 자유와 평등의 두 날개로 날아오른다”면서 “마음껏 이익을 추구할 자유가 있지만 남의 몫을 빼앗을 자유는 갖고 있지 않고, 지속 가능하고 보다 평등한 경제는 반드시 성취해야 할 실질적 민주주의”라고 말했다. 이어 “가정과 직장의 민주주의야말로 성숙한 민주주의”라면서 “이제 더 많은 민주주의, 더 큰 민주주의, 더 다양한 민주주의를 향해 가야 한다. 민주주의를 향한 길은 중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간첩조작 검사’에 비판 쏟아낸 여권

    ‘간첩조작 검사’에 비판 쏟아낸 여권

    박주민 의원 등 공동 개최 토론회최강욱 “견제 않으면 반복될 것”박근혜 정부 시절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을 주도했던 수사 검사들이 불기소 처분을 받은 데 대해 여권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검찰의 전형적인 ‘제식구 감싸기’라며 “이것이 검찰개혁이 필요한 이유”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박주민, 이재정 의원이 공동 개최한 ‘수사기관의 사건조작 견제방안 토론회’에서 김 의원은 “사건의 정점에 있던 검사들이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다”며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는 “오늘이 6·10 항쟁 33주년인데 민주화 이후 33년이 흘렀는데도 검사들이 제대로 처벌받지 않은 내용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며 “이런 사건은 지금도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모함, 그 과정에서 위증 교사한 검찰 행태가 밝혀지고 있다”며 “검찰의 사건 조작에 대한 처벌, 제도적 견제가 보장되지 않으면 비슷한 사건이 앞으로도 반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진형 변호사는 “검찰의 불기소 이유서는 마치 변호를 위해 작성된 변론요지서와 같았다”며 “전형적인 제식구 감싸기”라고 비판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은 박근혜 정부 국정원의 대표적인 간첩 조작 사건이다. 2013년 탈북민 출신 서울시 공무원인 유우성씨는 탈북민 정보를 북한에 넘긴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구속기소됐다. 당시 검찰은 유씨 여동생의 자백을 토대로 그를 기소했으나 유씨 여동생은 “국가정보원 직원들로부터 폭행, 회유, 협박을 당해 허위 진술을 했다”며 기존 진술을 번복했고 유씨는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나 한열이 에미에요… 이소선 어머니, 종철이 아버지 들리세요?”

    “나 한열이 에미에요… 이소선 어머니, 종철이 아버지 들리세요?”

    文, 현직 대통령 첫 박종철 열사 숨진 ‘남영동 509호’ 헌화 509호 욕조보며 “철저한 고립감 속에서 무너뜨려 버린 것”“이소선 어머니, 종철이 아버지, 제 얘기 들리세요? 나 한열이 애미예요. 30년 가까이 늘 함께 다니며 싸우던 우리 유가협 식구들인데, 어머니는 전태일이 옆에 가 계시고, 종철 아버지도 아들하고 같이 있어서 나 혼자 오늘 이렇게 훈장을 받습니다.” 10일 서울 남영동 민주인권기념관 예정지(옛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열린 6·10 민주항쟁 33주년 기념식에서 ‘서른세 번째 6월10일에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는 내내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전국민족민주 유가족협의회 명예회장)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다.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은 12명 중 유일한 생존자인 배 여사로선 1987년 8월 이후 농성장과 파업현장, 그리고 창신동의 한울삶(‘한울타리의 삶’이라는 의미인 유가협 사무실 겸 주거시설)에서 핏줄보다 가깝게 지냈지만, 하나 둘 먼저 떠나보낸 유가협 식구들이 떠올랐을 터. 배 여사는 “유가협 외에 오늘 훈장을 받는 다른 수여자님들 모두 험한 세상에서 자신을 희생하고 정말 훈장을 받아 마땅하신 분들이고, 그런 분들과 함께 감히 훈장을 받아도 되는 건가 싶다”면서 “종철이 아버지, 아버지도 이런 나를 보고 ‘한열이 엄마 거기서 뭐하고 있어요’라고 하실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시는 이 나라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삶을 희생하고, 고통을 받는 가족들이 생기지 않는 나라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자리에 섰다. 따뜻한 마음으로 어머니, 아버지 지켜봐 달라”라고 덧붙였다. 1987년 6·10항쟁은 한국 민주주의의 터닝포인트로, 대통령 직선제가 16년 만에 부활했고 헌법이 개정되면서 제도적 민주주의의 토대가 마련됐다. 6월 항쟁의 집단 기억이 없었다면 2016~17년 촛불혁명도 어려웠다. 항쟁의 도화선이 됐던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고 박정기 씨)와 이 열사의 어머니, 1970년 전태열 열사의 분신 뒤 유가협을 설립해 초대회장을 지낸 고 이소선 여사 등에게 정부가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하고 역사적 평가를 한 것도 같은 이유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고 문익환 목사 등 8명이 개별적으로 사후 추서 형태로 훈장을 받았지만, 국민훈장 모란장 12명을 비롯해 민주화 유공자 19명에게 훈장·포장·표창이 주어진 것은 처음이다. 기념식이 끝난 뒤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 박종철 열사가 물고문으로 숨진 옛 남영동 대공분실 509호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이곳에서 고초를 겪었던 지선 스님의 설명을 들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문 대통령은 당시 물고문이 이뤄졌던 욕조를 보며 “이 자체가 처음부터 공포감이 딱 오는 거죠. 물고문이 예정되어 있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니까요. 철저하게 고립감 속에서 무너뜨려 버리는 거죠”라며 안타까워 했다. 문 대통령은 김정숙 여사와 함께 박 열사 영정에 작은 꽃묶음을 헌화한 뒤 묵념했다. 문 대통령이 6·10 민주항쟁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2017년 서울광장에서 열린 30주년 행사에 이어 두 번째다. 남영동 대공분실은 영화 ‘남영동 1985(정지영 감독)’ ‘1987(장준환 감독)’ 등 으로도 알려졌지만, 고 김근태 민청련 의장 등 전두환 정권에 맞섰던 재야인사와 학생 등이 전기고문을 비롯해 죽음을 넘나드는 고문을 당한 곳으로 악명높다. 현직 대통령이 6·10 항쟁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2007년 20주년 기념식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처음이었다.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은 재임 중 참석하지 않았다. 독재정권 시절 잘못된 공권력에 대한 반성의 의미로 현직 경찰청장(민갑룡)이 최초로 참석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서울포토] 김정숙 여사, 박종철 열사 영정에 헌화

    [서울포토] 김정숙 여사, 박종철 열사 영정에 헌화

    김정숙 여사가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민주인권기념관에서 열린 제33주년 6.10 민주항쟁 기념식을 마친 후 509호 조사실에 마련된 박종철 열사 영정에 헌화하고 있다. 2020. 6. 10 도준석 기자pado@seoul.co.kr
  • [서울포토] 박종철 열사 영정에 묵념하는 문 대통령

    [서울포토] 박종철 열사 영정에 묵념하는 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민주인권기념관에서 열린 제33주년 6.10 민주항쟁 기념식을 마친 후 509호 조사실에 마련된 박종철 열사 영정에 묵념하고 있다. 2020. 6. 10 도준석 기자pado@seoul.co.kr
  • [서울포토]박종철 열사 영정에 묵념하는 문재인 대통령

    [서울포토]박종철 열사 영정에 묵념하는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민주인권기념관에서 열린 제33주년 6.10 민주항쟁 기념식을 마친 후 509호 조사실에 마련된 박종철 열사 영정에 묵념하고 있다. 2020. 6. 10 도준석 기자pado@seoul.co.kr
  • 문 대통령 “‘일상의 민주주의’로 더 큰 민주주의 향해야”

    문 대통령 “‘일상의 민주주의’로 더 큰 민주주의 향해야”

    “민주주의, 결코 후퇴할 수 없다”“평등한 경제는 실질적 민주주의”“어렵지만 민주주의로 평화 이뤄야”문재인 대통령은 6·10 민주항쟁 33주년인 10일 “우리는 이제 더 많은 민주주의, 더 큰 민주주의, 더 다양한 민주주의를 향해 가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5공 시절 ‘남영동 대공분실’이었던 서울 용산구 남영동 민주인권기념관 예정지에서 열린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의 6·10 기념식 참석은 취임 직후인 2017년에 이어 3년 만이다. 남영동 대공분실 자리에서 열린 6·10 기념식 참석은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일상의 민주주의’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자유와 평등이 민주주의의 양 날개라고 언급하면서 “우리는 마음껏 이익을 추구할 자유가 있지만, 남의 몫을 빼앗을 자유는 갖고 있지 않다”며 “또한 지속가능하고 보다 평등한 경제는 제도의 민주주의를 넘어 우리가 반드시 성취해야 할 실질적 민주주의”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갈등과 합의는 민주주의의 다른 이름”이라며 “갈등 속에서 상생의 방법을 찾고, 불편함 속에서 편안함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특히 “평화는 어렵고 힘든 길이지만, 그럴수록 우리는 민주주의로 평화를 이뤄야 한다”며 “그렇게 이룬 평화만이 오래도록 우리에게 번영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우리의 민주주의는 결코 후퇴할 수 없고, 민주주의를 향한 길은 중단할 수 없다”며 “정부도 일상의 민주주의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행사를 개최한 데 대해 “민주인사들이 독재와 폭력의 공간을 민주화 투쟁의 공간으로 바꿔냈다”며 “이제 남영동은 피해자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민주주의 역사를 기억하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위대한 민주주의 역사를 기념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반드시 4·3의 명예회복을 이루고, 5·18 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온전히 규명하겠다”고 강조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세계 최대 사진대회 올해 우승작은?…한국 작가 찍은 일본인 수용소 3위

    세계 최대 사진대회 올해 우승작은?…한국 작가 찍은 일본인 수용소 3위

    세계 최대 규모 사진대회 ‘2020 소니 월드 포토그래피 어워드’(Sony World Photography Awards) 최종 우승자가 발표됐다. 세계사진협회 측은 9일(현지시간) 우루과이 사진작가 파블로 알바렝가가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우승을 거머쥐었다고 밝혔다. 대회는 전문 사진작가 부문과 공개 경쟁 부문, 청소년 부문, 대학생 부문 등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전문 작가 부문에는 34만5000장 이상, 공개 경쟁 부문에는 19만 장이 넘는 작품이 출품됐다. 최고 영예인 전문 작가 부문 ‘올해의 사진작가상’(Photographer of the Year)은 우루과이 작가 파블로 알바렝가에게 돌아갔다. 수상작인 ‘저항의 씨앗’(Seeds of Resistance)은 건축과 환경, 인물, 스포츠 등 10개 범주 중 창조(Creative) 범주 응모작으로, 파괴된 자연과 목숨을 건 환경운동가들의 초상을 시리즈로 담아냈다.협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최소 207명의 환경운동가가 사망했다. 2018년에는 브라질에서만 57명의 운동가가 사망했는데, 그중 80%가 아마존 보호를 위해 싸우다 목숨을 잃었다. 생명의 위협 속에서도 토착민과 환경운동가는 민족의 땅을 지키려는 투쟁을 멈추지 않았다. 이미 파괴된 땅이지만 수백 세대에 걸쳐 일군 삶의 터전을 버리기를 거부했다. ‘저항의 씨앗’은 이런 토착민과 영토 사이의 독특한 유대관계를 단 하나의 이미지로 탐구하려는 시도였다. 심사위원장 마이크 트로우는 “무분별한 삼림 벌채가 지역 사회를 어떻게 파괴하는지, 또 삶의 터전을 지키려는 토착민을 얼마나 위협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강력한 시각적 요소를 제공했다”면서 “훌륭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알바렝가는 수상 소감에서 “미래 세대뿐만 아니라 현존하는 모든 세대를 위해 투쟁하는 이들을 부각시키면서, 아마존 전통 공동체의 이야기도 들려줄 기회가 됐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열대우림의 나무, 공기, 그리고 아직 발견되지 않은 미지의 자연까지 돌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이와 함께 건축, 발견, 기록, 환경, 풍경, 자연과 야생동물, 초상, 스포츠, 정물 등 나머지 9개 범주 우승자도 결정됐다. 특히 풍경 범주에서는 우리나라의 김창균 작가가 결승에 진출해 3위에 이름을 올렸다. 김 작가의 ‘새집'(미국 내 일본인 강제수용소) 시리즈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외딴 마을에 세워진 일본인 강제수용소의 모습을 담았다. 사진은 2018년부터 2019년 사이 미국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유타 등지에서 드론으로 촬영됐다. 협회 측은 전쟁 당시 12만 명의 일본인이 강제수용소에 격리됐으며 그중 60%가 미국 시민권자였다고 밝혔다.김 작가는 “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나는 우리가 역사에서 목격한 인종적 적대감을 떠올리게 됐다”면서 “역사는 제대로 회상하거나 말하지 않으면 언제나 반복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공개 경쟁부문 ‘올해의 사진작가상’은 영국 작가 톰 올드햄(Tom Oldham)에게 돌아갔다. 그의 작품 ‘블랙 프랑시스’(Black Francis)는 미국 록 밴드 픽시스(Pixies)의 리더 찰스 톰슨(Charles Thompson, 예명 Black Francis)을 촬영한 흑백 초상화다. 소니가 후원하고 세계사진협회가 주관하는 소니 월드 포토그래피 어워드는 올해로 13주년을 맞았으며, 세계 최대 규모 사진대회 중 하나로 꼽힌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전태일·이한열의 어머니와 박종철의 아버지… ‘민주부모들’ 훈장

    전태일·이한열의 어머니와 박종철의 아버지… ‘민주부모들’ 훈장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6·10민주항쟁 33주년을 맞아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고 이소선 여사,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고 박정기씨,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 등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12명에게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여했다. 문 대통령은 서울 남영동 민주인권기념관 예정지(옛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열린 6·10민주항쟁 기념식에서 그간 정부 훈·포장에서 제외됐던 민주열사들의 부모와 고 조영래 변호사, 고 지학순 주교, 고 조비오(조철현) 신부, 고 성유보, 고 김진균, 고 박형규, 고 김찬국, 고 권종대, 고 황인철 등 12명의 공로를 기렸다. 시민사회와 민주화운동 관련 단체의 추천을 받아 민주화운동 유공자에 대한 서훈이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열사의 부모들은 아들의 죽음 이후 남은 생애를 바쳐 노동자 권익 개선과 민주화운동 희생자 진상규명·명예회복을 위한 활동을 펼친 공로를 인정받았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6·10 민주항쟁은 갑자기 찾아온 기적이 아니며 3·1 독립운동으로 시작된 민주공화국의 역사, 국민주권을 되찾고자 한 국민들의 오랜 열망이 만든 승리의 역사”라면서 “우리 국민들이 이룬 가장 위대한 성과는 국민의 힘으로 역사를 전진시킨 경험과 집단 기억을 갖게 된 것이며 우리의 민주주의는 결코 후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6·10민주항쟁 서른세 돌을 맞아 민주주의를 위해 산화해간 열사들을 기린다”면서 “전태일 열사를 가슴에 담고 노동자의 권익을 위해 평생을 다하신 고 이소선 여사님, 반독재 민주화 운동으로 일생을 바친 고 박형규 목사님, 인권변호사의 상징이었던 고 조영래 변호사님, 시대의 양심 고 지학순 주교님, 5·18민주화운동의 산증인 고 조비오 신부님,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회장으로 오랫동안 활동하신 고 박정기, 박종철 열사의 아버님, 언론민주화를 위해 투쟁한 고 성유보 기자님, 시대와 함께 고뇌한 지식인 고 김진균 교수님, 유신독재에 항거한 고 김찬국 상지대 총장님, 농민의 친구 고 권종대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님, 민주·인권 변호의 태동을 알린 고 황인철 변호사님, 그리고 아직도 민주주의의 현장에서 우리와 함께 계신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님”이라며 훈장을 받은 12명을 일일이 거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제도로서의 민주주의가 잘 정비돼 우리 손으로 대통령과 국회의원, 단체장을 뽑고, 국민으로서의 권한을 많은 곳에서 행사하지만, 국민 모두 생활 속에서 민주주의를 누리고 있는 항상 되돌아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가 당연하다고 느낄 때일수록 민주주의에 대해 더 많이 질문해야 하며 제도를 넘어 우리의 삶 속으로 스며들어야 한다”면서 “가정과 직장에서의 민주주의야말로 더욱 성숙한 민주주의이며 일상에서 민주주의를 체험하고 반복될 때 민주주의는 끊임없이 전진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또한 “평화는 어렵고 힘든 길이지만, 그럴수록 우리는 민주주의로 평화를 이뤄야 한다”면서 “그렇게 이룬 평화만이 오래도록 우리에게 번영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는 이제 더 많은 민주주의, 더 큰 민주주의, 더 다양한 민주주의를 향해가야 한다”면서 “민주주의를 향한 길은 중단할 수 없다”며 ‘일상의 민주주의’를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6·10 민주항쟁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2017년(서울광장)에 이어 두 번째로, 옛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열린 기념식에 현직 대통령이 참석한 것은 처음이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김부겸 “이재용 기각 납득안돼…불법에 합당한 응징해야”

    김부겸 “이재용 기각 납득안돼…불법에 합당한 응징해야”

    “사회·경제적 민주주의 아직 멀었다”“부당이득 무게 그리 가벼울 수 있는가”김부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일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 구속영장 기각이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 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경영권 승계를 위한 분식회계와 주가조작으로 취한 수조원 규모의 부당이득의 무게가 그리 가벼울 수 있는가”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오늘은 6·10 민주항쟁 33주년으로, 이후 정치적 민주주의는 성숙해졌지만 사회적 차원의 민주주의는 여전히 멀었다”며 “특히 경제적 민주주의는 더 요원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세월호 이후 정부가 안전에 온 힘을 쏟고 있지만, 노동 현장에선 최소한의 안전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꽃 같은 생명이 스러져 가고 있다”며 “누군가는 불법을 저질러도 합당한 응징을 받지 못한다면 우리는 결코 민주주의를 이야기할 수도 없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6·10 민주항쟁이 씨 뿌린 정치적 민주주의에서 더불어 함께 살아갈 기회와 권리가 주어지는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사설] 복지부만 비대해질 ‘질본’의 청 승격 추진

    행정안전부가 코로나19 방역의 주역인 보건복지부 소속 질병관리본부(질본)를 독립 중앙행정기관인 질병관리청으로 승격시키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그제 입법예고했다. 그러나 세부 내용을 보면 말만 승격이지 복지부 권한을 강화한 부처 이기주의에 불과하다. 국립보건연구원을 확대 개편한 국립감염병연구소와 장기이식·혈액·인체조직을 관리하는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은 질본 산하에서 복지부로 넘어간다. 그 결과 질본의 정원은 907명에서 746명으로, 예산은 8171억원에서 6689억원으로 줄어드는 반면 복지부에는 보건 분야를 담당할 2차관이 신설된다. 질병관리청이 복지부 2차관의 관리감독에서 벗어나 얼마나 인사, 예산권의 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질본의 청 승격은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3주년 특별 연설에서 발표된 내용이다. 질본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해 감염병 대응 역량을 키우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감염병 감시부터 치료제·백신 개발, 상용화까지 모든 과정의 대응체계를 담당하는 연구기관이 복지부로 넘어가면 별도 행정조직이 돼 질본과의 협력이 지금보다 어려워진다. 연구기능이 사라진 질본은 현장 방역을 담당하는 책임만 지게 된다. 코로나19의 위기 상황에서 다른 나라와 달리 부분적이나마 일상생활이 가능하도록 하는 버팀목이 돼 온 기관에 하는 대접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 정부는 입법예고를 철회하고 질본이 지금보다 더 강화된 감염병 대응 역량을 갖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지역사회의 방역 능력 강화를 위해 설치하겠다는 권역별 질병대응센터(가칭)가 지방자치단체 소속인 보건소와 실질적 협력관계를 맺을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올가을 다시 대유행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는데 질본의 기능을 축소하는 일은 혼란을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 부처 공들인 1호 법안… “21대 통과 도전”

    부처 공들인 1호 법안… “21대 통과 도전”

    기재부 ‘3수’ 서비스산업발전법 기대 고용부, 특고 종사자도 고용보험 적용 교육부, 폐기된 국가교육위 다시 꺼내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부처들도 오랜 기간 공들인 숙원 법안, 부처별 이해가 엇갈린 쟁점 법안들이 입법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가늠하며 1호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안 통과에 사활을 거는 분위기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책조정국장으로 근무하던 2012년 직접 국회에 제출한 법안으로 유통·의료·관광·교육 등 서비스 산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 개선과 자금·조세 감면 등 지원 근거를 담았다. 또 서비스산업발전위원회를 설치해 지원한다는 내용도 있다. 19, 20대 국회에 제출됐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의료민영화 시도로 읽은 현재 여당 의원들의 반대와 원격의료 도입에 대한 의료계 반발에 가로막혔다. 여전히 진보 진영과 의료계의 반대가 만만치 않지만, 코로나19로 비대면 의료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이전보다는 통과 가능성이 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명박 정부 때 만들어져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로 등장했던 법안이지만, 귀추가 주목된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안 법안 처리를 목표로 고용보험 적용 대상을 특수고용직 종사자까지로 확대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마련한다. ‘특고’ 중 산재보험 적용 대상인 9개 직종 약 77만명이 우선 적용 대상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28일 여야 원내대표 오찬회동에서 20대 국회 막바지 예술인에 한해 고용보험이 확대된 데 아쉬움을 표하며 특고 종사자로 확대하도록 협조를 당부했다. 행정안전부는 질병관리본부를 ‘청’으로 승격시키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이달 중순쯤 제출할 예정이다. 감염병 위기 극복을 위해 권역별 질병대응센터를 신설하고 보건복지부에 보건담당 차관과 복지담당 차관 등 복수차관을 두도록 했다. 문 대통령이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약속했던 내용이기도 하다. 식약처가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해 발의 예정인 공중보건 위기대응 의료제품 개발 촉진 및 긴급대응 특례법안(가칭)도 눈길을 끈다. 감염병 위기 대응 상황에서 백신·치료제의 신속 개발을 지원하고 긴급승인한 약제에 대한 사후관리 근거 규정을 마련하는 내용이다. 교육부는 20대 국회에서 자동폐기된 ‘국가교육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다시 꺼내 든다. 국가교육위원회는 교육의 백년지대계를 논의하는 기구로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복지부는 국립 공공의과대학 설립을 골자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할 것으로 예측된다. 공공의료인력을 확충한다는 취지이지만 20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열린세상] ‘인간 안보’의 필요조건/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열린세상] ‘인간 안보’의 필요조건/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대한민국이 국격을 높일 절호의 기회다. 코로나19 방역에서 한국이 거둔 독보적인 성과는 한국에 ‘선진국의 추격’에서 ‘선진국의 선도’로 도약할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 같다. 외국 정상들의 잇단 찬사에 고무된 문재인 대통령이 ‘선진국’ 화두를 다시 꺼냈다. 특히 미국의 유력 정치인 등의 한국에 대한 칭찬은 혹여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려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몽니를 부리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할 정도이다. 전 세계 확진환자가 600만명을 넘어 치료제와 백신을 인류의 공공재로 공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지만 미국 중심의 ‘비용/편익 비교’를 판단기준으로 삼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에 비추어 볼 때 백신을 ‘무기화’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문 대통령이 K방역의 성공을 배경으로 취임 3주년 기념사에서 ‘인간 안보’ 개념을 주창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당초 이 개념은 유엔개발계획(UNDP)이 1994년 ‘인간개발보고서’에서 처음으로 제안함으로써 군사적 의미가 강했던 전통적인 ‘안보’ 개념을 경제, 식량, 건강, 환경, 개인 안전, 정치 등으로 확대한 개념이다. 안보에서 국가라는 추상체가 아니라 ‘사회 속에서 숨 쉬며 살아가는 사람’을 중심에 놓고 있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의 ‘사람중심’의 국정철학과도 맞닿는다. 하지만 ‘인간 안보’가 현실이 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다. 당장 ‘K방역’을 이끈 개방성, 투명성, 민주성의 3대 원칙이 국내에서 ‘인간 안보’에도 적용될지 의문이다. 코로나 방역 과정에서 분명 ‘궁여지책’이었던 비대면 진료가 갑자기 ‘한국판 뉴딜’에서는 수출주도성장의 ‘묘책’으로 둔갑하고 있다. 코로나 퇴치 과정에서 전 국민 건강보험의 위력을 실감하면서 국민들은 공공의료의 확충 필요성에 공감했다. 유럽에서 독일이 거의 유일하게 코로나 방역에 성공한 배경도 비교적 튼튼한 공공의료에 있었다. 이것을 이제 와서 ‘원격진료’의 도입으로 바꿔치기 하는 것은 정확한 배신이다. 약자에 대한 공동체의 배려를 분명히 약화시킬 원격진료의 도입이 ‘모두를 위한 자유’의 철학과 양립할 수 있는지 고민해 볼 일이다. 한국 사회에서 오랫동안 각종 위협(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로서 작동한 4대보험이 ‘인간 안보’에 얼마나 부합하고 있는지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고용보험은 가입돼 있지 않은 직업군에서 가장 먼저, 가장 많이 실업이 발생하면서 그 미비함을 여실히 드러냈다. ‘전 국민 고용보험제’에 관한 사회적 합의가 어렵지 않게 도출됐고 점진적인 도입이 시작됐다. 연금보험은 노후의 안전을 보장하기에 크게 미흡하다. 부족한 국민연금은 개인연금, 주택연금 등으로 보충되고 있지만 노인빈곤율 세계 1위에서 벗어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결국 노인은 재취업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됐고 ‘임계장은 고다자´(임시 계약직 노인장은 고르기도, 다루기도, 자르기도 쉽다)라는 우울한 현실을 가져왔다. 긴급재난지원금으로 효과를 입증하는 기본소득제가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기획재정부의 ‘재정건전성’ 도그마를 극복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이에 비해 산업안전은 한국판 ‘인간 안보’의 아킬레스건이다. 코로나19를 피해 출근해도 노동현장에서는 노동자의 생명이 소모품이 되는 나라라면 ‘선진국’을 입에 담기조차 부끄러울 것이다. 성수대교 붕괴 이후 반복돼 온 ‘전형적인 후진국형 참사’라는 평가는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이제는 ‘안전 불감증’이라는 개탄에 우리 모두가 ‘불감증’이 걸려 버렸다. 인천의 ‘거짓말 강사’에게는 구상권이 행사될 예정이지만 방역수칙을 위반하고 직원명단 제출을 고의적으로 지연한 쿠팡에는 2주 영업정지가 내려졌을 뿐이다. 안전의 가치가 기업의 이윤추구 앞에서는 무력해지고 있다. 기업의 비용절감과 수출경쟁력 확보라는 경제적 목표에 매달려 ‘기업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정부의 관행이 시정되지 않는 한 ‘인간 안보’에는 큰 구멍이 날 수밖에 없다. 안전이라는 ‘기본 중의 기본’(LG 구광모 회장)을 스스로 지킬 때 비로소 세계와 북한을 향해 ‘생명공동체’(문 대통령)를 구축하기 위한 ‘인간 안보’를 당당하게 외칠 수 있을 것이다.
  • 정대운 의원, 광명상공회의소 감사패 수상

    정대운 의원, 광명상공회의소 감사패 수상

    경기도의회 기획재정위원회 정대운(더민주, 광명2)위원장이 지난 27일 ‘기업사랑의 날 선포13주년 및 창립17주년 기념식’에서 광명상공회의소가 수여하는 감사패를 받았다. 이날 감사패는 광명상공회의소 박문영 회장이 전달했다. 정대운 위원장은 광명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광명상공회의소 발전에 기여한 정대운 위원장의 공이 인정되어 감사패를 받게 됐다. 그동안 정대운 위원장은 경기도 3선 의원으로서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기획재정위원장을 맡아 광명 SOC 사업 예산 확보와 광명시장 소상공인, 중소기업 등의 상생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로 어려워진 관내 소상공인, 중소기업 관계자들을 만나며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도차원에서의 방안 마련을 위해 노력했다는 평이다. 정 위원장은 “관내 소상공인, 중소기업들의 애로사항을 함께 고민한 도의원의 당연한 역할이었음에도 이렇게 감사패를 받게 되어 영광”이라며 “앞으로도 지역현안에 관심을 갖고 의정활동에 매진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열린세상] 논문심사, 무개념의 개념화/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열린세상] 논문심사, 무개념의 개념화/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박사논문을 쓸 때였다. 400여 페이지의 논문 초안을 들고 위풍당당하게 지도교수 방을 두드렸다. 결과는 참담했다. 최종 박사논문에 남은 초안은 50페이지도 되지 않는다. 이론이랍시고 난해한 단어를 나열하고 아는 척한 것들은 지도교수의 빨간펜에 모조리 날아갔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제대로 개념 규정을 못 한 탓이다. “학위 논문은 공부 많이 했다고 자랑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하신 지도교수의 말이 지금도 생생하다. 또다시 학위 논문심사 시즌이다. 이번 학기에 지도학생 2명이 논문심사를 받는다. 학위논문이 갖춰야 하는 요건은 수없이 많다. 학문의 영역이나 지도하는 교수에 따라 중요도가 다를 수 있다. 나는 박사논문을 쓰겠다고 연구실을 두드리는 학생들에게 가장 먼저 쓰고자 하는 단어이건 이론이건 개념과 정의를 명확히 하라고 강조한다. 박사논문은 전공 분야를 앞으로 계속 연구하면서 누군가를 가르치고 글을 쓸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하는 자격증과도 같은 것이다. 최소한 평생 밥그릇을 책임져 줄지도 모를 박사논문에서는 개념 없는 소리를 해서는 안 된다. 사람들이 자신이 사용하는 단어의 뜻을 모두 알고 사용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무심결에 내뱉는 말들도 적지 않다. 일간지 칼럼을 읽다가도 무슨 말을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선뜻 이해하기 힘든 단어들의 성찬을 경험하고 나의 한국어 실력을 의심해 보곤 한다. 일반인의 일상 속의 대화야 그렇다 치지만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의 공식적인 연설이나 대화는 단어 하나하나에 적지 않은 의미를 부여한다. 그래서인지 어느 정권이든 신조어와 생소한 개념들이 넘쳐난다. 국어사전도 부족해 영어사전까지 뒤져 좋다는 단어는 죄다 모아 정책 이름을 만든 통에 이젠 쓸 만한 단어도 궁하다. 이번 정부도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내 영역만 보더라도 지난해 3ㆍ1절 100주년 기념사의 ‘신한반도체제’, FAZ 기고문에 나온 ‘생명공동체’가 정확히 무엇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대통령 연설 이후 관련 부처에서 전화가 와 개념을 정리해 달라고 할 때는 정말 황당하기까지 하다. 적지 않은 곳에서 ‘신한반도체제’를 주제로 강연도 했지만 개념 없는 소리를 하고 돌아다닌 것이 아닌가 싶을 때도 있다. 신조어뿐만이 아니다. 대통령의 오슬로 연설문을 보면 남북 간 교류와 협력을 통해 구조적 갈등을 해결하는 것을 요한 갈퉁의 ‘적극적 평화’와 연결했다. 요한 갈퉁이 주창한 ‘적극적 평화’가 과연 그런 것이었는지 어리둥절하다. 국내외 분쟁 상황, 사회 안정, 군사화 정도로 측정하는 소극적 평화 지수(GPI)와 달리 적극적 평화를 측정하는 지수(PPI)를 보면 정부의 원활한 기능, 적절한 기업 환경, 평등한 자원 분배, 타인의 권리에 대한 인정, 이웃과의 관계, 정보의 이동, 교육 수준, 부패 정도이다. 학술적 개념인 ‘적극적 평화’에서 아이디어를 차용할 수는 있다. 그러나 적극적으로 평화를 만들어 가겠다는 일반적 개념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 최근 대통령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언급한 ‘인간안보’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하다. 최근 코로나 사태로 생긴 K방역이란 모델을 근거로 인간안보를 언급한 것이라면 이 역시 개념을 잘못 잡은 것이다. 인간안보는 인간 개개인이 공포로부터의 자유와 궁핍으로부터의 자유를 내세운다. 군사안보가 아니라 오히려 국가안보와 대칭점에 있다는 점에서 국가도 인간의 자유를 제약하는 안보의 가해자가 될 수 있다. 과연 이러한 개념을 가진 ‘적극적 평화’와 ‘인간안보’를 전면에 내세워 북한 김정은 정권과 무언가를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대통령의 글쓰기란 책을 보면 횡설수설하는 것은 ‘쓸데없는 욕심’ 때문이라고 한다. 멋부린 현학적인 말은 자기는 만족할지 모르지만 실속 없는 글이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감동을 주려 하지 말고 거창한 것, 창의적인 것을 써야 한다는 조바심을 버리라고 조언한다. 최소한 국민을 향한 대통령의 연설문에서만큼은 남북관계에 대한 조바심으로 개념 없는 소리를 해서는 안 된다. 그래야 취임 3주년 특별연설 말미에 약속한 선진국을 향한 논문심사를 2년여 남은 기간에 통과할 수 있지 않을까.
  • 최대 50조 3차 추경… “내년까지 경제 전시상황” 슈퍼 예산 짠다

    최대 50조 3차 추경… “내년까지 경제 전시상황” 슈퍼 예산 짠다

    文 “재정이 경제 위기 치료제이자 백신” 3차 추경으로 고용·한국판 뉴딜 속도전 50조 수준 땐 국가채무비율 45% 넘어 丁 총리 “내년 코로나 극복 중요한 한 해” 예산 규모 두 자릿수 늘려 560조 웃돌 듯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올해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최대 50조원 규모의 ‘슈퍼 추경’으로 편성하는 데 이어 내년 예산 편성에도 확장적 재정 기조를 이어 가기로 했다. 코로나발(發) 경제 충격이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고 코로나19 이후 진행될 경제·산업 구조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정부는 25일 청와대에서 ‘2020 국가재정전략회의’를 개최하고 현재 재정 당국이 준비하고 있는 3차 추경안을 최대한 빨리 통과시키고 고용·사회안전망 확충과 한국형 뉴딜 사업에 속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내년에도 전례 없는 경제 전시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확장적 재정을 지속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재정이 경제 위기의 치료제이면서 백신 역할까지 해야 한다며 앞으로 더욱 과감한 재정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021년 예산에 대해 “내년은 정말 중요한 한 해”라면서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 구현과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기 때문에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재정 운용 방향을 ‘확장적 재정’으로 잡은 것은 빠른 경제 회복이 재정건전성 유지에 가장 효율적인 데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될 경우 경제 충격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수출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할 때 교역 감소와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 우리 경제가 받게 되는 피해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확장적 재정 기조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면서 추경 규모도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1차(11조 7000억원)와 2차(12조 2000억원) 추경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이렇게 되면 최소 30조원에서 최대 50조원 규모의 3차 추경 편성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 관계자는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세계 주요 기관들이 과감한 재정 조치를 권고하는 만큼 규모가 예상보다 클 수 있다”면서 “내년 예산 규모도 이전의 예산 증가율보다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내년 예산도 두 자릿수 증가율이 확정적이라고 보고 있다. 이럴 경우 560조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집중적으로 재정을 투입하려는 분야는 한국형 뉴딜과 고용 지원 등이다. 정부는 코로나19 이후 세계 경제·산업이 언택트(비대면)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하고 관련 기술 개발과 기업 지원을 위한 디지털 뉴딜을 한국형 뉴딜의 중심축으로 삼았다. 또 지난 20일에는 환경규제 강화에 대응하기 위한 그린 뉴딜을 한국형 뉴딜에 포함했다. 앞서 문 대통령이 취임 3주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전 국민 고용보험’의 기초 마련과 고용 유지 지원에도 상당한 재원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3차 추경 규모를 50조원 수준으로 확정하면 올해 말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0%대 중후반에 이를 전망이다. 정부는 나랏빚이 늘어나는 속도가 과도하게 빨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내년 예산 편성 과정에서 고강도 지출 구조조정을 진행할 계획이다. 세종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위로